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6 내일-
“여러 성과에도 국민은 여전히 배고파” 11.26 kyunghyang.com
이해찬 “극우세력 통치로 갈 길 멀어…20년 이상 집권해야”
기후변화로 김장철도 늦어진다?
의혹 너머 의혹’ W재단의 ‘그린페이’ 사업 11.26ㅣ주간경향 13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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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인
한겨레-중부
경향-중앙
11.26 국민 11.27 중앙
대구-경향
국민-중부
한겨레-경인
기호-내일
1128 중앙-경인
기호-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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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대구
1128 내일-인천
1129 중앙-경인
기호-힌겨레
인천-중부
국민-대구
내일-경향
경인-중앙 11.30
인천-중부
대구-내일
11.26~30 경향 장도리
“여러 성과에도 국민은 여전히 배고파” 11.26 kyunghyang.com
“소득양극화 등 비판 수용, 비약 못할지라도 호시우보”
조국, 경제 분야 페북 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53)은 25일 “문재인 정부 출범 1년 반이 지났지만, 경제성장 동력 강화 및 소득양극화 해결에 대해서는 부족함이 많기에 비판을 받고 있다”며 “이 분야 전문가는 아니지만 가슴 아프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조 수석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문재인 정부는 2019년 경제성장 동력 강화 및 소득양극화 해결을 위한 가시적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가 문재인 정부 출범 1년 당시 발간한 국정과제 성과를 분야별로 열거했다. ‘국민 주권’에서는 갑질 문화 개선, ‘국민성장’에선 대·중소기업 간 공정거래협약 체결 증가 등을 꼽았다. ‘포용사회’ 분야에서는 아동수당 도입·기초연금 확대, ‘분권 발전’에선 자치분권 확대 등을 성과 사례로 제시했다.
조 수석은 그러나 “이 성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여전히 배고프다. 정부가 아무리 노력했더라도 국민이 부족하다면, 부족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번에 ‘비약’은 못할지라도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것이다. 민주정부답게 모든 비판을 감내하고 수용하며 호시우보(虎視牛步·호랑이처럼 날카롭게 지켜보며 소처럼 신중하게 걷는다), 우보만리(牛步萬里·소처럼 우직한 걸음으로 만 리를 간다)하겠다”고 적었다.
조 수석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출범일인 지난 22일엔 “문재인 정부는 민주노총만의 정부도, 참여연대만의 정부도, 또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만의 정부도 아니다”라며 진보진영의 사회적 대화 동참을 촉구했다.
민정수석 영역뿐 아니라 노·정 관계, 경제 분야 등 다양한 현안에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이해찬 “극우세력 통치로 갈 길 멀어…20년 이상 집권해야”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25일 오후 동작구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의 미래를 생각하는 당원토론회 ‘중구난방’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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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66)는 25일 “복지가 뿌리 내리기 위해서는 20년이 아니라 더 오랜 기간 (집권해서) 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서울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중구난방-민주당의 미래를 생각하는 당원 토론회’에 참석해 “독일, 영국, 스웨덴의 사회통합정책은 보통 20년씩 뿌리내린 정책인데 우리는 아주 극우적 세력에 의해 통치돼 왔기 때문에 가야 할 길이 굉장히 멀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다시 정권을 뺏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는 이유가 10년을 해봤자 (성과를) 무너뜨리는 데는 불과 3, 4년밖에 안 걸린다”며 “금강산과 개성이 무너지고, 복지정책도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70년 분단사에서 얼마나 많이 왜곡된 정치를 해왔느냐”며 “이승만·전두환·박정희 독재까지 쭉 내려오고 10년 우리가 집권했지만 바로 정권을 빼앗겨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다 도루묵을 만드는 경험을 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정조대왕이 돌아가신 1800년부터 지금까지 218년 중 국민의 정부(김대중 전 대통령) 5년, 참여정부(노무현 전 대통령) 5년 외에는 한 번도 민주·개혁적인 정치세력이 나라를 이끌어가지 못했다”며 “이제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고 지방선거에서 이겨 제대로 할 수 있는 상황이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자본주의가 충분히 발전하지 못한 상황에서 계층, 지역적으로 불균형이 심한데, 제대로 잡으려면 반드시 우리 당이 중심이 돼 끌고 나가야 한다”며 “우리 당이 아니고선 집권해 개혁진영의 중심을 잡아나갈 역량이 어디에도 없다”고 했다.
기후변화로 김장철도 늦어진다?
지난 2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5회 서울김장문화제체 참가한 시민들이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될 김치를 담그고 있다. 김창길 기자
다음주부터는 본격적으로 김장철이 시작된다. 민간기상업체 케이웨더는 올해 김장 김치를 담그는데 알맞은 시기를 중부지방과 남부내륙은 11월 하순에서 12월 상순, 동해안은 12월 중순, 남해안은 12월 중순에서 하순으로 전망했다.
올해 서울은 평년(1981~2010년)과 비슷한 11월29일이 김장하기 가장 좋은 날로 예상됐다. 대전 12월1일, 대구 12월4일, 광주 12월10일, 강릉 12월11일, 울산 12월12일, 여수 12월28일, 부산 12월31일 등이다. 올해 초겨울 기온이 평년과 비슷할 것으로 예상돼 김장 시기도 대체로 평년과 다르지 않다.
일반적으로 김장은 일 평균기온이 4도 이하이고, 일 최저기온이 0도 이하로 유지될 때 해야 가장 좋다고 본다. 이보다 기온이 높으면 김치가 빨리 익어 버리고, 이보다 기온이 낮으면 배추나 무가 얼어서 제 맛을 내기 어렵다.
기후변화로 김장 시기도 대체로 늦어지는 추세다. 서울은 1920년대에는 11월21일이었는데 2000년대 들어 12월3일로 알맞은 시기가 12일 정도 늦어졌다. 국립기상과학원에서 지난 106년 동안 한반도 기후변화를 연구한 결과에서도 겨울이 109일에서 91일로 크게 줄은 것으로 나타났다. 겨울의 시작 시점도 5일 늦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천문학에선 동지(12월21일)부터 춘분(3월21일경) 전까지를 겨울로 친다. 달로 따지면 12월에서 2월까지를 대개 겨울로 보는데 기상학에선 구체적으로 일 평균 기온이 5도 미만으로 내려가 9일간 유지될 때, 그 첫 번째 날을 겨울의 시작일로 정의한다. 또 초겨울과 늦겨울은 일 평균 기온이 5도 이하이고 일 최저기온이 0도 이하일 때를, 한겨울은 일 평균기온이 0도 이하이고 일 최저기온이 영하 5도 이하일 때를 각각 가리킨다. 김장에 알맞은 시기의 온도는 초겨울과 얼추 비슷하다. 기온이 오르면서 겨울의 시작이 늦어지고, 그에 따라 김치를 아삭하게 유지하기 위해 김장 시기도 늦추게 된 셈이다.
김장 김치는 오래 두고 먹기 때문에 보관이 중요하다. 공기와 접촉이 많을수록 김치가 빠르게 산화되기 때문에 밀폐력이 좋은 김치통을 사용하면 맛있는 김치를 오래 맛 볼 수 있다. 김치 냉장고 온도가 너무 높아도 빨리 익어버리기 때문에 4~6도 정도에서 숙성하는 것이 좋다.
‘의혹 너머 의혹’ W재단의 ‘그린페이’ 사업 11.26ㅣ주간경향 1303호
ㆍ환경부 등 정부기관 이름 무단도용… 환경 관련 행사엔 유력 정치인 대거 참석
이것은 앞으로 이어질 긴 이야기의 시작이다. 4월 26일, 기자는 국회에서 열린 한 행사를 취재했다. ‘대국민온실감축운동위원회’ 발대식이라는 행사다. 주최는 임종성 의원실과 ‘재단법인 W-재단’이었다. 이날 행사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행사에는 W재단이 홍보대사로 위촉한 유명 아이돌 그룹 A 멤버들이 참여했다.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행사지만, 연예매체에서부터 팬클럽까지 식장은 입추의 여지가 없이 가득 찼다.
지난 4월 26일 국회에서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W재단이 주최한 대국민온실가스감축운동 위원회 발대식 행사가 열리고 있다./정용인 기자
뿐만 아니다. 원내대표, 국회 환경위원회 위원장과 간사에서부터 10여명이 넘는 여권 유력 정치인들이 행사에 얼굴을 비치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당초 축사하기로 돼 있던 환경부 장관은 이날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날 행사 취재에 앞서 기자는 W재단에 대해 아는지 ‘기후변화’ 환경시민단체들에게 문의했다. 돌아오는 대부분의 답은 “전혀 들어보지 못했다”, “생소한 이름”이라는 식의 반응이었다.
“W재단 활동? 들어본 적 없다”
“그럴 거예요. 무엇 무엇을 하겠다고 거창하게 내걸었지만 제대로 사업한 적이 없으니 ‘듣보잡’일 수밖에요.” 당시 <주간경향>을 만난 내부제보자의 반응이다. 그 후 기자는 틈틈이 이 단체와 관련된 취재를 해왔다.
이날 행사에서 이들이 밝힌 계획의 핵심은 후시(Hooxi)라는 이름을 붙인 앱의 출시다. 대국민의 ‘대’가 국민을 향한 대(對)라는 것인지, 아니면 큰 사업을 하겠다는 대(大)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이 앱을 설치한 참가자가 생활 속에서 온실가스 감축활동을 하면 ‘W그린페이’라고 하는 블록체인 토큰을 지급할 것이며, 이후 만들어질 ‘W익스체인지’라는 플랫폼을 통해 탄소배출권을 할당받아 한국거래소 등을 통한 현금화도 가능하다는 것이 계획의 요체였다.
“그 방식으로는 배출권이 발급되지 않습니다. 배출권이 발급될 수 있는 온실가스 감축은 365일 모니터링이 돼야 하고, 기업의 경우 시설투자를 통해 시설 개선이 일어나고 실질적으로 뭔가 새로운 일이 일어나야 해요.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탄다는 등의 ‘행태 개선’으로 배출권 지급은 불가능합니다.” 환경부 기후경제과 관계자의 말이다.
여러 차례 <주간경향>과의 접촉에서 이 환경부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사실 이번에 논란이 되기 이전에 그 재단과 접촉한 적이 있습니다. 올해 7월쯤으로 기억합니다. 배출권 관련 언론기사 모니터링을 하는데, 자꾸 W재단이라는 데가 보도되는 겁니다. 뭐 온실가스 감축 배출권과 관련해 민간영역에서 뭔가 하겠다는 것은 이름 붙이기 나름이긴 한데 조금 이상해서 홈페이지에 들어갔더니 고문이라고 여러 사람들을 올려놓고 또 파트너로 환경부, 산업부, 외교부와 같은 정부기관이 전부 올라와 있는 거예요. 그래서 대표에게 전화해서 물어보니 환경부와 예전부터 물관리 사업을 해와서 올렸다는 것인데, 우리 쪽에서 강하게 항의하니 바로 내렸습니다. 그런데 다시 이번에 이 문제가 불거져서….”
이 문제란 단체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W그린페이 백서’에 이 사업이 환경부 협력사업이라고 표기한 것과 관련한 것이다. 환경부와 어떤 협력관계도 없는데 마치 관계당국의 공식 인정 아래 진행되는 사업인 것처럼 표기해 놨다는 것이다.
<주간경향>은 이 단체의 백서를 입수해 검토해봤다. 환경부의 지적 후 ‘명예고문’ 명단과 ‘환경부와 협력’과 같은 문구는 삭제되었다. 그러나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 대목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 4월, 올해 10월 초에 출시 예정이라고 했던 ‘후시앱’은 아직도 출시되지 않았다. 백서에 공개돼 있는 W그린페이 로드맵에 따르면 4월 W그린페이가 인증된 후, 5월부터 9월까지 비공개 판매를 한 뒤 10월 1일부터 14일까지 공개판매, 10월 4일 앱 출시 등의 일정이 적혀 있지만 역시 지켜지지 않았다.
지난 4월 26일 국회에서 열린 발대식에 참석한 이욱 W재단 대표./정용인 기자
환경부 강력 항의에 수정된 W재단 백서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해 스마트폰 앱 활동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활동을 벌이겠다는 것은 전통적인 비영리 어드보커시 활동에 익숙한 기존 환경단체로서는 생소한 영역이다. 그러기 때문에 이 재단의 활동이 알려지지 않았을 수 있다. 공익재단법인은 재단의 활동과 상황에 대해 국세청 홈텍스에 의무공시를 하게 되어 있다. 국세청에 등록되어 있는 가장 최근의 자료는 2017년이다. 자료에는 ‘W그린페이’의 출시는 언급되어 있지 않다. <주간경향>이 받은 제보는 비영리법인과 별도로 W그린페이의 발행과 유통을 다룰 별도의 영리법인을 개설하면서 망가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 ‘박근혜 정부 당시 정·관계의 막후 실력자’ ㄱ씨가 개입되어 있으며, 이욱 대표는 사실상 얼굴마담에 지나지 않는다는 의혹이다. <주간경향>이 검토한 결산서류에 ㄱ씨는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W재단의 활동을 담은 SNS 사진을 보면 ㄱ씨가 최근까지 이 단체의 핵심 인물로 활동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4월 26일 행사에 ㄱ씨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현장에는 ㄱ씨의 아들이 나와 있었다.
공익법인상 W재단의 설립주체는 ‘개인과 가족’으로 되어 있다. 운영 역시 가족재단처럼 운영되고 있다. 이욱 대표와 함께 CEO로 표기되고 있는 이유리씨는 이 대표의 친누나다. 역시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혁씨는 이욱씨의 쌍둥이 동생이다. 은행원 출신인 이씨 남매의 어머니는 이 단체의 회계를 재능기부 형태로 도와주고 있다고 <주간경향>과 통화에서 밝혔다. 공익재단이지만 단체의 활동은 영리법인과 연계 아래 이뤄진다.
<주간경향>과 통화한 재단 측에 따르면 누나 이씨는 영리법인(WGI코리아) 쪽 대표를 맡고 있다. 문제는 국제적으로 걸쳐 있는 이 영리법인의 활동에 대해 현재까지 공개된 것이 없다는 점이다. 앞서 백서에 언급된 재단의 ‘구조’에 따르면 재단은 Hooxi 글로벌, W-HY 연구소, WGI Korea, W글로벌인베스트먼트, Hooxi 연구소 등의 파트너사와 함께 W그린페이 사업을 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11월 13일과 14일 통화에서 이욱 대표는 “후시 글로벌의 경우 재단이 앱 운영을 위탁하려고 했던 회사이나 현재는 다시 새로운 회사를 선정하기 위해 찾는 중”이라고 말했다. 후시 연구소 등은 앞으로 만들 예정이다. 공익법인 결산서류에는 언급되지 않은 가족들의 재단 활동 참여와 관련해 이 대표는 “이유리 대표는 무보수 자원봉사 형태로 일하고 있고, 어머니의 경우 월급 40만원의 재능기부 형태로 참여하고 있다”며 “동생은 올해부터 월 90만원을 지급하고 있는데 부족한 생활비는 영어 과외를 해 채우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궁금한 것은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아프리카에서 글로벌 활동을 표방하고 있는 이 가족 운영 재단이 짧은 기간에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느냐는 것이다. 실제 지난 4월 26일 행사 이전인 지난해 12월에도 국회에서 아이돌그룹 A가 참가한 행사를 열었다는 것이 확인된다. 재단의 홈페이지나 SNS 상에는 유명 연예인들이 홍보대사를 맡고 있다. 실제 재단의 각종 위원회에는 재벌가를 비롯한 유력인사들, 연예기획사 대표 등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간경향>이 접촉한 이들 위원 상당수는 “젊은 친구가 글로벌 환경운동을 하겠다는 뜻이 대견해서 참여했었다”고 말한다.
“솔직히 그린페이 부분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습니다.” <주간경향>과 통화한 임종성 의원실 관계자의 말이다. 이 관계자는 “아이디어 차원에서 하는 말로 생각하고 한 귀로 듣고 흘렸는데 정말 그것이 추진되고 있는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4월 행사에 여권 핵심 인사들이 여럿 참석한 것과 관련, 이 인사는 “행사를 주최하는 입장에서는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오는 것이 좋지 않으냐고 생각했고 또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취지도 좋다고 생각해 관련 장관 축사도 부탁했었다”고 덧붙였다. 재단과 연결된 경위와 관련해서 이 관계자는 “의원님이 동문회(한양대)에서 이욱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니 취지가 좋아 도왔던 것”이라며 “솔직히 W재단에 어떤 사람이 참여하고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재단의 활동 및 ‘정체’와 관련해서는 청와대에서도 관심을 갖고 조사를 했다는 것이 포착된다.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측 핵심 인사, 환경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 10월 하순 소위 W그린페이 추진 백서에서 환경부 협력표기 논란이 벌어진 것과 관련해 환경부 측에 청와대 민정라인과 환경비서관실에서 연락이 와서 관련 조사를 진행했다. 비슷한 시점에 대표적인 민간 환경NGO들에도 W재단의 실체에 대한 문의가 청와대 측에서 들어왔다. 복수의 정치권 인사들에 따르면 재단에 대한 청와대 조사내용은 10월 22일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김의겸 대변인이 발표한 ‘청와대 사칭 사기주의보’에 언급된 사례 중 하나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왜 W재단 관련 조사했나
‘W그린페이’ 백서에 언급된 출시 로드맵 및 재단 파트너사 실체가 불분명하다는 <주간경향> 지적과 관련, 이욱 대표는 “아직 사업 초기이기 때문에 풀어나가야 할 내용도 많고 실제 목표하고 있는 것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변동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로드맵에서 밝히는 대로 추진되더라도 개인이 수집한 탄소배출권의 거래는 불가능하다는 지적에 대해서 이 대표는 “문제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개인 노력을 어떻게 인정할 수 있느냐는 것인데, 앱을 출시하고 1년 이상 쌓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방법론’을 도출하기 위해 개선작업을 해나가겠다”며 “실제 유니세프의 경우 아프리카에서 스토브를 보급하는 방식으로 배출권을 ‘기후변화에 관한 유엔협약(UNFCCC)’을 통해 인정받은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단체와 관련한 ㄱ씨 활동에 대해서는 “공익법인에서는 재단을 홍보하고 알리는 데 도움을 주려면 홍보대사나 명예직을 다양하게 줄 수 있다”며 “그분과의 관계는 지난 1월까지만 이어졌고 그 뒤로는 같이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최근 행사에서 해당 인사가 단체의 주요 직책을 가진 인사로 소개된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해당 인사가 마침 그 분야에 전문성이 있어서 임시로 도움을 준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임 의원과 관계에 대해서는 “동문회에서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가 오고갔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제기된 의혹에 대한 자세한 답변을 포함해, W그린페이 출시와 이후 계획은 12월 초 행사를 열어 공개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조선일보·TV조선, 친일 ‘동인문학상’ 보도 mediatoday. 11월 25일
연합뉴스는 같은 날 ‘동인문학상 폐지 집회’ 보도… 고종석·황석영·공선옥 후보조차 거부
조선일보·TV조선은 조선일보가 주관하는 ‘동인문학상’ 시상식 소식을 각각 24일 자 아침신문과 23일 온라인뉴스로 보도했다. 수상자는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라는 소설을 쓴 이기호(광주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부교수) 작가였다.
동인문학상은 소설가 김동인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는 문학상이다. 이 상은 조선일보가 지난 1987년부터 현재까지 주관하고 있다. 동인문학상은 작가 김동인의 친일행적 때문에 한편에선 친일문학상으로 평가받는다. 김동인은 일제강점기에 “조선인도 ‘일본 시민’일 따름”이라며 내선일체와 황민화를 선전·선동해 일제에 협력하는 글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 24일 자 조선일보 29면
조선일보(대표 방상훈)가 주관하는 ‘제49회 동인문학상 시상식’이 지난 23일 서울 조선일보 미술관에서 열렸다. 이날 시상식에는 동인문학상 심사위원들과 김동인의 차남인 김광명 한양대 명예교수, 홍준호 조선일보 발행인, 다수의 소설가·시인·수필가·문화평론가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같은 날 친일문인 김동인을 기념하는 ‘동인문학상 폐지’ 촉구 집회가 서울 조선일보 미술관 동화면세점 뒤편에서 열렸다. 이날 집회에는 한국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와 민족문제연구소, 역사정의실천연대, 친일문학상 폐지를 위한 학생시민연대, 인천 민예총 등 시민단체 관계자와 시민 40여 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성명서 발표와 규탄 발언 등을 했다.
연합뉴스는 같은 날 ‘동인문학상 폐지 집회’ 소식을 전했다.
정세훈 인천 민예총 이사장은 이날 집회에서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한국 문학계에 여전히 ‘친일문인’을 기리는 기념사업과 ‘친일문인기념 문학상’이 도사리고 있다. 일제에 적극 옹호하고 일본국 천황을 위해 목숨을 바치자고 했던 사람들”이라며 “전범은 처벌돼야 하지만, 친일문인들은 전혀 단죄되지 않았다. 오히려 한국문단의 권력자가 됐다”고 주장했다.
▲ 한국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와 민족문제연구소 등 문학계 인사와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23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조선일보 미술관 앞에서 "친일문인 김동인을 기념하는 동인문학상 폐지"를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연합뉴스
이어 “누구보다 올바른 양심을 지키고 문학적 자존감을 지녀야 할 작가들이 공모에 영혼을 팔고 있다”며 “민주주의의 근본을 훼손하고, 국민갈등을 부채질하고, 친일보수 편향적인 여론책동에 몰두하는 조선일보에서 주는 친일문인기념상의 대표 격인 ‘동인문학상’을 한국의 소설가들은 그렇게도 받고 싶냐”고 비판했다.
집회참가자들은 시상식이 진행되는 동안 “조선일보는 친일문인 기념하는 동인문학상을 폐지하라”, “나라를 팔아먹은 친일문인을 조선일보는 왜 기념하고 있는가”, “김동인의 패악질을 한국의 작가들은 정녕 모르는가” “친일문인문학상을 버젓이 주고받는 한국문단은 도대체 무엇인가” 등의 구호를 외쳤다.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는 지난 2009년 일제강점기에 김동인이 학병, 징병을 독려하는 글을 쓰고 내선일체를 강조해 친일반민족행위에 해당한다고 결정했다.
소설가 고종석씨(당시 한국일보 논설위원)는 지난 2003년 동인문학상 후보에 올랐다. 이 소식을 후배로부터 전해 들은 고씨는 한국일보 12월25일 자 칼럼에서 “동인문학상 생각”이라는 제목을 달고 조선일보가 주관하는 동인문학상의 후보를 거부하겠다는 뜻을 표명했다.
고씨는 “나는 안티조선 운동에 공감한다”며 “동인문학상에 비판적인 이유는 심사위원단의 종신화와 상금의 파격적 인상, 상시적 독회 평가의 기사화를 뼈대로 한 세 해전의 체제 개편 이래, 한국문단에 대한 조선일보의 아귀힘을 강화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작품의 됨됨이로 보나 조선일보에 대해 취해온 입장으로 보나 도저히 이 상의 수상자가 될 수 없는 사람의 이름을 거론하고 그 얼굴을 지면에 실은 데 대해 조선일보 쪽에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 지난 2003년 12월25일 자 한국일보 칼럼
이에 당시 김광일 조선일보 문화부 차장은 27일 조선일보 30면에 “동인문학상 ‘조롱한’ 고종석씨에게”라는 칼럼 제목을 달고 “고씨가 말했듯이 우리는 그가 조선일보와 동인문학상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밝혀온 인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심사위원들의 판단을 존중하고, 그 결과를 기사화할 뿐”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소설가 황석영과 공선옥씨도 각각 2000년과 2001년에 동인문학상 후보 거부 의사를 밝혔다. 황석영씨 역시 지난 2000년 7월19일 한겨레 특별기고를 통해 “동인문학상 후보작을 거부한다”라는 제목을 달고 글을 썼다.
황석영씨는 “요즈음 ‘조선일보’는 정치·사회면에서는 종전보다 더욱 반개혁적이면서도, 문화면에서는 ‘다양성’을 보여 주려고 하는 교묘함을 보이고 있으며, 보다 이질적인 문인들에게는 단 몇 매짜리의 칼럼 한 편에 다른 신문의 무려 다섯 배 가까운 원고료를 지불하고 있다”며 “실상은 ‘조선일보’가 특정 문인 몇 사람을 동원해 한국문단에 줄 세우기 식의 힘을 ‘종신토록’ 행사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끝으로 그는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문학상이 세계관의 한 표현일진대 나는 ‘조선일보’ 측의 ‘동인문학상’뿐만 아니라 현대문학에서의 동인의 위치에 대하여도 이견이 있는 사람이며, 따라서 귀측의 심사대상이 되는 것을 거부한다는 입장을 일단 밝혀두려고 한다”고 전했다.
한편 동인문학상은 장준하 선생의 ‘사상계’사가 1955년부터 김동인의 문학적 유지와 업적을 기리기 위해 제정해 이듬해 ‘바비도’를 쓴 김성한 작가를 1회 수상자로 선정한 이후 1961년 남정현 작가의 ‘너는 뭐냐’(6회), 1966년 김승옥의 ‘서울 1964년 겨울’(10회), 1967년 최인훈의 ‘웃음소리’(11회) 등을 선정해 권위있는 문학상으로 발전했다.
동인문학상은 1968년 이청준의 ‘병신과 머저리’(12회) 시상을 끝으로 사상계사가 운영난에 빠져 중단됐다. 박정희 정권의 사상계 탄압이 이유였다. 그 뒤 10여년 공백기를 거쳐 1979년 동서문화사가 상을 부활시켜 8년 가량 운영하다가, 1987년 18회부터는 조선일보사가 운영하고 있다. 이번에 상을 받은 이기호 작가는 49회 수상자다.
너무 눈부신 지구의 밤…사람도 자연도 건강을 잃는다 중앙일보 11.25
너무 눈 부신 지구의 밤. 인공위성에서 열 화상 기법으로 촬영한 유럽의 모습이다. [사진 NASA]
.빛 공해 Light Pollution
인공위성에서 내려다본 지구의 밤은 눈부시다.
북한처럼 빛이 없이 어두운 곳도 있지만, 대도시의 밤은 지나치게 환하다.
1879년 미국의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한 이래 인간이 만들어낸 빛, 인공조명이 밤의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 너무 환한 야간 조명 아래에서는 사람도, 자연도 건강을 잃는다.
한반도 남쪽은 야간 조명으로 눈이 부시지만, 북한은 평양을 제외하면 캄캄하다. [사진 N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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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알도 제대로 맺히지 않아
밤에도 너무 밝은 도시의 밤. 도시에 사는 생물들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강찬수 기자
.생물에게는 태양과 마찬가지로 태양 빛이 없는 밤도 중요하다. 반딧불이에게 캄캄한 밤은 수컷이 암컷에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시간이다. 밤은 또 작고 약한 동물이 포식자를 피해 먹이를 구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오랜 지구의 역사를 통해 낮과 밤, 사계절 변화에 익숙해진 생물들이 엉뚱한 계절, 엉뚱한 시간에 밝은 빛을 만난다면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광고용 전광판이나 간판·가로등 같은 인공조명은 철새 이동에도 영향을 미친다. 철새들은 달빛이나 별빛을 보고 이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높은 탑이나 고층 건물의 불빛에 이끌려 잘못하면 고층 빌딩에 부딪혀 죽는 일도 벌어진다. 바닷새들이 해안의 서치라이트나 원유 채취선에서 가스를 태우는 불빛 때문에 방향을 잃고 끝없이 맴돌다 지쳐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박쥐는 가로등을 피해 멀고 위험한 길로 돌아다닌다. 가로등 불빛에 노출될 경우 포식자인 맹금류의 공격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엉뚱한 시간에 지저귀는 새들도 생긴다. 도시에 살면서 인공조명에 노출된 유럽개똥지빠귀는 한 달 일찍 성적으로 성숙하는 경향을 보인다. 한여름 도시의 매미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울어대는 것도 빛 공해와 관련이 있다.
눈부신 야간 조명. 강찬수 기자
.인공조명 탓에 식물의 개화 시기가 달라지기도 한다.
벼 개화 때 가로등 조명이 과도하면 벼알이 제대로 맺히지 못하거나 크기가 작아지는 피해가 발생한다.
중앙환경분쟁조정위는 2015년 경기도 군포시의 한 농민이 철도역의 야간조명 등으로 들깨와 콩의 수확량이 각각 85%, 19% 줄어든 것을 인정해 77만원의 배상을 받아야 한다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겨울철 가로수에 장식용 전구를 다량 부착하는 경우도 때로는 문제가 될 수 있다. 야간 조명 전구 근처에서는 열이 발생하지만, 몹시 추운 날씨에서는 상쇄가 된다. 최저기온이 영상으로 올라가는 3월 초순부터는 전나무 잎에 피해를 줄 수 있는 것으로 국립산림과학원은 확인했다.
인공조명은 사람 건강에도 영향
조명박물관의 2006년 빛공해 사진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은 박영진씨의 도시인 [중앙포토]
.거리의 가로등이나 옆 건물의 조명이 담을 넘어 다른 건물에 비치고, 심지어 창을 넘어 실내까지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침실에 밝은 빛이 들어오면 수면의 질이 떨어지고 눈이 피로해진다. 인체의 대사 활동도 지장을 받는다. 이스라엘 하이파 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야간에 강한 인공 빛이 발생하는 지역에 거주하는 여성은 가로등이 없는 지역에 사는 여성에 비해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37%나 높다.
지난해 12월 이은일 고려대 의과대학 교수는 야간조명에 심하게 노출된 지역에 사는 여성의 경우 유방암 발생률이 24.4% 높다고 주장했다. 밤사이 체내에서 이뤄지는 멜라토닌의 생성을 빛이 억제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2014년 7월 미국 텍사스대학 보건과학센터 연구팀의 발표에 따르면, 야간 인공조명은 여성의 생식능력도 떨어뜨린다. 멜라토닌은 항산화 능력이 있어 활성산소가 일으키는 산화 스트레스로부터 난자를 보호한다. 뇌의 송과선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은 눈 망막에 도달하는 빛의 양에 따라 분비량이 조절된다. 멜라토닌의 분비를 극대화하려면 야간에 조명을 완전히 끄고 외부로부터 스며드는 모든 불빛을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명박물관의 빛공해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정성주 씨의 '대교의 빛' [중앙포토]
.2014년 10월 영국 맨체스터대 연구팀은 잠자는 동안 머리 위나 침대 옆 등에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를 두고 충전하는 습관을 들이면 살이 찌거나 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스마트폰 충전 시 나오는 미세한 파란색 불빛이 숙면을 방해하고 신진대사에 영향을 미쳐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2016년 서울대병원 정신과 정기영 교수 등도 야간 조명이 환한 곳에 거주하는 사람은 비만에 노출될 위험도가 높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밝은 지역 거주자는 비만율이 55%였지만, 상대적으로 어두운 지역 거주자는 비만율이 40%였다는 것이다.
어두운 하늘 되찾으려는 움직임도
야간 조명이 있을 때는 밤 하늘의 별이 보이지 않지만 조명을 끄면 별을 볼 수 있다. [중앙포토]
.당장 야외 조명이 너무 밝으면 천문대에서 우주의 별을 관측하는 일도 어려워진다. 1988년 설립된 국제 암천협회(IDA, International Dark-Sky Association)는 어두운 하늘 지키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현재 전국적으로 빛 공해와 관련해 연간 3000건 안팎의 민원이 발생하고 있다. 빛 공해가 심각해지면서 인공조명을 줄이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남미 칠레 북부의 아타카마 사막에 위치한 천문대. 눈 쌓인 천문대 위 밤 하늘에 은하수가 뚜렷하다. [중앙포토]
.빛 공해의 원인은 대부분 조명 디자인이 잘못돼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빛이 새나가기 때문이다. 필요한 곳에만 빛이 가도록 조명의 디자인을 바꾸고, 필요한 만큼만 비추도록 조도를 낮춘다면 곧바로 빛 공해를 막을 수 있고, 에너지 소비도 줄일 수 있다. 행인이 다닐 때만 켜지는 가로등같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적용하면 인공조명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미국 그린빌딩협의회(USGBC)에서는 이웃 건물·주택에 빛이 침투하는 것에 대해 기준을 정해놓고 있다. 부지 경계선을 지나 3~4.5m 지점에서 측정한 조도(빛의 밝기)가 0.1룩스가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룩스(Lux)는 조도(조명도), 즉 광원(빛)으로부터 일정한 거리에 위치한 지점(표면)에서 측정한 조명의 밝기를 나타내는 단위다. 기호는 lx로 나타낸다. 촛불 1개의 밝기인 1cd(칸델라)의 광원에서 1m 떨어진 표면의 밝기가 1lx다.
보름달이 비칠 때의 조도가 0.3룩스이고 달이 없는 밤의 조도가 0.04룩스인 점을 고려한다면, 빛이 이웃으로 거의 넘어가지 않도록 해야 ‘그린 빌딩’이 될 수 있는 셈이다.
2013년 빛공해방지법 시행됐지만
서울의 한 자치구에서 진행된 빛 공해 조사 장면. 전문가가 한 광고조명의 휘도를 측정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1972년 미국 애리조나주는 미국에서 처음으로 빛공해방지법을 제정했다.
국가 차원에서 빛공해방지법을 제정한 것 2002년 체코가 처음이다.
일본에서는 89년 오카야마 현의 비세이초(町) 지역에서 천문관측 활동을 보호하기 위해 ‘광해(光害)방지조례’를 처음 만든 뒤 각 지역에서 비슷한 조례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98년에는 일본 정부 차원에서 '광공해 대책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한국도 2013년부터 환경부가 ‘인공조명에 의한 빛공해 방지법’을 제정했다. 조명환경관리구역은 1종(북한산 등 자연환경지역), 2종(청계천 등 식물생장지역), 3종(주거지역), 4종(상가) 등으로 구분해서 지정되고, 조명 밝기에 각기 다른 기준이 적용된다.
도시의 야간 조명. 강찬수 기자
.예를 들어 1~3종 구역에서는 주거지 경계(연직면)에서 측정한 가로등 같은 옥외 조명의 조도가 해진 후 1시간 후부터 해 뜨기 전 1시간 전까지 10룩스를 넘지 않아야 한다. 4종 구역에서는 같은 기준으로 25룩스 이하여야 한다. 10룩스는 방에서 텔레비전을 보는 정도의 밝기이며, 25룩스는 밤에 가로등이 밝히는 도로 바닥의 밝기 정도다.
장식용 조명의 경우는 1~2종 구역에서 5룩스 이하, 3종 구역에서는 15룩스 이하, 4종 구역에서는 25룩스 이하다.
이 법에서는 일정 규모 이상 건물의 조명이나 가로등을 기준보다 밝게 설치하면 최고 300만원의 과태료를 매기도록 하고 있다. 또, 조명환경관리구역 안에 있는 연면적 2000㎡ 또는 5층 이상 건축물의 장식조명, 도로나 공원의 공간조명, 광고조명 등의 밝기가 기준치를 초과하면 적발 횟수와 위반 정도에 따라 5만원부터 최고 3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기준 초과 조명시설에 사용중지나 사용제한 명령이 내려졌는데도 이를 따르지 않는 경우는 1차 250만원, 2차 500만원, 3차 이상 1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지방자치단체, 즉, 각 시·도지사는 조례를 제정해 지역별로 구체적인 조명관리구역은 지정하게 되고, 지역 사정에 따라 규제 대상 조명 시설을 추가할 수도 있고, 조명 기준을 강화할 수도 있다.
인공위성에서 내려다 본 서울의 밤 [사진 NASA]
.하지만 법 시행 5년이 지났지만, 일부 시·도에서만 조명관리구역을 지정했다. 지자체 중에서 가장 먼저 조례를 만든 것은 서울시로 지난 2010년 7월 조례를 제정·공포했으며, 2015년 8월 조례가 본격 시행됐다. 관리구역별로 정해진 기준에 맞는 조명시설을 개선해야 하는데, 적용을 5년간 유예했기 때문에 서울시에서도 조명 밝기 기준을 초과한 시설에 대해서도 2020년 8월 이후에나 과태료가 부과된다. 김영수 서울시 도시빛정책과장은 “현재 기준이 적용되기 전까지 실효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데, 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낮에 반사되는 태양광도 문제
서울 여의도의 한 빌딩에서 반사되는 태양광이 눈 부시다. 강찬수 기자
.최근에는 태양광선이 대형건물의 유리창에 반사되면서 인근 주민들이 눈이 부시어 불편을 겪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2010년 9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한 호텔 이용객은 호텔 유리 벽면에 반사된 햇빛 때문에 심한 화상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건물 형태가 오목하게 생긴 탓에 돋보기처럼 태양 빛을 좁은 면적에 집중시켰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실제로 2012년 부경대 건축공학과 학생들이 모형실험을 한 결과, 초고층 건물로 인해 햇살이 반사된 곳의 온도는 그늘보다 평균 37도나 높았다. 또, 직사광선을 받는 곳보다 평균 9도가 높았다.
건물 유리창에 반사되는 태양광. 강찬수 기자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의 N사 사옥의 경우 2010년 3월 지상 28층, 연면적 10만1000㎡ 규모인데, '그린 팩토리'(Green Factory)를 신축하면서 외벽 전체를 통유리(글라스 타워)로 시공했다. 이로 인해 인근 M 아파트(4개 동 803가구 38층) 주민들은 "통유리에 반사된 빛으로 생활에 고통을 겪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2013년 4월 수원지법 성남지원 민사합의4부는 피해 가구당 500만~1000만원의 정신적 손해배상금(위자료)과 129만~653만원의 재산상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N사 측은 항소를 했고, 2016년 1월 서울고법 민사13부는 주민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반사광을 직접 바라보지 않는 일상생활에서는 시각적인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커튼으로 충분히 차단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취지였다.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에 위치한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 인근 주민들도 2012년 6월 여름철 일몰 직전에 햇살이 초고층 건물에 반사돼 거실로 들어와 눈을 뜰 수 없을 정도 생활에 불편을 겪고 있다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체육시설과 주유소도 개선 필요
프로야구 기아의 새 야구장 챔피언스필드 [중앙포토]
.환경부는 지난 4월 ‘빛공해방지법 미적용 조명기구에 대한 설치·관리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각 지자체에 배포했다.
2013년 마련한 법(시행령 제2조)에서 빠진 옥외 체육시설과 주유소 조명, 그리고 일부 광고 조명(허가 대상이 아닌 신고 대상)에 대한 권고기준인 셈이다.
환경부는 체육시설과 주유소의 경우도 인근 주거지에서 측정한 조도가 1~3종 구역 10룩스 이하, 4종 구역 25룩스 이하로 유지할 것을 권고했다.
또, 체육시설의 경우 경계를 기준으로 50m 거리에서는 40룩스 이하, 200m 거리에서는 20룩스 이하를 유지토록 했다.
환경부는 또 교회 십자가 등 종교시설 표지물도 사람들이 광원에 직접 노출되지 않도록 하고, LED(발광다이오드) 모듈을 직접 부착하지 않도록 하는 등 조명방식을 개선하도록 권고했다.
한편, 환경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는 ‘수인한도’, 즉 견딜 수 있는 한도를 초과하는 빛 공해가 인정될 경우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분쟁조정 신청을 제기한 시기를 기준으로 최대 3년에 대한 피해를 배상받을 수 있는데, 1년간 피해를 봤을 경우 1인당 최저 34만원에서 68만원의 배상을 받을 수 있다.
에너지도 낭비하는 과도한 야간조명.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는 것은 빛과 조명에도 통하는 모양이다.
지구촌 중산층 절반 넘어섰다 11 23 한겨레
. 브루킹스연구소 최근 보고서
하루 11~110달러 계층…올 9월 현재 38억 명
1초마다 5만명씩 늘어 2030년엔 53억명으로
유엔이 2030년을 목표 달성 시점으로 설정한 `지속가능개발목표(SDG) 17가지’ 가운데 첫손에 꼽은 어젠다는 빈곤 퇴치다. `SDG 17‘의 제1항은 “지구촌 모든 지역에서 모든 형태의 빈곤을 퇴치한다”고 선언한다. 최근 인류가 마침내 빈곤 탈출의 티핑 포인트를 넘어섰다고 평가할 수 있는 징표가 나왔다. 미국의 민간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농경시대로부터 시작된 인류 문명이 시작된 지 1만년만에 중산층이 세계 인구의 절반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9월 현재 전 세계 중산층과 부유층을 합친 인구는 약 38억명에 이른다. 2018년 현재 세계 인구 76억명인 점을 고려하면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인구의 절반을 넘어섰다.
보고서는 “농경시대 이후로 인류는 오랜 세월 생존을 위해 분투해왔으나 19세기 초반까지도 인류 문명은 본질적으로 먹고 사는 것이 급선무였다”며 “산업혁명 이후 생활 수준이 본격적으로 개선되면서 현재 전세계 빈곤층은 세계 인구의 8%선으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역사상 처음으로 중산층 이상 인구가 전세계 인구의 절반을 넘어섰다. 브루킹스연구소에서 인용
빈곤층 8%…최상위층인 부유층은 2억명
연구소는 188개국의 가구 소득 및 지출 통계(2011년 구매력 기준)를 토대로 전세계 가구를 네 계층으로 나눴다. 이에 따르면 최하위 계층인 빈곤층은 1인당 하루 1.9달러(약 2100원) 미만인 사람들로 6억3천만명에 이른다. 중산층은 하루 11~110달러(약 1만2000~12만원) 사이의 그룹이다. 중산층의 범주를 이렇게 잡은 것은 오토바이, 냉장고, 세탁기 같은 내구소비재를 구매하거나 영화 관람, 여행 등 몇몇 여가활동을 하는 데 필요한 가처분소득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연구소는 설명했다.
나머지 두 그룹은 빈곤층과 중산층 사이에 있는 취약층 32억명, 그리고 최상위층인 부유층 2억명이다. 연구소는 “인구 통계와 경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현재 1초마다 1명씩 빈곤에서 벗어나고, 1초마다 5명씩 중산층에 진입하고, 2초마다 1명씩 부자가 탄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다른 계층의 증감 속도에 비해 중산층 증가 속도가 단연 빠르다는 얘기다.
가계 지출의 3분의2 책임지는 핵심 계층
연구소가 중산층의 증가 속도에 주목하는 이유는 뭘까? 하나는 경제적인 측면이다. 중산층은 세계 경제에서 수요를 창출하는 가장 핵심적인 계층이다. 경제의 세 주체인 기업, 정부, 가계 중에서 가장 비중이 높은 것은 가계다. 총수요의 절반을 차지한다. 나머지 절반은 기업 투자와 정부 지출이 비슷한 비율로 나눠 갖고 있다. 그런데 가계 지출의 3분의2를 책임지는 계층이 바로 중산층이다. 부유층은 1인당 씀씀이는 더 많지만 숫자가 적어 경제를 이끌어가기에는 힘이 못미친다. 취약층과 빈곤층은 쓸 돈이 너무 적어 영향력이 약하다.
따라서 전통적으로 기업들은 중산층을 목표로 삼아 왔다. 연구소는 “이는 선진국 경제에서 오랜 기간 증명된 사실”이라며 “중산층의 급증으로 이제 선진국을 넘어 전세계적으로 이런 사실이 적용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연구소에 따르면 세계 중산층의 지출 규모는 연간 35조달러(2011년 구매력 기준)에 이르며, 2030년까지 연간 지출 규모는 29조달러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세계 GDP 성장률의 3분의1을 중산층이 책임진다는 것이다.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의 예고편 장면.
새로 늘어날 중산층 인구 90%는 아시아인
새롭게 부상하는 중산층은 주로 아시아인들이다. 앞으로 추가될 10억 중산층의 약 90%는 아시아인이 될 것이라고 연구소는 내다봤다. 주로 중국, 인도, 동남아 지역이다. 연구소는 “올해 할리우드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Crazy Rich Asians)가 인기를 끌고, 아시아의 다국적 기업들이 강력한 국내 브랜드를 기반으로 세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다른 하나는 정치적인 측면이다. 중산층은 요구하는 것들이 가장 많은 계층이다. 정부에 대해 이전보다 더 많은 민주주의와 사회 참여, 더 나은 공공 복지와 교육, 보건, 치안 서비스를 요구한다. 또 혁명이나 급진적 변화보다는 안정을 추구한다. 하지만 세금을 더 많이 내는 것에는 반대한다. 이런 모순은 정치를 복잡하게 만든다. 중산층 증가는 기업엔 더 많은 기회를 부여하지만 정책 당국엔 풀기 어려운 숙제를 던져준다고 하겠다.
2030년 전세계 소득계층 분포 예상. 브루킹스연구소에서 인용
중국과 인도 중산층 2030년 미국 수준으로
보고서는 세계 중산층 규모가 갈수록 늘어 2020년 40억명, 2030년 53억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한 해 평균 1억명 이상의 새로운 중산층이 탄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반면 취약층은 2030년까지 9억명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극빈층과 부유층의 변화 폭은 상대적으로 적어 2030년까지 극빈층은 1억5천만명 줄고, 부유층은 1억명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연구소는 2030년 중국과 인도의 중산층 시장은 각각 연간 14조1천억달러, 12조3천억달러로 15조9천억달러의 미국 중산층 시장에 버금가는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중산층의 규모는 그 나라의 행복 수준과도 관련이 깊다. 갤럽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산층에 새로 진입한 사람들은 빈곤층이나 취약계층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보다 행복감이 높다.
중산층 증가에도 불구하고 2030년 빈곤 퇴치라는 유엔 목표는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픽사베이
빈곤 탈출 속도는 더뎌 2030년 완전 퇴치 어려울 듯
하지만 지금의 추세로 `2030년 빈곤 퇴치’를 달성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중산층의 급증세와 달리 빈곤층 감소 추세는 기대보다 더딘 편이다. 유엔의 지속가능개발목표 실행 시작 시점인 2016년 1월부터 2018년 7월 사이에 빈곤에서 벗어난 숫자는 8300만명에 이른다. 그러나 연평균으로 따져 2030년까지 `빈곤층 제로‘를 달성하려면 이 기간에 1억2천만명을 탈출시켜야 했다. 이 격차를 줄이려면 앞으로 빈곤층 감소 속도가 훨씬 더 빨라져야 한다.
2016년 초반 통계를 기준으로 할 때, 2030년 빈곤 퇴치를 위해선 1초당 1.5명을 빈곤에서 탈출시켜야 한다는 계산이 나왔다. 그러나 현재 빈곤층 감소 속도는 1초당 1.1명에 머물러 있다. 더욱 최근 들어 많은 나라에서 빈곤 탈출 속도가 둔화되고 있다. 연구소는 이제는 1초당 1.6명으로 속도를 더 늘려야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대로라면 빈곤 탈출 속도가 2020년엔 매초당 0.9명, 2022년엔 매초당 0.5명으로 더 떨어질 수도 있다고 연구소는 우려했다.
흰색은 빈곤 퇴치 국가, 녹색은 2030년 빈곤 퇴치 가능 국가, 노란색은 2030년 빈곤 퇴치 미흡 국가, 빨간색은 빈곤 악화 국가. 출처:worldpoverty.io
아프리카는 되레 빈곤층 늘어...나이지리아 1위
세계 빈곤층 문제의 중심은 아프리카다. 전세계 빈곤층의 3분의2가 아프리카 사람들이다. 게다가 아프리카에서는 오히려 빈곤층이 늘고 있다. 빈곤층이 늘고 있는 전세계 18개국 가운데 14개국이 아프리카 나라들이다. 올 한 해만 해도 320만명이나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빈곤층 인구 1위는 인구대국 중국이나 인도가 아닌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다. 인구 2억600만명으로 세계 7위인 나이지리아는 2018년 5월 현재 빈곤층 인구 8700만명으로, 인도(7300만명)를 제치고 세계 최대 빈곤층 국가가 됐다. 나이리지아에선 현재 1분마다 6명꼴로 빈곤층이 늘어난다. 반면 인도에선 빈곤층이 꾸준히 줄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머지 않아 콩고민주공화국도 인도를 제치고 빈곤층 인구 2위에 오르고, 2030년엔 세계 빈곤층의 90%가 아프리카인일 것으로 연구소는 예상했다. 세계적인 중산층 증가 추세 속에서 대륙간 불평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광화문 광장 한복판서 "김정은 팬클럽 모집…나는 공산당이 좋아요!" 1126 조선
광화문 광장 한복판서 "나는 공산당이 좋아요"
최근 종북성향 단체 우후죽순 늘어나
시민들 "제 정신 아니다" 냉소적 반응
"저는 김정은 국무위원장님의 열렬한 팬입니다. 팬클럽을 공개 모집합니다. 나는 공산당이 좋아요!"
평양이 아니다. 26일 오후 2시 40분쯤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이런 외침이 울려 퍼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환영하는 ‘위인맞이환영단’ 김수근(35) 단장은 지나가던 시민들에게 "여러분도 곧 (김정은을) 좋아하실 겁니다"라고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 시민들은 "미친X"이라면서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일부는 "대낮에 도심 한 가운데서 저 짓거리 하는데 경찰은 뭐하느냐"고도 했다.
26일 오후 ‘위인맞이환영단’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발족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손덕호 기자
이날 마이크를 넘겨 받은 김 단장은 "(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님을 굉장히 좋아한다. 정말 훌륭한 위인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정상회담에서) 본 김정은 위원장님은 겸손하고 배려심 많고 결단력 있고 배짱 좋고 실력 있는 지도자였고, 우리 민족의 평화 번영 통일을 위해서 모든 것을 바치려는 강력한 의지까지 갖고 있었다. 거기에 유머러스까지 한데 어떻게 좋아하지 않을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미국과의 관계만 봐도 김정은 위원장님이 위인임을 알 수 있다. 깡패국가 미국이 북한 요구에는 쩔쩔맨다"며 "어려운 시절에도 민족 자존심을 지키면서 당당한 자주국가를 만들어낸 북쪽 동포들과 김정은 위원장님께 경의를 표한다"고 덧붙였다.
위인맞이환영단은 김정은의 서울 방문을 환영하기 위한 목적으로 결성된 단체다. 최근 김정은 환영단체는 우후죽순 결성되는 추세다. 앞서 ‘백두칭송위원회’ ‘꽃물결 대학생 실천단’ ‘서울시민환영단’ ‘김정은 국무위원장 서울방문 환영 청년학생위원회’가 발족됐다. 이들은 모두 종북(從北)성향을 보이고 있다.
이날 광화문 광장을 지나가던 시민 대다수는 "불쾌하다"는 반응이었다. 위인맞이환영단의 기자회견을 지켜본 김모(62)씨는 "완전히 정신이 나가서 헛소리를 한다"고 했고, 홍모(25)씨도 "김정은 좋아하는 건 자유지만, 왜 여기에 나와서 떠드는지 모르겠다. 공산당이 좋다니 제 정신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시민 이모(35)씨도 "서울 한복판에서 공산당을 찬양한다니 기가 막힌다. 당장 수사에 착수해 종북세력을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했다.
‘위인맞이환영단’이 제작한 김정은 서울 방문 환영 포스터./ 위인맞이환영단 페이스북
위인맞이환영단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위원장님 환영 지하철 광고 추진’ △자기 집과 동네에 ‘김정은 위원장님 서울 방문을 뜨겁게 환영합니다’ 현수막 걸기 △김정은 국무위원장님 환영 스티커 붙이기 등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인터넷을 통해 추가 회원 모집에 나서겠다고도 했다.
앞선 이날 오후 2시에는 한국청년연대 회원들이 김정은 국무위원장 서울방문, 남북정상회담 환영 청년학생위원회 발대식’을 개최했다. 청년학생위는 전국 청년 단체 106개가 모인 단체다.
TV조선·채널A 돌려보낸 '김정은 방문 환영' 청년위원회 1126 오마이뉴스
[현장] 세종문화회관 앞 출범식... "통일 위한 일, 색깔론 매도 그만"
▲ “역사적인 서울정상회담, 청년학생들이 기다립니다” 청년민중당, 대학생겨레하나, 한국청년연대 등 106개 단체 학생들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 서울방문, 남북정상회담 환영 청년학생위원회 발족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유성호
'김정은 국무위원장 서울방문 및 남북정상회담 환영 청년학생위원회'가 26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발족했다. 청년학생위원회는 청년민중당 등 106개 단체가 모여 만든 위원회로 지난 1일 준비위원회를 발족하고 출범을 준비해왔다.
이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방문을 통해 지난 70여 년간 이어져온 분단장벽을 허물어내고 마음에 남아있는 반목과 불신의 응어리를 말끔히 털어내자"라며 "청년학생환영단 모집, 청년학생환영선언, 환영문화제, 북한 바로알기 사진전 등 사업을 펼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TV조선이나 채널A는 빠져달라"
이날 청년학생위원회는 기자 회견에 앞서 "TV조선이나 채널A는 빠져주시면 감사하겠다"며 "(해당 언론은) 국민과 청년들의 진심을 왜곡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TV조선과 채널A 기자들이 현장에서 취재를 하려 하자 청년학생위원회 관계자가 해당 기자들을 한명 한명 찾아가 취재 거부의 뜻을 재차 밝혔다. 발언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해당 언론이 촬영을 강행하자 사회자는 "TV조선, 채널A는 촬영을 중단해주시기 바란다"며 "여러분들의 취재는 허락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해당 언론사 기자들은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 “역사적인 서울정상회담, 청년학생들이 기다립니다” 청년민중당, 대학생겨레하나, 한국청년연대 등 106개 단체 학생들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 서울방문, 남북정상회담 환영 청년학생위원회 발족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유성호
최근 '백두칭송위원회'라 명명된 단체가 '청년위원회'와는 별도로 만들어져 지난 7일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이들은 이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김정은 위원장 서울 방문 환영 연설대회'를 개최했다. 또 수원과 대구, 광주, 부산 등에서도 같은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백두'라는 용어가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의 타깃이 됐다. 특히 조선일보는 백두칭송위원회 결성 이후 김정은 위원장 방문 환영 움직임을 '친북'이라며 색깔론을 펼쳐왔다.
이날 청년위원회의 기자회견장에도 보수를 자처하는 시민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자신을 '활빈당' 회원으로 소개한 60대 한 남성은 행사 전부터 "김정은 떠받드는 백두칭송위원회를 규탄한다"라는 피켓을 들고 "여기가 (평양) 려명거리냐"라며 "북한으로 가버려"라고 소리쳤다. 청년학생회와 백두칭송위원회를 같은 단체라 착각하고 비난한 것이다.
▲ 활빈당 회원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김정은 국무위원장 서울방문, 남북정상회담 환영 청년학생위원회 발족 기자회견에 나타나 “김정은 떠받드는 백두칭송위원회를 규탄한다”고 외치며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 유성호
청년학생위원회 "백두칭송위원회와 다르다"
▲ “역사적인 서울정상회담, 청년학생들이 기다립니다” 청년민중당, 대학생겨레하나, 한국청년연대 등 106개 단체 학생들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 서울방문, 남북정상회담 환영 청년학생위원회 발족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유성호
이날 청년학생위원회 결성 사회를 맡은 손동대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청년학생본부 공동위원장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백두칭송위원회는 청년학생위원회와 별개의 단체"라면서 "조선일보와 채널A가 (청년위원회에) 이상한 색깔론을 덧씌워 취재할 것이 우려돼 거부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손 위원장은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위한 것인 만큼 보수언론의 무분별한 비난에 굴하지 않고 청년학생 환영단을 지속적으로 모집해 활동 범위를 넓혀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청년학생위원회는 기자회견 말미에 한반도기를 들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방문과 남북정상회담을 뜨겁게 환영한다"고 외쳤다. 다음달 8일에는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청년학생위원회 이름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방문과 서울남북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문화제를 진행할 예정이다
민주-한국당에 수백억…국고보조금, 생각지도 못한 곳에? 1126 [JTBC]
정치인들에게 정부가 지급하는 돈은 다양합니다. 물론 그 돈은 모두 피같은 세금입니다. 세비야 일종의 봉급이니까 그것마저 아깝다 할 수는 없겠지만 최근에 문제가 된 특수활동비나 업무추진비 등은 이미 곱지 않은 시선을 모은 바가 있죠. 그런데 매년 수백억 원에 이르는 정당 국고 보조금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JTBC가 중앙선관위에 정보공개청구를 해서 분석해봤더니 지난해와 올해 2년동안 민주당에 517억 원, 한국당에 516억 원이 나갔습니다. 엄청난 액수입니다. 합치면 1000억 원이 넘으니까요. 그런데 생각지 못한 곳에 돈이 쓰이고 있었는데…
[기자]지난해 대선 당시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의 홍보 영상입니다.총 3편으로 구성된 이 영상을 제작하는 데 2400만 원이 들었습니다.지난 6·13 총선에 등장해 화제를 모은 '아기상어' 로고송에는 4200만 원이, 지난해 2월 새누리당에서 자유한국당으로 당명을 바꾸는데도 1700만 원이 들어갔습니다.100% 세금인 정당 보조금이 쓰였는데 한국당은 이를 조직활동비라고 분류해 놓았습니다. 언론 소송 등을 위한 변호사 비용에도 6000만 원을 썼는데, 비판 언론과의 법적다툼에 1630만 원이 들어갔습니다.
국고보조금은 사실상 투명하게 공개되어 있지 않아서 어떻게 사용됐는지 일반인들이 알기는 쉽지 않습니다. 민주당의 지출 내역에는 구체적이 내용을 알 수 없는 뭉칫돈 사용이 많았습니다.
지방선거 워크숍 진행비에 5100만 원이, 여성전진대회 진행비에 6050만 원을 썼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원전은 마을을 어떻게 길들였나 제1239호
원전 폐쇄 두고 지역경제 침체 위기 호소하는 고리·월성
지역경제 발전 간데없고 눈먼 돈에 발목 잡힌 마을의 비극
“우리 형님이 그러더라. 엄청시리 큰 밥솥이 있어가 그걸로 물을 끓여갖고 전기를 맨든다꼬. 형님이 그러더라. 저 밥솥 때문에 우리가 호강하고 산다꼬. 점마 덕에 우리나라가 부자 나라가 될 기라꼬. 억수로 고마운 밥솥이라꼬.”
한국 최초의 원전 재난영화로 알려진 영화 <판도라> 앞부분에서, 바닷가로 놀러나온 아이들은 원자력발전소(원전)를 바라보며 ‘밥솥’이라고 말한다. 권위주의 정부 시절 주민들은 좋은지도 나쁜지도 모른 채 “국가가 한다”니까 그러려니 원전 건설을 받아들였다. 건설 초반 마을에 사람도 북적이고, 돈이 풀리자 주민들은 원전이 마을의 밥솥이 될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한국 최초의 원전 고리 1호기가 가동된 뒤 세계는 미국 스리마일섬(1979년), 소련 체르노빌(1986년), 일본 후쿠시마(2011년) 등 최악의 원전 사고를 겪는다. 한국 역시 잦은 원전 고장과 사고, 납품 비리 등으로 몸살을 앓았다. 밥솥에 ‘위험시설’ ‘혐오시설’이란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그리고 수명을 다한 원전이 나오기 시작했다. 위험시설을 안고 산다는 이유로 해마다 지원되는 정부와 원전 사업자의 지원금에 의존하던 지역에 공포가 찾아왔다. 공포는 다시 의존을 부른다.
원전 주변 밖에선 탈원전 정책을 놓고 찬반 논란이 계속되지만 원전 주변에 사는 이들은 떠날 수도 남을 수도 없는 상황에서 오늘도 무엇이 ‘최선’인지 고민한다. 원전이 멈춰도 핵폐기물 처리와 폐로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미우나 고우나 원전을 끌어안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겨레21>은 11월17~18일, 11월20~21일 운전을 멈춘 부산 기장군 고리 원전 1호기와 경북 경주 양남면·양북면·감포읍 등 월성 원전 1호기 주변에 사는 이들을 만났다. 이들의 살림살이가 나아졌는지,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살펴봤다. 이들이 처한 상황은 그동안 우리 사회가 위험시설을 낙후된 지역에 몰아넣고 전기를 쉽게 사용해온 역사와 연결된다. ‘원전의 숨겨진 비용’을 애써 외면해온 우리 사회가 이제는 미뤄둔 숙제를 제대로 해낼 수 있을까.
경주=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부산=조윤영 기자 jyy@hani.co.kr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고리원자력발전소 풍경. 조윤영 기자
11월15일 오후 5시께 경북 경주 양남면 나아리 나아해변엔 어스름이 드리우고 있었다. 아장아장 걷는 아이와 산책 나온 엄마, 힘이 넘치는 커다란 개의 목줄을 쥐고 끙끙대며 따라가는 아저씨, 동네 마실 나온 어르신들. 철썩대는 파도와 물기를 머금은 바람이 이들을 감싸안았다. 여느 바닷가 마을과 다를 것 없는 풍경이라는 생각도 잠시, “제한구역 알림. 본 지역은 원자력안전법 제89조에 따라 제한구역(EAB)으로 설정된 지역으로 일반인 출입 및 거주를 통제하는 지역입니다. 월성원자력본부장”이라 쓰인 표지판이 눈에 띈다. 바다를 바라보고 왼쪽으로 우뚝 솟은 월성원자력발전소(월성 원전)와 널찍하게 뻗은 도로는 이곳이 여느 바닷가 마을과 다르다고 알려준다.
“모르겠어요. 가동하면 좋지. 그 방폐장은 문제고. 딴 데서 자꾸 (핵폐기물을) 가져온다는데…. (월성) 1호기는 돌리면 좋지. 나도 저기서 10년 넘게 청소일 하고 나왔는데 설비를 얼매나 했노. 새로 돌린다고 싹 다 했지. ”
20여 년 전 월성 원전 3·4호기를 세울 때 이 마을에 정착했다는 ㄱ(70)씨는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에 대해 “사람이 바글바글했다”는 과거를 떠올리며 월성 원전을 바라봤다. “위험한지 몰랐지. 일본 (원전) 사고 나고 포항과 경주에서도 지진 나고. 지진 났을 때는 흔들흔들, ‘와 이카노, 와 이카노’ 했지. 이제 여기가 젤 위험한 지역이라고 알지.” 그럼에도 그는 “그런 거라도 하나 있어야 사람이 왔다 갔다 한다. 여기 볼 게 뭐 있냐”며 월성 원전이 계속 돌아야 한다고 했다. “땅도 내놔도 안 팔리지. 누가 살려고 하겠어요. 내 나이 칠십 넘어서 우리야 여기서 죽으면 죽는 건데…. 그래도 어떨 때는 딴 데 가서 살고 싶지.”
ㄱ씨의 복잡한 마음은 월성 원전 소재지 양남면 주민 6526명(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 통계·2018년 10월 기준)이 원전을 바라보는 시각의 단면을 보여준다. 좀더 확대하면 월성 원전 5㎞ 이내에 사는 양북면(4475명), 감포읍(5742명), 그리고 10㎞, 20㎞ 안에 수많은 ㄱ씨가 살고 있다. 지난해 6월18일 40년 운전을 마친 부산 기장군 고리 1호기 주변 5㎞에도 ㄱ씨와 닮은 5만5345명(부산 기장군 장안읍·일광면, 울산 울주군 온양읍·서생면)이 삶을 영위하고 있다. 이들의 마음이 복잡한 건, 아름다운 해변과 수산물 말고 가진 것 없는 지역에서 떠안을 수밖에 없었던 원전과 이에 따라 내려오는 지원금이 파도와 바람 대신 이들을 붙잡고 있기 때문이다. ㄱ씨 같은 이들은 앞으로 더욱 늘어난다. 2023년 고리 2호기를 시작으로 설계수명이 다한 원전이 (수명 연장을 하지 않는다면) 줄줄이 영구 정지된다.
지역 주민 의견 무시한 국책사업
“이 법은 발전소의 주변 지역에 대한 지원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고 전력사업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증진하여 전원(電源) 개발을 촉진하고 발전소의 원활한 운영을 도모하며 지역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
원전을 포함해 발전소를 짓는 지역에 대한 지원 근거를 규정한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발주법) 제1조다. 월성 1호기, 고리 1호기 주변 주민들이 처한 딜레마는 이 조항에서 잉태된다. 지역 발전이 ‘전원 개발’(전력 생산을 위해 발전소나 설비를 설치하는 일)과 ‘발전소의 원활한 운영’보다 후순위다. 과거 지역이나 사람보다 ‘국익’을 상위에 두고 진행돼온 국책사업의 기본 정신이 담겨 있는 것이다.
전원 개발을 위해 군사정권이 1970~80년대 추진한 고리 1호기, 월성 1호기 건설에 주민들의 의견은 들어갈 틈이 없었다. “(정부가)꼭 필요하다고, 천지개벽한다고 하니까… 주민들은 뭔지도 몰랐죠. 정부가 하는 대로….”(이진곤 양남농협조합장) “기장에서 나는 미역과 다시마, 붕장어는 최상품으로 대접받았어요. 경치도 끝내줬고. 그런데 국가에서 하려는 일을 개인이 반대할 수 없는 시대였어요.”(부산 기장군 장안읍 주민 ㄴ씨·54)
원전 건설 과정에서 일자리가 생기고 지역이 북적거리는 ‘특수’가 불었지만, 곧 원전의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다. 고리 1호기의 경우 안전을 이유로 가동 뒤 반경 8㎞ 이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으로 설정됐고, 주민들의 재산권은 30여 년간 묶여 있었다. 이현만 전 기장군 의원은 “예전에는 개발제한구역이어서 집도 마음대로 지을 수 없었다”고 했다. 주민들은 원전 냉각수로 쓰이고 평균 7도가 높은 채 바다로 계속 배출되는 온배수 때문에 어종 생태계가 변하는 것을 보았다. 원전을 떠안은 대가를 하나둘 알게 된 것이다.
정부는 2005년 발주법을 개정했다. 원전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사업자지원사업을 도입하고, 발전량에 따라 지원금을 주는 방식으로 바꿨다. 기존 정부기금(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지급하던 기본지원사업에 한수원이 집행하는 지원금이 생기고 발전을 계속할수록 지원금을 받는 구조로 바뀌며 지원금 규모가 2배 이상 올랐다. “지원사업의 효과를 높이겠다”는 취지였지만 이는 지역이 원전에 더욱 종속되는 결과를 낳았다.
한국의 발전소 주변 지원제도는 일본의 제도를 많이 참고했다. 일본도 2003년 전원개발촉진세 원전 주변 지역 교부 기준을 용량 기준에서 전력생산량(발전량) 기준으로 바꿨다. 원전이 있는 일본 이카타의 지역경제를 연구해 논문을 쓴 장정욱 일본 마쓰야마대학 경제학부 교수는 “발전량 기준은 고장이나 사고가 날 때 정지 기간이 길수록 지원금이 줄어드는 점을 이용해, 원전 가동에 따른 위험에 대한 지역의 목소리를 억누르려는 의도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전년도 발전량 1kWh당 0.25원×24시간×365일’. 발주법 개정에 따른 지원금 산정 기준이다. 월성·고리 주민들이 ‘목숨값’이라 이르는 돈이다. 이후 ‘목숨값’은 원전 안전에 대한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한수원엔 ‘발전소의 원활한 운영’을 위한 수단이 됐고, 주민들에겐 ‘민-민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씨앗이 됐다.
원전을 돌릴수록 목숨값이 높아진다
2007년 6월, 30년 설계수명을 다한 고리 1호기는 한수원과 정부의 결정으로 10년 연장 운전을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주변 지역은 극심한 갈등에 휩싸였다. 국내 최초의 원전인 고리 1호기는 1978년부터 2007년 6월까지 고장·사고가 125건(원전안전운영정보시스템)으로 당시 전체 20여 기 원전의 고장 건수(602건)의 약 20%를 차지했지만, 한수원과 정부는 안전성 평가 결과 문제가 없다며 수명 연장을 밀어붙였다.
이때도 지역사회를 좌우한 것은 ‘안전’보다 ‘돈’이었다. 한수원은 주민 소통·설득 작업이라고 밝혔지만 당시 5㎞ 이내 마을 청년회에서 일했던 ㄷ(46)씨는 “한수원이 주민들과 단체를 상대로 외국 견학이나 단체 모임·행사 지원, 식사·술 제공 등으로 ‘각개 플레이’를 했다”고 기억했다. 당시 대부분의 마을 주민들이 고리 1호기 수명 연장 반대를 외쳤지만 결국 지역주민 대표들은 2007년 12월 특별지원금 1610억원을 받고 연장에 합의했다. ㄴ씨는 “주민들 사이 의견 정리가 잘 안 됐다. 이듬해 정권이 바뀌는데 정부가 ‘이 부분(합의)을 빨리 안 하면 혜택 없어질 수 있다’ ‘여러분이 원하는 만큼 하려면 수명 연장을 해야 한다. (이주를 요구하던 길천마을의 경우) ‘수명 연장하면 이주 대책을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 당시에는 합의가 최선이었다”고 말했다. 물론 이주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원전 주변 마을 이장 ㄹ(56)씨는 “마을이 발전할 수 있는 동력이 없다. 공공시설은 군이나 시에서 지원해야 하는데 예산 부족을 이유로 외면한다. 1호기 가동 중단하고 지원금이 줄어드니 힘들다. 이제는 좋은 시설을 만들어 주민들에게 수익을 돌려주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마을 회관, 경로당, 도로 확장 등에 원전 지원금이 쓰이며 사실상 지자체의 재정을 보조하고 있다.
고리 1호기는 당시 월성 1호기의 미래가 됐다. 2012년 11월 월성 1호기의 설계수명은 만료됐지만 한수원과 정부는 2022년까지 수명 연장을 추진했다. 고리 1호기 수명 연장 때의 갈등이 똑같이 되풀이됐다. 주민들은 반발했지만 결국 2015년 6월, 한수원과 월성 1호기 주민 대표 단체인 동경주대책위원회는 ‘상생협력금’이라는 이름의 보상금 1310억원을 경주시와 원전 주변 지역이 나눠 받는 것으로 합의했다. 고리 1호기의 보상금보다 적게 책정된 이유는, 고리 1호기(10년)보다 월성 1호기의 수명 연장 기간(7년)이 짧았기 때문이다. 정작 월성 1호기가 있는 양남면 22개 마을 가운데 17개 마을이 주민 투표에서 반대 의사를 보였지만 이를 되돌릴 수는 없었다. 앞서 한수원이 7천억원을 들여 월성 1호기의 핵심 설비를 교체한 가운데 주민들에게는 “지역경제를 위해 보상금을 받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선택지만 제시됐다.
당시 한수원과 합의에 참여했던 신수철 감포읍발전협회 회장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일본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 안전에 대한 불안은 늘 있었죠. 합의 당시 고민이 됐어요. 상생협력금도 있지만 계속 운전에 따른 지원금도 계산할 수밖에 없었죠. 지역 발전 틀이 거기에 맞춰 짜이는데…. 발전소가 지역 의견과 상관없이 들어왔고, 지역이 그것에 의존하게 됐는데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그는 사용후핵연료의 포화로 월성 2~4호기가 가동을 멈추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
월성 1호기 폐쇄, 440억원 손실 보상 요구
결국 지원금 앞에서 “노후 원전을 폐쇄해야 한다”는 주장은 묻힐 수밖에 없었다. 당시 양남면발전협의회장을 맡아 월성 1호기 재가동 반대를 이끌었던 이진곤 양남농협조합장은 “중수로는 경수로와 달리 인근 지역의 사람과 채소에 삼중수소가 쌓인다. 그러니 가동해서는 안 된다고 반대했다”고 말했다. 4년째 월성 원전 홍보관 앞에 농성장을 마련하고 이주를 요구하는 신용화 월성 원전 인접지역 이주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은 “안전을 이야기하면 결국 돈 이야기로 흘러간다. 워낙 돈을 뿌려놓아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에너지전환 정책을 추진하며 지난 6월 한수원 이사회에서 경제성을 이유로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결정하자 지역은 또다시 2년 전으로 돌아갔다. 열악한 지방재정을 호소하는 지자체가 먼저 총대를 멨다. 경주시는 월성 1호기 가동 중단으로 440억원(지원금+지역자원시설세)의 지원이 줄고, 지역주민 500명의 일자리가 줄어든다며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지역은 갈라졌다. 감포읍과 양북면, 양남면 원전 인접 5개 마을(나아리, 나산리, 읍천1·2리, 환서리)이 동경주대책위를 꾸려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에 따른 지역 피해 조사와 대책을 마련하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2년 전 월성 1호기 재가동에 반대했던 양남면발전협의회는 동경주대책위에 참여하지 않고 “1호기 조기 폐쇄에 반대하지 않지만, 사용후핵연료 문제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갈등의 중심에 한수원이 있다. 한수원 5개 지역 본부는 매년 500억원대의 사업자지원금으로 발주법에서 규정한 교육·장학사업, 지역복지사업에 지원한다. 실제로 지원금 대부분이 장학금이나 학교 지원, 지역 소득 증대 사업에 쓰인다. 문제는 원전 운영의 주체인 한수원이 지원금의 칼자루를 쥐고 있다보니 지원금 집행의 적절성과 공정성 논란이 지역 안에서 계속 제기되는 것이다. 당장 월성 주변 지역에선 지난해 재가동 때 지원하기로 했던 상생협력금 1310억원 가운데 집행되지 않은 예산을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라 한수원이 환수할 수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에 감포읍발전협의회는 수익사업 명목으로 원룸과 건물 등 부동산을 급하게 샀고, 이것의 적절성 논란이 지역사회에서 벌어졌다. 당시 사정을 아는 월성 원전 주변 몇몇 주민은 “한수원에서 환수될 수 있으니 빨리 써야 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고 말했다.
지역 발전보다 여론 무마에 쓰이는 지원금
경북 경주시 양북면 도로에 걸린 한국수력원자력 노동조합의 현수막. 이승준 기자
<한겨레21>이 국회를 통해 입수한 ‘최근 5년간(2013~2017) 한수원 지원사업 신청내역 및 심사결과’(지원사업 내역)를 보면 지역의 마을발전협의회, 영농회, 이장단 등의 체육대회, 노래자랑, 축제 등 홍보성·일회성 행사에 지원되는 돈이 상당한 부분을 차지했다. 이현만 전 기장군 의원은 “발전소 운영으로 이익을 극대화해야 하는 주체가 지원금을 집행하고 있다. 한수원이 지역 여론을 자신의 우호 세력으로 잡아둘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일단 지원금은 보통 각 마을에서 신청한 사업을 주변지역 지원사업 심의지역위원회(지자체, 주민 대표, 한수원, 기초의회 등 참여)에서 심의해서 승인하는 방식인데, 이에 대해 기장군 주민 ㄷ씨는 “결국 눈먼 돈, 임자 없는 돈”이라고 꼬집었다. 김형칠 기장군 장안읍 길천마을 추진위원장은 “제도를 악용해 마을에 사무실을 차리고 ○○봉사단체 간판을 달지만 실제 활동하지 않는 부적합한 단체들도 있다”고 말했다. 소액의 비품 구매나 소모성 장비 구매 등 온갖 민원성 요청이 올라와 이를 거르는 것도 쉽지 않다고 한다. 지역 사회가 굴러가는 모든 비용을 한수원에게 청구하는 구조가 고착화 된 것이다.
지원금 중 한수원이 자체 집행하는 ‘현안해결 및 여건변동 지원사업’ ‘부대사업비’ 항목(고리원전본부의 경우 매년 6억~8억원, 월성원전본부 매년 3억~4억원)에 대해 지역에서 의심하는 눈초리도 있다. 양남면 주민 ㄹ(64)씨는 “한수원이 자체 집행하는 돈이 마을 행사 지원비나 협찬금으로 쓰이는 것으로 안다. 특히 마을 대표들에게 쓰이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한수원 5개 원자력본부는 11월5~23일 각 지역의 주민들에게 원전에 대한 주민 의견을 조사했다. 그런데 월성 원전 주변 주민발전협의회와 마을 이장 등에게 “수용성 설문조사가 있을 예정입니다. 설문조사는 단순히 5개 원자력본부 간의 평가를 위한 내부 평가로 활용되니 설문 내용과 다소 부합되지 않더라도 월성원전본부가 앞으로 더욱 열심히 하라는 격려의 뜻으로 ‘매우 그렇다’는 답변으로 설문에 응답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는 내용이 담긴 유인물이 배포됐다. 5개 본부 내부 평가용이라고 하지만 주민 여론을 왜곡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될 만한 대목이다. 이에 대해 한수원 월성원전본부 관계자는 “외부에 발표하지 않는 내부 평가로 월성 원전이 지역사회 공헌과 봉사활동에 지난 1년간 열심히 해왔으니 이를 격려해달라는 차원일 뿐”이라고 밝혔다. 사업자지원사업에 대해서도 “한수원이 자체적으로 집행하는 사업은 지원금 중 작은 부분이고 절차에 맞춰 집행된다”고 말했다.
한수원 설문조사, 주민 여론 왜곡 논란
한국수력원자력에서 주민들에게 원전 안전성 등을 묻는 여론조사를 하는 가운데 월성원자력본부가 지역주민 대표들에게 배포한 유인물. 이승준 기자
원전 가동에 찬성하든 반대하든, 원전 지원금의 중요성을 긍정적으로 보든 부정적으로 보든 지역주민들은 원전에 의존할수록 지역경제와 자신들의 살림살이가 나아지지 않았다고 인식했다. 원전에 대해 “지역 성장 동력을 빼앗아간 존재”(기장군 장안읍 주민 ㅁ씨·63, “지역을 묶은 쇠사슬 같은 것”(기장군 장안읍 주민 ㄴ씨) 등으로 표현하는 이가 있었고, “외부에서 보상금 받아서 좋지 않냐고 할 때마다 분통이 터진다”(경주 양북면 봉길리 주민·60)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 동경주대책위에 참여하는 홍중표 양남면 나아리 이장은 “사람이 살 수 없는 동네로 보도될 때마다 인접 지역은 피해를 본다. 여기는 사람이 사는 동네다. 외부에서는 금전적 요구만 하는 이상한 사람들로만 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방법론에 대해서는 의견이 각양각색이지만 이들이 바라는 것은 원전이 폐쇄된 뒤에도 지역주민의 소득이 늘어나는 사업들이 계속돼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 지원제도에서 다음과 같은 생각은 언제나 소수의견으로 치부될 수밖에 없다. “일단 안전해야 외지인들이 들어올 거 아닙니까. 여기 와서 전원주택도 짓고 회도 먹고 그래야 상권이나 사업이 발전하는데…. 지역 발전을 위해서라도 안전성을 강조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백민석 양남면 발전협의회 회장)
이러한 현실은 원전 가동이 멈춘 뒤까지 염두에 두고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에 초점을 맞추는 프랑스와 차이를 보인다. 프랑스는 원전 주변 지역 지원제도를 별도로 운영하지 않고 지자체나 주민들에게 돈을 직접 지원하지 않는다. 대신 원전으로 확보한 지방 세수를 중·장기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고 주민들의 동의를 구한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원전 지역인 프랑스 플라망빌시를 방문한 뒤 작성한 보고서(2014년)를 보면, 플라망빌시 관계자는 “원전이 모두 폐쇄될 경우를 대비해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재투자에 역점을 두고 있다. 원전이 폐쇄돼도 지역이 살 수 있기 위해서 원전이 없는 미래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일부 지역 주민들과 전문가들은 지역주민·지자체·외부인사 등이 참여하는 ‘제3의 기구’에서 각종 지원사업을 통합해 돈을 관리하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제3의 기구가 지역의 중·장기 발전 계획을 세우고 돈을 체계적으로 쓰게 하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지원금 사용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려는 의도도 있다.
‘제3의 기구’, 지역별 에너지재단 구성 검토
주무 부처인 산자부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현행 지원제도의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산자부는 지난 6월 ‘에너지전환(원전 부문) 후속조치 및 보완대책’을 발표하며 “원전 주변 지역 지원제도를 그간의 민원사업 및 SOC 중심에서, 지역 발전 계획과 연계한 주민 소득 증대 사업 중심으로 개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산자부는 이를 위해 연구용역을 통해 지역별 ‘에너지재단’을 구성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기본지원사업·사업자지원사업·지역자원시설세 등 원전 주변 지역에 들어가는 돈을 주민과 지자체, 외부 인사들이 참여하는 별도 기구인 ‘에너지재단’에서 통합 관리하고 ‘종잣돈’을 바탕으로 지역의 중·장기 발전 계획을 세우게 하자는 구상이다. 그동안 지원사업을 주도하던 산자부와 한수원도 권한을 에너지재단에 넘기는 것이다. 정종영 산자부 원전산업정책과장은 “지역경제를 위해 원전 의존형 경제구조에서 다원화된 구조로 가야 한다”며 “현행 지원제도는 아무리 철저히 관리해도 예산의 중복과 비효율성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다. 결국 근본적인 틀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원전 지원금은 ‘눈먼 돈’
지자체 재정 보조 수단으로 변질되고 민원사업·행사 소모성 지출
10년 1조원 투입했지만 지역 발전 못 느껴
2017년 9월6일 울산시 울주군민체육관에서 열린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반대 궐기대회’. 주민들은 원전 건설로 지원금이 들어오면 지역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기대해 원전 건설에 찬성한다. 연합뉴스
“1호기 건설할 때야 사람들이 북적였지… 발전한 것도 별로 없어요. 아무것도 없고 그대로… 국가에서 한다는데 우짤 끼고.”
11월15일 월성원자력발전소(월성 원전)가 보이는 경북 경주 양남면 나아리 해변 도로에서 만난 ㄱ(78)씨는 “원전이 있어서 지역 살림이 달라진 게 있냐”는 질문에 ‘뭐, 새삼스럽게 그런 걸 물어보냐’는 표정을 지었다. 이곳 토박이인 그는 월성 원전 1호기가 있던 자리에서 살다가 1975년 착공을 앞두고 약 1㎞ 떨어진 곳으로 이주해 지금까지 살아왔다.
ㄱ씨의 반응은 원전이 있는 마을 주민들을 만나면 맞닥뜨리는 공통된 모습이다. 해마다 원전이 있는 지방자치단체(지자체)와 주변 마을에 1천억원 넘는 재정이 지원금 형태로 들어가지만, 원전 주변 지역주민들에겐 지역의 발전이 정체됐다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다. 실제 원전 주변 지역주민들의 삶이 눈에 띄게 나아졌다는 지표는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원전 부품 비리(2012~2013년), 경북 지역 지진(2016~2017년), 잦은 고장 등으로 원전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며 지역주민들은 부동산 가격 하락, 지역의 농수산물 판매량·관광객 감소 등을 호소한다.
원전 불안감 커지며 땅값·관광객↓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2013년 원전 이름에 행정구역 명칭이 포함돼 지역의 경제와 이미지에 나쁜 영향을 준다는 주민들의 민원을 반영해, 영광 원전은 ‘한빛원전’으로, ‘울진 원전’은 ‘한울원전’으로 이름을 바꾸기도 했다. 원전 신규 부지 선정 과정에서 정부와 한수원, 지자체 등은 ‘원전을 유치하면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고 수조원의 수익이 기대된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장밋빛 기대’는 어디로 간 걸까.
원전이 건설되면 해당 지자체에 막대한 정부 재정이 들어가는 것은 사실이다. 1990년 시행된 ‘발전소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발주법)은 원전을 포함한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과 이에 따른 예산 지원을 규정하고 있다. 원전의 경우 크게 전력기반기금(소비자가 내는 전기요금의 3.7%를 떼서 만든 기금. 전력산업 발전과 기반 조성을 위한 공공사업에 쓰도록 규정)에서 예산을 지원하는 기본지원사업·특별지원사업·홍보사업과, 한수원이 부담하는 사업자지원사업(2006년부터 시행)이 있다. 원전 주변 5㎞ 이내 읍·면·동 주민들과 해당 지자체에 대부분 지급된다. 원전 인근의 지역주민들이 ‘위험시설’을 안고 살아가는 것에 대해 전기를 사용하는 소비자와 위험시설을 운영하는 사업자인 한수원이 지원금을 분담하는 구조다. 여기에 약 2천억원의 지역자원시설세(지역에 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 특정 자원이나 부동산에 부과하는 세금)도 5개 원전 소재 지자체 재정으로 잡힌다.
발주법은 지원사업이 지역주민들의 소득 증대와 생활환경 개선 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규정한다. 원전 신규 부지로 선정된 지자체에 지급하는 특별지원사업(2019년 10월 준공 예정인 신한울 1·2호기의 경우 1276억원 지원)을 제외하고 매년 예산이 지원되는 사업은 크게 기본지원사업과 사업자지원사업으로 나뉜다. 법이 규정하는 기본지원사업은 주변 지역 개발과 주민 복리를 위해 시행하는 소득증대사업·공공시설사업·육영사업·주민복지지원사업 등이고, 사업자지원사업은 교육장학사업·지역경제협력사업·지역복지사업 등이다.
지원 예산 규모는 법이 개정된 2005년 이후 급격히 늘었다. 2005년 개정된 법은 한수원의 사업자지원사업을 도입하고, 발전소 운영 기간이 경과하면서 지원금이 줄어드는 기존 제도를 발전량에 따라 예산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당시 국회 산업자원위원회 전문위원 법안 검토 보고서를 보면 “매년 물가 상승(연평균 3.5%), 주민들의 기대수준 변화, 타 혐오시설의 지원 규모 등으로 인하여 주변 지역 내에 거주하는 지역주민의 입장에서는 지원 규모가 점차 축소되어 지원사업의 효과가 미흡하다고 느끼고 있는 실정”이라고 법 개정 취지를 설명했다. 1990~2005년 전국의 원전 소재 지역에 준 기본지원사업 지원금은 5975억원인데, 2006~2016년에는 1조2641억원으로 지원금 규모가 두 배 이상 늘었다. 한수원도 2006~2016년 약 5005억원을 지자체와 원전 주변 마을에 지원했다.
51.9% “지역 발전? 변화 없다”
경북 경주 양남면에 있는 옛 한국원자력문화재단(현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소속 월성원자력문화진흥회 사무실. 원전 지역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만든 단체로 지난 6월 말 문을 닫았다. 이승준 기자
투입한 재정만큼 지역경제는 발전하고, 주민들의 만족도는 올라갔을까. 한수원이 한국산업경제정책연구원에 의뢰해 작성한 ‘원전 주변 인문·환경 변화 과정 추적관리 종합보고서’(2017년 8월)를 보면, 원전의 지역 발전 기여도에 대한 주민 조사에서(원전 주변 지역 20㎞ 이내 주민 1900명 대상 면접 조사) 51.9%가 “변화 없다”고, 41.7%가 “발전했다”고 답했다. “낙후됐다”는 응답은 6.4%였다. 각종 원전 지원사업에 대한 만족도는 ‘보통’(49.5%)이 가장 많았고, ‘불만족’(25.7%)과 ‘만족’(24.8%)이 뒤를 이었다. 원전 지역 지원사업제도가 28년 동안 지속돼왔지만 해당 지역의 주민들은 지역에 변화가 없고 지원사업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이러한 주민들의 반응은 원전 주변 지역과 다른 지역의 지역내총생산(GRDP)을 비교한 연구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다. 관련 연구 중 비교적 최근에 발표된 논문 ‘원전 주변 지역 지원제도의 경제효과 분석’(조세재정연구원·2016)은 “지원을 받는 지역과 지원을 받지 않는 다른 지역의 GRDP 차이를 발견할 수 없었다. 정부의 재정 지원은 오로지 도로나 건물 등 건설 부분 GRDP를 올려주는 효과만이 있었다”고 지적한다. 연구는 원전 지역 지원금이 증가한 2006~2014년 원전 지원을 받는 지자체와 지원을 받지 않는 인접 지역 지자체를 비교·분석한 것이다. GRDP 통계가 읍·면·동 단위로 집계되지 않아, 연구는 원전 5㎞ 이내 지역의 GRDP가 아닌 시·군·구 GRDP 통계를 기준으로 했다. 보고서는 또 지원금이 투입된 지역에 총인구가 일부 늘어났지만, 사업체 수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고 분석했다. 물론 원전 주변 지역의 GRDP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논문은 막대한 재정 투입에 비해 그 성과가 높지 않다는 것을 지적한다.
일자리의 경우도 원전 건설 초기에는 건설업 일자리가 늘어나지만 전문성을 요구하는 원전 특성상 이후 운영할 때는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크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경주시가 월성 1호기 가동 중단에 따른 지역경제의 영향을 분석해 내놓은 자료를 보면, 경주 출신 한수원 월성원자력본부와 협력회사 근무자 수를 350명(2014~2016년 채용)이라 밝힌다. 이외에 원전 운영으로 유지되는 일자리는 청소 등 계약직 일자리와 공원 관리 등 일용직이 대부분이다.
이런 현상이 생기는 이유에 대해 현행 원전 주변 지역 지원사업이 지역경제 발전을 위한 중·장기 계획 대신 단기성 사업에 치중되고, 지역주민들의 소득 증대보다 눈에 보이는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나 일회성 행사에 집중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지원사업이 주로 지자체나 원전 주변 지역 발전협의회나 이장단 협의회 등의 단체가 신청한 민원성 사업을 승인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다보니 지원사업을 두고 ‘나눠먹기’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며 지역주민들 사이에 갈등이 생기는 일이 반복되고 있기도 하다.
지원사업 ‘나눠먹기’ 주민 갈등 반복
발주법 제9조는 “그 지역의 지원사업에 관한 장기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고 규정하지만, 현행 지원사업은 매년 산업통상자원부(산자부)에서 8월에 사업계획 수립 지침을 지자체와 한수원에 내리면, 10월 말에 각 사업계획이 제출돼 12월에 사업이 확정되고 다음해에 사업이 진행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즉, 중·장기 사업을 검토할 충분한 시간이 없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현실성이 떨어지거나 부적합한 사업이 예산은 잡히되 실제 실행되지 않는 문제가 되풀이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매년 예산 기본지원사업·사업자지원사업 지원금의 실제 집행률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왔다.
결국 지자체는 지원금을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한 지역주민 소득 증대 사업보다 눈에 보이는 사회간접자본 사업에 쓰는 일이 많다. ‘원전 주변 지역 지원제도의 경제효과 분석’ 보고서는 “2006~2013년까지 기본지원사업 금액의 52%가 도로·항만·상하수도 등의 공공시설 지원과 보수에, 사업자지원사업도 29%가 건설형 지역경제 활성화 사업에 활용됐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원전 주변 지역의 마을회관 신축, 도로 보수 등은 모두 지원금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는 지자체가 원래 집행해야 하는 사회간접자본사업 예산을 지원금으로 대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산자부 용역으로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수행한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제도 개선 방안’(2015) 보고서는 “원전 지역 자치단체의 SOC 투자사업 예산이 증가하는 기간 동안 해당 자치단체의 국토·지역개발 예산은 감소했다”며 “(지원금이) 단순한 자치단체의 재정 보조 수단으로 변질된다”고 지적한다.
한수원이 부담하는 사업자지원사업비는 취지와 달리 일부 지역 단체들의 ‘소모성 경비’에 쓰이고 있다는 비판에 시달린다. 2012년 국민권익위원회는 ‘발전소 주변 지역 주민지원사업비 운영 투명성 제고 방안’을 발표했는데 “문중회·번영회·각종 체육단체 등 지역 특정 단체의 각종 행사, 수익사업 등에 돈이 사용됐다”고 지적했다. 또 소방서나 관공서가 화물차량 구매비, 민원실 신축비 등 자체 예산으로 추진해야 할 사업을 한수원에 청구하거나, 지자체가 드라마세트장 건립에 수십억원을 집행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후 지원금 집행 대상과 사업 내용을 제한하기로 제도를 개선해 과거보다 나아졌지만 여전히 일회성·소모성 지역사업에 지원금이 쓰이는 현실이 계속되고 있다. <한겨레21>이 국회를 통해 입수한 ‘최근 5년간(2013~2017) 한수원 지원사업 신청내역 및 심사결과’를 보면 중·고등학생 장학사업이나 저소득층 자녀 급식비 지원 사업같이 사회공헌, 주민 복지 성격을 띤 사업도 여럿 진행하지만, 경로잔치·음악회·노래자랑·체육대회 행사 비용, 마을 비품 구매 등에 대한 지원금 집행도 100만원부터 수천만원까지 꾸준히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 원전 폐쇄 이후의 미래 발전 준비
이는 원전 가동이 멈춘 뒤까지 염두에 두고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에 초점을 맞추는 프랑스와 차이를 보인다. 프랑스는 원전 주변 지역 지원제도를 별도로 운영하지 않고 지자체나 주민들에게 돈을 직접 지원하지 않는다. 대신 원전으로 확보한 지방 세수를 중·장기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고 주민들의 동의를 구한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원전 지역인 프랑스 플라망빌시를 방문한 뒤 작성한 보고서(2014년)를 보면, 플라망빌시 관계자는 “원전이 모두 폐쇄될 경우를 대비해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재투자에 역점을 두고 있다. 원전이 폐쇄돼도 지역이 살 수 있기 위해서 원전이 없는 미래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언급한 보고서와 전문가들은 지자체와 지역주민들에게 지원사업의 계획과 집행을 맡기는 대신, 지역주민·지자체·외부인사 등이 참여하는 ‘제3의 기구’에서 각종 지원사업을 통합해 돈을 관리하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제3의 기구가 지역의 중·장기 발전 계획을 세우고 돈을 체계적으로 쓰게 하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지원금 사용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려는 의도도 있다.
주무 부처인 산자부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현행 지원제도의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산자부는 지난 6월 ‘에너지전환(원전 부문) 후속조치 및 보완대책’을 발표하며 “원전 주변 지역 지원제도를 그간의 민원사업 및 SOC 중심에서, 지역 발전 계획과 연계한 주민 소득 증대 사업 중심으로 개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산자부는 이를 위해 연구용역을 통해 지역별 ‘에너지재단’을 구성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기본지원사업·사업자지원사업·지역자원시설세 등 원전 주변 지역에 들어가는 돈을 주민과 지자체, 외부 인사들이 참여하는 별도 기구인 ‘에너지재단’에서 통합 관리하고 ‘종잣돈’을 바탕으로 지역의 중·장기 발전 계획을 세우게 하자는 구상이다. 그동안 지원사업을 주도하던 산자부와 한수원도 권한을 에너지재단에 넘기는 것이다.
지역별 에너지재단 구성 검토
정종영 산자부 원전산업정책과장은 “지역경제를 위해 원전 의존형 경제구조에서 다원화된 구조로 가야 한다”며 “현행 지원제도는 아무리 철저히 관리해도 예산의 중복과 비효율성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다. 결국 근본적인 틀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원전, 멈춘다고 끝 아니다
핵폐기물 포화 임박, 정부 “공론화로 풀겠다” 처분장 선정 놓고 사회적 갈등 ‘핵폭탄’ 예고
원자력발전소 수조(습식 저장시설)에 보관된 사용후핵연료(폐연료봉).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가동이 멈춘다고 원전이 어디 간답니까?”
11월17~18일, 11월20~21일 경북 경주 양남면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와 부산 기장군 고리 원자력발전소 1호기 주변 마을에서 만난 주민들은 가동이 중단된 월성 1호기와 고리 1호기를 바라보며 하나같이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주민들 말대로 원전이 수명을 다해 가동을 중단하더라도 시설과 사용후핵연료(고준위 핵폐기물)는 그대로 남아 있다. 정부는 고리 1호기의 해체 시기를 2032년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 14년이 남은 것이다. 해체 비용은 1기당 7515억원으로 추산한다.
“원전 멈추면 지역경제 흔들” 우려도
하지만 실제로 원전을 해체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해체 시기와 비용은 현재의 추산을 넘어설 수도 있다. 게다가 고리 1호기, 월성 1호기 터에 저장된 고준위 핵폐기물의 처리 방안은 아직도 정해진 게 없다. 이는 앞으로 설계 수명이 다한 원전이 가동을 멈출 때마다 겪어야 할 일이다.
발전량에 따라 원전 주변 지역이 지원금을 받는 현재 제도에서 가동이 멈추면 원전에 의존하던 지역경제도 흔들릴 수 있다. “위험하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 가동을 원하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터져나오는 모순이 벌어지는 이유다. 탈원전 정책에 대한 찬반 여론과 상관없이 원전 주변 지역주민들은 한동안 원전을 껴안고 살아야 하는 신세다.
2017년 6월18일 40년간의 운전을 마치고 영구 정지된 고리 1호기는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관리를 받고 있다. 해체 절차는 한수원이 2022년 6월(영구 정지 뒤 5년 이내) 이전에 원안위에 최종해체계획서를 제출(해체 승인)하면 시작된다. 현재 한수원은 해체 기술을 확보하고 원안위에 해체 승인 신청을 준비 중이다.
이후 핵폐기물 냉각과 반출(8.5년), 방사능 오염 물질 제거와 시설물 해체(8.5년), 부지 복원(2년) 등의 과정을 거친다. 60년 동안 해체를 진행하는 지연 해체 방식(캐나다·불가리아)이 있지만 정부는 즉시 해체 방식(미국·독일·프랑스)을 택했다. 정부는 2021년까지 해체 기술 100% 국산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문제는 해체 과정에 거쳐야 할 ‘핵폐기물 냉각과 반출’이다. 고농도 방사능을 내뿜는 핵폐기물을 어디에 저장할지가 관건이다. 원전은 ‘화장실 없는 아파트’라고 한다. 사람과 주변 환경에 매우 위험한 폐연료봉을 어떻게 처분할지 대책을 세워놓지 않은 채 발전소를 돌려왔기 때문이다.
현재 폐연료봉은 주로 원전 격납 건물 안에 마련된 수조(습식 저장시설)에 저장 중인데, 2018년 3분기 기준 총 저장 용량(19만5656다발)의 76.7%(15만20다발)가 이미 찼다. 고리 1~4호기는 포화율이 90%를 넘었다. 농축하지 않은 천연 우라늄을 연료로 사용해 경수로 원전보다 핵폐기물 발생량이 약 7배 많은 월성 1~4호기는 원전 터에 건식 저장시설을 추가 건설해 보관하고 있다. 정부는 월성 원전의 폐연료봉 포화 시기를 3년 뒤인 2021년으로 본다. 이후 2024년 고리 원전과 한빛 원전에 고준위 핵폐기물이 포화 상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역대 정부 논의 미루고 ‘폭탄 돌리기’
지금까지 대책은 전무하다. 역대 정부는 매번 관련 대책을 검토했지만 고준위 핵폐기물 보관시설이 지어질 해당 지역의 반발을 우려해 논의를 미뤄왔다. 사실상 ‘폭탄 돌리기’를 한 것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가운데 박근혜 정부에서 구성된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는 2015년 6월 ‘처분 전 보관시설’(중간저장시설) 지역을 2020년까지 정하고 2051년까지 영구처분시설을 완공해 운영을 시작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권고안을 정부에 제출했다. 원전 터 밖 중간저장시설에서 핵폐기물을 임시 보관하고 추후 지하 깊은 곳에 영구처분시설을 마련하겠다는 큰 가닥을 잡은 것이다. 하지만 당시 환경단체 등은 “원전 정책의 전환 없이 중간저장시설을 짓는 것은 사실상 처분장을 짓고 원전 확대를 꾀하는 것이다”라며 반발했고, 원전 주변 지역주민들은 “결국 중간저장시설을 우리가 떠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결국 지난해 6월 문재인 정부는 11월19일 국정운영 100대 과제를 발표하며 “공론화를 통해 사용후핵연료 정책을 재검토하겠다”며 사실상 ‘재공론화’를 선언했다. 이에 지난 5월 정부·시민·환경단체·지역주민 등이 참여하는 ‘고준위 방폐물 관리 기본계획 재검토준비단’(준비단)이 꾸려졌고 11월12일 활동을 끝마쳤다. 하지만 원전 주변 지역의 범위를 어떻게 설정할지, 공론화를 위해 꾸려질 재검토위원회를 어떻게 구성할지 등 핵심 쟁점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공은 정부로 다시 넘어갔다. 정부는 지난해 운영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처럼 내년에 사용후핵연료 공론화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신고리 5·6호기 건설 여부를 결정하는 공론화보다 핵폐기물을 어디에 보관하고 처분할지 결정하는 것이 심각한 사회적 갈등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고준위 핵폐기물보다 방사성물질 함유량이 낮은 중·저준위 핵폐기물(원전에서 사용된 옷, 장갑, 장비) 처분장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이미 우리 사회는 ‘비싼 수업료’를 치렀다.
앞서 1990년 충남 안면도, 1994년 인천 굴업도, 2003년 전북 부안 위도 등에서 지역주민들 간의 갈등과 반발이 폭발적으로 터져나왔다. 논란 끝에 중·저준위 핵폐기물 처분장 터는 2005년 경주로 결정됐는데 당시 경주시에 3천억원의 특별지원금이 갔고, 이후 각종 국비도 지원됐다. 원전 터 선정과 원전이 들어선 뒤 주변 지역에 대한 경제적 지원책이라는 ‘당근’은 원전에서 나온 처치 곤란한 폐기물을 처분하는 데서도 유인책으로 재등장하는 것이다.
현재 원전 주변 지역주민들은 핵폐기물 보관시설까지 떠안을 수 없다는 반대의견을 보이지만, 한켠에선 정부의 지원 대책 등을 지켜보자는 여론도 조심스레 나오는 이유다. 추후 공론화 과정에서 주민들 사이의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결국 원전의 굴레에서 지역주민들이 빠져나오기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는 것이다.
뒤늦게 치르는 비싼 대가
1978년 상업 운전을 시작한 고리 1호기는 당시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가난한 나라가 이룩한 ‘조국 근대화’의 상징이었다. 이후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로 홍보됐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 사회는 원전의 막대한 ‘숨겨진 비용’에 고개를 돌렸고, 그 대가를 이제야 치르고 있다.
외면당한 원전 지역 주민 건강
“갑상선암 발생 위험 2.5배 높지만
인과관계 입증 못한다”는 형식논리 안주
경북 경주 월성 원전 인접 지역 주민들이 11월19일 청와대 앞에서 이주대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나는 (월성 원전) 914m 울타리에서 불과 300m 떨어진 곳에 살면서 갑상선암 환자가 됐고, 초등학교 다니는 손자는 몸속에서 삼중수소(인공 방사성 원소)가 검출됐다. 발전소 인접 지역이라는 이유로 매매가 이뤄지지 않아 이사를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다.”
경북 경주 양남면에 있는 월성 원전 인접 지역 이주대책위원회 황분희 부위원장은 지난 1월 청와대에 청원글을 올려 이주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깨끗한 곳으로 이주시켜주세요”
지역사회는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고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논리로 원자력발전소(원전) 건설을 받아들였지만 주민들 삶의 만족도는 올라가지 않았다. 보상은커녕 갑상선암 같은 질병으로 수술받고, 삼중수소 등 각종 위험물질에 대한 불안을 견디지 못해 이주를 결심하는 사람이 속출하고 있다.
5년 전 갑상선암 수술을 받고, 최근에는 남편도 갑상선암 진단을 받은 황 부위원장도 이주를 원한다. 하지만 원전 주변이라는 이유로 집이 팔리지 않아 원전 지역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사를 원하는 주민들은 정부가 원전 인근 주택을 사주길 원하지만, 정부는 “기준치 이하로 관리하기 때문에 이주 보상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설명만 되풀이한다.
황 부위원장은 <한겨레21>과 한 통화에서 “월성 원전 1호기를 재가동하면서 나온 지원금은 지역사업으로 가고, 주민들에게 오지 않았다. 원전 인근 주민들을 깨끗한 곳으로 이주시켜주면 좋겠다”고 했다. 황 부위원장이 속한 이주대책위와 탈핵경주시민공동행동은 11월19일부터 청와대 앞 1인시위에 나섰다. 이들은 “우리 마을 사람들 소변에서 삼중수소가 검출되고, 갑상선암 소송이 진행되는 것을 보며 원전 주변에서 살 수 없다고 생각했다. 지난 40년 동안 핵발전 진흥을 위해 일방적으로 인근 주민이 희생됐다. 더 이상 주민에게 희생을 요구하지 말라”고 외쳤다.
깨끗하고 값싼 전기 홍보에만 급급
월성 원전 인근 나아리 주민 김진선(72)씨가 이날 청와대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값싸고 안정적인 전기 생산이라는 목표를 고수하는 정부에 원전의 안전을 묻는 것은 금기였다. 1978년 고리 원전을 가동한 뒤 정부는 원전 지역에 여러 지원금을 주면서도 주민의 건강 관리에는 소홀했다. 원전 지역 주민의 건강 지원을 언급하면 원전의 안전성 신화에 도전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었다.
2012년 7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을 상대로 가족의 암 발병과 장애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해 지금까지 2심 선고를 앞두고 있는 이진섭(55)씨는 “원전 홍보팀은 깨끗하고 값싼 전기를 홍보하는 데 급급했다. 지역주민의 건강은 아예 관심이 없었다. 1989년 뇌 없는 아기가 태어나고, 주변에서 암 환자가 속출하는데 정부는 계속 아무 문제가 없다고만 했다. 주민 건강과 원전 안전이 완벽하게 보장되지 않으면 원전을 운영해서는 안 되었다”고 말했다.
원전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건강에 대한 우려가 터져나온 것은,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에서 원전 사고가 터진 뒤였다. 정부도 주민의 합리적인 의심을 신화에 대한 불경죄로만 치부할 수 없었다.
서울대 의학연구원 안윤옥 교수팀이 정부 용역을 받아 1991년부터 2011년까지 진행한 ‘원전 종사자 및 주변지역 주민 역학조사 연구’ 결과가 이때쯤 발표됐다. 연구 결과는 “원전 주변 지역 주민의 갑상선암 발생의 상대위험도가 원전과 거리가 먼 대조지역 주민의 2.5배로 나타났다”면서도 결론에서는 “원전과 암 발병 사이에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없다”고 했다. 원전 주변 지역의 갑상선암 발병률이 높은 것은 맞지만 이것이 원전 때문인지 단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정부가 원전 안전성의 신화를 공고히 하는 순간이었다. 정부는 이 연구 결과를 끝으로 원전 주민의 건강 조사를 중단했다. 이후 원전 지역 주민의 건강 피해를 입증하는 책임은 오롯이 주민 개인의 몫으로 돌아갔다.
주민 개인에게 미뤄진 입증 책임
한수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이씨가 6년 넘도록 법원을 드나들며 분투하고 있는 이유다. 2014년 10월 부산지법은 “박씨는 원전 6기가 있는 부산 기장군의 고리 원전에서부터 7.6㎞가량 떨어진 곳에서 20년가량 살면서 고리 원전에서 나오는 방사선에 장기간 노출된 것으로 보인다. 한수원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한수원에 “위자료 1500만원을 지급하라”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고리 원전에서 나오는 방사선량이 원자력안전법에 규정한 연간 유효선량한도(0.25mSv~1mSv·밀리시버트)에 미치지 못하지만 방사선 연간 유효선량은 국민 건강의 최소한도 기준이다. 국민의 건강은 재산상 이익보다 중요하고 공공의 필요에 의해 희생되면 안 된다”며 이씨의 아내 박금선(52)씨가 앓은 갑상선암에 원전의 책임을 일부 인정했다. 이는 원전 지역 주민의 건강에 대한 책임을 처음 인정한 재판으로 주목받았다.
한수원은 갑상선암과 원전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했던 기존 연구 결과를 언급하며 즉각 항소했다. 이씨도 “갑상선암과 원전 사이에 관계가 있음을 입증하겠다”며 잇따라 항소장을 냈다. 2015년 서울대 보건대학원의 백도명 교수는 앞서 진행된 역학조사 결과를 다시 분석해 “인과관계가 없다”는 기존 결과를 뒤집었다. 백 교수는 원전 노출 외에는 박씨의 갑상선암 원인을 설명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과거 연구에선 기존 암 환자가 연구 대상에서 빠지는 등의 문제점도 발견됐다. 이는 박씨의 피해 사실을 입증하는 데 힘이 됐다.
12월12일 항소심 선고를 앞둔 이씨는 “원전(유치에 대한 경제적 지원)은 사회간접자본(SOC)이 아닌 지역주민의 건강과 안전에 가장 많은 돈을 써야 했다. 갑상선암과 원전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면 정부가 수술비와 피해보상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한발 늦은 ‘전수조사’ 만시지탄
이렇게 연구 결과가 엇갈리고, 민사소송이 잇따르는 등 논란이 끊이지 않자 정부는 원전 인근 주민 전부를 대상으로 ‘방사선 건강영향평가’를 하기로 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지난 3월 발표한 계획을 보면 2020년부터 원전 주변 5㎞ 이내에 사는 주민 11만 명을 전수조사하기로 했다.
“정부가 (전수 건강영향평가를) 일찍 했어야 했다. 평가를 통해 문제가 드러나면 원전 반대 여론이 커질 것을 우려한 게 아닌지 의심하는 이유다. 조사에서 인과관계가 드러나면 원전 주변 갑상선암 환자의 치료는 정부가 책임을 지거나 제대로 보상하는 등 조처를 해야 한다.” 김익중 동국대 의대 교수의 말이다.
소득증가보다 가파른 이자비용 증가율, 30% 넘어 ‘역대 최고’ 1127 kyunghyang.com
올 들어 가계가 이자비용으로 지출하는 금액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 3분기 이자비용 증가율은 30%를 돌파해 2003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25일 통계청의 3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 부문)를 보면 전국 2인 이상 가구가 대출금 이자로 지출하는 금액은 월평균 10만7175원으로 지난해 3분기(8만1865원)보다 2만5310원(30.9%) 상승했다. 이는 가구당 월평균소득(474만7913원)의 2.3%, 비소비지출(106만5019원)의 10.1%에 해당한다. 비소비지출은 세금·이자·사회보험료 등으로 나가는 비용을 뜻한다.
가구주가 근로자가 아닌 근로자외가구의 이자비용 부담이 컸다. 근로자외가구의 소득 대비 이자비용은 2.35%로 근로자가구(2.25%)보다 높았다. 또 5분위 기준 소득 하위 60%인 1~3분위 근로자외가구는 소득이 줄었지만 이자비용 지출은 늘었다.
1분위 가구는 소득이 1년 전과 견줘 11만5655원 줄었지만 이자비용은 1만1157원 늘었다. 2분위 가구는 소득이 16만3116원 줄었지만 이자비용은 380원 올랐다. 3분위 가구는 소득이 8만4495원 줄었지만 이자비용은 2만953원 올랐다. 이는 업황부진과 구조조정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 가구가 대출 구조조정에 실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의 지난 9월 금융안정상황 보고서를 보면 자영업자 대출잔액은 지난 2분기 말 기준 590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41조5000억원 늘었다. 전년 동기 기준 대출액 증가율은 15.6%에 달했다. 가계부채 증가율이 2016년 4분기 이후 7분기 연속 둔화세를 보이며 꺾인 것과 대조적이다.
영세 자영업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개인사업자대출은 사업용도와 생활용도를 구분할 수 없고 경기침체 상황에 취약하기 때문에 부채의 뇌관으로 꼽히고 있다. 한은이 이달 말 기준금리를 올리면 이자비용 상환 부담이 높아질 것이 예상됨에 따라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효과를 반감시킬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가계의 이자비용 지출은 2016년 6월 한은이 기준금리를 1.50%에서 1.25%로 내리면서 2016년 2분기(8만2850원)부터 2017년 1분기(7만7676원)까지 계속 감소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한은이 기준금리를 1.50%로 올리면서 이자비용은 증가 추세에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가계의 월평균 이자비용은 9만5632원으로 1년 전보다 23.1% 높아졌고 지난 2분기에는 1년 전보다 26.5% 오른 10만2991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3분기 60세 이상 가구주의 사업소득은 60만1000원으로 1년 전보다 10만8000원(15.3%) 감소했다. 60세 이상 사업소득이 10만원 넘게 감소한 것은 가계동향 조사가 시작된 2003년 이후 처음이며 감소율 기준으로도 최대 폭이다. 내수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베이비부머까지 가세한 경쟁으로 수익성이 더 악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더 벌어진 상·하위 소득 격차···2007년 이후 ‘최대’
ㆍ통계청, 3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 하위 20% 가구 소득 7.0% 감소”
ㆍ소득 상위 20% 가구는 8.8% 늘어···가구 당 취업자 수에 따라 소득 격차
서울 고용복지플러스센터 실업급여 설명회장이 실업급여를 신청하려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소득 하위 20%(1분위) 가구의 월 평균 소득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소득 상위 20%(5분위) 가구는 소득이 8.8% 늘어나면서 소득 격차가 2007년 이후 최대로 벌어졌다.
22일 통계청이 발표한‘2018년 3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 결과’를 보면 올해 3분기 가구원 2인 이상(이하 동일) 가구의 월 평균 명목 소득은 474만8000원으로 작년 3분기보다 4.6%(실질 기준 3.0%) 증가했다. 이는 2014년 1분기(5.0%) 이래 18분기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소득 계층별로 보면 저소득층은 소득이 감소한 반면 고소득층은 소득이 늘었다. 소득 1분위 가구의 월 평균 소득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 줄어든 131만8000원을 기록했다. 소득 1분위 가구의 월 평균 소득은 1분기(-8.0%), 2분기(-7.6%)에 이어 3분기 연속 하락세다.
소득 최상위 계층인 5분위의 월 평균 소득은 973만6000원으로 8.8% 증가했다. 5분위 월 평균 소득은 2016년 1분기부터 11분기 연속 오르고 있다.
중간 계층인 3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작년 3분기보다 2.1% 늘어난 414만8000원, 4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5.8% 증가한 569만1000원으로 조사됐다.
1분위 소득이 줄어든 데는 근로소득 감소가 주효했다. 1분위 근로소득은 47만89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6%나 감소했다. 이는 소득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최대 규모다.
1분위 가구 소득이 줄어든 이유는 취업자 수가 전년 대비 16.8% 줄어든 영향이 작용했다고 통계청은 분석했다. 근로소득이 161만4000원으로 3.2% 감소한 2분위 가구도 가구당 취업자 수가 8.2% 감소했다. 1분위에서는 근로소득보다 정부나 가족 등이 보조하는 이전소득(60만4700원)이 더 컸다.
반면 5분위에서는 근로소득이 730만2300원으로 작년보다 11.3% 증가했다. 4분위 근로소득(396만5600원)도 2.6% 증가했다. 5분위 가구는 취업자 수가 3.4%, 4분위에서는 1.3% 증가했다.
소득 격차가 벌어지면서 소득 분배 지표인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52배를 기록해 작년 3분기(5.18배)보다 0.34 상승했다. 3분기 기준, 5분위 배율은 2007년(5.52)과 올해가 가장 컸다.
시도 때도 없이 ‘탈원전 포기’, “뜬금없다” mediatoday.co.kr 11 27
“탈(脫)”이란 접두사는 명사 앞에 붙어 “그것을 벗어남”이란 뜻을 갖는다. 이런 의미에서 “탈핵(혹은 탈원전) 정책”이란 모든 핵발전소를 없애는 상황으로 나아가기 위한 정책을 뜻한다. 즉 핵발전소를 줄여가는 일련의 정책을 말한다.
물론 현실에서 탈핵을 계량화하기는 좀 어렵다. 예를 들어 현재 가동 중인 고리 2~4호기와 월성 2~4호기 등 6기의 핵발전소를 2023년까지 폐쇄한다고 가정해보자. 현재 건설 중인 신고리 4~6호기와 신울진 1, 2호기 등 5기의 핵발전소가 2023년까지 완공되기에 핵발전소는 1기 줄어든다. 하지만 폐쇄되는 6기의 설비용량 합계(4650GW)보다 완공될 5기의 설비용량 합계(7000GW)가 1.5배나 더 많다. 따라서 핵발전소에서 생산할 전력량은 오히려 늘어난다. 이런 정책을 탈핵정책이라고 부를지는 시민사회 내부에 뜨거운 주제 중 하나다.
완성된 탈핵 기준은 명확하다. 단 한 기의 핵발전소도 가동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이행과정에 탈핵 기준은 다양하다. 운영 중인 핵발전소 숫자로 할지, 설비용량으로 할지, 생산된 전력량으로 할지, 혹은 전체 전력생산 중 핵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으로 할지 등은 앞으로 논의해야 한다.
하지만 큰 틀에서 탈핵 정책은 핵발전소의 숫자든 용량이든 그것이 줄이는 걸 뜻한다. 그런데 요즘 보수야당과 언론이 쓰는 “탈원전 정책 포기”란 말은 참 뜬금없다. 사실관계는 고사하고 개념조차 이상하게 잡고 있다.
▲ 11월27일 중앙일보 12면 ‘일본 이어 대만도 탈원전 포기… 아시아서 한국만 탈원전’
대표적으로 중앙일보 기사 “일본 이어 대만도 탈원전 포기… 아시아서 한국만 탈원전”을 보자. 이 기사에 따르면 일본 이카타 핵발전소 3호기를 재가동했다며 대표적 탈원전 포기 국가로 일본을 꼽았다. 후쿠시마 사고 이전 일본에는 54기의 핵발전소가 있었고, 전체 전력 중 핵발전 비중은 25% 정도였다. 54기 중 사고가 난 후쿠시마 1~4호기 이외에도 8기가 추가 폐쇄돼 42기의 핵발전소만 남았다. 하지만 실제 가동 중인 핵발전소는 10기가 채 안 된다. 높아진 안전 규제를 통과해야 하고, 지자체 동의 절차 등 밟아야 할 것이 많아서다. 이 과정을 거쳐 재가동할 때마다 한국 보수언론은 “일본이 탈원전을 포기했다”며 보도하고 있다. 마치 폐쇄키로 한 핵발전소를 재가동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카타 3호기 역시, 안전기준 심사를 위해 잠시 멈췄던 핵발전소다. 참고로 2017년 일본의 핵발전 비중은 3%에 불과하다. 반면 재생에너지 비중은 15.6%다. 일본 정부는 핵발전을 계속 유지하고 싶어 하지만, 결과적으로 핵발전 비중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핵발전소만 재가동하면 탈원전 포기라고 쓰는 것은 벨기에 사례를 지칭할 때도 마찬가지다. 기사에서 “원전 7기 중 6기를 중단한 벨기에”라고 표현했지만, 사실 이 가운데 1기는 연료장전과 정기 점검을 위해 가동을 중단했고, 나머지는 냉각시스템이나 콘크리트 부식 등 설비 문제로 가동을 멈췄다. 정비를 마치고 겨울철 전력수요 증가에 맞춰 핵발전소를 재가동하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지만, 이것 역시 우리 언론은 탈원전 정책 취소처럼 표현한다. 기사 어디에도 벨기에 정부가 밝힌 2025년 모든 핵발전소 중지 정책이 후퇴하기로 했다는 내용은 없지만, 정비를 마친 핵발전소가 가동했다고 “탈원전 후퇴”라고 언급한다.
▲ 경북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에 소재한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 연합뉴스
정비를 위해 핵발전소를 멈추면 “탈핵”이고, 정비를 마치고 재가동하면 “탈핵정책 취소”이면 세계 각국의 에너지정책은 엉망진창일 것이다. 영구 폐쇄와 일시정지를 구분하지 못하고, 큰 틀에서 핵발전 정책을 보지 못하는 일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 이번에 논란이 된 대만도 올해 초 정비를 마치고 핵발전소를 재가동하자 “탈원전 정책 취소” 기사가 우리 언론에 쏟아져 나왔다. 대만은 올해 초까지 6기의 핵발전소를 운영하다가 지난 10월 수명이 만료된 핵발전소 2기를 폐쇄했다. 나머지 4기도 2025년까지 설계수명이 끝난다. 반면 건설 중이던 2기는 사실상 해체 작업 중이다. 미사용핵연료는 미국에 보내 구매국가를 찾고 있다. 이에 대만 정부는 대변인 발표를 통해 이번 국민투표로 2025년 모든 핵발전소 가동 중단을 명시한 법은 없어지지만, 현실적으로 2025년까지 모든 핵발전소가 멈출 것이고, 탈핵정책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 “탈핵정책 취소”라고 이름 붙일 수 있을까? 대만 정부가 언제 이미 폐쇄한 핵발전소를 재가동하거나 수명연장 하겠다는 발표한 적이 있는가? 학술적 엄밀함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사실관계에 입각한 기사 제목과 내용을 작성해야 하지 않을까 반문해 본다.
탈원전 비판 교수 218명 명단 공개 안된다?
에교협 이덕환대표 “정부비판 자유롭지않다 느껴” “이름도 못밝히는 교수주장 신뢰할수 있나”
대만 탈원전 조항 폐기 국민 투표 결과가 나오자 원자력공학 등을 전공하는 교수단체가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 추진 과정이 비윤리적이라며 우리도 국민의사를 반영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이들은 동참한 교수들의 명단 공개는 하지 않는다고 밝혀 의문을 낳고 있다.
이 단체의 대표는 교수들이 정부 정책 비판을 자유롭지 않다고 느끼고 민감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가의 중요정책 결정과정을 비판하면서 전문가로서 자신의 이름도 공개못하는 이들의 주장을 신뢰할 수 있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에너지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공동대표 이덕환‧에교협)는 회원 일동 명의로 지난 26일 저녁 ‘타이완의 탈원전 폐지에서 뼈아픈 교훈을 얻어야’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대만 투표결과를 들어 한국 정부의 탈원전(에너지전환) 정책을 두고 “국회 논의를 통한 입법화는 물론이고 국민의 의사와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하는 어떠한 절차도 없이 극단적이고 무책임한 환경단체의 비윤리적이고 비현실적인 주장만 반영되었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그러면서 정부를 향해 △에너지의 정책의 제반 관점(경제성·환경성·안전성·안보성·윤리성)과 우리나라의 기술력 및 여건을 모두 고려한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에너지 정책을 수립하고 △탈원전 기조에 대해 공식적으로 국민의사를 확인하고 이를 반영하여 시정하며 △에너지 정책에도 국민주권이 요구하는 법치를 실현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런 주장을 펴면서도 에교협에 속한 교수 명단을 요구하자 거부했다. 이덕환 에교협 공동대표는 27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굉장히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교수들 중에 공개적으로 참여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많다. 전문가라고 이름을 밝히고 당당하게 활동하는 것이 맞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정부의 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이 자유롭지 않다고 느끼는 교수가 많다.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라고 밝혔다.
이덕환 공동대표는 서강대 화학과 교수이며, 에교협의 공동대표는 이 교수를 포함해 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성풍현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가 함께 맡고 있다. 이 대표에 따르면, 에교협 회원은 27일 현재까지 회원(교수)이 모두 58개 대학교의 218명의 교수이다.
이 대표는 “전문가들이 그렇게 “전문가들이 그렇게 느껴서 이름을 밝히고 싶지 않지만 의사표현은 하고 싶은 교수는 있다. ‘이름을 공개하지는 않겠지만 전문가로서 당신 의견에 동조하고 싶다’고 한 교수들을 회원에 포함시키기로 합의하고 활동하고 있다”며 “본인들의 의사에 따라 교수 명단을 공개하지 않지만 숫자와 구성은 원하면 알려주겠다는 전제하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왜 그렇게 망설이느냐’, ‘그럴 거면 입닥치고 떠들지 말라’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 김학노(가운데) 한국원자력학회 회장이 16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에서 열린 한국원자력학회-에너지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에교협-이덕환 대표·왼쪽) 기자회견에서 2018 원자력발전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차대한 정부정책에 이견을 제시하는 것일수록 전문가의 이름을 밝혀야 국민들이 전문가인지 아닌지 검증하고 판단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이 대표는 “실명공개를 하고 활동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수 있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탈원전(에너지전환) 정책을 두고 이 대표는 “우리는 탈원전 정책 자체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가 대선공약 이후 어떤 법적 절차적 과정을 거치지 않은 점을 비판하는 것”일라며 “탈핵과 탈원자력이라는 말도 구분못하는 어설픈 대선공약에 기대어 국회에서 어떤 법도 만들지 않고, 원자력진흥위원회의 의결도 거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비겁하다” “기회주의적인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박종운 동국대 원자력에너지스템공학부 교수는 27일 오후 “자신의 이름도 비공개한다는 것은 자신감이 없다는 것이고, 책임을 안지겠다는 것으로 이런 이들의 성명은 의미없는 선언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원전을 더 지어야 한다면서 정작 ‘핵폐기물’ 처리에 대한 얘기는 왜 안하느냐”며 “그런 본질적인 논의도 하지 않고 주장하는 이들의 성명은 철없는 교수들의 철부지같은 얘기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름도 안내고, 비겁하게 숨어서 댓글다는 일반 누리꾼들과 뭐가 다르냐”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국민의견을 묻는 절차를 요구한 이들의 성명을 두고 “그럼 30~40개 지을 때는 국민과 합의하고 지었나. 합의 하지 않았다. 그런데 왜 없앨 때만 합의하자고 하느냐. 논리적으로 맞는 말을 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도 이날 “떳떳하면 직접 얘기해야 한다. 교수들이 자신의 이름을 숨긴다는 것은 기회주의 측면이 강하다고밖에 볼 수 없다. 이름 공개했다가 정부한테서 연구비 좀 줄어뜰까봐 그러는 것인가. 이런 교수들이 주장하는 내용을 국민들이 과연 신뢰할 수 있겠느냐. 지금이라도 공개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에너지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들이라는 바람직한 단체명을 지어놓고 정작 이름도 공개않고 떠든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덧붙였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9차 수급계획 전기사업법에 따른 법적 절차와 법정 계획에 반영해 법적 절차적으로 충분히 이행했다”며 “전기사업법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 에너지법에 따른 관련 절차를 거치고, 관련 계획에 따라 에너지전환정책을 추진했다.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헌법에 따라 행정 입법 사법부로 삼권이 분립된 나라에서 매번 국민의견을 물을 수는 없다. 더구나 이번 사안의 경우 국민 의견을 다시 물어야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 이덕환 에너지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 공동대표. 서강대 화학과 교수. 사진=이덕환 블로그
청와대가 '영리 의료' 추진 주역인가?
"허황되고 위험한 약속, 강하고 정확하게 반대해야"
"원격의료에 대해 19년 동안 반대만 하고 아무것도 못했다. (…) 그 사이에 미국만 발전해서 우리나라에 진입하려고 하는데, 우리가 허용하면 관련 업종의 중소벤처기업이 성장할 수 있다."
지난 12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한 말이다(☞관련 기사 : 홍영표 원내대표 "원격의료 도입, 정기국회 내 처리"). 얼마 전 대통령까지 나서서 "의료 혜택이 닿기 어려운 도서벽지 환자의 원격의료는 선한 기능"이라고 했다지만, 다시 정권 또는 당·정·청의 본심이 드러났다.
말이 곧 생각이고 의도다. 여당 원내대표가 큰 의도 없이 입에 올린 원격의료의 명분, 발전, 진입, 기업, 성장이란 단어들이 무엇을 뜻하는가? 중소기업이라 슬쩍 걸쳤지만, 무엇이라 치장해도 결국 무엇을 하고 싶은지 분명하다. 의료로 돈을 벌자는 것, 의료 영리화, 영리 의료를 촉진하자는 것이다.
본인들부터 믿지 않겠으나 참 답답한 것부터. 어찌 보면 근거가 약한 '소박한 믿음'이 가장 높은 수준의 국정을 결정하는 근거로 쓰이는 현실이 더 한심하다. 공익적 목적, 선한 기능이라 했지만, 공무원, 그런 지역 주민, 군인, 그 주변의 의사, 그 누구에게든 물어보라. 원격의료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단지 이념적, 철학적 차원이 아니라 기술과 경제성으로도 결론이 난 이야기다.
상식적으로, 소박한 믿음을 다르게 동원해 보시라. 도서벽지, 원양어선, 군부대 등 의료취약 지역이나 집단에 더 좋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은 따로 있다. 원격의료가 급한 것이 아니라, 원격의료를 할 돈으로 좋은 의료인력과 시설을 갖추고 응급의료체계를 개선하는 것이 훨씬 급하다.
원격의료는 정권 차원의 의료 영리화 드라이브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지금 국회에서 논의 중인 첨단·혁신의료기기 산업 육성과 첨단재생·바이오의약품 규제완화 관련 법안의 문제는 일일이 따지기도 힘들 정도다.
이른바 규제 혁신(혁신이라 하지만 '철폐' 또는 '완화'로 읽는다)이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지, 우리도 이미 여러 차례 반대 의견을 내놨다(예를 들어 다음 논평. ☞바로 가기). 그사이 어떤 명분도 새로 추가되지 않았다. 경제와 성장이라 하지만, 근거는 미약하고 종류가 무엇이든 성과를 볼 가능성은 미미하다.
믿음으로 치면 의료정보 빅데이터 산업은 그야말로 가관이다. 빅데이터라는 유행이자 시대정신(?)에 올라타려는 정부 각 부처, 자본과 기업, 대학, 연구자들의 탐욕은 고삐가 풀린 지 오래, 청와대와 정부·여당이 합작해서 가상이 현실이 되도록 기름을 붓는 중이다(☞관련 기사 : "내 건강정보 팔지마"…의료정보 상업화 우려에 반기, 정부, 보험사에 개인 진료·건강정보 '빗장 풀기' 논란).
"과기부는 최근 건보공단이 보유한 진료내역(개인 질병 정보)과 건강검진 결과 등을 가입자 개인이 스마트폰을 활용해 민간 보험사 등의 앱에 직접 내려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복지부와 건보공단에 강하게 요구했다. (…) 민간 보험사와 병원들은 개인의 건강정보를 활용해 질환 관리·예방을 하는 서비스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왜 이런 일이 생기나? 우리는 하나하나 정책의 내용과 정부 각 부처의 이해관계를 넘는, 국정 전반의 기조가 문제라고 판단한다. 정부 온 부처가 달라붙어 의료 산업을 키우려는 동력은 왜 생겼는가? 보건복지부는 왜 저러고 있으며, 과기부의 관료적 이해관계는 어디서 나오는가? 여당은 왜 야당 시절 주장을 180도 바꾸어 새로운 소신을 주장하는가?
지금 이 시각에도 정부 각 부처와 산하 공기관은 이런저런 것을 내놓으라는 압박을 받고 있을 것이다. 짐작하고도 남는다. 성장률을 올리고 일자리를 늘리는 정책에 누가 반대하고 누가 무관심할 수 있을까. 눈곱만큼만 가능성이 있어도 시민단체의 반대쯤은 말할 것도 없고 영혼도 팔 태세다.
우리가 판단하는 국정 운영의 현상은 과거 패러다임의 경제에만 초점을 맞춘 데다 정치적이지도 전략적이지도 못하다는 것이다. 그뿐인가, 실행의 역량은 부족하고 그를 보완할 협력과 연대의 태세도 찾기 어렵다.
거듭 주장하지만, 우리는 경제나 성장, 일자리 또한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한다. 인간 생활과 삶에 복지와 건강, 안전만 중요한 것이 아니니, 소득, 통상과 산업, 고용, 노동과 같은 물적 토대가 갖추어져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문제는 그 경제가 어떤 경제인지 하는 점, 그리고 투입이 원하는 결과에 이를 가능성이다. 예를 들어 의료 영리에는 이런 경제가 개입해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그 누구도 차근차근 논리구조를 설명한 적이 없지만, 합리적 추론은 이런 것이다.
규제를 풀어 (안전성, 효과성이 불확실해도) 새로운 의료기기와 약품을 빨리 시장에 내놓고, 얼른 건강보험에 포함해서, 병원과 환자가 이를 빨리 더 많이 사용할 수 있게 하자는 것. 안전성은 문제가 없다 치고, 진료비가 오르고 건강보험 지출이 늘지만, 그 때문에 의료기 회사나 제약사가 성장할 수 있다는 것, 매출과 수익, 일자리가 늘 것이라는 기대...대강 이런 논리 구조가 아닌가 싶다.
또 다른 예. 민간보험 회사가 빅데이터 기반의 개인정보를 활용해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보험 상품을 더 많이 판매하거나 보험금을 덜 쓰게 하자는 것. 이번에도 환자나 보험 가입자는 별 손해가 없다 가정하고, 결국 보험회사의 매출이 늘고 수익도 늘어나는 것. 이로써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보탬이 되는 것.
이렇게까지 정교하지는 않을지도 모른다. 성장과 일자리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와 논리 없이, 그것이 무엇이든 '대안'을 제시하고 추진했다는 수준에 머무를 가능성도 크다. 더 비관적으로 생각하면, 이것저것 가릴 정신이 없을 수도 있다.
근거를 생각할 겨를이 없거나 심하면 난맥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전형적인 '책임 회피의 정치' 때문이다. 한국에서 횡행하는 이런 종류의 정치는 지난 8월의 <논평>에서 쓴 그대로 여기 다시 적는다(☞바로 가기).
"정치로 소비되는 (겉보기만) 정책에서는 목표와 가치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무엇을 했다는 '투입'과 '노력', 기껏해야 '최선'으로 충분하다. 좀 더 근본에서는 '책임 회피의 정치'가 작동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책임지는 정치와 대조되어야 할 터, 정치의 책임은 곧 통치의 책임이자 책무성이니 불필요한 중언부언일 수도 있겠다. 그중에서도 모든 정권과 집권 세력이 져야 할 결정적 책임 한 가지가 경제다."
나름대로 근거가 있든 완전한 책임 회피의 결과든, 아무리 추론해도 큰 경제적 성과를 기대할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보건의료 산업의 특성상, 그리고 바이오 또는 정보 기반의 보건의료가 가진 경제적 특성상(예를 들어 실물보다는 금융 자본화), 경제성과는 (단언컨대) 국민경제와는 별 상관없는 몇몇 예외 사례에 그칠 것이다. 만에 하나 이익이 있다 하더라도 일부(사람, 기업, 지역, 계층 등등)에게, 그것도 아주 편파적으로.
모든 의료 영리화 정책들은 국정기조의 직접적 산물이라 할 수밖에 없다. 정권 차원에서 국정 책임자들, 대통령과 그 참모들, 그에 영향을 미치는 어떤 그룹들이 (보건이나 의료에 대한 것이 아니라) 전체 국정기조를 전환하지 않으면, 사태가 달라질 가능성이 크지 않다. 정책이 힘에 부칠 때마다 모양만 조금씩 바꾸어, 때로 새로운 명분을 보태, 신판을 계속 내놓을 것이다.
같은 말을 공공성이나 공적 가치로 꾸며 '우리'를 믿으라고 말하지 말라. 가장 소박하게 생각해도, 우리 사회 구성원이 이익을 보리라는 약속은 허황하고 당장 환자와 서민에 미칠 위험은 크다. 그렇다고 국정 방향에 영향을 미칠 다른 방도는 없으니, 그때마다 강하고 정확하게 이 비도덕적 정책들을 반대하는 방법밖에 없다. /시민건강연구소
'국가 의전서열 3위' 겨눈 초유의 테러…극단 치닫는 '사법 불신' [JTBC] 11-27
대법원장은 대통령, 또 국회의장과 함께 삼부 요인이죠. 오늘(27일) 국가 의전서열 3위인 대법원장에 대해서 초유의 화염병 테러가 발생한 것인데 법조팀 강현석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판사에 대한 위협 행위가 처음이라는 것은 아닙니다. 전에도 있기는 있었습니다. 이 정도까지는 아니다 하더라도.
[기자]그렇습니다. 지금 보시는 화면은 지난 2012년 개봉한 영화 부러진 화살의 한 장면입니다.2007년 벌어졌던 이른바 석궁 테러 사건을 배경으로 했는데요. 학교 측의 비리로 재임용에 탈락했다고 주장한 대학 교수가 항소심 재판을 맡았던 부장판사 자택에 직접 찾아갔습니다.
고의로 석궁을 쐈는지 여부는 여전히 논란거리긴 하지만 어찌 됐건 당시 부장판사가 복부에 전치 3주의 상해를 입었던 사건입니다. 이외에도 판사에 대한 위협은 꾸준히 있어 왔습니다.
다음 화면도 한번 보시겠습니다.
[앵커]이건 집에다 달걀을 던지는. 이건 영화가 아니라 실제 있었던 일이죠?
[기자]그렇습니다.보수 성향의 학부모들이 지난 2012년 1월 현직 판사의 자택에 계란을 던졌던 모습입니다.교육감 선거에서 후보자 매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에게 1심에서 벌금 3000만 원이 선고가 됐는데요.
이 벌금형 판결이 너무 약했다, 이런 불만을 품은 보수단체 회원들이 판사의 집까지 찾아가서 계란을 던졌던 겁니다. 이밖에 지난 2010년 1월에는 PD수첩 판결에서 무죄가 나지 않았습니까? 당시 어버이연합 등 역시 보수단체 회원들이 이용훈 당시 대법원장 차량에 계란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앵커]오늘도 아무튼 삼부요인으로 불리는 대법원장에 대한 직접적인 위해. 이거 테러라고까지 불러도 어떨지 모르겠습니다마는 아무튼 굉장히 준비도 잘 돼 있었고 또 그 페트병이 3개나 더 있었다고 하니까 좀 심각성이 다를 것 같습니다?
[기자]말씀하신 대로 대법원장은 대통령, 국회의장에 이은 국가 의전서열 3위입니다. 지금 화면에 나오고 있는데 차량번호도 1003번이죠. 저게 바로 국가의전서열 3위라는 뜻입니다.
[앵커]그런가요?
[기자]그만큼 오늘 테러가 국가요직자에 대한 굉장히 중대한 위협이었던 셈이죠.
[앵커]글쎄요. 오늘 화염병을 던진 70대 남성 개인 재판에 대해서 불만을 품었다고 하는데. 사실 이걸 좀 따져보면 아까 잠깐 말씀드렸습니다마는 그동안에 사법부의 어떤 권위? 이것이 사법농단 사건으로 인해서 권위가 그만큼 떨어졌다, 그래서 결국에는 이런 사건까지 벌어질 수 있는 그런 배경을 제공한 것이 아니냐 이런 분석도 당연히 가능할 것 같습니다?
[기자]한 배경이 분명히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사법농단 사태가 불거진 이후에 재판 결과에 불만을 품은 사람들이 실제로 시위에 뛰어든 상황이 굉장히 많아졌다고 합니다.
저희 취재진이 서울고등법원과 대법원을 관할하는 서초경찰서 관계자의 말을 한번 직접 들어봤는데요. 정확한 수치를 좀 집계하기는 어렵다. 1인 시위자가 많기 때문입니다.
정확한 수치를 집계하기는 어렵지만 사법농단 사태 뒤에 대법원 앞에서 시위가 늘어난 것은 분명하다, 일단 이렇게 말했습니다. 또 보수와 진보를 가릴 것 없이 집회시위가 많아졌고 특히 재판 결과에 불만을 가진 일반인들의 집회도 많아졌다 이런 분석을 내놨습니다.
미군이 오염된 땅을 넘겨주고 떠나는 이유 11.2 뉴스타파
지난해 11월 26일 소파(SOFA. 주한미군지위협정) 최고 협의기구인 한미합동위원회는 인천 부평구에 있는 부평 미군기지 ‘캠프마켓’ 내 DRMO(주한미군 폐기물처리장) 부지와 그 주변 토양이 오염됐다고 발표했다. 부지에서 1급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이 허용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된 것이다. 조사지점 33곳 중 7곳에서 리터당 1,000피코그램의 농도를 초과했다. 가장 높은 곳은 다이옥신 10,348피코그램이 측정됐다.
부평미군기지(캠프마켓) 7곳, 1급 발암물질 다이옥신, 기준치 이상 검출
국내에는 토양 내 다이옥신의 허용기준치가 따로 없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 거주지역의 토양 내 다이옥신 허용기준치는 리터당 1,000피코그램(1피코그램은 1조 분의 1그램)이다.
인천시는 미군으로부터 기지 반환 이후 시민공원으로 개발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1급 발암물질 다이옥신 토양오염이 확인되면서 인천지역 시민사회는 주한미군이 책임지고 오염된 토양을 정화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주한미군 측은 ‘오염은 있으나 위험하지 않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 다이옥신 오염 사실이 확인된 부평미군기지 내 주한미군 폐기물처리장(DRMO) 부지, 근처 아파트 단지가 보인다.
▲ 부평 미군기지 내 주한미군 폐기물처리장(DRMO) 부지 안팎에서 1급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이 검출되었다. 사진의 붉은 색 부분이 DRMO 부지
미군기지 반환 절차의 핵심은 환경오염의 치유를 어떻게 하고, 한미 간 오염 정화 비용 분담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이다. 환경부와 주한미군 간의 ‘소파 환경분과위원회’ 협상에서 논의된다.
부평 미군기지 반환을 위한 환경협상은 2017년 2월부터 시작됐다. 그러나 이 환경 협상이 어떻게 진행돼 왔는지 그 내막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뉴스타파 <목격자들>의 확인 결과, 환경부와 주한미군 간의 환경협상은 합의에 실패했고, 2017년 8월 소파 한미특별합동위원회에 회부된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협상에서 다이옥신 정화 책임과 정화 비용 분담에 대해 환경부와 주한미군은 명확한 입장 차이를 드러낸 것이다.
환경부는 다이옥신으로 인한 토양오염을 미국이 책임지고 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미국 측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미 양측은 결국 외교부 북미국이 우리 측 대표로 나서는 한미특별합동위원회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하고 환경분과위원회 협상을 끝냈다.
뉴스타파 제작진은 2018년 10월, 주한미군이 다이옥신 오염의 정화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이유를 확인해봤다. 11월 1일 보내온 주한미군사령부 공보실 답변은 다음과 같았다.
우리는 한국 정부가 캠프마켓(부평 미군기지)의 현장 조사와 자료수집에서 언급한 바와 같은 오염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인정한다. 그러나, 현재의 오염상태가 인간의 건강과 안전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다. (원문 : we acknowledge that contamination exists as addressed in the ROK field surveys and data collection for Camp Market. However, the U.S. asserts that in current conditions and state, the contamination does not have substantial impact on human health and safety)
다이옥신 오염이 인간 건강과 안전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미군에게 정화 책임이 없다는 것. 미군이 이같은 주장을 펼칠 수 있는 근거는 소파 협정 환경조항에 등장하는 이른바 ‘키세(KISE)’ 기준 때문이다.
2001년, 소파 환경조항은 신설했으나 실효성은 없어
2000년 발생한 주한미군 한강 포름알데히드 방류 사건과 연이은 ‘매향리 주한미군 사격장’ 폐쇄 운동 이후 미군 기지 내 환경오염 문제의 심각성이 제기됐다. 그 결과 2001년 한미 양국은 미군기지를 반환할 때 환경조사를 하고 정화 방법과 정화 비용을 협의하는 절차를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이른바 ‘소파(주한미군지위협정) 환경조항'을 신설한 것이다.
그때 도입된 것이 ‘키세KISE’ 기준이다. KISE(Known, Imminent, Substantial, Endangerment to Human health) 즉 ‘인간 건강에 대한, 알려진, 임박한, 실질적인, 급박한 위험'으로 해석된다. 미국에서 환경오염을 일으킨 사업자 등에게 환경정화를 명령할 수 있는 기준인데 환경법률에 명시된 ‘ISE’ 기준에 ‘알려진(known)’이라는 조건이 추가된 것이다. 미군은 이 ‘키세' 기준에 해당될 때에만 환경 정화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지금까지 25곳의 미군기지 오염 방치된 상태로 넘겨받아
이같은 ‘소파 환경조항'이 발효된 2003년 이후 지금까지 주한미군기지 54곳을 반환받았다. 모두 미군 측에 의해 오염이 발견되지 않았거나 키세 기준에 따라 미군이 자체 정화를 끝낸 곳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반환된 54곳 가운데 25곳은 이후 대한민국 환경법령 상 정화조치를 해야 하는 오염된 지역으로 확인됐다. 지난 2007년 국회 현장 조사단은 키세 기준으로 정화를 끝냈다고 하는 경기도 파주시 에드워드 기지에서 흙 속에 고여있는 기름 웅덩이를 발견하기도 했다.
당시 미군은 환경정화를 끝냈다며 일방적으로 한국 정부 측에 23개 기지의 반환을 통보했고, 한국 정부는 반환받을 기지의 환경 정화 결과에 대해 어떤 검증도 하지 못했다.
‘키세’ 기준 자체가 정량적인 측정 기준이 아니라 ‘임박하고 실질적이며 급박한 위험'에 대한 평가를 해야 하는 ‘정성적’인 기준이어서 검증 자체가 어렵다. 어떤 오염이 ‘키세’에 해당되는지 결론이나 합의를 이끌어내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예컨대 부평 미군기지의 다이옥신 오염이 갖는 위해성에 대해서 미군은 키세 기준에 따라 ‘실질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미국에서는 ‘임박하고 실질적이며 급박한 위험'에 해당되는 지 여부에 대해서 문제가 되는 경우에 (미국) 법원의 판단을 통해서 유권해석을 받을 수가 있는 거죠. 그런데, 문제는 ‘임박하고 실질적이며 급박한 위험'이 있는지와 관련해서 한미간에 분쟁이 있는 경우에 여기에 대해서 어느 누가 유권해석을 해 줄 수 있는 기관이 없다고 하는 것이죠.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채영근 교수
2009년 한미 양국은 ‘키세' 기준에 대한 입장 차이를 좁히기 위해 ‘위해성 평가'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위해성 평가 결과에 대해서도 한미 양측의 입장 차이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우리 정부는 25개의 오염된 기지를 정화하기 위해 지난해까지 모두 2,100억여 원의 세금을 투입해야 했고 비용은 지금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미군, 용산 미군기지 내 84건 기름유출 사고 은폐
2017년 ‘용산기지 온전히 되찾기 주민모임'과 ‘녹색연합'이 미국 정부로부터 입수한 정보공개 자료에 따르면, 1991년부터 2015년 사이 용산 미군기지 안에서 84건의 기름유출사고가 있었다. 그중 7건은 1,000갤런(3,780리터) 이상의 기름이 유출된 ‘최악의 사고'였다. 그리고, 400리터 이상이 유출된 ‘심각한 사고'도 25건이었다. 공개된 미군 측 작성 문서에는 유출된 기름이 제대로 회수되지 않아 토양과 지하수를 오염시켰으며, 서울시 배수관을 통해 한강으로 이어지는 배수로로 흘러나갔다고 기록돼 있다.
하지만 주한미군 측은 지금까지 84건의 기름유출 사고에 대해 단 한 건도 우리 정부나 서울시에 먼저 통보하지 않은 채 은폐해왔다. 주한미군이 우리 정부나 서울시에 통보한 기름유출 사고는 5건이 있었지만, 모두 이 84건에 해당되지 않는 사고였다.
▲ 2018년 10월, 채취한 녹사평역 인근의 지하수 시료. 윗부분이 검은 기름띠가 보인다.
2001년 녹사평역 주변 미군기지 기름 유출 사건도 미군 측이 먼저 알린 것이 아니었다. 용산 미군기지에서 유출된 기름이 8차선 도로를 건너 녹사평 지하철역의 지하 맨홀에서 발견되었고 한미 합동 조사에 의해 미군기지 내부 주유소에서 유출된 휘발유가 원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후 미군은 정화조치에 착수했고 2003년 12월 한미 공동보도문을 통해 정화조치가 거의 완료되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미군기지 바깥의 담장 주변과 길 건너 녹사평역과 주변에 41개의 관정을 설치해 지금까지 17년째 지하수 검사와 정화작업을 해오고 있다.
지난달 목격자들 제작진은 서울시 공무원과 함께 녹사평역 인근 지하수 오염을 확인했다. 그 결과, 관정을 통해 10m 아래의 지하수에서 채취한 지하수 윗부분은 2센티미터 두께의 검은 기름띠로 덮여 있었다.
서울시 담당 공무원은 미군이 내부의 오염원을 제대로 정화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녹사평 인근 지하수에서 17년째 계속 1급 발암물질인 벤젠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되고 있다. 2018년 6월 측정한 결과 이 곳의 벤젠 평균 수치는 0.70으로 기준치의 47배에 달했다.
서울시가 지금까지 지하수 정화 처리에 투입한 비용은 76억 원가량이다. 법무부는 소파 규정에 따라 주한미군에 정화 비용의 75%인 57억 원을 부담할 것을 여러 차례 요구했으나 주한미군은 거부해왔다.
법무부에 따르면, 미군 측은 “대한민국 정부가 미군 시설과 구역 사용을 보장하고, 그 사용과 관련하여 제3자의 청구권으로부터 해를 받지 아니하도록 한다”고 규정된 SOFA 제5조 제2항을 근거로 비용 부담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미군기지의 기름유출로 인한 주변 오염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환경부, 미군 측의 동의가 없다며 ‘환경오염 조사 결과’ 공개 거부
환경부는 미군기지의 환경오염 조사 결과를 정보 공개하라는 시민사회의 요구에 대해 미군 측의 동의 없이는 공개할 수 없다며 정보의 공개를 거부해왔다. 주한미군지위협정의 부속 규정인 ‘환경정보공유 및 접근 절차 부속서 A’에는 환경조사 내용의 공개는 소파 환경분과위원회 한미 양측 위원장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환경부는 이 규정을 근거로 미군기지 환경오염 조사 결과를 공개할 경우 한미 외교 관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를 들어 공개를 거부한 것이다.
이 때문에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녹색연합 등은 환경부를 상대로 용산 미군기지와 부평 미군기지의 환경오염 조사 결과를 공개하라는 행정 소송을 제기해야 했고 법원은 공개하라는 판결을 내리며 시민단체의 손을 들어줬다.
용산 미군기지 1차 환경조사 결과 공개에 대한 대법원판결(2017년 4월 18일), 용산 미군기지 2, 3차 환경조사 결과 공개에 대한 2심 확정판결(2017년 11월 8일), 부평 미군기지 환경조사 결과 공개에 대한 2심 확정판결(2018년 9월 12일)이 그것이다.
법원 공개 판결에도, 환경부 여전히 미군 측 눈치 보며 공개 미뤄
사법부의 연이은 판결에도 불구하고 환경부는 여전히 공개에 소극적이다. 부평미군기지 환경오염 조사 결과보고서를 공개하라는 판결이 나왔는데도 환경부는 여전히 미군 측에 조사 결과보고서 공개해도 되는지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 결국 환경단체가 환경부를 상대로 일종의 강제집행 절차인 ‘간접 강제'를 법원에 신청했다.
시민사회는 소파 환경 규정을 개정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미군기지 환경오염 정보를 우리 정부가 미군의 동의 없이도 공개할 수 있도록 하고 모호한 ‘키세’ 기준으로 불필요한 논란을 되풀이하지 말고 아예 ‘국내 환경법령을 준수한다'는 조항을 주한미군지위협정에 명문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외교부, 적절한 시점에 개선 검토하겠다. 원론적인 답변만 보내와
뉴스타파 <목격자들> 취재진은 외교부에 소파 개정에 대한 의향과 현재 진행 중인 환경협상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외교부는 “정부는 그간 국내적으로 소파 협정의 환경조항 관련 개정 요구가 제기되어 왔음을 인지하고 있으며, 향후 제반 정책환경을 고려하여 적절한 시점에 소파 환경조항의 개선에 대해서도 검토해나갈 것”이라는 지극히 원론적인 답변만 보내왔다.
취재진은 또 주한미군 측에도 소파 개정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돌아온 답변은 “주한미군과 한미 정부는 소파 협정 속에서, 건강과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신뢰할 수 있고 효과적인 절차를 갖고 있다. (USFK and Korean government have a reliable and effective agreed upon process for addressing health and environmental concerns under the SOFA)” 라는 애매한 답변만 보내왔다.
매출이 치솟자 사상자도 속출…’의료기기산업의 비밀’
시장에 나와 있는 의료기기 중 95%는 임상 시험을 거치치 않은 기기들입니다. 의약품과는 매우 다른 상황인 겁니다. 이 사실을 환자와 의사 둘 다 모르고 있습니다.
-마드리스 톰스(Madris Tomes) / 전 FDA 과학자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는 ICIJ, 즉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와 지난 7개월 동안 진행한 전세계 의료기기 산업의 비밀에 대한 국제 공조 취재 결과를 오늘(26일)부터 3일 동안 연속 보도합니다.
(1) 연 450조 의료기기산업..결함 등으로 10년 간 8만 명 사망
인공유방과 인공관절, 인공심장판막 등 인체 삽입형 의료기기들을 포함한 의료기기 산업은 한 해 세계시장 규모가 450조 원, 국내시장 규모도 6조 원에 이를 정도로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지난 10년 사이 제품 결함으로 인한 사망자가 세계적으로 10만 명에 육박했고, 국내에서도 지난 4년 동안 86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을 정도로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2) 우리는 왜 글로벌 의료기기 산업의 비밀을 파헤치는가
전세계 의료기기 산업은 메드트로닉과 보스턴사이언티픽, 애보트, 존슨앤존슨 등 글로벌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어 특정 제품의 부작용 피해 사례들도 글로벌 차원에서 동시에 발생한다는 특징습니다.
따라서 의료기기 분야는 개별 국가 특정 언론사 단위의 취재만으로는 그 속살을 제대로 파헤치기 어려운 분야입니다.
이에 따라 지난 4월 ICIJ, 즉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는 세계 각국 파트너 언론기관에 의료기기 산업을 공조 취재하자고 제안했고, 뉴스타파와 BBC, AP 등 36개국 59개 언론사, 250여 명의 탐사보도 전문기자들이 참여해 7개월 간 국제협업 취재를 벌였습니다.
(3) 늑장 리콜 통보에 쥐꼬리 보상...한국 환자 ‘하등민’ 취급
글로벌 의료기기 업체 존슨앤존슨메디칼의 자회사인 ‘드퓨’사의 인공엉덩이관절을 이식받았다가 각종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는 국내 피해자들의 사례를 취재했습니다.
피해자들은 자기 몸속에 이식된 인공관절 제품이 리콜 대상이었다는 사실도 모른 채 보행 장애와 혈중 중금속 수치 증가 등 각종 부작용에 시달리며 살아가야 했습니다.
특힌 존슨앤존슨은 같은 제품으로 피해를 입은 외국인들에게는 우리 돈 2억 원 이상의 보상을 실시했으면서도 유독 한국 피해자들에게는 수십에서 수백만 원 정도만 지급하는 이해하기 어려운 행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삼성 비밀문건, “의료기 사업으로 27조 매출”
'창조경제’ 구실로 의료기 규제 완화 압박
삼성전자가 정부의 의료산업 규제 완화를 통해 IT융합의료기기 사업 분야에서 27조 이상의 매출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 사실이 확인됐다.15-1
뉴스타파 취재진이 입수한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의료기기 규제 개선 요청"이라는 제목의 삼성전자 대외비 문건은 정부가 IT의료기기 규제를 완화한다면 당사, 즉 삼성전자는 27조 4천억원의 매출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삼성전자는 ‘대외비(Confidential)’로 분류한 이 문건에서 매출액 27조 4천억 원은 ‘당사의 마켓팅 조사 결과’라고 적시하고 있어 이 매출 예측치가 삼성전자가 실시한 시장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15-2
이 문건은 삼성전자가 최근 식약처에 갤럭시 S5를 의료기기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구하면서 함께 제출한 것이다. 뉴스타파는 김용익 의원실(보건복지위)을 통해 이 문건을 입수했다.
뉴스타파 취재진은 삼성전자 측에 27조 4천억원이라는 액수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산정된 것인지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삼성전자 측은 정부와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는 대답할 수 없다며 확인 요청을 거부했다.15-3
중소 의료기기 제조업계는 그 동안 단순한 심박계 측정 기기의 경우 의료법상의 의료기기에서 제외해 줄 것을 꾸준히 요구했으나 식약처는 이를 줄곧 거절해 왔다. 그러나 최근 삼성전자가 심박계 기능이 장착된 갤럭시 S5의 출시를 앞두고 심박계를 의료기기에서 제외해 줄 것을 요청하자 황급히 이를 받아들여 관련 규정을 개정, 고시한 바 있다.
관련 기사 : 갤럭시 S5 ‘의료기기’제외…”삼성전자 특혜” 논란(한겨레신문)
서강대 서복경 연구교수는 정부가 중소기업의 규제 완화 요구는 수년 동안 외면하다가 관련 제품을 개발한 삼성전자의 규제 완화 요구는 바로 들어 준 것은 특정 대기업에게만 사실상의 특혜를 줘서 시장 질서를 교란시키는 행위라고 비판했다.15-4
박근혜 대통령은 그 동안 창조경제가 주로 중소기업을 위한 경제정책인 것처럼 주장해 왔다. 하지만 창조경제를 명분으로 내세운 삼성전자의 규제 완화 요구를 즉각 들어줌으로써 창조경제가 삼성과 같은 대기업에 특혜를 주기 위한 구실로 작용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소득대체율 인상 없는 '아빠 육아휴직' 무용지물 뉴스토마토
휴직자 10명중 남성은 1명 꼴…소득대체율 32.8% '가계부담'
두 딸을 둔 윤모(37세)씨는 최근 아빠 육아휴직자가 크게 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제도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지만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육아휴직 상한액이 늘었다고 하지만 소득대체율이 너무 낮아 가계 부담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윤씨는 "실제 양육비까지 감안하면 휴직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안타깝지만 어린 딸들을 하루종일 어린이집에 맡길 수 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남성 육아휴직자가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소득보전은 30%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합계 출산율이 1명 미만으로 떨어질 것이 확실시 되는 가운데 소득보전을 강화하지 않으면 '남성 육아휴직'제도는 사실상 무용지물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다. 여전히 육아휴직 사용자 10명 중 남성은 한 명 남짓에 불과하다.
27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 10월말 기준 남성 육아휴직자는 1만4569명이다. 2011년 1402명에 그친데 비하면 7년새 10배 가까이 늘었지만 전체 육아휴직자에 중 겨우 10% 넘는 수준이다. 평균 육아휴직 기간도 여성에 비해 짧다. 작년기준 남성의 평균 육아휴직 기간은 약 6.6개월로 여성의 약 10.1개월에 비해 적다. 특히 남성 전체 육아휴직자 10명 중 4명은 3개월 이하에 그쳤다.
육아휴직이 매년 증가하고 있음에도 전체 육아휴직자 중 남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낮고, 사용기간도 짧은 데는 휴가기간 낮은 소득에 대한 우려가 큰 부분을 차지한다. 주 생계부양자인 남성 입장에서 인내하기에는 임금손실분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정부는 육아휴직에 따른 소득 감소를 보전하는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내년부터 육아휴직 첫 3개월 이후 육아휴직급여를 통상임금의 40%에서 50%로 인상하고, 상·하한액도 각각 월 100만원에서 120만원, 월 50만원에서 70만원으로 높이기로 했다.
하지만 다른 국가와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노르웨이의 남성 육아휴직자 소득대체율은 97.9%에 달했다. 오스트리아는 80.0%, 스웨덴은 76.0%, 독일은 65.0%다. 우리와 가까운 일본의 경우만 해도 58.4%나 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32.8%에 그친다. 특히 노동연구원의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의 육아휴직제도 및 사용실태' 보고서를 보면 2015년 기준 스웨덴은 육아휴직 대상자 중 남성 96%가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노르웨이는 90%였다. 이는 두 나라 모두 육아휴직 중 지원받을 수 있는 소득대체율이 70% 이상으로 높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남성들이 육아휴직 사용을 꺼리는 주된 이유인 가구경제적 원인 문제해결에 정부와 기업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홍승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현재의 육아휴직제도는 낮은 소득보장성으로 인해 휴직 기간 주생계 부양자의 소득을 보장하지 못해 주생계부양자인 남성이나 한부모 육아휴직 사용이 매우 어렵다"며 "게다가 낮은 급여의 일부를 사후에 지급하는 규정 때문에 휴직 기간 실질적인 소득수준이 더 낮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수준이 최저임금보다 낮은 수준이라 부족하지만 최근에 와서 2번 변화가 있었기 때문에 점진적으로 소득보장률을 높여나가는게 반드시 필요하다"며 "육아휴직제도를 이용하지 못하는 측면에서 수많은 중소기업 직장인과 비정규직 직원의 제도 접근성을 높이는 노력도 동시에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조규준 노동연구원 연구원은 "향후 육아휴직에 대한 소득보전 강화할 수 있도록 하고, 육아휴직 등으로 업무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인수인계 기간 중 대체인력에 대한 지원금 확대 등 기업의 비용부담을 완화시킬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남성이 자유롭게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육아휴직 부부동시사용, 육아와 직장생활과의 연계성 강화 등 제도적으로 유연성이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한국 대기업 노동자 임금, 미·일·프보다 최대 50% 많아” 1128한겨레
경사노위, 일자리 창출·양극화 해소 정책토론회
노민선 “대기업 임금 미·일·프랑스의 1.2~1.5배”
대-중소기업 임금격차는 선진국보다 더 심해”
500명 이상 대기업 임금의 국제 비교는 처음
조성재 “재벌의 ‘나홀로 고임금 전략’ 포기해야
노조의 ‘임금 극대화 전략’도 ‘평준화’로 바꿔야”
사회적 대화 때 대기업 노사에 양보 요청 가능성
※ 한국은 2017년, 미국·프랑스는 2015년, 일본은 2016년 기준, 국가별 구매력평가(PPP) 기준 자료: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정책토론회(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자료 인용)
한국 대기업 임금이 미국·일본·프랑스 대기업보다 최대 50% 더 많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대-중소기업 간 임금 양극화를 개선하려면 대기업 노동조합의 ‘임금 극대화 전략’과 재벌의 ‘나홀로 고임금’ 전략을 함께 포기해야 한다는 대안이 제시됐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위원장 문성현)가 27일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연 ‘양극화 해소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 정책토론회에서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의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선진국보다 더 크다”고 발표했다.
노 연구위원의 자료를 보면, 한국에서 500명 이상 대기업 소속 종업원 1인당 월 평균임금(2017년 기준)을 100으로 했을 때 종업원 1~4명 기업과 5~9명 기업의 임금은 각각 32.6%, 48.3%에 불과하다. 반면 미국(2015년 기준)은 각각 78.8%와 64.8%, 일본(2016년 기준)은 65.1%와 72.6%, 프랑스(2015년 기준)는 58.8%와 63.4%다.
또한 한국의 종업원 1인당 평균임금은 3302달러로 미국(4200달러), 일본(3504달러), 프랑스(3811달러)의 78.6~94.2% 수준인 데 견줘, 한국의 500명 이상 대기업 월 평균임금은 6097달러로, 미국(4736달러), 일본(4079달러), 프랑스(5238달러)의 116.4~149.5% 수준으로 오히려 더 높다. 나라별 평균임금은 물가 등을 고려한 구매력평가 기준으로 산출됐다.
※ 한국은 2017년, 미국·프랑스는 2015년, 일본은 2016년 기준, 국가별 구매력평가(PPP) 기준 자료: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정책 토론회(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자료 인용)
한국의 대-중소기업 간 임금격차가 심화하면서 일부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의 고임금에 대한 비판이 제기돼온 가운데, 종업원 500명 이상 대기업을 기준으로 국제 비교가 이뤄지기는 처음이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정승국 중앙승가대 교수는 “대-중소기업 간 불평등 구조의 주된 수혜자층은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라고 지적했다. 노 연구위원은 “한국은 10명 미만 영세기업에서 일하는 근로자가 43%에 이른다”며 “한국의 임금격차 문제가 영세기업 종사자 비중이 낮은 선진국보다 더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대기업 정규직 중심인 노동운동의 ‘임금 극대화 전략’과 재벌대기업의 ‘나홀로 고임금 전략’을 모두 포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조성재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장은 “노조는 임금 극대화 전략을 수정해 임금 평준화 내지 연대임금 전략을 채택하고, 임금뿐만 아니라 고용안정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사용자도 일본 사례처럼 노조와의 조정행동을 통해 임금격차를 줄이고, 고용안정 중심의 포용과 통합의 노사관계 및 고용시스템 구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과 혁신 가능성을 확충하기 위해서도 노동시장의 이중화를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조 본부장은 “대기업·공기업·정규직 등의 1차 노동시장과 중소기업·비정규직 등의 2차 노동시장이 서로 다른 원리로 작동하는 노동시장의 이중화가 고착되고 있다”며 “대기업은 소수 정규직만 고용하고 비핵심 업무를 아웃소싱하는 방식으로 외부의 저임금 노동자들을 활용하면서, 단가 인하 등을 통해 중소기업의 지불능력을 제약해 중소기업 노동자들은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원천 봉쇄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 사회가 고용의 질 악화와 임금격차 확대의 악순환에 빠지면서 사회통합성을 해치고 노동력을 비롯한 자원의 원활한 이동을 가로막아 한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과 혁신 가능성도 축소시킨다”고 지적했다.
이번 토론회는 지난 22일 노·사·정 사회적 대화를 위한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출범에 맞춰 사회양극화 개선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핵심과제를 해결하려는 목적으로 열린 행사로, 지난 6월 구성된 ‘양극화 해소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 위원회’의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경사노위가 앞으로 사회적 대화에 정책토론회 결과를 반영한다면 대기업 노사에 대해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양보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지부의 하부영 지부장도 지난 3월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대기업 임금은 적게 올리고 중소기업·비정규직 임금은 많이 올리는 ‘하후상박의 연대임금’을 제안하면서 “임금격차를 줄이려면 현대차 노조의 운동 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사설] 대기업 정규직 ‘나 홀로 고임금’ 지속가능하지 않다
대기업 노동자의 임금 수준이 미국, 일본 같은 선진국보다 높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됐다. ‘귀족 노조’ 담론을 떠올리게 하니 대규모 사업장 노동자들에겐 불편하게 들릴 수 있겠다. 하지만 체계적인 실증분석 결과여서 찬찬히 들여다볼 만하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주최로 27일 열린 토론회 테이블에 오른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의 발제문 중 두드러진 내용은 노동자 500인 이상 대기업 정규직의 임금을 국제 비교한 대목이다. 비교 결과, 한국은 월평균 6097달러로 미국(4736달러), 일본(4079달러), 프랑스(5238달러)보다 높았다. 기준 연도(한국 2017, 미국·프랑스 2015, 일본 2016) 차이, 물가 등을 고려한 구매력평가 기준이라고 한다. 대기업 임금의 전례 없는 국제 비교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대기업 노동자의 고임금은 대-중소기업 임금 격차가 최대라는 결과로 이어진다. 한국의 경우 500인 이상 대기업의 노동자 1인당 임금을 100으로 놓았을 때 1~4인과 5~9인 기업의 임금은 32.6과 48.3이다. 미국(78.8, 64.8), 일본(65.1, 72.6), 프랑스(58.8, 63.4)에 견줘 유독 심하게 차이가 난다. 전체 기업의 1인당 평균임금은 한국이 월 3302달러로, 미국(4200달러), 일본(3504달러), 프랑스(3811달러)보다 낮은 것과 맞물린 필연적 결과다.
대기업 정규직이 원청과 하청의 불평등한 관계에 편승해 ‘고물’을 얻어먹고 있다는, 해묵었지만 날 선 비판을 떠올린다. 국제 비교에서 높게 나타난 대기업 정규직의 임금 수준이 자랑스럽지 않은 건, 생산성에서 비롯된 마땅한 몫으로 여겨지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심 제조업에 닥친 구조적 위기 국면은 저생산성의 실상을 보여준다.
생산성을 반영하는 정당한 ‘차이’라고 하기 어려운 대-중소기업 노동자의 ‘차별’성 임금 격차가 언제까지나 지속될 수는 없다.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산 소득, 기업-가계 소득의 격차와 맞물리면서 양극화의 골을 깊게 하고 전반적인 경제의 토대를 허물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대기업 정규직도 이 위험을 피할 수 없다. 대규모 사업장 노동자들이 ‘사회안전망이 허술하니 임금투쟁에 주력할 수밖에 없다’는 식의 하소연에 머물러서는 곤란한 이유가 여기 있다.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사노위 출범을 계기로 단기적 요구 수준을 낮추고 중장기적 실익을 챙기는 쪽으로 힘을 모으길 바란다.
이탈리아 극우 부총리, 굴착기 몰며 ‘마피아와 전쟁’ 한겨레 1128
살비니, 굴삭기로 직접 마피아 집 철거 ‘퍼포먼스’
마피아 두목 검거 소식 전하며 “마피아 좋은 시간 끝”
포퓰리즘 연립 정권, 반난민·범죄와 전쟁에 집중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가 26일 로마 남동부에 위치한 마피아 소유 불법 주택 철거 작업에 참여해 굴착기로 직접 건물을 철거하고 있다. 살비니 페이스북 갈무리
극우 성향의 이탈리아 부총리가 직접 굴착기로 마피아의 집을 철거하고, 소셜미디어로 유명 마피아 두목 체포 소식을 전하며 ‘마피아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은 27일 페이스북에 전날 로마 남동부 일대에서 활동한 마피아 일당의 집 철거 작업에 참여한 장면을 담은 영상을 올렸다. 마약 판매와 고리대금업으로 악명 높은 조직 카사모니카가 소유한 집을 철거하는 데 직접 나선 것이다. 이탈리아 정부와 로마시는 환경보호구역에 불법으로 들어선 집을 부수고 공원을 만들기로 했다.
살비니 부총리는 흰색 헬멧을 쓰고 굴착기에 올라 건물 일부를 부수는 퍼포먼스를 했다. 취재진의 카메라 플래시가 쉴 새 없이 터졌다. 살비니 부총리는 페이스북에 ‘대장이 철거했다’는 글도 올렸다. 그는 취임 초부터 “곳곳을 뒤져 모든 범죄자를 추적해 처벌하겠다”며 마피아 소탕 의지를 밝혀왔다.
이날 책과 드라마 소재로도 활용된 유명 마피아 조직 카모라의 두목들 중 한 명인 안토니오 오를란도가 경찰에 체포됐다. 그는 은신처를 바꾸며 15년 동안 경찰을 피해다녔다. 나폴리 일대에서 활동하는 카모라는 피라미드 형태의 코카인 밀매로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 살비니 부총리는 체포 소식도 전하며 “마피아의 좋은 시간은 끝났다”고 했다. 지난 5월 출범한 이탈리아 극우·포퓰리스트 연립정부는 불법 이민자 및 마피아 단속을 강화하는 사회안전강화법 제정에 집중해왔다.
마피아의 본고장 이탈리아에서 ‘마피아와의 전쟁’이라면 조직원 324명을 처벌한 치안판사 지오반니 팔코네가 유명하다. 그는 1992년 마피아의 차량 폭탄테러로 숨졌다. 일반적으로 독재·극우 정권이 선호하는 요란한 ‘범죄와의 전쟁’은 이탈리아에서도 정권 차원에서 애용된다. 1994~2011년 세 차례에 걸쳐 9년간 총리를 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는 선거 전후나 경제난이 닥칠 때 ‘마피아와의 전쟁’을 꺼내들고는 했다
김정은 답방 앞두고 대북전단탄·참수부대 예산 증액 mediatoday
김종훈 “전단살포 중지 선언하고 전단탄을 생산하겠다니” 국방부 “군사위협 자체는 변하지 않아”
국방부가 확성기방송과 대북전단 살포 등을 중지하는 4‧27 판문점 선언에 반해 내년도 예산안에 대북전단 살포용 전단탄을 생산하는 예산을 책정했다. 또 참수부대로 알려진 특임여단의 예산도 전년 대비 30배를 증액했다. 연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답방을 앞두고 있다.
국방부는 2019년도 예산안에 155mm 전단탄 28억7700만원을 책정했다. 대북 전단탄이란 대북전단을 담은 포탄을 K9 자주포로 북한에 발사해 대북전단이 살포되도록 하는 탄을 말한다.
남북정상은 지난 4월27일 ‘4‧27 판문점 선언’을 통해 “5월1일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 행위들을 중지하고 그 수단을 철폐하며 앞으로 비무장지대를 실질적인 평화지대로 만들어 나가기로 하였다”고 합의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김종훈 민중당 의원(울산 동구)는 최근 열린 예결위에서 “전단탄은 탄두에 전단지를 탑재해서 살포하는 심리전 무기인데 박근혜정부 시절 한참 대결 시기에 만들어진 무기 체계”라며 “이것이 계속 지속될 필요가 있느냐”고 따졌다. 서주석 국방부차관은 “아마 전시 상황을 가상해서 그런 준비는 계속해 나가야 된다는 판단에서 (예산 편성이) 된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김 의원은 “지금 시기에 맞지 않는 예산”이라고 지적했다. 서주석 차관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저희가 검토를 해서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 탈북자 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의 대북전단 살포. 사진=노컷뉴스
이밖에도 이른바 북한 지도자에 대한 ‘참수부대’로 알려진 특임여단 내년도 예산도 올해에 비해 30배가 늘었다. 특임여단의 공식 이름은 ‘스파르탄 3000’이다. 국방부는 내년도 ‘특임여단 능력보강’ 예산을 올해 3억3700만원에서 약 30배 증액된 103억7600만원으로 제출했다.
김종훈 의원이 예결위에서 “이 부대가 처음에는 북한 수뇌부를 참수하겠다는, 여러 논란이 되었던 부대가 그대로 운영되는 것 맞느냐”고 질의하자 서주석 차관은 “예, 특임여단이 계속 운영된다”고 답했다. 서 차관은 “이른바 3축 체계와 관련된 예산은 일단 군사 위협이 변화하게 된다면 조정할 계획에 있다. 현재 남북군사합의서에 따른 운용적 군비 통제의 초보적 단계 합의가 이행되고 있으나 아직 군사 위협 자체는 완전히 변화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저희가 전력은 기존 계획대로 그렇게 수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이런 예산들이 자칫 남북 화해로 가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잘 고려해야 한다. 기존에 있는 특수부대 예산을 증액하거나 강화해도 무리가 없을 것 같은데 굳이 논란이 됐던 이러한 부대를 그대로 유지하고 예산을 이렇게 높여서 갈 이유가 있느냐. 충분히 오해를 살 수 있다. 국방부의 남북 화해에 맞는 결단의 의지가 필요한 예산”이라고 지적했다.
서주석 차관은 “군사 위협이 변화하지 않았으나 앞으로는 아마 전방위 안보 위협에 대한 대응으로 가야 될 것”이라며 “기존에 있는 부대들도 그런 상황에 맞춰서 임무들이 조정될 수 있겠지만 현재로는 저희가 당장 임무가 바뀌었다 이런 말씀을 드리기는 곤란하다”고 답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28일 “서 차관이 답변한 예산안 검토 내용에서 입장 변화가 있는지 확인한 뒤 답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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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가방 사고 유럽 여행…‘파이세대’가 소비에 몰입하는 이유는? 동아
#1. 공무원 김지인 씨(34)는 몇 해 전 ‘1년에 명품 브랜드 가방 하나씩 사기, 유럽 여행 다녀오기’를 인생의 버킷리스트로 정했다. 매년 연봉에 3분의 1에 가까운 금액을 쓰지만 김씨는 어차피 연애도 결혼도 하지 않을 생각이라 그만큼 소비하는 것에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2. 대기업 입사 1년차인 김성훈 씨(가명·28)도 월급의 30% 이상을 옷이나 신발 등을 구매하는 데 쓰고 있다. 나머지 70%는 식사나 레저 비용으로 지출한다. 적금이나 예·적금 등 저축으로 나가는 돈은 ‘1도’ 없다. 보험가입도 하지 않았다. 김 씨는 “취업준비생 때 힘들 때 고생한 나에 대한 보상 심리”라며 “나이 들면 바뀔지 모르지만 당분간은 이런 기조를 유지 하겠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파이세대’를 대표한다. 불확실한 미래를 준비하기보다 확실한 지금의 행복을 위해 소비하는 20, 30대 젊은층이다. 파이세대가 과감히 소비한 덕분에 경기침체 속에서도 명품시장과 백화점, 여행산업, 수입차시장은 의외의 호황을 맞고 있다.
● 큰 손 ‘파이세대’
지금의 중장년층은 취업을 하면 결혼자금이나 자녀양육비, 내집마련을 위해 저축하는 걸 당연시 했다. 하지만 ‘파이세대’는 달랐다.
28일 본보가 롯데, 현대, 신세계, 갤러리아 등 국내 주요 백화점의 해외 명품 브랜드 매출 실적을 분석한 결과 20대의 매출 신장률은 30.2%, 30대는 15.7%였다. 반면 40대는 12.8%, 50대는 15.3%에 그쳤다. 그동안 해외 명품시장은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40, 50대가 주도했지만 이제는 매출의 절반 정도를 20, 30대가 차지한다. 최근 몇 년 동안 20, 30대의 비중은 점점 커지고 있다.
KB국민카드가 세대별 월 평균 카드 이용액을 분석한 결과, 올해(1~9월) 20, 30대 1인당 월 평균 카드 이용액은 55만9807원으로 연 평균 15.3% 증가했다. 같은 기간 60년대 생 ‘386세대’(7.5%)와 70년대 생 ‘X세대’(9.3%)의 증가율보다 확연히 높았다.
파이세대가 이처럼 소비에 몰입할 수 있는 원천은 연애, 결혼, 출산에 이어 집을 포기한 데서 나온다. 특히 최근 몇 년 새 미친 듯이 오른 집값으로 파이세대가 월급 모아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됐다. 회사원 최도연 씨(33)는 2014년 결혼 후 지난해 서울 성북구 성북동 전용면적 69㎡(옛 20평형 대) 빌라로 이사하며 전셋집 인테리어에 7000만 원 가량을 썼다. 최 씨는 “내 집은 아니지만 살고 있는 동안만큼은 ‘내가 살고 싶은 집’으로 꾸미고 싶었다”고 말했다. 최 씨처럼 전월세집을 꾸미는 수요가 늘자 인테리어시장 규모는 지난해 30조 원에 이어 2020년엔 40조 원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파이세대는 미래의 소득을 잠시 당겨쓴다는 생각에 대출에도 거부감이 없는 편이다. 은행원 김용우 씨(31)는 수입차(아우디)를 거의 대출로 샀다. 최근엔 스위스로 휴가를 가서 250만 원을 쓰고 왔다. 김씨가 차와 휴가에 빚을 내서 큰 돈을 쓰는 이유는 단 한 가지다. “30대의 5일은 60대의 5일보다 더 가치 있는 시간이라 생각한다”는 것이다. 회사원 김승연 씨(29)씨는 부모님께 여행비 500만 원을 빌려서 2016년에는 아이슬란드와 영국으로 열흘간 여행을 다녀왔다. 지난해 가을에는 미국을, 올 여름에는 다이빙 자격증을 따러 세부를 갔다 왔다. 올 연말 미국 뉴욕행 항공권도 일찌감치 끊어놓았다. 김씨는 “연애를 하지 않다보니 시간과 돈이 남는 편이라 여행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여행을 위해 대출을 받는 수요가 늘며 최근 하나투어에서는 여행비를 신용 할부로 결제하고 여행을 떠나는 대부 상품을 처음 출시하기도 했다.
● 부모보다 가난한 첫 세대
기성세대가 보기에 파이세대의 큰 씀씀이는 ‘건강하지 못한 소비’로 보인다. 취업은 어려운데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고 당장의 행복만 추구하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파이세대가 나름대로 똑똑한 소비를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책 ‘요즘 것들’의 저자이자 기업 컨설턴트인 허두영 씨는 “20, 30대 젊은 세대들은 지금 집을 사려면 한 푼도 안 쓰고 20~30년 동안 모아도 서울에 집을 살 수 없을 거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세대”라며 “불가능한 소유보다 지금 당장 누릴 수 있는 경험에 방점을 둔, 현실적인 소비를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제일기획 자회사인 펑타이코리아의 최원준 소장은 파이세대를 ‘부모세대보다 부유하지 못한 첫 세대’라고 정의하며 이들의 양면성에 주목했다. 취직이 어렵고 직업의 안정성이 떨어지다 보니 모을 때는 악착같이 모으지만, 남과는 다른 소비와 취미를 위해 과감한 ‘탕진잼’을 즐긴다는 것이다. 최 소장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인생샷을 남기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독특한 취향을 드러낼 수 있는 과시용 체험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것”이라고 봤다.
웰빙 지수’는 GDP를 대체할 수 있을까 11.28www.sisaweek.com
27일 인천에서 열린 제 6차 OECD 세계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 /뉴시스
제 6차 OECD 세계포럼이 27일 한국 인천에서 막을 올렸다. OECD와 통계청이 공동 개최하는 이번 포럼의 주제는 ‘미래의 웰빙’. 발표자들은 경제성장률에 과도하게 의존하던 기존 정책기조에는 한계가 있으며, 그 대신 국가가 국민의 생활영역을 더 폭넓게 보살펴야 한다고 제언했다.
◇ 경제 석학들 “GDP 한계 넘어서는 새 지표 필요”
포럼 첫날 의제를 주도한 것은 ‘경제성과와 사회발전 측정에 관한 고위전문가 그룹(HLEG)’이었다. 조지프 스티글리츠를 비롯한 저명한 경제학자들과 마틴 듀란 OECD 통계데이터국장·프로납 센 전 인도통계청장·발터 라드마흐 전 유럽연합통계청장 등 각국의 통계전문가들로 구성된 HLEG는 지난 2008년 삶의 질을 측정하는 지표를 개발하는 것을 목적으로 출범했다. 이날 HLEG가 발표한 ‘GDP를 넘어서: 경제 및 사회발전의 측정에 대해’ 보고서에는 이들이 GDP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 5년간 진행한 연구 결과가 담겨있다.
한 나라의 모든 경제주체가 생산한 재화와 서비스의 양을 나타낸 국내총생산(GDP)은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는 경제지표다. 그러나 보고서는 경제구조가 얼마나 안정적인지, 늘어난 자산이 어떻게 분배되는지에 대한 정보는 제공하지 못하는 GDP가 거의 모든 경제정책의 근간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문제제기했다. 경제학자와 정책결정자들이 GDP에 지나치게 집착하다가 2008년 금융위기를 예측하지 못한 것이 대표적이며, GDP가 경제정책을 넘어서 일반복지 분야에서도 정책적 근거로 오용되는 사례도 있다.
보고서는 그 원인을 “풍요로운 삶(웰빙)을 위해 필요한 모든 요소들을 하나의 숫자로 나타낼 방법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면서 "충분한 신뢰성을 가진 ‘웰빙 지수’를 개발해 GDP를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 역시 “삶의 질, 그리고 더 나은 삶에 대한 열망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지표를 가져야만 더 좋은 정책을 디자인할 수 있다”는 말로 GDP를 대체할 통계지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HLEG는 GDP를 대체하려는 시도가 일부 반대파들의 주장처럼 성장 자체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며, 경제 시스템을 더 폭넓게 바라보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일례로 최근 세계 주요국은 금융위기 이전 수준의 경제성장률을 회복하는데 성공했지만, 금융위기로 늘어난 불평등과 경제계의 불안은 숫자로 계량되지 못하고 있다. 이는 곧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의 경우 지난 2000년 50%를 넘었던 정부 신뢰도가 2015년에는 20% 초에 그쳤다.
◇ 어떻게 만들 것인가
앞으로 ‘웰빙 지수’를 설계하게 될 경제학자·통계학자들은 어떤 자료들을 ‘삶의 질’을 평가할 잣대로 선별하게 될까. 몇 가지 참고할 만한 선례는 있다. OECD는 이미 지난 2011년부터 ‘더 나은 삶 지수’를 만들어 국가별 지수를 발표하고 있다. 해당 지수에는 일자리·직업·소득 등 경제지표와 함께 건강과 삶의 만족도, 일과 삶의 균형 등 11가지 지표가 활용된다. 새로 개발될 ‘웰빙 지수’는 ‘더 나은 삶 지수’를 보완·개량하는데 사용될 방침이다.
한편 한국 통계청의 경우 12개 영역·80개 지표를 바탕으로 제작한 ‘국민 삶의 질 종합지수’를 지난 2017년 첫 공개했다. 당시 과거 데이터를 바탕으로 시계열 변화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5년 한국 국민 삶의 질은 2016년에 비해 11.8% 증가했으며, 이는 동기간 GDP 증가율(28.6%)의 41.3% 수준이다.
UN이 지난 2015년 발표한 ‘지속 가능한 개발 목표(SDGs)’도 있다. SDGs는 삶의 질을 측정하기 위해 마련된 가장 국제적이고 대표적인 지표로 뽑힌다. 2030년까지 모든 형태의 빈곤을 종식시키는 것이 목표며, 건강·교육·성 평등과 같은 가장 기초적인 과제들은 물론 경제·기술·사회·환경 등에 걸친 다양한 정책과제까지 담고 있다.
다만 HLEG는 SDGs가 세계 각국이 활용할 수 있는 공통 지표로 삼기에는 고려해야 할 사항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SDGs는 17개의 주 목표와 169개의 세부 목표로 구성돼 있으며, 이 세부 목표들의 진행 상황을 점검하기 위한 지표는 모두 200개가 넘는다. HLEG는 이 중 어떤 지표를 국가정책의 계기판으로 삼을지 선별하는 작업이 상당히 복잡할 것이라고 인정하면서 “각국 정부에게서 독립성을 인정받은 통계기관이 SDGs 달성 과정을 감시하고, 국제기구들은 개발도상국의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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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만에 ‘촛불’ 흔들어대기 시작한 그들 한겨레
촛불’과 ‘적폐청산’의 서슬에 엎드려 있던 이들이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소득주도성장 포기하라며 ‘사회주의’ 딱지까지 붙이려 한다. 사법농단 단죄를 방해하더니 사법행정 개혁도 퇴행 조짐이다. 남북 군사합의엔 ‘서울 방어벽이 허물어진다’며 국민을 겁박한다. 촛불이 위태롭다.
한때 80%를 웃돌던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이젠 50%를 약간 넘는다. ‘적폐 청산’이 끝물에 들어서고 ‘북핵 협상’이 지지부진한 사이 경제, 특히 동네북 신세가 된 ‘소득주도성장’이 발목을 잡았다. 빌미가 된 최저임금이 16%나 오를지는 청와대도 몰랐다니 사전 준비가 충분했을 리 없다. 내수 위축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지난해 긴축예산을 짜놓은 것도 악영향을 끼쳤다. 여기에 ‘김동연-장하성 갈등’까지 겹쳤으니 경제가 잘 돌아갈 리 없었다. 변명의 여지 없는 실책이다.
그러나 소득주도성장 이외 달리 돌파구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수출·대기업 중심의 낙수효과에 의존한 성장은 한계에 부닥쳤다. 국제노동기구(ILO)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임금주도성장이나 포용성장을 제안하고, 아베나 시진핑도 임금인상과 내수확대 정책을 추진 중이다.
문재인 정부의 실책은 경제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면서도 그 파장을 가늠하지 못한 게 더 결정적이다. 민주정부 10년의 경제지표는 이명박·박근혜 정권보다 나쁘지 않았지만 노무현 정부는 임기 내내 수구보수 언론·야당으로부터 ‘세금폭탄’ ‘경제파탄’ ‘경포대’(경제를 포기한 대통령)란 원색적인 공격을 받았다. 김대중 정부 역시 ‘대구·부산엔 추석이 없다’며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경제위기 공세에 시달렸다. ‘문재인표 경제’의 세 기둥 가운데 공정경제란 약탈적 하도급 구조 속에서 납품단가 후려치기나 기술 유용으로 이익을 독점해온 대기업들의 부당거래를 막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정권 사람들은 대기업 중심의 기존 경제사회구조가 수십년 이어지면서 이해관계로 똘똘 뭉친 대한민국 기득권 집단을 너무 얕봤다. 이번에도 최저임금 과속 인상의 빈틈을 노려 벌떼같이 달려들었다. “국민을 실험대상 삼았다”더니 급기야 ‘사회주의 경제’ 딱지까지 붙이려 한다. 대통령이 재판도 끝나지 않은 재벌 총수를 독대하고, 경제부총리는 혁신성장을 구걸하는 듯한 모습을 연출하더니 결국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대신 포용성장을 앞세우기 시작했다. 이들과의 담론경쟁에서 밀린 결과로 보여 씁쓸하다.
문재인 정부 2년차를 지나면서 그동안 ‘촛불’과 ‘적폐청산’의 서슬에 엎드려 있던 이들이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사법농단 사태는 박근혜 정권이 쌓은 적폐의 사법부 버전이다. ‘박근혜 청와대’와 ‘양승태 대법원’의 상고법원 거래에서 씨앗이 뿌려졌다. 성역 없이 단죄하고 제도를 확 바꿔야 그나마 국민 신뢰를 회복할 단초가 열린다. 그런데 고위법관들을 비롯한 법원 안팎 기득권 세력은 본말을 뒤집어 “왜 검찰 수사를 불러들였냐”며 현 대법원장을 흔들어댔다. 명백한 재판개입과 법관사찰 행위가 드러나 ‘탄핵 검토’가 필요하다고 자성의 뜻을 담아 결의한 전국법관대표회의에 격려는커녕 ‘파벌’로 매도하고 ‘해산하라’고 막말까지 해댔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좌고우면하는 사이 사법발전위가 어렵게 만들어낸 사법행정 개혁안마저 후퇴할 조짐이 엿보인다. 태극기부대에 ‘박근혜 형사처벌’을 문제삼으라는 훈수까지 나오는 걸 보면 이러다 적폐청산 법정에까지 화염병이 날아들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들은 북핵 협상에도 대놓고 딴지를 걸고 있다. 북-미 정상의 싱가포르 합의 직후부터 ‘대한민국 농락 리얼리티 쇼’라며 ‘1990년대 미국이 폭격을 생각할 때 우리 국민이 결기있게 나섰다면 북핵을 끝낼 수 있었다’는 등 국민 생각과는 동떨어진 주장을 폈다. 한-미 합동훈련을 중단하자 ‘미군 철수로 이어질 수 있다’며 성급한 걱정을 늘어놓았다. 종전선언에 버금가는 남북의 군사합의가 나온 뒤엔 ‘서울 방어벽이 허물어진다’며 국민을 겁박했다. 최근엔 새로운 것 없는 옛날 위성사진을 걸어놓고 ‘북한의 거대한 속임수’로 과장하는 미국 언론을 그대로 인용해놓고도 바로잡기는커녕, 해명에 나선 청와대를 ‘북한 대변인’이라고 비아냥거렸다. 북핵 해결 기미도 없던 박근혜 정권 초기, 현실과 동떨어진 통일대박론을 퍼뜨리며 장밋빛 청사진을 펼치던 것과 너무나 대조적이다. 북한에 대한 불신 수준을 넘어 정략이 꿈틀거린다.
지난해 ‘박근혜 탄핵’ 직후 발표된 촛불권리선언은 ‘탄핵이 끝이 아니며, 민주주의가 다시 땅바닥에 떨어지지 않게 삶의 현장과 일터를 바꿀 것’이라고 다짐했다. 촛불로 탄생했다는 문재인 정부가 그 기대에 제대로 부응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되풀이되는 노-정 갈등은 참여정부 초기를 연상시키는 데자뷔다. 거대한 기득권 동맹의 벽 앞에서 4·19, 80년 서울의 봄, 87년 6월항쟁 이후의 역전패가 반복될지 모른다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가장 큰 책임감과 경각심을 가져야 할 데가 청와대임은 물론이다.
'세계 최고 도시' 런던 1위… 서울은 종합 28위
영국 런던·프랑스 파리·미국 뉴욕이 '세계 최고의 도시'로 손꼽혔다.
미국 뉴욕과 캐나다 밴쿠버에 기반을 둔 다국적 컨설팅업체 '레조넌스 컨설턴시'가 최근 발표한 '2019 세계 최고 도시'(World's Best Cities) 순위에서 서울은 28위에 올라있다.
컨설팅업체 레조넌스 발표
환경·상품성·문화 요소 등
6개 항목 평가… 파리·뉴욕 순
레조넌스는 도시 환경(Place·자연 환경 및 건축 환경), 도시 상품성(Product·주요 기관, 관광 명소 및 기반시설), 문화요소(Programming·문화·예술·엔터테인먼트·레스토랑·쇼핑 기회), 인구 구성(People·인종 및 국적 다양성과 교육 수준), 경제적 번영(Prosperity·비즈니스 및 기업 활동), 인지도(Promotion·인터넷 등에 공유된 참고 자료와 추천) 등 6개 항목별로 점수를 매겨 종합 순위를 산정했다고 밝혔다.
런던은 문화요소와 인지도 등 2개 항목에서 최고점을 받고, 도시 상품성 면에서 4위에 오르며 종합 순위 1위를 차지했다. 파리는 도시 상품성·문화요소·경제적 번영·인지도 등 4개 항목이 5위권에 드는 등 고루 높은 점수를 받아 종합 순위 2위에 올랐다.
뉴욕도 문화요소·경제적 번영·인지도 등 3개 항목이 5위권에 들며 고른 평가를 얻어 종합 3위에 랭크됐다. 종합 순위 4위 일본 도쿄는 도시 환경과 경제적 번영 2개 항목 각각 1위, 도시 상품성과 문화요소 등 2개 항목 각각 2위로 눈길을 끈 반면 인구 구성면에서는 131위에 그쳤다. 이어 5위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6위 러시아 모스크바, 7위 미국 시카고, 8위 싱가포르, 9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10위 샌프란시스코 순이다.
서울은 도시 환경 62위, 도시 상품성 18위, 문화요소 13위, 인구 구성 57위, 경제적 번영 60위, 인지도 61위로 종합 순위 28위 평가를 받았다.
초봉 4300만원 환경미화원 울산 동구 경쟁률 37.6대 1
3명 뽑는 공채에 113명 몰려
지원자 연령은 20대 10명(8.8%), 30대 64명(56.6%), 40대 32명(28.3%), 50대 7명(6.2%)으로 30대 이하가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
학력도 대졸 이상이 58명이며 석사학위를 소지한 고학력자도 2명 있다. 고졸 이하 51명, 중졸 이하 4명 순이었다.
울산 내 다른 기초단체의 사정도 비슷하다. 2명을 선발하는 북구 환경미화원 채용에는 44명이 지원해 경쟁률이 22 대 1이었다. 지원자 연령도 20, 30대가 24명으로 전체의 54.5%를 차지했다. 중구는 4명 모집에 87명이 지원해 경쟁률 21 대 1, 울주군은 5명 모집에 110명이 지원해 경쟁률 22 대 1을 기록했다
당신들의 알 권리 12.1 mediatoday
한 달 전 쯤 서울 한 지역 마을공동체가 운영하는 카페에 등기서류가 도착했다. 몇 년 동안 끌어오던 재개발이 시행되니 12월 말까지 상가를 비우고 재개발 조합에 확인받으라는 내용, 그리고 확인 후 지급할 보상금 액수가 적힌 한 장의 공문이었다. 그날 이후 골목 상인들의 인사말은 달라졌다. 언제 어디로 이사를 갈 것인지 서로 물었지만, 누구도 자신 있게 답을 하지 못했다. 통보된 보상금 ‘협의’를 하러 조합 사무실에 다녀온 상인들로부터 하루가 멀다 하고 입소문이 퍼졌다. 확인되지 않은 ‘카더라’ 정보가 골목을 떠돌았다. 결국 30여명의 상인들이 모여 재개발 조합 담당자와 간담회 자리를 마련했다. 그 동안 쌓였던 불만과 항의가 터져 나왔다. 보상금 액수에 항의도 있었지만, 다수의 질문은 이전을 하지 않을 경우 절차가 어떻게 되는지, 재개발 시행의 향후 계획이 무엇인지, 상가를 비운 후 보상금 수령 절차와 기한이 어떻게 되는지 였다. 조합 담당자의 설명은 답답하기만 했다. 보상액수의 평가는 별도의 기관에서 수행했으니 알 수 없다, 기한 이후의 절차는 ‘법’을 따르게 된다, 보상금의 지급 기한은 보증해 줄 수 없다는 답이 전부였다.
이 지역만의 문제였을까. 재개발이 본격화되면 지역의 집주인과 건물주가 ‘자발적’으로 만든 조합에서는 재산권을 가진 이들만을 챙길 뿐 세입자나 상인들은 늘 후순위로 밀려왔다. 은행권에서 대출받을 수천 억 원의 사업자금과 개발업자들이 장담하는 몇 년 후의 수익 계산 중 그 어디에도 세입자와 상인들의 몫은 없었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주변 월세와 권리금은 모자란 보상금을 또 다른 대출로 메우게 했다. 대출 자격조차 되지 못하는 이들은 1톤 트럭에 짐을 싣고 어디론가 떠났다. 재개발로 들어서는 아파트에 입주하는 이들도 다르지 않다. 많은 입주자들 또한 장담할 수 없는 아파트 가격 인상만을 믿고 십수년 동안 원리금에 묶여 살아야 하는 부채의 노예가 된다.
서울 변두리의 재개발은 늘 이런 식이었다. 그나마 싼 월세와 보증금으로 머물던 이들은 감당할 수 없는 돈의 액수만큼 멀리 떠나고, 새로 오는 이들은 미래 노동을 담보로 잡힌 부채에 밀려가는 도시 유목민이 되고 만다. 재개발 지역 상인들이 조합에 요구한 것은 더 많은 보상금이 아니었다. 이자와 수익률만으로 계산되는 돈의 시간이 아니라, 이사를 결정하고 상가를 알아보며 새로운 자리를 준비할 삶과 노동의 시간이었다. 상인들에게 기대에 못 미친 보상금 액수보다 더 두려운 것은 알 수 없는 절차와 계획, 누구도 보장해 주지 않는 약속이다. 하루하루 매상으로 먹고사는 이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철거 용역과 포크레인 탓이 아니다. 당연히 알아야 할 절차와 정보를 박탈당한 채 일방의 통보로 빼앗긴, 수많은 언론인이 입에 달고 사는 ‘알 권리’ 때문이다.
오늘 밤에도 재개발 지역 상가 선반 위 텔레비전에는 뉴스가 나올 것이다. ‘공익’을 위해 재벌의 갑질을 폭로하고 부동산 투기를 파헤치는 뉴스가 이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지역 소식을 전한다는 지역 언론은 이들에게 무엇을 알려주고 있을까. 무수한 ‘단독’과 ‘특종’의 홍수 속에서 이들이 바라는 특종은 어디에 있을까. 이른바 ‘알 권리’란 불거진 사건과 사태에 대한 보도만을 말하지 않는다. 만일 그렇다면 그것은 언론인이 사건과 사태에 접근할 권리일 뿐이다. 사건과 사태를 낳은 과정에 대한 시민의 알 권리보다 언론인의 접근권이 더 중요할까? 행여 재개발이 최악의 상황에 이르러 누군가 망루에 올라가고 무차별한 철거 용역의 폭력이 보도된다면, 그것은 과연 누구를 위한 알 권리이며 누구를 위한 단독보도인가. /김동원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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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 부림, 딱 거기까지였다
북한산이
다시 그 높이를 회복하려면
다음 겨울까지는 기다려야만 한다.
밤사이 눈이 내린,
그것도 백운대나 인수봉 같은
높은 봉우리만이 옅은 화장을 하듯
가볍게 눈을 쓰고
왼 산은 차가운 수묵(水墨)으로 젖어 있는,
어느 겨울날 이른 아침까지는 기다려야만 한다.
신록이나 단풍, 골짜기를 피어오르는 안개로는,
눈이래도 왼 산을 뒤덮는 적설(積雪)로는 드러나지 않는,
심지어는 장밋빛 햇살이 와 닿기만 해도 변질하는,
그 고고(孤高)한 높이를 회복하려면
백운대와 인수봉만이 가볍게 눈을 쓰는
어느 겨울날 이른 아침까지는 기다려야만 한다.
시인 김종길(1926~2017)은 시 ‘고고’(孤高)에서 북한산 인수봉의 ‘멋’을 ‘가볍게 눈을 쓴 산 봉우리’에서 찾았다. 함박눈이 내린 산이 아니라 눈이 봉우리만 옅게, 나머지는 차갑게 검은 정취를 드러낸 모습이어야 한다고 했다. 신록이나 단풍처럼 알록달록한 산에선 ‘고고’한 멋을 찾을 수 없다고 잘랐다. 왜 아름다운 산을 놔두고 ‘고고’(孤高)한 멋을 산에서 찾았을까. 그는 인간의 ‘교언영색’을 경계했다. 두꺼운 화장으로 자신의 겉모습을 치장한 이들에게 현혹되어선 안 된다고. 그 모습이 벗겨지는 어느 겨울날 이른 아침까지 기다리라고 이야기했다.
▲ 2017년 12월 설산으로 변한 북한산의 인수봉과 백운대. ⓒ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집권 초기의 모습이 떠올랐다. 문 대통령이 이낙연 국무총리, 서훈 국정원장, 임종석 비서실장 등을 일일이 호명하며 인사 취지를 소개했다. 전임 박근혜 정부가 ‘불통’이었기에 이런 모습은 신선을 넘어 파격에 가까웠다. 청와대에서 커피를 들고 산책하는 장면은 또 어땠나. 이전 권위주의 정부가 주지 못한 탈권위주의 정부 서막이었다. 이 총리가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소통하지 않는다”는 야당 의원의 지적에 “막걸리 회동을 하고 있다”고 받아치는 장면은 사이다 같았다. 여기에 탁현민 행정관이 대통령 기자회견 등에서 보여준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장면들은 이 정부가 소통에 방점을 찍고 있음을 천명했다. 필자는 가끔 이런 ‘멋 부림’이 과하다고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높은 국정 지지도를 유지하는 버팀목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올해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것이 무색하게 북미 대화가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북한 관계에 무게 중심을 싣던 정부를 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GP 철수, 남북 철도 연결과 같은 뉴스가 이어지지만, 대중들의 반응은 ‘평양냉면’ 때처럼 호의적이지 않다.
▲ 지난해 5월11일 문재인 대통령이 신임 수석비서관들과 함께 청와대 본관을 나와 차담회를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야당과 정치적 협상을 시도했다는 문 대통령 이야기는 좀처럼 듣기 힘들었다. 한때 같은 청와대에서 일했던 제1 야당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대위원장과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는 ‘정치의 미학’도 기대했건만 여태 만남조차 성사되지 않았다.
대신 문재인 정부도 역대 정부처럼 지지도에 굉장히 신경을 쓰는 것처럼 보인다. 정부 부처 대변인실 한 공무원은 “국정 지지도가 떨어지면 각 부처 홍보라인에 비상이 걸렸다. 지지도를 올리는 방안을 부서마다 내달라고 (청와대에서) 닦달했다”고 호소했다.
꽃 피는 봄이 가고 신록의 여름과 단풍의 가을이 가버리고 차가운 겨울이 오고 있다. 이젠 어떤 색깔로도 이 정부를 꾸미기 어렵다. 수묵화처럼 북한산 인수봉에 옅은 눈이 내린 것처럼, 대통령이 꾸밈없이 ‘직접’ 나서는 모습을 보여줄 때다.
원성윤 더 좋은 문호리책방 사장·전 허핑턴포스트코리아 뉴스 에디터
“음식물쓰레기, 싱크대에서 해결?”…거짓 광고입니다12.1 한겨레
80%는 회수 뒤 버려야…잘못 안내
절반 이상은 인증만료·미인증 제품
음식물 처리기. <한겨레> 자료사진
“음식물 찌꺼기, 이제 싱크대에서 바로 해결하세요.”
“번거로운 뒤처리로부터 벗어날 수 있어요.”
음식물쓰레기 악취를 피하기 위해 주방용 오물분쇄기 구매를 결심한 소비자들은 이런 광고 문구에 ‘현혹'되지 말아야겠다. 시중에 유통되는 오물분쇄기 절반 이상이 불법인데다가, 허위·과장 광고가 다수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소비자원은 지난 7월 지(G)마켓·옥션·11번가·인터파크·쿠팡 등 통신판매중개 사이트에서 판매되는 주방용 오물분쇄기 247개 제품을 조사한 결과 154개(62.3%)가 불법 제품이라고 30일 밝혔다. 주방용 오물분쇄기는 한국상하수도협회 인증과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에 따른 안전인증(KC인증)을 모두 받아야 제조와 판매가 가능한데 146개 제품은 인증이 취소됐거나 만료됐고, 8개는 미인증 해외 제품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증 여부는 ‘한국상하수도협회’ 누리집(www.kwwa.or.kr)의 ‘기술인증/지원’-‘주방용 오물분쇄기 인증’ 게시판에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분쇄기 사용 방법을 잘못 안내하거나 과장해 광고하는 제품도 상당수였다. 분쇄기에 넣은 음식물 찌꺼기는 그대로 흘려보내선 안되고, 80%는 회수해서 배출해야 한다. 이를 어겨 불법 제품을 판매한 업자는 하수도법에 따라 2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사용한 소비자는 1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받을 수 있다. 하지만 분쇄기 판매업체 상당수는 “싱크대에서 바로 해결하라”, “수거·운반·매립은 NO(필요 없다)” 식으로 광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소비자원 조사 결과 분쇄기 사용 경험이 있는 소비자 50명 가운데 49명(98.0%)이 “찌꺼기를 회수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최근 3년간(2015~17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운영하는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음식물 처리기에 대한 소비자 불만은 1907건이나 됐다. 특히 품질이나 애프터서비스(A/S) 관련 상담이 896건(47.0%)으로 가장 많았고, 취소·환급 관련이 647건(33.9%), 부당행위 81건(4.2%) 순서였다. 소비자원은 소비자가 음식물 찌꺼기의 80% 이상을 회수·배출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주방용 오물분쇄기 인증표시 기준’ 개정을 관계 기관에 건의할 방침이다
인류 역사상 최악의 해는 ‘서기 536년’
정체모를 구름 유럽-아시아 뒤덮어
가뭄-기근에 사망 속출...한여름 눈도
원인은 아이슬란드 화산 대폭발
2차례 더 폭발하며 100년간 고난
72m 스위스 빙하코어서 증거 확인
2010년 4월 아이슬란드 에이야피아들라예퀴들화산 폭발 장면. 화산재가 남하하면서 당시 유럽 전역의 공항이 마비되는 사태가 빚어졌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인류 역사상 최악의 해는 서기 536년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흑사병이 유럽을 휩쓸기 시작한 1349년, 최대 5천만~1억명의 희생자를 낸 1918년 스페인독감을 제치고 이 해가 선정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 해는 동로마제국의 황제 유스티니아누스가 통치한 지 10년째 되는 해다. 큰 전염병이나 전쟁이 없는 조용한 시기였다. 문제는 하늘에서 일어났다. 최근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소개된 고고학 저널 <앤티쿼티> 11월15일치 논문에 따르면, 정체를 알 수 없는 먼지 안개가 무려 18개월 동안 유럽과 중동, 아시아 일부 지역의 하늘을 뒤덮어 태양을 가렸다. 그러자 기온이 급락해 세계 곳곳에서 가뭄, 흉작, 기근이 확산되고 중국에선 한여름에 눈이 내리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 해의 여름 기온은 1.5~2.5도 떨어졌는데, 이는 2300년만에 가장 낮은 기온이었다고 한다. 당시 동로마제국의 역사가 프로코피우스는 "태양이 일년 내내 달처럼 밝지 않은 빛을 냈다"고 기록했다. 아일랜드에선 536년부터 539년까지 빵이 없어 굶어죽는 사람들이 속출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이번 연구를 이끈 미 하버드대 고고학자이자 중세역사가 마이클 맥코믹 교수는 "이 해는 최악의 생존 고난기간이 시작된 해"라고 말했다. 그는 하버드대에서 과학을 통해 불분명한 인류의 과거사 진실을 밝혀내는 `인류과거과학 이니셔티브'를 이끌고 있다.
2010년 당시 아이슬란드 화산에서 분출된 화산재가 날아간 지역. 위키미디어 코먼스
최근 하버드대에서 열린 워크숍에서 연구팀은 광범위한 자연 재해의 원인을 분석한 결과, 536년 초에 시작된 아이슬란드의 화산 폭발이 원인이었음을 밝혀냈다고 보고했다. 재앙은 이것뿐이 아니었다. 541년엔 흑사병의 일종인 선페스트가 이집트 북동부의 펠루시움에서 발병했다. ‘유스티니아누스 역병’이라는 이름의 이 전염병으로 동로마제국 인구의 3분의1~2분의1이 목숨을 잃으면서 모든 것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사실 역사가들은 이 기간이 암흑의 시대였다는 사실은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그러나 정체 불명의 그 거대한 구름의 원인이 무엇인지는 수수께끼였다. 이번에 맥코믹팀이 스위스 빙하층에 대한 초정밀 분석을 통해 그 원인을 밝혀낸 것이다. 연구진은 540년과 547년에도 잇따라 대규모 화산폭발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 폭발로 고난의 기간이 더 길어졌다.
이 고난은 언제까지 계속됐을까? 연구진은 100여년이 지난 640년 얼음층에서 경제 재건의 신호를 발견했다. 그 신호는 납이었다. 이는 인간이 납 광석에서 은을 채굴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뜻한다. 은화 주조가 증가하면서 납 농도는 660년, 695년에 급증했다. 이는 최초의 상인계층 탄생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얼음층의 납 농도는 1349~1353년 급락했다. 이는 흑사병이 번진 시기와 정확히 일치한다. 이번 연구 결과는 자연의 급변이 초래하는 재앙이 얼마나 가공할 만한 것인지 잘 보여준다. 이는 인간 활동으로 가속화하는 기후변화가 초래할 재앙에 대해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화산재로 햇빛이 라벤더색으로 산란된 모습. 위키미디어 코먼스
이번 분석에 사용한 빙하는 2013년 스위스 알프스의 콜레 그니페티에서 시추해낸 높이 72m의 빙하코어(오랜 기간 묻혀 있던 빙하에서 추출한 얼음 조각)다. 이 얼음 덩어리에는 지난 2000년 동안 이 곳에 흘러온 화산재 낙진, 사하라사막의 먼지 등이 간직돼 있다. 연구진은 이 얼음을 새로운 초고해상도 분석 장치를 이용해 판독했다. 이 장치는 레이저로 얼음을 120미크론(1미크론=0.001mm) 크기로 잘라 그 성분을 분석해낸다. 이런 식으로 5만개의 샘플을 채취해 그 안의 물질이 어디서 온 것인지를 추적해 비교했다.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은 빙하가 타임캡슐 역할을 톡톡히 한 셈이다.
영국 노팅엄대의 고고학자 크리스토퍼 러브럭 교수는 "우리는 이제 초고해상도의 환경 기록과 비슷한 초고해상도의 역사 기록을 통합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한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며 "이는 진정한 게임 체인저"라고 이번 연구의 의미를 높게 평가했다./곽노필 선임기자
강수량 늘어나고 바람 강해지고…태풍이 괴물이 되어가고 있다 12.1 SBS 뉴스
한 해에 발생하는 태풍은 평균(1981~2010년) 25.6개, 이 가운데 평균적으로 3.1개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북상하는 태풍으로 인해 우리나라 해상이나 육상에 태풍주의보나 태풍경보가 내려지는 경우를 말한다.
올해는 태풍이 평년보다 많이 발생하고 있다. 11월 30일 현재까지 북서태평양에서 발생한 태풍은 모두 29개, 이 가운데 7호 태풍 '쁘라삐룬'과 18호 태풍 '룸비아', 19호 태풍 '솔릭', 24호 태풍 '짜미', 25호 태풍 '콩래이' 등 5개의 태풍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줬다. 특히 19호 태풍 '솔릭'은 지난 8월 23일 제주도를 강타한 뒤 전남 목포 부근에 상륙해 호남과 충청, 강원지역을 관통했다. 또 지난 10월 26일에는 25호 태풍 '콩레이'가 경남 통영 부근에 상륙한 뒤 영남지방을 관통하면서 강풍과 폭우로 큰 피해를 내기도 했다.
인간 활동으로 인한 기후변화로 태풍의 강수량이 점점 크게 늘어나고 바람도 크게 강해진다는 종합적인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금까지 기후변화가 태풍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한 여러 연구 결과가 발표됐지만 연구 조건이나 방법이 서로 다르고 또 자연적인 변동성까지 더해져 인간 활동이 태풍에 미친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는 연구 결과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미국 로렌스버클리 국립연구소(Lawrence Berkeley National Laboratory) 연구팀은 2005년 8월에 발생한 '카트리나(Katrina)', 2017년 9월에 발생한 '어마(Irma)', '마리아(Maria)' 등 허리케인 10개와 '송다(Songda)'를 비롯한 태풍 3개 등 최근 강력하게 발달해 큰 피해를 초래한 열대성 저기압 15개를 대상으로 두 가지 종류의 실험을 했다. 하나는 이들 열대성 저기압이 산업화 이전에 발생했을 경우를 가정해 시뮬레이션을 하고, 또 하나는 앞으로 다가올 미래 기후를 가정해 시뮬레이션 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얻은 자료를 최근에 열대성 저기압이 실제로 통과할 때 관측한 자료와 비교하는 방법으로 지금까지의 기후변화가 현재 열대성 저기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또 앞으로 나타날 기후가 미래 열대성 저기압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산출했다. 연구 결과는 최근 저명 과학저널 네이처(Nature)에 발표됐다(Patricola and Wehner, 2018).
● 지금까지 기후변화, 바람보다 강수량 증가에 더 큰 영향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간 활동으로 인한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최근 열대성 저기압이 산업화 이전의 열대성 저기압에 비해 평균적으로 강수량이 5~10%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동일한 열대성 저기압이 발생하더라도 최근에 발생한 열대성 저기압이 산업화 이전에 발생한 열대성 저기압에 비해 5~10% 비를 더 뿌리고 있다는 뜻이다. 지금까지의 기후변화로 열대성 저기압이 그만큼 강해졌다는 뜻이다. 다만 열대성 저기압의 바람은 산업화 이전이나 최근이나 눈에 띄는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지금까지의 기후변화는 주로 열대성 저기압의 강수량을 늘리는 방향으로 영향을 준 반면 바람에는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 앞으로 기후변화 진행되면, 폭우와 강풍 모두 강해진다
하지만 앞으로 기후변화가 진행될 경우 열대성 저기압의 강수량이나 바람 모두 더욱 강력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온실가스 저감 대책을 상당 부분 실행하는 경우(RCP4.5)와 저감 대책을 상대적으로 적게 실행하는 경우(RCP6.0),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지 않고 지금처럼 계속해서 배출하는 경우(RCP8.5) 등 3가지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각각의 미래 기후 상태에서 현재와 같은 열대성 저기압이 발생할 경우 강수량과 바람이 어떻게 달라지는 지 실험했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지 않고 지금처럼 계속해서 배출할 경우(RCP 8.5) 2100년쯤에는 산업화 이전에 비해 지구 평균기온이 2.6~4.8℃나 상승하게 된다.
실험 결과, 이런 기후변화가 지속될 경우 13개 태풍 가운데 11개 태풍에서 강수량이 크게 늘어나고 바람 또한 강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수량은 현재보다 평균적으로 15~35%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예로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강수량은 4~9%, '어마'는 4~6%, '마리아'는 강수량이 4~9%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대 풍속은 시속 18.5km(10노트) ~ 시속 27.8km(15노트), 최고 시속 53.3km(28.8노트)나 강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태풍 '송다'의 경우는 진로가 크게 달라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풍속도 시속 26.9km나 강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 기후변화 진행되면…태풍 중심 부근에서 강수량 크게 늘어나
또한 열대성 저기압이 뿌리는 강수량의 지역별 분포도 크게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가 진행될수록 전반적으로 허리케인 중심에서 떨어진 외곽 지역의 강수량은 줄어들고 허리케인 중심 부근에서는 강수량이 크게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가 진행될수록 태풍 외곽지역에 떨어지던 비가 중심 쪽으로 쏠려 태풍의 중심 부근에서 비가 더욱더 크게 늘어나는 것이다. 아래 그림은 허리케인 '마리아'가 기후변화에 따라 강수 강도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기후변화가 진행될수록 강수량이 태풍 중심에 집중되고(푸른색 부분) 중심에서 떨어진 외곽지역은 강수량이 감소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갈색 부분).
기후변화에 따른 허리케인 '마리아' 강수 강도 변화(자료:Patricola and Wehner, 2018)기후변화가 진행될수록 강수량이 늘어나고 바람이 강해진다는 것은 기후변화가 진행될수록 태풍이 더욱더 강력해지고 피해는 그만큼 더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다. 단순히 홍수와 바람 피해뿐 아니라 강수량이 늘어나면 수인성 전염병 등 우리가 알고 있거나 또는 모르고 있는 것, 또 모르고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기후변화로 태풍이 점점 더 괴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참고 문헌>
* Christina M. Patricola & Michael F. Wehner, Anthropogenic influences on major tropical cyclone events, Nature, 2018; 563 (7731): 339 DOI: 10.1038/s41586-018-0673-2
"춥거나 숨 막히거나"…'삼한사미' 등장, 한파 후 미세먼지 몰려오는 이유는?
최근 우리나라 겨울 날씨를 가리키는 신조어가 등장했습니다. 바로 '삼한사미(三寒四微)'인데요. 한반도의 전통적 겨울 날씨를 일컫는 '삼한사온(三寒四溫)'에서 '온(溫)' 대신 미세먼지의 '미(微)'를 넣어 만든 말로, 3일 추우면 4일은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린다는 뜻입니다.
한번 고졸은 영원한 고졸?…지원 무색한 '선취업 후학 sbs
<앵커>고등학교 졸업생들이 중소기업에 일정 기간 근무한 뒤 대학에 진학하면 그 학비를 정부가 지원해주는 선취업 후학습 제도가 있습니다. 하지만 노력해서 학위를 따도 달라지는 게 없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는데 자세한 내용을 장선이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6년 전 특성화 고를 졸업한 뒤 IT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이철환 씨는 뒤늦게 대학에 진학해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이철환/중소기업 과장 : 취업하고 나니까 실력은 대졸자나 고졸자나 비슷하다고 해도 학벌로 좀 차이가 나는 부분도 있고 인식 자체가 그러니까 저 스스로 콤플렉스가 생기더라고요.]
실제로 한국직업능력 개발원이 고졸 직장인 799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 29%는 고졸 차별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대졸자보다 임금이 낮고 승진에도 불이익이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정부는 특성화 고를 졸업한 뒤 산업체에서 3년 이상 근무하면 학비 전액을 지원해 주는 제도를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선취업 후학습 제도입니다. 하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학위를 취득해도 대우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거라는 인식이 높습니다. 고용주들도 학위를 땄다고 대우를 달리해줄 이유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김찬우/중소기업 대표 : 실력이 있으면 학위가 없어도 급여는 많이 줄 생각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굳이 학위가 있다고 해서 임금을 더 달라고 했을 때 저희는 그거에 대해서 동의를 하지 않고 있거든요.]
교육부가 선취업 후학습에 투입하는 예산은 연간 6백억 원에 달합니다. 학업을 이어가려는 근로자에게도 업무 성과를 높이려는 기업에도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인식의 변화와 제도의 보완이 필요합니다.
길 잃은 자본주의 위기에 대응하는 다양한 흐름들 12.1 프레시안
제3 섹타 경제론 <8>
지나친 양극화로 광범한 빈곤층을 형성하여 사회적 갈등과 대립을 분출시키고 자원의 낭비를 초래하여 환경을 급격하게 오염시키면서, 사회적 생태적 지속조건을 위태롭게 만든 자본주의의 폐해를 극복하려는 노력은 인류가 푸른 행성(blue planet)이라고 불리는 지구에서 지질학적 기간만큼 생존을 유지할 수 있는지 여부를 결정하는 근본적 주제이다.
자본제가 야기하는 상기의 병폐를 해결하려는 다양한 노력들을 살펴보기 이전에, 우선 우리 사회 내부에 존재하는 몇 가지 개념적인 혼선에 대해서 먼저 언급하고자 한다.
한국전쟁을 치른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지나친 우익적 반공사고와 이에 기초한 지난 세월의 교육과정으로 대부분의 시민들은 자본주의만이 시장경제를 신봉하고 사회주의는 오로지 계획경제를 추구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잘못된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소비에트의 진행과정을 보면 초기 혁명의 시기에는 레닌을 중심으로 분명하게 시장경제를 도입하고자 노력했으며, 계획경제라는 제도는 스탈린의 독재체재에서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획일적으로 적용되어 왔음을 살펴볼 수 있다. 물론 사회주의와 중앙적 계획경제가 서로 친화성이 강하고 자본주의는 이익실현을 위하여 자유시장적 성향을 매우 선호하는 것도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역사학에 지경학적 조건을 강조했던 페르낭 브로델이나 정의론이라는 탁월한 저서를 통하여 현대 복지체체의 철학적 기초를 제공한 존 롤스 등 공히 세계적인 석학들은 시장경제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모두에게 중립적으로 적용이 가능한 열린 기제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한반도로 시각을 돌리면 남한은 시장의 균형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 사회가 아니라 기득권과 특혜층의 과다한 지위와 독과점으로 시장이 전혀 제 역할을 못하는 천민적 자본주의 사회로 변질되었으며, 개방과 경제발전의 길로 나서는 북한의 경우에는 향후 추진의 계획 및 과정에서 여건과 상황에 맞는 시장기제를 적시에 적용하는 것이 사활적 주제로 등장하고 있다.
또 한가지 언급하고자 하는 것은 투자와 투기에 관한 것이다. 왕왕히 필자가 만나는 전문가연(然) 하는 많은 분들 중에 투자에는 투기적 성격이 혼재되어 있고, 투기 역시 투자적 기능을 가지고 있어서 상호 교집합적 성격의 투자와 투기를 구별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렇듯이 투기에 관대한 사고와 무비판적 관행으로 우리사회는 최악의 부동산 투기공화국으로 변질되었고 주변에서 벌어지는 각종 지대추구적 부패 행위에 눈을 감으며 자신도 점차 같은 행위에 젖어 들면서 시민 대부분이 함께 공범자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 한국적 현실이다.
자본의 자기증식, 탐욕적 매카니즘의 눈으로 보면 투기이든 투자이든 어떤 방식과 수단을 통해서라도 이익을 실현하면 그만인 셈이다. 자신의 이익 실현을 위해서는 타자의 고통과 피눈물을 외면하고 오로지 회계학적 수치로서 수익이라는 결과만을 추구하는 행위를 우리는 통칭 신자유주의적 수탈과정이라고 칭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의 시각에서는 투기와 투자를 구별해야 할 하등의 필요와 이유가 존재하지 않는다.
반면에 공동체적 질서와 규범을 중시하는 입장에서 보면 투기와 투자는 명명백백히 서로가 다른 것이다. 투자는 경제 순환적 영역에서 행위를 통하여 추가적인 부가가치를 생산하고자 하는 노력이며 실현된 가치를 기여에 따라 배분하는 윈-원(win-win)의 선순환적 주제인 반면에, 투기는 자신만의 이익을 위하여 타자의 몫을 빼앗는 정글법칙과 같은 반인륜적 반규범적이며, 상생이라는 공동체적 규칙을 어기는 사회적 범죄행위에 해당한다. 이러한 관점에 서면 투기와 불로소득에 의해서 형성된 소득은 사회적 합의와 강제를 통하여 환수하여 공동체 모두를 위한 자원으로 재사용되어야 마땅하다.
가장 먼저 사회주의 이론가들인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조국, 독일 사민당의 지난 140여 년의 궤적을 살펴본다. 때마침 필자와 70년대 민주화 운동과정을 공유했던 전종덕 동문과 독일 훔볼트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김정로 박사가 공저로 엮은 ‘독일사회민주당의 역사’는 매우 소중한 길라잡이 역할을 한다. 1875년 5월 독일노동자협회와 사회민주노동자당이 통합하면서 출범한 사회민주당(SPD)은 강령 중심의 정당이다. 사민당 강령의 변천사는 고타 대회에서 시작하여 수 차례의 수정과 수정을 거쳐 마지막으로 슈뢰더에 의해 주도된 함부르크 대회까지 한세기 반에 걸쳐 시대 상황에 응동하면서 토론과 실천, 전진과 후퇴를 반복해 온 기록들이다.
강령들의 내용에는 흐름의 부침은 있었지만 대체로 ‘공장 안의 민주화’라는 구호와 주요 ‘생산수단의 공유제’라는 사회주의적 주장에서 출발했지만 점차 자유주의에 기초한 시장적 기제를 인정하는 흐름으로 변화하면서 마침내는 중도의 길이라는 명분으로 신자유주의와 타협하여 현재의 모습에 이른다. 초기에는 창당 정신인 사회주의 원칙을 고수한다는 입장을 지켜오다가 히틀러의 시대를 초래하는 비극을 겪었으며, 종전 이후 재건의 과정에서 미국에 의해 주도된 마샬 플랜의 영향과 라인강의 기적이라는 경제적 성과에 따라 1959년 고데스베르크 강령을 통하여 노동자 계급정당을 포기하고 광범한 중산층을 포용하는 시민정당으로 변모하여 집권의 기반을 닦기도 하였고, 브란트의 동방정책을 지지하면서 통일 독일의 기초를 마련하였고 슈미트 집권시기에는 복지체계를 완비하고 기민기사당과 협력을 통하여 노사간 공동결정방식을 광범하게 적용하면서 세계적으로 진보정당의 흐름을 주도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1990년 동독과 통합으로 인한 부담과 때마침 찾아온 경제적 위기를 돌파하는 과정에서 당내 강경파와 온건파가 갈라섰고, 슈뢰더라는 새로운 새대의 지도자가 등장하여 신중도주의를 선언하며 워싱턴 컨센서스를 선언한 미패권주의와 일정 범위에서 타협하면서 점차적으로 신자유주의를 수용하였다. 슈뢰더는 주지사로 있던 당시 니더작센 지역에 입지한 폭스바겐이 한때 심각한 경영의 위기에서 되살아나는데 크게 기여한 하르츠 노동이사의 기획인 ‘견딜만한 조건’을 독일 전(全) 산업과 사회로 확장하면서 일견 기업이익이 늘어나고 산업이 활력을 더하면서 독일이 세계적으로 경제위기를 극복한 모범적 사례로 회자되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복지체계가 약화되고 일하는 가난 계층(working poor)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노동자 계층과 서민 그리고 동독주민들에게 외면 당하면서 최근 몇 개 주선거에서 보듯이 이제 사민당은 제3당으로 전락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다.
필자의 시각에는 하르츠 개혁은 일시적으로 위기에 처한 폭스바겐이라는 특수한 조건의 개별 기업을 회생시키는 데는 매우 훌륭하게 작동하였으나, 슈뢰더는 이를 무리하게 독일사회 전반에 일반적으로 적용하면서 진보성을 담보하고 주도해 왔던 사민당의 역사와 정책을 스스로 배신하는 오류를 범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전횡적 세계지배와 신자유주의의 거대한 흐름 속에 프랑스와 영국 역시 구호와 배경을 달리하면서도 독일의 사민당과 비슷한 경로를 거치면서 진보적 정당들이 활력을 잃고 역사의 현장에서 사라질 위기에 봉착하게 되었다. 특히 강대국 대열에서 탈락하며 조락의 과정에 들어선 영국의 경우, 블레어 집권 당시 노동당은 마치 대처수상의 노선을 부활시키려는 듯 신자유주의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제조업을 무시하고 엔지니어링을 포함한 서비스업과 금융업 중심으로 경제정책을 전개해 갔다. 그러나 조락의 흐름을 역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에서 무책임한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고자 경제적 어려움의 원인을 유럽연합으로 돌리면서 선동적인 국민투표를 통해 유럽연합의 탈퇴(브렉시트, BREXIT)를 결정했다. 대서양 양안과 산유국 중동지역의 수요에 의해 활발하게 성장해 온 금융업이 경제의 중추 역할을 하여 왔으나 브렉시트가 실제로 이루어지면 해외수요의 대부분이 빠져나가는 위기에 처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영국은 앞날을 보장할 수 없는 진퇴양란의 처지에 빠져 들고 있다.
눈여겨 볼만한 사항은 독일 기민기사 연합의 역사로 전후 경제복구의 과정에서 비록 미국의 마샬플랜의 덕분에 급속한 성장을 이룰 수 있었지만 (신자유주의의 태두로 알려진) 하이에크과 동문수학했지만 그와는 달리 공동체적 경제론을 제시한 오이겐 등의 이론을 받아들여 질서자유주의를 도입하고 시장에서 성취한 성과를 사회적으로 공유하는 사회적 시장경제를 강력하게 추진하면서 라인강의 기적을 이루는 주체가 되었고, 여전히 주요산업의 국유화를 주장하던 사민당과 타협하면서 독일 특유의 노사간 공동결정제도를 함께 도입하였고, 신자유주의를 수용하여 우측으로 한참 이동한 슈뢰더 정권과는 반대의 방향으로, 메르켈 정부는 오히려 기민기사연합의 정책을 좌측으로 이동시키면서 사회경제 운용의 성과로 형성된 자원으로 변방의 가난한 서민들을 끌어안는 포용정책을 강력히 추진하였다. 이 과정에서 기존 중도의 사민당 지지층을 흡수하면서 방향을 상실한 사민당을 대신하여 통일독일의 좌표를 분명하게 제시하여 왔다. 최근의 이민문제로 민족주의 성향의 제3 당들이 부상하고 있지만 기민기사당은 여전히 독일 정치의 주류로서 역할을 다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유럽대륙과는 달리 소비에트와 국경을 접하면서 민족국가로서 위기를 경험한 북유럽 국가들은 일찌감치 자본제와 사회주의 경제를 혼합한 형태로서 독특한 사회경제체제를 발전시켜 왔다. 스웨덴의 경우, 1930년대 사민당이 집권하면서 잘쯔바덴 협약으로 알려진 사회연대임금 도입에 성공하고 ‘국가의 목표는 인민 모두를 위한 집’이라는 정치적 방향을 분명히 하면서 복지국가의 기틀을 잡아 갔고, 걸출한 인물들 이었던 비스포르그와 구스타프 물러 등이 상호 경쟁하며 사회경제정책을 진보적으로 이끌어 왔으며, 뮈르달 부부가 인구문제를 제기하면서 젠더와 산업적 변화에 대응하는 사회공학적 접근이 가능했고, 렌-마이드너 정책을 통하여 혁신정책과 적극적 노동시장 및 평생학습체제가 도입되면서 복지와 산업 분야에서 세계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국가로 성장해 왔다. 이러한 북유럽 국가군의 성공을 역동적 노르딕 복지모델이라고 칭하고 있다.
성공요인은 다양하게 논할 수 있을 것이다. 민족적 전승과 역사적 배경, 소비에트 등장이라는 지정학적 위협에 대한 대응, 지식인들이 대거 참여가 가능했던 열린 정치시스템, 자본가와 전문경영인들이 보여준 협조적 사회협약, 변화하는 상황에 대처하는 적절하고 유연한 대응능력, 70년에 걸친 장기간 진보정당의 집권으로 가능했던 사회경제적 정책의 일관성, 시민사회가 정치권에 보여준 높은 신뢰수준 등 많은 긍정적 요소의 결합을 나열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북유럽국가들의 성공이 다른 나라에도 적용할 수 있는 일반적 모델이 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위에서 언급한 독특한 성공적 요소와 배경을 다른 국가군이 쉽게 갖추기 어렵다는 현실적 여건과 더불어, 이들 규모가 천만을 넘지 않는 인구 소형국가라는 점에서 수천만 수억을 헤아리는 인구의 중대형 나라에도 적용이 가능할는지, 역동적 복지국가를 형성하던 시기는 국민국가 단위의 경제 운용이 가능했던 시기였던 반면에 이미 세계화된 조건이 보편화된 현 시점에서도 이를 실현할 수 있을지에 대한 대답은 간단하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이들 국가군 역시 세계화의 물결과 유럽에 몰아 닥친 이민 문제로 우익적 민족주의가 대두되면서 독일과 프랑스처럼 진보정당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제2차 대전 이후 사회주의 국가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들은 미국이 설정한 워싱턴 룰에 의해 정치군사적으로 편입되고 1980년 이후 워싱턴 컨센서스로 불리는 자유시장주의와 세계화의 결합으로 형성되는 중력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사회경제적으로도 미국에 의해 일방적인 종속을 강요당하여 왔다. 더구나 소비에트 붕괴 이후에는 제동장치가 없는 상태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전일체제가 더욱 노골적으로 세계를 지배하여 왔다. 그나마 위에서 언급하였듯이 몇 개의 미들파워 국가들이 나름대로 독자적 영역을 형성하고 자본제를 넘어서려는 노력을 펼쳐 왔으나 그 영향은 제한적이고 그나마 현재 심각한 위기의 과정을 겪고 있는 셈이다.
물이 차면 넘치고 보름이 지나면 그믐달로 기울듯이 한때는 이데올로기의 종말을 운위하며 영원히 지속할 것처럼 보였던 미국 중심의 자본제적 전일체제는 1997년 아시아의 경제 위기를 예고편으로 하여 급기야 2008년 월가의 금융위기를 시작으로 유럽 몇 개 국가들을 부도상황으로 몰아가면서 자신의 한계를 드러냈다. 이후 10 년이 넘도록 여전히 세계경제 전반에 대한 해결방향과 미래전망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통화의 양적완화라는 산소호흡기에 의존하여 왔다. 이를 새로운 사태 뉴노멀(New Normal)이라고 명명하면서, 다양한 원인 분석을 내놓지만 여의치 못하다. 일시적이며 예외적 상황으로 보는 블랙스완(black Swan) 이론, 중장기적 조정이 필요하다는 팻테일(fat tail, 통계분포상)이론, 다시 케인즈 이론으로 해결이 가능하다는 신국가개입 이론 등이 등장하고 있지만 모두 확실한 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하는 상태이다.
미증유의 혼돈과 불가측 시대를 맞이하면서 전후 미국이 중심이 되어 형성된 국제적 기준과 합의는 힘을 잃고 편협한 민족주의가 다시 활개를 치는 즈음해서, 트럼프 미국대통령의 등장으로 군사력에 의존하는 현실주의와 미국우선의 통상주의가 전세계를 휩쓸고 압박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미국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기둥을 스스로 흔들어 부수는 형세이다.
이러한 세계사적 위기의 국면에서도 아래처럼 몇 가지 새로운 가능성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우선, 미국 중심의 자본제적 전일체계에서 예외적으로 사회주의 방식으로 살아남은 국가들인 쿠바와 중국의 예를 들어 볼 수 있다. 쿠바는 미국의 턱밑에서 행해진 완벽한 봉쇄와 고립이라는 조건 속에서도 생태적인 유기농업을 도입하여 자급자족적 경제를 유지 발전시켜온 것에 대하여 미국의 통제하에 있는 유엔조차도 가장 모범적인 생태 순환 국가의 모델로 인정하고 있으며, 예방의학을 기본으로 철저하게 주민중심 체계로 전개한 보건의료 분야에서도 가장 보편적이며 효과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세계인의 찬사를 받고 있다.
현재적 사회주의 국가 중국은 40년 전부터 시장경제를 도입하여 개혁개방을 실천해온 이래, 농민을 중심으로 8억 명의 인구를 빈곤으로부터 해방시켰고 2020년에는 빈곤지수 제로를 목표로 설정하면서 소강사회로 진입을 공식적으로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세계화가 크게 공헌한 것이 있다면 중국이 WTO체계에 가입하는 것을 허용하면서 경제대국으로 가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PPP 기준으로는 이미 미국을 훌쩍 뛰어넘은 14억 인구대국 중국이 세계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20%를 넘어서고 있고, 특히 한중 수교이래 한국경제에도 엄청난 기여를 해온 셈이다.
사회주의 중국의 성공적 비결에는 당연히 등소평이 추구해온 개혁개방 정책을 으뜸으로 뽑지만 동시에 이를 가능하게 한 모택동의 자력갱생의 자주적 원칙 역시 재평가되어야 한다. 만약 모택동 시절 미국의 유혹에 내부적인 준비도 없이 순진하게 자본제적 체제로 편입이 되었다면, 오늘의 중국 모습 대신에 남미의 브라질에 가까운 결과를 보였을지 모를 일이다. 모택동과 등소평은 각자가 처한 시대에서 요구하는 소명에 충실했던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지난 40년간 형성된 중국의 경제시스템을 국가자본주의로 볼 것인가 또는 사회주의 시장경제로 평가할 것인가는 매우 중요한 주제이고 필자의 능력을 넘어서는 일이다. 다만 지난 시기에는 자본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출발선에서부터 국가가 주도적으로 자본주의를 도입하여 필요한 자본을 축적해 온 국가자본주의적 성격이 강했다면, 시진핑 집권 이후에는 자본제적 병폐가 도처에서 발생하고 부패가 만연하면서 공산당의 중심역할을 다시 강조하는 사회주의에 방점을 두는 것으로 판단된다. 아무튼 시장경제는 사회주의에게도 중립적으로 적용 가능하다는 브로델과 롤스의 주장이 현실로 입증된 셈이다
또 하나의 유의미한 흐름은 통칭 사회적 경제의 영역으로 불리는 다양한 활동 들이다. 이 주제에 대해서는 필자가 2017년 1월에 쓴 ‘사회적 경제에 대해서’라는 칼럼에서 상술한 바 있다 (☞관련기사 : 지금과는 다른 삶, 사회적 경제)
다만 새로운 시도의 흐름들이 종업원 지주회사, 노사경영참여, 사회적 기업, 마을기업, 각종의 협동조합, 그리고 임팩트 금융, 클라우드 편드를 통한 시민자본 등 여러 형태와 성격으로 편재하면서 성격과 방향이 매우 모호해지고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제3 섹타 경제론은 이러한 사회적 경제 영역의 성격과 방향을 재구성하고 정치적 의지와 정책을 통하여 자본제하에서 상실되었던 인간적 존엄과 가치 사회적 상호성과 관계를 회복하고, 개인과 사회 공히 자유 그리고 해방의 영역으로 나가고자 하는 제안적 노력을 계속하려고 한다.
이래경 다른백년 이사장
지금과는 다른 삶, 사회적 경제 17.1.17
시장과 사회적 경제라는 제목을 정해 놓고는 한동안 글을 쓸 수가 없었다. 칼럼이라는 제약된 공간에 다루기에 주제가 너무 큰 탓도 있지만, 양자 간의 성격과 역할을 어떻게 설정하는 할 지 한동안 망설였다. 단순하게 현재의 시장기능이 갖는 비인간적인 탐욕을 비판하고 대안으로 사회적 경제를 설정하고 소개하는 수준에서 글은 쓴다면 쉽게 해결될 일이였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과연 사회적 경제가 문제투성이지만 인간의 삶에 풍요를 가져온 시장경제를 대체할 수 있는 주류적 대안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자본제적 시장경제의 폐해를 보안하는 장식물 수준으로 머물 것인지, 양자가 병립하면서 각자의 영역을 유지하는 가운데 서로에게 상호작용을 하는 것인지, 대립적으로 충돌하면서 역사의 사건을 통하여 결국 한축이 실질적으로 소멸해갈 것인지 등 쉽지 않은 의문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결국 필자 스스로 구한 타협은 ‘인간이 왜 사냐’는 질문에 대답이 없듯이, 본 주제 역시 결국은 ‘인간에 대한 탐구’이고 따라서 산술문제처럼 명쾌한 정답이 없는 것으로 결론을 내리고 편하게 글을 시작해 본다.
시장의 발전과 자본주의
일단 시장경제는 개인을 생존본능적 탐욕과 편함을 추구하는 존재로 파악하고 개인적 욕망이 시장을 움직이는 기본 동력으로 파악한다. 반면 사회적 경제는 인간과 인간사이의 협동과 가치를 중심으로 활동 영역을 설정한다. 따라서 인간의 외양적 존재양식으로 개인과 사회, 그리고 내면적 형질로서 탐욕적 이기심과 협동적 이타주의라는 상반된 주제를 함께 마주하게 된다.
역사적으로 시장이 본격적으로 인류사회에 도입된 시대는 중국의 송대(宋代)라고 알려져 있다. 중국미술사의 3대 보물로 알려져 있는 청명상하도(淸明上下圖)는 송대를 묘사한 그림으로 길이가 50미터가 넘는 비단폭에 당시의 화려한 도시에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는 대로변에 상점들이 즐비하게 늘어서고 곳곳에 다양한 물산을 만들고 판매하는 모습을 정밀하고 화려하게 묘사하고 있다.
청명상하도의 일부.
이후 중국사회는 시장이라는 놀라운 기제를 통하여 서구의 산업혁명이 본격화되기 직전인 청의 건륭제 시대까지 인류사에서 물산이 가장 풍요로운 사회를 형성해 왔다. 이러한 역사적 유전인자가 굴욕적인 근대 역사를 극복하고 굴기하는 현대의 중국에서 재현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필자의 앞선 칼럼 ‘한국, 자유주의 결핍인가, 과잉인가’에서도 언급했듯이, 중세 말 자유도시의 출현과 함께 태동한 상업주의 기반 위에 증기기관의 발명 등 과학기술과 결합한 산업혁명이 진행되면서 생산의 역사는 그간 완만한 산술적 속도에서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지기 시작하였다.
수렵에서 농업의 시대로부터 정착된 수 만년의 긴 세월 동안 생산력이 두 배 정도 증가하는데 천년이라는 기간이 필요하던 시대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난 18세기 이후에는 같은 생산력의 증가를 수 십년 단위로 이루어내는 시대로 급작스레 진입하게 된다.
이러한 기하급수적 생산력 증대를 가져온 삼백 여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인류사회는 생물적 존속에 필요한 식량과 의복을 포함한 기초재의 해결을 넘어서서 대중적으로 풍요를 즐길 수 있는 대량생산과 유통이 가능한 경제력과 기반시설을 가지게 되었다.
이러한 왕성한 생산확장과 경제활동에는 역시 시장이라는 기제가 중심적으로 작동하여 왔다. 전통적으로 자신이 만들어낸 물건 또는 역할을 생활에 필요한 타인의 물건과 역할로 교환하고 매매하던 시장이 산업화가 시작되면서 성격과 기능이 변하기 시작한다.
C-M-C’ (C:물건, M:화폐)로 표현할 수 있는 물물중심의 거래방식이 상업주의 시대에는 화폐가 중심매체가 되어 M-C-M’ 로 대체되고, 다시 산업혁명을 거치는 동안 M-P(N,L,T,,…)-C-M’ (P:생산과정, N:자연-토지와 원료, L:노동, T:기술,….)으로 바뀌어 가면서 M’ -M = ∆M, 즉 자본의 자기증식이 시장의 주요한 목적으로 변질되었다.
18세기이후 합리적 이성과 과학주의가 사구사회에 전면적으로 등장하면서 상기 일련의 과정을 설명하려는 학문적 노력이 다양한 시각에서 이루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또한 실천적 노력의 과정이다. 문제는 이를 자신의 탐욕을 실현하는데 악용한 지배집단의 이데올로기 작동방식이었다.
경제학의 탄생…인간행위에 대한 수리적 도식화
“우리가 저녁 식사를 기대할 수 있는 건 푸줏간 주인, 술도가 주인, 빵집 주인의 자비심 덕분이 아니라, 그들이 자기 이익을 챙기려는 생각 덕분이다”라는 이야기로 잘 알려진 아담 스미스(1723-1790)만큼 우리에게 잘못 소개된 인물도 드물다.
국부론(The wealth of Nation)이라는 저서를 통하여 그동안 윤리학에 속하여 있던 경제라는 영역을 별도로 분리하여 독립된 학문으로 개척한 아담 스미스는 단순히 분업론만을 이야기한 것이 아니라, 노동가치설, 자본축척론, 특혜와 독점에 대한 비판 등을 주창하였다.
또 주연구 분야인 윤리학 분야의 저작 ‘도덕감성론’을 통하여 인간사회의 도덕과 정의, 질서 등 광범한 주제를 다루었다. 또한 그 역시 가난한 이웃을 위해 평생 동안 상당한 기부를 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살았던 시대는 수공업적 가내공업에서 공장제 대량생산으로 넘어가는 과정에 있었고, 다수의 가내수공업적 공급체계라는 조건 속에서 이상적인 분업과 시장적 균형이론이 실제적으로 잘 적용되었으며, 우리에게 잘못 알려진 가공의 ‘스미스’와는 반대로 그는 미래로 다가오는 공장제적 대량생산이 가져올 독점적 특혜를 예측하며 매우 걱정을 했다고 한다.
시장에 대한 가장 심각한 왜곡은 자연과학의 성과로부터 시작되었다. 뉴턴의 역학을 중심으로 현상세계에 대한 물리학적 설명이 가능해지고, 이를 뒷받침하는 대수학적 이론이 발달하면서 시장과 경제현상 역시 물리학과 대수학적 방식으로 설명하려는 시도가 진행되었다.
오스트리아학파의 주요 인물들
(이미지 출처: https://www.progress.org/articles/austrian-economics-explained)
스미스 등에 의해 주창된 고전적 정치경제학에 알프레드 마샬이 시장균형이론을 보태었고, 뒤를 이어 오스트리아의 한계효용학파들은 마침내 ‘개별적 인간=이기적 존재=한계효용 곡선점’ 이라는 대수학적 정의를 도입한다.
이로써 규정되지 않은 무한한 가능성의 존재로서 살아있는 인간 개인들이 대수학의 공식을 그대로 복사한 경제학의 논리를 위하여 ‘경제적 동물’라는 상수조건으로 규정당하고, 수학공식과 같은 죽은 사물처럼 취급된다.
약육강식 정당화한 사회진화론
아담 스미스만큼 잘못 와전된 또 다른 인물이 찰스 다윈(1809-1882)이다. 위대한 그의 진화론은 생명과 자연생태계를 상호관계와 작용이라는 관점에서 설명하려는 실천적 방법론이고, 완성된 이론이 아니라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화두(話頭)였다.
그의 자연(환경)선택론은 여전히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대상이 생물계의 개체에서 군락으로, 그리고 인간의 사회와 문화 그리고 역사로 영역을 확장되고 있는 주제이다.
그러나 동시대의 스펜서 등 일군의 학자들이 진화론을 ‘적자생존’과 ‘약육강식’ 같이 저급하고 잘못된 이론으로 축소 해석하면서, 자본제 생성시기에 맞불려 살인적 노동자 수탈구조를 정당화하는데 악용되었다.
성장기에 있는 유소년들을 하루 18시간 이상 장기간 노동시키는 것도 약육강식의 논리로 정당화되었고, 뼈골이 빠지도록 일을 해도 가난을 못 벗어나는 것은 적자생존이라는 설명을 통하여 전적으로 자신이 못난 탓으로 돌려졌다. 19세기 초반에 입법화된 영국의 신빈민구제법은 이러한 논리위에서 형성되었다.
찰스 다윈(왼쪽)과 허버스 스펜서. 스펜서는 찰스의 진화론은 인간사회에 그대로 적용하면서 인간사회 내의 약육강식을 정당화했다.
‘경제적 동물’과 ‘약육강식’이라는 단순한 규정과 천박한 이론이 자본증식의 탐욕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등장해 시장과 결합되면서, 과학기술과 산업혁명으로 찬란한 미래를 설계할 수 있었던 인류의 역사가 오늘날까지 끝없는 수탈과 처참한 전쟁과 고통스런 빈곤 그리고 인간소외로 점철되는 역설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자본의 탐욕과 이를 정당화한 논리가 실제적으로 작동하는 시장이라는 기제가 함께 맞불려, 칼 폴라니가 표현했듯이, 악마의 맷돌로 변질되면서 지속적으로 우리 삶의 현실을 지배하게 된다. ‘시장이 모든 것을 해결해준다’는 구호는 실상 잘못된 현실을 은폐하고 기존의 기득권 질서를 유지하고 강화하려는 강력한 지배의 이데올로기의 표현에 다름 아니다.
시장은 기본적으로 중립적이고 도구적 기제일 뿐이다. 문제는 사악한 인간들이 만들어낸 괴물 같은 논리와 제도로서의 체제인 것이다.
자본주의 극복을 위한 노력들
이러한 수탈적 자본제적 시장논리를 극복하자고 실천해 온 역사의 과정을 크게 세가지로 분류해 본다.
첫째는 마르크스를 중심으로 한 과학적 사회주의 또는 공산주의 방식,
둘째로는 사적 소유와 시장의 기능을 인정한 바탕위에서 정치적 합의와 제도개선에 방점을 둔 사회민주주의 방식,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인간의 자유와 해방을 중심으로 한 인문적 사회주의 흐름, 그리고 여기에 기초하여 발전해온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운동을 열거해 볼 수 있다.
사회주의 방식은 20세기를 경과하면서 소비에트가 해체되는 등 명백하게 실패하였다. 현존하는 북한은 더 이상 사회주의가 아니라 세습된 전제적 병영체제이다. 중국은 계획적 사회주의의 한계를 명백히 인정하고 자본제로 방향을 전환하였지만, 정치적으로는 여전히 인민집중적 권력의 통제를 받는 이중적 시장경제체제이다.
과학적 사회주의의 이론적 기초를 제공한 맑스, 엥겔스, 레닌
쿠바는 위의 세가지 방식이 혼재된 이행과정 또는 방향을 모색중인 국가이다. 사회주의 실패의 주요 원인은 개별적 인간에 대한 이해접근 다시 말하면 고전적 자유주의를 제대로 수용하여 소화해 내지 못한 탓이다.
두 번째의 사민주의 방식은 19세기의 혼란을 극복하고 1-2차 세계대전이후, 반성과 성찰을 통해 ‘존엄과 정의와 연대’를 철학적 토대로 삼고 유럽대륙을 중심으로 강고히 뿌리를 내렸다. 신격화된 시장의 허구적 논리를 폭로하고 정치적 합의의 과정을 거쳐 시장을 본래의 기능적 수단으로 되돌려 합리적으로 규제하고 관리하며 인간적 삶을 풍요롭게 하는 방향으로 유도하는 정책적 노력을 지속해 왔다.
유럽 사민주의의 선구자인 베른슈타인. 그는 무장폭력없이, 정치적 수단을 통해 사회주의 이상을 실현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인류의 미래를 향한 좌표로 평가받던 사민주의는 최근에 영국에서 노동당이 실패하고, 연이어 프랑스 사회당이 고전하며, 북유럽에서조차 진보세력이 우익세력에 밀려나는 현실에서 보듯이, 매우 심각한 위기에 직면한 것은 분명하다.
위기의 원인이 아직 분명하지 않으나, 유럽통합과정에 나타나는 후유증, 중국의 부상과 난민유입 등 세계적 흐름이라는 외적인 조건의 충격, 시장만능주의에 대한 투항적 절충, 그리고 대의 민주주의가 갖는 취약점 노출과 함께 정치적 리더십의 부재가 겹친 것으로 판단한다.
특히 트럼프 등장으로 새로운 형태로 변형되어 나타날 ‘미국우선’의 국수적 시장만능주의에 대응한 유럽사회의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유럽에서 사민주의가 부활을 간절히 여망한다.
수탈적 자본제를 비판하는 또 다른 흐름은 프랑스를 중심으로 인간해방 또는 인본주의이라는 관점에서 형성되어왔다.
생시몽, 푸리에 등 중심이 되여 경제논리보다는 인간이라는 주제를 핵심적 관점으로 삼고 자유와 해방을 중심 주제로 사회를 해석하려는 일단의 그룹이 형성되었고, 이러한 맥을 이어 영국의 사업가 로버트 오웬은 자신이 책임지고 운영하던 방적사업체를 통하여 ‘뉴라나크’에서 인본주의적 산업실험을 이십여 년 간 진행한다.
그러나 밀어 닥친 방적산업의 불황과 주주간의 불화로 영국에서의 실험을 중단하고 미국으로 이주하여 ‘뉴하모니’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재개하였지만 오래지 않아 실패로 끝난다. 오웬은 죽기 전에 ‘다만 자신이 세상에 너무 일찍 태어났다’는 이야기를 남겼다고 한다.
‘사회적 경제’의 출현
상기의 인본적이고 진보적인 사상운동이 한때 공상적이라고 조롱을 받고, 특히 오웬의 헌신적이고 실천적 실험이 좌절한 과정과 배경을 살펴보는 것은 현재 시점에도 우리에게 매우 유용한 연구주제가 될 것이다. 이들 일단의 노력은 당시에는 일시적으로 실패하였으나 20세기 이후 복지국가의 출현과 기본소득논쟁 그리고 협동조합 등, 현대적 경제사상과 사회적 경제의 영역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왼쪽부터 생시몽, 푸리에, 오엔. 이들의 비전은 맑스로부터 공상적 사회주의라고 비난받았다.
사회적 경제는 공공적 영역과 시장적 영역을 벗어난 제3의 섹타에 속한다. 기본적으로 시민사회가 중심이 되어 자발적 결사형태로 진행되고 발전되어 온 영역이다.
물론 사회적 경제라는 용어와는 무관하게 인류의 역사를 통하여 개개인과 한정된 조직들이 스스로 자조하고 공제하기 위하여 다양한 형태의 모임과 결사가 형성되어 왔다. 한국사회에서는 계와 향약이라는 전형적인 모습으로 나타났고 유럽에서도 수공업자 중심의 길드나 이해를 공유하는 공동체 등 형태로 발전되어 왔으나, 사회의 주류적 형태로 발전하기 전까지는 이를 사회적 경제라고 부르지는 않았다.
전통적으로 경제보다는 인간과 사회를 강조해 왔던 프랑스에서 1840대에 사회적 경제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같은 시기에 영국의 로치데일 공장노동자들이 공동적으로 구매와 소비를 시작한 것으로 협동조합역사가 시작되었다.
본격적인 사회적 경제의 흐름이 형성되는 것은 제1-2차 세계대전과정에서 국가체계의 전반적 기능이 약화되면서 시민사회 스스로 자조하는 다양한 활동들이 주로 협동조합이라는 형태로 나타나고 발전하고, 1970대 이후 ‘에너지위기’ 이후 서구의 경제와 복지체계가 위기를 맞이하면서 무력해지는 공공 시스템을 대신하려는 대안적 조직들이 시민사회 속에서 등장하기 시작하면서였다.
1990대에 들어서면서 시장만능주의가 약탈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면서 이에 저항하는 여러 형태의 양심적인 기업들의 활동이 거대한 흐름을 형성하게 되었다.
나라마다 편차를 보이고 있지만 2010년 기준으로 유럽 대부분 국가에서 사회적 경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부가가치를 기준으로 5-11% 수준이며 고용효과는 10-20% 수준을 상회하는 것으로 발표되고 있다.
여기에서 사회적 경제의 정의를 다시 살펴볼 필요성이 발생한다. 예컨대 제1 섹타인 공공의 영역을 대신하거나 공공기관에서 위탁 받아 움직이는 영역을 과연 순수하게 사회적 경제의 영역으로 보아야 하는 지 따져보아야 할 지점이다. 공공의 역할을 성과와 효율성 중심으로 평가하려는 복지서비스전달, 교육, 보건과 환경 등이 주요 영역이다.
또한 미국을 중심으로 형성된 사회적 기업의 주요 목표가, 사회적 기능과 역할이라는 외피를 쓴 채, 구성원의 창의성과 적극성을 유도하여 본질적으로 이익을 실현하는 것이 핵심 주제라면 이는 제2 섹타의 연장내지는 보완일 뿐이다.
잘못된 기존 질서와 악마의 맷돌에 대항하여 ‘자본이 아닌 인간을 중심으로 하고 사회적 가치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 사회적 경제의 본질이자 목표라고 한다면, 위에 언급한 영역의 활동, 즉 제1 및 제2 섹타와 연관된 또는 혼재된 조직을 사회적 경제의 범주로 분류하고 포함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것인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공적 영역과 시장적 기능이 없이 사회적 경제가 홀로 존속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며 오히려 이들 영역과 함께 맞물려 움직여 가며 서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실제적이며 효과적인 일이라고 인정할 수 밖에 없다. 현재적 조건과 기능 그리고 미래적 지향과 가치가 타협적으로 충돌하게 된다.
한국의 사회적 경제 현황
한국적 현실로 돌아온다. 사회적 경제가 주요한 이슈로 등장한 것은 1997년 IMF 충격으로 많은 사람들이 기존의 일자리를 잃으면서 실업대책과 극복의 방안으로 사회적 기업의 등장과 자활대책의 방식으로 사회적 경제라는 이슈가 전면으로 등장했을 때다.
물론 이전에도 매우 중요하고 유의미한 활동들이 내재적으로 발전하고 있었다. 예컨대 원주를 중심으로 한 한살림운동, 안산의료조합 등 여러 형태로 협동조합들이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이러한 활동의 준거에는 무엇보다 고달픈 삶의 대안적 해결이라는 현실적 필요를 품고 있었으며, 추가로 시민사회자본의 형성과 공제적 상호부조 그리고 풀뿌리 민주주의에 대한 실험이라는 성격이 혼재되어 있었다.
그러나 IMF라는 위기상황에 대한 대응으로 큰 흐름을 형성하게 된 한국에서의 사회적 경제활동은 이후 전개과정에서 출발점의 한계를 그대로 노출하게 된다. 즉, 인간의 존엄과 사회적 가치를 표방하기 보다는 당장의 생계를 해결하기 위한 궁여지책의 일자리로서 역할이 압도적으로 주류를 이루고 생존수준의 저임구조가 형성되었다. 여기에서 시민자본의 형성과 풀뿌리 민주주의는 이름뿐인 구호로 퇴색할 위험을 항상 지니게 된다.
다행스럽게 국민의 정부를 통해 사회안전망이 체계적으로 구축되고 2007년에 사회적 기업 지원법, 2012년 협동조합 기본법이 시행되면서 제도적 지원속에 사회적 경제의 양적인 성장이 괄목하게 이루어 졌다.
2016년 기준으로 인증된 사회적 기업이 2000개 수준에 육박하며 고용효과도 만여 명에 이른 것으로 발표되었다. 협동조합의 실태는 등록제이여서 정확히 내용파악이 어려우나 등록된 숫자로만 만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떤 기준을 적용했는지 분명하지 않지만, 종합적 통계수치로 보면 사회적 경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부가가치기준으로 0.9%, 고용효과 면에서 4-6%으로 보도되고 있다. 과장된 느낌이다.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에 마을기업과 자활조직 등은 모두 포함된 것으로 보이나, 기존의 농수축산 협동조합과 새마을 금고 등을 포함했는지는 불분명하다.
필자는 후자 부분을 사회적 경제 영역에 포함시켜서는 아니 된다고 단호하게 주장하고 싶다.
사회적 경제에 대한 오해들
이러한 주장의 근거로써 사회적 경제에 관하여 선진적인 유럽사회의 기준을 열거해 본다.
•1) 개인과 사회적 가치의 우선 원칙,
•2) 민주적 통제 여부,
•3) 실현된 이익(손실)의 공유화,
•4) 연대와 책임의 원칙,
•5) 지속적 조건여부,
•6) 자발성과 개방성,
•7) 국가/정부로부터 독립성.
이러한 기준으로 본다면 당연히 정부정책전달 수단으로 자율성과 투명성을 철저히 결여한 각종 조합과 조직들, 사채 집단을 공인해준 새마을금고, 껍데기만 이름뿐인 협동조합들과 사회기업 등은 사회적 경제영역으로 분류해서는 안 된다. 물론 기존의 관행을 버리고 위에 제시한 기준에 합당하게 새로운 출발이 가능하다면, 기준을 충족한 재출범이후 다시 검토할 일이다.
(이미지 출처: http://jcse.kr/economy/mind.sky?code=mind)
한걸음 더 나가서 보자면, 위에 언급한 기준에 합당하지 못한 사이비 조직과 단체들을 사회적 경제의 영역으로 분류한다는 것은 공공과 시장 그리고 사회적 영역 모두에게 심각한 해악적 폐해를 끼치는 일이다. 앞으로 만들어질 사회적 경제 기본법의 입법과정에 반드시 명심해야 할 사항이다.
이제는 정치인들의 생색과 치적을 위한 행정적 전시효과를 생각하여 양적 내용과 부풀린 수치만 내세워 일을 추진해서는 안된다.
기후와 토양이 알맞으면 나무가 자라고 꽃이 피는 것처럼, 제대로 된 제도라는 환경과 조건이 주어지면 사회적 경제활동이 자연스레 뿌리를 내릴 것이다. 농사를 짓는 심정으로 희망이 없는 쭉정이는 버리고, 추진 과정에서 좀비같은 존재를 가려내고, 제대로 된 싹을 키워가는 질적인 방향으로 정책을 수립하고 지원해야 하는 단계에 진입해 있다고 판단한다.
되풀이 하자면, 현재 시점에서 정부와 공공기관에서 해야 할 일은 머리수로 채워진 행정적 포장이 아니라, 양질의 사회적 경제의 조직들을 발굴해서 키워나가고, 어렵게 출범한 조직들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도록 주변의 환경과 조건을 마련해 주는 일이다.
이들에게 일정기간 직접적 지원과 혜택을 제공하며, 검증된 조직에게는 할당된 공공구매에 참여자격을 부여하고, 다양한 간접지원( 제도, 환경조성, 교육, 컨설팅 등)을 제공하고, 이들 간에 서로 경험을 나눌 수 있는 네트워크를 형성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물론 가장 희망적인 것은 스스로 성장하여 가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긴요한 것은 사회적 경제영역에 돈줄 즉 금융이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일 것이다. 미소금융의 예처럼 기존의 금융기관에 일정부분의 할당을 의무화하여 사회적 경제영역에 지원을 하도록 강제하는 것도 방안이다.
정부투자 또는 공공기금을 기반으로 한 사회투자기금의 대폭 확충, 민간참여를 통한 다양한 시민자본의 형성, 지역내 재투자를 기반으로 하는 지역금융, 성과측정을 전제로 한 공공투자계약(SIB), 클라우드 펀드조직의 활성화 등 서구의 경험에 기초한 다양한 방식을 깊게 연구해야 한다.
사회적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제안
수익이라는 성과를 중심으로 작동하는 시장기제에는 1주1표라는 주주(자본)중심적 운용방식이 자리하고 있다. 이에 반하여 가치와 역할을 중시하는 제도에는 1인1표라는 인간중심적 협동조합 방식이 매우 소중하고 효과적이다.
그런데 필자의 경험으로 기존의 금융시스템으로는 다수의 인원이 주인으로 존재하는 협동조합에 대해 일반적 대출방식의 지원이 불가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스페인의 몬드라곤과 같은 거대한 협동조합은 자체 내에 금융기능을 보유하여 필요한 자회사에 적시적소에 지원할 수 있으나, 현시점의 한국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일이다.
또한 자본이 필요하다면 조합원 개개인의 출자지분을 증액하는 것이 원칙이나 현실적으로 한계가 분명하다. 이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기존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신용보증기금 등을 활용하였듯이, 협동조합의 활동과 사업전망을 평가하여 대신 보증해 줄 수 있는 가칭 ‘협동조합지원 보증기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일정기간 동안 사회적 경제가 궤도에 올릴 때까지 과감한 지원에 따르는 손실을 효과적으로 감당해 내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경험이 있는 많은 아이디어를 담아내야하는 영역이다.
일부에서는 정부 부처내에 ‘사회적경제부’ 신설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ICT 산업이 발달하려면 정보통신부를 없애야 하고, 교육이 제대로 되려면 교육부를 없애야 한다는 우스개 이야기가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사회적 경제는 반드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스스로 연대하여 성장해 나가야 하는 주제이다. 행정적 요소가 제도와 환경조성을 넘어서서 너무 깊이 개입하면 오히려 화근으로 돌아온다. 지난 몇 년간 보여준 사회적 기업의 부실한 활동성과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최소 수준으로 국무총리 산하에 ‘사회적 경제 위원회‘를 두고 지원부처간의 갈등조정과 민간단체들과 협의를 위한 창구를 개설하는 것은 고려해 볼만 하다. 이 경우, 최종결정권을 지닌 위원장은 반드시 민간인이 맡아야 한다.
사회적 경제를 접근하는 데 가장 위험한 것은, 시장경제에서 ‘인간은 경제적 동물’로 규정하는 오류를 범하였듯이, ‘인간은 협동적이고 이타적 존재’라고 규정하는 역선택의 사고를 갖는 것이다.
사회생물학의 연구 성과와 진보적 게임이론을 통하여 인간과 사회가 줄곧 이타적이고 도덕적 방향으로 진보해 왔다는 주장은 대단히 일리가 있는 말이다. 필자도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이다. 그러나 이는 사회적 경제의 영역을 다시 수학과 도식으로 규정하는 환원적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인간을 규정되지 않은 무한한 가능성의 존재로 바라보면서, 현재 인류가 획득한 이성과 지혜로 각 시대에 합당한 제도를 구축하고 점차적으로 자유의 조건을 확대하여 가는 일이다.
대안적 질서, 사회적 경제
여기서 우리는 2009년 ‘공유지의 비극을 넘어서’리는 저서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엘리노어 오스트롬의 조언에 귀를 기울어야 한다.
공유지를 함께 사용하는 조직에서는 우선 공유지의 조건을 제대로 살펴야 하며 현실적인 활동의 범위와 목표를 분명히 해야 하고, 이에 따라 정해진 역할과 임무를 확실히 합의해야 한다.
이견과 다툼이 있을 시 이를 해결할 중재적 기능이 있어야 하고, 활동의 성과를 공평하게 분배하면서, 정해진 원칙을 이행하는지 확인하는 감독기능과 원칙이행을 위반할 시 이를 점증적으로 처벌하는 기능이 있어야 하며, 토론과 합의를 통하여 조직을 개선해 가야 한다는 것이다.
엘리노 오스트롬은 경제학의 오랜 숙제였던 ‘공유지의 비극’을 자율적인 자치거버넌스를 통해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을 다양한 사례분석 등을 통해 실증적으로 보여줬다. 이러한 성과로 정치학자로서는 이례적으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제도를 주어진 조건에 알맞게 만들어 내고 합의된 원칙을 지켜나가는 것이 평범한 사람들을 협동적으로 만들어 간다는 것을 함의한다.
인간사회가 존엄과 자유를 향해 끊임없이 나갈 수 있도록 현재의 정치적 사회적 장치를 끊임없이 개선해 가고, 지난 수백 년간 잘못 적용된 시장기제의 운용방식을 인간을 위한 유용한 수단과 방식으로 재구성해 가는 과정 속에, 사회적 경제의 진행적 실험이 공공과 시장의 영역들과 맞불려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진화하고 성장하여 가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비민주적인 정치 상황에서는 사회적 경제가 성장할 수 없고, 수탈적 시장경제가 왕성하게 작동하는 곳에서는 사회적 경제가 상대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다.
닫힌 공간이 아니라 열린 사회속에서, 이기적이지도 않고 이타적이지도 않은, 열정을 가진 평범한 개인들이 ‘사회적 경제’라는 영역에서 자유롭게 자신의 삶을 실현해가고 나름대로 가치를 추구할 수 있는 조건과 환경이 조성된다면, 제3 섹타로서 사회적 경제는 결함투성인 시장경제를 대체해 가거나 또는 시장경제의 개선을 압박하는 경쟁적 파트너로서 자리를 잡아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미래의 일자리를 만드는데 사회적 경제는 중심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로베르토 웅거는 이렇게 말했다. “인간은 진화적 과정 속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향해 살아가는 유한적 존재이다 (Human is a definite being for indefinite process & purpose)”
"공유자원에 과세해 기본소득 재원 마련해야"
인터뷰 주제는 크게 두 가지다. 문재인 정부의 지난 1년 반에 관한 평가와 한국의 사회·경제 개혁을 위해 기본소득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관한 이야기다. 하나는 실천 학자로서 유 교수의 생각을 듣기 위함이고, 다른 하나는 유 교수 전공 분야의 지식을 대중에게 소개하기 위함이다.
인터뷰에서 유 교수는 한국 사회·경제 개혁을 위해 전 국민의 납세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과감한 주장을 했다. 누구나 국세청 홈페이지에서 특정인의 납세 정보를 검색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납세 정보가 궁금한 이라면 누구든 그의 소득과 재산 및 납세액을 확인할 수 있게끔 하자는 뜻이다. 파격적이다. 민감한 개인 정보를 이렇게 공개해도 되느냐는 생각이 들 법한 내용이다.
유 교수는 보편적 복지 강화를 위해 증세는 반드시 필요하며, 증세를 향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북유럽처럼 한국도 납세자 정보를 투명화 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에서 이 같은 방법을 제안했다.
유 교수는 한편 소득주도 성장으로 대표되는 문재인 정부의 사회·경제 개혁에 관해서는 비판적 입장을 견지했다. 최저임금 인상 외에 뚜렷한 구체적 실천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다. 즉, 소득주도 성장이 잘못된 게 아니고, 소득주도 성장을 제대로 안 해서 문제라는 지적이다. 구호만 있었고 내용이 부족해서 이 같은 결과가 나왔으니,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정책 틀을 짜야 한다고 유 교수는 조언했다. 표면적으로는 보수 언론의 문재인 정부 공격 방식과 비슷한 주장으로 오해할 수 있지만, 핵심을 짚는 시각은 크게 다르다.
유 교수는 한국 시민사회운동의 대표적 존재다. 1982년부터 한국 YMCA 전국연맹에서 일했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사무총장을 지내기도 했다. 경실련 시기 그는 금융 실명제로 대표되는 개혁 정책을 제안해 한국 경제 민주화에 큰 역할을 했다. 그는 나이 마흔이 훌쩍 넘어 유학을 선택했고, 2006년 하버드대에서 정책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 캠퍼스와 호주국립대에서 교수 생활을 이어오다 올해 귀국했다. 그의 연구 성과의 대표격이라 할 만한 <동아시아 부패의 기원>(김재중 옮김, 동아시아 펴냄)은 한국에서도 주목받은 바 있다. (☞관련기사: 문제는 '김영란'이 아니라 '박정희'다!)
▲ 유종성 가천대 사회정책대학원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문재인 정부, 남북관계 개선 역사적 성과지만...
프레시안 :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1년 반이 지났다. 크게 남북관계 및 대외관계, 국내 정치, 사회·경제 문제의 세 가지로 나눠 그간 정부 정책을 평가해봄 직하다. 우선, 크게 지난 시간 문재인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듣고 싶다.
유종성 : 전쟁 일보 직전까지 치닫던 한반도 상황, 북미 간 긴장 국면이 문재인 정부 출범 후 평화와 화해 분위기로 바뀌었다. 이것만으로도 문재인 정부는 역사적으로 공로를 평가받아 마땅하다.
다만 최근 북미관계가 교착 상태에 들면서 남북관계마저 제 자리 걸음을 이어가는 듯해 아쉽다. 북미관계나 대북 제재에 관계없이 정부 차원에서 추진할 수 있는 일은 더 적극적으로 추진하면 좋겠다. 이산가족 상봉이나 남북 통신의 자유화 등이다.
앞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답방이 이뤄질 텐데, 국론 분열과 찬반 집회자 간 충돌이 우려된다. 정부가 각계 여론을 선제적으로 수렴해 준비를 잘 할 필요가 있다. 찬반 국민이 각자 목소리를 자유롭게 표출하게끔 하되, 가급적 넓은 이념적 스펙트럼에서 남북관계에 관한 합의의 폭을 찾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다만 다른 부분에서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려워 보인다. 남북관계뿐만 아니라, 현 정부를 향한 사회경제적 개혁과 정치 개혁에도 국민의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최근 경제가 어려워지고 일부 개혁의 후퇴 조짐이 보이면서 기대가 실망으로 변했다. 소득주도 성장의 기치 아래 정부가 일자리 창출과 최저임금 인상을 내세웠는데, 오히려 고용은 줄어들고 빈부격차는 더 커졌다. 당분간 이 문제가 개선되리라는 전망도 보이지 않는다.
현 정부 정치 개혁의 핵심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일 텐데, 여당은 이미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진보세력으로부터도 외면 받을 수밖에 없다. 당장의 유불리만 따진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소득주도 성장', 구호만 있었다
프레시안 : 문재인 정부 대외 정책의 핵심이 한반도 평화, 정치 개혁의 핵심이 연동형 비례대표제였다면 사회·정치 개혁의 핵심은 소득주도 성장이다. 현 정부 탄생을 견인한 촛불 시민의 궁극적 목표도 결국은 개개인 삶의 개선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정부 출범 1년 반이 지나 상황은 오히려 나빠졌다.
유종성 : 현 정부가 남북관계 문제에는 준비를 잘 한 것 같은데, 사회·경제개혁에는 구호만 있고 준비가 미진했던 것 같다. 자신감이 부족해 보인다.
프레시안 : 최저임금 인상안은 어떻게 보나? 그간 정부가 추진한 소득주도 성장의 핵심 정책이다.
유종성 : 최저임금 인상에 관해 나는 조금 걱정하는 입장이었다. 한국의 인상 여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 시기 이미 최저임금 미만율이 10%를 넘었다. 애초 한국 상당수 고용주에게 임금 지급 여력이 부족했다. 이 상태에서 최저임금 기준을 급격히 올리면 고용에 충격이 올 수밖에 없다는 건 충분히 예측 가능했다.
내가 오랜 기간 교수로 지낸 호주가 세계에서 최저임금 수준이 가장 높은 나라의 하나다. 호주가 유럽에 비해 복지 제도가 빈약함에도 최저임금 수준이 높아 복지 공백을 메울 수 있었다.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나라는 넓은데 인구는 적고, 광물자원이 풍부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어떤가? 이미 자영업은 포화상태다. 자영업주가 웬만한 정규직 노동자보다 월 소득이 더 적다.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리면 반발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정책이 을과 을의 싸움으로 귀결된 이유다.
프레시안 : 소득주도 성장 자체를 폐기하라는 보수 세력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종성 : 그 생각에는 반대한다. 일단, 소득주도 성장 자체가 크게 이상한 개념이 아니다. 소득주도 성장은 국제노동기구(ILO)가 제시한 임금주도 성장의 한국식 변형 개념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제안한 포용적 성장 개념과도 통한다.
포용적 성장을 위해서는 소득과 부의 불평등을 해소해야 하고, 이를 통해 실질적 기회의 불균등을 해소해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은 이를 위한 하나의 정책수단일 뿐이다.
프레시안 : 큰 틀에서 소득주도 성장은 올바르지만, 최저임금 인상은 잘못이었다?
유종성 :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늦출 필요가 있었다.
최저임금 인상은 가격규제 정책의 하나다. 가격규제 정책 자체가 특별한 건 아니다. 박정희 정권 때도 수출 인센티브를 주는 식으로 가격규제 정책을 실시했다. 그런데, 시장 경제가 상대적으로 발달하지 못했던 당시도 정부가 시장을 완전히 무시하면서 정책을 펴진 못했다. 가격 규제(최저임금 인상)를 무리하게 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다.
▲ 최저임금 인상은 저소득, 불안정 노동자에게 시급한 과제였으나, 유 교수는 그 속도가 너무 빨랐다고 지적했다.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늦추는 대신, 청년수당, 기초연금 등의 부분적 기본소득제를 과감히 도입해 복지 공백을 메웠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프레시안(최형락)
초기부터 EITC 확대하고 기본소득 도입했어야
프레시안 :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늦춘다면 당장 어려운 환경의 민생을 어떻게 해결하나?
유종성 :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조절하는 대신 근로장려세제(Earned Income Tax Credit, EITC)를 정권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확대했어야 한다. 정부가 뒤늦게 내년부터 EITC를 대폭 확대키로 했는데, 시기가 늦었다. (EITC는 노무현 정부 말기에 도입되었으나, 그간 대상자가 적었고 지급액도 적었다.)
아울러 아동수당과 기초연금은 더 증액해야 한다. 청년수당 도입 등 새로운 정책도 적극적으로 추진했어야 한다. 이들 모두 실질적으로 소득을 늘리는 소득주도 성장 방안의 하나다. 하필 정부가 저항은 크고 효과는 임금노동자에 한정되는 최저임금제도에만 집중하면서 실질적으로 복지를 개선하는 길을 찾지 못했다.
프레시안 : EITC 역시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가격규제 방안의 하나는 아닌가?
유종성 : 아니다. EITC는 가격에 개입하지 않고 저임금 노동자와 자영업자의 소득을 정부가 보전해주는 정책이다. 기본소득이나 부의소득세(Negative Income Tax)가 조건 없이, 즉 노동 여부에 상관없이 모든 국민에게 일정액을 보전해주는 정책이라면, EITC는 근로빈곤층의 소득을 보전해주는 제도다. 부의소득세 아이디어는 사실 밀턴 프리드먼과 같은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논의가 먼저 나왔다. 1970년대 미국에서 좌우를 가리지 않고 이 방안을 진지하게 고려했지만, 결국 상원에서 막혀 도입되지 않았다. 그 대안으로 EITC가 도입되었다.
프레시안 : 아동수당과 기초연금은 일정 연령대에 한정한 기본소득 정책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를 확대하자고도 했다. 유 교수가 제안한 소득주도 성장의 패키지는 결국 ‘아동수당(모든 아동)-EITC(저임금 노동자)-기초연금(모든 노인)’ 체계인데, 부분적인 기본소득제 도입으로 보인다.
유종성 : 그렇다. 정부가 기초연금과 관련해 하위 70% 저소득층 노인만을 대상으로 한 선별적 복지에 초점을 맞추지 말고 보편화하는 한편, 과세소득화해야 한다. 정부 방침은 올해 기초연금을 최대 월 25만 원으로 인상하고 내년 중에 하위 30%에 한해 월 30만 원으로 인상한다는 것인데,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월 25만 원을 지급하고 일정 연령 이상이 되면 지급액을 인상하는 방안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노인 중 절대다수는 면세점 이하 소득자다. 일부 고소득 노인에게만 6.6%에서 최대 46.2%의 소득세(지방소득세 포함)를 걷으면 된다. 그러니 보편적으로 기초연금을 도입해도 빈곤노인에게는 혜택을 더 늘리고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혜택을 줄일 수 있다. 복잡한 복지 체계는 더 깔끔해질 수 있다.
아동수당 역시 마찬가지다. 만 6세 이하는 월 20만 원~30만 원 수준으로 인상하고, 지급 대상 연령을 만 15세 내지 18세까지 확대해야 한다. 이를 위한 재원 일부는 가정양육수당과 전업주부 보육료 지원 등에서 충당해야 한다.
'전 국민 안식년 제도'?... "복지 상상력 발휘할 때"
프레시안 : 전업주부 보육료 지원을 깎자는 소리인가? 부족한 복지 수준이 더 후퇴하지 않을까?
유종성 : 맞벌이 부부가 아닌 경우에도, 더구나 0세 유아에게도 전일 보육료를 지원하는 나라는 내가 알기로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 스웨덴의 경우도 0세와 1세 유아에게는 보육료 지원을 하지 않고, 육아휴직만 지원한다. 0~1세 유아는 가급적 부모가 양육하는 게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은 0세아에게도 월 80만 원의 비싼 보육료를 전액 지원해주니 많은 전업주부가 0세아를 보육시설에 온종일 맡긴다. 이에 따라 오히려 맞벌이 부부가 아이를 맡길 곳을 찾지 못한다. 영아 인권 차원에서도 잘못된 정책이다.
따지고 보면, 기존 한국 복지 정책 중 적잖은 게 소득 역진적이다. 고소득층이 혜택을 보고 저소득층은 혜택 받지 못하는 복지 제도가 많다. 출산수당, 아동수당과 보육료 지원 등도 소득재분배 측면에선 역진적이다. 대부분 저소득층은 결혼도 못한다.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이 있어야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는다. 따라서 과세소득화를 통해 역진성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
소득세의 소득공제와 같은 조세지출이야말로 매우 역진적이다. 한국의 소득세는 명목상으로는 매우 누진적이다. 소득세 명목세율은 최저 6%에서 최고 42%까지 누진적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실효세율은 낮다. 여러 소득공제, 세액공제 혜택에 따라 감면을 많이 받는다. 이를 조세지출이라고 하는데, 고소득층일수록 세금감면(조세지출) 혜택을 훨씬 크게 받는다. 대단히 역진적이다. 결과적으로 한국의 소득세 실효세율 세수가 OECD 평균의 절반수준에 불과한 이유다. 지금 세제 체계로는 조세의 소득재분배 효과가 작다. 복지지출 재원이 적으니 복지급여를 통한 소득재분배 효과도 미약해진다.
이뿐만이 아니다. 부가가치세, 법인세의 조세감면에도 대기업이 더 큰 혜택을 입는 역진적 부분이 있다. 해당 항목들만 잘 조정해도 소득재분배 효과를 크게 볼 수 있다.
프레시안 : 정리하자면, 한국의 현 복지제도는 오히려 중산층 이상이 혜택을 입는 구조라 개혁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기본소득제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인다.
유종성 : 상당 부분 그렇다. 기초연금처럼 저소득층에게 주된 혜택이 가는 제도도 있지만, 고용보험이나 국민연금 등은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가 더 큰 혜택을 누리고 비정규직 등 불안정 노동자는 사각지대에 빠진다. 문제 해결을 위해 당장 도입 가능한 기본소득 아이디어가 기초연금과 아동수당, 청년수당, 농민·농촌수당 등이다. 장기적으로는 기본소득 아이디어를 더 확대할 방안도 충분하다.
예를 들어, 전 경제활동인구를 대상으로 10년 중 1년은 기본소득을 주는 방안을 마련할 수도 있다. 일종의 '전 국민 안식년 제도'다. 그렇다면 노동자가 10년에 1년은 일을 줄이거나 쉬면서 다른 아이디어를 찾거나, 새로운 기술 훈련을 받거나, 여행하거나, 혹은 일하면서 기본소득까지 받을 수 있다. 이 같은 상상력을 발휘할 여지는 얼마든 있다.
증세 위해 납세 정보 투명화 필요
프레시안 : 궁극적으로 복지 확대를 위해서는 증세가 필요하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역시 증세에는 소극적이다. 기실 모든 정부가 '증세하면 정권 날아간다'는 공포를 갖고 있다.
유종성 : 맞다. 실제로 증세하다가 정권 날아간 경우가 많다. 하지만 상당한 증세를 국민적 합의로 실현하기도 했다. 북유럽이 그렇다.
최소한도의 핀셋 증세로는 과감한 복지 확대가 불가능하다. 한국의 복지 지출이 OECD 평균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데, 확대를 위해서는 재정지출 절감과 함께 과감한 증세가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대다수 국민에게 증세하면 세금 부담보다 더 큰 혜택이 돌아온다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설득해야 한다.
프레시안 : 당장 보수 세력이 가짜 뉴스 등으로 여론전에 나서면 정부로서는 증세 거부감에 이미 빠진 국민을 설득하기란 불가능하지 않겠나? 국민의 정부 신뢰도가 안 그래도 크지 않다.
유종성 : 맞다. 언제나 개혁은 어렵다. 잘못하면 정권이 실제로 날아간다. 가짜뉴스에 정부 개혁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내 제안은 납세자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자는 것이다. 당신의 소득 수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납세 실적을 모든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자는 얘기다.
노르웨이, 핀란드가 그렇다. 이들 나라에서는 모든 국민, 법인의 지난해 소득, 세금 납부 수준을 누구나 검색할 수 있다. 스웨덴의 경우 지역별로 납세 정보 책자를 발간한다. 노르웨이는 국세청 홈페이지에 로그인한 누구나 다른 사람의 소득, 재산, 세금을 볼 수 있게끔 했고, 누가 내 세금 정보를 검색했는지도 알 수 있도록 쌍방향 정보 공개를 한다.
스웨덴과 노르웨이는 19세기 중반부터 납세 정보를 공개했다. 이처럼 투명한 정보 공개가 높은 사회적·정치적 신뢰, 낮은 부패율과 함께 높은 조세 부담과 복지에 관한 국민적 합의를 가능케 했다. 그러면 자연히 국민이 '증세하면 내 소득 수준에서 얼마나 부담이 커지는지, 세금 부담이 실질적으로 커지는 소득 계층은 상위 몇 퍼센트인지' 등을 다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증세로 내가 부담하는 건 얼마며, 그에 따른 복지 확대로 내가 누릴 혜택은 얼마나 될지' 등을 바로 비교할 수 있다. 가짜뉴스와 싸울 힘을 갖게 된다. 그래야만 근거 없는 증세 불안을 없앨 수 있다.
프레시안 : 민감한 개인 정보 아닌가?
유종성 : 아니다. 성적 지향이나 범죄 수사 경력 등은 이들 나라에서도 프라이버시로서 보호한다. 납세 정보는 민감 정보로 보지 않는다. 우리도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떳떳하게 벌어서 정직하게 세금을 냈는데, 굳이 숨길 필요가 있겠는가?
공공의 데이터 확보가 더 정교한 복지 시스템 구축을 위해서도 의미가 있다. 한국에서 소득 정보를 보려면 어떤 데이터를 사용하는가? 가구 조사 정보를 볼 수밖에 없다. 복지 패널, 노동 패널, 가계동향조사 등 직접 가정 문을 두드려 조사한 결과다. 최상위층 정보는 데이터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 집에 조사원이 들어가지 못하니까. 하지만 국세청 데이터에는 최상위층도 모두 포함된다. 한국의 어떤 뛰어난 조사원도 국세청만큼 정확히 국민 개개인의 납세 정보, 소득 수준을 조사하지 못한다.
프레시안 : 정확한 복지 체제를 만들기 위해서도 세금 납부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얘기인가?
유종성 : 그렇다. 적어도 익명화된 정보는 국세청 등으로 행정정보를 통합하고, 나아가서 가구조사 정보와도 통합해서 연구자들에게 제공해야 한다. 기본소득을 도입하든 사회 보험을 강화하든, 여러 가지 정책 시뮬레이션은 필수다. 이를 위해서는 신뢰성 높은 표본을 확보해야만 한다. 가구조사 자료의 대표성은 빈약하다. 더 정확한 조사를 위해서라도 납세 정보를 투명화해야 한다. 이 정도의 정보화 능력은 한국이 갖고 있다.
프레시안 : 언론뿐만 아니라 국회의원들에게도 제안해야 할 내용 같다.
유종성 : 기득권층은 어차피 내 주장에 반대할 거다. 국회에만 얘기한다고 금방 되지 않는다. 시민사회운동,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진보 진영, 정부 적으로 규정하는 건 곤란"
프레시안 : 유 교수 전공인 사회·경제 부문에 관한 이야기를 주로 했다. 정치 개혁 문제는 짧게 짚고 넘어갈까 한다. 이해찬 대표의 이른바 '20년 집권' 발언이 나올 정도로 정부와 여당이 국정 초반에는 자신 있는 모습을 보였는데, 벌써부터 실망이 더 커지는 모양새다.
유종성 : 대통령 지지율은 50% 아래로 떨어졌고,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집권 후 최저치인 40% 미만으로 떨어졌다. 최근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 조사를 보면, 2020총선 가상 대결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수도권과 호남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민주당이 '특수한 승리'였던 지난 지방선거 결과만 보고 너무 좁게 생각하는 것 아닌가 싶다. 민주당이 진보, 개혁 세력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20년 집권'은 고사하고, 장기적으로 범 진보세력의 입지는 더 좁아질 것이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여러 차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약속했다가 이제 와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인다면, 누가 보더라도 소탐대실이다.
민주당이 당장의 당리당략에 빠져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국민의 실망감은 투표 결과로 나타날 것이다. 세계적으로 봐도 소선거구제 다수대표제 하에서는 보수나 중도 보수 세력의 집권 가능성이 크다. 반면, 비례대표제 다당제 구도에서 진보와 중도 세력 집권 가능성이 더 크다. 유럽 복지 선진국이 하나같이 비례대표 선거제도를 유지하는 건 우연이 아니다. 다수대표제의 가장 큰 수혜자는 민주당이 아니라 자유한국당이다.
결국 개혁이 가능하려면 민주당은 정의당, 평화당은 물론, 사안에 따라 바른미래당과도 연대해야만 한다. 지금이라도 민주당이 초심으로 돌아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받아들여야 한다. 정치에는 포용이 필요하다.
프레시안 : 문재인 정부에 전반적으로 조언하고픈 내용이 있나?
유종성 : 세 가지. 첫째, 포용적 국정 운영. 둘째, 정책 능력 제고. 셋째, 정치·사회·경제 모든 분야에서 개혁을 후퇴하지 말라는 것이다. 청와대가 모든 일을 다 결정하고 여당과 장관에게 하달하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 비서실장 대신 대통령이 직접 여당 대표와 총리 등과 협의해야 한다. 5당 대표 회담 등 이벤트성 대화만 하지 말고, 실질적 소통을 해야 한다.
정책 능력을 제고해 아마추어 국정운영이라는 말은 듣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구호만 있고 정책은 없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최저임금 인상 논란뿐만 아니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도 즉흥적 모습이 보였다. 그 결과 사회 곳곳에서 을과 을의 싸움을 정부가 부추긴 꼴이 됐다. 은산 분리 규제 완화 등에서는 여당과 협의 없이 청와대가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모습을 보여 결국 공약 후퇴 비판을 자초했다. 정부 초기 청와대에 일자리 상황판을 만든 것도 실수였다. 전형적인 박정희식 수출 독려 패러다임과 닮았다.
편한 사람을 중용하기보다 실력 있는 인재를 등용하고, 학자와 관료의 능동적 참여를 이끌어내 개혁적이면서 현실성 있는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프레시안 : 이미 한국 진보진영은 문재인 정부에 등을 돌리는 분위기다.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을 주도했던 노동·시민·사회단체 모임인 민중공동행동이 다음달 1일 국회 앞에서 '2018년 전국민중대회'를 열기로 했다.
유종성 : 시민운동계가 현 정부를 적으로 규정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과거 진보진영이 노무현 정부에 실망해 정부를 공격한 결과가 이명박근혜 체제였다. 현 정부가 들어서기 전에 진보학계가 과연 얼마나 정책적인 준비를 해왔느냐도 묻고 싶다. 물론 수권정당이 학계에만 정책을 의존해서는 안 되겠고 정당 정책연구소의 연구능력을 키워야 하겠지만, 그럼에도 학자들도, 운동권도 오늘날 한국 사회에 책임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50% 미만으로 떨어졌다. 민심이 이반하고 있다. 민생 문제 해결이 시급한 상황이다. ⓒ리얼미터
공유자원에 과세해 기본소득 재원 마련해야
프레시안 : 2년 전 <동아시아 부패의 기원>이 나온 시기 <프레시안> 인터뷰에서 '(1950년대) 토지개혁에 준하는 사회경제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했다. 현 정부가 그 같은 담대한 구상을 하고 있다고 보나? 남북관계 개선을 제외하면, 정부와 여당의 구호는 이해찬 대표의 '국민소득 4만 달러' 정도다. 이명박 정부의 '747 공약'과 뭐가 다른지 의문이다.
유종성 : 그간 소득주도 성장의 구체적 내용이 빈약했다. 앞으로 실질적인 정책 내용을 담을 수 있을지 지켜 볼 일이다. 과거 한국은 자본주의 세계에서 유례없는 과감한 토지개혁을 통해 부와 소득의 불평등을 완화시켰고 봉건적 계급 구조를 타파했다. 이 같은 개혁이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를 가능케 했고, 산업화와 경제성장의 밑바탕이 되었다. (☞관련기사 : "경제 성장, 박정희의 공은 10%뿐이다")
하지만 그 후 한국은 재벌 위주 성장정책에 의존해 부와 소득의 불평등 심화, 재벌 경제력 집중 심화, 고용 없는 성장과 교육 기회 불균등이라는 늪에 빠졌다. 토지개혁 이전 사회구조로 돌아가고 있다. 이 상황에서 4차 산업혁명은 소득 불평등과 기회 불균등을 더 심화시킬 것이다. 더 늦기 전에 과감한 사회경제 개혁이 필요하다.
프레시안 : 기본소득을 비롯해 앞서 강조한 복지 개혁이 그 같은 방편의 하나로 보인다. 또 다른 방안은 무엇일까?
유종성 : 독과점과 불공정거래를 철저히 규제해 자유 시장 경제를 확립해야 한다. 놀이 중심의 질 좋은 유아 공교육을 도입하고, 초중등교육의 형평성과 수월성, 창의성을 동시에 강화해야 한다. 땜질식 보완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
아울러 토지, 환경, 지하자원 등 전통적 공유자원뿐만 아니라 과거로부터 축적된 지식정보자원도 사회적 배당 측면에서 공유자원으로서 활용해야 한다. 이들 자원으로부터 나오는 소득에 세금을 부과해 GDP의 일정 부분을 보편적 기본소득으로 공유해야 한다.
프레시안 : 12년간 미국과 호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이제 귀국했다. 귀국한 이유가 뭔가?
유종성 : 석, 박사 학위 취득기간을 포함 18년 반 만에 귀국했다. 귀국이야 항상 하고 싶었다. 그간 한국 대학에 10차례 이상 지원했다. 그런데 나이가 문제였다. 내가 2006년 학위를 받을 때 만 50세였다. 한국에 와서 선생님들을 만나 보니 ‘한국에서는 (그 나이로 교수 임용이) 어렵다’고 하더라. 미국이나 호주는 나이에 따른 차별을 못 하지만, 한국은 다르잖나.
한국 대학은 정년이 있지만 미국의 경우 정년이 없다. 내 지도교수였던 로버트 퍼트남 교수의 경우, 내가 학위를 받을 당시 한국에서는 정년인 65세였다. 그는 지금도 수업에서만 은퇴하고 연구 교수로 왕성히 활동하고 있다.
독일 녹색당의 이유 있는 선전 11. 29 제584호 시사인
독일 녹색당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최근 바이에른, 헤센 주 의회 선거에서 지지율 2위에 올랐다. 환경정책뿐 아니라 교통·사회 정책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바이에른과 헤센의 주 의회 선거 이후 독일 녹색당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녹색당은 10월14일과 10월28일 치러진 바이에른, 헤센 주 의회 선거에서 각각 지지율 17.5%와 19.8%를 기록하며 2위에 올랐다. 지난 선거 결과와 비교하면 지지율이 약 9% 상승했다. 반면 독일 정치를 이끌던 거대 대중정당인 기독교민주당(기민당)·기독교사회당(기사당) 연합과 사회민주당(사민당)은 양쪽 지역 선거에서 모두 10%가 넘는 지지율을 잃었다.
녹색당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하인리히 뵐 재단은 녹색당이 헤센 주에서 정당의 핵심 가치인 환경정책뿐 아니라 교통정책과 사회정책에서도 시민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분석했다. 녹색당은 불필요한 분쟁보다는 구체적인 정책을 다루는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부각했다.
녹색당 바람은 연방의회에서도 불고 있다. 11월10일 발표된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니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연방의회 선거에서 녹색당을 뽑겠다는 유권자의 비율은 22%로 기민당·기사당 연합 25%에 이어 간발의 차로 2위를 유지했다. 2011년 4월 이후 녹색당이 얻은 가장 높은 지지율이다.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15%로 꾸준한 지지를 얻고 있다. 반면 사민당은 이번 조사에서도 지지율 15%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EPA 10월14일 독일 바이에른 주 선거를 지켜보는 로베르트 하베크 녹색당 공동대표(가운데)가 환호하고 있다.
기민당·기사당 연합 지지자 280만명 이탈
독일 언론에 따르면 기민당·기사당 연합과 사민당이 잃은 지지율 가운데 3분의 1가량이 녹색당 지지로 돌아섰다. 일간지 <디벨트>에 따르면 온건 보수주의 정당인 기민당·기사당 연합 지지자 가운데 약 280만명이 녹색당 지지자로 유입됐다. 반면 극우 포퓰리즘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 지지자로 바뀐 경우는 22만명 정도에 불과했다.
연방정부에서 기민당과 기사당이 난민정책에 대한 입장 차이로 갈등하고 있고, 이로 인해 일상적이면서 구체적인 정책들이 논의에서 밀려나면서 많은 유권자들이 등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연방의회 선거 이후 강경한 난민정책 기조를 유지하며 분쟁을 일으킨 기사당은 바이에른 주에서 표를 많이 잃었다. 사민당은 연립정부가 혼란을 겪는 가운데 연정 파트너로서 특별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이 마이너스 요소로 꼽힌다. 이뿐 아니라 사민당은 강점이던 친서민 정책 분야에서도 녹색당이나 좌파당에 비해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녹색당은 환경, 난민, 인권 문제 등에서 지속적으로 진보적이면서도 일관된 정책 노선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반외국인, 반유럽연합 정서를 자극하는 극우파 독일을 위한 대안과 정반대 노선이다. 당의 기본 가치를 지키면서 실용적 면모를 보여주는 것도 녹색당의 지지율이 상승하는 요인이다.
Johnny B. Goode (Chuck Be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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