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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자원 고갈’ 갈치 잡으려다 제주 어민들 참변 1127 제주의 소리
M호는 갈치조업을 위해 11월18일 오전 8시50분 서귀포항을 출항했다. 12월30일을 입항일로 정하고 장장 42일간의 조업에 나섰지만 출항 8일만에 참변을 당했다. 사고 당일 M호는 선단을 구성해 한중 잠정조치수역에서 조업중이었다. 한중 잠정조치수역은 한국과 중국이 공동으로 관리하는 해역으로 허가를 받으면 자유롭게 조업할 수 있다.
최근 갈치 어획량이 줄어들자 M호는 승선원 10명을 태우고 원거리 조업을 강했다. 갈치조업은 통상 1년 내내 이뤄지지만 최근 제주해역에는 씨가 말랐다 얘기가 나돌 정도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어선 등에 의해 어린 갈치가 너무 많이 잡히면서 자원량이 감소했다. 9월 기준 갈치 어획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43%나 줄었다.
수산업 관계자는 “갈치의 경우 최근 제주해역에 어장이 형성되지 않아 일부 어선이 공해까지 조업에 나서고 있다”며 “어선의 경우 어장을 찾아 이동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선박들이 원거리 조업에 나서면서 안전사고시 대응에도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 M호의 사고지점은 중국, 대만과 불과 200여km 거리지만 제주에서는 720km 이상 떨어져 있다.
전복사고 신호 직후 서귀포해경에서 함정을 투입했지만 18시간 만인 27일 오후 3시에야 3000t급 함정이 현장에 도착했다. 5000t급 함정은 이날 오후 8시쯤 도착 예정이다. 제주해경 헬기의 경우 운항거리가 최대 700km에 불과해 현장 출동에 나서지도 못했다. 해경이 중국과 대만 수산당국에 급히 구조지원을 요청한 것도 이 때문이다.
원거리 조업과정에서 발생한 해양사고도 2012년 30건, 2013년 23건, 2014년 26건, 2015년 34건 등으로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민주주의의 완성은 부역 청산 1121르몽드 디플로마티크
▲ 11월 19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며 행진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부친 박정희는 ‘다카키 마사오’라는 일본 이름으로 일본 만주군 장교로 복무하며 독립군을 탄압했다.
“어제의 죄악을 오늘 벌하지 않는 것은, 내일의 죄악에 용기를 주는 것이다.”알베르 카뮈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시민들의 함성이 전국에서 메아리치던 그 때, 극우단체들이 “(그들의) 대통령을 구하고, 빨갱이들을 몰아내자”며 맞불시위에 나서는 풍경은 대한민국의 굴절된 역사를 그대로 보여준다. 백주대로에서 극우단체들이 철지난 색깔론을 들먹이는 것은 ‘보이지 않는’ 권력을 등에 업고 있기 때문이다. 유감스럽게도, 이들 극우단체가 절대 신뢰하는 세력은 지난 시절 우리가 미처 청산하지 못한 친일세력의 잔재들이거나, 그 후손들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일제강점기에 관계, 정계, 재계, 법조계, 교육계, 언론계, 경찰, 군대 등 모든 분야에 걸쳐 광범위하게 형성된 친일세력들은 파시즘 체제에 순응해 일제의 침략전쟁에 협조하고 대중들의 전쟁협력을 이끌어내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그런 친일 잔재 세력이 오늘날 청와대는 물론 검찰과 경찰, 행정부, 언론, 대학, 재벌 등 모든 권력집단에서 아직도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통해 이승만과 박정희의 친일·독재를 미화하고, 일본과 서둘러 위안부문제를 합의하고,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과 사드배치를 강행했으며, 이에 반대하는 국민들에게 ‘종북’, ‘빨갱이’ 딱지를 붙이고, 노동자 및 농민들의 정당한 요구에는 가차 없는 박해를 가해왔다.
“어제의 죄악을 오늘 벌하지 않는 것은 내일의 죄악에 용기를 주는 것”이라는 알베르 카뮈의 지적처럼, 광복 후 친일부역세력을 청산하지 못한 과오가 오늘의 비극을 초래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해방 직후 친일청산은 반드시 필요한 민족적 과제였고 시대적 요청이었지만, 친일 이승만의 농간에 따른 반민특위 활동의 실패로 인해 그만 좌절되고 말았다. 이후 친일세력은 이승만-박정희-전두환-노태우-이명박-박근혜 등의 역대 독재정권을 뒷받침하며, 우리 사회의 지배세력으로 오랫동안 위세를 떨쳤다. 친일세력은 일제강점기부터 현재까지 100년에 가까운 기간에 걸쳐, 모든 분야에서 핵심적 위치를 차지했다. 독재체제는 친일세력이 부활하는 강력한 보호막이었고, 친일세력은 독재체제를 강건하게 지지하는 버팀목이었으며, 지금은 신자유주의의 메신저로서 경쟁력과 효율을 앞세워 노동자를 탄압하고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일에 혈안이다. 여기에 시대의 양심이어야 할 교수들과 언론인들마저 친일 부역자들이 세운 대학과 언론사에서 앞잡이가 되어 반민주적이고 친독재적이며, 친자본적인 논리를 확대 재생산하느라 여념이 없다.
민족문제연구소가 20여 년 전부터 준비 작업을 거쳐 시민들의 자발적인 성금으로 친일 인사 4,389명의 행적을 담은 <친일인명사전>을 편찬했으나, 교육부 등 관계기관의 지속적인 훼방으로 제대로 배포하지도 못하고, 설상가상으로 ‘교과서 국정화’라는 이름으로 친일파들의 노골적인 역사왜곡을 마주해야 하는 오늘의 현실은 실로 참담하기만 하다. 이러한 점에서 친일세력의 잔재는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초래하는 장애요인이 되고 있으며, 오늘날 친일청산은 민주적 가치를 구현하는 역사적 책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에 민족문제연구소가 주최하고, 르몽드코리아가 후원하는 <콜라보라시옹-프랑스의 나치부역자들> 전시회는 여전히 친일 세력의 기세가 등등한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2년 전 프랑스 정부가 나치 독일에 부역한 행위를 뜻하는 ‘콜라보라시옹’을 주제로 국립기록보관소에서 개최한 전시회를 한불수교 130주년 기념 특별전으로 우리가 다시 살펴보는 것은, 영광의 기록 못지않게 오욕의 역사에서도 교훈을 찾는 그들의 철저한 노력을 들여다보고, 우리의 과거 청산을 다시 갈무리 하려는 시도다. 우리는 이제 겨우 4,389명의 친일행적을 기록한 사전 하나를 펴냈을 뿐이지만, 프랑스에서는 해방 직후 특별재판소에서 나치 협력자 9만 8천여 명을 기소했고, 이 중 9천여 명을 재판 없이 약식 처형했다.
우리는 프랑스처럼 혹독하게 단죄하자는 것도 아니고, 그저 기록을 널리 남겨 후세에 교훈으로 삼자는 것뿐이지만, 그것조차 정부와 친일 잔재세력들이 막무가내로 방해하고 있다. 그런 그들이 국민적 합의 없이, 일본의 바람대로 제멋대로 위안부 문제를 합의하고,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을 추진하는 것은 역사에서 교훈을 찾지 못한 까닭이다. 이제부터라도, 결코 그들을 묵인해서는 안 된다. 오늘날 우리가 목도하는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는, 바로 그들을 방관하고 묵인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 한국어판 발행인
“한국은 나쁜 나라입니다” 1124 시사인
1894년 갑오개혁에서 고문, 연좌제 등 전근대적인 형벌이 폐지되었다. 그러나 고문자가 원하는 대답을 얻기 위해 사람을 망가뜨리는 이 행위는 120년 넘게 이어져왔다. 영화 <자백>은 그 명백한 증거다.
드라마 <겨울연가>의 촬영지로 ‘욘사마’를 사모하는 일본 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는 남이섬 알지? 이 섬의 이름은 조선 예종 때 역적으로 몰려 죽임을 당한 남이 장군의 이름을 딴 거야. 남이의 묘지가 그 섬에 있다는 전설이 있긴 한데 진짜 같지는 않구나. 어쨌든 남이는 역모를 꾸몄다고 고발돼 예종 앞에서 온갖 고문을 당한 끝에 능지처참되고 말았지. 그런데 그 와중에 기이한 일이 벌어졌어. 처음에는 자신의 혐의를 필사적으로 부인하던 남이였지만 매 앞에 장사가 없어서 자신의 죄상을 순순히 밝히는데 그 와중에 한 명을 향해 손가락 총을 쏜다. “저 사람도 나와 함께 역모했소이다.” 나이 여든을 바라보는 전 영의정이자 무관으로서 남이의 대선배라 할 강순이었어.
강순은 “제가 나이 여든에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역모를 하겠습니까”라고 부르짖었지만 역모 앞에서는 용서가 없었지. 그는 꼼짝 못하고 형틀에 얽어매여 볼기를 까게 돼. 그 늙은 엉덩이와 허벅지에 인정사정없는 곤장질이 가해졌지. 그런데 몇 대 맞기도 전에 강순은 허무하게 항복하고 말아. “신이 어려서부터 곤장을 맞지 아니하였는데, 어찌 참을 수 있겠습니까.”
ⓒ뉴스타파 제공 영화 <자백>의 한 장면. 최승호 감독(왼쪽)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오른쪽).
고기도 먹어본 놈이 먹고 매도 맞아본 사람이 강한 법이야. 팔십평생 회초리도 제대로 맞은 기억이 없을 이 늙은 고위 관리는 곤장 몇 대에 혼이 나가버렸던 거야. 자기 몸이 토막 나서 죽는 건 당연하고 그 자식들까지도 연좌되고 집안의 여자들은 죄다 노비로 떨어지는 그런 어마어마한 자백을 강순은 매 몇 대와 바꾸고 만단다. 일단 자백을 한 이상 번복은 허용되지 않았고 강순은 그대로 역적으로 떨어졌지. 이제 남은 것은 남이가 강순을 불었듯 또다시 강순을 족쳐서 다른 역적들의 이름을 고구마 캐듯 캐내야 하는 일이었어. 예종 임금은 독기 어린 목소리로 외쳤지. “또 누구와 역모를 꾸몄느냐. 똑바로 대라. 여봐라 저놈을 매우 쳐라.” 이 말을 들은 강순은 다급하게 외친단다.
“신이 어찌 매질을 참을 수 있겠습니까? 만약 좌우의 신하를 다 불러서 제 패거리라고 하면 믿으시겠습니까?” 예종은 움찔한다. 그도 그럴 것이 저런 식이라면 매 한 대에 사람 이름 서너 개씩은 주워섬길 판이라, 자칫하면 거기 도열해 있던 신하들 전부가 역적으로 몰릴 수도 있었으니까. 예종은 고문을 중지한다. 강순의 이 경고는 고문의 잔인한 특성 하나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어. 즉 고문이란 어떤 사안의 진실을 캐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고문자가 원하는 대답을 얻기 위한 절차라는 거.
해를 달이라 부르게 만드는 고문
언젠가 만민공동회(1898년) 얘기를 해준 적이 있지? 아관파천이 끝나고 대한제국이 성립한 뒤, 외국의 이권 침탈에 저항하고 자주독립의 의기를 드높인 서울시민들의 대규모 시위이자 오늘날 촛불 시위의 원조라 할 역사적인 사건. 그런데 이 만민공동회의 주요 이슈 가운데 하나가 바로 고문과 관련된 일이었단다.
만민공동회의 주요 이슈 가운데 하나는 고문과 관련된 것이었다.
고종 황제는 커피를 매우 즐겼다고 해. 그런데 이익을 챙기다가 들통이 나서 흑산도까지 귀양갔던 김홍륙이라는 자가 이에 앙심을 품고 고종과 황태자가 마시는 커피에 아편을 넣어 고종 부자를 독살하려는 사건이 일어났어. 고종은 곧 뱉어냈지만 황태자는 많은 양을 들이켜는 바람에 후유증이 컸지. 왕을 독살하려 한 진짜 역적인 셈이야. 예전 같으면 당장 주리를 틀고 일당을 캐낸 뒤 사지를 찢어 죽이고 가족을 노비로 삼았겠지만 상황이 그렇지 못했어. 4년 전의 갑오개혁으로 고문과 연좌제, 즉 죄인의 가족들을 함께 처벌하는 제도가 폐지됐기 때문이야. 그런데 이 김홍륙 사건을 계기로 연좌제를 부활시키려는 움직임과 더불어 김홍륙 일당이 무지막지한 고문을 당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람들이 들고일어났던 거야. <독립신문> 기사를 볼까?
“풍설에 들으니 죄인들을 악형으로 취조하여 사지를 상한 사람이 있다 하니 개화하려는 나라에서 어찌 이러한 야만의 법률을 쓸 수 있는가. 설혹 악형에 못 이겨 횡설수설로 거짓말을 한다면 애매한 사람만 상하고 임금의 호생하시는 성의를 어기는 것이요 설혹 진실을 말하더라도 잔혹한 형벌에 못 이겨서 하는 말을 개화한 사람은 믿지 않을 것이다. 만일 풍설과 같이 악형으로 취조했으면 각국 사람들이 대한 정부를 야만 정부라 할 터이니 이처럼 국체를 손상할 일을 우리 정부에서 행하지 않았을 것으로 믿는다(<민주주의를 향한 역사> 김정인 지음, 책과함께 펴냄).”
비록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지만 만민공동회의 열기를 뜨겁게 지펴 올린 장작 가운데에는 ‘고문 금지’와 ‘연좌제 부활 반대’의 목소리가 선연히 끼어 있었단다. 그들도 알고 있었지. “잔혹한 형벌에 못 이겨서 하는 말을 믿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하는 자백을 얻기 위해 사람을 망가뜨리는” 행위는 그 후로도 120년 동안 이어져왔음을 슬프게 얘기할 수밖에 없겠다. 얼마 전 함께 본 영화 <자백>은 그 명백한 증거이고 말이야.
매질이란, 고문이란 그런 거야. 해를 달이라고 부르게 만들 수도 있고, 아빠가 보지도 않은 사람들의 이름과 행각을 마치 그린 듯이 줄줄 읊도록 할 수도 있지. 영화 <자백> 속 불쌍한 간첩 용의자들 역시 국가권력에 고문을 당하고 자백을 강요받았어. 꼭 주리를 틀고 매를 때리는 것 외에도 고문은 많단다. 때를 알 수 없는 감금, 사기까지 감행하며 사람을 옭아맬 증거를 조작하는 국가의 압박, 가족을 틀어쥐고 들이미는 협박, 그 모두가 사람 잡는 고문이지. 원하는 대답을 강요하여 누구든 그 앞에서 무장해제돼 자신이 하지 않은 행동까지 뒤집어쓰게 만드는 짐승 같은 야만. 오빠를 간첩으로 고발하도록 몰고 도무지 견디다 못해 스스로 귀한 목숨 끊게 만드는 파렴치.
영화 <자백>을 함께 보면서 아빠는 가끔 몸 둘 바를 몰라 어깨를 뒤척이곤 했단다. 특히 후일 무죄로 판명 난 그 많은 간첩 사건들의 장구한 스크롤을 보면서는 네게 미안해지기까지 하더구나. 아빠가 널 낳아 기르는 이 나라가 부끄럽고 그 역사가 수치스러워서 말이다. 지금 대통령의 아버지가 나라를 다스리던 시절, 그 하수인들이 자행한 인간 이하의 고문으로 조국에 공부하러 온 재일동포(재일 한국인) 청년의 몸과 마음이 부서졌다. 그 후 내내 폐인처럼 살았던 그가 수십 년 만에 꺼낸 한국말, “한국은 나쁜 나라입니다”는 날선 창처럼 느껴져 아빠 가슴을 찌르더구나.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한 사람을 잔인하게 망가뜨린 자들이 ‘나는 모르는 일이노라’ 잡아떼면서 던지는 미소는 굵은 소금이 되어 가슴의 상처 속을 헤집었고 말이야.
영화를 보고 나서 며칠 뒤 아빠는 꿈을 꾸었다. 통쾌한 악몽이라고나 할까. 꿈속에서 아빠는 악마가 됐어. 김기춘이나 원세훈 등 고문을 지휘하고 자백을 짜낸 정보기관의 수장들을 고문하는 역할이었지. 꿈속에서 아빠는 그들을 무자비하게 때리고 밟고 주리를 틀었어. 그들은 곧 강순처럼 항복하더구나. “제가 맞은 적이 없어서… 저 간첩 맞아요 엉엉.” 한 번 더 몽둥이를 드니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을 왕초로 한 북한 간첩단 조직도를 순식간에 그리지 않겠니. 아빠는 꿈속에서 버럭 소리를 질렀단다. “너희도 이럴 줄 알았잖아. 똑같은 사람인 걸 알았잖아. 그런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었니, 응?” 아빠는 울고 있었다. 영화 <자백> 속 주인공이 되어서, “어떻게 이럴 수 있습니까” 법정에서 항의하던 바로 그 간첩 용의자가 되어서 말이다.
"4월까지 하야"... 미심쩍은 '원로들'의 주장 1128 오마이뉴스
[게릴라칼럼] 박근혜 정권 창출에 도움 준 이들도 포함... '원로' 자격 있나
"노인들이 저 모양이라는 걸 잘 봐두어라."
▲ 채현국(79) 양산 효암학원 이사장이 2015년 1월 28일 저녁 진주시청소년수련관 다목적강당에서 진주문고가 마련한 인문강좌에서 강연하고 있다.
저절로 채현국 효암학원 이사장의 말이 머리를 스쳤다. 2014년 1월, 한 인터뷰에서 채현국 이사장이 한 저 발언은 지금까지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존경할만한 어른과 원로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느끼는 젊은이들에게, 채현국 이사장의 발언은 통렬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인터뷰 당시는 박근혜 대통령이 5060 세대의 지지를 등에 업고 대통령에 당선된 지 1년이 조금 넘은 시점이었다. 또한 박 대통령 당선 이후 '어버이연합'이 출몰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박 대통령은 자신이 표를 얻는데 일조한 '노인복지' 공약을 헌신짝처럼 내버린 상황이었다.
그로부터 딱 1년 뒤인 2015년 1월, 채 이사장은 한 인문강좌에서 노인 발언의 배경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그 말은 노인들에 한 경고라기보다 젊은이한테 한 말이다, 자기 삶을 아끼고 사랑해야 한다는 말이다. 지금까지 노인들은 일제 강점기가 자기 나라인 줄 알고 살았고, 해방된 뒤 이승만한테 속아 가며 살았으며, 박정희가 속이는 대로 살았고, 늙어가면서 속아 산 것도 몰랐다. 자기가 게을러서 속아 넘어간 것이다.
그러니까 젊은이들은 그렇게 하지 말라는 말이다. 아버지도 원래는 아들이었다. 인생 쓰레기는 절대 거름이 되지 못한다. 우리는 거름이 되고 씨앗이 되는 삶을 살아야 한다." (관련기사 : "노인 봐주지 말라는 말은 젊은이들 속지 말라는 뜻")
"박 대통령, 내년 4월까지 하야" 하라는 원로들, 왜죠?
곱씹을수록, 한국사회가, 한국사회의 청년들이 되새겨야 할 충고가 아닐 수 없다. 특히나 이승만·박정희한테 속고, "자기가 게을러서 속아 넘어간 것"이란 대목은 뼈아픈 탁견이라 할 만하다. 이렇게 채 이사장의 발언을 길어 올린 이유가 있다. 바로 어느 '노인'들 때문이다.
이들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에게 "내년 4월까지 하야하라"고 시기를 못박았다. 스스로를 정·관계 원로라고 지칭하는 이들이 그 장본인들이다. 제5차 촛불집회에 190만이 운집했던 그다음날인 어제(27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정·관계, 종교계 '원로'들이 모였다고 한다.
▲ 지난 27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여야 전직 국회의장 등 정관계 원로 시국 회동이 열리고 있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이 주최한 이번 모임은 김수한, 김형오, 정의화, 강창희 전 국회의장과 이홍구 전 총리 권노갑, 정대철, 신경식,신영균 전 국회의원, 송월주 스님 , 최성규 목사 등이 참석했다 ⓒ 연합뉴스
박관용 전 국회의장이 주최했고, 20여 명의 원로들이 모였단다. 이들이 내놓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최우선 해법은 "대통령이 사퇴를 선언하고 내년 4월까지 하야"라고 한다. 모인 시기도 늦었지만, 그 방법론들이 꽤나 의심쩍다. 검찰 수사로 인해 "박근혜 구속"으로 업그레이드된 민심을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
4월로 시점을 못박은 것도 "여야가 대선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란다. 그때까지 내·외치 모두에서 2선으로 물러난 박 대통령이 증거를 인멸할 충분한 시간을 주겠다는 뜻으로 풀이하는 것은 과도한 걸까?
그러면서 '개헌'을 시사했다. "현 국가적 위기는 제왕적 대통령제에 있다. 여야가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고도 했다. JTBC가 '최순실 태블릿 PC'를 보도했던 그 날까지도 박 대통령이 국면전환용으로 꺼내들었던 그 개헌, 탄핵안을 수용하겠다고 하면서도 김무성 전 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내 비박계가 협상용 카드로 내밀고 있는 그 개헌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 발언이 보도된 직후인 오늘(28일) 오전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은 "박근혜 대통령의 (개헌)제안 이후 달라진 것은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비박계나 원로들의 주장과 같이, 주도하는 세력을 바뀔 수 있지만 여전히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마치 각본을 짠 듯, 시기가 딱딱 맞아떨어진다. 그렇기에 더더욱, 이 원로들의 면면을 살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개헌까지 운운... 누가 이들에게 '원로'일 자격을 부여하는가
복수의 매체에 따르면, 이날 모임에 참석한 원로는 20명이다. 주최한 박 전 의장을 비롯해 재임순대로 김수한·김원기·임채정·김형오·박희태·강창희·정의화 전 국회의장, 권노갑·김덕룡·신경식·신영균·유흥수·정대철 전 의원, 송월주 전 조계종 총무원장, 이종찬 전 국정원장, 김진현 전 과기처 장관, 최성규 목사, 이영작 전 한양대 석좌교수 등이 참석했다.
먼저 이 모임을 주최했다는 박관용 전 국회의장.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안 국회 발의 당시 국회의장이었던 그는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극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탄핵안을 가결한 인물이다. 그래서, 이른바 '박관용 탄핵안'이라 불리기도 했다. '국회의장 임기 후 정계은퇴' 공식을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2008년 당시 이명박 당선자의 정책자문위원단으로 활동했고, 2012년부터는 새누리당 상임고문에 직함을 올렸다.
▲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지난 8월 19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열린 상임고문단 오찬에 참석해 김수한 전 국회의장 등 상임고문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희태 전 국회의장,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김수한 전 국회의장, 박관용 전 국회의장. ⓒ 공동취재사진
박희태 전 국회의장 역시 새누리당 상임고문이다. 무려 6선 의원인 그는 정치 인생 말년에 이름을 더 드높였다. 2012년 초, 고승덕 전 의원이 폭로한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으로 인해 현직 국회의장이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고 불구속 기소 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그 장본인인 박 전 의장은 국회의장직을 사임했다. 2년 후, 그는 "딸 같아서 그랬다"는 유행어를 남긴 골프장 캐디 성추행 사건으로 다시금 국민들의 공분을 산 바 있다.
권노갑·정대철 등 과거 DJ계였던 야당 인사들이 포함됐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어 보인다. 전 국회의장만 놓고 보면, 이날 모임에 참여하지 않은 여타 전 국회의장들이 반대로 신뢰감을 주기까지 한다.
"내년 4월 하야"를 못박고 "개헌"을 주장할 만큼, 이 원로라는 분들이 국민들에게 믿음을 주고 있는지 오히려 스스로 자문해 볼 일이다. 근거도, 논리도 희박한 원로들의 주장을 경청해야 할 만큼 국민들은 한가하지도, 어리석지도 않다.
심지어 명단에 이름을 올린 몇몇 정치인들은 정치인 박근혜의 동료이면서, 박근혜 정권을 탄생하는데 음으로, 양으로 기여하지 않았나. 그런 이들이 단순히 '원로'라는 이유로, '노인'이라는 이유로 정국의 어떤 방향타를 제시해야 한다는 강박을 갖고 박 대통령 하야를 촉구했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한 번 더 꼬아 본다면, "참석자들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졌다"고는 하지만 '개헌'에 힘을 싣기 위한 모임은 아니었는지 의구심을 떨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국가비상사태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힘은 이 나라 주인인 국민 여러분으로부터 나옵니다. 국민에게 권력을 위임받은 일부 정치세력의 국정농단은 단죄하되, 국정운영이 정상화되도록 힘을 모아줘야 합니다. 비상사태를 극복할 초당적 거국내각이 구성되도록 국민여러분이 앞장서 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2일, '국가 안보와 민생 안정을 바라는 종교·사회·정치계 원로들' 22명이 발표한 시국선언 내용 중 일부다. 이들 중 박관용·김원기·임채정·김형오·정의화 전 국회의장과 김덕룡 전 의원 등의 이름은 "내년 4월 하야"를 주장한 원로 모임 참석자와 겹친다. 이때까지만 해도 "하야나 탄핵으로 국정의 공백을 초래하는 것은 국가의 불행"이라면서 개헌에는 크게 무게 중심을 두지 않았다. 무엇이 이 '원로'들을 움직인 걸까. 하루하루 급변하는 국정 난맥상과 폭락한 박 대통령의 지지율 때문일까.
다시, "노인들이 저 모양이라는 걸 잘 봐두어라"
▲ 박근혜 대통령이 2015년 2월 23일,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부인 고 박영옥 씨의 빈소를 찾아 조문 후 김 전 총리를 만나 위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14일, 김종필 전 총리가 <시사저널>과 나눈 인터뷰가 큰 파장을 낳았다. 시기도 시기였지만, 그의 "박근혜 대통령은 5천만 국민이 달려들어 하야하라고 해도 절대 내려오지 않을 것"이라는 말은 분명 누구도 예상치 못한 말이다. 또 박정희 대통령의 사촌형부이기도 한 김 전 총리가 고 육영수 여사를 비롯해 박 대통령의 내밀한 과거나 성향을 말했기에 파장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의 '5·16 쿠데타' 동지라 평가받는 그가, 유신정권에서 권력의 근저에 있던 그가, 반성은커녕 박 대통령을 비난하고 나선 데 대해서는 발언 내용이나 진위와는 별개로 비난이 쏟아졌다. 채현국 이사장의 말을 살짝 빌려 바꿔본다면, "해방된 뒤 이승만이 속이는 대로 살았으며, 박정희가 속이는 대로 사는데" 일조했던 인물이 또한 김종필 전 총리라 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렇게 사회 '원로'를 자처하는 '노인'들에 대한 '불신'이 쌓여가는 시대다. 그것은 김기춘 전 비서실장을 비롯해 박근혜 대통령의 현재를 만든 원로급 인사들에 대한 불신이기도 할 것이며, 박근혜 대통령을 만드는데 일조한 세대에 대한 불만의 표출이기도 할 것이다. 불행하게도, "노인들이 저 모양이라는 걸 잘 봐두어라"고 했던 채현국 이사장의 충고는 아직도 유효할 듯 싶다.
박정희 미화 절정판 "5·16 이전은 '시련'…이후는 '발전'" 11128노컷
건국절·재벌미화 등 그동안의 우려 현실로…파문 예상
각계각층의 폐기 요구에도 '밀실 편찬' 끝에 공개된 국정 역사교과서에는 역시나 박정희 독재정권을 미화하는 내용이 상당수 담긴 것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주목받았던 '건국절 논란'에 대해서는 뉴라이트계 주장이 교묘하게 담겼고, 뜬금없이 재벌을 미화하는 내용까지 나와 논란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 시련 겪던 우리 역사, 5.16으로 발전했다?
28일 공개된 '고등학교 한국사' 현장검토본에서 현대사 부분은 '대한민국의 수립과 자유 민주주의 시련', '냉전 시기 권위주의 정치 체제와 경제·사회 발전', '국제 질서의 변화와 대한민국 발전' 단원으로 나뉜다. 이중 첫 단원인 '대한민국 수립과 자유민주주의 시련'은 이승만 정부와 6.25 전쟁, 장면 정부 등을 다루고, '냉전 시기 권위주의 정치 체제와 경제·사회 발전'은 박정희 정부 출범부터 직선제 개헌까지 설명한다.
단원 제목만 보아도 박정희 전 대통령의 5.16 군사정변 이전에는 우리 역사가 '시련'을 겪다, 이후 '발전'했다는 인상을 준다.이에 대해 민족문제연구소 이준식 연구위원은 "이 교과서는 박정희 정권하에서 이뤄진 자유민주주의 시련은 쏙 빼놨다"며 "이러한 제목은 그저 한국 사회가 이만큼 발전했다는 걸 보여주는 데 의도가 있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당시 독재정권은 1인 지배를 위해 주권자를 억압하고 민주주의를 말살했는데 이 교과서는 그저 장기집권이나 대통령 권한 강화가 독재인 것처럼 호도했다"며 "'권위주의 정치 체제'라는 학생들에게 어려운 표현으로 독재를 희석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김광일 기자)
◇ 새마을운동 미화로 '트랙터 상경' 이해 못 하게
이 교과서에서는 특히 '새마을 운동'에 대한 기술을 기존 검인정 체제 교과서보다 상당히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1971년에 정부는 전국의 마을에 시멘트를 제공하여, 마을 환경을 개선하도록 하였다.……새마을 운동은 근면, 자조, 협동 정신을 강조하면서 전국적으로 확산되어 도로 및 하천 정비, 주택 개량 등 농촌 환경을 개선하는 성과를 거두었다.(후략)"
하지만 이처럼 장황한 치적 설명에도 '과'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다. "유신 체제 유지에 이용되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였다"고 쓰였을 뿐이다. 이준식 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마치 새마을운동에 의해 농촌문제가 다 해결된 것처럼, 학생들이 보면 오해하기 쉽게 써놨다"며 "정말 그렇게 다 해결됐다면 2016년 이 정국에서 농민들이 트랙터 몰고 상경해 반정부 투쟁을 벌이는 걸 학생들이 과연 이해할 수 있겠냐"고 일갈했다.
(사진=국정교과서 캡처)
◇ "임시 정부는 국가 아냐" 뉴라이트 판박이
그동안 문제로 지적됐던 건국절 논란에 관련해서도 역시 뉴라이트계가 주장해온 인식과 고스란히 닮아 있었다. 이 교과서는 1948년 8월 15일 수립된 대한민국 정부에 대해 "역사상 최초로 민주적 자유선거에 의해 수립된 '국가'"라고 적시했다. 헌법상 대한민국 정부가 계승한 '임시정부'는 국가로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이 대목은 앞으로 큰 파문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국민도, 주권도, 영토도 없는 임시정부는 국가일 수 없다"는 기존 뉴라이트계 사관과 일치한다. 다만 논란을 의식한 듯 "대한민국 임시 정부의 법통을 계승한 대한민국이 수립"됐다고 기술했을 뿐이다.
◇ 뜬금없이 이병철·정주영이 왜?…재벌 미화까지
이 교과서는 유신 체제가 벌인 중화학 공업 육성정책을 설명하며 '한국의 대표적인 기업인'이라는 칸을 별도로 마련했다. 대표 기업인으로는 유일한 유한양행 설립자와 이병철 삼성그룹 명예회장,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을 꼽았다. 이병철 회장에 대해서는 "한국이 정보 산업 기술 선진국으로 도양하는 데 기여했다"고, 정주영 회장에 대해서는 "한국의 수출 산업을 이끈 기업들을 창업했다"고 치켜세웠다. 현대사 부분에 경제학자들이 상당수 포진되면서 제기된 그동안의 우려가 현실로 드러난 것.
이 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그동안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회)이나 경제계에서 요구한 걸 그대로 반영한 교과서에 지나지 않는다"며 "역사교과서에 왜 재벌이라는 특정한 집단을 미화하는 서술을 갑자기 집어넣은 거냐"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이어 "미안하니까 유일한 설립자도 슬쩍 묶었다"면서 "그러면서 기업의 이윤을 사회에 환원하는 게 한국 기업의 아름다운 전통인 것처럼 호도해놨다"고 성토했다. 이 교과서에서 유일한 설립자에 대해서는 "기업 활동을 통해 모은 대부분의 재산을 공익 재단에 기증하여 기업 이윤의 사회 환원이라는 기업의 아름다운 가치를 보여준다"고 적혀 있다.
국정교과서 반대 성명 발표해놓고... 집필진 31명 명단에 이름 올렸다 1128경향
최성락 목포대 교수가 지난해 11월6일 전남나주에서 한국고고학회장 자격으로 역사 국정화교과서 반대 성명을 낭독하고 있다. 심진용 기자
최성락 목포대 고고학과 교수(62)가 28일 공개된 국정 역사교과서 집필진 31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그는 한국고고학회장 자격으로 ‘국정교과서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한국고고학회, 한국상고사학회 등 9개 고고학회는 지난해 11월6일 전남 나주에서 ‘한국고고학 전국대회’를 열고 대회 현장에서 논의를 거쳐 국정교과서 반대 성명을 채택했다. “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하는 것은 반민주적이고 시대착오적인 발상으로, 고고학을 전공하는 사람으로서 뿐만 아니라, 한 시민의 입장에서도 도저히 납득하거나 수긍하기가 어렵다”는 내용이 성명에 포함됐다.(▶관련기사:고고학 대회, 집필거부 성명·최몽룡 성토…“국정화 안돼”)
최 교수는 이날 회원들 앞에서 한국고고학회장 자격으로 성명을 대표 낭독했다. 팔뚝을 휘두르며 “정부는 역사교과서 국정화고시를 즉각 철회하라” “정부는 역사를 정쟁의 도구로 삼지 말고, 민주주의의 가치와 학문적 다양성을 인정하라”는 구호를 선창하기도 했다.
최 교수가 성명 발표하는 순간까지도 언젠가는 그가 국정 역사교과서 집필진에 참가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았다. 최 교수는 지난해 국정 역사교과서 대표 집필자로 처음 소개됐다가 성추문으로 낙마한 최몽룡 서울대 명예교수의 직계제자로 분류된다.
최 교수가 집필자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리자 학회 내부에서는 “집필진 참여시 학회장직에서 조기 퇴진하라”는 요구가 나왔다. 최 교수가 “임기까지는 집필진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면서 사태는 잠정 봉합됐다. 대회 현장에서 임기 후 참가 여부에 대한 질문도 나왔지만, 최 교수는 “회원들이 못하게 하는데 어쩔 수 없지 않나. 회장은 입장이 자유롭지 못하다”고만 답했다. 임기 후 참가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최 교수의 학회장 임기는 지난해 12월31일로 끝났다. 최 교수가 ‘약속대로’ 임기 후 집필진에 참가한 것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고고학계 한 연구자는 28일 경향신문과 통화에서 “최 교수가 결국 참가할 거라고 짐작은 했지만, 막상 사실로 확인되니 허탈하다”고 말했다. 그는 “집필에 참가한 것도 아쉽고, 교과서 내용도 부실하다”면서 “고고학계가 최근 이뤄낸 성취가 적지 않은데, 교과서를 살펴보니 반영된 게 거의 없더라”고 말했다. 또다른 연구자는 “자기가 교과서 쓰던 시절 시각에 매몰돼 이후 학계 연구성과는 제대로 살피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2002년 발행된 7차교육과정 중·고교 국정 국사교과서 연구·집필진으로 참가했다. 경향신문은 최 교수의 집필진 참가 배경을 묻기 위해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국정 역사교과서 집필진 명단 및 프로필
#선사/고대
■신형식 이화여대 명예교수
·서울대 역사교육과(학사) / 사학과(석사) .
·단국대 사학과(박사) 이화여대 사학과 교수
·역사교육연구회 회장 역임
·서울시사편찬위원회 위원장 역임
■최성락 목포대 고고학과 교수
·서울대 고고학과(학사/석사/박사)
·목포대 박물관 관장 역임
·한국고고학회 회장 역임
·現 국사편찬위원회 위원, 문화재청 문화재위원
■서영수 단국대 명예교수
·서울대 동양사학과(학사)/ 단국대 사학과(석사)
·동국대 사학과(박사)
·단국대학교 사학과 교수
·고구려발해학회 회장 역임
■윤명철 동국대 다르마칼리지 교수
·동국대 사학과(학사) / 성균관대 사학과(석사)
·성균관대 사학과(박사)
·고조선 단군학회 회장 역임
·한국해양정책학회 부회장 역임
#고려
■박용운 고려대 명예교수
·서울대 역사교육과(학사) / 고려대 사학과(석사)
·고려대 사학과(박사)
·고려대학교 사학과 교수
·한국사연구회 회장 역임
■이재범 국사편찬위원회 위원
·성균관대 사학과(학사/석사/박사)
·국방군사연구소 연구위원, 한국정신문화연구원 부편수원, 문화재청 문화재위원
·경기대학교 부총장 역임
·前 경기대학교 사학과 교수
■고혜령 문화재청 문화재 위원
·서울대 사학과(학사) / 이화여대 사학과(석사)
·이화여대 사학과(박사)
·국사편찬위원회 편사부장 역임 .現 한국고전번역원 이사
#조선
■손승철 강원대 사학과 교수
·성균관대 사학과(학사/석사/박사)
·동북아역사재단 편집위원
·한일관계사학회 회장 역임
·現 국사편찬위원회 위원
■이상태 국제문화대학원 대학 석좌교수
·연세대 사학과(학사/석사)
·동국대 사학과(박사)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실장 역임
·일본 동경대 초빙교수
■신명호 부경대 사학과 교수
.강원대 사학과(학사) / 한국학중앙연구원(석사)
·한국학중앙연구원(박사)
·부경대학교 박물관장 역임
#근대
■한상도 건국대 사학과 교수
·건국대 사학과(학사/석사/박사)
·중국 북경대학 한국사 객좌교수
·건국대학교 박물관 관장
·現 국사편찬위원회 위원
■이민원 동아역사연구소 소장
·청주대 영문과(학사) / 한국학중앙연구원(석사)
·한국학중앙연구원(박사)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연구위원
·한국보훈교육연구원 연구부장 역임
■김권정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학예연구사
·숭실대 사학과(학사/석사/박사)
·숭실대학교 전임연구원
·중앙대학교 전임연구원
#현대
■최대권 서울대 명예교수
·서울대 법학과(학사) / 미시건대(석사)
·UC 버클리대(석사/박사)
·서울대 법과대학 교수
·한동대 석좌교수
·법제처 정부입법자문위원장, 선거방송심의위원장 역임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고려대 정치외교학과(학사/석사)
·오하이오주립대 정치학과(박사)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한국정치학회 회장 역임
·現 국사편찬위원회 위원, 민주평통자문회의수석부의장
■김승욱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중앙대 경제학과(학사/석사)
·조지아대 경제학과(박사)
·고용노동부 장애인고용촉진전문위원회 위원
·경제사학회 회장 역임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서울대 경제학과(학사/석사)
·동경대 경제학과(박사)
·경제사학회 회장 역임
·現 낙성대 경제연구소 소장
■김명섭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연세대 정치외교학과(학사) / 정치학과(석사)
·소르본대 정치학과(박사)
·한신대 조교수, 부교수
·한국정치외교사학과 부회장 역임
■나종남 육군사관학교 군사사학과 교수
·육군사관학교(학사) / 서강대 사학과(석사)
·노스캐롤라이나대 역사학과(박사)
#세계사
■이주영 건국대 명예교수
·서울대 사학과(학사) / 하와이주립대 사학과(석사)
·서강대 사학과(박사)
·건국대학교 교수
·역사학회 회장, 한국아메리카학회 회장 역임
■허승일 서울대 명예교수
·서울대 사학과(학사/석사)
·서울대 서양사학과(박사)
·건국대 교수
·서울대 역사교육과 교수
·한국서양사연구회 회장 역임
■정경희 영산대 자유전공학부 교수
·서울대 역사교육과(학사) / 서울대 서양사학과(석사)
·서울대 서양사학과(박사)
·아산정책연구원 초빙연구위원
·現국사편찬위원회 위원
■윤영인 영산대 자유전공학부 교수
·펜실베니아대 역사학과(학사) / UCLA 동양문화(석사)
·UCLA 동양문화(박사)
·고구려연구재단 연구위원
■연민수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동국대 사학과(학사/석사)
·큐슈대학 일본사학과(박사)
·동북아역사재단 역사연구실장
#현장교원
■우장문 경기 대지중 수석교사(선사/고대)
·충북대 역사교육과(학사) / 고려대 역사교육과(석사)
·경기대 사학과(박사)
·한국고대학회 회원
■김주석 대구 청구고 교사(고려)
·대구대 역사교육(학사) / 대구대 사학과(석사)
■유경래 경기 대평고 교사(고려)
·성균관대 사학과(학사) / 아주대 역사교육과(석사)
■정일화 강원 평창고 교사(조선)
·강원대 역사교육과(학사/석사)
■최인섭 충남 부성중 교장(근대)
·공주대 역사교육과(학사) / 고려대 역사교육과(석사)
·숭실대 평생교육(박사)
■황정현 충남 온양 한올중 교사(근대/현대)
·한남대 역사교육과(학사) / 공주대 역사교육과(석사)
■황진상 서울 광운전자고 교사(세계사)
[한겨레단독] ‘이것이 팩트’라던 청 세월호 거짓말, 감사원도 확인 1128
청와대가 세월호 참사 당일 ‘언론의 계속되는 오보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이 피해 상황의 심각성을 오후 2시50분에야 인지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이는 2014년 작성된 감사원의 감사 문건에서도 사실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 청와대는 최근 누리집에 ‘이것이 팩트입니다’라는 코너를 신설해 ‘대통령의 7시간’에 대해 해명했다. 청와대는 “대통령은 (참사 당시) 관저 집무실 및 경내에서 30여차례의 보고와 지시”를 내렸으나 “언론 오보로 혼돈이 거듭되며 오후 1시13분에도 ‘370명이 구조되었다’는 잘못된 보고가 올라갔다”고 밝혔다. 특히 청와대는 참사 당일 시간대별 대통령의 집무 내용과 보고·지시 내용을 구체적으로 공개했는데, 유독 이날 오전 11시23분 국가안보실의 대통령 유선보고만 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청와대는 박근혜 대통령이 오후 2시50분에야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구조 인원이 370명이 아니라는 사실을 정정 보고받았으며, 7분 뒤 구조 인원 혼선을 질책하고, 오후 3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방문 준비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은 이후 5시15분에야 중앙재난본부를 방문했다.
그러나 지난 2014년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감사원의 ‘청와대에 대한 조사과정 및 내용’ 문건을 보면, 청와대 안보실은 세월호 참사 당일 오전 10시52분께 해경 핫라인을 통해 “(바다에) 떠가지고 구조하고 한 인원을 제외하고는 거의 다 지금 배에 있는 것 같다”는 보고를 받은 뒤 10시52분부터 11시30분 사이에 박 대통령에게 “미구조 인원들은 실종 또는 선체 잔류 가능성이 많다”고 보고한 것으로 나와 있다.
감사원은 세월호 참사 직후인 2014년 5~6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정부의 유관 부서에 대한 감사를 실시한 바 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비서실은 당시 감사원의 방문조사를 거부하면서 그해 5월29일 서면 답변서를 제출했다. 대통령 비서실 사회안전비서관실과 국가안보실 위기관리센터 행정관 등이 작성해 제출한 답변서(‘대통령 확인서’)에는 “해경청 상황실을 통해 구조되지 못한 인원들이 선체 내부에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받았고, 이러한 내용을 당일 오전 대통령께도 ‘미구조된 인원들은 선체 내부에 잔류하고 있을 가능성이 많다’는 내용의 보고를 드렸다”고 적혀 있다. 이 때문에 청와대가 당일 오전 11시23분 안보실로부터 선체 안에 미구조 인원이 잔류했을 가능성을 유선으로 보고받았으면서도, 이를 숨기기 위해 의도적으로 누리집에 보고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춘석 의원은 “대통령은 이미 오전부터 국민 300명이 배에 갇혀 있다는 보고를 받고도 그 오랜 시간 동안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거짓 해명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이제라도 정확한 사실을 밝히고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혐의 모두 부인한 박근혜 대통령…1129 헤럴드경제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과 관련된 모든 의혹을 부인하는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29일 오후 2시30분 청와대에서 제3차 대국민담화에서 “1998년 정치 입문 이후 단 한순간도 사심을 품지 않고 살았다”고 말했다. 이어 “임기 단축 등 진퇴문제를 국회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의 이런 주장은 검찰의 대면조사 요청을 지속적으로 거부하고, 수사를 받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박 대통령은 국정농단 주범 혐의를 받는 최순실(60) 씨와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 수사중인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국가기밀누설죄로 역시 구속 상태인 정호성(47)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등과 ‘공범’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박 대통령에 대해 제3자 뇌물수수 혐의로 국내 주요 기업 등을 상대로 강도 높은 수사를 벌이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번 3차 대국민담황에서 자신의 잘못에 대해선 오직 “주변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것”만 언급하며, 지금 진행되고 있는 각종 의혹의 책임을 최순실 등 주변에 돌렸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땐 月 1200만원 연금 없다…하야하면?
결론적으로 박 대통령이 탄핵되면 퇴임 후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모든 예우도 사라지게 된다.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 7조에 따르면 ‘재직 중 탄핵결정을 받아 퇴임한 경우’에는 전직 대통령으로서 예우를 하지 않는다.
필요한 기간의 경호 및 경비를 제외하고 대통령연금, 유족연금, 대통령 기념사업 지원, 비서관과 운전기사, 교통·통신 및 사무실 제공 등의 지원, 본인 및 그 가족에 대한 치료 등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만약 박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나는 선택을 하게 되면 예우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연금은 대통령 월급에 8.85를 곱한 뒤 이 금액의 95%를 12개월로 나눠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올해 대통령 연봉을 기준으로 할 때 연금은 연간 1억4853만원이다. 12개월로 나누면월 1237만원 수준이다.
그러나 관련 법률에는 예외 조항이 존재한다. 탄핵, 금고 이상의 형 확정, 형사처분 회피를 위한 망명, 국적 상실 경우 이러한 혜택도 사라지게 된다. 현재까지 검찰 조사 결과 ’최순실 게이트‘와 박 대통령이 일정 부분 연관된 혐의가 드러나고 있다. 만일 박 대통령이 하야를 선택한 후 법정에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다면, 전직 대통령 대우를 받을 수 없게 된다.
결국, 박 대통령은 탄핵을 당하든 하야를 선택하든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는 요원해 보인다.
현직 대통령이 탄핵 절차를 밟아 청와대에서 끌려나온 사례는 없다. 다만 전직 대통령 가운데 예우가 박탈된 경우는 있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과 노태우 전 대통령이 그 예이다. 두 사람은 1995년에는 5·18민주화운동 특별법을 제정된 후 법정에 섰다. 전 전 대통령에겐 무기징역, 노 전 대통령에겐 징역 17형이 확정됐다.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도 상실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형 확정 250일 만에 특별사면을 받았다.
아수라장 된 육영수 여사 ‘숭모제’ 1129 KBS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해마다 박근혜 대통령의 외가인 충북 옥천군에서 열리던 고 육영수(陸英修·1925∼1974) 여사 숭모제가 축소돼 열렸지만 보수단체측과 시민단체측이 결국 충돌했다. 시민단체와 보수단체 회원들이 충돌하면서 고성과 욕설이 오가고 몸싸움 과정에서 일부 시민들이 다치는 등 아수라장이 됐다. 숭모제 주관단체인 옥천문화원은 이번 육 여사 탄생 91주년 숭모제를 기존에 진행했던 축하공연과 축사 등 대부분의 행사를 생략하고, 제례만 30여분 동안 조촐하게 진행했다.
제례만 조촐하게 진행…참석자도 100여 명 뿐
이날 행사에는 육 씨 종친, 친박(친박근혜) 단체 회원, 시민 등 100여 명이 참석했지만 내빈석에 초대된 옥천군수 등 이 지역 기관장과 단체장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주최 측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등으로 악화한 국민 여론을 고려해 해마다 열던 문화공연과 기념행사 등을 모두 취소했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도 옥천군이 700만원을 지원해 이뤄졌다.
다만 지난해까지는 지역의 기관장과 단체장 등 600여명이 행사장을 가득 메웠고, 육여사가 교사로 재직했던 옥천여자중학교 관악부를 비롯해 어린이·승려 등의 노래와 바라춤 공연 등 성대한 문화공연도 펼쳐진 것에 비하면 격세지감을 느끼게할 정도로 초라했다.
옥천문화원 관계자는 "시국 상황을 고려해 행사 개최 여부를 고민했지만, 10년 넘게 명맥을 이어온 행사이고 정치적 판단이 필요치 않다는 주관 단체의 의견을 받아 최소 규모로 행사를 열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저건 해까닥 했어"... TV조선의 도넘은 막말 1129 오마이뉴스
[민언련 며칠전 종편 시사토크] 문재인 비난에 매진하는 류근일 <조선> 전 주필
지난 24일 종편 시사토크 프로그램에서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은 문재인 전 대표를 향해 막말을 했습니다.
"… 저건 말 잘못했지. 저건 너무 나갔네. 저건 해까닥 했어…."
방송에서 비판과 비난을 구분하지 못하고 막말 수준의 발언을 쏟아냈는데 아무도 류씨의 발언을 저지하지 않았습니다. 조갑제씨는 "이념 대결이라는 것은 간단하게 말하면 좌우 대결이기도 하고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인정하는 세력과 반대하는 세력의 대결"이라면서 보수진영이 아닌 진영을 향해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반대하는 세력'이라고 폄훼했습니다.
1. 류근일, 문재인 향해 "저건 해까닥 했어"
▲ 문재인 씨보다 머리 나쁜 사람 없다며 비방하는 류근일 씨.TV조선 <뉴스를 쏘다>(11/24) ⓒ 민주언론시민연합
TV조선 <뉴스를 쏘다>(11/24)에 출연한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에 대해 역량이 부족하다며 비판하다가 도를 넘는 막말을 쏟아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감이라는 분 역시 도대체 얼토당토 않는 말을 몇 번 했어요. 그건 뭘 말하느냐면 이 상황을 종합적으로 규정을 하고 판단하고, 머리를 짜내고 답안지를 내는 정신적·지적 역량이 부족한 게 아닌가. 거기서 국민들은 다 보고 있어요. 야, 저건 말 잘못했지. 저건 너무 나갔네. 저건 해까닥 했어, 어제 말하고 다른데, 다 봅니다. 왜냐하면 지금 60대, 70대까지도 다 대학 나온 사람들이에요. 문재인씨보다 머리 나쁜 사람 없습니다."
류씨는 국민을 들먹이며 비판에 나섰는데요. 그의 말에 따르면 국민이 문재인씨를 "저건 해까닥 했어"라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국민이 있긴 있을 겁니다. 바로 류근일씨 자신이겠지요. 그런데 그런 생각을 방송에 나와 국민을 팔아서 떠드는 것은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한 명예훼손이자, 국민에 대한 명예훼손입니다.
한편 류씨는 "방방곡곡에 문재인씨보다 더 좋은 사람들이 그냥 평범한 시민으로 살고 있어요. 텔레비전에서 딱 말 한마디 하면 정체를 훤히 봅니다. 수준을 보고, 머리의 역량을 보고. 그런 걸 볼 때 추미애씨든 문재인씨든 안철수씨든…, 거기다가 박지원씨는 조금이라도 머리가 있어요. 이 양반들이 이 상황을 제대로 요리를 못 하고 있어요. 밥상 차려놨는데 그걸 과연 제대로 떠먹을 수 있을지. 그래서 심지어는 어떤 관측이 있느냐면 이거 이렇게 나가면 잘하다간 보수 정권이 재창출될 수도 있겠다 하는 분석들도 하고 있어요"라고도 말했습니다.
정체가 훤히 보이는 건 류근일씨 본인 아닐까요. 발언 중 "잘하다간 보수 정권이 재창출 될 수 있겠다"라고 말한 대목에서 그의 정치적 성향이 훤히 드러납니다. 그렇다고 반대 진영에 있는 정치인을 수준 낮은 막말로 비난해도 되는 걸까요.
무엇보다 이런 발언은 비난과 비판을 구분하지 못하고, 막말을 남발한 것입니다. 이런 발언을 저지하지 않고 방치한 TV조선에게도 명예훼손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방송에서 막말을 무자비로 내뱉은 TV조선 <뉴스를 쏘다>(11/24)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했습니다.
2. 조갑제 "좌파는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반대하는 세력"
▲ 좌우 이념대결이 대한민국 정통성을 인정하는 세력과 반대하는 세력의 대결이라고 주장하는 조갑제 씨. TV조선 <최희준의 왜?>(11/24) ⓒ 민주언론시민연합
TV조선 <최희준의 왜?>(11/24)에 출연한 조갑제씨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박근혜 2천억 미용' 논란에 대해 "1만 배를 과장한 거거든요. 1만 배는 과장이라 안 하고 거짓이라고 하죠. 그런데 이렇게 말이 험한 거. 주로 추미애씨 쪽이 말이 험하고. 이정현 대표는 거기에 대해서 답변하는 과정에서 말이 험한 거는 아니고. 좀 어떻게 보면 처량한 느낌까지 들 정도로 수세적"이라며 발언했습니다.
뒤이어 조씨는 "이것은 지금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게 이것 또한 그 바탕에서는 이념 대결이 진행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이념 대결이라는 것은 간단하게 말하면 좌우 대결이기도 하고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인정하는 세력과 반대하는 세력의 대결이니까 이 말은 치열할 수밖에 없어요"라며 우파가 아닌 세력 전체를 폄훼하는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여기에서도 빠지지 않고 조 씨의 색깔론이 등장했는데요. 조씨가 생각하는 대한민국의 정통성이 무엇인지 의문스러울 따름입니다.
조씨는 "새누리당이라는 존재가 무슨 정당이냐 하는 것인데 이걸 과연 해체, 분당해야 될 대상이냐. 저는 새누리당의 역사적 역할이 분명히 있었어요. 그것은 몇 사람의 대통령을 배출하고 그 다음에 무엇보다도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한국의 좌경화를 막았습니다. 그리고 대북 정책의 말하자면 일종의 모험 노선으로 가는 것을 막아가지고. 간단하게 말하면 한국의 공산화를 저지한 정당이 새누리당입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조갑제씨는 그동안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권이 그간 해온 한일위안부 합의, 국정교과서 강행, 강경 일변도의 대북정책, 공영언론 장악 등 모든 행보는 모두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이어가기 위해 해난 '잘한 일'이며, 그들은 대한민국의 공산화를 막아낸 공로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귀에는 들리지 않을 것이 분명하지만, 대한민국의 국민은 국가농단의 주범인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심판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새누리당 또한 국정농단의 공범임을 알고 있습니다. 거리에만 나가도, 인터넷 창만 열어도 국민들의 분노가 어디를 향해 있는지 확인할 수 있을 텐데, 어찌 그리 안 들리는지 답답할 따름입니다.
3. 아버지 박정희에게 제대로 못배워 박근혜 국정농단이 일어났다?
채널A <신문이야기 돌직구쇼+>(11/24)에 출연한 김광덕 전<한국일보> 정치부장은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 박정희 전 대통령을 언급하면서 "저는 박근혜 대통령이 왜 이러한 비선관리의 실패가 있었느냐, 저는 아버지한테 제대로 못 배워서 그런 것 같아요"라는 황당한 발언을 했습니다.
"그러니까, 참 박근혜 대통령이 너무 비밀과 이런 비선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러면서 가는데 그런 일이 있었다고 밝혔는데 저는 박근혜 대통령이 왜 이러한 비선관리의 실패가 있었느냐, 저는 아버지한테 제대로 못 배워서 그런 것 같아요.
뭐냐 하면 박정희 전 대통령과 당시에 이제 양김 씨라든가 이런 사람들은 소위 말해서 지금은 1인자냐 2인자냐 까지의 논란이 있지만 2인자 관리의 용병술이 있어요. 2, 3인자를 여러 사람 둬서 디바이드 앤 룰을 해야 되거든요. 서로 감시하고 견제하게 해야 하는데 지금 철저하게 그것도 비선인 최순실씨한테 모든 것을 의존하다 보니까 거기에 선거자금도 의존하고, 정책홍보도 의존하고 전략도 의존하고 이러다 보니까 한 사람의 이런 전횡을 막지 못하는 일이 벌어진 것 같습니다."
"정말 국민들을 호구로 보고 있구나"
박 대통령 3차 담화에 대한 국민들의 목소리
- "원인 제공자가 국회에 문제를 떠넘겨"
- "이 사람을 저는 대통령이라 부르지 않습니다"
- "담화가 아니라 우롱하는 말"
- "며칠만에 한번씩 나타나서 국수에 간보는 식"
- "자의로는 절대로 내려오지 않을 사람"
박근혜는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 1129미디어오늘
[뉴스분석] 비박계 흔들어 탄핵 중단시키고 개헌 논의로 시간 끌기 전략… "사심 없다" 특검 보이콧 가능성도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소추안 상정을 앞두고 임기 단축이란 카드를 국회에 던지며 정국을 혼란에 빠뜨렸다. 박 대통령은 29일 청와대에서 발표한 대국민담화에서 “여야 정치권이 논의하여 국정의 혼란과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할 수 있는 방안을 말씀해주시면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직 사퇴의 전제조건은 국회 합의다.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했지만 대선을 1년 남짓 남겨두고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여야 정치권이 원만한 합의에 이르기까지는 수많은 충돌과 타협을 거쳐야 한다. 여야가 관련 문제에 대해 합의하지 못할시 국정 혼란의 책임은 국회가 져야 하는 상황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당장 박 대통령의 범죄 행위를 정리한 탄핵 소추안 논의는 차질을 빚게 될 것으로 보인다. 빠르면 오는 12월2일 가결될 가능성이 높았던 탄핵소추안의 시간표를 원점으로 돌려버린 것이다.
질서있는 퇴진을 제안했던 친박 중진들은 대통령이 퇴진 의사를 밝혔다는 명분을 들어 탄핵 절차를 전면에서 막을 가능성이 크다. 당장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박 대통령 담화 발표 직후 “야당에 탄핵 일정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겠다”고 밝히고 나섰다. 탄핵 대열에 동참했던 비박계 40여명도 입장 정리에 들어갔다. 야권은 당초 진행했던 대로 탄핵 절차를 밟을 수 있지만 가결에 필요한 표 계산에 신중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박 대통령의 담화문을 놓고 “시간을 끌기 위한 꼼수”라고 했지만 판을 흔드는 뻔한 노림수가 실제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친박이 박 대통령의 담화문을 내세워 개헌 카드를 꺼내들면 비박계가 원심력을 잃고 흔들리면서 탄핵 소추안을 발의조차 못하는 상황도 올 수 있다. 최악의 경우 개헌 논의가 전면에 등장하면서 여야 공방이 시작되고 박 대통령이 시간을 끌며 임기를 채우는 시나리오도 예상해볼 수 있다.
박 대통령이 지난 10월24일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저는 오늘부터 개헌을 주장하는 국민과 국회의 요구를 국정 과제로 받아들이고 개헌을 위한 실무적인 준비를 해 나가겠다”며 깜짝 개헌 카드를 꺼냈을 때만 해도 ‘꼼수’라는 비난이 쏟아졌지만 이번 담화 내용은 자신의 퇴진을 국회에 떠넘기면서 정국을 블랙홀로 끌어들이는 물귀신 작전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윤태곤 의제와전략 정치분석실장은 “대통령 입장에선 가치 판단을 떠나 똑똑한 선택을 한 것”이라며 “냉정하게 보면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가 담화문 직전 한 발언 등을 보면 야당과 접점이 있을 수밖에 없는 내용을 발표했기 때문에 머리가 복잡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전 대표는 전날 jtbc 인터뷰에서 즉각 퇴진 후 후속조치를 묻는 질문을 받고 '국민 여론을 모으겠다'고 한 자신의 답변에 대해 "사퇴 시한을 정한다든지 사퇴를 예고한다든지 그런 방식으로 이 대선에 좀 더 많은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방향이 있을 것 같다. 그 경우엔 국민들이 수용여부를 판단하게 될 것이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라고 말했는데 박 대통령의 발표 내용과 맥락이 닿아있다는 것이다.
윤 실장은 “야당의 리더십이 강하면 대통령의 제안을 받아 총리도 지명하고 시한을 정해놓고 내려오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야권에서 명예로운 퇴진을 얘기하면 즉각 탄핵 절차를 밟아야 하는 등 서로 비난하면서 스스로를 묶어둔 상황이었다”면서 “되든 안 되든 야권은 확실한 길로 탄핵을 빨리 결정해야 한다. 시간을 끌수록 표는 모아지는 것이 아니라 분산된다”고 전망했다.
박 대통령 입장에선 100% 자신의 제안대로 정국이 흘러가지 않는다고 하더라고 당장 탄핵을 피하면서 시간을 끌고 정치권을 교란시키는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최순실 게이트를 바라보는 박 대통령의 인식은 더욱 문제다.
박 대통령은 “단 한 순간도 저의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고 작은 사심도 품지 않고 살아왔다”며 “지금 벌어진 여러 문제들 역시 저로서는 국가를 위한 공적인 사업이라고 믿고 추진했던 일들이었고 그 과정에서 어떠한 개인적 이익도 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실상 자신에게 적용된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이다. 박 대통령은 “주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은 결국 저의 큰 잘못”이라며 최순실 게이트를 주변 개인들의 국정농단 사건으로 축소시켰다. 검찰은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국정농단 행위가 이뤄졌다고 보고 있고, 관련자들 수사에서 박 대통령을 공범으로 적시했지만 박 대통령은 이를 전면 부인하면서 검찰 조사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특검으로 넘어간다고 하더라도 박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인식으로 볼 때 응하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결국 앞에서는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며 정치권의 탄핵 절차를 흔들어놓고 뒤에선 검찰 조사를 받지 않겠다는 것이 박 대통령 담화문 내용의 핵심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박 대통령 담화문이 오히려 촛불 민심을 폭발시킬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또 한 번 국민을 기만하고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자신의 많은 범죄와 엄중한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억울하다는 식으로 강변하고 궤변을 일삼았다”며 “시간끌기 꼼수라는 것도 너무 뻔하다. 5주 연속 거리를 나온 수백만 국민들의 간절한 촉구와 절박한 호소를 끝까지 외면한 것으로 더 큰 혼란을 만들지 말고 즉각 퇴진하는 것이 유일하고 가장 좋은 해법”이라고 말했다. 안 사무처장은 “시간끌기와 분열 시도 의도가 명백하고 정치공작의 의도까지 엿보인다는 점에서 정치권이 흔들림 없이 더 크게 즉각 퇴진에 나서야 한다. 이것이 광장에 나온 주권자들의 호소”라고 강조했다.
“탄핵 중단…거국 내각…개헌” 친박, 기다렸다는듯 총반격 1129한겨레
[새누리, 4시간30분 의원총회]
서청원 “질서있는 퇴진 결단” “거국내각 구성” 지침
이정현 “야당은 국가와 국민 생각해야” 훈수까지
정진석 “탄핵 계속할지 야당과 협상” …개헌국면 이어갈 조짐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이 2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오후 자신의 거취를 국회에 떠넘기는 내용의 3차 담화를 발표한 직후, 새누리당은 의원총회를 열었다. 의총은 ‘탄핵 중단’을 주장하는 친박계와 ‘계속 추진’을 주장하는 비박계가 팽팽하게 맞서, 당론을 정하지는 못한 채 4시간 반 만에 끝났다. 눈에 띈 것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면에서 숨죽이고 있던 친박계가 공세적으로 나선 점이다.
의총 첫 발언자는 그동안 좀처럼 공개석상에 나서지 않았던 친박계 좌장 격인 서청원 의원이었다. 그는 “새누리당이 대통령의 질서있는 퇴진 결단을 국정 안정과 국가 발전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야권과 폭넓게 의견을 모아 정권 이양의 질서를 만드는 게 대통령에 대한 마지막 예우”라고 분위기를 잡았다. 탄핵안 통과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내던진 대통령의 무책임한 제안을 ‘질서있는 퇴진 결단’으로 둔갑시킨 것이다. 그러면서 서 의원은 “야권에서 거국내각 총리를 협의해 추천하고 국회에서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며 다음 지침을 제시하는가 하면, “야당도 대승적 견지에서 대통령의 결단을 판단해주길 바란다. 그러지 않으면 국민들이 저항할 것”이라는 ‘훈수’까지 뒀다. 이어 친박계 초·재선 의원들도 발언에 나서 동일한 주장을 폈다. 비박계도 반격에 나섰지만 숫자에서는 열세였다고 한다.
정치권에서는 전날 친박계의 ‘질서있는 퇴진’ 건의와 그에 따른 대통령 대국민 담화, 이후 당내 친박계의 대대적 반격 등이 잘 짜인 시나리오에 따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당의 핵심인 이정현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도 동시에 움직였다. 이정현 대표는 “이제 국회가 논의해 결정해야 한다. 야당이 정치적 조급함, 성급함, 욕심을 갖기에 앞서 국가와 국민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몇 차례 탄핵 속도 조절론을 내세운 바 있는 정 원내대표도 “대통령의 담화는 사실상의 하야 선언”이라며 “상황 변화가 생긴 만큼 두 야당과 탄핵 절차 진행에 대해 원점에서 다시 논의하겠다”고 선언했다. 정 원내대표는 다만 의총을 마친 뒤에는 기자들에게 “탄핵이라는 카드를 버리지는 않았다”며 “이 문제에 대해서 야당과 계속 협상해 봐야겠다. 협상하는 기간이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을 듯하다”고 한발 물러섰다.
새누리당 친박계의 다음 수순은 탄핵 국면을 개헌 공방 국면으로 바꾸는 것이 될 전망이다. 박 대통령의 담화로 비주류를 흔들어 탄핵 부결 또는 중단을 끌어낸 다음, 여야는 물론 당내에서도 합의가 쉽지 않은 개헌 국면을 이어가며 시간을 벌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이날 친박계 인사들은 일제히 “대통령의 퇴진을 현실화하려면 임기를 당기는 개헌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개헌=퇴진’이라는 점을 못 박았다. 서청원 의원은 “그동안 200명 넘는 의원들이 개헌하자고 했으니까, 빠른 시일 내에 (개헌) 일정이 잡히면 대통령은 언제든 그만두시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도 이날 의원총회에서 “12월 중 개헌특위 설치 등 개헌 로드맵 작성에 나서겠다”고 밝히며, “개헌이 이뤄지면 헌법 개정 절차에 따라 대통령의 질서있는 조기 퇴진이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우택 의원은 “여야가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하고, 기왕 이렇게 된 거 분권형 개헌까지 추진해서 안정적인 대선 준비까지 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와 의원 등이 2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정진석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하지만 당내 일각에선 박 대통령의 이날 승부수가 새누리당에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내 비주류의 한 중진 의원은 “여론이 무서워 탄핵을 향해 달려가던 새누리당이 25일 만에 입을 연 대통령의 담화를 제대로 뜯어보지도 않고 친박들이 집단적으로 궤도를 수정하려고 한다. 결국 새누리당은 ‘친박당’이라는 점만 부각될 것”이라고 짚었다.
끝까지 '잘못 없다'는 박근혜, 이승만과 비교해보니 1129 미디어오늘
이승만, 3.15 부정선거 후 42일 만에 하야 택해... 박 대통령, 하야 외면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퇴진 의사를 밝혔다. 즉각적인 퇴진은 아니라는 점, 향후 반전을 꾀할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점에서 대통령의 퇴진 의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건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나겠다"고 언급한 것은 1960년 4월27일 이승만 대통령이 하야 성명을 발표한 지 56년 만의 일이다.두 대통령의 퇴진은 헌법질서를 파괴하고 끝까지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 대규모 퇴진운동이 하야 직전까지 연이어 벌어졌다는 점이 닮았다. 박 대통령이 보다 오래 견뎠다는 사실은 차이다.
▲ 1960년 4월27일 동아일보 1면
이 전 대통령의 경우 1960년 3.15 부정선거부터 4월26일 하야성명까지는 42일이 걸렸다. 3.15 부정선거는 이 전 대통령을 향한 대대적인 퇴진운동을 일으킨 촉발제였다. 이 전 대통령은 이기붕을 부통령으로 당선시키기 위해 공무원을 동원한 선거운동, 선거인명부 허위기재, 위조투표, 투표함 바꿔치기 등을 서슴지 않았다. 마산시민들이 3월16일 항거에 나서는 등 퇴진운동이 확대됐으나 폭력진압으로 시민들이 목숨을 잃기까지 했다. 이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급감해갔다.
4월11일 최루탄이 박힌 고 김주열씨의 시신이 마산 앞바다에서 발견되며 퇴진운동은 급격히 진전됐다. 4.19혁명은 서울 시내 대학생, 중·고교생들이 일제히 거리로 나오며 시작됐다. 시위대는 대통령 관저 '경무대'까지 접근했다. 이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한 이날, 서울에서만 경찰의 총격에 의해 사망자 100여 명이 발생했다. 폭력진압에 의한 희생자는 전국 186명으로 집계됐다. '살인정권 타도'라는 구호가 등장했다.대량 인명 피해로 국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4월25일 묵묵히 사태를 지켜보던 교수들도 하야 요구 선언문을 발표하며 거리로 나왔다. 이들은 "쓰러진 학생의 피에 보답하라"는 현수막을 들었다. 장면 부통령은 25일 사퇴했다.이 전 대통령은 다음 날인 26일 장기집권 12년을 끝으로 하야 성명을 발표했다. 허정이 권한대행 역할을 맡았다.4월26일 시위대는 더 불어났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장기집권 12년을 끝냈다. 하야 성명서를 발표한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은 5월29일 비밀리에 하와이로 망명해 다시 대한민국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 2010년 7월19일 서울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열린 '우남 이승만박사 45주기 추도식'에서 참석자들이 분향후 고개숙여 묵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승만 대통령은 4월26일 "나는 무엇이든지 국민이 원하는 것만이 있다면 민의를 따라서 하고자 할 것"이라며 "국민이 원한다면 대통령직을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의 담화문엔 부정선거, 폭력진압 등에 대한 사죄와 책임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 전 대통령은 하야할 때까지 자신의 과오를 언급한 적이 없었다.박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지난 9월20일 미르·K스포츠재단 비리 및 최순실 비선 실세 의혹이 한겨레를 통해 보도되면서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졌다. 박 대통령은 29일까지 70여 일이 지나는 동안 세 차례 담화문을 발표했으나 헌법 질서를 어겼다는 등 제대로 된 사죄를 하지 않았다.29일 담화문에서 박 대통령은 퇴진 의사를 밝혔다. 박 대통령은 "저는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 결정에 맡기겠다"며 "여야 정치권이 논의해 국정 혼란 최소화하고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할 방안을 만들어 주면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했다.
▲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최순실 게이트 규탄 촛불집회에 참가자들이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며 촛불을 밝히고 있다. ⓒ포커스뉴스
그는 끝까지 국정 농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지금 벌어진 여러 문제들 역시 저로서는 국가를 위한 공적인 사업이라고 믿고 추진했던 일들"이었다며 "주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은 결국 저의 큰 잘못"이라고 밝혔다. '최순실 게이트'로 드러난 국정농단 사태를 주변인의 일탈로 몰고 있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3차 담화문이 있기 까진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촛불집회가 다섯 차례 이어졌다. 지난 26일 5차 범국민대회엔 최대 규모인 190만 명이 전국에 모였다.하야 요구가 거센 와중에도 박 대통령은 '질서있는 퇴진' 수순을 택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즉시 "탄핵 국면 탈출하려는 꼼수"라며 "국회는 탄핵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 밝혔다.
죽 쒀서 노태우 줬던 6·29의 악몽을 기억하자
“진퇴문제 국회 결정에 맡기겠다”고? 이미 대선국면 진입, 보수 재결집 노리는 친박·비박의 결탁
29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 3차 담화를 발표한 가운데 현 상황과 비슷했던 1987년 6월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1987년 4월18일 동아일보는 ‘4.19와 민주주의’라는 기사를 통해 “개헌의 추구가 호헌으로 돌아선 뒤 더욱 신문의 표제들은 암울한 글자들로 채워져 간다”고 보도했다. 4월13일 전두환 당시 대통령은 대통령직선제 개헌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이에 시민들이 저항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 1차 담화를 통해 관련 의혹을 부정했고 시민들은 대통령 퇴진을 요구했다.
1987년 6월은 2016년 11월과 비슷한 분위기였다. 각각 500만명, 400만명의 시민들이 거리에 쏟아져 각각 직선제 개헌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주장했다. 시민들의 요구에 대해 정치권을 어떤 선택을 했을까?
▲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1987년 6월25일 전두환-김영삼 민주당 총재는 영수회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전두환은 시위가 과격해지는 것을 자제한 김영삼에게 감사의 표시를 전했고, 김영삼은 “평화적 정부이양 자체는 훌륭한 것”이라며 “누구나 명예롭게 퇴임하고 보복없는 정치, 미래가 보장되는 정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께서 민주주의 기반만은 꼭 다져놓고 나가겠다고 하면 역사의 평가를 받으실 거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영삼은 “4·13 호헌선언은 철회하시는 게 좋겠다”며 김대중 연금가택 해제 등을 함께 요구했다. 이에 전두환은 “개헌논의를 재개하도록 하십시오”라며 “나는 정국을 이끌어가는 모든책임과 권한을 노(태우 민정당)대표에게 넘겼고 남은기간동안 대통령으로서 안보문제, 남북관계, 올림픽준비 등 국가적인 문제에 전념하겠다는 것이 나의 거짓없는 생각”이라고 답했다.
김영삼이 정국의 주도권을 쥐는 듯 했다. 지난 14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박 대통령을 상대로 영수회담을 전격 제안했던 것은 이 당시 김영삼의 역할을 떠올린 것으로 해석된다. 1987년 6월29일자 동아일보에 따르면 민주당 김영삼 총재는 이날 오전 민정당 노태우 대표위원이 밝힌 시국수습안에 대해 “만시지탄의 감이 있으나 이 시점에서의 가장 희망찬 발표로서 전적으로 환영한다”고 논평했다. 김영삼은 “정부여당은 오늘 발표된 사항에 대해 빨리 결정, 9월까지 직선제개헌과 대통령선거법 및 국회의원선거법 개정을 완료하고 추위가 오기 전, 가급적 10월쯤 대선을 실시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개헌을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김영삼의 뜻을 청와대에서 수용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 김영삼의 요구보다 두 달 늦은 12월 대선이 실시됐다. 김영삼은 대선이 빠를수록 자신의 당선이 유력하다고 믿을 만했다. 김영삼과 전두환은 같은 테이블에서 다른 꿈을 꿨다. 전두환은 영수회담으로 관심을 국회로 돌리며 비난을 피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3차 대국민 담화에서 자신의 거취 문제를 국회의 몫으로 돌렸다. 1985년 실시된 12대 총선에서 김영삼의 신민당은 지금의 민주당 못지않은 총선승리를 거둔 상황이었다. 1981년 11대 국회에서 여당인 민정당은 1당, 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가 주도해 만든 2중대 민한당에 밀려 신민당은 3당에 불과했다. 전두환 정권의 실정으로 11대 국회에서 11석이던 신민당은 12대 국회에서 67석으로 성장했고, 2중대로 불렸던 민한당은 몰락했다. 신민당 김영삼 총재는 대선승리를 노려볼만한 분위기였다. 그러나 87년 대선에서 6월29일 시국수습안을 발표했던 노태우가 차기 대통령이 됐다. 시민들이 요구하던 박종철, 이한열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은 물건너갔다.
29일 담화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며 “여야 정치권이 논의하여 국정의 혼란과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되게 정권을 이야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주시면 그 일정과 법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했다.국회에 결정을 맡기겠다는 말에 정치권의 동상이몽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28일 친박계 중진들이 “탄핵보다 질서있는 퇴진을 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고, 박 대통령에게 결단을 요구했다. 대통령이 자신의 진퇴 문제를 국회로 넘긴 가운데 이 상황을 주도한 친박계에 힘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제1당의 유력 대선후보이자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 뿐 아니라 다른 잠룡들은 박 대통령의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노력이 가시화될 것이다. 전두환이 노태우에게 힘을 실어줬듯이 박근혜가 누구를 사실상 ‘후임자’로 생각할지도 지켜봐야 할 문제다. 현 시국은 누가 노태우의 자리를 차지하느냐의 경쟁이다.
▲ 12.12 5.18사건 선고공판 1996년 8월 전두환 노태우. 사진=대한민국정부기록사진집
1987년 6월29일 당시 연금에서 해제된 김대중 민추협 공동의장은 “연내에 대선을 신시, 민주화가 연내에 기필코 달성될 수 있을 것이라 본다”며 지난해 11월5일 공표한 자신의 불출마선언이 유효한가는 질문에 “조국의 민주화를 위해 국민과 협력하는 것이 소원일 뿐 대통령이 되는데 관심이 없다”고 답변했다. 전두환의 빈자리를 노렸던 김대중은 대선불출마 선언을 깨며 선거에 출마했고, 결과적으로 양김 분열은 노태우 당선을 야기했다. 정치권의 정쟁이 격해질 경우 87년 당시처럼 중요한 이슈는 묻힐 가능성이 높다. 29일 대통령 담화 직전 4.16연대는 “참사 당일 7시간 직무유기를 은폐하기 위한 박근혜의 꼼수”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탄핵도 과분하다”며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단죄해야 하는 것은 현 시기 비상시국의 강력한 요구”라고 주장했다.
대통령 담화 화답한 조선·중앙 “탄핵은 가급적 피해야” 1130 미디어오늘
[아침신문 솎아보기] 비박계가 변수, 탄핵표결 9일로 미뤄질 가능성… 조선 "고심 끝에 내린 결정 실행돼야
박근혜 대통령이 3차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겉으로는 퇴진을 공식화했다. 그러나 퇴진 시기나 방식은 제시하지 않은 채 국회로 공을 떠넘기고, 사익을 추구한 적 없다고 결백을 주장하고 나섰다. 야3당은 탄핵을 흔들림없이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정작 탄핵의 열쇠는 새누리당 비박계에 돌아왔다. 비박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가운데 개헌 불씨까지 던져진 정치권의 속내가 복잡하다.
190만 촛불에도 ‘정치적 꼼수’로 화답
박근혜 대통령은 29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며 자신의 거취에 대한 결정을 국회에 떠넘겼다.
이날 대국민담화에서 박 대통령은 “여야 정치권이 논의하여 국정의 혼란과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주시면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발언은 겉으로는 국회의 퇴진 관련 일정에 그대로 따르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야가 총리를 추천하고 조기 대선 등의 구체적 정치 일정을 짜는 것은 사실상 단기간에 하기 어렵고, 이번 담화로 당장 탄핵 정국부터 복잡해진 상황에서 모든 혼란을 국회로 넘긴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상 거리로 나와 즉각 퇴진을 외쳤던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요구를 거부한 것으로 해석된다.
▲ 한국일보 1면 기사 갈무리.
한겨레는 “다음달 2일 처리를 목표로 탄핵을 추진하고 있는 야권과 새누리당 비박계를 ‘이간’시켜 탄핵의 동력을 떨어뜨리려는 의도도 엿보인다”고 평가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자신의 억울함을 강조하는 모습도 보였다. 박 대통령은 “주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은 결국 저의 큰 잘못”이라며 현 상황을 최순실씨의 탓으로 떠넘기면서도 “저로서는 국가를 위한 공적인 사업이라고 믿고 추진했던 일들이었고 그 과정에서 어떤 개인적 이익도 취하지 않았다”며 이번 사태가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사실상 피의자로 박 대통령을 지목했던 검찰의 수사 내용을 반박하는 모양새이기도 하다.
‘즉각 탄핵’에서 고심 깊어진 정치권
야3당은 일단 흔들림없이 탄핵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당은 다음달 2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처리하겠다고 29일 밝혔다. 탄핵 소추 사유에는 박 대통령의 제3자 뇌물죄와 세월호 참사 책임 등도 포함시키는 방향을 잡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탄핵에 힘을 싣겠다는 입장이었던 새누리당 비박계의 분위기는 달라졌다. 새누리당 비주류가 주도하는 비상시국위원회는 29일 ‘선 박 대통령 조기 퇴진 협상, 후 9일 탄핵’이라는 입장을 정했다. 캐스팅보트인 새누리당 비박계가 2일 탄핵소추안 표결에 반대하면서 야3당도 탄핵소추안 의결 시점을 9일로 미룰 가능성도 나온다.
▲ 한겨레 4면 기사 갈무리.
한겨레에 따르면 비박계의 이날 결정의 배경에는 박 대통령의 제안을 곧장 걷어차는 것에 부담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김무성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비박계 일부가 이번 기회에 개헌 논의까지 이어봤으면 하는 기대가 담긴 복잡함도 놓여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한겨레에 따르면 김무성 전 대표는 이날 박 대통령 담화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며 말을 아꼈다.
한국일보는 “탄핵 민심이 얼마나 뜨거워지느냐가 야당의 선택을 좌우할 것”이라고 풀이했다. 새누리당 비박계가 9일로 탄핵 시점을 잡아둔 상황에서 이 기간동안 비박계 의원들을 얼마나 설득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또 야당역시 퇴진 방식을 두고 논의가 장기화되거나 탄핵안이 만에 하나 부결된다면 정국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이러한 박 대통령의 담화에 적극 지지하는 쪽은 역시 친박계다. 이날 박 대통령의 담화에 적극 지지하며 박 대통령의 질서있는 퇴진을 한 목소리로 지지하고 나섰다. 서청원 의원은 “야당은 대통령이 퇴진하지 않을 경우 탄핵으로 가려고 했는데 대통령이 물러나겠다고 한 이상 그것은 국민에 대한 설득력이 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친박계의 반응에 야당은 ‘친박의 고육지책’이라는 해석도 내놓는다. 국민일보는 “야권과 여당 일각에선 박 대통령 탄핵 이후 친박계가 폐족(廢族)으로 전락하는 상황을 막기 위한 ‘생존전략’이라고 해석”했다고 보도했다.
되살아난 개헌 불씨?
박 대통령은 대국민담화에서 개헌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개헌 논의에 다시 불을 지피고 있다. 이날 박 대통령이 대국민담화에서 “대통령 임기단축을 포함한 진퇴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고 말한 것에 대해 임기단축 개헌론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임기단축개헌은 ‘대통령의 임기는 5년으로 하며 중임할 수 없다’는 헌법 제70조의 부칙조항에 임기 제한 내용을 넣자는 방안이다. 한국일보는 이러한 방안이 “탄핵보다 퇴각 시간을 앞당길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면서도 “임기단축만을 위한 ‘원 포인트’ 개헌으로 갈지가 결정된 것은 아니어서 개헌이 신속한 퇴진의 발목을 잡는 의외의 복병이 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 한국일보 6면 기사 갈무리.
한국일보에 따르면 국회가 개헌안을 통과시키고 30일 이내에 국민투표에 부쳐 통과되면 곧바로 효력이 발생한다. 헌재의 탄핵심판 결정이 최장 180일이 걸릴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해볼 때 시간을 그만큼 절약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다만 개헌 논의가 시작되면 권력구조 개편이나 기본권, 지방분권 등 다양한 스펙트럼의 개헌요구가 빗발칠 수 있다는 점에서 논의가 지지부진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박 대통령을 두고 임기단축이 가능한지도 의문이다. 헌법 제128조2항은 대통령의 임기 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한 헌법 개정은 그 헌법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하여는 효력이 없다고 언급했다. 따라서 해석에 따라 박 대통령에게는 적용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한 개헌 논의를 하는 것 자체에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다. 경향신문은 이에 대해 “개헌논쟁을 점화시켜 탄핵국면을 뒤덮으려는 계산”이라고 꼬집었다. 경향신문은 “박 대통령은 ‘개헌’을 적시하지는 않았지만, ‘안정되게 이양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달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 등 임기 단축개헌 필요성을 시사했다”고 해석했다.
또한 경향신문은 개헌을 시사하는 듯한 이러한 발언의 뒤에는 “김무성 전 대표 등 비박계 개헌론자들을 탄핵 대열에서 끌어내고, 야권 내 개헌 찬반여론을 분리하는 등 야권 균열을 노린 것”이라고 전했다.
조간 사설들도 ‘즉각 탄핵’ vs ‘퇴진 논의’
조간들의 사설역시 속내가 복잡해보이긴 마찬가지다. 즉각 퇴진과 탄핵이 답이라고 주장하는 쪽이 있는가 하면, 박 대통령이 제시한대로 국회가 개헌을 포함해 다양한 퇴진 논의를 먼저 이어가는 것이 우선이라고 보는 쪽이 갈린다. 우선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국민일보 등은 탄핵보다 박 대통령이 제시한 대로 국회가 ‘질서있는 퇴진’ 로드맵을 짜는 것이 우선이라는 쪽이다.
조선일보는 사설을 통해 “탄핵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며 새누리당 친박계의 입장에 힘을 실었다. 조선일보는 “탄핵은 국회와 헌재가 대통령을 파면하는 것이다. 헌재 결정이 나올 때까지 수개월에 걸쳐 우리 사회가 이리저리 쪼개지는 등 새로운 혼란이 야기될 수도 있다”며 탄핵보다 임기 단축의 방법을 국회가 고안해야 한다며 박 대통령의 담화 내용을 사실상 그대로 받아들였다.
또한 “박 대통령이 고심 끝에 내렸을 결정이 그 취지대로 실현돼야 한다”면서도 “박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정치권은 어지러운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국회가 혼란에 빠진 것은 박 대통령의 의도가 아니라, 국회 자체의 정치공방 때문이라며 대국민담화로 인한 혼란조차도 국회의 공으로 떠넘겼다.
▲ 조선일보 30일자 사설 갈무리.
중앙일보 역시 사설에서 “원만한 합의만 끌어낼 수 있다면 국정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진퇴 문제를 국회가 논의해달라는 박 대통령의 담화에 동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탄핵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탄핵 심판에서 법리를 다투며 시간을 끌려 할 테고, 식물 정부는 무정부 상태로 전락할 게 뻔하다. 사회 전체엔 반목과 충돌도 격화될 게 분명하다”고 전했다.
반면 동아일보와 경향신문, 한겨레 등은 사설을 통해 정치권이 즉각 탄핵 절차에 착수해야 한다고 전했다. 동아일보는 “우리 헌법에는 명백하게 대통령의 퇴진 절차가 명시돼 있다. 즉각 퇴진, 아니면 탄핵”이라며 “헌법에 명시된 탄핵 절차를 따르는 것이야말로 헌정 질서에 맞는 ‘질서 있는 퇴진’”이라고 강조했다.
▲ 동아일보 30일자 사설 갈무리.
경향신문의 사설 역시 동아일보의 사설과 같은 맥락이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국회는 예정대로 탄핵을 단단히 추진해야 한다. 탄핵은 국정 공백과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유일한 방책”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도 사설에서 “결국 박 대통령의 3차 대국민담화로 탄핵안을 압도적으로 통과시켜야 할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며 탄핵 논의에 힘을 실었다.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 긴급 기자회견 1130 민중의 소리
박근혜 퇴진행동 “박근혜 담화, 국민 우롱” 주말 최대 촛불 ‘호소’
퇴진행동 “30일 총파업·시민불복종의 날, 청와대 100m앞까지 행진”
29일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대국민담화 이후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발표했다ⓒ민중의소리
박근혜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이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대국민담화에 대해 “국민을 우롱하고 농락한 기만적 담화”라고 규정하고 이번 주말 열리는 촛불집회를 그간 있었던 ‘비상국민행동’의 연장선이 아닌 ‘박근혜 즉각 퇴진의 날’로 명명했다. 퇴진행동은 “범죄자 박근혜 즉각 퇴진을 위해 이번 주말 최대 촛불이 될 수 있도록 모여달라”고 호소했다.
박근혜의 최악의 범죄 1130 경향
통진당은 집권여당의 친재벌 신자유주의나 제도야당의 사회적 자유주의와 질적으로 다른 민중적 ‘대안’을 대표했다. 특정 사회 계층들의 지지를 받는 대안적 정치세력들을 강제로 해산시키는 것은, 과연 민주사회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인가? 피고들이 “만들었다”는 RO(“혁명조직”)의 실체가 없었다는 것이 드러났으며, ‘내란음모’라는 무시무시한 혐의 내용에 대해서도 무죄가 선고됐다.
편법을 동원해 대통령직을 장악하고, 그다음에 민주주의와 사법정의의 상식을 무너뜨리는 일 이외에 ‘치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는 정객이, 그 국정운영의 ‘비법’이 탄로난 지금 같은 시점에서 하야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한데 과연 민주주의와 사법정의를 죽인 것은 박근혜 한 사람만이었을까?
‘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우리는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실은 교과서적 의미의 ‘정부’란 우리에게 없었던 것이다. ‘정부’란 공익을 챙기는 공적 기관이라면 박근혜의 행정부는 ‘정부’와 거리가 멀었다.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박근혜 행정부는 국가정보원 선거 개입이라는 비합법적 방법으로 관료체계를 편법적으로 장악한 사조직에 가까웠다. 권력을 편취한 이 사조직은, 그 뒤로는 이미 한참 진행 중이었던 대기업들에 의한 국가 사유화의 과정에서 핵심적인 연결고리로 작용했다. 최순실과 그의 재단들이 대기업들의 돈을 챙기는 만큼 대기업들에 필요한 인허가와 법률들이 ‘정부’에 의해서 급조됐다. 이 구조에서는 공익에 대한 고려란 들어설 여지 자체가 없었다. 대한민국이 재벌과 관벌들이 대주주로 있는 하나의 주식회사라면, ‘최순실 게이트’란 일부 대주주와 지배인, 그리고 지배인의 측근들이 작당해서 회사 운영을 사리사욕에 희생시킨 배임사건 격이 될 것이다. 한데 공공성이라고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주식회사 대한민국’에서는 이와 같은 배임은 구조적 문제다. 대주주와 지배인의 야욕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들이 거의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대체로 저범죄 사회다. 예컨대 살인율(인구 10만명당 살인사건 건수)은 스웨덴이나 덴마크와 같은 유럽 복지국가보다 더 낮다. 일반인이 범죄를 저지르면 법적 처벌을 받는데다 전과자로서 남은 평생을 이등 시민으로 살아가야 한다. 한데 국가권력을 장악한 사조직은, 계속해서 범죄들을 저질러도 그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다. 박근혜 행정부의 범죄성이 짙은 ‘정책’들을 단순 열거하려 해도 여러장의 종이가 필요할 정도다. 세월호 침몰 당시의 직무유기, 국가 주권을 포기한 전시작전권 전환 무기한 연기, 집 없는 서민들의 주거비를 인상시킨 부동산 대책, 백남기 농민의 목숨을 빼앗은 시위진압시 살수차 사용, 민주주의와 다양성을 짓밟은 한국사 국정교과서… 이 ‘정책’마다 수많은 피해자들이 속출하곤 했기에 단순히 열거만 해도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그러나 이 모든 패악질 중에서도 2013~14년의 ‘이석기 사건’, 즉 의회의 제2 야당 격이었던 통합진보당의 법적 해산과 이석기 전 의원 등의 구속과 재판은 특기할 만하다고 본다. 이 사건으로 1987년 대투쟁으로 쟁취된 형식적·절차적 민주주의는 회복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은 것이다. 사실 ‘이석기 사건’ 이후의 대한민국을 민주국가라고 부른다는 것 자체가 무리일 것이다.
민주국가라면 지배자들과 생각을 달리하는 민중세력들에게 적어도 합법적인 활동의 공간이 주어진다. 2010년대 초반의 한국에서는, 통합진보당은 그런 민중세력들 중에서는 가장 규모가 컸다. 명부상 당원 수가 10만명에 달했고, 총선에서의 득표율은 약 10% 정도 되고, 의석 13석을 보유했다. 당의 간부 중에 상당수는 노동조합·시민단체에서 영향력을 갖고 있었고, 당대표이던 이정희는 대중성이 강한 유명 정치인이었다. 당의 뚜렷한 지지기반은 일부 조직노동자와 재학 시절에 정치투쟁의 경험을 쌓은 일부 30~40대 고학력자들이었다. 그리고 사민주의적 재분배 정책과 민족국가 완성을 지향하는 요구(미군 철수, 남북한 통일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일련의 정책)의 혼합인 통진당의 강령은, 대체로 지지계층의 이해관계를 정확하게 표방했다. 재분배 정책, 즉 각종 사회임금(복지비용)의 증가는 당연히 피고용자들에게 유리하며, 민족국가 완성, 그리고 세계적 신자유주의의 본산인 미국과의 거리두기를 지향하는 것은 여러모로 국가의 재분배 기능 강화와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통진당은 현실정치에서 집권여당의 친재벌 신자유주의나 제도야당의 사회적 자유주의와 질적으로 다른 민중적 ‘대안’을 대표했다. 그러면, 특정 사회 계층들의 지지를 받는 대안적 정치세력들을 강제로 해산시키는 것은, 과연 민주사회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인가?
민주주의와 함께, 국가를 장악한 사조직에 희생된 것은 사법정의다. 민주국가의 특징이 사법부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이지만, 통진당을 강제 해산시키고 국민이 뽑은 국회의원들의 의원직을 박탈한 헌법재판소는 이미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지 않았다. 사법을 가장한 정치적 탄압의 가장 노골적인 경우는, 이석기 전 의원과 김홍열, 이상호, 조양원, 홍순석, 김근래 등 통진당의 여러 간부들에 대한 재판이었다. 재판 과정에서 국정원과 검찰 주장의 핵심적 부분들이 사실상 허위로 판명됐다. 피고들이 “만들었다”는 RO(“혁명조직”)의 실체가 없었다는 것이 드러났으며, ‘내란음모’라는 무시무시한 혐의 내용에 대해서도 무죄가 선고됐다. 이석기 의원의 체포 당시에 언론들이 대서특필했던 “대북 연계”도 어디에서도 포착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석기 전 의원은 1심에서 10년형을 선고받고 항소심에서 9년형을 선고받았다. 판결에서 언급된 그의 “범죄” 내용은 -전세계가 반인권적이라고 여기는 국가보안법의 위반 이외에는- “내란선동”이다. 120여명에게 했던 90분짜리 정세 강연 녹음테이프에 의거해서 살인자나 강간범이 받을 무거운 형량을 선고하는 것은, 과연 사법을 가장한 정적 제거가 아니면 무엇인가? 거기에다가 문제의 테이프가 공안기관에 의해서 여러 곳이 변조된 점까지 염두에 두면, 이런 재판이 사법정의의 사망을 알렸다는 생각만이 자꾸 든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 국내 도시마다 “박근혜 하야하라!”는 힘찬 함성이 들린다. 편법을 동원해 대통령직을 장악하고, 그다음에 민주주의와 사법정의의 상식을 무너뜨리는 일 이외에 ‘치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는 정객이, 그 국정운영의 ‘비법’이 탄로난 지금 같은 시점에서 하야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한데 과연 민주주의와 사법정의를 죽인 것은 박근혜 한 사람만이었을까? 최근에 출판된 ‘이석기 사건’을 다룬 책 <이카로스의 감옥>을 읽고 있는 중이다. 이 사건과 관련이 있는 거의 모든 자료들을 꼼꼼히 모은 이 책을 읽다 보면, 박근혜 사조직의 민주주의와 사법질서 파괴에 수많은 협력자가 있었다는 점을 쉽게 알 수 있다. ‘이석기 재판’ 과정에서 RO의 실체가 없었으며 문제의 정세 강연이 있었던 행사가 ‘비밀회합’이 아닌 정기적인 정당 행사였다는 부분이 다 밝혀졌지만, ‘이석기 사건’이 터졌을 그 당시에는 <조선일보>나 <한국일보> 등의 여러 신문이 국정원이 집필한 “이석기 내란음모” 소설을 사실인 양 보도했다. 정보기관과 언론이 정언유착을 이루어 정권의 정적에 대한 종북몰이, 공안몰이를 같이 하면 민주주의나 기초적 인권상식이 온전히 남을 리가 있겠는가? 민주국가에서의 인권 상식인 무죄추정 원칙이, 근거 없는 혐의를 유죄판결처럼 보도하는 언론에 파괴되고 말았다. 또 다른 민주주의의 보루인 국회는 일찌감치 종북 마녀사냥 앞에서 두 손을 들었다. 2013년 9월4일에 있었던 이석기 체포동의안 국회투표에서는 반대표는 14표에 그쳤으며 여당은 물론이고 야당인 민주당과 정의당마저도 찬성을 당론으로 정할 정도로 공안 일색의 분위기가 팽배했다. 지금 박근혜 하야를 촉구하고 있는 야당들은, 그 당시에는 사실상 박근혜 일당의 정적 제거를 도와주고 있는 꼴이었다. 또 검사와 판사 등 사법부는, 박근혜의 반인권적 종북사냥에 앞장서고 있었다.
박근혜 패거리가 ‘이석기 사건’을 비롯한 반민주, 반인권 폭거들을 이렇게 손쉽게 저지를 수 있었던 배경에는, 한국 ‘주류’의 해묵은 반민주성, 반민중성이 있었다. 고급 공무원이나 거대언론부터 제도야당까지, 재벌과 박근혜-최순실 패당에 의한 국가의 사유화보다 민중들의 정치세력화를 훨씬 더 두려워했던 모양이다. 우리가 본격적 변화를 원한다면, 엉터리 대통령의 퇴진, ‘이석기 사건’ 피해자를 비롯한 양심수들의 석방뿐만 아니라 박근혜 패당의 협력자들에 대한 책임 추궁도 요구해야 한다./ 박노자노르웨이 오슬로대 교수·한국학
유치원부터 무찌르자 공산당? 1129시사인
국가보훈처가 ‘호국보훈교육진흥법’을 입법 예고했다. 법의 주요 골자는 유치원생부터 성인까지, 전 국민의 호국보훈 교육 ‘의무화’이다. 심상치 않은 이 법안에 대해 교육계에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10월26일 국가보훈처(이하 보훈처)는 법 하나를 입법 예고했다. 명칭은 ‘호국보훈교육진흥법’. 보훈처는 “국민의 호국보훈 정신과 국가에 대한 자긍심은 지속적으로 약화되고 있음. 특히 자라나는 세대의 건전한 국가정체성과 애국심 등을 높일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부족한 실정임”이라며 이 법의 제정 이유를 밝혔다.
법의 주요 골자는 유치원생부터 성인까지, 전 국민의 호국보훈 교육 ‘의무화’이다. 법안에 따르면, 보훈처장은 유치원 및 초·중학교 교육과정에 호국보훈 교육이 반영될 수 있도록 교육부 장관 또는 시·도 교육감에게 요청할 수 있으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는 반영되어야 한다(제9조 1항). 보훈처장은 호국보훈 교육 대학교도 지정할 수 있고(제9조 3항), 재외 동포에게도 호국보훈 교육을 실시할 수 있다(제15조 1항). 공무원은 당연히 의무교육이다(제10조 1·2항).
이뿐만이 아니다. 보훈처장은 각 학교에 호국보훈 교육 전담 교사 배치를 요청할 수 있다(제9조 2항). 호국보훈 교육을 실시하는 유치원과 초·중·고교, 공공기관 등을 보훈처장이 ‘평가’할 수도 있다(제17조 1항). 호국보훈 교육에 관해서는 보훈처장이 교육부 장관 못지않은 전권을 쥐는 셈이다.
ⓒ독자 제보 2014년 7월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군부대 소속 강사가 진행한 ‘나라사랑 교육’ 장면.
보훈처가 이토록 가르치고 싶어 하는 호국보훈 교육의 내용은 무엇일까? 이미 보훈처는 매년 수십억원씩 예산을 들여 이른바 ‘나라사랑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호국보훈 교육 사업을 수행해왔다. 나라사랑 꾸러기 유치원을 정하고 ‘나라사랑 배움터’라는 홈페이지도 운영하며 직무연수 2학점의 나라사랑 교육 교사 연수 과정도 진행해왔다. 이런 곳에서 사용한 교육 자료들을 살펴보면 보훈처가 법으로 의무화하려는 호국보훈 교육의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
호국보훈 교육의 첫째 목표는 ‘반공’이다. 보훈처 산하 보훈교육연구원이 작성해 보훈처가 배포하는 <나라사랑 교육 교사용 참고자료>에 따르면, 교사는 ‘천안함·연평도 사건 같은 북한의 도발을 알리고’ ‘북한 주민을 우리 이웃에 사는 사람처럼 친근하게만 그리는 내용을 바로잡아’ 학생들이 ‘동족의식에 따른 통일 논의에 함몰된 통일지상주의적 사고’를 하지 않도록 가르쳐야 한다. 또한 표현·결사·시위 및 파업의 자유와 권리를 누릴 때는 ‘예의 바르고’ ‘품격 있게’ 행사하도록 가르쳐야 한다고 써놓았다.
보훈처는 또한 ‘긍정의 역사관’도 강조한다. 앞서 설명한 교사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역사에 대해 나라 잃은 설움과 분단의 아픔, 부정과 독재로 얼룩진 역사만이 아니라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라는 ‘긍정의 역사’를 함께 기억하도록 교육해야 한다”.
이 ‘긍정의 역사’란 무엇일까? 지난해 보훈처가 실시한 나라사랑 교수학습 프로그램 경진대회에서 ‘국가정체성 및 자긍심 제고’ 부문상을 받은 초등학교 우수 학습지도안을 보면 알 수 있다. 이 학습지도안에서 교사는 대한민국의 성장 과정을 나타내는 여러 장의 사진을 보여주며 아이들에게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가르친다. 파독 광부, 파독 간호사, 포항제철, 새마을운동 등이 바로 그 ‘자랑스러운 장면’이다. 보훈처는 2011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을 ‘신화’로 찬양하고 반유신·반독재 운동과 광우병 촛불집회 등에 참여한 사람들을 ‘종북 세력’으로 표현한 안보교육 DVD를 학교와 시민단체 등에 배포하기도 했다. 이 DVD 제작에는 국가정보원이 관여하기도 했다(<시사IN> 제322호 ‘국정원과 보훈처 합작해 영화 찍나’ 기사 참조).
나라사랑 교육에 5484억원 달라는 보훈처
호국보훈교육진흥법은 또한 보훈처가 전문 강사를 지정해 각 교육 현장에 파견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이미 일선 학교에서는 보훈처가 내려보내는 전문 강사가 나라사랑 교육을 수시로 진행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까지 보훈처 나라사랑 교육 전문 강사로 교육 현장에 파견된 사람은 총 196명. 예비역 장교나 새터민 혹은 재향군인회·대한민국무공수훈자회·고엽제전우회 등에서 나온 참전 군인, 한국자유총연맹·바른사회하나로연구원 같은 보수·친정부 단체 소속 인사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초등학생들에게 총 쏘는 법을 가르치거나 북한 인권 실상을 가르친다며 ‘영아 살해, 강제 낙태’ 등의 끔찍한 고문 동영상을 틀어 물의를 빚기도 했다(위쪽 사진 참조).
보훈처의 이런 교육은 모두 국가 예산으로 진행되었다. 기존 국가유공자 보상과 제대 군인 지원 업무가 중심이던 보훈처는 2011년 2월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이 취임한 이후 ‘나라사랑교육과’를 신설하고 매년 관련 예산을 늘려왔다. 2011년 28억600만원이었던 보훈처 나라사랑 교육 예산은 2012년 42억1000만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고, 올해는 80억원이나 배정됐다. 그나마 보훈처가 기획재정부에 처음 요구한 예산 5484억4800만원에서 대폭 깎인 액수다. 보훈처는 내년 나라사랑 교육 사업에 올해보다 50% 높인 120억원을 편성해달라는 예산안을 짰다.
호국보훈교육진흥법이 통과되면 이런 나라사랑 교육이 ‘의무화’된다. 보훈처 예산과 더불어 교육부 예산도 여기에 투입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생긴다. 심상치 않은 이 법안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승환 전북도 교육감은 11월7일 “정치적으로 편향된 안보 교육을 강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 이런 비상식적 교육 계획이 학교 현장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막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최은순 회장은 “호국보훈교육법을 추진하는 것도 결국 국정교과서처럼 정권 입맛에 맞는 교육을 통해 국가가 아닌 정권에 충성하는 국민을 키우려는 시도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윤복희 “빨갱이들이 날뛰는 사탄의 세력” 트윗 논란…1130 스포츠경향
가수 윤복희가 특정 세력을 “빨갱이들이 날뛰는 사탄의 세력”이라 칭해 논란을 낳고 있다. ㅠ윤복희는 지난 29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에 “대한민국을 위해 기도합니다. 내 사랑하는 나라를 위해 기도합니다. 억울한 분들의 기도를 들으소서”라며 “빨갱이들이 날뛰는 사탄의 세력을 물리치소서”라는 글을 게재했다.
‘사탄의 세력’이란 표현이 구체적으로 어떤 무리를 뜻하는지 알 수 없으나 일부 누리꾼들은 맥락상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원하는 촛불집회 참가자들을 지칭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항의했다.
사진|윤복희 트위터 게시글 갈무리
트위터 사용자들의 항의에 윤복희는 “내 나라 대한민국을 위한 기도”, “기도는 강한 거에요” 등으로 답변했다. 현재 이 게시물은 삭제된 상태다.
서민이 보수정당에 투표하는 이유 1130 과학동아
권력자들이 자신의 권력을 놓지 않으려고 버티고 약자를 억누르려고 하는 현상들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시도로 이해된다. 예컨대 이번 미국 대선에서 백인 특히 남성들이 성차별 발언과 인종차별 발언을 일삼은 트럼프 후보에 몰표를 던지다시피 한 일에 대해서는 백인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사수하려한 발버둥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잘 사는 사람들이 보수적인 정당에 투표하는 것 역시 세금을 덜 내고 자신의 재산을 지키기 위한 나름의 합리적인 행동이라고 이야기 된다. 하지만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왜 약자들이, 유색인종들이 인종차별을 내세우는 후보를 지지하고 가난한 사람들이 복지 혜택을 축소하자는 정당을 지지하냐는 것이다.
이전에 미국에서 한 히스패닉계 남성이 공공장소에서 격앙된 목소리로 불법 이민자들이 아주 큰 문제이며 이들을 전부 내쫓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해서 의아했던 적이 있었다. 이민자를 반대하는 정서가 생기면 가장 큰 불이익을 볼 대상들이 히스패닉계일 것이기 때문이다. 왜 본인에게 불리할 이야기를 하는 걸까?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그가 정말 주고 싶었던 메시지는 “나는 불법 이민자가 아니다. 나는 미국의 적이 아니다. 나는 너네 편이야”였던 것 같다. 그래서 누구보다 앞장서서 불법 이민을 반대하고 백인들 입장에서 듣기 좋은 이야기를 하려고 했던 것 같다. “나는 다른 이민자들이랑 달라!”
실제로 사람들에게 자신이 ‘약자’임을 주지시키면 약자들에게 불리하고 기득권에게 유리한 인식들을, 논리적으로는 거부해야 할 것 같지만, 되려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는 연구들이 있었다. 그렇게 ‘친’기득권 세력이 되어 콩고물이라도 얻는 것이 싸우는 것보다 현실적으로 더 유리한 생존방식이기 때문일까?
관련 실험을 살펴보자(Craig et al., 2012). 조건은 두 개로, 한 조건은 차별을 당하는 조건이고 다른 한 조건은 통제조건이었다. 차별을 당하는 조건에서는 여성들에게 남성들과의 임금 격차라던가 직장내 성추행이라던가 하는 글들을 읽게 하고 통제 조건은 일반 기사문이나 과학 관련 글을 읽게 했다. 그 후 차별 조건의 여성들이 다양한 인종들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살펴보았다.
반응은 무의식적인 반응을 측정하기 위해 각 인종에 관련된 단어를 보고 이어 긍정적 단어와 부정적 단어를 봤을 때 그 반응 속도를 통해 측정했다. 컴퓨터 화면에 각 인종(흑인, 라틴계, 백인)과 관련된 단어들과 중립적인 단어들(자동차, 집 등)이 나타났다. 그 후 긍정적인(아름다운, 좋은) 또는 부정적인 단어(이상한, 나쁜)들이 나타났다. 참가자들의 과제는 인종 단어나 중립적인 단어들이 지나간 후 나오는 긍정적/부정적 단어에 따라 긍정적이면 키보드 상의 어떤 버튼(예컨대 H)을, 부정적이면 또 다른 버튼(예컨대 G)을 누르는 것이었다. 만약 어떤 사람에게 있어 흑인이 긍정적인 이미지라면 '흑인' 이라는 단어가 나온 후에 '아름다움' 이라는 단어가 나왔을 때 키보드에서 H 버튼을 누르는 속도가 빠를 것이고 나쁜 이미지라면 속도가 느릴 거라는 것이 연구자들의 생각이었다.
실제로 이런 방법은 어떤 대상에 대한 긍정적/부정적 인식을 직접적으로 알아보기 어려울 때(특히 인종 문제의 경우 다들 겉으로는 좋다고 응답할 가능성이 높음) 간접적인 방법으로 많이 쓰인다. 그 결과 통제 조건의 여성들은 인종에 따라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태도에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으나, 차별 조건의 여성들은 인종에 있어 주류 집단인 '백인'에게 특히 우호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백인 관련 단어 후에 긍정적인 단어가 나타났을 때 'H 버튼'을 제일 잽싸게 눌렀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추가로 한 두 개의 실험에서도 역시 비슷한 결과를 얻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연구자들은 사람들은 자신의 사회적 위치가 위협당한다고 느끼게 되면 (social identity threat), 즉 약자가 되면, 그 위협을 방어하고 자신의 지위를 회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회적으로 잘 나가는 집단과 가치관에 편승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약자가 명예기득권이 되는 현상이 부분적으로는 이렇게 나타나는 것인가 보다.
GIB 제공
이 외에도 오랜 차별에 노출된 사람들은 자기의 집단 정체성을 싫어하게 된다는 연구들도 있었다. 예컨대 “흑인이지만 나도 흑인이 싫어”, “여자지만 나도 여자가 싫어” 등 이렇게 사회 전체가 오래 쏘아 온 부정적인 시선이 ‘내면화’된 사람들의 경우 노화의 한 지표가 되는 세포의 텔로메어 길이(leukocyte telomere length)가 짧은 등 ‘노화’가 빨리 진행될 수 있다는 연구도 있었다(Chae et al., 2014).
약한 것보다 강한 것이 끌리기 마련일 것이다. 자신이 약하다면 강한 무엇과 친해지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도 본능적일지 모른다. 약자들과 연대하기보다 나는 쟤네들과 다르다며 선을 긋는 게 더 손쉬울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도 그랬겠지만 앞으로의 과제는, 이런 각자도생의 길보다 연대를 선택할 유인을 주는 것, 더 쉽게 연대할 길을 열어주는 것, 약자지만 자부심을 가질 수 있게 서로 지지해 주는 것, 약자들이 승리하는 서사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싶다.
※ 필자소개 지뇽뇽. 연세대에서 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과학적인 심리학 연구 결과를 보고하는 ‘지뇽뇽의 사회심리학 블로그’ (jinpark.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과학동아에 인기리 연재했던 심리학 이야기를 동아사이언스에 새롭게 연재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한 주를 건강하게 보내는 심리학을 다룬 <심리학 일주일>을 썼다.
7공화국 열자는 손학규… 품 넓은 지도자인가, 운 없는 좌고우면 정치인인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11월 20일 야권 대권 잠룡 회의에 불참했다. 민주당 문재인·이재명은 물론 국민의 당 안철수 전 대표까지 참석한 자리였다. 손학규는 ‘일정상 이유’라고 밝혔다. 그리고 다음날인 21일 동아시아미래재단 창립 10주년 세미나에 참석했다. 그는 동아시아미래재단 상임고문이지만 이 재단은 사실상 그의 대권 캠프다. 이날 동아시아미래재단 세미나의 주제는 ‘합의제 민주주의에 기초한 7공화국 건설방안’이었다.
그는 2년여 ‘강진 유배’를 깨고 10월 20일 정계복귀를 선언하며 ‘제7공화국’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공화국을 바꾸자는 것은 헌정질서의 대변혁을 의미한다. 공화국은 원래 왕정과 공화정을 오간 것으로 구분한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혁명이나 쿠데타와 같은 ‘비정상적 절차의 헌법개정’이나 대통령제에서 내각책임제 등으로 권력체계가 대폭 바뀔 때 구분한다. 따라서 그의 주장은 ‘파괴력’이 큰 것이었다.
위기정국 책임총리로 제격 평가
그러나 그의 야심찬 주장은 박 대통령의 개헌 추진 발언과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로 묻혀버렸다. 다시 야당 추천 거국내각이 제기되자 그는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고, 본인도 하고 싶어했다. 그러나 상황이 ‘하야 정국’으로 급진전하고, 대통령이 총리 야당 추천 제안을 거두자 그는 또 애매한 상황이 됐다.
손 전 대표는 이날 “국무총리는 거국내각을 구성해 과도정부를 이끌고 제7공화국을 열어가는 게 순리”라고 주장했다. 그의 정국 해법은 국무총리는 여야 합의로 선출하되 대통령은 국민 앞에 헌법 71조에 의거해 대통령 유고를 선포하고 모든 권한을 국무총리에게 넘긴다고 국민 앞에 공포하고, 국무총리가 개헌하는 대로 대통령이 사임하는 순서다.
이런 제안을 박 대통령이 받을지 불투명하지만 그는 이 위기정국을 안정시킬 책임총리로서는 제격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앞으로 이어질 많은 정치적 격랑을 공안검사 출신의 현 황교안 총리가 넘기란 역부족이다. 오히려 황 총리는 지금의 위기정국을 초래한 ‘주범’이라는 측면에서 시급히 경질해야 한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다.
사실 손학규가 살아온 삶과 그동안 보여준 정치적 역량에 비추어 현재 정치적 위기를 극복할 그만한 인물도 드물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이 엄정한 시국에 난마처럼 얽힌 정국을 풀고, 분노한 민심을 어루만줘 줄 품 넓은 지도자”라고 극찬했고, 정의화 전 국회의장도 “나라가 누란의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그의 경륜과 식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적절한 표현이다.
그를 몇 번 지켜본 기자의 느낌으로 보면 그는 인간적 심성을 가졌다. 그와 만나 악수할 때면 부드러운 미소로 상대를 응시한다. 바쁜 대중정치인들이 어떤 사람과 악수를 하며 다음 사람을 보는 것과 다르다. 대학 제자이며 정치에서도 그와 함께하는 한 인사는 “자신도 돈이 없지만, 선거에 낙선해 어렵다는 소리를 듣는 후배가 있으면 ‘기죽지 말라’고 봉투에 몇십만원 챙겨준다”면서 “그와 함께했던 사람들이 오래 유지되는 것도 그 비결”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사람을 챙기지 않는다’는 정반대의 평가도 있다. 이에 대해 이 인사는 “손 전 고문은 자리나 큰돈을 주고 받는 ‘거래적 리더십’이 아닌 업무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변혁적 리더십’”이라고 주장했다. 1981년 당시 정치연금 상태였던 김영삼 총재(YS)와 상도동계가 만든 민주산악회가 있다. 이 민주산악회는 YS가 대통령이 되면서 외형적으로 해체하고, 최형우 한나라당 고문이 관리했다. 현재 이 민주산악회는 민심산악회라고 이름을 바꾸어 손학규의 전국적 지지세력으로 이어오고 있다. 3대째 이어지는 정치적 조직은 ‘인간적 신뢰’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어려운 일이다.
대선 후보 경선에서 두 번 패배
그의 개인적 역량이나 경력 등은 나무랄 것이 없다. 그는 1947년 경기도 시흥(현 금천구)에서 교사인 부모의 10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그러나 세 살 때 아버지가 사고로 돌아가시면서 어렵게 자랐다. 그의 어머니는 “아비 없는 자식 소리를 들을까봐 엄격하게 키웠다”고 했다.
그는 공부를 잘해 경기중·고, 서울대에 입학했다. 그는 대학 2학년 때 시위를 주동해 연거푸 무기정학을 받았다. 무기정학 중에 그는 강원 탄광에서 노동운동을 했다. 육군 병장으로 제대한 그는 아예 구로공단과 청계천에서 노동·빈민 선교운동에 뛰어들었다. 노동운동가였던 손학규는 1980년 영국 옥스퍼드대학으로 유학을 떠나면서 반전된다. ‘정치적 저항과 유신체제-한국에서 급진주의 1972-1979’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1987년 귀국해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장, 인하대·서강대 교수를 통해 진보적 정치학자로 변신했다.
1993년 서강대 교수 시절 YS의 최측근 온산(최형우의 아호)의 권유로 경기도 광명 보궐선거에서 당선됐다. 당시 YS는 3당 합당으로 대통령이 된 후 대대적인 문민개혁을 단행하고 있었다. 제15대 총선에서 재선된 그는 1996년 최연소 보건복지부 장관에 입각하고, 2002년에는 민선 경기지사가 되는 등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2007년 한나라당에서 이명박 후보와 대권후보 경쟁을 벌이던 그는 경선 불공정을 이유로 탈당했다. 그는 대통합민주신당을 통해 대통령 후보 국민 경선에 나섰지만 정동영 후보에게 패했다. 2012년 다시 대선에 도전했지만 문재인 후보에게 패하고, 강원도에서 한동안 은둔하다가 2014년 7월 수원 병 재·보궐선거에서 낙선하면서 정계를 은퇴했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특징은 그가 통합의 정치를 했다는 점이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보수 민주세력을 결집하는 대통합민주신당, 2008년 18대 총선을 앞두고는 ‘친노’를 합치는 통합민주당을 이뤄냈다. 2012년 19대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대표로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과도 연대하는 민주·진보연대를 이뤄냈다. 첨예한 이해가 충돌하는 정치판에서 분열은 쉽지만, 통합과 연대는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물론 이는 선거에서 현실적 실리를 위한 측면도 있다.
개인적 역량도 별로 나무랄 데가 없다. <주간경향>이 지난해 9월 김무성·김문수·문재인·박원순·반기문·손학규·안철수·안희정·오세훈·유승민(가나다 순) 등 10명의 대권주자에 대해 전문가 5인이 분석한 리더십 평가에서 그는 당당히 1위로 꼽혔다. 점검한 리더십 항목은 권력의지, 시대정신, 도덕성, 비전 제시, 추진력, 인사능력, 민주적 정책 결정, 커뮤니케이션(소통), 위기관리·갈등조정(사회통합) 등 10가지였다. 이를 500점 만점으로 점수화한 결과 손 전 고문은 379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특히 그는 권력의지와 시대정신, 도덕성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는 정계를 은퇴하고 강진에 은둔해 있는 상황에서 받은 성적표다. 2등은 안희정 충남지사였고, 김무성-박원순-유승민 순으로 뒤를 이었고, 최근 여론조사 1위인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6위에 불과했다.(그 다음은 반기문-김문수-오세훈 순이다)
그런데 그는 번번이 대권과 거리가 멀었다. 예선에서 정동영·문재인에게 패해 본선 진출도 못했다. 내년 대선에서도 여론조사상 ‘글쎄’다. 69세 나이가 문제인가. 그는 당대표 시절 새벽 4시까지 술을 먹고도 아침 7시 최고회의를 주재할 정도로 건강하다. 그럼 뭐가 문제일까.
좋게 보면 ‘신중’ 나쁘게 보면 ‘간보기’
따지고 보면 그는 참 운이 없는 정치인이다. 운 얘기가 나왔으니 한 유명한 관상가는 손학규와 같이 얼굴이 코를 중심으로 정확히 대칭이 되지 않는 관상형을 ‘기린(麒)형’으로 분류한다. 정치인 중 대표적인 기린형은 고 이기택 (꼬마)민주당 총재(KT)다. 이 기린형의 특징은 ‘냉정한 성격이나 자신의 거취에 대해 좌고우면의 신중성이 크다’는 점이다. 사실 손학규는 KT와 유사한 정치적 행보를 걸었다. 두 사람은 1990년 YS의 3당 합당에 동조했다가 뒤늦게 떨어져 나왔다. KT가 먼저, 손학규가 좀 늦게 나왔을 뿐이다. 고 노무현 대통령이 초반부터 3당 합당을 정면으로 거부하고 ‘고난의 길’을 간 것과 다르다. 그래서 노무현과 손학규는 사이가 좋지 않았다. 노무현은 대통령 시절인 2007년 3월 20일 국무회의에서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학규 당시 경기지사를 “경선에서 불리하다고 탈당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민주주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면서 “원칙을 파괴하고 반칙하는 사람은 진보든 보수든 관계없이 정치인 자격이 없다”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는 원칙을 중시하는 노무현과 현실적 실리를 중시하는 손학규의 극명한 차이다.
같은 맥락이지만, 손학규의 정치 스타일은 좋게 말하면 ‘신중’이고, 나쁘게 말하면 현실적 실리를 따지는 좌고우면, 즉 계산을 한다는 것이다. 4월 20대 총선에서 대부분의 전문가 의견과 여론조사는 갈라진 야당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패배할 것으로 예상했다. 문재인·안철수 두 대권주자를 ‘한 방에 보낼 기회’였다. 그래서 그는 민주당·국민의당의 집요한 러브콜에도 어느 쪽에도 걸치지 않고 ‘간’만 봤다. 그러나 결과는 야당의 승리. 문재인·안철수의 입지는 더욱 커졌고, 그가 비집고 들어갈 틈은 좁아졌다. 이런 좌고우면 스타일에 대해 손학규의 한 측근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장관·도지사는 물론 정치적 결정을 하기 전에 모든 것, A부터 Z까지를 다 검토하는 스타일이다. 심지어 여직원의 마음까지 걱정한다. 이명박처럼 ‘해봐, 내가 해봐서 아는데, 되는 거야’ 이렇게 지시하는 것을 정치라고 보지 않는다. 정치는 용각산처럼 조용히 사전에 조정돼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다. 그것이 우유부단하다고 보는데, 아니다. 그는 결단의 소유자다.”
이 측근은 그 근거로 손학규 국회의원 4선 동안 한 번도 4년 임기를 채운 적이 없다는 점을 들었다. 두 번은 보궐선거를 결심했고, 두 번은 중도에 사퇴했다는 것이다. 생각은 깊게 하지만 한 번 결심하면 과감하게 실행하는 결단의 정치인인 증거라는 것이다. 문제는 그렇게 내린 결정이 상황과 엇박자를 낸다는 점이다. 이것은 운이라기보다 상황을 잘못 읽는 판단 미스다. 오랜 강진 유배 끝에 쓴 <나의 목민심서, 강진일기>에서 밝힌 권력구조는 ‘분권형 대통령제’였다. 그러나 이는 한 달 만에 내각제로 변모했다. 사실 그의 2년여 강진 유배도 ‘간보기’의 연장선이었다. 정계를 은퇴했으면 집으로 돌아가 강의에 복귀하거나 사회운동을 해야지 왜 토굴에 있느냐는 지적이 그것이다.
11월 21일 세미나도 ‘간보기’ 특징이 그대로 드러났다. 주제발표자도 합의제 민주주의와 제왕적 대통령제 극복을 운운할 뿐이었다.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지만 헌법상의 실제에 대한 검토는 두루뭉수리로 넘어갔다. 물론 이러한 어정쩡한 태도는 박 대통령의 개헌발언과 제1야당 민주당이 ‘개헌논의 불허’를 공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스타일은 공부 잘한 정치인이 갖는 전형적 모습이다. 화려한 학벌의 안철수 국민의당 고문 별명이 ‘간철수’라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최근 촛불 하야 정국에서 국민들은 정치인에게 ‘계산기를 내려놓으라’고 요구한다. 정치적 계산을 하지 말고 국민의 요구·명령을 그대로 따르라는 것이다. 역사적으로도 김대중·노무현같이 계산기를 두드리지 않는 정치인이 대권을 잡았다.
박근혜 정부에서 거국내각이든 개헌이든 내각개편은 예정돼 있다. 거국내각이 아니더라도 총리 임명동의에서 키를 쥔 야당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그는 이 정치과정에서 유력한 총리후보감이다. 지금 정치권에서 그만한 역량을 가진 사람도 드물다. 그의 한 측근은 “총리를 맡으면 6개월 만에 정국을 안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 면에서 손학규는 여전히 주목해야 할 정치인이다.
혁명의 동력 촛불, 언제까지 들어야 할까 126 주간경향
2016년 11월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목격되는 ‘촛불’은 예전의 모습과는 확실히 다르다. 한국 현대사에 있어 역사적인 한 장면으로 기록되기에 충분하다. 우리는 이미 4·19나 1987년 6월항쟁을 넘어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길에 들어서고 있다.
“프린트물 가지고 계시죠? 지도를 보세요. 본 무대를 중심으로 세종대왕상 앞에 하나를 설치하고….” 11월 25일 오전 민주노총 중회의실.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이하 비상국민행동) 집회기획팀의 회의가 열리고 있다. 회의는 보통 밤 늦게까지 이어진다. 비상국민행동이 만들어지고 주말 촛불집회를 주도한 지 한 달째. 경찰 폴리스라인과 대치선은 점점 더 청와대에 다가서고 있다. 집회 시작 전까지 행진노선을 두고 금지통보를 반복해온 경찰과 물밑에서 ‘치열한 싸움’이 벌어진다.
“주말요? 거의 집에 못 들어갑니다. 12일 행사 때도 연행자가 발생했는데, 그 경우도 끝까지 책임지고 마무리를 해야지요.” 최영준 공동상황실장(48)의 말이다. 보통 공식행사는 빠르면 9시, 늦어도 12시(자정)에 끝나지만 시민자유발언대를 중심으로 행사는 새벽까지 이어진다.
이런 질문이 떠오를 수 있다. 우리는 언제까지 촛불을 들어야 할까. 일단 원론적인 답은 자명해 보인다. “박근혜 정부가 퇴진할 때까지.” 하지만 구체적으로 뜯어보면 간단치 않다. 탄핵이 가결돼 대통령 직무집행정지가 이뤄지면 ‘퇴진’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까.
기자는 지난 한 달간 매 주말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촛불시위에 참석해 왔다. 광화문에서 목격한 것은 일단 ‘참가자들의 놀라운 인내’였다. 11월 12일 열린 행사에서 백남기 농민의 죽음을 애도하는 연사들의 발언에 시민들은 귀를 기울였다. 1년 전, 사건이 일어나고 ‘백남기를 살려내라’고 적힌 쌀부대를 뒤집어쓰고 전농 농민들이 거리선전전을 할 때 봤던 시민 반응과 사뭇 달랐다. “우리가 백남기다”라는 구호를 10대 청소년들부터 아이를 무동 태우고 나온 아버지까지 따라 외쳤다. 11월 12일, 광화문 일대에 결집한 100만 인파에는 분명 전국에서 전세버스를 타고 올라온 조직대중들이 섞여 있었다. 종로와 광화문 일대에서 ‘투쟁조끼’를 입고 참여한 사람들이다. “거부감을 보이는 사람도 없지 않았지만, 무대에 올라선 해고노동자에게 격려 박수를 보내는 시민들이 더 다수였다.” 최 실장의 말이다.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삼삼오오 모여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들이다. 사람들은 차량이 통제된 광화문 일대를 끊임없이 오고갔다. 광화문으로 가는 지하철에서는 불 꺼진 초와 ‘박근혜 퇴진’이 적힌 피켓을 당당히 들고 귀가하는 시민들을 목격할 수 있었다. 시내 중심가 교통이 마비되었지만 오지 않는 버스를 불평하는 시민들은 없었다. 버스정류장 의자에 앉아 박근혜 정부 퇴진 피켓을 들고 구호를 따라 외치는 청소년들도 목격할 수 있었다. 광화문 인근도 마찬가지였다. 2008년에는 연일 계속되는 촛불시위에 장사를 못했다고 소송을 내는 상인도 있었다. 하지만 8년 뒤에는 정반대다. 쌀쌀해진 날씨에 음식점과 커피숍은 줄서서 대기하는 사람들로 장사진이 벌어진다.
2016년 촛불, 확 달라진 광화문 풍경
2008년 촛불시위 때에는 경찰은 물대포를 쐈고 소화기를 터뜨렸다. 이런 풍경은 이번 최순실 게이트 직전까지 이어졌다. 지난 10월, 1주기를 앞두고 백남기투쟁본부 주최의 주말 거리행진 때 비판여론을 의식한 경찰은 물대포를 쏘지는 않았지만 백남기 농민이 쓰러진 종로 뤼미에르를 사이에 두고 경찰과 추모 시민들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번에 기자가 목격한 것은 불가사의한 광경이다. 경찰 폴리스라인을 두고 대치가 벌어지고 있지만 사이 좋게 옹기종기 앉아 있을 뿐이다. 대치선에서 ‘분노’나 ‘격앙된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다.
집합행동 연구자들에게 시위를 위해 모인 시민들을 어떻게 분석할 것인가는 오랜 난제다. 이 분야 연구의 고전격인 구스타프 르봉은 <군중심리학>에서 집단 속의 개인은 고유의 주체성을 상실하고, 비합리적인 본능적 행동에 사로잡힌다고 주장한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시위 때 ‘촛불 좀비’라는 말이 촛불시위 반대진영에서 나왔다. 거리에 쏟아져나온 사람들이 ‘광우병 선동에 넘어간 비합리적 군중’이라는 비하다. “그렇지 않다. 지극히 합리적 행위였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반대시위 때 만약 광우병 ‘루머’에 선동되었다면 거기에만 이슈가 맞춰졌을 텐데 실제 거리에 나온 사람들의 주장을 보면 다양한 요구가 기저에 깔려 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한국 사회가 이미 달성했다고 믿었던 ‘공정함’이 깨진 것에 대한 분노의 바탕에는 지극히 합리적인 요구들이 존재한다.” 김동노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의 말이다.
2008년 촛불시위 때는 정권 퇴진까지 나가지 못했지만, 지금은 대통령 하야와 정권 퇴진까지 공공연하게 요구하고 있다는 점도 중요한 차이점이다. 한국현대사의 주요 사건과 비교해본다면 지금 국면은 4·19나 87년 6월항쟁 이상의 역사성을 가진 사건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4·19는 4월 18일 고려대 학생시위부터 이승만 당시 대통령이 하야를 결정하는 4월 26일까지 채 10일이 안 되었고, 87년 6월항쟁의 경우도 6월 9일부터 이한열 장례식이 이뤄진 7월 9일까지라고 본다면 현 투쟁은 벌써 두 항쟁을 넘어섰다.” 지난 2월 미국에서 <한국의 민주화와 사회운동>이라는 영문 저서를 낸 김선철 에모리대 사회학과 교수의 말이다. 김 교수에 따르면 집회 참여 규모도 4·19는 말할 것도 없고, 87년 6월항쟁의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 “1987년 6월 10일 시청 앞에서 열리기로 한 집회는 경찰이 원천봉쇄를 해서 많이 모일 수 없었고, 학생들은 명동성당으로 들어가 원치 않은 장기농성을 하게 된다. 명동에 이른바 ‘넥타이부대’로 명명된 시민들이 지지시위를 했지만 아무리 많이 잡아도 10만에서 20만이었다. 6월 26일 열린 ‘최루탄 추방의 날’이 그 중 많은 사람이 거리에 나온 날인데, 이때도 많이 잡아야 50만명 수준이었다.”
6월항쟁 이후 두 달 만에 결정된 ‘87년 체제’
하지만 그는 여전히 현재의 상황이 근본적인 변화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87년의 경우 엄청나게 큰 항쟁이었지만 노태우의 6·29 선언이 나온 이후에 갈린다. 갑작스레 직선제 개헌국면이 되면서 당시 집권당인 민정당, 그리고 통일민주당(아직 김대중 등 동교동이 평화민주당으로 갈려 나오기 전이었다)이 각 4명씩 참가하는 8인 위원회가 만들어지고, 6주 반에서 7주 만에 새 헌법의 틀거리가 완성되었다. 이 새 헌법은 9월 말쯤 합의가 되고 10월 국민투표로 통과되었다.” 다시 말해 우리가 ‘87년 체제’라고 부르는 6공화국의 시스템은 두 달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새 헌법이 기초되면서 출범한 것이다. 이 새로운 체제의 정초작업에는 당시 ‘사쿠라’라는 소리를 들은 두 야당(민주한국당, 국민당)만 배제된 것이 아니라 87년 6월항쟁의 주축이었던 국민운동본부(국본) 역시 배제되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조직된 시민사회가 취약했던 한국의 결과는 체제를 바꾼 대규모 항쟁이 있었던 외국의 사례, 예컨대 브라질이나 폴란드의 경우와도 다르다. 외국의 경우 노조를 중심으로 한 기존의 조직운동이 저항운동을 주도했다는 것이다.
김동노 연세대 교수는 4·19부터 1987년, 그리고 현재까지 한국의 대규모 저항운동이 모두 탈계급적 성격을 갖는다는 점에서 외국의 사례와 다르다고 덧붙인다. “근대 이행기나 20세기의 역사적 사건을 보면 모두 계급기반의 운동이다. 프랑스혁명이나 러시아혁명, 심지어 중국까지 모두 계급이 하나의 행위자로 중심이 된 운동이었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 완전히 탈계급적 운동이다. 외국에서는 신사회운동이라는 이름으로 원전 반대나 환경이슈가 벌어지지만 한국의 성격은 또 다르다.”
광장에 모인 사람들은 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얼핏 보면 개인들의 원자화된 참여처럼 보이지만 더 들여다보면 소규모의 사회적 연결망이 관찰된다”고 말한다. “사실 이 정도 규모의 조직되지 않은 대중이 자체적으로 질서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이례적인 현상이다. 이 정도로 사람들이 모이면 상대적으로 소수의 사람들이 도처에서 폭력행위를 하고 그에 동조하는 사람들도 나타나게 마련인데, 적어도 11월 19일까지 열린 4차의 집회에선 그런 세력이 발흥하지 못하게끔 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적 자기규제가 있었다.”
신 교수는 현 상황을 “매우 성숙한 민주주의 관점을 가진 시민들과 거기에 너무나 뒤처져 있는 정치 지배권력의 불일치”로 풀이했다. “개인적으로는 혁명적 상황까지 달한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이 사건과 관련한 행위자들을 보면 일종의 ‘6자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촛불시민이 한 축이라면 야권 정당, 제도 언론, 비박 검찰, 새누리당 이탈파,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과 소수의 지지자들이 육각형을 이루며 합종연횡하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 사이의 역학관계에 따라 결과가 어떻게 달라질지 굉장히 유동적인 상황이라는 것이다. 중심 대립축은 촛불시민과 박근혜 정부다. “기존 지배블록 내에서 거대한 이반이 벌어지고 결집한 측면이 있는 한편, 상대적으로 진보적 지향을 가진 행동을 하는 시민들, 이 양자 사이에서 일시적으로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국면이다. 특히 이 점이 2008년과 다른데, 당시는 이명박 정권 초기였고, 모든 선거에서 야당이 패배했다면 현재는 국회에서 야권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제도권 내에 출구가 있다.” 신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의 국면은 일주일에 한 번씩 촛불시민이 결집해 ‘거대한 분노’를 보이면, 제도권에서 이것을 등에 업고 그 다음 일주일 동안 새로운 국면을 만들어내고, 이것이 다시 주말 촛불을 통해 증폭되는 ‘긍정적 피드백’ 상황을 만들어내고 있다.
기간만 따지고 보면 이미 우리는 1987년을 넘어서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미지의 길에 이제 막 들어서고 있다. 송경재 경희대 인류재건연구소 교수는 ‘장수풍뎅이 연구회’ 깃발에서 보듯 ‘유희적 참여’라는 특징을 보이는 것이 2000년대 이전의 사회운동과 질적으로 다른 특징이라고 말했다. “분명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분노하고 있지만 놀라울 정도로 이성적인 동시에 현명한 대응을 하는 것이 이 ‘유희적 참여시민’의 특징이다. 중앙집중적인 기획이 아니라는 점에서 일종의 아메바 운동처럼 지향이나 방향이 뚜렷하지 않고 분산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미시적으로 보면 정보네트워크로 이어져 있는 ‘스워밍(swarming)’이라는 것이 차이다.” 스워밍은 얼핏 보면 무질서한 것처럼 보이지만 때가 되면 가장 진보된 형태의 조직 형식이다. 평상시에 벌떼나 늑대, 하이에나 같은 무리군집이 아무런 연계없이 산개해 있는 것 같지만 일단 목표가 정해지면 각자의 방식으로 목표 달성에 나서며 임무가 해소되면 즉각 힘을 분산해 반격을 피하는 방식이다. 송 교수는 이렇게 설명한다. “과거의 집회방식을 보면 플래카드나 초는 거의 집회를 주최하는 측에서 준비했지만, 지금은 다 스스로 만들어 온다. 자기의 역할을 집회가 끝나고 난 다음에 광화문광장을 청소하는 것으로 상정하고 오는 행동 같은 것이 대표적인 스워밍이라고 할 수 있다.”
‘언제까지 촛불을 들 것인가’라는 질문은 지속성에 대한 물음이기도 하지만 얼마만큼의 시민이 거리에 나오면 목표하는 바를 달성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이기도 하다. 이번 국면에서 화제를 모은 것이 이른바 ‘3.5% 법칙’이다. 2012년 미국 덴버대학교 에리카 체노웨스 교수가 펴낸 <시민저항은 어떻게 작동하는가(Why Civil Resistance Works)>에 기반한 주장이다. 체노웨스 교수에 의하면 1900년에서 2006년까지 발생한 시민저항 운동을 분석해본 결과, 한 국가의 인구 3.5%가 집회나 시위를 지속하는 경우 정권이 유지되지 않았고, 특히 비폭력시위가 폭력시위보다 2배 정도 성공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3.5%가 거리에 나가면 성공한다?
그렇다면 이 공식을 적용해 한국 국민의 3.5%, 다시 말해 약 180만명이 지속적으로 거리에 나온다면 박근혜 정권의 퇴진은 가능해지는 걸까. 하지만 관련 전공자들은 이 3.5% 이론에 대해 부정적이다. 신진욱 교수는 “다량의 샘플을 넣어 상당한 신뢰도나 타당성을 가지고 나온 결론일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곧바로 어떤 구체적 상황에서 여전히 그러할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180만명이라는 수치가 ‘나 하나라도 머릿수를 보태고 싶다’는 독려 수단으로 목표치가 될지는 모르지만, 거리에 나선 시민이 180만명이 넘어섰는데도 완강히 버티는 상황이 상당 기간 지속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상황은 급변하고 있다. 어떻게 전망하느냐는 <주간경향>의 질문에 최영준 비상국민행동 상황실장은 “이 국면이 어떻게 결론이 날지는 아직 예상하지 못하지만 이후 광장에서 모이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일상 속으로, 다시 말해 노동단위의 파업과 학생들의 동맹휴업, 그리고 시민행동의 일상적 실천으로 확산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형적인 운동가적 처방이다. 하지만 답은 다른 데 있는지도 모른다. 계속되는 최 실장의 말이다. “이전과 상당히 다른 점은 과거 한 번도 이런 집회에서 얼굴을 볼 수 없었던 학교 동창, 선후배들이 나왔다는 점이다.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사진 찍고 구호도 외치고…. 동창들을 보면 한 오후 10시 정도까지 있다가 기왕 모인 김에 술 마시러 간다.”
2016년, 대한민국이 걷고 있는 ‘지금까지 걷지 않았던 새로운 길’의 끝은 어디로 나 있을까. 신 교수는 “확실한 것은 제도 내에 동맹자가 있고, 또한 내년 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점이다. 분노가 희망과 결합되었을 때 사람들은 두려움을 떨치고 행동에 나서게 된다”고 말했다. 어쩌면 그게 한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광화문 100만 촛불’이 열릴 수 있었던 비결이었을지도 모른다.
속보] 새누리 ‘박대통령 4월 퇴진·6월 대선’ 당론 채택 12.1 한겨레
정진석 “안정적 정권 이양·대선 준비기간 등 감안”
“탄핵 논의 없었다” 밝혀 탄핵 동력은 떨어질 듯
새누리당이 1일 박근혜 대통령이 내년 4월 퇴진하고 6월에 대선을 실시하자는 입장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박 대통령의 3차 담화가 결국 새누리당 내부를 흔들어 ‘탄핵 열차’에 멈춰 세울 가능성이 커졌고, 대통령 탄핵 정국이 여야 격돌 정국으로 바뀌는 형국이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 뒤 기자들에게 “오늘 의원총회를 통해 내년 4월말 대통령이 사임하고 6월말 조기 대선을 치르는 일정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이 일정은 지난 주말 진보보수를 망라한 국가 원로의 제안이었고 나름대로 큰 의미가 있다라고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특히 안정적인 정권 이양, 최소한의 대선 준비기간 확보, 탄핵심판을 할 경우 종료 시점과 비슷한 시점이라는 점에서 가장 합리적인 일정이라는 데 새누리당 의원들이 만장일치 박수로 당론으로 채택했다. 이를 토대로 야당과 협상 임해서 꼭 당론 관철되도록 최선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탄핵 입장에 대해서는 “오늘 탄핵 논의는 없었다. 그것은 개별 의원들의 판단에 달린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이 이런 당론을 확정함에 따라 야당이 추진 중인 대통령 탄핵의 동력은 급격하게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의 건의를 받아 ‘4월 말 퇴진’을 공식적으로 밝히면, 새누리당 비박계도 아예 탄핵 표결에 불참해 탄핵안 통과는 불가능하다. 박 대통령이 여야 합의를 이유로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더라도, 비박계 가운데 상당수가 ‘4월 퇴진’으로 돌아선 만큼 야당의 합의를 압박하고 나설 가능성이 크다. 야당이 민심을 들어 이를 거부하고 9일 탄핵안 표결을 추진하더라도, 이미 돌아선 비박계를 조직적으로 탄핵 찬성으로 돌려세우기도 쉽지 않다.
박근혜 게이트 ’ 특검 , 수사팀장에 윤석열 지명
야당끼리 치고박고, 박근혜가 놓은 덫에 걸렸다 12.1미디어오늘
탄핵 강행론, 현실론에 발목 잡히나… 여소야대 밥상 차려줬는데, 최종 무산 땐 야당에 거센 역풍불 듯
야당이 탄핵 국면 앞에서 기로에 섰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에서 임기 단축 등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합의해서 알려주면 따르겠다고 발표한 이후 ‘탄핵연대’가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탄핵안 가결에 키를 쥐고 있던 비박은 당초 2일 탄핵안을 발의하기로 했던 계획을 수정해 대통령이 퇴진 시한을 밝히는 것을 보고 9일 탄핵에 동참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이탈표를 감안하고라도 2일 탄핵안을 발의할지 아니면 비박계 표를 결집해 9일 탄핵안을 발의할지 결정해야 한다. 확실한 당론을 가지고 있는 당은 새누리당과 정의당이다. 새누리당은 1일 의원총회에서 4월 대통령 퇴진 그리고 6월 조기 대선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사실상 대통령 탄핵은 하지 않겠다는 공식 선언이다.
정의당은 계획했던 2일 탄핵안을 발의해야 한다는 확고한 입장이다. 심상정 대표는 "탄핵의 최종 결재권자는 비박계가 아닌 국민이다. 9일로 늦출 이유 없다. 계획대로 오늘 오후 탄핵소추의결서를 제출할 것을 야3당에 엄중히 촉구한다"며 "야당이 국민의 명예가 아니라 피의자 대통령의 명예를 앞세운다면 국민들은 야당에 대한 신뢰를 거둘 것"이라고 밝혔다.
새누리당과 정의당이 확실한 당론을 가지고 탄핵 국면을 돌파하고 있지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우왕좌왕하고 있다. 눈치보기 싸움이다. 민주당은 우선 2일 탄핵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당 내부에서 9일 탄핵안을 처리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일례로 김부겸 의원은 "비박계에도 명분을 세워줘야 한다"면서 "비박계 동의가 없이는 탄핵안 통과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국민의 요구 때문에 (2일) 의결 시도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같이 말하면서 "새누리당 비박계에게도 명분을 세워주고 그들이 탄핵에 동참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해야 한다"며 9일을 탄핵안 처리일로 잡고 비박계를 설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탄핵안 가결에 필요한 표를 고려할 때 2일 탄핵안을 처리하면 불발이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9일 확실한 가결표를 끌어모아 탄핵안을 처리해야한다는 주장이다. 김 의원의 주장은 비박계의 도움 없이는 탄핵안 통과과 불가능한 현실을 직시하자는 얘기다.
국민의당 안에서도 내부 갈등이 벌어질 조짐이다. 안철수 전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2일 통과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전 대표는 9일 탄핵안 발의에 찬성하는 의원들을 설득해 2일 발의안을 제출하겠다며 탄핵안 통과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반면, 박지원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중요한 것은 단 하나,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하는 것"이라면서 "부결될 게 뻔한데도 무조건 발의하자는 것은 책임있는 정당과 정치인의 태도가 아니다"고 밝혔다.
하지만 9일로 탄핵안 처리일을 늦추는 것이 오히려 국민 여론에 반하는 일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 3차 담화문 발표 뒤에서 탄핵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국민 10명 중 7명으로 나왔다. 탄핵은 공식적으로 국민의 뜻에 반해 잘못된 국정운영을 한 대통령의 죄를 묻는 절차이기 때문에 퇴진과 상관없이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거세다.
이미 비박계에서 ‘4월 퇴진, 6월 조기 대선’에 동조하는 의견이 나오면서 9일로 탄핵안을 늦추더라도 이탈표가 돌아온다는 보장이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9일 탄핵안을 처리하자는 명분은 비박계를 설득해서 가결시키는 게 현실적이라는 건데, 정작 비박계의 표심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비박인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국정 안정화의 더 빠른 길이 있는데 왜 굳이 돌아가려 하느냐"면서 "대통령이 탄핵보다 더 빨리 물러날 길을 열었는데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걷어차 버리는 야당은 민심을 잘못 읽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5일까지 대통령 퇴진 일정을 여야가 합의해 통보하고, 7일 대통령이 3월까지 하야하겠다고 하면 탄핵은 할 필요가 없고, 수용하지 않으면 9일 탄핵안을 처리하면 된다는 주장이다.
하 의원의 주장은 한편으론 현실적인 주장처럼 보이지만 촛불집회에서 나온 즉각 퇴진 및 탄핵 요구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 대통령직을 내려놨다고 해서 모두 같은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탄핵안은 가결시 바로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는 반면, 시한을 정한 하야는 어찌됐든 내려오기까지 직을 유지하면서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할 수밖에 없다. 촛불집회에서 수백만명의 국민들이 대통령 하야를 외친 건 대통령이 책임을 지고 직을 내려놓으라는 명령이다. 하지만 담화문 내용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박 대통령은 자신은 사심 없이 살아왔다며 국정농단 사건에 대해 책임은 없다고 발을 빼고 있다. 국민들은 탄핵이라는 헌법의 권한으로 대통령을 준엄하게 꾸짖고 싶은 것이다.
민주당이 섣불리 탄핵안 처리를 늦출 수 없는 이유도 국민여론이 어디로 튈지 갈피를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혹여 9일에도 탄핵안 처리가 불발되면 야당 책임론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심판한 국민 여론을 야당이 무시했다는 비난으로 돌아올 수 있다.
청와대는 새누리당이 4월 퇴진-내년 6월 대선 당론을 확정하자 "여야가 합의해달라"고 밝히면서 야당을 압박했다. 퇴진 시한을 합의해달라고 촉구하면서 동시에 탄핵 절차는 중단돼야 한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백찬홍 씨알재단 운영위원은 "여당은 단일안을 냈고, 대통령은 또다시 국회가 합의하라고 공을 던지면서 야당을 압박한 것"이라며 "야당은 야당대로 합의하기 어려운 국면이 됐다. 국민 대다수는 탄핵을 해야 한다는 건데 탄핵안 처리 현실론에 막혀 자중지란이 되면서 대통령 덫에 걸려 버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백 위원은 "어찌됐든 특검도, 국정조사도 남아있다. 대통령이 수세 국면에 있는 것이고, 야당이 책임질 일이 아니다"면서 "강공을 펴는 것이 원칙으로 보이는 것이다. 대통령의 덫에 걸려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4월 퇴진"은 '박근혜 무죄 프로젝트' 12.1프레시안
[전망] 특검 수사 기간은 3월 말까지…최순실 '무죄' 나오면 朴 말 뒤집을 것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1월 29일 3차 대국민 담화 이후 "만약 나(박 대통령)에게 퇴진 시점을 묻는다면 내년 4월 말이 적당하다고 생각한다"는 말을 했다는 보도에 대해, 청와대가 부인하지 않고 있다. 왜 하필 내년 4월 말일까?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여야 인사들이 공통으로 하는 말은 "박근혜 대통령이 퇴진한 후 국정 공백을 대비할 시간(과도 총리 인선), 그리고 각 정당이 다음 대선을 준비할 시간 등을 감안한 것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은 1일 기자들과 만나 박 대통령의 해당 발언에 대해 "나는 그런 말씀을 들은 적이 없다. 어쨌든 국회 결정에 따르겠다고 했다.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말씀하신 것을 참고하면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4월 퇴진, 6월 대선은 지난 11월 27일 정치 원로 회동에서 나온 의견이다. 이 회동을 주선한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국가적 혼란이 야기될 가능성이 높아 정당들이 대선을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퇴진 시점을 4월로 정한 배경을 설명했다. 새누리당은 이날 4월 퇴진, 6월 대선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당내 비박 진영 모임인 비상시국회의는 4월 30일 퇴진, 6월 30일 대선 일정을 제안했다.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대통령의 퇴진 시점은 '랜덤'으로 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 4월 말을 제안한 분명한 이유가 존재할 것이다.
4월 말까지 대통령직 유지?…박근혜 '무죄 프로젝트' 가동
박 대통령이 내년 4월 30일 스스로 물러난다고 가정했을 때 가장 차질을 빚는 것은 특검의 수사 일정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변수는 최순실 씨에 대한 재판이다. 4월 30일 이전까지의 정치 일정 및 검찰 수사 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특검 기간 동안 박 대통령은 온전히 대통령직을 유지하게 된다. 특검 가동은 11월 30일 개시됐고, 최장 120일 동안 수사가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3월 말에 대통령에 대한 공소장을 써야 한다. 현직 대통령에 대해 쓰는 공소장과, '퇴진 (혹은 직무정지) 대통령'에 대해 쓰는 공소장은 완전히 다르다.
특검 수사? 제대로 될 리 없다. 박 대통령은 현재까지 대통령 신분으로서 해야 할 업무와 '여성으로서의 사생활' 등의 이유를 들어 검찰 수사를 세 차례나 거부해왔다. 특검 조사에 성실하게 응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보통 이런 경우 검찰은 강제 구인에 들어가는데, 그렇게 하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왜? 현직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만약 탄핵과 헌법재판소 심판 결과가 조기에 나오거나, 박 대통령이 스스로 퇴진 시점을 임기 만 4년을 채운 2월 하순 정도로 상정했다면, 이야기는 달라졌을 것이다. 특검 수사가 진행되는 기간 안에 박 대통령에 대한 소환 조사가 가능해진다. 박 대통령은 포토라인에 서게 될 수 있다. 그리고 성실한 검찰 조사를 받을 수 있다. 4월 말 퇴진은 특검을 대비한 것이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도 "박 대통령이 4월 말을 제안한 것은, 결국 대통령직을 유지하면서 특검 수사 공소장을 받아보겠다는 의미 아니겠느냐"고 했다.
그 다음 변수는 최순실 씨 등에 대한 재판이다. 최순실 씨,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1심 공판은 오는 13일부터 시작된다. 1심 재판에서 직권남용·강요·공무상비밀누설 등의 혐의를 놓고 치열하게 법리 다툼이 시작되겠지만, 박 대통령이 받는 혐의는 '직권남용 공범' 수준이다. 대통령에 대한 직접 조사를 못했던데다, 수사 기간이 짧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통령 앞의 공소장도 없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재판 일정을 감안하면, 1심 판결이 내년 4월 전에 나올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만약 최 씨 등이 직권남용 부분에서 무죄 판단을 받게 되면, 자연스럽게 박 대통령은 면죄부를 쥐게 된다"고 했다. 이 점을 박 대통령의 변호인들이 노리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3차 대국민담화에서 "지금 벌어진 여러 문제들 역시 저로서는 국가를 위한 공적인 사업이라고 믿고 추진했던 일들이었고 그 과정에서 어떠한 개인적 이익도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 변호사는 "직권 남용의 경우 법원이 엄격하게 따지기 때문에 무죄가 나올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즉 미르재단, 케이스포츠재단이 공식적으로 정부 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과연 직권 남용이 해당될지, 검찰이 이를 어떻게 입증해 낼지가 관건이다"라고 말했다. 특검이 수사하게 될 뇌물죄에 대해서도 "전두환, 노태우가 '포괄적 뇌물죄'에 적용됐던 이유는 본인들이 직접 받았기 때문이다. 과연 박 대통령이 '제3자 뇌물죄'를 적용받을지 여부도 아직 알 수 없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를 종합하면 '4월 말 퇴진'이라는 시점은 박 대통령이 유영하 변호사 등, 본인의 법률 보좌진의 조언을 참고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대통령직의 이점? 매우 많다. 내년 1월에는 검사장급을 포함해 대대적인 검찰 인사가 있다. 박 대통령이 탄핵을 당한다면 검찰 인사에 관여할 수 없지만, 박 대통령이 직을 유지하면 검찰 인사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게 된다. 최 씨에 대한 검찰의 공소 유지가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4월까지 간다면 내년 1월에 임기가 만료되는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의 임명권, 그리고 내년 3월에 임기가 만료되는 이정미 헌법재판관의 임명권도 박 대통령이 가져간다.
만약 최 씨의 재판 결과가 박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나온다면, 박 대통령은 퇴진 약속을 뒤집고 임기를 채우려 할 가능성이 높다. 퇴진 이유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친박계와 박 대통령의 최종 목표인 '임기 만료'는 여전히 아직 진행중이다. 박 대통령의 일정표에는 사실 '탄핵'도, '조기 퇴진'도 없을 것이다.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내년 4월까지 보장하는 것은 그래서 여러모로 문제가 많다. 특히 야당 입장에서는 '독배'나 다름없다. 그런데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차기 권력을 이미 다 쥔 듯이 행동하고 있다. 야당이 정치적 일정에 매몰돼 계산기를 꺼내들 때, 박 대통령은 차근차근 '무죄 프로젝트'를 가동시키고 있다.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은 성명을 내고 "국민은 4월까지 기다릴 이유도 여유도 없다"며 "4월 퇴진은 범죄자 박근혜가 자신의 혐의를 세탁하는 시간일 뿐이다. 여야 당쟁으로 국정혼란은 더 가속화되고, 불법 통치가 계속되는 재앙의 시간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박근혜만 물러나면 끝인가? 삼성이 웃고 있다 12.1 미디어어늘
국민연금, 삼성물산 합병 찬성 대가로 4900억원 손실… 국정농단은 현상, “진짜 몸통은 재벌”
시민단체들이 국민연금으로 삼성 경영권 승계를 도와준 이들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이 손해를 입으면서도 구 삼성물산 주식을 매수해 삼성물산 주가를 낮추는데 기여했다는 것이다. 국민연금 기금은 국민연금 보험료를 바탕으로 조성된 것이다.
참여연대·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박근혜정권퇴진국민행동은 1일 오전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청원인을 모집해 박근혜 대통령, 최순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홍완선 전 기금운용본부장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건희 등은 합병 당시 삼성물산의 주가가 상대적으로 낮게, 제일모직의 주가가 상대적으로 높게 형성될수록 이 합병으로 인해 이득을 얻을 수 있었다”고 밝혔으며 국민연금이 이사회 결의일 직전 삼성물산 주식을 대량 매도해 주가를 낮추는데 기여했다고 주장했다.
▲ 6월1일 오후 서울 중구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제26회 호암상 시상식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참석하고 있다. ⓒ포커스뉴스
이들은 △문형표가 의결권행사 전문위원에게 청와대의 뜻이라며 합병에 찬성해줄 것을 종용했고 △홍완선 등이 해당 합병을 위해 주주총회 전에 이재용을 직접 만났으며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내에서 의견이 갈렸음에도 다수결로 합병 찬성을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국민연금은 총 4900억 원 상당의 손해를 봤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국민연금기금은 국민들로부터 징수된 국민연금보험료를 바탕으로 조성된 것으로, 국민연금의 이익은 이건희 일가의 삼성그룹에 대한 경영권 강화보다 우선시 돼야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이재용 삼성 부회장은 박 대통령과 최순실 일가에게 막대한 뇌물을 제공했고 문형표와 홍완선은 청와대 지시를 언급하며 관련 법규와 임무에 위배해 국민연금에 손해를 끼치고 기금 가입자인 국민들에게 손해를 야기할 위험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이들은 국가가 이재용 부회장 등을 상대로 총 4900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하라는 국민청원을 보건복지부,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할 예정이다. 이들 단체는 이날부터 오는 12일까지 인터넷을 통해 청원인을 모집할 예정이다.
더불어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은 이번 게이트의 진짜 몸통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로 대표되는 재벌이라며 1일부터 7일까지 전경련 해체 집중행동기간을 갖기로 했다. 재벌 문제가 제대로 부각되지 않고 재벌이 피해자로 둔갑시키는 현 상황 속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물러난다 하더라도 검찰-정보기관-언론-재벌권력체제는 그대로 유지된다는 문제의식의 결과다.
국민행동은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은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에 800억을 바친 재벌들에게 뇌물수수죄를 적용하지 않았고 보수언론은 재벌을 피해자로 둔갑시키고 있다”고 우려하며 “박근혜가 물러난다고 끝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박원순 "탄핵 즉각 처리해야…국민들 절망"12.1 중앙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2일 국회 본회의 표결이 무산되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탄핵을 즉각 결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시장은 1일 자신의 트위터에 "탄핵안을 부결시킨 정치인과 당은 그 누구라도 국민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며 이같이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의원식당에서 만나 탄핵안 일정에 대한 조율을 시도했지만 합의에 달하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1일 탄핵소추안 발의 후 2일 표결하자고 주장했지만 국민의당은 9일 본회의 처리를 주장했다.
박 시장은 "새누리당 비박그룹은 눈치를 보고 있고 야당은 분열에 빠져있다"며 "환란에 가까운 이 국정위기 앞에서도 자신과 당파의 이해를 재고 있는 정치권이 모습에 국민들은 절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는 술수가 아닌 국민의 명령을 받드는 것이다"며 "국민과 함께 가는 정치는 반드시 승리한다"고 덧붙였다.
'박근혜 공범' 비박이 왜 갑자기 주인공인가 12.1 오마이뉴스
[주장] 국민 못 따라가는 야당도 심판대상
국민의 요구 중 가장 우선은 '박근혜 대통령 퇴진'과 '새누리당 해체'다. 박근혜씨가 대통령이 아닌 나라로 만족한다면 가까운 사례로는 이명박 정부가 있다. 그런 게 아니라면 박근혜 퇴진, 새누리당 해체는 '바늘과 실'의 관계처럼 돼야 한다. 바늘 가는데 실 가는 것처럼, 박근혜가 가면 새누리당도 가야 한다. 역사의 뒤안길로 말이다.
그런데 어이없는 일이다. 촛불이 한 달째 타오르는 데 친박과 비박이 살아 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사태 진전을 끊임없이 교란시키고 있다.
새누리가 건재해서 가능했던 박근혜 3차 담화
박근혜씨 3차 담화는 새누리당이 건재하기 때문에 나올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박근혜씨가 공을 국회에 넘기자 친박과 비박이 냉큼 받았다. 둘은 두 가족이지만 한 집안이다. 박근혜 퇴진을 앞두고 입장이 갈리는 것은 둘의 생존책이 달라서일 뿐이다. 갈등이 극심한 것 같아도 손잡을 땐 손잡는다. 교활하고, 당연하다.
담화 이후 비박은 박근혜씨에게 '4월말 대통령 퇴진을 스스로 밝힐 것'을 제시했다. 박근혜씨가 여야 정치권이 결정하면 따르겠다고 했으니 이 안은 야당에게 던진 것이기도 하다. 친박계는 '내년 4월 퇴진, 6월 대선' 일정을 제시하며 야당에 협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방식은 다르지만 같은 내용이다.
두 안의 또 다른 공통점은 '12월 2일 탄핵안 가결 불가'다. 친박은 어떤 경우에도 탄핵 결사반대이고, 비박은 여야협상이 안 되면 9일 탄핵추진 입장이니까 말이다. 그러니 2일 탄핵은 쉽지 않다. 비박이 빠질 테니 부결이다. 자, 이게 옳은가?
2일과 9일의 차이
▲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를 비롯한 비상시국회의 참석자들이 지난 11월 1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상시국회의 성명서를 낭독한 뒤 고개숙여 사죄의 인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야당 안에는 2일이 안 되면 9일 탄핵하면 된다는 입장이 많다. 1주일 시차는 별것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정치는, 무엇보다도 역사는 '타이밍'이다. 2일 탄핵이 안 되면 정치권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크게 두 가지다. 일단 비박의 협상요구가 점차 거세질 것이다. 일부 야당은 벌써 동요하기 시작했다. 특히 국민의당이 문제다. 김동철 국민의당 의원은 여야협상이 필요하다고 입장을 바꿨다. 12월 5일부터 그가 비대위원장이 된다. 국민의당 호남 중진의원들도 같은 입장을 내비쳤다.
2일부터 9일 사이, 비박은 협상을 계속 요구할 게 뻔하다. 야3당 공동전선의 균열은 커질 것이다. 요구하고 요구받는 사이. 누가 상황을 주도하는가. 2일 이후 일주일간 주인공은 비박이다. 또 하나. 일주일은 친박과 박근혜가 마지막 판단을 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그 판단 가운데는 지금부터 '가정'하는 내용도 포함 가능하다.
만약 박근혜씨가 비박의 요구를 받아들이면 어떻게 될 것인가.
박근혜씨가 비박의 요구조차도 거부한다면 9일 탄핵소추가 결정된다. 즉시 직무 정지다. 비박이 제시한 4월보다 더 빨리 물러나야 할 수 있고, 4월을 넘겨봐야 한 달 후면 탄핵 심판 180일이 경과한다. 특검의 직접 수사 대상이 될 테고, 퇴임 후 안전보장은 물 건너간다. 그에겐 최악의 시나리오다.
박근혜씨가 비박의 주장을 수용하면, 여러 가지로 유리해진다. 퇴진 시기가 탄핵 때와 비슷한 것 말고 모든 게 달라진다. 직무정지가 아니므로 특검 수사를 웬만큼 방어할 수 있다. 퇴임 후 안전보장도 모색해볼 만하다. 무엇보다 2선 후퇴를 하는 것이므로 언제든 대통령 권한을 다시 행사하려 할 수 있다. 4월 퇴진 약속 자체도 북핵이나 국지전 등 상황변화에 따라 나중에 뒤집을 수 있다. 한때 얘기됐던 '<조선일보> 구상'의 극적 부활이다.
무엇보다 여야 협상 전에라도 박근혜씨가 비박의 요구를 수용하겠다고 하는 순간, 비박은 탄핵에 불참할 명분을 얻게 된다. 여야 협상을 더욱 촉구할 것이다. 야당의 탄핵 추진 전선은 급격히 교란될 수 있다. 이쯤 되면 믿을 건 두 가지다. 비박계의 '합리적 제안' 조차도 거부하는 박근혜의 몰상식, 아니면 국민의 흔들리지 않는 즉각 퇴진 요구.
2일과 9일의 '진짜' 차이
사실 2일과 9일의 진짜 차이는 비박을 대하는 야당의 태도에 있다. 비박 눈치를 볼 것인가, 비박이 눈치 보게 할 것인가. 이것이 2일과 9일의 진짜 차이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탄핵안이 가결되게 해야지 부결되면 (박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준다"라고 말했고 "(새누리당 비박계 때문에) 2일 처리는 어렵지 않겠느냐"라고도 했다. 탄핵안이 부결되면 박근혜씨에게 면죄부를 준다니, 이게 무슨 말인가. 탄핵안이 부결되면 국회가 박근혜씨를 용서하는 것인가. 국회가 그럴 자격이 있는가? 그렇게 되면 국민이 국회를 용서하지 않을 텐데도?
'비박계 때문에 2일 처리가 어렵다'는 말도 마찬가지다. 박근혜 게이트의 공범들이 '캐스팅보트'라니, 차라리 도둑에게 집 청소를 시키는 게 낫겠다. 비박의 관심사는 오직 자기들의 생존이다. 김무성이 '대통령 탈당' '탄핵'을 이야기한 것이나 비박계가 비상시국회의를 만들고 탄핵에 동조한 것이나 다 마찬가지다.
동시에 그들은 지난 10월 25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에서 '국정교과서 금지법' 심의에 반대했고, 최근까지도 친박과 함께 6인 중진협의체를 꾸려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합의했다. 탄핵에 찬성한다는 비박은 이렇게 틈만 나면 박근혜 정책을 옹호하고, 비박과 생존을 도모하고 있다. 비박은 비박 이전에 새누리당이다.
친박도 여전히 살아있다
▲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이 지난 11월 2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목을 축이고 있다. ⓒ 남소연
'친박', 해체 대상은 그에 걸맞게 대우해줘야 한다. 그런데 국회에서는 비박뿐만 아니라 친박조차 여전히 팔팔하다. 친박 중진들이 박근혜씨에게 명예 퇴진 등 정국 수습책을 제시했었다. 모르는 욕도 튀어나오게 할 행위다. 친박 중진들은 박근혜씨에게 자신들과 동반퇴진을 제안했어야 한다.
친박이 이렇게 철 모르고 뛰는 것은 근본적으로 거대 야당들이 이들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두 큰 야당은 정의당이 제안한 안을 무시하고 새누리당과 합의해서 특검법을 만들었다. 박근혜가 수사대상으로 명시돼 있지 않고, 15년 이상 판·검사 경력을 요구해서 고 조영래 변호사 같은 이 조차도 특검이 될 수 없었던 바로 그 특검법 말이다. 특검법 합의에 참여했던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친박계 김도읍 의원이었다.
11월 30일부터 시작된 국정 조사를 이끄는 특별위원회는 새누리당 의원 9명, 야당 의원 9명으로 구성돼 있다. 새누리당 의원 9명 중 여럿이 친박계다. 새누리당 간사는 친박계 이완영 의원이다. 세월호 국정조사 때 유가족들에게 막말과 조롱을 일삼았던 그 인물이다.
▲ 지난 11월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수남 검찰총장 불출석 문제와 관련한 야당 의원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김성태 국조특위 위원장이 정회를 선포하고 있다.
덕분에 국정조사 특위는 처음부터 삐그덕거렸다. 국정조사계획서를 만들 때 이완영 간사는 출석 및 자료제출 거부를 못하도록 하는 조항을 격렬히 반대했었다. 새누리당은 특위에서 삼성 관련 인사 등의 증인 채택을 지속적으로 거부했다. 박근혜씨 증인 채택은 결국 무산됐다. 이런 결정들은 기본적으로 새누리-민주당-국민의당 여야 간사가 모여 한다.
국정 조사가 이런 상황이니 김수남 검찰총장이 국정조사에 출석하지 않을 수 있었다. 죽은 권력을 물어뜯던 검찰총장이 자기가 물리는 건 싫었던 모양인데, 국조특위 구성이 달랐으면 검찰 총장의 반응도 달랐을 것이다.
지난 주 국정조사 특위가 법무부, 국세청, 한국은행 등에 최순실, 차은택, 안종범 등과 관련한 자료를 달라고 요청했었다. 국세청, 한국은행 등은 개인의 납세 정보와 거래 정보를 줄 수 없다며 자료제출 요구를 거부했다. 국조특위에서 요청한 증인 가운데 김기춘, 우병우, 안봉근, 이재만 등에게는 며칠 전까지도 증인으로 나오라는 공문이 전달되지 못했었다. 청와대 비서실, 법무부 등에서 연락처와 주소는 개인 정보이기 때문에 줄 수 없다고 나왔기 때문이다.
광장의 분위기는 새누리 해체인데, 국회에서는 한번 여당은 끝까지 여당이다. 그런 여당이 국정조사 특위의 반을 차지하니 정부부처나 관련자들은 이 판국에 과감하게도 비협조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검이 임명되고, 국정조사가 이렇게라도 진행되고 있는 것은 국회가 잘해서가 아니라 전적으로 국민 덕이다.
국민 못 따라가는 야당도 심판대상
국민은 새누리를 해체하라는데 국회에서는 이들이 여전히 여당이다. 국민은 새누리의 권한을 박탈하라고 말하고 있지만 야당은 그들의 권한을 그대로 인정하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특검과 국정조사에 여러 어려움이 있었던 것이다. 탄핵소추 의결을 2일에 할 것인가 9일에 할 것인가의 혼란도 근본적으로는 똑같은 이유에서 나왔다. 따지고 보면, 이 와중에 국정교과서를 발표하는 교육부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을 체결하는 국방부 등도 국민의 요구를 따라가지 못하는 국회가 나은 산물이다.
애초에 야당들이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사태 초반에 제안했던 대로 '새누리당을 교섭단체로 인정하지 말자'는 제안을 실행하기 위해 촛불처럼 투쟁했다면 어땠을까. 이정현처럼 단식을 하고, 새누리당처럼 국회의장실을 점거했더라면 또 어땠을까.
어쨌거나 새누리가 여당이고 교섭단체이며 국회 제도가 그러니 어쩔 수 없다는 건 '변명'이다. 국민은 바로 그런 상황과 제도에 맞서라고 떨쳐 일어난 것이다. 항쟁의 시기에 국민의 희망을 수렴하지 못하는 정당은 모두 사라져야 한다.
촛불 국민들이 묻는다 "야당, 뭐가 그리 무섭나"
부글부글 끓는 민심 "이판에 정치판 다 갈아엎자, 국회의원도 다시 뽑자“
서문시장 상인들, 박대통령 방문에 “대화 한마디 없이…”12.1 한겨레
상가연합회 회장과만 10여분 화재현장 둘러보고 돌아가
“자기가 아무리 힘들어도…” “이럴 거면 왜 왔나” 싸늘
시민행동은 “퇴진” 피켓시위…일부선 “파이팅” 환호
잿더미 속에 박 대통령 맞은 서문시장 상인들…안타까움 속 환영과 항의 엇갈려 조선
박근혜 대통령이 정치적 고비 때마다 방문했던 대구 서문시장을 1일 다시 찾았다. 잿더미가 된 화재현장을 둘러보고 상인들을 위로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예전 열렬한 환영 일색이었던 상인들의 반응이 이번에는 달랐다. 여전히 박 대통령을 반갑게 맞는 상인들이 있었으나, 불만을 나타내는 상인들도 있었다. 방문 현장 한쪽에서는 ‘박근혜 퇴진 대구시민행동’ 회원들이 침묵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1시30분쯤 시장에 도착했다. 상인들에 따르면 다소 굳은 표정으로 차에서 내린 박 대통령은 기다리고 있던 김영오 상인회장과 인사한 후 바로 상황실로 들어갔다.
현장 관계자들로부터 피해상황을 전해들은 박 대통령은 피해 상인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고 현장을 둘러본 뒤 20분 만인 1시50쯤 시장을 떠났다.
대구 현지 언론과 현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박 대통령을 맞은 대구 시민과 상인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상인 박모씨는 “대통령이 이번 사고로 생계를 잃은 피해 상인들을 만나지도 않고 행정적인 업무만 보고 간 것은 너무하다”고 말했다.
"대통령, 잠깐 보더니 떠나…이러려고 화재 현장 오셨나" SBS
박근혜 대통령, 서문시장 방문 ”얼굴 들이 밀러 왔냐“ 서울경제
쓱 왔다가 가는건 도리가…” 대통령 10분 방문에 싸늘한 상인들 동아
"대통령 온다캔는 소리도 못 들었다 아이가. 금방 왔다가는 건 도리가 아이제. 접때는 손도 잡아주고 캤는데…"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큰 불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1일 전격 방문했다. 지난해 9월 7일 이후 1년 3개월 만이다. 대구, 특히 서문시장은 박 대통령이 '정치적 고향'으로 여기는 상징적인 곳이다. 청와대 참모들은 "대통령이 서문시장을 다녀오면 기(氣)를 받는 것 같다"고 말한다.
그러나 상인들의 반응은 전과는 많이 달랐다. 박 대통령을 두둔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싸늘한 태도였고, 적극적으로 항의하는 상인들도 있었다. 사전에 이런 분위기를 읽어서인지 대통령이 시장에 머문 시간은 10여 분에 그쳤다.
대구 서문시장 '10분'의 혼란 오마이뉴스
"대통령이란 분이 이게 뭐냐"상인들 "대화 안 하려면 뭐하러 왔나"... 박사모 회원은 "박근혜" 연호
박 대통령이 온다는 소식을 들은 대구지역 시민단체 회원들은 이날 오후 1시부터 동산네거리에서 박 대통령의 사진에 'OUT'이라고 쓴 피켓과 '박근혜 하야'라고 쓴 피켓 등을 들고 퇴진을 요구하는 기습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그동안 상인들의 숙원사업은 외면해놓고 정치적 입지를 위해 서문시장을 방문한 것은 꼼수정치"라며 "탄핵 요구를 받던 대통령을 누가 좋아하겠느냐, 상인들의 아픈 심정을 이용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한편 박대모(박근혜 대통령을 존경하는 모임)와 박사모(박근혜 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 등 회원들은 박 대통령이 다녀간 후인 오후 2시쯤부터 몰려들기 시작해 "박근혜"를 연호하다 상인들과 부딪히기도 했다.
이들 회원 약 150여 명은 상인들의 항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김대중이나 노무현이 더 나쁜 놈들인데 박 대통령을 탄핵하려 한다"며 "대통령님 사랑합니다" 등의 현수막을 내걸고 고함을 질렀다.
“대통령은 항복하라”…고교생들 ‘토근혜격문’ 큰 울림 12.1 한겨레
“어른들은 ‘가만히 있으라’지만 우리가 하는 일은 옳은 일…행동하기로”
청주 ㅅ고교에 붙은 대자보 ‘토근혜격문’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이후, 대통령을 풍자하는 글과 이미지들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충북 청주의 한 고등학교 학생들이 학교에 붙인 대자보가 화제다.
청주 ㅅ고등학교 학생들은 지난달 28일 학교 정문에 ‘토근혜격문(討槿蕙檄文)’이라는 대자보를 붙였다. ‘박근혜를 꾸짖는 글’이라는 의미의 이 대자보는 신라 최고의 문장가인 최치원의 ‘토황서격문’을 개작해 쓰였다. 토황서격문은 당나라 소금장수인 ‘황소’가 농민 반란을 일으켰을 때, 최치원이 황소에게 항복을 권유하며 보낸 격문으로, 이 글을 읽은 황소가 너무 놀라 의자에서 굴러떨어졌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ㅅ고교 학생들은 대자보를 통해 “무릇 멍청함을 지니고 뻔뻔함을 지키는 것을 ‘닭’이라 하고 욕망을 가지고 나라를 더럽히는 것을 ‘순실’이라 한다”며 “‘진실’한 사람은 빛을 가짐으로써 성공하고 ‘순실’한 사람은 어둠을 가짐으로써 패하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대통령은 미련한 짓을 하지 말고 일찍 기회를 보아 너도 좋고 나도 좋은 하야를 하여 잘못을 고치도록 하라”고 경고한다.
대자보에는 박 대통령의 잘못이 촘촘히 나열돼 있다. 이어 학생들은 “무릇 사람의 일이란 스스로 아는 것보다 좋은 것이 없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살펴서 잘 들으라”고 꾸짖었다.
이 대자보를 준비한 학생들은 “대자보를 준비하면서 많은 반대에 부딪혔다.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학생들은 이런 일 하는 것 아니다. 가만히 있어라’고 말씀하셨다”며 “하지만 지금까지 일어났던 수많은 사건들과 그로 인한 결과를 보았고 그렇기에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따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 일로 인해 징계를 받을 수도 있고, 어려움이 있을 순 있지만, 우리가 하는 일이 결코 옳지 않은 일이 아님을 확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자유를 ‘허가’ 받는 ‘이상한 나라의 집시법’ 1130 경향
처음엔 광화문 세종대왕상 앞까지였다. 청와대로부터 1.8㎞. 10월29일의 첫 번째 촛불집회와 11월5일의 2차 촛불집회까지는 그랬다. 매주 광장의 함성이 커질 때마다 시민들은 조금씩 청와대 근처로 갈 수 있었다. 3차 집회는 800m 거리인 내자교차로까지, 4차 집회는 400m, 그리고 지난 주말엔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까지 갈 수 있었다. 청와대 200m 앞까지 진출한 거다.
집회와 시위를 신고하면, 경찰은 금지하고 법원이 조금 더 허용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법원의 행진 허용은 경찰의 금지조치에 빗대면 전향적인 일이지만, 법원도 기본적인 입장은 경찰의 금지와 같은 맥락이다. 다만, 경찰보다는 조금씩 더 허용하겠다는 것뿐이다.
법원이 제시하는 허용의 단서도 웃긴다. 지난번 집회를 보니 질서를 잘 지키고 평화롭게 했으니 이번엔 조금 더 앞으로 나가도 좋다는 허가다. 이건 100만 또는 200만 시민에게 준법서약을 강요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경찰의 행정작용이 헌법과 법률의 원칙에 맞는지만 판단해야 할 법원이 자기 역할에서 훌쩍 더 나아가 시민의 도덕교사처럼 굴고 있다. 기본부터 다시 확인해보자. 대통령이 앞장서 헌법질서를 유린하는 상황이라 민망하긴 하지만, 그래도 원칙은 원칙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모든 국민이 집회의 자유를 가지고, 집회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제21조).
집회나 시위는 일정한 자격을 갖춘 사람들만의 권리가 아니다. 질서를 잘 지키고 평화로운 집회를 한다거나 남들이 버린 쓰레기마저 잘 치우는 착한 시민들만 누릴 수 있는 권리가 아니다. 선량하냐, 그렇지 않으냐를 묻지 않고, 이전 집회에서 어떻게 행동했느냐며 전력을 따지지도 않는 거다. 경찰이나 법원 등 국가가 허용하고 말 계제도 아니다.
그런데도 경찰과 법원이 집회를 허용하는 건 희한한 악법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때문이다. 집시법은 1962년 12월 제정됐다. 군사쿠데타 직후에 국회가 아니라, 지금 대통령의 아버지가 만든 법이다. 이 법을 만들었다는 국가재건최고회의는 박정희에게 임명장을 받은 쿠데타 부역자들로 구성된 반헌법 유령조직이었다. 여기서 만든 최소한의 형식적 요건조차 갖추지 못한 법이 여태껏 국민의 인권을 탄압하는 도구로 쓰이고 있다.
청와대 근처에서 집회를 금지하는 건, 대통령 관저 100m 이내에선 집회나 시위를 금지하는 집시법 제11조의 규정 때문이 아니다. 집시법 제12조의 ‘주요 도로’ 규정 때문이다. 교통 소통 때문에 주요 도로에서는 집회나 시위를 금지할 수 있다는 규정이다. 주요 도로는 법이 아닌 시행령으로 정하는데, 전국의 모든 고속도로와 모든 자동차 전용도로에다, 서울 16개, 부산 10개 등 전국 88개 도로를 주요 도로로 지정해 놓고 있다. 서울의 1번 주요 도로는 자하문 터널 북단부터 한강대교 남단까지다. 효자동, 광화문, 남대문, 서울역, 삼각지를 아우르는 꽤 긴 코스다. 그나마 1번 주요 도로는 좀 낫다. 2번 도로는 아예 서울 서남부 끝에서 동북부 끝까지다. 부천시와의 경계부터 구리시까지의 경계다. 여기에는 오류동, 영등포역, 여의도, 광화문, 종로, 청량리, 상봉동, 망우동까지가 모두 들어간다. 시내 어디든 경찰이 맘만 먹으면 집회와 시위를 금지할 수 있는 거다.
악법을 만든 박정희도 이렇게까지 무도하지는 않았다. 1962년의 집시법에도 주요 도로에서의 집회와 시위를 금지한다는 개념은 있지만, 그건 관공서 출퇴근 시간을 기준으로 1시간 전과 1시간 후까지로만 한정된 개념이었다. 만약 박정희가 만든 집시법이 여태껏 남아 있었다면, 주요 도로를 핑계로 집회 금지 통고를 반복하는 일은 없었을 거다. 우리는 주로 출퇴근이 없는 토요일에 모인다. 54년 동안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을 침해하는 악법이 존속하고 있다는 것도 통탄할 일이지만, 그냥 존속 수준에서 멈춘 게 아니라, 오히려 박정희 때보다 퇴행했다.
청와대는 다섯 번의 촛불집회 내내 “국민의 뜻을 무겁게 받아들인다” “국민들의 목소리를 엄중하게 받아들이겠다”는 똑같은 말만 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 뜻을 받아들이기는커녕 꼼수만 부리고 있다. 어차피 기댈 게 없는 사람, 진작 쫓아냈어야 할 사람이니 그렇다 치자. 문제는 국회다. 국민은 아랑곳하지 않고 대통령의 의중만 쫓는 여당은 제쳐놓더라도, 야당이 이러면 안 된다. 촛불 행렬에 빠지지 않고 참여하는 사람들이 왜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원천적으로 제한하는 반헌법, 반인권 악법을 폐지할 생각은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어떤 야당 의원이 청와대 앞으로 좀 더 다가갈 수 있는 개정안을 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다른 의원들에 비하면 반가운 일이지만, 집시법 문제는 청와대 앞 100m를 30m로 당긴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 집회와 시위를 경찰이 허가하는 근거 법률인 집시법이 남아 있는 한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침해되고 위축될 수밖에 없다.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 대부분의 나라에는 집시법이란 법 자체가 없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은 기본적으로 집회와 시위가 못마땅할지도 모르겠다. 집회와 시위가 자신을 겨냥하는 경우가 많고, 언제나 민원인에게 시달린다고 여길 테니 말이다. 집회와 시위는 기본적으로 평소 발언권을 갖지 못했던 우리 시민들, 특별히 가난한 시민들의 권리다. 말로만 민심을 좇는 게 아니라면, 당장 광장을 여는 일부터 해야 한다. 광장의 가장 큰 걸림돌이 바로 집시법이다. 쿠데타 시절보다 못한 퇴행이 부끄럽지도 않은가. 경찰의 공권력 남용으로 국민의 인권이 침해되고, 헌법질서가 일상적으로 파괴되는데도 잠자코 있는 까닭이 뭔가./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촛불에 등돌린 정치12.2 한겨레
비박, 탄핵서 이탈…새누리 ‘내년 4월 사퇴’ 당론
‘즉각퇴진’ 촛불 민심을 ‘질서’라는 말로 무력화
야권 ‘자중지란’ 2일 탄핵 무산뒤 서로 책임전가
주인의 열망을 대리인은 외면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결국 1일 본회의 안건으로 보고되지 못했다. 이르면 2일 가능했던 탄핵안 표결도 자동 무산됐다. 탄핵에 공조해온 새누리당 비박근혜계의 이탈이 결정적이었다. 전날까지 야권과 탄핵안 내용을 조율했던 비박계는 이날 친박계가 주도한 ‘4월말 퇴진, 6월 조기대선’이라는 수습책에 굴복했다. “진퇴 문제를 국회 결정에 맡기겠다”는 대통령의 3차 대국민 담화가 나온 지 이틀 만이었다. 비박계의 전선 이탈은 야권의 자중지란으로 이어졌다.
박 대통령 자신이 국정농단의 몸통이라는 사실이 검찰 수사로 드러나고, 1·2차 대국민 담화도 거짓으로 밝혀졌지만, 새누리당이 이 무거운 진실을 무력화하는 데는 ‘질서’라는 두 글자면 충분했던 것이다.
탄핵 공조를 앞장서 이끌어야 할 야권의 ‘맏형’ 민주당도 무능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지도부는 좌충우돌하고, 의원들은 우왕좌왕했다. 원내 지도부가 새누리당 비박계 설득에 공을 들이던 지난 23일, “탄핵표를 구걸하지 않겠다”며 공조 분위기에 찬물을 뿌린 추미애 대표는 이날 아침 ‘임기 단축 협상은 없다’던 전날 야 3당 대표 합의를 깨고 비박계 좌장인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와 단독 회동을 했다. 회동 뒤에는 ‘탄핵 동참을 설득하려고 갔다’던 설명과 달리 “대통령 사퇴는 늦어도 1월말까지 이뤄져야 한다”고 말해 ‘임기 단축 협상을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자초했다. 뒤늦게 “1월말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마무리되는 시점을 언급한 것”이라며 무마를 시도했지만, 추 대표의 말은 시위를 떠난 화살이었다. 당 지도부는 서둘러 의원총회를 열어 ‘2일 표결을 위해 탄핵안 발의를 강행한다’로 당론을 모았다. 문제는 이미 비박계가 탄핵안 발의 불참을 공식화하고, 국민의당도 2일 표결에는 난색을 표하는 상황이었다는 점이다. 발의 정족수(재적의원 과반) 확보가 어려워 탄핵안의 2일 표결이 무망해진 시점이었지만 ‘촛불 민심’을 의식해 ‘알리바이 만들기’에 나섰다는 의심을 지우기 힘들었다.
일찌감치 ‘사퇴’와 ‘탄핵’을 당론으로 정한 국민의당은 정작 논의가 본궤도에 오른 뒤에는 ‘바람 앞의 갈대’ 같았다. 정치적 이해득실을 견주며 부단히 재고 머뭇거렸다. “탄핵에 앞서 국회가 총리를 먼저 선출해야 한다”며 고집을 부릴 때부터 조짐은 있었다. 청와대가 ‘총리 추천 제안’을 거둬들이고 야권 기류가 ‘탄핵’으로 정리된 뒤 ‘총리 선출’ 카드는 접었지만, “사퇴 시기를 국회가 정해달라”는 박 대통령의 3차 담화 뒤 또다시 휘청였다. 차기 비상대책위원장인 호남 중진 김동철 의원이 “대통령 제안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며 운을 뗐고, 박지원 비대위원장도 “자진사퇴가 최선이지만, 대통령이 거부할 것이 분명하니 탄핵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펴며 ‘선회’ 여지를 남겼다. 국민의당은 이날 본회의가 끝난 뒤 ‘5일 탄핵안 처리’라는 정동영 의원의 절충안을 제시했지만, 애초 비박계의 불참을 핑계로 탄핵 카드를 거둬들이려 했던 것 아니냐는 의구심은 끝내 떨쳐내지 못했다.
머뭇거리던 정치권을 ‘탄핵 열차’에 탑승시킨 것은 촛불 민심의 힘이었다. 대통령 입에서 ‘임기 단축’이란 조건부 항복 선언이 나온 것도 촛불이 이뤄낸 진전이었다. 하지만 정치권은 대통령의 그 한마디에 속절없이 흔들리고 있다. 탄핵안 처리의 남은 기회는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예정된 9일까지다. 시민들이 믿을 것은 이번 주말 다시 타오를 촛불뿐이다. 광장을 채우고 넘칠 그 촛불은 이제 국회를 향해 밀려들 수 있다.
박근혜 탄핵소추안 보니, 헌법 위반만 12개 12.2 미디어오늘
뇌물죄 명시·‘정윤회 문건’ 보도한 세계일보 언론탄압 사실도 적시… "세월호 참사, 생명권 보호 의무 위배“
▲ 참여연대 회원 20여명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국민의 명령인 박근혜 즉각 퇴진 거부하는 새누리당 각오하라'는 기자회견을 열고 새누리당 규탄 피켓에 날계란을 던지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최순실 게이트’로 퇴진 압박을 받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에 헌법 10여개 조항 이상을 위반했다고 적시했으며 논란이 된 강요죄와 뇌물죄 등 형사책임이 명시됐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은 “탄핵소추로서 우리는 국민이 이 나라의 주인이며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국민 의사와 신임을 배반하는 권한행사는 결코 용납되지 않는다는 준엄한 헌법 원칙을 재확인하게 될 것”이라며 공동으로 마련한 탄핵소추안을 2일 공개했다.
탄핵소추안에는 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주권주의(헌법 제1조) △대의민주주의(헌법 제67조 제1항) △법치국가원칙, 대통령의 헌법수호 및 헌법준수의무(헌법 제66조 제2항, 제69조) △직업공무원제도(헌법 제7조) △대통령에게 부여된 공무원 임면권(헌법 제78조) △평등원칙(헌법 제11조) △재산권 보장(헌법 제23조 제1항) △국가의 기본적 인권 보장 의무(헌법 제10조)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사적자치에 기초한 시장경제질서(헌법 제119조 제1항)을 위배해 헌법 질서의 본질적인 내용을 훼손하거나 침해·남용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야 3당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최고결정권자로서 당시 세월호 참사 경위나 피해상황, 피해규모, 구조진행상황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과 ‘세월호 7시간’ 행적에 대한 진실규명을 요구한 언론과 국민에게 비협조와 은폐로 일관한 점 등을 이유로 생명권과 국민의 알권리 침해라고 명시했다.
야 3당은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서면 보고만 받았을 뿐 대면보고 조차 받지 못하고 현장 상황이 실시간 보도되고 있었음에도 내용조차 인지하지 못했다”며 “사실상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적극적 조치를 취하지 않는 직무유기에 가깝고 이것은 헌법 제 10조(생명권 보호 의무)를 위배한 것”이라고 못 박았다.
야 3당은 탄핵 4번째 사유로 세계일보의 ‘정윤회 문건’ 논란도 포함했다. ‘정윤회 문건’ 논란은 지난 2014년 11월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비서실장이자 최태민 사위인 정윤회가 문고리 3인방을 포함한 청와대 안팎 인사 10명을 통해 각종 인사개입과 국정농단을 하고 있다’는 보도를 했다.
이후 박근혜 대통령은 문건 유출에 초점을 맞춰 ‘국기 문란’이라고 대응했고 이후 청와대는 첫 보도를 내보낸 세계일보 편집국에 추가 보도를 막도록 압력을 넣었다. 청와대는 또 세계일보 사주인 통일교를 압박해 조한규 사장을 해임하도록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야 3당은 “이런 청와대의 세계일보 보도 통제 및 언론사 사장 해임은 최순실 등의 비선실세에 대한 언론보도를 통제하고 다른 언론에도 위축효과를 가져온 것”이라며 “청와대의 세계일보 탄압은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 혹은 묵인 하에 벌어진 것으로 언론의 자유(헌법 제21조 제1항) 및 직업의 자유(헌법 제15조)를 침해한 책임이 있다”고 적시했다.
야 3당은 또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모금 과정 등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의 역할, 또 재단 인사·사업 결정 등 운영에 있어서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이 “사실상 지배하고 있었다”며 형법상 뇌물수수죄(형법 제129조 제1항) 위반을 주장했다.
야 3당은 “재단법인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지배력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뇌물을 출연하게 한 것은 형법상의 제3자 뇌물수수죄에 해당한다”며 “어느 경우든 수뢰액 1억원 이상이므로 결국 박근혜 대통령의 행위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죄(제2조 1항 제1호, 형법 제129조 제1항 또는 제130조)에 해당해 무기 또는 10년 이상 징역에 해당하는 중죄”라고 명시했다.
또 롯데그룹 추가 출연금, KD코퍼레이션 특혜, 플레이그라운드 특혜, 포스코-더블루케이 배드민턴팀 운영 특혜 등과 관련해서도 대부분 특가법상 뇌물죄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강요죄 등이 인정돼야 한다고 봤다.
야 3당은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등의 국정 농단을 방조해 최순실이 고위 공무원 임명에 관여하고 이들에게 불리한 언론 보도를 통제하고 응하지 않는 언론인을 사퇴하게 하는 등 자유민주국가에서 허용될 수 없는 불법행위를 가했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파면이 필요할 정도로 헌법수호 관점에서 중대한 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문제의 중대성을 설명했다.
야 3당은 의원들의 서명을 받아 이날 국회에 제출한다는 입장이다. 야 3당 원내대표는 이날 회동을 통해 9일 본회의에서 탄핵안을 처리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너희도 탄핵감이다” 새누리당사 앞 계란 세례
참여연대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박근혜의 국정농단의 공범이자 부역자 집단인 새누리당에게 누구도 대통령의 퇴진 시한을 정할 권한을 주지 않았다. 새누리당은 꼭두각시 박근혜를 '신뢰와 원칙의 정치인'으로 포장해 대통령으로 만들었던 장본인들이며, 비선 국정개입 의혹이 있을 때마다 대통령을 비호해왔으며 정치적 생존을 위해 '친박'과 '비박'을 오갔던 이들이다. 국회가 청와대와 정부를 전혀 견제할 수 없도록 그 권능을 땅에 떨어뜨리는데 앞장 서 왔다."고 규탄했다.
참여연대는 "기형적인 박근혜 정권을 온존시켜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를 추구해온 새누리당에게 국민들은 공범으로서 책임질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것은 대다수 국민들이 요구하는 '박근혜 즉각 퇴진'에 나서는 것이다. (야당은) 새누리당에 협상도 표결도 구걸할 일이 아니다. 즉각 탄핵안을 발의하고 표결에 임하라. 박근혜 즉각 퇴진과 탄핵에 반대하는 정치세력은 국민의 혹독한 심판을 받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은 "참여연대는 내일 있을 6차 범국민 대회를 박근혜 즉각 퇴진의 날로 정하고 광화문에 집결할 것이다. 하지만 오늘 저녁 6시에 박근혜퇴진국민비상행동은 최초로 새누리당 앞에서 대규모 촛불집회를 열 계획이다. 내일 6차 범국민대회에서도 촛불국민들이 여의도로 가야 한다는 얘기가 많았다. 하지만 가장 주범은 박근혜이기 때문에 토요일 저녁에는 광화문에 집중하되 토요일 오후 2시에는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대규모 항의집회를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래도 탄핵 안 해?” 지금 온라인에선 국회의원에 탄핵 청원 중 12.2 한국
순조로울 것 같았던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국회에서 갈팡질팡하자 분노한 국민들이 직접 팔을 걷고 나섰다.
이번에는 광장이 아닌 온라인이다. 공간뿐 아니라 방법도 바뀌었다. 구호를 외치는 데서 한 발 나아가 대한민국 주권자로 직접 지역구 의원들에게 탄핵에 동참할 것을 청원하고 독려할 수 있도록 했다.
최근 등장한 ‘ 박근핵닷컴 ’은 각 지역구 의원에게 탄핵을 청원하는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사이트다. 검색창에 국회의원 이름을 입력하거나 지역구, 사는 동네를 검색하면 해당 의원 연락처, 이메일, SNS 계정 정보 등이 나타나 바로 탄핵청원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2일 오후 2시30분 현재 5,000여명이 국회의원에게 탄핵 청원 메시지를 보냈고 2,400여명이 페이스북을 통해 관련 페이지를 공유했다.
박근핵닷컴 페이지 운영자는 소개말에서 “어떻게 뭘 더 해야 그녀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게 할 수 있을 지 고민했다”며 “(여러분의 지역구 국회의원이) 탄핵에 찬성할 수 있도록 진심을 보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그는 “국민의 힘으로 올라간 자리에 있는 이들을 국민의 힘으로 움직이는 경험을 함께 해달라”고 덧붙였다.
청원 발송 현황을 보면 국민들은 “제발 탄핵에 동참해주세요”라는 부탁부터 “탄핵하세요. 뒷감당 가능하면 반대해보세요”식의 으름장, “저기요? 탄핵 찬성 안 하세요? 3선 의원되니 뵈는 게 없으세요?”라는 분노성 글, “의원님 고맙습니다. 조금만 더 힘 써주세요”라는 응원까지 다양한 목소리들이 올라왔다.
이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반응도 확인할 수 있다. 응답현황 공개를 살펴보면 지금까지 찬성 24명, 반대 1명, 무응답 275명이다. 아직까지는 새누리당 부산진구을 이헌승 의원이 유일하게 탄핵에 반대 의견을 보내온 것으로 돼 있다.
‘대의민주주의 단점 보완!’이라는 문패를 걸고 유권자가 직접 국회의원들을 행동하도록 만들자는 뜻에서 탄핵에 찬성과 반대한 의원들의 명단을 공개한 ‘assembly4.me’. 홈페이지 캡처
‘ 대의민주주의 단점 보완! ’이라는 문패를 걸어 놓은 사이트도 있다. 이 곳은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페이스북에 공개한 탄핵 반대 새누리당 의원 명단을 기초로 제작됐다. 정당별로 색을 구분한 국회의원 300명의 이름과 함께 찬성과 반대 태그가 표시돼 있다. 태그를 클릭하면 국회 홈페이지의 의원정보 페이지로 자동 연결된다.
해당 의원에게 이메일이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기능은 ‘박근핵닷컴’보다 떨어지지만 탄핵 찬반 의원 명단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이 페이지에 따르면 1일 오후 9시 기준 탄핵안 의결 정족수인 200명에 26명이 모자란다.
英 이코노미스트지 “박 대통령 당장 사임하라” 12.2 한국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 3일자에 실린 '박근혜 대통령이 사임해야 하는 이유' 게재 화면 캡쳐.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수렁에 빠진 박 대통령의 즉각적인 퇴진을 촉구했다. 이코노미스트는 2일 ‘박근혜 대통령이 사임해야 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박 대통령이 진심으로 나라를 위한다면 더 이상의 혼란을 야기하지 말고 당장 사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3차 대국민담화에서 국회에 공을 넘긴 것은 시간 끌기 전략으로 비춰질 수 있으며, 결국 고통을 연장하는 결과만 초래한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대통령이 사임해야 하는 이유로 복잡하고 오래 걸리는 탄핵 절차를 가장 먼저 들었다. 국회에서 탄핵 소추를 의결하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심판을 내리기까지 적어도 6개월이 걸리기 때문이다. 잡지는 또한 “국회에서 방법과 시기를 정해주면 물러나겠다는 박 대통령의 제안이 이제 막 시작된 탄핵 논의를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불안정한 상황이 오래 지속될 경우 경제와 안보에서 불필요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는 경고도 나왔다.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경제가 수출 악화와 중국의 성장 둔화로 흔들리고 있으며, 안보 역시 북한의 핵 위협과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주한미군 철수 위협으로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미 국정수행능력을 상실한 대통령이나 그를 대행하는 국무총리로는 이런 벅찬 상황을 제대로 타개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코노미스트는 4%까지 떨어진 박 대통령의 지지율과 매주 100만 명 이상이 모이는 촛불집회를 설명하며 “유죄든 무죄든 한국인들은 이미 박대통령에게 크게 실망한 상태다”고 밝혔다. 아울러 여당 내에서도 탈당 움직임이 시작됐고, 장관들까지 줄줄이 사퇴해 전부터 ‘불통’으로 유명했던 박 대통령이 더 고립된 처지가 됐다고도 덧붙였다.
이코노미스트는 “박 대통령이 이런 낭패에서 회복할 방법은 없다”면서도 “이 서커스를 당장 끝낸다면 실추된 명예를 조금이나마 건질 수 있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잡지는 또한 “박 대통령의 사임은 조기 대선으로 정국 혼란을 매듭짓는 단초가 될 뿐만 아니라, ‘시스템은 서민들에게만 불합리하게 작동하고, 엘리트 집단은 언제나 처벌을 피한다’는 대중의 인식을 제고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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