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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길에서

2009 낙동강 1300리를 가다-봉화에서 1 -둘째날

by 이성근 2013. 6. 7.

 

숙소였던 O2 리조트 에서 새벽에 눈을 뜬 다음 만났던 첫 경관입니다. 풍력발전에 대해 큰 거부감은 없는 편인데, 막상  마주친 실제 모습은 적지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뒷편 골프장과 스키장은 글쎄 이건 아닌데 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물론 스키나 골프가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자연스러운 현상일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림속의 골프장은 27홀 대형 골프장입니다.  산 밖에없는 강원도에서 골프장 하나 가지고 뭔 말인데 라고 하실 분도 있겠지만  저는 여전히 골프에 점수가 인색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랬던지  O2 리조트 에서 아침을 서둘러 먹고 공을 치러 가던 사람들이 그냥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부산에 두고온 백양산이 떠올랐습니다.    현재 국내에는 280여개의 골프장이 운영되고 있으며 122개소가 건설 중이거나 계획되고 있습니다. 지난 1989년 기준으로 49곳이었던 골프장은 2008년 402곳이나 늘어 났습니다. 
정부는 골프진흥정책을 통해 골프를 대중화하고 해외로 나가는 골프 관광객을 국내로 끌어들여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입장입니다만 글쎄요

홈피에 들어 가보니 문구가 자국적이고 현란합니다.  한여름에도 무더위를 모르는 라운딩을 / 청정고원에서 시원한 샷을 ~  

출처: O2 리조트 홈페이지 

 O2 리조트는 태백시가 50% 이상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고하더군요.  

 

 봉화 석포역으로 갔습니다. 거기서 기차를 타고 태백으로 부터 흘러온  낙동강이 봉화협곡을  어떻게 빠져나가는가 보기 위해서 입니다. 그리고 육로는 접근이 어렵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만크 개발이 덜 됐다는 해석이기도 합니다만  봉화는 봉화 나름대로 개발의 와중에  들었습니다. (주) 영풍   석포 아연 제련소가 보입니다.  석포 제련소의 중금속 문제로 지난해 이곳을 다녀 왔습니다. 민원인을  포함한 소수의 사람들이 제련소의 횡포에 저항하고 문제를 제기했지만,일대의 지역민들이 제련소와 너무 오래 더불어 살다보니 문제 해결이 쉽지 않았습니다. 석포제련소가  직장(800명 정도)이며 시장의 근원이기 때문입니다.        

 기차가 협곡으로  들어 섰습니다. 모두들 차창에서 눈을 떼지 못합니다. 사실 저도 기차를 이용해서 이 구간을 이용하기는 처음이기에 카메라 셔트를 연신 눌러 되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이런 풍광 좋은 곳에서는 '내리고 싶다'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는데, 일행 중에 어떤이가 저의 마음을 알았던지 '아 걷고 싶다'라고 혼잣말을 합디자. 그렇습니다.  내려서 걸어보지 않고서는  주마간산일수가  많습니다.  골짜기 하나 하나에 눈을 주고,  들꽃 한 송이와도 인사를 나눌 수 있어야  하는데, 기차는 아랑곳없이 스쳐 지날 뿐입니다.   

 언뜻언뜻 도로가 열려 있지만 저 길도 얼마가지 못하고 돌아섭니다. 아마도 그래서 봉화협곡은  개발과 사람의 손을 덜 탓나 봅니다.  석포에서 승부역과 분천역을 지나는 동안 모두 20번의 물굽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자동차로든 기차로든 이 물굽이를 다 보지 못합니다. 결국 걷는 것이 이 모든 구간을 제대로 볼 수있습니다.   

시든 뗏물처럼 하늘빛을 담지 못하던 황지천이 봉화를 지나며 비로소 천연의 빛을 닮아갑니다.  

 기차는 양원역에 잠시 정차합니다.  그야말로 간이역입니다. 좌측에 보이는 조그만 집이 무인 역사이자 대합실입니다,   앞서 승부역과 양원역, 분천 구간은  기차가 세상의 연결 통로입니다.

기차는 분천역을 향합니다.    석포에서 분천까지는 25km 입니다.  여기에 낙동강의 비경이 숨어 있습니다. 하지만 걱정이 앞섭니다. 4대강 정비가 이곳까지 건드릴까봐서 입니다. 그런 조짐은 곳곳에서 보였습니다.                                 

                                                                            

 

분천역에서 하차합니다. 분천, 삼수변에 나눌 분으로 역장의 말에 흰트를 얻었습니다,  물이 소용돌이치는 곳이 있다 합니다.  

 

 

 본격적인 걷기에 들었습니다. 강을 따라 이어지는 길이 없다보니 바지가랑이를 허벅지까지 걷어 올리고 강을 건넙니다. 바닥이 미끄러워 몇몇은 옷을 적시기도 하였습니다. 이 골짜기 물도 실은 오염이 진행중인듯 했습니다. 강바닥 돌들이 미끄럽다는 것은 유기물이 많다는 것이고 그 결과물로서 녹조가 낀 것이기 때문입니다.                                  

 봉화 낙동강은 석포리천과 석개천이 합류하면서 유량이 늘어나지만 정작 협곡을 바져나온 강물은 가난해져 빈약하게 흘렀습니다.  

지난 겨울 가뭄이 심해서였다고도 합니다.  100년 만의 큰 가뭄이라는데,  100년 전에는 어떻게 했을까 싶습니다.  

 그러다가 다시 골자기의 물을 보태 안도하기도 합니다. 

 

 

  

신발을 벗어 목에 걸고 바지는 말아 올려 강을 건넜습니다. 바닥이 많이 미끄러웠습니다.  녹조류 때문입니다. 이정도 쯤이면 수달이 살겠다 싶어 주변을 살려본 결과 수달의 배설물이 있었습니다.  그랬습니다.  여기는 수달이 살 만큼 건강한 곳이었습니다. 아직은 ... 

 

 

문득 태풍 루사와 매미가 없었다면 이 나라의 토건족들은 대단히 심심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산은 골프장이다 스키장이다. 리조트로  망쳐 놓았고 두리번 두리번 먹이감을 찾는 하이에나처럼 게걸스레 강가로 달려들어 강자락을 찢어 놓고 있습니다.    

 

 

 

Three Times In Love - Tommy James &The Shondel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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