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6월29일은 할배 제사날이다. 장마 같지 않은 장마를 보내고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었다. 다른날보다 조금 읽찍 퇴근했다. 아내는 오후 출근이라 오전 나절 잠시 준비를 하고 밤에 다시 왔다. 막내동생이 와서 일을 거들었다. 어머니도 다른 볼일 보고 오시느라 저녁 나절에 합류했다.
간만에 보는 조카 나정이를 데리고 주변 산책을 했다. 올해부터 유치원을 다니는 조카는 그야말로 똘망똘망 총기있고 예의 바르다. 부모 교육 덕분이다. 애가 스무살이 되면 나는 70대가 된다. 그전에 외삼촌으로써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애 아빠의 태도는 크게 바낀 것이 없는 듯 하다. 나 역시 크게 답답할 일도 없거니와 그럴려니 한다. 제일 아쉬워하고 불편한 사람은 아버지다. 잘 지낼 때는 정작 자식이 잘 챙기지 못한 부분을 사위가 제 부모 모시듯 심심치 않게 도맡아 했고, 나도 그것이 고마웠다. 대화도 통했고 내 일에 이해도가 높았다 그렇지만 지난해 이후 그런 시간은 사라졌다.
아무튼 나정이는 하는 짓도 깜직하여 어디서든 귀염받는 아이다.
산책이라 해 봤자 멀리가는 것도 아니다. 본가 뒷편 성암사를 다녀오는 것이 다 지만 간만에 갔던 성암사는 도심 사찰로서 둘러 볼만한 곳이다. 그렇다고 경내가 넓은 것도 아니다. 내 입장에서 본다면 절 마당에 소나무의 상테며 대숲을 실피는 정도다. 소나무는 몇 해전 직접 측정하기도 했다. 주변에서는 보기 드물게 굵은 덩치를 가지고 있었고 절대 베지 말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 골짜기의 살아있는 역사이기 때문이다. '
근원부 1m 남짓한 지점에서 줄기를 나누어 자랐다.
안타까운 일은 일부러 능소화를 심어 타고 오르게 한 것이다. 소나무 생육상 좋을 일이 없는 조치이기 때문이다. 소나무를 위한 것이 아니고 절집 방문자나 신도 거주자를 위한 눈요기인 것이다.
사찰의 서쪽 구릉 대숲에 자리한 삼성각
성암사가 지금처럼 커지기 전 인근에 왔다가 잠시 쉬어 가던 장소이기도 하다.
목탁소리가 들려 보니 용왕당에서 였다. 목탁소리는 다 달랐다. 비치된 목탁이 크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삼촌과 고모가 왔고 다른 친척들은 오지 않았다. 신경 쓸 일은 아니었지만 아버지는 생각이 다른 듯 했다. 간만에 만난 형제들이 술잔을 나누는 동안 아내와 아이들과 더불어 제상을 준비했다. 어찌보면 저 조합이 참 슬픈 구성이다. 배 다른 어미로부터 한 아버지를 두고 형제가 된 것이니, 게다가 진짜 막내 고모는 시방 어디서 무엇 하는지도 모른다. 어디서 뭘 하며 사는지의 궁금함과 윗 사람으로서의 챙겨주지 못한 미안함이 복합적으로 흐른다. 잠시 영이 고모 그 존재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지만 주제는 금새 바뀌었다. 다들 산다고 바쁘고 앞가림이 바빠서지만 ..이런 날은 마음 한켠이 무거운 것이 사실이다. 이유가 어찌 되었든
홍동백서에 의거해 첫열에 과일을 배치하는데 종류가 13종류가 되다보니 헷갈렸다. 주류 보다 비주류가 많았다. 감,대추, 밤,사과, 배가 주류라면 요즘 보이는 과일 예컨데, 수박이나 바나나를 비롯하여 귤, 토마토 등등이 다 올려졌다. 할배 살아을 적에 즐겨 드신 과일은 무엇이었을까 . 생선은 동두서미로 ...
일반적으로 제사상 차리는 법은 지방이 놓인 쪽을 북쪽으로 한다. 제사를 지내는 사람인 제주가 차례상을 바라보았을 때 지방의 오른쪽이 동쪽, 왼쪽이 서쪽이다. 또한, 차례상은 동쪽은 양, 해가 지는 서쪽은 음의 방향이다.
생선은 머리 동쪽, 꼬리 서쪽으로 두는 ‘동두서미’ 원칙을 따른다. 또 어포를 놓을 때는 배를 아래로, 등을 위로 놓는다. 땅에 뿌리는 둔 음식은 음을 상징하므로 종류의 수를 짝수로, 이 외의 음식은 하늘에서 얻어졌다고 해서 홀수로 맞춘다. 과일과 후식을 둘 때는 왼쪽으로 대추, 밤, 배, 감 등 ‘조율이시’에 따라 놓는다. 이어 붉은색의 과일은 오른쪽, 흰색 과일은 왼쪽에 두는 ‘홍동백서’ 원칙을 따른다.
정리하지면 통상 병풍 바로 앞을 1열 기준으로 했을 1열에는 밥과 국, 술잔을 놓는다. 이때 밥은 서쪽, 국은 동쪽에 놓는다. 2열에는 탕(육탕, 소탕, 어탕 순)을 올리며, 3열에는 떡, 구이나 전이 올라간다. 이때 구이류는 중앙에 놓는다, 4열에는 나물과 포를 놓는다. 익힌 나물은 서쪽, 생김치는 동쪽에 위치하도록 한다. 5열에는 과일이나 한과 등의 후식을 놓는데, 붉은색 과일은 동쪽, 흰색 과일은 서쪽에 놓는다. 또한, 국수는 서쪽에, 떡은 동쪽에 놓는다
아울러 팥, 복숭아, 마늘, 고춧가루는 혼을 쫓는다고 알려져 차례상에 올리면 안 되는 음식이다. 또 갈치, 삼치, 꽁치 등 ‘치’로 끝나는 생선을 올리지 않는다.
그런데 지방마다 다르고 집안마다 다르다. 오히려 아이들은 치키이나 피자는 왜 안 올리냐고 되물었다. 웃자고 한 소리지만 그럴법도 했다.
이번 제사에서는 막내 아들이 집사 역할을 맡았다.
지난해부터 제사 모시는 시간을 10시로 했지만 이 마저도 더 빨리 지내면 안되냐는 요구가 있었다. 제사 음복 후 삼촌과 고모가 떠난 시간은 지장을 넘어 한시 쯤이었다. 뒷 정리를 하고 집에 오니 두시 였다. 일을 한 사람이나 빈등 거린 아이들 모두 피곤해 했다. 다른 기제사는 할배제사와 이 마저도 합쳤건만 명절 제사와 합쳐야 된다고 했다. 설,추석 합쳐 년에 딱 세번 뿐인 제사와 차례가 이렇게 피곤하고 기피하는 일이 된다면 ...아이들은 나중에 제사를 안 모실거라 했다.
만나면 즐겁고 정감가는 제사를 도모해야 겠다. 사실 피곤했다. 올해 7월도 이렇게 지나갔다. 할배 제사는 한해의 반이 지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Bring It on Home To Me - Otis Redding & Etta Ja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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