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과 어울리기/시사만평-주간 쟁점

11.22~11.28 종부세 타령, 윤석열 짓, 썩은 언론

by 이성근 2020. 11. 22.

부동산 대란 주범이 정말 김현미 장관일까? 열망 부추기는 언론

도둑맞은 후, 프랑스의 보물이 된 모나리자

소득 하위 20% 가구 절반 이상이 적자적자 가구 비율 7년 만에 최고

코로나가 벌려놓은 소득격차저소득층만 소득 감소

건보공단, 담배회사 상대 소송 패소담배업계 "재판부 판단 존중"

집값 상승이 낳은 웃픈 현실씁쓸한 신조어 `벼락거지`

"한 사람 극단적 선택에 평균 20명 영향, 한국은 더 심하다"

한국 손목을 꽉 잡은 미국주간지 표지의 의미

코로나19 다중시설 집단감염 최다 장소는 '종교시설' 다음은 '직장'

역대 삼성 총수의 대통령 뇌물공여 범죄 줄줄이 읊은 특검이재용 집유 안 돼

미국은 여전히 '트럼프들의 나라'임을 보여주는 징후

5채 이상 다주택자 118062

"종부세 2000만원에 기절" 매도 고민하는 다주택자들

행복주택도 버거운데영끌하는 2030은 대체 누군가요?”

[전문]추미애, 윤석열 직무집행정지 명령·징계 청구

부당이익은 16천억원, 손해배상은 59

윤석열 직무배제 사유 홍석현 만남에 중앙일보 보도는?

시장, 집값 상승 기대감 여전내년 보유세 부과 전까진 안 팔아

종부세 폭탄? 장기보유·고령 공제 땐 10억짜리 집에 12만원

임금님' 비유하며 문 대통령 비판한 한겨레 '홍세화 칼럼'

한국 '코로나 시대' 살기좋은 나라 4위에일본은 왜 2?

경제도 교육도 양극화 심화약자들에 더욱 가혹한 재난

존재감 없음"... "검찰 대응 수월"... '판사 불법사찰' 문건 공개

비대면 시대, 디지털 기술이 복구시킨 공동체 가치

개혁 상징에서 애물단지 돼버린 저리톡을 바라보며

새로운 전선으로 떠오른 나약한 판사프레임

K방역은 있는데 ‘K언론은 왜 없을까

44년차 감염병 전문기자가 말하는 팬데믹 시대 언론의 역할

 

부동산 대란 주범이 정말 김현미 장관일까?

[기자의 눈] '서울 부동산' 향한 열망 부추기는 언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0일 국회 예산결산특위 전체회의에서 '아파트 구매시 디딤돌 대출 제한을 풀어달라'는 야당 의원과 설전을 벌였다. 해당 의원이 '정부 디딤돌 대출은 5억 이하 주택 구매시만 받을 수 있는데, 수도권에 5억 이하 집이 어디 있느냐'며 대출 기준금액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자 김 장관이 '우리 집만 해도 5억 이하'라고 맞받은 것이다.

 

웃지 못할 해프닝은 정작 그 다음이었다. 김 장관과 같은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이 '우리 단지는 5억 넘는데 무슨 소리냐'며 김 장관의 '집값 평가절하'에 항의한 것이다. 김 장관의 아파트가 있는 곳은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다. 소위 말하는 일산 신도시(1)에 해당한다. 이 아파트 실제 시세는 김 장관이 말한 '5' 보다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1억 가까이 높다고 한다. 물론 서울의 같은 평형보다는 훨씬 낮다.

 

김 장관의 진짜 발언 의도가 무엇이었든, 그의 말은 이른바 '부동산 문제'를 대하는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을 스스로 돌아보게 하는 면이 있다. 보수언론이나 경제지가 앞장서 부추기고 있는 '부동산 문제'란 이런 것이다. '서울에 아파트 전세 매물이 없다', '그렇다고 매매를 하자니 서울 아파트 가격이 너무 비싸다', '대출받아 사려고 해도 대출 규제에 걸린다', '서울 등 투기과열지역에 1주택만 갖고 있는데 세금을 내기에는 현금소득이 부족하다' .

 

그러나 이런 논리들이 과연 '절박한 서민 주거 문제'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정부의 주택 정책은 크게 보면 빈민·차상위계층을 대상으로 한 취약층 주거지원 정책과 중산층 이상을 대상으로 한 주택시장 정책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전자는 복지정책, 후자는 경제정책에 가깝다. 문제는 이 둘을 혼동하면서 발생한다.

 

예를 들어 보자. '정부·여당의 부동산 3법 때문에 전세 대란이 발생했다'고 야당과 보수진영은 공격한다. 전문가들은 전세 물건이 줄어든 핵심 요인은 금리이지 부동산 3법이 아니라고 하지만, 어떤 요인에서든 전세 매물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전세 매물 감소가 과연 '생존권으로서의 주거권'을 실질적으로 침해하는 중대한 위기 요인일까?

 

전세난이 주로 발생하는 곳은 서울과 수도권 몇몇 지역, 그리고 지방 대도시뿐이다. 그런데 해당 지역들에 아파트 전세를 구할 돈이면 그 주변 지역에서 더 넓은 집 전세를 구하거나 심지어 주택을 매매할 수도 있다.

 

예컨대 '5억이다, 아니다' 논란이 일었던 김현미 장관의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덕이동 아이파크 1단지 176제곱미터(53평형) 모델 아파트의 최근 실거래가는 5.8억 정도라고 한다. 그 덕이동에서 자유로를 타고 서울로 들어와 보자. 처음 나오는 동네는 마포구 상암동이다. 이곳의 월드컵파크 아파트 단지는 김현미 장관 집의 절반 이하 면적인 81제곱미터 전세가가 6.5(월드컵파크12단지)이나 된다. 매매 호가는 8.5.

 

일산과 상암동 사이에는 경기 고양시 덕양구가 있다. 덕양구에서는 80제곱미터 정도 되는 아파트 매매가가 보통 3억 이하(햇빛마을22·23단지)이다. 즉 서울 상암동에서 전세를 얻을 돈이면, 일산 신도시에 50평대 아파트를 살() 수 있고, 그 옆동네에서라면 2~30평대 아파트를 2채도 살 수 있다는 얘기다.

 

너무 극단적인 일부 사례일까? 올해 8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는 5.1(KB국민은행 8월 월간주택가격동향)으로 5억을 넘어섰다. 같은 기관의 10월 주택가격동향에서 서울 전세가는 평당 2000만 원, 전체 평균 5.37억이었다. 서울을 감싸고 있는 수도권 도시들에서는, 전세가가 아니라 매매가가 평당 1000이 채 안 되는 경우도 많다. 즉 서울에 전세를 얻을 돈이면 수도권 근교도시, 예컨대 고양시, 안양시, 성남시(분당구 제외), 부천시 등지에 비슷한 넓이의 아파트를 아예 자기 명의로 구입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아무도 이것은 원하지 않는다. 왜일까?

불편한 진실이지만, 많은 사람들의 마음 속에 감춰진 답은 '그 곳은 집값이 오르지 않을 테니까'이다. 사람들이 굳이 서울에 살려 하는 이유는 '통근거리', '자녀 교육환경', '원래 살던 동네에 살고싶은 것뿐' 등 다양하지만, 적어도 다수에게는 '집값 전망'이 본질이라는 것을 모두가 안다. 교육 환경? 복잡한 서울보다 유동인구 적은 지방도시가 오히려 더 낫다는 사람도 많다. 통근거리? 경기도권 대부분은 서울로 출퇴근할만한 교통 여건이 갖춰져 있다.

 

오히려 많은 경우 '부동산 문제' 또는 '전세 대란'의 본질은 이렇다. 서울에서 어떻게든 전셋집을 구해 살아서 '무주택 경력''서울 거주기간 경력'을 쌓은 뒤 이를 토대로 서울시내에 아파트를 분양받아 막대한 차익을 남기고 싶은 것이다. 그러니 무리해서 전세자금 대출을 받으면서까지, 집이 좁고 차가 막히고 공기가 탁하고 근처에 공원 하나 없어도 굳이 서울에 살려는 것이고, 같은 돈이면 충분히 서울로 통근 가능한 거리에 좁지 않은 집을 살 수 있는데도 그런 '''살 집'으로 고려되지 못하는 것이다.

 

물론 개인들의 이런 선택을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다. 아파트 청약으로 재테크를 하겠다는 것을 자본주의 국가에서 막을 수는 없다. 매매든 청약이든 '서울 아파트'를 손에 넣어서 십억대 자산가가 돼보겠다는 욕망이 불법은 아니다. 자식을 꼭 '8학군'에 보내야겠다는, 안타깝지만 어딘가 수상한 교육열도 마찬가지다. 굳이 이런 이유가 아니라도 가정마다 가진 불행의 이유만큼이나 다양한 사정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그런 '제각각의 사정'이 있다 해도, 당장 거주할 곳이 없어서 길거리로 나앉아야 하는 것도 아닌 이들의 수요를 보호해야 할 서민 주거 실수요로 규정하거나, 정부 정책과 정치권의 입법에 의해 지원을 해야 하거나, 언론에 의해 그 절박성이 호소돼야 할 일인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정부의 11.19 전세대책도 '정작 수요자들이 원하는 전셋집은 중형 이상 아파트인데 원룸·소형만 공급하면 뭐하나'라는 지적을 받고 있지만, '부동산 정의'의 관점을 적용하면 대놓고 나무라기 어렵다. '서울·수도권·대도시·신도시의 중대형 평형 아파트에 전세를 살고 싶다'는 사람들의 수요를, 세금으로 정책 만들어 떠받쳐줄 필요가 뭐란 말인가.

 

일부 언론에서 집중 조명하는 '강남에 1주택 있는데 소득은 없다. 세금 올리면 나는 어떻게 내느냐'는 억울한(?) 사연들도, 한 번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오히려 '왜 세금을 부담하면서까지 꼭 거기 살아야 하는가'를 물어야 하지 않을까? "왜 강남 부자들의 입장만을 대서특필하는 걸까? 그 정도로 비싼 아파트에 사는 분들이라면, 또 그 정도로 집값이 뛴 아파트를 소유한 분들이라면 그만한 세금은 내는 게 옳다"(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는 지적은 경청할 만하다.

 

다만 '이제까지는 부동산으로 돈 벌어 놓고, 갑자기 지금부터 그 기회를 막으면 사다리 걷어차기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는 있겠다. 정의의 차원이라기보다는 공정·형평 차원의 문제 제기다. 예컨대 '586세대들은 이미 집주인·건물주가 됐으면서, 아직 집 못 산 3040 세대는 평생 세입자로 살라는 거냐'는 지적이 일부에서 제기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이 문제는 이른바 공정의 문제, 세대론의 문제와도 일면 맞닿아 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표방하는대로, '집을 사지(to buy) 않고 사는(to live)' 방향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는 목적은 온당하다. 공공임대주택 물량 늘리기라는 정부 정책의 '방향성'도 옳다. 다만, 세대간 기회의 평등을 원하는 젊은세대와 안정적인 거주권을 갈구하는 이들의 불만을 다독일 방법은 더욱 정교하게 마련돼야 한다. 정책 방향을 변함없이 추진하겠다는 당위적 의지를 표명하는 것에 만족하면 '부동산 불패' 신화는 깨지지 않는다.

곽재훈 기자 프레시안

 

도둑맞은 후, 프랑스의 보물이 된 모나리자

도둑맞기 전까지 모나리자루브르의 심장이 아니었다. 도둑인 페루자가 다빈치의 국적을 언급하기 전까지 이탈리아인의 영혼도 아니었다. 100년도 더 지났지만, 지금 모나리자와 그의 신전은 여전히 견고하다.

EPA 76일 재개관한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에서 마스크를 쓴 관람객들이 모나리자를 감상하고 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프랑수아 1세의 초빙으로 프랑스에 갈 때 챙겨갔고, 다빈치 사후 프랑스 왕가의 소유가 되어 프랑스의 보물로 수백 년을 지내온 모나리자는 20세기 들어 몇 번의 해외 나들이를 경험한 바 있다. 1963년 미국 영부인 재클린 케네디가 간절히 호소해 대서양을 건너 미국 땅을 밟았고 모스크바와 도쿄에도 그 모습을 드러냈지. 그야말로 철통같은 경호와 천문학적인 보험료를 들인 비싼 나들이였단다. 하지만 모나리자의 가장 길었던 프랑스 밖 나들이(?)는 그렇게 순탄하지도 호화롭지도 못했어.

 

1911822일 모나리자 그림을 즐겨 찾던 화가 루이 베루는 평소처럼 루브르박물관의 모나리자 그림 앞에 섰다가 일순간 눈을 화등잔같이 크게 뜬다. 두 눈을 의심하며 몇 번이나 비벼봤지만 목전에 펼쳐진 것은 수수께끼의 미소를 가진 주인공이 아니라 모나리자의 빈자리였어.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놀란 가슴을 부여잡고 경비 책임자에게 달려갔지만 그는 심드렁했다. “홍보 사진이라도 찍으려고 가져간 거 아니겠습니까. 가끔 그런 일 있잖아요.” 이에 박물관 본부에 연락했으나 돌아온 답은 그런 사실 없음이었다. 그제야 루브르박물관 직원들의 머릿속에 거대한 사이렌이 울리기 시작했어. “모나리자가 없어졌다.”

 

박물관은 즉시 폐쇄됐고, 온 박물관 내부를 서캐 훑듯 뒤졌지만 모나리자는 발견하지 못했어. 전날인 821일 마지막으로 목격된 뒤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거야. 당시 모나리자는 지금처럼 루브르의 심장으로 여겨지는 존재가 아니었어. 하지만 뜻하지 않게 물건을 잃어버리면 그것의 가치와 그에 대한 집착은 수직 상승하게 마련이야. 이를테면 숭례문에 별 관심이 없던 한국인들도 어느 정신 나간 노인의 방화로 숭례문이 불탔을 때 눈물을 흘린 것처럼 말이다.

 

영원한 미소를 잃어버렸다!” 프랑스 언론은 연일 분노를 터뜨리며 모나리자 실종 사건을 대서특필했다. 평소 모나리자가 있는지 없는지도 몰랐던 사람들이 대거 빈자리라도 보겠다며 몰려들었어. “프란츠 카프카와 그의 친구 막스 브로트도 모나리자가 사라진 자리를 보려는 대열에 합류했다. 브로트가 일기에서 썼듯이 모나리자의 이미지는 도처에 있었다. (···) 매체를 막론하고 모든 문화에서 흘러넘치게 되었다(모나리자 훔치기, 다리안 리더 지음).” 모나리자는 거기 있어서가 아니라 사라졌기에갑자기 떠버린 거야. 아울러 품격 높으신 귀족들이 감상하던 고고한 미술품에서 벗어나 무더기로 몰려드는 대중의 여신으로 광장에 모셔지게 돼.

 

이탈리아의 영웅이 된 그림 도둑

당연히 경찰은 눈에 불을 켰다. 조금만 의심스러워도 용의자로 족치려 들었지. 파블로 피카소도 그중 하나였어. 도난당한 줄 모르고 어떤 미술품을 사들였던 전력이 문제가 됐거든. “미라보 다리 밑에 센강은 흐르고라는, 그 유명한 시구를 남긴 시인 아폴리네르도 잠시나마 철창신세를 진다. “예술가의 상상력을 가로막는 박물관을 불태워버려라라는 과격한 언사를 내뱉고 장물 취득 혐의를 받았기 때문이었지. 물론 둘은 범인이 아니었어. 대담하게도 박물관에 걸린 모나리자를 벽에서 떼어내 태연하게 들고 나간 사람은 따로 있었지. 빈센초 페루자라는 이탈리아인이었다.

Wikipedia 모나리자를 훔친 빈센초 페루자.

 

그는 모나리자 그림에 안전유리를 씌우는 작업을 했던 노동자였어. 당연히 액자 유리를 신속히 떼어낼 수 있었지. 그는 그림을 액자에서 분리해 코트 자락에 숨긴 뒤 유유히 박물관을 나와 자신의 집에 숨겨두었어. 사실 그는 진작 체포될 수도 있었다고 해. 현장에 페루자의 지문이 큼직하게 남아 있었거든. 수사 과정에서 경찰이 집까지 찾아왔지만 지문을 조회하거나 가택을 수색하지 않았다. ‘하층 외국인 노동자가 예술품의 진가를 알아보고 훔칠 리 없다는 고정관념 때문이었지. 페루자는 그림을 들고 이탈리아로 귀국해서 세상이 조용해지기를 기다렸어.

 

2년여의 시간이 흐른 뒤 그는 피렌체의 미술상에게 편지를 보낸다. “루브르에서 도난당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을 가지고 있소. 다빈치가 이탈리아인이었으니 이 그림의 주인은 이탈리아가 돼야 하오. 이 걸작을 본디 있던 자리로 돌리고 싶소. 레오나르도.”

 

미술상 알프레도 제리는 반신반의하며 레오나르도 페루자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이를 만났다. 그림을 확인한 그는 눈이 튀어나올 만큼 놀랐지. 루브르박물관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진품 모나리자였으니까. 여기서 그가 레오나르도 페루자아니 빈센초 페루자의 뜻대로 10만 달러 정도에 그림을 사서 피렌체에 흔했던 부자 중 한 명에게 몇 배를 받고 팔았다면 모나리자는 영원히 수장고 속 잠자는 공주가 되었을지도 몰라. 그러나 미술상 알프레도 제리는 그러기엔 반듯한 사람이었다(간이 작았다고나 할까). 그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빈센초 페루자는 체포되고 모나리자는 이탈리아 정부의 손에 들어갔어.

 

10만 달러에 모나리자를 거래하려 했던 페루자는 이렇게 항변했어. “모나리자를 고향으로 돌려보내고 싶었다. 이탈리아 문화재를 약탈해간 나폴레옹에게 복수하고 싶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탈리아 사람들 역시 모나리자에 그리 관심을 두지 않았어. 프랑스 루브르나 영국의 영국박물관에 있는 이탈리아 예술품이 한두 점이겠니. 그런데 모나리자를 프랑스로 가져간 나폴레옹에게 복수하고(이건 역사적 사실이 아니다) 고향으로 되돌리려 했다는 허무맹랑한 범행 동기는 이탈리아 국민들을 열광시켰어. 통일 왕국을 이룬 지 수십 년밖에 안 되는 이탈리아에서 페루자는 일약 국민 영웅이 됐고 전국에서 쏟아지는 꽃다발과 선물 공세에 파묻힐 지경이었지. 루브르의 모나리자가 그 부재(不在)로 인해 비로소 대중적 명성을 얻었다면, 이탈리아의 모나리자는 이탈리아인들의 영혼을 하나로 묶었던 거야. 어쩔 수 없이 프랑스에 반환했지만 이탈리아인들은 피렌체, 로마, 밀라노를 순회하며 모나리자 전시회를 열었어. “구름 관객이 몰려들었다. 그림 앞에서 눈물을 글썽이는 사람도 있었다. 로마를 거쳐 밀라노 전시가 이어졌다. 이 전시엔 이틀 동안 6만명이 몰렸다(신동아20195월호, ‘명작의 비밀’).” 그 뒤 이탈리아인들에게 모나리자는 이탈리아로 돌아와야 할보물로 각인된다.

 

그로부터 100여 년이 흘러, 프랑스가 러시아 월드컵에서 우승하자 루브르박물관 측은 기쁨을 주체하지 못해 프랑스 축구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모나리자를 공식 트위터 계정에 올린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격분했어. “모나리자는 이탈리아 사람이다! 이런 짓 그만둬라.” 이에 대해 루브르박물관은 공식적으로 응대하지. “모나리자는 프랑수아 1세가 레오나르도 다빈치로부터 구입한 것이다(우리 거야! 시끄러워!).” 오늘날, 루브르박물관은 통째로 모나리자를 위한 신전이 되어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100여 년 전 페루자가 자신을 훔쳐가기 전까지는 꿈도 꾸지 못했던 지위를 만끽하며 신비의 미소를 짓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페루자에게 과연 어떤 인사를 할지 궁금해진다. 프랑스어로 메르시 무슈 페루자!’ 하며 손 키스를 보낼까, 아니면 이탈리아 말로 그라치에 시뇨레 페루자라고 윙크를 할까?

|시사인 / 김형민(SBS CNBC PD)

 

소득 하위 20% 가구 절반 이상이 적자적자 가구 비율 7년 만에 최고

코로나19로 소득 5분위 가운데 하위 20%1분위 가구의 절반 정도가 3분기 적자를 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코로나19와 긴 장마·집중호우로 일자리가 줄어든 데다 내수 위축으로 대면 서비스 업종에 종사하는 영세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입니다.

 

통계청이 19일 내놓은 3분기 가계동향 조사 결과를 보면 2인 이상 전국 가구 가운데 소득 1분위의 적자 가구 비율이 50.9%로 나타났습니다. 절반 이상의 가구가 매달 소득보다 지출이 많다는 뜻입니다.

 

3분기 소득 1분위의 소득·지출 내역을 들여다보면 벌어들인 소득은 월평균 1637천 원으로 1년 전보다 1.1% 감소했습니다. 이 가운데 근로소득이 553천 원으로 1년 전보다 10.7% 급감했고, 사업소득도 276천 원으로 8.1% 줄었습니다.

 

8월 중순 이후 코로나19 2차 확산으로 내수 소비가 위축된 데다 긴 장마와 집중호우까지 겹치면서 소득의 65%를 차지하는 근로소득과 19%를 차지하는 사업소득이 각각 10% 안팎 꺾인 것입니다. 정부의 공적 지원금이 월평균 595천 원 지급됐지만, 다른 소득 감소폭이 워낙 컸습니다.

 

이에 비해 소득 1분위 가구의 지출은 월평균 1881천 원으로 소득보다 많았습니다. 1년 전보다 3.5% 지출이 줄었지만, 월평균 적자는 244천 원을 기록했습니다. 이에 따라 1분위 가구의 적자 비율은 50.8%로 나타났으며, 이 비율이 50%를 넘어선 것은 3분기 기준으로 2013년 이후 7년 만입니다.

 

소득이 가장 많은 5분위(소득 상위 20% 가구)의 적자 가구 비율이 7.0%인 점을 감안하면 1분위의 적자 가구 비율은 7배 이상입니다. 적자 가구 비율은 소득분위가 올라갈수록 줄어드는 구조입니다. 3분기 기준으로 2분위가 23.9%, 3분위는 14.8%, 4분위는 10.6%로 가구 전체로 보면 21.4%가 적자 가구입니다.

임승창 기자 sclim@kbs.co.kr

 

코로나가 벌려놓은 소득격차저소득층만 소득 감소

코로나19 이후 저소득층의 근로 소득이 고소득층에 비해 큰 비중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소득 격차를 줄이려고 정부가 네 차례나 추경을 편성해 저소득층에 현금성 지원을 했는데도 차이는 더 커졌는데요. 박예원 기자가 이유 분석했습니다.

[리포트]올해 3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305천 원입니다. 지난해보다 1.6% 늘었습니다. 어디서 늘었나 봤더니, 일해서 버는 근로소득이나 장사해서 버는 사업소득은 다 줄었는데, 정부 지원금이 포함된 이전 소득만 17% 넘게 증가했습니다.

 

자세히 볼까요? 전체 가구 소득의 65%를 차지하는 근로소득이 특히 중요한데, 소득 하위 20%의 근로소득은 10.7%, 두자릿수나 감소했습니다. 상위 20%0.6%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감소폭이 훨씬 크죠.

 

저소득층의 취업 비중이 높은 임시 일용직 중심으로 일자리가 줄면서, 이들이 큰 타격을 봤다는 게 정부 분석입니다. 3분기에 집행된 2차 긴급재난지원금이 이런 소득 격차를 메워줬을 까요? 결과적으로 그러지 못했습니다.

정부 지원금이 포함된 공적 이전 소득을 보면 하위 20%에선 15.8% 늘었는데, 상위 20%에서는 40.3%, 오히려 배 넘게 증가폭이 컸습니다. 이 숫자만 보면 고소득자가 지원을 더 받은 것처럼 보이죠? 왜 그럴까요?

 

소득 하위 20%는 평균연령이 62세 정도인데요. 이들은 2차 재난지원금 내역 가운데 규모가 컸던 소상공인이나 초, 중등생 자녀 양육 지원금 수령 대상이 아니어서 통계에 이렇게 반영된 걸로 보입니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소득 상위 20%와 하위 20%간 격차인 5분위 배율은 지난해 같은 기은 물론 2분기때와 비교해 봐도 더 벌어졌습니다.

그럼 저소득층 어떻게 버티고 있을까요? 소득 하위 20%3분기 지출은 3.6%나 줄어 상위 20%보다 감소폭이 4배나 컸습니다. 음식, 주거, 의료 등에 지출의 절반을 썼고요. 오락 문화에는 한 달에 7만 원, 옷 사입는 데는 5만 원도 채 쓰지 못했습니다. 소득이 주니까 꼭 써야할 데만 쓰고 나머진 허리띠를 점점 더 졸라매고 있다는 뜻일 겁니다.

 

코로나19 충격이 저소득, 취약 계층에게 더 가혹하게 다가왔다는 현실이 다시 한번 분명히 드러났습니다. KBS 뉴스 박예원입니다.

 

건보공단, 담배회사 상대 소송 패소담배업계 "재판부 판단 존중"

"담배회사, 암 발생 배상책임없다" 위법행위 없다는 점 확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이 KT&G. 한국필립모리스, BAT코리아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재판부가 흡연과 질병의 인과관계를 인정할만한 개연성이 밝혀지지 않았다는 취지로 원고 패소 판정했다.

 

담배업계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KT&G20"재판부의 신중하고 사려깊은 판단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KT&G 측은 "역학적 상관관계만으로 개별 흡연자들의 폐암, 후두암 발병과 흡연 사이에 상당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이라며 "국가 기관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국내 최초 소송에서 KT&G의 위법 행위가 없었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장판사 홍기찬)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청구한 500억원대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건보공단은 20144월 담배회사들이 수입·제조·판매한 담배로 인해 발생한 3456명의 흡연자가 폐암 및 후두암 등이 발병했고 보험금여 명목으로 533억원이 더 지출됐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흡연을 시작하는 것은 물론이고 흡연을 계속할 것인지 여부는 자유의지에 따른 선택의 문제"라며 흡연은 개인이 선택이라는 담배회사 주장을 받아 들였다.

 

한국필립모리스와 BAT코리아 등도 이번 판결 결과를 환영하면서 향후에도 환경, 사회적 영향을 고려하며 사업을 하겠다고 밝혔다. 한국필립모리스 측은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이번 판결이 흡연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는 것은 아니며 더 나은 방향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BAT코리아는 "법원 결정을 환영한다""지역 사회에 미치는 사회적 영향을 생각하며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연춘 기자 staykit@inews24.com

 

집값 상승이 낳은 웃픈 현실씁쓸한 신조어 `벼락거지`

집 안사고 저축했던 무주택자

3년새 집값 34.5% 급증하고

전셋보증금도 뛰면서 낭패

 

청약가점 모았던 무주택자도

분양가상한제 등 규제강화로

`로또청약` 치솟는 경쟁에 좌절

사진설명서울 외곽까지 아파트 전셋값이 뛰고 집값도 상승하면서 갑자기 주거불안을 느끼게 된 중산층을 일컬어 `벼락거지`란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사진은 강북구 미아뉴타운 인근 대단지 아파트를 바라보고 있는 행인 모습. [매경DB]

 

"세종시 올 때 아파트를 샀어야 했네. 이거 속 쓰려서 살겠냐"(30대 세종시 공무원 A)

집값이 내릴 것이라는 정부 약속을 믿고 아파트 구입을 미뤘다가 매매가와 전셋값이 모두 올라 이도 저도 할 수 없게 된 사람들을 두고 `벼락거지`란 신조어가 회자되고 있다. 갑자기 큰돈을 번 `벼락 부자`와 달리 본인 소득에 별다른 변화가 없었음에도 주변 주택가격이 뛰는 바람에 자산이 하락한 무주택자를 칭하는 말이다. 최근 서울 전셋값이 73주째 급등하고 거액 보증금을 추가로 마련할 위기에 처한 이들의 현 상황을 반영한 신조어로 풀이된다.

 

22일 주요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최근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올라 상대적으로 자산이 하락한 사람들을 두고 `벼락거지`로 소개됐다.

 

벼락거지는 2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첫번째 유형은 `일개미 파`. 전셋집을 구해 개인 자금을 마련하는 맞벌이 부부 또는 근로소득을 그대로 예적금 통장에 넣는 직장인을 말한다. 집값 변동보다는 개인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믿고 집을 무리해서 사지 않은 경우다.

 

그러나 `벼락거지`란 신조어는 근로소득과 자산소득 간 격차가 커지면서 `일개미파`의 자산이 상대적으로 하락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KB월간주택가격동향 면적별 아파트 평균매매가격에 따르면 10월 서울 아파트값은 국민평형인 전용면적 84이 문재인 정부가 출범(20175) 대비 4억원 넘게 올랐다. 아파트값 상승률로는 서울이 34.5%, 세종은 40.51%에 달한다. 세종시에서 근무하며 전세살이 하는 30대 공무원 A씨는 "세종·대전 모두 집값이 올라 늦기 전 인근 공주시에서라도 집을 마련할까 고민중이다"라고 했다.

 

한편 이달 30일부터 연소득 8000만원이 넘는 경우 신용대출 한도를 1억원으로 막는 `영끌 매수 주의보`가 내려지면서 `내집 마련` 사다리는 걷어차이는 모양새다.

 

벼락거지의 두번째 유형은 `타이밍 파`. 3~4인 가구에 청약 가점이 50점대로 로또청약을 노리거나, 정부 공급대책 효과를 기다리고 집값이 내려갈 때 매수하려고 전세살이를 선호한 경우다. 그러나 분양가 상한제 등 정부 규제로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로또 아파트가 공급되면서 청약 경쟁률과 함께 청약가점 커트라인도 동반상승하니 웬만한 4인가구 만점 가점으로도 당첨이 요원해졌다.

 

부동산 정보업체 리얼투데이가 한국감정원 청약홈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서울 1순위 아파트 청약 평균 경쟁률은 71.01로 지난해 경쟁률(31.61)보다 2.2배 급증했다. 경쟁률이 1001을 넘는 사업장은 20196곳이었지만 올해에는 이미 14곳으로 2배 넘게 뛰었다. 한국감정원 청약홈에 따르면 과천 지식정보단지 3개 아파트(S1·S4·S5블록) 청약 당첨자 평균 가점은 모두 70점을 넘겼다. 이는 4인가구가 받을 수 있는 최대 가점(69)보다 높은 수치다.

 

이 와중에 서울 전셋값은 73주 연속 상승하며 세입자 부담만 가중되고 있다. 서울 강동구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 전용 841089000만원 전세계약을 체결했는데 이는 지난 778000만원에 비해 1억원 넘게 오른 값이다. 학군 밀집지인 목동신시가지14단지 전용 108의 경우 7억원 수준이던 전세금이 지난 995000만원에 거래되면서 3개월새 2억원 넘게 오르기도 했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지난 19일 전세대책으로 다가구·상가·호텔 공실을 활용해 전세 물량을 공급하겠다고 밝혔으나 서울 아파트 공급은 3500여가구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원룸에 취사가 불가능한 호텔을 개조해 전셋집으로 내놓는다는 방안에 대해서는 "`호거`(호텔과 거지의 합성어)를 양산하려는 것이냐"라는 비난 여론이 일어나는 모양새다. 대책이 나올 때마다 신조어가 나오며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다.

 

누리꾼들은 `벼락거지`란 표현을 두고 "비유가 찰떡이라 소름돋는다""열심히 살았는데 왜 이렇게 억울했는지 알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축복 기자][매일경제

인천국제공항 조성 당시의 영종도 모습. 200012월 촬영.

 

"한 사람 극단적 선택에 평균 20명 영향, 한국은 더 심하다"

자살생존자(Suicide Survivors)는 주변인의 자살 이후 남겨진 사람이다. 학술적으로는 주변의 중요한 사람이 자살로 세상을 떠난 뒤 사회·심리적 스트레스를 겪는 사람을 뜻한다. 자살생존자 통계는 따로 없지만, 자살률이 증가하면 자살생존자도 늘어난다고 추론할 수 있다. 2017년 인구 10만명당 자살 사망자 24.3명에서 지난해 26.9명으로 늘었다. 지난해 자살 사망자는 13799명으로 하루 평균 37.8명이었다.

/ 중앙자살예방센터 유튜브 갈무리

.

송인한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1명이 약 6명의 가족에게 영향을 미치고, 평균 20명 정도의 주위 사람들이 자살생존자로 영향을 받게 된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처럼 인구 밀도가 높고 관계지향적인 사회에서는 자살생존자의 범위가 더 넓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송 교수는 2015년부터 3년간 한국에서 최초로 자살생존자 실태조사를 진행한 연구자다. 송 교수가 수행한 사회적 관계 내에서 자살을 경험한 자살생존자의 정신건강 추적연구결과를 보면, 전체 응답자 10명 중 3명은 가족, 친구, 직장 동료의 자살을 경험했다. 미국은 전체 시민의 40~48%를 자살생존자로 추정한다. 송 교수도 학창 시절 가까운 지인의 자살을 경험했다. 송 교수는 “35년 가까이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 여파가 남아 있다고 했다. 송 교수와 인터뷰는 지난 14일 경기도 분당의 한 카페에서 2시간 동안 이뤄졌다. 추가 인터뷰는 e메일과 전화로 진행됐다.

 

-아직 한국사회에선 자살생존자 개념을 다소 생소하게 받아들인다. 자살생존자에게 쏟는 관심도 부족한 것 같다.

여전히 언론에서 자살생존자를 자살을 시도하다가 살아남은 사람의 의미로 쓰이는 사례가 종종 발견된다. 자살생존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 부족이 작용한 결과다. 동시에 자살에 대한 편견과 낙인이 자살생존자를 움츠러들게 해 자살생존자가 사회에 잘 드러나지 않았고, 이는 자살생존자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이어졌다고 본다.”

 

-편견과 낙인이라고 한다면.

자살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편견이 자살유가족을 비롯한 자살생존자까지 위축되게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살률 1위 수치같은 표현은 조심스레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살을 둘러싼 낙인과 편견이 담겼기 때문이다. ‘생명존중문화라는 표현도 다소 어폐가 있다. 자살이 생명을 존중하지 않아서 발생한다는 편견이 작용한다고 본다.”

 

-3년간 진행한 연구를 보면 사회 취약계층이 대부분 주변인의 자살에 취약했다.

경제적으로 취약하거나 사회적 관계가 두텁지 않은 분들이 주변인의 자살에 더 큰 고통을 겪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친밀도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과 자살생존자 사이 얼마나 친밀했느냐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주관적으로 친밀한 관계일수록, 연락을 자주 했을수록 주변인의 자살에 영향을 오래, 강하게 받는다. 친밀했는데 경제적으로 상태가 좋지 않고, 주변의 지지그룹이 없으면 더 큰 영향을 받는다. 어떻게 보면 상식인데 아직 상식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자살유가족만이 아니라 친밀한 관계를 맺었던 주변 직장 동료, 친구에게도 주변인의 자살이 영향을 미치는데, 사회가 지금까지 간과했다. 제도도 자살유가족에 집중해 설계돼 있는 편이다.”

 

-자살생존자의 자살 위험도 상대적으로 높을 것 같다.

국내에서는 아직 체계적으로 이뤄진 연구는 없다. 자살 생각 척도를 보면, 자살을 주위에서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친구나 동료를 잃었을 때 3.7, 가족을 잃었을 때 4.5배 정도 높다고 본다. 영국의 자살생존자 연구에선 자살생존자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65% 정도 자살시도가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국가는 자살예방 전략을 수립한다. 자살생존자를 위한 목표도 설정한다. 뉴질랜드의 자살예방 목적 2항에는 가족·친지 및 지역사회에 자살 및 자살행동으로 인한 악영향 감소가 담겼다. 영국도 자살예방 전략의 두 번째 목표가 자살유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에 대한 지지 향상이다.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도 자살예방이 포함돼 있다. 이중에는 자살생존자 중 자살유가족 대책이 담겨 있는데.

우리도 제도는 어느 정도 갖춰져 있는 편이다. 중앙심리부검센터는 자살유가족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자살예방법)에도 유족이라는 표현만 열 번 이상 나온다. 4조에서도 자살유가족을 보호하는 것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라고 규정하고 있다. 자살유가족 자조그룹 지원 같은 시스템도 있다. 지역사회마다 정신건강복지센터도 있다. 다만 실효성 있게 운영되는지 따져봐야 한다. 자살유가족분들께 많이 듣는 이야기가 우리 이야기를 들어줬으면 좋겠다’, ‘우리 의견이 정책에 많이 반영됐으면 한다이다.”

 

사회적 관계 내에서 자살을 경험한 자살생존자의 정신건강 추적연구를 보면 응답자 4명 중 1명이 사별 관련 서비스를 잘 몰라서이용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응답자 절반가량(55.1%)은 정신건강의학과 치료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자살생존자의 이야기를 잘 듣는 시스템이 필요한 것 같은데.

한 행동과학자의 연구를 보면 자살생존자가 주변의 지지로 소속감을 느낄 때 감정을 터놓고 이야기면서 외상 후 성장을 경험했다. 우리 연구에서도 자살생존자에게 이야기 나눌 대화상대가 있을 때 자살 생각이 유의하게 낮은 것을 발견했다.”

 

-자살예방 정책의 방향도 조정이 필요해 보인다.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가 죽음은 죽은 사람보다 남겨진 사람에게 더 날카로운 아픔을 남긴다고 했다. 죽음은, 특히 자살은 남겨진 이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다. 자살을 예방하고 자살의 원인을 분석하는 작업만큼 세상에서 살아나가야 할 자살생존자를 돕는 일도 중요하다. 살아 있는 사람들을 보살피는 데 조금 더 집중해야 한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2억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슈퍼 파워인플루언서이자 최연소 억만장자인 모델 겸 배우 카일리 제너(23)의 레오파드룩

 

한국 손목을 꽉 잡은 미국주간지 표지의 의미

영국 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의 이번 주 표지입니다. 미국 성조기가 표시된 손이 한국의 손목을 잡는 것을 시작으로, 영국, 일본, 호주, 캐나다, 유럽연합(EU)이 서로 손목을 잡고 있습니다. 제목은 '미국이 필요로 하는 중국 전략(The China strategy America needs)'입니다.

기사 내용을 보면 이 그림의 뜻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의 민주주의 동맹들과 큰 협상을 하는 걸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적고 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본능 때문에 그동안 중국과 홀로 싸움을 진행했지만, 바이든은 대()중국 전략을 준비할 때 다른 경로를 선택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은 비슷한 생각을 하는 나라들과 큰 협상을 해야 한다", "새로운 동맹에 대한 장애물은 크지만, 그 혜택은 더 클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미국이 중국과 맞서면서 힘을 합칠 '비슷한 생각을 하는 나라'에 한국이 가장 먼저 등장한 겁니다.

 

이코노미스트지 기사 내용

"바이든, 트럼프보다 거친 펀치는 덜 날리겠지만"

일각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보다 중국에 더 유화적인 정책을 펼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오바마 행정부 시절 부통령으로 일하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친분을 쌓은 점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코노미스트지는 조금 다르게 분석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바이든이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진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비슷하면서도, 다만 '거친 펀치'는 조금 덜 날릴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이후 중국과 미국의 관계는 훨씬 더 적대적으로 변했고, 바이든은 중국에 대한 생각을 '재프로그래밍'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그래서 '2의 냉전(The Second Cold War)'은 불가피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미국 외교·안보 분야 석학인 그레이엄 앨리슨 하버드대 교수도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앨리슨 교수는 '예정된 전쟁(Destined for War)'이란 저서를 통해 중국과 미국의 전쟁은 예정됐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앨리슨 교수는 "미국은 이미 이인자고 중국이 일인자"라고 주장하며, 신흥 세력인 중국에 대한 미국의 불안감으로 구조적 긴장이 고조될 것이라고 예견했습니다.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도 '미국 대선 이후 한반도 세미나'를 통해, "바이든 행정부 시대에도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빅터 차 교수는 "미국 새 행정부가 신장 위구르와 홍콩 문제 등에서 인권의 가치를 중요시하며 중국과 대립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결국, ·중 갈등은 어떤 리더가 오더라도 구조적으로 굳어질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특히 이번에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과 대립하기 위해 '동맹'을 끌어들일 거라고 예견되는 상황입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미국이 손목을 잡는 첫 번째 동맹으로 한국을 그려 넣었습니다. 그만큼 미국에게 한국이 중요한 상황이라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바이든 시대' 견제 위해 방한하는 왕이 외교부장

중국도 이러한 흐름을 모를 리 없습니다. 당장 중국 외교수장인 왕이 외교부장 겸 국무위원이 이번 주 방한합니다. 강경화 외교부장관 초청으로 25일부터 27일까지 23일간 한국에 머뭅니다. 강경화 장관은 물론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을 두루 만날 것으로 보입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계획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왕이 부장은 일본을 거쳐 한국에 옵니다. 일본에서는 스가 요시히데 총리를 만납니다. 왕이 부장은 일본과 한국에서, ·중 갈등 상황에서 중국의 입장을 설명할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 바이든 행정부 인사가 마무리되지 않고 있고, 대중 정책이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중국이 선제적으로 어떤 정책적 선택을 요구하진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미국이 한국에 동맹으로서의 '반중국 전선'에 동참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상황을 관리하려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중국은 미·중 갈등이 첨예해진 뒤, 미국이 중국을 공격하는 것은 '국제적인 공영과 정의'에 어긋난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올해 8월 방한했던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도 서훈 국가안보실장과의 회담에서 미·중 관계의 원칙적 입장에 대해 명백하게 설명한 바 있습니다.

 

"치밀하고 세련된 외교적 대응 필요"

미국은 한국에게도 중요한 동맹입니다. 하지만 한국 입장에서는 제1의 교역국인 중국과의 관계도 무시할 순 없습니다. 특히 한국 입장에선 남북 관계를 풀 때 중국의 협조가 필수적입니다. 중국과의 긴밀한 협조가 절실한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미국이 '동맹'으로서의 '반중국노선' 동참을 요구해올 경우,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앞으로 바이든 행정부가 틀을 잡을 때까지 최소 5~6개월 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때가 전략을 마련할 마지막 기회입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한반도TF 대표단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한 윤건영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미국 측 인사들은 친절했다""변화된 대한민국의 국격만큼이나 미국을 방문한 한국 국회의원들을 정성껏 대해줬다,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모습이었다"고 소회했습니다.

 

윤건영 의원은 "다들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었다""거칠고 일방적인 요구는 하지 않겠구나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윤 의원은 "동맹을 우선하고 외교를 고려하는 상대를 만났으니 이제 진짜 우리 하기 나름"이라며 "치밀하고 세련된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김경진 기자 kjkim@kbs.co.kr

코로나19 다중시설 집단감염 최다 장소는 '종교시설' 다음은 '직장'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

역대 삼성 총수의 대통령 뇌물공여 범죄 줄줄이 읊은 특검이재용 집유 안 돼

이재용의 범행에 대해 과거 정치권력의 우월적 지위를 전제로 한 ‘3·5법칙을 적용해선 안 됩니다. 화이트칼라 범죄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국민들의 의지에 따라 제정된 엄격한 양형기준이 적용돼야 합니다.”

 

박근혜 당시 대통령과 최서원씨(개명 전 최순실)에게 2014년 뇌물을 준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 측이 한 말이다. 서울고법 형사1(재판장 정준영) 심리로 23일 열린 이 부회장 공판에서 특검 측은 역대 삼성 총수가 대통령에게 뇌물을 건넨 사건을 열거하며 이 부회장에게 실형을 선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벌 총수는 죄를 지어도 징역 3, 집행유예 5년으로 석방된다는 이른바 ‘3·5법칙이 더 이상 적용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먼저 특검 측은 이병철 전 삼성그룹 회장이 1983~1987년 전두환 당시 대통령에게 220억원 상당의 뇌물을 건넨 사건,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1990~1992년 노태우 당시 대통령에게 100억원 상당의 뇌물을 준 사건을 거론했다. 검찰 수사 당시 이병철 전 회장은 사망해 기소되지 않았고, 이건희 전 회장은 기소됐으나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확정받았다.

 

특검 측은 이 시기를 정치권력이 경제권력을 압도한 시절이라고 했다. 특검 측은 정치권력의 우월한 위치에 의해 정치인이 눈빛 레이저만 쏴도 (기업인이) 들어줘야 하는 군 독재시기였다이 시기에도 재벌은 정치권력에 기업 운영 관련 우대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특검 측은 이건희 전 회장이 2008~2011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뇌물을 건넨 사건을 기점으로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힘이 비슷해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삼성 총수 역시 이익을 기대하면서 대통령에게 적극적으로 뇌물을 건넸다는 것이다. 이명박씨는 삼성에서 다스 소송비 61억원을 뇌물로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돼 최근 징역 17년을 확정받았다. 뇌물을 준 이건희 전 회장은 이 사건으로 기소되지 않았다.

 

특검 측은 이재용 부회장이 박근혜씨에게 뇌물을 건넨 사건에 이르러서는 경제권력이 정치권력이 압도하기 시작하며 뇌물 공여자 측의 능동성이 더욱 강해졌다고 주장했다. 특검 측은 정치보다 경제권력이 우월적 또는 최소한 대등한 지위를 갖게 됐다피고인 이재용과 박근혜 사이는 어느 일방의 강요에 의해 어떤 행위를 요구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니라 상호 윈윈의 대등 지위에 있었음이 명백히 확인된다고 했다. “최고 정치권력자인 대통령은 이재용에 대해 상대방이 원하는 요구를 들어줘야 자신이 원하는 것을 취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것으로 인식했고, 최고 경제권력자라 할 수 있는 이재용 또한 정부가 사안에 따라서는 자신에게 청탁해야 하는 상대로 인식하고 있었음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이 이익을 기대하면서 적극적으로 뇌물을 제공한 만큼 재벌 총수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3·5법칙이 적용돼서는 안 된다고 특검 측은 강조했다. 특검 측은 그동안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해서 재판부가 지나치게 관용적으로 판결했다는 국민 비판을 받아들여 처벌을 강화하는 양형기준이 제정됐다며 본 범행에 대해서 ‘3·5법칙을 적용하는 것은 중대한 위헌·위법적 결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상수 서강대 교수는 이날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주최한 기업불법 통제와 양형토론회에서 미국의 1991년 기업범죄 양형지침 도입 이후 판례를 분석한 결과 기업 준법장치의 존재로 인해 양형혜택을 받은 경우는 많지 않다“(그 이후에도) 중대한 범죄가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가 준법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현재 이재용 부회장 뇌물 사건 재판에서 특검과 이 부회장 측이 삼성 준법감시위 설치를 감형 사유로 고려해야하는지를 놓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유설희·박은하 기자 sorry@kyunghyang.com

 

미국은 여전히 '트럼프들의 나라'임을 보여주는 징후

김동석 KAGC 대표 "BLM 시위가 보여준 미국의 핵심 모순은 빈곤"

지난 8월 위스콘신주 커노샤에서 열린 인종차별 반대시위에서 총을 쏘아 시위대 2명을 살해하고 1명을 다치게 한 10대 소년 카일 리튼하우스가 200만 달러(22억 원)의 보석금을 내고 20(현지시간) 풀려났다.

 

시위대 2명 살해한 10대 소년, 유명 배우와 CEO 도움으로 22억원 내고 풀려나

이 거액의 보석금은 후원을 통해 모금됐다고 리튼하우스 변호인이 밝혔다. 지난 823일 커노샤에서 흑인 남성 제이컵 블레이크 씨가 세 아들이 보는 앞에서 경찰에게 총 7발을 맞은 사건을 계기로 인종차별 항의시위가 일어났다. 그러자 이에 반대하는 일부 백인들이 지역 상점 등을 보호하겠다며 총으로 무장하고 모여들었다. 이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일리노이주에서 커노샤까지 찾아온 리튼하우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유세에 참여하는 등 열렬한 트럼프 지지자이자 백인우월주의자로 밝혀졌다. 825일 밤 무장한 백인들과 시위대 사이에 충돌이 발생했고, 이 과정에서 리튼하우스가 시위대 2명을 총을 쏴서 죽이는 불상사가 일어났다.

 

올해 17세인 리튼하우스는 사건 직후 경찰에 체포돼 1급 살인죄로 기소됐지만 일부 백인인종주의자들 사이에서는 '영웅'으로 떠올랐고, 트럼프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도 지난 91일 커노샤를 방문해 리튼하우스에 대해 정당방위일 수 있다며 노골적으로 옹호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리튼하우스도 언론 인터뷰에서 시위 현장에 총을 소지하고 간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면서 총을 쏘지 않았다면 자신의 생명이 위험해졌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게다가 그의 보석금을 마련하는데 1980년대 큰 인기를 끌었던 배우 리키 슈로더와 미국에서 매우 인기 있는 침구업체 '마이 필로우(My Pillow)'의 마이크 린델 대표가 큰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1급 살인죄'로 기소된 이 10대 소년이 트럼프 지지자들 사이에서 어떤 대접을 받는지 보여주는 일이다.

배우 리키 슈로더가 커노샤에서 시위대 2명을 살해한 리튼하우스의 거액의 보석금 마련에 큰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사진에서 가운데가 리튼하우스, 오른쪽이 슈로더. 트위터 갈무리

 

'큐어넌' 당선자, 소말리아 출신 오마 의원에게 "오빠랑 결혼했다" 거짓 주장

같은 날 트위터에서는 조지아주 상원의원과 이번에 하원의원으로 당선된 두 여성의원이 소말리아 난민 출신인 일한 오마(민주당, 미네소타) 의원에게 트위터를 통해 "오빠와 결혼했다", "알 카에다와 9.11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웃었다" 등 인종차별적 공격을 퍼부었다.

 

켈리 레플러 공화당 상원의원은 20일 자신의 트위터에 "일한, 우리는 알 카에다와 9.11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웃고 있는 당신의 영상을 보았다"고 주장하는 글을 올렸다. 또 이번 선거에서 오마 의원이 남편의 컨설팅 회사에 캠페인을 맡긴 것에 대해 금전적인 의혹을 제기하면서 "의회에서 제명돼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 113일 선거에서 당선된 마저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 당선자(조지아)는 한발 더 나아가 오마가 이민 계획의 일환으로 "오빠와 결혼했다"는 말도 안되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그린 당선자는 트럼프 지지자들 다수가 믿는 '음모론'인 큐어넌(Qanon) 신봉자이기도 하다. 큐어넌은 힐러리 클린턴 등 민주당 정치인 다수가 사탄을 찬양하는 아동 성애자이며 트럼프는 이들과 맞서는 유일한 정치인이라는 허무맹랑한 내용의 음모론이다.

 

오마는 이들 의원들의 주장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면서 특히 레플러 의원에게는 "당신은 곧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공격했다. 오는 1월 초 결선투표에서 조지아 상원의석 2석의 당선자가 결정된다. 조지아주는 전통적으로 공화당 지지자가 많은 '레드 스테이트'로 분류됐는데, 이번 대선에서는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가 12000여표 차이로 승리했다.

트위터로 설전을 벌인 마저리 테일러 그린과 일한 오마. 트위터 갈무리

 

공화당 의원들이 오마 의원을 공격하고 나선 것은 1월에 있을 상원선거를 앞두고 지지자들을 결집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1월 선거 결과에 따라 상원 다수당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지난 113일 선거로 현재 민주당이 48, 공화당이 48석인데, 조지아주 2석을 민주당이 모두 가져간다면 민주당 50, 공화당 50석이 된다. 이럴 경우 상원의장을 겸하는 부통령이 민주당(카멀라 해리스)이므로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이 된다.

 

지난 113일 선거 이후 트럼프가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선거 불복'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최근 미국 내 백인인종주의가 여전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들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25만 명 이상의 미국인이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지만 여전히 트럼프를 지지하는 미국 유권자가 47.2%(7400만 표)나 됐다. 이번 대선은 역대 최고 투표율로 바이든이 600만 표를 더 얻어 승리하기는 했지만, 트럼프 역시 만만치 않은 득표를 했다. 트럼프가 '선거 불복'을 고집하며 백악관에서 물러나지 않은 듯한 태세를 보이는 것도 지지자들을 등에 업고 있기 때문이다. 여당이 공화당이 트럼프의 '선거 불복 쇼'에 책임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은근슬쩍 동조하거나 모른척 침묵하고 있는 것도 '7400만 표'를 의식해서다. 트럼프는 선거 직후 이번 선거에서 패하더라도 2024년 대선에 또 한번 도전할 것이라고 참모진들에게 직접 말했다고 한다.

 

바이든의 상대는 여전히 트럼프...공화당 중심엔 여전히 그가 있다

"백악관에 트럼프가 없는 상황에서 공화당이 어디로 갈 것인가. 전문가들이 전망이 엇갈리는데, 저는 트럼프가 공화당의 중심에 한동안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트럼프는 2024년에 다시 나올 것으로 이미 결심했다고 합니다. 트럼프가 만들어낸 정치세력의 중심은 2024년에도 여전히 트럼프일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바이든이 내년 120일 취임한 뒤에도 바이든의 정치적 상대는 트럼프가 될 것입니다."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Korean American Grassroots Conference) 대표는 22'섀도우캐비닛'(대표 김경미) 온라인 강연에서 향후 공화당의 변화에 대해 이렇게 전망했다.

 

"현직 대통령이 재선을 도전하는 선거에서는 보통 대통령을 평가하는 표심이 지배적입니다. 근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트럼프 캠페인은 2016년에 이어 이번에도 동일한 주장을, 동일한 방식으로 했고, 4년 전 지지자들의 일부만 이탈해서 승패가 갈렸습니다. 미국 전체 인구구성과 달리 유권자들 중 백인이 아직도 다수(70%)를 차지합니다. 이들 백인들의 다수는 미국을 '자신들의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트럼프는 이런 정서를 끊임없이 자극해서 정치적인 힘을 얻었고, 동시에 트럼프를 통해 이런 생각에 기반한 극우 인종주의 세력이 가시화되고 세를 불려나갈 수 있었습니다. 안타깝지만 밋 롬니(유타), 수전 콜린스(메인), 리사 머우코스키(알래스카) 상원의원 등 합리적인 공화당 정치인들은 당내 소수로 남고 공화당 중심을 여전히 트럼프일 것입니다."

 

BLM, 미국의 핵심 모순은 빈곤 문제다

미국에서도 "사회주의자"라는 공격이 잘 먹힐 정도로 유권자 전반이 정치적으로는 보수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를 기대할 만한 흐름은 분명 존재한다. 2020년 대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던 이슈 중 하나가 '인종차별'이었다. 지난 5월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을 계기로 여름 내내 인종차별 항의시위가 전국 각지에서 들불처럼 일어났고, 수많은 젊은이들이 동참했다.

 

"올해 BLM(Black Lives Matter,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운동이 크게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은 사실 인종에 빈곤 이슈까지 결합됐기 때문입니다. 올해 코로나19의 가장 직접적인 피해를 본 계층도 도시 빈곤층입니다. 이들의 분노가 BLM 운동에 결합됐고, 이번 대선판을 흔들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힘이 민주당으로 모아질 수 있었던 것은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덕분입니다.

 

샌더스를 포함해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즈(AOC) 등 민주당 내 진보진영 의원들이 이번 대선 때는 매우 헌신적으로 바이든 선거운동을 했습니다. 또 바이든을 움직여 대선공약에 환경, 의료보험 등 핵심적인 정책들에 진보적인 입김을 집어넣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당장 민주당 내 진보그룹이 다음 대선에서 집권을 하거나 당장 주류가 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현재의 변화는 2011년 있었던 '월가를 점령하라' 운동에 영향을 받은 이들이 정치권으로 진출하면서 일어나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AOC가 올해 민주당 내에서 후원금을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다음으로 가장 많이 모았습니다. 그런데 이 돈이 다 '스몰머니'(유권자들의 소액 후원금)입니다. 이런 힘들이 모아져서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전홍기혜 특파원 프레시안

 

5채 이상 다주택자 118062

정부 규제 강화에도 역대 최고

무주택 가구도 전년보다 1.6%

 

문재인 정부 들어 다주택 규제가 강화됐지만 집이 5채 이상인 다주택자는 지난해 역대 최고치를 찍은 것으로 집계됐다. 집이 없는 무주택 가구도 증가하면서 주택 보유는 양극화를 보였다.

 

23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공개된 ‘2019년 주택소유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11일 기준 주택 5채 이상을 가진 개인은 118062명이었다. 2012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았다. 전년도보다 883(0.75%) 늘었다.

 

5채 이상 소유한 다주택자는 2015(104548) 처음으로 10만명을 넘어선 이후 2016(108826)·2017(114916)·2018(117179)을 거쳐 매년 늘고 있다.

 

10채 이상 다주택자도 42868명으로 통계 작성 이래 최다였다. 전년보다 45(0.11%) 증가했다. 통계상 최다 다주택자로 분류되는 51채 이상 다주택자는 1964명이었다. 1년 전보다 82(4.36%) 늘었다.

 

반면 주택을 1채도 갖지 못한 무주택 가구는 8886922가구로 전년보다 141640가구(1.6%) 증가했다. 무주택 가구는 전체 일반가구의 43.6%를 차지했다. 서울의 무주택 가구(2001514가구)46171가구(2.4%) 늘었다. 서울은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무주택 가구가 주택소유가구(1894875가구)보다 많았다.

 

전국의 30대 무주택 가구는 전년보다 1412가구(0.1%) 늘어난 1833372가구였다. 30대 무주택 가구 증가는 2015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처음이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종부세 2000만원에 기절" 매도 고민하는 다주택자들

머니투데이

행복주택도 버거운데영끌하는 2030은 대체 누군가요?”

영끌2030 내세운 부동산 기사의 세 가지 문제

저는 행복주택 들어가기도 버거운데, 영끌한다는 2030이 누군지 모르겠네요.”

 

(31)씨는 최근 언론에 주로 등장하는 영끌 2030’에 박탈감을 느끼고 있었다. 보증금 1천만원, 월세 50만원대 원룸에 살다가 최근 청년용 공공임대 주택인 행복주택에 당첨됐으나 주거비 때문에 입주를 주저하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아파트 형태로 주거환경이 좋은 행복주택은 월세가 20만원대로 낮지만, 1억원에 가까운 보증금이 있다. 자산이 없는 청년을 위해 보증금의 80%, 최대 7천만원을 1.5~2%대 저리로 대출지원을 하지만 대출이자가 월 10만원 이상이다. 8~10만원 수준의 관리비를 더하면 월 주거비가 50만원 수준이 된다. 그의 월급여는 최저임금(2020년 기준, 월급 1795310)을 간신히 넘는다. 소득의 3분의 1을 주거비로 쓰는 데 대해 그는 집에서 잠자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주거빈곤 상태의 집에도 살아봤지만 너무 힘들었다고 했다.

 

아파트에 이 정도 주거비라면 가성비가 좋은 건 맞아요. 그런데 이상해요. 주거빈곤청년을 위해 도입된 공공임대인데, 왜 저에겐 여전히 비쌀까요.” 주거비 절약을 위해 주거환경을 포기했다가, 주거환경을 위해 주거비 절약을 포기했다가, 민간임대 시장에서 늘 양자택일의 삶을 살아야 했던 씨에게는 공공임대 역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해법이 되지 못한다.

 

반지하, 옥탑방, 고시원 등 최저주거기준 미달 비주택에 사는 청년들의 주거문제를 공론화시켰던 ··2030’은 청년 대상 공공임대주택과 청년 전용 전월세 대출 공공정책을 탄생시켰지만, 갈 길이 여전히 멀다. 문제는 최근 부동산 기사에 단골로 등장하는 영끌 2030’이 청년세대 문제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청년세대 내부에서는 지옥고 2030’영끌 2030’으로 돌아오면서 생긴 부작용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이들은 특히 영끌 2030’을 내세운 부동산 기사들의 문제에 주목한다.

 

무리한 영끌? 구매 여력 충분한 계층의 자산 축적

홍정훈·김기태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원이 쓴 논문(‘영끌하는 2030세대와 1가구1주택 소유체제’)을 보면, 최근 부동산 기사에 영끌 2030’ 사례로 등장하는 이들은 30대 중후반으로, 20대 후반에 입직했다면 10년 가까이 경제활동을 하면서 자산을 축적했을 가능성이 높은 계층이다. 실제 부동산 기사에 등장하는 사례는 3억원 이상의 전세보증금을 순자산으로 지녔거나 정규직 맞벌이 부부로 월 200만원 가량의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을 할 수 있는 이들이었다.

 

이들은 두 연구원이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를 통해 추출한 평균적인’ 2030과는 거리가 멀다. 20대의 중간값은 연소득 3228만원, 부채는 없고 순자산은 236만원에 불과했으며, 30대는 연소득 5146만원, 부채 8060만원에 순자산 8440만원이었다. 상위 20% 가구는 연소득 9300만원, 순자산 28천만원이었다. 부동산 기사에 등장하는 영끌 2030’은 상위 20% 집단일 가능성이 높다. 두 연구원은 “2030 영끌의 실체는 청년 세대 전반의 무리한 패닉 바잉이라기 보다는 소득과 자산을 축적한 상위 20% 가구의 무리 없는 주택 구입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이들은 갭투자를 통해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 이상 금액대의 주택 구입까지도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두 연구원이 쓴 논문은 27일 열리는 사회정책연합학술대회에서 발표된다.

 

내집마련 신화 속에 주거권에서 소유권으로 퇴행

정부의 전세대책이 발표된 19일 국회에서 열린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 토론회에서는 정용찬 민달팽이유니온 활동가가 ‘2030 영끌에 가려진 청년주거빈곤 해소를 위한 공공임대 증대와 부담가능성 제고라는 발표를 했다. 2011년 생긴 민달팽이유니온은 2030 청년 당사자들이 청년주거빈곤의 문제를 사회적 의제로 만든 대표적 주거단체다. 정 활동가는 발표문에서 자가 소유를 목전에 둔 일부 청년 세대의 주거사다리를 걱정하는 동안에도 대다수의 청년들은 세입자로 열악한 주거환경에 노출된 채 살아가고 있다고 적었다. 민달팽이유니온이 올해 청년 1인 가구가 가장 많이 밀집한 관악구(62683, 13.6%)의 대학동 주택 152곳을 조사한 결과 51.3%(78)가 무단으로 용도변경이 되거나 불법으로 증개축을 한 위반 건축물이었다. 위반 건축물은 전세대출도 나오지 않는다.

2010년대 초반 2030의 주거문제가 사회적 공론화가 활발했다. 지난 201312월 청년단체가 주거빈곤청년을 위한 공공주택 정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민달팽이유니온 제공

 

정 활동가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부동산 기사 속 영끌 2030’은 청년을 대표한다기보다 집을 주거가 아니라 소유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부동산 기득권에 있는 청년이라며 “‘자산이 없는 청년이라는 청년세대의 이미지를 부동산 기득권을 강화하는 데 쓰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서울시 청년주거상담센터가 주최한 ‘2020 서울청년학회에서 구승우 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 연구자가 발표한 ‘2030 영끌 담론에 대한 소고역시 부동산 기사가 2030세대를 도구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20198월부터 20201014일까지 영끌 2030’을 다룬 기사 707건을 분석한 결과 다수의 기사들은 영끌이라는 현상을 정부 정책 실패 사례로 소환하기 위한 소재로서 사용하는 경향성을 보였다고 밝혔다. 구 연구자는 <한겨레>한국 사회에서 집에 대한 논의는 내집마련이라는 주택 구매에 집중된 측면이 존재하는데, 그나마 청년주거단체에 의해 소유권이 아니라 주거권 위주로 전환될 수 있었다“‘영끌 2030’이 과도하게 언급되면서 주거권 중심의 사회적 논의는 사라지고 소유 중심적 집값 논쟁으로 회귀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대차3법은 소유 세대와 임차 세대의 불평등 완화 장치

구 연구자의 발제에 이어 토론자로 나선 홍정훈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원은 주택 소유자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종합부동산세와 임대차3법에 대해 흥미로운 접근을 시도했다. 그는 종부세 강화 및 임차인 권리 강화를 세대 간 불평등을 완화하는 장치로 봤다. 2030에게 종부세는 도시를 과점한 세대(다주택자)에 대한 규제이며 임대차3법은 도시의 소유권을 선점한 기성 세대(집주인)에 대항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것이다.

 

그는 영끌 2030’에 집중하는 부동산 기사가 쏟아지는 배경으로 한국의 ‘1주택 소유 체제를 지목했다. 한국은 1주택자의 주택 처분을 통한 자산 형성을 전폭 지원한다. 1주택자는 매맷값 9억원 이하에 대해 시세차익이 얼마가 생기든 양도세가 전액 면제다. 전세제도는 매매가격 상승을 촉발하는 중요한 원인으로, 세입자가 누리는 주거안정 효과보다 집주인이 얻는 시세 차익이 훨씬 더 크다.

 

홍 연구원은 <한겨레>“2030세대의 대부분은 도시의 핵심적인 부분들을 이미 점유하고 있는 기성 세대의 주택을 이미 구입할 수가 없다부동산 기사가 주택 구매를 원하는 소수 엘리트 집단의 욕구에 집중하다 보니 연봉 1억원 이상까지 공공주택의 혜택을 주고, 주거취약계층에게 돌아가야하는 공공임대정책에 중산층 임대 개념이 들어오는 등 공공주택 정책의 대상과 목적이 훼손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억원대 전세로 사는 계층이 주로 등장한 전세난 관련 부동산 기사가 쏟아진 뒤 결국 정부는 건설단가 6억원에 이르는 다가구주택을 공공전세로 공급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그런데도 부동산 기사들은 아파트가 없다며 트집을 잡고 있다. /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전문]추미애, 윤석열 직무집행정지 명령·징계 청구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4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직무집행정지 명령을 내렸다.

아래는 추 장관 브리핑 전문.

추 장관 브리핑 전문

국민여러분, 법무부장관 추미애입니다. 오늘 저는 매우 무거운 심정으로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청구 및 직무배제 조치를 국민들께 보고드립니다.

 

그동안 법무부는 검찰총장에 대한 여러 비위 혐의에 대해 직접 감찰을 진행하였고, 그 결과 검찰총장의 심각하고 중대한 비위혐의를 다수 확인하였습니다.

 

첫째, 언론사 사주와의 부적절한 접촉 사실

둘째, 조국 전 장관 사건 등 주요사건 재판부에 대한 불법사찰 사실

셋째, 채널A 사건 및 한명숙 전 총리 사건 관련, 측근을 비호하기 위한 감찰방해 및 수사방해, 언론과의 감찰 관련 정보 거래 사실

넷째, 총장 대면조사 과정에서 협조의무 위반 및 감찰방해 사실

다섯째, 정치적 중립에 관한 검찰총장으로서의 위엄과 신망이 심각히 손상된 사실을 확인하였습니다.

 

이에 검찰사무에 관한 최고감독자인 법무부장관으로서 검찰총장이 검찰총장으로서의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고 판단하여, 금일 검찰총장에 대하여 징계를 청구하고, 검찰총장의 직무집행 정지를 명령하였습니다.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청구 혐의 요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중앙일보 사주와의 부적절한 만남으로 검사윤리강령을 위반하였습니다.

201811월경, 서울중앙지검장 재직 중 서울 종로구 소재의 주점에서, 사건 관계자인 JTBC의 실질 사주 홍석현을 만나 공정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 부적절한 교류를 하여 검사윤리강령을 위반하였습니다.

 

둘째, 주요사건 재판부 판사들에 대한 불법사찰 책임이 있습니다.

20202월경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울산사건 및 조국 전 장관 관련 사건 등 주요사건 재판부 판사와 관련, '주요 정치적인 사건 판결내용, 우리법연구회 가입 여부, 가족관계, 세평, 개인 취미, 물의 야기 법관 해당 여부' 등이 기재된 보고서를 작성하여 보고하자, 이를 반부패강력부에 전달하도록 지시함으로써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수집할 수 없는 판사들의 개인정보 및 성향 자료를 수집하고 활용하는 등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였습니다.

 

셋째, 채널A 사건 및 한명숙 총리 사건의 감찰을 방해하였습니다.

먼저, 채널A 사건 감찰방해와 관련하여, 20204월경 대검 감찰부가 최측근인 한동훈에 대해 진상확인을 위한 감찰에 착수하고 감찰개시보고를 하자, 대검찰청 감찰본부 설치 및 운영규정 제4조 제2항에 따라 감찰개시가 현저히 부당하거나 직무범위를 벗어난 경우가 아니면 중단시켜서는 아니됨에도, 한동훈에 대한 신속한 감찰을 방해할 목적으로 정당한 이유없이 대검 감찰부장에게 감찰을 중단하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202064일자로 채널A 사건과 관련하여 사건관계인인 한동훈과 친분관계 기타 특별한 관계로 수사지휘의 공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어 대검 부장회의에 수사지휘권을 위임하였음에도,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강행하는 등 수사팀과 대검 부장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부당하게 지휘·감독권을 남용하여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였습니다.

 

다음으로, 한명숙 전 총리 사건과 관련하여, 20205월경 대검 감찰부에서 당시 수사 검사들에 대해 직접 감찰을 진행하려고 하자 사건을 대검 인권부를 거쳐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로 이첩하도록 지시하고, 감찰부장이 이의를 제기하자, 대검 차장이 감찰부장에게 '참고만 할 수 있도록 민원 사본을 달라'고 하여 사본을 확보한 상황에서, 대검 차장을 통해 인권부로 하여금 공문서에 '대검 민원 이첩'이라고 마치 민원 원본을 이첩하는 것처럼 허위로 기재하여 서울중앙지검에 송부하도록 지시함으로써 검찰총장의 권한을 남용하여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였습니다.

 

넷째, 채널A 사건 감찰 관련 정보를 외부로 유출하였습니다.

대검 감찰부장으로부터 채널A 관련 한동훈에 대하여 감찰을 하겠다고 수차례 구두보고를 받았음에도 이를 반대하던 중, 202047일 오후경 자신의 휴가 중에 대검 감찰부장으로부터 감찰개시 사실 보고를 받자 감찰을 방해할 목적으로 성명불상자에게 '대검 감찰부장이 구두보고도 없이 한동훈에 대해 감찰하겠다고 일방적으로 문자 통보하였다'고 알려 다음날 새벽 언론에 보도되게 함으로써 감찰관련 정보를 외부로 유출하여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였습니다.

 

다섯째, 검찰총장으로서 정치적 중립에 관한 위엄과 신망을 손상시켰습니다.

검찰총장은 그 어느 직위보다 정치적 중립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중요하고 그에 관한 의심을 받을 그 어떤 언행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헌법과 법률에 명시되어 있고, 국민들도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그런데, 검찰총장은 지속적으로 보수 진영의 대권후보로 거론되고 대권을 향한 정치행보를 하고 있다고 의심받아 왔고, 급기야 20201022일 대검 국정감사에서 퇴임 후 정치참여를 선언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발언을 하였으며, 이후에도 대권후보 1위 및 여권 유력 대권 후보와 경합 등 대권 후보 지지율 관련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됨에도 검찰총장으로서 생명과 같은 정치적 중립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진실되고 적극적이고 능동적 조치들을 취하지 아니한 채 묵인방조하였습니다.

 

결국, 대다수 국민들은 검찰총장이 유력 정치인 또는 대권 후보로 여기게 되었고, 정치적 중립에 관한 검찰총장으로서의 위엄과 신뢰를 상실했습니다. 더 이상 검찰총장으로서의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습니다.

 

여섯째, 감찰대상자로서 협조의무를 위반하고 감찰을 방해했습니다.

먼저, 협조의무와 관련하여 20201116일 법무부 감찰담당관실에서 검찰총장 비서관을 통하여 방문조사 일정 협의를 요청하였으나, 비서관으로 하여금 답변을 거부하게 하는 등 감찰조사 일정 협의에 불응하여 감찰업무 수행에 필요한 협조사항에 대해 협조하지 아니하여 법무부 감찰규정을 위반하였습니다.

 

그 다음날, 20201117일 오전에 법무부 감찰담당관실에서 방문조사예정서를 대상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오후에 방문할 것이라는 사실을 보고받고, 그날 오후에 검사 2명이 방문조사 일정 등이 기재된 방문조사예정서를 친전봉투에 담아 방문하자, 정책기획과장에게 지시하여 방문조사예정서 수령을 거부하고, '검찰총장의 지시이니 메모해서 전달해라. 절차를 갖추어 질문을 주면 서면으로 답변하겠다'는 취지로 말하게 하여 방문조사예정서 수령을 거부하여 감찰업무 수행에 필요한 협조사항에 대해 협조하지 아니하여 법무부 감찰규정을 위반하였습니다.

 

또한, 20201118일 법무부 감찰담당관실에서 대상자에 대한 방문조사에 필요한 시설 제공을 요청하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하자, 운영지원과로 하여금 공문접수를 거부하게 하고, 정책기획과장으로 하여금 반박공문을 발송하게 하는 등 시설제공 협조 요청에 불응하여 감찰업무 수행에 필요한 협조사항에 대해 협조하지 아니하여 법무부 감찰규정을 위반하였습니다.

 

그리고, 20201119일 오전 감찰담당관실에서 대상자에 대해 당일 오후 2시로 예정된 방문조사에 응할 것인지를 최종 확인하기 검찰총장 비서관을 통하여 연락하였으나, 비서관으로 하여금 '대검 정책기획과에서 보낸 공문을 참조하기 바란다. 위 공문은 검찰총장이 법무부장관에게 보낸 공문이다'라는 취지로 답하는 등 방문조사를 사실상 거부하여 감찰업무 수행에 필요한 협조사항에 대해 협조하지 아니하여 법무부 감찰규정을 위반하였습니다.

 

이 사안은, 비위가 중대하고 복잡하여 감찰조사 원칙상 비위혐의자인 검찰총장에 대한 대면조사가 반드시 필요한 사안이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검찰총장은 수회에 걸쳐 방문조사 거부의사를 명확히 표시하였고, 이는 언론을 통하여 국민들에게 모두 알려졌습니다.

 

이에, 법무부 감찰담당관실은 검찰총장에 대한 대면조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비록 비위혐의자인 검찰총장에 대해 대면조사를 실시하지는 못하였으나, 이미 확보된 다수의 객관적인 증거자료와 이에 부합하는 참고인들의 명확한 진술 등에 의하여 검찰총장에 대한 비위혐의를 확인하였습니다.

 

법령에 따른 감찰조사에 협조해야 하는 것이 공무원의 당연한 도리임에도, 검찰총장이 이에 불응하고 감찰조사를 방해한 것에 대하여 깊은 유감을 표시합니다.

이와 같이 감찰결과 확인된 검찰총장의 비위혐의가 매우 심각하고 중대하여, 금일 불가피하게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를 청구하고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명령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징계청구 혐의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다른 비위 혐의들에 대하여도 계속하여 엄정하게 진상확인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저는 이번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이루 말할 수 없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제도와 법령만으로는 검찰개혁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사실도 다시 한 번 절실히 깨닫게 되었습니다.

 

검찰총장의 비위를 사전에 예방하지 못하고, 신속히 조치하지 못하여, 그동안 국민들께 많은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지휘·감독권자인 법무부장관으로서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향후 법무부는 검사징계법이 정한 원칙과 절차에 따라 엄정하게 징계절차를 진행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0. 11. 24.

법무부장관 추 미 애

 

CBS노컷뉴스 윤준호 기자

 

부당이익은 16천억원, 손해배상은 59

비료회사 16년간 부당이익 16천억원, 농민 17천 명 손배소송 8년 만에 59억 받아내

20201116일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부의장인 위두환씨(왼쪽)와 신성재씨가 서울 용산구 전농 사무실에서 비료 담합 소송의 과정과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박승화 기자

 

승소해서 기쁜 마음보다는 화가 났어요. (비료회사들은) 16천억원을 부당하게 챙기고서 농민 한 사람당 33만원씩만 배상한다고요? 그것도 소송을 낸 지 8년 만에. 비료회사 입장에선 너무 남는 장사 아닌가요?”

 

농민들의 기나긴 집단소송을 이끈 위두환(2012년 소송 당시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씨는 승소했지만 여전히 분노가 차오른다고 했다. 20201030일 서울중앙지법은 남해화학 등 비료회사 13곳이 농민 17천 명에게 총 588천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농민들이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을 통해 집단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지 8년 만에 나온 결과다. 그러나 손해로 인정된 액수는 이자(지연손해금)까지 합쳐도 농민 1명당 평균 33만원가량, 전부 합쳐도 588천만원에 불과하다. 최종 판결이 확정되면, 소송에 참여한 농민들은 피해 정도에 따라 배상금을 달리 받는다.

 

과징금 828·피해 농민 배상금 59억에 불과

이 집단소송은 2012년 시작됐다. 그해 1, 공정거래위원회는 농협중앙회 등이 실시하는 입찰에서 물량과 가격 등을 짬짜미(담합)한 화학비료 제조업체 13곳을 적발했다. 이들의 짬짜미는 1995년부터 2010년까지 16년이나 계속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료회사들이 입찰 전에 비료 가격을 미리 정하는 바람에 농민들이 비료를 사는 데 드는 비용이 해마다 1천억원가량씩 늘었다. 비료회사들이 16년 동안, 16천억원을 부당하게 챙긴 것이다. 2012년 공정위는 이들 업체에 과징금 8282300만원을 부과했다.

 

20123, 전농은 지역농민회를 통해 비료회사들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원고로 참여할 소송인단을 모집했다. 농민 1명당 1만원씩 참여비를 받아 소송비용으로 쓰기로 했다. 전북 무주군 무풍면에서 사과 농사를 짓는 이정구(54)씨도 소송에 참여했다. “지역농민회에서 소송에 관해 설명하러 마을에 왔더라고요. 무풍면 농민들은 농사짓는 면적이 크다보니, 1년에 비룟값으로 적게는 300만원, 많게는 1천만원 가까이 쓰죠. 그동안 농협을 믿고 농협에서 비료를 사서 썼는데 배신감이 컸어요. 당장 소장을 썼어요.”

 

당시 강원도 홍천군 농민회장이던 신성재(55)씨는 마을 곳곳을 다니며 소송 필요성을 설명하고 소장을 받았다. 대부분 농민이 소송 취지에 공감했지만, 문제는 관련 서류를 만드는 일이었다. “평생 법원 근처에 갈 일 없는 농민들이 소장을 어떻게 쓰겠어요. 심지어 한글이나 주민등록번호를 쓸 줄 모르는 분들도 계셨어요. 이런 분들에게 자필로 소장을 쓰게 하는 일이 쉽지 않았죠.”

 

서류 준비가 어렵고 농번기인데도 전농 사무실로 소송에 참여하겠다는 서류가 전국 각지에서 밀려들었다. 전농 실무진은 소송인 명단을 취합하고 증빙 자료를 모아, 20129월 농민 18천여 명이 원고로 참여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2012213일 전북 전주 농협 앞에서 열린 비료 담합 소송 기자회견에서 농민들이 담합에 항의하는 뜻으로 농협 현관에 비료를 뿌리고 있다. 연합뉴스

 

1994·1997년 농민들이 어려운 시기에

전남 장흥에서 1983년부터 벼·작두콩·생강 농사를 짓던 위두환씨가 비룟값이 올랐다고 체감한 시기는 2000년대 초반이었다. “물가가 많이 올랐으니 비룟값도 올랐나보다 생각했죠. 비료회사들이 담합한 것 아니냐는 심증은 있었지만 물증은 없었어요.” 그러다 2012년 공정위 발표를 봤다. 위씨는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 1997IMF 외환위기 영향으로 죽어가는 농민들을 비료회사들이 16년이나 뜯어먹은 줄을 몰랐다로드킬 당해서 이미 죽은 고라니의 살점까지 뜯어간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판결문에 따르면, 국내 비료 시장 규모는 연간 18379억원(2009년 기준)으로 남해화학·동부하이텍·풍농 등 매출 상위 업체 9곳이 시장의 90% 이상을 점한다. 또한 농사에 쓰이는 비료는 크게 일반 화학비료와 유기질비료로 나뉘는데, 화학비료가 90% 가까이 된다. 짬짜미에 13개 업체가 가담했으니, 사실상 국내 비료업체 전체가 농민들을 상대로 부당이득을 챙긴 셈이다.

 

농민들이 소송을 제기한 뒤에는 더 큰 산이 남아 있었다. 비룟값 짬짜미로 인한 피해액을 계산하려면, 농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비료를 구매한 기록이 필요한데, 이 기록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농민들이 농협을 통해 비료를 살 때, 대부분 수기로 기록해 남아 있는 자료가 없는 탓이었다.

 

2012년 당시 전농 사무처장이던 이대종(59)씨도 비료 구매 기록을 구하지 못해 자신은 정작 원고로는 참여하지 못했다. “한 해에 한 가지 농사만 지어도 작물이 들어가기 전, 들어간 뒤, 수확할 때 서너 번 비료를 투입해요. 저는 벼농사와 잔디농사를 짓는데, 1년에 비룟값으로 250300만원 정도를 써요. 비료 종류도 다양하고요. 그런데 소송 당시엔 기록을 전산화하지 않아서, 소송에 참여하려면 지역 농협에 직접 가서 기록을 받아와야 하는데 주중엔 서울에서 전농 업무를 했으니 그럴 수가 없었죠.”

 

승소했지만 배상금 계산도 처리해야

이뿐이 아니다. 16년에 걸쳐 짬짜미가 진행된 탓에, 중간에 비료 이름이 바뀌기도 했다. 지역 농협마다 자료를 정리하는 방식도 달라서, 소송인단 개개인 자료를 다시 정리하고 전산화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원고마다 피해 금액을 산정하는 과정도 복잡했다. 원고 쪽을 대리했던 송기호 변호사(법무법인 수륜아시아)공정위가 과징금 액수뿐만 아니라 짬짜미한 제품별 부당이득액을 산출해서 공개해야, 소비자가 기업을 대상으로 손해배상 소송을 낼 때 손쉽게 활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반 소비자가 피해액을 산정하기가 쉽지 않고 시간과 비용도 많이 드는데, 이렇게 소송 준비에 시간이 걸리는 사이 불법행위를 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할 소멸시효 3년이 지나가버리기도 한다고도 그는 덧붙였다.

 

소송을 낸 지 5년이 지난 2017년에야 손해배상 청구액이 총 85억원으로 산정됐다. 짬짜미가 없었다면 비룟값이 얼마였을지 가상의 가격을 계량경제학적으로 분석한 뒤, 물가지수와 환율 등을 고려해 원고 각자의 피해액을 추산해야 했기 때문이다. 김범수 고려대 교수(경제학)가 연구용역을 맡아, 피해액을 따졌다. 이 추산액 등을 참고해 201610, 법원은 담합으로 인해 7종류 비료의 (짬짜미한) 입찰 가격이 가상의 가격보다 2.05~16.3%가량 높게 유지됐다는 감정 결과를 내놨다. 소송에 참여한 원고인단 중에서 개별 피해액이 0원으로 추산되거나 소송 관련 자료를 확보하지 못한 1천 명가량은 빠져야 했다.

 

소송인단을 모집하는 데 6개월, 1심 결과가 나오는 데 8년이 걸리는 동안 이 소송을 잊거나, 이사하거나, 숨진 농민도 꽤 있다. 그래서 신성재 전농 부의장은 승소하고 나서 농민들에게 배상금을 계산해 돌려줄 일이 걱정이다. “그동안 들어간 소송비용을 뺀 다음 원고 각각 배상금을 계산해서 나눠주는 일이 남았어요. 숨진 원고가 있다면 상속인도 찾아야 하고요. 피해자가 피해를 입증해 소송에서 이겼는데, 이기고 나서 그 피해를 복구하는 것도 피해자가 하라니, 너무 불합리하지 않나요?”

 

소송에 참여했던 농민들은 한 사람당 평균 33만원이라도 돌려받을 수 있게 됐지만, 나머지 농민들은 배상받을 길조차 없다.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소멸시효 3년이 지났기에 다시 소송을 낼 수도 없다. 무주군에서 배추와 사과 농사를 짓는 정도화(54)씨는 “2012년 소송인단을 모집할 때는 농번기라 소송 자료를 준비할 시간이 없어 소송에 참여하지 못했다. 그런 농민들이 주변에 많았는데, 지금은 후회하고 있을 것이다. 이번 소송에 참여하지 않았어도 손해를 입은 농민들은 다 구제받는 제도가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피해 농민은 100만 명이 넘는데

전문가들이 집단소송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는 이유다. 집단소송제는 기업의 고의나 과실로 대규모 소비자 피해가 생겼을 때, 소비자 50명 이상이 손해배상 판결을 받으면 모든 피해자가 소송 없이도 배상받도록 하는 제도다. 법무부는 9월 집단소송법 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현재 증권 분야에만 도입된 집단소송제를 모든 분야로 확대하자는 취지다.

 

송기호 변호사는 비료 시장 전체에서 짬짜미가 발생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이기에 실제 피해 농민이 100만 명 넘을지도 모른다기업 짬짜미로 인한 피해자가 직접 피해를 입증하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 피해액도 계산해야 하는 등의 어려움 때문에 소송을 포기하는 현실을 바꾸려면 집단소송법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주=신지민 기자 godjimin@hani.co.kr

 

윤석열 직무배제 사유 홍석현 만남에 중앙일보 보도는?

[아침신문 솎아보기] ‘필요성에 의문조선·한국 대통령 나서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4일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를 청구하고 직무배제 명령을 내렸다. 법무부 장관이 총장을 직무에서 배제한 건 사상 처음이다. 윤 총장은 위법·부당 처분에 끝까지 법적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25일 아침신문들은 모두 1면 머리기사에 이 소식을 다뤘다. 극으로 치닫던 추 장관과 윤 총장의 대립이 이번 조치로 파국또는 벼랑에 이르렀다고 총평했다. 다수 신문이 추 장관의 명령에 명분이나 절차 정당성이 떨어진다고 본 가운데 새로 제시된 징계 사유인 재판부 사찰의혹에 주목했다.

 

추 장관은 총장 직무정지 사유로 5가지를 들었다. 사건 관계자인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과의 만남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 사건 재판부 사찰 검언 유착 의혹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 감찰 방해 법무부 대면조사 과정에서 협조 의무 위반 정치적 중립 위반 등이다. 추 장관은 총장의 심각하고 중대한 비위 혐의를 다수 확인했다고 했다.

 

재판부 불법사찰새 의혹, 경향 맥락상 이해 가한겨레 진상규명

중앙일보는 자사 사주와 관련된 대목을 먼저 언급하며 대검의 반박을 전했다. 중앙일보는 추 장관은 중앙일보 사주와의 만남을 공정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 부적절한 교류라고 표현하면서 검사윤리강령 위반이라고 적시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대검은 당시 자리에 많은 사람이 있었고 짧은 대화만이 있었을 뿐 사건 관련 대화는 전혀 없었다. 만난 뒤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에게 사후 보고했기 때문에 검사윤리강령 위반이 아니다고 반박했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이어 대검 입장을 인용해 언론사주는 (삼성) 대주주일 뿐 특수관계인인지 여부도 불분명하다. (JTBC 태블릿 관련 명예훼손) 사건은 만났을 때 이미 기소가 이뤄진 이후였다고도 했다. 대검 관계자를 인용해 법무부가 중앙일보 사주와의 만남 사실을 확인한 뒤 관련 사건들을 갖다 붙인 것등 비판 입장의 견해도 전했다.

25일 중앙일보 1

 

한국일보는 이날 공개된 윤 총장의 혐의 가운데, 새로운 사실은 재판부 불법사찰의혹이 유일하다고 했다. 법무부 감찰실에 따르면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은 지난 2월 조국 전 전 장관 사건과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등 주요 사건을 맡은 법원 재판부의 성향 보고서를 작성했다. 해당 보고서엔 주요 정치 사건 판결내용과 우리법연구회 가입 여부, 가족관계, 세평, 취미, 물의 야기 법관 해당 여부 등이 기재됐고 윤 총장에게 보고됐는데, 이는 대검이 수집해선 안 되는 내용이라는 것이다.

 

한겨레는 추 장관이 윤 총장 직무배제 근거로 든 5가지 혐의를 별도 기사로 다뤘다. 특히 대검의 재판부 불법사찰 의혹에 집중했다. 한겨레는 “(윤 총장이 재판부 사찰 문건을) 반부패강력부에 전달하도록 지시함으로써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수집할 수 없는 판사들의 개인정보와 성향 자료를 수집하고 활용하는 등 직무상 의무를 위반했다는 법무부 설명을 전했다. 한겨레는 물의 야기 법관 리스트는 양승태 사법부에서 판사를 탄압한 대표적 물증이라며 검찰이 특정 사건을 맡고 있는 판사가 여기에 해당하는지를 조사했다는 건 매우 충격적이란 현직 판사의 말도 전했다.

25일 한겨레 3

 

24일 오후 서울중앙지검(지검장 이성윤)이 윤 총장의 장모 최아무개씨를 불법 의료재단 설립과 부정수급 혐의(의료법 위반 및 사기)로 불구속 기소했다. 최씨는 2012112억원을 투자해 의료재단 공동이사장을 맡아 경기 파주에 요양병원을 개설한 뒤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총 229000여만원의 요양급여를 챙긴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조선일보는 1면 기사에서 법조계 관계자를 인용해 친정부 검찰과 법무부가 군사작전 벌이듯 기소와 직무정지 발표 타이밍을 맞춘 것 같다고 했다. 한겨레는 “(윤 총장) 자신을 향한 압박이 전방위로 이뤄지는 상황이라고 했다. 최씨의 기소 소식을 전하는 관련 기사에선 윤 총장은 이날 장모 기소 사실이 알려지기 전, 대검찰청에서 중대재해 사건 수사 검사들을 불러 점심을 함께하며 사회적 약자들의 생명권과 안전권을 위해 가장 높은 수준의 대응을 해달라고 주문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기사와 사설에서 추 장관의 명령을 거세게 비판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을 책임자로 겨냥했다. 조선일보는 2문 대통령, 추 발표 직전 보고받고도 침묵사실상 승인’” 기사에서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초 장관 발표 직전 관련 보고를 받고도 별도 언급은 없었다고 밝혔다. 검찰총장 임면권을 가진 문 대통령은 침묵하고 추 장관이 윤 총장을 해임한 모양새라고 했다. 사설에선 더 이상 추 뒤에 숨지 말고 문은 직접 윤 경질하고 책임지라는 제목을 달았다. 경향신문도 사설에서 발표 직전 보고만 받았다는 문 대통령의 침묵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25일 조선일보 2

 

다수 신문이 추 장관의 윤 총장 징계 청구와 직무 정지 명령을 비판하거나 그 필요성에 의문을 표했다. 한국일보는 추 장관은 윤 총장의 대면 조사 거부조차 직무배제 등의 이유로 거론했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검찰총장 감찰은 평검사 감찰 절차를 준용해야 하는데도 감찰 대상 행위 고지부터 소명 접수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적법 절차를 지킨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한국은 문 대통령은 더 침묵하거나 머뭇거리지 말고 두 사람을 모두 사퇴시켜 이 혼란을 정리해야 한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추 장관이 확인했다는 비위는 모두 정상적 총장의 직무수행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범죄자의 말만 듣고 혐의를 단정해 (한동훈 검사장) 표적수사를 지시한 추 장관이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명분도 약하고 절차도 아쉬운 초유의 검찰총장 직무배제에서 서울중앙지검장 재직 시 언론사 사주와 따로 만난 것, 총장 퇴임 후 정계 진출 가능성을 열어두는 발언을 한 것, 특정 재판부에 대한 정보 수집을 묵인하고 활용한 것 등은 누가 봐도 부적절했다면서도 직무를 배제할 정도의 사유인지는 따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25일 경향신문 사설

25일 한국일보 사설

 

경향신문은 추 장관은 윤 총장이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감찰 정보를 외부에 알렸다고 했지만 누구에게 유출했는지 밝히지 못했다. 더구나 추 장관은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이 윤 총장을 비판하며 감찰과 관련된 내용을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수시로 올렸음에도 문제 삼지 않았다고 했다. 불법사찰 의혹은 전후 맥락을 보면 재판에 대비한 기초적인 정보수집 정도로 볼 여지도 있다고 했다.

 

한겨레는 초유의 검찰총장 직무배제, 철저한 진상 규명을란 제목의 사설에서 검찰이 중점을 두고 수사한 사건의 재판을 담당한 법관들을 불법 사찰했다는 것은 이번에 처음 공개된 내용일 뿐 아니라 사안의 중대성이 크다검찰총장이라는 직책의 막중함을 고려할 때 제기된 혐의들의 진상 확인이 불가피하고 그에 따라 추 장관의 조처가 합당한지 여부도 판가름날 것이라고 했다.

김예리 기자 ykim@mediatoday.co.kr

 

시장, 집값 상승 기대감 여전내년 보유세 부과 전까진 안 팔아

종부세 영향 크게 없는 매매시장

강남 일대, 오히려 매물 회수도

내년 6월까지는 관망세전망

연말쯤에나 절세 매물 나올 듯

집값 상승에 따라 지난해보다 많게는 2배가량 오른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고지서를 받아든 집주인들도 있지만 매매시장에는 절세 매물이 많지 않다.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감이 여전해서다. 부동산 업계는 올해보다 세부담이 더 높아지는 내년 6월 정도까지는 관망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25일 서울 마포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집값이 오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어서 종부세가 오른다 해도 크게 영향받지 않을 것이라며 종부세 부담을 감수하려는 집주인들이 많다고 밝혔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도 종부세 인상을 놓고 반발이 있긴 하지만 기정사실로 인정하는 분위기라며 오히려 집값이 계속 오르니까 내놓았던 매물을 회수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한국감정원의 11월 셋째주 주간아파트가격동향 자료를 보면 서울 아파트값은 0.02% 올라 3주 연속 동일한 상승폭을 보였다. 한 달 전(0.01%)보다 상승폭이 커졌고, 강남권에서는 강남·서초구(0.00%)가 보합세를 나타내긴 했어도 종로구(0.04%), 중구(0.04%), 관악구(0.03%), 양천구(0.03%) 등 상승폭이 평균을 웃도는 지역이 여러 곳이다. 한국은행이 전날 발표한 11월 소비자동향조사에서는 주택가격전망지수(CSI)130을 기록하며 2013년 통계가 시작된 이래 최고 수치를 나타냈다.

 

종부세 내역 고지 전후 매매시장도 별다른 변화가 없다. 이날 기준 부동산정보업체 아실이 집계한 서울 아파트 매물 건수는 45444건으로 지난 1(45003)과 비슷했다.

 

강남구 일원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종부세가 다소 부담되는 일부 집주인들이 매매 문의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자녀에게 증여하는 것이 나은지, 판다면 지금 시점이 적절한지 등을 놓고 고민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통상 매매가 뜸해지면 매물이 쌓이면서 가격 하락 요소로 작용하지만 아직까진 거래 절벽이라 할 수 있을 만큼 매매가 뜸한 것도 아니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의 통계를 보면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71643건에서 84988, 93769건으로 급감하다가 10월 들어 다시 4187건으로 소폭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일단 매물이 나오면 조정을 거치더라도 매매계약이 대체로 성사된다고 말했다.

 

부동산 업계는 올해보다 종부세율과 다주택자 중과세 등이 더 오르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추세를 지켜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 용산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내년 보유세 부과 기준일인 61일 정도까진 가격 추이를 지켜보며 버티려는 집주인들이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진식·김희진 기자 truejs@kyunghyang.com

 

종부세 폭탄? 장기보유·고령 공제 땐 10억짜리 집에 12만원

납부 대상자 147000명 늘고 세액 43% 증가서울·경기 집중

1주택자 보유기간 따라 최대 50%나이로는 30%까지 공제 혜택

내년 세율 0.1~0.3%P 상향다주택자 6%까지 올라 부담 더 커져

 

서울에서 공시가격 10억원짜리(시세 약 149000만원)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A(82)는 올해 주택분 종합부동산세(종부세)122000원가량 납부한다. 2004년 아파트를 구입한 A씨는 보유기간이 15년이 넘어 장기보유 공제와 고령자 공제를 합쳐 총 70% 세액공제를 받는다. 과세당국은 실수요 1주택자의 부담 경감을 위해 나이에 따른 고령자 공제와 보유기간에 따른 장기보유 공제 혜택을 주고 있다. 고령자 공제는 60~65세 미만 10%, 65~70세 미만 20%, 70세 이상 30%가 적용된다. 보유기간별로는 5~10년 미만 20%, 10~15년 미만 40%, 15년 이상 50% 등이다. 같은 가격대 아파트라도 1주택자는 보유기간과 나이에 따라 훨씬 많은 세액공제를 받는 것이다.

 

내년 A씨에게 부과되는 종부세는 119000원으로 올해보다 더 낮아진다. 내년에는 고령자 공제율이 10%포인트 오르고 합산공제 한도도 현행 70%에서 80%까지 높아지기 때문이다.

 

공시가격 9200만원짜리(시세 125000만원) 아파트에 사는 B(58)는 내년에 8550원의 종부세를 낼 것으로 추정된다. B씨의 경우 1가구 1주택 종부세 공제액 기준인 9억원을 빼면 200만원에 대해 과세표준이 매겨진다. 여기에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 조정(90%95%)에 따라 95%를 곱하면 과세표준은 190만원으로 낮아진다. 이 금액에 재산세액을 빼고 개인 주택분 세율 0.6% 등을 반영하면 장기보유 공제 혜택(20%)을 반영하지 않더라도 종부세는 1만원이 채 넘지 않는다.

 

12억 아파트에 1만원 미만 경우도

국세청이 25일 공개한 ‘2020년도 종부세 고지 내용을 보면 올해 주택분 종부세 납부 대상자는 667000(18148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52만명)보다 147000(28.3%), 세액은 5450억원(42.9%) 증가했다.

 

종부세는 주택과 토지 공시가격을 납세자별로 합산해 공제금액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 과세하는 세금이다. 주택의 경우 다주택자는 공시가격 합산액이 6억원을 넘기면 종부세 과세 대상이 되지만, 1가구 1주택자는 9억원 초과분에 대해 과세한다. 공동명의자는 12억원 초과분에 대해 종부세를 내야 한다. 납부기한(1215)이 지나면 3%의 납부지연가산세가 부과된다. 납부할 종부세 세액이 250만원을 초과할 경우 먼저 250~500만원까지는 납부할 세액에서 250만원을 차감한 금액을 분납할 수 있다.

 

지난해와 비교해 세율(0.5~3.2%) 변동이 없었는데도 올해 주택분 종부세 대상과 세액이 크게 늘어난 것은 시세 상승에 따라 공시가격이 오른 데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반영률)이 상향 조정된 데 따른 것이다. 또 종부세 과세표준을 산출하기 위해 공시가격에 곱해주는 공정시장가액비율 역시 상향 조정(85%90%)됐다. 지역별로는 수도권 집값이 큰 폭으로 뛰면서 올해 주택분 종부세 대상자 667000명 중 서울(393000)과 경기도(147000)가 약 80%를 차지했다. 서울 거주 대상자의 주택분 종부세는 총 11868억원으로, 1인당 평균 세액은 지난해(278만원)보다 8%가량 오른 301만원이다. 종부세액이 전년 대비 가장 크게 오른 지역은 제주로, 244.1%(349억원) 증가했다. 이에 대해 국세청 관계자는 “1주택자의 경우 고령자나 장기보유자에 대한 공제 혜택이 있기 때문에 실제 시장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종부세가 급격히 늘기 어렵다고 말했다.

 

내년 종부세율 상향 부담 커져

다만 내년엔 종부세 부담이 커지게 된다. 1주택자 종부세율이 현행 0.5~2.7%에서 0.6~3.0%0.1~0.3%포인트 상향되기 때문이다. 다주택자 세율은 최고 6%까지 올라간다. 또 공시가격에서 어느 정도를 과세표준으로 할지 정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이 올해 90%에서 내년 95%로 오른다. 정부는 이 비율을 2022년까지 100%로 올릴 방침이다.

 

또 조정대상지역 2주택의 세부담 상한을 200%에서 300%, 법인 주택분의 세부담 상한 규정은 폐지된다. 현재 9억원 미만 공동주택 68.1%, 단독주택 52.4%인 공시가격 현실화율도 높아진다. 국세청은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납세자를 위해 신청에 따라 징수를 유예하거나 납부기한을 최대 9개월까지 연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임금님' 비유하며 문 대통령 비판한 한겨레 '홍세화 칼럼'

"불편한 질문, 불편한 자리를 피한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은 대통령보다 임금님에 가깝다"

“4년 전 촛불을 들었을 때를 돌아보자. 오늘 무엇이 바뀌었나? 대통령과 장관들, 국회의원들의 면면 말고? 이젠 재벌개혁이란 말조차 나오지 않게 되었고, 교육개혁은 이미 포기한 듯 관심 바깥의 일이 된 지 오래다. 부동산 문제는 악화됐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프레카리아트’(불안정한 프롤레타리아란 뜻의 이탈리아 조어)가 되는 일방통행의 길만 있을 뿐이다. 그 위에 코비드19가 덮쳤다.”

 

문재인 대통령을 질문을 받지 않는 임금님에 비유하며 문 대통령을 직격한 칼럼이 한겨레에 실렸다.

홍세화 장발장은행장·‘소박한 자유인대표는 한겨레 20일자 홍세화 칼럼’ <우리 대통령은 착한 임금님>에서 불편한 질문, 불편한 자리를 피한다는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보다 임금님에 가깝다고 했다.

 

일방적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하는 자리는 불편하지 않다. 임금님은 불편한 질문을 받지 않아도 되고 불편한 자리에 가지 않아도 되지만, 대통령은 그렇지 않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팽목항에 가야 했던 것도 임금님이 아니라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홍 대표는 칼럼에서 문 대통령이 불편한 자리, 불편한 질문을 피하면서 임금님처럼 처신하는 방식은 비슷한 구도를 갖는다고 했다.

 

대통령으로서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만나 위로하면서 진상규명을 약속하고, 김용균씨 유가족을 만나 위로하고 김용균법을 약속한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은 지지부진하고 김용균이 적용되지 않은 김용균법이 제정된다. 그때부터 질문도 받지 않고 불편한 자리도 찾지 않는 임금님이 되는 식이다.”

 

그는 문 대통령이 1년 전 국민과의 대화에서 부동산 문제에 대해 자신감을 피력했을 때는 대통령이지만, 오늘 전혀 다른 결과 앞에서는 질문을 받지 않는 임금님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 대표 시절 지자체장의 잘못으로 선거를 다시 하게 될 때엔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또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공언했지만, 서울특별시장·부산광역시장의 미투 문제와 부닥치면 임금님이 되어 침묵한다. 집권 민주당이 제1야당과 똑같이 위성정당 방식으로 비례대표제를 왜곡하면서 민주주의에 흠집을 냈을 때에도 대통령의 생각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맞아 지난 12일 고인에게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한 것에 대해 전태일 열사에게 훈장을 주는 자리라면, 적어도 그 이름을 딴 전태일3에 관심을 표명하고 자신의 의사를 밝히는 게 대통령의 모습이다. 하지만 그런 일은 자신의 소관 사항이 아니라고 여길 만큼 임금님이 되어 있다고 했다.

 

홍 대표는 추미애 법무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사이에 벌어지는 흥미진진한 공방, 국회에서 벌어지는 저급한 공방들은 인민의 삶이 조금도 바뀌지 않는 세상을 가려주는 스펙터클이라고 했다.

 

홍 대표는 이 칼럼으로 자신이 집중포화를 받을 것이라며 칼럼 끄트머리에 이렇게 적었다.

 

나는 잘 알고 있다. 이 글이 신민들의 심기를 무척 불편하게 하리라는 것을. 집중포화를 받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들의 착한 임금님을 조금이라도 불편하게 하여 대통령의 자리를 되돌아볼 수 있게 한다면 그것으로 이 서생은 기쁠 것이다.”

김성후 기자 한국기자협회

 

한국 '코로나 시대' 살기좋은 나라 4위에일본은 왜 2?

블룸버그, 인구당 확진자수 등 10개지표 분석

진단키트·드라이브스루 등 'K방역' 높이 평가

1위 뉴질랜드" 봉쇄 않고도 잘 대처" 일본 2

25일 오전 서울도서관 외벽에 천만 시민 긴급 멈춤 기간을 알리는 대형 현수막이 설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 살기 좋은 나라 순위에서 4위에 올랐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24(현지시간) ‘코로나19 회복 순위를 발표했다. 이는 경제 규모가 2,000억달러(2215,000억원) 이상인 53개국을 대상으로 지난 한 달간 인구당 확진자 및 사망자 수, 백신 공급계약 체결 건수, 검사 역량, 이동 제한 정도 등 10개 지표를 평가한 것이다.

 

한국(82.3)은 코로나19 검사와 역학조사를 효과적으로 실시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4위에 올랐다. 코로나19 발생 수주 만에 자체 개발한 진단키트를 사용하고 드라이브스루 검진소를 운영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1위는 빠르고 결단력 있는 대처를 했다는 평가로 뉴질랜드(85.4)가 차지했다. 뉴질랜드는 코로나19 사망자가 발생하기 전인 지난 326일부터 봉쇄조치를 시행했으며, 관광산업 의존도가 높음에도 국경을 빠르게 통제했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뉴질랜드가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함께 개발 중인 백신을 공급받기로 한 점도 반영됐다.

 

2위는 일본(85)으로, 봉쇄조치를 하지 않고도 코로나19에 잘 대처했다는 게 블룸버그의 평가다. 서로 신뢰하고 정책에 순응하는 일본 국민들이 앞장서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붐비는 장소를 피했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줬다. 또 인구가 12,000만명이 넘지만, 코로나19 중증 환자가 331명에 불과하다고 블룸버그는 꼽았다.

 

3위는 대만(82.9)으로, 작년 12월 중국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빠르게 출입국을 통제했으며, 마스크 재고 및 확진자 동선을 알려주는 앱도 도입됐다. 대만에서는 200일 넘게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다만 대만은 백신 공급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상태다.

 

하위권으로는 페루(51·41.6), 아르헨티나(52·41.1), 멕시코(53·37.6)이 꼽혔다. 이탈리아(40·54.2), 스페인(41·54.2), 프랑스(45·51.6), 벨기에(50·45.6) 등 유럽 주요국들도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지웅배 인턴기자 sedation@sedaily.com

 

경제도 교육도 양극화 심화약자들에 더욱 가혹한 재난

2020 아시아미래포럼

이정우 한국장학재단 이사장

팬데믹과 불평등기조강연

 

성장률 하락 고통 취약층 집중

여성·청년 일자리 더 많이 줄어

원격수업 뒤 학력 격차 커지고

식당·상점은 재택 근무도 못해

재난은 약자들에게 더 가혹하며 고통은 평등하지 않다. 코로나19의 숨은 영웅으로 칭송받던 택배 노동자들의 잇따른 과로사가 그 증례다. 간병인, 콜센터 직원 등 가장 취약한 이들의 삶도 위태롭다. 11회 아시아미래포럼에서 팬데믹과 불평등을 주제로 기조강연에 나설 이정우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은 재난이 심화시킨 불평등을 나라 안과 밖의 비교를 통해 심층적으로 짚어본다.

 

지난 6월 국제통화기금(IMF)은 코로나19로 인해 세계 경제성장률이 4.9%나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저 수준이다. 문제는 경제성장률 하락으로 인한 고통이 저숙련 저학력의 취약계층에게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사스, 메르스, 에볼라 등 감염병을 겪은 이후에는 어김없이 불평등이 깊어졌는데 코로나19는 훨씬 심각한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진보적 정치인 버니 샌더스의 말대로 억만장자들에게 코로나 창궐은 남의 일이지만 결국 코로나의 직접 피해자는 서민들인 셈이다.

 

재난으로 인한 고통과 불평등은 경제적 측면에 그치지 않고 교육, 근무환경 등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끼친다. 지난 7월 실시한 경기도교육연구원의 코로나19와 교육에 대한 연구조사 결과는 코로나19 이후 한국 공교육 현장의 암울한 상황을 잘 보여준다. 학교에서 대면수업이 원격수업으로 대체되면서 계층간 학력 격차도 악화되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취약계층에게 돌아갈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가 확산되고 있지만, 산업별, 직종별 편차는 상당히 크다. 정보산업, 금융분야는 재택근무가 활발해 노동자의 출퇴근 시간이 줄어들고 여가시간의 상승, 생산성 향상 등으로 이어질 여지가 있다. 반면, 음식숙박업, 도소매 분야 등은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 출근을 해야 한다. 이 이사장은 코로나19가 심각한 미국과 유럽의 경우 임금수준별로 상위 10%67.9%가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반면, 하위 10%28.6%만이 재택근무를 하는 등 격차가 심각하다며 재택근무의 양극화, 불평등을 짚었다.

 

이 이사장은 코로나19로 인한 고통이 남성보다 여성, 그리고 청년에게 집중될 것이라는 점도 간과해선 안되는 대목이라고 말한다. 여성과 청년층 노동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모든 회원국에서 위험직업군에서 일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더 높다. 실제 2~4월 취업자 수 감소폭을 보면 여성 62만명, 남성 40만명으로 여성의 피해가 더 크다. 코로나로 인한 타격이 음식, 숙박, 도소매업 종사자등 주로 여성이 많은 분야에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코로나로 보육시설과 학교가 폐쇄되자 여성들의 육아 부담이 더 높아졌다.

 

한국은 코로나 이전부터 이미 큰 불평등에 직면해왔다. 이 이사장은 비정규직, 특수고용노동자 등 노동시장의 불평등 해소, 교육 불평등 해소, 토지공개념 확립, 보유세 강화 등이 시급하다며 이번 기회를 한국 자본주의를 대대적으로 수정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장/ 한겨레

존재감 없음"... "검찰 대응 수월"... '판사 불법사찰' 문건 공개

[주요 특수·공안사건 재판부 분석 9] 출신, 주요판결, 세평, 특이사항 담겨... 윤석열 측 "상식적 판단에 맡겨보자"며 배포

 

윤석열 검찰총장 변호인 이완규 변호사가 공개한 판사 불법사찰의혹 문건 오마이뉴스

 

 

윤석열 검찰총장 쪽에서 논란의 '판사 불법사찰 의혹' 문건을 전격 공개했다.

 

윤 총장은 26일 오후 직무집행정지처분 취소청구의 소를 제기하면서 일부 증거를 첨부했는데, 바로 '판사 불법사찰' 의혹 문건이다. 윤 총장 변호인 이완규 변호사는 해당 문건을 취재진에 공개하면서 "법무부에서 왜곡해서 발표했다고 보여지고 있는 것을 우려했다. 정확한 사실관계를 밝힐 필요가 있고 해서 공개하게 됐다"라고 전했다. 다만, 개인정보와 인적사항을 삭제했다고 덧붙였다.

 

해당 문건의 제목은 <주요 특수·공안사건 재판부 분석>이다. 모두 9장으로 지난 226일 작성됐다. 앞서 성상욱 의정부지방검찰청 고양지청 형사2부장검사는 당시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실 소속으로 자신이 이 문건을 작성했다고 밝힌 바 있다.

 

무슨 내용이 담겼나

 

이 문건에는 재판부 13곳의 재판장과 배석판사(주심판사)의 출신, 주요판결, 세평, 특이사항 등이 담겨있다. 첫 번째 재판부는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1부다.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관련한 일부 재판을 담당하고 있다. 재판장은 김미리 부장판사다.

 

김미리 부장판사와 관련해서는 아래와 같은 내용이 담겼다.

<출신> ◯◯여고, ◯◯대 법학

<주요판결> '성추행 보도 기자 무고 및 명예훼손' 사건 1심 무죄 선고, 성추행 사실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시(19)

전교조 법외노조철회 요구하며 경찰과 충돌한 시위대 4명에 각 징역 16, 집행유예 3(19, 경찰관에 2~3주 상해 가한 사안, 검사 실형 구형)

대학시절 시위참가 전력으로 군무원 채용시험 최종합격 취소된 원고가 공군참모총장을 상대로 낸 불합격처분 취소소송 원고승소판결(14)

<세평>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나, 합리적이라는 평가

언행이 부드러우며, 원만하게 재판 진행을 잘 함, 가급적 검사나 변호인의 말을 끊지 않고 잘 들어줌, 재판장으로서 적극적으로 검사나 변호인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는 스타일

▶ ◯◯◯ 2차장의 처제

 

나머지 배석판사인 차승우, 서효성 판사에 대해서는 '<출신> ◯◯, ◯◯', '기일 진행된 ◯◯ 재판 과정에서는 특별한 존재감 없었음'이라는 기재돼있다.

 

다른 재판부과 관련된 내용 역시 출신, 주요판결, 세평 등이었다. 한 판사의 경우에는 물의야기법관 관련 내용도 담겼다.

 

<세평> ◯◯ 재판에서 존재감 없음, 행정처 16년도 물의야기법관 리스트포함(15. 휴일당직 전날 술을 마시고 다음날 늦게 일어나 당직법관으로서 영장심문기일에 불출석, 언론에서 보도)

 

해당 판사가 담당한 재판의 구체적인 내용이 담긴 경우도 있었다.

 

▶ ◯◯◯ 기피신청(대법원 기각 확정), ◯◯◯의 변호인은 기피신청서에 "◯◯ 중앙법원장 주재 모임에서 ◯◯◯이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관련자들을 엄단하여야 한다고 말했다는 기자의 제보가 있다"고 기재, , 그 후 다른 근거자료는 제시 못함

 

일부의 판사의 경우에는 사적인 내용이 담겼다.

 

법관임용 전 대학·일반인 취미 농구리그에서 활약, 서울법대 재직시부터 농구실력으로 유명

 

그외 소위 '세평'에는 이렇 내용이 있었다.

 

"그립감 센 듯 보였으나... 소극적 태도"

"검찰이 대응하기 수월하다는 평가"

"성향파악 어려우나 연로해 보이는 느낌"

"다소 '보여주기식' 진행"

"법정 멘트들도 미리 신경 써는 준비한 느낌"

"여론이나 주변 분위기에 영향 많이 받는다는 평"

 

윤석열 측 "사찰이라는 말 너무 부당하게 사용... 상식적 판단에 맡겨보자"

 

이완규 변호사는 "사찰이 전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일반인의 상식적 판단에 맡겨 보자는 생각"이라면서 "검사들도 공판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서 그러한 내용을 알 필요가 있지 않겠냐. 이 내용이 그 정도다. 업무자료에 개인 관련 정보가 있다고 해서 다 사찰이라고 보면 사찰이라는 말을 너무 부당하게 사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마이뉴스>"일반인의 상식적 판단에 맡겨보자"는 윤 총장 측 취지에 따라 9페이지 전문 내용을 공개한다. 원 문서를 알아보기 쉽게 엑셀로 전환해 이미지화 시킨 것이다. (사진 우측 상단 아이콘을 클릭하면 큰 이미지로 볼 수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 변호인 이완규 변호사가 공개한 판사 불법사찰의혹 문건 1페이지.

윤석열 검찰총장 변호인 이완규 변호사가 공개한 판사 불법사찰의혹 문건 2페이지.

윤석열 검찰총장 변호인 이완규 변호사가 공개한 판사 불법사찰의혹 문건 4페이지.

윤석열 검찰총장 변호인 이완규 변호사가 공개한 판사 불법사찰의혹 문건 5페이지.

윤석열 검찰총장 변호인 이완규 변호사가 공개한 판사 불법사찰의혹 문건 6페이지.

윤석열 검찰총장 변호인 이완규 변호사가 공개한 판사 불법사찰의혹 문건 7페이지.

윤석열 검찰총장 변호인 이완규 변호사가 공개한 판사 불법사찰의혹 문건 8페이지.

윤석열 검찰총장 변호인 이완규 변호사가 공개한 판사 불법사찰의혹 문건 9페이지.

 

선대식(sundaisik) / 오마이뉴스

 

비대면 시대, 디지털 기술이 복구시킨 공동체 가치

휴먼테크놀로지어워드 2020

 

올해 키워드 코로나 극복과 대응

 

전세계 마비시킨 바이러스 대재난

사람 친화적 기술 시도·노력 돋보여

 

거리두기에 막힌 시·공간 벽 허물고

실시간 정보 공유로 방역 이끌어

사람과 사람 교류 통한 연대 구현

 

소외된 사람들의 목소리 공론화

새로운 형식의 문제 해결책 제시

소비자 수요 읽어낸 서비스 개발도

2020년 코로나195500만명 넘는 감염자와 130만명 이상의 사망자를 기록하며 전 세계 국경을 봉쇄시키고 모든 사람의 일상생활과 경제활동을 마비시켰지만, 초유의 대재난 속에서 재난 극복을 위한 기술적 시도와 노력도 돋보였다. 한겨레 사람과디지털연구소(소장 김재섭) ‘휴먼테크놀로지 어워드2020(HAT 2020)’의 올해 심사 키워드 또한 코로나19 극복과 대응이었다. 특히 한국이 코로나19 초기 확산국에서 방역 모범국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배경엔 휴먼테크놀로지 어워드가 지향하는 사람 친화적 기술과 노력의 역할이 컸다.

 

백신과 치료제 없는 감염병 불안 상황에서 코로나19 진행 상황과 관련한 유용하고 정확한 정보를 국민에게 신속하게 전달한 코로나 정보공유 체계인 긴급 재난알림 시스템’(사회공공 부문 최우수상)은 사회 구성원 각자가 생활공간에서 개인방역과 위생을 강화할 수 있게 만든 정보신경망 노릇을 했다. 이를 기반으로 방역 당국과 각 지방자치단체는 확진자 이동 경로를 알리고 시민들의 협조와 대응을 이끌어냈다. 확진자 동선공개 초기에 불거졌던 개인정보 침해 문제도 지적과 우려가 반영되면서 최소한의 필수정보 기록과 공개 위주로 개선되어나갔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올 1월 민간개발자 두 사람이 자원봉사로 개발해 운영하는 코로나 정보 상황판 코로나보드’(사회공공 부문 우수상)는 국내와 전 세계의 코로나 관련한 다양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보여주는 서비스로, 인터넷의 정보공유 운동의 모범적 사례다.

 

올해 휴먼테크놀로지어워드 대상으로 선정된 지역밀착형 커뮤니티 서비스인 당근마켓은 코로나19 상황에서 디지털 기술이 공동체적 가치를 새롭게 되살릴 수 있음을 확인시켜줬다는 점에서 평가위원회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2015년 판교 지역에서 소규모 지역 기반 커뮤니티 앱으로 출발한 당근마켓이 202011월 현재 누적 다운로드 2000만건, 월 방문자 1200만명을 넘어서는 대표적 지역 커뮤니티 서비스로 성장한 배경엔 디지털 기술의 사람 친화적 설계와 운영이 있었다. 특히 당근마켓은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이 기존의 시간과 공간이 만든 거리와 벽을 없애며 전통적 생활방식과 경제활동을 위축시킨다는 통념을 뒤집고 만들어낸 성공사례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았다. 스마트폰의 위치정보를 통한 가입 인증을 통해 이용자 거주지역의 생활정보와 주민 간 재화 직거래를 제공함으로써 지역경제 활성화와 공동체적 연대를 구현해가고 있다. 또한 지역 주민 간의 중고품 거래를 활성화해 유휴 물품의 새로운 쓸모를 만들어낼 뿐 아니라 자원 재활용을 통해 환경적 기여를 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전자상거래가 지역 상권을 위축시키고 소셜미디어가 이웃 간의 왕래와 소통을 줄이는 현실에서 당근마켓이 만들어낸 가치가 더욱 돋보이는 이유다. 특히 당근마켓은 코로나19로 가정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지역생활에 대한 관심과 정보 욕구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유용성이 확대됐다.

네이버 동네시장 장보기’(이용자 부문 최우수상) 서비스 또한 디지털 기술이 전통시장 같은 지역경제에 활기를 불어넣는 모범적 사례와 실질적 지원 효과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전통시장과 상인들은 온라인 쇼핑몰 전자상거래의 대표적 피해자였지만, 네이버 동네시장 장보기는 인터넷을 활용한 접근성과 쇼핑 편의성 제고를 통해 전통시장과 상인에게 구체적 도움을 주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방안을 보여줬다. 네이버가 앞장서서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갖추고 있지 못한 동네시장 점포들에 편리한 홍보, 결제, 배달 수단을 제공해주고 네이버 첫 화면에서 인근의 동네시장을 홍보해줌으로써 동네시장 이용을 부담스러워하던 시민들도 손쉽게 구매할 수 있게 했다. 2019년 초 서울 강동구 암사시장에서 시범 운영되어 현재 전국 50여 동네시장으로 확산된 네이버 동네시장 장보기는 온라인 전자상거래가 전통시장의 적이 아니라 우군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디지털 기술의 설계와 적용을 통해 공동체의 가치 구현 방법을 제시한 사례다.

 

특별 부문 최우수상으로 선정된 라이더 유니온배드파더스는 당면한 사회문제에 디지털 기술과 미디어를 활용함으로써 공론화를 이끌어내고 공동체가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과 문제 해결을 위해 헌신해온 활동가들의 노고가 컸다는 점을 인정하고 기려야 한다는 데 평가위원들의 의견이 일치한 결과였다. ‘라이더 유니온은 개별적으로 고립되어 일하는 배달노동자들의 고충과 현실을 알리는 조직으로 활동하면서 우리 사회가 깊이 의존하고 있는 배달플랫폼과 비대면 경제 속 실제 노동을 담당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공론화하는 주요한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배드파더스는 이혼 뒤 고의로 양육비 지급을 거부하는 사람들에 대한 신상공개를 통해 양육비 지급을 목적한 조직으로, 사전 공지와 유예, 삭제절차 등을 통해 사회적 낙인과 비난이 아닌 실질적 양육비 지급으로 이어진 새로운 차원의 시민운동이다.

 

이용자 부문 우수상 선정작들은 변화하는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달라진 수요를 읽어내 새로운 가치 제공으로 만들어낸 서비스들이다. 이사, 청소, 개인교습, 디자인 등 생활영역의 전문인력을 수요자와 이어주는 숨고는 수많은 고수들의 재능과 역량을 효율적으로 시장과 매칭시켜주는 서비스로 주목받았으며, 크라우드 펀딩의 대표기업인 와디즈는 단순한 투자자금 조달을 넘어 새로운 상품과 수요를 만들어내 창의적 시도를 활성화하는 도구로 자리잡고 있다. 클라우드 기반의 협업용 소프트웨어인 잔디와 이용자와 이동통신 3사의 공동 본인인증 앱인 패스는 코로나 비대면 경제에서 유용성의 가치가 돋보였다. 부동산 중개 플랫폼인 직방의 헛걸음보상제는 이용자 불만과 집값 불안 심리를 부추기는 거짓매물을 감소시키는 실질적 효과를 만들고 있으며, 이메일 기반이 뉴스 큐레이션 서비스 뉴닉은 밀레니엄 독자들에게 다가가는 새로운 형식의 뉴스 서비스를 통해 미디어의 역할을 확장하고 있다. 에스케이텔레콤(SKT)인공지능 돌봄서비스(사회공공 부문 우수상)는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한 돌봄 사각지대의 노인들을 위한 사회 안전망으로서의 가치와 기여가 돋보였다.

구본권 선임기자 starry9@hani.co.kr

 

이웃 교류·중고장터 활성천만 국민이 선택한 생활 커뮤니티

http://www.hani.co.kr/arti/economy/it/971677.html

 

 

개혁 상징에서 애물단지 돼버린 저리톡을 바라보며

[기자 수첩] 개혁의 상징이었지만 편향성 논란과 내부 비판으로 고립된 저널리즘토크쇼J’

KBS 저널리즘토크쇼J 시즌2(이하 J)1213일 마지막 방송을 앞두고 있다. KBS는 개편 중이라는 입장이지만 사실상 폐지에 가까운 수순을 밟고 있다. J가 폐지될지 아니면 VCR 형태의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으로 개편할지 알 수 없다. VCR 형태의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이 된다면 더는 토크쇼라고 할 수 없기에 저널리즘토크쇼J’ 이름은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사실상 폐지 수순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KBS가 비정규직 제작진 20여명에게 개편을 통보하면서 문제가 더 커졌다. 정주현 프리랜서 PD사실상 일방적 계약 해지라고 주장하며 J 공식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기까지 했다. 한승연 KBS 기자는 J 공식 카페에 이번 개편 과정에서 잘못한 부분은 같이 일해온 프리랜서 제작진들을 개편 논의에 참여시키지 않은 점이라고 썼다. J 작가 중 3명이 마지막 방송 집필을 거부한 상황이다.

 

J 시즌2 마지막 방송도 위태로운 상황이다. J 공식 카페에는 ‘J의 마지막 방송은 KBS 언론개혁 의지와 한계가 되어야 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 주제가 아니라면 현재 집필을 거부하는 작가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까.

 

왜 이렇게까지 꼬인 것일까. 우선 비정규직 제작진들은 생계가 달린 일방적 계약해지에 분노하고 있다. 또 그동안의 상황을 종합해보면, ‘J에 대한 KBS의 태도에 분노했을 거라 짐작한다. J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 한 관계자는 일방적 계약해지를 하고 내부에서 집필 거부가 나올 정도로 상황이 악화했는데도 특별한 조치가 나오지 않는 상황이라며 이전부터 KBS 내부에서 J를 꺼렸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전했다. JKBS 내에서 고립된 지 오래라는 것이다.

 

KBS 기자들이나 의사결정권자들이 J를 불편해했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누군가는 그 이유로 편향성을 꼽을 것이고, 누군가는 언론학자들의 탁상공론이라고 말할 것이며 누군가는 취재를 안 해봐서 현실을 모른다고 할 것이다.

 

편향성 논란을 부른 대표적 회차는 89회 언론개혁 편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보도 비평을 하며 사건 관계자로 분류되는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출연한 것을 두고 KBS 기자는 사내 게시판에 이건 저널리즘 비평이라 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내부 비판을 해야 하는 프로그램 특성도 보도본부 기자들이 J를 꺼린 이유였을 것이다. 44대통령에게 묻는다편부터 JKBS 보도본부 관계는 이미 틀어졌다고들 말한다. 이 방송은 문재인 대통령과 인터뷰를 한 KBS 기자를 비판하는 취지의 내용으로, 전파를 탄 후 KBS 사내게시판 등에서는 J를 비판하는 글이 게시됐다

 

KBS 기자들이 가기 싫어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가 J라는 이야기가 전해졌다. 시즌1 이후 조직을 이끌 팀장을 찾을 때 수많은 기자가 팀장 인사를 거절했다. 이러한 이야기는 J의 유튜브 라이브 등에서도 다뤄졌다.

 

KBS의 한 관계자는 내부 상황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KBS를 개혁해야 하지만 그 주체가 는 아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여러 이유로 J를 싫어했지만 막상 J 구성원으로서 변화를 만들려는 의지가 부족했던 이들을 비판하는 말이다. J를 변화시키기보다 폐지해야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 내부 분위기를 전한 것이다.

 

수많은 편향성 논란과 비판이 있었지만 JKBS가 긴 파업 후 만든 개혁의 상징중 하나였다. KBS에서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이 갖는 역사성을 생각하면 더 그랬다. 이명박 정부 원년 KBS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 미디어포커스는 폐지 위기를 맞았다. 내부 구성원들 반발로 미디어 포커스미디어 비평으로 개편됐고 이를 이어받은 미디어인사이드는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폐지됐다. 정권이 교체되고 파업이 끝난 후 태어난 것이 J 였다.

 

이번 사태로 알 수 있는 건 개혁의 상징J가 이제 KBS 내에서 애물단지가 돼버린 현실이다.

 

어쩌면 KBS는 개혁을 사실상 외주화 해왔다. KBS 정규직 기자들은 J로의 인사를 꺼렸고, J에 출연하는 기자들은 자주 바뀌었다. 반면 J 공식 페이스북에 계약해지 부당함을 호소한 정주현 프리랜서 PD19회부터, 사실상 거의 처음부터 J를 만들어온 제작진이었다. 프로그램 종영에 분노를 느끼는 이들은 비정규직 제작진, 외부 출연진들, 그리고 J의 오랜 시청자들뿐인것처럼 느껴진다. KBS 내부와 의사 결정권자들과는 다른 모습이다.

 

KBS는 상징의 효용이 떨어지자 이들을 외딴섬처럼 버려둔 것은 아니었나 반추해야 한다. 외주로 넘긴 상징조차 수명이 끝나는 듯하니 그 섬마저 없애려 한다. 상징을 변화시켜보려는 노력은 없는 걸까. 이렇게 또 한 번 지상파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이 사라져가고 있다.

정민경 기자 mink@mediatoday.co.kr

 

 

새로운 전선으로 떠오른 나약한 판사프레임

·윤 대립, 여야 갈등 구도로 이어지다 판사사찰건으로 판사vs검찰 대립구도 전망

MBC·YTN·TBS 라디오 등 일부 언론 검찰 앞에서 판사도 약자프레임 전환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사유 중 가장 논란이 되는 쟁점은 판사 사찰문제다. 그동안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윤 총장의 대립이 여야의 대립양상으로만 진행했다면 이 문제로 검찰과 판사들의 대치가 새로운 전선으로 자리잡는 분위기다.

 

법무부가 발표한 윤 총장 징계청구·직무집행정지 사유 중 하나인 판사들 사찰 의혹은 지난 2월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이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과 조국 전 법무부장관 관련 사건 등 주요 사건 재판부의 판사들 가족관계·우리법연구회 가입 여부 등을 기재한 보고서를 작성해 윤 총장에게 보고했고, 윤 총장이 이를 대검 반부패강력부에 전달하도록 지시했다는 내용이다.

 

당시 반부패부장은 한동훈 검사장이었고, 반부패부는 과거 중앙수사부(중수부)가 폐지되면서 사실상 그 기능을 대체한 조직, 즉 검찰총장의 수족에 해당하는 부서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수집할 수 없는 판사들 개인정보와 성향자료를 수집·활용하게 한 윤 총장이 직무상 의무를 위반했다고 했고, 대검은 재판의 스타일을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모두 공개된 자료라고 반박했다. 논란의 보고서를 작성한 성상욱 고양지청 형사2부장도 이미 공개된 내용으로 공소유지를 위한 정보를 만들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추 장관은 지난 25일 추가로 판사 사찰 관련 감찰을 지시했다.

 

한겨레를 제외한 대부분 종합일간지에서 윤 총장 직무정지가 과했다거나 대검 측과 성 부장의 해명을 비중있게 전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언론에서는 판사들의 입장을 전하며 검찰 앞에선 판사들도 약자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을 전했다.

 

사실 형법상 불법사찰이란 죄목은 없다. 사찰의 경우 직권남용죄 혐의를 적용해야 하는데 보통 쉽게 유죄판결이 나기 어려운 혐의라는 평이다. 또한 윤 총장이 강력하게 반발하며 법적대응을 준비하는 만큼 판결이 빠른 시일내 나올 가능성도 적다. 대검의 주장이 진실이라고 가정하더라도 판사들은 소위 뒷조사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검찰조직에 반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검찰을 개혁의 대상으로 보는 언론이나 여권에서는 검찰의 부당한 조직문화나 수사관행 등을 부각해왔다. 그런 점에서 판사입장에서 검찰의 문제를 부각하는 보도내용도 결국엔 정부·여당 검찰개혁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성격을 보이게 된다. 통상 판사와 검사는 모두 사법시험을 붙은 엘리트, 사회 기득권으로 묶이기 때문에 이 사안에서 판사와 검사를 분리하고 검사들의 막강한 권한을 보여주는 게 언론보도의 핵심이 됐다.

 

지난 25YTN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에서 변상욱 앵커는 “‘판사 앞에 서면 검사는 오히려 약자다라고 얘기하는데 그렇지 않다검찰이 판사 성향을 문제삼으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그걸로 언론플레이를 한다면 판사 정기인사 때 사법부에서는 논란이 벌어지는 사람은 바꾸는 게 낫겠어라고 한다고 말했다. 진행자 이동형씨는 공판검사들이랑 판사가 계속 부딪히다 보니 정경심(동양대 교수) 재판부가 바뀌었죠라고 했다.

 

이어 변 앵커는 무엇보다 판사들한테 가서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봐야 하는데 판사한테 물어본 취재기사가 하나도 없다판사들이 현직에 있으니까 말하기 껄끄럽다면 판사출신 변호사한테 이런걸 물어보면서 기사써야 하는데 그런 기사가 없다고 지적했다

다음날인 26일 오전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는 판사 출신의 서기호 변호사가 나왔다. 서 변호사는 이명박 정부 시절 대통령을 비판하는 글을 올려 논란이 된 인물로 2012년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 시절 헌정 사상 처음으로 판사 재임용에서 탈락했다. 사법농단 사건 당시 서기호 판사의 재임용 탈락에 법원행정처가 개입했다는 문건이 밝혀지면서 블랙리스트 피해 판사로 규정됐다. , 이번 검찰의 판사 사찰 논란을 언급할 때 발언의 무게감이 실리는 인물이다.

 

다음은 이날 방송 인터뷰 일부 내용이다.

 

서기호 : 그렇죠. 판사는 개별적으로 재판을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리고 공개된 자리에서 양 당사자가 낸 자료만 보고 판단하는 거잖아요. 판사가 직접 무슨 정보를 수집한다거나 이렇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김어준 : , 그렇죠.

서기호 : 판사는 기본적으로 공개적으로 일을 하는 겁니다. 그런데 검사들은 한 명, 한 명이 모여서 검찰, 대검의 조직에서 조직적으로 그런 사찰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조직이라는 것을,

김어준 : 평상시에도 두려워했는데.

서기호 : 그렇죠. 알기 때문에 판사들이 술자리에서 그런 이야기들 종종 하거든요.

김어준 : 어떻게요?

서기호 : 판사가 어떤 비위가 있을 때는 즉각적으로 검사들이, 검사들이라기보다는 대검 조직이 조직적으로 움직여서 그걸 찾아내서 수사해서 기소하고.

김어준 : 약점으로 삼는다든지.

서기호 : 그렇죠. 약점으로 삼는 거잖아요. 그런데 검사가 어떤 비위가 있다고 해서 판사들이 그걸 정보를 수집해서 수사하고 이럴 수 없잖아요. 불가능한 이야기죠. 그렇기 때문에 판사와 검사가 대등한 위치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오히려,

김어준 : 이 부분에 있어서는.

서기호 : 그 부분에 있어서는 판사들이 더 약자입니다.

 

서 변호사는 이날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도 출연해 사실 판사들은 언론플레이에 위축이 되고 언론에 공개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라며 검찰이 막강한 수사권과 정보 수집권한이 있고 거기에다 언론을 장악하고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서 변호사는 이론적으로 보면 판사들은 검사보다 우월한 지위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건 공개된 법정에서만 그렇지 법정 문을 나서면 판사도 약자다라며 이번에 보듯 검찰 조직에 의해 사찰당할 수 있어서 사석에서 검찰조직이 진짜 무섭다는 이야기를 한다고 했다.

 

당분간 판사 사찰 이슈가 뜨거울 전망이다. 언론이 얼마나 판사들의 목소리를 반영할지도 여론을 뒤흔들 또 하나의 변수다.

장슬기 기자 wit@mediatoday.co.

 

K방역은 있는데 ‘K언론은 왜 없을까

한국 언론은 코로나19를 만나 특별히 더 나빠지지 않았다. 그저 하던 대로 했고, 그 관성 속에서 단점들이 더욱 악화됐다. 전문가 11명에게 감염병 시대 한국 언론의 현주소를 물었다.

이미 결론은 정해져 있어요. 그저 내 말에서 따옴표를 따기 위해 취재하는 거죠(김홍빈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대부분 현상에 대한 표면적인 사실을 알고 싶어 할 뿐이지 그 이면이나 진실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을 이야기하려고 들면 인터뷰를 끝내고 싶어 했습니다(김진용 인천의료원 감염내과 과장).” “새벽 5시가 되면 전화가 와요. 대개 초짜 사건기자들이에요. 오늘은 몇 명 들어왔냐, 어디로 갔냐. 담당 기자도 매일 바뀌어서 설명한 거 하고 또 해야 돼요(공공병원 홍보실 관계자).” “기자님들이 그렇게 반말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여기 쳐다봐’ ‘이리로 와봐(김수련 대구 동산병원 파견 간호사).” “‘효과보다 효율을 원하고, ‘부작용에 대한 감수성이 떨어지는 존재들처럼 보입니다(임승관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 원장).” “사람들의 삶이 더 나아지도록 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책무성 인식이 전혀 없어요(김명희 시민건강연구소 상임연구원).” “글쎄요, 자정작용이 일어날 수 있을지. 본연의 역할을 기대하는 건 이제 불가능하지 않을까요?(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

 

코로나19 방역과 의료의 최전선에 선 전문가들에게 인터뷰를 당한 사람으로서 한국 언론을 겪은 후기를 물었을 때, 돌아온 답들이다. 언론이 정부와 의료기관, 전문가들을 바라보며 분석하고 논평하는 팬데믹의 시간은 동시에 언론 스스로가 평가대에 오르는 시간이기도 했다. 신종 바이러스 앞에서 사실, 과학, 진실을 대하는 언론 각각의 역량과 태도가 그 어느 때보다도 날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자신의 말과 지식이 언론이라는 필터를 거쳐 사회에 유통되는 과정과 방식을 눈앞에서 지켜본 방역 전문가들에게 이번 코로나19 시기의 경험은 매우 특별했다. 그들은 이전보다 훨씬 더 가까이에서 자주 한국 언론의 작동 메커니즘을 관찰했다. 그 관찰 결과들은 첫 문단에 옮겨놓았듯, 처참하다.

 

사실 한국 언론은 코로나19를 만나 특별히 더 나빠지지 않았다. 더 나아지지 않았을 뿐이다. 그저 하던 대로 했고, 그 관성 속에서 어떤 단점들은 더욱 증폭되고 견고해져, 고질적이되 전에 없이 더 악화된 문제들을 생성해냈다. 전문성을 키울 자원과 시스템의 부재, ‘싸우기만 하는한국형 저널리즘의 습관, ‘공공재가 아닌 상품으로서만 기능하는 싼값의 뉴스 콘텐츠 등은 이 문제의 기원이기도 하고 말미암아 나타난 현상이기도 하다.

 

욕하고 뒤돌아서버리기엔 코로나19가 절감시켜준 언론의 역할과 기능이 너무나 지대하다. 언론을 포기해버리면 나중에 또 다른 감염병 재난이 벌어졌을 때 똑같은 모습의 포털 뉴스 화면을 보고 있게 될 것이다. 나아지는 길의 첫발을 위해, K방역의 주역들로 불리는 우리나라 코로나19 방역·의료 현장의 전문가 11명에게 물어봤다. “우리에게 K언론은 왜 없을까요?” “무엇이 팬데믹 사회에 유익한 한국 언론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한국 언론도 잘하는 게 없지는 않지만

코로나19 보도에서 보여준 한국 언론의 특기가 있다. 빠르게 다량으로 반복해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다. 건물 곳곳에 설치된 경보기처럼, 재난이 발생했을 때 빠르고 크고 동시다발로 경고음을 내는 역할은 실제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도 한다. 화재 대피 요령을 알려주는 안내방송처럼, 위기 시 행동지침은 더 많이 반복될수록 좋다. 한국 언론이 잘하는 일들이다. 김홍빈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말했다. “손 씻어라, 마스크 잘 써라, 기침 예절 지켜라 같은 개인 방역수칙이 언론을 통해 잘 홍보됐다. 언론이 국민과 함께 노력한 덕에 코로나19 위기를 잘 극복한 면이 있다.”

 

고재영 질병관리청 대변인도 코로나19 시기 한국 언론이 보여준 역량을 높이 평가했다. “우리나라 언론은 많은 양의 보도들을 통해 감염병과 관련된 새로운 정보, 경각심을 주는 정보, 예방법에 대한 정보를 매우 많이 확산시켜주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의 사회적 연대 및 약자 배려, 이타심 확산에도 큰 기여를 했다. 방역 당국 입장에서도 언론은 소중한 동반자였다.”

 

한국 언론의 특기는 그러나 단점이기도 했다. 속보, 중계, 반복 위주의 코로나19 보도는 장기간 지속되는 감염병 재난 위기에 계속 유익하게 작동하지 못했다. ‘○○ 지역 확진자 발생, 집단감염 진앙 되나’ ‘△△도 뚫렸다 시민들 불안 증폭’ ‘□□에서 ×번째 사망자 발생, 코로나 공포 확산같은 보도는 시민들에게 경각심을 주고 방역 동참을 이끌어낸 초기의 효용을 다하고 점차 바이러스 자체에 못지않은 공포와 불안을 만들고 확산시키는 악효과를 냈다. 대부분 악의는 없지만 생각하지 않고정보를 물어 나르는 습관 탓에 생기는 문제들이었다. 그런 영혼 없는 보도 태도는 나흘 만에 신규 확진자 100명 넘어’ ‘6월 들어 신규 확진자 수 첫 50명대 아래로’ ‘이번 주 최초 확진자 수 두 자릿수 기록처럼 점점 타성에 젖어가다가 급기야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두 자릿수에서 세 자릿수로 바뀐 어느 날 “×일 만에 세 자릿수를 회복했다같은 어이없지만 예견된 실수를 하기에 이르렀다.

 

이혁민 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기성 언론은 단순 사실 전달 기능은 이제 조금 줄이고 사실 이면에 무엇이 있는지를 밝혀 보도하는 전문성을 더 키울 필요가 있다. 그 부분에서 국내 언론이 많이 아쉽다라고 말했다.

 

감염병 팩트보도가 만든 공공보건 위기

감염병 재난 시 신속한 팩트(사실)’ 보도는 사람을 살리는 약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한 줄 속보로 뜨는 단순 팩트는 때로 사회에 독이 되기도 한다. 지난 10월 말 독감백신을 두고 벌어진 사회 혼란이 대표적 사례다. 당시 포털 뉴스 화면을 도배했던 뉴스들의 제목 중 일부는 다음과 같다. ‘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 벌써 7번째’ ‘○○에서 독감 주사 맞고 60대 남성 사망’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 신고 지난해 비해 급증’ ‘독감백신 사망, 아나필락시스 가능성 있어등등.

 

모두 팩트는 맞다. 독감백신을 접종한 후 사망한 사례가 있었고,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을 보인다는 신고량도 예년에 비해 늘었다. 방역 당국이 아나필락시스 같은 백신 부작용의 가능성을 100% 배제할 수 없다라고 밝힌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팩트의 조각들은 필수적으로 뒤따라야 하는 과학적 전제와 통계적 해석이 빠졌을 때 결코 온전한 진실이 될 수 없다.

 

많은 언론이 백신 접종 후 사망이라는 선후 관계를 백신 접종으로 인한 사망이라는 인과관계와 구분하지 않고 보도하는 오류를 범했다. 지난해에 비해 이상반응 신고량이 늘었다는 통계를 인용하면서 지난해보다 백신 접종자 수가 얼마나 늘었는지 통계는 덧붙이지 않았다. 아나필락시스나 길랭·바레증후군 같은 백신 부작용을 상세히 묘사한 기사는 많았다. 그러나 이에 꼭 동반돼야 할, 모든 의료행위의 위험이 ‘0’은 아니며 부작용 위험에도 불구하고 보건적 이득이 크기에 현대사회가 채택한다는, 백신의 사회적 원리를 설명한 기사는 많지 않았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는 감염병 재난에서는 속보와 사실 보도뿐 아니라, 그 사실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같이 실리지 않으면 사회에 상당히 혼란을 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 단순 팩트 위주 독감백신 보도가 쏟아진 후 대중 사이에 백신 공포가 확산됐고 접종 기피 현상도 나타났다. 독감백신 접종률이 낮아지면 집단면역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겨울철 코로나19의 피해에 더해 독감으로 인한 추가 피해가 커질 것이다. 앞으로 코로나19 백신이 상용화되었을 때도, 이번에 언론이 부추긴 비과학적 백신 공포가 악영향을 미칠 위험이 존재한다.

연합뉴스 525일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서울의 한 미술학원에서 취재진이 출입문을 촬영하고 있다

.

진짜 궁금해서 취재하는 거 맞아?

우리나라의 코로나19 관련 보도들은 어떤 목적 아래 생산되고 있을까. 대다수 언론인이 감염병을 퇴치하고 피해 확산을 막는 데 우리 언론인도 다 함께 노력한다(2020428일 한국기자협회·방송기자연합회·한국과학기자협회 공동 제정 감염병 보도준칙’)”라는 공익 목적에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 집단은 고개를 갸웃한다. 실제 방역·의료 현장에서 기자들을 겪은 전문가들은 정말 언론이 이 팬데믹 위기에 관심을 갖고 진지하게 그 해법을 모색할 의지가 있는지 확신하지 못한다.

 

김탁 순천향대 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우리나라 코로나19 기사는 대부분 보도를 위한 보도같다라고 말했다. 이슈가 터질 때마다 쏟아지는 취재 요청을 경험한 뒤 내린 결론이다. 정말 궁금하고 진지하다면 각기 조금씩이라도 질문이 다르고 기사 내용도 다양해야 할 텐데, 모두가 로봇처럼 똑같은 질문을 하고 똑같은 기사를 썼다. “특정 사안에 대해 하루에 10~20통의 전화를 받는 경우도 있었는데 받는 질문이 거의 차이가 없었다. 독감 예방접종 관련해서는 이틀 동안 30명 이상으로부터 인터뷰 요청을 받았는데 질문 내용에 차이가 없어서 미리 적어둔 답변을 문자로 붙여넣기해도 문제가 없을 정도였다. 심지어 같은 언론사에서 다른 기자들이 연락을 주는데, 취재 질문이 동일한 경우도 많았다.”

 

기자들은 기사 하루 할당량을 채우는 동시에 새로워야 한다는 뉴스의 조건을 충족시켜야 했다. 코로나19라는 동일한 사안에 관해 어제의 뉴스와 오늘의 뉴스가 다르려면, 어제 일어난 일에 대한 오늘의 논평이 필요하다. 그래서 정말 중요하거나 정말 필요한 이야기가 아니라도 기자와 매체의 그날 의지와 업무 상황에 따라 주요 뉴스로 둔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취재원이 된 방역 전문가들은 점차 간파해나가기 시작했다.

 

김탁 교수는 알아차렸다. “인터뷰를 통해 전문가의 지식을 객관적 시각에서 듣기보다 기자들이 원하는 대답을 직간접으로 유도해 본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에 전문가의 권위를 빌리려는 취재 경향을 자주 느끼게 됐다.” 김홍빈 교수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정말 궁금해서 시간을 갖고 심층적으로 취재한다기보다는 어제오늘 이 이슈가 터졌으니 그 내용을 내가 선점해야겠다, 오후 4~5시 마감인데 데스크가 뭐라도 물어오라고 쪼니까’, 이런 상황이 그대로 느껴진다.”

 

얼굴 반창고 사진에 를 묻는 언론이 없다

코로나19 방역 현장에서 전문가들이 경험한 한국 언론에서 또 하나의 특성은, ‘그림’, 즉 현장의 이미지를 매우 원한다는 점이다. 방역 당국의 한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가장 많이 정보를 요청받은 부분이 환자의 동선과 소재에 관련된 내용이었다고 전했다. “‘환자가 지금 어디에 있느냐, 어디에서 발견됐고 어느 병원으로 가 있으며 접촉자들은 어디로 갔느냐는 질문이 가장 많았다. 동선이 보이면 그림이 되고 스토리가 구성되니까.” 구체적 장소가 나오면 언론은 현장취재가 가능하다.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지역이나 입원했다는 병원으로 일단 달려가 거리나 건물 전경이라도 찍어 올려야 뉴스 콘텐츠가 구성되고 시청자와 독자들의 클릭을 받는다.

 

뉴스의 생생함과 전달력을 높일 수 있는 중요한 요소는 맞지만, 당장 눈앞에 보이는 그림에만 매몰되면 그 안과 그 뒤의 진실을 놓친다. 김동은 계명대 동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코로나19 대구 확산 당시 모든 언론 매체에서 찍어간 간호사 얼굴 위 반창고를 예로 들어 말했다. “간호사들이 코와 이마에 굵은 반창고를 붙이다가 어느 순간부터 붙이지 않게 됐다. 일부 기자들은 촬영을 하면서 코로나19 의료진의 상징이 없어졌다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사실은 초기에 보급된 고글의 품질이 좋지 않아 장시간 착용하면 얼굴에 상처가 생길 정도라 반창고를 붙였던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심층취재로 다뤄졌어야 했다.”

 

김수련 신촌세브란스 병원 간호사는 지난 3월 대구 동산병원 코로나19 중환자 병동에서 한 달 파견근무를 마친 뒤 페이스북에 대구 코로나 간호사의 목소리라는 제목으로 여러 편의 글을 올렸다. 그 가운데 하나는 기자들과 언론에 대한 것이었다. “저희의 고생은 특정한 형태로 전시될 뿐입니다. 각도 잡아 찍은 꽃들처럼요. 저희가 처음 이곳에 도착해 근무를 시작한 날 아침, 휴게실에서 아침을 우걱우걱 먹고 있는데 갑자기 휴게실 문이 열리고 남자 둘이 들어와 우리한테 호통을 쳤습니다. ‘선생님들 몇 시 몇 분까지 상황실로 오라는 말 못 들었어요?’ ‘, 갔는데, 아무도 없던데요?’ ‘우리가 선생님들 찍으려고 했는데 기다렸어야지! 찾아다녔잖아요!’”

 

김수련 간호사는 올해 초 간호사들을 백의의 천사나 우리 사회의 영웅으로 치켜세우는 보도들을 보면서 수십 년간 지옥 바닥을 기었던 간호사들의 처우가 이번을 계기로 좀 개선되지 않을까잠깐 기대를 했다. 하지만 이내 기대를 접었다. “한국 언론에서 주로 간호사들에게 요구하는 바는 불쌍하고 결백한 선의의 피해자, 혹은 추상화된 영웅의 모습이었다. 비참한 노동환경, 방역수칙을 위반하는 사람들 혹은 환자, 의사, 정부에 대한 비난을 우리로부터 듣고 싶어 했다. 해결책을 찾는 데는 관심이 없었다.”

시사IN 조남진 대한예방의학회와 한국역학회가 21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을 위한 대국민 성명서를 발표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일단 짖고 보는한국 언론의 치명타

원래 언론은 누가 누구를 비판하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언론의 이런 워치독(watchdog·감시자)’ 기능은 정부, 기업 등 권력의 독재와 횡포를 견제하는 데 훌륭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어디든 무엇이든 일단 짖고 보는습성은 엉뚱한 사회문제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정보를 감추거나 왜곡하며 방역에 소극적인 미국 트럼프 정부 등과 달리 한국 정부는 비교적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며 적극적인 방역에 나섰다. 방역 당국이 비판받을 점이 분명히 있지만, 방역 정책이 하나하나 나올 때마다 시비를 걸고 문제를 지적하는 보도들은 정말 어떤 문제의식에 바탕을 뒀다기보다는 그간의 습관에서 비롯된 것들이 많았다. “누군가를 욕하고 어디가 문제 있다고 하면 기자들이 좋아한다. ‘써야겠다며 계속 연락을 해온다. 그런데 뭔가 단조롭고 평이하게 대안이나 해법에 대해 얘기하면 , 알겠습니다하고 빨리 대화를 끝내려 한다라고 김홍빈 교수는 말했다.

 

어떤 보도들은 아주 을 잡고 가설을 세운 다음 필요한 근거들을 입맛에 맞게 수집해 갖다 붙였다. 이런 정치적 보도들은 사회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쳤다.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특히 해악이 심했다. 전문가들도 그 당시 언론의 방역 관련 질문들이 유난히 정치적이고 집요했다고 기억한다. “말을 돌려가며 한 시간 내내 원하는 답을 듣기 위해 집요하게 몰아가는 기자도 있었다(이혁민 교수).” “총선이 다가오면서 정말 심각해졌다. 대한민국에서 감염병 전문가로 살기 너무 어렵다는 생각도 들었다(이재갑 교수).”

 

이재갑 교수는 지난 3월 한 언론의 기사 속에서 의료 사회주의 사단가운데 한 인물로 지목된 적이 있다(중앙일보33장세정 논설위원이 간다, 문재인 정부 코로나 방역 비선있나?”).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 혹은 익명의 의료계 소식통의 주장을 인용한 이 기사는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과 십상시(十常侍)’에 비교하며 코로나19 시국에도 비선 전문가그룹이 있고 이들이 문재인 정부의 방역 실패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서술했다.

 

비선 전문가 그룹이란 범학계 코로나19 대책위원회(범학계 대책위)를 말한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민간 전문가와 정부, 대중 간 소통이 미진했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코로나19 발생 직후 대한감염학회, 대한예방의학회 등 11개 의학 학술단체가 발 빠르게 모여 협의체를 만들었다. 코로나19의 특성을 알리는 기자회견도 열고 중수본, 방대본 등 방역 당국에 조언을 하며 감염병 장기전에 대비한 기틀을 닦고 있던 차였다. 의협과 일부 언론에 의해 방역 비선이라는 공격을 당하자 소속 교수들을 보호하자는 판단에서 범학계 대책위는 34일 해체 결정을 내렸다.

 

8개월이 지난 지금 되돌아봐도 범학계 대책위의 빈자리가 크다. 각 의료 현장의 민간 전문가들 목소리를 모아 정부나 국민에 전달할 창구가 있었더라면 3월 대구 위기, 8월 수도권 위기, 10월 독감백신 혼란 등을 좀 더 수월하게 넘길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전문성도 없고 공공성도 없다

왜 그럴까. 한국 언론은 왜 코로나19라는 국가적·세계적 위기를 만나서도 진화하지 못하고 낡고 나쁜 관성을 반복해 보여주기만 할까. 방역·의료 전문가들은 올 한 해 자신을 취재하는 기자들을 지켜보면서 한국 언론의 두드러진 문제, ‘전문성 부족을 발견해냈다. 특히 해외 언론과 비교할 때 더 티가 났다. 김진용 인천의료원 감염내과 과장은 K방역의 대표 상품 드라이브 스루의 최초 제안자로서 국내외 언론의 취재 요청을 많이 받았다. 일본, 중국, 미국 등 해외 언론과의 인터뷰 경험 가운데 특히 타임가디언등에 글을 쓰는 데이비드 콕스 기자와의 인터뷰가 인상적이었다. 신경과학 박사 출신의 그 저널리스트는 네 차례에 걸쳐 김 과장의 드라이브 스루논문과 그 논문에서 인용한 참고문헌의 내용을 자세히 물어왔다. “한두 가지 주제를 끈질기게 쫓아서 읽을거리를 만들어내는 외국의 언론 취재 방식을 처음 체감했다.”

 

이후 김 과장은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가디언〉 〈타임등의 기사들을 찾아 읽고 그중 몇 가지는 유료 구독도 시작했다. “철저히 과학적인 증거를 기반으로 보도하고, 기사 하나 쓰는 데 들어가는 수치나 그래프들이 상당한 수준이었다. 코로나19의 새로운 치료법에 대해 소개하면 그 원문의 링크를 반드시 넣으며 수치까지 정확하게 인용한다. 비주얼 저널리즘을 구현한 보도들은 PC, 스마트폰, 태블릿 등 어떤 플랫폼을 이용하더라도 그 기기에 걸맞은 글씨 크기와 배열, 그림, 동영상 등이 적절하게 기사에 집중할 수 있게 배치된다. 그런 시각 요소 때문에 기사를 여러 번 찾으며 인용하고 싶게 된다.”

 

반면 한국 기자들과의 인터뷰는 몇 번의 예외를 제외하고 대부분 실망스러웠다. “전문성이 떨어지는 데다 사전 조사를 거의 해오지 않아서 인터뷰를 할 때 피차 애를 먹는 경우가 많았다.”

 

전문성 부족은 한국 언론의 문제를 만들어낸 원인인 동시에, 또 다른 원인의 결과일지도 모른다. ‘왜 이 모양인가?’는 곧 왜 이 모양인데도 바뀌지 않고 그대로 존재할 수 있는가와도 연결된다. 핵심은 공공성 상실이다. 의료기관과 의료인이 오늘날 한국에서 공공재로서 기능하기보다 사적인 집단과 개인의 수익 창출원으로서 자리 잡은 것처럼, 한국 언론도 공익적 자원이 아닌 소비재 혹은 상품으로서의 보도물을 박리다매로 세상에 쏟아낸다. 김명희 시민건강연구소 상임연구위원은 “‘클릭 장사로 대변되는 기사의 상품화는 상업적 측면에서 이윤과 직결되는 동시에, 한국의 정파 갈등 구조하에서 정파적 이해에도 복무하며 시장에서 팔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임승관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 원장은 한국 의료와 언론의 핵심 문제는 상품화다. 그리고 해결 방법은 탈상품화라고 말했다. “‘어떻게 탈출하는가?’를 물어야겠지만 사실 진짜 문제는 이것일지도 모른다. ‘탈출을 정말 원하는가?’ 우리가 너무나 외면하고 싶은, 그 질문 말이다.”

 

더 나은 팬데믹 보도를 위한 필요충분조건들

기자가 모두 전문가가 될 필요는 없다. 다만 누가 진짜 전문가인지감별해낼 수 있는 전문성은 반드시 키워야 한다. 그래야 코로나19 같은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람들의 건강과 안전을 해치는 가짜뉴스의 진앙지가 되는 비극을 막을 수 있다. 이혁민 교수는 코로나19를 취재하는 기자들에게 어떤 내용을 보도하겠다 결정했을 때, 스스로의 의도뿐 아니라 보도에 따르는 영향을 꼭 한번은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보도의 영향이 사회적으로 유익하기를 바란다면, “한 가지 의학·과학적 사실에 대해 적어도 2~3명의 전문가에게 교차검증을 하라고 부탁했다. 이재갑 교수도 과학이나 의학 보도는 단순한 기계적 중립 보도만으로 해결이 안 되는 사안이 많다. 특정 전문가가 엉뚱한 이야기를 했을 때 바로 알아채고 걸러낼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라고 말했다.

 

정보와 지식 전달, 권력 비판과 감시에 더해 언론이 해내야 할 또 하나의 역할은 연대와 협력을 위한 노력이다. 김수련 간호사는 말했다. “다들 너무 힘들고 제 앞가림이 어려우니 남들 두들겨 패는 기사에 더 빠져드는 것 같다. 우리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이럴 때일수록 서로를 좀 미워하지 말고 지켜줘야 한다. 3월 대구에서 간호사들이 온 힘을 다해 서로를 지켰듯이, 이제 우리 모두가 서로를 필사적으로 지켜야 한다. 언론이 그걸 돕는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 코로나19가 들춰낸 우리 사회의 어두운 구석을 지속적으로 알리고 관심을 환기할 곳도 언론밖에 없다. “신천지, 청도대남병원, 콜센터, 쿠팡 물류센터, 요양병원의 폐해 등 그동안 외면해온 사회적 문제가 드러난 김에 언론은 그것들을 정면으로 다뤄야 한다(김홍빈 교수).”

 

언론만 바뀌면 될까? 그렇지 않다. 언론이 과학이나 의학 분야 전문성을 키워야 하듯, 전문 분야 종사자들도 언론 대응이나 위기 소통 역량을 함께 키워야 한다. 고재영 질병관리청 대변인은 정부기관 내에도 내부의 정보를 대중이 이해하기 쉽고 감수성 있게 정보를 잘 가공하고 표현할 줄 아는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이번에 많이 했다. 정부가 알고 있는 과학적 지식이 얼마나 격차 없이 전달되는가가 대단히 중요한 문제다. 과학자들의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부문에 투자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언론의 공공성은 공짜로 얻어질 수 없다. 김진용 과장은 당장에는 큰 성과가 눈에 보이지 않는 일이라도 충분히 시간과 자본을 투자하는 문화와 그런 일에 대해 가치를 정당하게 지불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사회에서는 좋은 기사에 대해 돈을 지불할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돈을 지불할 만큼 좋은 기사가 먼저일까, 좋은 기사를 쓸 수 있는 환경을 위한 사회의 투자가 선행되어야 할까.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같은 이 오래된 질문을, 코로나19는 언론뿐 아니라 사회 전체에 다시 한번 세게 던졌다./시사인 변진경 기자|

 

 

44년차 감염병 전문기자가 말하는 팬데믹 시대 언론의 역할

언론 매체를 돈 내고 계속 구독해주세요.” 의견은 누구나 말할 수 있지만 사실(fact)을 수집하는 데는 아주 많은 돈이 든다. 언론사가 스스로 주인이 되어 정치 세력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Ruth Fremson 2007년 맥닐 기자가 인도에서 완화 의료를 취재하던 중 어린이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도널드 맥닐(66)뉴욕타임스의 감염병 전문기자다. 44년 차 베테랑 기자가 걸어온 길은 곧 저널리즘의 역사가 되었다. 그는 과학 저널리즘이 도달할 수 있는 수준과 품격을 증명해 보인다. 코로나19 유행 속에서 1년 뒤 미국의 모습을 그리고(The Coronavirus in America:The Year Ahead, 2020418),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에 대해 전망(A Dose of Optimism, as the Pandemic Rages On, 1012)하며 과학 정보 이상의 통찰을 제공했다. 전 세계 전문가들 사이에서 감염병 시대에 꼭 읽어야 할 텍스트로 그의 기사가 꼽힌다. 뉴욕 자택에서 재택근무 중인 맥닐 기자와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최근에 있었던 큰 뉴스를 먼저 얘기해보자. 미국 대통령이 곧 바뀌게 된다.

지난 토요일(117), 나는 센트럴파크에서 소프트볼 경기를 하고 있었다. 멋진 가을날이었다. 공원은 사람들로 붐볐는데 갑자기 곳곳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모두들 정말 행복해 보였다. 다만 여기가 뉴욕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미국의 여러 지역이 이와 반대로 반응했다. 바이든이 (승리를 선언하는) 연설에서 비난으로 가득했던 시대를 지금 여기서 끝내자라고 말해 기뻤다. 기자들을 대중의 적이라고 부르지 않는 대통령을 갖게 된 것은 안도할 만한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타임스를 적대시했지만 당신들의 코로나19 보도는 큰 호평을 받고 있다.

 

사실상 거의 모든 기자가 팬데믹에 대해 쓰고 있다. 보통 때는 나만 감염병 유행을 취재하고 과학팀의 몇몇 동료가 암, 심장질환, 수술, 유전자 치료 등을 다루었다. 그러나 지금은 과학팀 기자 중 12명이 이 바이러스에 대해서만 취재하고 있다. 다른 부서의 기자들도 그들이 담당하는 이슈와 관련이 있으면 코로나19 기사를 쓴다.

 

팬데믹 시대에 언론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언제나 동일하다. 진실을 보도하라. 이는 팬데믹 국면에서 특히 중요했는데, 백악관이 (코로나19) 위협적이지 않다며 거짓말을 하고 보건 당국의 수장들까지 압박했기 때문이다. 나는 다양한 나라에서 질병을 취재했다. 그 나라의 대통령이 실수하는 것, 또는 미래에 발생할 일을 오판하는 것을 여러 번 보았다. 그러나 자국민을 죽이는 병에 대해 일부러 거짓말을 하는 정권은 단 한 번도(맥닐은 이 대목에서 특별히 대문자 ‘NEVER’를 썼다) 본 적이 없다.

 

당신의 기사에는 과학자와 의사 등 다양한 전문가가 많이 나와 기사의 깊이를 더해준다.

1월 말 코로나19가 팬데믹이 될 거라고 직감했다(코로나 시대 기억될 단 하나의 언론 기사 참조). 그러나 과학팀 에디터(팀장급 기자)들은 내 예상대로 기사를 쓰는 것이 다소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기사를 쓰기 전에 전문가 10여 명에게 먼저 의견을 들어보라고 했다. 나는 파우치 박사(미국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 소장)를 포함해 12명에게 연락을 했다. 모두 코로나 유행 이전부터 알던 사람들이다. 20년 넘게 감염병 취재를 하면서 믿을 만한 전문가를 여럿 알게 되었다. 당시 연락했던 전문가들은 독감이나 에볼라처럼 빠르게 퍼지는 질병과 바이러스에 대한 지식을 가진 이들이다. 만약 기생충에 관한 취재였다면 다른 그룹의 전문가들을 접촉했을 것이다. 과학 기자들은 다양한 시각을 가진 여러 전문가를 만나야 한다. ‘1년 뒤 미국의 코로나(The Coronavirus in America:The Year Ahead)’라는 기사를 쓸 때는 30명 넘는 전문가를 취재했다. TV나 라디오 또는 기사를 통해 새로운 전문가를 계속 찾고 있다. 코로나19를 취재하면서 역사 속 감염병을 살펴보는 의학사 연구자, 경제사학자, 그리고 실내 전파 예방을 고민하는 의료 전문 건축가를 알게 되었다.

 

당신은 어떻게 과학 보도 분야에 전문성을 쌓았나?

1976뉴욕타임스에 입사한 후 나는 사건기자, 환경 담당 기자를 거친 뒤 문화부와 메트로 데스크 에디터로 일했다. 1995년부터 2002년까지 아프리카와 프랑스에서 특파원 기자로 활동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일하던 시절, 에이즈가 큰 문제가 됐다. 관련해서 많은 기사를 쓰게 됐다. 뉴욕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과학팀으로 발령이 났다. 과학팀 에디터는 내가 의료 분야를 취재하길 바랐다. 당시 과학팀에는 의사 출신 기자 2명이 미국에서 많이 생기는 질환에 대해 이미 쓰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가난한 나라를 괴롭히는 감염병과 열대 질병에 대해 쓰겠다고 말했다. 그 분야를 전문으로 취재하는 기자가 한 번도 없었다는 이유로 에디터는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실험을 해보기로 결정했다.

 

나는 잠시 의과대학을 다녔지만 전공을 바꾸었다. 과학을 대학에서 따로 공부한 적은 없다. 지금 아는 것의 대부분은 일하면서 배웠다. 원자 레벨에서 시작해 전체적인 패턴이 작용하는 방식까지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허락해준다면 이해할 때까지 (전문가들과) 인터뷰를 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비결이 있다면 내 무쇠 엉덩이(iron butt)’를 꼽을 수 있다.

1012뉴욕타임스도널드 맥닐 기자가 쓴 기사.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에 대해 전망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취재는 무엇인가?

2000년에 썼던 에이즈 치료제 기사다. 당시 아프리카에서 많은 사람들이 1년에 15000달러인 에이즈 약값을 부담하지 못하고 죽어갔다. 그러나 서구 제약회사들은 가격을 낮추지 않았다. 그즈음에 국경없는 의사회(MSF)’로부터 값싼 약을 만드는 제약사들이 인도에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인도 제약사는 모두 위험한 위조품을 만드는 해적들이라고 생각했는데, MSF는 어떤 회사들은 아주 괜찮다며 내게 제약사 몇 곳을 알려줬다. 나는 인도에 가서 그 제약회사들을 취재했고 인도 약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 여러 나라의 검사를 통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뉴욕에 돌아와 기사를 썼고 이는 1면에 실렸다.

 

두 달 뒤, 기사에 나온 인도 제약사 중 한 곳에서 판매가 보장된다면 에이즈 약을 350달러 단가(1년 치)에 만들 수 있다는 연락이 왔다. 다시 기사를 썼고 이 역시 1면에 실렸다. 그 제안은 약값의 실체를 폭로한 것이었다. 이후 세계보건기구(WHO)는 이 (인도 생산) 약들이 안전하다고 인증했고 부시 행정부는 에이즈 구제 계획을 세웠다. 약값도 싸졌다. ‘국경없는 의사회’ ‘기술에 대한 소비자 행동(CPTech)’ 같은 비영리 단체가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인 덕분이다. 아주 작은 부분이지만 내가 쓴 두 기사도 도움이 되었다.

 

한국의 언론인과 독자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언론 매체를) 돈 내고 계속 구독해주세요.” 의견은 누구나 말할 수 있지만 사실(fact)을 수집하는 데는 아주 많은 돈이 든다. 내가 한국 언론에 대해 많이 알지는 못하지만, 언론사가 스스로의 주인으로서 어떤 정치 세력의 영향으로부터도 자유로운 것은 매우 중요하다.

시사인 김연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