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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길에서

2009 낙동강 1300리를 가다 -첫째날 태백에서

by 이성근 2013. 6. 7.

 

지난 6월24일 강원도 태백 황지로부터 걸어와 닷새째인 어제 저녘 상주에 도착했습니다.  사실 이번 낙동강 1300리 걷기는 무소불위처럼 또 막무가내로 절벽을 향해 달려가는 4대강 정비 앞에 무력한 제 스스로의 분노와 절망을 다스리기 위해, 또 어쩌면 올해가 낙동강의 원형을 보는것이 마지막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순례입니다.  떠나기 전날  오랬만에 문태순의 '국토와 민중'(한길사1985) 이란 책을 보았습니다.   

                                                                                            

"생의 사실과 지리의 사실이 고통스럽게 엉켜있는 오늘의 한반도... 찾지 않는 한 현장은 어디에도 없으며 깨닫지 않는 한 현실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는 한반도를 정직하게 돌아다닐 수 있는 자세를 주문했습니다. 저는 이번 순례를 통해 낙동강을 정직하게 바라보고자 합니다.  위에 두 장면은 구포대교를 건너면서 찍었는 것과  김해 도요리를지날 때입니다.  조만간 저 장면과 다시 만날 것입니다.    

 

                              

여러개의 고속도로를 갈아 타고 국도를 이용하여 태백에 도착했습니다. 물빛은 에머럴드처럼 녹색과 하늘색이 감도는 색으로 용출되고 있었습니다. 이 못에서 솟아오른 물이 1300리를 흐릅니다.   《동국여지승람》, 《척주지》, 《대동지지》등은 이곳을  낙동강의 근원지라고 밝혀 놓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하늘못'이라는 의미로 천황(天潢)이라 했습니다만 황부자의 전설이 곁들여 지면서  황지(潢池)로 통칭되고 있습니다. 황지는  태백사 황지동 3가 시내  중심부에 위치하며 둘레 100m 상지, 50m 중지, 30m 크기의 하지로 나뉘며 상지 남측에 수굴이 있어 하루 5,000t의 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24일 오후 1시경 황지에서는 낙동강 순례 기원제가 열렸습니다. 용왕을 부르고 천지신명께 잔을 올리고 업드려 네번 절을 하였습니다.   집례자는 시종일관 ~하시오 ~하시오 손을 씻어시오. 세걸음 걸어시오 . 1배하시오. 2배하시오..... 그러다보니 기원제는 끝났습니다만 어쨌거나 소머리 올리고  술과 음식을 차려, 향을 피움으로서 정성과 예를 드린다는 것은  그만큼 간절하게 빌어보고 바램을 통해 낙동강의 회생과 무탈을 기원함입니다. 거기에  물처럼 흘러보고싶은 마음들이 보태어 자못 엄숙하기 조차합니다.                                               

기원제를 지내고 본격적인 순례에 들었습니다. 황지시장을 빠져나와 황지천을 따라 걷습니다. 발원지로부터 흘러 나온 물을 따라 걷습니다.

 

 

 

  

첫 어도를 만났습니다. 그렇지만 많은 물고기가 있을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다시말해 종다양성은 낮은 하천인데 발원지의 명성이무색할정도입니다. 첫날 걷기는 황지연못~태백중앙병원까지 11.5km 를 걷고 태백중앙병원에서 구문소까지 4.7km구간은 차량을 이용햇습니다.          

 

태백은 1989년까지 삼척군에 속했는데 석탄합리화 조치이후 도시가 쇄락의 길을 걷기 시작하다 신고원관광휴양도시로 재기를 꿈꾸고 있습니다.  태백이란 지명은 태백산에서 따온 이름으로 크게 밝다는 뜻입니다.  90년대 중반 이후  몇 차례 이도시를 이런저런 이유로 방문했지만 태백시가 그렇게 말처럼  밝아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아마도 90년대 초 취재 차 왔던 기억, 검은 강물 때문인 것 같습니다.  지금은 그때 보다 훨씬 깨끗한 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태백시는 정선(旌善)·도계(道溪) 탄전과 더불어 태백탄전지역의 중심지인 동시에 남한 최대의 탄전지대입니다. 이 일대에 넓게 분포하는 고생대 평안누층군(平安累層群)에는 질이 좋은 무연탄이 매장되어 있어 일찍부터 개발이 시작되었는데, 일본인들이 1936년 일본인들에 의해 삼척개발주식회사(三陟開發株式會社)가 설립되면서 개발에 착수하였고, 6·25전쟁 후 대한석탄공사(大韓石炭公社)가 발족되면서 국영화(國營化)하였습니다.                                                                                                                                                                  

1960년대 중반 이후 수요가 늘자 본격적인 생산이 시작되어, 1992년의 경우 종업원 6,923명에 연간생산 357만t에 이르는 국내 최대의 단일탄광이자 이 지역 유일한 국영탄전으로 자리매김하기도 하였지만  1990년대 중반부터 값싼 중국 석탄이 들어오고 탄광이 노후되면서 폐광되는 광산이 늘어 45개의 광산중 2개의 광산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태백선이 지나는 문곡동 산자락이 도로와 맞물리는 길가에서 함박꽃을 만났습니다.  정말 반가왔습니다.

                                                                                     

 

 

 

그러나 이일대에서 광부로 일했던 수많은 노동자들이 진폐증을 앓다 죽었습니다. 태백중앙병원은  그역사의 현장입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산재병원으로 1936년 개원했고, 병원 입구 표지석에는   연인원 460만 광산노동자들이 이용했음을 기록해두고 있습니다.  그들의 아픔과 고통이 저 물빛처럼 치유되기를 .....                                                                                                                                           

황지천의 좌측이 태백중앙병원입니다.  문득 사북 광부들의 한과 고통을 시로 노래했던 박영희시인의' 해뜨는 검은 땅'(1990-창작과 비평)이 떠올랐습니다.  그 막장의 삶과 동료들의 생활이 저 강물 속에 용해되어 낙동강은 흐르고 있습니다.                                                     

구문소(求門沼)는 석회동굴이 땅위에 드러난 구멍으로 황지천 하구의 물길 가운데 있습니다. 구문(求問)은 구멍·굴의 옛말이며 ‘굴이 있는 늪’이라는 뜻을 나타낸다고 합니다.

 


주변의 석회암에는 건열, 물결자국, 소금흔적, 새눈구조 등의 퇴적구조와 삼엽충, 완족류, 두족류 등의 다양한 생물화석이 나오고 있어 하부고생대의 퇴적환경과 생물상을 동시에 볼 수 있으며, 또한 동굴을 관통하며 흐르는 황지천 하류의 물길은 현내천과 함께 하천 물길의 변천을 연구하는데 학술상 매우 흥미로운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때마침 저물때 저녁햇살이 구문소를 뚧고 들어왔습니다.  낚시를 하는 사람이 있기에 잘 잡히는 어종이 뭐냐는 물음에 '메기'라고 답하더군요. 그럴 법도 하였습니다.  어쨌던 전에 보다는 구문소의 물빛이 좋아보였습니다.  그리고 이제 비로소 황지의 물이 낙동강을 향해 진군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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