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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시사만평-주간 쟁점

16.1.11~16 석과불식(碩果不食)

by 이성근 2016. 1. 16.

 

  1.15 한겨레-1.19 주간경향

 

 

  1.15내일-경향

 

 

1.15 한국-1.14경향

 

 

 1.14 민중의  소리-내일

 

 

     1.14경향-시사저널

 

 

  1.13한겨레-민중의 소리

 

 

     1.13내일-경향

 

 

  1.12ㄹ한국-한겨레

 

 

1.12민중의 소리-1.13한국

 

 

  1.12내일-경향

 

 

1.11한국-한겨레

 

 

 1.11시사인-민중의 소리

 

 

 1.11내일-경향

 

 

 1.10민중의 소리-1.8 내일

 

 

 1.11~15 경향 장도리

 

 

 

 

'시대의 스승' 신영복 교수 별세1.16 오마이뉴스

1941년 경남 의령에서 태어나 밀양에서 자라난 신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에 재학 중 4·19 혁명과 5·16 쿠데타를 겪었다. 학생운동에 뛰어든 그는 독서 동아리 활동에 몰두했고 대학원에 진학한 뒤엔 이런 동아리들을 지도하는 역할을 맡았다.

 

숙명여대 경제학과 강사로 지내던 시절 신 교수는 서울대 선배인 김질락과 만나게 됐다. 김질락은 1968824일 중앙정보부가 발표한 통일혁명당 사건의 주범 중 한 명으로 북한과 연계돼 있었다. 중앙정보부는 신영복이 김질락에 포섭돼 통일혁명당의 핵심으로 활동했고 통일혁명당 산하의 각종 학생 서클을 운영하면서 반정부 소요를 유발하려 했다고 발표했다.

 

통혁당 사건으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신영복(맨 왼쪽) 교수. 한국일보 자료사진.

 

신영복은 통일혁명당의 최고 책임자로 발표된 김종태나 이문규 등은 만나본 적도 없었고 김질락과는 10여회 만났을 뿐이었지만, 중앙정보부는 구타와 전기고문을 통해 신영복의 독서 동아리 활동을 북한의 지령에 의한 것으로 부풀렸다.

 

이 사건이 있을 때 현역 장교로 육군사관학교 교관으로 있던 신 교수는 군사재판 1·2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사형선고의 죄목은 반국가단체 구성죄였고 애초 기소된 반국가단체 구성 예비음모죄와는 다른 죄목이어서 명백히 형사소송법을 위반한 판결이었다. 대법원은 이 판결을 파기환송했고, 변경된 공소장에 기초한 파기환송심에서 신 교수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상고를 포기한 그는 1988년 특별가석방으로 출소할 때까지 20년을 복역했다. 엘리트 청년 신영복이 교도소에서 목공, 재단사 등으로 일하며 얻은 깨달음, 과거 회상과 성찰 등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한 편지를 묶은 게 유명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다.

 

1989년부터 성공회대학교에서 정치경제학, 한국사상사, 동양철학 등을 강의한 신영복 교수는 1998년 사면복권돼 이 대학 정식 교수로 임용돼 2006년 정년퇴임했다. 이후 석좌교수로 지내면서 개그맨 김제동과 토크콘서트를 여는 등 '꼰대'같지 않은 스승으로 젊은이들과의 대화에도 힘썼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나무야 나무야>, <더불어 숲>, <처음처럼>과 같이 잘 알려진 저서 외에도 <강의(나의 동양고전 독법)>, <청구회 추억>, <변방을 찾아서>, <담론-신영복의 마지막 강의> 등의 폭넓은 저술 활동을 했다.

 

글씨체 '신영복체'는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소주 '처음처럼'의 글씨 값으로 받은 1억 원을 성공회대에 기부한 일은 유명하다. 하지만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은 신 교수가 쓴 정문 현판을 신 교수의 이념을 문제 삼아 교체해 논란을 빚었다.

 

 

필자는 죽고 독자는 끊임없이 탄생하는 것이다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는 늘 폐부를 관통하는 명문(名文)을 구사했다. 그의 저서에는 특별히 밑줄을 긋기 겸연쩍을 정도로 자주 압도적인 격언, 미문이 담겼고, 서화집에 빼곡히 적힌 곡진한 문장은 때로는 서늘하게, 때로는 뜨겁게 독자들의 가슴을 식히고 달궜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1988)

모로 누워 칼잠을 자야하는 좁은 잠자리는 옆사람을 단지 37의 열덩어리로만 느끼게 합니다.

   

이것은 옆 사람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겨나가는 겨울철의 원시적 우정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형벌 중의 형벌입니다. 자기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을 미워한다는 사실, 자기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으로부터 미움 받는다는 사실은 매우 불행한 일입니다. 더욱이 그 미움의 원인이 자신의 고의적인 소행에서 연유된 것이 아니고 자신의 존재 그 자체 때문이라는 사실은 그 불행을 매우 절망적인 것으로 만듭니다.”(32919858월 계수님께)

 

옥뜰에 서 있는 눈사람, 연탄조각으로 가슴에 박은 글귀가 섬뜩합니다. “나는 걷고 싶다.” 있으면서도 걷지 못하는 우리들의 다리를 깨닫게 하는 그 글귀는 단단한 눈뭉치가 되어 이마를 때립니다. 내일 모레가 2월 초하루. 눈사람도 어디론가 가고 없고 먼 데서 봄이 오는 기척이 들립니다.”(38819881월 계수님께)

 

나무야 나무야’ (1996)

처음으로 쇠가 만들어졌을 때 세상의 모든 나무들이 두려움에 떨었다. 그러나 어느 생각 깊은 나무가 말했다. 두려워할 것 없다. 우리들이 자루가 되어주지 않는 한 쇠는 결코 우리를 해칠 수 없는 법이다.” (29)

돌이켜보면 강물의 치열함도 사실은 강물의 본성이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험준한 계곡과 가파른 땅으로 인하여 그렇게 달려왔을 뿐입니다. 강물의 본성은 오히려 보다 낮은 곳을 지향하는 겸손과 평화인지도 모릅니다. 강물은 바다에 이르러 비로소 그 본성을 찾은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바다가 세상에서 가장 낮은 물이며 가장 평화로운 물이기 때문입니다.()평화는 평등과 조화이며 갇혀 있는 우리의 이성과 역량을 해방하여 겨레의 자존(自尊) 을 지키고 진정한 삶의 가치를 깨닫게 함으로써 자기(自己)의 이유(理由)로 걸어갈 수 있게 하는 자유(自由) 그 자체입니다.” (156)

 

더불어 숲’(1998)

“‘우리는 이겼다는 외침과 나는 이겼다는 외침 사이에는 참으로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이 차이가 우리들로 하여금 쓸쓸한 감상에 젖게 하는 까닭은 아직도 우리를 이겨야 하는 것이 바로 오늘의 현실이고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철학이 되어 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46)

소수의 그룹이나 개인에게 전유된 것이 아니라 동시대의 모든 민중들에 의해서 이상이 공유되고 있는 혁명은 비록 실패로 끝난 것이라고 하더라도 본질에 있어서 승리입니다. 수 많은 사람들의 실패는 그대로 역사가 되고 역사의 반성이 되어 이윽고 역사의 다음 장에서 새로운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입니다.”(139~140)

 

처음처럼’(2007)

처음으로 하늘을 만나는 어린 새처럼/ 처음으로 땅을 밟는 새싹처럼/ 우리는 하루가 저무는 겨울 저녁에도/ 마치 아침처럼, 새봄처럼, 처음처럼/ 언제나 새날을 시작하고 있다.”(18)

인생의 가장 먼 여행은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여행이라고 합니다. 냉철한 머리보다 따뜻한 가슴이 그만큼 더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또 하나의 가장 먼 여행이 있습니다. 가슴에서 발까지의 여행입니다. 발은 실천입니다. 현장이며 숲입니다.” (50)

 

담론’ (2015)

내가 징역살이에서 터득한 인간학이 있다면 모든 사람을 주인공의 자리에 앉히는 것입니다. 나는 한 사람 한 사람을 유심히 봅니다. 그 사람의 인생사를 경청하는 것을 최고의 독서라고 생각했습니다. 몇 번에 나누어서라도 가능하면 끝까지 다 듣습니다.()유심히 주목하면 하찮은 삶도 멋진 예술이 됩니다.()예술의 본령은 우리의 무심함을 깨우치는 것입니다.”(251~252)

“‘씨 과실을 먹지 않는 것은 지혜이며 동시에 교훈입니다. 씨 과실은 새봄의 새싹으로 돋아나고, 다시 자라서 나무가 되고, 이윽고 숲이 되는 장구한 세월을 보여줍니다. 한 알의 외로운 석과가 산야를 덮는 거대한 숲으로 나아가는 그림은 생각만 해도 가슴 벅찹니다. 역경을 희망으로 바꾸어 내는 지혜이며 교훈입니다.”(420)

 

한국 근현대사의 비극을 생의 전체에 고스란히 새긴 고인은 마지막 강연에서까지 원망, 비관, 비난 대신 낙관과 희망을 말해 좌중을 숙연하게 했다.

사람을 거름하기는커녕 도리어 사람으로거름하고 있는 것이 바로 우리의 현실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절망과 역경을 사람을 키워 내는 것으로 극복하는 것, 이것이 석과불식(碩果不食씨과일은 먹지 않고 땅에 심는다)의 교훈입니다. 욕망과 소유의 거품, 성장에 대한 환상을 청산하고 우리의 삶을 그 근본에서 지탱하는 정치, 경제, 문화의 뼈대를 튼튼히 하고, 사람을 키우는 일 이것이 석과불식의 교훈이고 희망의 언어입니다.”

 

특히 좋아한 글귀는 언약은 강물처럼 흐르고 만남은 꽃처럼 피어나리이다. 마지막 강연의 말미에서 그는 말했다 우리가 흘려 보낸 수 많은 언약들이 언젠가는 여러분의 삶의 길목에서 꽃으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지식인들, 돈 벌 궁리만 하는 건가? 1.15 프레시안

[민교협의 정치시평] 성찰적 지성이 절실히 필요하다

일상적으로만 보면 어제나 오늘이 다를 리 없으며 시간은 그저 그렇게 변함없이 흘러가는 듯하다. 그러나 역사를 통해 바라보면 시간에는 분명 질적인 차이가 있으며, 결정적으로 세계를 바꿔놓은 대전환의 시기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결정적인 변화의 시간을 미리 알고 대처하면 그 다음 시대를 주도할 수 있지만 이를 놓치면 다른 문화권에 종속되거나 심하면 식민지로 전락하여 노예와 같은 비참한 삶을 살게 된다.

 

16세기 이래 세계에서 가장 강성하고 경제적으로 뿐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세계의 중심에 있었던 중국은 19세기에 이르러 점차 쇠퇴하면서 부패와 무능이 깊어갔다. 그와 함께 유럽 세계는 신대륙의 자원과 산업혁명, 계몽주의 혁명을 거치면서 세계 체제를 바꿔놓고 있었다. 이 변화와 세계사적 전환을 보지 못하고 과거의 영광에 빠져 있었던 중국이 이후 어떤 굴욕을 겪었는가. 중국이 모든 것일 줄 알던 조선은 그보다 더 비참한 지경에 빠지지 않았던가. 역사 이래 그 어느 제국보다 더 악랄하고 반인륜적이었던 일본이 구한말 이래 우리에게 행한 수없는 야만적 행태를 생각해보라. 위안부 문제도 그런 반인륜적 만행 가운데 하나이다. 그 뿐 아니라 징병과 징용, 한반도 내에서의 착취와 탄압은 나치 독일과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야만이었지 않은가.

 

이 모두는 전환의 시대를 읽지 못하고, 그 변화에 앞서 대처하지 못한 구한말 정치권과 지식인들의 무능과 맹목 때문이었다. 아니 당시 지배 권력은 결코 무능하지 않았다. 그들은 오직 자신들이 한 줌 이익만 생각하고 민중을 철저히 소외시키고 약탈하는 데 있어서는 참으로 교활하고 영리했다. 조선의 독립을 위해 고군분투한 황제처럼 미화하는 고종의 무능은 말할 것도 없고, 오직 자신들의 탐욕과 부귀에만 영리했던 당시 지배권력층의 행태를 되돌아보라. 그 이후 한반도의 민초들이 겪었던 너무도 비참하고 처절했던 고통을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이 모두가 단지 당시 지배권력의 탐욕과 무능 때문이었을까. 전환과 변혁의 시간을 보지 못하고, 세계사에서 급격하게 부상하는 유럽 제국의 힘과 야욕을 읽지 못했던 지식 계층의 책임은 묻지 않아도 좋은가. 또는 그런 무능과 탐욕에 제대로 저항하지 못한 민중의 책임은 전혀 없다고 말해도 좋은 것일까.

 

이런 질문을 하는 까닭은 지금의 한국 상황을 보면서 느끼는 위기감 때문이다. 지금의 세계는 결정적인 전환의 시간을 맞이하고 있다. 19세기 이래 전 세계를 장악하고 세계체제를 결정했던 유럽 근대 문명이 한계에 이르고, 그 패러다임이 결정적으로 바꿔야하는 변혁의 시대가 지금의 시간이다. 지성적인 측면에서도 지금은 이 한계를 넘어 시대를 해명할 시대정신에 대한 철학이 필요하고, 나아가야할 길을 사유해야 할 때에 이르렀다. 지금의 시대상황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시대정신과 "아직 오지 않은" 시대정신 사이에 놓인 이중의 결여에 처한 시기이다. 19세기 이래 전 세계를 압도했던 산업화로서의 근대체제는 물론, 17세기 이래의 서구 자본주의 체제 역시 한계에 도달했다. 국민국가(nation)와 그에 따른 민주주의적 정치질서 역시 세계 곳곳에서 보듯이 파열음을 내고 있다. 지식측면에서도 과학기술주의로 대변되는 근대학문체계는 성찰적 지성과 철학적 학문을 진리의 영역에서 배제함으로써 더 큰 의미론적 위기를 초래했다.

 

한국은 이런 모든 모순과 갈등이 가장 극단적으로 드러나는 곳이다. 민주주의의 위기는 말할 것도 없으며 약탈적 자본 중심의 경제체제, 북핵 위기로 드러나는 이데올로기적 갈등이 이만큼 격렬하게 나타나는 곳은 아마 중동 지역 외에는 없을 것이다.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이곳, 우리의 생활세계와 생활시간은 근대의 한계와 모순이 극명하게, 가장 처절하게 드러나는 생생한 현재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정치와 사회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국정원 대선 개입, 그치지 않고 계속되는 정치권의 부패와 불법, 사대강 사업과 각종 토목 사업에서 보이는 생활세계 파괴와 생태적 무지, 세월호와 메르스 사태, 교과서 국정화, 위안부 합의, 북핵 위기. 도대체 얼마를 더 거론해야 우리 사회의 위기를 말할 수 있나. 그럼에도 이 사회는 오로지 자본, 경제, 돈만을 말한다. 사회를, 지성을, 문화와 자연을 오직 자본에 종속시키려고만 한다. 젊은이를, 사람을, 여성을, 성인 남성을, 노인을 오직 경제 성장과 자본 증식의 수단으로만 보고 있다. 교육은 자본의 크기에 종사할 기능인만을 양성하려 한다. 생활 세계 전체를 자본에 복속시키고 있다. 그럼에도 지식인들은 침묵하고 있다. 아니 자신의 지식을 이용하여 어떻게 더 많은 자본을 얻을 것인지에 몰두하고 있다. 사람들은 불안하고 두렵고, 그래서 혐오하고 불신하면서 "다른 그들을" 배제하려 한다. 그래서 자신의 한 줌 이익을 키워줄 것 같은 정치에 막무가내로 매달리고 있다. 지금의 곤궁함이 사실은 그들 때문인지도 모른 채.

 

미친 사회, 맹목의 사회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왜 지금 우리 사회에 담론이 사라지고, 성찰적 지성이 매몰되었으며, 지성이 불신 받고 있는지 모르는가. 노동이 죽어가고 사회적 타살이 전 세계 최고에 이르렀지만 그 노동을 더 노예화하려는 노동법이 노동 개혁과 경제활성화법으로 미화되어 나타나고 있다. 생명이 죽어가고 있다. 불법과 부패를 저질러도, 학생들이 죽어가도, 언론이 쓰레기가 되어도 사회는 조용하다.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되어도 "대통령이 하시는 데 다 뜻이 있겠지, 우리는 하라는 데로 한다"는 맹목과 생각 없음이 판을 친다.

 

과연 희망은 어디에서 올 것인가. 이 맹목을 성찰할 지성은 어디에 있나. 우리가 가야할 미래와 인간다운 문화는 어떻게 가능할까. 지금 생각하고 공부하고 말하지 않으면 우리는 그때 그들처럼 노예의 굴종을 겪게 될 것이다. 시대를 읽지 못하면 그 사회는 죽음으로 내몰리게 된다. 변혁을 이루지 못하면 구태에 빠져 서서히 부서져 갈 것이다. 생각하지 않으면 노예가 된다. 우리 모두가 성찰적 지성을 회복해야 이 질곡에서 벗어날 수 있다.

 

총선 대예측]새누리 180석 넘을 확률 80%”···“어부지리 압승 가능성도1.15 경향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빅데이터 분석가

사실관계가 바뀔 때, 나는 내 마음을 바꾼다(When the facts change, I change my mind).”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남긴 말이다. 비교적 안정적 흐름을 일정 기간 유지하는 경제 분야도 이럴진대 정치 분야, 그것도 소선거구제를 기반으로 한 국회의원 총선을 예측한다는 것은 대체로 자살행위와 다름없다.

 

더불어민주당이 김종인을 영입하고, 국민의당 한상진이 이승만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상황은 이번 선거를 진보가 사라진, 보수 3당 대결구도로 만들고 있다. 미래는 사라지고 온통 과거가 왔다. 새누리당 출신들이 주요 3당 선거를 모두 지휘하는 기이한 상황이 연출됐다. 보기에 따라 새누리당이 더 경쟁력이 있다는 야당의 자기고백처럼 들린다.

이사야 벌린은 톨스토이 소설 속 캐릭터를 분석하기 위해 인간 유형을 고슴도치와 여우 유형으로 분류한다.미국 버클리대 필립 테틀록 교수는 언론은 신념에 차서 강하게 발언하는 고슴도치 유형을 선호한다고 한다고 말한다. 이런 고슴도치 유형은 발생하는 새로운 정보를 자신의 편견을 강화하는 쪽으로 활용한다. 나도 오늘 그 고슴도치 대열에 합류한다. 그러니 독자들이여, 부디 이 예측을 믿지 마라.

 

“1여 다야·40% 투표율 등 모두 새누리 유리

건강한 경쟁 뒤 연합 없인 야권 승리 확률은 10%

 

첫째, 새누리당이 국회선진화법을 무력화할 수 있는 180석을 넘길 확률은 80%. “확률적으로 예측하라는 당대 최고의 선거분석가 네이트 실버의 충고를 따랐다. 지난해 말 언론사들은 일제히 정당 지지율을 포함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기본적으로 ‘1여다야구도다. 조사기관에 따라 각 정당 지지율이 10%포인트 가까운 편차를 보였다. 네이트 실버는 이런 편차들 때문에 각종 여론조사 결과의 평균값을 취하고 여론조사기관들의 과거 정확성에 가중치를 두는 방식으로 분석해 정확도를 높였다.

 

조선일보·동아일보·한국일보·서울신문·문화일보·KBS·SBS·YTN 8개 언론사 발표의 평균값을 내봤다. 평균 지지율은 새누리당 34.9%, 더민주 18.7%, 국민의당 18.6%였다. 정당별 최고 지지율과 최저 지지율을 뺀 평균값도 이와 거의 같았다. 선거연합 같은 획기적 변수가 나타나지 않는 한 새누리당 압승을 예상할 수 있다.

 

나아가 투표율 변수도 고려했다. 18대 총선 투표율은 46.1%, 19대 총선 투표율은 54.2%였다. 20대 총선 투표율은 어느 정도일까. 11일부터 15일까지 트위터, 블로그 등 소셜미디어에서 총선 또는 선거를 언급한 문서는 203744건이었다. 이는 19대 총선을 앞둔 2012년 같은 기간 언급량 30993건의 68%에 불과한 수치다. 총선 관심도를 나타내는 언급량을 기준으로 단순 치환하면 20대 총선 투표율은 40% 초반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새누리당에 유리한 지표다.

 

둘째, 국민의당이 제1야당이 될 확률은 51%. 조사기관마다 차이가 있지만 호남 지역에서 국민의당이 더민주를 상당히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민주 지지자들이 들으면 불편하겠지만 안철수 탈당으로 야권 지형은 일정 부분 과거 대 미래프레임이 설정되고 있다. 더민주가 국민의당에 헤게모니를 빼앗기지 않으려면 명망가 영입에 올인할 것이 아니라 미래를 전취하기 위한 혁명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할 것이다. 국민의당은 역시 미완의 숙제처럼 불안한 요소를 갖고 있다.

 

셋째, 야권이 승리할 확률은 10% 정도로 낮아졌다. 민심 기저에는 헬조선을 살아가는 청춘들의 절망과 분노가 있고, 세월호 참사의 도도한 슬픔이 있다. 야권 정치지도자들은 이 본질적인 정치적 감수성에 과감히 다가가야 한다. “선거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극적 감각들을 일깨운다”(<신호와 소음> ). 박근혜 대통령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보다 높은 것도, 야당 대권주자들의 지지율 합이 여당 주자들의 합보다 높은 것도 유동성의 한 요인이다.

 

확장성은 국민의당으로부터 나올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미래로 가는 가슴 설레는 정책을 내놓기보다 과거 지도자들 무덤으로 향하는 지도부의 행태를 볼 때 이것도 장담하기는 어렵다. 야권이 판을 바꾸려면 건강한 경쟁으로 각자 영역을 넓힌 다음 아래로부터의 극적인 선거연합을 만들어내야 한다.

 

다시 케인스로 돌아가, 내일 새로운 팩트가 생긴다면 나는 기꺼이 새로운 예측을 할 것이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

야권의 비극은 지지기반이 단일하지 못하고 이질적인 그룹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데서 시작된다. 여당인 새누리당 지지층은 대체로 보수성향층이라는 단일한 특성을 지녔다. 하지만 야권 성향층에는 진보층, 중도층, 호남층이라는 달라도 너무 다른 지지자 그룹들이 모여 있다.이 세 그룹이 하나로 결합되어 있을 때 새누리당과 경쟁구도를 이룰 수 있었다. 반보수, 반새누리 정서를 기반으로 한 심판론과 견제론을 통해 세 개 그룹이 하나의 그릇에 담겨져 왔다.

 

 

하지만 진보와 중도 그리고 호남의 삼자연합이 이번 총선에서는 해체되어 치러질 공산이 커졌다. ‘정비되고 통합되어 있어야 겨우 경쟁구도가 만들어지는데 흐트러져 있으니 경쟁구도 자체가 형성되기 어려워졌다.

지금 같은 구도라면 새누리당은 현 의석을 뛰어넘는 180석 획득도 가능하다. 호남에 비해 2배 이상 많은 영남 의석수, 60세 이상 고령 유권자들 증가 및 적극적 투표참여, 그리고 야당 분열로 인한 수도권에서의 어부지리는 새누리당에 압승의 성적을 안겨줄 가능성을 높인다.

지금과 비교할 만한 이전 선거를 굳이 찾자면 선거 종류는 다르나 비슷하게 나뉘어 치러진 2006년 지방선거를 들 수 있다. 당시 광역자치단체장 당선자 수는 한나라당 12, 민주당 2, 열린우리당 1, 무소속 1명이었다. 기초자치단체장의 경우 서울에서 한나라당이 싹쓸이를 했다. 경기도에서도 31곳 중 27곳을 한나라당이 차지했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분열이 낳은 결과였다. 물론 당시에는 열린우리당이 평가받는 여당이었다는 점이 다르지만 그 특성을 무시하긴 어렵다. 5%포인트 내 칼날 승부처가 도처에 널린 수도권에서 야권의 분열은 가물에 콩 나듯 당선자를 낼 수밖에 없다.

 

여 심판 프레임 사라지고 야당이란 회초리부러져

후보 자율적 단일화 없인 수도권 당선은 가물에 콩’”

 

이질적인 3개의 그룹을 묶어주던 정권심판론 프레임이 원활하게 작동되기 어렵게 된 점도 야권의 미래를 어둡게 한다. 선거는 정권에 대한 평가로 국민들이 야당이라는 회초리를 들어 쓰는 것인데 평가 도구인 야당이라는 회초리가 부러져 있기 때문이다. 또 정권에 대한 평가보다 야당의 주도권을 누가 쥐느냐가 주요 이슈로 부각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정당이라는 선택지가 많아져 투표율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지만 야권이 기대감을 만들지 못하면 투표율이 제약될 수도 있다. 정보 습득과 이해가 빠른 젊은 야권층은 해당 지역에서 야당 분열로 지지후보의 당선이 어렵다는 점을 사전 인지하게 될 경우 사표심리로 인해 투표의지가 약화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새누리당이 200석을 넘긴다고 예단하긴 이르다. 비록 야권의 다른 한 축으로 떠오르고 있는 국민의당에서 공식적인 선거연대를 적극 추진하진 않겠지만 후보 단일화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는 서울 등 수도권에서는 개별 지역 내에서 후보 간 자율적 단일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야권 의석은 300석에서 새누리당 의석을 뺀 수치이니 현 의석수보다 늘어나기는 쉽지 않다. 호남에서는 국민의당의 약진이 예상된다. 호남에서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반감과 불신이 해소되지 않으면 총선에서 호남에서만큼은 더민주에 대한 심판 프레임이 제법 작동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서울 등 수도권에서는 더민주와 국민의당 양쪽이 경쟁할 경우 국민의당 후보들의 선전이 호남에 비해 제약될 가능성이 있다. 수도권에서는 중도층이 주된 지지층을 이루고 있는데 이들 중도층의 총선 투표참여도는 그리 높지 않기 때문이다. 70% 이상의 투표율인 대선에서는 이들이 대거 투표에 참여하지만 50% 초중반의 투표율을 보이는 총선에서는 그렇지 않다.

 

정의당은 어떨까. 1야당과의 연대를 통한 지역구 의석 확보와 비례득표율 확대가 기본전략일 수밖에 없는데 이번엔 이 전략이 적용되기 어렵다. 더민주와의 선거연대가 국민의당 출현으로 인해 수월해진 측면도 있지만 비례득표는 과거 민주노동당과 통합진보당 등이 얻었던 수준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지역구 투표는 제1야당에, 비례투표는 군소진보정당에 주는 경향이 있었지만, 야권 정당이 더 늘어난 점, 그리고 제1야당 위축에 대한 위기감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 정의당에 갈 수 있는 비례투표를 줄어들게 할 수 있다.

 

계급 결혼 1.15 경향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임우재 삼성전기 고문이 최근 법원에서 이혼 판결을 받았다. 결혼 전 삼성 계열사 평사원이었던 임 고문은 재벌가 맏사위로 변신하면서 신데렐남(남자 신데렐라)’으로 불리며 뭇 총각들의 부러움을 샀다.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평범한 청년을 남편으로 맞았던 이 사장의 결혼은 당시 영화 같은 러브 스토리로 관심을 끌었다. 재벌가 자녀와 보통 사람의 결혼은 지속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의 장손녀 이미경 CJ그룹 부회장, 고 최종현 SK그룹 회장의 딸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딸 정윤이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전무 등이 평사원과 결혼했다가 이혼했다.

 

창업주가 대부분 사망하고, 3~4세까지 이어진 지금 한국 재벌가의 결혼은 그들만의 리그에서 이뤄지는 게 일반적이다. 이른바 부촌에 몰려 살다보니 유치원과 초등학교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이너서클을 형성하고, 그 안에서 배우자를 선택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 재벌가 자녀끼리의 혼사를 주선하는 전문가도 있다고 한다. 재벌가 며느리가 됐다가 그들의 문화에 적응하지 못해 온갖 수모를 당한 끝에 결국 이혼할 수밖에 없었다는 유명 연예인의 이야기도 널리 알려져 있다. 그들끼리의 혼맥을 통해 재벌기업은 인수·합병(M&A) 못지않은 시너지 효과를 얻기도 한다. 사실상 내부거래를 통해 땅 짚고 헤엄치기식 돈벌이가 가능한 것이다. 정치·관료 권력층과의 결혼을 등에 업고 기업을 성장시켰던 초창기 재벌과는 다르다. 권력의 중심이 정치에서 자본으로 이동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한 민간 신용평가회사가 신용평가 점수가 비슷한 사람끼리 결혼하거나 관계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반대로 두 사람의 신용평점 격차가 크다면 파경에 이를 확률이 높다. 신분과 계급을 뛰어넘는 결혼은 성사되기 어렵고, 이뤄지더라도 깨지기 쉽다는 뜻이다. 동화 <신데렐라>의 결말은 신데렐라가 왕자와 결혼하는 해피엔딩이다. 만약 그게 끝이 아니라면 배운 것도 가진 것도 없는,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집안일뿐인 신데렐라가 결혼생활을 잘 유지할 수 있었을까?-안호기 논설위원

 

청소년 10명 중 8우리 사회 불평등해1.16 민중의 소리

청소년 10명 중 8명은 한국사회가 불평등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10명 중 6명은 우리 사회가 안정적이지 않다고 답했다.

 

16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이상영 선임연구위원을 책임연구자로 해 한국사회의 사회심리적 불안의 원인분석과 대응방안이라는 연구보고서를 내놓았다.

 

지난해 811일부터 920일 온라인으로 전국 만 14~18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79.4%는 우리 사회가 불평등하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매우 불평등하다는 응답이 20.9%, 불평등하다는 응답자가 58.5%였다. 60%의 청소년은 우리 사회가 전혀 안정적이지 않다(11.2%)거나 안정적이지 않다(48.8%)고 답했다.

 

한편 44.2%의 청소년은 다른 사람을 대체로 신뢰할 수 없다(40.9%)거나 전혀 신뢰할 수 없다(3.3%)고 답해 대인신뢰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엿볼 수 있었다.

 

우리 사회가 어느 정도 믿을 수 있는 사회인지 0(매우 믿을 수 없음)부터 10(매우 믿을 수 있음)의 점수를 매기도록 한 결과 평균 4.1점에 불과했다. 그만큼 청소년들은 우리 사회를 신뢰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3개월간 심리적 불안으로 잠을 이루지 못한 횟수는 월1-2회가 24.7%, 1-212.6%, 3-44.2%, 거의 매일이 2.0%였다. 하루 평균 수면시간은 7시간이 27.2%, 6시간 25.8%, 8시간 19.5%, 5시간 이하가 17.9%를 기록했다.

 

자신의 목표를 이룰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62.6%가 달성 가능성이 크다(52.0%)거나 매우 높다(10.6%)고 말해 대체로 긍정적이었지만 37.4%는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연출된’ 13개 질문 끝나고 여기까지 받겠다는 청와대 1.13 미디어오늘

기자들 복수의 질문 내용 정확히 인지, 갑작스러운 질문엔 국민에게 물어봐라

 

13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한 편의 잘 짜인 각본과 같았다. 청와대 출입기자단은 지난 두 차례의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에서 질문 순서와 내용을 사전 조율한 것으로 드러나 여론의 질타를 받았는데도 올해 역시 기자회견 연출은 반복됐다.

 

이날 기자회견은 미디어오늘이 대통령 담화 시작 전에 미리 입수한 질문 순서(서울신문, KBS, 조선일보, 이데일리, 헤럴드경제, 경상일보, OBS, 뉴데일리, JTBC, 한국일보, 평화방송, 일본의 마이니치 신문, 대전일보)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그대로 진행됐다. (관련기사 : 박근혜 대통령 기자회견, 대본을 공개합니다)

 

아울러 국민TV 뉴스K가 입수한 사전 질문지와 이날 기자회견에서 나온 질문 내용 대부분이 일치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지난 12일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사전에 질문 내용을) 받지 않는다. 질문 순서와 내용도 전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정 대변인은 현장에서 박 대통령과 기자들의 즉각적인 문답이 이뤄지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그렇다“13일 오전 1030분부터 시작하는데 박 대통령의 답변 시간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은 13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답변 도중 계속해서 아래쪽을 쳐다봤다. KTV 생중계 화면 갈무리.

 

거짓말이었다. 미디어오늘이 이날 기자회견이 시작되기 전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와 기자회견을 생중계하는 방송국들에 확인한 결과, 방송국에선 이미 질문하는 기자들의 명단과 예정 시간을 파악하고 있었다. 한 방송국 관계자는 “90분 동안 기자회견을 진행한다는 것과 13개 매체에서 질문을 받는다고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이 각본대로 진행됐음은 전 국민이 지켜보는 기자회견 과정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정 대변인은 지금부터 기자 여러분들의 질문을 받도록 하겠다. 지명을 받은 분들은 소속과 이름을 밝히고 질문해 주시기 바란다며 한 기자의 질문이 끝나면 네 다음 질문 받겠습니다. 손을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미리 질문 순서가 정해졌음에도 여러 기자들이 손을 들었고, 정 대변인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질문 순서에 맞춰 해당 기자를 지목했다.

 

방송 생중계 화면에서도 기자들의 질문이 시작되는 동시에 해당 기자의 소속과 이름이 정확히 자막으로 표시됐다. 특히 요네무라 고이치 마이니치신문 기자가 질문했을 때 그는 마이니치신문의 요네무라라고 합니다라고만 했는데도 자막에는 마이니치신문 서울지국장이라는 직함까지 표기됐다.

 

정 대변인은 예정된 13명의 기자의 질문이 모두 끝난 후엔 오늘 질문은 여기까지 받도록 하겠다며 추가 질문이나 약속된 기자 외 다른 청와대 출입기자들의 질문은 전혀 받지 않았다. 정 대변인의 말에 손을 드는 기자도 없었다.

 

13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질문하는 요네무라 고이치 마이니치신문 기자. JTBC 생중계 화면 갈무리.

 

이날 기자회견 전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질문지가 사전 유출은 없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청와대 출입기자 가운데 어떤 매체의 어떤 기자가 질문할지에 대해 사전 조율됐으며, 매체별 질문 순서와 총 질문 개수 등을 청와대 춘추관 쪽에서 인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박 대통령도 기자회견 도중 아까 질문을 한꺼번에 여러 개 하셔가지고. 제가 머리가 좋으니까 그래도 이렇게 기억을 하지, 머리 나쁘면 이거 다 기억 못 해요. 질문을 몇 가지씩이나 하시기 때문에라고 말하며 질문 내용을 사전에 몰랐던 것처럼 말했다. 기자들이 질문하는 중간중간 펜으로 메모를 하기도 했다. 정말 기억력이 좋아서였을까. 박 대통령은 답변을 하는 도중 무언가를 읽는 듯 계속해서 아래쪽을 쳐다봤다. 한 기자 당 두세 질문이 쏟아져 한 번쯤은 질문 내용을 재차 물어볼 만도 한데 비교적 질문 내용을 정확히 인지하고 답변했다.

 

오히려 박 대통령은 오창균 뉴데일리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 중 정 대변인이 다음 질문 순서로 넘기려 할 때 질문이 역사교과서 말씀도 있었고 포퓰리즘 질문도 하셨고 그러셨죠?”라며 미처 답변하지 못한 질문을 챙기는 꼼꼼함도 보였다. 미리 유출된 질문지에 없는 내용의 질문에는 잘 모르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최문선 한국일보 기자가 알려진 질문 내용에 없는 반기문 총장에 대해 묻자 박 대통령은 반 총장이 왜 지지율 높게 나오는지는 나는 모르겠고 국민에게 여론조사를 해서 왜 찬성하는지 물어봐라고 말했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직접 만날 계획이 있는지거듭 묻는 질문에는 피해자 할머니들의 상처가 아물면서 마음의 치유가 돼 가는 과정에서 뵐 기회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확답을 피했다.

 

박근혜 대통령 기자회견, 대본을 공개합니다

미리 정해진 순서, 알고 있으면서 손들며 쇼하는 기자들대통령도 준비된 답변?

 

유출된 기자회견 질문지, 청와대는 사전에 이 내용을 전혀 몰랐을까. 자료출처=국민TV 뉴스K

한편 MBC 기자 출신인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12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기자들로부터 사전에 질문 내용을) 받지 않는다질문 순서와 내용을 전혀 알지 못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정 대변인은 현장에서 박 대통령과 기자들의 즉각적인 문답이 이뤄지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렇다라고 답변했다

 

더민주, 삼성전자 고졸 출신 여성 상무 영입 1.12 한겨레

 

삼성전자 최초의 고졸 출신 여성 임원인 양향자 메모리사업부 플래시 개발실 상무가 12일 오전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대표회의실에서 입당원서를 문재인 대표에게 제출한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양 상무는 현장에서 익힌 반도체 설계기술로 바닥에서부터 우리나라 최고의 반도체 설계 전문가로 성장한 입지전적 인물이라고 더민주는 보도자료를 통해 소개했다. 2016.1.12. 연합뉴스

 

안녕하세요. 30년 반도체인 양향자입니다.

이제 하나의 길모퉁이를 지나 이어진 다른 길을 바라봅니다.

지금 저는 가보지 않은 그 길에 첫걸음을 내딛습니다.

저는 평범한 아내이자 엄마이며 딸이고 직장인 입니다.

18세 철모르는 시절 직장인으로 첫발을 내디딘 지 30년이 지났습니다.

문재인 대표님의 제안을 받고 깊게 고민했습니다. 선택의 순간이 왔고 제가 선택했습니다.

우리나라 산업의 축 반도체 분야에서 남들은 기적이라 부르는 일들을 더불어 경험했습니다.

저와 반도체가 함께 성장한 30년이었습니다.

우리 살아생전 반도체 기술로 일본을 이길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할 수 없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의지로 기적을 만들어냈고, 자부심으로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이제 기적 같은 변화와 성장이 제가 새로 몸담을 정치에서 벌어지기를 소원합니다.

 

현실의 정치가 녹록지 않겠지만, 저는 3가지를 스스로에게 약속합니다.

첫째, 한결 같다면 그것이 제대로 가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거창함보다 소박함으로 남겠습니다.

세계 최고의 반도체 공장의 성공은, 손톱보다 작은 반도체에 매달려 온 수많은 사람의 열정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큰 변화를 꿈꾸기보다, 눈앞의 과제에 집중한다면, 정치에서도 새로운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합니다.

저는 제 부족함을 감추지 않겠습니다. 널리 배우고, 자세히 물어, 꼼꼼히 챙기겠습니다.

막연한 것들을 확연히, 그리고 쉽고 간결하게 추진하겠습니다.

둘째, 움츠리고 있는 청년들이 용기있게 내딛는 그 길에 디딤돌이 되겠습니다.

박사급 연구자가 수두룩한 글로벌 기업에서, 고졸이었던 제가 기업의 임원이 되기까지 겪었던 수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저는 혼자 힘으로 극복하지 않았습니다. 저를 이끌어주셨던 많은 선배들의 가르침이 있었고, 동료들의 배려가 있습니다.

이제 청년들에게 제가 힘이 되고 싶습니다.

 

학벌의 유리천장, 여성의 유리천장, 출신의 유리천장을 깨기 위해 모든 것을 다 바쳐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나처럼 노력하면 된다고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출신이 어디든, 학벌이 어떠하든, 오늘 열심히 살면 정당한 대가와 성공을 보장 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스펙은 결론이 아닌 자부심이어야 합니다. 정해진 결론을 부정하고, 역동의 사회를 만드는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없는 길을 만들며 무수히 눈물을 삼켰던 주인공이 제가 마지막이 되기를 바랍니다.

셋째, 저는 제 아이들을 사랑하고 아이에게 사랑받는 행복한 엄마입니다. 그러나 일과 가정을 함께 꾸려나가는 일이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제가 일해 온 기업은, 수개월마다 생산혁신을 이뤄내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곳입니다. 기업이 여성의 모성을 보호하고, 더 나아가 아빠의 부성까지 존중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현실도, 관행도 제대로 지켜주지 못해온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나 정치는 할 수 있습니다.

여성의 출산이 출세를 막는 현실을 바꾸고 싶습니다. 육아가 경력단절로 바로 이어지는 구조를 바꿀 책임이 정치에게 있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가 직장맘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독해지거나 하나를 포기하라는 것 말고는 없습니다.

제도가 바뀌고, 문화가 바뀌고, 관행이 바뀌어야 합니다. 여성 개인이 짊어진 짐을 모두가 함께 나누기 위한 사회적 합의의 책임은 결국 정치에 있습니다. 그 길을 찾고 싶습니다.

어제까지 제가 서 있던, 30년을 근무했던 반도체 공장을 떠나며, 만감이 교차합니다. 입당의 자리이지만, 저에게는 반도체인으로서 작별의 자리이기도 합니다. 진심으로 감사했고, 고마웠고, 사랑한다고 말씀드립니다. 제가 떠나온 고향이 더 많은 국민께 사랑받을 수 있는 곳이 되도록 항상 노력하겠습니다.

자랑스러운 삶으로 국민 앞에 서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친박 좌장 서청원, 아베 만나 "위안부 합의 이행" 다짐 1.13 프레시안

아베 "합의, 로서도 100% 만족 못해시간 지나면 국민 이해할 것"

한일 양국 국회의원 교류 모임 '한일의원연맹'이 일본을 방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면담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한일의원연맹 회장 서청원 의원은 13일 오후 보도 자료룰 내어, 이날 오후 330분부터 아베 총리를 면담했다고 밝혔다. 서 의원은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박 대통령의 구두 메시지를 전달했다""박 대통령은 메시지를 통해 한일 양국 간 가장 어려운 현안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가 작년 말 타결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하며, 금번 합의의 충실한 이행이 양국 관계의 선순환적 발전에 기여할 것임을 강조하면서 이와 관련해 사실이 아닌 일들이 언론에 보도돼 합의 정신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이에 대해 "위안부 문제는 한일 양측 모두에게 어려운 결단이 필요한 것이 있다""합의 내용이 일본으로서도 100% 만족한 것은 아니고 일본 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있긴 하지만, 국민들은 시간이 지나면 금번 합의가 올바른 것이었다고 이해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고 서 의원이 전했다.

한일의원연맹 대표단은 이날 오전 재일 민단 신년회에 참석했다. 대표단으로는 서 의원 외에 새누리당 김태환, 주호영, 심윤조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김성곤 의원 등이 함께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3일 오후 한일의원연맹 회장인 서청원 의원을 접견하고 있다. 여당 친박계 좌장인 서 의원은 아베 총리에게 박근혜 대통령의 구두 메시지를 전했디. 서청원의원실

 

 

당신들은 왜 국회의원 자리에 목을 거는가 1.11 미디어오늘

천박한 속물정치를 이성의 정치로 바꾸자

20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치러질 413일까지 석 달 남짓밖에 남지 않았다. 아직 선거구 획정안이 결정되지 않았는데도 예비후보들의 선거운동이 겨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현역 의원들은 물론이고 처음으로 금배지를 달아보겠다고 나선 사람들도 당선이 아니면 죽음을!”이라는 각오로 모든 것을 걸고 있는 듯하다.

 

집권 새누리당 후보 대다수는, ‘콘크리트 지지층을 거느리고 공천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대통령 박근혜의 총애를 사려고 다양한 충성 서약과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에서 그렇다고 한다. 대구의 한 지역구에서는 새누리당 현역 의원이 박근혜가 자신에게 귀엣말을 하는 사진과 비빔밥을 나눠 먹는 사진을 의정활동보고서에 크게 실었다. 그의 명함에는 역시! 000! 진실한 사람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대구 달서을에 출마하겠다고 밝힌 전 서울경찰청장 김용판은 경찰 제복을 입은 자신이 박근혜와 나란히 서 있는 사진을 현수막에 올리고 뚝심과 의리의 경상도 싸나이라는 글을 추가했다(<연합뉴스> 12일자).

 

이른바 친박계안에서도 박근혜와 가까운지 먼지를 보여주는 신조어들이 난무하고 있다. ‘원박’(원조 친박), ‘복박’(돌아온 친박), ‘신박’(새로운 친박), ‘진박’(진짜 친박), ‘월박’(비박에서 친박으로), ‘죽박’(죽을 때까지 박근혜) 등등. 그뿐 아니다. ‘강박’(강성 친박), ‘가박’(가짜 친박), ‘멀박’(멀어진 친박), ‘용박’(박근혜를 이용하는 친박), ‘홀박’(홀대 받은 친박), ‘곁박’(곁불 쬐는 친박), ‘울박’(울고 싶은 친박), ‘수박’(수틀린 친박), ‘쪽박’(쫓겨난 친박), ‘짤박’(잘려나간 친박), ‘맹박’(맹종하는 친박)도 있다. 집권당 안에서 총선에 나서겠다고 하는 정치인들 가운데 나는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고 자신있게 말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야말로 세계 그 어느 나라의 대통령도 연출할 수 없는 웃을 수 없는 코미디이다.

 

새누리당 정책위원회는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이 원하는 정책, 국민에게 희망을 드릴 수 있는 정책 공약을 개발하기 위한 20대 총선 공약개발본부발족식을 가졌다. 사진=새누리당 홈페이지

 

새누리당에서 극히 소수인 비박계말고 대다수가 눈물겨운 충성 경쟁을 벌이고 있는 데 반해 야권에서는 파괴적인 이합집산이 벌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더민주당)을 떠난 안철수와 김한길이 손을 잡고 110일 창당준비위원회의를 발족시킨 국민의 당(가칭)친정이자 두 사람이 공동대표를 맡았던 새정치민주연합을 낡은 진보’, 정권교체 가능성이 전혀 없는 식물정당식으로 몰아붙였다. 호남에서 더민주당을 누르겠다고 호언장담하는 그 정치세력은 호남팔이라는 비판에 펄쩍 뛰며 반발하고 있다. 야권 분열이 아니라 호남 민심은 이미 자기들 쪽으로 기울었다는 주장이다. 더민주당에서 탈당하는 의원이 늘어나 국민의 당으로 간다면 20석을 가진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혼란의 극치 속에서 더민주당 의원들이 보이는 행태 역시 딱하기 짝이 없다. 1야당을 중심으로 야권 연대를 이루어야 총선에서 새누리당을 누를 수 있다거나, 적어도 개헌 저지선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권자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하는데도 이탈자를 막기에 급급하다. 더민주당의 지역구 출신 의원들과 비례대표 의원 일부는 다음 총선에서 당선되는 데만 신경을 쓰고 있는 것 같다. 국정을 파탄으로 몰아넣은 박근혜 정권을 심판하고 민주체제를 새로 건설하는 과업은 자기들 몫이 아니라는 뜻일까?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종걸 원내대표 등이 모여 새해 첫 날인 1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2016년 단배식에서 새해인사 및 국민과 더불어떡을 자르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

 

새누리당뿐 아니라 더민주당과 국민의 당(가칭) 정치인들은 왜 국회의원 자리에 목을 걸고 있는가? 국가와 민족을 위해 봉사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물음에 대해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는 정치인이라면 그런 진정성을 흔쾌히 인정해 주겠다.

 

현재 국회의원들은 장관급 대우를 받고 있다. 연간 세비는 14,689만원이고, 보좌진(42, 52, 6·7·9급 각 1, 유급 인턴 2)의 총 연봉은 39,513만원이다. 의원회관 운영비, 차량 유지비 등으로 연간 5,179만원을 국고에서 지원받는다. 현행범을 제외하고는 불체포특권을 누린다. 해외 출장 시 재외공관의 영접을 받는다. 고급 시설을 갖춘 국회 한의원, 양의원, 체력단련실, 목욕탕을 수시로 무료 이용한다. 2회 해외 시찰을 나갈 때 국고 지원을 받는다. 상임위원장에게는 한 달에 1천만원의 판공비가 별도로 지급된다. 단 하루만 국회의원을 하더라도 65세가 되면 월 120만원의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이렇게 엄청난 혜택이 없어지고 북유럽 나라들(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이나 스위스처럼 국회의원을 대우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북유럽 나라들에서는 국회의원들에게 차량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주로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의원 서너 명이 보좌관 한 명을 두고 공동으로 정보와 자료를 수집해서 정책을 마련하거나 홍보 활동을 한다. 연봉이나 수당은 일반 봉급생활자들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주민들이 자격이 있다고 판단하면 세탁소 주인도 노동자도 농민도 총선에 출마해서 당선될 수 있다. 한국처럼 교통지옥이 아니라서 자전거를 타고 활동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국회의원 업무가 하도 고단해서 재선을 원하는 사람은 아주 적다고 한다. 스위스의 국회의원들 가운데 정규직은 10%뿐이고 나머지는 의정활동 60~70%, 직업에 관한 일 30~40%를 하는 비정규직이라고 한다. 연봉은 최저임금 수준이고 비서와 의원실은 아예 없다. 당신이라면 그런 나라들에서 국회의원이 되려고 막대한 선거비용을 쓰거나 지역구에서 환심을 사려는 인사 차리기에 열중하겠는가? 현역 의원들은 장관직보다 안정적이고 갑 중의 갑대우를 받는 자리에서 쫓겨나지 않으려고 재선, 3, 나아가 10선에 목을 걸지 않을 수 있는가?

 

대한민국의 국회의원 다수는 의정활동에 전념하기보다는 사익 추구에 몰두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국회의원들의 평균 재산(20153월 현재)286천만원이라는 사실이 왜 그런지를 입증한다. 전체 의원의 37.3%109명이 부모나 자녀의 재산공개를 거부한 사실은 무엇을 뜻하는가? 해마다 예산을 심의하는 정기국회가 열리면 자기 지역구에 생색을 내려고 국고금 끌어들이기에 혈안이 되는 의원들이 많다. 헌법기관으로서 국민의 대의기구 구성원 역할에 충실해야 할 의원이 해서는 안될 일인데 말이다.

 

20122월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의 박근혜 대통령. 연합뉴스

많은 국회의원들이 업무에 불성실하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자료들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 가운데서도 대표적인 인물은 19대 총선에서 5선 의원이 된 박근혜였다. 201295아이엠피터<다음 블로그>에 올린 글(“박근혜 국회 본회의 출석 0%’ 이러고도 대통령 감?”)은 많은 유권자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을 것이다. 의원 박근혜는 201272일부터 81일까지 열린 본회의에 결석또는 청가라는 이유로 단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다. 새누리당 대통령후보로서 선거운동을 하느라고 바빴다고 변명하더라도 국민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직무유기였다. 게다가 국회에서 그의 법안 대표발의 건수는 형편없는 수준이었다. 18대 국회에서 평균 대표발의 법안 수는 36건이었는데, 박근혜의 5선 의원 기간(14)의 대표발의 법안 수는 15건으로 연 평균 1.1건에 불과했다. 다른 의원들이 만든 법안에 도장 한 번 찍는 일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그런 의원에게 거액의 연봉과 기타 경비, 그리고 다양한 특혜가 제공되었던 것이다. 선진국들에서 대선 시기에 그런 문제가 불거졌다면 당장 후보를 사퇴하고 정계를 떠나야 했으리라.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이래 제헌국회부터 19대까지 의원들 다수가 갈수록 천박하고 비속한 정치인으로 타락해 간 것은 헌정사에서 지울 수 없는 오점이다. 박정희가 ‘10월 유신이라는 쿠데타 이후 의원 총수의 3분의 1을 통일주체국민회의라는 거수기 기관에서 뽑도록 한 시기가 최악이라고 볼 수 있지만,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루었던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에도 의원들의 사익 추구와 자기중심주의가 약화되지 않은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국회 본관. 연합뉴스

총선을 앞둔 이 시점에서 가장 안쓰러운 것은 1960년대부터 치열하게 민주화운동을 했다가 1990년대 초부터 정치권으로 들어가 의정활동을 한 세대 가운데 다수가 그들 앞 세대 못지않게 국회의원 자리에 목을 거는 행태를 보이고 있는 현상이다. 70대 후반에 들어선 정치인들은 노추노욕때문에 그렇다 치더라도 이제 50대에 불과한 인물들이 옛날의 치열한 투쟁 의지를 상실한 채, 야권에서 독자적으로 진보적 그룹을 이루어 활동하지 못하는 사실이 바로 그렇다. 그들은 김대중·노무현이나 과거 출중한 재야 지도자들의 그늘을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는 413일의 제20대 총선은 박근혜를 중심으로 한 수구보수세력의 장기집권을 허용하는가, 아니면 상대적으로 민주적이고 진보적인 야권이 연대를 이루어 총선을 승리로 이끌거나 적어도 새누리당의 개헌선 확보를 저지하는가의 중대한 분기점이 될 것이다. 그리고 야권이 연대를 이룰 경우, 종전처럼 국회의원 자리에 목을 거는 천박한 정치인들을 배제하고 이성과 양심에 따라 민족공동체를 위해 생산적인 의정활동을 할 수 있는 인물들을 단일후보로 내세울 수 있는지 여부가 아주 중요하다. 야권이 그런 작업에 성공한다면 천박한 속물정치를 퇴치하고 이성의 정치를 펼칠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될 것이다.-김종철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

 

 

새누리당은 왜 종편 패널들을 영입했을까 1.11 오마이뉴스

[주장] 새누리당의 종편 패널 영입, 총선 여론전 위한 '당근'인가

 

새누리당의 4·13 총선 대비 1차 인재 영입 결과 발표 기자회견이 10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렸다. 박상헌 공간과미디어연구소 소장(왼쪽부터), 김태현 변호사, 전희경 자유경제원 사무총장, 배승희 변호사, 변환봉 변호사, 최진영 변호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지난 10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총선을 대비한 1차 영입 인사를 발표했다. 김무성 대표는 "애국심이 높은 젊은 전문가그룹이 나라를 위해 역할을 하겠다고 큰 결심을 했다. 젊은층 지지가 미약한 새누리당으로서는 큰 힘이 될 것"이라며 이들을 전문가 그룹이자 애국자 집단으로 평했다.

 

김무성 대표의 호평과는 다르게 이번 영입은 '종편 출연자들의 대거 새누리당 입당'이라고 봐야 합니다. 6명 중 무려 3명이 종편에 단골로 출연하는 패널이었고, 2명도 방송에 자주 등장하는 출연자다. 전희경 자유경제원 사무총장은 김무성 대표가 '이 시대의 영웅'이라고 칭찬하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토론에 단골로 나오는 인물이다.

 

종편에 출연하는 패널들 상당수는 막말과 검증되지 않은 발언 등으로 계속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 김영춘 전 의원이 유시민을 두고 '맞는 말을 싸가지 없이 한다'고 평가한 적이 있다. 그런데 오늘 아침 한 지인이 '틀린 말도 싸가지 없이 한다'고 하더라" -TV조선< 뉴스1>(2013.12.16) 패널 박상헌

- "이게 북한 교과서인지, 대한민국 교과서인지 모르겠는데, 더 심각한 것은 이게 북한 김일성 독재에 이용되었다는 내용은 아주 작은 글씨로 밑에 나와 있습니다. 이 필진의 의도가 버젓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죠."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2015.10.7 ) 패널 박상헌

- "시대를 살아보지 않은 사람들이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과 그 시대를 살아야만 했던, 한정된 자원과 그 시대에 부여된 역사적 소명과 이런 것들에 대해서 고뇌에 찬 결단들이 있는 것입니다." -TV조선 <이하원의 시사Q>(2015.10.19) 패널 전희경

 

"자발적으로 입당했기 때문에 인재 영입과는 다르다

 

새누리당이 영입한 인사들의 종편 출연 현황

종편 출연자들이 공정성을 잃고 막말을 일삼으며 종북몰이를 하는 모습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들의 영입을 놓고 김무성 대표는 "이들은 자발적으로 입당하겠다고 밝혀 왔기 때문에 기존의 인재 영입과는 개념이 다르다"고 밝혔다.

 

자발적 입당과 인재 영입은 가장 먼저 공천에서 차이가 난다. 정당에서 모셔온 분을 일반 당원들과 똑같이 대우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최소한 비례대표 내지는 지역 공천 우선순위를 줘야 한다. 그러나 자발적 입당은 스스로 들어왔기 때문에 공천을 받으려면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경쟁해야 하고 심사를 받아야 한다.

 

김무성 대표가 인재 영입이 아니라 자발적 입당이라고 밝힌 이유는 총선을 앞두고 이들을 전략적으로 공천할 경우 내부에서 반발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 영입된 사람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 당내 아무 지지기반도 없는 상황에서 똑같이 공천 심사를 받으라고 한다면 분명 반발할 것이다. 그들과 김무성 대표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래도 종편 패널들을 모셔와야 했던 이유

 

개국 이후 종편채널들의 시청률 변화

아무것도 줄 수 없다면서도 왜 김무성 대표는 종편 패널들을 데리고 왔을까? 종편이 총선 여론에서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종편 시청률은 애국가 시청률이라 놀림 받던 개국 때와는 다르게 엄청나게 높아졌다.

 

2011년 개국 때 종편 4사의 시청률은 1%도 넘지 못했다. 그러나 2015년 뉴스·시사 시청률은 대부분 1%를 넘었다. JTBC 뉴스룸을 사람들이 많이 본다고 해도, TV조선이나 채널A 등은 온종일 뉴스 대담프로를 방송하기 때문에 오히려 시청률에선 떨어진다.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여론전이다. 여론을 움직이는 힘이 예전에는 지상파였지만, 지금은 종편이 그 힘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을 움직이려면 당근을 줘야 하는데, 그 당근이 지금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보여준 '영입인 듯 입당인 듯' 헷갈리는 작품이다.

 

이제 종편에 출연하는 사람들은 지금보다 더 새누리당과 정부를 지지하고 우호적인 발언을 쏟아낼 것이다. 앞으로 정치에 입문하는 가장 빠른 길은 종편에 출연해 야당을 비난하고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 김무성 대표를 옹호하는 일이 될 것 같다. 참 정치하기 쉽다.

 

 

부모 경제력 따라 10평 빌라 - 30평 아파트흙신혼-금신혼1.10 한겨레

두 신혼부부의 출발선

 

최근 결혼한 김민재(가명·30)·이수진(가명·29)씨의 신혼집은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에 있는 실평수 33(10)의 다세대주택이다. 14000만원짜리 전세다. 전라북도 고창에서 한우를 키우는 부모님이 보내준 2000만원, 김씨가 살던 자취방 전세보증금 3000만원을 합쳐도 9000만원이 부족했다. 학자금 대출 700만원도 갚아야 했다. 결국 연이율 2.79%9700만원을 대출받았다. 중소 아이티기업 관리직 4년차인 김씨와 구청에서 상담사로 일하는 이씨의 월급을 합치면 400만원 남짓이다. 올해 도시근로자 2인가구 평균 소득(3729079)을 약간 웃돈다. 하지만 일단 대출금 4000만원이라도 2년 동안 갚겠다고 계획을 세우니, 소득의 절반 정도는 빚 갚는 데 써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2천만원 겨우 마련해준 아버지

4억원 전세금 선뜻 내준 아버지

결혼했다고 미래 바뀌지 않아

여유자금 없다” - “노후 투자

2세 계획 없다” - “내년 생각

지난해 5월 결혼한 신혼부부 박현수(가명·35)·최소연(가명·32)씨의 신혼집은 서울 종로구의 실평수 99(30) 아파트다. 대기업 임원으로 퇴직한 아버지가 전세금 4억원을 내줬다. 둘 다 전문직인 이들 부부는 합쳐서 한달에 600만원 정도를 번다. 이 중 부모님 용돈 20만원, 일반 생활비 200만원, 아파트 관리비 30만원, 교통비·통신비 등을 합쳐 월 300만원 정도를 쓰고 나머지는 저축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전세금 4억원에 앞으로 5~6년만 저축을 해서 보태면 대출 없이 6억원 정도의 인근 아파트를 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16년 한국 사회에서 신혼부부는 그래도 행복한 처지일지 모른다. 취업을 못하고 집을 구할 길이 막막해 아예 결혼을 포기하는 청년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결혼은 적어도 일자리와 집 문제를 해결했다는 의미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년들은 신혼집을 구하면서 다시 한번 다른 출발선에 선다. 천정부지로 올라버린 집값·전셋값 탓에, 부모에게 상당한규모의 경제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부부와 대출금으로 전세금을 마련해야 하는 부부 사이에는 좁히기 힘든 격차가 생겨난다.

 

민주정책연구원에서 2014년 펴낸 서울시 청년가구의 주거실태와 정책 연구를 보면 대졸 초봉이 1739만원이던 2000년 전셋값은 초봉의 245.6%4271만원이었다. 2010년 대졸 초봉이 3352만원이 되자 전셋값이 초봉의 339%11378만원까지 올랐다. 김상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공개한 ‘2011~20157월 평균 전세가와 평균 월세가를 보면 서울지역 3.3당 평균 전셋값은 47개월 만에 876만원에서 1112만원으로 뛰었다. 월세는 50~53만원으로 비슷했지만 보증금이 4637만원에서 8119만원으로 크게 올랐다.

 

전셋값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았던 시절에는 약간의 저축이나 부모 도움만 있으면, 일부 대출을 받아도 결혼 뒤 저축으로 갚아나갈 수 있는 규모였다. 이 전세금은 내집 마련의 종잣돈 노릇도 했다. 하지만 최근엔 높은 집값 때문에 받아야 할 대출금도 커진데다, 2년마다 전세금이 급등하는 탓에 저축으로 오른 전세금을 대기에도 벅찬 상황이다. 뛰어도 뛰어도 제자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처지가 되는 것이다. 이마저 못 구한 흙수저 청년 부부들은 월세를 전전해야 한다.

 

2014년 통계청 조사 결과, 30살 미만이 전월세 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 담보대출을 받는 경우는 201016.6%에서 201540.4%로 높아졌다. (일부 보증금을 낀) 월세에서 신혼을 시작하는 고소득층은 3.9%, 저소득층은 18%였다.

 

한번 뒤처진 출발은 이후에도 따라잡기 힘들다. 박씨 부부는 노후를 고려할 때 적금만 붓지 말고 자산을 늘리기 위한 별도의 투자를 해야 하나 고민이라고 말했다. 김씨 부부는 대출금을 갚는 동안은 별도 저축은 어렵다. 외식이나 여행도 한동안은 포기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2년 뒤 전세금이 오른다면 이들의 대출금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2세 계획도 다르다. 김씨 부부는 향후 몇년 동안은 아이를 가질 계획이 없다. 박씨 부부는 내년 중에는 아이를 낳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삶의 궤도는 어디까지 달라질까.

 

댓글의 유형

1. 처음부터 쉬운게 없지...힘들지...암 그렇고 말고...그렇다고 부모가 다 해줄 수도 없고, 또 그걸 바래서도 안되겠지...근데 시대가 바껴서 그런지 차이가 많이 나면 날수록 상대적 박탈감은 크다. 과거에는 절대빈곤선으로 기준 잡았다면, 지금은 아니다. 그게 시대가 달라졌다는 거다. 옛날 잣대로 하면 안된다는거지...그리고 진짜 없이 결혼하고 부모 도움없이 결혼해서 살아간다는 거...참 눈물나도록 힘들다...이런 거 알고는 있는지 모르겄다

 

2. 참 한심들 합니다.. 서울만 버서나면 전세가...6천에서-8천인데.. 단 신축 빌라... 꼭 서울울 고집하는 이유는 뭘까... 그리고 일자리는 아직도 많습니다.. 젊은 당신들이 실어하는 3디입니다.. 외국인들도 없습니다.. 기술직은 아직도 일자리 많이 있습니다.. 당신들의 생각을 바꾸세요.. 그럼 살길이 보입니다.. 일본의 3디 업종으로 요즘은 젊은이들 이 모인다고 합니다.. 왜일까요.. 잘생각 들 해보세요.. 기술직은 몸은 힘들지만 나름

 

호남 자민련이라고요? DJ가 하늘에서 통곡합니다!

1992년 겨울 대통령 선거 때니 오래 전 얘기다. 내가 맡은 일은 민주당의 김대중 후보를 쫓아다니며 유세현장을 취재하는 거였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전국 방방곡곡을 누볐다. 유세장에 도착하면 후보의 연설을 받아 적고 청중 분위기를 스케치한 뒤, 다음 장소로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기사를 작성해 회사로 보냈다. 요즘이야 노트북으로 기사를 쓰고 무선으로 보내면 되지만, 그때만 해도 일일이 원고지에 쓰고 팩스로 보내야 했다. 팩스는 또 어찌나 말썽을 피우던지. 버스 멀미가 심한 나로서는 여간 고단한 게 아니었다.

그나마 수도권이면 낫다. 가깝고 길도 좋은 데다 청중들도 많이 모이니 취재기자도 따라다니는 맛이 났다. 그런데 김대중 후보는 주로 머나먼 경상도 지역을 찾아다니는 게 아닌가. 도로 사정도 사나운 데다 청중들의 반응도 을씨년스럽기만 했다. 지금은 지명이 없어진 경남의 삼천포(현재 사천)를 들렀을 때다. 김대중 후보가 예정시간보다 많이 늦게 도착했다. 땅거미가 지고 칼바람이 외투를 파고들기 시작했다. 청중들이 하나둘 떠나더니 고작 스무 명 남짓만 남았다. 그래도 김대중 후보는 자기 연설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안주머니에서 연설문을 꺼내더니, 검은 볼펜 빨간 볼펜을 번갈아 사용하며 연설문을 고치고 또 고쳤다. 그리고는 쉰 목소리로 외쳤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삼천포 주민 여러분~” 어찌나 딱해보이던지 내 코끝이 다 찡했다.

 

화합·통합’ DJ의 뜻 존중했던 호남 민심

DJ의 정치 역정은 고립으로부터의 탈출의 역사였다고 생각한다. 역대 정치권력은 그를 호남의 김대중으로 가둬두려고 했다. 특히 19903당 합당은 그런 음모가 노골화된 것이다. DJ는 포위망을 뚫어보고자 끊임없이 외부와 교신을 시도했다. 다른 지역 정치인을 우대했고, 민주화 세력은 계속해서 수혈했다. 영남의 민주화 세력을 대표하는 노무현 대통령이 김대중 대통령을 이을 수 있었던 것도 DJ 덕을 빼고는 생각할 수 없다. 호남의 민심도 DJ의 뜻을 존중하고 따랐다.

 

그런데 요즘 호남 민심은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며칠 전 <국민TV>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나가서 장세환 전 의원과 함께 토론을 한 적이 있다. 장 전 의원은 2008~2012년 전주에서 민주당 의원을 지낸 적이 있고, 이번에 다시 전주에서 도전장을 내고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그가 전해준 호남의 민심은 이거였다. “유권자들을 만나다보면 호남 자민련을 각오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로 이어지는 영남의 개혁세력과 인연을 끊고 호남이 독자 노선을 걸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호남이 홀로서야 호남의 이익을 지킬 수 있다는 거다.

 

이런 정서에 이론적인 옷을 입힌 게 김욱 서남대 교수의 <아주 낯선 상식>이다. 김욱 교수는 영남 패권주의 사례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호남이 겪어야 하는 비참한 차별을 묘사하고 있다. 나도 격렬하게 공감한다. 그런데 영남 패권주의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놓고는 시각이 완전히 다르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을 보는 관점은 하늘땅 차이다. 나는 김대중 노무현 두 대통령 모두 영남 패권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지역주의를 해소하기 위해 몸을 던지는 노력을 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둘 사이에 한때 긴장이 흐르기도 했고 때론 갈등이 쌓이기도 했다. 그래도 둘은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동지였다.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한겨레 자료사진

그러나 김 교수는 노무현 대통령을 그저 영남 패권주의 이데올로기의 쌍생아일 뿐이라고 규정한다. 영남 패권주의에 저항하기 위해 노무현 대통령에게 표를 몰아줬는데, 알고 보니 노무현 대통령도 영남 패권주의자였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니 호남은 친노의 표 찍는 인질이 돼 기약 없이 끌려 다니고 있는 현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난 단언컨대 김대중(지지자)와 노무현(지지자)의 이념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본다고 말한다. 이런 차이는 오랜 역사를 지닌 근원적 이념 차이다라고까지 단언한다. 김 교수의 눈에는 김대중-노무현이 같은 편이 아니라, 노무현-이명박·박근혜가 같은 편으로 보이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김 교수에게는 영남 패권주의를 극복하는 길이 내각제밖에 없다. 그리고 호남이 반드시 복수정당제를 쟁취해야 한다고 전제한다. 야권 분열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는 역설로 대응한다. “현재와 같은 야권분열 상태가 오히려 야당의 집권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을 제공한다고 낙관론을 펴는 것이다. “야권 제 세력이 편을 갈라 싸울수록, 그래서 각자의 확고한 지지자들이 뭉칠수록, 이 경향은 결정적으로 선거를 유리하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당장 4월 총선에서 야권 분열로 새누리당이 200석을 차지할 수도 있다는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견해와는 완전히 딴판이다.

김욱 교수만의 주장이 아니다. 존경해마지 않는 강준만 교수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고종석 작가도 김욱 교수에 동조하는 글을 쓰고 있으니 나만 이상한 건가하는 의심이 든다.

 

 

나는 이 책이 의도하든 않든 야권 분열 세력에게 이론적 뒷받침을 제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 서평 기사의 제목이 호남이여, 이제 친노의 노무현 이데올로기를 거부하라였다. 이렇게 쪼개지는 걸 보고 좋아할 사람이 누구일까? 전통적인 야권 지지자들은 결단코 아닐 것이다. 야당의 분열을 바라는 새누리당이 박수 칠 일이다. 김대중 노무현 두 대통령의 간극을 벌려 이득을 취하려는 분열의주의자들이 숨어서 웃을 일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주승용 의원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호남 민심은 패권정치의 볼모가 되길 거부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주 의원은 김 교수의 책을 최근 인상 깊게 읽었다호남은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위해 영남 출신 대선 후보를 무조건적으로 지지했습니다. 그러나 지역주의 타파와 전국 정당을 명분으로 번번이 희생과 양보를 강요받았고, 정치적으로도 배제 당했습니다라고 말한다. <아주 낯선 상식>의 주장과 거의 같다. 주 의원은 13일 탈당을 예고하고 있는데 김 교수의 논리를 탈당의 명분으로 삼을 모양이다. 여의도 정가에서는 이런 행태에 대해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김대중 의원을 호남에 고립시키려고 했던 건 박정희 대통령이었지만, 그걸 완성시킨 것은 딸 박근혜 대통령이 될 것 같다. 그것도 호남 정치인들의 손에 의해

 

여기서 친노 패권주의에 대해 왈가왈부할 생각은 없다. 단지 짚고 넘어가고자 하는 건 그 후유증이다. 친노 패권주의라는 말이 애초에는 야당의 비주류 정치인들이 주류와 주도권 다툼을 벌이면서 사용한 여의도 용어였는데 어느새 시장 민심으로까지 확산됐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민심은 지금 쓰나미가 돼 다시 정치권을 덮치고 있다. 거기에 놀란 호남의 정치인들이 갈팡질팡하고 있다. 수도권 의원들도 우왕좌왕이다. 정치인들끼리만 분열되면 모르겠는데 지지층이 찢어지고 있다. 지지층들끼리 서로를 적대시하고 있다. <조선일보> 식으로 표현하면 호남과 운동권이 등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분열된 지지층호남이 얻는 것은 무엇인가

그 결과로 호남은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 다른 지역과의 협력도 민주 개혁 세력과의 연대도 포기해서 취할 수 있는 이득이 무엇인가? 호남만 독립하면 차별의 굴레를 벗어날 수 있는가? 김종필 총재가 이끈 공화당과 자민련이 대답이 될 것이다. 그가 이끌던 당은 19903당 합당 때는 노태우 대통령의 민자당과, 1997년 대선 때는 김대중 대표의 민주당과 손을 잡았다. 그 결과 그를 따르던 정치 엘리트들은 대박을 터뜨렸다. 김종필 총재는 충청도가 이놈 저놈 아무나 입을 수 있는 핫바지 취급을 당해왔다는 선동논리를 펴 국회에서 50석을 얻었다. 또 김대중 정부에서 추종자들은 장차관 자리를 꿰찼다. 하지만 평범한 충청민의 이익과는 무관한 것이었다. 정치인들만 혜택을 누렸지 충청민의 살림살이는 나아지지 않았다. 설사 좋아진 게 있더라도 그건 자민련 때문이 아니라 충청이 수도권과 가깝고 중국과의 교역량이 급증하면서 생긴 효과다. 자민련 덕이었다면 왜 자민련이 소리없이 소멸됐겠는가.

 

그래도 충청은 선택의 여지가 있었다. 호남과 영남이라는 경쟁자가 있었기에 그 사이에서 몸값을 올릴 수 있었다. 그러나 호남이 홀로서는 순간 호남은 선택할 파트너가 없어진다. 호남이 독자노선을 걸으면 더불어민주당이 됐든 정의당이 됐든 호남의 왼쪽에 있는 세력은 쪼그라들고 만다. 호남이 더불어 정권을 창출한 만한 크기가 안 된다. 그렇다고 충청이 독자적으로 서있는 것도 아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충청의 맹주가 돼 옛날식으로 호남-충청 연합을 성사시킬 수 있는 처지도 아니다. 안희정 지사는 그런 식의 정치는 하지 않겠다고 이미 선언했다. 남는 건 영남 패권세력 뿐이다. 호남이 영구적으로 영남 패권세력의 하위 파트너가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모든 걸 떠나 우리나라를 이 정도로까지 민주화시키고 진보의 길로 이끈 두 바퀴는 호남과 민주화세력이었다. 두 바퀴가 찢어지면 대한민국이라는 마차는 어디로 가게 되는가? 과거로 퇴행하는 폭주기관차 새누리당을 누가 막을 수 있는가? 그 피해는 고스란히 민중에게 특히 지역적으로 차별받는 호남의 민중에게 돌아가는 건 아닌가?

2005년 김대중 대통령은 동교동을 찾아온 노무현 대통령의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이렇게 말했다. “김대중 시대가 따로 있고, 노무현 시대가 따로 있는 게 아닙니다. ‘김대중-노무현 시대로 가야 합니다. 줄여서 -노시대입니다. 그렇게 해야 성공합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2009년 노무현 대통령 서거 당시에도 통한의 눈물을 흘리며 내 몸의 반쪽을 잃었다고 말했다. 아무리 그럴듯한 말로 치장을 하더라도, 김대중 세력과 노무현 세력을 나누려는 시도는 분열일 뿐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몸 반쪽을 찢어내는 일이다. -김의겸 선임기자

 

위안부 유네스코 등재발빼는 정부 1.11 한겨레

 

일본군 위안부피해자 한일협상 폐기를 위한 대학생 대책위원회 회원들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중학동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13일째 노숙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지난달 업무협약 계획 돌연 취소

한일 합의문과 연관성 주목

정부 민간서 추진합의와 무관

 

일본군 위안부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던 정부가 한-일 정부의 위안부 피해자 관련 합의 뒤 슬그머니 사업 추진에 유보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11일 여성가족부 관계자의 설명을 들어보면, 여가부는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 업무를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 위탁하기로 하고 지난달 23위안부 기록물 세계기록유산 등재 지원사업 위탁 협약서문안을 작성했다. 협약서에는 홍보물 제작·배포, 홍보 누리집 운영, 수집 기록물 관리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어 24일에는 업무협약 체결을 위해 관련 부서에 업무 협조 요청도 이뤄졌지만, 뚜렷한 이유 없이 업무협약 체결 계획을 돌연 취소했다. 이에 대해 임관식 여가부 권익지원국장은 협약이 체결되지 않은 것은 맞지만 이유는 설명할 수 없다. 다양한 방식으로 보조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정부의 태도는, 지난달 28일 한일 정부가 발표한 위안부 피해자 관련 합의문에 국제사회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해 상호 비난·비방하는 것을 자제한다는 내용을 담은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풀이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일본 정부와 우파단체들은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거북하게 여겨왔다.

여가부는 이날 설명자료를 내고 유네스코 등재는 민간단체가 추진하고 있는 만큼 이번 합의와 무관하며 등재 신청 여부는 민간단체가 결정할 것이라며 다만 단체들이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비용 일부를 일제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생활안정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정부가 일부 지원했고 향후에도 비용이 필요한 경우 법에 따라 지원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대표는 정부가 당사자들과의 의견 조율조차 없이 합의문을 발표한 터에 어떤 말을 더 믿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의 유네스코 등재는 국제사회도 주목하고 있는 만큼 차질없이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이 자민련·통일국민당과 닮은점은?···3세력과 녹색 1.11경향

 

무소속 안철수 의원은 지난 10일 열린 국민의당창당발기인대회에 국민의당 담대한 변화가 시작됩니다라고 적힌 녹색 머플러를 목에 두르고 참석했다. 국민의당 서울 마포 창당 추진 사무실의 브리핑룸 배경색도 녹색이다. 국민의당은 대국민 공모를 통해 당 로고와 상징색을 정할 방침이지만 현재로선 녹색이 당의 상징색이 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당 이전에도 양당 구도의 틈바구니에서 정치세력화에 나선 3 세력들이 정당이 녹색을 상징색으로 사용한 전례가 있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은 199214대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통일국민당을 창당했다. 통일국민당의 상징색이 녹색이었다. 통일국민당은 14대 총선에서 앞세워 돌풍을 일으키며 민자당(149), 민주당(97)에 이어 31석을 얻었다.

 

14대 대선은 ‘‘김영삼(민자당)-김대중(민주당)-정주영(통일국민당)’3자 구도로 치러졌는데, ‘반값아파트 공약을 앞세운 정주영 후보는 38867(16.31%)를 얻어 김대중 후보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정 후보는 대선에서 낙선한 뒤 정계를 은퇴했고, 통일국민당은 머지 않아 해산했다.

 

 

15대 총선을 1년 앞둔 1995년 김종필 전 국무총리는 충청권을 기반으로 자유민주연합(자민련)을 창당했다. 김 전 총리와 함께 민자당을 이탈한 세력이 주축이 됐다. 집권여당인 신한국당과 김대중 총재가 이끄는 새정치국민회의의 양당 구도에 맞서 제3정당을 자임하며 총선에 나섰다. 당의 상징색은 녹색이었다. 이 선거에서 자민련은 충청권을 중심으로 50석을 얻어 원내 제3당의 지위를 확고히했다. 자민련의 선전을 놓고 당시 언론은 녹색돌풍이 불었다고 했다.

자민련은 원내 50석이라는 의석수와 충청권 지지기반을 발판으로 199712월 치러진 15대 대선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고, 김대중 후보와 연합해 김대중 정부를 탄생시켰다. 공동여당이 된 자민련은 김종필, 박태준 국무총리를 배출하고 소속 의원들이 내각에 두루 참여하는 등 국정 운영의 한 축을 담당했다. 자민련은 노무현 대통령 탄핵 후폭풍이 몰아친 200417대 총선에서 김 전 총리가 낙선한 뒤 소멸의 길을 걸었다.

 

통일국민당과 자민련은 깃발을 치켜든 뒤 치러진 첫 선거에서 제3정당의 지위를 확보하는 데 일단 성공했다. 자민련은 DJP 연합을 통해 부분 집권에도 성공했다. 그러나 제3정당을 추진한 세력이 단독으로 집권하거나, 집권을 주도한 경우는 아직 없다. 국민의당이 과거의 어떤 전례를 따를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전례를 만들 것인지 주목된다

 

 

회장님비판했다 사라진 조선일보 칼럼을 공개합니다 1.11미디어오늘

재벌 비판, 제정임 교수 칼럼, 초판에 실렸다 기업 항의 후 교체언론 현실 보여주는 불행한 사건

비리를 저지른 재벌기업 회장들의 사면복권을 비판하는 내용의 조선일보 칼럼이 지면 초판에 실렸다가 해당 기업 항의 후 본판에서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기고 당사자와 조선일보 관계자에 따르면 당초 이날 오피니언란 朝鮮칼럼 The Column’에는 지난해 10월부터 고정 필진으로 참여한 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의 칼럼이 실리기로 예정돼 있었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 철밥통회장님이란 제목의 제 교수 칼럼은 지난 10일 저녁 조선일보 초판에 실렸다. 하지만 이후 판갈이 과정을 거치면서 이 칼럼이 빠지고, 대신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의 칼럼으로 대체됐다. 미디어오늘 확인 결과, 칼럼이 대체되는 과정에서 비판의 대상이 된 기업의 항의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제 교수는 11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상세한 경위는 칼럼을 지키기 위해 내부에서 애썼던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밝히기 어렵지만, 칼럼에 거론된 재벌기업의 맹렬한 로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우리 사회와 언론 현실의 단면을 보여주는 부끄럽고 불행한 사건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 교수는 11일자 조선일보 초판에 실렸던 칼럼에서 아무리 화려한 실적과 명성을 자랑하던 CEO라도 경영실패나 과오가 드러나면 사정없이 칼을 맞는 게 서구 기업들엔 일상이라며 하지만 CEO가 무슨 잘못을 해도, 심지어 중범죄로 법의 심판을 받아도 절대 쫓아내지 않는 기업들 역시 세상에는 있다. 바로 한국의 재벌이라고 지적했다. 제 교수는 이어 각종 비리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징역형을 받고도 사면복권된 후 회장 자리를 유지하는 이건희 삼성 회장과 정몽구 현대차 회장, 최태원 SK 회장 등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개인 대주주 지배의 재벌 순위 상위권을 차지하는 CEO를 언급하며 대형 재벌비리가 석연찮은 수사와 재판에 이어 사면복권으로 마무리될 때마다 정의가 이기는 게 아니라 이기는 게 정의라고 아이들이 배울까 두렵다는 탄식이 여기저기서 나왔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 관계자 역시 칼럼이 교체되는 과정에서 해당 기업들의 항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초판이 나간 후 기업에서 항의가 들어왔고, (김창균) 편집국장과 상의해서 빼기로 결정했다면서도 기업의 항의 때문에 뺀 것은 아니고, 이번뿐만 아니라 가판에 썼다 안 나가는 칼럼이 꽤 많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칼럼이 빠지게 된 이유는 밝히기 어렵고, 그 칼럼은 다시 나가긴 어려울 것이라며 칼럼 관련 문제는 늘 있는 일이어서 필진과 서로 조정할 문제라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서로 상의해서 제 교수의 뜻을 충분히 존중하는 선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제 교수는 조선일보 필진에서 하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사고의 양극화가 심한 시대일수록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느꼈고, 조선일보 측도 지면의 다양성을 높이기 위한 섭외인 만큼 글에 제약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믿음이 깨졌으니 정기 기고는 중단하겠다고 말했다. 제 교수는 지난해 10월 조선일보 칼럼 새 필진으로 참여한 후 청년에게 인턴아닌 탄탄한 일자리 10만개를”, “파리 테러와 지옥의 연료’”와 같은 한국경제의 지속가능한 선순환 구조를 가로막는 문제점을 꼬집고 대안과 해법을 제시하는 글들을 써 왔다.

 

다음은 11일자 조선일보 오피니언란 초판에 실렸다가 본판에서 빠진 제 교수 칼럼이다. 미디어오늘은 제 교수의 동의를 얻어 전문을 게재한다.

 

대한민국 철밥통회장님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대항마로 잠깐 관심을 끌었던 칼리 피오리나는 1999년 루슨트 테크놀로지 사장에서 HP의 최고경영자(CEO)로 발탁됐을 때 록스타급인기를 누렸다. 포춘지 선정 가장 영향력 있는 미국 여성 기업인’ 1위를 6년 내리 차지했고 ‘IT의 여제(女帝)’로 불렸다. 하지만 컴팩 인수 후유증 등으로 주가가 추락하자 2005년 굴욕적으로 쫓겨났다. 지난 2007년 폭스바겐 CEO를 맡아 2015년 상반기 판매량 세계 1위까지 키운 마틴 빈터콘은 창업자 가족을 이사회에서 몰아내며 장기집권의 토대를 다졌다. 그러나 배출가스 조작사건으로 회사가 위기에 빠지자 외부 투자펀드 등의 압력으로 지난해 9월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화려한 실적과 명성을 자랑하던 CEO라도 경영실패나 과오가 드러나면 사정없이 칼을 맞는 게 서구 기업들에겐 일상이다. 최대주주라고 해서 당연히 회장이 되지 않고, 회장을 맡아도 문제가 있으면 축출된다. ‘잘못하면 쫓겨난다는 긴장감이 분발을 낳고, 실패한 경영자를 걸러내는 시스템이 혁신을 가속화한다. 하지만 CEO가 무슨 잘못을 해도, 심지어 중범죄로 법의 심판을 받아도 절대 쫓아내지 않는 기업들 역시 세상에는 있다. 바로 한국의 재벌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4월 발표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서 개인 대주주가 지배하는 재벌 순위를 보자. 1위 삼성의 이건희 회장은 1996년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으로 징역 2, 집행유예 3년을 받았지만 이듬해 사면복권 됐다. 2007년 삼성비자금사건이 터진 후 탈세와 배임 등으로 징역 3, 집행유예 5년을 받았지만 또 사면복권 돼 경영에 복귀했다. 2위 현대차의 정몽구 회장은 2008년 횡령 등으로 징역3년 집행유예 5년을 받았지만 금방 사면복권 돼 활동을 재개했다. 3위인 SK의 최태원 회장은 분식회계로 징역 3, 집행유예 5년을 받았다가 2008년 사면복권 됐고, 2014년 횡령 등으로 징역 4년의 실형이 확정됐지만 다시 사면복권 돼 경영일선을 누빈다. 이밖에도 8위 한진 조양호, 9위 한화 김승연, 12CJ 이재현 등 여러 총수들이 횡령, 배임 등을 저지르고도 경영에 복귀하거나 교도소에서도 보수를 챙겼다.

 

현행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거액의 횡령, 배임, 사기 등을 특별히 무겁게 처벌해야 할 범죄로 보고, 재범을 막자는 취지에서 취업제한 조항을 두었다. 형 집행이 끝났거나 사면된 후 5년까지, 집행유예기간이 끝난 후 2년까지 관련기업에서 일할 수 없도록 했다. 하지만 회장님들은 복권이 됐으니 문제없다’, ‘미등기 임원이니 상관없다며 법의 취지를 무시한다. 그들이 같은 범죄를 또 저질렀을 때, 피해는 수많은 외부 주주와 직원, 그리고 국가 경제에 돌아간다.

 

최근 혼외자 고백으로 파문을 일으킨 최태원 회장은 특히 눈길을 모은다. 그는 15000억원대의 분식회계와 배임 등으로 유죄판결을 받았다가 사면복권 된 후 윤리경영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또 회사 자금을 빼돌려 개인 투자를 했다가 400억원대의 횡령, 배임혐의로 실형을 살았다. 두 번째 사면복권 후인 지난 연말 혼외 관계를 밝힌 다음에는 SK계열사와 하청기업을 동원한 부동산 거래로 내연녀에게 부당이득을 안겼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그의 결혼생활에 어떤 고통이 있었는지 모르니 사생활을 무조건 비난할 순 없을 것이다. 그러나 중대 경제범죄를 거듭 저지르고, 자신의 두 집 살림을 위해 회사를 동원했다는 의혹을 명쾌히 해명하지 못하고 있는 이가 솔직과 신뢰의 기업문화를 만들자고 당당히 연설하는 모습에서는 현기증을 느낀다. ‘무슨 일을 저질러도 반드시 돌아오는 회장님의 그 신년사를 듣는 직원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외국인 중엔 탈세범, 횡령범 등이 한국의 대규모 상장기업 회장을 한다는 사실에 놀라는 이가 많다.

 

빼앗긴 조국을 찾기 위해서도 아니고 독재 치하에서 민주주의를 쟁취하려던 것도 아닌, 개인의 탐욕으로 범법자가 된 이들이 부끄럼 없이 호령하는 현실은 사회의 도덕적 기반을 흔든다. ‘투명성법의 지배를 조건으로 하는 시장경제의 발전을 막는다. 대통령이 올림픽과 세계박람회를 유치하라고, 경제를 살리라고 탈법 경제인 사면복권을 반복하는 한 현실은 더 나빠진다. 국민들이 이에 분노할 줄 모르고 동조하는 한,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둡다. 대형 재벌비리가 석연찮은 수사와 재판에 이어 사면복권으로 마무리될 때마다 정의가 이기는 게 아니라 이기는 게 정의라고 아이들이 배울까 두렵다는 탄식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우리 모두가 지금 이런 두려움을 절실하게 느끼고 분노해야, 사회가 한 발짝이라도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교수 92.6% “대학개혁보다 교육부개혁이 먼저다15.11.20 교수신문

교수들의 분노가 심상찮다. 교육부가 2011년부터 시작한 대학구조개혁정책을 비롯해 교수 신분·급여 체계 총장선출제도 강사법 비리사학 해법 등 각종 고등교육 현안에 교수 대다수가 뚜렷한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수신문>이 지난 11~17일 일주일간 전국 4년제·전문대학 교수 1180(전임 757, 비전임 423)을 설문한 결과 92.6%(192)대학개혁보다 교육부개혁이 우선돼야 한다고 응답했다. 설문에 응답한 교수들은 교육부가 대학을 재정지원과 연계한 각종 평가로 묶어두면서 일부 대학의 주요 보직에 교육부 출신의 낙하산 인사를 강행한 데 따른 비판적 시각을 내보였다.

 

교수들은 교육부는 거대 공룡으로서 수많은 대학을 교육부 관료들의 관리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기본적으로 대학지원 부서 및 기구를 교육부에서 분리해 독립기구화하고 명실상부한 대학지원기구로 탈바꿈해야 한다” “교육부는 객관성, 공평성,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교육과 국가 위기를 초래할 것이다등 교육부가 대학지원의 역할을 강화하면서 대학엔 자율성을 보장해 줄 것을 촉구했다. 또 다른 교수는 사회에서 통용되지 않는 교육부의 온갖 사업을 대대적으로 통폐합해 대학과 교수들이 사업 신청에 매달리고 있는 상황을 타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부 정책에 대한 교수들의 비판이 외부로부터 불어닥친 개혁에 대한 반감에 기반하고 있다는 일부의 주장과 달리, 평가 위주의 정책이 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왔다는 게 확인된 셈이다.

 

조사 대상자 가운데 사립대와 국공립대는 각각 60.3%(711), 39.7%(469)로 집계됐다. 응답자 가운데 전·현직 보직자도 37.2%(현직 127, 전직 311)에 달해 정부와 대학의 교육정책을 보다 가까이서 경험한 교수들의 의견이 상당수 반영됐다. 교수들은 교육부의 대학정책에 어떤 목소리를 냈을까.

 

대학구조개혁 평가= 특성화·링크·에이스사업 등 최근 교육부의 대학 재정지원사업은 평가를 통한 경쟁배분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평가는 많아진 반면 교육부의 사업담당부서는 제각각 운영되다보니 교육정책이 일관성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정부의 대학 재정지원사업으로 인해 오히려 비교육적인 효과가 악순환 되고 있다는 말이다.

 

이번 설문에 참여한 한 응답자는 대학에 너무 많은 자금이 (한꺼번에) 풀리다보니 학생들이 특정한 혜택을 주지 않으면 (웬만한) 교육 프로그램에는 참여하지 않으려 하고, 교수는 교수대로 사업을 위해 죽을 맛이라고 지적했다. 이 응답자는 대학이 오직 사업성과, 취업률, 재학생 유지를 위한 활동만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대학개혁과 재정지원이 교육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말이다.

 

전북지역의 한 사립대 교수는 최근 교육부가 실시한 대학구조개혁 평가에 관해 대학본부와 교수들에게 쓴소리를 남겼다. 보직을 맡은 경험이 있는 이 교수는 대학의 자율성이 중요한데, 재정지원금을 타기 위해서 모든 역량과 가치가 편향·지배되는 상황이 안타깝다특히 일부 교수들이 정부 재정지원사업을 모든 활동의 핵심으로 삼고, 대학본부도 이를 최우선으로 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책이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기는커녕 교수와 정부만이 그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덧붙였다.

 

대학현장이 이렇다보니 지난 8월 교육부가 발표한 ‘2015년 대학구조개혁 평가결과에 대해서도 교수들은 강한 불신을 가지고 있었다. 이번에 처음 도입한 ‘5등급 평가가 공정하게 이뤄졌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65.3%(770)그렇지 않다고 바라봤고, 19.5%(220)만이 공정했다고 응답했다. 이 가운데 매우 공정했다고 응답한 교수는 1.4%(16)에 불과했다.

 

이 같은 교수들의 평가 불신은 교육부가 대학구조개혁평가로 하위 15% 대학을 지정해오던 평가방식을 올해 처음으로 ‘A~E’ 5등급 평가로 전환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정성평가를 강화하면서 등급제가 임의선발제도로 변질됐다는 평가다. 실제로 지방 사립대의 한 교수는 일부 지방대를 예로 들며 수학능력이 부족한 학생들을 대거 입학시키고도 정부 대학평가에서 최고 등급을 받는 것은 웃지못할 해프닝 아니냐는 의견을 보내오기도 했다.

 

최근 김희정·안홍준 새누리당 의원 등이 발의한 구조개혁법안에 대해서도 대다수의 교수들은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이 구조조정으로 인해 폐쇄 또는 해산 될 때 잔여재산의 일부를 설립자 등에게 돌려주지 말아야 한다는 데 76.1%(898)가 반대의사를 밝혔다. 반면 이 법안이 올바르다고 바라보는 교수는 18.5%(219)에 그쳤다.

 

교수 신분·급여 체계= 정부가 국립대를 대상으로 추진하고 있는 누적식 성과급적 연봉제가 교육부의 기대처럼 교수 간 경쟁 분위기를 제고해 대학의 연구역량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하고 있느냐는 물음에도 응답자의 78.9%(932)그렇지 않다혹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경쟁 분위기가 연구역량에 도움이 된다고 바라보는 의견은 16.2%(192)에 그쳤다.

 

수도권 사립대 공과대학의 한 교수는 분야별 연구성과를 판명하기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연봉제를 강행하기보다 분야별 교수평가와 이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하는 게 성숙된 연구·교육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반면 경북지역 국공립대 농학계열의 한 교수는 해외 유수대학들처럼 개인별 연봉제 계약과 능력에 따른 대학 이동, 학과장의 책임경영제, 장기간 무능한 국립대 교수의 퇴출 등이 대학과 사회, 나아가 국가를 선진국으로 리드하는 지름길이라고 바라봤다.

 

국공립대 총장선출제도= 교육부가 총장 직선제의 대안으로 국공립대에 권유하는 간선제에 대해서도 83.0%(980)가 반대의사를 밝혔다. 교육부는 총장선거 과정에서 외부요인을 철저히 차단하려는 명분으로 이른바 임의추출방식의 간선제를 요구하고 있다.

 

교육부의 간선제 투표는 최근 <교수신문>이 보도(805교육부가 바라는 공모제 직접 해보니참조)한 것처럼, 전체 교수들을 강당에 불러모은 후 로또추첨처럼 투표자를 현장에서 임의로 선발하는 방식이다. 선거운동의 과열양상을 방지하기 위해 교육부가 고안한 방법이다.

 

하지만 이번 설문에서 교육부의 간선제에 반대의 뜻을 밝힌 980명 가운데 대다수인 743명은 설문문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의 반대의사를 표할 수 있는 전혀 그렇지 않다에 답했다.

 

시간강사법= 2011년 제정된 이후 수많은 논란 끝에 두 차례 시행이 유예된 시간강사법(고등교육법 142항 등 일부개정)’이 내년 11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 역시 응답자의 대다수인 73.5%(867)반대했고, 17.1%(202)모르겠다고 답했다. 현행 시간강사법에 찬성하는 응답자는 9.4%(111)에 불과했다. ‘계약제 전임교원(비정년 트랙)’이 크게 늘어나는 등 교수의 계약직신분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에 대해서도 92.6%(192)가 바람직하지 않은 변화라고 응답했다.

 

수도권 국공립대 인문계열의 한 시간강사는 내년부터 시행될 시간강사법은 대량 실업사태를 유발하면서 새로운 문제를 야기할 것이 분명하니 대학과 시간강사 모두가 반대하고 있는 것 아니냐더 나은 대안이 없다면 차라리 기존대로 유지하는 게 낫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시간강사(충청 국공립대 인문계열)현재 많은 시간강사들이 양산돼 있는 상태에서 무조건 세 강좌를 기준으로 강사를 수용한다면 오히려 더 많은 강사들의 생존을 위협하지 않을 수 없다. 공청회 등을 통해 새롭게 강사들의 의견을 들은 후 법안을 처리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교수들은 교육부의 대학정책에 깊은 불신을 드러냈다. ‘교육부가 비리분규사학의 문제를 올바르게 처리하고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92.4%그렇지 않다고 응답했고,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 역시 83.7%(987)올바르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정부가 국정화 반대여론에 올바르게 대처하고 있지 않다고 보는 의견은 93.1%(198)에 달했다.

 

지식인으로서 자율성과 독립성을 위협하는 요소로 71.3%(841)정치권력과 자본을 꼽았을만큼 현재 교수들은 외부로부터 가해지는 각종 요구와 압력을 강하게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교수들이 원하는 대학개혁은 무엇일까? 교수들은 대학 안팎에서 일어나는 정치적 시도를 제한하면서 교육과 연구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혁을 추진할 것을 주문했다. 수도권 사립대 예체능계열의 한 교수는 예컨대 구조개혁평가의 경우 취지는 좋았지만 결국은 정치적 외압에 의해 평가결과가 왜곡됐다는 의혹이 있지 않나. 평교수 중심의 민간단체 또는 위원회가 대학을 평가해야 진정성 있는 대학개혁이 가능하다고 제안했다.

 

 

안철수 앞에 놓인 세가지 폭탄, 호남·새정치·사람 1.12 미디어오늘

[뉴스분석] 갑자기 뜬 요인이면서 발목 잡을 딜레마낡은 정치 세력과 손잡고 보수 무당층에도 구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안철수 신당, ‘국민의당행이 이어지고 있다. 신당 측 인사들은 호남 의원들까지 가세한다면 총선 전에 원내교섭단체를 꾸릴 수 있다는 희망 섞인 관측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당 몸집이 불어나는 데 기여한 요소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관영 의원은 11일 오전 기자들에게 보낸 보도자료를 통해 더불어민주당 탈당 및 국민의당 입당 사실을 밝혔다. 권은희 의원도 11일 오전 탈당과 국민의당 합류를 선택했다. 권 의원은 당초 천정배 신당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국민의당을 선택했다.

 

두 초선 의원의 합류로 앞서 문병호, 황주홍, 유성엽, 임내현, 김동철, 김한길, 김영환 의원에 이어 국민의당에는 10명의 현역의원이 남게 됐다. 김한길 의원과 가까운 주승용 의원도 탈당을 할 것으로 알려진 상황이고, 탈당을 선언했으나 신당에 합류하지 않은 최재천 의원이 합류할 가능성도 크다.

 

신당의 파괴력은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리얼미터가 14일부터 8일 간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당의 지지율은 18.7%20.3%를 기록한 더불어민주당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국민의당이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를 딛고 파괴력을 가지게 된 것은 크게 세 가지 요인이 작동했다. 첫 번째 요인은 호남이다. 호남 의원들이 당에 합류했고 또 합류하고 있다. 두 번째 요인은 새정치를 통한 중도층 공략이다. 국민의당은 여야를 싸잡아 비판하며 중도층을 공략하고 있다. 실제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신당의 등장 이후 무당파 층이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안 의원이 11일 현충원을 참배하며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방문한 것도 지금의 여야 간 대립을 뛰어넘는 새정치를 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세 번째 요인은 인물이다. 더민주의 인물 영입에 맞서 국민의당 역시 인재 영입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정당 간의 인물 경쟁은 정당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문제는 이 세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오히려 국민의당의 영향력을 제한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당은 세를 불리기 위해 호남을 기반으로 삼기로 결정했으나 이는 국민의당이 새정치세력이 아니라 구세력이라는 이미지를 강하게 심어준다.

 

또한 호남 의원들의 목표와 안 의원을 중심으로 한 신당 세력의 목표가 같을 지도 의문이다. 국민의당이 성공하려면 호남을 기반으로 수도권까지 세를 확장해야 한다. 그러려면 여야와는 다른 차별성을 갖춘 공천을 통해 호남과 수도권 모두에서 승리해야한다.

국민의당이 세를 불리기 위해 호남의 기존 정치세력과 연대할수록 새정치와는 멀어지는 셈이다. ‘호남 현역과 새로운 인물 사이에서 선택해야하는 시점이 온다는 뜻이다. 최재성 더민주 총무본부장은 8CBS ‘김현정의 뉴스쇼인터뷰에서 교섭단체를 구성하기 위해 탈당 의원들을 받고, 정체성도 참신함도 고려하지 않고 일단 받는다. 그리고 한 쪽에서는 새로운 정치를 한다고 한다이것은 양립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국민의당이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면서 확보하고자 하는 기반은 보수적인 무당층, 새누리당의 소극적 지지자들이다. 호남의 반더불어민주당민심과 이러한 보수 무당층이 한 데 어우러질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최재성 본부장은 박근혜 정권의 실정에 대해 세게 싸울수록 지지자 중 보수적 무당층은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 또 이를 하지 않으면 호남의 지지자들이 이탈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민의당'(가칭) 안철수 의원이 11일 오전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이승만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당에 걸맞은 인물을 내세우는 것도 쉽지 않다. 안 의원은 윤여준 전 장관, 한상진 교수를 당 공동창당준비위원장으로 내세웠다. 세를 확대하고 더민주와 차별성을 보일 수 있을지 몰라도 참신한 인물은 아니다. 너무 올드한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더민주의 한 관계자는 안철수 의원은 청년층을 기대를 받으며 성장한 정치인이다. 인사치레로 호남에 한 두 번 갈 수 있지만 새정치를 생각한다면 안 의원은 거리에서 청년들을 만나거나 일하고 있는 공장 같은 현장에 갔어야하지 않나라며 끌어들이는 사람들도 청년들이나 젊은 세대가 아니라 올드한 사람들이다. 당장 세를 불리기에 여력을 다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물을 영입하는 과정에서 잡음도 흘러나왔다. 신당에서 8일 영입한 5명 중 3명이 비리에 연루된 의혹이 드러났고 국민의당은 3시간 만에 영입을 취소했다. 그러나 영입이 취소된 허신행 전 농림부 장관은 11일 기자회견에서 소명의 기회나 통보마저 없이 영입 취소라는 대 국민 발표를 함으로써 언론에 의한 인격 살인을 당했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인재영입 과정에서 이런 모습이 반복될 경우 국민의당은 새정치에서 점점 멀어져 간다.

 

국민의당 지지율이 점점 높아져가고 교섭단체에 가까워져감에도 국민의당의 앞날을 낙관적으로 전망할 수 없는 이유다. 이러한 고민 없이 당장의 세 불리기에만 집중할 경우 안 의원의 국민의당은 어느새 여야를 심판하는 자리가 아니라 심판 대상에 서게될 지도 모른다.

 

호남잃은 문재인, 수도권도 뒤숭숭선대위 구성도 난항

동교동계를 상징하는 권노갑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12일 오전 10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을 선언하기로 했다. 권 고문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로 정계에 입문한 뒤 55년간 몸담아온 제1야당을 떠나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으로 갈 예정이다.

 

중앙일보는 김옥두·이훈평·박양수 전 의원 등 동교동계 10여 명도 함께 탈당한다. 정대철 상임고문도 이르면 14일 탈당할 예정이다. DJ의 비서실장을 지낸 박지원 의원의 탈당도 임박했다. 김영록(해남·완도·진도) 의원은 11일 수석대변인에서 사퇴했다. 전북 군산이 지역구인 김관영 의원은 11일 탈당했다. 이미 안 의원의 국민의당에 합류한 호남 의원만 6이라고 밝혔다.

 

전북 군산이 지역구인 김관영 의원도 11일 더민주를 탈당했다. 전북지역 더민주 의원으로는 유성엽(정읍) 의원에 이어 두번째 탈당이다. 이로써 지난달 13일 안철수 의원 탈당 뒤 더민주를 떠난 현역의원은 안 의원을 포함해 11명이 됐다. 김 의원은 이날 탈당과 함께 국민의당 합류를 선언했다.

 

중앙일보 12일자 3

한겨레는 수도권 분위기도 심상찮다. 최원식(인천 계양을) 의원이 12일 탈당을 예고한 가운데,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박영선(서울 구로을) 의원도 거취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당내에선 박 의원이 움직일 경우 민병두·정성호·노웅래 등 수도권의 온건 비주류 의원들도 동요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문재인 대표 주변에서 박영선 선대위원장 카드로 수도권 비주류 의원들의 동요를 막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고 전했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문 대표가 악화된 호남 지역 민심을 돌리기 위해 당내 공식 기구로 구상한 호남특별위원회는 불발된 것으로 전해졌다. 호남 출신 인사에게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겨 선대위를 조기에 출범시킨다는 계획도 인물난으로 틀어지고 있다.

 

한겨레는 지난달 27일 문 대표가 당내 의원 67명에게 약속한 선대위 조기 출범약속도 호남에 연고가 있는 공동선대위원장을 구하지 못해 다른 후보군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한때 이용훈 전 대법관(전남 보성),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전북 김제), 한승헌 전 감사원장(전북 진안) 등이 물망에 올랐으나 본인들이 모두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오바마, 북한에 '스마트 핵폭탄' 타격하려나? 1.12 프레시안

노벨 평화상을 받은 오바마, 핵 군비 경쟁 부추긴다?

 

"북한이 지난 가을 미국의 스파이 위성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핵실험장 터널을 파고 있을 때, 오바마 행정부는 네바다 사막에서 자신의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었다."

<뉴욕타임스>12일 보도한 내용이다. 이 신문에 따르면, "미국 최초의 정밀 유도 원자탄의 모조품을 탑재한 전투기가 이륙"했고, 이 원자탄은 "북한과 같은 문제를 염두에 두고 고안된 것"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전술핵인 B61의 개량형인 '모델-12'(B61-12)는 주로 적대국의 핵실험장이나 핵무기 보유고를 타격하기 위한 것으로, 정확도는 크게 높이는 대신에 폭발력을 크게 낮추는 방향으로 개발되고 있다. 군사적 효율성은 극대화하면서 부수적 피해와 방사능 낙진은 최소화해 미국의 핵 공격 옵션을 다양화하겠다는 의도가 내포된 것이다.'스마트 핵무기'로 불리는 'B61-12'는 향후 30년간 1조 달러를 투입하는 오바마 행정부의 핵무기 현대화 계획의 일환이다. 미국은 이러한 핵 크루즈 미사일 프로젝트에 약 300억 달러를 투입해 1000개의 핵무기를 확보한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이를 통해 대량 살상을 야기하지 않는 현대화된 스마트 핵무기를 확보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B61-12의 낙하 장면 nytimes.com

 

그러나 오바마의 '스마트 핵무기'는 결코 영리한 선택이 될 수 없다. 당장 러시아는 이 핵무기의 실험을 두고 "무책임하고도 공개적인 도발"이라고 반발하고 있고, 중국은 미국의 핵 탑재 크루즈 미사일 증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북한 역시 "점증하는 미국의 핵위협"을 비난하면서 자신의 핵 억제력 증강을 정당화하려고 할 것이다. 이로 인해 '핵무기 없는 세계'를 주창해 노벨 평화상을 받은 오바마 행정부가 새로운 핵 군비 경쟁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미국 내에서도 나오고 있다.

특히 'B61-12'와 같은 정밀 유도 핵무기는 핵무기와 비핵 무기의 경계선을 흐리게 한다. 이건 공격하는 쪽이나 공격받는 쪽 모두에 해당된다. 공격자 입장에서는 '스마트 핵폭탄'이 대량 살상을 야기하지 않고도 군사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여길 수 있다. 그만큼 핵무기 사용의 문턱이 낮아질 수 있다. 반면 피격자 입장에서는 미국이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여길 수 있다. 그만큼 피격자의 핵 보복의 문턱이 낮아져 핵전쟁이 일어날 우려가 커지게 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094월 체코 프라하에서 '핵무기 없는 세계'를 주제로 연설하면서 미국이 솔선수범을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미국의 국가 안보 전략에서 핵무기의 역할을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이 발언은 그해 12월 노벨상 위원회가 오바마를 평화상 수상자로 발표하면서 인용한 것이기도 했다. 또 오바마는 2010년 러시아와 '새로운 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을 체결할 때에도, "미국은 새로운 핵탄두를 개발하거나 핵무기의 새로운 군사적 임무와 능력을 추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임기 막바지에 그가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오바마 행정부는 20159월에 30년간 1조 달러를 투입하는 '역대급' 핵무기 현대화 계획을 세웠다. 북핵 위협을 이유로 한반도에는 수시로 전략 폭격기를 투입하고 있다. 급기야 전혀 스마트하지 않은 정밀유도 핵무기 개발에 돌입해, 핵전쟁과 비핵전쟁의 경계선을 모호하게 만들고 있다.

 

만약 이러한 움직임에 제동이 걸리지 않으면, 미국과 전략적 경쟁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와 중국도 핵무기 현대화에 박차를 가할 공산이 크다. 특히 한반도는 가장 우려할 만하다. 북한은 2차 공격 능력을 확보하겠다며, 핵 능력 강화의 고삐를 더욱 당길 것이다. 한국 내 일각에서는 B61-12를 한국에 배치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일 것이다. 그리고 미국이 한반도에서 벌이는 핵 무력시위의 문턱도 낮아지게 될 것이다.

2의 핵 시대로 접어든 한반도의 우울하고도 불안한 미래가 아닐 수 없다.

 

행복한 교육을 입에 달고 사는 어떤 나라1.14 시사인

행복이라는 말이 본뜻과 달리 불행한 교육과 사회를 증거하는 반어로 들린다. 불행한 교실 풍경은 무엇을 위한 교육인가 질문하게 한다.

 

전국에 916개 초··고 혁신학교가 있다. 짧은 시기 급속히 늘어난 탓에 무늬만 혁신학교라는 비판도 있지만, 어쨌든 꿈쩍하기 싫어하는 공교육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희망의 파일럿 스쿨들이다. 최근 여러 혁신학교를 돌아보면서 많은 교사와 학생, 학부모를 만났다. 대화 중에는 반드시 아이와 교사와 학부모가 함께 행복한 학교라는 말이 등장한다. 그래서인지 혁신학교 이름 또한 행복더하기학교·행복씨앗학교·행복배움학교·행복나눔학교 등등 다양하다. 한마디로 혁신학교의 최종 종착지는 행복한 학교인 듯하다.

유난히 행복이라는 단어가 넘친다. 행복한 배움, 행복한 교실처럼 행복한이라는 형용사는 이데아의 수식어다. 문제는 행복이라는 말이 그 본뜻과 달리 불행한 교육과 사회를 증거하는 반어로 들리는 데 있다. 부족한 것들이 역설의 언어로 범람하기 마련이다. 겉으로는 자녀의 행복을 얘기하면서도 정작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불안감이 먼저 엄습하는 부모가 있다. 교사들 또한 교육보다는 눈에 보이는 점수에 더 급급해서 끌려다닌다. 사회는 노는 아이들의 행복이 두렵다.

 

덴마크를 비롯한 북유럽의 교실을 돌아본 적이 몇 번 있다. 이 나라들 또한 신자유주의 광풍에서 자유롭진 못하지만 여전히 부러운 것은 아이들의 자연스러움이다. 타자의 시선으로 보면, 굳이 행복을 말하지 않는 이들이 누리는 행복한 여유가 곳곳에서 배어난다. 구태여 힘든 반항을 하지 않는다. 수업시간에는 차분하고 교사의 지시에 잘 따른다.

 

박해성 그림

핀란드 헬싱키 외곽의 어느 학교를 방문했을 때다. 11학년(2) 교실의 영어 수업을 지켜보았다. 핀란드어가 우랄어족에 속해서 영어 수업을 어떻게 하나 궁금했는데, 평이한 수업인데도 학생들의 집중력에 흐트러짐이 없었다. 수업을 참관하다가 교사의 양해를 구하고 물었다. 학교에 오는 것, 공부하는 것이 즐겁고 행복하냐고, 그런 사람은 손을 들어보라고. 놀랍게도 30명 정도의 반 학생 전체가 이상한 질문이라는 뜨악한 표정을 하면서 손을 든다. 내친김에 이 공부가 여러분 인생에 꼭 필요한 것이냐는 물음에도 당연히 그렇단다. 학교에서 배운 것이 그대로 사회나 인생과 연결된다고 믿는 아이들이 보이는 신뢰다.

 

교육청에서 일한 지난 몇 해 동안 많은 학교를 보았다. 과연 우리 고등학교 2학년 교실에 들어가서 학교 생활이 행복하냐고 물었을 때 아이들이 어떤 표정을 짓고 몇 명이나 손을 들까를 상상했다. 가슴 한쪽이 싸하게 아파왔다.

 

교실이 중세 수도원 같은 곳이어서야 되겠나

첫 수업시간부터 안드로메다를 여행하는 학생들, ‘주면야동(낮에는 자고 밤에는 게임과 동영상으로 지새는 것)’에 취한 학생들 사이로, 그래도 교사와 눈을 마주치는 일부 아이들을 붙잡고 지탱하는 게 한국의 교실이다. ‘인서울대학은 어차피 상위 10%에게 국한된 세계임을 아는, 예비 지잡대생을 자처하는 아이들에게, 교실은 끌려들어간 중세 수도원 같은 인내의 시공간이다. 세계 최고의 학업성취도와 대학입학률, 가장 우수한 교사 집단이라는, 최고의 교육 무대 뒤에서, 이렇게 불행한 교실 풍경은 과연 무엇을 위한 교육이고 누구를 위한 공부인지를 늘 되묻게 했다.

 

제러미 러프킨의 <공감의 시대>는 부의 축적이 증가할수록 더 불행해지는 나쁜 사회를 이야기한다. 국민소득 2만 달러가 넘는 나라에서 그 이상의 수입은 행복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단언한다. 실제로 삶의 일차적 동기가 돈·이미지·명성인 학생들이 우울증, 신체적 질병, 약물중독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부정적 정서와 이기적 성향이 강하며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것을 들춰낸다.

 

이제 행복이나 국격등은 더 이상 경제 규모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문제의 대부분은 부의 부족이 아니라 불공정과 불신과 불평등에서 나온다. 우리 미래 세대의 아이들을 위한 담대한 교육과 사회개혁을 미룰 때가 아니다. 길이 없는 곳에서 시작되는 새 길이 있다. 더 이상 행복한 교육을 입에 달고 살지 않아도 되는 행복한 나라를 꿈꾸는 새해 아침이다.

 

학교 올 때 ‘ABC’ 정도는 떼고 와야죠? 15.2.3 시사인

미리 배우지 않고 왔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부진아가 된다. 학교는 이미 만들어진 격차를 끌고 가는 곳이 됐다. 학교란 무엇일까.

지인은 자기 아이에게 영어를 포함한 사교육을 전혀 시키지 않았다. 아이는 영어 시간이 너무 힘들어요라고 말했다. 영어 시간만 되면 주눅이 들고 선생님 눈치만 본단다. 선생님이 내준 학습지를 봐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과제를 수행하는 방법도 모르고 내용도 몰라 짝꿍에게 물어보면 짜증만 낸다. 그렇다고 선생님께 물어볼 용기도 나지 않는다. 그것도 모르느냐고 혼낼 것만 같아서다. 3학년 때 시작한 영어 수업인데 4학년이 되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로 견디는 중이다. 사교육을 통해 미리 배워오지 않은 죄로 시작부터 부진아가 되어버렸다.

 

혁신학교를 준비하면서 가장 우려했던 영어 사교육과 공교육의 틈 문제가 고스란히 확인되는 사례다. 이런 사례가 이 아이 한 명뿐일까? 이런 경우 아이들이 받을 상처와 당혹감을 모두 부모 탓으로 돌리는 게 맞는 걸까? 영어뿐 아니라 다른 과목도 편차가 다를 뿐, 양상은 똑같다. 모두 알고 있는 대로다. 대한민국 공교육이 신뢰받지 못하는 대표적 장면이기도 하다.

 

이런 일을 겪으며, 아이의 부모는 학교가 뭐지?’ 하고 자꾸만 반문하게 된다. 학교에 관계된 다수를 불행하게 만드는 학교란 도대체 무엇인가? 학교는 배우러 가는 곳인데, 미리 배우지 않으면 손가락질당하고 뒤떨어지는 사람이 된다. 미리 배울 형편이 안 되는 아이는 처음부터 부족한 아이가 돼버린다. 학교는 그걸 만회할 기회를 주지 못하고 이미 만들어진 격차를 끌고 가는 상황이다.

 

박해성 그림

 

교사는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 그에 따른 과목과 시수에 맞춰 그저 진도만 나가면 되는 걸까? 교사도 현 시스템으로는 너무나 현격하게 벌어진 개인차를 메워주기 쉽지 않다. 그러면 그 격차를 메우는 것 또한 부모가 할 일인가? 결국 영어는 사교육으로 시작해서 사교육으로 정리되는 건가? 복잡한 생각이 든다.

 

아이의 부모는 말한다. 우리말로 된 과목은 어떻게 노력할 여지라도 있는데 영어는 아이 혼자 따라갈 방법이 없다고. 두려워하는 시간을 견디러 가는 아이를 보는 부모의 마음이 어떨지 누가 생각이나 해보았을까?

 

초등학교 영어는 대부분 교과 전담으로 배정되어 있어 아이들이 담임교사와 수업하지 않는다. 영어를 잘하는 선생님과 기간제 교사들에게 영어 수업이 배당되고 있다. 게다가 전담 수업은 한 가지 과목만으로 아이를 평가할 수밖에 없다. 아이가 다른 영역에서 아무리 자신감이 있어도 영어 시간에 잘 따라오지 못하면 그것으로 아이를 평가할 수밖에 없다. 부모 처지에서는 아이가 전담 수업 시간을 힘들어해도 전담 선생님을 만나볼 통로도 마땅찮고 상담을 요청하기도 쉽지 않다. 전담 수업을 들여다볼 기회도 별로 없다. 학부모가 공개수업을 볼 수 있는 교원평가 관련 수업도 전담 수업은 학교에서 일방적으로 정해준다.

 

사교육과 공교육, ‘만 있고 은 없다

아이들은 4학년쯤 되면 경쟁에서 앞서는 방법에 익숙해져 있다. 함께 가는 길을 알려주는 교육 환경이 아닌 이상 아이들은 자신을 방해하고 시간을 뺏는 친구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 때문에 짝을 정하거나 모둠을 편성할 때 아이들은 조금이라도 뒤처지거나 돌봐줘야 하는 아이가 끼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대놓고 딴 데로 가라고 말하는 아이들도 있다. 그래서 자리를 정할 때마다 상처를 받는 아이도 있다.

 

어쩌다 모둠별 평가를 하게 될 때는 더 적나라하게 아이들이 표현한다. 그 아이 때문에 손해 봤다고 심하게 짜증을 내고 담임에게 따지기도 한다. 또 그런 아이가 자신의 짝이 되면 울고불고 난리가 나기도 한다. 이해타산을 잘 따지는 어른아이들이 교실에 가득해져 버렸다. 그러니 짝이 물어보는 영어 단어를 친절하게 알려줄 친구는 많지 않을 것이다.

 

모두가 자신의 아이를 앞서가도록 독려하는 세상인데도 여전히 굳은 의지로 사교육을 시키지 않는 부모들이 있다. 또 경제 여건 때문에 아이를 사교육 근처에도 보내지 못하는 부모도 있다. 이런 부모와 학생들에게 공교육을 담당하는 학교는 어떤 답도 주지 못하고 있다.

 

]‘디지털경제글로벌 각축전, 한국의 선택은 1.19 주간경향

미국의 산업세력 교체 중심에는 GAFA(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가 있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을 넘어 BATX(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샤오미)를 통해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마지막으로 제가 좋아하는 작가, 윌리엄 깁슨의 말을 하나 소개하고 싶습니다.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단지 널리 퍼져 있지 않을 뿐이다그렇습니다. 미래는 지금 우리 앞에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2012919일 오후, 기자는 안철수 당시 무소속 후보가 대선 출마선언을 하던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의 구세군 빌딩에 있었다. “SF 작가를 좋아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대선후보도, SF 작가의 말이 대선과정에서 인용된 것도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미 와 있는 미래의 얼굴

그런데 윌리엄 깁슨은 자신이 언제 이 말을 처음 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위 경구는 그의 작품에서 나온 말은 아니다) ‘쿼터 인베스티게이터라는 온라인매체에 따르면 윌리엄 깁슨이 처음 이와 비슷한 버전의 발언을 한 것은 1990년에 제작된 <사이버펑크>라는 다큐멘터리에 출연해서다.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단지 널리 퍼져 있지 않을 뿐이다.”의 영어 원문은 “The future is already here ; it’s just not very evenly distributed”이다. 사실 안 당시 후보가 언급한 널리 퍼져 있지 않을 뿐은 정확한 번역이 아니다. “단지 공평하게 분배되어 있지 않을 뿐정도가 더 정확하다. ‘이미 와 있는 미래란 무엇인가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변화 또는 희망, 진보와 통하는 걸까. 윌리엄 깁슨은 앞서 다큐멘터리에서 이미 발생된 미래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내 생각에는 이미 세계 인구의 일부분은 진짜로 포스트휴먼단계로 접어들었다고 봅니다. 비벌리 힐스에 있는 백만장자의 건강조건과 방글라데시의 거리에서 굶주리는 사람의 조건을 비교해보세요.” 그는 방글라데시에 있는 사람이 여전히 농사를 짓는 지구의 사람이라면, 비벌리 힐스의 남자는 뭔가 다른 존재(포스트휴먼)가 되었다고 설명한다. 깁슨이 생각하는 미래란 오히려 기술적 격차가 삶의 격차로 이어지는 디스토피아에 가까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GAFA(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는 기존 검색과 앱, 스토리지 등의 영역을 넘어 통신 및 IT, 의료·건강, 상거래, 에너지·시설 영역에까지 진출하고 있다. / 강정수 디지털연구소 소장 제공

 

해마다 1월 초가 되면 전 세계 IT업계의 촉각은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로 쏠린다. 이곳에서 열리는 소비자가전전시회(CES·Consumer Electronics Show, 이하 CES)에서 발표되는 신제품과 기술동향이 사실상 미래의 트렌드가 되기 때문이다. 1967년부터 시작돼 48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CES에서는 비디오 레코더(1970), 레이저디스크 플레이어(1974), 캠코더(1981), 디지털 위성시스템(1994), HDTV(1998), 블루레이 디스크(2003) 등 생활가전 제품과 관련 기술이 세계 최초로 공개됐다. IT·가젯의 발달로 최근에는 대중의 관심도 집중되었지만 원래 이 전시회는 업계 관계자 위주의 행사다. 주최 측에 따르면 올해 행사에 참여한 기업은 약 3600개다.

 

등골이 서늘했다.” 올해 행사에 참여한 빅데이터 전문기업 아르스프락시아 김도훈 대표가 17CES 행사장에서 열린 IBM의 최고경영자(CEO) 지니 로메티의 기조연설을 보고 페이스북에 올린 소감이다. 무엇을 두고 하는 말이었을까. 처음으로 CES에 참여해 기조연설을 한 IBM은 이날 일본의 소프트뱅크와 함께 로봇 페퍼와 일본어로 대화를 나누는 것을 시연했다. 소프트뱅크가 개발·시판한 로봇 페퍼는 실제 사업에 투입되어 있다. 일본의 미즈호(みずほ)은행에서 상담을 하고 네슬레에서는 커피머신을 판매하는 영업사원으로 일하면서 적용 가능성을 탐색 중이다. 김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렇게 글을 올렸다. “우연히 마주친 국내 회사의 그룹장도 쇼를 하네. IBM이 왓슨(인공지능 슈퍼컴퓨터)으로 정말 할 게 없었나 보다라고 동료와 이야기하며 웃었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사전에 각본을 주고 로봇과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장면이다. 멀리 1980년대부터 심심치 않게 봐왔던 장면이다. 하지만 과거의 연출된 장면과 이번 CES에서 공개된 장면은 결정적 차이가 있다는 것이 김 대표의 생각이다. “IBM의 대표는 다음에 올 가장 큰 변화(the next big thing)’와 관련해 사물인터넷과 로봇, 인공지능이 결합된 것이라고 단언했는데, 미래의 핵심기술 키워드를 연결해 왜 하필이면 그 중심에 로봇을 뒀는지 되물을 필요가 있다. 로봇은 지금까지 세상에 나온 어떤 생산품보다 소비자와 밀도 높은 상호작용을 통해 자기 주인 또는 소비자가 어떤 사람인지 이해할 수 있는 빅데이터를 축적하는 가장 훌륭한 매개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로봇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에 대한 정보는 다시 클라우드를 통해 공유되고 인공지능을 통해 분석되면서 인터랙션 서비스는 더 정교해지는 것이다. 다시 윌리엄 깁슨의 경구를 떠올려 보자. “슈퍼컴퓨터로 할 일이 정말 없었나 보다라고 말한 사람들은 미래가 이미 와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것은 아닐까.

 

아이폰 혁명다음의 큰 변화는

2011년 초 <주간경향>‘TGIF발 인터넷 혁명에 대한 기사를 특집으로 다룬 바 있다.(‘2011년 인터넷 지각변동 시작됐다기획 참조) TGIF는 각각 트위터, 구글, 아이폰, 페이스북을 지칭하는 업계 신조어였다. 혁명의 견인차는 아이폰이었다. 모바일 인터넷은 애플 아이폰 발매 이후 본격화되었다.

앞서 IBM의 대표가 언급한 큰 변화(big thing)는 이 아이폰 혁명을 말하는 것이었다. 2016. 그때부터 5년이 지났다. 기자를 만난 강정수 디지털사회연구소 소장은 실리콘밸리 이전에 아메리칸 드림을 상징했던 스틸밸리라는 말이 있었던 것을 아십니까라고 물었다. 스틸밸리는 미국 오하이오주 마호닝 지역의 인구 7만명의 도시다. 20세기 초, 영스타운은 철강산업이 발달해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이었다. 영스타운이 쇠락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한국과 일본의 제철산업이 발전하면서 싼값에 양질의 철강을 세계 시장에 내다 팔면서부터다. 1980년대 일본 차의 공세로 이리호를 건너 마주보고 있는 디트로이트 역시 쇠퇴하면서 영스타운은 완전히 몰락했다. 한때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이었던 도시는 1980~90년대 미국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은 도시라는 오명을 얻게 된다. “집권 8년 동안 버락 오바마는 자동차산업 육성정책을 내놓지 않았다. 미국의 산업세력이 교체된 것이다.”

 

강 소장은 기자에게 흥미로운 도표를 제시했다. GAFA. 다시 말해 구글과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의 시가총액과 한국의 코스피(KOSPI) 시가총액을 비교한 도표다. 2008년 이들 미국의 신진 인터넷기업 4개의 총액은 208조원이었고, 한국 기업의 코스피 총액은 855조원이었다. 그리고 7년 후인 2015. GAFA의 시가총액은 1852조원인 데 비해 한국 코스피 총액은 1204조원이었다. 한국의 전체 상장기업들이 약 45% 성장한 사이 GAFA의 시가총액은 약 9배가 뛰어 4개 기업이 한국 전체 기업의 시가총액을 앞선 것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2008년 당시 이들의 시가총액에 비해 매출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었다.(48조원) 매출은 여전히 시가총액보다 적다. 406조원이다. 하지만 매출만 놓고 비교해 보면 약 20배 증가했다.

 

이들 기업의 특징은 엔지니어가 노동생산성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글 전체 종사자의 약 37%, 페이스북은 38%, 애플은 20%, 아마존은 19%가 엔지니어다. 삼성전자의 엔지니어 비율도 22%에 달한다. 외형상으로는 유사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다르다. 삼성전자와 달리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엔지니어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개발자가 인터넷 서비스를 혁신하고 기업 내 생산성을 높이는 핵심 주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게다가 그래프가 보여주는 것은 이들은 벌어들인 돈 대부분을 다시 개발에 투여했다.” 미국의 산업세력이 과거 자동차나 정유로부터 이들 인터넷기업으로 바뀌었다는 것이 강 소장의 지적이다.

앞서 2011년 기사에서 거론한 TGIF에서 하나가 빠지고 하나가 들어왔다. 빠진 것은 트위터이고 들어온 것은 아마존이다. 강 소장은 특히 아마존의 혁신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반 소비자가 인식하는 아마존의 사업은 책을 중심으로 한 전자상거래나 킨들이다. 하지만 또 하나 아마존이 장악하고 있는 영역은 스토리지, 클라우드 산업이다.

 

한국시가총액 넘어선 GAFA질주

특히 유럽 시장에서 아마존은 각국의 스토리지 시장을 거의 대부분 장악하고 있다. 정부조차도 아마존의 클라우드를 사용해 웹사이트를 서비스할 정도다. 검색(구글)이나 SNS(페이스북)뿐 아니라 스마트폰에서도 아이폰은 맹위를 떨치고 있다. 유럽의 위기의식은 구체화되어 있다. 시장의 붕괴와 인력 유출로 유럽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 기업들이 노리는 것은 이제 검색이나 SNS에 머물지 않는다. 운영체제나 하드웨어, 온라인스토어뿐만 아니라 전통산업 영역으로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다. 통신 및 IT기기뿐 아니라 의료건강이나 상거래, 에너지·시설에서부터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금융(핀테크), 운수와 여행으로까지 나가고 있다.(표 참조)

 

다시 아마존의 경우를 보자. 이 기업은 2013, 식품배달·판매 부서로 아마존 프레시를 만들었다. 아마존의 창립자 제프 베조프는 원클릭으로 유명하다. 알고리즘의 혁신으로 소비자가 상품을 구매하는 데 들어가는 노력을 최대한 줄이겠다는 것이 그가 구현할 목표였다. 2014, 이 기업은 아마존 대시를 내놓은 데 이어 2015년에는 대시버튼이라는 것을 내놓았다. 대시의 실물은 마이크처럼 생겼다. 특정한 물건이 떨어졌을 때 바코드를 찍거나 상품명을 말하면 상품이 자동배달되도록 하는 서비스다. 대시버튼은 오프라인으로 구현된 원클릭이다. 상표가 붙어 있는 작은 버튼인데 와이파이로 휴대폰과 연동된다. ‘반복해서 구입하는 상품이 떨어지면 그 상표가 붙은 대시버튼을 한 번 누르면 배달되는 시스템이다. 대시와 대시버튼은 프레시가 구현되는 샌프란시스코 인근 지역에서 실제로 사용되고 있는 디지털기기다. 이런 테크놀로지가 보편화된다면 실제로 어떤 미래가 펼쳐지게 될까. 강 소장은 말한다. “데빌 커머스(Devil Commerce)라는 말이 있다. 실제 인구 20~30만 미만인 유럽 도시는 망하게 되는 것이다.” 디지털경제의 도래로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유럽에서 벌어진 구글세 논란은 그에 대한 응전이이라는 해석을 그는 내놓고 있다. “과거에는 군사력이나 자동차, 오일을 앞세우는 팍스아메리카였다면 이제는 디지털 기업을 앞세우는 디지털 팍스아메리카나 체제에 의한 점령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또 하나 봐야 하는 움직임이 있다. 중국이다. ‘세계의 공장역할로 기능하던 중국 역시 하드웨어 생산기지에서 머무르지 않으려 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BATX. 즉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샤오미다. 이들 역시 검색과 온라인 쇼핑몰, 게임, 스마트폰이 주력상품이었지만 GAFA가 확장하는 영역에 대응하여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군사와 경제영역에서 G1(미국)G2(중국)의 각축은 정확히 디지털 영역에서의 대전(對戰)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들의 정체성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핵심 키워드는 무엇일까. 이원재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미국의 TV 토크쇼를 본 적이 있다. 알리바바의 임원이 나와 인터뷰를 하는데, 월스트리트저널의 애널리스트가 알리바바를 두고 중국에서도 아마존처럼 온라인 상거래가 잘 이뤄지느냐고 묻는 질문에 알리바바는 아마존이 아니며, 아마존 역시 당신이 생각하는 아마존이 아니다. 알리바바는 데이터컴퍼니다라고 답하는 것을 인상 깊게 봤다.” <주간경향>은 샤오미의 급부상 실태를 다룬 기사에서 샤오미 전략의 핵심은 샤오미의 소프트웨어 장악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1155, “한국을 뛰어넘은 샤오미의 혁신’” 기사 참조) 이 교수는 이렇게 덧붙였다. “샤오미가 냉장고를 만들든 체중계를 만들든 목표는 하나다. 사용자의 데이터를 모으는 것이다.” 미국 중심 GAFA의 디지털 팍스아메리카나에 맞선 중국 BATX디지털 실크로드 전략에 따른 디지털경제 세계대전의 중심에는 사용자 데이터가 있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중국의 BATX 움직임 주목해야

결국 우리가 돌아봐야 하는 것은 우리 자신이다. GAFABATX가 차세대 먹거리를 찾아 나서는 동안 한국은 왜 위기에 빠지게 되었을까. “흔히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처지라며 샌드위치론을 거론하는데, 나는 넛크래커, 그러니까 호두 까는 기계 사이에 놓인 신세라고 비유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고 본다.” 한국 1·2위 재벌기업의 경영전략과 실태를 분석한 책 <현대자동차를 말한다>, <삼성의 몰락>을 펴낸 심정택씨의 말이다. 그는 넛크래커에 비유해 한국 처지를 말한다면 이미 깨져버려 부서진 호두 조각의 상태라고 덧붙여 말했다. 풀이하자면 추격당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추월당했다는 시각이다. 계속되는 심씨의 말. “사실 샌드위치론을 꺼내든 쪽이 어디였나. 삼성이다. 우리가 이렇게 위기에 처했으니 정부에 도와달라는 것 아닌가. 중국 시장에서 삼성이 어려워진 게 글로벌 시장의 역동성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나는 이것이 거짓말이라고 본다. 삼성의 실패는 글로벌 역동성과 상관없다. 애플은 왜 중국에서 성공했나. 한국에는 애플스토어가 설치되지 않았지만 중국에는 설치했다. 삼성은 6개 총판에 맡겼고, 리테일 시장에는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 사용자 경험이 피드백되지 않은 것이다. 다시 말해 전략 실패다. 한 기업의 전략적 실패를 왜 대한민국 정부가 돈을 들여 지원해줘야 하나.”

 

취재를 진행하며 <주간경향>이 접촉한 전문가들은 최근 한국 IT산업의 위기는 IT나 경제전략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적인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는 시각을 보였다. 류한석 류한석기술연구소 소장은 정부가 창조경제를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부모가 자식을 때리고 학대하면서 너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기이한 장면이 떠오른다고 말한다. 류 소장의 말이다. “창조경제를 한다면 가장 중요한 것이 뭘까. 사람들이 자율성을 발휘하는 문화다. 전국의 17개 시·도에 만들어놓은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보라. 정부가 하라고 하니 두세 명 파견해놓고 하는 시늉만 하는 것이다. 기업과 벤처가 연계해 협업하라고 하는데, 수도권에도 경쟁력이 있는 벤처가 없는 마당에 지방에 함께 할 벤처가 얼마나 있겠나. 열심히 하려는 사람들을 폄하하려는 건 아니다. 그런 벤처가 나올 문화가 없다는 것을 지적하는 것이다.” ‘창조경제를 내세운 것이 잘못이었을까. “박근혜 정부가 슬로건으로 창조경제를 든 것은 맞다. 앞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가장 중요하게 해야 했던 것은 문화를 바꾸는 것이었다. 재벌들은 하는 척은 잘한다. 아마 이것은 누구에게 물어봐도 비슷한 답을 할 것이다. 박근혜 정부 3년 동안 한국 사회가 창의성과 자율성을 발휘할 수 있는 문화로 조금이라도 개선되었나. 군대문화, 갑을문화만 더 세지지 않았나.”

이원재 교수는 창조경제와 관련해 이런 일화를 덧붙였다. “2년 전쯤 고속도로 휴게소를 지나는데, 전산과 교수가 플래카드를 보며 혀를 끌끌 찼다. 청년벤처 창업을 지원한다는 플래카드였다.” 이 교수에 따르면 이들 일행이 목격한 플래카드를 내건 쪽은 한국도로공사였다. “전산과 교수의 말은 이렇다. 정부가 창조경제를 한다고 하니 각 공기업이 알아서 기어 맞춘 것이 아닌가. 그게 이 정권 끝난 뒤에도 유지가 될까. 그 기간 동안 인생을 낭비한 젊은이들이 설 자리는 어딜까. 청년벤처 예산지원한다고 해서 특정세대가 길들여지다가 결혼할 나이쯤 되면 내던져지는 상태가 된다. 정권 홍보 차원에서야 지원으로 일자리 몇 개가 창출되었다는 식의 숫자가 나오는 것이 중요할지 모르지만.”

 

실패로 결론 난 창조경제

5년 전 김인성 전 한양대 교수는 <한국 IT산업의 몰락>이라는 책을 펴내 한국 IT의 위기를 경고했다. 그는 어떻게 생각할까. “중요한 것은 분위기인 것 같다. 한국에서 IT붐이 처음 일었을 때는 IMF 외환위기 때였다. 그때도 상황이 좋을 때는 아니었다. 내 지론은 권장까지는 아니더라도 막지는 말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구조적 사회 분위기 자체가 뭘 할 수 없는 분위기다. 그 분위기가 중국으로 넘어간 지 이미 오래다. 벤처를 만들기보다 삼성이나 공무원 취직을 원하고, 인터넷도 소수 기업에 의해 독점되어 버렸다. 한마디로 답이 없다.”

 

정말 답은 없는 것일까.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행사에는 한국 기업들도 여럿 부스를 개설했다. 김도훈 대표에게 다시 물어봤다. “막상 현지에서 보면 외견상 한국의 대기업들은 상당히 높은 수준의 반열에 올라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홍보도 적극적이다. 중국이 부상한다고 하지만 몇몇 주목받는 기술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생산품의 완성도나 서비스, 디자인은 조악한 수준이다. 하지만 그들을 보면 뭔가 해보겠다는 열정이 느껴지는데, 한국은 그런 활력 같은 것이 보이지 않는 느낌이다.”

강정수 소장은 디지털 혁명, 혁신의 역사에서 한 가지 배울 점은 기존에 가진 것으로부터 혁신을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1970~80년대부터 경제를 이끌어온 산업화 세력이 지금도 그대로 있는 것이 문제다. 미국은 교체를 이뤄냈다. GAFA가 중심이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을 넘어 BATX를 통해 인터넷경제로 한꺼번에 이행하려고 한다. 그렇다면 한국은? 박정희 정권이 인권을 탄압하고 독재를 했지만 적어도 하나 잘한 것이 있다면 카이스트나 KDI 같은 기관을 설립해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인재들을 끌어모았다는 것이다. ‘한국 인터넷의 아버지라는 별명이 붙은 전길남 박사 사례가 대표적이다. 일본에 있는 그를 데리고 오면서 집이나 직장뿐 아니라 자가용과 운전사 지급 등 최상의 대우를 해줬다.”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디지털경제 대전에서 기존 시장과 새로운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쟁탈전도 있지만 또 하나의 핵심은 인재다. 미국의 실리콘밸리가 디지털 혁신의 중심지가 되면서 전 세계로부터 인력과 자본을 끌어모으고 있는 것이다. 강 소장은 정치·사회적 리더십이 바뀌어야 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앞으로 총선을 지나 누가 대선 후보로 나오든 나는 이런 비전을 가진 사람이 있어야 한국 사회가 변화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본다. 기업에 포획된 공무원과 4~5년마다 바뀌어 대증적이 될 수밖에 없는 정책적 한계를 극복해낼 수 있는 비전을 가진 리더십이 나와야 한다.”

강 소장의 진단은 <주간경향>이 접촉한 다른 IT 전문가들의 의견과 거의 유사했다. 외부의 환경, 한국 사회의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절망의 터널에서 탈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것 또한 지난 5년간 심화된 인식이다.

 

디지털경제 2NATU의 대두

이제 우리는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모든 곳에서 넷플릭스 서비스를 제공한다.” 16CES에서 기조연설을 한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의 말이다. 넷플릭스는 이날 기존 60개국에 더해 130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지원 언어도 21개국으로 늘어났다. 한국도 포함되었다. 17일 한국어로 선보인 서비스는 간단한 가입절차를 거친 뒤 한 달간 무료 시청이 가능하다. 넷플릭스의 한국 진출과 관련해 당초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던 케이블·IPTV 측은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콘텐츠 공룡이라는 별명과 달리 상대적으로 빈약(7000)해 해볼 만하다는 반응을 내놨다. 과연 그럴까.

 

NATU는 넷플릭스, 에어비앤비, 테슬라, 우버를 일컫는다. 강정수 소장은 디지털경제 혁명의 2으로 묘사했다. GAFA에 이어 역시 테크놀로지로 무장한 인터넷기업으로 기존 전통 경제영역을 잠식해 들어갈 것이라는 것이다. NATU 기업의 또 다른 공통점은 이들이 온디멘드, 즉 소비자 내지 수요자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사업구조를 가졌다는 점이다. 중복되는 전통영역의 기존 사업자와 전 세계적으로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는 것도 공통점이다. 실제로 한국의 경우 숙박시설 부족이라는 특수한 사정 때문에 에어비앤비에 대한 직접적인 제재는 하고 있지 않지만, 우버는 기존의 택시협동조합 노사의 반대에 부딪혀 불법화되고 있다.

 

GAFA와 마찬가지로 NATU 역시 데이터의 축적과 분석 기술이 핵심 테크놀로지인 기업이다. 넷플릭스는 2006년부터 시네매치라는 사용자 추천 시스템을 발달시켜 왔다. 7000여편의 콘텐츠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7000만명의 고객수요를 감당할 수 있었던 비밀이다. 게다가 이제는 직접 콘텐츠 제작에까지 나서고 있다. 강 소장은 이렇게 반문했다. “빅데이터 시대라고 하지만 빅알고리즘을 누가 갖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우리나라에 내세울 만한 알고리즘이 과연 있는가. 없다. 쇼핑몰을 보면 콘텐츠 가격을 후려치고 배송 인건비를 깎는 것이 경쟁력이었다면, 이들은 테크놀로지가 경쟁력이라는 것이 차이다.” 곱씹어봐야 하는 지적이다.

 


Rene and Rene - Lo Mucho Que Te Quiero(The More I Love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