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핼러윈이 뭐길래…고대 아일랜드 켈트족 축제 유래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29일 밤 수만명의 인파가 한꺼번에 몰려 대형 압사 사고가 일어나도록 한 원인을 제공한 핼러윈은 멀게는 고대, 가깝게는 중세 유럽에서 기원해 미국에서 크게 유행한 축제다. 핼러윈은 미국 어린이들이 귀신이나 괴물 분장을 하고 이웃집 문을 두드린 다음 “과자를 안 주면 장난칠 거예요(Treat or trick)”라면서 사탕이나 초콜릿을 받아 가는 풍습으로 유명하다. 한국에서 핼러윈은 미국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접하는 생소한 문화였지만 미국 문화에 대한 경험의 폭이 늘고, 기업들이 소비 촉진을 위한 마케팅 기회로 활용하면서 어린이와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유행하고 있다.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서 아이들이 핼로윈 당일 '트릭 올 트릿' 행사를 즐기고 있다. 2020.10.31. ⓒ 로이터=뉴스1
매년 10월31일인 핼러윈은 기원전 500년 무렵 고대 켈트족이 새해(11월1일)를 맞이해 기념하던 사윈(Samhain) 축제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켈트족은 이날 인간이 사는 세계와 영적인 세계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살아 있는 사람들이 죽은 이들과 접촉할 수 있다고 믿었다. 켈트족은 죽은 이들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모닥불을 피우고 추수한 곡식과 가축으로 제사를 지내며 축제를 즐겼다. 귀신 분장은 죽은 이들이 살아 있는 이를 알아채지 못하도록 한다는 의미였다.
8세기 그레고리 3세 교황이 11월 1일을 모든 성인을 기념하는 날로 지정했다. 이를 계기로 핼러윈은 10월 마지막 날로 굳어졌다. 핼러윈이라는 이름 자체가 ‘모든 성인의 날의 전날’(All Hallows Eve)이라는 말이 축약된 것이다. 고대 켈트족 문화에서 출발한 핼러윈은 가톨릭 신앙과 결합하면서 사람들이 성인이나 천사, 악마 분장을 하고 모닥불 주위를 행진하는 축제로 이어졌다.
유럽인들이 미국으로 이주하면서 미국판 핼러윈이 발전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가을 명절은 매년 11월 넷째주 목요일의 추수감사절이지만 핼러윈 역시 추수기 축제의 하나로 자리잡았다. 현대로 접어들면서 핼러윈은 종교적인 의미나 색채가 빠지고 어른과 아이, 지역사회가 함께 즐기는 축제의 의미가 강해졌다. 어린이들이 이웃을 돌면서 음식이나 용돈을 요구했던 풍습은 천사나 악마, 괴물 분장을 하고 “과자를 안 주면 장난칠 거에요”라고 말해 사탕이나 초콜릿을 받아 가는 풍습으로 굳어졌다.
2020년 초 미국이 코로나19가 전 세계에서 가장 크게 타격을 받으면서 아이들이 집집마다 방문해 사탕과 초콜릿을 받아 가는 풍습이 제약을 받기도 했다. 방역 당국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사탕을 담은 봉지를 문 앞에 배치해 달라고 권고했다.
미국 소매업계에게 핼러윈은 크리스마스에 버금가는 ‘대목’이다. 잡화점과 식료품점에는 핼러윈 의상과 사탕류를 판매하는 매대가 따로 마련된다. 전미소매연맹(NRF)은 올해 미국인들이 의상과 사탕, 장식품, 축하 카드 등에 106억달러(약 15조원)을 소비할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매년 미국 어린이들이 핼러윈에 받아 먹지 않고 쌓아뒀다 버리는 사탕의 양만 해도 4억달러어치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다.
한국에서 핼러윈은 여전히 미국의 이색적인 풍습으로 여겨지는 경향이 강하지만 일부 어린이와 젊은이 사이에서 유행을 탄 지 꽤 됐다. 영어 유치원이나 키즈 카페, 캠핑장 등에서 어린이와 부모들을 대상으로 핼러윈 파티를 열고 있다. 일부 연예인들이 핼러윈 분장을 하고 파티에 참가하는 모습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면서 유행에 민감한 젊은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한다. 식품업계와 요식·관광업계도 핼러윈을 겨냥한 각종 행사와 상품을 내놓고 있다. 인터넷 포털 네이버가 사용자들의 검색 트렌드를 분석해 보여주는 ‘네이버 데이터랩’에 따르면 ‘핼러윈’이나 ‘할로윈’을 검색하는 빈도가 매년 9월 늘어나기 시작해 10월 말 정점을 찍는다.
김재중 기자 hermes@kyunghyang.com
지난 29일 예상치 못한 압사 참사가 일어난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수만 명의 인파가 몰리게 된 원인인 '핼러윈'은 미국 어린이들이 1년 내내 손꼽아 기다리는 날 중 하나다
핼러윈의 특징은 사탕과 의상이다. 유령이나 괴물 등으로 분장한 아이들이 집마다 초인종을 누르고 다니며 "간식을 주지 않으면 장난칠 거야'(trick or treat)라고 외치는 모습은 미국 영화나 드라마 등을 통해 한국에도 알려진 풍경이다.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드라큘라나 프랑켄슈타인, 미라 등 대중문화를 통해 잘 알려진 괴물 의상을 차려입고 모여 파티를 한다. 집 창문에 모형 거미줄을 걸고 마당에는 호박에 구멍을 파고 등불을 넣은 '잭오랜턴'과 해골 인형을 세워두는 등 동네에서 가장 무서운 집을 꾸미려고 경쟁하기도 한다.
또 식품업계 등의 상업적 이해관계와 맞아떨어지면서 사탕과 초콜릿을 대거 소비하는 기간이기도 하다.
전국소비연맹(NRF)은 올해 미국인이 사탕, 장식, 의상 등 핼러윈용품에 106억 달러(15조 원)를 써 기존 최대 기록인 지난해의 101억 달러를 경신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 가운데 애완동물용 의상에만 7억1000만 달러를 소비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처럼 애초에 핼러윈은 한국과는 상관이 없는 날이었지만 미국 문화가 전 세계로 전파되면서 한국의 젊은 층에서도 유행하기 시작했고, 상업주의와 결탁하면서 축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핼러윈을 즐기려던 청춘들은 죄가 없다
29일 밤 6호선에서 마주했던 그 얼굴들... 이태원 대참사, 행정당국에 책임을 물어야 하는 이유
▲ 핼러윈 축제가 열리던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29일 밤 10시22분경 대규모 압사사고가 발생해 150여명의 사망하고 다수가 부상을 당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권우성
"예, 선생님. 사람들이 많을 거 같은데요, 녹사평역에서 내릴게요."
인파로 시끌벅적한 지하철 6호선 안, 세일러문 코스프레를 한 한 외국인 여성은 유창한 한국어로 누군가와 반갑게 통화를 하는 중이었다. 29일 토요일 밤 10시를 넘어가던 시각, 친구와 함께 합정역에서 이태원 방향으로 가는 6호선을 탄 그 여성이 가는 곳은 짐작하고도 남을 수밖에 없었다.
4.3 관련 강연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늦은 귀갓길, 봉화산행 6호선 지하철 안은 그런 청춘남녀들로 북적였다. 젊은이들이 모이는 합정과 상수, 홍대 부근에서 핼러윈을 즐기러 이태원으로 향하는 청춘남녀들과 코스어들로 가득했다. 삼삼오오 무리를 지은 젊고 어린 다양한 인종의 외국인들도 상당수였다.
사실 조금은 부러웠다. 핼러윈을 즐기러 가는 그 생기 넘치는 얼굴들이, 축제를 만끽하고자 하는 그 달뜬 표정들이 말이다. 녹사평역에서 그 외국인이 먼저 하차했고, 드디어 이태원역에서 우르르 인파들이 쏟아져 내렸다. 승강장 계단은 핼러윈 축제에 동참하려는 인파로 정체가 될 지경이었다. 잠시 잠깐 같이 내려 구경이나 갈까 하는 생각을 이내 접었다. 이태원역을 빠져나가는 시간만 10분은 족히 넘을 것 같았다.
그 사이, 핼러윈을 일찍 즐기고 귀가하는 또 다른 청춘들이 승차했다. 친구들로 보이는 텔레토비 복장의 용감한 네 젊은 남성이, 소복 귀신 복장을 한 앳된 여성이 특히 눈에 띄었다.
5호선 환승을 위해 청구역에서 내린 뒤에도 핼러윈 분위기는 이어졌다. 6호선을 타기 위해 천사 코스프레를 한 또 다른 외국인 여성, 여전사와 남전사 복장을 한 커플들도 이태원으로 향하는 듯했다. 그 시각이 밤 10시 30분도 되지 않은 때였다. 그리고 40분이 지났을까. 집에서 뉴스를 시청하고, 소셜 미디어를 하던 와중에 속보가 떴다.
"이태원 행사장 압사사고... '약 30명 심정지 응급처치'"
이태원 참사가 벌어지던 시각, 잊지 못할 얼굴들
▲ 휴업에 들어간 가게 30일 오전, 압사 참사가 난 이태원 골목길 현장 인근의 한 카페가 휴업을 공지하고 있다.ⓒ 곽우신
이때까지만 해도 속보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행사장? 이태원 핼러윈 축제에 특별한 행사장이 있을 리 만무하지 않은가. 얼마 후 어느 단체 톡방에서 참혹하기 그지없는 영상을 마주하고 말았다.
해밀턴 호텔 옆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마치 산처럼 쌓인 인파 앞에서 구조대원들이 제일 아래 사람을 빼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10초짜리 영상이었다. 방금 전 지하철에서 마주쳤던 청춘들의 얼굴이 떠오르며 '생과 사란 무엇인가'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상이 아닐 수 없었다.
7~8년 전까지 참사가 일어난 이태원은 나름 친숙한 공간이었다. 당시 만났던 친구의 자취방이 해밀턴 호텔 바로 건너편이라 동네처럼 들락이던 곳이었고, 이후 출퇴근을 했던 사무실도,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던 그해 프리랜서로 일하던 사무실을 왔다 갔다 하며 단골 가게를 만들었던 곳도 모두 바로 그 이태원이었다. 개인적으로 드라마 <이태원 클라스>가 친숙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던 이유다.
바로 그 공간에서 일어난 압사 참사를 속보와 제보 영상으로 접하며 밤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였다. 해밀턴 호텔 뒤 주변 골목 곳곳마다 꽉꽉 막힌 인파를 보자 숨이 턱턱 막혀왔다. 압사 상황에서 맨 밑에 깔린 피해자가 미동도 없는 모습이나 이태원 중앙도로 위에서 단체로 CPR을 하는 생경한 풍경도 보는 이로 하여금 트라우마를 남기기에 충분했다.
하물며 영상으로 접한 이들이 이럴진대 실시간으로 이태원 참사를 목격하고 그 현장에 있었던 이들의 상처는 어느 정도였을까. 사고 신고가 경찰에 처음 접수된 시각이 밤 10시 20분경이라고 한다. 압사 참사는 대체로 핼러윈 축제의 절정이라 할 수 있는 토요일 밤에 일어났다고 볼 수 있다.
핼러윈 축제를 즐기려는 인파는 참사가 벌어지던 그 시각에도 이태원역을 통해 계속 유입되고 있었다. 참사가 벌어지지 않았다면 정도의 차이일 뿐 아마 밤새도록 그런 유입과 퇴장이 계속됐을 것이다. 이태원이라는 공간을, 핼러윈 기간을 경험해 본 이라면, 무엇보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조금 주춤했다 하더라도 수년째 계속 커져 온 축제 상황을 지켜본 서울시나 용산구, 용산경찰서 담당자들은 모를 수 없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참사가 벌어졌다. 그리고 30일 새벽, 사망자가 발표됐다. 처음 2명이 던 사망자는 새벽 3시를 넘기자 130명까지 늘어나 있었다. 참담했다. 안타깝게도, 세 시간 정도 자고 일어나니 사망자는 150여 명으로 불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그러게 왜 이태원에 놀러 갔느냐'라며 피해자들 탓을 하거나 경찰이나 행정 당국 책임이 아니라는 목소리를 누가 납득할 수 있을까.
청춘들은 죄가 없다. 6호선 지하철에서 만난 청춘남녀들은 누군가의 아들이고 딸이요, 친구이고 친척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3년 만에 축제와 해방감을 만끽하려던 이들에겐 문제가 없다. 언론만 해도 불과 며칠 전까지 핼러윈 축제로 인해 활력을 얻을 이태원 상권의 기대감을 앞다퉈 소개하지 않았는가.
시민의 안전을 책임지지 못한 정부와 지자체
▲ 핼러윈 축제가 열리던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29일 밤 10시22분경 대규모 압사사고가 발생해 150여명이 사망하고 다수가 부상을 당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참사가 발생한 좁은 골목길 바닥에 사람들의 소지품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다.ⓒ 권우성
"핼러윈 축제를 즐기려고 이태원에 갔던 젊은 친구들은 아무런 잘못이 없습니다. 지하철에서 만난 친구들 또한 아주 평범한 한국의 20대, 30대였고요. 핼러윈은 세계인이 즐기고 있고, 이태원 역시 매년 해왔던 축제였습니다. 올해만 크게 달라질 건 없었다는 얘기고요.
서울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들의 안전을 책임지지 못한 지자체와 경찰 등 행정당국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수만, 수십만의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돼 왔던 만큼,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였던 만큼 훨씬 더 철저한 대비와 대응책을 마련했어야 했다고 봅니다."
전 세계의 이목이 서울과 이태원에 쏠렸다. 지인의 급한 연락을 받고, 30일 오후 프랑스 라디오 매체(Radio France Internationale)와 위와 같은 내용으로 짧은 전화 인터뷰를 했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를 간접적으로라도 겪은 서울시민의 인터뷰가 필요했던 듯싶다.
이 프랑스 매체에 행정당국의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한 직후, 이상민 행안부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이태원 참사가 "경찰을 미리 배치한다고 해결됐을 문제가 아니다"라며 "경찰 병력의 상당수를 광화문 집회에 배치했다"는 취지의 변명을 늘어놨다. 마치 정부의 책임은 일절 없다는 뜻처럼 비춰지는 이 같은 발언에 공감할 피해자 유족들이, 국민들이 얼마나 될까.
반면, 소셜 미디어상에서는 근 10년간 이태원 핼러윈 축제를 지켜봤다는 용산구 주민의 글이 공감을 얻고 있었다. 안전을 위해 이태원에 투입한 경찰 인력이나 사전 조치도 미흡했을뿐더러 도로 개방이나 폴리스라인, 지하철 무정차 등 행정력 미흡을 꼬집는 경험에서 우러나온 글이었다.
대통령 이하 이번 대참사에 책임을 져야 할 주요 인사들이 반드시 참고해야 할 주장이 아닐 수 없었다. 이태원에서 핼러윈 축제가 열렸던 것이 하루이틀이 아니다. 매년 열리던 축제 바로 그 자리에서 대참사가 일어났는데 행정당국의 책임을 따지지 않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 아닐까.
끝으로, 믿을 수 없는 참사에 희생당한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 이태원역 출구에 마련된 추모 공간 3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마련된 "핼러윈 인파" 압사 사고 희생자 추모 공간에서 한 시민이 절을 하고 있다. 2022.10.30
ⓒ 연합뉴스
▲ 시민들의 추모 이태원 압사 참사가 발생한 이태원역 1번 출구 인근에 시민들이 꽃과 술잔을 올리며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곽우신
오마이뉴스 하성태(woodyh)
목숨 구한 의인, 그저 방관한 이…시민의 얼굴은 같지 않았다
현장 속 대비된 모습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30일 서울 용산 이태원역 1번출구 앞에 마련된 ‘핼러윈 참사’ 추모공간을 찾은 한 시민이 꽃과 술잔을 올리며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subinhann@kyunghyang.com
떠밀리던 행인들 끌어올리고
심폐소생술·구조 활동 동참
상점 열고 대피 도운 상인도
구급차 앞에서 춤추고 노래
SNS에 올라온 장면에 ‘공분’
일부 업소는 대피 협조 안 해
“한쪽에선 시민들까지 나서 심폐소생술이 한창인데, 바로 옆에선 사람들이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있었어요. 경찰이 뭐라고 소리를 지르니까 막 야유하고요.”
200명 넘는 사상자를 낸 최악의 ‘이태원 핼러윈 참사’ 현장에 있던 대학생 김모씨(22)는 30일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김씨의 말대로 전날 밤 서울 용산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는 자발적으로 구조 작업을 돕는 시민들과 “구조에 협조해달라”는 요청을 무시한 채 구조 현장에서 춤을 추며 환호하는 시민들의 ‘두 얼굴’이 공존했다.
김씨는 “저도 골목에서 인파에 떠밀려 내리막길로 밀렸는데 길목 옆 난간에 서 있던 시민 3~4명이 팔을 잡고 (난간) 위로 끌어올려준 덕분에 살았다”고 했다.
그는 “여기저기서 ‘살려달라’ ‘심폐소생술 할 줄 아는 사람 있느냐’ 아우성이었다”며 “지켜보던 사람 중에 일부가 나서서 다친 사람들을 끌어내고 인공호흡을 했다”고 말했다. 목격자들의 말에 따르면 이태원 상인들도 상점 문을 개방하고 대피를 돕는 등 구조활동에 동참했다.
구조에 동참한 한 시민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친구랑 같이 사람들 물 마시게 도와주고, 손잡아주면서 버틸 수 있을 거라고 말을 해줬다”며 “진짜 아비규환이었다. 심정지 온 사람들이 많아지니 술집 사장님도 다 (가게) 오픈해서 사람들을 누이더라. 지금도 손이 떨리는데 여차하면 나도 죽을 수 있겠다고 생각하니 무서웠다”는 후기를 남겼다.
반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출동한 구급차 앞에서 일부 시민이 단체로 휴대전화를 든 손을 위로 치켜들고 춤을 추며 ‘떼창’을 하는 영상이 올라와 공분을 샀다. 누리꾼들은 “시민의식이 사라진 모습이다” “기괴하고 소름 끼친다” “인류애가 사라졌다”는 반응을 보였다. 소방당국과 경찰이 핼러윈 축제 중단을 요청한 이날 오전 2시 이후에도 사고 현장 인근은 축제를 즐기는 인파로 붐볐다.
일부 업소의 비협조가 사상자를 늘렸다는 비판도 나왔다. 한 시민은 “술집들이 길거리에 테이블을 내놓아 들어오려는 사람과 나가려는 사람이 뒤엉켰다”면서 “사람들이 쓰러지자 인근 가게로 대피했으나 마감 시간이라며 거리로 내보내는 바람에 더 큰 피해가 발생했다”고 했다. 다른 시민은 “좁고 난간이 있는 골목 쪽에서 (부상자가) 많았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려고 턱이 있는 데로 올라갔지만 (업소) 가드가 막았다”고 했다.
현장을 목격한 A씨는 “사고 당시 영상을 돌려보니까 사람이 깔린 후에 앞에선 ‘뒤로’라고 외치는데 뒤에선 ‘밀어’라고 외치고 있더라”면서 “이렇게 끔찍한 사고는 처음이다. 인간의 양면성을 본 기분”이라고 했다.
다른 목격자인 B씨(30)는 “이태원역 인근 해밀톤호텔 뒤편은 비명소리나 경찰들이 외치는 소리로 아수라장이었는데, 횡단보도 맞은편만 해도 상황을 모르는 건지 다들 노래에 맞춰 웃고 떠들고 있었다”며 “수백명이 압사로 죽어가는데 근방 도로에서는 사람들이 웃고 있고, 정말 끔찍한 기억”이라고 말했다
경향 이유진·강연주 기자
검증 없이 유동규 폭로 받아쓰기 경쟁하는 언론들
조선·중앙·동아·한국 등 피고인 발언 사실처럼 집중 보도... "검증 필요" 비판도
▲ 구속영장 기한 만료로 최근 출소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기획본부장이 21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관련 재판에 출석한 뒤 법원을 떠나고 있다.ⓒ 권우성
언론들이 재판 당사자인 '유동규 입'에만 주목하고 있다.
대장동 개발 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지난 20일 새벽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된 이후 연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정조준하고 있고, 언론은 그의 말을 중계 경쟁하듯 보도하고 있다. 문제는 검증이 부실하다는 점이다.
1면에 대서특필되는 피고인 발언
▲ <한국일보> 10월 22일자 1면에 실린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기획본부장의 단독 인터뷰.
ⓒ 한국일보PDF
▲ <중앙일보> 10월 22일자 기사.ⓒ 중앙일보PDF
▲ <조선일보> 10월 22일자 1면 기사ⓒ 조선일보PDF
시작은 지난 21일 <한국일보>와 진행한 단독 인터뷰였다. 유씨는 이 인터뷰에서 "급하게 갈 것 없다. 천천히 말려 죽일 것"이라며 이재명 대표를 직격했다. 인터뷰 내용은 22일자와 24일자 <한국일보> 1면에 보도됐다.
유 전 본부장은 해당 인터뷰에서 이 대표 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에게 "20억 달라고 해서 6억 정도 전달했다"고 주장하면서 "(이 대표가) 모를 리 있겠느냐"면서 이 대표를 겨냥했다. 이 대표 측근에게 돈을 줬다는 건 그의 주장이고, 이 대표가 불법 자금 수수 사실을 알았을 것이라는 언급은 그의 추정이다.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개발 특혜로 재판을 받는 피고인 신분으로, 재판과 관련된 그의 주장을 무조건 사실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런데도 이재명 대표를 정조준한 유 전 본부장의 인터뷰는 언론에 '대서특필'되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을 단독 인터뷰한 <한국일보>는 22일자 신문 1면을 할애해 "이재명, 명령한 죗값 받아야, 유동규의 폭로"라는 제목의 기사를 썼다. 22일자 <중앙일보>도 '유동규 전 성남도개공 본부장 심경 피력'이라며 이슈 코너를 만들어 그의 말을 상세히 전하는 인터뷰 기사(제목 : 유동규 "의리? 이 세계엔 없어, 법정서 사실 다 얘기할 것")를 내보냈다.
특히 "재판 중에 잠시 기사(기자회견 기사)를 봤는데 재미있더라"라는 유 전 본부장의 인터뷰 내용은 다수 언론사들이 받아적으면서 기사 제목으로 뽑았다. <조선일보>도 22일자 신문 1면과 3면(제목- 유동규 "숨길까 했는데 다 얘기하겠다")에 걸쳐 유동규 인터뷰를 보도했다.
멈추지 않는 유 전 본부장의 입, 입을 중계하는 언론들
▲ <동아일보> 10월 25일자 기사ⓒ 동아일보PDF
대장동 특혜 의혹 관련 공판이 열린 지난 24일에도 유 전 본부장의 입은 멈추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에서 기자들과 만난 그는 "이제 무서울 것이 없다"며 "예전에 조사할 때는 책임감을 갖고 임했는데, 이제는 사실만 갖고 (임하겠다)"며 이 대표를 향해 날을 세웠다. <동아일보>는 25일자에서 이 말을 집중 보도했다.
이뿐이 아니다. <조선일보>는 24일자 사설에서 유 전 본부장의 발언에 기초해 이재명 대표를 겨냥했다. 사설은 "유씨가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대선자금 수수 혐의를 일부러 조작해 만들어낼 이유가 있나"라면서 "(이 대표는) 잘못이 있다면 솔직히 인정하고 겸허하게 수사를 받는 게 도리"라고 했다. 유 전 본부장의 말을 근거로 사실상 이재명 대표가 대선자금을 수수한 범죄자인 것처럼 쓴 것이다.
<중앙일보>도 25일자 '김용도 과연 입을 열까'라는 제목의 최민우 정치에디터 칼럼에서 "20억 요구, 8억 수수는 김(용) 부원장 혼자 한 일일까"라면서 구속된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유씨처럼 폭로전을 펼칠 날이 멀지 않을 것이라는 내다봤다. 이 역시 유 전 본부장이 언론을 통해 전한 말들을 '사실'로 전제한 내용의 칼럼이다.
사실 대장동 관련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피고인' 신분인 유 전 본부장이 연일 언론에 폭로하는 말들은 검증이 필요하다. 그가 쏟아내는 말들이 향후 재판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여론을 조성하려는 목적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론들은 검증 없이 유동규의 입을 빌려 이재명 대표를 겨냥한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다.
"재판 핵심 당사자 발언 검증 필요"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대장동처럼 대형 비리 사건의 경우,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는 주장들이 많다"면서 "특히 재판 핵심 당사자인 사람의 말은 검증이나 사실 확인이 필요한데, 이런 절차 없이 언론사의 논조와 맞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 사람의 말이 대서특필하고 마구잡이로 받아쓰는 행태는 부적절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렇게 일방의 주장을 기사로 양산하게 되면, 진실 규명은커녕 더 많은 의혹이 불거지면서 진실 규명을 어렵게 만들고, 특정 정치세력의 당리당략에 이용될 우려가 높다"고 비판했다.
오마이뉴스 신상호(lkveritas)
노후대비 부족으로···‘평균 2.9년’ 더 일한다
지난해 서울 종로구 동대문종합시장 인근에서 노인들이 택배 일감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국내 중·장년 노동자들이 은퇴를 원하는 나이는 평균 69.4세로 답했다. 하지만 노후대비 부족 등의 이유로 3년 가까이 더 일을 하고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는 40세 이상 중장년 구직자 102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이같은 결과가 나타났다고 31일 밝혔다.
중·장년 구직자의 은퇴 희망 평균연령은 69.4세였다. 이는 실질 은퇴연령 평균 72.3세(2018년 기준)보다 2.9세 낮다. 전경련중소기업협력센터 관계자는 “우리나라 중·장년은 70세 이전 은퇴를 희망하지만, 경제사정 및 노후 준비 부족 등 현실적인 이유로 노동시장에 계속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은퇴 희망 평균연령은 69.4세는 지난 2019년 실태 조사 당시의 67세보다 2.4세 상승한 것이다. 중·장년 구직자의 65.6%는 70세 이후에도 계속 일하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중·장년 구직자가 이전 직장에서 퇴직한 사유는 권고사직·명예퇴직·정리해고·계약종료(53.1%)가 가장 많았다. 사업부진·휴폐업(11.7%), 코로나로 인한 경영악화(7.7%) 등의 비자발적 퇴직 사유가 뒤를 이었다. 정년까지 마쳤다는 응답은 10.7%에 그쳤다. 응답자 36.8%는 6개월 이상 장기실업 상태에 놓여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장년 구직자가 재취업을 희망하는 이유로 생활비 및 개인용돈 마련, 자녀 교육비 등 경제적 사정으로 인한 비율이 49.5%를 차지했다. 일하는 즐거움(22.2%), 건강유지(11.3%), 습득한 전문 지식과 기술, 노하우 전수(7.7%) 등이었다.
중·장년 구직자가 재취업시 희망하는 임금은 월 273만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 2020년 5월 실태조사 당시의 희망임금 244만원보다 29만원 상승한 액수다.
재취업에 가장 필요한 서비스로는 구인구직 매칭(32.3%)을 꼽았으며 이어 채용행사 및 일자리 정보제공(21.4%), 취업연계 직업훈련 및 기술교육(19.9%) 구직능력향상 교육(10.0%) 순으로 조사됐다.
구직자 10명 중 6명은 “재취업 시 주된 경력과 다르게 희망직종을 변경한다(57.2%)”고 답했으며, 그 이유로 “연령 제한으로 기존 직종으로 재취업이 어렵다(55.6%)”는 응답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경향 김상범 기자
사설] 돌아온 룰라, 극우 포퓰리즘 극복·아마존 회복 주목한다
중남미 진보좌파의 상징인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시우바가 30일 브라질 대선 결선투표에서 승리가 확정된 뒤 지지자들 앞에서 승리를 축하하고 있다. 상파울루/로이터 연합뉴스
룰라가 돌아왔다. 중남미 진보좌파의 상징인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이 30일 대선 결선투표에서 극우 보수 현직 대통령인 자이르 보우소나루를 1.8%p의 근소한 차이로 누르고, 12년 만에 3선 대통령으로 복귀하게 됐다. 룰라의 이번 승리는 남미의 대국 브라질 일국을 넘어서는 의미도 갖고 있다. 세계 곳곳의 민주국가들이 극단적 정치 분열을 겪고 있는 가운데, 극우 포퓰리즘에 맞서 쉽지 않은 승리를 거둔 룰라 대통령이 어떻게 깊은 분열과 어려움을 극복해나갈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브라질의 트럼프’로 불리는 현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집권 동안 브라질은 상처와 증오에 휩싸였다. 대통령의 소수자 혐오 발언이 계속되었고 부유층 감세와 민영화로 빈곤층이 크게 늘었으며, 코로나19 방역실패로 70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증오 정치’로 강력한 지지기반을 구축한 보우소나루는 이번에도 49.1%나 득표했으며, 자신이 패배한다면 선거 결과에 불복할 뜻을 거듭 밝혀왔다.
이런 상황에서 룰라도 당선 직후 ‘평화와 통합'을 강조했다. 그는 “두 개의 브라질이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하나의 나라이고, 하나의 국민이며, 위대한 국민이다”라며, “증오로 물든 시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호소했다. 노동운동가 출신 룰라는 2002년~2008년 집권 기간, 2500만명을 빈곤에서 탈출하게 했고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성공한 대통령이었다. 하지만 퇴임 뒤 검찰이 주도한 부패사건 수사로 수감되었다가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고 정치로 돌아왔다. 불평등 극복과 여성 안전, 노동권 보장 등을 강조하는 그가 경제적 어려움과 분열의 정치에 빠진 브라질을 어떻게 이끌고 가느냐는 전세계 민주주의에 적잖은 시사점을 줄 것이다.
친환경주의자인 룰라의 승리는 ‘지구의 허파’인 아마존 열대 우림을 구하기 위한 중요한 이정표이기도 하다. 보우소나루는 집권 이후 아마존 유역에서 농지 확대와 자원 개발을 위한 무분별한 벌목을 강행했다. 나무 20억 그루가 사라졌고, 많은 원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잃고 쫓겨났다. 이런 상황이라면 10~20년 안에 아마존에서 나무가 사라질 것이란 경고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룰라는 “우리는 아마존에서 다시 감시하고 감독할 것이다. 모든 불법행위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약속이 지구의 미래를 지키기 위한 공존의 길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한겨레
일터에서 죽고, 길에서 죽고... 대체 국가는 어디에 있었나
사회적 참사 벌어지면 그제야 나타나는 '국가'... 부디 안전할 권리를 지켜달라
▲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참사 현장에 경찰통제선이 설치되어 일반인들의 출입이 통제된 가운데, 참사 현장 인근 한 상인이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촛불, 배, 감, 밥, 국 등으로 차려진 제사상을 내놓았다.ⓒ 권우성/ 오마이뉴스
시민단체 생명안전시민넷은 "정치권은 대형 사고가 발생할 때만 잠시 관심을 가질 뿐, 사람이 죽고 다치는 안전사고는 반복되고 구조적·근본적 원인에 대한 진단과 해법 모색은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그 결과, 대한민국은 국민 누구나 언제 다치거나 목숨을 잃을지 모르는 '후진적 위험사회'이며 고통은 국민의 개인 몫으로 전가되고 있다"고 개탄했다.
애도가 전부는 아니다
29일 발생한 이태원 압사 참사에 대한 정부와 대통령의 대처는 이전의 사고와 동일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고, 야당은 초당적 협력 입장을 밝혔다.
'조문과 애도'는 국가가 해야 할 역할 중 작은 부분일 뿐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일하다 죽지 않을 권리, 길거리에서 사망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국가의 진정한 책무다.
이태원 참사 한 줄 속보
오전 11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사망자 156명(외국인 26명), 부상자 151명 집계 발표. 중상자 29명, 경상자 122명. 부상자 111명은 귀가, 입원자는 40명.
10월 31일 저녁 11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사망자 155명(외국인 26명), 부상자 152명으로 집계 발표. 중상자 30명, 경상자 122명.
오후 9시. 서울경찰청 수사본부, 사망한 154명 가운데 여성이 99명, 남성은 55명으로 최종 확인.
오후 2시. 서울경찰청 수사본부, 사망자 154명 전원 신원 확인. 신원 불분명했던 1명은 40대 후반 내국인으로 확인.
오전 11시. 교육부, 이태원 참사 사망자 가운데 중고생 6명(중학생 1명, 고등학생 5명) 포함 발표.
오전 6시. 중앙안전대책본부, 사망자 154명(외국인 26명), 부상자 149명 집계 발표. 전날보다 부상자 17명 증가. 중상자 33명, 경상자 116명. 사망자를 나이대별로 보면 10대 11명, 20대 103명, 30대 30명, 40대 8명, 50명 1명, 나머지 1명은 연령대 미파악.
10월30일 오후 5시30분. 사망자 신원 확인 나선 서울경찰청 수사본부, 여성 1명 추가로 숨져 총 사망자 154명 발표. 사망자는 여성이 98명, 남성이 56명. 외국인 사망자는 14개국 26명.
오후 4시37분. 오세훈 서울시장, 유럽 출장 중 급거 귀국
오후 4시30분. 중대본, 사망자 153명, 부상자 103명. 부상자 가운데 중상자 24명. 사망자 가운데 여성이 97명, 남성이 56명. 외국인은 20명.
오후 3시. 국방부, 사망자 가운데 3명이 장병과 군무원. 부상자 가운데 4명이 장병과 군무원 발표.
오후 2시. 서울시, 이태원 압사 사고와 관련해 실종 신고 3,580건 접수.
낮 12시. 한덕수 총리, 긴급대책회의 주재. “정부는 서울시 용산구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
오전 10시02분. 윤석열 대통령 이태원 사고 현장 방문.
오전 9시45분. 윤석열 대통령 긴급 대국민 담화 발표. 11월5일까지 국가 애도 기간 선포.
오전 9시. 소방당국, 사망 149명, 부상 82명 발표
오전 6시30분. 소방당국, 사망 149명, 부상 78명 발표.
새벽 4시. 소방당국, 사망 146명, 부상 150명 발표. 한남동주민센터에 실종자 접수처 마련.
새벽 2시40분. 소방당국, 사망 120명, 부상 100명 발표.
새벽 1시30분. 소방당국, 사망 59명, 부상 150명 발표.
0시58분. 윤석열 대통령 위기관리센터에서 긴급상황 점검회의 주재.
0시30분. SNS에 "밤 10시가 넘어 해밀톤 호텔 옆 좁은 길에서 누군가가 넘어졌고, 뒤를 따르던 사람들도 차례로 넘어져 겹겹이 쌓였다”라는 글과 함께 사고 현장 사진과 동영상 전파.
이태원 사고 직후 현장.ⓒ시사IN 조남진
10월29일 밤 11시50분, 소방당국, 대응 3단계 발령. 구급차 142대를 비롯해 구조 인력과 장비를 대거 투입.
밤 11시13분. 소방당국, 대응 2단계 발령. 이태원 일대 업소들에 핼러윈 축제를 중단 요청.
밤 10시43분. 소방당국, 대응 1단계 발령.
10월29일 밤 10시15분. 소방당국, 이태원 해밀톤 호텔 인근 사람이 깔려 호흡곤란 환자 발생 신고 수십 건 접수. 사고 직후 해밀톤 호텔 앞 도로에 수십 명이 쓰러진 채 심폐소생술(CPR) 진행
한국과 외신의 이태원 참사 보도 ‘결정적’ 차이
한국은 ‘이모씨’, ‘30대 직장인’ 뉴욕타임스는 실명 등장
외신은 고향, 꿈, 미담 등 일반인 피해자의 삶 집중 조명
메인에 길이 긴 종합보도, 한국은 가십성 기사 전면 배치
지난달 29일 밤 서울 이태원 참사에 한국 언론은 물론 외신도 연일 소식을 전하고 있다. 외신은 이태원 참사를 어떻게 보도하고 있을까.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 워싱턴포스트(WP), CNN 등 외신의 이태원 보도를 분석했다.
김서정, 정솔, 만라파즈…27명의 실명 쓴 NYT
뉴욕타임스(NYT)는 29일 이후 약 10건의 이태원 참사 기사를 썼다. 해당 기사들에서 등장하는 실명은 총 27개다. 현장 목격담을 전하는 취재원 중 ‘익명’은 없었다. 이모씨, 김모씨 등 익명 취재원을 사용한 한국 언론과 가장 큰 차이점이다.
NYT는 현장 소식을 전하며 김서정, 정솔, 베네딕트 만라파즈, 자넬 스토리, 아하메드, 세틴카야 등 실명 취재원을 사용했다. 각각의 취재원은 짧게 소비되지 않고 최대한 자세하게 경험을 전하고 있었다. 고등학생 김서정 씨는 NYT에 “오후 8시 골목에 들어섰을 때 이미 사람들이 너무 많아 한 발짝도 내딛기가 어려웠다”며 “한 시간 뒤에 포기하고 돌아서서 집에 가려고 했지만 반대 방향으로도 움직일 수 없었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사람들이 밀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자넬 스토리 인스타 갈무리.
영어 교사 자넬 스토리 씨는 NYT에 “참사가 일어났던 그 골목의 코너에서 10시 30분경 엄청난 인파가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것을 봤다”며 “처음에는 만취한 사람들의 무질서라고 생각했다. 지하철을 타고 돌아온 후에야 사태의 심각성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NYT는 그녀의 목격담을 증명할 수 있게끔 인스타그램 주소를 기사에 첨부했다.
NYT 외에 다른 주요 외신도 마찬가지다. 영어교사 파머 씨는 CNN에 “거리의 사람들에게 압도돼 술집으로 들어갔다”고 말했고 조수아 씨는 “사건 이전에 인원을 통제하려는 시도를 보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10개가 넘는 기사 중 CNN이 사용한 익명 취재원은 1명뿐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필라테스 강사 김지애 씨와 대학생 이태훈 씨를, 워싱턴포스트(WP)는 장주아 씨를 실명으로 기사에 실었다. WSJ에서 김지애 씨는 친구가 응급 구조원에 빨간 립스틱을 빌려줘 사망자 배에 표시할 수 있도록 도왔고 의상의 일부로 입었던 하얀 수건을 시신을 가리는데 사용했다며 “창백한 얼굴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은 대부분의 현장 취재원을 ‘익명’으로 처리했다. 조선일보는 31일 지면 3면에서 현장 소식을 전하며 20대 이모씨, 또 다른 이모씨, 28살 김모씨, 상인 A씨 등으로 현장 소식을 전달했다. 중앙일보는 일부 실명을 사용했지만, 김모씨, 30대 직장인, 권모씨 등 익명이 다수였고 한겨레 역시 동아무개, 지아무개 등 익명이 자주 등장했다.
유명인 대신 일반인 피해자 생애 조명
일반 한국인 피해자의 생애를 조명한 기사도 눈에 띄었다. NYT는 박가영 씨를 포함한 4명의 삶을 조명했다. NYT는 30일 기사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어머니는 딸을 잃은 슬픔에 잠겨 있다(‘How can I explain it in words?’: A mother mourns the loss of her daughter)’ 기사에서 “박가영 씨는 캐나다에서 패션 디자인을 공부하는 것이 꿈이었던 19세 대학생이었다”는 부제목을 달았다.
▲ 30일자 NYT 보도. 일반인 피해자 박가영 씨의 삶을 조명했다.
이어 NYT는 “한국 홍성이라는 시골 마을 출신인 그녀는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대도시 대전의 목원대학교에 재학 중이었다. 캐나다에서 패션 디자인을 공부하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도 하고 있었다”며 “딸과의 마지막 대화는 유학 준비에 관한 것이었다”는 피해자 어머니의 발언을 전했다.
이외에도 NYT는 고등학생 2학년 김동규 군의 사망을 보도하며 “삼성전자에 취직해 할머니에게 용돈을 주겠다고 약속했고, 학생 시절에도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모아 어머니와 할머니에게 옷을 사줬다”는 미담을 전했다. WP는 29일 기사에서 최보성 씨의 사진과 함께 “생일을 맞아 절친 두 명과 함께 축하하기로 한 날”이라고 보도했다. 피해자와 유족들 모두 실명으로 보도됐다.
한국에선 유명인의 사망 소식이 화제에 올랐다. 지난달 30일 각 언론사의 네이버 ‘랭킹뉴스’에는 프로듀스101 출신 배우 이지한, 치어리더 김유나 씨의 사망 소식이 순위권에 포진됐다. 일반인 피해자의 사망 소식은 익명으로 처리됐다.
한 기사에 모든 것 담는 종합 보도…가십은 없었다
주요 외신은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을 하나의 기사에 모두 포함하고 있다. 현장 증언, 피해 규모, 핼러윈의 의미, 한국의 치안, 유족 인터뷰, 당국의 대비 부족 등의 내용이다. 사안별로 구분해 보도하고, 가십성 기사를 쏟아내는 한국 보도와 구별된다.
NYT는 메인에 이태원 참사 기획으로 4가지 섹션(어떻게 축제는 끔찍하게 변했나, 피해자들, 피할 수 있었던 재앙, 몰려드는 인파 속에서 해야 할 일)을 두고 있다. 모두 한글 기준 3000자(공백포함)가 넘는다. 종합기사 성격을 띠고 있는 첫 번째 섹션(어떻게 축제는 끔찍하게 변했나) 기사는 5000자가 넘었다. 현장 분석부터 관리 인력이 부족했던 문제까지 종합적으로 사태를 짚었다.
▲ WP의 이태원 참사 보도. 기사 왼편에 시간 순으로 확인된 사실이 나열돼 있다.
CNN 역시 하나의 기사를 클릭하면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이 시간순으로 정리된 ‘종합기사’로 넘어간다. 길이는 8000자가 훌쩍 넘는다. 29일 사건 당일의 속보부터 현재까지 ‘확인된’ 사항을 정리했다. WP도 마찬가지다. 하나의 기사를 클릭하면 전체적인 흐름을 볼 수 있다. “거리가 오전 3시 40분에 정리됐다”는 현지 특파원 속보와 함께, 전문가 인터뷰, 도미노 효과(domino effect), 21세기 재난 현황 등 사건에 대한 분석이 한 기사에 모두 담겨 있다.
쉽게 종합적인 흐름을 알 수 있는 외신과 달리 한국에선 이러한 정보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가장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네이버 뉴스에서 각 언론사 메인에 걸려 있는 기사는 대부분 자극적인 단건 보도다. 1일 오전 기준 조선일보의 뉴스 페이지에는 ‘이태원 참사 조롱? 베트남 핼러윈 코스프레 논란’과 ‘내 친구 죽어가는데 웃고 노래했다’는 기사가 메인에 배치돼 있다. 국민일보는 ‘숨진 美대학생, 연방 하원의원 조카였다…“가슴 무너져”’, ‘다리 전체 피멍…“압박 이정도” 이태원 생존자의 사진“을 배치했고, 서울신문은 ‘밀어! 외쳤다는 토끼머리띠男 등장…“절대 밀지 않았다”’ 기사를 메인에 걸었다.
▲ 1일자 조선일보와 국민일보 네이버 뉴스 메인.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가장 많이 소비하는 기사도 이러한 ‘가십성’ 기사다. 1일 오후 12시 기준 조선일보 네이버 랭킹뉴스 1위 기사는 토끼머리띠 남성 기사였고, 한국경제 1위 기사는 ‘“사람이 죽어간다, 제발 도와달라”…경찰관의 처절한 외침’, 중앙일보 1위 기사는 ‘“사람 죽고 있다, 제발 돌아가라” 그날 목 쉬도록 외친 경찰관’ 기사였다. 매일경제 랭킹 1위은 ‘“쓰레기 XX”…이근, 이태원 희생자 2차 가해 악플에 분노’ 기사였다.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이태원 참사’ 신중치 못한 보도들
“내려가!” “밀어!” 영상 증거? 커뮤니티 소문 보도 ‘마녀사냥’ 우려
10월29일 이태원 핼러윈 축제 현장에서 벌어진 참사로 온 사회가 충격에 빠졌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언론은 유가족과 시민들이 사고의 충격을 견뎌낼 수 있도록 돕고, 다시는 이런 사고가 재발되지 않게 원인을 규명하고 대책을 세울 수 있도록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사건 초기 많은 정보가 뒤섞인 상황에서 언론의 신중하지 못한 보도는 또 다른 피해를 양산할 수 있습니다. 특히 혼란스러운 현장에서 단편적인 정보만 갖고 누군가를 특정해 사고의 원인을 찾는 듯한 보도는 시민들의 슬픔과 분노의 방향을 잘못 유도해 사건 피해자들이 오히려 비난의 대상이 되거나 무고한 사람을 주범으로 몰아갈 수 있어 대단히 위험합니다.
MBC, ‘약물’ 주장 인터뷰이 방송 논란
MBC는 뉴스특보를 진행하는 도중 이번 사건에 대해 ‘단순 압사 사고가 아니라 약이 돌았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고 주장하는 시민 인터뷰를 그대로 내보내 논란이 됐습니다. MBC 앵커가 “현장 상황이 어떤지 보이는 그대로 전해달라”고 말하자, 전화 연결된 시민은 ‘처음에는 압사 사고라고 들었는데 단순 압사 사고가 아닌 것 같다. 이태원에서 약이 돌았다는 말이 있는 것 같다’는 취지로 발언했습니다.
생방송 과정에서 이러한 ‘돌발성’ 인터뷰가 생기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닙니다. 대형 사고가 발생하면 혼란스러운 현장에서 목격자들은 다소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앵커의 대응입니다.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2014년 언론인들 스스로 제정한 재난보도준칙 13조와 14조는 ‘확인되지 않거나 불확인한 정보는 보도를 자제하고 불가피하게 단편적이고 단락적인 정보를 보도할 때는 부족하거나 더 확인돼야 할 사실이 무엇인지 함께 언급하여 독자나 시청자가 정보의 한계를 인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뉴스 진행자는 목격자들의 정보가 부정확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정보의 한계를 시청자들이 인식하도록 해야 하지만 MBC 앵커는 목격자의 발언을 다시 한 번 확인했을 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사건 시작으로 지목된 “내려가!” “밀어!” 영상, 원인 맞을까
‘누가 먼저 밀었느냐’는 식의 소위 ‘범인’을 찾으려는 언론의 시도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좁은 장소에 인파가 몰려 벌어진 사고에 누가 밀기 시작했는지는 실제 사건의 원인에 중요하지 않을 뿐더러 그 사람들에게 대형 참사의 고의가 있었다고도 보기 어렵습니다. 언론이 관련 보도에 신중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SBS는 10월30일 오후 4시경 <“밀어” 고함 뒤 비명… 이태원 참사 목격자들 공통된 증언>(10월30일)에서 “사고 전후 이태원 상황이 담긴 제보 영상”이라며 시민들이 “내려가!”를 연호하는 제보영상을 보도했습니다. SBS뿐 아니라 JTBC <“"뒤로" 외쳤지만 순식간에… 사고 직후 혼돈의 순간들>(10월30일), TV조선 <“당시 ‘밀어! 밀어!’ 소리 들렸다”… 정확한 사고 원인 오리무중>(10월30일), YTN <[자막뉴스] 손짓 몇 번에 움직이는 사람들?… 이태원 참사현장서 포착된 장면>(10월30일) 등 현장에서 시민들이 외친 구호가 사건의 시작이라 짚은 보도가 다수 나왔습니다.
▲ 10월30일, 시민들이 “내려가” 구호를 외치는 현장 영상을 보도한 SBS.
그러나 10월31일 오전 새로 알려진 사실만 봐도 당시 시민들이 외친 구호가 결정적인 원인이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그날 아침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에는 사고 2~3시간 전 시민들이 똑같이 ‘내려가’를 외치면서 질서를 회복하고 막힌 길이 뚫리기 시작하는 영상이 올라왔습니다. 현장에 제대로 된 통제가 있었는지가 문제의 핵심이지, 수 백 명이 밀고 밀치는 상황에서 누가 먼저 밀었느냐를 찾는 것은 공허한 논쟁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인터넷 커뮤니티발 소문 잇따라 보도, ‘마녀사냥’ 우려
여기서 더 나아가 인터넷 상의 추측을 그대로 기사화하여 누가 범인인지를 단정하는 듯한 보도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10월30일부터 온라인상에는 이른바 ‘토끼 머리띠’를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하는 게시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는데, 한국일보 <쏟아지는 “밀어, 밀어” 의혹… 온라인 동영상·목격담 잇따라>(10월30일)을 시작으로 조선일보 <“5~6명이 밀기 시작” “토끼머리띠 남성” 잇단 증언… 경찰, CCTV 분석>(10월31일), 중앙일보 <“다들 ‘뒤로’ 외칠때, 맨뒤서 ‘밀어’ 외쳐”… 경찰, CCTV 분석>(10월31일), MBN <목격자 “토끼머리띠 남성이 밀라 했다”… 경찰, CCTV·현장 증언 분석>(10월31일) 등 보도가 잇따랐습니다.
▲ 인터넷 발 ‘토끼머리띠 남성’ 의혹을 그대로 기사화한 언론 보도. 사진=네이버 검색화면 캡쳐
이러한 기사는 제목에서 ‘토끼머리띠 남성’이라는 키워드를 경찰의 CCTV조사와 나란히 배치해 마치 경찰이 어떤 남성을 범인으로 특정했다는 인상을 주지만, 기사 내용을 살펴보면 경찰은 CCTV를 ‘디지털증거 긴급분석’ 대상으로 지정하고 조사하겠다고 했을 뿐 누군가를 범인으로 특정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심지어 누군가 ‘밀어!’라고 외쳤다는 주장도 경찰에 따르면 현장 목격자들의 증언이 엇갈리고 있다고 합니다. 세계일보는 <토끼머리띠 남성부터 BJ책임론까지… 추측성 ‘마녀사냥’ 경계해야>(10월31일)에서 검증되지 않은 무분별한 의혹 확산을 경계하는 목소리를 냈습니다.
1989년 영국 힐스버러 스타디움에서도 많은 인원이 경기장에 입장하면서 보호철망이 무너져 94명이 압사하고 766명이 부상당하는 대형 참사가 있었습니다. 그때도 경기장에서 전문적으로 난동을 벌이는 훌리건 5000여명이 난입해 사고가 벌어졌다는 이야기가 돌았고, 경찰까지 그렇게 발표했으나 영국 정부는 독립적 위원회를 구성해 23년에 걸친 공식 조사 끝에 사고의 원인은 인원 통제를 잘못한 경찰에게 있다고 결론내리면서 사건 피해자들은 ‘훌리건 누명’을 벗을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대형 사고의 원인은 긴 시간 차분히 조사해야 원인을 밝힐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편적인 영상만으로 몇 가지 정황을 짜 맞춰 보도하다가는 잘못된 결론에 이르기 쉽다는 점을 언론은 유념해야 할 것입니다.
- 모니터 대상 : 2022년 10월29~31일 13시 네이버 뉴스에 송고된 ‘이태원 압사 참사’ 관련 기사
민주언론시민연합
외신들 "이태원 참사는 한국 정부 잘못... 국가 이미지 실추"
외신들이 해외 재난 전문가들을 인용해 "이태원 참사 책임은 핼러윈 축제 당일 몰려든 인파 규모를 모니터링하는 데 실패한 경찰과 지방자치단체 등 한국 정부에 있다”고 꼬집었다.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해서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다"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또한 이번 참사가 첨단 정보통신(IT) 기술 강국이자 대중문화 강국이라는 한국의 이미지를 떨어뜨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CNN "한국 정부, 이태원 인파 전혀 예상 못해"
3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조문을 위해 줄을 지어 입장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0일(현지시간) 전문가들을 인용해 "한국 정부가 많은 사람들을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안전 전문가인 폴 워트하이머는 "법 집행기관(경찰)이 클럽 경비원처럼 참사 발생 골목길에 대한 접근을 관리했어야 한다"고 짚었다.
미국 재난관리 전문가인 줄리엣 카이엠은 미국 CNN방송에서 "한국 정부는 토요일(29일) 밤에 많은 인파가 몰릴 걸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그러나 비상상황이 벌어지면 사람들을 대피시킬 수 있도록 실시간으로 군중 규모를 모니터링해야 하는 책임이 정부에 있다"고 말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비극이 벌어질 당시를 촬영한 영상은 골목길이 많은 규모의 인파를 감당할 수 없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하지만 이태원 관할구청이 안전 대책으로 내놓은 건 코로나19 예방, 식당 안전 점검, 마약 단속 등뿐이었다"고 비판했다. 영국의 행사 안전 컨설팅 그룹 '크라우드 세이프티'의 스티브 앨런 설립자는 참사 직전 이태원 거리를 찍은 영상들을 검토한 뒤 "인파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사히 "한국 경찰, 군중 움직임 정보 파악 못해"
일본 언론들은 한국 경찰에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 경시총감 출신으로 2020 도쿄하계올림픽 경비 책임을 맡았던 요네무라 토시로는 아시히신문 인터뷰에서 "사람이 모이는 혼잡한 곳의 경비는 어려울 수밖에 없는 만큼 장소를 특정하고 정보를 모아 미리 준비하는 수밖에 없다"며 "그러나 한국 경찰은 군중의 움직임이 갑자기 변화하는 요인 등에 대한 정보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요미우리신문도 "코로나19 거리두기 규제가 완화된 올해 많은 사람들의 핼러윈 축제 참가가 예상됐지만, 지자체와 경찰의 준비가 허술해 사고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태원 참사를 두고 "한국에서 발생한 최악의 평시 재난 중 하나"라며 "번성하는 기술 강국, 대중문화 강국인 한국의 이미지를 손상시켰다"고 보도했다. NYT는 "한국에선 정치ㆍ노동 집회를 정부에 미리 신고하는 것이 법적 의무이지만, 매년 핼러윈에 젊은이들이 이태원에 모이는 데는 사전 허가 의무나 법적 제한이 없다"며 "서울의 공무원들이 29일 밤 조직적이지 않은, 자발적인 군중들에 허를 찔렸다"고 보도했다.
김현우 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한국 기업의 다음 장애물은 ‘EU 역외보조금제’
내년 6월 시행… 한국기업 대응책 고심
EU가 추진 중인 역외보조금 규제 법률안이 오는 12월 공식 채택돼 2023년 6월 시행될 전망이다. 역외보조금제도는 외국 기업이 EU 시장에서 기업 인수·합병 등 기업결합을 추진하거나 공공조달에 참여할 때 최근 3년간 정부로부터 받은 보조금 내역을 신고해야 하는 법안이다. EU 집행위는 EU 경제정책에 따라 회원국의 보조금은 엄격하게 규제해왔으나 역외국에는 이를 적용할 수 있는 규정이 없어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는 법안 취지를 내세웠다. 하지만 법률안 내 주요 개념이 불명확하고 광범위한 직권조사 권한 등으로 전혀 통제받지 않는 ‘무소불위’의 법안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9월 14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최근 미국과 EU의 보조금 입법 동향 및 대응방안’ 세미나에서는 EU의 역외보조금제도가 지나치게 광범위한 규정을 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법안은 보조금을 정부로부터 받은 ‘재정적 기여’라고 규정한다. ‘재정적 기여’는 보조금으로 받은 돈뿐만 아니라 세액공제 등 다양한 지원책을 포함하는 포괄적 개념이다. 법의 적용대상, 위반 시 조치 등도 광범위하다. EU 집행위는 인수합병(M&A), 공공조달 분야뿐 아니라 경쟁 왜곡이 의심되는 모든 분야를 직권조사할 수 있도록 했다. 김두식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EU 역외보조금제도는 적용대상이 제조업뿐만 아니라 모든 서비스업까지 포함하고 있고, 보조금을 받았다고 사전신고해야 하는 소급의 범위가 넓으며, 어디까지가 재정적 기여인지 판단하기 어렵다”라며 “조치도 다양하고 황당하다. 과징금을 부과하고 보조금을 반환하거나 사업을 취소할 수도 있다. 조사·판단의 주체가 EU 집행위원회인데 전혀 통제받지 않는 쪽으로 문을 열어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나치게 포괄적인 법안 내용에 대응을 준비 중인 기업들도 막연한 상황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요즘은 정부가 기업에 직접 보조금을 지원하기보다 은행을 통해 간접지원을 하거나 정책을 통해 세제 혜택을 주는 경우가 많다. 그런 것들을 하나하나 리스트업하고 또 EU 역내 국가들의 지원책들을 따져보면서 정부와 대응논리를 만들어가고는 있다”라면서도 “법률안이 포괄적이다 보니 EU 역외보조금제도의 타깃이 명확하게 무엇이 될지 모르는 상황이라 사실 감을 잘 못 잡겠다”라고 말했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 EU집행위원회는 2023년 6월 EU 역외보조금 제도를 시행할 예정이다. /AP연합뉴스
타깃은 중국, 한국은?
2021년 12월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서 발간한 ‘글로벌 보조금 규제의 새로운 현상: 역외보조금·기후변화 보조금·환율보조금(이천기·강민지·김민주)’에 따르면 EU 역외보조금 법안은 EU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 기업에 대한 대응을 배경으로 한다. 2021년 9월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연례 정책연설에서 역외보조금 입법안을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대응(Dealing with China and Russia)’이라는 목차에서 소개한 바 있다. 보고서는 “2021년 5월 발표된 입법안에서는 EU 역내 기업이 받았더라면 EU 국가보조 규칙하에서 불법이었을 지원을 중국 정부가 EU 내 중국기업에 공여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같은 날 발표된 영향평가 보고서는 중국의 ‘중국제조 2025’ 산업전략하에서 로봇공학, 전기차, 의료장비, 항공우주, 해운 및 철도 등 다수의 산업, 특히 고기술 핵심산업 육성에 시장조건보다 유리한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아울러 중국과 체결된 EU의 공공조달 계약은 2019년 7억5000만유로에서 2020년에 20억유로에 근접한 수준까지 급상승한 반면 EU 기업들은 중국 공공조달 시장에서 거의 배제된 상태라고 말했다.
중국 기업의 EU 시장 잠식 우려가 고조된 상황에서 도입되는 EU 역외보조금제도를 한국기업은 비껴갈 수 있을까. 이천기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EU 역외보조금제도는 기업 인수·합병, 공공조달 시 적용되는데, 법안은 이 두가지의 ‘여집합’이라고 할 수 있는 ‘그 밖의 상황’까지 언급하고 있다. ‘그 밖의 상황’을 EU가 얼마나 광범위하게 쓰려고 할지가 아직은 불분명하다”라며 “다만 과거 유사 사례 규제에 비춰볼 때 1차 타깃은 중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2015년 6월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무역특혜연장법(TPEA)을 통과시켜 반덤핑 규칙을 개정했다. 이 개정에는 반덤핑조사에서 수출국 국내 시장의 왜곡에 정상가격을 산정하기 위한 ‘특별시장상황(PMS)’ 규정, 미국 정부가 요구하는 자료를 충분하게 제출하지 않으면 해당 기업에 불리하게 반덤핑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불리한 가용정보(AFA)’ 규정이 포함됐다. ‘비시장경제국’으로 분류되는 중국을 겨냥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실제 적용은 ‘시장경제국’인 한국산 철강에 집중돼 2017년부터 한국산 철강제품에 추가 반덤핑 관세가 부과됐다. EU도 2017년 12월 미국의 PMS 조항과 상응하는 ‘중대한 시장 왜곡’ 조항을 신설했으나 아직까지 한국산 제품에 이를 적용한 사례는 없다.
이천기 부연구위원은 “미국이 반덤핑 규제책으로 한국산 철강제품에 대해 추가 관세를 부과했고 EU도 같은 제도를 거울 입법처럼 만들어 시행했다. 한국도 기술적으로 위 개정의 영향권에 있었으므로 높은 반덤핑 관세를 부과받을 수 있었으나, 지금까지 한국산 제품에 EU가 위 시장 왜곡 조항을 적용하고 있지는 않다. EU는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국가보고서에서 시장 왜곡 우려가 있음을 지적하고 실제 시장 왜곡 조항을 적용했다. 이에 따라 추가 반덤핑관세를 부과한 대상은 EU로 수입되는 중국산 제품뿐”이라고 말했다. 다만 기업 인수·합병의 경우 EU 역내 공급망 생산 전략과 맞물려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천기 연구위원은 “미국처럼 EU도 공급망 재편을 통해 핵심적인 품목의 생산이 역내에서 이뤄지도록 유인하고 있다. 이로 인해 EU 고객사가 역내 생산에 제공되는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 우리 기업에 EU 내 생산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며 “EU에 생산시설을 건설하는 방법도 있지만 EU 역내 기업을 인수·합병할 수도 있다. 이때 기업이 단독으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으로부터 특혜금융 지원을 받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역외보조금제도가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경남 거제 대우해양조선소 내 작업 현장 모습/문재원 기자
한국 조선업도 주의해야
지난 7월 14일 미국 매체 ‘폴리티코(Politico)’는 ‘역외보조금 규정을 주의해야 할 5가지 산업(5 industries that need to watch foreign subsidies rules)’ 기사에서 역외보조금제도가 겨냥하는 산업으로 철강, 알루미늄 등 기초산업과 인프라 등을 지목했다. 기사에서는 해당 산업의 중국 기업들을 주로 언급했지만, 한국의 조선업도 지목했다. 기사는 “중국과 한국의 정부지원 조선소나 중동의 국영항공사에 대한 오랜 불만이 EU에서 고조돼왔다. 유럽조선협회는 한국과 중국의 부실 조선소들이 대출을 받았다고 지적했다”며 EU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구조조정 계획없이 부실기업에 대한 무제한 보증이나 보조금이 왜곡을 일으킬 가능성이 가장 큰 해외보조금”이라고 말했다. 대한상의 세미나에서 윤영원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법안의 제4조 제1항은 ‘당해 보조금이 없다면 중·단기 내에 폐업할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대한 외국 보조금의 제공’을 시장 왜곡 가능성이 높은 보조금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조선산업을 타깃으로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선박을 건조하고 대금을 받지 못해 조선사들이 정부의 정책자금을 많이 받았던 시기가 있었고, 이는 이전부터 지적돼왔다”라고 말했다.
특히 이 조항은 대규모 공적자금이 들어간 대우조선해양을 겨냥했다는 분석이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과거에 일본이 대우조선해양이 정부에서 지원을 받아 연명하고 있다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 적이 있다. ‘은행이 기업에 대한 상업적 판단을 한 것이지 정부에서 지원한 것이 아니다’라는 결론으로 일단락됐는데, 내년에 역외보조금제도가 시행되면 이 사례가 어떻게 적용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마무리되면 이러한 우려가 다소 나아질 것이라고도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일단 대규모의 공적자금이 들어간 대우조선해양이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도 조선업계에서 관행처럼 이뤄지는 선수환급금제도도 점검해보고 있다고 말했다. 선수환급금제도는 외국 선주가 국내 조선업체에 선박을 발주할 때, 선박 인도 전에 지급하는 선수금에 대해 조선사를 대신해 은행이 지급을 보증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관계자는 “EU 집행위원회가 걸고넘어지면 선수환급금제도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보통 선박 건조가 2년 정도 걸리고 1척당 3000억~4000억원 정도의 돈이 들어간다. 조선사가 재정적으로 건전하지 않아 파산해버리면 선주들이 돈을 떼이게 된다. 그래서 선주들은 보증을 선 은행을 보고 발주를 넣는다.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에서도 보증하고 있는데 오래된 관행이라 그럴 가능성은 적다고 보지만 법안 적용에 따라 이것도 문제 삼을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원전 수출도 규제 대상 가능성
현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원전 수출 또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윤영원 변호사는 “원전 수출과 관련해 체코 등에서 호재가 들려오고 있는데, 이 또한 역외보조금 규제의 대상이 될 수 있다”라며 “이는 원전의 입찰자인 한수원뿐만 아니라 주요 하도급업체도 해당한다”고 말했다. 최근 한수원의 폴란드 원전 수주 입찰과 관련해 출혈 입찰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에너지전환포럼은 10월 24일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폴란드의 싱크탱크인 ‘폴리티카 인사이트’ 및 다수의 현지 언론보도를 인용하며 한수원이 프랑스, 미국 등의 경쟁업체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입찰했다고 지적했다. 또 이를 ‘출혈 입찰’이라고 비판하고 수출입은행 등 공공기관들의 금융지원 비용 부담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분석했다. EU 역외보조금 규정은 왜곡 가능성이 가장 큰 보조금 중 하나로 “보조금으로 인해 기업이 과도하게 유리한 입찰서를 제출할 수 있었고, 해당기업이 공공계약을 체결하게 되는 경우”를 거론하고 있다. 일각에서 체코, 폴란드 등 유럽시장에서 ‘싼값’으로 경쟁하는 한국의 원전 수출 전략 또한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EU 시장에서 영업 중인 기업들은 역외보조금 도입을 앞두고 대응책 마련을 모색 중이지만, 법안의 내용이 광범위해 준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현재 시점에선 어떤 경우에 보조금에 해당하는지가 불투명하다. 법안이 발효되면 EU 내 투자 등에 있어 기업의 규제위험 부담 증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천기 부연구위원은 “역외국 정부에 의한 모든 지원을 추적하고 모니터링해야 한다는 점에서 대상 기업들에 상당한 준수비용을 야기할 것으로 우려된다”라며 “기업 입장에서는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자사의 생산·수출 상품과 관련된 공급망 및 자금조달 방식을 재점검하고, 향후 EU 역외보조금 규정에 따라 요구될 것으로 예상되는 소명자료를 구비하고, 데이터베이스(DB)화하는 준비 작업이 필요해보인다”고 말했다.
경향 박송이 기자
백신공화국, 무엇을 남겼나
접종률 '87%→14%→1%'…열병처럼 지나간 '백신 신화'
코로나 코리아'는 '백신공화국'이었다. 백신 도입이 국가 최대 과제가 됐고, 거의 모든 국민이 백신을 접종했다. 지난해 이맘때 높은 접종률을 바탕으로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작됐다. 백신이 코로나를 막아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이같은 믿음은 깨졌다. 높은 접종률에도 불구하고 국민 절반 이상이 감염됐다. 3차, 4차 차수를 거듭할수록 접종률은 수직낙하했다. 남긴 것도 있다. 사망과 중증화를 최소화했고 국산 백신의 탄생은 미래의 또 다른 감염병에 대응할 기술적 토대가 됐다.
[기자수첩]'-40.1%'는 외면하고…'역대 최대'만 강조한 정부
"올 1~3분기 벤처투자 5.4조원…역대 최대 기록"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 27일 분기별 벤처투자 현황 통계를 발표하면서 낸 보도자료 제목이다. "복합적인 경제 리스크에도 벤처투자, 펀드결성은 역대 최대"라는 부제를 가진 해당 문서는 정부가 운영하는 뉴스포털 '대한민국 정책브리핑'과 네이버·다음 등 포털에도 게시돼 국민들에게 전달됐다.
거짓말은 아니지만, 해당 발표에는 또다른 진실이 숨겨져 있다. 정작 3분기 벤처투자액은 전년 동기대비 40.1%(8388억원) 급감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이었던 2020년 3분기와 비교해도 1.2%(150억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1~3분기 누적은 1·2분기의 역대 최대 기록이 가져온 착시였다.
3분기 벤처투자 감소는 예상된 결과다. 지난해 4분기 이후 벤처투자 규모는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고물가에 금리가 치솟으면서 코스피 등 주식시장의 투자자본도 줄어들고 있다. 벤처투자 시장의 침체는 리스크가 큰 만큼 더하면 더했지 안정적이기 쉽지 않다. 실제 올 여름부터는 이름이 알려진 스타트업들조차 추가적인 투자유치에 실패하면서 인원을 감축하거나 폐업한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벤처투자액 역대 최대 기록'에 방점을 찍었다. 1~3분기를 누적했을 때 벤처투자액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은 사실이지만, 하루가 다르게 위축되는 경제 상황과는 동떨어져 있다. 굳이 누적 통계를 발표해야 하는 이유도 없다. 누적으로 역대 최대라는 발표에 스타트업이 자금조달에 희망을 가질리도, 투자업계가 갑자기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설 리도 없다.
홍보에만 몰두해 엄혹한 현실은 외면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특히 윤석열 정부는 내년 모태펀드 예산을 올해보다 39.8% 적게 편성해 국정감사 내내 벤처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국회의 예산심사를 앞두고 반기 전 성과에 의한 '역대 최대' 기록을 내세우는 건 모태펀드 예산 축소의 명분을 위한 게 아니냐는 시선까지 제기된다.
중기부는 지금은 돈이 많아도 투자를 안 하는 게 더 큰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 투자현황은 그대로 알리고 남은 투자여력이 얼마인지 설명하면 된다. 과거 우리나라는 정부가 솔직하게 소통하지 않을 때의 충격을 뼈저리게 겪었다. 위기일 수록 현실을 직시하고 지혜를 모아가야 한다./머니투데이 고석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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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LL 넘어 날아간 남북 미사일…9·19 군사합의 ‘무용지물’
하루동안 4차례 걸쳐 탄도미사일 25발 ‘전례 없는 도발’
해상완충구역에 100여발 포병사격…한반도 긴장 고조
북한은 2일 분단 이후 처음 동해상 북방한계선(NLL) 남쪽 영해 근처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을 발사하는 등 미사일 25발을 퍼부었다. 하루 동안 미사일 20여발을 쏜 것은 처음이다. 한·미 대규모 연합공중훈련을 정면 겨냥한 고강도 도발로 9·19 군사합의를 무력화하고, 한반도 긴장 수위를 높이려는 고도의 계산된 전략으로 보인다.
북한은 1984년부터 최근까지 총 200여발의 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관측됐지만 동해상이나 서해상으로 날아갔고 남쪽을 직접 겨냥한 것은 처음이다. 2010년 연평도 포격 때처럼 해안포를 쏜 적만 있다.
위협의 강도뿐 아니라 빈도수도 이례적이다. 북한은 오전 9시12분쯤부터는 함경남도 낙원·정평·신포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평안남도 온천·화진리와 황해남도 과일 일대에서 서해상으로 SRBM과 지대공 미사일 등으로 추정되는 10여발을 추가로 발사했다. 오후 1시27분쯤엔 북한이 강원도 고성군 일대에서 동해상 NLL 북방 해상완충구역 내로 발사한 100여발의 포병사격이 포착됐다. 군은 명백한 9·19 군사합의 위반으로 규정했다.
북한은 오후 4시30분쯤부터 5시10분쯤까지 북한 선덕·신포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과일·온천 일대에서 서해상으로 지대공 미사일 등 6발의 추가 발사가 포착됐다. 북한은 지난 6월5일 SRBM 8발을 쏘긴 했지만 하루에 20발 넘게 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의 이날 무력 시위는 한·미가 지난달 31일부터 4일까지 실시하고 있는 대규모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을 겨냥했다. 비질런트 스톰을 언급하며 한·미를 향해 “끔찍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놓은 지 8시간여 만에 미사일 등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북한은 과거 한·미 연합훈련 기간이나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시기에는 도발을 자제했다. 그러나 최근 한·미 훈련에 비례적·즉각적 무력 시위를 하며 핵무력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https://blog.kakaocdn.net/dn/r0HXR/btrQ0HhEVw8/TcXYVKKdblI99cUg57IxMk/img.jpg)
북한 향해 유도폭탄 발사 공군 KF-16 전투기가 2일 동해상에서 북방한계선 이북을 향해 스파이스 2000 유도폭탄을 발사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 제공
남측도 북한의 위협 수위에 비례해 대응 수준을 높였다. 군은 북한 미사일이 NLL을 넘어오자 NLL 이북 해상으로 슬램-ER 등 미사일 3발을 발사했다. 군이 이북 공해상으로 대응 사격을 한 것도 이날이 처음이다. 군이 북 도발에 대응해 슬램-ER을 발사한 것은 2017년 9월 북의 6차 핵실험 이후 5년2개월 만이다. 슬램-ER로 대응한 것은 그만큼 북의 도발을 심각하게 받아들였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공군이 운용하는 슬램-ER은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개량형으로 북한을 선제타격하는 ‘킬체인’의 핵심 무기다.
합참은 남측의 9·19 군사합의 위반 여부를 묻는 질문에 “북측이 NLL 이남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도발을 감행한 바, 자위권 차원의 대응 조치에 합의 위반 여부를 따지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남북이 연이어 NLL 너머로 미사일을 주고받으면서 9·19 군사합의는 사실상 무용지물이 된 것으로 평가된다. 앞서 북한이 지난달 9차례에 걸쳐 동·서해 해상 완충구역 포병 사격으로 합의를 의도적으로 위반했지만 우리 측은 합의를 준수해왔다. 그러나 북한의 고강도 도발에 비례 대응에 나섬으로써 군사적 긴장의 완충선 역할을 해온 9·19 합의는 명목상으로만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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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멈추면 사회가 일시정지…이용자가 위험 떠안아
무료 서비스로 이용자 확보
사업 확장하며 독과점 귀결
이용자·서비스·생산자·상품
모든 것 연결하는 매개체 돼
국민앱 멈추자… 일상도 끊겼다
화재로 갑자기 ‘먹통’ 되자
송금·판매·예약 피해부터
개인부터 정부까지 ‘올스톱’
초연결사회 위험성 드러나
“핼러윈 변질” 외신 왜곡하며 피해자 탓하는 한국 언론
일제히 WSJ 인용하며 한국 핼러윈 문화 지적했지만
전문가들 “변질은 집어넣은 내용…사고 본질 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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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10월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세계음식거리가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 연합뉴스
WSJ, 이태원 참사에 “한국에선 젊은이들 클럽 가는 날로 변질” (31일자 동아일보 기사)
지난달 29일 밤 서울 이태원에서 최악의 참사가 발생했다. 사고 직후 일부 언론은 ‘외신이 한국 핼러윈 문화를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사고의 원인이 무엇인지, 예방법을 찾아야 하는 언론이 피해자를 탓하는 듯한 보도를 낸 것이다. 기사에는 피해자에게 일차 책임이 있다는 댓글이 이어졌다. 하지만 실제 원문을 보면 외신은 ‘지적’이 아닌 ‘설명’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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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SJ가 한국 핼러윈 문화를 지적했다는 보도들. 네이버 갈무리
문제의 보도들은 모두 월스트리트저널(WSJ)의 기사를 인용했다. 조선일보는 지난달 30일 ‘WSJ “아이들이 사탕 얻는 핼러윈, 한국선 클럽 가는 날 됐다”’ 기사에서 “한국 내 핼러윈 문화가 변질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며 WSJ 보도를 근거로 삼았다. 중앙일보, 동아일보도 31일 WSJ의 보도를 인용해 ‘문화가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다른 언론도 마찬가지다. 문화일보, 서울경제, 파이낸셜뉴스, 매일경제 등이 똑같이 WSJ를 인용하며 같은 내용의 보도를 냈다. 이들은 ‘변질’, ‘변모’, ‘지적’, ‘꼬집었다’ 등 부정적 단어로 국내 핼러윈 문화를 지칭했다.
이들에 따르면 WSJ는 우리의 문화를 ‘비판’한 것처럼 보인다. 원래는 아이의 문화인데 한국 젊은이들이 변질시켰다는 식이다. 동아일보는 WSJ를 인용하며 “한국에서 핼러윈은 어린이들이 사탕을 얻으러 가는 날이 아니다”라며 “20대 안팎의 젊은이들이 핼러윈 축제를 특유의 복장으로 치장한 채 클럽에 가는 주요 이벤트로 만들어버렸다”고 했다.
중앙일보도 지난달 31일 ‘“아이들 사탕 받는 핼러윈, 한국선 클럽 가는 날” 외신의 지적’ 기사에서 “애초 핼러윈은 한국과는 상관이 없는 날이었지만 언제부터인지 어린이는 물론이고 젊은 세대에까지 깊숙이 침투하기 시작했다”며 “한국 젊은층에게 유흥 문화로 정착 중인 형태와 달리 미국 등 유럽에서 핼러윈은 아이들이 유령이나 괴물 의상을 입은 채 집마다 초인종을 누르고 다니며 사탕과 초콜릿 등을 얻으러 가는 명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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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조선일보 기사의 댓글.
이들 기사에서는 피해자를 탓하는 댓글이 이어졌다. 30일 조선일보 기사 ‘WSJ “아이들이 사탕 얻는 핼러윈, 한국선 클럽 가는 날 됐다”’에서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댓글은 “이 사태의 일차적 책임은 참석자 본인에게 있음은 분명하다”였다. 그 뒤로도 “이번 사태로 서양 악마의 축제를 멈추길 바란다”, “틀린 말은 또 아니다” 등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반응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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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자 WSJ 보도.
실제 외신은 어떻게 보도했을까. 이들이 공통적으로 언급한 기사는 WSJ의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서울 핼러윈 행사에서 최소 151명이 사망했다(At Least 151 Killed in Crowd Crush at Seoul Halloween Celebration)’ 기사다. 해당 기사는 현장 소식부터 당국의 대처, 해외 정상 반응 등을 짚는 ‘종합기사’로, 한국 문화를 주제로 하는 기사가 아니었다.
한국 문화를 언급하는 부분은 2줄 정도다. 내용을 보면 ‘지적’이 아닌 ‘설명’이다. 풀어보면 WSJ는 “한국에서 핼러윈은 아이들이 사탕을 주고받는 날로 광범위하게 기념되지 않는다(In South Korea, Halloween isn’t widely celebrated as a candy-grabbing holiday for children)”며 “최근 몇 년동안 20대 안팎의 젊은이들과 파티를 즐기는 사람들은 핼러윈을 코스튬을 입은 클럽 이벤트로 만들었다(Twenty-somethings and other partygoers in recent years have made Halloween into a major clubbing event, with many decked out in costumes)”라고 했다. ‘변질’됐다거나 한국 문화를 ‘꼬집은’ 문장은 전무했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그냥 한국에서 이렇다라는 스트레이트 기사다. 변질됐다는 것은 집어넣은 것”이라며 “핼러윈 행사가 변질되었다고 보도하는 것 자체가 피해자들에게 책임을 돌리려고 하는 게 강하다”라고 지적했다.
‘할로원 커스튬에 나타난 전통 모티브의 유형 및 상징적 의미 (2012, 유지헌)’ 논문에 따르면 미국은 1920년대부터 대학교 신입생 환영 문화로 핼러윈 분장을 했고, 1980년대에는 카니발적 분위기가 강조되면서 거리행렬 문화가 득세했다. 논문은 “핼러윈이 화려한 오락으로 묘사되면서 어린이 중심에서 젊음의 인증, 차별화 기능으로 옮겨갔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만 어른들이 ‘축제’를 즐기는 것도 아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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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 맨해튼 핼러윈 축제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 (자료=할로윈 데이의 코스튬 놀이 논문)
이택광 교수는 “우리나라처럼 대규모는 아니지만 미국도 대도시 위주로 퍼레이드를 하고 대학교에서 축제를 연다”며 “크리스마스하고 똑같다. 크리스마스 때 아이들은 산타클로스를 기다리고 어른들은 술과 클럽을 즐기는 것처럼 공존하는 것이다. 그것을 의도적으로 구분하는 것은 잘못된 보도”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보도들이 본질을 가리는 ‘잘못된’ 보도라고 강조했다. 담론이 엉뚱한 곳으로 흐를 수 있다는 것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핼러윈 문화에 대한 이야기는 지금 이태원에서 벌어진 참사와 무관하다. 얘기할 필요가 전혀 없다”며 “그런 보도들은 진짜 다뤄야 하는 부분들을 가리게 된다. 의도도 의심해 봐야 한다. 불순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는 “전 세계의 크리스마스가 다른 것처럼 원래 축제라는 것 자체가 수용자에 의해 변화하는 것이다”라며 “그것을 지적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택광 교수는 “한국 사회의 고질병이다. 궁극적으로 이번 참사는 국가의 책임, 행정수반의 책임인데 이것은 눈에 안 보이니까 개인에게 경험이 되지 않는다. 이런 것을 대중에 경험시켜주는 것이 언론의 역할인데 그것이 잘 되지 않고 있다”며 “지금 보도들은 소셜미디어와 다를 바 없는 식의 보도”라고 비판했다.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이태원 비극 전시하고, '범인 색출' 편승한 언론
이태원 참사 선정적·추측성 보도 줄이어...2차 가해 우려
KBS "자극적인 화면 원칙적으로 사용하지 않겠다“
이태원 참사 보도에서 선정적 추측성 보도 관행이 재발하면서 언론계의 자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5개 언론단체가 ‘재난보도준칙’을 재정한 지 8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지켜지지 않는다는 우려들과 함께다.
이번 참사는 핼러윈을 즐기기 위해 수많은 인파들이 이태원을 방문하면서 발생했다. 폭 5미터 내외의 경사로에 수많은 인원이 밀집하면서 통행에 어려움이 생겼고,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사람들이 군중 사이에 끼이거나 인파 속에 깔리면서 154명이 죽고 149명이 다치는 인명피해(31일 오전 기준)가 발생했다.
29일 밤부터 쏟아진 속보에서 참혹한 현장의 모습은 고스란히 드러났다.
<한겨레신문>은 피해신고 2시간이 지난 30일 오전 12시 40분경 ‘[현장] 이태원 도로 곳곳서 심폐소생술…악몽이 된 핼러윈’ 기사를 통해 사람들이 깔려있는 모습이 담긴 사진(트위터 갈무리)을 얼굴 부위만 모자이크 처리한 채 그대로 게재했다.
<매일경제>는 피해신고 3시간이 지난 시점에 사고 원인과 호송 환자들의 상태(사망) 등을 추정해서 작성한 ‘압사당한 친구에 아비규환…이태원 핼러윈의 비극’ 기사를 송고하기도 했다. 해당 기사에는 모포로 덮인 시신 사진을 모자이크한 <연합뉴스>의 사진이 게재됐다.
30일 새벽부터 특보를 전한 방송 뉴스에서도 심폐소생술을 하는 모습은 반복적으로 재생됐다.
재난보도준칙에서 자극적인 보도(제2장 제15조 선정적 보도 지양)와 확인되지 않은 정보(제2장 제13조 유언비어 방지, 제14조 단편적인 정보의 보도)를 자제하고 있지만 대형 참사가 발생하자 또다시 답습되고 있는 부분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사고 원인에 대해서도 섣부른 추측이 난무했다.
MBC는 뉴스특보에서 ‘단순 압사 사고가 아니라 약이 돌았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고 주장하는 시민 인터뷰를 내보냈다. ‘유명 BJ 방문으로 인파가 몰렸다’는 보도가 이어지자 지목된 BJ가 사실이 아니라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사고 당시 목격자와 현장 영상을 근거로 범인을 색출하려는 여론에 편승하는 보도도 줄을 잇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보도 모니터 보고서에서 "사건 초기 많은 정보가 뒤섞인 상황에서 언론의 신중하지 못한 보도는 또 다른 피해를 양산할 수 있다"며 "특히 혼란스러운 현장에서 단편적인 정보만 갖고 누군가를 특정해 사고의 원인을 찾는 듯한 보도는 시민들의 슬픔과 분노의 방향을 잘못 유도해 사건 피해자들이 오히려 비난의 대상이 되거나 무고한 사람을 주범으로 몰아갈 수 있어 대단히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2차 피해가 우려되는 보도를 자제해야 한다는 요구가 언론계 안팎에서 나온다.
한국기자협회는 30일 “일부 언론의 자극적인 보도와 확인되지 않은 SNS 게시물이 넘쳐나면서 수습 현장에 혼란을 주고 피해자들과 유가족들에 2차 피해를 가하고 있다”며 재난보도준칙 준수를 회원사에 요청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도 31일 성명을 통해 “무차별적 인용, 확인 없는 추측성 보도는 참사 현장에 발붙여서는 안 된다”며 재난 상황에서의 언론 윤리 준수를 강조했다.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자 KBS는 "자극적으로 보일 수 있는 화면을 원칙적으로 사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KBS 보도본부는 31일 “이태원 참사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31일 오후 4시 뉴스 원고에서 사고 당시 상황을 직접 설명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한해서만 엄격하게 사고 현장 영상을 사용하기로 했다”며 "이런 원칙을 31일 오후 4시 뉴스특보부터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심미선 순천향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언론이 세간의 관심을 받기 위해서 개인 신상과 감정적인 문제에만 집착하기 때문에 이런 문제들이 발생하는 것이다. 애도기간이라고 문제를 들추지 말라는 프레임이 있는데, 사고가 왜 발생했는지 원인을 철저하게 규명하고, 책임 소재를 따지는 게 언론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PD저널=임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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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내부 문건 봤더니...충격적인 내용 '수두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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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이틀 뒤인 지난달 31일 경찰청이 만든 '정책 참고 자료'라는 제목의 내부 문건입니다.
'특별취급'이란 글자가 써진 내부 보고서에서 경찰은 이번 참사를 둘러싼 주요 시민단체의 반발 분위기를 자세히 적었습니다.
경찰은 특히 이번 참사가 세월호 참사 직후와 비슷한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걸 부각했습니다. 민주노총 관계자 등의 SNS 글을 특정해 거론하며, 이들이 이태원 참사에서 정부 대응이 부족했던 점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제2의 세월호 참사로 규정해 정부를 압박하려 한다고 썼습니다. 또 세월호 참사 때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이른바 '7시간 행적'이 논란이 됐던 것처럼, 이번에도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분초 단위로 확인하려는 시도가 이어질 거라고도 내다봤습니다.
경찰은 보고서에서 이태원 참사가 촛불 집회, 혹은 정권 퇴진 운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또 언론이 정부 책임론을 부각하는 보도량을 대폭 늘렸다며 부정적인 여론 확산을 막기 위해 '국민 성금'을 모으는 방안을 검토하자고 했습니다.
경찰청은 정보국이 작성한 문건이 맞다고 인정했지만, 합법적 활동 범위라고 해명했습니다./ YTN
"이러다 전쟁 난다", 거리서 '한미훈련 중단' 외친 시민들
부산·창원·진주, 3일 곳곳 1인시위-선전전... "일본 관함식 참가 규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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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연습 중단” 촉구 1인시위와 선전전. 진주 개양오거리.ⓒ 경남진보연합
시민들이 "이러다 전쟁 난다"며 거리에 나섰다. 부산·창원·진주지역 통일‧진보‧시민운동단체와 진보정당들은 "전쟁연습 중단"을 요구하며 1인시위와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
지금 한미는 '한미연합 공중훈련(비질런트 스톰)'을 진행하고 키웨스트 핵잠수함이 부산항에 입항했다. 또한 일본 자위대가 벌이는 관함식에 우리 해군이 참가하고 있다.
10월 31일부터 시작된 한미연합 공중훈련에선 약 240기에 달하는 전투기가 동원돼 1600여 회 출격한다. 이에 여러 단체들이 우려하며 행동에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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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평통사는 "3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제54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SCM)를 앞두고 한미 당국은 맞춤형 억제전략에 따라 대북 군사적 강압을 최고로 끌어올리는 연합연습을 강화하고 핵잠수함 등 전략자산을 전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에 대해서는 "신핵법령을 발표한 데 이어 유례없이 강도 높은 군사적 대응을 전개하여 한반도 긴장을 높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대북 선제공격을 포함한 한미의 확장억제(핵우산)정책 강화와 북의 신핵법령 발표 및 군사적 대응 강화는 한반도 핵전쟁 위기를 높인다"라고 했다. 또 부산평통사는 "특히 6일 우리 해군의 일 관함식 참가와 욱일기(해상자위함기) 경례, 7일 한일 군사훈련(SAREX) 전개는 한일 군사동맹 구축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왔음을 보여준다"며 "그러나 한미일-한미일호 군사협력과 한일 군사동맹 구축은 우리가 중국-대만 분쟁과 아태지역 전쟁에 끌려들어갈 위험성을 높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남북 간 위협과 도발의 확대, 이로 인한 전쟁 위기 고조와 무력충돌 가능성을 줄이려면 남북 모두 군사 대결과 군비경쟁을 멈춰야 한다"며 "판문점-평양선언, 군사분야 합의서를 준수하고,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과 비핵화 실현의 길로 나서야만 한다"고 촉구했다.
남북공동선언이행을위한 거제시민연대는 지난 1일 "윤석열정권과 미국은 한반도 전쟁위기를 낮추고, 우리 민족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서 지금 당장 한미연합공중훈련을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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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공, 이태원 참사에 “엄청난 기회” 망언…책임자 두둔 발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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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공’의 유튜브 동영상 갈무리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친분이 있는 유튜버 ‘천공스승’이 ‘이태원 참사’에 대해 “엄청난 기회 온 것”이라고 발언해 논란이 되고 있다. 참사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을 세금이 아닌 국민 모금으로 하자는 주장도 했다.
천공은 지난 2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강의 영상에서 “세계 각국 정상이 조전을 보내왔다. 사고를 수습하고, 대한민국 지도자들은 세계 정상들에게 어떻게 행해야 하나”라는 질문에 “좋은 기회는 자꾸 준다. 우리 아이들은 희생을 해도 이래 큰 질량으로 희생을 해야지 세계가 우릴 돌아보게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천공은 “우리나라 희생이 보람되게 하려면 이런 기회를 잘 써서 세계에 빛나는 일을 해야 된다”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에 대한 타국 정상들의 추모 움직임을 외교에 이용해야 한다는 취지다.
천공은 “대통령께선 각 대통령들이 대한민국의 우리 아이들이 희생됐는데 희생됐다고 추모해주고 같이 아파해줄 때 그걸 다 받아들여서 진짜 세계에 편지를 한장씩 다 써야 된다. ‘고맙습니다. 우리가 진짜로 세계에 보람있는 일을 해내겠습니다’(라고)”도 했다. 이어 천공은 “편지를 잘 보내면 그것이 심금을 울려서 우리는 같이 연결된다”고 말했다. 그는 “엄청난 기회가 온 것이다. 다시 우리가 (세계에) 조인할 수 있는”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천공은 “어른들이 다시 정신을 차리는 그런 기회를 만들어야지, 누구 책임을 지우려고 들면 안 된다”고도 했다.
아울러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또 다른 강연 영상에선 참사 피해자들을 위한 위로금 등 지원에 대해 반대 의견이 있기 때문에 국민 모금으로 지원하자는 주장도 했다.
천공은 윤 대통령의 ‘멘토’로 알려졌던 인물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대선을 앞두고 이뤄진 당내 경선 토론회에서 천공과의 인연을 질문받자 “부인과 함께 몇번 만난 적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천공도 지난해 10월 <와이티엔>(YTN) 인터뷰에서 “김건희씨를 통해 윤 총장을 알게 됐다. 멘토는 아니며 검찰총장 사퇴 문제를 조언해줬다”고 말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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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중에 韓美 훈련은 되고 北 미사일 발사는 안 된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의 "상중" 군사도발 비난, 번지수 잘못됐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두고 말이 많다. 그 중 백미는 "상중에 미사일을 쏜 북한은 동포가 아니다, 동포는 무슨"이라는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의 발언이다. 10월 29일 밤 이태원 참사가 나고 엄청난 수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희생자 중에는 한국인은 물론 외국인도 많았고, 미국인도 포함됐다.
지난 10월 18일 한국군 관계자는 "한미 공군은 10월 31일부터 11월 4일까지 '2022년 전투준비태세 종합훈련'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한반도 위기가 전쟁 직전으로 치닫던 2017년 12월 훈련 때 한미 군용기 230여 대가 참가했었다. 당일 연합뉴스는 한국 측 F-35A와 F-15K 등 140여 대, 미국 측에선 F-35B, F-16 등 100여 대가 참가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공군기 240 여대가 넘는 사상 최대의 작전이 감행된 것이다.
이에 대해 북한 뉴스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인터넷 매체 <통일뉴스>는 "이 훈련 기간은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미가 판단하는 시점과 겹친다. 이번 대규모 훈련의 진정한 목적이 핵실험 예방인지 핵실험 유도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이유"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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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공군이 지난달 31일부터 오는 4일까지 대규모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Vigilant Storm)' 훈련을 하고 있다고 1일 밝혔다. 사진은 '비질런트 스톰' 훈련에 참가한 한국 공군 KF-16 전투기가 군산기지에서 이륙을 위해 활주로로 이동하는 모습. ⓒ연합뉴스
올해 한미연합공중훈련은 '비질런트 스톰(Vigilant STROM)'이라 명명되었다. 10월 29일 밤 이태원에서 대참사가 일어났지만, 한미 양국은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이 표현에 따르면 "상중"임에도 유사시 북한에 대한 폭격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한미연합공중훈련을 강행했다. 한국인은 물론 미국인을 포함한 많은 외국인들의 생떼 같은 목숨이 죽어 나간 비극적 참사에 연연하지 않고 폭격 훈련을 강행한 것이다.
"상중"임에도 10월 31일 한미 양국 정부에 의해 한치의 머뭇거림 없이 '비질런트 스톰'이 강행되자, 미국 국무부와 중앙정부부(CIA)의 해외홍보 전술 수단으로 운영되는 자유아시아방송(RFA) 한국어판은 '주한 미 제7공군, 비질런트 스톰 첫날 성공적 훈련'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이 기사에 따르면, 미 제7공군의 켈리 지터(Kelley Jeter) 대변인은 10월 31일 시작된 비질런트 스톰 훈련이 어떠했느냐는 자유아시아방송(RFA)의 질문을 받고, "이날 훈련에 참가한 거의 모든 종류의 한미군용기 수십여대가 1시간 동안 함께 비행하며 훈련했다"면서 "이번 훈련엔 미군 측에서 F-35B 스텔스 전투기, F-16 및 F-15 전투기, A-10 지상공격 근접지원기, KC-135 공중급유기, U-2 고고도정찰기, EA-18G 전자전기, E-3 조기경보기, C-130J 수송기, F.A-18C 다목적전투기, UH-60M 블랙호크 헬리콥터, CH-47F 치누크 헬리콥터, AH-64 아파치 헬리콥터, MQ-1C 무인정찰기 등이 참가한다"고 밝혔다.
10월 31일 이태원 참사로 인한 "상중"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대한민국 정부와 미국 정부가 공중폭격 훈련을 감행하자, 북한 외무성은 같은 날 대변인 담화를 내고 "미국과 남조선의 지속적인 무모한 군사적 움직임으로 하여 조선반도와 주변지역 정세는 또다시 엄중한 강대강 대결국면에 들어섰다"고 비난했다.
또한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지난 10월 17일부터 28일까지 남조선 전역에서 대규모 야외기동훈련인 '호국' 연습이 진행된 데 이어 불과 며칠만에 또 다시 력대 최대 규모의 미국-남조선 련합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스톰'이 시작되었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비질런트 스톰에 대해 "일본에 기지를 둔 F35B 스텔스전투기들을 포함하여 수백여 대의 각종 전투기들이 동원되는 이번 훈련은 조선반도 유사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전략적 대상들을 타격하는데 기본 목적을 둔 침략형 전쟁연습"이라고 규정했다
박수 소리는 두 손이 맞부딪혀야 나는 법이다. 일어난 사건의 순서를 따져보자면, 대표적인 '친윤'으로 분류되는 박수영 의원이 "상중"에 일어난 군사도발이라며 비난할 대상은 북한 정부에 앞서 한미 정부여야 했다.
박수영 의원은 서울대 법대 동문인 윤석열 대통령과, 역시 서울대 법대 동문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상중"에는 한미군사훈련을 중단해야 한다고 먼저 요구하고, 그 다음에 북한을 향해 미사일 도발을 중단하라고 말했어야 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유도한 한미 공군의 북한 폭격 훈련에 대해서는 의도적으로 침묵하면서 그에 대한 대응으로 초래된 북한의 미사일만 탓하는 비논리적이고 비이성적인 사고방식을 대한민국 최고 엘리트의 산실인 서울대 법대가 가르치지는 않을 것이다. 삼척동자도 알 듯이, 모든 결과에는 원인이 있는 법(!)이다
윤효원 아시아노사관계 컨설턴트/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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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를 대하는 윤석열 정부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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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시민 156명이 사람에 끼어 숨지는 유례없는 참사가 일어났습니다. 304명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 이후 8년 반만에 우리는 또다시 그때와 똑같은 질문, 즉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얼마만큼의 책임을 져야 하는가"라는 쉽지 않은 질문에 대한 답변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이 질문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답변은 분명해보였습니다. 윤 대통령은 당선 바로 다음 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지키는 안심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밝혔고, 이후에도 여러 차례 비슷한 입장을 밝혀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막상 대형 참사가 일어나자 그의 핵심 참모인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경찰이나 소방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다.
2022.10.30.
정확한 사고원인이 나오기 전까지 섣부른 추측이나 선동성 정치적 주장을 해서는 안된다
2022.10.31.
이번 이태원 참사에 정부가 전적인 책임을 질 생각은 없으며, 특히 현재의 집권세력에게 정치적으로 불리할 수 있는 주장은 미리 차단하겠다는 선전포고처럼 들렸습니다. 문제는 이 장관의 발언 뿐만이 아닙니다. 정부가 참사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것처럼 보이는 징후는 이미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여러 군데서 포착되고 있습니다 .
참사는 사고로, 희생자는 사망자로
이태원 참사 당일인 지난달 30일, 행정안전부 회의 비공개 자료에는 "사고 명칭을 '이태원 사고'로 통일하고 피해자 등의 용어가 아닌 '사망자', '사상자' 등 객관적 용어를 사용"이라고 적혀있었습니다. 행안부는 이 내용을 전국 지자체에 지시했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참사 다음날 전국에 설치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도 이 지시에 따른 것입니다. 이러한 발언과 지시는 이태원 참사에서 국가의 법적 책임과 이에 따른 배상책임을 인정해 온 대법원 판례를 피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참사 이튿날인 지난달 31일 경찰 정보부서가 작성한 문건을 보면, 정부가 성금 모금을 주도하고 여기에 정부가 참여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 역시 법적 책임, 즉 정부의 잘못에 따른 배상금이어서는 안된다는 뜻에서 나온 것은 아닌지 의심이 됩니다. 지난달 30일 한동훈 장관이 "피해회복을 위한 법률 지원"을 지시한 것 역시 앞으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이 제기되면 소송의 당사자가 되는 법무부가 법률 지원을 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가 책임이 없다고 선을 긋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주최자 없는 행사'라 경찰 책임 아니라고?
윤석열 대통령은 이태원 참사 이틀만에 이런 말을 했습니다. "주최자가 없는 자발적 집단 행사에도 적용할 수 있는 안전 관리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이 얘기를 뒤집으면, 이태원 핼러윈 행사는 주최자가 없는 행사였기 때문에 안전 관리 시스템이 없었고, 그래서 참사가 일어났다는 뜻이 됩니다. 하지만 경찰은 이미 주최자가 없는 행사에 대해서도 경찰이 안전 관리를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지난 2015년 경찰청이 발주한 연구용역 내용을 보면, 주최자가 없는 행사에 대해서도 경찰의 안전 관리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경찰청은 심지어 용역의 결론대로 이를 안전관리 매뉴얼 개정에 활용하겠다는 평가보고서까지 냈지만 실제로는 안전관리 매뉴얼을 개정하지 않았습니다.
2년전 개정된 경찰법에도 주최없는 행사에 대한 경찰의 안전 관리 책임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지난 2020년 국회는 자치경찰제도를 도입하며 경찰법을 개정했는데, 주최자가 있고 없고에 상관없이 "지역 내 다중운집 행사 관련 혼잡 교통 및 안전 관리"를 경찰의 사무로 명시했습니다. 현행 경찰관 직무집행법 5조를 보더라도, 모든 행사에서의 안전 관리 의무를 경찰에 지우고 있습니다.
참사 책임 회피하는 한국 정부... 일본과 홍콩은?
윤석열 정부는 이태원 참사가 일어나자 "경찰이 적극 조치할 수 있을만한 법과 제도가 미비했다"며 책임을 회피하기에 급급했습니다. 앞에서 지적한 것처럼 이 말 자체도 사실이 아니지만, 설령 법과 제도가 미비했다면 그것 역시 국가의 책임이라는 것을 망각했다고 볼 수 밖에 없는 발언입니다. 더군다나 한국에서 발생한 압사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과거의 사건들로 이미 많은 시민들이 희생됐습니다. 그 희생으로부터 얻어야했던 교훈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것 역시 국가의 책임입니다. 이태원 참사와 유사한 참사를 겪었던 홍콩과 일본의 사례를 취재했습니다. 이 내용을 보시면 과연 대한민국의 시스템은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드실 겁니다.
이태원 참사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여러 대응을 보면, 이 사건을 박근혜 정부 당시의 세월호 참사처럼 정치적인 폭발력을 가진 사건으로 만들지는 않겠다는 의도가 매우 강하게 작동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발언에서도, 경찰 정보 부서의 문건에서도 그런 의도가 엿보이는 표현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세월호 사건을 정치적 사건으로 만든 건, 정작 박근혜 정부 자신이었습니다. 책임 회피와 자료 은폐, 유족에 대한 사찰과 노골적인 진상규명 방해 등이 쌓이면서 정권 자체가 국민적 불신을 사게됐던 것이죠. 세월호 참사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도가 오히려 이 사건을 세월호 참사처럼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윤석열 정부는 깊이 성찰하기 바랍니다. / 뉴스타파
부동산PF로 재미보던 증권사들부터‥대기업도 덮친 고금리의 습격
부동산 경기가 꺼지면서, 금융사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부동산 호황 때 수백억, 수천억 원씩 투자했던 증권사들이 특히 어렵습니다. 채권으로 돈 빌리기가 어려워지면서, 이제 대기업들까지 은행빚을 내고 있습니다. 고금리의 습격이 이제 본격화되는 분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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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부동산 호황기 때 급성장한 일부 증권사들. 수백억, 수천억 원을 시행사에 대주고 수수료와 이자를 챙겼습니다. 부족한 돈은 대부분 기업어음을 발행해 끌어 모았습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가 꺼지자 문제가 생겼습니다. 만기가 돌아온 어음을 새로 사줄 사람이 사라진 겁니다. 올해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부동산PF 어음 비중이 자기자본의 3분의 1을 넘는 증권사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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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PF 업무 담당자]
"이런 부동산 PF와 같은 사업을 바탕으로 성장한 증권사가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알고 있고, 비교적 대형 증권사보다 부동산 PF에 힘을 주다 보니 리스크에 노출돼있는 게 현실입니다."
큰 금융사들도 힘들어졌습니다. 2017년 달러 채권을 발행해 5억 달러를 빌린 흥국생명. 5년마다 갚고 다시 빌리는 게 관행인데, 이번에는 그렇게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흥국생명은 "금융시장 여건이 극도로 불안하고, 금리가 가파르게 올라서" 그랬다고 밝혔습니다. 달러 구하기도 쉽지 않고, 새로 돈 빌릴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는 뜻입니다.
기업들은 채권 발행 대신, 은행 빚을 내고 있습니다. 5대 은행의 기업 대출 잔액은 한 달 만에 10조 원 가까이 늘었습니다. 3분의 2는 대기업들이 빌렸습니다. 대기업들도 돈 구하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자금난이 계속되면, 멀쩡한 기업이 부도날 수도 있습니다.
[이정환 / 한양대학교 경제금융대학 부교수]
"은행들이 굉장히 안정된 것만 취급하는데, 이게 쉽게 빌려줄 수 있느냐라는 문제가 발생해서‥"
한국은행은 3주 뒤에 또 금리를 올릴지 결정합니다.
물가오름세는 여전히 높은데, 곳곳에서 고금리 폭풍이 몰아치는 상황. 선택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MBC뉴스 김아영입니다.
이태원 참사 직후 보수-진보 성향 신문 보도 달랐다
포털 뉴스 1만908건 분석, 가장 많이 다룬 주제는 ‘추모행렬’
보수신문은 ‘사고현장 묘사’ 진보신문은 ‘사전대책 소홀’에 집중
▲ 11월1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 이태원 사고 사망 합동분향소에서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헌화를 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이태원 참사 직후 사흘 간 언론이 포털에 송고한 기사 가운데는 ‘추모행렬’을 다룬 기사가 가장 많았다. 보수언론에서 ‘사고현장 묘사’ 기사를 더 많이 쓴 반면 진보언론은 ‘사전대책 소홀’ 문제에 더 주목했다.
지식콘텐츠 스타트업 언더스코어와 미디어오늘은 포털에 송고한 기사 수가 많은 언론 40곳의 기사 1만908건을 수집해 분석했다. 경찰의 늑장 대응이 밝혀진 이후에는 보도 양상이 비교적 일관되기에 그 이전 사흘치(10월29~10월31일) 보도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언론의 주제별 보도 비율은 ‘합동분향소 추모행렬’ 기사가 전체의 12.17%를 차지했다. 이어 ‘사고당일 속보’(11.03%), ‘지자체별 대응’(10.71%), ‘사고현장 묘사’(8.97%), ‘정당별 반응’(8.45%), ‘사전대책 소홀’(7.65%), ‘문화행사 취소’(7.02%), ‘지자체장 추모발언’(6.69%), ‘사망자수’(5.67%), ‘이태원역 추모행렬’(5.41%), 중대본 회의(4.09%), 윤석열 대통령 발언(3.81%), 책임자 및 범인 수사(2.97%), 실종자 접수(2.81%), 국과수 현장감식(2.53%) 순으로 기사의 양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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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원 참사 주제별 기사 비율
언론 성향별로 나눠보면 차이가 두드러졌다. 보수언론은 ‘사고현장 묘사’ ‘정당별 반응’ 기사를 진보언론보다 많이 다뤄 주제 편향성이 높게 나타났다. 반면 진보언론은 보수언론에 비해 ‘사전대책 소홀’, ‘문화행사 취소’ 주제의 편향성이 더 높게 나타났다.
보수언론이 진보언론에 비해 두 번째로 많이 보도한 주제인 ‘사고현장 묘사’ 기사 가운데는 선정적인 기사들이 많았다. 해당 주제 클러스터(기사 묶음)의 핵심에 가장 가까운 15건을 보면 사고의 잔혹함을 지나치게 직접적으로 묘사하거나, 참사 당시 인근 시민들의 행태를 비난하는 기사들이 다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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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원 참사 기사의 주제별 언론보도 편향성. 오른쪽은 보수 언론, 왼쪽은 진보언론. 한쪽의 비율이 클수록 해당 성향 언론이 집중적으로 보도한 주제다.
‘구급대원 옆에서 춤추고 시신 인증샷…“악마의 놀이판 같았다”’ ‘"'밀어라' 분명 들었다"... 이태원 참사 생존자가 밝힌 참혹한 그 순간’ ‘응급차 막고 춤춘 사람들… 클럽 전광판엔 ‘압사 ㄴㄴ, 즐겁게 놀자’’ ‘[르포] "젊은이들, 바로 옆에 시신 보고도 코스튬 차림으로 사진 찍고 놀고 있더라"’ ‘"'야! 밀어' 소리 들린 후 와르르 다 넘어졌다"…생존자 생생 증언’ ‘사망사고에도 "우리는 논다"…핼러윈 축제날 지옥같았던 이태원’ 등 기사가 대표적이다.
전체 기사 가운데 ‘사전대책 소홀’을 지적하는 기사 비율은 6위(7.65%)로 중간 정도 위치를 보였지만 진보언론은 해당 주제가 보수언론에 비해 많이 다룬 기사(이슈 편향성) 2위를 차지할 정도로 두드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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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원 참사 기사의 주제별 신문 및 인터넷신문 보도 편향성. 오른쪽은 보수 언론, 왼쪽은 진보언론. 한쪽의 비율이 클수록 해당 성향 언론이 집중적으로 보도한 주제다.
특히 방송을 제외하고 ‘신문 및 인터넷 신문’으로 한정하면 진보신문은 ‘사전대책 소홀’ 기사가 보수신문에 비해 가장 많이 다룬 주제로 나타났다. 반면 보수신문은 진보신문에 비해 ‘사고현장 묘사’ 주제를 가장 많이 다뤘다.
한겨레, 경향신문, 오마이뉴스 등 3개 진보신문은 ‘사전대책 소홀’ 주제의 기사를 전체 주제 가운데 가장 많이 다뤘다는 점이 특징이다.
반면 한국경제, 매일경제, 조선일보, 동아일보, 서울신문, 채널A, YTN, SBS, MBC, JTBC는 ‘사고현장 묘사’ 주제의 기사가 가장 많았다. 보수성향 신문사들과 방송사들이 관련 사안에 주목도가 높았는데, 방송사의 경우 성향을 불문하고 현장 영상을 중점적으로 보도하는 매체의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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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와 조선일보의 이태원 참사 주제별 보도 추이
물론 보수언론이 가장 많이 보도한 ‘정당별 반응’은 더불어민주당에 부정적으로 다룬 기사가 많지는 않았다. 진보 언론이 두 번째로 많이 다룬 ‘문화행사 취소’ 역시 정치적 성격을 판단하기에는 모호하다. 이와 관련 언더스코어는 “이는 언론사들이 각자의 정치 성향에 따라 명확한 의견을 드러내기보다는, 독자들에게 노출되는 (표면적으로는 중립적인) 정보의 비율을 선택적으로 조절하는 방식으로 프레이밍 전략을 실행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를 위해 10월29일~31일 사흘 간 포털 뉴스의 정치 및 사회 섹션에 업로드 된 기사들 중 제목과 본문에 ‘이태원’, ‘할로윈’, ‘참사’, ‘압사’, ‘애도’ 등의 어휘를 포함한 경우를 모두 수집했다. 이후 기사 송고율 40위권 언론의 기사들을 한차례 더 필터링링해 1만908건의 뉴스를 수집했다.
조사 대상 언론은 JTBC, KBS, MBC, MBN, SBS, YTN, 경향신문, 국민일보, 노컷뉴스, 뉴스1, 뉴시스, 더팩트, 데일리안, 동아일보, 디지털타임스, 매일경제, 머니S, 머니투데이, 문화일보, 서울경제, 서울신문, 세계일보, 시사저널, 아시아경제, 아이뉴스24, 연합뉴스, 연합뉴스TV, 오마이뉴스, 이데일리, 조선비즈, 조선일보, 중앙일보, 채널A, 쿠키뉴스, 파이낸셜뉴스, 프레시안, 한겨레, 한국경제, 한국일보, 헤럴드경제다.
뉴스를 주제별로 분류하기 위해 문서들을 유형화(document clustering)했다. 구체적인 분석 방법과 주요 키워드 정보 및 개별 언론사별 주제 비율, 세부 데이터는 리포트 페이지(https://minvv23.notion.site/72-b1ab05b5fde3494aa510616e4d0727b8)에서 확인할 수 있다.
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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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문책도 국정조사도 않겠다는 대통령과 여당의 무책임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위한 국가애도기간이 지난 5일 자정 끝났다. 이제는 참사의 원인과 대응 과정의 잘못 등을 총체적으로 짚고 따질 국회 국정조사와 책임자 문책에 나설 시간이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에 대한 문책 경질은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은 경찰 수사에 방해가 된다는 엉뚱한 이유를 대며 국정조사를 한사코 거부하는 중이다. 참사 발생 일주일이 넘었는데도 그저 모면과 회피에만 급급할 뿐 진심으로 책임을 다하려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며 “10일부터 다중이용시설 등에 대한 ‘관계기관 합동 긴급 안전점검’을 한달간 실시한다”고 밝혔다. 사고 발생 위험이 높은 곳을 찾아내 방비를 서두르는 일은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지금 더 절실하고 우선순위에 두어야 할 것은 156명의 생때같은 목숨을 앗아간 사고의 원인과 책임자를 가려내는 일이다.
그래서 국정조사가 필요하다는 여론과 야당의 요구에 국민의힘은 “수사에 방해가 되고 논점만 흐릴 뿐”(주호영 원내대표)이라며 맞서고 있다. 하지만 범죄를 캐는 수사와 달리 국정조사에서는 사안의 전모를 밝혀내기 위해 훨씬 광범위한 조사가 이뤄진다. 2016년 국정농단 의혹의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가 검찰 및 특검 수사와 동시에 진행된 것도 그 때문이다. 당시 국정조사에 찬성했던 새누리당 소속 의원 상당수가 지금 국민의힘 소속인데 이런 핑계를 대는 것은 몹시 궁색해 보인다.
이상민 장관과 윤희근 청장의 경질을 머뭇거리는 이유도 납득하기 어렵다. 경찰 지휘부의 잘못을 경찰이 수사하는 ‘셀프 수사’도 신뢰받기 어렵지만, 윤 청장과 이 장관이 여전히 지휘계선에 머물러 있는 것은 그 자체로 수사 방해 요인에 해당한다. 이런 상황이 오죽 답답했으면 국민의힘 내부에서조차 “야당과 국민의 비난 대상이 된 인사들은 조속히 정리해야 한다”(홍준표 대구시장)거나 “(이 장관 등은) 스스로 결단을 내려야 한다”(서병수 의원)는 지적이 나오겠는가.
윤 대통령은 7일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를 주재한다. 국정조사는 거부하고 문책 경질은 하지 않으면서 이런 회의나 연다면 ‘보여주기’라는 비판을 자초하기 십상이다. 더 늦기 전에 대통령과 여당의 결단이 필요하다. 때를 놓쳐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은 사례는 역사에 차고 넘친다./ 한겨레
국가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위기상황서 공권력·안전시스템 부재… 참사 후엔 매뉴얼 탓·뒷북 대응만
“분명 피할 있는 일이었다.”(뉴욕타임스)
“당국에 책임이 있다.”(CNN)
“당국의 부실한 관리가 참사를 초래했다”(월스트리트저널)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0월 31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광장에 설치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헌화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서울 이태원 핼러윈 참사 직후 정부가 “애도가 먼저”라고 할 때 여러 외신은 “정부 책임”을 강조했다. 그랬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미리 막을 수 있었지만 정부 대응은 부실했다. 대형 참사가 벌어진 현장에서 경찰, 지자체, 중앙정부의 공권력은 보이지 않았다. 안전관리시스템은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사과를 하면서도 사태의 책임은 다른 곳에 있다며 숨기고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시민들이 ‘국가의 존재 이유’를 되묻는 이유다.
납득할 수 없는 대응과 조치들 156명의 희생자(11월 2일 기준)가 발생한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일, 정부의 안전관리시스템은 부재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총괄하는 주무부처의 수장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상황을 인지한 시각은 사고 발생 1시간여 뒤인 10월 29일 밤 11시 20분이었다. 경찰 직보가 아닌 행안부 중앙재난안전상황실의 긴급문자를 통해 사고 사실을 보고받았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발생 1시간 59분이 지나 자정을 넘긴 10월 30일 0시 14분 경찰청 상황1담당관에게 참사 발생 사실을 최초 보고받았다. 두 사람이 보고를 받은 시점은 윤석열 대통령이 보고를 받은 시점보다 늦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당일 사고가 발생한 10시 15분 이후 38분이 지난 10시 53분 소방청 상황실이 대통령실 국정상황실로 사고 내용을 통보했고, 국정상황실장은 밤 11시 1분 윤 대통령에게 사고 발생 사실을 보고했다. 사고 내용과 사상자 발생 가능성 등을 보고받은 윤 대통령은 11시 29분 “행정안전부 장관을 중심으로 모든 관계 부처 및 기관에서는 피해 시민들에 대한 신속한 구급과 치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달라”고 대변인실에 전달했고, 11시 36분 이러한 내용이 언론에 배포됐다.
‘압사’ 사고를 경고한 첫 112 신고전화는 사고 발생 4시간가량 이전인 10월 29일 오후 6시 34분에 있었다. 이때부터 사고 발생 4분 전인 오후 10시 11분까지 모두 11건의 관련 신고전화가 있었다. 하나같이 “압사 우려가 있다”, “사고가 발생할 것 같다”는 등의 긴박한 내용이었다. 경찰은 그러나 경비 인력을 늘리는 등의 적극적인 조치를 하지 않았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사고 발생 1~2시간 전인 오후 8시 20분과 9시를 조금 넘은 시각에 참사가 발생한 해밀톤호텔 옆 골목에서 180여m 거리의 도로 맞은편에 있는 상가 뒷길(퀴논길)을 두차례 지나갔다고 한다. 압사 우려 신고가 잇따를 정도로 인파가 몰렸을 때다. 조치가 없었던 이유는 “평상시 주말 수준의 이태원이라고 생각했다”(용산구 관계자)였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사고 발생 다음 날인 10월 30일 정부 첫 공식 브리핑에서 “경찰·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문제는 아니었다”라고 했다. 또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었고, 서울 시내 곳곳의 소요·시위 때문에 경찰 경비 병력이 분산됐다”고도 했다.
이는 사실과 다르다. 이태원을 찾은 사람들은 예년에 비해 훨씬 많았다. 이태원역 이용자는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8~2019년 핼러윈 데이 때 10만명 수준이었으나 올해는 13만명을 넘겼다. 서울 실시간 도시 데이터에 따르면 당일 밤 10시 이태원관광특구 일대에 몰린 사람은 최대 5만8000명으로 ‘매우 붐빔’ 수준이었다. 이는 금요일인 전날 같은 시간보다 1.9배 많은 수치다. 혼잡경비를 담당하는 기동대도 배치되지 않았다.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년도에는 기동대가 3개 중대 배치됐는데 올해는 1개 중대도 배치가 안 됐다”고 말했다. 용산경찰서가 핼러윈을 앞두고 기동대 경력 지원을 요청했지만, 서울경찰청이 거부했다는 의혹도 나온다.
‘제도 탓’이라는 정부의 해명 이태원 참사가 터진 직후 정부는 사고의 원인을 제도의 미비 탓으로 돌렸다. “주최자 없는 행사가 유례가 없었기 때문에 이에 대해 지침이나 매뉴얼을 갖고 있지 않았다”(김성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고 했다. 주최 측이 있는 지역축제 등은 안전관리 매뉴얼이 있으나 주최자 없는 다수운집 행사는 별도의 매뉴얼이 없기 때문에 당국의 대응에도 한계가 있었다는 의미다. 이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에 근거한다. 재난안전법 제66조의 11과 관련 시행령을 보면 ‘최대 관람객 1000명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축제를 개최할 경우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하고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10월 31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 후속 조치를 논의하는 확대 주례회동에서 “행사 개최자(주최자)가 없는 자발적 집단 행사에도 적용할 수 있는 인파 사고 예방 안전관리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이태원 참사는 제도 미비로 벌어진 불가항력의 사고인 만큼 이제라도 제도를 보완하고 안전관리 매뉴얼을 만들어서 비슷한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현재 경찰은 집회나 시위와 같은 상황이 아니면 일반 국민을 통제할 법적 제도적 권한은 없다”고 했다.
(위부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오른쪽)이 10월 30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브리핑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1월 1일 서울시청에서 이태원 참사 관련 입장 발표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11월 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이태원 참사 관련 입장을 표명하며 사과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위부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오른쪽)이 10월 30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브리핑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1월 1일 서울시청에서 이태원 참사 관련 입장 발표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11월 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이태원 참사 관련 입장을 표명하며 사과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가 안전관리 매뉴얼이 없어서 벌어진 걸까.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언급과 달리 다수가 자발적으로 모인 행사나 축제에 경찰이, 또는 지자체가 안전관리에 나설 수 있는 법적 근거는 무수히 많다. 우선 경찰관직무집행법 제5조(위험 발생의 방지 등)의 제1항 1·2·3호 등에선 ‘경찰관은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천재(天災), 사변(事變) 극도의 혼잡 등 여러 상황에서 경고를 하고, 피난을 시키고, 또 필요한 안전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태원 참사 때처럼 다수 인파가 몰렸을 때 경찰이 얼마든지, 다양한 방식으로 안전관리 조치가 가능했다는 뜻이다.
재난안전법 제4조(국가 등의 책무)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재난이나 그 밖의 각종 사고로부터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을 보호할 책무를 지고, 재난이나 그 밖의 각종 사고를 예방하고 피해를 줄이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하며, 발생한 피해를 신속히 대응·복구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시행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또 정부조직법 제34조 제1항은 “행정안전부 장관은 안전 및 재난에 관한 정책의 수립·총괄·조정한다”고 규정한다. 헌법 제34조 제6항은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모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경찰 등 국가기관의 국민 생명과 재산 보호 책무를 규정한 조항들이다. 주최 측이 없어서, 또는 안전관리 매뉴얼이 없어서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떨어지는 이유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1월 1일 “행사 주최자가 없으면 재난안전법의 대원칙에 따라 서울시, 용산구청, 서울경찰청, 용산경찰서 등 정부 당국이 나서야 할 일이며, 더구나 윤석열 대통령이 마치 주최자가 없는 행사라서 사고가 발생한 것처럼 원인을 제도 미비 탓으로 돌리는 발언도 국가 애도 기간에 매우 부적절하다”고 했다.
뒤늦은 사과와 재발방지 조치 다중운집 행사에서 재난안전 관리의 1차적 책임은 해당 지자체에 있다. 관할 지자체인 서울 용산구는 이태원 참사 2주 전인 10월 15~16일 이태원 일대에서 열린 지구촌 축제에 용산구 직원 1078명을 투입했다. 축제기간 약 100만명이 이태원을 다녀갔고, 경찰의 협조 덕분에 도로 교통 등 통제도 원활했다. 10월 26일 이태원 참사를 사흘 앞둔 10월 26일, 용산구는 경찰, 이태원역장, 상인회 등과 간담회를 열었다. 핼러윈 데이에 10만명 넘게 이태원을 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개최한 안전대책 간담회였다. 하지만 쓰레기 수거 방안 등만 논의했을 뿐 인파 통제와 관련한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태원 핼러윈 행사를 대비한 현장 인력도 5일간 150여명에 그쳤다. 용산구는 뭘 했느냐는 비판이 커졌고, 10월 31일 이에 대한 입장을 묻는 MBC 기자 질문에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이태원에 인파가 몰린 건 주최자가 없으니 축제가 아닌 하나의 현상”, “구청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다했다”라고 했다.
권설아 충북대 국가위기관리연구소 재난안전혁신센터장은 “재난 안전관리의 1차적 책임 주체는 관할 지자체에 있다. 과거 핼러윈 행사 때 용산구 주도하에 관련 기관 협의와 협조가 이뤄진 것도 이 때문이다. 이미 10만명 이상의 인파가 모일 것으로 예견됐음에도 관할 지자체가 군중 통제나 안전관리를 소홀히 한 채 관련 규정이 있냐 없냐만 거론하고, 할 만큼 했다는 식으로 해명하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고 했다.
서울시 또한 안전대책에 소홀히 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전국경찰공무원직장협의회연합은 11월 2일 ‘이태원 참사 입장문’을 내고 “이태원 참사는 경찰법상 자치사무에 해당함에도 책임을 회피하기 급급한 서울시와 서울시자치경찰위원회 그리고 용산구청의 책임 소재에 대한 명백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한편 참사 관련 상황판단 및 의사결정 책임자에게 상응한 책임을 분명히 묻는다”고 했다.
잇따른 면피성 발언과 대응으로 여론이 악화하고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비판이 나오자 관련 기관장들은 뒤늦게 사과했다. 재난 안전의 컨트롤타워인 행안부 장관과 서울시장, 용산구청장과 경찰청장이 참사 사흘 만인 11월 1일 약속이나 한 듯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의 책임론은 여러 갈래로 불거지고 있다. 18명의 목숨을 앗아간 2011년 우면산 산사태 당시 대법원의 판결을 근거로 국가의 배상 책임도 거론된다. 대법원은 당시 자식을 잃은 부모가 서울시와 서초구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행정기관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피해자에게 4억7767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법조계에서는 국가와 지자체의 각종 사고 예방을 위한 노력과 재난 발생 우려 시 경보 발령 등의 응급조치 의무를 부과한 재난안전법 등을 근거로 업무상 과실치사를 적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을 수사하는 경찰 특별수사본부가 서울경찰청과 용산경찰서, 용산구청 등에 대해 강제수사에 착수한 11월 2일 종로구 서울경찰청 입구 앞에 ‘민주국가에서 경찰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 사회의 안녕과 질서를 지키는 파수꾼?이라는 내용의 문구가 적혀 있다. / 연합뉴스
정부는 재발방지 대책 수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책은 근본적이고 체계적인 안전관리 방안, 즉 참사 직후 정부가 사고의 일부 원인으로 지목한 ‘(주최자 없는 행사의) 안전관리 매뉴얼의 부재’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다중운집 행사에서의 안전사고 경고음은 수년 전부터 제기돼왔다. 전형적인 뒷북 대응이다. 5년 전인 2017년 한국재난정보학회 논문집에 실린 ‘다중운집 행사의 안전 확보를 위한 경찰개입 인식조사’(김상운·신재헌) 보고서는 “다중운집 행사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재난안전법, 공연법 등으로 다중운집 행사의 안전 확보에 대해 규정하고 있으나, 일반 시민을 강제할 수 있도록 규정하지는 않고 있다. 다중운집 행사는 무질서한 상황이 돌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인적 위험요소를 수반하고 있어 강제력을 바탕으로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 많다”고 했다. 2015년 경찰청이 발주한 ‘다중운집 행사 안전관리를 위한 경찰 개입 수준에 관한 연구’ 보고서(대구가톨릭대 산학협력단)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과 공연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심의대상은 지역축제와 공연이고, 그 밖의 다중운집 행사에 대해서는 안전관리계획이나 재해대처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는 없는 실정이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다중운집 행사의 유형을 포괄해 정리하고 이러한 다중운집 행사의 경우 안전관리계획을 작성할 것을 의무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예산·인력 등 안전 확보 의지 보여야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안전 확보 의지를 가늠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관련 예산 규모다. 이태원 참사 이후 서울시의 안전 관련 예산도 도마 위에 올랐다. 나라살림연구소가 11월 2일 공개한 2020~2022년 서울시 안전 예산 변화 분석결과에 따르면, 2년간 서울시 전체 예산총계는 47조8000억원에서 57조2000억원으로 19.6% 늘었다. 이중 서울시 실질 안전 지출액(지방정부 예산 공식 분류 체계에 따른 공공질서 및 안전 분야 지출액에서 코로나19 관련 예산과 내부거래 등 재무적 지출액과 소방안전특별회계 지출액을 제외한 금액)은 379억원에서 439억원으로 15.9% 증가했다. 이는 안전 관련 국비 지원이 66억원에서 127억원으로 92% 증대한 데 따른 결과다. 서울시 시비는 같은 기간 동안 337억원에서 316억원으로 오히려 6.2% 감소했다. 이에 따라 전체 서울시 시비에서 실질 안전 지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2020면 0.092%에서 2022년 0.067%로 감소했다고 연구소는 적었다.
주요 예산별로(시비 기준)는 시민안전교육 강화 사업 예산이 2020년 17억원에서 2022년 7억원으로 10억원 감소했다. 또 서울안전통합상황실 운영 및 개선 사업이 2020년 9억5000만원에서 2022년 5억7000만원으로 3억6000만원 줄었다. 재난 및 안전대책 관리 사업 예산도 2020년 9400만원에서 2022년 6800만원으로 감소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전문위원은 “국가의 존재 이유는 시민의 안전이다. 이를 최우선으로 두고 예산을 수립하고 집행해야 한다. 관련 예산이 얼마만큼 줄고 늘었는지에 대한 정보도 정확히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과거 발언도 소환된다. 윤석열 정부는 안전보다는 효율을 앞세우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번 참사를 두고서도 이러한 지적이 반복됐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11월 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태원 참사의 최종 책임자는 당연히 윤석열 대통령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6월 원전회의에서 ‘안전을 중시하는 관료적 사고를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것이 이 정부의 기조였나”라고 되물었다.
권설아 센터장은 “지자체 재난관리 업무는 직원들이 기피하는 분야 중 하나다. 이태원 참사와 같이 예고없이 대형사고가 발생하면 담당 직원이 책임을 지는 일이 빈번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자체장들도 실적을 내는 부서에만 관심이 있지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기 힘든 안전 분야에 인력이나 예산을 늘리려 하지 않는다. 재난관리 파트 직원들이 자긍심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지자체장이 의지를 갖고 예산과 인력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MBC 근조 리본으로 바꾸고, KBS·SBS·YTN 검은 리본 단 까닭
최형두 “어느 방송은 지침 내려왔다고 한다…한심한 관료주의”
KBS 보도본부 “사고 직후 첫날부터 달아, 자율적 결정” 정부지침? 사실무근
SBS YTN 보도국장 “31일부터 검은리본 패용, 누구 지침도 없어”
1일부터 근조 리본 패용 MBC 뉴스룸국장 “경위 파악후 통상 근조 리본 패용”
정부의 ‘근조’ 표기 없는 리본 패용 지침 논란과 관련해 주요 방송사들 가운데 KBS SBS YTN 진행자들이 사고 초기부터 검은 리본을 패용한 반면, MBC는 논란이 벌어진 이후 ‘근조’가 쓰여진 리본으로 바꿔 달고 진행한 것으로 밝혀져 그 배경이 주목된다.
저녁 메인뉴스 기준으로 이태원 참사 이튿날부터 검은 리본을 패용하고 방송을 진행한 곳은 KBS와 MBC다. 두 방송사는 각각 지난달 30일자 메인뉴스인 ‘뉴스9’와 ‘뉴스데스크’에서 앵커가 ‘근조’가 없는 검은색 리본을 패용하고 뉴스를 진행했다. 이후 31일자부터 SBS와 YTN도 저녁 메인뉴스인 ‘8뉴스’, ‘뉴스나이트’에서 앵커들이 동일한 검은 리본을 착용하기 시작했다.
이후 경향신문이 지난 1일자 기사에서 인사혁신처가 공공기관에 공문을 통해 ‘근조’라는 말이 없는 검은 리본을 달도록 했다고 보도하면서 논란이 생겼다. 정부가 사건을 축소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샀다. 이에 MBC는 1일 저녁 뉴스데스크에서부터는 앵커와 스튜디오에 출연한 기자들이 ‘근조’라고 쓰여진 검은 리본을 달고 진행했다. 다른 방송들은 계속 그대로 ‘근조’ 없는 리본을 달고 진행하고 있다. 이밖에 JTBC ‘뉴스룸’, MBN ‘뉴스7’, TV조선 ‘뉴스9’, 채널A ‘뉴스A’, 연합뉴스TV ‘뉴스리뷰’는 아예 리본을 착용하지 않고 진행하고 있다.
이에 정치권에서 모 방송이 정부 지침에 따라 ‘근조’ 없는 검은 리본을 달았다는 주장이 나와 진위 여부가 논란이 됐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저희 당도 어제(1일) 아침에 바로 희생자 애도라는 걸 다 썼다. 그런데 방송국에 갔더니 검정 핀을 갖고 있어요. 검정 리본을. ‘왜 그러냐’ 했더니 이게 지침이 내려 왔다는 거예요. 나는 정말 어이가 없는 일이고 … 참 한심한 일이고. 그 방송에서 이렇게 자율적. 언제 그러면 방송이 정부 말을 들었냐고 그런 이야기 하고 싶었는데”라고 말했다.
▲MBC가 지난 2일 뉴스데스크에서 앵커와 기자가 근조 리본을 패용하고 뉴스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MBC 뉴스데스크 영상 강조 표시
▲MBC가 지난달 30일 이태원 참사 이튿날 성장경 앵커의 가슴에 근조 글자 없는 검은 리본을 패용한 채 뉴스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스데스크 영상 갈무리 강조 표시
박재홍 진행자와 진중권 작가 등이 “어느 방송이 리본만 착용하라는 지침을 (받았나)”, “그런 지침을 받는 방송사는 또 어디야”라고 물었으나 최형두 의원은 어느 방송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최형두 의원은 3일 정부 지침을 받고 ‘근조’ 없는 리본을 달았다는 방송이 어디냐, 방송독립성을 훼손했다는 의미에서 한 말이냐는 미디어오늘의 질의에 문자메시지 답변에서 “내가 방송에서 말한 그대로”라며 “방송을 특정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최 의원은 “그 방송을 탓하는 것이 아니었다”며 “다만 우리당은 월요일아침부터 (‘이태원 사고 희생자 애도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쓰여진 리본을 달았는데, 우리 당과 달리 그런 지침을 생각했다는 관료주의에 대해 지적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일부 친이재명계 인플루언서는 KBS를 지목해 단정적인 표현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맛칼럼니스트 황교익씨는 2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KBS 앵커와 기자들의 글자 없는 검은 리본을 패용을 두고 “정부의 지침에 따라 글자가 없는 까만 리본을 달았다”며 “KBS 종사자들은 스스로 정부의 한 구성원이므로 정부의 지침을 따라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 분명해 보인다. KBS는 공영이라지만 사실은 국영이라고 스스로 믿고 있는 것이라고 보아야겠죠”라고 주장했다.
▲KBS가 참사 이튿날인 지난달 30일부터 앵커의 가슴에 근조 글자 없는 검은 리본을 달고 뉴스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KBS 영상 갈무리 강조 표시
이에 글자 없는 검은 리본을 패용하고 있는 KBS와 SBS, YTN은 모두 정부 지침에 따른 것이라는 의심이나 추측에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KBS의 경우 시점도 행정안전부 공문이 시행되기 전부터 검은 리본을 패용해 정부 지침에 따른 것이 말이 안 된다는 설명이다. KBS 보도본부는 3일 미디어오늘의 문의에 별도의 ‘검은 리본 착용 관련 KBS 보도본부 입장’을 작성해 배포하기도 했다.
KBS 보도본부는 “이태원 참사에 대한 애도의 뜻으로 출연자에게 검은 리본을 착용토록 한 것은 KBS 보도본부의 자율적 결정이었다”며 “KBS 보도본부는 ‘압사 사고’가 ‘압사 참사’로 확인되어 가던 10월30일 일요일 오전 ‘너무나 큰 참사가 발생했다’고 판단해 방송에서도 ‘애도’의 표시가 필요하다고 결정했다. 이후 애도 리본을 실제 착용한 것은 당일 오후 3시10분쯤부터”라고 밝혔다.
KBS 보도본부는 ‘근조(謹弔)’ 글자가 없는 검은 리본을 착용하기로 한 이유를 두고 “당시 아직 병상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던 중상자들도 많았던 상황에서, 사망자에 대한 애도의 뜻을 담고 있는, ‘근조(謹弔)’ 글자가 없는 검은 리본이 더 적절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글자 없는 검은 리본이 더 깔끔해 보인다는 의견도 있었고, 모두 KBS 보도본부의 자율적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KBS 보도본부는 행정안전부의 글자 없는 검은 리본 착용 공무이 지난달 30일 밤 9시30분 각 정부 부처와 지자체로 시행됐다면서 “시기적으로 KBS 보도본부가 검은 리본 착용을 결정하고 스튜디오 출연자들이 검은 리본을 착용하고 나온 한참 뒤였다. KBS에는 관련 공문이 전파되지도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와 함께 KBS 보도본부는 “스튜디오 출연 기자들에게는 검은 리본을 착용하도록 했지만, 출연 전문가들에게는 착용 여부를 자율적으로 판단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SBS가 지난 2일 8뉴스에서 앵커의 가슴에 근조 없는 검은 리본을 패용한 채 뉴스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SBS 영상 갈무리. 강조표시
KBS 보다 하루 늦게 ‘근조’ 없는 검은 리본을 패용하기 시작한 SBS와 YTN도 정부 지침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조정 SBS 보도국장은 3일 오후 미디어오늘에 보낸 SNS메신저에서 “SBS 보도본부는 정부는 물론 그 누구로부터 리본 착용 지침을 받은 적도 들은 적도 없다”며 “월요일 아침부터 앵커들이 ‘근조’ 글자 없는 검정 리본을 착용했는데, 참사 이튿날인 일요일부터 달아보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통일된 리본도 준비되지 않고 해서 다음날부터 의상실이 준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국장은 “앵커와 기자, 뉴스 출연자가 검정색 계통의 옷을 입도록 하자는 부분은 공유되었”다면서 ‘리본달기 정부지침’이라는 주장에 “다른 나라 이야기 같다”고 반박했따.
유투권 YTN 보도국장도 이날 미디어오늘과 통화 및 SNS메시저 답변을 통해 “최형두 의원이 지적한 방송국이 당연히 YTN은 아니다”라며 “31일 오전 9시27분에 앵커팀장에 전화를 해 ‘근조’ 리본을 구해서 패용할 것을 지시했으나 앵커팀장이 시중에서 리본을 구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는 이야기만 들었고 오후 5시50분 뉴스부터 (근조 없는 리본을) 패용한 걸로 안다”고 설명했다. 그는 처음부터 ‘근조’ 없는 리본을 대량 구매해 지금까지 쓰고 있다고도 말했다.
유 국장은 “리본의 형식과 관련해 어떠한 의견도 주고받은 바 없으며, 정부 지침과 관련해 사전에 전혀 인지하지 못했고, 특히 외부의 연락도 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유 국장은 “정부의 리본 지침이 엉뚱한 것이지 그 전(과거 사건 때)에는 두 가지 형태를 혼용해서 써왔다”며 “(논란이 된다고 해서) 지금 와서 일부러 다른 걸로 패용하라는 것 또한 방송 독립성을 훼손하는 바람직하지 않은 요구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YTN이 지난 2일 저녁 뉴스나이트에서 앵커의 가슴에 근조 없는 검은 리본을 패용한 채 뉴스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YTN 영상 갈무리. 강조표시
이와는 달리 지난 1일부터 ‘근조’가 쓰여진 리본을 착용하고 방송하기 시작한 MBC는 경위를 파악한 이후 통상적으로 달던 ‘근조 리본’을 패용하도록 다시 지시했다고 밝혔다.
박성호 MBC 뉴스룸국장은 3일 오후 미디어오늘에 보낸 SNS메신저 답변서에서 “이태원 참사 사망 인원이 150명을 넘어 국가적 재난 상황으로 확인되면서 30일 당일 방송진행자들도 추모의 뜻을 나타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리본을 달도록 조치했다”며 “당시에는 리본의 형태나 문구 등을 특별히 신경 써서 지시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박 국장은 “이에 뉴스룸 행정직원이 방송 화면에 등장하는 정부 측 인사들이 달고 나온 ‘검은 리본’을 보고, 그와 같은 리본을 본사 의상팀에 제작을 의뢰해, 앵커들이 31일까지 패용했다”고 말했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한 방송사가 정부의 지침이 내려와 글자 없는 검은 리본을 패용했다고 들었다고 전하면서 한심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는 그 방송사가 어디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사진=CBS 영상 갈무리
박 국장은 지난 1일부터 ‘근조’ 리본으로 바꿔 달게 된 경위를 두고 “그러던 중, ‘근조’라는 문구가 리본에 들어가지 않은 게 이상해 제작 경위를 파악했고 실무 직원을 통해 위와 같은 경위를 파악해, 통상적으로 달아오던 ‘근조 리본’을 패용하도록 다시 지시했다”고 밝혔다.
정부 지침이 있었다는 최형두 의원 주장에 박성호 국장은 “방송사에 정부지침이 있었다는 말은 미디어오늘의 질문을 통해 처음 접한다”고 답했다./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한국 7년만에 日 관함식 참석…욱일기 거수경례
▲일본 관함식 참석을 반대하는 시민단체의 기자회견. 6일 관함식에 참석한 한국 해군이 욱일기를 향해 거수 경례를 하는 모습이 포착됨에 따라 논란이 예상된다. ⓒ연합뉴스
황혼 육아, 삶의 활력소일까 골병의 원인일까
육아가 조부모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양방향으로 작용한다. 자존감과 가족 결속력을 높이고 신체 활동을 유지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육체적·정신적으로 부담이 될 수도 있다.
맞벌이 가정이 늘어나면서 조부모 양육이 증가하고 있다.ⓒ시사IN 조남진
맞벌이 가정(또는 한부모 가정)에 조부모의 육아 도움은 가장 든든한 우군입니다. 어떤 조부모는 육아를 위해 심지어 직장을 그만두기도 합니다. 저와 함께 일했던 간호대학 교수는 우리나라 최초로 간호학 박사를 받은 분입니다. 평생을 연구와 사회참여에 적극적이었죠.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조기 은퇴를 하고 미국으로 건너가셨습니다. 이유는 손주의 탄생이었습니다. 미국에 있는 딸이 육아와 직장 생활의 병행이 거의 불가능해지자 할머니가 나선 것이었습니다. 성공적인 커리어를 가진 할머니도 이럴진대, 보통의 할머니라면 오죽할까 싶었습니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의 연구에서 손주의 탄생은 할머니의 조기 은퇴를 촉진한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서구 선진국들도 일과 가정의 양립이 큰 숙제이기 때문에 할머니의 도움이 절실한 것이죠. 그런데 할아버지에게서는 그런 현상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Lumsdaine and Vermeer, 2015; Frimmel, Wolfgang, et al. 2022). 여성이 돌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아직까지 동서양의 공통된 현상인 듯합니다.
또 다른 미국의 연구는 친정어머니 혹은 시어머니가 근처에 살 때(출퇴근 가능 거리)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가 4~10%포인트 늘어남을 보였습니다(Compton and Pollak, 2014). 가령 미국 가임기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이 평균 70%라면, 조부모가 근처에 사는 경우 74~80%가 되는 것입니다. 실제 제 박사과정 동료였던 친구는 박사를 마치고 드넓은 미국 땅에서 콕 집어서 (아이의) 조부모 집 근처에 직장을 잡았습니다. 더 좋은 직장을 갈 수도 있었는데 친구가 이렇게 결정하는 것을 보며 저는 좀 놀랐습니다. 그는 조부모의 도움이 맞벌이 가정으로 하여금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며 자신의 선택을 설명했습니다.
저희 두 아이는 제가 미국에서 일할 때 태어났습니다. 그때마다 양가 부모님이 미국에 와서 큰 도움을 주고 가셨죠. 아이의 할아버지, 할머니 모두 큰 즐거움과 기대감이 있었습니다. 적어도 처음에는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며 힘들어하기도 하셨죠. 둘째 출산 전후에 도움을 주시고 귀국하는 날 아버지는 “오늘 군대 제대하는 것 같다”라고 하셨습니다. 감사한 마음과 죄송한 마음이 뒤엉켰습니다. 저희 부부는 몇 달씩 한국에 들어가 지내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면 육아를 위해 장인·장모님은 사회생활을 대폭 줄이셨습니다. 저는 이러한 황혼 육아가 삶의 활력소가 되는 부분도 있겠지만 부모님을 병들게 하는 건 아닌가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사실 육아가 조부모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양방향으로 작용합니다. 긍정적인 부분은 육아가 자존감, 가족 결속력을 향상시켜 건강에 유익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육아로 인해 신체 활동 및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육아는 조부모에게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많은 부담이 되기도 합니다. 육아 부담을 조부모가 오롯이 지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이웃 나라 일본에서의 놀라운 발견
그렇다면 육아가 조부모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요? 손주를 돌보는 조부모와 그렇지 않은 조부모의 건강을 비교하면 될까요? 답은 “아니요”입니다. 왜냐하면 건강한 노인이 손주를 돌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픈 노인은 아무래도 애초에 손주를 돌보기가 어렵겠죠. 즉 우리는 ‘육아→건강’ 채널을 알고 싶지만, 그 반대로 ‘건강→육아’ 채널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는 겁니다. 이렇게 단순히 두 집단을 비교하는 (틀린) 방법으로 분석을 해보면, 손주를 돌보는 조부모는 건강해진다고 잘못 이해하게 되죠. 건강하니까 손주를 돌볼 수 있는데 말입니다. 이를 학술용어로 ‘역인과관계(reverse causality)’라 합니다. 게다가 손주를 돌보는 조부모는 그렇지 않은 조부모에 비해 삶의 가치관, 자녀를 대하는 태도, 흡연 및 음주 여부 등 서로 다른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죠. 그래서 육아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내는 일은 무척 까다롭습니다.
몇몇 학자들은 같은 사람이 시점에 따라 손주를 돌보기도 하고 그러지 않기도 한다는 데에 착안했습니다. 즉 같은 사람이 황혼 육아 기간과 휴지기에 건강 변화가 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손주를 돌보기 시작하는 시점의 건강 상태도 통제했습니다. 이런 방식은 특성이 다른 사람을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대부분의 특성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개인의 시점에 따른 변화를 측정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집니다. 이를 학술용어로 ‘고정 효과 모델(Fixed Effect Model)’이라 합니다.
독일의 연구는 이런 방식으로 조부모들의 주관적인 건강 수준과 정신 건강을 살펴보았습니다(Ates, 2017). “당신이 얼마나 건강하다고 생각하십니까”로 측정하는 주관적인 건강 수준은 완벽한 건강의 지표는 아니지만, 실제 건강 수준을 잘 반영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연구 결과, 육아는 건강 수준(주관적 건강 수준 및 정신 건강)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즉 평균적으로는 별 영향이 없다는 것이죠.
같은 방식을 이용한 이웃 나라 일본의 연구도 있습니다. 일본 보건복지부는 2005년 당시 50대(1946~1955년생) 3만4200명을 지금까지 매년 추적조사하고 있습니다. 대단한 물적·인적 자본이 드는 일이지만 이를 통해 일본 사회의 고령화와 관련한 수많은 질문에 대한 답을 할 수 있었죠. 일본의 연구는 조부모가 손주들과 함께 살면서 보다 높은 강도의 육아를 할 가능성이 높은 경우를 조사했습니다(Oshio, 2020). 황혼 육아에 대한 일본의 연구 결과는 독일의 결과와 같았습니다. 5세 미만의 아이와 함께 사는 할머니, 할아버지는 모두 건강에 별다른 변화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평균의 함정’이 있습니다. 평균적으로 변화가 없다는 것은 어떤 경우는 건강이 좋아지기도 하고 나빠지기도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같은 육아라도 조부모가 손주들과 함께 살면서 육아의 주된 책임을 지는 경우도 있고, 가끔 필요할 때만 봐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전자는 스트레스를 받고 건강을 해칠 위험이 커지고, 후자는 반대로 자존감과 건강이 좋아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가끔 돌보아주거나 등하교를 도와주는 정도라면 부모님의 건강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부모님이 육아를 전담한다면 (아이를 안아주면서 생기는) 손목건초염, 관절염뿐만 아니라 스트레스, 우울증의 위험이 커집니다.
그렇다면 육아로 부모님의 건강이 좋아지는지 나빠지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는 것은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것이 가족 간의 솔직한 대화입니다. 손주를 돌보는 노인들이 미안한 마음에 이런 증상이 있어도 자식들에게 터놓고 얘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부모님이 강도 높은 육아를 하고 있다면, 자녀들이 먼저 부모의 건강 상태를 물어보고, 육아 부담을 가급적 덜어드리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인구보건복지협회 부산지회가 마련한 조부모 육아교실 수업. ⓒ인구보건복지협회 부산지회
일본 연구의 정말 놀라운 발견은 60대 이상 노인이 80대 이상을 모시는 ‘노노(老老) 부양’의 경우였습니다(Oshio, 2020). 노부모를 모시는 자식 노인의 건강은 크게 악화됩니다. 노부모를 모시는 젊은 노인이 (그렇지 않은 노인에 비해) 건강하지 않다고 응답할 확률은 남성이 1.2배, 여성이 1.4배 컸습니다. 스트레스를 크게 받는다고 응답할 확률은 남성이 1.5배, 여성이 1.7배 증가했습니다. 노부모를 모시는 일이 손주를 돌보는 일보다 훨씬 어렵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죠.
서울시, 조부모에 월 30만원 돌봄수당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우리나라의 ‘노노 부양’ 가구는 20만 세대가 넘습니다. 2010년 약 12만 세대에 비해 급격하게 증가했죠. 그리고 계속해서 크게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저는 지난번 기사 ‘요양시설이 나을까 집이 나을까?(〈시사IN〉 제784호)’에서 우리나라의 노인 돌봄이 다소 과시설화되어 집에서 좀 더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일정 부분 탈시설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돌봄의 탈시설화는 노노 부양의 부담을 가중할 수 있겠죠. 게다가 노노 부양이 건강에 주는 부정적 영향이 크므로, 노인을 집에서 돌보는 가정의 부담을 덜어줄 대책에 정부가 우선순위를 두어야겠습니다.
오늘 살펴본 독일과 일본 연구에서 사용한 고정 효과 모델은 단순한 비교 분석에 비하면 훨씬 나은 방법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건강 상태가 변해 황혼 육아를 하지 못하는 경우와 같은 부분은 해결할 수 없으므로 정확한 분석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런데 황혼 육아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알아낼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2022년 8월 서울시의 ‘엄마 아빠 행복 프로젝트’는 조부모에게 아이를 맡기는 경우, 2023년부터 아이 한 명에 월 30만원의 돌봄수당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대상은 36개월 이하 영아를 둔 기준중위소득 150% 이하 가구로, 지원 기간은 최대 12개월입니다. 2023년 1만6000명을 시작으로 2026년까지 총 4만9000명을 지원할 계획이죠.
저는 상대적으로 가난한 노인가구가 육아에도 참여하고 수입도 올릴 수 있는 이 정책을 좋게 보았습니다. 이 정책은 자연스럽게 조부모의 육아 참여를 촉진할 것입니다. 육아를 매개로 가족 간의 교류도 활발해질 것입니다. 조부모가 모든 육아를 전담하는 상황이 아니라면(일정 부분 부모나 보육시설이 육아를 같이 감당한다면), 건강에도 별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심각한 노인 빈곤 문제를 극복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겠죠. 무엇보다 지난번 기사 ‘일하는 엄마는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시사IN〉 제768호)’에서 말씀드린 2세 미만 영유아 보육의 지나친 시설화에 대한 걱정도 좀 덜 수 있을 듯합니다.
이 정책의 효과는 나이 기준 혹은 소득 기준 때문에 가까스로 대상자가 된 조부모와 혜택에서 아슬아슬하게 탈락한 조부모를 추적 비교하는 방식인 ‘회귀불연속설계법’을 사용해 측정할 수 있습니다. 서울시에서 자료를 협조해준다면 돌봄을 연구하는 경제학자인 제가 연구해볼 계획입니다. 그때는 황혼 육아가 대한민국 조부모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국내 데이터를 가지고 더 정확하게 말씀드릴 수 있을 것입니다.
시사인 김현철 (홍콩과학기술대 경제학 및 정책학과 교수)
예견된 참사’라는 언론, 참사 전에는 핼러윈 상품 홍보와 마약에 집중
이태원 참사 이후 상당수 언론은 '예견된 참사'라며 재난을 막지 못한 정부와 지자체를 비판하고 나섰다. 사고 하루 전이나 지난해 핼러윈 당시 이태원 상황 등을 보면, 예측 가능한 재난이자 인재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언론은 과연 참사 전에 핼러윈, 이태원과 관련해 무엇을 예견하고 어떤 보도를 했을까.
뉴스타파가 언론 보도 행태를 분석한 결과 ‘10만’ 인파가 모일 것이라는 기사는 많았지만, 다중밀집에 따른 ‘안전사고’를 우려하거나 당국의 대책 미흡을 거론하는 보도는 한 건도 없었다. 반면 핼러윈 특수나 행사 기대감, 관련 상품을 홍보하는 기사가 가장 많았다. 이어 성범죄, 절도, 마약 우려 등 치안 문제를 다룬 보도가 많았으나 대부분 경찰 보도자료를 인용한 것이다. 특이한 점은 핼러윈 축제 현장 ‘마약 조심’ 관련 기사가 소셜미디어에서 바이럴을 타고 퍼지면서 핼러윈 축제 관련 이슈를 지배했다는 사실이다. 경찰의 마약 단속 방침이 언론 기사를 매개로 트위터 등에 확산됐고, 결과적으로 안전 관련 이슈는 주목받지 못했다.
이태원, 핼러윈 기사 133건 전수조사…안전 우려는 한 건도 없어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는 이태원 참사 전과 당일 언론 보도 태도를 살펴보기 위해 이태원과 핼러윈 등을 키워드로 네이버에 올라온 주요 언론사 기사를 전수 분석했다. 분석 대상은 경향신문, 국민일보, 내일신문, 동아일보, 문화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신문,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채널A, JTBC, KBS, MBC, MBN, SBS, TV조선 등 20개 언론사, 기간은 10월 17일부터 10월 29일 자정까지다.
핼러윈, 핼로윈, 할로윈, 이태원 등 4개 키워드가 하나라도 언급된 기사를 수집한 뒤, 맥락상 이번 이태원 핼러윈 상황과 직접 관련이 없는 기사는 모두 뺐다. 그 결과 최종 분석 대상 기사는 133건이 나왔다. 이를 유형별로 살폈다.
이태원 핼러윈 축제를 앞두고 마약 관련 범죄가 우려된다는 기사가 12건, 성범죄와 절도, 마약 등을 포함해 포괄적으로 치안 문제를 다룬 기사가 14건이다. 두 유형을 합하면 전체 기사의 19%다. 이 두 유형의 기사는 대부분 참사 발생 이틀 전인 10월 27일 용산경찰서가 배포한 보도자료 내용을 인용했다.
반면 핼러윈 행사를 소개하거나 기대감을 띄우는 유형의 기사는 22건(17%), 핼러윈 관련 상품 홍보 등 광고성 기사는 무려 60건(45%)에 달했다. 분석 결과 이태원에 많은 사람이 몰려 안전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기사나 당국의 대비가 미흡하다는 기사, 사람들에게 안전 문제를 경고하는 기사는 참사 발생 직전까지 단 한 건도 없었다. 참사 발생 이후 당일 자정까지 사고 발생 소식을 전한 기사는 25건으로 나타났다.
경찰 보도자료 따라 ’마약 비상’, 치안 관련 기사 작성
관련 기사를 유형별로 좀 더 상세히 살펴봤다. 먼저 마약과 일반 치안 관련 보도는 언론사는 달라도 내용은 대동소이했다. MBC는 27일 “용산경찰서, '핼러윈데이' 앞두고 경찰 인력 집중 투입 나서”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경찰은 핼러윈 주말 동안 많은 인원이 제한적인 공간에 모이면서 불법 촬영이나 강제추행, 절도 등 범죄가 늘어날 것을 우려해, 내일부터 총 200여 명 이상의 경찰을 이태원 현장에 배치한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국민일보는 참사 하루 전인 28일 “3년 만에 맞는 핼러윈… 이태원 클럽 ‘마약 비상’”이라는 기사에서 제목으로 “범죄 취약장소를 분석해 경찰 인력 200명 이상을 이태원 현장에 배치한다”라고 보도했다. 용산경찰서가 27일 배포한 보도자료 ‘안전하고 질서 있는 이태원 핼러윈 축제를 위한 종합치안 대책 추진’을 받아 쓴 것으로 보인다.
핼러윈을 앞두고 언론이 마약 관련 기사를 많이 쓴 것 역시 경찰 보도자료 영향으로 풀이된다. 용산서는 27일 보도자료에서 ‘'유흥가를 중심으로 암암리에 발생하고 있는 마약범죄에 대한 실시간 단속・감시를 강화', '경찰은 핼러윈데이 기간 중 마약범죄와 성범죄 예방 등을 위한 자정노력을 촉구'를 언급하며 마약을 강조한 바 있다.
국민일보는 28일 자 기사에서 "올해는 3년 만의 핼러윈 축제 재개로 10만 명 가까운 인원이 운집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투약이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는 용산경찰서 관계자 발언을 인용했다. MBN도 참사 하루 전인 28일 “3년 만의 핼러윈 맞는 이태원…10만 명 운집에 경찰은 '마약' 집중”에서 (10월 28일) "경찰은 이런 신종 마약 유통 등 단속을 위해 일대 치안 활동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언론의 이런 보도 행태를 두고, 저널리즘 전문가 정미정 박사는 "코로나 이후에 완전히 자유롭게 대중들이 모일 거라는 걸 충분히 다 예측을 했다"라며 "(이 참사의) 책임이 정부와 경찰에 1차적 책임이 있지만, 언론사들 역시 보도자료에만 의존을 했고, 마치 자신들은 아무런 책임 없다는 듯이 그렇게 (예견된 참사라고) 보도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이태원’ 언급 ‘마약’ 트윗 40%는 언론 발 ‘마약주의보’
언론이 핼러윈 축제 전에 마약 관련 기사를 많이 내놓으면서 이 기사들이 소셜미디어에 급속도로 퍼져 핼러윈 이슈를 지배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뉴스타파는 언론 기사 분석과는 별도로 핼러윈을 앞두고 트위터에 올라온 트윗을 전수조사했다. 기간은 10월 25일 오후 4시 45분에서(데이터 크롤링 기술 문제 때문에 이 시점 이후 트윗 수집이 가능했다) 이태원 참사 발생 직전인 29일 밤 10시 15분까지다. 키워드 ‘이태원’이 들어간 모든 트윗을 수집했다. 모두 17,708건이 나왔다.
특이한 건 이태원이 언급된 17,708건의 트윗 가운데 10월 27일 오후 5시 41분 이전의 트윗에는 마약 관련 이야기가 한 건도 없다는 점이다. 하지만 국민일보 공식 트위터 계정이 이날 오후 5시 41분에 “이거 사탕 아냐? 이태원, 핼러윈 앞두고 ‘마약주의보’”라는 트윗을 올리면서 트위터상에 ‘이태원, 마약주의’ 관련 이야기가 빠르게 퍼졌다.
분석 기간을 좁혀서 국민일보가 이 트윗을 올린 직후부터 참사가 발생한 29일 오후 10시 15분까지 ‘이태원’을 언급한 트윗을 집계했다. 모두 13,869건이 나왔다. 여기서 ‘마약'을 언급한 트윗은 5,535건, 무려 40%에 달했다. ‘이태원 마약주의' 트윗은 대부분 언론사의 기사를 인용·전달하거나 캡처해서 올리는 형식이었다. 참사 이틀 전인 27일 저녁부터 트위터에선 이태원과 마약이 붙어 다녔다고 볼 수 있다.
트위터 공식 계정에 ‘이태원 마약주의’ 트윗을 올린 언론사는 국민일보 외에도 SBS(10월 28일 오후 1시 51분), TV조선 등이 있다. 다른 언론사 기사도 인용 형태로 트위터에 많이 퍼졌다. 이처럼 핼러윈데이 직전 이태원을 언급한 트윗의 절반 가까이가 마약을 거론하면서 소셜미디어 이용 빈도가 높은 젊은 층에선 이태원 인파 밀집에 따른 안전사고 경각심보다는 마약을 더 우려했을 가능성이 크다. 결과적으로 용산경찰서 보도자료 → 언론 보도 → 트위터로 이어진 마약주의보에 안전사고 우려는 전혀 주목을 받지 못했다.
언론이 경찰 보도자료를 근거로 ‘이태원 마약주의’를 강조하는 기사를 내보낸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당국이 설정한 프레임이나 가이드라인을 넘어서서, 시민 안전이나 생명에 위협이 될 징후가 있다면 언론이 독자적으로 취재해서 경고음을 울리는 것이 저널리즘의 책무다. 하지만 핼러윈 축제를 앞두고 언론은 엉뚱한 방향으로 갔다.
133건 중 절반가량이 핼러윈 상품 광고, 기업 홍보성 기사
뉴스타파가 전수조사한 이태원 및 핼러윈 관련 보도 133건 가운데 가장 많이 나타난 유형은 핼러윈 관련 상품 광고성이나 기업 홍보 기사다. 모두 60건으로 전체의 45%다. 매일경제가 35건(59%)으로 가장 많았고 세계일보(7건), 국민일보(4건), 서울신문(4건), 한국경제(3건) 순으로 나타났다. 홍보 대상을 보면 온라인 게임 홍보 기사가 19건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유통업계 프로모션 홍보 기사가 11건으로 뒤를 이었다. 이외에 대형 쇼핑몰, 호텔, 놀이공원 등을 홍보하는 기사가 확인됐다.
(왼쪽부터) 매일경제 22.10.20. / 국민일보 22.10.19.
이런 기사를 보면 홍보성 기사인 점이 노골적으로 드러나지 않게 서술 방식이 점점 교묘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핼러윈을 맞아 북적이는 서울 상권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해 유통업체 홍보로 끝나는 기사가 그런 경우다. 문화일보가 10월 29일 보도한 '엔데믹 후 첫 핼러윈에 ‘열광’… 이태원에 10만 명 몰린다'(사회 섹션)는 사회면 기사 형식을 갖췄으나 사실상 이마트, GS리테일, 롯데월드몰 등에서 하는 프로모션이나 행사를 홍보하는 내용이다. 기사 전반부에서는 올해 이태원에 “최대 10만 명 이상의 인파가 몰릴 것으로 전망”하고 이태원 주점 주인의 말을 인용해 상권 활성화에 기대감을 조성했다. 그러나 중반부터는 이마트 매출 추이를 보여주는 조사 결과를 인용하는 등 기업 홍보를 이어갔다.
특정 기업 프로모션을 홍보하는 기사는 언론사는 달라도 내용이 같거나 유사했다. 경향신문의 '롯데아울렛, 핼러윈 등 앞두고 대규모 할인 이벤트 제공(경제 섹션, 22.10.27.)' 기사와 국민일보의 '롯데아울렛, 연중 최대 규모 할인 행사(시사 섹션, 22.10.28.)' 기사는 롯데아울렛 핼러윈 할인 행사를 홍보했다. 두 기사는 할인 행사 설명뿐 아니라 서술까지 일치한다. 서울신문도 27일, 28일 양일간 두 신문과 유사한 내용을 내보냈다.
매일경제와 내일신문은 시몬스침대 홍보 기사에서 같은 내용을 인용해 썼다. 매일경제의 '시몬스 침대, 핼러윈 맞아 삼성서울병원 환아에 깜짝 굿즈 선물(기업 섹션, 22.10.21.)' 기사와 내일신문의 '시몬스 침대 '힙'한 선행 나선다(경제 섹션, 22.10.21.)' 기사를 보면 “수면 전문 브랜드 시몬스 침대가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 환아들에게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청담' 인기 굿즈 세트를 선물했다”는 문장이 일치하고 다른 정보도 겹친다.
노골적인 기업 홍보나 상품 광고성 기사는 아니지만 전체 기사 133건 가운데 핼러윈 축제 분위기를 띄우고 특수 기대감을 부추기는 기사도 22건(17%)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이태원 참사 발생 전 2주 동안 이태원과 핼러윈을 언급한 기사 133건 중 다중밀집으로 인한 안전사고 우려를 제기한 기사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이연 선문대 명예교수(한국재난정보미디어포럼 회장)는 “(많은 인파가 모이도록) 방송도 부추긴 면도 있다”고 말했다. 사고 당일 언론이 행사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보도를 함으로써 더 많은 인파가 모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저널리즘 전문가 정미정 박사는 "언론사가 그렇게 많은 기사들을 쏟아내는데, 광고 아니면 보도자료 이런 거밖에 없다"고 지적하며, "(안전 문제에) 대비가 충분히 되어 있는지 묻는 기사가 거의 없었다는 건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 다음 날인 10월 30일부터 참사 소식을 전하면서 ‘예견된 참사’라는 표현을 사용한 기사가 수십 건 쏟아졌다. 이런 기사들이다. “이번 사고는 예견된 참사였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실제, 이같은 상황은 사고 발생 전날인 28일에도 연출됐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MBN, 10월 30일), “지난해 핼러윈을 맞은 이태원 거리의 사진이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당시에도 골목이 인파로 가득 차 있어 ‘예견된 참사였다’는 반응이 나온다”(머니투데이, 10월 30일), “일부 목격자들은 ‘예견된 참사’라고 했다. 사고 발생 6시간 전부터 사고 발생지인 해밀턴 호텔 주변이 포화상태였다는 것이다”(경향신문, 10월 30일). 하지만 참사 당일 이태원에 모인 많은 시민이 안전 불안을 호소할 때도 언론은 이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 참사가 발생한 이후에야 ‘예견된 참사’라는 말로 참사를 규정하는 한국 언론. 세월호 참사 때 한국 언론이 보인 행태는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박영흠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은 "언론이 예고된 참사라는 말을 하려면, 사전에 감시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어야 한다"라며 "(언론이) 쉽게 예측할 수 있는 재난은 아니"었지만, "언론의 초점이 사건을 예방하는 데는 별로 관심이 없는 건 분명한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취재: 박채린 김주형 오나영(뉴스타파 펠로우)
남한생활 20년···그는 죽어서도 외로웠다
“탈북자들은 타임머신을 타고 40~50년 뒤의 미래로, 사회주의에서 자본주의로, 집단주의에서 개인주의 문화로 이동했다. 이런 급격한 변화에서 겪는 속병이 곪아터지지 않게 치유하고 싶다.”
지난달 서울 양천구의 아파트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북한이탈주민 김모씨는 2010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당시 입국 8년차였던 그는 북한이탈주민 전문상담사로 새 출발을 준비하고 있었다. 통일부는 그해 처음으로 탈북 과정에서 트라우마를 겪은 북한이탈주민들의 심리상담과 정착 지원을 위해 1기 전문상담사 30명을 선발했다. 북한이탈주민 출신 전문상담사는 7명이 뽑혔다. 김씨도 그중 한사람이었다.
험난했던 탈북, 순조로운 정착
김씨의 북한이탈은 험난했다. 탈북 과정에서 한차례 강제 북송됐다고 한다. 당시의 경험은 2011년 유엔난민기구(UNHCR)와 국제이주기구(IOM)가 공동주최한 국제회의에서 김씨가 발표한 발제문에 간접적으로 나타난다. 당시 김씨는 토론자로 참석해 “중국에 거주하는 탈북여성들은 끊임없이 북송의 위협 속에 살아가게 됩니다. 공안에게 붙잡히면 변방대로 잡혀갔다가 북송됩니다. 북송 여성들은 보위부 취조를 받은 후 죄질에 따라 수감시설을 달리합니다. 수감시설은 매우 열악하고 비위생적입니다. 제공 음식도 극히 부족해 많은 사람이 질병과 고통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습니다. (중략) 특히 많은 북한이탈 여성들에게 수치스럽게 생각되는 아픈 기억과 탈북과 도피생활, 북송 등의 과정에서 야기된 건강문제는 간과할 수 없는 주요한 유병 요인이 됩니다”라고 말했다.
국제회의에 발제자로 초청될 정도로 그의 남한 안착은 순조로웠다. 전문상담사로 일하기 전에는 간호사로 근무하며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했다. 지방자치단체 주민센터에는 2009년 김씨를 복지대상에서 제외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지자체는 대학을 졸업한 김씨에게 근로 능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상담사로서의 삶도 성공적이었던 걸로 보인다. 김씨와 함께 1기 북한이탈주민 전문상담사로 일했던 북한이탈주민 A씨는 “처음 1기 전문상담사 교육을 받는데 겉모습만 봤을 때 김씨는 너무 세련돼 우리끼리 탈북민이 맞느냐는 이야기도 했다. 그 정도로 가장 남한화된 분이었다”며 “남북하나재단의 전문상담사로 일하다가 2017년 퇴사했는데, 퇴사할 때까지 일을 정말 잘했다. 다들 평가가 좋았다. 강인한 사람이었고, 옳고 그름이 정확했고, 남에게 폐를 끼치는 일은 절대 하지 않았다”고 했다.
탈북 20년차를 맞는 올해 10월, 김씨는 자택에서 백골 상태로 발견됐다. 살아 있었다면 올해로 마흔아홉 살이다. 시신은 겨울옷을 입고 있었다. 이를 근거로 그가 지난겨울 사망한 게 아니냐는 추정도 나온다. 무려 1년 전이다. 김씨의 죽음은 한국사회의 복지 사각지대를 다시 드러냈다. 동시에 북한이탈주민에게 남한 정착이 평생의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재확인시켜줬다.
한때 전문상담사 활동…각종 공과금 연체에도 1년간 아무도 몰라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주무부처 통일부의 실패
2017년 남북하나재단을 퇴사한 이후 김씨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북한이탈주민 커뮤니티에서도 그와 관련한 소식이 끊겼다. 북한이탈주민 출신으로 남북하나재단에서 근무하는 B씨는 “2017년 갑자기 그만둔다고 했다. 왜 그만두는지 물으니 못해 본 영어 공부도 하고 미국에도 가겠다고 했다”며 “워낙 근무할 때 잘해서 각종 심사역이나 자문위원으로 위촉하고 싶어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 전화번호가 바뀐 상태여서 ‘정말 미국에 갔구나’라고만 생각했다”고 했다.
이후 그의 이름은 정부의 복지위기가구 감시망에서 발견된다. 김씨가 월 1만4650원의 건강보험료를 체납한 지 3개월이 되던 지난해 5월 보건복지부는 북한이탈주민 위기 대응을 담당하는 통일부와 위기가구를 관리하는 지역 주민센터 김씨의 위기정보를 각각 전달했다. 당시 위기정보에 포함되진 않았지만, 이때 이미 김씨는 월 11만원가량의 주택 임대료와 월 5만원 상당의 관리비를 6개월째 체납하고 있었다.
발견도 늦었지만, 위기정보 접수 후의 대응도 성공적이지 못했다. 통일부는 지난해까지 북한이탈주민 취약계층에 대해 반기별로 1회씩 전수조사를 벌였다. 2021년 초 김씨 관련 위기정보를 넘겨받은 통일부는 그해 상반기 취약계층 조사대상에 김씨를 포함시켰다. 남북하나재단이 운영하는 지역별 하나센터 중 서울남부하나센터가 김씨와 접촉을 시도했지만 ‘연락 두절’로 처리했다. 서울남부하나센터는 김씨가 북한이탈주민 전문상담사 시절 근무했던 전 직장이기도 하다. 서울남부하나센터를 운영하는 한빛종합사회복지관 관계자는 “퇴사하고 연락이 두절됐다. 아무하고도 연락이 안 됐다”고 했다. 직접 방문조사를 했냐고 묻자 이 관계자는 “우리가 조사한 결과를 통일부에 보고했고, 통일부에서 이 사건 관련 대응을 하고 있다”고만 답했다. 결국 그해 상반기 김씨에 대한 통일부 차원의 지원은 없었다.
통일부의 취약계층 조사와 지원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이뤄졌는지는 오리무중이다. 간접적으로 이를 가늠해볼 수 있는 지표는 있다. 통일부는 2021년 상반기에 북한이탈주민 취약가구 7517명을 조사대상으로 삼았다. 조사 이후 실제 지원을 받은 사람은 467명에 그쳤다. 김씨처럼 ‘연락 두절’ 등으로 인해 ‘미확인’으로 남은 인원이 3176명으로 전체 조사대상의 40%를 넘었다. 대상자에 대한 소재 파악 및 접촉 시도가 적극적으로 이뤄졌다고 보기는 어려운 셈이다.
통일부의 대응 실패는 계속됐다.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통일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통일부는 지난해 5월부터 올해 10월까지 복지부로부터 최소 7차례 김씨와 관련한 위기정보를 전달받았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통일부의 북한이탈주민 취약계층 전수조사가 전화조사 방식으로만 이뤄져 미응답 사례가 너무 많다는 지적이 나오자, 통일부는 지난해 하반기 조사대상을 고위험 취약계층 1582명으로 좁혀 집중관리방식으로 전환했다. 실제 지난해 하반기 조사의 미응답 인원은 50명으로 줄었지만, 정작 김씨는 조사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통일부가 해당 조사를 실시한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김씨는 건보료(10개월), 주택임대료·관리비(13개월), 통신비를 체납한 상태였다. 금융연체 사실도 확인됐다. 그럼에도 통일부는 김씨를 고위험군으로 분류하지 않았다.
김상희 의원은 “사회보장정보원과 지자체가 복지 사각지대 발굴을 위한 조사를 벌이고 있음에도, 통일부가 별도로 위기 탈북민 발굴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이유는 탈북민의 어려움을 한단계 더 들여다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며 “연락 두절, 결번, 거주 불명과 같은 이유로 조사에서 제외되고 있는 탈북민의 상황까지 파악해 통일부가 적극적인 대책을 수립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에서도 사각지대
김씨가 사는 지역의 주민센터 지난해 5월부터 최소 5차례 복지부의 위기정보를 넘겨받았지만 김씨와 접촉하지 못했다. 당초 복지부가 전달한 위기정보에 김씨의 휴대전화 연락처는 공란으로 남아 있었다고 한다. 주민센터 관계자는 “주소지로 찾아가고 우편 발송도 했는데 만날 수가 없었다”며 “추측만 가지고 임의로 출입문을 강제 개방하고 확인해볼 법적 근거나 권한이 없다. 징후가 없다면 경찰에서도 출동하지 않는다. 일선 지자체에서 위기 대상자들의 상황을 확인해볼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지면 이런 사고를 방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김씨의 생존이 마지막으로 확인된 건 지난해 3월 9일이다. 김씨가 살았던 아파트 관리사무소에는 김씨가 지난해 3월 9일 마지막으로 관리비 독촉장을 수령하고 사인했다는 기록이 있다. 해당 아파트엔 3000세대가 입주해 있다. 이중 약 10%가 북한이탈주민 세대다. 김씨는 이곳에서만 20년을 살았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그때 이후로는 그 집에서 온수를 안 썼다. 사고 후에 누군가 그분 사진을 보여줬는데 관리사무소 직원 중 한명이 다른 탈북민들 모시고 와서 처음 아파트 입주할 때 안내해주던 분이라고 하더라. 아마 상담사 일을 했기에 그랬던 것 같다. 워낙 젊어 이분 같은 경우는 위기상황이라고 인지를 못 했던 것 같다. 이분에 대해서는 누가 신경을 쓰지 못했다”고 했다.
이웃들도 낌새를 차리지 못했다. 김씨와 같은 층에 사는 이웃주민 C씨는 “오가며 마주치면 목례를 했다. 점잖고 조용한 분이었는데 그런 일이 있었다기에 깜짝 놀랐다. 이 층에만 탈북민들이 몇가구 사는데 서로 왕래는 잦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굳게 닫혀 있던 김씨의 집 문을 연 것은 결국 ‘밀린 집세’였다. 서울주택도시(SH)공사는 김씨의 임대료 체납이 15개월째 접어들던 지난 1월 명도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지난 10월 19일 오전 8시쯤 SH공사와 법원 직원, 관리사무소 관계자 등이 강제 퇴거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김씨의 집 문을 강제 개방했다. 아파트 출입문에는 안전고리가 걸려 있었다. 김씨는 침대 위에 겨울옷을 입고 누운 채 발견됐다. 집 현관에는 부츠 한켤레만 놓여 있었다. 양천경찰서 관계자는 11월 1일 “기본적으로 변사 사건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현재 국과수 부검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백골 사체로 발견된 북한이탈주민 김모씨의 자택 우편함에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보낸 보험료 납입 고지서가 꽂혀 있다. 이효상 기자
반복되는 무연고 고독사
북한이탈주민 고독사는 매년 반복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2019년 북한이탈주민 모자 사망 사건이다. 2008년 탈북한 한모씨와 그의 일곱 살 난 아들이 2019년 7월 아파트를 방문한 수도검침원에 의해 숨진 채 발견됐다. 아동수당 10만원과 양육수당 10만원으로 생계를 이어가던 모자는 2019년 3월 아들의 만 6세 생일이 지남에 따라 아동수당이 끊기자 단돈 10만원으로 생활해왔다. 그해 5월 한씨는 거래은행에서 잔고 3838원을 인출했다. 모자는 그해 5월 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2020년에는 50대 남성이 경기도 평택에서, 지난해에는 70대 남성이 부산에서 각각 숨진 채 발견됐다. 전형적인 무연고 고독사였다.
통일부 통계를 보면 북한이탈주민의 무연고 사망이 갈수록 늘고 있다. 북한이탈주민 무연고 사망자는 2019년과 2020년에 각각 7명씩 발생했다. 2021년에 3명으로 줄었지만 올해는 9월까지만 11명의 무연고 사망자가 발생했다. 전수조사가 아니기에 무연고 사망자 숫자는 이보다 더 많을 수 있다. 북한이탈주민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절차를 대행하는 남북하나재단의 관계자는 “관할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장례를 치르는 경우도 있고, 북한이탈주민 동료들이 장례를 대신 치르는 경우도 있어 (통일부) 통계보다 숫자는 더 많을 수 있다”며 “정착기간이 장기화하면서 이탈주민분들이 고령화된 것도 무연고 사망이 늘어나는 원인일 수 있다. 2019년 탈북 모자 사건 이후 통일부에 안전지원팀이 꾸려지면서 사례 발굴이 많아진 측면도 있다”고 했다.
무연고 사망의 배경에는 북한이탈주민의 취약한 경제적 기반이 자리하고 있다. 남북하나재단이 수행한 2021년 북한이탈주민 정착실태조사를 보면, 북한이탈주민의 고용률은 56.7%로 한국 전체보다 4.5%포인트 낮았고, 실업률은 7.5%로 3.8%포인트 높았다. 남한에서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물었을 때 ‘하층(34.5%)’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고, 그다음이 ‘중하층(34.0%)’이라는 답변이었다. ‘병원비가 부담돼 진료를 받지 못한 적이 있다’는 응답은 7.2%, ‘공과금을 체납한 적이 있다’는 응답은 6.6%였다. ‘자살 충동을 느낀 적이 있다’는 응답은 13.3%로 일반 시민 대상 조사의 응답률 5.2%(2020년 기준)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자살 충동을 경험한 이유로는 ‘경제적 어려움 때문(26.8%)’, ‘신체적·정신적 질환 때문(25.8%)’이라는 답변이 많았다.
고립감도 하나의 원인이다. 북한이탈주민 상당수는 혼자 탈북했다. 2021년 정착실태조사를 보면 북한이탈주민 가구는 1인 가구인 경우가 32.8%로 가장 많았다. 특히 1인 가구 비중은 60대 이상 연령층에서 63.3%로 가장 높았다. ‘갑자기 많은 돈을 빌릴 일이 생길 경우 도움받을 수 있는 주변 인물이 없다’는 응답이 53.0%로 나타났고, ‘낙심하거나 우울해서 이야기 상대가 필요한 경우 도움받을 사람이 없다’는 응답도 21.9%로 나타났다. 북한이탈주민 5명 중 1명은 속내를 털어놓을 주변인도 없는 셈이다.
북한이탈주민들의 고립감은 코로나19 기간 더 깊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인권정보센터의 ‘2021년 북한이탈주민 경제사회통합 실태보고서’를 보면, ‘최근 1년 동안 연속적으로 2주 이상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슬프거나 절망감을 느낀 적이 있다’는 응답이 35.1%에 달했다. 이 같은 응답 비중은 비경제활동인구에서 55.6%로 높았고, 남성(18.9%)보다 여성(40.9%)에게서 높게 나타났다. 임순희 북한인권정보센터 총괄본부장은 “북한이탈주민 분들은 기존의 사회망 네트워크가 좁은데다 코로나19 때문에 그나마 있던 관계망도 단절되면서 문제가 심화됐다”고 말했다.
반복되는 북한이탈주민 고독사를 방지하려면 일반 시민들과의 복지망을 일원화하고 심리치유를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순희 본부장은 “연령에 관계없이 예방차원에서 1인 가구에 대한 관리체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해보인다. 북한이탈주민이 정착한 지 오래됐는데 취약층 명단을 다시 통일부로 보내기보다 지역 행정복지센터에서 일반 시민들과 함께 관리를 받도록 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일 수 있다”고 했다. 남북하나재단 관계자도 “심리적인 문제가 제일 크다. 북한이탈주민 상당수는 탈북 과정에서 겪은 트라우마와 북한에 가족을 두고 왔다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괜찮아졌다가도 남한 정착에서 어려움을 겪으면 감정이 다시 올라오기도 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심리치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주간경향
춤추며 놀았던 핀란드 총리···“업무태만 아냐” 공식조사 발표
파티에서 신나게 춤을 추는 영상이 유출돼 논란이 일었던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가 업무태만이나 불법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현지 공식조사 결과가 나왔다.
AFP에 따르면, 4일(현지시간) 투오마스 푀위스티 핀란드 사정감독원장은 “총리가 업무를 수행하면서 법에 어긋나는 행동을 했다거나 공적 의무를 태만히 했다고 의심할만한 아무런 이유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핀란드의 사정감독원장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종신직 공직자로, 정부 활동의 적법성을 감독하는 역할을 한다. 마린 총리는 지난 8월 가정집으로 보이는 곳에서 친구들과 춤을 추고 술을 마시는 장면이 담긴 영상이 공개됐다. 당시 파티에는 핀란드 유명 방송 진행자와 유튜버, 인플루언서, 가수, 사회민주당 의원 등 20명이 참석했다. 당시 영상에서 마린 총리가 코카인을 가리키는 것으로 추정되는 은어를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며 마약 복용 의혹이 불거졌다. 그러나 논란 직후 마약 검사에서 마린 총리는 음성 판정을 받았다.
영상이 도마에 오르자 마린 총리는 “나도 사람이다. 이런 어두운 구름 가운데에서 나도 가끔 즐거움과 빛과 재미를 원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마린 총리는 34세이던 2019년 12월 핀란드 제1당인 사회민주당 대표로 선출되며 당시로선 세계 최연소 현역 총리가 됐다. 지난해 12월에는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외무부 장관과 밀접접촉을 한 뒤 업무용 전화를 집에 두고 새벽 4시까지 친구들과 나이트클럽에서 놀았다가 사과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가죽 재킷을 입고 록 페스티벌에 방문한 사진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경향 이성희 기자
더 많은 증거 있다”… 폭로 예고한 ‘술자리 의혹’ 제보자
이세창 전 대행 명함 공개
“대통령 목소리 녹취 있으면 인정하나” 질문
박원순 시장 유족 대리 변호사가 자문
이른바 '청담동 술자리 의혹'의 제보자 A씨가 6일 트위터 계정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5가지 질문을 던지며 답변을 요구했다. 트위터 캡처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월 19~20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 대형로펌 변호사들과 함께 술자리를 가졌다는 이른바 ‘청담동 술자리 의혹’의 제보자가 6일 SNS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 제보자는 당시 술자리 참석자로 지목되자 강하게 부인했던 이세창 전 한국자유총연맹 총재 권한대행의 명함 사진을 공개하면서 논란에 다시 불을 지폈다. 제보자는 “술자리에서 대통령의 녹취된 목소리가 있으면 인정하겠나”라는 등의 질문을 던지며 후속 폭로를 암시했고, “윤석열 대통령님의 답변을 기다리겠다”고 했다.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유족 측을 대리했던 정철승 변호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제보자 요청으로 자문 변호사를 맡았다고 밝히면서 “윤 대통령, 한 장관, 국민의힘의 부인과 비방에 대한 항의 의사는 분명히 밝혔으니 당분간 말을 아끼고, 반응이 있으면 적절한 대응을 하라고 조언했다”고 전했다.
이어 A씨는 “영상이나 녹취도 트윗으로 올릴 수 있죠? 제가 잘 몰라서 혹시 방법을 알려주실 수 있나요?”라며 관련 증거의 존재를 암시했다.
정철승 변호사 페이스북 캡처
정 변호사는 같은 날 “제보자의 요청에 따라 변호인을 맡아 향후 법적인 보호를 해드리기로 했다”며 제보자의 자문 변호사를 맡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자문변호사로서 제보자에게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장관 그리고 국민의힘의 부인과 비방에 대한 항의 의사는 분명히 밝혔으니 당분간 말을 아끼고 저들로부터 반응이 있을 경우 그에 대한 적절한 대응을 하라’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이어 “제보자가 변호사의 조언에 잘 따른다면, 윤 대통령과 한 장관, 국민의힘의 반응이 없다면 제보자 역시 추가적인 폭로나 발언은 없을 것이다. 참고하기 바란다”고 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이태원 참사 세금 지원 반대” 5만명 동의…국회 소위 회부
정부가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에게 장례비와 위로금 등을 지급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국민은 약 300명의 부상/사망자 유가족 에게 지원금을 주고자 세금을 납부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세금의 신중한 사용을 촉구한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5만명이 동의했다.
지난달 31일 국회 국민동원청원 홈페이지에 '이태원 사고와 관련 상황의 세금 사용에 관한 법률 개정에 관한 청원'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청원은 게시 1주일 만인 지난 6일 청원 접수 기준인 5만명을 넘겼다.
국민동의청원은 공개 후 30일 안에 5만명 이상 동의를 얻으면 소관위원회와 관련위원회에 회부된다. 위원회 심사에서 채택되면 본회의에 부의해 심의와 의결이 이뤄진다.
청원인은 해당 청원을 내면서 "이태원 사고는 그 유가족에게는 슬프고, 참사라고 할 수 있겠으나 대규모 사상자 발생이 이슈화 될 때마다 전·현 정부의 독단적이고 합리적이지 않은 결정으로 국민의 세금을 사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여겨 해당 청원을 낸다"고 취지를 밝혔다.
[국회 국민동의청원 캡처]
그는 "국민의 세금이 이렇게 쓰이는 것이 이제는 관습이 된 것 같다"며 "대규모 사상자 발생 건의 금전적 지원을 비롯해 이번 이태원 사고의 장례비용과 치료비 등의 지원은 납득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이어 "세금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국민 생활의 복지 증진을 위해 걷는 것"이라며 "세금이 좀 더 세밀하고 신중하게 사용 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국민의 혈세를 지원이라는 명목 하에 여론을 일시적으로 잠재우기 위해 사용하거나, 관습적으로 쓰는 것이 아닌, 근복적 원인 규명과 이런 사고가 있을 때 봉사하고 헌신하는 사람에게 보다 더 나은 지원과 환경을 갖추고 향후 재발 방지에 쓰여야 한다"며 거듭 세금의 신중한 사용을 촉구했다.
앞서 정부는 이태원 참사 다음날인 지난달 30일 용산구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희생자들에게 장례비 최대 1500만원과 위로금 2000만원 등을 지급하기로 했다.
일부 시민들은 참사 희생자를 애도하면서도 세금으로 희생자 유족들에게 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을 두고는 "국가 세금으로 지원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세월호 참사 치료비 아직…또 전국민 의료비 손댄 정부
세월호 참사 의료비 先건보 後국비 8년째 진행형
건보 국비 비중 14%…쓰는 건 정부 마음대로
정부가 이태원 사태 희생자에 대한 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중 치료비는 건강보험 재정을 활용하기로 하면서 결국 정부 책임을 국민에게 전가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태원 사망자 장례비를 1인당 최대 1500만원, 위로금 성격의 구호금은 사망자 2000만원, 부상자 최대 100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 중 사상자 치료비는 건강보험재정으로 우선 대납하고 국비, 지방비 등으로 사후 정산하기로 했다. ‘주최자 없는 행사’로 인한 참사인 점을 감안해 정부가 부담키로 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렇게 가져다 쓴 기금이 바로 환수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에도 정부는 부상자의 신체적 정신적 질병 및 부상과 후유증 치료에 소요되는 법정 본인부담금과 비급여, 간병비, 처방된 약제비의 본인부담금 등을 건강보험공단에서 의료기관에 우선 지급하고 향후 국고에서 공단에 정상 지급하기로 했다. 8년이 지난 지금도 이 비용은 말끔하게 정산이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건보공단으로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현재까지 세월호 참사 관련 총 진료비는 134억원이다. 이 중 건보공단은 승선구조자의 진료비용에 대해선 구상권 청구 대상인 한국해운조합과 청해진해운을 납부의무자로 해 참사 4년만엔 2018년에 778만원을 전액 받았다. 하지만 승선자가 아닌 참사자 가족 등이 받은 진료비는 정부가 납부하기로 했음에도 여전히 완납하지 않은 상태다. 복지부 관계자는 “세월호 특별법에 따라 2024년까지 의료비를 지원하도록 되어 있다”며 “시차에 따라 바로 못 준 것도 있겠지만, 계속 정산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은미 의원실 제공
건보료는 그해 쓸 의료비를 국민이 매달 납부해 쌓아두는 것으로 세금과 성격이 다르다. 현재 건보재정 72조8000만원 중 국비지원 규모는 10조5000만원(2022년 기준)이다. 이는 전체 건보재정의 14.4%로, 80% 이상을 국민이 부담하고 있는 셈이다. 2019년 기준 국가별 건보재정 지원율은 △네덜란드 55% △프랑스 52.2% △일본 38.8% △벨기에 33.7% △대만 22.9% 등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국비 지원수준은 다른 나라 수준에 크게 못 미치는 것이다.
이같이 건보재정 중 국비 비중은 적지만 정부가 필요할 때 가져다 쓰는 건 손쉽다. 건강보험의 주요 결정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다뤄져야 하는데, 지난 3월 통과된 ‘건강보험 재난대응메뉴얼’에 따르면 소요 재정이 500억원 미만인 경우 건정심 의결을 받지 않고도 사후보고만으로도 추진이 가능해 건정심이 열리지 않고도 재난지원을 위해 활용이 가능한 상태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정부가 국고는 덜 지원하고 건보재정은 곶감 빼먹듯이 빼다 쓴다”며 “이러면서 국민에겐 돈을 더 내라, 보장 낮추겠다고 하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느냐?”고 지적했다.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풍산개 파양' 보도에 文 측 "尹정부, 책임 미루려고 해“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2709286632523424&mediaCodeNo=257&OutLnkChk=Y
https://www.youtube.com/shorts/rwcmpq7qhvw
사설] 국조 거부한 채 촛불·야당 탓, 적반하장 노골화한 여당
여야는 ‘이태원 참사’ 열흘째인 7일에도 진상 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국조)에 합의하지 못했다. 국민의힘이 군색한 이유를 들어 더불어민주당의 국조 소집 요구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집권 여당은 참사 원인을 같은 날 열린 광화문 촛불집회 탓, 야당 탓으로 돌리며 정쟁에 불을 지폈다. 350여명의 사상자를 낸 참사의 진상 규명과 책임자 문책은 뒷전으로 미룬 채 적반하장식 정치공세에 매달리는 태도가 몰염치하기 짝이 없다.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이날 오전 국조 논의를 위해 만난 여야 원내대표는 결국 빈손으로 헤어졌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도 “(경찰) 수사에 방해가 된다”며 ‘국조 불가론’을 고집했다. 국조는 ‘수사 중인 사건의 소추에 관여할 목적’이 아닌 한 가능하다고 관련 법에 명시돼 있다. 더욱이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가습기 살균제 사건, 세월호 참사 때도 수사와 별개로 열린 전례가 있는 만큼 여당의 주장은 구차한 억지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여당이 이날 ‘이태원 사고 조사 및 안전대책 특별위원회’라는 것을 당내에 만들고 용산경찰서 등 현장 방문은 물론 관련 정부 부처 보고도 받겠다고 밝혔다. 국조에 여야가 합의하면 법적 뒷받침을 받으며 더 광범위하고 종합적인 조사가 가능하다. 그런데도 국조는 기어이 회피하면서 엉뚱하게 당내 특위를 만드는 의도가 무엇인지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이날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참사 당일 윤석열 정권 퇴진 촛불집회에 경찰이 대응할 수밖에 없어 이태원 참사가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집회에 버스로 군중을 동원했다며 사과도 요구했다. 궤변이 아닐 수 없다. 집회는 참사가 나기 훨씬 전인 밤 9시 이전에 다 끝났다고 서울경찰청이 공식 확인한 바 있다. 같은 시각 보수단체들도 민주노총과 촛불행동 등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결국 여당의 움직임은 소모적인 정쟁을 유발해 사안의 본질과 책임을 호도하려는 전형적인 물타기나 다름없다.
윤 대통령과 한덕수 총리는 이날에야 비로소 공식적으로 사과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하지만 사과의 진정성을 담보하는 것은 몇마디 말이 아니다. 응당 지휘 책임을 물어야 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이 여전히 현직에 있는 지금 상황을 수긍할 국민이 얼마나 될까. 여당은 국조에 하루속히 합의해 민심을 거스르는 위험한 역주행을 멈춰야 할 것이다./ 한겨레
지금 내리실 역은 이태원역입니다
- 송경동(시인)
2022년 10월 29일 저녁 6시 34분
(경찰) 긴급신고 112입니다
"압사 당할 것 같아요
… 지금 너무 소름끼쳐요
2022년 10월 29일 밤 8시 9분
(경찰) 긴급신고 112입니다
막 넘어지고 난리가 났고 다치고 하고 있거든요
(경찰) 이태원 3번 출구 맞은편? (신고자) 네. 네
(경찰) 길 건너인가요? (신고자) 네. 길 건너서요
… 네. 부탁 좀 드릴게요. 감사합니다
2022년 10월 29일 밤 8시 33분
(경찰) 긴급신고 112입니다
사람들 지금 길바닥에 쓰러지고 막 지금 너무 이거 사고날 것 같은데, 위험한데
… 큰일 날 것 같은데 … 지금 심각해요 진짜
… 제가 영상 찍어놓은 것도 있는데 보내드릴 방법 있을까요 ?
(경찰) 112 문자로 보내시면 됩니다.
… 다른 친구 걸로 해도 되나요 ?
(경찰) 아. 뭐 친구분 걸로 하셔도 될 것 같아요.
2022년 10월 29일 밤 8시 53분
(경찰) 긴급신고 112입니다
사람들이 압사 당하고 있어요 거의 … (경찰) 압사를 당하고 있다고요?
… 네네, 아수라장이에요. 아수라장.
2022년 10월 29일 밤 9시
(경찰) 긴급신고 112입니다
지금 대형사고 나기 일보 직전이에요
… 네. 네. 지금 바로 오셔야 할 거 같아요. 긴급출동하셔야 될 거 같은데요
… 사람들이 지금 밀려요 지금 계속… 저는 지금 구조 돼 있고요
2022년 10월 29일 밤 9시 2분
(경찰) 긴급신고 112입니다
진짜 사고날 것 같아요. 사람들 다 난리 났거든요.
… 네. 여기 진짜 길 어떻게든 해주세요. 진짜 사람 죽을 것 같아요.
2022년 10월 29일 밤 9시 7분
(경찰) 긴급신고 112입니다
이태원 위쪽 할로윈 거리인데요.
… 여기 지금 사람들 너무 많아서 압사당할 위기 있거든요
2022년 10월 29일 밤 9시 10분
(경찰관) 긴급신고 112입니다
지금 여기 다 사람들이 압사당할 것 같아요.
… 압사당할 것 같다고요. 축제 중인데. (경찰) 예, 예.
… 아, 저기 저기, 상태가 심각해요. 안쪽에 막 애들 막 압사당하고 있어요.
2022년 10월 29일 밤 9시 51분
(경찰) 긴급신고 112입니다
지금 되게 위험한 상황인 거 같거든요. 지금 여기…, 아우…
…네. 빨리 좀 와주세요.
2022년 10월 29일 밤 10시
(경찰) 긴급신고 112입니다
여기 지금 이태원 사람 많잖아요. 예, 근데, 거기서 아우… 막 골목에서 내려오기가 막 밀고 압사당할 거 같애서 통제 좀 해주세요. 예?
… 가자, 이제 전화 끊어도 되죠
(경찰) 예, 출동해볼게요. … 전화 끊으셔도 됩니다.
2022년 10월 29일 밤 10시 11분
(경찰) 긴급신고 112입니다
여기, 압사될 것 같아요, 다들 난리 났어요.
(경찰) 예, 압사
… 아~ (비명소리) 아~ (비명소리), 이태원 뒷길요 이태원 뒷길.
2022년 10월 29일 밤 10시 21분 소방대 도착했지만 현장 접근 어려움.
2022년 10월 30일 오전 3시. 소방당국, 사망자 120명, 부상자 100명 발표
2022년 10월 30일 오전 6시. 소방당국, 사망자 149명, 부상자 76명 발표
2022년 10월 30일 오전 9시 30분. 소방당국, 사망자 151명, 부상자 82명 발표
"네. 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게 2022년 10월 29일 밤 축제가 열리던
이태원 골목에서 156명의 청춘들이 압사 당했지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안전대책회의 요구에 "내년 예산안 논의"가 먼저라 하고
대통령실은 '주최자'가 특정되지 않았으므로
경찰과 행정력은 법적 제도적으로 아무런 권한이 없어 책임이 없다 하고
국무총리는 사고를 전하는 외신기자단회견장에서
농담따먹기를 하며 희멀건 얼굴로 피식피식 웃고
행정안전부장관은 당일 오후에 있었던 광화문 소요와 시위대 탓이라 하며
경찰이나 소방 인력이 미리 배치되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었다고 덧붙였고
구청장은 할 일을 다했다고 했지
경찰은 뒤늦게 누가 최초로 밀었는지를 찾겠다고
경찰 501명을 투입해 특별수사본부를 편성했지
경찰청 정보국은 단 이틀 만에 신속히 "정부 부담 요인에 관심 필요"라는
… 주요 단체와 인사 동정이 사찰된 대외비 문건을 작성했지
정부 대응 지침은
"참사, 희생자라는 용어를 사고, 사망자로 통일하라."였지
"현장의 참혹한 사진들 유포를 막고 영정에서조차 얼굴을 지우라."였지
"신속한 애도로 정부비판의 흐름을 죽여라"였지
2014년 진도 앞 바다에서 세월호 승객들을 구하지 않고
진실규명을 방해하고 책임을 회피한
박근혜는 끝내 구속되었지
사고라니 참사라니 살인이지 학살이지
4시간 전부터 다급했던 11번의 긴급구조 신고를 받고도
태평한 국가가 죽인 거지
헌법 제32조 6항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2022년 10월 29일 오후 6시 34분 이후
주도면밀하게 이 죽임의 축제를 주최한 자는 대한민국 정부지
11번의 긴급구조 신고를 받고도
156명의 숨이 멎어갈 동안 있지 않았던 정부는
있을 필요가 없는 정부지
그 책임을 거부한 정부는 정부가 아니지
아무도 어떤 책임도 지지 않고 있는 정부는 정부가 아니지
...........................................................................
<지금 내리실 역은 용산참사역입니다>
… 2009년 용산 철거민학살 진상규명 투쟁 과정에
동료 문학인들과 편집해 엮은 르포산문집 이름이지
2009년 우리는 그렇게 매일 용산역에서 내렸지
거기서 구청과 특공경찰과 사제용역깡패들로 이루어진
삼각편대 공권력이 오갈 곳 없는 망루 끝까지 철거민들을 몰아
다섯 명의 철거민들을 불태워 죽였지
공무라 했지
살아남은 철거민들만 구속되었지
함께 망루에 올랐다 살아남은 아들이 아버지를 죽였다고 구속됐지
오세훈이 서울시장 이명박이 대통령이었지
촛불항쟁으로 그들이 세운
또 다른 대통령을 탄핵하고 촛불정부를 세웠지만
용산 학살의 주역들은 단죄되지 않았고
용산 철거민 희생자들과 구속자들의 진상규명과
명예는 끝내 회복되지 않았지
세월호 진상규명도 이루어지지 않았지
권력이 된 그들은 말했지
앞으로 나아 갈 일들이 많은데
지난 일에 연연하는 건 미숙한 생각으로
편협하고 지혜롭지 못한 일이라고
20년 집권을 하려면 적폐청산은 적당히 하고
관료들과 재벌들을 살살 달래며 함께 가야 한다고
… 그렇게 얼키고 설켜
… 2021년 오세훈이 다시 서울시장이 되고
… 2022년 이명박의 후예들이 대통령실을 다시 장악했지
"지금 다시 내리실 역은 이태원역입니다"
… 여전히 이건 참사가 아니지 학살이지
애도만 해도 충분한 일이 있는 반면
다함께 분노해도 모자란 일들이 있지
이런 소리가 불편하다고, 그래도 할 수 없지
늘 진실의 목소리는 가시처럼 불편한 거니까
이태원 참사 '책임자' 7인의 행적, '빼박'입니다
그들의 첫 보고·첫 지시·첫 사과까지... 드러난 뒤죽박죽 보고체계와 안일한 대응
▲ 지난 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시민촛불 집회’에 윤석열 정부의 책임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유성호
이태원 압사 참사가 발생한 뒤 열흘이 흘렀다. 이제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참사가 발생하기까지 보고 체계는 엉망이었고, 첫 대응 또한 안일했으며, 주요 사고 책임자들은 자신의 책임을 부정하다가 경찰의 112 신고 녹취록이 공개되기 몇 시간 전 우후죽순 사과를 내놨다.
경찰청장은 행정안전부장관에게, 행안부장관은 국무총리와 대통령에게 보고하도록 '지휘라인'이 설정돼 있다. 그러나 이상민 행안부장관은 대통령보다 19분 늦게 이태원 사고를 인지했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지난 3일 "지금은 그런 것보다 사고 수습에 전념하는 게 급선무"라면서 답을 회피했다.
용산구 CCTV 통합관제센터는 행안부로 사건 보고를 해야 했음에도, 단 한 건의 보고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이태원 관할 지자체인 용산구청장은 사고 현장 인근을 지나고도 "주말 정도의 인파"라 생각하며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서울시는 참사 보고를 받고 88분이 흐른 뒤인 10월 29일 오후 11시 56분 '용산구 이태원 해밀톤호텔 앞 긴급 사고로 현재 교통 통제 중. 차량 우회 바랍니다'라는 재난 문자를 발송했다.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은 사고 현장 인근인 이태원파출소까지 900m 거리를 '차량으로 이동하느라' 55분을 허비했고, 윤희근 경찰청장은 '자느라' 첫 상황 보고를 놓쳤다. 참사를 맞닥뜨린 현 정부와 지자체는 무능하고 무기력했다.
다음은 이태원 참사 이후 '책임자' 7인의 행적을 첫 보고와 첫 지시, 첫 사과를 중심으로 정리한 것이다.
▲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영가 추모 위령법회'에 참석한 뒤 합장을 한 채 행사장을 떠나고 있다.ⓒ 권우성
[윤석열 대통령]
- 첫 보고 : 10월 29일 오후 11시 1분 (사고 발생 46분 뒤)
윤석열 대통령은 사고 발생 46분 뒤 참모에게 첫 보고를 받았다. 소방청은 사고 발생 38분 뒤인 29일 밤 10시 53분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에 사고 내용을 통보했다. (출처 : 대변인실)
- 첫 지시 : 10월 29일 오후 11시 21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중심으로 모든 관계 부처 및 기관에서는 피해 시민들에 대한 신속한 구급과 치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달라." 이 같은 첫 지시 내용은 11시 29분 대변인실로 전달됐고, 11시 36분 언론에 배포됐다. (출처 : 대변인실)
- 첫 사고 현장 방문 : 10월 30일 오전 10시경
이 날 현장은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의 취재가 허용되지 않았다.
- 첫 사과 : 11월 4일 오후 3시 (사고 발생 6일 뒤)
"국민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비통하고 죄송한 마음이다.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큰 책임이 저와 정부에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조계사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영가 추모 위령법회'에서)
▲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현안질의에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남소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 첫 보고 : 10월 29일 오후 11시 20분 (사고 발생 1시간 5분 뒤)
이상민 장관은 행안부 중앙재난안전상황실의 '긴급문자(크로샷)'을 통해 사고 사실을 인지했다. 그날 밤 이 장관은 집 근처에서 저녁을 먹은 후 자택에서 머물렀다. 행안부 중앙재난안전상황실에 상황이 전파된 것은 당일 오후 10시 48분으로 장관 보고까지 32분이 소요됐다. 육상에서 발생한 사건·사고 관련 112 신고는 경찰로부터 행안부가 전파받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출처 : 행안부)
- 첫 지시 : 10월 29일 오후 11시 40분
이 장관은 장관실 재난안전비서관에게 사고현장 파악과 현장 방문을 지시했다.
- 첫 사고 현장 방문 : 10월 30일 오전 0시 45분
그는 다음날 새벽 이태원 사고 현장을 방문해 45분간 현황을 파악했다. 이날 이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관계부처 장관 브리핑에서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상황은 아니었다"며 "경찰 병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혀 논란을 빚었다.
- 첫 사과 : 11월 1일 오후 2시 경 (사고 발생 3일 뒤)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이 자리를 빌려 국민 여러분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보고) 이 같은 사과는 경찰의 112 신고 녹취록 공개 직전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 눈물 닦는 오세훈 서울시장 오세훈 서울시장 1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이태원 압사 참사 관련 입장 발표를 하던중 한 사망자의 이야기를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
- 첫 보고 : 10월 29일 오후 11시 20분 (사고 발생 1시간 5분 뒤)
오세훈 서울시장은 유럽 출장 중 동행한 이광석 정책특보로부터 이태원 참사 상황을 구두로 보고 받았다. (출처 : 서울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 첫 지시 : 10월 29일 오후 11시 23분~30분
오 시장은 행정1·2부시장, 서울소방재난본부장과 통화해 "사태수습본부를 설치하고 부상자를 신속하게 의료기관으로 옮기는 등 치료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지시했다. (출처 : 서울시)
- 첫 현장 방문 : 10월 30일 오후 5시 42분
오 시장은 귀국 직후 이태원 사고 현장을 찾아 "서울시는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 첫 사과 : 11월 1일 오후 5시 (사고 발생 3일 뒤)
오 시장은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시민의 생명을 안전을 책임지는 서울시장으로 이번 사고에 대해 무한한 책임을 느끼며 깊은 사과의 말씀 드린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이 과정에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 "이태원 참사" 현안질의 나온 박희영 용산구청장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현안질의에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박희영 용산구청장]
- 첫 보고 : 10월 29일 오후 10시 51분 (사고 발생 36분 뒤)
박희영 구청장은 주민 제보로 사고 발생 소식을 접했다고 밝혔다. (출처 : 7일 오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질의)
- 첫 지시 : ?
용산구는 10월 30일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박희영 구청장은 사고 당일 밤 10시 50분 경 현장에 도착, 긴급 구조활동에 나섰으며 구 비상연락망을 가동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 밝혀진 '첫 사고 인지 시점(10시 51분)' 자체가 '현장에 도착했다는 시점(10시 50분)'보다 이후인 상황이다. (출처 : 용산구)
- 첫 현장 방문 : 10월 29일 오후 8시 20분, 9시
박희영 구청장은 이날 참사 발생 직전 사고 현장에서 184m가량 떨어진 곳을 지났지만 "평상시 주말의 이태원 수준 인파"로 생각해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개된 112 신고 녹취록을 보면 박 구청장이 인근을 지날 때 이미 "압사 당하고 있다"는 신고가 잇달아 들어온 상황이었다. (출처 : 용산구, 경찰청)
- 첫 사과 : 11월 1일 오후 2시 (사고 발생 3일 뒤)
박 구청장은 입장문을 통해 "용산구민과 국민 여러분께 매우 송구하다"고 밝혔다.
▲ 윤희근 경찰청장이 지난 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태원 압사 참사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유성호
[윤희근 경찰청장]
- 첫 보고 : 10월 29일 오후 11시 32분 (사고 발생 1시간 17분 뒤)
윤희근 청장은 참사 당일 충북 제천의 한 캠핑장에서 친분이 있던 해당 지역 경찰들과 캠핑모임을 하다가, 참사 발생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오후 11시께 잠에 들었다. 윤 청장은 결국 첫 보고(11시 32분)와 오후 11시 52분 두 번째 전화 보고를 받지 못했다(관련 기사 : 윤희근 경찰청장, '이태원 참사' 당시 캠핑장에 있었다). 결국 윤 청장은 10월 30일 오전 12시 14분(사고 발생 1시간 59분 뒤)에야 사고를 처음 인지했다. (출처 : 경찰청)
- 첫 지시 : 10월 30일 오전 12시 19분
윤 청장은 "구급차 진출입로 확보 등 교통활동 강화"를 지시했다. (출처 : 경찰청)
- 첫 현장 방문 : 10월 30일 오전 11시 20분
- 첫 사과 : 11월 1일 오전 11시 30분 (사고 발생 3일 뒤)
윤 청장은 기자회견을 자처해 "112신고를 처리하는 현장의 대응은 미흡했다는 판단을 했다"며 "예외 없이 강도 높은 감찰과 수사를 신속하고 엄밀하게 진행하겠다"라고 밝혔다.
윤 청장의 감찰 계획 발표 이후 경찰청 내부에선 '셀프 감찰'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직장 인증 익명 커뮤니티 어플리케이션 '블라인드'에서 '이태원 파출소 직원'을 자칭한 이용자는 "자책하며 괴로워 하는 현장 경찰관들에게 사고 책임까지 짊어지게 하는 것이 최선인가"라면서 "대책도 없고 관심도 없었던 서울시장, 경찰청장, 용산구청장 윗선 본인들부터 감찰 받으라"는 글을 남겼다.
▲ "이태원 참사" 현안질의 나온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현안질의에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남소연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 첫 보고 : 10월 29일 오후 11시 36분 (사고 발생 1시간 21분 뒤)
김광호 청장은 이임재 용산경찰서장으로부터 첫 보고를 받았다. (출처 : 서울경찰청)
- 첫 지시 : 10월 29일 오후 11시 44분
김 청장은 "서울청 경비과장, 112치안종합상황실장, 기동본부장 순서로 가용 부대 급파"를 지시했다. (출처 : 서울경찰청)
- 첫 현장 방문 : 10월 30일 오전 12시 25분
사고 현장 방문이 늦어진 데 대해 '직무유기' 지적을 받은 김 청장은 "택시 안에서 지시를 다 내렸다"고 밝혔다. (11월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질의 중)
- 첫 사과 : 11월 7일 오전 (사고 발생 9일 뒤)
"서울 경찰의 대응이 미흡했던 점에 대해 서울경찰청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하며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서울경찰청이 배포한 출입기자단 서면답변)
▲ CCTV에 포착된 이임재 전 용산서장 이태원 참사 당시 CCTV에 찍힌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의 모습. CCTV 화면에는 다수의 심정지 환자가 발생한 밤 10시55분 경 이 전 서장이 이태원앤틱가구거리에서 뒷짐을 진 채 이태원파출소로 걸어가는 모습이 담겼다.
ⓒ 연합뉴스TV=연합뉴스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 첫 보고 : 10월 29일 오후 9시 30분 (사고 발생 45분 전)
용산경찰서 상황실로부터 이태원 현장 압사 위험 상황 보고를 받았다.
- 첫 지시 : 10월 29일 오후 10시 18분 (사고 발생 3분 후)
'가용경력 전원을 투입해 현장 대응하라'는 내용을 무전으로 지시했다. (출처 : 더불어민주당 용산 이태원 참사 대책본부에 경찰이 보고한 문건)
- 첫 현장 방문 : 10월 29일 오후 11시 5분 이태원 파출소 도착
이 전 서장은 10월 29일 오후 10시 서울 이태원 녹사평역 도착, 차량 진입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이 전 서장은 1km 남짓한 현장까지 관용차 이동을 고수하다가, 도로 위에서 1시간가량 허비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참사 인근 지역에 도착해서는 뒷짐을 지고 일행보다 느릿한 걸음으로 걷는 모습이 포착된 CCTV가 드러나 논란이 증폭되기도 했다.
이 전 서장의 '현장 도착 시각'은 허위 보고 논란에도 휩싸여있다. 경찰청 감찰 결과에 따르면 이 전 서장은 10월 29일 오후 11시 5분경 이태원 파출소에 도착한 것으로 적시돼 있지만, 권은희 의원실에 보낸 자료에는 '10시 20분 도착'으로 기재돼 있다.
- 첫 사과 : 밝힌 바 없음
이 전 서장은 11월 2일 '부실대응'과 관련해 대기발령 조치됐다.
오마이뉴스 : 이주연(ld84)조혜지(hyezi1208)
저 사람 페미니스트 같아요" … '좌표'를 찍으니 돈이 됐다
'혐오'로 돈 버는 유튜버, 그 수수료를 챙기는 유튜브
'혐오가 돈이 되는 곳.'
여성혐오, 욕설, 선정적 이미지 등을 활용한 유튜버들의 혐오 콘텐츠가 유튜브 실시간 스트리밍 서비스의 '슈퍼챗' 시스템을 통해 수천만 원 상당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참여연대의 부설기관 청년참여연대는 8일 '유튜브 감시 보고서'를 발표하고 지난 7월부터 이달 초까지 약 4개월간의 모니터링을 통해 파악한 '유튜브 내 혐오콘텐츠'의 현황 및 수익구조를 공개했다.
'슈퍼챗'은 유튜브 실시간 스트리밍 중 시청자가 유튜버에게 돈을 기부하는 방식의 수익창출 시스템이다. 청년참여연대는 실시간 스트리밍의 특성상 콘텐츠에 대한 "모니터링 방법이 전무"하며, 유튜버들이 "혐오발언, 공격적인 행동, 성적 수치심을 부추기는 표현 등" 자극적인 방송을 통해 시청자들의 슈퍼챗을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가로세로연구소>, <김해꼬마tv> 등 올해 기준 국내 슈퍼챗 수익 순위 상위 5개 유튜브 채널은 총 120개에 달하는 혐오 콘텐츠로 6877만 원에 달하는 수익을 거뒀다.
특히 눈에 띄는 '혐오 전략'은 여성혐오를 활용하는 방안이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가로세로연구소(4790여 만 원), 김해꼬마tv(1920여 만 원), 유재일(160여 만 원), 너알아tv(1만 4522원) 시사타파tv(1만 2223원) 등 실시간 스트리밍 수입 1~5위 채널 중 4개 채널에서 여성혐오 표현 및 성적 대상화 표현이 발견됐다.
ⓒ청년참여연대 제공
시사, 정치 이슈 등을 다루는 채널인 가로세로연구소의 경우 전체 4213개 영상 중 51개 영상의 제목 및 썸네일에서 혐오표현 등이 포착됐다. 여기엔 '한강 수영장 비키니 몰카', '누가 여대생의 팬티를 찢었는가' 등 불법촬영을 연상케 하거나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이른바 '술먹방' 채널로 불리는 토크 관련 채널 김해꼬마tv의 경우 총 1065개 영상 중 33개 영상에서 문제적 표현이 발견됐다. '슴부심', '00컵녀', '신음대결'과 같은, 주로 성적 대상화를 통해 시청자의 흥미를 유발하는 여성혐오 키워드가 포함돼 있었다.
이외에도 각 채널들에선 동성애 등 성적 지향에 대한 혐오, '빨갱이', '제주 4.3 폭동' 등 소수자 혐오와 낙인 효과를 유발하는 표현들이 주로 쓰였다. 가로세로연구소 계열 유튜브 채널인 가로세로문화연구소에선 유튜버 김세의 씨가 지난 10월 30일 새벽 '이태원 참사' 현장을 찾아가 참사 현장을 중계하는 등 사회적 참사를 콘텐츠화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유튜브 내에서 조회수는 곧 수익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혐오표현이 포함된 자극적인 콘텐츠, 괴롭힘은 수익 창출의 도구로 작용"한다며 실시간 스트리밍 서비스를 활용한 이러한 혐오 전략이 혐오표현·짜깁기·괴롭힘 등을 통해 유튜브 수익을 노리는 소위 '사이버 렉카' 활동과 같은 선상에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보고서는 지난해 일부 사이버 렉카 유튜버들이 한 여성 인터넷 방송인을 두고 "페미니스트인 것 같다"며 부정적인 뉘앙스로 선동하자 해당 방송인에 대한 시청자들의 악플과 사이버 폭력이 이어진 일을 언급했다. 수익을 위한 유튜버들의 전략이 혐오정서에 쉽게 감응하는 일부 이용자 계층에 힘입어 "페미니스트라는 이유로, 정치적 성향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 등으로 이른바 '좌표'를 찍으면 구독자들이 즉시 해당 인물에게 몰려 악플을 다는 등의 괴롭힘"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유튜브 채널 '신남성연대'의 지난 5월 유튜브 쇼츠 콘텐츠. 청년참여연대는 "여성혐오와 ‘좌표찍기’ 등의 선동을 중심으로 활동해온 신남성연대 대표 배인규는 2022년 5월 28일, 유튜브 쇼츠를 통해 본인의 활동 이유를 '돈'이라고 밝혔다"고 지적한다. ⓒ신남성연대 유튜브 캡처
슈퍼챗을 통한 방송 수익을 수수료 형식으로 나눠 가지는 유튜브와 구글코리아가 혐오 콘텐츠를 사실상 방치하는 구조 또한 문제로 지적됐다.
보고서를 작성한 청년참여연대는 "지난 9월 △구글코리아의 유튜브 콘텐츠 관리 여부 △유해콘텐츠 신고 처리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와 규모 △구글코리아의 유튜브 혐오콘텐츠 현황 파악을 위한 구체적 노력 등의 내용 등을 묻는 공개 질의서를 구글코리아에 발송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에 대한 구글코리아의 답변은 '구글코리아는 광고마케팅, 세일즈 업무만 담당할 뿐, 유튜브 업무와 관련해서는 국가기관과 소통을 담당하는 대외정책협력 인사 1인 외에 유튜브 콘텐츠를 모니터링, 관리하는 부서가 없다'는 것이었다.
청년참여연대는 '유튜버들의 혐오전략이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사이버 테러로까지 이어지고 있지만, 유튜브 내의 피해자가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은 개인적인 소송 정도인 게 현실'이라 지적했다.
이에 이들은 "유튜브가 혐오 콘텐츠로 수익을 창출하는 혐오산업을 지속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국내에서 적극적 규제를 시행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같은 인터넷 통신 모니터를 담당하는 국가 기관이 플랫폼 내 차별과 혐오 문제를 시정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청년참여연대가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을 통해 지난 7월~9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방심위에 유튜브 혐오 콘텐츠 규제 관련 질의서를 발송해 관련 자료를 확인한 결과, 방심위가 작년부터 올해 6월까지 약 1년 6개월간 유튜브 측에 시정을 요청한 혐오표현 관련 콘텐츠는 6건에 불과했다.
청년참여연대는 "(방심위가) 시정 요청한 전체 (콘텐츠) 건수는 2676건"이라며 "(혐오 관련 콘텐츠에 대한 시정 요청 건수는)전체 시정 요청 건수 중 0.22%에 불과한 수치"라고 지적했다.
ⓒ청년참여연대 제공
프레시안 한예섭 기자
박은정 검사는 왜 검찰 조사를 받나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를 담당했던 박은정 검사가 검찰 조사를 받았다. 한 단체의 고발로 시작된 사건에 대해 검찰은 불기소했지만, 윤석열 대통령 당선 이후 검찰은 재기수사 명령을 내렸다
10월19일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으로 향하고 있는 박은정 검사.ⓒ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윤석열 정부와 소송 중이다. 2020년 12월 검찰총장이던 때 받은 정직 2개월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의 원고가 윤석열 대통령, 피고가 법무부 장관이다. 2021년 10월 1심에서 패소(원고 청구기각)했을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즉각 항소했다. 1년이 지났지만 2022년 10월 현재 2심은 변론준비기일을 거듭하며 본격 재판에 들어가지 않은 상태다. 그사이 ‘원고 윤석열’은 제20대 대통령이 됐다.
현직 대통령이 자신의 정부를 상대로 벌이는 소송이라는 묘한 상황을 중심에 두고, 박은정 검사(광주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에 대한 최근 검찰 조사를 바라보면 읽히는 게 많다. 박은정 검사는 10월19일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최우영)에 출석했다. 박 검사가 받는 혐의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공무상비밀누설 등이다. 그는 2020년 12월 법무부 감찰담당관으로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징계를 맡았다.
검찰 조사 직전 박은정 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렸다. “저를 재수사한다고 윤석열 전 총장에 대한 징계가 정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뒤집히지 않는다. (중략) 검찰 내부에서 검찰 출신 대통령에 대해 기대하는 분들이 있다. 이른바 친윤 검사들이다. 이분들 중 몇몇은 당장 영전하고 출세할 수 있겠지만, 훗날 돌아오는 피해는 검찰 조직 전체가 입게 될 것이다.”
앞서 9월27일에는 검찰이 자신의 휴대전화를 압수해가고 친정집을 압수수색한 사실을 언급하며 “수사로 보복하는 것은 검사가 아니라 깡패일 것이라고 주장했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 의견에 적극 공감한다. 다만 그 기준이 사람이나 사건에 따라 달라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라고 썼다.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를 둘러싼 여파가 자신에 대한 수사로까지 이어진다는 게 박 검사의 주장이다.
이 말의 맥락을 살피기 위해서는 시계를 2020년 12월로 돌려 사건을 봐야 한다. 2020년 12월16일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에 대해 정직 2개월 처분을 내렸다. △주요 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판사 사찰 문건’) 작성 및 배포 △‘채널A 사건’ 감찰 및 수사 방해 △정치적 중립에 관한 부적절한 언행과 같은 세 가지 사안에서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고 권한을 남용해서는 안 된다’는 검사로서의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윤석열 총장은 반발했다. 징계의 과정과 결과 모두 문제라고 반박했다. 징계가 절차를 지키지 않은 채 이뤄졌고, 징계 사유도 사실이 아니라는 주장이었다. 이완규 변호사(현 법제처장) 등이 윤 총장의 법률대리인이 돼 법무부를 상대로 일종의 가처분(징계 집행정지 신청)과 본안(징계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벌였다.
2020년 12월24일 징계 집행정지를 다룬 서울행정법원 12부(재판장 홍순욱)는 윤석열 총장의 손을 들어주는 결정(인용)을 내렸다. 당시 재판부는 논란이 된 윤 총장의 발언에 대해 “정치적 중립에 관한 부적절한 언행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라고 판단했다. 윤 총장은 2020년 10월22일 대검 국정감사에 출석해 “(퇴임 후) 국민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지 생각해보겠다”라고 말한 바 있다. 또한 윤 총장에 대한 법무부의 징계가 “견디기가 현저히 곤란한 손해”라고 밝혔다. 즉시 업무에 복귀한 윤 총장은 석 달 후인 2021년 3월4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반대 의사를 밝히며 사의를 표명했다. 같은 해 6월29일 정치 참여를 선언했고, 11월5일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2020년 12월16일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에서 정직 2개월 처분을 받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가운데).
ⓒ연합뉴스
“무죄를 두려워하는 조직은 아니지 않나”
그런 와중에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에 대한 본안 판단이 나왔다. 2021년 10월14일 서울행정법원 12부(재판장 정용석)는 법무부의 징계가 타당하다고 밝혔다. “절차는 적법하게 이뤄졌고 (세 가지 중) 두 가지 징계 사유(‘판사 사찰 문건’ 작성 및 배포, ‘채널A 사건’ 감찰 및 수사 방해)가 인정되며, 두 사유만으로도 이 사건 처분의 타당성이 충분히 인정된다.” 그뿐 아니라 “면직 이상의 징계가 가능하다”라고 판결했다. 검사징계법에 따르면, 검사에 대한 징계는 견책·감봉·정직·면직·해임 순이다. 법무부가 윤석열 총장에게 내린 정직 2개월이 가볍다는 뜻이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과 주변 사람들은 1심이 부당하다고 여긴다. 윤 대통령(원고)에 맞서 해당 소송을 지휘해야 하는 법무부 장관(피고)은 공개적으로 불편한 심정을 내비쳤다. 한동훈 장관은 지난 5월9~10일 인사청문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을 둘러싼 징계 국면은 많은 국민들이 보셨다시피, 윤석열 대통령을 찍어내기 위한 어떤 과정이었다라고 보는 게 합리적인, 이미 사회적 평가가 내려진 것이라고 저는 생각한다.” 법원에서 인정된 사실을 부인하면 어떻게 하냐는 청문위원들의 질의에 당시 한 후보자는 “동의하기 어렵다”라고 맞섰다. 소송을 진행해야 하는 법무부 장관으로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그는 “그래서 그 소송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을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이후 6월 법무부는 1심 승소를 이끌어낸 변호인(이옥형·이근호·위대훈)을 교체했다. 이옥형 변호사가 징계취소 소송 업무를 담당하는 이상갑 법무부 법무실장의 동생이라는 사실 등을 이유로 들었다(이상갑 법무실장은 8월 사의를 표했다). 한 달 뒤 법무부는 정부법무공단 소속 변호인(김재학·배태근)을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법무부의 한 전직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소송을 포기하지 않고, 법무부도 소송을 포기해버리기에는 너무 노골적이다 보니 지금과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박은정 검사에 대한 수사도 같은 차원이라고 또 다른 법조인은 의심했다. “검찰이 내부적으로 (윤석열 징계취소 1심을) 검토했는데 못 뒤집는다는 의견이 나오자, 그럼 박은정 검사를 기소해서 2심의 시간을 끌려고 한다는 말까지 들린다. 검찰은 무죄를 두려워하는 조직은 아니지 않나. 박 검사는 기소될 가능성이 크다.”
박 검사에 대한 수사는,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가 내려지기 직전인 2020년 12월14일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의 고발에서 시작됐다. 박 검사 등이 2020년 10월 ‘채널A 사건’ 당시 한동훈 검사장을 감찰한다는 명목으로 확보한 법무부·대검 자료를 윤석열 총장 감찰을 진행하던 법무부 감찰위원회에 무단 제공해,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하고 공무상 비밀 누설 등을 했다고 한변은 주장했다.
2021년 6월28일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허인석)는 고발을 각하했다. 박 검사에 대한 7장짜리 불기소 결정서에는 “(윤석열 총장에 대한) 비위 조사 대상이 ‘채널A 사건’ 수사 지휘를 둘러싼 감찰 무마 내지 수사였던 이상, 이 사건(‘채널A 사건’) 수사 기록을 제출받는 행위는 소관 업무에 해당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라고 쓰여 있다. 한변은 불복해 2021년 7월29일 서울고검에 항고를 했다.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던 사건은 1년 후 다시 떠올랐다. 6월17일 서울고검 형사부(부장검사 임현)는 이 사건에 대해 재기수사 명령(수사를 더 해보라는 지시)을 내렸다. 한변은 “만시지탄이지만 사필귀정의 결과”라고 환영했다. 이와 관련해서 서울중앙지검의 입장을 공보관에게 전화와 문자로 여러 차례 문의했지만 답이 오지 않았다.
시사인 김은지 기자
이태원 참사' 혼란 키운 윤석열 정부의 '근조 없는 검은 리본' 지시
⬤ 인사혁신처, 참사 직후 ‘글자 없는 검은 리본 패용’ 전 공무원에 지시
⬤ 근조 리본 판매자들 “‘근조’ 글자 없는 리본 거의 판매한 적 없다”
⬤ 전국 지자체·공공기관, 근조 리본 거꾸로 달거나 급하게 제작 의뢰
⬤ 일부 방송사 앵커들도 ‘글자 없는 리본’...방송사들 “자발적 결정”해명
이태원 참사 직후 윤석열 정부가 10월 30일부터 11월 5일까지 국가애도기간을 지정하면서 전국 지자체와 공공기관 등에 내린 ‘근조(謹弔) 글자 없는 검은 리본' 패용 지시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추모 리본 착용 지시에 전국의 공무원들이 기존의 근조(謹弔) 리본을 거꾸로 달거나, 기성품을 못 구해 리본 제작을 의뢰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태원 참사를 ‘사고’로, 희생자를 ‘사망자’로 이름 붙인 윤석열 정부가 근조 리본의 ‘근조’라는 글자를 지우며 불필요한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사처의 ‘글자 없는 검은 리본’ 패용 안내 논란
정부가 전국의 공무원에게 검은 리본 패용을 처음 지시한 건 이태원 참사 다음 날인 10월 30일이다. 이날 오후 12시 한덕수 국무총리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 결과를 발표하며 이렇게 말했다.
"오늘부터 11월 5일 24시까지를 국가 애도 기간으로 정해 사망자에 대한 조의를 표하기로 했으며, 서울 시내에 합동 분향소도 설치하기로 했습니다.애도 기간에는 전 공공기관과 재외공관에서 조기를 게양하고, 공무원 및 공공기관 직원들은 애도를 표하는 리본을 패용하기로 했습니다."
- 한덕수 국무총리 (중대본 브리핑 발표, 10.30)
이날 중대본 브리핑에 나온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방문규 국무조정실장,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등의 가슴에는 똑같이 '근조' 글자가 없는 검은 리본이 달려 있었다.
한 총리의 브리핑 이후인 오후 2시 58분경 인사혁신처는 ‘이태원 사고 계기 공무원 기강확립 관련 국무총리 지시사항 전달’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전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에 발송했다. 이 공문을 통해 '국가 애도기간 중 애도를 표하는 검은색 리본 패용'이라는 한 총리의 지시사항을 전달하며 “전국의 공공기관 및 산하기관에 전파해 주지시키라”고 안내했다. 이때는 검은 리본에 ‘근조’라는 글자의 유무를 따로 정해서 안내하지는 않았다.
▲지난 10월 30일 인사혁신처가 ‘이태원 사고 계기 공무원 기강확립 관련 국무총리 지시사항 전달’이라며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에 보낸 공문. ‘국가애도기간 중 애도를 표하는 검은색 리본 패용’을 지시하는 내용이 적혀 있다.
그런데 5시간 뒤인 오후 8시경 인사혁신처는 ‘국무총리 지시사항 관련 추가 안내’라는 업무 연락을 중앙행정기관 복무담당자에게 다시 보냈다. 여기에는 "국가애도기간 중 애도를 표하는 검은색 리본 패용과 관련해 '글자 없는 검은색 리본'을 착용해 주시길 바란다"는 구체적인 지침이 담겼다.
그러면서 한덕수 국무총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이날 중대본 브리핑에서 글자 없는 리본을 패용한 모습을 참고 사진으로 보냈다. 왜 글자 없는 검은 리본으로 패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따로 하지 않았다.
▲10월 30일 인사혁신처가 행정안전부 등 중앙행정기관에 추가로 보낸 ‘글자 없는 검은색 리본’ 관련 업무 연락
인사혁신처의 업무 연락에 따라 행정안전부 지방인사제도과는 교육부와 전국 지자체에 ‘글자 없는 검은 리본’을 패용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인사혁신처로부터 받은 사진도 공문에 덧붙였다. 다른 정부 부처들도 각 부처 산하기관에 같은 공문을 발송했다.
▲행정안전부 지방인사제도과에서 교육부와 전국 지자체에 발송한 공문의 참고 자료 사진. 10월 30일 오후 12시 중대본 회의 결과 브리핑 장면이다. 왼쪽부터 방문규 국무조정실장,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한덕수 국무총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모두 '근조' 글자 없는 검은 리본을 달고 있다.
인사혁신처 “실무적 어려움 고려한 안내”... 현장선 “글자 없는 리본 찾는 게 더 어려워”
이런 정부 지침이 하달되자 전국의 지자체와 공공기관, 공기업 직원들이 일제히 ‘근조 글자 없는 검은 리본’을 달았다. SNS에선 글자 없는 검은 리본은 처음 본다는 반응이 나왔고, 엉뚱한 정부 지침을 비판하는 언론 보도도 이어졌다.
윤석열 정부가 국가애도기간에 이유를 알 수 없는 검은 리본 패용 지침을 내리면서 불필요한 논란을 자초한 것이다. 국가애도기간이 처음으로 선포된 2010년 천안함 사건 때도 정부가 모든 공무원에게 근조 리본 패용을 지시한 적은 있지만, 리본의 형태를 구체적으로 안내하지는 않았다.
글자 없는 검은 리본 지침을 두고 논란이 일자 인사혁신처는 6일 설명자료를 내고 이렇게 해명했다.
“리본의 규격 등과 관련해 휴일 리본 준비를 위한 실무적인 문의가 있는 상황에서 휴일부터 당장 리본을 착용해야 하는 현장의 어려움 등을 고려해 인사혁신처 내부 논의를 통해 추가 안내한 것입니다.”
인사혁신처 설명자료 (2022. 11. 6.)
즉, 인사혁신처는 참사가 발생한 시점이 휴일인 점을 고려해 근조 리본을 조금 더 쉽게 구하게 하기 위해 글자 없는 단순한 형식의 검은 리본으로 방침을 정해 안내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장 공무원들은 인사혁신처의 설명이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실제로 시중에서는 '근조' 글자가 없는 검은 리본을 구하는 게 더 어렵기 때문이다. 뉴스타파가 무작위로 10여 곳의 지자체와 공공기관, 공기업 등에 확인한 결과 모두 이번 정부 지침에 따라 글자 없는 검은 리본을 단체로 구매했다. 이 과정에서 ‘근조’ 글자가 없는 검은 리본을 찾지 못한 공무원들은 기존의 근조 리본을 거꾸로 달거나, 급하게 제작을 의뢰해서 착용하기도 했다.
이번 참사 이후 근조 리본을 구매한 소방청 119 상황실 관계자는 "글자 없는 검은 리본을 찾지 못해 기존의 근조 리본을 구매한 뒤 뒤집어 달았다"고 말했다. 한 지역 교육청의 물품 구입 담당자도 “글자 없는 리본이 없어 근처 현수막 업체에 의뢰해 제작해서 착용했다”고 전했다.
▲뉴스타파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보한 소방청 119상황실의 근조 리본 구매 결과 사진. 소방청 119 상황실은 글자가 없는 검은색 리본을 구하지 못해 일반적인 근조 리본을 구입해 뒤집어 달았다.
근조 리본 판매업체들 “근조 글자 없는 검은 리본 판매한 적 없다”
근조 리본을 판매해 온 업체들도 정부 지침을 의아해했다. 뉴스타파가 현재 근조 리본을 판매하고 있는 다수의 업체에 문의한 결과 “글자 없는 검은 리본은 거의 판매해 본 적이 없다”는 반응이 많았다. 15년간 근조 리본을 판매해 왔다는 한 온라인 업체 대표는 뉴스타파 취재진에게 이렇게 말했다.
“‘근조’라는 글자가 있어야 정상인 거죠. 지금껏 글자가 없는 리본은 듣지도 보지도 못해서 정부 지침을 보고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애도를 표할 거면 근조든, 조의든 뜻이 담겨 있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애도의 뜻으로 리본을 패용한다면서 근조라는 글자를 뺀다는 거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거예요.”
근조 리본을 판매하는 A 업체 관계자
이 업체 대표는 공무원들로부터 검은 리본을 대량 주문 받은 뒤, 일반적인 근조 리본을 뒤집어 다는 방법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지난 일요일(30) 하루 만에 1만 8천 장의 근조 리본이 나갔습니다. 글자가 없는 리본이 없는데, 공공기관에서 글자 없는 리본들을 찾길래 기존의 근조 리본을 뒤집어 달라고 알려줬죠.”
근조 리본을 판매하는 A 업체 관계자
20년간 근조 리본을 판매했다는 다른 장례용품 업체 대표의 답변도 같았다.
“여태까지 글자 없는 검은 리본을 판매한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1년에 한 분 정도 물어보시는 경우는 있었는데 실제 판매를 한 적은 없었습니다. 이렇게 '근조'라는 글자가 없는 리본을 대량으로 주문 받아 판매한 건 처음이에요.”
근조 리본을 판매하는 B 업체 관계자
“애도의 뜻이 담긴 글자를 빼고 애도를?” 진정성 의심 비판
그렇다면 공무원들로부터 리본 규격에 대한 문의를 받고 ‘글자 없는 검은 리본’으로 정했다는 인사혁신처의 설명은 사실일까. 누가, 왜 통상 판매되는 근조 리본이 아닌 글자가 없는 리본으로 통일하자는 의견을 낸 것일까.
이에 대해 인사혁신처 대변인실은 “기록으로 관리하고 있지 않아 담당자를 정확하게 특정하기는 어려우나 행정안전부, 국무조정실, 식약처, 국방부 등 여러 기관으로부터 문의가 있었다”고 답했다. ‘근조’ 글자 없는 검은 리본이 실무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판단은 누가 내린 것인지에 대해서는 "인사혁신처 내부 논의를 통한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인사혁신처 대변인실은 또 “글자 없는 리본으로 안내를 하긴 했지만, 검은색 리본의 패용 목적이 추도와 애도에 있는 만큼 그 규격과 형식 등에 관계 없이 착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정부가 내려보낸 조치사항은 ‘권고’에 불과할 뿐 공무원들이 반드시 따라야 하는 강제 사항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사혁신처가 한덕수 국무총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글자 없는 검은 리본을 패용한 사진을 참고로 안내하면서, 형식에 관계없이 리본을 착용할 수 있다고 해명한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지자체의 물품 담당 공무원은 "정부에서 글자 없는 검은 리본 예시 사진까지 보내왔기 때문에 당연히 같은 리본으로 구매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역 교육청 소속의 공무원은 “근조 글자가 없는 리본을 본 적도 없는 데다, 추모 리본의 형태를 정부가 통일시키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하긴 했다"면서도 "하지만 그 이유에 대해서 인사혁신처에 반문하진 못했다. 꺼림직하긴 했지만 정부가 구체적인 지침을 내렸기 때문에 공무원으로서 그 지침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정보공개 포털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지역 교육청의 검은 리본 구매 목록. 인사혁신처는 규격과 형식에 관계없이 리본을 착용할 수 있다고 뒤늦게 설명했지만, 정부 기관들은 인사혁신처 지침대로 글자 없는 리본을 구매하거나 근조 리본을 구입해 거꾸로 달았다.
이처럼 일반적이지 않은 추모 리본 패용 지시에 정부가 말한 애도의 진의를 의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행정안전부의 한 공무원은 "이태원 '참사' 대신 '사고'라는 중립적 용어를 강조하는 정부 태도에 비춰봤을 때 검은 리본에 '근조'라는 글자가 명확하게 쓰여 있으면 참사의 의미를 더욱 키우거나, 국가 분위기가 너무 엄숙해진다고 생각해서 내린 지침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했다"며 "애도를 할 거면 명확히 글자가 적힌 리본을 다는 게 맞을 텐데, 어떤 생각으로 이런 지침을 정한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태원 참사를 사고로, 희생자를 사망자로 표현하라는 것에 이어 ‘근조 글자 없는 검은색 리본 착용’은 이태원 참사를 대하는 윤석열 정부의 태도를 보여준다. 이번 지침에 한덕수 총리와 이상민 장관의 직접 지시가 있었는지 반드시 따져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KBS·SBS·YTN 앵커도 글자 없는 검은 리본 패용…“자발적 결정” 해명
정부의 검은 리본 지침이 논란이 되면서 일부 방송사 진행자들이 패용한 검은 리본도 도마 위에 올랐다. 언론사가 엉뚱한 정부 지침을 그대로 따라서 글자 없는 리본을 패용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SNS상에는 각 방송사 뉴스 앵커들이 검은 리본을 착용한 장면을 캡쳐해 비교하는 게시글이 공유되고 있다.
(사진설명) 방송사 뉴스 화면 캡처. MBC(오른쪽 아래)를 제외한 방송사 앵커들은 ‘근조’ 글자가 없는 검은 리본을 패용한 채 방송을 진행했다.
방송사 중 가장 먼저 검은 리본 패용 방침을 정한 곳은 KBS다. 참사 다음날인 10월 30일 오후 2시 뉴스특보부터 진행자들이 글자 없는 검은 리본을 달았다. YTN과 SBS는 31일부터 뉴스 앵커 등 방송 진행자들이 글자 없는 검은 리본을 달고 방송했다. MBC는 30일 뉴스 앵커들이 글자 없는 검은 리본을 달았다가 1일부터 일반적인 근조 리본을 패용했다. 이에 대해 각 방송사는 “정부 지침과 무관한 자발적 결정”이라고 해명했다.
KBS 보도본부는 자사 기자들에게 “아직 병상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중상자가 많은 상황이라 사망자에 대한 애도의 뜻을 담고 있는 ‘근조’ 글자가 없는 검은 리본이 더 적절하다고 판단해 자율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며 "KBS는 정부 지침이 나오기 전인 30일 오후 2시 대 특보부터 글자 없는 리본을 사와서 달았다"고 설명했다.
YTN 관계자는 “보도국장이 뉴스 앵커팀장에게 근조 리본을 구해서 패용할 것을 지시하긴 했으나, 글자의 유무를 정해주진 않았다. 앵커팀에서 자발적으로 리본을 구해 패용한 것으로 정부 지침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SBS 통합뉴스룸 조정 보도국장은 “정부지침은 받은 적도 들은 적도 없으며, 의상실에서 준비한 리본을 앵커들이 패용한 것일 뿐”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지난 1일부터 글자가 있는 리본으로 바꿔 단 MBC는 글자 없는 리본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바꿔 달았다는 입장이다. MBC 박성호 뉴스룸 국장은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이태원 참사 사망 인원이 150명을 넘어 국가적 재난 상황으로 확인되면서 30일 당일 방송 진행자들도 추모의 뜻을 나타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리본을 달도록 조치했다”며 “당시에는 리본의 형태나 문구 등을 특별히 신경 써서 지시하지는 않았다. 뉴스룸 행정 직원들이 방송에 나오는 정부 인사들의 검은 리본을 보고 의상팀에 제작을 의뢰해 앵커들이 31일까지 패용했으나, 경위를 파악하고 일반적인 근조 리본을 달도록 다시 지시했다”고 말했다.
‘근조(謹弔)’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의 죽음에 대하여 삼가 슬픈 마음을 나타냄’이다. 하지만 늑장 대응으로 이태원 참사를 키웠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윤석열 정부는 희생자에게 조의를 표한다면서도 ‘신속성’을 이유로 ‘근조’가 빠진 리본 패용 지침을 내리면서 애도의 진정성마저 의심받고 있다.
뉴스타파 홍여진
MB 때처럼 보수 의견만 반영…퇴행하는 교과서
새 교육과정 논란
연구진 ‘민주주의’ 용어 결정
교육부 ‘자유’ 넣어 일방 수정
국민참여소통채널로 접수
접수 의견 확인도 불가능
교육부는 국민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애초 방침과 달리 2022 개정 교육과정 행정예고안에 보수 진영의 일방적인 주장만 반영했다. 충분한 논의 없이 사회적 갈등이 예상되는 수정안(행정예고안)을 발표했다. 교육계에서는 교육과정이 ‘퇴행’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9일 교육부에 따르면 역사과 정책연구진은 국민참여소통채널을 통해 접수된 국민 의견을 반영해 역사과 교육과정 성취기준과 해설에서 ‘민주주의’란 용어를 유지하기로 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이 중 일부는 ‘자유민주주의’로 수정했다. 교육부는 애초 지난 2일 행정예고안을 공개하기로 계획했다가 ‘이태원 핼러윈 참사’ 애도기간에 극심한 사회적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일주일 뒤로 미뤘다. 이미 진영 간 대립하는 의견으로 논란이 촉발될 것을 예상하고도 보수 의견만 반영한 교육과정을 내놓았다.
지난 9~10월 열린 공청회에선 진보 단체들이 민주시민·노동·생태교육 관련 내용을 축소·삭제한 시안을 수정하라는 목소리를 냈다. 이에 맞서 현장에 난입한 보수단체 회원들은 고성과 폭력으로 공청회를 파행으로 몰고 갔다. 교육부는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자유민주주의’와 ‘6·25 남침’ 등의 표현을 넣고 성평등 교육 관련 내용 등은 뺐다.
다방면으로 의견을 수렴해 정책연구진에 전달하기 위해 교육부가 지난 8월30일부터 운영한 국민참여소통채널 역시 제한적으로 작동했다. 교육부는 공청회 전 15일간 1차로 접수한 국민 의견은 7860건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체 의견 가운데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주제에 대한 엇갈린 의견들이 각각 몇 건이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공청회 이후 2차로 5일간 추가 수렴한 의견은 전체 건수조차 공개하지 않았다. 현재 국민참여소통채널은 그간 접수한 의견을 다시 볼 수 없게 해당 게시판을 닫아둔 상태다.
교육부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에도 교과서포럼 등 뉴라이트 단체의 의견을 받아들여 역사 교과에서 민주주의 용어를 자유민주주의로 일방적으로 바꾼 전례가 있다. 당시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지난 7일 취임한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다.
성기선 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가톨릭대 교수)은 “국가교육과정 개정 과정에서 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민주적 절차를 마련해 놓고도 일부 정치세력과 교육부 당국의 의견만 일방적으로 반영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자유민주주의’란 표현 자체가 교육기본법이 명시하고 있는 정치적 중립에 어긋나므로 향후 이를 다시 고치는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향 김태훈 기자
지난 9월1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국가보안법 위헌결정을 요구하는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아래)과 국가보안법에 찬성하는 대한민국 애국순찰팀 등 보수단체 회원들(위)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엘시티 이영복 출소…“먹먹하다” 소회
부산 해운대구 ‘엘시티 게이트’의 핵심인 이영복(72) 청안건설 회장이 6년 간의 형기를 마치고 출소하면서 이 회장의 거취에 이목이 쏠린다. 이 회장은 9일 오전 5시 부산구치소에서 출소했다. 약 30여 명이 이 회장의 출소를 기다렸다. 이 회장은 출소 직후 “먹먹하다”는 등의 짧은 소감을 남기고 준비된 승용차를 타고 떠났다. 이 회장은 2016년 11월 엘시티 시행사 ‘엘시티PFV’의 자금 705억 원을 빼돌리고, 정·관계 인사에게 5억3000만 원대 금품 로비를 벌인 혐의(횡령·사기·뇌물공여·정치자금법 위반)로 구속됐다. 이듬해 11월 열린 1심 선고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에서 징역 6년으로 결정됐다.
이 회장은 아직 3건의 재판을 받는다. 남은 재판 결과에 따라 재수감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선 2010년~2016년 공무원에게 명절마다 선물을 전한 혐의(뇌물공여)로 지난 9월 1심에서 2000만 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이 회장과 검찰 모두 항소해 오는 30일 항소심 선고가 있을 예정이다.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1년6개월을 구형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를 속여 2조 원대의 분양보증을 받아낸 혐의(사기)를 받는 사건 역시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이미 공사에 채무가 있던 이 회장은 엘시티 사업 자금 마련을 위해 2015년, 2016년 본인이 실소유주이자 엘시티PFV의 1대 주주인 청안건설 주식을 가장매매(실제 권리 이전을 목적으로 하지 않지만 매매가 이뤄진 것으로 보이는 거래)해 엘시티 사업과 관련 없는 것처럼 꾸민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를 통해 엘시티 사업과 관련 없는 것처럼 꾸며 공사로부터 1조9768억 원의 분양보증을 받은 것으로 보고 지난해 1월 기소했다. 지난 2월 1심 재판부는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혐의가 증명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1심이 진행 중인 배임 사건도 있다. 검찰에 따르면 2013년 청안건설은 엘시티PFV와 전망대 매매 계약을 체결해 6%를 매각 수수료로 받기로 했다. 그런데 청안건설은 매매 계약이 체결되기도 전 용역계약만으로 수수료의 절반인 18억 원을 지급받았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 돈은 주주인 부산은행이 대출했다. 검찰은 이 회장이 불필요한 용역 계약을 벌여 자금을 옮긴 한편 주주들에게도 손해를 입혔다고 보고 지난해 11월 이 회장을 기소했다. 오는 15일 두 번째 공판이 열린다.
이영복 회장이 부산지검에서 나와 구치소로 가는 버스를 타고 있다. 국제신문DB
ⓒ국제신문
부동산 규제 대폭 풀렸지만…무주택 실수요자에겐 ‘그림의 떡’
서울·인접도시 4곳 빼고 규제지역 해제
LTV 70%까지 허용, 청약규제도 풀려
서울 잠실 일대 아파트 단지.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정부가 서울과 인접 도시 4곳을 제외한 수도권 전 지역과 세종시를 대상으로 오는 14일부터 규제지역을 해제 하기로 해, 최근 집값 하락세가 거센 부동산시장에 끼칠 영향이 주목된다. 윤석열 정부 들어 세 번째로 단행된 이번 규제지역 해제는 주택 거래시장을 정상화하고 , 부동산시장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한 ‘선제적 조처’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금리 인상기 집값 하락 추이를 되돌릴 수는 없겠지만 매도·매수 예정자들이 부담을 느끼고 있는 ‘손 톱밑 가시 ’와 같은 규제들을 제거해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는 주택시장에 숨통이 트이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시장에서는 서울과 인접지역을 제외한 수도권 전체가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에서 풀리면서 대출 규제가 완화되고 청약 규제도 대폭 풀린다는 점에서, 이번에 정부가 규제 완화 ‘빅스텝’을 밟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런 만큼 시장 연착륙에는 도움이 될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규제지역에서 풀린 곳은 15억원 이상 주택도 주택담보대출이 가능해지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도 규제지역 내 20~50%에서 크게 높아진 최대 70%(서민 실수요자의 경우)까지 허용된다. 또 10년 재당첨 제한, 민영주택 가점제 비율, 분양권 전매제한 등 청약규제가 풀리고, 다주택자 양도소득세·종합부동산세 중과 등 세제도 완화된다.
전문가들은 이런 효과로 인해 얼어붙었던 주택 구매심리가 다소 회복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박원갑 케이비(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1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에서 추가 주택을 살 때 취득세가 8%지만 해제지역에서는 일반 세율로 바뀌므로 급급매 중심 매물 소화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주택자의 ‘갈아타기’ 수요나 집값 조정기를 활용한 ‘갭투자’(전세를 낀 주택구매)가 점차 늘어나면서 극심한 ‘거래절벽’ 현상이 개선될 여지가 생겼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주택자를 중심으로 한 실수요자의 주택 구매가 늘어날 가능성은 여전히 희박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아직은 수도권 대부분 지역 집값이 급등기 직전인 2~3년 전에 견줘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고, 금리 인상으로 인해 지금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 대출 이자 부담은 지나치게 커졌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지난 9월26일 조정대상지역에서 풀린 경기 6곳은 규제지역 해제 이후 되레 집값이 더 떨어졌다. 파주시의 경우 조정대상지역 해제일부터 지난달 말(10월31일 현재)까지 한 달여간 아파트 매맷값이 2.88% 하락했으며, 양주시는 2.36% 떨어져 같은 기간 경기도 평균 하락률(-1.70%)을 밑돌았다. 실수요자로선 이번 규제지역 해제 이후 집값 하락 추이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는 셈이다.
다만, 업계에선 규제지역 완화로 인해 청약 관련 규제가 대거 풀리는 신규 주택 분양시장은 그동안 밀려있던 공급 물량이 나오고 청약자도 늘어나는 등 활기를 띨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분양권 전매, 재당첨 제한, 대출 규제 등이 한꺼번에 풀리면서 신규 분양주택의 중도금, 잔금 대출에도 숨통이 트일 전망”이라며 “건설사들이 공급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던 수도권에서 다음 달부터 신규 분양 물량이 늘어날 전망”이라고 짚었다. 다만 최근 집값 하락으로 분양가상한제 대상 지역조차 분양가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어, ‘청약 과열’ 현상은 빚어지지 않고 분양가와 입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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