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 중앙 -주간경향
"대선 3년 뒤인데 벌써 대권주자 조사, 비정상 아닌가요?" 1.13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동장군 대신 또 미세먼지 공습…영화관·식당가 북적
히말라야 산악 쓰레기 관리, 이제 한국이 한다 115 경향
히말라야 이야기4. 에베레스트의 쓰레기와 시체들
‘여행 추태’ 예천군의원 여행 보고서, 공무원이 대필 중 한겨레
국민투표 운운하는 친원전 세력에게 [사회 책임 혁명] 1.15 프레시안
주일미군 "독도는 분쟁지역, 북한은 핵 15개 이상"
한국당, 끝내 ‘광주’를 모독했다 1.15 경향
속출하는 'SKY 캐슬' 피해담... 지금이 바꿀 수 있는 기회 1.15 오마이뉴스
한국언론 오도독] 조선일보를 칭찬합니다 1.15 kbs
100년 전 오늘, 역사가 꼬였다 1.15 프레시안
"우리 애들이 있는데 룸살롱은 왜 가요?" 08.2.13 프레시안
MB·박근혜 정부, 재계 반발에 ‘제조업 수술할 기회’ 차버렸다1.15 한겨레
다큐 ‘백년전쟁’ 제재 정당성, 대법원 전원합의체 간다
“친일 넘어 친나치 ‘안익태의 애국가’ 이대로 둘 것인가”
“국내 부동산 그림자금융 470조 육박···시장 침체시 80조 부실 위험”1.13 경향
기형적 임금체계 만든 주범은 [미디어오늘 1183호 사설]
이번에도 ‘캐슬’의 떡밥에 낚이고 말았다 1.16 한겨레
200년 전의 자살이 예고한 영국의 브렉시트 1.16 한겨레
영국 브렉시트 부결-현지르포] 1.16 경향
'브렉시트 합의안' 사상 최대 표차 부결...'노딜 브렉시트' 카운트다운 프레시안
브렉시트 뒤흔든 ‘국경의 남쪽’ 사정 1 9일 시사인 제590호
4년제 대학 졸업자 취업률 시사인 제591호
리얼미터]황교안 정계 진출, 반대 50%·지지 38%
연도별 명태 어획량 1990~2018
북극 기온 상승 → 풍속 약화 → 대기 정체…‘잿빛 공포’ 악순환
손혜원 '수상한' 목포 사랑…문화재 건물 무더기 매입 1.16 프레시안
중앙일보 '기레기'는 누가 키우는가1.16 오마이뉴스
사교육 ‘캐슬’① 가장 많은 부자가 '재생산'되는 곳, 대치동 1.16
사교육 '캐슬'② 대치동은 어떻게 사교육 '캐슬'이 되었나
사교육 ‘캐슬’③ 당신에게 대치동의 '성벽'이란 어떤 의미?
KB국민은행 파업은 ‘귀족노조’ 탐욕이 아니다 116 미디어오늘
새도시는 블랙홀…“이대로 가면 2040년 영·호남 소멸” 117 한겨레
[용산참사 10주년, 바뀐 게 없다] 117 내일
“축제라는 이름의 집단학살 그만”…화천 산천어의 청와대 청원 1.18 한겨레
100만 명이 찾은 화천에 산천어가 없다고? 1.18 SBS 김성준의 시사전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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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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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 한겨레-중앙
인천-국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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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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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내일-117 중앙
국민-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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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경향
1.14~18 경향 장도리
"대선 3년 뒤인데 벌써 대권주자 조사, 비정상 아닌가요?" 1.13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유튜브,50대 이상 유저 많아 보수 정치인 인기
대권주자 3년전 조사, 비정상적 엔터테인먼트
정책여론조사 소용없이 인물론으로 귀결
국민항쟁으로 쟁취한 대통령 직선제 때문
외국과 달리 한국 정당정치 굴곡 심해
미성숙한 민주주의..질적 도약&개헌 필요
◇ 정관용> 금년에도 아주 알차게 수다 떨어봅시다. 오늘은 정치 얘기 좀 해 보겠는데. 요즘 정치권 이슈 가운데 하나가 바로 유튜브입니다. 저희 방송도 지금 유튜브 생중계합니다마는 알릴레오,고칠레오, 홍카콜라 이런 것들이 등장하면서 정치인들의 유튜브 정치,이런 것들이 요새 아주 화제예요. 좀 보셨어요?
◆ 장강명> 저 알릴레오랑 TV 홍카콜라 봤습니다
◆ 이택광> 저는 계속 봤죠. 사실 방금 말씀하신 정치인들도 많은데 최근에 문화계 인사들도 많이 들어오셨어요. 황교익 씨 같은 경우도 황교익 TV를 만들고 있고 각자 지금 개인 TV를 전부 다 지금 유튜브에 개설하고 있죠.
◇ 정관용> 요새 유튜브가 대세인 건 확실한가 봐요.
◆ 장강명> 몇천 만 명이 본다고 하니까.
◆ 이택광> 작년 6월로 순간 접속자 수가 2500만 명입니다.
◇ 정관용> 순간.
◆ 이택광> 그러니까 이게 물론 체류하는 시간 이런 거 치면 더 많을 수가 있는데 순간 접속이 6월에 2500만이니까 지금은 더 많겠죠.
◆ 장강명> 한국인 중에서 그렇단 말입니까?
◆ 이택광> 네, 한국인들.
◆ 장강명> 전 국민의 2명 중에 1명이. . .
◆ 이택광> 전 국민의 절반이. 이것도 지난 6월달의 통계예요. 지금 제가 볼 때 더 많아졌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이제 정치인들이 움직인 거죠. 유튜브로 오기로 결심한 거고. 저는 장기적으로 보면 올해가 아마 유튜브 대전이 벌어지지 않을까. 그러니까 팟캐스트에 계시던 분이 지금 대거 유튜브로 올 것이다 저는 예상을 하죠.
◇ 정관용> 또 유튜브에서 구독자 늘어나고 많이 보고 그러면 돈도 된다잖아요.
◆ 이택광> 사실 돈이 많이 됩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요.
◆ 이택광> 직접 수입이 가장 나오는. 그러니까 팟캐스트만 해도 그렇지 않잖아요. 그렇죠? 일단 바로 나눠주지는 않잖아요, 그렇죠? 그런데 유튜브는 바로 입금이 되니까.
◆ 장강명> 책을 그렇게 읽어주시면 좋을 텐데. 10분의 1만 읽어주셔도 좋을 텐데.
◇ 정관용> 그런데 이건 각자 이름을 딴 무슨 TV,무슨 TV라고 하지만 뭐 아무런 힘이나 규제를 잘 받지 않기 때문에 물론 뭐 심각한 명예훼손 이런 게 되면 나중에 형사사건화 될 수도 있지만 이게 소위 가짜뉴스의 무슨 유통 경로가 된다, 이런 우려도 또 사실 있는 것 맞잖아요.
◆ 이택광> 그것은 팟캐스트도 마찬가지인데요, 그것은. 일단 제가 유튜브가 왜 인기를 끄냐를 생각을 해 보면 일단 우리가 공중파 같은 곳에서 볼 수 없는 그런 내용들을 볼 수가 있죠. 물론 그런 여러 가지 정보를 전달하는 측면들이 상대적으로는 조회수가 높아요. 하지만 어쨌든 말씀하셨던 방송 규제를 받지 않는 내용들도 얼마든지 볼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것도 유튜브 이용에 굉장히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이렇게 말할 수 있죠.
◇ 정관용> 그런데 우려되는 점도 있지 않느냐 그거입니다.
◆ 장강명> 한때 야구중계를 아마추어 팬들이 아예 편파중계라는 이름으로 하니까 그 팬들이 많이 몰리더라고요. 그런데 약간 요즘 유튜브 방송들이 그런 것 같아요. 기존의 어떤 제도에서도 완전히 벗어나 있고 방송심의규정 이런 데서도 좀 벗어나 있고 그리고 만드는 데 큰 비용 안 들고. 일단 열성지지팬을 확보해서 몸집을 키우는 전략이니까 정치인들 입장에서는 이거보다 좋은 게 없을 것 같습니다.
◇ 정관용> 노골적으로 편파적인 정치방송을 해도 되는 거니까.
◆ 이택광> 그런데 할 수는 있는데 과연 얼마나 많은 구독자를 확보할지는 알 수가 없죠. 그런데 일단 보수정치인들이 빨리 유튜브로 들어오게 된 계기가 지난 이제 역시 이것도 통계인데요. 50대 이상 이용자가 20~30대보다 높다라는 그런 통계가 나왔어요.
◇ 정관용> 유튜브 이용자가.
◆ 이택광> 유튜브 이용자가. 그런데 그분들이 주로 사용하시는 콘텐츠가 정치콘텐츠가 아니었고 그 당시에 노래였습니다, 노래. 노래나 이제 공연 이런 것들이 많았고요. 그래서 이제 유튜브가 과연 팟캐스트나 이런 다른 어떤 매체들처럼 말씀하신 것처럼 충성 시청자를 많이 확보할 것인가는 좀 두고 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고 말씀하셨던 가짜뉴스 문제는 사실 꼭 유튜브만은 아니고 지금 팟캐스트도 그렇고 굉장히 저는 심각하다고 보기는 봐요. 그리고 이게 또 유튜브 방송이 또 활성화되면 말씀하셨던 것처럼 이 유튜브의 기능 중의 하나가 푸시업 기능이 있어요. 그러니까 본인이 어떤 특정한 콘텐츠를 소비하면 그 유사한 콘텐츠를 같이 추천을 해 줍니다.
◇ 정관용> 계속 뜨죠?
◆ 이택광> 그래서 제가 보는 것과 지금 장강명 작가가 보는 콘텐츠가 달라요, 그러니까 똑같이 유튜브를 보지만. 이랬을 경우에 말씀하셨던 것처럼 가짜 뉴스가 계속 재생산되고 그걸 사실로 믿을 수 있는 그런 확률이 훨씬 높아진다고 말할 수 있죠.
◆ 장강명> 확증 편향을 점점 키웠죠.
◆ 이택광> 훨씬 강하게 만들어야죠.
◇ 정관용> 확증 편향. 이런 면이 여론의 양극화라고 하는 면에서는 조금 우려되는 대목도 있지만 어쩌겠어요. 지금 시대적 추세가 그런 걸 막을 수는 없을 것 같고. 오늘 이 얘기를 하려고 두 분을 모셨던 건 아니고 ...
동장군 대신 또 미세먼지 공습…영화관·식당가 북적
전국 대부분 지역 미세먼지 '나쁨'…"대기 정체로 미세먼지 축적"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이날 제주를 제외한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PM2.5 농도가 '나쁨(36~75㎍/㎥)'과 '매우 나쁨(76㎍/㎥)'을 기록했다.
경기남부·세종·충북·전북은 '매우나쁨', 서울·인천·경기북부·강원영서·대전·충남·광주·전남·영남권은 '나쁨' 수준으로 예보됐다. 14일은 미세먼지 농도가 더 짙어지며 수도권, 강원영서, 충청권, 광주, 전북에는 미세먼지 농도가 '매우나쁨'까지 치솟고, 나머지 지역은 '나쁨' 수준일 것으로 전망됐다.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대기 정체로 국내외 미세먼지가 축적되면서 대부분 지역에서 농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이날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시행한다"고 했다. 올해 첫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로, 당일 오후 4시까지 하루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50㎍/㎥를 넘고 다음날 하루 평균 초미세먼지가 50㎍/㎥를 넘을 것으로 예보될 때 발령된다.
다만 기온은 평년보다 높아 비교적 포근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아침 최저기온은 서울 영하 2도, 부산 3도, 제주 6도다. 낮 최고기온은 서울 7도, 인천 5도, 대전 8도, 대구 10도 등이다.
히말라야 산악 쓰레기 관리, 이제 한국이 한다 115 경향
세계은행 용역사업 착수
‘불법 수출’ 필리핀 폐기물
3~4주 뒤 국내 도착 처리
관광객들이 안나푸르나 보호구역에 버린 쓰레기들. 한국환경공단 제공
환경부가 필리핀에 ‘불법 수출’돼 국제적인 문제가 된 쓰레기를 국내로 가져와 처리하는 한편 히말라야 산악 지역 쓰레기 관리에 나선다. 한쪽에선 ‘쓰레기 불법 수출국’의 오명을 쓴 한국이, 다른 쪽에선 ‘쓰레기 관리 선진국’으로서 다른 나라에 도움을 주는 모양새다.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은 13일 세계은행(WB)으로부터 최근 수주한 ‘히말라야 산악 지역 폐기물 관리정책 개발용역사업’에 14일부터 착수한다고 밝혔다. 사업 대상지는 네팔의 안나푸르나와 에베레스트 지역, 인도의 히마찰프라데시 지역, 파키스탄의 카이버 파크툰콰 지역 등 총 3곳이다. 한국환경공단은 30여년간의 국가 폐기물관리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은행이 진행한 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했으며, 지난달 미국 워싱턴에 있는 세계은행 본사에서 계약을 체결했다. 앞으로 히말라야 산악 지역의 쓰레기 배출 현황을 파악하고, 이를 적정하게 관리할 수 있는 제도와 시설 등을 제안할 계획이다.
사업비는 총 2억8000만원(24만달러)이다. 세계은행과 해당 지역은 한국환경공단이 제시하는 용역 결과를 히말라야 산악지대 폐기물 관리계획 수립에 활용할 예정이다.
앞서 한국환경공단은 2007년 이집트 유해폐기물 통합관리사업을 시작으로 베트남 호찌민시 하수관로 건설감리 등 해외 환경 관련 사업을 해오며 노하우를 쌓았다.
같은 날 환경부는 필리핀으로 불법 수출된 폐기물 약 6300t 중 민다나오섬 카가얀데 오로항에 보관되어 있던 1200t을 현지에서 국내행 배에 선적했다고 밝혔다. 배에 오르는 폐기물은 3~4주 뒤 한국 평택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해 7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한국의 한 업체가 필리핀에 수출한 합성 플라스틱 쓰레기 더미에는 배터리, 전구, 전자제품, 의료폐기물 등 각종 생활쓰레기가 섞여 논란이 됐다.
환경부는 나머지 쓰레기에 대해서는 반입 시기와 세부 절차를 필리핀 정부와 지속해서 협의할 방침이다. 불법 수출업체 대신 쓰레기를 거둬들이면서 대집행에 들인 비용은 불법 수출업체에 청구해 받아내기로 했다. 불법 수출업체에 대해서는 ‘폐기물의 국가 간 이동 및 그 처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수사 중이다.
히말라야 이야기4. 에베레스트의 쓰레기와 시체들
에베레스트(티베트 이름 초모랑마)의 해발고도 8000m이상 지대에 널려 있는 쓰레기들을 수거하기 위해 20명의 네팔 세르파들이 이번 주말 수도 카트만두를 떠나 에베레스트로 향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든 생각이다. 21일자 몇 개 신문에 기사가 실렸는데 어느 한 매체도 이곳에서 1996년 숨진 미국 산악인 스콧 피셔와 뉴질랜드인 롭 홀, 2008년 사망한 스위스인 지아니 골츠의 행적을 제대로 소개하고 있지 않았다. 신문들은 그저 세르파들이 '골츠 등 적어도 5구의 시신을 찾아 베이스캠프로 내려올 예정'이라고만 언급했다. 연합뉴스는 피셔의 이름을'티셔'라고 잘못 쓰기까지 했다. 영국 BBC에 따르면 피셔와 홀은 에베레스트 등정사상 최악의 시즌으로 기록된 96년 5월에 최후를 맞은 뒤지금까지 시신이 방치돼 왔다.
국내에도 번역 소개된 존 크라카우어의 '희박한 공기 속으로'는 이들의 비극을 다루고있다.
크라카우어는 에베레스트 등정경험이 6차례나 되는 롭 홀이 이끄는 상업등반 회사 '어드벤처 컨설턴츠'와 계약을 맺은 8명의 고객 중 한 명이었다.
우연찮게도 이 팀은 홀의 라이벌이 될 소지가 다분했던 피셔가 이끄는 회사 '마운틴 매드니스' 일행과 함께 오르게 됐다. 1인당 6만5000달러란 거금을 내고 올라간 고객들의 집착과 어떻게든 고객을 정상에 올려놓아야 한단 상업적 의무가 겹쳐 '지친 사람은 반드시 하산시켜야 한다'는 원칙을 저버렸다. 그 결과 지쳐버린 이들은 정상은 밟았지만 내려오다 폭설을 만나 두 대장을 비롯한 5명이 목숨을 잃는 비극으로 이어졌다. 살아 남은 크라카우어는 상업등반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지적한 이 책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사망하던 해 가셔브롬 II와 초오유,브로드 피크,마나슬루,다울라기리와 시샤팡마를 모두 올랐던 골츠는 에베레스트 정상을 밟은 뒤부터 감각이 마비돼 어떤 것도 느낄 수 없다고 호소했다. 캠프4까지 오며 분당 4L의 산소를 들이마신 그는 캠프3으로 돌아왔을 때 앞서보다 훨씬 많은 산소를 써버렸다.결국 그는 죽음에 이르렀다.
그가 정상을 밟은 날,모두 77명의 산악인이 정상을 밟았는데 이들 중 한국 산악인도 있었다.'에베레스트 뉴스'는 골츠를 구조하려던 이들이 이날 늦게 정상을 밟은 한국인이 무사히 구조됐다곤 했는데 이름을 전하지는 않았다.쓰레기 수거팀의 대장은 7회나 에베레스트를 등정한 남지얄 셰르파로, “루트에 방치된 3구의 시신을 봤지만 그곳에 예전부터 다른 시신이 있단것도 들어서 알고 있다."고 했다. 피셔의 시신은 특별제작된 들것에 실려 천천히 베이스캠프로 내려와 화장하기로 유족들과 합의했다.
많은 유족들이 시신을 에베레스트에 그대로 두고 싶어한다. 산악인들이 그곳에 영원히 잠들길 원했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팀을 꾸리는 데 힘을 보태고 있는 차크라 카르키는 네팔 사람들은 이 산이 무덤으로 바뀌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했다.
"에베레스트에서 죽어간 이들의 유족들 심정은 존중하지만 이 산은 신성한 산이며 정부 정책은 산에 시신을 남겨둬선 안 된다는 것이었다.모든 시신은 베이스캠프 아래로 내려와야 하며 매장되거나 화장되어야 한다. 산과 빙하를 오염시켜선 안 된다."고 했다.
이번 주말 카트만두를 떠나면 8,000m 아래 사우스 콜에 다음달 1일까지 도착, 캠프를 세우고 일주일간 쓰레기 수거 작업을 벌일 예정이다. 희박한 공기, 엄청난 추위 탓에 한번 올라가면 12시간 이상 작업할 수 없다. 1인당 20kg정도를 수거, 총 3톤의 쓰레기를 가져올 계획이다.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다시 올라 일을 두차례 더 하게 된다. 쓰레기들은 낡은 텐트와 로프, 산소통과 음식봉지 등이다.
1953년 힐러리 경이 초등했을 때 사용한 로프도 정상 부근에 그대로 있어 이번에 수거해야 할 목표 가운데 하나다.이런 로프들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으며 등정하는 산악인들에게 로프가 안전한 것인지 아닌지 헷갈리게 만들어 등정에 방해가 되고 있다.
물론 팀은 이번 작업을 통해 산악인 스스로가 쓰레기를 수거해 하산하는 문화가 자리잡길 기대하고 있다. 네팔 정부는 현재 쓰레기를 갖고 내려오지 않는 산악인들에게는 4,000달러의 입산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등 엄격한 규칙을 적용하고 있다.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한 이는 지금까지 4000명을 넘었다.이 가운데 숨진 사람은 300명선.삼가 이들의 명복을 빈다.
* 출처 : 아라키스 님 블로그 (http://arakis.blog.seoul.co.kr/587) 13.2.26
높이 8849.9m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에베레스트산은 중국과 네팔 국경 지역에 위치해 있으며, 등반객들은 막대한 수입을 안겨주고 있다. 그러나 과도한 등반객 수와 쌓여가는 쓰레기 더미로 에베레스트 등반을 일시적으로 중단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차이나 데일리지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중국을 통해 에베레스트산을 등반한 사람이 4만 명을 넘었다고 한다.
환경보호론자들은 이들이 에베레스트산에 남긴 쓰레기 양이 120톤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 사람당 6파운드(약 2.72㎏)의 쓰레기를 버리고 온 셈이다. 에베레스트 산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쓰레기장'으로 불리고 있는 추세다.
게다가 사람 시체를 운반하는데 한화 1600만원, 장례 비용에 1500만원 가량이 들다보니, 사망자가 발생해도 이들을 내버려두고 하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공동묘지'라는 별명이 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1953년 5월 29일 최초로 에베레스트 등반에 성공한 이래 54년 동안, 에베레스트에 버려진 쓰레기 양이 정확히 얼마나 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높은 고도와 추위, 희박한 공기 탓에 정상을 정복한 사람들은 꼭 필요한게 아니면 다른 물품을 지고 하산할 여력이 없게 마련이다. 현재 네팔 정부는 등반객들에게 쓰레기 수거를 위한 쓰레기봉지를 갖고가지 않을 경우 4000달러(약 415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그렇다면 에베레스트의 현실을 직접 보겠다.
정말 쓰레기가 산더미같이 쌓여 있다. 저 어마어마한 양의 산소통들이 보이는가. 방치되어 찢겨진 텐트들과 수많은 쓰레기들...더더욱이 우측 맨 아래 사진에는 한국산 제품도 보인다. 국제적인 망신이 아닐 수 없다.
이번에는 에베레스트 산에 방치된 시체들에 대한 이야기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 에베레스트. 그 산을 정복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는지 알고 있는가? 엄청난 강추위와 환경의 열악함 때문에 산을 오르는 중 부상을 당하거나 몸이 좋지 않게 되면 함께 오르던 이들은 동료를 버리기도 했단다.
자기 몸도 못 가누는데 다른 이를 돕다간 동반사고를 당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등반중 사망자는 매년 10~13명에 이른다고 알려져 있다. 눈사태 등 불의의 사고로 사망하기도 하지만 고산병과 체력의 한계로 죽음에 이르는 산악인들도 다수로 밝혀지고 있다.
통계에 의하면 2002년까지 에베레스트 등반으로 숨진 등반가들이 1500여명에 달하고 그 중 유명한 산악인들도 수백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 중에는, 에베레스트에서 실종되어 아직까지 시신을 찾지 못한 한국 산악인들도 여럿 있다.
이런 위험에도 불구하고 에베레스트를 오르려는 산악인들은 갈수록 늘어나, 그곳은 이제 공동묘지로 변해간다고 해외 언론들은 전한다. 이들은 혹한과 부족한 산소, 고산병 또는 불의의 사고로 본인의 희망과는 달리 돌아올 수 없는 힘겨운 황천길를 가는데, 결국 시신조차 제대로 수습하지 못한 가족들까지 평생의 한과 짐으로 남는 것이다.
에베레스트에 방치된 시체들의 사진이다. 잔인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시체가 아닌 누구보다 뜨거운 열정을 가졌던 이들로 봐주면 좋겠다. 물론 루트를 벗어난 곳에는 더욱 많은 시신들이 방치되어 있을 것이다.
낮익은 발란드레 콤비, 포이스크 산소통, 라스포티바 올림푸스 에보 등 최첨단 고가 장비들도 무용지물이 되버린 대자연의 공포을 느끼며 다시한번 경각심을 갖는 작업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사진을 정리하면서 징그럽다기보다는 숙연한 마음이 많이 들었다.
또한 사망한 산악인들의 시신을 찿기 위해 수색하는 비용도 많이 소요되며, 운좋게 찿는다고 하더라도 시신을 수습해 산아래로 이송하는 비용이 앞서도 말했듯이 한화 약 1600여만원, 그리고 다시 화장장 이동 및 화장비를 비롯한 마무리 비용이 추가로 한화 약 1500여만원이 필요한 관계로 사망자 가족들의 형편에 따라 영구히 눈속 설장으로 남는것이다.
지금까지도 계절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에베레스트 등반 중에 사망한 시신들이 종종 발견되고 있다. 이 시체들은 극한 기후의 영향으로 인해 죽은 지 50년이 지나도 얼마 부패되지 않고 잘 보존되어 있다.
1924년 에베레스트 북벽을 오른 뒤 실종된 조지 말로리를 기억하는가? "Because it is there..."란 명언을 남긴 전설적인 산악인이다. 지난 1999년에는 이 조지 말로리의 시신이 75년만에 발견되기도 하였다. 에베레스트 산을 오르는 많은 경험자들에게 제일로 힘들었던 경우를 뽑으라면 시체의 주변을 지나가는 거였다고 한다.나도 저렇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살기 위해,낙오되지 않기 위해 부상당한 동료를 버리고, 시체를 지나쳐 계속 가야만 했던 사람들.
흥미로운건 이렇게 버려진 시신들에 각각의 이름이 있다는 것이다. 특징을 따서 예로 'green boots'(녹색 부츠를 신고 있는 시체)라던지... 지금 이 시체들은 일종의 이정표가 되어 등반객들을 안내한다고 한다. 그들이 못 다 간 길을 다른 사람들이 갈수 있도록 길을 알려주고, 낙오되지 않도록 현재의 지표를 알려주는 누군가의 길이자 발이 되어주는 등대와 같은 역할이다.
눈보라 속에서 홀로 얼마나 무서웠을까? 꿈에 그리던 정상 혹은 하산길 캠프를 앞두고 아쉬움과 절망 속에 싸늘한 주검이 되버린 사람들... 도저히 상상조차 가지 않는다. 그들의 마음을 모두 알 순 없지만 그저 그들이 그토록 갈망하던 이곳에서 편하게 잠들길 바란다.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8,848m) 쌓인 눈위에 처참하게 죽어 있는 산악인 사진을 보셨습니까? 올해 에베레스트 본격 등반시즌 동안 에베레스트 ‘죽음의 지대’에서 갖가지 이유로 죽어간 세계 산악인들의 생생한 모습을 공개합니다. 이 사진들은 아마도 아직 알려지지 않은 세계 최초의 뉴스사진일 것으로 확신합니다. 특종사진과 기록을 보시겠습니다.
이 글은 썩 내키진 않으나 희귀사진인 데다 많은 분들이 에베레스트의 실상을 조금이나마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게재를 결정했습니다. 다른 감정 없이 기록으로 보셨으면 합니다. 참고로 사진은 제가 단장을 맡은 ‘2007 초모랑마 양산원정대’ 이상배 대장(54)이 확보했습니다.
초모랑마란 에베레스트의 티베트어로 이대장은 5월17일 오전 8시57분(현지시각) 티베트 루트인 북릉,북동릉을 통해 정상에 올랐습니다.
◀ 에베레스트 북동릉 등반코스에 죽어 있는 체코 산악인
중국 영토(티베트)에 속하는 에베레스트 북릉, 북동릉 루트의 캠프 5(8,300m)부근에 숨져 있는 체코산악인의 모습입니다. 이는 16일 촬영한 것인데 이 산악인은 정상공격을 위해 산을 오르다 고산병으로 사망한 것 같습니다. 아마 정상정복에 집중했으나 체력의 한계에다가 고산병까지 겹치면서 탈진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옆으로는 시체를 바라보며 다른 산악인들은 정상으로 오르는 모습입니다. 그들의 심경은 아주 복잡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보다 훨씬 위쪽인 8,700여m 지점에서 발견된, 일본 산악인 이시이가 사망한 모습입니다.
◀ 위의 사진은 이상배 대장이 등반 도중 본 것이고 아래 사진은 하산 중 본 모습입니다.
머리를 아래쪽으로 향하고 다리가 정상 방향을 향해 쓰러져 있습니다. 숨진 모습으로 봐서 일본인 이시이는 정상을 등정한 후 하산을 하다가 생을 마감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에베레스트뿐만 아니라 고산 등반은 정상공격 과정에서나 하산 과정에서 숨지는 산악인 비율이 엇비슷한 것 같습니다.
하산하다 다리가 꼬이거나 힘이 부쳐 주저 앉기라도 한다면 바로 죽음이 닥쳐옵니다. 영하 30도 정도의 추위에 견뎌낼 재간이 없는 것입니다. 엄청난 강추위와 희박한 산소량(평지의 1/3 수준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긴 등반으로 인해 지친 몸까지... 등반 도중 장갑을 떨어뜨리면 손이 떨어져나가듯 시려워도 줍지 않고 그냥 가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장갑을 줍는 동작조차도 너무나 힘들다는 말이겠죠.
다섯 걸음 가고 쉬었다 가고, 또 열 걸음 가고 헐떡이며 숨을 고른다니 정말 얼마나 힘들지 상상조차 가지 않습니다. 사진을 비교해 보면 정상을 오르내리던 누군가가 흉측한 모습이 보기 싫었든지 아니면 그의 영혼을 위로하려했든지 무슨 이유로해서든 눈으로 덮어준 것 같습니다. 혹은 바람에 날린 눈발에 자연스레 시신이 덮였을지 모르겠네요.
다음은 텐트 안에서 숨져 있는 일본인 산악인 무지자키의 모습입니다.
◀ 텐트 안에서 자는 듯 숨져 있는 무지자키와 덮여있는 텐트 외부의 모습
자는듯한 모습으로 사망한 무지자키의 얼굴은 왠지 편안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머리에 부착된 소형랜턴, 손목시계를 찬 손을 베게삼은 걸로 봐서는 저녁에 피곤한 육신을 뉘었다가 그대로 영원히 잠든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사람 사는 곳으로 하산하지 못한 통한은 있겠지만 편안한 모습에서 위로를 삼아야 할지.... 그는 K2와 낭가파르밧을 무산소 등정한 제법 유명한 산악인입니다. 시체는 함께 등정에 나섰던 친구 와타나베가 발견했는데 무지자키가 정상 하산과정에 탈진해 숨졌는지 정상으로 가는 과정에 고산병으로 숨졌는지 그 원인은 확실하지 않습니다. 이유는 무지자키가 셰르파도 없이 혼자서 앞서 등반에 나섰고 와타나베가 뒤쳐졌기 때문입니다.
카투만두에서 만나본 여러 나라 산악인들 사이에서도 무지자키가 정상등정을 했다는말도 있고 하지 못했다는말도 있는 등 정보가 엇갈렸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가 사망했다는 것입니다. 무지자키의 시체는 아무도 거두어줄 사람이 없어서 텐트안에 그대로 둔 상태에서 모두가 하산했습니다. 올 시즌에 북릉, 북동릉에서 죽은 다른 산악인의 주검도역시 에베레스트에 그대로 놓여져 있습니다. 그들은 너무 외로워서 하늘나라로 가지 못한 채 에베레스트, 히말라야를 떠돌지도 모릅니다. 너무나 가슴 아프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입니다.
와타나베가 일본에 있는 무지자키의 노모(늙은 어머니)에게 전화를 했더니 통곡을 했다고 합니다. 더욱 가슴아픈 것은 시체를 수습하기 위해서는 시체하산에 1천500만원, 화장하기까지 1천500만원 등 총 3천여만원의 돈이 필요하나, 그는 독신이었고 노모도 그만한 돈이 없어 현재로서는 시체를 수습할 만한 대책이 없다고 합니다.
에베레스트에서는 사람의 죽은 흔적을 없애려면 엄청난 돈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속수무책으로 방치되는 시체가 많습니다. 저와 식사도 함께하고 자주 만났던 와타나베는 친구 무지자키가 사망함에 따라 정상 등정을 포기하고 카투만두로 돌아왔는데, 얼굴에 근심이 가득했습니다.
올해 등반시즌에도 어김없이 에베레스트에서의 산악인 사망 소식이 잇따랐습니다. 제가 네팔산악연맹(NMA)에서 확인한 바에 의하면 5월26일 현재 에베레스트에서만 사망한 전세계의 산악인은 9명이라고 합니다. 사망숫자에 셰르파는 빠져있습니다. 사망 셀파는 2명 정도로 추정됩니다. 자세한 내용을 보면 전체 산악인 9명 중에 티베트 땅 즉 북릉,북동릉에서 사망한 산안인은 4명으로 일본인 2명,체코,이탈리아 각각 1명입니다. 네팔 쪽에서는 산악인 5명이 숨졌습니다.
남서벽에서는 이미 알려진대로 한국의 박영석 남서벽 신루트 원정대의 오희준 부대장(37)과 이현조 대원(35)이 사망했습니다. 그들은 네팔 카투만두에서 화장되어 제가 26일 오후 탑승한 대한항공편을 통해 한줌의 재로 고국땅에 되돌아았습니다. 저와 이상배 대장은 27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영결식에 참석 한후 28일 양산으로 귀향했습니다. 많은 산악인들이 진심어린 추모를 하는 모습에서 감명을 받았습니다.
네팔 남릉, 남동릉에서는 네팔의 경우 여성산악인 1명 등 2명이 사망했습니다. 이번 등정과정에서 일본인 이시이,무지자키,체코인 등 올해 등정시즌동안 죽은 3명의 주검을 바로 앞에서 목격하고 언제 죽은지도 모를 시체 2구를 멀리서 봐야했던 양산원정대 이상배 대장은 “나도 죽을수 있다는 두려움이 엄습해 하산할때 더욱 조심하게 됐다”고 했습니다.
에베레스트에서는 매년 10여명 가량의 산악인이 사망한다고 합니다. 지난해에는 모두 13명이 사망했습니다. 이런 값비싼 댓가에도 불구하고 산악인들이 두려움을 이기며 또다시 에베레스트에 오르는 건, 바로 그 산이 세계 최고봉이기 때문입니다. 출처 : 천성산 엘레지 블로그 (http://blog.daum.net/ysceo/11356881)
‘여행 추태’ 예천군의원 여행 보고서, 공무원이 대필 중 한겨레
보고서 제출 법적 기한인 13일까지 한 명도 안 내
박 의원 “의장의 초선 폄하 발언에 가이드가 동조해 격분”
행안부 국외여행 ‘셀프심사’ 차단 장치 마련키로
지난 11일 오전 경북 예천 주민들이 공무국외여행 중 추태로 비난을 받는 예천군 의원 전원 사퇴를 요구하며 예천군 예천읍 도로를 행진하고 있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공무국외여행 중 벌인 추태로 전원 사퇴 요구를 받는 경북 예천군의원들이 보름째 국외여행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 의원들이 직접 써야 할 보고서는 의회사무과 공무원이 대신 쓰고 있는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한겨레> 취재 결과, 국외여행을 다녀온 의원 9명 가운데 이날까지 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한 의원은 아무도 없었다. ‘예천군의회의원 공무국외여행 규칙’ 제10조(여행보고서의 제출)를 보면, 의원들은 귀국 후 보고서를 작성해 15일 이내에 의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또 의장은 보고서를 자료실에 소장·비치하고 누리집에 게시해야 한다. 지난달 20~29일 미국과 캐나다에 국외여행을 다녀온 의원들이 보고서를 제출해야 할 법정 기한은 이날까지다. 의원들이 이날까지 냈어야 할 보고서는 의회사무과 공무원이 대신 작성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제출된 군의원들의 국외여행 보고서도 부실함이 심각했다. <한겨레>가 예천군의회의 지난 2014~2017년 국외여행 보고서를 살펴보니, 의원들 전체가 썼다는 보고서 분량이 14~22쪽밖에 되지 않았다. 보고서 절반 정도는 표지, 목차, 연수개요, 연수일정 등으로 채워졌다. 나머지 절반 정도는 인터넷 검색으로도 알 수 있는 방문 국가 현황과 방문지 설명 자료가 대부분이었다.
가이드를 폭행한 박종철(54) 의원을 지난 11일 불러 조사한 예천경찰서는 박 의원을 상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기로 했다. 박 의원은 경찰 조사에서 가이드를 폭행한 이유에 대해 “뒤쪽에 누워있는데 이 의장이 가이드에게 ‘초선 의원들이 뭐라도 된 것처럼 날뛴다’고 말하자, 가이드가 여기에 동조하며 초선 의원들을 비판하는 말을 해 순간적으로 화를 참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예천군의원 9명 중 이 의장(3선)과 김은수 의원(재선)을 뺀 7명은 모두 초선이다. 의원들은 15일 오전 10시 간담회를 열어 박 의원을 제명하기 위한 윤리특별위원회 구성을 논의할 계획이다.
한편, 행정안전부는 이날 ‘지방의회의원 공무국외여행규칙’을 개선해 지방의회 관련 경비 정보 공개를 강화하고 기준을 위반한 경비 편성·지출에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 그동안 지방의원이 주로 맡아오던 공무국외여행 심사위원장 자리를 민간위원이 맡도록 하고, 심사 기간을 15일에서 30일로 늘리기로 했다. 행안부는 또 부당하다고 판단된 공무국외여행의 비용은 환수하고, 회기 중에는 공무국외여행을 제한하기로 했다
국민투표 운운하는 친원전 세력에게 [사회 책임 혁명] 1.15 프레시안
기후변화협약을 채택한 지 올해로 27년째지만, 2018년 탄소배출량은 오히려 7년 만에 최고인 370억 톤을 기록했다. 이로 인한 피해는 중국과 필리핀, 미국 남동부를 휩쓴 엄청난 열대성 저기압과 서울시 면적의 5배를 잿더미로 만든 캘리포니아 산불로 증명되었다. 펜실베이니아주립대 대기과학과 마이클 만(Michael Mann) 교수는 이들을 '극단적 기후들의 완벽한 예'라고 표현한다. 기후변화로 빙붕이 녹아 해수 압력이 증가하면 지각이 영향을 받아 지진이 발행한다는 미국지질조사국(USGS)의 예전 실험도 있고, 북극해 얼음 95%가 녹았다는 미국 국립행양대기청(NOAA) 최근 보고가 있어 더욱 심란하다.
이런 와중에 친원전세력은 탄소배출 없는 원전이야말로 기후변화 완화에 기여한다며 탈원전을 힐난한다. 원전 24기를 가동 중임에도 5기를 더 건설 중인 대한민국은 2083년에야 탈원전이 완성됨에도 불구하고, 당장 모든 원전이 멈춘 듯 과장하여 가짜뉴스를 생산하면서 세계는 원전 확대 중이라는 허언을 서슴지 않는다.
그럴까? IAEA(국제원자력기구)에 따르면 현재 31개국에 원전 454기가 가동 중이며, 영구정지 및 해체 중 169기, 해체 완료 21기, 건설 중은 54기이다. '세계 원전산업 동향 보고서(World Nuclear Industry Status Report 2018)'를 보아도 전체 전력 중 원전 비중은 1996년 17.5% 정점 이후 현재 10.3%로 줄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에 152기, 2040년까지 90기, 2050년까지 64기가 수명을 다하고 2063년에 전 세계는 원전 제로에 도달한다.
한수원이 국회에 제출한 '세계 원전운영현황 및 세계 원전해체시장 규모'에도 2029년까지 259기를 해체 착수하며 2049년까지 190기를 더 해체한다. 현재 있는 전 세계 원전보다 많은 원전이 사라지는 것이다. 원전이 사라지는 이유는 재생에너지 전력단가가 원전보다 낮아짐에 따라 원전의 경제성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세계는 분명 탈원전 추세다.
물론 탈원전과 배치되는 국가도 있다. 2011에서 2018년까지 새로 가동된 48기 중 60%인 29기가 중국 소유다. 세계 최대 탄소배출국인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기에 많은 전력이 필요하지만 탄소배출도 줄여야 하기에 석탄화력발전을 원전으로 대체하고 있다. 향후 인도도 비슷한 길을 걸을 것이다. 그러나 많은 원전을 짓고 있어 친원전세력이 부러워할 중국은 현재 42기를 가동 중인데 원전 전력 비중은 전체 전력의 4%다. 2030년까지 100기 이상 늘리지만 비중은 전체의 5.7%에 머물도록 계획했다. 참고로 원전 최대 보유국 미국도 99기를 가동하여 전체 전력의 8.4%를 생산하는데 그나마 2035년 전에 절반이 영구 정지된다. 러시아도 37기 원전으로 3%를 생산할 뿐이며 2030년에도 3.3%에 머물도록 계획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어떤가? 24기로 전체 전력의 26%를 생산하며 2030년에도 23.9%를 생산하게 계획하였다. 이렇게 원전 비중이 높은데도 원전을 더 필요한가?
친원전세력은 대한민국이 롤 모델 삼은 대만이 국민투표로 탈원전을 폐기했으니, 우리도 그렇게 하자고 선동한다. 그러나 대만이 투표로 찬반을 물은 것은 '전기안전법 95조 1항(가동 중인 모든 원전을 2025년까지 정지한다)'이지 '원전 새로 건설'이 아니다. 대만은 이미 2기를 영구 정지했다. 나머지 4기는 2025년에 수명을 다하는데 수명연장은 5~10년 전에 신청서를 내고 심사기간 4~5년을 더 기다려야 하기에 사실상 2025년에 탈원전은 완성된다.
친원전세력에 대한 가장 큰 우려는 지진까지 유발하는 기후변화시대에 원전 안전을 맹신한다는 것이며, 대만을 거론하는 것도 지진 정도는 문제없다는 억지를 펴려 함이다. 방사능 반감기가 30만 년인 사용후핵연료 처리방법은 논외로 하더라도, 원전이 그토록 안전하다면 저 멀리 바닷가에 밀집시켜서 송전 중 상당한 전력손실과 주민과의 대립을 감수하면서 엄청난 송전탑을 세울 게 아니라 인구 절반이 살고 엄청난 전력이 필요한 서울과 경기에 지어야 합당하다. 서울과 경기 북부의 기반은 단단한 화강암이고 양산∙울산단층보다도 안전하며 쓰나미 걱정도 없고 용수 조달도 용이하니 가장 경제적이고 안전한 적지가 아니겠는가!
친원전세력은 탈원전을 폐기하라는 소극적 요구가 아니라 서울과 경기에 원전을 짓자고, 이를 국민투표로 결정하자고 주장해야 옳지 않은가!
에너지원이 무한하고 안전한 재생에너지 기술발전은 나날이 눈부시고 전력 단가는 계속 낮아진다. 원전을 많이 건설한 중국도 원전보다 재생에너지 투자가 훨씬 많다. 2000~2017년 중국의 발전설비용량은 풍력 164GW, 태양광 131GW, 원전은 2016년보다 줄은 35GW이다. World Energy Market Insight에 따르면 중국의 2030년 풍력, 태양광, 원전 발전설비용량은 각각 450GW, 350GW, 136GW로 예측된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 연례보고서는 2017년 전 세계 재생에너지 인력은 약 1035만 명이며 그 중 중국이 430만 명이라 밝혔다. 산업부도 2022년까지 대한민국에서만 14만4000개 일자리가 재생에너지분야에서 창출된다고 한다. '세계 에너지 투자(World Energy Investment 2018)’에 따르더라도 2017년 전 세계 에너지 시장 규모는 재생에너지 298조 원, 석탄과 가스 132조 원이고 원전은 17조 원에 불과했다.
친원전세력이 자신들의 이익공동체를 위한 억지를 접고 사실에 기초하기를 바라는 것은 욕심일까? 이 순간에도 가동되는 그들의 '프로쿠르테스 침대'와 가짜뉴스가 측은하기만 하다 /송상훈 (사)푸른아시아 지속가능발전정책실 상근전문위원 /프레시안
주일미군 "독도는 분쟁지역, 북한은 핵 15개 이상"
러시아, 중국과 함께 북한을 핵보유 선언국으로 표시한 주일미군 홍보 동영상.
주일미군(USFJ)이 독도를 한·일 간 영토분쟁 지역으로 명시한 동영상을 지난해말부터 공개하고 있는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이는 독도와 관련한 영토 분쟁은 없다는 한국 입장과 다른 것이다. 동영상은 또 북한을 15개 이상의 핵무기를 보유한 ‘핵보유 선언국가’로 소개했다.
주일미군이 지난해 12월18일 사령부 홈페이지와 유튜브 등에 게재한 ‘주일미군의 임무’ 홍보 동영상은 동아시아 상황을 설명하면서 “이 지역은 수십 년, 수백 년 된 영토분쟁으로 특징지어진다”고 설명하고 지도에 리앙쿠르 암초(독도의 서구식 명칭), 쿠릴열도, 남중국해, 센카쿠제도를 표시했다.
독도가 영토 분쟁 지역이라는 소개는 일본 정부의 입장과 궤를 같이 한다. 한국 정부는 독도가 역사적, 국제법적으로 대한민국 영토이므로 한·일 간에 독도와 관련한 영토·영유권 문제는 전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동영상은 또 동아시아를 “세계 3대 경제대국 가운데 2개 나라(중국ㆍ일본)와 3개의 핵보유 선언국(러시아ㆍ중국ㆍ북한)이 존재하는 곳”으로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도상에 북한을 표시하면서 ‘15개 이상의 핵무기(15+ Nuclear weapons)’라는 설명을 달았다. 러시아는 4000기 이상, 중국은 200기 이상의 핵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표기했다.
주일미군의 자체제작 동영상이지만 미국 정부가 북한의 핵무기 개수를 명시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그동안 미국 정부는 북한이 빠른 시일 내에 핵무기를 배치할 수 있는 핵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고 평가해왔지만, ‘핵태세검토(NPR)’ 보고서 등에서도 핵탄두 개수를 적시하지는 않았다./ 도쿄|김진우 특파원 jwkim@kyunghyang.com
한국당, 끝내 ‘광주’를 모독했다 1.15 경향
“이 사진은 좌익 선동질”이라는 차기환, 5·18 조사위원 선정
이동욱 위원도 계엄군 두둔 전력…4개월 시간끌기하다 ‘극우’ 추천
“시위대의 칼빈 소총에 맞아 죽은 조사천의 영정을 들고 있는 아들의 사진. 좌익은 이 사진을 유포하면서 계엄군의 총에 맞아 죽었다고 선동질을 했고 그게 먹혀들어간 사회….”
조사천씨는 1980년 계엄군의 5·18민주화운동 진압 때 총에 맞아 사망한 시민이다. 조씨의 어린 아들이 광주 망월동 묘역에서 커다란 눈망울로 물끄러미 아버지의 영정을 들고 있는 사진은 광주의 비극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남아 있다.
이 글을 쓴 사람은 차기환 변호사(56·왼쪽 사진)다. 차 변호사는 지난해 7월3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해당 글을 올렸다. 차 변호사는 자유한국당이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 비상임위원으로 추천한 인물 중 한 명이다. 계엄군에 희생된 시민을 ‘시위대의 칼빈 소총에 맞아 죽은’ 사람으로, 광주의 진실을 밝히려는 단체와 개인을 ‘좌익’으로 규정하는, 그릇된 ‘확증 편향’을 가진 극우 인사를 5·18진상규명 위원으로 내세운 것이다.
한국당은 14일 권태오 전 육군 중장(63)을 5·18진상규명위 상임위원, 차 변호사와 이동욱 전 월간조선 기자(59·오른쪽)를 비상임위원에 추천했다. 차 변호사는 “ ‘님을 위한 행진곡’은 대한민국 정치체제를 부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광주에서 평화적으로 손잡고 행진하는 시위대를 조준사격한 적 없다”고 주장했다. 2015년 세월호 진상조사위원회 비상임위원으로 활동했다. 세월호 유족들은 특별조사위원회를 무력화하려 했다며 그를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이 전 기자도 “광주사태와 관련해서는 거의 모든 오보가 피해자 중심으로 쏠려 있다”며 계엄군을 두둔했다. 권 전 중장은 육군본부 8군단장, 박근혜 정부 때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 등을 지냈다.
5·18 단체들, 한국당 찾아 강력 반발</b> 5·18민주화운동 희생자·부상자 가족들이 14일 자유한국당의 5·18진상규명조사위원 선정 결과에 반발하며 나경원 원내대표와의 면담을 시도했지만 국회 본관의 나 원내대표실이 굳게 닫힌 채 열리지 않자 출입문을 두드리며 항의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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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한국당은 4개월간 조사위원을 추천하지 않아 시간끌기를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5·18 북한 특수부대 개입설’을 주장한 지만원씨 추천을 검토하다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자 공수여단 대대장 출신인 변길남씨를 검토하더니, 그것도 여의치 않자 차 변호사를 택한 것이다. 한국당 역주행을 놓고 ‘진상규명을 하려는 건지, 방해하려는 건지 모르겠다’는 비판이 나온다. 태극기부대 등 극우세력의 눈치를 보다가 최소한 상식적 기준에도 미달하는 인사를 추천했다는 것이다.
5·18기념재단, 5·18민주유공자유족회등은 국회 기자회견에서 “실체적 진상규명을 부정하고 그 정신가치를 폄훼하였던 전력을 지닌 인물들”이라고 비판했다.
살인 진압·성폭행 등 사실 부정…‘북한군 개입’ 가짜뉴스엔 동조
차기환·이동욱, 5·18 조사위원 논란 왜?
세월호·백남기·국정농단 등 사회 현안마다 ‘극우 편향’
자유한국당이 14일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 비상임위원으로 추천한 차기환 변호사(56)와 이동욱 전 월간조선 기자(59)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두 사람은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극우적 시각을 드러낸 터다. 이런 사람들이 희생된 영령들의 아픔을 어떻게 달래고 진상을 규명하겠느냐는 것이다.
차 변호사는 2015년 바른사회시민회의·자유민주연구원 등 보수단체 토론회에서 “<화려한 휴가>, 황석영의 <어둠을 넘어 시대의 아픔을 넘어> 같은 작품들이 5·18 진상을 왜곡하거나 그 피해를 지나치게 과장 묘사하여 일반 국민들과 청소년들에게 국군, 정부 나아가 대한민국에 대하여 매우 부정적인 인식을 하게 한다”고 했다. ‘님을 위한 행진곡’을 두고는 “대한민국 정치체제를 부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했다.
2012년에는 “경악! 북한군 광주 5·18 남파 사실로 밝혀져”라는 한 인터넷 매체 글을 리트윗하며 “많은 민간인 사망자들이 진압군이 쓰는 M16이 아니라 M1이나 칼빈 탄알에 맞아 죽었다는 것은 1987년 청문회와 사망진단서로 밝혀졌었는데”라고 주장했다. 그 외에도 “경찰이나 군인을 공격한 차량의 운전수가 만취된 상태 또는 환각제 소지한 것에 대한 증인이 있다” 등의 주장도 했다.
다른 현안에도 극우적 인식을 드러냈다. 2015년 경찰의 물대포에 숨진 백남기 농민을 두고 “물대포에 맞아 쓰러지기 전에 ‘빨간 우의’를 입은 남성이 백씨를 폭행했고 주변의 2명이 백씨의 머리를 바닥에 찧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해 논란을 일으켰다. 세월호를 두고는 “국민은 노란 리본 달고 선한 사람이라 자위하며…”라고 했다. ‘박근혜 국정농단’을 놓고 “태블릿PC 보도와 관련해서는 밝혀져야 할 가짜뉴스가 더 있다”고 했다. 그는 이명박 정권 때 한나라당 추천으로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를 지냈고, 2015년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에서 새누리당 추천 비상임위원으로 활동했다.
이 전 기자는 1996년 월간조선에 ‘검증, 광주사태 관련 10대 오보와 과장’ 기사에서 검찰의 5·18민주화운동 재수사 결과와 관련한 언론 보도들이 왜곡됐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이 발포 명령자라고 하자 “입맛대로 골라 쓰라는 식의 양면성 있는 발언”이라고 했다.
그는 “‘장갑차 사고는 계엄군 측의 실수’라는 주장은 기존에 알려진 것과 180도 다른 내용”이라며 과잉진압에 의문을 제기했다. 또 “광주사태의 피해자 중 성폭행을 당했다는 보도는 수차례 있었다. 한 검사에게 진위를 물어보았다. 검찰의 답변은 이랬다. ‘조사는 했어요. 그러나 단적으로 말해 입증 불가능한 사건입니다’” 등의 표현을 통해 계엄군 성폭행 의혹도 부정했다
한국당 추천 이동욱이 쓴 <월간조선> 기사를 읽어봤다 1.14 프레시안
이동욱 "광주사태 피해자 중심 오보" 주장...'오보' 주장이 '오보'로?
자유한국당이 5.18 진상조사위원으로 추천한 인사들의 면면을 놓고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한국당은 14일 오전 진상조사위 상임위원에 권태오 전 민주평통 사무처장을, 비상임위원에 이동욱 전 <월간조선> 기자, 차기환 변호사를 추천한다고 밝혔다.
이들 중 이동욱 씨는 1996년 <월간조선> 4월호에 '검증, 광주사태 관련 10대 오보·과장'이란 제목의 기사를 써 당시 '5.18 학살자 재판회부를 위한 광주전남 공동대책위원회'로부터 공개 사과 요구를 받았다.
당시 기사의 첫머리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지난) 3개월간 신문에 보도된 광주사태 기사를 훗날 누군가가 보게 된다면 그는 광주사태를 다음과 같이 생각하게 될 것이다. '광주사태가 일어나기 전부터 공수부대는 혹독한 진압훈련을 받았고 특히 시위대의 머리를 때리도록 훈련받았다. 1980년 5월 18일 광주에서는 시위대 중 90% 이상이 곤봉으로 머리를 맞았다. 어림잡아 10여 명이 숨졌다. 당시 광주에 투입되기 전 7공수병력들은 1인당 60발씩 실탄을 이미 지급받았다. 진압과정에서 공수부대원들은 여자들을 연행해 성폭행을 했으며, 지휘권은 2원화되어 전두환 보안사령관 및 정호영 특전사령관이 지휘계통에 끼어들어 사실상의 영향력을 행사했다. 또한 전두환씨는 실질적 발포명령자로서 그의 명령에 의해 시민들이 총에 맞아 숨졌다. 한편 탱크 진압도 있었으며, 시민이 탄 차에 화염방사기를 발사해 3명이 증화상을 입었다. 광주 교도소에서는 수십 명을 학살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특히 교도소에서 계엄군들은 대검과 개머리판 등으로 마구 때리고 담뱃불로 눈을 지지거나 대검으로 머리 껍질을 벗겼고 매일 사람들이 죽어 헬기로 실어날랐다. 광주 교도소에서 최소한 52명이 숨졌다(후략).'"
5.18 민주화운동에 관한 언론 보도, 즉 15년이 지난 뒤에야 밝혀진 공수부대의 혹독한 진압, 실탄 사격, 성폭행과 고문은 사실이 아니라는 게 이 씨의 주장이다.
이 기사에서 이 씨는 피해자 측 주장에는 냉철한 검증의 잣대를 들이대는 한편, 국방부·검찰 측 해명은 있는 그대로 상세히 전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기사 내용대로라면 제목에서는 '증언' 혹은 '주장'이란 단어가 들어가야 객관성이 확보될 수 있다. 기사 본문에서도 실수가 보인다. 기사는 '증언에 의해 밝혀졌다'고 하여 취재원이 기자 개인에게 밝힌 내용을 두고 독자에게 '조사 결과 밝혀진 사실'로 오해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검찰측의 발표문에도 문제는 있다. 6하원칙에 의해 기록했다면 (진압에 사용된 것이) 무슨 기관총인지 밝혔어야 하지만, 이것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세계일보의 '캘리버 50'이란 명칭을 '기관총'으로만 기재하고 있다. 기사내용 중 진술자의 '장갑차 사고는 계엄군측의 실수'라는 주장 내용은 기존에 알려진 것과 180도 다른 내용이다."
"광주사태의 피해자 중 성폭행을 당했다는 보도는 이미 수차례 있었다. (...) 한 검사에게 성폭행 설 관련한 진위 여부를 물어보았다. 검찰의 답변은 이랬다. '조사는 했어요. 그러나 단적으로 말해 입증 불가능한 사건입니다. 대부분이 정신이상 증세자거든요.' 진압에 참가한 당시 공수부대 하사관과 장교들은 이렇게 대답하고 있다. '상식적으로 군대를 모르는 사람들이 만든 말입니다. 진압이란 것이 우리들로서는 가장 위험한 지역에 투입된 셈인데, 개인행동이 가능할 수 없다는 겁니다. 중대장 밑에 11명이 함께 움직이는데 단 한 사람이라도 없어진다면 작전에 차질을 빚습니다.' '죽을지도 모르는 판국에 성욕이 일어납니까? 악의적인 소문이라 봅니다.' 당시 동아일보 광주 주재기자로 광주사태의 현장을 취재해 <10일간의 취재수첩>이란 책을 냈던 김모 씨는 이 문제와 관련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때 공수부대원들이 그런 짓을 할 분위기가 아니었습니다. 얼룩무늬 예비군복이 공수부대와 비슷해서 피해자들이 오해할 여지가 많아요. 무조건 공수부대만 잘못한 걸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이 씨는 또 당시 기사에서 △발포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에 대해서는 '혼돈된 상태'라고 기술했고 △탱크 진압설에 대해서는 "결과적으로 오보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계엄군의 진압 첫날 사망자가 '10명'이라는 데 대해 '그 이상일 것'이라는 목격자 증언이 보도된 데 대해서도 그는 "광주사태 진상을 조사하는 데 쟁점 중 하나가 사망자 숫자였다. 그만큼 민감한 사안이어서 검찰은 재수사 과정에서도 이 부분을 또 조사 발표했다"며 "그 결과 사망자 수는 변동이 없었다"고 썼다.
이 씨는 "광주사태와 관련해서는 거의 모든 오보가 피해자 중심으로 쏠려 있다. 검찰과 국방부 역시 마찬가지"라며 "피해자 편을 들면 정의롭다는 생각에 이성을 잃은 결과인지 모르겠지만 최근 한국 언론의 5.18 관련 보도는 오보율에 있어서 어두운 한 장(章)을 남기게 됐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6월 11일 <뉴데일리> 인터뷰에서도 광주민주화운동을 '광주사태'로 표현했다. 당시 그는 "재난은 복구로 마무리된다. 그러나 우리는 복구에 소홀한, 무지한 나라가 아닌가"라며 "제주 4.3사태, 5.18 광주사태 등을 포함한 세월호 재난 사건에서 우리 사회는 복구를 등한시한 채 온갖 유언비어로 방송과 지면을 채우면서 2차, 3차 재난으로 번지게 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을 했던 이 씨가 5.18 진상조사위원으로 추천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5.18 진상조사위원회가 설치된 배경은 바로 지난해 10월 국방부·여성가족부·국가인권위원회의 공동 조사 결과다. 당시 정부는 6개월 간의 조사를 거쳐 계엄군 등이 저지른 성폭행 범죄는 확인된 것만 17건이며 이 가운데에는 집단성폭행, 미성년자 대상 성폭행 등의 사례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관련 기사 : "5.18 집단성폭행·성고문 등 17건 확인") 1996년 이 씨가 <월간조선>을 통해 '오보'라며 부인한 내용 중 상당수가 20여년 후 사실로 밝혀진 셈이다.
ⓒ<월간조선> 1996년 4월호 PDF 지면 갈무리
차기환 변호사도 과거 4.16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당시 정부(박근혜 정부)·여당(구 새누리당) 입장을 대변했다는 논란을 빚었던 인물이다.
그는 세월호 특조위가 박근혜 당시 대통령에 대한 행적 조사 건을 의결하자 "3류 정치 뺨치는 저질 드라마"라며 위원직을 자진 사퇴했고, 트위터에 "세월호 일부 유족들의 요구가 너무 지나치다. 사망자 전원 의사자 인정, 피해자 형제자매까지 특례입학 인정, 유가족 평생 생활 지원을 요구하는데 진상규명에 동의하는 여론을 저 무리한 요구에 동의하는 것으로 확장 해석하는지 점검이 필요하다"는 비난 글을 올리기도 했다.
세월호 유족들은 지난 2017년 차 변호사를 포함한 정부·여당 추천 진상조사위원 등 13인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차 변호사는 또 2016년 연말 촛불시위 정국에서 "중고생들이 시위에 나섰다. 사리 판단력과 경험이 부족한 중고생을 앞장세워 무엇을 하려는 건가"라며 "중고생이 혁명이 무엇인지나 알고 있을까. 대학생 시절 프랑스 대혁명을 좋게만 생각했지만 그런 혼란, 무질서는 막아야 한다"고 시위에 대한 비난을 하기도 했다.
2016년 12월에는 박근혜 정부 '문고리 3인방'으로 불렸던 정호성 전 비서관의 변호인으로 법정에 서기도 했다. 그는 '최순실 태블릿PC' 보도에 대해 "세월호 잠수함 충돌설과 같은 헛소리를 방송하기 전에 자사가 엉터리로 해명한 태블릿 입수 경위와 왜 그런 거짓말을 했는지부터 해명해야 한다"고 공격하는 글도 썼다.
속출하는 'SKY 캐슬' 피해담... 지금이 바꿀 수 있는 기회 1.15 오마이뉴스
[TV 리뷰] 사회적 현상을 만든 드라마... 우린 욕망을 억제할 수 있을까?
▲< SKY캐슬 > 스틸 사진ⓒ JTBC
1.727%가 19.243%가 됐다. 믿기 어려운 상승 곡선이다. 이 숫자의 비밀은 JTBC 금토드라마 < SKY 캐슬 >의 시청률이다. 전례가 없는 일이다. JTBC 드라마 역대 최고 시청률(기존의 기록은 <품위있는 그녀>의 12.065%)은 이미 한참 전에 넘어섰다. 남은 건 비지상파 역대 최고 시청률(tvN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의 20.509%)이다. 아직 4회나 남아 있어 기록 경신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SKY 캐슬 신드롬', 가히 그리 부를 만하다. 배우들의 이름만큼이나 배역의 이름이 익숙해졌고, '아갈미향', '빵빵수임', '차파국' 등 극중 이름을 딴 별명들이 화제가 됐다. 또, "아갈머리를 확 찢어버릴라"(한서진), "어마마!"(진진희) "다 감수하시겠다는 뜻이냐고 물었습니다."(김주영) 등 대사들이 유행어처럼 옮겨 다닌다. 특히 김주영의 저 유명한 대사 "혜나를 집으로 들이십시오"는 여러 형태로 패러디 돼 회자되고 있다.
시청자들은 (밤 11시라는 늦은 시간대임에도) < SKY 캐슬 >이 방영되는 주말을 손꼽아 기다리고, 방송이 끝나면 드라마 내용을 두고 뜨거운 토론을 벌인다. 인물 분석에서 복선 추측, 결론 예상까지 주변이 온통 < SKY 캐슬 > 얘기뿐이다. 급기야 항간에 드라마의 결론이 담겼다는 스포가 떠돌기도 했다. 제작진은 '드라마를 지켜봐 달라'며 느긋한 자세를 취했고, 결국 시청자들은 스포를 뛰어넘는 전개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완성도 높은 극본에, 완벽한 연기를 펼치는 배우들
▲< SKY캐슬 > 포스터ⓒ JTBC
< SKY 캐슬 >을 칭찬하는 건 쉬운 일이다. 훌륭한 점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일단, '입시 위주 교육의 폐해'를 지적한 문제의식부터 강렬하다. 드라마의 짜임새가 뛰어니고, 극본의 완성도가 높다. 또 주조연할 것 없이, 성인 배우와 아역 배우할 것 없이 완벽한 연기를 펼치고 있는 배우들의 역량은 탁월하다. 그러다보니 몰입도가 높아 뒤늦게 정주행을 시작했다가 벗어나지 못해 밤을 새웠다는 '피해담'이 속출하다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한 장면 한 장면에 쏟은 정성이다. 대충은 없다. 평범한 샷이 하나도 없다. 완벽을 기한 티가 역력하다. 카메라는 쉴 새 없이 움직이고, 배우들의 연기를 극대화할 각도를 고민한다. 조현탁 감독은 연기하는 배우들을 다양한 각도에서 담아낸다. 배우들의 눈, 입, 손, 발 등에 시선을 맞춘다. 하나의 신(scene)을 위해 저토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다니! 이쯤되면 이 드라마의 성공은 필연이라 하겠다.
판은 마련됐다. 웰메이드 드라마 < SKY 캐슬 >은 재미를 넘어 사회적 현상으로 자리잡았다. 수많은 시청자들이 '공유'하는 드라마가 됐다. 이쯤에서 유현미 작가의 사명감을 떠올려 보자. 유 작가는 '이 드라마로 한 가정이라도 살렸으면 하는 마음'이라며 극본을 쓴 각오를 밝혔다. < SKY 캐슬 >은 사교육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입시 코디'라는 존재를 부각시키고, 영제네와 예서네의 비극을 그려내면서 대한민국 교육의 현실을 지적했다.
시청자들은 몸소 겪어 왔던 '입시지옥'의 폐해를 드라마를 통해 재확인하고 있다. 오로지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이 교육의 지상 목표가 된 세상 속에서 욕망이 인간들을 얼마나 처참하게 망가뜨리는지 목도했다. 예서(김혜윤)와 같은 괴물을 만들어냈고, 그런 괴물을 지도하고 가르치는 김주영(김서형) 같은 악마를 합리화했다. 물론 거기에는 자신의 딸에게 부와 명예를 상속시키려는 한서진의 굴절된 욕망이 자리잡고 있다.
차민혁(김병철)도 다르지 않았다. 자녀들에게 피라미드의 꼭대기로 올라가야 한다며, 오로지 성공만을 좇는 삶을 살도록 강요했다. 비인격적이고 폭압적인 교육 방식은 자녀들을 병들게 했다. 그런 아빠 밑에서 자란 딸 차세리(박유나)는 가짜 하버드생 연기를 하며 부모를 깜쪽같이 속여야 했다. 그래야만 사랑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쌍둥이들은 엄마 노승혜(윤세아)의 보호 아래 인간다움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 드라마가 만들어낸 응축된 에너지, 어디로 향할까?
▲< SKY캐슬 > 스틸 사진ⓒ JTBC
우리는 한서진(염정아)도 아니고, 차민혁도 아니다. 그렇다고 이수임(이태란)처럼 아들이 원하는 대로 믿고 맡기는 줏대 있는 엄마도 아니다. 결국 우리는 '찐찐' 진진희(오나라)처럼 "이게 맞나 싶은데도 답이 없잖아. 우주 엄마처럼 줏대도 없고, 예서 엄마처럼 확신도 없고. 아들, 엄마가 미안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그렇다고 계속 미안해 하기만 할 것인가? 언제까지 이 '지옥'을 대물림할 것인가?
< SKY 캐슬 >이 만들어낸 응축된 에너지가 어디로 향할지 아직까진 알 수 없다. 혹시 사회적 대타협을 이끌어 내 교육 개혁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아니면 또 다시 개인의 몫으로 돌아갈 것인가? 드라마 속 인물들의 파멸을 지켜보면서 우리는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을까? 그 질문에 답하는 것이 혜나를 누가 죽였는지 알아맞히는 일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드라마의 결말을 추리하는 것보다 훪씬 더 절실하다.
이보다 뜨거운 판이 마련된 적이 있었던가? '한 가정이라도 살렸으면' 좋겠다던 유현미 작가의 바람은 이뤄질 수 있을까? 괜히 '입시 코디'의 정체만 온세상에 알린 건 아닐까? < SKY 캐슬 >이 우리의 욕망을 억제할 수 있을까, 아니면 더 부채질할까? 지켜볼 일이다.
[한국언론 오도독] 조선일보를 칭찬합니다 1.15 kbs
조선일보를 ‘칭찬’합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이후 극단적 정파성을 노정시키며 최저임금때문에 한국경제가 망할 것처럼 기사를 써온 조선일보에서 그나마 상식적인 기사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지난 1월 4일 조선비즈 인터넷 기사입니다. 기사 제목이 이렇습니다.
CJ·신세계, 빕스·올반 고객 줄어 문 닫으며 '최저임금' 탓
기사 제목부터 남다릅니다. 고객이 줄어서 문 닫으면서 왜 최저임금 탓만 하느냐고 CJ, 신세계를 꾸짖고 있습니다.
기사 내용도 제목과 일치하고 있습니다. 업계는 최저임금 인상을 감당하지 못해 매장을 줄이기로 했다고 말하고 있지만 정말 그럴까라고 의문을 제기하면서 기사 본론을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가 늘어 매장 운영이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지만…
1. 한식 뷔페와 패밀리 레스토랑은 이미 몇 년전부터 손님이 줄어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2. 메뉴에 변화를 주지 못해 위기를 좌조했다
3. 식생활 외식 트렌드도 변했다
4. 가정 간편식과 배달음식 성장도 발목을 잡았다
5. 1인 가정 증가로 혼밥족이 늘어서 가족 단위 패밀리 레스토랑은 예전부터 위기였다고 시장의 다양한 요인들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소비자 트렌드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에서 가심비(가격 대비 마음을 만족)로 이미 옮겨가고 있는데 이런 추세에 대기업들이 적응하지 못했다는 점도 매장 일부 폐쇄의 원인으로 지적했습니다. 외식업 불황에도 1인당 7-8만원 웃도는 고급 뷔페는 주말마다 만석이고, 음식이 맛있기로 입소문이 난 골목길 허름한 맛집에 손님이 몰리는 이유도 이 때문(가심비의 트렌드)라고 설명하고 있지요.
또, 한식뷔페와 패밀리 레스토랑의 부진은 경영실패와 포화된 시장이 빚어낸 결과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러고도 업계는 최저임금 인상 탓만 할 수 있을까요”라고 기사에서 되묻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소비자들은 대기업 브랜드를 믿고 더 비싼 음식값을 지불하는데 소비자가 만족할 만큼의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직원에 대한 처우도 달라야 할 거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이는 사실상 임금을 올려서라도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기업의 생존 전략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는 의미로 읽힙니다.
놀랍지요? 제가 그동안 “한국언론 오도독”을 통해 제기해 온 문제도 이런 상식적인 기사가 왜 잘 나오지 않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기업이나 국가 경제의 흥망성쇠에는 복합적이고, 구조적이며, 환경적인 요인들이 작용합니다. 그게 자본주의 시장의 본질입니다. 특히 위 조선비즈의 기자가 말한 것처럼 외식업은 트렌드가 끊임없이 바뀌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요구를 따라가지 못하면 대기업이라도 생존, 번영하기가 힘들지요.
그런데 문재인 정부 출범이후 조선일보같은 정파적 상업지들은 이런 제반 요인들을 다 무시해버리고 자사가 반대하는 정부의 정책 하나 때문에, 예를 들어 최저임금이나 주 52시간 근무제 때문에, 모든 경제적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는 것처럼 묘사해 왔습니다.
그런 점에 비춰 보자면 조선비즈의 이 인터넷 기사는 조선일보도 ‘정상 언론’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실낱같은 희망이 보인다는 점에서 칭찬할만합니다. 북한도 정상국가로 변하기 위해서 저 노력을 하고 있는데 조선일보도 조금만 더 노력을 기울이면 상식적인 기사를 계속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는 말이지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조선일보의 한계는 아직은 여기까지인 것 같습니다. 해당 기사는 인터넷으로만 출고되고, 지면에는 실리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정작 지면에 실린 기사는, “계절밥상 11곳 폐점...새해 첫날 알바 200명 일자리 잃어”(조선일보 1월 2일 A3면),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대기업마저도 최저임금으로 타격을 입고 있다는 식의 내용이었습니다. 정부가 최저임금을 인상해서 기업이 망하고 있는 것처럼 묘사한 기사는 같은 날 TV조선에도 등장했습니다.
대기업 외식업체마저…'최저임금 직격탄'에 도미노 폐점(TV조선, 1월 2일)
“탄탄하던 대기업 외식 업계도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직격탄을 피하지 못했습니다”란 이 기사의 클로징 멘트에서 알 수 있듯 TV조선의 기사는 조선일보 같은 날 지면 기사보다도 더 단순, 무지하게 쓰여졌습니다. 과거 어버이연합 집회에 참석한 어르신들이 하시는 말씀들을 연상케할 정도지요.
이렇게 따져놓고 보면 이틀 후인 1월 4일 제가 모두에 언급한 조선비즈의 위 인터넷 기사, CJ·신세계, 빕스·올반 고객 줄어 문 닫으며 '최저임금 탓'이라는 이 기사가 조선미디어그룹이라는 한 바구니에 들어가 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입니다. 특히 이 기사속에서 수많은 구조적 요인들을 언급하며 CJ등 외식업계가 자체적인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해서 일부 매장의 문을 닫으면서 어떻게 최저임금 탓만 할 수 있느냐고 되묻는 기사 속 질문은 곧바로 조선일보와 TV조선의 편집국 간부들에게 향하는 말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번 기사만 가지고는 "조선일보가 달라졌어요"라고는 말할 수 없겠습니다. 다만, 인터넷 기사에라도 상식적인 기사가 나왔다는 점은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선일보가 조금만 더 용기를 내서 오프라인 지면이나 방송을 통해서도 저널리즘의 상식적이고 보편적인 기준내에 들어올만한 기사들을 양산해 주길 기원합니다.
조선일보, 조금만 더 분발하십시오. 조선일보도 할 수 있습니다! 최경영 기자
100년 전 오늘, 역사가 꼬였다 1.15 프레시안
로자 룩셈부르크, 20세기가 우리 시대에 남긴 숙제
1월 15일은 독일 현대사와 20세기 좌파 역사 모두에 커다란 상처로 기억된다. 1919년 독일혁명 와중에 급진좌파의 걸출한 두 지도자, 로자 룩셈부르크와 카를 리프크네히트가 이날 무참히 학살당했다. 특히 올해는 그로부터 정확히 100년이 되는 해다.
이때의 역사는 언제 읽어도 당혹스럽다. 독일 주요 도시에 혁명의 불길이 타오른 게 불과 두 달 전(1918년 11월)이었다. 다섯 해째 계속되는 세계 전쟁을 더는 견딜 수 없었던 병사와 노동자가 함께 들고 일어났다. 무기를 들고 함선과 병영을 이탈한 병사들이 시민의 환영을 받으며 주요 도시를 속속 점령했다. 황제는 외국으로 도망쳤고, 황위 계승권자 중 누구도 권력을 인수하려 하지 않았다. 그 강력했던 독일 제국이 며칠만에 무너졌다.
무정부 상태가 된 전시 국가에 이제 정통성을 지닌 권력기구라고는 제국의회뿐이었다. 그리고 이 의회의 제1당은 1912년 총선에서 유권자 1/3 이상의 지지를 받은 사회민주당이었다. 이 당이 내세운 마르크스주의 교리에 따른다면, 사회민주당은 혁명을 쌍수 들고 환영해 마땅했다. 사회주의 혁명은 차치하고라도 전제 왕정을 민주공화정으로 바꾸는 민주주의 혁명은 창당 때부터 이 당의 암묵적 당면 과제였다.
그러나 막상 사회민주당 지도부의 태도는 영 뜨뜻미지근하기만 했다. 이들은 오래 전부터 민주주의 혁명의 투사이기보다는 독일 제국의 만년 야당으로 지내는 데 익숙해 있었다. 이런 체질은 제1차 세계대전 발발 이후 군부의 전쟁 수행에 협력하면서 더욱 강해졌다. 급기야 1917년에는 개혁파, 혁명파 가릴 것 없이 뜻 있는 간부와 당원들이 이런 행태에 분노하며 집단 탈당해 독립사회민주당을 창당하기에 이른다.
룩셈부르크와 리프크네히트는 독립사회민주당 안에서도 가장 급진적인 입장을 대표했다. 1919년 늦가을, 마침내 혁명이 발발하자 이들은 더 왼쪽에 독일공산당을 따로 만들어 혁명을 계속 밀고 나아가려 했다. 별 열의도 없이 임시혁명정부를 이끌게 된 사회민주당(신생 독립사회민주당과 구별해 '다수파 사회민주당'이라 불렸다) 지도부는 이런 시도에 함께 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나중에 독일 공화국 첫 대통령이 되는 프리드리히 에베르트를 비롯한 사회민주당 간부들은 옛 동지들이 아니라 혁명의 적인 구 지배 세력과 손잡는 쪽을 택했다.
집권당인 사회민주당의 의중이 명확해지자 거리 풍경이 순식간에 뒤바뀌었다. 혁명을 성공시킨 탈영병, 노동자들이 아니라 구 제국군 장교들이 이끄는 부대(젊은 아돌프 히틀러도 그 중 한 명이었다)가 가두를 활보했다. 저항하는 이들은 잔혹하게 진압됐다. 룩셈부르크와 리프크네히트도 이 와중에 희생됐다. 임시정부를 이끌던 사회민주당 지도부의 인지와 연루, 지시 없이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수십 년 동안 같은 당에서 활동한 동지들을 이렇게 살육하다니 100년이 지난 지금도 믿기 힘들다. 혁명의 결과로 등장한 정부가 고작 몇 주 전에 그 혁명에 앞장선 이들에게 총구를 겨눴다는 사실 역시 충격적이기만 하다.
20세기 세계 좌파의 잘못된 출발이 된 100년 전 비극
일제에 강점당한 조선에서 3.1운동이라는 또 다른 혁명을 막 준비하던 때에 지구 반대편에서는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너무 암울한 기억이다. 100년 세월이라는 시간적 거리에다 유라시아 대륙 반대쪽 끝이라는 공간적 거리까지 있으니 굳이 100주년이라며 이 어두운 역사를 환기할 필요가 있겠냐 싶기도 하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이 사건이 이후 인류사 전체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가 너무나 강렬하다. 무엇보다 19세기에 자본주의의 대안이 되겠다며 등장한 사회주의 운동의 이후 역사에 엄청난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 사회주의 운동의 두 흐름, 개혁 노선과 혁명 노선 모두에 그러하다.
우선 개혁 노선을 보자. 독일 혁명에서 일단 승자는 다수파 사회민주당의 개혁파 사회주의자들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상처뿐인 승리였다. 정적을, 그냥 정적도 아닌 옛 동지를 살해했다는 도덕적 흠결만이 아니었다. 혁명파를 탄압하면서까지 민주주의 혁명을 중도에 그치는 바람에 이들은 다름 아닌 개혁 노선의 미래를 좁은 한계 안에 가둬 버렸다.
많은 혁명파의 비판과 달리 1919년에 사회민주당 지도부가 저지른 가장 큰 오류는 사회주의 혁명을 시도하지 않은 게 아니었다. 1918년 11월 거리에서 대중이 바란 바는 자본주의의 폐지가 아니라 전제 군주정의 종식일 뿐이라는 사회민주당 지도자들의 진단은 어쩌면 정확했을지도 모른다. 문제는 이들이 정작 이러한 민주주의 혁명조차 제대로 밀고 나아가지 않았다는 점이다.
20세기 초 독일에서 민주주의 혁명이란 무엇을 뜻했는가? 독일은 19세기 말부터 미국과 함께 제2차 산업혁명을 이끌던 나라였다. 아직 자동차 산업이 본격 시작되기 전에 그 토대를 놓은 철강 산업과 석유화학 산업이 이 두 나라에서 동시에 눈부시게 발전했다.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만 해도 영국을 대체할 지구 자본주의의 다음 패권국이 독일일지 미국일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그런 독일이었지만, 사회 구조는 미국과 천양지차였다. 이 나라에서 제2차 산업혁명을 이끈 것은 신흥 자본가만이 아니었다. 그들 뒤에는 제국의 기둥인 대토지 소유 귀족이 있었다. 그리고 이들은 국가기구 안에 제국 육군이라는 강력한 진지를 구축하고 있었다. 1870년에 통일을 주도한 것도, 1914년에 세계 전쟁을 일으킨 것도 이들이었다. 제국의회에 남성 보통선거권을 인정한 이후에 민주주의가 더 확대되지 못하게 가로막은 거대한 장벽이 바로 이들이었다.
첨단 산업혁명 주도국이라는 사실과 이런 반민주적 국가 체제가 서로 충돌하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 둘은 궁합이 잘 맞았다. 제2차 산업혁명의 산물들에 판로를 마련해 이윤을 보장하기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대량 생산-대량 소비 시스템이 등장하기 이전에는 확실히 그랬다. 한데 혁명 이전 독일에서는 군부가 주도하는 전쟁 경제가 이 문제를 '해결'해주었다. 귀족-군부는 첨단 과학기술혁명을 주도하는 자본가의 적이 아니라 가장 믿음직한 동맹자였다.
룩셈부르크와 리프크네히트의 정치 이력이 무엇보다 군부와 대결하는 데 집중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던 바로 그 때에 룩셈부르크는 재판 중이었다. 군대 내 인권 탄압을 고발한 활동 때문이었다. 룩셈부르크는 이렇게 병사와 시민의 마음을 움직여 군부 권력에 맞서려 했다. 리프크네히트 역시 제국의회 의원으로는 유일하게 제1차 세계대전 초기부터 반전운동에 나서서 군부의 최대 적수가 됐다.
그렇다면 독일 민주주의 혁명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무엇이었는지는 분명하다. 구 지배 질서의 기둥이자 세계 전쟁의 원흉인 군부를 해체해야만 했다. 귀족 장교단이 이끄는 군대 대신 공화국 군대를 새로 만들어야 했다. 그러나 사회민주당은 바로 이 과제를 회피했다. 단순히 피하기만 한 게 아니라 군부 잔당과 야합해 이 과제의 해결을 부르짖는 옛 동지들을 탄압했다. 이런 식으로 수립된 공화국이 결국 나치당 같은 세력에게 허망하게 무너진 것은 어쩌면 필연이었다.
이는 단지 독일 사회민주주의자들만의 비극은 아니었다. 개혁파 사회주의자들이 바라는 사회 개혁이 전 세계로 확산되려면, 무엇보다 제2차 산업혁명의 두 주도국에서 개혁이 시작돼야 했다. 불행히도 그 중 한 나라, 독일은 개혁은커녕 파시즘이 승리했다. 개혁은 '뉴딜'이라는 이름으로 미국에서 시작됐고, 이 개혁의 내용이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세계 표준이 됐다.
하지만 독일의 사회주의 및 노동운동 전통이 실현할 수도 있었을 개혁은 미국의 자유주의자들이 실제 이뤄낸 개혁과는 분명 차이가 있었을 것이다. 개혁의 방향과 수준이 현저히 달랐을 것이다. 전자는 불발하고 후자가 유일한 대안이 됨으로써 20세기에 가능한 사회 개혁의 전반적 방향과 수준도 한계가 뚜렷해졌다. 그 최대치는 자유주의가 허락하는 한계선을 넘을 수 없게 됐고, 또한 그렇기에 시장 자유주의의 반동 공세(지금 우리가 '신자유주의'라 부르는)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형태가 됐다.
이 모든 사건들의 연쇄를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1919년 1월 추운 독일의 거리들과 마주하게 된다. 그때 이른바 개혁파의 선택은 사회 개혁의 풍부한 가능성을 스스로 봉쇄해 버렸다. 역설적이게도 이는 혁명이 가장 필요한 시점에 혁명을 기피한 탓이었다.
미완의 과제 - '대중', '민주주의'와 하나 된 사회주의
혁명 노선 측면에서도 룩셈부르크와 리프크네히트의 죽음은 한 세기에 걸친 비극의 시작이었다. 두 사람은 혁명파 사회주의자라는 점에서 러시아 볼셰비키 지도자들과 통했지만, 크게 다른 점도 있었다. 두 사람은 러시아보다는 대의 민주주의가 좀 더 발전한 독일 사회에서 오래 활동하며 경험을 쌓고 사상을 다졌다. 그래서 대중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사회에서 혁명 정치가 무엇을 고민하고 해결해나가야 하는지 러시아 혁명가들보다 훨씬 명석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1월 15일 사건은 독일, 더 나아가 서유럽 혁명 운동 전체에서 이런 지도자들을 앗아갔다. 이후 독일공산당은 미숙한 젊은 간부들의 지휘 아래 좌충우돌을 거듭했다. 독일공산당만이 아니라 각국 공산당의 국제조직인 코민테른도 유럽 혁명을 추진하며 비슷한 역정을 밟았다. 제1차 세계대전 끝 무렵 시작된 혁명 물결이 이렇게 미로에서 헤매는 동안, 유럽에서는 혁명에 맞선 가장 사악한 대안, 파시즘이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그저 서로 다른 경험 때문만은 아니었다. 룩셈부르크의 경우는 특히 그랬다. 룩셈부르크는 독일 사회민주당의 급진파 당원으로 활동하며 동시대 다른 혁명가들과는 사뭇 다른 시각을 발전시켰다. 무엇보다 대중을 바라보는 각도가 달랐다.
룩셈부르크가 1905년 제1차 러시아 혁명 경험을 바탕으로 쓴 저작 <대중파업론>(1906년)에 이런 시각이 잘 드러난다. 이때 처음 등장한 대중파업 현상은 사회주의자들도 미처 예기치 못한 것이었다. 러시아 제국 곳곳에서 민중은 차르 정부에 맞서 스스로 파업에 나섰다. 노동조합 소속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았고, 사회주의 정당들의 지침을 기다리지도 않았다. 많은 고참 사회주의자들이 이 현상이 사회주의 프로그램에 맞는지 아닌지 따질 때에 룩셈부르크는 단호히 이것이야말로 20세기 혁명의 얼굴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대중이 혁명의 주인공이라는 명제를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이를 보고 어떤 이들은 룩셈부르크가 대중을 신비화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물론 그가 이후 안토니오 그람시가 그랬던 것처럼 혹은 프랑크푸르트 학파나 20세기 말 서구 마르크스주의처럼 대중의 여러 얼굴을 더 깊이 분석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그럴 여유가 없었다. 그러나 신비화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룩셈부르크는 대중의 갖가지 얼굴, 서로 반목하고 충돌하기까지 하는 얼굴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 모든 얼굴을 혁명운동이 진지하게 마주해야 할 현실로 받아들였다.
우리는 룩셈부르크가 10월 혁명 이후 볼셰비키의 선택들을 가혹하게 비판한 이유를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대중은 대중파업에서 그랬듯 예기치 않게 앞서 나가기도 하지만, 완강하게 변화를 거부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혁명 러시아에서처럼 당-국가가 지적-도덕적 전위를 자임하며 대중에 대한 독재를 실시할 수는 없다. 다시 한 번, 혁명의 주역은 대중 자신이다. 혁명은 철저히 민주주의와 일체여야 한다. 민주주의가 혁명을 전진시키는 결정으로 나타날 때만이 아니라 그 반대 상황에서도 이 원칙은 결코 흔들려서는 안 된다.
그래서 룩셈부르크는 제헌의회 해산 이후 새 총선 실시를 거부하는 러시아 혁명 정부를 꾸짖었고, "진짜 자유란 의견이 다른 사람들의 자유까지 인정하는 것"이라는 원칙을 강조했다. 대중 자신의 살아 있는 활동, 가장 자유로운 공공생활을 통해서만 사회주의는 실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러시아 혁명 정부가 인내할 수 있었던 것보다 훨씬 더 길고 험난한 우여곡절을 수반하겠지만, 이것만이 사회주의로 나아가는 유일한 길이다.
우리는 20세기 사회주의 경험에 대한 룩셈부르크의 이러한 예언적 비판을 항일혁명가 김산(장지락)의 회고록 <아리랑>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다음 대목이다.
"주어진 다수의 투표는 반드시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나 그 다수가 올바른가 않은가는 별개의 문제이다. 레닌 한 사람이 옳고 당 전체가 그를 수도 있다. 그러나 고독한 레닌 한 사람이 옳다고 하는 경우, 레닌이라는 사람이 개인적으로 전혀 오류를 범하지 않는 인물이기 때문에 옳은 것이 아니라 대중의 다수 의사를 대표하고 있기 때문에 옳은 것이다. 또한 당이 그르다고 하는 경우, 그것은 당이 자기 밑에 있는 대중의 다수를 더 이상 대표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인 것이다. 민주적 의사표시가 존재하는 곳에서는 지도력의 문제는 그다지 어려운 문제가 아니지만 그것이 억압당하고 있는 곳에서는 지도력의 문제가 위험하고도 어려운 것이다. 진정한 민주적 대중투표를 하면 잘못된 결정이 내려질 수가 없다." (<아리랑>(님 웨일즈 ‧ 김산 지음, 송영인 옮김, 동녘 펴냄, 2005년) 468쪽)
아니, 실은 잘못된 결정이 내려질 수도 있다. 그래도 이 길밖에는 없다. 왜냐하면 사회주의란 결국 대중 자신에 의한 대중의 변화이기 때문이다. 설령 그것이 가장 험난하고 지루한 여정을 예고한다 할지라도 말이다.
룩셈부르크는 이 진실을 냉철히 직시했다. 독일공산당 창당대회에서 그는 독일 혁명이 아직 제대로 시작도 안 됐다고 진단했다. 도시의 대중은 각성하기 시작했지만, 농촌 대중은 그렇지 못한 상태라는 것이었다. 그는 마치 자신의 죽음을 예견하기라도 하듯이 이런 문장으로 연설을 끝마쳤다.
"역사의 진보는 부르주아 혁명을 수행하듯이 그렇게 쉽게 이뤄지지는 않습니다. 부르주아 혁명은 하나의 정권을 무너뜨리고 그 자리에 두어 명 혹은 수십 명의 새로운 얼굴을 대체시키는 것으로 충분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완전무결한 역사의 진보를 추구해야 하며, 우리가 수행해야 할 혁명의 성격과 목적은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 질서의 본질을 포괄하는 대중적인 길을 따라야 합니다.
이런 과정은 여러분이 그때그때 느끼기보다는 훨씬 더 오래 걸려서 달성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혁명을 달성하려면 혁명이 갖고 있는 고난과 어려움을 충분히 명확하게 깨닫는 것이 대단히 중요한 일이라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 저는 감히 여러분께 그와 같은 과정이 얼마나 오래 걸릴 것인지는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들 중 누가 과연 혁명의 그날이 오기까지 살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그렇지 못하다고 해도 그것이 무슨 큰 의미가 있겠습니까?" (<로자 룩셈부르그의 사상과 실천>(파울 프뢸리히 지음, 최민영 옮김, 석탑 펴냄, 1984년) 328~329쪽에서 재인용)
20세기로부터 넘겨받은 숙제 – "사회주의냐, 야만이냐"
그 날로부터 100년 뒤인 지금, 룩셈부르크와 리프크네히트의 죽음이 사회주의 운동의 여러 흐름에 던진 그림자는 여전히 우리 시대의 숙제로 남아 있다. 21세기 좌파 역시 탈신자유주의 개혁은 얼마나 혁명적이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으며, 지구화-금융화에 대한 불만을 극우 포퓰리즘 지지로 토해내는 성난 대중과 마주하고 있다.
100년 전 1월 15일이 폭력적으로 앗아간 기회를 21세기의 우리는 과연, 지난 세기보다는 더 성숙해진 도전으로 만회해낼 수 있을까? 룩셈부르크의 저 유명한 촉구, "사회주의냐, 야만이냐"에 21세기는 어떤 답을 던지게 될까?
"우리들 중 누가 과연 그날이 오기까지 살 수 있겠냐"던 그의 마음을 떠올리며 문득 겸허해지지만, 그래도 부질없이 다짐해본다. 이번에는 반드시 야만의 반대쪽 대안이 승리'해야만 한다'고. / 장석준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기획위원
"우리 애들이 있는데 룸살롱은 왜 가요?" 08.2.13 프레시안
[정희준의 어퍼컷·21] 행동보다 무서운 그들의 생각
작년 여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여성 운동 선수 성폭력과 관련한 간담회가 있었다. 소속 선수를 성폭행한 우리은행 여자농구팀 박명수 전 감독 사건을 계기로 열린 것이다. 당시 관련하여 '어퍼컷'에 몇 개의 글을 기고했던 내게도 연락이 와 먼 길 마다 않고 가기로 했다.
인권위에서 스포츠계 성폭력에 관심을 가져줘 다행이라 생각하면서 간담회에서 제시할 사례들을 머리 속에 차곡차곡 챙겨 넣었다. '이런 이야기 들으면 아마 그분들 뒤로 나자빠지겠지' 하며 말이다. 최대한 '충격적'이고 '파렴치'한 것으로만 골라서 서울로 갔다. 그런데 예상과는 좀 달리 일이 진행됐다.
내가 그 충격적이고 파렴치한 사례들을 침을 튀겨가며 쏟아낸 후 간담회를 주재하는 인권위의 여성 임원은 조용히 말을 이어갔다.
"그러게요. 저도 이쪽이 이렇게 심한 줄 몰랐었는데 성폭력상담소에 있을 때 전화가 왔는데…, 글쎄 초등학생을 임신을 시켜서…, 부모가 왔더라구요…."
충격을 주려고 서울까지 올라갔던 내가 되레 충격을 받고 먹먹한 상태에서 부산으로 돌아와야 했다.
작년 가을
역시 인권위에서 학생선수의 인권과 관련된 토론회가 열렸다. 거기서 스포츠에 관심이 많은 한 국회의원이 여성선수 성폭력과 관련해 "(…) 심지어 어느 학교는 감독이 여자 선수들을 모조리 건드린 경우까지도 있다"고 고발한다.
역시 이 동네는 나의 상상계를 초월한다. 그런데 대한체육회가 체육계 폭력과 비리를 시정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소위 자정운동본부의 장이라는 분이 이런 식으로 화답한다.
"젊은 사람들 모아 놓으면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지 않습니까. 그 왜 직장 내 성폭력 같은 것도 항상 있는 일 아닙니까…."
그들의 행위보다 사고가 더 무섭다
"운동만 가르치나, 밤일도 가르쳐야지." (여자 중등학교 운동부 감독, 회식 자리에서)
"전 룸살롱 안 가요." (박명수 전 우리은행 감독, 신문 기자와의 식사 자리에서)
▲ 지난 11일 방영된 <쌈> '2008 스포츠와 성폭력에 대한 인권 보고서'는 스포츠계의 성문제를 정확하게, 그리고 충격적으로 보여줬다. ⓒKBS
11일 방영된 한국방송(KBS) 시사기획 프로그램 <쌈>은 스포츠계의 성문제를 정확하게, 그리고 충격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사실 필자는 이들이 저지르는 행위보다 이들의 사고방식, 즉 뇌의 구조가 더 무섭다. 스포츠계에서 벌어지는 팩트(fact)보다 그 공간에 횡행하는 멘탈리티(mentality)가 더 무시무시하다는 이야기다.
선수를 두고 '자기가 부려야 할 종'이라니. '종인데 육체적인 종도 될 수 있다'니. 그리고 합숙소에서 자기 방으로 여자 선수들을 하나씩 '당번'을 정해 불러들여 안마를 시키고 성폭행을 했던 자가 한다는 소리가 '아이들과 저와의 스킨십'이라니.
그런데도 '덮고 가자'는 이들이 있다. 덮고 가자니. 그게 가해자의 논리인 걸 모르는 걸까. 그러다 이꼴 된 걸 모르는 걸까. 우리 스포츠계는 사실 이렇게 은폐·엄폐하는 데만 골몰하다보니 이렇게 뿌리까지 썩게 됐다.
문제해결 #1. 이제 제발 합숙 좀 없애자
<쌈>에서도 잘 밝혀진 것이지만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첫 단추는 '합숙소 폐지'다. 그놈의 합숙소 때문에 몇 년 전 천안초등학교 축구부 여덟 명이 그 어린 생을 마감했다. '그놈의 합숙소'에서 지금도 숱한 여성 선수들이 감독들의 성적 노리개가 되고 있다.
갓 열 살이 넘은 여자 아이들이 밤에 자는 사이 감독에게 끌려나가지 않으려고 서로서로 손을 묶고 잤다고 하지 않는가. 어느 여고팀에서는 3학년 진학할 때 모두 살기 위해 합숙이나 전지 훈련 때 1년 동안 감독님을 '모실' 한 명을 정했단다. 주장이 스스로 나서기도 했단다. 눈물 없인 볼 수 없는 장면 아닌가.
합숙소 없으면 안 된다고? 현실을 모르는 말이라고? 웃기지 마라. 현실 잘 안다. 그게 다 감독과 협회 편하라고, 편하게 통제하고 쉽게 성적 올리려고 안 없애는 것 아닌가.
우리나라 스포츠계 폭력 문제의 절반 이상이 합숙에서 비롯된다. 그곳에서 감독이 선수를 구타하고 성폭행하고 그곳에서 선배가 후배에게 유사 성행위를 강요하고 때리고 돈 뜯고 공부 못하게 한다.
문제해결 #2. 검투사 기르나, 공부 좀 시켜라
인간다운 삶을 위하여,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을 위하여 교육은 꼭 필요한 것이다. 그 성취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사회가 요구하는 최소한의 교육 수준은 있는 법이다. 이는 양보하거나 타협할 것이 아니다.
그러나 감독들은 선수들이 수업 들어가고 자꾸 '뭔가 배우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자기가 가르치는 것만 받아들이게 한다. 당연히 수업 들어가도 안 되고 집에 가도 안 되고 운동부 외 다른 친구들을 만나도 안 된다. 그렇게 되면 '세상'을 알게 되니까.
사실 어린 아이들은 온종일 패면서 운동 시키는 것은 '수준'이 안 되는 지도자들에겐 성적을 올리는 데 가장 편하고 손쉬운 방법이다. 그 쉬운 걸 왜 포기하겠는가. '공부 안 하는 게 기본'이라는 논리는 감독은 물론 학부모, 그리고 경기단체까지 당연시 한다. 대한체육회 자정운동본부장이 학생선수들에 대한 수업권 보장에 대해 이런 식으로 주장했다.
"애들은 운동만 하고 싶어 하는데 억지로 공부를 하라고 시킨다면 이거야말로 인권 침해입니다."
문제해결 #3. 당당한 가해자, 고개 숙인 피해자?
축구, 야구, 농구, 배구 등 인기 종목 중 'OO신고센터' 운영하지 않는 협회는 없다. 개인 종목은 대한체육회로 하면 된다. 자정운동본부라는 것도 만들지 않았나. 그러나 제대로 운영되는 데 있으면 손 한 번 들어 보시라.
그러면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제도를 왜 자꾸 만드는가. 면피용, 생색내기용, 무마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문제가 불거지면 납득이 가도록 일관성있게, 공평하게 징계하면 된다. 그러나 체육단체 중에 그런 곳은 매우 드물다. 왜? 그 밥에 그 나물이니까. 결국엔 '우리가 남인가'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으로 넘어간다. 협회가 제대로 된 제도를 만들어 단호하게 시행하면 될 일이지 괜히 여기저기 신고하라고 떠들 일이 아니다.
한 학교의 여자 선수들을 하나둘 빼고 모조리 유린해서 협회로부터 영구제명된 자가 다시 여학교에서 가르친다는 게 도대체 말이 되는가. 성폭행 감독이 본래 팀으로 복귀하고, 다른 팀 감독으로, 협회 임원으로 버젓이 경기장에 나타나는 게 우리의 수준인가. '가해자는 아니꼽게 보고 피해자는 고개 숙이는 법'이 우리 스포츠의 수준인가.
문제해결 #4. 여성스포츠는 여성이 접수케 하라
우리나라엔 세계적 선수들이 많다. 그런데 여자와 남자, 어느 쪽이 많을까? 여자 쪽이다. 양궁이나 쇼트트랙도 그렇고 농구, 배구, 핸드볼, 필드하키, 탁구 등도 그러하다. 올림픽 메달 수 따져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그런데 국가대표팀이고 프로팀이고 실업팀이고 감독, 코치는 죄다 남자들이다.
여자프로농구의 경우 작년 말 총 23명의 지도자 중 여성은 코치 단 한 명이었다. 그러나 세계적 수준에서 보면 어떠한가. 한국 남자농구는 여자농구 따라가지 못한다. 여자농구는 올림픽 은메달까지 땄었다. 그런데 왜 남자들이 감독 자리를 독식하는가.
사회가 그렇지만 특히 스포츠는 완전무결한 남성들의 세계다. 남자농구에서 지도자 되겠다는 이들이 넘쳐나니 서로 피나게 싸우다가 그쪽에 자리를 못 잡으면 여자농구로 흘러 들어간다. 사실 여자농구를 맡은 감독들을 보면 남자 쪽에 비해 선수시절 '이름값'에서 한참 뒤떨어진다. 어쨌든 직업, 즉 생계를 위해 자리가 나면 여자팀으로 가는 것이다.
여자팀은 여자들이 맡으면 된다. 능력면에서 하등 뒤질 것 없다. 필기시험 한 번 볼까? 구술면접 해볼까? 남자들보다 쳐지는 게 있다면 술 실력과 로비 능력 뿐이다.
진정 이런 스포츠를 원하는가
10년 전 쯤, 애 하나 운동 시켜서 대학 보내려면 1억 원 든다는 얘기가 있었다. 지금은 더 들 것이다. 자식 운동 시키려고 집 팔고, 저당 잡힌 부모들 부지기수다. 그렇게 보낸 아들이 툭하면 맞아서 어디론가 도망가고, 딸은 감독에게 당하기도 한다. 그러면서까지 운동을 계속 시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공부를 진작에 포기했기 때문이다. 운동에 비전이 없거나 감독이 인간으로 보이지 않으면 뛰쳐나와야 하는데 공부와는 완전히 담을 쌓았기 때문에 그럴 수가 없는 것이다. 운동 그만둬 봐야 전교 1등을 밑에서 다툴 것은 뻔하고 이미 선생님들도 포기했으니 어느 대학이라도 보내기 위해선 맘에 안 들더라도 감독에게 계속 매달려야 하는 것이다. 지도자들도 이러한 현실을 잘 깨닫고 있다. 그러기에 힘없는 선수들을 밤에 괴롭히고 낮엔 부모들 앞에서도 애들을 마음대로 팰 수 있는 것이다.
공부시켜야 한다. 합숙소 없애야 한다. 대회 수도 줄이고 열 살 갓 넘은 아이들 전지훈련도 없애야 한다. 그래서 그들에게도 '운동부 밖의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해야 한다. 운동이 맞지 않으면 다른 꿈을 품고 훨훨 날아갈 수 있어야 한다.
체육계와 지도자들은 선수들을 자신의 '종'으로, 성공의 도구로, 생계를 위한 수단으로, 존속을 위한 방편으로 여기는 못된 버릇부터 고쳐야 한다. 이런 식이라면 협회나 학교 운동부 다 없애도 된다. 이런 야만적, 비상식적 스포츠가 도대체 이 시대에 어울리는가.
그냥 나가서 신나게 공차고 친구들과 재밌게 달리면 된다. 더 이상 무엇을 바라겠는가./ 정희준 동아대 스포츠과학부 교수
MB·박근혜 정부, 재계 반발에 ‘제조업 수술할 기회’ 차버렸다1.15 한겨레
제조업 패러다임 바꿔야 산다③
노사관계·산업정책, 대전환해야
대-중기 ‘전속거래’ 폐단에 주목
불공정 거래구조 차단 나섰지만 재계 반발에 정부 혁신 의지 부족
“정부 직무유기로 총체적 위기로”
MB정부 전속거래 대책 보고서 실태 조사 벌였지만 흐지부지
박근혜정부도 전속거래 개선안 삼성전자·현대차·두산 반발에 중단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도 불공정한 제조업 생태계를 혁신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움직임이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재계의 반발과 정부의 의지 부족으로 무산됐다.”
국내 주력 제조업이 총체적인 경쟁력 위기 상황에 직면한 데는 ‘정책 부재’가 한몫을 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압축성장 시대 수직 계열화와 수출 대기업 위주의 낡은 전략에 기대어 구조적인 생태계 혁신을 방치한 책임이 크다는 것이다. 정부와 재계에서는 제조업 구조 개혁이 재계의 반발과 정부의 의지 부족으로 번번이 발목을 잡혔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와 재계의 말을 종합하면,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 동안 최소한 3차례 이상 자동차 등 주력 제조업의 전속거래에 기반한 불공정 거래구조 개선 등 생태계 혁신 대책을 마련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첫번째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이었다. 이명박 정부는 ‘비즈니스 프렌들리’ 등 대기업 위주 경제 정책을 내걸고 출범했으나 대-중소기업 간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경제정책 기조를 일부 선회했다. 2010년 9월 ‘공정경제·동반성장’을 주장하며 공정거래 질서 확립, 중소기업 사업영역 보호 등을 중심으로 한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추진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동반성장 추진대책 발표 4개월 전 최경환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은 이런 변화를 위한 정책 마련에 나섰다. 당시 산업연구원 송병준 원장을 직접 불러 자동차·전자·기계·조선·철강 등 5대 주력 제조업의 전속거래 실태를 파악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청했다. 전속거래는 완성업체가 부품·협력 업체에 자기하고만 거래하도록 강제하는 관행이다. 산업연구원은 5대 업종 800여 1차 협력업체에 대한 대규모 실태 조사를 벌였고, 이를 토대로 대기업과 1차 협력사 간, 대기업 계열 부품사와 1차 협력사 간 이익률 격차 등 불공정 실태와 함께 전속거래 개선 방안을 담은 중간 보고서를 마련했다. 하지만 최 장관은 1차 협력사뿐 아니라 2차 이하 협력사도 함께 분석할 것을 요구했고, 산업연구원은 자료 확보 등 현실적인 어려움을 이유로 난색을 보였다고 한다. 이에 최 장관은 보고서 자체를 없던 일로 처리했고, 결국 정부의 동반성장 추진 대책에 전속거래 개선 대책은 한 줄도 포함되지 않았다.
두번째 기회는 박근혜 정부 출범 첫해인 2013년이었다. 윤상직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산업연구원에 최경환 전 장관 시절과 똑같은 취지의 조사 연구를 요청했다. 산업연구원 보고서에는 3년 전 유사한 불공정 하도급 거래 실태가 담겼고, 산업부는 이를 토대로 전속거래 개선 대책을 수립하고 보도자료까지 작성했다고 한다. 하지만 발표 하루 전날 뚜렷한 이유 없이 갑자기 계획이 취소됐다.
세번째 기회는 박근혜 정부 후반기인 2016년 초였다. 박근혜 정부 초기 청와대 경제수석실 경제금융비서관을 지낸 주형환 당시 산업부 장관은 취임 직후 산업연구원 관계자들을 불러 “청와대에서 일할 때부터 전속거래를 금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산업연구원은 자동차·전자·기계·철강 등 4개 업종의 경쟁력 제고를 통한 수출 확대를 위해 ‘협력업체의 거래처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내용 등을 담은 개선안을 보고했다. 산업부는 같은 해 3월 서울 구로동 구로호텔에서 30대 재벌과 공기업을 대상으로 이 개선안에 대한 간담회를 열었다. 정책 결정 직전 단계에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 청취에 나선 것이다.
문제는 재계의 강한 반발이었다. 당시 한 간담회 참석자는 “삼성전자가 ‘전속거래 금지로 협력업체가 미국 애플과도 거래해 삼성 스마트폰보다 더 좋은 아이폰을 만들면 누가 이득이냐’고 주장하며 반대했다. 자동차와 기계 업종을 각각 대표해서 나온 현대차와 두산도 삼성에 동조했다”고 말했다. 이후 산업부는 별다른 설명 없이 개선안 추진을 중단했다.
경제·산업 정책의 컨트롤타워가 국내 제조산업의 불공정 하도급 거래 등 구조적인 문제점을 인식하고도 시간만 낭비하다 지금의 위기를 키워왔음을 보여주는 장면들이다. 불공정 거래 조사·연구를 주도해온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과거 정부의 대책 마련이 흐지부지된 것은 모두 대기업의 반대와 정부의 의지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지금의 자동차 등 제조 부품산업의 위기는 10여년째 정부의 직무유기로 빚어진 예고된 재앙이라고 봐야 한다. ‘이번에 바꾸지 못하면 영원히 못 바꾼다’는 의지를 갖고 위기를 기회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큐 ‘백년전쟁’ 제재 정당성, 대법원 전원합의체 간다
방통위 징계, 경고…1·2심 “제재 적법”
상고 3년 5개월 만에 전원합의체서 심리
백년전쟁
이승만 전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일행위 등을 다룬 역사 다큐멘터리 <백년전쟁>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제재가 정당한 것인지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판단한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은 ‘백년전쟁’을 방송한 시민방송 RTV가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낸 제재조치명령 취소소송의 상고심 재판을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고 15일 밝혔다. 전원합의체는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대법관 12명과 대법원장으로 구성된다.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된 소부에서 의견이 일치하지 않았거나 기존 판례 등을 변경할 필요가 있을 때 전원합의체에 회부된다.
2012년 나온 백년전쟁은 진보성향의 역사단체 민족문제연구소가 제작했다. 한국 근현대사 100년이 독립운동가, 친일파와 그 후손들의 전쟁으로 보고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과를 다뤘다. 당시 진보·보수 진영이 나뉘어 역사적 진실을 기록하는 문제를 두고 논쟁이 이어졌다.
RTV는 위성방송 등을 통해 2013년 1~3월 두 편을 모두 55차례 방영했다. 그러자 방통위는 그해 8월 “사회적 쟁점이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 사안을 균형성을 유지하지 못한 채 다뤘다”며 프로그램 관계자를 징계·경고하고 이 사실을 방송으로 알리라고 명령했다.
1·2심은 방통위의 제재가 적법했다고 판단했다.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희화했을 뿐 아니라 인물에 대한 새로운 관점·의혹 제기에 그치지 않고 특정 입장에 유리한 방향으로 편집·재구성해 사실을 오인하도록 적극적으로 조장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RTV 쪽은 2015년 8월 대법원에 상고했다. 3년 5개월 만에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본격 심리하게 됐다.
한편 지난해 8월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김지영 감독과 프로듀서 최아무개씨는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친일 넘어 친나치 ‘안익태의 애국가’ 이대로 둘 것인가”
애국가’의 작곡가 안익태(1906~65)의 친일행적은 10여년 전부터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가 친일파였을 뿐만 아니라, 나치와도 긴밀한 관계를 맺었다면 어떨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미국산 소고기 투쟁, 영화 스크린쿼터 등 사회 현안에 대해 정치학자로서 개입해온 이해영(사진) 한신대 교수(국제관계학부)가 이번엔 작곡가이자 지휘자인 ‘안익태의 전력’을 파고들었다.
이 교수가 최근에 출간한 <안익태 케이스-국가 상징에 대한 한 연구>(삼인)는 지난 8년 남짓 직접 발굴한 최신 자료들을 종합해 그동안 알려진 일본명 ‘에키타이 안’의 친일 행적만이 아니라 친나치 활동까지 고발하는 문제작이다. 지난 11일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이 교수를 만났다.
‘안익태 케이스-국가 상징 연구’ 출간
8년간 독연방문서보관서 등 자료 수집
유일한 조선 출신 제국음악원 회원 등
2차 대전 2년반 ‘나치독일 행적’ 추적
“유럽첩보 총책 에하라의 특수공작원”
정부 나서 ‘안익태 파일’ 등 검증 필요
“국회에서 ‘새 국가 제정’ 공론화 계획”
1942년 2월3일 열릴 나치 정권의 전쟁 부상자와 가족을 돕기 위한 자선 기금 연주회를 앞두고 안익태(오른쪽)가 지휘할 <일본 축전곡>에 대해 작곡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왼쪽)와 상의하는 모습. 촬영 일시와 장소는 알려져 있지 않다. 출처 베를린 연방문서보관소, 삼인 제공
그 자신 안익태의 주 활동무대였던 독일에서 유학했고, 클래식 음악과 오디오 애호가이기도 한 이 교수는 논쟁적 정치학자답게 안익태 문제에 대한 기존 음악계의 학문적 접근보다 주장이 선명하다.
안익태도 처음부터 친일파였던 것은 아니다. 그는 1935년께 미국에서 ‘애국가’를 초연할 때만해도 “우리 민족운동과 애국정신을 돕는 데 대단한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힌 적이 있다. 안익태가 본격적으로 친일 활동을 시작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발발 이후였다. 1941년 독-소 전쟁이 벌어지자, 일제는 유럽지역 자국민 소개령을 내렸다. 하지만 그대로 귀국하게 되면 미국을 거쳐 유럽으로 오기까지 이룩한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갈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이에 안익태는 베를린 주재 만주국 외교관으로 위장한 일본의 유럽 첩보망 총책이었던 에하라 고이치를 찾아가 “상담을 요청”한다.
그 덕분에 안익태는 1941~44년까지 만 2년 반 동안 에하라의 베를린 자택에 머물 수 있었다. 44년 히틀러의 생일 기념으로 파리에서 열린 ‘베토벤 페스티벌’을 비롯해 그는 동맹국(독일·이탈리아 등)과 점령국(프랑스), 우방국(스페인)에서만 30차례의 공연을 지휘한다. 자신이 작곡한 <에텐라쿠>, <만주국 환상곡>과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일본 축전곡> 등도 연주했다. 특히 그는 나치독일에서 유일한 조선 출신 제국음악원 회원이 됐다. 그 회원증에서 그는 출생지를 평양이 아닌 도쿄로 속여서 적기도 했다. 이 교수는 “안익태는 2차 대전이 발발한 이후엔 약한 민족주의 성향마저 탈색되면서 적극적인 친일로 전향했는데, 본래부터 음악적으로 성공하겠다는 출세욕이 강한 인물이었던 걸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특히 이 교수는 안익태가 지휘한 여러 공연이 ‘독-일협회’의 주최와 기획으로 열렸다는 데 주목한다. 독일과 일본의 민간 친교·학술 교류단체였던 독-일협회는 나치의 제정 지원을 받는 당 외곽 조직이자 두 나라의 대외 선전도구 구실을 했다.
1941년 10월 10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페스티 비가도 홀’에서 열린 연주회에서 에키타이 안(안익태)이 <에텐라쿠>를 지휘하고 있다. 삼인 제공
이런 점들을 종합했을 때, 이 교수는 안익태를 에하라의 ‘특수공작원’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한다. 안익태는 미리 일본의 첩보를 입수한 듯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 직전 독일의 우방국이자 파시스트 프랑코가 집권하던 스페인으로 ‘도주’했다. 이후 프랑스에서 ‘기피 인물’로 지정된 안익태는 파리는 물론 독일, 오스트리아 등으로는 다시 들어가지 않았다. 이 또한 그의 친나치 활동을 방증한다.
그동안 직접 독일 연방문서보관서를 드나들며 ‘안익태 파일’ 등 자료를 복사해왔던 이 교수는 정부 차원에서 추가로 기록과 자료를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안익태 행적 관련 사실관계가 70% 정도밖에 밝혀지지 않은 것 같다. 정부에서 정식으로 독일 연방문서보관소에 있는 안익태 파일을 복사해오고, 영상 자료도 사본을 확보해야 한다. 알려지지 않은 자료가 있는지도 조회를 요청하는 등 정부 도움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표적인 프랑스의 나치 부역 신문인 <르 마탕> 1944년 4월 19일치에 실린 사진. 전날 파리에서 열린 ‘베토벤 페스티벌’에서 에키타이 안(오른쪽)은 유명 피아니스트 알프레드 코르토(왼쪽)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을 협연했다. 삼인 제공
안익태의 ‘애국가’가 관행상 ‘국가’로 불려왔지만, 현재 법적으로 지정된 대한민국의 애국가는 없다. 그래서 1960~70년대에도 새로운 애국가를 제정하자는 운동이 있었고, 전두환 정권 때에도 ‘국가 제정 위원회’를 구성해 애국가의 가사와 감상적인 곡조의 문제점을 들어 새 국가를 만들려고 했었다. 즉, 새로운 국가를 만드는 문제는 보수와 진보 양쪽 모두 필요성을 느껴왔기 때문이다. “60년 넘게 안익태의 유럽 행적이 은폐된 상황에서 그나마 친일 문제가 터진 것도 10년 정도밖에 안 됐다. 지금도 서점에선 여러 종의 ‘안익태 위인전’이 유통되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이번에 확인 나치 부역만으로도 프랑스에서는 사형감이다. 프랑스는 물론이고 영국, 미국 등에서도 비열한 부역자가 작곡한 노래를 ‘국가’로 부르는 상황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 교수는 새로운 ‘국가’ 제정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해 공론화해볼 계획이다. “국가는 가장 중요한 나라의 상징체계 가운데 하나로, 집단 정체성을 확인하고 공유하는 핵심적인 제의적 절차다. 그런데 비애국적인 국가를 부르고 있다는 이런 문제를 과연 우리 사회가 언제까지 모른 척할 수 있을까. ‘애국가’ 같은 기본도 정리하지 못한 채로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년을 이야기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 이제는 답변해야 한다.”
“국내 부동산 그림자금융 470조 육박···시장 침체시 80조 부실 위험”1.13 경향
국내 부동산 관련 그림자금융의 규모가 47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중 80조원 정도는 부동산 시장이 침체할 경우 부실화할 위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한국금융연구원 금융브리프에 실린 ‘국내 부동산 그림자금융 현황과 업권별 리스크 관리방안’을 보면 현재 은행이 아닌 곳에서 조달하는 부동산 자금인 그림자금융 잔액이 469조7000억원(지난해 9월 말 기준)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그림자금융은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하고 자본시장 안의 부동산 관련 보증·신탁·펀드·증권 등 모든 부동산금융을 가리킨다. 은행 수준의 건전성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에 시장 경기에 따라 흔들릴 여지가 크다.
종류별로는 부동산신탁 수탁액이 242조50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부동산 대체투자펀드 규모도 급증하면서 139조원에 달했다. 이외에도 보험사나 증권사 등 비은행권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은 41조1000억원, 부동산 유동화 증권은 23조8000억원, PF 채권 보증 및 신용보강이 22조2000억원, P2P(개인간) 부동산 대출이 1조1000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그림자금융의 부실화 우려는 최근 부동산시장 전망이 어두워지면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금융연구원은 부동산시장 상황에 따라 환매·계약철회·부실화 등의 리스크가 예상되는 그림자금융 규모를 80조원으로 추산됐다. 이는 전체 부동산 그림자금융의 약 17%다. 상품별로는 P2P 부동산 상품, 부동산펀드 중 직접개발형 상품, 부동산신탁 가운데 차입형·책임준공 확약형 토지신탁상품 등이 위험한 것으로 꼽혔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장기간의 저금리와 2010년대 초반 이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시장 호황을 기반으로 부동산 그림자금융이 빠르게 증가했다”면서 “향후 글로벌 차원에서 통화정책 방향의 전환과 부동산 경기의 정체 또는 하강 국면 진입이 예상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 그림자금융에 대한 정부 및 전 금융권 차원의 시스템 구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기형적 임금체계 만든 주범은 [미디어오늘 1183호 사설]
우리나라 임금체계는 귀신도 모를 만큼 복잡하다. 임금은 임금만으로 끝나지 않고 고용시장 전체를 관통하는 기본축이다. 대기업 정규직 대비 중소기업 정규직 임금은 대략 75%이고, 중소기업 비정규직은 50%에 불과하다.
8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임금 격차는 학력과 성별, 직종에 따른 격차가 두드러졌지만 기업체 규모별 임금격차는 거의 없었다.
노동부 1982년 임금실태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노동자 평균임금을 100으로 했을 때 10~29인과 30~99인 기업에 다니는 노동자의 임금은 각각 98로 거의 차이가 없었다. 300~499인 기업에 다니는 노동자 임금도 102정도였고, 가장 큰 500인 이상 대기업에 다니는 노동자의 임금도 105에 그쳤다. 이처럼 40년전엔 기업 규모별 임금격차가 10%도 채 안 됐다.
이랬다가 2010년 기업 규모별 임금격차는 1~4인 기업 노동자가 58, 5~9인 74, 10~29인 94, 30~99인 112, 100~299인 126, 300인 이상 174로 엄청난 격차를 보인다. 즉 2010년 5명 미만의 영세소기업 노동자는 시급 6193원을 받았는데, 300명 이상 대기업 다니는 노동자는 시급 1만8482원을 받아 정확히 3배 차이로 벌어졌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악화됐다.
3배까지 벌어진 임금은 임금으로 끝나지 않는다. 고용기간과 결혼, 출산, 육아, 내수시장 등 경제 전반에까지 영향을 준다. 500인 이상 대기업의 근속 연수는 9.2년인데 10~49인 중소기업은 4.5년에 불과하다. 내부 노동시장으로 진입하지 못하면 평생 이 직장 저 직장 전전해야 한다는 소리다.
숙련과 생산성 그 어느 합리적 근거도 없이 그냥 공무원 포함 대기업 정규직만 되면 만사형통이다. 이런 기형적 고용시장이 너도나도 노량진 고시원 공시족을 양산했다. 공무원과 대기업 내부 노동시장에 진입하려는 아귀다툼은 세대간 갈등을 넘어 같은 청년들끼리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놓고 살기등등한 비난을 퍼붓는 지경에 이르렀다.
누가 이런 기 막힌 이중 노동시장을 만들었을까. 노사를 조정해야 할 정부가 이런 살벌한 고용시장을 만들어낸 범인이다.
최저임금은 1953년 근로기준법을 만들때부터 헌법에 명문으로 보장한 국민들 권리였지만 역대 정부는 그로부터 34년 동안 위헌 상태를 유지했다. 위헌을 바로 잡으려고 최저임금법을 제정한 게 1986년 연말이었다.
전두환 정부는 저임금 구조를 유지시키는데 지대한 공헌을 한 임금 가이드라인 정책을 폈다. 정부가 일방으로 ‘올해 임금은 몇%’라고 발표하면 노사는 그 이하로 임금을 제한해야 했다. 노태우, 김영삼 정부 땐 정부가 일방으로 공지하긴 뭣해서 노총과 경총이 합의하는 방식으로 발표했는데, 정치권에 포섭됐던 당시 한국노총은 해마다 이를 수용했다. 민주노조 진영에선 이를 ‘노경총 야합’이라고 불렀다. 민주노총 출범이 가시화된 1994년 노총도 더 이상 노경총 야합에 들러리 서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이런 가이드라인 설정 관행은 그 뒤로도 몇 년 더 갔다.
가이드라인에 묶여 임금을 조금 밖에 올리지 못하자 지불능력이 충분한 재벌 대기업과 공공기관들이 여러 편법을 내놨다. 기본급은 발표된 가이드라인을 지켜 소폭 인상하되 각종 수당을 새로 만들어 임금을 뒤에서 올렸다. 20년 가까이 이런 관행이 계속되자 대기업은 전체 임금에서 기본급이 차지하는 비율이 30%대로 추락하고 빈자리를 각종 수당이 채웠다. 배보다 배꼽이 커진 거다.
이번에도 ‘캐슬’의 떡밥에 낚이고 말았다 1.16 한겨레
시청률 고공비행 JTBC <스카이캐슬>의 인기 요인 4가지
JTBC 제공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 본 사람은 없다. 만나면 <스카이(SKY)캐슬>(극본 유현미, 연출 조현탁, 제작 HB엔터테인먼트, 드라마하우스) 얘기뿐이다. 현실 풍자인 줄 알았는데 출생의 비밀까지 나오면서 막장이다, 심심풀이로 시작했는데 몰입감이 장난이 아니다, 드라마에 숨겨진 의미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등 누군가 말하면 끊임없이 대화가 이어진다. 다들 보고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 시청률로 확인된다. 본방 사수를 하지 않는 멀티플랫폼 세상에서 17%(닐슨코리아 유료 가구, 수도권 기준)까지 올랐다. ‘치솟았다’가 맞다. 2018년 11월23일 방송된 1회는 1.7%(닐슨코리아)였다. 2018년 마지막 방송이던 12회(12월29일)는 JTBC 역대 최고 드라마 시청률을 찍었다(12.3%). 14회에서는 수도권 17.3%, 전국 15.8%를 기록했다. 14회 마지막 장면이 혜나의 죽음으로 충격적이던 만큼 시청자의 관심은 더욱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스카이캐슬>은 20부작으로 6부를 남겨두고 있다. <스카이캐슬>의 인기 이유를 몇 가지로 정리해보았다.
① 전 국민이 ‘교육 전문가’인 나라
<스카이캐슬>은 한국의 0.1%가 모인 부자 동네가 배경이다. 주남대 의대와 로스쿨 교수들이 모여 산다. 이들은 자식에게 그들의 자리를 세습하기 위해 교육에 목숨을 건다. 과외교사만이 아니라 정신건강까지 챙겨주는 코디, 학원강사를 개인 교사로 데려오는 서울 대치동 과외 등이 나오며 이것이 실재하는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뜨거웠다. 서울대 의대생들에게 직접 물어보거나, 대치동 출신 학생들이 모여 현실을 이야기하거나, 직접 학원가 관계자를 만나거나 대치동 학부모 이야기를 듣는 등 여러 경로로 ‘팩트 체크’가 이루어졌다.
대부분 기사·동영상의 결론은 현실에는 “책상 위치 좋습니다. 메인 책상과 스탠드 책상 북쪽에 두신 것도 잘하셨습니다. 습도는 항상 20~23도를 유지해주세요. …수리영역 8천㎾, 암기과목 4천㎾가 좋습니다” 등까지 말해주는 코디는 없다. 하지만 “없는 게 없는 대한민국”에서 “실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하는 전문가들도 존재한다. 어느 대학생의 유튜브 댓글에는 “○○생들과 스카이캐슬은 거리가 있지 않나요. 주제랑 안 맞는 것 같아요. 서울대생들이나 하버드 정도면 몰라도”라는 댓글이 달린다. 극 중 극성스러운 학력 추종자 예서(강찬희)는 현실에 있다. 지독한 팩트 확인이다.
한국에선 모두가 교육 전문가다. 현재의 입시제도를 성토하고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거기다 모두 드라마 전문가다. 교육과 드라마, 최상의 결합이다.
② ‘이 드라마에 그냥 나오는 장면은 없다’
‘여름에 성충이 되어 10월에 죽는’ 잠자리는 등장인물의 운명을 암시한다. 숨겨진 실마리는 공들여 드라마에 등장한다. <스카이캐슬> 화면 갈무리
‘이 드라마에 그냥 나오는 장면은 없다’(<허프포스트> 1월6일치). <스카이캐슬>은 ‘스릴러’를 표방한다. 1회를 의대 합격한 아들을 둔 엄마의 자살로 시작했으며, 수수께끼 인물을 등장시키고 모호한 말이나 장면 등으로 추리용 ‘떡밥’을 던져왔다. 시청자는 어디까지 해석해야 할지 모르는 말이나 장면들에도 주목한다.
드라마 포스터에는 여성 등장인물을 모아서 찍은 컷이 있다. 불안한 높은 사다리에 앉은 한서진(염정아), 그 옆에는 예서의 코디인 김주영(김서형)이 언제라도 의자를 넘어뜨릴 듯 서 있다. 세 명은 웃고 있지만 이 둘은 웃음기가 없다. 인물 성격을 표현하는 포스터지만 시청자들 사이에 결말을 암시한다고 소문이 나 있다. 한 드라마 커뮤니티에 올려진 ‘현재 충격에 빠뜨린 스카이캐슬 결말 궁예’라는 글은 드라마 내 여러 요소를 해석해 설득력 있는 드라마의 결말을 제시해 인기를 끌고 있다.
공들인 드라마 설계에 시청자는 상상력을 폭발시키고 있다. 한서진과 김주영이 함께 차를 마시는 장면이 잡혔는데 찻주전자에 잠자리 그림이 있었다. 14회 김혜나(김보라) 옆 창문에 죽은 잠자리가 있다. 시청자는 “가을 잠자리는 여름에 성충이 되어 10월께 죽는다”고 해석해 김보라의 죽음이 이미 암시돼 있었다고 주장한다. 많은 시청자가 세리라는 등장인물의 이름에서 ‘하버드·스탠퍼드 동시 합격했다’고 언론사를 상대로 거짓말했던 세라 김을 연상해 스토리를 예언하기도 했다.
김주영이 영재에게 들려주었던 설화는 섬뜩하다. 이 아들로 환생한 원수의 이야기는 그림자놀이극으로 재현돼 보여졌다. 시청자가 김주영이 듣는 음악 <마왕>에서 상상력을 발휘하는 것도 일리 있다. ‘마왕’은 말을 달리는 아버지에게 아들이 ‘마왕이 자신을 데려갈 것’이라고 호소하지만 아버지는 아들을 안심시키는데, 목적지에 도착하니 아들이 죽어 있었다는 이야기다. 드라마가 던지고 시청자가 해석하는 게임 같은 재미가 있다.
③ 드라마의 역사성, 역사를 거스른 드라마
<스카이(SKY)캐슬>은 최상위 계층의 교육을 보여줘 흥미를 돋운다. JTBC 제공
후반부 ‘출생의 비밀’이 드라마를 이끌면서 애청자들이 ‘클리셰’(상투적 표현) 비난을 하기도 했다. <스카이캐슬>은 이전 JTBC를 대표하는 드라마들, 정성주 작가·안판석 피디의 <아내의 자격>(2012)과 <밀회>(2014)의 맥을 잇는다. 전형적인 ‘현실 풍자’ 드라마의 적자로 ‘못 보던 이야기’는 아니라는 말이다.
하지만 <스카이캐슬>은 클리셰를 갖고 와서 새로운 면을 보여준다. <아내의 자격>과 <밀회>가 최상위 클래스의 소외된 곳에서 피어나는 사랑을 그렸다면, <스카이캐슬>에는 사랑하는 연인이 나오지 않는다. ‘정의로운’ 사람도 의심스럽다. 한서진은 과거까지 속인 성공 욕망의 화신이다. 스카이캐슬을 선한 의지로 뒤흔들 이수임(이태란) 가족을 이주시켰지만, 이들은 주도하기보다는 휘말린다. 이수임은 교육 현실을 고발하는 책을 써서 비극을 막겠다라고 하는데, 결국 그 의지를 인정받을 공론장에서 상대방의 가장 큰 약점을 공격해 비겁한 면을 보인다. 배다른 딸 김혜나는 가난하게 살고 똑똑하게 자랐지만, 가난한 사람의 클리셰인 ‘순진함’을 갖추지 않았다.
드라마의 빠른 진전은 주요 인물들을 갑작스럽게 죽여나가는 <왕좌의 게임>의 템포를 닮았다. 1회 자살의 내막을 다음 회에 다 보여주고, 주민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만드는 축이 될 법한 독서모임을 단번에 해체하는가 하면, 혜나의 어머니 존재를 등장시켜 준상(정준호)의 옛 연인임을 알려준 뒤 곧 병으로 죽게 했다. 심지어 14회 마지막에는 주요 인물인 혜나가 죽는 장면이 나왔다. 당황한 시청자에게 제작진은 “혜나가 죽은 게 맞다”라는 부연까지 해야 했다.
④ 이 시궁창을 보라, 현실에도 희망은 없다
스카이캐슬은 주남대 의사들이 모여 사는 공간이다. 그간 드라마의 단골 무대는 재벌이었다. 대충 요약하자면 재벌의 비도덕성을 선하고 가난한 여성이 구원한다. 전문가 집단은 ‘정의’를 내세운 에피소드 드라마의 주요 소재였다. 그래서 ‘재벌 드라마’와 ‘전문직 드라마’는 장르적으로 구분됐다. 의사 집단은 현실에서 좀더 도덕적이어서가 아니라 적어도 이성이 작용하리라고 생각하는 집단이었다. 고수익 전문가 집단은 부에 편입한 기득권층이 되었다. 이들은 재벌과 달리 돈이 중심이 아니다. 이 기득권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단체 행동을 할 때도 민주주의적인 절차를 밟는다. 철저히 자본주의적이면서도 민주적인 외피를 쓴 ‘이기적 유전자’다.
엔딩곡 <위 올 라이>(We All Lie)대로 모두 거짓말을 하는 드라마 세계에서 실명이 나오는 것은 서울의대와 하버드대다. 가상이지만 현실의 세계가 그렇게 다리를 놓고 있다. 드라마는 비극으로 끝날 것이다. 그 세계는 파멸할 것이다. 그렇다면 현실은 어떨까.
200년 전의 자살이 예고한 영국의 브렉시트 1.16 한겨레
200년 전 절정에 오르던 대영제국의 자만은 한 유능한 외교관을 자살로 내몰았지만, 지금 조락하는 노쇠한 국가 영국의 착각은 국가 자체를 자살로 내몰고 있다.
“전하, 이제는 유럽에 작별을 고해야 할 때입니다. 전하와 저만이 유럽을 알았고, 구했습니다. 저의 뒤로는 유럽 대륙의 문제들을 이해할 사람이 없습니다.“
1822년 8월8일, 영국 외무장관인 캐슬레이 자작 로버트 스튜워트는 국왕 조지4세를 알현해 이런 말을 남기고는 나흘 뒤에 자살했다. 캐슬레이 경의 자살은 극도의 스트레스가 지병인 망상 증세를 악화시켰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캐슬레이는 당시 유럽을 참화로 몰아넣은 나폴레옹 전쟁에서 반나폴레옹 동맹 연합군을 결성하고,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데 중심 역할을 했다. 무엇보다 그는 나폴레옹 전쟁 이후 유럽의 국제질서인 ‘빈 체제’ 구축을 주도했다. 그가 주도한 빈 체제는 현재 나토와 같은 집단안보 체제의 원형이다. 영국·프로이센·오스트리아·프랑스·러시아 등 유럽의 강대국이 정기적으로 만나서 유럽의 안보질서 등을 협의하고, 이 체제 내의 참가국이 침략받거나 침략하면, 집단적으로 대응하자는 체체였다.
하지만, 그는 이 빈 체제의 첫 회의만 참석할 수 밖에 없었다. 의회는 그의 회의 참가를 금지하고, 빈 체제에서 영국을 철수시켰다. 영국의 전통적인 대외정책 노선인 ‘영예로운 고립’의 절정이었다. 영국은 백년전쟁 이후 유럽 대륙의 문제에 얽혀들지 않으려 했고, 유럽의 단결도 원하지 않았다.
영국은 섬나라라는 지정학적 조건으로 대륙의 분쟁 위협에서 자유로운데다, 막강한 해군력이 있었다. 유럽에서 현존하고 임박한 위기가 있을 경우에, 즉시 개입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영예로운 고립’ 정책은 영국의 국력을 식민지 경영에 집중시켜, 세계의 제국으로 만드는 초석이기는 했다.
하지만, 캐슬레이는 유럽에 또다시 나폴레옹 전쟁 같은 분쟁이 벌어지면, 영국의 패권은 위협받을 것임을 직감했다. 그는 패권국이 된 영국이 예방적으로 유럽 대륙의 질서 유지에 개입해, 유럽의 세력균형 질서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빈 체제의 근본은 영국의 철수에도 50여년간 지켜졌으나, 독일의 통일로 사실상 수명이 다했다. 벤저민 디즈레일리 당시 영국 총리가 “여러분은 새로운 세계에 들어갔다. 세력균형은 완전히 파괴됐다”고 표현한 독일 통일은 결국 양차 대전으로 이어졌다. 양차 대전에서 영국의 개입은 무력했고, 대영제국은 몰락했다.
200년이 지난 지금 영국 의회에서 15일 벌어진 브렉시트 논란과 결정은 영국이 또 한번 유럽에서 발을 뺀 것을 의미한다. 200년 전 영국은 제국의 세계경영에 주력하려고 유럽에서 발을 뺐다. 자유무역 등을 기반으로 한 영국의 세계 경영은 현재 글로벌리제이션의 시작이 됐다. 영국이 씨를 뿌린 글로벌리제이션은 200년이 지나, 영국을 유럽에서 다시 발을 빼게 했다.
글로벌리제이션 야기한 영국 안의 양극화, 금융업을 제외한 산업붕괴는 영국의 보수적 중하류층들에게 유럽연합을 원흉으로 지목케 하고 탈퇴시켰다. 유럽연합 탈퇴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탈퇴 자체가 영국을 망하게 하거나, 유럽연합과의 관계를 파국으로 만들지도 않을 것이다.
문제는 영국이 글로벌리제이션 폐해 앞에서 ‘모래에 머리를 파묻는 타조’ 같은 대응을 한다는 것이다. 그 과정을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대명사인 영국 엘리트들이 주도했다는 것이다. 테리사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협상안에 항의해 사임한 도미닉 랍 전 브렉시트 장관은 “잔류파는 영국의 번영이 그 입지 때문이고, 탈퇴파는 영국의 특질 때문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랍 등은 ‘영국민들의 완벽한 용기와 결단이라는 민족적 특성’이 영국의 과거 영화의 본질이라 본다. 그들에게 영국 제국의 영화는 풍부한 항구와 석탄, 산업혁명에 기여한 유럽대륙으로부터의 이민자 등 지정학적 조건, 부와 병력을 전 세계에서 조달할 수 있는 제국 시스템 때문이 아니었다.
“7600만 터키인들이 유럽연합에 의해 비자면제 여행을 받고 있다”, “유럽연합 밖에서, 우리는 더 밝은 세계적 미래를 가질 것이다” 등의 브렉시트 진영 광고는 영국의 착종을 보여준다.
200년 전 절정에 오르던 제국의 자만은 한 유능한 외교관을 자살로 내몰았지만, 지금 조락하는 한 국가의 착각은 국가 자체를 자살로 내몰고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노 딜 브렉시트’ 우려에 다급해진 한-영FTA 협상·체결
200년 전의 자살이 예고한 영국의 브렉시트
브렉시트 부결 후… 영국 앞에 놓인 7가지 미로
브렉시트 합의 부결 충격…EU, 영국에 ‘잔류’ 우회 압박
칼날 위 영국…브렉시트안 부결 이어 정부 해산위기
영국 브렉시트 부결-현지르포] 1.16 경향
시민들 환호하지만 속내 ‘제각각’···잔류파 “제2국민투표 실시” 찬성파 “노딜도 문제없어”
15일 오후(현지시간)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국회의사당 앞에서 브렉시트 찬반 진영 시민들이 뒤섞여 지나가는 차량을 향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런던|이호준 기자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의 브렉시트 안이 부결된 15일(현지시간) 저녁. 이 순간 만큼은 유럽연합(EU)의 심장은 EU 본부가 위치한 벨기에 브뤼셀이 아닌 영국 런던의 웨스트민스터 국회의사당 앞이었다. 의사당 맞은 편에 위치한 웨스트민스터 사원 앞뜰에는 아침부터 짙푸른 EU의 깃발이 빼곡히 늘어섰다. 애빙턴 스트리트 가든, 팔리아멘트 광장 등 의사당이 내다보이는 공간들은 이 푸른 깃발로 무장한 시민들로 하루종일 발디딜 틈이 없었다. 야간 도심 집회에 등장한 대형 전광판에 메이 총리의 패배가 생중계되자 광장에 운집한 군중은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12개의 별로 수놓인 푸른 깃발의 물결이 도심 밤하늘을 뒤덮었다.
브렉시트를 찬성하는 시민들도 영국 국기, 유니언 잭을 흔들며 “위대한 영국의 위대한 독립”에 목청을 높였다. 그러나 이내 “자랑스러운 유럽 시민(Eurpean citizon)”을 외치는 반 브렉시트 진영의 목소리에 묻혔다. 브렉시트를 둘러싼 찬반 여론은 여전히 팽팽하지만, 브렉시트 반대 진영의 절박함이 만들어 낸 불균형이었다.
부인과 함께 저녁까지 의사당 앞을 지킨 크리스토퍼 베인(67)은 “불법적인 선동의 결과물인 브렉시트가 마침내 심판을 받았다”며 “이제는 국민들이 다시 영국의 미래를 결정하게 해야할 때”라고 말했다. 은퇴한 교사라는 그는 “총리는 외국인혐오증을 이용해 이뤄진 2년 반 전의 국민투표를 국민의 뜻이라고 주장하지만, 이제는 모두 진실을 알고 있다”면서 “브렉시트는 영국을 더 가난하고 약하게 만들 뿐”이라고 주장했다.
15일 오후(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브렉시트 반대 진영의 홍보 차량이 팔리아멘트 스트리트를 지나고 있다. 런던|이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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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연합(EUROPEAN UNION)’이라는 글자가 가장 위에 찍한 영국 여권을 펼쳐 든 패트리시아 힉스(26)도 표결 결과가 나온 직후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런던에서 나고 자란 힉스는 “나와 친구들은 영국인이지만 동시에 유럽 시민”이라며 “실직과 국경장벽 외에 기대할 것이 없는 브렉시트는 이제 부숴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투표에서 이기기는 했지만 이런 형편없는 브렉시트를 2년이나 끌고 온 정치인들을 신뢰할 수 없다”면서 “반드시 국민투표를 통해 브렉시트를 쓰레기통에 넣어야 한다. 진짜 힘든 싸움은 이제부터”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표결 결과에도 불구하고 메이 총리가 재신임을 통해 EU와 브렉시트 협상을 재개하거나, 총선을 통해 노동당이 집권하더라도 브렉시트를 완전히 폐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감이 반 브렉시트 진영에 팽배하다. 베인은 “영국 국민 다수와 노동당원 대부분이 국민투표를 지지하고 있지만 노동당 당수인 코빈은 아직도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면서 “지금까지 노동당을 찍어왔지만 총선이 이뤄진다면 노동당이 아니라도 국민투표를 공약하는 당에 표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15일 오후(현지시간) 영국 런던 팔리아멘트 광장에 모인 반 브렉시트 진영 시민들이 의회의 브렉시트 표결 부결 결과를 들으며 환호하고 있다. 런던|이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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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에 대한 불신은 브렉시트 찬성 진영에도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브렉시트를 지지하는 시민들은 당장 이번 브렉시트안 부결이 “영국 민주주의의 종말”이라며 의회를 비난하고 나섰다.
아일랜드 국기와 유니온 잭을 양손에 쥐고 의사당 앞에 나선 코윈 모리슨(65)은 “2016년 브렉시트 투표는 훌륭한 독립선언이었지만 정치인들이 모든 것을 망쳤다”면서 “메이가 물러나고 보리스 존슨 전 런던 시장이 보수당의 지휘권을 잡고 브렉시트를 완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국민투표는 이미 이뤄졌고 우리가 승리했다”면서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가 유럽 연합을 떠난다는 사실은 전혀 달라진 게 없다”고 강조했다.
의회에서 총리의 안이 비토되는 상황이 예견됐던만큼 이날 브렉시트 지지 시민 일부는 “노 딜 브렉시트도 문제없다(No deal. No Problem)”는 메시지를 선전하는 데 주력하기도 했다. 모리슨은 “시간을 끌어봤자 혼란의 시간만 늘어날 뿐”이라면서 “협상의 진척이 없으면 노 딜 브렉시트를 인정하고, WTO의 다자간무역협정으로 직행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15일(현지시간) 런던 웨스트민스터 의사당 앞에서 한 시민이 국민투표를 실시하라는 시민들을 가로막으며 즉시 유럽연합을 떠나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런던|이호준 기자
'브렉시트 합의안' 사상 최대 표차 부결...'노딜 브렉시트' 카운트다운 프레시안
[분석]당혹스러운 EU, 브렉시트 발효 연기?
영국 현대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로 주목받은 '브렉시트(Brexit) 합의안'이 영국 의회 사상 '최대의 표차'로 부결됐다.
영국 하원에서 표결권을 가진 639명의 의원은 15일(현지시간) 열린 승인투표(meaningful vote)에서 정부가 유럽연합(EU)과 합의한 EU 탈퇴협정 및 '미래관계 정치선언', 이른바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해 찬반 투표를 벌였다. 브렉시트 승인 표결 요건은 표결권을 가진 의석수의 과반인 320표다. 투표 결과 찬성 202표, 반대 432표로 합의안은 반대가 찬성보다 2배가 넘는 무려 230표차로 부결됐다. 영국 의회 사상 정부가 200표가 넘는 표차로 의회에서 패배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국과 EU는 지난해 11월 브렉시트 전환(이행)기간, 분담금 정산, 상대국 국민의 거주권리 등에 관한 내용을 담은 585쪽 분량의 EU 탈퇴협정에 합의한 데 이어, 자유무역지대 구축 등 미래관계 협상의 골자를 담은 26쪽 분량의 '미래관계 정치선언'에도 합의했다. 양측은 지난해 11월 2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특별 정상회의에서 합의안에 공식 서명하고 비준동의 절차에 착수했다.
브렉시트 합의안은 영국과 EU 양측 의회에서 모두 비준동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특히 영국은 의회의 통제권 강화를 위해 비준동의 이전에 정부가 EU와의 협상 결과에 대해 하원 승인투표를 실시하도록 했다. 당초 승인투표는 지난달 11일 예정됐으나 부결이 확실시되자 테리사 메이 총리가 정치권 설득을 위해 일단 연기를 하며 시간벌기에 나섰지만, '사상 최대의 표차'로 부결되는 참패를 피하지 못했다. 승인투표가 부결되면서 영국 정부는 3 개회일(sitting days) 이내인 오는 21일까지 이른바 '플랜 B'를 제시해야 한다. 플랜B에는 추가적인 설득을 통한 합의안 재표결 추진, EU와의 합의안 재협상, 브렉시트 찬반에 대한 제2국민투표 등이 거론되고 있다.
▲ '브렉시트'를 둘러싸고 영국 국민의 여론도 두 동강이 난 상태에서 브렉시트 합의안이 15일(현지시간) '영국 의회 사상' 최대의 표차로 부결됐다. . ⓒAP=연합
'최악의 시나리오' 노딜 브렉시트, 3월 29일 자동발효 카운트다운
하지만 영국 정치권이 극심하게 분열된 상태라는 점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불리는 '노딜 브렉시트'가 예정대로 오는 3월29일 발효될 가능성이 커졌다. 노딜 브렉시트란 영국이 EU에서 아무런 합의 없이 떨어져나오는 것을 뜻한다.
EU의 헌법에 해당하는 리스본 조약은 제50조에서 회원국 탈퇴에 관해 규정하고 있다. 영국은 지난 2017년 3월29일 EU 탈퇴의사를 공식 통보했으며, 리스본 조약에 따르면 최종 합의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탈퇴를 공식 통보한 후 2년이 지나면 자동으로 EU에서 탈퇴하게 된다.
글로벌 시장 일각에서는 EU 역시 '노딜 브렉시트'는 감당하기 어려운 최악의 시나리오로 보기 때문에 EU가 '자동 발효'를 피하기 위한 조치에 나설 가능성이 오히려 커졌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합의안에 대한 영국 의회의 압도적 반대표는 영국 의회에서 어떠한 합의안도 채택할 수 없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EU가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EU는 영국 정부의 요청이 있을 경우 브렉시트 발효시한을 오는 7월까지 연기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중앙은행은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이 될 경우 영국 경제는 2008년 금융위기보다 더 큰 경제적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국내총생산(GDP)는 8% 줄고, 실업률은 7.5% 상승하며, 파운드화 가치는 25% 급락할 수 있다는 구체적인 전망치까지 제시했다.
CNN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일부 영국 시민들은 '노딜 브렉시트'가 닥치면 생필품 등의 공급이 곧바로 차질을 빚게될 것을 우려해 '브렉시트 박스'를 구매하는 등 사재기에 나서고 있다. '브렉시트 박스'는 40만 원이 넘는 가격으로 60개의 냉동건조 식품, 정수 필터 등으로 구성돼 있는 '생존 키트'다. 사재기에 나서는 시민들은 노딜 브렉시트가 발생할 경우 EU에서 영국으로 들어오는 식품과 의약품 공급이 통행·통관 문제 때문에 지연되거나 막힐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노딜 브렉시트는 글로벌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영국은 유럽에서 독일 다음으로 한국과의 교역량이 많은 경제권이라는 점에서 우리 경제도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지난해 무관세를 적용 받은 가운데 15억 달러를 수출했다. 하지만 노딜 브렉시트 시 10%의 관세율이 적용된다. 역시 무관세 적용 대상이던 항공기 부품도 2.7%, 자동차 부품도 2.5~14%까지 관세를 내야 한다.
메이 총리는 정치적 책임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승인투표 부결 발표 직후 제1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는 정부 불신임안을 제출했고, 16일 정부 불신임안에 대해 의원들이 투표할 예정이다.
영국 '고정임기 의회법'(Fixed-term Parliaments Act 2011)에 따르면 정부 불신임안이 하원을 통과하고 다시 14일 이내에 새로운 내각에 대한 신임안이 하원에서 의결되지 못하는 경우 조기총선이 열리게 된다.
브렉시트 뒤흔든 ‘국경의 남쪽’ 사정 1 9일 시사인 제590호
. -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국경이 브렉시트 최대 난제로 떠올랐다. 두 지역의 ‘보이지 않는 국경’이 ‘하드 보더’로 전환되면 영국은 심각한 경기침체를 맞게 된다. 세계 금융시장이 흔들릴 수도 있다.
아일랜드 섬은 영국 본토(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지역으로 이뤄진 ‘그레이트브리튼 섬’) 서쪽에 있다. 섬의 북부는 영국의 일부인 북아일랜드다. 그 남쪽으로 펼쳐진 지역은 독립국인 ‘아일랜드공화국(이하 아일랜드)’.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사이의 국경이 2019년 3월29일로 예정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에서 최대 난제로 떠올랐다.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는 국제법상 다른 나라이지만 그 국경에는 세관도 보안검문소도 없다. <이코노미스트> 자료에 따르면, 연간 1억여 명과 차량 7200만 대가 어떤 통과 절차도 없이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든다. 상품도 마찬가지다. 국가는 다른 나라의 상품을 수입하는 경우, 해당 상품을 이중적 차원에서 ‘체크(check)’한다. 하나는, 관세 부과다. 다른 하나는, 자국과 규제 시스템이 다른 나라의 수입품에 대해 ‘제조 표준’을 확인하는 절차다. 예컨대 유전자조작 식품(GMO) 규제가 강한 나라는, 해당 규제가 느슨한 국가에서 제조된 농산물이 자국의 제조 표준과 다르면 수입을 차단할 수 있다.
ⓒEPA 2018년 11월29일 런던 국회의사당 앞에서 브렉시트 반대파들이 ‘우리에겐 EU가 필요하다’라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가 속한 영국)는 둘 다 유럽연합 회원국이다. 관세동맹인 유럽연합의 회원국들은 상품 수출입에 서로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제조 표준의 경우, 유럽연합 차원에서 제정한 규제 조항이 모든 회원국에 적용된다. 즉, 회원국의 규제 시스템이 동일하다.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는 관세 및 규제 측면에서 상대측의 상품을 체크할 필요 자체가 없다. 두 지역은 마치 한 나라인 것처럼 경제적으로 통합되어 있다.
그런데 영국 본토와 북아일랜드가 공식적으로 유럽연합을 떠나는 날이 결정되어버렸다. 2016년 6월의 국민투표로 유럽연합 탈퇴를 결정한 이후, 영국은 유럽연합 측과 ‘이혼 조건’을 협상해왔다. 지루하고 아슬아슬한 협상이 마무리된 2018년 11월25일 발표된 ‘브렉시트 협정문’ 초안에 따르면, 영국의 탈퇴일은 2019년 3월29일로 결정되었다. 아일랜드는 이후에도 여전히 유럽연합 회원국이지만 북아일랜드는 비회원 상태가 된다. 원칙적으로 양측은 각각 국경에 세관, 검문소 등을 설치해서 인력과 상품의 이동을 통제해야 한다. ‘보이지 않는 국경(invisible border)’이 ‘하드 보더(Hard Border:통행과 통관을 엄격히 규제)’로 전환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아일랜드 섬의 경제적 통합성이 해체되면 매우 심각한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탈퇴하자마자 당장 재앙이 아일랜드 섬을 덮치지는 않을 것이다. 영국과 유럽연합 양측이 협정문에 2020년 마지막 날까지 1년9개월의 ‘이행 기간’을 설정해놓은 덕분이다. 영국은 유럽연합과 ‘새로운 무역협정’을 체결하면서 이에 자국 내 기업을 적응시키는 데 필요한 시간이다. 이행 기간에 영국은 유럽연합과 탈퇴 이전의 관계(관세동맹, 유럽연합 규제 준수)를 계속 유지할 수 있다. 즉, 협정문이 영국 의회에서 비준되어 효력을 얻으면, 브렉시트 이후에도 2020년 12월31일까지 실질적인 변화는 발생하지 않는다.
오히려 문제는 이행 기간에 양측이 새로운 무역협정을 성공적으로 체결할 수 있느냐이다. 협정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인 ‘아일랜드 섬 국경선’ 문제의 해결이 지극히 어렵기 때문이다. 유럽연합 회원국인 아일랜드는 ‘하드 보더’가 현실화하면 최악의 경제 충격이 발생할 것을 우려한다. 유럽연합은 북아일랜드가 ‘보이지 않는 국경’을 이후에도 계속 유지할 것을 영국 측에 요구해왔다. 영국 본토가 어떻게 되든 북아일랜드만은 유럽연합의 관세동맹 및 규제 체계하에 그대로 두라는 것이다. 영국 정부로서는 수락할 수 없는 조건이다. 북아일랜드가 사실상 유럽연합의 경제권역으로 남으면, 관세 및 규제 측면에서 영국 본토와의 사이에 새로운 국경선이 그어진다. 영국으로서는 헌정 질서(‘북아일랜드는 영국의 고유 영토’)와 국가경제적 통합성을 위협받는 사태다. 그렇게 되면 영국은 유럽연합과 새로운 무역협정을 체결하지 못한 상태로 국제시장에 내팽개쳐진다. 경제적으로 분단된 아일랜드 섬은 최악의 위기를 맞게 된다.
브렉시트 지지파에게는 기가 막힌 상황
영국 테레사 메이 정부와 유럽연합 측은 이 같은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백스톱(backstop)’이라 불리는 일종의 안전장치를 브렉시트 협정문에 삽입했다. 이 방안의 핵심은, 새로운 무역협정이 2020년 말까지 합의되지 않으면 북아일랜드는 물론 영국 본토 역시 유럽연합 관세동맹에 계속 머무른다는 것이다. 메이 총리로서는 유럽연합의 압박에 못 이겨 북아일랜드만 관세동맹에 남기기보다는 영국 전체가 관세동맹을 유지하는 쪽이 국가적 통일성을 지키는 선택으로 보였을 것이다. 다만 제조 표준 부문에서는, 북아일랜드만 유럽연합의 규제 체계를 따르도록 허용하기로 했다. 영국 본토에서 북아일랜드로 수출되는 상품이 사실상 유럽연합의 규제 체계에 따라 체크된다는 이야기다. 예컨대 영국이 브렉시트 이후 자체적 규제 체계를 새로 만들면서 ‘특정 성분이 든 의약품’을 허용했다고 가정하자. 만약 그 성분이 유럽연합 규제에서 허용되지 않는다면, 영국 본토에서 북아일랜드로 해당 의약품을 이동시키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영국의 브렉시트 지지파에게는 기가 막힌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그들은 관세 부과 및 규제 설정 권한을 유럽연합으로부터 되찾기 위해 싸워왔다. 그런데 백스톱 규정에 따르면, 2020년 말 이후에도 영국의 관세 부과 권한이 유럽연합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영국 본토와 엄연한 자국 영토인 북아일랜드 사이에 ‘규제 장벽’이 세워지는 사태까지 발생할 수 있다. 비회원국으로 전환된 영국으로서는 유럽연합 규범을 정하는 데 어떤 영향력도 행사하지 못하지만 유럽연합의 통제는 받게 된다. 더욱이 백스톱은 영국과 유럽연합이 새로운 무역협정에 합의해야 해제 가능하다. 무역협정을 타결하려면 ‘아일랜드 섬 국경선’부터 모든 협상 주체가 만족하는 수준으로 해결해야 하는데, 그렇게 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브렉시트 지지파 의원들이 메이 총리에게 “영국을 유럽연합의 제후국(vassalage)으로 만들 작정이냐”라며 따지는 이유다.
테레사 메이 총리가 지난 12월11일로 예정됐던 ‘협정문 비준을 위한 의회 표결’을 연기한 것은 이런 반발 때문이다. 협정문이 의회에서 부결되면 영국은 유럽연합과의 이혼 조건을 다시 협상해야 한다. 더욱이 2020년 말까지라는 이행 기간도 사라진다. 이미 유럽연합 측은 ‘재협상은 없다’라는 초강경 방침이다. 예정된 탈퇴일까지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영국은 자칫 어떤 합의나 보장도 없이 유럽연합에서 탈퇴하는 ‘노딜(No Deal) 브렉시트’로 내몰릴 수 있다. 이 경우, 다른 개별 국가들과 일일이 무역협정을 새로 체결해야 한다. 외국 기업 철수로 인한 대량 실업은 물론 증권 및 부동산 시장 폭락 같은 사태가 전개될 수 있다고, 영국 중앙은행은 경고한다.
운명의 날은 2019년 1월 중순이 될 전망이다. 메이 총리는 1월14일로 시작되는 주간에 협정문에 대한 의회 표결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지 언론 분위기에 따르면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 노동당 등 야당이 협정문 초안에 비판적일 뿐 아니라 보수당 내에서도 반대 기류가 만만치 않다. 2019년 초, 브렉시트 협정문 부결 사태가 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하게 될지도 모른다.
4년제 대학 졸업자 취업률 시사인 제591호
리얼미터]황교안 정계 진출, 반대 50%·지지 38%
북극 기온 상승 → 풍속 약화 → 대기 정체…‘잿빛 공포’ 악순환
ㆍ한반도 사흘째 ‘장기화’ 왜
ㆍ중국 미세먼지·국내 배출물질 결합, 초미세먼지로 악화
ㆍ오염원 배출 저감뿐만 아니라 ‘온실가스 감축’ 노력 필요
미세먼지가 바꿔 놓은 일상들 사흘째 계속된 미세먼지 공습으로 서울 시내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어두웠다. 차량 공회전 특별단속 - 15일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인근 도로에서 서울시 차량공해저감과 직원들이 열화상 카메라를 이용해 차량 공회전을 단속하고 있다. 거리서도, 버스 안에서도 ‘마스크’ - 서울 광화문 네거리를 걷는 사람도, 버스를 타고 가는 사람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문 닫은 서울광장 스케이트장 - 시청 앞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이 운영 중단으로 텅 비어있다. 서울 공공기관 차량 2부제 - 서울 세종로에서는 모범운전자들이 차량 2부제 캠페인을 하고 있다(위 사진부터). 우철훈 기자 선임기자·김기남·권도현 기자
사상 처음으로 수도권에 초미세먼지(PM2.5) 경보가 발령되면서 시민들은 사흘째 ‘잿빛 공포’에 휩싸였다. 하지만 찬 바람이 불어오면서 미세먼지 감옥에서 반짝 풀려나게 될 것으로 예보됐다.
이전에 초미세먼지 일평균 최고치는 지난해 3월25일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했을 때 서울 99㎍/㎥, 경기 102㎍/㎥였다. 하지만 지난 14일에는 서울·인천·경기·충북·충남·전북·세종 등 무려 7개 시·도에서 100㎍/㎥를 넘겼다. 15일 오전에는 일평균 농도가 100㎍/㎥를 넘긴 곳이 호남과 강원 등으로 확대되기도 했다.
이날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은 전국에서 수치가 급격하게 치솟은 이번 고농도 미세먼지에 대해 “굉장히 이례적인 사례”라고 밝혔다. 장임석 국립환경과학원 통합대기질예보센터장은 “추가적인 분석이 필요하지만, 이번에는 잠시 농도가 떨어지는 과정 없이 미세먼지 유입과 대기 정체가 번갈아 이어졌다”면서 “이 과정에서 계단을 오르듯 농도가 치솟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고농도 미세먼지는 국내 대기가 정체돼 오염물질이 잘 퍼지지 않는 상황에서 중국발 미세먼지가 흘러들어오면서 심해지는 경향을 보여왔다. 유입된 미세먼지가 국내에서 배출된 오염물질과 결합해 광화학반응을 일으키면 입자가 더 작은 초미세먼지로 악화하는 ‘2차 생성’을 거쳐 수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이번에도 지난 11일쯤부터 기온이 오르면서 국내에서 대기가 정체되고, 중국에서 발생한 미세먼지가 유입되는 과정은 비슷했다.
약한 바람이 문제였을 가능성이 크다. 윤기한 기상청 사무관은 “지난 14일 한반도부터 중국 베이징 주변까지 기압차가 별로 나지 않아 바람이 원활하게 불지 않았다”면서 “한곳에서 오래 머문 오염물질이 서서히 이동해온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최근 대기 정체의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지목하고 있다. 바람을 쌩쌩 불어보내는 상층부의 대기 흐름은 온도차가 결정하는데, 최근 북극 기온이 오르면서 바람도 약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기후센터 이우섭 선임연구원 등은 한국기후변화학회지 최근호에 낸 ‘한반도 미세먼지 발생과 연관된 대기 패턴 그리고 미래 전망’ 논문에서 지구온난화가 지금 추세처럼 계속되면 한반도 주변에서 고농도 미세먼지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논문에 따르면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할 때, 한반도 상공에는 고기압이 자리를 잡고 이 고기압이 북극의 찬 공기 유입을 막았다. 상층에서 동서 방향으로 불던 바람이 한반도보다 북쪽을 지나면서, 한반도 지역 풍속은 약화되고 남쪽에서 바람이 불어오기 좋아졌다. 중국에서 오염물질이 흘러와 한반도에 머물기 좋은 조건이 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러한 메커니즘을 고려해 ‘한국 미세먼지 지표’를 만들고, 이를 지구온난화 시나리오에 대입해 2050~2099년 미세먼지 발생 빈도와 강도를 전망했다. 그 결과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하지 않는 경우에 미세먼지 지표값이 훨씬 크게 예측됐다. 기후변화가 심화되면 겨울철 한반도에서 대기 정체가 잦아지면서 심한 대기오염을 발생시키는 기상 조건이 더 자주 나타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이우섭 선임연구원은 “온난화가 심해지면 작은 대기오염물질 배출도 고농도 미세먼지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오염물질 배출 저감 노력뿐만 아니라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동시에 필요하다”고 밝혔다.
15일 낮부터 북쪽에서 찬 바람이 밀려오면서 16일 전국에서 미세먼지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대기 확산이 원활해 미세먼지 농도가 전 권역에서 ‘좋음’~‘보통’ 수준을 보일 것으로 국립환경과학원은 내다봤다. 하지만 16일 오후부터 온화한 서풍이 다시 불면서 미세먼지 농도는 차츰 나빠진다. 17일 국외 미세먼지가 유입되면서 중서부 지역에서 ‘나쁨’ 수준일 것으로 전망됐다.
손혜원 '수상한' 목포 사랑…문화재 건물 무더기 매입 1.16 프레시안
문화재 지정 전 조카·남편회사·보좌관 가족 총동원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의 친척과 보좌관 등 주변 사람들이 전남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일대 건물들을 무더기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건물을 사들인 시점은 문화재 지정 이전으로, 현재는 건물 가격이 4배 가량 뛴 것으로 알려졌다. 손 의원은 문화재청을 감사하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소속이어서 사전에 취득한 정보를 이용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15일 SBS 보도에 따르면, 손 의원과 관련된 목포 시내 건물은 모두 9채다. 손 의원 조카 명의로 된 3채, 손 의원 남편이 이사장인 문화재단 명의로 된 3채, 보좌관 배우자 명의로 된 1채, 보좌관의 딸과 손 의원의 다른 조카가 공동명의자인 2채 등이다. 이 건물들은 모두 지난해 8월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으로 지정된 구역 안에 위치하고 있다. 매입 시점은 2017년 3월부터 지난해 9월 사이로, 1채를 뺀 8채가 문화재 지정 전이다.
23살인 손 의원의 조카는 SBS와의 인터뷰에서 "제가 그걸 무슨 생각이 있어서 샀겠냐"며 "고모(손 의원)가 추천은 해 준 것"이라고 말했다. 목돈 여유가 없는 조카에게까지 1억 원의 돈을 줘가며 건물 매입을 권유했다는 것이다. 손 의원 남편이 운영하는 문화재단은 대들보나 나무 기둥이 잘 남아 있는 적산 가옥들을 매입했고, 손 의원 보좌관의 배우자는 5.18 민주화 운동 당시 목포 지도자가 운영했던 약국 건물을 사들였다.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은 건물 하나하나가 아닌, 거리 통째가 문화재로 지정된 국내 최초의 사례로,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건물은 재산가치가 상당히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낡은 건물은 리모델링 비용 전액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보조해주고, 상속세, 토지세도 50% 감면된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손 의원은 이같은 보도에 대해 "목포는 지난 대통령 선거 때 지역을 돌면서 처음 가본 곳으로 버려진 집이 50%를 넘었다"며 "구도심에 아파트를 짓겠다는 조합이 결성되고 있었는데, 제가 의견을 내서, (다른 사람과) 도와서 문화재로 지정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해명은 문화재 지정 과정에 문광위 소속인 손 의원이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으로도 볼 수 있어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손 의원은 이어 "사람들이 아무도 안 가니까 증여해서 친척을 내려보냈다. (국회의원) 임기가 끝나면 서울 박물관을 정리하고 목포에 내려가려고 했다"며 "땅을 사고 팔고 하면서 돈 버는 데에 관심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보도는 모략이고 거짓말"이라며 "법적 조치를 할 것"이라고 했다.
중앙일보 '기레기'는 누가 키우는가1.16 오마이뉴스
[미디어 비평] 논리와 근거 허술한 1면 기사들
▲ 1월 15일 중앙일보 1면 "인구 1위 오른 50대 노후 빈곤 위험하다" ⓒ 임병도
1월 15일 <중앙일보> 1면에는 '인구 1위 오른 50대, 노후 빈곤 위험하다'는 제목의 기사가 배치됐습니다. 한국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차지하는 50대의 노후 빈곤이 우려된다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기사 서두에 나온 사례를 보면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중앙일보> 박형수 기자는 서울 성동구에 사는 맞벌이 부부의 수입과 지출을 예로 들었는데, 월수입이 1200만 원이었습니다. 월수입이 1200만 원이나 되는 부부가 "나름대로 번다고 버는데 어떨 때는 경조사비 낼 현금이 부족한 경우도 있다"라고 말하니, 보통 사람들은 동의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입니다.
물론, 돈이 많다고 무조건 여유롭게 살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노후 빈곤'을 말하면서 월 수입이 천만 원 넘는 가정을 예시로 드는 것은 부적절했습니다.
최저 시급 감당 못 한다는 명동, 세계에서 임대료 높은 상권 8위
▲ 2018년 12월 27일 <중앙일보> 1면 ‘명동상인 30명 중 29명 8350원 감당 못합니다” ⓒ 임병도
2018년 12월 27일 <중앙일보> 1면에는 '명동상인 30명 중 29명 "8350원 감당 못합니다"'는 제목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비판하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중앙일보> 기자가 만난 명동상인은 내년도 최저임금이 8350원이라고 하자 한숨부터 쉬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최저임금이 뛰면서 '직격탄'을 맞았다고 합니다.
<중앙일보> 김기환 기자는 가장 상권이 좋다고 하는 명동에서조차 최저임금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나 봅니다. 김 기자가 2017년 <중앙일보> 보도를 읽고 기사를 썼다면 어땠을까요?
▲ 2017년 11월 16일 <중앙일보>는 서울 명동이 세계에서 임대료 높은 상권 8위라고 보도했다. ⓒ 중앙일보 갈무리
2017년 11월 16일 <중앙일보>는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사가 조사한 전 세계 쇼핑 지역의 임대료 순위를 토대로 서울 명동이 세계에서 8번째로 임대료가 높다고 보도합니다. 2018년 10월 19일 <매일경제>는 명동의 건물주가 임대료를 ㎡당 월 100만 원 인상을 요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명동은 세계에서 비싼 지역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전국 상권 가운데 임대료가 가장 비싼 곳입니다. 이런 명동의 상황은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최저임금만이 문제라는 <중앙일보> 기사는 논리적으로 맞지 않습니다.
최저임금 상승폭이 높다고 하지만 가장 지출 비용이 많은 항목은 임대료입니다. 최저임금조차 줄 수 없다면, 자영업자가 홀로 일하면 최소한 영업은 가능합니다. 그러나 임대료를 내지 못하면 자영업자는 바로 쫓겨납니다.
자영업자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최저임금이 아니라 오히려 임대료가 아닐까요?
2014년 시행된 임플란트 보험 때문에 문재인 케어가 문제?
▲ 2018년 12월 26일 <중앙일보> 1면 ‘4대 보험료도 과속 5년간 30% 뛰었다” ⓒ 임병도
2018년 12월 26일 <중앙일보> 1면에는 '4대 보험료도 과속, 5년간 30% 뛰었다'는 제목의 기사가 배치됐습니다. 같은 기사이지만 '5년새 30% 뛴 4대 보험료…소비 여력도 줄었다'는 온라인판 제목을 보면, 문재인 케어 때문에 경제가 힘들다는 이야기가 핵심입니다.
그런데 기사는 서두부터 이상합니다. 사례로 든 '중견기업에서 일하는 이모씨가 국민연금과 건강·고용·산재보험 등 4대 보험료로 쓴 돈은 연간 240만 원 정도'를 보면 뭔가 맞지 않습니다. 근로자는 산재보험을 내지 않습니다. 산재보험은 사업주만 내는 보험입니다. 온라인 기사만 보면 개인이 내는 보험료가 30% 넘게 인상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가구당 늘어난 것입니다.
▲ 2014년 7월 17일 <중앙일보>는 <뉴시스> 기사를 전재하면서 임플란트 보험 적용으로 임플란트 틀니 시술이 늘었다고 보도했다. ⓒ 중앙일보 갈무리
<중앙일보> 김도년 기자는 '틀니·임플란트 비용까지 건강보험으로 보장하는 내용도 함께 담겨 과잉 복지 논란이 제기됐다'라며 문재인 케어를 비판합니다. 그러나 임플란트의 보험 적용은 2014년부터 이미 시행된 정책입니다.
이마저도 65세 이상의 노인에 대해 평생 2개까지만 한정적으로 보험급여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노령층에 대한 국가의 최소한의 지원에 불과합니다.
<중앙일보>는 한국경영자총회 자료를 토대로 GDP 대비 사회보험 비중이 높은 것처럼 그래프를 기사에 포함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건강보험료율은 6.4%로 독일(14.6%), 프랑스(13.64%), 일본(10.0%)에 비해 높은 수준은 아닙니다.
<중앙일보> 기레기는 누가 키우나
▲ 2017년 7월 18일 <중앙일보> 양선휘 논설위원의 ‘누가 기레기를 키우는가’ 칼럼 ⓒ 중앙일보 갈무리
2017년 7월 18일 <중앙일보> 양선희 논설위원은 '누가 '기레기'를 키우는가'라는 칼럼에서 '공짜뉴스가 판치는 생태계에서는 제대로 된 언론인을 기르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양선희 논설위원은 '제대로 된 기자를 키우기 위해서는 몇 년을 가르치고 투자해야 한다'라며 '이런 과정을 건너뛴 기자들이 어떤 기사를 쓸 수 있는지 나는 상상이 잘 안 된다'라고 말합니다.
앞서 예를 들었던 <중앙일보> 기사는 모두 1면에 배치된 내용입니다. 지면 신문에서 1면은 기업으로 치면 가장 기술력이 좋고 품질이 우수한 상품을 전시 판매하는 것과 같습니다. <중앙일보> 브랜드를 내걸고 보도한 1면 기사치고는 논리와 근거가 많이 허술합니다. 고령 사회 속에서 4대 보험료 상승을 비판하는 기사를 내고 불과 몇 주 만에 노후 빈곤을 걱정하는 모순도 보입니다.
<중앙일보> 기사 밑에 달린 누리꾼 댓글을 보면 기자보다 더 날카로운 지적이 엿보입니다. 시간과 돈을 들여 기자를 키웠다는 <중앙일보>의 투자가 실패로 돌아가 '기레기'를 만든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사교육 ‘캐슬’① 가장 많은 부자가 '재생산'되는 곳, 대치동 1.16
① 대치동의 시작
◇버려진 땅
여기 나무 한 그루가 있습니다. 530여년 전 경기 광주군 언주면의 마을에 뿌리 내렸다는 은행나무. 문헌에는 이 나무에 얽힌 전설이 나옵니다. 어느 날 마을에 온 한 스님이 “이 마을은 부자 마을이 될 수도 없고, 명당도 없다”는 저주 같은 말을 했다고 하죠. 그러나 자신이 앉아있던 자리만큼은 명당이라며, 지팡이를 꽂았다고 합니다. 그 자리에서 자라날 은행나무를 정성껏 보살피면 번창할 것이라고 예언을 남깁니다.
누군지도 모르는 스님이라지만 마을사람들로서는 그냥 듣고 흘려버릴 수 없었을 겁니다. 경기 성남시를 지나 한강으로 흐르는 탄천과 과천시 관악산에서 시작된 양재천이 합류했던 곳에 자리한 이 마을은 사실상 버려진 땅이었습니다. 대표적인 한강지류의 주변 저습지로, 강물의 범람이 잦아 농사를 제대로 지을 수 없었기 때문이죠. 비옥한 땅을 물려받지 못한 사람들이 사는 곳. 가난의 상징, 보리를 경작한다는 이유로 시집 가기조차 꺼렸다는 마을. 광복 후에도 한참이나 지나 전기가 보급됐다는 이 곳. 동네 한 편에 야트막하게 서 있었던 언덕의 이름마저 ‘쪽박 산’이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묵묵히 예언을 따르기라도 하듯 해마다 날을 잡아 은행나무 앞에서 제사를 지냅니다. 그리고 백성의 삶과 왕조가 요동치기를 반복하며 수백년이 흐른 지금, 마을은 변했습니다. 우리나라 제일의 부자 동네는 아니지만 가장 많은 부자가 ‘재생산’ 된다고 전해지는 곳. 그 옛날 지도에는 이름조차 나오지 않았지만 이제는 모든 사람들이 동네 이름까지 기억하는 곳. 오늘도 남보다 앞서가는 기술을 연마하기 위해 아이들의 유년이 ‘제물’로 바쳐지는 곳.
배타적 욕망이 쌓아 올린 그들만의 보이지 않는 성벽이 존재하는 이 곳의 오늘날 주소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입니다. 예언때문이었을까요. 대치동에는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요.
◇가라, 강남으로
1970년대, 정부는 큰 고민이 있었습니다. 조선왕조 500년이 넘도록 한강 이북의 좁은 땅에서만 인구가 늘어났던 한양, 서울에 더 이상 공간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강남에 대규모 신도시를 건설하고 아파트 붐을 주도했지만 강북 ‘양반동네’를 선호했던 고위층 인사들은 물론 상당수 시민들은 생경한 ‘촌동네’로의 이주를 꺼렸습니다.
그러다 박정희 정부는 기막힌 아이디어를 내 놓죠. 근대화를 지휘하는 정권이라면 그 누가 대통령이라도 해결해야 할 국가적 과제였지만, 그 해법은 정권의 컬러처럼 군사작전 같았습니다. 바로 강북 명문고의 강남 강제 이주였습니다. 종로구 등지에 있던 공립학교뿐 아니라 휘문고 같은 사립학교까지 이전시킵니다. 정부가 학교 재단 소유 부지의 땅값을 인위적으로 폭락시키는 등 외압을 행사했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휘문고를 비롯해 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후반까지 경기고 등 7개 안팎의 강북 명문고들이 대치동과 삼성동 등 강남 일대로 이사를 합니다.
효과는 놀라웠습니다. 이주 초반 상당수 고등학생과 그 가족들은 이사 대신 장거리 통학을 선택하지만 변화는 아래 단계에서 진행됐습니다. 이들 명문고에 자녀가 배치 받기를 원하는 부모들의 열망으로 강남 초ㆍ중등학교의 학생수와 전입 인구 수가 급격히 불어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제는 고위 공무원의 인사 청문회에서 단골 소재가 돼버린 위장 전입 문제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것도 이때부터였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이 구분 지었던 8학군은 원래 강북의 종로구와 서대문구였지만, 이름마저 학교들과 함께 옮겨오면서 ‘강남 8학군’이 탄생합니다
정부가 의도한 것으로 보긴 어렵지만 강남이 ‘교육의 중심지’라는 타이틀을 얻는 데 필요했던 다음 요건은 1992년부터 본격화된 사교육 합법화였습니다. 기존에 재수생 등 일부에게만 허용됐던 학원의 문이 재학생들에게도 열린 것이죠. 강남 거주와 제도의 완화. 이로써 강남 사교육의 기초가 마련됩니다. 그러나 오늘날의 사교육 1번지, 대치동이 탄생하기까지는 다른 결정적인 요소가 더 필요했습니다. 공급과 수요, 그리고 대입제도라는 ‘트라이앵글’입니다
사교육 '캐슬'② 대치동은 어떻게 사교육 '캐슬'이 되었나
◇아무도 예상 못했던 ‘선생님’의 성공
“사교육 업계에서 강사가 되는 사람은 일반적인 취업 경로를 밟지 않은 사람이에요. 기업 공채 지원이 흔히 생각하는 대학 졸업 후의 진로인데, 학원을 시작하는 사람들 상당수는 (진로보다) 돈이 필요하죠. 대부분은 자기가 중고등학교 때 학습에 충실했던 사람들이 잘 가르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1980, 90년대 유명 학원 강사는) 그래서 명문대 출신, 특히 일반적 취업 과정을 밟기 어려웠던 운동권이 많았어요. 기억하는 2000년대 소위 ‘일타 강사’로 불리는 스타 강사 중 절반 이상이 학생 운동권 출신이었어요.”(이범 교육평론가)
대치동 사교육 신화 중 한 명이었던 이범 평론가는 1세대 스타 강사의 정체성을 자신의 과거 커리어이기도 했던 △명문대 △학생운동권 출신으로 꼽습니다. 권위주의 정부 공교육 시스템에 때가 덜 묻었으면서도 학생들의 언어와 시각으로 가르칠 수 있는 고학력의 강사. 하지만 사교육의 본격 태동기였던 90년대, 민주주의의 수준과는 별개로 경제는 호황이었죠. 대학 졸업장만 있으면 기업들이 학점 따위 상관 않고 뽑던 시절에 정식 교사도 아닌 학원 강사 자리에 유능한 대졸자를 앉히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사회변혁 혹은 개혁을 위해 나섰다가 수배와 구속 등으로 경제적 자립 기회를 제약당했던 운동권 출신의 가난한 청년들이 이 조건을 정확히 만족시켰습니다. 89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설립을 전후해 개혁적 성향의 교사들이 대거 해직되면서 사교육계로 들어 온 것도 이런 흐름을 강화합니다.
[저작권 한국일보]
여러 동네 중에서도 하필 ‘강남 변두리’ 였던 대치동이 사교육의 중심으로 성장한 것도 이런 이유들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학군의 인근 지역 중에서 상대적으로 사업 자금이 부족했던 학원 관계자들에게는 임대료가 쌌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영어 조기교육 열풍의 상징으로 불리는 정상어학원이 당시 강남의 여러 아파트 단지 중 싼 곳에 속했던 은마종합상가에서 처음 자리를 잡은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대치동에 유능한 선생님이 있는 학원들이 생겼습니다.
◇대치동에 집결한 가족
그러나 대치동으로 학원을 끌어 모은 주인공은 어디까지나 학생, 그리고 학부모일 수밖에 없습니다. 자식의 성적을 위해 유능한 강사가 필요하고 그만한 경제적 부담을 감당할 수 있는 수요자 말이죠. 여기서 이른바 ‘대전족’이 등장합니다.
서울역사박물관이 지난해 6월 발간한 보고서 ‘대치동 사교육 일번지’는 누가 대치동에 살았고 떠났는지에 대한 기록을 남겼습니다. 주목할 지점은98년과 2016년의 주민등록 기준 대치동 인구의 출생연도 통계입니다.
98년 8만3,423명이었던 대치동 거주 인구는 2016년 8만7,635명으로, 8만5,000명 안팎을 꾸준히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연령별 구성 또한 거의 바뀌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한 곳에 정착했던 주민이 많다면 시간이 흐르면서 지역 인구의 연령대도 자연스레 높아져야 했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특히 98년에 초ㆍ중ㆍ고 학생 연령의 자녀 세대 및 이들의 부모세대 연령대 인구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 했는데 이런 구성은 2016년에도 그대로입니다.
대치동 인구의 전ㆍ출입 상황을 살펴보면 이런 흐름은 더욱 뚜렷이 드러납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6년까지 12년 동안 대치동을 넘나 들었던 인구의 연인원은 무려 40만명에 육박합니다. 실제 거주 인구의 4배가 넘는 숫자가 드나들었던 셈이죠. 그런데도 2005년과 2016년의 대치동 인구수 차이는 800명 정도로, 거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합니다. 10대와 40대 중반의 인구 무리가 들어와서 살다가 일정 시간이 지난 후 빠져 나가면 또 다른 10대와 40대가 그 자리를 채웠다는 의미입니다. 이미 눈치채셨겠지만 대치동이라는 협소한 지역에 집중된 이 거대한 인구 이동의 실체는 바로 대입 이전의 학생을 둔 학부모 가족입니다.
1998년과 2016년 대치동 거주자 연령비교. 행정안전부
이 가족들은 왜 대치동에 터를 잡았을까요. 몰려들기 시작한 학원들처럼 상대적으로 낮은 부동산 가격이 큰 요인이 됐습니다. 실제 강남 거주자들 사이에서는 ‘테북’과 ‘테남’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강남의 테헤란로를 기준으로 북쪽에는 보다 고가의 아파트가, 남쪽에는 상대적으로 저가의 아파트가 자리잡고 있는 데서 유래된 말입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집값이 비싸기로 소문난 강남이지만, 그 안에서도 또 다시 빈부격차에 따라 거주지가 달라진다는 것이죠.
대치동은 ‘테남’에 속하는 지역입니다. 79년에 준공된 4,400여 세대의 대단지인 은마아파트, 81년 준공된 1,300여 세대의 청실아파트가 ‘대치동 가족’의 가장 보편적인 거주지로 통합니다. 특히 이들 아파트는 전세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는데 은마아파트의 경우 전체 가구 중 60~70% 정도가 전세라는 것이 인근 부동산 업계의 분석입니다. 학기초인 1~3월 사이에 이사가 가장 빈번하게 이뤄진다고 하죠. 자녀의 교육을 위해 한시적인 보금자리로 대치동을 택하는 이들을 ‘대전족(대치동 전세족)’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물론 지방에 비하면 월등히 비싼 집값이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소득 수준을 유지해야 했습니다. 세부적인 집계 자료는 없지만 보고서는 다양한 학원 업계 관계자와 거주자들에 대한 인터뷰를 토대로 ‘고학력 전문직’ 종사자가 대전족의 주축을 이뤘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강북 생활을 청산하고 강남 이주를 결행하는 부모, 명문대를 졸업해 자수성가를 이룬 부모, 지방대를 나왔다는 이유로 차별을 겪으며 분투하는 부모, 강남에 집을 살 수는 없지만 전셋집을 얻을 수 있는 부모가 대치동에 모여들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대치동의 핵, 강력한 수요층이 비로소 형성된 것입니다.
◇메가스터디, 그리고 ‘대치동 2.0’
대치동으로 집중된 수요와 공급은 입시 제도의 변화를 맞이하면서 폭발적인 시너지 효과를 일으킵니다. 94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시작이었죠. 학력고사 체제의 주입식 교육을 탈피하겠다는 개혁적 방향성을 가지고 시작됐지만 그 결과는 역설에 가까웠습니다. 공교육보다 훨씬 유연한 강사진과 교수법을 장착한 대치동 학원가에 새로운 입시 체제는 거대한 기회가 됐습니다.
[저작권 한국일보]
훗날 사교육계의 전설로 각인된 메가스터디의 전신인 강남대일학원(93년)에 이어 스타 강사를 앞세운 대형학원들이 잇따라 대치동으로 들어온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서울 양천구 목동, 노원구 중계동 등 대단위 아파트 단지들을 중심으로 생겨난 학원들 역시 대치동과 어깨를 겨뤘지만 이 시기를 기점으로 격차는 더욱 크게 벌어집니다.
그리고 2000년 온라인 강의를 앞세운 사교육 기업 메가스터디의 출현은 업계에 거대한 지각변동을 일으킵니다. 전국적인 인터넷망 확산에 힘입어 학원에 직접 가지 않고도 유명 강의를 집에서 들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죠. 1차 적인 효과는 소위 ‘1타 강사’ ‘스타 강사’를 중심으로 한 독과점 체계가 마련된 것이었습니다. 메가스터디는 신드롬을 일으키며 2004년 코스닥에 상장되고 2005년에는 회원 수가 100만명을 돌파, 산업으로서 사교육의 가능성을 입증하게 됩니다.
스타 강사들이 학원에 소속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강의 연구팀을 구성하고 개별 학원과 계약을 맺으며 활동하는 사례도 늘어갑니다. 마치 유명 연예인들이 방송국이 아닌 개인 법인을 세워 매니저를 두고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모습과도 닮았습니다.
21세기 대치동의 상징과도 같은 맞춤형 사교육도 이런 배경에서 나타납니다. 뛰어난 강사의 수업이 학원 성공의 대부분을 좌우했던 1세대의 방식으로는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었던 중소 규모 학원들이 살길을 찾아 나선 것이죠. 그 답은 수요-공급-입시체계 변화의 트라이앵글이 수년 간 축적한 데이터에 있었습니다.
“대치동 학원가가 초점을 맞추는 일부 상위권 대학은 (수시) 합격자의 점수 데이터를 별도로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학원) 상담자는 경험적 방식에 의존한다. 매년 입시전형 상담을 제공한 학생들의 사례를 통해 데이터를 축적한다. 경력이 오래될수록 수집되는 합격 불합격 사례가 많아지기 때문에 신뢰도가 높은 전형 기준 자료를 생산할 수 있다.”
‘대치동 사교육 일번지’ 보고서가 소개한 모 학원 상담실장의 이 말은 대치동이 어떻게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사교육 중심지가 됐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오랜 기간 선두 주자의 위치를 점유하면서 모은 데이터가 이제는 후발 주자인 다른 지역 학원들의 추격을 막는 진입 장벽의 역할을 톡톡히 해 내는 것이죠. 이런 입시 데이터를 기반으로 원하는 대학, 학과에 합격하기 위해 수험생이 수년 전부터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계획을 수립해 주는 입시 컨설팅이 대치동 학원가의 주 종목으로 자리잡게 됩니다. 강남교육지원청이 인정하는 학원의 분당 강의료 수준은 400원대이지만 업계에서는 입시컨설팅의 분당 가격을 최소 5,000원 안팎으로 보고 있습니다. 1시간이면 30만원이죠. 학부모들 사이에서 정평이 난 상담실장이라면 엄청난 수익을 끌어 모을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정설입니다.
컨설팅은 수시와 정시를 비롯해 각 대학이 저마다 학생부종합전형, 학생의 출결, 수상경력, 자격증 등 온갖 요소를 활용해 신입생을 선발하는 지금의 복잡한 입시 체제에서 더욱 빛을 발합니다. 고가의 학원 수업료는 물론, 상담료를 지불할 수 있는 학부모의 자녀들만이 이런 서비스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최근 드라마를 통해 회자되고 있는 이른바 학생 ‘코디네이터(코디)’는 한발 더 나아갑니다. 계획의 수립을 넘어 학생들이 입시 전형 요소를 일일이 관리해 주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이범 평론가는 “코디는 상대적으로 컨설턴트보다 베일에 가려져 소수의 사람들 사이에서 정보가 공유되는 것으로 안다”며 “학생의 모든 걸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한번에 여러 명을 맡을 수 없어서 그 비용도 훨씬 높다”고 말합니다.
그렇게 ‘진화’를 거듭한 21세기 대치동은 누군가에게는 최첨단의 사교육 공급처, 누군가에게는 ‘입시 지옥’의 상징, 또 누군가에게는 범접하기 힘든 그들만의 ‘성’이 됐습니다.
사교육 ‘캐슬’③ 당신에게 대치동의 '성벽'이란 어떤 의미?
출처 서울역사박물관 '대치동 사교육 일번지'
◇당신에게 대치동이란
#조민지씨(26ㆍ가명, 2006~2012년 대치동 거주, 입학사정관제도로 명문대 입학)
-대치동은 자신에게 뭐라고 생각하나요?
“징그러워요. 대치동 생각하면 징글징글해요. 얼마 전에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의혹)사건 볼 때도 걔네(자녀들)가 불쌍했어요. 걔네는 얼마나 매장을 당할까. 진실이 뭐든 (부모가) 애한테 거짓말을 시키고 있잖아요. 그게 끔찍하더라구요.”
-집 분위기는 어땠나요?
“정말 부담스러웠지만 좋기도 했어요. 왜냐면 뭐든 필요한 건 (부모님께) 말만 하면 되니까 편한 건 사실이었어요. 그래도 제가 다른 애들보다 좀 (느끼는) 압박이 심했어요. 못하면 안되니까, 시험이 끝나도 놀지 않았어요. 엄마는 정말 헌신적이었어요. 하루종일 제 학원 설명회를 다니고. 엄마들끼리 모여도 노는 게 아니었어요. 정말 프로페셔널한 (입시) 정보가 모이는 자리였으니까. 대치동에는 시험 기간에는 모든 집들이 배달음식 먹는다는 말도 있었어요. 애가 집중할 수 있게 집에서 요리도 안 한다고.”
-친구들과 경쟁은?
“많았죠. 중학교 때는 공부 잘 하는 애들 필기가 있으니까 교과서도 훔쳐가고 그랬어요. 제 것도 없어진 적이 있는데, 사실 어디다 놓고 왔을 수도 있는데 ‘누구야!’하고 바로 소리를 질렀던 기억이 나요.”
-그 때로 돌아가면 뭘 바꾸고 싶어요?
“그냥 힘들다고 할 거 같아요. 못하겠다, 힘들다. 믿으실지 모르지만 그 때는 힘들다는 생각조차 안 하려고 했어요. 그냥 졸리다, 피곤하다 정도만. 제 감정도 입시에 방해가 되니까. 지금도 제가 하고 싶고 좋아하는 건 일단 부정해요. 욕망을 자르는 게 습관이 된 거 같아요.”
-힘들다고 말 못한 걸 후회하나요?
“제가 후회한다고 될 일인가요. 그 때 부모님과 맺어진 관계 패턴이 굳어진 게 가장 큰 폐해인 거 같아요. 성인이 돼서도 제 모든 일에 말을 얹고 간섭하고. ‘선을 봐라, 뭘 샀냐. 쓸 데 없는 거 왜 샀냐’ 지금도 제 행동 하나하나에 가치를 부여하세요.”
-행복했던 기억은?
“이렇게 말하고 보니 너무 무겁기만 한 느낌인데 하하하. 왜 기억이 안 나지. 밝고 즐거운 것도 있는데, 아 애들이랑 노는 게 그래도 좋았어요.”
#이범 교육평론가(메가스터디 창립 멤버. 2003년 사교육 업계서 ‘은퇴’)
-사회를 바꾸려 학생운동을 했으면서 사교육으로 돈을 벌었다는 비판이 많았다. 스스로도 ‘한국 경제의 검은 구멍에서 내가 아가리를 벌리고 있었다’고도 했다. 여전히 ‘입시지옥’을 만든 장본인이라는 자책을 많이 하나?
“(은퇴 후) 그런 생각을 했어요. 학생운동권 출신의 강사가 돈을 번 것을 두고 도덕적인 비난을 할 수도 있다고 봐요. 그런데 그 사람들이 빠져 나갔다면 과연 그 자리는 ‘진공상태’로 남았을까요. 또 다른 사람이 채웠을 거에요. 인기 아이돌 10개 그룹을 철수 시킨다고 해서 아이돌이 사라지지 않듯이.”
-대치동 사교육 주 수요자인 강남 중산층은 어떤 계층이라고 생각하나
“흔히 대치동 사람들의 소득이 최상위권이라고 보기도 하지만 실제는 달라요. 원래부터 대대로 부자였던 사람은 대치동에 별로 안 살아요. 자식에게 부와 지위를 상속해 주기에는 모자란 사람들, 집안의 온갖 지원을 받아 공부를 통해 성공한 사람이 더 많죠. 공부를 통한 성공이 자녀에게도 반복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라고 봅니다.”
-강남의 중산층이 입시지옥을 만든다는 비난도 많다
“대치동 현상이 점점 커지는 중심에는 사실 많은 국민들이 공유하고 있는 그 욕망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 욕망을 도덕적으로 비난을 해서 해결이 되느냐, 절대 불가능합니다. 헌법재판소가 과외교육을 합헌으로 본 것도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해선 안 된다는 의미였어요. 그래도 사교육을 경계하고 대처를 해야 하는 이유는 그 욕망이 기능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이 욕망의 순환고리를 어떻게 교육 정책으로 풀어나갈 것이냐’를 두고 지금도 많은 고민을 합니다.”
#이승욱(정신분석클리닉 ‘닛부타의숲’ 대표. 전직 교사. 뉴질랜드에서 정신분석학 전공 후 10년 이상 상담 활동)
-사교육 열기 속에 숨은 부모들의 욕망은 정체가 뭐라고 생각하나
“공포라고 봐요. 다 늙어서도 자녀의 뒷바라지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이요. 국민연금을 부어 봐야 그 돈으로 살 수가 없어요. ‘우리도 노후가 위험한데 지금의 생활 수준마저도 애들이 지키지 못하고 뺏기면 어쩔까’하는 마음인 거죠. 지금의 부모세대는 IMF 외환위기와 세계금융위기를 겪었어요. 부모가 가진 부동산을 저당 잡혀서 사업을 차렸다가 경제 위기를 맞아 쫄딱 망하는 케이스도 숱하게 봐 온 사람들입니다. 우리 사회 시스템이 개인을 지켜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어요. 결국 자신의 아이들이 살아남으려면 수입이 안정적인 전문직이 돼야 하는데 그러려면 고학력이 필수적인 거죠.”
-뉴질랜드 생활 경험을 토대로 사교육과 우리 사회시스템을 관련 짓는 발언을 많이 했다.
“그 곳에서 여러 케이스를 봤어요. 남편 직업이 목수인데 와이프의 직업은 의사이거나, 부동산업을 하는 부인과 대학교수인 남편 등등. 우리나라에서 이런 일이 가능하다고 보시나요? 10년 경력의 목수 연봉이 대략 5만~6만불이고 많으면 10만불도 넘어요. 교수보다 많아요. 뉴질랜드 최저임금은 시간당 1만4,000원 수준이에요. 대학 진학률이 우리보다 훨씬 적어 50%도 안 됩니다. 그래도 대학에 가면 국가가 무이자 대출부터 대부분의 과정을 책임집니다. 노후도 비슷해요. 생존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고민하고 걱정하는 경우가 우리보다 현저히 적어요.”
-하고 싶은 얘기가 뭔가.
“가족이 대를 물려가며 서로 생존을 책임져야 하는 우리의 시스템을 벗어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국가와 사회가 개인을 돌보는 장치가 마련돼야 해요. 최소한의 존엄성을 유지하는 장치 말이죠.”
8일 오후 서울 잠실 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종로학원 2017학년도 정시모집 입시설명회에서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배치기준표를 살펴보고 있다. 고영권기자 youngkoh@hankookilbo.com /2016-12-08(한국일보)
◇변하지 않은 것
JTBC 드라마 SKY 캐슬의 시청률이 연일 지상파 방송의 드라마를 압도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한번쯤 시청했거나, 줄거리를 들어봤을 정도죠. 2019년 1월, 여러분은 무엇을 느끼고 계신가요. 당신은 대치동 ‘성벽’ 안에 있습니까. 그 속에 있다면, 행복하신가요. 아니면 밖에서 분노 혹은 질투, 그도 아니면 자식에게 그만큼 해주지 못하는 미안함을 느끼고 있는 건 아닌가요.
530년 전 은행나무가 뿌리 내렸다는 대치동. 비옥한 땅 한 평 물려 받지 못해 안간힘을 쓰며 가난과 싸웠을 마을 사람들과 생존의 공포를 간직하고 늦은 밤까지 아이를 학원으로 내 모는 부모들의 모습은 다른 듯 닮아 보입니다/ 조원일 기자 ㆍ김창선 PD ㆍ자료조사 박서영 ㆍ이현경 ㆍ박기백
KB국민은행 파업은 ‘귀족노조’ 탐욕이 아니다 116 미디어오늘
성과주의 실적압박, 경영진 불신 팽배해 극단으로 몰린 은행노동자…금융 공공성 무너지면 피해는 고객 몫
“기득권 세력인 노동계가 사회적 책임을 망각하고 총파업을 무기로 자신들의 몫을 챙기는 데 급급하다면 우리 사회는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국민은행 노조가 전날(8일) 성과급 등을 더 달라며 파업하자 국민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했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국민이 외면하는 강경투쟁을 접고 경사노위 복귀를 위해 대의원부터 설득하기 바란다.”(지난 9일 서울경제 사설)
이 사설의 주 내용은 민주노총 비판이지만 여기에 한국노총 산하 전국금융산업노조 KB국민은행지부(지부장 박홍배, KB국민은행지부)의 파업소식을 끼워 넣었다. 게다가 KB국민은행 노사는 파업 전 성과급 이슈를 이미 합의했다. 파업하는 노조를 비판하기 위해 사실관계를 왜곡한 언론보도의 단면이다.
▲ KB국민은행 노조 파업 관련 기사들. 사진=연합뉴스 편집=이우림 기자
‘돈 밝히느라 국민에게 불편을 끼치는 귀족노조’라는 언론 프레임은 지난 8일 KB국민은행지부 파업 전후에도 작동했다. “고객불편 아랑곳 않고 성과급 더 달라며 파업하는 국민銀 노조”(6일자 서울경제) “‘성과급 300% 지급’ 양보했는데…끝내 파업하겠다는 국민銀 노조”(7일자 서울경제) “연봉 상위 10%, 성과급 더 달라고 ‘분노’의 파업한 국민은행”(8일자 머니투데이) “KB국민은행 노조의 ‘배부른 파업’”(9일 이데일리 사설) “‘이참에 직원수 줄여라’ 역풍 맞은 파업”(10일자 동아일보 기자칼럼)
KB국민은행지부의 파업을 비판하는 기사가 압도적으로 많은 이유를 두고 박홍배 지부장은 “(은행이) 언론계에서 손에 꼽히는 큰 광고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경제매체 기자도 “산업부와 금융부는 (광고 매출의) 양대 산맥”이라고 말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3분기 당기순이익 1위를 달성하는 등 ‘리딩뱅크’ 자리를 지키고 있다.
어떤 조직의 절대 다수가 여론의 비난을 감수하며 싸움에 나서기란 쉽지 않다. 더구나 보수적인 사내문화에서 파업 참가를 자신의 인사기록에 남기겠다는 사측의 압박 등을 감수하며 9000명(노조 추산) 넘는 직원들이 무노동·무임금을 자처했다는 건 예삿일이 아니다. 19년 전 주택은행과 합병문제로 파업한 이후 KB국민은행지부의 파업은 이번이 처음이다. KB국민은행에서 어떤 일이 벌어진걸까.
스스로 목숨을 끊은 동료…은행노동자들 최후의 선택
KB국민은행에선 지난해만 구성원 10명이 사망했다. 박홍배 지부장은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사무직 노동자들의 산업재해(노동재해)는 뇌혈관·심혈관 계통 질환이나 돌연사가 대다수”라며 “보통 과도한 업무 압박·누적된 스트레스가 원인”이라고 했다.
지난해 5월 은행장 표창을 1년에 세 번이나 받았던 구성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고인의 메모나 동료에게 남긴 말에서 상사와의 갈등·업무 압박이 발견됐다. 노조는 “실적압박에 의한 자살”로 봤지만 사측은 “직접 가해행위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선을 그었다. 큰 재해 전에는 29번의 작은 사고가 있었고 300번의 잠재적 피해가 있다는 하인리히 법칙을 생각해보면 다른 직원들의 압박도 만만치 않다고 볼 수 있다.
은행 노동자의 노동 강도는 점점 강해지고 있다. 박 지부장은 “스마트폰으로 업무가 가능해져 실제 창구에 오는 고객 수 자체는 줄었지만 한 지점 당 직원 수도 함께 줄고 있다”고 말했다. 2016년까지 2만명이 넘던 직원 수는 2017년 초 3000명 가까이 희망퇴직을 받으며 1만7000명 수준으로 줄었다. 박 지부장은 “오후 4시에 셔터내린 후에 하는 마감 업무는 그대로 있기 때문에 인원이 줄어든 만큼 업무강도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탐욕’을 이번 파업의 근본 이유나 동력으로 보긴 어렵다. 노동조건을 목표로만 파업할 수 있는 한국 노동법 현실에서 임단협 쟁점은 주로 소위 ‘돈 문제’다. 언론은 이를 악용해 파업의 원인을 돈으로 환원한다. 파업에서 드러난 쟁점들은 노사균열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다. 한 조합원은 “인간다움을 찾기 위해 파업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한국 사회의 노동경시 분위기와 은행 경영진의 적대적인 태도도 파업의 주 원인이다.
박근혜정부, 저성과자 퇴출·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시도
지난 정부는 저성과자를 쉽게 해고할 수 있게 하고, 취업규칙을 노동자 동의 없이 변경할 수 있도록 하려 했다. 노동계 등의 반발로 정부는 이 지침들을 폐기했지만 성과지상주의의 부산물들이 은행권에 스며들었다.
윤종규 KB금융지주회장이 KB국민은행장을 겸하던 지난 2014년부터 KB국민은행은 박근혜 정부 시책에 맞춰 페이밴드를 도입했다. 이는 직급별로 기본급 상한을 정해 연차가 찼는데도 승진을 하지 못하면 임금을 제한하는 제도다. 노조가 반대하자 은행 측은 조합원이 아닌 신입 행원부터 이를 적용했다. 정부의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취지를 반영한 결과다. 이번 임단협 때 사측은 페이밴드를 전 직원으로 확대하겠다는 안을 내놨다.
지난 2016년 3월 KB국민은행 측은 직원 연봉의 절반까지 성과급으로 주는 방안을 검토하며 점포장 이상 간부급에게만 적용하던 후선보임을 일반 팀원에게 확대하려 했다. ‘점포장(지점장) 후선보임’이란 사실상 저성과제 퇴출제로 점포장 3년째가 되면 소속지점과 고객 없이 개인이 영업을 해야 하는 제도다. 후선보임 통보를 받으면 사실상 영업이 불가능해 거의 다 희망퇴직을 신청하게 된다.
지점장들은 살아남기 위해 부하직원들에게 압력을 넣게 된다. 한 조합원은 “기업대출은 덩어리가 커서 빠져나가면 KPi(핵심성과지표)가 매우 나빠지는데 국민은행 금리가 (타 은행에 비해) 높은 편이라 여신이탈을 방어하기 어렵다”며 “이걸 영업으로 잡느라 고충이 많다”고 말했다.
직원들이 실적압박에 못 이겨 ‘불완전판매(투자 위험성 등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판매)’를 하면 피해는 고스란히 고객에게 간다. 노조는 현 20%인 점포장 후선보임 비율을 줄이자고 했지만 사측은 이를 거절했다.
KB국민은행지부 관계자는 “이렇게 야금야금 시행한 제도들이 고착화된다면 노동존중 분위기로 갈 수 없다는 생각들이 있다”며 “페이밴드나 임금피크제 등에 직접 이해관계가 없는 직원들도 지난 정부 당시 쌓인 적폐를 깨뜨려야 한다는 생각에 파업에 참여했고, 다른 은행 노조에서도 파업에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결합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윤종규 회장 체제에 대한 불신이 그들을 거리로 이끌었다
업무 스트레스가 커진다고 모두가 파업에 나서진 않는다. 파업의 큰 동력은 경영진에 대한 불신이다. KB국민은행지부 관계자는 “파업을 하면 인사상으로나 금전적으론 손해 볼 수 있지만 그럼에도 참여한 건 자존심 때문”이라고 말했다. 윤 회장은 취임 이후 ‘종손녀 채용비리’, ‘노조 선거 개입’ ‘셀프 연임’ 등으로 직원들의 신뢰를 잃었다.
윤 회장의 종손녀가 서류와 1차 면접 하위권이었지만 2차 면접에서 최고등급을 받아 120명 중 4등으로 합격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한 인사팀장이 KB국민은행 사외이사 자녀의 이름이 적힌 메모를 받았는데 이를 윤 회장 지시로 인식한 사실도 드러났다. 성적 조작 등 혐의가 드러나 실무진들은 유죄판결을 받았지만 윤 회장은 증거불충분으로 기소되지 않았다. 조합원들은 “승격 시즌이 되면 경영진이 우리에겐 메일로 ‘청탁하지 말라’고 해놓고 채용비리가 있었다”며 분노했다.
노조 선거개입 역시 윤 회장은 처벌받지 않았다. 박 지부장은 “노조 선거할 때 사측에서 선거개입을 했는데 당시 행장을 겸임하던 윤 회장은 부당노동행위를 직접 지시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며 노동부가 무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는데 은행장(윤 회장)이 몰랐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부행장·본부장은 물러나라는 노조 요구를 수용했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 은행 채용 비리 수사 결과 “CEO에 면죄부 줬다”]
윤 회장은 셀프 연임으로도 비판받았다. 자신이 선임한 사외이사들이 KB금융지주회사의 계열사 대표 2명과 윤 회장을 최종후보로 발표했고, 두 대표가 사임하면서 2017년 11월 윤 회장이 연임했다. 구성원의 입장을 반영하지 않은 비민주적인 모습이었다.
윤 회장 사퇴 주장까지 나오자 사측은 직원들에게 ‘최고의 보상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지난해 3분기 KB국민은행은 영업력을 가장 잘 보여주는 ‘충당금적립전영업이익(충전이익)’ 9800억원을 넘기며 분기 사상 최대 수치로 다른 은행을 따돌렸다.
한 조합원은 “노조가 성과급 300%를 제시했는데 사측은 성과급 70~100%를 얘기했다”며 “(경영진은) 스톡옵션 받아가고 외부에 기부도 많이 하면서 직원들에겐 성과급 100%도 벌벌 떨었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보다 실적이 낮은 신한은행은 성과급 300%를 먼저 약속했다.
박 지부장은 “사측이 임단협에서 냈던 안건이 26건인데 급여삭감, 복지 없애기 등 노동조건을 후퇴시키거나 노조 활동을 제약하는 안이 많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노조 관계자는 “‘구조조정이나 M&A 이슈도 아닌데 감히 파업할 수 있겠어’라는 식으로 회사가 노조를 몰아붙여 기를 꺾으려는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협상 과정을 공개하며 지역순회 집회를 열자 쌓였던 불만이 모였다. 전체조합원 1만4000여명 중 1만2000여명이 투표해 96% 찬성으로 파업이 가결됐다.
그럼에도 사측의 태도는 강경하다. 은행장 외 경영진은 지난 4일 사직서를 내며 직원들을 압박했다. 은행 측은 “노조가 파업의 명분이 될 수 없는 과도한 요구를 지속하는 상황에서 상식과 원칙을 훼손해가면서까지 노조의 반복적인 관행과 일방적인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사의표명 이유를 밝혔다.
또한 은행 측은 지난 3일 ‘근태 관련’ 공지에 파업 참가 직원의 근태를 “파업 참가”로 등록하겠다며 “무노동무임금원칙 적용 목적”이라 밝혔다. 또한 지난 5일 “2016년 9월23일 (산별노조) 파업 근태기록은 블라인드 처리만 하기로 합의해 은행은 어떠한 인사전산기록도 삭제한 적 없다”고 밝혔다. 과거의 파업기록까지 다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블랙리스트”라고 이해한 조합원들이 많았다. 노조는 “인권침해”라며 특별근로감독을 신청할 예정이다.
성과지상주의, 제동걸 수 있을까
이번 파업을 두고서는 헌법상 기본권인 파업을 비난하는 기사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 지난 8일 서울 잠실 학생체육관에서 전국금융산업노조 KB국민은행지부가 총파업을 하고 있다. KB국민은행 측은 5500명이 모였다고 했고, KB국민은행지부는 9000여명이 모였다고 했다. 사진=KB국민은행지부 제공
그 결과 파업의 파급력은 적었다. 관중석이 7700석이고 코트에 2000개 가까운 의자를 놓은 체육관이 꽉 찼음에도 5500명 모였다고 발표한 은행 측의 언론플레이가 이겼다는 뜻이 아니다. 언론 뿐 아니라 직원들이 미리 고객에게 파업 사실을 알렸고 대다수 직원은 꼭 필요한 업무를 미리 처리한 뒤 파업에 참여했다는 게 노조 집행부와 직원들의 설명이다. 정말 고객 불편을 볼모로 협상을 하고 싶다면 명절 직전에 무기한으로 파업하는 방법도 있다.
경영진 내부에는 노조의 합리적인 안건조차 ‘왜 KB가 먼저 이런 요구들을 받아야 하느냐’는 시각이 있다. 게다가 강경파로 평가받는 윤 회장이 2014년 11월 취임한 뒤 지난 4년간 조직 장악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파업 이후 노사는 주말 없이 협상을 벌였지만 신입 페이밴드 폐지·L0(무기계약직에서 정규직 전환한 직급)경력 인정·임금피크제 1년 연장 등 노조의 요구는 결렬됐다. 합의한 사안은 ‘희망퇴직’ 뿐이다. “고객 기분만 상하게 하고 브랜드 충성도 낮춘 것밖에 없다”(14일자 이코노미조선) “노조 지도부의 불도저식 행보”, “지도부가 조합원 3분의 2를 파업에 동원해 정치력 과시”(15일자 데일리안) 등에서 보듯 언론의 편향된 공격에 노조는 협상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 14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사후조정신청을 접수했다.
이번 파업의 사회적 의미는 현재 리딩뱅크 지위에 있는 KB국민은행이 가장 먼저 은행권 성과지상주의 분위기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 있다. 사내 적폐청산의 요구는 거세졌지만 지배구조가 바뀌지 않기 때문에 정권을 교체해도 노동조건이나 노사관계는 바뀌지 않고 있다. 은행과 같은 금융업은 소유와 경영으로 보면 민간기업이지만 사업의 속성으로 보면 사실상 공공산업이다. KB국민은행의 갈등은 머지않아 다른 은행에서도 터질 일이다. 이 사태의 결말을 주의깊게 봐야 하는 이유다.
새도시는 블랙홀…“이대로 가면 2040년 영·호남 소멸” 117 한겨레
논란의 3기 새도시③국가 균형발전에 역행하는 수도권 새도시
지방분산 자리 못 잡았는데, 또 수도권 새도시
이해찬 대표의 2차 공공기관 이전도 진전 없어
노무현 정부의 균형발전 정책 10년 중단되자
2017년부터 다시 수도권 집중 흐름 되살아나
고층아파트와 사무용 건물이 빼곡히 들어선 수도권 1기 새도시인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모습. 이종근 기자 roots2@hani.co.kr
정부가 서울 집값 폭등의 대책으로 경기 남양주 등 서울 인접 지역에 3기 새도시를 건설하기로 하면서 오히려 서울로의 인구, 자본 집중을 더욱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의 인구 집중을 완화하기 위해 건설된 1, 2기 새도시 역시 수도권 팽창과 부동산 투기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정부와 전문가들은 3기 새도시 건설 계획이 노무현 정부 때 시작한 세종시와 혁신도시 건설 등 지역 간 균형발전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 ‘공공기관 이전’ 흐지부지…지방 소멸 가속화
문재인 정부는 출범 당시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기대를 모았다.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연방제에 버금가는 강력한 지방분권 공화국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대통령 당선 뒤 지방자치·분권을 핵심에 둔 개헌이 무산된 뒤로는 의미 있는 지역균형발전 정책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가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의지가 있느냐는 지적이 쏟아진다. 눈길을 끄는 정책은 정부나 청와대가 아니라 오히려 여당에서 나왔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해 9월 취임 뒤, 첫 정기국회 대표연설에서 “지방이 소멸 위기에 처했다”며 수도권 공공기관 122개를 지역으로 이전하는 ‘혁신도시2’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당 최인호 의원은 국가균형발전특별법과 혁신도시특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해 공공기관 추가 이전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기다리던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대한 구체 방안이나 로드맵은 나오지 않고, 국토교통부는 지역균형발전에 역행하는 수도권 3기 새도시 계획을 지난달 19일 발표했다. 지난 10일 열린 문재인 대통령의 새해기자회견에서는 공공기관 지방이전 등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언급조차 없었다. 정부가 정치적 논란이나 시장주의자의 여론에 떠밀려 지역 활성화 대신 수도권 주택공급으로 정책을 급선회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전문가들은 수도권 새도시를 자꾸 만들면 비수도권의 인구와 자원을 강력하게 흡인해 호남과 영남 등 남부권의 소멸을 앞당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민원 광주대 교수(전 국가균형발전위원장)는 “3기 새도시는 강남권의 인구를 분산하기는커녕 비수도권의 인구와 자원을 흡인해 수도권으로 입성하는 통로가 될 가능성이 크다. 비수도권 중에서도 가장 변방이고 환경이 열악한 호남부터 타격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조진상 동신대 교수(도시계획학과)도 “새도시 정책은 수도권에 거대한 블랙홀을 만들어 지방 소멸을 가속한다. 이대로 가면 2040년엔 호남과 영남 등 남부권은 모두 소멸하고 말 것”이라고 전망했다.
■ 참여정부 지역균형발전 정책, 효과 어땠나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강력한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시행한 이는 노무현 대통령이다. 2002년 9월 새천년민주당의 노무현 대통령 후보는 대선을 앞두고 “충청권에 신행정수도를 건설해서 대한민국의 균형발전을 추진하겠다”는 혁신적인 공약을 내놨다. 이에 따라 2012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22개 중앙행정기관의 1만4002명, 20개 소속기관의 1596명이 세종시로 옮겨갔다. 이와 함께 153개 공공기관의 5만1천명도 10개 혁신도시와 세종시, 지방 도시로 자리를 옮겼다. 모두 195개의 공공기관, 6만6천명이 지방으로 빠져나간 것이다. 그 결과 혁신도시에선 해마다 2천억~4천억원의 지방세가 걷히고, 1천명 이상의 지역 인재가 채용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정책 효과는 수도권-지방 사이 인구 이동에서도 나타났다.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2003년엔 13만명이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순유출됐지만 임기를 마친 5년 뒤엔 이 규모가 5만명으로 줄었다. 세종시와 혁신도시의 입주가 활발하던 2013~2016년엔 모두 5만8722명이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순이동했다.
하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이뤄진 수도권 규제 완화로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 다시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1만6006명이 순유출됐다. 지난해에는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순유출된 규모가 더 늘어 노무현 정부 말기인 10년 전과 비슷해졌다. 균형발전의 방아쇠인 제2청와대와 제2국회 세종시 설치도 방치돼 있다.
■ 수도권 살리기냐, 세종·혁신도시 살리기냐
전문가들은 정부의 수도권 3기 새도기 정책은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한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이상선 충남시민사회단체연석회의 상임대표는 새도시를 만들어 수도권이 비대해지면 또 새도시를 건설할 것인가? 새도시 건설은 근시안적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통계청의 시도별 인구현황을 보면, 정부가 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 등 ‘1기 새도시’ 조성에 나선 1988년 전체 인구 가운데 수도권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41.3%였으나, 2003년 김포·판교·동탄·검단 등 ‘2기 새도시’ 조성을 시작할 때 이 비중은 47.5%로 뛰었다. ‘3기 새도시’ 조성 계획을 밝힌 지난해 기준 수도권 인구 비중은 49.8%였다. 주택 부족을 이유로 수도권에 새도시를 만들어 주택공급을 늘리면 인구가 또다시 유입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박재욱 신라대 교수(행정학)는 “한정된 자원을 수도권에 집중하면 지역의 인적 자원과 기업 등이 수도권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선 새도시 건설이 아니라 공공기관 지방이전 등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두영 균형발전국민포럼 상임대표는 “세종시로 국회·행정기관을 추가 이전하고 강력한 균형·분산 정책을 추진해야 수도권, 비수도권이 함께 산다. 세종시 공무원,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 직원 등을 실질적으로 지방으로 내려보내는 강력한 후속 조처를 단행해야 인구 분산 효과가 나오고 서울 집중을 막아 집값을 잡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고영구 극동대 교수(도시환경계획학)는 “세종시, 혁신도시 등이 아직 제대로 자리 잡지 못했는데 수도권에 신도시를 추가 조성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밝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세종시와 10개 혁신도시 건설을 통해 전국의 균형적인 발전을 시도했다. 사진은 경북 김천의 혁신도시. 한국도로공사 제공.
정부와 정치권이 지방분권 개헌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형기 경북대 명예교수(경제통상학부)는 “중앙집권 체제에서는 수도권에 집중되는 시장의 힘이 작동하므로 개헌을 통해 지방분권체제로 가는 것이 수도권 집중을 막을 근본 해법이다. 프랑스는 2003년 개헌을 통해 중앙집권에서 지방분권체제로 갔는데 파리의 인구가 분산됐고 지역경제가 살아났다. 한국도 그 모델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용산참사 10주년, 바뀐 게 없다] 117 내일
계속되는 강제 철거에 피해자 절규 이어져
무분별한 민간수용 여전 세입자 낮은 보상 '신음'
"철거민들이 이 땅에서 희망을 발견하지 못해 망루에 오르는 일이 없도록 잘못된 재개발을 바로 잡아 주세요."
청량리4구역 폐상가 옥상 시위 | 청량리4구역 연합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13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폐상가 건물 옥상에서 철거보상 요구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10년 전 용산참사 피해자 장례식장에서 한 유가족이 절규하며 부르짖은 호소다. 그의 호소는 10년이 지나도록 지켜지지 않았다.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는 청량리, 돈의문, 장위동, 아현동 등에서의 강제철거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13일부터 건물 옥상에 올라가 쇠사슬을 목에 두르고 "강제철거를 하면 떨어지겠다"며 5일째 저항하고 있는 청량리4구역 재개발현장 주민의 절규는 10년 전 용산주민의 바로 그 목소리다.
참사가 벌어진 지 10년이 지났지만 주민들의 절규가 계속되는 것은 근본원인이 전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찰의 무리한 강제진압은 사라졌지만 참사를 낳았던 원인인 재개발사업의 미흡한 세입자 보상과 민간의 수익사업에 수용권을 주는 무분별한 민간수용법도 여전하다.
성균관대학교 김일중 교수는 16일 "용산참사는 세입자에 대한 턱없이 낮은 보상으로부터 촉발됐다. 그러나 한 걸음 더 들어가면 무분별한 민간수용을 허용하는 현행 법제 역시 근본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온갖 종류의 공익이라는 미명으로 국민재산권을 강탈하는 행위들에 대해 상식 이상으로 무감각한 공무원들의 의식수준 또한 언제든지 이러한 참사를 야기하는 필요조건이 돼 왔다"고 지적했다.
60여개 법률은 공공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개발사업에서 민간수용을 허용하고 있다. 이 법들에 의해 지방자치단체장의 허가를 받은 개발사업자들은 법의 이름으로 수용권을 행사하며 제대로 된 보상도 없이 주민들을 내쫓고 있다.
15일 국회에서 열린 강제퇴거 피해자 증언대회에서 참석자들은 한 목소리로 제도개선을 요구했다. 청량리4구역 재개발의 백채현씨는 "지난해 11월 경찰의 비호아래 용역깡패 200명은 오함마와 빠루로 때려 부수고 세입자들을 향해 소화기를 난사하며 돌진했고, 쓰러진 노인을 바닥에 질질 끌고 다니는 살인적 만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월계2 인덕마을 재건축정비사업구역 김진욱씨는 "대책위 33명중 토지가옥주 2명은 시가의 50~60% 감정평가로 재산이 반토막 났고, 31명의 상가세입자는 시설 및 영업보상은커녕 (보상없이) 맨몸으로 길거리에 쫓겨나 4년간 억울함과 분노로 싸우고 있다"고 호소했다.
촛불집회로 탄생한 문재인정부 들어서도 여전히 아무런 해결도 없이 과거의 적폐가 계속되고 있다.
김 교수는 "60여개 법률의 민간수용 조항들을 우선 철저히 재정비해야 한다"며 "더불어 수용자에게 편파적으로 이롭도록 짜여진 보상체계도 획기적으로 개선함으로써 피수용자들이 겪어 온 경제적 강탈과 정신적 공황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적은 보상받고 쫓겨난 세입자 '결사항전' 내몰려
용산참사후 바뀐 건 휴업보상 한달 늘었을 뿐 … 영업손실 보상 매우 적어, 권리금 보상은 없어
재개발, 재건축, 도시재생 등의 이름으로 노후지역 개발사업이 공익사업으로 정의돼 수용권이 주어지고 있다. 이들 도시개발사업들은 노후지역 정비란 '공익'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면에는 막대한 개발이익을 노리는 대형 건설회사와 민간조합의 '사익'이 자리 잡고 있다. 때문에 재건축·재개발사업 등은 '공익으로 포장된 수익사업'일 뿐이며, 여기에 공공의 목적을 위한 수용권 부여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는다.
지난 1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용산참사 10주기, 강제퇴거 피해자 증언대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는 권미혁, 박주민, 윤소하, 정동영 의원과 용산참사10주기 범국민추모위원회가 공동주최했다. 사진 장병호 기자
수용권 행사과정에서 가장 갈등이 첨예한 것 가운데 하나는 자영업자의 영업손실 보상이다. 헌법 제23조는 공용수용시 '정당보상'을 하도록 정하고 있지만, 실제 보상액은 매우 적은 게 현실이다.
공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인데도 수용권을 행사하고, 그것도 적은 보상으로 내쫓겨야 하는 자영업자들, 특히 세입자 입장에서는 평생 쌓은 재산을 한 순간에 잃어버리게 된다. 이 때문에 세입자들의 '결사항전'은 구조적일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용산과 횡성군 주거이전비 똑같아" = 생활터전의 안정적 이전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된 생활보상 관련 규정은 실제 손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토지보상법) 시행규칙 제46조와 제47조는 폐업보상과 휴업보상을 규정하고 있다.
폐업보상은 2년간의 영업손실과 영업시설이전비를 보상하지만, 다른 지역으로 이전이 어려운 경우 등 수급 요건이 매우 까다로워 인정되는 경우가 극히 적다. 대부분 휴업보상이 이루어진다.
휴업보상은 해당 영업이 어떠한 종류인지, 장소나 영업기간 등을 구분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휴업기간을 4개월 이내로 적용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용산참사 이전에는 휴업보상이 3개월이내였으나, 2014년 10월 시행규칙 개정으로 1개월이 늘어 4개월이 됐다.
한국부동산연구원 박성규 박사는 "통계청 기업생멸통계에 따르면 2013년 통계자료에서 음식업·숙박업이 5년간 생존할 확률이 17.7%에 불과하다. 새롭게 음식업과 숙박업을 시작하는 업체가 성공할 확률이 극히 낮다는 의미"라며 "자영업의 폐업률이 높은 상황에서 업종 및 지역별로 휴업기간 확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권리금이 있는 상가의 경우는 이에 대한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한다. 2015년 상가임대차 보호법이 개정돼 권리금의 회수기회를 보호해주는 등의 장치가 생겼지만, 토지보상법에는 이에 대한 규정이 없다.
주거이전비도 비현실적이다. 주거용 건물의 소유자에게는 2개월분, 세입자에게는 4개월분의 주거이전비를 지급한다. 하지만 서울 용산구나 강원도 횡성군, 경북 영덕군의 주거이전비가 모두 같다.
토지보상법 시행규칙 제54조는 '도시근로자가구의 가구원수별 월평균 명목 가계지출비 기준으로 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별로 거주여건이나 주거비 차이가 큼에도 불구하고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다.
◆"주민 재정착하는 개발돼야" = 이 때문에 푼돈을 받고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는 주민들의 결사항전이 끊이질 않는다. 최근 청량리4구역 재개발현장의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세입자 5명은 지난 13일부터 5일째 폐상가 옥상에서 쇠사슬을 목에 묶고 '강제철거를 하면 떨어지겠다'며 추가보상과 퇴거기간 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588집창촌비대위' 조철민 위원장은 "쥐꼬리만큼 적은 보상을 하고 용역깡패를 동원해 몰아내려 하고 있다"며 "제대로 된 보상을 받을 때까지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15일 국회에서 열린 강제퇴거 피해자 증언대회에서 전국철거민연합 백채현 청량리 위원장은 "주민과 사전협의 한번 없이 진행된 재개발 사업과 강제이주, 강제철거에 반대해 주민들이 생존권 보장을 주장하며 투쟁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1월20일 용역깡패 200여명이 롯데건설 도움으로 생가에 진입해 오함마와 빠루로 때려부수고 세입자들을 향해 소화기를 난사하며 돌진했다"며 "쓰러진 노인을 바닥에 질질 끌고 다니는 만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건설이익을 위한 개발이 아닌 낙후된 지역을 원주민에게 쾌적한 공간으로 돌려주는 개발, 재정착이 우선되는 개발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비상대책총연합회 윤헌주 위원장은 "언론들은 이미 법원에서 결정난 사항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상인들이 떼를 쓰고 있다고 호도하고 있다"며 "수협이 일방적으로 현대화를 추진해 새 건물을 짓고 상인을 토끼몰이 하듯 몰아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시민들의 편의와 안전을 위해 신시장을 건설했다는 취지는 없고 오로지 구시장 부지에 복합리조트, 테마파크 등을 건설해 부동산을 개발하겠다는 의도였다"며 "주민 한사람이라도 동의하지 않으면 개발사업을 추진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노량진수산시장 상인들은 2015년 9월부터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3년 넘게 생존권투쟁을 벌이고 있다.
◆인권위 "인권친화적 강제집행해야" = '맘편히 장사하고픈 상인모임' 쌔미 활동가는 파리바게트 효자점, 우장창창, 궁중족발 등의 사례를 거론하며 재개발과정에서 임차상인들이 쫓겨나고 있는 현실을 고발했다.
그에 따르면 파리바게트 효자점은 17년째 한 자리에서 장사를 해왔는데, 건물주가 건물노후로 인한 리모델링을 이유로 퇴거명령을 했고, 명도소송에서 패소해 권리금 회수기회를 박탈당했다. 2016년 1월 50여명의 용역들이 강제집행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유리가 깨지고 수명의 부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우장창창의 경우는 2010년 11월에 2년 임대차계약을 하고 권리금 2억7500만원과 인테리어비용 8000만원 등 약 4억4000만원을 투자해 점포를 꾸몄다. 하지만 2년이 채 되지 않은 2012년 5월 주인이 바뀐후 기존 계약은 무효라며 퇴거를 요청했다. 이후 새롭게 2년 임대계약을 체결했지만 주차장 부지 불법 용도변경 논란이 벌어져 명도소송이 제기됐다. 계약종료 후에도 갱신요구를 인정하지 않는 판결이 났고, 용역 40여명을 동원한 강제철거가 벌어지기도 했다.
궁중족발의 경우는 급격한 임대료 인상에 따른 갈등으로 명도소송이 진행됐다. 임차인이 패소했고, 이후 강제집행과정에서 임차인 손가락 4개가 잘리는 사고가 벌어졌다. 이후에 강제집행이 계속됐고, 급기야 임차인이 건물주를 망치로 때리는 사고가 벌어지기도 했다.
월계2 인덕마을 재건축정비사업구역 김진욱 위원장은 "2016년 4월 인덕마을에서 불법강제집행과 집단폭행사건이 있었다"고 고발했다. 그는 "법원이 대상건물의 2층과 3층, 옥탑방 강제집행을 허가했으나, 집행시작과 함께 용역깡패 300여명이 아직 명도소송 중이던 1층 이주대책위원회 사무실 셔터문을 부수고 무단침입해 집기들을 부수며 불법집행을 시작했고, 주민들의 저항으로 큰 혼란이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용역깡패 100여명은 마치 인간사냥꾼처럼 건물 내부에 있던 주민들에게 소화기를 뿌리며 무차별 폭행을 가해 주민들을 밖으로 끌어냈다"며 "집행권원이 없는 1층과 4층도 강제집행을 했고, 이 과정에서 주민 24명이 열상, 코뼈골절, 골반뼈 골절 등 전치 10주에서 2주의 부상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폭행을 당한 주민들은 조합장과 집행관, 이주업무를 담당했던 법무법인 변호사와 실무자를 특수상해 교사 혐의로, 용역 90여명은 특수상해 등의 혐의로 고소하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4월 10일 침해구제 결정을 통해 당시 담당 경찰은 경고조치하고, 경찰청에겐 인권교육과 강제집행 지침마련과 인권교육 실시를 권고하고, 서울북부지방법원장에겐 인권친화적인 집행수행에 대한 지침마련과 집행관 교육을 권고했다
땅 강제 수용권 주는 공익성 검토(중앙토지수용위원회) '부실'
1년 7개월간 부적정 고작 3건
직원 3명이 무려 3935건 처리
개인소유 땅이 무분별하게 강제 수용되는 횡포를 막기 위해 도입된 '중앙토지수용위원회 공익성 검토제도'가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다. 심지어 직원 3명이 해마다 3000건이 넘는 인허가 서류를 처리해 사실상 정확한 검토가 불가능한 상태다. 중토위 역시 '법률 보완과 인력보강' 없이는 강제 수용에 따른 사유 재산 침해를 막기에 역부족이라는 입장이어서 법 개정이 시급한 실정이다.
◆서류만 내면 통과? = 이 같은 결과는 내일신문이 단독 입수한 중토위 '공익성 검토제도 시행 1.5년 평가와 주요사례(평가와 주요사례)'에서 확인됐다. 2018년 3월 29일 만들어진 이 자료에 따르면 공익성 검토는 제도가 도입된 2016년 6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모두 3935건이 이뤄졌다. 이중 공익성 부적정이 고작 3건이다. '협의취득 강화 또는 공익성 보완' 역시 123건(3.13%)에 불과하다. 전체 실적 중 95.1%인 3742건이 아무런 의견 없이 그냥 통과됐다. 이로 인해 여의도 면적(2.9㎢)의 34배가 되는 땅이 강제 수용됐다. 국가나 지자체, 민간업체가 강제 수용을 요청할 때 공공성을 평가하는 '공익성 검토제도'가 오히려 땅을 강제로 빼앗는 요식절차로 변질된 것이다.
무사통과가 100%에 육박한 이유는 적은 인력이 해마다 수천 건을 처리해서다. 중토위에서 공익성 검토를 맡고 있는 직원이 겨우 3명이다. 3명도 파견공무원이다. 1명이 하루에 3건 이상을 처리하기 때문에 사실상 정확한 검토가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 진단이다.
직원 증원은 법이 시행된 초기부터 줄기차게 지적됐지만 아직도 개선이 안 된 상태다. 한국부동산연구원 박성규 박사는 "인원이 적고 건수가 많은데 어떻게 정확한 평가를 기대할 수 있겠냐"면서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공익성을 포함한 사업타당성 검토를 1건당 수개월씩 소요하는 것과 비교하면 너무나 큰 차이"라고 지적했다.
중토위도 이 같은 지적을 인정하고 있다.
중토위는 '평가와 주요사례'에서 "한정된 인력(전담 3명)과 검토기간(30일 이내)으로 상정되는 모든 사업에 대한 공익성 검토가 불가능하다"며 인력보강과 검토기간 개선 등을 과제로 제시했다.
◆공익성 보완도 허점 많아 = 중토위가 '협의취득 강화나 공익성 보완'을 요구한 사안도 사업시행자 입맛대로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중토위 의견을 무시하고 수용을 재차 신청할 경우도 이를 막을 구속력이 없어 취소할 방법이 없다. 더군다나 해당지역 단체장이 지역경제 활성화 명분을 내세워 강제 수용을 밀어붙이면 고스란히 받아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토위 역시 '평가와 주요사례'에서 "중토위 의견은 인허가권자를 구속하지 아니하므로 인허가가 원칙적으로 유효하다"고 인정했다.
설령 땅 주인들이 협의취득을 강하게 요구하며 집단민원을 내도 사업시행자가 땅값 모두를 법원에 공탁하고 강제수용을 요청하면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게 부동산 업계 설명이다.
공인중개사 법인을 운영하는 장 모씨는 "땅 주인이 정당한 가격을 요구해도 법원에 공탁을 하면 그만이기 때문에 협의취득 강화 의견은 있으나 마나"라고 꼬집었다.
실례로 중토위가 도시공원 전체 면적 중 70%를 공원으로 보존하고 나머지 30%를 아파트 등으로 개발하는 민간공원특례사업에 대해 '협의 취득 노력 강화' 및 '민간사업자 과도한 개발이익 방지 등의 의견을 냈다.
그러나 광주광역시 등 전국 곳곳이 건설업체 이익을 최대한 보장해주는 방향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시민단체가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하거나 검찰수사를 요청하는 갈등이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재훈 중토위 공익심사계장은 "성실하게 협의를 하라고 의견내고 추진과정을 살펴보지만 강제성이 없다"고 어려운 속사정을 설명했다.
◆강화된 법도 근본처방 안돼 = 정부는 공익성 검토제도가 허점투성이라는 지적에 따라 오는 7월부터 중토위 협의를 의무화하고 개선요구를 강화하는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토지보상법)'을 시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이나 중토위조차 이 법이 시행돼도 무분별한 강제 수용을 막을 수 없다고 걱정하고 있다. 박성규 박사는 "설령 중토위가 부적정 의견을 내도 110개나 개별법으로 얼마든지 강제수용을 해서 개발행위를 할 수 있다"며 "개별법과 함께 토지보상법을 더욱 강화해야 공익성을 지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을 중토위도 공감하고 있다.
중토위 이재훈 계장도 "토지보상법 등 개별법 개정에 대한 우리 의견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토지 소유자 의견이 최대한 반영되고 공익성을 반영한 수용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축제라는 이름의 집단학살 그만”…화천 산천어의 청와대 청원 1.18 한겨레
76만마리가 죽어야 끝나는 이벤트
인간에겐 산천어축제라지만
우리에겐 집단학살입니다
닷새 굶주려 배고픔 못 참은 친구들
낚싯바늘에 입 찢겨 죽고
운 좋게 살아남아도 극도의 공포
가족과 함께 맨손잡기·얼음낚시
생명 앗는 게 과연 교육적일까요?
제 별명은 ‘계곡의 여왕’입니다. 몸길이 20~40㎝로 옆면에 비행기 창 모양 무늬인 ‘파마크’가 아름답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입니다. 송어·연어와 같은 ‘혈통’으로 사촌 간이죠. 저는 ‘산천어’입니다. ‘화천산천어축제’를 한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인구 2만7천명에 불과한 산골 마을인 강원도 화천군을 세계적인 축제도시로 이름을 날리게 한 주인공이 바로 접니다. 해마다 겨울만 되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추운 최전방 산골에 저를 보기 위해 150만명의 관광객이 몰려듭니다.
제가 독자 여러분께 나선 것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제 사연을 올려달라는 부탁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물고기가 웬 국민청원?’이라는 분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설악산 케이블카 탓에 서식지를 잃은 산양 29마리가 지난해 소송을 냈다는 소식을 듣고 저도 용기를 냈습니다.
혹시 제 입장에서 산천어축제를 생각해본 사람이 있을까요? 저는 축제 개막일인 지난 5일 6만여 친구와 함께 화천천에 방류됐습니다. 14만4천여명의 관광객이 찾았다는 축제 첫날, 우리는 생지옥을 경험했습니다. 굶주린 친구들은 수많은 강태공이 드리운 낚싯바늘을 입에 물고 줄지어 얼음구멍 위로 사라졌습니다. 얼음벌판 위엔 그렇게 죽은 친구들이 즐비했습니다. 낚싯바늘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입이 찢겨 죽거나, 훌치기 바늘에 온몸 이곳저곳이 찔려 피를 흘리고 죽은 친구도 있었습니다. 길이 2.1㎞의 얼음벌판에 펼쳐진 수많은 얼음구멍은 우리에게 삶과 죽음의 갈림길이었던 셈입니다.
주린 배를 움켜쥐고 운 좋게 살아남아도 끝난 게 아닙니다. 축제가 막을 내리면 화천천에 펼쳐놓은 그물을 걷어 살아남은 산천어를 깡그리 잡을 계획이라고 합니다. 잡히면 어묵 등의 재료로 쓰이겠죠. 이래저래 죽을 날만 기다려야 하는 시한부 인생인 셈입니다.
양식장에서 태어났으니 횟감이나 구이로 끝날 운명에 불만은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도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거나 고통스럽지 않게 죽음을 맞이할 수는 없을까요?
산천어축제의 모든 과정은 우리에게 ‘학대’입니다. 우리는 전국 17개 양식장에서 흩어져 자라다가 축제를 앞두고 화천으로 수송되는데, 좁은 활어차에서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몇몇은 이 과정에서 서로 부딪쳐 상처를 입기도 하고 죽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참을 수 없는 것은 배고픔입니다. 우리는 축제를 앞두고 5일 정도를 굶습니다. 이른바 ‘입질’을 좋게 하고, 사람들이 구이 등으로 먹을 때를 대비해 내장을 깨끗이 비우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이런 식으로 축제를 앞뒤로 한해 약 76만마리(181t)의 산천어가 사라집니다. 생존이 아닌 오로지 인간의 유흥을 위해 단 3주 안에 모두 죽고 끝나는 사건을 인간들은 ‘축제’라고 부르지만 우리에겐 ‘집단학살’입니다.
“그럼 물고기를 잡거나 먹지 말란 말인가?” 누군가는 이렇게 되물을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도 필요한 만큼 낚시를 하거나 양식장에서 키운 물고기를 먹는 것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놀이와 오락으로 어류를 학대하고 즐기는 것을 하지 말아 달라고, 인간으로서 다른 생명체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달라고 호소하는 겁니다.
이미 많은 연구를 통해 어류도 통증과 공포, 스트레스를 느낀다는 사실이 증명됐습니다. 스위스는 지난해 3월부터 살아 있는 바닷가재(랍스터)를 끓는 물에 넣어 요리하는 것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개정법에 따르면 바닷가재를 기절시킨 뒤 끓는 물에 넣어야 합니다. 세계적으로 식용의 경우라도 법적으로 ‘인도적인 도살’의 기준을 마련하는 추세입니다.
물고기도 동물입니다. 1991년 제정된 동물보호법을 보면, 어류도 동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 같은 법 8조는 △유흥 등의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 △공개된 장소에서 죽이거나 같은 종류의 다른 동물이 보는 앞에서 죽이는 행위 등 동물 학대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아끼는 반려견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동물보호법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동물입니다.
그러면 왜 산천어축제는 처벌받지 않을까요? 같은 법 시행령에 ‘식용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동물로 보지 않는다’는 예외 조항 때문입니다. 도축 합법화를 위한 예외 조항인 셈이죠. 이는 현행법으로 처벌하지 않는다는 것일 뿐 지금 축제장에서 벌어지는 행위가 동물 학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만약 물고기가 아니라 토끼 같은 작은 동물을 한곳에 몰아넣고 먹이를 끼운 바늘로 낚시한 뒤 잡아먹는 토끼축제를 한다고 해도 사람들이 지금처럼 무감각하게 반응할까요? 어른들이 아이 손을 잡고 축제장을 찾을까요? 우리도 토끼와 마찬가지로 아픔을 느끼는 동물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주세요.
단 3주 만에 수십만마리의 생명을 빼앗는 산천어축제는 아이들에게도 그리 교육적이지 않을 것입니다. 가족 단위 참가자가 많은 산천어축제에서 아이들이 무엇을 배울까요? 생명을 존중하지 않고 함부로 다루는 법을 무의식적으로 배우진 않을까요? 심지어 산천어 맨손잡기를 하면서 우리를 입에 물고 자랑스럽게 사진을 찍는 관광객도 있더라고요. 이런 모습을 보고 자란 아이들이 다른 이의 고통에 무감각한 어른으로 성장할까 걱정됩니다. 철학자 칸트의 말을 빌리자면, 동물에게 잔인한 사람은 사람을 대할 때도 그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동물권 단체인 동물을 위한 행동과 시셰퍼드 코리아, 동물해방물결, 생명다양성재단, 동물구조119 등 5개 동물·환경단체가 모여 지난해 12월 ‘산천어 살리기 운동본부’를 꾸렸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지난 5일 개막일에는 축제장에서 동물 학대 중단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여는 모습도 지켜봤습니다. 이들도 산천어축제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기존 프로그램을 전면 재검토해 생명윤리에 반하지 않는, 생태적이고 지속 가능한 축제로 바꿔달라는 겁니다. 운동본부는 이런 내용을 정리해 이번주 안에 화천군에 공문을 보내 정식으로 요청할 계획이라고 하네요.
사실 동물학대는 산천어축제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천명선 서울대 수의대 교수팀이 2013~2015년 조사한 결과를 보면, 동물을 주제로 한 축제만 전국에 86개나 됩니다. 문어·전어·붕장어·은어 등을 주제로 한 이들 축제 대부분은 맨손잡기가 핵심 이벤트입니다. 심지어 오징어 할복(배를 가르는) 체험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도 있었습니다. 결국 동물 축제 상당수가 동물을 낚시와 맨손, 채집 등의 방법으로 ‘포획’한 뒤 ‘먹는’ 것으로 끝나는 셈이죠.
산천어축제의 대박 소식에 평창과 파주, 가평, 청평, 양평, 양주, 강화도 등에서도 우후죽순 송어잡기 축제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민간도 아닌 지방정부가 나서 세금으로 동물 학대 축제를 벌이고 있는 것입니다.
누군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이런 우리들의 사연을 올려주시면 좋겠습니다. 맨손잡기 프로그램을 전면 재검토해 생태적인 축제로 바꿔주실 수는 없나요? 축제에 이용되는 동물의 복지를 위해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오는 27일이면 축제가 끝이 납니다. 오늘도, 수많은 산천어가 죽임을 당하고 있습니다.
100만 명이 찾은 화천에 산천어가 없다고? 1.18 SBS 김성준의 시사전망대
- 화천에 산천어 살지 않아… 영동 지방에 서식
- 화천 산천어 축제 때문에 물막이 공사… 생태 교란
- 산천어 축제에 산천어 76만 마리 투입, 3~5일간 먹이 주지 않기도
▷ 김성준/진행자: 매년 이맘때가 되면 강원도 화천군에서 산천어축제가 열리죠. 이게 2003년부터 시작돼서 올해는 역대 최단기간 100만 명 돌파 기록까지 세웠다고 합니다. 지자체 축제 중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불리고, 또 흑자 축제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산천어축제의 모든 과정이 집단 학살이다." 이런 비판이 나오고 있네요. 자세한 내용을 생태학박사인 김산하 생명다양성재단 사무국장 연결해서 한 번 말씀 나눠보겠습니다. 박사님 안녕하십니까.
박사님께서 한 매체를 통해서 화천 산천어축제가 한국에서 가장 반생태적이고, 비인도적이고, 비교육적인 축제다. 이런 글을 기고하셨더라고요.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셨는지부터 설명 좀 해주시죠.
▶ 김산하 생명다양성재단 사무국장 (생태학박사): 일단 생태적으로 말씀드리면. 지역 축제라고 하면 보통 그 지역에 있는 대상을 가지고 한다고 보통 생각합니다만. 화천에는 원래 산천어가 전혀 살고 있지 않습니다. 영동 지역에만 있는 생물을 데려다가 키우고 있는 겁니다. 거기다가 화천 자연 생태 자체에서 있는 물고기를 잡는 것이 전혀 아니고. 전국 17개 양식장에서 모두 양식으로 기른 것을, 거기다가 무리하게 대량으로 다 옮겨서 잡고 있는 것이어서. 전혀 생태적인 것과는 전혀 무관하고, 심지어는 반생태라고 말할 수 있는 거죠. 그러기 위해서 또 화천천 자체가 아주 깨끗한 천인데. 대량의 행사를 하기 위해서 물막이 공사를 하고. 물고기가 빠져나가면 잡기 어려우니까 모두 막아놓은 상태입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그 곳의 생태를 교란할 수밖에 없는 상태입니다. 또한 반인도적이라는 것은 무엇이냐면요. 이 물고기도 나중에 먹기 위해서 키운다 하더라도 하나의 생명인데. 일단은 축제 때 입질이 좋아야 하기 때문에 5일간 또는 3일간은 밥을 아예 굶긴다고 합니다. 그런 일이 발생하고요.
그 다음에 축제 하기 위해서 물고기들이 17개 양식장에서 대거 운송하면서 굉장히 스트레스에 시달립니다. 굉장히 과민한 상태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그래서 거기서 실제로 많이 죽기도 하고요. 그 다음에 행사장 내에서는 맨손잡기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가두리 조그마한 곳에 여러 마리를 얕은 물에 풀어, 사람들이 집단으로 달려들어 마구 잡는 상황이에요. 어떤 때는 미끄러워서 잡기 힘드니까 아가미에 손을 넣어서 피가 줄줄 나오기도 하고. 이런 일들이 그 자리에서 매일매일 발생합니다. 또한 반인도적이라는 것은 그것을 아이들이 보고 있는데. 아이들이 수만 명의 사람들과 같이 하기 때문에 그대로 그걸 받아들이고 있는 상황이에요. 심지어는 살아있는 물고기를 경품으로 준다고 해서 산 채로 비닐봉지에 넣어서 무대에서 밖으로 던집니다. 아이들이 괜찮은 줄 알고 그걸 잡고 막 휘두르는 장면이 바로 이번 축제장에서도 버젓이 연출됐습니다. 제가 짧게 말씀드린 것은 전부도 아니고 일부 대목만 말씀 드렸습니다만.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반생태적, 반교육적, 반인도적이라고 하기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 김성준/진행자: 저희도 사실 한 번인가 이 프로그램에서 산천어축제를 소개하면서. 아무래도 지자체 축제 중에서 성공적인 축제라고 하니까. 사실 산천어를 전국에서 양식해서 축제를 위해 수송한다. 이런 얘기부터 시작해 여러 이야기를 들은 바가 있습니다만. 수송 중에 스트레스를 느낀다고 말씀하셨는데 물고기도 이런 스트레스나 통증, 공포 등을 느낍니까?
▶ 김산하 생명다양성재단 사무국장 (생태학박사): 그것이 그 동안은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그만큼의 많은 연구가 있어 왔습니다. 이제 학계의 분위기는 물고기도 상당 수준의 인지와 지각 기능을 가지고 있고. 감정도 심지어 느끼는 것으로 추정하는 학자도 있고. 특히 고통에 대해서는 많이 느낀다는 쪽으로 과학계도 기울고 있습니다. 그래서 물고기가 다른 고등동물에 비해서 어느 정도 신경조직 등이 조금 적을지라 하더라도. 그렇다고 해서 그게 전혀 둔감하다, 또는 못 느낀다는 주장은 이제 거의 지지를 못 받고 있고. 물고기도 많이 느끼고 있고, 그래서 과학계도 인정하는 쪽으로 증거가 많이 쌓여있고, 연구 결과가 사실 많이 도출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 김성준/진행자: 아까 화천이 산천어가 살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러면 산천어는 어느 지역에 주로 살고, 어떤 생태적인 특성을 가진 물고기인가요?
▶ 김산하 생명다양성재단 사무국장 (생태학박사): 영동 지방에만 살죠. 화천은 영서 지방인데. 원래는 산천어와 송어 종류의 물고기는 바다로 나가는 연결된 하천에서만 살게 돼 있고요. 산천어의 경우에는 길이 막혀서, 육봉형이라고 부르는데. 길이 막힌 상태 내에서만, 원래는 바다로 통과하다 더 이상 그렇지 않은 물인 영동 지방에서만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밖으로 나가는 개체가 있다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어쨌든 간에 서식지는 다 영동 지방에만 있고 영서 지방에는 없는 물고기인데 이제는 축제한 지가 꽤 돼서 그걸 빠져나가 조금 발견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건 자연적 생태가 아닙니다.
▷ 김성준/진행자: 지금 한 번 축제 하면 산천어가 몇 마리나 투입이 되나요?
▶ 김산하 생명다양성재단 사무국장 (생태학박사): 굉장한 양이 투입되고. 물량이 작년 또는 올해 기준 정도로 180톤 정도가 됐고요. 그것은 물고기 수로 하면 약 76만 마리가 됩니다. 엄청난 숫자죠. 76만 마리 정도가 된다는 것은. 그 76만 마리가 3주 동안의 유흥을 위해서, 그것도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의 1년 내내 반찬거리가 아니라. 딱 3주 간의 유흥을 위해서 76만 마리가 희생되는 겁니다.
▷ 김성준/진행자: 양이 많네요. 그런데 사실 현실적으로 보면 산천어축제가 화천군 입장에서는 상권을 살리는 데에 큰 도움도 주고. 여러 가지 장점이 많단 말이에요. 사실 산천어축제가 동물 학대라는 의견을 제시하게 되면 지자체나 지역주민 입장에서는 상당히 반발할 것 같거든요.
▶ 김산하 생명다양성재단 사무국장 (생태학박사): 지금 아직도 21세기에 우리가 이런 얘기를 할 때마다, 돈이 되는데 괜찮은 것 아니냐는 논리가 나오는 게 놀랍습니다. 아무리 돈이 되더라도, 모든 기업도 마찬가지고 어느 상권이든 간에. 그것이 만약 노동 착취를 하거나 환경 파괴를 한다면 당연히 비판 받고, 그런 루트는 더 이상 가지 않아야 되는 게 맞는 거죠. 지금도 그런 식의 축제를 하지 않는 지자체도 많이 있습니다. 물론 우리나라 대부분의 지자체가 아직까지는 이런 부분에 대해서 깨닫지 못하고 있어서. 사실은 많은 종류의 생태계 파괴를 하거나, 생명을 경시하는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그냥 지속되어 왔던 게 사실인데. 돈을 버는 방식이 문제가 있다면 바꿔야죠. 축제를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닙니다. 적어도 이런 식의 생명을 완전히 함부로 여기는 핵심 콘텐츠로 하는 부분은 바뀌어야 하는 것이고. 그러면서도 지역 문화를 살리는 방식으로 변모해야 하는 것이지. 잘못된 방식을 가지고 그냥 돈 벌리니까 된 것 아니냐고 지금 현재 말한다면. 그 어떤 축제든, 그 어떤 기업이든 돈만 벌리면 된다는 논리로 결국 귀결이 되는 건데. 그것은 지금 이 시대에 할 수 있는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지금 산천어축제 말고도 지자체에서 동물을 주제로 개최하는 지역 축제가 많지 않습니까.
▶ 김산하 생명다양성재단 사무국장 (생태학박사): 굉장히 많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서울대 천명선 교수 연구실과 같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전국에 86개 축제가 동물을 이용하는 축제가 있고요. 프로그램으로 보면 129개 정도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축제의 대부분이 84% 정도 동물에게 죽거나 극심한 고통을 주고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요. 그래서 이 축제들의 맨손잡기도 동물이 살아 있는 상태인데 쫓아가서 하는, 그런 것이 70%가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동물을 주제로는 삼고 있지만 사실은 그 동물을 굉장히 괴롭히는 축제들이 대부분이 성황입니다. 전국적으로.
▷ 김성준/진행자: 지금 산천어축제 외에 특별히 좀 더 문제가 된다고 생각되시는 축제는 어떤 게 있습니까?
▶ 김산하 생명다양성재단 사무국장 (생태학박사): 예를 들어서 울산 고래축제의 경우에는. 고래가 굉장히 많이 죽고, 실제로 포경이 금지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법 어획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도. 울산시는 그런 보존은 전혀 하지 않으면서 고래를 축제 주제로만 이용하고 있고. 실제로 축제장 바깥에 고래 고기를 계속 판매하는 식당 수십 개가 늘어져 있습니다. 또 함평 나비축제의 경우에도 현지 생태에 있는 곤충이 풍부해서 하는 것이 아니고. 그곳 역시 농업기술센터에서 인공적으로 투입해 주는 나비들을 사용해서 축제 기간 동안 살다 죽고, 게다가 너무 이른 시기에 하는 바람에 방사해 준 나비도 그냥 밖에서 죽는 경우가 태반이어서. 사실 거기도 굉장히 반생태적 축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박사님 생각은 이렇게 동물을 주제로 한 축제는 다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이신가요?
▶ 김산하 생명다양성재단 사무국장 (생태학박사): 그런 것은 아닙니다. 동물을 이용하고, 전혀 동물의 생태와 안위를 조금도 생각하지 않는 축제는 중단이 되어야 하지만. 동물을 먼 거리에서 관찰하고 그 동물의 생태적 이야기 등에 집중하는 축제는 있을 수 있겠죠. 그리고 그런 쪽으로 점점 변모를 해야 하고 실제로 그런 예도 있습니다. 사실 한국에서도 무주 반딧불축제라든가, 군산 철새축제의 경우에는 그런 식으로 동물에 해를 끼치지 않는 축제들이 있습니다. 그런 방식으로 점점 가야지. 계속 동물을 그 즉시 작살로 찍고, 아니면 낚싯바늘로 꿰고, 손으로 잡고, 그래서 먹고. 먹을 때 먹더라도 어떻게 먹는지가 굉장히 중요한 거죠. 죽이는 행위가 오락의 주된 대상이다. 이것은 당연히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 부분이 되지 않고 친생명적이고 생태적으로 바뀌는 축제가 된다면야 당연히 좋은 축제가 될 수 있겠죠.
▷ 김성준/진행자: 아까 말씀하신 것 중에서 맨손잡기가 인수공통 전염병을 일으킬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사람과 동물이 함께 전염될 수 있는 병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이게 의학적으로 사례가 이미 나온 겁니까?
▶ 김산하 생명다양성재단 사무국장 (생태학박사): 지금까지 화천 산천어 축제에서 이런 사례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인간과 동물이 직접 접촉을 해서 겪는 인수공통 전염병은 무수히 많죠. 원래 이것도 논란의 여지는 있습니다. 에이즈나 에볼라 같은 경우도 아프리카에서 그런 식으로 영장류와 접촉해서 나왔다는 설이 있을 정도로. 사실은 그 외에도. 너구리같은 경우 도심 너구리를 절대 만지지 말라는 것은 인수공통 전염병 때문이에요. 마찬가지로 물고기에서도 얼마든지 나올 수 있죠. 그런데 지금 당장 사례가 있느냐, 없느냐를 따지는 것은 굉장히 어리석은 접근법입니다. 왜냐하면 어떤 게 나올지 모르고, 우리가 모르는 게 많고. 새로운 바이러스나 균은 진화를 빨리 합니다. 그래서 직접 접촉은 언제나 위험하고, 이런 야생동물 세균학이나 질병학을 하는 사람에게는 너무 기본적인 이야기죠. 그래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맨손잡기는 여러 가지 차원에서도 문제가 많지만, 감염병의 차원에서도 전혀 점검이 되지 않고 있고.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라고 생각됩니다.
▷ 김성준/진행자: 아까도 잠깐 언급을 하셨습니다만. 그러면 이런 산천어축제를 비롯한 여러 동물을 주제로 한 축제들이 좀 더 발전적으로 바뀌려면 어떤 방식을 택해야 될까요? 산천어축제를 한 가지 예로 말씀해주셔도 좋고요.
▶ 김산하 생명다양성재단 사무국장 (생태학박사): 일단 화천 같은 경우는 그 지방에 있지도 않은 물고기를 사용했기 때문에. 그런 종류의 축제는 지양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축제를 하고 싶으면 어느 지방이든 자기가 가진 것을 자랑하잖아요. 인삼이 난다든가, 참나무가 난다든가. 일단 생태와 고장이 가까운 것을, 진짜 있는 것에 집중해야 하고요. 그것을 즉물적으로 잡고, 먹고, 죽이는 것을 점점 하다 보면 사람들이 결국 그런 것에만 중독이 됩니다. 그래서 위험해지고. 문화적으로 재해석하고, 그것을 꽃피우는 식의 행위를 해야죠. 그것이 축제의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만약 어떤 특정 물고기가 좋다면 그 물고기의 생태와 행동에 대해서 연구하고, 그래서 그것을 재미있게 바라보는 방식으로 가야 되겠죠.
01. Tango Flamenco - Ottmar Liebert
02. La Cumparsita - Astor Piazzolla
03. Haris Alexiou - To Tango Tis Nefelis
04. Tango Du Pays Des Frontiers - Ito Kenji
06. Tango Du Reve(Malderen)(꿈의 탱고) - Malando Orchestra(Digital Tango)
08. Pearlfisher Tango(G.Bizet)(진주잡이 탱고) - Malando Orchestra(Digital Tan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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