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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시사만평-주간 쟁점

9.9~9.15 우리나라 누가 망치나 sky과 언론 아닌가

by 이성근 2019. 9. 8.


              9.9 기호-한겨레



'사회적 박탈감'으로 포장된 권력 카르텔의 '반격'

지자체 빚더미 오를라 5년간 평균 10% 증가 예상

한겨레신문의 길을 묻는다[민언련 시시비비]

개인·법인이 보유한 해외금융자산 615천억원

조국 기사는 정말 118만개였을까

윤석열 검증 뉴스타파 보도 달라진 평가 왜?

조국의 텀블러와 넥타이 색깔 논평하는 종편의 수준

'명문대 촛불'은 고백해야 한다, "나도 구조의 가담자"라고

삼성역 빌딩부지 보유세 47억으로 41% 껑충

주택 이어 토지도 재산세 폭탄

제국의 계보

전쟁을 바라는 주화론자들

세계 28개국 행복도조사, 한국 순위는?

강준만 교수 언론의 정파성이 삼켜버린 국익

집값 양극화 1년 새 더 커졌다

조국, 그리고 기계적 유물론

2만명 탈북 여성의 현주소

'포스터''논문' 아니다? 나경원 해명 '팩트체크'

명절 갈등이혼사유 될까시대 흐름 따라 판결도 변화

노무현 정부는 언론 때문에 망했다

조국 정국 한 달, 언론·정치권 야단에도 여권 지지 견고

일본 기업 철수 노사갈등 때문? “가짜뉴스 전형

위기의 라면 소비 대국 중국, 최대 경쟁자는 배달앱

언론인가 공장인가10대 파고든 기생언론을 고발한다

지구와 달이 펼치는 색의 향연올해 최고의 천문사진에

박근혜 정부 '이 시점'에 집값 상승 딱 멈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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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박탈감'으로 포장된 권력 카르텔의 '반격'

지금,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주도권 강화, 그게 답

문재인 대통령은 지금 취임 이후 가장 어려운 정치적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다. 어떤 결정을 내려도 그 위험도는 어느 것이 낫다고 비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가장 중요한 판단기준은 "상황관리의 주도력이 그나마 높은 쪽이 답"이다. 주도권이 끊임없이 동요하거나 상대 진영에 넘어갈 가능성이 높은 것은 처음부터 배제하는 것이 옳다.

 

어느 것도 그 결과를 확신하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저항과 이탈, 그리고 반격'이라는 역동적 정세는 어느 쪽을 취하던 발생한다. 총선이라는 시간표에 따른 민심의 지지 기반을 확대하면서 정국의 핵심 과제를 풀어나가는 정국 관리의 명확성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정치로 옮기는 작업은 최고 권력자로서 고유하게 가지고 있는 1. 인사권, 2. 정세 설명의 힘 3. 정책 집행력을 과감하게 행사함으로써 가능해진다.

 

법무부 장관 내정자 조국 검증 과정에서 나온 도덕성과 사회적 박탈감의 문제는 장관 임명의 자격에 치명적 결격사유가 아닐뿐더러 조국 개인에게 모든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사안이 결코 아니다. 이는 그에 대응하는 정책의 문제로 풀 문제이며, 조국이 지난 세월 내세웠던 진보적 메시지와 특권적 삶의 격차에 대한 도덕성 비판은 조국이라는 한 인간의 책무로 향후 감당해나가면 된다.

 

문제의 핵심은 조국으로 압축되는 권력기관의 개혁에 대한 집단적 저항이 도덕성과 사회적 박탈감을 외피로 쓰고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 저항의 종국적 목표물이 문재인 대통령 자신과 문재인 정부 자체라는 사실이다. 촛불시민혁명의 성과가 이로써 급격하게 후퇴하거나 폐기될 위험에 처해 있다는 것은 조국 논란을 넘어선 "역사적 승패의 문제"이다.

 

이는 분명 권력투쟁이며, 권력투쟁이 곧 폄하되어야 할 사안은 아니다. 촛불시민들이 요구한 정치적, 사회경제적 요구를 실현할 수 있는 권력구도를 짜는 것은 촛불혁명정부의 가장 중대한 임무이며 이 틀 거리가 무너지는 순간부터 진보적/개혁적 역량은 해체의 위기를 맞게 되며 민중의 삶은 또다시 특권 체제를 고수해온 부패한 기득권 세력의 통치 아래 들어가게 된다.

 

적폐세력은 집단적 생존과 그 운명을 모두 걸고 권력투쟁을 하고 있는데, 이쪽은 정치적 순진함과 이념적 순결주의, 도덕적 아마추어리즘에 빠진 진영논리 비판에 갇혀 고도의 정치적 반격을 취하지 못하면 그야말로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다. 우리가 지켜야 할 진영이 분명히 있다. 그것은 민주주의와 역사의 진보, 그리고 한반도의 평화와 세계적 임무를 자신의 공적 책임으로 여기는 이들의 삶이다. 이 진영을 위한 진영논리와 싸움은 너무나도 정당하다.

 

진영논리와 전략이 지금 필요한 이유

누군가는 이러한 권력투쟁이 "586의 기득권 수호 전쟁"이라고 하지만 그건 하나만 보고 열은 놓치는 오판이다. 그러한 지점이 있다고 해도 전체의 판은 권력기관의 뿌리 깊은 기득권 청산의 움직임에 대한 반격으로 인한 소용돌이라는 것을 분명히 직시해야 한다.

 

조국 청문회 과정에서 말미에 법사위원장인 자유한국당의 여상규가 여유롭게 웃으면서 조국에게 부인 구속/기소와 사퇴를 연결시키며 확정을 되풀이 밀어붙이고자 할 때 확실히 알게 되었다. 그건 음모론적 관찰이 아니라 사실로 존재하는 검찰 권력과 의회권력, 언론권력의 총력전이 애초 계획했던 전술대로 집행되고 있다는 것 말이다.

 

그나마 박지원의 노련한 기지로 음모의 일부가 폭로되고 조국이 그 함정에 빠지지 않았지만, 대통령의 임명권에 대한 검찰의 일격은 마치 최후의 항전(抗戰)처럼 이어졌다. 그러나 그것은 결국 최후의 항전이 되도록 해야 한다. 이 문제는 좌고우면하거나 여러 요인을 고민해야 할 사안이 아니라 일단 진압해야 할 긴급사태다. 정변(政變)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검찰의 쿠데타'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검찰'이 지금 하고 있는 일?

윤석열 검찰총장은 검찰 권력의 개혁주체로 신뢰받아 그 지위에 올랐지만, 그의 입에서 단 한번도 "검찰개혁"이라는 화두를 앞세운 바 없다. 뿐만 아니라 조국 검증 논란이 벌어진 시기에 그는 가까운 측근들에게 대통령이 시국 관리에 "버벅거린다"고 능멸적 언사를 했고, 아무런 증거나 정황도 없던 상황에서 "조국은 수사대상"이라고 말했으며 "조국 측의 증거인멸"을 흘려 언론에 보도되도록 함으로써 기소 내지 구속수사를 예고했다.

 

어디 그 정도였던가? 그가 의도했던 아니던 민감한 수사내용이 유출되어 '피의사실공표죄'라는 중범죄가 의심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자료들이 버젓이 청문회 석상에서 그대로 공격 근거로 사용되도록 했으며 이에 더해 그동안 언론들의 미확정보도를 부풀려준 내부정보제공혐의 역시 벗어날 수 없다. 사실이라면 죄질이 대단히 나쁘다.

 

더군다나 국민적 관심사이기에 전격 수사에 돌입했다고 하면서 그 정도의 중요성을 가진 사안을 임명권자인 대통령, 지휘체계의 상관인 법무부 장관에 일체 보고하지 않고 밀어붙인 것도 그대로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 절대로 아니다. 보고는 하지 않고 밖으로는 수사의 움직임에 대해 계속 흘렸다? 용납이 되는가. 이러한 행태는 검찰개혁의 대상이지 그 주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따라서 이는 "반란"이다.

 

시간이 많지 않다. 대통령은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가?

첫째, 검찰 전체의 지휘권을 법적으로 제도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검찰개혁이라는 정치적 과제는 검찰출신의 몫이 아니다. 문민통치의 관리 아래 들어가지 않은 조직권력은 반드시 부패하고 특권화되기 마련이다. 검찰개혁은 행정사안이 아니라 정치 사안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그러한 정치적 지휘에 충실하게 따라야 할 제도적 수단이었다. 그러나 그 수단이 지휘체계까지 점령한 결과 오늘의 사태가 발생했다. 국무위원은 고도의 정치적 배치에 따른 결정이다. 대통령은 그러한 정치적 결정의 권한을 최고의 수준에서 국민들이 맡겼다. 그걸 즉각 행사해야 한다.

 

둘째, 검찰 보고체계의 위반과 피의사실공표, 그리고 언론과의 커넥션을 조사해야 한다. '검찰 쿠데타 혐의'는 내란에 준한다. 지금까지 나온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조국 관련 수사는 정황과 증언만으로도 검찰이 고강도의 수사를 펼쳤다.

 

따라서 수사 개입 논란에 비틀거리면 안 된다. 정부는 이 같은 정변의 주도권을 정면으로 분쇄하지 않으면 향후 정국 위기 관리의 축은 무너진다. 조속히 조사하고 그 결과를 발표하면 된다. 혐의가 없다면 복귀시키고, 있다면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 이것이 곧 검찰개혁 의지의 관철이다.

 

셋째, 사회경제적 박탈감, 불평등의 문제는 단지 조국 검증 논란 과정에서 유독 불거진 것이 아니다. 이미 우리 사회 도처에 민생의 절규와 불평등의 고통에 대한 호소는 차고 넘쳤다. 이를 위한 과감한 조처가 빠르게 취해져야 한다. 그리고 전력투구해야 한다. 대자본에 의지하는 방식이 아니라, 대자본의 독점구조를 깨고 보통 사람들의 삶이 사회경제적 권리를 충분히 가질 수 있는 제도와 정책을 확실하게 밀고나가야 한다.

 

역설적인 것은, 이번 과정에서 자한당 조차도 특권체제를 옹호하지 못하게 되었다. 이 점을 짚어 자신있고 과감하게 특권타파를 위한 평등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이로써 모든 논란들이 하나씩 사라지고 개혁 에너지를 집결시켜낼 수 있게 될 것이다.

 

우리는 긴박하게 기다리고 있다

이와 함께 대일(對日)외교정책과 한반도 평화정책을 다시 재가동해서 국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힘을 모아나가야 한다. 돌아보면, 조국 사태는 한일관계, 그리고 그에 따른 우리 내부의 친일잔재세력의 기득권 세력과의 싸움에서 비롯되었다. 이들 세력의 적이 누구이며 무엇인지 명확했던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이러한 사태에 대한 해결방식의 확고한 의지와 추진력을 굳게 기대해본다. 지지자들은 오늘도 긴박하게 기다리고 있다.

김민웅 경희대학교 교수 /프레시안


지자체 빚더미 오를라 5년간 평균 10% 증가 예상

246천억 2023359천억

지자체별 관리채무부담도 급증 예상

"도시공원부지 매입·생활SOC 확대 영향"

지방자치단체들의 빚이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재정상태가 열악한 지자체들이 빚더미에 허덕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9일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19~2023년 국가재정계획 첨부서류' '2019~2023년 국가채무 관리계획'에 따르면 올해 246000억원으로 예상되는 지자체 순채무액은 4년후인 2023년에는 359000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지자체 순채무는 지방자치단체 총채무액

중 중앙정부로부터 받은 채무를 뺀 것이다.

 

지자체 순채무액은 지난해 234000억원이었다. 향후 5년간 125000억원이 늘어나 증가율이 53.4%를 기록하게 된다. 연평균으로 따지면 10.6%.

 

지자체 순채무는 2016247000억원, 2017239000억원, 2018234000억원 등 23~24조원대에서 머물렀다가 올해부터 빠르게 증가세로 들어갈 전망이다.

 

기획재정부는 "20년이상 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이 20207월부터 효력이 상실됨에 따라 지방채 발행을 통한 도시공원 부지매입 추진, 생활SOC 사업 복합화 등으로 채무가 점진적으로 증가될 전망"이라며 "중앙정부로부터 차입하는 채무도 공공자금관리기금 등을 통한 도시계획시설 매입 계획에 따라 점진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지자체 순채무와 지방교육자치단체 순채무를 합한 지방정부 순채무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01635조원, 2017328000억원, 2018287000억원으로 추세적으로 줄어들던 지방정부 순채무가 올해는 298000억원으로 늘고 2023년에는 40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의 채무와 관련해 "예산효율화, 세수확충 등 상환재원 확보로 재정건전성을 강화하겠다"면서 "채무가 과다한 관리채무부담도 35%이상의 지자체나 채무한도액 초과발행 자치단체는 채무관리 계획 수립 후 이를 지방의회에 보고하고 행정안전부에 제출토록 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재정상황 상시관리, 재정위기에 대한 사전 예측을 통해 채무를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지방재정 사전위기경보체계'도 운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방채 잔액 및 향후 5년간 지방채 발행·상환계획 등을 매년 수립, 자치단체 홈페이지 등에 공개하고 관리채무 부담도 60%이상 단체는 순세계잉여금의 20%이상을 채무상환토록 의무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리채무부담도는 일반채무와 BTL(임대형민자사업)임대료를 합한 관리채무를 경상일반재원으로 나눈 백분율이다.

 

BTL사업이 증가하는 추세에 채무가 빠르게 늘어나는데도 경상재원이 충분히 받혀주지 않게 되면 관리채무부담도는 급증하게 된다.

 

국가채무의 건전성을 국가채무액을 경상GDP(국내총생산)로 나눈 백분율로 파악하는 것처럼 지자체 재정의 건전성은 관리채무부담도로 측정된다. 국가재정법상 국가채무에는 지방정부 채무가 포함되지 않아 국가채무관리계획의 작성대상은 아니지만 국가채무의 보다 철저한 관리의 필요성과 국제비교 등을 위해 2005년부터 지방정부 채무를 국가채무에 포함하고 있다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한겨레신문의 길을 묻는다[민언련 시시비비]

한겨레신문 입사 7년차 이하 기자 31명은 지난 96<박용현 편집국장 이하 국장단은 조국 보도 참사에 책임지고 당장 사퇴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2017년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뒤 <한겨레>의 칼날은 한없이 무뎌졌다고 비판했다. 제목만 보고는 의혹보도만 좇아가고 검증은 소홀했던 보도에 대한 용기 있는 비판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조 후보자의 사모펀드가 관급공사를 수주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그의 딸이 의전원에 두 번을 낙제하고도 장학금을 받았다는 사실이 보도됐을 때도 <한겨레>는 침묵했다.”며 의혹 제기에 소홀했다는 것이다. 물론 검증 얘기도 했지만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기자들은 과거 정부와는 다르게 문재인 정권에서는 장관 지명자 검증 팀을 한 번도 만들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과거 정부, 1020년 뒤의 권위적인 정부라는 표현과 다르게 이 성명서에는 시종일관 문재인 정권이다. 과거 군사독재정권을 연상시키는 표현이다. “‘50대 진보 기득권 남성을 대변하기 위한 신문으로 전락했다면서 당신들은 조국을 지키는 게 아니라 해사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라고 독설을 날리기도 했다.

 

그리고 30년 전 창간사를 인용했다. “한겨레신문은 결코 어느 특정 정당이나 정치세력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을 것이며, 절대 독립된 입장 즉 국민대중의 입장에서 장차의 정치·경제·문화·사회문제들을 보도하고 논평할 것이다.”

 

이 기자들이 주장하는 핵심은 어느 정부에 대해서나 똑같은 기준으로 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원론적으로는 맞지만 맥락이 빠진 경직된 사고다. 기자들이 사퇴를 촉구한 편집국장 등 시니어들의 심중을 헤아릴 수 있을 것 같다. 패기 넘치는 젊은 기자들과 다르게 유연한 사고를 하지만, 자칫 정부와 밀착된 신문이라는 지적이 저어되어 가짜뉴스에 대한 검증을 주저하며 엉거주춤하게 의혹보도 생산에 휩쓸린 것이다.

 

따라서 후자에 대한 비판과 지적은 타당하지만 전자의 경륜은 평가를 해주어야 한다. 패기만 앞세운 젊은 기자들은 과거 정부에서처럼 검증 팀을 구성해 철저하게 의혹을 제기하고 검증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비판한다. 이 성명에 대해 KBS 공영노조와 보수매체, 유튜브 등이 반색하며 환호한 것은 성명서의 주장이 이처럼 오락가락하기 때문이다.

 

창간사에서 특정 정당이나 정치세력에 편향되지 않는다는 것이 기계적 중립과 균형을 지켜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과거 정부에서 검증 팀을 만들어 운영했으니 문재인 정권에서도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은 멍청한 기계적 중립이다. 그것은 한겨레신문의 창간정신이 아니다. 한겨레 기자들, 잘못 배웠다.

 

중립이라는 것은 치우치지 않아야 진실이 보인다는 철학이다. 중립이나 균형은 방법론이지 목적이 아니다. 서양의 존재론은 물론이고 <중용>에서 말하는 중()과 화()의 조화, <도덕경>에서 말하는 무욕(無慾), 불교의 철학인 중도(中道)가 다 그런 것이다.

 

언론매체는 독자나 시청자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한겨레 기자들이 50대 진보 기득권 남성들의 신문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하는데(왜 남성만일까?), 586 진보 기득권 남성이라는 제한적 표현은 악의적인 선전공세요 왜곡으로 보인다. 한겨레는 세대와 성을 초월하여 진보의 대변지여야 한다.

 

저널리즘에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보도라는 원칙과 함께 시대정신을 반영해야 하는 역사적 사명이 있다. 구한말에는 동학이 표명했던 반제 반봉건, 일제 시대에는 해방 독립의 꿈, 해방공간에는 통일된 자주독립국가의 건설, 독재치하에서는 인권과 민주화 등이 그것이다. 지금은 한겨레신문의 창간정신인 민족 민주 민중이 역사의 소명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한겨레신문 주주와 독자 구성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시대적 과제는 저널리즘의 원칙과 충돌할 수도 있지만, 상보적 관계로서 조화를 이룰 줄 알아야 한다.

 

독자들이 한겨레신문에 기대하는 것은 남북교류와 한반도 평화, 민주정부의 성공과 개혁, 계급차별 철폐에 기여하는 보도를 하라는 것이다. 당연히 이 시대정신에 역행하는 과거 정권에 대해서는 날을 세울 수밖에 없고,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는 시대정신에서 이탈하지 않는 한 힘을 보탤 수 있는 것이다. 진보의 미덕은 유연함이다.

 

한겨레신문이 비판받아야 할 지점은 정권홍보매체라는 음해가 두려워 부화뇌동했다는 사실이다. 보수 진보 가리지 않고 모든 매체들이 총동원되어 저널리즘의 원칙을 내팽개치고 정치적 목적으로 양산한 의혹이라는 이름의 허위날조보도에 대해 검증해줌으로써 국민들이 정확한 판단을 하게 해주었어야 했다. 그러나 하지 않았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밝힌 진실마저도 외면했다. 진실을 불편해하면 언론이 아니다. ‘조국 보도 참사의 진짜 내용은 바로 이것이다  

김동민 단국대 커뮤니케이션학부 외래교수 /미디어오늘


개인·법인이 보유한 해외금융자산 615천억원

신고 기준 105억 감소 따라 신고인원 68% 급증

해외 금융상품 수익률 하락으로 자산 규모는 소폭 축소

미신고 시 과태료·처벌 등 제재 강화

 

해외금융계좌 신고현황. 국세청 제공

국세청은 지난 6월 실시한 해외금융계좌 신고 결과, 2165명이 총 615천억원의 금융자산을 신고했다고 10일 밝혔다. 신고 인원은 지난해보다 878(68.2%) 증가했다. 올해부터 신고 기준금액을 10억원에서 5억원으로 낮춘 것이 주된 요인이다. 5~10억원 사이 구간에서 새로 755명이 5365억원을 신고했다.

 

신고금액 10억원이 넘는 구간에서도 신고 인원은 지난해보다 123(9.6%) 늘었다. 신고 인원이 크게 늘었음에도 전체 신고금액은 지난해보다 49천억원(7.4%) 줄어든 615천억원이었다. 국세청은 해외 금융상품 수익률이 떨어져 관련 계좌 신고액이 감소했고, 일부 고액 신고자가 해외주식을 처분하는 등 다소 우발적인 요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중동계 은행의 정기예금을 기초자산으로 한 유동화증권 발행 규모가 전년 대비 약 41% 감소했다.

총 신고 인원의 68%1469명은 개인이고, 32%는 법인으로 나타났다. 금액으로 따지면 법인이 보유한 액수가 551천억원(90%)으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개인 보유 금액은 64천억원(10%)이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조국 기사는 정말 118만개였을까

[팩트체크] 상세검색 설정하거나 날짜별로 나눠 검색 후 더하면 6~7만개 수준, 네이버 제휴매체 2배 늘어난 점도 감안 필요

조국 법무부 장관 인사검증 과정에서 언론 보도가 연일 도마 위에 올랐다. 그 중에서도 언론이 후보자 시절 조국 장관에 대한 기사를 지나치게 많이 쏟아낸다는 지적이 많았다.

 

118만건은 거품일까

조국 장관 후보자 청문회 당시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명 후 한달 동안 네이버에 조국 후보자 관련 기사가 118만건이라고 밝혔다. 최민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3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언론이 60만 건을 보도했다과잉 의제화를 문제로 지적했다.

 

실제 결과는 어떨까. 10일 오후 2시 기준 지난달 9일부터 지난 9일까지 한 달 동안 조국 후보키워드로 검색한 결과 나온 기사는 948254건에 달한다. 같은 기간 조국 법무부로 검색하면 702415건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대로라면 후보자 검증 국면에서 수십만건의 기사가 쏟아졌다는 주장은 일리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검색 방법을 다르게 한 결과 숫자는 크게 줄었다. 우선 네이버 일반 검색이 아닌 상세 검색설정을 통해 조국 법무를 필수 검색어로 지정하고 최신순 정렬을 하면 기사는 72826건으로 줄어든다. 이 검색어를 입력한 이유는 기사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또는 조국 법무 장관 후보자라는 단어가 포함되기 때문이다. ‘조국 법무부로 검색할 경우 관련 기사는 67964건이다.

 

10일 오후 5시 기준 '조국 법무부' 관련 뉴스검색 결과. 기간은 지난달 9일부터 지난 9일까지다. 일반 검색을 할때 70만건 가량이 뜨지만 상세검색을 통해 필수 검색어를 지정하면 6만건 가량으로 줄어든다.

 

또한 네이버에서 한달치를 한 번에 검색할 때와 달리 개별 날짜별로 나눠 검색한 다음 이를 더한 결과 관련 기사는 최신순 정렬 기준 64137건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포털 다음에서 조국 법무부로 검색하면 65600건의 기사가 나온다. 따라서 실제 포털에 나온 조국 장관 관련 기사는 6~7만건 가량으로 추정된다.

 

검색할 때마다 요동치는 네이버, 이유는?

네이버는 기사 검색을 할 때마다 수치를 알려주지만 믿을 만한 데이터라고 보기 힘들다. 또한 동일 검색어, 동일 시점으로 설정해도 검색할 때마다 숫자가 요동친다는 점에서 이 통계의 신빙성은 크게 떨어진다. 중앙일보는 한 달 동안 같은 조건으로 관련 보도를 검색했을 때 최소 13, 최대 104만 건으로 오차가 10배 이상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한 누리꾼은 조국 장관이 청문회를 앞두고 가짜뉴스대응 의지를 밝힌 직후 포털 검색 결과 50만건이 넘는 기사가 사라졌다며 언론사들이 기사를 대거 삭제했다는 정보를 퍼뜨렸다. 그러나 실제로는 검색할 때마다 격차가 벌어져 오해를 산 것으로 보인다.

 

소셜미디어에서 유포되고 있는 정보. 검색할 때마다 격차가 큰 원인 탓에 일부 누리꾼들은 언론사가 수십만건에 달하는 기사를 삭제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상세검색을 활용해도 정확한 수치를 알 수 있는 건 아니다. 10일 오후 2시 기준 지난달 9일부터 지난 9일까지 관련 기사는 72826건으로 잡혔으나, 오후 240분에 재검색하니 72918건으로 오차가 생겼다. 심지어 이 결과를 최신순으로 정렬하면 73061건인데 오래된 순 정렬로 바꾸면 73066건으로 나타났다. 정렬 방식만 바꿨을 뿐인데 숫자가 변화한 것이다. 똑같은 최신순정렬이어도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기사 수가 바뀌기도 했다.

 

이처럼 검색할 때마다 숫자가 바뀌는 이유 가운데 비교적 분명하게 드러난 원인은 클러스터링이다. ‘클러스터링은 유사한 기사를 한 데 묶는 기술이다. 포털 네이버에서 기사를 검색하면 유사한 기사는 클러스터링으로 묶이는데 이렇게 묶인 기사는 통계에 반영되지 않는다.

 

실제로는 13건이 검색되더라도 이 가운데 3건의 기사가 클러스터링으로 묶여 있다면 네이버는 ‘10이라고 표시한다. 클러스터링은 검색어에 따라 변화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묶이는 범주가 계속 변화하기 때문에 과거 시점을 검색해도 기사 수는 계속 변화한다. 다만 기사를 최신순, 오래된순으로 정렬하면 클러스터링이 풀려 비교적 정확도가 높은 통계를 낼 수 있다.

 

네이버는 검색엔진에서는 색인한 총 문서 집합이 주기적으로 바뀌는데 색인 갱신 시점을 기준으로 직전과 직후의 총 문서수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검색 효율성을 위해 유저의 검색결과를 캐싱하는데 시점에 따라 캐싱된 결과가 차이가 나기 때문에 총 문서수의 차이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답변으로는 시점에 따른 차이를 설명할 수는 있지만 수십만건이라는 통계 결과에 대한 원인이 될 수 없다.

 

과거 사건과 조국기사 비교의 함정

일부 정치권 인사들과 누리꾼들은 조국 후보자를 향한 언론의 관심이 과도하다고 지적하며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법무부 장관 후보자일 때 기사 수, 세월호 참사 당시 기사 수 등과 비교했다.

 

이 경우 과거 사건과 현재를 비교하려면 대상이 동일해야 하는데, 대상에 따른 격차가 있다. 포털 제휴매체 가운데 전재료를 지급하지 않고 검색 결과에만 노출하는 검색제휴매체는 포털이 제휴 심사를 뉴스제휴평가위원회라는 외부기구에 넘긴 후 크게 늘었다. 20163월 이전 포털 검색제휴 매체는 300여개였으나 20199월 현재 640여개에 달한다. 전재료를 지급하는 CP매체의 경우 6곳이 늘었다. 즉 네이버 검색 결과에 잡히는 전체 매체 수가 황교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시절, 세월호 참사 당시와 비교해 2배 가량 늘었다.

 

언론사마다 포털에 제공하는 기사 기간이 다른 점도 감안해야 한다. 조선일보의 경우 12개월, 중앙일보의 경우 1년 전 기사는 포털에 공급하지 않는 식이다. 즉 이들 언론에서 박근혜 정부 때 벌어진 사건에 대한 기사를 찾을 수 없기에 조국 후보자 이슈와 달리 과거 기사 수가 적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조국 이름의 특수성

조국 장관이 이름이 독특한 점도 검색 결과 정확도를 떨어뜨리는 데 일부 영향을 미쳤다. 네이버에서 조국 후보로 검색한 결과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영남일보의 대구경북인 인터뷰 기사 가운데 이병철 회장이 직접 후보들의 면접을 봤다. 문씨는 조국을 향한 애정도 여전했다는 기사가 나온다. 스타뉴스 기사 “(배우) 폴 선형 리가 남자연기상 후보에 올라 한국에 방문하게 됐다고 밝히며 부모님 조국에서 인정받는다는 내용도 검색 결과에 나온다. ‘조국후보가 들어간 키워드지만 아무 관련 없는 기사들이다.

 

'조국' '후보' 키워드가 모두 들어간 기사지만 조국 후보자와 아무런 관련 없는 기사들.

 

네이버 통계는 근거로 보기 힘들다

네이버의 설명만으로는 원인을 이해하기는 힘들지만 분명한 사실은 네이버에서 동일 조건으로 검색하더라도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이다. 같은 언론사라도 과거 기사를 제공하지 않는 경우가 있으며 포털 제휴매체가 과거보다 늘어난 사실도 감안해야 한다. 상세검색 기능을 활용하더라도 대략적인 추이를 가늠하게 할 뿐 정확한 데이터가 될 수는 없다.

 

이번 논란은 언론, 정치권 등이 네이버 기사 검색결과 통계를 세부적으로 살펴보지 않은 상태에서 인용할 경우 부정확한 사실을 전달할 수 있다는 문제를 드러냈다. 물론 조국 장관에 대한 기사 수가 비상식적으로 많고 과도한 경향을 띄는 것은 바뀔 수 없는 사실이다.   금준경 기자 teenkjk@mediatoday.co.kr


윤석열 검증 뉴스타파 보도 달라진 평가 왜?

윤석열 녹취 공개 후 후원 3000명 해지 타격조국 수사에 검찰 심층 취재 필요

뉴스타파에 사과합니다. 윤석열을 인사이트로 본 언론이 뉴스타파가 유일했네요.”

 

너무 미안하네요. 대중의 어리석음. 저도 그 대중의 1. 후원 증액합니다. 그게 제 반성의 도리인 것 같네요. 계속 검찰과 검사집단 심층 취재 부탁드려요.”

 

지난 윤석열씨 청문 소란 때 후원을 접을까 잠깐 고민했던 제 자신이 어리석었습니다. 윤석열씨에 관한 후속 기사 있으면 올려주세요.”(뉴스타파 78일자 윤석열 2012년 녹음파일내가 변호사 소개했다’” 보도에 달린 후속 댓글들.)

 

뉴스타파에 대한 온라인 여론이 바뀌고 있다. 뉴스타파는 지난 7월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말미 후보자 위증을 뒷받침하는 통화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윤 총장이 2012년 검사 출신 이남석 변호사를 뇌물 의혹의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에게 직접 소개해줬다는 내용이다. 윤우진 전 서장은 윤석열 최측근윤대진 수원지검장의 친형이다. 윤 총장은 이날 청문회에서 변호사를 소개한 적 없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러나 통화 속 윤석열은 윤우진씨가 변호사가 필요한 상황이라 대검 중수부 연구관을 지낸 이남석 변호사에게 윤우진 서장을 한번 만나보라고 소개한 적 있다고 말했다.

 

뉴스타파는 통화 내용이 청문회 발언과 180도 배치되기도 하거니와 재판이나 수사 업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은 직무상 관련이 있는 법률사건을 특정한 변호사에게 소개·알선해선 안 된다는 변호사법에 저촉된다는 비판도 제기했다.

 

지난 78일 밤 공개된 뉴스타파 보도 갈무리.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의 청문회 발언과 상반된 2012년 기자와 통화 내용.

 

뉴스타파 보도는 청문회 여·야 의원들에게도 공개됐다. 보도 이후 보수 야당의 공세가 더욱 거세졌다. 윤 총장을 두둔했던 여당 의원들은 위증 논란을 수습하는 데 진땀을 빼야 했다. 윤 총장 지지자, 넓게 보면 여당 지지자들은 뉴스타파와 자유한국당이 야합했다고 비난했다.

 

윤 총장 지지자들은 뉴스타파 후원을 끊거나 댓글로 보도를 비난했다. “2012년에 시작했던 후원을 오늘부로 종료한다”, “아무데나 총질하면 공정 언론인가”, “이번 기회에 뉴스타파 기레기들 후원금 모두 받아내야 한다등 뉴스타파 홈페이지에서 지금도 확인할 수 있는 900여개의 댓글은 2달 전 박제된 분노 여론이다.

 

논란이 확산되자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는 이례적으로 대표 서한을 통해 저희는 윤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윤우진 관련 부분을 이런 식으로 넘겨버린다면 앞으로 본인이나 검찰 조직에 두고두고 부담이 될 수 있고, 국민과 임명권자에 대한 후보자의 도리가 아니라는 판단을 했다며 취재 이유를 밝혔다.

 

김 대표는 그가 어떠한 흠결이나 의혹도 깔끔하게 털어내고 모든 국민들의 여망인 검찰 개혁을 이끌어 가는 주역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번 보도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현직 세무서장(윤우진)이 뇌물수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가운데 느닷없이 해외로 도피했다가 8개월 만에 불법체류로 체포됐고, 경찰로부터 사건을 인계받은 검찰이 2년 후 슬그머니 무혐의 처리한 사실에 소위 검찰 빽은 없었는지 검증할 필요가 있다는 것. 윤 총장 역시 언론 검증을 피할 수 없다는 논리였다.

 

광고 없이 후원으로 유지되는 뉴스타파는 보도로 큰 타격을 입었다. 전체 후원자 8~9%에 달하는 3000여 명이 후원을 끊었다. 뉴스타파의 한 기자는 그 당시 뉴스타파에 비난이 매우 거셌는데 지금은 그때 미안했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다고 전했다.

 

실제 뉴스타파 홈페이지와 각종 커뮤니티에는 뉴스타파에 사과의 뜻을 전하는 누리꾼들이 있다. 9딴지일보게시판에는 이쯤에서.. 지난 7월 뉴스타파 욕한 것에 사과드립니다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그 당시 윤석열 녹취록을 청문회 막판에 공개한 게 다 이유가 있었던 것 같네요. 뉴스타파에 사죄드립니다라고 밝혔다.

 

뉴스타파는 그동안 진영을 가리지 않고 검증 보도를 해왔다. 노영민 현 청와대 비서실장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장 시절 산하 공기업에 자기 시집을 불법적으로 판매했다는 의혹,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 자녀의 입학 비리 의혹 등이 대표적이다. 윤 총장 검증 보도도 검증의 일환이었으나 윤 총장이 이끄는 검찰이 조국 법무부장관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하면서 2달 전 비난여론은 지지로 바뀌게 된 모양새다.

 

시사평론가이자 저술가인 김민하씨는 10일 통화에서 인터넷 시대에 대중이 더 많은 정보를 공유하면서 더 이상 언론이 만드는 공론장을 신뢰하지 않게 된 현상이라며 뉴스 소비자 입장에서 매체 보도가 본인이나 자기 진영에 이득이 되면 지지·후원하지만 불리하다고 여기면 곧장 불매와 후원 해지로 이어진다고 진단했다.

 

김씨는 이를 인식하고 있는 언론 역시 언론의 공적 역할보다 자사에 유불리 등을 따져 보도하는 모습을 보이곤 한다. 이에 비춰보면 뉴스타파 윤석열 보도는 언론의 소명을 하려고 한 보도로 평가한다결국 언론 스스로 언론이 왜 필요한 것인지의문을 던지고, 욕이든 칭찬이든 휘둘리지 않고 보도하는 사명이 요구되는 시대라고 말했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 교수는 인물과 진영 논리가 어젠다를 대체한 팬덤 정치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당시 청와대는 검찰총장 임명 명분으로 검찰 개혁을 내세웠지만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았다. 윤석열이라는 인물만 모호하게 개혁 상징으로 평가됐고 지지자들 환호를 받았다우리사회에서 설득과 대화라는 민주주의 과정이 확장일로에 있다면 이 같은 현상이 큰 문제가 아닐 수 있지만, 지금은 지나친 정치 팬덤과 이에 편승하는 정치가 민주주의 기능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김도연 기자 riverskim@mediatoday.co.kr

조국의 텀블러와 넥타이 색깔 논평하는 종편의 수준

조국 법무부 장관의 검증과정에 있어 제기된 여러 의혹들은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과 같았습니다. 사회개혁을 적극적으로 외쳐왔던 진보적 인사조차 암묵적으로 형성된 기득권층의 특권을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누려왔다는 점이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청년층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고, 그간 조 후보자의 사회개혁 요구에 동의해왔던 국민들도 큰 실망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조 후보자 역시 문제점을 스스로 인지하지 못했던 것을 인정하며 반성하는 모습을 수차례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언론은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을 객관적인 근거를 통해 검증하는 것과 동시에 국민들의 분노를 공감하고 이해하며 기득권층에게 특권처럼 주어진 제도들을 지적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종편을 비롯해 다수의 언론보도들은 본질에서 벗어난 후보자 친인척의 신상털기에 가까운 보도들을 내놨습니다. 특히 절차에 대한 적법성도 확인하지 않은 채 무작정 정황만으로 의혹을 제기했고, 정황을 통해 나온 의혹을 확인해줄 사실은 취재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반면 조 후보자의 검증과정을 통해 드러난 제도적 문제의 변화 필요성은 주요의제로 다뤄지지 않았습니다. 민언련은 812일부터 23일까지 종편 4사의 11개 시사대담 프로그램에서 어떤 황당한 인사검증 내용을 내놨는지 문제점을 정리해보았습니다.

 

조국 텀블러가 매일 바뀐 것은 정체성의 흔들림을 보여줄 수 있다는 허은아 씨

종편은 조국 후보자와 관련된 언론 보도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할 당시에는 후보자의 과거 활동이나 친인척 관련 사생활을 주목했습니다. 그 와중에도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815)는 가십성 내용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이남희 씨는 조 후보자가 가지고 나온 텀블러까지 화제라더니 매일매일 텀블러 색깔이 바뀌어요라며 텀블러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때 출연자 허은아 한국이미지전략연구소 소장은 시사대담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텀블러 이야기들을 늘어놓았습니다.

 

허 씨는 “‘왜 조국 후보는 텀블러를 들었을까라는 게 참 재미있는 것이라며 텀블러는 사실 이렇게 원래 긴 컵”, “손으로 잡는 것이 있으면 그건 머그라는 내용을 설명했습니다. 이어 텀블러의 사용 목적이 자연을 보호하자라는 의미라더니 종이컵을 없애자는 건데 텀블러를 매일매일 갈아 쓴다는 것은 어쩌면 또 자연환경을 훼손시키는 것이 아닌가라며 조 후보자의 텀블러 사용을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이남희 씨마저 허 씨의 주장에는 실소를 보였는데요, 이때 허 씨는 텀블러 관련 설명의 결론으로 조 후보자의 정체성 혼란을 주장했습니다.

 

허은아 한국이미지전략연구소 소장 : 이건 기본적으로 이미지라든가 현 상황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야기들인데요. 저희는 조국 후보님의 어떠한 정체성 때문에 이분이 어떤 분일까라는 것에 대한 흔들림이 있는데, 텀블러를 드셨던 그 상징의 의미가 어쩌면 조국 후보의 어떤 정체성의 흔들림까지 보여줄 수 있다는 그 메시지는 생각을 좀 못하셨던 것이 아닌가 싶어서 아쉬움을 전합니다.

 

지난 815일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에서 매일 텀블러가 바뀌어서 정체성 혼란을 보여준다는 허은아 씨.

 

조국 넥타이가 파란색인 것은 나는 민주당 사람이다. 나를 지켜달라는 메시지라는 최지원 씨

이와 같은 하나마나한 대담은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820)에도 등장했습니다. TV조선은 조 후보자의 넥타이와 셔츠 색깔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진행자 엄성섭 씨는 파란색 셔츠 차림에 파란색 넥타이를 하고 또 나온 모습이라며 조 후보자의 옷매무새를 설명습니다.

 

이때 출연자 최지원 기자 역시 흰색 셔츠의 노타이를 하고 나왔던 그동안의 모습과는 다른 모습이라더니 심지어 들고 있던 파일까지 새파란색이라며 색깔에 집중했습니다. TV조선이 색깔에 집중한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보통 민주당 의원들이나 대통령이 공식 행사에 나오면 하는게”, “그 파란색, 상징색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여기에 최지원 씨는 색깔의 의미를 덧붙였습니다.

 

최지원 기자 : 조국 후보자에 대한 각종 의혹들이 쏟아지면서 수세에 몰리게 되니까 민주당을 향해서 잊지말라 나는 민주당의 사람이고, 문재인 대통령의 사람이다. 나를 지켜달라이렇게 호소하는 것은 혹시 아니냐 이런 해석까지도 지금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820일 조국 후보자의 셔츠와 넥타이 색깔을 주목한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

 

두 방송사가 선택한 텀블러’, ‘넥타이와 셔츠 색깔은 시청자가 알아야 할 내용도 아니었고, 이를 통한 분석이 의미 있는 내용도 않았습니다. 그저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추측을 하는 소설에 가까운 발언들이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두 프로그램은 이런 가십성 내용을 다루는 동안 후보자의 정책-자질 검증 관련 대담은 단 1분도 하지 않았습니다. 불필요한 내용은 추측까지 덧붙여 전달하면서 해야 할 역할은 외면한 것입니다.

 

조 후보자 딸이 캐나다 연수 시절에 포르쉐를 몰고 다녔다는 소문을 소개한 강찬호 씨

JTBC <뉴스ON>(820)에 출연한 강찬호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의 주장이라며 조국 후보자 딸이 외국 유학 당시 포르쉐를 탔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이는 극우 유튜브 채널에서 등장했던 주장입니다. 대표적으로 819일 강용석 씨와 김세의 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에서 조국 후보자 딸 외제차 보유설이 나왔죠. “들리는 소문과 같은 근거가 하나도 없었던 주장은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입을 통해 확산됐고 결국 JTBC에도 등장했던 것입니다.

 

강찬호 중앙일보 논설위원 : 참고로 말씀드리면 곽상도 의원실 측에서는 이게 네티즌이 제보를 해 와서 그런 얘기를 했는데 지금 나오는 얘기는 조 후보자의 딸이 모 대학을 다닐 때, 즉 대학생일 때 캐나다에 연수를 간 적이 있다고 합니다. 캐나다 연수 시절에 포르쉐를 몰고 다니는 것을 봤다 이런 어떤 제보가 들어왔다는 얘기예요. 좀 더 사실 관계를 캐기 위해서 추가적인 조사를 하고 있는데 아마도 현재 지금 장학금을 받고 있는 것은 현재 지금 다니고 있는 부산 의대인데 거기에서는 포르쉐를 탔다는 것은 현재까지 나오고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강 씨의 발언에 진행자 전용우 씨는 외국 유학 생활할 때는 누가 태워주는 차도 있을 수 있고”, “지인의 차를 한번 테스트할 수도 있고, 다양한 어떤 경우의 수가 있을 수 있다며 정확하지 않은 정보라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여기에 강 씨는 가졌을 수도 있고 여러 가지가 있다며 어쨌든 간에 좀 더 취재가 필요합니다라며 진행자 발언에 끼어들어 끝까지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전달했습니다.

 

같은 내용은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820)에도 등장했습니다. 출연자 문승진 기자는 조 후보자 딸의 논문, 장학금과 관련된 의혹과 함께 일부에서는 포르쉐를 타고 등교를 했다, 이런 이야기도 나오고 있고요라며 극우 유튜브 채널의 근거 없는 주장을 동일 선상에 두었습니다. 여기에 다른 출연자 이루라 기자는 조 후보자의 딸이 뭐 포르쉐를 타고 학교를 등교, 등하교한다, 뭐 이런 이제 소문까지 나돌면서 분노가 더 겹치고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 조 후보자 측은 포르쉐를 타고 다닌다는 것은 소문일 뿐이다 부인을 했습니다라며 해당 주장 때문에 국민이 분노했고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는 듯 설명했습니다.

 

정치인 입 빌리고, 반박만 실어주면 일방적 주장을 취재도 없이 전달해도 되나

두 프로그램이 전달한 극우 유튜브 채널의 주장은 근거가 없을뿐더러 후보자 검증의 영역을 벗어난 내용이었습니다. 애초에 조 후보자의 딸이 어떤 차량을 소유하고 있는지는 논란이 될 이유가 없습니다. 또한 딸의 차량은 후보자의 법무부 장관 임무수행과 어떠한 연관성도 없습니다. 제대로 된 언론이라면 이런 주장은 전달하지 않는 것이 정상입니다. 만약 이 내용을 반드시 전달해야만 한다면 해당 주장에 대한 최소한의 사실관계 확인은 당연히 거쳤어야 합니다.

 

하지만 JTBC에 출연한 강찬호 씨와 TV조선에 출연한 문승진, 이루라 씨는 언론인이라는 스스로의 직업이 무색하게도 아무런 추가 취재 없이 해당 내용을 전달했습니다. 강 씨는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의 이름을 빌렸고, 문 씨와 이 씨는 일부에서 나온 주장, 소문이라는 근거없는 단어들로 이 내용을 소개했습니다. 특정 정치인이나 일부에서 나온 주장이라면 그 내용이 사실인지, 합당한 내용인지를 검증하고 판단해 전달했어야 할 언론의 역할을 포기하며 확성기로 전락한 것입니다.

 

특히 강찬호 씨가 해당 주장을 소개한 뒤 좀 더 취재가 필요하다고 발언한 부분은 스스로 얼마나 안이한 인식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었습니다. 언론인인 강 씨가 해당 주장에 대해 확인된 사실이 아니고 스스로도 취재가 필요하다고 느꼈다면 적어도 방송에서는 해당 내용을 전달해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이런 문제발언을 내놓은 출연자들이 모두 언론인이라는 점은 현재 우리 언론이 얼마나 안이하게 의혹을 부풀리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조국 딸은 할머니가 원해서 의전원에 갔다는 이현종 씨

종편은 극우 유튜브를 통해 나온 근거 없는 주장을 전달할 뿐만 아니라 출연자의 입을 통해 추측성 내용들을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채널A <뉴스TOP10>(823)에 출연한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조 후보자의 가족사를 언급하며 조 후보자의 딸이 의전원에 진학한 이유가 할머니 때문이라 추측했습니다.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 : 제가 듣기로는 조국 후보자의 어머님이 원래 간호학과, 부산대 간호학과 1기입니다. 간호사 원래 하셨는데 하시다가 지금은 미술로, 그래서 아마 그 집안에서 검사, 의사를 굉장히 원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조국 후보자를 검사 만들려고 했는데 사실은 검사는 못 만들고 법학학자가 됐죠. 그리고 집안에 의사가 또 한 명 필요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아마 굉장히 의사를 만들려고 많이 집안에서 노력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조국 후보자가 저렇게 글을 쓰지는 않았지만 저렇게 딸에 대해 드럼을 치니까 집안에서는 반드시 의사가 돼야 된다. 그래서 사실은 의대에 대한 미련이 굉장히 많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 딸 같은 경우도 원래는 외고를 갔지만 그다음에 여러 방법을 통해서 의대를 계속적으로 지원하게 만드는 그 길을 뚫은 거거든요. 그런 과정에서 이런 문제가 비롯됐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 823일 채널A ‘뉴스TOP10’에 출연해 조국 후보자 딸의 진학까지 마음대로 추측한 이현종 씨.

 

이 씨의 주장은 제가 듣기로는”, “집안에 의사가 또 한 명 필요하지 않습니까?”와 같이 부정확한 출처의 자의적인 추측일 뿐입니다. 이른바 이 씨의 뇌피셜인 것입니다. 게다가 조 후보자의 가정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조 후보자의 모친이 손녀의 진로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와 같은 내용은 후보자 검증이 아닙니다. 게다가 이 씨는 자신의 추측만으로 그런 과정에서 이런 문제가 비롯됐지 않았나라며 마치 입시비리가 있었다는 듯 설명했습니다. 사실은 없고 추측만 전달한 뒤 문제가 있는 듯 주장한 것입니다.

 

특목고 입시비리 근거가 나는 해 본 사람이잖아요. 해봤어요, 이거?”라는 이동관 씨

이현종 씨가 자의적인 추측으로 의혹을 만들었다면 JTBC <뉴스ON>(821)에 출연한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자신이 입시를 해봐서 안다며 특목고의 입시비리를 알고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씨는 제 애들 중에 2명이, 1명은 특목고 나왔고 1명은 외고나왔다며 이 같은 상황을 저는 사실 잘 모르지만 저희 집사람은 아주 소상히 알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외고 출신으로서 이공계를 가는 애들이 어떤 짬짬이, 어떤 스펙을 쌓아서 들어가는가에 대해서 학부모들끼리는 다 아는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외고에서 벌어지는 만연한 입시비리를 모두 알고 있다는 듯 발언했습니다.

 

이 씨는 출연자 김종배 시사평론가가 반론을 펼치자 나는 해 본 사람이잖아요. 해 봤어요, 이거?”라며 본인의 경험을 내세웠고, 자신의 부인이 특목고 입시비리를 들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 : 그러니까 제가 얘기하는 것은 뭐냐하면 이 정도가 이미 입시 전략으로서 특목고나 외고에서는 당연히 일반화 되어있는거고 학부형들끼리 짬짬이 해서 이런 식으로 해왔기 때문에 심지어 저도 들었어요. 우리 집사람이 학부형들한테 듣고 와가지고 이공계 가는 애들은 말이야 교수님한테 부탁을 해서 이런거 한다는데 인문계는 뭐냐고이런 얘기를 들었다고요. 그런데에 입시 비리의 요소가 있다는 거예요.

 

지난 821JTBC ‘뉴스ON’에 출연해 본인자녀가 특목고 다닌다며 입시비리를 들었다는 이동관 씨.

 

이 씨의 주장은 특목고에서는 입시비리가 흔하고 그 방법을 조국 후보자의 딸이 이용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오로지 본인의 배우자가 다른 학부형에게 들은 이야기뿐이었습니다. 또한 그 이야기가 어떤 점에서 입시비리인지는 전혀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전언의 전언을 전달할 뿐 무엇이 불법인지, 왜 불법인지는 전혀 전달하지 않은 것입니다.

 

웅동학원 사학비리를 정황만으로 부풀려 의혹 만들고 비판한 최병묵 씨

불필요한 정보들을 전달하거나 자신의 추측과 들은 내용을 기반으로 조 후보자가 위법을 저질렀다고 주장한 종편은 단순한 정황들을 나열하며 위법이 있었던 듯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대표적으로 TV조선 <이것이 정치다>(820)에서는 조 후보자의 가족이 사학비리를 일으킨 듯 대담을 진행했습니다. 진행자 윤정호 씨는 조 후보자와 가족들이 학교로 사익을 추구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는 점을 가장 먼저 언급한 뒤 그런데 조국 후보자의 처남이 웅동학원에서 12년간 행정실장을 맡았다”, “그 전에는 조국 후보자의 외삼촌이 같은 자리에서 일을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발언권을 얻은 최병묵 TV조선 해설위원은 곧바로 사학비리를 언급했습니다. 최 씨는 사학비리라고 하는 것의 전형적인 형태가 다 이런 것이라며 행정실장이 모든 경제적인 문제를 처리를 하잖아요”, “돈을 빼가고 뭘 어떻게 회계 부정을 하고 뭐 이래도 외부에서 들여다보기가 참 쉽지 않아요라며 단순히 행정실장에 인척관계에 있는 인물이 있다는 것만으로 사학비리가 있었다는 듯 주장했습니다.

 

최병묵 TV조선 해설위원 : 그런데 여기도 지금 보면 지금 보도 나온 것을 보면 여러 가지 이제 그 원래 웅동학원은 시내에 있었다는 거 아니에요. 그런데 그 부지를 아파트 부지로 팔고 지금 어디 산중턱으로 이사를 갔다는건데. 이런 과정에 보면 항상 돈이 남아요. 그렇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이 돈이 어디로 갔느냐, 이제 이런 문제가 나오는 것이죠. 그 기본적인 이유는 바로 이런 족벌들끼리 다 이리저리 나눠 가지고서 이사장, 뭐 행정실장 이런 거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웅동학원도 딱 그런 케이스다, 이런 겁니다.

 

지난 820TV조선 이것이 정치다에 출연해 정황만으로 웅동학원 사학비리 주장한 최병묵 씨.

 

최병묵 씨의 주장은 결국 조 후보자가 이사로 있는 웅동학원에서 이사장의 친인척을 행정실장에 앉혀 사학비리를 저질렀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근거는 이사장의 친인척이 행정실장이었다는 정황과 웅동학원은 이사를 가며 돈을 남겼다는 최 씨의 주장뿐입니다. 이 돈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사장 일가에 손에 들어갔는지는 전혀 밝혀진 바가 없는 것입니다.

 

물론 그간 드러났던 사학비리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이사장과 그 일가친척이 주요자리에 위치해왔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구조적 문제 이전에 사학비리가 드러나는 데에는 학교의 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증거들이 존재했습니다. , 사학비리와 구조적 유사성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TV조선과 최병묵 씨가 사학비리를 언급하기 위해서는 이를 입증해 줄 최소한의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TV조선과 최 씨는 당일 방송을 비롯해 이후 방송에서도 웅동학원에서 이사장의 친인척을 행정실장에 임명해 자금을 유용하는 등의 사학비리가 벌어졌다는 증거는 전혀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일부 정황들만으로 엄청난 범죄가 일어났을 듯한 추측만을 불러일으킨 것입니다.

 

내가 모르는 장학금을 받으면 문제라는 김근식, 서정욱 씨

TV조선 <이것이 정치다>(821)는 같은 방법으로 조 후보자의 딸이 받은 서울대 동문회의 장학금도 문제 삼았습니다. 출연자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조 후보자의 딸이 서울대 환경대학원에 잠시 1년 동안 적을 둔 상태에서 2학기 내내 전액을 받았다이 부분이 굉장히 부도덕한 것이라 주장했습니다. 이어 김 씨는 조 후보자의 딸이 서울대 환경대학원 재학 중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진학을 준비했음에도 장학금을 받았고 부대 의전원에 합격을 하니까 나중에 그걸 휴학을 해버립니다라며 학업 중단을 한 것을 문제 삼았습니다. 이어 김 씨는 마치 부당한 방법으로 장학금을 받은 듯 설명하며 욕심이 과하다는 주장을 이어갔습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 : 등록금은 1학기, 2학기를 전액을 다 받고 부대 의전원은 다 들어간 다음에 그걸 휴학을 하면서 미등록 재적으로 끝나는 겁니다. 그리고 통상적으로 도덕적이라면 그 받은 게 미안해서라도 저 같으면 돈을 돌려줄 거 같아요. 적어도 2학기 등록금 정도는. 그래야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휴학을 했기 때문에. 그런데 그것도 안 하고 다 받고. 그리고 본래 이 서울대 동창회에서 주는 이 장학금이라는 건 제가 알기로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많은 학생들을 돕자는 취지였는데 경제적으로 어렵지 않고. 사실 서울대 환경대학원에 적을 두면서 다른 대학 의전원에 입시 지원을 했던 사람이면 공부를 제대로 했겠습니까? 저는 이번 부분도 양손에 떡을 쥔 정도가 아니라 입에도 하나 물고 양손에 다 쥐고 너무 욕심이 많은 행동이 아닌가. 상식적으로 그렇게 비춰집니다.

 

여기에 출연자 서정욱 변호사는 저도 학사, 석사, 박사 과정 서울대에서 해봤기 때문에 제대로 좀 알거든요라더니 서울대 동문회 장학금이 자신이 모르는 과정이라며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서정욱 변호사 : 저는 세 가지가 상당히 의문이 들어요. 첫째는 단과대, 그때 학장 인터뷰를 보면요. 학장 추천, 지도 교수가 추천한 적이 전혀 없어요. 장학금 관악회 받으려면 단과 대학에서 심사를 해서 추천하잖아요. 그런 절차가 전혀 없었다는 거. 이게 첫째 문제고요. 그다음에 두 번째. 저는 이게 입학 첫 학기부터 이렇게 받는 걸 처음 봤어요. 보통 첫 학기는 자기가 내고 성적이라든지 여러 가지 사정을 봐서 두 번째 학기부터 이런 경우는 있는데 입학하자마자 두 학기 연속. 이건 제가 본 적이 없고요. 그리고 장학금 등의 액수가 400이면 실제 환경대학원이나 이런 데는 의과대학보다 싸잖아요. 3, 400정도 학비니까. 그 이상이 될 수 있는 이런 여러 가지 의문이 있는 사안입니다.

 

지난 821TV조선 이것이 정치다에 출연해 본인이 처음보는 장학금을 받아서 문제라는 서정욱 씨.

 

서 씨가 관악회 장학금이 큰 문제인 듯 설명한 뒤 진행자 윤정호 씨는 가정 형편이 좋지 않은 학생에게 주는 장학금이라고 다들 알고 있는 것”, “조국 후보자 딸이 입학 때부터 두 학기를 연속으로 그것도 전액을 받았다는 점에 대해서 일반 학생들은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라는 이야기를 한다며 별다른 사실관계 확인 없이 내용을 마무리했습니다.

 

특지장학금은 기부자가 선발과정에 관여기초적인 내용도 찾아보지 않는 TV조선

김근식, 김종래 씨를 비록해 진행자 윤정호 씨까지 TV조선 <이것이 정치다> 출연자들은 조국 후보자의 딸이 서울대에서 받은 장학금이 마치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듯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이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조 후보자의 딸이 서울대에서 받은 장학금이 논란이 되었을 때 알려진 내용 중 하나는 특지 장학금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조 후보자의 딸에게 장학금을 지급한 서울대 관악회 홈페이지에서 특지 장학금과 관련된 내용을 확인해본 결과 선발대상 학생의 가정형편은 평가요소에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또한 기부자가 장학생 선발과정에 관여할 수 있다는 조항이 적혀있었습니다. , 기부자에 의해 장학생 선발결과가 정해지는 구조로 인식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같은 내용을 취재한 뉴스1 <관악회, 조국 딸 서울대 장학금 논란에 신청 필요없다”>(93일 김도용 기자)3일 관악회 관계자를 통해 당시 조씨가 장학금을 받을 때는 수령자의 신청을 받지 않았고 특지 추천으로 장학금을 수여한 것이다. 학생이 (추천을 받았는지) 모를 수도 있다는 내용의 답변을 들었다고 보도했습니다. 또한 지급시기에 대해 관악회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3월에 입학하는데 그 전에 등록을 해야되지 않나”, “원래 우리는 2, 8월에 장학금을 준다. 옛날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루 뒤 한겨레 <팩트체크-조국 딸 서울대 특지장학금’, 신청 없어도 받을 수 있다?>(94일 이유진 기자)는 관악회 관계자를 통해 현재 관악회는 기본적으로 휴학을 해도 장학금을 반납받지 않는다”, “등록기간에 장학금을 직접 학생 통장에 넣어주는데 장학금을 받고도 등록을 안하는 경우에만 환불을 받는다는 입장을 확인했습니다. 또한 서울대 내부 커뮤니티의 게시글 중 해당 장학금이 학교의 추천과 학생의 신청 없이도 지급되었다는 내용을 소개했습니다.

 

종합해보면 TV조선 출연자들은 간단한 검색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는 특지 장학금의 성격을 전혀 파악하지 않았고 심지어 진행자조차 연관성이 없는 가정형편을 언급하며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전달한 것입니다.

 

이번 청문회 후보자 검증 보도들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는 언론이 스스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언론의 후보자 검증은 기본적으로 후보자의 정책과 비전이 시대가 요구하는 변화에 적합한 내용인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여기에 덧붙여 후보자가 법을 어기거나 고위공직자로서의 청렴성에 부합하지 않는 일을 해온 정황을 사실을 통해 입증하고 실체적 진실을 전달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번 청문회 후보자 관련 보도에서 언론은 정황과 정황을 이어 의혹을 만드는 것에만 몰두했습니다. 국민들이 왜 언론에 분노하고 있는지 성찰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모니터 대상 : 2019812~23JTBC <뉴스ON>,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신통방통><이것이정치다>,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뉴스TOP10><정치데스크>, MBN <뉴스와이드><뉴스&이슈><뉴스BIG5><아침&매일경제

[민언련 종편 모니터]민주언론시민연합




'명문대 촛불'은 고백해야 한다, "나도 구조의 가담자"

[조국 사태, 난 이렇게 본다] '상대적 박탈감'만 외치는 촛불은 반쪽... 절대적 격차도 논해야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이 9일 오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이희훈

 

구세대의 불공정을 청산하려다 신세대의 공정 뇌관을 터뜨린 모양이다. 새 법무장관 후보자보다 후보자의 딸이, 후보자의 자질보다 후보자의 자기철학과 배치됐던 처세적 흠결이 부각되었다. 언론은 보도를 쏟아냈고, 인신공격에 가까운 일종의 도덕 재판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졌다. , 개혁의 대상으로 지목된 검찰은 후보자에 대해 공세적 압박을 가하는 것으로 보였다.

 

이 과정에서 후보자의 자녀인 한 청년의 성적, 스펙, 사생활은 물론 생활기록부, 과거 인터넷에 올린 글 등이 검증의 도마 위에 올랐다.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갔다는 사실은 법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었다. 그러나 스펙 획득의 과정이 일반인들의 눈에 생소했기 때문에, '공식적이고 합법적이더라도 아무나 접근할 수 없는 방식이라면 비윤리적이다'라는 실망감을 표했다. 특히 청년 세대의 상대적 박탈감이 극심했다. 후보자 본인도 공식석상에서 청년 세대에 대한 사과를 수차례 반복할 지경이었다.

 

그러나 이 사태는 엄밀히 말하면 새로운 사건의 발생이라기보단 해묵은 사회 문제가 되풀이 된 것에 가깝다. 대한민국 헌법 제311항은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말하지만, 국민 모두가 불쾌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 "능력에 따라"의 능력이 실상 "부모의 능력"이라는 점을 이번 사태에서 재확인했기 때문이다.

청년세대는 한국 사회의 전반적인 공정성 문제를 거론하며 의문과 분노를 표하고 있다. 청년들은 이번 사태를 '공정''불공정'이라는 키워드로 비판하면서, 경제적 역동성과 계층 상승 동력을 되살려내라고 요구하는 것 같기도 하다. 따라서 이 사건을 한 후보자와 그 일가에 관한 미시적 문제로 보거나, 후보자에 대한 호불호 및 진영 논리로만 소비하기엔 아쉬움이 남는다.

 

필자는 '공정'만을 갈구하는 일부 청년들의 목소리에 의문이 든다. 과연 청년 이슈의 화두가 되고 있는 '공정'이 한 개인의 문제에 국한돼 논해질 일인가? 청년이 처한 사회구조적 문제를 담기에 공정이라는 개념은 너무나 비좁지 않은가? 교육 격차로 인한 경제적 격차, 혹은 경제적 격차로 인한 학벌 사회의 문제는 분명 구조적 성찰이 필요한 문제라고 본다.

 

필자는 청년들이 불공정과 불평등을 혼동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제기하고 싶다. 청년들은 자신의 불만을 공정의 언어를 통해 말했으나, 대다수의 불공정은 대개 철저히 계급 불평등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청년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 세대가 요구하는 공정이라는 것이 과연 적절한 표현인지 되돌아보고자 한다.



"조국 교수 법무부장관직 자진 사퇴 촉구 제3차 서울대인 촛불집회"9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 아크로폴리스 광장에서 열렸다. 권우성

       

모두가 '잘 키운 자식 하나'를 외쳤던 나라

석유 자원도 없고 기술도 없는 대한민국에서, 사람에 투자해 인적 자원 활용을 극대화 하는 것이 산업화의 유일한 길이었다. 국민 대다수가 평등하게 가난했기 때문에, '모두가 공평하게 하나씩 달린 머리를 키워 순위를 가르자'는 한국사회 전반의 암묵적 동의가 있었다.

 

때문에 주로 부모-자식 간의 관계는 '대리 만족'이라는 개념으로 강하게 이어졌다. 기필코 내 손에서 가난의 대물림을 끊어내리라 다짐하고, 자식이 고학력을 갖는 것이 유일한 가난 해방의 길이라고 믿었다. 남은 것은 교육에 가족이 총력전을 벌이는 일뿐이었다. '우골탑'이라는 말이 생기고, 군사정부가 사교육을 금지할 정도였으니, 학력 신장이 가난 탈출과 동의어라는 일반 국민들의 믿음과 욕망이 얼마나 강력했는지 보여주는 방증이다.

 

가정 내에 수험생이라는 특수 신분이 창설되었고, 입시기간 때만큼은 수험생이 집안의 최고 권력자에 오르곤 했다. 공부와 관련된 것이라면 때론 부모가 스스로 자신의 권위도 내려놓고 자식에게 굴종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 어느 집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이렇게 집안의 모든 노력을 쏟아부어 빚어낸 '도련님, 공주님'들이 바깥에만 나가면 '세대 일반'으로 치환되면서 값어치가 폭락하는 인플레이션 현상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모두가 '내 자식의 입신양명'을 위해서 가족의 모든 자원을 과잉 투자했으니, 다른 자식에게는 상대적으로 인색해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기성세대는 자식 또래 세대에 속한 직원의 사회적 처우에 굉장히 인색해지는 딜레마에 빠지고 말았다. 이것이 한국 사회의 세대 갈등이 출현하게 된 배경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되면 결국 경쟁의 주요한 독립 변수는 집안 형편, 즉 계급이 결정하게 된다. 더 이상 노력과 능력으로 결과를 내는 시험이 공정성을 담보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계급이 시험 준비를 돕는다는 것은 성황리에 방영된 드라마 <스카이 캐슬>이 명징하게 보여주었다. 빈부격차와 교육격차는 서로 강하게 결합하여 대물림 되었다. 이것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불평등과 계급 문제에 침묵하는 공정 담론

현 시국에서 긍정적인 부분을 찾자면, 청년들의 분노가 우리시대의 분배 상태에 대한 총체적 점검을 주장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한계 또한 명확하다. 일부 청년세대는 불평등을 지적하기보다 불공정에 의문을 표하며, 구조 차원의 문제는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청년들은 "계급장 떼고 제대로 한판 붙자"며 불공정 문제에 목소리 높인다. 하지만 그들 또한 경쟁력 있는 개인을 만들어내기 위한 가족 총력전의 결과물이자, 욕망의 산화물인 경우가 있다. 때문에 청년세대 자신도 알게 모르게 불공정 구조의 수혜를 받았다는 '불편한 사실'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장남의 교육을 위해 저학력의 늪에 빠지며 시골과 공장을 전전해야만 했던 이들이 있다. , 구의역이나 제철소에서 유명을 달리한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들도 있다. 하지만 세상은 학벌계급 바깥의 세상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일부 청년계층이 주장하는 '공정'의 언어로 담지 못하는 현상이다. 이를 볼 때, 공정 또한 결국 계급이 다른 사람들에게 차별적으로 적용되는 가치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이른바 '조국 사태'를 계기로 촛불을 든 일부 청년들 역시 누군가를 외면하고 있다. 그들은 학벌 사회 내부의 공정에만 집중한다. 결국 그 촛불 청년들 또한 학벌 위계를 단단히 긋고, 그에 따른 보상을 요구하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소시민적 욕망을 솔직하게 개진할 수 없으니, '반칙을 저지른 자를 엄벌해달라'는 공정의 언어만 되풀이 하고 있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사법시험 부활을 원하는 이는 고시체제만이 법조인이 되는 유일한 길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야 공정하게 선발할 수 있고, 그래야 수입이 보장되니 그렇다고 했다. 그런데 그 말이 피라미드가 뒤집히길 원치 않는 누군가들의 목소리와 닮아 있다. 어쩐 일인지 말이다.

 

드라마 ‘SKY 캐슬에서 피라미드를 신봉하는 전직 법조인 차민혁 교수. 빈부격차와 교육격차는 서로 강하게 결합하여 대물림 되었다. 이것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JTBC

 

그렇기 때문에 필자는 오직 조국에게만 집중된 비판이 다소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살면서 한번쯤은 이러한 사회 구조적 문제에 가담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고려대학생이 동양대 표창장이 왜 필요하냐"라는 말을 아무런 의식 없이 내뱉는 기성세대의 안일함도 분명 큰 문제다. 그러나 교육격차, 계급격차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함께 말하지 않으며 오로지 '내 학교'의 문제를 위해 촛불을 들고, 공정을 외치는 일부 학생들의 태도도 실망스럽다.

 

결국 청년들도 이 구조의 참여자다. 기성세대처럼 굴 기회를 얻지 못했을 뿐, 누구라도 그 위치에 가면 비슷한 유혹에 빠진다는 것이 바로 이 구조의 맹점이다. 따라서 불평등한 계급이라는 본질을 외면한다면, 기성세대에게만 무제한의 비판을 가한다고 한들 이 문제가 풀릴 리 없다.

 

'나도 구조의 가담자'라는 자각

'자유경쟁'이라는 명목 아래 수십 년간 잠복해왔던 불평등의 실체가 드러났다. 조국의 위선을 지적하는 이들이 사실은 세대 간 위선을 방조했고, 세대 간 위선을 방조한 이들은 사실 기성세대 내부의 불평등을 방조했으며, 기성세대의 위선을 비난하는 청년들 또한 결국 자기 세대 내 불평등엔 눈을 감아왔다. 통렬한 자기반성이 필요하다.

 

조국 사태와 그로 인해 시작된 소위 '명문대 촛불집회'는 대한민국 20대의 '공정' 담론이 얼마나 취약한 것인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청년세대가 삶의 의욕을 앗아가는, '무너진 사다리'의 잔해를 보고 분노를 느끼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그 분노가 특정 정치세력에게만 편중돼 있다면, 그리고 절대적 격차를 도외시하고 상대적 박탈감에만 집중한다면, 그것이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까./나호선(hofirst) 오마이뉴스

 

삼성역 빌딩부지 보유세 47억으로 41% 껑충

 

<주택 이어 토지도 재산세 폭탄>

강동구, 교통호재에 23.7% 늘어

고가토지 세 부담 상한 속출할듯

강남 3, 9월 재산세 비중 41%

은퇴·고령자 연말 종부세 걱정도

# 국내에서 16년째 땅값 1위를 차지해온 명동 네이처리퍼블릭 부지. 면적 169.3인 이 땅의 올해 1당 공시지가는 18,300만원으로 지난해 9,130만원의 두 배 수준이다. 보유세는 세 부담 상한선(50%)을 적용해 기존 6,624만원에서 9,936만원으로 올랐다. 강남구 삼성역 인근의 한 대형 상업시설(1198.4)은 지난해 1당 공시지가가 4,600만원으로 부담해야 할 보유세는 336,208만원이었다. 하지만 올해 공시지가는 6,090만원으로 약 32.3% 올라 내야 할 보유세가 474,284만원으로 불었다. 세 부담 상승률이 41%에 이르는 것이다.

 

서울에 부과된 토지 재산세가 사상 처음으로 2조원을 돌파하면서 지역에 따라 9월분 재산세 증가율이 전년 대비 20%에 육박하는 곳이 속출했다. 개별 부지별로 보면 고가 토지의 경우 세 부담 상한선에 걸린 사례가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에 따르면 자치구별로 9월분 재산세(주택 50%+토지)가 가장 많이 오른 곳은 강남구로 지난해보다 무려 20.6% 증가한 6,819억원이 부과됐다. 이는 서울시 9월분 재산세 총액의 20.8%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강남을 포함한 서초, 송파 등 강남 3구에 부과된 재산세는 총 13,401억원으로 서울 전체 재산세의 41.0%에 달했다.

 

강남에 이어 서울에서 두 번째로 재산세 증가율이 높았던 곳은 명동 상가가 위치한 중구였다. 지난해보다 20.1% 증가한 2,044억원이 부과돼 재산세 증가율 2위에 올랐다. 이어 영등포 19.5%, 성동구 18.1%, 용산구 16.5% 순으로 재산세가 많이 올랐다. 모두 서울시 9월분 재산세 평균 증가율인 14%를 웃도는 증가세다.

 

토지에 부과된 재산세만 따로 떼어보면 순위는 조금 달라진다.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한 구는 강남구가 아닌 강동구로 전년 대비 토지 재산세가 무려 23.7% 증가했다. 강남은 2위로 전년대비 21.5%, 이어 영등포 20.9%, 중구 20.7%, 성동 18.2% 순으로 증가율이 높았다. 강동구의 경우 아파트 부지 가격 상승과 지하철 9호선 개통 및 지하철 8호선 연장에 따른 기대감이 지가에 반영되면서 토지 재산세도 크게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영등포구는 여의도 종합개발계획 및 재건축에 대한 기대심리가 지가에 반영되면서 증가세가 높았고 성동구 역시 서울숲과 성수역 인근 카페거리 상권의 활성화 및 기존 재래식 공장부지에 대규모 지식산업센터가 개발되면서 토지 재산세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7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서울시에서 부과된 재산세는 총 8,417, 5704억원 규모다. 7월에 이어 92차 재산세 고지가 마무리되면서 고가 주택 소유자 중에서도 소득이 충분하지 않은 은퇴자나 고령자를 중심으로 세 부담 체감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연말에 종합부동산세 부과까지 이뤄질 경우 이들의 세 부담은 더욱 늘어날 수 밖에 없다.

 

한편, 재산세는 과세기준일일 매년 61일 현재 소유자를 대상으로 매년 7월과 9월에 부과된다. 7월에는 주택 재산세의 절반과 건물, 선박, 항공기가 납부대상이고, 9월에는 나머지 주택 재산세 절반과 토지가 납부 대상이다. 고지서는 10일 우편 발송됐으며, 납부기한은 30일까지다. 납부기한을 넘기면 3%의 가산금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주택 이어 토지도 재산세 폭탄

서울시 '9월분 재산세 부과'

공시지가 폭등에 13% 급증

올해 서울 공동주택 재산세(7월분)가 전년 대비 16.9% 증가한 가운데 토지분 재산세도 13% 오르면서 납세자들의 아우성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주택에 이어 토지 역시 공시가 급등에 따른 세금 폭탄이 현실화된 것이다.

 

10일 서울시가 발표한 ‘20199월분 재산세 부과현황에 따르면 토지 재산세는 총 73만건, 2989억원으로 처음으로 2조원을 넘어섰다. 주택 재산세는 7월과 9월 등 2회에 걸쳐 부과되지만 토지는 9월에 납부한다.

 

시에 따르면 토지 재산세는 지난 201717,451억원에서 201818,565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특히 올해는 개별공시지가가 12.35% 오르면서 토지분 재산세도 전년 대비 13% 늘었다. 특히 강동구 토지 재산세는 전년 대비 23% 이상 폭등했다. 강동 외에 서울 강남권과 도심지역 토지의 경우 세 부담 상한에 걸린 사례가 속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고정소득이 없는 은퇴자의 세 부담이 만만찮아졌다. 토지 재산세 부과 건수도 2017695,000건에서 지난해 712,000건을 기록한 뒤 올해 73만건으로 증가했다. 상가·오피스텔 신축 등으로 토지 소유자가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토지와 주택(50%)을 포함한 9월 전체 재산세는 총 400만건, 32,718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4%(4,057억원) 증가했다. 자치구별 9월분 재산세 부과현황을 보면 강남구가 6,819억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서초구 3,649억원, 송파구 2,933억원 순이었다. 가장 적은 구는 도봉구 358억원이었고 강북구 364억원, 금천구 455억원 순이다. /박윤선기자 sepys@sedaily.com

 

<주택 이어 토지 재산세도 껑충...강남·도심 증가율 20% 훌쩍>

   

       

주택 이어 토지도 재산세 폭탄    

# 국내에서 16년째 땅값 1위를 차지해온 명동 네이처리퍼블릭 부지. 면적 169.3인 이 땅의 올해 1당 공시지가는 18,300만원으로 지난해 9,130만원의 두 배 수준이다. 보유세는 세 부담 상한선을 적용해 기존 6,624만원에서 9,936만원으로 올랐다. 강남구 삼성역 인근의 한 대형 상업시설(1198.4)은 지난해 1당 공시지가가 4,600만원으로 부담해야 할 보유세는 336,208만원이었다. 하지만 올해 공시지가는 6,090만원으로 약 32.3% 올라 내야 할 보유세가 474,284만원으로 불었다. 세 부담 상승률이 41%에 이르는 것이다.

                 

서울에 부과된 토지 재산세가 사상 처음으로 2조원을 돌파하면서 지역에 따라 9월분 재산세 증가율이 전년 대비 20%에 육박하는 곳이 속출했다. 개별 부지별로 보면 고가 토지의 경우 세 부담 상한선에 걸린 사례가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에 따르면 자치구별로 9월분 재산세(주택 50%+토지)가 가장 많이 오른 곳은 강남구로 지난해보다 무려 20.6% 증가한 6,819억원이 부과됐다. 이는 서울시 9월분 재산세 총액의 20.8%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강남을 포함한 서초, 송파 등 강남 3구에 부과된 재산세는 총 13,401억원으로 서울 전체 재산세의 41.0%에 달했다.

 

강남에 이어 서울에서 두 번째로 재산세 증가율이 높았던 곳은 명동 상가가 위치한 중구였다. 지난해보다 20.1% 증가한 2,044억원이 부과돼 재산세 증가율 2위에 올랐다. 이어 영등포 19.5%, 성동구 18.1%, 용산구 16.5% 순으로 재산세가 많이 올랐다. 모두 서울시 9월분 재산세 평균 증가율인 14%를 웃도는 증가세다.

 

토지에 부과된 재산세만 따로 떼어보면 순위는 조금 달라진다.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한 구는 강남구가 아닌 강동구로 전년 대비 토지 재산세가 무려 23.7% 증가했다. 강남은 2위로 전년대비 21.5%, 이어 영등포 20.9%, 중구 20.7%, 성동 18.2% 순으로 증가율이 높았다. 강동구의 경우 아파트 부지 가격 상승과 지하철 9호선 개통 및 지하철 8호선 연장에 따른 기대감이 지가에 반영되면서 토지 재산세도 크게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영등포구는 여의도 종합개발계획 및 재건축에 대한 기대심리가 지가에 반영되면서 증가세가 높았고 성동구 역시 서울숲과 성수역 인근 카페거리 상권의 활성화 및 기존 재래식 공장부지에 대규모 지식산업센터가 개발되면서 토지 재산세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7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서울시에서 부과된 재산세는 총 8,417, 5704억원 규모다. 7월에 이어 92차 재산세 고지가 마무리되면서 고가 주택 소유자 중에서도 소득이 충분하지 않은 은퇴자나 고령자를 중심으로 세 부담 체감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연말에 종합부동산세 부과까지 이뤄질 경우 이들의 세 부담은 더욱 늘어날 수 밖에 없다.

 

한편, 재산세는 과세기준일일 매년 61일 현재 소유자를 대상으로 매년 7월과 9월에 부과된다. 7월에는 주택 재산세의 절반과 건물, 선박, 항공기가 납부대상이고, 9월에는 나머지 주택 재산세 절반과 토지가 납부 대상이다. 고지서는 10일 우편 발송됐으며, 납부기한은 30일까지다. 납부기한을 넘기면 3%의 가산금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서울경제/박윤선기자 sepys@sedaily.com

 

제국의 계보

일본 중심으로 광역경제권 만들려 한 대동아공영권

침략 아닌 시혜라는 인식 뿌리 깊어

 

일본 아이들이 일본·독일·이탈리아 삼국동맹을 축하하기 위해 국기를 높이 들고 있다(1940). 김득중 제공

 

지난 7월 미국을 방문했던 김현종(국가안보실 제2차장)은 미 정치인에게 ··일 공조를 더 중요시하는지”, 아니면 재무장한 일본을 위주로 하고 나머지 아시아 국가들을 종속변수로 하는 것으로 (미국의) 외교정책을 유지하는 것인지를 물었다고 한다. 두 질문에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지는 논외로 하더라도, 다음 세 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첫째, 한국이 나아갈 바를 결정하는 데 미국 외교정책의 향방이 중요한 관건이 된다. 둘째, 한국 고위 정책 결정자가 미국의 외교정책을 확인해야 할 만큼 현재 국제 정세는 변화와 유동의 시기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셋째, 한국은 주위를 둘러싼 각국 전략의 근본적 변화를 염두에 두고 어디로 움직일지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사실, 마지막 세 번째가 가장 중요하고 이전 시기와 달라진 점일 것이다. 인터뷰에서 김현종은 미국 정치인들이 어떤 대답을 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동북아 지역에서 일본도 중요하고, 한국도 우리의 굳건한 동맹이다라는 얼버무림으로 넘어갔으리라.

 

하지만 대답은 분명하다. 미국 처지에서 보면, 한국과 일본은 비슷한 위상을 가진 존재가 아니다. ·일의 국제적 위상과 전략적 비중을 저울질하는 시도 자체가 판을 흔드는 버릇없고 무례한 행위라고 미국과 일본은 생각할 것이다.

 

··일 삼각관계의 종속변수

일본의 수출규제로 시작된 한-일 갈등이 한국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선언으로 이어지면서, 미국의 개입(조정)이 불가피해졌다. 역사에서 시작된 갈등은 경제, 군사 분야로 번졌다. 국제관계의 모든 부문이 갈등 양상을 빚고 있다. -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에서 나타나듯, -일 갈등은 한국과 일본의 문제에 멈추지 않고 미국을 비롯한 세계와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외교정책은 장기 국가전략의 하나다. 한국은 스스로의 국가전략, 특히 국제관계에서 전략에 대한 고유 방침을 가지지 않았다. 정확히 얘기하면, 그동안 한국은 미국의 군사적 보호 아래 지속된 냉전체제의 하위 파트너, ··일 삼각관계로 운영된 동북아 하위체제의 종속변수로 위치해왔다.

 

세계 차원에선 냉전체제가 막을 내린 듯이 보였어도, 유독 동북아에선 전혀 그렇지 않았다. 동북아에서는 냉전 질서가 그대로 유지되고, 새로운 협력 질서는 빛이 보이지 않았다. 그동안 중국은 눈이 부실 정도로 급격한 경제성장을 해서 미국과 대등한 지위에 올라섰다. 북한의 핵위협은 미국을 위협할 만큼 늘었고, 이 문제에 뛰어든 한국은 성실한 조정자를 자임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북핵 문제는 동북아 지역 외교관계를 변화시키는 방아쇠 역할을 했다. 가장 높은 경제적 역동성을 보여주는 동북아 지역은 옛 냉전체제 질서가 새 질서와 공존하면서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높은 경제성장과 역사적 갈등이 동시에 존재하는 동북아 지역이 제1차 세계대전의 도화선이 되었던 발칸반도가 될 것인지, 평화로운 협력체제로 나아갈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지난 100년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현재 상태가 어떠한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수밖에 없는지 짐작할 수는 있다.

 

국제정치 속 국가전략이란 한 국가의 생존과 번영을 가능케 하는 다양한 정책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국제정치는 사실 힘을 앞세운 폭력의 세계다. 5·16 쿠데타 뒤, 일본 정치인 기시 노부스케를 만난,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은 선배님들, 우리를 좀 도와주십시오. 일본은 분명 우리보다 앞섰으니 형님으로 모시겠소. 그러니 형 같은 기분으로 우리를 키워주시오라고 말했다. 폭력 세계의 오야붕-꼬붕관계를 연상시키는 이 발언은 한국인들에게 분노를 자아낼지 모르나, 국제정치의 한 단면을 잘 보여준다. 그것은 폭력의 세계다.

 

많은 현실주의적 국제정치 이론가가 취하는 현실주의 이론은 힘의 우위와 사용을 인정하거나 정당화한다. 아마도 제국의 세기가 인류에게 남겨놓은 최대 유산은 적나라한 폭력 사용을 선한 의지로 보이게 하는 정당화 기술일 것이다. 다른 공동체에 가혹한 폭력을 쓰고서도, 이것은 당신들을 더 잘살게 하기 위한 도움이라거나 식민지 사람들이 능력이 없어서 우리가 도와준다거나 보편적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군사적 개입이라거나, ‘국제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거나, 군사적 개입(침략)이 폭력이 아니라 평화를 건설하기 위한 것이라는 갖가지 부드러운 논리가 등장한다.

 

제국은 무력의 직접 사용이 아니라, 이런 소프트한(부드러운) 논리를 수백 년 동안 개발하고 발전시켜왔다. 이런 논리적·이론적 장치는 식민지 저항을 무력화하고 제국의 지배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게 했다. 제국의 지배자들 스스로는 자신들이 정의를 이 땅에 실현하는 신성한 사명을 가진 자로 세뇌하게 했다. 메이지유신 이래 일본 근대사는 침략전쟁의 연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그렇게 인식하고 반성하는 일본 국민은 많지 않다. 일본 국민에게 자신들의 행위는 침략이 아니라 남을 도와주는 시혜라는 인식이 깊이 뿌리박혀 있기 때문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기시 노부스케 전 일본 총리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1970). 국가기록원 소장, 김득중 제공

 

자원 부족 해결하려 전쟁 일으킨 일본

일본은 메이지유신 시기부터 생명선’ ‘이익선등의 표현으로 조선과 만주를 향한 침략 의도를 계속 표출했다.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을 거치면서, 청과 러시아를 세력권 밖으로 몰아낸 일본은 바로 조선을 식민지로 만들었다. 침략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중일전쟁이 일어나고 동아시아 지역 질서에 재편이 필요해지자, 일본은 동아신질서론을 들고나왔다. 이 시기부터 일본은 선()을 중심으로 했던 전략에서 각 지역들 간 관계에 중심을 두는 더 넓은 공간 지배로 이동한다. ‘동아연맹론’ ‘동아협동체론등 다른 논리들도 있었지만, 이 논의에서 공통적인 것은 공산세력을 막고 각 지역 경제 결합을 위해 일본과 만주 그리고 중국을 하나로 묶는 일이었다.

 

일본이 동아시아 지역에서 패권 정책을 노골화하고 영·미와 전쟁에 돌입하는 1940년께 되면, ‘동아신질서론은 이른바 대동아공영권이라는 표어로 변한다. 대동아공영권이라는 용어가 공식화한 것은 19408월이었다. 하지만 이미 1938년 육군성과 참모본부는 동아시아 지역을 자존권, 방위권, 경제권으로 구획하는 새로운 동아시아 질서 창출을 계획하고 있었다. 일본은 미국 진주만 공습 뒤 선전포고 조서에는 자존자위’(自存自衛)라고 했지만, 대동아공영권 구상은 진주만 기습 전부터 차근차근 준비됐던 것이다.

 

대동아 지역 질서는 만주사변과 중일전쟁으로 확보된 기존 동북아 세력권에 남태평양을 포함한 동남아 세력권을 추가하면서, 일본열도를 중심으로 한 동심원적 계열화였다. 대동아공영권은 세계를 동아, 미주, 구주, 소련이라는 네 권역으로 바라보았다. 여기서 일본은 동아(東亞)라는 한 축을 담당했다. 동아의 중핵권에 일본과 조선이 있었고, 소공영권에 중국·인도차이나 등이, 대공영권에는 오스트레일리아·인도·태평양제도가 포함돼 있었다.

 

대동아공영권은 서구 세력이 침탈한 아시아 각국의 민족주의 감정에 불을 질러 서양을 적으로 세우고, 아시아 세력의 이익을 방어하는 대표 주자로 일본을 그 중심에 놓은 지역 블록()이었다. 아시아를 벗어나 유럽 세계의 일원이 되자(탈아입구)던 일본은 자신이 동아시아 맹주로 등장하자, 갑자기 아시아 민족의 이익을 방어하는 지도자로 나섰다. 일본은 이제 동아시아 지역의 이익을 옹호하는 주체였고, 이는 시효가 만료된 근대적 질서를 해체하고 새로운 국제 질서를 창출하는 것이었다.

 

대동아공영권은 자원 부족을 해결하려는 의도가 깊이 깔려 있었다. 후진 제국주의 일본은 고도 산업화에 필요한 대부분의 공업 자원을 외부에 의존했다. ‘대동아공영권=광역경제권이 만들어지면 자급자족이 가능했기 때문에, 과학기술 발전에만 매진하면 되었다.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과학기술을 발전시키고 자원을 확보해야 했는데, 이를 위해서는 광역경제권의 건설과 전쟁이 필요했다. 전쟁은 피할 수 없었고, (일본) 국가 혁신과 패권에 필수 요소여서, ‘싸우면서 건설하자라는 구호가 선언됐다. 1968년 한국에서 이 구호가 다시 등장한 것도, 북한의 무장공비 남파 사건이 일어나고 경제건설이 한창 추진될 때였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형님의 나라에서 쓴 구호를 그대로 빌려왔던 것이다. 경제성장과 자본시장 확대는 전쟁의 다른 이름이었다.

 

자신을 중심에 놓고 동남아시아와 오스트레일리아, 인도까지 광역경제권으로 묶으려고 했던 대동아공영권은 일본의 독창적인 사상은 아니었다. 일본을 핵심으로 한 동심원적 계열화와 침략 정당화 논리는 나치가 부르짖었던 생활권론의 연장선에 있었고, 독일 지정학과 법학(정치학)을 그대로 계승했다.

 

독일에서 번성한 광역권이론 계승

국가 행위를 공간과 관련해 이해하는 방식은 지정학에서 출발했다. 이 시도는 후발 제국주의 국가로 팽창하던 독일에서 급속하게 번성했다. 독일 지정학자들이 처음 주장했던 생활권은 나치가 주변 국가들을 침략하고 합병하는 주요한 이론적 기초였고, 독일 우위가 확립된 시점에서 제기된 광역권이론은 국제정치에서 독일의 우세적 지위를 유지하는 주요한 개념이었다.

 

독일의 공간 이론과 개념은 일본에 큰 영향을 끼쳤다. 생활권을 주장한 지정학자 카를 에른스트 하우스호퍼는 일본에 여러 해 머물면서 지정학을 일본에 전파했을 뿐만 아니라, 일본과 태평양 지역의 지정학에 대한 저술을 펴내 일본 제국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는 제국주의 공간 확대를 옹호하고 정당화하는 이론을 일본에 제시했다. 독일 지정학과 제국 이론은 유럽에서 끝나지 않고 아시아로 확산됐다.

 

카를 슈미트의 광역권 이론도 일본의 대동아공영권 이론 형성에 직접 영향을 미쳤다. 슈미트가 제시한 광역권은 역외 열강의 간섭을 허용하지 않는 세계 질서로 요약할 수 있다. , 하나의 제국(Reich·라이히)은 자신의 광역권 내에서 이데올로기적 통합을 달성하지만, 다른 라이히에 간섭하거나 자신의 질서를 강요하지 않는다. 라이히 질서를 통해 세계 차원에서 평화는 이룩할 수 있다. 이것이 슈미트의 이론이었다.

 

슈미트의 주장은 독일 제국의 팽창을 아리안 민족의 생존권 차원에서 합리화하는 한편, 기존 유럽 제국 내에서 후진 독일 제국의 존재를 인정받으려는 이론적 표현이었다. 일본은 슈미트의 이론을 적극 수용하면서도, 인종주의 측면은 제외했다. 대동아공영권이 아시아 전체 민족의 협조와 번영을 목표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하우스호퍼와 슈미트 두 사람 모두 전쟁이 끝난 뒤 전쟁범죄자로 조사받았지만, 영토와 공간에 대한 이 개념들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도 사라지지 않은 채, 냉전의 기본 구도를 제시했다. 적이 만든 논리가 전쟁이 끝난 뒤 승전국에서 살아 숨 쉬고 있었던 것이다. 한때 적으로 싸웠지만, 결국 그들은 동지이기도 했다. 제국을 꿈꾸는 동지.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이 전략첩보국(OSS)이 제작한 지구본을 바라본다(1942). 김득중 제공

 

미국, 영토 없는 제국

국가는 생명체와 같아서 계속 성장하고, 성장하는 국가는 자신에 알맞은 공간을 찾아야 한다는 논리에 영국의 해퍼드 존 매킨더, 미국의 앨프리드 세이어 머핸도 동참했다. 머핸은 바다를 지배하는 나라가 세계를 지배함에 따라 해군 건설만이 미국을 강대국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주장해, 미 해군의 계속적인 강화를 주장했다. 그의 주장은 미국 대외정책의 이론적 근거가 되었고, 태평양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미 해군은 세계 주요 나라를 가상 적국으로 상정한 작전 계획을 준비하고 있었다. 일본을 적으로 상정해 작성한 오렌지 계획은 진주만 피습 뒤 실제 미 해군이 사용했다.

 

전후 미국의 세계 전략은 식민지 확보로 이익을 얻었던 이전 제국주의와는 달랐다. 세계시장에서 최고 우위를 확보하던 미국은 독점적 영토 확보가 아닌 세계시장 확대에 중심을 두었다. 이는 전후 시기에 점령이라는 정치·군사 활동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경제적 형태를 띤다는 의미에서 가장 현대적인 제국주의였다. 19세기부터 등장한 조약을 통해 미국은 직접적 영토 지배를 회피하고, 각국의 독립과 자결 그리고 주권을 존중한다는 원칙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주도권을 관철할 수 있었다.

 

종전 과정을 주도한 것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을 따른 국제주의자들인데 이들은 자유무역, 개방체제, 세계시장의 원활한 운영, 대의민주주의, 전쟁 피해국에 대한 원조, 미국이 누리는 혜택의 타국과 공유를 주요한 모토로 했다. 이들에게는 영토가 아니라 자본이 들어갈 공간이 문제였기에 전세계가 그들 시야에 들어와 있었다.

 

미국은 전후에 생기는 신생 국가들이 미국에 적대적이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신탁통치와 유엔을 이용한 세계 문제 처리 방식 등은 국제주의자들의 전후 처리 방식이었다. 그리고 종전 직후에 나타난 이른바 군사 점령은 미국에 우호적인 정권을 수립하고, 세계적 차원에서 자유무역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첫걸음이었다.

 

미국 대외정책에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는 두뇌집단인 외교협회(Council of Foreign Relations)19416, 현재와 전후에 미국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규정한 보고서를 대통령과 국무장관에게 극비리에 보고했다. 외교협회는 통합 경제권이 필요하고 이 경제권은 완전히 자유로운 세계경제나 자급적인 체제보다 더 바람직한 시스템이라고 주장했다. 이 시스템에서 유럽, 영연방, 네덜란드 식민 지역, 극동(중국과 일본) 등은 미국과 경쟁하는 지역으로 간주됐고 원료 공급지인 동남아시아 등은 배후지로 여겨졌다. 그들은 이것을 그랜드 에어리어라 이름 붙였다. 유럽조차 미국 주도의 그랜드 에어리어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했다. 이러한 외교협회의 시각과 내용은 독일의 광역권과 상당히 비슷했다.

 

-소 냉전 시기의 블록체제는 카를 슈미트가 개념화했던 광역권이 그랜드 에어리어를 거쳐 현실화한 것이었다. 각 블록이 나름의 이데올로기(시장체제와 자유주의, 공산주의)로 블록을 통일시키고, 블록 안에서 자본과 상품 유통 체제를 확립했다는 의미에서 상당한 공통점이 있었다. 슈미트가 라이히들의 광역 질서에서 강조한 내용은 비간섭이었는데, 이는 냉전 역사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냉전 시기에 미·소 두 강대국은 핵심 이익을 서로 건드리지 않음에 따라 무력 충돌은 미국이나 소련의 국경에서가 아닌 비핵심 지역, 변경에서 일어났다. 한국전쟁은 그것의 중요한 사례다.

 

대동아공영권 지도(남양군도 표시). 김득중 제공

 

제국은 100년 전 이야기가 아니다

제국이 흘러간 100년 전 이야기였으면 좋겠다. 그런데 당시 시나 에쓰사부로(일본 외상)대만과 조선 통치가 제국주의라면 그건 영광의 제국주의다라고 주장했고, 시오노 나나미(<로마인 이야기> 저자)위안부라는 말을 누가 지었는지는 몰라도 참 상냥한 이름이다. 위안은 고통을 위로한다는 뜻이다. 전쟁터는 인간에게 극도의 긴장을 강요한다. 하루가 끝난 후에 체온을 느낄 수 있는 위안부에게 가서, 그녀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울어버리기만 한 젊은 병사들도 있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네오콘(신우익)이 조지 부시 미국 행정부 내에 깊숙이 들어왔을 때, 부시 대통령의 수석보좌관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나라는 이제 제국입니다. 우리가 행동하는 순간 새로운 현실이 창조됩니다. 당신들이 현실을 신중하게 살피는 동안 우리는 다시금 행동해 또 다른 현실을 창조합니다. 그것도 역시 당신들은 살펴야죠. 일은 그렇게 흘러갑니다. 우리는 역사의 주인공입니다. 그리고 여러분, 여러분 모두는 우리가 하는 모양을 그저 살피기만 하면 됩니다.”

 

우리는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동시대를 살고 있다. 더욱 불행한 것은, 이들이 아직도 세계를 주무르려 한다는 점이다. 김득중 한국사학회 회장 /한겨레21

 

전쟁을 바라는 주화론자들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사설로 비판한 보수 일간지들

그들의 우리란 누구이며 무엇을 위한 동맹인가

 

-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 다음날치 <동아일보> 사설과 1면 머리기사 내용(왼쪽부터)

 

한국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유력 일간지가 사설로 비판하면서 달았던 제목은 ··, -미 안보동맹 훼손 결코 안 된다’(826)였다.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한··일과 한-미 안보동맹 훼손으로 규정하고, 그 결정을 철회하라고 촉구하는 사설이다. 그 마지막은 이렇게 돼 있다. “한국의 안보 외톨이상황은 막아야 한다. 그러려면 독도 영토수호훈련을 치르더라도 예년처럼 일본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않도록 조용하게 실시하는 전술이 바람직하다. 우리의 생명을 지키는 최선의 방책은 굳건한 동맹체제다. 이를 위해선 트럼프 행정부와의 신뢰를 회복하는 한편 하루빨리 일본과의 갈등을 푸는 지혜가 절실하다.”

 

여기서 우리란 누구이며, 무엇을 위한 동맹인가?

 

지금 청와대엔 최명길이 없다?

한국과 미국은 동맹이지만 한··일은 한국과 일본이 그렇듯이 동맹이 아니다. 어쨌든 신문이 주장하는 신뢰 회복갈등을 푸는 지혜는 전체 논조로 보건대, 사설을 채운 그 긴 말이 불필요할 정도로 단순명쾌하다.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철회하라는 것이다. 더 간단히 줄이면 그냥 일본과 미국에 항복하라는 것이고, 그게 살길이라는 얘기다. 그게 정말 살길일까? 살길인지 죽을 길인지는 따져봐야 하지 않을까?

 

그날 1면 머리기사부터 마지막 칼럼까지 이 신문을 채운 주요 내용은 모조리 지소미아조국에 대한 정부 쪽 결정을 철회하라는 것이었다. 특히 신문 마지막 3개 오피니언 면을 차지한 칼럼과 사설이 거의 모두 그러했다. ‘조국과 동맹 균열-불길한 이중주라는 제목을 단 칼럼이 대표적이다. 법무부 장관 지명자가 동맹 균열과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건지, 그가 지소미아 반대자라서?

 

지금 청와대엔 최명길이 없다는 제목의 또 다른 기명 칼럼에선 그 끝자락에 이런 인상적인 글귀가 나온다. “남한산성에서 역적으로 몰려가며 주화론을 주창했던 최명길은 지금의 청와대에서 찾을 수 없다. 지소미아 종료는 문재인 대통령과 주요 참모 전원이 주전론으로 똘똘 뭉친 결과였을 것이다.”

 

주전론자를 탓하는 이 칼럼은 주화론, 곧 일본·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것이 해법이라며, 그 옳은 길을 옳다고 주장하며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 대쪽 같은 충신의 부재를 한탄하는 것 같다. 그러면서 최명길로 대표되는 주화론자와 김상헌으로 대표되는, 끝까지 싸우자는 주전론자를 대비시킨다. 최명길 같은 주화론자의 목숨 건 옳은 선택이 있었기에 조선은 살아남았다, 문재인 정부는 이미 잘못했지만 지금이라도 최명길의 길을 따라가라, 그래야 살길이 열린다. 전체적으로 이런 얘기를 하고 싶은 게 분명해 보이는 그 신문의 전체 오피니언, 그러나 17세기 초반 강화도와 남한산성에서 벌어졌을 그 주화-주전 논쟁이 사실은 사후약방문 같은, 더 심하게 말하면 패자들의 책임전가식 공허한 명분 싸움에 지나지 않았던 역사적 사실을 외면하거나 잘못 보는 것은 아닐까.

 

병자호란의 승패는 그 전쟁이 일어나기 9년 전인 1627정묘호란때 판가름 났고, 4년 전인 1623년 서인들이 광해군을 몰아낸 인조반정때 이미 굳어져 있었다.

 

여진의 후금이 만주에서 일어나는 새로운 국제 정세에 처하여 현명한 외교정책을 써서 국제적인 전란에 빠져 들어가는 것을 피하였다.” 이기백의 <한국사신론>(일조각)은 명이 몰락하고 후금()이 동아시아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던 당시 광해군의 외교를 그렇게 평가했다.

 

이삼성은 <동아시아의 전쟁과 평화>(한길사)에서 <한국사신론>의 그 부분을 재인용하면서 이렇게 적었다. “반면에 쿠데타로 집권해 인조를 옹립한 서인 세력은 광해군의 대외적인 관망 태도를 버리고 향명배금(向明排金)의 정책을 뚜렷이 하였다고 이기백은 서술했다. 이기백은 이러한 인조의 정책 변화가 후금의 신경을 날카롭게 하였다고 보았다.” 말하자면 광해군의 균형외교’ ‘실리외교를 내팽개치고 망해가던 명을 받들고 금(후금. 1636으로 개칭)을 오랑캐라며 배척한 것이 호란을 불렀다는 것이다.

 

광해군은 인목대비의 아들 영창대군 등 많은 왕족을 숙청하고 인목대비를 폐하는 등 도덕적 논란과 많은 정적을 만들었고, 그 때문에 성리학(주자학)적 명분론을 앞세운 서인 세력의 쿠데타로 실각했다. 쿠데타 명분상 핵심적 존재였던 인목대비는 인조반정 다음날인 그해 313일 광해군을 폐하고 그의 36가지 죄를 논하는 교지를 내렸다.

 

중국의 은덕을 저버리고

우리나라가 중국을 섬겨온 지 200여 년이 지났으니 의리에서는 군신의 사이지만 은혜에서는 부자의 사이와 같았고, 임진년(1592~98년 임진왜란이 일어난 해)에 나라를 다시 일으켜준 은혜(再造之恩)는 영원토록 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중략) 그런데 광해는 은덕을 저버리고 천자의 명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며 배반하는 마음을 품고 오랑캐와 화친하였다. 이리하여 기미년에 중국이 오랑캐를 정벌할 때 장수에게 사태를 관망하여 향배를 결정하라고 은밀히 지시하며 끝내 우리 군사 모두를 오랑캐에게 투항하게 하여 추악한 명성이 온 천하에 전파되게 하였다. (중략) 천리(天理·하늘의 바른 도리)를 멸절시키고 인륜을 막아 중국 조정에 죄를 짓고 아래로 백성들에게 원한을 사고 있는데, 이러한 죄악을 저지른 자가 어떻게 나라의 임금으로서 백성의 부모가 될 수 있으며, 조종의 보위에 있으면서 종묘·사직의 신령을 받들 수 있겠는가. 이에 그를 폐위시키노라.”(<광해군 일기>, 이삼성 <동아시아의 전쟁과 평화>에서 재인용)

 

서인과 인목대비는 천자(명나라 황제)의 명을 거역하고 새로 일어나던 오랑캐(만주 여진의 후금=)와 화친한 게 광해군의 죄라며, 종말로 치닫던 명과 새로 일어나던 청의 왕조 교체기에 줄타기 외교로 전쟁 참화를 피해가던 광해를 명의 재조지은’(거의 망하게 된 것을 구원하여 도와준 은혜)에 대한 배은망덕이라 단죄했다. 그리고 청에 대한 적대를 천명했다.

 

그리하여 인조반정으로 존명반청(尊明反淸향명배금 세력이 권력을 쥔 지 불과 4년 만인 1627년 정묘호란이 일어났고, 다시 1636년 병자호란이 일어나 그다음해에 인조는 삼전도에서 청 태종에게 세 번 절하고 아홉 번 머리를 조아리는 삼궤구고두(三跪九叩頭)의 예를 올리는 치욕을 당했다.

 

왕실과 권신들이야 새 상전에 빌붙으면 기득권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국토는 무참하게 파괴되고 백성 수십만 명이 청으로 붙잡혀갔다. 임진왜란이라는 대병화를 겪은 지 불과 30년도 되지 않아 시작된 북쪽과의 두 차례 전란은 서인 반정세력의 세계관과 그에 따른 대명 사대주의 일변도 정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조선은 이후 영·정조 시기에 마지막으로 반짝거린 불씨를 빼면 쇠락을 향해 줄달음쳤다.

 

1644년 명이 멸망한 뒤에도 만동묘(萬東廟)를 지어 명나라 황제들에게 제사를 지내게 한 우암 송시열처럼, 서인과 노론 집권세력은 명 멸망 뒤 오히려 중화의 정통 후계자임을 자처하는 시대착오적 향명배청의 소중화의식에 집착하면서 과거에 야만시했던 여진족에 대한 허황된 우월감을 벗어버리지 못했다. 광해군을 쫓아낸 반정세력은 임진 전란의 기억이 생생하던 시기임에도 중원만 바라보며 아무런 군사 대비를 하지 않은 채 광해군이 쌓아올린 토대마저 허물어버렸다. 주전파와 주화파의 공허한 명분론만 요란하게 맞부딪쳤을 뿐 실제로는 속수무책이었다.

 

애초에 망해버린 제국을 섬기면서 중원을 통일한 새 제국과 맞짱 뜨겠다는 것부터가 전략은 차치하고 현실 인식부터 잘못된 착오나 오판이었다. 오판이 아니라 현실을 알면서도 쿠데타를 정당화하고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반정공신들이 밀어붙인 명분 쌓기용 정치적 몸짓, 기획·연출된 정치쇼에 지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3개국 정상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776일 독일 함부르크 시내 미국총영사관. 연합뉴스

 

최명길을 질타했던 서인·노론의 후예들

그 신문의 칼럼이 자기 한 몸 또는 가문의 이해를 깃털처럼 가벼이 여기며 오로지 나라와 백성을 위해 목숨까지 돌보지 않은 충절의 주화파를 제대로 기릴 요량이었다면, 인조반정 이후 향명배청의 수구 주전파에 대항했을 주화파에도 주목했어야 하지 않을까. 남한산성 논쟁에서 조정을 구했다는 주화파 최명길을, 조선이 망할 때까지 집권했던 서인·노론 세력은 오랑캐와의 화의를 주장했다는 주자학적 명분론을 앞세워 소인배로 질타하는 등 냉대했으며 그의 후손은 대한제국이 망할 때까지 강화도 등에서 숨어 살아야 했다. 그의 맞수 주전파 김상헌은 반대로 영달했다. 조선 후기 세도가의 직계 선조 격인 김상헌의 후손에게서 재상 13명과 수십 명의 판서, 참판이 나왔고, 순조·헌종·철종 등의 왕비 3명과, 숙종 후궁 영빈 김씨가 모두 그의 후손이었다. 그 나라는 결국 망했다.

 

··, -일 안보동맹쪽에 줄 서지 않으면, 동맹을 훼손하고 균열시키는 것이라며 중국·러시아·북을 이롭게 한다는 논리는 결국 북··러와의 대적을 염두에 둔 것이다. 그리하여 일제 침략과 식민지배, 미국 개입으로 분단되고 전쟁 참화까지 함께 겪은 북쪽 동족을 계속 적대하고, 교역량이 미국·일본의 그것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중국과도 적대하라는 것인지. 그리하여 20여 년 전에 무너진 냉전을 대상만 바꾼(소련에서 중국으로) 새로운 냉전(신냉전)체제로 부활시키는 데 적극 동참하는 것이 살길이라는 얘긴지. 그렇게 해서 살 자는 누구이며 죽을 자는 누구인가?

 

물론 21세기 미-일 동맹을 17세기 명·청 교체기 어느 한쪽에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다만 양자택일식 진영논리에 함몰된 대외정책은 실리·균형의 광해를 버리고 망해가던 명에 모두 걸었던 17세기 인조반정 이후 서인·노론 세력(지금까지도 그들이 지배한다는)의 그것만큼이나 꽉 막히고 위험한 선택이 될 수도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를 공식 발표할 때까지 일본과 미국은 지소미아 유지를 전혀 의심치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발표 직후 그들 나라 당국자들이 보인 경악과 당혹, 분노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직전에 일본과 한국을 찾은 존 볼턴, 마크 에스퍼, 스티븐 비건 등 고위 관리들을 통해 미국은 지소미아 유지를 종용하면서 일본의 일방적 횡포에 대한 한국 정부 쪽의 불만과 항변에 이해한다는 메시지를 계속 보냈을 것이다.

 

관행을 주체적으로 깬 최초 사례

하지만 어디까지나 사적인 또는 비공식적인 메시지였다. 미국도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에 이해를 나타냈다고 한 정부의 발표는 사실이지만 비공식적인 것이었다. 미국은 그 정도 언질만으로도 한국 정부가 미국 뜻에 따르리라고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고, 그런 자신감을 일본 쪽에도 피력했을 것이다. 일본이 발표 직전까지 지소미아 종료가 별일 아니라며 느긋할 수 있었던 것도 그 관행에 오래전부터 굳어져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지소미아 종료 선언이 획기적인 이유는 그 관행을 한국이 주체적으로 깨버린 최초의 사례라는 데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미국은 한국 정부의 발표 직후 별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시간이 갈수록 우려와 실망을 표하더니 급기야 동북아 안보 환경에 대한 오해라는, 일본 정부가 한국 결정을 비판하며 사용한 표현을 그대로 써가며 비판 강도를 높였다. 아마 도쿄 쪽이 워싱턴 쪽에 강력하게 불만을 보였을 것이고, 그대로 두면 미국이 이해를 나타냈다는 한국 정부의 발표를 일본이 미국이 진짜 의도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위기를 느낀 미국이 부랴부랴 정색하고 일본을 두둔했을 것이다.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선택지 1순위는 언제나 일본이었고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근대 이래 미국은 일본이라는 동아시아 최대 교두보를 차지하기 위해 주변 민족, 특히 한반도를 계속 희생시켜 일본을 강화하는 전략을 버린 적이 없다. 일본 패전을 전후해 전쟁범죄국 일본이 아닌 그 희생자인 한반도를 분단시킨 것도 미국이었고, 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을 최대 피해국들을 배제한 채 일본에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체결한 것도 미국이었으며, 전쟁범죄와 사죄·배상 등을 거의 일본 뜻대로 처리한 1965년 한일협정 체결을 강요한 것도 미국이었고, 가깝게는 과거가 아니라 미래로 가자며 2015‘12·28 위안부 합의를 종용한 것도 미국이며, 지소미아 체결을 압박한 것도 미국이었다. 미국은 그때마다 자국 이익 극대화를 앞세우며 한반도 주민들의 이해와 상충되기 일쑤인 일본 요구에 먼저 손을 들어주었다.

 

얼마 전 오스트레일리아 싱크탱크 연구원이 미국의 한반도 개입은 언제나 미-일 동맹의 전략적 이익을 앞세운 채 한반도 피해자들의 희생을 무시해왔다며 개입하지 말라고 지적한 것도 그 때문이다. 미국의 그런 자세는 1905년 가쓰라-태프트 밀약 이래 지금까지 변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한국과 일본 양쪽 모두에 비공식적으로 이해를 표시하며 불만을 무마하려던 미국은, 마직막 선택의 순간 망설임 없이 일본 손을 먼저 들어주었다. 아베 정부가 수출 관리, 안보 위험 등 추상적 말만 늘어놓으며 구체적 이유도 제시하지 않은 채 반도체·디스플레이 첨단소재 수출규제와 화이트리스트’(수출 절차 우대국) 한국 배제를 무례하게 밀어붙일 때 침묵하던 미국은, 한국이 일본의 무례에 맞대응하는 순간 엄청난 불만을 쏟아내며 철회를 압박했다.

 

그들 요구에 굴복하는 것만이 살길일까

-일 동맹이 상정한 한··일 공조 내지 ··일 삼각동맹이란 1등 미국, 2등 일본, 3등 한국이라는 철저한 위계적 질서다. 지소미아란, 유력 일간지는 사설에서 한··일 삼각 안보협력의 링크핀이라고 했지만, 명백히 그런 삼층 구조의 삼각동맹으로 가는 입구다. 신냉전적 구도를 전제한 한··일 삼각동맹은 한반도 분단과 동족 대결의 유지·강화를 근간으로 한 동아시아 지역 분단과 대결을 영구화할 것이다. 그럴 경우 유력 신문이 예찬한 주화론은 오히려 그런 전쟁 가능성을 높이는 냉전 대결 구도를 지지하는 주전론으로 바뀌게 된다. 사실 지소미아 주창자들은 그런 전화를 바라고 있다. 그들의 요구에 굴복하는 것만이 우리가 살길일까.

한승동 언론인·<한겨레> 기자

 

세계 28개국 행복도조사, 한국 순위는?

한국인들은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 행복할까 불행할까. 한국인들은 어떤 것들에서 행복을 느낄까.

글로벌 여론조사업체인 입소스(Ipsos)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행복도는 조사 대상 28개국 중 21번째에 그쳐 상대적으로 불행한 나라에 속했다. ‘당신은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느냐고 물은 결과 한국인 중 그렇다(매우 행복하다+조금 행복하다)’고 답한 사람은 54%에 그쳤다. 이는 조사 대상국 평균(64%)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특히 한국인들 중 매우 행복하다고 답한 사람은 3%에 불과해 조사 대상국 중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 지면을 통해 처음 공개하는 각국별 행복도는 입소스글로벌이 지난 524일부터 77일까지 세계 28개국 74세 이하 성인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다. 입소스글로벌 측은 국가별 사정에 따라 조사 대상 하한 연령을 16, 18, 19세로 각각 다르게 적용했고, 28개국 중 12개국은 1000명을 대상으로, 나머지 16개국은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였다고 밝혔다.



입소스글로벌 측에 따르면 한국인의 행복도는 최근 몇 년간 지속적으로 하락 추세다. 입소스글로벌의 201112월 행복도 조사에서는 한국인의 행복도가 71%로 나왔지만 20135월 조사에서는 62%, 20173월 조사에서는 48%까지 떨어졌다. 2017년 상반기는 한국이 탄핵 사태로 극도의 혼란에 빠졌을 때다. 한국인의 행복도 수치는 20182월 조사에서는 57%로 다소 올랐다가 이번 조사에서 다시 52%로 떨어졌다.

이번 조사에서 행복도(매우 행복+조금 행복)가 가장 높은 나라는 호주와 캐나다로 응답자의 86%행복하다고 답했다. 이어 중국(83%), 영국(82%), 프랑스(80%), 미국(79%) 순으로 행복도가 높았다. 의외로 행복도가 높게 나온 중국의 경우 조금 행복하다는 답이 70%로 조사 대상국 중 가장 높은 반면 많이 행복하지 않다’(16%), ‘전혀 행복하지 않다’(2%)는 답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가장 불행한 나라는 아르헨티나로, 불과 34%만이 행복하다(매우+조금)고 답했다. 이어 스페인(46%), 러시아(47%), 칠레(50%), 헝가리(50%), 일본(52%) 순으로 행복도가 낮았다. 일본의 경우 전혀 행복하지 않다는 답이 11%로 아르헨티나(19%), 터키(14%)에 이어 3번째로 높았다.

입소스글로벌은 행복도 조사에서 무엇이 행복의 요소인지도 함께 물어봤다. ‘○○○이 당신에게 행복을 주느냐고 물어 각국별 행복의 요소가 어떻게 다른지를 파악해왔다. 이번 조사에서 한국인에게 가장 큰 행복을 안겨주는 1위 요소는 건강과 몸 상태(My health/physical well-being)였다. 건강이 큰 행복을 준다고 답한 응답자가 40%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의미 있는 삶’(38%), ‘더 많은 돈’(37%), ‘의미 있는 직업’(36%), ‘자유로운 시간’(36%) 순이었다.






이러한 한국인의 행복 요소는 다른 나라들과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건강은 각국 조사 평균에서도 가장 큰 행복을 주는 요소 1위로 꼽혔지만 각국 평균에서 2위는 아이들이었다. 하지만 한국인의 조사에서 아이들은 행복 요소 8위에 그쳤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아이들에게서 행복감을 느끼는 정도보다 한국인이 느끼는 정도가 떨어지는 것이다. 한국에서 육아와 교육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반면 한국인의 행복 요소에서 3위를 차지한 더 많은 돈은 각국 평균에서는 9위에 그쳤다. 한국인이 돈을 행복의 요소로 더 중시한다는 의미다. ‘배우자와의 관계도 각국 평균에서는 2위였지만 한국인 조사에서는 8위에 그쳤다. 한국인은 배우자·아이들보다 을 우선 순위로 꼽은 것이다.각국 조사 평균에서 행복의 요소는 1건강에 이어 아이들’ ‘배우자와의 관계’ ‘의미 있는 삶’ ‘안전함과 치안순이었다.

행복의 요소는 각국별로 비교하면 그 차이점이 더 뚜렷하게 드러난다. 한국인에게는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행복 요소인 아이들은 중남미 국가들에서는 중요도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아이들이 행복을 준다는 답이 콜롬비아(60%), 페루(62%), 멕시코(64%) 등의 국가에서 월등히 높았다. 반면 일본(19%)은 한국(33%)보다도 수치가 떨어져 조사 대상 28개국 중 가장 낮았다.


한국과 일본은 기부와 돕기에서도 최하위권을 했다. 각각 8%, 4%로 조사 대상 28개국 중 가장 낮았다. 반면 기부와 돕기를 행복의 요소로 많이 꼽은 나라들은 사우디아라비아(43%), 터키(39%), 브라질(37%) 등이었다.


한국과 일본은 원만한 성생활에서도 나란히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원만한 성생활이 행복을 준다는 답이 한국은 21%, 일본은 13%에 불과해 조사대상 28개국 중 27, 28위를 기록했다. 원만한 성생활을 행복의 요소로 상대적으로 많이 꼽은 나라들은 브라질(49%), 콜롬비아(48%), 칠레(44%) 등 남미 국가들이었다.

평균 수치가 가장 낮았던 소셜미디어 즐기기를 행복의 요소로 상대적으로 많이 꼽은 나라들은 터키(27%), 사우디아라비아(25%), 인도(22%) 등이었다. 정치적 상황이 불안정한 터키는 신념을 밝힐 자유를 행복의 요소로 꼽는 답이 54%로 조사 대상국 중 가장 높았다/ 주간조선


 

강준만 교수 언론의 정파성이 삼켜버린 국익

승자독식 체제, 상시적 내로남불오남용으로 걸레 된 국익’”

정파성은 민주-반민주, 진보-보수 경계 초월하는 상위 개념

언론학자인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일본의 보복성 수출규제 이후 한·일갈등 보도와 관련, 한국 언론의 정파성이 국익을 삼켜버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준만 교수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행하는 월간 신문과 방송’ 9월호 기고 글에서 일반적으론 보수가 국익 우위론’, 진보가 진실 보도 우위론에 기우는 경향이 있지만, 한국에서 이 원칙은 통용되지 않는다이념보다 훨씬 더 중요한 기준이 있다. 그건 바로 정파성이라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한일 관계를 둘러싼 국익 논쟁도 국익이 정파성의 도구로 전락했다는 점에서 다를 게 없다선의로 해석하면 이해할 수 있는 노선과 방법의 차이임에도 모질고 독한 말로 상대편에게 타격을 주려는 데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국익이 정파성의 하위 개념으로 전락한 상황에선 생산적인 토론은 가능하지 않다고 우려했다. 그는 한일 관계를 주제로 한 정상적인 국익 논쟁이라면 바람직한 것가능한 것사이의 선택이나 절충을 둘러싼 합리적 논쟁이 돼야 옳다. 하지만 마음속에 사실상의 독립 국가를 세운 각 정파는 그런 논쟁엔 관심이 없다고 지적하며 이 같은 현실의 주범으로 이른바 내로남불을 상시적으로 일어나게 만드는 승자독식체제를 꼽았다. 그에 따르면 한국 언론이 무슨 사건이건 국익에 개의치 않고 쏠림 현상을 보이는이유도 여기 있다.

강 교수는 현재와 같은 승자독식체제에서 언론은 정파성을 최상위 가치로 여기는 상황으로 내몰리게 된다고 우려한 뒤 언론은 반대편에 대한 문제 제기와 비판엔 매우 능하지만, 국가적 차원의 문제에 대한 합리적 해결을 고민하는 법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래선 대다수 언론의 신뢰도가 지속적으로 하락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강 교수는 국익 논쟁의 한국적 특성을 잘 보여준 사건으로 2005년 황우석 사태를 언급하며 이 사건의 흥미로운 점은 국익 우위론 주체가 노무현 정부를 지지하는 일반 네티즌들이었고, 여기에 평소 국익을 사랑하는 보수 언론과 보수 시민들이 가세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진보마저 권력을 잡으면 개발독재 시대의 국익론을 그대로 따른다는 건 정파성이 민주-반민주, 진보-보수의 경계를 초월하는 상위 개념이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언론이 국익 관련 사안에서도 정파적 개입자라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문제는 정파적 충돌이 발생하면 국익의 실체성이 공기 속으로 사라져 버린다는 점이라고 했다. 그는 이념의 좌우를 막론하고 이른바 애국 프레임을 선점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국익이라는 단어를 워낙 오남용해댄 탓에 이 단어는 거의 걸레가 되다시피 했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언론이 문제 해결의 공론장 수행 역할에 비중을 두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정파성과 국익 사이의 균형을 취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 어떤 나라의 언론보다 솔루션 저널리즘에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솔루션 저널리즘은 문제는 비명을 지르지만 해법은 속삭인다는 문제의식으로 사회 문제에 대한 해법 위주로 보도하는 저널리즘이다정철운 기자 pierce@mediatoday.co.kr


집값 양극화 1년 새 더 커졌다

9.13 대책 1년 지방 -3.88%.. 하락세 가팔라져

서을 아파트는 다시 오름세 전환

 


서울경제

 

한겨레 사설] 지소미아 번복압박하는 미국, 일본 편드는 건가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 결정 이후 한국에 대한 미국의 압박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27(현지시각)에는 미국의 고위 당국자가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미국의 안보이익에 직접적 영향을 준다며 사실상 번복을 요구했다. 지소미아 종료를 불러온 일본의 부당한 경제보복 조처에는 눈감은 채 한국만 압박하는 듯한 미국의 태도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

 

미국 국무부와 국방부는 우리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 직후 일제히 논평을 내 깊은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25일에는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이 트위터를 통해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를 종료한 데 깊이 실망하고 우려한다는 글을 따로 올렸다. 주한 미국대사관은 이 글을 한국어로 번역해 리트위트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 고위 당국자의 27일 발언은 이보다 한발 더 나아갔다. 이 당국자는 미국의 안보이익을 직접 거론하며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를 좌시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지소미아가 실제로 종료되는 1123일 이전에 생각을 바꾸기를 바란다는 말도 했다. 우리 정부에 결정을 번복하도록 압박의 강도를 높이는 것이 역력하게 느껴진다.

 

이 당국자는 독도 훈련이 사태 해결이 도움이 되지 않고 상황을 악화시킨다며 정부가 실시한 독도방어훈련을 문제 삼기까지 했다. 미국 정부 관계자의 이런 발언은 외교관계에서 지켜야 할 선을 건드는 과도한 발언일 뿐만 아니라 주권국가에 대한 부당한 간섭의 소지마저 없지 않다. 그동안 독도훈련을 문제 삼지 않다가 한-일 갈등 국면에서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미국이 한국은 안중에 없고 일본만 챙긴다는 말을 들을 수 있다.

 

이 고위 당국자는 한-일 갈등이 악화하는 데 두 나라 모두 책임이 있다며 진지한 논의를 통해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말도 했다. 이제까지 한국 정부를 향해서만 우려와 실망을 표명하던 것과는 조금 달라진 발언이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면 한국을 압박하는 분위기가 주조를 이룬다. 사태의 근본 원인이 된 일본의 부당한 보복조처에 대해서는 여전히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 이런 식으로 일본에 기울어져서는 한국과 일본이 대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공허할뿐더러 미국의 압박에 대한 우리 국민의 반발심만 키울 뿐이다. 미국은 일본을 편드는 듯한 태도를 거두고 동맹국으로서 할 일을 해야 한다.

 

조국, 그리고 기계적 유물론

지난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기자간담회에서 기계적 유물론이라는 말이 등장했다. 조 후보자는 금수저이고 강남에 살아도 우리 사회가 좀 더 좋게 바뀌었으면 좋겠다, 우리 사회가 좀 더 공평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수 있다나는 기계적 유물론자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기계적 유물론이라고 하면, 보통 마르크스가 주창한 변증법적 유물론에 미치지 못하는 속류 유물론을 가리킨다. 그러나 마르크스의 유물론도 잘못 이해하면 기계적 유물론으로 오해될 소지가 없지 않다. 가령 인간의 의식이 존재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사회적 존재가 의식을 결정한다는 마르크스의 유명한 명제가 그런 경우다. 이 명제는 개인의 사회적 지위와 처지가 그 개인의 의식을 결정하는 것이지 그 반대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 말을 기계적으로받아들여 존재가 의식을 결정하며 의식은 존재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이해하면 마르크스의 말을 곡해하는 것이 된다. 마르크스는 사회적 존재가 우선함을 주장하면서도 의식과 존재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변증법적 관계에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마르크스 자신의 삶이 의식과 존재의 변증법을 증언한다. 마르크스는 부유한 교양 부르주아 집안 출신으로 베를린대학을 나온 철학 박사였지만, 평생 사회혁명의 이론가이자 실천가로 살았다. 마르크스의 혁명 동지 엥겔스는 더 극단적이다. 엥겔스는 방적공장 주인의 아들로 태어나 산업 부르주아의 삶을 떠난 적이 없다. 엥겔스도 마르크스도 금수저출신이었다. 특히 마르크스는 런던 망명 시절에도 하녀를 두고 사는 부르주아의 삶을 포기하지 못했고, 세 딸에게 모두 부르주아 교양 교육을 시켰다. 부족한 돈은 엥겔스의 금고에서 나왔다.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예를 보면, ‘강남 좌파라는 말도 얼마든지 성립할 수 있다. 다만 그 경우엔 존재와 의식의 괴리로 인한 위선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 위선은 개인 내면의 초자아를 자극해 도덕적 의식의 발동으로 이어질 수 있고, 그 의식의 발동이 사회 변화의 동력이 될 수도 있다. 조국 장관이 내면의 도덕적 요청에 응답해 개혁에 매진한다면, 박탈감을 느낀 많은 사람들에게 늦게나마 빚을 갚는 일이 될 것이다.

고명섭 논설위원 michael@hani.co.kr

 

2만명 탈북 여성의 현주소

20196월 기준으로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 33022명 중 72%23786명이 여성이다. 중국에서 '험한 일'을 얼마나 당했는가에 따라 한국에서의 삶이 좌우되는 탈북 여성의 현주소.


이한아씨(23·가명)는 중국인 남편 사이에서 낳은 아들(5)을 홀로 돌보는 탈북 여성이다. 탈북이 한국에 입국하는 것만을 의미한다면, 이씨는 애초 탈북할 생각이 아니었다. 이씨는 중국에서 일해 돈을 번 뒤 북한으로 되돌아갈 생각이었다.   이한아씨는 열여덟 살이던 2014년 국경을 넘었다. 이씨를 중국으로 데려온 브로커는 다른 사람에게 돈을 받고 이씨를 팔아넘겼다. 그나마 이씨는 남편을 선택할 수 있었다. 이씨는 적어도 나쁜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으니까, 나를 해치지는 않겠지라는 추측만으로 자신보다 일곱 살 많은 남편을 택했다. 이듬해 이씨는 아들을 낳았다.

 

통일부 통계에 따르면 20196월 기준으로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은 총 33022명이다. 이 중 72%에 달하는 23786명이 여성이다. 특히 2017년 이후부터는 전체 입국자의 80% 이상이 여성이다. 탈북 브로커들은 남성보다 매매결혼이나 성매매 등으로 팔아넘길 수 있는 여성을 더 선호한다. 여성에게 탈북은 한국에 입국하는 순간이 아니다. 북한 국경을 넘어 중국을 거치는 과정에 가깝다.

 

탈북 여성이 중국에서 머무는 동안의 삶은 한국에 들어온 이후의 삶을 좌우한다. 영국의 비영리단체 코리아 퓨처 이니셔티브(Korea Future Initiative)’20195월에 발표한 보고서 <성노예: 중국 내 북한 여성과 소녀들의 성매매, 사이버섹스, 강제 결혼>에 따르면, 중국에 있는 북한 여성의 60%가 인신매매를 당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그들 중 50%가 성매매, 30% 이상이 강제 결혼, 15%가 사이버섹스(웹캠 등)에 내몰린다.

 

한국에 오기까지 평균 수년이 걸린다. 지난 731일 서울시 관악구 봉천동의 한 아파트에서 아들과 함께 굶어 죽은 것으로 추정되는 한 아무개씨도 북한을 떠난 뒤 곧바로 한국에 들어오지 못했다. 한씨는 중국인 남성 사이에서 첫째 아들을 낳아준 뒤에야 한국에 올 수 있었다. 두 나라를 오가던 한씨는 결국 어느 공간에서도 안정적으로 정착하지 못한 채 장애가 있는 둘째 아들을 홀로 키우다 고립된 죽음을 맞았다. 자살에 가까운 고독사였다(<시사IN> 624배곯는 모자를 우리는 방치했다기사 참조). 고립과 가난은 한씨만의 문제였을까. 다른 탈북 여성들은 한국에서 어떻게 삶을 꾸리고 있을까.

 

시사IN 신선영탈북 여성이 꾸린 보금자리에 엄마와 두 아이의 신발이 나란히 놓여 있다.

 

팍팍한 삶에도 북한에 있는 동생에게 송금이한아씨는 중국에서 생활하는 동안 메신저를 통해 헤어진 어머니를 찾기 시작했다. 어머니 역시 이씨와 마찬가지로 돈을 벌기 위해 중국으로 넘어갔다가 연락이 끊긴 지 오래였다. 중국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어머니는 한국에 정착해 있었다. 이씨 혼자 한국으로 가려 했지만, 네 살 아들을 두고 갈 수 없었다. “엄마가 중국으로 떠났을 때 막냇동생이 네 살이었거든요.” 엄마가 떠나고 2년 뒤 막냇동생은 이씨의 품에서 세상을 떠났다. 한국으로 떠나려는 자신을 바라보는 네 살짜리 아들이 어머니가 중국으로 떠날 당시 네 살이었던 막냇동생과 자꾸 겹쳐 보였다. 죄책감이 들어 이씨는 아이를 데리고 한국으로 건너왔다. 남편과는 연락이 끊겼다.

 

탈북 여성에게 안정적인 직업이 많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던 어머니는 이씨에게 대학 입학을 권했다. 100명 정도 되는 하나원 동기 중 대학에 진학한 사람은 이씨가 유일했다. 이씨는 낮에는 운전학원, 제과학원 등을 다니며 닥치는 대로 자격증을 따고 늦은 오후부터 야간대학을 다니기 시작했다. 아이는 주민센터가 연계해준 위탁 가정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 이씨는 아파트 이웃이나 대학 동기들과도 쉽게 친해지지 못했다. “탈북민이라고 하면 어떻게든 흠을 잡으려고 눈 두 개에다 눈 두 개를 더 가져다놓고 들여다보는 것 같아요.”

 

이씨는 한 달에 55만원 나오는 기초생활수급비와 한부모 가정으로 받는 혜택으로 빠듯하게 살림을 꾸리고 있다. 아이 앞으로 나오는 양육수당과 아동수당은 위탁 가정으로 간다. 틈틈이 식당 아르바이트로 모아둔 돈을 1년에 두 번 정도 북한에 사는 두 동생에게 150만원씩 부쳐주기도 한다. 실제 동생들 손에 들어가는 돈은 중개 수수료 40%를 제한 90만원 남짓이다.

 

이씨를 버티게 해주는 힘은 아이다. 이씨의 목표는 빨리 대학을 마치고 좋은 직장을 구해 아이에게 안정적인 가정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나중에 새로운 가정을 꾸리더라도 아이가 우선이다. “(남자가) 저에게 잘해주는 것보다 아이에게 진심으로 잘해주는지가 중요하죠. 저 자신은 이미 포기했어요.” 이씨는 만성적인 불면증을 겪고 있다. 위탁 가정에 맡겨져 일주일에 한 번 만나는 아이가 보고 싶기도 하고, 8년 전 자신의 품에서 죽어가던 막냇동생의 모습이 여전히 생생히 떠오르기도 한다. 중국에서 낳은 아들과, 북한에서 잃은 동생을 떠올리며 밤새 뒤척이는 이씨가 할 수 있는 일은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뿐이다.

 

장혜선씨(34·가명)는 중국에 있는 딸에게 문자를 썼다 지우곤 한다. 장씨는 1998고난의 행군시절 국경을 넘나들며 장사를 하던 어머니를 따라 중국으로 넘어갔다. 북한으로 돌아갈 돈조차 떨어졌을 때, 어머니는 어쩔 수 없이 장씨를 담보로 돈을 빌려 북한으로 돌아갔다. 어머니는 돈을 갚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약속한 기한이 지나버렸고, 장씨는 내륙 지방으로 팔려갔다.

 

당시 장씨는 열세 살이었다. 한집에 사는 남편의 여동생이 그와 동갑이었다. 장씨의 남편은 얼굴을 제외한 전신에 화상을 입은 남성이었다. 이듬해 장씨는 딸을 낳았다. 아이가 여섯 살이 되던 해 도망쳐서 북한으로 돌아왔지만 배고픔은 계속됐다. 하루 종일 내일 아침에는 가마에 뭘 넣을 수 있을까만 생각하는 나날이 이어졌다. 7년 뒤 장씨는 자발적으로 북한을 떠나 다시 중국의 시댁으로 돌아갔다. “어린 나를 돈 주고 산 나쁜 사람이기도 하지만, 어찌됐든 중국에서 신분이 없는 나를 보호해준 유일한 사람이잖아요.” 어머니에게 버림받았다고 생각했던 장씨의 딸은 돌아온 장씨를 냉대했다.

 

강제 북송의 공포에 떨던 장씨는 한국행을 선택했다. 중국을 떠나기 전 장씨는 딸에게 엄마가 한국에 가서 주민등록증도 만들고 신분이 당당해지면 돌아올게라고 약속했지만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기는 쉽지 않았다. 두 번 버림받았다고 생각한 딸은 장씨와 통화할 때마다 비꼬기 일쑤였다. “딸도 자기가 말하면서 상처를 받겠지만, 저도 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상처를 받는 거예요. 애가 크고 나서는 엄마가 원해서 한 결혼이 아니었다고 설명도 해보고 대화도 해봤는데, 딸한테는 혼자 남은 아빠만 불쌍한 거지.”

 

딸과 통화를 한 날이면 장씨는 며칠 동안 잠을 자지 못하고 울었다. 결국 지난해 11월 마지막 통화를 한 이후 지금까지 장씨는 딸에게 전화를 걸지 못했다. “딸한테 네가 나중에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아서 내 마음이 조금이라도 이해가 되면 언제든지 전화하라고 말하고는 끊었어요. 아직도 딸에게 문자를 보내려고 한참 쓰다가 그냥 지워요. 어떤 답장이 올까 무섭기도 하고.”

 

중국에서 일정 기간 살지 않고 바로 한국에 들어오는 경우는 그나마 운이 좋은 편이다. 탈북자들은 중국에서 몇 달에서 몇 년 동안 체류하다 남한으로 들어오는 경우를 중국행이라고 한다. 반면 며칠 동안만 중국에 짧게 머물고 한국에 오는 것을 직행이라고 한다. 중국행 브로커 비용이 평균 200~300만원이라면 직행 브로커 비용은 평균 1000~1500만원 선이다.

 

시사IN 이명익탈북 여성을 지원하고 심리 상담을 제공하는 여성인권을 지원하는 사람들사무실 모습.

 

두만강 넘던 정신으로 살아남아야 한다남편과 함께 직행한 박지수씨(30·가명)는 큰 어려움 없이 정착한 드문 사례다. 박씨 부부는 남한에 들어와 아들과 딸을 낳았다. 다른 도시에서 일하는 남편은 주말에만 집에 들르기 때문에 두 아이의 양육은 박씨 몫이다. 남편 혼자 일해서 아이 둘을 키우는 살림이 넉넉하지는 않지만, 가까운 가족 모두 한국으로 넘어왔기 때문에 북한이나 중국에 따로 돈을 보내야 할 일은 없다. 박씨는 최근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 집에서 북한식으로 음식을 만들어 배송하는 일이다. 두 아이 모두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한 이후로 여유가 생겨 본격적으로 준비 중이다. 주변 지인들에게 알음알음 주문을 받아 음식을 만든 지 열흘 남짓 됐다.

 

탈북 여성들은 자신이 경험하는 어려움이나 속마음을 터놓기를 어려워했다. 약한 모습을 보이기보다는 두만강 넘던 정신으로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이웃에게 아이를 부탁하느니 차라리 위탁 가정에 아이를 맡기기로 결정했던 이한아씨가 말했다. “어디서 왔느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은 그게 차별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그 질문을 받는 건 우리니까요. 그냥 혼자 짊어지는 게 마음 편해요.”

 

탈북 여성을 지원하고 심리 상담을 제공하는 비영리단체 여성인권을 지원하는 사람들의 박용란 상담가는 탈북 여성들이 북한에서 겪었던 일이나 중국에서 지냈던 시간은 쉽게 입 밖으로 꺼낼 수 있는 트라우마가 아니다. 결국 깊은 인간관계를 맺어야 터놓을 수 있는데, 이북 억양만 들려도 어디서 왔냐고 물어보는 한국 사회에서 마음을 열기란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상담도 먹고살 만해야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남북하나재단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탈북자들의 평균임금은 1899000원이다. 탈북 여성이 홀몸으로 저임금 노동을 하면서 중국과 북한 내 가족까지 먹여 살려야 하는 상황에서는 상담도, 제대로 된 교육도 요원한 일이다. 이는 숨진 한 아무개씨 사례처럼 고립으로 이어지는 지름길이 된다.

 

한국에 잘 정착했다고 자평하는 박지수씨가 바라는 것은 특별하지 않다. 지금처럼 화목하게 가정을 꾸리며 살아가는 것이다. 중국을 거쳐 힘겹게 남한으로 온 이한아씨와 장혜선씨의 꿈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아이와 함께 세상을 떠난 한씨의 꿈도 크게 다르지 않았으리라.

나경희 기자 didi@sisain.co.kr

 

'포스터''논문' 아니다? 나경원 해명 '팩트체크'

논문 발표 컨퍼런스에서는 '포스터 논문'(Poster Papers)으로 표기

"학회지 실리는 논문 비하면 '초록' 수준이지만 저자 선정은 중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내 아들은 당시 논문을 작성한 바가 없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아들의 제1저자 특혜 의혹에 내놓은 해명이다. 아들 김모씨가 참여한 것은 '논문 형식'의 연구물일 뿐, '논문'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당시 김씨가 제출한 '포스터''논문'과 어떻게 다른 연구물일까.

 

고교생이었던 김씨는 지난 2015828(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의생명공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를 가진 'IEEE EMBC(전기전자기술자협회 의생체공학컨퍼런스)'에서 '광전용적맥파와 심탄동도를 활용한 심박출량의 타당성에 대한 연구(A Research on the Feasibility of Cardiac Output Estimation Using Photoplethysmogram and Ballistocardiogram)'를 발표했다.

 

IEEE EMBC 자료에 따르면 제1저자인 김씨 아래 세 명의 저자들이 이름을 올렸다. 윤형진 의공학과 교수를 포함해 모두 서울대학교 연구진이고, 이 중 한 사람은 삼성종합기술원에도 소속돼 있었다.

 

'기술 프로그램'이 테마였던 이날 발표된 연구물들은 '오럴'(Oral), '포스터'(Poster), '초청'(Invited) 등 세 가지 세션으로 나눠졌다. '오럴''포스터'의 차이는 통상 발표 형식에 있다. '오럴' 세션이 일반적인 구두 발표 이후 질의응답이 이어진다면, '포스터' 세션은 포스터 앞에 저자가 서 있고 관심을 보이는 참가자들에게 설명이나 발표를 가진다. 김씨 연구물은 이중 '포스터' 세션에 포함됐으며 다른 연구물들과 마찬가지로 논문(Paper) 고유 번호가 있었다.

 

그 해 개설된 IEEE EMBC 홈페이지에는 제출 가능한 연구물을 총 4가지로 안내하고 있는데 그 중 논문 형식은 3가지다. 일반 논문(Papers)4페이지, 미니심포지아 논문(Minisymposia Papers), 최신 속보 포스터 논문과 학부 연구 포스터 논문(Late Breaking Poster Papers & Undergraduate Research Poster Papers) 등은 1페이지 이내로 제출해야 한다. 4페이지뿐만 아니라 분량이 1페이지인 논문들도 예외없이 지켜야 할 '저자' 지침이 있었다.

 

당시 IEEE EMBC 기준에 따르면 김씨의 연구물 역시 '포스터' 발표 형식의 '논문'으로 취급됐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학회지에 실리는 논문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한 의공학 교수는 CBS노컷뉴스에 "논문은 크게 학회지에 실리는 논문과 '포스터'와 같이 컨퍼런스용 논문으로 나뉜다. 학회지 논문은 그 승인과정이 아주 까다롭지만 컨퍼런스용 논문은 '초록' 수준"이라며 "이미 다 쓴 논문을 요약하는 경우도 있지만 설계 수준의 논문도 포함될 수 있다. 연구 결과를 나중에 내는 경우도 많다"라고 설명했다.

 

물론 '초록' 수준에 불과한 논문일지라도 저자 등재는 중요한 문제다. 연구 윤리에 위배되는 제1저자 선정을 한다면 이는 포스터 논문에서도 납득되기 어렵다.

 

이 교수는 "나경원 아들이 제1저자가 된 연구 주제를 보면 존재하는 알고리즘에 데이터를 넣어서 결과를 도출하는 방식이라 아주 뛰어난 실력을 가진 고등학생이면 가능할 수도 있다""어떤 경우라도 제1저자와 마지막 저자(책임·교신저자)는 연구 전체를 이해하는 연구자여야 한다. 연구 기여도와 별개로 교수 재량껏 선정할 수 없다. 그건 교수들이 함부로 위반할 수 없는 연구 윤리"라고 강조했다./ CBS노컷뉴스 유원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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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한가-서울대 교수하고 통화한거 자체가 청탁이고 특혜 아닌가요

자한당 이것들 조국 장관이 총장이랑 통화했다고 그 난리법썩을 떨었잖습니까

답글121댓글 찬성16946 댓글 비추천121

indigoblue-서울대는 아무나 전화하면 실험실 빌려주냐 이게 특혜인 거다. 나경원!!

서울대 의대 실험실만 빌려달라고 했는데 교수와 삼성 연구원이 자동으로 끼워서 제공됐지

아들은 실험만 하고 논문도 안 썼는데 그 실험을 혼자서 세팅하고 다 진행했냐?

실험 기기가 삼성에서 개발한 기기로 시험 운영 중인데 고등학생이 그걸 직접 작동시켜서 실험했다고? 그럼 제1저자고유일한 저자인데 서울대 의대 교수들과 삼성연구원이 무임승차해서 자기들 이름올린거냐? IRB 승인도 없이 고교생이 제 몸에 이제 개발된지 얼마 안된 기기로 실험을 해? 윤석열 100명풀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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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창문-서울대 학생들 촛불 들어야지.. 박탈감 안느끼나?

답글18댓글 찬성900 댓글 비추천3

 

우산-문 맞습니다. 그걸로 미쿡경시대회 나갔고 수상도 했습니다.

어느 누가 맘대로 서울대 실험실 사용하고, 교수들이 적극적으로 도와줍니까...

이런것이 특혜라는겁니다.

나경원 아들은 군대 언제 갑니까 ???????/

답글8댓글 찬성 752댓글 비추천1

 

그냥-국립입니다 공공재를 구성원이 아닌데 쓸수있나? 뇌물입니다

02 2072 2500 02 880 5114 전화하면 구성원만 쓸수있다고 합니다 니 미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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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산타-석열이가 나라를 어지럽게 하는구나. 그 놈의 표창장 하나로 졸열하게 나라를 어지럽히고. 기레기들도 같이 부화뇌동 하여 같이 미쳐가는구나.

석열아~~ 대한민국이 표창장 하나로 시끄러워야겠니? 정치하고 싶으면 나가서해라. 적당히 해야지,지나치면 훅 간다.

답글10댓글 찬성 515댓글 비추천7

 

앨리스-기소 안하냐??? 동양대 봉사상 쪼가리보다 더 중한 범죄잖아??? 게다가 서울대잖아??

풀잎처럼-팩트는 아들이 아닌 엄마의 대가성 청탁과 특혜

찌니-서울대학생들 가만 있음 안되지 않나?

권동명-윤석열씨 공정하게 갑시다~


명절 갈등이혼사유 될까시대 흐름 따라 판결도 변화

 


추석 연휴를 앞둔 11일 서울 시내의 전통시장에 상인들이 명절 음식을 만들고 있다. 연합뉴스

 

부부 똑같이 책임 다해야이혼 신청 앞서 진솔한 대화 필요

추석 연휴는 모처럼 만난 가족·친지와 회포를 푸는 즐거운 시간이기도 하지만 차례 준비, 손님 대접 등으로 정신없이 일하다보면 몸과 마음이 지치는 고통의 순간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명절 후유증'도 상당하다. 그중 하나가 부부싸움과 이혼이다. 사소한 말다툼이 시댁과 친정을 둘러싼 감정싸움으로 번지다 보면 이혼을 고려하는 부부가 늘어난다. 14일 통계청의 '최근 5년간 이혼 통계'를 보면 설과 추석 명절 직후인 23월과1011월의 이혼 건수가 바로 직전 달보다 평균 11.5%나 많다. 그러면 명절에서 비롯된 갈등이 이혼 사유가 될까. 시대의 흐름에 따라 법원의 판단 역시 변화가 뚜렷하다.

 

1990대에는 가부장적 관념 아래 여성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는 경우가 많았다. 며느리가 명절에 시댁 찾기를 꺼리는 것을 두고 전통적인 예의범절을 무시했다며 이혼 사유로 인정한 판례도 있다. 19947월 결혼 14년 차 A씨는 아내 B씨가 맞벌이를 이유로 시부모를 소홀히 대한다며 이혼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재판을 맡은 서울가정법원 가사3부는 "B씨가 전통적인 며느리의 역할을 소홀히 해 가정불화가 야기된 점이 인정된다"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맏며느리인 B씨가 결혼 이후 시부모의 생신이나 명절에 시댁을 제대로 찾지도 않는 등 전통적인 윤리의식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부부 사이에 '일방적인 희생'은 없다는 점이 강조되기 시작했다.

 

20035월 대전지법 가사단독부는 "시댁 식구들에게 극도로 인색하고 남편에게포악한 처신을 일삼는다"C씨가 아내 D씨를 상대로 낸 이혼 청구 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C씨는 D씨에게 시댁에 대한 일방적 양보와 희생을 강요했으며 불만을폭력으로 해소하는 등 배우자로서 신의를 저버린 만큼 불화의 주된 책임은 원고에게있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최근 수년 사이에는 남편과 부인이 동등한 동등한 위치에서 책임과 의무를 다했는지 면밀히 따지는 추세로 판결이 변화했다.

 

2004년 결혼한 E씨는 아내가 시댁 가족을 친정 식구처럼 성심껏 대하지 않는 것에, 반대로 F씨는 가부장적인 남편이 시댁에 대한 의무만을 강조하는 것에 서로 불만을 품게 됐다. 그러던 중 2010년 설날 시댁에서 제사 음식을 준비하던 F씨가 미끄러져 허리를 다쳤다. 하지만 시댁 식구들이 걱정은커녕 일도 도와주지 않자 F씨가 시누이, 시아버지와 말다툼을 벌이고 이튿날 서울 집으로 혼자 돌아와 버렸다.

 

이들의 부부 싸움은 양가의 집안싸움으로 번졌고, 급기야 E씨는 F씨를 상대로 이혼과 위자료 1천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F씨는 거꾸로 이혼과 위자료 5천만원을 청구하는 반소를 각각 제기했다.

 

그러나 서울가정법원은 '부부가 똑같이 책임이 있다'며 양측의 위자료 요구는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E씨는 시댁에 대한 의무만 강요하면서 친가 식구와 함께 F씨를 타박했고, F씨는 반감으로 시댁 식구들을 자신의 가족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시아버지에게 대들기까지 했다""남편과 아내 모두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았다"고 꾸짖었다. 임경숙 법무법인 산우 변호사는 "일반적인 명절 스트레스만으로는 법정 이혼 사유로 인정받기 어려우나, 폭행 또는 오랜 기간 참을 수 없을 정도의 모욕이나 괴롭힘 등 배우자나 그 가족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은 사실이 입증되면 이혼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모두가 즐거워야 할 명절에 오해나 갈등으로 이혼을 선택한다면 큰 후회가 남을 수 있다""이혼을 신청하기에 앞서 제3자와 상담하거나 부부가 진솔한 대화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갈등을 해결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연합뉴스

 

노무현 정부는 언론 때문에 망했다

정부 지지층이 언론을 문제의 원인’, ‘개혁의 대상으로 겨냥하는 배경

정치는 열심히 두들겨 맞고, 특히 지식인들로부터 상갓집 개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 정치는 엄청난 견제를 받고 있는데 그와 비슷한 언론은 견제받고 있지 않지요. 저는 그 점을 지적한 것이죠. 일부 언론은 과거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스스로 반성하는 것을 보지 못했어요. 오히려 더 당당하게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고 있습니다.” (‘월간중앙’ 20013월호 노무현 당시 해양수산부 장관 인터뷰 중)

 

노무현 전 대통령은 여러 의미에서 유례가 없는정치인이었다. 정치인 노무현의 삶은 언론개혁과 함께했다. 1991년 주간조선은 호화요트왜곡 보도로 당시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던 노무현 의원에게 정치적 타격을 주었고,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2001년 노무현 민주당 고문이 언론사는 당연히 세무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하자 사설에서 그를 비판한 뒤 한동안 신문지면에서 아예 노무현을 쓰지 않는 식으로 노골적인 노무현 죽이기에 나섰다.

 

그럼에도 그는 언론사 세무조사 국면이던 20016월 언론노조 강연 자리에서 언론사주는 비리의 실체가 드러난 마당에 국민에게 사죄하고, 기자들에게 언론의 자유를 돌려주든가 아니면 언론사 경영에서 손을 떼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주류 언론의 노골적인 비판·비난에도 공개적으로 언론개혁을 주장한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달랐다. 그리고 그는 대통령이 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이 기획해 펴낸 노무현 정부의 실험-미완의 개혁에서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노무현 정부는 언론 때문에 망했다고 적었다. 이 교수는 이 문장의 의미를 두고 노무현 정부가 정치적 의사소통의 장을 축소 시키고 그곳에 잘못 접근하고 그 안에서 효과적으로 행동하지 못하며 국민에게 개혁적 의제를 제시하고 시민사회 이해집단 간의 갈등을 조정하고 주요 정치적 경쟁자를 설득하는데 실패했다고 풀이했다.

 

이 교수는 제3의 길을 의도했으나 일관된 메시지를 산출하지 못한 이유를 중심으로 노무현 정부의 소통적 무력함을 지적하고, 정부가 스스로 정치적 의사소통의 장을 축소할 때 발생하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이 글을 썼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노무현식 말하기의 특성 언론개혁 의제 설정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 방안 정부와 공직자의 언론사 소송이 민주주의에 갖는 함의를 언급하며 노무현정부는 임기 내내 갈등의 해결자가 아닌 갈등의 당사자라는 해석적 틀(프레임)이 형성됐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언론중재위원회에 따르면 노무현 정부의 언론조정신청건수는 752건이다. 조선일보 79, 동아일보 71, 중앙일보 31, 문화일보 56건 순이다. 같은 기간 한겨레는 30, 경향신문은 28건을 기록했다. 이명박정부의 언론조정신청건수는 352건이었다. 노무현 정부는 특히 조중동과 소송전을 이어갔다. 노무현정부는 20032월부터 20074월까지 동아일보와 7, 조선일보와 6, 중앙일보와 3건의 소송을 진행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2007년 친필 메모. 뉴스타파

 

20042월 노무현 대통령은 총선개입 논란을 보도한 동아일보에 대해 반론보도 심판청구에 나섰고 결국 동아는 반론보도를 했다. 노 대통령은 20058월 참여정부를 거짓말쟁이로 묘사한 조선일보 만평에 대해서도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제기해 정정보도 결정을 받아냈다. 언론중재위원회에 따르면 노무현 대통령은 20031월부터 20064월까지 16건의 정정·반론보도를 청구해 공무원 중 청구건수 1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문재인 당시 민정수석도 6건을 기록했다. 정부가 갈등의 당사자로서 전면전을 벌였던 흔적이다.

 

물론 이유가 있다. 지난 5월 뉴스타파가 공개한 노무현 대통령 친필 메모에 따르면 노 대통령은 2006년 메모에서 한나라당을 비롯한 보수야당과 보수언론 등 당시 기득권 세력을 가리켜 끝없이 위세를 과시한다. 모든 권위를 흔들고, 끝없이 신뢰를 파괴. 꼭 필요하다고 주장해놓고 막상 추진하면 흔든 것도 한둘이 아니다라고 적었다. 노무현 정부 첫해였던 2003년 조선·동아·한겨레 모두 대통령 관련 사설이 크게 증가했다. 부정적 사설이 긍정적 사설보다 많았다. 이준웅 교수는 노무현정부를 두고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언론의 평가적 담론의 대상이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교수는 노무현 정권은 역대 어떤 정권보다도 시민사회의 갈등에 대해 민감하게 대응했건만 설득적 의사소통에 실패함으로써 갈등의 화신처럼 보이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일단 이런 프레임에 갇히고 나서 정권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며 개혁적 진보 정권이 실패한 이유가 개혁 이념 때문이 아니라 방법 때문이었다고 지적했다. 이 대목은 현재 문재인 정부에 함의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이 교수는 노무현 정권은 대통령의 담론적 권위를 비롯해 누구에게나 공공연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자신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키고자 하는 사회적 의사소통 체계에서 출범한 정권이라고 분석하며 어떤 사안이나 의제를 제시한다고 해도 주요 언론에 의해 이념화되고 분화된 이념 세력들 간 투쟁 차원에서 인식되며, 결국 사회 갈등의 한 축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 첫 번째 정권이었다고 평가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운구행렬. 노무현재단

 

노 전 대통령은 자서전 운명이다에서 나는 언론 권력과의 유착을 단절했다. 언론 권력의 부당한 특권에 굴복하지 않았다. 그러나 언론 자유를 탄압한 적은 결코 없었다.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해 정정 보도 청구를 하거나 법원에 민사 소송을 낸 것을 가지고 언론 탄압이라고 한 것은 그들 스스로도 믿지 않는 엄살에 불과하다. 내가 대통령이던 5년 동안 대한민국 언론인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언론 자유를 누렸다. 그들은 자기네가 하고 싶은 모든 일을 다했다. 나는 다만, 언론 앞에서 비굴하지 않은 당당한 대통령이고자 했다고 적었다.

 

20073월 작성된 대통령 메모에는 식민지 독재 정치하에서 썩어빠진 언론이란 대목이 등장했고, “대통령 이후. 책임 없는 언론과의 투쟁을 계속할 것이란 대목이 비장하게 등장하기도 했다. 2007년 수석보좌관 회의 중 메모에는 언론과의 숙명적인 대척이란 대목도 등장했다. 그리고 전직 대통령은 검찰의 망신주기 수사 속에 세상을 떠났다. 요즘 다시금 논두렁 보도가 입길에 오르내린다. 노무현정부에 이어 문재인정부를 지지하는 시민들이 최근 조국 사태를 비롯해 주요 현안마다 주류 언론을 문제의 원인또는 개혁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현상을 이해하기 위한 배경이다. 정철운 기자 pierce@mediatoday.co.kr

 

 

조국 정국 한 달, 언론·정치권 야단에도 여권 지지 견고

조국 임명 반대보다 검찰개혁 여망 커대통령·여당 지지율 소폭 하락

문재인 대통령의 조국 법무부 장관 내정부터 임명까지, 언론과 정치권은 이른바 조국 사태로 부를 정도로 들썩였지만 결과적으로 정국엔 큰 변화가 없었다.

 

우선 조국 장관에 대한 찬반 여론을 보면 지난달 9일 청와대가 조 장관 내정 후 초기엔 찬성 여론이 반대 여론보다 높았다. 지난달 13일 오마이뉴스와 리얼미터 현안조사(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 500, 응답률 4.2%)에서 문 대통령의 조국 장관 후보자 지명에 잘했다는 긍정평가가 49.1%, ‘잘못했다는 부정평가는 43.7%였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

 

지난달 15~16KBS ‘일요진단 라이브와 한국리서치 여론조사(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6, 응답률 12.9%)에서도 조 장관 후보자 지명이 적절한 인사라는 응답이 42%, 부적절한 인사라는 응답이 36%로 나타났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이후 본격적으로 조 장관에 대한 야당과 언론의 검증이 시작되고 여러 의혹이 불거져 나오면서 조 장관에 대한 찬반 여론은 역전됐다. 특히 지난달 말 조 장관 딸 논문과 입시 특혜 의혹이 연이어 터지고 검찰이 조 장관 관련 의혹 수사를 위해 전격 압수수색에 들어가자 조 장관을 향한 부정 여론이 급증했다.

 

지난달 28tbs·리얼미터 조사(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 502, 응답률 4.8%)에선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에 반대응답이 54.5%, ‘찬성응답은 39.2%로 집계됐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

 

지난 9일 오마이뉴스·리얼미터 현안조사. 자료=리얼미터 제공

 

조 장관 임명에 대한 찬반 여론이 다시 좁혀진 건 여권 유력 정치인들이 조 장관을 지지하며 무리한 언론 취재를 비판하기 시작하고, 국회 인사청문회 무산 후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가 기점이었다. 국민은 조 장관에게 제기된 의혹과 별개로 언론의 과열 취재·보도와 검찰의 정치개입 논란에도 문제를 느끼기 시작했다.

 

우여곡절 끝에 국회 청문회가 열린 6일 이후에도 조 장관 관련 의혹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고 검찰 수사 결과를 더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여론의 흐름은 이제 조 장관 임명에 대한 찬반보다는 검찰 개혁의 필요성 쪽으로 기울고 있다.

 

지난 9일 문 대통령이 야당의 반대에도 조국 법무부 장관을 임명한 후 오마이뉴스와 리얼미터가 국민 여론(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 501, 응답률 6.9%)을 조사한 결과, ‘잘못했다는 부정평가가 49.6%, ‘잘했다는 긍정평가는 46.6%로 격차가 오차범위 내로 줄었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

 

10일부터 11일까지 KBS와 한국리서치가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0(응답률 19.2%)에게 물은 추석 특집 여론조사에선 조국 장관 임명을 잘했다(38.9%)는 의견보다 잘못했다(51%)는 의견이 여전히 많았지만, 조 장관의 검찰개혁 필요성 언급에도 공감한다는 의견이 57.7%, ‘공감 안 한다는 의견(37%)보다 20%p 이상 높게 나왔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지난 12KBS 뉴스9 리포트 갈무리.

 

조국 장관 임명을 둘러싸고 한 달 동안 정치권에서 찬반이 극명하게 대립했고, 정부에 부담을 주는 언론 보도도 전례 없이 쏟아졌지만, 결과만 놓고 보면 조 장관 임명이 문재인 정부에 큰 타격을 주진 못했다.

 

조 장관 내정 전인 지난달 8일 발표된 리얼미터 주중동향(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503, 응답률 5.1%)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49.5%, 부정평가는 45.5%였고, 더불어민주당 지지도가 39.6%, 자유한국당은 29.6%였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p).

 

지난 12일 발표된 리얼미터 주중동향(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503, 응답률 6.4%)을 보면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47.2%를 기록해 한 달 전과 비교해 소폭 하락하는 수준에 그쳤다. 민주당과 한국당 지지도도 각각 39.5%30.1%로 별반 차이가 없었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p).

 

리얼미터 92주차 주간동향.

 

지난달 8일 한국갤럽 여론조사(전국 19세 이상 남녀 1009, 응답률 16%)에서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를 물었을 때 47%가 긍정 평가했고 43%는 부정 평가했으며, 정당 지지도는 민주당 41%, 자유한국당 18%였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지난 6일 한국갤럽 여론조사(전국 19세 이상 남녀 1009, 응답률 15%) 결과는 대통령 직무 긍정률이 43%, 부정률은 49%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보다 앞섰지만 오차범위(±3.1%p) 내였다. 정당 지지도는 민주당 40%, 한국당 23%로 나타나 조국 정국이 여당 지지층 이탈엔 큰 영향을 주진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각 여론조사 기관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강성원 기자 sejouri@mediatoday.co.kr

 

 

일본 기업 철수 노사갈등 때문? “가짜뉴스 전형

매일경제 1면머리 단독 한국서 전격철수, 최근 노사갈등 영향

실상은 계열사 1, 노조설립 전 결정, 노조도 다른 계열사노조 자본철수 공포 조장해 노조탓

매일경제가 일본 미쓰비시중공업 계열사인 아사히글라스를 두고 노사갈등 영향으로 한국에서 전격 철수한다1면 단독보도했다. 그러나 사업을 접는 PDP(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 부문 자회사는 이미 오래전 철수에 접어든 데다 노조 이슈는 그뒤 다른 계열사에서 생겨 의도적 왜곡이란 비판이 나온다.

 

매일경제는 111면 머리에 일 아사히글라스 한국서 전격 철수제목으로 보도를 냈다. 본문엔 아사히글라스 계열사 가운데 하나인 아사히PD글라스한국이 한국 진출 14년 만에 사업을 정리하기로 했다며 경상북도에 무상 임차하던 공장 부지를 되돌려놓겠다고 밝힌 사실을 전했다. 그러면서 표면적으로는 PDP 유리기판 판매 부진에 따라 한국 사업을 접지만 최근 한일갈등과 노사문제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고 밝혔다.

 

신문은 “(아사히PD글라스한국이) 비용을 들여가면서 구미 공장을 폐쇄하고 철수하는 배경으론 경영난, 한일관계 경색, 노사갈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마지막 문단에선 “(회사가) 2010년 매출액 2262억원, 영업이익 502억원을 올려 이 중 절반을 일본 본사로 배당할 정도로 급성장했지만 이후 PDP 수요 감소로 인해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5년부터는 공장 가동을 중단한 상태라 설명했다.

 

11일자 매일경제 1면 갈무리.

 

20면에 해설기사 ‘‘투자 더 못해기업 줄줄이 한국서 짐싸나에선 아사히글라스가 더 이상 한국에 투자하기 힘들단 이유로 구미공장 철수를 결정하면서 일본 기업의 탈한국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고 했다. “LCD 사업을 담당하는 AGC화인테크노한국은 가동 중단이나 철수 계획이 없다는 아사히글라스 관계자 말은 기사 후반부에 붙였다. 매일경제는 온라인판엔 두 기사 모두 단독표시를 달았다.

 

그러나 실상 아사히PD글라스한국의 철수와 노사관계는 관련이 없다. 아사히PD글라스한국은 아사히 계열사에 비정규직노조가 들어서기 전부터 폐업 수순을 밟았다. 2014년 말부터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LCD를 생산하는 AGC화인테크노한국에 비정규직 노조가 생긴 건 20156월이다. 그것도 PD글라스한국이 아닌 다른 계열사다.

 

노사갈등도 이를 시점으로 본격화했다. 사내하청 비정규직들이 지회를 설립하자 회사는 이들 178명의 도급계약을 일방 해지했다. 지회가 진정한 끝에 노동청이 불법파견이라며 직접고용 명령을 내렸지만 사측은 현재까지 이행하지 않고 있다. 지회의 지속적인 문제제기로 검찰은 지난 2월 사측을 불법파견 혐의로 기소했다.

 

아사히글라스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이 226일 일본 아사히글라스 간사이공장 아마가사키사업소 앞에서 부당해고를 알리는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노동과세계 제공

 

차헌호 아사히비정규직지회장은 “PDP부문은 5년 전부터 사업을 접었고 모두 알고 있었다. 임대토지를 돌려주는 건 당연한 수순이라 단독 거리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차 지회장은 매일경제 기자가 어제 전화를 걸어와 PDPLCD 구분 없이 사업을 철수했냐고 묻기에 ‘(LCD)공장 가동 중이다. 부지를 공짜로 써서 적자도 안 난다고 답했다. 노사관계에 대해선 묻지도 않았다고 했다.

 

아사히비정규직지회는 이날 보도의 의도는, 있지도 않은 자본철수 공포를 조장해 그 책임을 노조에 떠넘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도 반박자료를 내 결과적으로 사실관계에 틀린 부분은 없으나 제목과 지면배치, 해설을 통해 없는 사실을 덧붙이고 왜곡된 결론을 유도한다. 침소봉대하거나 서로 무관한 AB를 섞는 가짜뉴스의 전형이라고 밝혔다.

 

기사를 쓴 매일경제 기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해당 기자는 미디어오늘에 “(철수하는) PDP(노조가 들어선) LCD가 별개 회사지만 결국 아사히글라스가 대주주다. 한 계열사의 노사관계가 다른 곳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PDP 공장이 LCD 노조 이슈가 생기기 전 사업을 접었다는 지적엔 노사관계가 주요 이유라고 적지 않았다. PDP가 사양산업이 됐다는 내용을 강조했다고 했다. /김예리 기자 ykim@mediatoday.co.kr

 

 

위기의 라면 소비 대국 중국, 최대 경쟁자는 배달앱



중국의 한 슈퍼마켓 진열대에서 남녀가 라면을 고르고 있다. 사진 남방주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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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라면 소비가 살아나고 있다.

최근 세계 인스턴트 라면협회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는 4025000만개의 라면이 소비됐다. 전 세계에서 팔린 1036억개 라면 중 39%가 중국에서 소비된 셈이다. 중국인 1인당 연간 라면 소비량은 29개로 한국에 비해(75) 적지만 14억 인구의 거대 시장을 무기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위인 인도네시아의 연간 판매량 1255000만개보다도 3배 이상 많다.

 

중국 라면 업계가 이번 통계에 주목하는 이유는 5년 만에 400억개 판매를 회복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최근 몇 년간 라면 소비 감소세가 뚜렷해지면서 위기감이 높아졌다.

 

세계 인스턴트 라면협회 통계에 따르면 중국 라면 판매량은 20134622000만개를 정점으로 급격히 감소세로 접어들었다. 2016년에는 3852000만개로 2010년 수준으로 후퇴했다. 판매량이 줄어들면서 중국의 2대 라면 업체인 캉스푸(康師傅)와 퉁이(統一)기업의 영업실적도 2014년 이후 하락했다.   중국의 라면 소비량이 줄어든 이유는 생활수준 향상으로 인한 웰빙 추구, 음식 고급화 등이 꼽힌다. 그러나 가장 큰 원인은 배달앱 보편화다. 중국 남방주말은 라면 소비 부진 원인으로 중국 경제 성장으로 인한 소비 수준 증가와 배달앱의 굴기를 꼽았다.

 

관련 연구도 있다. 중국지질대학 경제관리학원의 연구보고서 라면 시장 소비량의 영향요인분석에 따르면 배달앱 시장 규모가 1% 증가할 때마다 라면 소비량은 0.0533% 줄어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이메이(艾媒) 컨설팅이 발표한 ‘2016-2017 중국 온라인 요식 배달 시장 연구 보고를 보면 2011년부터 2016년까지 6년간 중국의 배달 시장 규모는 216억위안에서 1662억위안으로 8배 가까이 성장했다. 음식 종류도 다양하고 편리한 배달앱의 등장으로 간편식의 대명사인 라면이 설 자리가 줄었다

 

지난해 라면 소비가 회복된 배경에는 배달앱 시장 변화가 꼽힌다.

춘추전국이던 배달앱 시장은 어러머와 메이퇀의 양자 구조로 재편됐다. 제살 깎아 먹기 경쟁을 하며 점유율 높이기에 몰두했던 배달앱 시장에서 할인 등 보조금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배달 플랫폼의 배송비는 평균 2~3위안(335~500) 가량 올랐고, 야간 배송비는 15위안(2500)로 상승했다. 평균 배송비가 15% 가량 상승한 것으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이 가운데 라면 업계도 고급화 전략에 나섰다. 다양해진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춰 수입 라면 시장이 확대됐다. 인스턴트 라면과 컵라면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일본의 닛신식품과 한국 농심 라면의 중국 매출이 늘었다. 2015~2016년 수입 라면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3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업체들도 발 빠르게 나섰다.

캉스푸는 5위안(838) 이상 고가 라면으로 화이트칼라 소비층을 겨냥했다. 퉁이 라면은 5위안 이상 고가 라면 비중이 201621%였으나 2017년에는 26%로 늘렸다. 고급화 전략에 힘입어 캉스푸의 2018년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했다. 이중 고급라면 매출은 동기대비 10.6%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저가 라면매출은 24% 줄어들었다.

 

중국 라면 업계는 배달앱과 경쟁하면서 고급화를 추구해 다양해진 고객 수요를 맞춰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중국 경제일보는 소비 요구가 다양해지고 세분화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는 환경에서는 끊임없이 혁신하는 것이 기업의 생존을 위한 근본적 길이라면서 라면 시장이 발전하기 위애서는 질 높은 혁신이 필요하다고 했다./ 베이징|박은경 특파원 yama@kyunghyang.com

 

언론인가 공장인가10대 파고든 기생언론을 고발한다

"나는 기자가 아니었다"

 

'인사이트''위키트리'에서 1년여를 일했던 두 전직 기자는 이렇게 고백했다. 언론인을 꿈꾸며 사회 초년생으로 첫발을 디뎠던 그곳을, 그들은 언론이 아니라고 했다.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하고 쓴 건지 모르는데 보는 사람은 어느 정도 형태가 잡혀 있으면 바로 기사라고 받아들이니까. 지금 하는 모습을 보면 언론사라고 할 수 없지 않나. '언론의 역할을 고민할까'란 생각이 들어요"(위키트리 기자)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뭔가 본인들(인사이트 대표 일가)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젊은 청춘들의 꿈을 갉아먹는 곳이 아닌가란 생각이 들어요"(인사이트 기자)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오는 15일 방송되는 <저널리즘 토크쇼 J> 59회는 인사이트와 위키트리 등 SNS 미디어들을 저널리즘 관점에서 분석한다. 특히, 10대들이 습관처럼 이들 미디어의 뉴스를 소비하고 있는 실태를 취재했다. 선정주의에 빠진 이들 언론의 콘텐츠를 과연 기사로 부를 수 있는지 질문을 던진다.

 

'기성 언론에 철저히 기생하는 언론'

J 고정패널인 정준희 한양대 언론정보대학 겸임교수는 이들 매체에 '기생 언론(寄生 言論)'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기본적으로 기생형 언론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게 여타 언론사들이나 커뮤니티 등에서 정보가 생산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형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는 본체가 이미 베껴 쓰기, 따라가기 기사이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2분 만에 기사를 완성하는 인사이트 기자

 

인사이트와 위키트리의 두 전직 기자는 J 제작진에게 두 매체의 기사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시연을 통해 설명했다. 다른 매체가 <단독>을 붙여 보도한 기사를 그대로 받아쓰면서 제목을 바꾸고 몇 줄의 문장으로 요약해 기사를 완성했다. '방탄소년단의 멤버 1명이 최고급 빌라를 1채 더 샀다'는 내용의 이 기사는 단 2분 만에 만들어졌다. 이 같은 기사를 할당량을 채우는 형식으로 한 명당 보통 하루 10개씩 쓴다고 했다.

 

"욕이 나오거나 야한 아이템만 통과"

 

전직 인사이트 기자는 당시의 일과를 설명하면서 "대표가 기자들이 발제한 아이템을 메신저로 받아 하나씩 링크를 눌러보고 '쓸 만하다'고 하면 '통과', '이건 아니다'고 판단하면 ''이 되는 거다. 통과된 것만 쓰는데 하루 할당량 가운데 일부를 못채우면 오후에 다시 발제해서 그만큼을 또 채우는 식으로 진행됐다. 그런데 모두가 인터넷 커뮤니티 등 한정된 파이 안에서 아이템을 찾아야 하니까 집에 못 가는 경우가 부지기수인 거다. 통과의 기준은 자극적인 것, 선정적인 것이다. 특히 사람들이 보자마자 욕이 나온다든지, 야하다든지 그런 경우이다"라고 전했다.

 

지상파 압도하는 기생 언론의 파급력

SNS 상에서 '기생 언론'의 파급력은 지상파를 압도한다. 페이스북의 이용 실태 등을 분석하는 플랫폼 '빅풋9'이 지난 2017년 언론사 47곳의 '페이스북 페이지 좋아요 클릭 수', '댓글', '공유' 등을 합산해 수치화한 'PIS(Post Interaction Score: 사용자 반응 지수)' 결과에서 인사이트와 위키트리는 나란히 1, 2위를 차지했다. 이 같은 상황은 최근에도 이어진다. 지난 1일 기준으로 페이스북 페이지의 좋아요 클릭 수를 보면 인사이트는 614만 명, 위키트리 545만 명으로 SBS 뉴스(106만 명)KBS 뉴스(62만 명) 등 지상파를 압도하고 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SNS의 주 이용자층인 10대와 20대들이 주로 이들 매체의 뉴스를 소비하고 있다.

 

J 패널인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생활 습관 속에서 안착한 경향으로 보인다. 일어나자마자 스마트폰을 켜고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들어가는 것이다. 의도적으로 뉴스를 찾아본다기보다 SNS 상에서 연결된 친구나 다른 사람들의 게시물을 확인하다가 그 뉴스들을 일상적으로 접하게 되는 것이다. 뉴스라기보다 정보를 소비하는 행태라고 할 수 있지만 다른 언론사 기사 등 이차적인 접근 없이 그들 매체의 뉴스만으로 충분하다고 여기는 상황이라 조금은 위험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직접 취재, 전체의 9.5%에 그쳐"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이 가운데 인사이트의 기사를 집중 분석했다. 김언경 민언련 사무처장은 J에 출연해 "지난달 19일에서 23일까지 닷새 동안 인사이트에 게시된 769건의 기사 내용을 분석한 결과 기업 홍보성 기사가 204건으로 전체의 26.5%에 달해 가장 많았고, 연예인에 대한 기사는 202건으로 26.3%였다. 또한, 인사이트 기자들이 직접 취재한 경우는 9.5%에 불과했지만, 보도 자료를 받아쓴 기사는 246건으로 32%에 달했다. SNS나 커뮤니티를 보고 쓴 기사는 23.3%로 집계됐다. 특히, 직접 취재를 해서 쓴 73건 가운데 24건이 블로그 형식의 흥미성 글들이었고, 기사 본문이 없는 사진만 붙여 놓은 기사도 13건에 달했다. 사실상 인사이트가 자체 생산한 기사는 일주일에 30개 정도라는 이야기다. 그리고 기자 한 명이 한 주당 쓰는 기사량이 23.9, 하루평균 4.8개 정도지만 특정 기자의 경우 하루에 16개를 쓰기도 했다"고 말했다.

 

기생 언론, 광고 수익에 의존해 매출 급증

기자 한 명이 채워야 하는 기사 할당량을 정해 놓고 연성화 뉴스를 쏟아내고 있는 인사이트와 위키트리의 매출 구조는 어떻게 될까. 위키트리는 매출액의 95%가 광고 수익이라고 밝혔다. 인사이트가 제시한 광고단가표를 보면 '네이티브 광고(native advertising: 광고주가 제공한 정보를 토대로 마치 기사처럼 보이도록 디자인된 온라인 광고)' 기본형이 1건당 1,200만 원, 실속형은 500만 원이다. 위키트리는 네이티브 기사형 광고가 800만 원 동영상은 500~1,000만 원이다. 광고에 의존하는 매출액은 상당하다. 위키트리의 전자 공시 내역을 보면 지난 2014년 매출액이 12억 원이고, 201532억 원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인사이트는 201637억 원에서 201887억 원으로 매출액이 급증했다. 특히, 영업이익률이 40~50%에 달한다.

 

정준희 교수는 이에 대해 "자기가 투자해서 벌어들인 매출 가운데 실제로 자기가 이익으로 가져갈 수 있는 비율이 40~50%라는 이야기다. 일반적인 제조업이나 산업의 경우 영업이익률이 10% 나오기 굉장히 어렵고 5% 정도만 해도 잘하는 수준인데 이런 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이 50%이고 이를 자신의 이익으로 가져갈 수 있다면 상당히 놀라운 것이다"고 지적했다.

 

지난해부터 악의적 기사 쏟아낸 이유는?

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뉴스를 유통하는 인사이트와 위키트리는 플랫폼의 정책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실제 지난해 페이스북이 개인 계정의 노출 빈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알고리즘을 변경하자 인사이트나 위키트리의 콘텐츠 트래픽이 감소하면서 광고 수익도 주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인사이트는 지난해 3월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에 93억여 원을 주고 토지와 건물을 사들이면서 회사 부채도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직후 산업부를 신설하고 비즈니스 인사이트 페이지를 개설해 기업 관련 이슈를 집중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다수의 기업 홍보 담당자들은 이 시기부터 인사이트에서 기업을 겨냥한 부정적인 기사가 쏟아졌다고 증언했다. 204곳의 기업을 회원사로 둔 한국광고주협회가 인사이트의 기사를 주목한 것도 이때부터다. 회원사들의 제보로 시작된 모니터링 결과 지난해 11~12월 두 달 동안만 80건의 기업 관련 악의적인 기사가 게재됐고 올해도 8월 중순까지 70여 건의 부정적 기사가 쏟아졌다.

 

곽혁 한국광고주협회 상무는 "포털에서 기사를 검색해 얻은 부정적 내용, 블라인드 앱에 올라온 부정적인 글, 유튜브의 내용 등을 짜깁기해서 기사를 내는 경우가 많다. 기업의 반론을 듣거나 취재를 위해 기업에 연락해서 '이런 보도 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묻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기업 입장에서 무대응하게 되면 그게 마치 사실인 것처럼 포털에 계속 돌아다니게 된다. 오보이거나 일부만 팩트인 경우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는데 그러다 보면 '성의를 보여야 하지 않느냐?' 이런 식으로 이야기해 부당한 광고나 협찬을 얻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선정적 보도와 기업 관련 부정 기사에 대한 인사이트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취하고 사옥을 방문했으나 인사이트는 취재를 거부했다. 위키트리는 "상대적으로 자문 변호사를 선임해 청소년 보호를 위한 자극적인 기사를 걸러 내기 위한 나름의 장치를 하고 있다. 모든 규정을 지키기 위해, 현장 기자는 물론 데스크에서 최대한 자체 검열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생 언론 성공하면 언론 전체 수준 저하"

정준희 교수는 "'기생형 언론'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남의 걸 빨아먹지 않으면 안 되는 구조 탓이다. 이런 것들이 성공하면 문제가 되는 게 뭐냐면 도덕적인 이기 상황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이들 매체가 기술적인 적응을 잘한다고 하지만 사실 이 노하우라는 것도 혁신적인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피 빨아먹는 구조'에 불과하다. 인건비를 최대한 줄이고 미숙련 노동을 시키는 방식을 통해 일부가 수익을 점유한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상당히 심각하다. 결국은 '죄수의 딜레마'와 같다. 먼저 좋은 콘텐츠를 만들기보다 남이 만든 콘텐츠를 마사지해서 어떻게든 자극적으로 하려는 것이 사회적 표준이 되어 버리면 결국 사회적 스탠다드를 낮추는 효과를 내기 때문에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kbs


지구와 달이 펼치는 색의 향연올해 최고의 천문사진에

은색, 청색, 붉은색121일 개기월식 장면 35개 담아

달 착륙 50주년 해에 포착한 역동적이고 매력적인 달

 

달 부문 우승작이자 대상 수상작인 그림자 속으로’. 개기월식 장면 35개를 합친 사진이다.  L sz Francsics/Royal Museums Greenwich

 

영국 그리니치천문대가 주최하는 `올해의 천문 사진'(Insight Investment Astronomy Photographer of the Year) 2019년 수상작이 발표됐다. 11회째를 맞은 올해 공모전에는 90여개국 4600여명의 사진가들이 작품을 제출했다.

 

대상은 헝가리의 라슈즐로 프란치치(L?szl? Francsics)가 달 사진 부문에 제출한 개기월식 연속사진 작품 `그림자 속으로'. 2019121일에 일어난 개기월식 장면을 찍은 35개의 사진을 합쳐놓은 작품이다. 달이 지구 그림자 속으로 들어가면서 은색, 청색, 황토색, 붉은색 옷으로 잇따라 갈아입는다. 개기월식은 달이 지구 그림자에 완전히 가려지는 현상을 말한다. 한 심사위원은 달 착륙 50주년을 기념하는 해에 달의 역동적이고 매력적인 모습을 잘 포착했다고 평가했다.

 

오로라부문 수상작 관찰자’.  Nicolai Br?gger/ Royal Museums Greenwich

 

오로라부문 수상작은 오로라 너머로 은하수가 가로지르는 가운데 그 아래에서 한 사람이 아래쪽을 향해 조명을 비추는 묘한 구성이 심사위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달 부문 2~3위 작품과 최종 후보에 오른 사진들을 소개한다.

 

달 부문 2위 입상작 낮에 본 초승달’. Rafael Ruiz/Royal Museums Greenwich

 

달 부문 입선작 ‘7가지 색의 달 깃털’. Yiming Li/Royal Museums Greenwich

 

달 부문 최종후보작 개기월식 중 충돌한 운석’.  Rafael Ruiz/Royal Museums Greenwich

 

달 부문 최종후보작 에트나화산(이탈리아 시칠리아)의 개기월식’.  Alessia ScarsoRoyal Museums Greenwich

   


달 부문 최종 후보작 햇빛 vs 지구반사광’.  Lszl Francsics/Royal Museums Greenwich

   

달 부문 최종후보작 달무리’.  Bernt Olsen /Royal Museums Greenwich

곽노필 기자 nopil@hani.co.kr

 

박근혜 정부 '이 시점'에 집값 상승 딱 멈췄다. ?

[기고] 서울 집값 폭등의 공범

서울집값 폭등은 세 정부의 합작품이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하는 서울아파트실거래가지수가 지난 5년간 56% 급등했다. 집 없는 서울시민들의 불만이 속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다. 지방에 주택을 소유한 사람들도 상대적 박탈감이 매우 심하다. 서울집값 폭등의 최대수혜자는 두말할 것도 없이 강남주택소유자와 서울지역 다주택자들이다.

 

통계청의 ‘2017년 주택소유통계에 의하면 이들이 대략 70만 가구다.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3.5%에 해당한다. 강남을 제외한 서울에 주택을 한 채 소유한 가구는 120만으로 전체 가구의 6%. 이들을 제외한 90.5% 가구 중 상당수는 서울집값 폭등의 피해자다.

 

국민의 90.5%가 서울집값 폭등의 피해자

민주주의란 다수국민이 권력을 어느 정치집단에게 줄지를 선택하는 제도다. 서울집값 폭등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밝혀지면, 다음 선거에서 그 정치집단에게 표를 안 줄 것이고, 그 정치집단의 퇴출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새로 권력을 잡은 정치집단은 압도적 다수에게 피해를 입히는 불의한 정책을 펴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서울집값 폭등의 책임 소재를 밝히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책임소재를 가리는 기준이 객관적이고 공정해야 함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팩트에 근거해야 할 것이다. 그 팩트 중 하나가 집값 상승이다. ‘서울아파트실거래가지수에 의하면 이명박정부 초기인 2008년 초부터 2012년 말까지 서울아파트가격은 6% 하락했다. 박근혜정부 4년간 26% 급등하고, 문재인정부 2년여 무려 29%나 급등했다. 집값상승을 기준으로 보면 박근혜정부와 문재인정부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명박정부는 어떤가? 집값이 6% 하락했으니 책임이 없는 것일까? 천만의 말씀이다. 박근혜정부 26% 급등, 문재인정부 29% 더 급등 이명박정부 5년간 부동산부양책을 무려 20회나 실행한 것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분기가 바뀔 때마다 부양책을 실행했으니 집값을 올리려고 몸부림쳤던 것이다. 그런데도 집값이 하락한 것은 시장의 힘이 아래쪽으로 강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명박정부가 시행한 부양책의 힘이 누적되어서 박근혜정부에서 효과를 발휘했다.

 

가장 큰 힘은 돈의 힘이었다. 흔히 말하는 부동자금이 급증했다. 부동자금을 나타내는 지표인 광의의 통화(M2)’를 보면 2007년 초 1300조원에서 2012년 말에는 1840조원으로 42%나 급증했다. 이명박정부 5년은 금융위기 직후로 실물경제의 성장이 거의 멈춘 시기다. 실물경제의 자금수요가 매우 미약했다. 부동산시장도 불황이었으므로 자산부문에서의 자금수요도 왕성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무리하게 통화를 풀었으니 시중 부동자금이 엄청나게 증가했다. 어느 곳에서 투기의 불씨만 보이면 그곳으로 돈이 몰려가서 활활 타오르게 할 연료가 비축된 셈이었다.

 

투기 불씨가 타오르기 시작한 것은 박근혜정부때였다. ‘서울아파트실거래가지수그래프를 보고 있으면 본격상승이 시작되는 지점이 눈에 들어온다. 20148월이다. 최경환이 경제부총리 자리에 오른 직후다.

 

최경환의 빚내서 집사라정책

이명박정부의 20회 부양책으로 집값 부양을 위한 거의 모든 정책이 시행되고 있었으므로 최경환은 상식을 벗어나는 극단적인 수단을 동원했다. 소위 집내서 집사라정책이 가동되었다. 대출을 늘려서 주택투기자금을 공급했다. 박근혜정부 초기 2.75%였던 기준금리를 1.25%까지 급격히 인하했다. 여러 연구기관들이 금융위기가 종료됐다는 연구보고서를 내놓는 상황에서 금융위기 때보다 금리를 더 낮게 인하한 것은 집값부양을 위한 무리한 정책이었다.

 

그래도 투기가 활활 타오르지 않자 더욱 비정상적인 정책을 시행했는데, 주택투기꾼들에게 세금혜택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그것도 상식을 벗어난 특혜를 제공했다. 201478일 발표한 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의 핵심내용은 임대사업자에 대한 주택매입자금 융자대상 확대준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소득세법인세 및 양도소득세 감면 확대였다. 금리인하를 통해 은행대출 퍼주기를 하고, 그렇게 매입한 주택을 임대주택으로 등록만 하면 거의 모든 세금을 면제해주었다.

 

국가경제가 골병이 들든 말든 가계부채가 천문학적으로 증가하여 국가경제를 위험에 빠뜨리든 말든, 집값만 올리면 된다는 그야말로 막가파식경제운영이었다.

 

시장의 힘이니 투기꾼 탓이라는 궁색한 변명

이명박·박근혜정부가 온갖 부양책을 동원해서 집값 올리기에 올인했다는 것은 대부분 알고 있다. 그런데 문재인정부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하는 사람이 많다. “문재인정부가 집값 규제를 강화했다는 언론기사가 자주 보도되기 때문이다. 언론에 나오는 전문가들도 이와 비슷한 논조를 피력한다.

 

그렇다면 왜 서울집값이 폭등했을까? 이에 대해서 궁색한 변명을 내놓는다. 서울집값 폭등이 시장의 힘이니 투기꾼 욕심 때문이니 하는 억지 주장들이 그것이다. 만약 이 주장이 맞다면, 서울집값 폭등은 정부가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 집없는 사람들이 겪는 고통은 그들이 감내해야 할 몫이 된다. 그래서 서울집값 폭등의 원인을 명확하게 밝히는 것이 매우 중요해진다.

 

서울아파트실거래가지수그래프를 다시 보자. 매우 특이한 현상 하나가 눈길을 끈다. 2016년 말 서울 집값이 하락세를 보인다. 2년여 뜨겁게 타오르던 투기불꽃이 갑자기 사그라든 것이다. 투기란 한번 불 붙으면 여간해선 꺼지지 않는 특성이 있는데, 201611월부터 20174월까지 6개월간 서울집값 상승이 멈추었을까? 2016년말 서울집값 상승이 멈춘 까닭 당시 광화문에서 활활 타오르던 촛불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누구 눈에도 정권이 바뀔 것이 확연했는데, 정권이 바뀌면 최경환의 막가파식 부양책이 당장 취소되고 그러면 서울 집값이 20148월 수준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문재인정부는 대다수 국민의 예상과 기대를 행동에 옮기지 않았다. 최경환의 두 정책을 폐기하기는커녕 그대로 계승했다. 초저금리정책을 유지했다. 기준금리를 한번 인상했다가 다시 인하했다.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하겠다고 한은총재는 공공연히 말한다.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금특혜는 더 늘렸다. 20171213일 발표한 임대주택등록 활성화방안의 핵심은 지방세감면 확대, 임대소득세 감면 확대, 양도세 감면 확대, 종부세감면 기준 개선, 건보료 부담 완화였다. 한술 더 떠서 이런 세금특혜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 결과 돈 많은 사람들이 2017년과 2018년 서울주택을 무려 21만호 매집해서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했다. 서울집값이 폭등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서울 집값 폭등의 공범

서울 집값 폭등은 세 정부의 합작품이다. 말이 좋아 합작품이지 공범이란 말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 만약 문재인정부와 집권여당이 압도적 다수 국민에게 극심한 고통을 안긴 에서 자유롭고 싶다면 당장 행동을 해야 한다. 임대사업자에 대한 말도 안 되는 세금특혜를 폐지하는 것이 첫째이고, 비정상적인 초저금리정책을 폐기하여 주택투기 부담을 높이는 것이 둘째다. 그런 행동을 하지 않으면 압도적 다수 국민이 유권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하여 그 책임을 물을 것이다. / 송기균 송기균경제연구소장 /프레시안


 당신의 꿈 - 김정미  19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