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중앙대로 간선급행버스 30일 개통
동래 내성교차로~서면 광무교 6.6㎞ 구간
부산 동래 안락교차로의 간선급행버스 모습. 부산시 제공
30일 새벽 4시30분 부산 중앙대로의 동래구 내성교차로~부산진구 서면 광무교 6.6㎞ 구간에 간선급행버스(BRT)가 개통된다. 부산시는 29일 “중앙대로 구간에 간선급행버스가 개통되면, 이 구간을 지나는 버스의 속도가 8~18%가량 증가하고, 버스 정류장 도착 정시율도 20~30%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는 이 구간 간선급행버스 정류장 23곳과 폐지되는 기존의 가로변 정류장 43곳, 주요 교차로 6곳 등에 150여명을 배치해 교통 안내에 나선다. 개통 당일인 30일에는 오거돈 부산시장과 박인영 부산시의회 의장, 김창룡 부산경찰청장, 서은숙 부산진구청장 등이 시내버스를 타고 직접 현장을 둘러볼 예정이다.
앞서 시는 2014년 6개 주요 도로 88.7㎞의 2개 중앙 차로를 24시간 버스 전용으로 바꾸는 간선급행버스 공사를 시작했다. 지난해 1월 내성교차로~해운대 운촌삼거리 8.7㎞ 구간을 개통했다. 하지만 버스업계와 택시업계의 이견으로 공사가 일시 중단됐고, 지난해 10월 공론화위원회가 시민 의견에 따라 공사 재개를 결정했다. 이번에 개통하는 중앙대로 구간도 공론화 과정을 거쳐 시민이 직접 사업 추진을 결정한 구간이다. 행정 당국이 공청회 등 형식적인 절차를 거쳐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던 관행에서 벗어난 것이다. 공사 과정에서도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 불편사항을 검토하고 개선해왔다.
시는 이번에 개통한 구간과 연계해 서면 광무교에서 충무동까지 7.9㎞ 구간의 간선급행버스 공사도 시작한다. 또 서면교차로에서 사상구 주례교차로까지 5.4㎞ 구간의 설계 용역도 진행한 뒤 2022년 개통할 계획이다. 시 버스운영과 관계자는 “중앙대로 구간 개통 뒤에도 시민과 함께 모니터링을 계속해 대중교통 이용환경 개선, 일반차량 차량흐름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일제가 단절한 종묘~창경궁 복원…율곡로, 6개 차로 터널로 확장
율곡로와 종묘~창경궁이 연결된 조감도 서울시 제공
일제에 의해 끊겼던 종묘~창경궁 구간을 잇기 위해 율곡로 위에 터널이 만들어진다. 율곡로는 6개 차로로 넓혀 개통된다. 서울시는 창덕궁 앞 교차로에서 원남동 교차로까지 690여m 구간을 4차로에서 6차로로 넓히는 공사를 마치고 30일 오전 6시에 개통한다고 29일 밝혔다. 이 구간은 하루에 차량 8만여대가 다니고, 출퇴근 시간대에는 병목현상이 심했다.
서울시는 특히 도로를 확장한 율곡로 가운데 320m 구간에 2021년까지 터널을 만들고, 그 위를 흙으로 덮은 뒤 참나무류와 귀롱나무, 진달래 등을 심어 녹지로 만들어 연결한다는 계획이다. 율곡로는 일제강점기 때 종묘와 창경궁을 단절하기 위해 그사이에 길을 내 만든 도로다.
시는 또 1931년 일제강점기 당시 맞붙어 있던 종묘와 창경궁의 궁궐담장도 복원한다. 시는 2021년 6월까지 원형복원 공사를 마칠 예정이다. 원형복원 공사를 마치면 90년 만에 종묘와 창경궁이 연결된다. ‘종묘~창경궁 원형복원’ 공사는 12월 현재 80% 공정률로 공시가 진행 중이다.
한편, 서울시는 이번 율곡로 도로 확장 공사 구간에 있는 창덕궁 돈화문 월대 앞 담장을 제거하고, 도로 선형을 월대 계단에 맞게 낮추는 공사도 진행했다. 월대가 기존보다 더 부각되도록 한 것이다. 한제현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장은 “일제가 단절한 종묘~창경궁이 원형복원 되면 이 일대 역사성과 자연성이 회복되고 시민과 관광객에게 보다 쾌적한 보행환경이 제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혜미 기자 ham@hani.co.kr
‘무산 위기’ 카드 꺼낸 부산대 특수학교
부산대, 환경단체 대안에 난색
교육부, 사업 전면 재검토 밝혀
부산대가 부산 금정구 장전동 장전캠퍼스 대운동장 위쪽 공원 부지와 그린벨트 지역 일대 1만 4000㎡ 면적에 부산대 부설 특수학교를 지을 계획을 밝혀 환경단체와 갈등을 빚고 있다. 부산일보 DB
금정산 환경 훼손 논란에 휩싸인 부산대 부설 특수학교 설립이 해를 넘길 전망이다. 환경단체와 부산대 간 갈등으로 학교 건립이 지지부진해지면서 사업 무산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26일 부산대는 환경단체와 부산시가 지난 9일 제안한 신규 대체 부지를 검토했으나 “수용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정산 국립공원 지정 범시민운동네트워크(이하 범시민운동네트워크)는 이달 초 부산시에 특수학교 대체부지로 부산대 제2사범관 일대 1만 7000㎡ 부지를 검토할 것을 요청했다. 제2사범관 일대는 내년 4월 공원일몰제에 해당하는 곳인 만큼 공원 부지를 해제하는 절차도 없을뿐더러, 현재 부산대가 추진하려는 부지에 비해 환경 훼손 우려도 적다는 것이 환경단체의 설명이다.
부산대 측은 이 일대 사유지 부지 매입에만 수십억 원이 들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부산대 캠퍼스기획과는 부지 보상비에만 10억 원이 들고 이 일대에서 운영 중인 음식점 등이 추가 보상을 원할 경우 매입 비용은 훨씬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부산대 김재식 캠퍼스기획과장은 “국립대 유휴부지에 부설 특수학교를 짓는 것이 당초 취지였다. 당초 취지에 맞지 않는 곳에 설립하는데 교육부가 부지 보상비 명목으로 예산을 줄 리도 없지 않겠냐”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부산대는 특수학교 부지 선정과 관련해 26일 오후에도 부산시와 논의를 했으나, 별다른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부산시 이준승 도시계획실장은 “부산대 특수학교와 관련한 찬·반의 입장을 모두 고려해 최적의 부지를 찾기 위해 노력 중이다”며 원론적 입장만 내놨다.
부지 확보가 난항을 빚자 교육부는 최근 부산대에 ‘사업 전면 재검토’ 입장까지 밝혔다. 내년 2월 말까지 설계에 착수하지 않으면 부산대는 기재부로부터 받은 국비 13억 원도 돌려줘야 할 판이다. 부산대 관계자는 “내년 2월에 설계를 하려면 늦어도 올 12월 말까지는 부지가 선정됐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설계비까지 돌려주게 되면 사실상 사업을 이어가긴 어렵다”고 말했다.
특수학교 건립이 무산될 위기에 놓이자 특수학교 추진을 이끌어왔던 장애인 학부모 단체는 강한 유감의 뜻을 밝혔다. (사)한국자폐인사랑협회 부산지부 김석주 부지부장은 “전국의 예술 중·고등학교에는 특수반이 있는 곳이 한 곳도 없다. 재능은 있지만 배울 기회가 없었던 아이들에게 드디어 희망이 생겼는데 부산대 특수학교 건립이 중단되면 그 희망마저 짓밟히는 것”이라 강조했다.
앞서 부산대는 2022년 3월 개교를 목표로 장애 학생 예술 중·고등학교 역할을 할 부설 특수학교를 추진해왔다. 대학본부는 금정구 장전동 장전캠퍼스 대운동장 위쪽 1만 4000㎡ 부지에 이를 지을 계획을 밝혔으나, 환경단체가 금정산 환경 훼손 등을 우려해 부산대에 대체 부지를 찾을 것을 요구해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미군기지 오염으로 주민피해"…독일, 법대응 예고
독일 내 미군 탱크부대(사진=EPA/연합뉴스)
독일의 시민단체가 토양을 오염시킨 자국 내 미군기지에 소송을 제기할 할 계획이라고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 등 현지언론이 27일 보도했다.
바이에른주(州) 안스바흐 지역 시민단체인 'Etz 랑츠'는 이 지역의 캐터바흐 미군 기지에서 토양 오염이 발생해 인근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며 내년 1월에 형사소송과 행정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이 단체는 미군 기지 훈련장 등에서 발생한 과불화화합물(PFC)이 토양에 스며들어 기지 인근 지역의 우물과 시냇물, 심지어 지하수 등에서 오염 수치가 허용치를 넘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오염이 확인된 민간인 주택 우물의 경우는 부대에서 불과 2km 떨어진 곳도 있었고, 오염 정도가 기준치 보다 최대 20배 가량 넘은 곳도 나왔다고 한다.
이 단체 대변인은 "우리는 더 이상 주민들이 위험에 처하게 된 것을 방관할 수 없다"면서 오염이 계속 번지고 있어 정화 비용은 더욱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단체는 특히 오염 가능성이 2014년 제기된 이후 2016년 조사를 통해 오염 사실이 규명됐는데도 미군이 무대책으로 일관해 더욱 심각해졌다며 독일 당국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라인란트팔츠주에 있는 람슈타인 미군 기지와 바이에른주의 그라펜뵈어 미군 기지에서도 오염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dpa 통신은 미군이 독일 내에서 법적으로 제한된 범위 내에서 적용을 받기 때문에 관련 소송이 복잡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CBS노컷뉴스 권민철 기자
물닭 새끼가 어미보다 유독 화려한 이유
늦게 태어난 작은 새끼일수록 색깔 선명, 돌봄 ‘몰아주기’
새끼 물닭의 밝고 선명한 색깔의 깃털, 부리, 피부 모습. 성 선택이 아닌 부모선택을 위한 장식이다. 브루스 리옹 제공.
공작의 예에서 보듯 수컷 새는 흔히 화려한 깃털로 암컷의 환심을 사려 한다. 습지에서 흔히 보는 물닭은 특이하게 어미보다 새끼가 더 화려하다. 어미는 검은 몸집에 부리가 흰 단조로운 모습이지만, 갓 태어난 새끼는 붉은빛과 오렌지빛이 어울린 화려한 깃털과 피부·부리 색을 자랑한다. 멋진 수컷은 짝짓기에 성공할 확률이 높다지만, 물닭 새끼는 왜 이런 장식을 하게 됐을까.
브루스 리옹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터크루즈 캠퍼스 생태 및 진화생물학 교수 등은 과학저널 ‘미 국립학술원 회보(PNAS)’ 30일 치에 실린 논문에서 이 오랜 수수께끼를 풀 단서를 제시했다. 리옹 교수팀은 이미 1994년에 물닭 어미가 화려한 새끼를 편애한다는 사실을 과학저널 ‘네이처’에 밝힌 바 있다. 일부 새끼의 깃털을 덜 화려하게 조작한 실험을 통해 화려한 새끼일수록 먹이를 더 많이 받아먹고 더 빨리 자라 새끼를 많이 남긴다는 내용이다.이번 연구의 목적은 대체 물닭 어미는 왜 화려한 새끼를 선호하게 됐는지 밝히는 것이었다. 이런 행동이 어미에게 득일까 아니면 새끼에게 득일까. 리옹 교수는 “이 문제가 재미있는 게, 어미의 이런 행동이 먹이를 더 얻어먹으려는 새끼의 의도에서 비롯됐을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물닭 어미(오른쪽)는 화사한 새끼에 견줘 단조로운 깃털을 지녔다. 브루스 리옹 제공.
물닭 사이에는 종내 탁란이 성행한다. 암컷은 자기 둥지에 알을 낳기 전 기회가 생기면 슬쩍 다른 새의 둥지에 알을 낳곤 한다. 둥지의 40%에서 하나 이상 다른 새의 알이 발견된다.
만일 어미의 화려한 색깔 선호가 새끼의 술수라면, 탁란 기생은 그 출발점일 터이다. 남의 어미에게서 제 자식보다 더 많은 먹이를 얻어먹는다면 기생은 완벽히 성공한다. 리옹 교수는 “처음 우리는 탁란한 새끼가 이득을 보기 위해 다른 새끼보다 더 화려할 것으로 예상했다”며 “그러나 결과는 좀 놀라웠는데, 탁란한 새끼가 덜 화려했다”고 말했다. 새끼의 이득이 아니라면 어미는 어떻게 이득을 볼까.
연구자들은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의 습지에서 물닭 새끼 1500마리의 색깔을 정밀측정했는데, 핵심 발견은 물닭 새끼의 색깔이 알을 낳는 순서에 따라 다르며, 나중에 깨어난 새끼일수록 붉은색이 선명하다는 것이다. 리옹 교수는 “새끼는 자기가 언제 태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색깔을 결정하는 주체는 결국 어미”라고 설명했다.
물닭 알의 노른자에는 다량의 카로티노이드 색소가 포함돼 있다. 연구자들은 물닭 어미가 나중에 낳는 알일수록 더 많은 색소를 집어넣는 것으로 추정했다. 그렇다면 어미는 왜 이런 방식으로 새끼를 구분하려 할까. 이를 이해하려면 물닭의 잔인해 보이는 번식 생태를 이해해야 한다.
물닭은 많은 수의 알을 낳은 뒤 냉혹하게 강자만 살아남기를 기다려 그 가운데 약한 새끼를 돌보는 특이한 번식전략을 쓴다. 브루스 리옹 제공.
물닭은 비교적 작은 알을 9∼10개나 낳는데, 그 수는 대개 주변에서 먹이를 조달해 키우기 힘들 만큼 많다. 그 결과 새끼의 절반은 굶어 죽는다. 어미로서는 알에 투입하는 에너지가 많지 않기 때문에 새끼의 사망률이 높더라도 최대한의 새끼를 기르려는 전략이다. 새끼들은 알에서 깨어난 뒤 열흘 사이에 주로 사망한다. 이때 어미는 누구든 자기 곁에 먼저 온 새끼에게 먹이를 주는데, 당연히 먼저 깨어난 큰 새끼가 먹이를 차지하기 마련이어서 나중에 깨어난 새끼의 사망률이 높다. 어미 물닭은 알을 평균 6일, 최고 11일에 걸쳐 낳기 때문에 순차적으로 새끼가 깨어난다.
마지막 알이 깨어난 지 10일이 지나면 어미 물닭의 새끼 돌보는 행동이 근본적으로 달라진다. 먹이를 곁에 먼저 다가온 새끼가 아니라 자기가 선호하는, 더 선명한 붉은 깃털이 난 새끼에게 주기 시작한다. 가장 나중에 태어나서 몸집은 작지만 가장 화려한 새끼가 돌봄을 독차지한다. 먼저 태어난 덩치 크고 덜 선명한 새끼는 먹이를 조르다가 구박을 당하기도 한다. 물닭 부부는 각자 새끼 무리를 절반씩 돌보는데, 저마다 가장 아끼는 새끼가 따로 있어 먹이의 80%를 몰아준다.
새끼에게 다정하게 작은 먹이를 건네주는 물닭 어미. 브루스 리옹 제공.
리옹 교수는 “새끼들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출발하고, 거기서 (나중 태어난 새끼들의) 떼죽음이 벌어진다. 하지만 그 일이 끝나면 어미가 개입해 운동장의 기울기를 바로잡는다”며 “새끼의 화려한 깃털은 어떤 새끼가 가장 도움이 필요한지 알려주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Bruce E. Lyon and Daizaburo Shizuka, Extreme offspring ornamentation in American coots is favored by selection within families, not benefits to conspecific brood parasites, PNAS (2019) DOI: 10.1073/pnas.1913615117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10만년 뒤 땅 속에선 어떤 동물 화석이 나올까
야생동물 거의 없고, 가축과 애완동물 그리고 인류가 화석 주인공
먼 훗날 인류세를 탐구하는 지질학자는 지구에서 무엇을 그 증거로 삼을까. 아폴로 17호 승무원이 촬영한 지구 '블루 마블'. 미 항공우주국(나사) 제공.
먼 미래의 고생물학자 또는 다른 지적 생물이 지구의 현재에 해당하는 지층을 발굴 조사하면 이전 시대와 뚜렷이 구별되는 양상을 발견할 것이다. 대형 포유동물 화석이 유난히 많은 이 지층엔 다른 야생동물은 거의 없고 떼죽음의 흔적이 많을 것이다. 화석의 주인공은 소, 돼지, 닭, 개, 고양이 그리고 사람이다.
로이 플로트니크 미국 일리노이대 교수 등은 대형 포유동물이 어떻게 화석이 되는지에 관한 기존 연구를 분석해 이런 결론을 얻었다.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인류세’에 실린 리뷰 논문에서 “미래 척추동물 고생물학자는 광범하고 이전 시대와는 분명하게 구별되는 생물 층서학적 단위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며 “이 시대의 포유류 화석은 ‘인류세’의 명백한 표지”라고 주장했다.
인류세란 인류가 자연 시스템을 지배하게 된 새로운 지질시대를 가리키며, 지질학계의 공감을 바탕으로 언제부터 어떤 지표를 인류세의 시작으로 삼을지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의 지구는 전례 없이 많은 양의 대형 포유류(50㎏ 이상)의 화석을 남길 것이다. 무엇보다 인류는 1800년께 10억 명에 다다른 이래 가파르게 증가해 2018년 77억 명에 이르렀고, 앞으로 30년 안에 100억을 돌파할 전망이다. 20세기 중반부터 공장식 축산이 확산하면서 가축의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지구 육지의 4분의 1이 가축 사육에 쓰인다. 그곳에 육우 15억 마리, 젖소 2억7000만 마리, 돼지 9억7000만 마리가 산다.
자연 상태에서 분해되고 있는 돼지 사체. 가축은 현재 지구에 사는 야생동물의 수를 압도한다. 그만큼 화석으로 남을 가능성도 크다. 카렌 코이, 미주리 웨스턴 대 제공.
여기에 애완동물도 급증했다. 세계에는 9억 마리의 개가 있고 미국에만 9400만 마리의 고양이가 있다. 연구자들은 미국 미시간 주에는 사람과 가축이 전체 동물 무게의 96%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플로트니크 교수는 “(이런 개체수로 볼 때) 야생 포유류가 화석 기록으로 남을 가능성이 매우 작다”며 “대신 미래의 포유류 기록은 대부분 소, 돼지, 양, 염소, 개, 고양이 그리고 사람일 것”이라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동물이 땅에 묻혀 화석이 되는 과정도 다르다. 자연 상태에선 동굴에서 사체가 보존되는 것이 아니면 주로 사체가 물살에 쓸려 퇴적층에 묻힐 수 있는 강변, 호숫가, 습지 등에서 화석이 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죽은 가축과 사람의 사체는 대규모 매립지나 묘지에 묻히는데, 그곳은 대개 물가에서 떨어진 사람 주거지 근처이다.
구제역 사태 때 살처분되는 돼지. 질병이나 자연재해로 떼죽음하는 포유류의 사체도 이 시대 생물상의 특징이 될 것이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자연 상태에서는 동물의 이나 뼈 한두 개가 청소동물을 피해 화석으로 남는다. 그러나 “농장에선 동물이 질병으로 종종 떼죽음해 사체가 통째로 물가에서 먼 구덩이나 매립지에 묻힌다”고 플로트니크 교수는 말했다. 미래의 고생물학자는 묘지에서 수많은 가지런하고 완전한 상태로 놓인 인골을 발견할 것이다. 그들에겐 매립지와 묘지가 화석 발굴의 보고가 된다.
연구자들은 또 사람과 동물의 재앙적 떼죽음 사태가 빈발한 흔적이 화석으로 남을 것으로 내다봤다. 기후변화로 인한 홍수, 가뭄, 폭풍이 증가하고 사람들의 분쟁과 대규모 감염병이 잦아진 결과이다. 이 때문에 “후세의 고생물학자들은 현재의 지층에서 인류 역사에서 처음 나타나는 독특한 화석기록을 보게 될 것”이라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Plotnick RE, Koy KA, The Anthropocene Fossil Record of Terrestrial Mammals, Anthropocene (2019), doi: https://doi.org/10.1016/j.ancene.2019.100233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새의 집과 인간의 집, 지켜야 하는 것들
25. 크리스토프 아그리콜라, 나카무라 히로시, 새와 둥지
새들은 온몸으로 제 생명의 일부를 덜어내 새집을 지어낸다. 이런 이유로, 쥘 미슐레는 새집을 새 자체라고까지 쓰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숲을 거닐다 보면 문득 반갑게 눈에 들어오는 것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우듬지 근처에 놓인, 둥근 모양을 한, 까만 가지들의 덩어리는 특히나 반갑다. 새 둥지는 우리처럼 새들도 삶이라는 이야기를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불현듯 환기해준다.
새집 덕택에 새와 우리 사이는 갑자기 가까워진다. 짝짓기와 출산, 안락과 안온이라는 필요가, 이 지구에서 목숨을 받아 분투하며 살아가는 꼴이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깨달음이 찾아들면, 저 파충류의 후손들과 우리 포유류의 후손들 사이의 거리가 그리 멀지 않게 보이는 것이다.
험상궂은 날씨라도 찾아오면, 둘의 차이는 더 줄어들고 동병상련의 정감은 한층 배가된다. 비바람이 매섭게 몰아치거나 북극 한파가 세상을 점령할 때, 우리도 새들처럼 각자의 둥지를 찾아가 웅크린다. 이때는 지상의 모든 동물이 “자기의 내부로 수축하고, 은둔하고, 웅크리고, 스스로를 숨기고 감춘다.”(가스통 바슐라르, 곽광수 옮김, ‘공간의 시학’, 동문선)
한마디로 모두가 안쪽으로 피난하는데, 물론 여기서 가장 중요한 ‘안’은 은신처다. 궂은 날, 은신처는 지상의 뭇 동물을 하나로 묶어준다. 오소리의 굴과 새의 둥지와 우리 집의 따뜻한 방안은 잠시간이지만 같은 장소가 되는 것이다.
‘오하이오 주의 둥지와 새알’ 일러스트, 생물다양성 유산 도서관 소장
세상 모든 은신처들의 단순성이 이때 드러나는데, 이 단순성의 상징은 단연 새집이다. 지구의 기록자였던 화가 반 고흐가 어느 날 산책길에서 발견하고는, 초가집을 연상했던 굴뚝새의 집.
모든 새집은 그 형태가 극히 단순하다. 하지만 실은 오랜 고투를 감추고 있다. 아기 새들이 태어나 자라는 자리인 이 따뜻한 집을 짓는 이는 대개는 어미 새다.
공사가 시작되면 어미 새의 가슴 근육은 망치를 대신하고, 가슴 깃털은 건축재가 된다. 속이 둥글게 파인 집의 벽을, 어미 새는 가슴팍으로 계속 압력을 가하며 축조한다. 또한 가슴 깃털을 뽑아 바닥에 까는데, 집의 난방을 완성하기 위함이다. 이처럼 새들은 온몸으로 제 생명의 일부를 덜어내 새집을 지어낸다. 이런 이유로, 쥘 미슐레는 새집을 새 자체라고까지 쓰고 있다.
“새집은 바로 새 자체다……새의 고통이라고까지 말해도 좋을 것이다. 집이라는 결과는 새의 가슴으로 끊임없이 되풀이된 누름으로써만 얻어진 것이다.”
새집은 “가슴으로, 심장으로, 틀림없이 호흡의 혼란과 아마도 심장의 빠른 박동을 일으키는 가운데, 수천 번이나”(쥘 미슐레, ‘새’, 가스통 바슐라르 ‘공간의 시학’에서 재인용) 짓눌러 이 세상에 나온다고 미슐레는 썼다.
큰홍방울새와 관박새, 크리스토프 아그리콜라(Christoph Ludwig Agricola, 1667~1719)
호흡을 헝클어뜨리는 맹렬한 어미 새의 노동과 새집의 온기와 둥근 형태, 그리고 아기 새가 느낄 안락은 각기 다른 것들이 아니다. 새를 사랑했던 독일 화가 크리스토프 아그리콜라(Christoph Ludwig Agricola, 1667~1719)도 미슐레와 같은 통찰을 했던 걸까? 그의 작품 ‘큰홍방울새와 관박새’(A Greater Redpoll And A Crested Tit)의 주제는 어미 새의 모성이다. 그런데 그는 이것을 드러내기 위해 잠재적 공격자(관박새)를 화폭에 등장시켰다. 집의 온기와 그 가치는 집 밖의 잠재적 적대성이 강화한다는 인식이 화폭의 배면에 깔려 있다.
바슐라르라면, 큰홍방울새가 지키고 있는 이 집이야말로 어린 시절 우리가 자랐던 집의 원형이라고 말할 것이다. 바슐라르에 따르면, “우리들의 집은 세계 속에 있는 새집”이다. 인간도 처음엔 알처럼 품속에 안긴 채로 자기 삶을 시작했다. 종일토록 잠만 자던 그 시절엔, 보호받음이 곧 삶이었다. “존재는 안락으로 시작”되었고, 그때 우리는 “세계의 적대성을 알지” 못했다.(가스통 바슐라르, ‘공간의 시학’)
세계의 적대성을 너무나도 잘 알게 된 후, 냉혹한 세계에 부딪혀 참혹히 깨져 본 후, 우리가 다시 찾는 것도 이런 온기 어린 집이다. 아니, 다시 찾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우리는 ‘온기 어린 집’이라는 이데아에 늘 끌려다니면서, 우리 자신의 거처에 이 이데아를 구축하려고 한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 나오는, 박 사장의 넓고 깨끗한 집과 ‘기생충 가족’이 사는 추레한 반지하 집 모두, 그 외피를 벗겨보면 저 홍방울새의 집이라는 원형이 나타난다.
새 둥지 다실, 나카무라 히로시, 사진 후지 고지
새 둥지 다실, 나카무라 히로시, 사진 후지 고지
건축가 나카무라 히로시(中村 宏, Nakamura Hiroshi, 1932~)는 이 원형을 찾아내 아예 ‘인간화’해버렸다. 트리 하우스(Tree House) 제작자 코바야시 다카시(Kobayashi Takashi)의 제안으로 일본 아타미 시의 300년 된 녹나무 위에 지은 ‘새 둥지 다실’(2014)이 바로 그 작품이다.
아쉽게도 이 조그만 다실은, 집은 아니다. 즉, 잠을 잘 수 있는 곳은 아니다. 하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준다. 잠시간이지만 우리를 새의 세계로 옮겨주기 때문이다. 자연에서 소외되지 않고, 자연을 소외시키지 않는 자유가 어쩐지 이곳에서는 우리의 것이 될 것만 같다.
이 다실은 번다함이나 돈 같은 세속의 족쇄에 묶인 우리 자신의 부자유 역시 여실히 직시하게 해 준다. 더 단순하게, 더 소박하게 살 수는 없을까? 당대를 살아내고 있는 우리 모두가 이 다실 앞에서 하게 되는 질문이다.
새 둥지 다실, 나카무라 히로시, 사진 후지 고지
하지만 새처럼 단순하고 소박하게 살게 하소서, 같은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새 둥지 다실이 우리에게 요청하는 단순함이나 소박함이라는 가치는 우리 시대에는 급진성을 띤다. 이 가치를 지키려는 자는 이 시대에서는 투사가 되어야만 한다. 시대정신이 이 가치를 통째로 억압하고 있어서 이 가치를 따르는 것이 곧 시대를 거스르는 일이 되기 때문이고, 정반대로 이 가치를 내던지고 시대정신을 따를수록, 내적 충일의 행복과는 멀어지는 대신 자연을 파괴하는 데서 오는 괴로움과는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저 새 둥지 다실 앞에서 우리는 시대에 맞서고 시대를 넘어서야만 하는 절박한 이유 같은 것을 생각해봐야 한다. 어미 큰홍방울새는 목숨을 걸고 아기 새의 집을 지키지만, 우리는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하는 가치를 품을 때에야 비로소 인간이 된다.
우석영 환경철학 연구자·<동물 미술관> 저자/ 한겨레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방출’, 일본의 비윤리성
지난 25일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 위원장은 후쿠시마 사고 원전에서 나오는 오염수 처분 방법으로 시간과 비용을 고려할 때 ‘해양방출’이 가장 타당하며 기준을 지켜 시행하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할 수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하루 전인 지난 24일 중국 청두에서 가진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후쿠시마 원전에서 배출되는 오염수에 포함된 방사성물질인 삼중수소 양이 한국 원전 배출수의 100분의 1 이하라고 말했다. 이는 아베 총리가 후쿠시마 오염수의 80% 이상이 삼중수소 이외의 방사성물질도 제거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모르고 한 말이지만, 향후 일본 정부의 방사성 오염수 해양방출 의도를 드러낸다.
일본이 해양방출을 고려하는 방사성 오염수에는 삼중수소만이 아니라 스트론튬 같은 치명적
고준위 방사성물질도 포함돼 있다. 방사성 오염수의 해양방출은 말 그대로 바다에 독을 타는 행위다.
도쿄전력의 최근 자료에 의하면, 사고 원전에서 매일 약 170t씩 발생하는 방사성 오염수는 현재 약 120만t에 이르고 2022년 여름이면 오염수 저장탱크가 가득 찬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지역의 강한 반대와 우리 정부의 깊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향후 2~3년 내 방사성 오염수의 해양방출을 강행할 가능성이 높다.
일본 정부는 기준치 이하로 희석하면 방사성 오염수를 해양에 방출해도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작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국제적으로 핵폐기물 해양투기 금지 이유는 저선량의 피폭이라도 인체 건강에 위해 요소이므로 가능하면 방사성 피폭을 추가적으로 받지 말라는 의미다. 방사성 오염수를 흡입하는 수산물이나 생선의 섭취에 따른 인체의 악영향에 대해 100% 안전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핵폐기물을 바닷물에 희석하면 괜찮다는 일본 정부의 태도는 26년 전과 정반대다. 1993년 러시아 해군은 일본 측에 가까운 동해에 수백t의 저준위 핵폐기물을 투기함으로써 일본과 외교적 분쟁을 일으켰다. 당시 러시아 관리들은 액체와 고체 핵폐기물을 땅에 저장할 장소가 부족하다며, 해양투기가 국제 기준치 이하라 환경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는 일본 전역의 거센 항의를 불러일으켰고, 일본 시민들은 도쿄의 러시아대사관 앞에 모여 시위를 벌였다. 일본 정부와 국민의 강력한 항의 결과, 당시 러시아 대통령 보리스 옐친은 핵폐기물 해양투기 중단에 동의했다.
만약 동해안에 있는 우리 원전에서 중대사고, 즉 원자로 노심 용융사고 또는 사용후핵연료 저장조 화재 사고가 발생한다면 어떨까. 계절에 따른 바람 방향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평균적으로 우리보다 일본이 더 큰 방사능 피해를 입게 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런 사고가 일어나서는 안되지만, 만약 발생해 우리 정부도 방사성 오염수를 동해에 방출한다면 일본 정부는 반대하지 않을 것인가. 만약 서해 쪽 중국의 원전에서 중대사고가 발생해 방사성 오염수를 해양에 방출한다면 일본 정부는 가만히 있을 것인가.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성 오염수 해양방출은 일본에 부메랑이 될, 국제적으로 대단히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
일본 정부가 비용 절감을 위해 방사성 오염수를 해양에 방출한다면, 아무리 적은 양일지라도 추가적인 피폭을 가만히 앉아서 당하는 주변 국가 입장에서 국제 윤리적으로 비난할 수밖에 없다. /강정민 | 전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경향
꽉 막힌 BRT구간…운전자 ‘분통’ 市·경찰 ‘자화자찬’
31일 오후 부산 BRT(중앙버스전용차로) 2단계 개통 구간인 부전시장 앞 도로가 차량들로 정체를 빚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부산 동래~서면 중앙버스전용차로(BRT) 2단계 구간 개통 이튿날인 31일, 부산시와 부산경찰청이 “BRT 설치 구간의 차량 정체가 상당 부분 해소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들의 ‘자화자찬’과는 달리 BRT가 설치된 구간과 그 일대가 극심한 혼잡을 빚어 시민의 불편과 불평은 여전했다.
31일 오전 부산시와 부산경찰청은 BRT 설치 구간의 교통 흐름을 모니터링한 결과, “교통 상황이 BRT를 설치하기 전과 큰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부산경찰청 교통정보센터 관계자는 “출근 시간대에 일부 정체되는 구간이 있었지만, 출근 시간이 지난 후에는 정체가 해소됐다. 전날과 비교하면 교통 흐름이 훨씬 나아졌다”고 설명했다. 교통정보센터는 교통 흐름이 나아진 것을 두고, ‘학습 효과’에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부산경찰청은 BRT 개통으로 인한 교통 혼잡을 해소하기 위해 인력을 최대한 투입해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개통 이튿날도 하루종일 정체
서면교차로 등 곳곳 아수라장
연결도로·우회로도 북새통
시·경찰 ‘원활’ ‘평소와 비슷’
“1개월 내 흐름 정상화하겠다”
부산시도 BRT 2단계 구간의 교통 흐름이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는 ‘원활한’ 상황이라 평가했다. 부산시 버스운영과 관계자는 “개통 첫날 막히는 구간을 토대로 신호를 조절하고 있다. BRT 구간에 진입하기 전까지는 ‘병목 현상’이 발생하고 있지만, BRT 구간에 들어오면 소통이 원활한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와 경찰청의 설명과 달리 BRT가 설치된 도로 곳곳은 하루 종일 정체가 이어졌다. 이날 정오께 부산진구 부전동 삼전교차로에서 서면교차로 800m 거리를 지나는 데는 차들이 가다서다를 반복하며 20여 분이 소요됐다. 녹색 신호가 켜졌지만, 서면교차로까지 이어진 정체로 인해 차들이 꼼짝달싹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동래 방면 BRT가 시작되는 범내골교차로에서 서면교차로 구간은 정체 상황이 더 심각했다. 3차로로 달리던 버스가 1차로의 BRT로 진입하기 위해 급격히 차로를 바꾸면서 도로는 아수라장이 됐다. 서면 광무교를 지나서는 직진 차로가 하나 줄어들면서 정체는 더욱 심화됐다.
BRT가 설치된 구간뿐 아니라 이곳과 연결된 도로에서도 정체가 꼬리를 물었다. 거제대로 하마정교차로에서부터 차량들이 시속 15km 이하로 속도를 늦춰 이동했고, 서면교차로의 정체 여파가 범일교차로까지 길게 이어지기도 했다. 다만 전날과 비교해 낮 시간 동안 교대역~양정 구간은 전날에 비해 원활한 흐름을 보였다.
BRT 개통 이후로 운전자들의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다. 범일동에서 연산동으로 출퇴근하는 박민호(35) 씨는 “업무 특성상 차를 타고 다닐 수밖에 없는데, 서면 구간을 지날 때마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토로했다.
BRT 구간을 피하기 위해 우회하는 운전자도 늘고 있다. 김 모(40) 씨는 “부산시민회관에서 전포동까지 2km 정도 오는 데 30분 넘게 걸렸다. 큰 길을 피해서 골목길로 찾아갔는데 다른 차들도 다들 샛길로 몰리면서 BRT 구간이 아니라도 곳곳에서 정체가 빚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시와 부산경찰청은 최적의 신호 체계를 마련해 교통 상황을 안정화한다는 방침이다. 시 버스운영과 관계자는 “지난해 BRT 1단계 구간인 동래 내성교차로~해운대 운촌삼거리 구간은 안정화 단계로 진입하는데 6개월가량 걸렸다. 2단계 구간은 앞선 경험을 토대로 1개월 안에 교통 흐름을 정상화하는 게 목표다”고 말했다.
도로교통공단 부산지부 최재원 교수는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한 달 정도 지켜봐야 하지만, 신호 체계 등을 조정하면 빠른 시일 안에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도시철도 서면역에 1500㎡ 실내정원 만든다
실내정원이 조성될 서면역 승강장. 대현지하상가를 나와 서면역 개찰구 쪽으로 이어지는 곳이다. 부산시 제공
부산 서면역에 꽤 큰 규모의 실내정원이 들어선다. 산림청은 ‘2020년도 생활밀착형 숲 조성 사업지’로 부산 서면역 등 전국 12곳을 선정해 지원한다고 31일 밝혔다. 이 사업은 생활권 주변 국유지와 다중이용시설에 다양한 유형의 정원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2019년부터 산림청에서 시행하고 있다. 새해부터는 국민참여예산 사업의 하나로 관련 예산을 대폭 확대해 추진한다.
초미세먼지 줄일 식물 선정
10억 들여 2020년 말까지 조성
이번 사업 대상지는 실외정원과 실내정원으로 나뉘며, 부산 서면역은 실내정원으로 뽑혔다. 지하 서면역 승강장 유휴공간에 1500㎡ 규모로 3월 착공해 12월에 마무리지을 예정이다. 위치는 서면 대현지하상가를 지나서 서면역 개찰구로 이어지는 지점이다.
부산시는 도시철도 지하역사 공기질을 개선하기 위해 이번 사업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실내정원에 식재될 나무도 공기정화 효과가 입증된 식물을 선택할 예정이다. 애기동백 소철 백량금 치자나무 인도고무나무 기린초 파키라 등이 꼽힌다. 이들 나무는 포름알데히드나 벤젠 등 실내 유기화합물 농도와 초미세먼지를 저감시키는 것이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실제 농촌진흥청은 초미세먼지 나쁨(55㎍/㎥)인 날 기준으로 20㎡ 거실에 잎 면적 1㎡의 화분 3~5개를 두면 4시간 동안 초미세먼지 20%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실험으로 확인했다고 최근 밝혔다.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는 잎 뒷면이 주름형태인 식물이 효과적이며 잔털이 있는 식물은 전기적인 현상으로 효과가 떨어졌다. 특히 수직형 정원인 바이오월은 화분에 심은 식물에 비해 공기정화 효과가 7배 높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부산시는 앞으로 디자인 설계 시 벽면정원, 수직정원, 공중정원 등 다양한 형태를 복합적으로 갖춘 정원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관수와 온도조절 등은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한다. 국비 5억 원, 부산시비 5억 원 등 모두 1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며 유지관리는 지자체에서 양성하는 실내식물전문가를 활용해 자원봉사 방식으로 진행한다.
산림청 김주열 도시숲경관과장은 “앞으로 국민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정원을 접할 수 있도록 다중이용 공공시설과 국유지 등을 대상으로 실내외 정원을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국제관광도시’, 인천에 밀리면 부산관광 미래 없다
사진은 벡스코 일대 전경. 부산일보DB
부산과 인천이 정부가 선정하는 ‘국제관광도시’를 두고 한바탕 혈투를 벌인다. 외국인 관광객의 수도권 편중 해소라는 정책 취지를 감안하면 부산이 우세하다. 하지만 동북아 '관광 메카'를 자처해 온 부산이 자칫 이 타이틀을 인천에 내주게 된다면 도시 브랜드 측면에서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이 불가피한 만큼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인천과 ‘관광도시’ 최종 후보로
정부 현장실사 등 거쳐 이달 선정
부산시 “당위성·콘텐츠 부산이 앞서”
1일 부산시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는 ‘관광거점도시 육성사업’으로 국제관광도시 1곳(광역시 대상)과 지역관광거점도시 4곳(기초지자체 대상)을 이달 말 선정한다. 국제관광도시에는 부산과 인천, 대구가 신청했으나 서류 심사를 거쳐 부산과 인천이 최종 후보지로 남았다.
문체부는 오는 6일 현장 실사, 21일에는 PT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최종 선정지는 21~24일 정도에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관광도시로 선정되면 5년간 500억 원의 국비가 지역 관광·마이스 산업 발전을 위해 지원된다. 시비 매칭 사업이라 1000억 원의 예산이 관광 분야에 투입되는 셈이다. 내년 부산시 관광마이스국 예산이 480억 원 규모니 상당히 큰 금액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 예산은 도시 인프라 구축이 아니라 홍보·마케팅, 팸투어, 메뉴판·안내도 교체, 외국어 가이드 투입 등 실질적인 관광수용태세 개선에 투자되기 때문에 효과는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부산시는 도심 속에서 즐기는 해양·레저 관광과 축제·마이스, 근현대 유산이 고스란히 간직된 도시라는 점 등을 중점적으로 부각할 예정이다. 인천은 인천국제공항 인프라를 기반으로 관문도시의 장점을 내세우고 있다. 최근 떠오르는 ‘평화’라는 키워드를 콘셉트로 서해5도를 관광 상품화한다는 점도 강조한다.
부산의 한 관광분야 교수는 “본래 국제관광도시 선정사업은 수도권으로 편중되는 외국인 관광객을 골고루 분산하자는 정책의 취지에서 출발했다”며 “비수도권이자 제2의 도시인 부산이 선정되는 게 정책 의도에 가장 부합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부산의 한 관광업계 전문가는 “인천은 그동안 수도권으로 분류돼 각종 정부 정책에서 오히려 역차별을 당해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지역균형 발전정책이라는 점만 믿고 있다간 관문공항을 등에 업은 인천에 밀릴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업계에서는 박양우 문체부 장관과 박남춘 인천시장이 인천 제물포고 동창이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고 본다. 게다가 인천은 시장이 직접 PT 발표에 나선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부산시 조용래 관광마이스국장은 “지나친 과열 경쟁을 막기 위해 문체부에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당위성은 물론 관광콘텐츠적 측면에서도 부산이 앞서고 있기 때문에 반드시 국제관광도시 타이틀을 따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부산 사상공업지역 재생사업, 주차장·공원부지 국비 보상 난항
국토부 “지원 어렵다” 고수…시 “산단심의위 상정 등 진행”
강제수용 반대위 “법적 대응”
국토교통부가 부산 사상공업지역 재생사업에 필요한 주차장과 도시공원 부지 보상에 국비를 지원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부산시가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국비를 확보해 사업에 반대하는 지역주민의 반발을 누그러뜨리려 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사상공업지역 재생사업 구역 내 도로와 지하차도 건설을 위한 보상금을 제외한 나머지는 국비 지원이 불가하다고 1일 밝혔다. 국토부의 국비 지원 불가 방침에 사업을 추진하는 부산시는 난감한 입장이다. 해당 주차장과 도시공원 부지(전체 8900여 ㎡) 소유주는 재생사업을 반대해왔다. 복합지원용지로 분류되면 상가 등을 지을 수 있어 가치가 높아지지만, 주차장·도시공원 부지는 거래 자체가 안 될 정도여서 지주가 반발하는 실정이다. 이에 시는 국비를 받아 조기 보상을 시행, 반발을 완화한다는 목표로 국비 지원을 추진했다. 보상금은 수십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국토교통부가 국비를 주지 않으면 시는 사업 시행 이후 거둬들이는 ‘지가 상승 기부금’을 보상에 사용해야 해 필요한 보상 금액 확보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지가 상승 기부금이란 복합지원용지 등으로 분류돼 부동산 시세 차익을 남긴 지주로부터 차액의 일부를 기부받아 적립, 보상 등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돈을 말한다. 조기 보상을 하고자 한다면 전액 지방비를 쓸 수밖에 없지만 열악한 재정 여건상 이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
강제수용 반대위원회를 만들어 활동해온 주민은 반발한다. 강제수용 반대위원회 왕영진 위원장은 “충분한 (지가 상승) 기부금 조성까지 하염없이 기다릴 수 없다. 부산시가 보상 계획도 마련하지 않고 덜렁 사업시행 계획부터 공고하면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지금까지 들어온 13건의 사업 반대 의견을 첨부해 부산시 산업단지계획심의위원회에 상정하는 등 사업 진행을 위한 남은 행정 절차부터 진행하겠다. 국비를 받아 조기 보상하는 문제는 대책을 계속 찾겠다”고 말했다. / 임동우 기자 guardian@kookje.co.kr
“지구 북반구 하천 얼음 최대 3분의 2 사라질 수도”
미국 연구진, 네이처에 발표
온난화 방치 땐 현실화 경고
기후변화로 인해 이번 세기말에 지구 북반구 하천을 덮고 있는 얼음 면적의 최대 3분의 2가량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채플힐캠퍼스 지질과학부 연구진은 1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2080~2100년 사이 지구 북반구 하천에 존재하는 강얼음이 겨울철에는 약 9~15%, 봄과 가을에는 약 12~68%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지구 강얼음의 변화를 처음으로 예측한 것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지구 하천 중 56%가량은 계절에 따라 얼어붙으며 이때 강의 표면을 덮는 얼음은 강에서 대기 중으로 방출되는 온실가스의 양을 조절하는 기능을 한다. 강얼음이 줄어들면 대기 중으로 나가는 온실가스가 늘어나고 기후변화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지구 북반구의 고위도 지역에서 강얼음은 교통망으로도 이용되고 있다.
연구진은 약 34년 동안 인공위성으로 촬영한 40만장 이상의 하천 사진을 이용해 계절에 따라 생성되는 얼음을 측정했다. 이렇게 얻은 자료와 컴퓨터 모델링을 통해 미래 강얼음의 변화를 예측했다. 연구진이 1984~1994년과 2008~2018년 사이의 강얼음 면적을 비교한 결과 월별로 약 0.3~4.3%가 이미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강얼음이 가장 많이 줄어든 곳은 티베트고원과 동유럽, 알래스카 등이었다.
연구진은 국제사회가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1.5도 이내로 제한하는 유엔의 목표를 달성하더라도 세기말이 되면 강얼음이 존재하는 날수가 연평균 7.3일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평균기온 상승폭을 2도 이내로 제한할 경우 강얼음이 존재하는 날수는 연평균 16.7일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또 지구 전체의 평균기온이 1도 상승할 때마다 강얼음이 존재하는 날수는 연평균 6일가량 감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Times Of Your Life - Paul An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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