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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시사만평-주간 쟁점

2015. 12.28~12.31 그것은 무효다

by 이성근 2015. 12. 31.

 

 16.1.1 한겨레-1.4 내일

 

 

  16.1.5 주간경향-12.31 한겨레

 

 

12.31 미디어오늘-12.30 한겨레

 

 

 12.30 내일-기호일보

 

  12.29 한겨레-12.29 민중의 소리

 

 

   12.29 미디어오늘 -내일

 

 

  12.28 한겨레-12.28 시사인

 

 

   12.28 민중의 소리-내일

 

 

 12.27 민중의 소리-12.25 내일

 

 

   12.28~31 경향 장도리

 

·위안부 합의후폭풍]

격노한 할머니 먼저 간 238명 위해서라도 끝까지 싸우겠다 1230 경향

 

30일 서울 종로구 중학동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1211차 정기 수요시위에서 시민들이 돌아가신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사진을 들고 있다. 김정근 기자 jeongk@kyunghyang.com

 

올해 마지막 수요시위졸속 협상성토장으로

평소보다 많은 700명 몰려학생들이 영정 안고 동참

당사자 얘기 안 듣고 협상, 과연 우리나라 공무원인가

 

먼저 간 238명을 위해서라도 끝까지 싸우겠다.”

30일 열린 수요시위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88)는 한·일 정부에 대한 분노를 쏟아내며 이렇게 말했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 대한 추모의 장이 될 예정이었던 올해 마지막 수요시위는 졸속 회담 결과에 대한 성토의 장으로 변했다. 이날 낮 12시 서울 종로구 중학동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제1211차 정기 수요시위가 열렸다. 위안부 문제와 관련된 한·일 정부의 합의 이후 처음 열린 이날 집회에는 평소보다 3~4배가량 많은 700(경찰 추산)이 모였다. 일본이 안보법안을 통과시킨 지난 7월 이후 최대 규모였다.

 

이 할머니와 길원옥 할머니(87)를 중심으로, 집회를 주최하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와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등 시민사회 각계 인사들이 모였다. 대학생과 고등학생들도 이미 세상을 떠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영정을 가슴에 안은 채 할머니들과 함께했다.

 

매년 마지막 수요시위가 그랬듯 이날도 세상을 떠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추모로 시작됐다. 올해 세상을 뜬 할머니 9명의 사연과 삶이 소개됐다. 고 이효순 할머니의 아들은 어머니께 보내는 편지를 직접 낭독해 좌중을 숙연케 했다.

 

이용수 할머니가 위안부 문제 합의안에 대한 분노를 터뜨리면서 집회는 한·일 정부에 대한 성토의 장으로 변했다. 이 할머니는 정부는 일본과 회담을 하면서도 우리에게 그 사실을 알리지도 않았다당사자들에게 얘기 한번 듣지 않고 일본에 법적 책임을 면해주고 소녀상 철거에 대해 검토까지 해주겠다는 사람들이 과연 우리나라의 공무원인가라며 울분을 토했다. 이 할머니는 회담을 빌미로 일본은 벌써부터 더 이상의 사과는 없다는 망언을 내뱉고 있다고 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할머니들의 영정을 일본대사관으로 향한 채 소리를 지르며 분노를 전했다. 한국여성인권 박물관의 자원활동가 조하은씨는 말도 안되는 협상을 한 정부에 대해 분노하고 발언하며 무엇이 잘못되었고 은폐되었는지 알리겠다고 말했다. 이화여고에 재학 중인 이정은양과 신채은양은 다음 시대의 주인공인 우리는 일본의 전쟁 범죄 인정과 법적 배상, 전범 처벌과 이 사실에 대한 역사교과서 기록 등이 반드시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할머니들이 원한 것은 진정한 사과였지만 박근혜 정권은 100억원 규모의 재단 설립을 명분으로 위안부문제의 최종적인 불가역적해결을 선언해줬다고 비판했다. ·일 협상안 폐기를 위한 대학생대책위원회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명예가 아닌 일본의 명예를 지켜 준 합의라고 비판했다.

 

 

위안부 합의, 졸속 타결 이번에도 배후에 미국 있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 12.30 오마이뉴스

 

발행부수 1천만부를 자랑하는 일본의 최대일간지 요미우리 신문은 29일자 사설에서 "한국 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일 정부간) 합의를 진지하게 이행하려고 한다면 먼저 합의에 반대하는 국내 세력을 설득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가 된다"며 일본 대사관 앞 "소녀상 철거가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썼다. 아베 총리는 28일 이후 더 이상의 위안부 관련 언급도 사죄도 않겠다고 했다.

 

지난 28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일 정부간 합의 이후, 마치 일본이 피해자인 것처럼 공세를 취하고 있는 양상이다.

 

왜 이렇게 돼버렸을까.

국내의 대표적인 한일관계 전문가로 꼽히는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지난 1년 동안 이번 타결 과정이 진행되기 전에 정부 측에서는 피해자들과 불과 세 번 만났다"면서 "이번 한일 장관급 회담을 통해서 해결 방안에 대한 공감대를 만든 뒤 2~3개월간은 피해할머니들, 시민단체들과 소통했어야 한다. 정부가 너무 서둘러서 졸속적으로 해버렸다"고 타결과정을 비판했다.

 

양 교수는 이번 합의에서 최대 논란거리로 등장하고 있는 '불가역적'(irreversible) 표현에 대해서는 "두 번 다시 위안부 문제를 거론할 수 없다는 의미라는 점에서, 65년 한일청구권 협정의 '최종' '완전' 표현 보다 더 강하다"라며 "주로 이란 핵협상이나 북한 핵폐기 등에 쓰는 이런 표현을 쓴 것은 굉장히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위안부 타결에 대해 미국이 주목을 끌 정도로 환영의사를 나타내고 있는 데 대해서는 "중국 견제에 있어서 미일협력이나 한미협력과 한미일 3국 협력의 효과는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미국은 한미일 동맹시스템으로 가져가기를 원해왔다"면서 "한일관계 중요한 포인트에는 모두 그 막후 역할자로 미국이 개입해왔고, 65년 한일협정이나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지금 미국의 반응은 위안부뿐 아니라 한일 과거사 문제를 다 정리하고 더 얘기하지 말라는 의미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래는 지난 30일 만난 양 교수와의 문답요약.

 

- 이번 합의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 인정은 에둘러 가버렸다.

"정확히는 합의가 아니다. 양국이 사인한 게 없다. 정부가 밝힌 대로 '공동기자회견 발표문'이다. 법적책임을 인정했다고 하려면, 진상규명·책임자 처벌·개인배상이 돼야 한다. 이번에 '일본 정부 책임'이라고 한 것은 이전의 '도의적 책임'보다는 진전됐지만, 법적책임 수준까지는 못 갔다. 또 위안부들에 대한 강제연행 인정 부분도 중요한데, 이번 발표문에서는 '당시 군 관여'라는 표현으로 애매하게 표현했다. 이미 20073월에 아베 내의 결정으로 강제연행을 공식부인했다."

 

"'불가역적' 때문에 이번 합의가 65년 한일협정보다 더 강해"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추모회 및 제1211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수요집회가 열리고 있다. 이희훈

 

- '최종적·불가역적 해결'이라는 조항이 큰 논란이 되고 있다.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도 "(대일) 청구권에 관한 문제가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다는 것을 확인한다"(21)고 돼 있다. 이걸 어떻게 봐야 하나.

"불가역적(irreversible)이라는 말은 두 번 다시 이 문제를 거론할 수 없다는 점에서 더 강하다. 소급할 수 없다, 더 이상 어떤 것도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견고한 것이고,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의미다. '주로 이란 핵협상이나 북한 핵폐기 등에 쓰는 불가역적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굉장히 이례적이다. 외교적으로는 final이라는 표현을 쓴다.

 

그런데 이번 발표문을 보면, '최종적·불가역적 해결'의 전제는 '일본 정부의 예산에 의해 모든 전() 위안부 분들의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조치' 즉 돈에 걸리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으로서는 10억 엔(97억 원)만 주고 털어버리는 것으로 악용할 수 있다.

 

- 정부는 ''뿐만 아니라 '책임 통감', '사죄와 반성' 등 전반적인 부분에 대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 일본이 위안부 등 과거사 관련 망언을 반복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로 우리 정부가 먼저 이 조항을 제안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비판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조항이 어떤 의미인지 한일양국이 똑같은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일본의 2차대전 패전 70주년을 하루 앞둔 지난 14일 오후 도쿄의 총리관저에서 아베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 '최종적·불가역적 해결' 조항이 없었다면 합의 안 됐을까.

"그랬을 것 같다. 아베 총리가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고 지시했다는 것 아닌가. 일본은 한국 역대 정부가 계속 입장을 바꿔왔고, 여기에 사법부도 동조하고 있다는 불만이 강하다."

 

"소녀상 같은 식민지배 피해 상징물, 건드려선 안 돼"

이번 합의 과정에서 당사자인 위안부 피해자들의 의견은 배제됐다. 협상이라는 점에서 일일이 공유하기는 어려운 측면도 있었겠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12일 한일정상회담에서 말한 '연내 해결'이 압박요인이 된 게 아닌가.

"그랬던 것 같다. 어떤 내용이든 합의 전에 피해자들과의 소통이 있어야 했다. 지난 27일 한일 국장급 회담에 앞서 11회 국장급 회담이 있었는데, 내가 확인한 바로는 위안부는 여러 주제 중 하나였다. 그러다 27일 국장급회담에서 위안부 문제만 다뤘고, 그 다음날 한일 외교장관이 이 문제만을 갖고 만났다.

 

이번 장관급 회담을 통해서 해결 방안에 대한 공감대를 만든 뒤 2, 3개월간은 피해자, 시민단체들과 소통했어야 한다. 정부가 너무 서둘렀고, 졸속적으로 해버렸다. 지난 1년 동안 이번 타결이 진행되기 전에 정부 측에서는 피해자 단체들과 불과 세번 만났었다.

 

더 앞으로 가면 위안부 문제가 처음 공론화된 1991년부터 201112월 이명박 대통령과 노다 일본 총리 회담이 사실상 이 문제로 결렬될 때까지 20년간 한국 외교부는 (이 문제를) 방치해왔다. 쟁점화시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이런 결과가 나와버리니까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나 피해 할머니들도 동의를 할 수가 없는 거다. 처음 듣는 얘기였으니까. 거기다 절대 건드리면 안 될 위안부 소녀상 문제까지 거론해 버렸으니. 소녀상은 우리에게 독도 같은 식민지배 피해의 상징물이다. 기름에 성냥불을 던진 거다. 피해자가 납득할 만한 수준이 아닌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피해자와 국민이 납득하는 것을 강조했는데, 그에 비하면 굉장히 미흡하게 됐다.

 

피해 할머니들이 계속 돌아가시는 상황이기 때문에 시급한 것은 맞는데 외교부가 피해자 소통 없이 일을 저지른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피해자들 만나러 나서야 한다. "

 

- 그럼 왜 이렇게 급하게 했을까.

"박 대통령이 연내 해결을 강조하지 않았나. 내년 4월에 총선이 있으니 이 문제는 어떻게 끌고 가든 마이너스가 된다. 아베 총리는 외교에서 상당히 고단수인데, 내년에 한중 공동으로 군위안부 관련 자료 유네스코 세계 유산 등재를 신청하게 된다. 한중 역사 연대가 강화될 가능성이 높고, 이게 등재가 되면 아베에게 타격이 된다. 또 미국 대선에서 클린턴 전 장관이 당선될 가능성이 높은데, 그는 성노예 (sex slave)라는 표현을 쓰는 등 위안부 문제에 강경하기 때문에 아베 총리로서는 빨리 정리하는 게 좋다고 계산한 것 같다."

 

"한일관계 중요한 포인트마다 미국 개입... 이번에도 마찬가지"

- 이번 합의에 대해 미국은 굉장히 환영하고 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만큼이나 중대한 합의"라는 말까지 나오고,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중국 견제에 있어서 미일협력, 한미협력과 한미일 3국 협력의 효과는 완전히 다르다. 미국은 한미일 동맹시스템으로 가져가기를 원한다. 미국은 오래전부터 한일관계 개선을 강조해왔고, 65년 한일협정은 미국의 종용으로 만든 미국의 작품이다. 한일관계 중요한 포인트에는 모두 그 막후 역할자로서 미국이 개입돼 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미국 압력이 컸다.

 

박 대통령도 한일관계 개선하라는 미국 압박에 머리가 아팠을 거다. 미국이 나서지 않으면 이런 합의가 나오기 어려웠을 것이다. 물론 일본 내 혐한론에 따른 일본 관광객 120만명 감소 등도 작은 문제는 아니었다. 지금 미국의 반응은 위안부뿐 아니라 한일 과거사 문제 다 정리하고 더 얘기하지 말라는 의미로 봐야 한다. 결국 위안부 문제는 동북아 국제정세의 종속변수다."

 

- 요미우리신문이 사설에서 "한국은 소녀상 철거로 합의 이행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고 하는 등 소녀상 철거를 기정사실화하는 보도들이 일본 언론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한일 외교장관에서 합의한 10억엔을 일본이 내기 전에 소녀상을 철거하는 구상에 한국이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는 일본 언론 보도도 이어지고 있다.

"소녀상 철거를 기정사실화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정대협 등 시민단체와 같은 스탠스에 서야 한다. 어차피 발표문에도 '노력'하겠다고 했으니, 구속조항이 아니다. 요미우리 신문은 일본 외무성과 소통이 잘 된다. 일설에는 아베 총리는 산케이 신문만 본다는 얘기도 있다."

 

- 이번 타결은 합의문 형태가 아니라 공동보도문으로 나왔다. 이번 합의의 구속력을 어느 정도로 봐야 하나.

"최악의 경우 파기될 수 있겠지만, 정부 수준의 약속이라는 점에서 정부에서는 지키기는 해야 한다. 어기면 수습하기 힘든 신뢰 상실 상황이 되지 않겠나. 하지만 국회에서는 계속 위안부 관련 결의안 낼 수 있고, 민간에서 관련 소송은 계속 할 수 있고, 시민단체들은 계속 문제제기하면 된다.“

 

·일 합의 압박해온 미국더이상 거론 말라못박아 1229 한겨레

수전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 성명

양국 최종적 해결강조

한미일 안보협력 진전 기대한다

중국 겨냥 군사협력 가속화할 듯

국무부 고위당국자 “TPP만큼 중요

 

·일 정부의 위안부 문제 합의에 대한 미국 정부의 반응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이번 합의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합의라고 강조한 대목이다. 동아시아의 핵심 동맹국들인 한-일 정부 간 과거사 갈등을 못마땅하게 여겨온 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에 위안부 문제를 더이상 거론하지 말라고 쐐기를 박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백악관은 28(현지시각) 수전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 명의의 성명을 통해 한국과 일본 정부가 합의를 도출한 것을 축하한다양국은 합의문에서 위안부 문제를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또 라이스 보좌관은 상호 이익과 공통의 가치를 기초로, ··3자 안보협력의 진전을 비롯해 폭넓은 지역 및 세계적 문제들에 대한 협력을 심화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도 존 케리 국무장관 명의의 논평을 통해 이 합의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위안부 문제를 해결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강조한 뒤 우리는 국제사회가 이를 지지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사실 미국은 한·일 정부가 28일 발표한 위안부 문제 합의 선언의 숨은 조역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 문제에서 한국 쪽 편을 드는 것처럼 보였던 오바마 미 행정부는 올해 초부터 분위기가 바뀌었다. 3월 웬디 셔먼 당시 국무부 정무차관은 과거사를 덮고 가자는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던졌다. 이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한·일 정상을 잇따라 워싱턴에 초청해 화해를 종용했다. 미국의 이런 태도는 한-일 간의 과거사 갈등이 오바마 행정부의 핵심 대외정책인 아시아 재균형정책에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일 관계는 정상회담조차 몇년째 하지 못할 정도로 악화해 미국의 애를 태웠다.

 

미국 정부는 한·일 정부 차원에서는 위안부 문제가 일단 봉합됨으로써, 본격적으로 최종 목표인 한··3국간 안보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명분을 마련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일 유사 삼각동맹을 통해 단기적으로는 북한에 대한 군사적 억지, 장기적으로 중국의 군사력 강화에 대한 대응이 오바마 행정부의 동북아 지역 아시아 재균형정책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이 앞으로 한··일 군사적 운용을 일체화하려는 노력을 가속화할 것이 불 보듯 뻔해 보인다.

 

미 국무부 고위 당국자도 이날 언론들과 전화회의를 자처해 이번 합의가 완전하고 확대된 협력을 가로막아온 중대한 정치적 장애물을 제거했다거나 이번 합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만큼이나 전략적으로 중요하다며 합의의 의미를 애써 부각했다. 이 당국자는 “(위안부 문제의) 책임이나 사과와 관련해 아베 신조 총리의 입장이나 일본의 태도에서 모호성이 제거된 중요한 이정표라고 밝혀 법적 책임이 명시되지 않았다는 한국 시민사회의 평가와 상당한 거리감을 보였다.

 

박 대통령 위안부 합의, 대승적 견지서 이해해 달라 민중의 소리 12.28 

·일 합의가 발표된 28일 저녁. 박근혜 대통령은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한다. 한국 정부가 스스로 최종적 및 불가역적해결을 언급하고 소녀상 이전까지 현실화시킨 굴욕적 회담 결과를 접한 위안부 피해자들과 시민사회가 부글부글 끓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일본의 잘못된 역사적 과오에 대해서는, 한일관계 개선과 대승적 견지에서 이번 합의에 대해 피해자 분들과 국민 여러분들께서도 이해를 해 주시기 바란다.”

 

박 대통령은 또한 이번 합의는 피해자 분들이 대부분 고령이시고 금년에만 아홉 분이 타계하시어 이제 마흔 여섯 분만 생존해 계시는 시간적 시급성과 현실적 여건 하에서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이루어 낸 결과라며 위안부 할머니들의 정신적인 고통이 감해지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정신적 고통이 배가 되는 발언이다.

 

 

                박근혜 대통령뉴시스 /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자료사진)민중의소리

 

반기문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를 높이 평가한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28(현지시간) ·일 합의와 관련해 한국과 일본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리더십과 비전을 높이 평가한다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굴욕협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국내 여론과는 반대되는 평가를 내놓은 것이다.

반 총장은 과거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토대로 한국과 일본의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며 이번 합의로 두 나라의 관계가 더욱 개선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원유철 진일보한 합의를 이끌어낸 것을 환영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자료사진)정의철 기자/새누리당 나경원 의원(자료사진)양지웅 기자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29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합의에 대해 진일보한 합의를 이끌어낸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원 원내대표는 합의문에서 일본이 위안부 문제는 당시 군의 관여 하에 깊은 상처를 입혀 책임을 통감한다고 해 처음으로 일본 정부 차원의 책임을 인정했다아베 총리가 개인이 아닌 총리로서 사죄와 반성을 한 것도 평가할 만하다고 긍정적 입장을 표명했다.

 

나경원 아베가 의지 가질 때 위안부 타결안 하면 어려웠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은 30MBC 라디오에서 아베 정부가 의지를 가질 때 타결하지 않으면 위안부 문제를 풀기가 굉장히 어려웠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나 의원은 최근 (한일청구권협정에 대한) 헌법소원이 각하되고, 또 산케이 지국장이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아베 정부도 조금 의지를 갖게 됐다아베 정부가 의지를 가질 때 타결하지 않으면, 사실 아베 정부가 굉장히 장기집권을 할 것이 지금 예상되고 있는 상황에서 위안부 할머니 문제를 풀기가 굉장히 어렵겠다, 이런 상황이었던 것 같다고 강조했다.

위안부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가 없었던 아베 총리를 대상으로 이만큼 한 것도 성과라는 해석이다.한국 정부가 이번 합의에 대해 최종적불가역적해결이라고 언급한 데 대해서는 일본 정부가 착실히 (합의 내용을) 실시한다는 것을 전제로 최종적, 불가역적으로 해결된 것임을 확인한다고 했기 때문에 우려를 덜해도 되지 않나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나 의원은 지난 29YTN 라디오에서는 현실적 제약 하에서 외교적으로는 그래도 잘 한 협상이라고 평가했다.

 

조우석 KBS 이사 위안부 소녀상은 외교 결례

 

조우석 KBS 이사방송화면 캡쳐

조우석 KBS 이사는 28일 한 인터넷언론에 기고한 칼럼에서 주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을 두고 외교적 결례라고 표현했다. 국민들의 일본에 대한 감정에 대해서는 좌파 시민단체가 부풀려온 허구의 민족주의 정서라고 주장했다. 조 이사는 이번 일본군 위안부 합의에 대해 박근혜 정부 3년 동안 일본을 압박해 왔는데 이제 결실을 얻어낼 찬스라며 내년으로 집권 4년차를 맞는 이 정부로선 이번이 대일 관계를 풀어낼 마지막 기회라고 평가했다.

 

그는 정대협(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에 대해서는 겉으로 민족주의 장사를 하지만, 실제론 좌파 집단이라고 비판하면서 외교적 결례에 불과한 소녀상을 이전할 경우 국론분열이 있을 것이라고 저들은 으름장까지 놨다고 비난을 쏟아냈다.그는 위안부 문제의 핵심으로 꼽히는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 인정과 사죄 등에 대해 모두 명분 다툼, 감정싸움이라고 평가 절하하기도 했다.

 

 

국민 세 명 중 두 명은 "소녀상 이전 반대" 12.30 프레시안

진보-중도층에서 '반대' 압도적으로 우세

위안부 문제 관련 한일 협상에서 한국 측이 일본 대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국민 세 명 중 두 명이 이전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6.3%'반대한다'고 답했다. '찬성한다'는 응답은 19.3%로 반대 의견이 찬성 의견의 3배를 넘어섰다.

 

지역별로는 대전·충청·세종과 수도권에서 반대 의견이 70%를 넘었다. 광주·전라와 부산·경남·울산에서 반대 의견은 각각 67.7%, 66.3%였다. 경북에서는 49.5%가 반대했다.연령별로는 20(86.8%), 30(76.8%), 40(68.8%), 50(59.9%), 60(45.1%) 순으로 반대 의견이 많았다.이념 성향별로는 진보층(찬성 5.2%, 반대 81.5%)과 중도층(찬성 16.5%, 반대 75.6%)에서 반대 의견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반면 보수층은 찬성 33.2%, 반대 50.3%로 상대적으로 찬성 의견이 높았다.

 

이번 조사는 지난 29일 전국 19세 성인 535명을 대상으로 전화 설문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2%포인트다.

 

박 대통령, 빌리 브란트의 이 사진을 보라! 1229 한겨레

 

일본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오른쪽)29일 오후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대한 한-일 외교회담 합의안을 설명하기 위해 서울 마포구 연남동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쉼터를 찾은 임성남 외교부 제1차관에게 정부의 일방적인 회담 진행과 결과 발표를 따지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최종적·불가역적 해결?역사에 종지부는 없다

 

 

빌리 브란트 전 서독 총리가 197012월 폴란드 바르샤바의 유대인 게토 추모비 앞에 무릎을 꿇고 나치의 손에 잔혹하게 희생된 이들의 넋을 기리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 1970127일 아침 7시 폴란드 바르샤바 자멘호파 거리의 유대인 위령탑. 초겨울 비가 눈물처럼 위령탑을 적셨다. 서독 총리 빌리 브란트가 그 앞에 섰다. 1943년 바르샤바 게토의 유대인들이 나치에 맞서 28일간 봉기했다가 56000여명이 참살당한 일을 기리는 탑이다. 잠시 고개를 숙인 브란트가 뒤로 물러섰다. 의례적 참배가 끝났다고 여긴 일부 기자들도 따라 몸을 뺐다. 그때 브란트가 위령탑 앞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 카메라 플래시가 미친듯이 터졌다. 브란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서독이 폴란드와 관계정상화를 위한 바르샤바조약을 맺는 날 아침, 브란트는 나치 독일의 잘못을 온몸으로 사죄한 것이다. 나치 강제수용소 생존자인 유제프 치란키에비치 폴란드 수상은 다음 행선지로 이동하던 차 안에서 브란트를 끌어안고 통곡했다. 그는 말했다. “용서한다. 그러나 잊지는 않겠다.(Forgivable, but Unforgettable)” 그 뒤 폴란드인은 바르샤바에 브란트 광장을 만들어, 무릎을 꿇은 브란트의 모습을 담은 기념비를 세웠다. 사죄와 용서와 화해란, 이렇게 하는 것이다.

 

# 201553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최초의 나치 집단수용소인 독일 바이에른주 다하우 수용소를 찾았다. 이날도 비가 흩뿌렸다. 메르켈 총리는 추도사에서 이렇게 다짐했다. “우리는 희생자들과 우리 자신과, 미래 세대를 위해 이를 기억하겠다.” 그는 전날 제2차 세계대전 종전 70년에 맞춰 공개한 영상메시지에서 역사에 종지부는 없다고 선언한 터였다.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 해방 70년 기념일을 하루 앞둔 126일 베를린 연설에선 나치의 만행을 기억해야 하는 것은 독일인의 영원한 책임이라고 다짐했다.

 

반세기 전 브란트 총리가 이미 사죄하고 용서를 받았지만, 독일은 사죄와 반성을 멈추지 않는다. 유대인들도 홀로코스트에 대한 기억을 멈추지 않는다. 역사의 성찰과 반성이란 이렇게 하는 것이다. 역사란 쉼없는 성찰의 대상이지, 핵무기처럼 불가역적 폐기의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 20151228일 박근혜 정부와 아베 신조 일본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피해자 문제의 최종적·불가역적 해결을 선언했다. 그 직후 아베 총리는 총리관저 기자회견에서 사죄반성은 입에 올리지 않은 채 다음 세대의 아이들에게 사죄를 계속하는 숙명을 지게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합의에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이라는 문언이 들어가지 않는다면 교섭을 그만두고 돌아오라고 기시다 후미오 외상한테 지시한 터였다.(29<요미우리신문>) 기시다 외상은 일본 기자들한테 “(일본 정부 예산 출연은) 배상이 아니다. 도의적 책임이라는 데 변함이 없다. (이번 협상에서 일본 쪽이) 잃은 것이라고 하면 10억엔일 게다. 예산으로 내는 거니라고 말했다.

 

일본 쪽의 관심사는 법적 책임 인정이나 사죄, 반성이 아니다. 그저 ‘10억엔과 립서비스를 대가로 다시는 한국이 이 문제를 입에 올리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뿐이다.

그런데도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협상 타결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했고,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 최선의 안이라고 자찬했다. 이번 합의를 최종 결정한 박근혜 대통령은 -일 관계 개선과 대승적 견지를 들어 피해자분들과 국민의 이해를 구했다. ‘피해자와 국민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합의를 입이 닳도록 강조해온 박근혜 정부가 “(발표 내용을) 전부 무시하겠다”(이용수), “이렇게 고생하고 기다렸는데우리는 돈보다 명예를 회복받아야 한다”(이옥선)는 피해자 할머니들의 절규에 뭐라 답할지 궁금하다. 국제 인권법·규범에 따르면, 가해국과 피해국 정부가 피해자의 동의 없이그 피해에 대해 합의할 수 없다.

 

박근혜 정부의 먼지처럼 경박한 역사인식은 주한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을 철거·이전하라는 아베 정부의 요구를 사실상 수용한 데서도 드러난다. 정부 관계자와 일부 전문가들은 이 문제를 곁가지, 부수적 사안이라고 치부한다. 그러나 평화의 소녀상“(1210회에 이른) 수요시위의 정신을 기리는 산역사의 상징물”(정대협 성명)이자 역사를 성찰하는 세계시민의 간절한 마음이 담긴 역사의 증언자다. 결코 곁가지가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11.2 청와대, ·일 정상회담)뉴시스

 

박정희 1965년 한일협정과 놀랄만큼 닮았다 1229 미디어오늘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한다” vs.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쐐기 박은 굴욕 협상

박근혜 대통령 3년차인 20151228일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는 박정희 전 대통령 3년차인 1965622일 한일협정과 닮았다. 국민 특히 피해자의 목소리가 무시됐고, 일본 정부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이며, 공동의 합의문을 만들지 않아 각국 정부와 언론의 입맛대로 해석할 여지를 남겼다. 해당 합의로 문제를 덮는 효과도 비슷하다.

 

지난 28일 양국의 합의내용은 위안부문제에 일본정부가 책임을 통감한다 아베 총리 사과 표명 한국정부가 설립하는 피해자 지원을 위한 재단에 일본정부가 자금을 내고 이후 양국이 협력해 사업을 한다는 것 등 세 가지다. 1965년 체결된 한일협정(한국과 일본 간 기본관계에 관한 조약과 부속 협정 4가지)과 비교해보자.

 

국민·피해자 목소리 외면 최종적으로 해결

1961년부터 김종필 당시 중앙정보부장이 비밀리에 진행한 한일협상 내용이 알려지자 1964년부터 국내에서는 한일회담반대운동이 시작됐다. 당시 김 전 부장은 2의 이완용이라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끝내 3억달러를 받으며 피해자 개인의 청구권 문제를 끝냈다. 지난 28일 외교장관회담 결과가 나오자 비판이 쏟아지는 것을 보면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김민철 민족문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29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이번 합의는 1965년 합일협정과 사실상 똑같다고 말했다. 지난 28일 한일 외교장관은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을 확인한다고 발표했다. 1965년 한국이 발표한 합의문에서 양국이 피해자 청구권 문제에 대해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한다고 한 것과 닮았다. 피해자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는데 최종적으로 해결한다는 것은 피해자의 목소리를 묵살하겠다는 뜻이다. 김 연구원은 그동안 피해자할머니들과 시민단체가 요구했던 것은 일본정부의 법적 책임을 묻고 교육사업, 즉 위안부 문제를 삭제했던 일본 교과서에 이를 다시 실어서 가르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일 합의문에는 이런 내용이 없다.

 

 

일본정부의 심기 건드리지 않기 배상 아니다

김 연구원은 합의문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더라도 (민간이 아닌) 국가 간에 문제제기를 하지 않겠다는 것인데 이것도 전적으로 일본 쪽 의견을 들어준 것이라며 명백하게 책임을 묻지 못하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일 외교장관은 “(양국) 정부는 향후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이번 문제에 대해 상호 비난·비판을 자제한다고 발표했다.

 

196210월 오히라 일본외상과 회담하고 있는 김종필 중앙정보부장(왼쪽).

박정희 정권은 1965년 한일협정에도 일본 정부의 책임을 묻지 않았다. 1960년 일본 극비문서에는 회담 이전부터 과거에 대한 보상없이 경제기술협력으로 해결하겠다는 전략이 담겨있다. 일본은 결국 독립축하금’ 3억달러를 한국 정부에 지급했다. 일본 정부의 불법행위에 대한 법적 책임을 위해서는 보상이 아닌 배상을 해야 한다.

 

지난 28일 기시다 일본 외상은 배상이 아니라며 도의적 책임이라는데 변함이 없으며 법적 책임은 (65년 청구권 협정으로) 해결이 끝났다는 점도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한국 대법원은 “(일제에 의한) 피해자문제, 반인도적 범죄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고 판결했는데 박근혜 정부가 이를 뒤집으며 일본 의견을 받아들인 것이다.

 

1965년 당시 피해자에 대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일본정부가 한국에 3억달러를 주면 국내에서 개인 피해자가 발생했을 때 해결하겠다고 합의했다. 하지만 일본은 1993년 강제징용 피해자 관련 기록을 한국에 보내 60년대 당시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 드러났다. 이번 위안부 문제 해결방식도 비슷하다.

 

합의문에 따르면 일본이 10억엔을 내면 한국이 재단을 만들어 위안부 피해자 해결을 위해 쓰겠다는 것이다. 김민철 연구원은 할머니들이 원하는 것은 돈이 아니라며 이미 1995년 아시아여성기금 창설했을 때도 피해자들이 돈을 원하는 게 아니라서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시 일본은 시민모금 6억엔, 정부 자금 48억엔을 냈지만 피해자들은 거부했다.

 

공동합의문 없어 제멋대로 해석

1965년 한일협정은 공동합의문이 없었고 한일정부가 각각 기자회견을 통해 각 국민에게 소식을 전했다. 한국정부는 당시 강제징용피해자의 미지불임금, 사망자 부상자에 대한 보상에 대해 앞으로 이를 더 이상 청구할 수 없다는 항목(청구권 8항목)을 빠뜨린 채 발표했다. 일본은 현재까지 이 항목을 근거로 개인청구권을 부정하고 있다.

 

윤병세(왼쪽)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위무상이 28일 오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지난 28일 역시 공동합의문 없이 각 외교장관이 기자회견을 통해 합의문을 전했다. 일본 외무상은 위안부 문제는 당시 군의 관여 하에 다수 여성에게 상처를 입힌 문제라고 애매한 표현을 사용했고 이를 조양호 국립외교원 교수는 일본 국고에서 나온 10억엔으로 피해자 지원이 이뤄지는 건 사실상 법적 책임을 수용했다고 해석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소녀상철거 문제는 일본 측 발표에는 없고,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발표에만 등장한다. 한국 측 합의문에는 한국정부는 일본정부가 주한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에 대해 공관의 안녕 및 위엄의 유지라는 관점에서 우려하고 있다는 점을 인지한다관련단체와 협의해 해결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김민철 연구원은 이는 한국 정부가 공권력을 동원해 소녀상을 철거하겠다는 것이라고 봤다. 이미 협상전인 지난 26일 일본 요미우리 신문이 한국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한국정부가 소녀상을 이전하도록 관련 시민단체를 설득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그러자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터무니없는 언론플레이라고 해명했지만 실제 합의문에는 소녀상철거가 언급돼 있다. 한국 정부가 언론플레이를 한 셈이다.

 

경제발전을 위한 한일협정, 군사협력을 위한 위안부협상

1965년 한일협정과 2015년 위안부문제 협상은 모두 양국 정부의 최종 목표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19627월 주일 미대사관에 발송한 미국무성 전문을 보면 한국정부 최고위층을 접촉해 청구권 문제를 청구권을 강조하지 않고 하나의 패키지(일괄타결)로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설득하라추가적인 압력이 필요하다면 미국의 개발차관 공여가 협상타결과 관련됐다고 말하라고 돼 있다.

 

해당 문서에는 한국의 경제발전을 위해 한일협정이 필요하고 금액의 성격이 중요한 게 아니라 액수가 중요한 것이라는 미국의 뜻이 담겨있다. 실제 박정희 정권은 이 자금 중 7370만달러로 1973년 포항제철, 280만 달러로 1970년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했다.

 

이번 위안부 문제 합의도 미국의 뜻이 반영된 결과다. 김민철 연구원은 위안부 자체의 문제보다 한일군사보호협정 등 군사동맹 강화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며 미국 입장에서는 한미일 삼각동맹 안으로 한국이 들어와야 하는데 위안부 문제가 계속 걸림돌이었으니까 불편하다’, ‘빨리 해결해라이런 요구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중학동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 사진=포커스뉴스

지난 2012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체결 직전까지 갔다가 여론의 반발로 유보됐다. 일본측이 제기한 군사정보보호협정과 상호군수지원협정 논의가 막히자 지난해 12월 국방부는 국회 동의가 필요 없는 한미일 군사정보 공유 약정을 추진했다. 한일 군사동맹 강화를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모습이다.

 

미국의 개입, 주도권은 누구에게

29일 중앙일보는 박 대통령 사실상 협상 지휘, 미국 끌어들여 아베 압박이란 기사에서 정부 관계자의 말을 통해 평소 정책 하나하나 꼼꼼히 챙기는 스타일을 감안하면 협상을 박 대통령이 이끌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 정부 인사들이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라고 일본을 압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민철 연구원은 한국이 미국을 동원했는지 미국에게 압력을 받았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개입돼 있다는 것이라며 협상 다음단계가 미국 주도하의 삼각동맹을 탄탄하게 만드는 것이 국제정치적 논리일 것이라고 말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28일 특별성명을 통해 한일 양국 위안부 문제 합의에 환영한다는 뜻을 전했다.

 

외교적 합의는 쉽게 깨기 어려운 약속이며 주변국에게도 영향을 끼치는 효과까지 있다. 1965년 한일협정은 족쇄가 됐다. 1990년 일본을 방문한 노태우 전 대통령이 “(65)한일협정보다 나은 조건으로 북한과 협상하지 말라고 요구했고, 결국 2002년 김정일-고이즈미 북일정상은 과거사에 대한 사과를 명시했지만 위안부 문제 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못한 반쪽짜리 공동선언을 가져왔다.

 

 

 

예비후보 살펴보니 너도나도 박정희 마케팅 1230 미디어오늘

청와대 자유게시판 모임? 박정희 육영수 좋아하는 모임? 15일부터 접수, 이만기·최교일·진성호 등 눈길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에 이색경력을 가진 인물이 예비후보 등록을 하면서 이목을 끌고 있다. 예비등록 후보자는 지난 15일부터 접수를 받고 있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통해 현황을 볼 수 있다.

 

서울 마포구을에 무소속 후보로 등록한 이랑씨는 자신의 직업란에 타투이스트를 기재했다. 대한타투협회 회장을 지냈던 이랑씨는 타투 합법화를 위한 법 개정을 주장해왔다. 지난 123일 국회 앞에서 문신을 직접 시술하는 퍼포먼스를 벌였고 시민의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해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및 의료법 위반 혐의로 조사했다. 이씨가 총선 예비 후보로 등록한 것도 문신 시술로 의료행위로 보고 문신사들의 시술을 막아온 현행법의 문제점을 알리고 문신 합법화에 대한 여론을 환기시키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구 수성구을 무소속으로 등록한 양명휘씨는 현재 직업을 피아노 강사라고 밝혔다. 세종특별자치시에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등록한 임병철씨는 미국 로스엔젤레스 시 주민의원(2지역구)이라는 경력을 내세웠다.

 

경기도 광주시에 무소속으로 등록한 박일등씨는 전직 프로권투 세계랭킹전에 출전한 경력을 적었고 현재 직업을 구두닦이라고 밝혔다. 전북 남원시순창군에 무소속으로 등록한 노병만씨는 "대한민국과 다른 6개국 합작 독도 다큐멘터리 제작에 참여", "대한민국 독도 1인 시위자로 일본국회 56회 방문"이라는 내용의 경력을 제출했다. 부산 해운대구 기장군갑 무소속 후보로 등록한 최선명씨는 25살로 백화점에서 근무한 경력을 써냈다.

 

경력에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과의 인연을 앞세워 대통령 마켓팅을 적극 펼치고 있는 모습도 눈에 띈다. 서울 중랑구을 새누리당 후보로 등록한 이기창씨는 자신이 현 경력을 청와대 자유게시판 모임 회장이라고 썼다. 서울 구로구을 새누리당 후보로 등록한 강요식씨는 박근혜 대통령 후보 SNS 소통자문위원장을 전직 경력으로, 관악구갑 새누리당 후보로 등록한 정재선씨는 박정희 대통령 정신문화원 원장을 현재 경력으로 적어냈다.

 

부산 중구동구 새누리당 후보로 등록한 한선심씨는 박정희 대통령·육영수 여사 숭모회 수석부회장을 역임한 것을 현재 경력으로 제출했다. 경상북도 구미시갑 새누리당으로 등록한 채동익씨는 자신의 현직을 '박정희 대통령 육영수 여사 좋아하는 모임' 공동 대표라고 밝혔다.

 

뼈아픈 낙선의 경험을 가지고 있는 인물과 전직 국회의원들의 후보 등록도 줄을 이었다. 

진성호 전 의원은 부산 연제구에 등록하면서 TV조선 '돌아선 저격수다' 진행자라고 전직 경력으로 밝혔다.

 

지난해 7. 30 재보궐선거에서 서울 동작을 지역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를 놓고 당 지도부가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전략공천하면서 강력히 반발했던 허동준 동작구을 지역위원장도 후보로 등록했다. 당시 안철수-김한길 지도부는 광주 광산을에 출마 뜻을 밝혔던 기동민 전 부시장을 동작을에 전략 공천했고, 허동준 위원장은 이에 반발해 전략공천을 수용한다는 기 전 부시장의 기자회견장에 난입해 공천 원칙을 지키라며 당 지도부를 향해 패륜적 행동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지난 4. 29 재보궐선거에서 정태호 후보에게 밀려 공천을 내줬던 김희철 전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지난 18일 예비 등록했다. 하지만 김 전 의원은 지난 23일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고 안철수 신당에 합류할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새누리당 당 대표 경선 당시 김무성 대표의 비서실장을 맡았던 안형환 전 의원은 송파구갑에 출마했다. 안 전 의원의 원래 지역구는 금천구였다. 최근까지 종합편성채널 패널로 출연해 정치 현안을 논평했다.

 

지난 2005년 피감기관이었던 검찰 간부들과 술자리를 했던 게 드러나 비난을 받았던 주성영 전 의원은 대구 북구을에 등록했다. 지난해 7. 30 재보궐선거에서 대전 대덕구로 출마해 특정 인사 경선 배제를 주장했지만 수용되지 않자 사퇴했던 최명길 전 MBC 유럽지사장은 대전 유성구로 둥지를 바꿔 등록했다.

 

임태희 전 이명박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해 7.30 재보궐선거에서 낙선했던 성남시분당구을에 재도전장을 냈다. 임 전 실장은 이곳에서 16대부터 18대까지 국회의원을 지냈다. 서민의 삶을 체험하겠다고 나서 후기로 '최저생계비 6300원 황제의 삶'이라는 표현을 써 국민적 비난을 받았던 차명진 전 한나라당 의원은 경기도 부천시 소사구에 등록했다.

 

▲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지난해 7. 30 재보궐선거 순천시곡성군 지역에서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에 패하면서 호남을 새누리당에 내줬다고 비판을 받았던 서갑원 전 의원도 순천시에 다시 도전장을 냈다.

 

후보자 중 경찰 출신 경력이 많은 것도 특징이다. 세종특별자치시 새누리당으로 등록한 박종준씨는 충남지방경찰청장을 지냈다. 같은 지역구에 더불어민주당으로 등록한 유재호씨는 충남경찰청 기획예산계장을 전직 경력으로 썼다.

 

이철규 전 경기도 경찰청장은 강원도 동해시삼척시에 새누리당 후보로, 정해용 전 강원경찰청장은 강원도 철원군화군천양구군인제군 새누리당 후보로 등록했다. 김기용 전 경찰청장은 충청북도 제천시단양구에 새누리당 후보로 등록했다.

 

TV에서 자주 봤던 인물도 후보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대표적으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씨름선수 출신 이만기 교수는 김해시을 새누리당 후보로 등록했다. 종편에서 정치평론가로 나왔던 정군기씨는 경기도 고양시일산동구에 새누리당 후보로 등록했다.

 

김무성 사위 마약 사건 변호 논란이 일었던 최교일 전 서울중앙지검장은 경북 영주시에 새누리당 후보로 등록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으로 물러난 서천호 국정원 제2차장은 경상남도 사천시남해군하동군 새누리당 후보로 등록했다.

 

 

안철수 신당이 제1야당 된다1230 미디어오늘

[정용인의 시사주간지 리뷰] 김경재 전 청와대 특보 "문재인 설 자리 잃고 박원순에게 밀릴 것

0. 병신년 새해 첫 번째 시사주간지 리뷰입니다. 예년을 생각하면 신년호 기획에 상당한 공력이 들어가기 마련인데, 이번 발간된 시사주간지들을 보면 왠지 소소하게 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워낙 혼이 비정상적인사건이 많아서 일까요.

 

안철수 신당은 여전히 모든 시사주간지에서 공통적으로 다루는 핫한 이슈입니다. ‘시사인이 커버스토리로 다뤘네요. ‘한겨레21’은 한걸음 더 나아가 여야 대선주자 분석을 내놨습니다. 세보니 18명입니다. ‘주간조선은 작은 도서관들이 곳곳에 들어서고 있는 파주시의 사례를 커버로 올려놓고 있습니다. ‘시사저널亂世라는 키워드로 2016년 경제위기 담론을 다루고 있습니다. ‘주간경향은 총선의 해를 맞이하여 지난 총선과 대선의 키워드였던 복지가 아직 이뤄진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정치권 공약에서 사라지고 있는 상황을 다루고 있습니다. ‘주간동아는 농협면세유 장사를 다뤘습니다. 면세유면 쌀 줄 알았는데, 1천억원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합니다.

 

1. 시사주간지들이 2016년을 바라보는 관점은 무엇일까요. 결국 총선의 해입니다. 별 일없었다면 논점은 새누리당의 석권-야권은 개헌 저지선 의석을 확보할 수 있을까 라는데 형성되었겠죠. 그런데 안철수 의원의 탈당 및 신당 작업이라는 변수가 2015년 마지막 달에 발생했습니다. 데이터를 보면 안철수 신당은 19~20% 대의 지지세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거품일까요 아니면 야권지각변동으로 현실화될 수 있는 것일까요.

 

시사인의 커버스토리 기사는 과거 안철수와 함께 한 사람들의 시각을 통해 안풍(安風)의 실상을 규명하려는 시도를 합니다. 과거 안철수는 대선출마-출마포기-새정치 정당 추진-당시 민주당과 합당이라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그와 함께 하고 갈라서기도 했죠. ‘과거 안철수와 함께 했던 사람들의 의견은 엇갈립니다. 3세력 추진에 지금이 적기라고 보는 사람도 있는 반면, “안철수 현상은 꺼졌다고 평가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시사인의 기획에서 아쉬운 대목은 핵심인사들, 판을 만들고 기획해왔던 유력인사들의 생각을 알고 싶은데, 잘 보이지 않네요. 예를 들어 금태섭 변호사가 지난 번 출간한 책 <이기는 야당을 갖고 싶다>를 보면 시골의사 박경철이 안철수의 주요행보에서 배후의 비선 역할을 했다고 폭로했는데, 박경철씨 같은 분이나 금변호사의 목소리 같은 것 말이지요.

 

2. 시사주간지들의 안철수 관련 기획에서 눈에 띄는 것은 시사저널에 실린 김경재 전 청와대 특보, 정운찬 전 총리의 인터뷰입니다. 김경재 전 청와대 특보 인터뷰 기사의 제목은 안철수 신당이 제1야당이 될 듯이라는 그의 발언 중에서 뽑았습니다. 기사를 쓴 김현일 대기자는 한국 정치판을 가장 정확하게 읽는 것으로 정평이 난 김경재라고 합니다. 김경재 전 특보의 말을 옮겨보죠. “새 피가 어느 쪽으로 쏠리는가가 관건인데 안 의원이 유리하다. 문 대표가 새 인물을 영입한다지만 해봤자 빤하다. 삼민투 출신이 중심에 있는 노사모들은 프로그램이 없고, 그래서 인물을 못 끌어들인다. 호남은 안쪽으로 다 넘어간다. 호남은 서울 유권자와 연결돼 있고, 이기는 쪽에 표를 몰아줄 것으로 안 의원이 절대 유리하다.” 김 전 특보가 말하는 이후 전망문재인 대표가 설 자리가 없어지고, 당내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밀릴 것이라는 것입니다. 이 잡지는 창당 직전 문자메시지로 뵙고 싶다고 말한 정운찬 전 총리의 인터뷰도 싣고 있는데, 정운찬 전 총리는 이렇게 말합니다. “안 의원이 언제 철수할지 모르잖아. 안 의원을 안 믿는다. 금방 깨질 것이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안철수 무소속 의원. 포커스뉴스

3. 앞서 신년호다운 기획이 눈에 띄지 않는다고 했는데, 그마나 공력이 들어간 것이 눈에 띄는 표지기획이 한겨레21의 기획입니다.

“1997년 대선부터 2014년 지방선거까지 전적이 19163(승률 842), 탄탄한 고정팬(영남보수층)을 바탕으로 극강의 모습을 이어왔다. 감독(박근혜 대통령)의 강인하고 저돌적인 야구스타일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이 기획의 여당 단일팀 전력분석의 서두입니다. 이렇게 치환하는 것이 가능하군요. 총선대선을 야구경기에 비유해 분석한 기사입니다.

야권의 주요플레이어로 말하자면 문재인은 중견수로 ‘2012MVP선수이자 팀 훈련에서 부상 경험이 있고, 안철수는 우익수입니다. “최근 FA(자유계약선수) 선언, 높은 장타율(중도층으로 지지확대)”, 박원순도 볼까요? ‘거포 3루수라는 설명이 붙어 있습니다. 여권의 김무성은 1루수로 되어 있는데, “팀 분위기를 이끄는 안정감 있는 주장이라고 합니다.

 

이 기획은 우리리서치,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올해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까지 ‘3연전 관전포인트를 분석하고 있는데, 여론조사 뿐 아니라 애니어그램분석까지 덧붙여 각 주자의 장단점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일단 재미있게 읽히는 기사이긴 합니다만, 기사를 다 읽고 난 다음에 뇌리에 남는 것은 기획의 전체 제목입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맞습니다. 야구에서 9회말 2아웃 상황에서 역전이 가능하듯, 정치도 항상 플레이어 당사자의 의도와 예측을 배신하는 살아있는 생물이었습니다.

 

4. “복지는 갈등의 언어가 되었다.” ‘주간경향의 커버기사를 여는 말입니다. 2012년 총선 당시 여야는 앞 다퉈 복지 공약을 내세웠습니다. 복지는 희망의 상징이었지만, 지금은 갈등의 언어가 되었고, 그 중심에는 대선 때 내놓았던 복지공약을 뒤엎은 박근혜 대통령이 있다고 잡지는 지적합니다. 20대 총선, 이제 여당은 더 이상 복지를 말하지 않습니다. 새누리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이 내놓은 보고서는 한국경제가 국가의 능력은 고려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외치는 무상복지병에 걸렸다고 말합니다. 야당도 “20대 총선에서는 19대 총선처럼 복지를 전면에 내걸기는 힘들 것 같다고 말합니다. 재원마련 방안 법인세 인상과 같은 무한루프에 빠질 위험 때문이라는 거죠. 그런데 여론조사를 해보면 여전히 양극화가 심각하며’(85%), ‘경제개혁과 빈부격차 해소가 중요하다’(50.6%)가 높게 나옵니다.

결국 저부담저복지 국가를 중부담중복지 국가로 가도록 해야하는데, 거기서 중요한 것은 증세이지만 증세를 말하는 것은 여야 모두 선거를 앞두고 부담을 갖고 있다고 기사는 지적합니다. 그러다보니 성장은 항상 사회적 논쟁구도에서 쉽게 통과하지만, 분배는 기득권에 의해 차단되거나 지연되어 결과적으로 성장만 말하게 되는 악순환”(김기식 의원의 말)이 벌어진다고 이 잡지는 지적합니다. 곰곰이 생각해봐야할 문제입니다.

 

5. 인구 43만명의 파주시에는 공공도서관이 13, 작은 도서관이 55(공립 6, 사립 49)이 있습니다. 군부대가 많은 지역 특성상 병영도서관도 13곳이 있습니다. 도서관 1곳 당 인구는 3700명으로, 독일(1225), 영국(15200)에는 못미치지만 미국(33000), 일본(39000)보다는 낮습니다. 2013년 기준으로 한국 평균 59000명보다는 많은 도서관이 있는 셈인데요, 어떻게 이게 가능했을까요.

주간조선이 주목하는 것은 도서관 정책에 시민을 끌어들이고 네트워크를 만드는 데 핵심 역할을 했던 인물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교하도서관의 윤명희 관장인데, 사람들은 그를 도서관의 작은 거인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초기엔 예산도 없어 시민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했고, 어머니 독서교실, 동아리 등을 만들어냈습니다. 작은 도서관을 쫓아다니면서 지원을 위한 평가기준을 마련하고 파주출판도시의 출판인들도 끌어들여 공존을 모색했다고 합니다. ‘그 네트워크가 파주 도서관의 원동력이다라는 것이 주간조선의 결론입니다. 도서관이 아니라 사실상 독서실인 게 과거 도서관의 일반적인 행태인데 공간을 바꿔 가족과 함께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낸 것도 파주 도서관의 힘이라고 기사는 전하고 있습니다.

 

기사에서는 24시간 운영하는 도서관 지혜의 숲을 기획해낸 한길사 김언호 대표 인터뷰도 전하고 있는데, “숲 속 책 읽는 마을을 만드는 것이 꿈이라는 그의 말이 유난히 눈에 들어옵니다. “11평 정도 크기의 집 20~30채 지어 전부 도서관을 만드는 겁니다. 별도 보고 달도 보고 나무들 합창 소리도 들으면서 책도 읽고 토론도 하고 낭독회도 하고, 저자들의 와서 강의도 해주고 숲 속 음악회도 열고 전국에 여러 곳 만들어놓으면 굉장한 교육장이 됩니다. 휴가는 그런 곳으로 가는 거죠.” 일단 강원도 쪽에 제일 먼저 지을 후보지를 물색해놓은 상태라고 합니다.

 

6. 2015년 말 기준으로 전국 주유소는 12215곳입니다. 이 가운데 10%1175개 주유소를 전국 단위농협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다른 주유소는 평균매출이익률이 하락하고 있는데, 전국적으로 농협주유소의 매출이익률은 해마다 큰 폭으로 상승했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주간동아가 전하는 바에 따르면 세금이 붙은 일반 석유제품의 이익률은 대폭 낮춘 반면, 농민, 어민 임업인 등 이른바 면세유 구매자격을 갖춘 이들에게는 평균 이익률을 상회하는 이윤을 붙여 폭리를 취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잡지에 따르면 지난 2012년 과세 휘발유 판매 매출이익률은 3.8%에 그친 반면, 면세휘발유 매출이익율은 9.4%에 달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게 매년 상승합니다. 2013년에는 11%, 2014년에는 16%, 2015년에는 20%가 넘었습니다. “정부가 농어민의 영농 지원을 위해 세금을 면제해줬지만, 정부와 농어민의 중간에서 면세유를 관리감독하고 판매해온 농협이 농어민에게 바가지를 씌워 제 배만 불려온 셈이라고 이 잡지는 말합니다. 재주는 정부는 부리고 돈은 농협이 챙긴 거죠.

 

세법을 만드는 기재부에서는 면세유 판매가격을 결정할 권리가 없기 때문에 법위반은 아니지만, 마음대로 폭리를 취해온 것에 대해서는 농민단체가 면세 폭만큼 가격을 낮춰달라고 조직적으로 협상하고 가격 인하를 요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이 잡지는 결론을 내립니다.

 

7. ‘시사저널의 커버스토리 亂世난세라는 게 뭐냐. 난세란 바로 약자의 지옥이다라는 사극 대사를 인용합니다. 2016년 경제위기가 오면 피해를 보는 사람은 약자, 즉 서민일 것이라는 것입니다.

이 잡지는 ‘20대 신입사원 희망퇴직으로 논란을 빚은 두산인프라코어 퇴직자 인터뷰를 통해 이 사건의 뒷이야기도 전합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청년고용정책과 두산 인프라코어 사건이 맞물려 있다는 것입니다. “실무진의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 이야기하는 청년 고용과 맞물리면서 윗선의 고집으로 두산 쪽도 신입사원을 꽤 많이 뽑았던 것으로 안다.” 희망퇴직이 새로운 사건은 아닙니다. 취업이 안되는 것도 문제이지만 어렵게 확보한 일자리를 오래 유지할 수 없는 현실은 더 큰 비극이라고 잡지는 전합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경제적 행복지수에 따르면 2014년을 기준으로 가장 불행한 그룹이 ‘40-이혼-자영업-남성-대졸자라고 합니다. 그림이 그려지지 않습니까. 지갑을 닫은 가계의 가장 큰 불안 요소는 빚입니다.

잡지의 결론은 우울합니다. “이제 개개인이 난세에 답하는 법을 찾아야 할 때가 왔다. ‘만인이 만인에 대한 투쟁의 시대. 각자 도생의 시대다.” ‘난세에 맞서는 현실적 조언도 기획에는 덧붙여 있습니다. 자산관리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주택규모가 크다면 과감하게 줄여 부채를 축소할 것. 그리고 미루지 말고 연금상품 가입을 적극 고려할 것. 매매가대비 90% 전세가율에 달한 상황에서 전세금을 날리지 않으려면 반전세로 전환하거나 전세보증보험을 드는 것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등등. 일반적으로 흔히 들을 수 있는 조언입니다만, 그만큼 한국경제상황이 실제로 좋지 않은 국면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경고이겠죠.

 

한국형 기본소득, 중산층·소상공인에 달렸다 1223 시사인

기본소득 지지자들은 ‘OECD 평균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말처럼 간단하지 않다. 조세저항 때문이다. 부분적 기본소득 모델을 다양하게 설계할 수 있지만 그 수혜층이 증세에 동의할 정도로 공고한지 검증된 바 없다.

한국도 기본소득이 될까?” 이 질문은 적어도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담고 있다. 첫째, 국가재정이 감당할 여력이 될까. 둘째, 정치적으로 이 길을 다수가 지지하도록 만들 수 있을까.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등 기본소득 지지자들의 주장을 따져봤다.

 

재정 문제부터 보자. 기본소득 운동의 핵심 이론가인 한신대 강남훈 교수(경제학)2018(다음 대통령의 임기 첫해다) 기준 기본소득 재정모형 설계를 보면, 전 국민 기본소득 ‘30만원‘40만원두 가지 경우를 상정하고 있다. 기본소득을 30만원으로 가정할 경우 4인 가족은 월 120만원을 받게 된다. 올해 기준 4인 가족 최저생계비는 1668329원이다.

 

2018년 인구는 5114만명으로 추정된다. 1인당 월 30만원씩 지급한다고 할 때 1년 예산으로 184조원이 필요하다. 이만한 신규 재정 수요는 감당할 방법이 없다. 2016년 국가 예산 규모가 386조원이다.

 

하지만 기본소득을 도입할 경우 현재의 복지 중 없애거나 줄일 항목이 몇 있다. 먼저 기준소득선 아래로 버는 65세 이상 노인이 받는 기초연금이 있다. 기초연금은 20만원 안팎으로 기본소득보다 낮아서 완전 대체가 가능하다. 2018년 기준 9조원 정도다. 비슷한 원리로 무상보육 예산, 기초생활보장 예산, 공무원연금·군인연금·사학연금 지원 예산 등을 대체하거나 줄인다. 이렇게 줄어드는 복지 예산이 27조원쯤 된다.

 

 

이건희도 30만원 200951일 옛 사회당 당원들이 노동절 집회에서 모두에게 기본소득을 보장하자는 주장과 함께 피켓을 들고 있다.

 

그래도 157조원을 더 만들어야 한다. 기본소득 지지자들은 증세는 불가피하며, 또 가능하다라고 주장한다. OECD 기준으로 한국은 저부담 저복지 국가의 대표 격이다. 2013년 기준 한국의 총조세수입은 GDP 대비 24.3%였다. 이걸 OECD 평균 수준인 34.1%로 끌어올릴 경우 추가로 확보되는 재정이 188조원이라고 강 교수는 추산했다. 30조원이 오히려 남는데, 이건 교육과 의료 복지를 강화하는 데 쓴다는 구상이다.

 

‘OECD 평균만큼만 걷어도 전 국민 기본소득을 줄 수 있다는 논리는 여기서 나온다. 증세의 경기 위축 효과와 기본소득의 경기부양 효과 등 여러 파생효과는 이 계산에 반영되지 않았다.

 

문제는 있다. ‘OECD 평균이라는 게 말처럼 간단하지 않다. 조세저항 때문이다. 올해 1월에는 별달리 증세라고 하기도 힘들었던 연말정산 제도 개편 하나로 정권이 지지 기반 붕괴 위기를 겪었다. 조세에 대한 신뢰도가 낮고, 내가 낸 세금이 내 주머니로 다시 돌아온다고도 거의 믿지 않는다. ‘평균으로 가는 길은 지독히 험난하기 때문에 이행 전략이 필요하게 된다.

 

여기서부터는 정치의 영역이다. 기본소득 지지자들은 우선 내 세금으로 이건희에게 30만원을 줘야 하나?”라는 질문에 답을 해야 한다. 거기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그를 위한 증세에까지 여론이 동의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거의 불가능해 보이는 과제다. 어떤 답을 준비하고 있을까.

 

재분배의 역설이라는 개념이 있다. 스웨덴의 발테르 코르피와 요아킴 팔메 교수가 1998년 논문에서 제시했다. 저소득층에게만 선별복지를 할수록 저소득층의 복지 혜택이 오히려 줄어들고, 소득을 가리지 않고 보편복지를 할수록 저소득층의 혜택도 늘어난다는 역설이다. 핵심은 중산층이다. 저소득층 선별복지에는 얻을 것 없는 중산층이 반대하지만, 전 국민 보편복지에는 중산층도 세금 부담보다 혜택이 많으므로 지지한다. 따라서 보편적 복지 지출은 중산층까지 연합하는 다수파를 만드는 반면, 선별복지는 정치적 공격에 늘 취약해진다.

 

기본소득은 보편복지 중에서도 가장 알기 쉬운 모델이다. 기본소득 지지자들은, 일단 한번 기본소득이 도입되면 중산층의 지지가 확보되기 때문에 후퇴는 불가능하다고 믿는다. 수혜 블록이 다수파를 형성하는 순간 정책을 되돌리기는 매우 어렵다. 그런데 일단 한번 도입되면이야말로 진정한 난제다. ‘188조원 증세이건희에게도 30만원을 한 번에 설득해낼 방법은 없다.

 

한국의 기본소득은 대규모 증세와 한 쌍

하지만 기본소득은 전 국민 현금 지급이라는 하나의 형태만 있는 게 아니다. 일종의 부분적 기본소득 모델을 다양하게 설계할 수 있다. 노인 기본소득, 장애인 기본소득, ·유아 기본소득 등의 정책이 도입되면 기본소득으로 가는 가교 구실을 한다고 기본소득 지지자들은 믿는다. 점진적 확장 전략인 셈이다.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는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20만원씩 연금을 주겠다고 공약했다. 노인 기본소득이다. 0~5세 무상보육 정책은 영·유아 기본소득과 유사하다. 성남시는 청년배당이라는 이름으로 19~24세 청년에게 연간 100만원을 지급하는 정책을 추진한다. 청년 기본소득이다. 성남시는 이 정책에 대한 연구용역을 기본소득 이론가인 강남훈 교수에 의뢰했고, 이재명 성남시장은 청년배당을 명시적으로 기본소득 정책이라고 부른다. 강남훈 교수는 무상급식 정책도 기본소득의 범주에 포함시킨다. ‘학생에게 지급되는 현물 기본소득이라는 이유다.

 

일단 도입된 기본소득은 되돌리기 어렵다는 특성을 고려하면, 사소한 진전도 무시할 것이 못 된다. 그것이 새로운 기준선이 되고, 기본소득 정책의 수혜층이 쌓여간다. 이렇게 점진적으로 다수파를 형성해간다면 어느 순간 기본소득이 대세를 형성하리라는 기대를 활동가들은 공유한다.

 

치명적인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한국에서 도입된 부분적 기본소득 정책 중에 증세를 동반한 모델은 없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기초연금과 무상보육을 증세 없는 복지라는 슬로건으로 얼버무리며 재정 압박을 감수하고 있다. 성남시는 재정이 상대적으로 낫고 청년배당은 필요 예산도 크지 않다. 무상급식 정책도 전체 교육예산의 증가를 동반하지 않았다.

 

강남훈 교수는 이 이행 전략의 딜레마에 힌트를 얻기 위해 성남시 청년배당을 설계할 때 지역화폐개념을 도입했다. 지역화폐는 성남시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데, 이 덕분에 소상공인들이 청년배당 지지로 돌아섰다. 강 교수는 중산층과 소상공인을 증세까지 포함한 기본소득 정책의 지지자로 포섭해내느냐가 핵심이다. 수혜를 분명히 체감하도록 정책의 혜택을 정확히 주면서 과감하게 증세 동맹을 구축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국의 기본소득 지지자들에게 최대의 장벽은 늘 이 대목이다. 조세부담률이 높아서 기존 복지제도의 조정으로도 기본소득을 시도해볼 만한 유럽 국가들과 달리, 한국은 기본소득이 대규모 증세와 언제나 한 쌍이다. 부분적 기본소득 정책은 분명 수혜층을 늘린다. 하지만 그 수혜층이 증세까지 동의할 정도로 공고한지는 검증된 적이 없다. 집권 가능한 정치세력 중 그것을 검증해볼 의사가 있는 정당도 현재까지는 없다.

 

마틴 루터 킹 암살도 기본소득 때문

국가가 모든 국민에게 월급을 준다는 기본소득 제도는 일견 황당하게 들린다. 한국 사회에서는 좌파 포퓰리스트정책 가운데서도 너무 심한 주장으로 간주될 수 있다. 그러나 알고 보면, 기본소득론은 긴 역사와 탄탄한 지지자들을 끼고 있는 이론이다. 밀턴 프리드먼,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 폴 새뮤얼슨 같은 세계적 경제학자들이 자본주의 체제 수호효율성 높이기등의 이유로 기본소득을 제안했다.

 

최근 핀란드가 주목받는 이유는 국가 차원에서 기본소득 제도를 추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른바 자유경제의 주도 국가인 미국 역시 한때 전국적 차원에서 기본소득 법안을 입안한 바 있다. 강남훈 한신대 교수의 글 <우리 앞에 다가오고 있는 기본소득’>에 따르면, 미국에서 기본소득론의 선구자는 저명한 흑인운동 지도자 마틴 루서 킹 목사다. 그는 1968완전고용이 불가능하다면 소득보장이라도 실현하라고 요구하던 중 암살당했다. “사악한 베트남 전쟁에 350억 달러를 쓰고, 사람을 달에 보내는 데 200억 달러를 사용하는 나라라면, 하나님의 자녀들이 대지 위에 자신의 다리로 서는 데 수백억 달러를 쓸 수도 있다라고 주장하던 참이었다. 킹 목사 서거 직후 새뮤얼슨 등 경제학자 1000여 명이 보장소득 촉구성명서를 내자, 닉슨 대통령은 모든 미국인 가족들을 대상으로 최저 소득을 보장하는 정책을 발의했다(1969). ‘가족 최저소득1600달러 이하의 가구에 모자라는 부분을 보조금으로 지급하는 제도다. 미국 의회 하원에서 통과되었으나 상원에서 부결됐다.

 

1970년대에는 미국과 캐나다의 여러 지역에서 기본소득 실험이 전개되었다. 빈곤층 가운데 일부 가구를 선정해 일정 기간 기본소득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실험의 목적은, 기본소득으로 최저 생계를 보장받은 가구 구성원들이 그냥 빈둥거리며 지내는지 혹은 일자리를 구해 자신의 처지를 개선하려 노력하는지 살피는 것이었다. 미국 덴버와 시애틀의 5000가구에는 연간 3800~5800달러(요즘 시세로는 2500~4000만원)를 기본소득으로 지급했는데, 이로 인해 노동을 작파하는 경우는 극히 드문 것으로 조사되었다. 캐나다 도핀 지역에서는 5년 만에 빈곤 가구가 사라졌다. 우간다에서도 실업자들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니 노동시간이 오히려 17%, 소득은 38%나 올라갔다. 지금도 기본소득 지지자들은 이런 사례들을 기본소득의 현실적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한편 스위스가 내년 11월에 기본소득제 도입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하고, 네덜란드의 일부 도시도 생계비 중 일부를 지급하는 제한적 기본소득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AP Photo 마틴 루서 킹 목사(왼쪽)는 미국 기본소득론의 선구자다. 닉슨 대통령(오른쪽)도 관련 정책을 발의했다.

 

억압이 있는 곳에는 어김없이 저항의 꽃이 피어나는 법이다.

 

돈 먹고 나팔 불어 주는 먹물들 때문에 2016.1.5. 주간경향

지금 지식인들은 한국 사회의 문제를 외면하는 편의적인 침묵으로 위안을 삼거나, 돈을 먹고 기득권의 나팔을 불어 주는 생계형 대변인을 자처하기도 한다. 그나마 얄팍한 지식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해 보려는 시도조차 많지 않다.

 

이번 칼럼으로 독자들과 작별한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무엇을 써야 할지 머리가 멍하기도 하고, 또 쓰고 싶은 말이 넘쳐나기도 한다. 붓방아 끝에 횡설수설 주제를 잡아 보았는데 장고 끝에 악수꼴이 되지나 않았을까 염려스럽다. 그동안 관심을 가져주신 독자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섣부른 한 줌의 지식을 자랑하다가

 

한국 사회는 분명 퇴보하고 있다. 2002년 월드컵이 열렸을 때 젊은이들은 몸에 태극기를 두르고 이 땅에 태어난 것을 자랑스러워했다. 그런데 불과 13년이 흐른 지금 이 땅은 헬조선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부조리의 도가니가 되고 있다. 현실을 개탄하는 목소리는 많고, 뜻을 가진 사람들도 적지 않지만, 상황은 점점 안 좋아지고 있다.

 

잠시 잊고 살았던 단어들도 다시 귀에 들린다. 가난. . 독재.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섣부른 한 줌의 지식을 자랑하다가 역사를 그르친 경우도 있고, 노골적으로 권력의 참호 속으로 피신했다가 깨어난 포스처럼 부활한 다크 사이드를 제대로 규율하지 못한 탓도 있을 것이다.

 

 

청년단체 청년공감 회원들이 지난 109일 서울 서대문구 창천문화공원에서 청년들의 현실을 이야기하는 청년불만 스테이지를 열며 헬조선 뒤집기 딱지치기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김창길 기자

 

섣부른 한 줌의 지식이 역사를 잘못 이끈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이 경우 부득이 생존해 있는 선배들을 건드릴 수밖에 없다. 개인적 감정은 없다.) 김영삼 정부 때 교육개혁을 추진했다. 몇몇 경제학자들이 교육에도 경제학의 시장원리를 도입해 효율성(교육 용어로는 수월성)을 제고하자는 취지로 개혁의 방향을 잡았다. 경쟁이 있으면 시장 성과가 높아지고 소비자 후생이 증가한다고 배웠기에 그들은 대학 설립 준칙주의라는 것을 들고 나왔다. 일정한 설립요건만 갖추면 누구든지 대학을 설립할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허물어 대학 간 경쟁을 촉진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두 가지 중요한 점을 간과했다. 첫째, 대학은 경쟁의 원동력이 되는 이윤 동기에 의해 발전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새로 설립된 대학은 대부분 진리 탐구라는 심오한 목표를 추구하는 대신 손쉬운 학생 장사에 몰두했다. 이윤 동기는 존재했으나 그것이 대학사회의 발전을 이끌어내지는 못한 것이다. 오히려 섣부른 이윤 동기의 확산은 기존 대학들마저 진리 탐구라는 최소한의 립서비스를 던져버리고 노골적인 비용절감에 편승하도록 하는 악영향까지 미쳤다.

 

그들이 간과한 두 번째 측면은 경쟁에는 비용이 수반된다는 것이었다. 경제학 교과서에 경쟁의 혜택은 잘 나와 있지만 경쟁의 비용은 잘 나와 있지 않다. 그래서 경제학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사람들은 종종 경쟁의 성과를 과대평가하는 편견을 가지기 쉽다. 잘 드러나지 않는 경쟁의 비용 중 하나가 퇴출비용(exit cost)이다. 경쟁에서 패배한 기업은 그 산업에서 빠져나와야 하는데, 이것이 맨입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경제학에서는 퇴출비용이 큰 산업의 경우 진입을 적당한 수준에서 통제하고 그 대신 규제를 통해 성과를 조율한다. 금융산업이 그 대표적 예다. 교육도 이와 비슷하다. 그런데 거기다 섣부른 준칙주의를 적용했으니 그 결과는 불문가지다. 지금 대학 구조조정이 당면 현안인 이유가 노령화에 따른 취학인구 감소 때문만은 아닌 것이다.

 

정책이 핵심을 찌르지 못하니 제대로 된 성과를 내기 어렵다. 이런 경우 다크 사이드는 잠시 참호 속으로 피신해서 지나가는 소나기를 피한 후 때가 되면 다시 고개를 드러낸다. 우리 사회에서 이런 예가 어디 한둘이겠는가만은 이왕 예를 교육으로 잡았으니 그쪽으로 조금 더 생각해 보자.

교육개혁의 핵심은 사학재단의 개혁이다. 이들이 고등교육의 공급에 관한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영삼 정부의 교육개혁이 겉멋에 홀려 있는 동안 문제 해결의 진정한 본질인 사학재단에 대한 개혁은 한 걸음도 제대로 나아가지 못했다. 학교는 여전히 설립자나 그 후손의 사유재산이고, 이 재산은 매매의 대상이고, 이 권리는 언론과 관료, 법원이 철석같이 단단하게 보호해주고 있다. 설립자는 그 대가로 이들에게 이사 자리 하나씩 나누어주거나 그 아들 딸을 교수로 채용해주면 그만이었다.

 

 

대학 공공성 실현 대학생 네트워크 모두의 대학회원들이 지난 10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교육부의 대학 구조개혁 평가 결과에 대해 비판하고, 교육부에 공개질의서를 보내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회원들은 고등교육 재정을 늘리고, 사학재단의 전횡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 김영민 기자

 

우리 사회 퇴보에 혁혁한 공을 세우다

물론 개혁의 가랑비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어렵사리 사립학교법을 개정해서 이사회에 의무적으로 개방이사를 두도록 했지만 지금 개방이사를 두고 있는 사학재단은 거의 없다. 사학재단들은 불편한 개방이사를 두느니 차라리 그 자리를 공석으로 두고 나머지 이사들만 자기 맘에 맞게 선임하는 눈가림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눈가림조차 불법이다. 사립학교법은 이사회에 결원이 생기면 개방이사부터 선임토록 했기 때문이다. 감독당국인 교육부는 참여정부 때까지는 눈을 부라리며 이 조항을 들이댔지만 이명박 정부 때부터 먼 산만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래서 많은 유명 사립대학들은 사립학교법을 위반하고 있다. 다크 사이드는 완벽하게 깨어난 것이다. 지식인은 침묵했다. 그만큼 역사는 퇴보했다.

 

얄팍한 지식과 뿌리 깊은 기득권의 어색한 만남이 역사의 진전을 막고 역류시키는 현상은 비단 교육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언론에도, 공무원 사회에도, 법원에도 존재한다. 대다수 국민들이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정치권은 어쩌면 상대적으로 투명한 곳일지도 모른다. 그들은 정기적으로 선거라는 제도를 통해 검증받고, 선거에서 떨어지면 처참한 지옥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다른 곳에서 얄팍한 지식, 돈 먹고 나팔 불어주는 지식이 뿌리 깊은 기득권의 하녀 노릇을 하면서 우리 사회의 퇴보에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무엇을 어찌해야 하는가? 이 거대한 부조리와 비상식의 기득권 체제를 보면서 망연자실하고만 있을 것인가? 그럴 수는 없다. 어디서부터가 되었건 변화의 실마리를 찾아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언제나처럼 먹물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금 지식인들은 한국 사회의 문제를 외면하는 편의적인 침묵으로 위안을 삼거나, 아예 노골적으로 돈을 먹고 기득권의 나팔을 불어주는 생계형 대변인을 자처하기도 한다. 그나마 얄팍한 지식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해 보려는 시도조차 많지 않다.

사회는 그 구성원의 노력만큼 발전한다. 우리 사회가 헬조선이 되어가는 이유는 사회의 발전을 위한 우리 모두의 노력이 보잘 것 없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문제를 찾아내고 얄팍하더라도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물론 고수가 있어서 얄팍한 지식을 교통정리해주면 더욱 좋겠지만 고수가 없다고 한탄만 해서는 안 된다. 시행착오를 거치더라도 궁극적으로는 올바른 방향을 찾아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한겨레사설] 부동산 투기왕을 교육 수장에 앉힐 셈인가 12.25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서울 광진구 자양동과 양천구 목동, 서초구 서초동 등에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4채나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거래가로 따지면 거의 40억원에 육박하는 규모다. 이곳들은 한결같이 서울의 노른자위 지역으로 과거에 투기 열풍이 강하게 불었던 곳이다.

 

이 후보자가 배우자와 공동명의로 소유한 자양동 스타시티 주상복합 아파트의 경우는 그중에서도 특별나다. 서울 강북의 고급 주거 문화를 대표하는 곳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이곳은 지난 20035월 청약기간에 무려 89천여명(평균경쟁률 76 1)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루었다. 국세청이 직원들을 대거 투입해 투기 열기를 식히려 안간힘을 썼으나 역부족일 정도였다.

교육부 인사청문회 지원팀은 스타시티는 아파트가 아니라 오피스텔이라며 공시지가를 반영한 총재산은 166480만원이라고 해명했으나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다. 최근에 나온 부동산 매매 동향 자료를 보면, 스타시티의 38평형이 10억여원에 매매됐다고 하니 이 후보자가 소유한 76평형의 시가가 어느 정도일지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런 것들을 떠나 교육부 해명자료는 이 후보자가 왜 그렇게 많은 집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이 후보자는 목동과 서초동의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각각 8억원, 2억원에 전세를 주고, 서초동의 다른 오피스텔 한 곳에서는 110여만원의 월세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유한 부동산으로 짭짤한 임대 수익을 올리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다. 하지만 집 없는 서민들이 치솟는 전월세로 고통받고 있는 현실에서 집을 4채씩이나 가진 사람이 공직을 맡겠다고 나서는 것은 뭔가 단단히 잘못된 일이다. 게다가 이 후보자의 둘째딸은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국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 사회의 불평등 구조를 놓고 금수저니 흙수저니 하는 자조적인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이런 사람이 자라나는 세대들을 가르치는 교육의 수장 자리에 오르는 게 맞는지 심각하게 의문이 든다.

 

박근혜 정부의 공직후보 검증팀은 이번에도 역시 후보자들의 중대한 도덕적 흠을 눈감고 지나갔다. 검증팀의 안이한 판단과 무감각증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너무나 실망스럽다. 지금 서민들 사이에서는 교육부총리가 아니라 부동산 투기왕을 뽑는 것이냐는 비아냥이 나오고 있음을 청와대는 알기 바란다.

 

가난한 사람이 왜 '보수 정당'을 찍을까? 1226 프레시안

복지 태도의 변화와 새로운 복지 정치

정치권이 급변하고 있다. 내년 총선 민심의 향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연 투표장에 나오는 사람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일까? 유권자는 박근혜, 김무성, 문재인, 안철수에 의해 좌우되는가? 지도자에 대한 지지는 단지 개인적 신뢰감을 보여주는 것인가? 사회학자들은 유권자의 정치 성향과 투표 행위에 미치는 원인을 주도면밀하게 분석한다. 1940년대 이후 미국 컬럼비아 대학의 라자펠트 사회학 교수가 직업, 소득, 계층 등 사회학적 요인이 투표를 결정한다고 주장하였다. 반면에 1960년대 미시간대학의 서베이조사센터와 컨버스 교수는 투표 행위가 사회심리적 요인에 의해 좌우되며, 정당 일체감과 정치적 태도에 의해 좌우된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과 달리 한국에서는 계급이나 계층도 정당 일체감도 복지 태도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많은 연구를 보면, 한국 저소득층은 복지 확대에 큰 관심이 없는 데 비해, 오히려 고소득층이 복지를 지지하는 경향이 높다. 2007년 정부가 발표한 '복지인식 부가조사' 자료를 분석한 김영순과 여유진의 연구는 대중의 이해 관계가 복지 태도와 불일치하는 '비일관성'을 보인다고 평가했다('경제와사회' 91, 2011). 중산층과 노동자의 복지에 대한 태도가 크게 다르지 않으며, 직종이 미치는 영향도 적다. 다만 교육 수준에 따른 상이한 태도가 나타나는데, 고학력자가 상대적으로 친복지적 태도를 가진다는 연구도 있다.

 

가치와 태도

저명한 미국 정치사회학자 세이머 마틴 립셉은 자신의 저서 <미국의 예외주의>에서 사회의 구성원의 행동을 설명하기 위해 가치(value)와 태도(attitude)를 구별했다. 사회학에서 '가치'는 역사적 과정과 사회적 제도를 통해 확고하게 형성되고 문화적으로 결정된 감성을 가리킨다. 이에 비해 '태도'는 훨씬 유동적이고, 우연적 경향을 가지며, 특정한 사건과 사회적 맥락에 따라 변화한다. 태도는 경제적 사건, 정치적 사건을 반영하며, 사람들이 오랫동안 유지한 가치와 다른 모순적인 성향을 나타낼 수 있다.

 

유럽 복지국가의 역사적 경험에서 볼 수 있듯이 복지국가는 대중의 정치적 지지가 없으면 성공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복지국가에 대한 제도적 분석만큼 국민의 복지에 대한 태도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학계에서 '복지 태도(welfare attitude)'는 주로 '국가의 복지 제공 책임에 대한 지지의 정도'로 정의된다. 유럽과 미국 학자들의 연구는 복지 태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계급과 계층 등의 사회경제적 변수 및 교육 수준, 성별, 연령 등의 변수를 꼽는다. 다른 한편, 정치 성향과 도덕관 등 가치 체계가 복지 태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도 있다.

 

계급 배반 투표는 왜 발생했는가?

일반적으로 한국인의 복지 태도는 복지 확대를 바라면서도 조세 인상에는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특히 저소득층의 복지 태도가 소극적인 경향을 보였다. 왜 복지 혜택을 가장 많이 받을 수 있는 저소득층이 복지에 소극적인가? 이는 자신의 계급 이익과 모순적인 투표 성향을 보이는 '계급 배반 투표'와 연관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서민층은 복지 확대와 조세 인상을 요구하는 진보 정당보다 정반대의 공약을 제시하는 보수 정당을 지지하는 경향이 강했다. 이러한 경향은 1980년대 영국의 노동 계급 가운데 보수당을 지지하는 투표 결과와 1990년대 이후 미국 남부 노동자들이 공화당을 지지하는 경향과 유사하다. 미국 역사학자 토마스 프랭크는 '왜 가난한 사람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라는 저서에서 캔자스 주 등 남부의 노동자들이 사회경제적 요구보다 낙태와 동성애 결혼 등 도덕적 이슈에 더 관심을 가지며 공화당을 지지하는 사례를 치밀하게 분석했다.

 

이와 같은 계급 배반 투표 성향이 한국 사회에서 오랫동안 유지되는 첫 번째 원인은 반공주의와 지역주의 정치 구도로 인해 유권자의 투표 성향이 조세와 복지 이슈보다 이념 논쟁, 지역 갈등에 좌우되었기 때문이다. 둘째, 한국의 정치적 대표 체계가 소선거구제와 다수제 민주주의를 유지하면서 주로 지역 개발 공약이 선거 이슈로 부각되었다. 또한 노동조합은 기업별 노조 체제를 유지하면서 전 계층적 복지 이슈보다 임금 인상을 노동 운동의 주요 목표로 삼았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복지 제도는 잔여적인 극빈층에 대한 시혜에 그쳤기 때문에 복지 정치가 제대로 발전하지 못했다. 민주주의는 선거권 획득에 머물고 사회 경제적 민주화는 뒤로 밀려났다. 복지는 언제나 정치권에서 '찬밥' 신세였다. 공약으로 제시해도 대중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죽은 개'로 간주되었다.

 

정치의 역동성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라는 말대로 최근 한국의 복지 정치에서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다. 특히 2010년 지방선거를 전후하여 한국인의 복지 태도에 주목할 만한 특성이 나타났다. 내가 다른 학자들과 발표한 논문에서 2007~2011년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KSOI)의 여론조사 자료를 활용하여 2010년 이후 소득 수준에 따른 복지태도의 차이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한국학연구' 45, 2013). 이는 2010년 지방선거 전후 복지 논쟁을 둘러싼 '정치적 기회(political opportunity)'의 구조적 변화가 대중의 복지태도에 영향을 주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대중의 복지 태도는 단순히 '복지 확대' 여부만 아니라 개별 제도에 대한 상이한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나와 서재욱은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사회보험과 공공부조 등 개별 복지 제도에 대한 대중의 지지를 분석했다('동향과 전망' 90, 2014). 이 결과를 보면, 빈곤층 생활 지원과 아동 가족 지원은 전반적으로 지출을 확대하자는 응답률이 높은 데 비해, 실업 대책 및 고용보험과 주거 지원은 상대적으로 지출을 확대하자는 응답률이 낮았다. 특히 저소득층과 불안정 근로자 근로자의 복지 확대 요구가 대체로 높게 나타나는 것은 복지 제도가 주로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를 위하여 설계되어 저소득 근로자들을 사각지대로 내몰리게 되었다는 평가할 수 있다. 반면에 중산층 이상 인구의 경우, 대부분의 복지 제도에 대해 지출 확대에 대한 지지도가 낮았지만, 아동 가족 지원에 대한 지지도는 다소 높았다. 특히 중산층의 교육에 대한 공적 지출의 확대를 지지하는 경향이 강했는데, 이는 중산층의 공교육 강화에 대한 높은 관심과 함께 과중한 사교육비 부담에 대한 불만이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

 

복지 태도의 변화가 발생했는가?

2012년 대선에서 '경제 민주화''복지 국가'가 최대의 정책 이슈가 되었다.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는 모두 복지 확대를 지지하고 선거 경쟁에 뛰어들었다. 바야흐로 복지국가의 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되었다. 이런 가운데 복지국가에 소극적 태도를 보였던 제3 후보의 지지는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이런 극적인 변화는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불평등'이 주요 국가의 최대 정치 쟁점이 된 현실과 깊은 관련이 있다. 비록 박근혜 정부가 집권 이후 '증세 없는 복지'를 주장하면 사실상 복지 공약을 휴짓조각으로 만들었지만, 여전히 복지는 정치적 폭발력을 가지고 있다. 최근 기초연금이 확대되고 아동보육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국민들은 과거와 다른 '보편적 복지'를 경험하게 되었다. 그에 따라 최근 다시 학계에서 한국인의 복지 태도가 어떻게 변화했는지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이런 점에서 2013년 정부가 출간한 '한국 복지패널 복지인식 부가조사'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2012년 대선의 복지국가 논쟁이 국민의 복지 태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이 자료를 분석한 김영순과 여유진은 2007년과 달리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복지 태도의 '일관성'이 분명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한겨레신문 2015428). 자기 이해에 따라 저소득층과 미숙련 블루칼라 노동자 등 낮은 계급에서 복지 확대에 적극적인 태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다만 중산층은 복지 확대와 조세 인상에 여전히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다른 한편 최근 복지사회학연구회 토론회에서 발표한 나와 서재욱의 연구에 따르면, 소득 수준뿐 아니라 자산 수준과 직종의 위계가 낮을수록 복지 태도가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2015115일 한겨레신문).

 

그러나 아직도 보수, 중도, 진보의 정치 성향이 복지태도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미미했다. 다른 한편 소득 수준, 자산 수준, 직종도 정치 성향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다만 여전히 연령이 정치 성향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층은 보수 성향이 강하고 청년층은 진보 성향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정치에서는 여전히 지역과 연령만큼 계급과 계층의 변수가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정치 성향의 특징은 계층 또는 계급을 대표하며 복지를 뚜렷한 정치 쟁점으로 부각시키는 정당과 정치 세력의 부재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정치적 기회를 창출하지 못하는 정치권의 한계가 대중의 관심을 복지 이슈로 이끌지 못하는 것이다.

 

정치권의 역할이 중요하다

'2013년 복지패널 복지인식 부가조사' 자료에 대한 분석 결과를 보면, 한국 복지국가의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복지 제도를 통해 계층 또는 계급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치 전략이 필요하다는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정당과 시민사회 운동은 대중이 원하는 복지 정책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둘째, 사회보험, 공공부조, 교육 등 개별 복지 제도에 대한 계층별 선호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선택과 집중을 통한 정책 우선순위를 고려해야 한다. 우선 국민의 지지도가 높은 교육, 보육, 훈련 등 사회 투자와 주거 복지를 강조하는 방향이 필요하다. 셋째, 재벌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 노동시장의 이중화를 해결하기 위해서 내부자/외부자 격차를 시정하는 동일노동-동일임금 제도의 시행과 차별금지법의 제정이 필요하다. 동시에 연금, 고용보험 등 사회보험의 사각지대를 없애고 시민권을 가진 전 국민을 위한 보편적 국민보험을 시급하게 확대해야 한다.

 

한국 복지국가를 발전시키는 동력은 바로 대중의 정치적 지지이다. 한마디로 복지는 정치다. 정치권이 적극적으로 복지 정책과 프로그램을 제시하고 대중을 설득하지 않으면 복지정치가 발전할 가능성은 없다. 복지 태도는 인구 사회학적 요인에 의해 저절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정치적 역학 관계와 정치적 기회에 따라 변화하기 때문이다. 노동조합과 진보정당이 강한 나라에서 복지 제도가 더욱 발전했지만, 사회의 다양한 정치 세력의 광범위한 지지를 획득하는 일도 중요하다. 무엇보다도 다양한 정치 세력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비례대표제, 다당제, 합의민주주의 등 선거 제도, 정치 제도의 개혁이 필요하다. 둘째, 정치권에서 전 국민적 지지를 이끌 수 있는 광범위한 '복지 연합'의 구축이 시급하다. 셋째, 비정규직, 청년실업, 최저임금, 교육훈련, 주거복지, 기초연금, 일하는 여성 지원, 조세 개혁을 위한 구체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최근 야당의 분열은 단순히 선거 공학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삶의 수준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위협하고 있다. 공천 갈등이 사회경제적 민주화 공약을 몰아낸다면 야권 지지자는 투표장에 나오지 않을 것이다. 야당은 선거 연대를 통해 정부의 복지 공약 취소를 비판하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복지 논쟁을 주도해야 한다. 다른 나라의 경험에서 볼 수 있듯이 헌신적이고 강력한 정치 지도자 집단이 엄청난 차이를 만들 수 있다.김윤태 고려대학교 교수

 

 

세월호 때 그 기레기’, 죽지도 않고 또 왔네 1226 ㅁㄷ어오늘

[시시비비] 세월호 청문회 관련 언론보도 진단

세월호 대참사 당시 우리 언론은 한 번 죽었다. 저널리즘의 기본은 사실에 기반한 정확한 보도, 공정한 보도, 심층적인 보도다. 하지만 익히 알려진 전원 구조 오보를 비롯해 총력 구조 오보, 대통령 방문 조작 보도, 유병언 집중 보도 등 저널리즘의 기본을 지키지 못한 보도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기자들은 기레기라는 불명예를 감수해야 했다. 물론 그 오염된 기사들 사이에도 세월호 대참사의 진실을 알리려는 일부 언론 그리고 분투하는 기자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의 노력은 홍수같이 쏟아내는 선정적이거나 왜곡된 보도들 속에 파묻히고 말았다. 오죽하면 유가족과 시민들이 항의하여 공영방송’ KBS 사장을 물러나게 했을까. 그러나 이후 언론은 달라졌을까? KBS 사장의 퇴진은 KBS를 비롯해 여타 언론들의 각성을 불러일으켰을까?

 

구조 실패의 진실에 다가갈 수 있는 단초 드러낸 청문회

세월호 대참사의 진실을 드러내고자 진행된 특별조사위원회의 청문회가 1214일부터 3일 간 열렸다. 대개의 청문회가 그렇듯이 증인은 자신이 불리해질 것을 염려해 진실에 입을 다물었고, 특조위원들은 진실의 문을 열려 애썼다. 절대적인 성과가 있었다고 할 수는 없어도 최소한 세월호 참사 당시 국가는 없었다고 할 정도 무능한 상황 대처, 부정확한 상황 전파, 아귀가 맞지 않은 대통령 지시관련 사항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의혹 등 일부 새로운 진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지난 15,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이 청문회를 지켜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이치열 기자 truth710@

세월호와 같이 어떤 이유든 배가 침몰해가는 상황에서 배를 일으켜 세울 수 없다면 승객들의 구조가 최우선이다. 그리고 구조를 위한 가장 중요한 정보는 선장을 비롯해 선원들이 지니고 있다. 따라서 지휘는 배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서 세월호와 교신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그 정보에 따라 승객, 승선원의 안전한 구출을 지시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해경 지휘부는 퇴선 여부를 묻는 선장의 교신 시도에 선장이 알아서 하라는 단 한 번의 지시 이외에 선장이나 선원을 통해 배의 사정을 묻고 선내 진입이나 퇴선 방송 지시를 한 바 없다. 세월호 선수 즉 조타실 쪽에서 작업복을 입은 해경들이 선원들을 구하면서 선장이 어디 있는지, 배의 사정은 어떤지 묻지도 않았다는 상황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는 않는다. 구조된 선원이 자신의 전화를 두 번이나 썼는데도 그들이 선원인지 승객인지 확인도 하지 않았고 썼는지 조차 모른다는 주장하는 이해할 수 없는 해경 함정 123 정장도 있다.

 

세월호에서 선원 한 사람과 뭔가 검은 물체를 가지고 나와 탈출하는 물속에서도 놓지 않았던 해경 한 사람은 처음에는 그런 사실을 부정하고, 관련 영상을 보여주니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고, 휴식을 취하고 와서는 적극적으로 자기 모자였다고 주장했다. 의혹은 가시지 않는다.

제대로 상황 파악도, 상황 보고도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그나마 배의 기울기가 6070도라고 알려진지 40여분이 지난 시각, 해경 상황실장이 청와대 인사와 전화를 하면서 30도쯤 기울어졌다고 말하는 어이없는 상황도 있었음이 밝혀졌다. 해경청장은 청와대와 교신에서 지시받은 바도 없을 뿐 아니라, 그가 대통령과 통화 이전 이미 전국의 특공대를 파견했지만 대통령 지시사항으로 둔갑했다는 의혹도 있다. 청문회를 통해 전체적인 진실이 다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구조 실패의 진실에 다가갈 수 있는 단초들이 드러났다고는 할 수 있다.

 

청문회를 통해 거듭 확인할 수 있었던 진실된 언론과 왜곡된 언론

청문회장에는 각 방송사에서 나온 카메라와 상황마다 번쩍번쩍 터지는 사진기가 있었다. 하지만 청문회와 관련된 언론의 보도는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방송의 경우 첫째 날 세월호 당시 많은 인명을 구한 의인 김동수 씨가 모르쇠로 일관하는 해경 지휘부에 항의하여 자해를 시도한 것은 보도하였지만, JTBC를 제외하고는 둘째 날 셋째 날 관련 보도는 없었다. 조선, 중앙, 동아도 마찬가지였다. 이들 언론의 눈에는 세월호의 진실보다는 자해가 보도할 가치가 더 있는 것이었다. 언론은 또다시 세월호의 진실에 눈을 감았다. 아니 다시 죽었다.

 

하지만 이런 결과는 이미 예상됐다고 할 수 있다. 대참사 이후 기레기라는 오명으로 불리었음에도 이들 소위 주류 언론들은 반성하지 않았다. 언론은 진실을 밝히기 위해 600만 명이 서명하고 난산 끝에 여야가 합의하여 구성한 특조위가 해수부의 방해로 출범 후 조사관도 뽑지 못한 상태로 7개월 이상을 허비하고, 사업비가 대다수 깎인 인건비 중심의 예산만을 배정받고, 진상규명 국장이 아직도 임명되지 않은 사실 등은 외면했다. 반면 특조위를 세금도둑이라는 비난하는 여당 국회의원의 어이없는 발언은 대서특필했다. 모법을 위반한 정부 시행령에 대해서도 정부 편을 들었다. 2014416수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일과 시간의 대통령의 행적을 사생활이라고 주장하며 사퇴를 선언한 여당 추천 특조위 위원들의 청문회 불참에 대해 반쪽 청문회라는 별명도 붙여 주었다. 그런 언론이 청문회 생중계는 물론 청문회에서 드러난 진실에 귀를 기울이리라 예상할 수는 없다.

 

그럼 우리는 진실에 접근할 길이 없을까? 생중계를 했던 인터넷 언론, 핵심을 잘 전달한 또 다른 주류 언론 등 진실한 언론은 있었다. 청문회 관련 보도를 보며 우리는 또다시 진실된 언론과 왜곡된 언론을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어린왕자는 정말, ‘좋은 작품인가?

[리뷰] 영화 어린왕자와 소설 어린왕자’, 원작의 한계를 짚어내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영화

다들 좋다고 하니까 좋은가보다하는 책이 있다. 프랑스 소설가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1900~1944)가 쓴 소설 어린왕자(1943)’도 그렇다. 전 세계 250개 언어로 번역돼 14500만부 이상(성경 다음으로 많이 판매)이 팔렸고, 한국에선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렸으며 중학생 권장도서로 선정된 소설이다. 학창시절 한번쯤 배우는 작품인 것이다.

 

막상 책을 읽어보면 세계적인 명작임을 체감하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어린왕자가 모자그림을 코끼리를 통째로 삼킨 보아뱀으로 알아채지 못하는 어른들의 모습을 비판하지만 사실 어떤 아이들도 이 그림을 보아뱀으로 이해하지 못한다. 실제 소설 어린왕자에 감명을 받은 사람은 드물다.

 

성신여대 불문과 어순아 교수가 지난 2005년 발표한 논문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에 대한 한국인의 이해에 따르면 이 책을 읽고 다른 사람에게 권하지 않았다는 응답자는 세 명 중 두 명(61.3%)을 차지했다. 어교수는 이 작품이 특별히 남에게 꼭 권할 만큼 감명을 받지 않았거나 반드시 읽어야 할 도서가 아니라는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23일 개봉한 영화 '어린왕자'

작품에 대한 평가는 다양할 수 있다. 다만 어린왕자의 평가는 과장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어린왕자를 추천할만한 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이유는 난해하고 추상적이기 때문이다. 쉬운 언어를 사용해 모두가 읽을 수는 있지만 동화로 가치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동화는 일종의 교훈과 희망을 담기 마련이다.

 

미국의 아동심리학자 부르노 베틀하임은 동화의 정신분석적 해석에서 인생에서 만나는 어려움과 대결은 불가피한데 이는 인간 존재의 본질적 일부이며 피하기보다는 시련에 맞서며 승리를 거두게 된다고 동화의 목적을 설명한다. 대부분 동화가 권선징악, 해피엔딩의 구조인 건 이 때문이다.

 

하지만 주인공 어린왕자는 이별 저별을 떠돌지만 가치 있는 무언가를 찾으려 하지 않는다. 현실에서 도망치는 데 더 가깝다. 오히려 생명에 대한 감수성이 떨어지는 모습도 종종 보인다. 임금이 어린왕자에게 이따금씩 그 쥐를 사형에 처하도록 하라고 말하는 장면도 특별한 맥락이나 이유 없이 죽음을 말하는 장면 중 하나다.

 

그래서 사람들은 대신 어른용 동화라고 포장했다. 어린이가 보기엔 난해하거나 부적절한 모습이 있다는 걸 느낀 것이다. ‘고전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이 소설에 인간에 대한 본질적 통찰이 담겨 시대를 초월해 공감을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오히려 시대정신이 담겨있지 않아 어느 시대에도 적용할 수 있는, 아름다운 몇몇 구절만이 명언처럼 떠돌게 된다.

 

어린왕자의 한계, 현실과 분리된 생텍쥐페리 자신

원인은 저자에게 찾을 수 있다. 주인공 어린왕자는 실제 생텍쥐페리 자신을 의미한다고 보는 게 일반적이다. 저자는 어떤 사람일까? 그는 백작 신분인 귀족 가문에서 태어나 성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프랑스 마지막 귀족세대다. 1900년대 초 귀족은 몰락해갔고 민주주의, 자본주의 등의 분위기는 그의 특권을 빼앗아가기 시작했다. 그는 세상과 거리두기 시작했다.

 

현실에 밀착하지 않고 세상을 구경하는 데 그치는 그의 작품들의 특징은 생텍쥐페리의 실제 삶이 반영된 결과다. 그의 다른 작품 야간비행에는 야간에 비행기로 우편을 나르는 게 위험하다는 말에 철도도 야간에 운행한다’, ‘악화된 여론은 다시 조성하면 된다고 답하는 내용까지 나온다.

 

인류 보편적 가치를 담고 있는 고전이라기 보단 귀족출신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한 시대착오적인 작품에 불과하다. 또한 주인공이 알 수 없는 곳으로 사라진 소설 어린왕자처럼 생텍쥐페리도 제2차 세계대전 중인 1944년 비행정찰 중에 실종됐다. 저자가 죽은 뒤 출판된 작품의 신비감을 더한다.

 

원작을 현대적으로 읽은 영화   

지난 23일 개봉한 애니메이션 영화 어린왕자는 여기에 21세기 현실을 덧입혔다. ‘쿵푸 팬터’(2008)를 연출한 마크 오스본이 선보인 화려한 애니메이션 효과가 인상적이다. 화려한 CG(컴퓨터그래픽), 파피에 데쿠페(papiers découpés, 종이 오려붙이기) 효과 등을 사용해 장면마다 색감이 달라져 보는 재미가 있다.

 

지난 23일 개봉한 영화 '어린왕자' 스틸컷

등장인물은 크게 세 명이다. ‘플랜 맘’(레이첼 맥아담스)이 짜놓은 인생계획표대로 살던 소녀(맥켄지 포이)가 옆집 괴짜 조종사 할아버지(제프 브리지스)를 만난다. 이 할아버지가 원작에 나오는 비행기 조종사로 소녀는 할아버지를 통해 원작 내용을 듣게 된다. 영화 어린왕자에 소설 어린왕자가 적절히 녹아든 형태다.

 

영화에서 엄마는 11초도 허투루 쓰지 않도록 딸의 계획을 세운다. 명문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엄마가 알려준 모범답안을 외웠지만 엉뚱한 질문에 답안을 답했다. 진학은 다음으로 미루고 딸은 더 많은 모범답안을 외운다. 10분마다 일정을 확인하고 노는 시간은 없다. 다음 생일 선물까지 모두 계획돼 있다.

 

성신여대 어순아 교수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이 원작 어린왕자를 읽고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한 대사는 나를 길들여줘라고 한다. 인간관계에 지친 현대인들이 외로울 때 순수한 존재와 관계 맺고 싶어 하는 욕구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영화는 엄마가 딸을 길들이려는 모습이 얼마나 폭력적일 수 있는지 보여주며 원작의 비현실성을 드러낸다.

 

영화는 부모가 아이를 통제하는 과정을 우스꽝스럽게 그리지만 비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자가용을 대기했다가 학원까지 태워다주며 차안에서 숙제를 확인하는 한국의 일부 부모들 모습과 다르지 않다. 그러던 소녀가 옆집 할아버지를 만나며 자유롭게 세상을 떠도는 어린왕자를 만난다.

 

지난 23일 개봉한 영화 '어린왕자' 스틸컷

소녀는 어린왕자를 통해 별들을 떠돌며 왕, 허영심이 많은 사람, 누가 보지 않아도 열심히 하지만 무의미하게 자기 일을 하는 사람 등을 만나지만 어른들에게 실망한다. 귀족출신 저자가 어린아이로 머무르며(피터팬 콤플렉스) 세상을 바라보던 원작에 비해 현실적이다.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원작보다 더 동화의 요소를 많이 담고 있다. 감독을 높이 평가할 유인은 충분하다. 덕분에 최근 어린왕자 어린이용 출판물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10월 열린책들, 지난달에는 솔, 지난 21일 더클래식에서 어린왕자를 다시 펴냈다. 다시 어린왕자 열풍이다. 그러나 왜 다시 아이들이 숙제하듯 이 낡은책을 읽어야하는지는 의문이다.

 

돌솥밥 8000, 꾸지뽕 상계탕 12000, 전복 상계탕 15000, 오리 35000~4만원. 영업시간 11:00~20:00. 수요일 휴무. 부산 기장군 철마면 장전리 299-3. 051-722-4592.

 

철학의 빈곤, 막말 수준의 언사 1226 시사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막말 수준에서 다른 정치인을 압도했다. 정부가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자 바람잡이 노릇을 했다. 청와대와 갈등이 생길 때면 백기투항에 가까운 자세를 유지하며 여당 대표직을 유지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2015년 박근혜 대통령에 견줄 수 있는 유일한 정치인이었다. 정치력이나 인기 기준이 아니다. ‘막말 수준에서 다른 모든 정치인을 압도했다. 올 한 해 <시사IN> ‘말말말코너가 가장 사랑한 인물이 바로 김무성 대표였다. 그래서일까. ‘최악의 인물경쟁에서도 김 대표는 돋보였다. 대한민국을 역주행시키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가장 잔혹하다는 평을 듣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IS, ‘성완종 스캔들로 낙마한 이완구 전 총리 등을 제쳤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역사적 재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시기다.” 새해 첫날 이승만 전 대통령 묘역을 찾은 김무성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한 해 정치적 행보를 미리 알리는 말이었다. 이승만 사랑은 계속됐다. “(이승만 전 대통령을) 국부 자리로 앉혀야 한다.” “역사는 공()과 과()가 있는데 과를 너무 크게 생각했다. 이제는 공만 봐야 한다.”

 

그의 노력은 빛을 봤다. 정부가 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자 김무성 대표는 물 만난 고기처럼 명언을 쏟아냈다. “(현 검정 교과서는) 좌편향이 심해서 악마의 발톱 같은 존재다.” “정권이 열 번 바뀌더라도 안 바뀔 중립적 교과서를 만들겠다.” 백미는 92일 교섭단체 연설이다. “긍정의 역사관이 중요하다. 자학의 역사관, 부정의 역사관은 절대 피해야 한다. 우리 현대사를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가 득세한 굴욕의 역사라고 억지를 부리는 주장은 이 땅에서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 여당 수장이 입법부 최고 권위의 연설 자리에서 학문의 영역인 사관(史觀)을 정치의 영역으로 끌어들였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밀어붙인 것은 대통령과 정부였지만, 배척의 논리를 부르짖고 바람잡이 노릇을 한 이는 여당 대표였다.

 

타인을 적대시하는 그의 은 노동에 대해서도 같은 스타일을 고수한다. 민주노총을 향해 무법천지 만드는 시위꾼이라는 말을 서슴지 않고, “파업에 공권력이 투입되면 쇠파이프로 두들겨 패지 않았나. 그런 일 없었다면 (국민소득) 3만 달러 넘어갔다라며 헌법이 보장하는 단체행동에 대해서 적대적 시각을 드러냈다. 심지어 119일에는 서울 강남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런 말까지 남긴다. “전국이 강남 수준이면 선거할 필요도 없다.”

 

 

연합뉴스  717일 이승만 50주기 추모식에 참석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여당 대표로 정부의 실책을 견제하기는커녕

김무성 대표가 2015최악의 인물로 선정된 것은 비단 말 때문만은 아니다. 여당 대표로서 정부의 실책을 견제하기는커녕 최소한의 완충작용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무성 지도체제 아래서 새누리당은 정부 뒤치다꺼리 정당이 되어버렸다. 공무원연금, 역사 교과서 국정화, 예산안 통과, 노동5법 개정 논란에서 새누리당의 생존법은 하나로 수렴됐다. 어떤 논리를 대서라도 대통령을 비호할 것. 그러자 대통령의 화법도 하나로 귀결됐다. “(정부의 좋은 뜻을) 국회가 발목 잡고 있다.” 대통령이 국회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데, 여당은 가만히 있으라는 대통령의 말을 충실하게 따르기에 급급했다. 김무성 대표는 그런 여당의 생존 법칙을 묵인하거나, 가장 먼저 실천했다.

 

청와대의 유승민 찍어내기국면이었던 78, 김무성 대표는 유승민 원내대표에게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와 이래됐노. 한번 안아줄게.” 유 원내대표는 끝내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김 대표는 청와대에 백기투항에 가까운 자세를 보이며 직을 유지했다. 그 덕일까? 김무성 대표는 여전히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당 대표 임기가 끝나는 2016, 김 대표의 정치는 또 다른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 그러나 빈곤한 정치 철학, 책임감 없는 언사는 그의 가능성을 스스로 깎아내리고 있다. 더 큰 정치인이 되기에, 올 한 해 그의 족적은 너무나 가볍고 얕았다.

 

왜 예능은 항상 그 나물에 그 밥인가 1231 오마이뉴스

[주장] 돌아온 그들, 그리고 빈익빈 부익부... 2015년 예능이 남긴 숙제

2015년이 지고 있다. 여느 때처럼 한 해를 보내며 '회자정리'의 많은 회고들이 등장하고, 방송사마다 자신의 방송국에 기여한 출연자들에게 무수한 상을 수여하고 있다. 그런데 2015년이나 2016년이 사실은 그저 흘러가는 시간의 흐름에 인간의 잣대로 꾸역꾸역 새겨 넣은 것처럼, 사실 2015년을 지나 2016년이 된다한들 천지개벽이 되어 세상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마침표와 쉼표를 찍으며 한 시름 덜고자 하는 인간의 마음은 저마다의 규정을 내리지만, 그 속에서 그저 너도 주고 나도 주고, 좋은 게 좋은 거였지, 이것을 넘어, '병신년'을 진짜 '병신'스럽게 만들지도 모를 우려가 드는 예능 경향을 몇 가지 짚어보고자 한다.

 

예능의 귀재들이 복귀하는 방법

 

'아는 형님' 이수근, 열심히 하겠습니다! 4일 오후 서울 무교동의 한 커피숍에서 열린 JTBC 예능 <아는 형님> 제작발표회에서 이수근이 인사를 하며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아는 형님>은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8명의 남자가 각자 살아온 인생의 경험을 바탕으로, 세상의 모든 질문을 그들만의 방식대로 풀어주는 '형님들의 고군분투 예능 프로그램'이정민

지난 1027일 기준으로 51834318뷰를 기록한 <신서유기>는 침체된 강호동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 또 케이블 예능의 부흥과 이제 그 여세를 몰아 인터넷 기반의 콘텐츠에서조차 성공 신호탄을 쏘아올린 나영석 PD의 전성시대를 검증하는 시간이 됐다. 하지만 이렇게 드러난 성과의 수면 아래 잠시 수면 위로 오르다 사라진 화제가 하나 있다. 바로 '도박'으로 물의를 빚고 자숙을 했던 이수근의 복귀이다.

 

영리한 나영석 PD는 그런 세간의 문제제기를 의식한 듯 돌아온 이수근을 '서유기'의 말썽꾸러기 캐릭터 '손오공'으로 설정해 그에게 금테두리를 씌웠다. <서유기> 속 천하의 불한당 손오공을 부처가 머리띠를 씌워 꼼짝 못하게 복종시키듯. 사회적 물의에 대한 속죄의 의미인 듯, 이수근은 손오공을 연상시키는 머리띠를 한 채 <신서유기> 속에서 온작 굴욕적 상황에 던져진다. 그리고 그와 함께 그에게 따라붙었던 구설수도 사라졌다. 부처처럼 '예능신' 나영석의 품 속에서 이수근의 원죄는 사함을 받은 것이다.

 

그렇게 <신서유기>를 통해 예능 신고식을 혹독하게 하지만 무난하게 치러낸 이수근은 발빠르게 예능으로 복귀했다. <신서유기>를 함께 했던 강호동과 함께 한 JTBC<아는 형님>, 역시 <신서유기>를 함께 한 은지원과 함께 XTM<타임 아웃> 등이다. 일일 MC<냉장고를 부탁해>에 참석, 정형돈의 후임 물망에 회자되기도 한다.

 

'내 방의 품격' 노홍철, 죄송 그저 죄송한 그녀석 음주운전 사건 뒤 방송에 복귀하는 방송인 노홍철이 17일 오전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열린 tvN <내 방의 품격> 제작발표회에서 사과인사를 하고 있다. <내 방의 품격>은 인테리어 재료 구입 방법부터 소품 제작법, 가구 리폼법 등 우리집에 바로 적용 가능한 생활밀착형 인테리어 정보를 구하는 방구석 환골탈태 인테리어 토크쇼다. 이정민

 

이수근만이 아니다. 지난 92부작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에서 단발 한 모습을 보였던 노홍철은 2016년의 콘텐츠로 예견되는 '집방'을 노리는 tvN<내 방의 품격>으로 돌아왔으며, 자신의 이름을 내건 <노홍철의 길바닥 쇼>도 예정돼 있다. 김용만 역시 tvN8부작<쓸모있는 남자들>에 이어, MBN<오시면 좋으리>에 출연이 예정돼 있다. 이렇게 사회적 물의를 빚은 예능 스타들이 속속 2015년 끝무렵에 돌아왔다. 이제 신정환의 복귀를 점치는 사람들조차 등장하는 상황이다.

 

이들의 복귀에는 공통점이 있다. 이수근이 인터넷 기반의 콘텐츠에서 시작해 JTBC, 노홍철이 단발성 예능으로 시작해 케이블로, 그리고 김용만이 케이블에서 시작해 종편으로 나아갔다. 대중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공중파 예능을 피해 케이블이나 종편으로 복귀의 첫 발을 디뎠다. 이들 중 김용만은 <쓸모있는 남자들>8부작으로 종영된 것처럼 아직은 몸이 덜 풀린 듯한 모습을 보이지만, 이수근과 노홍철은 <아는 형님>에서 혹한의 날씨에 알몸으로 고군분투하거나, <내방의 품격>에서 녹슬지 않은 입담으로 명불허전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정 기간 자숙 기간을 거친 연예인들에게 복귀의 기회를 주는 것에 토를 달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이 물의를 빚은지 몇 년여의 시간이 흘러서도 여전히 노홍철과 이수근이 명불허전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예능 환경에 대해서는 한번쯤 생각해 보아야 할 듯하다. 좀 더 근본적으로 2015년을 보내면서 되짚어 보아야 할 것은 빈익빈 부익부의 예능 MC군의 카르텔이다.

 

빈익빈 부익부

 

29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미디어센터에서 열린 < 2015 MBC 방송연예대상 >에서 공동사회를 본 김구라가 웃고 있다. 김구라는 이날 대상을 받았다. 이정민

MBC 연예 대상의 대상을 받은 김구라의 경우 MBC <복면 가왕>, <마이 리틀 텔레비젼>을 비롯해 JTBC<썰전>, <헌집 줄게 새집다오>, 그리고 TV조선의 <솔직한 연예 토크 호박씨>까지 십여개의 프로그램을 맡고있다. 이런 다작이 김구라뿐일까? 2014년 백상 예술 대상 남자 부문 예능상을 받은 신동엽의 경우 KBS2<안녕하세요>를 비롯하여 케이블 <수요미식회>, <성시경신동엽의 오늘 뭐 먹지?>, <용감한 기자들>까지 다수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진행중이다. 마치 남자 예능상은 다수의 출연과 그 중 타율이 높은 사람에게 주는 듯 2014년의 신동엽과 2015년의 김구라는 서로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종류의 예능 진행자로 활약했다.

 

마치 이들이 모범 답안이라도 되는 듯 그 뒤를 후배들이 따르고 있다. 연말 시상식에서 분주한 활약을 보이고 있는 전현무 역시 공중파 <서바이벌 오디션 K팝스타>를 비롯해 케이블 <히든 싱어>, <문제적 남자>, <헌집줄게 새집다오>까지 이들 두 사람 못지 않은 활약을 선보이고 있다. 장동민도 <더 지니어스>, <방송국의 시간을 팝니다>, <속사정 쌀롱>, <도시 탈출 외인구단> 등 종편과 케이블 예능의 출연이 빈번하다. CJ의 적자라 자부하는 이상민의 활약 또한 장동민 못지 않다.

 

예능 MC들만이 아니다. 올 한 해 대세가 됐던 '먹방'의 주역들 쉐프 역시 빈익빈 부익부가 드러난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프로그램을 두 개나 하는 백종원을 비롯해 최현석, 샘킴, 이연복 쉐프의 활약은 웬만한 예능 MC들 저리 가라다.

 

tvN <집밥 백선생>에 출연 중인 요리연구가 백종원 CJ E&M

영화계가 몇몇 거대 자본에 의해 좌지우지 되듯 예능계 또한 몇몇 기획사를 중심으로 출연이 반복되는 현상 또한 깊어졌다. 위에 나열된 연예인들 중 강호동, 신동엽, 전현무, 이수근이 SM C&C 소속 연예이다. 노홍철은 유재석이 합류한 FNC엔터테인먼트이고, 장동민과 이휘재 등이 소속돼 있는 코엔 엔터테인먼트의 과점 또한 두드러진 현상이다. 노홍철과 이수근이 명불허전의 존재감을 가진 것은 맞지만, 과연 이 두 사람이 FNC엔터테인먼트나 SM C&C 소속이 아니었더라도 이렇게 쉽게 기회가 주어졌을까?

 

2015년 한 해 기존 MC군이 과점에 가까운 활약을 보이는 반면 신선한 인물의 등장은 미흡했다. 그나마 <무한도전>이 다양한 기획을 통해 서장훈, 현주엽 등 스포인들과 류승수 등 연기인들을 발굴했고, <라디오 스타>가 다수의 예능 신인을 선보였지만, 그들의 후속 활동은 아직 대세 징조는 보이지 않는다. 부디 카르텔을 넘어선 신선한 예능 스타를 기대해 본다.


What Am I Living For - Mark Almo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