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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시사만평-주간 쟁점

2019.9.29~10.6 이번에는 기필코

by 이성근 2019. 9. 29.


200만 명의 외침 "조국 개혁 말고, 검찰을 개혁해야"

SKY 재학생 40.7%가 고소득층 자녀, 의대는 48% 달해

금융 자산 10억원 부자 55% “나는 부자 아니다

우파코인맛들인 우파유튜버 폭주, 따라잡을 수 있을까

우파 저격 유튜버 헬마우스등장, 파괴력은

검찰앞 촛불집회에 맞불집회주목한 방송사는?

사회정의를 바라는 교수님들께

검찰청 앞 집회, 지지층 결집이냐 검찰개혁 대의

검찰개혁 촛불 위로 터지는 서리풀 축제 불꽃쇼

서초구 할아버지 여가활동할 때 금천구 할아버지는 일한다

삭발 황교안 영웅 만들기가장 노력한 곳은?

 

조선 노동자 2만명 떠난 통영, ‘키코 상처그대로

한국 중형 조선소의 몰락, 그 뒤엔 약탈적 금융

불안한 미래우리사회 지속가능성, 국민 22%낙관

고위공직자, 도덕성 보다 능력국민 69%는 동의 안했다

조국 사태, 진보를 가르다

조국에 입 다문 참여연대86세대 도덕적 기반이 사라져 간다

저소득층 고령화 속도, 고소득층의 2

트럼프 한국은 큰 고객미국산 무기 얼마나 수입하길래

투기자본감시센터, 조국 장관 일가 검찰 고발

생존권 보장외친 완월동 업주·여성바라보는 따가운 눈총

"검찰 없어져도 할 말 없어" 국감 압도한 임은정 검사

300만명 광화문집회도...6개 지하철역 하차 35만 명

124년의 검찰권력, 일제가 낳고 보안법이 키웠다

검찰개혁, 끈질한 저항에 한 걸음 떼기도 어려워

갈 길 바쁜 검찰개혁 가로막는 조국의 역설강희철의 법조외전(72)

기계적 균형에 빠진 검찰개혁 집회보도

추락하는 독일 좌파, 비상하는 극우

통일 30주년독일은 지금

검찰 수사는 왜 촛불의 분노를 샀는가

조민 "증명서 위조한적 없다온 가족이 언론 사냥감 돼"

하늘에서 본 '서초 촛불' 낮과 밤

서초동 촛불 이제는 울지말자, 이번엔 지켜내자, 우리의 사명이다

서초동 촛불집회 방송에서 드러난 온도차


930 주간경향-중앙

        한국-대구

                   한겨레-경인

인천-기호

한국농정-경향

국민-중부

민중의소리-월요

딴지-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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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앙-경향

내일-10.3 중앙

한국-국민

국제-10.4한겨레

경인-기호

중앙-한겨레

서울-한국

대구-내일


9.30~10.4 경향 장도리



200만 명의 외침 "조국 개혁 말고, 검찰을 개혁해야"

[현장] 7차 검찰 개혁 촛불문화제... "자한당, 조선일보, 미세먼지 없는 세상에 살고 싶다"

 




"검찰개혁!" 검찰청앞 시민들 분노 폭발 '7차 검찰개혁 촛불문화제'28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 사이 도로에서 사법적폐청산연대 주최로 열렸다.권우성

 

'7차 검찰개혁 촛불문화제'28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 사이 도로에서 사법적폐청산연대 주최로 열렸다. 사진은 서초역네거리에 모인 인파이며, 가운데 대검찰청이 보인다.안종철

 

10만 명을 예측한 주최 측의 예상이 빗나갔다. 28일 오후 618분 기준, 서울 서초역 7번 출구 입구부터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인근(1.2km 이상)까지 시민들로 가득 찼다. 서초역 6번 출구 앞부터 200m 인근까지 모인 '조국 장관 사퇴 집회' 참가자 일부를 제외하고, 모두 '7차 검찰개혁 촛불문화제' 참석자다. 주최 측은 집회 참가자 수를 80~100만으로 추정했다.

 

전국 촛불 서초동으로 집결... 광주는 버스 10대 동원

이날 현장에는 부산·대구·울산·광주·청주·김해·전주·제주 등 전국의 시민들이 함께했다. 부산에서 온 박근환씨는 "오전 9시에 버스 두 대 대절해서 올라왔다. 54명이 참가했다""집회 현장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4시 좀 안 됐을 때였다"고 했다. "현장에서 이렇게 많은 분들이 함께 분노해주시는 걸 보니 정말 감사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청주에서 온 김혜숙(59, )씨는 "오늘 11시에 출발해서 오후 2시에 미리 도착했다. 2시간 정도 걸렸다""올라올 때 버스 두 대 대절해서 왔는데, 90명이다. 오지 못한 사람들도 상당했다. 내가 집회에 참석한 이유는 조국 수호가 아닌, 검찰 개혁이다. 지금 검찰의 수사 행태는 국민으로서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광주에서는 45인승 버스 10대를 동원해서 참석했다. 광주 참가자는 "우리는 조직된 사람들도 아니고, 시민단체도 아니고, 순수한 대한민국 애국심으로 이곳에 온 사람들이다"라며 "나는 한 나라의 국민으로서, 이 나라의 불의를 참지 못하고 버스에 오른 거다"라고 소리쳤다. 그는 수차례 "검찰을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집회 시작 전, <오마이뉴스 >와 통화한 김태현 사법적폐청산 범국민시민연대 대표는 "이렇게 많은 분들이 집회에 참석하실 줄은 전혀 몰랐다""이는 검찰개혁을 꼭 이뤄내야 한다는 시민의 명령"이라고 말했다. 이날 집회 시작 한 시간 전부터 주최 측 추산 약 30만 명이 모였다.

 

이어 김 대표는 "언론에서 맞은 편 쪽의 (자유연대 쪽) 보수 집회를 보고 '서초동 맞불 집회'라 하는데, 사실상 맞불이 될 수 없다""우리의 숫자와 저들의 숫자가 비교 가능한가"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이곳에 모인 시민들은 검찰의 무소불위 권력이 본인들에게 돌아올 것에 대해 두려워하고 있다""검찰의 횡포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를 보여주는 것이 지금의 집회다. 검찰 개혁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SKY 재학생 40.7%가 고소득층 자녀, 의대는 48% 달해

김해영 "소득격차가 교육기회 불평등으로 이어지는 구조, 완화 정책 필요해"

SKY 대학으로 불리는 서울대·고려대·연세대 재학생 10명 중 4명은 고소득 가구의 자녀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부산 연제)이 한국장학재단의 '2012~2019년 국가장학금 신청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국내 의대에 다니는 학생의 48%는 가구소득이 9·10분위(월 소득인정액 1384만원·1384만원 이상)에 해당하는 고소득층 자녀인 것으로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국회의원.. 김해영 의원실

 

SKY 대학의 경우에도 재학생 40.7%가 고소득층 자녀들로 집계됐는데 소위 서울권 주요 대학교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SKY 대학을 포함한 경희대·서강대·성균관대·이화여대·중앙대·한국외대·한양대에 입학한 9·10분위 학생은 전체 36.2%를 차지했다.

 

이와 함께 국내 의대에 진학한 고소득층 자녀는 극빈층인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 자녀보다 약 15배 많았고 SKY 대학의 경우에도 약 8, 서울 주요대학은 약 7.3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국립대의 경우 저소득층 가구의 자녀가 고소득층 자녀보다 많았고 저소득층 가구는 40.7%에 달했지만 고소득층 가구는 25.2%로 서울 주요대와 의대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고소득층은 9·10분위 중에서도 10분위 학생들의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확인됐고 SKY 대학의 경우 10분위가 9분위의 2.7, 의대의 경우 2.9, 서울 주요대는 2.3배가량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김해영 의원은 "9·10분위 학생에게는 국가장학금 지급하지 않기 때문에 일부 고소득층 자녀는 장학금을 신청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이를 감안하면 소위 말하는 서울 주요대와 의대에서 고소득층 자녀가 차지하는 비율은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소득격차가 교육기회 불평등으로 이어지는 고리가 확인된 만큼 이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펼쳐야 한다""기회균형 선발기준 확대, 저소득 학생의 교육비와 장학금 지원, 취약계층 교육급여 확대 등 희망사다리 정책을 강화해나가겠다"고 밝혔다홍민지 기자(=부산) 프레시안

 

금융 자산 10억원 부자 55% “나는 부자 아니다

국내에서 금융 자산을 10억원 이상 보유한 사람이 지난해 말 기준 323000명으로, 지난해보다 13000명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자로 분류되는 이런 사람의 증가율은 이전에 못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2019 한국 부자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부자는 전년보다 4.4% 늘어나는 데 그쳤다. 2014년엔 237000, 2015254000(전년 대비 7.0%), 2016271000(6.6%), 201731만명(14.4%)으로 늘어났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지난해 주식가치 변동이 부자 증가율이 둔화시킨 요인으로 꼽았다. 코스피는 2016년 말 2026에서 2017년 말 246721.8% 급상승했다. 이에 따라 2017년 부자가 급증했다. 그러나 2018년 말 코스피는 2041로 전년 대비 17.3% 급락했다. 덩달아 총금융자산 규모도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부자들이 보유한 총 금융자산은 2017조원(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년 대비 1.7% 감소했다.

 

부자들은 수도권에 몰려 있었는데, 서울(145000), 경기도(71000), 인천(1만명)이 전체의 69.6%를 차지했다. 그 외에는 부산(24000), 대구(15000), 경남(1만명)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에서도 46.6%는 서초·강남·송파구 등 강남 3에 살았다. 국내 부자들 총자산의 절반 이상은 부동산으로 부동산이 53.7%, 금융이 39.9%의 비중이었다. 나머지는 회원권, 예술품 등으로 집계됐다. 부자는 연 가구 소득은 평균 22000만원으로 일반가구(5700만원)3.9배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주거, 교육, 여가·취미 등 순수 생활비로 쓰는 소비지출액은 월평균 1040만원으로 일반가구(254만원)4배 수준이었다.

 

부자로 분류된 이들에게 한국에서 부자라면 얼마 정도의 자산을 갖고 있어야 할까'라고 물었더니 돌아온 답은 평균 67억원이었다. 이들 중 지금 나는 부자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45.8%로 나타났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부자 보고서는 한국은행, 통계청, KB금융 고객데이터를 토대로 부자 수와 지역별 현황을 추정했고, 10억원 이상의 금융자산 보유자 400명을 상대로 한 설문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신은정 기자·연합뉴스

 

우파코인맛들인 우파유튜버 폭주, 따라잡을 수 있을까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924일 오후 자유한국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채널 공감-국민 속으로, 청년 유튜버, 세상과 하다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왼쪽 첫 번째가 성제준tv를 운영하고 있는 성제준씨다. /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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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 순서대로 배치했고요. 공교롭게도 황교안 대표가 가운데 번호 3번을 배치받게 되었습니다.”

 

사회를 맡은 배현진 자유한국당 서울 송파을 당협위원장이 말했다.

924일 자유한국당 당사. ‘청년 유튜버, 세상과 통하다라는 주제의 행사가 열렸다. 이날 참석자 중 구독자 순위 1위인 성제준TV의 성제준씨가 입을 열었다. “저는 20대고요, 29, 아직 서른이 안 됐습니다.” 성제준TV의 구독자 수는 316000여명(926일 기준).

 

황교안 당대표는 당 공식 유튜브 오른소리를 대표해서 나왔다. 오른소리의 구독자는 127000여명이다. 20대 개인이 진행하는 유튜브 방송이 당의 공식 채널보다 3배 더 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청년 우파 유튜버 눈치 보는 보수정치권

인터넷이나 당대에 유행하는 소셜플랫폼에서 강세를 보이는 것은 항상 진보였다. 팟캐스트까지만 해도 그랬다. 그런데 중심 플랫폼이 유튜브로 바뀌면서 판도는 바뀌었다. 보수우파 전성시대가 열린 것이다.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나타난 현상이다.

 

종전 우파 유튜브는 전업한 시사평론가나 태극기부대 등이 주도했다. 그런데 최근 양상은 또 달라졌다. 젊은 우파 유튜버가 대거 부상했다. 길게는 6개월, 짧게는 2~3개월 전부터 나타난 현상이다. 이제 유튜브 우파 생태계는 이들이 주도한다. 한 여권 인사는 이렇게 말했다.

 

성제준만이 아니다. 이들 젊은 우파 유튜버의 급성장에 기성 보수정치권은 눈치만 본다. 근본주의 우파 티파티가 출현해 공화당을 잠식해 들어갔던 미국의 과거 사례가 연상된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 812일 소셜미디어(SNS)에서 벌어진 한 사건을 예로 들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자신의 SNS이영훈 교수 등이 집필한 <반일종족주의>를 읽어보니 이건 아니다 싶은데 왜 보수 유튜버가 띄우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독후감을 남겼다. 그 글에 극우성향 만화가 윤서인씨가 명확한 근거와 논리로 말씀해달라는 댓글을 남겼다. 다음은 이 여권 인사의 평가다.

 

홍 전 대표가 나는 조국에 동조하는 것도 아니고 그 책을 읽고 독후감을 적었을 뿐이라고 변명성 답글을 달았다. 3자가 봐도 그 친구들에게 쩔쩔매고 있다는 것이 너무 눈에 드러난다.”

 

지난 8월 초부터 우파 유튜버 동향을 면밀히 분석해온 IT업계 전문가는 최근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둘러싼 여론의 극명한 대립의 비밀을 풀 열쇠는 유튜브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슈가 일본에서 조국으로 이동한 81일부터 9월 초까지 우파성향 유튜브 채널 156개를 선정해 분석해보니 총 4억뷰가 나왔다. 조국 이슈가 전면화된 9월 중순까지 2주 연장해 분석해보니 55000만뷰였다. 최근 2주에 늘어난 15000만뷰를 누가 봤을까. 젊은 층의 뉴스 소비 패턴은 윗세대와 확연히 다르다. 어떤 사안이 있을 때 포털 뉴스가 아니라 유튜브부터 검색해본다. 조국 국면에서 집권세력으로부터 젊은 층이 광범위하게 이탈한 비밀은 거기에 있을지도 모른다.”

 

이 전문가의 분석에 따르면 우파 인플루언서를 중심으로 생성된 우파 생태계는 tbs뉴스공장, 노무현재단의 알릴레오, 다스뵈이다 등을 중심으로 생성된 진보좌파 생태계를 압도한다.

 

추석 연휴 기간 유튜버의 언어로 가짜뉴스 제작자를 원점 타격하는 방송을 표방한 헬마우스가 나타났지만(관련 기사 참조) 양과 질에서 모두 우파 생태계의 절대우위는 지속되고 있다.

 

1인방송 크리에이터(MCN) 관계 전문가에게 보다 깊숙한 유튜브 생태계의 동학을 물어봤다(앞서 전문가들과 마찬가지로 현업 종사자들은 모두 익명을 요청했다).

 

우파 유튜버들을 잘 보면 정교한 역할 분담이 있다. 어떤 사안이 있으면 콘셉트를 나눠 잡고 누가 아이템을 띄우면 바통 터치하는 것처럼 확산시키는 방식으로 키운다. 이를테면 성제준TV는 사상이나 역사를 바탕으로 프로파간다의 베이스를 깔아주는 콘셉트다. 또 어떤 채널은 외신기사를 끌어와 자기 마음대로 해석해서 마치 자신들의 견해가 공신력이 있는 것처럼 포장한다. 윤서인의 경우는 자극적인 언어로 비꼬는 식으로 프로파간다를 내놓고 있고, ‘신의 한수TV’는 방송국처럼 외형을 갖춰 공신력이 있는 채널처럼 비치게 한다.”

 

한 전문가의 분석에 따르면 조국 국면에서 보수채널의 누적 총 뷰수는 55000만회에 이른다. 사진은 조국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을 집중제기하고 있는 가로세로연구소 채널. /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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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유튜브 콘텐츠가 구린이유

주목할 만한 것은 특히 젊은 우파를 표방하고 있는 채널들이 취하는 포지션이다.

 

종전의 아스팔트 우파의 경우 카톡 등을 통해 공유해 보는 사람만 보는데 비해, 이들은 스크린샷이나 제목을 잡을 때 정권에 실망한 중도층, 20대 남성과 같은 타기팅을 명확히 하는 것이 특징이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리섭TV를 운영하는 심리섭씨가 914일 자신의 SNS내가 영상 제목으로 어그로를 끄는 이유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1. 나는 제목이랑 썸네일만 봐도 내용이 대충 예상되는 영상을 제일 극혐함. 2. 제목부터 우파 찬양하면 좌좀들이 보냐? 3. 어그로를 끌어야 조회수가 잘 나옴.”   

자유한국당을 비판한다든가, 보수우파에 거리를 두는 것처럼 위장해야 광범위한 무당파-중도층을 끌어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전문가는 정부가 가짜뉴스에 대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지만 가짜뉴스의 본질에 대한 규정부터 잘못 진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가짜뉴스의 본질은 정보가 아니라 서사, 내러티브다. 그런데 정부는 팩트체크, 다시 말해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면 가짜뉴스를 없애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고 있다. 서사 대 정보 싸움에서 누가 이기겠는가. 단적인 예가 정부가 운영하는 트위터 채널 사실은 이렇습니다. 건조한 팩트 정보를 제공하면 허위정보를 물리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정부나 정당, 디지털에서 죽을 쓰고 있는기성언론만의 문제가 아니다.

 

유튜브 유통을 목적으로 제작된 진보 콘텐츠도 마찬가지다.

유튜브 문법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알릴레오나 다스뵈이다는 1시간씩 집중해 봐야 하는 엄근진(엄숙·근엄·진지)’ 콘텐츠다. 유시민이나 김어준과 같은 진행자, 그리고 그들이 모셔온 그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의 말은 누가 감히 끊겠는가. 특히 젊은 층 중에서 그걸 끝까지 보는 사람이 있을까. 실제 쏟아 붇는 노력에 비해 조회수가 안나오는 까닭이다.”

 

전문가들은 진보성향 콘텐츠가 유튜브에서 약세인 이유로 유명진행자와 권위있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일방적으로 1시간이 넘게 듣게 되어있는 등, 유튜브 문법을 고려하지 않는 편집 문제를 제기한다. 사진은 사람사는세상노무현재단의 콘텐츠 <알릴레오> 유튜브 라이브방송 장면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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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파 유튜버 콘텐츠가 성공한 이유에 대한 질문에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내놓은 답은 이렇다.

한마디로 돈이 된다는 것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우파코인을 얻어내기 위한 쟁탈전이라는 것이다. 앞서 IT전문가의 말이다.

 

연세대에서 있었던 조국 퇴진 요구 집회를 가로세로연구소가 생중계하던 도중 조명이 꺼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그 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아는가. 실시간 슈퍼챗 채팅창에 발전기 사는 데 보태 써라며 후원금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는 앞으로도 당분간 우파 강세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이번 조국 사태 국면을 거치면서 우파 유튜브 생태계가 돈맛을 확실히 알아버렸다는 것이다. ‘신의 한수TV’의 경우 모든 영상을 예약전송, 실시간 채팅창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바꿨다. 하루 최대 12개 영상을 모두 후원이 가능한 채널로 만든 것이다.”

 

앞서 MCN 전문가는 젊은 우파 채널들을 면밀히 분석해본 결과, 이들이 자신의 채널을 띄우는 스킬엔 공통된 기법이 있다고 했다.

 

그것은 방송 초반에 전략적으로 안티페미를 표방하는 것이다.

여성과 남성이 시각차를 드러내는 구체적인 사건에 논평을 내는 식으로 20대 남성이 억울하다며 공감을 얻는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문재인 페미 정부 때문이라고 선언한다. 그 뒤부터서는 정치적 프로파간다가 쉽게 먹혀들어간다. 진보에게 이 지점은 약한 고리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40~50대 아저씨들의 페미니즘에 대한 어설픈 온정적 태도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20대 청년들에게 호소력이 없다. 이 지점을 파고들어가는 것이다.”

 

페미니즘에 대한 반감이 정부 정책 비판, 극우 선동까지 이어진다는 것이다.

결국 핵심은 하나의 주장이 다른 주장으로 이어지는 유입경로’, 유튜브의 경우 연관 추천영상 문제다.

 

기자는 가짜뉴스를 다룬 지난 기사에서 기타교습 영상에 관심이 있던 브라질의 청소년이 어떻게 대선에서 주류 정치권 변방의 극우파 정치인이었던 자이르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의 열혈지지로 이어졌는가를 다뤘다. 지난 811<뉴욕타임스>가 심층 분석한 주제이기도 하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가짜뉴스·허위정보의 확산을 막으려면 이 연결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핵심은 알고리즘이다. 유튜브 측은 지난 93일 블로그를 통해서 4Rs라는 정책을 발표했다. 4개의 R은 각각 혐오나 선동 등 유튜브 정책에 반하는 영상을 최대한 빨리 삭제(remove)하고, 공신력 있는 정보는 띄우며(raise), 믿을 만한 채널이나 영상에는 적절한 보상(reward)을 하며, 정책에 어긋나거나 걸쳐 있는 영상의 확산을 줄이겠다(reduce)는 것이다. 다시 말해 양질의 영상은 띄우고, 혐오나 선동, 가짜뉴스로 분류될 영상의 노출은 최대한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가짜뉴스 대응책, 결국 알고리즘이 문제

유튜브 정책에서 통상적으로 언론과 같은 공적 기관이 제공하는 영상은 공신력이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

 

실제로 조국이라는 키워드로 유튜브를 검색해보면 상위 40여개 항목 대부분은 보도 성향을 떠나 국내 언론사들이 내놓은 콘텐츠다. 방송이 아닌 유튜버 전용 콘텐츠는 38번째에 나오는 공병호tv가 제작한 조국 자식농사라는 제목의 콘텐츠다. 공병호tv는 우파성향 채널로 평가된다. 조회수로만 치면 926일 기준으로 공병호tv의 콘텐츠가 41000회로, 바로 위의 YTN 뉴스의 11000회를 압도하지만 후순위로 노출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일까.

 

가짜뉴스나 허위정보에 대한 규제를 이야기하지만, 정작 무엇이 가짜뉴스나 허위정보인지에 대한 아직 합의된 규정은 없다.”

 

오세욱 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 선임연구위원의 말이다. 그는 최근의 가짜뉴스 논의가 별도의 입법,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흐르는 분위기를 우려했다. “중요한 것은 그 시기 주목받는 플랫폼이 무엇이었냐였지, 그 컨텐츠가 어떤 이념성향이었는가는 아니다. 오히려 인터넷은 오프라인에서 그 시대의 사회상을 반영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앞서 IT전문가의 의견도 비슷하다. “신흥 우파컨텐츠를 가짜뉴스라고 비난하지만 뜯어보면 기존 언론보도를 기반으로 자신의 의견을 덧붙이는 식이 대부분이다. 차라리 가짜뉴스는 없다는 전제로 보는 것이 낫다. 게다가 그들 중 일부는 이미 수십만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그들로서도 무시할 수 없는 수입원이다. 혐오표현이나 노출, 선동 등에 대한 유튜브 규제가 점점 강화되고 있는데, 그동안 끌어모은 독자가 아까워서라도 자제하는 방향으로 나갈 것이다.” 규제가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한상기 소셜콤퓨팅연구소 대표는 영어권에서 정교한 알고리즘을 마련해 혐오나 허위정보를 담은 콘텐츠를 차단한다고 하더라도 한국어로 작성된 것에 대해서는 충분히 분석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즉 유튜브의 알고리즘은 영어권보다 한국어로 된 가짜뉴스 또는 허위정보를 잡아낼 기술적 학습은 덜 되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현재 유튜브에 적용되는 알고리즘은 이미 수작업으로 변경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AI가 스스로 수많은 매개변수를 적용해 딥러닝한 것이다. 검색 알고리즘을 만들어낸 구글 쪽 개발자들조차도 왜 이런 영상이 관련 영상으로 떴는지 설명하지 못할 수 있다.” 한 소장은 유럽의 경우 AI가 어떤 결정을 했을 때 그 결정 대상자에게 왜 이런 결과가 주어졌는지 설명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프라이버시권과 함께 규정해 지난해부터 시행에 들어갔다차제에 한국에서도 논의를 이런 방향으로 심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마정미 한남대 정치언론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가 극단화되어 있기 때문에 기존의 제도권 언론에 불신을 가진 사람들이 새로운 매체를 찾는 과정에서 유튜브가 대안매체로 떠오른 것이라며 유튜브의 알고리즘은 결국 사용자 시간을 최대한 붙들어 매는 데 최적화되어 있기 때문에 사용자의 확증편향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알고리즘에 대한 시민사회 차원의 감시와 함께 사적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알고리즘에 대한 사회적 책임 문제를 제기할 시점이 됐다는 지적이다

 

우파 저격 유튜버 헬마우스등장, 파괴력은

 

유튜브캡처

 

시작은 기자의 언더그라운드.기사였다. 어느 대마도 사람이 트위터를 통해 한국 사람들은 한 명도 없으니 놀러오세요라고 일본인들에게 올린 호소를 소개했다. 여기에 쓰시마 부산사무소를 통해 관광 불매운동 때문에 실제 대마도 관광객이 줄어들고 있는지 확인하는 기사였다.

 

극우성향 만화가 윤서인씨가 이 기사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인 윤튜브를 통해 저격했다. 이전부터 혐한인 사람이 올린 조롱호소로 왜곡 선동했으며, 실제 관광 불매운동은 대마도에 진출한 한국관광업만 타격을 줄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대마도 번화가가 빈 것처럼 보이는 것은 일본 명절인 오봉기간이기 때문인데, 한국관광객이 없어서 그런 것처럼 선동한다며 한국 방송·언론들의 반일선동 보도가 문제라고도 했다. 윤씨의 주장은 사실일까.

 

기자는 부산 국제여객터미널의 일별 출입자 수 등의 자료를 근거로 윤씨 주장을 재검증하는 기사를 냈다. (97텅 빈 대마도 보도는 선동? 윤서인씨 주장은 사실일까기사 참조) 그리고 이틀 뒤.

 

윤씨의 주장을 유튜브의 언어로 탈탈 털어버리는채널이 혜성처럼 등장했다. 헬마우스다. 채널 정보엔 이렇게 적혀 있다.

       

“15년 동안 시사보도 프로그램을 만들던 방송작가가 가짜뉴스 도살자가 되어 왔다. 이 구역 진실의 입, 지옥의 주댕이, 극우 유투버들의 악몽! 오늘도 가짜뉴스 만드는 놈들 뚝배기 깨러 간다.”

 

방송사 제작 유튜브 영상? 사실 아니다   

추석 연휴, 주요 인터넷 커뮤니티 상에서 최대 화제는 헬마우스가 내놓은 윤서인 극딜영상이었다. 헬마우스의 구독자 수는 2주 만에 56000여명으로 급증했다. 조회수는 122만여회.

 

대마도 논쟁은 현재진행형이다. 반박과 재반박이 이어졌다. 여기에 부동산 유튜버에서 우파 유튜버로 변신한 아포유’,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 등이 헬마우스 저격에 나섰다. 다른 우파성향의 유튜버들도 이 핫이슈헬마우스의 논쟁방식을 비판한다는 식으로 숟가락을 얹었다.

 

윤서인씨와 대마도 논쟁과는 별도로 아포유와 변희재 대표는 헬마우스의 정체 규명에 포커스를 맞췄다. 간단히 말해 신상 털기. 변 대표는 이 ‘15년차 시사프로그램 방송작가JTBC 뉴스룸 팩트체크 방송작가라는 점을 들며 헬마우스 배후에는 JTBC가 있다는 의혹을 적극적으로 주장했다. 최근 유튜브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방송인 장성규씨가 출연하는 워크맨을 만드는 제작사는 유튜브나 웹콘텐츠 제작을 목표로 JTBC가 사내에 만든 스튜디오 룰루랄라. ‘헬마우스역시 우파 유튜브 방송 견제를 위한 방송사 JTBC의 비밀 프로젝트라는 의혹제기다.

 

기존 다중채널네트워크(MCN·1인 콘텐츠 제작자) 업계에서는 시장성이 전혀 없을 것으로 판단해 관심 밖이었던 시사·정치 영역에서 헬마우스의 급속한 성장에 놀라워한다. MCN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일부 우파성향 유튜버가 비난이나 조롱·혐오 콘텐츠로 돈을 걷어가고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함부로 발을 담궜다간 피해만 입는다고 생각해 자제해왔다. 헬마우스가 채널 개설 2주 만에 5만명이 넘는 구독자를 확보했다는 것은 그동안 저열한 정치혐오 컨텐츠에 대한 유튜브 사용자들의 불만이 누적되어 왔다는 것을 보여준다.”

 

방송사의 비밀 프로젝트라는 주장은 사실일까. 메인 진행자가 JTBC 뉴스룸 프리랜서 작가 출신인 것은 맞다. 캐릭터 설정에서부터 영상편집, 전략까지 치밀하게 준비한 흔적은 읽힌다. 하지만 취재해보니 방송사의 사내벤처라든가 특정 진영의 별동대’, ‘은밀한 커넥션과 같은 의혹은 사실이 아니었다. 제작자들은 개인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서 공개적으로 유튜브 채널 개설사실을 알리고 있다.

 

30대 전·후반의 오랜 지인관계인 사람들이 만든 채널이다. 메인 진행자를 비롯, 정부 기관에서 일하던 PD 겸 편집자는 채널을 개설하면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업 유튜버를 목표하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MCN 관계자는 현재의 구독자 수와 조회수를 볼 때 지난 2주일 사이에 약 150만원 정도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아직 전업으로 하기에는 모자란 액수다.

 

헬마우스 관계자는 채널 개설을 준비하면서 주변에서 수없이 들었던 조언은 독자들 앞에서는 한없이 겸손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채널 개설이 2주일밖에 안 된 시점에서 언론 홍보부터 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어 정식 인터뷰는 이르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검찰앞 촛불집회에 맞불집회주목한 방송사는?

28일 방송보도 대규모 인원강조 vs “조국 반대 맞불집회프레임으로 나뉘어

주최 측인 사법적폐청산 범국민시민연대가 예상 10만명을 10배 이상 넘은 인원이 28일 서울 서초동 검찰청 앞에 촛불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를 전한 방송보도는 대규모 집회 인원에 주목한 보도와 조국 법무부장관 반대를 외치는 맞불집회를 강조한 보도로 나뉘었다.

 

이날로 서초동 검찰청 앞 촛불집회는 일곱번째다. 검찰이 지난 23일 조국 법무부장관 자택을 압수수색했고, 지난 26일 야당 국회의원이 조 장관과 압수수색 수사팀장이 통화한 사실을 공개했다. 다음날인 지난 27일 문재인 대통령이 절제된 검찰권 행사가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내놓는 일련의 사태가 지난주에 벌어졌다. 검찰이 조 장관 일가를 수사하며 도를 넘었다고 판단한 시민들이 이번 주말 집회에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KBS·MBC·JTBC 등은 예상보다 많은 대규모 인원이 서초동에 모인 사실에 주목했다.

 

28일자 MBC 뉴스데스크 보도화면 갈무리

 

KBS28뉴스9’에서 첫 번째 리포트 “‘검찰 개혁대규모 집회”, 두 번째 리포트 예상 뛰어넘은 인파검찰 개혁매주 집회에서 오늘(28) 서초동 검찰청사 앞에는 국정농단 촛불 집회 이후 최대 규모의 시민들이 운집했다”, “조국 장관을 지지하고 검찰 개혁을 촉구하는 시민 집회는 오후 2시 사전집회를 시작으로 7시간째 계속되고 있다”, “주최 측은 10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모였다고 주장했다등의 소식을 전했다.

 

KBS는 리포트 끝부분에서 한편 대검찰청 정문 인근에서 주최 측 추산 2000여명이 모여 조국 장관 사퇴를 촉구하는 맞불 집회를 열었다고 짧게 덧붙였다. 이후 세 번째 리포트 한국당, ‘조국 파면총공세민주 민생 외면’”에서 자유한국당의 장외집회 소식과 더불어민주당의 비판을 전했다.

 

MBC ‘뉴스데스크는 첫 번째 리포트 ‘“공수처 설치·특수부 폐지검찰개혁 이뤄내야”’에서 촛불집회 참가자들의 주장을 기사 제목으로 뽑았고 두 번째 리포트 촛불집회주최측 추산 1백만 명 모여에서 예상 밖 대규모 인원이 모인 것을 강조했다. MBC 역시 세 번째 리포트에서 한국당의 장외집회 소식을 전했다.

 

JTBC ‘뉴스룸역시 첫 번째 리포트 서초동 대규모 촛불집회참가자들 검찰 개혁촉구와 두 번째 리포트 전국 각지서 서초동으로참가자들 모두 못태운 버스에서 대규모 인원이 모은 사실을 강조했다. 세 번째 리포트 민주당 의원들, 서초동 집회로한국당 지도부 장외투쟁에서도 한국당의 장외투쟁 소식을 다루면서도 여당의원들이 촛불집회에 참여한 소식에 무게를 뒀다.

 

SBS ‘8뉴스는 이날 “‘검찰 개혁검찰청사 앞 대규모 촛불반대 집회도인파 늘면서 행진은 취소서초동 촛불집회열기 고조등 두 리포트에서 검찰청 앞 촛불집회 소식을 자세히 전했고, 조국 장관 반대집회 소식을 짧게 덧붙였다.

 

다수 방송사가 저녁 메인뉴스에서 서초동 현장을 생중계한 반면 이를 짧게 보도하고 하루 뒤인 29일 리포트를 내보낸 방송사도 있었다.

 

28MBN '종합뉴스'가 촛불집회 소식을 전했다. 다음날인 29일 오전 기자의 리포트가 있었다. 사진=28일자 MBN 보도화면 갈무리

 

MBN28‘MBN 종합뉴스첫 리포트에서 울산항 부두에 정박 중이던 대형 운반선에 불이 난 소식을 전했다. 이 소식과 화성연쇄살인사건, 정경심 교수의 검찰 수사 소식 등을 전한 뒤 한국당의 장외투쟁 소식을 전했다. 서초동 촛불집회 소식은 뉴스 리포트 전에 ‘“조국 퇴진” vs “검찰 개혁동시 찬반 집회라는 자막과 함께 처리했다. 다음날인 29일 오전에 MBN‘“검찰 개혁대규모 촛불집회주최 측 “150만 명 모여”’란 리포트를 전했다.

 

이에 MBN 사건팀 기자는 29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집회 현장에서 중계 연결상황이 좋지 않아 첫 소식을 울산항 화재 소식으로 대체했고 뉴스 중간에 촛불집회 소식을 리포트했다주최 측에게 ‘(기존 예상인) 10만명을 넘은 것으로 추산한다는 말을 듣고 리포트했는데 나중에 확인해보니 150만명이 참여했다고 하니 축소보도한 꼴이 돼 리포트를 인터넷에서 모두 내린 뒤 오늘(29) 아침에 다시 제대로 리포트를 했다고 말했다.

 

각각 주최 측 추산으로 150만 명과 2000명인 검찰개혁 촛불집회와 조 장관 사퇴집회를 병렬로 놓고 맞불집회를 제목으로 뽑은 방송사도 있었다.

 

TV조선 28'뉴스7' 보도화면 갈무리

TV조선은 뉴스7’에서 관련 소식 리포트 제목을 ““검찰 개혁”vs“조국 사퇴서울중앙지검 앞 맞불집회’”로 정했다.

 

TV조선은 중앙지검 앞에선 오후 6시부터 조 장관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도로를 가득 메운 상태라며 지지자들이 검찰 수사에 대한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고 촛불집회 소식을 전한 뒤 앞서 한 시간 전인 오후 5시부턴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조 장관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도 열렸다오늘 낮 서울 도심에서도 조 장관 사퇴를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와 행진이 이어졌고, 서명운동이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채널A뉴스A’에서 리포트 제목을 ““검찰 개혁”vs“조국 사퇴맞불 집회에 긴장감’”으로 정했다. 채널A집회 참가자들은 버스까지 대절해 지방에서 올라왔다. 조 장관 지지자들이 총 결집을 한 모습이라며 여권 인사들도 모습을 드러냈다고 전한 뒤 맞은편에선 조 장관 사퇴를 촉구하는 맞불집회가 열렸다고 전했다.

장슬기 기자 wit@mediatoday.co.k

 

사회정의를 바라는 교수님들께

지금 우리는 대한민국의 사회정의와 윤리가 무너지는 것을 보고 있다.”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은 지난 19일 조국 법무부 장관 교체를 요구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하였습니다. 저는 사회정의와 윤리가 무너지는대목에서 주춤하고 말았습니다. 대한민국 대학은 과연 정의와 윤리가 살아 있는가 의문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굳이 벤담의 공리주의를 끄집어내지 않더라도 도덕이 추구하는 최고 원칙은 구성원의 고통을 나눔으로써 구성원 모두의 행복을 최고로 키우는 것입니다. 여기서 한가지 묻고 싶습니다. 사회정의를 바라는 교수님들은 같은 대학 강단에 서는 시간강사의 법적 지위와 처우에 어떻게 대응하셨는지요. 시간강사법 시행을 두고 학교를 떠나야만 했던 많은 동료 대학 선생들에 대해 따뜻한 시선 한번 주셨는지요. 적어도 한 번만이라도 동료의 시선으로 시간강사들을 바라보기는 했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그들의 고통은 외면한 채 나만의 행복만을 배가시키지는 않으셨는지요. 대학사회에서도 이뤄지지 않는 정의가, 대학에 몸담은 교수의 입을 통해 어떻게 사회로 나올 수 있겠습니까? 나온다 한들 얼마나 큰 신뢰로 다가오겠습니까?

 

지식과 지성을 상징하고, 수평적이고 자유로워야 할 대학사회의 실상은 어떻습니까? 그야말로 자본주의의 진수를 보여주는 곳이 한국의 대학입니다. 연구 지도교수는 없고, 연구비 따러 다니는 봉건 지주만 있는 대학이 정말로 많습니다. 대학원생이 소작농 교수의 농지를 경작하는 노예로 길들여지는 것 또한 예삿일입니다. 수평적 토론은 상상할 수 없고, 권력의 꼭대기에 앉은 교수는 학생이 졸업해도 학생의 취업과 추천서를 손에 쥐고 영원한 갑의 위치에서 내려오지 않습니다.

 

미래의 학자를 키워내야 할 대학 연구실이 계급사회보다 못한 공간이 되지는 않았는지요. 이런 곳에 어떤 윤리가 자리 잡을 수 있겠습니까?

 

연구실적이 교수 업적 평가의 주가 되다 보니, 학생 수업에 큰 비중을 두지 않고, 아예 대학원생이나 외부인에게 강의를 떠넘기는 교수도 있습니다. 학생들이 열심히 작성한 강의평가서를 두고 학점 잘 주는 교수에게 유리하다거나, 교수 인기투표 정도로 깎아내리지는 않으셨는지요. 많은 학생은 교원평가에 반영되지도 않는 강의평가서 작성에 불만을 품고 있습니다. 반면 외국의 많은 대학은 연구실적보다 강의 우수 교원을 더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실 배움이 주목적인 학부 학생들에겐 그 교수의 연구업적은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새로운 지식을, 새로운 방식으로 학생과 소통하는 교수가 존경의 대상이 되는 것이지요.

 

한 가지 덧붙이자면 요즘 말하는 대학과 학문의 위기에 관한 것입니다. 많은 대학 관계자는 대학의 위기로 재정위기를 우선 손꼽지만, 사실 가장 큰 문제는 산학협력단입니다. 정부가 2003년 산업체와 학교의 협력 기반을 제도적으로 마련하기 위해 만든 산학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에는 산학협력단의 설치·운영에 관한 주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이후 모든 대학에 산학협력단이 설치되어 교수의 연구비와 성과보수를 관리 감독하는 기능을 갖게 되었습니다. 진리를 탐구해야 할 학교는 자본의 노예가 되었고, 적은 연구비를 받는 인문학은 퇴행의 길로 접어들게 되었습니다. 기업 맞춤 교육과정을 넘어 최근에는 기업 맞춤형 학과가 대학에 신설되고, 졸업 후 취업 보장을 광고하는 취업 시장으로 대학이 변질되었건만 사회정의를 바라는 교수님들은 그저 바라만 보고 계셨습니다. 대학과 학문의 위기를 만든 분들은 바로 교수님 자신입니다. 또 선거철만 되면 정치판에 기웃거리다가, 운 좋으면 관직 하나 차고 대감행세 하다가, 빈털터리가 되어 다시 연구실 문을 열어달라고 하지는 않으셨는지요.

 

하지만 우리가 절망적이지 않음은 지금도 많은 분이 국가와 사회의 정의를 향해, 그리고 정직한 윤리를 향해 고군분투하고 계심을 알기 때문입니다

엄치용 코넬대 연구원 경향

 

28일 오전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 나라지킴이고교연합 회원 등 관계자들이 조국 법무부 장관에 대한 철저한 검찰 수사 등을 촉구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검찰청 앞 집회, 지지층 결집이냐 검찰개혁 대의

[아침신문 솎아보기] ‘전문가 의견빌리며 집회 분석 제각각조국 국감에 웃는 자 누구

지난 28일 서울 서초동 검찰청사 앞 대규모 촛불집회를 두고 아침신문들 해석이 갈렸다. 오늘(30)1면 머리기사는 모두 조국 법무부장관 관련 소식이다.

 

경향신문 검찰개혁 좌절 위기감에검찰 독점의 사법구조 깨야”’

국민일보 검과의 충돌은 양날의 칼’’

동아일보 서초동 촛불결집당청, 검에 총공세

서울신문 둘로 찢긴 조국다시 광장정치

세계일보 ‘“조국퇴진” “검개혁두쪽 난 대한민국

조선일보 집권세력이 거리정치로 법치 위협

중앙일보 ‘“검찰개혁 국민 뜻 수용윤석열 이례적 입장문

한겨레 다시 타오른 촛불 검찰을 개혁하라”’

한국일보 다시 불붙은 촛불검개혁함성이 더 컸다

 

검찰수사에 분노공통해석, 지지층 결집에 무게보수신문 정부여당이 동원

 

사법적폐청산범국민시민연대가 주최한 ‘7차 검찰개혁 촛불문화제는 주최측 추산치(200만명)가 맞느냐를 떠나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참가자들은 조 장관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을 비판하며 검찰 개혁을 촉구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이튿날(29) 검찰개혁을 향한 명확한 원칙에 변함이 없다며 조 장관 가족 관련 수사가 검찰개혁에 대한 저항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조 장관 일가에 대한 대대적 압수수색 뒤 이번 주 내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소환한다.

 

30일 동아일보 1

 

경향신문은 이번 시위가 검찰개혁 자체에 목적을 뒀다는 데 무게를 뒀다. “검찰개혁 의제가 최소 수십만명이 모인 대중집회 구호로 등장한 건 이례적이라며 그간 실현되지 못한 검찰개혁에 대한 요구가 배경이란 전문가 의견을 전했다. 경향은 집회 참가자들은 검찰이 자기 기득권을 방어하기 위해 정치세력이 돼 수사권과 기소권을 자의 행사하고 있다고 본다고 풀이했다. 이어지는 기사에선 이번 싸움에서 밀리면 문 대통령이 후폭풍을 직접 맞을 수 있다는 범여권 지지층의 위기의식도 작용했다역설적으로 조 장관을 고리로 개혁 동력이 만들어졌다고 짚었다.

 

한겨레는 여론조사분석기관 전문가 의견으로 최근 조사 결과를 보면 (중도층 참여이기보다) 지지층 결집 집회로 보인다고 전했다. 신문은 검찰의 표적수사와 피의사실 흘리기, 언론의 무분별한 받아쓰기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적 죽음을 낳았다는 2009년의 트라우마도 지지층을 결집시킨 요인이라면서도 이번 집회가 중도선명 진보층까지 끌어들이지 못하고 전통 지지층만 결집하는 양상으로 흐를 수 있다고 했다.

 

서울신문은 집회 인파의 구성을 놓고 전문가들도 의견이 갈렸다고 보도했다. “정치적 색채를 떠나 검찰개혁이란 대의에 공감한 시민들이 모였다는 분석과 문재인 정부 지지자들이 결집한 것이라는 견해가 함께 나왔다는 것이다.

 

30일 서울신문 1

 

한편 보수신문은 이번 시위를 여권이 결집한 집회라고 규정했다. 동아일보는 청와대와 여당이 조 장관 부인 공개 소환조사를 앞두고 주말 대검찰청 앞 집회 등을 통해 지지층을 결집한 여권이 검찰 압박 수위를 높이며 대대적 공세로 전환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지층 결집을 동력으로 조 장관 의혹에 맞춰졌던 조국 사태초점을 검찰개혁으로 옮기려는 포석이라고 풀이했다.

 

조선일보는 친여권이 주도한 초유의 대규모 검찰 규탄 집회가 열렸다고 보도했다. 조선은 정치권의 장외 집회는 통상 제도 수단이 막힌 야당이 선택하는 저항 수단이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이 검찰을 정면 비판하자 여권 주도로 장외집회를 열어 법적 절차에 따라 수사중인 검찰을 노골적으로 압박한 것이라며 법치와 국정은 실종되고 여야 간 극한 장외대결로 치닫는다고 했다. 이어지는 기사에선 법학자·헌법학자 입을 빌려 집회 참가자들 의견과 실상이 다르다고 했다. 이번 수사는 정당하며, 여권이 지지세력만 국민으로 칭하며 권력에 대한 수사를 방해하는 행위는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했다.

 

30일 조선일보 1

 

서울·한겨레·세계·국민, 조국대전에 맹탕국감 우려서울경제 조국에 집중하라

20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코앞이다. 내달 2일부터 21일까지 20일간 진행된다. 몇몇 신문은 조국 장관을 둘러싼 대치가 정국을 빨아들이면서 국감 초점이 조 장관 관련 부분에 맞춰지는 것을 경계했다.

 

법제사법위원회와 교육위원회, 정무위원회 등 주요 상임위를 중심으로 조 장관 관련 공방이 벌어지며 증인 채택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자유한국당은 법사위에서 정경심 교수와 조 장관의 딸, 동생 등과 조 장관 딸이 논문 1저자로 등재되도록 한 장영표 단국대 의대 교수 등을 증인으로 신청했고, 민주당은 받아들일 수 없단 입장이다.

 

서울신문은 정치면 온통 조국국감, 몰래 웃는 사람들에서 조 장관을 둘러싼 대치가 국감 전반을 장악하며 1년간 국정 전반을 감사하는 국감 본연의 의미가 왜곡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야당이 두 달 가까이 조 장관 의혹 파기에 총력을 쏟아 정작 상임위 피감기관 감사 준비는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우려했다.

 

30일 서울신문 4

 

한겨레와 국민일보, 세계일보도 상임위별 일반 증인 채택이 줄줄이 불발되고 있다국감 본래 기능인 정부 견제와 정책 검증이 실종될 것”, “조국 블랙홀앞에서 국감 취지가 제대로 발휘되기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편 서울경제는 사설을 내 국정감사에서 조 장관을 둘러싼 의혹을 파헤칠 것을 주문했다. “수사검사와 통화에 따른 외압 논란과 자녀 입시 특혜, 사모펀드 의혹조국 일가를 둘러싼 의혹을 철저히 규명해 더 이상 국론 분열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예리 기자 ykim@mediatoday.co.kr

 

검찰개혁 촛불 위로 터지는 서리풀 축제 불꽃쇼

 

지난 28일 서울 서초구 서초역부터 예술의전당 방향 서초3동 사거리에서 서래풀 페스티벌 폐막행사가 열려 불꽃레이저쇼가 펼쳐지는 동안(사진 윗쪽), ‘7차 사법적폐 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에 참가한 시민들이 촛불을 들어올리며 검찰 개혁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지난 28일 서울 서초구 검찰청사 앞에서 열린 7차 사법적폐 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현장은 열기는 실로 엄청났습니다.

 

지난 16일부터 21일까지 매일 시민들과 같은 장소에서 집회를 열어온 검찰개혁 사법적폐청산 범국민시민연대(시민연대)는 일주일만에 다시 여는 이날 집회의 참가인원을 10만 명으로 예상했습니다. 사진부에서도 여느 때보다 집회 규모가 커지리라 예상해 추가근무자를 배치했으나 현실은 예상을 압도했습니다. 반포대로가 내려다보이는 누에다리 위에 올라 바라보니, 시민들은 밀도를 더하기 어려울 만큼 빽빽히 자리를 채우고 있었습니다. 실시간 마감을 위해 노트북을 켰지만 통신 연결도 쉽지 않았습니다.

 

연행자 0, 부상자 0

반나절 가까이 집회가 진행되는 동안 참가 시민들은 평화롭게 민주적으로 국민의 준엄한 뜻을 알렸습니다. 예상보다 많은 사람이 몰린 탓에 집회를 주최한 사법적폐청산 범국민 시민연대'는 예정했던 거리 행진을 취소했고, 오후 9시가 가까워오자 사회자가 집회 종료를 알렸습니다. 준비가 미흡했음을 사과하고 참가자들의 협조에 감사를 표하며 집회를 마무리했습니다. 그러나 시민들은 쉽게 발걸음을 돌리지 못했습니다.

검찰개혁”, “정치검찰 물러나라!”


다시 몇 번의 구호가 이어지던 그 때 큰 폭죽 소리와 함께 화려한 불꽃이 밤하늘로 쏘아올려졌습니다.

망원렌즈로 참가자들의 촛불을 담다 본능적으로 포커스를 옮겼습니다. 서초역부터 예술의전당 방향 서초3동 사거리까지 구간을 통제한 채 불꽃놀이 아래 화려한 레이저쇼가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다만 빽빽한 촛불인파와는 선을 그은 듯 밀도 차이가 분명히 보였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서초구 주최 서리풀페스티벌'의 폐막 행사로 열린 방송인 박명수의 이디엠(EDM) 판타지였습니다.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함성 위로 터져오르는 불꽃놀이라니 기막힌 우연이요, 절묘한 타이밍입니다.

 

28일 검찰개혁 촛불문화제의 참가 인원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난 28일 서울중앙지검 정문 앞에서 열린 7차 검찰개혁 촛불문화제'에 대해 서초구 서리풀축제에 끼어들어 자기들 참여 군중인 양 거짓 선전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서초구청에서 서리풀페스티벌로 인해 촛불집회 참가자와 축제 참가자가 구분되지 않고 있다는 내용의 알림글을 게시하면서 대한민국에 정신나간 이들이 그리 많을 수가 있겠냐고 지적했습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서초구 할아버지 여가활동할 때 금천구 할아버지는 일한다

통계로 확인하는 고령자 빈부격차

서울 강남 3구 고령자, 사회활동 참여경제활동 참여

고령자 사회활동 참여 낮은 자치구 모두 강북 지역

전체 미성년자 증여 재산의 40%가 강남 3구에서

 

같은 서울시 안에서도 어디 사느냐에 따라 65세 이상 고령자의 활동 양상이 차이를 보였다. 소득 수준이나 주택 가격이 높은 강남 3(강남·서초·송파구) 거주 고령자들은 여가, 종교활동, 학술단체 참여 등 사회활동 참여 비율이 다른 지역보다 월등히 높았다. 반면 서민이 많이 살거나 임대 아파트가 많은 자치구에 거주하는 고령자들은 취업 등 경제활동에 종사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통계개발원(SRI) 경제사회통계연구실 박시내 박사는 30일 이런 내용의 고령화와 노년의 경제·사회활동 참여논문을 계간지 통계청(KOSTAT) 통계 플러스에 게재했다. 박 박사가 인용한 2015년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20% 표본조사) 때 집계된 서울 25개 자치구별 고령자의 경제활동인구와 사회활동인구 분포를 보면 경제 여건 등에 따라 고령자 활동 추이도 확연히 달랐다.

 

강남 3구에서는 취업 등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고령자보다 여가, 종교활동 등 사회활동에 참여하는 고령자 비율이 3배 가까이 됐다. 서초구의 65세 이상 고령자 중 32.03%가 사회활동에 참여하지만, 경제활동 참여 비율은 11.06%에 불과했다. 강남구 역시 고령자의 30.74%가 사회활동에 참여하고 있고, 경제활동 참여 비율은 10.37%로 서울시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낮았다. 서초구와 강남구에 송파구까지 더한 강남 3구는 서울에서 고령자 경제활동인구 비율이 최저였다.

 

반면 금천구는 고령자 중 경제활동 참여 비율이 14.20%에 이르는 데 비해 사회활동에 참여하는 고령자 비율은 19.11%에 그쳤다. 중구도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고령자 비율은 13.41%로 서울에서 두 번째로 높았다. 이와 달리 고령자의 사회활동 참여 비율은 19.69%로 성동구(21.16%), 용산구(22.18%), 종로구(22.12%) 등 주변 지역보다 낮게 나타났다. 동대문구(18.51%), 도봉구(18.91%), 중랑구(19.04%), 노원구(19.11%) 등 고령자의 사회활동 참여 비율이 낮은 지역은 모두 강북 지역이었다.

 

통상 고령층에서 경제활동인구와 사회활동인구는 반비례하는 흐름을 보인다. 경제활동인구로 집계되는 고령층은 65세 이후에도 노동시장에 남아 계속 돈을 벌고 있고, 사회활동인구에 들어가는 고령층은 경제활동 참여 없이 자산소득이나 연금으로 생활한다. 고령층에 허용된 일자리 대부분이 저임금 공공서비스의 생계형 일자리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고령층 경제활동인구 대부분은 일을 하고 있어도 소득이 넉넉하지 않다. 이 때문에 경제활동인구와 사회활동인구 비율 분포는 고령층에 있어서 빈부격차를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한편 미성년자에 대한 증여 재산에서도 강남 3구 강세가 두드러진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심기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전체 미성년자 증여 재산 1279억원 가운데 40%4116억원이 강남 3구 거주 미성년자에게 증여된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 3구를 제외한 다른 서울 22개 자치구의 미성년자 증여액 합계는 2022억원으로 강남 3구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삭발 황교안 영웅 만들기가장 노력한 곳은?

[민언련 종편 모니터]

지난 916일 오전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며 삭발식을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실제 오후에는 다수의 언론사가 황 대표의 삭발식 현장을 생중계했습니다. 이후 민경욱 의원은 SNS를 통해 멋진 사진에 어울리는 캡션을 다는 댓글놀이나 한 번 해볼까요?”라며 황 대표를 합성한 사진을 홍보했습니다.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들은 황 대표의 삭발이후 민 의원의 제안에 대결이라도 하듯 합성사진을 방송에서 다뤘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이 내용과 함께 종편이 황 대표의 삭발을 얼마나, 어떻게 보도했는지 확인해봤습니다.

 

황교안 대표와 자유한국당의 삭발 적극적으로 보도한 MBN  

황교안 대표가 삭발을 한 16일부터 5일간 종편 4사의 11개 시사대담 프로그램은 414분의 대담을 진행했습니다. 11개 프로그램의 5일간 전체 방송시간이 대략 4000분인 점을 감안한다면 전체 방송의 10%가 넘도록 황 대표와 자유한국당 정치인들의 삭발을 다룬 것입니다.

 

지난 916일부터 20일까지 황교안 대표 및 자유한국당원 조국 사퇴 요구 삭발관련 종합편성채널 시사대담 프로그램의 날짜별 방송 시간 (단위:, 괄호 안은 생중계 시간). =민주언론시민연합

 

황 대표의 삭발식 당시 프로그램이 진행중이었던 TV조선 <이것이 정치다>, 채널A <정치데스크>, MBN <뉴스&이슈>는 삭발식을 생중계했고, 채널A <정치데스크>, MBN <뉴스와이드>, <뉴스&이슈>, <뉴스BIG5>16일부터 20일까지 쉬지 않고 삭발과 관련된 대담을 진행했습니다.

 

방송사별로 살펴본 결과에서는 MBN이 가장 적극적인 대담을 진행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MBN4개 프로그램에서 238분간 대담을 진행해 전체의 절반이 넘었습니다. 특히 MBN <뉴스와이드>93분으로 11개 프로그램 중 대담시간이 가장 긴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곧 삭발합니다삭발 중입니다방금 삭발했습니다 삭발 생중계 나선 MBN <뉴스&이슈>

 

황교안 대표의 삭발을 생중계 한 프로그램 중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프로그램은 MBN <뉴스&이슈>(916)였습니다. 방송 시작부터 삭발식 예고를 한 MBN은 시시때때로 삭발식 준비로 분주한 청와대 앞 분수대를 보여줬습니다. 이어 진행자 김은혜 씨는 삭발식 전부터 후까지 모든 상황을 생생하게 전달했습니다. 특히 김 씨는 “5분 뒤면 저 자리에서 삭발식이 이어질 것으로 예정이 돼 있습니다”, “지금 삭발이 시작됐습니다”, “황교안 대표의 삭발이 단행됐습니다라며 삭발의 진행상황을 강조해 설명했습니다.

     

          

지난 916일 황교안 대표 삭발 생중계한 MBN ‘뉴스&이슈진행자 김은혜 씨의 설명.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황 대표의 삭발을 마치 축구경기처럼 혹은 중대한 행사처럼 시시각각 설명한 김 씨의 발언들은 그야말로 생중계였습니다. MBN은 동시에 화면을 통해 잠시 후 황교안 대표, 조국 법무장관 파면 촉구 삭발 투쟁”, “뉴스속보 제1 야당 대표 삭발 투쟁은 역대 처음과 같은 자막을 내보냈습니다. 황 대표의 정치적 의미가 담긴 삭발에 큰 관심을 보인 것입니다.

 

지난 916일 황교안 대표 삭발 생중계한 MBN ‘뉴스&이슈

 

때로는 슬프게, 때로는 즐겁게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의 변화무쌍한 띄워주기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917)은 황교안 대표의 삭발을 하나의 영상으로 만들어 소개했습니다. 영상에는 황 대표가 청와대의 강기정 정무수석과 대화를 나누는 내용, 지지자들 앞에서 삭박을 하는 내용들이 비장한 음악과 함께 담겼습니다.

 

지난 917일 황교안 대표 삭발에 비장한 영상 선보인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

 

영상이 끝난 직후 출연자 이루라 기자는 황 대표가 청와대의 만류에도 할 말을 했다며 삭발 장면을 감정적 표현들로 묘사했습니다.

 

이루라 기자 : 삭발에 앞서서 보신 것처럼 청와대의 강기정 수석이 나와서 문 대통령이 염려를 하고 있다면서 만류를 했지만 황교안 대표가 뭐라고 했습니다. 오히려 되레 조국 장관을 파면시키시라, 이렇게 맞받아치기도 했습니다. 그 후에 삭발을 하는 동안에 생각에 약간 잠긴 듯 눈을 감고 굳게 다문 듯한 모습이었고요. 황교안 대표가 삭발을 마치니까 이 염색이 되지 않은 흰 머리카락이 좀 드러나서 눈길을 끌기도 했었습니다.

 

이후 진행자 엄성섭 씨도 지지자들도 상당히 꽤 많았다며 상황을 설명했고 이루라 씨는 한 중년 여성은요, ‘대표님이렇게 비명을 지르면서 오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라며 현장에서 나온 오열을 강조했습니다. 또다른 출연자 최지원 기자도 나경원 원내대표와 일부 의원들은 이 황교안 대표의 삭발을 보다가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습니다라며 눈물없이 볼 수 없는 삭발식이었다는 점을 설명했습니다.

 

하루 뒤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918)은 황 대표의 삭발에 대해 전혀 다른 분위기로 대담을 진행했습니다. 황 대표의 합성사진이 화제라며 외신에도 알려졌다는 소식을 전달했기 때문입니다. 출연자 문승진 기자는 황 대표를 영화 포스터에 합성한 사진을 두고 삭발한 황 대표 모습이 대중들에게는 의외로 다가간 것 같다는 분석이 있다며 설명을 시작했습니다. 이어 자유한국당 한 의원이 전형적인 공무원 스타일이었던 황 대표가 삭발한 모습에서 의외의 비주얼을 봤다는 지지자들의 연락이 많았다고 전해왔다며 황 대표의 겉모습을 칭찬했습니다. 이어 문 씨는 황 대표의 모습이 외신에도 소개됐다고 전달했습니다.

 

문승진 기자 : 특히 영국의 BBC는요, 네티즌들이 삭발한 황교안 대표의 모습을 보면서 영화배우 게리 올드만을 닮았다이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황교안 대표를 향해서 김치 올드만이라는 별명을 붙이기도 했습니다.

 

지난 918BBC 기사 중 김치 올드만을 집중적으로 설명한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

 

TV조선은 문 씨의 발언과 함께 화면에 황 대표의 삭발 장면과 영화배우 게리 올드만의 사진을 나란히 배치했고, 자막을 통해 “BBC 메인에 황교안, ‘김치 올드만별명 얻었다””는 내용을 보여줬습니다. 하루 사이에 황 대표의 삭발을 슬프고 비장한 소식에서 재밌고 즐거운 소식으로 바꿔낸 것입니다.

 

BBC 기사의 핵심 외면하고 네이버 댓글에서 시작된 김치 올드만에 집중한 TV조선

 

TV조선이 황교안 대표의 삭발을 외신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한 듯 설명한 대목은 기사의 본 뜻을 교묘하게 피해간 것입니다. 문승진 씨가 언급한 BBC (917)를 확인해본 결과 기사의 핵심 내용이 김치 올드만 황교안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제목부터 <왜 한국 정치인들은 삭발을 하는가?>로 시작한 이 기사는 황 대표를 비롯한 야당 정치인들의 삭발이 조국 장관 사퇴 혹은 경질을 요구하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이어 그 배경으로 조 장관 딸과 관련된 논란, 가족의 사모펀드 의혹이 있다는 점을 언급한 뒤 조 장관이 취임 후 젊은 세대에 대한 진중한 사과와 함께 사법개혁 의지를 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기사에서는 현재 상황 분석의 마지막에 국정농단으로 감옥에 있는 박근혜 씨를 비롯해 이전 정부는 최고의 부패혐의로 쓰러졌고, 일부에서는 당시 총리를 지냈던 황 대표가 공개적 삭발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힘을 빼려한다는 분석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TV조선을 비롯해 이 내용을 전달한 일부 언론은 핵심 내용이었던 현 상황에 대한 BBC의 분석은 전혀 전달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BBC가 기사 마지막에 적은 한국 네티즌의 반응에 주목했습니다. BBC는 한국의 삭발투쟁이 1960~70년대 군사정권에 대한 저항의 의미였다는 점, 2018년 사드 반대의 목적으로 진행된 대규모 삭발투쟁 등을 언급했습니다. 이어 황 대표가 청와대 앞에서 삭발과 함께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맹세의 의미로 삭발을 하기 위해 여기에 왔다고 발언한 점을 소개했습니다.

 

TV조선이 언급한 김치 올드만은 기사의 마지막에 와서야 등장했습니다. BBC는 황 대표 삭발이 대한민국 1등 검색 사이트 네이버에서 실시간 검색어 순위 10위 안에 들었고, 많은 댓글에서 황 대표의 외모를 배우 게리 올드만과 비교하며 김치 올드만이라는 별명을 지어줬다고 설명했습니다. , TV조선이 BBC 기사의 핵심을 외면하면서 적극적으로 전달한 김치 올드만의 시작은 외신 반응이 아니라 국내 포털 사이트 댓글이었던 것입니다.

 

상당히 잘 생겼다황교안 얼굴, 헤어스타일 띄워준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 <뉴스TOP10>

 

황교안 대표의 삭발을 두고 이른바 외모평가를 진행한 프로그램들도 있었습니다. 채널A <뉴스TOP10>(918)은 온라인에서 황 대표의 얼굴과 영화 포스터를 합성한 사진을 보여주며 황 대표가 상당히 잘 생겼다며 외모에 집중했습니다.

 

진행자 김종석 씨는 황 대표의 삭발과정을 보여주며 황교안 대표가 미소 짓는 거 참 오랜만에 봅니다라더니 자유한국당 스스로도 당황하고 있다며 박지훈 변호사에게 설명을 요청했습니다. 여기에 박지훈 씨는 삭발을 했으면 그 어떤 결기라든지 그런 것들이 보여야 되는데 아, 상당히 잘생겼습니다라며 뜬금없이 황 대표의 외모평가를 시작했습니다. 진행자 김 씨가 개인적인 의견이신가요?”라고 되묻자 박 씨는 외모평가에 대한 더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박 씨가 하고자 했던 발언은 자유한국당의 의도와 다른 국민들의 반응이 나오고 있단 의미였지만 결과적으로 시청자의 입장에서 머리에 남은 것은 황 대표의 얼굴뿐이었습니다.

 

지난 818일 황교안 대표 얼굴이 잘생겼다는 점에 주목한 채널A ‘뉴스TOP10’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918)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대담이 등장했습니다. 진행자 김진 씨는 이건 좀 재미있는 내용이라며 황 대표의 합성사진을 보여주더니 요즘 젊은 친구들 사이에서 윗머리는 있는데 옆머리를 미는 투블럭 컷의 모습과 같다”, “젊은 친구들이 이렇게 패러디를 하는게 지금 유행이라 설명했습니다. 이후 앞서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과 마찬가지로 BBC의 기사에서 김치 올드만이 언급된 부분을 번역해 자료화면으로 구성했습니다.

 

이후 출연자 이양수 국회의원은 저희가 의도하지 않았는데 사실은 결의에 차고 정말 조국 장관 퇴진시켜야 된다 라고 하는 그런 절절한 마음으로 머리를 깎았는데, 젊은 사람들이 이걸 다르게 해석했다며 우리 대한민국 젊은이들의 풍부한 상상력과 감성에 대해서감동을 받았다며 합성사진을 평가했습니다. 이어 황 대표에게 사진과 같은 헤어스타일을 제가 건의드릴 생각입니다라며 머리스타일 변경 필요성을 짚었습니다. 앞서 <뉴스TOP10>이 얼굴에 주목했다면 <김진의 돌직구쇼>는 헤어스타일에 몰두한 것입니다.

 

황교안 삭발이 정치적이라서 너무 좋은 TV조선 <이것이 정치다>  

TV조선 <이것이 정치다>(916)는 황교안 대표의 삭발이 이뤄진 당일부터 의미를 짚으며 칭찬에 나섰습니다. 고성국 정치학 박사는 분위기가 매우 무겁고 침통하고 또 그런 중에도 아주 결기가 있는 그런 삭발식이라 평가한 뒤 우리 헌정사에 군부정권에 권위적인 통치가 있었던 시기야당 정치인들이 민주화를 외치면서 다양한 형태로 투쟁해 왔다며 군사 독재시절 정치인들의 투쟁과 황 대표의 삭발을 동일선상에서 설명했습니다.

 

심지어는 김영삼, 김대중 그리고 그 두사람은 결국은 차례대로 대통령까지 지냈다며 그런데 그들도 삭발까지는 단행하지 않았다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이 발언은 뒤집어 생각해보면 삭발을 하지 않은 이들도 대통령이 됐으니, 삭발을 한 황 대표는 더 뛰어난 인물이다는 것입니다. 고 씨는 결국 한국 70년 헌정사에 굉장히 중요한 사건이 될 것이라며 황 대표의 삭발을 역사적 사건으로 평가했습니다. 이어 삭발 투쟁은 이제 본격적으로 문재인 정부에 대한 퇴진 투쟁이 시작된 것이라며 굉장히 중요한 정치 투쟁의 시작이라는 큰 의미를 부여해 주기도 했습니다.

 

같은 방송에 출연한 서정욱 변호사는 황 대표의 삭발이 정치적이기 때문에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내렸습니다. 서 씨는 삭발의 이유가 민심과 역주행하는 현 정권에 대해서 강력한 투쟁 경고”, “보수 자유 우파 지지층을 결집해서 한국당에 대한 지지를 올려보자”, “강력히 투쟁하는 제1야당의 대표로서 개인적인 이미지 제고라는 3가지라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황 대표가 국민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미지를 바꾸고,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 삭발을 했기에 긍정적이라는 것입니다. 고성국, 서정욱 씨는 황 대표의 삭발이 정치적 이익을 위한 결단이었음에도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입니다.

 

황교안 대표 삭발띄워준 종편, 국민이 아닌 자유한국당 대변했다 

지난 수십 년간 삭발은 목소리를 낼 수 없던 이들의 마지막 투쟁의 수단이었습니다. 특히 노동자들은 최소한의 안전과 삶을 보장받기 위해 삭발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최근 몇 년간에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의미로, 성주의 지역민들이 사드배치를 반대하는 의미로 삭발 투쟁을 벌였습니다. 더 이상 할 것이 없을 때, 어떤 방법으로도 주장이 관철되지 않는 극단적 상황에서 삭발과 단식이라는 최후의 방법으로 메시지를 전달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황교안 대표와 자유한국당의 삭발은 그런 기존의 삭발과는 의미와 과정, 모두 달랐습니다. 황 대표는 사법개혁과 같은 국민의 염원이 아닌 자유한국당의 이익이 관여된 법무부 장관 사퇴를 요구하며 삭발을 진행했습니다. 또한 다수의 언론에게 삭발을 예고한 뒤 수많은 카메라 앞에서 본인의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모양새는 그동안의 투쟁방법과 같았을지 몰라도 다분히 정치적 이익이 고려된 결정이었고, 목소리는 누구보다 컸습니다. 목소리가 없던 사람들의 마지막 투쟁 방법을 스스로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이용한 것입니다.

 

황 대표의 삭발이후 홍준표 전 대표 등 자유한국당 내부에서도 비판적인 의견이 나왔습니다. 결국 국민이 아닌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시작된 자유한국당의 이른바 릴레이 삭발은 실제 정치적 이득이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자 흐지부지 됐습니다. 그 사이 종편은 황 대표의 삭발을 적극적으로 보도했습니다. 특히 일부 출연자들은 삭발의 정치적 의미를 칭찬하고, 합성사진을 소개하며 노골적으로 황 대표를 띄워주기 바빴습니다. 이런 보도는 자유한국당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덧씌우려는 노력 그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과연 이런 방송이 국민에게 어떻게 와 닿았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솔직히 이런 보도는 기존 자유한국당 지지자들에도 진심으로 환영받지 못할 정도의 낯부끄러운 보도행태였습니다. 특히 그동안 노동자의 안전과 삶,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을 외치던 삭발에는 침묵해왔던 종편이 정치적 이익을 위해 삭발을 결정한 황 대표를 미화한 것은 그 어떤 보도보다 편향적이었으며, 정치적이었으며, 한심했습니다.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모니터 대상 : 2019916~20JTBC <뉴스ON>,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신통방통><이것이정치다>,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뉴스TOP10><정치데스크>, MBN <뉴스와이드><뉴스&이슈><뉴스BIG5><아침&매일경제>

문의 : 임동준 활동가 (02) 392-0181 / 정리 : 박철헌서혜경이정화이창윤 인턴

 

조선 노동자 2만명 떠난 통영, ‘키코 상처그대로

문귀호 21세기조선 전 회장의 통한

연매출 5200억원, 수출 우량 조선소

키코 가입 3년 동안 3800억원 손실

많은 수주가 오히려 더 큰 피해로

6개 중형 조선소 모두 문 닫는 사이

통영 실업률은 최고 수준을 찍었다

 

이달 초 경남 통영시 봉평동 옛 21세기조선 자리를 찾은 문귀호 전 회장. 문 전 회장이 일군 21세기조선은 2013년 파산했다.

 

키코(KIKO) 사태가 터진 지 올해로 11년이 흘렀다. 많은 수출 중소기업이 부도와 파산, 자산 매각 등의 피해를 보았다. 가까스로 살아남았으나, 여전히 키코 피해에서 벗어나지 못한 기업도 많다. 반면 여러 중소기업을 상대로 키코라는 괴물을 판매한 은행들은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았다.

그사이 금융은 시기와 대상을 조금씩 바꿔가며 2의 키코사태를 여럿 만들어냈다. 1조원대 피해가 예상되는 국외 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S·DLF) 논란이 대표적이다. 키코의 피해집단이 중소기업이었다면, 이번에는 개인 투자자의 대규모 손실이 예고된다는 점이 거의 유일한 차이다.

은행들이 첨단 금융기법의 이름으로 중소 제조업을 망가뜨린 과정을 찬찬히 돌아보며 금융의 존재 이유를 묻는 탐사기획 키코 사태, 11을 두 차례에 걸쳐 싣는다.

 

경남 통영시 봉평동 옛 21세기조선 자리에 설치된 대형 타워크레인에는 통영사랑 21C’라는 문구가 남아 있다. 과거 21세기조선이 부지런히 배를 만들던 시기, 밤이 되면 전구로 장식된 이 문구에 불이 켜졌다.

 

그때만 해도 밤에 통영에 딱 들어서면 통영사랑 21세기’, 저 글씨부터 보였습니다. 진짜 장관이었는데 그것도 이제 옛날이야기입니다. 저걸 아직 지우지 않았네요.”

 

이달 초, 21세기조선 자리를 찾은 문귀호(70) 회장은 높은 타워크레인을 올려다보며 그때를 떠올렸다. 2001년 그 자리에 있던 조선소를 인수한 문 회장은 2008년까지 7년 만에 거의 무에서 유를 만들었다. 그해 12000여평의 작은 조선소 부지에서 13000톤급 중형 화학제품운반선(케미컬 탱커)16척이나 만들었다. 200억원(2003)에 채 미치지 못했던 연 매출이 5200억원까지 늘었다. 불 켜진 타워크레인은 21세기조선의 상징, 문 회장의 자랑이었다.

 

통영은 한때 한국 중형 조선 산업의 중추였다. 성동조선해양을 중심으로 21세기조선과 삼호조선, 신아에스비(SB), 에스피피(SPP)조선, 가야중공업까지 수출 경쟁력을 갖춘 중형 조선소 6곳이 통영에서 배를 만들었다. 통영의 바다와 온화한 기후, 적당한 습도 등은 조선업을 하기에 최적의 조건으로 작용했다.

 

일반 제조업과 달리 조선업은 자연환경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배라는 건 워낙 규모가 크다 보니 실외에서 작업해야 하잖습니까. 그러니 너무 더워도 안 되고, 비가 많이 와도 안 됩니다. 특히 습도가 높으면 선박 용접 불량률이 높아집니다. 경남 통영 일대에 조선단지가 조성된 데에는 그런 이유도 있는 거죠.”

 

29일 심상목 부경대 교수(조선해양시스템공학)조선 강국으로서의 한국의 조건을 설명하며 자연환경을 특히 강조했다. 한국처럼 조선업에 적합한 자연환경과 높은 기술경쟁력, 숙련된 노동자 등 모든 조건을 동시에 갖춘 나라는 거의 없다는 것이 심 교수의 설명이다.

 

통영의 조선소가 하나둘 무너지기 시작한 것은 오래전 일이다. 조선업 불황과 과잉 시설투자, 저가 수주 등이 많은 중형 조선소를 위기로 내몰았다. 여기에 엄청난 파괴력의 시한폭탄마저 마침 그때 터졌다. 2008키코(KIKO) 사태.

 

21세기조선은 2008년부터 2010년까지 키코 계약으로 3800억원 가까이 손실을 보았다. 같은 기간 매출액(8633억원)을 고려할 때 엄청난 피해였다. 문 회장은 피해 규모에 앞서 피해를 보게 된 과정에 가슴을 쳤다.

 

조선업에서는 수주잔량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우리 21세기조선도 키코 사태 당시 수주잔량이 46, 금액으로는 1조원이 넘었는데 그 가운데 일부가 고스란히 피해로 이어졌습니다. 수출에 누구보다 앞장섰으니 계약 건수와 수주잔량이 많을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 조선소를 중심으로 키코 피해를 더 크게 봤다는 사실이 저는 기가 막힌 겁니다.”

 

수주잔량이란 조선소가 선주와 선박 건조 계약을 맺어 놓고 아직 인도하지 않은 물량을 가리킨다. 조선소는 통상 선주와 수주계약을 맺으면 그때부터 선박을 건조하기 시작해 2~3년 뒤 이를 인도한다. 수출 비중이 높은 대다수 중형 조선소는 그 기간에 오르내릴 환율 변화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예컨대 계약 체결 이후 환율이 크게 떨어지면, 몇년간 애써서 배를 만든 뒤 되레 손해를 입어야 할 수도 있다.

 

이에 많은 조선사는 계약금액의 50~60% 범위에서 환 헤지’(위험 회피)를 했다. 환 헤지 수단으로는 원래 선물환이 주로 쓰였다. 선물환이란 일정한 시기가 되면 환율 변화와 관계없이 애초 약속한 시세대로 외국환을 사고파는 금융상품이다. 국내에 키코를 도입해 판매한 은행은 그런 수출 우량 중소기업을 표적으로 삼았다. ‘수주잔량이 고스란히 피해로 이어졌다는 문 회장 주장은 이런 맥락이다.

 

키코 사태 당시 금융감독원이 내놓은 설명은 전혀 달랐다. 금감원에서는 20088키코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은 모두 매출액을 초과해 헤지(오버헤지)한 기업이라고 발표했다. 오버헤지가 아니라 부분 헤지를 했다면 기업이 환차익을 얻었을 것이라는 주장도 덧붙였다. 금감원 주장을 사실로 받아들인다고 해도 남는 문제가 있다. 일부 기업이 얻은 이익은 미미하고, 피해 기업이 입은 손실은 컸다는 사실이다.

 

문귀호 전 회장이 이달 초 다시 찾은 21세기조선 부지 곳곳에는 과거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중앙의 타워크레인도 21세기조선이 2013년 파산하기 전까지 쓰던 것이다.

 

“13000톤짜리 배를 한 척 만들면 2100~2600만달러 받습니다. 거기서 이익은 얼마 안 남습니다. 한 해 매출이 많아야 5000억원 남짓인데, 3800억원 가까운 키코 피해 금액을 갚으려면 도대체 배를 몇 척을 팔아야 한다는 소립니까. 적어도 20년 넘게 모든 영업이익으로 빚만 갚아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도저히 앞이 안 보이는 거예요.”

 

2010년 법정관리와 은행관리의 갈림길에서 21세기조선은 결국 노동자와 협력업체를 살리는 쪽을 선택했다. 문 회장은 조선소는 선주와 계약을 맺을 때 어느 한쪽이 법정관리 상태가 되면 기존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는 합의를 맺는다“2009년 이후 국제 선박 가격이 내려가는 추세였기에 만약 우리가 법정관리를 선택하게 되면 기존 계약이 줄줄이 취소될 위험이 컸다고 말했다.

 

일감이 사라지면 노동자는 일자리를 잃는다. 아울러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기존 채무를 동결하는 재산보전 처분도 동시에 진행되기에, 21세기조선이 발행한 어음을 갖고 있는 협력업체도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문 회장은 21세기조선에 대한 모든 권리를 포기하는 대가로 법정관리가 아닌 은행관리의 길에 접어들었다. 21세기조선의 주식도 은행에 100% 넘겼다. 그런데도 채권단은 20131021세기조선을 완전히 정리했다.

 

키코 사태 이후 통영에서 모습을 감춘 조선소는 21세기조선만이 아니다. 21세기조선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중형 조선소 4곳도 예외없이 키코 피해로 문을 닫았다. 삼호조선과 신아에스비, 에스피피조선, 가야중공업 등이다.

 

이들 조선소가 하나둘 무너지는 사이 통영 전체가 함께 휘청거렸다. 통영 조선소와 그 협력사에서 일하던 최대 2만명의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고 도시를 떠났다. 통영이 인근 거제시와 함께 전국 최고 수준의 실업률을 기록하는 원인 가운데 하나도 조선업의 몰락에 있다. 통영이 중형 조선 산업의 중심이라면, 거제는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등 대형 조선소를 품은 지역이다. 두 곳 가운데 그나마 형편이 나아 보이는 곳은 거제다. 대형 조선소를 중심으로 일감이 다시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통영 조선소 가운데 남은 건 법정관리 상태인 성동조선해양 한 곳이다. 성동조선도 올해 연말까지 새 주인을 만나지 못하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성동조선의 장래도 어두운 것은 마찬가지다. 한때 12000명이 몸담았던 성동조선에는 현재 600명의 임직원만 남아 있다. 그 가운데 500명은 무급휴직 중이다. 남은 100명의 노동자가 교대근무를 서며 50만평 규모의 성동조선 작업장을 지키고 있다.

 

문 닫은 이들 6곳의 조선소는 모두 키코 가입으로 대규모 피해를 보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키코는 국내 중형 조선 산업을 망가뜨리는 선에서 그친 게 아니라, 통영의 지역경제에도 큰 타격을 입힌 것이다. 11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고삐 풀린 금융이 통영에 남긴 상처는 고스란히 남아 있다. ·사진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한국 중형 조선소의 몰락, 그 뒤엔 약탈적 금융

키코사태 11, 금융의 존재이유를 묻다

15곳중 12, 키코로 파산 혹은 매각

중형 선박시장은 일본·중국에 넘어가

성동조선 무급휴직까지 하며 버텨

새 주인 못찾아 30일 공개매각 돌입

3 조선소 수주량 1와 양극화

조선소 재기 기회조차 은행이 발목

 

경남 통영시 광도면 성동조선해양은 2년이 넘도록 휴업 상태다. 협력업체 직원들이 쓰던 수백개의 컨테이너 사무실도 비어있다. 통영/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키코(KIKO) 사태가 터진 지 올해로 11년이 흘렀다. 많은 수출 중소기업이 부도와 파산, 자산 매각 등의 피해를 보았다. 가까스로 살아남았으나, 여전히 키코 피해에서 벗어나지 못한 기업도 많다. 반면 여러 중소기업을 상대로 키코라는 괴물을 판매한 은행들은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았다.

그사이 금융은 시기와 대상을 조금씩 바꿔가며 2의 키코사태를 여럿 만들어냈다. 1조원대 피해가 예상되는 국외 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S·DLF) 논란이 대표적이다. 키코의 피해집단이 중소기업이었다면, 이번에는 개인 투자자의 대규모 손실이 예고된다는 점이 거의 유일한 차이다.

 

은행들이 첨단 금융기법의 이름으로 중소 제조업을 망가뜨린 과정을 찬찬히 돌아보며 금융의 존재 이유를 묻는 탐사기획 키코 사태, 11을 두 차례에 걸쳐 싣는다.

중형 조선업계의 몰락으로 가장 안타까운 건 이들이 60%를 장악했던 1~2만톤급 화학제품운반선(케미컬 탱커) 시장이 일본과 중국으로 완전히 넘어가버렸다는 사실입니다. 원래 한국의 21세기조선과 삼호조선, 세광조선, 녹봉조선 등이 주도해온 시장이었거든요.”(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양 선임연구원이 언급한 21세기조선 등은 지금 모두 문을 닫았다. 5만톤급 화학제품운반선 시장을 지배했던 신아에스비(SB)와 에스피피(SPP)조선도 마찬가지다. 화학제품운반선, 곧 탱커란 알코올과 에틸 등 여러 화학제품 운반에 맞게 설계된 선박을 말한다. 조선업계에서는 1만톤급 이상의 탱커와 벌크선(화물전용선)을 중형으로 분류한다. 1000티이유(TEU) 이상의 컨테이너선과 함께 이들 세 종류의 선박을 3대 중형 선박으로 묶기도 한다. 빼어난 기술 경쟁력을 앞세워 세계 중형 선박 시장을 이끌어온 국내 조선소가 2008년 이후 거의 대부분 몰락했다.

 

그해 국내 중형 조선업계는 도처에서 찬바람을 맞았다. 위기는 뜻하지 않게 찾아왔다. 2000년대 초반 조선업의 호황기를 맞아 국내 일부 조선소는 과감한 시설투자와 저가 수주 경쟁에 뛰어들었다. 경남 통영시와 고성군에 여러 중형 조선소가 들어선 시기가 그때다. 이런 경영 방식은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세계 조선업계가 일감 절벽에 맞닥뜨렸다. 국내 중형 조선소는 신규 자금의 유입 없이 과거 계약을 맺은 적정가 이하의 선박을 꾸역꾸역 만들 수밖에 없었다. 자금 사정 악화가 뒤따랐다.

 

국내 조선업계는 여기에 또 하나의 카운터펀치를 맞았다. 바로 키코(KIKO) 사태다. 키코는 2007년부터 국내 은행이 수출 위주의 중소기업을 상대로 판매한 파생상품의 하나다. -달러 환율 하락으로 수출 기업의 환차손이 발생할 때를 대비해 국내 은행이 도입·판매했는데, 미국발 금융위기로 환율이 치솟자 외려 이 상품으로 인한 기업 피해가 급증했다.

 

조선업계에서는 수출 비중이 높아 달러가 많고, 환 헤지나 파생상품에 관한 이해수준은 높지 않았던 중형 조선소가 금융권의 주된 표적이 됐다. 한순흥 카이스트 해양시스템대학원 교수는 조선업계에는 수주계약에 앞서 금융사의 선수금환급보증(RG·Refund Guarantee)을 받아야 하는데, 이들 조선소가 은행으로부터 아르지를 받으려고 키코에 반강제로 가입하는 일이 많았다조선소 중 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 등 대기업 계열사와 달리 수출형 중형 조선소가 주로 키코 피해를 본 것도 이런 관행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아르지란 선주가 조선소에 선수금을 지급할 때, 조선소 부도에 대비해 은행으로부터 받아두는 보증서를 말한다.

 

<한겨레>가 키코에 가입했던 15개 주요 중형 조선소의 현황을 직접 살피니, 12곳이 이미 파산하거나 매각된 것으로 나타났다. 21세기조선 등 상당수 조선소는 파산했고, 목포조선공업을 비롯한 일부는 법정관리 상태에서 다른 기업에 팔렸다. 9월 기준으로 영업실적을 내고 있는 조선소는 대한조선과 대선조선 두 곳뿐이다. 물론 이 두 곳의 수주량도 2000년대 조선업 호황기와 비교하면 크게 줄었다.

 

15개 중형 조선소가 입은 키코(재무제표에는 파생상품으로 표기) 손실은 막대하다. 키코 피해가 본격적으로 기업 회계에 반영되기 시작한 2008년 이후 3년간 이들 15개 조선소에서 발생한 키코 누적손실은 66696억원에 이른다. 금융감독원은 2010년 전체 키코 가입 기업 738(이후 919곳으로 증가)의 손실이 3조원 남짓이라고 발표했는데, 중형 조선소 15곳에서만 그 두 배가 넘는 손실이 발생했다는 이야기다. 금감원 조사에는 그만큼 빈 구석이 많았다.

 

성동조선해양은 키코의 직격탄을 맞은 대표적인 중형 조선소다. 2008년까지만 해도 성동조선은 세계 8(수주잔량 기준)의 조선소로 꼽혔다. 협력업체를 포함해 모두 12000명의 노동자가 성동조선에서 일했다.

 

2000년대 초반 세계 중형 조선업계를 이끌었던 성동조선의 몰락도 키코 사태에서 시작됐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살펴본 성동조선의 키코 손실(2008~2010)은 약 2조원에 이른다. 성동조선은 연 매출 2조원을 처음 넘긴 2009년까지 3년 연속 두 배 남짓 성장(매출액 기준)을 거듭했으나, 키코 손실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성동조선은 2010년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과 자율협약 형태의 워크아웃을 결정한 뒤에도 끝내 정상화의 길로 돌아오지 못했다. 30일 조선업계의 설명을 종합하면, 성동조선은 이날부터 공개 매각 절차에 돌입했다. 벌써 네번째 매각 시도다. 만약 연말까지 새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현재 법정관리 상태인 성동조선은 끝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강기성 금속노조 성동조선지회장은 현재 500여명의 조합원이 무급휴직까지 하면서 버티고 있는데, 이번에도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남은 조합원 전부가 일자리를 잃게 된다성동조선의 새 주인만 나타난다면 임금 조건 등 모든 것을 열어놓고 협상할 준비가 돼 있는 만큼 정부와 경남도가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에스피피조선도 마찬가지다. 2002년 설립된 에스피피는 2008년까지 에스피피해양조선과 에스피피해운 등 9개 계열사 및 관계사를 거느릴 만큼 확장을 거듭했다. 2008년 한 해에만 2조원 가까운 매출액(그룹사 연결 매출액 기준)을 기록했다. 전세계 5만톤급 미디엄 레인지(MR) 탱커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며 세계 10위 조선소로 자리매김하기도 했다.

 

에스피피 역시 조선업 불황과 맞물린 무리한 투자의 대가를 치렀다. 물론 2008년부터 3년에 걸쳐 닥쳐온 2조원대의 키코 손실(에스피피해양조선 포함)이 없었다면 폐업이라는 막다른 선택은 피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성동조선해양이 2년이 넘도록 조선소를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자, 인근 상가도 하나둘씩 문을 닫기 시작했다. 통영/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성동조선 등과 함께 경남 통영에 자리했던 신아에스비와 21세기조선, 삼호조선 등 중형 조선업계의 숨은 강자도 키코 사태 직후 모두 무너졌다. 적게는 930억여원에서 많게는 약 3800억원의 키코 피해를 본 곳들이다. 21세기와 신아는 각각 2013년과 2015년 파산 절차를 밟았고, 삼호는 2013년 한국야나세라는 업체에 매각됐다. 이들 조선소가 차례로 무너지며 통영 경제까지 휘청거렸다.

 

이밖에도 세계 중형 탱커 시장의 강자로 군림했던 울산의 세광중공업은 2012년 파산 절차를 밟았다. 전남 목포의 몇몇 중형 조선소도 차례로 문을 닫았다. 씨앤(C&)중공업과 세광조선, 목포조선공업 등이 2009~2017년 파산하거나 다른 기업에 팔렸다.

 

키코 피해 조선소의 몰락은 국내 중형 조선업계의 침체로 그대로 이어졌다. 한국수출입은행 통계를 보니, 지난해 세계 중형선박 시장에서 국내 중형 조선사가 차지한 점유율(CGT·표준화물 환산톤수 기준)4%에 그쳤다. 이는 키코 사태 이전인 2007(17.7%)에 견줘 4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중형 조선사의 수주액도 같은 기간 2621000만달러(2007)에서 121000만달러(2018)로 급감했다.

 

국내 전체 조선업 대비 중형 조선업 비중도 크게 줄었다. 지난해 중형 조선소의 수주액은 전체 조선업의 4.5%에 그쳤다. 그 비중이 약 30% 수준(27.5%)까지 올라갔던 2007년과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한국의 빅3 조선소가 세계 선박시장에서 지난해 다시 수주량 1위를 기록했다는 사실에 비춰보면, 조선업에서도 양극화가 뚜렷해진 것이다.

 

국내 중형 조선산업의 붕괴 덕분에 반사이익을 얻은 곳은 세계 조선시장에서 한국과 경쟁구도를 형성해온 중국과 일본의 조선업계였다. 중국은 정부 차원의 강력한 금융지원을 바탕으로, 일본은 아베 정부 출범 이후 엔저 정책을 무기로 한국의 빈자리를 빠르게 채웠다.

 

지난해 12월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낸 중소 조선산업의 중요성과 발전방안보고서에서는 중형 조선산업이 중요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중형 조선산업은 지역경제를 넘어 기자재산업, 산업 생태계 문제 등 우리나라 조선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좌우할 만큼 큰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 한국이 이를 포기하면 (중국과 일본 등) 경쟁국은 중형 시장 장악에 그치지 않고 여기서 획득한 수익을 재투자해 고부가 대형 시장에 끊임없이 도전할 것이며 이미 그런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중형 조선산업을 재건하려면 키코 피해로 무너진 일부 조선소의 재창업 뒷받침이나 경영 안정화가 절실하다. 여기서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은 또다시 금융이다. 2007~2008년 아르지 발급을 미끼로 많은 조선소에 키코를 판매했던 시중은행이 금융위기 이후에는 아르지 시장에서 아예 철수했기 때문이다. 맑을 때 우산 빌려주고 비올 때 빼앗는 약탈적 금융의 전형적인 행태라는 비판이 나온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키코 피해로 문 닫은 일부 중형 조선소가 간신히 다시 일어서려고 해도 그런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는 것이 금융의 또 다른 문제라며 거의 모든 은행이 키코 사태에 관한 원죄가 있는 만큼, 경쟁력을 갖춘 조선소가 다시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아르지 발급과 금융지원 등으로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또 김 대표는 정부도 은행이 무원칙하게, 혹은 지나치게 까다로운 조건을 내세워 아르지 발급을 거절하지 못하도록 조선소 금융지원에 관한 적절한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불안한 미래우리사회 지속가능성, 국민 22%낙관

[2019 아시아미래포럼] 지속가능한 사회를 말하다

1000명에게 물었다 우리 사회 지속가능할까?’

저출산·고령화·양극화·환경변화 공포

비관한다” 42% 달해 갑절

20, 환경 빼곤 낙관지수 가장 낮아

미세먼지 등 환경 두려움도 증폭 경제성장 중심 극복하는 것도 과제

 

국제 기후 파업 주간인 지난달 21일 오후 서울 종로 1가 사거리에서 열린 9·21 기후위기 비상행동에서 참가자들이 '기후 위기가 다가오면 생존의 위협이 다가온다'는 내용의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저출산·고령화와 양극화, 미세먼지 등 주변에서 우리 사회가 지속가능할까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비싼 아파트, 답이 나오지 않는 교육, 불안한 일자리 등을 생각하면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이 점점 어려워진다.” 수도권에 있는 대학을 다니다 휴학 중인 김수미(가명·22)씨는 미래가 불안하다고 말했다. 열심히 노력해도 별반 달라지지 않을 것 같은 답답함도 있다고 했다. “경제적으로 봤을 때 중간층 정도라고 생각한다는 그는 혼자 살아간다면 지금보다 삶의 질이 나아질 것으로 본다. 하지만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산다면 더 나은 삶을 살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처럼 미래를 암담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정치·경제·사회·환경 등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국민 10명 중 2명가량만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낙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대와 60대에서 비율이 가장 낮았다. 대다수 국민이 다가올 미래를 불안하게 생각하는데다, 우리 사회를 이끌어나갈 미래세대와 삶을 치열하게 살아온 노년세대가 우리 사회 지속가능성에 강한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어 상당한 위기의 징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글로벌리서치에 맡겨 전국 성인 1000명을 상대로 패널을 이용한 온라인 방식으로 925~27일 실시한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국민의식조사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를 보면, ‘정치·경제·사회·환경 등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우리 사회 지속가능성에 대해 21.7%만이 낙관한다고 응답했다. ‘비관한다는 응답은 2배쯤 많은 42.1%, ‘보통36.1%로 조사됐다.

 

미래를 바라보는 인식 차이는 세대와 계층에 따라 뚜렷했다. 20(19%)60(14.8%)에서 우리 사회 지속가능성을 낙관한다고 선택한 사람이 가장 적었다. 이번 조사에서는 정치·경제·사회보장·환경·외교 등 5개 분야별로 지속가능성에 대해 평가를 했다. 이 중 미래세대인 20대만 따로 살펴보면, 다른 연령과 견줬을 때 환경분야만 낙관한다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었고, 나머지 분야에선 대체로 낮아 20대의 미래 불안감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흥미로운 점은 향후 귀하의 삶의 질은 어떨 것이라고 보느냐는 물음에 20대의 30.4%가 좋아질 것이라고 답했다는 사실이다. 우리 사회 지속 가능성에 대한 기대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은 수치다. 사회 구조에 대한 암담함을 느끼면서도 개인적으로는 지금보다 조금 더 나아질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하지만 경제적 상황에 따라 격차가 상당히 컸다. 부유한 20(중간층 이상)57.6%가 사회구조와 상관없이 자신의 삶이 나아질 것이라고 봤지만, 가난한 20(중하층 이하)23.1%에 그쳐 2배 이상 차이가 났다.

 

전체 계층별 분석에서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중간층 이하에서 우리 사회 지속 가능성에 대해 19.3%만 낙관한다고 응답해 가장 낮았다. 중간층 이상과 중간층은 각각 24.5%, 24%로 조사됐다.

 

분야별로는 대기오염, 에너지 등 환경적 측면의 지표가 가장 나빴다. 지속가능성을 낙관한다는 응답이 12.4%로 경제 등 5개 분야 가운데 최하위 수준이다. 환경에 대한 두려움이 우리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특히 연령별로는 40(7.9%)50(9.7%), 성별로는 여성의 낙관 비율이 한자릿수로 낮았다. 경기도 성남에 사는 박미영(44)씨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이 둘 있는데, 미세먼지에 대한 공포가 심하다. 최근 조금 좋아졌지만 미세먼지 심한 날은 무서울 정도라며 당장 획기적으로 좋아질 수 없고, 중국 등 외부 변수도 있어 답답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환경문제는 내 삶에서 조금 떨어진 주제라고 생각했는데, 미세먼지가 심각해지면서 피부로 생생히 느끼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기상이변을 사회관계망(SNS)에서 생생하게 볼 수 있는데다, 최근 스웨덴의 청소년 그레타 툰베리 등 환경운동가들의 적극적인 활동으로 기후변화의 위험성이 알려진 것도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반면 민주주의와 시민참여 등 정치적 측면의 지속가능성과 관련해선 응답자의 32.6%가 낙관한다고 답해 가장 높았다. 2016년 촛불혁명 등 시민의 힘으로 최고 권력인 대통령을 하야시킨 경험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 사회 미래와 관련해 가장 불안한 점을 묻는 질문에는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25.6%)를 가장 많이 꼽았다. 우선 저출산·고령화는 정부도 심각성을 알고 재정을 전폭적으로 투입하고 있지만 상황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98명으로 1명대가 무너지면서 세계 유일의 ‘0명대국가가 됐다. 고령화도 속도가 워낙 빠른데다 노인빈곤율도 45.7%에 이른다.

 

자산·소득·교육 양극화 등 사회계층 간 갈등 심화’(25.2%)도 고질적인 불안요소다. 특히 20~30대가 저출산·고령화보다 사회계층 간 갈등 심화가 더 불안하다고 선택했다는 점이다. 최근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과정에서도 나타났듯이 금수저’ ‘흙수저등 사회적 논란이 거세진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비슷한 맥락에서 우리 사회 가장 심각한 갈등을 묻는 질문에 43.9%계층 간 갈등을 꼽아 비율이 가장 높았다. 이념(29%), 지역(6.4%), 세대(6.1%), 성별(6%), 남북(5.6%) 등이 뒤를 이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가 지속가능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64.4%경제성장, 좋은 일자리 등 경제분야라고 응답했다. 성별, 연령, 계층에 상관없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왔다. 민주주의와 시민참여 등 정치분야가 13.7%, 환경분야 9.7%, 남북관계 등 외교 6.4%, 취약계층 보호 등 사회보장분야는 5.7%로 조사됐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경제와 성장, 이를 통한 일자리 창출 없이는 우리의 미래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인식이 국민들에게 뿌리 깊게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그런데 우리 사회가 좀 더 지속가능해지기 위해 극복해야 할 점도 바로 이 성장 중심의 경제관이라며 이러한 딜레마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우리 사회가 당면한 핵심 과제라고 지적했다.

 

기후변화 같은 생태위기와 불평등이라는 사회경제적 위기가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 성장만을 숭배하고 승자가 모든 것을 챙기는 극단적 시장주의가 두 개의 위기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2015년 지구촌 193개 나라가 유엔이 제시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에 합의했다. 기후변화 대응, 불평등 감소 등 17개 목표를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함께 달성해 나가면서 경제·사회·환경의 지속가능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한겨레신문사는 오는 23~24대전환 :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사회적 합의를 주제로 제10회 아시아미래포럼을 연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주관하는 이번 포럼은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우리 사회의 패러다임 전환을 진지하게 모색하는 자리다. 서울 용산 서울드레곤시티호텔에서 열리는 포럼에선 세계적 미래학자인 제레미 리프킨 미국 경제동향연구재단 이사장이 특별강연을 하고, 도시 및 노동연구의 석학 리처드 세넷 영국 런던정경대학교 사회학 교수가 기조강연을 한다. 포럼에 앞서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은 기업, 도시, 금융 등 3개 영역에서 지속가능한 미래에 대한 도전이나 문제의식을 담은 1부 기획기사를 3차례에 걸쳐 싣는다. 국민 여론 조사를 통해 우리 사회 지속가능성에 대한 인식도 분석한다. 이어 2부는 제러미 리프킨, 리처드 세넷 등 주요 연사의 사전 인터뷰 기사를 마련한다김소연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수석연구원 dandy@hani.co.kr

 

고위공직자, 도덕성 보다 능력국민 69%는 동의 안했다

1000명에게 물었다 사회적 쟁점어떻게 생각하나?

인사청문회 도입 검증 강화에도

사회·경제 기득권에 부정적 인식

72% “그 자리 차지할 자격 없다

한일관계 회복과 역사 청산 놓고

과거사 선해결’ 3배 이상 많아

자사고 필요부정답변 15%포인트 많아

 

한국 사회는 갈등이 많은 곳이다. 한국의 사회갈등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3(2016년 기준)로 멕시코, 터키 다음으로 높다. 물론 갈등이 꼭 나쁜 것은 아니다. 사회적 공론화를 통해 접점을 찾아낸다면 우리 사회 민주주의는 한층 성숙할 수 있다. 하지만 과도한 갈등은 사회 통합을 저해하고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켜 국가 경제 전반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우리 사회가 지속가능하려면 수많은 갈등을 피해갈 수 없다. 환경위기와 불평등, 복지 등 대부분 입장 차이가 나뉜다.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우리 사회가 주요 쟁점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여론을 파악하는 일이 중요하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은 여론조사 전문기관 글로벌리서치에 맡겨 전국 성인 1000명을 상대로 패널을 이용한 온라인 방식으로 925~27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국민의식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여러 갈등에 대해 국민들의 의견을 물었다.

 

우선 최근 한달 이상 우리 사회의 가장 뜨거운 쟁점을 꼽으라면 단연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문제다. 보수·진보의 갈등을 넘어 진보 세력 안에서도 입장 차이가 커 사회적 피로도가 극에 달한 상태다. 검찰개혁을 위해 조국 장관만큼 능력 있는 고위공직자가 없다는 의견부터 사모펀드 투자, 자녀 대학 입시 과정의 불공정 행위 의혹, 횡령·배임한 태광그룹 회장 탄원서 등 법 위반 여부 이전에 도덕성에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도 있다.

 

어느 정권이든 고위공직자 임명 과정에서 도덕성과 업무능력 문제는 늘 쟁점이 돼왔다. 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를 임명할 때 도덕성이 다소 약하더라도 능력이 받쳐주면 괜찮다는 항목에 69.5%가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 국민 10명 중 7명은 도덕성을 고위공직자의 핵심 요소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2000년 김대중 정부 때 도입된 인사청문회는 여러 논란에도 고위공직자 도덕성의 기준으로 높여왔다. 우리 사회에선 아직 기득권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부정적이다. ‘사회·경제적 상위 계층은 그 자리를 차지할 자격이 충분하다72.1%가 부정적이라고 밝혔다

 

-일 관계 회복역사 청산’, 무엇이 우선?

동아시아 평화를 위해 한일 갈등과 남북관계 개선도 우리에겐 큰 과제다.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한 일본의 무역 보복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까지 최근 한일 관계가 역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중심에는 언제나 역사문제가 있다. 한일 관계와 관련 응답자의 75.6%한일관계 개선을 위해서라도 역사 문제 해결이 선행 돼야 한다고 답했다. 24.4%일단 한일 관계 개선 뒤 역사 문제 해결을 선택했다. ‘과거사 선해결3배 이상 많은 셈이다. 과거사 해결을 원하지만, 앞으로 한일간 역사문제가 잘 해결될 것이라고 보냐는 질문에 75.9%가 비관적이라고 전망했다. 아베 총리 등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는 일본 자민당이 장기집권 하면서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남북관계의 핵심인 통일을 두고는 입장이 팽팽했다. ‘남북한 격차가 크고, 비용이 들지만 통일이 필요하다는 항목에 57.8%가 긍정적, 42.2%는 부정적이라고 밝혔다. 대부분의 연령대에서 긍정 의견이 많았지만, 20대만 절반이 넘는 52.9%가 부정적이라고 했다. 통일이란 의제가 청년 세대에겐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반드시 이뤄내야 할 목표는 아닌 셈이다. 북미 정상회담까지 이뤄지지 등 어느 때보다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기대가 높은데도 남북관계 전망을 묻는 질문에 불투명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앞으로 10년 뒤 남북한 관계의 전망을 묻는 질문에 별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응답이 46%로 가장 높았고, 좋아질 것 43.3%, 나빠질 것이라는 응답은 10.7%에 그쳤다.

 

기울어진 운동장, 특목고·자사고는 어떻게?

사회분야는 복지와 증세, 특수목적고·자산고 등 찬반이 가장 뜨거운 분야다. 먼저 복지 수준을 높이기 위해 세금을 더 낼 의향이 있다는 항목에 절반 이상인 58.3%가 동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부정적 답변은 20(60%)50(66.9%)와 세금을 많이 내야 하는 중산층 이상(63.2%)이 높았다. 복지가 확대되면서 몇년 전까지만 해도 복지 위해 세금을 더 낼 수 있다는 의견이 절반을 넘어 우세했는데, 조금 주춤한 분위기다.

 

교육 문제와 관련해 여러 논란에도 특수목적고나 자율형사립고가 필요하다에는 동감하지 않는다는 부정적 답변이 57.4%로 동감한다(42.6%)보다 14.8%포인트 높았다. 특목고에 대한 부정적 답변은 20(59.5%), 50(63.4%), 계층별로는 중하층 이하(64.5%)에서 많았다. 특목고, 자사고는 일반고에 견줘 비싼 등록금에 명문대 진학률이 높아 기울러진 운동장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경제·환경 분야에서는 최저임금, 분양가 상한제, 친환경 에너지 등의 쟁점을 살폈다.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이 다소 힘들어도 최저임금은 지금보다 더 많이 올라야 한다는 항목에 동감하지 않는다52.4%로 동감한다(47.6%)보다 4.8%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소득주도성장의 핵심 정책인 최저임금이 문재인 정부 들어 16.4%, 10.9% 등 두 자릿수 인상이 되면서 사회적 논란이 커졌다. 큰 폭의 최저임금 인상은 임금 격차 축소라는 긍정적인 영향과 함께 고용 불안이라는 과제도 남긴 탓이다. 가뜩이나 경영상황이 좋지 않은 영세·중소업체들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등의 사회적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분양가 상한제는 다소 부작용이 있다고 해도 집값 안정화를 위해 필요하다에는 66.5%가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정부는 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의 과열 분위기를 억제한다며 충분한 검토를 거쳐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도입을 판단할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분양가 상한제 찬성은 주택 실구매 연령인 30(70.7%), 40(71.8%)에서 찬성이 높았다. 국민 대토론회까지 열었던 원전 문제와 관련해서는 전기요금이 다소 올라가더라도 원전을 줄이고, 친환경 에너지를 사용해야 한다에 긍정이 65.2%로 부정적 의견(34.8%)을 큰 폭으로 앞섰다.

 

국회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에 오른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서도 찬성이 많았다. ‘국민의 대표성 확대 등을 위해 국회의원 지역구 의석을 줄이고, 비례대표 의석을 늘리는 방식으로 선거제도를 바꿔야 한다에 동감한다가 54.5%로 동감하지 않는다(45.5%)보다 10%포인트 높앗다.

김소연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수석연구원 dandy@hani.co.kr

 

조국 사태, 진보를 가르다

참여연대·정의당, ‘조국 찬반 입장놓고 안팎 비난·이견으로 몸살

주말 서초구 집회에 대동단결” “비판 실종진영 내 엇갈린 평가도

다양한 목소리 표면화진보 내부 민주적 해결·성찰시험대 될 듯

진보진영에 큰 상처를 남기지 않을까 싶습니다. 쉽게 메워지지 않을 것 같아요.” 노동운동가 한석호 전 민주노총 사회연대위원장은 조국 정국에서 확인된 범진보 시민사회 간극을 상처라는 말로 설명했다. “불공정과 불평등 문제에 같은 인식을 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거죠. ‘상위 10% 안에서 불평등 동맹을 맺고 있구나하는, 속도 차는 있을지언정 함께 간다고 생각했는데, 보는 눈 자체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참여연대에서 활동하는 한 교수는 민주화 시기엔 진보든 보수든 피아구분이 뚜렷했기 때문에 진영 내부의 민주주의 경험이 별로 없었다고 했다. 멀게는 민주화운동부터, 가까이는 박근혜 탄핵 촛불집회까지 유지된 범진보’ ‘범개혁단일대오가 흔들린다는 것이다. 그의 방점은 발전적 미래로 향했다. “의견이 엇갈리는 게 문제가 아니라 이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느냐가 문제입니다. 진보진영이 성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겁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을 둘러싸고 범진보 시민사회 내 의견이 분분하다. “조국 사태가 진보를 가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진보진영 내 상징적인 시민단체인 참여연대에는 조국 비판 실종을 문제 삼은 내부 비판이 돌출했다. 정의당은 진중권 동양대 교수 탈당 의사표명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렀다. 조 장관에 대한 찬반 입장은 불평등·불공정 구조를 바꾸는 목소리를 더 내야 한다는 의견과 범진보 단일대오를 유지해 나가야 한다는 의견으로 나뉘었다. 경향신문은 여러 시민사회 인사들에게 이 갈등·간극 의미를 물었다. 여러 이견에서 공감대는 조국 정국 이후 범진보 시민사회가 풀기 쉽지 않은 과제를 떠안았다는 것이다.

 

지난달 30일 참여연대 전화기가 쉴 새 없이 울렸다.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후원을 철회하겠다는 글이 쌓였다. 전날 김경율 전 집행위원장이 개인 페이스북에 조 장관을 옹호하는 진보지식인과 시민단체 구성원들을 비판하는 글을 올린 뒤다. 참여연대는 이날 홈페이지에 김경율 회계사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글은 참여연대 입장이 아님을 분명히 밝힌다고 공지했다. 김 전 위원장은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

 

논란은 계속됐다. 김종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페이스북에 일시적 비난 여론에 등떠밀려 십수년 열과 성을 다해 활동한 사람을 내치는 것이라며 참여연대 탈회를 진심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표면화한 간극

홍기빈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장은 참여연대가 대담한 발언과 입장 표명으로 회원이 떨어져 나갔던 것은 한두 번이 아니었을 텐데, 이렇게 오랜 기간 성실히 활동해온 활동가를 징계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김 변호사와 홍 소장이 속한 단체는 진보 시민단체로 분류돼 왔다.

 

양홍석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은 징계위 회부의 구체적 사유는 수위를 넘은 표현이지 조 장관에 대한 비판 의견이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이견은 토론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갈등으로 쟁점화됐다.

 

이견이 나온 게 처음은 아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달 8일 조 장관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을 낼 때 내부 비판에 부딪혔다. 정의당에 탈당계를 냈다가 거둬들인 진 교수는 지난달 30tbs라디오 <김지윤의 이브닝쇼>에 나와 다들 진영으로 나뉘어서 미쳐버린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신뢰했던 사람들을 신뢰할 수 없게 되고, 존경했던 분들을 존경할 수 없게 되고, 의지했던 정당도 믿을 수 없게 됐다고 했다.

 

오래된 갈등인가, 새 전선인가

경향신문이 인터뷰한 전문가·시민단체 활동가 대다수는 김 전 위원장을 둘러싼 논란이 진보의 새로운 갈등을 드러냈다고 봤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누적된 문제가 이제야 고개를 들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경실련 관계자는 시민사회 내에서는 (박근혜 탄핵) 촛불 이후에 문재인 정부가 잘돼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는데, 어떤 방식으로 (시민단체가) 잘해줘야 하느냐에서 차이가 있었다면서 사퇴 성명을 낸 경실련의 경우는 조국 사안에 침묵하면 앞으로 어떤 인사도 말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는 과거에도 해온 일이라고 했다. 그는 조 장관 일가의 수사 이후, 기소 이후, 재판 이후에 한국의 대다수 (범진보) 단체들은 침묵할 것 같은데 피해갈 노릇은 아니다라고 했다.

조국 사태에 침묵해선 안돼

예전에는 보수 핑계 됐지만

지금 상황은 그럴 수 없어

 

한 전 위원장은 조국 사태로 진보의 분화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고 했다. 그는 박근혜 촛불이 보수를 갈라놨다면, 조국 사태는 진보를 가르고 있다고 본다면서 예전엔 보수진영의 핑계를 댈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다고 말했다.

 

내부 갈등이 표면화되진 않았다는 분석도 있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조 장관 임명 과정에서 여러 의혹이 나오고 진보진영 내부에서 의견도 갈렸지만 (조 장관을 지지하는 쪽은) 일단은 대동단결하기로 한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 때 경험이 많이 작용한 것 같다. ‘내부총질로 정권이 망가지고 나면 조기 레임덕이 오는 등 진영에 더 큰 손상이 올 수 있다는 생각들을 하는 것 같다고 했다.

 

갈등 이후, 진보의 과제

간극을 어떻게 해석하고 변화 동력으로 삼을지를 두고는 다양한 진단이 나왔다. 한 진보진영 인사는 여진은 오래갈 것이라면서도 시민사회는 일사불란한 공무원 조직이 아니다. 치고받는 게 건강하다.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다투면서 정상화해야 한다고 했다. 이 평론가도 일사불란하게 집결하는 게 정답인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그는 목적달성을 위해 수단방법 가리지 않는 건 민주주의가 아니다라면서 “(검찰개혁이라는) 목표 달성 자체가 가능한지도 의문이지만, 달성 이후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고 했다.

 

수단·방법 안 가리면 후유증

불평등 문제에도 관심 둬야

 

조국 사태로 드러난 불평등 문제에 관심을 둬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전 위원장은 불평등과 불공정이 심각하다. 부정 문제가 있었다고 반성의 목소리를 낸 다음 검찰개혁을 하자고 해야 설득력이 있을 것이라며 이대로라면 국회 다수를 점하기 어려워 검찰개혁도 힘들어진다고 했다. 그는 상위 10%의 성채 안에서 합법적으로 동맹을 맺는 불평등 동맹문제를 인식하고 출발선부터 다른 경주를 바로잡아 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짚었다.

 

지지층선 내부총질시선도

조 장관 정책 방향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조 장관은 지난 24불법체류 외국인이 급증한 원인을 분석하고 수를 감축할 실효적 대책을 마련하라고 했다. 백선영 민주노총 미조직전략부장은 이주민이 범죄를 저지르는 비율은 내국인보다 낮은데, 이주민을 범죄자로 인식하는 것 같다고 했다. 노동자 등이 여는 집회에 엄중대처하겠다는 (조 장관) 발언도 문제라며 노동자, 약자에 대한 정책이 있어야 검찰개혁에도 힘이 실릴 것이라고 했다.

 

조국에 입 다문 참여연대86세대 도덕적 기반이 사라져 간다

 

김경율 전 참여연대 공동집행 위원장

사모펀드 논평 한 줄도 없어

검찰개혁·조국 일가 의혹, 함께 갈 수 있는 것 아닌가

 

조국에 입 다문 참여연대86세대 도덕적 기반이 사라져 간다

김경율 전 참여연대 공동집행위원장(50·사진)은 조국 법무부 장관 가족의 사모펀드 의혹을 옹호하는 진보 시민사회를 비판하는 글을 지난달 29일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 그는 글을 올리기 전 집행위원장 사임과 회원 탈퇴 의사를 밝혔다. 김 전 위원장은 1일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면서 사모펀드 의혹에 대해 참여연대 이름으로 단 한 줄도 (비판적 성명이) 나간 게 없다“86세대가 사라져가는 광경을 보는 것 같다. 도덕적 기반이 유실되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 본다고 말했다. 회계사인 김 전 위원장은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에서 삼성 저격수로 활동하며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사건을 드러내는 데 일조했다.

 

- 페이스북 글은 누구를 겨냥한 건가.

참여연대 위원들 들으라고 한 소리다. 전부터 참여연대는 권력감시기관이다라고 얘기했다. 조국 장관이 사모펀드와 관련해서 사퇴해야 한다는 얘기가 많았는데, 현실적으로 사퇴를 주장하는 건 회원 탈퇴 등 문제가 생길 수도 있지 않나. 그래서 사퇴까진 주장하긴 어렵겠지만, 그래도 문제제기는 해야 하지 않나 했다.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 내부 논의가 어떻게 진행됐나.

“(참여연대 위원들이 모인) 텔레그램 방에서, 우리가 어쩌다가 범법 혐의가 있는 가족까지 걱정해줘야 하는 조직이 됐냐고 물었다. ‘범법자 아니다. 판결 안 났다. 기소도 안됐다고 하는 분이 있더라. 그래서 말했다. ‘우리가 지금껏 삼성을 문제시할 때, 기소된 것 가지고 했냐. 제일모직,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작은 의혹에서 시작됐다. 부끄러운 줄 알아라.’ 아무 문제제기도 하지 않고 지나가는 건 나중에 창피한 일이 될 수 있으니 낮은 수준으로나마 논평을 내자고 제안했다. 공직자윤리법과 관련해 사실관계를 묻는 형식으로라도. 그마저도 못 냈다.”

 

- 검찰개혁이 시급하다는 말이 많다.

검찰개혁이 최우선이 아니라고는 말하지 않겠다. 다만 뭐든지 함께 갈 수 있는 거 아닌가. 참여연대 위원들조차도 검찰개혁이 중하냐, 조국의 범죄가 중하냐한다. 선택의 문제가 아니지 않나. 검찰개혁한다고 조국 수사가 중단돼야 하는 것도 아니다. 검찰개혁을 위해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다수당으로서 입법노력을 할 수 있는 게 있다. 법무부 장관보다 윗선인 대통령도 할 수 있는 게 있다. 그런데 왜 차차선책인 법무부 장관만이 검찰개혁의 주체인 것처럼 말하는가.”

 

- 진보가 이견을 용납하지 않는 모습이라 보는가.

지금 상황은 황우석사태이상이다. 어떤 사실이 드러난다 하더라도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됐다.”

 

- 이번 사태가 진보진영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86세대가 사라져가는 광경을 보는 것 같다. 심각한 일이면서 동시에 바람직한 양면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의 민주화 과정에서 1980년대 이후 일련의 진전들이 86세대로부터 상당부분 비롯됐다는 건 맞다. 다만 이 사건을 기화로 그 동력이 소진되는 것 아닌가 싶다. 더 가슴 아프게 말한다면, 86세대의 도덕적 기반이 유실되는 모습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 본다.”

 

-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 하나.

참여연대는 권력에 대한 감시기관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재벌을 향해, 권력을 향해 눈빛을 향하고 있어야 하지, 그 반대편은 볼 필요가 없다는 거다. 시민사회, 시민단체, 권력, 회원과의 관계도 한번쯤 다시 생각해봤으면 한다.”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저소득층 고령화 속도, 고소득층의 2

김경협 민주당 의원, 2003년과 2019년 비교 자료

소득하위 20% 가구주 연령 51.663.8

상위 20% 가구주 연령은 44.550.6

 

최근 16년새 저소득층 가구주의 평균연령이 고소득층 가구주보다 2배나 빨리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화가 가난한 노인 급증으로 이어지면서 이들이 저소득층에 대거 편입한 결과다.

 

2일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 자료(2003~2019)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소득이 낮을수록 고령화 속도가 빨라졌다. 20031분기 소득 하위 20%(1분위) 가구주 평균 연령은 51.6살에서 20192분기 63.8살로 12.2살 늘었다. 1분위 바로 위 계층인 소득 하위 20~40%(2분위) 가구주는 같은 기간 9.9(43.453.3) 늘었다. 소득 중간 계층인 40~60%(3분위) 가구주는 7.3(42.449.7) 올랐고, 소득 상위 20~40%(4분위) 가구주는 7.6(4249.6) 증가했고, 가장 소득이 높은 계층인 상위 20%(5분위) 가구주는 6(44.550.6) 늘었다.

특히 70살 이상 가구주가 저소득층에 쏠리는 현상이 가파르다. 최근 5년간 70살 이상 가구주의 소득 분포를 보면, 소득 최하위 계층인 1분위는 20141분기 31.2%에서 올해 2분기 43.2%12.2%포인트 늘었다.

 

같은 기간 2분위는 6.7%에서 13.9%7.2%포인트 늘었다. 소득이 가장 높은 5분위에서 70살 이상 가구주는 같은 기간 1.2%에서 2.6%1.4%포인트 증가에 그쳤다.

 

소득 최하위층 가구주 연령이 가파르게 고령화되면서 취업한 가구원 수도 저소득층에서 줄고 고소득층에서 늘어나는 현상도 나타났다.

 

20031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16년간 소득분위별 가구당 취업가구원 수를 보면, 최하위인 1분위 가구는 취업자 수가 0.78명에서 0.68명으로 0.1명 줄었다 반면 소득 최상위인 5분위는 같은 기간 1.82명에서 2.1명으로 0.28명 늘었다.

 

김 의원은 은퇴했거나 무직 상태인 노인 가구는 가구주 1명조차 제대로 취업하지 못하는 빈곤 상태에 빠져있다최하위 소득 1분위에 맞는 노인 일자리 확대와 고용 안전망 강화를 위해 확대재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트럼프 한국은 큰 고객미국산 무기 얼마나 수입하길래

사우디·오스트레일리아에 이어 세번째 무기수입국

10년간 계약까지 합치면 올해 국방예산 46조원 육박

 

F-35A, 글로벌호크, 포세이돈 등 대형사업 줄줄이

전작권 전환 추진에 따라 정찰자산 강화 수요도 한몫

     

          

미국 F-35A 전투기가 한국으로 인도되기 위해 328(현지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루크 기지를 이륙해 비행하고 있다. 방위사업청 제공

 

미국 F-35A 전투기가 한국으로 인도되기 위해 328(현지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루크 기지를 이륙해 비행하고 있다. 방위사업청 제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현지시각)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국은 우리의 군사장비를 구매하는 큰 고객이라고 밝혀, 한국의 미국산 무기 구입이 어느 정도인지 관심이 쏠린다.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지난 10년 간 한국의 미국산 무기 구입 현황과 향후 3년 간 도입 계획을 설명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한국은 미국의 세번째 무기 수입국이다. 국방기술품질원이 지난 1월 펴낸 세계 방산시장 연감을 보면, 한국은 지난 10년 간(2008~2017) 673100만달러(76천억여원)어치의 미국산 무기를 구매해 사우디아라비아(1063900만달러)와 오스트레일리아(727900만달러)의 뒤를 이었다. 미국이 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동맹으로 꼽는 일본(375200만달러)7위에 그쳤다. 이는 한국에 들어온 완성품 기준이어서 방위사업청이 문을 연 2006년 이후 지금까지 계약한 것까지 합치면 40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 우리 국방예산 46조원에 버금간다.


여기에는 F-35A 스텔스 전투기 도입 등 수조원대에 이르는 대형 무기사업들이 포함돼 있다. 한국은 사업비 74천억원을 들여 F-35A 스텔스 전투기 40대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31호기가 들어왔고, 연말까지 모두 13대가 인도될 전망이다. 8800억원을 들여 고고도 무인정찰기(HUAV) 글로벌호크 4대를 도입하는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19천억원에 이르는 차기 해상초계기 사업으로 포세이돈(P-8A) 6대를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향후 3년 간 미국산 무기 구매 계획에는 오는 2022년께로 예상되는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을 위한 한국군의 핵심능력 구비 차원에서 추진되는 대형 무기사업이 들어 있다. 국방부는 지난 1월 발표한 '20192023년 국방중기계획에서 '합동이동표적감시통제기’(지상감시정찰기)를 구매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군에서는 이 정찰기로 조인트 스타즈(J-STRAS)를 거론하고 있다. 해상작전헬기 시호크(MH-60R), 전자전기 그라울러(EA-18G), 공중통제기 피스아이(E-737) 등도 구매 검토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유강문 선임기자 moon@hani.co.kr

 

투기자본감시센터, 조국 장관 일가 검찰 고발

"조 장관 일가 연쇄 인수로 기업 한 몸...공수처급 수사해야"

투기자본감시센터(이하 투감센터)가 조국 법무부 장관과 정경심 교수 등 조 장관 사모펀드 논란에 얽힌 이들 7명을 공직자윤리법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죄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죄 위반 혐의로 2일 검찰에 고발했다. 조 장관을 둘러싼 갈등이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공직자윤리법은 본인 및 그 이해관계자(배우자 등)가 보유한 주식이 3000만 원을 초과할 경우, 1개월 이내에 주식을 매각하거나 주식 백지신탁을 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다만 예외적으로 이해충돌 발생이 어려워 금융위원회 인가를 받은 개방형 펀드(인덱스펀드, 뮤추얼펀드, ETF )의 보유만 허가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가입한 필승코리아 펀드가 해당 사례다.

 

"조 장관 공직자윤리법 위반"

조 장관 일가는 이를 위반했다는 게 투감센터의 지적이다. 조 장관이 민정수석 취임 시 신고한 재산 총액은 50억 원이다. 이 중 정 교수 소유 재산은 예금 136000만 원, 상장주식 85000만 원, 사인 간 채권 8억 원이다.      투감센터는 조 장관의 민정수석 취임 당시 "재산등록분 중 정 교수가 가진 브라질 국채와 백광산업 주식 27000만 원 등 총 35000만 원을 20178월 말까지 매각하거나 백지신탁했어야 하지만, 이를 보유하고 있다가 지난해에야 매각했다. 공직자윤리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주식 매각분으로 주식 재매입에 나선 것 역시 공직자윤리법 위반이라고 투감센터는 지적했다. 정 교수는 보유했던 주식을 매각한 자금으로 사모펀드 운용사인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이하 코링크PE)를 통해 블루코아밸류업1호사모투자(이하 블루펀드) 주식 95000만 원 어치를 매입했다. 아울러 자녀에게도 5000만 원을 증여해 조 장관 일가는 총 105000만 원 어치의 주식을 매입했다.

 

투감센터는 또 정 교수가 보유한 블루펀드 출자지분 95000만 좌에 관해 "합자회사 출자지분은 출자가액과 지분비율, 최근 사업연도 회사 연간매출액을 기재해 별도 표시해야 하지만, 정 교수는 이를 예금항목에 포함해 기재해 합자회사 지분이 마치 예금인 것처럼 속여 정체를 은폐했다""공직자윤리법상 허위 기재로, 주식의 불법 소유를 은폐한 혐의가 있다"고 전했다.

 

"조 장관 일가, 연쇄 인수로 WFM 실소유주"

투감센터는 "모든 공직자는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이해충돌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재산을 예금이나 채권 등으로 만들어야 하고, 정체가 불분명한 자산을 가져서는 안 되는 만큼 사모펀드 상품 자체를 가져서는 안 된다""블루펀드는 회사 경영권과 주식 인수를 사업목적으로 하는데, 조 장관 일가는 이 같은 블루펀드의 최대주주가 됐으므로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했다"고 강조했다.

 

투감센터는 조 장관 일가가 블루펀드 대주주가 됨에 따라 블루펀드가 경영권을 인수한 웰스씨앤티와 더블유에프엠(WFM)은 물론, 해당 회사가 투자한 아이에프엠(IFM)의 경영권도 실질적으로 갖게 됐다고 지적했다.     검찰과 언론보도 등을 종합하면 코링크PE는 자동차 부품회사 익성의 우회상장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익성의 우회상장이 어려워지자 코링크PE20177월 사모펀드 블루코어를 새로 조성했다. 이때 조 장관 일가 자금 14억 원이 블루코어에 투자됐다.

 

블루코어는 당초 익성과 합병 계획이 있던 웰스씨앤티에 조 장관 일가 투자금 전액을 투자했다. 웰스씨엔티는 투자받은 자금 전액을 익성 자회사인 IFM에 재투자했다. 투감센터가 조 장관 일가-코링크PE-블루코어-익성-IFM-웰스씨앤티 전체를 한 몸으로 보는 이유다.

 

코링크는 이 같은 구도가 그려진 201710월 약 80억 원 규모의 한국배터리원천기술코어밸류업1호펀드(배터리펀드)를 조성해 상장사 WFM 경영권을 인수했다. 결과적으로 코링크PEWFM을 이용해 코스닥 우회상장하는 그림이 그려진다. 당시 WFM2차 전지 테마주로 분류됐다. 익성의 전기차용 2차 전지 음극재 특허 소식이 '재료'가 됐다. 해당 소식이 주식시장에 알려진 후 WFM 주가는 4000원대에서 7000원대로 뛰었다. 이 모든 밑그림은 조 장관 5촌 조카인 조모(36) 씨와 우국환 전 WFM 대표, 이모 익성 부사장이 그린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조 장관은 기자회견 당시 "5촌 조카를 믿고 투자했다"며 투자금의 자세한 투자처를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투기자본감시센터 제공

 

"검찰 개혁과 별도로 조 장관 수사해야

투감센터는 정 교수가 WFM과 고문계약을 체결해 월 200만 원의 고문료를 받은 것을 두고는 뇌물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자금흐름상 블루펀드의 최대주주가 된 정 교수는 조 장관 5촌 조카 조 씨와 이모 익성 부사장, 우 전 WFM 대표 등과 공모자며 동일인이라는 이유다.

 

투감센터는 "우 전 WFM 대표가 정 교수의 경영참여에 더해 조 장관 5촌조카가 코링크PE의 실세라는 점까지 익성과 중국 회사의 계약에 활용했다""WFM 단독으로는 자본력과 신용이 취약했으나, (정 교수의 고문계약 결과) 현 정부 핵심 실세인 조국 당시 민정수석이 배후에 있음을 익성과 중국업체에 홍보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투감센터는 "정 교수는 WFM과 고문 계약을 체결해 자신이 지배한 웰스씨앤티의 대주주로서 IFM과 익성에 이익이 될 수 있도록 조국 당시 민정수석의 직위를 활용했다""고문료는 이해충돌행위의 대가로 받은 뇌물"이라고 규정했다

 

투감센터는 "촛불에 의해 탄생한 정부 관료의 부정부패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검찰 개혁의 핵심은 권력형 부패 청소며, 조 장관은 현 부패권력의 2중대"라고 주장했다   투감센터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선택한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한다"면서도 "조 장관을 통해 드러난 위법행위는 검찰 개혁과 별개로 수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감센터는 공수처 설치 여부와는 별개로 조 장관 수사를 공수처급으로 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이대희 기자 /프레시안

 

생존권 보장외친 완월동 업주·여성바라보는 따가운 눈총

 

1일 오전 부산 서구 성매매 집결지 완월동의 업주와 업소 여성, 인근 상인 등 150여 명이 부산 서구청 앞에서 생존권 보장 및 지역재개발을 촉구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부산 최대 성매매 집결지 완월동업주와 여성들이 생존권을 보장해달라며 15년 만에 거리로 나왔다. 2004년 성매매특별법이 만들어진 이후 완월동 업주·여성들의 첫 집회다. 시민들은 불법을 저지른 자들이 과도한 권리를 요구한다며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성매매 특별법 제정 15년 만에

성매매 업주 등 150여 명 집회

경찰 과도한 단속으로 생활고

폐쇄 전까지 단속 멈춰라요구

범죄 눈감아 달라는 건 안 돼

떳떳한 곳 돼야주민들 싸늘

 

부산 서구 충무동에 위치한 성매매 집결지 완월동업주, 종사원, 인근의 상인들 총 150여 명이 마스크를 쓴 채 1일 오전 9시 서구청 앞에서 생존권 보장 및 지역재개발 촉구 집회를 가졌다. 연이어 이들은 성매매 여성 자활사업을 지원하는 ()여성인권단체 살림 사무소 앞에서 30분간 집회를 가진 뒤 서부경찰서장 면담을 위해 서부경찰서로 향했다. 이들은 서구청장, 서부경찰서, 부산시장 민관 상생방안 마련하라는 현수막을 들고 개발 전까지 성매매 단속을 멈출 것을 요구했다.

 

업주들의 모임인 충초회 측은 본보 지적(본보 95일 자 1면 보도 등) 이후 과도한 경찰의 단속으로 손님이 끊겨 업소 여성들이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업소 여성들은 생활의 어려움을 담은 편지 30여 통을 서부서 서장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완월동 업주 A 씨는 경찰들이 손님으로 가장해 돈까지 지불하는 척 단속을 해 여성들이 심각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업주들은 법원으로부터 1000만 원가량의 벌금을 맞기도 했다고 말했다. 집회에 참가한 업소 여성 B 씨는 우리도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이다무리한 단속으로 여성들의 생존권을 박탈하는 것을 멈추라고 주장했다. 충초회 강태규 회장은 현재 개발논의가 진행되고 있는데 폐쇄 전까지 무리한 성매매 단속을 멈추고 여성들이 폐쇄에 대비할 수 있게 해달라고 말했다. 서구청은 이 일대를 도시재생활성화지역으로 지정받기 위해 시에 요청해 놓은 상태다. 시는 구역지정을 위한 용역을 진행 중이고, 결과는 내년 2월께 나온다.

 

인근 주민들은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 장 모(44·서구 토성동) 씨는 불법 성매매를 저지른 자들이 범죄를 눈감아 달라고 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김 모(37·서구 초장동) 씨는 이번 기회에 아예 집결지 단속을 강화해 이곳이 아이들에게 떳떳한 곳으로 거듭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은 이번 집회를 계기로 관련 기관들이 구체적 폐쇄 계획을 논의하고 여성들의 자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성인권단체 살림 측은 폐쇄가 원활하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여성들의 생존권을 보장할 수 있는 자활지원 조례가 하루빨리 만들어져야 한다이를 위해 부산시와 서구청, 경찰이 함께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검찰 없어져도 할 말 없어" 국감 압도한 임은정 검사

[행안위 국감] 경찰청 국감 참고인 출석... "국민이 검찰공화국 폭주 막아달라"

"검찰이 지은 업보가 너무 많아서, 검찰이 없어져도 할 말 없을 정도로 안에서 돌아가는 게 난장판이다."

 

경찰청 국정감사 주인공은 민갑룡 경찰청장이 아닌 임은정 검사였다. 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 참고인으로 출석한 임은정 울산지방검찰청 부장검사는 검찰 수뇌부를 향한 쓴소리를 거침없이 내뱉었다.

 

증인과 참고인들이 출석한 이날 오후 경찰청은 임은정 검사를 앞세워 '정치검찰'을 비판하는 여당 의원들과,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정치경찰'을 비판하는 야당 의원들로 갈렸다. 하지만 임 검사의 발언 수위가 높아질수록 여야 의원들의 질의도 한 사람에게 집중됐다.

 

"조국 수사 압수수색 영장 이중잣대, 조직 보호에 수사지휘권 이용"

임 부장검사는 지난 419일 공소장을 위조한 부산지검 윤아무개 검사를 징계하지 않았다며 김수남 전 검찰총장 등을 서울지방경찰청에 고발해, 검찰개혁과 검·경 수사권 조정을 상징하는 인물로 떠올랐다.

 

임 검사는 자신이 경찰에 고발한 사건에 대해 "검찰청에 고발장을 냈는데 14개월 동안 뭉개는 게 명백한 직무유기여서 부득이 현직 검사임에도 경찰청 문을 두드렸다"면서 "법무부와 대검, 부산지검이 수사기관 협조에 불응하고, (조국 가족 수사 관련) 사문서 위조나 자기소개서는 압수수색하면서 중대 범죄인 공문서 위조는 (압수수색 영장 신청을) 기각하는 이중 잣대를 보였다, 검찰이 얼마나 수사지휘권을 조직을 보호하는 데 이용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임 검사는 "검사는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생각하고 법을 실현하고 관철하는 데 전력해야 하는데, 상급자 명령을 실천하고 관철하는 데 질주했기 때문에 검찰공화국이 됐고 국민들이 검찰권 오남용으로 피해를 보게 됐다"면서 "국민이 검찰공화국 폭주를 막아 달라"고 당부했다.

 

"검사지만 공수처 절박해... 국민이 수사권 회수해 간다면 당연히 따라야"

 

임은정 검사, 경찰청 국감 출석 임은정 울산지방검찰청 부장검사가 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안위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권우성

 

경찰 수뇌부가 모두 지켜보는 가운데 검찰개혁 핵심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해서도 말을 아끼지 않았다. 임 검사는 "나는 검사지만 공수처는 절박하다"면서 "내가 고발한 사건이 오늘도 공소시효가 지나가고 있어 공수처가 하루빨리 생겼으면 하는 절박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임 검사는 "수사 지휘권 문제는 나도 현직 검사다 보니 아프다"면서도, "검찰이 지은 업보가 너무 많아서, 검찰이 없어져도 할 말 없을 정도로 안에서 돌아가는 게 난장판이다, 국민이 너희가 죄가 많아 (수사권을) 회수해 간다면 당연히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가족 수사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도 견해를 밝혔다. 임 검사는 검찰이 사문서 위조 혐의 등에 대해 수십 명의 특수부 수사관을 동원해 37일간 70곳을 압수수색한 반면 임 검사가 고발한 공문서 위조 검사는 기소조차 하지 않은 데 대해, "그런 식의 선택적 수사와 선택적 정의는 사법 정의를 왜곡시킨다"면서 "검찰총장이 사건 접수된 걸 파서 죽여버려야겠다고 생각하면 수사하고, 사건을 덮으려고 결심하면 수사 안 해서 증거가 없다고 불기소하는 사건이 얼마나 많겠나"라고 밝혔다.

 

조국 장관 부인 정경심씨 사문서 위조 혐의 기소에 대해서도 "(사문서 위조는) 대부분 벌금()이고 그런 사건을 특수부에 배당하는 것 자체가 정상적이진 않다"라고 지적했다.

 

"피의사실 흘려 수사하던 사람들이 검찰 수뇌부 차지"

언론을 이용한 검찰의 피의사실공표 논란에 대해 임 검사는 "검찰 특수부 수사에서 원하는 방향이나 희망사항을 사실처럼 흘리고 여론 몰이하는 게 1, 2년 된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피의사실을 흘려 수사하던 사람들이 검찰 수뇌부에 있지만 (보수, 진보) 각 진영에서 모두 (피의사실 공표로) 피해를 봤고 경험했기 때문에 (고쳐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주말 서초동 중앙지검 주변을 가득 메웠던 검찰개혁 촛불에 대한 내부 분위기도 전했다. 임 검사는 "수천 명 오겠지 했는데 많이 모여서 중앙지검에 있는 동료들도 놀랐다"면서도 "(검찰 수뇌부는) 지금 사활이 걸려 있고 '치킨게임'을 하고 있어 이 정도 가지고는...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임 검사는 "검찰 내부에서는 도대체 국민이 말하는 검찰개혁이 뭔지 모르겠다는 불만이 많은데, 구체적인 개혁안은 검찰과 국회, 정부 몫이고 국민이 너희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경고하는 건 정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김시연(staright) 오마이뉴스

 

300만명 광화문집회도...6개 지하철역 하차 35만 명

지난달 28일 서초·교대역 10만명 보다는 많지만

자유한국당 주장에는 한참 못 미쳐

 

3일 오후 서울 시청 방향에서 바라본 광화문광장 주변이 자유한국당 정당 관계자, 범보수단체 회원, 기독교 단체 회원 등이 각각 개최한 여러 건의 집회로 가득 차 있다. /연합뉴스

 

124년의 검찰권력, 일제가 낳고 보안법이 키웠다


무소불위 검찰의 탄생기

 

일본, 프랑스법 토대로 형소법 마련

검사는 경찰과 수사판사 중개역

 

갑오개혁 이후 일본 영향으로

1895년 재판소법에서 검사 첫 등장

재판소 직원으로 수사·기소권 행사

 

1912년 조선형사령 공포

검경 강제수사권 폭넓게 허용

법적 기준 애매독소조항 비판

1940년대 검사 중심의 수사 확립

 

1895년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된 검찰제도는 일제강점기와 해방을 거쳐 1954년 형사소송법이 시행되는 과정에서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막강한 힘을 지닌 권력기관으로 성장했다. 근대 형사사법제도의 기본원리인 소추-수사-재판의 원칙이 확립되지 못한 채 때로는 대륙법, 때로는 영미법을 활용해가며 권한을 키웠기 때문이다. 그래픽 박향미 기자 phm8302@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서울역사박물관

 

프랑스혁명 이후인 1808년 나폴레옹은 형사소송법을 개혁하면서 기소권자인 검사에게 직접수사권을 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프랑스 법률가들은 기관의 성격상 검사는 소추권을 가진 당사자로서, 그가 수사를 시행하는 것은 정의에 어긋나고 도시를 위협하는 작은 폭군이 될 것이라고 거부했다. 기소권과 수사권이 검찰에 집중되면 지배권력의 이익을 위해 악용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프랑스 형사소송법은 소추(공소제기)-수사(예심)-재판의 분리 원칙을 확립했고, 이 근대 검찰 제도는 독일 등 유럽 각국의 모델이 됐다.

 

200년 넘게 흘렀지만 한국에서는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장악하고 있다. 이 막강한 권력의 출발점은 일제강점기 형사 제도다. 갑오개혁 때 근대화의 첫발을 내디딜 때부터 견제·분리의 원칙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지만 일제강점기와 해방을 거치면서 검찰의 권력 집중은 더해졌다. 사상범을 처벌하기 위해서든, 경찰의 권력 남용을 막기 위해서든 검찰은 권한을 키우는 기회로 삼았다. 혼란 속에서도 검찰 중심의 수사 체제가 만들어지고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중앙집권적인 검찰 제도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검사 역시 사법관이라는 인식 확산

한국 검찰 제도는 1895재판소구성법공포에서 시작됐다. 갑오개혁이 낳은 사법 근대화의 산물인 이 법은 재판과 행정을 나누고, 재판권을 재판소로 통일하는 내용을 담았다. 검사는 재판소의 직원으로 수사와 기소권을 행사하게 돼 있었다. 이 법 제정에도 일본인들이 관여했지만, 1905년 을사늑약 이후에는 일본 검찰 제도가 더욱 노골적으로 이식됐다. 1945년 해방에 이를 때까지 조선 검찰 제도는 19세기 유럽대륙법계의 근대 검찰 제도 형식을 따왔지만 내용은 후진적이었다. 일본 검찰 제도라는 프리즘을 통과한 탓이었다.

 

일본은 1808년에 제정된 프랑스 형사소송법을 토대로 형사 제도가 마련됐다. 이에 검사는 직접 사건을 세밀하게 수사하지 않았다. 경찰 수사에 기초한 사건을 수사판사에게 보내고 공소를 제기·유지하는 중계자 몫만 맡았다. 수사 단계부터 경찰의 수사를 지휘하고, 구속영장 발부나 기소 여부까지 판단하는 것은 수사판사였다. 이들은 피의자 신문, 조서 작성 등도 맡는다.

 

하지만 일본 검찰이 힘을 키우면서 그 위상과 역할에 변화가 생겼다. 경미한 범죄자를 불기소(기소유예)하는 검사의 기소편의주의관행이 뿌리내리고 검사 역시 판사에 준하는 사법관이라는 인식이 퍼졌다. 이에 형사소송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이 1901년부터 움텄다. 검찰의 압수수색 등 강제처분권을 확대하고, 기소편의주의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다. 또 검사와 수사판사의 경계를 허물고 검사가 공판 전 절차의 지배자로 나서고자 했다.

 

이러한 검찰권 강화는 특이하게도, 일본보다 앞서 일제강점기 조선에서 시행됐다. 조선총독부가 1912조선형사령을 공포하면서 검사와 사법경찰관(경찰)에 무제한 강제수사할 자유를 부여한 것이다. 조선형사령을 보면, 검사는 현행범이 아닌 사건이라도 급속한 처분이 요하는 때는 공소제기 전에 영장을 발부해 검증, 수색, 물건 압수를 하거나 피고인·증인을 신문할 수 있도록 했다. 검사에게는 20일 이내의 피고인 구류도 허용됐다. 경찰도 이러한 강제처분을 임시적으로 할 수 있도록 했고, 구류와 동일한 14일 유치권까지 줬다. 수사판사의 영장이나 신문 없이도 검사와 경찰은 피의자를 일정 기간 붙잡아놓고 강제수사할 수 있다는 뜻이다. “급속한 처분이 필요한 때라는 기준은 명확하지 않았는데, 그 판단의 주체는 전적으로 검사와 경찰이었다. 수사기관이 거의 자유롭게 강제수사할 여지를 열어둔 셈이다. 이는 근대적 형사소송법의 일반적 원칙을 배제하는 대표적 독소조항이다.

 

이러한 급속처분조항이 일본 형사소송법에 등장한 것은 1922(다이쇼 형사소송법)이었다. 일제강점기 조선이 일본보다 10년이나 빨랐던 셈이다. 조선인을 억압하기 위해 일본 검찰 제도보다 막강한 권한을 검사에게 미리 준 것이었다. 당시 검찰과 재판소, 경찰은 일본인이 장악한 상태였다.

 

그래픽 박향미 기자 phm8302@hani.co.kr

 

소추-수사-재판의 분리 원칙 무너져

검사와 경찰의 강제수사가 보편화하자 피의자를 일단 체포해 자백을 받아내는 방식으로 수사가 진행됐다. 언론인 박은식의 증언을 보자(<한국독립운동지혈사>, 1920).

경찰이 보고 죄를 범했다고 인정되는 자는 사법(재판)에 의하지 않고 직접 체포했다. 그자뿐만 아니라 그의 친척, 친구까지 관련시켜 사실의 유무와 경중을 불문하고 신문에 앞서 잔인한 형벌을 가했다. 인사불성이 되도록 여러 날을 감금한 뒤에 비로소 신문하기 시작하는데, 또한 형벌을 가하여 자백을 강요하고 아무런 증거도 없이 자백만으로 죄를 성립시킨다.”

 

실제로 일제강점기에 검거된 인원의 절반이 경찰에서 풀려나고, 검찰에 송치된 인원의 절반 이상이 불기소처분을 받았다. 약식명령 사건을 제외하면 예심이나 공판에 회부되는 인원은 애초 검거 인원의 10~20%에 그쳤다. 불기소 사건 가운데에도 40% 안팎이 무혐의였다. 많은 무혐의와 불기소처분은 검찰과 경찰의 공권력 행사가 무능하고 가혹함을 증명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당시 경찰과 검찰이 비과학적 검거를 일삼아 “7인의 범죄자를 검거하기 위해 100명을 잡아들인다는 언론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동아일보> 1929126일치)

 

공판정(법정) 모습도 일본과 조선은 확연히 달랐다. 일본에서는 검사와 변호인이 재판장의 허가를 받아 피고인·증인 등을 직접 신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조선에서는 판사가 일본인, 피고인·증인이 조선인인 탓에 통역이 불편하다며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검사와 변호사가 증인·피고인을 직접 신문하지 못하니까 재판은 서면 심리를 위주로 하는 조서재판이 됐다.

 

일제강점기 조선의 형사 절차는 검사와 경찰이 급속처분이 필요하다며 피의자를 강제로 붙잡아 자백을 강요하는 신문을 하고 조서를 작성해 이 조서를 법정에 제출해 증거로 삼아 유죄를 이끄는 게 일반적이었다. 결국 강제수사-자백 강요-조서재판이라는 관행이 굳어져갔다. 1934년 일본 재판을 방청한 조선인 변호사 강병순이 조선 재판과 비교한 글을 보자.

 

(일본) 공판심리는 당사자대등주의가 가장 완전하게 발휘된 것이다. 노련달식한 변호인이 기소 사실이 미흡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수속상의 흠을 들어 재판장의 관용 아래 검사에게 비난의 화살은 쏘아붙였고 동경검사국의 정예(의 검사)가 나서 사실을 설명하고 필요한 요건을 보충하도록 만들었다. 완전히 공격과 방어의 지위가 뒤바뀐 것 같았다. 이렇게 3(법원·검찰·변호사)가 서로 견제하고 제휴하며 형사사법의 사명을 완수하고 재판의 오류를 막을 수 있는 것이다.

 

변호인의 변론을 번거롭고 자질구레한 것으로 여기는 재판관, 검사독선주의에 도취해 변호인을 깔보고 흘겨보는 검사, 하등 경청할 가치 없는 변론으로 어물어물 얼버무리는 변호인을 다분히 포함하는 조선의 사법기관이 관점을 바로잡고 거친 면을 다듬어 좀더 가깝고 합리적으로 운영되는 일은 언제가 될 것인가.”(<법정신문> 193775일치)

 

4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 4층에 있는 검찰역사관에서 대한민국 검찰 제도의 성립 과정을 소개하는 전시관을 직원이 설명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i.co.kr

 

국가보안법으로 검사 위상 올라가

일제강점기에 검사의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과 직접수사권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조선형사령은 경찰이 검사의 지휘를 받아 범죄를 수사하고 검사의 직무상 명령이 복종해야 된다고 규정했지만, 실상에서 검사가 경찰에 대한 확고한 통제력을 갖고 있지 않았다. 예를 들어 경찰은 급속처분이 필요한 사건에서 그 취지를 검사에게 통지하고 강제수사를 독립적으로 할 수 있었다. 또 벌금·구류·과료 등 범죄 즉결처분과 무죄, 면소, 훈계방면 등도 경찰은 가능했다. 이는 검사의 통제력이 미치지 않는 영역이었다.

 

검사의 통제력이 약했던 이유는 검사 수가 부족한 탓도 컸다. 1910년대에 식민지 조선에는 총 60여명의 검사가 있었는데, 법원에 속한 검사를 빼고 나면 실제 일선에서 수사와 송무를 담당할 인력이 절반 수준이었다. 이 상황에서 검사가 적극적으로 수사권과 수사지휘권을 발휘하기가 어려웠다. 일제강점기 초기 검사는 경찰의 수사 결과에 전적으로 의존해 사건을 법원에 넘겨주는 데 충실했다.

 

하지만 조선총독부의 검찰 관료들은 이에 만족하지 않았다. 이들은 검사가 수사의 수뇌로서 직접수사에 나서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일본 검찰은 이미 직접수사를 검찰사무의 중추로 내세우고, 정치권의 운명을 좌우할 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하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1920년부터 조선에서도 검찰이 능동적·적극적으로 직접수사하도록 검찰 당국이 일선 검사들을 독려했다. 실제로 검찰이 직접수사한 사건 비율로 보면, 1910년대에는 10% 안팎에 그쳤지만, 1920년대 들어 늘어나 1931~33년에는 30%를 웃돌았다. 검찰이 범죄의 수사와 소추에 적극 임한 것이다.

 

큰 변화는 일제강점기 후기에 찾아왔다. 19413월에 공포된 국가보안법치안유지법개정안으로 검사의 위상이 획기적으로 바뀐 것이다. 두 법을 위반한 사건을 수사할 때 검사에게 피고인의 소환, 구인·구류, 피고인과 증인신문, 압수, 수색, 검증, 감정, 통역과 번역 등의 강제처분권이 부여됐다. 하지만 경찰은 검사의 명령에 의해서만 이들 처분을 할 수 있어, 이전과 달리 모든 강제수사권이 검사에게 집중됐다. 검사 중심의 일원적 수사 체제가 수립된 것이다. 두 법은 고스란히 조선에 적용됐고, 검사의 수사주도권이 한층 강화됐다. 이처럼 일본의 추세에 앞서가며, 혹은 그에 보조를 맞추며 조선의 검찰은 권력을 차곡차곡 쌓아갔다.

 

경찰에 대한 비난 여론을 등에 업고

1945년 해방 직후 일제강점기의 잔재인 식민지 사법체제를 극복해야 한다는 개혁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방식은 권력을 분립하고 인권을 보장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선 강제수사가 무한정 보장됐던 검사 권한의 축소가 필수였다. 하지만 검찰은 기존의 지위와 권한을 지키고 조직을 강화하는 데 힘을 기울였다. 그 노력은 결실을 보았다.

 

예컨대 미군정은 검찰과 경찰의 상명하복 관계에 변화를 꾀하려 했다. 19451229일 하달된 법무국장의 검사에 대한 훈령 제3를 보면, “검사의 선결직무는 관할재판소에 사건을 공소함에 있고 세밀한 조사는 검사의 책무가 아니검사는 경무국(경찰)이 행할 조사사항을 경무국에 의뢰하되 실제로 법적 검토를 요하는 조사에 관하여 필요하다면 관여한다고 규정했다. 미국식으로 경찰에 1차 수사권을 주고 검찰과 경찰의 관계도 상호 협력적으로 바꾸려는 움직임으로 읽혔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비슷한 변화가 생겼다.

 

하지만 경찰은 이 훈령을 주관적으로 해석해 검찰에 비협조적 모습을 보였다. 경찰은 군정포고 위반 범죄를 한국 검찰에 송치하지 않고 미군정 재판소에 넘겨버리고 검찰의 수사지원 요청도 외면하기 일쑤였다. 미군정 또한 경찰을 두둔했다. 이에 맞서기 위해 검찰은 갖은 트집을 잡아 경찰보고서를 반려하거나 경찰의 피의자 고문 사건을 가차 없이 구속 기소한다는 내부 방침을 세웠다.

 

검찰과 경찰이 격하게 대립하자 여론은 검찰 편에 섰다. 해방 이후 중앙집권적 조직으로 개편된 경찰이 고문 등 심각한 인권 유린을 자행하고 권력을 남용한 탓이었다. 검찰은 경찰의 행태에 대한 비난 여론을 등에 업고 수사지휘권을 확보하는 데 나섰다. 경찰이 검사를 보좌해 검사의 지휘명령을 받아 범죄를 수사한다는 점을 법률로 못박자고 건의한 것이다.

 

1947년 대검찰청이 법원과 검찰청의 분리를 위해 마련한 검찰청조직법안을 보면 당시 검찰이 꿈꾼 검사의 역할을 짐작할 수 있다. “형사사건에 관하여 어떤 범죄라도 직접 또는 사법경찰관리를 지휘하여 수사하고, 그 결과에 의해 공소 제기 또는 불기소처분의 결정을 하며, 공판 진행에 필요한 사무를 수행한다.” 검찰청법이 19491220일 제정되면서, 이 꿈은 실현됐다.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도 여전히 재판에서 증거능력을 인정받았다. 원래 조서 작성은 판사의 권한에 속하는데도 대법원은 이를 문제제기하지 않았다. 1950년 나항윤 판사의 글(‘법창수상’·<법정>)에서 그 이유를 짐작해볼 수 있다.

 

준전시체제에 돌입한 현 단계에 있어 물적 증거의 수집이 극도로 곤란한 국가보안법 위반사건에 관하여 법정에서 물적 증거가 없는 사실에 대해서는 전혀 부인하는 것으로써 표어를 삼고 있는 그자들을 유죄의 심증이 드는데도 불구하고 단순히 형식적인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서 무죄판결을 선고함으로써 그자들로 하여금 법망을 뚫고 나가게 할 수는 절대로 없는 일이다.”

 

그래픽 박향미 기자 phm8302@hani.co.kr

 

검경 수사권 분리는 100년 후에나

195419일 서울 태평로 부민관(현 서울시의회 건물)에서 형사소송법 초안에 대한 공청회가 열렸다. 이날 첫 안건은 검사와 사법경찰관리와의 관계에 관한 것이었다. “범죄 수사에 있어서 사법경찰관에게 주도권을 줄 것인가 또는 현행 형사소송법과 마찬가지로 사법경찰관리를 검사의 지휘하에 둘 것인가, 말하자면 사법경찰관리와 검사와의 관계가 상호 협력 관계이냐, 상명하복의 관계에 둘 것이냐, 이 문제에 대해서 말해달라.”(전문위원 서대교)

 

미군정 초기에 떠올랐던 상호 협력상명하복이 다시 쟁점으로 떠오른 것이다. 검사 출신인 엄상섭 의원이 말했다. “검찰기관이 범죄 수사의 주체가 된다면 기소권만 가지고도 강력한 기관인데 수사의 권한까지 더하게 되니 이것은 결국 검찰 파쇼를 가지고 온다. 우리나라는 경찰이 중앙집권제로 되어 있는데, 경찰에다가 수사권을 전적으로 맡기면 경찰 파쇼라는 것이 나오지 않나 (우려된다). 검찰 파쇼보다 경찰 파쇼의 경향이 더 세지 않을까? 이런 점을 봐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오직 우리나라에 있어서 범죄 수사의 주도권은 검찰이 갖는 게 좋다는 정도로 생각했다. 그러나 장래에는 우리나라도 조만간 수사권하고 기소권하고는 분리하는 이러한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엄 의원의 말에 한격만 검찰총장은 시기상조론을 들고 나섰다. “이론적으로 말하면 수사는 경찰에 맡기고 검사에게는 기소권만 주자는 것은 법리상으로는 타당하다. 하지만 앞으로 100년 후면 모르지만 검사에게 수사권을 주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일제 순사가 남아 있는 경찰에 수사권까지 주는 것은 어렵다는 주장이었다.

 

1954923일 국회를 통과한 형사소송법에서는 검찰의 수사권과 사법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 검찰 내 사법경찰 인력 도입 검찰 작성 피의자 신문조서 증거능력 인정 사법경찰관의 강제수사에 대한 검사의 영장 통제 등을 규정했다. 이 골격은 65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유지된다.

 

검찰의 칼바람에 요동

수사권과 기소권 등 검찰에 집중된 권한이 분산되지 않는 이유는 검찰이 이를 거부하는 대신 그 권한을 토대로 정권을 좌지우지하기 때문이다. 방식은 이렇다. 정권 전반기에는 과거 정권 비리를 수사해 현 정부의 신임을 얻어 개혁의 시간을 피한다. 정권 후반기에 들어서면 현 정권 비리에 칼날을 들이대 야당이 검찰개혁의 방패막이가 되도록 한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초기에는 적폐 수사에 힘을 쏟더니 이제는 조국 법무부 장관에 칼을 겨누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검찰의 칼바람에 한국 사회는 어김없이 요동친다. 태어난 지 124년이 지났지만 권력분립이 여전히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무엇보다 검찰의 힘은 갈수록 커져간다. 과거 군부독재 시절에는 보안사나 국가정보원 등이 권력을 독점했지만, 문민정부 들어와서는 그 자리를 검찰이 차지한 것이다. 헌정 사상 첫 정권교체를 이룬 19984, 김대중 대통령은 법무부를 찾아가 검찰이 바로 서야 나라가 선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바람과 달리 검찰은 스스로 권력으로 자리매김하며 선출된 권력인 문재인 정부와 맞서는 지경이 됐다. 일제강점기에 탄생한 비정상적 검찰 권력의 어두운 그림자가 여전히 짙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검찰개혁, 끈질한 저항에 한 걸음 떼기도 어려워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

 

검경 수사권 조정, 공수처 신설

대선 공약 제도화에 검찰은 불편

대통령 직접 개혁안 마련 지시하자

특수부 축소, 공개 소환 폐지 내놔

 

조국 법무부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지난해 114일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현 정부의 국정원, 검찰, 경찰 등 권력기관 개혁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검찰은 4일 피의자가 포토라인에 서는 공개 소환 제도'도 전면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검찰은 그동안 고위공직자, 기업인 등 공인은 소환 시기와 장소를 언론에 공개해왔다. 특별수사부 축소에 이어 공개 소환 폐지는 930일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 내부 개혁안을 만들라고 지시한 것에 검찰의 잇따른 화답이다. 하지만 이런 내부 개혁안이 나오기까지 정부의 의지와 검찰의 반발이 반복되며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은 지체돼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문 대통령은 19대 대선 당시 수사기관 권력구조와 관련해 ‘3대 공약을 내놨다. 문 대통령이 내건 공약은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 광역단위 자치경찰제 추진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이었다. 구체적 실행 방안은 지난해 621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을 통해 발표됐다. 경찰에 모든 사건의 1차 수사권과 종결권을 넘기며 검찰이 직접수사할 수 있는 분야는 부패 범죄와 경제·금융·선거범죄 등으로 한정했다. 이전까지 검찰은 경찰에서 진행되는 사건을 지휘할 수 있었다. 검찰과 경찰이 수직 관계에서 상호 협력 관계로 수사권을 조정해나가자는 게 합의의 뼈대였다.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5개월 뒤인 201811월 당시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이던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과 송기헌 의원이 공수처법 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그러나 여야는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고, 결국 올해 4월 검경 수사권 조정안과 공수처 도입은 신속처리 안건’(패스트트랙)에 지정됐다. 수사 대상이 행정·사법·입법부의 고위공직자일 경우, 검찰 대신 공수처가 자체 수사에 나서는 내용의 공수처 법안은 검찰의 권한을 분산하는 효과가 있다.

 

검찰개혁에 탄력이 붙을 기미를 보이자, 검찰은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516일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은 국외 순방 일정을 중단하고 수사권 조정에 관한 반대 뜻을 강하게 표명했다. 문 전 총장은 기자회견에서 입고 있던 남색 양복 재킷을 벗고 옷을 흔들며 뭐가 흔들립니까. 옷이 흔들립니다. 흔드는 건 어딥니까라고 말했다. 이 장면은 검찰의 저항을 상징으로 보였다.

 

문 대통령은 다음 총장으로 윤석열 검찰총장을 지명했다.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박근혜 국정농단 공소유지부터 이명박 전 대통령과 사법농단 사건의 직접수사'를 지휘한 사람이었다. 윤 총장은 지난 7월 열린 청문회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은 이미 입법 과정에 있고, 최종 결정은 국민과 국회의 권한임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국가적 중대 사건은 검찰의 직접수사가 필요한 영역이 있다라고 밝혔다. 장기적으로 검찰의 직접수사는 줄여나가겠지만, 부패 수사 권한을 줄이는 방향은 곤란하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한달 뒤 검경 수사권을 주도하던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 지명 이후 조 장관 딸의 논문 1저자 의혹을 시작으로 의혹이 불거졌다. 그러자 검찰은 827일 압수수색에 나서며 칼을 빼들었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진행되던 96, 검찰은 피의자 조사 없이 조 장관의 아내 정경심 교수를 표창장 위조 관련 사문서위조 혐의로 기소했다. ‘특수통인 한 차장검사는 나중에 정 교수를 위조사문서행사죄로 기소해도 충분한데 청문회 날에 재판에 넘긴 건 의도가 있어 보인다조 장관과는 별개로 역대 검찰 특별수사의 종합적인 문제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수사라고 꼬집었다.

 

결국 문 대통령이 검찰개혁을 직접 요구하고 나섰다. 문 대통령은 930일 윤 검찰총장에게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신뢰받는 권력기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제시하라고 지시했다. 윤 총장은 바로 다음 날 자체 개혁안을 내놨다. 대검찰청은 특별수사부 축소 외부기관 파견 검사 전원 복귀 검사장 전용차량 이용 중단 등을 법무부에 건의해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특수부 축소는 검찰개혁 중 가장 주목할 만한 사안이다. 특수부는 검찰이 직접수사에 나서는 가장 핵심 부서로 주로 권력형 비리 사건을 수사한다. 부서 특성상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쥐고 있어 검찰의 비대화 요인으로 꼽힌다. 대검은 검찰청 특수부를 7곳에서 3곳으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검찰의 수사를 제한하는 올바른 방향이라면서도 예전처럼 특수부가 없다고 형사부에 비슷한 일을 시키는 등의 일이 생기면 안 된다고 경계했다.

 

현 검찰개혁에 구체성, 방향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여태껏 적폐 청산을 이유로 검찰의 특수수사 권한을 강화해온 건 조 장관 등 현 정권인데 개혁 방향이 뭔지 잘 모르겠다공수처 또한 중립성을 보장하는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 한계가 보인다고 주장했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참고문헌: 문준용 <법원과 검찰의 탄생>(2010·역사비평사), 대법원 바람직한 형사사법시스템의 모색’(2004), 손영조 검사의 신문조서 작성권한에 관한 연혁적 비교연구’(2018), 신동운 제정 형사소송법의 성립경위’(2004), 심희기 일제강점기 조서재판의 실태’(2006), 유주성 수사와 기소 분리를 위한 쟁점과 과제’(2018)

 

갈 길 바쁜 검찰개혁 가로막는 조국의 역설 강희철의 법조외전(72)

언행 불일치·위증 의혹 증폭되며

개혁 필수 도덕적 권위·신뢰 추락

피의자 장관이라 운신 폭도 제약

법무장관 부적절여론 50% 넘어

검찰권력 원천 직접수사키워주며

정권 초 개혁 골든타임흘려보내곤

특수부 수사받자 대폭축소 동의

검찰개혁 저항세력에 시간 벌어줘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지난 18일 모처럼 의미 있는 말을 했다. “‘혁명보다 개혁이 더 어렵다'는 얘기가 있다.” 조국 법무부 장관 취임 뒤 첫 당정협의에서 검찰개혁을 강조하면서다.

 

맞는 말이다. 멀리 서양사를 훑을 필요도 없다. ‘역성혁명의 이름으로 수많은 왕조가 명멸한 중국의 경우만 봐도 그렇다. 한 기사를 보면, 중국에는 한나라 이후 크고 작은 왕조가 모두 60개나 세워졌는데, 개별 왕조의 평균 존속 기간이 64.77년에 불과하다고 한다. (‘중국 왕조의 평균 수명은 얼마일까, <오마이뉴스>) 대부분 왕조가 혁명의 기치를 내걸고 시작했다가 또 다른 혁명으로 무너졌다.

 

반면 개혁은 거개가 실패했다. 전 중국 역사를 통틀어 성공한 개혁으로는 전국시대(기원전 403~221)에 딱 두 차례, ()나라 효공 때 상앙의 변법개혁과 조()나라 무령왕의 호복(胡服) 개혁을 꼽는 역사가들이 많다. 흔히 진나라를 부국으로 만들어 훗날 천하 통일의 기틀을 다졌다고 평가받는 변법개혁은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을까.

 

남문에다 믿음을 세우니 법령이 시행되었다.” (차이위치우, <5000년 중국을 이끌어온 50인의 모략가>) 개혁 주체와 개혁 의지에 대한 신뢰가 성패를 갈랐다는 말이다. 사마천이 쓴 <사기>상군(상앙)열전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전한다.

 

법령은 이미 갖추어졌으나 백성이 새 법령을 믿지 않을까 염려하여 아직 널리 알리지 않았다. 그래서 세 길이나 되는 나무를 도성 저잣거리의 남쪽 문에 세우고 백성을 불러 모아 말하길 이 나무를 북쪽 문으로 옮겨놓는 자에게는 십금(十金)을 주겠다했다. 그러나 백성은 이것을 이상히 여겨 아무도 옮기지 않았다. 다시 말하길 이것을 옮기는 자에겐 오십금을 주겠다’(고 했다). 어떤 사람이 이것을 옮겨놓자 즉시 그에게 오십금을 주어, 나라에서 백성을 속이지 않음을 분명히 했다. 그러고 나서 새 법령을 널리 알렸다.” (김원중 역, <사기열전>)

 

상앙은 누구보다 솔선해야 할 태자가 법을 어기자 법이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는 것은 위에서부터 지키지 않기 때문이라며 처벌하려 했다. 그러나 차세대 군주에게 직접 칼을 대기는 난망한 일인지라, 결국 태자의 스승과 비서에게 혹독한 벌을 내렸다. 그것이 즉효를 발했다. “그 다음 날부터 진나라 백성들은 모두 새로운 법령을 지켰다.” 개혁 추진에 필요한 동력은 국민의 신뢰에 기반을 둔 도덕적 권위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이 기록은 보여준다. 생살여탈권을 마음대로 휘두르던 전제군주 시대에조차 요란한 구호와 강압으로 성공한 개혁은 없었다.

 

고전여행은 이쯤에서 접고, 현실을 보자. 문재인 대통령은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강행하며 저를 보좌하여 저와 함께 권력기관 개혁을 위해 매진했고, 성과를 보여준 조국 장관에게 그 마무리를 맡기고자 한다며 힘을 실어줬다. 그에 보답이라도 하듯 조 장관은 취임 당일인 지난 9일부터 거의 매일 검찰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지시라는 것을 쏟아내고 있다.

 

굵직한 것만 추려도 검찰 직접수사(특별수사) 축소, 검찰 조직문화와 교육·승진 문화 제도 개선, 형사사건 공개 금지 훈령 제정 추진 등 한 두 가지가 아니다. 18일 국회 당정협의에선 법무부 검찰국장·기획조정실장 자리에 검사 배제, 법무부 장관의 검사 인사권 실질화, 법무부의 검찰청 직접 감사 강화 등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검찰개혁은 지체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조국에게 검찰개혁을 이끌어 갈 도덕적 권위가 남아 있을까. 이 의문은 조국이 아니면 검찰개혁이 어렵다는 식으로 그를 두둔·옹호하는 여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조적조’(조국의 적은 조국), ‘조로남불이라는 유행어를 낳으며 조롱과 희화화의 대상이 된 조 장관의 언행 불일치는 이미 충분히 알려졌다. 그간 다양한 소셜미디어, 기고문, 저서, 논문, 강연 등에서 내놓은 조국의 정의공정, 놀라울 만큼 그의 삶과 괴리돼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지난 2일 기자 간담회, 지난 6일 국회 인사청문회 발언이 하나둘 검찰 수사에서 뒤집히고 있다. “전혀 알지 못했다”, “저와 제 가족은 관계가 없다고 했던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의 설립부터 투자, 운용까지 아내 정경심 교수가 깊숙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딸이 고려대 입시 때 제출하지 않았다던 단국대 제1저자 의학논문은 제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또다시 나는 몰랐다를 탈출구로 삼을까. 말을 믿을 수 없으면 신뢰도 없다.

 

도덕적 권위만이 전부가 아니다. 검찰의 정식 수사를 받는 피의자가 장관에, 그것도 법무부 장관에 임명된 사례는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 굳이 설명이 필요하지 않은 비상식적 상황이다. 수사를 받기 전에, 또는 의혹만으로도 그만뒀기 때문이다. 조 장관은 과거 공직을 수사 방패막이로 삼는 고위직을 향해 누구보다 날 선 비판을 가했던 사람이다. “도대체 조윤선은 무슨 낯으로 장관직을 유지하면서 수사를 받는 것인가. 우병우도 민정수석 자리에서 내려와 수사를 받았다”(2017111)는 그의 트윗은 상식인의 관점을 정확히 짚고 있다. 여기서도 문제는 언행 불일치다.

 

과거의 다른 후보자들이라면 그중 한 가지 정도의 의혹만으로도 사퇴했을 겁니다. 안대희 총리 후보자는 변호사 개업 후 수임료가 과다하다는 이유만으로 사퇴했습니다. 문창극 총리 후보자는 교회에서 장로 신분으로 강연한 내용이 국민감정을 자극했다는 이유로 사퇴했고요. 박희태 법무부 장관은 딸의 편법입학 의혹만으로 장관직을 내려놓았습니다. 멀리 갈 것도 없습니다. 조 후보자가 민정수석 시절 인사검증을 담당해 장관 후보자가 되었다 사퇴한 분들 가운데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비롯해 조 후보자보다 더 무거운 의혹을 받았던 분들은 없습니다. 아니, 그분들에게 쏠렸던 의혹들을 모두 합해도 조 후보자 혼자 야기한 의혹보다는 가벼울 것 같습니다.” (조 장관의 서울법대 동기(82학번)인 임무영 서울고검 검사가 검찰 게시판에 올린 글)

조 장관에게 개혁을 추진할 권위나 동력이 희박하다는 사실은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입증된다. 응답자 10명 가운데 5~6명은 그가 법무부 장관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답하고 있다. 20일 공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조국씨가 법무부 장관으로 적절한 인물이라고 보십니까라는 질문에 부적절의견이 54%로 나타났다. 같은 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취임 이후 처음으로 50%대를 넘어 53%를 기록했는데, 부정 평가자들이 꼽은 1번 사유가 조 장관 인사문제’(29%).

 

지난 17일 공개된 MBC-코리아리서치 여론조사에서도 조 장관 임명이 잘못됐다는 의견이 응답자의 57.1%나 됐다. 14SBS-칸타코리아 여론조사에서는 조 장관 임명 반대 의견이 53.0%로 나타났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해 의혹이 해소됐는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60.1%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향후 검찰개혁 전망을 묻는 질문에서는 조국 장관이 검찰개혁 적임자여서 잘 될 것이라는 응답이 18.9%에 그친 반면, “가족 기소 등 조국 장관에게 흠결이 많아 잘 안 될 것이라는 의견(35.9%)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여기에 야당 반발로 잘 안 될 것이라는 응답자 비율 19.9%를 보태면 부정적 전망을 가진 이가 55.8%에 달했다. 조 장관을 검찰개혁의 적격자로 보지 않는 여론이 객관적으로 확인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조 장관에게 임명장을 주며 “(검찰 등) 권력기관 개혁에 성과를 보여줬다고 했다. 그를 법무부 장관 적임자로 꼽은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정말 그런지는 의문이다.

 

조 장관은 검찰개혁의 요체로 엉뚱한 곳을 짚었다. 막강한 검찰 권력의 힘을 뺄 삼손의 머리카락이 무엇인지를 놓고, 그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과 경찰에 1차 수사 종결권을 주는 검경 수사권 조정을 선택했다. (지금 국회에 가 있는 이른바 검찰개혁 법안은 이를 뒷받침하려는 것이다.) 검찰의 직접수사 권한은 건드리지 않았다. 적폐수사라는 현실적 필요를 이유로 들면서다.

 

조국과 달리 법조계와 법학계에선 검찰 직접수사의 폐지 혹은 대폭축소를 검찰의 급소로 꼽았다. 막강한 검찰 권력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다른 누구보다 전직 특수부 검사들이 자신의 전공 분야를 검찰 권력의 아킬레스건으로 지목했다. 특수통 출신 검찰 수장이 스스로 폐단을 인정하고 그 권력을 내려놓겠다고도 했다. 전임 문무일 검찰총장은 지난해 3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저희 검찰이 의문을 받는 부분은 주로 특별수사, 인지수사라고 생각합니다. () 상당히 축소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다시 없을 기회였다.

 

자기가 찾아냈든, 하명을 받았든. 최초에 범죄 단서를 인지한 검사가 수사를 개시하고, 조사도 직접 하고, 공소장도 자기가 쓰고, 나중에 재판까지 들어간다. 일관 공정이 문제다. 특히 기소권을 가진 검사가 심문까지 직접 한다는 게 모든 문제의 근원이다. 다른 눈을 가지고 제동을 걸거나 검수하는 절차가 없다. 이러면 통제가 안 된다. 지금까지 검찰사에서 문제를 일으킨 수사는 99% 직접수사였다.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폐지하거나 최소한으로 제한해야 검찰이 개혁된다.” (한 전직 검찰총장)

 

검찰의 권한을 제한해야 한다면 직접 수사권을 제한해야 한다. 검찰이 가진 실질적 권력은 직접수사와 인지수사에서 발휘된다.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을 거의 그대로 둔 채 수사지휘권과 수사종결권을 일부 제한하는 것은 칼을 뺏어야 하는데 칼집을 빼앗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미 검찰총장은 검찰의 직접수사를 최소한으로 제한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정승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수사권 조정 법안의 문제점과 수사구조 개혁의 방향’, 201979일 대한변협 주최 심포지엄 발표문)

 

그러나 조국 민정수석의 반응은 냉담했다고 알려져 있다. 문 전 총장과 몇 차례 만남에서도 그는 “‘현실적 (수사) 수요가 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한다. 중요 수사가 이어진 정권 초는 어쩔 수 없었다 해도 그 뒤 판단은 달랐어야 했다.

 

조 장관은 오히려 민정수석으로 있는 동안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의 팽창을 용인했고, 특수통으로 널리 알려진 윤석열을 기어이 검찰총장으로 만들었다. 이어진 지난 7월 말 검찰 간부 인사에선 특수 전공인 윤석열 사단을 거의 모든 요직에 배치하며 전대미문의 특수 전성시대를 열어줬다. 직접수사의 축소가 아니라 정반대 편인 극대화 쪽으로 내달린 것이다.

 

이면에선 자신이 만든 수사권 조정안에 반대하며 검찰 직접수사의 폐단을 공개적으로 지적한 김웅 대검찰청 미래기획형사정책단장을 한직인 법무연수원 교수로 좌천시켰다. 청와대발 검경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고 비판한 문 전 총장의 목소리를 전달했던 대검 간부 검사는 서울고검으로 날렸다.

 

그랬던 그가 180도 변신했다. 지난 6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갑자기 검찰 특별수사부 대폭축소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답변한 것이다. 장관 취임 뒤인 11일 내놓은 ‘2호 지시에도 검찰 특수부 축소가 들어 있다. 그사이 바뀐 것이라곤 그가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에 피의자로 입건됐다는 사실뿐이다. 이건 법무부 장관 조국의 정당한 지시일까, ‘피의자 조국의 방어권 행사일까.

 

그의 지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 검사의 인지수사를 직무권한으로 규정한 형사소송법이 살아 있는데, 그보다 하위인 대통령령이나 법무부 훈령를 고쳐 불가역적이고 신속한 검찰개혁 완수”(법무부 당정협의 회의자료’)가 가능할까. 바뀐 정권이 대통령령이나 훈령을 다시 고치면 그만이다. ‘검사의 수사를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195조는 검사는 범죄의 혐의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를 수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 직접수사 권한의 근거를 없애려면 이 조항의 폐지나 수정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장관 권한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조 장관이 모를 리 없다.

 

무엇보다 그가 이렇게 오락가락하는 사이 개혁의 골든타임이라는 집권 초 2년 반이 흘러갔다. 오진의 결과다. 그것만으로도 조국의 책임은 가볍지 않다.

 

안타까운 건 권력기관 개혁은 정권 초기에 해야 하는데 좋은 기회를 놓쳤다는 점이다. 조 장관은 (특수부 축소가) 현실적으로 어려웠다고 했는데, 촛불 혁명으로 잡은 정권 초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면 과연 언제가 가능한 시점이겠나. 그게 아쉽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 <동아일보> 2019918일 인터뷰)

조 장관과 그 일가가 검찰 특수부의 수사를 받고 있는 이 순간에도 시간은 흘러간다. 의도한 것은 아니겠으나, 검찰개혁의 적임자라는 조 장관의 존재 자체가 검찰개혁을 지체시키는 역설이 벌어지고 있다. 지금은 검찰을 겨냥한 그의 모든 언행이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조 장관이 느닷없이 들고나온 피의사실 공표 금지가 대표적이다. 무엇보다 그 자신이 피의자 신분이다. 아내인 정경심 교수는 이미 동양대 총장 표창장 위조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앞두고 있다. 또 다른 혐의에 대한 정 교수의 소환 조사도 임박했다. 여론에 부담을 느낀 여당은 지난 18일 당정협의 결과를 알리면서 특수부 축소는 언급하지도 못했다. 논란만 부른 피의사실 공표 금지 추진도 결국 조국 수사이후로 미뤘다.

 

지금의 문제는 검찰 수사가 끝날 때까지 해결되지 않는다. 정 교수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돼도 조 장관은 자리를 지킬까. 아내가 구속되면? 마침내 조 장관 자신이 검찰의 출석 요구를 받는 상황이 온다면? ‘현직신분으로 조사받을 것인가? 기소되면 그 다음은? 문 대통령은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그를 직위해제할까, 아니면 확정판결이 날 때까지 결정을 미룰까. 이 모든 불가측성이 검찰개혁 역시 유동적으로 만든다. 개혁 저항세력이 검찰 안에 있다면, 그들의 시간을 대신 벌어주고 있는 셈이다.

 

조 장관의 혐의가 드러나지 않는다 해도 사정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어떤 검찰개혁도 그가 주도하면 검찰에 대한 보복이라는 의심을 온전히 벗어나기 어렵다. 이번 수사의 주체인 특수부 축소는 더욱 그렇다. 무혐의 처분이 내려진다고 끝이 아니다. 야당은 검찰이 면죄부 수사를 했다며 특검 카드를 들고나올 것이다. 그는 또다시 특검의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검찰개혁이 가능할까.

 

요즘 법조인들이 입에 달고 다니는 말이 있다. “대한민국에 검찰 개혁할 수 있는 사람이 조국밖에 없나?”

강희철 선임기자 hckang@hani.co.kr

 

기계적 균형에 빠진 검찰개혁 집회보도

[민언련 신문·방송 모니터보고서]

928일 저녁 대검찰청 앞 서초동 거리에 주최 측 추산 100만명 이상의 인원이 검찰 개혁을 요구하며 촛불집회를 벌였습니다. 이와 관련한 신문 지면보도와 방송사 저녁종합뉴스가 어땠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양적 분석

 

조선일보, 1면에 집권세력이 거리 정치로 법치 위협 

주최 측이 밝힌 집회 규모에 대해 여러 가지 반론들이 있지만, 박근혜 탄핵 후 가장 큰 규모 집회였던 만큼 모니터대상인 모든 신문사는 1면으로 집회를 보도했고, 보도량도 5~10건 내외로 대동소이했습니다.

     

     지난 930일 서울 서초구 검찰개혁 촉구집회 관련 신문사 보도량. =민주언론시민연합

           

방송 : TV조선, 방송사 중 유일하게 집회 축소보도

       

         

지난 928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서초동 촛불집회 관련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보도량 (*0.5건은 단신, 괄호 안은 첫 보도 순서). =민주언론시민연합

            

촛불집회가 있었던 28일부터 집회 다음날인 29일까지 이틀간 지상파 3사와 종편 4, 보도전문채널 YTN의 저녁종합뉴스를 살펴봤습니다  

그 결과 지상파 3사와, JTBC, 채널A, MBN, YTN6~8.5건의 보도를 내놓았고, MBN을 제외한 나머지 방송사들은 이틀간 관련 뉴스를 톱보도로 내놨습니다.

 

반면, 서초동 촛불집회 소식을 이틀간 단 2건의 기사로만 전하고, 보도순서도 톱보도가 전혀 아니었던 방송사도 있었는데요. 바로 TV조선이었습니다. TV조선은 28일에 1, 29일에 1, 이렇게 총 2건의 기사로만 관련 소식을 전했습니다. TV조선은 보도순서도 톱보도가 아니었습니다.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안임을 고려할 때 보도량도 매우 적었을 뿐만 아니라, 보도순서도 상당히 뒤쪽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2. 집회참여인원 숫자싸움에 빠진 언론

 

집회 숫자 논란으로 되살아난 경찰식 추산법망령   

주최 측이 최종적으로 추산한 200만 명이라는 집회 참가 인원은 진위 여부에 논란을 빚었습니다. 집회 주최 측과 경찰 측이 인원 추산 방법이 달라 발표하는 숫자에 차이가 있던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수많은 집회가 있었던 이명박·박근혜 정권 당시, 집회 측은 주로 방문한 참가자 수를 모두 계산하는 연인원으로 참가자를 계산했고, 경찰 측은 단위 면적 당 인원 수를 추측해서 면적에 곱해 계산하는 소위 페르미 추정을 사용했습니다.

 

페르미 추정이란 특별히 집회 인원 계산을 위해 도입된 전문적인 기법이 아니라, ‘복잡한 문제에서 단순한 방식으로 답을 알아내는 모든 기법을 통칭하는 말입니다. 이 방식은 박근혜 탄핵 촛불집회 당시 과학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지목되어 폐기되었고, 이후 경찰은 집회 참가 인원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경찰식 추산법은 이번엔 언론과 보수 야권 쪽 인사들을 통해 되살아났습니다. 우선, 자유한국당 박성중 의원은 페르미 추정법으로 집회 인원이 5만 명이라고 주장했고, 집회 인원 공방 자체를 다루지 않은 한겨레를 제외한 모든 언론들이 이 주장을 받아쓰며 나름의 해석을 내놓았습니다.

          

        

지난 930일 집회 인원에 대한 논란을 다룬 매체 보도. =민주언론시민연합

             

경향신문은 <150, 부풀려져정부가 분열 조장 내달 3일 정권 심판 집회에 동원령>(930, 허남설 기자)에서 향후 조국 대전이 찬반 집회 규모를 다투는 대결로 번질 조짐도 보인다며 관련 논란을 언급했습니다. 동아일보, 한국일보, 서울경제, 한국경제가 비슷한 방식으로 보도했습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자체 계산을 통해 집회 주최 측이 발표한 인원을 반박했습니다. 조선일보는 <200만명 집결? 모두 서서 집회장 꽉 채워도 최대 13만명>(930, 김은중·강다은 기자)에서 페르미 추정법으로 집회 참가 인원을 최대 13만 명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기사 바로 옆에 실린 사진기사 (9/30)에서는 집회 사진과 방탄소년단의 집회 사진을 나란히 배치했는데, 공연과 집회의 차이·사진의 축적 등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이 단순비교가 불가능하여 아무것도 증명할 수 없는 사진입니다.

 

지난 930일 조선일보 10면에 나란히 실린 집회 인원 관련 기사와 사진

             

중앙일보는 <여당 조국집회 200강남3구 다 나와도 160>(930, 유성운·김민욱 기자)에서 팩트체크라는 이름까지 붙였습니다. 그러나 중앙일보의 주장도 페르미 추정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회사 압박면접 때나 쓰일 법한 계산법이 팩트체크라는 미명하에 보도되는 것입니다.

 

조국 장관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모였다는 TV조선과 채널   

방송사 저녁종합뉴스의 경우, 대부분 집회 당일 저녁종합뉴스에서 촛불집회 참여 인원에 대해 전했지만, TV조선은 집회 참가 인원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928일 방송사 저녁종합뉴스의 검찰개혁 촛불집회 인원 언급. =민주언론시민연합

             

MBN의 경우, 뉴스 홈페이지에서 기사가 삭제되어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방송사들이 뉴스를 홈페이지에서 삭제할 때에는 해당 보도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을 때인데요. 미디어오늘 <검찰 앞 촛불집회에 맞불집회주목한 방송사는?>(929)에 따르면 기자가 주최 측에게 ‘(기존 예상인) 10만 명을 넘은 것으로 추산한다는 말을 듣고 리포트했는데 나중에 확인해보니 150만 명이 참여했다고 하니 축소 보도한 꼴이 돼 리포트를 인터넷에서 모두 내린 뒤, 29일 아침에 다시 제대로 리포트를 했다고 합니다.

 

참가자 숫자 말하며 광주강원도 인구까지 언급하는 채널   

집회 이튿날 여야가 서초동 촛불집회 참가자 수를 두고 공방을 벌이면서, 방송사들도 이에 대한 보도를 내놨는데요. 그 중에서도 특히 채널A가 집회 참가자 수에 집착하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채널A <‘검찰개혁 촛불문화제’>(929, 조영민 기자)에서는 여야가 집회 참가자 수를 놓고 서로 공방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는데요. 그러면서도 참가자가 200만 명은 아닐 거라는 뉘앙스로 광주광역시와 강원도 인구까지 언급하고 나섰습니다.

                


지난 929일 집회 참가자 수 말하며 광주와 강원도까지 언급하는 채널A.

                  

- 조수빈 앵커 : 입장이 워낙에 첨예해서 저희가 조심스럽긴 하지만 객관적으로 좀 짚어보겠습니다. 최대 200만까지 보고 있다는 거잖아요? 사실 근데 200만이라는 게 엄청난 숫자이지 않습니까  

- 조영민 기자 : , 말씀하신 대로 좀 종잡을 수 없는 숫자이긴 합니다. 그래픽을 좀 준비했는데요. 광주광역시 인구가 한 145만 명 정도 됩니다. 강원도 전체 인구는 154만 명 정도니까, 양쪽 다 주최 측이나 민주당이 말한 200만 명에는 미치지 못하는 숫자입니다. 앵커께서 말씀하신 대로 좀 일상에서 가까운 숫자는 아니잖아요?

       

이에 대해 일정 수준을 넘은 집회 인원에 정확성을 따지는 게 과연 중요한가 하는 의문도 나옵니다. MBN <뉴스추적-민주당도 놀란 촛불집회>(929, 이동석 기자)에서 최일구 앵커는 어젯밤 서초동 촛불집회에는 전국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수많은 시민들이 참여했습니다. 참여 시민이 몇 명이냐를 따지는 일 자체가 이제 무의미할 정도였는데요. 중요한 건 참여 시민의 숫자 공방이 아니라 참여 시민의 열망이 무엇인지를 읽어내는 것이겠죠라고 말했습니다.

 

미디어스 칼럼니스트 김민하 씨도 칼럼 <또다시 ‘100만 촛불’, 무엇을 의미하나>(930)에서 이 정도 되면 집회 참가 인원이 몇 십만인지 아니면 몇 백만인지를 따지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기상청이 예상 적설량을 10센티미터 이상이라고 하면 그저 눈이 엄청나게 많이 온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되는 것과 비슷한 얘기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드론 촬영 영상으로 촛불집회 규모 보여준 MBC   

한편, 이처럼 정확한 집회인원 추산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MBC는 드론 촬영을 통한 이미지로 촛불집회 규모가 엄청났음을 보여줬습니다. MBC <국정농단 촛불집회 이후 최대 인파 모였다>(929, 최훈 기자)에서는 강다솜 앵커는 “MBC는 항공 카메라를 이용해서 이렇게 집회 전체 모습을 담았는데요. 하늘에서 본 영상을 통해 촛불집회의 규모와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MBC 보도에 대해 미디어오늘 (930)에서는 타 기자들 사이에선 드론 야간 촬영은 금지돼 있다는 반발이 나오기도 했다. 향후 언론사들의 드론 촬영 경쟁으로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이기도 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해서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101)에 출연한 MBC 박성제 보도국장은 MBC가 일몰직전까지만 찍은 영상이고, 야간촬영을 하지 않았다고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MBC날이 완전히 어두워지자 촛불의 물결은 더 뚜렷하게 보입니다라고 보도한 만큼, ‘날이 완전히 어두워진일몰 이후에도 드론 촬영이 이뤄졌을 거라는 추정도 가능합니다.

        

          

지난 929일 드론 촬영 영상으로 촛불집회 규모 보여준 MBC.

             

항공안전법 제127(초경량비행장치 비행승인) 2항에서는 동력비행장치 등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초경량비행장치를 사용하여 국토교통부장관이 고시하는 초경량비행장치 비행제한공역에서 비행하려는 사람은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미리 국토교통부장관으로부터 비행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미디어오늘 <촛불집회에 드론 띄운 MBC 문제없었나>(101)에 따르면, “서울의 경우 일부 예외지역을 제외하고는 수도방위사령부로부터 드론 항공촬영 사전 허가를 받아야하고, “야간의 경우 원칙적으로 촬영이 금지되기에 별도로 허가를 받아야합니다. 또한 미디어오늘 보도에서 국방부 관계자는 “MBC91일부터 30일까지 한 달간 서울 전체를 광범위하게 촬영하겠다고 요청해왔다. 주간 드론 촬영을 군에 승인받았다”, “하지만 지난 28일 집회시위 현장이나 야간 촬영 관련해서는 어떠한 승인도 받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드론업계 관계자도 “(수도방위사령부가) 특별한 경우 아니고서는 야간 비행 허가를 잘 안 내준다. MBC(일몰 이후 촬영을 한 것이라면) 관련법을 어긴 것으로 보이는데 수방사에서 엄격한 제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일 다음 집회부터 여러 드론이 동시에 떠서 공중에서 부딪힌다면 난리가 날 것이다. 안전 문제가 우려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MBC가 검찰개혁 집회 현장을 드론 촬영보도하여 호평을 받았지만, 향후 취재 과열로 인한 시민 안전문제가 제기된 만큼 드론 촬영에 대한 가이드라인 제정 등의 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3. 기계적 균형에 빠진 언론

 

1000명 조국 반대 집회 끼어 있었다고단순 대결 구도로 보도한 경제지  

한국경제와 서울경제 두 경제지들은 검찰 앞 집회를 단순 대결구도로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동아도 의견기사 등에서 이런 시각을 드러내긴 했지만, 일반기사에서까지 대결 구도로 보도한 것은 모니터 대상 신문 중 두 경제지뿐입니다.

 

한국경제는 1면 머리기사 <“사퇴하라”vs“검부터 개혁조국이 갈라놓은 대한민국>(930, 임도원·안대규 기자)에서 “‘조국 사태가 여야 정치권의 대결을 넘어 극단적인 국론 분열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기사는 검찰 앞 촛불집회와 조국 사퇴 시위를 둘 다 다루고 있는데, 집회 규모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것이 특징적입니다.

 

서울경제 역시 1면 머리기사 <두 동강난 나라문 통합약속 어디갔나>(930, 하정연·조양준·김인엽 기자)에서 “‘조국 사태로 국론 분열이 깊어지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서울경제는 그 원인을 자사 자문단의 의견을 인용해 문 대통령의 경고성 메시지를 기점으로 조 장관 관련 논란이 진영 간 세 대결양상으로 흐르게 됐다고 분석했습니다.

 

한국경제와 서울경제의 보도 태도는 두 신문이 사용한 사진으로도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한국경제는 집회 전체 사진이 아니라 1000명 규모의 조국 반대 측과 검찰개혁 집회 측이 대치하는 모습을 사용했습니다. 서울경제 역시 두 집회의 클로즈업 사진을 나란히 배치했습니다.

 

KBS, TV조선, 채널A, MBN 역시 무리한 기계적 중립   

방송사 중에서는 KBS, TV조선, 채널A, MBN이 두 집회를 단순 대결 구도로 보도했습니다. KBS<검찰청 앞 가득 메운 촛불검찰 개혁”>(928, 이화진 기자)에서 김태욱 앵커는 검찰이 개혁을 무산시키려고 조 장관에 대해 과잉 수사를 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한쪽에선 반대로 조 장관 사퇴를 촉구하는 맞불집회도 열렸습니다라고 멘트했습니다.

 

무엇보다 이 보도의 어깨걸이 화면은 검찰개혁 촛불집회와 이에 대항하는 맞불집회의 모습을 같은 크기로 그렸는데요. 두 집회의 규모는 아무리 검찰개혁 집회 측을 보수적으로 잡는다고 해도 최소 200배 이상 차이가 있습니다. 물론, 집회의 의미를 인원수로만 말할 수 없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참가인원이 세 자리 차이가 나는 상황에서 과연 두 집회의 규모와 양상이 이처럼 비슷한 크기로 그릴만한 것이었다고 판단할 수 있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집회 참가자의 수를 인포그래픽처럼 정교한 수준으로 묘사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최소한 두 집회가 비슷한 규모인 양 보도하는 것은 기계적 균형에 대한 집착하는 KBS의 일면이 아닌가 싶습니다.

          

        

두 경제지(위 한국경제, 아래 서울경제)1면에 검찰 앞 집회를 보도하면서 사용한 사진.

           

              

지난 928일 서울 서초동 촛불집회와 맞불집회 모습을 같은 크기로 보여준 KBS.

             

이와 같은 보도태도는 TV조선 <“검찰 개혁조국 사퇴도심 맞불집회>(928, 석민혁 기자), 채널A <‘조국 지키기총집결맞불집회에 긴장감>(928, 유주은 기자), MBN <조국 찬반 맞불집회>(928, 배준우 기자)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위의 2개 경제지의 집회 사진 선정과 KBS, 종편 등 방송사들의 편집은 의도적인 왜곡에 불과합니다.

 

4. 자발적 시민들이 이뤄낸 촛불집회 의미 폄훼한 언론

 

지지세력 동원, 독재정권의 전형적 수법이라고 비난한 조선일보    

조선일보는 1면 머리기사 <집권세력이 거리 정치로 법치 위협>(930, 김동하 기자)에서 이번 집회를 대통령이 깃발을 들고 여당이 참여를 독려하자 지지층이 대거 결집한 모양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어지는 3면 기사 <“권력자 수사 방해하려 지지세력 동원독재정권의 전형적 수법”>(930, 표태준·김윤주 기자)에서는 법학자·정치학자들이 한 말을 토대로 집회에 대한 원색적 비난을 가했습니다.

             

     

지난 930일 검찰 개혁 집회가 독재정권의 전형적 수법이라는 조선일보 기사.

           

기사는 검찰 앞 집회를 두고, “‘민주주의의 위기라는 진단까지 나온다면서, “지지 세력만 국민으로 칭하며 권력에 대한 수사를 방해하는 것은 민주주의 시스템을 무너뜨리는 위험한 시도이며, 역사적으로 독재 정권의 전형적인 수법이라는 서강대 사학과 임지현 교수의 발언을 담았습니다. 더불어 조선일보는 KBS 전 이사로도 더 유명한 강규형 명지대 현대사 교수가 했다는 이번 집회는 중국의 마오쩌둥이 권력을 지키려 홍위병을 동원해 일으킨 문화혁명과 비슷한 형태라고 주장도 전했습니다. 이 두 발언은 모두 조선일보의 기사 제목이나 중간제목으로 쓰였습니다.

 

조선일보는 <사설-대통령이 국민을 두 동강 내 거리 패싸움으로 내모나>(930)에서도 검찰 앞 집회가 정권에 의해 동원된 것이라는 주장을 계속했습니다. 사설에서 조선일보는 대통령 응원단이 이 정도 규모로 뭉친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촉구 촛불 집회 이후 처음일 것이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중도층까지 결집한 것으로 평가받는 박근혜 탄핵 집회까지 대통령 응원단으로 폄하한 것이죠. 그리고는 집권 세력이 거리로 동원한 지지층 머릿수로 사법 절차의 정당성이 가려지는 것처럼 분위기를 몰아가고 있다. 이러니 야당도 103일 광화문에 100만명이 모여서 대통령 퇴진을 외치겠다고 예고하고 있다. 여야 정당이 여의도 광장으로 지지자들을 버스로 실어 나르던 30년 전 선거판으로 나라가 뒷걸음치고 있다며 한탄했습니다.

 

이 사설은 여야 양쪽을 비판하는 양비론 보도 같지만, 이 사설의 하단에는 103일 야당이 주최하는 집회에 대한 광고가 실려 있습니다. 이런 광고를 싣오 있는 조선일보야말로 야당 지지자들을 버스로 실어 나르는 데 일조하고 있으며, 그 와중에 상업적 이익까지 챙기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집회보다 정치권·윤석열 반응에 주목한 동아·중앙

 

중앙일보는 1면 머리기사 <“검찰개혁 국민 뜻 수용윤석열 이례적 입장문>(930, 박태인 기자)에서 집회보다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입장문에 주목했습니다. 중앙일보는 윤 총장의 입장문 내용을 소개하면서 검찰 내부에선 이날 윤 총장의 입장이 청와대와 여당, 여권 지지자들의 비판에 대해 일종의 반박문을 낸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고 해석했습니다.

 

중앙일보는 집회를 원색적으로 비난한 조선일보와 함께 모니터 대상 신문사 중 1면에 집회 관련 사진 대신 류현진 LA다저스 투수의 투구 장면을 실었습니다  

동아일보는 그나마 조선·중앙보다는 집회 자체에 대해 조금 더 많이 다루었다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내용을 보면, 1면 머릿기사 제목을 <‘서초동 촛불결집 당청, 검에 총공세>(930, 문병기·김지현·조동주 기자)로 하여 기본적으로 집회를 정치권 움직임에 부수적인 사건으로 보는 시각을 드러냈습니다. 후속기사 <검찰개혁 열망 촛불로 확인옳고 그름이 무너지는 충격”>(930, 박효목·박성진 기자)에서도 기사 내용의 대부분이 정치권이나 윤 총장의 반응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집회의 의미를 충실히 다뤄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등 일간지들은 논조의 차이는 있었지만 집회의 의미 자체를 다루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경향신문은 머리기사 <검찰개혁 좌절 위기감에검찰 독점의 사법구조 깨야”>(930, 심윤지·김희진 기자)에서 취재원들을 인용해 검찰 앞 촛불 시위가 일어난 배경을 짚었습니다. 다만, 경향신문은 <‘조국에 의한아닌 조국으로 인한검찰개혁>(930, 정제혁 기자)에서 조 장관에 대한 비판 여론이 여전히 적지 않다는 점도 변수다. 검찰 개혁 여론에 불을 붙인 검찰개혁=조국 구하기프레임이 오히려 검찰개혁을 위한 압도적 다수 연합을 창출하는 데는 장애가 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고 풀이했습니다. 검찰개혁 목소리가 조국 수호로 대표되는 것에는 우려를 표한 것이죠.

 

한겨레는 머리기사 <다시 타오른 촛불 검찰을 개혁하라”>(930, 김원철·이주현·이유진·김민제 기자)에서 “(실망했던 중도층까지 끌어오진 못했고) 현재까진 지지층 결집 집회로 보인다며 정한울 한국리서치 여론분석전문위원의 분석을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어진 기사 <골목까지 꽉 찬 깜짝인파검찰 행태, 보다 못해 나왔다”>(930, 권지담 기자), <선출되지 않은 사법권력견제하는 최초의 대규모 촛불>(930, 신소영 기자)등에서 집회의 원인을 검찰의 과도한 조국 수사로 짚었습니다.

 

한국일보의 집회 의미 부각보도는 최근 조국 관련 보도태도와 달라

 

한편, 한국일보는 1면 머리기사 <다시 불붙은 촛불검 개혁함성이 더 컸다>(930, 정준기·박지윤 기자)에서 집회 참가자를 정권 지지자로 단정하지 않고, 그들의 참가 이유를 분석하려는 보도태도가 엿보였습니다. 예컨대 한국일보는 조 장관을 지지한다기보다 조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를 보니 검찰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시위에 참석했다는 집회 참가자의 발언을 담는 식입니다.

 

또한, 한국일보는 이번 집회 규모에 대해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검찰의 강압적 태도, 언론의 유죄 추정보도가 꼽힌다, “엄청난 기밀 자료가 있는 것도 아닌 일반 가정집에 수사관들이 들어가 점심 식사까지 해가며 11시간 동안이나 압수수색하는 장면은 한번 검찰의 표적이 되면 저렇게 탈탈 털린다는 공포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여기에다 의혹 제기를 넘어 혐의를 단정하고, 아예 파렴치범 취급하는 언론보도도 분노를 부채질했다고 평가했습니다.

 

한국일보의 조국 장관 관련 보도는 최근 많은 시민의 비판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의혹 제기를 넘어 혐의를 단정하고, 아예 파렴치범 취급하는 언론보도가 시민의 분노를 부채질했다고 평가한 것은 사실 이례적입니다. 다만, 이 와중에 자사 보도에 대한 성찰이자 지적이 없었다는 것은 여전히 아쉬운 점입니다.

 

MBCJTBC는 시민의 요구 적절히 담아

 

한편, TV조선 <“검찰 개혁조국 사퇴도심 맞불집회>(928, 석민혁 기자)에서 기자는 조국 법무부 장관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모여 들면서 도로를 가득 메운 상태다라고 말했습니다. 모든 참석자를 조국 지지자로 일축한 것인데요. 이는 검찰개혁을 위한 촛불집회의 의미를 폄하할 수 있는 보도입니다.

 

이러한 보도 태도는 채널A에서도 나타났는데요. 채널A <‘조국 지키기총집결맞불집회에 긴장감>(928, 유주은 기자)에서 조수빈 앵커가 조 장관 지지자들이 총집결하는 분위기라고요라고 묻자, 유주은 기자는 “1시간 반전부터 서울중앙지검 앞에는 조국 법무부 장관을 지지하는 대규모 촛불 집회가 진행되고 있다”, “주최 측은 검찰 개혁을 촉구하고 조 장관을 지지하는 50만 명이 모였다고 밝혔다고 답했습니다. 검찰개혁을 원하는 시민들의 촛불집회를 조국 법무부장관 지지자들의 모임정도로 폄하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나마 MBC <“공수처 설치·특수부 폐지검찰개혁 이뤄내야”>(928, 이준범 기자)에서 기자는 참가자들은 조국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정치적 성격을 띠고 있다며 검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와 검찰 특수부 폐지 구호를 외치며 검찰 개혁을 거듭 촉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JTBC <‘검찰개혁 촉구촛불집회이 시각 서초동>(928, 박민규 기자)에서는 박민규 기자는 “(집회 참가자들의) 구호를 살펴보면 정치검찰 물러나라’, ‘특수부를 폐지하라그리고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그러니까 공수처를 설치하라이런 얘기가 나왔다고 보도했습니다. 뒤이어 JTBC <전국 각지에서 서초동으로모두 못 태운 버스>(928, 김태형 기자)에서는 자발적으로 전국 각지에서 모인 사람들이 버스를 대절해온 집회 참가자들의 목소리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9928~29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 TV조선 <종합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종합뉴스>, YTN <뉴스나이트>, 2019930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서울경제, 한국경제(지면보도에 한함)

문의 : 공시형·박진솔 활동가 (02) 392-0181

        

추락하는 독일 좌파, 비상하는 극우

옛 동독 지역인 작센주와 브란덴부르크주의 지방선거에서 극우 성향의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제2당 자리를 차지했다. 좌파당은 유례없는 패배를 당했다.

            

EPA지난 91AfD 지도부가 지방선거 개표 결과를 보고 환호하고 있다.  

            

91일 구동독 지역 작센주와 브란덴부르크주에서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극우 성향의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각각 27.5%23.5% 득표율로 제2당 자리를 차지했다. AfD의 득표율은 2014년 지방선거 대비 작센주에서 17.8%포인트, 브란덴부르크주에서 11.3%포인트 더 높았다.

 

기독민주당(기민당)은 작센주에서 32.1%를 얻어 제1당 자리를 지켰다. 사회민주당(사민당)은 브란덴부르크주에서 득표율 26.2%로 제1당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두 정당 모두 지난 선거와 비교하면 득표율이 떨어졌다. 작센주에서 기민당은 2014년 지방선거 대비 7.3%포인트 하락했다. 사민당 역시 브란덴부르크주에서 지난 선거에 비해 5.7%포인트 떨어졌다. AfD가 두 정당의 턱밑까지 추격한 셈이다.

 

일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새로운 동쪽 정당으로의 길?’이라는 기사를 통해 AfD가 구동독 지역에서 대변인으로 여겨지는 현상을 분석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AfD에 대한 지지는 현재 정치 상황에 반발하는 의미가 강했다. AfD 공약도 반이민자 정책이 주를 이뤘다. 이번 선거를 통해 AfD가 대안 정당으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AfD는 구동독 지역 유권자를 공략해 성공했다. 선거 당일 독일 공영방송 ARD가 여론조사 기관 인프라테스트 디마프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AfD에 투표한 사람 중 77%구동독 지역 주민들이 2등 시민 취급을 받는다고 답했다. 실제로 AfD 지지자 중 대다수는 노동자이고, 주로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지역, 농촌·탄광 지역 등에 거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 AfD 지지가 높은 지역의 공통점은 사회간접자본이 미비하고 의사나 경찰 인력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AfD는 이 지역의 사회정의나 미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당으로서 유권자들의 표심을 파고들었다는 분석이다.

       

기민·사민·녹색 3개 정당 연정할 듯   

AfD 약진은 좌파당의 몰락으로 이어졌다. 좌파당은 2007년 동독 사회주의통일당의 후신인 민주사회당과 사민당을 탈당한 그룹이 만든 노동과 사회정의를 위한 선거 대안이 합쳐지며 탄생했다. 서독에 뿌리를 둔 정당들과 중앙정부에 불만을 품은 구동독 주민들의 민심을 대변하는 지역 정당 구실을 해내며 지지를 받았다. 이번 선거에서 좌파당은 작센주에서 득표율 10.4%, 브란덴부르크주에서 10.7%를 기록했다. 지난 선거에 비해 각각 작센주에서 8.5%포인트, 브란덴부르크주에서는 7.9%포인트 표를 잃었다. 좌파당 연방의회 원내대표인 디트마르 바르치는 선거 당일 밤 트위터를 통해 유례없는 파멸이라며 선거 결과에 대한 참담함을 표현했다.

 

선거 이후 작센주·브란덴부르크주 지방정부 구성이 쉽지 않아 보인다. 지금까지 작센주에서는 기민당과 사민당이, 브란덴부르크주에서는 사민당과 좌파당이 연정을 이뤘다. AfD의 약진으로 두 정당만으로 지방의회 과반 의석을 확보할 수 없다. 두 지역에서는 기존 파트너에 녹색당을 포함하는 3개 정당 연정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 녹색당은 이번 선거에서 AfD를 제외한 다른 정당 중 유일하게 지난 선거보다 득표율이 올랐다. 녹색당은 작센주에서 8.6%(2014년 지방선거 대비 2.9%포인트 상승), 브란덴부르크주에서 10.8%(2014년 지방선거 대비 4.6%포인트 상승) 득표율을 기록했다.

프랑크푸르트김인건 통신원

 

통일 30주년독일은 지금

2010년대 초반 유로존 위기를 계기로 유럽의 절대 강자로 떠오른 독일을 보며 유럽인들은 독일의 과거를 떠올린다. 극우 정당 AfD가 세력을 키우면서 걱정은 두려움이 되고 있다.

드디어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 섰다. 30년 만이다. 1989119,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다. 굳게 닫혔던 저 문도 활짝 열렸다. 20대 후반의 초년 기자 시절이었다. 그해 크리스마스, 개방된 브란덴부르크 문에서 울려 퍼진 베토벤의 환희의 송가는 초년 기자의 가슴에 선명한 화인을 남겼다. 남북관계가 뒷걸음질할 때마다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서 환호하던 독일인들의 모습이 떠올라 가슴이 쓰렸다.

 

622일 오후 5시인데도 태양은 여전히 이글거렸다. ‘독일의 관문에서 유럽의 관문으로 승격했다는 브란덴부르크 문의 명성답게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이 넘쳐났다. “환희가 날개를 펼치면 모든 인간이 형제가 된다라는 환희의 송가는 들리지 않는다. 관광객들의 웃고 떠드는 소리가 공허하게 느껴졌다. 그 너머에서 곧 어둠이 몰려올 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했다

 

시사IN 남문희 분단의 상징에서 통일의 상징으로 바뀐 독일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 문.

 

평범하고 밋밋하지만 의미심장했다. 묘하게 귓전에 맴돌았다. 한국인들은 여전히 독일 통일로부터 뭔가를 배워야 한다고 믿는다. 한국인에게 독일 통일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러나 독일인인 모슬러 교수에게는 과거의 역사일 뿐이다.

 

정범구 독일 주재 한국 대사도 비슷한 경험담을 들려주었다. 최근 베를린 장벽 붕괴 30주년기념으로, 주독일 한국 대사관과 베를린 훔볼트 대학이 학술행사를 공동 주최했다. 그런데 독일인 참가자들이 상당히 곤혹스러워했다고 한다. 학술대회의 주제를 들으니 그럴 만했겠다싶은 생각이 들었다. ‘장벽은 과연 사라졌는가라는 주제에 독일 통일에서 (한국은) 과연 무엇을 배워야 하나가 부제였다.

 

조대근 제공 정범구 독일 주재 한국 대사()서독의 시각이 아닌 동독의 시각에서 독일 통일을 보면 문제가 많다라고 말한다.

 

독일 주재 한국 대사관은 독일 통일 경험을 흡수해 국내에 전파하는 창구 구실을 해왔다. 통일부에서 파견된 주재관들이 그 역할을 주로 담당했다. 1990년대 이후 주재관으로 파견된 통일부 공무원 중에는 독일 통일 전문가가 된 사람들이 꽤 있다. 그동안 배우는 처지에 서 있던 주독일 한국 대사관 측이 독일 사람들에게 거꾸로 장벽이 사라졌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정범구 대사는 독일 참가자들이 내적 통합에 대한 문제 제기를 주로 했다. ‘눈에 보이는 장벽은 사라졌지만 머릿속 장벽은 더 높아졌다는 얘기가 나왔다라고 말했다. 정 대사는 다음과 같은 신선한 화두도 제기했다. “그동안은 주로 서독의 시각에서 (독일 통일을) 봐왔다. 동독의 시각에서 보니 고려할 문제가 많다.”

 

동독의 시각이라! 지난 30년간 독일 통일에 대한 한국의 관심은, 정 대사 언급대로 주로 서독에 초점을 맞춰왔다. 그마저도 1970년대 브란트 총리가 추구한 동방정책에 국한됐다. 일부 보수 쪽에서 이에 반발해 동방정책보다 기민당의 힘의 우위 정책이 통일에 더욱 기여했다라는 반론을 펴기도 했으나 크게 설득력을 갖지는 못했다. 이런 상황이었으니, 흡수된 동독이 한국인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국내 한 독일 전문가는 우리는 독일의 반만 알았다. 동독은 미지의 상태로 사라져버렸다라고 말했다.

 

유럽에 던져진 새로운 독일 문제

지금은 동독을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 좀 더 정확하게는 1990103일 서독 체제에 편입되어 지내온 동독 사람들의 마음을 읽는 작업이, 독일의 국가 정체성 차원에서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거대한 정치·경제적 지각변동에서 동독 사람들이 캐스팅보트를 쥐었기 때문이다.

 

앙케 피들러 교수(베를린 자유대학 언론·커뮤니케이션학과)는 통일 당시 서독이 동독 언론 시스템을 흡수한 사례를 통해 통일에 대한 독일인의 회한과 우려를 설명했다. “동독 사람들은 1989년 평화시위 때가 가장 행복했다고 말한다. 뭐든지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는데 그 기간이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그들만의 새로운 미디어 시스템에 대한 논의가 오가는 중이었는데 통일이 되면서 서독의 시스템이 동독을 삼켜버렸다. 미디어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서독의 영토를 넓히는 형태로 통일이 진행됐다. 왜 공동의 비전을 만들어가지 못했을까. 역사를 되돌릴 수 있으면 좋겠다. 지금은 전환기다. 그때의 실수가 정치에서 의석수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조대근 제공 한스 모드로 전 동독 총리(아래)전쟁을 회피하지 않고 감수하는 독일이 될까 봐 걱정한다.

 

그의 말을 들으며 걱정을 넘어서는 불안감이, 불안감을 넘어서는 공포감이 느껴졌다. 공포감은 구체적이다. 그 대상은 옛 동독 지역을 무대로 세력을 넓혀가는 극우 정당이다. 2013년 창당한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지지세가 심상치 않다. 2013년 총선을 앞두고 함부르크 대학 경제학과 교수 출신인 베른트 뤼케 교수를 공동 대표로 AfD가 창당되었다. 초기에는 메르켈 총리의 유로존 정책을 비판하며 대안을 제시하는 데 중점을 두어 자유주의 성향 지식인들의 호응을 받았다. 2015년 메르켈 총리의 시리아 난민 포용정책을 계기로 반이슬람주의·인종차별주의·신나치 등 극우 성향 인사들이 AfD 지도부를 장악했다. 물론 반이민 극우세력의 창궐은 유럽 정치에 보편적 현상이다. 미국의 트럼프 정부나 영국의 브렉시트 역시 같은 맥락이다. 특별히 새롭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독일에서만은 또 다른의미를 띤다. 영국이나 프랑스가 아니라 독일이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그동안 봉인되었던 나치즘과 인종차별주의가 지각을 뚫고 분출되기 시작했다는 것 자체가 무서운 일이다. 더 근원적으로는, 극우세력의 창궐이 근대 이후 유럽의 골칫거리였던 독일 문제와 접목될 가능성이 있다.

 

지금의 독일은 통일 이전의 독일이 아니다. 2010년대 초반의 유로존 위기를 계기로 유럽연합(EU)을 자신들의 안마당으로 만들어버린 공룡화된 독일이다. 그 독일의 정체성이 어디로 향할지 모른다는 불투명성 자체가 공포다.

 

올해 92세인 한스 모드로 전 동독 총리는 이 문제를 가장 선명하게 제기한다. 그는 1989년 평화혁명기부터 1990412일까지 동독의 마지막 총리직을 담당했다. 옛 동독의 운명을 책임진 인물답게 비상한 기억력과 열정의 소유자였다. 그는 당시 자신의 통일 구상과 그것이 무산된 뒤 30년이 지난 지금의 독일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자세히 설명했다.

 

1989년 당시 콜 서독 총리와 교섭할 때 모드로 총리가 내세운 것은 3단계 통일방안이었다. ·서독이 3~4년에 걸친 조약공동체를 구성한 다음 국가연합 단계를 거쳐 연방제 통일로 가는 구상이었다. 당시 모드로 총리는 즉각적인 통일에는 부정적이었다. 고르바초프식 사회주의 개혁을 통해 동독 사회의 자생력을 키우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당시 급박한 정세에서 이런 이상주의적 접근이 실현되기 어려웠다. 동독 주민의 통일 열기를 확인한 콜 총리는 그의 제안을 외면했다.

 

30년이 지난 오늘날 모드로 전 총리는 잘못된 통일 과정의 후과로 지금 유럽에서 새로운 독일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라고 말한다. “냉전 시절에도 독일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독일과 다른 나라들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느냐의 문제였다. 통일 이후 독일은 더 크고 강력해지면서 2015년쯤에는 정치·경제·군사 측면에서 모두 거대한 나라로 재탄생했다. 유럽의 지도적 권력이다. 현재 브뤼셀 유럽의회에서 어느 쪽으로 가야 할지의안을 결정하는 주체는 독일이다.” 모드로 전 총리는 이런 변화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EPA 2017년 독일 연방하원 선거에서 극우 정당인 AfD94석을 얻으며 제3당으로 약진했다. 위는 선거 당시의 AfD 지도부 모습.

 

그에 따르면 2015년 이후 네오파시즘 세력이 독일 내에서 세력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요아힘 가우크 독일 대통령은 과거의 독일이 전쟁을 일으킨 것은 잘못되었다. (이런 과거사가) 더 이상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앞으로 독일은 책임을 지는 국가로 전환하겠다라고 선언했다. 모드로 전 총리는 이 책임을 지는 국가전쟁을 회피하지 않고 감수하는 독일로 해석했다. 2차 세계대전의 패배로 분단과 통일을 거치며 과거와 결별하는 듯했던 독일이 통일 과정의 잘못으로 인해 결국 이전 모습으로 회귀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가 언급한 새로운 독일 문제라는 말 속에 그 심각성이 함축돼 있다. 유럽에서 언급하는 독일 문제, ‘독일이 통일되면 힘을 갖게 되고, 그러면 유럽의 평화가 깨진다는 근대 유럽의 고질병을 의미한다.

 

622일 오후 들렀던 독일역사박물관은 바로 독일 문제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는 장소였다. 독일 문제의 시작은 1000년 동안 유지된 신성로마제국이 1806년 나폴레옹에 의해 붕괴되면서다. 많은 왕국과 제후국으로 이루어져 유럽 전체를 지배했던 신성로마제국의 후예들은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했다. 새로운 통일 국가의 구성원은 누구이고 국경선은 어디이며 영국·프랑스 등 서유럽과 동유럽 사이에서 어떤 정체성을 선택해야 하는가 등이 독일 문제의 원점이었다.

 

역사박물관에는 신성로마제국 이래 독일제국의 영토 변천사가 지도로 나열되어 있었다. 유럽 중앙부에 위치한 독일의 지도가 한번 바뀔 때마다 주변국은 몸살을 앓을 수밖에 없었다. 1871년 소독일주의를 내세운 프로이센이 대독일주의를 내세운 오스트리아를 물리치고 통일을 이뤘다. 독일인에게는 독일 문제의 종결이었지만 유럽 국가들에게는 독일 문제의 시작이었다. 그 결과는 1, 2차 세계대전이었다. 독일 문제는 강한 독일의 등장으로 인한 유럽의 분란을 의미한다. 이에 대한 주변 열강의 해법 역시 똑같은 형태로 반복되어왔다. 분할 점령과 분단으로 독일의 힘을 약화시키는 방법이다. , ‘독일의 통일은 유럽의 평화와 양립할 수 없다는 뜻이다.

 

실제로 독일 문제는 발칸 문제와 더불어 유럽의 양대 난제 중 하나로 인식되어왔다. 1,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유럽이 내놓은 독일 문제의 해법은 바로 독일 분할이었다. 즉 분할과 분단으로 독일 민족의 힘을 빼놓지 않으면 언제 무슨 일이 또 벌어질지 모른다는 것이다.

 

EPA19891110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질 당시 동·서독 주민들이 장벽 위에 올라가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독일 지성들 중에서도 민족국가 형태의 통일을 반대하는 사람이 많았다. 노벨상 수상 작가인 귄터 그라스가 대표 인물이다. 그는 민족국가 형태의 독일 통일은 전후 반세기 유럽의 평화를 유지해온 세력균형을 파괴할 것이다. 새로운 독일은 과거의 군사력으로 불가능했던 유럽 지배를 경제력으로 달성하게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라스가 제시한 해법은 동독과 서독이 유럽이라는 하나의 집에 동거하면서 자연스럽게 유럽화하는 길로 나아가는 것이었다(<한겨레> 2015726).

 

1990년대 통일 당시만 해도 귄터 그라스를 비롯한 좌파 지식인들은 반통일주의자로 몰매를 맞았다. 새로운 통일 독일은 서방과의 일체화’ ‘폴란드와의 국경선인 오데르나이세강 동쪽 영토 포기’ ‘독일 통일과 유럽 통합의 병행을 통한 독일의 유럽화등으로 주변 국가의 동의를 받을 수 있었다. 독일 문제가 극복된 것으로 보이기도 했다. 역사학자 빈클러는 독일 통일을 통해서 비로소 독일 문제와 작별하게 되었다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시사IN 남문희 게지네 올트만 평화혁명재단 이사(아래)1989년 동독 지역에서 평화적인 대중 시위를 이끌었다.

 

그러나 독일을 유럽에 붙들어두기 위해 프랑스 미테랑 대통령이 밀어붙였던 유로존 계획이 역설적으로 귄터 그라스의 예언을 현실화하고 말았다. 통일과 함께 불어닥친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독일의 거대 자본들은 임금수준이 비슷한 동독을 외면하고 동유럽으로 달려갔다. 여기서 여러 문제가 파생되었다. 동유럽이 독일 자본에 저임금 숙련노동자를 공급하는 지역으로 전락하면서 독일 제조업의 지배력이 강화되었다. 이와 함께 독일의 투자를 받은 동유럽 국가들이 EU에서 독일 쪽으로 기운 캐스팅보트를 쥐게 되었다. 그만큼 독일의 발언권이 강력해졌다. 그 결과, 2010년 터진 그리스 사태는 경제력으로 무장한 독일의 지리·경제학적 패권을 유럽에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독일 메르켈 총리는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의 현실을 무시하고 국제통화기금(IMF)식의 긴축 재정을 밀어붙였다. 메르켈 총리의 코밑에 히틀러식 콧수염을 그린 신문 만평이 넘쳐났다. ‘히틀러 메르켈의 등장이야말로 모드로 전 총리가 언급한 새로운 독일 문제의 출현이다.

 

서독 자본이 통일 후 동독을 건너뛰고 임금이 더 낮은 동유럽으로 쏠린 것은 또 다른 문제를 낳았다. 바로 통일 독일의 식구로 편입된 동독 주민의 소외다. 라이프치히(1989년 평화혁명의 진원지라고 할 수 있다)에서 만난 게지네 올트만 평화혁명재단 이사는 당시 대중 시위의 중심부였던 니콜라이 교회를 배경으로 평화 시위를 이끌었던 인물이다. 그는 1983년 유럽 전역에서 미국과 소련의 중거리 핵전력 배치 문제로 반핵평화 운동이 들불처럼 일어나자, 평화운동에 눈을 떴다. 당시 18세였던 그는 라이프치히로 옮겨 니콜라이 교회 청소년부에서 활동하며 운동의 불씨를 키워갔다. 동독 정권과 동독의 복음주의 교회 간에는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는 나름의 신사협정이 체결돼 있었다. 반체제 운동을 준비하던 그룹들에게 교회는 해방구나 다름없었다. 1985년 소련에 고르바초프 정권이 등장한 뒤 폴란드와 헝가리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지켜보던 운동가들은 1989년 초부터 본격적인 대중 시위에 불을 붙였다. 베를린 장벽 붕괴와 더불어 통일의 도화선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동독인들, ‘마음의 분단은 더 깊어져

시위대는 당초 자신들을 라우디(정신 나간 범죄자들)’로 몰아붙인 동독 정권에 맞서 우리가 인민이다(Wir sind das Volk)’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 구호는 우리는 하나의 인민이다(Wir sind eine Volk)’로 변경된다. 시위대의 열망이 자유에서 서독과의 즉각적 통일로 바뀐 것이다. 당시의 동독 대중이 원한 것은 서독인과 같은 경제적 풍요였다. 서독 텔레비전 시청을 통해 과대 포장된 서독 사회 이미지가 동독 인민들에게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도 있다. 동독 시위대는, 모드로 총리나 동독의 평화운동가들이 바랐던 동독 사회주의의 개혁, 귄터 그라스나 하버마스, 브란트, 에곤 바르 같은 서독의 지성과 사민주의자들이 두려워했던 독일 문제의 귀환같은 의제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동독 시위대의 이런 성향은 장기적으로 자충수로 작용했다. 동독 체제를 이끌거나 평화혁명을 주도한 지도자 30~40명 중 대다수가 통일 이후 역할을 상실했다. 동독의 정치·경제·군사·언론 등 모든 부문이 서독에 장악됐다. 정치·행정 쪽 고위층도 대부분 서독 출신이다. 동독 시민은 자신들의 지도자를 상실한 대중으로 전락했다. 동독인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과거의 이력은 물론 기존 사회주의 특유의 교육·의료·주택 제도들이 모두 폐기되었다. 더욱이 서독의 대기업은 임금수준이 싼 동유럽으로 쏠렸다. 동독으로 진출하는 서독 자본은 주로 중소기업이었다. 젊은이들과 여성들이 더 좋은 일자리를 찾아 떠나면서 동독 지역엔 나이 든 사람만 남았다. 물론 동독의 생활수준은 다른 동유럽 국가보다 높은 편이다. 그러나 동독인들이 바라보는 것은 동유럽이 아니라 서독이다. 생산성의 격차로 동독이 서독 수준을 따라잡는 것은 요원하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졌지만 마음속의 분단은 오히려 더욱 깊어졌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15년 메르켈 총리가 중동 난민 100만명을 받아들여 각 연방주에 할당하는 과정에서 동독 지역에도 난민들이 밀려왔다. 서독과 달리 외국인과의 공존을 학습하지 못한 동독 지역의 문화적 충격이 만만치 않았다. 동독 시절 붉은 작센으로 불렸던 작센주가 극우 세력인 AfD의 온상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현재 AfD는 작센주에서 자유당 다음의 지지를 받고 있다. 올해 9월 작센주 선거에서는 다수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독일 국가의 정체성이 당장 극우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지금까지는 지배적이다. 독일의 독특한 의원내각제 제도에서는 제3당이나 제4당이 정치적 의사결정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게 된다. 분단 시절엔 제3, 4당이었던 녹색당이 연립내각의 일원이 되어 분단 독일의 정체성을 좌우하는 풍향계 구실을 할 수 있었다. 녹색당이 대변한 독일의 정체성은 국제사회와 대화할 수 있는 평화 지향 국가라는 이미지였다. 과거 녹색당의 위치를 AfD가 차지하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AfD20179월 연방하원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켜 일약 제3당으로 의회 진출에 성공했다. 당시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민·기사당 연합은 전체 709석 중 33%(246), 그다음이 사회민주당(사민당)으로 21%(153), AfD13%(94)를 얻었다.

 

현재 독일 연립여당은 기민·기사당 연합에 사민당까지 합류해 있으므로, AfD는 사실상의 제1 야당이기도 하다. 현재까지 메르켈 총리는 AfD를 국정 파트너로 여기지 않고 있다. 하지만 기민당 내에서 이미 AfD와의 연정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럴 경우 반무슬림·반이민·신나치를 공공연히 표방하는 AfD가 드러낼 독일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더욱이 그 독일은 어제의 독일이 아니다. 유럽을 경제적으로 석권한 강력한 독일이다.

 

유로존 사태 이후 메르켈 총리는 독일은 강한 유럽을 생각한다라고 말해왔다. 유럽 사람들은 누구도 그 말을 믿지 않았다. 강한 독일과 강한 유럽은 병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메르켈 총리의 이야기 속에서 유럽인들이 떠올린 것은 유럽의 미래가 아니라 독일의 과거였다.

베를린·남문희 기자

 

검찰 수사는 왜 촛불의 분노를 샀는가

청문회 합의하자 압수수색 정경심 교수 조사 없이 기소 11시간 과잉 압수수색과 추가 영장

조국 법무부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는 왜 촛불의 분노를 샀을까. 이 수사를 지휘하는 윤석열 검찰총장과 수사팀은 최근까지 촛불의 지지를 받았던 이들이다. 국정 농단과 사법 농단, 이명박 전 대통령 비리 등 적폐 수사에서 뛰어난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이들은 조 장관에 대한 수사가 살아 있는 권력도 원칙대로 수사하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충실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지지자들은 윤석열 사단에 폭주를 멈추라고 경고한다. 이들은 조 장관에 대한 수사에 검찰개혁을 막으려는 불순한 의도가 숨어 있다고 본다. 윤 총장이 적폐 청산의 아이콘이라 불릴지라도 2016년 서울 광화문 촛불의 준엄한 명령이었던 검찰개혁을 거부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전례 없는 청문회 전 수사

검찰 수사가 촛불의 분노를 산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먼저 검찰이 827일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리기 전에 전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한 것이다. 윤석열 사단은 조 장관 청문회 개최를 두고 싸우던 여야가 가까스로 청문회 일정에 합의하자마자 서울대 등 조 장관 의혹과 관련된 20여 곳을 무더기로 압수수색했다. 이를 두고 여권에서 국회의 권한을 무시한 행태라는 비판이 나오자, 검찰은 국민적 의혹이 불거진 사건이라서 신속한 규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을 내놨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 정권에서 정치적 쟁점이 된 권력형 비리 사건에 검찰이 뒤늦게 대응해 국민들로부터 정치검찰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과거의 검찰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라는 게 국민의 바람이다. 또 조 장관 인사청문회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다가 자칫 핵심 증거라도 사라진다면 수사가 실패할 수도 있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검찰 수사가 너무 성급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청문회가 열리기도 전에 장관 후보자를 수사하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인데다, 조 장관 관련 의혹이 특수부 인력을 대거 투입할 정도로 중대한 권력형 비리는 아니기 때문이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조 장관 의혹은 청문회 이후에 수사하더라도 충분히 규명이 가능한 사건이다. 그럼에도 검찰이 너무 급하게 움직이는 바람에 국회를 무시하는 듯한 태도로 보였다고 말했다.

 

검찰의 성급한 수사는 윤 총장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했다. 수사의 진짜 목적이 진상 규명이 아니라 다른 데 있지 않냐는 것이다. 이 의심은 96일 조 장관의 인사청문회가 열린 날에 검찰이 조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소환 조사 없이 불구속 기소함으로써 더욱 짙어졌다. 검찰은 청문회 당일이 사문서 위조의 공소시효가 끝나는 날이라는 이유를 댔지만, 여권에서는 이날 동남아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문 대통령에게 조 장관을 임명하지 말아달라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했다. 검찰 수사의 진짜 목적은 조 장관 낙마에 있고, 윤 총장은 결과적으로 대통령의 인사권에 도전한 것이라는 게 여권의 생각이다.

 

대통령의 해외 순방 기간에

검찰이 923일 조 장관의 집을 압수수색한 것은 대규모 촛불집회를 불러온 직접적 계기가 됐다. 문 대통령이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출국하자마자 조 장관 자택을 기습한 검찰은 11시간 동안 그곳에 머물면서 과잉 수사논란에 휘말렸다. 압수수색 영장 제시 직후 조 장관 쪽의 요구로 변호사가 도착할 때까지 기다린 것과 압수물 범위 문제로 법원에서 추가 영장을 발부받은 데 걸린 시간 등을 빼면 실제 압수수색은 6시간이 걸렸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하지만 압수수색 현장에서 영장을 추가 발부받은 것은 수사팀의 사전 준비가 그만큼 철저하지 못했음을 방증한다. 대통령이 출국한 틈을 노리다보니 압수수색 준비가 미흡했던 게 아니냐는 의심도 받는다. 조 장관에게 큰 타격을 준 검찰의 액션(행동)은 공교롭게도 대통령의 해외 순방 기간에 일어났다.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한 법원에도 문재인 정부 지지자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던진다. 법원은 사법 농단 수사 당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자택 압수수색 영장은 무려 네 차례나 기각하며 검찰의 주거 침입을 허용하지 않았다. 반면 조 장관에 대해서는 자택 압수 당일에도 추가 영장을 발부할 정도로 검찰에 관대했다. 조 장관 수사에서 한 달여 동안 무려 70여 건의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됐다.

 

102일 대법원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여당 의원들은 조 장관 관련 압수수색 영장이 남발되는 게 아니냐고 따졌다. 이에 대해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은 영장 담당 판사들이 나름대로 사건을 진지하게 고민해서 내린 결정이다. 다만 영장 발부가 너무 쉽게 되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따끔하게 받아들이고 좀더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법원은 검찰의 수사 개시 권한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은 되도록 발부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권력형 비리도 아닌 개인 비리 수사에서 이번처럼 단기간에 무더기로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된 경우는 드물다.

 

검찰이 923일 조국 장관의 집을 압수수색하면서 11시간 동안 집에 머물러 과잉 수사논란이 일었다. 한겨레 김봉규 선임기자

 

우병우 전 민정수석 조사와 비교해보면

촛불의 분노 밑바탕에는 검찰에 대한 오랜 불신이 깔려 있다. 검찰 출신의 권력자에 대해서는 한없이 온정적인 모습을 보인 반면 검찰에 비판적이거나 위협적인 인사에 대해서는 무자비하게 대했다. 검찰이 과거 제 식구수사에서 보여준 태도와 지금 조 장관에 대한 태도는 전혀 딴판이다. 박근혜 정권의 실세였던 우병우 당시 민정수석에 대한 수사는 2016116일 검찰 소환 때 황제 소환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부드러웠다. 우 수석은 검찰 고위 간부 출신으로 당시 검찰에는 우병우 사단이라 불리는 그의 측근들이 검찰 요직에 포진해 있었다. 검찰은 120여 일 동안 우 수석의 개인 비리를 수사했으나 그를 기소하지 못한 채 특별수사팀을 해체했다. 검찰은 수사를 시작한 지 70여 일이 지난 뒤에야 우 수석을 소환 조사했다. 그의 주거지를 뺀 압수수색은 압수물이 쇼핑백 한두 개 분량에 그쳐 보여주기식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우 수석은 정권이 바뀐 뒤 201712월 개인 비리가 아닌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됐다.

 

윤석열 총장은 촛불의 분노에 즉각 반응했다. 윤 총장은 촛불집회 다음날인 929검찰개혁을 위한 국민의 뜻과 국회 결정을 충실히 받들고 그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윤 총장은 또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 수사 관행 등에 대한 개혁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하자 다음날인 101일 서울중앙지검을 제외한 다른 검찰청의 특수부를 폐지하는 등 자체 검찰개혁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윤 총장의 대응은 검찰개혁보다는 조 장관 수사를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읽힌다. 윤 총장의 개혁안이 검찰의 힘을 빼는 진짜 개혁과 거리가 멀어 보이기 때문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겉으로는 대통령 지시에 따른 것으로 보이지만, 내용상으로는 별게 없다. 형사부로 이름을 바꿔도 특수(인지) 수사를 할 수 있고, 형사부 검사를 파견해서 특수부 규모도 맘대로 늘릴 수 있다. 진짜 개혁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윤 총장의 발 빠른 대응은 조 장관에 대한 수사가 외부 요인에 영향받는 걸 막기 위한 것으로 봐야 한다.

 

윤석열 사단의 거침없는 태도는 문재인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한 적폐 청산에서 검찰이 가장 뛰어난 성과를 냈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있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윤석열 총장이 아니었다면 이명박 전 대통령 비리나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그리고 사법 농단 수사까지 연달아 성공할 수 없었을 것이다. 윤 총장으로서는 문재인 정부에 상당한 지분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16116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검찰에서 팔짱을 끼고 조사받아 황제 소환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조선일보 제공

 

민정수석 재직 동안 낙마한 차관급 12

반면 조 장관은 20175월 민정수석에 취임한 이후 고위 공직자 인사 검증 실패와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의 항명 사태 등으로 문재인 정부에 큰 부담을 줬다. 그가 민정수석으로 있는 동안 낙마한 차관급 이상 인사만 12명이다. 청와대 특감반 사태는 그의 조직 장악 능력에 의문을 던졌다.

 

검찰 안에서는 촛불집회를 불편해하는 목소리가 많다. 조 장관에 대한 수사는 그의 민정수석 재직 때 일어난 사건으로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검찰 관계자는 사모펀드와 웅동학원 관련 의혹은 고위 공직자 재산 등록과 인사 검증에 관련된 것으로 개인적 의혹에 그치지 않는다. 청와대 기능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는 얘기다. 이를 중대한 범죄가 아니라는 것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윤석열 검찰이 촛불의 분노를 이해하기는 요원해 보인다. 양쪽은 조 장관 사건을 보는 시각에서부터 큰 차이가 난다. 사법 절차가 끝난 이후에도 양쪽의 시각차는 좁혀지지 않을지 모른다. 검찰은 103일 야당과 보수단체의 대규모 집회가 열린 날 조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를 비공개로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정 교수의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다. 그의 구속 여부는 지긋지긋한 조국 사태를 일단락지을 것이다. 그래도 검찰개혁 촛불은 더욱 활활 타오를 것이다.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조민 "증명서 위조한적 없다온 가족이 언론 사냥감 돼"

"어머니가 하지않은 일 했다고 말할까 걱정" 조국 반대했지만, 언론 인터뷰

"처음에는 많이 억울하고 울었다꼭 이겨내자고 다짐"

"최성해 동양대 총장이 따로 불러 용돈도 준적 있어"

"서른에 의사 못돼면 마흔에 되면된다최선 다해 진실 밝힐 것"

조국 법무부장관의 딸 조민씨가 라디오 인터뷰에 출연해 "봉사활동, 인턴 증명서를 위조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최근 심경과 관련해선 "처음에는 많이 억울하고 울었지만, 이제는 꼭 이겨내자고 다짐하고 있다"고 말했으며, 언론 보도가 이어지고 있는 것과 관련해선 "온 가족이 (언론의) 사냥감이 된것 같다. 잔인하다"고 말했다. 조씨는 4일 오전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저는 봉사활동이나 인턴을 하고 나서 받은 것을 학교에 제출했다"면서 "위조한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최성해 동양대 총장을 알고 있나'라는 질문에 "가족끼리 식사한 적도 있고, 동양대 갔을때 방으로 불러 용돈을 주신적도 있다"면서 "저를 되게 예뻐하셨고, 엄마랑도 가까운 사이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따로 용돈까지 줬다면 봉사활동이 있었다는 것도 당연히 알것 같은데 총장은 봉사활동 자체가 없었다고 한다'는 질문에 "(질문에 대한) 제 생각이 있긴 한데, 그것을 지금은 밝힐 수 없을 것 같다"고 답했다.

 

'본인이 하지 않은 말이나 하지 않은 행동에 대한 보도가 이어지고 있는데 어떻게 보나'라는 질문에는 "처음에는 많이 억울했다. 그래서 하루종일 울기도 했는데, 이제는 꼭 이겨내자고 매일 다짐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3일 자택 압수수색 당시 상황과 관련해서 '어머니가 쓰러진 것이 사실인가'라는 질문에 "수사관 한 분이 제 방에와서 물을 떠다줘야 할것 같다, 119를 불러야할수도 있겠다고 해서 물을 떠다드렸다"고 말했다. 이어 "어머니 방으로 갔을때는 의식을 되찾으셨고, (어머니가) 기자가 밖에 많으니 소동을 일으키고 싶지 않다고 119를 부르지말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변호사도 계셨고, 현장에 (본 사람이) 다 계셨다"고 말했다.

 

'검찰발 기사에선, 쓰러졌다는 내용이 거짓말이라고 한다'는 질문에 "이런 보도는 사실 익숙해졌다. 검찰이 나쁜 사람으로 비치는 게 싫었나보다 그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한 언론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본인이)집에서 서울대 인턴을 했다고 검찰진술했다는 보도가 있다.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나'라는 질문에 "없다"고 답했다.

 

조씨는 '인터뷰를 결심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주변에서 어머니께서 수사를 받고 있는 저를 보호하려고 자신이 하지도 않은 일들을 다 했다고 할수 있다고 많이 말한다"면서 "어머니께서 수사를 받으시면서 그렇게 해버리실까 걱정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 자리를 빌어서 저는 상관이 없으니 그런 생각을 하지 말라고 공개적으로 밝히고 싶어서 나왔다"고 말했다. "어머니가 하지 않은 일로 저 때문에 책임지는 것은 견딜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어머니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묻는 질문에, "어머니 건강상태가 좀 많이 안좋다. 대형사고 후유증으로 항상 힘들어했다"면서 "엄살을 부린다고 할까봐 이런 이야기를 하는것도 조금 눈치가 보인다"고 말했다.

 

인터뷰 사실을 조 장관 등 부모와 상의한 뒤 나왔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아버지께 알렸고, 반대가 굉장히 심하셔서 오늘은 물어보지 않고 그냥 왔다"면서 "저는 이제 성인이기도 하고 제 일이기도 하다. 부모님을 통하지 않고 제 입장을 직접 알리러 왔다"고 말했다.

 

조씨는 '본인이 기소되어도 상관이 없나'라는 질문에 "상관없다"고 답했다. 그는 '대학, 대학원 입학이 취소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러면 정말 억울하다. 제 인생에서 10년 정도가 사라지는 것"이라면도 "고졸이 되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시험은 다시 치면 되고, 서른에 의사가 못 되면 마흔에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소가 된다면) 저도 법정에서 최선을 다해 진실을 밝히려 노력할 것이고, 제 삶도 새로 개척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원다라 기자 supermoon@asiae.co.kr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하늘에서 본 '서초 촛불' 낮과 밤

'8차 사법적폐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5일 오후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이 있는 서울 서초역 부근에서 열렸다.

 

지난주 열렸던 제7차 촛불문화제가 서초역에서 서울성모병원으로만 무대와 스피커가 준비되어, 넘쳐나는 참가자를 수용하지 못했다면, 이날 촛불문화제는 서초역을 중심으로 서울성모병원, 교대역, 예술의전당, 서리풀터널 4방향으로 대형 스크린과 스피커를 설치했다.

 

'검찰개혁'을 외치며 참가한 시민들로 가득찬 서초대로와 반포대로의 모습을 하늘에서 담아봤다.

 

 

사진 가운데 서초역을 중심으로 4방향으로 시민들이 가득하다. 아래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큰 건물이 대법원, 대검찰청, 서울고등검찰청,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다. 이희훈

   

사진 위쪽으로 대법원, 대검찰청, 서울고검, 서울중앙지검 건물이 보인다. 본대회가 시작된 저녁에 더 많은 시민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희훈

  

오마이뉴스

 

서초동 촛불 이제는 울지말자, 이번엔 지켜내자, 우리의 사명이다

가족-친구들 손잡고 어린 자녀 이끌고

사람들은 서초동에 왜 모이는 것일까

10년 전 노무현 못 지켰다는 죄책감

조국 수호 검찰 개혁구호로 분출

 

검찰개혁 사법적폐청산 범국민시민연대(시민연대)가 개최한 8차 사법적폐 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 문화제가 열린 서울 서초구 서초역 네거리에서 5일 오후 참가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검찰개혁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궁금했습니다. 서초동에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이 모여드는 것일까? 검찰개혁이 중요하기는 해도 사람들이 구름처럼 거리로 쏟아져 나올 명분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한 사람 지켜내려고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모여든다는 것도 별로 합리적인 설명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궁금하면 가서 찾아보아야 합니다. 토요일인 105일 저녁 6시가 조금 넘어서 전철 2호선 서초역에 도착했습니다. 서울중앙지검 쪽으로 올라가는 7번 출구와 8번 출구를 경찰이 막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우왕좌왕했습니다. 집회 안내원 몇 사람이 촛불 시민들은 아무 통로나 위로 올라가시면 됩니다라고 외쳤습니다.

 

저는 4번 출구로 올라갔습니다. 차도와 인도가 사람으로 가득했습니다. 어느 자리에서든 대형 스크린으로 문화제를 볼 수 있었습니다. 문화제 중간중간에 서초역 사거리를 한꺼번에 보여주는 영상이 스크린에 올라왔습니다. 동서남북 네 방향 모두 사람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

 

소설가 이외수 씨가 무대에 등장했습니다. 어눌한 말투로 여러분이 들고 있는 촛불은 대한민국의 모든 것을 밝히는 촛불이다. 어둠 속에 갇혀 있는 것을 빛 속으로 끌어낼 것이라고 했습니다. 환호와 박수가 그치지 않았습니다.

 

인도에 서서 한참 동안 문화제를 지켜보다가 아차, 내가 여기 뭔가를 찾으러 왔지라는 생각이 번쩍 들었습니다. 인파를 헤치고 사랑의 교회뒤쪽으로 돌아서 예술의 전당 방향 차도와 인도를 가로 질렀습니다.

 

사람들의 표정을 살폈습니다. 진지하면서도 밝았습니다. 개천절 광화문 집회보다는 참가자들의 나이가 확실히 젊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40대 정도로 보이는 사람들이 가장 많았습니다.

날씨가 추웠습니다. 손을 꼭 잡은 중년 부부, 춥다고 보채는 자식들을 꼭 안아주는 젊은 부부의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사람들은 대개 종이로 만든 손팻말을 한두 개씩 들고 있었습니다.

 

검찰 개혁 조국 수호

조국 수호 검찰 개혁

촛불 집회의 대표 구호였습니다. 문화제 중간중간에 사회자의 선창으로 모두 검찰 개혁 조국 수호를 외쳤습니다.

 

우리가 조국이다

나도 조국이다

집회 참가자 중에는 조국 장관을 지키러 나온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제 옆을 지나던 중년 여성이 자녀에게 조국 부모님이 이름 하나는 참 잘 지은 것 같다고 말하며 함께 웃었습니다.

 

조국 수호 윤석열 체포

정치검찰 물러나라

검찰개혁 조국수호 언론개혁

검찰개혁 정치검찰 아웃 언론개혁 기레기 아웃

검찰개 언론 개혁

검찰과 언론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내는 구호들입니다. 검찰을 검찰개라고 표현한 것이 이채롭게 보였습니다.

 

공수처 설치 자한당 아웃

토착왜구 박멸하자 자한당을 해체하라

정치검찰 물러나라 자한당을 수사하라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자유한국당에 대한 반감을 거침없이 드러냈습니다. 제가 거리를 지나며 가장 많이 들은 구호도 바로 자한당을 해체하라였습니다. 왜 그럴까요? 사람들은 검찰과 언론, 자유한국당을 묶어서 기득권 세력을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서초역 남쪽 8차선을 건넌 뒤 이면도로를 이용해 교대역 쪽으로 서서히 이동했습니다. 사람들이 들고 있는 손팻말 가운데 글자가 많이 쓰인 것이 보였습니다. 가까이 다가가서 읽어 보았습니다.

 

이제는 울지말자 이번엔 지켜내자 우리의 사명이다

자세히 보니 꽤 많은 사람이 바로 이 손팻말을 들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가슴에 통증이 느껴졌습니다. 글자가 아니라 세 사람의 초상을 그린 손팻말을 들고 있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초상의 주인공은 노무현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조국 장관 세 사람이었습니다. 저는 제가 찾고 있던 해답을 발견했다고 직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의 수사를 받다가 서거한 것이 꼭 10년 전입니다. 이명박 정부 초기에 검찰은 전 정권 비리를 수사한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무리한 수사를 밀어붙였습니다. ‘논두렁 시계를 언론에 흘렸습니다.

 

비주류 출신 전직 대통령에 대한 모멸, 정권을 타고 넘어 검찰 권력을 강화하려는 계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그렇게 검찰에 의해 타살됐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뒤에 그렇게 많은 사람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울부짖었던 이유가 뭘까요? 저는 일종의 죄책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검찰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부패하고 파렴치한 정치인으로 몰아가는 동안 많은 사람이 정치인이 다 그렇지 뭐라는 태도로 방관했습니다.

 

방관자는 결국 가해자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때 사람들은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뒤늦게 깨닫고 노무현 전 대통령 영정 앞에서 눈물의 참회를 했습니다. 당시 지못미열풍의 배경이 바로 그것입니다.

 

강도는 약하지만 2011년 김근태 전 의원이 고문 후유증으로 타계했을 때도 비슷한 장면이 있었습니다. 김근태 전 의원의 대중성 부족과 정치적 무능함에 대해 방관하거나 김근태 전 의원 탓으로 돌리던 사람들은 그가 타계한 뒤에야 비로소 그를 제대로 평가해주지 못했던 미안함으로 괴로워했습니다.

 

조국 장관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초기에 여러 가지 문제가 드러나는 것을 보고 많은 사람이 고개를 돌렸습니다. 그런데 검찰이 국회 청문회를 앞두고 압수수색에 들어가고 정경심 교수를 기소하고 수사 인력을 대거 투입하자 이건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서 10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키지 못했다는 트라우마(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되살아난 것 같습니다. 지금 주말마다 서초동으로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드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인파는 전철 교대역 출입구까지 이어져 있었습니다. 문화제 화면이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자발적인 집회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누군가 공수처를 설치하라고 외치면 사람들이 공수처를 설치하라고 따라서 외쳤습니다. 누군가 자한당을 해체하자고 선창하면 사람들이 자한당을 해체하자고 외쳤습니다.

 

기온이 점점 떨어지는데도 사람들은 뭔가 아쉬운 듯 좀처럼 자리를 뜨지 못했습니다. 소음으로 그렇게 시끄러운데도 자리 위에서는 어린이가 엄마 무릎을 베고 잠들어 있었습니다. 아빠의 겉옷과 담요로 추위를 막을 수 있을지 좀 걱정스러웠습니다. 교대역에서 전철을 타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신도림역에서 1호선으로 갈아타려는데 승강장에서 큰 소리가 들렸습니다.

 

60대 후반으로 보이는 등산복 차림의 남성이 문재인 퇴진 문재인 퇴진이라고 외쳤습니다. 주위 사람들의 얼굴에 불쾌감이 일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 문재인 최고 문재인 최고라고 외쳤습니다. 젊은 남성의 목소리였습니다. 그 순간 승강장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하고 함성을 지르며 일제히 박수를 쳤습니다.

60대 후반의 남성은 기가 질린 듯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자리를 떴습니다. 더 이상의 충돌은 없었습니다. 저는 전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서초동 촛불집회 방송에서 드러난 온도차

맞불 보수집회 보도안한 MBC, 클로징도 촛불보수종편, 조국 부인 재소환 강조

5일 오후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서울 서초동 검찰청사 앞 대규모 촛불집회를 다룬 지상파·종편 종합뉴스의 논조·관점 차이가 눈에 띈다. 지상파 3사 가운데 서초동 촛불집회를 톱뉴스로 전한 곳은 MBCSBS였다.

 

MBC 뉴스데스크는 1~3번째 꼭지로 현장 소식을 소화하고 이어 조국 법무장관 부인 정경심 교수의 검찰 재소환 뉴스를 보도했다. SBS 8뉴스도 1~2번째 꼭지로 현장 소식을 다뤘고 3~4번째 꼭지에 정치권 반응과 정 교수 재소환 뉴스를 보도했다.

 

KBS 뉴스91~2번째 꼭지에서 북미 실무협상을 다뤘다. 3~4번째 리포트를 통해 서초동 집회 소식을 주요하게 전했다.

 

MBC 뉴스데스크()5일 클로징 멘트를 통해 서초동 대규모 촛불집회를 재차 강조했다. 이날 SBS 8뉴스 클로징 주제는 여의도 불꽃 축제였다. 사진=방송사 화면 갈무리.

            

특기할 만한 점은 조 장관 사퇴를 요구하는 보수단체의 맞불집회보도 여부다. MBC는 이 소식을 다루지 않았다. 향후 보수진영에서 나올 반발과 편향성 시비를 감수하고서도 뉴스 초점을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서초동 촛불에 맞추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반면 SBS 8뉴스는 촛불집회를 소식을 전한 첫 번째 리포트 말미 12시 반부터 저녁 7시까지 도로 한가운데 경찰 가림막을 사이에 두고 우리공화당이 주최한 맞불 집회도 열렸다. 이들은 서울조달청 앞 반포대로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했다고 보도했다. 이 리포트 온라인 제목은 조국 수호 vs 조국 규탄다시 갈라진 주말의 서초동으로 진영 간 대결 구도를 강조했다.

 

KBS 뉴스95번째 리포트 우리공화당·보수단체, ‘조국 사퇴맞불집회에서 반대집회 소식을 39초 단신으로 보도했다.

 

클로징 멘트에도 차이가 있었다. 김경호 MBC 뉴스데스크 앵커는 “MBC 크레인 카메라로 보는 지금 이 시각 서초동 상황이다. 지금도 인파가 상당히 많아 보인다고 했고, 이어 강다솜 앵커는 집회에 참가하신 분들도 경찰 분들도 모두 안전하게 귀가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MBC가 촛불집회를 클로징 멘트로 재차 강조한 반면 SBS 8뉴스 클로징은 서울 여의도 불꽃 축제 소식이었다.

 

김범주 SBS 앵커는 지금 저희 뒤의 모습은 서울 여의도에서 열리고 있는 불꽃 축제 모습이라며 스웨덴, 중국 팀에 우리나라 한화 팀까지 모여서 화려한 불꽃들을 쏘아 올리고 있는데 매년 이맘때 열리는 행사다 보니까 이제 가을이 제대로 왔다하는 신호 같은 느낌도 든다고 했다.

 

이날 MBN 종합뉴스도 클로징으로 여의도 불꽃 축제를 다뤘다. 최일구 앵커는 클로징 멘트를 통해 여의도 불꽃 축제가 오늘 열리고 있다. 깊어지는 가을의 신호탄이기도 하다고 했고, 정아영 앵커는 조국 사태로 마음 한구석이 무거운데 보고 있으니까 위로가 되는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앞서 MBN1번째 리포트 서초동으로 모여든 촛불검찰 개혁’”, 2번째 리포트 이 시각 서초동 현장등을 통해 촛불집회 소식을 전했다.

 

MBN 종합뉴스()5일 클로징 멘트에서 여의도 불꽃 축제를 다뤘다. 채널A의 조수빈 뉴스A 앵커는 검찰 포토라인이 사라진 것과 관련 조국 법무부장관과 검찰 측을 꼬집었다. 사진=방송사 보도 갈무리.

 

TV조선 뉴스7’과 채널A ‘뉴스A’는 정 교수의 검찰 재소환 소식을 톱뉴스로 보도했다. TV조선 기자는 정 교수는 오늘 조사에서도 모른다’ ‘아니다등 대체로 혐의를 부인하는 취지의 답변으로 일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고 보도했다.

 

채널A 기자는 조 장관 소환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인데 정 교수가 받고 있는 혐의에 조 장관이 얼마나 관련돼 있는지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며 검찰 내부에선 정 교수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정 교수를 상대로 영장이 발부된다면 조국 장관 수사도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전했다.

 

채널A의 조수빈 뉴스A 앵커는 이날 클로징 멘트에서 검찰이 공개소환을 폐지하기로 하면서 포토라인도 26년 만에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적폐수사 때도 존재했던 포토라인이 하필 장관 가족을 수사하는 와중에 없어지게 된 거다. 누구를 위한 환상의 타이밍이었을까라고 조 장관과 검찰을 꼬집었다. JTBC 뉴스룸이 1~4번째 리포트를 통해 촛불집회 현장을 중계한 것과 대조적이다. 김도연 기자 riverskim@mediatoday.co.kr



김추자 GREATEST HITS
(눈이 내리네/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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