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2 내일-1014 한겨레
文대통령 지지도 41.4% 최저치…'조국 퇴진' 55.9%
조국 장관 사의..."불쏘시개 역할 여기까지" (전문)
전국 189개교 친일파 교가 사용
“태풍 축하” 반응에 ‘한국라면 불매’ 루머까지…엇나간 반일감정
성교육, 이젠 젠더교육이다]‘사이즈’를 알아야 실패도 없다···
할머니와 어머니 버리고 떠난 비정한 한국인···‘라이따이한’의 눈물
조선일보의 비난 “조씨 일가 위선·특혜·반칙…”
사설]‘공수처법’ 다음 국회로 넘기자는 황교안, 민의에 도전하나
설리 비극 파는 유튜버들… “조국과 관련” “자살충동” “페미들이 문제
한국 언론은 조국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사립대 43% 총장 등 자리 대물림... 4대까지 "중세봉건체제"
이효리 앉았던 바위, 이젠 1시간 줄 서야 합니다
사교육걱정 “특권 대물림 등 ‘교육 불평등 지표’ 정부가 관리해야”
“한번 찍히면 개미지옥”…‘악플’과 공생하는 언론·포털
유니클로 다시 북적인다" 소식에 매장 가보니
독자 속이는 ‘기사형 광고’...조선일보 1위, 한국경제 2위
한·미동맹’ 디테일에 숨은 악마
할인에 미쳐 있어요”…D 공포 부르는 전쟁
주요국 기업부채 40% 디폴트 위험”
세금 먹는 언론...고용노동부 3년 언론홍보비 500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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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4~18 경향 장도리
文대통령 지지도 41.4% 최저치…'조국 퇴진' 55.9%
민주당-한국당 지지율 격차 0.9%포인트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대선 득표율 수준인 41.4%로 나타났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조국 법무부 장관의 거취에 대해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도 과반을 점한 것으로 조사됐다.
14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이 기관의 10월 2주차 정례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3.0%포인트 하락한 41.4%로 집계됐다. 41.4%는 이 기관 조사에서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최저치다.
반면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는 지난 조사 대비 3.8%포인트 오른 56.1%로 문 대통령 취임 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특히 긍-부정률 격차가 두 자릿수인 14.7%로 벌어진 것도 눈에 띈다.
각 지역별 긍-부정률을 비교하면, 서울(긍정 44.2% 대 부정 56.2%)과 인천·경기(45.6% 대 52.2%)에서는 전국 평균과 비슷한 결과였으나, 대구·경북에서는 무려 25.8% 대 70.8%로 부정 평가가 압도적이었고 충청권(34.9% 대 63.0%)에서도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호남(66.5% 대 31.6%)에서만 긍정 평가가 2배가량 높았다.
정당 지지도는 더불어민주당 35.3%, 자유한국당 34.4%, 바른미래당 6.3%, 정의당 5.6%, 민주평화당 1.7%, 우리공화당 1.5% 순이었다. 민주당 지지도는 전주 대비 3.0%포인트 하락했고, 한국당은 1.2%포인트 올라 불과 0.9%포인트 차이로 좁혀졌다.
한편 같은 조사기관이 조국 법무부 장관의 거취에 대한 여론조사를 별도로 시행한 결과, 장관직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40.5%, 퇴진해야 한다는 응답은 55.9%로 나타났다. '퇴진' 의견은 호남을 뺀 전국 거의 모든 지역과 50대 이상, 30대에서 높았고, '유지'는 40대와 20대, 호남에서 높았다. 리얼미터의 대통령 국정수행 및 정당 지지율 정례조사는 YTN 의뢰로 지난 7~8일, 10~11일 나흘간 유무선 전화 무작위걸기를 통한 전화조사원 면접 및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전국 유권자 2502명을 대상으로 시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신뢰수준에서 ±2.0%, 응답률은 5.3%였다. 상세 설문문항 및 통계보정 기법 등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조국 장관 거취 관련 의견 조사는 기독교방송(CBS) 의뢰로 지난 11일 하루 동안 전국 성인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고, 응답률은 5.8%,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였다. /프레시안
조국 장관 사의..."불쏘시개 역할 여기까지" (전문)
여러분! 저는 오늘 법부무장관직을 내려놓습니다. 검찰개혁은 학자와 지식인으로서 제 필생의 사명이었고, 오랫 동안 고민하고 추구해왔던 목표였습니다.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기초한 수사구조 개혁", "인권을 존중하는 절제된 검찰권 행사” 등은 오랜 소신이었습니다. 검찰개혁을 위해 문재인 정부 첫 민정수석으로서 또 법무부 장관으로서 지난 2년 반 전력질주 해왔고,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러나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유 불문하고, 국민들께 너무도 죄송스러웠습니다.
특히 상처받은 젊은이들에게 정말 미안합니다. 가족 수사로 인하여 국민들께 참으로 송구하였지만, 장관으로서 단 며칠을 일하더라도 검찰개혁을 위해 마지막 저의 소임은 다하고 사라지겠다는 각오로 하루하루를 감당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제 역할은 여기까지라 생각합니다. 지난 10월 8일 장관 취임 한 달을 맞아 11가지 '신속추진 검찰개혁 과제'를 발표했습니다. 행정부 차원의 법령 제·개정 작업도 본격화 됐습니다. 어제는 검찰개혁을 위한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 계획을 재확인했습니다. 이제 당정청이 힘을 합해 검찰개혁 작업을 기필코 완수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이제 검찰개혁은 거스를 수 없는 도도한 역사적 과제가 되었습니다. 어느 정권도 못한 일입니다.
국민 여러분! 더는 제 가족 일로 대통령님과 정부에 부담을 드려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제가 자리에서 내려와야, 검찰개혁의 성공적 완수가 가능한 시간이 왔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검찰 개혁을 위한 '불쏘시개'에 불과합니다.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 온갖 저항에도 불구하고 검찰개혁이 여기까지 온 것은 모두 국민들 덕분입니다. 국민들께서는 저를 내려놓으시고, 대통령께 힘을 모아주실 것을 간절히 소망합니다. 검찰개혁 제도화가 궤도에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가야 할 길 이 멉니다.
이제 저보다 더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해 줄 후임 자에게 바통을 넘기고 마무리를 부탁드리고자 합니다. 온 가족이 만신창이가 되어 개인적으로 매우 힘들고 무척 고통스러웠습니다. 그렇지만 검찰개혁을 응원하는 수많은 시민의 뜻과 마음 때문에 버틸 수 있었습니다.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족들 곁에 있으면서 위로하고 챙기고자 합니다. 저보다 더 다치고 상처 입은 가족들을 더 이상 알아서 각자 견디라고 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특히 원래 건강이 몹시 나쁜 아내는 하루하루를 아슬아슬하게 지탱하고 있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족 곁에 지금 함께 있어주지 못한다면 평생 후회할 것 같습니다. 가족들이 자포자기하지 않도록, 그저 곁에서 가족의 온기로 이 고통을 함께 감내하는 것이 자연인으로서의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국민 여러분! 저의 쓰임은 다하였습니다. 이제 저는 한 명의 시민으로 돌아 갑니다.
그러나 허허벌판에서도 검찰개혁의 목표를 잊지 않고 시민들의 마음과 함께 하겠습니다.
그 동안 부족한 장관을 보좌하며 짧은 시간 동안 성과를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해준 법무부 간부·직원들께 깊이 감사드립 니다. 후임자가 오시기 전까지 흔들림 없이 업무에 충실해 주시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국민 여러분께서 저를 딛고, 검찰개혁의 성공을 위하여 지혜와 힘을 모아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19. 10. 14.
전국 189개교 친일파 교가 사용
이찬열 의원 "충남 가장 많아"
친일파가 작사 또는 작곡한 교가를 사용하는 등 일선 학교에 아직 친일 잔재가 남아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교육위원회 이찬열 의원(바른미래당·수원 장안)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총 189개교가 친일행적이 확인된 작사·작곡가가 만든 교가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역별로는 충남 31개교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이어 경북 30개교, 전북 25개교, 충북 23개교, 전남 18개교, 부산 16개교, 광주 13개교, 강원 10개교, 대구, 경기 각 6개교, 경남 5개교, 대전 2개교, 울산 3개교, 서울 1개교 순이었다. 반면 세종·제주·인천은 친일파 교가를 사용하는 곳이 단 한 곳도 없었다.
전국 16개 시·도교육청은 각각 일제 잔재청산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교육청별로 구체적인 내용의 차이는 있지만 3·1운동 및 임시정부 100주년을 맞아 교내 친일 잔재를 파악하고 이를 시정하겠다는 목적이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대구교육청만 관련 사업을 실시하지 않고 있다.
친일 작사가, 작곡가들 대다수는 음악 활동을 통해 일본 제국주의를 찬양하거나 군국주의 야욕을 정당화해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인물들이다.
이 의원은 "일선 학교들의 교내 친일 잔재 실태를 정확히 파악한 뒤 학생 교사 학부모 동문 등이 주체가 되어 청산을 위한 협의에 나서야 한다"면서 "교육청 차원의 행·재정적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태풍 축하” 반응에 ‘한국라면 불매’ 루머까지…엇나간 반일감정
제19호 태풍 하기비스 일본 강타…약 35명 목숨 잃어
“태풍이 다 쓸어가라” 조롱에 근거 없는 루머 난무
“반일감정 금도 잃어” 자성의 목소리
“일본인은 태풍이 와도 한국산 라면은 안 산다”는 루머에 대해 일본 누리꾼이 사실이 아니라며 올린 글. 트위터 갈무리
제19호 태풍 ‘하기비스’가 일본 열도를 강타해 수십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일부 한국 누리꾼들 사이에서 일본의 태풍 피해를 “축하한다”는 조롱이 나오거나 “일본인은 구호물품 살 때도 한국산 라면은 불매한다”는 근거 없는 소문이 퍼지고 있어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14일 <교도통신>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하기비스가 동일본 지역에 유례없는 ‘물 폭탄’을 뿌리면서 이날 현재까지 약 35명이 숨지고 17명이 실종된 것으로 집계됐다. <요미우리신문>은 사망 34명, 실종 17명으로,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은 사망 31명, 실종 14명으로 집계했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표현하는 시민들이 많았지만, 일부 누리꾼들 사이에서 도를 넘은 조롱도 나왔다. 일본 태풍 상황을 전하는 언론 보도에는 “(일본이) 천벌 받은 거다”, “이번에는 구호물품 보내주지 말자”, “슬픈 기사인데 왜 웃음이 나냐”와 같은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 에스앤에스(SNS)에도 “아베와 그 졸개들 싹 쓸어가라”(@*******WON), “대한민국을 식민지나 머슴 국가로 여기는 일본 제국주의자들을 태풍이 확 쓸어가 버렸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kim) 등과 같은 글이 올라왔다.
특히 유튜브와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일본인들이 태풍에 대비해 비상식량을 사면서도 한국산 라면만큼은 불매한다는 근거 없는 루머가 퍼지기도 했다. 텅 빈 일본 마트의 가판대에 한국산 ‘신라면’만 덩그러니 남아있는 사진과 함께 ‘일본인은 태풍이 와도 한국산 라면은 안 산다’는 설명이 공유됐고, 이를 바탕으로 “태풍으로 일본 편의점이 탈탈 털렸는데 한국 제품은 남았다고 한다. 우리도 불매운동을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주장을 고스란히 담은 ‘트레블 튜브’ 채널의 유튜브 동영상이 게재 이틀 만에 185만회 조회 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자신을 일본인이라고 소개한 한 트위터 이용자(@joya***)는 “일본 슈퍼에 신라면만 남은 것을 보고 일본인들이 한국 제품 안 산다고 하는 건 오해다. 우리는 매운 것을 잘 못 먹어서 같이 물도 마셔야 하는데, 지금 단수 때문에 물이 부족해 (매운 라면을) 못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일감정이 도를 넘었다며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 누리꾼은 트위터에서 “아무리 반일감정이 심해도 ‘태풍으로 다 쓸어가라’는 말들은 심한 거 아닙니까. 정치는 정치고 사람 생명 가지고 이리 쉽게 말하다니. 참담하다”(@*****KPD)고 지적했다. 다른 누리꾼도 “일본 태풍 피해에 달린 한국 댓글을 보고 있노라면 민족과 국가 같은 이데올로기에 눈이 멀어 정작 ‘사람’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참 씁쓸하고 두렵기까지 하다”(@*****ita)고 했다. 직장인 김정현(25)씨도 “일본인이라면 무조건 욕하고 보는 상황인데 사리분별 능력을 잃어버린 것 같다“며 “일본 정부의 잘못을 두고 애꿎은 사람들에게 분노의 감정을 품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하종문 한신대 교수(일본학)는 “한국 시민들에겐 역사 문제에서 말미암은 일본을 향한 부정적 인식이 있다. 여기에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 조처가 더해지면서 부정적 인식의 ‘금도’가 옅어지고, 국민감정의 원색적 충돌 현상까지 나오고 있다”며 “일본의 모든 것을 부정해버리면 일본에도 안 좋을뿐더러 우리 스스로의 체면도 무의미하게 깎인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일본 부정이 아니라 아베 정권에 반대하는 시민들과 어떻게 연대하고 공감할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성교육, 이젠 젠더교육이다]‘사이즈’를 알아야 실패도 없다···
지극히 ‘실용’적인 독일의 성교육
프로파밀리아 성교육 담당자 안드레아스 리터씨가 종이자의 쓰임새를 시연하고 있다.
“이 종이자는 성교육에 어떻게 쓰일까요?”
독일에서 가장 큰 성교육 기관인 프로파밀리아(Pro Familia)에서 받은 질문이다. 상상력을 아무리 동원해도 종이자와 성교육은 잘 연결되지 않는다. 머릿속으로 ‘설마....’라는 생각이 들 때쯤 성교육 담당자 안드레아스 리터씨가 자의 쓰임새를 시연했다. ‘무엇을 보든 당황하지 않겠다’는 다짐이 무색하게 이미 입에서는 “아…”하는 탄식이 흘렀다. 그렇다. 자는 남성 성기의 크기를 재는 용도였다.
프로파밀리아 성교육 담당자 안드레아스 리터씨가 자의 쓰임새를 시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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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성기의 크기를 측정하는 용도라면 성교육과는 관계가 없다. 그런데 자를 자세히 보면 길이뿐만 아니라 둘레를 측정했을 때 나올 수 있는 수치를 8~10cm, 11~13cm, 14~16cm으로 구분해 뒀다. 눈금과 함께 설명들도 적혀있다. 대체 무슨 의미일까?
각 구간별 수치는 콘돔 크기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성기의 둘레가 10cm라면 작은 사이즈의 콘돔, 12cm면 표준 사이즈의 콘돔을 사용하면 된다. 정확한 크기를 알면 맞지 않는 콘돔을 사용해 피임에 실패할 확률을 줄일 수 있다. 리터씨는 “포르노에 나오는 비정상적인 크기의 성기를 보고 걱정하는 학생들을 안심시키는 역할도 한다”며 “자는 성교육을 담당하는 기관 어디서든 무료로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성 정체성은 개인의 권리’
독일의 성교육은 실용적이다. 동시에 학생들의 흥미를 끌 수 있을 정도로 재미있다. 이해를 도울 수 있다면 시도하지 못할 방법도 없다. ‘보수적인 독일’이라는 인식은 성교육에는 통용되지 않는다.
독일 성교육이 이렇게 발전한 것은 특별한 비법이 있어서가 아니다. 단지 ‘학교 교육으로는 안된다’는 것을 인정했을 뿐이다. 학교에서 벗어난 성교육은 각자의 교육법을 갖춘 전문가들에게 맡겨졌다. 교육 당국은 성교육 방법에는 간섭하지 않았다. 정해진 것은 만 6세인 초등학교 1학년부터 10학년(고교 1학년)까지 의무적으로 성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것뿐이다. 어디에서 누구에게 받을지는 학생의 선택에 맡긴다.
자유로운 교육법을 인정하는 대신 목표는 분명하다. ‘성적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게 하라’는 것이다. 성 정체성으로 공격을 하지도 받지도 말라는 뜻이다. 성 정체성은 ‘인간의 권리’로 교육된다. 이에 따라 성 정체성으로 인한 차별, 혐오를 비판하는데 복잡한 논리를 가져올 필요가 없다. 단지 ‘당신은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설명으로 충분하다.
그런데 교육 목표만 분명하면 학교에서 일괄적으로 교육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여전히 학교 중심인 한국의 성교육을 고려해 그 가능성을 물었다. 베를린 지역 12개 구의 성교육을 총괄하는 코니 핸드릭씨는 “학생들이 부모님 얼굴도 아는 선생님에게 ‘섹스’, ‘자위’, ‘포르노’에 대해 물어볼 수 있을까요? 그게 한국에서는 가능한가요?”라고 답했다. 그는 “성 정체성이 다양한 만큼 교육법도 다양할수록 좋다”며 “굳이 한계가 분명한 학교로 교육을 단일화 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독일은 학교 성교육의 한계를 분명하게 인식했다. 그 결과 전문기관으로 성교육을 분업화했다. 여러 단체들이 경쟁하다 보니 교육은 철저히 학생 입장에 맞춰진다. 일방적인 성 지식 전달은 없다. 학생들의 궁금증 해결이 최우선이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지식이 전달된다. 성교육이 재미있으면서도 실용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보다 구체적인 교육법을 보기 위해 경향신문은 독일 베를린 지역의 대표적인 성교육 단체들을 방문했다.
■성기 모형도 피부 색깔별로 만든 전문기관 성교육
독일 베를린 지역에는 총 10개의 성교육 전문기관이 있다. 이들 교육기관 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것은 프로파밀리아다. 1952년 만들어져 현재는 독일 전역에 170개의 지점을 운영중이다. 정부의 재정 지원 없이 출범했지만 지금은 모든 지점이 정부 지원을 받고 있다. 주요 업무는 출산, 낙태에 대한 조언과 성교육이다.
프로파밀리아 베를린 지점의 성교육 담당자는 총 4명이다. 성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사회교육학 학위가 필요하다. 학위를 갖추면 자체 교육을 받고 성 상담사 자격증을 받는다. 이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성교육 담당자가 될 수 있다.
수업은 교사들이 신청하거나 아이들이 익명으로 신청한다. 매주 목요일 오후 3~6시에는 무료 상담 서비스도 제공한다. 이 시간에는 따로 예약을 하지 않고 자유롭게 방문하면 된다. 아이들의 성고민은 다양하다. 실연을 당해 힘들어서 방문하거나 원하지 않은 임신 문제를 상담하기 위해 오기도 한다. 자신이 동성애자인 것 같거나 스스로 발기부전이라 생각해서 방문하는 아이들도 있다.
베를린 지점은 1학년부터 10학년까지 교육한다. 성교육 내용은 학년에 맞게 다르다. 6학년 때 임신과 피임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10학년 때 성 다양성, 자기결정권 등을 배우는 식이다.
프로파밀리아에서 교육하는 여성용 피임 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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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피임도구의 사용법과 사후 피임약에 대한 정보도 제공한다. 이들 역시 사후 피임약에 대한 부작용은 잘 알고 있다. 성교육 담당자 리터씨는 “긴급한 상황에서 사용하도록 교육을 한다”며 “선택 권리는 아이들이 갖는 것이다. 그래서 모든 정보를 아이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구체적인 교육이 역효과를 낳지는 않는지 물었다. 그러자 “요즘 청소년들은 인터넷에서 어떤 정보든 찾을 수 있다”며 “구체적인 정보를 제한하기 보다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또 다른 전문기관인 발란스(BALANCE)도 비슷하다. 성교육, 의료, 심리상담, 난민·이주민 상담 등 총 4가지 영역으로 분화된 발란스에는 성교육 담당자가 총 6명이다. 교육은 학교나 학생들의 신청을 받아 진행된다. 비용은 1명에 3유로(약 4000원) 정도다. 성교육은 평일 오전 9시, 11시 두 차례 진행된다.
학교 정규 교육시간을 이용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별도로 시간을 낼 필요는 없다. 발란스는 1년에 3000명 정도의 학생들을 교육하는데 최소 6개월 전에 신청하지 않으면 예약이 힘들다.
교육은 25년 전 만든 자체 교수법을 바탕으로 하는데 10년 전 부터 시대변화를 조금씩 반영하고 있다. 발란스의 성교육 담당자 얀츠씨는 그 변화를 성교육 교구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했다.
피부색에 따라 성기의 색깔도 다르게 제작한 발란스의 성교육 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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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란스에서 사용하는 여성의 성기 모형은 구체적이다. 다인종 사회가 된 독일의 현실을 반영해 성기 모형을 피부색별로 만들었다. 얀츠씨는 “흑인 아이에게 백인의 몸을 형상화한 교구로 교육하는 것은 효율성이 떨어진다”며 “최대한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교육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발란스의 교육목표는 세 가지다. 우선,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이해다. 자신의 성에 대한 권리를 이해하면 타인의 권리도 존중하게 된다는 논리다. 이는 타인의 정체성, 다양성 존중으로 확장된다. 두 번째는 원치 않는 임신을 줄이는 방법, 세 번째는 성병 예방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다.
얀츠씨는 “독일 공교육은 여전히 보수적이기 때문에 다양한 성적 지향을 가진 사람들을 포용하기 어렵다”며 “결국, 한계를 느낀 사람들이 전문교육기관을 만들어낸 것이다”고 말했다.
직접 제작한 교구로 출산 과정을 설명하는 발란스의 성교육 담당자 얀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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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공간’에서 진행되는 의대생 성교육
전문기관을 나와 찾은 곳은 시민사회단체 LORA(Local Officer on Sexual and Reproductive Health including HIV/AIDS)였다. 2002년 베를린 지역에 설립된 LORA는 55명의 학생들로 구성됐다. 대부분 베를린 지역 의대생들이다. 이들은 성 교육을 직업으로 하지 않는다. 수강료는 무료고 필요한 비용은 기부를 받아 충당한다.
교육대상은 12~18살까지의 학생들인데 교육 신청자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수업이 결정되면 의대생 4명이 학교를 방문해 5~6시간씩 수업을 한다. 의대생 요나스와 레베카는 “이번 주에만 4개 학교를 방문해 교육을 했다”며 “한 학기에 15~20개 정도의 학교에서 성교육을 한다”고 말했다.
의대생 성교육에 가장 궁금한 점은 ‘얼마나 전문적인 교육을 하느냐’였다. 그런데 이들은 ‘생물학적 지식’, ‘전문적인 성 지식’에 앞서 생뚱맞게도 자신들의 ‘나이’를 강조했다. 이들 단체는 만 30세 이상의 가입을 제한하고 있었다. 이유를 물었다. 요나스는 “학생들이 성교육 선생님을 편안하게 생각하고 아무 질문이나 할 수 있어야 ‘지식’을 전달할 수 있다”며 “3~4년 전까지만 해도 10대였던 우리를 학생들은 형, 누나처럼 느끼고 고민을 털어놓는다”고 말했다. 레베카 역시 “학생들이 무엇을 고민하는지도 금방 알아낼 수 있다”며 “얼마 전 내가 고민했던 내용과 똑같기 때문이다”고 했다.
‘나이’ 외에도 이들 수업의 큰 특징은 교사가 개입할 수 없다는 점이다. 단순히 구경하는 것도 안된다. 레베카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한 공간(safe space)’을 만드는 것이다. 밖으로 이야기가 새 나갈 수 있다는 불안감을 차단해야 아이들이 성고민을 쉽게 털어놓는다”며 “언제든 가족에게 연락할 수 있는 선생님은 안전한 공간을 파괴하는 존재가 된다”고 설명했다.
놀이식 성교육 방법을 소개하는 베를린 지역 의대생 요나스(왼쪽)와 레베카(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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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수업은 ‘놀이식 성교육’이라 불린다. 총 10가지 단계로 진행되는데 첫번째는 ‘애널 섹스’와 같은 단어를 칠판에 적고 용어설명을 한다. 두번째는 이 단어에 대해 드는 생각을 자유롭게 토론한다. 세번째는 남녀의 생식기를 그린 그림을 보여주고 설명한다. 네번째와 다섯번째는 여성의 ‘생리’에 대한 설명이다. 생리란 무엇인지를 설명하고 삽입형 생리대의 사용법 등에 대해 설명한다.
여섯번째는 섹스를 할 때의 단계에 대한 설명이다. 이 수업의 가장 큰 호응은 일곱, 여덟번째 단계에서 나온다. 남·녀 학생들에게 서로 궁금했던 것을 익명으로 질문하게 한다. 평소 말할 수 없었던 궁금한 점들을 꺼내놓다 보니 기상천외한 질문들이 나온다. 처음 섹스를 할 때 왜 떨리는지, 여학생들도 자위를 하는지 등의 질문부터 흑인과 백인은 정액 색깔이 차이가 있는지까지 등을 물어본다.
아홉번째는 피임방법을 알려주고, 열번째는 다 같이 모여서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마무리된다. 요나스는 “놀이식 수업법은 사회교육학에서도 많이 공유된 방법인데 이를 성교육에 접목해 수업을 편안하게 느끼도록 한다”며 “인터넷에서 요즘 10대들에게 유행하는 놀이들을 배우고 성교육에 접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대생들은 ‘난민에 대한 성교육’도 진행한다. 레베카는 “난민 아이들이 독일에 오면 1년여 정도 독일어를 배우게 된다. 이 수업 과정에 참가해 성교육 수업을 한다”며 “독일 사회에서 캣 콜링(길거리에서 여성에게 추파를 던지는 행위)이 왜 지탄받는지 등을 알려주는데 성교육이 곧 문화교육이 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한국의 성교육에 대한 충고도 남겼다. 요나스는 “우리는 모두 사춘기 시절을 경험한 지 얼마 안 돼서 그 나이 친구들의 고민을 잘 알고 있다”며 “부모님이나 선생님에게 말할 수 없는 이야기들도 같은 또래, 형·누나에게는 얼마든지 상담할 수 있다는 점을 활용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누가 교육을 하든 어떤 질문이라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분위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성은 평생 배워야 할 주제” 학교 성교육
성교육이 전문기관, 시민단체에 위탁되고 있지만 학교는 여전히 독일 성교육을 구성하는 주요 요소다. 특히 일부 학교는 ‘성교육을 못한다’는 통념을 깨고 있다. 7학년부터 13학년까지가 다니는 베를린의 중·고등 통합학교 MBO(MAX BECKMANN OBERSCHULE)가 대표적이다.
MBO를 방문한 날, 마티아스 홀트만 교장 일행은 성교육을 보여주겠다며 가장 먼저 ‘화장실’로 안내했다. 9월 학기부터 운영하는 이 화장실은 남자, 여자가 아닌 아직 성 정체성을 확정 짓지 못한 학생들을 위한 것이다. 홀트만 교장은 “성 정체성과 맞지 않는 화장실을 이용하며 불편을 겪었을 학생들을 이해하는 것. 그것이 성교육의 시작이다”고 말했다.
성 정체성을 확정짓지 못한 학생들을 위한 화장실을 소개하는 MBO의 귄터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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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O는 7~10학년을 대상으로 매주 45분씩 성교육을 한다. 다양한 교과목과 연계해 성교육이 진행되는데 정치 시간에 ‘낙태’에 대해 논의하고 문학 시간에 게이 주인공이 나오는 소설을 읽는 식이다. 성교육 담당 교사 마누엘라 슈림프씨는 “생물학적인 성은 전체 교육의 한 부분일 뿐이다”며 “성적 자기결정권, 성적 책임, 존중 등은 다양한 교과목과 연계해야 제대로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은 학년별로 세분화된다. 7학년 때는 몸과 감정 변화에 대해 배운다. 8학년은 남녀 성기의 모양과 콘돔을 이용한 피임방법 등을 배우는데 이때 성폭력, 성희롱에 대한 교육도 함께 진행한다. 예를 들어, 지하철에서 성추행을 당했을 때 대응 방법을 역할극을 통해 숙지하게 한다. 9학년부터 성 정체성, 다양성 등을 배우고 마지막 10학년 때는 임신과 낙태의 권리에 대해 배운다. 학생들은 성교육 수업에 사용하는 교구의 제작에도 참여한다. 직접 만든 남성의 성기 모형에 콘돔을 씌워보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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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O의 마누엘라 슈림프 선생님이 학생이 직접 만든 남성 성기모형에 콘돔을 씌우고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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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다루기 힘든 부분은 전문기관을 방문한다. 전문기관에서 학생들이 한 질문은 익명으로 학교에 전달된다. “남자들은 왜 아침에 발기를 하나”, “생리를 하면 피를 많이 흘리니까 의사를 불러야 하는 것 아닌가” 등의 질문이다. 교사는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준비해 다시 성교육을 진행한다. 선순환적 구조를 만든 것이다.
하지만 모든 학생들이 성교육을 반기는 것은 아니다. MBO에는 다양한 종교적, 인종적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있다. 2019년 현재, 학생들은 30개 국가에서 모였다. 특히 재학생의 30% 정도인 330명은 무슬림 학생이다. 홀트만 교장은 “카톨릭이나 무슬림처럼 순결을 중시하는 종교를 믿는 학생들은 성교육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을 때도 있다”면서도 “다양한 성 관념을 공유하고, 차이를 존중하게 하려면 역시 성교육만큼 효율적인 것이 없다”고 했다.
독일에서 만난 전문가들은 독일 성교육이 ‘모자이크’를 닮았다고 했다. 각기 다른 조각들이 모여 하나의 이미지를 형상화하는 ‘모자이크’처럼 다양한 교육법으로 ‘성은 곧 권리’라는 인식을 확산시켜 나간다는 것이다. 이들은 “성은 한 사람이 평생 동안 다뤄야 할 주제”라며 “시간을 두고 한국 현실에 맞는 성교육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글·사진 김찬호 기자 flycloser@kyunghyang.com
할머니와 어머니 버리고 떠난 비정한 한국인···‘라이따이한’의 눈물
1999년 10월14일자 경향신문 23면.
■1999년 10월14일 ‘떠올리면 눈물뿐인 코리아’
지난해 3월 베트남을 국빈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과 베트남 양국간의 불행한 역사에 대한 유감의 뜻을 표했습니다. 한국의 베트남 전쟁 참전 과정에서 빚어진 민간인 희생에 대한 사과였습니다.
1965년 한국은 베트남전에 지상군을 파병했습니다. 총 32만명이 참전해 5099명의 사망자와 1만1232명의 부상자, 15만9132명의 고엽제 피해자가 발생했습니다. 그 대가로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참전 수당과 차관을 받았습니다. 10년의 참전 기간에 한국의 국민총생산(GNP)은 5배나 늘었습니다.
1973년 한국군 철수 이후 베트남은 기억에서 멀어졌습니다. 하지만 남겨진 사람들의 눈물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1999년 10월14일자 경향신문 23면.
‘서울 중앙병원 소아과 병동. 병실에 누워있는 두살배기 손녀 방울이를 바라보는 외할머니 윈 티 팟씨(49)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1999년 경향신문 실린 라이따이한(한국인 남자와 베트남인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가족에 대한 기사입니다.
방울이는 뇌성마비와 간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아버지의 나라를 찾았습니다.
베트남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 태어난 라이따이한. 윈씨의 딸 미추(18)가 2년 전 베트남에 사업차왔던 50대 한국인 채모씨와의 사이에 낳은 아이입니다.
손녀와 함께 온 윈씨는 한국과의 모진 인연을 떠올렸습니다. 윈씨는 베트남 전쟁으로 아버지를 잃었습니다. 한국군에 의해 자신이 살던 마을에서 수십명의 사람들이 학살된, 아픈 기억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윈씨는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던 때 미국계 회사에서 일하는 한국인 이모씨를 만나 1년여간 동거하며 딸(응엔 티 뉴항·한국이름 이근순)을 낳았습니다. 아이가 태어났지만 이씨는 “계약기간이 끝났다”며 한국으로 떠났습니다. 이씨가 떠난 뒤 윈씨는 라이따이한을 혼자 키워야만 했습니다.
그 뒤 윈씨는 중국인을 만나 결혼한 윈씨는 둘째딸 미추를 낳았습니다. 미추는 엄마보다 더 어린 나이에 한국인 채씨를 만났습니다.
미추가 방울이를 낳은 것은 중학교 3학년때였습니다. 학교도 그만둬야했습니다. 윈씨는 졸지에 미혼모가 된 딸의 처치를 알고 채씨의 여권을 뺏어 호치민시 공안청에 고발을 했습니다. 그러나 채씨는 한국영사관에 여권을 분실한 것으로 신고하고 베트남을 빠져나갔다고 합니다. 윈씨는 “중학교 3학년이던 딸 애를 그렇게 만들어놓고도 지금껏 연락 한번 하지 않았다”며 원망했습니다.
중국인이 남편과 이혼한 뒤 거리에서 옷을 팔며 생활해 오던 그는 한국선교사회의 도움을 받아 아픈 방울이를 간호하던 상황이었습니다. 한국 비영리단체와 중앙병원의 도움으로 한국을 찾은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었을까요?
2016년 7월2일자 경향신문 26면
▶관련기사 [여적]대통령의 월남패망론
베트남 전쟁 때 태어난 라이따이한의 숫자는 최소 5000명에서 최대 3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됩니다. 적대국 군인의 자식이라는 사회적 억압때문에 신분노출을 기피한 이들까지 합치면 그 수는 더 늘어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말입니다.
전쟁이 끝난지 50년이 지났지만 베트남에는 여전히 한국인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은 아이들이 태어나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베트남의 산업화가 이루어지며 사업차 또는 관광차 베트남을 방문한 한국인 남성들에 의해 태어난 ‘뉴 라이따이한’이 그들입니다.
베트남뿐만이 아닙니다. 필리핀에서 역시 수많은 ‘코피노’(한국 남성과 필리핀 현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들이 자신과 엄마를 버리고 떠난 한국인 아빠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20년 전 기사가 어제 본 뉴스처럼 생생한 것은, 부끄러운 역사가 지금도 반복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조선일보의 비난 “조씨 일가 위선·특혜·반칙…”
[아침신문 솎아보기] ‘조국 사퇴’에 조선일보 날 선 비난, 사퇴 배경은 지지율 급락…
아래는 15일 9개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1면 헤드라인이다.
경향신문 “조국 ‘검찰개혁 불쏘시개 역할 여기까지’… 35일 만에 사퇴“
국민일보 “조국 35일 만에 사퇴 ‘불쏘시개 역할 여기까지’”
동아일보 “66일 만에 벗어난 ‘조국 블랙홀’”
서울신문 “여론·수사 압박에 졌다… 조국, 35일 만에 사퇴”
세계일보 “결국 물러난 조국… 文 ‘국민 갈등 야기 송구’”
조선일보 “분노와 분열을 남긴 '66일의 비상식'”
중앙일보 “조국 사퇴… 문 대통령 ‘갈등 야기해 송구’”
한겨레 “검찰개혁 시동 걸고 하차한 조국”
한국일보 “檢개혁 매듭 못 짓고… ‘35일 장관’ 조국 퇴진”
언론은 14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전격 사퇴 배경을 급격히 악화된 여론으로 꼽았다. 한겨레는 “사퇴의 결정적 이유는 하루가 다르게 나빠지는 여론이었다. 여권 전체로 보면 두달 넘게 이어진 ‘조국 정국’을 이제 마무리하고 국정 동력을 회복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있었다”며 “총선을 6개월 앞둔 민주당 의원들의 위기감도 날로 증폭되는 상황이었다. 총선에서 패하면 정권의 기반이 흔들린다고 판단한 청와대의 곤혹스러움도 상당했다”고 전했다.
▲15일 한겨레 1면
▲15일 동아일보 1면
▲15일 서울신문 1면
실제 14일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 결과를 보면 문재인 대통령 국정 지지도는 41.4%로 취임 후 최저치를 보였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정당 지지도도 오차범위 내인 0.9%포인트 차이를 기록했다.
동아일보는 최근 정무수석실이 자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가 여권에 상당한 충격이었다고 전했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정무수석실은 지난 7일 문 대통령의 수석·보좌관회의 발언 이후 조 전 장관에 대한 찬반, 윤 총장에 대한 찬반, 문 대통령의 지지율, 정당별 지지율 등이 주요 문항인 자체 여론조사를 실시해 11일 전후 결과를 취합했고 여권 관계자는 “상당히 충격적이었다”고 밝혔다.
국론분열을 낳았다는 책임감과 자신의 가족을 둘러싼 수사 압박감도 거론됐다. 조 전 장관이 ‘조국 사태’ 장기화로 국정이 파행에 빠지자 자진 사퇴를 결심했고, 문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였다는 게 여권의 공식 입장이다.
▲15일 경향신문 4면
▲15일 조선 1면
사퇴 시점은 조 전 장관이 출석하는 법무부 국정감사(15일)가 열리기 하루 전이다. 17일엔 대검찰청 국정감사, 21일은 종합감사 일정이 잡혀 있었다. 주 후반부엔 검찰이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도 컸다. 동아일보는 한 청와대 참모가 “등 떠밀리듯 조 전 장관을 경질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면 결국 ‘디데이’는 국감 전날인 14일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한겨레는 “‘검찰 수사에 떠밀리듯 나가지 않겠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조 전 장관 의지가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정 교수의 구속영장 청구나 발부 직후 사퇴할 경우 검찰 수사 때문에 쫓겨나는 모양새를 피할 수 없으니 22일 전후가 유력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와 한겨레 1면 헤드라인 온도 차가 눈에 띈다. 조선일보는 “분노와 분열을 남긴 '66일의 비상식'”을, 한겨레는 “검찰개혁 시동 걸고 하차한 조국”이라고 머릿기사 제목을 뽑았다.
“분노와 분열 '66일의 비상식'” vs “검찰개혁 시동 걸고 하차”
가장 날 선 비판을 가한 매체는 조선일보다. 조선일보는 “'조국 사태' 만든 文, 사과 한 마디에 남 탓 열 마디” 제목의 사설에서 “조씨와 그 가족을 둘러싼 위선과 특혜, 반칙, 파렴치 의혹은 대한민국 장관에게 용인될 수 있는 수준을 훨씬 넘어섰다”며 “하물며 그런 사람에게 법과 규범을 세우고 정의를 실현해야 할 법무부 장관 자리를 맡긴다는 것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다”고 적었다.
조선일보는 문 대통령이 조 전 장관을 임명한 것에 “국민이 참을 수 있는 인내의 한계를 벗어났다”고 했고, “민의(民意)와 상식을 거스른 대통령의 조씨 임명은 나라를 내전 상태로 몰아갔다”거나 “생각이 다른 사람들끼리 서로 말을 나누기 어려울 정도로 민심이 갈가리 찢겼다”고 국론 분열 문제도 지적했다.
▲15일 조선 사설
▲15일 조선 2면
조선일보는 1면 머릿기사에서 이번 사태를 “사실상 법무부 장관을 겨냥한 검찰 수사, 조 전 장관 찬반 집회와 극심한 국론 분열, 그리고 대통령과 집권당의 지지율 폭락이라는 '삼중 파도'가 휩쓸고 간 뒤에야 문 대통령은 '조국 사퇴' 카드로 수습에 나섰다”며 “민심과 소통하지 않은 오기와 불통, 사퇴 결정 시기를 놓친 오판과 실기의 결과는 대통령 리더십의 훼손과 내년 총선을 6개월 앞둔 여당의 지지율 폭락이었다”고 정리했다.
조선일보는 사퇴 시점을 두고도 “'조국=검찰개혁 장관' 이미지 만들기 올인한 마지막 3일”이라고 비판했다. 사퇴 직전 청와대와 법무부가 검찰 개혁안 마련을 밀어붙이다 무리수를 뒀다는 것이다. 지난 11일 갑자기 청와대에서 대검찰청을 회의를 하자 알렸고 12일 만남이 이뤄져 14일 발표된 검찰 개혁 방안과 같은 내용이 논의됐는데 조선은 “법무부가 추진하는 검찰 개혁의 들러리를 서 달라는 것처럼 느꼈지만 청와대 부탁이어서 안 만날 수 없었다”는 검찰 관계자 말을 전했다.
▲15일 한국 4면
검찰도 수사 결과물에 대한 부담이 대폭 커졌단 분석이다. 한국일보는 조 전 장관 일가 수사팀 분위기의 변화를 전하고 “극심한 국론분열 양상까지 보였던 사건인 만큼 제대로 된 내용을 내놓지 못하면 후폭풍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며 “검찰이 중앙지검 특수부를 투입한 명분은 무엇보다 사모펀드 수사로 여기서 성과를 내야 한다. 조 장관 측은 5촌 조카 조범동(36ㆍ구속)씨에게 투자 사기를 당했다는 입장에 가깝다. 검찰은 이 반론을 뚫고 정 교수와 정 교수 동생 등을 조씨와 공범으로 묶인다는 걸 입증하고, 더 나아가 사모펀드에 관련된 내용을 조 장관이 얼마나 알고 있었는지도 규명해 내야 한다. 웅동학원 비리 또한 채용비리 수준을 넘은 내용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이에 따라 “이번 주는 검찰에게 ‘운명의 일주일’이 될 전망”이라 분석했다.
사설]‘공수처법’ 다음 국회로 넘기자는 황교안, 민의에 도전하나
시대적 요구인 검찰개혁에 대한 자유한국당의 검은 본색이 드러나고 있다. 검찰개혁의 대의에는 동의하면서도 조국 법무장관 거취를 놓고 대립하던 상황이 해소된 만큼, 이제 검찰개혁을 법적·제도적으로 완성하는 소명은 국회에 주어졌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올라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의 처리는 정쟁의 대상이 아니라 주권자의 엄중한 명령이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조 장관 사퇴 직후 입장문을 내고 공수처법을 20대 국회에서 논의해선 안된다고 밝혔다. 황 대표는 “현재의 공수처법은 문재인 정권의 집권 연장 시나리오일 뿐이다. 공수처법은 다음 국회로 넘겨야 한다”고 했다. 그간 공수처법 등 사법개혁 법안 논의에 단 한 차례도 응하지 않아온 한국당이다. 그래놓고 이제 와서 공수처법을 다음 국회로 넘기자는 것은 오만의 극치다. 한국당은 검찰개혁의 대의를 대놓고 무시할 수 없으니까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과 공수처법안을 분리해 공수처법은 다음 국회로 넘기자는 속보이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
검찰개혁의 본령은 검찰의 중립성을 확보하고, 무소불위의 검찰권력을 제한하고, 민주적 통제하에 검찰을 두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공수처 설치는 이러한 검찰개혁의 핵심이다. 역대 정권마다 검찰개혁방안으로 공수처 설치가 제기되어온 것도 그 때문이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15일 “장기집권 사령부 공수처는 절대 불가하다”고 말했다. 설령 정치권력으로부터 악용될 소지가 우려된다면, 공수처 조직과 시스템 보완을 머리를 맞대고 숙의하면 될 일이다. ‘집권연장’ ‘장기집권’ 프레임을 씌워 아예 공수처를 봉쇄하려는 것은 결국 검찰개혁을 무산시키려는 속셈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공수처는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되듯이 ‘조국사태’와 무관하게 시민 절대 다수가 지지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때도 당시 정권의 핵심인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이 공수처법을 발의했고, 지금도 현역인 심재철·김성태·김영우 한국당 의원 등이 동참했다. ‘정치 검찰’을 개혁하기 위해 무엇보다 공수처 설치가 필요하다는 데 여야, 보수·진보를 떠나 공감대가 형성되어온 것이다.
광장의 절실한 목소리를 외면해서는 안된다. 분명 서초동이나 광화문 집회 공히 검찰개혁의 대의에는 뜻을 같이했다. 한국당은 입으로는 “사법개혁”을 운위하면서도 공수처법을 막아 ‘가짜’ 검찰개혁을 도모하는 반동을 멈춰야 한다. 검찰개혁 문제를 정권에 대한 정치공세의 일환으로 이용하며 시대정신을 외면할 경우, 다음 ‘촛불’은 국회로 향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경향
설리 비극 파는 유튜버들… “조국과 관련” “자살충동” “페미들이 문제
설리의 죽음은 조국 수사를 막기 위한 음모.”
“예상적중! 설리 사주로 보는 자살 충동운.”
가수 겸 배우 설리의 비극적 죽음을 이용해 조회수와 구독자를 늘리려는 유튜버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명백한 허위사실일뿐만 아니라 고인과 유족, 지인들의 명예를 훼손할 가능성이 큰 내용을 무책임하게 방송하고 있다.
보수 유튜버로 알려진 ‘김용호연예부장’은 15일 ‘설리, 왜 그랬나...ㅠㅠ(+조국이 사퇴한 진짜 이유는?)’이란 제목으로 실시간 스트리밍을 진행했다. 제목만 보면 설리의 사망 소식을 다루는 듯하지만 40분이 넘는 방송은 대부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내용으로 채워졌다. 김씨는 설리 이야기를 하다가도 “좌파 매체들이 난리다. 그렇게 꾸짖는 사람들은 정의로운가. 조국을 보면 알지 않는가?”라며 조 전 장관 얘기를 이어갔다. 이어 “대깨문, 대깨조들이 화풀이할 대상이 필요하다. 그들은 설리의 사건을 분위기 전환에 이용한다”고 주장했다.
구독자 1만7000명을 보유한 한 보수 성향 유튜버는 ‘조국사퇴, 故 설리 사망속보 관계성있나’는 제목의 스트리밍에서 설리의 죽음이 조 전 장관과 관련된 수사를 막기 위한 음모라고 주장했다. 그는 “설리가 마약 스캔들이 있었는데 그냥 넘어갔다. 그런데 하필 오늘 조국이 사퇴를 했고, 조국은 두우해운. 국적을 세탁한 배와 연관이 있는데 거기에는 마약이 들어있다는 시나리오도 있다”면서 “하필이면 조국이 사퇴한 오후에 설리가 죽었다. 신기하다”고 말했다. 두우해운이 마약과 관련되어있다는 주장은 확인된 바 없다.
설리를 주제로 한 사주풀이 유튜브 채널도 여럿 발견된다. 한 무속인은 “설리의 영혼이 접신됐다”고 주장하면서 “도움을 청했으나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고 얘기했다.
자신을 철학가라고 소개한 한 유튜버는 ‘(사주예언적중) 설리 사망 사주감정’이란 영상에서 “자기 멋대로 한다. 오만불손하다”고 말해 네티즌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이 채널 외에도 유튜브엔 ‘설리 사주로 보는 연예인들의 자살 충동운’ ‘도화살 때문에 죽었나’ 등 설리의 죽음을 사주로 분석하는 컨텐츠가 다수 업로드 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설리 악플러 배후에는 페미니스트가 있다” “설리가 자살한 이유는 성동일 김수현이 무대발표회에서 무시했기 때문이다” 등 근거 없는 주장을 하는 유튜브 영상들도 있다. 네티즌들은 “이름도 모르는 수십 명의 사람한테 타살당한 고인을 이용해서 돈이 벌고 싶냐”며 이들을 비판하고 있다./이홍근 인턴기자 국민일보
한국 언론은 조국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해설] 조국 사태가 언론계에 남긴 것…취재 과정 생중계, ‘유튜브 저널리즘’ 확산, ‘효능감’과 ‘정파성’ 경계에 선 언론
조국 법무부 장관이 취임 35일 만에 장관직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8월9일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되고 67일 만이다. 장관후보자에 대한 유례없는 취재 열기와 청문회 지연, 청문회 당일 밤 초유의 법무장관 후보자 부인 기소로 불거진 정부 여당·검찰 간 대립 구도, 여기에 더해 ‘조국 수호’ 서초동 집회와 ‘조국 사퇴’ 광화문 집회 세 대결까지 많은 사건이 쉴새 없이 이어졌다. 그리고 ‘기레기’라는 경멸적 용어는 일명 ‘조국 사태’의 중심에 있었다. 거리에선 “검찰개혁 다음은 언론개혁”이란 구호가 등장했다. 조국 사태가 언론계에 남긴 것은 무엇일까.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9월2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진행하며 기자들 앞에 인사하는 모습. ⓒ연합뉴스
취재 과정 생중계 속 취재의 ‘희화화’ 자초한 언론…취재 관행 달라져야
뉴스수용자들은 취재결과물뿐만 아니라 취재 과정까지 들여다보며 비평했다. 대표적인 사건이 지난 9월2일 사상 초유의 ‘무제한’ 기자간담회였다. 약 11시간 동안 100개가 넘는 질문이 쏟아졌고, 이는 고정형TV와 유튜브채널을 통해 생중계됐다. 간담회 방식이 조국 장관후보자에게 유리하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정작 도마에 오른 건 기자들의 답답한 질문 수준이었다. 기자간담회 도중 포털 실시간검색어 1위로 ‘한국기자질문수준’이 올랐고, 기자들의 모습과 질문내용은 실시간으로 비판과 비난의 대상이 됐다. 뉴스수용자들이 기자의 게이트키핑과 이차적 판단에 영향을 끼쳤던 순간이었다.
기자들은 어디든 의외의 뉴스 가치가 숨어있을 수 있다고 배웠고 사건의 세밀한 부분까지 집요하게 취재해야 한다고 배웠다. 현장 기자들은 선배들에게 배운 대로 했다. 그러나 “쓰레기통을 뒤져서라도, 짜장면 배달부를 붙잡고서라도 한 조각의 팩트라도 건져보려는 행위와 방법은 이제 대중의 감성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시대”(성재호 KBS사회부장)가 되었다. 적지 않은 이들에게 기자들의 취재는 과열 보도와 인격권 침해로 비추어졌고, ‘조국 차량 자택 아파트에 주차 중’이란 TV조선 뉴스 속보와 조 장관 집 앞에서 ‘불 켜졌다’고 생중계한 채널A 보도는 취재의 희화화를 자초했다.
뉴스수용자는 조국 장관의 A4 3장 분량 사퇴문을 카카오톡으로 돌려본 뒤 자신이 선호하는 유튜브 채널에 호응하고 언론의 논조를 비평하며 보도의 편향 또는 기계적 중립을 비판한다. 정보독점이 무너진 지금 언론의 공정성은 실체적 진실의 단일성보다 다양성을 드러내는 작업에 가까워졌다. 그러나 언론은 출입처 기반의 보도자료·속보·단독이란 기존 취재 메커니즘에 머물렀고, 이번에도 다양한 ‘미디어 시민’의 욕구를 효과적으로 담아내는 데 실패했다. 저널리즘 위기는 불공정성에 대한 비판에서 시작됐으나 이제는 비전문성에 대한 냉소에 이르렀다.
변화는 ‘위’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권석천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지난 7월 ‘기자들을 기다리지 마라’란 제목의 칼럼에서 “이제 기자들 책임을 물어서 될 수 있는 단계는 지났다. 기껏해야 150~200명 안팎의 취재인력으로 갈수록 전문화되는 세상에 대응할 수 있을까”라고 되물으며 “취재가 사치 부리는 일이 되다 보니, 서로 시야에서 벗어나지 않는 ‘질 낮은 경쟁’에 몰두한다. 국회, 검찰청, 경찰서에 기자들이 몰려들어 너나없이 같은 일을 하고 있다. ‘심경이 어떠십니까?’ ‘혐의를 인정하십니까?’ 그 시간에 흩어져 다만 며칠이라도 자신만의 취재를 한다면 좋은 기사가 나오지 않을까”라고 적었다.
이제 언론계는 출입처 제도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미국의 출입기자는 특정 기관이 아닌, 특정 분야를 담당하는 반면 한국의 출입기자는 출입처에서 일상을 보낸다. 검찰 출입기자는 검찰에서 하루를 보내며 검찰의 일을 자기가 맡은 일의 전부로 생각한다. 기자들은 기자실이라는 커뮤니티에서 사안을 이해하고 기사 방향을 잡는 데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다. 이를 통해 매우 유사한 뉴스 감각과 취재방식을 공유하게 된다. 사안이 복잡하거나 민감해서 어디에 중점을 둬야 할지 잘 모를 때 이런 경향은 더 잘 나타난다. 한 묶음의, 팩 저널리즘(pack journalism)이다.
과거부터 법조취재 중심은 검찰이었다. 법조 1진이 서울중앙지검을 맡고, 2진은 대검찰청을 맡는다. 사건이 발생하면 출국금지-압수수색-소환조사-주요혐의-기소 여부 등 수사 단계별로 ‘살라미 정보’를 취재한다. 고제규 시사IN 편집국장은 “한 사건당 전체 팩트의 10%가 검찰 수사 단계에서 드러난다. 90%는 법정 다툼 과정에서 공개된다. 그러나 한국 언론의 취재는 90%가 검찰에 쏠려 있다”고 지적하며 “일본 법조 기자 클럽에서 시작된 기자단 시스템을 유지할지 말지 이제 언론도 판단해야 한다. 방송사 등 큰 언론사부터 법조취재 중심을 법원으로 옮긴다면 바꿀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쟁적인 검찰발 보도 대신, 공판 취재에 집중해야 한다. 법무부는 지난 14일 “공개소환 전면 폐지, 전문공보관 제도 도입 등 대검찰청 의견을 반영하고 관계기관의 의견 수렴을 거쳐 피의사실 공표 금지 방안을 10월 중 확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제 언론계도 조국 사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취재 관행은 달라져야 한다. “전지적 검찰시점”(권석천)에서 멀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언론계는 부도덕하며, 존재감 없는 집단이 될 운명이다. 2018년 한국언론진흥재단 언론수용자의식조사에서 언론인에 대한 평가는 도덕성 2.83점, 사회 기여도 3.21점(5점 만점)에 그쳤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연합뉴스
레거시 VS 유튜브 저널리즘 경쟁…‘효능감’과 ‘정파성’ 경계에 선 언론
조국 사태는 소위 ‘유튜브 저널리즘’과 레거시 저널리즘의 경쟁 구도를 드러낸 유의미한 사례로 남았다. 주요 시사 유튜브채널 구독자는 14일 현재 △신의한수 105만명 △노무현재단 99만명 △딴지방송국 65만명 △펜앤드마이크 60만명 수준이다. 시청률조사기관 닐슨코리아는 ‘2019 뉴스미디어 리포트-유튜브저널리즘’ 보고서에서 “유튜브 뉴스의 성장으로 기존 뉴스 사업자들은 유튜브와의 플랫폼 경쟁은 물론 유튜브 안에서의 콘텐츠 경쟁이 불가피해졌다”고 분석했다. 오늘날 유튜브는 뉴스의 유통 분화를 넘어 뉴스의 생산마저 분화시켰다.
‘유시민의 알릴레오’와 KBS 사회부와의 공방은 ‘유튜브저널리즘’과 레거시저널리즘의 경쟁 구도를 드러낸 상징적 사건이다. 성재호 KBS사회부장은 “유튜브가 기성 언론을 대체하고 있다. 좌우 진영 모두 그렇다”고 진단하며 ‘알릴레오’를 “진영언론”으로 규정했다. 반면 지난 12일 서초동 집회에서 최민희 전 의원은 “김경록이 유시민을 찾아갔을 때 대한민국 언론은 이미 사형선고를 받았다”며 KBS를 비판했다. 성 부장과 최 전 의원 모두 지난 정부에서 언론자유를 위해 싸웠던 이들이지만 지금은 돌이킬 수 없는 간극이 앞에 있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국면에서 보수성향 시민들이 촛불집회에 나왔던 것처럼 조국 사태에서 정치적 분화가 일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언론과 언론인의 논조 분화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언론은 최순실 국면을 통해 죽었다 살아났던 셈인데 이후 질적으로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이 이 교수의 진단이다. 한국 언론은 고질적인 정치 병행성 문제가 있는데, 조국 사태에서 상당수 언론은 정치구조를 반영해 자유한국당 성향 언론과 더불어민주당 성향 언론만 남아 사실을 두고 다투었고, 그 결과 저널리즘적 한계가 불가피했다는 의미다.
이준웅 교수는 “오늘날 비판적 담론공중은 진보·보수 할 것 없이 확대됐다. 유튜브 채널에 수십만 명이 접속하고 SNS를 통해 (내용을) 확산시키고 있다. 한국 민주주의의 역량이 강화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시민들의 정치적 역량은 강화되었으나 비판적 담론공중이 사용하는 담론의 재료가 고품질이 아니”라며 “고품질의 담론을 언론이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준희 한양대 신문방송대학 겸임교수는 지난 13일 KBS ‘저널리즘토크쇼J’에서 ‘알릴레오’나 ‘다스뵈이다’ 같은 비전통적 언론이 만들어낸 정보가 뉴스수용자들에게 확신을 주고 있다며 “(서초동 집회의) 언론개혁은 나에게 대안적 정보를 주지 못했던 기성 언론의 구조 개혁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쟁점은 ‘대안적 정보’의 지향점이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지난 1일 JTBC가 마련한 긴급토론에서 “진영논리가 왜 나쁘냐”고 반문하면서 “손석희 앵커만 진영논리를 안 따르시면 돼요”라고 말했다. 누군가에겐 그 말이 역설적으로 “우리 진영을 도와달라”는 공개압박, 또는 공개 구애로 비쳤을 법했다. 이번 사태에서 대다수 언론인은 ‘양자택일’을 요구받았다. 선택지는 광화문 집회, 서초동 집회 둘 뿐이었다.
진영 언론, 진영 언론인에게 남는 것은 ‘카타르시스 커뮤니케이션’ 뿐이다. 언론인들은 이에 대한 유혹을 뿌리쳐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유튜브 저널리즘의 강점인 ‘효능감’도 포기해선 안 된다. 이슈의 이면과 맥락을 파악하면서 공감하는 ‘교감자 동기’는 점점 뉴스 소비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이처럼 조국 사태는 언론이 ‘효능감’과 ‘정파성’의 경계 앞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야 하는 현실을 드러냈다.
이번 사태에서 꼭 돌이켜봐야 할 지점은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한국 사회에 뿌리박힌 도구주의적 언론관이다. 한국에서 저널리즘은 언제나 그 자체로 어떤 목적과 의미를 갖기보다 당대의 시대적 과업을 수행하는데 활용되는 도구였다. 이번 사태에서도 도구주의적 언론관이 저널리즘을 흔들지는 않았는지 자문해봐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4일 조 장관 사퇴 직후 이어진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조국 사태를 두고 “언론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며 “언론 스스로 신뢰받는 언론을 위해 자기 개혁의 노력을 해 주실 것을 당부 드린다”고 했다. ‘검찰개혁 다음은 언론개혁’이라는 행간이 읽히는 대목이었다. 이에 대해 조선일보는 15일 사설에서 “정권의 응원단인 KBS와 한겨레신문조차 조국 문제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다고 일선 기자들이 반발하고 있다”며 “성찰은 문 대통령이 해야지 왜 기자들이 해야 하나”라고 주장했다. ‘조국 사태’는 마침표를 찍었지만, 남겨진 숙제는 간단치 않다.
※참고문헌=‘저널리즘의 지형’(박재영 등 공저)
정철운 기자 pierce@mediatoday.co.kr
사립대 43% 총장 등 자리 대물림... 4대까지 "중세봉건체제"
[단독] 교육부 비공개 보고서 입수... 4년제 대학 154개교 중 67개 "일부 사립대는 가족기업"
▲ "사립대 총장 선출제도" 다룬 교육부 비공개 보고서 내용. ⓒ 교육부
최성해 동양대 총장의 경우처럼 친인척이 '대를 이어 총장, 이사장, 이사'를 맡고 있는 사립대가 지난해(2018년) 기준으로 전국 67개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체 4년제 사립대학 중 43.5%에 이르는 수치다. <오마이뉴스>는 교육부가 발주한 비공개 정책연구보고서와 연구진을 통해 이 수치를 확인했다.
15일 <오마이뉴스>는 여영국 정의당 의원실(경남창원성산, 교육위)을 통해 교육부 연구보고서 '대학의 가치 정립과 사립대학 총장 선출 방식 개선을 위한 연구'(책임자 이창현 국민대 교수)를 확보했다. 올해 상반기에 나온 이 보고서는 교육부가 그동안 비공개해온 것이다.
교육부 비공개 정책보고서 살펴보니... "일부 사립대는 가족기업"
이 보고서에서 연구진은 "2018년 현재, (친인척이 총장, 이사장, 이사로) 대물림되는 (4년제) 사립대학은 67개교이며, 이 가운데 56개교(83.6%)가 임명제로 총장을 선임하고 있었다"면서 "간선제는 8개교(11.9%)만이 채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직선제 비율은 이보다 더 적은 3개교(4.5%)였다. 연구진이 교육부가 벌인 '사립대학 전수조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다. 우리나라 4년제 사립대학은 모두 154개교다.
이어 연구진은 "(친인척) 대물림 67개교 중에서 20개교(29.9%)는 3대 또는 심지어 4대까지 대물림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다음처럼 강조했다.
"사립대학은 교육의 영역으로, 사적 재산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현재 법인의 운영은 가족기업 운영의 방식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 대학법인이 중세 봉건 체제와 같이 총장을 임명하고, 독선적으로 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이 보고서를 보면 2018년 현재 154개 사립대 가운데 132개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총장 임명제는 73.4%, 간선제는 21.2%인 반면 직선제는 4.5%였다. 2018년 교육부가 벌인 '사립대학 전수조사'를 연구진이 분석한 결과다.
하지만 조사에 응한 대학교수들의 총장 선출 방식에 대한 생각은 현 상황과 정반대였다. '바람직한 총장 선출 제도'를 묻는 물음에 74.4%(교수 직선제 38.8%, 구성원 직선제 35.6%)가 직선제에 찬성했다. 임명제 찬성 응답은 4%였다. 연구진이 직접 지난해 전국 876명의 교수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문재인 정부가 실질적으로 사립대학의 개혁을 하고자 한다면 가장 시급한 것이 바로 대학 총장 선출제도의 민주화"라면서 "대부분 사립대학의 적폐는 사학법인과 총장이 일방적인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것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연구진은 교육부에 "대학역량진단 (평가)영역에 총장선출제도의 민주적 대표성 항목이 포함되거나 그 비중을 높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여영국 "교육부 방관 문제, 우선 총장 직선제부터 유도해야"
이에 대해 여 의원은 "'아빠찬스'를 잡아 총장 대물림을 해온 최 총장의 25년 장기집권이 가능했던 이유 가운데 하나는 교육부가 방관했기 때문"이라면서 "교육부가 스스로 위탁해 만든 정책보고서에서 밝힌 대로 사립대학의 민주화를 위해 우선 총장 직선제부터 과감하게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조국 딸' 표창장 위조 의혹을 제기한 핵심 인물인 최 총장은 41살의 나이였던 1994년, 동양대학교 설립자인 아버지의 대를 이어 총장에 취임한 바 있다. 25년째 최장수 총장을 맡고 있는 그는 2015년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회장으로 당선되기도 했다. (관련 기사: '엄마 찬스' 논란 일으킨 최성해는 '아빠 찬스' 총장? http://omn.kr/1kvhi)
▲ 국민의례하는 전국 사립대 총장들 2016년 3월 25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명지대학교 자연캠퍼스에서 열린 "제16회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정기총회"에서 최성해 동양대 총장 등 참석자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2016.3.25 ⓒ 연합뉴스
윤근형/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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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걱정 “특권 대물림 등 ‘교육 불평등 지표’ 정부가 관리해야”
16일 오전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특권 대물림 교육 지표 조사’의 법제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최원형 기자
“영재학교 8곳에 서울·경기 출신 70%”, “자율형사립고(자사고) 평균 연간 학비 886만원”, “상위권 7곳 대학 국가장학금 지급 비율 평균 22.37%”…. 해마다 국정감사 때면 ‘교육 불평등’ 실태를 말해주는 이런 통계가 쏟아진다. 그러나 이것들은 모두 국회의원이나 시민단체들이 개별적으로 확보한 자료들로, 교육 불평등 실태를 일목요연하게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정부의 공식 통계는 아직 없다.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려면 이렇게 ‘특권’이 재생산되는 교육제도의 실태를 정부가 정기적으로 파악해 지표로 관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책을 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교육걱정)은 16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특권 대물림 교육 실태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를 국가 수준에서 통합하고 관리하는 실효성 있는 제도를 마련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특권’ 학교·지역과 그렇지 않은 학교·지역의 격차를 보여주는 교육 불평등 관련 지표 조사를 법제화하고, 이를 근거로 삼아 교육 불평등 해소 정책을 세우고 실행하라는 것이다. 사회부총리실 산하에 ‘특권 대물림 교육 조사위원회’를 설치해, 관련된 정책 기획과 지표 조사, 대책 논의 등을 맡길 것도 제안했다.
사교육걱정은 한국 교육제도에서 사립초-국제중-특목고·자사고·영재학교-상위권 대학-특권 직업으로 이어지는 ‘특권 대물림 교육’ 해소를 교육 개혁의 큰 방향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 때문에 특정한 교육제도에 몸담으면 기득권을 누릴 가능성이 높아지는 한국 교육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한국의 교육 불평등 지표는 무엇보다 ‘특권 대물림’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 사교육걱정의 주장이다. 구본창 사교육걱정 정책국장은 “경제력과 특정 직업을 지닌 부모들의 자녀가 다니는 학원, 학교가 교육제도 안에 형성되어 있어, 그들이 카르텔을 만들고 사회의 기득권을 독식하는 구조가 핵심이다. 이런 실태를 드러내는 지표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자료: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사교육걱정은 구체적으로 4가지 특권 영역의 실태가 지표 조사에서 드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권 학교·지역에서 특권 상급학교로 진학하는 실태 △특권 학교·계층의 유·초·중·고 교육비와 사교육비 지출 실태 △특권 학교의 입시에 유리한 교육과정 실태 △특권 학교 출신 또는 특권 직업군(정부 고위직 공무원, 국회의원, 법조계, 의사, 교수, 금융권 등) 자녀들의 특권 직업 진출 실태 등이다. 현재 해마다 실시하는 ‘사교육 통계’ 조사처럼, 전문성을 갖춘 통계청이 중심이 되고 다른 국가기관들이 협력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면 된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사교육걱정은 영국의 고등교육기관인 ‘대학생지원국’의 활동과 미국에서 주목받고 있는 ‘불이익 지수’ 등 이미 다른 나라에서도 활용하고 있는 교육 불평등 지표 사례도 소개했다. 영국 대학생지원국은 2018년 졸업자 가운데 부유한 지역 학생이 극빈지역 학생에 견줘 고등교육에 입문할 가능성이 2.4배, 최상위권 대학교에 입학할 가능성은 5.7배 높다는 불평등 비율을 도출했다. 이 비율을 2024~2025년까지 3:1, 2038~2039년까지 1:1로 맞추는 것이 대학생지원국의 목표다. 미국에서는 2017년부터 지역사회 범죄율, 부모의 교육 수준 등 학생이 처한 환경의 불리한 정도를 일정한 지수로 파악해, 에스에이티(SAT·대학입학자격시험) 성적과 함께 대입에 반영하는 움직임이 퍼져나가고 있다.
영국의 고등교육기관 대학생지원국 누리집. 대학생지원국은 소외계층 학생에게 고등교육 기회를 더 많이 주는 ‘배경고려 대입제도’ 정책을 위해 다양한 연구와 지원을 하고 있다.
한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도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입시 제도 개선을 넘어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고 공교육을 정상화할 방안들을 제시했다. 전교조는 “고교서열화·대학서열화 해소, 특권교육 폐지, 입시 부정에 대한 단호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경쟁과 서열, 분리와 특권을 거부하고 협력과 배려, 공정과 다양성의 가치를 존중하는 교육철학으로 대전환을 이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고교 서열화를 해소하려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의 근거 조항(제90조, 제91조)을 삭제해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고, 과학고·영재학교는 일반고 학생을 선발해 위탁 교육을 하는 학교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 불평등 해소와 기회균등 보장을 위해서는 대학들이 기회균형선발(고른기회 전형), 지역균형선발(지균) 전형 규모와 비율을 대폭 확대하고, 대학 서열화 해소를 위해선 대학 통합 네트워크를 구축하자고 제안했다. 수도권 주요 대학이 학생부교과전형 비중을 더 늘리고, 학생부종합전형의 경우 양적 확대보다 자기소개서·교사 추천서 폐지 등 비교과 영역을 보완해야 한다고도 제안했다.
최원형 이유진 기자 circle@hani.co.kr
“한번 찍히면 개미지옥”…‘악플’과 공생하는 언론·포털
브레이크 없는 연예인 사생활 기사
설리 술자리 인스타 공개 기사 50건
연예지 제외하고도 4년여간 9238건
대선 있던 2017년에도 구글검색 1위
악성댓글→보도→악성댓글 ‘악순환’
연예인들 온라인 망신주기 대상화
언론, 논란식 기사화로 ‘클릭장사’…“고소·고발 넘어 언론 자정선언 절실”
지난 14일 세상을 떠난 설리(본명 최진리)를 위한 추모제가 16일 밤 서울 신촌 현대백화점 앞에서 열린 가운데 추모의 뜻으로 검은 옷을 입은 참가자들이 고인의 명복을 빌며 촛불을 켜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2017년 국내 구글 인물 검색어 1위. 숱한 악성댓글에 시달리다 지난 14일 세상을 떠난 배우 설리(25·본명 최진리)에게 남은 기록의 하나다. 당시 설리는 단지 속옷을 착용하지 않은 사진을 개인 에스엔에스(SNS) 계정에 올렸다는 등의 이유로 혐오표현을 동반한 악성댓글에 시달렸다. 전례 없는 조기 대통령 선거가 있었던 해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이름은 설리에 뒤이은 2위에 자리매김했다. 왜 설리에게 이토록 대중의 관심이 쏟아졌을까. 전문가들은 ‘클릭 장사’에 나선 언론이 앞장서고 ‘악플러’가 이를 뒤따르며 악순환을 부추긴 결과라고 입을 모았다. “악플러들에게 장을 열어준 언론부터 자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16일 <한겨레>가 한국언론진흥재단 뉴스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 ‘빅카인즈’로 분석한 결과를 보면, 설리가 걸그룹 ‘에프엑스’를 탈퇴하고 개인 활동을 시작한 2015년 8월7일부터 지난 13일까지 설리를 다룬 기사는 일간지와 전문지에서만 9238건에 이른다. 그에 대해 가장 많은 가십성 정보를 쏟아낸 일반 연예지를 빼고도 기사 건수가 1만건에 육박한 셈이다. 그가 영화 <리얼>에 출연하는 등 배우로서 본격적으로 새 영역을 개척하기 시작한 때지만 언론의 주된 소재는 설리의 에스엔에스를 둘러싼 논란이었다. 언론의 추동 덕에 당시 연관 검색어를 보면 그에 대한 누리꾼들의 관심은 작품 활동보단 주로 가십에 쏠려 있었다. 연관어는 ‘인스타그램’ ‘최자’(과거 연인) ‘에스엔에스’ ‘누리꾼’ ‘온라인 커뮤니티’ 등이다. 앞서 설리는 악성댓글로 괴로워하다 2014년 연예계 활동을 잠시 중단한 적까지 있지만 언론도, 누리꾼도 그를 고려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선명히 드러나는 것은 황색 언론과 악플러의 공생 구조다. 언론은 유명인의 가십성 정보를 기사화해 악플러들을 끌어들이고, 기사에 악성댓글이 달리면 이를 ‘논란’으로 재배포하며 논란을 확대재생산해왔다. 지난 4월8일 설리가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을 통해 지인들과의 술자리를 공개했을 땐 ‘노브라 논란’으로 약 50건의 기사가 나왔다. 5월22일 설리가 자신의 모습을 찍어 에스엔에스에 올렸을 때는 ‘속옷을 안 입고 길을 걷는다’는 주제로 기사 25건이 나왔다. 일부 언론은 ‘갑론을박’ ‘시끌시끌’ 같은 수식어와 함께 설리에게 쏟아진 악성댓글을 그대로 기사에 담았다.
설리가 에프엑스f(x)를 탈퇴한 2015년 8월7일부터 지난 13일까지 보도된 설리 관련 기사에 나온 키워드를 연관어 분석을 통해 가중치에 따라 시각화한 워드클라우드.
설리가 에프엑스f(x)를 탈퇴한 2015년 8월7일부터 지난 13일까지 보도된 설리 관련 기사에 나온 키워드를 연관어 분석을 통해 가중치에 따라 시각화한 워드클라우드.
전문가들은 악성댓글과 언론의 공생 고리를 언론이 먼저 끊을 때라고 입을 모았다. <아이돌로지> 편집장 미묘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연예인을 향한 악성댓글을 무분별하게 기사에 담는 것은 악플러들의 발언을 가치있는 의견인 것처럼 믿게 만들고 폭력적인 시선을 재생산하는 일”이라며 “사실상 언론이 악플을 달 기회를 제공하고 장을 열어줬다”고 꼬집었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도 “악플의 연쇄 구조는 연예인에게는 일단 걸리면 빠져나가기 어려운 ‘개미지옥’”이라며 “개개인의 고소·고발이나 ‘인터넷실명제’만으로 이를 막을 수 없고, 언론 스스로 이를 멈추자는 사회적 선언을 하거나 보도준칙을 공론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날 사단법인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는 입장문을 내어 “악플로 인한 대중문화예술인의 정신적 고통과 피해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했다”며 “근거 없는 악플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회원사 소속 아티스트 보호 차원에서 초강경 대응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관련 기사 : “설리가 우리다” 2030 여성들의 공감과 분노
김민제 전광준 신지민 기자 summer@hani.co.kr
"유니클로 다시 북적인다" 소식에 매장 가보니
반값 할인행사 등 영향…불매운동에도 마케팅 활발
유니클로 온라인스토어에서 남성용 '플러피얀 후리스 풀짚재킷' 주요 사이즈가 품절된 모습
'후리스', '히트텍' 등 메가 아이템이 등장하면서 일부 유니클로 매장이 다시 북적이기 시작했다. 신상품 출시와 맞물려 진행된 대대적인 할인행사도 영향을 줬다. 15일 오후 1시쯤 서울시내 유니클로 매장 2곳은 점심시간을 맞아 방문한 고객들로 붐볐다. 광화문디타워점의 경우 1층에만 30명 가까운 고객이 쇼핑에 한창이었다. 4곳의 피팅룸은 모두 차있어 2명의 고객이 줄을 서기도 했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절정에 이르렀던 지난 7~8월, 고객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눈에 띄게 한산했던 매장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매장 직원은 최근 들어 고객이 늘었는지 묻자 "본사 지침상 말할 수 없다"며 답을 피했다.
같은시각 잠실 롯데월드몰점의 풍경도 비슷했다. 쇼핑에 나선 한 중년 부부는 "세일 소식을 듣고 방문했다"며 "매년 온가족이 히트텍을 사입었는데 올해 제품도 둘러보려 한다"고 말했다.
오프라인 매장과 마찬가지로 온라인스토어 방문 고객 역시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플러피얀 후리스 풀짚재킷' 등 제품은 주요 사이즈가 품절된 상태다. 이를 두고 일본제품 불매운동 탓에 오프라인 매장은 이용하지 않고, 온라인을 통해 유니클로 등 일본제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샤이 재팬', '샤이 유니클로'란 말도 생겼다.
실제 매출 변화는 어떨까. 유니클로 매출은 지난 7월 70% 넘게 급감하기도 했다. 유니클로 관계자는 회복 여부를 묻는 말에 "공개할 수는 없으나 후리스 25주년을 기념해 디자인이 다양해지고 겨울 신상품이 대거 출시되면서 반응이 좋다"고 했다.
독자 속이는 ‘기사형 광고’...조선일보 1위, 한국경제 2위
언론의 생명은 신뢰다. 언론 사업은 뉴스와 프로그램 등을 통해 정보를 판매하는 비즈니스지만 사실은 그 속에 담긴 신뢰를 판다고도 할 수 있다. 올해 영국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공개한 세계 38개 국가 언론신뢰도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들의 언론 신뢰도는 22%였다. 조사 대상 국가 중 꼴찌다. 그것도 4년 연속이다. 하지만 한국에선 망하는 언론사가 거의 없다. 왜일까?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는 한국 언론의 기이한 수입구조에 주목했다. 그 중 하나가 기사를 가장한 광고다. 또 하나는 세금으로 조성된 정부의 홍보, 협찬비다. 이 돈줄이 신뢰가 바닥에 추락해도 언론사가 연명하거나 배를 불리는 재원이 되고 있다. 여기엔 약탈적 또는 읍소형 광고, 협찬 영업 행태가 도사리고 있다. 이런 비정상적인 구조가 타파되지 않으면 우리 사회에서 언론이 정상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게 불가능하다. 뉴스타파는 이 시대 절체절명의 과제 중 하나가 언론개혁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관련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추적 결과물은 언론개혁 계기판 역할을 할 뉴스타파 특별페이지 ‘언론개혁 대시보드’에 집약해서 게재한다. -편집자 주
신문법 6조에 독자 권리보호 조항에 하지 말라고 돼 있는데, 법에서 하지 말라고 했으면 안 하는 게 맞는 거고. 분명히 법이라는 건 위법에 대한 제재가 따르는 게 맞는 건데 그 어떤 것도 없거든요. 그러니까 이게 사문화처럼 돼버린 거예요.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 관계자는 기자에게 다소 강한 어조로 말을 이어나갔다.
“말이 좋아 자율심의지만 그나마 자율심의라도 하고 있어서 저희들이나 신문윤리위원회가 매체사에 공문 보내고 그 사람들이 그냥 쓰레기통에 버리더라도 계속 공문보내고 이거 하시면 안됩니다 이렇게라도 외치고 있는 거예요. 지방지나 규모가 작은 데는 이행 열심히 하려는 데도 있어요. 그런데 문제는 소위 말하는 메이저. 공개돼 있는 거 보면 아시겠지만 소위 말하는 조중동매경한경 이 5대 (매체)가 거의 저희 심의건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해요.
“누가봐도 심한 것만 저희가 잡고 있어요. 아리까리한 것들은, 워낙 심한 게 많으니까 애매한 논의거리는 넘어가는 경우도 있어요. 워낙 많으니까.
이 관계자가 자신이 소속된 심의기구에서 잡고 있다는 “누가 봐도 심한 것”은 과연 무엇일까? 바로 각종 매체에 실리는 이른바 ‘기사형 광고’ 가운데 광고 표기가 없거나 기자 바이라인을 달아서 마치 기자가 직접 취재한 기명 기사처럼 포장해 ‘편집기준’을 위반한 것(기사라고 볼 수 없으니 ‘것’이라고 표현한다)들이다.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가 이 ‘기사형 광고’ 문제에 주목하게 된 올해 초 이른바 ‘박수환 문자’ 3만 건 가량을 입수해 취재, 보도하면서다. 홍보대행사인 뉴스커뮤니케이션(뉴스컴) 대표이자 로비스트인 박수환이 언론사 및 기업관계자, 내부 직원과 나눈 문자에는 기사 형태를 가장한 광고가 기업-홍보대행사-언론사 삼각관계 속에서 어떻게 거래되는지 보여주는 내용도 상당수 들어 있다. 몇가지 사례를 보자.
2015년 4월 4일 조선일보에는 파리바게뜨가 바게트빵 3종류를 출시했다는 내용의 1단 ‘기사’가 실렸다. 배경을 모르면 무심코 지나갈 수도 있는 ‘기사’다. 하지만 ‘박수환 문자’에는 원고지 1.5매 분량인 이 ‘기사’가 조선일보와 파리바게뜨 모기업인 SPC 사이에 1억 원에 거래됐다는 내용이 나온다.
동아일보에서 연재된 ‘GE의 혁신노트’도 일반 독자들에게는 ‘좀 냄새가 나긴 하지만’ 그냥 흔한 기업홍보기사로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박수환 문자’에 따르면 동아일보는 이 특집을 실어주고 GE에서 1억 원을 받았다.
이처럼 기사나 프로그램 등 언론사가 생산하는 콘텐츠와 광고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언론 수용자는 혼란스럽다. 심지어 오도된 정보로 피해를 입는 경우도 있다. 위에서 언급한 사례들은 ‘기사형 광고’ 거래금액이 드물게 수면 위로 드러난 경우다. 뉴스타파는 갈수록 혼탁해지고, 심지어 타락해가는 언론생태계의 한 단면을 들여다보기 위해 겉모습은 기사지만 사실은 광고인 ‘기사형 광고’가 얼마나 많이 나오고 있는지 조사했다. 데이터는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가 공개하는 ‘기사형 광고’ 심의 결정 자료에서 수집했다.
경고 및 주의 551건 조선일보 1위...한국경제 415건, 매일경제 376건
뉴스타파 데이터팀은 우선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에서 공개한 2019년 상반기 ‘기사형 광고 심의결정’ 자료를 전수 분석했다.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는 한국광고영상제작사협회와 한국언론학회 등 업계와 학계 단체 10여 곳이 모여 만든 단체로 ‘기사형 광고’ 중 신문법에 따라 ‘편집기준’을 위반한 사례를 수집해 심의한다. 이 기구는 사실상 광고인데도 광고 표기를 하지 않거나 기자 이름을 달아 기사인 것처럼 포장한 기사형 광고는 위반 정도에 따라 주의와 경고 등 두 단계 심의결정을 내리고 자체 웹사이트에 공개하고 있다.
▲ 2019년 상반기에 조선일보 지면에 실린 CJ제일제당 건강기능식품 기사형 광고. 각각 1월 29일, 2월 13일, 3월 12일, 3월 26일, 4월 16일, 5월 14일, 6월 18일, 6월 25일 게재됐다. 이 광고들은 모두 ‘광고 미표시 및 오인유도표현(OOO 기자) 삽입’을 이유로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로부터 ‘경고’ 결정을 받았다.
뉴스타파 집계 결과 2019년 1월부터 6월까지 6개월 동안 주의, 경고 등 편집기준 규정 위반 결정을 받은 기사형 광고는 모두 3,189건으로 나타났다. 주요 일간지와 경제신문들이 대부분 상위권을 차지했다. 조선일보가 551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 기간 동안 조선일보가 가장 많이 경고를 받은 ‘기사형 광고’는 CJ제일제당의 건강기능식품을 다룬 것이다. 조선일보는 이 상품을 홍보한 기사형 광고를 6개월 동안 8건 게재했다. 조선일보의 위반 건수는 올 상반기 주의나 경고를 받은 언론 전체 기사형 광고의 17%에 이른다. 2위는 415건인 한국경제, 3위는 376건인 매일경제다. 4위는 아시아투데이(195건), 5위는 중앙일보(194건)였고, 동아일보(160건)와 서울경제(113건)등이 뒤를 이었다.
‘기사형 광고’ 광고주를 업종별로 살펴보면 아파트, 오피스텔 분양 안내 등 건설사의 광고형 기사가 934건(29%)으로 가장 많았다. 유산균 등 건강기능식품을 포함한 식품, 음료 업계가 529건(17%)으로 2위였다. 주로 대규모 세일 행사 등을 광고한 유통업계가 236건(7%)으로 3위를 차지했다. 4위 금융업, 5위 병원 등이 뒤를 이었다.
편집기준을 위반한 기사형 광고를 가장 많이 게재한 업체는 종근당건강(67건)으로 나타났다. 종근당건강은 주로 유산균, 오메가3, 루테인 등 자사의 건강기능식품 관련 기사형 광고를 조선일보, 중앙일보, 매일경제 등에 실었다.
2위는 GS건설(58건), 3위는 대림산업(53건)으로 나타났다. 두 회사는 자사의 아파트 브랜드를 홍보하는 기사형 광고를 여러 일간지에 두루 실었다. CJ제일제당(4위), 대우건설(5위) 등이 뒤를 이었다.
심의 규정 위반 기사 수 해마다 크게 늘어…
뉴스타파 데이터팀은 광고자율심의기구가 심의 업무를 시작한 2010년부터 지금까지 자체 홈페이지에 공개한 기사형 광고 위반 사례를 집계했다. 심의를 할 때 여러 개의 유사 기사형 광고를 모아 한 번에 결론을 내리는 경우가 많아서, 실제 편집기준을 위반한 기사형 광고 수는 홈페이지에 게시된 심의결정 건수보다는 훨씬 더 많다.
연도별 집계 결과 2018년을 제외하면 해마다 늘어나는 추이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2010년에 편집기준을 위반한 기사형 광고 심의 결정은 275건에 불과했다. 이 수치는 해마다 크게 늘어 2014년 처음으로 1천 건이 넘었고, 2017년에는 3천 건을 넘겼다. 2018년에는 전년도보다 줄어든 2천 건 수준이었다. 광고자율심의기구 관계자는 “기사형 광고 수가 줄어들었다기 보다는 2018년에 심의할 여력이 부족해서 더 많은 기사형 광고를 검토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기사 가장 광고 난립으로 언론 신뢰 추락… 처벌조항 재도입 불가피
“신문ㆍ인터넷신문의 편집인 및 인터넷뉴스서비스의 기사배열책임자는 독자가 기사와 광고를 혼동하지 아니하도록 명확하게 구분하여 편집하여야 한다.
-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신문법) 제6조 3항
현행 신문법 상 ‘기사형 광고’에 광고라는 사실을 명시하지 않으면 불법이다. 그러나 법률을 위반해도 처벌하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법 준수 여부는 사실상 언론사 마음대로다. 광고라는 사실을 표기하는 것보다는 기사처럼 보이는 게 광고 효과가 더 높을 수 있으니 처벌 조항도 없는 상황에서 언론사들이 굳이 법을 지킬 필요도 없다고 여기는 것이 현 실정이다.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도 신문법에 따라 편집기준을 위반한 광고형 기사에 주의와 경고 처분을 내리지만 이른바 ‘메이저’ 매체에서는 이렇다할 반응이 없다고 한다.
그러는 사이 기사를 가장한 광고로 인해 독자들이 피해를 입은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한경닷컴이 게재한 기사형 광고를 보고 독자들이 상품권을 구매했다가 사기를 당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피해자들이 한경닷컴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는데, 법원은 언론사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결론을 내렸다. 특히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기사형 광고를) 광고가 아닌 보도기사로 신뢰한 독자가 그 광고주와 상거래를 하는 등으로 피해를 입었다면 신문사도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기사를 가장한 광고는 ‘진짜 기사’의 신뢰를 떨어뜨린다. 결국 언론 전반에 대한 독자들의 불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 관계자도 “신문 매체 신뢰도가 점점 더 떨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기사형 광고, 광고성 기사, 프로그램과 광고를 섞는 것 이런 것들에 의해서 언론이 신뢰를 잃고 언론으로서 존립하기 어렵게 되는 현실이 매우 심각한 민주주의, 또는 사회의 위기라고 봐야 된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
이 때문에 편집기준을 위반할 경우 처벌하는 규정을 관련법에 다시 넣고(이명박 정권 이전엔 처벌조항이 있었다. 이 문제는 추후 상세히 다룰 예정이다), 기사가 돈으로 거래되는 관행을 뿌리 뽑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누가봐도 이건 광고인지 모르게 만들었다면 제재한다는 기본원칙을 다시 정하자. 그 원칙들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가를 따져봐서 지켜지지 않으면 그게 표현의 자유 억압이 아니기 때문에 분명한 제재를 가할 필요가 있겠다. 벌점을 준다든가 과태료를 부과한다든가. 그런 것들이 많이 쌓이게 되면 일정하게 (언론사) 영업정지를 시킨다든가 그런 정도까지 충분히 갈 수 있다고 본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는 검찰개혁과 함께 이 시대 중요 과제로 다시 떠오른 언론개혁 문제를 뉴스타파의 주요 프로젝트로 정하고 이를 집중적으로 다루기 위해 특별페이지 ‘언론개혁 대시보드’를 만들어 17일 공개한다. 김강민/ 뉴스타파
한·미동맹’ 디테일에 숨은 악마
교육방송 EBS가 동양인과 서양인 간 사고방식의 차이를 비교하고 그 이유를 찾는 프로그램을 방송한 적이 있다. 원숭이와 판다, 바나나 등을 놓고 그룹으로 묶는 실험을 통해 동양인과 서양인의 차이를 분석하는 내용이었다.
원숭이, 판다, 바나나 등을 놓고 셋 가운데 둘을 묶어야 한다면 ‘무엇을 선택하겠는가’라는 질문을 피실험자들에게 던졌다. 한·중·일 3국의 동양인은 원숭이와 바나나를 엮었다. 동양인의 경우 원숭이가 바나나를 ‘먹는’ 관계라는 이유로 이 같은 조합을 선택했다. 그러나 서양인은 원숭이와 판다를 선택했다. 둘 다 ‘동물’이라는 개체의 속성에서 공통점을 찾았기 때문이다.
심리학자를 포함한 과학자들은 이 같은 차이가 개인적 성향에서 오는 게 아니고 동양인과 서양인의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했다. 즉 동양인은 사물을 볼 때 전체 속의 조화를 중시하고 서양인은 각 사물의 개별성을 먼저 본다는 것이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동료들 사이에 웃고 있는 사람의 심리상태를 해석하는 방식에서도 있었다. 동료들은 잔뜩 골이 난 표정으로 있는데 가운데 서서 혼자 웃고 있는 사람의 심리상태에 대해 동양인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양인은 행복해 보인다고 해석했다. 동양인은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웃고 있는 사람의 심리상태를 분석했으나, 서양인은 웃고 있는 사람의 심리상태를 주변인들과 별개로 간주한 것이다.
이 프로그램을 보며 서양인들과 만나면서 ‘이들은 왜 이렇게 행동할까’란 의문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그동안 한·미관계를 취재하면서 동양과 서양의 다른 특성을 이해하지 못해 생긴 갈등과 오해를 많이 지켜봤다. 멀리는 ‘미선·효순양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사건이 발생하고 촛불시위까지 벌어졌을 때 한·미 간에 심각한 이슈가 될 것으로 직감했다. 그러나 주한미군 관계자를 비롯해 미국 당국은 사태의 심각성을 읽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은 서양인 관점에서 단지 국도에서 일어난 하나의 교통사고가 왜 국가적 문제가 되는지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 사건은 뒤늦게 미군이 한국적 정서를 파악하면서 수습됐다. 그 결과 나온 것이 주한미군의 ‘함께 갑시다(Go Together)’ 프로그램이다.
리처드 니스벳이 쓴 책 <생각의 지도> 역시 동양문화권과 서양문화권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구조가 서로 다르다는 것을 설파하고 있다. 저자는 무역을 우선시했던 서양인들에게는 상대방에게 자신의 주장을 설득시킬 수 있도록 논리적인 사고가 요구됐고, 농경을 중심으로 한 동양인들은 논쟁보다 타협하는 문화를 발전시키도록 유도했다고 분석했다.
전시작전권 전환이나 유엔사 문제, 방위비 분담금을 둘러싼 한·미 간 협상에서도 양측은 접근 방법이 다르다는 걸 느낀다. 한국 측은 현안을 전체적으로 보는 반면 미국 측은 철저히 세부 사안별로 분리해 분석해서 접근한다. 그러다보니 한국 측은 디테일에 소홀한 측면이 있다. 심지어 “한·미동맹의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며 미측의 요구를 다 수용하면 미국이 우리에게 더 많은 것을 줄 것이라고 주장하는 전·현직 장군들도 있다. 그러나 이런 맹목적인 ‘미국 바라보기’를 틈타 미측이 무리한 요구를 두루뭉술하게 관철시킨 사례도 여러 차례다.
우선 전작권 전환과 유엔사 문제를 보자. 지난 8월에 실시했던 후반기 한·미 지휘소훈련 기본운영능력(IPC) 검증 연습 중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은 ‘데프콘 3’ 시뮬레이션 상황에서 유엔군사령관 자격으로 평시 유엔사 교전규칙을 적용하겠다고 나서 한국군 합참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반면 합참은 평시작전권이 1994년 한국군에 이양된 만큼 유엔사령관의 요구는 월권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결국 미측의 요구대로 훈련은 진행됐다.
주한미군 최선임장교인 주한미군사령관은 한미연합사령관과 유엔군사령관을 겸하고 있어 모자를 4개 쓰고 있다는 말을 듣는다. 그러나 전작권이 한국군으로 이양되면 한미연합사령관직은 한국군 4성 장군이 맡게 된다. 이 경우 한반도 ‘데프콘 3’ 단계를 누가 통제하느냐는 문제가 이번에 제기된 것이다. 현재는 주한미군사령관이 유엔군사령관과 한미연합사령관을 겸하고 있어 한반도 전투준비태세가 ‘데프콘 3’로 격상된다 하더라도 지휘권에 문제가 없지만, 유엔군사령관과 한미연합사령관이 각각 다른 사람이면 이번 훈련에서처럼 권한 다툼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이런 문제에 대해 미군은 치밀한 논리를 준비했고, 한국군은 전혀 준비가 없었다. 결국 한국군은 전작권 전환이라는 큰 틀만 주장하다 세밀한 부분까지 치고 들어온 미측의 논리에 밀린 셈이 됐다.
유엔사가 작전사령부로 변신할지 여부를 놓고도 여러 해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유엔사는 “유엔사를 작전 기능을 가진 사령부로 만들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유엔사의 전투사령부화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엔사는 1978년 한미연합사 창설 당시 합의문에서 작전통제권을 이양(handover)한 게 아니라 위임(reference)했다. 이는 유엔사 작전지휘권이 소멸되지 않았으며, 유엔사 작전통제 아래 주한미군과 한국군뿐만 아니라 주일미군까지 한반도 유사시 동원이 가능하다는 해석으로 이어진다. 이 부분에서도 한국군이 미측의 선의만 믿고 향후 협상에서 명확한 합의를 하지 않고 두루뭉술하게 넘어갈 경우 미군은 과거의 합의문을 들고나올 개연성이 있다. 문서로 뒷받침되지 않는 말의 약속은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다음주로 예정된 제11차 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2차 회의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직간접적인 주한미군 운용비용이 연간 50억달러(약 6조원)에 이른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50억달러는 전략자산(무기) 전개비용 등이 모두 포함된 액수다. 그러나 SMA는 인건비와 군사건설비, 군수지원비 등 3개 항목으로만 구성돼 있다. 미국 전략자산 전개비용 등은 지불할 근거가 없다. ‘동맹 비용’이라는 두루뭉술한 미측의 요구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의미다. 애초부터 이런 요구는 미국 스타일도 아니다. 또 ‘디테일에 악마가 숨어 있다’는 경구는 한·미 협상에 유효한 말이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경향
불매운동에도 유니클로는 지난 8~9월 3곳의 신규 매장을 잇따라 열고 마케팅 활동도 활발히 펴고 있다. 또 17일까지 베스트셀러 제품을 최대 반값에 판매하는 등 큰폭의 할인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후리스, 히트텍, 경량패딩 등이 출시되는 가을, 겨울은 유니클로 일년 장사를 좌우하는 시기여서 부쩍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양성희 기자,김태현 기자,
할인에 미쳐 있어요”…D 공포 부르는 전쟁
ㆍdeflation 공포, discount 전쟁
ㆍ“제값 주면 바보” 저가 경쟁
ㆍ소비여력 감소 → 할인 공세…산업계 ‘침체 악순환’ 그늘
“할인에 미쳐 있어요”…D 공포 부르는 전쟁
“이렇게 하면 안되는 걸 우리도 압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어요. 울며 겨자 먹기로 하는 것이죠.”
최근 ‘초저가 경쟁’을 벌이고 있는 한 대형마트의 간부 ㄱ씨는 17일 이렇게 토로했다. ㄱ씨는 “지금 할인 폭은 지나쳐 회사 수익성에 문제가 발생할 정도”라면서도 “이렇게 할수록 소비자들은 더 많은 할인을 기대하는 것 같아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식품업계 마케팅 담당 ㄴ씨는 “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요즘 할인에 미쳐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우리끼리 한다”며 “할인 프로모션이 없으면 판매가 안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요즘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무슨 물건이든 제값 주고 사면 바보”라는 인식이 퍼질 대로 퍼져 있다. 전형적인 디플레이션 징후다. 경향신문이 산업 현장을 점검한 결과 ‘D(디플레이션)의 전조’는 무시하기 힘들 정도였다.
물가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대형마트들은 저가전쟁을 벌이고 있다. 신세계 이마트는 이날도 ‘에브리데이 국민가격 제4탄’이라며 ‘반값 식용유’ 등 14종의 초저가 제품을 선보였다. 8월부터 지금까지 내놓은 초저가 상품은 140여종으로, 이들 대부분의 매출이 급상승했다. 롯데마트는 생수·물티슈·와인 등에 ‘극한가격’이란 이름을 붙여 50~70% 할인으로 맞대응 중이다.
그러나 시장분석가들은 3분기 양사의 영업이익이 지난해에 비해 24~81% 급감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온라인몰 쿠팡 등이 주도한 저가 판매의 영향이 크다. 그러나 쿠팡도 지난해 1조원이 넘는 적자를 냈다. 유통업계뿐 아니라 자동차 등 제조업에서도 ‘난투극’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할인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현대 세일즈 페스타’란 이벤트를 통해 자동차 가격을 10% 할인해주고 있다. 르노삼성과 한국지엠은 물론이고 수입차 업계도 할인경쟁에 뛰어든 상태다.
오비맥주가 카스맥주 출고가를 4.7% 인하하는 등 가격을 내리지 않은 제조 분야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할인경쟁이 확산되고 있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지난 9월에야 처음 마이너스를 기록한 게 오히려 신기할 정도란 게 기업들의 반응이다.
디플레이션은 상품과 서비스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경기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소비 여력이 감소하고, 수요 하락을 해소하기 위해 공급자인 기업들은 가격을 낮춘다. 소비자들은 가격이 더 낮아지기를 기대한다. 소비는 더 줄어들고 경기는 더욱 하강해 돌이키기 어려운 침체에 빠지게 된다.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처음으로 마이너스(-0.4%)를 기록하면서 제기된 디플레이션 조짐이 ‘D의 공포’라 불리는 이유다.
■온라인몰 가격 인하에 오프라인도 출혈 경쟁…결국 승자 없어
“물가가 계속 떨어진다고 생각하게 되면 경제 위기”
국내에서는 ‘온라인 강국’이란 독특한 요소도 작용한다. 소비 여력 감소가 온라인몰의 저가 판매를 키우고, 이 현상은 오프라인 업계의 할인 공세로 연결되며, 결국엔 소비 하락과 더 극심한 출혈 경쟁을 낳고, 이는 수요 부진과 기업 수익성 악화 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구조란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이런 부작용을 간과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정부 당국자들은 ‘물가가 낮아지면 좋은 것 아니냐’는 안이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유통업계 구조 개편에 따른 출혈 경쟁 등에 대해서도 ‘누가 얼마를 벌든 내수 판매는 제로섬 게임’이란 식으로 관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쿠팡 같은 업체들의 혁신적 저가 시스템이 먹혀드는 등 온라인 기반의 유통구조 변화를 들며 최근 징후는 ‘좋은 디플레이션’이라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온라인몰의 인기도 경기 둔화에 따른 소비 여력 감소와 무관치 않은 데다, 기업 혁신에 따른 가격 하락도 결국 ‘D의 공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온라인이 주도하는 가격 하락을 생산성 상승에 따른 물가 하락이라고 보더라도, 결국 물가 상승 기대가 마이너스로 바뀌도록 만든다는 점에서 이 또한 결국 디플레이션을 야기하는 요소”라며 “사람들이 물가가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게 디플레이션의 핵심이며, 이렇게 되면 소비와 투자가 미뤄지고 국가 경제가 위기 상황에 빠질 수 있다”고 밝혔다. /경향
“주요국 기업부채 40% 디폴트 위험”
IMF 반기 금융안정보고서
‘마이너스 채권’ 15조달러
글로벌 통화완화 ‘후폭풍’
막대한 규모의 기업부채가 향후 글로벌 금융위기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경고음이 나왔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6일(현지시간) ‘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채무불이행(디폴트) 리스크가 있는 주요 경제권의 기업부채가 오는 2021년에는 19조달러(2경2600조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과 중국 일본 유로존(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을 집계한 것으로, 이들 8개국 기업부채 총액의 40%에 육박하는 규모다. 금융 시스템이 취약한 신흥시장 뿐만 아니라 주요 선진경제권의 금융 안정성에도 빨간불이 커졌다는 의미다.
IMF는 “기업부채가 전 세계적으로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시스템적인 위기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면서 “투기등급의 기업부채는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에 근접했거나 그 이상”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에서 과도한 차입을 통한 인수·합병(M&A)이 늘어났다면서 “미국 기업의 차입매수(LBO)가 급격히 증가했고, 이는 기업신용도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신흥시장에 대해서도 “브라질과 인도 한국 터키의 은행 시스템이 취약한 자산에 많이 노출돼 있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기업부채가 눈덩이처럼 커졌다는 게 IMF의 판단이다.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전세계의 70% 지역에서 통화완화 정책이 진행되고 있으며, 이 때문에 ‘마이너스 수익률’ 채권이 전세계적으로 15조달러에 달한다고 IMF는 분석했다. IMF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7월과 9월 두차례 걸쳐 기준금리를 총 0.50%p 인하했다”면서 “이런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 정책 기조 속에 위험자산이 불어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IMF는 “일본과 미국의 증시도 과대평가됐다”면서 “4월 이후로 미국 증시의 펀더멘털이 악화됐지만, 주가는 상승했다”고 평가했다.
저금리발 유동성 장세가 이어진 만큼 급격한 주가 조정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직접적으로 연준의 금리인하를 비판한 것은 아니지만 글로벌 경기 둔화와 미중 무역갈등이 이어지면서 글로벌 통화완화 기조가 뚜렷해지는 상황에 국제기구의 ‘경고음’이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번 보고서는 워싱턴DC에서 열리는 IMF·세계은행 연차 총회에 맞춰 공개됐다.
한편, IMF는 무역갈등이 경기둔화를 가속화하고 신흥시장에 실질적인 충격을 가할 위험성도 우려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IMF의 토비아스 에이드리언 통화자본시장 디렉터는 이날 기자들에게 미중 무역전쟁과 관련, “지난 2년간 금융시장에 상당한 충격을 가했고, 특히 소규모 경제권에 ‘도미노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내일신문 한면택 워싱턴 특파원
세금 먹는 언론...고용노동부 3년 언론홍보비 500억
고용노동부가 2017년부터 올 연말까지 3년간 집행, 또는 집행 예정인 언론 광고·홍보비가 500억 원이 넘고 이 가운데 일부가 엉뚱한 곳에 쓰인 사실이 뉴스타파 취재결과 확인됐다.
고용노동부의 고유 사업과 관련이 없는 방송 예능프로그램에 홍보예산이 집행된 경우, 신문에 일반 기획기사로 포장된 ‘기사형 광고’에 정부 예산이 집행된 사례 등이 무더기로 드러났다. 고용노동부의 한 산하단체장은 언론사에서 상을 받는 대가로 광고비를 내기도 했다. 뉴스타파는 고용노동부의 지난 3년치 광고·홍보비 전체 내역을 입수, 분석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3년간 광고·홍보비로 쓴 예산은 무려 519억 원이 넘는다. 이 돈은 모두 언론사와 홍보대행사에 들어갔다. 방송사 중에는 KBS, YTN, MBC라디오가, 신문사는 동아일보, 중앙일보, 조선일보, 매일경제 등이 고용노동부 광고비를 많이 받아 갔다. 고용노동부가 집행한 광고·홍보내역 중에는 광고·홍보 업무를 아예 민간에 떠넘기는 턴키계약도 43건이나 포함됐는데, 금액으로는 227억 원이 넘었다. 고용노동부는 임금, 비정규직, 일자리 확대, 노동안전 정책 등을 총괄하는 핵심 정부부처다.
조중동 발행부수는 10년간 내리막길...매출, 영업이익은 거꾸로
지난 10년간 신문발행부수와 방송시청률은 줄곧 내리막길이었다. 한때 30%에 달하던 KBS 뉴스 시청률은 10% 초반으로 내려 앉았고, 조중동으로 불리는 신문 3사의 발행부수도 지난 10년간 20~30% 가량 줄었다. 2010년 181만부였던 조선일보의 발행부수는 지난해 130만부로 빠졌고,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도 각각 22%와 25%씩 줄어들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다. 조선일보의 경우 발행부수가 28% 빠지는 동안 매출액 하락은 17%에 불과했고, 영업이익은 2010년 393억 원에서 2018년엔 350억 원으로 10% 남짓 줄어드는 데 그쳤다.
동아일보는 아예 거꾸로 갔다. 같은 기간 발행부수는 22% 줄어 들었는데, 매출액은 2010년 2795억 원에서 2945억 원으로 오히려 150억 원 가량 늘었고, 영업이익은 82억 원 적자에서 52억 원 흑자로 대폭 증가했다.
판매 부수가 많을수록 광고 매출도 늘고, 영업이익도 여기에 연동하는 시장 논리가 이상하게 이들 신문에는 통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발행부수, 시청률은 하락...정부광고는 매년 큰 폭 상승
언론사가 올리는 광고 매출은 크게 두 군데에서 발생한다. 기업과 정부⋅지자체다. 기업은 상품과 기업의 이미지를, 정부는 정부의 정책이나 기관 이미지를 홍보하기 위해 광고비를 쓴다. 그런데 지난 10년간, 언론사 광고 매출 규모와 직결되는 신문과 방송의 발행부수와 시청률이 떨어졌지만 신문과 방송에 들어간 정부 광고 금액은 오히려 큰 폭으로 늘었다.
노무현 정부때인 2003년 601억 원에 불과하던 정부광고(신문⋅방송 광고)는 이명박 정부때인 2008년에는 1186억 원으로 늘어났고, 박근혜 정부 첫 해인 2013년에는 1443억 원으로, 2016년에는 1698억 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시기 주요 신문의 발행부수가 줄어든 것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언론사의 떨어지는 광고 매출액을 정부 광고가 메워온 것은 아닌지 의심되는 통계 결과다.
그럼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정부광고는 그 동안 어떻게 집행돼 왔을까. 뉴스타파는 최근 18개 정부부처 중 하나인 고용노동부의 언론 광고, 홍보내역 등이 담긴 자료 일체를 입수해 분석했다. 고용노동부는 임금, 비정규직, 일자리 확대, 노동안전 정책 등을 총괄하는 핵심 정부부처다.
취재진은 먼저 고용노동부와 고용노동부 산하단체 12곳이 지난 3년간 광고, 홍보를 한 내역 1800여 건을 분석했다. 금액으로는 519억 원이 넘는 규모다. 이 중에는 일명 턴키계약을 통해 홍보사업을 벌인 경우도 43건이나 포함됐는데, 금액으로는 227억 원이 넘었다.
지난 3년간 고용노동부의 광고비를 가장 많이 받아간 방송사는 KBS로 총 28억 900여 원이었다. YTN(19억 4000여 원), MBC라디오(13억 4000여 원), SBS(10억 5000여만 원)와 CBS라디오(9억 6000여만 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신문의 경우 동아일보가 3억 8000여만 원으로 가장 많았고, 중앙일보(2억 1900여만원), 조선일보( 2억 1600여만원), 매일경제(1억 9800여만 원), 한국경제(1억 9100여만 원), 한겨레(1억 6800여만 원) 순이었다.
▲ 2017~2019년 고용노동부 광고·홍보비 상위 10개 방송사
▲ 2017~2019년 고용노동부 광고·홍보비 상위 10개 신문사
고용노동부 광고 1위는 KBS와 동아일보...수상한 광고비 다수 발견
그런데 뉴스타파가 입수한 고용노동부 광고·홍보비 자료에서는 이상한 점들이 여럿 발견됐다. 고용노동부의 본질사업과 관련이 없는 방송 예능프로그램에 홍보예산이 집행된 경우, 일반기사로 포장된 신문 기획기사에 고용노동부 예산이 집행된 사례 등이다.
심지어 고용노동부의 한 산하단체장은 언론사에서 상을 받는 대가로 광고비를 낸 것으로 드러났고, 유력정치인이 고용노동부와 언론사 사이에서 거간노릇을 해 언론사에 광고비가 지원된 경우도 있었다.
고용노동부의 이런 이상한 광고·홍보비 문제는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에도 한차례 논란이 된 바 있다.
“고용노동부 노동개혁 관련 기획기사 지출 내역을 보면, 전체 19건에 2억 2000만 원을 지출했는데요. 내용은 신문기사 4건에 5500만 원이고요, 종편 방송이나 홍보성 콘텐츠 내보내는 데 5500만 원으로 세금을 지출했습니다. 국민들이 보기에는 자기가 본 예능프로그램이 사실은 광고를 따 가지고 한 게 아니라 내가 낸 세금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면 기분이 어떻겠습니까?
-한정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국정감사 발언 (2015년 10월)
그런데 정권이 바뀌고 4년이나 지났지만,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똑같은 모습이 반복됐다.
“언론사의 입을 빌려서 협찬금을 주고, 언론사의 입을 빌려서 최저임금 같은 정책이 잘된 것처럼 홍보한 것은 잘못된 것 아니에요? 생방송 투데이, 생생정보 같은 예능에도 홍보비를 쓰고요. 어떤 (고용노동부) 기고문은요, 자신들이 직접 쓴 것도 아니에요. 홍보대책회의에 다 있는 자료입니다.
-김동철 바른미래당 의원 국정감사 발언 (2019년 10월)
한상진 뉴스타파
정여진(천사의 사랑)/백남(유랑길) 1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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