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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는 어쩌다가 재물과 복의 상징이 됐을까 뉴시스
2019년은 기해(己亥)년, 그러니까 '돼지띠 해'다. 금년이 돼지띠 해인 것은 돼지가 '해(亥)'라는 이름으로 당당히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子丑寅卯辰巳午未申酉戌亥)'의 십이지(十二支)에서 한 자리를 장식하는 덕이다.
돼지가 십이지 중 맨 마지막에 자리한 것은 왜였을까. 십이지가 탄생한 중국의 전설에 따르면, 부처는 이 세상을 만들 때 도움울 준 열두 동물에게 우주의 시간과 방향을 맡겼다. 극락에 도착한 순서를 따랐는데, 소 등에 올라 타고 오다가 극락 문 앞에서 낼름 뛰어내려 가장 먼저 문 안으로 들어선 쥐가 1등, 간발의 차이로 소가 2등이 됐다. 다른 동물들이 속속 도착하고, 가장 늦게 도착한 돼지가 꼴등이 됐다. 십이지 순서에 따라 돼지의 시간은 하루가 마감하는 '오후 9~11시', 방향은 '북북서'를 의미한다.
구약성서 창세기에서 '노아의 방주'에 몸을 실은 동물이 적게는 3500종, 많게는 7000종으로 추정된다. 그처럼 수많은 동물 가운데 열두 동물에 포함됐다면 비록 꼴찌라도 '가문의 영광'일 것이다.
이런 돼지인 데다가 무엇이든지 잘 먹고, 새끼도 많이 낳으니 예로부터 우리 조상이 돼지에 가진 기대와 공경심은 남달랐다. 이는 돼지를 재물과 복의 상징으로 여기는 계기가 됐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돼지 꿈'이다. 돼지꿈을 꾸면 로또를 구매하는 사람이 많다. 다만 꿈 속에서 돼지는 집으로 들어와야지 나가면 오히려 좋지 않다는 단서가 달리기는 했다. 이와 관련한 설화가 전북 부안군에 전승(한국구비문학대계)한다.
도산이라는 마을에 김씨라는 사람이 살았다. 이 사람은 천성적으로 착했으나 집안 형편은 좋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김씨는 암퇘지 한 마리가 새끼들을 데리고 자기 집 곡간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신기한 것은 같이 있던 다른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고 그에게만 보인다는 것이다. 김씨는 속으로 '우리 집 형편이 나아지려고 하나 보다'라고 생각했다. 정말 10년도 안 돼 그는 천석꾼이 되고, 진사 벼슬에도 올랐다. 그런데 그 후 어느 날 김씨는 그때의 그 암퇘지가 새끼들을 데리고 집밖으로 나가는 것을 보고 말았다.
'집안이 망하려나 보다'고 걱정하는데 잠시 뒤 밖에서 총소리가 나더니 방금 나간 암퇘지가 새끼를 데리고 황급히 집으로 되돌아왔다. 그는 몹시 기뻐하며 다행스러워했다. 저녁 무렵 포수 한 무리가 집을 찾아와 "돼지가 들어오는 것을 못 봤느냐?"고 물었다. 김씨는 "보지 못했다"고 하면서 "저녁도 늦었으니 하룻밤 머물고 가라"고 권했다. 사냥꾼들에게 저녁 식사를 대접하고 사랑 방에다 재우는데 느닷없이 강도가 쳐들어왔다. 그러나 집안에 총을 가진 사냥꾼들이 있었기에 강도를 쉽게 물리쳤다. 이후 김씨는 오랫동안 잘 살았다.
이제는 보기 힘들어졌지만, 1970~80년대 이발소나 음식점에 가면 쉽게 볼 수 있었던 그림이 어미 돼지가 새끼 10여 마리에게 젖을 먹이는 그림이다. 유명 화가 작품도 아닌 작가 미상의 민화에 지나지 않은 이 그림을 태극기처럼 가게들이 앞다퉈 걸어놓은 것은 역시 돼지의 좋은 기운으로 사업 번창을 기원하는 의미였을 것이다. 개업할 때 음력 정월의 첫 돼지 날(亥日)에 하면 부자가 된다고 믿은 것도 그 영향이다.
돼지에게 우리 민족이 가진 긍정적인 인식은 돼지가 그 옛날 국가를 위해서도 큰 역할을 했다고 각종 전설, 설화를 통해 전해지는 데서도 잘 알 수 있다. 삼국사기 '고구려 본기'의 '유리왕 편'을 보면 신에게 제물로 바치기 위해 기르던 돼지가 달아나자 유리왕(재위 기원전 19∼기원후 18)이 이를 잡아 오라고 명령했다. 관리는 현 중국 지린성(吉林省)에 있는 국내성 위나암에서 돼지를 겨우 잡을 수 있었다. 관리는 그곳 산세와 지세가 매우 뛰어나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왕에게 "국내 위나암은 산이 험하고 물이 깊습니다. 땅은 오곡을 기르기에 좋고, 사슴과 물고기도 많이 납니다. 그곳으로 도읍을 옮기면 백성에게 크게 이롭고, 병란도 면할 수가 있을 것입니다"고 보고했다.
왕이 직접 지역을 시찰했고, 이듬해 수도를 국내로 옮기고 위나암성을 쌓았다. 왕은 수도를 졸본성에서 국내성으로 옮겼다. 서기 3년(유리왕 22)의 일이다. 이는 신이 왕에게 현 도읍이 왕조에 적당하지 않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돼지를 도망치게 만든 것으로 돼지는 신의 메신저라고 할 수 있다.
비슷한 이야기는 또 있다. 고려 태조 왕건(877~943)의 조부 작제건과 관련한 설화다. '고려사'에 수록된 것으로 상선을 타고 당나라로 가던 중 해상에서 풍랑을 만났다. 고려인을 제물로 바치라는 말에 당나라 상인들이 그를 섬에 내려놓았다. 죽음을 각오한 작제건 앞에 노인이 나타나 자신을 서해 용왕이라고 소개하면서 섬에 사는 늙은 여우가 경을 외우면 두통이 생겨 죽을 것 같으니 잡아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여우를 쏘아 죽인 뒤 용왕의 사위가 돼 온갖 보물과 돼지를 선물로 받아 귀국했다. 용왕의 선물이 돼지인 것도 신기한데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개성 영안성에 정착해 1년가량 지났을 때 돼지가 우리에 들어가지 않는 일이 일어났다. 작제건이 돼지에게 말하기를 "이곳이 살 곳이 아니라면 네가 가는 곳으로 자리를 옮기겠다"고 하자 돼지는 개성 송악산 남쪽에 가서 누워 버렸다. 그러자 작제건은 그곳에 집을 짓고 살았고 그 집에서 왕건이 태어났다. 여기서도 돼지는 메신저 구실을 한다.
지금도 고사나 굿 등을 할 때 돼지 머리나 통돼지를 제물로 올린다. 이는 돼지를 신성한 동물로 여기는 전통을 잇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김종대 중앙대 민속학과 교수는 "돼지에 대한 우리 민족의 인식은 매우 긍정적인 편"이라며 "이는 봉건시대 궁핍한 삶을 해결해줄 수 있는 상징적 신호로서 돼지를 연상했다는 점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돼지는 우리 민족에게 중요한 존재로 각인됐으며, 동시에 식량원으로서도 중요하게 다뤄졌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물론 예로부터 돼지를 게으름과 탐욕의 상징으로 여긴 사례도 일부 있다"면서도 "이러한 부정적인 인식은 돼지를 생태적인 의미로서 읽어낸 결과다. 돼지의 순수한 상징을 보여준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그뿐만 아니라 돼지가 풍요로움을 가져다주는 존재로 우리 민족에게 각인된 사실을 뒤집을 정도는 못 된다"고 짚었다
'행운' 상징…경전에는 영특하고 의리있는 동물 불교신문
불기 2563년인 올해는 60갑자로 ‘기해(己亥)’년 즉 돼지띠의 해다. 갈수록 힘든 살림살이에 지쳐있는 국민들이 올해를 더 희망차게 반기는 건 60년 만에 다가온 ‘황금 돼지’ 해이기 때문이다. '기(己)'는 땅 즉 황금빛을 나타내는데 행운과 재복을 상징하는 돼지(亥)와 결합됐으니 사람들의 기대감은 어쩌면 당연하다. 돼지는 12지(支) 중 마지막인 12번째 동물로 시각으로는 오후9시에서 11시, 달로는 10월에 해당한다. 북서북 방향을 지킨다.
돼지는 재물과 풍요 이외에도 다채로운 의미를 갖고 있다. 다산을 중요하게 여긴 고대 이집트인은 짧은 임신기간에 10여 마리의 새끼를 한 번에 낳는 돼지를 ‘위대한 어머니’라 불렀다. 이와 반대로 이슬람교 유대교에선 돼지를 불결한 동물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이슬람인들은 돼지를 더러운 동물로 치부해 먹는 것은 물론 입에 올리는 것조차 조심스러워 한다.
불교경전에서는 돼지를 똑똑한 동물로 묘사하기도 했으며 미련하거나 어리석음을 표현하는 대상으로도 활용했다.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 잡힌 불교적 세계관을 엿볼 수 있다. 비록 돼지는 코끼리 사자 원숭이 개 등 불교 경전에 자주 등장하는 동물에 비해 빈도는 현격히 낮지만 중요한 교훈을 내포하는 경우가 많다. 돼지가 등장하는 경전은 <본생담> <중아함경> <범망경> <대승열반경> 등이다. 부처님의 전생 이야기를 담은 <본생담>에서는 돼지가 의리 있고 영특하며 지략이 있음을 밝히는 구절이 나온다.
어느 날 숲속에 파놓은 함정에 빠진 돼지를 한 목수가 구해 집에서 길렀다. 돼지는 영특해 구해준 목수를 위해 여러 가지로 도왔다. 목재를 옮길 때 이빨을 이용해 굴리기도 했으며, 도끼 대패 망치 등 도구를 가져다주기도 했다. 하지만 얼마 있지 않아 목수는 돼지를 숲속으로 돌려보냈다. 돼지를 계속 키울 경우 야생성이 없어져 다른 동물에게 잡아먹힐 것이 걱정됐기 때문이다. 그렇게 목수의 품을 떠난 돼지는 숲속을 헤매다 한 동물 무리들을 만나게 된다. 이들은 매일 포악한 호랑이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중이었다. 비록 겁이 났지만 지략이 뛰어난 돼지는 동물들을 모아 훈련을 시킨다. 결국 호랑이는 돼지가 파 놓은 함정에 빠지게 된다. 돼지의 영민함으로 동물들의 괴로움을 해결시키는 대목이다.
반면 <중아함경>엔 500명의 부하를 거느렸지만 아둔한 돼지왕 이야기가 눈에 띈다. 어느 돼지왕은 500 마리의 부하 돼지를 데리고 세상을 향해 가던 중 한 마리의 호랑이를 만나게 된다. “길을 비키라”는 호랑이의 외침에 겁을 먹는 돼지왕은 고민에 빠지게 된다. “만일 호랑이와 싸우게 되면 반드시 나는 죽을 것이고, 살기 위해 길을 비키면 부하 돼지들이 나를 업신여겨 볼 것인데 어떡하지.”
고민 끝에 돼지왕은 “대대로 이어오는 갑옷을 입고 싸워야 한다”며 대답한 뒤 자신들이 배설한 똥 무더기에 들어가 이리저리 뒹군다. 온 몸에 똥칠을 한 돼지는 그제야 싸우자는 식으로 목소리를 높이지만 고약한 냄새를 참지 못했던 호랑이는 결국 더러워서 자리를 피한다는 이야기다. 위기를 모면한 돼지의 임기응변이 돋보이긴 하지만, 맑은 수행자들이 세속 물욕과 같은 더러움에 찌든 이들과 다투지 말라는 의미로 주로 사용된다. 이밖에도 <대승열반경>이나 <범망경>에는 지켜야 될 오계 중 불살생계와 관련해 돼지 등 동물을 기르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이 나와 있다.
돼지는 예로부터 행운과 복을 상징했다. 특히 올해는 60년 만에 돌아오는 ‘황금돼지’ 해이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새해를 맞이하는 국민들의 기대감은 남다르다. 사진은 경주 불국사 극락전 현판 뒤에 있는 황금돼지 조각상 모습.
아무래도 대중들에겐 친숙한 돼지의 이미지는 ‘저팔계’로 잘 알려진 <서유기> 속 캐릭터다. 7세기 당나라 황제의 명을 받은 현장스님이 인도 천축국으로 불경을 구하러 가는 과정을 각색한 소설인 <서유기>는 윤회사상 인과응보 등 불교적 색채가 가미돼 있다. 이미 국내에서 드라마 예능 만화로 많이 제작돼 삼장법사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 등 소설 속 등장인물은 친숙하다. 다만 저팔계가 원래 하늘을 지키던 천봉장군이었다는 이야기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천계에서 10만 제군을 이끌었지만 술에 취해 선녀를 희롱한 죄로 하늘에서 쫓겨났다. 돼지의 몸을 바뀌게 되는 벌도 받는다. 다행히 관세음보살에게 “천축국으로 가는 스님을 잘 모시면 성불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능히 깨달으라는 가르침으로 저오능(猪悟能)이란 법명도 받으며 개과천선의 기회를 얻는다. 그렇게 삼장법사를 만난 저오능은 돈 여자 재물 등을 멀리하고 8계를 지키란 의미로 ‘저팔계’로 불린다. 이후 삼장법사를 도와 경전을 구해 당나라로 돌아온 저팔계는 그 공덕으로 불교 성자 반열에 오르며 훈훈하게 마무리 된다.
경전과 소설 이외에 실제 사찰에서도 돼지를 만날 수 있다. 바로 지난 2007년 발견된 경주 불국사 극락전 현판 뒤 ‘황금 돼지 조각’이다. 날카로운 어금니와 누런 털까지 세밀하게 조형돼 있다. 불국사 극락전이 임진왜란 시 소실됐다 18세기 중엽 중창 불사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이 돼지는 약 250년 간 현판에 가려져 그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셈이다. 용 봉황 등을 조각해 놓은 일반 사찰들과 달리 돼지를 했다는 점이 이채롭다. 불국사에선 이를 알리기 위해 극락전 앞 황금돼지를 본 뜬 동상이 제작했는데 관광객들 사이에 알려지며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이 황금돼지 동상을 만지며 행운을 발원한 덕분에 등의 털 부분은 사라질 정도라고 한다. 오늘도 돼지는 사람들에게 행운의 상징물로 역할을 다하고 있다.
서소문사진관]더럽고 둔하다고? 돼지는 인간의 수호신, 동반자
2019년 올해는 기해(己亥)년, 돼지띠의 해다.
돼지에 대한 이미지는 어떨까? 우선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다. '돼지 같다'는 말은 최악의 험담이다. 돼지는 식탐 외에도 더럽고 게으르고 둔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
그러나 '돼지 꿈'은 행운과 복을 상징한다. 꿈속에서 돼지를 만나면 풍요로운 기대를 품게 된다. 우리에게 돼지는 어떤 동물일까. 돼지해를 맞아 국립민속박물관이 열고 있는 「행복한 돼지」 특별전(12/19~2019/3/1)을 통해 '돼지'가 우리에게 어떤 동물인지 알아봤다.
국립민속박물관 기해년 돼지띠 해 특별전. 최정동 기자
.위 작품에서 보듯이 '집'이라는 한자 '가(家)'는 '지붕(宀)' 아래 '돼지(豕)'가 사람과 함께 사는 모습을 표현한 상형문자다. 사람과 이토록 가까운 돼지는 어떤 의미로 우리 곁에 존재해 왔을까. 국립민속박물관의 설명을 따라가 보자.
우선 돼지는 인간을 지켜주는 수호신이었다. 위 작품은 대한제국 시절 제작된 돼지 십이지번(十二支幡)으로 경남 양산 통도사 성보박물관에 소장된 그림이다. 십이지신 중에서 해신(亥神)을 그렸다. 절에서 큰 행사를 할 때 잡귀의 침범을 막는 의미로 12방위 가운데 북서 북 방향에 걸었던 불화다. 철퇴를 들고 돌덩이 같은 근육을 불퉁거리며 춤을 추는 모습에서 더러운 돼지는 오간 데 없다.
조선 후기에 발간한 책 『서유기』에 그려진 저팔계다. 오른쪽 페이지의 손오공이 구름을 타고 바삐 오가는 것과 달리 땅바닥에 누워 여유를 부리는 모습으로 묘사돼있다. 그러나 돼지 저팔계는 삼장법사를 호위해 서역에서 불경을 가져오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한다
밀양 표충사 대웅전 추녀마루의 저팔계 잡상. 저팔계는 삼장법사, 손오공 다음에 위치한다. 『서유기』의 주인공들 형상으로 만든 잡상은 궁궐이나 사찰 건물에서 사악한 것을 물리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신(神)으로 인간을 수호했던 돼지는 속세로 내려와 인간과 함께 생활한다.
신성한 제물이 되어 준 돼지는 마을 공동체의 결속을 다지는 제의(祭儀)에 사용되고 제기(祭器)에 반영되었다. 위 그림은 조선 시대 국가 의례에 관해 규정한 『국조오례의』에 실려 있다. 삶은 돼지고기를 담는 종묘 제기의 모양과 크기를 정한 내용이다.
종묘 제례에 사용된 삶은 돼지를 담는 제기. 돼지 머리 모양의 다리가 붙어 있다.
1960년대에 돼지 사육 농가를 위해 만들어 배포한 책이다. 돼지의 관리, 번식, 사료에 대한 내용이 실려 있다.
돼지의 현대적 자화상은 무엇일까. 돼지띠의 '현대' 대표는 베이비붐 세대인 1959년 기해년 생이다. 돼지띠인 그들은 올해 2019년 환갑을 맞는다. 그들에게 '오늘'은 힘겨운 시절에 꿈꿨던 '미래'였다. 집집마다 돼지 저금통을 하나씩 두고 절약과 저축을 실천해 지금의 풍요를 이뤄냈다.
.1959년 달력을 보면 1월1일에 태극 모양의 도장이 인쇄돼있다. 당시는 양력설인 1월 1일이 공휴일이었다. 이해 음력설인 2월 8일(음력 1월 1일)엔 공휴일 표시가 없다. 음력설(구정)을 폐습이라 해 양력설(신정)을 쇠게 했던 시절이었다. 음력설이 공휴일로 지정된 것은 1985년이다. 명칭은‘민속의 날’이었다. 요즘과 달리 단 하루만 공휴일이었다. 앞뒤로 하루씩 더해 쉬는 날이 사흘이 된 것은 4년 후인 1989년이다. 이때 ‘설날’이라는 이름도 되찾았다. 12간지 별 띠는 음력이다. 올해 설날은 2월 5일이다. 정확하게는 이날부터 돼지띠다. 하지만 보통 양력으로 해가 바뀌면 12간지 별띠의 해라 하며 넘긴다.
돼지띠의 사주는 좋다.
"위장과 폐가 건강하고, 일생의 풍류로 겉은 허술하나 속은 알차다. 본성이 정직하니, 재물이 불어서 부자가 된다. 심성이 온화하고 무던하니 하나를 들으면 천 가지를 깨닫는다. 말이 순하고 행실이 돈실하니 모든 일이 태평하다. 나이 복이 많으니 나이가 들어서도 태평할 것이다."
무엇을 더 바라랴.
행운 상징 돼지 지명, 경남에 21곳 있다 경남신문
누워 있는 돼지 형상의 마산합포구 돝섬./경남신문DB/
지난달 31일 국토지리정보원이 공개한 돼지와 관련된 지명은 전국에 112개로, 경남에는 21개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남(27개)에 이어 두 번째이며, 전북(16개), 경북(13개), 충남(9개)이 뒤를 이었다.
돼지 지명은 대체로 남쪽의 곡창지대에 많이 분포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먹거리가 풍부한 이들 지역에서 가축으로 돼지를 많이 기르면서 주변 지명에 돼지가 자주 사용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이 밖에 지명의 유래, 지역에서 별도로 사용하는 지명 등을 세부 조사하면 그 수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십이지의 열두 번째 동물인 돼지는 시간으로는 해시(오후 9∼11시), 방향으로는 북서북, 달로는 음력 10월에 해당하며, 이 시각과 방향에서 오는 사기(邪氣, 주술적으로 나쁜 기운)를 막아주는 동물로 여겨진다.
경남의 대표적인 돼지 지명으로는 창원시 마산합포구 돝섬으로, 돝섬의 ‘돝’은 돼지의 옛말로 섬의 형태가 누운 돼지의 형상과 같은 데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설에 따르면 가락국왕의 총애를 받던 후궁이 사라지자 신하들이 찾아 나서 환궁하기를 요청했으나 한 줄기 빛이 되어 섬으로 날아가 그 모양이 돼지가 누운 모습으로 변했다고 전해진다. 이후 섬에서는 밤마다 돼지 울음소리가 들리고 광채가 빛나 신라시대 최치원이 정성껏 제를 올려 잠잠해진 뒤부터 사람들이 그곳에서 기우제를 지내면 영험이 있다는 전설도 전해지고 있다.
고성군 영현면 평촌마을은 원래 미양곡(美陽谷)의 줄기가 끝을 이룬 골짜기로, 그 모양이 어미돼지가 새끼를 품고 잠자고 있는 모양 같아 ‘저침곡 (猪寢谷)’이라 불러왔는데 마을이 1914년 대홍수 때 침수돼 강 건너 언덕에 새로 마을이 형성되면서 지금의 신분리 평촌마을로 불리고 있다.
돼지와 관련된 지명 외에 조형물과 관련된 내용도 있다. 창원시 성산구의 성주사 경내로 들어가는 33돌계단 끝 오른편에는 돼지 석상이 있다. 성주사는 제비둥지혈의 명당터인데 대웅전 앞산이 뱀의 형상을 하고 있어 뱀으로부터 절(제비)을 지키고자 석돈(石豚)이 만들어졌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고 지리원은 밝혔다.
또 지리원 분석 결과 돼지와 관련된 지명은 마을, 섬, 산, 골짜기 순으로 많이 분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에서도 ‘저도’라는 이름을 가장 많이 쓰고 있었고 ‘도동’, ‘돼지골’ 등이 빈번히 사용되고 있어 흥미를 끌고 있다. 돼지와 관련된 한자는 대표적으로 ‘豕(시)’, ‘亥(해)’, ‘猪(저)’, ‘豚(돈)’을 비롯해 돗, 돋, 돝 등 돼지를 뜻하는 옛말이나 방언이 지명을 통해 전해지고 있다.
전남 농민들, 새해부터 ‘월급’ 받는다 18.1.1한겨레
광역자치단체 최초 ‘농업인 월급제’ 시행
가을 수매대금 일부를 봄부터 월별 선지급
14만여 농가 중 5000여 가구 참여 예상
농도인 전남이 전국 시·도에서 처음으로 농업인 월급제를 새해부터 시행한다. 농업인 월급제는 농민들의 생활 안정과 계획 영농을 돕기 위해 가을 수매대금 일부를 월급처럼 봄부터 미리 지급하는 제도다.
31일 전남도에 따르면 순천·나주·장성 등 일부 시·군이 벼 농가 위주로 이미 도입한 월급제를 새해부터 벼·사과·포도·딸기·배추 등 모든 작물 재배 농가로 확대한다. 전남도는 이를 위해 지난 18일 농업인 월급제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이 제도를 시행하면 농협은 농업인이 출하하겠다고 약정한 물량의 60%를 미리 월급으로 지급한다.
이에 따라 전남지역 농업인들은 오는 3월부터 8개월 동안 최소 30만원에서 최대 200만원까지 매달 받는다. 선지급한 금액은 농업인이 수매대금을 받아 갚고, 이자는 도·시·군 등 자치단체가 지원한다. 이자 가운데 85%는 기초단체, 15%는 광역단체가 분담한다.
전종화 도 농축산식품국장은 “전남지역 14만6000 농가 중 5000 농가의 참여를 예상하고 예산 9억원을 마련했다. 농사를 시작하는 봄·여름의 자금 부족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국 민정수석 “김태우, 희대의 농간 부리고 있다” 1231 미디어오늘
조국 “김태우 스폰서와 일면식도 없어”… 임종석 “범죄 혐의자 주장 검증 없이 보도 언론도 부끄러워해야”
최근 드러난 발생한 청와대 전 특별감찰반원의 비위 사건과 관련해 31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한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야당이 주장하는 청와대의 ‘민간인 사찰’과 ‘블랙리스트’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조국 수석은 “이번 사태 핵심은 김태우 전 행정요원의 비위 행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며 “그런데도 비위 행위자의 일방적 허위 주장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일부 언론에 보도된 뒤 정치 쟁점화했다. 단언컨대 문재인 정부 민정수석실은 이전 정부와 다르게 민간인을 사찰하거나 블랙리스트를 만들지 않았다”고 밝혔다.
조 수석은 “김 행정요원이 뇌물죄 수사를 받는 자신의 스폰서와의 유착이라는 심각한 비위가 발각돼 민정수석실은 즉시 정식 감찰을 개시하고 대검에 조사 및 징계 의뢰 조치를 취했다”며 “이 사태의 핵심은 김 행정요원이 징계 처분이 확실시되자 정당한 업무 처리를 왜곡해 정치적 쟁점으로 만들고, 자신의 비위 행위를 숨기고자 희대의 농간을 부리고 있다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미 대검 감찰본부의 중징계 결정에 따라 김태우 요원의 비위라는 실체적 진실이 드러났고, 더 나아가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수사로 비위의 실체는 더 명확해질 것”이라며 “책략은 진실을 이기지 못한다. 오늘 이 자리에서 왜곡된 주장의 진실이 선명하게 드러나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 임종석 대통령비서싱장(왼쪽)과 조국 민정수석(오른쪽)이 31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임종석 대통령비서싱장(왼쪽)과 조국 민정수석(오른쪽)이 31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임종석 비서실장도 “지금 문제 되고 있는 김태우 전 감찰반원은 업무 과정에서 과거 경험과 폐습을 버리지 못하고 업무 범위를 넘나드는 일탈 행위를 저질렀다”며 “민정수석실은 매 단계에서 시정명령과 엄중 경고를 내리고 근신 조치를 취하는 등 바로잡고자 했으나 그는 일탈을 멈추지 않고, 자신의 스폰서로 알려진 건설업자가 비리 혐의로 수사받는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찾아가 마치 청와대 관심 사건인 양 위장해 개입하고자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 실장은 “민정수석실이 김태우 전 수사관에 취한 조치는 운영지침과 원칙에 맞는 합당한 것이었고 오히려 어물쩍 덮으려 했다면 책임을 물어야 했을 것”이라며 “이번 사건 본질은 비위로 곤경에 처한 범죄 혐의자가 자기 생존을 위해 국정을 뒤흔들어보겠다고 벌인 삐뚤어진 일탈 행위”라고 지적했다.
임 실장은 이어 “일부 언론이 범죄 혐의자가 일방적으로 생산·편집·유포한 자료를 객관적 검증 없이 보도하는 건 스스로 부끄럽게 생각해야 할 일”이라며 “정치권에서도 ‘민간인 사찰’이니 ‘블랙리스트’니 하는 무리한 표현으로 사건을 왜곡하거나 불안을 조장하기보다 차분히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 마음을 모아주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날 운영위 질의에서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김태우에 대해 범법자라고 얘기하는데 대검 감찰 결과를 보면 수사의뢰도 못 하고 징계밖에 못 했다”며 “탈탈 털어 나온 게 260만원 상당 향응 수수와 178만 원 상당의 골프 접대를 받은 것밖에 없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에 임 실장은 “김태우 전 감찰반원을 대검 감찰본부가 탈탈 털어도 골프 향응 수수 260만원 받은 게 다라고 그러는데 이 자료를 다시 보면 훨씬 심각한 게 본인과 유착관계에 있는 건설업자가 뇌물수수로 조사받고 있는 시점에 경찰청 특수수사과 가서 관련 자료를 요구한 것”이라며 “우리는 이에 대한 통보를 경찰청 특수수사과로부터 받았고 매우 심각한 문제로 봐서 즉시 업무 배제했다”고 답했다.
조국 민정수석은 김 전 수사관이 인사 청탁을 했다는 건설업자 최아무개씨와 자신 부산 혜광고 동문이라는 의혹 제기와 관련해 “(최씨와) 일면식도 없고 직·간접적으로 어떤 연락을 한 적도 없다. 이 사태 발생 이후 혜광고 동문이란 걸 알았다”고 말했다.
유의동 바른미래당 의원은 김태우가 최씨에게 인사 청탁을 했다는 대검 감찰 결과에 대해 “정황으로 보면 충분히 김태우 전 수사관이 최씨에게 부탁하고 최씨가 (민간인에게 김 전 수사관의 프로필을) 얘기한 게 실질적인 역할을 했다고 보인다”며 조 수석에게 “채용 당시나 이후에 김태우의 인적사항을 보고 받은 적이 없느냐”고 물었다.
조 수석은 “우리가 특감반원을 모집할 때 사적으로 아는 사람을 통해 추천받은 게 아니라 법무부 추천 명단에 기초해 면접했다”며 “김태우도 법무부 제출 명단에 들어 있었지만 나는 면접을 안 했고 인적사항을 보고받은 적도 없다. (최씨가 부탁했다는 민간인은) 향후 검찰 수사로 밝혀져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공무원 연봉 1.8% 올랐다···文 새해 연봉 2억2629만원 1.1 중앙일보
새해 공무원 보수가 1.8% 오른다. 산불 진압용 헬기 정비사와 해난 구조대, 해군 특수전전단(UDT) 등 열악한 여건에서 현장·위험 업무를 맡은 공무원은 수당이 더 오른다. 문재인 대통령의 연봉은 2억2629만원으로 책정됐다. 인사혁신처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무원 보수 규정’과 ‘공무원수당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이 3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새해 공무원임금 인상률 1.8%는 최근 5년 새 가장 낮다. 공무원 임금은 2014년 1.7%가 오른 뒤 2015~18년에는 2.6~3.8%를 기록했다.
공무원 임금 1.8% 인상하기로
9급 초봉 월 159만원, 사병 동결
새해 보수 규정에 따르면 9급 공무원의 경우 월 보수가 1호봉은 159만2400원, 31호봉이 317만100원이 된다. 9급 1·2호봉과 국군 하사 등 최저 임금(월 174만5150원)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 추가 인상분이 적용됐다. 7급은 1호봉이 182만1900원, 31호봉이 382만500원이다. 공무원 보수에는 기본급과 각종 수당이 포함된다.
대통령을 포함한 고위 공무원단과 2급(상당) 이상 공무원의 경우 새해 인상분을 전액 반납할 예정이다. 다만 이들은 지난해 보수 인상분 2.6% 중 0.6%를 반납한 바 있어 새해에는 실제로는 0.6% 상당이 인상된다. 이에 따라 새해 문재인 대통령의 연봉은 지난해보다 149만9000원 오른 2억2629만7000원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1억7543만원을 받는다. 부총리와 감사원장은 1억3272만원, 장관(급)은 1억2900만원이다.
국민 안전과 직결되거나 상시로 위험에 노출돼 있는 실무·현장직 공무원의 일부 수당을 늘린다. 산불 진압용 헬기 정비사의 특수업무수당은 매달 최고 15만7000원에서 23만5000원으로 오른다. UDT나 해난구조대(SSU) 대원에게는 교육기간(4개월) 중 매달 15만원의 위험근무수당을 지급한다. 사병의 봉급은 동결된다. 병장의 경우 월 40만5700원을 받는다. 상병·일병·이병은 각각 36만6200원, 33만1300원, 30만6100원이다.
산의 울음, 강의 눈물에 왈칵…목숨까지 다 내주고 싶었다 181227 불교신문
지율스님이 하고 싶었던 진짜 이야기
아픔이 있는 곳에 가까이 갈수록 부처님이 곁에 있다고 느껴요.” 지난 18일 경북 예천 ‘내성천 기록관’에서 만난 지율스님은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15년 내내 정부와 언론을 상대로 한 나홀로 싸움에서 스님이 원하는 것은 단 하나. “자연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것”이다.
화엄늪, 생태계 파괴 부르는
천성산 터널 공사 반대하며
도롱뇽 소송, 단식 등으로
세간 화제 불러 일으켰지만
정작 ‘생명’ ‘환경’ 제외된 채
공허한 메아리로 흩어져...
‘훼방꾼’ 덧씌운 정부·언론 상대
수십년 쌓은 ‘기록’ 무기로 승소
“15년이 지났는데도 제게 씌워져 지워지지 않는 것들이 있어요. 사람들은 아직도 ‘지율’하면 도롱뇽, 단식, 소송, 이런 것만 기억하죠. 그건 그냥 수단일 뿐인데... 알맹이는 없고 껍데기만 가지고 이야기 하는 거죠. 무조건 개발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법에 명시된 환경영향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으니 다시 한번 제대로 확인하라는 거, 부실 평가로 인해 지금 이 순간에도 습지가 말라가고 있다는 게 문제의 핵심인데 말이에요. 흙 한 점 묻혀 보지 않은 사람들이 ‘전문가’라는 이름으로, ‘개발’이라는 것을 내세워 어떻게 우리 국토를 파괴하고 있는지 아무도 관심 없어요. 아직도 저한텐 ‘2조5000억원’이라는 액수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것처럼요. 10년이 지나도 제가 했던 단식으로 천성산 터널 공사가 늦어져 국가가 그만큼 막대한 손실을 봤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거죠. 수년 동안 수차례 정정보도가 나갔는데도 말이에요.”
정부와 언론을 상대로 한 수많은 싸움에서 나쁘지 않은 결과를 이끌어 냈지만 그는 여전히 웃지 않았다. ‘도롱뇽 소송’, ‘100일 단식’, ‘천성산 지킴이’, ‘영주댐 철거’ 그리고 최근엔 ‘조선일보를 3번 쓰러트린’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지율스님 이야기다. 환경단체 심지어 불교계에서도 이렇다 할 도움 없이 ‘나홀로 싸움’에서 지난 15년 동안 지치지 않고 끊임없이 산과 강에 머무는 이유가 궁금했다. 지난 18일 경북 예천 ‘내성천 기록관’에서 4대강 사업 중 하나인 영주댐 건설로 사라지는 모래강 변화를 기록하고 있는 지율스님과 만났다.
가지런히 맞잡은 두 손 어디 하나 성한 데 없었다. 엿기름을 띄우고 솔갈비를 긁고 배추 묶고 콩을 따느라 흙과 씨름하고 찬물에 담금질하며 생긴 투박함이 고스란히 훈장으로 남았다. 소송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내다 팔아야 하는 청국장, 수수조청을 끓이며 마디마디 갈라지고 터진 손으로 지율스님은 매일 법원에 보낼 변론을 쓰고 강을 떠난 제비를 기다리며 종이를 접었다.
“천성산은... 내성천은...”부터 시작하는 게 스님 입버릇이었다. “나에 대한 이야기, 소송에서 이기고 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 담담하면서도 나직한 말투로 그가 말했다.
지난 10월 조선일보를 상대로 낸 정정보도 청구 소송에서 6년 만에 최종 승소를 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지율스님 단식으로 천성산 터널 공사가 지연돼 6조원 손해가 발생했다’는 조선일보 기사는 허위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마자 ‘경쟁과 대결’에 초점을 맞춘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지율스님이 조선일보를 이겼다’ ‘도롱뇽 단식 지율스님, 거대 언론사 상대 승소’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변호사 없이 법정 싸움에서 대단한 결과를 이끌어냈다는 반응들이 이어졌지만 스님은 정작 “공황장애를 겪었다”고 털어놨다.
지율스님은 경북 예천에 위치한 '내성천 기록관'에서 마을과 강의 변화를 기록하고 이를 전시하고 있다.
“기쁘지 않았어요. 허망했죠. 밝혀져야 할 진실이 오히려 더 두껍게 덮이고 팩트는 사라져버렸으니까요. 조선일보는 제가 싸워야 할 적도 무너트려야할 벽도 아니에요. 지금도 10곳 이상과 소송을 진행 중이지만 상대가 거대 언론사든 정부 기관이든 중요하지 않아요. 정부가 법을 어겼다는 거, 개발에 집착하는 누군가가 거짓말을 했다는 거, 지금 이 순간에도 습지는 말라간다는 거, 진짜 이야기돼야 할 것이 소송으로 인해 오히려 감춰지는 모습을 보며 한 번에 여러 가지 감정이 밀려왔던 것 같아요. ‘자연을 있는 그대로 두자’, ‘제자리로 돌려 놓자’, 제가 원하는 것은 15년 전과 다를 바 없는데 자꾸 덮이고 쌓여 왜곡되고 있는 거죠.”
산의 울음이 지율스님 삶에 왈칵 달려 든 건 2002년 때의 일이다. 산청 내원사에서 산을 지키는 산감 소임을 살던 스님에게 천성산은 그저 환경, 자연으로만 그치지 않았다. “우리 절이 있는 곳, 원효스님이 화엄경을 설하셨던 곳, 내 마음의 뿌리가 있는 곳, 그래서 내게는 성지와도 같았다”는 천성산이 뚫리고 파헤쳐지는 모습을 보며 “가슴이 찢기는 듯 했다”는 스님은 그날로 곡기를 끊었다. 한국고속철도(KTX) 원효터널 건설에 반대하며 38일, 45일, 58일, 그리고 실명 위기와 하반신 마비까지 왔던 100일의 목숨 건 단식. “아파하는 부모를 어떻게든 살리고 싶은 자식의 심정이었다”고 스님은 말했다.
당시 천성산은 환경부가 지정한 생태계보전지역으로 고층습지인 무제치늪을 비롯해 습지보호지역인 화엄늪 등 다수 천연기념물과 법적 보호종이 서식하고 있던 생태계의 보고. 그럼에도 정부는 1994년 실시한 환경영향평가서에 ‘계획 노선 주변에 특별히 보호를 요하는 동식물 없음’으로 명시했다. 천성산 20여 개 산지 늪에 대한 부분도 누락시켰다. 천성산 도처에 있는 꼬리치레도롱뇽조차 ‘없다’ 기록돼 있는 환경영향평가서를 보며 스님은 ‘이건 아니다’ 싶었다고.
“보고서에서 빠진 보호종이 바로 눈 앞에 존재하고 있다는 거, 개발이 습지를 마르게 할 수 있다는 거, 공사에 불필요한 이야기는 모두 빠졌어요.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거죠. 개발이 목적이었으니까요. 법을 지켜야 할 국가가 되레 법을 어겼다는 게 팩트고, 그로 인해 국토가 무너지고 그 자리에 있어야 할 생명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 진실인데, 누구 하나 문제제기하는 사람이 없잖아요. 영주댐도 마찬가지에요. 4대강 사업으로 수백 개 포크레인이 곳곳을 해집고 있는데 누구 하나 말하는 사람이 없어요.”
2003년부터 2006년까지 5차례 걸친 목숨 건 단식으로 천성산에 대한 정부와 스님의 ‘환경영향 공동 조사’가 시작됐지만 터널 공사는 재개됐고 공허한 메아리만 남았다. 한국철도시설공단과 언론은 여전히 그를 ‘국책사업 훼방꾼’으로 몰았다. ‘또 지율이’ ‘여자 중 하나가’ 등 조롱 섞인 기사에 가슴에 생채기도 많이 났다. 스님은 “살면서 들을 수 있는 욕이란 욕은 그 때 다 들은 것 같다”고 말했다.
환멸을 느꼈지만 그래도 산과 강에 남았다. 2011년부터 낙동강 상류 영주시 내성천에 건설되고 있는 영주댐 철거를 주장하며 강가에 텐트를 치고 4년 동안 풍찬노숙을 했다. 용역들이 들어오면서 텐트는 강제 철거됐지만 스님은 여전히 천성산, 내성천에 머물렀다.
“아픔 있는 곳에 다가갈수록 부처님이 가장 가까이 있다고 느껴져요. 출가한 이유가 여기 있는 것 같아요. 신음하는 생명의 옆을 지키는 것. 내성천도 마찬가지에요. 책으로 공부한 서울대 교수보다 자연과 함께 수십년을 살아온 마을 사람들이 그 지역에 대해 훨씬 잘 알아요. 개발업자들은 내성천이 범람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지만 주민들은 범람이 되레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말하거든요. 경험에서 아는 거죠. 실제로 범람 후엔 마을 주민들이 사용할 수 있는 땅은 더 넓어지고 토지는 기름져지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범람을 막는답시고 여기저기 헤집고 다니니 안타까움이 크죠.”
짧은 인터뷰 동안 스님은 내내 ‘기록’을 되뇌었다. 산과 강, 생명이 가장 가까이서 변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영상으로 기록하는 것만이 여전히 진실을 알릴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눈을 비벼가며 잠도 못자고 밤을 새워가며 매일 5개 홈페이지를 관리하고 사진과 영상을 찍어 책으로 영화로 남기는 것도 그 때문이다.
“기록의 힘을 믿으니까요. 없는 것을 있다고, 변하지 않는 것이 변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누군가는 알아야 하니까요.” 카메라, 캠코더, 노트북, 스스로 출판한 여러 책들이 담긴 가방은 스님 몸무게는 족히 넘고도 남을 만큼 무거웠다. 매일 가방을 짊어지고 산으로 강으로 부지런을 떠는 스님에게 지치지도 않냐 묻자 스님은 짧게 답했다.
“종교인 역할이 기도하는 데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사회 아픈 구석구석, 그 가장 가까운 곳 옆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살만한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있을 곳은 ‘생명'이 있는 곳이구요. 지난 15년, 출가자로서 뭐 대단한 일을 한 게 아니에요. 산이 아프다 하니 이런 나라도 괜찮으면 약으로 쓰라고, 단지 그 뿐인 거죠.” 짤막한 대답만 남긴 지율스님은 다시 산으로 돌아갔다.
4대강 사업을 반대하며 ‘땅한평사기’ 운동으로 일궈낸 내성천 기록관.
탄소제로 사회, 대안에서 희망으로 1.1 머니투데이
[탄소제로 시작됐다-①]탄소제로는 비용 아닌 투자…기후환경변화와 경제성장 두 토끼 쫒는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남극 대륙의 빙벽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자료사진=머니투데이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폭을 1.5도로 제한하려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50년까지 0으로 줄어야 한다.”
지난 10월 인천 송도에서 열린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총회가 내린 결론이다. 지금처럼 무분별하게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를 내뿜으면 인류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의 발로다. 그렇지만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온실 가스 배출의 주원인인 화석연료 에너지 사용을 줄이거나 대체한다는 것은 기존 경제와 사회 체제를 뿌리부터 바꿔야 하는 도전의 여정이다.
◇탄소제로 사회, 선택 아닌 필수=‘탄소제로 사회로의 대전환’은 이미 시작됐다. 탄소제로란 배출한 이산화탄소와 같은 양을 흡수하는 대책을 세워 순배출량을 ‘0(제로)’으로 만든다는 개념이다.
EU는 지난해 11월 2050년까지 세계 최초의 ‘기후중립국’이 되겠다는 선언을 했다. 유럽 전체의 탄소 배출량과 탄소 포집량을 같은 수준으로 맞춰 2050년부터는 유럽에서 더 이상 추가적인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탄소제로 사회를 이룩하겠다는 것이다.
탄소제로 사회, 대안에서 희망으로
우리나라 역시 탄소제로 사회로의 대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항목이다.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채택된 ‘파리기후변화협정’에 따라 2030년에 배출될 것으로 전망되는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를 전망치보다 37%(5억3600만톤) 줄이겠다고 이미 약속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산업 부문별 에너지 이용효율 제고, 산업공정 개선, 친환경 원료와 연료로의 대체 등을 추진키로 했다. 기존 건축물의 그린리모델링 활성화,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전기·수소전지차 보급 확대, 자동차 연비기준 강화, 선박·항공기 연료효율 개선 등도 주요 추진 과제다.
◇강화된 환경규제, 산업분야 혁신 동력으로=그동안 세계 각국은 도쿄의정서 등을 통해 이산화탄소 감축의 필요성에 대해선 인식해 왔지만 당연히 수반됐어야 할 에너지, 경제, 산업, 사회 구조 전환에는 소극적이었다. 이산화탄소 감축을 단순히 비용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0년 도쿄의정서를 대신할 신기후체제 출범을 앞둔 현 시점에서 EU 등 선진국들은 이미 탄소제로 사회로의 대전환을 기존 화석연료 기반의 산업구조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새로운 성장동력 탐색의 계기로 인식한다.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는 1995년 발표한 논문에서 일찌감치 “높은 수준의 환경규제와 잘 설계된 환경정책은 기업에게 혁신 자극이 돼 기업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포터가설’이다.
화석연료 기반 사회경제 체제에서 만들어진 가설이지만 탄소제로 사회로의 대전환기에 더욱 유효하다. 즉 이제 전문가들은 온실가스 감축과 국가 경제성장의 동시달성이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라고 분석한다.
2020년 파리협정으로 대표되는 신기후체제가 들어서면 환경규제의 폭이 넓어지고 강도가 높아질 것이다. 결국 생산자는 다수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환경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해야 한다. 특히 전기차와 같은 친환경 자동차의 경우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독일의 자동차 전문 컨설팅업체인 롤렌드버거(Roland Berger)는 2020년 전기동력차 수요가 660만대에서 2025년에는 2490만대로 폭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신흥 개발도상국가들의 생산 기술이 신기후체제에 따른 환경규제를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상대적으로 기술 우위에 있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환경규제가 수출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탄소제로, 기후변화와 경제성장 두 토끼 잡는다=최근 탄소제로 사회로의 대전환 트렌드는 기후변화 대응과 경제성장이 양립 가능하고 성과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지난해 IPCC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된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연평균기온의 상승 폭이 산업화 시기(1850~1900년)와 비교해 1.5도 이하가 되기 위해선 전 세계 국가들은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순배출을 0으로 맞춰야 한다.
이를 위해선 2050년까지 1차 에너지의 50~65%와 전력 생산의 70~85%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해야 한다. 이와 함께 배출한 이산화탄소를 인위적으로 흡수하기 위한 투자도 병행해야 한다. 2035년까지 최소 매년 2조4000억달러 규모의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즉 이러한 투자는 기술 혁신은 물론 기업경쟁력과 국가의 수출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실제로 2010년 유럽기후재단이 내놓은 ‘저탄소 유럽 로드맵 2050’ 보고서는 탄소제로 사회로의 대전환은 긍정적인 경제효과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엇보다도 에너지 분야의 전환을 통해 2050년까지 GDP 대비 에너지 비용이 20~30%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이 수치는 매년 3500억 유로가 절감되는 것으로 유럽에서 한 가구 당 1500 유로 규모의 수입이 느는 것과 같은 수준이다. 이 과정에서 약 30만~50만개 신규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으로 관측했다.
전성우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 교수는 “탄소배출량을 줄였는데도 경제성장률은 오르는 디커플링 현상이 이미 다양한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며 “탄소제로 사회로의 대전환이 시작된 만큼 정부 차원에서 산업계 등 이해당사자들이 제도적·사회적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적극적인 설득과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AI·IoT 등 4차 산업혁명 '탄소제로' 사회로 이끈다
[탄소제로 시작됐다-②]수요 맞춤형 생산·친환경 교통수단도입·친환경에너지 전환 등 주목
AI(인공지능), IoT(사물인터넷)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은 ‘탄소제로’ 사회로의 대전환을 이끄는 핵심 요소다.
2017년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내놓은 ‘2050 저탄소경제 비전연구’에 따르면 탄소제로 사회에서 산업구조의 방향은 제조업의 기술 혁신과 서비스업의 성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 중심에는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이 자리한다.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혁명적인 기술개발은 화석연료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다. 생산분야의 경우 AI, IoT 기술을 바탕으로 정교하게 설계된 수요 맞춤형 생산이 가능해지면서 제조업의 생산과정과 최종 소비단계 간의 거리가 좁혀져 과잉 공급 및 장거리 수송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이 줄어들 것이라는 얘기다.
수송분야에서는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 등 친환경 교통수단이 탄소제로 사회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는 점차 설자리를 잃어갈 수밖에 없다. 국제 환경규제 대응과 자동차산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이미 프랑스는 2040년까지 휘발유와 경유차 판매 중단을 발표했으며, 네덜란드, 노르웨이는 2025년, 인도는 2030년까지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를 중단키로 했다. 내연기관 자동차들이 사라진 자리는 전기차와 수소전지차 등으로 대체될 것으로 예측된다.
여기에 고령화에 따른 자가용 수요 감소, 도시내 오염물질 및 이산화탄소 배출에 대한 규제 강화 등에 따라 카쉐어링(차량공유), 트램이나 하이퍼루프 등 친환경 대중교통 등의 교통수단이 더욱 주목받을 것이라는 게 관련학계나 업계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가팔라질 것으로 관측된다. 화석연료 에너지의 강력한 대체원으로 꼽히던 원자력발전은 온실가스 감축에는 매우 유용하지만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가 빠르게 확대되면 지속가능성의 관점에서 우선순위가 뒤로 밀릴 수 밖에 없다.
홍동곤 온실가스정보센터장은 “국내 산업 부분 전반에 걸쳐 에너지 효율 제고를 위한 정책적·기술적인 측면에서 더욱 활발하고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며 “며 ”특히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혁신적인 신기술 발굴 및 개발을 위한 움직임이 더욱 광범위한 분야에서 확산돼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는 지금 '탄소제로 도시'에 주목한다 머니투데이
[탄소제로 시작됐다-③]독일, 영국 등 선진국은 물론 중동 산유국도 탄소제로 도시 건설 박차
2020년 파리기후변화협정에 따른 신기후체제 출범을 앞두고 전 세계가 친환경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탄소제로 도시’ 구축에 뛰어들고 있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만큼 이를 흡수하는 대책을 세워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이 ‘0(제로)’인 도시를 의미한다. 온실가스 의무 감축 등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환경과 에너지 관련 기술의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선진국은 물론 개도국, 중동의 산유국들까지도 탄소제로 도시에 주목한다.
독일의 환경 수도로 불리는 프라이부르크는 30년 넘게 차근차근 ‘탄소 제로’라는 청사진을 현실로 이뤄가고 있다.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1992년 대비 50%로 줄이고, 오는 2050년까지 탄소제로 도시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태양전지, 태양열을 이용한 온수공급 등의 다양한 태양 에너지 개발뿐만 아니라 풍력 및 바이오매스 에너지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영국은 2002년 런던 남부 서튼에 세계 최초의 탄소제로 도시인 ‘베드제드’를 건설했다. 베드제드의 건축물은 자연 환기 및 자연 채광 설계, 고성능 외단열 시스템, 고기밀 창호 설치 등 건축 설계에서부터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도록 관리한다. 덕분에 전기소비량 45%, 물 소비량 50%, 온수용 에너지 소모량 81%를 절감하고 있다.
중국도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탄소제로 도시에 눈을 떴다. 상하이 인근에 추진 중인 ‘둥탄 신도시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태양열,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 전력을 공급하고 쌀겨, 볏짚 등의 바이오 연료를 난방에 사용하고 전기차와 수소전지차 등 친환경 차량만 운행이 가능토록 건설되고 있다.
산유국인 중동에서도 탄소제로 도시에 주목한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의 ‘마스다르 시티’는 ‘석유 이후 시대’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추진하는 220억달러 짜리 초대형 프로젝트다. 물론 태양광(52%)과 태양열(26%) 등 100% 신재생에너지만 사용하는 것이 목표다. 화석연료 기반의 자동차가 시내에 진입할 수 없는 것은 기본이다. 쓰레기의 50%는 재활용하고 나머지는 퇴비로 쓰여진다.
우리나라에서도 지자체들이 앞다퉈 탄소제로 도시 건설에 나서고 있다. ‘카본프리 아일랜드’ 정책을 추진 중인 제주도가 가장 앞서 있다. 전기차, 수소전지차 등 친환경 차량은 물론 태양광, 풍력 등 각종 신·재생에너지 기술을 테스트베드이기도 하다. 2012년 수립한 카본프리 아일랜드 2030계획에 따라 2020년까지 탄소제로 인프라를 구축하고 2030년까지 완전한 탄소제로를 달성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파편사회서 공감사회로] 혐오ㆍ배제를 덜다, 공감ㆍ동행을 더하다 1.1 한국
<1>우리 함께 살 수 있을까
‘갈등ㆍ차별ㆍ혐오ㆍ극혐ㆍ불평등’ 표현 온라인 사용빈도 4년새 3배
가장 많이 쓴 감정 표현은 ‘혐오’… ‘고통+분노+공포’보다 압도적
모두가 혐오와 차별에 몸서리친다. 각자의 고통이 무거워 차마 곁은 돌아보기 어렵다고 한다. 이 모진 ‘파편사회’의 현실 앞에 2019년 한국 사회가 서 있다. 이 혐오의 메커니즘을 이제는 들추고 바꿔야 한다. 조각난 파편으로 나뉘어 미워하는 사회를 넘어 이해하고 연대하는 공감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따스하게 감싸 쥔 서로의 손안에서 하나의 빛으로 타오르는 촛불처럼. 혐오와 차별로 비롯된 갈등이 지배한 2018년 대한민국의 현장 사진 231장을 모아 녹아 내리는 촛불 이미지로 모자이크했다. 류효진 기자
도처에 절망과 혐오가 넘실댄다. 2019년 대한민국은 무한경쟁, 불평등, 실업, 부채, 빈곤이 두렵고 화나는 이들의 세계다. 동시에 이주노동자라, 여성이라, 노인이라, 성 소수자라, 특정 지역 출신이라, 가난한 자라 미움받는 사회다. 큰 행복은 처음부터 포기하고 ‘소확행’(小確幸ㆍ작지만 확실한 행복)에 한 줄기 기대를 거는 자포자기 사회, ‘노오력의 배신’을 논하는 불신의 시대. 하필 지금 분노와 혐오가 창궐하는 건 우연이 아니다.
타인의 고통에 공감할 여력도 능력도 동 난 사람들에게 남은 건 생존주의, 과잉 능력주의, 우열의 논리다. 이들에게 타자는 언제 내 몫을 부당하게 채 갈지 모르는 존재다. 이념, 계층 갈등 등 미처 풀지 못한 난제가 수두룩한데 젠더(genderㆍ성), 세대와 같은 새로운 혐오의 대상이 촘촘하게 쌓였다. 각자도생(各自圖生)을 도모할 수밖에 없는 이곳에서 누가 이 구조를 만들었는지 돌아보기는 쉽지 않다.
모든 이가 조각나고 부서진 파편(破片)이자 파(派)와 편(偏)으로 나뉘어 공감 대신 혐오하고 미워하는 세상. 이른바 ‘파편(破片ㆍ派偏)사회’의 비극이다. 다변화 사회의 성장통으로 보기에는 정도가 심하다. 김윤태 고려대 공공정책대학 교수는 현재 한국 사회 혐오의 양태를 ‘자전거 타기 반응’이라고 본다. 위로는 고개를 숙이고, 아래로는 발을 굴려 짓밟는 행위. 개인이 처한 불행의 원인을 사회구조나 기득권에서가 아니라 오직 약자에게서 찾는 태도를 일컫는 용어다. 독일 사회학자 테오도르 아도르노의 이 사회병리적 개념을 대입했던 건 나치 시대였다.
한국일보는 신년기획 ‘파편사회에서 공감사회로’ 시리즈를 통해 이 깊은 상처의 원인을 확인하고 대안을 모색한다. 개인의 힘으로 견디기 어려운 분절화된 사회 속에서 꾸준히 배양되는 절망과 혐오, 그 기제를 직시하고 바로잡으려 한다. 공감제로, 희망제로 시대에 한 줌의 가능성을 찾길, 허무가 넘치는 파편사회에 안녕을 고하길 기대하며.
데이터를 통해 들여다본 2019년 한국은 차별과 혐오가 지배하고 그 바탕에는 고통, 분노, 억울함의 정서가 자리한 사회다. 한국일보가 지난 연말 빅데이터 분석업체 봄마루와 조사한 결과, 각종 온라인 공간에서의 ‘갈등 키워드’의 버즈량(buzzㆍ특정 주제에 대한 언급량)은 지난 4년간 매년 2배 수준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이는 2015년 1월~2018년 12월 갈등의 5개 연관어(갈등, 차별, 혐오, 극혐, 불평등)가 블로그 및 커뮤니티, 포털 웹 카페, 네이버 지식인, 뉴스, 트위터 등 총 4,226만6,925건의 인터넷 공간 게시물에서 사용된 빈도를 분석한 결과다.
단순 언급이 아닌 혐오의 의도를 지닌 텍스트를 별도 추출하기 위해 실시한 ‘확장 키워드’(○○녀, ○충, ○딱, ○형 등 각 영역 혐오표현 포함 53개 낱말) 버즈량 분석에 따르면 혐오 표현 및 각종 비하 지칭어 사용은 2015년 407만4,279건에서 2018년 1,176만1,136건으로 무려 3배(290%)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젠더 영역의 혐오 표현 사용 빈도는 이 기간 12배가 넘는 1,247%로 폭증했다. 분석 대상 텍스트에서 사용된 감정어는 ‘혐오’가 75%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고통’이 12%로 뒤를 이었다.
최근 4년간 ‘혐오ㆍ차별ㆍ갈등’ 이슈 추이. 그래픽=김문중 기자
◇ 혐오에 맞서자 다시 반발혐오가
2015년 1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4년간 연간 2배 수준, 누적 8배 수준으로 꾸준히 증가한 ‘갈등의 5개 연관어’ 언급이 최고 10~14배 수준으로 치솟은 건 트위터에서 각종 젠더 이슈가 폭발했던 시기와 일치한다. 각각 ▲강남역 살인사건(2016년 5월) ▲대선 토론회에서의 동성애 반대 발언 논란 ▲게임업체의 성차별적 사상검증 논란 ▲여성 아이돌의 페미니즘 관련 소품 사용에 대한 일부 팬의 반발 논란 등이다.
연관어에 포함된 혐오, 차별, 불평등 그 자체가 늘어났다기보다는, 우선 이 기간 혐오와 차별에 대한 우려, 경계가 비로소 쏟아져 나온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해당 담론은 트위터가 이끌었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강남역 살인사건은 가해자가 평소 여성으로부터 무시를 당했다는 인식을 가지고 여성 타깃을 기다렸다 살해한 페미사이드(femicideㆍ여성이라는 이유로 살해하는 범죄)로 여성들이 평소 느꼈던 불안, 공포, 차별이 쏟아져 나온 전환점”이라며 “미소지니(misogynyㆍ여성혐오)가 대중 언어로 사용되기 시작한 계기이기도 하다”고 진단했다.
이를 ‘페미니즘 리부트’라 표현해 온 손희정 연세대 젠더연구소 연구원은 “페미사이드라는 구체적 계기를 통해 그간 겪어 왔던 성폭력, 성차별의 집단기억이 공유되고 여성혐오라는 단어가 파급력을 얻게 됐다”며 “이런 혐오의 존재가 부각되기 시작하면서, ○○내 성폭력 고발과 ‘미투(#Me Too)’ 고발이 촉발되고 이어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인터넷 공간에서 관련 언급이 늘어난 사실 자체는 가치중립적으로 혹은 긍정적으로 볼 여지도 있다는 분석도 뒤따랐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경계심이 그만큼 늘었다는 의미로 거시적으로 보면 그동안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했던 문제에 대한 성장통, 불협화음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손희정 연구원 역시 “상황의 직시를 위해선 갈등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이때까지 차별당하면서도 싸우지 못했던 이들이 싸우기 시작하면서 갈등이 증폭되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을 두고서도 ‘평화로울 수 있는데 왜 징징대나, 왜 갈등을 키우냐’고 비난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 지금 가장 뜨거운 혐오, 젠더
혐오 및 차별표현, 지칭어 사용의 증가추세를 영역별로 보면 2015년 대비 2018년의 언급량은 각각 젠더 1,247%, 성 소수자 64%, 난민 50%, 세대 23%, 다문화 13%씩 증가했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성들이 우리 사회에 만연한 혐오를 비로소 인지하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니 반발의 에너지도 분출, 동원되는 양상”이라며 “특히 최근 들어서는 양극단, 즉 극단 페미니즘과 반(反)극단 페미니즘이 핑퐁(탁구)처럼 비난을 주고받으며 이슈가 증폭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혐오에 대한 조직적 경계, 경고, 반발이 쏟아지자 이를 억누르려는 혐오도 함께 커져 왔다는 분석이다.
성 소수자와 난민에 대한 혐오 증가는 한국 사회 혐오의 속성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로 지목됐다. 신광영 교수는 “사람들이 현실에서 부딪히는 위협의 여부나 실재하는 크기와 달리 ‘상상 속의 악’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라며 “다르고 모르는 존재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태도가 소수자 중 소수자에게 향하고 있으며, 이런 고립적 태도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언론을 통해 과대 대표되는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장한업 이화여대 다문화연구소장 역시 “민족, 문화, 언어, 성, 젠더, 종교 등을 포함한 다름이 부각되는 이른바 ‘차이의 부상’을 이해하고 다루는데 한국 사회가 얼마나 미숙한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꼬집었다.
이런 반응은 자신이 처한 경제적 불안, 미래에 대한 막막함의 원인을 소수자에게 투사한다는 측면에서 특히 위험하다. 손희정 연구원은 “과거 존재했던 소위 빨갱이 혐오가 점차 힘을 잃고 종전선언 국면에 다가가면서 한국 사회가 (비난할) 다른 소수자, 새로운 타자를 찾아가는 식”이라며 “정권이 바뀌었는데도 삶이 나아지지 않은 이유를 ‘내 것을 빼앗는 소수자’에게 돌리고 싶은 심리”라고 풀이했다. 이어 “조금이라도 다른 정체성을 보이면 나를 위협하는 존재로, 제거하고 싶은 대상으로 보는 혐오는 지극히 식민주의적 감정”이라고 보탰다.
◇ 슬프고 분노하고 억울했다
분석 대상 텍스트에서 사용된 감정어 빈도는 혐오가 75%로 압도적으로 높았고, 고통이 12%로 뒤를 이었다. 또 분노 7%, 공포 5%, 억울함 1%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트위터를 제외한 분석 대상 텍스트에서 각 감정어가 사용된 비율이다. 이를테면 ‘혐오’의 구체적 감정어로는 혐오, 극혐이, 고통의 구체적 감정어로는 고통, 괴로움, 우울함, 힘듦, 슬픔 등이 분석에 포함됐다. 트위터는 리트윗(retweetㆍ재전송) 이용자의 의도가 최초 게시자의 감정과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해당 분석에서 제외했다.
이나영 교수는 “사회적 타살도 모자라 혐오로 인해 실존적 타살까지 당해야 하는 상황이 약자에게 고통, 슬픔, 공포를 안겨주는 것은 당연한 결과로, 이런 집합적 슬픔은 결국 구조적 문제에 집중하게 될수록 분노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봤다. 또 다른 분노의 배경으로는 누적된 피로감, 스트레스 등이, 공포와 억울함의 다른 배경으로는 각각 ‘자신의 안위에 대한 불안감’이 지목됐다.
신광영 교수는 “인권이나 다양성 수준에 따라 정도는 다르지만 낯선 존재에 대해 일종의 공포 반응이 나오는 것은 세계적 현상”이라며 “특히 대상이 약자, 소수자일 경우 반발이나 저항으로 자신이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이 낮아 두려움, 공포를 쉽게 공공연히 투사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억울함은 ‘자기가 대접을 받아야’ 하는데 왜 외국인, 난민에게 무언가를 제공을 하느냐, 왜 북한에게 주느냐는 차원”으로 “상대적으로 박탈된 상태에 있는 사람들은 현재 상태만으로도 억울한데 다른 소수에게 뭔가 돌아가는 것만으로도 ‘퍼주기’라 느끼고, 억울함을 갖고 있다”고 봤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정서들이 방치되면서 혐오 배양에 최적화한 조건이 계속 제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오창익 사무국장은 “마치 곰팡이가 피는데 적당한 온도와 습도가 존재하듯, 혐오가 나타나는 조건과 여력이 충분한 게 현재 한국 사회의 현실”이라며 “바로 이 근본 조건을 어떻게 줄여 나갈지를 고민하는 게 숙제”라고 힘줘 말했다. 각종 박탈감, 불평등, 차별 등 혐오와 차별이 싹트는 근본 원인에 주목해야 한다는 얘기이다.
그는 “세상에 대한 불만, 일자리 문제, 복지 문제 등 그 무엇이든 시민들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대목이 무엇인지 파고들어야 한다”라며 “이를 테면 군복무 문제에 대한 불만이 폭발한다면 복무 기간을 줄이거나 이 여건을 개선하는 것, 일자리에 대한 박탈감이 표출한다면 이를 직시하는 것 등이 근원적인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나 국회가 이 같은 혐오를 지나치게 방치하고 방관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점차 다양해지는 시민들의 욕구와 소외, 배제에 대한 불안, 공정성에 대한 불신이 정당 정치의 장 안에서 적절하게 대변되지 못하는 가운데 여러 갈등이 심각하게 곪고 방치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이 사회 갈등과 혐오 문제에 보다 책임감을 갖고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인도 농촌의 ‘순환형 삶’을 눈여겨 본다 1.1 미디어어늘
[기고]이원영 수원대 교수, 국토미래연구소장
필자는 2017년 봄에 서울을 떠나 2년 넘는 기간 동안 바티칸까지 약 9,000km를 걷는 ‘생명탈핵실크로드’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초까지 4,000km 넘게 걸었고, 올 겨울 다시 인도를 걷는 중이다.
인도여행은 위험한 데가 있다. 오랜 세월을 내려온 카스트 차별이 남아 문명의 밝음과 ‘정글’ 같은 어둠이 공존한다. 하지만 위험의 확률로 따지면 어느 사회나 별 차이 없다. 미국의 ‘총기난사’나 한국의 ‘가짜뉴스’는 얼마나 위험한가? 인도는 인구가 13억이나 되다 보니 요즘같은 정보화 세상에 나쁜 소식이 들릴 일도 그만큼 많아진 것이다. 일단 관광지나 도회지를 벗어나면 농촌의 인심은 여느 나라나 다를 바 없다. 오히려 인도 농촌은 기후변화시대에 지구촌에 시사하는 바가 있다.
‘아니 웬 ‘소똥’을 그렇게 정성들여 반죽 하나?’ 필자가 작년말 인도 농촌을 걷기 시작할 무렵 아낙네들을 보고 의아했다. 하지만 금새 의문이 풀렸다. 식당에 들렀더니 인도 특유의 ’짜이‘라는 차를 끓이는 화덕에 그 말린 ’소똥‘이 불타고 있었다. 연기는 조금 나지만 냄새는 전혀 없다. 감탄스런 연료다.
▲ 전형적인 인도농가의 소똥말리는 모습. 사진=이원영
가만히 놔두면 썩어서 온실가스가 나올 놈을 에너지로 활용하면서 비슷한 양의 다른 온실가스로 변화시킬 뿐이니 일석이조가 아닌가? 소는 짚과 잡초류만 먹기에 깨끗한 똥이다. 인도농촌 8억 인구가 소똥 연료를 씀으로써 나무를 벨 일도 없다. 소똥으로 화력발전을 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하지만 사람의 똥오줌은 큰 문제다. 널리 알려졌듯이 인도농촌은 화장실을 갖추지 못한 농가가 절반이 넘는다. 예전에는 집안에 화장실을 두지 않는다는 종교적 이유도 있고 평원을 비옥하게 한다는 생각도 있었겠지만 지금은 전혀 다르다. 그들도 치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어서 최근 급속도로 개선되는 편이다. 이 문제를 별도로 한다면 인도농촌은 특유의 장점이 가득하다.
소의 유용성은 소똥뿐이 아니다. 농경에 필수적일 뿐 아니라 육식 하지 않는 그들에게 언제나 신선한 우유를 공급한다. 우유로 짜이도 만들고 라씨라는 발효우유죽을 만들어 먹는다.
▲ 마을 숲속에서 소들이 한가롭게 쉬고 있다. 사진=이원영
소들이 신성되는 것은 그래서일까. 이들은 마을마다 조성된 울창한 숲 그늘에서 자란다. 소와 양 그리고 야생돼지들이 먹거리를 찾아 자유롭게 돌아다닌다. 닭과 오리도 방목하면서 키운다. 자연스레 활기 넘치는 닭들은 ’조류독감‘에 걸릴 틈이 없다. 이들을 보자니, 병에 걸렸다 치면 집단학살 당하는 한국의 양계장이 떠올라 우울하다.
이들의 먹이가 되는 잡초가 귀하다. 자랄 틈이 없다. 그래서인지 비닐농사를 찾아볼 수 없다. 볏짚은 더 귀하다. 소 먹이 뿐 아니라 소똥 말리는데 부재로 쓰여야 한다. 농가의 웬만한 건물의 지붕이나 벽재에도 요긴하게 쓰인다. 볏짚은 농가의 귀중한 재산이라서 가을 수확 후 일 년 내내 잘 관리한다.
인도의 평원지대는 대체로 점토질의 토양이다. 때문에 지하로 물이 스며들 때 수질이 정화되는 편이어서 오랫동안 우물을 식수로 활용해왔다. 최근 마을마다 수동펌프가 널리 보급돼 위생적으로도 안전하다. 물 문제도 순환형으로 해결한 셈이다.
점토의 용도 또한 다양하다. 어디서나 손수 물레를 돌려 질그릇 만드는 장면을 본다. 옹기부터 찻잔까지 그릇을 짓고 말리고 굽는다. 농가는 주로 벽돌로 짓는데, 그 벽돌도 점토를 구워서 만든다. 수명이 다한 낡은 집이 허물어져도 그 벽돌은 흙속으로 돌아가기 쉽다. 도시에서 신경써야 할 건축폐기물 문제가 없다. 순환적이다.
또 벽돌외에 볏짚과 흙벽으로 짓는 건축물은 수명이 짧아서 손이 많이 가는 단점은 있지만 그 자체로 에너지 절약적이다. 그래서인지 전기줄 없는 곳이 대부분임에도 삶에 문제가 없다. 다만 휴대폰 보급이 늘고 그 충전 때문에 태양광 패널들이 농촌 구석구석에 들어와 있다.
▲ 인도 농촌 들녁의 가을. 사진=이원영
인도는 아열대이고 대평원의 대륙이어서 농산물이 많다. 쌀도 밀도 잡곡도 양으로는 세계 톱클라스다. 다만 강우량이 다소 적은 건조기후여서 지역별로 작물의 분포가 다소 차이 나지만, 히말라야 산맥에서 내려오는 물줄기가 인도 평원을 통과해 구조적으로는 안정된 모습이다.
현재 13억 인구가 계속 늘어나서 2024년쯤이면 중국을 추월할 것이다. 다행인 것은 이 많은 인구가 아직 자립적 순환적 삶을 살고 있다. 자원을 소모하기만 하는 도시적 삶과 달리, 기후변화시대에 아열대 지구촌에서 유용한 모델이 될 만하다.
그리고 온대지방에 사는 우리에게도 시사점이 크다. 원래 우리도 그런 삶을 살아오지 않았던가?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2019년, 부동산공화국 혁파 원년으로 1.1 프레시안
[기고] 문재인 정부가 다시 비상하는 길은...
문재인 정부의 2018년은 '천당에서 지옥으로'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지지율의 부침이 극심했다. 2006년 지방선거 참패의 완벽한 복수라고 할 대첩의 기억은 이제 희미하기만 하다. 전운이 감돌던 위기감, 남북 정상의 연이은 만남이 가져온 감동과 기쁨, 사상 초유의 북미 정상회담이 야기한 흥분도 기억 저편에 있다. 눈 밝은 시인의 표현을 빌어 말해 보자.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근본적 사회경제적 양극화 해소를 미룬 결과는 지지율 폭락
이 정부의 가장 큰 패착은 참여정부 당시의 경험을 오독했다는 사실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포스트를 맡고 있는 사람들은 대통령을 포함해 많은 경우 참여정부 당시에 포스트를 맡았던 사람들이다. 이들은 참여정부 실패(낮은 지지율, 연이은 선거패배, 정권채창출 실패, 노 대통령의 서거 등)의 가장 큰 원인을 근본적이고 급진적인 정책(물론 참여정부의 정책패키지가 근본적이고 급진적이었는 가는 논쟁적인 주제다)의 추진에서 찾는 것 같다. 즉 '시간이 한참 경과한 후에 나타나는 데다 다수 유권자들에게 소구되지도 않는 정책들을 펼치다가 지지율 하락과 선거 참패를 불러왔고 급기야 노무현을 잃었다'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들의 인식이 이런 수준이라면 펼 수 있는 정책 조합과 선거전략은 자명하다. 거의 모두가 동의하는 남북 관계의 획기적 개선(남북 경협이 비약적으로 증진되면 투자와 고용, 성장의 돌파구가 열릴 수도 있다)에 올인하고, 사회경제적 모순과 개혁은 관리하는 수준에서 운용하며, 가급적 적을 만들지 않는다는 방향으로 정리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적어도 사회경제 개혁에 관한 한 문재인 정부가 그간 보인 스탠스를 보면 이같은 분석이 타당해 보인다.
문제는 문재인 정부의 인식과 처방이 모두 틀렸다는 데 있다. 남북 관계라는 마차로 사회경제적 모순이라는 말을 견인할 수는 없으며, 양극화로 집약되는 대한민국의 사회경제적 모순은 국민적 일체감과 유대감을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고, 정치적 반대자를 만들지 않는 정치는 반(反)정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처음부터 사회경제적 양극화 해소에 정책과 정무를 복무시키는 것이 옳았다. 그리고 그 힘으로 남북관계를 힘있게 추동해야 했다.
사회경제적 양극화 해소에 올인하면 적극적 지지자들과 격렬한 반대자들이 생기게 마련이다. 단언컨대 지속하는 것도 불가능하고 위태롭기 그지 없는 지지율 80%보다는 사회경제적 양극화 해소에 올인하며 획득한 콘크리트 지지율 55%가 압도적으로 힘이 세며 바람직하다. 문재인 정부는 근본적 사회경제적 양극화 해소를 미루고 그 대신 지지율을 얻으려고 했지만, 결과는 재앙으로 나타났다. 한 마디로 '게도 구럭도 잃은' 셈이다.
부동산공화국 혁파부터 시작하자
부동산 문제야말로 문재인 정부가 실패한 대표적 영역이다. 집이 없는 중산층과 서민들은 문재인 정부 시절에 집값에 신경쓰지 않고 살 수 있으리란 믿음이 있었다. 물론 그 믿음은 완전히 배신당했다. 대부분의 시민들에게 경제는 압도적으로 부동산이다. 작년 7월 이후 본격화 된 문재인 정부 지지율 하락이 서울 아파트 가격 폭등과 타이밍을 같이 한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놀라운 대목은 문재인 정부가 이런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부동산 정책 실패에 책임이 큰 김수현 수석을 정책실장으로 승진시킨 것을 보면 말이다.
좋다. 지나간 것은 잊자. 앞으로가 중요하다. 사면초가 상태에 몰린 문재인 정부가 다시 비상할 수 있는 길은 자명하다. 사회경제적 양극화 해소에 올인하면서 그걸 지렛대로 정치적 지지층을 강력히 복원시키는 길이 그것이다. 어렵고 힘든 길임을 안다. 사회경제적 양극화 해소에 올인한다고 해서 그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 예컨대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공화국 혁파에 나서면 당장은 건설투자가 줄고, 고용지표가 악화되며, 부동산 자산이 감소할 것이다. 정치적 후폭풍도 엄청날 것이다. 하지만 '사회경제적 양극화가 완화되는 대한민국', '공정과 혁신이 가능한 대한민국',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부동산공화국을 혁파하는 길 이외에 다른 길이 없다.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공화국 혁파로 생기는 정치적 반대자만이 아니라 그 너머에 있는 정치적 지지자들(그들의 수는 압도적으로 많다)을 볼 수 있는 안목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부동산공화국 혁파의 수혜자들(언뜻 비조직적으로 보이고 미덥지 않게 여길 수도 있는)에 대한 믿음을 지녀야 한다. 그런 안목과 믿음 없이 어떻게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겠는가?
내가 생각하는 노무현 정신이란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역사와 대의에 헌신하는 태도 그리고 그런 태도를 지닌 정치인과 정당을 시민들은 끝내 지지하고 지켜준다는 믿음의 결합이다. 노무현 정신을 이해하고 실천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노무현을 사랑한다 말할 수 있을 것인가? 나는 문재인 정부가 노무현 정신의 계승자이길 간절히 바란다. 나는 문재인 정부가 노무현 정신을 계승해 올해부터 부동산공화국 혁파의 담대한 길을 뚜벅 뚜벅 걷길 희망한다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사유재산제는 약탈의 도구다
[인문견문록] 존 로크의 <통치론>
사립유치원의 조직인 '한유총'은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도한 '유치원 3법'을 반대하면서 '사유재산권 침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의 지원은 당연하게 생각하면서 정부의 개입은 사유재산을 침해한다는 주장을 보면서 착잡했다. 물론 한유총을 비판하는 여론이 대다수지만, 또 모두가 그런 것도 아니다. 적은 숫자이지만, 사유재산의 절대성을 들먹이며 정부 정책을 반대하는 이들도 있다. 흥미롭게도 이런 사람들은 자신을 '자유주의자'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의 '자유'에는 대기업과 부자들의 사유재산에 대한 절대적 맹신이 깊게 배어있다. '자유의 투사'와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 '자유'를 들먹일 때의 어색함이라니…. 인간에게 소중한 '자유'가 자칭 자유주의자들에게서 사유재산 문제로 축소될 때 '자유'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린다. 그렇다면 사유재산은 절대적인가? 이 같은 의문을 풀기 위해 로크의 <통치론>(강정인·문지영 옮김, 까치 펴냄)을 읽기 시작했다.
서구의 근대는 자본주의와 식민주의로 요동치는 시대였다. 이런 시대는 새로운 근대 국가를 낳았고, 근대국가는 자신을 정당화해 줄 사상적 지지대가 필요했다. 시대가 원한 사상은 사회계약론과 사유재산제에 기초한 고전적 자유주의였다. 자유주의의 원리를 집대성한 것은 로크였다. 존 로크는 1632년 영국 서머싯주 링턴에서 변호사 집안에서 태어났다. 옥스퍼드대학에 진학해 성직자의 길을 걸으려 했으나, 의학으로 관심을 돌렸다. 개업의가 된 그에게 운명적인 일이 일어난다. 로크는 애슐리 경이라는 인물의 간 종양 제거 수술을 통해 그의 생명을 살린다. 애슐리 경은 훗날의 섀프츠베리 백작 (Earl of Shaftesbury)으로 당대 영국정치의 풍운아였다. 이후 로크는 애슐리 경의 고문의사가 되어 격동의 정치 속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섀프츠베리는 찰스 2세의 동생이자 가톨릭 교도인 요크 공 제임스(James of Duke of York)를 왕위계승에서 배제하려던 배척 법안을 주도하였다. 가톨릭 신자였던 제임스는 왕위에 오르기도 전부터 의회와 청교도들에 대한 적의를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었다. 배척법안이 목표로 한 것은 제임스를 왕위계승 후보자에서 배제하는 것은 물론이고 왕권을 제한하고 하원의 권리를 확보하는 것이었다. 섀프츠베리는 찰스 2세의 서자를 옹립하려는 정변을 시도한 후 네덜란드로 피신했다가 사망한다. 1688년 명예혁명이 성공하자, 네덜란드로부터 돌아온 로크는 이듬해에 자유주의의 고전이 되는 <통치론>을 출판한다.
▲ <통치론>(존 로크 지음, 강정인·문지영 옮김, 까치 펴냄). ⓒ까치
로크의 책 <통치론>이 추구한 목표는 무엇이었을까? 간단한 대답은 왕권을 축소하고 의회의 권한을 강화하는 의회를 통한 자유민주주의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로크는 이런 주장을 전개했던 것일까? 군주제로는 담아낼 수 없었던 시민사회의 역동적 힘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힘은 자본주의로부터 유래했다. 식민지무역을 통해 자본과 정보와 사람이 이동하기 시작하자 봉건적 통치시스템은 해체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에 대응해 당대의 사상가들은 군주제를 넘어서는 통치시스템을 구상하기 시작한다. 돈을 축적하기 시작한 부르주아는 토지에 얽매여 있지 않았다. 식민지무역을 통해 막대한 재산을 형성하며 지역에서 자신들만의 권력을 구축해갔다. 부르주아는 자신들의 사적 욕망을 추구하는 각종 구속을 거추장스러워했다. 인신의 구속을 거부하고 자신의 욕망에 거침없었던 부르주아는 새로운 인간 유형이었다. 자본주의는 봉건적 사회에 전례 없는 해체 위기를 제공했다. 사회계약론의 핵심 논자인 홉스와 로크는 자본주의가 초래한 봉건사회의 해체 위기를 감지한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자신들의 관점으로 새로운 위기에 대응하는 담론을 구축해갔다. 홉스는 절대권력 '리바이어던'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려 했고 로크는 자본주의를 추동하는 개인들의 사적 욕망을 체제 내부화하려 했다. 즉, 사회계약론을 통해 군주를 대체하는 부르주아의 지배체제를 형성하고자 했다.
부르주아적 시민을 억눌렀던 세습 왕권을 로크는 정조준한다. 왕위 계승을 통한 군주권력의 정통성을 부정하면 당연히 군주의 권력적 정당성도 약화된다. "아담은 아버지로서의 자연의 권리에 의해서든 신으로부터의 명시적인 수여에 의해서든, 흔히 주장되는 것과 같은 그러한 권위를 자식들에 대해서 또 그러한 지배권을 세계에 대해서 가지지 않는다. 설사 아담에게 그러한 권위나 지배권이 있었다고 해도, 그의 상속자들에게는 전혀 그것에 대한 권리가 없었다. 설사 그의 상속자들에게 그런 권리가 있었다 할지라도, 의문이 제기된 모든 경우에 대해서 누가 정당한 상속자인지를 결정할 수 있는 자연법 또는 명시적인 신법(神法, law of God)이 없기 때문에 상속의 권리와 이에 따른 통치의 권리는 확실히 결정될 수 없을 것이다."(<통치론> 제1장 서론)
당대 대표적 왕권 옹호론자인 로버트 필머(Robert Filmer)는 자신의 저서 <족장론(Patriarcha)>에서 왕의 권위가 아담으로부터 유래한다는 이론을 펼쳤다. 아담이 권력을 자식에게 넘긴 것이 정당하듯 왕위 계승도 마찬가지로 정당하다는 주장이었다. 국왕권력의 정당성을 강화하기 위해 성서를 이용한 것이다. 로크는 왕권을 강화하려는 필머의 논지를 부수기 위해 권력의 아담 전승 이론을 타깃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왕권의 계승을 부인하는 것이 매우 심심한 주장으로 들릴 수 있지만, 왕권 승계의 정당성은 봉건질서를 떠받치는 핵심 원리였다. 사유재산에 대한 상속제도가 부정되면 자본주의가 흔들리게 되듯 왕위 계승의 정당성이 부정되면 봉건질서는 유지되기 어려워진다.
로크 연구자 존 던(John Dunn)은 로크 사상의 핵심을 '시민의 저항권'에 대한 옹호로 본다. 로크는 절대권력의 부당한 전제에 저항하는 것이 정당하고 주장한다. <통치론> 232절에 로크는 이렇게 주장하고 있다. "정당한 권리 없이 무력을 사용하는 자는 누구든지, 법에 근거함이 없이 무력을 행사하는 사회의 모든 성원과 마찬가지로, 그가 무력을 사용하는 상대방에게 전쟁상태를 도발하는 셈이다. 그 상태에서 이전의 모든 유대는 취소되며, 그 밖의 모든 권리가 중지되며, 모든 사람은 스스로를 방어하고 침략자(절대군주-필자 주)에게 저항할 권리가 있다." 국왕이 적법한 법에 의하지 않으면 즉시 무력으로 저항할 것을 요구하는 혁명의 언어다.
로크의 '저항의 권리'에 앞서 이미 수많은 사람이 왕권에 항거하고 있었다. 폭군에 대한 저항은 맹자의 '역성혁명'에도 나오는 그다지 새삼스럽지 않은 주장이다. 로크를 여타의 사상가들과 구별시키는 것은 '소유권' 개념으로부터 자신의 정치철학을 구축해간 점에 있을 것이다. 로크는 이렇게 적고 있다. "자연의 이성은 인간이 일단 태어나면 자신의 보존에 대한 권리, 따라서 고기와 음료, 기타 자연이 그들의 생존을 위해서 제공하는 것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고 가르친다. 또한 하느님께서 아담에게 그리고 노아와 그의 자손들에게 세계를 주신 것에 대한 설명을 담고 있는 계시에 따르면, 다윗왕이 하느님께서 "땅은 사람들에게 주셨다"(시편115:16)라고 말하는 것처럼 신이 그것을 인류에게 공유물로 준 것은 명백하다."(<통치론> 25절)
로크는 생존에 필요한 재화에 대한 권리를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인간의 권리라고 말하고 있다. 앞 문장의 '인류에게 공유물로 준 것'이란 표현이 의미하듯이 자연은 인간이 신으로부터 받은 '공유해야 할 자산'이었다. 그런데 자본주의는 공유물을 최소화하고 개인적 소유를 최우선적으로 추구하는 사회다. 사유재산을 확립하지 않으면 자본주의는 성립하지 않는다. 자본주의의 대표적 옹호론자답게 로크는 공유물의 사유화를 뒷받침하는 논리를 창안해낸다. 사유재산의 절대성을 정당화하는 것은 자본주의가 필요로 한 핵심 사항이었다. 일제가 조선을 병합한 후 가장 먼저 시행한 대규모 사업이 토지조사령을 통한 사유재산의 확립이었다. 공유물을 사유화시키려면 엄청난 반발을 초래한다. 여기에는 강제력만이 아니라 사유화를 정당화하는 논리가 필요하다.
로크는 어떤 논리를 동원해 공유물에 대한 공동소유권을 사적 소유권으로 전환하는가. 로크는 이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 '노동'이라는 개념을 도입한다. 노동에 대한 로크의 설명을 보자. "모든 사람은 자신의 인신에 대해서는 소유권을 가지고 있다. 이것에 관해서는 그 사람 자신을 제외한 어느 누구도 권리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의 신체의 노동과 손의 작업은 당연히 그의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가 자연이 제공하고 그 안에 놓아둔 것을 그 상태에서 꺼내어 거기에 자신의 노동을 섞고 무언가 그 자신의 것을 보태면, 그럼으로써 그것은 그의 소유가 된다. 그것은 그에 의해서 자연이 놓아둔 공유의 상태에서 벗어나, 그의 노동이 부가한 무언가를 가지게 되며, 그 부가된 것으로 인해 그것에 대한 타인의 공통된 권리가 배제된다."(<통치론> 27절)
강정인·문지영 번역의 특징인 대명사의 과도한 사용이 눈에 거슬려 독해를 방해한다. 앞의 문장을 쉽게 풀이하자면, 이런 주장이다. 신은 자연적 재화를 모든 인간에게 공유물로 제공했다. 자연에 대한 권리는 모든 인간의 것이다. 그러나 개별적 인간이 노동을 하면 노동의 대상이 된 자연은 노동행위자의 사적 소유물이 된다. 인신(人身)이 특정인의 권리이듯 노동의 결과물도 노동을 행한 사람의 소유물이 된다. 로크는 노동을 통해 자연에 새로운 가치가 부가되면 자연은 공유물에서 노동을 투입한 자의 몫이 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마르크스의 노동가치설을 연상시키는 불온한 문장이다. 노동에 대한 로크의 논설을 더 들어보자. "노동이야말로 그것들(사적 소유물-필자 주)과 공유물 간의 구별을 가져온다. 노동이 만물의 공통된 어머니인 자연보다 더 많은 무엇을 그것들(자연-필자 주)에 첨가한 것이다. 그리하여 그것들은 그의 사적인 권리가 된다."(<통치론> 28절)
로크는 절대군주에 대한 시민의 저항권을 역설한 철학자이면서 또한 자본주의 옹호 논리를 전개한 사상가이기도 했다. 철학연구자 김은희는 논문 '로크의 자유주의와 무산자 배제'(<철학연구> 114호)에서 로크 사상의 시대적 유용성을 이렇게 설명한다. "17세기 후반 영국에서는 인클로저 운동이 벌어지면서 토지 사유화에 대한 정당화 논리가 필요한 특수한 계층이 생겨났고 이들은 기득권을 가진 절대왕정에 맞설 필요가 있었다." 로크의 논리는 새롭게 떠오르는 유산자계급을 위한 맞춤 논리였던 것이다.
노동을 통한 사적 소유권이 수립되어도 만약 홉스적 자연상태가 이어진다면, 소유권은 유명무실해진다. 이제 개인의 권리를 보호할 정치적 장치가 필요해진다. "어떠한 정치적 사회도 그 자체 내에 재산을 보존할 권력 그리고 이를 위해서 그 사회의 모든 범죄를 처벌할 수 있는 권력을 가지지 않고서는 존재하거나 존속할 수 없다, 따라서 각각의 구성원이 이 자연적 권리를 포기하고, 공동체가 제정한 법에 따라 모든 사건에 관해서 그 보호를 호소할 수 있는 공동체의 수중에 그 권력을 양도한 곳, 오직 그곳에서만 비로소 정치사회가 존재하게 된다."(<통치론> 87절) 로크는 소유권을 보존하기 위해 공동의 정치권력에 자신의 권리를 위임·신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노동을 통해 사유화된 재산을 지켜내기 위해 새로운 정치권력이 필요한 것이다.
개인들의 개별적 권력을 최고권력에게 양도할 것을 요구한다는데 있어서는 로크나 홉스는 대동소이하다. 그러나 로크는 홉스적 절대군주인 리바이어던 체제에 대해서는 강력히 반대한다. "일부 사람들에 의해서 세계의 유일한 지배 형태로 간주되는 절대군주제가 실로 시민사회와 양립불가능하며 따라서 결코 시민적 지배 형태가 될 수 없다는 점은 명백하다." 왜 양립 불가능한 것일까? 로크는 그 이유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한다. "시민사회의 목적은 자연상태에서 모든 사람이 자신의 사건에 관해 재판관이 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폐단을 피하고 치유하는 데에 있다. 이 목적은 그 사회의 모든 사람들이 각자 침해를 받거나 분쟁이 일어나면 호소할 수 있는 권위를 확립하고 사회의 구성원은 모두 그 권위에 복종함으로써 달성된다. 어떤 사람들이든 그들 사이에 발생하는 분쟁을 해소하기 위해서 호소할 수 있는 권위를 가지지 못한 자들은 어디에 있든지 여전히 자연상태에 있는 셈이다. 그러므로 모든 절대군주는 그의 지배하에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 자연상태에 놓여있다."(<통치론> 90절) 자연상태를 벗어나야만 시민사회로 진입하게 되는데 절대군주는 자신의 신민과 공동의 재판관을 둘 수 없기에 자연상태를 벗어날 수가 없다는 것이 로크의 판단이다. 로크의 통찰은 왜 많은 독재자들이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는지 말해준다.
로크는 권력의 양도가 정치공동체의 출발이라고 말한다. 권력의 양도는 어떻게 가능한가? 로크는 통치론 앞부분인 14절에서 이미 밝혀두고 있다. "하나의 정치체를 만들기로 서로 합의하는 종류의 협약만이 인간들 사이의 자연상태를 종료시키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그 밖의 다른 종류의 약속이나 협약을 맺는다고 해도 그들은 여전히 자연상태에 있게 된다." 개별적 인간은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정치공동체에 권력을 위임하는 사회계약을 체결한다. 계약은 국가를 형성하는 근거이면서 또한 복종 의무의 근거이기도 하다. 로크라면 사회계약론을 연상하지만 정작 로크에게 있어 사회계약론은 사적 소유권을 보장하기 위한 정치적 장치에 지나지 않는다.
정치사상의 핵심적 개념으로 '소유권'을 상정한다는 사실은 소유권의 확정이 필요한 사회가 이미 도래했음을 뜻한다. 소유가 확대되는 사회는 자본주의 사회다. 토지는 재산의 대표적 재화이다. 전통시대에 토지는 대부분 공동체의 소유였다. 토지가 사적 소유로 이전되면서 자본주의가 진전되었다. 로크가 어떻게 토지에 대한 사적 소유권을 정당화하는지 보자. 김남두 서울대 교수는 논문 '사유재산권과 삶의 평등한 기회'(<철학연구> 27호)에서 로크의 토지 사유화 논리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토지에 대한 소유권리를 부여하는 것은 그것이 개간되고 개량되고 경작되는 경우, 버려져 있을 때보다 더 많은 가치를 낳는다는 사실이다. 토지소유권을 정당화하는 것이 소유에 의한 생산력의 증가와 그에 의한 가치의 창출인 만큼, 그것이 점유되고서도 그 안에서 무엇인가가 산출되지 않고 버려진 채, 그 안에서 자연물들이 썩어 간다면 그것의 소유권리는 사라지고 타인의 소유가 될 수 있다고 한다." 로크는 자유주의자의 대부답게 자신만의 독창적 논리를 동원해 '노동'만이 가치를 창출한다는 이전의 논리를 전복시킨다.
로크가 노동을 말한 의도는 '노동 그 자체'라기보다는 노동을 통한 '가치의 창출'에 있었다. 노동의 가치를 말하던 로크는 어디로 갔는가? 로크의 논리에서 인간 노동의 신성성은 사라지고 만다. 김남두 교수는 로크의 '노동'을 이렇게 평한다. "로크에게 있어 노동이란 그 자체 가치 있는 어떤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기보다 가치를 창출하는 수단으로서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으며, 이 점에서 그의 노동관은 노동이 인간의 자기 외화로서 인간 본질의 실현이며 따라서 그 자체로서 가치 있다고 보는 헤겔이나 맑스의 입장과는 대조된다고 할 수 있다."
토지의 사유화에 대한 논리를 따라가다 보면, 전제군주에 대한 저항권을 역설하는 계몽사상의 대표자 로크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다. 게다가 토지 사유화를 정당화하는 핵심논리가 '가치 창출'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로크의 사상이 사상적 자유주의 너머 다른 것을 목표로 하고 있음을 직감하게 된다.
재산의 한계에 대한 로크의 생각은 더욱 파격적이다. 로크는 사유재산의 한계에 대해서 31절에 "자신의 노동에 의해 자신의 소유로 확정할 수 있는 만큼"이라는 견해를 밝히지만, 이내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필요를 넘어서는 욕망을 정당화하기 시작한다. "그가 정당한 소유의 한계를 초과하여 가지고 있는가의 여부는 그가 가진 소유물의 크기가 아니라 그가 가지고 있는 것 중에서 어떤 것이 상해서 무익한 것이 되었는가에 달려 있다."(<통치론> 46절) 화폐는 절대 상하지 않는다. 화폐와 앞의 구절이 연결되면서 무제한적 사적소유가 정당화된다. 맥퍼슨(C B Macpherson)은 로크를 자본주의의 이론적 대변자로 본다. 로크가 심화시킨 '소유적 개인주의'라는 생각은 서구 계급국가의 토대가 된다. 맥퍼슨은 현대 사회가 모든 계급의 대중적 평등을 보장하는 대중민주주의 시대에 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무산자를 배제하는 로크적 '소유기반 자유주의'는 끊임없이 민주주의와 갈등을 일으키게 된다고 로크 사상을 비판한다.
로크는 여러 연구자에 의해 다양하게 해석되어왔다. 정치사상사 연구자인 세이빈(Sabine)은 로크를 온건한 입헌 자유주의자로, 로크연구자인 존 던(John Dunn)은 기독교에 기초해 정치권력의 정당성을 이론화한 사상가로, 마르크스주의자인 맥퍼슨(Macpherson)은 자본주의 이데올로그로, 애쉬크래프트(Ashcraft)는 사회변혁 이론가로 로크를 해석한다. 그런데 최근의 로크 연구의 움직임은 이전 연구와 전혀 다른 각도에서 접근하고 있다. 온건한 자유주의자든, 자본주의옹호론자든, 혁명이론가든 모두 일국적 관점 넓게는 유럽적 관점에서 로크를 규정하는 것이었다. 최근에는 로크를 식민주의와의 연결 속에서 이해하려는 움직임이 생겨났다.
입헌 자유주의 사상가로 보든, 정치권력의 정당화에 골몰한 이론가로 보든, 자본주의 옹호론자로 보든, 변혁이론가로 보든 이 모두는 초기 자본주의의 왕성한 확장 욕구와 연결된다. 자본주의는 재산을 축적하고 교양을 쌓고 자신들만의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독자적인 부르주아계급을 만들어낸다. 이 계급은 왕권신수설을 배경으로 권력을 휘두르는 전제군주로부터의 자유를 바란다. 전제군주로부터는 부르주아의 재산을 보장받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구(舊) 기득권에 반대하는 이들의 사상적 기조는 당연히 자유주의적이었다. 자본가 부르주아계급의 욕망은 부의 격차가 없는 전통사회를 흔들게 된다. 흔들리는 사회를 안정화시키기 위해서는 정치권력의 정당성을 새롭게 확보할 필요가 있었다. 부르주아계급의 이해는 자본주의의 순항에 있으므로 당연히 친자본주의적 입장에 설 수밖에 없다. 여러 학자가 바라보는 로크의 서로 다른 면은 결국 분절된 이해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 모든 운동에너지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
최근의 로크 연구는 인간의 원초적 평등과 자유를 주장한 로크는 역설적이게도 아메리카 식민주의에 깊숙이 개입해 있었다고 주장한다. 로크의 사상에는 식민주의와 유럽 중심주의가 깊게 드리우고 있다. 실제적으로도 로크는 캐롤라이나 지역 토지를 소유하고 있었고 식민지 관련 기업을 감독하는 정부 기관에도 관여했다.
강정인 서강대 교수는 논문 '로크 사상의 현대적 재조명'(<한국정치학회보> 제32집 제3호)에서 기존의 로크 해석을 이렇게 말한다. "로크의 자연상태 및 재산권에 관한 이론이 주로 아메리카라는 신대륙을 배경으로 하여 전개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메리카 및 그 원주민인 인디언들과 영국 이주민들 간의 문제를 사상(捨象)함으로써 로크 이론이 지닌 복합적인 함의를 적절히 분석하지 못하고 있다."
제임스 털리(James Tully)는 아메리카 인디언으로부터 국가성과 재산권을 박탈하는 방향으로 이론을 구축했다며 로크를 비판한다. 로크에 대한 털리의 비판을 살펴보자. "로크는 아메리카 인디언의 관습적인 토지사용이 재산의 정당한 유형이 될 수 없도록 재산을 정의한다. (중략) 그 결과 아메리카 인디언의 정치구성체와 재산은 정치와 재산에 대한 유럽식 개념의 주권에 종속되게 된다."(강정인의 논문에서 재인용)
땅에 노동을 투여하는 자만이 땅의 진정한 소유권을 가질 수 있다는 로크의 언명은 인구밀도가 상당했던 영국이 아니라 아메리카대륙을 생각할 때 진짜 함의가 드러난다. "어떤 사람이 울타리를 치는 행위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 토지가 적게 남아있는 일이란 있을 수 없다."(<통치론> 33절) 울타리 치기로 소유권을 확정하는 일, 즉 인클로저 운동이 여러 농민 반란과 소요를 촉발했던 역사적 사실을 고려한다면 로크의 이런 한가한 소리는 인구 과소지역인 아메리카대륙을 염두에 두었음이 틀림없다.
로크는 심지어 토지에 울타리를 치고 사유화하는 행위를 신의 이름으로 정당화한다. "신은 사람들에게 세계를 공유물로 주었다. 그러나 신은 세계를 사람들이 그것으로부터 취할 수 있는 이익과 최대한의 편익을 위해서 주었으므로, 그것이 항상 공유로 그리고 개간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어야 하는 것이 신의 의도라고 상정할 수는 없다."(<통치론> 34절) 털리(Tully)에 따르면, 식민지인들은 로크의 논리를 차용하여 아메리카 땅에 대한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했다.
로크의 "태초에 모든 세계는 아메리카와 같았다"라는 언명(言明)은 로크가 아메리카 대륙을 원초적 자연상태로 이해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로크는 아메리카 숲속에서 마주한 스위스인과 아메리카 원주민은 서로에 대해 자연상태에 놓여있다고 말한다. 아메리카가 자연상태라는 로크의 주장은 논리적으로 원주민의 토지에 대한 권리소멸로 귀결된다. 대신 유럽 이주민의 노동에 의한 소유권이 새롭게 만들어진다. 더 많은 편익을 위해서 노는 땅은 허용되지 않기에 원주민이 수천 년간 살아온 삶의 토대는 단지 '빈 땅'이 되어버린다. 강정인 교수는 로크의 식민주의에 대해 이렇게 적고 있다. "털리는 다음과 같은 역사적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당시 아메리카 대륙의 해안가에 살던 일부 인디언들은 촌락을 이루며 농업에 종사했는데, 유럽인들이 그 인디언들의 농지를 탐내서 빼앗고자 했고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내세운 이유가 인디언들은 토지를 적절한 방식으로 경작하지 않는다는 논변이었다고 한다." 노동을 통한 생산성 향상이라는 그럴싸한 논리가 구체적 맥락 속에서는 얼마나 반인간적인 주장이 될 수도 있는지, 이를 통해 알 수 있다.
강정인 교수의 로크에 대한 최종 평가다. "로크의 재산권 이론은 일국 차원에서 노동계급에 대한 자본가계급의 재산권을 정당화하는 데 봉사했다기보다는, 자본주의의 태동기에 자본의 원시적 축적 과정의 일환으로 유럽 제국주의가 해외 식민지를 정복하고 약탈한 사실을 정당화하는 데 공헌했다고 볼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사유재산은 불가침의 영역이다. 그러나 사유재산의 '절대성'이 식민지 민중들에 대한 약탈을 정당화하기 위해 사용된 논리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사유재산의 절대성은 절대적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많은 경우 사유재산의 절대성은 약탈을 위한 도구일 따름이다.
혹시 '약탈'을 수백 년 전 아메리카 대륙에서나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하는지? 세계적 석학이자 데이비드 하비(David Harvey)는 현대 자본주의의 특징을 '약탈에 의한 축적'이라고 단언한다. 지금의 무대는 아메리카 땅이 아니라, 어디에나 있는 도시공간이다. 모든 사람의 노동이 만들어낸 가치를 강남아파트 소유자만 흡수하는 기괴한 모습은 우리의 일상이 되었다. 공유재가 되어 마땅한 가치의 사유화는 약탈에 불과하다. 수백 년 전 아메리카와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이 약탈은 '사유재산의 절대성'이란 신화로 정당화된다. 신성불가침의 이 신화는 아메리카를 유린, 약탈한 영국 식민주의를 지지하던 철학자 로크에서 유래했다
김창훈 민족미래연구소 연구실장
김정은 "美대통령과 만날 준비, 우리 인내심 오판하면…"
신년사 통해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아무런 전제조건 없이 재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언급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언제든 다시 만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혀 올해 초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남북관계와 관련해선 전제조건 없는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 관광 재개 의사를 내비쳤다.
김정은 위원장은 1일 오전 9시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TV를 통해 발표한 신년사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역사적인 사건이라 평가하면서 "앞으로도 언제든 또다시 미국 대통령과 마주 앉을 준비가 되어 있으며 반드시 국제사회가 환영하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미국과 관계에서도 북남관계가 대전환을 맞은 것처럼 쌍방의 노력에 의하여 앞으로 좋은 결과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믿고 싶다"며 "지난 6월 미국 대통령과 만나 유익한 회담을 하면서 건설적인 의견을 나누었으며 서로가 알고 있는 우려와 뒤엉킨 문제 해결의 빠른 방도에 대하여 인식을 같이 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완전한 비핵화'를 언급했다. 그는 "6.12 조미(북미) 공동성명에서 천명한대로 새 세기 요구에 맞는 두 나라 사이의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고 조선반도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완전한 비핵화로 나가려는 것은 우리 당과 공화국 정부의 불변한 입장이며 나의 확고한 의지"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로부터 우리는 이미 더 이상 핵무기를 만들지도, 시험하지도 않으며 사용하지도, 전파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데 대해 내외에 선포하고 여러 가지 실천적 조치들을 취해 왔다"고 덧붙였다.
비핵화와 2차 북미 정상회담 의지를 드러내면서도 김 위원장은 자신들의 이같은 조치에 미국이 상응하는 대응을 내놓지 않는다면 다른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다면서, 제재 완화를 비롯한 미국의 행동이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김 위원장은 "미국이 세계 앞에서 한 자기 약속을 지키지 않고 우리 인민의 인내심을 오판하면서 일방적으로 그 무엇을 강요하려 들고 공화국에 대한 제재와 압박으로 나간다면 우리도 어쩔 수 없이 부득불 나라의 자주권과 국가의 최고이익을 수호하고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이룩하기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조선반도(한반도)와 지역의 정세 안정은 결코 쉽게 마련된 것이 아니며 진정으로 평화를 바라는 나라라면 현 국면을 소중히 여겨야 할 공동의 책임을 지니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김 위원장은 비핵화와 관련해 미국과 협상을 계속 이어갈 의지가 있음을 피력했다. 그는 "우리는 조미(북미) 두 나라 사이의 불미스러운 과거사를 계속 고집하며 떠안고 갈 의사가 없으며, 하루빨리 과거를 매듭짓고 두 나라 인민들의 지향과 시대 발전의 요구에 맞게 새로운 관계수립을 향해 나아갈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급속히 진전된 북남관계의 현실이 보여주듯이 일단 하자고 결심만 하면 못해낼 일이 없으며, 대화 상대방이 서로의 고질적인 주장에서 대범하게 벗어나 호상(상호) 인정하고 존중하는 원칙에서 공정한 제안을 내놓고 올바른 협상 자세와 문제해결 의지를 가지고 임한다면 반드시 서로에게 유익한 종착점에 가 닿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의 주동적이며 선제적인 노력에 미국이 신뢰성있는 조치를 취하며 상응한 실천 행동으로 화답에 나선다면 두 나라 관계는 보다 더 확실하고 획기적인 조치들을 취해나가는 과정을 통해서 훌륭하고도 빠른 속도로 전진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김 위원장은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6자회담을 비롯, 다자협상에 대한 의사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정전협정 당사자들과의 긴밀한 연계 밑에 조선반도의 현 정전체계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다자협상도 적극 추진하여 항구적 평화보장 토대를 실질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조건 없이 재개하겠다
남북은 지난해 '세 차례 정상회담'이라는 전례없는 기록을 남겼다. 이와 관련 김 위원장은 남북관계가 완전히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다면서 전제조건 없이 개성공단 가동과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는 "북남 사이의 협력과 교류를 전면적으로 확대 발전시켜 민족적 화해와 단합을 공고히하고 온 겨레가 북남 관계 개선의 덕을 실제로 볼 수 있게 하여야 한다"며 "당면하여 우리는 개성공업지구에 진출했던 남측 기업인들의 어려운 사정과 민족의 명산을 찾아보고 싶어하는 남녘 동포들의 소망을 헤아려 아무런 전제조건이나 대가 없이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북과 남이 굳게 손잡고 겨레의 단합된 힘에 의거한다면 외부의 온갖 제재와 압박도, 그 어떤 도전과 시련도 민족번영의 활로를 열어나가려는 우리 앞길을 가로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여전히 공고한 가운데, 개성공단 가동 및 금강산 관광 재개를 통해 제재 완화를 시도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다만 김 위원장은 한미 연합 군사 훈련과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에 대해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김 위원장은 "북남은 이미 합의한대로 대치 지역에서의 군사적 적대관계 해소를 지상과 공중, 해상을 비롯한 조선반도 전역에로 이어놓기 위한 실천적 조치들을 적극 취해 나가야 한다"며 "북남이 평화번영의 길로 나가기로 확약한 이상 조선반도 정세 긴장의 근원이 되고 있는 외세와의 합동 군사 연습을 더 이상 허용하지 말아야 하며, 외부로부터의 전략자산을 비롯한 전쟁장비 반입도 완전히 중지되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주장"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단상에 서서 신년사를 발표했던 예년과 달리 올해에는 집무실로 추정되는 공간에 마련된 소파에 앉아 신년사를 읽어 내려갔다. 해당 집무실에는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진이 좌우로 걸려있었다.
[전문] 2019년 대통령 새해 인사
기해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이 겨울, 집집마다 눈길을 걸어 찾아가 손을 꼭 잡고 인사드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국민들이 열어놓은 평화의 길을 아주 벅찬 마음으로 걸었습니다.
평화가 한분 한분의 삶에 도움이 되도록,돌이킬 수 없는 평화로 만들겠습니다.
우리 땅 곳곳을 비추는 해처럼 국민들은 함께 잘살기를 열망하십니다.
미처 살피지 못한 일들을 돌아보며 한분 한분의 삶이 나아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 겨울, 더 따뜻하게 세상을 밝히라는 촛불의 마음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새해 모든 가정이 평안하길 바랍니다.
- 대한민국 대통령 문재인
[신년사] 오거돈 부산시장 "동남권 관문공항 건립 위해 단호하게 행동할 것"
존경하고 사랑하는 부산시민 여러분. 새로운 시작의 시간에 섰습니다. '새로운'이라는 단어는 언제나 기대와 불안을 동시에 느끼게 합니다. 또한 '시작'은 항상 지난 시간을 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2018년을 돌아보며 부산시민이 선택한 첫 번째 뉴스는 '23년 만의 정권교체'였습니다. 그야말로 '변화에 대한 열망'이었습니다.
그러나, 한 방향으로만 달려온 관성과 관습은 변화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지난 6개월은 갈등의 매듭을 풀고, 정치적 입장과 지역의 경계를 넘어 시민을 중심에 두고 미래를 설계해 온 힘겨운 여정이었습니다.
이제 2019년이 열렸습니다. 민선 7기의 진정한 시작은 이제부터입니다. 부산은 한반도 평화의 상징이 될 수 있습니다. 바닷길, 땅길, 하늘길이 시작되고 끝나는 부산은 평화가 곧 우리의 미래이며, 경제이며, 희망이라는 메시지를 가장 선명하게 전 세계에 보낼 수 있습니다. 시민 여러분과 함께 한반도 평화의 시대를 부산이 선도하겠습니다.
동남권 관문공항의 건설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부산시는 동남권 관문공항의 성공적 건립을 위해 단호히 행동할 것입니다. 부산은 활력을 되찾아야 합니다. 서부산, 동부산, 원도심 등 각 지역의 특성에 맞는, 전략과 상식을 뛰어넘는 과감한 시도가 필요합니다. 저에게는 '기대'가 훨씬 더 큰 기해년입니다. 시민 여러분 모두에게도 '기대'가 더 큰 2019년이 되길 바라며, 그 기대가 성취되는 한 해이길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박원순 서울시장 신년사
1. 존경하는 서울시민 여러분, 사랑하는 서울시 가족 여러분,
2011년, ‘시민이 시장입니다’ 라는 약속을 가슴에 품은 채, 첫 출근을 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만으로 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지난 여정을 생각하면 감회가 새롭습니다. 지난 7년간 서울은 사람으로, 돌봄으로, 노동존중으로, 마을로 혁신했고, 그만큼 사람 사는 세상으로 바뀌었습니다. 개발과 성장에 밀려나 있던 ‘사람’이 시정의 중심에 서고, 각자가 감당해야만했던 삶의 무게를 서울시가 함께 짊어지고, 시민과 함께 나누는 구조로 변화시켜왔습니다.
지난 5월 도시의 노벨상이라고 일컬어지는 싱가포르 리콴유 세계도시상 수상은 우리 서울이 세계 최고 도시가 되었다는 상징적 사건이었습니다. 이 모든 변화의 주인공은 천만시민 여러분입니다. 여기 계신 서울시 가족들 또한 큰 힘이 됐습니다.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2. 경제가 어렵습니다. 민생이 어렵습니다.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서민들의 삶엔 비상경고등이 켜져 있습니다. 소득의 격차는 벌어지고, 불균형과 불평등은 일상이 되었습니다. 앞으로의 전망도 결코 밝지 않습니다. 심각한 소득불균형, 저성장의 고착화와 더불어 저출생·고령화 같은 미래의 도전마저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자영업은 벼랑 끝에 몰려 있습니다. 청년들은 인생의 가장 빛나는 시간을 취업을 위해 도서관에서 보내고 있습니다. 저출생과 여성의 경력단절은 우리경제와 다가올 미래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희망을 이야기하기 위해 우리는 어렵다는 사실을 이야기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힘겨운 현실을 인정하는 용기와, 잘못해온 부분에 대한 자성이야말로 바로 대한민국 경제를 제대로 살리는 시작입니다.
돌이켜 보면 산업화와 민주화 이후, 우리경제는 다가올 미래를 준비할 새로운 대안을 찾지 못했습니다. 여전히 대기업중심의 패러다임에 갇혀 있으며, 성장의 과실은 일부에게 더욱 집중되고 있습니다. 지난 세월동안 우리는 성장의 새로운 모멘텀을 창출하지 못하고, 추격형 경제로부터 혁신적 경제로의 전환을 이룩하지 못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이러한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등 사람중심 경제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산업정책의 전환, 제조업의 르네상스를 주도하기 위해 확대경제관계장관회의를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망가진 경제시스템이 점차 정상화되고 활력을 찾아갈 거라 우리는 기대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이러한 노력에 서울도 적극 협력하고 상생하겠습니다.
3. 존경하는 서울시민 여러분, 사랑하는 서울시 가족 여러분,
대한민국의 어려운 경제를 살리기 위해 서울부터 시작하겠습니다. 물론 경제정책의 수단은 제한되어 있고 수많은 규제와 권한의 한계로 지방정부가 경제를 성장시키고, 활성화시키는 데에는 한계가 명확합니다.
하지만, 어려운 길이라고 출발조차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효과가 적을 거라고 도전자체를 망설일 수는 없는 법입니다. 서울시가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권한과 역량을 총동원하여 경제의 성장, 도심산업의 활성화, 혁신창업에 집중하겠습니다. 중앙정부가 시작한 경제중심 정책에 적극 협력하면서 동시에 중앙정부에 규제혁파를 요청하고, 재정을 요구할 것입니다. 경제 살리는 일에 중앙정부, 지방정부가 따로 있지 않습니다.
4. 서울에서 기업이 성장하고, 창업이 활발해 지며, 이를 통해 경제가 살아나는 것은 본격적인 혁신성장거점 구축으로부터 시작됩니다. 거대한 혁신 생태계 조성을 통해 서울과 대한민국의 성장 모멘텀을 만들겠다는 것이 우리경제를 바꾸는 박원순의 첫 번째 생각입니다.
저는 이미 지난해 신년사를 통해 혁신성장의 6대 거점별 계획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마곡의 융복합 R&D 클러스터, 상암 미디어시티 프로젝트, 홍릉 바이오·메디컬 클러스터, 창동의 음악산업, 개포의 디지털 클러스터, 양재의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하는 R&CD 클러스터, 싱가포르의 마리나 베이를 능가할 영동국제교류복합지구 등이 그것입니다. 이제 좀 더 속도감 있는 추진을 통해, 상암과 마곡 프로젝트를 완성하고, 홍릉·창동·개포·양재·영동지구 클러스터를 본격화하겠습니다.
서울의 오랜 자부심이면서도 그동안 쇠퇴와 노후화를 겪어온 도심산업을 21세기의 새로운 비전과 콘텐츠로 혁신하겠다는 것이 저의 두 번째 생각입니다. 도심 제조업은 시대에 뒤처지는 산업현장이 아닌 혁신을 꽃 피울 잠재력을 품고 있는 소중한 혁신현장입니다.
세상의 기운을 모아내는 다시세운프로젝트, 동대문의 패션상가, 종로 2.3가의 보석거리, 동대문의 한방거리, 중구의 인쇄골목, 용산의 전자상가, 장안평 중고차타운 등이 바로 이러한 혁신현장입니다. 나아가, 스마트 앵커를 통해 도심지역 내 흩어져 있는 영세 제조업체와 소공인 들을 한 곳에 모아 산업시너지를 높이겠습니다.
세월의 흐름이 시대의 뒤처짐이 아닌, 연륜의 증거가 되고 그렇게 축적된 시간위로 청년의 아이디어를 더하겠습니다. 쇠퇴해가는 도심 제조업의 겨울이 이제 생명의 꽃이 피어나는 혁신의 봄으로 변화할 것입니다.
5. 존경하는 서울시민 여러분, 사랑하는 서울시 가족 여러분,
서울의 경제지도를 바꿀 저의 세 번째 생각은 바로 혁신창업입니다. 지난 20년 간 대한민국의 10대 기업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같은 기간 미국은 애플,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 10대기업 중 절반이 새롭게 진입했습니다.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들은 이미 미국 미래 먹거리의 중심축입니다.
중국 역시, 베이징 중관촌 창업거리를 중심으로 중국 최대 인터넷 포탈인 ‘바이두’나 세계 최대 온라인 게임회사 ‘텐센트’와 같은 기업들을 배출하고 있습니다. 런던은 ‘테크시티’를 표방하고, 정부산하기관인 테크시티 투자청을 통해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이처럼 세계 주요 국가들은 이미 새로운 일자리의 대부분을 혁신창업을 통해 창출하고 있습니다. 우리경제의 대안을 혁신창업에서 찾겠습니다. 우리경제의 내일을 위해 일자리를 만드는 기술을 지원하고,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에 투자하겠습니다. 서울을 창업이 강물처럼 흐르고 들꽃처럼 피어나는 도시로 만들겠습니다.
①무엇보다도 창업인프라를 확대하고 강화하겠습니다.
현재 40여 곳에 불과한, 서울시가 운영하는 창업공간을 100여 곳으로 늘리겠습니다.
서울시가 만들어둔 서울창업허브, 서울혁신파크 등은 이미 세계적인 창업공간입니다. 그러나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동네마다 창업을 원하는 모든 사람들이 둥지를 틀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뿐만 아니라 D-CAMP와 구글의 서울 글로벌 창업캠프, WEWORK 와 같은 민간 창업공간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미국의 실리콘벨리, 중국의 중관촌, 이스라엘의 창업기관들과 적극 협력하겠습니다.
또한 창업기업에 대한 든든한 뒷받침을 강화하겠습니다. 1조2천억 규모의 서울미래성장펀드를 조성하여 4차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서울형 혁신성장기업 2천여 곳에 투자하겠습니다. 해외 펀드도 제가 직접 나서서 유치하겠습니다.
② 서울을 4차 산업 활성화를 위한 ‘공공테스트베드’로 만들어 혁신생태계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서울시가 직접 혁신기술의 테스트베드가 되어 신기술 검증을 지원하고, 서울시가 육성하는 스타트업이 글로벌스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술개발, 상품화, 홍보, 글로벌 시장 진출까지 전 과정에 걸친 맞춤형 지원에 나서겠습니다.전 세계 57개 도시에 서울의 경험을 수출하고 있는 도시경험해외수출단(SUSA)의 노하우를 활용해, 우리 중소기업과 스타트업들의 해외진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습니다.
③서울이 대한민국을 넘어 아시아 최고의 창업도시가 되는 꿈을 실현하겠습니다.
실리콘벨리는 전 세계에서 모여든 인재들이 만든 거대한 혁신의 생태계입니다. 베를린은 지금 수많은 유럽의 청년들이 국경을 넘어 창업을 위해 몰려들고 있습니다. 서울을 아시아지역의 창업을 꿈꾸는 청년 기업가들에게 꿈과 선망의 도시가 되도록 만들겠습니다.
얼마 전 법무부장관과 서울에서 창업을 꿈꾸는 외국인의 비자면제에 대한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성공가능성이 높은 외국인 창업자를 위해 주거공간과 창업공간을 지원하는 원스톱시스템도 만들겠습니다.
6. 존경하는 서울시민 여러분, 사랑하는 서울시 가족 여러분,
경제를 살릴 박원순의 네 번째 생각은 사람에 대한 투자입니다. 경제도 혁신도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입니다. 서울시의 야심찬 계획을 가장 잘 실현할 전략은 바로 사람에 투자하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인재는 혁신의 현장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혁신을 이끌어갈 ‘융합형 인재’입니다. 이러한 인재를 양성할 ‘프랑스 에꼴 42’와 같은 혁신학교를 만들겠습니다. 이를 통해, 향후 4년간 5천명 이상의 글로벌 리더급 인재를 길러내겠습니다.
나아가 우수한 인재들이 기업으로, 창업으로 날아오를 수 있도록 서울시와 대학 간 상설협력기구 구성을 통해, 스펙으로 평가받는 인재가 아닌 기업이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 양성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기업가정신의 또 다른 말은 도전정신입니다. 서울에 살고 있는 모든 시민들이, 서울을 꿈꾸는 전 세계 모든 인재들이 언제든지 도전할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을 만들겠습니다.
7. 경제를 살리는 다섯 번째 생각은 기업을 돕는 것입니다.
기업은 경제활동의 주축입니다. 고용을 창출하고, 국부를 축적하고, 경제를 돌리는 엔진입니다. 국가와 지방정부가 해야 할 가장 큰 과제 중의 하나는 기업이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수익을 많이 내고, 공정한 세금을 납부하며, 미래의 먹거리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고 격려하는 것입니다.
서울시는 경제를 살리고, 청년을 고용하고, 미래에 투자하는 기업가라면 그 누구라도 적극 도울 것입니다. 대기업과 중견기업들이 보다 더 큰 국제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특히 1300여개에 이르는 서울의 중견기업들이 대기업으로 날아오를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가장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은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파악하여 맞춤형 지원방안을 강구하는 일입니다. 우리 경제는 기존의 대기업중심의 원가주도형·투자주도형 성장을 넘어 중소기업중심의 혁신주도형 성장전략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정부와 함께 중소기업을 위한 R&D를 대폭 늘리는 등의 노력을 경주하겠습니다.
더 나아가 외국기업들도 적극 유치하겠습니다. 지난 2016년 서울시는 이미 95억 달러라는 사상 최고의 외자유치를 달성한 바 있습니다. 임기 중에 이 기록을 다시 경신하기 위해 외국기업과 외국인이 살기 좋은 매력 있는 도시로 기필코 만들겠습니다. 그리하여 보다 더 많은 기업이 탄생하고, 보다 더 높이 성장하고, 보다 더 크게 성공하는 서울시를 만들겠습니다.
8. 존경하는 서울시민 여러분, 사랑하는 서울시 가족 여러분,
우리경제를 살리는 여섯 번째 생각은 바로 공정경제 실현과 경제민주화 강화입니다.
서울시는 이미 ‘모두를 위한 경제’, 이른바 ‘위코노믹스 WECONOMICS’ 를 주창하고 실현해 왔습니다. 대기업의 발전, 중소기업의 성장, 노동존중사회, 경제민주화와 공정경제는 바로 겨울의 춥고 거친 날씨를 헤치고 나아갈 튼튼한 사륜구동의 네바퀴입니다. 그 비전과 방향은 추호의 흔들림 없이 추진될 것입니다.
새로운 시대, 새로운 경제로 가는 가장 큰 장애물은 99:1의 사회로 일컬어지는 심각한 불평등입니다. 새로운 경제의 패러다임은 바로 이러한 불평등을 시정하고 균형잡힌 경제, 공정한 경제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혁신성장을 위해 공정경제는 필수입니다. 중소기업, 중견기업이 대기업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혁신성장의 성과가 보다 공평하게 사회 전체로 확산될 수 있도록, 경제민주화도 더 강력하게 추진하겠습니다.
9. 삶의 벼랑 끝에서 고통 받고 있는 자영업을 구조하는 것은 가장 급박한 우리의 과제입니다.
자영업 구제, 이것이 바로 저의 일곱 번째 생각입니다. 한국경제의 약 30%를 차지하는 자영업은 우리경제의 허리입니다. 마을과 골목이 살아나야 대한민국의 경제가 탄탄해집니다. 자영업자의 수익을 높이고, 사회안전망을 키우겠습니다. 공들여 열심히 키운 내 가게가 턱없이 높아진 임대료 때문에 문 닫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유급병가제 도입, 고용보험료 지원을 통해 자영업자의 부담을 덜어드리겠습니다. 자영업자가 성장하고 혁신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고, 자영업의 역량을 높이는 정부의 8대 핵심 정책과제를 뒷받침하겠습니다.
상가임대차 보호범위 확대를 위한 환산보증금의 단계적 폐지, 서울시가 앞장서서 시작한 제로페이 또한 정부와 함께 반드시 성공시키겠습니다.
10. 존경하는 서울시민여러분, 사랑하는 서울시 가족 여러분,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경제가 필요합니다. 이미 대한민국 경제는 추격형 경제로는 전망이 없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남을 따라가는 것이 아닌 새로운 경제모델을 창조하고, 혁신해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혁신경제를 위한 박원순의 여덟 번째 생각은 새 시대에 맞는 새로운 경제모델의 창조입니다. 스위스의 프라이탁이라는 회사는 폐자재를 활용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물건을 생산합니다. 고가 임에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습니다. 이미 업사이클산업, 수제화 등 핸드메이드 경제는 하나의 대안이 되었습니다. 프랑스 경제의 20%를 차지하는 사회적 경제 역시 세계 곳곳에서 주류경제의 일부로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더불어, 소유의 시대가 저물고 공유의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모든 사람들이 초대되어 함께 창조적 활동을 벌이는 플랫폼기업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파편화되고, 분산되고 복잡한 현대사회가 갖고 있는, 서로 다른 분야에 진입하기 힘든 높은 벽을 허무는 융복합과 연결의 혁신이 필요합니다. 지역 간의 협력, IT. BT. NT의 융합, 기술과 인문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경제모델을 끊임없이 창조해 나가야 합니다.
이러한 변화와 창조가 서울에서 이루어지도록 하겠습니다. 국제적 수준의 해커톤과 창업경진대회를 서울에서 열겠습니다.
새로운 흐름과 혁신의 바람을 일으키는 것이야말로 서울과 대한민국이 남을 따라가는 추격형 경제가 아닌 맨 앞에 앞장서서 세계를 이끄는 혁신형 경제를 만드는 길입니다.
11. 혁신경제로 나아갈 아홉째 생각은 반성과 성찰, 그리고 서울시 내부부터 시작하는 혁신입니다.
그동안 우리 대한민국은 엄청난 자금과 재정을 중소기업, 전통시장, 창업에 쏟아 부어 왔습니다. 어떤 나라보다도 더 많은 지원정책을 펼쳤음에도 왜 우리는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는지, 왜 다수의 글로벌 유니콘기업이 생기지 못했는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합니다. 대한민국의 R&D 규모는 GDP 대비 4.5%로 전 세계 1위를 자랑합니다. 그러나 공공 R&D기관들의 기술이전과 산학협력정도는 세계 26위에 불과합니다.
관료적 접근과 지나친 규제, 현장 소통의 경시, 새로운 현상과 다가오는 미래에 대한 몰이해에 대해 우리는 반성해야 합니다. 수요자중심이 아닌 공급자 중심의 경제정책이 아니었는지 성찰해야 합니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먼저 서울시부터, 우리부터 혁신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정부가 약속대로 추가로 2인의 부시장 자리를 만들어 준다면 그 중 한명은 반드시 기업출신 경제전문가를 임명하겠습니다. 경제전문 부시장으로 하여금 서울의 경제정책과 기업지원정책을 총괄하도록 하겠습니다.
서울시는 앞으로 기업을 지원하는 경제정책의 기둥을 세우고, 그 정책의 성과목표를 엄밀히 평가하여 오류와 실수를 시정해 나가겠습니다. 그 과정에서 기업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피드백 하겠습니다.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정책들이 제대로 집행되는 서울시를 만들겠습니다. 예산이 가장 효율적으로 집행되고 1을 투자해 100의 경제효과를 내게 하겠습니다.
서울시민여러분,
앞으로 서울시를 그냥 서울시라고 부르지 마십시오. 경제특별시라고 불러주십시오.
12. 존경하는 서울시민 여러분, 사랑하는 서울시 가족 여러분,
과거 중국의 등소평은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를 잡으면 된다”는 이른바 흑묘백묘 이론을 통하여 중국의 개혁개방을 이끌었고, 오늘날 중국이 글로벌경제대국 2위에 오르게 했습니다.
지금 우리 경제와 민생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 역시, 실용과 현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금껏, 실용을 중시하는 철학, 혁신가적 전략과, 기업가적 도전의식을 늘 마음에 품고 행동해 왔습니다. 사람들이 저를 좌파라 공격할 때 서울시장인 나는 좌파도 아니고 우파도 아니고 오직 시민파라고 대응했습니다.
저는 과거 기업가정신으로 아름다운가게를 300억 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아시아 최고의 사회적 기업으로 키운 바 있습니다. 저는 과거 ‘21세기 실학운동’을 통해 희망제작소를 대한민국 최고의 싱크탱크로 만든 경험이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현장에 바탕을 둔 실용적 비전과 전략, 그리고 행동입니다. 이러한 다짐으로, 오늘 시무식이 끝나는 대로 양재 R&D혁신허브 입주 기업을 만나러 갑니다. 여과 없이 기업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겠습니다. 이제 기업이 찾아오기를 기다리지 않고, 기업을 찾아 나서겠습니다.
7년 전 처음 시장이 되었을 때의 초심 그대로 다시 현장으로, 시민의 삶터로 달려가겠습니다.
시민의 절박한 요구가 있는 곳이라면 누가 무슨 소리를 하든, 그곳이 어디든 마다하지 않겠습니다.
절박한 민생의 현장에서, 새로운 혁신과 도전이 이루어지는 그곳에서 혁신시장실을 가동하겠습니다. 그렇습니다. 현장은 서울의 경제를 살리는 저의 열 번째 생각입니다.
13. 존경하는 서울시민 여러분, 사랑하는 서울시 가족 여러분,
모두가 한국경제의 어려움을 이야기 합니다. 경제가 앞으로 더 성장하고 발전할 것인가에 대해 비관적인 견해 또한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그러나 저는 낙관의 편에 서겠습니다. 우리 경제가 어렵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돌이켜 보면 우리 경제가 어렵지 않은 적이 있었습니까? 위기 때 마다 우리는 함께 단결했고 도전했으며, 용감하게 이겨냈습니다. 오히려 그런 위기를 맞을 때 마다 우리는, 우리 경제를 한 단계 발전시켜 왔습니다.
그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압니다. 그러나 역사는 늘 긍정과 낙관의 편에 서서 과감하게 도전하는 자의 편이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긍정과 낙관이 바로 우리경제를 희망으로 바꾸는 최고의 전략입니다. 시민들을 긍정과 낙관, 도전과 용기로 무장하게 하는 것이 경제를 살려내는 특효약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함께 힘을 내어 이 도전과제들을 해결해 나갑시다. 앞으로 제 임기동안 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 해결에 온 힘을 다하며, 더 깊은 변화, 더 넓은 변화, 더 오래가는 변화를 만들겠습니다. 보다나은 내일을 향한 수많은 질문과, 전환의 길목에서 언제나 답은 ‘시민’이었습니다.
저 박원순에겐 천만의 시민이 있습니다. 시민의 삶을 바꾸는 10년 혁명의 완성을 위해 함께 갑시다. 감사합니다.
김현미 국토부장관 신년사
사랑하는 국토교통 가족 여러분,
여러분과 함께 맞이하는 두 번째 새해입니다. 여러분 모두 소망하는 일 이루시고 더 큰 미래를 향해 도약하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합니다.
지난해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달려왔습니다. 한마음으로 업무에 매진해준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지난해 우리는 서민과 실수요자가 중심이 되는 주택시장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흔들림 없이 이행해 왔습니다. 9.13, 9.21 대책을 시행했고, 국민 여러분의 집 걱정을 덜어드리기 위해 2차례의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마련했습니다. 무주택자의 당첨비율도 70%에 불과했지만 실수요 중심 청약제도 개편을 통해 98%로 크게 증가했습니다.
교통 서비스의 공공성을 높이고 출퇴근 부담을 줄여드리기 위한 기반을 조성하는 데도 힘썼습니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등 민자 고속도로 3개 노선의 통행료를 인하했고, 추진 속도가 더뎠던 GTX 등의 광역교통사업에도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했습니다.
국토교통 산업의 성장 잠재력을 높이기 위해 건설 산업과 운수 산업 등 전통산업의 체질도 혁신했습니다. 40년간 이어져온 건설 업역 규제를 업계와의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폐지했습니다. 임금직접지급제의 시행으로 공공 부문을 중심으로 건설 현장 임금 체불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화물 종사자 처우를 개선하고 안전한 도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화물차 안전운임제 도입에도 합의했습니다. 이 모든 일이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이루어져 더욱 뜻깊습니다.
어려운 고용 여건 속에서 하나의 일자리라도 더 만들기 위해 ‘국토교통 일자리 로드맵’을 만들었습니다. 항공장학재단을 설립했고 도시재생 분야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한반도의 평화 기조 속에 국제철도협력기구(OSJD)에 가입해 유라시아 철도망 연계의 기반을 만들었습니다. 지난주에는 남북 철도‧도로 착공식을 개최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도 있었습니다. 앞으로, 국제 사회와 긴밀한 공조 속에 남북경제 협력에 대해 보다 치밀하게 대비해나갈 것입니다. 지난해 우리가 이룬 성과를 일일이 언급하지는 못했지만, 모두가 여러분께서 함께 땀흘려주신 결과입니다.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우리 모두에게 박수를 보내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보람된 순간 못지않게 아찔했던 순간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강릉선 KTX 탈선 사고는 국민들께 안전에 대한 불안과 불신을 안겨줬습니다. ‘진에어 사태’, ‘BMW 화재 사고’ 등을 겪으며 우리 부의 위기관리시스템을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전문성과 투명성을 강화해야 함을 절감했습니다. 철도와 항공 사고는 물론 기반시설 노후화로 인한 건축물 붕괴, 지반침하 등 모든 분야에 있어 안전 체계의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국토교통 가족 여러분,
2019년 우리의 업무추진 방향은 크게 세 개의 키워드로 압축됩니다. 안전, 편안한 일상, 그리고 성장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은 지역과 공간에 관계없이 누구나, 그리고 언제나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안정적인 주거와 편리한 교통이 국민의 일상이 되어야 합니다. 지역은 물론, 전통 산업과 미래 산업이 함께 성장하며 경제를 이끌고 일자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먼저, 새로운 기본권인 안전이 우리 삶 속에 깊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생활 전반의 안전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생활안전은 크게 두 축으로 이루어집니다. 하나는 화려한 성장 이면에 감춰져 있던 우리의 그림자를 다시 살펴보는 일입니다. 우리는 자연재해하고만 싸우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건설한 도시가 새로운 위험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도시는 일목요연한 논리와 체계적인 계획 속에서 만들어지지 못했습니다.
이제 주요 기반시설, 건축물, 지하매설물 등의 현황을 체계적으로 파악하고 유지‧관리를 할 수 있도록 맞춤형 안전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특히 시설만이 아니라 장비의 고도화 속에서 운영과 인력이 적정하다고 믿었던 시스템을 다시 한 번 의심하고 살펴야 합니다. 평상시 운영에 필요한 인력과 비상상황에서 필요한 대응인력은 현실적으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 적정선을 찾고 매뉴얼을 정비하는 것이 우리에게 꼭 필요하고 중요한 일입니다.
또 하나는 기술발전과 무관하게 여전히 원시적인 여건에서 일하고 있는 우리 국민을 보호하는 일입니다. 전체 건설사고 사망자 중 10명 중 6명이 추락사고로 돌아가시고 있습니다. 아무리 우리 사회가 기술이 고도화되었다고 해도 우리는 여전히 땀흘려 몸으로 일하시는 분들에게 크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건설현장만이 아니라 물류작업장, 항공, 도로, 철도작업장에서 노동자들이 적정한 휴식과 안전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지, 사각지대는 없는지 더 꼼꼼히 살펴야 할 것입니다.
다음으로, ‘편안한 일상’이 국민 여러분의 ‘평범한 일상’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주거복지 로드맵에 따라 맞춤형 주거 지원을 더욱 촘촘하게 빈틈없이 보완해가며 철저히 이행해야 합니다. 고시원‧쪽방 등에 살고 계시는 주거 취약계층의 주거 사다리를 더욱 튼튼하게 하기 위한 정책 대안 마련도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3기 신도시 조성을 내실 있게 추진해 편리한 교통‧일자리‧돌봄‧에너지 등이 융합된 만족도 높은 자족형 신도시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입니다.
또한 ‘대도시권 광역교통위원회’가 올 상반기에 정상적으로 출범해 제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해야 합니다. GTX 건설, 광역버스 투입 등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국민들에게 여유로운 아침, 함께 하는 저녁시간을 돌려드립시다. 마지막으로, 지역의 균형발전과 전통‧미래 산업의 동반 성장은 ‘혁신성장’과 ‘지속가능한 발전’의 기반입니다.
지역 거점에 건설될 도로‧철도‧공항 등 핵심 인프라 사업을 조기에 추진해 경제 활력을 높이고 균형발전의 기반을 다져야 합니다. 도시재생뉴딜 사업이 지역사업의 대표 플랫폼이 되어 생활 SOC를 공급하고 지역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지역 경제가 다양한 낙수 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스마트시티, 자율차, 드론 등 혁신성장 선도사업의 성과 창출은 물론이고 수소 시범도시와 수소 대중교통, 국토교통 빅데이터 등 새로운 미래 먹거리 발굴에도 적극적으로 힘써야 합니다. 또한, 변화하는 시장여건 속에서 전통 산업과 미래 산업이 지혜롭게 공존할 수 있도록 O2O, 생활물류 등 서비스 산업발전의 해법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좋은 일자리가 많이 창출되고 높은 경쟁력을 갖춰 해외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국토교통 가족 여러분,
올해는 문재인 정부가 반환점을 도는 해입니다. 정부 초기, 기반을 다지고 체질을 바꿨다면 이제는 국민들이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우리의 역량과 정성을 쏟아야 합니다. 올 한 해도 국토교통 전 분야에 걸쳐 많은 임무가 주어질 것입니다. 어느 때 보다 더 바쁘고 힘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국민 여러분의 애환을 어루만져주는 여러분의 손길 하나하나가 바로 어제보다 나은 국민의 삶을 만드는 원동력입니다. 여러분이 만들고 다듬는 법과 제도, 정책은 국민의 생활과 기업 활동, 시장에 막중한 영향을 미칩니다. 자부심을 갖고 소임을 다해주시기 바랍니다.
올해는 3‧1 독립운동과 임시정부가 수립된 지 100년이 되는 매우 뜻 깊은 해이기도 합니다. 한반도에 밝고 희망찬 새로운 미래 100년의 문이 활짝 열리길 기원합니다.
모두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자본의 탐욕에 갇혀있는 기업사회 비판
[다른백년 칼럼] 제3 섹타 경제론 <9> 인류 미래를 위한 기업의 새로운 역할을 상상하며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 평론가 중 한사람인 파이낸셜 타임즈(FT) 수석해설가 마틴 울프는 지난 12월 초에 2018년 경제학 분야의 최고의 서적으로 'The Future of Capitalism by Paul Collier(자본주의의 미래, 폴 콜리어)' 과 'The Myth of Capitalism by Jonathan Tepper and Denise Hearn(자본주의의 신화, 조너던 테퍼, 데니스 헌)' 등을 선정하면서 책의 내용을 다음과 같이 개략 소개 하고 있다.
19세기 중반 이후 법적으로 유한책임의 주식회사 형태를 기업들이 시장의 수용에 부응하는 치열한 경쟁 속에 인류에게 물적 풍요를 가져오는 데 크게 기여해 온 점은 대체로 수긍하는 사실이다. 그런데 근래 들어 오면서 인류의 번영이 주식회사인 기업의 성공과 일치한다는 것에 대하여 매우 비판적인 견해들이 표출되기 시작한다.
이제 많은 시민들이 상장된 기업들이 반사회적(sociopathic)이며 오로지 주가변동에만 관심을 보이고 해당 경영자들은 자신이 받는 보수에만 열중하는 등 사회적인 이슈에 무책임한 존재로 변질되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지난 수십 년간 실제로 생산성과 실질임금 분야를 들여다 보면 기업들이 기여하는 것이 별로 없어 보인다. 그 동안 물적 기반의 진보를 가져온 경쟁적 동력은 사라지고, 독점과 온갖 부정적인 요소들이 기업 내부를 멍들게 하고 있다.
상기 저작들은 '정해진 법과 규정을 지킨다는 전제하에 기업이 존재하는 유일한 목적은 이익을 남기는 것'이라고 주창했던 밀턴 프리드만(신자유주의 이론의 거두)의 논리를 정면으로 비판한다.기업 가치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미신은 현대사회의 눈앞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추악한 현실에 비하면 너무나 게으르고(naïve) 오만하며 무책임한 주장이다. 이들 저자들은 오로지 이익만을 추구하는 기업모델은 나쁜 것을 넘어서 인류와 사회와 경제 자체를 위해서도 유해하며 불길한 것이라고 단언한다.
우선, 이익의 추구는 기업 자체의 목적이라기 보다는 지속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이어야 한다. 기업의 목적은 예건데 자동차를 생산한다거나, 소비재를 제공한다거나, 정보를 공유하는 등 존재 고유의 역할에 있는 것이다. 기업이 고유의 역할을 '오로지 이익'이라는 목적으로 대치한다면 역할도 이익도 모두 실패할 것이라는 입장을 주장하고 있다.
두 번째로 국가와 사회가 기업에게 법인격을 부여한 역사적 배경은 기업들이 이익만을 추구하라고 허락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가용 가능한 자본과 인적 노력과 자연재를 결합하여 경제적 성과를 이루며, 더 나가서 장기적인 혁신 시스템을 형성하라는 기대 속에 허용한 것이다. 사회에 대한 기업의 가장 중요한 공헌은 일상적으로 혁신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런데 기업이 책임과 위험을 지지 않은 집단의 이익을 위해서 일해야 한다면 어떻게 장기적 관점에서 신뢰를 형성하고 유지하며 기업을 운영할 수 있을까? 기업의 활동내용을 일상적으로 숙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실패의 위험을 상대적으로 적게 부담하는 사람들이 기업을 감독하는 것이 정말 현명한 것인가? 현재 일반화된 유한책임방식으로 상장된 주식회사들의 일반적 모습들이 상기 질문의 실제적 배경이다.
주주(주식보유자)들은 기업 내 종업원들, 거래관계에 있는 납품업자들, 그리고 소재지역 사회성원들에 견주면 상대적으로 책임을 지고 있지 않으며 언제라도 자신의 투자지분을 이동시킬 수 있다. 또한 기업의 일상 활동에 관여 하지 않으므로 기업에 대해 상대적으로 아는 것도 적다. 비판적으로 말하자면 기업운용에서 발생하는 위험에 대해 주주들은 상기 이해관계자들보다 부담을 훨씬 적게 지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자본)시장의 불완전성으로 인해 투자자들은 국경을 넘어 다니면 위험을 분산시키는 데 반하여, 종업원들과 납품업자 그리고 지역사회는 기업이 지닌 무형적 자산과 인적 관계 등으로 인해 훨씬 큰 위험적 부담을 지니게 된다.
더구나 주주들의 기회적인 행동으로 기업은 항상 위험에 노출되어 있어 직접관계자들의 기업에 대한 헌신을 저해하게 된다. 이에 더하여 주가를 최대한 끌어 올려야 한다는 맹신적 수칙과 일반주주가 경영진을 실제로 통제할 수 없다는 조건 때문에, 주주들에 대한 보답은 기업이 고유의 역할을 다하는 성과 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장부상에 표현된 이익과 주식단가에 의해 계산된다. 그것도 조작이 가능한 상태로 이루어진다. 많은 전문가들은 주주에 대한 보상과 경영진 보수는 노회한 투자회피와 수익의 과다한 계산으로 이루어진다고 설명한다.
상기 선정한 저작들이 이제 자본주의가 심각하게 파손당하고 있다고 진단하는 것에 마틴 울프 자신도 어쩔 수 없이 동의한다고 밝히고 있으면서도 이에 대한 대안으로 기업의 개선된 조직규칙과 시장에 있어서 건강한 경쟁의 회복을 주장한다. 그는 적정한 경쟁을 되살리면 시장과 기업의 기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우리 식으로 표현하면 경제민주화를 강화하고 시장에서 공정거래의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자본주의는 회생이 가능하다고 믿는 것으로 보인다. 정말 이런 정도의 기능적이며 체제내적인 대응으로 자본의 탐욕에 물든 주주자본주의의 병폐에 대한 치료가 가능할까?
기업이라는 주제와 별도로 지구환경의 오염으로 인하여 인류사회가 종말적 상황으로 치닫는 근본적 배경에도 역시 자본의 탐욕이 자리하고 있음은 누구나 인지하고 있는 팩트이다. 호모 사피엔스의 멸종이라는 절벽을 향해 달리는 '자본주의라는' 기관차'를 누군가는 반드시 멈추어 세워야 한다.
필자는, 마틴 울프의 여전한 현존 자본제에 대한 신뢰와 기대에 반하여, 위에 언급된 것처럼 주주자본주의에 대한 냉정하고 가감없는 비판을 넘어서 근본적으로 자본제적 체제를 뛰어넘는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해야 하는 시점이 되었다고 주장하고 싶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기업의 생성과 발전의 배경인 되어온 자본주의의 역사를 살펴보아야 할 것 같다. 이에 대한 작업으로 '자본주의의 역사 1500-2010'을 쓴 미셀 보의 서문에서 일단의 가능성을 보면서, 필자의 의견을 보태어 아래로 적어본다.
슘페터의 핵심적인 두가지 주장은 다음과 같다. 즉 "자본주의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아니다"와 "사회주의는 작동할 수 있을까? 의심의 여지 없다" 그러나 그의 단언과는 달리, 우리가 보는 여러 국가들의 현실은 자본주의와 타협한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영악한 신자유주의자들은 자본주의라는 이름을 거부하며 '신격화된 시장경제'라는 용어를 선호한다. 강력한 이데올로기이다. 자본주의는 단순한 경제적 차원이 아니라, 사회적, 이데올로기적, 정치적, 윤리적 차원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마르크스적 생산양식으로만 설명될 수 없다. 다양하고 복합적인 사회적 논리로써 이해해야만 한다. 수많은 역사적 계기들과 더불어, 화폐와 교환관계의 확대가 이루어지는 시장, 이윤의 추구 속에 재생산의 과정을 진행하는 기업, 생산과 유통의 기능을 촉진하는 금융, 국경을 넘어서는 국가 간의 애증적 관계, 기술잠재력과 과학지식의 구성 등으로 이루어져 왔다. 이런 맥락에서 던지는 마지막 질문이다, 이후 전개될 자본주의가 인간적인, 인간을 위한 유일한 길인가? 역사의 답변은 "아니다".
전(全)지구적 규모의 상호영향 속에서 진행되고 있는 격변의 시대에 진입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새로운 대안을 논하기 이전에, 우선적으로 우리가 몸담고 있는 여기 한국적 자본주의와 재벌을 중심으로 한 대기업들의 가당치 않은 현재적 모습을 잠깐 들여다 볼 필요가 생긴다.
한국사회에서 재벌 등 대기업이 성장해온 배경을 여기서 상세히 재론할 필요는 없을 것이지만, 누적된 병폐를 중심으로 간단히 언급하면 60대 이후 개발독재의 과정에서 대다수 민중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특혜와 정경유착을 통하여 독과점 체제를 태동시켰고, 625동란 이후 최대의 고통이었던 1997이후 IMF를 거치면서 국민적 경제를 방기하는 자본시장을 통해 국제적 금융자본과 유착된 이중적 다중적 수탈구조를 형성해 오고 있다. 이에 더하여 이명박근혜의 9년 동안 관비(官匪), 법비(法匪)까지 동원된 입체적인 수구 기득권 체제가 강고히 구축되었다.
이러한 조건에서 다중적인 격차가 우리사회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산업사회 속에서는 기업의 규모별, 업종별, 지역별, 직업형태로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원청과 하청간, 사회적으로는 공기업과 민간기업, 학력과 대학차별, 남녀간 성별 등, 다양한 형태의 격차가 세계최악의 수준에 이르고 있으며, 비상식적 경제적 차별을 넘어서 구이역 지하철 스크린도어 정비 중 사망한 김모군 사고와 태안화력 발전소의 김용균 군 경우에서 보는 것처럼 비정규직 하청업체의 노동자들을 생명까지 잃을 수 있는 비인간적인 극한의 작업환경으로 몰아 부친다.
여전히 대부분 기업 내부의 조직에는 개발독재의 영향으로 군대식 수직하향적 명령전달 구조가 잔존하면서, 역시 세계최고 수준의 노동시간을 강요하고 대한항공의 조양호 가족의 예처럼 대주주를 겸한 경영자들이 마치 봉건영주와 같은 강압적인 추한 행태를 보이는 가운데, 해당 종업원들은 현존의 부실한 사회안전망 탓에 생계라는 올가미에 묶여 현대판 노예생활을 수용해야만 하는 현실이다.
정권과 국회의원들은 정기적인 선거과정을 통하여 국민적 선택을 받는 반면에, 한국의 재벌들은 상속을 통해 재산을 승계하는 과정에서 그나마 정해진 상속세 등 법적 규정과 절차를 회피하며 기존의 경영지배권을 영구적으로 유지하려고 엄청난 재력과 조직을 동원하여 내부자 거래, 주가조작, 회계부정 등 온갖 방법과 수단을 강구하면서 탈법, 불법, 비법을 버젓이 자행하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재벌 등 상장된 기업은 국가와 사회가 물적 기반의 재생산과 혁신의 역할을 위해 개별 단위로 위임한 공공적 재산이다. 일개 가문의 족벌경영에 더하여 노골적이고 공개적인 불법적 세습을 묵인한다면 대한민국은 더 이상 현대적 민주사회가 아니라, 우리의 시대를 봉건제 영주시대로 되돌리는 격이다.
한국사회가 보이는 현재적 천민성과 카지노 자본주의를 극복하는 경로를 설계함에 있어, 지난 세기 그나마 순기능의 역할을 해낸 주주 자본주의에서 이해관계적 참여자본주의라는 가역적 점진적 경로를 거쳐 미지의 새로운 체계로 전환될 것인지, 아니면 단절적 변혁적으로 충격을 주면서 새로운 체제로 진입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주요한 계기는 최순실게이트와 삼바사건 등 불법을 행한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구속 여부와 완벽하게 자격미달인 조양호 가족들에 대한 대한항공 경영자 지위의 박탈여부에 달려있다. 이들 사안을 역사의 흐름과 시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여 합리적이고 당당한 법적 절차와 과정으로 처리해 내지 못하면 대한민국은 순리적 가역적 개혁을 포기한 예측불가능한 사회로 전락할 것이다.
이제 본 장 주제의 결론을 미리 적어본다. 현재와 같이 극단적인 자본의 탐욕을 승인하는 주주자본주의 방식은 소련을 붕괴시킨 주요 원인으로 작동한 공산주의 체제내 핵심간부들(nomenklatura)의 수탈체제와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보여진다. 그렇다 해도 역사적 순기능을 소진한 채 불평등과 불균형의 극심한 양극화라는 역(逆)기능만 확대하는 자본제의 핵심인 탐욕과 자기증식적 메커니즘을 비판한다 해서, 오랜 세월의 경험과 축척을 통해 검증된 효율적인 시장경제 시스템과 경제활동의 주체로서 역할을 다해 온 기업조직마저 부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경제활동의 흐름 속에 문제가 되는 탐욕과 자본중심의 구조를 인간의 길과 인간을 위한 양식으로 대체하고 이를 담아내는 조직적 제도로서 기업에 새롭고 중차대한 내용과 형식을 부여할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
그럴 때야 비로소 지구라는 소중하고 한정된 생태 환경이 되살아 나고, 경제활동 주체로서 기업 조직이 지속 가능한 조건을 확고히 담보해 내면서, 인류사회에는 새로운 지평이 열릴 것이다. 자본제의 폐해가 극심해진 지금이 바로 과감한 변화를 일으킬 새로운 출발의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지난 20여 년간 조그만 중소기업의 책임 경영자로서 종사해온 필자의 경험을 공유하고자 한다. 오랜 재직기간을 통하여 필자는 경영자와 주주라는 지위를 떠나서 일터의 인간적인 동료로서 그리고 가족의 일원처럼 직장 근무자들의 일상적 고충과 어려움을 함께 나누며 격려와 조언으로 일관해왔고 이들이 회사에 보탠 공헌에 대하여 가능한 범위에서 후한 보상체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해 왔다. 그 덕분에 끊임없이 변화하는 상황과 치열한 경쟁적 환경 속에서도 20여 년간 연평균 매출성장률 15% 이라는 높은 성과를 꾸준히 실현해 왔다.
이러한 성취는, 물론 한국산업의 고속 성장과 기술적 성숙기라는 배경도 있었지만, 주주로서 자본의 탐욕과 증식의 과정을 추구하면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인간적인 관계와 상호적인 이해와 지속적인 격려를 통하여 비로소 가능했던 결과라고 분명하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자신을 이해하고 격려하고 성과에 대한 확실한 보상과 배분이라는 신뢰체계를 통해서 적극적인 참여와 헌신적인 열정 그리고 창의적 실천을 이끌어낼 수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19세기 이후 현재까지 산업시회를 견인한 주요 동력이 자본의 힘이었다면 이후의 미래사회는 슘페터의 예언처럼 기술과 지식과 자발적 참여를 통한 역동적 혁신의 시대로 전환되고 있다. 혁신에 있어서 중심적 요소는 위에서도 언급하였듯이 신뢰를 기반으로 적극적 사고와 상호적 협력과 성과에 대한 확실한 보상과 배분에 달려 있다.
기업에 투자한 자본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과 기업에 대한 일상적인 운영과 관리의 책임을 명확하게 구분해야 할 시점이다. 미래 사회에 있어서 자본은 기업운영에 필요한 일개 요소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하며, 따라서 기업의 소유와 지배구조가 자본의 지분이 아니라 일상적 참여와 혁신성과와 지속조건이라는 항목을 중심으로 재구성되어야 한다. 자본의 투자 지분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이해관계를 갖고 참여하는 있는 당사자들의 배분적 구성과 회사에 대한 실제적 공헌도를 반영하여 혁신지향적으로 재편되어야 한다. 이에 따라 자본의 참여 역시 기업 구성의 일개 요소(인력, 기술, 거래관계, 경영, 사회, 환경 등과 함께)로서 응당 공헌도에 맞게 평가되고 성과에 따라 적정 수준에서 이윤적 할당이 이루어지는 것이 합당하다.
되풀이 하지만, 역사 속에서 국가와 사회가 기업에게 법인격을 허용한 배경에는, 자본의 자기증식과 이익실현 이전에, 해당 사회와 인류 세계에 제공할 재화와 서비스를 포함하여 물적 기반의 재생산과 혁신을 통한 지속적 확대라는 역할에 있는 것이다. 따라서 국가와 인류사회에서 부여된 해당 기업의 주어진 역할을 중심으로 한 합리적이고 지속적인 평가가 이루어져야 하며, 이에 역행하는 반사회적 반인륜적 기업은 당연히 도태되고 사라지도록 강력하고도 합당한 합의와 법규 제정이 이루어지고 이에 근거하여 사회적 국제적 강제가 집행되어야 한다. 한마디로 기업에게 주어진 사회적 책임과 역할과 기업 개별적 이익이 출동할 때 반드시 전자가 우선되어야 한다.
특별히 거대한 공룡으로 변신해 가고 있는 ICT 산업중심의 기업 집단들과 이들이 발전시키고 있는 정보통신기술을 인류의 보편적 이해 속에 공유하고 통제할 수 있느냐의 여부는 우리의 미래를 결정하는 핵심적 사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공기와 물처럼 모든 사람들이 향유해야 하는 공유재적인 인터넷 플랫홈을 이용하여 공유경제라는 미명하에 일정한 사업모델로 발생하는 모든 수익을 일개 기업과 개인이 독식하는 것에는 엄청난 함정과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이를 손 놓고 방치하면 현재 한국 재벌체제에서 발생한 독과점 현상 이상으로 기술적 수탈과 부의 편중으로 인한 감당할 수 없는 양극화의 폐단을 가져올 공산이 매우 높다. 단연코 미래과학기술의 발전과 성과가 자본의 자기증식 논리나 개별적 기업의 수익적 탐욕에 종속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기후변화에 못지 않는 중차대한 주제이다.
현재 한국에서 현안이 되고 있는 카풀 제도 도입에 대한 택시기사들의 저항에 대하여, 기사들의 직업과 적정한 수입에 대한 장기적인 보장책이 확실하게 수립되지 않는 한, 필자는 사회적 약자인 택시기사들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카풀 도입이 갖는 편의성에 앞서 대안적 일자리도 보이지 않고 사회안전망이 매우 부실한 한국사회에서는 생명줄 같은 택시기사들의 생업이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보호되어야 마땅하다. 카풀 도입은 결코 서둘 일이 아니다. 새로운 일을 추진함에 있어서 본말(本末)과 선후(先後)와 과정(過程)을 분명히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약자들을 희생시키면서 편리성을 추구하는 것보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상생을 앞세운 것이 마땅하다.
이미 세계적 규모로 재화와 서비스가 만성적인 과잉상태에서, 현재 이후 자연재에 대한 소모가 생태의 자생적 재순환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도록 국가단위와 세계적 집행기구를 통하여 철저히 규제하여야 하며, 경제운용의 우선적 방점은 오로지 자본의 이익실현을 위한 생산적 요소의 결합이 아니라 시장기제가 제공하는 자원의 효율적 배분기능을 백분 활용하면서도 개개인과 사회가 필요로 하는 적정한 수요와 소비를 중심으로 생산 활동이 조정되고 이를 지원하는 배분과 순환의 구조를 형성하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경제활동과 결과로서 형성되는 물적 기반은 인간과 사회에게 자유의 확대라는 조건으로 작동할 때 비로소 유의미한 가치를 갖게 된다. 따라서 기업 역시 혁신과 재생산의 기본단위로서 역할에 다하면서, 동시에 해당 구성원들과 입지한 사회에 삶의 관점에서 상생과 행복을 제공하는 주체이어야 한다. 이후 인류사회의 모습은 자본제의 탐욕적 사고의 틀을 벗어나 각자 그리고 모두를 위한 행복 경영학, 행복 경제학, 행복 공공학, 행복 복지학 등에 의해 추동되어야 한다.
상상은 미래를 향한 통찰이자 강력한 실천이다. 남는 문제는 세대를 넘어 역사의 긴 여정을 통해 이를 실현할 경로와 과정에 대한 밑그림을 그려내는 일이다. 물론 모든 진행의 중심에는 정치의 우선성이 작동하게 될 것이다. / 이래경 다른백년 이사장
다시 쓰는 인구론](1)이 땅에 온 생명들을 우리는 어떻게 맞고 있나 1.2 경향
초저출산 지속에 인구절벽 위기감
우리 사회 ‘비정상성’ 질문 계기도
설문조사에서 찾은 희망의 역발상
2019년 1월1일. 기해년 새해둥이들의 울음소리가 새해를 밝혔다. 국민소득 3만달러를 돌파한 후 첫해, 가장 여유 있는 시기에 태어났는데, 이 아이들을 보는 시선은 안쓰럽다. 이 아이들이 30대 중반이 되면 전체 인구 10명 중 4명이 65세 이상이 되고, 돈을 버는 인구 100명당 노인 76명을 부양해야 한다. 점차 사회 활력이 떨어지고 성장동력이 사라져 국가가 소멸할지도 모른다는, 이른바 인구절벽의 위기와 두려움이다.
대한민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오랜 기간 극심한 초저출산을 겪고 있다. 여성 1명이 일생 동안 아이를 1.3명 이하 낳는 상황이 2001년 이래 18년간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합계출산율 1이 깨지며 심리적 마지노선까지 무너졌다.
그러나 이러한 초저출산 상황은, 역설적으로 우리 사회의 ‘비정상성’에 대해 진지하게 질문하는 계기가 됐다. 주변을 돌아보면 아이부터 노인까지 행복한 사람을 찾기 힘들다. 사람값은 싸고, 한 명 한 명 사람의 가치는 기업, 국가 등 집단의 가치보다 한없이 가볍다.
돈과 권력이 사람 위에 있는 사회, 나라는 잘살게 됐지만 1%, 0.1%의 독점이 심화되며 극소수만 군림하고, 나머지는 극한투쟁을 벌이고 있는 사회에 누가 새 생명을 기꺼이 내놓고 싶을까. 비정상적인 초저출산 상황, 집단적인 출산파업은 더 이상 납세자로, 소비자로, 충직하고 값싼 노동자로 이 사회를 떠받치기 싫다는 집단 비명과 다름없다.
다시 질문해 봐야 한다. 인구가 늘면 사회가 달라질까. 아니다. 오히려 사회가 달라져야 인구가 변화하리라는 것이 자연스러운 추론이다. 사회변화의 핵심은 ‘이 땅에 온 생명들을 우리는 어떻게 맞고 있는가’이다. 돈이나 지위 때문이 아니라 사람으로 환대하고, 환대받고 있는가.
인구 감소가 어쩌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좁은 땅에 발 딛고 사느라 치열해진 경쟁과 적대감의 촉수를 누그러뜨리고, 이웃과 온기를 나눌 계기가 될지 모른다.
이미 변화는 시작됐다. 선진국들은 일찌감치 성장, 경쟁, 성과지상주의라는 인구팽창 시대의 가치와 결별하고 사회의 체질을 개선해 한 명 한 명을 소중히 키울 정책을 발굴하고 있다. 정부도 최근 그동안의 출산장려 정책에서 삶의 질 향상으로 인구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을 발표했다. 경향신문의 신년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희망의 실마리가 보인다. 인구 감소를 위기로 보는 시각이 많았지만, 동시에 사회경제적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답변도 절반을 넘어섰다. 경향신문은 ‘인구 감소, 저출산 = 위기’라는 낡은 전제를 깨고, 인구 전환기의 시대에 함께 생각해 볼 만한 몇 가지 질문을 던지려 한다.
우리가 살고 싶은 세상은 우리가 만드는 것. 늘 그래왔듯 시민들의 집단지성이 이 사회를 지탱하리라 믿는다. 2019년생 아이들에게 어떤 미래를 물려줄 것인가. 오늘을 사는 우리의 선택이다.
“인구 감소는 위기” 압도적이지만 절반 이상 “사회경제적 기회”
부모 되는 일 가치” 81.7% 공감에도 “저출산 계속” 80.1%
국민 대다수(80.1%)는 저출산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개선될 것’이란 응답은 13.1%에 불과했다. 여성들의 ‘개선될 것’ 응답은 10.0%로 더 비관적이었다.
저출산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과는 대조적으로 ‘부모가 되는 것은 인생에서 가치있는 일’이라는 생각에 대다수(81.7%)가 공감했다. 50대(89.2%)와 40대(89.0%)의 공감비율이 1, 2위였으며, 20대가 67.0%로 가장 낮았다.
이상적인 자녀수를 묻는 질문에는 모든 연령층에서 2명을 꼽았다. 2명(51.9%), 3명(31.0%), 1명(7.6%), 무자녀(4.7%) 순이었다. 이상적인 자녀수로 무자녀를 꼽은 대답은 19세와 20대에서 11.7%로 가장 높았지만, 이 연령대에서도 ‘2명’이라는 응답이 57.7%로 압도적이었다. ‘3명’도 16.8%로 높은 편이었다. 합계출산율 1명이 안되는 현실과는 괴리가 매우 크다.
‘저출산 현상이 한국사회의 성 불평등과 관련되어 있다는 주장에 어느 정도 공감하느냐’는 질문에는 공감 49.6%, 비공감 46.2%로 팽팽했다. 공감하는 여성은 56.8%, 남성은 42.4%로 성별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박정훈 리서치뷰 수석컨설턴트는 “부모됨의 가치, 이상적인 자녀수로 2명 이상을 압도적으로 꼽는 설문결과를 보면서, 우리나라의 인구 감소가 선진국형 요인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 묻게 된다. 결혼, 출산보다 다른 요인에 의미를 둔 자발적 결과라면 상관없지만, 먹고사는 문제, 사회경제적 이유 때문이라면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인구가 감소해야 한다는 답이 만 19세와 20대에서 가장 높았다는 점, 이 연령대에서만 유일하게 인구 감소 때 일자리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점(긍정 전망 49.1%, 부정 전망 41.5%)에 주목한다”면서 “젊은 세대가 인구 감소 상황을 일자리 문제의 돌파구로 보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1. 인구 감소, 위기인가 기회인가
2. 다 인구 때문일까
3. 세대게임을 넘어
4. 우리 모두는 일할 수 있을까
5. 아이 키우기에 정말 필요한 것은
6. 지방은 지속가능한가
7. 우리는 이방인을 품을 수 있을까
8. 돌봄은 어떻게 재구성될까
인구감소 미래를 보는 두 개의 시선
저출산과 인구 감소는 한국에 위기일까, 기회일까. 기업과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는 인구가 줄면 소비가 줄고 불황이 이어지며, 고령층이 늘어나 젊은층의 부양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반면 한 사람 한 사람의 가치가 존중되는 등 긍정적인 변화도 기대된다. 노동자 개개인이 귀하기에 기업들의 태도도 바뀔 수 있고, 소멸마저 거론되는 지방자치단체들은 청년과 젊은 부부들을 끌어들일 정책을 고민할 것이다. 각계 전문가 조언과 관련 서적, 참고문헌 등을 종합해 인구 감소가 불러올 수 있는 상반된 모습의 두 시나리오를 소개한다.
■인구감소가 불러올 수 있는 어두운 미래
①소비절벽 = 인구가 줄어들면 소비자들도 줄어들며 산업계는 저성장 국면으로 진입할 수 있다. 유아용품이나 교육, 유통업의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 감소기 일본에서는 폐업 상점가 ‘셔터도리’들이 곳곳에서 나왔는데, 한국에도 비슷한 풍경이 펼쳐질 수 있다.
②마이너스 성장 = 인구가 줄면 소비자 뿐 아니라 노동자도 줄어든다. 여기에 젊은이가 줄고 노인들이 많아지면 생산성은 더 급격히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3%대 안팎을 오가고 있으나, 2030년쯤에는 마이너스로 전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개인들의 소득은 줄어줄 수 있다.
③지방소멸과 지자체 파산 = 현재도 인구가 많지 않은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은 인구가 더 감소되며 아예 소멸될 가능성도 있다. 살아남은 지자체들도 주민들의 세수가 크게 줄어들면 파산에 이르게 된다. 이 경우 공공서비스는 마비될 수 있다.
④사람 구하기 힘든 사회 = 노동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이들이 줄어들면 택배업 등 노동집약 산업을 중심으로 일손 부족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인구 감소 뒤 일본에서는 소수의 노동자에게 지나치게 많은 업무를 맡겨 문제가 됐다.
⑤조세부담 늘고 복지는 축소 = 고령층이 많아지면 기초연금 등 이들에게 투입하는 재정이 늘어나야 하는데, 세금을 내야 할 젊은층 인구는 줄고 있다. 이 경우 한 사람이 부담해야 하는 세금과 사회보험료가 크게 늘어날 수 있으며, 자칫 복지 혜택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⑥기대여명의 양극화 = 인구 감소로 지방의 공공의료 수준이 악화되면 주민들은 충분한 치료를 받기 힘들어지며, 자산가들은 수도권 대형병원 근처로 올라와 거주할 수 있다. 기대여명이나 건강수명이 소득에 좌우될 수 있다.
⑦개인주의 심화 = 아이를 낳지 않거나, 적게 낳는 풍조가 지속되면서 외동인 아이들이 증가한다. 미래의 외동세대는 이모나 삼촌도 보기 힘들다. 친척·형제와 상호작용하며 느낄 수 있는 감수성이나 이타주의적 성향을 배울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
⑧노인포퓰리즘의 시작 = 2045년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의 비율은 35.6%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인들은 상대적으로 투표력이 강한 노인 세대에 우호적인 정책을 펼 수 있으며, 연금 문제 등에서 세대 간의 형평성이 무너질 가능성도 있다.
■인구감소가 불러올 수 있는 긍정적 미래
①여유사회의 시작 = 인구가 줄어도 로봇의 역할이 확대되면 GDP가 크게 감소하지 않을 수 있다. 자동화로 인해 생겨난 이익이 적절히 분배되면 노동자들은 소득 감소 없이 더 많은 여가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②청년실업 해소 = 향후 청년 수가 줄어들면 2021년쯤부터 취업 경쟁이 완화될 수 있으며, 2030년쯤에는 완전고용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일본에서는 기업들이 인재 확보를 위해 구직자들을 나오기도 했다.
③기업 ‘갑질’의 감소 = 인구가 줄어들면 노동자를 구하기가 힘들어지며, 어렵게 구한 노동자들이 나가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성도 커진다. 업주가 ‘갑질’하는 기업은 도태되며, 노동자들의 편의를 봐주는 기업이 살아남는다.
④꼴찌도 4년제 입학 = 일부 연구기관에서는 2060년이 되면 만 18세 인구가 4년제 대학 정원 35만명(2015년 기준)보다 적은 30만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대입 경쟁과 학벌 차별이 상대적으로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
⑤다양성·창의성 교육의 기회 = 유소년 인구 감소가 빨라지며 학생 대 교사 비율도 변화한다. 지방의 학교 중에는 교사와 학생비율이 1 대 1인 곳도 많아졌다. 향후 교사 수가 크게 줄지 않으면 학생 참여형 수업이 수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⑥자연경관의 회복 = 인구 감소로 지자체가 소멸될 수 있지만, 공간 재배치가 적절히 이뤄진다면 사람들은 더 압축적으로 모여 살고 난개발에 묻혔던 자연 경관이 회복될 가능성도 있다.
⑦지방정부의 ‘사람이 먼저다’ = 인구가 줄어들면 지자체들은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정책에 많은 관심을 보이게 되고, 특히 신혼부부와 청년을 위한 지원을 확대할 수 있다. 진정한 의미의 지방자치가 실현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⑧직접·숙의민주주의 본격화 = 주민이 줄고 고령화가 진행되면 지방의회 구성도 힘들어질 수 있다. 반면 주민 수가 많지 않다면 이들이 직접 정책들을 논의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직접민주주의가 실현될 여건이 마련되는 것이다.
인간이 걱정하는 ‘출산율 감소’…동물의 세계에선 ‘개체군 조절’
환경이 좋아야 번성…나쁜 조건에선 감퇴…서식지 위협 땐 멸종
생물학자가 본 지금의 한국
도심의 말매미는 열섬효과(도시의 중심부가 변두리 지역보다 기온이 높게 나타나는 현상)로 개체군이 번성 중이다. 반대로 수원청개구리는 서식지가 사라지면서 멸종위기종이 됐다. 동물의 어떤 종이 잘 살고 있다는 지표는 숫자가 많아지는 것이다. 거꾸로 어떤 종은 숫자가 줄어서 멸종위기종이 되기도 한다. 개체군 생태학은 생물종의 숫자가 변화하는 요인을 연구한다. 잘 살고 있는 종도 한정 없이 숫자가 늘어나지는 않는다. 개체군이 커지면 커질수록 경쟁이 심해지면서 개체군은 조절된다.
이러한 개체군 크기를 인간의 관점에서 보면 ‘인구’다.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장이권 교수는 “생물학자는 위기종 연구를 할 때 위기 요인을 먼저 찾고 스트레스에 관심을 갖는다”고 말했다.
“인구 감소는 누구의 위기인가
출산율 조절은 한정된 자원 속
개인의 관점에선 최선의 선택”
생물학자가 보는 한국의 인구 상황은 어떨까. 장 교수가 보기에 지난해 3분기 합계출산율 0.95명은 “개체군이 조절되고 있다는 뜻”이다. 개인의 관점에서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사회 전체가 재조정하는 단계가 아닌가 싶다”며 “자원의 한계가 있는데 숫자를 늘려가다가는 모두가 망할 수 있기 때문에 출산율의 조절은 개인으로 보면 최선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최재천 교수는 “번식은 본능인데 아이를 못 낳게 하는 것이 훨씬 힘들다”며 “출산율을 들여다보지도, 걱정도 말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톰 소여의 사회’를 만들면 사람들은 저절로 아이를 낳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설 <톰 소여의 모험> 첫 장면에서 톰 소여는 고모에게 야단맞고 페인트칠하는 벌을 받는다. 그때 친구들이 나타나 재밌냐며 같이해보자 한다. 그러자 톰 소여는 ‘그냥은 안된다’며 오히려 친구들에게 캔디를 받고 페인트칠을 허락해준다. 톰 소여에게는 벌이었지만 친구들에겐 재밌어 보이는 일이 됐던 것처럼 아이 낳는 것을 부러워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 우호적 환경 도심 말매미는 번성 중
도심의 말매미는 숫자가 많아지면서 개체군이 번성 중이다. 도시화는 많은 생물종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여 숫자가 줄어들거나 심지어 완전히 사라지게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일부 예외적인 생물종 중 하나가 말매미다. 매미가 성장하는 데 높은 온도가 필요한데 열섬현상이 발생하는 도심은 매미에게 오히려 좋은 환경이 되는 셈이다. 장 교수 연구 결과 서울시에서 열섬효과가 높은 지역의 ㎢당 매미 개체수가 열섬효과가 낮은 지역보다 5배 많게 나타났다. 또 말매미는 플라타너스와 벚나무를 좋아하는데 조경을 위해 도심에 심어놓은 플라타너스가 말매미에게 좋은 환경이 되기도 했다.
수원청개구리 - “인간이 터전 없앤 청개구리와 힘겨운 서식지 경쟁 중…이러다 멸종될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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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식지 사라진 수원청개구리 멸종위기
수원청개구리는 멸종위기종이다. 현대 농법의 변화로 절대 서식지가 사라지고 있다. 장 교수가 수컷의 울음소리로 조사한 결과 전국에 2500여마리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2012년 환경부는 수원청개구리를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했다. 수원청개구리가 멸종위기종이 된 것은 ‘사람’이 가장 큰 요인이었다. 청개구리는 원래 산과 인접한 습지에서 살고, 수원청개구리는 늪에서 살아간다. 그러나 인간이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모든 습지를 논으로 바꿨다. 그 결과 수원청개구리와 청개구리는 같은 논에서 서로 경쟁하게 됐다. 사람이 수확량을 늘리기 위해 잡초를 없애고, 논을 단순화해 농법을 바꾸면서 수원청개구리가 숨을 장소도 사라졌다. 청개구리와 수원청개구리의 경쟁은 심화됐고 청개구리보다 5% 정도 몸집이 작은 수원청개구리는 경쟁에 불리해졌다. 국립생태원 김백준 선임연구원은 “동물은 자원 총량이 부족해지는 것보다 인간으로 인한 서식지 개발로 개체군 수에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금관조 - “어릴 적 못 먹고 컸더니 번식에 큰 흥미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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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관조, 번식에 투자하지 않도록 진화
새들의 경우 환경이 좋지 않을 때 산란 수를 줄이는 자기조절능력이 있다. 성장 초기에 먹이 부족을 겪은 금관조 암컷은 나중에 먹이가 풍부해지더라도 먹이가 풍부한 환경에서 자란 자매 금관조보다 더 크기가 작은 알을 낳는다. 결과적으로 더 작은 새끼가 태어난다. 번식에 지나친 투자를 하지 않도록 미리 조절하는 것이다. 먹이가 한정적인데 숫자가 많아지면 경쟁이 심해지고 스트레스가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김 선임연구원은 “환경이 좋아지면 전략을 바꿀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어려운 시절을 경험해본 동물들은 적응하는 쪽으로 진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여러 동물의 사례를 연구한 장 교수는 “번식을 여러 해 하는 동물들을 보면 의도적으로 개체군 크기를 조절한다”고 설명했다. 먹이나 공간이 충분하지 않아서 자식을 살릴 수 없거나 오히려 자식이 있어서 자기 생존이 불리해질 경우 동물들은 자손을 낳지 않고 힘든 기간을 연장시키는 전략을 편다. 일단 자기가 생존한 다음 생식 기회를 노린다는 뜻이다. <인구 쇼크>의 저자 앨런 와이즈먼은 “생물의 역사에서 자원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개체수가 불어난 종들은 모두 개체군 붕괴를 겪었다”며 “개체군 밀도가 증가하면 포식, 경쟁, 먹이 고갈 등 문제가 생기는데 이때 치사율이 높아진다”고 밝혔다.
유리한 환경에서 개체군이 늘고 있는 말매미는 계속해서 숫자가 늘어날까. 그렇지 않다. 매미의 새로운 포식자들도 나타났다. 바로 말벌이다. 장 교수는 “언제까지 매미들에게 상황이 좋을지는 모른다. 이렇게 늘 바뀐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인구 감소를 위기라고 말하는 현 상황에 대해 “질문을 바꿔야 한다”며 “위기라면 누구의 위기인가”라고 되물었다. 학령인구 감소는 사회의 위기가 될 수 있지만 개인의 관점에서는 오히려 스트레스 상황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일 수 있다는 것이다.
생태학 관점에서 인구 감소는 반가운 일이다. 환경 문제는 곧 인구 문제로 지금도 사람이 너무 많아서 지구가 망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인구가 20억명(1927년)에서 30억명(1960년)이 되는 데는 33년이 걸렸지만 30억명에서 40억명(1974년)이 되는 데는 14년이 걸렸다. 이후 10억명씩 늘어나는 데 12~14년씩 걸렸고 현재 세계 인구는 76억명을 넘어섰다.
갈매기 - “일부일처 사회지만 집안일·바깥일 공평하지 않으면 깨끗이 갈라선답니다”
■ 일·가정 양립 갈매기 부부처럼
2005년 이미 ‘고령화 쇼크’를 예상하는 책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를 냈던 최 교수는 “저출산 타깃은 남성”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여성을 가리켜 돈 줄 테니 아이 낳아주세요’가 아니라 ‘아빠가 육아를 해야 풀린다’는 것이다.
그는 갈매기 부부들의 이혼율이 높아진 것을 분석했던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연구 결과를 예로 들었다. 일부일처제인 갈매기는 하루에 정확하게 12시간씩 집안일과 바깥일을 나눠서 한다. 한 마리가 밖에 나가 먹이를 물어오는 동안 다른 한 마리는 둥지에 앉아 알을 품는 식이다. 그런데 갈매기 네 쌍 중 한 쌍이 일년을 넘기기 무섭게 이혼하는데 연구 결과 교대시간이 길고 시끄러웠던 부부가 이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다에서 물고기 잡아오는 게 고달프기 때문에 암컷, 수컷이 서로 더 둥지에 남아 있으려고 하는데 교대할 때 갈등을 겪은 갈매기 부부는 다음해 다른 짝을 만난다는 것이다.
거꾸로 말하면 부부간 협력이 잘되는 경우 해로한다는 뜻이다. 최 교수는 “갈매기는 평생 해로하는 동물인데 인간도 새처럼 살면 된다”며 “일주일에 3일은 남편이 나가서 일하고 3일은 집에서 아이 기르는 사회가 돼 남녀가 반반씩 일을 나누면 문제가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 통계 자료를 보면 전 세계 남성 20~30대 사망률은 여성 사망률의 2~3배지만 40~50대가 되면 사망률이 줄어들어 여성과 비슷해진다. 그런데 한국은 다르다. 40~50대 남성 사망률이 높다. 최 교수는 “한국 남성들은 불행하다”며 “새벽같이 나가면서 잠자는 아이 얼굴 한 번 보고 야근하고 돌아오는 삶”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들이 아이들 어린이집·학교 보내고 브런치를 하면서 수다를 떨 수 있는 사회가 좋은 사회”라며 “회사의 절반이 여성으로 채워지면 자신의 아내도 일자리를 얻게 되는 것인데 남성들이 회사 임원이 되면서 자리를 막지 않고 여성을 협력자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 번식기 이후 더 길게 사는 인간
번식기 이후 더 길게 사는 인간
“고령 세대 지혜가 후대 전해져
인류 발전에 긍정적 영향 끼쳐”
2017년 태어난 아이는 82.7세를 살 것으로 전망된다. 의학 발달로 기대수명 120세를 바라보는 것도 먼 일이 아닐 것이다. 자식을 낳고 기르는 번식기(50대)보다 번식 후기(50대 이후)를 더 오래 살게 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최 교수는 “세상의 어느 종도 노인이 없다. 번식이 멈추면 죽는다”며 지구상에서 인간이 ‘번식기’(50대)보다 ‘번식기 이후’(50대 이후)를 더 길게 사는 최초의 종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고령 세대의 도움으로 인류가 문화를 발전시켜왔다는 ‘할머니 이론’을 소개했다. 그는 “할머니가 있는 집단이 번성한다”며 “할머니가 손자들을 돌보며 자손들의 생존에 도움이 되는 지혜를 제공함으로써 인구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평균수명 100세 시대에 인생을 50년씩 나눠 ‘이모작’을 해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그는 “제1의 인생은 새끼 키우느라 새치기도 할 수 있지만, 제2의 인생에 들어가면 할머니가 지혜를 나눠주는 존재였던 것처럼 우리 동네, 나라, 지구, 우주를 위해서 멋있게 살아보면 어떨까”라고 말했다
[위기의 탄수화물] ① 호환·마마보다 두려운 탄수화물 1.2 조선
대표 탄수화물 쌀 소비량 역대 최저치… 1980년대 절반 수준
건강과 다이어트에 좋지 않다고 여겨지며 남녀노소 모두 꺼려
탄수화물이 건강과 다이어트에 이롭지 않다고 여겨지면서 한국인의 식탁에서 갈수록 보기 힘들어지고 있다./조선일보DB
광고대행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건호(45)씨는 1년 전부터 탄수화물을 하루 한 끼만 먹는다. "아침에는 빵 없이 야채수프만 먹어요. 점심은 닭가슴살과 과일, 샐러드를 집에서 싸가요. 저녁에는 우유에 끓인 오트밀(귀리) 한 그릇 먹고요. 약속이 있거나 야근으로 팀원들과 함께 저녁 식사하게 되면 아무거나 편하게 먹지만요." 박씨는 "몸이 적응하니 배고프거나 힘들지 않고 오히려 속이 편하다"며 "이제는 밥이나 국수 등 탄수화물 중심의 일반적인 식사를 두세 끼 연달아 먹으면 속 부대끼고 몸이 부은 느낌이라 불편하다"고 했다.
탄수화물을 먹지 않는 사람들이 늘고있다. 한국인이 섭취하는 대표적인 탄수화물인 쌀 소비량은 매년 최저치를 경신 중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7 양곡소비량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61.8kg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1980년 쌀 소비량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1인당 하루 쌀 소비량은 169.3g. 밥 한 공기가 쌀 90g 기준이니 하루에 두 공기를 채 먹지 않는 셈이다. 20년 전인 1997년(280.6g)과 비교하면 한 공기 이상 줄었다.
탄수화물 섭취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건강 때문이다. 최근 본지가 진행한 설문 조사에서 ‘쌀밥을 먹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건강·몸매 관리를 위해서’(32.14%)라는 답이 가장 많았다. 박건호씨는 "탄수화물을 줄이고 운동을 병행했더니 체중은 거의 그대로지만 체지방이 4kg이나 줄었다"며 "계속 이 식단을 유지할 생각"이라고 했다. 호서대 식품영양학과 정혜경 교수는 "조선시대에는 현대인의 두세 배인 500~600g 정도의 밥을 끼니마다 먹었다"면서 "웰빙 열풍과 함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소식(小食) 위주 식단이 권장되는 사회 분위기가 반영된 것"이라고 했다.
서점가에는 ‘탄수화물은 독이다’ ‘탄수화물이 인류를 멸망시킨다’ ‘건강의 비결 NO! 탄수화물’ ‘탄수화물 중독증’ 등 탄수화물을 꺼리는 정도가 아니라 죄악시하는 책들이 쏟아져 나와있다. ‘탄수화물은 독이다’를 쓴 일본 다카오병원 에베 코지 이사장(내과의사)은 당질을 다량 함유한 밥.빵.면을 가능한 먹지 말라는 ‘당질 제한식’의 주창자이다.
그는 "당질 제한식이야말로 인류 본연의 자연스러운 식사법"이라고 주장한다. 인류는 오랫동안 당질을 거의 먹지 않는 생활을 하면서 살다가 1만 년 전쯤 농경이 시작되면서 곡물 위주의 당질을 먹을 수 있는 식생활을 하게 됐다는 것. 에베 이사장은 "인류가 곡물을 일상적으로 먹게 된 기간은 인류의 장대한 역사 중 불과 700분의 1 밖에 되지 않는다"며 "당질 제한식과 고(高)당질식 중에 어느 것이 인류에게 더 자연스러운 것인지는 굳이 긴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다"고 말한다.
탄수화물 섭취를 최소화하는 대신 단백질이나 지방 섭취를 늘리는 다이어트도 유행이다. ‘저탄수화물 고단백 다이어트’(저탄고단) ‘저탄수화물 고지방'(저탄고지)로 더 널리 알려졌다. 인스타그램에서 ‘미니’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박지우씨는 ‘유지어터’로 유명하다. 유지어터란 다이어트로 감량한 체중을 성공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사람을 지칭한다. 박씨는 70kg에서 22kg이나 감량한 체중 48kg을 2년째 지키고 있다. 그는 자신의 책 ‘고단백 저탄수화물 다이어트 레시피’에서 "한 번도 날씬한 적 없었고, 수백 번의 다이어트를 모두 실패했지만 고단백 저탄수화물 레시피로 다이어트에 성공했다"며 저탄고단을 강력 추천한다.
의사들은 저탄고지·저탄고단 다이어트 맹신을 걱정한다. 대한비만학회는 "당질과 지방의 비율보다는 주요 열량공급원인 이들 영양소의 총섭취를 조절하여 열량 섭취를 줄이는 데 일차적으로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비만치료 지침을 2012년 내놨다. 비만학회가 제시한 저열량식 권장 비율은 탄수화물 50~60%, 지방 20~25%로 일반인과 별다르지 않다.
의사이자 포털사이트 에서 ‘고든’이란 이름의 과학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정주영씨는 ‘과학으로 먹는 3대 영양소’에서 "고지방 저탄수화물 식이가 건강한 일반인에게 유리하다는 증거는 없으며 비만 환자의 장기간 체중 감량 및 유지에 유리하다는 증거 역시 매우 불충분하다"며 "비만이나 당뇨가 올까봐 탄수화물을 극도로 기피할 이유는 없고 주식으로 삼아도 문제되지 않는다"고 했다.
서기조(fou****)2019.01.0217:28:59신고밥심을 무시하고 닭가슴살 등을 편식하면 고혈압, 당뇨병, 정맥류질환, 신장결석, 비만 등 의 위험한 병에 걸리기 쉽다. 신문기사는 사기가 많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닭은 항생제와 성장촉진제 가 다량으로 들어 있어 자주 먹으면 큰일난다. 이런 기사는 주로 해당 식품업체와 닭가슴살 납품업체와 연결 고리가 있는 경우가 많다.
김정태(sy****)2019.01.0217:24:28신고아이고 참 배달민족이다! 누가 들쥐근성 없다고나 할까봐 일본넘 한마디에 우루루 따라하고, 티비에서 뭐가 맛있다고나 하면 줄을 끝없이 늘어서서 먹어야 직성이 풀리고, 촛불난동에 뭐같이 몰려서 대통령 이라고는 뭐같은 사람 뽑아놓고!
이상국(ls****)2019.01.0214:01:48신고쌀은 산성식품이고 늘보리는 알칼리성식품 , 지금은 늘보리밥에 기장을 좀 섞어서 먹습니다. 하도 고소해서 반찬이 없어도 맛있습니다.
김형주(hyung****)2019.01.0213:48:45신고긴 말 필요없고 섭취하는 칼로리보다 더 많이 소모시키면 살은 빠진다. 간단하다. 운동하기 싫어서 이런저런 소리 해대는거 보는 것도 지겹다 이제.. 잔말 말고 운동해라. 따로 운동시간 빼기 어려우면 대중교통 타면서 한정거장씩 걸어다녀보던지 찬성64반대1
곽성철(skus****)2019.01.0213:35:45신고돈많은 사람들이야. 닭가슴살, 과일, 샐러드, 오트밀을 주식으로먹지만 일반서민들은 돈없어 쌀을 주식으로먹는다.찬성58반대1
결국 자기 목 조르는 한국당의 '내로남불' 공격 1.2 오마이뉴스
[역사로 보는 오늘의 이슈] 도덕성 공격과 반혁명
2016년 연말부터 촛불혁명으로 타격을 받았던 보수진영이 2년 뒤인 2018년 연말부터는 맹공에 나서고 있다. 정치권 밖의 태극기부대가 잠시 잠잠해진 상태에서, 보수 정당이 공격 선봉에 서 있는 모양새다. 촛불혁명 이후 사회개혁을 무산시키려는 시도로 읽히는데, 주무기는 도덕성 공격이다. 민주당 정권도 깨끗하지 않다는 것을 드러내는 데 총력을 집중하고 있다.
보수진영은 청와대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등을 점화하며 정부여당을 공격하고 있다. 지난해 국감 당시 불거졌던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의 고용승계 문제를 제기하는 것 역시 크게 보면 도덕성 공격이다. 기획재정부가 KT&G 사장 교체에 관여했다고 주장하는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의 폭로를 근거삼아 공세를 벌이는 것도 크게 보면 같은 분야에 속한다.
보수진영의 공세는, 촛불혁명 때 자신들이 당했던 것을 도로 되갚는 양상을 어느 정도 보이고 있다. 제기하는 쟁점도 그렇고, 공격하는 방식도 그렇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을 어떻게든 국회로 끌어낸 것도 촛불혁명 때 자신들이 공격받은 방식과 비슷하다.
반혁명을 위하여
탄핵 가결 후에도 꺼지지 않은 '촛불의 바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다음 날인 10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정권 끝장내는 날'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박근혜 즉각퇴진'을 외치고 있다.
▲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다음 날이었던 2016년 12월 10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정권 끝장내는 날"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박근혜 즉각퇴진"을 외치고 있는 모습. ⓒ 사진공동취재단
민주당은 촛불혁명을 주도한 쪽도 아니고, 촛불혁명 후에 새로 탄생한 집단도 아니다. 당연히 민주당 역시 촛불혁명 이전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과거의 정치 관행으로부터도 마찬가지다. 그렇기 때문에, 깨끗한가 아닌가를 두고 도덕성 공세가 계속되다 보면, 민주당 정권도 일정 정도 상처를 입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혁명이나 민중항쟁으로 권력이 바뀐 뒤에는 한국당처럼 과거로의 복원을 꾀하는 시도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그래서 한국당의 행보는 지극히 당연하다. 1992년에 김우태 경북대 교수가 쓴 <정치학 원론>에 이런 대목이 있다.
"작용·반작용의 물리법칙처럼 혁명 뒤에는 구체제를 동경한 나머지 이를 회복시키려는 반동적 운동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반혁명은, 혁명이 너무나 현실과 동떨어져 있어서 새 정권 세력이 통치능력을 갖지 못하고 자신들의 지배체제를 유지하지 못하는 경우에 흔히 성공한다."
한국당의 시도는 지극히 당연하지만, 이들이 과거의 영광을 회복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지금 양상이 계속되다 보면 과거의 보수층 지지를 회복할 수는 있겠지만, 촛불혁명을 계기로 새로 짜여지고 있는 한국 사회 전반의 신질서에는 큰 영향을 주기 힘들다. 왜냐하면, 도덕성 공격이라는 그들의 무기가 너무 빈약할 뿐 아니라 자기모순적 측면마저 갖고 있기 때문이다.
'반동' 성공의 몇가지 요소
▲ 프랑스 혁명. ⓒ 위키백과(퍼블릭 도메인)
조선 정조 때인 1789년, 혁명으로 타격 받은 부르봉 왕가가 프랑스 왕권을 회복한 것은 영국·러시아·프러시아·오스트리아 등이 군사력을 지원해줬기 때문이다. 프랑스 혁명 이념의 파급을 우려하는 보수 왕정들이 군대를 동원해줬기 때문에, 부르봉 왕가는 1814년 프랑스 권좌에 복귀할 수 있었다.
한양 시민과 하급 군인들의 반정부 투쟁으로 고종 정권이 마비된 1882년 임오군란 때, 보수진영이 한달 만에 상황을 '원위치' 시켜놓을 수 있었던 것은 인천에 상륙한 청나라군의 지원 덕분이었다. 1894년에 호남 곡창지대 중심지인 전주성을 동학군에게 빼앗기고 공포심에 사로잡혔던 보수진영이 개벽 세상의 도래를 저지할 수 있었던 것은 일본군의 동학군 진압작전이 성공을 거뒀기 때문이다.
해방 직후 독립운동가 여운형의 건국준비위원회에 눌렸던 친일 보수진영이 해방 3주 만에 허리를 빳빳이 펼 수 있었던 것은 1945년 9월 미군이 인천에 상륙했기 때문이다. 1960년판 촛불혁명인 4·19 혁명으로 위기에 내몰린 보수진영이 1년 만에 미소를 지을 수 있었던 것은, '검정 선글라스'를 끼고 나타난 박정희 장군의 쿠데타 덕분이었다.
▲ 5·16 쿠데타.
혁명이나 민중항쟁의 결과로 권력을 잃은 보수진영이 권세를 회복하는 방법은, 자신들이 당했던 것 이상의 공격을 가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는 것뿐이다. 혁명의 동력을 압도할 만한 더 큰 동력을 확보해야 반혁명이나 반동(反動)이 성공할 수 있다. 그 '더 큰 동력'은 거의 언제나 군사력이다. 이극찬 서울대 교수가 1969년에 쓴 <정치학>에 이런 구절이 있다.
"반혁명이란 글자 그대로 혁명에 대한 반대운동이다. 보다 더 엄밀하게 말하면, 구(舊)지배세력이 무력을 가지고 구체제의 복귀를 기도하는 운동이라 할 수 있다."
지금은 세상이 바뀌어, 민중이 군사력 없이도 정치체제를 전복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민중이 전복한 결과를 뒤집으려면 군사력이나 그에 상응하는 힘이 필요하다. 반혁명은 '무력을 가지고' 하는 일이다. 이제껏 그 어느 정치세력도 이런 이치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한국당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촛불'을 끄는 것도 마찬가지다. 박근혜 정권을 무너트린 결정적 원동력은 언론과 정치권이 가한 도덕성 공격이 아니었다. 2016년 10월부터 2017년 4월까지 총 23차례에 걸쳐 거의 매주 토요일마다 거리로 몰려나온 수십·수백만 국민의 의지가 그 원동력이었다. 그렇게 국민이 깔아준 멍석 위에서 언론과 정치권이 박근혜 정권을 상대로 도덕성 공격을 가했다. 박 정권을 무너트린 궁극의 힘은 도덕성 공격이 아니라 국민적 심판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당과 보수진영이 지금 구도를 뒤엎고자 한다면, 도덕성 공격으로는 어림도 없다. 한국당이 반혁명을 이루는 길은 촛불혁명을 압도할 만한 새로운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민중의 도움을 받든가, 군대의 조력을 받든가 해야 한다. 하지만, 둘 중 하나라도 이룰 가능성은 현재로선 지극히 낮다.
한국당은 새누리당과 전혀 다른 정당이 아니다. 명칭만 바꾸고 지도부만 바꿨을 뿐이다. 국민들이 새누리당과 다를 바 없는 이들에게 희망을 걸고, 촛불을 끌 역량을 부여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군대의 조력을 받을 가능성도 마찬가지다. 태극기부대 등이 걸핏하면 국방부 청사 앞이나 용산 전쟁기념관 같은 곳에 가서 궐기를 촉구하지만, 사회 질서가 잘 유지되는 지금 상황에서 군이 나설 가능성은 매우 낮다.
더군다나 전시는 물론이고 평시에도 사실상 주한미군이 한국군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므로, 군부 내 일부 세력이 딴 마음을 품기도 쉽지 않다. 1980년 광주항쟁 때 전두환 집단을 지지했다가 미국 문화원이 연쇄적으로 불타는 일을 경험한 뒤로, 미국은 군대를 동원해 한국 문제에 개입하는 것을 극도로 꺼리고 있다. 무엇보다 그럴 능력도 없다.
결국 남는 건 도덕성 공격이지만
민중의 도움도 받을 수 없고 군대의 도움도 받을 수 없으니 도덕성 공격에 주력할 수밖에 없겠지만, 이런 공격으로 민주당 정권에 상처를 줄 수는 있어도 과거의 영광을 회복할 가능성은 많지 않다. 무엇보다, 도덕성이라는 무기는 한국당의 주무기가 아니다. 한국당한테는 무기가 되기는커녕 되레 비수가 될 수도 있다. 자기모순적인 무기다.
단적인 예로, 지난 12월 31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이만희 한국당 의원이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거론하면서 스스로를 피해자라 주장하는 이의 녹취록을 공개했다가 낭패를 본 일을 들 수 있다. 이만희 의원은 "내로남불의 DNA가 뼛속까지 들어있는 정권, 거짓과 위선이 판친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자칭 피해자는 임기를 모두 마쳤고, 새누리당 비례대표 23번을 배정받은 것으로 확인돼 증언의 신뢰도가 없음이 드러났다.
마태복음 7장 3절에서 예수는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고,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대들보와 비슷)는 깨닫지 못하느냐?"라고 꾸짖었다. 도덕성을 화두로 상황을 끌어가다 보면, 눈에 '티'가 낀 민주당 정권보다는 눈에 '들보'가 들어 앉은 한국당이 더 큰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다.
국민들은 도덕성을 운운하는 한국당이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새누리당이었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있다. 한국당의 도덕성 공격을 지켜보면서 민주당 정권을 다시 볼 국민은 많아도, 한국당한테 과거의 영광을 되돌려주려는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빈약하고 자기모순적인 도덕성 공격이 장기간 이어지게 되면, 결국 손해를 보는 쪽은 민주당과 한국당을 포함한 기성 정치권 전체가 될 것이다. 다른 정당도 아니고 한국당이 가하는 도덕성 공격은 기존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환멸과 불신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는 정치권 혁신을 위한, 또 다른 국민적 움직임을 유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한국당의 도덕성 공격이 한국당 자신과 민주당의 공멸을 담보로 정치권 혁신을 재촉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2018년 최악의 가짜뉴스는 1.2 미디어오늘
JTBC ‘뉴스룸’ 팩트체크팀 설문결과 ‘대북 쌀 지원으로 쌀값 폭등’이 최악으로 꼽혀
대북 쌀 지원으로 쌀값이 폭등했다’는 가짜뉴스가 2018년 최악의 가짜뉴스로 꼽혔다. 2017년 최악의 가짜뉴스는 태블릿PC 조작설이었다.
지난해 12월31일 JTBC ‘뉴스룸’은 팩트체크 코너를 통해 ‘올해의 가짜뉴스’ 설문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JTBC 디지털뉴스룸과 팩트체크팀이 12월27일부터 31일 오후 6시까지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로 시청자 2616명이 참여(복수응답 가능)했다.
설문 결과 시청자가 뽑은 10대 가짜뉴스 중 ‘대북 쌀 지원으로 쌀값 폭등’이 최악의 가짜뉴스였다는 응답률이 39%로 가장 높았다. 2010년 대북 쌀 지원이 중단됐고, 현재 쌀값이 2013년 수준이지만 문재인정부의 대북외교를 폄훼하기 위한 허위정보였다.
▲ JTBC '뉴스룸' 2018년 12월31일자 화면 갈무리.
뒤를 이어 ‘태극기 사라진 정상회담’을 최악의 가짜뉴스로 꼽은 응답률이 30%로 2위였다. 남북정상회담 당시 대통령전용기에 태극기가 사라졌고 대통령이 가슴에 태극기 배지를 달게 되어 있는데 배지가 없었다는 내용이었지만 전용기에는 태극기가 있었고 배지를 다는 규정이나 관례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가짜뉴스 3위는 ‘박근혜 청와대 특수활동비 36억 원, 전임자들의 5% 미만’(29%)이었다. 사실은 김대중 1131억 원, 노무현 1146억 원, 이명박 1210억 원, 박근혜 983억 원(4년간)이었다.
시청자가 뽑은 10대 가짜뉴스 중 4개는 북한과 관련되어 있었다. ‘남북평화협정을 맺으면 주한미군이 철수한다’가 4위(28%), ‘북한 헬기가 용인에 기습 남하했다’(26%)가 6위였다. 7위는 조선일보에서 시작된 ‘노회찬 전 대표의 부인이 전용 운전기사를 뒀다’(26%), 8위는 ‘임을 위한 행진곡 예산 12조 원’(25%)이었다. 실제 예산은 12억 원이었는데 1만 배를 부풀린 가짜뉴스였다. 10위는 ‘5·18 유공자, 현 정부서 급증’(21%)이었다.
JTBC ‘뉴스룸’은 올 한 해 총 163회 팩트체크를 진행했으며 그중 가짜뉴스 검증이 73번이었다고 밝혔다. JTBC 팩트체크팀이 다뤘던 2018년 가짜뉴스 중에는 북한 관련이 36%, 평창올림픽 관련이 11%, 탈원전 관련이 8%, 최저임금 관련이 4%로 나타났다. JTBC 팩트체크팀은 “10대 가짜뉴스 중 8개가 유튜브에서 시작이 됐거나 확산이 됐다”고 강조했다.
‘불멸의 나무’ 바오바브의 돌연사 미스터리
2000살 나무들의 연이은 죽음
학계, 원인으로 지구온난화 지목
아프리카대륙 남부와 마다가스카르에 서식하는 바오바브 나무.
세계에서 가장 오래 사는 식물로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왕자>에 등장해 더 유명해진 바오바브 나무가 죽어가고 있다. 척박한 열대 지역에서 온갖 자연재해를 견디며 1000년 넘게 생존한 나무들의 돌연사 원인으로 지구 온난화가 지목되고 있다.
<시엔엔>(CNN)은 31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의 이템바연구소 발표를 인용해, 아프리카 남부에 서식하는 최장수 바오바브 나무들이 완전히 죽거나 더는 생존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고 보도했다. 연구팀이 조사한 2000년 넘은 나무 3그루가 지난 10년 사이에 죽었고, 1000~2000년 된 나무 11그루 중 6그루도 죽었다.
오래된 바오바브 나무가 부분적으로 갈라져 부러지거나, 가지가 메말라 끊어지는 현상도 발견됐다. 건강할 때와 비교해 줄기 속 물의 양이 40%에 불과했다. 곰팡이병 같은 외부 질병의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바오바브는 30m 높이까지 자라며 3000년 넘게 살 수 있어 ‘불멸의 식물’로 불린다. 남아공, 마다가스카르, 짐바브웨, 잠비아 등 건기와 우기가 명확한 열대 지역에서 서식한다. 더위에 견딜 수 있도록 두꺼운 줄기에 물을 저장한다. 잎은 약재, 열매는 비타민C 공급원, 씨앗은 기름이 돼줘 서식지 주변 주민들의 삶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장수 바오바브 나무들이 쓰러지는 원인으로 지구 온난화를 지목하고 있다. 바오바브 서식 지역은 온난화로 가뭄 등 이상 기후의 피해를 많이 보는 곳이다. 기온이 오르고 가뭄이 이어지자 거대한 몸집을 유지할 물을 흡수하지 못하고 면역력이 약해져 괴사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3000년 이상 살 수 있는 나무가 갑자기 죽는 것을 목격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31일, 호주 북부 쿠넌어라 지역에 강한 폭풍우가 몰아쳤다 호수 주변에는 기상이변으로 공포를 느낀 수수두꺼비 수 천마리가 모여 있었다. 물이 불어나자 길이가 무려 3.5m에 달하는 거대한 비단뱀이 호수에서 탈출하고 있었고 뱀의 몸 위에는 십여 마리의 두꺼비가 붙어 있었다.
주휴수당 폭탄’이라는 가짜 뉴스 1.2 한국
주휴수당 몰랐다는 주장 당당히 전파
최저임금 산입범위 공방의 본질 흐려
최저임금과 달리 ‘주휴수당폭탄’ 없어
최저임금 제도개선을 촉구하며 주방기구들을 던지고 있는 소상공인들. 뉴시스
주휴수당을 둘러싸고 열띤 공방이 일었던 지난 세밑, 소상공인 대표를 자처한 이들의 주장은 적잖이 놀라웠다. “최저임금 인상에 더해 이제는 주휴수당까지 강제하고 있다.” “지방 편의점 중에 주휴수당은커녕 최저임금도 못 주는 곳이 수두룩하다.”
이 말들을 뒤집어 보면, 지금까지는 종업원들에게 주휴수당을 안 주고 최저임금을 위반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얘기다. 심지어 주휴수당이라는 게 있는지조차 몰랐다는, 스스로 범법자였음을 시인하는 소상공인들의 목소리가 너무도 당당하게 전해진다.
이쯤 되니 공방의 본질이 뭔지도 헷갈린다. 적잖은 국민들은 주휴수당 자체가 논란의 핵심이라고 알고 있는 듯하다. 관련 기사들의 온라인 댓글만 봐도 그렇다. 어떤 이는 “꼭 이런 때에 주휴수당이라는 걸 만들어야 하겠느냐”고 따지고, “주휴수당을 주지 말라는 대법원 판결을 따라야 한다”는 댓글에는 ‘좋아요’가 수백 건 달린다. 아마 그들이 노린 것도 이 부분이었을 수 있다.
하지만 주휴수당은 대법원 판례를 거스르는 것도 아니고, 올해부터 새로 도입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법이 보장해 온 노동자의 권리다. 근로기준법 제55조 1항은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1주일에 평균 1회 이상의 유급휴일을 주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고, 같은 법 제18조 3항은 ‘1주 동안의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근로자에 대하여는 제55조를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예외를 두고 있다. 그러니까 주당 15시간 이상 근로자에게는 유급휴일을 줘야 하고 이에 따른 주휴수당을 지급하도록 법이 강제하고 있는 것이다. 무려 65년간 유지돼온 법이다. 정부가 연말 시행령을 개정한 건 시간당 최저임금을 환산할 때 주휴수당이 지급되는 시간(주휴시간)을 포함시키라는 것일 뿐, 이전에는 없던 주휴수당을 새로 지급하라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김순례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은 시행령 개정으로 주휴시간이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포함되면서 올해 실질 최저임금이 작년보다 33% 오른다고 했다. 작년에 주당 40시간씩 월 174시간을 일하고 시간당 최저임금 7,530원을 적용해 131만원을 받았던 근로자는 올해 같은 시간을 일해도 최저임금이 8,350원으로 뛰고 주휴시간까지 합친 209시간을 곱하면 174만원으로 껑충 뛴다는 계산이다. 언론들도 너도나도 이런 주장을 퍼다 나르는데, 작년엔 없던 주휴수당이 올해부터 생겨났을 때 가능한 억지 통계다. 엄연한 가짜 뉴스다.
요즘 인기 예능프로그램인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등장하는 식당 주인들을 보며 아연실색할 때가 많다. 위생관리는 엉망이고, 요리 실력도 부족하고, 서비스 정신도 형편 없다. 자영업자 750만 시대에 이런 자영업자가 전국 도처에 얼마나 많이 널려있을까 싶다. 혹시 이들조차 식당에 파리가 날리는 이유를 인건비에서 찾으며 너무 어려워서 주휴수당이 뭔지도 몰랐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건 아닐까. 정작 올해부터 상여금과 복리후생비까지 최저임금에 포함돼 실질 최저임금이 줄어든 사실이나, 5인 미만 영세사업장엔 일자리안정자금 지원액이 늘어난 데 대해서는 입을 꾹 닫으면서. 진짜 화가 나는 건, 그들 주장 어디에도 주휴수당을 한 푼도 받지 못한 종업원들에 대한 미안하고 죄스러운 감정은 눈곱만큼도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나 몰라라 하자는 게 아니다. 주휴수당이 원흉인 것처럼 갑자기 본질을 흐리는 게 비겁하다는 것이다. 냉정하게 말해, 지금까지 주휴수당을 회피하며 근근이 버텨온 식당 주인이라면 백종원씨의 솔루션을 처방 받지 않는 한 최저임금이 동결된다 해도 살아남기 쉽지 않을 것이다.
주5일 근무 시대에 과연 주휴수당이 필요한 건지, 최저임금 속도조절을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종합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긴 하다. 그렇다고 가짜 뉴스로 국민들의 눈과 귀를 막아서는 곤란하다. 최저임금 폭탄은 있을지언정, 주휴수당 폭탄은 없다.
‘최저임금 8350원’ 적용 근로자 500만명
역대 최대… 전년比 월급 17만1380원 인상
새해부터 최저임금은 전년보다 10.9% 인상된 시급 8350원이 적용된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영향을 받는 임금근로자는 500여만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매월 1회 이상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상여금과 통화로 지급하는 복리후생비의 일정 비율은 이날부터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된다. 일자리안정자금은 5인 미만 사업체의 경우 월 15만원을 지원한다.
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이날부터 최저임금은 시급 8350원(전년 대비 10.9% 인상)이 적용된다. 최저임금을 일급으로 환산(8시간 기준)하면 6만6800원이며, 월급으로 환산하면 주 40시간제의 경우(유급주휴 포함, 월 209시간 기준) 174만5150원이다. 지난해보다 일급은 6560원, 월급은 17만1380원 인상됐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영향을 받는 임금근로자는 최대 501만명(경제활동인구부가조사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로 전망된다. 최저임금 영향률은 25%로, 근로자 4명 중 1명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임금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영향률은 지난해 최저임금 영향률(23.6%, 462만명)을 뛰어넘어 역대 최대치다.
이날부터 최저임금 산입범위도 개편된다. 시간급 최저임금액(8350원)을 기준으로 산정된 월 환산액의 각각 25%(상여금)와 7%(복리후생비)를 초과하는 부분은 최저임금 위반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비교대상 임금에 포함(산입)된다.
이전에는 △연·반기·분기 단위로 산정해 매월 지급하는 상여금 △식비·숙박비·교통비 등 복리후생비는 최저임금에 산입되지 않았다. 때문에 상여금 등의 비중이 높은 일부 고임금 근로자들도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기본급이 인상되는 사례가 있었다.
이번 산입범위 개편을 통해 이러한 불합리를 해소하고 복잡한 임금체계를 단순화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것이 고용부의 설명이다. 기업의 임금체계 개편에 시간을 주기 위해 최장 6개월의 시정기간도 부여한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와 함께 산정방식도 명확히 했다.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최저임금 시급 산정기준에 주휴시간(유급 처리 휴무시간)을 포함하되 ‘약정휴일’은 제외할 수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세사업주의 부담을 완화하고자 인건비를 지원하는 일자리 안정자금은 올해도 계속 지원한다. 올해부터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월 평균보수 210만원 이하 노동자를 고용한 30인 미만 사업주를 지원한다. 지원금액은 지난해와 동일(월 13만원)하나 최저임금 인상 영향이 더 큰 5인 미만 사업체에는 2만원을 추가지원(월 15만원)한다.
고령화 문제, 해외선 어떻게 대처할까 시사위크
인구 고령화 현상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유럽 등 해외에서도 중요한 사회문제로 부각된다. 평균수명은 증가하는 반면, 사회·경제의 급격한 변화로 노후자금을 마련하기도 전에 은퇴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여기엔 상대적으로 사회보장제도가 잘 갖춰진 유럽 국가도 포함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고령화 정도 및 사회 분위기에 따라 온도차는 있지만, 대부분 고령자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주는 방식으로 해결방안을 모색 중이다. 단순한 소득지원보다 일자리 공급으로 산업생산성을 높이고, 부족한 노동력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 70여년간 고령자 고용정책 준비한 미국
일반적으로 미국은 유럽에 비해 사회보장제도가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자본주의의 선봉장으로 ‘기회의 땅’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그만큼 빈부격차도 심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정부도 수십 년 전부터 고령자 문제 해소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대표적으로 1965년 린든 B 존슨 미국 대통령이 고령화법(The Old American Act)을 승인하면서 시작된 프로그램들이다.
그 중 ‘고령사회 봉사고용 프로그램(SCSEP)’은 저소득층, 불우한 노년층 근로자에게 정부의 보조금으로 일자리를 마련해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미국 내에서 ‘노인 고용창출’과 관련, 연방정부의 재정지원을 받는 유일한 프로그램이다.
대상은 실직 상태인 55세 이상 저소득 노인들로, 탁아소·병원·학교 및 노인센터 등에서 최대 48개월까지 일자리가 제공된다. 목표는 참여자 중 최소 20% 이상이 보조금을 지원받지 않는 고용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삼고 있다. SCSEP는 개설 후 실직 고령자 100만명 이상을 근로환경으로 복귀하는데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같은 해 시작된 노년 및 취약계층 의료지원 정책인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 프로그램도 노인빈곤 해소에 보탬이 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나이 및 소득수준 등에 따라 의료보험 혜택을 제공하는 게 골자다. 아울러 미 정부는 1986년 특수직종을 제외하곤 고용연령 제한을 폐지했고, 민간에선 녹색손길·퇴직자 경영인·노인동반자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고령자의 재취업 및 사회 참여를 확대해 왔다.
이 같은 미국사회의 고령자 정책과 사회안전망은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65세 이상 빈곤율은 1966년 28.5%에서 2016년 9.3%로 감소했고, 올해 2월 기준 55세 이상 실업률은 전체 평균(4.1%)보다 낮은 3.2%를 기록했다.
다만 미국의 대응이 안정적인 효과를 띈 이유는 고령화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린 덕분이란 해석도 나온다. UN기준에 따르면 총인구 중 65세 이상이 7%를 넘길 때 ‘고령화 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넘길 경우 초 고령화 사회에 해당한다.
미국은 1942년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후 고령사회(2013년)까지 73년 걸렸다. 2002년 고령화사회, 2017년 고령사회에 들어선 우리나라에 비하면 준비할 시간이 많았다는 뜻이다.
초고령 사회에 세계최초로 진입한 일본도 해법 찾기에 분주하다. 사진은 일본 도쿄 우에노 공원에서 신문을 읽고 있는 한 노인. 도쿄=AP/뉴시스
◇ 세계최초 초고령화 진입한 일본… 문제해결에 분주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와 비슷한 국가로는 일본이 꼽힌다. 일본은 고령화사회에 들어선지 24년만인 1994년 고령사회가 됐고, 2005년 세계 최초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올해 9월 기준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7%로, 일본국민 4명 중 1명이 고령자다.
첫 주자, 그리고 갑작스런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일본정부는 다양한 대책을 내놨다. 이들은 우선 ‘실버인재센터’를 중심으로 고령사회에 대응했다. 1974년 고령자사업단에서 시작된 실버인재센터는 정부 보조금을 지원받는 민간단체다. 주된 역할은 고령자들에게 특별한 기술이나 지식이 필요하지 않은 단기·임시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2014년 기준 일본 내 센터 수는 1,300여개, 회원 수는 70만명을 넘겼다.
또 1997년 고령자 고용지원을 위해 본격적으로 추진된 ‘고령사회대책대망’은 2015년까지 연평균 4.7% 예산을 늘려왔다. 목표는 ▲나이와 상관없이 일할 수 있는 사회분위기 조성 ▲다양한 형태의 고용 취업기회 제공 ▲재취업 및 창업지원 ▲65세까지 고용 확보 등으로, 2015년엔 76억9,000엔의 예산이 배정됐다.
아울러 65세까지 안정된 고용 확보를 위해 기업에게 정년제를 폐지하거나 연장, 또는 계속고용제도 도입 등을 하도록 의무화했다. 특히 최근에는 고용 가능한 연령을 65세에서 70세로 늘리고, 공적연금 수급 개시연령을 70세 이후로 늦추는 안도 고려 중이다.
유럽은 타 지역 보다 은퇴자(시니어)들이 살기 좋은 곳으로 꼽힌다. 강력한 세금정책을 바탕으로 은퇴연금 등 사회보장제도가 잘 발달됐고, 고용안정성도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그 중 북유럽국가인 핀란드의 경우 인구고령화에 대비한 다양한 정책을 실험하 눈길을 끌고 있다. 다만 일부 유럽 국가들은 ‘초고령사회’를 앞둔 만큼, 젊은 세대의 부양부담 증가 문제에 직면한 상황이다.
◇ 은퇴자들의 천국 프랑스… 연금적자에 진퇴양난
우선 유럽의 대표복지 국가인 ‘프랑스’는 은퇴자들의 천국으로 여겨진다. OECD의 보고서(2015)에 따르면 프랑스의 65세 이상 빈곤율은 4%로 유럽지역에서 7번째로 낮고, 노동시장에 머물고 있는 은퇴자 수(2013년 기준)는 3% 수준이다.
이는 프랑스가 고령화 사회(인구대비 65세 이상 7%) 진입 후 고령사회(14% 이상)를 맞이하기까지 115년 걸렸다는 점, 그리고 강한 세금정책을 바탕으로 구축한 사회보장제도 등의 영향으로 보인다.
실제 프랑스는 부가가치세만 20%에 달하는 등 유럽에서도 가장 높은 세금을 매기는 국가로 알려져 있다. 프랑스 노동자들의 월평균 중위 가처분소득은 약 1,700유로(220만원)로, 은퇴연금과 유사한 수준이다. 중위소득이란 점을 고려하면 노동자의 절반이 220만원 이하의 월급을 받는 셈이다.
반면 은퇴자들이 받는 평균 은퇴연금은 노동 인구 평균소득의 100%에 달한다. 서울시 50 +재단이 최근 발간한 ‘50+ 해외동향리포트’에 따르면 지난 2013년 프랑스 정부 조사결과 은퇴자들의 생활수준은 비은퇴자들의 105%로 나타났다. 또 시니어를 대상으로 ▲주거혜택을 비롯해 ▲레스토랑 ▲문화·체육 활동 등 정부 혜택들이 마련돼 있다. 그 덕에 상당수 직장인들이 은퇴 후 생활을 꿈꾼다는 것이다.
프랑스에선 적자를 기록 중인 은퇴연금의 개혁에 노인들이 반발하는 상황이다. 사진은 재작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연금 개혁 반대 시위' 모습. / 파리=AP/뉴시스
물론 시니어들도 마냥 혜택을 받는 것만은 아니다. 이들은 프랑스 내 설립된 각종 사회단체에서 활동, 또는 자원봉사 등을 통해 사회에 기여를 하고 있다. 2012년 기준 프랑스 전체 민간협회 대표의 48%가 은퇴자로, 그 중 62%는 자선 및 구호단체, 46%는 사회운동분야로 조사됐다. 65세 이상의 민간협회 참여율은 1083년 6%에서 2013년 19%로 증가했다.
이수진 서울대 국토문제연구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프랑스인들의 노후 준비 및 활동은 안정적인 은퇴제도를 바탕으로 재정적인 면보다 자아실현의 측면이 더욱 강하다”며 “많은 사람들이 계속 일을 하기보다 자원봉사자로 참여하고, 사회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또 “재직시절 이루지 못한 꿈이나 조금씩 참여해 온 활동에 본격적인 박차를 가하게 되는 계기가 바로 은퇴로, 공통분모는 나눔”이라며 “(이 같은 배경으로) 프랑스 내에 수많은 비영리 협회들이 존재하고 공공정책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 큰 힘을 발휘한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고령자 비중의 증가로 은퇴연금의 적자가 가중되는 것도 사실이다. OECD에 따르면 프랑스는 올해 초고령 사회(65세 이상 20%)에 진입할 전망이다. 이에 프랑스 정부는 지난 2010~2013년 은퇴연령을 60세에서 62세로, 연금 수급연령은 65세에서 67세로 상향 조정했다. 그러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닌 탓에 연금수령액 감소 등을 재차 추진 중이지만, 현재 반발에 직면한 상황이다.
◇ 복지강국 핀란드… 다양한 정책 실험
복지강국인 핀란드는 국민 행복지수도 1위인 국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들 역시 강력한 조세정책을 바탕으로 복지정책을 펼치는 편이지만, 인구 고령화 문제에 있어선 글로벌 어느 국가보다도 다양한 방법을 시도 중이다.
우선 핀란드 정부가 1998년부터 2002년까지 실시한 ‘고령근로자를 위한 국가프로그램’(FINPAW)은 ‘고령화 문제’를 겪는 모든 나라들이 주목한 정책이다. 고령근로자의 고용상황 개선을 위해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경영진과 종업원의 직무능력 유지에 중점을 뒀다. 여기엔 개별적 직무교육은 물론 기업의 인사관리 및 직장 내 커뮤니티 형성 등 근로환경 개선도 함께 포함됐다. 그 결과 핀란드의 중고령자(55~64세) 고용률은 1998년에서 2002년까지 12.1% 증가했다.
핀란드는 노인들이 공동체를 이뤄 살아가는 ‘로푸키리’ 제도도 마련했다. 로푸키리는 핀란드어로 ‘마지막 전력질주(Loppukiri)’라는 뜻이다. ‘실버타운’ ‘요양원’ 등과 달리 다수의 노인들이 아파트 등에 모여 살면서 함께 힘을 모아 문제를 해결하고 생활한다는 게 특징이다. 여기엔 ▲저녁식사는 함께 또는 ▲청소 빨래 등을 공동으로 한다는 등의 규칙이 포함된다.
또 핀란드는 지난 2017년 국가단위로는 최초로 ‘기본소득제’를 시범도입 하기도 했다. 기본소득제는 실업자 2000명에게 2년간 매달 560유로(약 70만원)를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시험대상은 국민들 중 무작위로 선발됐고, 핀란드 정부는 시험에 참여할 의무 부과 등을 위해 법 개정까지 진행하기도 했다.
1.3 한겨레사설] ‘신재민 폭로’ 침소봉대하는 한국당과 보수 언론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적자국채 관련 폭로’가 혼탁스러운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신 전 사무관이 3일 유서를 남기고 잠적했다가 4시간 만에 경찰에 발견되는가 하면, 자유한국당과 보수 언론은 “재정 조작 정권” “국정 농단” 운운하며 무분별한 의혹 부풀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폭로 내용의 사실관계를 따져보면 이 문제가 이렇게까지 논란이 될 사안인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신 전 사무관의 폭로에는 사실과 추측이 혼재돼 있다.
첫째, 신 전 사무관은 2017년 11월 대규모 초과 세수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의 국가채무 비율을 높이려고 청와대가 기재부에 적자국채 추가 발행 압력을 넣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15조원 규모의 초과 세수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바이백(국채 매입)이 일시적으로 취소되고 적자국채 추가 발행 논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4조원 규모의 적자국채를 추가 발행했어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38.3%에서 38.5%로 0.2%포인트 높아진다. 의미 있는 수치로 보기 어렵다. 또 2017년 국가채무 비율은 박근혜 정부가 아니라 그해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국가채무 비율로 보는 게 상식적이다. 청와대가 무리를 하면서까지 국가채무 비율을 높이려 했다고 보기 어렵다.
둘째, 당시 청와대가 적자국채 추가 발행 의견을 냈고 기재부 실무진은 부정적이었던 것은 맞다. 하지만 국정 운영의 최종 책임을 지는 청와대가 중요한 정책 결정과 관련해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분명한 근거 없이 외압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지나치다. 결국 기재부 의견대로 적자국채 추가 발행을 하지 않은 것도 이를 뒷받침해준다.
셋째, 신 전 사무관은 초과 세수 상황에서 이자 비용이 들어가는 적자국채 발행은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초과 세수가 발생했다고 반드시 국채를 갚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국채 상환은 하나의 선택지일 뿐이다. 예를 들어 빚을 지고 있는 가계가 현금이 생겼다고 무조건 빚을 갚는 것은 아니다. 꼭 필요한 지출을 하거나 투자를 할 수도 있다. 국채 발행 여부는 경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된다. 당시 ‘100대 국정과제’ 추진을 위한 재원 마련은 문재인 정부에 가장 큰 고민거리였다.
신 전 사무관이 국채 발행 업무를 맡고 있는 실무자의 입장에서 당시 상황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는 지난 1일 유튜브에서 “2017년 업무를 처음 담당했을 때부터 적자성 국채 발행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것이 내 역할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체 정책결정 과정 중 일부분만을 경험한 것을 근거로 일방적인 주장을 하는 것은 올바른 태도로 보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사안을 무조건 키우면서 정치 쟁점화하는 자유한국당과 보수 언론의 행태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3일 “80년대 민주화운동 이후 최대 양심선언”이라고 했고, 나경원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가 나라 살림을 조작하려 했다”며 ‘워터게이트 사건’에 비유했다. 자유한국당은 ‘나라살림조작 사건 진상조사단’도 만들었다. <조선일보>는 “전 정권 먹칠용으로 적자국채를 발행하려 했다면 국정 농단이 따로 없다”고 주장했다. 사실관계에 관한 정확한 검증이 없는 무책임한 비판이 아닐 수 없다.
기자칼럼: 이옥진 ] 내부고발자 궁지로 모는 정권의 진영논리1.3 조선
일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고 잠적했던 신재민(33)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생명에 지장이 없는 상태로 발견됐다. 그를 걱정했던 사람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를 비난했던 사람들은 ‘관종’이라며 조롱하기에 바빴다. 한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를 두고 진영(陣營)은 또 갈라졌다.
그가 폭로한 것은 두 가지다. 청와대가 국채 조기 상환을 막고 적자 국채 추가 발행을 지시했다는 것, KT&G와 서울신문 사장 교체에 개입하려 했다는 것이었다. 그는 자신이 기재부에 근무하는 동안 보고 들은 것을 유튜브 동영상과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통해 밝혔다. 그는 자신의 폭로 이유에 대해 "순수히 이 나라 행정조직이 나아졌으면 하는 바람", "제가 나서면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고 (정부가) 조금 더 합리적이고 나은 곳이 되면 좋겠다"고 했다. "저 말고 다른 공무원이 절망하고 똑같은 상황에 처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도 말했다.
메신저’ 비난에 급급한 與
권력을 잡고 있는 이들은 그의 폭로가 못마땅한 듯 했다. 기재부는 그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그가 제기한 모든 의혹을 부인했다. 오히려 여권을 중심으로 그와 관련해 각종 의혹들이 제기됐다. 그와 관련된 정체불명의 인신공격성 지라시도 돌기 시작했다.
여당 의원들은 그를 깎아내리는 전위대였다. 지난 12월 31일 국회 운영위 전체회의에서만 "소위 스타강사가 되기 위해 기재부를 그만두고 메가스터디라는 학원 광고와 본인 광고를 위해 이름을 팔면서"(박범계 의원) "저 사람(신재민)이 저러고 국민들을 놀리고 있어요. 영상을 찍는 이유가 뭐냐? ‘먹고 살려고’예요. 유튜브에서 저런 식의 무책임한, 정상적이지 않은 상태로 나온, 술자리 방담감도 안 되는 얘기(를 했다)"(김종민 의원) "일탈자, 비위행위자 김태우·신재민 이들의 일말의 가치도 없는 억지 주장, 허위 사실"(어기구 의원) 등의 발언이 나왔다. 홍익표 수석대변인 명의로 "신 전 기재부 사무관의 거듭되는 불법행위, 가짜뉴스와 거짓정보 유포 행위에는 응분의 책임이 뒤따를 것"이라는 경고성 논평도 나왔다. 그가 극단적 선택을 암시한 이날도 민주당 의원들은 그의 폭로를 "개인의 무분별한 주장"(김태년 의원), "장님이 코끼리 다리 만지듯 일부분만 보고 전체를 안다는 식의 어리석음을 드러낸 것"(김정우 의원)이라고 했다.
아직까지 신재민의 주장 중 거짓이라고 밝혀진 것은 없다. 특정 정치세력의 사주를 받았다거나, 어떠한 의도를 갖고 폭로에 나섰다는 것도 입증된 바 없다. 여권은 그를 몰아세우는 데만 집중하고 있다. 신재민(메신저)의 이야기(메시지)는 제대로 듣지 않은 채, 메신저만 때리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의원들이 내부 고발자에게 이렇게 박했던 적이 있었던가. 문재인 대통령은 2012년, 2017년 대선에서 ‘공익 제보자 보호 강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민주당 의원들은 내부 고발자를 보호하는 법안을 앞다투어 발의했다. ‘최순실 게이트’ 당시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상무와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을 ‘의인(義人)’이라며 보호해야 한다고 나섰던 것도 민주당 의원들이다. 당시 민주당 박주민 최고위원은 ‘고영태씨가 범죄 혐의 등을 이유로 발언에 신뢰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자 "고영태의 내부 고발 동기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내용이 사실이냐, 아니냐가 중요한데, 자꾸 사람들은 동기가 무엇일까를 주요 관심사로 놓는다"며 "고발 동기에 사익이 좀 개입돼 있으면 내용 자체도 사실과 다르거나 그 내용을 받아들이면 안 되는 것처럼 얘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것들은 구분돼야 한다"고 했었다.
민주당 손혜원 의원은 2016년 12월 23일 고영태·노승일과 함께 찍은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며 "의인들을 보호하라는 국민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화답하고자 오늘 고영태·노승일 증인을 만났다"며 "생각했던 것보다 고영태 증인은 더 여리고 더 착했으며, 노승일 증인은 더 의롭고 더 용기있었다"고 했다. 손 의원은 그들에 대해 "박근혜 정부의 비선실세 국정농단 판도라 상자를 연 분들"이라고 했다.
그런 손 의원이 지난 2일 올린 신재민 전 사무관에 대한 글은 이랬다. "신재민은 진짜로 돈!!!을 벌러 나온 것...신재민에게 가장 급한 것은 돈!!!...나쁜 머리 쓰며 의인인 척 위장하고 순진한 표정을 만들어 내며 청산유수로 떠드는 솜씨가 가증스럽기 짝이 없다...계속 눈을 아래로 내리는 것을 보면 양심의 가책, 또는 지은 죄가 만만치 않은 것 같기도 하다." 손 의원은 신재민을 ‘사기꾼’이라 지칭하기도 했다. 해당 글은 현재 손 의원 페이스북에서 사라진 상태다.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린 내부고발자
신재민의 첫 폭로 뒤 닷새가 지났다. 그는 닷새 만에 생의 막다른 길목으로 내몰리며 "제가 죽어서 조금 더 좋은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래도 죽으면 제 말을 믿어주겠죠"라고 했다. 그는 "이번 정부라면 최소한 내부고발로 제 목소리를 들어주시려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전 이렇게 말하면 그래도 진지하게 들어주고 재발방지 이야기 해주실 줄 알았어요"라고 했다. 그는 "저는 지금 박근혜·이명박 정부였다 하더라도 당연히 똑같이 행동했을 것"이라고 했다. 민변이 자신의 도움 요청을 거절했다며 "차라리 그때 이렇게 행동했으면 민변에서도 도와주시고 여론도 좋았을 텐데"라고도 했다.
신재민이 극단적 선택까지 생각하게 된 것은 공포와 절망이었을 것이다. 신재민의 유서를 보고 이청준의 소설 ‘소문의 벽’에 등장하는 한 장면이 떠올랐다. 6·25전쟁이 터지고 어느날 밤 국군인지 인민군인지 알 수 없는 자들이 어머니와 어린 아들이 자고 있는 집에 들이 닥쳐 전짓불을 얼굴에 비추며 ‘너는 누구의 편이냐’고 묻는다. 공포와 절망의 장면으로 그려지는 이 장면 뒤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전짓불이란 이쪽에서 정직해지려고 하면 할수록, 그리고 진술이 무거우면 무거울수록 더욱더 두렵고 공포스럽게 빛을 쏘아대게 마련일 수밖에 없었다.’ 신재민이 더욱더 큰 절망과 공포를 느끼는 이유가 무엇인지, 조금은 짐작이 간다.
지구를 위해 사라져야 할 기사들 1.3 미디어오늘
[기자수첩: 정운철 ] ‘탈원전’은 세계적 흐름…친원전 세력 위한 왜곡보도 이젠 없어야
세계최대 자동차 회사 독일 폭스바겐은 “2026년 내연차 생산을 완전 중단한다”고 2018년 12월5일 공식 발표했다. 폭스바겐은 대신 전기차 생산에 주력할 계획이다. 자동차 판매량 세계 2위 일본 도요타 역시 2025년 모든 내연 차량의 생산을 중단하고 하이브리드카와 전기자동차를 생산하겠다고 공식선언했다. 자동차 판매량 세계 3위 미국 GM 또한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함께 전기차 생산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판매량 세계 4위의 현대기아차도 수소차 제작에 뛰어들었다.
세상이 달라지고 있다. 자동차 회사들만의 이슈는 아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지난해 온난화로 인한 지구 기온상승을 1.5도로 묶을 방안을 담은 특별보고서 ‘지구온난화 1.5℃’를 채택했다. 이 보고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최소 45% 감축하고 2050년까지 제로(net-zero)배출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2050년까지 1차 에너지 공급의 50~65%, 전력 생산의 70~85%를 태양광·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로 공급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2019년 세계의 아젠다는 ‘공존’이다. 공존을 위해선 우리가 사는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전 세계는 원자력(핵)발전소와 결별하고 있다. OECD 35개 국가 가운데 25곳에서 원전이 없거나 가동을 중단했거나 또는 원전을 특정 시점에 폐기하기로 발표한 상태다. 미국은 1979년 스리마일 원전사고 이후 신규 원전 건설을 중단했다가 2009년 4기를 새로 짓겠다고 밝혔으나 2기는 경제성이 떨어져서 중단됐고 나머지 2기도 연기됐다. 오히려 기존의 11기에 대한 조기폐쇄를 결정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겪은 일본도 시간이 흐르며 조심스레 원전 재가동을 시작했지만 에너지정책을 보면 2030년 기준 원전 비중이 사고 전에는 50%였던 것이 20%대로 크게 떨어졌다. 유럽에서 가장 원전이 많은 국가인 프랑스 역시 지난해 말 마크롱 대통령이 시일을 늦추더라도 원전을 20% 감축하는 공약을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스웨덴은 204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 전력생산이 목표라고 밝혔다. 신규 원전의 건설 계획은 당연히 없는 상황이다. 이처럼 ‘탈원전’은 세계적 흐름이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여전히 ‘원전마피아’들의 주장이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건이 지난해 대만의 ‘탈원전’ 국민투표다. 11월24일 대만은 지방선거와 함께 국민투표를 실시했다. 이날 석탄 화력발전소 생산량을 매년 1%식 줄이는 안이 총 유권자 대비 찬성률 40.27%로 통과됐다. ‘핵발전소(원전) 시설은 2025년까지 모두 중단돼야 한다’는 전기법 95조1항의 폐지안도 총 유권자 대비 찬성률 29.84%로 통과됐다. 이를 두고 일부 언론이 대만의 ‘탈핵’ 기조가 폐기됐다고 대서특필했다.
▲ 게티이미지.
그러나 주한 대만대표부 공보관은 JTBC와 인터뷰에서 “2025년까지 모든 핵 발전 중단이란 조항에 대해 폐지한다는 것을 국민투표에 부쳤다. 핵 없는 나라로 나가는 것은 계속된 목표”라고 밝혔다. 대만 국민투표 문항을 보면 탈 원전 정책의 중단 여부를 물은 게 아니었다. 더욱이 대만의 원전들은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아 마지막 원전의 수명이 2025년 끝이 난다. 수명연장 가동을 위해서는 안전성 분석 보고서를 작성해 수명이 끝나기 5년 전에 제출해야하지만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는 2022년까지 운영허가를 받은 월성원전 1호기를 폐쇄하고 경북 영덕과 강원도 삼척 신규원전 4기 사업을 종결하기로 결정했다. 삼성전자는 2020년까지 유럽, 미국, 중국 전 사업장(제조공장, 빌딩, 사무실 포함)에서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고 국내에선 수원, 화성, 평택 사업장 내 주차장, 건물, 옥상 등에 태양광, 지열 발전시설을 설치하기로 했다. 녹색당은 신년 논평에서 “화석연료의 대안이 방사능이 될 수는 없다”고 못 박았다. 세상은 달라졌다.
지난해 국회 산업위 국정감사에서 최연혜 자유한국당 의원은 “태양광 패널은 동일 에너지를 생산하는 핵발전소보다 300배 이상 독성폐기물을 발생 시킨다”는 미국 친원전 단체 주장을 그대로 인용했다. 사실이 아니었다. 10만년 이상 방사선을 방출하는 고준위 핵폐기물과 전선 연결에 사용된 극소량의 납을 제거하면 중금속 등 유해물질이 거의 전무한 태양광 폐패널을 동일한 독성 폐기물로 볼 수 없어서다. 하지만 언론이 최 의원의 주장을 검증 없이 보도하며 친원전 세력에게 유리한 ‘가짜뉴스’는 확산됐다.
언론의 원전보도는 때론 원자력을 위한 선전에 가까웠다. “국민71%가 ‘원전 찬성’”. 지난해 8월17일자 조선일보 1면 기사제목이다. 한국원자력학회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한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썼는데, 당시 문항은 “귀하께서는 우리나라에서 전기 생산 수단으로 원자력발전을 이용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였다. 폭염으로 에어컨이 간절했던 시기 ‘전기 생산 수단’을 강조한 대목이었다.
같은 조사에서 한국리서치는 ‘전기 생산에 가장 적합한 발전원’을 묻기도 했다. 이 질문에 44.9%가 태양광을 선택했다. 원자력을 선택한 응답은 29.9%였다. 방사능 안전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만약 이 대목을 기사의 리드로 뽑았다면 어땠을까. “원자력발전 원하는 국민은 10명 중 3명뿐”이란 기사를 쓸 수도 있었다. 이처럼 언론의 관점은 프레임을 정하고 여론을 호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올해는 부디 스리마일·체르노빌·후쿠시마에서 교훈을 얻은 언론인들이 늘어나 왜곡보도가 사라지길 바란다. 광고·협찬으로 무장한 친원전 세력 앞에서 자존심을 지키는 언론사를 많이 보고 싶다.
Andre Gagnon / The Most Beloved Andre Gagnon CD1 ㅍ출처: 다음 블로그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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