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하구 ‘1호 국가도시공원’ 만들자
국가공원 근거법 만들고도 4년째 지정않고 제자리걸음
사람·자연 공존하는 낙동강, 끊임 없는 주변개발로 신음…정부가 나서서 지켜내야
낙동강 하구는 특별하다. 바다와 강이 만나는 자연환경에 때마다 철새가 몰려들어 문화재보호·습지보호구역에 자연환경보호지역까지 겹겹이 지정돼 보호받는다. 반면 낙동강을 한 발만 벗어나면 개발이 한창이다. 보호구역만 벗어나면 ‘보호’가 실종된다. 이래선 ‘특별한’ 낙동강과 하구 일대를 지켜내기 어렵다.
낙동강 하구를 대규모 국가도시공원(이하 국가공원)으로 만들자는 논의가 20년 만에 다시 움튼다. 서낙동강이 흐르는 부산 강서구 둔치도(3.43㎢·100만 평) 또는 맥도(6.44㎢·200만 평) 일대를 우선 국가공원으로 지정한 뒤 그 범위를 점차 넓혀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둔치도를 국가공원으로 조성할 경우 6000억 원, 맥도 일대는 8000억 원이 들 것으로 보인다. 낙동강 하구는 문화·환경 등 다양한 자원을 보유해 국가공원 최적지로 꼽힌다. 특히 올해는 낙동강 하구 국가공원 조성을 위한 ‘골든타임’이다. 부산시가 추진하는 2030월드엑스포 예정지가 기존 강서구 맥도 일대에서 동구 북항 재개발 지역으로 옮겨간 데다 최근 “낙동강 하구에 국가공원을 조성하는 방안을 찾아보라”는 오거돈 부산시장의 지시도 있었다. 오는 4월 치러지는 총선에서 각 정당 후보가 국가공원 조성을 대표 공약으로 내세울 가능성도 크다.
낙동강 하구 국가공원의 필요성은 1999년 공개된 부산시의 ‘공원 유원지 정비 및 개발계획’ 연구 용역에서 처음 등장했다. 이후 ‘100만평 시민문화공원 추진본부(현 100만평문화공원조성범시민협의회, 이하 100만평협)’가 결성되면서 논의에 불이 붙었다. ‘대규모 공원 조성’이라는, 다소 두루뭉술했던 목표는 2011년부터 ‘국가공원 조성’으로 구체화됐다. 2012년 100만평협은 시민 100만 명으로부터 국가공원 조성 서명을 받아 당시 강창희 국회의장에게 전달했다. 이런 노력 덕에 2016년 3월 국가공원 설치·관리 근거가 담긴 ‘공원 및 녹지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그 후 4년, 현실은 아직도 제자리걸음이다. 국가공원은 전국에 한 곳도 조성되지 않았다. 아니, 20년 전보다 상황은 더 나쁘다. 오는 7월 도시공원일몰제가 시행되면 부산지역 공원(유원지·녹지 포함) 90곳(74.56㎢)은 공원 부지에서 해제된다. 이 중 절반 가량(39.25㎢)은 사유지여서 도시공원으로서의 역할은 사실상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사정이 이런 만큼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낙동강 하구에 대규모 국가공원을 조성해 도시 녹지가 줄어드는 현상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낙동강 하구지역의 공원이 소규모로 분절돼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큰 그림 없이 개별 개발 계획에 따라 제각각 조성돼서다. 동아대 양건석(조경학과) 교수는 “부산은 대규모 평지 공원은 너무 적다”며 “공원은 시민 삶의 질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국가공원 등 대규모 평지 공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제신문은 2020년을 맞아 낙동강 하구 일대를 국가공원으로 만들기 위한 기획보도를 시작한다. 낙동강 하구 국가공원 조성을 위한 노력과 현재 상황을 짚고, 미래를 가늠해본다. 김준용 기자 jykim@kookje.co.kr
낙동강 하구를 국가도시공원으로 <1> 끊어진 그린웨이
개발에 단절된 녹지 연결해 부산판 ‘에메랄드 목걸이(美 보스턴 도심 둘러싼 녹색공원)’로
강서구 명지지구·국제신도시
- 공원 31개·36만2554㎡ 불구
- 1만 ㎡ 규모 공원 ‘섬’처럼 산재
- 12차로 르노삼성대로 가로지른
- 명지근린공원·명지공원 대표적
- 총괄적인 녹지 계획 없이 만든 탓
- 시민 접근성·생태적 기능 떨어져
- 지하·에코브리지로 연결·정비를
- 서부산, 부산 거점·국가공원 제격
1000㎡ 규모의 도시공원 100곳과 10만 ㎡ 규모의 도시공원 1곳을 만드는 것 중 어떤 쪽이 더 나을까. 산술적으로 보면 똑같은 면적이므로 답을 내기 어렵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대부분 후자를 답으로 선택한다. 공원은 면적이 넓을수록 그 가치가 커지기 때문이다.
공원이 커야 내부에 자체 생태계가 만들어진다. 공원이 넓으면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을 만들어 이용객 취향에 맞춘 콘텐츠를 담을 수도 있다. 공원 면적이 넓을수록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는 것은 물론이다. 주변 생태계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도 공원이 클수록 배가 된다. 도시공원의 면적에는 환경과 미래를 바라보는 시대의 철학이 담긴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부산 강서구 명지동 명지근린공원 1호와 인근 공원사이에 대로가 위치하고 있어 공원의 연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성효 전문기자 kimsh@kookje.co.kr
■단절되고 쪼개진 공원
최근 신도시가 잇따라 들어선 부산 강서구 명지지구에는 다양한 이름의 공원이 조성됐다.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신도시 개발 면적의 5~12%(1인당 3~9㎡)를 공원화해야 한다. 하지만 명지지구의 공원은 대부분 소규모다. 그마저 도로에 막혀 분절됐다.
강서구 집계를 보면 명지오션시티에만 14개(19만8250㎡)의 공원이 있고, 인근 명지국제신도시에는 총 17곳(16만4294㎡)의 공원이 조성된 상태다. 녹지 면적은 넓지만 사실상 1만 ㎡가량의 소규모 공원으로 쪼개져 난립하는 셈이다.
국제신문 취재진이 2일 명지지구를 찾았다. 명지근린공원 1호에서 명지공원으로 가려니 중간에 12차로 르노삼성대로가 ‘가로막고’ 있었다. 길을 건널 곳도 마땅치 않았다. 르노삼성대로와 명지오션시티4로가 겹치는 교차로에 횡단보도가 설치돼 그곳까지 걸어가야 했는데 횡단보도를 찾으려 계속 걷다 보니 원래 목적지였던 명지공원은 이미 지나쳐버렸다.
명지근린공원 1호와 명지공원의 사례는 부산의 ‘녹지 단절’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신도시를 건설하면서 총괄적인 녹지 계획 없이 개별 계획에 따라 녹지를 조성하다 보니 벌어진 현상이다. 단절된 공원은 시민의 접근성을 제한한다. 또 공원이 가진 생태적인 기능에도 뚜렷한 한계가 생긴다. 이러한 내용은 최근 열린 ‘서부산 미래비전과 낙동강 국가도시공원 포럼’에서 서부산지역에 공원녹지를 조성할 때 해결해야 할 과제로 등장했다.
■서부산 녹지 거점 필요
이어 부산 강서구 둔치도와 맥도로 발길을 돌렸다. 둔치도 입구로 들어가자 지금은 개발이 중단된 연료단지(18만3110㎡)가 거대한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은 부산 시내에 흩어진 연탄공장을 모아 시 외곽에 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의 대상지였다. 1996년 착공됐지만 연탄 수요가 급감하며 2013년 결국 사업 허가가 취소됐다. 근시안적 행정의 대표 사례로 지적된다. 지금은 부산지역 한 건설사가 부지를 매입한 상태다.
연료단지 부지를 끼고 둔치도 내로 향했다. 오른쪽에는 조만강이 조용히 흘렀다. 눈부시게 햇빛을 반사하는 조만강 위로 철새 떼가 날아다녔다. 부산 도심에서는 볼 수 없는 광경이다. 왼쪽에는 양식장 몇 곳이 눈에 띈다. 최근 들어 생긴 것으로 추정되는 커피전문점도 볼 수 있었다. 둔치도를 돌아보는 동안 작은 마을이 나오기도 했지만, 인적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차를 타고 5분 정도 가니 영업 중인 한 카페 앞 주차장이 나타났다. ‘100만평문화공원조성범시민협의회’(이하 100만평협)가 매입해 시에 무상으로 기증(내셔널트러스트)한 땅(8700㎡)의 일부지만 지금은 개인사업자의 시설로 전락했다.
둔치도를 나와 인근 맥도로 향했다. 둔치도와 달리 맥도가 섬이라는 점은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지은 지 50년은 족히 넘는 듯한 민가가 듬성듬성 보였다. 맥도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은 공장이다. 고철을 높게 쌓아 둔 고물상도 있다. 공장시설과 불과 2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낙동강이 흐르고 있었다. 맥도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으로 묶였지만 일부 취락지역에서는 공장을 가동하는 등 영업활동이 가능하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맥도 건너편엔 맥도생태공원(2.58㎢)이 길게 자리 잡고 있다. 봄이면 벚꽃 구경으로 나들이객이 몰리는 곳이다. 맥도 생태공원 둑을 넘어서면 바로 낙동강 습지가 나타난다.
현장에 동행한 100만평협 김승환 대표는 “일반적으로 국가공원 조성이라고 하면 대규모 녹화사업이라 천문학적 예산이 들어간다고 생각한다”며 “맥도생태공원처럼 이미 완성된 공원과 연결하면 훨씬 수월하게 국가공원을 만들 수 있다”고 조언했다.
■국가공원을 부산 공원 축으로
국가공원은 서부산지역의 거점 녹지공간이 될 수 있다. 국가공원이 서부산지역에 난립한 소규모 공원을 하나로 묶는 역할도 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부산연구원 이동현 연구위원은 “공원 단절의 해결책은 간단하다. 공원과 공원을 지하도로나 에코브리지 등을 통해 이으면 연결성과 완결성을 높일 수 있다. 예산이 많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다”며 “신도시 개발 등 대규모 개발계획을 세울 때 공원녹지를 좀 더 효율적으로 조성할 총괄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통해 미국 보스턴의 ‘에메랄드 목걸이(The Emerald Necklace)’ 같은 부산만의 녹지 브랜드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동아대 양건석(조경학과) 교수는 “최근 대규모 평지 공원 조성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요구가 커진다”며 “사실상 부산에는 강서구 외에는 국가공원을 만들 곳이 없다. 20년 동안 이어온 국가공원 조성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ykim@kookje.co.kr
부산 뉴스테이 지구 지정해제 길 열리나
전재수 의원, 특별법 개정안 발의
- 사업지 난개발 등으로 민원 많아
- 촉진지구 목적 달성 못할 땐 해제
지지부진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사업(옛 뉴스테이)’의 지구 지정을 해제할 수 있는 길이 열릴지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 전재수(부산 북강서갑) 의원은 2일 뉴스테이 사업이 지정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 지구 지정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하는 민간임대주택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부산에선 현재 ▷동래구 명장동 ▷북구 만덕동 ▷연제구 연산동 ▷남구 대연동 등 4곳이 뉴스테이 촉진지구로 지정돼 추진되고 있다. 뉴스테이는 대부분의 사업지가 자연녹지, 고지대, 개발제한구역 등에 위치해 자연경관 훼손, 난개발 등을 우려하는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만덕지구의 경우, 뉴스테이 사업추진 과정에서 나타난 특혜 시비와 안전 문제, 본래 취지를 벗어난 사업 효과 등으로 각종 문제가 제기됐다. 만덕 뉴스테이 지구는 당초 자연녹지 부지였으나, ‘이영복 다대만덕지구 택지 전환 특혜사건’에 따라 해당 부지가 주거용도로 부당하게 지정된 것이 감사원 감사를 통해 밝혀진 바 있다.
최고 30층 높이의 아파트가 들어서게 될 만덕지구의 하부에는 만덕3터널 도로건설 공사가 계획돼 있어 안전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됐다. 백양산 경관훼손, 고층 건물로 인한 일조권 침해와 함께 교통대란도 예상된다.
이런 문제점들은 촉진지구 지정 당시부터 보완이 요구됐으나 사업 시행사 측에선 지구계획 보완 요청을 미루면서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문제는 현행법상 보완을 이행하지 못한 시행사 측을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전 의원은 ‘공공지원 임대주택 개발 사업이 지연되는 등 촉진지구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인정될 경우, 촉진지구 지정을 해제할 수 있다’는 내용의 개정안을 마련했다. 전 의원은 “사업자에게 주는 혜택이 주민들에겐 고통이 돼선 안된다”며 “사업절차가 부당하게 진행되지 않도록 계속 살피겠다”고 말했다.
앞서 2016년 박근혜 정부의 뉴스테이 정책(기업형 임대주택)에 따라 부산시는 부산형 뉴스테이 사업 추진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총 37건의 민간제안을 통해 9곳에서 추진됐으나 오거돈 부산시장은 지난해 1월 사업을 원전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정유선 기자 freesun@kookje.co.kr
AI가 기후변화·불평등 악화시킨다
ㆍ인공지능 개발에 엄청난 탄소 배출… 정보 차이로 부익부 빈익빈 심화
구글은 2019년 12월 13일부터 인공지능(AI) 음성비서인 ‘구글 어시스턴트’에서 실시간 통역을 지원하고 있다. 스마트폰에서 구글 어시스턴트 실시간 통역 모드를 실행한 후 대화를 주고받으면, 이를 자동으로 순차통역해준다. 손에 스마트폰을 쥐고 있는 이상 어디를 가든 의사소통의 큰 어려움이 없는 세상이 도래한 것이다.
AI 기술은 언어의 장벽을 허물고 자율주행을 가능하게 하지만 대가가 없는 것은 아니다. 모든 문명의 이기가 그러하듯이 AI 역시 에너지를 소비하고, 필연적으로 탄소를 배출한다. 그 양은 적지 않다.
한 남성이 12월 6일 싱가포르의 한 건물 안에 세워져 있는 구글 로고 옆을 지나가고 있다. / EPA연합뉴스
인공지능의 ‘탄소 발자국’ 줄여야
2019년 6월 발표된 미국 매사추세츠대 애머스트 캠퍼스의 엠마 스트러벨 등의 연구에 따르면 자연어 처리 모델을 학습시키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는 약 284톤에 달한다. 최근 각광받는 ‘신경망 구조 탐색(NAS·Neural Architecture Search)’ 모델을 학습시킬 경우로 항공기 이코노미석을 이용해 인천에서 미국 뉴욕까지 왕복 비행을 290번 할 때 나오는 양과 맞먹는다.(이코노미석을 이용한 인천-뉴욕 1회 왕복 비행은 1인당 약 979㎏의 탄소를 배출한다. 비즈니스석을 이용할 경우 1957㎏이다.)
사람 한 명이 1년에 약 5톤의 탄소를 배출하는데 NAS 방식의 자연어 처리 모델 학습에만 약 57년치 탄소가 나오는 셈이다. 이는 미국의 자동차가 출고 후 폐차 때까지 배출하는 탄소량보다 5배 많은 양이다. 구글이 검색 등 대화형 인공지능에 활용하는 자연어 처리 모델인 ‘버트(BERT)’의 학습 과정에서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이용할 경우 배출되는 탄소량은 652㎏으로 미국 대륙을 비행기로 횡단할 때 배출되는 양과 맞먹는다.
AI 기술이 포함된 정보기술(IT) 분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기술이 가져올 혁신과 성과에 가려져 제대로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그 양은 이미 IT업계 내에서 우려할 정도로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
2018년 3월 발표된 캐나다 맥마스터대의 로프티 벨키르 등 연구진의 논문에 따르면 IT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20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3.0~3.6%를 차지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항공산업 배출 규모와 맞먹고 세계 5위의 탄소 배출국인 일본의 배출량보다 많다. 데이터센터에서 배출되는 양이 전체의 45%, 네트워크 인프라에서 나오는 배출량이 전체의 24%를 차지한다.
탄소 배출 증가 속도도 숨가쁘게 빨라지고 있다. 연구진에 따르면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의 탄소 배출량은 2040년 전 세계 배출량의 14%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산이 이뤄지는 데이터센터에서 소비되는 전력 중 일정 부분을 재생에너지로 활용한다고 해도 에너지 소비량 자체가 많아 줄이기 쉽지 않다. 특히 4세대(G) 이동통신에 비해 전력소비가 큰 5G가 AI 서비스와 결합하면서 전력 소비는 더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블록체인 기술 역시 AI 못지않게 채굴 과정에서 전력을 많이 소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I 분야가 ‘전기 먹는 하마’가 된 데는 ‘큰 것이 더 낫다’는 신념이 지배하기 때문이다. 데이터를 많이 모아 학습시킬수록 더 나은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생각이 기업들을 저전력 알고리즘보다 성능 중심의 알고리즘을 추구하게 만들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알파고’다. 이세돌과 대국한 알파고의 경우 1920개 중앙처리장치(CPU)와 280개의 GPU를 사용했다. 이때의 소비 전력은 약 1㎿(메가와트) 수준이다. 이세돌을 비롯한 인간의 두뇌가 소비하는 에너지는 그것의 50만분의 1 수준인 20W(와트)에 불과하다. 알파고가 학습하는 데 수주~수개월이 걸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에너지 소비 격차는 훨씬 크다.
불평등을 키우는 인공지능
김문철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현재 AI 기술 개발의 축은 두 개로 나뉜다”며 “하나는 복잡도나 전력 소비를 생각하지 않고 성능을 높이는 방향으로 기술 개발을 추구하는 방향이고 또 하나는 저복잡도의 인공지능 하드웨어를 만드는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주를 이루는 전자가 복잡도를 신경 쓰지 않고 AI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끝까지 가보자는 쪽이라면 후자는 이런 방식은 실제 상황에 이용하기 어렵다고 보고 실생활에서 쓸 수 있는 AI를 만드는 것이다. 김 교수는 “슈퍼컴을 돌려야 답이 나온다면 일반적인 환경에서는 그런 알고리즘은 쓸모가 없다”며 “우리가 강점이 있는 스마트폰과 냉장고 등에 AI를 넣으려면 AI 반도체 칩과 같이 AI 알고리즘을 경량화해 하드웨어로 만든 후 IT 기기에 접목하는 전략을 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력 소모가 많은 현재의 주류 AI 알고리즘은 AI 연구에도 바람직하지 않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대규모 데이터와 그 데이터를 학습시킬 컴퓨팅 자원을 이용할 경제적 사정이 안 될 경우 연구를 수행하기 어렵다.
이미 성공적인 연구로 막대한 수익을 얻은 기업이나 펀딩을 많이 받은 연구 그룹은 더 많은 지원을 받아 더 부유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 군소 업체나 연구자들은 아마존 웹서비스나 구글 클라우드,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같은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되고 이는 다시 ‘부익부 빈익빈’의 악순환 구조를 낳는다.
AI가 저임금 노동을 통해 발전하는 측면도 불평등 구조를 낳는 한 고리다. AI의 기계 학습에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인간이 학습 데이터를 주는 과정에서 인공지능이 학습할 수 있도록 어떤 데이터가 맞고 틀린지를 찍어주는(레이블링) 작업이 필요한 지도학습과 이런 과정 없이 인공지능 스스로 필요한 데이터를 가져가 스스로 학습하는 비지도학습이 있다.
고병철 계명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레이블링 과정은 단순노동에 가깝다. 이 때문에 지도학습 기반의 알고리즘은 대부분 인건비가 싼 나라에서 하청을 통해 학습 데이터를 가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학습 과정을 뜯어보면 사진을 분류하거나 태그를 달아주는 등 사실상 노동집약적인 전 단계의 데이터 처리가 필요하다. 최근 AI 학습의 기초가 되는 데이터를 입력하는 ‘알바’가 성행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데이터 입력 아르바이트는 음성을 듣고 감정을 고르거나 지식인의 답변을 요약하거나 유명인의 얼굴을 판별하거나 이미지를 수집하는 등 다양하다.
고병철 교수는 “현재 AI 알고리즘의 성능은 데이터에 크게 의존한다”며 “그래서 데이터가 많은 구글이나 네이버가 성능 좋은 AI를 가질 수밖에 없다”며 “이것 때문에 미래에는 빈부의 차이가 재화가 아니라 정보의 차이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알고리즘에서는 그런 불평등을 해소할 방법이 없다”며 “알고리즘 자체가 많은 데이터를 요구하고 또 그런 데이터 중에서도 얼마나 정확한 데이터를 갖고 있느냐가 앞으로 권력이자 돈이 되는 세상이 된다”고 덧붙였다.
대규모 자원을 소비하는 알고리즘 경쟁을 막으려면 연구자들 스스로 효율적인 알고리즘 개발을 염두에 두는 연구 풍토가 정착돼야 한다. 논문 심사 시 알고리즘의 탄소 배출량을 주요 기준으로 반영하는 것이 변화의 시작이 될 수 있다. 2019년 12월 중순 열린 세계적 권위의 AI 국제학회 ‘뉴럴IPS(NeurIPS)’의 AI와 기후변화의 관련성을 다루는 워크숍에는 AI 분야의 대가로 꼽히는 조슈아 벤지오 몬트리올대 교수와 구글 AI 총괄인 제프 딘, 앤드루 응 스탠퍼드대 교수 등이 모두 참석해 학계의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이번 학회에서 주최 측은 AI 논문의 ‘탄소 발자국’을 학회 논문 심사 기준의 일부로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데이터 적게 쓰는 ‘모델 압축’ 필요
김문철 교수는 “알고리즘을 복잡한 걸로 내지 말라는 신호”라면서 “가령 데이터를 어마어마하게 많이 써서 복잡한 AI 네트워크를 만든 후 훈련에 한 달 걸렸다고 하면 성능은 좋을지 몰라도 탄소를 너무 많이 배출해 인간에게 해를 끼친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평가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구글 어시스턴트에서 실시간 통역 모드를 실행해 영어-독일어 순차통역을 이용하고 있는 모습. / 구글 블로그
이런 점에서 데이터를 적게 사용하는 ‘모델 압축’ 연구가 주목을 받고 있다. 고병철 교수는 “AI 알고리즘이 워낙 복잡해 일반적인 개인용 컴퓨터나 모바일 환경에서는 돌아가지 않고 고사양의 GPU가 필요하다”며 “자연스레 전기가 많이 필요하고 이는 탄소 배출과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그래서 최근에는 AI 네트워크를 좀 더 작게 만들어 작은 데이터로도 학습할 수 있게 하는 ‘모델 압축’이 많이 연구되고 있다”며 “이게 가능하면 일반 PC나 모바일 환경에서도 돌아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모델 압축은 AI의 ‘블랙박스’를 열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AI 신경망은 여러 층으로 이뤄져 AI가 어떤 이유로 해당 결과를 내놓았지 설명하기 어렵다. 고병철 교수는 “딥러닝 모델을 작게 만들거나 설명 가능하게 만드는 방식이 대안으로 거론된다”며 “블랙박스로 만들어졌던 딥러닝 알고리즘도 부분부분 쪼개 따로 학습시키면 알고리즘의 투명성을 높이고 연산량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소위 ‘빅데이터’가 아닌 ‘스몰데이터’가 중요한 시대로 AI 연구의 패러다임이 바뀔 수 있다. 예를 들어 과거 1000만~1억 개의 데이터로 학습시켜 95%의 정확도가 나왔고, 모델을 잘 세운 뒤 100만 개를 돌려 나온 결과의 정확도가 94.5%라면 투입한 자원에 비해 그 결과는 거의 차이가 없다.
김동현 한국정보화진흥원 수석연구원은 “지금은 빅데이터보다 스몰데이터를 강조하는 분위기”라면서 “사회적 합의로 0.5% 신뢰도 차이를 크게 문제 삼지 않는다면 100만 개를 돌린 모델이 더 좋지 않겠냐는 공감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수석연구원은 구글 역시 주류로는 여전히 빅데이터를 이용하는 모델을 추구하지만 한쪽에선 전력소비나 탄소 배출을 줄인 최적화를 강조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겨울왕국’ 노르웨이서 1월 최고기온 19℃…예년보다 25℃↑
스키철에 수영하고 티셔츠 차림…기상전문가 “푄 현상 때문”
스톨레 레프스티아 노르웨이 순달 시장이 기상 관측 이래 1월 최고 기온을 기록한 2019년 1월2일 야외에서 반팔 셔츠에 샌들을 신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영화 '겨울왕국'의 배경지로 알려진 노르웨이가 한겨울이어야 할 1월에 영상의 따뜻한 날씨가 지속돼 기후 변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BBC방송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노르웨이 서부 순달서라 마을의 최고기온은 19℃로 예년 1월 평균보다 25℃나 높았다. 이는 기온을 측정하기 시작한 이래 1월 기준으로 최고치다.
이날 바다에서 수영했다는 라우마시의 이본 볼드 시장은 "보통 이 시기에는 스키를 타는데 오늘은 사람들이 거리에 티셔츠를 입고 나왔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예년과 다른 따뜻한 날씨를 신기해하며 즐기지만 기후 변화의 사례가 아니겠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피터 매커워드 BBC 기상캐스터는 지난달에도 스칸디나비아가 전반적으로 따뜻했으나 순달서라의 예외적으로 따뜻한 날씨는 지리적 특성에 기인한다며 산악지방의 아래쪽에 고온의 바람이 부는 '푄 현상'을 기록적인 고온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실제 이 지역은 12월과 2월 최고기온이 각각 18.3℃와 18.9℃를 찍은 적이 있다. 연합뉴스
2020년, 문학과 기후위기
‘2525년에’(In the Year 2525)라는 노래가 있었다. 미국 듀오 제이거 앤드 에번스의 1969년 히트곡이다. “2525년에/ 남자가 아직 살아 있고/ 여자가 살아남을 수 있다면/ 그들은 깨닫게 될 거예요”라고 시작한다. 2525년으로 출발한 노래는 3535년과 4545년, 5555년 등을 거쳐 9595년과 1만년까지 이어지는 장대한 시간의 흐름을 짚어가며 묵시록적 메시지를 전한다. 기계가 사람의 일을 대신 하고, 유리관에서 아들과 딸을 고르는 시기를 지난 뒤, 결국은 신이 내려와 세상을 ‘리셋’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노래는 경고한다.
1969년의 사람들에게 2525년이란 상상하기 쉽지 않은 까마득한 미래였을 것이다. 노래 제목이 된 연도를 2020년으로 바꾸어도 그들에게는 비슷한 느낌이 아니었을까. 조지 오웰이 <1984>라는 에스에프 소설로 끔찍한 미래 사회를 그린 때가 1949년이었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라. ‘1984’의 다소 평범한 느낌에 비해 ‘2020’은 그 자체로 ‘2525’를 닮은 미래적 울림을 준다. 그러니까 우리는 이미 어떤 미래에 와 있는 것이다. 그 미래의 핵심은 무엇이고 또 무엇이어야 할까.
장강명이 <한겨레> 신년호에 발표한 소설 ‘승인할까요’에는 노래 ‘2525년에’와 닮은 설정이 나온다. 2020년 1월1일 주인공 부부는 세상을 20년 전인 2000년으로 되돌릴지 아니면 2020년 지금의 시간을 계속 이어가게 할지 결정해야 하는 기로에 놓여 있다. 사실 주인공 부부는 자신들의 현재 삶에 큰 불만이 없다. 그러나 그들이 속한 세계 전체로 범위를 넓혀 볼 때, 2000년 이후 지금 이 순간까지 세상은 문제투성이라는 사실이 분명해진다. 세계의 많은 구성원들이 고통과 슬픔에 시달리는 상황 앞에서 부부는 “도덕적 책무”를 외면하기 어렵다.
1월3일치 <한겨레>에 실린 김초엽의 소설 ‘소망 채집가’ 역시 2020년 벽두를 배경으로 한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인간들이 2020년이라는 연도에 투영한 기대와 소망을 인격화한 존재다. 이제 사람들이 기다려왔던 2020년이 되었고 ‘2020년’의 인격적 구현체인 주인공은 사람들 앞에 나가 자신의(그러니까 2020년의) 실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러나 그는 사람들 앞에 나서기를 주저하거니와, 까닭은 자신의 모습이 “너무 초라”하다는 것. 장강명의 소설에서 책임이 강조되었다면 김초엽은 기대와 소망에 초점을 맞추지만, 그 결론은 동일하게 음울하고 회의적인 것 같다. 현실이 된 미래, 2020년은 장밋빛 전망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다시 노래 ‘2525년에’로 돌아가보자. 노래 첫머리에서 살아남은 남자와 여자가 깨닫게 될 진실은 무엇일까. “이제 인간의 지배는 끝났”다는 사실, 인간이 없어진 지구에서 “영원의 밤에 걸쳐 멀리 있는 별빛만/ 어제처럼 반짝”이리라는 쓰디쓴 진실이다. 이유는? “인간은 이 오랜 지구가 줄 수 있는/ 모든 걸 차지하고/ 아무것도 되돌려주지 않으니까요.”
2019년 한국문학의 두드러진 특징으로 에스에프의 발흥을 드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장강명과 김초엽은 그 주역들로 꼽힌다. 에스에프(SF)란 본디 과학소설(science fiction)에서 온 말이지만, 과학적 지식에 기반한 사고실험이라는 점에서 ‘사색적 소설’(speculative fiction)로 풀기도 한다. 사고실험을 반드시 과학소설만의 몫으로 제한할 일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2020년의 문학에 기대되고 요구되는 사고실험은 어떤 것일까. 노래 ‘2525년에’에 그 답이 있다. 지구가 주는 것을 모두 차지하고는 아무것도 되돌려주지 않는 행태에 대한 반성과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
2020년 현재, 그런 행태의 핵심은 기후위기로 요약할 수 있다. 핵전쟁이나 소행성 충돌로 인한 인간 멸종이 빠른 종말이라면, 기후위기의 누적으로 인한 멸종은 느린 종말이라 하겠다. 그런 만큼 피부에 와닿는 실감이 덜할지는 모르지만, 과학자들은 시간이 얼마 없거나 이미 늦었다고 경고한다. 그런 위기의식에 정치와 사회, 문화예술 등 모든 부문에서 응답을 해야 한다. 문학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더 늦기 전에 2020년의 문학은 기후위기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 bong@hani.co.kr
탄자니아 표범은 왜 원숭이가 주식일까
놀라운 융통성…중형 발굽 동물 없자 소형 포유류로 먹이 대체
표범은 선호하는 중형 발굽 동물이 없으면 원숭이 등 소형 포유류로 대체한다. 나무에서 잠복해 원숭이를 사냥하거나 맹금류나 침팬지가 사냥하는 원숭이를 가로채기도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표범은 세계에서 가장 널리 분포하는 고양잇과 맹수이다. 특히 아프리카표범은 열대우림부터 사막까지 다양한 곳에 살며 쥐, 새, 영양, 원숭이, 가축 등 92종의 동물을 먹이로 삼는다.
그렇다고 표범이 기회가 되면 아무 동물이나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 포식자는 아니다. 개체수가 많고 사냥이 쉬우며 자신의 힘으로 감당할 수 있는 임팔라, 부시벅, 다이커 등 중형 발굽 동물이 가장 선호하는 먹이이다. 특이하게, 영양보다 원숭이를 즐겨 사냥하는 표범 서식지가 발견됐다.
노부코 나카자와 일본 교토대 동물학자는 ‘아프리카 생태학 저널’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탄자니아 마헤일 마운틴 국립공원의 표범 먹이를 조사한 결과 영장류가 54%를 차지해 발굽 동물보다 중요한 식량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표범은 침팬지를 포함해 적어도 5종의 영장류를 먹이로 삼았는데, 그 비중은 아프리카 다른 어느 표범 서식지보다 높았다. 나카자와는 “아프리카에서 원숭이가 표범의 주식인 곳은 이곳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마헤일 마운틴 국립공원의 침팬지. 이곳의 표범과 함께 원숭이와 영양을 즐겨 사냥하지만, 표범의 밥이 되기도 한다. 카엘리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탕가니카 호숫가에 자리 잡은 마헤일 마운틴 국립공원은 침팬지 보호구역으로 유명한 곳으로, 30년 이상 엄격하게 보호됐다. 연구가 이뤄진 키소예 지역은 열대우림과 사바나의 중간으로 중형 발굽 동물은 적지만 표범은 많이 사는 곳이다.
사람의 사냥으로 큰 먹잇감이 사라진 것도 아니면서도 작은 먹이동물만 많은 지역에서 표범은 무얼 잡아먹고 살까. 연구는 표범 배설물 272개를 수거해 뼛조각과 털로부터 먹이동물을 알아내는 방법으로 이뤄졌다.
예상대로 배설물에 들어있는 먹이동물의 84.7%가 몸무게 10㎏ 미만인 소형 포유류였다. 먹이 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동물은 블루다이커란 소형 영양으로 전체의 31.2%를 차지했고, 영장류인 붉은콜로부스가 29.2%로 뒤를 이었다. 그러나 모든 먹이를 합친다면 영장류가 53.8%로 가장 많았고, 이어 발굽 동물이 39.6%, 설치류 5.8% 순이었다.
표범의 주요 먹이로 드러난 붉은콜로부스. 나무 위에 사는 원숭이이다. 올리비에 르제이드,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표범의 먹이동물 가운데 이 숲에 가장 많은 동물은 블루다이커와 함께 부시피그란 혹멧돼지인데, 종종 자신보다 덩치가 큰 멧돼지는 먹이의 극히 일부만 차지했다. 그렇다면 이 숲의 표범은 왜 원숭이를 많이 잡아먹을까. 원숭이 밀도가 영양보다 높고, 사람 눈에도 띌 정도로 찾기 쉽다는 점이 한 가지 설명이다.
그렇다면 왜 붉은콜로부스나 붉은꼬리원숭이 등 주요 먹이는 모두 나무 위에 사는 종이고 땅에 사는 원숭이의 비중은 훨씬 낮을까. 나카자와는 맹금류가 나무 위에서 먹다 떨어뜨린 원숭이를 표범이 먹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왕관수리가 원숭이를 잡아먹고 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아예 맹금류의 먹이를 가로챘을 수도 있다. 이 숲에 사는 왕관수리는 나무에서 원숭이를 낚아챈 뒤 땅에 내려와 죽여 털을 뽑는다. 원숭이의 비명을 듣고 표범이 달려와 먹이를 가로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하는 관찰 사례는 아직 없다.
또 다른 가설은 침팬지 먹이를 빼앗는다는 것이다. 이 지역 침팬지는 활발하게 붉은콜로부스를 사냥해 그 수는 연간 33마리에 이른다. 침팬지와 표범이 가장 즐겨 사냥하는 동물은 작은 영양과 원숭이로 동일하다.
침팬지가 사냥하는 과정에 땅에 떨어진 원숭이를 표범이 사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침팬지가 잡은 원숭이를 표범이 빼앗을 가능성은 없다고 연구자는 밝혔다. 침팬지는 잡은 원숭이를 마지막 한 조각까지 동료와 나눠 먹으며, 표범 새끼가 침팬지의 밥이 된 사례가 있을 정도로 침팬지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카자와는 아예 표범이 나무 위에서 원숭이를 사냥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키 큰 나무가 빽빽하게 이어져 수관을 형성한 열대우림과 달리 이 지역의 숲은 듬성듬성하고 키 작은 나무가 많아 원숭이가 재빨리 도망가기 쉽지 않다. 실제로 표범이 나뭇가지 위에 잠복해 원숭이를 노린 사례도 있다.
왜 이 지역 표범이 원숭이를 주식으로 삼는지는 이 모든 가능성이 검증돼야 알 수 있을 것이다. 분명한 건 표범은 그 지역에 많고 쉽게 잡을 수 있는 먹이에 놀라운 적응력을 보인다는 사실이다.
표범의 주요 먹이의 하나인 소형 영양인 블루 다이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인구가 밀집한 인도의 대도시에서도 표범은 떠돌이 개 등을 잡아먹으며 너끈히 살아남는다(▶관련 기사: 어떤 공존, 인구 2천만 뭄바이에 표범 21마리 살아). 물론, 우리나라처럼 어느 한도를 넘으면 끈질긴 표범도 견디지 못한다(▶관련 기사: 한국 마지막 표범 뱀가게에 팔렸다).
나카자와는 “표범은 사람의 교란이나 서식지 파괴로 중형 포유류가 사라져도 소형 동물로 대체해 너끈히 살아간다”며 “이런 유연성 덕분에 표범은 모든 야생 고양잇과 동물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넓은 범위에 분포하게 됐다”고 밝혔다.
인용 저널: African Journal of Ecology, DOI: 10.1111/aje.12714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바다오리도 가려우면 ‘효자손’ 찾는다
진드기 떼어내는 듯…오리류 인지능력 과소평가
막대기를 부리로 집어 가슴 깃털을 긁는 코뿔바다오리. 아이슬란드 그림시 섬에서 2018년 촬영됐다. 아넷 파예트 외 PNAS (2019) 제공.
침팬지, 멧돼지, 악어, 까마귀, 양놀래기의 공통점은? 모두 도구를 사용하는 동물이다.
침팬지가 가는 나뭇가지를 개미굴에 집어넣어 ‘흰개미 낚시’를 한다는 제인 구달의 발견으로 사람 아닌 동물도 도구를 쓴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후 이런 능력은 영장류를 비롯해 돌고래, 코끼리 등 ‘똑똑한’ 동물은 물론이고 최근 들어 악어(▶관련 기사: 악어도 도구 이용해 사냥, 나뭇가지로 백로 유인), 멧돼지(▶관련 기사: 멧돼지도 도구 사용한다-나무껍질로 '삽질') 등 척추동물 일반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영장류 다음으로 도구 사용이 가장 많이 보고되는 동물이 조류다. 특히 까마귀와 앵무새 무리는 머리 좋기로 유명하다. 야생 바다오리가 도구를 사용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바닷새는 까마귀나 앵무새와 달리 물속에서 사냥하기 때문에 도구를 쓸 필요나 기회도 없고, 능력도 떨어져 왔다. 오리류의 첫 번째 도구 사용 사례이다.
봄 번식기에 코뿔바다오리는 해안 절벽에서 무리 지어 번식한다. 스티브 가비,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아넷 파예트 영국 옥스퍼드대 동물학자 등은 과학저널 ‘미 국립학술원 회보(PNAS)’ 최근호에 웨일스와 아이슬란드 해안에서 코뿔바다오리(퍼핀)가 막대기를 이용해 등과 가슴을 긁는 행동을 각각 독립적으로 관찰했다고 보고했다.
연구자들은 “야생에서 도구를 이용해 몸을 단장하거나 관리하는 행동은 코끼리와 영장류가 유일하고 조류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1700㎞ 떨어진 두 곳에서 확인돼 이런 행동이 우연이 아니라 널리 퍼져 있음을 알 수 있고, 바닷새의 인지능력이 알려진 것보다 뛰어날 수 있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첫 목격은 2014년 6월 웨일스 스코머 섬으로, 번식지 절벽 아래 물에 앉은 바다오리 가운데 한 마리가 절벽에서 가져온 것으로 보이는 작은 나뭇가지로 약 5초 동안 등을 긁는 모습이 관찰됐다. 이 오리는 날아갈 때도 막대기를 물고 있었는데, 얼마나 오래 간직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두 번째 관찰은 2018년 아이슬란드 그림시 섬의 바다오리 번식지에서 이뤄졌는데, 다행히 이번에는 무인 카메라로 영상을 촬영할 수 있었다. 바다오리는 바닥의 풀밭에서 막대기를 부리로 집어 든 뒤 가슴의 깃털을 긁은 뒤 내려놓았다.
동물이 도구를 사용하는 목적은 대부분은 먹이를 효과적으로 얻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뉴칼레도니아까마귀가 날카로운 나뭇가지를 부리로 물고 나무껍질 틈에 숨은 애벌레를 잡는다.
개미산을 이용해 깃털을 소독하는 바람까마귀 류.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드물지만 몸 관리에도 도구를 쓴다. 영장류는 약초나 독충을 몸에 문질러 기생충을 제거한다. 마찬가지로 200종이 넘는 새들이 ‘개미 목욕’을 한다. 개미를 부리로 물어 깃털에 문지르거나 개미굴 근처에서 모래 목욕을 한다. 개미 몸속에 든 개미산이 살충과 살균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바다오리가 몸을 긁는데 쓴 나뭇가지가 둥지용 재료는 분명히 아니라고 밝혔다. 바다오리는 굴속 둥지를 부드러운 풀이나 깃털로 단장한다. 이번에 관찰한 행동은 바다오리가 깃털에 붙은 기생충을 떼어내거나 그로 인한 가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것 같다고 연구자들은 추정했다. 실제로 두 번째 관찰을 한 그림시 섬에서는 바닷새 진드기 감염이 만연했다.
연구자들은 “새들의 부리는 몸의 거의 모든 부위를 고를 수 있지만 다 그런 건 아니”라며 “사육하는 앵무새가 막대기로 몸을 긁는 모습이 관찰된 것처럼 드물지만, 야생에서도 이런 행동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번식기 코뿔바다오리 수컷의 화려한 모습. 오리류의 인지능력은 지금까지 과소평가됐을 가능성이 있다. 리처드 바르츠,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도구를 이용해 먹이를 잡는 동물은 그러지 못하는 동물보다 매우 강력한 경쟁 수단을 보유하게 된다. 이번 발견은 그렇게 강한 선택압력 없이도 도구 사용이 출현할 수 있음을 보인다고 논문은 밝혔다.
연구자들은 “이제까지 물새들은 두뇌 크기가 비교적 작아 정교한 인지능력을 지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 드러났듯이 우리는 바닷새의 인지능력을 과소평가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바닷새는 예측 못 할 환경에서 복잡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데, 이를 위해 유연한 문제 해결 능력이 진화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인용 저널: PNAS, DOI: 10.1073/pnas.1918060117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문 대통령의 새해 첫 현장방문은 '친환경차 수출항'
평택·당진항 방문해 새해 첫 친환경차 수출길 배웅
▲ 문재인 대통령이 3일 평택항에서 올해 첫 친환경차 수출 1호 니로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새해 처음으로 방문한 곳은 평택·당진항이었다. 이곳은 새해 첫 친환경차가 유럽으로 수출되는 현장이다. 문 대통령은 평택·당진항에서 "2030년 세계 4대 수출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새로운 10년을 시작한다"라고 선언했다.
글로비스썬라이즈호는 이날 평택·당진항에서 486대, 광양항과 울산항에서 1900여대 등 총 2400여 대의 친환경차를 선적한 뒤 독일과 포르투갈·핀란드·덴마크 등 유럽 6개국으로 수출한다.
유럽으로 수출하는 친환경차는 기아자동차의 '니로'와 현대자동차의 '넵튠'이다. 니로는 친환경차 전용모델로 가장 많은 수출량을 자랑하고 있고, 넵튠은 수소트럭으로 스위스에서 테스트와 시범운행을 한 뒤 올해부터 본격 수출되는 친환경차다.
특히 넵튠은 지난 2019년 유럽 상용차 전문매체 기자단 투표에서 '2020년 올해의 차(International Truck of the Year)' 혁신부문을 수상했다. 오는 2025년까지 스위스에만 1600여 대가 수출될 계획이다. 현재까지 한국의 친환경차 수출대수는 총 74만 대를 넘어섰다.
"상생의 힘이 세계 최고의 친환경차를 탄생시켜"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전 평택·당진항을 방문해 "오늘 친환경차 수출은 세계 최고의 기술로 이룩한 성과여서 더욱 값지다"라며 "우리는 세계 최초로 수소차 양산에 성공하고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친환경차 전비도 달성했다"라고 치하했다.
문 대통령은 "또 한 가지 자랑할 만한 일은 '상생의 힘'이 세계 최고의 친환경차를 탄생시켰다는 사실이다"라며 "인팩·우리산업·동아전장 같은 중소·중견기업들이 핵심부품 개발과 성능 향상에 힘을 모아 니로가 만들어졌고, 현대차는 우진산전·자일대우상용차·에디슨모터스 등 중소·중견 버스제조사에 수소연료시스템을 공급하며 수소버스 양산과 대중화에 힘을 싣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노·사·민·정이 서로 양보하며 희망의 일자리를 만들어냈듯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협력하면서 세계 최고의 친환경차 생산국이 될 수 있었다"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정부는 2030년까지 미래차 경쟁력 1등 국가로 도약하겠다고 약속했다"라며 "2025년까지 기술개발에 3800억 원 이상 투자해 세계 최고의 친환경차 개발을 도울 것이다"라고 약속했다.
이를 위해 기존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사업전환 지원, 대기업-중소·중견기업간 협력모델 구축, 국내 대중교통과 화물차량의 친환경차로 전환, 국내 신차 33% 친환경차로 보급, 전기차 급속충전기와 수소충전소 확충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수출지표를 플러스로 전환하기 위해 총력 기울여"
▲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전 경기 평택시 평택항 자동차 운반선에서 김정훈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의 선적현황 보고를 듣고 있다. 왼쪽은 박한우 기아자동차 대표이사. ⓒ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올해 세계 경제와 무역 여건은 작년보다 좋아질 것이다, 우리는 지난해 12월에 그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라며 "정부는 수출지표를 플러스로 전환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혁신 성장에 더욱 속도를 내겠다"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시스템반도체, 미래차 등 3대 신산업과 5G 연관산업과 이차전지 산업을 육성해 고부가가치 수출품목을 늘리겠다"라며 "바이오헬스와 인공지능 규제개혁 로드맵을 만들고 신산업 관련 사회적 타협 메커니즘을 신설하겠다"라고 약속했다.
이어 "한편으로 RCEP협정(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을 최종 타결하고, 신남방·신북방, 중남미 국가와 양자 FTA를 체결해 자유무역의 힘으로 새로운 시장을 넓힐 것이다"라며 "브랜드 K 확산 전략을 수립하고 중소기업 지원 수출금융을 네 배로 확대해 중소기업 수출을 더욱 늘리겠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면 우리 제품과 산업, 무역의 경쟁력도 함께 높아진다"라며 "올해 수출·부품·장비 산업 육성에 2조1000억 원을 투자하고 100대 특화 선도기업과 강소기업을 지정해 글로벌 전문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겠다"라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올해 첫 수출 1호 친환경차에 깃발을 꽂아준 뒤 차량에 탑승해 자동차 선적 현황 등을 청취했다.
한정우 부대변인 "미래차로 우리 경제 돌파구를 열고..."
한정우 청와대 부대변인은 "새해 첫 현장행보로 자동차 수출현장을 가서 미래차 경쟁력 1등 국가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자리였다"라며 "취임 초부터 현재까지 총 10번의 미래차 현장 방문이 있었고, 이번이 열한 번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만큼 미래차를 신산업 핵심축으로 해서 우리 경제의 돌파구를 열고, 상생도약의 핵심축으로 삼겠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담겨 있다"라고 강조했다.
한 부대변인은 "자동차 수출 현장을 방문하는 데에는 향후 한국이 수출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의미도 담고 있다"라며 "현재 수출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호조세조 반전하고 있고 수출지표를 플러스로 전환하기 위해 미래차를 포함해 신성장동력과 혁신성장에서 더욱 속도를 내고 있고, 일본 수출규제 이후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구영식/ 오마이뉴스
10년 후 전기차가 대세 67.6%
내일신문 부품업체 74곳 조사
10곳 중 3곳만 대비 ‘잘하고 있다’
미래차 기술력 자신 없어 62.2%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자동차산업이 빠르게 미래자동차로 전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부품업체 10곳 중 3곳 정도만 미래자동차 흐름에 대응을 잘하고 있었다. 소유한 기술력이 높다고 판단한 곳은 37.8%에 그쳤다.
자동차산업 격변기에 상당수 국내 부품업체의 미래가 불투명한 셈이다. 부품업체들은 필요한 대책으로 사업다각화, 자금지원, 산학연 등 연구개발 지원 등을 꼽았다. 내일신문이 지난해 12월 부품업체 74개사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설문조사 결과 10년 후(2030년) 가장 많이 판매될 것으로 예상되는 자동차에 대한 질문에 부품업체 67.6%(50개사)가 전기차라고 응답했다. 하이브리드차는 16.2%(12개사)로 뒤를 이었다. 내연기관차는 6.8%(5개사)에 그쳤다. 수소차는 4개사가 응답해 5.4%로 가장 낮았다.
내연기관차의 신규판매가 50% 이하로 떨어지는 시점에 대해서는 6~10년을 가장 많이(44.6%) 꼽았다. 11~15년이 23.0%로 뒤를 이었다. 16~20년 10.8%, 5년 이내 12.2%, 20년 이후 0.9% 순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상당수 부품업체들은 자동차산업 대전환기 준비에 미흡했다.
미래자동차 확대 흐름에 대해 부품업체 33.8%는 잘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못하고 있다는 39.2%로 잘하고 있다 보다 높았다. 보통은 27.0%였다.
미래를 준비하지 못하는 이유는 투자여력 부족(75.9%)과 핵심인력 부재(20.7%)가 압도적이었다. 대응정도가 보통이라고 답한 업체들의 준비 못한 이유도 동일했다.
부품업체 기술력도 높여야 할 상황에 놓여 있다. 자신이 소유한 미래차 기술경쟁력 수준이 높다고 응답한 업체는 37.8%였다. 보통이 40.5%, 낮다는 21.7%로 조사됐다. 10곳 중 6곳 이상이 미래차 기술경쟁력에 자신이 없는 셈이다.
부품업체들은 미래차 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대책(중복 응답)으로 사업다각화(33.8%)를 가장 많이 꼽았다. 다음으로 자급지원(21.6%) 산학연 등 연구개발 지원(20.3%) 거래업체 다변화(14.9%) 합리적 납품가격 보장(10.8%) 인수합병(M&A) 합작법인 설립 등 지배구조 개편(6.6%) 전문이력 양성 지원(5.4%) 순이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소기업인 부품업체들은 자동차산업의 변화 방향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대응력 부족으로 고민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면서 “응답 결과에서 업체들의 주관적 요소를 배제한다면 더 부정적 일 것으로 에상된다”고 우려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부품업체들은 자신감을 내비쳤다.
대부분(83.8%) 생산하는 주력 제품이 미래차에 적용할 수 있다고 답했다. 적용할 수 없다는 12.2%에 불과했다. 미래차로의 변화가 회사에 미치는 영향도 긍정적(50.0%)이고, 영향이 없는(10.8%) 것으로 나타났다. 미치는 영향이 부정적인 경우는 37.8%에 그쳤다.
위 센터장은 “조사대상이 기술혁신이나 벤처 인증을 받은 혁신형기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부품업체 전반 상황은 조사결과보다 상황은 안좋을 것”이라며 “자동차산업 변화에 대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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