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호출이 있었다. 옻닭을 할려는데 올수 있는지 물었다. 통상 그냥 해드시라고 하곤 안가는데 오늘따라 안오면 안하겠다고 하니 알겠다고 하고 집을 나섰다. 사실 피곤했다. 행사를 연이어 벌이다 보니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근육에 무리가 온 것이다. 어깨 아픈지도 꽤 됐다. 하지만 사람살이가 또 그런가 ? 그렇게라도 자식 얼굴보고 싶은 것이다.
아버지는 옻닭을 즐겨 드신다. 고향에서 베어 온 옻나무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준비해두었다가 심심할 때면 백숙을 해 드신다. 날은 청명했다. 서울에서는 폭염으로 쪄 죽겠다고 아우성이었지만 바람 선선하게 불어 괜찮은 나들이었다. 약속이 있어 집을 나서며 백숙값이라고 얼마를 드리고 나왔다. 많은 돈은 아니지만 자식들 먹일려고 시장가서 닭을 사고 이런 저런 발품에 장만하기까지 정성이 들어간다. 가까이 있지만 자주 가지 못한다. 매번 성화에 못이겨 가긴 한다만 늘 마음이 불편하다. 누군가는 그냥 얼굴만 보여줘도 된다지만 그 마음 내기가 싶지 않다.
어머니가 심은 고추며 오이, 가지들이 꽃을 피웠다. 지난해부터 어머니 아버지의 놀이터가 경작 금지 됨에 따라 마당 한 귀퉁이에 이것저것 가꾼다. 그렇다고 노인네들이 돌아갈 고향집이 있느것도 아니고 ... 나 태어난 고향집은 진작에 쓸어졌고... 아버지의 잘못으로 집터마저 압류당했다. 사실 최근 그 문제로 머리가 복잡했다. 친척들은 새로 집을 지어 별장처럼 오가며 지낸다는데...
문득 이렇게 꽃피날은 언제 올까 싶었다.
꽃이 핀 것은 특별한 경우를 빼곤 열매를 단다. 그만큼 열심히 살았다는 것 아닌가. 내 생에 또 아버지 생에 원하는 꽃을 피운 적은 있는가
호박잎이 건재한 것을 보면 날씨가 좋다는 것이다. 이맘때면 축 처진 모양이 태반이다.
며칠전 금요일은 아내의 생일이었다. 예전같았으면 동생들과 부모님 더불어 점심을 같이 하거나 저녁을 먹으며 같이 생일을 축하해주었는데 ...막내 동생네가 발길을 끊어면서 서로 간의 챙김문화는 사라졌다. 대신 각 집안 자체 행사로 전락해버렸다. 그날 밤 아이들과 사무실 근처에서 저녁을 같이 했다. 꽃다발 곁드린 조그만 선물도 준비해서 축하해주려 했지만 아내의 근무시간과 계획했던 시간이 겹친데다 아내가 먼저 외식을 원했기 때문이다. 늘 미안하고 고마울 따름이다.
비교적 애들은 착하게 커고 있지만 당체 공부에 관심이 없어 걱정 아닌 걱정이기도 하다. 부모의 재력이 아이들의 학업성취도와 무관치 않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 이애저래 무력해진다. 물질적 여유를 떠나 크게 공부하라 강요는 않지만 , 너무 등한시하는 것아서 걱정스럽다는 것이다.
대추가 달리고
감도 달렸다. 하마 세월이 그렇게 흐른다.
복숭아도 예쁘게 달렸다.
본가 뒷쪽 성암사에서 세운 관음보살상이다. 저 관음은 어디를 보고 있을까. 등 뒤 그늘도 봐 주면 안되나
대숲에 근엄한 얼굴로 앉아 있는 저 부처는 또 뭔가. 중생구제는 잘 하고 계시는지
얼핏 산쪽으로 보니 예전 자살바위로 불렸던 저 바위가 에나 부처처럼 부이는 것은 뭔가
Tequila Sunrise / Eag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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