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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시사만평-주간 쟁점

11.9~

by 이성근 2020. 11. 9.

바이든 승리 선언, 외신들이 택한 헤드라인

지역의 뉴스 사막화, 답을 찾아야 한다

윤석열 대망론? 저는 '이 사건'에 주목합니다

[대선] "남편 대통령 돼도 일할 것" 사상 첫 워킹맘 영부인

바이든 승리로 달라지는 것, 달라지지 않는 것

코로나19 ‘강제휴직승무원 숨진 채 발견"극심한 생활고"

한국 진보정당의 23, 그리고 앞으로의 길은

진보의 의미 재정의할 필요 있다

진보정당 전 대표들 지금 뭐하나

잘 나가는 스타트업의 공통점 3가지

피케티지수 급상승 한국 불평등 우려된다

선심성 사업 예타 `프리패스`조사면제, 5년사이 166배로

오바마는 박근혜에게 왜 불쌍한 대통령이라 했을까

열흘에 1, 사귀던 남자에게 죽었다

"이러니 아파트 청약 매일 떨어지지"..국민 절반이 청약통장 보유

코로나 일상 시대 '사이비 과학'의 활개, 진짜 원인은?

국민의힘, 문도 안 연 팩트체크 센터편향성 공세

MB2조원짜리 선물, 이럴 줄 몰랐나-애물단지된 경북 3대 문화권사업

이석기 진보주의자라면 북한도 비판할 수 있어야

스위스 국민투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헌법으로

 

 

 

바이든 승리 선언, 외신들이 택한 헤드라인

“‘미국을 치료할 때’, 통합 강조폭스뉴스 트럼프 지지자에 손뻗어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7(현지시간) 46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당선자 바이든과 부통령에 당선한 카말라 해리스는 이날 오후 840분께(한국시간 8일 오전 1040분께) 델라웨어주 윌밍턴 체이스센터 앞 연설에서 승리를 선언했다. 바이든의 당선자 연설을 보도한 외신 헤드라인을 정리했다.

 

가디언과 통신사 AP, CNN은 바이든이 수차례 강조해온 미국을 치료할 때란 어구를 제목으로 내걸었다. 가디언은 “‘지금이 치료할 때조 바이든이 국가를 향해 연설하다”, CNN바이든이 치료할 때임을 촉구하다라고 문패를 달았다. AP도 바이든의 당선 확정 직후 성명을 인용해 홈페이지 첫 화면에 바이든이 백악관을 향한 대결에서 트럼프를 누르고 치료할 때라고 말했다라고 밝혔다.

 

ABC뉴스도 홈페이지에 바이든의 승리 연설을 소개하며 바이든이 통합과 함께 미국의 상처를 치료할 때라고 요구하다라고 전했다.

117(현지시간) 가디언 홈페이지 갈무리

117(현지시간) CNN 홈페이지 갈무리

 

뉴욕타임스와 MSNBC는 바이든 후보의 당선 소식을 주요하게 보도했다. MSNBC조 바이든이 도널드 트럼프를 크게 이기고 백악관을 얻어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선거 결과를 알리는 지도 인포그래픽과 함께 바이든이 트럼프를 크게 이기다라고 전한 뒤 해리스가 첫 여성 부통령에 당선됐다고 강조했다.

117(현지시간) 뉴욕타임스 홈페이지 갈무리

 

우익 트럼프 지지자가 주 시청층인 폭스뉴스의 헤드라인이 가장 큰 온도차를 보였다. 폭스뉴스는 홈페이지 첫 화면에 바이든이 투표자들이 명확하고 설득력 있는 승리를 가져다줬다고 말하고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손을 뻗다고 제목을 달았다. 폭스뉴스는 대선 기간 동안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한편 바이든 후보에는 가장 비판 논조의 보도를 해왔다.

 

폭스뉴스는 다음으로 첫 화면에 내건 기사에선 바이든의 승리 선언은 논쟁의 여지가 없지 않다(not uncontested)”트럼프는 총 투표수가 바이든에게 유리함에도 불구하고 토요일 한 트윗에서 나는 이 선거를 큰 표차로 이겼다고 말했다고 했다. 폭스뉴스는 해당 대목 이후 바이든의 성명과 연설 내용을 소개했다.

117(현지시간) 폭스뉴스 홈페이지 갈무리

 

바이든은 이날 연설에서 지난 대선 기간 강조해온 통합치료를 재차 역설했다. 바이든은 미국을 치료할 때라며 미국 내 이 모진 악마화의 시대를 바로 지금 여기에서 끝내기 시작하자고 밝혔다. 바이든은 투표 결과에 대해선 우리는 가장 포괄적 집단으로 연합했다. 보수와 진보, 공화당, 민주당, 젠더, 인종, 성적 지향을 막론하고 다양한 국민이 투표를 했다며 대통령 당선의 설득력을 강조했다.

 

바이든은 이어 나는 미국의 영혼을 회복하고 이 나라의 근간을 재건하기 위해 대통령이란 직무를 좇았다. 그리고 전세계가 미국을 다시 존경하도록 만들고 이곳에서는 다시 통합하기 위해서다라고 말한 뒤 수많은 미국인들이 이 비전을 위해 투표했다는 건 내 인생의 영광이다. 그리고 지금 이 비전을 현실로 만드는 일이 우리 시대의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당선 뒤 행보를 예고하면서는 월요일에 나는 바이든-해리스 코로나19 계획을 성사시키고 2021120일 시작할 청사진으로 바꿔낼 선도적인 과학자와 전문가, 조언자를 불러 그룹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바이든은 나는 처음부터 미국을 대변하는 캠페인을 원한다고 말했고, 우리가 그렇게 했다고 생각한다. 이제 나는 정부가 그렇게 보이길 바란다면서 참모와 내각의 다양성과 대표성도 약속했다./김예리 기자 ykim@mediatoday.co.kr

 

지역의 뉴스 사막화, 답을 찾아야 한다

대전충남민언련 지역 언론 사막화 대응 전략 세미나’, 지역 언론 포털 아이디어 제시언론 간 협력, 자사 이기주의 내려놔야 가능

지역의 뉴스 사막화현상에 지역 뉴스 포털로 대응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온 지 십수년이 지났지만 논의는 제자리다. 다양한 해법이 나오는 가운데 본질적으로 지역민들의 언론 불신을 해소하지 않으면 어떤 제도적 장치도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지역 뉴스 포털은 다음, 네이버 등의 포털사이트처럼 다양한 매체의 보도를 한 플랫폼에서 볼 수 있는 뉴스 서비스 기획의 일종이다. ‘지역 뉴스 사막화는 언론사가 없는 지역이나 매체·보도량이 줄어 언론 기능이 상실된 상태의 지역 문제를 이른다. 한국의 경우, 광고형 뉴스와 지방정부(출입처) 보도자료 인용 보도, 지역 권력기관에 영합하는 기사가 과다하다는 문제가 지적된다.

최윤호 언론노조 TJB지부장이 제시한 지역언론포털 기획 청사진.

 

발제를 맡은 최윤호 언론노조 TJB(대전방송)지부장은 지역의 뉴스 사막화 지적에 동의했다. 그는 지역민 신뢰를 잃고 언론이 외면받으면서 시청자·독자수가 감소한다. 그럼 언론 광고가 줄고 경영실적이 악화되면서 사내 복지도 나빠진다. 이는 언론 보도 질 하락으로 이어지고 다시 지역민의 불신이 깊어진다며 악순환을 지적했다.

 

악순환에 빠진 구조적 요인으로 크게 두 가지가 지목됐다. 뉴스 소비 지형 변화에 따른 지역언론의 도달 가능성 상실좋은 보도와 경영 수익의 마이너스 관계. 즉 지역민이 지역 언론을 일상적으로 찾을 수 있게 도달 가능성을 회복하고 심층 보도와 경영 수익을 정비례 관계로 바꾸는 대안이 필요하다.

 

최 지부장은 기본 구상으로 각 회원사에서 뉴스콘텐츠를 제공하는 통합 웹 페이지로, 중앙·지방정부와 언론재단이 홍보비와 기금 등을 기탁하고 페이지는 이용 회원들에게 콘텐츠를 나눠주며 시민들이 이걸 보고 좋아요’, ‘100원 납부등의 방식으로 기사료를 내는 개념이라며 기사료 납부 방식에서 지역 화폐 경제나 토큰(Token) 경제도 구현할 수 있지 않느냐는 고민도 나왔다고 밝혔다. 토큰 경제는 쉽게 말해 일종의 인센티브(토큰) 보상을 통해 소비 선순환을 강화하는 블록체인 서비스 기반의 개념이다.

최윤호 TJB지부장이 지적한 '지역 언론 뉴스 사막화' 문제.

 

최 지부장은 핵심 전제는 연대와 협력이라며 “(양질의 식당 여러 개가 한 골목에 있어 시장 활성화를 구현한) 백종원의 골목식당처럼 집적효과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전시와 관련된 모든 뉴스를 한 포털에서 볼 수 있는 이점을 이용자에게 제대로 제공해야 한다는 의미다.

 

최 지부장은 이와 관련 좋은 보도와 경영 수익의 마이너스 관계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최 지부장이 지역 언론이 지방정부 홍보비 수익에 과도히 의존하고, 보도자료 인용 보도에 치중해 현안을 제대로 취재하지 않게 되는 근본 이유로 지적한 문제다.

 

최 지부장은 이를테면 한 다큐멘터리를 1억원 들여서 제작해 방영하면 광고가 붙는다. 그런데 그 광고는 해당 프로그램에 붙은 게 아니라 내일 방영될 다른 정규프로그램에 딸린 광고다. 다큐멘터리를 방영하는데 수입은 줄고 비용은 느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왜 보도자료만 받아서 인용해 보도할까. 1~2시간 내로 쓸 수 있는 용이함 때문이라며 비판기사, 심층 기사를 쓰려면 몇 배의 시간과 훨씬 많은 노동력과 자원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는 수익에 역행한다고 덧붙였다.

 

지역 신문 구독자 2%, 근본 문제부터 들여다 봐야

토론자로 참석한 패널 4명 모두 지역 언론 포털의 순기능에 동의했다. 다만 손주화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은 제도적 장치보다 언론의 신뢰 회복 노력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손 국장은 “2000년대 중반 무렵에도 포털이 대안으로 얘기됐다. 그 사이 10년 넘게 시간 흘렀는데 지금도 포털이 중요 수단으로 얘기가 나온다. 논의 수준이 플랫폼 형성 쪽에 집중됐는데 좀 더 변화가 필요해보인다고 운을 뗐다.

 

손 국장은 뉴스를 모아 놓는다고 시민들이 모일까. ‘보도자료 인용 보도가 많네란 인식을 하는 것 이상의 시너지 효과가 있을까라고 말했다. 전북민언련은 매달 지역 지상파 3사의 지역 현안 보도량을 모니터링 중인데, ·군 지자체 보도는 전체의 1~10%밖에 차지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손 국장에 따르면 올해 기준 전북지역에 등록된 신문은 186, 종합일간지는 17개다. 인터넷매체는 매년 30개 수준으로 늘고 있다. 유료부수가 2만부 이상인 일간지는 1, 전체 일간지 유료부수를 합쳐도 6~7만부 수준이다. 광주·전남·전북 지역에서 지역 신문을 구독하는 독자는 전체 180여만명 중 2% 이내다.

 

손 국장은 기술적인 대안 제시만큼 언론계 내에서 근본적인 개혁이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 예로 2018남원 주재기자 돈 봉투 사건을 들었다. 남원시청 출입기자 13명이 한 건설사로부터 총 2000여만원 뇌물을 받고 유죄선고를 받은 사건이다. 지역 언론사 10여곳이 거론됐으나 지역사회에 사과를 표명한 곳은 한 군데도 없다.

 

김정동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포털 세부 기획과 관련해 얼마나 많은 지역민들이 지역언론을 소비하는지, 어느 계층에서 어떻게 소비하는지 명확하지 않으니 이 진단부터 필요해보인다포털을 다음, 네이버와 같은 방식으로 운영할지, 일종의 큐레이션 기능만 할지, 큐레이션을 한다면 무엇을 기준으로 누가 할지, 참여하는 언론사 범위는 어떻게 정할지 등 고민이 필요한 사항이 많다고 밝혔다.

 

최일 금강일보 정치부장은 지역 언론을 향한 뼈아픈 비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깊이 반성한다면서 포털의 가능성에 대해 각 언론사가 자신만의 특화된 장점을 살릴 수 있지 않을까. 언론들이 저마다 장점을 살린 탐사보도, 기획 취재 등을 활성화해 언론사 간 과도히 중복되는 보도 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손주화 국장은 지역 언론 포털이 잘 돌아가려면 언론사 간 협력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거 후보 토론회가 방송사별로 산발적으로 진행되면서 파급효과가 낮아 지난 수년 간 통합하는 시도를 했지만, 각 방송사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어 제대로 이뤄진 적이 없다최근 뉴스타파, 셜록, 프레시안 등이 협업해 같은 보도 콘텐츠를 내놓듯, 지역 언론계도 이같은 모델을 시도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손가영 기자 ya@mediatoday.co.kr

 

윤석열 대망론? 저는 '이 사건'에 주목합니다

조선-중앙의 민망한 윤석열 띄우기... '조국처럼 보도하라'

총장님,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 만나셨어요, 안 만나셨어요?" (박주민 의원)

"제가 누구를 만나고 안 만나고는 상대의 동의 없이는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중략) 그 당시에 뭐 관련된 사건이 있고 지금 거론되는 분이 뭐 사건 관계자라는 뭐 그게 있습니까?" (윤석열 총장)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공동취재사진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물었다. 지난달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다.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과 사적인 만남을 가졌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박 의원이 단도직입적으로 확인을 한 것이다. ', 아니오'로 답하지 않고 다소 얼버무리던 윤 총장을 향해 박 의원은 "PPT 좀 띄워주세요"라며 관련 자료를 공개했다.

 

"총장님이 서울중앙지검장일 때 그 시기에 중앙지검에 계류돼 있었던 TV조선과 조선일보 관련된 사건입니다. 한두 개가 아닙니다. 그래서 제가 문제 삼는 거지 사건도 없는데 누구를 만나든 제가 뭐라고 하겠습니까. (중략) 이런 부분이 부적절하다고 보이는 거고 실제로 그렇기 때문에 총장님의 처신에 대해서 비판을 많이 하는 거예요."

 

정말 한두 개가 아니었다. 고 장자연 사건, 국정농단 사태 당시 TV조선 일부 간부들의 내통 및 언론농단 사건, 방 사장과 방정오 TV조선 전 대표 가족의 갑질 및 업무상 배임, 횡령 사건 등등. 윤 총장 재임 시절이던 20183월부터 20196월까지 서울중앙지검에 계류 중인 방 사장 일가 및 <조선일보>TV조선 관련 사건은 총 6개였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자료를 보며 질의를 듣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박주민 의원실에 따르면, 이 사건들은 검찰에 의해 불기소 처분이 났거나 고발인 조사 이후 수사 상황이 감감무소식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날 국감장에서 여당 의원들을 향해 삿대질을 하고 호통을 치며 시종일관 당당하게 "검찰총장은 법무부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거나 "정치가 검찰을 덮는다"라는 후배 검사의 말을 빌려 왔던 윤 총장. 그는 박 의원이 명백한 정황을 제시하자 가타부타 부연하지 않고 말문을 닫아 버렸다.

 

박 의원이 윤 총장을 향해 "나는 상관없다, 나는 나니까, 이런 식"이라고 꼬집으며 "사건의 공정성은 실질적인 공정성뿐만 아니라 공정하다는 외관까지 갖춰야 한다"고 호통을 칠 만했다. 물론, 이런 윤 총장과 보수언론 사주들의 부적절한 만남은 이미 언론을 통해 제기돼 왔던 의혹이었다.

 

박 의원이 윤 총장을 향해 "나는 상관없다, 나는 나니까, 이런 식"이라고 꼬집으며 "사건의 공정성은 실질적인 공정성뿐만 아니라 공정하다는 외관까지 갖춰야 한다"고 호통을 칠 만했다. 물론, 이런 윤 총장과 보수언론 사주들의 부적절한 만남은 이미 언론을 통해 제기돼 왔던 의혹이었다.

 

부적절한 회동, 침묵하는 언론

지난 7월 이를 처음 보도한 <뉴스타파>"윤석열 검찰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언론사 사주들을 만나고 다녔다는 소문이 있어 이를 윤 총장의 최측근인 법무부 간부에게 확인했고, 그 간부로부터 '한 언론사 사주와 과거 인연으로 사적인 만남을 가진 것은 사실'이라는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는 박상기 전 법무부장관과의 앞선 인터뷰 내용을 공개한 바 있다.

 

아울러 <뉴스타파>는 박상기 전 장관의 증언 내용을 토대로 취재한 결과, "당시 박 전 장관에게 윤석열 총장과 한 언론사 사주가 만난 사실을 확인해 준 사람은 윤석열 총장의 최측근인 윤대진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검사장, 현 사법연수원 부원장)"이라고 보도했다(윤대진 검사장과 대검찰청은 뉴스타파에 "아는 바 없다,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다). 헌데, 윤 총장이 회동을 가진 것은 <조선일보> 방 사장뿐이 아니었다.

 

한 달 후인 지난 8<뉴스타파>"윤석열 총장이 서울 중앙지검장 시절 중앙일보와 JTBC의 사주인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도 만나 술자리를 가진 사실을 새롭게 확인했다""두 사람이 만난 것으로 추정되는 날은 공교롭게도 삼성바이오로직스 고의 분식 회계 사건이 검찰에 고발된 당일이었다"고 보도했다.

 

고도의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는 것은 검찰총장뿐만이 아니다. 더군다나 수사를 총괄하는 서울중앙지검장이 다수의 사건에 직접 연루된 언론사 사주를 직접 만난 것은 수사의 중립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행위라 할 수 있다. 이 사안과 관련 박 전 장관뿐 아니라 다수의 법조계 인사나 법조계 출신 정치인들이 윤 총장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적하는 이유였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지난해 <경향신문><한겨레> 역시 이를 지적하고 나선 바 있다.

윤석열은 서울중앙지검장 재직 시절 보수언론 사주를 잇달아 만난 적이 있다. 그를 만나고 온 한 사주는 '저 친구, (검찰)총장 이상을 꿈꾸는 것 같다'고 했다고 한다. 윤 총장 임기는 20218(2)까지다. 그가 마음만 먹으면 앞으로 총선, 대선에서도 이러한 정치행위는 얼마든지 재연될 수 있다. 정치행위의 동기는 갖다 붙이기 나름이다. 중요한 건 지금의 윤 총장과 검찰에는 그런 막강한 힘이 있다는 점이다. (201999<경향신문> 박래용 칼럼 <윤석열의 나라> )

 

특히 <조선일보>는 사법농단 사건에서 법원행정처와의 의심스러운 돈거래에다 칼럼 대필의 당사자로, 공개 문건에만 9차례나 등장하는데도 아무 탈 없이 넘어갔다. 편집국 책임자까지 배석한 당시 만남을 이번 수사와 연관 짓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국회 검증 국면에 생뚱맞게 '수사'를 촉구해온 보수 언론·야당 주장에 장단 맞춘 결과가 된 것은 여전히 꺼림칙하다. (20191015<한겨레> 김이택 칼럼 <이제는 윤석열의 시간> )

 

꺼림칙한 예감이라고는 하지만, 윤 총장은 이후 '조국 일가족 수사''청와대 수사'에 이르기까지 줄곧 보수야당 및 보수언론과 장단을 맞춰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수야당과 보수 시민단체가 고소고발에 나서면 보수언론이 수사를 촉구하고 검찰이 수사에 나서는 패턴은 '추미애 장관 아들 문제'에까지 지속됐다. 그 누구도 '정치검찰'이라 비판하지 않았고, 역시나 윤 총장과 언론사 사주의 부적절한 회동에 대해선 극소수 매체를 제외하곤 침묵으로 일관했다.

 

더욱이 국감장에서 윤 총장은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 퇴임 후 계획을 묻자 "우리 사회와 국민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지 퇴임 후 방법을 천천히 생각해 보겠다"고 답하며 이른바 '윤석열 대망론'에 스스로 불을 지폈다. 그러자 어김없이 언론들이 앞장서 장단을 맞추는 중이다. 그 중 보기 민망한 수준의 '윤석열 띄우기'에 나선 곳은 역시나 조선과 중앙이었다.

 

'나훈아'까지 끌어온 조선, 더 노골적인 중앙

 

나훈아가 시들해질 즈음 윤석열이 등판했다. 권력과 여권의 동시다발적 압박에 식물 총장으로 말라비틀어질 순간, 그 또한 승부수를 던졌으니 '나훈아 쇼'만큼 진기한 구경거리가 됐다. 하이에나들 우글대는 국감장을 무대로 택한 것이 드라마의 시작이었다. 놀랍게도 대중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데는 나훈아 못지않았다. (2<조선일보> 김윤덕 문화부장 '태평로 칼럼' <나훈아, 윤석열... 오죽하면 두 형님에게 열광하랴> )

 

<조선일보>는 윤 총장을 가수 나훈아의 카리스마에 빗대며 "죄가 있으면 천하의 권세라도 좌우 가리지 않고 칼을 휘둘렀고, 그래서 핍박받는 중"이라고 추켜세웠다. 국감장에서 보여준 윤 총장의 태도나 대검찰청에 늘어섰던 화환을 두고서도 "조폭 나오고 검사 나오는 영화가 1000만 가는 법"이라고 두둔했다.

 

<조선일보>는 국감장에서 불거진 방 사장과의 회동 논란과 관련해선 일언반구도 없었다. 반면 국감 다음날 2개의 사설을 쏟아내며 "지금 정권은 사기범들의 말을 이용해 윤 총장을 공격하고 있다.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행태"라고 편을 들었다. 이 중 하나는 '윤 총장 비호'였고, 다른 하나는 검찰개혁과 관련한 문재인 대통령 비판이었다. 윤 총장이 스스로 저버린 검찰총장의 '정치적 중립성'은 안중에도 없었다.

 

한국언론재단 '빅카인즈' 검색 결과, 지난 석 달간(86일부터 116일까지) 윤 총장을 언급한 <조선일보>의 사설은 총 19건이었다. 최소 나흘에 한 번 꼴로 언급한 셈이었고, 무려 29건을 쏟아낸 <문화일보>에 이어 두 번째였다. 이 기간 추 장관 아들 논란과 국정감사, '검란' 이슈 등이 이어졌다고 해도 과도한 언급이 아닐 수 없었다. 물론 <조선일보>의 논조는 '친검', '친윤석열'에 기울어져 있었다.

 

<중앙일보>는 한층 더 노골적이다. 국감 직후 1면 기사 제목을 <윤석열의 야성이 돌아왔다>로 뽑았다. 지난 2일엔 오마이뉴스-리얼미터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윤 총장이 17%대 지지율로 3위를 차지한 것과 관련, <"이쯤 되면 대권 도전은 숙명"··· 3 뜬 윤석열에 술렁인다>란 기사에서 '윤석열 대망론'을 노골적으로 띄웠다. 따옴표 속 취재원은 역시나 '익명'의 검찰 내부 관계자였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차기 야권 대선 주자 선호도 1위로 올라선 여론조사가 다시 나왔다. 대검찰청은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공식적으로 할 말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검찰 내부에서도 '이쯤 되면 대권 도전은 숙명이 아닐까'라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검찰총장과 검찰 수사의 '정치적 중립성'을 감시해야 할 언론이 역시나 '킹메이커' 역할을 자처하는 꼴이라고 할까

윤석열 검찰총장을 응원하는 지지자들이 대검찰청 앞으로 보냈던 지지 화환들 유성호

 

'조국처럼 보도하라'

'조국 일가족 수사' 때와 다를 바 없다. 취임 직후 "본인이 직접 결정했다"던 윤석열 검찰의 조국 일가족 수사는 언론의 전폭적인 지원(?)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검찰의 오랜 특수수사 기법이 그래왔다. 여론의 지지를 등에 업기 위해 적극 활용해온 '언론플레이' 말이다. 그 과정의 일단이 본의 아니게 드러난 것이 윤 총장의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이 연루된 검언유착 논란이다.

 

'윤석열 대망론'도 같은 방식이라 할 수 있다. 국감장에서 윤 총장이 사인을 보내자 언론이 적극적으로 부화뇌동하는 형국이다. 특히 이렇다 할 대선주자를 내놓지 못하는 국민의힘이 지지부진한 사이, 조선과 중앙이 2년 전 방 사장과 홍 회장을 만났다는 '윤석열 띄우기'에 앞장선 모양새다.

 

문제는 이들 보수언론이 중립과 균형을 가장한다는 데 있다. 합법적인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반발하는 일부 일선 검사들의 '키보드 검란'을 도리어 적극적으로 부추기는 것 역시 작금의 언론이다

 

추 장관 아들 문제에 대해선 전직 대령의 허위증언은 물론이요 아들 서씨의 PC방 로그 기록까지 대대적으로 보도했던, 더 나아가 '조국 사태'의 중심축이었던 언론들이 유독 윤 총장 가족 사건과 관련해선 단순 사실만을 전하거나 지극히 건조하게 보도하는 중이다. 검찰의 선택적 기소, 선택적 수사를 비판한 것처럼, 언론의 선택적 보도를 두고 '조국처럼 보도하라'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리고 5, 검찰은 12개월의 수사 끝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에게 징역 7, 벌금 9억을 구형했다. 즉각 '윤석열 검찰''영혼까지 끌어 모은' 기소라는 평가와 함께 '표창장 위조가 7년이면 윤 총장 장모의 통장 위조는 70'이란 비판이 나왔다.

 

'윤석열 대망론'을 띄우는 언론이나 이 대망론에 자칫 들떴을지 모를 윤 총장이 명심해야 할 대목이 바로 이 부분이다. 검찰개혁을 지지하는 국민들이 지금처럼 검찰총장으로서 정치적 중립이나 언론으로서의 책무는 내팽개친 채 '법과 원칙'이나 '정론'과 같은 교언영색과 감언이설로 혹세무민하려는 이들에게 더 이상 속지 않는다는 사실 말이다.

 

국민들은 다음달 23일로 예정된 정 교수의 1심 재판결과 만큼이나 서울중앙지검 반부패부가 수사할 예정인 '윤석열 부인 의혹' 역시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하성태(woodyh) / 오마이뉴스

 

 

[대선] "남편 대통령 돼도 일할 것" 사상 첫 워킹맘 영부인

미국의 퍼스트레이디가된 질 바이든 여사가 2일 피츠버그 하인즈필드에서 유세 연설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남편이 미국 대통령이 되더라도 학교로 돌아갈 겁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의 부인이자, 미국의 퍼스트레이디가 된 질 바이든(69) 여사는 교육자다. 1975년 델라웨어대에서 영어학을 전공하고 고교 교사를 시작으로 줄곧 학생들을 가르쳤다. 교사 시절 대학원에 진학해 영어와 교육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1년 석사를 딸 때에는 재혼해 얻은 두 아들과 뱃속에 막내 딸이 있었다. 한 시간 이상 운전을 하며 집과 학교를 오갔다. 일과 학업, 가정 어떤 것도 소홀히 하지 않던 슈퍼 맘이었다. 남편이 정치인으로 평생을 살았다면, 그는 교육자 외길을 걸었다. 지금도 노던버지니아 커뮤니티대학에서 이민자 등 소외계층에게 영어를 가르친다.

 

바이든 여사는 2008년 남편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었을 때도 일을 놓지 않았다. 지역 유세 현장을 도는 버스 안에서 학생들의 논문을 채점했던 일화는 유명하다. 2009년부터 8년간 오바마 행정부에서 미 역사상 최초로 직업을 유지한 세컨드레이디(부통령 부인)’라는 수식어를 달았다. 이제 최초 타이틀은 워킹 퍼스트레이디로 바뀔 것이다. 어쩌면 퍼스트레이디가 부업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바이든 승리로 달라지는 것, 달라지지 않는 것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후보가 당선됨에 따라 동맹국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다자주의가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중국에 대한 견제심리가 강화된 데다 미국의 제조업 부흥을 전면에 내세운 만큼 오바마 행정부 당시의 다자주의와는 다를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변화된 통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도 경제정책 정비에 착수했다.

 

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새로 출범할 미국 정부의 정책 변화를 고려해 미 대선 대응 태스크포스(TF)를 미국 신 정부 대응 TF로 개편해 각종 대응책을 준비할 방침이다. 그동안 정부는 대선 결과에 따른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검토해왔다. 기재부 관계자는 통상 등 주요 현안에서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대응책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 다자주의로의 전면 회귀는 어려워

실제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미국 민주당 정강정책인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을 보면 상당 부분 변화가 예상된다. 민주당은 정강정책을 통해 우방과의 관계를 복원하고 정치적 목적의 관세 전쟁도 종식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실추됐던 미국의 국제적 리더십을 회복하는데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 당시 다자주의로 전면적인 회귀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바이든 당선인이 '미국 내 제조, 미국산 구매'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정부 조달, 투자 등에 있어 '수입산에 대한 차별' 이슈를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국무역협회는 지적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후보 시절, 임기 첫 주에 공공인프라 프로젝트에 미국산 제품을 우선 사용하는 '미국산 구매(Buy American)' 행정명령에 서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무역확장법 232(통상 안보를 위해 수입량 제한·고율관세 등 부과) 조치를 지속시킬 수 있다는 전망도 같은 맥락이다.

 

경쟁력 회복 없이는 다른 신규무역 협정은 없다고 밝힌 점도 눈에 띈다.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자국 경제를 회복하는 데 먼저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표인수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오마바 행정부 당시와 비교해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입지가 줄어든 측면이 있다영향력을 직접 행사할 수 있는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과 같은 보다 지역적인 협력체제에 방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동맹국 통한 대중국 압박 2의 사드우려

대중국 압박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중국과의 기술 격차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반사이익도 기대할 수 있다. 실제 미국의 중국 화웨이 제재로 지난 9월반도체 생산이 큰 폭으로 늘어나는 등의 수혜를 입기도 했다. 익명을 요청한 재계 한 관계자는 중국의 기술 발전을 막겠다는 것이어서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에는 시간을 벌어주는 만큼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동맹국들과의 협력을 통한 압박 가능성이 큰 만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가 재현될 우려도 있다. 유승민 삼성증권 글로벌투자전략팀장은 바이든 행정부는 대중국 견제를 할 때 동맹국과의 협조를 끌어내려고 할 것이라며 한국처럼 대 중국 의존도가 높은 국가는 사드 배치 때와 같이 선택을 강요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제재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게 되면 중국과의 외교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당장 정부의 고민은 대선 이후의 혼란이 경기 회복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점이다. 126일에 300억 달러 규모의 실업급여 지원이 종료되지만 트럼프 미 대통령의 대선 불복 등으로 5차 경기 부양책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추가 부양책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연말부터 소득 절벽에 경기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선거 결과가 소송으로 연기될 경우 빨라야 다음 대통령이 정식 취임하는 내년 120일 이후에야 부양책 집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 소비심리 악화로 3분기 성장을 이끌었던 자동차 수출 등이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대선 불복으로 이어져 미 대선 불확실성이 연말을 넘기는 것이 한국경제에는 단기적인 악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코로나19 ‘강제휴직승무원 숨진 채 발견"극심한 생활고"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휴직 상태였던 항공사 승무원이 숨진 채 발견됐다.

 

8일 서울 강서경찰서 등에 따르면 경찰은 전날 강서구 원룸에서 국내 항공사 승무원 A(27)가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경찰은 딸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모친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A씨를 발견했다. 원룸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장기를 모두 기증해달라. 영원한 안식처로 떠나겠다는 내용이 적힌 유서가 발견됐다.

 

유족에 따르면 A씨는 20152월 국내 대형 항공사에 입사했다. 몇년 전 부친이 사망한 뒤 가장 역할을 맡아 모친과 대학생인 남동생의 생활을 책임졌다. 올초 코로나19 여파로 항공기 노선의 수요가 급감한 뒤 사실상의 강제 휴직에 들어갔다.

 

유족은 통화에서 강제 휴무를 하면서부터 회사에서 나오는 월 기본금 100여만원으로 생활을 했다가지고 있던 물건을 중고 상품으로 팔아 생활비를 마련할 만큼 본인 생활도 빠듯해하면서 가족을 지원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이 오늘 내일 끝나지 않고 장기간 길어지는 데 심적 부담감이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A씨는 전세 대출을 받아 15000만원대 원룸에서 생활했는데 수입이 줄어들면서 원리금을 갚는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항공은 올 4월부터 순환 유급휴직을 진행 중이다. 당초 지난달 15일까지 예정됐던 순환 유급휴직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오는 1215일까지 연장됐다. 국내 직원 18000여명의 70%12600여명이 휴직 대상이다.

 

지난달까지 무급휴직과 유급휴직을 병행한 아시아나항공도 유급휴직 재원인 정부의 고용유지금 지급 기한이 종료되는 이달부터 무급휴직 확대를 검토중이다. 제주항공, 진에어 등 저비용항공사(LCC)들도 무급휴직 전환 수순을 밟고 있다. 지난 9월 이스타항공은 전체 직원 1700여명 중 600여명에게 정리해고를 통보했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나 혼자 산다' 1인 가구 600...코로나에 예금·적금 비중 줄고 현금·주식 비중 늘었다

 

우리나라 1인 가구는 코로나19 이후 예·적금 비중을 줄이고 현금과 주식 비중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인 가구는 은퇴 이후 생활을 위해 약 57000만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한달 투자·저축 액수는 약 74만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8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0 한국 1인가구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지난 89월 전국 만 25591인 가구(연소득 1200만원이상·1인가구 생활 3개월 이상)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다.

 

2020년 한국의 1인 가구 수는 약 617만 가구로, 향후 5년간 해마다 약 15만 가구가 늘어나 2047년에는 1인 가구가 전체의 30%를 넘어설 전망이다.

 

1인 가구의 자산별 구성비는 입출금·현금이 약 25%, ·적금이 47%, 투자자산이 27%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입출금·현금은 지난해 16.1%였으나 올해 25.4%로 늘었고, 전 연령대에서 20%를 넘었다. ·적금은 지난해에는 61.4%였으나 올해는 47.4%로 줄었다. 주식·펀드 등 투자자산은 지난해 22.6%에서 올해 27.3%로 늘었다.

 

투자자산 비중을 보면 주식 비중이 지난해 8.4%에서 올해 12.3%로 늘어난 점이 눈에 띈다. 연령대가 낮을수록 주식자산 보유 비중이 상승했다. 20대의 경우 투자자산 중 주식 투자 자산의 비중이 지난해 5.5%에서 올해 13.3%로 늘었고, 30대는 지난해 8.8%에서 올해 12.9%로 늘었다. 40대는 거의 변동이 없었다.

 

경영연구소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금융상품을 해지하고 현금을 생활비로 사용하는 경우가 증가했고 공모주나 해외주식 등 주식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현재 주식·펀드를 보유한 1인 가구 중 64.8%는 올해 주식·펀드에 신규 투자했다고 답했다.

 

현재 대출이 있는 1인 가구는 40%, 지난해(45%)보다 비중이 줄었다. 그러나 평균 대출액은 7200만원으로 오히려 1년 전보다 1000만원가량 늘었다.

 

1인 가구는 은퇴할 때 평균 약 57000만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이를 위해 필요하다고 밝힌 투자·저축 액수는 평균 123만원이다. 그러나 1인 가구의 실제 투자·저축액은 약 74만원으로, 목표치의 60%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결혼 의향은 갈수록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 생각이 없다고 밝힌 1인 가구는 23.4%, 지난해(17.7%)보다 6%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30대 남성(6.318.8%)20대 여성(4.215.5%)의 비혼 의향이 증가했다. “1인 가구 생활을 지속하겠다는 응답은 56.2%로 지난해(52.7%)보다 늘었다./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한국 진보정당의 23, 그리고 앞으로의 길은

국회 본관 223호 아니겠어요? 아니면 여의도 정의당 당사이거나.” 어디로 찾아가면 되냐는 물음에 당대표 일정을 관리하는 이신호 당 대표실 부실장의 말이다. 질문지도 간략하게, 핵심키워드만 요약해 보내줘도 된다고 했다. 준비된 당대표다. 김종철 정의당 신임 당대표. 지난 총선 당시 오랫동안 지역구에서 터를 닦던 그가 비례순위에서 후순위로 밀렸을 때 기자가 알고 지내던 당 주변 인사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20년 넘게 당을 위해 헌신한 결과가 이것이냐고.

 

고 노회찬 의원이나 심상정 의원과 구분해 정의당을 이끌 2세대 리더십이라고 하지만 김 대표를 제외하곤 다른 2세대는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스포트라이트가 2세대를 건너뛰고 류호정·장혜정과 같은 그 아랫세대로 넘어간 느낌이다. 관련 지적에 김 대표는 “2세대가 성장하지 못한 데엔 두 번의 진보정당 분당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2008년 민주노동당 분당부터로 보면 진보정당 역사에서 대략 잃어버린 12이라고 말했다.

 

한국정치사에서 존재감이 있는 진보정당의 기원을 찾는다면 1997년 창당한 국민승리21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23년의 역사다. 노회찬·심상정은 2000년 창당한 민주노동당에서 현재의 정의당까지 진보정당의 역사를 만들어온 1세대들이다. 두 사람 다 86세대가 아니다. 심상정 의원은 서울대 사범대 78학번이다. 이른바 학출로 오랫동안 언더에서 노동운동을 하다가 진보정당운동에 합류했다. 고 노회찬 전 대표도 학출 출신 노동운동가라는 경력은 엇비슷하다. 노 전 대표는 인민노련이라는 지하운동 조직을 이끌다 한국노동당이라는 진보정당을 만든 전력이 있다. 2세대는 1세대와 뭐가 다를까. 김종철 신임당대표는 서울대 경제학과 90학번이다. 대학 시절 단과대 학생회장을 했고, ‘민중정치실현을 위한 대장정이라는 학생운동 조직활동을 했다. (대장정이라는 이 조직의 명칭은 그의 제안에 따라 붙여졌다) ‘PD운동권 출신이다. 당대표 경선에서 그와 맞대결을 펼쳤던 배진교 의원은 인천연합(NL)으로 분류된다. “생전에 노회찬 대표는 진보정당이 운동권 동창회가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지만 출신계보로 성향을 판단하는 것은 현실이다. 오히려 진보정당의 2세대가 NL·PD 또는 민주노동당 버전의 자주파·평등파와 같은 계파에 더 익숙한 세대다. 그런 의미에서 김종철 신임대표가 차지하고 있는 위치상은 특별하다. PD 출신이지만 NL도 싫어하지 않는, 그냥 진솔하고 우직한 사람이라는 평가가 많다.” 박신용철 더체인지플랜 선임연구원의 말이다. 그는 김 대표체제의 숙제로 집 나간 NL 계열을 어떻게 감싸 안으면서 동시에 반발하는 당내 PD 그룹을 끌고 갈 것이냐는 걸 꼽았다.

 

준비된 당대표정의당 2세대 리더십은

진보정당의 지난 23년 역사를 보면 민주노동당 시절 김혜경 당대표를 제외하고 원외인사가 당대표를 맡은 것은 처음이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당대표 선거에서 국회의원도 아니고 원외인사를 대표로 뽑은 것은 그가 정의당식 혁신정치를 이끌어낼 적임자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본다. 특히 그가 언급한 금기를 깨는 진보정치에 대한 기대를 표명한 것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언급한 진보정치가 깨야 하는 금기는 넷이다. 보편증세, 의원내각제까지 염두를 두는 연동형 비례제로 선거제도 개편, 연금통합, 스웨덴식 노동유연안정성 도입. 보편증세나 연동형 비례제 개편은 그간 진보진영 내에서도 일각에서 주장해 왔다면 연금통합이나 노동유연안정성은 민감한 이슈다. 진보정당이 기반하고 있는 조직노동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는 주제이기 때문이다.(김종철 신임 대표 인터뷰 참조)

 

“21대 국회 첫 국감에서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는가. 내가 보기엔 딱 두 사람밖에 없다. 윤석열과 류호정.” 박신용철 연구위원의 말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둘러싼 논란이 검찰개혁이라는 그 이전 세대의 오랜 화두를 대표한다면 삼성 임원의 국회 불법 출입 폭로에서부터,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방문한 대통령 앞에서 발전소노동자 작업복을 입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잊지 말아달라고 벌인 1인시위까지 류 의원의 활동은 연이어 화제가 되었다. 꼭 긍정적인 의미만의 화제는 아니다. ‘어떻게든 관심을 끌려는 퍼포먼스 아니냐는 비판적 시선도 있다.

총선 전, 이른바 롤 대리게임 논란 때는 주로 젊은 남성들이 반감을 보였지만 원피스를 입고 등원했을 때는 젊은 남녀 모두 저게 뭐가 문제냐는 반응이었다. 원피스 이슈는 이른바 유시민 빽바지 등원 논란을 기억하는 중년 아저씨들 사이에서만 문제였다.” <세계 진보정당 운동사> 저자인 장석준 정의당 정의정책연구소 부소장의 말이다. 그는 초창기에는 좋은 정치인이 될지 확신이 없는 경우가 많았는데, 오히려 창조적인 의정활동으로 자신에게 씌워진 부정적 시선을 돌파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오카시오 코르테스(미국 최연소 연방하원의원)’라는 별명이 따라다니는 장혜영 의원의 활동도 두드러진다. 안병진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앞 세대와는 전혀 다른 감수성과 가치를 지닌 밀레니얼세대 정치인의 출현이라며 한국의 류호정·장혜영 의원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보편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1028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이 2021년도 예산안 설명을 위한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국회에 도착하자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중대재해기업차벌법 촉구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 국회 사진기자단

 

전혀 다른 밀레니얼세대 정치인의 등장

21대 정의당 의원은 6명이다. 그런데 두 밀레니얼세대 의원의 활동을 제외하고 다른 의원들의 활약상은 그리 잘 눈에 띄지 않는다. 왜일까. 이어지는 안 교수의 말이다. “진보정당으로서 지금은 어려운 상황이다. 양당제 구심화 경향 아래에선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상황과 조건은 다르지만 좌파 일각의 비난을 무릅쓰고 민주당 경선에 참여한 미국 샌더스로부터 교훈을 얻을 수는 없었을까. 심상정·노회찬의 과거 활동만 놓고 보면 웬만한 민주당 의원 100명과 맞먹는 역량을 보였다. ·심이 만약 민주당에 들어가 진보 블록을 형성했다면 어땠을까. 현재 대권주사 여론조사에서 1·2위를 다투는 이재명 지사가 말하자면 소프트한 샌더스의 역할이다. 그 역할을 진보정당이 해야 했다.”(장석준 부소장은 샌더스가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경선에 나간 것은 미국 정치지형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뿐이었고, 바람만 일으켰지만 결국 선택받지 못하지 않았냐샌더스의 활동은 한국에서 진보정당을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진보정당 출신으로 민주당으로 옮겨가 두각을 나타낸 정치인이 없는 것은 아니다. 민주노동당·진보신당 부대표 출신인 박용진 의원이 대표적이다. 박주민 의원도 한때 민주노동당-진보신당을 거쳤다. 이소영 의원은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 출신 변호사 경력이 주로 알려져 있지만 민주노동당 시절 청년조직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주민 의원과 함께 ‘21세기진보학생연합활동을 한 강병원 의원은 1993년 서울대 총학생회장을 역임한 뒤 직장생활을 하다가 2002년 당시 노무현 후보 수행비서로 정계에 입문했다. 비슷한 연배로 1999년 국민승리21에서 권영길 대표의 비서로 정치에 입문한 김종철 정의당 신임대표는 자기의 뜻을 펼치기 위해 각자 다른 길을 갖고 모두 자기가 처한 상황에서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렇게 덧붙였다. “개인적인 정치 목표가 더 중요했다면 저도 비슷한 길을 갔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정당이 정치를 바꾸는 가장 핵심 주체라고 봤다. 정의당을 키워서 집권하는 것이 비록 느리지만, 사회를 바꾸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생각한다.”

 

23년의 진보정당 역사에서 특히 선거 때마다 진보정당의 선택을 두고 비판은 끊이지 않았다. 지난 대선이나 21대 총선도 예외는 아니었다. 일부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즈엉이당이라는 별명이 대선과 총선을 거치며 나왔다. 주로 친문성향 커뮤니티에서 정의당을 비판할 때 쓰는 멸칭(蔑稱)이다. 지난 총선에서 류호정·장혜영 의원과 같은 밀레니얼세대 여성 주자를 전면배치한 걸 두고 정의당이 종전의 진보를 버리고 페미니즘 정당으로 테라포밍(지구를 떠나 다른 행성에 지구생명이 살 수 있는 환경과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뜻으로 SF·게임계에서 널리 쓰이는 말)’한 것 아니냐와 같은 비판이 나왔다. 또 다른 멸칭으로 사용되는 메갈당 등도 비슷한 불만 내지는 비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 민주노동당 당직자로 활동했던 최병천 전 서울시 정책보좌관은 정당의 이념적 지향, 진보·보수 또는 안철수당과 같은 제3과 같은 가치지향을 떠나 정당 노선을 나눠보면 크게 수권정당과 등대정당으로 구분된다고 말한다. 수권정당은 51% 연합, 즉 다시 말해 현실적인 집권을 목표로 하는 정당이다. 반면 등대정당은 집권은 지향하지 않는 대신 자기 진영 내에서는 절반 이상이 지지하는 정책을 표방하는 정당이다. 예컨대 동성혼이나 양심적 병역거부와 같은 사회의제는 진보 내에서는 다수가 지지하지만 전체 국민 다수가 지지하는 이슈가 아니다. “수권정당이 아니라면 남는 것은 등대노선이다. 소수파를 감수하지만, 그래도 사회의 이념분포에서 20% 언저리의 진보를 겨냥하는 것이다.”

 

최 전 보좌관이 보기에 최근의 상황변화는 역설적으로 민주당의 변화로부터 비롯됐다. “민주당이 2010년 무상급식 이후 친노동 친복지까지 갔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야당을 9년 하면서 정당포지션을 왼쪽으로 노선전환한 것이다. 통합진보당이나 정의당이 자신은 다르다고 자신하기 어려운 포지션이었다.” 그러다 다시 상황이 변했다. 그는 김종철 대표가 내놓은 일성을 보면 자신들은 다르다는 차별화에 확실히 성공했다고 말했다. “51%의 지지를 지향하는 정당으로 민주당이 내놓을 수 있는 건 내일 당장 대통령이 되면 쓸 수 있는 정책, 다시 말해 자신의 집권 기간인 5년 내외의 이야기에 한정된다. 하지만 정의당은 30년 후를 이야기해도 된다. 예컨대 노동 유연안전성 도입 필요을 주장할 때 그 전제조건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없다. 당장 집권하는 것은 아니니까.”

 

즈엉이당, 메갈당이라는 비판

이후 진보정치의 미래는 어떻게 되는 걸까. 일단 정의당을 제외하고도 다른 진보 소수정당들도 원내에 있다. 조정훈 의원이 소속된 시대전환과 용혜인 의원의 기본소득당이다. 네트워크 플랫폼 정당을 표방하고 있는 시대전환은 지난 1011일 전당대회를 열어 조정훈 의원이 당대표로 당선되었다. 조 의원은 1호 법안 발표 대신 입법노동자로서 보좌진과 함께하는 첫 기자회견으로 화제를 모았다. “민주나 정의, 국민과 같은 단어들이 새로운 사회를 만드는 기본원칙이 될 수 없으며 기본소득과 같은 정책이 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데 동의하는 사람들이 모인”(박기홍 기본소득당 사무총장) 기본소득당은 당원의 80%30대 이하, 밀레니얼 세대로 구성된 당이다. 이 당은 내년 재·보궐 서울시장 후보를 지난 1017일 이미 선출했다. 지난 총선에서 고양에 출마했던 신지혜 당 상임대표다.

 

김병권 정의당 정의정책연구소 소장은 정의당 당대표 선거를 보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각기 다른 성향의 네 후보가 출마했는데, 기존의 노동과 함께 기후위기’, ‘젠더를 포함한 다양성 존중을 네 후보 모두 중요한 기본 의제로 꼽고 있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다른 기성 정당의 문제의식에서 하위·주변 의제 정도로 머물러 있는 것을 주요이슈로 부각시켰다는 것이다. 그는 의제를 제기했다고 정의당의 지지기반을 넓혔다고 자화자찬하는 것이 아니라 그 갈등을 넘어서지 않으면 지지기반을 잃을 수도 있다는 뜻이라며 진보정당이 그 이슈를 피하고 싶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단계는 넘어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의당에 제기된 대부분의 비판을 보면 소위 민주당 2중대로 무임승차하겠다는 것이거나, ‘민주당 때리기로 반대급부를 얻으려 한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비판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종철 신임대표의 언론 인터뷰 등을 보면 이런 비판을 명확히 인식하고 다른 길을 모색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라며 포스트 노·심 이후 정의당이 어떤 모습으로 변해갈지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내년에 치러질 재·보궐선거와 2022년 대선·지방선거와 관련해서도 단순 다수결제를 채택하는 현행 선거제도 아래에서, 예를 들어 2022년 지방선거에서 정의당을 비롯한 진보정당들이 단체장을 얻기란 쉽지 않다면서도 울산공업지대뿐 아니라 서울·수도권 지역에서는 (하기에 따라서는) 단체장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영국 노동당이나 캐나다의 진보정당 성장 경험을 보면 (단체장 획득이) 전혀 불가능한 목표설정은 아니다가치동맹의 측면에서 보면 오히려 민주당보다 정의당에 더 많이 기회의 문이 열릴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진보의 의미 재정의할 필요 있다

김재연 진보당 대표, 통진당에 대한 낙인은 해결 과제 강조

민중당은 지난 6월 당명을 진보당으로 바꿨다. 당대표로는 김재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이 선출됐다. 당명과 관련해 내부에서 진보당이라는 이름이 좋긴 하지만 통합진보당을 연상시킨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통진당이라는 단어는 여전히 낙인효과를 가진다. 김 대표는 그럼에도 진보라는 단어가 가지는 의미를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4월 총선에서 진보당(당시 민중당)1.05%(295612) 지지를 받았다. 정당득표율 3% 미만이면 비례대표 의석을 얻을 수 없다. 총선 평가에 대해 김 대표는 담담했다. 시민들 각각의 지지가 정당에 대한 투표로 이어지기보다는 촛불 정국을 완성하기 위한 투표였다는 평가다. 진보당의 목표는 대중적인 진보정당’, ‘대중적인 대안세력으로 자리 잡는 것이다.

 

갈 길은 멀다. 편견과 낙인 극복은 쉽지 않은 과제다. 김 대표는 낙인? 당연히 극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석기 내란 음모사건과 통진당 해산, 의원직 박탈 등 일련의 사건은 진보정당사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그는 문재인 정부에서는 상황이 달라지리라 생각했지만 아니었다고 말했다. 1027일 서울 여의도 진보당 당사에서 김 대표를 만났다. 아래는 일문일답.

 

-요즘 어떻게 지내나.

언론에 보도되지 않지만 매우 바쁘다. 어제는 전남 구례에 수해복구 활동을 갔다. 오늘은 택배 현장에 다녀왔다. 몇시간 택배 현장을 다니다가 그만했다. 내가 따라다니는 게 오히려 그분의 작업 속도를 느리게 하는 것 같더라. 현장을 다니면서 단지 어려움을 듣는 게 아니라 이렇게 직접 해보려고 한다.”

 

-지난 총선에서 1.5% 지지를 받았다. 총선 평가는?

“2016년 촛불부터 이번 총선까지가 하나의 흐름이라고 본다. 촛불을 들었던 사람들은 대통령 한명만 바꾼다고 세상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걸 목격했다. 국회 구성도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지향보다는 역사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는 동기가 강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지난 총선까지가 이른바 적폐 청산의 시간이었다면 이제부터 새로운 단계로 나가는 시간이다.”

 

-민중당에서 진보당으로 당명을 바꾸었다.

대중적인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민중이라는 단어가 낯설고 생소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당명 결정이 쉽지는 않았다. 통합진보당의 약칭이 진보당이었기 때문에 괜찮을까 하는 고민이 한켠에 있었다. 그럼에도 지금의 정부 여당이 진보라고 호명되는 상황에서 진보라는 단어, 진보정당의 역할을 규명하고 정리해야 하는 시기라고 봤다.”

 

-대중적 진보정당의 길을 가겠다고 했는데 인지도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모든 정치뉴스가 국회 안의 이슈만 다룬다. 여야 갈등 중심으로 돌아간다. 사실 이런 구조 안에서 인지도를 높이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현장을 주로 간다. 인지도가 완전히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인지도가 없다면 당원이 늘지 않아야 하는데, 당비를 내는 진성당원이 증가 추세다. 비정규직, 특수고용, 소상공인 등이 주로 당원으로 가입하고 있다.”

 

-진보당, 앞서서는 통진당에 대한 낙인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6년 가까이 됐다. 조금 나아졌나.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극복하지 못했다. 극복할 수 있는 계기가 없었다. 내란음모 사건, 통진당 해산, 의원직 박탈 등 일련의 과정에 박근혜 정권이 개입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다음 정권이긴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이에 대해 평가하거나 사과하지 않았다. 재심을 통해서 법률적인 판단을 받은 것도 아니다. 의원직 박탈 관련 행정소송은 6년이 지났는데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양승태 사법농단 사건과 얽혀 있어서 길어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무언가 달라질 것이라 기대했나.

당연히 기대했다. 적어도 국가보안법 문제는 해결될 것이라 봤다. 지금 청와대와 정부 여당의 많은 이들이 국보법 피해자다. 그런데도 국보법이나 당시 사건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 왜일까? 모르겠다. 박근혜 정권이 공안정국을 형성할 당시 어떤 사람들은 이에 가담했고, 어떤 사람들은 외면했다. 그런 상황들 때문일까? 노회찬 전 의원만 이와 관련해서 여러 활동을 해주었다. 헌법재판소에서 심리가 열릴 때도 증인으로 출석했다.”

 

-2008년 종북이라는 단어가 생겼다. 지금도 종북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종북은 말 그대로 북한에 종속되어 있다는 것이다. 지령을 받아서 활동한다? 진보당은 동의하지 않는다. 종속되어 있다면 한국에서 제대로 된 활동을 할 수 없다. 국가보안법을 없애야 한다는 것은 맞다. 국가보안법 폐지와 국방예산 감축을 이야기한다고 해서 종북은 아니다. 북한에서 진보당? 불러주지도 않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처럼 잘 나가는 사람들이나 부르지.(웃음)”

 

-왜 진보당이 정의당과 함께하지 않는 것인지 의아해하는 사람들도 있다.

꼭 과거의 일 때문만은 아니다. 통진당은 굉장히 짧은 기간이었다. 민주노동당부터 지금까지 죽 본다고 했을 때, 당 지도부에 민주노동당 사람들이 남아 있긴 하지만 당원 구성은 이전과 많이 달라졌다. 당 성격과 색깔을 들여다봤을 때 합칠 수 없다.”

 

-진보당이 주력하는 사안은 뭔가.

당원 중에 택배노동자가 많다. 택배노동 관련 기자회견을 매일 하는 것 같다. 비정규직과 특수고용 노동자가 자신의 권리를 찾고 나아가 정치적인 활동을 벌이는 정당이 되고자 한다. 또 다른 결로는 국방예산 감축이다. 문재인 정부가 평화, 남북관계 개선에 공을 많이 들였다. 하지만 동시에 국방예산이 매년 늘어나고 있다. 국방예산이 늘어나는데 평화가 올 수 없다. 원내에서 이런 목소리를 낼 수 없지만 이슈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의원직 박탈 이후 개인적으로는 어떤 시간을 보냈나.

수년 동안 많은 언론이 김재연이 다시 정치를 하는지, 옛 통진당 세력이 다시 정치는 하는 것 아니냐, 정치하면 안 된다 등의 메시지를 내보냈다. 의정부지역에서 서점을 운영하며 한동안 지냈다. 그럼에도 진보정치를 그만둘 수는 없었다. 통진당이 없어지고 나면 가장 좋아할 사람은 누군지, 가장 피해받는 사람은 누군지를 생각했다.”

 

-의정부을 지역구에서 20, 21대 총선에 출마했다. 다음 총선도 준비하고 있나.

물론이다. 진보정당은 해도 안 된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두 거대 정당의 지역조직, 가령 향우회나 보훈회 등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게 아니다. 수십 년에 걸쳐 만들어졌다. 진보정당은 이제 20년이 됐다. 길다면 긴 시간이지만 거대 정당과 비교했을 때 충분한 시간은 아니다. 길게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하늬 기자 hanee@kyunghyang.com 사진·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

 

진보정당 전 대표들 지금 뭐하나

권영길 평화운동에 집중, 강기갑 미생물 홍보 전념, 이정희 국민입법센터 활동

김종철 전 정의당 선임대변인이 당대표로 선출되면서 진보정당은 세대교체를 이뤄냈다. 진보정당 시즌2. 진보정당 시즌1은 민주노동당이다. 민노당 대표를 지낸 이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권영길, 강기갑, 이정희 전 대표의 근황을 알아봤다. 이들은 각각 노동, 농민, 인권변호사라는 특징을 가진다.

 

권영길 전 대표는 노동운동, 진보정치에서 상징적인 인물이다. 민주노총 초대 위원장, 민노당 초대 당대표를 지냈다. 김종철 정의당 대표가 정치를 시작한 것도 1999년 권영길 당시 국민승리21 대표 비서로 일하면서다. 그러다 2014년 면역체계에 이상이 생기는 희소병에 걸려 모든 활동을 중단했다. 권영길 전 대표는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원래 의회 밖에서 평등, 평화 범국민적 운동을 하려고 했는데 제대로 못 했다고 말했다.

 

활동을 재개한 건 2018년 말부터다. ‘권영길과 나아지는 살림살이라는 사단법인을 평화철도와 나아지는 살림살이라는 이름으로 바꾸었다. “문재인 정부가 복지 관련한 정책은 내놓고 있어서 평화운동에 집중하자는 생각으로 만들었다. 남남갈등을 푸는 것, 남쪽에서 누구나 받아들일 수 있는 운동이 뭘까 고민하다가 남북철도 연결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평화철도와 나아지는 살림살이

남북을 연결하는 철도는 총 3개다. 개성 통로인 경의선, 고성 통로인 동해선, 철원 통로인 경원선이다. 경의선과 동해선은 이미 연결이 되어 있다. 권영길 전 대표는 경원선에서 끊어져 있는 24를 국민의 힘으로 연결하자는 것이라고 운동의 취지를 말했다. 1인당 1만원으로 침목 하나를 놓을 수 있다. 또 최근에는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 복직, 택배노동자 과로사 등의 기자회견에도 참석했다.

 

그는 김종철 당대표에 대해 여러 측면에서 뛰어난 사람인데 항상 희생만 하는 자리에 있어서 마음이 아팠다김종철은 잘할 것이다. 당대표라서가 아니라 1999년부터 진보정치에 열심히 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나는 정의당 당원은 아니다. 민노당 분당이 너무 가슴이 아파서 이후로는 당적을 갖지 않고 있다거기에는 새로운 통합 진보정당을 갈망하는 마음도 있다고 말했다.

 

강기갑 전 대표는 미생물 홍보대사가 됐다. 농사를 짓고 축산을 하면서 미생물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한국마이크로바이옴협회 상임대표와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미생물농업활성화 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몸 안에 사는 미생물(microbe)과 생태계(biome)를 합친 말이다. “건강을 지키려면 식탁을 살려야 하고, 식탁을 살리려면 친환경 유기농을 해야 한다. 이는 결국 땅을 살려야 가능하다. 미생물 농법으로 땅을 회복시켜야 한다.” 강 전 대표의 말이다.

 

농사와 미생물 홍보를 병행하려니 늘 바쁘다. 강기갑 전 대표와 수차례 통화를 했지만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지금 진주바이오산업진흥원에 약속이 있어서”, “제가 하도 통화를 많이 해가지고 연결이 안 됐네예”, “내일은 정읍에 미생물 관련해서 출장 갈 일이 있어서강기갑 전 대표의 한 지인은 자기를 필요로 하는 곳이면 특유의 그 한복을 입고 전국을 간다고 말했다.

 

농사짓던 사람이 잠시 의원했던 것뿐

벌이는 오히려 국회의원을 지낼 때보다 낫다. 민노당은 국회의원이나 보좌관이나 월급이 모두 180만원이었다. 상여가 나오면 230만원을 받았다. 지금은 발효 제품을 축사에 공급하고, 유기농 인증을 받은 매실을 경기도 학교급식에 공급한다. 마음도 국회의원을 할 때보다 편하다. 그는 농사짓던 사람이 잠시 의원을 했던 것뿐이다라고 말했다. 여의도를 떠났지만 권영길, 천영세, 심상정, 최순영 등 민노당 사람들과는 자주 만난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의 복장 논란이 일자, 온라인에서는 강기갑 전 대표가 한복을 입고 공중부양하는 사진이 화제가 됐다. 사진에 달린 설명은 국회 패션 종결자를 보유했던 영광의 민노당 시절이었다. 당시 공중부양은 한미 FTA 비준안의 본회의 통과를 막기 위해 농성을 벌이던 중 일어난 일이다. 강기갑 전 대표는 그 사진은 못 봤다의원과 당대표를 하면서 부족한 점은 많았지만 여한은 없다고 말했다.

 

이정희 당대표는 당시로서는 센세이션한 일이었다. 학생운동, 노동운동, 농민운동 등 민노당 당대표가 가질 법한 이력 대신 학력고사 수석, 서울대 법대, 인권변호사 이력의 대표였다. 이정희 전 대표는 통합진보당 창당을 이끌었으나 통진당은 창당 3년 만인 201412월에 해산됐다. 이후 이정희 전 대표는 정계에서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주변 사람들에 따르면 앞으로도 현실 정치를 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

 

최근 이정희 전 대표가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는 건 국민입법센터. 이 센터는 누구든지 법안을 준비할 수 있게 도와주는 일종의 시민단체다. 국회에 청원사이트가 있긴 하지만, 이를 통해서는 정교한 법안을 만들 수 없고 국회 상임위 통과도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신석진 센터 운영위원은 상임위가 무시할 수 없는 정교한 법안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입법센터 블로그에는 이정희 전 대표가 대표로 명시돼 있다. 그는 센터 대표이자 법률팀 소속이다. 센터에는 법률팀 외에도 조세 전문가, 전직 보좌관, 노동조합 활동가 등이 함께한다. 100% 후원으로 운영되지만 후원금은 미미하다. 신석진 위원은 돈이 많이 모이면 관심을 받게 되니까, 이정희 전 대표가 그런 걸 부담스러워하고 힘들어한다고 말했다.

 

주변인들에 따르면 이정희 전 대표는 센터 외에도 지난 3~4년간 무료 공익변론 활동을 해왔다. 하지만 어디에도 이정희라는 이름은 올리지 않는다. 자신의 이름이 있을 경우, 다른 정치적 해석이 붙을 수도 있어서다. 그래서 지난 총선 당시 민중당을 지지해달라는 영상 촬영도 이정희 전 대표에게는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한 관계자는 인간적으로 너무 힘든 시기를 겪었기 때문에 언급되는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하늬 기자 hanee@kyunghyang.com

 

잘 나가는 스타트업의 공통점 3가지

첫 번째 공통점은 창업자인 대표의 역량이 뛰어나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훌륭한 팀이 있다는 것이고 세 번째는 아이템입니다.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정부 차원에서도 적극적으로 스타트업을 지원하고자 하고, 대기업은 내부에서 사내 스타트업 육성 및 투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창업에 도전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한 통계에 따르면 벤처 혹은 스타트업이 창업 5년 뒤에도 생존할 확률은 10%가 채 안 된다고 합니다. 실제로 300개 이상의 크고 작은 스타트업과 함께 일을 하면서 보더라도 하루가 달리 성장하는 스타트업이 있는 반면, 아쉽게도 각종 분쟁과 논란으로 망한 스타트업도 많이 보았습니다. 이 차이는 어디서 올까요.

tvN 드라마 <스타트업> 종합 예고 영상 / 경향신문 자료사진

 

공유오피스 지하 방 한칸에서 1인 기업으로 시작해서 지금은 공유오피스 한층 전부를 전용층으로 사용하는 A스타트업. 창업자인 대표는 해당 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능력자입니다. 또 다른 능력자인 공동창업자가 있고 열정적인 팀원들이 있습니다. 아이템도 법적으로 문제없고, 요즘 트렌드에도 잘 맞으며, 시장 확장성이 큽니다. A스타트업 외에도 제 주변에는 좋은 스타트업이 많이 있습니다. 오늘은 옆에서 지켜본 경험을 토대로 잘 성장하고 있는 스타트업의 공통점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첫 번째는 창업자인 대표의 역량이 뛰어나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투자사는 대표를 보고 투자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역량이란 실력, 열정, 도전정신, 인내심, 리더십뿐만 아니라 올바른 가치관과 성품까지 포함합니다. 여기서 변호사로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준법의식과 도덕성입니다. 대표가 법을 다 알 수는 없겠지만, 법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준법의식을 가지고 회사를 경영할 필요가 있습니다. 준법의식과 도덕성이 결여된 경우 각종 송사에 휘말리고 끝이 안 좋은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두 번째는 훌륭한 팀이 있다는 것입니다. 대표 역량이 뛰어나도 팀원이 받쳐주지 않으면 성장에 한계가 있습니다. 훌륭한 팀을 조직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고 기업문화, 합리적인 보상 시스템을 갖춰야 합니다. 반면 인재들이 떠나고 그 과정에서 지분 분쟁 내지는 인사노무 문제가 생기는 경우, 직원이 영업비밀을 가지고 나가 동일한 회사를 차리거나 경쟁사로 이직해서 어려움을 겪는 사례도 봤습니다. 변호사로서 강조하고 싶은 점은 기본적으로 노동법을 준수하고 영업비밀 등 퇴사 시 리스크를 관리하고, 합리적인 스톡옵션 및 인센티브 제도를 운영하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아이템입니다. 잘 나가는 스타트업은 기존에 없는 시장에 과감히 뛰어들거나 기존의 문제를 해결해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사람들의 행복에 기여하는 아이템을 갖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아이템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점검하고 위기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우리나라는 포지티브 규제 방식을 채택하고 있고, 실제로 다른 나라에서는 허용되는 아이템도 우리나라에서는 법적으로 금지되거나 제한적으로만 허용되는 경우가 많아서 주의를 요합니다.

 

창업의 3요소인 아이템, 사람, 돈 중 가장 기본은 사람이라고 봅니다. 좋은 팀과 좋은 아이템이 있는 스타트업이라면, 투자사는 많습니다. 망하는 가장 큰 이유 역시 사람입니다. 동업자 간 분쟁, 임직원의 기술 유출 등 사람으로 인해 망하는 비율이 가장 높다고 하며, 제가 실제로 자문하며 지켜본 봐도 사람 문제로 망한 사례가 많습니다. 그래서 스타트업은 사람이 전부다라고 할 정도로 중요하게 생각하고 관리해야 합니다.

 

강혜미는 대한변호사 협회 인증 스타트업 전문변호사면서 M&A 전문변호사다. 법무법인 별의 대표변호사다. <강혜미 변호사>/주간경향

 

피케티지수 급상승 한국 불평등 우려된다 

최근 2년 사이 9.3% 올라 세계 최고 수준부동산가격 급등이 원인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2013년 펴낸 <21세기 자본>에서 소득 대비 자본의 값을 그리스 문자 베타(β)로 표시한 후 이를 분석하는 것을 불평등 연구를 위해 필요한 첫 단계라고 언급했다. 흔히 피케티지수혹은 피케티계수로 불리는 이 값은 한 사회 안에서 자본이 차지하는 중요도를 측정한다. 가령 β값이 6이라면 한 나라의 자본총량이 6년 동안의 국민소득과 같다는 뜻이다. 개인이 평균 소득으로 평균적인 부를 쌓는 데 6년이 걸린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정부가 2030년까지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90%로 맞추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힌 1027일 서울 시내에 미세먼지가 뿌옇게 가라앉았다. / 연합뉴스

 

피케티지수는 그 자체로는 불평등을 직접 드러내진 않는다. 자본의 총량이 증가해 β값이 높아지더라도 자본이 전 국민에게 골고루 나눠진 상태로 증가하면 불평등도에는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개 자본은 노동소득에 비해 소수에 집중되어 분포한다. 따라서 이 배율이 높아지면 불평등이 심화됐다고 우려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

 

최근 끝난 국감에서 이 피케티지수의 급상승을 우려하는 지적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은 지난해 한국의 피케티지수가 8.6으로 전년(8.1)보다 0.5 상승했다고 밝혔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실도 한국은행의 국민계정 데이터를 활용해 피케티지수를 발표했다. 가계와 정부의 순자산을 합한 국부를 기준으로 하면 지난해 피케티지수가 8.8로 전년도에 비해 0.5가 올랐다고 밝혔다. 두 의원실이 공개한 피케티지수의 수치 차이는 한은 통계를 토대로 국부의 규모를 2개년 평균 잔액(고용진)과 연말 잔액(용혜인)을 기준으로 작성하면서 생긴 것으로 보인다.

 

피케티지수, 불평등 측정하는 출발점

중요한 점은 지수의 상승 속도이다. 용혜인 의원실에 따르면 2009년 이후 이 지수의 연평균 증가율은 2.2%인데 최근 2년 사이 9.3% 증가했다. 용혜인 의원실 관계자는 저성장으로 국민소득으로 분배되는 몫에 비해 최근 2년 사이 자산가격이 큰 폭의 증가율을 보였기 때문이라면서 부동산가격 상승, 특히 토지 가격 상승이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고용진 의원실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토지자산 비율은 20134.0배에서 20184.3, 20194.6배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프랑스·호주 등은 2.4~2.8배이고, 캐나다·네덜란드는 1.3~1.6배 수준에 불과하다.

 

피케티지수를 산출하는 여러 기준 중 어떤 기준으로 보더라도 한국의 피케티지수는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해 있다는 것이 학계의 평가이다. 주상영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등의 연구(2014)에 따르면 가계의 순자산을 합한 민간부를 기준으로 하면 한국(5.27)이 일본(6.01), 프랑스(5.75)에 이어 세 번째로 높고, 가계와 정부의 순자산을 합한 국부를 기준으로 하면 7.67로 이미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산·소득 비율이 높다는 말은 자산소득이 노동소득에 비해 더 빠르게 증가하는 상황을 의미한다면서 부동산가격 상승으로 인한 불로소득이 커지면서 노동소득으로 따라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자산을 처음부터 많이 갖고 있는 사람은 그 자산에서 생기는 임대·이자·배당 등의 소득을 누리면서 부를 세습하고, 노력으로는 따라잡기 어려울 정도로 불평등이 심화됐다는 설명이다

종부세·금융소득 과세 확대 유지해야

정세은 충남대 교수와 주병기 서울대 교수는 피케티지수가 불평등도를 직접 나타내지는 않지만 자본소득비율의 상승은 충분히 우려할 이유가 된다고 설명했다. 정세은 교수는 우리나라의 토지 소유가 소득보다 더 불평등하게 분배되어 있다는 점에서 토지 가격이 오를수록 소수에 부가 집중되고, 자산에서 소득이 창출되기에 소득 불평등도 뒤따라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보통 경제성장을 한 지 오래될수록 자본축적이 많아져 피케티지수는 선진국이 될수록 높아진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경제 발전 수준에 비해서 자산 집중도가 크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고 덧붙였다. 주병기 교수는 한국은 인구밀도가 높은 특성을 반영해 부동산 자산이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150~200%인 선진국에 비해 400%가 넘는다면서 하지만 피케티지수 상승이 부동산가격 변화를 반영하는 건 분명해 보이고, 그 가격 변화가 서울에 집중됐다는 점에서 자산이 불균등하게 늘어난 건 맞다고 말했다.

 

자산 불평등 심화를 교정하려면 결국 노동소득보다 부동산과 금융 등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고, 자산보유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야 한다. 자산가치를 하향 안정화하는데 양도소득세나 거래세 같은 조세보다 보유세가 훨씬 효과적이라는 점에서 보유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기본소득당은 토지보유세를 걷어 전 국민에게 토지배당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용혜인 의원은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합한 한국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2015년 기준 0.16%, OECD 평균 0.33%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데도 보유세를 올리려 할 때마다 엄청난 조세저항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보유세 인상에 따른 조세저항을 극복하려면 국민의 절대다수를 보유세 인상의 수혜자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토지배당보다 부동산 과세 강화와 임대주택 확대 등 실거주자를 위한 안전망 제공이 더 효과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정세은 교수는 토지배당으로 고루 나눠주면 액수가 작아 양극화를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라면서 부동산 과세 강화와 개발이익 환수로 기대 수익을 낮춰 투기를 막고, 거둔 돈은 일반 재원에 통합해 주거복지에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주병기 교수는 법인 소유 부동산에 대한 세율을 높이는 등 보유세를 정상화하면서 동시에 공시가격 반영률을 높여 조세 형평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도 같은 의견이다. 그는 특히 금융자산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학개미들의 반발에 주식 양도소득세를 내는 대주주 범위를 종목당 주식보유액 10억원 이상에서 3억원 이상으로 확대하는 정책을 재검토하려는 여당의 흐름도 비판했다. 강 교수는 정부가 2023년부터 대주주 여부와 상관없이 5000만원이 넘는 모든 주식 양도차익에 전면 과세를 계획하고 있는데 과도기적으로 주식양도차익 과세 대상자를 확대하는 것은 정책의 일관성 측면에서 필요하다면서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로 다소 조정이 필요하다면 10억원이나 3억원의 중간지점에서 조정을 고려해볼 수 있지만 원천무효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강 교수는 그간 세제 개편의 큰 흐름은 보유세를 강화하고 거래세는 낮추는 것, 그리고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대원칙을 따르는 것이었다면서 피케티지수 상승으로 불평등이 심화된다면 그리고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장기 성장 잠재율 둔화가 걱정된다면 정부가 적극적 재정정책으로 대응해야 하고 이를 위한 재정지출 확대를 부담력 있는 계층에서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선심성 사업 예타 `프리패스`조사면제, 5년사이 166배로

그린스마트스쿨·경부선 지하화

적성성 검토없이 예산 편성

혈세낭비 견제장치 무용지물

최근 `한국판 뉴딜` 과제로 이름을 올린 교육부의 `그린 스마트 스쿨 조성사업`은 학교를 미래형 스마트 그린스쿨로 개축·리모델링하는 것이다. 내년도 신규 예산으로 868억원이 편성됐는데 교육부와 기획재정부는 이 사업이 국가 정책 추진사업에 해당한다고 보고 예비타당성 조사(예타)를 면제했다. 정부는 예타가 면제되더라도 사업의 중장기 재정 소요와 재원조달 방안, 비용과 편익 등을 고려한 효율적 대안 제시 등 사업계획 적정성을 검토해 이를 예산 편성에 반영해야 하지만 이 작업을 건너뛴 채 내년 예산안을 편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타 평가를 거치지 않는 국가 재정사업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 201514000억원에 불과했던 예타 면제 규모는 현 정부 들어 2017176000억원으로 급증하더니 올해에는 9월까지 299000억원에 달하는 사업이 예타 없이 시행됐다. 사업성이 떨어지는 곳에 불필요한 혈세가 낭비되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된 제도가 정작 예외 규정 남발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가재정법은 긴급한 경제·사회적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 정책으로 필요한 사업은 국무회의를 거쳐 예타를 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외에도 공공청사 신·증축, 문화재 복원, 국가안보, 국가 정책사업 등 10개 사유에 해당하면 상시적으로 예타를 건너뛸 수 있다. 다만 예타를 실시하지 않더라도 사업 내역과 사유를 예산안·기금운용계획안 제출 시 첨부해야 한다. 정부가 올해 첨부서류로 제출한 내년도 예타 면제 사업은 교육부의 고교 무상교육 등 24개다.

 

문제는 `국가 정책 추진 사업`을 이유로 예타를 면제받은 사업이 20151개에서 202017개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이유로 올해 예타가 면제된 사업비 규모는 9월 기준 249000억원으로 2015(1500억원)보다 166배나 많다. 예타가 면제된 총 사업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510.8%에서 202083.4%로 상승했다.

 

이처럼 예타 면제가 급증한 배경에는 정치권의 무분별한 선심성 공세와 예산당국의 느슨한 관리감독이 있다. 최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지역 대형 건설사업에 대한 예타 면제 방침을 잇달아 밝히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민주당은 부산 경부선 지하화와 `문현 벤처컨벤션센터` 건립사업 예타 면제를 약속한 데 이어 `고속철도(KTX) 전라선` 예타 면제도 시사했다. 특히 한국판 뉴딜사업에 지역형 뉴딜사업이 더해지면서 추가적인 예타 면제 사업이 줄을 이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사업 효율성을 위해 예타를 면제하기보다 완화하는 방향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특정한 사업 자체를 면제하는 형태로 접근한다면 여러 사업이 예비타당성 검사 면제를 원하게 되기 때문에 결국 재정 부담과 함께 비효율적인 사업 추진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매일경제 양연호 기자

 

 

오바마는 박근혜에게 왜 불쌍한 대통령이라 했을까

한겨레 아카이브 프로젝트] 시간의 극장-21화 미국 대통령

 

며칠 뒤면 세계 최강대국 미국의 새 대통령이 결정된다. 미국 대통령이 바뀌거나 재선에 성공하면, 우리나라 외교부가 가장 먼저 공을 들이는 게 한-미 정상회담이다. 미국의 새 대통령과 대북 정책을 비롯한 현안에서 입장을 조율하는 건 한-미 관계에 중요할 뿐 아니라 국내 정치적으로도 의미가 크다. 특히 미국 대통령이 바뀌면 정상회담을 서둘러야 할 필요성은 훨씬 커진다. 첫번째 정상회담, 이 회담이 한-미 관계와 대북정책, 국내 정치 흐름을 완전히 뒤바꾼 사례는 적지 않다. 미국 대통령과 한국의 인연,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끼친 영향을 한겨레 아카이브에서 돌아봤다. /해설 박찬수

 

케네디 앞에서 긴장했던 박정희

죽기 전 카터 만났을 때도 곤혹

박근혜도 오바마 앞에선 마이크만

 

부시는 김대중에게 화를 냈다

노무현은 부시와 만나 직설적 논쟁

거의 자리 박차고 나올 분위기

 

첫손에 꼽을 수 있는 한-미 정상회담은 200137(현지시각)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렸던 김대중 대통령과 조지 부시 대통령의 정상회담이다. 이 회담을 계기로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던 천재일우의 기회는 날아가고 결국 북한은 몇년 뒤 핵실험 강행으로 나아가게 된다. 아쉽기 짝이 없는 장면이다.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관계 정상화 직전까지 갔던 북-미 관계는 조지 부시 행정부의 등장으로 완전히 뒤집어졌다. 200137(현지시각) 워싱턴에서 열린 김대중 대통령과 조지 부시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그 분기점이었다. 이때만 해도 두 사람은 웃었지만, 정상회담 뒤 김대중 대통령 표정은 굳어져버렸다. 청와대 사진기자단이 찍었다.

 

사상 초유의 플로리다 재검표로 얼룩진 2000117일의 미국 대선. 이 선거에서 앨 고어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더라면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면서 북-미 관계 정상화는 급진전을 이뤘을 것이다. 연방대법원이 조지 부시 공화당 후보의 승리를 선언한 뒤에도 클린턴은 평양을 방문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나 부시 당선자 진영이 반대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어떻게든 북-미 대화의 기류를 이어가려 했다. 20012월 조지 부시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한-미 정상회담을 추진했고, 그렇게 급하게 이뤄진 게 37일의 워싱턴 회담이었다.

 

미국 정치권과 언론은 김대중 대통령을 아시아의 만델라로 대했다. 1980년대 초반 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 신군부가 김대중에게 사형을 선고했을 때, 그를 감형하는 조건으로 전두환의 워싱턴 방문을 받아들인 게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었다.

198123일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한국의 전두환 대통령을 워싱턴으로 초청했다. 유혈 쿠데타 주역의 워싱턴행에 반대가 많았지만, 전두환은 사형 선고를 받은 김대중 총재를 감형하는 조건으로 백악관 방문 티켓을 따냈다. 당시 공보처 제공 사진으로 추정된다

 

전두환 방미 열흘 전인 1981122일 윌리엄 글라이스틴 주한 미국대사가 알렉산더 헤이그 국무장관에게 보낸 2급 비밀 전문엔 전두환 대통령은 상당 부분 이번 방문이 김대중 사건에 대한 자신의 결정(사형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 때문에 가능했다는 점을 알게 될 것이라고 적었다. 그런 민주주의 정치인이 한국 대통령이 돼서 노벨평화상까지 받았으니, 김 대통령을 대하는 워싱턴의 분위기는 호의적이었다.

 

그러나 텍사스 주지사 출신의 조지 부시는 카우보이였다. 김 대통령 방미에 앞서 <뉴욕 타임스>가 김대중 인터뷰를 싣고 햇볕정책을 소개하자, 조지 부시의 백악관은 몹시 못마땅해했다. 부시의 카우보이 기질은 정상회담장에서 그대로 표출됐다. 당시 정상회담 상황을 잘 아는 전직 고위 관리는 이렇게 말했다.

 

회담을 시작하자마자 부시는 ‘(양쪽이 조율한) 공동선언문은 그대로 언론에 발표하고 우리는 좀 더 솔직하게 얘기를 하자고 말했다. 직설적인 그의 말에 우리 대표단은 얼어붙었다. 회담 도중 김 대통령 발언이 좀 길어지면 부시는 가차 없이 통역을 끊고 들어와 자기 말을 했다. 급한 성격을 그대로 보여주는 이례적인 행동이었다. 부시의 성격은 오찬을 겸한 확대정상회담에서도 나타났다.

200137(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열린 김대중 대통령과 조지 부시 대통령의 오찬을 겸한 확대정상회의는 분위기가 싸늘했다. 서빙하는 직원이 수프 국물을 부시 대통령 바지에 약간 떨어뜨리자 부시는 큰소리로 화를 내며 불평을 했다. 진천규 기자가 찍었다.

 

서빙하던 직원이 부시 그릇에 수프를 퍼주다가 실수로 국물을 약간 양복에 흘렸다. 그러자 부시가 큰소리로 직원을 나무라면서 손수건에 물을 적셔 양복을 닦았다. 그 뒤에도 여러 번 자기 양복이 더러워졌다고 불평하며 투덜댔다. 정상회담에선 참 보기 힘든 장면이었다. 좋게 보면 솔직하고, 나쁘게 보면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도 김 대통령은 노련했다. 얼굴은 흙빛이 됐지만 한번도 부시를 맞받아치지 않고 꾹 참았다. 그렇게 참았기에 20022월 부시 방한 때 김 대통령과 함께 도라산역을 방문해서 한국이 원하는 말(‘북한과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을 해줬다고 본다.”

 

이 점에선 문재인 대통령도 김 대통령과 비슷한 점이 있다. 거칠고 무례하기로 따지면 부시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은 게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이다. 정상회담이나 정상 통화에서 트럼프는 자기가 원하는 경제적 이익을 얻기 위해선 외교적 예의를 벗어던지고 상대국 정상을 강하게 몰아붙인다. 문 대통령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가 대표적이었다고 한다. 정상 통화에선 구체적인 액수까지 거론하진 않는 게 외교 관례인데, 트럼프는 얼마를 올려 달라는 식으로 마치 장사꾼 흥정하듯 했다고 한다. 트럼프와의 통화가 끝난 뒤 문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정상 간에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가라는 취지로 불만을 토로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트럼프 면전에선 꾹 참고 맞대응을 하지 않았다. 특히 대북 문제에서 트럼프의 적극적인 태도를 이끌어내기 위해서 몹시 애를 썼다. 트럼프도 문 대통령의 제안에 호의적 반응을 보였지만, 회담에 배석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나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트럼프의 이런 즉흥적 행동에 제동을 걸곤 했다고 한다.

2018924(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안에 서명한 뒤 펜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선물하고 있다. 무역협정이나 방위비 분담금 등 현안에서 트럼프는 오로지 경제적 실리만 챙기려는 모습을 보였다. 김정효 기자가 찍었다.

2019630일 오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군사분계선 북쪽 지역에서 인사한 뒤 남쪽으로 같이 걸어 내려오고 있다. 북한과 미국 정상이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에서 만난 건 의미가 크다. 그러나 이런 역사적인 만남에도 불구하고 북-미 관계와 북핵 문제 해결은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이 찍었다.

 

트럼프와 문재인 대통령은 전화 통화도 많이 했다. 정상 통화를 하기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에선 거의 대화록 수준의 수십쪽짜리 상세한 참고자료를 대통령에게 올린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트럼프에게 무슨 말을 건넬지 직접 A4 용지에 따로 적어서 정서적으로 접근하려 애썼다. 20192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실패로 북핵 문제는 다시 수렁에 빠졌지만, 20186월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건 이런 방식으로 문 대통령이 트럼프의 마음을 산 측면이 컸다. 싱가포르 1차 정상회담을 끝내고 본국 귀환을 위해 에어포스원에 오르자마자 트럼프는 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마치 만점을 받은 아이처럼 회담 성과를 자랑했고, 문 대통령은 세계 평화의 큰 토대를 놓았다고 극찬했다. 북핵 문제를 다루는 두 대통령의 스타일을 잘 보여주는 광경이었다.

 

196111월 군사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이 워싱턴을 방문해 존 에프 케네디 대통령을 만나는 사진은 유명하다. 다리를 꼬고 비스듬히 의자에 기댄 케네디와 선글라스를 쓴 무표정의 박정희 의장 모습은 대조적이다. 쿠데타를 일으킨 제3세계 군 장교가 백악관에서 미국 대통령을 만난다니 얼마나 긴장했을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1979년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 박정희 대통령을 저격하기 몇달 전, 지미 카터 대통령이 서울을 방문했을 때도 박 대통령은 몹시 긴장했다. 주한미군 철수와 한국 정부의 야당·재야인사 탄압을 놓고 한-미 간에 긴장이 높을 때였다. 정상회담에서 박 대통령은 주한미군 철수 계획을 철회해달라고 강하게 요구했고, 카터는 내 개인적인 바람은 당신이 긴급조치 9호를 철회하고 재소자(양심수)를 가능한 한 많이 석방하는 것이라고 직설적으로 비판했다.(2018년 한미클럽이 공개한 미 국무부 비밀해제 문서)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0151018(한국시각)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오찬 회담을 마치고 기자회견장인 이스트룸으로 향하고 있다. 2014년 공동 기자회견에서 답변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박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도 중국 전승절 참석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묻는 질문에 엉뚱한 답변을 내놓았다. 청와대에서 제공한 사진이다.

 

아버지의 이런 모습을 봤기 때문일까. 박근혜 대통령은 20144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청와대 공동기자회견에서 유난히 긴장해서 실수를 많이 했다. 오바마가 답변을 하라고 눈길을 주는데도 박 대통령은 마이크만 만지작거리면서 제대로 말을 하질 못했다. 오바마가 불쌍한 대통령이 질문이 뭔지 기억하지 못하나 보네요라는 조크를 던질 정도였는데, 이 부분은 백악관 영상에선 묵음으로 처리됐다.

 

미국 대통령은 한-미 관계와 대북 정책에만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게 아니다. 나비의 날갯짓처럼 물결을 일으켜 국내 정치·사회적으로도 커다란 흔적을 남긴다. 20084월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이명박 대통령의 캠프데이비드 방문이 대표적이다. 이 대통령이 워싱턴을 방문하는 동안 한-미 쇠고기 협상이 전격 타결된 게 광우병 파동을 불러일으키며 대규모 촛불시위를 불러온 것이다.

 

이 대통령의 미국 방문은 조지 부시 행정부의 환대 속에 이뤄졌다. 정상회담은 백악관이 아니라 미국 대통령 별장인 메릴랜드 캠프데이비드에서 열렸다. 한국 대통령으론 첫 캠프데이비드 방문이었다. 부시 대통령은 가장 친한 외국 정상을 개인 별장인 텍사스 크로퍼드 목장으로 초대했다. 영국 토니 블레어 총리나 중국 장쩌민 주석, 일본의 고이즈미 총리가 크로퍼드 초청을 받았다.

2008418일 방미한 이명박 대통령이 메릴랜드주 캠프데이비드에서 부시 대통령을 옆자리에 태우고 골프 카트를 운전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한국 대통령으론 처음으로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데이비드에서 숙박했다. 그러나 그 대가는 컸다. 방미 직후부터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에 반대하는 촛불시위가 광범위하게 일어났다. 김종수 기자가 찍었다.

 

그러나 2003년 이라크에 병력을 파병한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은 크로퍼드로 초대하질 않았다. 부시와 노무현, 두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수차례 설전을 벌인 게 영향을 끼쳤다. 전직 외교부 고위 관계자의 얘기. “대개 정상회담은 의전적이고 외교적인 성격이 강하다. 양쪽 모두 윈윈하는 모양새를 좋아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달랐다. 정상회담에서 현안을 담판 지으려 했다. 처음엔 주변에서 말려서 의전에 따라 했는데, ‘이러니 너무 답답하다. 솔직하게 토론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더라. 200511월 경주에서 열린 조지 부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은 그런 논쟁의 장이었다. 부시와 노 대통령은 대북 금융제재 등을 놓고 직설적인 말들을 주고받았다. 거의 자리를 박차고 나올 듯한 분위기였다. 이듬해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정상회담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20051117일 경북 경주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은 공동기자회견 모습과는 달리 두 대통령이 격한 논쟁을 벌인 회담이었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는 나중에 언론 인터뷰에서 경주 회담을 두 정상은 자기 생각을 고집했다최악이라고 평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이 찍었다.

2019523일 오후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10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의 손녀 서은양과 팔짱을 끼고 이동하고 있다. 정상회담 때는 두 사람이 격하게 다툰 적도 있는데, 추도식에 참석한 걸 보면 부시의 인간적 면모를 느낄 수 있다. 공동사진취재단이 찍었다.

 

2008418일 오후 6(한국시각), 이명박 대통령이 캠프데이비드에 도착하기 11시간 전에 한-미 간에 쇠고기 수입 재개 협상이 타결됐다. 한국이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금지방침을 철회하고 미국산 쇠고기를 다시 수입한다는 내용이다. 정부는 쇠고기 협상과 대통령 방미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지만, 나중에 공개된 미 국무부 문서엔 한국 정부가 이명박 대통령 방미 전에 쇠고기 수입 문제를 풀겠다는 뜻을 미국에 전달한 것으로 적혀 있다.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 국무부 외교전문을 보면, 인수위 시절인 2008117일 최시중·현인택 두 측근 인사가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와 만나 이 대통령 방미를 논의했다. 현인택씨가 “4월이 적기이며 캠프데이비드를 방문할 수 있다면 이상적이라고 제안했고 버시바우 대사는 한국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한 이후 4월에 방미한다면 더 좋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에 현씨는 이 대통령 방문에 앞서 한국 시장이 개방될 것이라고 말했다.

200885일 대학생들이 서울 청계광장에서 부시와 이명박 가면을 쓰고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가 찍었다.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발표로 전국에선 대규모 촛불시위가 벌어졌고, 임기 초반의 대통령 지지율은 한자릿수까지 떨어졌다.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 사과를 하고 쇠고기 재협상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데이비드에서 하룻밤 묵은 값으로는 너무 커다란 정치적 대가를 치른 셈이었다.

 

196610월 린든 존슨 미국 대통령의 서울 방문은 또 다른 측면에서 한국 사회의 중요한 변화와 연결되어 있다. 존슨 방한은 박정희 대통령이 베트남에 전투병력을 파병(196510)한 데 대한 답례 성격이 짙었다. 한국은 존슨의 7개국 순방 중 마지막 방문국이었다. 전세계적으로 베트남전 반대시위가 불이 붙던 때였다. 존슨은 순방국들에서 시민들의 큰 환영을 받지 못했다. 뉴질랜드에선 의사당 앞에서 반전 시위대와 마주치기도 했다. 한국은 달랐다. 김포공항에서 서울시청까지 카퍼레이드를 했는데, 180만명(언론 보도)의 시민들이 연도에 쏟아져나와 열렬히 존슨을 환영했다. 당시 서울 인구가 370만명이었으니 이 숫자는 다소 과장됐고 또 대다수는 동원 군중이었지만, 어쨌든 베트남전에 짓눌려 있던 존슨 대통령은 기뻐했을 것이다.

1966년 박정희 대통령과 린든 존슨 대통령 카퍼레이드 사진이다. 당시 공보처가 생산한 사진을 국가기록원에서 찾았다.

 

그런데 존슨의 카퍼레이드 도중 소공동 지역의 너저분한 중국인촌과 남산 기슭 판잣집이 텔레비전으로 방영되면서 나라 안팎의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박 대통령은 도시 미관을 위해 용산역 등 철도 부근 판잣집부터 철거하라고 지시했다. 무허가 건물 철거와 대대적인 도시계획의 출발이었다. 도심 철거민들은 경기도 광주의 허허벌판 대단지(지금의 성남)로 강제 이주해야 했다.(<경기동부>, 임미리, 2014) 서울 도심 재개발이 꼭 존슨 대통령의 방한 때문에 이뤄진 것은 아니지만, 1971년 한국 사회운동에 한 획을 그은 광주대단지 사건은 그렇게 미국 대통령과 실낱같은 연결점을 지니고 있다.

 

한국과 미국 대통령의 만남이 꼭 껄끄러운 건 아니다. 재미있는 장면도 적지 않다. 19937월 빌 클린턴이 방한했을 때는 김영삼 대통령과 청와대 녹지원에서 조깅을 같이 했다. 매일 아침 달리기를 했던 김 대통령이 클린턴 쪽에 먼저 제안을 했고 클린턴도 흔쾌히 수락해서 이뤄진 행사였다. 행사 이름은 민주주의를 위한 조깅’(Jogging for Democracy)이라 붙였다. 300m 우레탄 트랙을 10바퀴 뛰었는데, 나이가 많은 김 대통령은 클린턴에게 지지 않으려 처음부터 속도를 올렸다. 클린턴은 여유 있게 맞춰주었지만, 미국 쪽 통역은 따라가질 못해 중간에 통역을 포기하고 트랙 밖으로 나와버렸다. 클린턴은 조깅을 마친 뒤 김 대통령에게 나이도 많으신데 젊은 사람처럼 잘 뛰신다고 덕담을 건넸다. 흡족한 김 대통령은 그날 저녁 만찬에서도 조깅을 화제에 올렸다. 힐러리 클린턴에게 딱딱한 시멘트에서 뛰면 무릎이 상하니 우레탄을 깔아야 한다고 조언했고, 힐러리는 백악관에 돌아가서 조깅 트랙에 우레탄을 깔았다

1993710일 아침, 빌 클린턴 대통령은 청와대 녹지원에서 김영삼 대통령과 조깅을 함께 했다. 김영삼 대통령은 조깅 전에 참모들에게 내가 지지 않을 끼다라며 특유의 승부욕을 불태웠다. 김 대통령은 처음부터 조깅 속도를 높였는데 클린턴이 잘 맞춰주었다고 한다. 청와대 사진기자단이 찍었다.

 

113(현지시각) 미국의 새 대통령이 뽑히면 한-미 정상회담이 언제 열릴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를 것이다. 역대 정상회담을 보면, 빨리 여는 것보다 치밀하게 회담을 준비하는 게 더 중요하다. 이번 정상회담은 동북아 정세와 한국 사회에 어떤 파장을 던질까. 20년 전과 달리, 한반도에 따뜻한 바람을 몰고 오는 회담이 되었으면 한다

 

 

열흘에 1, 사귀던 남자에게 죽었다

[교제살인 ] 108, 그 죽음의 기록... 제대로 된 통계조차 없는 야만의 죽음

법적으로 결혼하지 않은 상태로 서로 사귀다가 상대를 죽인 사건. 우리는 '데이트'라는 서정적 단어를 지우고, 이 죽음을 '교제살인'이라 부르기로 했다. 이 기사는 교제살인 판결문 108건을 분석한, 첫 번째 기사다.[편집자말]

그 숫자를 경찰은 51건이라고 했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발생한 데이트폭력 살인 사건의 합계다. 데이트. 이성끼리 교제를 위해 만나는 일이다. 교제. 남자와 여자가 서로 사귀어 가까이 지낸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교제일까. 법적으로 결혼하지 않은 상태로 서로 사귀다가 상대를 죽인 사건을 들여다봤다. 법원 '판결서 인터넷 열람' 시스템에서 '교제&사망', '연인&살해', '데이트&폭력' 101가지 키워드를 조합해서 찾아봤다. 참혹한 죽음들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동거 중에, 내연 관계에서, 또는 이혼 후 새로운 교제를 하다가 일어난 사건이 너무 많았다.

 

그렇게 찾은 판결문 중에 남성이 여성을 죽인 사건은 108건이었다. 반면, 여성이 남성을 죽인 사건은 2건이었다. 가해자는 압도적으로 남성이 많았다. 교제 중 남자가 여자를 죽이는 상황은 나이를 초월해 벌어지고 있었다. 이런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에 '데이트'란 단어는 서정적이었다. 우리는 이 죽음을 '교제살인'이라 부르기로 했다.

 

<오마이뉴스>는 교제살인으로 죽임 당한 108명 여성의 사건에 집중했다.

교제살인 피해 여성, 최소한 열흘에 한 명...

2016, 교제살인 피해 여성은 모두 38명이었다. 2017년에는 32명이, 2018년에는 38명이 사귀던 남성에게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판결문을 통해 확인할 수 없는 교제살인 피해자 또한 적지 않았다. 분명히 언론을 통해 보도됐지만 찾을 수 없는 판결문이 상당히 많았다. 일부 판결문은 비공개 상태였다. 51(경찰 추산) 또는 108(오마이뉴스 합계), 그래서 보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이 숫자들이 가리키는 진실은 하나다.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여성이 남성과 사귀다가 죽임을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단언했다. 최소한 열흘에 한 명의 여성이 남성과 사귀다 죽음에 이른다는 결과에 대해 "빙산의 일각"이라고 했다. 그는 "UN에서 요구하는 '파트너 폭력'에 대한 공식 집계를 우리나라는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 정확한 통계를 알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피해자가 죽고 난 후라 말이 없다"는 말도 했다. 가해자의 일방적 주장만 판결문에 남아 있는 경우가 대다수란 뜻이다.

 

실제로 그랬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발생한 교제살인 판결문 108건을 분석한 결과 그 중 92(85.2%)은 목격자가 없었다. 범행 장소 또한 가해자나 피해자 거주지 또는 그 근처에서 일어난 경우가 많았다. 71명의 여성이 단 둘이 있는 상태에서 죽임을 당했다. 차량 안에서 일어난 경우(5)까지 포함하면 피해자 10명 중 7명은 가장 안전하다고 믿었던 장소에서 죽었다.

 

그 죽음들은 가장 믿었거나 의지했던 남성에 의해 저질러졌다는 점에서 더 비극적이었다. 범행 수법을 분석한 결과 피해자 108명 중 30명이 교살(絞殺, 목 졸라 죽임)당했다. 그 외 남성의 물리적인 폭행으로 죽음에 이르게 된 경우 또한 22명이나 됐다. 피해자 중 절반에 가까운 여성들이 오로지 남성의 물리력에 의해 목숨을 잃은 것이다.

 

가해 남성에게는 주변의 사물이 모두 흉기가 되기도 했다. 누군가는 골프채에, 괭이에, 소주병에 맞아 죽었다. 또 누군가는 자신을 향해 던진 우산에 찔려 죽었고, 세탁소에서 쓰는 불산을 뒤집어쓴 피해자도 있었다. 버스에 불을 질러 여성을 죽음에 이르게 한 사건도 있었다.

 

판결문은 모두 참혹했다

 

피해자의 나이를 분석한 결과, 교제살인은 분명 특정 연령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었다. 판결문 107건에 피해자 나이가 명시돼 있었는데, 교제 여성을 죽음에 이르게 한 폭력은 청년, 중년, 노년을 가리지 않았다. 40대 피해자가 33(30.1%)으로 가장 많았으며, 30·50대 피해자 또한 각각 26(24.3%)이었다. 20대 피해자는 16(15.0%)이었고, 60대 이상 피해자도 6명이나 있었다. 여성의 거의 전 일생에서 교제살인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 모든 죽음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피해자 108명 모두 지극히 사소한 이유로 죽임 당했다.

 

술을 그만 마시라고 했다고, 술에 취했다고 죽음을 당했다. 돈을 아껴 쓰라고 했다고, 또는 돈을 아껴 쓰지 않는다고 죽을 때까지 얻어맞았다. 다른 남성에게 양파를 줬다가 사망한 여성도 있었다. 의심 또는 집착을 사람까지 죽일 수 있는 격분의 이유로 내세우며 자신을 변호하는 가해 남성이 너무 많았다. 그리고, 판결문에 또한 숱하게 등장하는 문장이 있었다.

 

"피해자가 헤어지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헤어진 피해자를 찾아가 대화를 하자고 하였으나 응하지 아니하자..."

"피해자에게 다시 교제하자고 하였지만 끝내 이를 거절하였고..."

 

교제살인 판결문 108건 중 가해자에게 교제 중단을 요구했던 상황이 명시적으로 나타난 경우는 30(27.8%)에 달했다.

그들은 그만 만나자고 했고, 죽었다.

 

오마이뉴스 독립편집부(eum)

 

"이러니 아파트 청약 매일 떨어지지"..국민 절반이 청약통장 보유

한국감정원 등 조사.. 2681만명 달해

수도권 아파트를 중심으로 기록적인 청약 경쟁률이 잇따르고 있다. 매맷값이 급등하면서 청약으로 전략을 선회했던 실수요자들은 아파트 당첨이 하늘의 별 따기라며 토로하고 있다.

 

9일 한국감정원 청약홈과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5일까지 서울의 1순위(일반공급) 아파트 청약 평균 경쟁률은 71.01로 집계됐다. 지난해 경쟁률(31.61)2.2배인 셈이다.

 

정부는 지난 729일 집값 안정을 위해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카드를 다시 들고 나왔다. 이로 인해 분양가와 시세 차이가 큰 로또 분양이 대거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청약 수요 폭증의 가장 큰 원인으로 이를 꼽는다.

 

지난달 서울 강동구 상일동에서 분양한 고덕 아르테스 미소지움’(벽산빌라 가로주택정비)은 서울 역대 최고 경쟁률인 537.11을 찍었다. 지난 8월 은평구 ‘DMC SK뷰 아이파크 포레’(수색13구역 재개발)에서 나온 서울의 직전 최고 경쟁률(340.31)을 두 달 만에 갈아치운 것이다. 아울러 올해 들어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경기·인천)의 평균 청약 경쟁률은 31.41, 지난해 경쟁률(10.41) 대비 3배로 급증했다.

 

특히 이달 경기도 과천시 갈현동 과천지식정보타운에서 동시 분양한 3개 단지(과천푸르지오오르투스·과천푸르지오어울림라비엔오·과천르센토데시앙)와 경기도 하남시 감일푸르지오마크베르 분양에는 청약자 수십만 명이 몰렸다. 평균 청약 경쟁률도 각각 534.91, 415.71, 470.31, 404.71 등 수백 대 1을 기록했다.

 

국민의 과반이 청약통장을 갖고 있다. 9월 말 기준 청약통장(주택청약종합저축·청약저축·청약부금·청약예금 포함) 가입자 수는 26812857명으로, 전체 인구(5178만명)의 절반을 쉽게 넘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청약 경쟁률의 고공행진이 전셋값과 중저가 주택의 매맷값을 밀어 올릴 수 있다는 걱정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분양 기대감이 커지면 무주택자들의 청약 대기 수요 증가로 전셋값이 뛰고, 가점이 낮은 예비 청약자들이 청약을 포기하고 매매로 전환하면 매맷값마저 끌어올릴 수 있다는 뜻이다.

 

청약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85미만 중소형 주택에도 일부 추첨제를 도입하고, 과도한 특별공급 비중을 줄여 일반 1순위자에 청약 기회를 안배하는 방안 등이 제시된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인턴기자

코로나 일상 시대 '사이비 과학'의 활개, 진짜 원인은?

라돈 마스크 사태는 원안위의 직무유기이자 무능 표본

지난 2SBS가 단독기사라며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다양한 기능성 마스크 가운데 음이온 방출 기능이 있다고 선전한 제품에서 방사능 측정 결과 라돈의 한 종류인 토론만 1700베크렐이 넘게 나왔다고 보도했다.

 

실내 라돈 권고치가 148베크렐 이하이므로 이는 엄청나게 높은 수치이다. 이런 마스크를 좋다고 몇날 며칠 또는 몇 주 내지 수개월간 쓰고 다니면 방사성 발암물질이 우리 몸 깊숙이 들어와 폐암 등 인체에 치명적인 질환이 발생할 수 있는 정도이다.

 

2년 전 라돈침대 사건을 떠올리게 만든다. 당시 우리 사회가 얼마나 홍역을 앓았던가. 수만 개에 달하는 라돈침대 수거와 방사능 물질인 라돈 함유 부위 해체를 둘러싸고 정부는 엄청난 곤욕을 치렀다. 또 천안과 당진 등 라돈 침대를 쌓아두었던 지역에서는 시위와 농성이 잇따랐다.

 

우리 사회는 그런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나서 생활 주변 방사선 안전관리법을 개정해 모든 생활 제품에 라돈과 토론 등 방사성 물질이 함유된 재료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제했다. 하지만 이를 관리해야 할 책임이 있는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그동안 아무런 일도 하지 않고 손을 놓고 있었다. 원전 안전에만 신경을 썼지 생활 방사선 안전 문제는 강 건너 불로만 여긴 것이다.

 

방사능 마스크. 일회성 돌출 사건으로 넘기면 안 돼

항균·음이온 방사능 마스크 사태는 그냥 허투루 여기고 넘길 일회성 문제가 결코 아니다. 왜 우리 사회는 세균 때려잡기에 골몰하는가? 또 감염병 유행 등을 틈타 사이비과학 제품이 고개를 들고 활개를 쳐도 정부 당국은 모르쇠로 일관하는가? 기자가 그 실태를 파헤칠 정도인데 많은 인력과 예산을 지닌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왜 매번 뒷북을 치고 있는가?

 

라돈 침대 당시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장기간 방사능 침대를 사용해 상당량의 방사성 발암물질을 들이마셔 건강 위해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이 판단한 사용자에 대해서는 실태조사나 역학조사를 했어야 하는데 눈감고 말았다. 이 때문에 올 들어 경기도는 자체적으로 라돈 침대 방사능 피폭자를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 건강 조사를 하고 있다.

 

중앙정부가 하지 않으니 지방정부가 나서 하고 있는 것이다. 뭔가 잘못됐다. 라돈 침대 사건을 예방하지 못한 것은 물론 늑장 대응에다 사후 조처마저 너무나 부실했던 원안위는 이번 항균·음이온 마스크 사건으로 소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못하는 삼류 정부기관으로 전락했다. 적어도 생활방사선 안전과 관련한 한 음주 운전 내지 무면허 운전을 하고 있는 원안위를 뿌리부터 바꾸어야 한다.

 

라돈 마스크 사태는 원안위의 직무유기이자 무능 표본

방사능 마스크를 인터넷에서 아무 제제 없이 팔고 있는 사태가 불거지자 주무부처인 원안위는 지난해 법 개정 이후 생활 주변 방사선 안전관리법 위반을 단속해 처벌한 사례가 단 한 건도 없었다고 밝혔다. 인터넷에서 글자 몇 자만 두드리면 알 수 있는 것을 그동안 눈감았다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요 무능이다.

 

2년 전 라돈침대 사건이 떠들썩했을 때 원자력의학원 고위 관계자가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마련한 라돈 침대 현안 조사 간담회에서 라돈 침대 사용자에 대한 건강조사나 역학조사가 필요하다고 공식 석상에서 밝혔다. 하지만 그 뒤 어찌된 일인지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혹 원자력안전위원회 또는 그 윗선에서 반대해 무산된 것은 아닌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코로나19를 틈타 가짜 기능성 마스크를 비롯해 사이비 과학 또는 별 의미 없는 기능을 가지고 소비자를 속이는 업자와 제품에 대해 대대적인 조사와 단속, 그리고 소비자와의 소통을 해야 한다.

 

방사능 마스크 시판이라는 충격적인 뉴스를 보고 인터넷에서 항균 마스크란 열쇠말을 치니 구리 항균 마스크, 항균마스크 필터, 은나노 항균 마스크, 라돈 마스크, 음이온 마스크, 구리 섬유 마스크 등 다양한 제품이 등장했다.

 

우리 사회에서는 코로나19 유행 이후 살균 또는 항균 기능을 강조하는 각종 제품과 면역 증강 내지는 코로나19 예방에 도움을 준다고 선전하는 식품과 건강기능식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련 정부 당국에서 이를 단속하거나 허위과장 광고에 대해 조치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손이 미치지 않는 상품들이 버젓이 인터넷과 오프라인 매장에서 팔리고 있다.

 

코로나19 틈타 엉터리 효능 식품과 제품들이 넘쳐나 단속 시급

그동안 비타민제제와 녹차, 홍삼 제품 등이 문제가 됐다. 또 살균 터널과 구리이온 함유 필름 등이 비판받기도 하고 효과 여부를 가리는 조사 대상이 되었다. 코로나19와 같은 치명적 유행병이 돌면 이를 틈타 엉터리 효과를 마치 효과가 있는 것처럼 포장하거나 사이비과학을 교묘하게 숨기고 과학적 근거를 가진 상품처럼 선전하는 사례가 많다. 코로나 이전에도 이런 일들이 종종 벌어져 우리 사회에 심각한 악영향을 주었다.

 

라돈침대와 가습기살균제 사건뿐만 아니라 이온수, 자화수, 육각수, 알칼리수 등 각종 기능성을 내세운 먹는샘물 등도 여기에 속한다. 하지만 공포와 불안에 사로잡힌 대중은 세균을 죽이거나 몸에 좋다고 선전하는 제품이 나오면 혹시나 하고 이를 구입해 사용하려는 욕구가 발동한다. 하지만 이런 제품들은 아무런 효과가 없는 경우가 대다수이며 이런 제품에 의존하다 외려 예방은커녕 치료 시기도 놓칠 수 있다. 돈을 허비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제품과 상품들은 대개 특허와 미국 식품의약품청 허가 운운하며 소비자를 현혹하고 있으나 대부분은 안전성과 실제 인체 효능을 보장받지 않았다. 정부는 방사능 마스크 제조·유통 사건을 계기로 코로나 일상 시대를 맞아 엉터리 효능을 선전하거나 인체에 위해를 끼칠 수 있는 제품에 대해 범정부 차원에서 일제 조사와 단속을 벌이기를 바란다.

 

또 경기도가 라돈침대 사용자 가운데 잠재적 피해 가능 대상자들의 신고를 받아 조사하고 있듯이 원안위 등 정부 당국은 라돈 마스크 사용자에 대해서도 신고를 받아 일제 건강 피해 조사를 벌이고 명단을 관리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19 유행을 틈타 교묘한 상술을 부리고 있는 업자들은 보호할 가치가 전혀 없다. 이런 사이비과학 산업은 사회를 병들게 하는 요인이다. 기업 활성화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 좀 더 과감하고 적극적인 단속 행정이 절실하다.

안종주 사회안전소통센터장 | 기사입력 2020.11.09. 11:40:27

 

 

국민의힘, 문도 안 연 팩트체크 센터편향성 공세

방통위, 내년도 예산안 팩트체크 시스템 고도화에 10억원 편성...정권 홍보 사업

공신력 있는 팩트체크 기관 인증 받으면 공정성 시비 불식될 것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의 예산 지원을 받아 오는 12일 문을 여는 펙트체크 센터에 대해 국민의힘이 정치 편향성을 주장하며 예산 삭감에 시동을 걸었다.

 

방통위는 팩트체크 센터에 올해 처음 6억여원을 편성한 데 이어 내년도 예산안에선 104000만원을 투입한다. 오는 12일 서비스를 개시하는 '팩트체크 오픈 플랫폼'은 팩트체크 활성화 사업 중의 하나로, 운영은 한국기자연합회한국기자협회한국PD연합회가 맡고 있다.

 

내년도 예산안 심의에 앞서 ‘100대 문제사업을 선정한 국민의힘 소속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들은 팩트체크 센터 사업을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여론을 검열·탄압하기 위한 사업이라고 규정하고 예산 삭감을 벼르고 있다.

 

5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은 팩트체크 사업 예산 삭감을 주장했다. 국민의힘 간사인 박성중 의원은 팩트체크 강사진을 보니 민변 소속 변호사에 <뉴스타파> 기자 등 친여좌파 인물들이 포진되어 있다. 시청자미디어재단 신태섭 이사장도 방통위원장과 같은 민언련 출신이라고 주장하면서 공산주의도 이러지 않는다. 내년 예산을 전액 삭감해야 한다고 했다.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정부 예산이 투입돼 정부 주도로 사업이 진행되면 정부 말을 안 들을 수가 없다민간 주도의 (팩트체크 기구 필요성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정부에 좌지우지되는 사업의 예산 삭감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팩트체크 센터 사업은 아직 시작도 안 했다. 내용을 보고 평가해 달라고 답변했다. 과방위 수석전문위원은 방통위 예산안 검토 보고서에서 인터넷 신뢰도 조성 기반을 위해 올해 말 문을 여는 팩트체크 센터는 객관성 확보 노력이 필요하다며 방송통신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국내외 팩트체크 조사 연구 사례를 참고해볼만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객관성 확보 방안 마련을 요구하면서도 예산 증액 필요성을 제기했다.

홍정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민간자율 팩트체크 기구라도 자문단의 편향성이 생기지 않도록 중립적객관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지적한 뒤 팩트체크 대상을 1인 미디어와 SNS까지 포함하면 대량의 데이터를 취합해 처리할 수 있는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는데 10억원은 부족해 보인다고 했다.

 

팩트체크 센터 운영에 관여하지 않기 때문에 정부 개입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 한상혁 위원장은 팩트체크는 모니터링을 통해 허위정보를 찾아낸 뒤 이뤄지는데, 수작업으로는 많은 한계가 있다AI 기술 활용, 자동 모니터링 등 기술적인 보완 등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팩트체크 센터의 객관성 확보를 위해 국제 팩트체킹 네트워크(IFCN) 인증을 제안하는 의견도 나왔다.

 

정필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팩트체크 센터를 운영하는 3개 단체는 보수진보를 떠나 제도권 언론이 모두 다 들어갔다면서 “5가지 원칙으로 팩트체크 기관을 인증하는 IFCN의 인증을 받으면 공정성편향성 시비는 불식시킬 수 있다고 본다. 정부가 확실히 예산을 확보해 (팩트체크 센터가) 정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상혁 위원장은 팩트체크 기관 인증을 받은 기관이 국내에서는 JTBC 1곳밖에 없다. JTBC1년 정도 준비했다고 들었는데, 팩트체크 오픈 플랫폼도 가급적 빠른 시일내에 IFCN의 인증을 받도록 하겠다고 했다. /pd저널 박수선 기자

 

MB2조원짜리 선물, 이럴 줄 몰랐나

애물단지된 경북 3대 문화권사업... 그린뉴딜도 반면교사 삼아야

경북 3대 문화권사업 중 하나인 영양 음식디미방(영양군 홈페이지) 영양군

 

지난 106일 경상북도의회 본회의에서 권광택 도의원(안동, 국민의힘)은 경북 3대 문화권사업 문제점을 주제로 시정 질의를 했다. 이전에도 김대일 도의원 등 3대 문화권사업을 둘러싼 질의는 계속 있었다. 경북 3대 문화권사업은 무엇이고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일까?

 

3대 문화권사업은 지난 이명박(MB) 정부 집권 1년차인 2008년에 광역경제권 발전을 선도할 30대 프로젝트 중 하나로 선정됐다. 경북은 안동의 세계유교선비공원을 포함해 43개 지구 사업과 1개 진흥사업 등을 23개 시·군에 걸쳐 추진했거나 추진 중이다. 44개 사업의 총사업비는 19843억 원이었다. 기반조성사업은 대부분 종료됐으며 남은 사업도 2021년이면 모두 마무리될 예정이다.

 

광역경제권 30대 프로젝트란? (2012년 국토교통부 정책 Q&A)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광역단위 지역경제권을 창출하고 지방발전을 견인하기 위해 필요한 도로, 철도, 공항, 항만 등 기반시설. 당시 국토해양부는 "30대 선도프로젝트의 본격적인 추진에 따라 80만 개의 일자리가 새롭게 창출되고, 100조 원에 달하는 생산유발효과 등 막대한 경기 부양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경북도가 성공 사례로 든 구미 에코랜드의 2019년 기준 방문객은 306428, 수입은 25200만 원인 반면에 운영비 등은 86800만원이었다. 경주 화랑마을 방문객은 22916, 수입은 15400만 원, 운영비 등은 249600만 원이다.

 

흑자라고 밝힌 영양 음식디미방(전통음식 체험)의 경우 수입이 매우 낮은데, 아예 상주 인력 없이 신청이 들어올 때만 행사를 진행해 인건비가 들어가지 않아 적자를 면한 특수한 상황이었다.

 

권 의원은 이런 현황을 전하며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성공 사례로 예를 든 것들도 적자투성이인데, '나머지 사업들은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라는 문제의식이었다.

 

사업 운영에 얼마 드는지 '추정할 수 없다'는 경북도

MB 정부가 발표한 대로 과연 3대 문화권사업이 '일자리를 새롭게 창출하고 생산유발효과를 냈을까' 판단하기 위해, 통계청의 2019년 주요관광지점 입장객 통계와 제6차 경북권 관광객 개발계획에 수록된 3대 문화권사업 총괄표(경북도청, 2017)를 대비해 봤다.

 

결과는 아래 표처럼 대부분 연간 관람객이 5만 명 이하로 드러났다(주요관광지점이 사업대상지 모든 곳을 나타내지 않아서 일부만 비교했다).

 

사업비 및 방문객 비교표 통계청의 2019년 주요관광지점 입장객 통계와 제6차 경북권 관광객 개발계획(경북도청 20173월 제작)에 수록돼 있는 3대 문화권사업 총괄표를 대비했다.

사업비 및 방문객 비교표 통계청의 2019년 주요관광지점 입장객 통계와 제6차 경북권 관광객 개발계획(경북도청 20173월 제작)에 수록돼 있는 3대 문화권사업 총괄표를 대비했다.

백경록

 

경북도는 사업부진의 원인과 해법을 어떻게 내놓고 있을까. 20191121일 경북도의회 본회의에서 이철우 경북지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MB 정부 들어 우리가 '경북의 문화를 살리자' 해서 (진행)했는데, 유사한 사업들을 너무 많이 했습니다. 화랑 관련 사업도 세 군데나 했습니다. 경주에 있고, 영천에 있고, 청도에 있습니다. 그런 유교사업도 같은 게 많이 있고, 그래서 건물은 많이 지어 놓았는데 운영이 안 되고 굉장히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결국 유사한 사업들을 여기저기 지어 놓다 보니 적자가 예상된다는 건데, 과연 이 문제만 있는 것일까?

 

20191125일 경북도의회 문화환경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선희 도의원은 3대 문화권사업의 관리운영 예산이 얼마냐고 당시 문화체육국장에게 질의했다. 44개 사업 중 완료된 16개의 경우 흑자시설이 3개소, 5억 원 미만의 적자시설이 9개소, 5억 원 이상의 적자시설이 1개소가 있는데, 앞으로 나올 나머지 사업의 예산 규모는 지금 추정할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사업의 전반적인 관리운영 예산을 제대로 헤아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유사한 시설을 많이 지어놓은 것도 문제지만, 2조 원에 가까운 혈세를 쓰면서 관리운영에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등 기초적인 예측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 더 큰 문제로 보인다.

 

뒤늦은 용역 컨설팅만으로 적자 문제 해결될까

6차 경북권 관광객 개발계획(경북도청 20173월 제작)에 수록된 3대 문화권사업 총괄표 경상북도

 

경북도는 2021년까지 관광진흥사업에 총 241억 원을 다시 투입하고 20192월부터 8억 원짜리 용역으로 활성화 방안 컨설팅을 하고 있다. 20191121일 도의회 본회의에서 이철우 지사는 '흑자가 나는 것은 시군이 담당하고 나머지 적자시설은 경북도 문화관광공사가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2019년에 완공된 시설은 27개 정도이며 각 도시(기초단체)에서 시설에 지출한 금액은 158억 원(2019년 기준) 정도라고 한다. 그렇다면 경북 문화관광공사가 비용을 메꿔준다는 뜻일까? 경북도 문화정책과는, 만약 시·군에서 위탁을 하면 경북 문화관광공사가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적자 감소, 공동마케팅을 진행하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3대 문화권사업이 전부 완공될 시점인 2021년에는 더 많은 적자가 예상되지만, 용역 컨설팅 결과는 빨라야 20212월 정도에 나온다고 한다. 처음부터 중복사업과 운영비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적자에 빠진 수많은 시설들이 용역 컨설팅만으로 활성화될지는 시민들이 판단할 몫일 것 같다.

 

한편, 지난 3일 국토교통부는 '2020년 제2차 도시재생 뉴딜사업 47개소 선정, 2024년까지 1.7조 원 투자'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선정된 사업 내용 중에서 반복적으로 언급되는 항목들이 있다.

 

'복합커뮤니티 센터, 커뮤니티 거점, 어울림센터, 어울림복합센터, 주민참여공간 확충, JAR어울림센터, 커뮤니티센터, 골목길 환경개선, CCTV·생활가로 정비, 마을골목 정비, 안심 골목, 안전거리, 골목가로 환경개선, 안전한 생활가로...'

 

천편일률적인 센터 조성과 골목길 환경개선사업이 눈에 띈다.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3대 문화권사업처럼 '애물단지'가 되지 않으려면, 이 또한 주민들이 얼마나 많이 이용할지, 센터 운영비는 미리 예측하고 계획을 세웠는지 꼼꼼히 따져볼 문제다./백경록(globallife) / 오마이뉴스

이석기 진보주의자라면 북한도 비판할 수 있어야

10월 초 이석기 전 의원이 보내온 1차 답변서. A4 크기의 편지지 다섯장에 앞뒤로 빼곡이 정서를 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햇수로 7년 넘게 복역중인 이석기 전 국회의원의 얼굴은 생각보다 훨씬 좋아보였다. ‘건강해보인다는 말에 이 전 의원은 이곳에서 잡념 없이 있으니 그런 모양이다며 웃었다. 그는 잠잘 때 외엔 절대 눕지 않는다는 수칙을 세우고 지금까지 지켜왔는데, “그렇게 오래 앉아있다 보니 무릎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현직 국회의원이던 20138월 구속돼 대법원에서 총 98개월 형을 받았다. 처음엔 내란음모혐의였는데, 재판 과정에서 이 혐의는 무죄가 됐다. 대신 내란선동과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가 인정됐다. 98개월 중 지금까지 72개월을 복역했다. 간첩죄를 제외하고는, 이른바 사상범으로 이렇게 오래 복역한 경우는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도 찾기 힘들다.

여기엔 그에게 화인처럼 따라다니는 종북이란 딱지가 영향을 끼쳤다. ‘북한을 추종한다는 비판이 통합진보당 정당해산 결정을 합리화했고, 시민사회 안에서도 그에 대한 다양한 찬반 의견이 나오는 배경이 됐다. 이른바 엔엘(NL) 그룹이 대중의 지지를 잃은 건, 보수 정권의 정치적 탄압도 있지만 북한에 대한 태도가 더 결정적이라는 지적을 부인하긴 어렵다.

 

이석기 전 의원을 인터뷰한 건 이런 두가지 쟁점 때문이다. 7년이란 긴 시간 동안 그를 가두는 게 과연 타당한가 하는 점과, ‘종북논란에 대한 그의 생각은 무엇이고 어떻게 바뀌었을까를 알고 싶었다. 인터뷰는 두차례의 서면 질문·답변과 한차례 면회(1014)를 통해 이뤄졌다. 그는 북한에 대한 일체의 비판을 피했던 과거와는 달리, “모든 나라의 핵 개발.보유는 바람직하지 않고 북한도 예외는 아니다"라거나 진보주의자라면 북한도 비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누군가는 이 인터뷰를 읽으며 변한 게 없다고 말할 테지만, 누군가는 중요한 변화를 읽었다고 느낄 것이다.

이석기 전 의원

 

20138월 긴급체포됐으니 만 72개월을 복역한 셈입니다. 감옥 생활은 어떻습니까?

“58개월 동안 수원구치소에 있다가 지난해 이곳 대전교도소로 옮겨왔습니다. 콘크리트 담장 안에 갇혀 있는 것이야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대전이 여러모로 낫습니다. 우선 빗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게 그렇습니다. 6년 만에 빗소리를 들었더니 그 밤엔 마음이 설레 잠도 잘 오지 않더군요.”

 

현 정부 출범 직후부터 사면복권 요구가 있었지만 지금까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왜 그렇다고 보십니까?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니 문재인 대통령의 생각이 그러하다고 볼 수밖에 없지요. 저로서는 이와 관련해서 어떤 의견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하루 일과와 건강은 어떻게 유지합니까?

보통 5시에는 일어나 명상을 하고 글을 씁니다.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명상을 하고 글을 쓰면 뭔가 정리되는 느낌을 갖게 됩니다. 아침을 먹고 나면 햇살과 바람을 만날 수 있는 운동 시간이 있습니다. 걷거나 뛰기도 하고 푸시업을 요즘엔 330개까지 합니다. 오후에는 신문을 꼬박 읽고 접견을 온 이가 있으면 반갑게 만납니다. 나머지 시간엔 책을 읽고 생각을 하는 게 보통이지요. 감옥 안의 생활은 그야말로 자유롭지 않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자유, 나의 내면에 자리한 의지는 그 누구도 침해할 수 없지요.”

 

처음엔 내란음모 혐의로 기소됐지만, 대법에서 이 혐의는 무죄가 되고 내란선동과 국가보안법 일부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가 인정됐습니다.

당시 대법원은 검찰이 기소한 내란음모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예비적으로 걸어 놓은 내란선동에 대해선 유죄를 선고했지요. 서슬 푸른 박근혜 정권, 그리고 그와 내통했던 양승태 대법원 체제에서도 세 분의 대법관은 내란선동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정치는 말로 하는 것인데 현역 국회의원의 말을 문제 삼아 9년의 형을 선고한다는 건, 말을 상대로 주먹을 쓴 것입니다. 내란이라는 죄명이 놀랍기는 하지만 그 바탕에는 국가보안법적 사고가 그대로 적용된 것입니다. 국보법이 너무 낡았으니 국민을 놀래고 겁주기 위해 내란이라는 죄명을 끄집어낸 것이지요. ‘내란조작 사건은 전투적 진보진영을 제거하기 위해 박근혜 정권이 정치적 반대세력에 종북딱지를 붙이고 국정원과 검찰·헌재와 대법원을 동원해 폭력적으로 탄압한 것으로, 헌법을 무력화한 정치범죄이자 우리 역사에 오점을 남긴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12월 열린 이석기 의원 석방대회에서 낭독된 옥중 메시지를 보면, 예속과 분단을 당면 과제로 제시하며 자주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걸 최우선으로 내세우는 게 낡은 진보라는 비판을 요즘은 받기도 합니다. 어떻게 생각합니까.

비록 정치권 내에서 거의 의제로 부각되지 않고, 심지어 진보적인 정치인들조차 이 문제를 마치 남의 일 대하듯 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주라는 과제가 허상인 것은 분명히 아니지요. 자주는 민주화운동이 그랬던 것처럼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해도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가야 하는 우리 시대의 과제입니다. 지금처럼 미국의 하위 파트너가 되어 미·중 대결이라는 신냉전에서 종속변수가 될 수는 없는 것이지요. 저는 자주가 곧 반미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자주는 특정 국가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민족의 이익, 국가의 이익을 중심에 둔 사고입니다. 1980~90년대 자주가 반미를 의미했던 건 그만큼 우리가 미국에 강하게 종속되어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제 와서 자주를 반미로 이해하는 건 지나치게 협소한 사고방식입니다. 자주는 미국, 중국, 일본 등 모든 주변국으로부터 우리의 이익을 지키자는 것입니다.

 

우리가 스스로를 작은 나라로 폄하하고 어떤 강대국의 우산 아래에서만 살아갈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착시입니다. 이제는 평화와 협력이라는 가치를 내세워 우리가 중심이 된 지정학을 만들 수 있다고 믿습니다. 안보는 미국에 맡기고, 경제는 중국과 같이 가는 식의 편리한 태도는 더 이상 지속되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니까 자주는 낡은 시대를 넘어 새로운 시대로 가는 핵심 가치인 셈이지요. 문재인 정부가 낡은 시대를 마무리하는, 다른 말로 하면 적폐 청산을 자신의 과제로 하는 정부라면 이 문제에서 뚜렷한 전진을 이뤄야 합니다.”

이석기 당시 통합진보당 의원이 201265일 당선 뒤 의원으로서 국회 의원회관으로 첫 출근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문재인 정부도 한-미동맹에 대한 태도에선 여전히 자주적이지 못하다고 보나요?

문재인 정부를 예속 정부로 보지 않으며 박근혜 정부와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도 보지 않습니다. 엠비(MB)-박근혜 정부는 노무현 정부에서 합의된 전시작전권 반환 문제도 뒤로 미루었고, 대북 정책이나 외교 문제에서 미국을 사실상 추종했지요. 문 대통령의 선의를 믿습니다. 문제는 관료들이 기존 타성에 젖어있다는 거지요. 김대중 정부와 비교한다면 역시 아쉽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를테면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을 미국이 흔쾌하게 지지한 적은 과거에나 지금에나 없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먼저 남북 간의 합의를 일으키고 이에 대한 미국의 묵인을 이끌어 냈습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미국의 동의를 사전에 얻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미 워킹그룹이 그 테이블인 셈인데, 결과만 놓고 보면 어느 것도 이뤄내지 못했습니다.”

 

요즘은 진보정당이 위축되고 대신 더불어민주당이 진보로 불리는 것 같습니다. 민주당의 진보를 어떻게 평가합니까?

공자는 정치는 반드시 정명(正名) 해야 한다고 했는데 그런 점에서 지금의 민주당을 진보정당이라고 보는 것은 착시일 것입니다. 현재의 민주당은 미국식 리버럴(미국 민주당)에 가장 가깝고 그 안에 일부의 진보적 정치인과 일부의 보수적 정치인이 참여하고 있다고 봅니다. 양당 대결 구조를 갖는 우리 정치에서 국민이 민주당에 표를 몰아준 것은 극우적 혹은 수구적 성향을 띠는 정당을 몰아내는 것이 사회 발전에 기여한다고 보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민주당 정치인들이 촛불 민중에게 받은 것을 보답하기 위해 애쓸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진보정당 위축에는 분열이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이런 평가에 동의합니까? 만약 2012년 통합진보당 사태 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그때와는 다른 행동을 했을까요?

진보정당의 정치역량이 약해진 우선적인 이유를 보려면, 박근혜 정부 당시 집중되었던 통합진보당에 대한 공격과 해산을 짚어야 합니다. 진보정치가 지배세력의 탄압을 받게 되면 일시적으로라도 위축을 피할 수 없습니다. 물론 이런 탄압에 단합하여 맞서면 그 피해를 줄일 수 있고 비교적 빠른 시일 내에 회복을 도모할 수 있지요. 그 점에서 2008년과 2012년 일어난 진보정당의 분열은 무척 아쉬운 일이었습니다. 같은 목적을 가진 이들의 단결은 중요하고, 진보 진영이 하나의 정치적 힘으로 단결하는 것을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저 역시 언젠가는 진보진영이 하나의 정당으로 집결할 것임을 믿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지금 진보정당에게 중요한 것은 민중과 진보정당의 결합력을 높이는 것입니다. 이것이 정공법이지요. 현장에 강력히 뿌리를 내리고 다양한 대중운동 속에서 당의 기반이 튼튼해지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현장과 대중운동 속에 정당정치가 결합할 때 진정한 힘이 나오고, 이런 힘이 있어야 단결도 촉진될 수 있습니다.”

 

이 전 의원에겐 북한에 너무 호의적이다또는 종북이란 평가가 따라다닙니다. 이런 딱지를 어떻게 생각합니까? 완전히 잘못된 것인가요 아니면 자신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까? 북한정권에 대한 솔직한 평가는 어떻습니까?

북과의 관계는 민족문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축입니다. 이 문제는 분단체제의 근본 문제이기도 합니다. 북과 관련된 문제를 세 가지로 나누어 보아야 한다고 봅니다. 하나는 이른바 '종북' 프레임이고, 또 하나는 북 자체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문제이며, 마지막은 남북관계를 어떻게 만들어나갈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이 세 문제는 비슷해 보이지만 사실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먼저 종북 프레임은 과거의 독재정권이 정치적 반대자들을 척결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이데올로기에 불과합니다. 당장 저의 경우가 그러하지요. 저는 내란 사건의 검사들이 "북한과의 연계가 없으니 더 위험하다"는 주장을 펼치는 것을 들으면서 정말로 기가 막혔습니다. 마치 중세의 마녀사냥처럼 마녀는 존재하지 않지만 사냥은 벌어지는 것이지요. 우리 사회에는 마녀사냥의 기회를 노리는 이들과 마녀사냥의 광기를 두려워하면서 가급적 '마녀로 의심받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정치권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북 자체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문제도 간단한 문제는 아닙니다. 2010년대 초반에는 진보 진영 안에서 이 문제를 놓고 상당한 논쟁이 있었습니다. 이른바 3대 문제, 즉 북의 권력 세습, 핵 개발, 인권 문제에 대한 입장이 그것이었지요. 당시엔 세습을 반대하고, 핵 개발을 반대하고, 인권 문제에 대해 분명한 입장이 없으면 진보라고도 말할 수 없다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이 문제들은 그때 만큼의 관심사가 아니지요. 확실한 건 북의 체제나 지도부의 문제는 북측의 인민들이 결정할 문제라는 점입니다. 마치 남측의 체제를 우리가 결정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말이지요. 핵무기 없는 세상을 반대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으며, 남북 어디에서건 인권이 소중하지 않다고 할 이유가 어디 있겠습니까? 다만 우리로서는 북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면서 대화해야 할 상대로 보는 것이 전제로 될 수밖에 없습니다.”

 

핵무기 없는 세상을 반대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는 말은, 북한의 핵 개발과 보유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뜻인가요?

저는 청년시절 반전반핵이라는 구호를 외쳤습니다. 전쟁과 핵무기를 반대하는 건 여전한 저의 신념입니다. 이 시기엔 북도 비슷한 입장이었을 겁니다. 다만 우리와 달리 북은 미국의 핵 위협에서 벗어나는 방법이 독자적 핵개발이라 생각했고, 실제 경제봉쇄를 무릅쓰고 핵무기를 개발했지요. 지금 국가들 간에 벌어지고 있는 핵무기의 국제정치학이라는 논리를 따른 것이었겠지요. 그렇다고 해도 핵무기 없는 세상이라는 인류의 꿈을 포기해서는 안됩니다. 그 점에서 세계 모든 나라의 핵 개발과 보유는 바람직하지 않고, 북도 예외는 아닐 것입니다. 저는 남··미 사이의 화해와 평화, 번영의 길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지대화를 이루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종북이란 단어를 처음 쓴 건 보수가 아닌 진보 진영 내부입니다. 진보 내부에서도 북한 추종에 대한 우려와 비판이 컸다는 뜻 아닐까요?

종북이라는 단어만 놓고 이야기하자면 아마 친북이라는 말이 더이상 충격을 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만들어낸 자극적인 표현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진보 진영 내부에서 이 단어가 최초로 나왔다는 것이 그 진정성을 증명하는 건 아닙니다. 한국의 진보세력은 한국 민중의 삶에 근거해 창조적인 발상으로 미래를 개척해 나갑니다. 누군가의 경험을 그대로 따르거나, 누군가의 주장을 추종하는 것은 진보의 본질과 배치됩니다. 필요하다면 북에 대해서도 비판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진보주의자에게 비판에서 자유로운 성역은 없습니다.”

 

요즘 젊은층의 북한정권과 통일에 대한 인식은 과거와는 다른 거 같습니다. 북한정권을 전근대적이고 비합리적 정권으로 보는 시각이 강합니다. 남북 단일팀 구성도 열심히 준비한 선수의 공정한 기회 박탈이란 시각에서 젊은층은 바라봅니다. 이런 인식의 변화를 어떻게 보십니까

 

가장 현실적이고, 가장 중요한 문제는 남북관계를 어떻게 만들어나갈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그 방향성이 평화와 번영이라는 것이 이미 남북 간의 합의로 형성되어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실제 남북한 사람들의 체감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지요. 질문하신 것처럼 지금 청년 세대들이 민족 문제나 통일 문제에 관심이 낮아 보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기도 합니다. 이들은 분단이 공고화된 사회에 태어났고 남북관계가 전진하는 것을 실제 체험해 보지 못했으니까요. 하지만 이들이야말로 분단의 가장 심각한 피해자이기도 합니다. 청년들 중 절반은 여전히 군에 가야 하고 이로 인해 많은 기회를 잃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꼭 필요한 주택이나 일자리, 교육 등에 쓰여야 할 돈은 국방비라는 완전히 비생산적인 부문으로 넘어갑니다. 그렇지만 저는 그 우려에 대해서는 여전히 낙관적입니다. 사실 1970년대~80년대 세대들도 때려잡자 공산당이 현실이었지 그때라고 모두가 가자 북으로, 오라 남으로는 아니었습니다. 지금 청년들이 그때보다 북에 대해 더 비판적이라고 보긴 어려울 것입니다.

 

동계올림픽 아이스하키 단일팀만 놓고 보자면 청년들이 남북 단일팀 자체를 반대했다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기성세대가 이 문제를 푸는 방식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한 것이지요. 나아가 단일팀에서 함께 뛰었던 청년들은 어떠했습니까? 남에서 왔건, 북에서 왔건 이들이 쉽사리 하나의 팀으로 뭉칠 수 있었던 건 결국 이들이 청년이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입니다. 어느 시대건 청년들은 기성세대에 비해 정의롭고 미래지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다음 시대, 그러니까 통일시대의 주역이 될 것은 확실합니다. 청년들을 걱정하기보다 우리 세대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일지를 탐구하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이겠지요. 저는 통일 대박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지만, 남북이 본격적인 협력단계로 진입하게 되면 그 여파는 매우 클 것이고, 지금의 청년 세대들에게 뚜렷한 활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실의 변화는 인식의 변화를 낳고, 변화된 인식은 더 큰 상상력을 낳아 현실을 변화시킵니다. 저는 청년 세대를 믿습니다.

박찬수 선임논설위원/ 한겨레

 

스위스 국민투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헌법으로

기업책임 국민제안이 스위스 헌법에 못 박히게 되면 자국 기업들은 인권 보장과 환경보호를 위한 실사 의무를 지게 된다. 이 의무는 스위스 밖의 자회사, 협력사, 공급망에도 해당된다

AP Photo 2010415일 스위스 로잔 본사에서 네슬레가 총회를 여는 동안 오랑우탄으로 분장한 그린피스 회원들이 식품에 쓰인 팜유 생산으로 열대우림이 파괴되었다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스위스 인터넷 맘카페에 잊을 만하면 등장하는 주제가 있다. 스위스에 본사를 둔 다국적 식품 기업 네슬레다. 좋은 내용은 거의 없고 대개 네슬레의 악행을 고발하는 내용이다. 네슬레가 아프리카에 공짜 분유 샘플을 나눠줘 엄마들이 젖을 먹이지 않고 분유에 의존하게 됐다거나, 네슬레가 생산하는 초콜릿이 코트디부아르에 있는 카카오 농장의 아동노동으로 만들어졌다는 등이다. 국제앰네스티나 유니세프에서 나온 보고서가 공유되고 네슬레 초콜릿은 사지 않겠다는 댓글이 줄을 잇는다.

 

아이 키우는 부모라면 아이를 이용해 수익 올리는 기업을 좋게 볼 수 없다. 이미 1970년대부터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나 기업윤리(business ethics)’ 같은 개념이 등장했고 그 선두주자가 네슬레 불매운동이었다. 기업은 이에 대응해 사회적 책임 부서같은 것을 신설해 이미지 개선에 힘썼다. 하지만 소비자 운동이나 기업의 자발적 사회공헌활동에는 한계가 있다. 전 세계 주요 다국적기업이 모여 있는 스위스에선 최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아예 법으로 못 박으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1129일 국민투표에 부쳐지는 기업책임 국민제안(Konzern-Verantwortungs-Initiative)’이 그것이다.

 

스위스의 국민제안이란 국민 스스로 헌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제도다. 18개월 안에 10만명 이상의 동의 서명을 받아 제출하면 발의안이 국민투표에 부쳐지게 된다. ‘기업책임 국민제안의 정식 명칭은 책임지는 기업-인간과 환경보호를 위해이다. 이를 발의한 건 130개 이상의 NGO 등으로 구성된 기업 정의를 위한 스위스 연합으로, 201612만명 이상의 서명을 얻어 투표 요건을 충족시켰다. 이 안건이 국민투표에서 통과될 경우 스위스 기업들은 인권 보장과 환경보호를 위한 실사 의무(mandatory due diligence)를 지게 되고 이를 어기면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

 

이 발의안의 핵심은 스위스 밖에 있는 자회사나 협력사 그리고 공급망에서 일어나는 일까지 실사 의무에 포함된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스위스에 있는 네슬레가 코트디부아르의 카카오 농장에서 일어나는 아동노동에 대해 몰랐던 일이라며 빠져나갈 수 없고, 사전에 이를 막으려는 조치를 했다는 걸 증명하지 못하면 네슬레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이다. 발의안을 지지하는 쪽은 새 법안이 스위스를 세계적 변화의 선두에 서게 할 것이라고, 스위스의 국가 이미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대하는 측은 기업이 멀리 떨어진 공급망에서 일어나는 일까지 모두 책임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정치세력이나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이 법을 빌미로 스위스의 다국적기업들을 협박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법안이 통과되면 어느 기업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까. 네슬레가 아니다. 스위스에 위치한 기업 순위를 보면 매출액 상위 5(비톨, 글렌코어, 트라피구라, 머큐리아 에너지, 카길)이 모두 에너지·원자재 기업이다(컨설팅 업체 비스노드, 2020년 자료). 다국적 원자재 기업들이 변변한 자원 하나 없는 스위스에 자리 잡은 이유는 분명하다. 세금 혜택 때문이다. 스위스는 각 칸톤()마다 세율이 다른데, 특히 제네바는 매출의 80% 이상을 해외에서 내는 기업에 부과하는 법인세가 약 11%에 불과하다. 매출 대부분이 스위스 밖에서 나오는 원자재 기업에 매력적인 조건이다. 그런데 원자재가 생산되는 곳은 대개 아프리카 등 제3세계이고, 법안이 통과되면 이 거대 에너지 기업들은 생산국의 인권과 환경을 보호할 책임이 생긴다. 광물이나 석유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인권과 환경이 침해될 가능성은 카카오 생산 과정보다 높다.

World Vision Canada

2011824일 아프리카 콩고의 코발트 광산에서 광석 채취 노동을 하고 있는 어린이들.

원료만 사용해도 현장 개선해야 한다

 

글렌코어는 스위스의 아픈 손가락이다. 연매출 2000억 달러가 넘는 세계 1위 코발트 생산 기업이지만 이런저런 뒷소문이 무성해 나라 명성에 먹칠을 하고 있다. 우선 코발트라는 광물의 특수성을 알 필요가 있다. 화합물이 맑은 가을 하늘 같은 파란색을 띠는 코발트의 별명은 청색의 금이다. 도자기나 유리의 착색 용도로 쓰이다가 최근 몸값이 급등했다. 휴대전화나 전기차에 쓰이는 리튬이온배터리의 필수 원료다. 전기차 배터리 하나에 코발트 8이 필요하다. 그런데 지구상에서 이 광물이 있는 곳이 극히 한정적이다. 전 세계 생산량의 3분의 2가 콩고민주공화국(이하 콩고)에서 나온다. 러시아나 오스트레일리아에서도 생산되지만 콩고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전기차 산업이 지금 같은 기세로 성장하면 콩고 의존도는 더 커진다. 테슬라 등 일부 기업은 배터리 원료로 코발트의 대체물을 찾고 있지만 신기술이 나오려면 십수 년이 걸린다고 한다.

 

콩고에서는 현재 200만명 이상이 코발트 채굴에 종사한다. 그중 25만명 정도는 기계 장비 없이 맨손이나 기본적인 도구만으로 작업하는데 사고가 종종 일어난다. 지난해 6월에도 글렌코어가 감독하는 채굴 현장에서 갱도 두 곳이 무너져 36명이 사망했다. 질병도 흔해서 노동자 상당수는 폐질환과 피부질환을 달고 산다. 수작업 채굴자 25만명 중에는 미성년 아동도 수천 명 포함돼 있다. 이 아이들은 일당으로 1~2달러를 받고 주로 잔해 운반, 코발트 분류 및 세척 작업 등을 한다. 사고나 질병을 운 좋게 피한다 해도 이 어린 코발트 채굴자들은 일하느라 학교 교육을 받지 못한다. 물론 글렌코어나 다른 원자재 기업이 콩고에서 아동노동을 부추긴 것도, 학교에 못 가게 막은 것도 아니다. 하지만 기업 수익의 원천이 되는 지역에서 생기는 인권 문제를 나 몰라라 해도 되는 걸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어느 정도 합의가 된 것 같다. 국제앰네스티가 2017년 내놓은 보고서 재충전할 시간은 기업들이 코발트 공급망에서 일어나는 인권침해를 막는 조치를 하고 있는지 분석했다. 배터리를 이용하는 IT 기업들이 20161월 이후 코발트 수급 과정을 얼마나 개선했는지 평가했다. 1등급(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함)부터 5등급(조치를 취하지 않았음)까지 순위를 매겼는데, 1등급 기업은 없었다. 2등급에 애플과 삼성SDI, 3등급에는 델·테슬라·LG화학 등이 포함됐다. 마이크로소프트·화웨이 등은 5등급을 받았다. 글렌코어처럼 직접 현장에서 기업활동을 하는 게 아니라도 그곳에서 나오는 원료로 된 배터리를 쓴다면 현장을 개선할 의무가 있다는 얘기다. 당시 시마 조시 국제앰네스티 기업인권과장은 세계적 기업들이 여전히 자사의 공급망을 조사하지 않고 핑계 대기에 급급하다. 충전 배터리 시장은 나날이 성장하는데 콩고 노동자들은 끔찍한 환경에서 고통받고 있다. 미래 에너지 솔루션이 인권침해를 바탕으로 나와선 안 된다라고 말했다.

 

글렌코어는 환경오염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20189월 중앙아프리카 차드공화국에 있는 글렌코어 석유 생산시설의 수조가 무너지면서 화학 폐수가 강으로 흘러 나갔다. 목욕물이자 축산 용수로 쓰이던 강물이 오염된 직후 주민 50명 이상이 몸에 화상을 입었다. 피부에 물집이 생기고 시력에도 문제가 생겼다. 염소··돼지 등 가축도 줄줄이 죽었다. 이 사건은 영국 조사기관 덕분에 알려졌다. 스위스에선 자국 기업이 일으킨 환경재앙인데도 당시 한 일요신문만 보도했다.

 

발터 산체스 국제통합제조산별노련 사무총장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법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소비자가 사회적 책임 묻는 것은 시대 흐름

세계화는 상품의 공급에서 판매까지 촘촘한 사슬로 연결했지만 그 사슬에 다 같은 기준이 적용되는 건 아니다. 독일 자동차 기업 폭스바겐의 경우를 보자. 폭스바겐은 독일 내에서는 노동자 보호 수준이 높은 편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독일이 전국에 봉쇄 조치를 내렸을 때 폭스바겐 공장도 한동안 문을 닫았고 다시 열 때는 철저한 위생 규정을 마련했다. 하지만 독일 바깥에선 달랐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유텐헤이그에 있는 폭스바겐 생산 공장에서는 위생 규정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아 직원 120명이 집단으로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직원들이 안전이 보장되지 않으면 일을 하지 않겠다라고 하자 폭스바겐은 노조 간부들의 직무를 정지시켰다. 발터 산체스 국제통합제조산별노련 사무총장은 스위스 현지 언론과 인터뷰하면서 폭스바겐을 예로 들었다. “세계화로 이어진 시스템에 갈라진 부분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법적 개입이 필요하다. 스위스의 기업책임 국민제안이 통과되면 역할을 할 것이다.”

 

한국도 물론 세계화 사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리튬이온배터리 원료 수급은 한국 산업에도 중요한 문제다. 올해 2월 삼성SDI가 글렌코어와 5년간 최대 21000t 규모의 코발트 공급계약을 맺은 것이 알려졌다. 지난해 12월에는 SK이노베이션이 글렌코어와 코발트 장기 구매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2020년부터 2025년까지 6년 동안 코발트 3t을 구매하는 계약이다. SK이노베이션은 논란을 의식했는지 코발트 구매 과정에서의 윤리적 책임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기업의 책임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소비자가 원하는 건 무엇인지에 대해 치열한 논의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스위스의 기업책임 국민제안은 현재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난 5월 실시된 국민 설문조사에서 78%가 발의안에 찬성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사실 공급망 전체에서 실사 의무를 다했음을 스스로 증명하고 배상의 책임까지 진다는 건 아주 높은 수준의 규제다. 기업계에서 이 발의안을 우려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소비자가 제품을 구입할 때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했는지 고려하는 건 이제 되돌릴 수 없는 흐름이다. 한때는 초콜릿 기업들이 아프리카 카카오 농장에 아동노동이 없다고 완강히 부인하기도 했다. 이제 네슬레는 코트디부아르의 아동노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자체 계획을 세우고 정기적으로 보고서를 낸다. 그래도 소비자들은 여전히 네슬레 불매운동을 벌인다. 이 흐름에 대비하지 않는 기업이 잃는 건 사회적 평판만이 아닐 것이다. 시사인/ 취리히·김진경 (자유기고가)

 

12일 아침에 발행하는 전국 단위 주요 종합 일간지가 해당 소식을 다룬 지면과 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1윤석열 대권 후보 1위 여론조사에 추미애 사퇴하고 정치해야 할 듯’”

국민일보 1때릴수록 커진 ·여당이 만든 비정상적 결과

동아일보 4총장, 대선주자 지지율 첫1

서울신문 3이낙연·이재명 제친 정치인 윤석열곤혹스런 정치권

세계일보 1때릴수록 더 커지는 윤석열 대망론‘”

조선일보 6사퇴후 정치해라탈원전 정책에 개입공세

중앙일보 1윤석열 현상 왜

한겨레 3-윤 갈등이 띄운 윤석열 1야당은 설자리 줄어 떨떠름

한국일보 1“’점잖아져라 자숙하라일침놓은 총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