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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시사만평-주간 쟁점

10.26~10.30 이건희 卒과 삼성 양아치들

by 이성근 2020. 10. 25.

NYT "이건희, 유죄 두번 사면 두번재벌의 전형"

북한이 '슬픔'을 꺼내든 이유

은둔의 경제대통령이건희 일생은?

소설가 조정래의 일침, 김종인 조부의 통탄

삼성저격수부터 보수정당까지 이건희 회장 애도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이 있을 뿐이다

아침 신문 사설 속 고 이건희 회장 평가는

가수 소득 상위 1% 연평균 34···99%3050만원

조선일보, 민주화운동 혐오 부추기는 재탕 기사

정규직-비정규직 임금격차 통계작성 이래 최대 기록

]계층·소득이 높을수록 주식·부동산 투자, 부모가 권해요

]동학개미운동이 남긴 과제세대아닌 계층으로 나뉜 청년들

코로나19 : 가난한 자들이 아플 때 빌 게이츠는 더욱 부자가 된다

가짜뉴스 범람 탈진실의 시대거짓 권력 맞선 리영희 글 여전히 유효

광화문 집회에 두 개의 진실이 존재할 수 있나?

공론장 지배하는 알고리즘의 가속도

신종 코로나 팬데믹 맞은 전 세계 식당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는 법

인공지능이 교육 불평등을 해소할까

'빈곤'이란 어느 정도 수준을 말하는 것일까

언론이 만든 백신 공포’, 방역 흔드는 바이러스 되다

팩트체크] ‘민주화운동 관련자 전형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

미국 '극우집단' 큐어넌과 맞서 싸우는 BTS 팬클럽 아미, ?

MBN 다음은 TV조선?... 종편 '승자의 저주' 시작되나

조국이 이렇게 반격할 줄은 몰랐을 거다

노인 늘어난 동네, 셔터 더 내린 은행

 

 

NYT "이건희, 유죄 두번 사면 두번재벌의 전형"

이건희 별세에 외신도 관심"한국 경제의 병폐" 평가도

해외 주요 언론들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사망 소식을 주요 뉴스로 전하고 있다. 특히 이 회장이 과거 두 번이나 유죄 판결을 받고도 모두 사면된 것을 두고 한국 경제의 병폐를 보여주는 상징이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24(현지 시각) <뉴욕타임스>는 이 회장의 별세 소식을 전하며 "이 회장은 '화이트칼라 범죄'(배임, 횡령 등 기업 또는 조직의 높은 직위에 있는 자가 이를 이용해 저지르는 범죄 행위)로 두 번이나 유죄 판결을 받고 사면됐는데, 이는 한국의 경제에 있어 병폐를 나타내는 표시였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 회장은 삼성을 스마트폰, 텔레비전, 반도체 등으로 세계적인 기업으로 만들었다"며 이 회장의 업적을 평가하기도 했으나, 두 번의 범죄와 두 번의 사면이 "한국에서 전형적인 패턴으로 자리 잡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신문은 이 회장이 지난 1995년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2008년에는 조세 포탈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두 번 모두 사면됐다고 소개했다.

 

실제 이 회장은 당시 1995년 당시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250억 원의 비자금을 제공한 혐의를 받았지만 검찰은 국내외 경제에 미치는 파장을 고려해 그를 불구속기소 한 바 있다. 다음 해인 1996년 이 회장은 징역 2,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뒤 항소를 포기했다. 그러나 1년 뒤인 1997년 개천절에 사면 복권됐으며 19984월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2008년 이 회장은 양도소득세 456억 원에 대한 조세 포탈 혐의로 징역 3, 집행유예 5, 벌금 1100억 원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다음해인 2009년 이명박 대통령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재계와 체육계의 건의가 있었다며 그해 12월 이 회장을 단독 사면했고 이후 그는 2010년 경영에 복귀했다.

 

신문은 이 회장이 한국에 존재하고 있는 특이한 기업 지배구조인 '재벌'의 형성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그와 그의 가족들은 소유권 조정망(순환출자 구조)을 이용하여 삼성의 우산 아래 다른 회사들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다""이건희 회장은 집권 기간 내내, 전문 경영인들이 그룹에서 더 많은 책임을 갖게 되었지만, 여전히 전체적인 전략적 방향을 제시하는 사람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이 회장의 통치는 '재벌'로 알려진 한국의 '가족 사업'이 그들의 영향력을 보호하기 위해 때로 미심쩍은 방법들을 (사용하는 것을) 보여주었다""한국의 기업들은 한국 경제 활력의 주요 원천인데, 일부 한국인들은 이들이 그들의 국가(한국)를 볼모로 잡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이 회장의 사업 실적에 오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며 대표적인 사례로 자동차 사업을 꼽았다. 1995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만나 영화 사업에 대한 투자를 타진했으나 이 역시 실행되지는 못했다고 소개했다.

 

신문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만난 이 회장과 삼성의 임원들이 대부분의 시간 동안 마이크로칩 이야기만 했다는 스필버그의 이야기를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스필버그는 당시 만남에서 "'반도체에 그렇게 집착하는데 영화 사업에 대해 어떻게 알까'라고 혼자 생각했다"고 회상하며 "완전히 시간낭비로 판명됐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호 기자 프레시안

 

북한이 '슬픔'을 꺼내든 이유

[창비 주간 논평] 화려한 열병식 뒤 처절한 절규가?

지난 10일 열린 '조선로동당창건 75돐 경축 열병식'은 초미의 관심사였다. 이른바 '꺾어지는 해'(끝자리가 5, 10인 해)의 기념일은 더욱 화려하게 치러진다는 점에서 북한의 현 상황을 잘 반영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김정은 위원장의 육성 연설에 담길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를 향한 메시지와,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와 서해 공무원 피격 사망사건 등 악화일로를 걸어온 남북관계에 관한 입장도 관심의 대상이었다.

 

대체로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평이다. 신형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이 등장하기는 했지만 김정은 위원장의 대미 메시지는 절제되어 있었고, 남한에는 코로나를 이겨내고 곧 만나자는 희망을 전했다. 미국 대선 상황을 감안하여 열병식의 규모나 연설 메시지를 세심하게 조정했다는 분석이다. 대북제재, 수해, 코로나19라는 삼중고의 상황에서 내부 결속에 집중했다는 평가도 많다.

 

메시지 자체는 상대적으로 '' 도발적이었다면, 이를 담는 형식은 파격적이었다. 과거와는 달리 당 창건일 0시에 시작된 것이 특히 흥미롭다. 한밤중에 열병식을 치른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노력과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북한은 창건일이 되는 순간 열병식을 시작함으로써 기념일이 지니는 시간적 의미를 극대화하여 연출했다. 이러한 경향은 2019년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와 새해 경축 음악 공연에서도 확인된다. 모두 0시에 행사를 진행함으로써 기념 의례의 상징성을 배가한 것이다.

 

한편 열병식이 조선중앙텔레비전을 통해 녹화 방송된 것은 당일 저녁 7시였다. 행사의 규모를 생각해보면 2019년 신년사처럼 녹화 영상을 아침에 방송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드론, 불꽃놀이, 불빛 등을 활용한 열병식의 장엄한 스펙터클이 인민들에게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되기 위해서는 저녁 시간 방영이 유리했으리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또한 열병식이 실제로는 당 창건기념일의 시작과 함께 개최되었다 해도, 방송을 통해 관객이 관람하는 그 순간 '현실'이 된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현대사회의 관객은 미디어로 재현되는 가상현실을 더 진짜 같은 현실로 인식한다는 뜻이다. 이는 보드리야르가 그의 에세이 <걸프전은 일어나지 않았다(The Gulf War did not take place)>에서 미디어로 보도된 걸프전이 실제전쟁을 대체하여 '현실'이 되었다는 주장을 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다시 말해 202010100시 평양 김일성광장에서의 열병식은 미디어를 통해 엄청난 스펙터클로 전환되어 북한 인민들에게 체현되는 것이다.

 

미디어로 재현된 열병식이 크고 화려할수록 관객은 그것의 스펙터클에 압도당하게 된다. 가능한 한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의 이미지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 체제의 힘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더욱 압도적 스케일이어야 한다. 북한이 그토록 군인과 무기를 크고 웅장하게 전시한 이유도 여기 있었을 것이다. 군인과 무기의 원래 목적이 전쟁에서 적을 무찌르는 것이더라도, 열병식에 도열했을 때는 그 규모와 크기만을 뽐낼 뿐이다. 군인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크게 목소리를 높이지만 진정으로 이들의 전투력이 위협적인지는 알 수 없다. 미사일도 마찬가지다. 세계 최대의 몸집을 자랑한다는 ICBM은 엄청난 스펙터클이지만 이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가늠하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열병식이라는 스펙터클로 전시된 군과 무기는 현실보다 더 사실적인 것으로 인식되어 남한과 국제사회에는 '위협''두려움', 북한의 인민들에게는 '자긍심''성취감'을 만들어내곤 한다.

 

이번 열병식의 또 한 가지 특징은 관객에게 슬픔의 감정을 전달하기 위한 여러 장치가 활용되었다는 점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연설 중 여러 번 울먹거렸으며, 그의 연설을 듣는 군인이나 평양 시민들 모두 눈물을 흘렸다. 기쁨보다는 회한과 슬픔이 뒤엉킨 눈물이 카메라를 통해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감정은 사회적으로 구성되며, 공적인 영역에서 정치적 역할을 수행한다. 실패, 역경, 상실의 경험에서 슬픔이 하는 일은 고통을 애도함으로써 공동체성을 회복하는 데 있다. 예컨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례식은 지도자의 죽음을 애도하며 슬픔을 공유하는 집단적 의례의 대표적 사례였으며, 이는 북한 인민들이 함께 존재함을 확인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슬픔을 공유할 때 사람들은 가장 강력한 방식으로 공동체성을 감각한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할 것은 눈물을 흘리고 있는 지도자와 인민들은 현실이 아닌 이미지로 존재한다는 점이다. 열병식에 참여한 모두가 진정 슬픔을 공유했는지, 그곳의 대부분이 눈물을 실제로 흘렸는지는 알 수 없다. 하긴 열병식의 실제 상황을 따질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북한 체제가 슬픔을 전달하기 위해서 열병식을 세심하게 연출했다는 사실이다. 이미지가 '현실'인 세계에서 지도자와 인민은 함께 눈물을 흘렸고, 이러한 스펙터클이 하는 일은 다른 인민들에게도 슬픔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당 창건일이라는 '경축' 행사에서 모두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재현해야만 한 이유는 슬픔이라는 감정을 활용하지 않고는 북한 인민을 결집하기 어렵기 때문이리라. 기쁨이 추동하는 힘으로는 부족하다는 판단 때문인 듯하다. 게다가 이제는 지도자도 함께 울어야 한다. 교차편집까지 총동원해서 지도자와 인민이 함께 눈물을 흘려야만 냉담한 관객들에게 슬픔을 전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체제 유지를 위해서는 더 강도 높은 슬픔이 필요하다는 자백이자, 북한이 벼랑 끝에 서 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단서일지도 모른다. 겉으로는 화려하기만 했던 이번 열병식이 발신한 진정한 메시지는 눈물을 흘리는 방법밖에 남지 않은 북한의 처절한 절규가 아닐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것이다.

김성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프레시안

 

은둔의 경제대통령이건희 일생은?

이건희 회장은 사실상 '경제 대통령'으로 불릴 만큼 우리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는데요.

선대 이병철 회장이 일궈놓은 삼성을 물려받아 각종 신화를 창조하기까지.이 회장의 일대기를 이효연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리포트]고 이건희 회장은 1942년 대구에서 이병철 선대회장의 세아들 중 막내로 태어났습니다. 부모와 떨어져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일본에서 보낸 이 회장은 스스로를 외톨이였다고 회상합니다. 후계 구도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있던 이 회장이 주목받기 시작한 건 70년대 초.

 

장남 맹희 씨와 차남 창희 씨가 삼성가 '왕자의 난'을 벌이는 사이 새 후계자로 떠올랐고, 1987년 이병철 회장이 타계하자 삼성그룹 총수 자리에 오릅니다.

[신현확/당시 삼성물산 회장/1987: "이 회장께서 오래 전부터 결정하시고 공식으로 발표를 해두신 이건희 부회장을 후계자로서 지명을 하시고..."]

 

이후 '변화''혁신'을 내건 93년 신경영 선언을 기점으로 우리 기업사에 굵직굵직한 이정표를 만들어왔습니다. 취임 당시 17개였던 계열사는 신세계 등 분리된 기업을 제외하고도 62개로 늘었습니다. 2천억 원 수준이던 삼성그룹의 순이익은 삼성전자만으로도 44조 원이 넘는 수준으로 급증했습니다.

 

당시 국내 재계 3위에 그쳤던 삼성은 전세계 5위의 브랜드로 성장해 한국 경제의 상징이 됐습니다. 이 회장은 파이낸셜타임즈가 선정한 존경받는 기업인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경제지 포츈의 표지도 장식했습니다. 세계적인 기업인의 반열에 올랐지만, 수줍은 성격 때문에 공개 석상을 꺼려 '은둔의 경영인'으로도 불렸습니다.

 

막내 딸의 사망과 장남 재용 씨의 이혼, 형 맹희 씨와의 유산 소송 등의 개인사는 '경제 대통령'도 피할 수 없었던 아픔이었습니다. KBS 뉴스 이효연입니다.

 

소설가 조정래의 일침, 김종인 조부의 통탄

조정래 작가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등단 5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을 듣고 있다. 2020.10.12 연합뉴스

 

지난 12일 기자간담회 때 소설가 조정래는 소위 '토착왜구'들을 비판하면서 "민족정기를 다시 세우고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 반민특위는 반드시 부활해야 합니다"라고 한 뒤 "일본의 죄악을 편들고 역사를 왜곡하는 민족반역자들에 맞서는 운동에 제가 적극적으로 나서려 합니다"라며 친일청산의 필요성을 촉구했다.

 

바로 옆에서 일본 우익이 자꾸 꿈틀대고, 안에서는 그들과 보조를 맞추는 친일파나 토착왜구들이 지난 75년간 과거사 정리를 저지하며 한국의 발전을 가로막았다. 조정래가 10월에 쏟아낸 이 한()75년간 축적된 우리 사회 전체의 한을 반영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그 한은 71년 전 이맘때 특히 많이 생성됐다. 조정래가 여섯 살 되던 해인 194910, 이 땅에서는 역사를 퇴행시키는 죄악이 벌어졌다. 조정래가 "반드시 부활해야 합니다"라고 역설한 바로 그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를 친일파와 이승만 정권이 해체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반민특위는 이때 갑자기 해체된 게 아니라 지속적인 공격을 받다가 해체됐다. '마침내'를 뜻하는 한자 수()를 써서 반민특위 해체를 보도하는 기사들이 나온 것은 그것 때문이다. 1949106일자 <동아일보> 기사 '반민법개정법 등 4일부 수() 공포'는 반민특위의 최후를 아래와 같이 보도했다. 아래 기사 속의 급()'~, ~'를 의미하고, '계속(繫屬)'은 사건이 법원의 재판 대상이 돼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과반 국회를 통과한 반민족행위처벌법 중 개정법률과 반민족행위특별조사기관조직법 급() 반민족행위특별재판부부속기관조직법 폐지에 관한 법률이 지난 4일부로 공포되었다. 이 법률은 모두 공포일로부터 실시하게 되었는데, 그 내용은 반민 재판은 단심제로 대법원에서 하게 되었으며, 범죄 수사와 소송절차 급() 형의 집행은 일반 형사소송법으로 하게 되었다.

 

그리고 수사 및 기소는 대검찰청 검찰관이 이것을 하게 되었고, 이 개정법 시행 당시 수사 혹은 심의 중의 사건도 모두 대검찰청 또는 대법원에 계속(繫屬)하게 되었다. 이로써 금후로는 수사·기소 등 수속이 완결되지 못한 것은 대검찰청에서 행할 것이며, 이미 기소되어 있는 사건은 대법원에서 심판을 하게 된 것이다.

 

반민족행위특별조사기관조직법은 국회에 설치된 반민특위의 세부 조직에 관한 법률이고, 반민족행위특별재판부부속기관조직법은 반민족행위특별재판부 및 반민족행위특별검찰부의 세부 조직에 관한 법률이다.

 

104일자로 반민특위·재판부·검찰부가 사라지지만, 반민족행위처벌법은 폐지되지 않고 개정만 됐다고 했다. 친일파와 이승만 정권이 반민족행위처벌법만큼은 남겨놓은 것을 놓고, 이들이 최소한의 양심은 갖고 있었구나 하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반민족행위처벌법은 본문 3개 장과 총 32개조(부칙 포함)로 돼 있었다. 1장은 '', 2장은 '특별조사위원회', 3장은 '특별재판부 구성과 절차'였다. 2장과 제3장은 친일파 처벌 방법을 구체적으로 정한 부분으로 이 법의 핵심이었다.

 

그런데 1949104일 개정 때 제2장과 제3장이 없어졌다. 법의 '액기스'가 사라진 것이다. 이로 인해 32개 조문 중에서 8개만 남게 됐다. 친일청산을 위한 특별기구들을 없애고 이 법을 일반 법원의 관할로 넘길 목적으로 이렇게 했던 것이다.

 

반민''위는 친일파들을 상대로 ''별히 파워를 보여준 기구가 아니었다. 친일파들한테 ''별히 당한 기구였다. 친일파 시위대가 반민특위 본부를 공격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해 66일에는 경찰이 반민특위 사무실을 포위하고 공격하는 일까지 있었다(6·6 사건). 이런 사건들은 '친일파 처벌을 시도하면 이렇게 된다'는 경고를 법원과 검찰에 던지는 것이었다.

 

이런 상태에서 반민족행위처벌법이 개정되어 반민특위가 해체되고 일반 법원·검찰로 사건이 넘어갔기 때문에, 일반 판검사들이 친일파 사건을 철저히 다루기는 힘들었다. 104일의 개정을 주도한 세력이 노린 것은 바로 이것이다. 실제로 반민족행위처벌법으로 인한 사형집행은 단 1건도 없었고, 감옥에 갇혔던 친일파들도 특위 해체 뒤 전부 다 감옥 문을 열고 햇빛을 보게 됐다.

 

그로부터 얼마 뒤였다.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8개월도 안 됐을 때인 1951214일이었다. 이날 법률 하나가 통과됐다. 조문도 없이 본문 1개 문장으로 구성된 법률이었다. "법률 제3호 반민족행위처벌법과 동()개정법률 제13, 34호 및 제54호는 폐지한다"라는 반민족행위처벌법 폐지법률이었다.

 

194910월에 반민족행위처벌법을 완전히 폐지하지 못한 친일파 세력은 1·4후퇴로 서울을 빼앗겨 국민들이 정신없을 때를 틈타 이렇게 반민족행위처벌법을 뿌리째 뽑아버렸다. 그 전쟁 와중에도 반민족행위처벌법이 마음에 걸려 있었던 모양이다.

 

김종인의 조부, 김병로

김병로 전 대법원장과 함께한 이승만 대통령 e영상역사관

 

반민특위가 법적으로 와해된 71년 전 이맘때를 가장 힘들게 보냈을 사람들이 있다. 그중 한 사람은 반민족행위특별재판부장이다. 대법원장으로서 특별재판부장을 겸했던 김병로(1887~1964)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그의 손자다.

 

김병로는 김옥균 갑신정변 3년 뒤인 1887년 지금의 전북 순창에서 태어났다. 그는 정의심이 강한 사람으로 성장했다. 18세 때인 1905년에 을사늑약(을사보호조약)이 강요되자 최익현의 의병부대에 가담해 활동하기도 했다.

 

1913년에 메이지대학을 졸업한 김병로는 경성법전 조교수 등을 거쳐 1919년부터 변호사로 활동했다. 광주학생운동, 6·10만세운동, 원산파업사건, 단천노조사건 등의 무료 변론을 맡았고, 40세 때인 1927년에는 신간회 중앙집행위원장이 되었다. 이런 경력이 있었기 때문에 그가 반민족특별재판부장을 겸하는 것은 매우 든든해 보이는 일이었다.

 

든든하게 보였을 뿐 아니라 실제로도 든든했다. 그는 이승만 정권에 맞서 반민특위의 방패막이 역할을 했다. 2016년에 <서울대학교 법학> 57권 제2호에 실린 한인섭 서울대 교수의 논문 '반민족행위자의 처벌과 김병로 - 반민특위 특별재판부장의 역할을 중심으로'는 이렇게 설명한다.

 

이승만 정권은 반민특위의 약화 및 와해를 위해 갖가지 수단을 구사하였다. 처음엔 권력분립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위헌론을 제기하고 특별담화를 발표하기도 하였다. 그에 대해 김병로는 위헌 시비는 헌법위원회에서 판정할 일이고, 법률에 따른 반민특위의 행동 역시 불법이 아니며, 문제가 있다면 입법 개정안을 제출해야 할 것이라고 깨끗이 정리하였다.

 

김병로의 대응에 대해 이승만 정권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이들은 심지어 무력을 동원하기까지 했다. 위 글의 이어지는 대목이다. 인용문 속의 '검찰총장'은 반민족행위특별검찰부장을 겸한 권승렬 검찰총장이다.

 

이렇게 법리 논쟁이 정리되자 이승만 정권은 아예 노골적인 실력행사에 들어갔다. 경찰 간부가 체포되자 반민특위 사무실을 습격하고, 검찰총장이 휴대한 권총까지 탈취할 정도에 이르렀다. 당시 이 사건은 6·6 사건 혹은 경찰 쿠데타로 불렸다. 이승만 대통령 본인이 이를 비호하는 데 이르자, 김병로는 기자회견을 자청하여 이와 같은 조치는 '직무를 초월한 과오로서 불법'이고 가차 없는 법적 심판을 받아야 함을 명언하였다.

가인 김병로. EBS

 

김병로는 법률가 마인드를 가진 인물이다. 이런 인물이 이승만 정권의 무력 공격에 맞서 이 정도라도 대응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이런 그가 1949104일의 반민특위 해체를 어떤 심정으로 지켜봤을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반민특위 해체에 관한 입법 조치가 922일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104일의 공식 해체가 임박해진 9월 하순에, 그는 대법원장으로서 소극적인 유감 표명밖에 할 수 없었다. 그해 926일자 <동아일보> 기사 '사전연락 없어 유감'에 따르면, 김병로는 923일 다음과 같은 유감 표명을 내놓았다.

 

"우리로선 국회에서 통과한 법을 충실히 실행할 의무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반민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킴에 하등의 사전 연락이 없었으므로 우리가 생각하고 있었던 특수한 사무처리규정을 삽입할 수 없었으며, 다만 사무처리를 대법원에서 하라고 규정지었으니 현재도 대법원의 인원과 기타 문제로 그를 원만히 처리함에 곤란한 점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병로는 친일청산을 열렬히 응원했다. 그랬기 때문에, 이승만 정권의 반민특위 해체에 대한 그의 분노는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는 상황의 불리함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사전 연락도 없이 이런 식으로 대법원에 사건을 떠넘기면 어쩌란 말이냐? 대법원 인력으로는 힘들지 않겠느냐?'는 식의 소극적인 유감 표명밖에 할 수 없었다. 가슴 속 분노를 억누르면서 극도로 절제해서 유감 표명을 했으리라고 생각할 수 있다.

 

대법원장 김병로도 소설가 조정래가 품은 것과 동일한 한을 품었을 것이다. 김병로가 품은 한은 1949년을 살았던 사람들의 대부분과 2020년을 사는 사람들의 상당부분이 품은 한과 동일할 것이다. 21세기판 반민특위가 부활해 친일청산을 마무리하기 전까지 이런 한은 우리의 가슴에 계속해서 남아 있을 것이다.

 

이렇게 전 민족적으로 한이 켜켜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도 일부 사람들은 일본을 노골적으로 편들며 친일청산을 대놓고 훼방하고 있다. 그들은 동족의 한을 '반일 종족주의'로 폄하하는 책까지 펴내고 있다. 그런 책을 쓰면서도 미안한 마음을 조금도 품지 않는다. <반일 종족주의> 2탄인 <반일 종족주의와의 투쟁> 서문에서 공동저자인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20197월에 출간된 <반일 종족주의>는 공저자의 한 사람인 저에게는 자유인의 선언과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한국의 종족주의가 강요한 자기 검열에 걸려 실로 오랫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속 시원하게 털어놓았기 때문입니다. 한 편, 두 편 글을 쓰면서 어떠한 터부도 두지 않으리라 굳게 결심했습니다. 그리고선 큰 해방감을 맛보았습니다. 대학에서 33년간 교수 생활을 하며 이 사회로부터 큰 혜택을 입었습니다. 그에 대한 최소한의 보답을 했다는 안도감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민족적 한이 맺힌 친일청산 노력을 비하하는 글을 쓰면서 '자유인의 선언을 했다', '속 시원하게 털어놓았다', '해방감을 맛보았다', '33년간 받은 혜택에 대한 최소한의 보답을 했다' 등등의 느낌을 받았다고 말하고 있다. 반민특위를 반드시 부활해 역사를 왜곡하는 세력들에 맞서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각오를 갖게 만드는 언사가 아닐 수 없다.

김종성/ 오마이뉴스

 

 

삼성저격수부터 보수정당까지 이건희 회장 애도

국민의힘·국민의당 지도부 대한민국 위상 세워” “고인 본받아야

이낙연 민주당 대표, 공과 언급박용진 이재용 법적심판 받아야

정의당, 짤막한 입장문 재벌개혁 자임하는 국민 속 삼성이 되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25일 별세 소식에 정치권도 일제히 애도를 표했다. 고인이 남긴 업적과 그늘 간극 만큼 정치권 평가도 엇갈렸다.

 

보수성향 정치인들은 고인의 성과를 높이 기렸다. 주호영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대한민국 경제의 거목, 이건희 회장님의 명복을 빈다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가족 빼고 모두 바꾸자는 파격 메시지로 삼성을 세계 1등 기업으로 이끈 혁신의 리더, 이건희 회장이 별세하셨다. 삼성과 함께 대한민국 위상까지 세계 속에 우뚝 세운 이건희 회장 기업사를 후대가 기억할 것이라 애도를 표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페이스북에 대한민국 경제의 큰 별 이건희 회장님의 영면을 기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 대표는 이건희 회장님은 불모지 대한민국에서 기업가정신으로 도전해 삼성전자라는 글로벌 리더기업을 우뚝 세워내셨다고인의 선지적 감각 그리고 도전과 혁신정신은 우리 모두가 본받아 4차 산업혁명과 새로운 미래먹거리 창출을 위한 귀감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 밝혔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고인의 공과를 함께 언급하며 삼성은 과거의 잘못된 고리를 끊고 새롭게 태어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대표는 먼저 신경영, 창조경영, 인재경영. 고인께서는 고비마다 혁신의 리더십으로 변화를 이끄셨다. 그 결과로 삼성은 가전, 반도체, 휴대폰 등의 세계적 기업으로 도약했다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 같은 고인의 여러 말씀은 활기 있고 창의적인 기업문화를 만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재벌 중심 경제 구조를 강화하고, 노조를 불인정하는 등 부정적 영향을 끼치셨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불투명한 지배구조, 조세포탈, 정경유착 같은 그늘도 남기셨다고인의 빛과 그림자를 차분하게 생각하며, 삼가 명복을 빈다고 전했다.

 

삼성 저격수로 불리는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건희 회장 별세 계기로 삼성과 우리 경제의 새출발, 새질서가 시작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많은 공과 과가 존재한다. 분명한 것은 권위주의 시대에 초창기 경영자들이 보여주었던 기업문화와 한국경제의 질서가 이제 낡은 것이 되었다는 점이라며 대한민국은 세계경제의 리더국가로서 반칙과 특혜, 불법으로 얼룩진 낡은 권위주의적 방식의 기업문화와 결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당면한 문제들도 빼놓지 않았다. 박 의원은 이건희 회장 사망으로 이재용 부회장은 막대한 상속세를 내야한다. 세금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양보 될 수 없는 핵심적 질서라 강조했다. 덧붙여 이재용 부회장이 지금 겪고 있는 사법적 판단은 과거에 있었던 일들에 대한 것이다.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당당하게 법적 심판을 받아야 한다삼성생명법 등 우리 경제질서에서 특혜로 작동돼 온 문제들에도 전환적인 태도를 보여주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은 조의를 표하면서도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은 정경유착과 무노조 경영이라는 초법적 경영 등으로 대한민국 사회에 어두운 역사를 남겼다. 그리고 그 그림자가 이재용 부회장에게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정 대변인은 논평에서 이제 그 어두운 역사의 그림자를 지우고, 재벌개혁을 자임하는 국민 속의 삼성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노지민 기자 jmnoh@mediatoday.co.kr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이 있을 뿐이다

[이상민의 경제기사비평]

대주주 주식양도소득세 3억원

 

독수리 5형제라는 제목은 잘못됐다는 실없는 농담이 있다. 여자도 한명 있기에 독수리 5형제가 아니라 독수리 5남매가 맞는다는 것이다. 좀 더 파보자. 독수리 외에 부엉이도 있다. 그럼 조류 5남매여야 하지 않을까? 아니, 부모가 같지 않으니 남매도 아닐 수 있다. 그럼 어떻게 불러야 할까? 이런 농담이 유행했지만, 독수리 5형제는 여전히 독수리 5형제다. 이름이 중요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독수리 5형제는 하늘을 나는 슈퍼히어로를 상징하는 단어일 뿐이다.

 

요즘 많은 언론에서 자주 언급되는 논리가 있다. 3억원이 대주주냐는 것이다. 그런데 이 논리는 실없는 농담이 아니다. 진지하다. 서울 전셋값도 안 되는 3억원 투자자는 대주주가 아니니 세금을 낼 수 없다는 논리다. 그런데 세금은 대주주만 내는 것이 아니다. 고액 소득자인 대주주 노동엔 물론이지만, 저소득 신입사원의 노동에도 소득세를 낸다. 조세의 제1원칙은 소득있는 곳에 세금을이다. 대주주 여부와는 상관없다. 주식양도차익 과세를 다루는 소득세법상의 대주주는 주식양도차익 과세를 일반화하고 확대하는 과정에서 나온 단어일 뿐이다.

3억원은 대주주가 아니라는 논리를 강조한 동아일보 기사

 

아직 한국 주식양도차익은 비과세가 기본이다. 소득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의 제1원칙을 어기고 있다는 뜻이다. 노동해서 3000만원만 벌어도 소득세가 부과된다. 그러나 주식을 팔아서 3억원을 벌면 세금을 내지 않는다. 이는 상장주식 시장 활성화를 위한 배려였다. 그러나 호의가 지속되면 권리가 된다고어느덧 상장주식 양도차익으로 돈을 벌어도 세금을 내지 않는 것이 당연시됐다. 그래도 소득세법 규정에 따라 100억원 이상 대주주의 양도차익에만 과세가 돼왔다.

 

그러다가 꼭 대주주뿐만 아니라 소득있는 곳에 세금있다는 조세의 원칙에 따라 상장주식 양도차익에도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의견이 점점 커졌다. 물론 주식시장 활성화는 중요하다. 그러나 노동시장이나 비즈니스 활성화도 물론 필요하다. 그렇다고 소득세, 법인세를 면제해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대주주범위를 기존 100억원 이상에서 순차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2013년도에는 50억원, 2016년에는 25억원으로 내려갔다. 결국, 2017년도에는 주식양도차익 과세 강화 로드맵이 마련되었다. 18년도부터는 15억원, 20년도부터는 10억원, 21년도부터는 3억원 초과 주식에는 양도소득세가 부과되기로 했다. 정부는 물론 여야가 합의한 결과다. 그리고 올해는 드디어 대주주가 아닌 일반 개미투자자에게도 주식양도차익 소득에 과세하는(23년부터) 방안을 발표했다. , 3억원 초과 주주에 과세하는 것은 대주주여서 과세되는 것이 아니다. 소득이 있기에 세금을 내는 방향으로 가는 절차일 뿐이다.

대주주 지정을 피하고자 12월 말에 주식이 폭락할 것을 예측하는 조선일보 기사

 

몇몇 언론은 3억원 양도소득세를 피하고자 12월 증시는 폭락할 것이라고 한다. 재무적 투자자가 아닌 지배력을 유지해야 하는 대주주가 양도차익을 피하고자 연말에 주식을 파는 일은 상상하기 어렵다. 다만, 3억원 이상 보유한 재무적 투자자는 세금회피를 위해 연말 전에 주식을 팔 수는 있겠다. 그러나 3억 초과 보유자가 주식을 파는 것과 주식시장이 회복할 수 없는 하락장을 유지한다는 것과는 또 다른 얘기다. 시장은 3억원을 초과해 보유했다고 양도소득세를 낼 수밖에 없는 불행(?)을 동정해주지 않는다. 오히려 시장은 이 기회를 이용해 돈을 벌만큼 냉철하다. 기업가치의 변화 없이 단기적 이벤트로 주가가 하락하면 그 하락의 열매를 얻고자 하는 투자자가 생기기 마련이다. 실제로 연말 배당기준일만을 위해 주식을 보유하는 투자자가 있으면, 배당락일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자도 있기 마련이다. 과거에는 배당락 전날에 배당금액만큼 주가를 강제로 하락시켜 시초가를 조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장의 자율적인 거래를 통해 배당 전후의 가격이 조절되고 형성된다.

 

그래서 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오히려 예측불가능한 상황이다. 충분한 시간을 통해 예측이 가능한 이벤트는 시장이 충분히 적응할 수 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3억원 초과 투자자에 주식양도차익 과세 로드맵이 마련된 것은 2017년도다. 그동안 단계적으로 기준 금액이 하락하면서 시장은 적응해왔다. 그런데 3년이 지난 지금 갑자기 예측 가능성이 줄어드는 것이 시장에 가장 해로운 일 아닐까?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media@mediatoday.co.kr

 

아침 신문 사설 속 고 이건희 회장 평가는

[아침신문 솎아보기] 조선·중앙·동아, 공에 집중한 보도

한겨레·경향·서울신문·세계일보·한국일보 공과 과 모두 있어

 

박서연 기자 psynism@mediatoday.co.kr

 

가수 소득 상위 1% 연평균 34···99%3050만원

가수 소득 상위 1%는 연평균 34억원을 버는 반면 나머지 99%의 연평균 소득은 3000여만원에 그치는 등 상위 소득 집중 현상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의원(더불어민주당)26일 국세청에서 받은 ‘20142018년 업종별 연예인 수입금액 현황을 보면 2018년 소득을 신고한 가수 6372명의 연 소득은 총 4095억원, 1인당 평균 소득은 6428만원이었다. 이는 2014년 총 4855, 2864900만원 대비 인원은 31.3% 늘고 소득은 43.0% 증가했다.

 

이 중 소득 상위 1%63명은 21716000만원을 벌어 전체 가수 소득의 53%를 차지했다. 1인당 평균 344698만원이다. 나머지 99%1인당 소득 3050만원의 113배 수준이다. 2014년에는 상위 1% 가수의 소득이 전체의 48.1%인데 반해 2018년의 경우 이 비율이 53.0%로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2014년의 소득 격차는 92.7배였다.

 

 

탤런트와 MC를 비롯한 코미디언, 개그맨, 성우를 포함한 배우18072명의 2018년 수입은 총 65318000만원이며 1인당 수입은 3614만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배우 상위 1%에 속하는 180명의 총 수입은 30646000만원으로 전체수입의 46.9%를 차지했으며 1인당 수입은 17256만원이었다. 모델 업종 동사자의 2018년 수입신고 내역은 총 인원 8179명이 8662900만원을 신고해 1인당 수입은 1059만원으로 집계됐다. 모델 상위 1% 81명의 소득은 3986300만원으로 1인당 49214만원 수준이었다.

 

양 의원은 업종별로 연예인 소득 격차가 확대되는 추세라며 연예인의 투명한 수입 신고를 유도하는 것과 더불어 예술인 고용보험제도로 저소득 연예인들의 생계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아침 신문 사설 속 고 이건희 회장 평가는

[아침신문 솎아보기] 조선·중앙·동아, 공에 집중한 보도

한겨레·경향·서울신문·세계일보·한국일보 공과 과 모두 있어

박서연 기자 psynism@mediatoday.co.kr

 

가수 소득 상위 1% 연평균 34···99%3050만원

가수 소득 상위 1%는 연평균 34억원을 버는 반면 나머지 99%의 연평균 소득은 3000여만원에 그치는 등 상위 소득 집중 현상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의원(더불어민주당)26일 국세청에서 받은 ‘20142018년 업종별 연예인 수입금액 현황을 보면 2018년 소득을 신고한 가수 6372명의 연 소득은 총 4095억원, 1인당 평균 소득은 6428만원이었다. 이는 2014년 총 4855, 2864900만원 대비 인원은 31.3% 늘고 소득은 43.0% 증가했다.

 

이 중 소득 상위 1%63명은 21716000만원을 벌어 전체 가수 소득의 53%를 차지했다. 1인당 평균 344698만원이다. 나머지 99%1인당 소득 3050만원의 113배 수준이다. 2014년에는 상위 1% 가수의 소득이 전체의 48.1%인데 반해 2018년의 경우 이 비율이 53.0%로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2014년의 소득 격차는 92.7배였다.

 

탤런트와 MC를 비롯한 코미디언, 개그맨, 성우를 포함한 배우18072명의 2018년 수입은 총 65318000만원이며 1인당 수입은 3614만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배우 상위 1%에 속하는 180명의 총 수입은 30646000만원으로 전체수입의 46.9%를 차지했으며 1인당 수입은 17256만원이었다. 모델 업종 동사자의 2018년 수입신고 내역은 총 인원 8179명이 8662900만원을 신고해 1인당 수입은 1059만원으로 집계됐다. 모델 상위 1% 81명의 소득은 3986300만원으로 1인당 49214만원 수준이었다.

 

양 의원은 업종별로 연예인 소득 격차가 확대되는 추세라며 연예인의 투명한 수입 신고를 유도하는 것과 더불어 예술인 고용보험제도로 저소득 연예인들의 생계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조선일보, 민주화운동 혐오 부추기는 재탕 기사

이명박-박근혜 정부 민주화운동 관련 합격자 34명 배출기사는 왜 없을까?

27일자 조선일보 14“‘민주화운동 자녀’ 119명 수시 합격했다기사는 전형적인 재탕 기사였다. 이미 지난 107일 중앙일보가 단독을 붙인 연세대 민주화운동 전형 합격 18·치대도 갔다기사에서 좀 더 나아가 여러 대학 합격자 현황을 집계하고 야당 정치인의 멘트를 붙인 기사다. 두 기사는 마치 민주화 운동 관련자 자녀를 위한 특혜가 있는 것처럼 지적하고 있지만, 사실 특혜로 단정하기에 애매한 구석이 많다. 무엇보다 관련 기사들은 민주화운동에 대한 혐오를 불러일으키는 효과가 크다. 조선일보 기사 말미에서 인용한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화 운동이 벼슬이고 계급이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런 식이라면 원자력 인근 거주자 전형, 지진 피해자 전형, 코로나19 특별전형도 만들어야 하는 것이냐고 했다. 금준경 기자가 이런 식의 혐오를 부추기는 보도에 어떤 문제가 있고 어떻게 사실관계를 왜곡하는지 조목조목 짚었다./ :

정규직-비정규직 임금격차 통계작성 이래 최대 기록

올해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 격차가 2004년 통계작성 이래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평균 근속기간 차이도 더 벌어졌다.

통계청이 27일 발표한 ‘20208월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를 보면 비정규직 노동자의 평균 월급(올해 68)1711000원으로, 1년 전에 비해 18000(1.0%) 감소했다. 반면 정규직은 69000(2.2%) 증가한 평균 3234000원이었다. 이에 따른 임금 격차는 1523000원으로, 비정규직 월급은 정규직 월급의 52.9% 수준이다. 정동욱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일시 휴직자가 늘어난 영향이라고 밝혔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평균 근속기간 차이는 58개월로 나타났다. 정규직의 현 직장에서 근속기간이 평균 81개월로 전년동월대비 2개월 늘어난데 비해, 비정규직은 25개월로 제자리걸음하면서 차이가 커졌다. 주당 평균 취업시간은 비정규직은 작년보다 0.1시간 줄어든 30.7시간, 정규직은 1.9시간 늘어난 40.7시간으로 격차는 10시간이었다. 전체 임금근로자의 평균 취업시간은 주 37.1시간이었다.

 

올해 8월 기준 비정규직 노동자는 7426000명으로 전체 임금근로자(20446000)36.3%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과 비교해 55000(-0.7%) 감소하고 비중은 0.1%포인트 하락했다. 비정규직 근로자 규모를 성별로 보면 여자는 4091000(55.1%)으로 35000명 줄었고, 남자는 3335000(44.9%)으로 21000명이 감소했다. 연령별로는 60세 이상이 28.7%(2132000)로 가장 많았다. 정규직은 1302만명(63.7%)으로 전년보다 58000(-0.4%) 감소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비정규직 일자리 감소는 서비스업과 제조업 등에서 두드러졌다. 1년 전과 비교해 숙박·음식점업에서 71000명 줄었고, 제조업은 69000명 감소했다. 반면 보건업·사회복지서비스업과 공공행정·국방 및 사회보장행정에서는 비정규직이 각각 15만명과 4만명 늘었다.

 

비정규직 근로자 가운데 기간제 근로자는 3933000명으로 1년 전보다 133000, 시간제 근로자는 3252000명으로 97000명 늘었다. 정 과장은 기간제와 시간제 비정규직 근로자의 경우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일자리 급감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추경 등을 통해 재정일자리 사업을 적극 추진하면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에는 비정규직 수치가 크게 늘었지만 올해 조사에서는 이같은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지난해 이미 조사방식 변경 효과가 이미 반영된 데 따른 것이라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계층·소득이 높을수록 주식·부동산 투자, 부모가 권해요

누가 빚을 내 투자하나

대출 받은 경험 있는 투자자들 내 계층은 상 혹은 중상

주식 투자 중인 한 직장인이 지난달 28일 자신이 투자한 종목의 차트를 들고 거주 중인 동네의 아파트 앞에 서있다. 권도현 기자

경향신문과 여론조사기관 피앰아이(PMI)가 지난달 20~34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주식과 부동산 등 투자를 목적으로 대출을 받아본 적이 있다고 답한 사람은 13.2%였다. 응답률은 계층별 차이가 컸다. 자신이 속한 계층을 으로 인식하는 그룹에서 35.7%, ‘중상그룹에서 18.7%그렇다고 응답한 반면 그룹에서는 이 비율이 6.5%에 그쳤다.

 

·중상 그룹이 근로소득과 금융권 대출, 부모 지원을 두루 활용해 투자하는 반면 중하·하 그룹으로 갈수록 투자 자금에서 빚이나 부모 지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확연히 줄었다. ‘투자에 대출은 필수적이다문항에 동의하는 비율도 계층과 소득에 비례해 높아졌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금리가 아무리 낮아도 대출은 신용도가 높거나 괜찮은 직장을 가진 사람들이 받을 개연성이 크고, 이는 2030 세대에도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다만 주식은 주택과 달리 사용가치가 없고 가격이 매일 변동돼 심리적 비용도 큰 만큼,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건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적극적 투자자가 된 이유

투자는 계층 상승의 사다리소득 높을수록 그렇다

투자는 계층 상승의 사다리라는 데에는 43.7%그렇다고 응답했다. 전 계층에서 응답률이 비슷했는데, 소득이 높을수록 동의하는 비율이 높았다. 소득 200만원 미만 그룹의 40.7%가 동의한 반면 500만원 이상 그룹은 59.0%가 동의했다.

 

예적금·주식·부동산·원자재 등 12개 분야에서 4개 이상 참여해본 사람(294)적극적 투자자그룹으로 분류해 결과를 살펴보니, 자기 계층을 중상·중으로 인식한 비율(64.9%)이 크게 높았다. 중하·하 그룹에서는 주로 상대적 고소득자(월 소득 400만원 이상·60)들이 적극적 투자자 그룹에 속했다. ‘투자는 계층 상승의 사다리다문항에 대한 이들의 응답률(58.3%)은 전체 평균(43.7%)보다 14.6%포인트 높았다. 계층이 낮다고 인식하는 청년들 중에서는 주로 고소득자 그룹이 계층 상승을 목표로 투자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성공 여부를 가르는 건 이것

1순위는 투자에 대한 지식노력만큼 결과가 나오는 일

 

청년들에게 무엇이 투자 성공 여부를 가른다고 보는지 물으니, 1순위로 가장 많이 꼽은 것은 투자에 대한 지식’(30.0%)이었다. ‘투자에 대한 가치관과 원칙’(15.4%), ‘’(13.6%)이 다음으로 많이 꼽혔다. 투자 경험 없는 이들의 31.3%가 운을 1순위로 꼽은 반면, 적극적 투자자 그룹은 10.9%만 운이 중요하다고 봤다. 계층으로 보면 하 그룹에서만 운을 꼽은 비율(22.1%)이 평균을 웃돌았다.

 

그렇다면 청년들은 투자 성과가 노력에 비례한다고 생각할까. ‘주식 투자는 노력하는 만큼 결과가 나오는 일이다에는 전체의 33.3%가 동의했다. 소득이 높을수록 동의율이 뚜렷하게 높았다. 소득 200만원 미만 그룹의 27.0%가 동의한 반면 500만원 이상 그룹은 41.8%가 동의했다. ‘부동산 투자는 노력하는 만큼 결과가 나오는 일이라는 응답은 소득보다 계층에 비례하는 모습이었다. 중상 그룹 42.5%가 동의한 반면 하 그룹은 32.5%만 동의했다.

 

투자 시 손실의 가장 큰 책임은 나에게 있다에는 전체의 61.0%가 동의했다. 계층과 소득이 아닌 투자 경험에 따라 답이 크게 갈렸다. 투자 경험이 없는 그룹은 절반 이하(48.8%)만 동의한 반면 적극적 투자자 그룹은 71.8%가 동의했다.

 

청년 5명 중 1(20.7%)주식 장이 폭락하면 정부가 손을 써서 결국 내 손실이 회복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정부가 연기금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시장 안정을 도모했고, 올해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금융당국이 공매도를 금지하고 기간을 연장하는 등 조치를 취한 사례가 MZ세대의 인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주식 시장을 망하게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는 사고는 계층과 소득이 높은 집단에서 더 공고했다. ‘정부가 손을 써 내 손실이 회복될 것이라는 문항에 계층 상 그룹에서 42.9%가 동의한 반면 하 그룹에선 14.3%에 그쳤다. 월 소득 300만원 미만 그룹(610)13.0%만 동의한 반면 300만원 이상 그룹(390)에서는 30.8%가 동의했다.

 

투자 대물림의 징후들

저축·투자 교육 받았다하위 계층선 다수가

부모님은 금융·부동산 투자 관련 활동을 장려한다문항에 MZ세대의 31.2%가 동의했다. 계층이 낮을수록 동의율이 떨어졌다. 상 그룹은 50.0%가 동의한 반면 하 그룹은 14.3%에 그쳤다.

 

나는 성인이 되기 전에 저축·투자 등 돈 관련 교육을 충분하게 받았다고 생각한다문항도 주로 계층에 따라 답이 갈렸다. 중상 그룹의 절반(49.3%) 가까이가 동의한 반면 하 그룹은 13.0%만 동의했다. 투자에 대한 관념이 부모 세대로부터 이어지는 계층 수준에 따라 다르게 형성될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주식 투자로 돈을 버는 것은 떳떳한 일이다문항에 전체의 59.8%가 동의했다. ‘부동산 투자로 돈을 버는 것은 떳떳한 일이다에 동의한 비율은 48.0%로 주식 투자보다는 11.8%포인트 낮았다.

 

계층과 소득이 높을수록 부동산 투자에도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주식 투자는 부동산 투자를 위한 종잣돈 마련 수단이다’(전체의 36.7%가 동의)부동산 투자를 하는 게 주식으로 돈을 버는 것보다 효율적이다’(전체의 38.4%가 동의)에 동의한 비율은 계층과 소득에 비례해 뚜렷이 높아졌다.

 

청년 61.1%평생 집 한 채는 꼭 사야 한다고 답했다. ‘나는 서울에서 절대 집을 살 수 없을 것이다문항에는 절반이 넘는 52.1%가 동의했다. ‘주거 문제만 해결된다면 부동산에는 관심을 끄고 싶다에는 44.8%가 동의했다. 앞의 두 문항에 대한 응답률은 소득과 계층을 불문하고 고루 나왔다.

 

누가 미래를 낙관하는가

적극적 투자자 절반 이상 내 사회경제적 지위 나아질 것

앞으로 자신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지금보다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전체 청년의 43.4%그렇다고 응답했다. 계층이 높을수록 동의하는 비율이 높았다. 하 그룹에서 19.5%였던 동의율은 중상 그룹에서는 60.4%3배 높게 나타났다. 소득별로는 소득이 없는 그룹(26.4%)500만원 이상인 그룹(61.5%) 사이에 큰 차이가 있었으나, 나머지 그룹 사이에서는 유의미한 차이가 보이지 않았다. 청년들이 현재 소득보다는 계층에 비추어 미래를 그리고 있다는 추정이 가능한 대목이다.

 

사회경제적 지위가 나아질 것이라고 낙관한 비율은 투자 여부에 따라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극적 투자자 그룹에서 절반 이상(52.0%)이 낙관한 반면, 소극적 투자자 그룹(1~3개 분야 투자)에서는 이 비율이 42.2%로 떨어졌다. 저축 및 투자를 아예 하지 않는 그룹은 낙관한 비율이 21.3%에 그쳤다. 주택 소유 여부에 따른 동의율 차이도 컸다. 본인 이름의 집이 있는 그룹에서 낙관한 비율은 48.4%였다. 무주택자들은 41.9%만 낙관했다.

 

]동학개미운동이 남긴 과제세대아닌 계층으로 나뉜 청년들

이른바 동학개미운동으로 상징되는 올해 20·30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주식 투자 열풍은 과거의 투자 붐과 같은 결말을 맞게 될까.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직후 정보기술(IT)과 벤처 위주로 불었던 투자 열풍은 상승장에 대거 뛰어든 당시 20·30X세대에게 주식 트라우마를 남겼다. 열풍 이후 거품이 꺼지며 대규모 손실을 입은 X세대는 주식 투자에서 멀어졌고, 피해를 감당하기 어려웠던 이들일수록 빈곤층으로 전락했다.

 

상승세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는 현재의 주식 열풍이 20·30대에게 미칠 영향은 20년 전과 같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고성장·고금리였던 당시 경제 환경은 저성장·저금리로 상전벽해처럼 변했다. 그나마 높은 수익이 기대되는 주식 투자에서 손을 떼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며, 낮은 이자율에 빚을 내 투자했다가 손해를 본 청년층 내부의 불평등은 과거보다 더 커질 수 있다.

 

동학개미운동 이후 한국 사회가 직면할 사회·경제적 의제에 대해 전문가들 이야기를 들어봤다. 일상화된 주식 투자를 어떻게 건전한 모습으로 정착시킬지, 투자 손실에 따라 계층 분화가 두드러질 청년층의 미래를 무엇으로 담보할지의 과제가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 투자자들의 목소리가 집단화되고 이에 호응해 정부가 자산시장 띄우기에 치중하는 데 따른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도 거론된다

 

불로소득 투기아닌 경제활동 투자

장기보유 세제 혜택·정보 비대칭 해소

도박장아닌 공정한 시장을 만들어야

기업 리스크 줄이고 투자자 수익도 안정

 

한국 사회에 본격적으로 금융화가 진행되던 2000년대 초중반 성장한 20·30대는 투자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이 적은 세대로 평가된다. 경향신문이 만난 다수의 청년들은 주식 투자를 초저금리 시대를 극복하는 적금수준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투자가 자산을 늘리는 일상적 경제활동으로 자리 잡은 만큼, ‘불로소득의 부정적 관점으로만 인식되지 않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배경이다. 양승훈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소득을 불리는 쉬운 해법이 부동산 투자였으나 투기적 성격이 강해졌다단기적 이윤을 얻기 위한 투기가 되지 않도록 주식 투자를 건강하게 정착시키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고 말했다.

 

주식 투자를 장기 투자형태로 유도하는 것이 동학개미운동 이후 바람직한 투자 문화를 만드는 방향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장기 투자는 주식회사의 자금 조달과 의사결정 과정의 리스크(위험)를 줄여 미래의 성장을 돕고, 이를 통해 투자자는 안정적 수익을 얻을 수 있어 긍정적이다.

 

주식 투자가 투기로 여겨진 데에는 짧은 기간에 주식을 사고팔며 고수익을 얻으려는 단기 투자가 많았던 탓도 있다.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국내 투자자의 평균 주식 보유 기간은 코스피가 16.1개월로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27.8개월)와 홍콩 항셍지수(27.0개월) 등보다 짧았다. 동학개미운동이 한창이던 올해 8월 말 기준으로 코스피(4.9개월)와 코스닥(1.1개월)은 지난해 대비 11.2개월과 1.8개월 줄었다.

 

단기적 성향이 강한 한국의 주식 투자를 장기로 전환하려면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금융투자업계를 중심으로 나온다. 대표적으로 정부가 투자 시장을 바라보는 태도로 평가되는 세금 제도 정비다. 전문가들은 주식 투자 이익에서 손실을 뺀 순이익에 과세하는 손익통산제도와 함께 2023년부터 적용되는 손실 이월공제기간(5)을 늘리는 방안을 제안한다. 손실 이월공제는 장기적으로 주식 투자에 따르는 세금 부담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장기 보유 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를 연기(이연)하는 방안 등도 거론된다.

 

최근 국회에는 주식 보유 기간이 길수록 양도소득세율을 낮춰주는 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는 주식 장기 투자 세제 혜택을 자본 동결에 따른 거래 위축’ ‘장기 투자 여력이 큰 고소득층으로의 혜택 집중등 이유로 반대한다. “이미 주식은 양도소득세 등에서 세제 혜택이 많다. 현재의 세부담마저 장기 투자 유도 명목으로 줄이면 과세 형평성에 어긋난다”(이종우 이코노미스트)며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개인투자자들이 투자 정보로 활용하는 공시 자료의 신뢰도를 올려 시장의 공정성을 높여야 한다는 과제도 제시된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개미들의 장기 투자를 어렵게 만드는 주식시장의 정보 비대칭 구조를 개선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해관계가 걸린 기업이 금융사를 압박해 자료의 중립성·객관성을 해치는 행위, 기관투자가들이 미공개 사전 정보를 획득하는 행위 등은 주식시장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신뢰를 낮추는 요인이었다. 정부가 추진하는 뉴딜펀드에 비판적 의견이 담긴 증권사 리포트가 지난달 돌연 비공개 전환되자 금융투자업계를 중심으로 외압의혹이 나오기도 했다.

 

버블 이후의 손실, 양극화될 청년층

버블 꺼진 후 손실 복구 가능 여부 따라

빚투청년 등 빈곤층 전락 대비도 필요

 

20·30대 동학개미들의 주식 매매에 힘입어 주가가 올라가는 만큼 한편에서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청년들이 상승장에서 마이너스통장을 만들고 증권사에서 돈을 빌리는 등의 방식으로 빚내서 투자(빚투)’한 경우가 크게 늘었고, 이는 향후 맞이할 하락장에서 고스란히 손실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동학개미운동은 투자에 참여한 청년층 내부의 사회·경제적 계층 분화를 가속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빚과 손실의 부담을 견뎌낼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한지원 사회진보연대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은 이를 피해의 계층화로 표현했다. 그는 투자 수익 차이로 인한 계층화보다는 버블이 꺼진 후 피해를 복구할 수 있는지에 따른 계층화를 걱정해야 할 때라며 “2000년대 초반 투자 붐이 꺼지며 카드대란이 발생했고, 이때 피해를 복구하지 못한 다수가 신용불량 상태에 빠져 빈곤층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올해 초 코로나19로 주가가 폭락하자 20·30대 청년들은 위기는 기회라는 생각에 대거 주식시장으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향후 동학개미운동으로 불리는 주식 투자 열풍이 잦아들고 주가가 가파르게 하락한다면 얼마나 손실을 견딜 수 있는지에 따라 청년세대 내 양극화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코스닥지수는 정보기술(IT)과 벤처 투자 열풍에 힘입어 1999~2000년 거침없이 올랐으나 이후 닷컴버블이 터지며 급락했고, 수많은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로 이어졌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약세를 면치 못했던 코스닥지수는 올해 코로나19로 반등세를 보이다 최근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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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층 내 양극화 심화로 한국 사회가 청년층의 삶을 어떻게 보장할지를 전면 재검토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주식시장 참여와 실패로 부각된 계층화와 자산 불평등은 청년을 세대의 관점으로 동질화해 뭉뚱그린 기존 청년담론의 실패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홍기빈 전환사회연구소 공동대표는 청년들이 자산시장으로 몰려갔다는 것 자체가 지난 10년간 청년담론에 근거한 정책이 성공하지 못했다는 의미라며 인생을 자산시장에 걸었는데 이마저 답이 아니라는 결론을 낸 청년들에게 사회정책 차원의 답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한국 사회가 청년들에게 제시할 수 있는 답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다루는 거대한 문제인 만큼 앞으로 논의가 본격화돼야 한다고 말한다. 방향성을 두고는 삶의 불안정성과 불평등 축소”(이승철 서울대 인류학과 교수), “청년·중년·노년에 이르는 인생주기 전체에 대한 사회적 책임 강화”(홍기빈 대표) 등이 언급된다.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부상한 기본소득 지급, 사회보장 시스템 확충 등이 구체적 방안으로 거론될 수 있다.

 

대다수 청년들이 자산 증식 기반으로 활용하는 노동소득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도 있다. 연세대에서 금융자본주의를 연구하는 박준영씨는 돈을 벌어들이는 돈의 기반이 되는 노동소득이 늘지 않으면 청년 간 불평등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소득과 노동소득의 격차가 커진 상황에서, 청년들에게 노동소득을 강조하는 것에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지 의문”(김보형 미국 밴더빌트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행동하는 투자 계층, 버블 부양 경제로?

정부, 실물경제보다 자산시장 치중 땐

더 큰 거품과 또 다른 경제위기 올 수도

 

과거 개별적 차원에 그쳤던 주식 투자자들의 목소리는 점차 집단화될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의 연대를 돕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기술 활용에 익숙한 20·30대 투자자들은 사회적 목소리를 내는 데 적극적이다. 올해 정부의 주식시장 공매도 금지 및 금지조치 연장, 금융투자소득 과세 기본공제액 상향(20005000만원) 등은 동학개미들의 집단적 요구가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친 대표적 사례다. 문재인 대통령이 금융세제 개편과 관련해 개인투자자들의 의욕을 꺾는 방식이 아니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투자자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한국 사회에 결과적으로 중산층 이상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더 크게 반영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경향신문 설문조사 결과 주식·부동산 등 12개 분야 중 4개 이상에 투자해본 20~34적극적 투자자그룹의 64.9%는 자신의 계층을 중상·으로 인식했다. 이승철 교수는 청년 주식 투자자의 다수를 차지하는 중산층 내지는 중상층의 이해관계가 정치·사회적 영역에서 과대 대표될 수 있다결국 투자에서 배제된 이들의 목소리가 사회적으로 소외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경제정책의 초점을 실물경제보다 자산시장 부양에 맞출 수 있다며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저금리 시대에 주식시장으로 대거 유입된 투자자들의 자산 가격 유지가 중요한 정치적 과제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고, 실물경제 반등을 도모하기 어려운 저성장 국면에서 자산시장 부양이 손쉬운 경제 활성화 수단으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실물경제가 불황에 빠지자 각 나라에서는 유사한 대응이 감지된다. 올해 2분기 역대 최악의 성장률(-32.9%)을 기록한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초 추가 경기부양책 논의를 중단하며 현재 우리 경제는 잘되고 있고 주식시장은 기록적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자산시장 거품에 의존하는 경제는 더 큰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실물경제와 주식시장의 괴리가 커질수록 주식은 승승장구한다는 믿음이 강해지고, 이는 개인투자자들을 끌어들이는 요인으로 작용해 거품을 키울 수 있다. 역사적으로 거품 경제는 또 다른 경제위기로 이어졌다. 일본은 1980년대 말 실물경제 위기를 주식·부동산 호황으로 극복하려다 잃어버린 20으로 불리는 장기 불황에 빠졌다. 미국은 2000년대 초 주식시장의 ‘IT 버블이 급격히 꺼지고 부동산 버블을 키우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했다.

 

에필로그] 청년에게 일과 집을

 

9월부터 두 달간 투자하는 MZ세대의 마음을 들여다봤다. 유례없이 돈 공부에 적극적인 이들 세대의 생각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그리고 이었다. 지난 1~2월 경향신문은 신년기획 녹아내리는 노동, :일을 묻다에서 기술 발전과 자본주의 고도화로 점점 더 불안정해지는 노동의 미래를 주목한 바 있다. 창간기획 ‘2030 자낳세 보고서를 통해 투자하는 청년들 목소리를 들어보니, 청년 투자 열풍이 노동환경의 변화와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MZ세대는 그 어느 세대보다 일의 불안정성을 잘 알고 있었으며 투자하는 청년들 중 일에 나의 미래를 기댈 수 있다고 믿는 이가 거의 없었다. 스타트업에서 일하며 투자에 몰두하는 한 청년은 투자를 구명조끼에 비유했다. 직장에 매여 원하는 삶을 포기해봐야, 언제까지 직장을 다닐 수 있을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컸다.

 

청년들은 노동소득 아닌 금융소득으로 얻는 경제적 자유를 이야기했다. 돈을 벌어 지금 일하는 직장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얘기가 많았다. 하지만 이들이 일 자체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경향신문이 여론조사기관 피앰아이(PMI)’와 공동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임대·투자 등 소득으로 생계비가 해결되면 일은 안 하고 싶다는 청년은 12.5%에 불과했다. 요컨대 청년들은 현재의 일하는 방식이 충분한 소득은 담보하지 못하면서 삶을 구속만 한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청년들의 투자 목표는 내집 마련노후자금 마련으로 수렴했다. 미래를 낙관하는 정도 또한 주택이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보다 훨씬 높았다. 부모 세대는 집을 사서 주거와 자산 증식을 동시에 해결했지만, 월급으로 집을 살 수 없는 MZ세대 청년들은 주거도 노후도 막막할 수밖에 없다.

 

기성세대 중에는 미래를 짊어질 청년들이 불로소득을 노려 주식 투자에 몰두하는 것을 걱정하는 사람도 많다. 지금 청년들에게 투자하지 않아도 괜찮아라고 말하려면 적어도 주거는 불안하지 않게 해주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합당한 대우를 받으며 일할 바탕을 제시해야 하는 것 아닐까.<시리즈 끝> 박광연·최미랑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코로나19 : 가난한 자들이 아플 때 빌 게이츠는 더욱 부자가 된다

빌 게이츠 (자료사진:2019.10.10)AP/뉴시스

편집자주/코로나19 팬데믹이 적나라하게 드러낸 또 한 가지는 불평등의 문제다. 가난한 자들은 코로나19로 죽어가지만 다른 누군가는 재산을 불린다. 빌 게이츠는 백신 개발에 수억 달러를 투자했고 팬데믹 속에서 상당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위치에 있다. 포브스에 따르면 게이츠의 자산은 약 130조 원으로, 팬데믹 기간 동안 11조원 이상 늘었다. 하지만 게이츠와 재단의 재정 현황은 불투명해 누구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의 주간지 더 네이션 기사를 소개한다.

 

원문:While the Poor Get Sick, Bill Gates Just Gets Richer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언론의 1면을 장식한 일이 있었다. 미국이 독일 바이오회사 큐어백(CureVac)이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권리를 확보하려고 시도했기 때문이다. 형평성과 정의에 관한 문제제기가 뒤따랐다. 미국이 세계 최대 부국이라는 이유로 코로나19 백신을 먼저 확보해도 되는가? 국적이나 소득과 상관없이 고위험군이 가장 먼저 백신 접종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한 독일 의원은 널리 공유된 트윗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자본주의는 자기 한계가 있다.”

 

트럼프의 시도가 성공했다면 이는 경제적 불평등에 관한 또 하나의 냉혹한 메시지가 됐을 것이다. 팬데믹 대응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벌고 있는 주체 중 하나, 바로 게이츠 재단이 또 한번 횡재를 하게 됐을 테니 말이다.

 

게이츠 재단은 최근 큐어백에 4천만 달러(451억 원)에 이르는 지분이 있다고 밝혔다. 게이츠 재단의 최근 세금 신고서와 웹사이트, 그리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각종 서류를 검토한 더 네이션(The Nation)의 분석에 따르면 게이츠 재단은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진단 또는 제조 관련 기업 수십 개에 투자했다. 또한 게이츠 재단은 코로나19 관련 사업에 “25억 달러(28천억 원)에 이르는 자기 재단의 전략적 투자 기금의 일부를 활용할 것이라고도 발표했다.

 

결국 게이츠 재단의 투자액은 25천만 달러(2818억 원)를 넘는다.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자선단체이자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팬데믹 대응 주체 중 하나인 게이츠 재단이 코로나19 팬데믹을 통해 상당한 수익을 올릴 위치에 있다는 소리다.

 

큐어백 투자만으로도 비영리단체인 게이츠 재단이 이미 수천만 달러를 벌었다는 얘기도 있다. 큐어백을 인수하려던 트럼프의 시도가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큐어백의 주가가 8월 상장 이틀만에 무려 400% 치솟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빌 게이츠는 최근 언론에 수십 번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게이츠 재단이 코로나19에 금전적으로 많은 것이 걸려 있다는 것을 공개하지 않았다. 게이츠 재단이 팬데믹에서 점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국경없는의사회의 백신 정책 선임고문인 케이트 앨더는 이 상황에 대해 게이츠 재단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사람이 없다. 게이츠 재단은 명확한 운영 체계조차 없지 않은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게이츠 재단이 공개하는 정보는 거꾸로 줄어들고 있다. 그들은 대부분의 질문에 답변을 주지 않는다우리가 코로나19에 대한 게이츠 재단의 기술적 전략이나 우선순위에 대해 알려고 노력해도 게이츠 재단은 기술담당 직원들을 토론회에 보내주지 않는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게다가 세계보건기구(WHO)와 같은 다자기구들이 게이츠가 주된 재원인 공공-민간 협력 그룹들에게 주도권을 넘겨줬다. 코로나19 백신 개발과 공급에서 게이츠가 무엇을 우선시하는지가 전 세계의 우선순위가 되고 있다는 얘기다.

 

감염병혁신연합(CEPI)과 세계백신면역연합(GAVI)의 주도로 결성된 백신연대는 WHO와 손을 잡고 세계에서 가장 크고 폭넓은 코로나19 백신 포트폴리오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내년에 빈국을 포함해 전 세계에 수십억 접종분의 백신을 공급하기 위해서다.

 

비정부기구인 국제지식생태(KEI)를 이끌고 있는 제임스 러브는 게이츠 재단이 수십 년간 백신과 관련된 활동을 했고 엄청난 금융네트워크가 있기 때문에 팬데믹 초반부터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고 말했다.

러브는 게이츠는 가장 먼저 움직이고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정도로 많은 돈이 있었고 백신 분야에 오랫동안 관여해 왔다. 그래서 사람들은 게이츠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그가 가지고 있는 조직들에 의존해 버리고 말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팬데믹 와중에 리더십의 공백이 있으면 빠릿빠릿하게 빨리 움직이는 사람들이 힘을 가지게 된다. 이번 경우에는 게이츠가 그렇게 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팬데믹에서 게이츠가 보인 리더십은 광범위하게, 그리고 거의 예외 없이 칭송받았다. 뉴욕타임스는 그를 트럼프 대통령에 맞선 강경한 견제세력이라 묘사했고 마돈나는 게이츠 재단에 100만 달러(112700만 원)를 기부했다.

 

하지만 게이츠가 선출직에 있는 것도 아니요, 정부 관료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 대중이 그의 어마어마한 영향력이나 재정 현황을 세세히 들여다볼 수 없었다.

 

러브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미칠 정도의 엄청난 힘이 있으면 어느 정도라도 투명성이 필요하다. 그리고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이는 비합리적인 요구가 아니다. 게이츠 재단은 자선단체다. 우리는 단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얘기해 줄 수 있는가? 관심 대상이 되고 있는 계약들을 구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가?’ 등을 묻는 것이다. 게이츠 재단은 자기 자산을 이용해 우리의 돈이 걸려 있는 정책에 영향을 미치니 더욱 그렇다고 강조했다.

 

게이츠 재단은 인터뷰 요청을 거부했다. 또 이메일로 보낸 코로나19 관련 기업들에 대한 투자 등과 관련한 구체적인 질문에 응답하지 않았다.

러브를 비롯한 비판자들은 팬데믹 동안 게이츠가 한 핵심적 역할 중 하나가 제약업계를 격상시키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일례로 게이츠는 옥스퍼드대를 상대로 세계에서 연구가 가장 진전됐던 코로나19 백신 플랫폼을 대형제약회사에게 넘겨주라고 압력을 가했다. 그 결과 탄생한 아스트라제네카와의 파트너십은 옥스퍼드대의 플랫폼을 완전히 바꿔놨다. 옥스퍼드대의 백신 배포 모델이 모든 제조업체가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공개 라이선스 플랫폼에서 아스트라제네카가 관리하는 독점 라이선스로 바뀐 것이다.

 

글로벌 제약 기업 아스트로제네카 (자료사진:2020.7.18)AP/뉴시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옥스퍼드는 감염병혁신연합(Coalition for Epidemic Preparedness Innovations)으로부터 백신 개발을 위한 재원(384백만 달러, 4328억 원)을 받는데 이 단체의 창립자이자 가장 큰 지원자가 게이츠 재단이기 때문에 게이츠가 그런 압력을 가할 힘이 있었다고 한다. 게다가 게이츠 재단은 각종 프로젝트에 기부함으로써 옥스퍼드대에게 직접적으로 수억 달러를 직접 준다. 옥스퍼드대의 제너 연구소도 그렇게 기부금을 받았다. 옥스퍼드대에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인 바로 그 연구소 말이다.

 

옥스퍼드대와 아스트라제네카는 백신 개발에 성공하면 수익을 포기하고 백신이 공정하게 배포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이 둘 모두 이 계획에 대한 문서를 보여주거나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는다. 수익 창출을 위한 라이선스 독점이라는 전형적인 사업 모델을 따르면서도 그들과 비슷한 인도주의적인 약속을 한 기업들은 이전에도 많았다.

 

독일 제약회사들을 감시하는 독립조직 부코 파머 캠페인(BUKO Pharma-Kampagne)의 외르크 샤버 전무는 게이츠 재단의 글로벌보건 담당자를 포함해 수많은 간부들이 제약업계 출신이라며 게이츠 재단이 이데올로기적으로 수익형 모델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사람들은 게이츠 재단이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라이선스 독점 쪽으로 가게 할 경우 재단 측이 지금까지의 기부를 통해 이익을 보게 된다고 지적한다. 인도에 기반을 둔 제3세계네트워크의 법률고문인 K.M. 고파쿠마르에 따르면 산업을 규제하는 방식이나 의약품 및 백신의 생산 및 배포 방식을 바꿀 경우 제약회사들의 비즈니스 모델은 물론 게이츠 재단의 투자 수익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게이츠 재단이 현상유지를 위해 돈을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게이츠 본인도 게이츠 재단이 옥스퍼드대와 아스트라제네카 간의 파트너십에 깊게 관여하고 있다고 공공연하게 말한다. 6월의 한 언론브리핑에서 게이츠는 게이츠 재단은 매주 아스트라제네카와 인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중국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 논의한다. 그래서 2단계 데이터와 3단계 데이터로 드러난 전망이 밝을 경우 이에 따라 일을 어떻게 진행할지를 판단한다고 말했다. 게이츠가 이처럼 언론을 만나 게이츠 재단이 팬데믹 대응을 주도하고 있다는 듯 얘기한 적은 수없이 많다.

 

게이츠는 우리 재단은 백신에 대한 전문성을 갖췄고 제조사들과도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재단 직원들은 여러 백신 연구와 데이터들을 하나하나 검토한다. 그리고 가장 유망한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아시아와 미주, 유럽에서 확보할 수 있는 계획 수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개발에 성공할 경우 백신 생산량을 최대화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제약회사들이 그래요, 다른 회사 백신 생산을 위해 우리 공장을 사용해도 됩니다라고 얘기하면서 협조하고 있다. 이는 정말 전례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런데 이런 게이츠의 발언 어디에도 자기 재단이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고 있는 제약회사에 투자하고 있다는 얘기는 없다.

 

와이어드와의 8월 인터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게이츠는 자신이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렘데시비르를 처방받고 싶다고 밝혔다. 게이츠 재단이 2018년 기준 렘데시비르 개발사인 미국 제약회사 길리어드사이언스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고 말이다. (게이츠 재단은 현재의 투자 포트폴리오에 대한 세부 정보를 밝히기를 거부했다.)

 

이해충돌이 있을 경우 이를 밝히는 것이 언론계의 상도덕이다. 과학계에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게이츠는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에서 팬데믹을 극복하기 위해 각국 정부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관한 논평을 썼을 때도 그랬듯 백신과 자신의 재정적 관계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다. 물론 게이츠는 이 저널이 요구했던 이해충돌에 관한 글을 작성했다. 하지만 이해충돌 여부에 대해 많다고만 했을 뿐, 팬데믹 속에서 자신의 돈이 얼마나, 어디에, 어떻게 걸려있는지 전혀 공개하지 않았다.

 

리사 베로 콜로라도대 의학 및 공중보건 교수는 저널에 글을 싣는 저자들이 이해충돌의 여지가 있으면 수십 개의 회사명을 나열한다 하더라도 그것을 모두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저널에 글을 실은 저자 중 실제로 그렇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해충돌 여지가 있는 게이츠의 글에 대한 수차례의 질문에도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셸든 크림스키 터프츠대 인문학 및 사회과학 교수는 필자가 자신의 잠재적 편견을 독자에게 전달하기 때문에 이해충돌 여부를 밝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크림스키는 백신이 준비됐다고 말하는 사람이 그 백신의 투자자라면 좋겠는가? 나는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게이츠가 논평에서 특정 백신들을 언급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다른 인터뷰에서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게이츠는 지난 4월 데일리쇼와의 인터뷰에서 게이츠 재단은 연구 중인 백신 7개를 선정해 제조에 수십억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게이츠 재단은 이 사실을 확인하기를 거부했고 어떤 세부 정보도 제공하지 않았다.)

 

게이츠가 정보 공개 규정을 따랐다면 우리는 게이츠 재단의 470억 달러(53조 원)에 상당하는 기부뿐만 아니라 빌과 멜린다 게이츠의 개인 자산이 어디에 있는지도 투명하게 알고 있을 것이다.

 

포브스에 따르면 게이츠의 개인 자산이 약 1150억 달러(130조 원)로 추정된다고 한다. 게이츠의 자산이 팬데믹 기간 동안 100억 달러(112700억 원) 이상 증가했다는 얘기다. 게이츠 부부가 코로나19 백신 관련 회사에 개인적으로 투자했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정책입안자들과 언론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세금 납부 내역을 공개하라고 요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가 대통령직을 이용해 개인적으로 재정적인 이익을 보는 것이 있는지 보려고 하는 게 그 부분적인 이유다) 게이츠의 세금 납부 내역과 투자 포트폴리오를 면밀하게 조사해야 한다. 그가 이번 팬데믹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세계 경제에 수조 달러에 이르는 피해를 준 팬데믹 말이다.

 

게이츠의 재정에 대한 더 네이션의 분석에서 쓰인 자료 중 하나는 게이츠 재단의 가장 최근 IRS 납세 신고서였다. 2018년 것이었다. 2021년 말은 돼야 게이츠 재단의 2020년 납세 신고서 전부가 공개된다. 더 네이션은 게이츠 재단에 최근 재정 및 납세 정보를 제공해 달라고 여러 번 요청했으나 재단은 응답하지 않았다.

 

우리가 게이츠의 재정에 관해 잘 알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는 그의 검토 불가능한 투자가 복잡한 미로처럼 얽혀있기 때문이다. 게이츠 재단은 비밀 유지로 유명한 케이맨 제도 소재 민간펀드 GTI8 인스티튜셔널 인베스터에 1억 달러(1127억 원)의 지분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 펀드를 운영하고 있는 글로벌 포레스트 파트너스는 펀드의 구체적인 지분을 공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게이츠 재단은 비영리 단체다. 하지만 게이츠 재단의 기부금은 여전히 수십억 달러의 수익을 창출한다. 이는 게이츠 재단이 지난 5년간 자선기금으로 낸 돈보다 큰 액수다.

 

그런데 팬데믹으로 빌 게이츠 개인이나 게이츠 재단이 재정적으로 엄청난 횡재를 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빌 게이츠가 전 세계에서 사실상 백신의 제왕으로 등극한 정치적 지위 격상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 게이츠가 이번 팬데믹 동안 한 역할에 대해 널리 추앙받으면서 게이츠 재단이 관여한 영역에서 정치적 영향력은 이미 더 제도화되고 일상화됐다. 코로나19와 관련해 게이츠의 리더십에 대한 찬사가 쏟아지기 시작한 이후, 앤드류 쿠오모 뉴욕 주지사가 뉴욕 주의 교육 정책을 재창조하는 데 게이츠 재단의 도움을 받을 것이라고 선언했을 정도다.

미국 뉴저지주 뉴어크의 응급센터에 사람들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2020.10.26.)AP/뉴시스

민중이소리 / 정혜연 기자

 

가짜뉴스 범람 탈진실의 시대거짓 권력 맞선 리영희 글 여전히 유효

한국 현대사 대표적 지식인 리영희 10주기 맞아 선집·평전 출간

리영희는 우상파괴자이자 실천하는 지식인으로 살았고, ‘사상의 은사로 존경받았다. 리영희와 동시대를 살아간 세대는 그의 책을 통해 여전한 현실성을 떠올리고, 젊은 세대는 오늘날 새로운 희망의 근거를 찾는 비판적 사고의 토대를 마련한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백영서·최영묵 교수가 엮은 선집

청년 세대가 공감할 만한 글 선별

오늘의 우리 설득할 수 있는 글

 

권태선 대표가 쓴 평전 진실에

금기에 도전한 지식인의 삶 담아

 

리영희 선생을 또 다른 우상이나 신화로 만드려는 건 아닙니다. 리영희 스스로도 리영희의 글이 필요없는 시대가 되기를 원했습니다. 저희가 한 작업은 리 선생이 고민한 문제가 지금도 있다는 현재성을 확인하고 그것을 넘어서려는 것입니다.”(백영서 리영희재단 이사장)

 

사상의 은사로 불리며 한국 현대사의 대표적 지식인으로 꼽히는 리영희 전 한양대 교수(1929~2010) 10주기를 맞아 그의 사상과 삶을 조명한 선집 <생각하고 저항하는 이를 위하여>와 평전 <진실에 복무하다>가 리영희재단 기획으로 출간됐다. 백영서 연세대 사학과 명예교수와 최영묵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함께 엮어낸 선집은 리 전 교수가 생전에 내놓은 저서와 번역서 20여권과 7500여면에 달하는 방대한 저술에 담긴 글 350여편 중 22편을 엄선했다. 평전은 한겨레신문 기자 출신 권태선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가 고인의 일생과 작업, 관계자들의 증언을 충실하게 탐구해 정리했다. 27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열린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백영서 교수는 리영희 선생은 자신을 기리는 것도 원치 않았을 분이지만, 리영희는 역사 속으로 걸어갔으니 역사를 새로 쓰는 건 우리 몫이라고 생각했다리 선생을 기리는 것이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데 중요한 자원이 된다고 생각해 10주기를 맞아 일련의 기념사업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평생을 우상파괴자이자 행동하는 지식인으로서 살았던 리영희의 무기는 관념이 아닌 사실이었고, ‘이론이 아닌 실천이었다. 그는 글쓰기를 우상에 도전하는 이성의 행위라고 정의했다. ‘새가 좌우의 날개로 날 듯’, 진실과 균형의 날개로 기존의 관념에 저항했다. 선집은 리영희 사상의 줄기를 더듬어 볼 수 있는 대표작, 사회적 충격을 안겼던 문제작, 그의 사유를 접할 기회가 없던 청년 세대가 공감할 만한 글이라는 기준에 따라 선별했다. 한반도와 국제정치, 냉전시대 세계관, 사상과 언론의 자유, 편지와 에세이 등 개인적 글을 4부로 엮었다. 과거 글에서 사실관계가 틀리거나 출처가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는 데도 애썼다고 한다. 선집 제목 생각하고 저항하는 이를 위하여1970년대 농민잡지 기고글의 생각하고 저항할 줄 아는 농민이라는 구절에서 따왔다. 최영묵 교수는 리 선생이 돌아가셨을 때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동시에 그의 대체재가 한국 사회에 있을까 걱정하며 큰일났다는 반응이 많았다면서 한반도의 고통과 역사를 온몸으로 경험한 리 선생의 폭넓은 성찰은 오늘날에도 울림이 있고 우리를 설득할 수 있는 글이라고 말했다.

리영희 10주기 선집·평전 출간 기자간담회가 열린 창비서교빌딩에서 백영서 연세대 명예교수,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 권태선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왼쪽부터)가 발언하고 있다. 창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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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에 굴하지 않고,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추구했던 리영희는 평생 4번의 해직과 5번의 구속이란 고난을 겪었다. 평전에선 변방의 경계인으로서 세상에 눈을 떠, 언론인으로서 진실을 추구하고, 금기에 도전하는 지식인으로 살아간 인간 리영희의 삶을 정리했다. 첫 저서 <전환시대의 논리>는 청년세대에게는 반공주의에 가려져 있던 진실을 일깨워준 사상의 은사라는 찬사가, 정권과 주류 반공 진영에선 의식화의 원흉이라는 경계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이러한 양단의 평가는 그의 사후에도 여전하다. 권태선 대표는 리영희 선생은 벌거벗은 임금님에 나오는 소년처럼 누구나 볼 수 있고 알 수 있는 것을 말하려 하지 않는 시대에 거짓을 폭로하고 진실을 드러내기 위해 애썼다면서 대학시절 그의 글을 처음 읽고 머릿속에 지진이 일어나는 것같았고, 그에 대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오래 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리 선생은 특정 이데올로기를 숭상한 게 아니라 우리 사회를 왜곡하고 억압하는 문제에서 자유롭게 벗어나려 했다면서 그의 주장이 나온 당대의 사상적 지형을 고려하면 보다 균형있는 평가가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식인 리영희는 강자에게는 꼿꼿하지만, 약자에게는 격의없이 겸손했다. 엄격한 겉모습과 달리 실제는 천진난만했다고 한다. 그의 한양대 제자로 연구실 조교까지 지낸 최영묵 교수는 “1991년 선생님이 입원하시면서 대학원 수업을 들어가게 됐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물으니 강의는 알아서 하고 대신 꼭 정장하고 들어가 예의를 갖추라는 얘기를 하셨다글을 고칠 때도 팩스로 보내서 읽어보게 하고 틀렸다고 생각하면 알아서 수정해서 다시 보내라고 하시는 등 완고한 스타일이 아니었다고 전했다. “실제로는 소탈하고 붕어빵 좋아하시고, 같이 부침 먹으러 다니길 즐기셨다고 한다.

 

리영희의 글이 쓰인 지 수십년이 지났고, 한국 사회가 민주화를 이룬 오늘날에도 그의 글은 유효할까. 저자들은 가짜뉴스가 범람하는 탈진실의 시대에 거짓 권력과 우상의 황혼 속에 진실을 간구했던 선생의 글이 더욱 빛난다고 말한다. 백영서 교수는 오늘날도 불확실한 한반도 상황과 코로나19로 드러난 미국 사회의 문제들, 일본의 우경화 등 리영희 선생이 비판한 내용을 돌이켜보면 여전히 현재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권태선 대표는 오로지 진실에만 복무하겠다고 한 리영희 선생의 삶이 오늘날 언론 현실 속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도 생각해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광화문 집회에 두 개의 진실이 존재할 수 있나?

 

[민언련 언론포커스]

야당의 어떤 정치인에 국한된 말이나 생각은 아니다. 정치적 노선이 유사한 매체들에서도 광화문 집회와 코로나 확산은 관련이 없다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특별히 광화문에서만 더 코로나가 확산되는 것은 아니다란 말을 하기도 한다. 혹자는 정부를 비판하는 집회에 모이는 것은 안 되고, 시장이나 지하철역, 놀이공원 등에 모이는 것은 괜찮은가?’하고 반문하기도 한다.

 

광화문 집회 문제없다면 몰상식?

사랑제일교회의 감염자를 조사하면서 역학조사를 해본 결과 광화문 집회가 코로나 확산에 일정 수준 이상의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점이 객관적인 자료로 발표됐다. 그럼에도 의료계에 있다는 어떤 사람은 이를 믿지 못하겠다고 SNS 채널에 자료를 내놓기도 했다. 광화문 집회와 같은 상황을 설명하는 데 타당한 자료가 아니라는 다양한 반박이 있어 수그러들긴 했지만 잠시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었다.

 

광화문 집회만 금지한 것이 아니다. 지하철, 놀이공원 등에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면서 집합을 금지하고 일정 수준 이상 밀도가 형성되지 않도록 조치했음에도 이런 내용은 안중에 없다는 듯 집회 금지를 비판한다.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하면 온 힘을 다해 오랜 시간 고함을 지르는 행위를 하느냐 안 하느냐 하는 큰 차이가 있단 것도 알 수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합리성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는 이런 논리를 접할 때면 그 사람들의 양심을 의심했다. 분명히 팩트는 함께 공유하고 있을 텐데 그런 팩트 위에서 어떻게 저런 주장을 쏟아낼 수 있을까 생각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사람들이 알고 있는 팩트 자체가 다를 수 있음을 깨닫게 됐다. 다 알고 있는 바와 같이 확증편향에 의한 특정 매체 집착이 원인이다. 역시 다 알고 있는 바와 같이 모든 매체는 아무리 중립성, 객관성을 추구한다고 하더라도 모든 현실을 다 보여줄 수 없는 창틀일 수밖에 없어서 특정 매체만 집착하게 되면 현실 자체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같은 장소에서 같은 경험을 했다고 하더라도 인식의 창을 통해 기억하고 해석하는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 그런데 특정 매체를 통해서 다른 현실을 봤다면 더더욱 현실은 달라질 수밖에 없게 된다. 이를 바탕으로 다른 주장이나 평가를 하는 일은 자연스럽다. 탓할 일이 아니다.

 

현실 인식, 오류는 없어도 부당은 있다

매체를 접촉하는 수용자만 다른 현실에 살게 될까? 매체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현장에 직접 가서 현실을 두 눈으로 직접 보게 되니 매체마다 각기 다른 현실을 볼 수 없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불행히도 그렇지 못하다. 사람들은 모두 선택적으로 노출, 인지, 기억한다. 심리학 등의 정설이다. 심지어 특정 행동을 일단 하게 되면 거기에 맞춰 인지한다는 이론도 있다. 더구나 특정 대상에 대한 공격성향을 갖추고 있는 경우라면 사물을 아무런 편견 없이 보거나 기억하기는 매우 어렵다. 특히 절반의 애매함이 작동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물이 딱 절반만 차 있는 경우 반밖에 없다고 볼 수도 있고 반이나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좀 오래된 예이긴 하지만 심지어 방송사의 팩트체크에서도 이런 사례를 볼 수 있다. 2018년 최저임금이 한창 쟁점으로 부각되던 시기에 한 방송사에서 사실 검증을 한 결과 한국처럼 지역이나 직종과 관계없이 동일한 최저임금을 적용한 나라는 전 세계에 없다는 야당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판명했다. OECD 37개 회원국 중에서 29개의 나라가 법으로 최저임금제를 정해놓았고 지역과 직종에 차등을 두지 않는 나라는 21곳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로부터 약 한 달여쯤 뒤에 이 방송사와 정치적 성향이 다른 방송사에서 보도한 팩트체크에서는 아예 전제부터 달랐다. 차등화에 대한 사용자 측과 근로자 측 주장의 타당성을 따져 보겠다면서 앵커가 기자에게 외국의 경우는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고요?”라고 질문했다. OECD 회원국 중 16개의 국가가 지역과 직종에서 최저임금 차등을 두고 있는데, 이를 상당히 많다고 표현한 것이다. 이를 두고 뭐라 할 수는 없다. 그에게는 그 현실상당히 많다고 보였을 수 있다.

 

사람과 현실 사이에서 현실 그 자체는 존재할 수 있지만 인식될 수 없다. 사람에게 현실은 언제나 인식된 만큼 존재한다. 이런 현실 인식을 두고 오류란 말을 붙이기는 어렵다. 다만 타당성 판단은 있을 수 있다. 타당성은 결론이 전제에 부합하는가로 판단할 수 있겠다. 앞서 든 예에서는 많은 사람이 함께 고함을 지르면서 붙어 다니는 집회가 지하철역이나 놀이공원의 상황과 다르다는 전제에 동의한다면 집회를 억제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려야 타당하다. 두 상황이 다르지 않다고 주장한다면 이에 대한 타당성 검토를 다시 해 봐야 하겠지만. 서로 다른 현실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운명 공동체로 서로가 서로를 죽이지 않으려면 현실에 대한 부당한 판단은 해서 안 되겠다.

정연구 민언련 정책위원·한림대 미디어스쿨 교수 / 미디어오늘

 

공론장 지배하는 알고리즘의 가속도

음악감독 장영규의 오랜 팬이다. 백현진 작가와 함께한 밴드 어어부 프로젝트시절부터 경외 섞인 팬심으로 응원했다. 그가 밴드 씽씽에 이어 이날치를 만든 후에는 기분이 묘했다. 네이버 온스테이지영상을 향한 반응이 예사롭지 않았다. 결국 터졌다. 알고리즘이 은총을 내렸다. 한국관광공사가 이날치와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를 섭외해 만든 관광 홍보 영상이 유튜브에서 합산 조회수 8000만 회를 넘어섰다. 사람들은 ‘11(이날치 대표곡 범 내려온다를 매일 듣는다는 의미)’을 외쳤다

 

그런데 화제성이 정점에 오른 순간 문득 불안해졌다. 화제가 된 속도만큼 금방 식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앞섰다. 유튜브는 속도가 빠르다. 뜨는 것도 지는 것도. 오르막이든 내리막이든 가속도가 붙는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다.

 

같은 시기 올해의 예능이 될 뻔했던 가짜 사나이시리즈는 끔찍한 악몽을 겪었다. 유튜브 채널 피지컬갤러리가 만든 이 시리즈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동시에 구설에 올랐다. 시즌 1에 등장한 예비역 대위 이근씨는 성범죄 전력이 알려지면서 여론의 성토가 뒤따랐고, 시즌 2에 등장하는 일부 출연진도 사생활 폭로 논란이 일었다. 이들을 저격하며 폭로라는 이름으로 젠체하는 인물들도 모두 유튜브 안에서 목소리를 키웠다.

 

사람들의 스마트폰에는 알고 싶지 않은 사실도 인기 영상이라며 순위권에 오른다. 과거 디시인사이드 같은 인터넷 공간에서 발생한 각종 논란과는 결이 조금 다르다. 뜨는 것도 사멸하는 것도 알고리즘이 나서서 무빙워크역할을 한다. 사람들의 힘만 가지고 이슈가 공론화되는 게 아니라, 알고리즘의 순풍과 역풍이 이슈를 선별하고 지배한다. 최근 발생한 각종 인터넷 이슈 중 그 무엇도 알고리즘으로부터 자유로운 적이 없었다.

 

딜레마다. 사회운동을 하는 사람들마저 알고리즘의 수혜를 목 놓아 외쳐야 하는 판국이다. 관심이 곧 권력이 되고 알고리즘이 공론장을 지배하는 상황에서 전통적인 언론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혼란스럽다. 동종업계 많은 사람들은 하던 대로(!) “이러이러한 논란이 있다라고 중계하느라 바쁘다. 알고리즘이 만드는 가속도를 고려하지 않는 중계식 보도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알고리즘에서 자유로운 공론장이 가능하기나 할까.

시사인 김동인 기자

 

신종 코로나 팬데믹 맞은 전 세계 식당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는 법

식당과 직원들을 코로나19로부터 지키기 위한 창의적 방법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문을 몇 달 동안 닫았던 전 세계 식당들이 속속 다시 문을 열고 있다. 이들은 현지 법률을 준수하고 고객과 직원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다양한 사회적 거리두기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By Chris McGonigal 허프포스트US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한 레스토랑이 실험 중인 '격리용 온실'

네덜란드 한 맥도날드에서 음식을 사기 위해 정해진 위치에 선 사람들

한 스웨덴 부부는 텅 빈 초원에 의자 1개와 테이블 1개만 있는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한' 임시 식당을 열었다.

미국의 레스토랑에서는 고객 간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테이블 사이마다 마네킹을 배치했다.

이탈리아 밀라노의 한 레스토랑

 

인공지능이 교육 불평등을 해소할까

인공지능이 교육 불평등을 줄일 수 있을까. 인공지능은 데이터를 통해 사용자의 학습 상태를 예측하고, 개인별 맞춤형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다. AI가 더 나은 교육을 가능하게 하는 도구가 되려면 데이터 수집과 활용에 대한 토론이 치열하게 이뤄져야 한다.

시사IN 이명익 한 어린이가 AI 기반 수학 교과서똑똑 수학탐험대를 들여다보고 있다.

 

인공지능은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인공지능은, 기계가 그동안 감당하지 못했던 일들을 할 수 있게 만든다. 일터에서 인간을 기계로 대체할 것이다. 사람들은 결국 인공지능과 관련된 고숙련 인력, 인공지능을 투입할 가치도 없는 일에 종사하는 저숙련 인력으로 나뉠 것이다.’ 이미 낯설지 않은 주장과 우려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불평등을 줄여줄가능성에 대한 논쟁도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특히 교육에서 그렇다. 이 기술의 선도국인 미국만의 이야기도 아니다. 이미 한국에서도 인공지능을 활용한 교육 서비스들이 시도되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을 교육에 접목시켜 새로운 학습경험을 제공하는 이른바 에듀테크(EduTech)’.

 

에듀테크를 이해하려면 이 부문에서 많이 활용되는 기계학습(Machine Learning) 기술을 먼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기계학습은 어떻게 활용되나

학습은 문제의 규칙을 익혀 현실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하는 과정이다. 어린이가 ‘1+2’ 같은 연습문제로 덧셈 규칙을 학습하고 나면 ‘234+375’ 같은 좀 더 복잡한 문제도 풀 수 있게 된다. 기계학습은, 기계가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규칙을 스스로 습득해서 활용한다는 의미다.

 

예컨대 이런 문제. ‘수많은 사진 중에서 강아지를 골라내라.’ 기계학습 이전의 인공지능에서는 컴퓨터에 강아지의 귀여운 특성들을 입력하는 것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온몸이 털로 덮였다’ ‘입이 튀어나왔다’ ‘네 발로 선다. 컴퓨터는 이런 특성들을 조합해서 어떤 사진이 강아지인지 맞힌다. 그런데 이 정도의 능력을 학습이라 부르긴 힘들다. 컴퓨터는 단지 강아지의 특성을 외부(사람)로부터 입력받아 명령대로 수행하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기계학습에서는 컴퓨터가 훈련을 통해 강아지를 인식하는 규칙을 스스로 익힌다. 기계학습에서 사람은 컴퓨터에 강아지의 특성을 입력하지 않는다. 그냥 강아지를 비롯한 수많은 사물(고양이·자동차·의자)들의 사진을 컴퓨터에 제시하며 강아지를 골라내라고 한다. 맞히면 맞혔다고 컴퓨터에 알려준다. 별다른 정보를 갖고 있지 않은 상태이므로 컴퓨터는 맞히기도 틀리기도 할 것이다. 다만 이 훈련을 수십만~수백만 회에 걸쳐 거듭하면서 컴퓨터는 점점 더 어떤 모습을 선택할 때 맞혔다는 응답을 받는지 알게 된다. 유아가 일어나 걸어가려는 시도를 수없이 거듭하다가 어느새 걸음마의 규칙을 습득하는 과정과 흡사하다. 컴퓨터가 상당한 정확도로 강아지를 맞히게 되면, ‘강아지를 강아지로 인식하는 규칙학습했다고 간주한다. 기계학습의 이런 성과는, 2000년대 들어 인간 두뇌의 데이터처리 방법을 흉내 내어 컴퓨터의 연산능력을 급진적으로 개선한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의 발전 덕분이기도 하다.

 

다만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인간은 기계의 창조자인 동시에 기계학습의 창안자이지만, 그 내부의 메커니즘에 대해서는 모른다. 컴퓨터 과학자들이 아는 것은 단지 충분히 훈련시키면 맞히더라는 것밖에 없다. 그 기계의 두뇌인 컴퓨터 내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 기계학습이 성공하는지에 대해선 내로라하는 컴퓨터 과학자들도 묵묵부답이다.

 

이제 에듀테크에서 기계학습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콴다라는 수학 문제풀이 앱이 있다. 1000만 다운로드를 넘겼다. 한 달 사용자가 약 500만명에 이른다. 그중 150만명은 한국, 나머지 350만명은 베트남·일본·인도네시아·타이 등에 있다.

 

콴다를 만든 기업 매스프레소의 이종흔 공동대표는 서울 강남과 인천에서 수학 과외를 하다가 창업 아이디어를 얻었다. 당시 강남에서는 학생 1명에 과외 교사 3명이 붙었다고 한다. 각각 수학 개념 설명, 문제풀이, 질의응답 담당자다. 인천에서는 교사 1명이 모든 기능을 맡는다. 격차를 실감했다. 그는 기술로 가능한 정보접근성의 평등을 교육 불평등에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돈이 많은 학생이든, 돈이 없는 학생이든 구글이나 네이버로 검색하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콴다의 작동방식을 직접 보여주었다. 2차 방정식 문제를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는다. 콴다 앱에서 5초 만에 해당 문제의 풀이 과정을 찍은 사진이 검색된다. 콴다의 데이터베이스엔 해당 문제나 비슷한 문제의 해설 사진이 무더기로 쌓여 있다.

 

기계학습의 발전으로 가능해진 기능이다. 콴다가 하는 일은, ‘문제를 적절한 문제풀이로 연결시키는 것이다. 다만 콴다가 연결이전에 해야 하는 일이 있다. 사용자가 찍은 사진이 기계에게는, 하얀 여백의 여기저기에 검은 문자(숫자·그래프·수식 등으로 이루어진 문제’)가 흩어져 있는 정보 덩어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콴다는 여백은 쓸모없는 정보인 반면 문자들은 유효한 정보라는 것을 먼저 알아채야 한다. , 콴다는 사진 전체에서 문제부분만 짚어 인식해야 한다. 그래야 검색도 가능하다. 이종흔 대표에 따르면, 콴다가 글자와 그래프, 수식 등을 제대로 인식하게 된 것은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 덕분이다. “최근 몇 년간 AI(인공지능)가 들어가면서 인식률이 훨씬 높아졌다. 사용자들이 찍은 수학 문제 사진이 계속 데이터로 쌓이다 보니(=기계가 수많은 학습을 거치다 보니), 이젠 화질이 흐릿해도 대부분 이런 모양은 알파벳 a더라혹은 플러스(+) 다음엔 보통 숫자가 나오더라하는 식으로 스스로규칙을 습득했다.”

시사IN 신선영

 

개인별 맞춤형 학습 서비스의 보편화

매스프레소가 요즘 집중하는 영역은 개인화(각 개인에게 적합한 맞춤형 교육)’이다. 학생이 검색한 내역을 바탕으로 전체 진도에서 어느 부분이 비어 있는지, 해당 문제를 물어보는 이유가 공부를 덜 해서인지 혹은 개념을 이해하지 못해서인지 분석해낸다. 하루 1000만 건에 달하는 학생들의 검색이 데이터로 쌓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어떤 문제를 질문하는 학생은 어떤 부분을 잘 모르더라는 패턴이 기계학습으로 파악된다. 이에 기반해서 해당 학생에게 가장 필요한 유사 문제나 개념 설명 콘텐츠를 추천해준다. 이종흔 공동대표는 인공지능의 가능성 중 하나로 과외를 대체할 수 있는 개인화를 제시한다.

 

과외 선생님이 학생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의 핵심이 뭔가? 학생의 학습 상태를 파악해 어떤 종류의 훈련이 필요한지 선별해주는 것이다. 이 작업을 사람이 해야 하기 때문에 과외가 값비싼 서비스가 되었다. 기회 불균형도 있었다. 하지만 AI가 데이터로 학생의 학습 상태를 파악하게 되면, 사람이 일대일로 지도하지 않아도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어떤 학생이든 자신의 학습 상태에 맞춰 효과적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다. 교육 격차를 기술로 해결한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인공지능이, 사용자가 제공하는 데이터(질문)로 해당 사용자의 학습 상태를 예측해낸다는 이야기다. 그 예측이 정확하다면, 실제로 개인별 맞춤형 학습 서비스의 비용을 크게 낮출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부문의 스타트업들이 공유하고 있는 아이디어다.

 

또 다른 스타트업 뤼이드가 만든, 50만 다운로드를 넘긴 앱 산타토익이 작동하는 방식을 보자. 사용자가 토익 문제를 풀면, 다른 수많은 사용자들이 이전에 문제를 풀면서 쌓인 데이터를 통해, 새로운 사용자가 어떤 문제를 틀릴지는 물론이고 어떤 오답을 고를지(갖고 있지 않은 정보)까지 기계가 예측한다. 사용자는 자신이 토익의 어떤 파트에서 약한지 알 수 있고, 해당 파트 안에서도 반드시 틀릴(그만큼 취약한 유형의) 문제만을 반복해서 풀 수 있다. 이러면 짧은 시간 내에 점수를 올릴 수 있다고 뤼이드는 설명한다. 뤼이드는 2019년에는 미국 SAT, 2020년에는 한국의 공인중개사 시험 문제에 대해서도 비슷한 서비스를 출시했다.

 

100만 다운로드를 넘긴 앱 캐치잇잉글리시는 영어 단어나 표현, 문장을 게임으로 반복해서 익히게 한다. 시작할 때 자신의 캐릭터를 만든다. 문제를 연속해서 맞히면 콤보가 쌓이며 레벨이 올라간다. 다른 이용자들과 배틀을 하거나 스터디 그룹을 만들 수도 있다. 캐치잇잉글리시를 만든 캐치잇플레이의 최원규 대표는 앞으로 인공지능을 통해 개인별로 취약한 문장과 표현을 훈련시킬 뿐 아니라, 개인별 학습 스타일에 맞는 공부 방법도 추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의 학습은 사람들이 똑같다고 가정하고 동일한 장소에서 동일한 지식을 주입해왔다. 사실은 학생마다 진도나 취약점이 다를 뿐 아니라 학습 스타일이 다르다. 어떤 사람은 혼자 앉아 문제 푸는 걸 좋아하고, 또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과 경쟁하는 걸 선호한다. 경쟁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겐 배틀 옵션을 보여주지 않고, 누군가를 도와주며 기쁨을 느끼는 사람에겐 남을 돕는 학습 경로를 우선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학습 내용뿐 아니라 방식까지도 개인화해갈 수 있다고 본다.”

시사IN 조남진 게임으로 영어를 배우는 앱을 개발한 캐치잇플레이 최원규 대표.

 

교육 부문 스타트업인 마블러스(MARVRUS)는 인공지능에 기반한 음성인식과 가상현실(VR) 기술을 결합한 영어 학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영어 강사 출신인 임세라 대표의 슬로건은 ‘1초 만에 떠나는 어학연수.

 

VR 고글을 쓰고, 이 회사의 실감형 콘텐츠인 스피킷을 실행해봤다. ‘가게에서 옷 쇼핑하기를 눌렀다. 어느새 미국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스의 한 옷가게에 들어와 있다. 점원이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고 묻는다. “치마를 찾는데요라고 답하니 직접 입을 건가요, 선물인가요?”라고 물었다(모두 영어로 진행된 대화다). 그러는 동안 주변을 둘러보니 360° 카메라로 촬영된 옷가게 내부가 눈앞에 펼쳐졌다. 임세라 대표는 “AIVR을 결합하니 시너지 효과가 컸다. 시중에 AI 영어 선생님은 많지만, 막상 학습자는 실제 영어를 말하는 상황에 처하면 얼어붙어버린다. 반면 VR을 결합한 실감형 콘텐츠는 몰입도가 5, 학습효과가 약 3배 높다고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시사IN 조남진 마블러스 임세라 대표(오른쪽)VR 기기를 사용한 영어회화 교육을 설명하고 있다.

 

비대면 교육에서 학생의 학습 상태를 추적·관리하는 인공지능 기반 서비스도 있다. ‘대면 수업에서 이뤄지는 교사의 학생 감독 기능이 비대면에선 충족되기 어렵기 때문에 나온 서비스다. 아이스크림에듀가 만든 ‘AI 생활기록부의 경우, 비대면 수업을 받는 학생들이 요일별로 몇 시간 몇 분 동안 어떤 과목을 공부했는지, 학습 수행률이 몇 퍼센트인지 등의 정보가 한눈에 볼 수 있게 표시된다. 조용상 아이스크림에듀 대표는 개별 학생이 문제를 푸는 시간, 문제를 푼 순서 등 인공지능이 바로 학습할 수 있는 데이터가 하루 1500만 건씩 쌓이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위험군 아이들을 식별해 도울 수 있다라고 말했다. 조 대표에 따르면, AI 생활기록부는 인간 교사들을 대체하기보다는 돕는다. “현재 아이스크림에듀에서 활동하는 선생님이 1000명이고, 1명당 학생을 100명씩 관리한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15분 동안 학생의 취약점을 상담하고 학습계획을 수정해주는데, 이때 AI 생활기록부로 필요한 정보를 먼저 파악한다.”

시사IN 조남진 ‘AI 생활기록부를 만든 아이스크림에듀 조용상 대표.

 

코로나19 상황으로 비대면 교육이 강조되는 시점에서 에듀테크는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할 수 있다. 한국 정부도 에듀테크 기업들의 제품을 일선 학교들이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바우처로 지원하기 시작했다. 인공지능을 교육에 활용하는 것은 이미 진행 중이며, 코로나19는 그러한 변화를 가속화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변화가 정말로 좋은 일인지 현재로선 확신하기 어렵다. 인공지능을 교육에 활용할 때, 그것이 학생·교사·학부모, 나아가 사회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직 충분히 논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은 아무도 모른다.

 

인공지능은 학습자들의 정보를 통계학적으로 분석해서 개별 학습자의 상태를 예측한다. 이에 기반해서 학습 경로를 추천한다. 그러나 통계학적 예측이 언제나 정확하지는 않다. 인공지능이 어떤 데이터를 수집하고 어떤 방식으로 예측하느냐에 따라 어처구니없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개발자의 편견이 개입되기도 한다. 때론 학생의 진로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할 수도 있다.

 

자칫 엉뚱한 결과를 예측하기도

영국의 일부 자치정부는 지난 8월 고교 졸업반 학생들에게 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예측된 학점을 부여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졸업시험을 치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난한 공립학교의 우수한 학생들이 유독 낮은 학점을 받아 교사·학생들의 항의시위로까지 이어졌다. 인공지능이 개별 학생들의 학점 예측에 소속 고교의 역대 학업 성적을 주요 데이터로 사용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영국에서 고교 학점은 대학 입학 허가를 받는 데 최우선 자료 중 하나다.

 

인공지능이 수집하는 학습량과 성적에 관한 광범위한 데이터, 얼굴 표정으로 수업 집중도를 측정하는 안면 인식 기술 등으로 발생하는 프라이버시 침해도 큰 문제다. 페이스북 엔지니어들이 개발에 참여한 서밋 러닝이라는 인공지능 기반 학습 플랫폼이 미국 공립학교 수백 곳에서 사용되어왔다. 2018년 뉴욕의 한 고등학교 학생들은 이 플랫폼이 자신들의 동의 없이 데이터를 수집했다며 시위를 벌였다. 당시 학생들이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에게 보낸 편지의 핵심 내용이다. “프로그램이 사람 사이의 상호작용과 교사의 지원, 동료들과 이뤄지는 토론과 논쟁의 많은 부분을 없앤다.”

 

또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인간이 인공지능을 잘 모른다는 점이다. 앞서 서술했듯이, 머신러닝이 정답을 맞히긴 하는데, 그 과정이 컴퓨터 안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뤄지는지는 과학자들도 알지 못한다. 인공지능의 예측에 대한 맹신이 굉장히 위험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한국 정부는 최근 발표한 디지털 뉴딜의 목표 중 하나로 디지털 교육 인프라 조성을 꼽았다(30~31쪽 기사 참조). 전국 초··고등학교에 고성능 와이파이를 설치하고 태블릿 등 디지털 기기를 보급한다. ‘온라인상에 축적된 학생별 특성을 AI·빅데이터로 분석해 개인 맞춤형 교육을 제공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었다. 지난 914일부터는 교육부가 똑똑 수학탐험대서비스를 전국 모든 초등학교에 제공하고 있다. 교육과정과 교과서를 기반으로 설계한 과제를 학생들이 풀면, 인공지능으로 데이터를 분석해 학생에게 맞는 콘텐츠를 추천한다. 정부가 공교육에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한 첫 사례다. 아직 데이터를 쌓는 단계이지만, 정부도 교육에 AI를 활용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볼 수 있다.

계성초 조기성 교사 제공 1015일 서울 한 초등학교에서 인공지능 기반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정부의 청사진이 무엇이든, 코로나19로 시작된 비대면 교육에서 한국 사회가 확인한 것은 격차였다. 경기도교육연구원이 지난 7월 경기도 내 초중고 800개 학교의 학생 2106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가난한 가정의 아이일수록 나는 온라인 수업에 집중하기 어려운 장소에서 공부한다’ ‘온라인 수업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울 때 해결하지 못하고 넘어간다고 응답한 비율이 높았다. 부유한 가정의 아이들은 엄선된 개인 교사 혹은 대체로 전문직인 그들의 부모에게 진정한 개인화교육을 받고, 가난한 가정의 아이들은 인공지능 선생님에게 학습 계획만을 추천받는 어두운 미래(혹은 현재)도 그려볼 수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도 이런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AI가 더 나은 교육을 가능하게 하는 도구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데이터를 어떻게 수집하고 관리·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토론과 합의가 치열하게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조기성 서울 서초구 계성초등학교 교사(스마트교육학회장)그동안은 학교 현장에서 학습 데이터를 모을 수 있는 인프라가 아예 갖춰지지 않았다. 교실 와이파이조차 코로나19 이후에야 깔겠다고 한 거다. 올해가 공교육에서 학습 데이터를 모으는 원년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일단 이렇게 학습 데이터를 모으기 시작하면, 궁극적으로는 교육이란 무엇인가라는 패러다임 자체가 바뀔 수도 있다고 조기성 교사는 전망한다. “학습 데이터가 공적으로 확보되고 관리되면, 단순히 성적을 맞춤형으로 올려주는 것을 넘어서 학생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어떤 분야에 소질과 관심이 있는지 AI가 분석할 수 있다. 교사가 학생들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알게 되고, 다양한 관점을 가진 교사들이 이를 활용해 학생의 적성에 맞는 진로를 찾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검색하면 웬만한 지식을 다 얻을 수 있는 시대에는, 획일적인 수업으로 암기형 인재를 길러내기보다 맞춤형 교육으로 개성을 가지고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인재를 키워내야 한다. 그게 미래 교육의 모습이 아닐까.”

시사인 전혜원 기자

 

 

'빈곤'이란 어느 정도 수준을 말하는 것일까

[서리풀 연구] 가난하다는 생각 그 자체만으로

빈곤이 건강에 커다란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물질적 자원이 부족하면 건강한 환경에서 건강한 생활습관을 지키며 살아가기 힘들고, 몸이 아파도 제때 의료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워진다. 일상에서 경험하는 스트레스 역시 더 심할 것이다. 그런데 이때 빈곤이란 어느 정도 수준을 말하는 것일까. 안전하고 건강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고, 부담 없이 병원에 갈 수 있는 정도면 괜찮다고 할 수 있을까? 일정 수준 이상의 물질적 풍요를 누릴 수 있다면 빈곤으로 인한 건강 문제는 해결되었다고 할 수 있을까?

 

최근 국제학술지 <사회과학과 의학>에 실린 중국 연구팀의 논문은 빈곤이 단지 현재의 수입과 지출에 관한 문제만은 아니며, 건강에 미치는 영향도 단순하지 않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바로 가기 : '객관적주관적 빈곤과 정신건강을 연결하는 기전: 부정적 생활사건과 사회적 지지의 순차적 매개 역할') 논문은 2015년도 '빈곤 완화를 위한 홍콩 패널 조사(Hong Kong Panel Survey for Poverty Alleviation)'에 참여한 가구주 1605명을 대상으로, 빈곤, 부정적 생활사건, 사회적 지지, 그리고 정신건강 사이의 관계를 분석했다

 

여기서 부정적 생활사건은 지난 12개월간 가족의 죽음이나 만성질환, 법적 문제, 관계 문제, 재정적 어려움 등을 겪었는지 체크리스트를 통해 점수화하여 측정했다. 사회적 지지는 구체적 물품이나 서비스, 도움 제공을 의미하는 '도구적 지지', 문제 해결을 위한 정보 제공을 의미하는 '정보적 지지', 급한 상황에서 돈을 빌려주는 등의 '재정적 지지'에 대한 문항을 통해 확인했다. 그리고 정신건강은 신체화 증상, 우울, 불안, 수면 장애, 대인관계의 어려움 등의 항목을 포함한 측정도구를 활용했다. 연구에서 주목할 점은 빈곤을 두 가지로 구분하여 살펴보았다는 점이다. 하나는 홍콩의 공식 빈곤선을 기준으로 한 객관적 빈곤(가구 월 중위소득 50% 이하)이고, 다른 하나는 현재 스스로 빈곤하다고 생각하는지를 기준으로 한 주관적 빈곤이다.

 

분석 결과, 객관적 빈곤과 주관적 빈곤 모두 부정적 생활사건의 위험, 더 낮은 수준의 사회적 지지, 정신적 스트레스와 관련이 있었다. 구체적 기전을 살펴보면, 빈곤은 부정적 생활사건을 경험할 가능성을 높이고 (a1), 부정적 생활사건은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미쳤다 (b1). 빈곤은 사회적 지지를 덜 받게 만들기도 했는데(a2), 사회적 지지 감소는 정신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b2). 또한 빈곤이 부정적 생활사건에 영향을 미치고 (a1), 부정적 사건은 사람들을 고립시켜 사회적 지지를 받지 못하게 함으로써 (d21)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b2).

객관적 빈곤과 주관적 빈곤이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는 비슷했지만, 전체적으로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주관적 빈곤이 객관적 빈곤보다 더 컸다. 또한 주관적 빈곤은 그 자체로 정신건강에 직접 영향을 미쳤지만, 객관적 빈곤은 그 자체로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 (c). 결국 객관적으로 가난하지 않더라도 스스로 가난하다고 생각하는 경우 정신건강 문제를 겪을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유행으로 경기가 위축되고 많은 사람이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는 시기에는 객관적 빈곤뿐 아니라 주관적 빈곤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객관적 빈곤에 빠진 사람들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이고, 아직 빈곤선 아래로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빈곤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의 정신건강을 개선하기 위한 대책도 필요해 보인다. 연구결과가 말해주듯, 도구적 지지, 정보적 지지, 재정적 지지 등 사회적 지지를 제공할 수 있다면 빈곤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을 완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한편으로는 주관적 빈곤감을 감소시키는 조치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객관적 빈곤에 대한 대책과 마찬가지로 국가가 제공하는 복지를 좀 더 촘촘하게 만들고 그 대상을 더 넓혀야 한다. 사람들은 현재의 수입과 지출만이 아니라 과거의 수입, 미래의 기회와 의무, 고용 상태, 교육과 건강, 그리고 주거와 필수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여 자신의 재정적 상태를 평가한다. 안정적 주거를 위해 영혼까지 끌어모을 필요가 없다면, 부모와 자녀 돌봄을 위해 시장에서 지출하는 비용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면, 일하지 못해도 소득이 보장될 수 있다면, 사람들은 불필요하게 빈곤을 걱정하고 정신건강을 헤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김정우 시민건강연구소 연구원 프레시안

미국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코로나 사망 추모

 

언론이 만든 백신 공포’, 방역 흔드는 바이러스 되다

17세 학생 사망 이후 무분별한 제목 뽑기로 불안 증폭, 예방접종 시스템 흔들어

사망자 중 백신 접종자로 백신 위험성 측정하는 오류 빠져기자협회 자성해야

지난 16일 인천에 거주하는 17세 학생이 사망했다. 그런데 이 사건이 언론에 의해 백신 공포를 촉발시킨 사건으로 둔갑했다. 학생의 사인과 백신 접종과의 연관성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언론은 독감 접종 후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는 식의 보도를 계속했다. 앞서 냉장 상태를 유지해야 할 백신이 상온에서 유통된 사실이 적발되는 등 일련의 사건이 스토리로 더해지며 공포는 극대화됐다.

 

그리고 지난 27일 국과수 부검결과를 바탕으로 한 인천 미추홀구경찰서 발표에 따르면 17세 학생의 사인은 독극물 중독으로 드러났다. 아질산염이 치사량으로 검출된 것. 질병관리청이나 대한백신학회 등 정부부처와 전문가집단은 백신과 사망 사이 인과관계가 없다고 반복해서 강조했으나 이미 퍼져버린 공포와 불신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시작은 1019()이었다. 이날 하루 동안 네이버에서 독감 백신 사망으로 검색되는 기사는 328건이다. 사실상 첫 보도는 이날 오후 230분 경 출고된 ‘[속보] “독감백신 접종 뒤 10대 사망 사례 보고사망 원인 조사중”’이란 제목의 한 줄짜리 연합뉴스 기사였다. 이후 ‘[속보] 독감백신 접종 뒤 17세 사망당국 인과관계 없지만 부검 중”’(머니투데이)처럼 비슷한 제목의 기사가 올라갔다. 대부분 중앙방역대책본부의 코로나19 정례브리핑 결과를 인용했다.

조선일보 1022일자 1.

 

그리고 다음날인 20일자 조선일보 1면 기사 제목은 무료 독감백신 맞은 18세 돌연사정부는 사흘 뒤에야 공개였다. ‘백신’, ‘돌연사’, ‘사흘 뒤 공개라는 키워드가 더해지며 젊은 청년이 백신을 맞고 갑자기 사망했는데, 정부가 뭔가를 숨기고 있다는 식의 서사가 형성됐다. 다음날인 21일자 중앙일보 2면 톱기사 제목은 고창 70, 대전 80대 접종 뒤 사망독감백신 불안감 확산이었다. 그리고 22일자 조선일보 1면 톱기사 제목은 엿새간 10명 사망, 독감백신 쇼크였다. 같은 날 중앙일보 1면 톱기사 제목도 독감백신 사망 10, 정은경은 접종 계속”’이었다. 다른 언론보도 역시 이 같은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우주 고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1KBS ‘뉴스9’에서 백신 접종이 독감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상쇄하고도 남는다고 강조했고,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는 22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언론 보도로) 백신 접종률이 떨어지면 코로나와 인플루엔자가 동시 유행하고, 인플루엔자에 의한 합병증으로 인해 사망률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질병관리청은 폐렴 등 다른 기저질환으로 숨진 환자까지 감안했을 때 한 해 독감 사망자가 3000여명 수준이라며 진화에 나섰으나 역부족이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언론보도 빅데이터시스템 빅카인즈에 따르면 1016일부터 1028일까지 백신이 들어간 기사의 연관어 분석 결과 사망자 사망 사례 사망 원인 불안감 연관성 등의 단어가 비중있게 등장했다. 이 기간 백신이 들어간 기사는 4265건으로 나타났으며 이 중 백신사망이 포함된 기사는 2664건으로 절반 이상이었다. 주요일간지의 경우 중앙일보가 143건인 반면 한겨레는 40건에 그쳐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백신’, ‘사망’, ‘불안세 단어가 모두 포함된 기사도 535건으로 적지 않았다.

'백신' 관련 보도 연관어 검색 결과. 빅카인즈.

 

독감 백신과 관련 최근 언론 보도를 두고 카이스트(KIST) 경영공학과 석사과정의 강태영씨는 유튜브채널 언더스코어에서 왜곡과 오류를 지적했다. “5000만 명의 한국인 중 사망자는 일 평균 750명이다. 일주일이면 5250명이다. 이 사망자 중에서 백신 접종자로 보도된 사람들(16~22)25명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성인 3명 중 1명이 인플루엔자 백신을 맞고 있다. 최종적으로 백신을 맞았을 때 사망할 확률은 0.00015%.”

 

언론은 백신을 맞은 사람 중 몇 명이 사망했는지를 봐야 했지만, 사망자 중 백신을 맞은 사람의 수를 근거로 백신의 위험성을 측정하는 오류를 저질렀다. 강씨는 이번 이슈는 인과와 상관을 오해했기 때문에 벌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식으로 언론이 불안감만 높이면 예방접종 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신뢰가 낮아진다고 지적했다. 언론은 독감백신 접종 시 주의해야 할 점을 국민들에게 알려줘야 했지만, 오히려 접종 이후 사망한 사람들만 찾아 보도하는 식으로 백신 접종을 방해하는 일종의 바이러스같은 존재였다.

 

이와 관련 김원장 KBS기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르신 사망 독감백신 접종 여부 질문 맞았다면 독감백신 맞은 노인 또 사망우리 언론의 독감 사망 보도 알고리즘이었다고 꼬집었다. 앞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70세 이상 노인 204000명이 사망했는데 그들 중 절반 정도는 백신을 맞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김 기자는 최근의 언론보도가 지난해 노인 102000명 독감백신 맞고 사망과 같은 수준이라고 지적하며 백신의 불신이 커지면 서로 백신을 맞지 않으려 하고 결국 모두가 피해 보는 구조가 된다언론의 위험한 제목뽑기는 여기서 멈춰야 한다고 호소했다.

사태가 심각해지며 언론노조 민주언론실천위원회는 지난 27인플루엔자(독감) 관련 보도·방송 지침을 냈다. 지침에는 국민의 불안을 불필요하게 키울 수 있는 자극적인 표현 등을 삼간다 인플루엔자 백신과 사망 원인 간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았음에도 제목 등에 독감 사망자 수’,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사망자 수처럼 지나친 축약형 문장을 사용해 혼란을 주지 않는다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후 사망신고통계만을 단순 중계식으로 보도하는 것은 막연한 불안감을 키울 수 있으므로 신중을 기한다. 흥미 위주의 보도와 방송을 지양하고, 미확인된 정보나 괴담식 소문을 인용 또는 보도하지 않는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한국기자협회는 28일자 기자협회보 사설을 통해 백신 사망자 증가가 실제로 관련 사망자가 증가했기 때문인지 신고사례의 증가로 인한 착시현상인지, 기저질환의 유무나 사망자 연령대와의 관련성 등을 복합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었으나 매체 거의 대부분은 사망자 숫자 중계방송식 보도에 치중했다며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한국기자협회는 방역당국과 전문가 다수가 백신 접종과 사망과의 인과관계가 희박하다고 여러 차례 지적했음에도 언론이 백신 공포를 부추긴 점은 유감이라며 백신보도에 보다 과학적이고 차분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질병관리청으로부터 받은 국가예방접종 지원사업 백신 폐기 현황에 따르면 보건소가 최근 3년간 구입한 백신 45295도즈가 유효기간 경과, 냉장고 고장 등 사유로 폐기된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에는 전체 백신 구매 물량 중 0.34%를 폐기했고, 2018년은 1.09%를 폐기했으며, 2019년에는 1.11%를 폐기했다. 사유는 유효기간 경과(52.9%), 냉장고 고장(25.6%) 등 순위였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정부는 백신 관리에 더욱 철저해야 하고, 언론은 예방접종 시스템을 흔드는 위험한 보도행태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

정철운 기자 pierce@mediatoday.co.kr

 

팩트체크]민주화운동 관련자 전형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

대학 독자적 특별전형 선정 가능

지원자격 주고 평가·경쟁 거쳐 선발

 

왜 부모 민주화운동 경력이

자녀 스펙처럼 활용되나지적에

대교협 사회통념 적합땐 문제없어

 

보수야당과 보수언론 등을 중심으로 때아닌 운동권 자녀 대입 특혜논란이 불거졌다. 교육부 산하기관 국정감사가 열린 지난 7,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이 문재인 정부 들어 연세대 수시 모집에서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응시해 합격한 신입생이 18이라며 민주화운동 인사 특혜라고 주장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후 최근 8년 동안 7개 대학에서 민주화운동 자녀’ 119명이 수시 전형으로 합격했다’(<조선일보>)는 식의 보도가 이어졌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와 일선 대학, 교육계 인사 등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연세대를 비롯한 대여섯개 대학에 민주화운동 관련자라는 지원자격을 얻어 입학한 학생들이 있다는 사실 자체는 맞다. 그러나 내용을 좀 더 들여다보면, “대입에서 특혜를 줬다는 주장은 사실과 거리가 멀다

 

민주화운동 인사 자녀 위한 특별전형? 논란이 된 전형은 대입 특별전형이다. ‘특별한 경력이나 소질 등 대학이 제시하는 기준 또는 차등적인 교육적 보상기준에 의한 전형이 필요한 자’(고등교육법 시행령)를 대상으로 한다. 대교협은 해마다 발표하는 대입전형 기본사항에서 특별전형의 지원자격 요건을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한다.

 

우선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사회적 배려 대상이다. 국가보훈대상자, 만학도, 지역인재, 농어촌 학생, 특성화고 졸업자,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한부모가족 지원 대상자, 장애인, 서해 5도 학생 등이 여기에 속한다. 또 대학들은 자체 기준으로 특별전형에 지원할 수 있는 자격요건을 정할 수 있다. 대교협은 검정고시·대안학교 출신자 등을 예시로 설명해왔는데, 실제 대학별 사례를 보면 환경미화원 자녀 등으로 다양하다. 특혜 논란이 불거진 민주화운동 관련자역시 여기에 해당한다.

 

대학들은 각각의 지원자격에 따라 특별전형을 따로 두는 게 아니라 기회균형전형등의 이름으로 묶어서 선발한다. ‘민주화운동 관련자는 몇명 뽑는다는 식은 성립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서류평가·면접평가 등 다른 전형과 동일한 평가 절차도 거친다. 이 때문에 서승환 연세대 총장은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안에 기회균형전형이 있고, 여기에 지원할 수 있는 카테고리 7~8개 가운데 하나가 민주화운동 기여자다. 지원자들을 전부 모아 블라인드로 서류심사와 면접을 통해 평가를 하고, 학종에서 요구하는 절차가 모든 전형에 공통적으로 적용이 된다”(107일 국정감사)고 반박했다. 다양한 자격요건 가운데 민주화운동 관련자가 포함된 것을 두고 특혜라고 보기 어려운 대목이다.

 

예를 들어, 연세대의 경우 2022학년도 대입에서 다문화가정, ·오지 근무경력이 있는 선교사·교역자 자녀, 민주화운동 관련자 자녀 등이 기회균형전형에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이화여대는 민주화운동 관련자가 포함된 사회기여자전형은 다른 학종과 동일한 평가기준을 적용하고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두고 있어서 예외적인 전형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대교협은 대학이 나름의 기준에 따라 만든 특별전형 유형이 사회통념적 가치 기준에 적합하기만 하면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정부서 확대된 전형? 형식과 운영 과정에 문제가 없다면, 민주화운동 관련자를 특별전형 대상에 포함시킨 것이 적절하냐는 논란이 남는다. “부모가 민주화운동을 했다는 것이 자녀의 입시에서 중요한 스펙처럼 활용되고 있다”(김병욱 국민의힘 의원)는 주장이다.

하지만 다양한 지원자격 가운데 유독 민주화운동 관련자만을 특혜라고 문제 삼는 것은, 사실상 민주화운동은 사회통념적 기준에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반박이 나온다. 주관적 판단으로 민주화운동 관련자가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2000년 제정된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로 규정된 심의·결정에 따라 1964324일 이후 민주화운동에서 사망·행방불명, 부상, 질병 등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인정받은 사람과 그 자녀가 대상이다. 국가로부터 발급받은 민주화운동 관련자증서로 지원자격을 증명해야 한다

 

일각에선 현 정부 들어 관련 전형이 확대된 것처럼 주장한다. 하지만 연세대는 2012학년도부터 민주화운동 관련자 유형을 특별전형에 포함시킨 바 있다. 김효은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그동안 대입에서 균등한 기회를 보장한다는 취지의 기회균등전형을 확대하라는 사회적 요구가 컸고, 그 과정에서 대학들이 자격 요건을 다양하게 확대해온 맥락에서 봐야 한다고 짚었다. /최원형 이유진 기자 circle@hani.co.kr

 

미국 '극우집단' 큐어넌과 맞서 싸우는 BTS 팬클럽 아미, ?

블룸버그통신이 28(현지시간) “케이팝 열성 팬인 아미처럼 큐어넌에 맞서 싸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 화면 갈무리

 

한국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의 팬클럽 아미(ARMY)가 미국의 극우 음모론 집단인 큐어넌’(QAnon)과 맞서 싸우고 있다. 지난 5월부터 미국 전역에 퍼진 인종차별 반대시위에서 미국 내 케이팝 팬들이 집단 사이버 시위를 벌인 것이 계기다. 시위에 참여한 케이팝 팬들은 아시아인인 케이팝 스타들과 자신들의 소수자 정체성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정치의 최전방에 서게 된 케이팝 팬들이 다음달 3일 치러질 미국 대선에 미칠 영향도 주목받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28(현지시간) “케이팝 열성 팬인 아미처럼 큐어넌에 맞서 싸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보도했다. 아미를 비롯한 케이팝 팬클럽들이 큐어넌이 올리는 각종 해시태그에 연결된 링크를 BTS 동영상으로 도배하도록 유도하는 트롤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큐어넌은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인터넷 커뮤니티로 악명 높았던 ‘4에서 활동을 시작한 음모론 집단이다. 이들은 미국 민주당을 비롯한 주류 엘리트집단이 딥스테이트라는 비밀세력과 결탁해 소아성애와 인신매매 범죄를 일삼는다고 믿고 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딥스테이트를 막기 위한 비밀업무를 수행한다고 믿는다.

 

백인 경찰 데릭 쇼빈의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살해 사건을 계기로 지난 5월부터 미국 전역에 번진 인종차별 반대시위에서 큐어넌은 맞불 사이버 시위를 벌였다.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는 구호에 맞서 백인의 생명은 소중하다(#White Lives Matter)’ 해시태그 운동을 벌였다. 이에 맞서 아미는 해시태그에 연결된 링크를 BTS 동영상으로 유도했다. 큐어넌과 백인의 생명은 소중하다는 해시태그에 한국 팝스타 동영상을 담은 트윗이 하루 만에 22000개 이상 넘쳐났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지적했다.

 

케이팝 팬들은 지난 6월 미국 경찰이 트위터 계정에서 불법시위 참여자 제보 동영상을 요구하자, 관련 경찰 사이트를 다운시키거나 BTS 영상으로 도배하는 등 집단행동을 벌이기도 했다. 인종차별 반대시위 참여자가 아닌 시위대를 폭력적으로 진압하는 경찰의 동영상을 올리는 미러링을 하기도 했다

 

BTS도 지난 6월 흑인 인권 운동에 100만달러를 기부하고 인종차별에 반대한다는 연대 메시지를 낸 적이 있다. 슈가는 62일 미국 연예매체 버라이어티와 인터뷰에서 저희 역시 (아시아인에 대한) 편견을 경험해 왔다인종차별이나 폭력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것은 모든 사람의 권리라고 생각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RM편견과 폭력에 반대하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매우 신중하게 생각해 내린 결정이라며 우리는 정치인이 아니지만, 모든 것은 결국 정치적이라고 말했다. BTS100만달러를 기부한 다음달인 68일 아미도 흑인 인권 운동에 똑같은 금액을 기부했다.

 

아미가 인종차별 반대 운동에 앞장선 이유는 케이팝 스타들의 소수자 정체성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 등지에서는 BTS도 아시아인으로서 차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워싱턴포스트는 캐나다의 백인 뮤지션이 주요 상 후보에 오른 반면, 인기 있는 흑인이나 아시아인의 케이팝같은 범주로 강등된다고 지적했다. 팬 입장에서 케이팝을 좋아하는 것은 하류문화로 취급받는 분위기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스의 한 TV 진행자는 BTS 멤버가 실제로 남자인지를 물어보며 외모를 놀렸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지난해 7월 보도했다. 미국 뉴저지고등학교 3학년이자 BTS 팬인 로마 바라데는 아시아인에게 인종차별주의가 너무 흔해서 아시아인은 모두 똑같아 보이고, 남자는 소녀처럼 보인다고 했다. 인도계 미국인인 그는 주변에서 여자처럼 보이는보이밴드의 팬이 되는 것에 대해서 조롱받았다고 한다. 미국에서 비백인이 케이팝 팬이라면 이중삼중의 차별적 시선을 견뎌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내 케이팝 팬들과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Z세대들이 다음달 3일 치러질 미국 대선에 미칠 영향도 주목받고 있다. 미국 터프츠대는 이날 대선 11일 전인 지난 23일까지 18~29세 청년층 유권자 중 500만명 이상이 사전투표를 마쳤다고 분석했다. 이런 추세라면 청년층 투표율이 역대 최고 수준에 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CNN방송은 18~34세 청년 중 적극적 투표층은 51%4년 전 30%보다 21%포인트 올랐다고 밝혔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MBN 다음은 TV조선?... 종편 '승자의 저주' 시작되나

방통위 행정처분 앞두고 긴장감... '봐주기' 우려도... 시민단체 "법과 절차대로 승인 취소해야"

"신문 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는 4개의 보수신문이 방송 사업에 진출함으로써 정치적 이념적으로 경도된 편향 보도로 국민들의 사고와 가치관을 획일화할 것이다."

 

지난 201012월 이명박 정부가 종합편성채널(종편) 사업자를 4곳이나 선정하자 언론계에선 '승자의 저주'를 우려했고,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여론을 장악하려는 정부 계략이라며 종편 저지 투쟁을 선언했다. (관련 기사 : "종편 선정, 공정방송 사망 선고·국민에게는 재앙", http://bit.ly/10i6uM6)

 

그로부터 10년이 흘러 여야는 바뀌었고, MBN(매일경제), TV조선(조선일보), 채널A(동아일보) , JTBC(중앙일보)를 제외한 종편 3사가 승인 취소 위기에 처했다. 종편 출범 당시 자본금 편법 충당 행위가 드러난 MBN이 가장 먼저 심판대에 올랐고, 종편 재승인 조건을 위반한 TV조선과, '검언유착' 재판을 지켜봐야 하는 채널A도 위태롭다. 과연 '승자의 저주'는 실현될까?

 

'자본금 편법 충당' 대국민 사과한 MBN, 승인 취소냐 영업정지냐

지난해 1018일 검찰이 종합편성채널 요건을 맞추려고 자본금을 편법 충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매일경제방송(MBN) 본사를 압수 수색을 하며 각종 자료 확보에 나섰다. 사진은 서울 중구 퇴계로 MBN 사옥 앞 사기가 바람에 날리는 모습. 연합뉴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MBN(매일방송)이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30일 오후 2시 전체회의를 열어 MBN 자본금 편법 충당 등 불법 행위에 대한 행정처분을 내릴 예정이다. MBN29일 오후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장승준 대표가 물러난다고 밝혔다. (관련 기사 : MBN, 방통위 제재 앞두고 대국민 사과... 장승준 대표 사임, http://omn.kr/1q5fu)

 

MBN은 지난 2011년 종편 출범 당시 최소 납입 자본금인 3000억 원을 맞추려고 임직원 명의로 550억여 원을 빌려 회사 지분을 차명 매입한 사실이 드러나 지난 71심에서 장승준 대표 등 주요 경영진과 법인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방통위는 방송법 규정에 따라 종편 승인 취소나 최대 6개월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할 수 있고, 11월에 진행하는 종편 재승인 심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지난 27'6개월 영업정지' 처분이 나올 거라는 풍문이 돌기도 했다. 방통위와 MBN 모두 아직 정해진 건 없다고 해명했지만, 방송독립시민행동은 30일 방통위 앞에서 MBN 승인 취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29일 방통위 안팎에서 나온 얘기를 종합하면, 지금으로선 승인 취소 결정이 나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방통위 사정에 밝은 한 외부 인사는 29<오마이뉴스>"방통위에선 현재 영업정지 기간을 몇 개월로 할지, 프라임 시간대를 포함할지 여부를 놓고 내부 조율 중인 걸로 안다"고 밝혔다. 상임위원 가운데 승인 취소 의견도 일부 있었지만, 야당 추천 위원을 비롯한 다수가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언론단체 활동가도 이날 "애초 방통위 사무국에서는 승인 취소 안을 올렸지만 방통위 상임위원들 사이에 의견 일치가 안 돼 영업정지를 논의했던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방통위가 이미 지난 12MBN 경영진을 불러 청문회를 했음에도, 지난 28MBN 대주주인 장대환 <매일경제> 회장을 직접 불러 의견 청취한 것도 '영업정지'를 위한 명분 쌓기였다는 것이다.

 

실제 장 회장은 이 자리에서 시청자나 직원들을 고려해 선처를 부탁했고, 바로 다음날 대국민 사과와 함께 장 회장 아들인 장승준 대표 사임 발표가 나왔다.

 

'재승인 조건 위반' TV조선, 행정소송 제기

MBN보다 조건부 재승인 조건을 위반한 TV조선이 '진짜 승부처'가 되리란 전망도 있다.

 

TV조선은 지난 420일 종편 재승인 심사에서 공적책임·공정성 항목에서 점수 과락으로 탈락 위기에 처했지만, '방송심의규정(공정성 등) 위반 법정제재 매년 5건 이하'를 유지하는 조건으로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TV조선은 지난 26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아래 방심위)에서 올해 6번째 법정제재를 받아 재승인 취소 위기에 처했다. (관련 기사 : TV조선, 종편 재승인 조건 넘겨... 채널A'구사일생', http://omn.kr/1q1hx)

 

TV조선이 이 가운데 3건의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자, 시민단체에선 시간을 벌려는 '꼼수'라고 비판했다. 방통위는 현재 행정소송 결과가 나와야 재승인 조건 위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29일 논평에서 "TV조선이 법정제재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진행하더라도 방통위 조건부 재승인 처분은 여전히 유효하다"면서 "방통위가 행정소송이 진행 중인 법정제재를 재승인 조건에서 유보함은 자의적인 법해석"이라고 따졌다.

 

더구나 TV조선은 지난 2014년과 2017, 2020년 모두 조건부로 재승인을 받았기 때문에, 이번에 재승인 조건 위반이 확정되면 방통위에서 '선처'할 수 있는 여지도 많지 않다.

 

민언련 "MBN 봐주면 TV조선 재승인 취소도 어려워"

 

민주언론시민연합, 세금도둑잡아라, 민생경제연구소 등 시민단체가 1020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장대환 전 MBN 회장이자 현 매경미디어그룹 회장, 장 회장 아들인 장승준 매일경제 겸 MBN 대표, 이유상 전 MBN 감사, 류호길 전 MBN 대표에 고발장을 접수하고 있다. 민언련 제공

 

시민단체에선 "이번에 MBN을 봐주면 TV조선 재승인 취소도 어렵다"고 보고 있다. 신미희 민언련 사무처장은 "MBN 승인 취소가 방통위 규제 행정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면서 "명백한 불법 행위로 유죄 판결을 받은 MBN조차 승인 취소하지 못하면서 편파, 왜곡, 막말 보도 등에 대한 법정제재로 TV조선 재승인을 취소한다고 하면 해당 종편이 순순히 인정하겠느냐"고 지적했다.

 

앞으로 방통위에서 종편 승인을 취소하려고 해도, 해당 언론사와 정치권에서 '정치 보복'이라고 반발할 명분을 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방통위 상임위원 출신 한 인사는 "정부여당에서 종편 정책에 대한 원칙을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승인 취소 결정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더 늦기 전에 종편 정책을 투명하게 만들어 국민적 공감대를 먼저 형성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김시연(staright) / 오마이뉴스

 

조국이 이렇게 반격할 줄은 몰랐을 거다

태도 돌변한 언론-악플러들

"원한다면 조 전 장관을 만나 뵙고 정식으로 사과드리겠습니다. 선처를 부탁합니다."

 

최근 'OO 정치연구소'라는 블로그를 운영 중인 안아무개씨는 "조국 선생님께 불편함을 드린 점 사과합니다"라며 읍소에 가까운 글을 게시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11월부터 올 4월까지 안씨가 조 전 장관과 가족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명예를 훼손했다고 고소하자, 안씨가 이른바 발 빠른 '태세 전환'을 한 것이다.

 

안씨가 오랜 기간 퍼트린 허위사실은 악의성이 도드라졌다.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와 자산관리인 김아무개씨와 관련된 내용이 특히 그랬다. 조 전 장관 측이 고소인 조사를 마쳤다는 이 사건은 현재 방배경찰서가 수사 중이라고 한다.

 

이렇게 지난 7월 조 전 장관이 "서두르지 않고 지치지 않으면서 하나하나 따박따박 진행할 것"이라던 '소송의 시간'3개월 넘게 이어지는 중이다.

 

최근엔 MBC 이아무개 기자를 모욕 및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바 있다. 이 기자는 지난해 4"조국 수석이란 자도 애꾸눈 마누라가 엄청난 부동산 기술자"란 취지의 글을 올린 바 있다. 그간 조 전 장관 측이 고소·고발한 굵직한 사건만 꼽아 봐도 이 정도다.

 

- <가로세로연구소> 김아무개 전 기자 불구속 기소

- 보수 유튜버 <월간조선> 우아무개 전 기자 징역 8개월 법정구속, 항소심에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으로 감형 후 출소

-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 회원 4명 기소 의견 검찰 송치

- 채널ATV조선 현직 기자 명예훼손 형사 고소

- 김상현 국대떡볶이 대표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 고소

- <세계일보> 및 해당 기자 2명 명예훼손 관련 정정보도 청구 및 1억 원 손해배상청구

- "조국 딸 세브란스 피부과 방문 인턴 부탁" <조선일보> 보도 관련, 해당 기자 2인 및 사회부장, 편집국장 4억 손해배상 청구 및 형사 고소

- 펜앤마이크 기자 3, ·형사 소송 및 손해배상 청구

- 문갑식(디지털조선TV), 공병호(공병호TV) 허위사실 유포로 형사 고소

- 다수의 일간베스트 회원 및 유튜버, 블로거 등 형사 고소 및 손해배상 청구 예정

 

3개월 넘게 이어지는 '소송의 시간'

지난 7월 소송의 시간을 선언하며 조 전 장관이 밝힌 원칙은 "'허위사실'(언론중재법상 '허위' 사실적 주장 포함) 보도·유포 및 심각한 수준의 '모욕'"이었다. 그러면서 조 전 장관은 "비판적 '의견' 또는 조롱이나 야유는 거칠다 하더라도 표현의 자유의 영역으로 보아 감수할 것"이라며 "이는 저의 학문적 입장"이라고 덧붙인 바 있다.

 

이렇듯 '따박따박' 명단을 늘려가고 있는 조 전 장관. 이에 따라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와 검찰의 기소 여부 및 사법부의 판단을 지켜봐야 할 사건들도 늘어가는 중이다.

 

이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가 대표적이다. 그는 조 전 장관 측이 MBC 이아무개 기자를 고소한 것을 두고 지난 18"개인 페이스북 글마저도 형사 고소를 하는 건 쫌스러움을 넘어 집착이고 복수"라며 "공인의 권리 말고 공인의 품격을 지키세요"라고 지적한 바 있다.

 

과연 그럴까? 조 전 장관 측이 이어가고 있는 소송전이 과연 '공인의 품격'을 훼손하는 일일까?

 

우선 조국의 '데스노트'는 비교적 미미한 양이다. 반면 전무후무한 양이지 않았는가. 지난해 8월 이후 쏟아져 나온 조국 일가족 의혹 보도들 말이다. 주요 언론들이 참전했고, 이를 바탕으로 유튜버 및 블로거들이 부화뇌동했다. 그 가운데 허위보도 및 오보들이 적지 않았고, 악의적인 주장 및 허위 주장 역시 넘쳐났다.

조선일보가 조국 전 법무부장관 딸 조민시가 최근 연세대 의대 신촌세브란스 병원 피부과 A교수를 만나 인턴 지원 의사를 밝혔다고 보도한 기사가 "부정확한 기사"였다며 사과문을 게재했다. 2020.8.29 조선일보 캡쳐

 

소위 검증이란 이름 아래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 주장들이 난무했다. 그 중 법무부 장관의 자격을 묻는 검증들이 얼마나 됐는지, 실질적인 자격 검증에 앞서 인격살해라고 봐도 무방한 주장들은 얼마였는지 되돌아 볼 일이다. 이런 일부 보도와 주장들이 조국 일가족을 범죄자 집단으로 만드는 한편 법무부 장관의 자격을 예단하게 만들진 않았는지 말이다. 그렇다면 품격을 지켜야 할 쪽은 누구인가.

 

명백한 허위와 심각한 모욕에 대해 선별적으로 대응하는 조 전 장관 쪽인가. 아니면 '소송의 시간' 이후에도 "조국 딸 세브란스 피부과 방문 인턴 부탁"과 같은 명백한 오보를 내고 사과를 하는 언론이나, 형사 고소라는 '인생 실전'에 돌입하자 "선처를 부탁한다"며 태도가 돌변한 보수 블로거인가. 융단 폭격과도 같았던 언론 보도 중 이 정도 옥석을 가리는 것은 공인의 권리라기보다 시민 개인의 권리로 봐야 하지 않을까.

 

따박따박, 집요하게

1) 조국 일가가 금세 무너질 줄 알았을 것이고

2) 언론과 블로거, 유튜버 등의 막말, 모욕, 가짜 뉴스 등이 셀 수 없이 쏟아지니 "나 하나쯤이야" 생각했을 것이고

3) 당연히 이렇게 털면 범죄 사실이 뭔가라도 나올 줄 알았을 것이고

4) 이렇게 (조 전 장관 측이) 강한 맷집으로 견딘 후 ('반격의 시간'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입니다(...).

 

이 모든 건 저인망 수사를 통해 먼지털이 하던 검찰과, 그들의 일방적 주장인 공소장을 열심히 받아쓰며 망신주기 하던 언론, 이를 확대재생산하던 국민의힘 의도와는 다르게 흘러갔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페이스북을 통해 '조국의 데스노트'를 정리 중인 황희두 민주연구원 이사는 28"(악플러와 언론 등이) 작년에 비해 달라진 게 확실히 느껴집니다"라며 그 요인을 위와 같이 설명했다. 공감한다. 그만큼 조국의 반격은 집요하게, 일관되게 진행 중이고 그 효과도 확실해 보인다.

 

먼저 정부가 입법 예고한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대한 논의. 지난해 검찰의 조국 일가족 수사 전후로 쏟아진 언론보도를 접한 시민 중 일부는 일상처럼 여타 사안에도 '조국처럼만 보도해라'는 기준을 적용하는 중이다. 적지 않은 언론의 선택적 기준, 선택적 균형에 따른 보도를 질타하는 기준이 조국 일가족 보도가 된 탓이다.

 

그런 가운데 명백한 오보를 내거나 악의적인 허위보도를 일삼은 언론사에 대해 조 전 장관이 벌이는 소송전은 그간 언론보도로 피해를 본 일반인들에게도 어떤 메시지를 던져줄 공산이 작지 않아 보인다.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필요성까진 아니더라도 부당한 언론보도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대라는 메시지 말이다.

 

'선처를 부탁한다'라는 보수 블로거의 태세 전환이 상징적인 것도 그래서다. 정치인에 대한 정당한 비판 또한 적절한 표현과 수위 내에서 이뤄져야 설득력과 타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터. 악플 공화국으로 전락한 작금의 현실에 비춰 보면 조국의 행위가 일종의 경각심을 환기하고 있는 셈이다.

 

아울러 명백한 허위보도나 오보를 내고도 반성조차 없는 언론사나 기자 개인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조국 일가족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검찰이 일련의 조국 일가족 재판 과정에서 부정과 부패, 도덕적 타락의 법정 증거로 제시한 것이 바로 압도적인 물량의 언론 보도였기 때문이다.

 

"조국 가족처럼 수사하라"

"그런데 마치 무슨 남편이, 제 검사 생활을 보면 결국 이쪽저쪽에 제가 정치적인 사건으로 워낙 공격을 많이 받아왔습니다. 그거 다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2012년 결혼 직후부터. 그래서 저희 집사람은 어디 가서 남편이 공무원이다, 검사라는 얘기도 안 합니다."

 

지난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검찰이 수사 중인 부인과 장모 관련 의혹이 제기되자 한 답변 중 일부다. 윤 총장은 "제 처 일은 제 처 일이고 제가 무슨 제 처 일에 관여하고 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관련 의혹을 부인한 바 있다.

조국 전 장관과 일가족이 벌이는 '소송의 시간'"조국처럼 보도하라"는 반응을 이끌어낸 것과 같이, 수사 중인 가족 관련 의혹을 부인한 윤 총장을 향해서도 똑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국정감사 직후 KBS 최경영 기자는 자신의 페북에 '윤석열 국감'을 이 한마디로 정리한 바 있다. 이런 기준 역시 '조국 데스노트'의 연장선상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윤석열이 할 건 하나다. 너네 가족도 조국 가족처럼 수사해라. 그럼 다 증명된다

[하성태의 인사이드아웃] -오마이뉴스

 

노인 늘어난 동네, 셔터 더 내린 은행

노후자금 착취 리포트-늙은 지갑을 탐하다] <5> 언택트 금융, 노인을 잊다

비용 절감 등을 목적으로 문 닫는 은행 점포가 속출하는 가운데 노인 인구가 많이 늘어난 동네일수록 폐쇄 지점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으로 은행 업무를 보는 데 서툰 노인들에게는 점포가 절실한데 현실은 반대로 돌아가는 셈이다.

서울신문은 29일 이윤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도움을 받아 전국 228개 시군구의 2010년과 2019년 사이 노인 인구(65세 이상) 변화와 지점 감소 추이를 분석했다. 그 결과 노인 인구 비율이 많이 늘어난 기초지방자치단체에 폐쇄 지점 수가 더 많은 경향이 확인됐다. 예컨대 서울 송파구는 10년 새 노인 인구가 34177명 늘어 전국 시군구 가운데 9번째로 많이 증가했는데, 같은 기간 은행 점포는 42개 폐쇄돼 3번째로 많았다. 또 같은 기간 강남구의 노인 인구는 전국 지자체 중 18번째로 많이 증가(26801)했는데 점포는 가장 많이 감소(96)했다. 경기권에서는 성남시의 노인 인구가 전국에서 6번째(41764)로 많이 늘었는데 점포는 5번째로 많이 감소(33)했다. 이번 분석에서는 17개 시중·지방·특수은행을 대상으로 했다. 은행들은 2010년 이후 10년간 모두 750개의 점포 문을 닫았고, 코로나19로 비대면 서비스가 주목받은 올해에는 상반기에만 117개를 없애는 등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노인 인구 증가와 은행 점포 감소 간 인과관계를 확인했다고 해석하기는 어렵지만, 노인수가 늘었는데 점포는 오히려 줄어드는 현상이 데이터로 관측된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이 의도적으로 노인 인구가 많은 지역부터 점포 문을 닫았다고는 볼 수 없지만 지점 폐쇄를 결정할 때 주변에 사는 노인수는 크게 따져 보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는 노인 고객을 중요 요소로 두고 고민한다던 은행들의 공식 입장과는 다른 결과다.

 

또 전국 3554개 읍면동 가운데 시중·지역·국책은행 점포가 1곳도 없는 곳 비율이 48.4%(1720)나 됐다. 은행 점포가 한 곳도 없는 읍면동 고령인구 비율은 21.6%로 전국 평균(16.0%)보다 높았다. 전국 읍면동의 평균 면적은 28. 몸이 불편한 노인 입장에서 동네에 은행이 없다면 송금이라도 한번 하려고 해도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한다

 

반면 노인 고객이 은행에 맡긴 돈은 늘었다. 온라인 경쟁에만 매몰돼 정작 핵심 고객인 고령층 맞춤 서비스에는 신경 쓰지 않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18개 시중·지방·특수·인터넷은행의 예적금과 펀드액 가운데 60대 이상 자금 비율은 201528.8%, 201629.2%, 201730.3%, 201831.2%, 지난해 32.0%로 매년 늘고 있다.

 

은행 점포 폐쇄를 두고 고령층의 불편이 가중되자 금융위원회는 은행업계와 관련 연구기관, 소비자단체 등이 함께 논의체를 구성해 다음주 첫 회의를 연다. 이 자리에서는 점포 축소의 실태와 대안 등을 논의한다./특별취재팀 dynamic@seoul.co.kr

 

경향 장도리 10.2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