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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생태환경 뉴스

11.24~11.30 숲을 없애고 태양광 발전, 이런 친환경은 가짜다

by 이성근 2019. 11. 24.

물 있어도 미생물조차 못 사는 죽음의 연못찾았다

낙엽도 자원인데생활쓰레기가 재활용 걸림돌

미세 플라스틱, 청정 북극해까지돌고래 위에서 첫 발견

떠밀려 온 새끼 돌고래와 인증샷찍고 처참히 버린 관광객들

··‘8대 환경 협력분야합의문 채택후쿠시마 오염수빠져

수백 년 견디는 '살아있는 다리'의 비밀

한라산 소나무숲, 10년 새 51.4늘어났다

숲을 없애고 태양광 발전, 이런 친환경은 가짜다

부산해상케이블카 검토 재개 찬반논쟁 여전공론화 필수

지하철역·빌딩에서 채소 재배스마트팜현주소는?

영하 40"추워서"집 안에서 폐타이어 태우는 나라

고양시의 10년 몽골 숲미세먼지 원인 모래바람이 사라졌다

변기에도 나노 혁명90%나 적게 쓴다

5060세대 반려식물 열풍에전용호텔까지 등장

뉴욕에서는 하늘위도 땅밑도 도시가 된다

런던도심 망치질 25년 노하우 사람이 먼저다

런던의 오른쪽 '심장'은 올림픽으로 부활했다

환경평가 날조 논란 대저대교 부산시-환경단체 간담회도 무산

[애니멀피플] 혼자가 아니야: , 우리, 지구 그리고 비건

낚시하다가 바다로 쓰레기·오물 버리면 과태료 50만원...내년 221일부터

소수 전유물’ vs ‘부산 랜드마크해운대 엘시티 의견 분분

대도시시장"공원부지매입지 국고 지원해달라" 건의

엘엔지(LNG) 발전 천연 아니었나?곳곳에서 반대

제주 2공항 예정지 성산 일대환경단체들 ‘SOS’ “여기, 비행기가 뜨면 우린 사라진다

기후변화 막을 최선의 실천은 '채식'

과학자들 충격 경고 "기후위기 '티핑 포인트' 이미 지났다"



물 있어도 미생물조차 못 사는 죽음의 연못찾았다

에티오피아 다나킬의 연못 달롤

·고염·고온 겹친 '무생물' 극한환경

'미생물 있다' 연구 결과 뒤집어

물 자체가 생명체 서식 기준 아닐 수도

화성 생명체 탐사에 시사점

 

달롤 지열대의 과산·고염·고온 등 3대 악조건을 갖춘 연못. 프리피카시온 로페스 가르시아 제공=연합뉴스

 

지하에서 뜨거운 물과 가스가 솟구쳐 나오는 심해 열수구(熱水口)나 유황온천과 같은 극단적인 환경에서도 미생물은 존재한다. 지구에서는 물이 있는 곳에서 이들이 없는 곳을 찾기가 어려울 만큼 강한 생명력을 보이지만 에티오피아 다나킬의 '달롤(Dallol)' 연못만큼은 예외인 것으로 나타났다.

 

마그마가 용암이나 화산가스로 분출하는 화구(volcanic crater) 위에 형성된 달롤 지열대(地熱帶)의 연못들은 염도와 산도가 극히 높은 데다 수온마저 겨울에 45도가 넘어 생명체에는 3대 악조건을 갖고있다. 올해 발표된 한 연구는 달롤 연못에서 특정 미생물이 살 수 있다고 했다. 연구진은 극단적인 환경 조건이 겹친 곳에서도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사례라면서 화성의 초기 환경과 비슷하다고도 했다. 그러나 스페인과학기술재단(FECYT)에 따르면 프랑스국립과학연구센터(CNRS)의 생물학자 푸리피카시온 로페스 가르시아 박사가 이끄는 프랑스와 스페인 연구팀은 달롤의 연못을 조사해 어떤 생명체도 없다는 정반대의 결론을 내리고, 관련 논문을 '네이처 생태 및 진화(Nature Ecology & Evolution)' 최신호에 실었다. 연구팀은 미생물 존재를 주장한 앞선 연구 때보다 더 많은 샘플을 채취해 오염이 되지 않도록 통제하며 정밀 분석한 결과, 달롤 연못에서는 물론이고 인근의 마그네슘 염호(鹽湖)에서도 미생물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형광 유동세포분석과 염수 화학분석, X선 분광기와 결합한 전자현미경검사 등을 포함한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미생물이 있는지를 확인했다.

 

지열대 인근의 사막과 소금 계곡에서 소금을 좋아하는 호염성 고세균이 다양하게 발견됐지만 과산(過酸), 고염(高鹽)의 달랄 연못과 마그네슘이 풍부한 호수들에서는 어떤 미생물도 발견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수소결합을 억제하는 마그네슘 소금과 함께 과산, 고염, 고온 등의 극단적 조건이 중첩된 물리적 환경이 미생물마저 존재할 수 없게 만든 것으로 분석했다. 로페스 가르시아 박사는 이산화규소가 많은 달롤의 광물 침전물은 현미경으로 보면 미생물의 세포처럼 보일 수 있다면서 "앞선 연구에서는 샘플이 인근 토양의 고세균에 오염됐을 가능성 이외에도 이런 광물 입자가 화석화된 세포로 해석됐을 수도 있다"고 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가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한계를 설정하는 데 도움을주고 지구나 다른 행성에서 형태학적 생물 지표를 해석할 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특히 달롤처럼 물이 있어도 생명체가 살 수 없는 곳이 있다는 증거를 제시한 것은, 액체 상태 물의 존재를 생명체 서식 가능 여부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활용해온 화성 등 외계행성 생명체 탐사에도 시사하는 바가 큰 것으로 받아들여지고있다. 연합뉴스

 

낙엽도 자원인데생활쓰레기가 재활용 걸림돌

요즘 거리마다 낙엽 수거 작업이 한창입니다. 친환경 퇴비로도 쓰이고요. 예쁜 낙엽은 관상용으로도 재활용도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시민들이 낙엽더미에 함께 버린 쓰레기들입니다. 쓰레기를 골라내는 게 힘들어서 그냥 태워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오늘(23) 뉴스미션은 낙엽 수거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기자] 이곳은 서울의 단풍 명소로 유명한 위례성길입니다. 떨어진 낙엽이 늦가을 정취를 더해주지만 치우기 쉽지 않아 골칫거리인데요. 낙엽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뉴스미션이 따라가보겠습니다. 줄지어 선 가로수 아래로 낙엽이 수북이 쌓였습니다. 장비를 갖추고 청소 작업에 참여해봤습니다. 먼저 인도 가장자리로 쓸어냅니다. 한 곳에 밀어 모은 다음 자루를 준비합니다. 발로 고정하고 나뭇잎을 집어 넣습니다. 낙엽이 얼면 미끄러지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매일 치워야 합니다.

 

[송수호/서울 송파구청 환경공무관 : 차도에 떨어졌을 경우엔 배수로가 막혀서 비가 오거나 눈이 왔을 때 배수가 원활하지 못하다보면 물이 차는 경우도]

차지 않은 자루는 잠시 길에 두는데, 여기에 쓰레기를 버리는 시민들이 많습니다.

 

[송수호/서울 송파구청 환경공무관 : 쓰레기통처럼 활용하시는 거죠. 그걸 따로 다시 재분류를 해서 일을 두 번 하게 되는 거죠.]

꽉 채운 자루는 트럭에 실어 옮깁니다. 수거한 낙엽을 모아놓은 곳입니다. 썩지 않는 이물질이 섞여 있으면 재활용 될 수 없기 때문에 쓰레기는 손으로 직접 골라 내야 합니다. 청소차가 싣고 온 나뭇잎을 쏟아내고, 선별 작업이 시작됩니다. 한 명이 갈퀴로 더미를 긁으면 다른 작업자들이 걸려 나온 쓰레기를 집습니다.

 

[쓰레기 잡동사니죠 다 섞여서뭐 없는 게 없어요.]

페트병, 비닐포장재 등 생활쓰레기가 대부분입니다. 담뱃갑도 여러 개 나왔습니다. 불순물을 걸러내는 데 품이 많이 들다 보니 재활용 자체를 포기하는 지자체도 많습니다. 서울시 기준 낙엽의 절반 가량은 일반 쓰레기와 같이 매립되거나 태워집니다. 선별 후 상태가 좋은 낙엽은 남이섬 같은 곳에 깔려 재활용 됩니다. 농가로 보내지면 특용작물의 보온재나 친환경 퇴비로 사용됩니다.

 

[김일귀/농민 : 작물이 늘 심으면 연작 피해가 있어요. (낙엽을 뿌리면) 연작 피해가 없는 것 같고거름용으로 쓰니까 좋아요.]

낙엽은 이렇게 또 다른 자원으로 쓰입니다. 거리에 버려지는 쓰레기를 줄이는 만큼, 더 많은 나뭇잎이 농가에 쌓일 수 있지 않을까요. jtbc 최하은 / 주말취재팀 기자

 

미세 플라스틱, 청정 북극해까지돌고래 위에서 첫 발견

캐나다 수산해양부 주관 연구결과

최상위 포식자에게서 나올 줄 예상 못해

미세 플라스틱 오염 전 지구적 문제 확인

 

게티이미지뱅크

 

캐나다의 북극해에 서식하는 흰돌고래의 위 안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됐다고 CBC 방송이 22(현지시간) 전했다. 환경 연구 기관인 '오션와이즈'는 이날 북극해 연안에서 채취한 7마리의 흰돌고래 위장 내 내용물을 분석한 결과 전체 대상 검체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해당 검체는 2017~2018년 기간 채취된 것으로 연구진은 각 검체에 5이하 크기의 미세 플라스틱이 평균 10개 씩 포함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캐나다 수산해양부 및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과 공동 주관 아래 실시됐으며 해양 포유동물을 대상으로 한 미세 플라스틱 관련 연구로 캐나다에서 처음이다.

 

연구를 주도한 라이어넌 무어 박사는 "머나먼 북극해의 최상위 포식자에서 이런 결과가 나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미세 플라스틱 오염이 전 지구적 문제임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돌고래의 행동반경이 매우 넓은 만큼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 정부와 산업계 및 소비자 등 모든 당사자가 힘을 합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밝혔다.

 

발견된 플라스틱은 모두 9가지 종류로 주로 폴리에스터가 공통으로 포함됐다고 그는 설명했다. 미세 플라스틱이 흰돌고래 위로 유입된 정확한 경위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오염된 먹이가 주요 경로일 것으로 추정됐다. 무어 박사는 흰돌고래의 먹이 어류를 추적 조사하는 연구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해안으로 밀려온 고래 사체를 대상으로 한 기존 연구와 달리 건강한 생체를 직접 조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것으로 평가됐다. 연합뉴스


떠밀려 온 새끼 돌고래와 인증샷찍고 처참히 버린 관광객들

인증샷에 이용당한 뒤 처참하게 버려진 멸종위기 새끼 돌고래

멸종위기에 처한 돌고래가 인증샷욕심에 눈이 먼 사람들에게 이용당한 뒤, 장난감처럼 처참하게 버려졌다. 영국 일간지 메트로 등 해외 언론의 22일 보도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산타 테레시타 해변을 찾은 관광객들은 지난주 이곳 해변에서 해변으로 떠밀려 온 새끼 돌고래를 발견했다.

 


라플라타강돌고래, 또는 프란시스카나돌고래로 불리는 이 동물은 강돌고래과에서는 유일한 소형 돌고래로 남아메리카 동해안에 주로 서식한다. 당시 현장에 있던 목격자에 따르면 해변으로 떠밀려 온 새끼 라플라타강돌고래를 발견한 사람들은 이를 다시 바다로 돌려보내기는커녕 도리어 돌고래와 인증샷을 찍기 위해 몰려들었다. 마치 트로피처럼 돌고래를 안고 사진을 찍은 여행객들은 이미 숨을 거둔 돌고래 사체를 모래사장 위에 버려둔 채 떠나버렸다.

 

아르헨티나의 야생동물 보호단체인 비다 실베스트레 재단(Vida Silvestre Foundation)에 따르면 해당 돌고래는 다른 돌고래들과 마찬가지로 물 밖에서는 오래 버티지 못하기 때문에, 발견 즉시 최대한 빨리 바다로 돌려보내줘야 한다.

 

재단 관계자는 현장에 있던 관광객들은 인증샷을 위해 이러한 절차를 무시했고, 새끼 돌고래를 마치 장난감처럼 다뤘다면서 이는 죽은 새끼돌고래뿐만 아니라 새끼를 잃은 어미에게도 큰 상처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새끼 돌고래가 뭍에서 발견됐을 당시에 이미 죽어있었는지, 사람들이 인증샷을 찍는 과정에서 숨을 거뒀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일부 관광객들이 장난감처럼 돌고래를 끌어안고 사진을 찍은 뒤 일회용품처럼 모래사장에 이를 버리고 떠난 사실이 알려지자 비난이 쏟아졌다.

 

아르헨티나야생동물재단에 따르면 라플라타강돌고래는 멸종위기 리스트에 올라있으며, 대체로 남아메리카 남동부에서만 발견된다. 전 세계에 약 3만 마리만 남아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8대 환경 협력분야합의문 채택후쿠시마 오염수빠져

대기질·기후변화·해양환경 등 분야 선정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결정된 것 없어

 

23일 일본 기타큐슈에서 열린 ‘21차 한··일 환경장관회의환영만찬에서 조명래 환경부 장관,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환경성 장관, 리간지에 중국 생태환경부 장관(맨 왼쪽부터)이 건배하고 있다. 환경부 제공

 

한국·중국·일본의 환경 장관이 전 지구적 환경 파괴에 함께 대응하기 위한 8개 우선 협력분야를 선정한 공동합의문를 채택했다. 정부의 관심사안인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 문제는 이번 합의문에서 빠졌다.

 

환경부는 일본 기타큐슈에서 열린 ‘21차 한··일 환경장관회의(TEMM 21)’에서 일본, 중국 정부와 동북아와 전 지구적 환경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8개 우선 협력분야를 선정해 공동합의문에 담아 서명했다고 24일 밝혔다. 3국이 합의한 우선 협력분야는 대기질 개선 순환경제 해양·물 환경 관리 기후변화 대응 생물다양성 화학물질 관리와 환경재난 대응 녹색경제로의 전환 환경교육과 대중 인식·참여 등이다. 3국은 앞으로 이번에 선정한 8개 협력분야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협력사업을 논의한 뒤 내년 한국에서 열릴 예정인 ‘22차 한··일 환경회의에서 ‘3국 공동행동계획(20202024)’을 채택하기로 했다.

 

다만 정부의 관심 사안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처리 문제는 이번 합의문에서 빠졌다. 전날(23) 열린 한·일 장관 회담에서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한 한국의 우려를 언급하며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환경성 장관에게 주변 나라들이 신뢰할 수 있도록 원전 오염수 처리 현황 등 정보를 공개할 것을 요구했지만 고이즈미 장관은 방사능 오염수 처리 방식에 관해선 결정된 바가 없다며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을 되풀이했다. 고이즈미 장관은 현재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에 맞춰 폐기물 처리를 하고 있다과학적 근거에 따라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국제사회에 지속해서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9월 하라다 요시아키 전 환경성 장관이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 이후 논란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한편, 이날 리간지에 중국 생태환경부 장관과의 한·중 회담에서는 지난 4일 발표한 청천(맑은하늘) 계획의 구체적인 추진방안이 논의됐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수백 년 견디는 '살아있는 다리'의 비밀

인도 전통기술, 고무나무 공기뿌리 자라 얽혀 다리 형성

 

고무나무의 공기뿌리로 만들어진 살아있는 다리’. 시간이 갈수록 자라 튼튼해진다. 페르디난드 루드비히 교수 제공.

 

인도 북동부 메갈라야주는 연평균 강수량이 12000에 이르는 세계에서 가장 비가 많이 오는 아열대림 지역이다. 이곳 산악지대 원주민인 카시족과 자인티아족은 석회암 지대의 가파른 협곡에 물이 차오르는 몬순 때마다 고립됐다.

 

다리가 필요하지만, 대나무나 목재로 만든 다리는 습한 날씨에 쉽게 썩어 떠내려가고, 강철이나 콘크리트 다리는 비싸기도 하거니와 결국 낡아 무너지기 마련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민들이 오래전부터 찾은 해결책은 살아있는 다리를 만드는 것이었다.

인도고무나무의 공기뿌리를 강 건너로 유도하는 방식으로 나무다리를 만들면, 시간이 지날수록 다리가 자라 점점 튼튼해지는 실용적이고 지속가능한 건축물이 된다. 페르디난드 루드비히 독일 뮌헨공대 교수 등 연구자들은 인도의 살아있는 나무다리에 대한 최초의 체계적인 현지조사를 통해 주민의 전통지식으로 지은 이 다리가 수백 년을 견디는 비결을 찾아냈다.

 

메갈라야의 살아있는 다리는 오래전부터 알려졌지만, 체계적인 조사가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854년 그림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연구자들은 모두 74개의 다리를 분석 대상으로 수천장의 사진을 촬영해 3차원 입체 모델을 만들고, 형태와 구조, 관리 방법 등을 조사했다. 루드비히 건축학 교수는 촘촘하게 서로 꼬인 뿌리가 안정된 다리를 형성하는데, 가장 긴 것은 50m가 넘는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가정에서 화분에 많이 재배하는 인도고무나무는 자연상태에서 보통 3040m, 크게는 60m 높이로 자란다. 정글의 숲 지붕(수관)에서 새의 배설물을 통해 옮겨져 싹튼 고무나무는 숙주 나무 아래로 수많은 공기뿌리(기근)를 뻗는다.

 



인도고무나무의 공기뿌리. 정글의 숲 지붕에서 숙주 나무를 죽이고 거대한 나무를 지탱하는 것은 서로 얽힌 공기뿌리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뿌리는 서로 얽히고 결합해, 마치 건축물 거푸집처럼 숙주 나무를 에워싸 결국 숙주를 죽인다. 숙주 나무가 썩어 없어져 가운데가 텅 빈 공간에서 공기뿌리끼리 튼튼한 구조물을 이루는 고무나무의 속성이 살아있는 다리의 핵심이다.

연구에 참여한 토마스 스펙 독일 프라이부르크대 식물학 교수는 다리 놓기 공사는 다리의 끝이 놓일 절벽 끄트머리에 고무나무를 심는 것으로 시작된다나무가 자라 공기뿌리가 나오면 대나무나 야자 줄기로 만든 틀에 감아 강 건너 다리 쪽으로 수평으로 자라게 유도한다고 설명했다.

 

움모노이 다리는 53m로 가장 긴 살아있는 다리이다(a). 다리 위에서 본 바닥 모습(b). 페르디난드 루드비히 외 (2019) ‘사이언티픽 리포트제공.

 

뿌리가 강 건너편에 도달하면 땅에 심는다. 새로 공기뿌리가 생겨나고, 기존의 뿌리는 점점 굵어지면서 서로 얽혀 접합하는 현상이 일어난다. 스펙 교수는 식물 줄기에 상처가 나면 세포가 분열해 상처를 막고 비대해지는 현상을 나타내는데, 같은 원리로 공기뿌리끼리 만나 하나로 뭉치는 접합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접합은 자연적으로 또는 사람이 매듭을 지어줘 형성되는데, 결과적으로 전체 뿌리의 강도를 강화하는 구실을 한다.

 

공기뿌리를 이용해 인위적으로 매듭을 지은 모습(). 이 부위는 결합되고, 그곳에서 새 공기뿌리가 나와 구조를 강화한다(아래). 페르디난드 루드비히 외 (2019) ‘사이언티픽 리포트제공.

 

뿌리가 서로 얽히고 융합해 튼튼한 구조물을 이루고, 손잡이를 만들고, 바닥을 채워 제 기능을 하는 다리를 만들려면 오랜 세월이 걸린다. 연구자들은 현재 주민이 만들고 있는 살아있는 나무다리뿐 아니라, 알려진 조상이 시작해 200년 된 다리, 그리고 마을만큼 오랜 수백 년의 역사를 지닌 다리도 확인했다. 다리 만들기를 시작한 지 66년이 됐는데도 아직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다리도 있었다.

 

뿌리가 점점 자라 다리가 튼튼해지는 것은 좋지만 늘어나는 무게는 어떻게 감당할까. 다리를 이용하는 사람과 짐의 무게, 그리고 홍수 때는 범람하는 물살의 하중까지 견뎌야 한다.

연구자들은 하중을 주로 받는 수평 방향의 뿌리 단면이 뒤집힌 ‘T’ 자 모양으로 심하게 변형된 사실을 발견했다. 또 수직 방향의 뿌리 단면에 원형이 많았지만 수평 방향에는 타원형이 많았다. 스펙 교수는 뿌리는 기계적 하중에 이차적인 성장으로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농그리아트 마을의 복층 살아있는 다리 모습. 여러 세대에 걸쳐 짓고 수백 년을 쓰는 지속가능한 건축물이다. 아르쉬야 우르비자 보세,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고무나무를 이용한 살아있는 다리는 인도 산악지대의 토착기술이지만 현대 건축에 응용할 수도 있다. 이른바 식물 건축이 그것이다. 루드비히 교수는 식물 건축이 기후변화의 충격에 더 잘 적응한다고 말한다. 그는 석재, 콘크리트, 아스팔트는 고온 사태 때 빠르게 더워지기 때문에 특히 도시에서 열 스트레스 문제를 일으킨다. 그러나 식물은 냉각 기능이 있어 도시 기상을 완화한다. 식물 건축의 개념은 나무를 심을 공간을 새로 만드는 게 아니라, 나무를 아예 건축의 필수 구조물로 삼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는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 822일 치에 실렸다.

 

살아있는 나무를 주요한 건축 재료로 쓰는 식물 건축이 기후변화 시대에 관심을 끌고 있다. 루드비히 쇤레 제공.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Ferdinand Ludwig et al, Living bridges using aerial roots of ficus elastica an interdisciplinary perspective, Scientific Reports (2019) 9:12226, https://doi.org/10.1038/s41598-019-48652-w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입주를 앞두고 있는 부산 해운대구 엘시티가 23일 오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기념하기 위해 불을 밝히고 있다. 최고 101층인 엘시티는 특별정상회의 기간인 27일까지 전체 건물 점등 이벤트를 한다. 이재찬 기자 chan@

 

한라산 소나무숲, 10년 새 51.4늘어났다

북서쪽 등 고지대로 확산기후변화가 영향 미친 듯

제주 한라산에 소나무숲 면적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나무숲은 한라산 내에서도 고지대로 확대됐는데, 이는 기후변화가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크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국토지리정보원으로부터 받은 항공사진을 이용해 한라산국립공원 소나무숲의 면적과 분포지역의 해발고도, 지역별 분포 특성 등을 분석한 결과 20061208.5에서 20151259.910년 동안 51.4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24일 밝혔다.

 

한라산 소나무숲은 면적의 80%가 해발고도 1010~1400m 구간에 집중적으로 분포됐다. 이는 육지부의 소나무숲이 해발고도 200~300m 사이에서 주로 발견되는 것과 차이를 보인다. 국내 소나무 분포를 보면 완도 200m, 금강산 100~180m, 백두산 300~900m 사이에 주로 서식한다.

 

소나무숲의 해발고도 변화를 보면 한라산 북서쪽인 개미등지역의 소나무숲은 약 30m 상승했고, 북동쪽의 속밭지역은 약 10m 하강했다. 연구진은 소나무숲 분포 면적이 확대됐으며, 해발고도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소나무숲은 특히 고지대 중에서도 초지, 키 작은 나무가 많은 숲을 위주로 면적을 넓혔다. 또 한라산에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제주 조릿대가 적게 분포한 지역을 중심으로 확대됐다.

 

한라산 소나무숲의 고지대로의 확장에는 기후변화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김종갑 연구사는 “10년간 면적변화인 만큼 기후변화라고 단정적인 표현을 쓸 수는 없지만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크다구상나무에 이어 소나무도 제주조릿대가 분포하는 지역에서는 잘 자라지 못했다고 말했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김종갑 연구사가 연구한 이번 한라산국립공원 내 소나무림 공간변화를 국내 학술지인 한국환경생태학회지를 통해 발표했다.

고길림 세계유산본부장은 이번 연구는 한라산 내 소나무숲의 면적과 변화추이를 과학적으로 밝힌 결과라며 이전에 발표한 구상나무림 공간변화와 함께 기후변화에 따른 고산지역의 식생변화연구의 학술적 토대가 마련됐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숲을 없애고 태양광 발전, 이런 친환경은 가짜다

[초록發光] 생태적 가치 외면한 재생에너지 시설은 곤란

우리나라는 공급 에너지의 94%를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에너지 안보에 매우 취약하다. 뿐만 아니라 원자력과 석탄 화력 발전 의존도가 매우 커,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온실가스를 내뿜는 석탄 화력 발전으로 인한 기후위기를 극복할 대안으로, 둘 곳 없는 위험한 핵폐기물을 생산해내며 위험한 발전을 지속해야 하는 원자력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에너지 자립을 위해서도, 수입할 필요도, 연료비를 낼 필요도 없는 자연이 주는 무한한 에너지원인 햇빛과 바람의 힘을 이용하여 재생 가능한 에너지 시스템을 시급히 구축해야 한다.

 

그러나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과정이 녹록치 만은 않다. 민원 때문에 부지를 구하기 어렵다는 아우성도 있고, 부지를 어렵게 구해 발전소를 건립해도 계통 연계가 어려워 대기 중인 물량이 6GW에 이른다는 난감한 소식도 들린다.

 

재생에너지는 확대되어야 하지만, 산촌 마을에 무분별하게 들어서는 태양광과 풍력 발전소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주민뿐만 아니라 환경단체도 반대한다. 재생에너지 시설이 보존해야 할 생태적 가치가 큰 환경을 파괴하고 들어서는 것까지 묵인하기는 곤란하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모든 개발행위는 일정 부분 환경 훼손을 전제로 하지만, 여기에서 말하는 환경훼손이란 난개발로 인한 환경훼손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난개발일까? 그것을 구분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우리는 이미 무분별한 난개발로 인한 환경훼손을 막기 위해 사회적으로 합의한 결과를 명시한 규제를 갖고 있다. 개발행위에 대한 규제와 절차로서 국토이용측면을 비롯하여 자연환경보전, 산지관리, 수자원보호, 환경영향평가 등에 따라 법률로 규정한 보전지역에서의 개발행위는 제한했다.

 

종종 재생에너지 규제가 너무 심하며, 친환경에너지라고 불리는 시설에 이러한 법률 적용의 예외나 완화가 필요하다는 요구를 듣는다. 환경 유해 시설이라고 불리는 개발사업의 요구와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를 왜 확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본래적 의미와 목적 대신, 재생에너지를 산업적 측면에서만 바라본 것은 아니냐는 우려가 든다. 보전지역을 지키는 문제보다 석탄 발전 조기 폐쇄를 완료하기 위해 탄소 저감 효과가 큰 태양광 시설의 가치를 더 우위에 두고 추진해야 한다는 생각 역시 우려한다.

 

생애 전 주기로 보아 탄소를 극히 소량 배출하는 재생에너지시설은 석탄 화력 발전에 비해 매우 유의미한 탄소 배출 감축 효과가 있다. 그러나 태양광이나 풍력이 산림에 비해 탄소 감축효과가 몇 십 배나 된다는 주장은 억지에 가깝다. 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흡수하는 산림과, 타 발전원에 비해 탄소 배출량이 적은 재생에너지의 감축 효과를 비교하는 것은 전제부터 잘못 되었다. 탄소 흡수원과 배출 감축원은 애초에 비교 대상이 아니다.

 

산림은 탄소를 흡수하는 기능만 갖고 있는 것 또한 아니다. 탄소를 저장하고 산소를 공급하는 기능 외에도 대기오염 정화, 물의 저장, 토양 유실 방지, 동식물의 서식 공간, 경관 등의 여러 공익적 가치가 있다. 일몰제에 놓여 사라질 위기에 처한 도시공원을 밀어내고 태양광 발전을 하자고 하면 동의할 도시민이 과연 얼마나 될까? 에너지전환이 시급하니 그러해야 함이 마땅하다 말할 수 있을까?

 

산촌에 지어지는 태양광을 바라보는 주민의 시선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마을 산에 들어서는 태양광과 그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강경함이 이해가 간다. 집 앞의 들판과 숲이 하루아침에 태양광모듈로 덮이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물론 여기에는 부동산 가치 하락이 주는 재산상의 불이익에 대한 저항 역시 존재한다. 그래서 태양광발전사업이 주민의 발전사업 참여를 통해서 이익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지 않는 한, 외부 발전사업자의 수익만을 위한, 그리고 마을 경관 훼손뿐인 태양광 사업에 그 마을에 살아가는 주민의 동의를 받기란 쉽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에너지기술연구원이 분석한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잠재량은 태양광 321GW, 풍력 39GW. 연간 발전량으로 환산하면 530TWh나 되어 2015년 국내 전체 발전량과 맞먹는다. 태양광과 풍력만으로도 감당할 수 있는 입지 가능성은 이미 충분히 존재한다. 이 잠재량은 생태자연도 1등급, 자연환경보전지역, 문화재지역, 야생동물보호구역, 천연기념물 서식지, 갯벌, 수자원보호구역, 농업진흥구역 등을 제외하고 주요도로 6m이상 도로로부터의 100미터 이격 등을 고려하여 연산한 결과다. 생태적으로 민감하며, 보전가치가 있는 곳은 애초부터 계산에 넣지 않았다.

 

풍력 발전 입지는 풍황(풍력자원 현황, 발전기 성능을 최대화하는 바람 패턴)보다 생태적 민감도를 우선 고려하여 정해야 한다. 기 훼손지를 우선으로 독립산지나 분지맥을 찾아보고, 부지를 구할 수 없다면 지맥 기맥 순으로 모색해야 한다. 태양광이나 풍력발전을 둘러싼 갈등이 커지고 민원비용이 올라가는 이유는 그저 손쉬운 곳, 저항이 적은 곳, 가장 가격이 저렴한 곳을 찾아다니면서 발전 사업을 우후죽순 시행한 결과이기도 하다.

 

자연환경보전법상 보전해야 하는 곳으로 정해 둔 생태자연도 1등급지에 풍력이 들어선다면 이를 친환경발전설비라 부를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을 해야 한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이 큰 나라들의 경우 보전 가치가 있는 환경을 훼손하면서 태양광과 풍력 설비를 허용하지는 않는다. 손쉽게 가려는 개발사업의 관성이 친환경개발사업에 그대로 적용된다면 과연 이것이 생태적인 것인지,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인지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개발론자들과의 논쟁이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둘러싸고 전개되어야 한다는 사실은 기실 낯선 것임에 틀림없다.   녹색연합 전환사회팀장 임성희 / 프레시안

 

부산해상케이블카 검토 재개 찬반논쟁 여전공론화 필수

, 내년 2월 관련 용역 발주

- 해운대 송림공원~이기대공원

- 4.2구간 설치 타당성 검토

 

부산시가 찬반 논란이 뜨거운 부산해상관광케이블카(해운대~이기대) 건설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에 나선다. 지난 수년간 관광 인프라 확충과 환경 파괴 우려 등 논쟁을 촉발시킨 부산해상관광케이블카 사업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 관광업계와 지역 학계에서는 이 같은 논란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남 통영이나 전남 목포의 해상케이블카 추진처럼 주민투표나 여론조사를 통한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시는 내년 2월께 부산 관광인프라 확충을 위한 용역을 발주할 예정이라고 24일 밝혔다. 사업비는 2억 원으로 용역기간은 10개월가량이다. 이 용역은 부산해상관광케이블카 사업 추진을 포함해 지역 관광인프라 건립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이번 용역의 핵심은 부산해상관광케이블카 사업의 추진 여부다. 2016년 민간사업자인 부산블루코스트가 해운대 송림공원~이기대공원 해상 4.2구간에 해상케이블카 건립을 제안한 사업으로, 찬반 논란이 일면서 현재는 추진이 중단된 상태다.

 

부산블루코스트는 6000억 원가량의 사업비를 들여 광안대교와 나란히 해상관광케이블카를 설치할 계획이다. 사업이 성사되면 연간 312만 명의 국내외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은 물론 생산유발효과가 12800억 원에 달한다는 것이 부산블루코스트 측의 설명이다. 취업유발효과도 2만 명 수준에 이른다.

 

부산해상관광케이블카 사업은 지난해 시의 시민 정책제안 사이트인 ‘OK 1번가베스트 시민 제안으로 꼽혔다. 해상케이블카가 부산의 해양관광의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는 찬성 입장도 있지만 인공구조물 설치로 환경 파괴와 난개발을 초래할 수 있다는 반대 입장도 만만찮다.

 

관광업계와 지역학계는 이 같은 논란을 해결하려면 시가 방관자적 자세를 버리고 시민 의견 수렴에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블루코스트 측도 지역 갈등을 유발, 방관하기보다는 주민투표나 여론조사를 통한 공론화가 필요하다. 전적으로 공론화를 통한 시민의 의견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시 조용래 관광마이스산업국장도 전문가 진단과 공론화 과정 등을 거쳐 최종 설치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게 시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장호정 기자 lighthouse@kookje.co.kr


지하철역·빌딩에서 채소 재배스마트팜현주소는?

4차 산업혁명으로 기술이 발달하면서 농업 분야에도 많은 변화가 생기고 있는데요.경험에 의존하던 과거와 달리 농업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해 효율성과 편리성을 높이고 있죠.

 

[기자] 스마트팜 어디까지 왔을까요?

[앵커] 도심 속 빌딩에서도 이뤄진다고 알고 있는데... 도서관 한쪽에서도 스마트팜이 있다고 해요.

[기자] 스마트팜이 이뤄지는 공간이 점점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지하철역에도 있고요. 마트와 식당도 있는데요 그리고 작물의 종류도 다양한 채소를 넘어 새싹삼까지 재배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또 한 마트에선 일반인들이 농장을 분양받아 신선한 '나만의 채소'를 맛볼 수 있다고 하는데요 공간과 계절의 제약을 극복한 스마트팜의 현주소, 현장을 찾아가 봤습니다.

 

[리포트] 서울 지하철 7호선 상도역입니다. 지하로 내려가면 알록달록 불빛 펼쳐지는 공간이 나타납니다. 거대한 유리벽으로 외부 공기와 차단을 했습니다. 마치 최첨단 시설을 갖춘 연구소 같기도 한데요. 이곳엔 수직 형태로 층층이 초록빛 식물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바로 정보통신기술과 농업이 만나 이룬 지하철 스마트팜 공간인데요.

 

[이황명/서울교통공사 관계자 : "녹색 식물로 사람들의 마음에 쉼표로 다가가고 스마트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기 위해 2019년에 서울시와 함께 스마트팜을 시범 운영하게 됐습니다."]

이곳은 면적 394규모의 실내 수직농장으로 파종부터 수확까지 전 과정을 로봇이 스스로 작동하여 식용 채소를 재배하고 있는데요. 햇빛 하나 들어오지 않는 실내이지만 칸칸의 LED 조명이 식물의 광합성을 돕고 작은 환풍기에선 바람이 나와 작물 사이에 공기의 흐름을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영양액을 섞은 물이 작물의 뿌리 부분에 순환해 식물을 생산하는 수경재배 방식인데요.

 


[강대현/지하철 스마트팜 관계자 : "(스마트팜은) 기존의 전통적인 농업에서 정보통신기술 즉, ICT 기술을 접목해서 이산화탄소, 햇빛, 영양분 등을 과학적인 방식으로 컴퓨터로 제어해서 과학적으로 영농하는 방법을 총칭하는 말입니다."]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미리 예약하면 지하철 스마트팜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데요. 수확하고 맛보는 기회까지 얻은 어린 꼬마들, 호기심 가득하죠.

 

["맛있어요"]

지하철역 한쪽에는 카페도 마련되어 있어 스마트팜에서 재배한 채소를 직접 살 수도 있고요.

스마트팜 채소로 만든 샐러드와 음료도 맛볼 수 있습니다.갓 수확한 맛은 어떨까요?

 

[김택진/서울시 동작구 : "(주스가) 아주 달지도 않으면서 부드럽고 지하철 타고 지나가다가 자주 들를 것 같습니다."]

스마트팜은 서울 한복판의 한 빌딩에도 자리 잡았습니다. 건물 지하의 아담한 공간에 붉은 조명이 가득한데요. 이곳에선 무엇을 재배할까요? 바로 삼의 한 종류인 산양삼의 새싹입니다

 

[최정원/새싹삼 스마트팜 관계자 : "산에서 1~2년 자란 묘삼을 가져와서 선별하는 거죠. 무농약으로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새싹삼을 키우고 있습니다."]

농사 기술에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해 만들어진 실내 농장인데요. 낮에는 LED로 빛을 공급하고 밤에는 불을 꺼서 적절한 환경을 조성해주고요. 한 시간마다 물을 공급해서 관리해주는 등 모두 자동 제어 시스템으로 이뤄집니다.

 


새싹삼 수확까지 걸리는 시간은 20!

한 달이면 25천 뿌리를 수확할 수 있는데요 자연재해 걱정 없이 연중 균일하게 재배 가능한 장점이 있습니다. 이번엔 도심 속 마트로 가봅니다. 과일과 채소 판매대 한쪽에 스마트팜 공간이 마련됐습니다. 실내에서 채소를 직접 키워서 판매도 하는 건데요. 그런데 층마다 이름표가 붙었습니다. 실내 농장을 분양받은 고객의 이름들입니다.

 

[김도호/마트 스마트팜 관계자 : "소비자한테 더욱 신선한 채소를 균등한 가격으로 공급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도심에서도 나만의 채소를 키울 수 있는 스마트팜을 도입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도심 속 스마트팜은 어떤 방식으로 종자의 싹을 틔우고 재배하는 걸까요?

먼저 종자를 스펀지 구멍에 하나씩 맞춰 넣어 균일하게 자랄 수 있게 일시 파종을 합니다.

스마트팜 수경재배로 3일간 발아 후 어린잎이 되면 좀 더 큰 칸으로 옮겨 심어 주는데요.

 

[정재훈/마트 스마트팜 관계자 : "이 정도 크기가 3주 정도 된 크기고요. 여기 옮긴 지 20일 정도 자라면 수확할 수 있을 정도의 크기가 됩니다."] 40일 정도 지나면 수확을 할 수 있다는 건데요. 이곳에선 바질, 로메인 등의 채소를 재배하고 있습니다. 미리 신청하면 누구나 7천 원의 비용으로 채소 3포기를 분양받을 수 있어 마트에서 나만의 농장을 갖게 되는 셈입니다.

 

이제 음식점에도 스마트팜이 등장했습니다. 이곳은 각종 채소와 버섯, 소고기를 샤브샤브로 먹을 수 있는 뷔페인데요. 음식점 한쪽에 자리한 스마트팜에서는 로메인부터 버터헤드, 이자트릭스, 스텔릭스 모두 네 가지 종류의 채소, 200포기가 자라고 있습니다.

 

[한원석/식당 스마트팜 관계자 : "스마트팜 도입 후 이곳에서 채소를 직접 키우니까 손님에게 좋은 식자재를 1365일 언제든지 제공해드릴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채소는 매일 자랄 때 마다 수확해서 식재료로 활용하고 있는데요. 유통 과정을 없애 가격 부담을 줄이고 신선함을 유지하는 장점이 있다고 합니다.

 

[윤지영/경기도 고양시 : "자기가 먹을 걸 직접 보니까 훨씬 건강하게 먹는 느낌이 들어요."]

도심 속으로 들어온 스마트팜!

공간과 계절의 제약을 극복한 만큼 앞으로도 우리 농업 발전의 새로운 동력으로 거듭나길 바랍니다. 김기흥 기자 heung@kbs.co.kr


영하 40"추워서"집 안에서 폐타이어 태우는 나라

영하 40도 추위 견디기 위해 정제되지 않은 생석탄·폐타이어·쓰레기 마구잡이로 연소겨울철 울란바토르 초미세먼지(PM2.5) 농도 3320/m³

겨울철 전 세계에서 가장 대기질이 좋지 않은 도시, 몽골 울란바토르. 한 겨울에 울란바토르 칭기즈칸 국제공항에 내려 시내로 향하면, 기대했던 푸른 초원 대신 눈에 들어오는 건 꽉막힌, 답답한 대기다. 텁텁한 공기에 먼지 냄새로 숨도 턱 막힌다.

 

울란바토르의 겨울철 나쁜 대기질은 익히 알려져있다. 미국 타임지에 따르면 20161월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3320/m³을 기록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한해 평균 초미세먼지 권고기준이 10/m³이란 것이나 지난 3일 인도 뉴델리에서 초미세먼지 농도 900/를 넘겼을 때 휴교령이 내려지고 여객기가 뉴델리를 피해 다른 도시에 착륙하는 등 보건 비상사태가 선포됐던 것 등을 고려할 때 이는 엄청난 수치다. (살기 위해서.. '산소'를 음료로 마시는 나라 [이재은의 그 나라 몽골 그리고 대기오염 ] 참고)

 

그렇다면 대체 몽골의 경제·문화·교육 중심지이자 수도인 울란바토르의 겨울은 왜 이렇게 비정상적으로 미세먼지 수치가 높을까. 근본 원인은 지형적이나 강수 요인 등이 꼽힌다. 울란바토르는 산들에 둘러싸인 해발 1351m의 고지대 분지 도시다.

 

이 경우 산맥으로 둘러싸여 도시내로 공기가 잘 들어오지 않아, 한번 오염 인자가 도시 안에 들어오면 바깥으로 빠져나가기 힘들다. 특히 겨울철엔 지표가 빨리 냉각되고, 상층 공기는 지표보다 따뜻한 이상기온 현상(기온역전현상)이 자주 나타난다. 이 같은 현상이 생기면 대기가 안정돼 대류 작용이 약화되면서 복사 안개와 오염된 대기가 결합해 스모그 현상이 자주 발생한다.

 

적은 강수량도 몽골의 대기오염을 강화한다. 몽골은 뚜렷한 대륙성 기후로, 기온변화가 잦고 기온차가 크지만 강수량이 매우 적다. 특히 겨울엔 매우 춥고 건조해 거의 눈이 내리지 않는다. 강수량에 따른 세정효과도 나타나지 않으니 한번 발생한 오염물은 울란바토르 하늘에 그대로 갇히는 셈이다.

 

하지만 단순히 지형적 요인이나 강수량만을 탓하긴 어렵다. 불과 수십년 전까지만 해도 울란바토르는 몽골의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꽤나 '청정'하다는 평을 들었다. 페르난도 마르티네스 미 애리조나대학교 천식 및 기도질병 연구소장은 미 쿼츠에 "울란바토르가 늘 이런 상황이었던 건 아니다"라며 "소련의 몰락 뒤 몽골이 시장기반경제를 채택하고 내부 변화를 겪으며 대기 문제도 심각해졌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수년 사이 왜 이렇게 울란바토르의 공기질은 급격히 악화됐을까. 먼저 '몽골의 사막화'로 인한 먼지가 상당 부분 공기 오염에 기여했다. 사막화란 숲과 초지가 사라지고, 강과 호수가 마르면서 메마른 사막으로 바뀌는 현상을 말한다.

 

몽골 환경부와 시민단체 푸른아시아 등에 따르면 과거 100년간 세계 평균기온이 0.89도 오르면서 '대륙' 몽골은 더 가파른 기온 변화를 겪었다. 지난 60년간 몽골의 연평균 기온은 2.1도 상승했다. 이 같은 기온 변화는 빠른 사막화로 연결됐다. 지난 10년 동안 호수 1166, 887, 2096개 등이 사라졌다. 1990년대까지 몽골 전체 면적의 40%를 차지하던 사막은 2010년 기준 78%까지 확대됐다. 이제 몽골 국토의 약 80%에 이르는 면적이 사막인 셈이다.

 

사막화는 더 잦은 황사(모래먼지 폭풍·호이 샤리흐)를 몰고왔다. 건조해진 대지에서 뜨거운 지면과 차가운 공기가 만나 만들어진 회오리 바람이라, 호이 샤리흐는 20m/s 이상으로 바람 세기가 매우 강하다. 사막화로 인한 상승기류에 따라 바람은 점점 강해지고 있다. 몽골은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황사 발생 일수가 한해 10일에 불과했지만, 2010년대 들어 50일로 급증했다..

 

사막화 문제는 단순히 황사 발생 일수를 늘렸다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몽골인들은 대대적으로 유목생활을 하며 살아왔다. 유목민은 건조한 대륙기후에 살기에 농사가 여의치 않아 가축을 방목하기 위하여 항상 목초지를 찾아다니며 이동생활을 하는 민족을 가리킨다. 하지만 사막화 때문에 더 이상 이들은 초원의 풀을 찾지 못했고, 가축도 죽어갔다. 이들은 살 터전을 잃었다.

 

결국 이들은 기존의 터전을 버리고 떠나야만 했다. 환경난민이 된 것이다. 아시아개발은행(ADB)2011'기상 재앙'으로 고향을 떠난 아시아 지역의 환경 난민이 3000만명에 이르고, 이 중에는 사막화 피해자도 포함됐다. '환경 난민'이 된 과거의 유목민들은 살 궁리를 찾아 도시로 몰려들었고, 도시에서 '빈민'이 됐다.

 

게르촌 /사진=유니세프

 

이는 또 다른 비극을 낳았다. 울란바토르 인프라가 확립되는 속도보다 더 빨리 인구가 늘면서 도시는 그야말로 아비규환의 현장이 된 것이다. 울란바토르엔 이제 몽골 인구의 절반 수준인 140만명이 거주한다. 이중에서 빈민촌 '게르촌'(게르·나무로 만든 뼈대에 짐승 털로 만든 두꺼운 천을 씌운 몽골의 전통 가옥)에만 80만명이 거주한다. 게르촌 인구는 2000년까지만 하더라도 20만명에 불과했다. 이 증가 속도를 본다면 얼마나 마구잡이식으로 인구가 늘어났을지를 짐작할 수 있다.

 

인구는 빠르게 늘어났지만, 이를 뒷받침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빠르게 인구가 늘어난 게르촌엔 급수, 전력, 난방 등 인프라가 연결되지 못했다. 게르촌 빈민들은 한겨울엔 영하 40도까지 내려가는 대륙성 강추위를 버티기 위해서 값이 저렴한 생석탄(원탄)을 구매해 게르 안에서 피웠다. 생석탄은 채굴 뒤 가공하지 않은 석탄으로 보통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사용하는 무연탄 등에 비해 더 많은 오염물질을 배출한다. 생석탄이 연소하면서 뿜어내는 연기는 울란바토르의 대기를 심각하게 오염시켰다.

 

그나마 생석탄을 구매한 이들은 사정이 나은 이들이었다. 돈이 더 없는 이들, 갓 도시에 상륙한 이들은 그저 연소가 가능한 것이라면 닥치고 이를 태웠다. 나무, 폐가구, 폐타이어, 쓰레기 등이 모두 '난방 재료'로 선택돼 마구 태워졌다. 몽골 정부는 울란바토르 대기오염에 대해 가정 내 난방과 취사를 위한 연료 연소가 80%, 차량이 10%, 화력발전소가 6% 정도라고 분석했다.

 

울란바토르 대기 오염 때문에 이곳을 벗어나 교외로 떠나는 가족들이 늘고 있다. /사진=AFP

 

몽골의 '비현실적인 대기오염'에 매년 4000명의 울란바토르 시민이 대기오염으로 인한 호흡기, 심혈관, 신경계 장애를 겪고 조기사망하는 등 피해가 커지고 있다. 최근 울란바토르에선 다시 도시를 빠져나가는 현상이 조명됐다. 살 궁리를 찾아 도시로 이주했지만, 자식들이 죽는 걸 보며 더 이상 도시에 붙어있을 수 없어 다시 새 터전을 향해 떠나는 현상이다. 울란바토르 도시 외곽에서 약 80km 떨어진 에르덴(Erdene)도 그 사례다. 최근 에르덴엔 4000명이 모인 정착촌이 생겼다. 울란바토르에서 병에 걸린 아이를 데리고 이곳으로 요양온 가족이 대부분이다.

 

몽골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지난 5월 몽골 정부는 "앞으로 울란바토르에서 생석탄 사용을 금지하고, 게르촌에서 밤에 사용되는 전기료를 보조하겠다"며 대대적인 변화를 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게르촌에선 회의적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아무리 할인을 해줘도 게르촌 빈민들에겐 전기료가 비싸게 느껴지는 데다가, 대부분의 게르촌 가정은 중앙난방시스템에 연결조차 돼있지 않다는 것이다.

 

몽골 정부는 또 2020년까지 10만호 주택건설 사업, 게르촌 재개발, 신도시 개발 등 주택 및 도시개발 사업 등을 발표하고, 새로 주택이 지어지는 2020년까지 울란바토르로의 이주를 금지했다.

 

하지만 최근 경기침체 및 정부재정 악화로 인해 10만호 주택 사업 등이 중단된 데다가, 대부분의 환경난민들은 금전적 상황이 좋지 않아 사람들의 눈을 피해 밤에 이동하기에 이 마저 현실과 괴리된 정책이란 목소리가 나왔다.

 

미국 매체 쿼츠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울란바토르의 절망적 상황을 바꾸기 위해선 "도시 인프라의 근본적 변화를 통해 생석탄이나 폐타이어 등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한다"고 봤다. 몽골 정부도 이에 동감한다. 다만 이 같은 막대한 투자를 할 여력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국제적 도움이 필요한 이유다.

 

최근 한국은 민관 양측에서 몽골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대한항공, 비씨카드, 오비맥주, KB국민은행, 유한킴벌리, 국내 기업들과 서울시, 고양시, 수원시, 성동구 등 국내 지자체들은 사막화를 막기 위해 몽골에 숲을 조성하는 등 사막화 방지에 나섰다. 시민단체 활동도 눈에 띈다. 푸른아시아는 조림사업으로 땅을 회복시킨 공로로 2014년 유엔으로부터 '생명의 토지상'을 수상했다. 일각에선 몽골 시민의 삶은 우리 삶과 동떨어져있지 않다며 몽골에 국제적인 관심을 주자고 촉구한다. 몽골인들과 우리는 '호흡 공동체'이므로, 그 주장이 틀리지만은 않아보인다.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고양시의 10년 몽골 숲미세먼지 원인 모래바람이 사라졌다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276떨어진 돈드고비 아이막()의 만달고비 시에 조성된 고양이투글(고양의숲)’에 심은 나무가 푸르게 자라고있다. 국제환경단체 푸른아시아 제공

 

“10년 전에는 이곳에 모래밖에 안보였어요. 모래바람이 울타리를 넘어 게르(몽골 유목민 전통가옥) 안까지 쌓였죠.” 지난 7일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276떨어진 돈드고비 아이막()의 만달고비 시에서 만난 주민 에르덴바트(51)씨가 자신의 무릎 위를 손으로 짚었다. 한때 무릎을 넘을 정도로 모래가 쌓였다는 얘기다. 이처럼 매년 수십 차례 마을을 덮치던 모래바람은 지난 몇 년간 자취를 감췄다. 도시를 푸른 빛으로 둘러싼 방풍림 고양이투글(고양의숲)’이 생기면서다.

 

몽골은 북극 다음으로 지구온난화의 영향을 크게 받는 지역이다. 몽골 사막화방지연구소에 따르면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지난 70년간 몽골의 평균 기온은 2.45도 상승했다. 지구 평균기온이 지난 100년간 1도 상승한 것을 고려하면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몽골 국토의 약 77%에서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다. 황무지라는 뜻의 고비란 단어가 지명에 들어가는 돈드고비 역시 피해가 심한 지역 중 하나다. 이곳 주민들은 대부분 유목민이었지만, 연평균 강수량이 90에 불과한데다 모래바람으로 풀이 자라지 않아 생계수단을 잃어가고 있었다.

 

몽골 정부도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깨닫고 각 지역에 조림사업을 장려했다. 토양이 건조해지는 것을 막고 흙의 생산성을 재생하려면 그 방법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돈드고비도 이에 따라 2003년부터 나무를 심기 시작했지만 척박한 환경과 경험 부족 탓에 나무의 생존율은 40%를 넘지 못했다. ‘물이 있으면 가축을 먹여야지 왜 아깝게 나무에 주느냐는 유목 중심 사고방식도 한몫 했다.

 

2009년 고양시가 돈드고비와의 결연을 통해 숲 만들기를 시작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고양시가 파견한 전문가들과 돈드고비 현지 담당자가 함께 머리를 맞대 비술나무포플러 등 사막에서도 잘 살아남는 수종부터 심기 시작했다. 첫해 시범사업부터 주민들은 대기 중 모래먼지가 줄어드는 것을 체감했고, 6.25ha(헥타르1=1) 크기로 시작된 작은 숲은 조금씩 커져 11년차인 올해 여의도 크기의 3분의 1에 달하는 100ha로 넓어졌다. 이처럼 오랜 기간 동안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은 한국보다 나무 생존이 힘들고 두 배 이상 느리게 자라므로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몽골 만달고비. 그래픽=신동준 기자

 

지금까지 숲에 심은 나무 10만여주 중 약 70%가 살아남아 숲을 이뤘다. 주민들은 이제 비타민나무라 불리는 차차르간 나무 열매 등을 수확해 수익을 얻고 있다. 더욱 중요한 변화는 주민들이 나무심기의 중요성을 체감했다는 것이다. 간톨가 돈드고비 환경국장은 나무의 사막화 방지효과를 느끼기 시작하면서 주민들이 자신의 집 앞에 나무를 심겠다며 문의하는 일이 늘어났다고 전했다.

 

지난 5월 몽골 돈드고비 아이막에 조성된 고양의숲에서 마을 아이들이 나무를 심고 물을 주고 있다. 국제환경단체 푸른아시아 제공.

 

2,000나 떨어진 몽골 땅에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가 나무를 심는 이유는 몽골 사막이 우리나라 황사의 발원지이기 때문이다. 2014년 기상청 관측에 따르면 한반도 유입 황사의 53~71%는 몽골에서 오는 것으로 파악된다. 몽골 건조지대에서 발생한 모래폭풍이 중국 네이멍구(內蒙古)를 거쳐 한반도로 날아오는데, 이때 중국대륙에 있던 미세먼지까지 함께 안고 온다. 결국 몽골 사막화 방지가 우리나라 대기오염 해결과 직결되는 셈이다. 국가기후환경회의 국제협력분과위원인 김종우 푸른아시아 캠페인실장은 미세먼지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중국은 물론 몽골 등 주변국과의 다자간 협력을 강화해 발원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돈드고비=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com



변기에도 나노 혁명90%나 적게 쓴다

그리스와 함께 고대 서양문명의 뿌리로 불리는 로마는 실용적인 건축 기술을 꽃피운 것으로 유명하다. 대표적인 게 콜로세움이다. 수천년의 세월 앞에 곳곳이 무너져 내렸지만 지금도 생생히 살아 있는 압도적인 웅장함에 매료된 관광객들로 콜로세움 밖은 늘 인산인해를 이룬다.

 

흥미로운 것은 로마의 위대한 건축 유산 가운데 화장실이 있었다는 점이다. 로마 시내에는 100여개의 수세식 공동 화장실이 곳곳에 설치돼 있었다. 인간의 배설물을 깨끗하게 관리하겠다는 개념은 수백년 뒤 유럽 중세사회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로마는 시대를 거슬러 배설물을 물에 섞어 원활히 배출하는 시스템을 고안한 것이다.

 

명실공히 현대적인 수세식 화장실이 등장한 건 19세기 후반이다. 도자기 재질의 변기에서 다량의 물을 강하게 밀어내 배설물을 씻어내고, 오염된 물은 식수를 운반하는 상수도와 분리하는 정책이 생겼다. 이른바 선진국에 속한 인류는 푸세식 화장실이 주는 악취와 비위생에서 해방됐다.

 

문제는 편리함의 대가가 크다는 것이다. 수세식 화장실에는 적지 않은 물이 쓰이기 때문이다. 현재 시중에서 팔리는 변기 대부분의 물 탱크 용량은 6전후다. 보통 사람이라면 하루 10이상의 물을 오로지 용변을 위해 쓴다는 얘기다.

 

변기 안쪽 면에 나노물질 코팅

물 절약하며 용변 처리 적정 기술

미 펜실베이니아대 연구진이 개발

 

이와 관련,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연구진이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 지속 가능성에 시선을 끄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물을 지금보다 훨씬 적게 사용하고도 용변을 깨끗하게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을 내놓은 것이다. 비밀은 변기에 나노 물질을 코팅한 데에 있다. 나노 물질의 크기는 10억분의 1m에 불과할 만큼 작다. 이를 변기 안쪽에 펴 바르면서 아주 작은 돌기를 인위적으로 만들었다.

 

임현의 한국기계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나노 물질이 코팅된 표면에서는 표면장력이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물과 같은 액체가 어딘가에 달라붙으려는 고유한 힘인 표면장력을 나노 물질의 오톨도톨한 표면이 떨어뜨린다는 얘기다. 접착력이 아무리 좋은 테이프라도 표면이 까슬까슬한 수세미 위에 단단히 붙이기 힘든 것과 비슷한 경우가 일어나는 것이다.

 

자연계에선 연꽃잎에 천연 나노 물질이 형성돼 있다. 연꽃잎을 보면 비가 아무리 많이 와도 빗물이 잎사귀에 넓게 퍼지지 않고 동그랗게 뭉친다. 물의 표면장력이 제대로 작용하지 못해 생기는 현상이다. 뭉친 물방울은 연꽃잎이 바람에 흔들리며 살짝만 기울어져도 아래로 흘러내린다. 이 때문에 연꽃잎은 늘 깨끗한 상태를 유지한다.

 

연구진은 신형 변기의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40높이에서 45도 각도로 기울어진 나노 물질 코팅 판자에 형광 성분이 섞인 실험물을 떨어뜨렸다. 사람이 용변을 보는 상황을 가정한 것이다. 그리고 나노 물질 덕분에 미끄러져 내려간 뒤에도 판자에 일부 들러붙은 소량의 실험물을 눈으로 전혀 식별할 수 없을 정도로 제거하는 데 필요한 물의 양을 재봤다. 그랬더니 유리판에서 용변을 씻어낼 때보다도 물이 90%나 적게 든다는 점을 확인했다.

 

인류의 변기용 물 하루 1410

아프리카 전체 하루 소비량의 6

실용화 땐 개도국 25억명에 혜택

나노물질 자연계 방출 차단은 숙제

 

연구진은 이 기술이 개발도상국의 수세식 화장실 도입에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했다. 개발에 참여한 웡탁싱 펜실베이니아대 연구원은 영국 언론 가디언과 인터뷰하면서 현재 인류가 변기에서 쓰는 물은 하루 1410에 이른다아프리카인들 하루 전체 물 소비량의 6라고 말했다. 이 기술이 수세식 화장실 혜택을 누리지 못해 전염병과 악취에 노출되는 개발도상국 국민에게 도움을 주고, 지구 전체로도 물 소비를 줄이는 데 기여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이번 변기는 개도국에 수세식 화장실을 보급하기 위한 연구를 하던 영국 크랜필드대가 2015년 도움을 요청하면서 고안됐다. 크랜필드대는 열악한 개도국의 상하수도 여건을 고려해 친환경적으로 배설물을 처리할 변기를 연구하다 적은 양의 물로는 이물질을 변기 안쪽에서 깨끗이 제거하기 어렵다는 문제에 부닥쳤다. 이번에 펜실베이니아대 연구진이 돌파구를 찾은 셈이다.

 

아직도 세계에서 25억명은 열악한 수도 공급 체계로 인해 수세식 화장실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현실을 감안하면 이번 연구 성과는 획기적이라고 할 만한 전환점이다. 과학계선 이 같은 개념의 기술을 적정 기술(Appropriate Technology)’이라고 부른다. 다량의 자본 투입과 수익 극대화가 아닌 인간의 생존과 복리를 위한 기술을 일컫는 개념이다.

다만 이번 변기는 아직 해결해야 과제도 있다. 변기 안쪽에 코팅된 나노 물질이 조금씩 벗겨져 자연계로 방출될 가능성이 지적된다. 마크 미오도니크 런던대 재료 및 사회학과 교수는 가디언에 연구진이 대비책을 세울 것으로 보지만 이 기술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면 관련된 화학물질이 환경에 줄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5060세대 반려식물 열풍에전용호텔까지 등장



롯데백화점 반려식물 호텔 전경. (제공: 롯데백화점)

 

플랜테리어 트렌드 급부상

반려식물 호텔·카페 인기

입점층 시니어매출도 껑충

5060시니어 세대를 중심으로 반려식물 열풍이 불고 있다. 백화점과 아울렛에 입점한 정원 테마 카페가 중장년층에게 높은 인기를 끈 데 이어 올해 6월에는 반려식물 전용 호텔이 백화점에 입점하면서 시니어 고객을 쇼핑 공간에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올 한해 미세먼지와 황사현상이 심화되면서 공기 정화에 도움을 주는 반려식물을 활용한 인테리어인 플랜테리어(Plant+Interior)’가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급부상하고 있다. ‘플랜테리어해시태그가 달린 인스타그램 게시물 35만건 중에 60%가 최근 1년 새에 올라왔다. 특히 플랜테리어는 정서 안정과 갱년기 우울증 개선 효과가 있어 시니어 세대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로 백화점 문화센터 플랜테리어 강좌 수강생의 65% 이상이 5060세대 중장년층이었다.

 

롯데백화점은 이 같은 트렌드를 반영해 올해 6월 말 가드닝 호텔 실라파티오라는 반려식물 전용 호텔을 미아점 1층에 국내 최초로 입점시켰다.시니어 세대가 좋아하는 반려식물 콘텐츠를 백화점 1층에 도입해, 구매력을 갖춘 시니어 고객을 유입시키기 위한 전략이다.

 

반려식물 호텔은 반려식물을 무료로 관리해 주는 서비스 시설이다.반려식물 전문가인 플랜트 매니저가 상주하며 자연 채광 전구시설이 갖춰진 공간에서 반려식물에 수분과 영양제를 공급한다. 반려식물은 최대 한달간 장기 보관도 가능하며, 가지치기, 분갈이도 가능하다. 호텔 외부에는 식물과 함께하는 힐링 공간콘셉트로 구성된 카페와 의류매장이 갖춰져 있다. 카페에서는 석류차, 허브차, 당근 케이크 등 천연 재료를 사용한 음료와 음식을 판매하며 나무에서 추출한 인견으로 만든 파자마 등 의류를 판매하는 매장도 있다.

 

효과도 입증됐다. 호텔이 입점한 후 3개월간 실적을 분석한 결과 백화점 1층의 시니어 고객 매출이 전년보다 15%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호텔을 이용한 시니어 고객 중 55%가 백화점에서 의류, 명품 등을 추가 구매할 정도로 연계 구매 효과도 높았다.

 

플랜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정원 콘셉트 카페도 중장년층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 광명점에 입점한 그리니쉬와 롯데백화점 분당점과 안산점의 소공원카페는 최근 5개월간 평균 7천명이 방문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특히 최근 3개월간 카페 방문 고객 중 50대 이상 고객 구성비가 44%나 돼 입점 점포 평균보다 10% 이상 높았다.

 

강석훈 롯데백화점 팀장은 반려식물 호텔과 플랜테리어 카페는 사람과 식물이 함께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이다라며 특히 반려식물을 많이 키우는 연령대인 5060 시니어 고객들에게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라고 말했다. 천지일보 이승연 기자 (ncjlsy@newscj.com

 

 

뉴욕에서는 하늘위도 땅밑도 도시가 된다

지난 9월 미국 뉴욕 브루클린 사우스 윌리엄스버그. 거리 곳곳에는 노후한 회색빛 건물들이 보였고 벽과 담벼락 이곳 저곳에는 그래피티(낙서화)가 그려져 있었다.

 

이 지역이 쇠락한 것은 한때 세계 최대 제당공장이던 도미노설탕 공장이 문을 닫은 2004년 부터다. 공장은 윌리엄스버그에서 이스트강(East river)을 정면에서 볼 수 있는 금싸라기땅에 자리잡고 있다. 헐벗은 공장의 굴뚝과 외벽은 모두 녹이 슬어 흉물처럼 보였다.

 

미국 뉴욕 브루클린 사우스 윌리엄스버그 동쪽 강변에 위치한 도미노 설탕 공장 건물 전경

 

재개발을 하면 없애버려야 할 것같은 건물이지만 뉴욕은 그러지 않았다. 덕분에 생명력을 잃었던 이 공장은 지역의 상징이자 휴식공간으로 재탄생했다. 뉴욕시에 따르면 지난해 이곳에 개장한 도미노공원(Domino Park)에는 한 해동안 425000명이 방문했다. 뉴욕은 용도 폐기된 이 공장을 왜 보존한 채 공원으로 개발했을까

 

미국 뉴욕

프로젝트명: 로우라인(Lowline)

사업 기간: 2012~진행 중

사업 규모: 사업비 9000만달러

사업 면적: 4000

주요 내용: 1948년 이후 사용되지 않는 전차터미널을 세계 최초로 지하 공원으로 바꾸는 사업

시행 주체: 비영리회사 로우라인(Lowline)

특징: 개인과 기업의 기부금, 문화재 보존 세제 혜택 등으로 자금 조달

 

앙상한 폐공장이 예술품으로 탈바꿈

 

공장 인근을 걷다 울려 퍼지는 음악 소리를 따라가니 공원 한 곳에서는 사람들이 흥겹게 춤을 추고 있었다. 공장을 등지고 잔디에 누워 이스트강을 바라보며 석양을 즐기는 연인과 가족, 아빠와 함께 미끄럼틀 타는 아이들이 만들어내는 일상의 풍경은 한가롭고 또 아름다웠다. 흉물처럼 보였던 공장 건물이 그 순간 예술 작품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문을 닫은 설탕 공장도 보존해야한다는 것은 뉴욕시의 결정이었다. 뉴욕에서는 특별한 양식으로 지어진 빌딩이나 역사가 있는 건물을 함부로 부수거나 개조할 수 없다.

 

뉴욕 부동산종합서비스기업 피디프로퍼티스의 데이비드 박(David Park) 이사는 뉴욕에서는 랜드마크로 지정되면 지주나 건물주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면서 현대식 건물로만 꽉 차있는 도시가 되는 것보다 이야기(story)가 있는 역사적·문화적 건물들을 보존한 도시의 가치가 더 크다는 게 뉴욕시 도시 개발의 철학이라고 설명했다.

 

도미노공원은 지난 해 6월 문을 열었다. 200710월 뉴욕시는 뉴욕시 강변을 하나로 연결하는 강변 잇기 사업의 일환으로 120억 달러(14940억원)를 투입해 윌리엄스 지역을 재개발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이곳 부지를 사들인 투트리(Two Tree)사는 2026년까지 주거, 상업·문화 시설을 완공할 예정이다. 투트리는 공장 부지에 공원을 짓고 그 주변에 저소득층 아파트를 포함한 주거공간과 오피스, 상업시설을 섞기로 했다. 도미노공원은 이 사업의 첫 단추라고 할 수 있다. 시민들이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강변 공원을 조성하는 것이었다.

 

뉴욕에서는 강가에 건물을 지으려면 건물 앞에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강변 공원을 함께 건설해야 한다는 게 뉴욕시 당국의 정책이다. 도미노공장 일대 부지를 사들인 투트리 사는 수변에 5개 건물을 지을 계획이었다. 규정상 하나의 건물은 강과 조금 떨어뜨려 공원을 만들어야 했다. 나머지 네 개는 강에 바짝 붙여 지어도 된다. 하지만 투트리사는 5개의 모든 건물 앞에 자발적으로 직선형의 도미노파크를 지었다. 지역 전체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직선형 공원이 낫다는 판단에서다.

 

공장 앞에는 앉을 수 있는 계단과 기대어 쉴 수 있는 라운지 의자, 수경 시설, 놀이 시설 등을 설치했다. 가뭄에 잘 견디고 관리가 쉬운 식물들도 심었다. 보통 뉴욕 공원은 민간이 만들어 뉴욕시에 기부채납하면 시가 관리를 하는데 도미노공원은 공원 소유주인 투트리가 직접 유지 관리한다.

 

투트리는 시민들을 위해 공원을 무료로 개방했다.설탕공장은 재개발돼 소상공인이 입주하는 몰(mall)로 변신할 예정이다. 기존 자산을 함부로 훼손하지 않고 살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겠다는 게 뉴욕 윌리엄스버그의 도시재생이다

 

골칫거리 철길이 새로운 관광명소로

뉴욕에서 용도 폐기된 곳을 버리지 않고 원형을 보존하면서 새롭게 개발해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곳은 또 있다. 맨해튼에 있는 하이라인 공원(Highline Park)’이다. 이곳은 이제 시민들의 문화·휴식 공간으로 자리잡았고, ‘최고의 스카이가든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연간 약760만명이 찾는 뉴욕의 주요 관광명소가 됐다.

 




이 철길은 애초 도심 내의 화물 수송을 위해 1930년대 초 건설됐다. 이후 자동차산업의 발달로 쓸모가 없어지자 1980년 기차 운행을 중단했다. 도심 내 골칫거리가 된 이 철도를 보존할지, 철거할지를 두고 법정 공방까지 벌이는 등 우여곡절도 있었다. 2002년 법원이 보존에 손을 들어주면서 2004년부터 공원 조성 공사가 시작됐고, 20096월 공원(1구역)을 처음 개장했다.

 

카렌 제이콥(Karen Jacob) ‘프렌즈 오브 하이라인도슨트(안내인)쓰지 않는 고가철도가 방치된 채 도시 미관을 해치고 범죄의 장소가 되는 문제도 있었지만, 우리는 이를 철거하지 않았고 보존하면서 공원으로 개발하기로 했다면서 이제는 매주 이곳에서 사람들이 즐기고, 배우고,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고 소개했다.

 

뉴욕 맨해튼 남서쪽에 있는 고가철도가 2.33 의 직선형 공원 하이라인 공원(Highline park) 모습. 서울이 서울 중구 고가도로를 재생한 서울로 7017’의 벤치마킹 사업이기도 하다

 

하이라인은 뉴욕시 소유 공공 공원이지만, 비영리단체 프렌즈 오프 하이라인이 관리와 운영, 프로그램 개발 등을 맡고 있다. 이들은 기부금으로 운영예산의 98%를 충당한다. 1,2구역 건설에 1500만달러 이상의 모금이 이뤄졌고 3구역 건설 비용 350만달러도 후원과 모금으로 마련했다. 공원에는 200명 이상의 유급 근로자들이 일하고 있다.

 

데이비드 박 뉴욕 피디프로퍼티스 이사는 뉴욕에서는 단기 사업으로 도시재생과 랜드마크 개발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뉴욕이 세계 도시로서의 지위를 이어가려면 계속해서 인구와 자본이 유입돼야 한다면서 뉴욕이 도시 개발과 랜드마크 조성에 신중하게 접근하고 오랫동안 공들이는 이유라고 말했다.

 

버려진 지하공간에도 생명력을

뉴욕이 살리려는 것은 하이라인만이 아니다. 버려진 공간이 땅 위에만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 방치된 지하 공간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로우라인 프로젝트도 있다. 쥐떼가 들끓던 땅속은 앞으로 식물이 자라고 사람들이 쉬며 즐길 수 있는 공원으로 바뀌게 된다.

제임스 램지 로우라인 총괄디자이너는 전차운행이 중단된 후 방치된 이 공간을 우연히 보고 녹지가 부족한 지역을 위해 지하에 공원을 조성하는 아이디어를 구상하게 됐다고 말했다.

 

뉴욕 맨해튼 로이스트사이드 지역은 뉴욕에서도 공공주택의 비율이 높고, 거주민의 소득은 낮은 지역으로 꼽힌다. 그는 이곳에 방치된 윌리엄스버그 전차터미널(Williamsburg Bridge Trolley Terminal)에 주목했다.

 

제임스램지 총괄 디자이너는 인구가 빠르게 늘면서 인구 밀도가 높은 동네들이 점점 늘고 있다뉴욕의 하늘 공간도 우리가 모르게 빠른 속도로 파괴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지하에 지상과 같은 공공 녹지공간을 만든다는 게 우리의 첫 목표라고 말했다

 

전차운행이 중단된 이후 방치된 지하공간./라드스튜디오 제공

 

그는 로우라인 프로젝트만을 추진하는 별도 회사 로우라인을 세우고,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사업타당성을 확인하기 위해 로우라인 랩(연구소)을 임시개방했다. 이 곳엔 7만명의 방문객이 몰렸다. 세계 첫 지하공원 사업인 만큼 큰 조명을 받았고 서울과 프랑스 파리 등 세계 여러 도시들이 이 프로젝트에 관심을 보였다.

 

빛이 들지도 않고 어두컴컴한 지하 폐쇄공간에 푸르른 공원을 어떻게 조성할 수 있을까. 램지 총괄디저이너는 빛이나 온도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게 우선 과제였다선포털(Sunportal)이라는 한국 회사와 함께 원격 채광 기술을 개발해 적용했다고 말했다. 이 기술은 햇빛을 고밀도로 집광한 다음 특수 제작 렌즈를 통해 장거리로 전달하는 기술이다.

 

초기 계획대로라면 2021년 로우라인 공원을 개장해야 했지만, 개장 시점은 더 늦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뉴욕의 관계자들은 도시재생은 늘 오랜 시간 긴 호흡으로 진행하는 것이 좋다고 입을 모은다.

 

램지 총괄디자이너는 단순히 디자인을 뚝딱 적용하는 식이 아니다라며 그동안 랩을 운영하면서 지역 거주 학생들을 위해 교육과 연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사업을 발전시키는 과정들을 거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로우라인이 임시개방한 로우라인랩. /라드스튜디오 제공

 

흥미로운 것은 이곳 역시 예산의 대부분을 개인 기부자들의 기부와 모금으로 충당한다는 것이다. 물론 뉴욕시의 지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지역에 랜드마크가 생기면 주변으로 상권이 개발되고, 지역 방문객이 늘면서 더 많은 세금을 거둘 수 있다. 뉴욕시 당국은 이런 계산 하에 도시재생 등 재개발 사업을 허가하고 예산도 지원해준다.

 

램지 총괄디자이너는 공공 이익을 위한 기부 형식으로 사업이 추진된다뉴욕에는 기부에 대한 세제 혜택이 있기 때문에 슈퍼리치들과 개인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역사회와 주민들의 지지와 동의가 없으면 사업을 추진할 수 없다지역사회 청문회를 열어 요구사항과 견해를 듣고, 작은 하나하나 다 협의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덧붙였다. /조선 /허지윤 기자

 

 

 

런던도심 망치질 25년 노하우 사람이 먼저다

인구가 늘면 병원이나 상점도 늘어야 하는데 개발을 막은 상태에서는 그러기가 어렵죠. 결국 낙후한 지역을 재생해 써야 하는데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건축미가 아닌 거주민을 최우선에 둬야 한다는 겁니다.”

 

킹스크로스역 빅토리아시대 산업시설들이 밀집한 런던 킹스크로스역 주변 도시재생 사업에는 운하 옆 창고시설인 생선·석탄빌딩도 포함됐다. /런던시

 

지난달 28일 찾은 런던대(UCL) 바틀렛건축대학(The Bartlett School of Architecture) 건축학부의 한 연구실. 유스턴(Euston)역 근처에 있는 이 곳에서 만난 피터 비숍(Bishop) 도시계획학과 교수는 성장하는 도시에 주택이나 생활편의시설 등을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면 도시 문제가 생긴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본 유스턴역은 공사장용 가림막에 둘러싸여 있었다. 유스턴역은 킹스크로스·채링크로스·빅토리아역 등과 함께 런던의 철도 거점으로 꼽히는 곳이다. 사실 유스턴역 뿐 아니라 런던의 주요 기차역과 지하철역 상당수는 공사 중이었다. 주말이면 철로 보수 사업 때문에 폐쇄하는 역을 안내하는 종이가 지하철역 입구에 나붙는다.

 

비숍 교수는 먼저 현재 런던 곳곳에서 진행되는 도시재생 사업들은 1960~1980년대 개발된 것들을 현 시대에 맞게 개선하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통난과 만성 주거 부족 같은 문제들은 런던시가 생활의 기반이 되는 사회간접자본(SOC)을 충분히 공급하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고 했다.

 

비숍 교수는 지난 2012년 대학에 자리잡기 전까지 25년 동안 런던시의 도시계획정책을 담당했다. 런던개발청(LDA) 수석부청장을 지내며 시티오브런던특별자치구와 함께 런던의 양대 금융중심지로 발전한 카나리워프(Canary Wharf) 재개발사업, 캠든(Camden)자치구 개발사업, 킹스크로스역 중심부 개발 계획 등 여러 굵직한 도시재생·개발사업에 참여했다. 런던시 총괄건축가직에 해당하는 런던을 위한 디자인팀 총괄을 맡기도 했다.

 

비숍 교수는 런던을 예로 들며 도시가 외곽으로 확장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했다. 일차적으로 도심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는 것. 비숍 교수는 런던의 경우에는 (인구, 면적 등) 도시의 성장과 관련해 아주 분명한 제한선을 두고 있다면서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로 도심 확장을 억제하고, 이미 조성된 도심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기조를 유지하는 중이라고 했다.

 

킹스크로스역 중심부 도시재생 사업

 

킹스크로스 중심부 개발 사업의 일부인 콜 드롭스 야드. 1800년대 기차로 운송한 석탄을 보관하던 건물과 앞뜰을 상업공간과 주민들의 휴식공간으로 바꿨다. /런던시 제공

 

하지만 동시에 런던은 도심 개발이 어려운 곳이기도 하다. 전체 면적의 65% 정도가 문화유산으로 보호받기 때문에 개발할 여지가 많지 않기 때문. 고쳐 쓸 수 있는 공간을 고쳐 써야 하는 것이 숙명이다.

 

비숍 교수는 이 같은 물리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런던시가 제도적인 접근법도 병행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런던 전역이 주차공간 부족 문제로 시달리기 때문에 도심에 주택이나 상업용 건물을 새로 지을 계획인 사업자는 대중교통을 개선하는데 일정 부분 기여해야 한다면서 시민은 자동차를 소유하기 위해 세금과 주차비 등 상당한 비용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할 때 최우선으로 고려할 기준은 도시 경관이나 건축적인 미학이 아닌 지역민의 삶이라고 강조했다. 도시재생은 대개 성숙 단계에 들어선 대도시들의 과제인만큼, 지역 경제구조를 배제하고 사업을 추진해선 안된다는 의견이다.

 

비숍 교수는 성숙한 도시는 이미 다 짜여진 옷감 같은 상태다. 주민공동체와 지역경제가 이미 촘촘히 얽혀있다도시재생 과정에서 이런 지역의 생태계가 무너지기 쉽기 때문에 어렵고 복잡한 과제인 것이라고 했다.

 

런던의 경우에는 1980년대에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큰 실패를 경험했습니다. 원주민들이 런던 도심에서 밀려나면서 지역 자영업 기반이 무너졌고, 실업 문제가 대두됐어요. 두 가지를 잊지 말아야 합니다. 우선 도시재생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이해해야 합니다. 또 충분한 시간을 들여 지역의 특성을 조사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할 필요가 있습니다.”

 

비숍 교수는 낙후된 지역을 개선하고, 그 지역에 살던 주민들의 삶을 더 좋은 쪽으로 바꿔야 성공한 도시재생 사업이라며 해당 사업이 가져올 사회·경제적인 여파를 사전에 고려하고, 충분한 계획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색 건축물 같은 경관을 개선하는 일을 최우선 순위에 두면 안 된다는 얘기다.

 

그는 또 최근 들어 전 세계적으로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이 중요해지는 기류가 눈에 띈다고 덧붙였다. 비숍 교수는 도시관리정책 뿐만 아니라 도시재생 사업도 탄소배출량을 줄이거나 에너지효율성을 높이는 등 도덕적인 책임감을 갖고 진행해야 하는 시대라고 강조했다. / 조선 유한빛 기자


런던의 오른쪽 '심장'은 올림픽으로 부활했다

모처럼 푸른 하늘이 보이던 지난달 28일 오전. 영국 런던의 교통 거점 중 하나인 채링크로스·세인트판크라스 인터내셔널역에서 사우스이스턴열차를 타니 7분 만에 스트랫포드(Stratford) 인터내셔널역에 도착했다. 기차역에서 3분쯤 걸으니 곳곳에 너른 잔디밭이 펼쳐진 깔끔한 건물들이 등장했다. 런던 동부 권역 도시재생 사업 중 성공 사례로 꼽히는 주거단지 이스트 빌리지(East Village) 런던이다.

 

런던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을 뜻하는 런던 광역권(Greater London)’은 금융사들이 밀집한 시티오브런던 특별자치구를 포함해 모두 33개자치구(borough)로 구성된다. 스트랫포드는 상대적으로 발전 속도가 더디다는 평을 받아온 동부 권역인 뉴햄(Newham)자치구에 속한다.

 

이스트 빌리지 런던 안에 조성된 공원에서 자녀와 손주를 돌보는 주민들. /유한빛 기자

 

해가 중천으로 떠올랐지만, 여전히 바람이 쌀쌀한 탓에 코트깃을 여며야 하는 날씨가 계속됐다. 이스트 빌리지 산책로와 카페 곳곳에서 조깅하거나 자녀를 데리고 산책을 나온 주민들을 만날 수 있었다. 놀이터에서 만난 영국인 부부 매기와 필은 60대 중반이다. 이 곳에 집을 얻은 아들과 가까이에 살며 어린 손자를 돌봐주기 위해 런던 시내의 집을 처분하고 이사왔다. 맞벌이인 아들 내외는 런던으로 출퇴근한다고 했다.

 

매기는 런던 집을 판 돈의 70%로 이스트 빌리지에서 집을 구입할 수 있었다런던 도심까지 10분이면 갈 수 있는 위치면서도 올림픽 경기장이나 공원 등 생활편의시설이 잘 마련돼 있고 번잡하지 않아 만족하며 살고 있다고 말했다. 부부는 아들 가족이 이곳을 떠나더라도 우리 부부는 이스트 빌리지에서 계속 살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덧붙였다.

 

영국 런던 스트랫포드

프로젝트명: 이스트 빌리지 런던 East Village London

사업 기간: 2013~진행 중

사업 규모: 토지·건물 매입비 5억파운드 + α

사업 면적: 27(확장 중)

주요 내용: 2012년 런던 올림픽 선수촌을 개조한 임대주택단지 사업

시행 주체공공기관 LLDC·민간기업 겟리빙

특징

- 낙후된 런던 외곽지역인 스트랫포드 도시재생의 한 축

- 런던 외에도 글래스고, 맨체스터, 리즈 등 영국 주요 도시로 확장 중

 

올림픽을 기회로 부활한 런던 스트랫포드

스트랫포드가 살기 좋은 지역으로 꼽히게 된 지는 불과 5년이 되지 않았다. 수도 런던의 지근거리에 있는 제조업지구로 성장한 때는 1960~1970년대. 탈산업화에 돌입한 런던의 변화를 따르지 못하고 뒤쳐지기 시작했다. 지역 경제 기반이 무너지고 주민들이 떠난 스트랫포드에는 살 만한 곳이 못된다는 딱지가 붙었다.

 

런던시는 1990년대 말부터 스트랫포드 도시재생에 관심을 가졌지만, 수 년 동안 추진력을 얻지 못했다. 당장 학교와 병원 등 생활편의시설을 조성하고 주거시설을 재건축하는데 필요한 예산을 마련하는 게 문제였다.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던 스트랫포드 도시재생 사업이 전환점을 맞은 때는 2005, 런던이 2012년 하계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되면서다. 올림픽이라는 국가적인 행사는 런던 광역권을 대대적으로 정비할 좋은 구실이었다.

 

영국 정부와 런던시 등은 상대적으로 발전이 더딘 런던 동부의 6개 자치구를 올림픽 개최할 장소로 정했다. 우호적인 여론에 힘입어 택지 개발, 재건축, 공원 조성 등을 추진했다. 스트랫포드에도 퀸 엘리자베스 올림픽공원과 경기장, 선수촌 등을 짓기로 결정했다.

 

런던시는 단순히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할 방안에만 골몰하지 않았다. 올림픽을 치른 후에도 여전히 런던에서 살아갈 시민들의 미래를 함께 고려했다. 올림픽 개막을 넉 달 앞둔 20122런던 유산 개발 회사(London Legacy Development Corporation) 설립령을 공표하고, 올림픽공원과 경기장 등을 지역민들을 위한 기반시설로 꾸준히 활용할 방안 준비하기 시작했다.

 

런던광역권에 해당하는 스트랫포드의 주거·상업복합단지로 조성된 이스트 빌리지 런던의 정경. /유한빛 기자

 

이스트 빌리지 런던이 탄생한 것도 LLDC가 올림픽 시설을 민간 기업에게 매각해 주거·상업지역으로 활용하기로 결정한 덕이다. 사업성과 자금력, 공공성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민간 부동산임대업체 겟리빙(Get Living)에게 스트랫포드 올림픽 부지가 낙찰됐다. 겟리빙은 영국의 부동산투자회사인 델란시(Delancey), 카타르국부펀드 산하 부동산투자업체인 카타리디아르(Qatari Diar), 네덜란드국민연금을 운용하는 APG 등의 투자를 유치해 매입자금을 마련했다.

 

이스트 빌리지 런던은 겟리빙과 공공임대주택기관인 트라이애슬론이 지분을 절반씩 나눠갖고 운영 중이다. 모두 주택 3000가구를 공급했다. 건물 1층은 카페나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편의시설들이 입주하게 하고, 단지 곳곳에 놀이터와 공공 휴게시설을 조성했다. 선수촌으로 사용한 건물에는 올림픽 때 머문 대표팀의 이름을 남겨뒀다.

 

개발을 불편해하는 시민들관심사는 주거 안정·교통 개선

하지만 모든 런던 시민들이 낡은 건축물을 문화·상업시설로 바꾸는 도시재생 방식에 만족하는 것은 아니었다.

 

킹스크로스역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인 콜 드롭스 야드(Coal Drops Yard)’는 지난해 10월 문을 연 복합상점가다. 빅토리아 시대부터 철로로 석탄을 운송해 하역하던 시설을 고급 의류와 화장품 매장, 식당가로 바꿨다. 삼성전자 매장도 이곳에 입점했다. 콜 드롭스 야드 개발사업은 런던 구도심 재생사업인 킹스크로스역 중심부 개발 계획(King's Cross Central development scheme)’의 일부다.

 

런던 킹스크로스역 중심부 개발 계획 중 하나인 콜 드롭스 야드의 정경. /유한빛 기자

 

콜 드롭스 야드의 한 카페에서 만난 런던 주민들은 이 장소가 너무 비싸고 고급스러운 상점 위주로 바뀌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요리사로 일하는 벤자민이라고 밝힌 30대 남성은 오래된 건물을 재활용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관광객을 대상으로 만든 탓인지 지역민에게는 너무 비싸고 고급스러운 가게들만 입점했다고 말했다. 일행인 롭은 지금 런던시가 도시재생 정책을 시행하면서 가장 신경써야 할 부분은 주거 안정이라며 만성 주택 부족과 비싼 주거비 문제를 지적했다.

 

이곳에서 만난 시민들은 다시 태어난 도시에 불만을 갖고 있었다. 주거비는 오르고 실생활과 상관 없는 상업시설만 가득 찬 개발로 삶이 더 힘들어졌다고 느끼는 이가 많은 것. 그저 낡은 건물이나 쇠락한 설비를 현대적으로 리모델링하는 것만으로는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스트랫포드가 주거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반영한 도시재생을 진행한 결과 성공한 것과 대조된다.

 

사디크 칸(Khan) 런던시장이 지난 2018년 도심부 도시재생 사업 권고안인 부동산 재생(Estate Regeneration)’을 내놓은 것도 이 같은 불만이 꾸준히 제기됐기 때문이다. 권고안에 따르면, 주거시설이 포함된 지역에서 도시재생 사업을 진행할 때는 초기단계에 지역민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노후 주택을 부수고 다시 짓는 과정에서 원주민들이 쫓겨나거나 주거비용이 급등하는 문제가 생기는 것을 줄이기 위함이다.

 

피터 비숍(Bishop) UCL 바틀렛건축대학 도시계획학과 교수 겸 런던도시계획연구센터장은 도시재생에서 건축적인 변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작다. 오히려 사회·경제적인 변화가 더 크다면서 훌륭한 도시재생 사업은 무엇보다도 해당 지역에 살던 주민들의 삶을 더 좋은 쪽으로 바꾼 사업이라고 말했다.

 

런던 스트랫포드 1966. /겟리빙 제공

2019.11.21 | 유한빛 기자

 

환경평가 날조 논란 대저대교 부산시-환경단체 간담회도 무산

환경영향평가 날조 논란에 빠진 대저대교 건설 여부를 논의하기 위해 부산시와 환경단체가 25일 계획한 간담회가 무산됐다. 철새 도래지에 대한 공동조사를 추진하겠다는 부산시 의중이 외부로 알려지자 환경단체가 합의한 바가 없다며 반발한 것이다. 이날 만남이 무산되면서 대저대교 환경영향평가를 둘러싼 양측의 갈등이 더 고조될 위기에 놓였다는 게 중론이다.

 

부산시와 낙동강하구지키기전국시민행동(이하 시민행동)25일 오후 430분 예정된 대저대교 관련 간담회를 취소했다고 이날 밝혔다. 부산시 도로계획과 관계자들과 전국 60여 개 환경단체 연합인 시민행동 측은 환경영향평가 날조 논란(부산일보722일 자 10면 등 보도)’ 이후 대저대교 건설사업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기 위해 이날 만남을 계획했다.

 

당초 부산시는 간담회에서 철새 도래지 공동조사를 제안할 예정이었다. 부산시 도로계획과 관계자는 환경단체 측에서 대저대교 건설과 관련한 사회적 합의 도출을 위한 개입을 원했다겨울이 다가오고 있어 철새 도래지 환경에 대한 공동조사를 추진하자고 제안하려 했다고 밝혔다. 대저대교 건설로 철새 서식지가 훼손된다는 환경단체 측의 문제 제기를 공동조사 등으로 풀어나가려 한 것이다.

 

하지만 시민행동 측은 공동조사를 추진하겠다는 부산시의 입장이 알려지자 크게 반발하며 간담회를 취소했다. 부산시가 일방적으로 공동조사를 기정사실처럼 여겼다고 판단한 것이 이유로 보인다. 김수정 부산녹색연합 사무국장은 부산시가 예정에도 없는 공동조사 여부를 간담회에서 합의한다고 외부에 알렸다해당 사안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 없었기에 간담회를 취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애니멀피플] 혼자가 아니야: , 우리, 지구 그리고 비건

<아무튼 비건> 김한민 작가 인터뷰

비건은 까다롭고 예민하다는 오해50%라도,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해양동물보호단체 시셰퍼드코리아 활동가이자 작가인 김한민씨는 비건이다. 지난해 말 그가 펴낸 책 <아무튼 비건>은 요즘 비건들에게 가장 좋은 입문서로 통한다.

 

김한민 작가는 2010년 구제역 무렵 비건이 되기로 결심했다. 어느 공무원이 온라인에 남긴 글을 읽은 직후였다. 그는 돼지 살처분을 담당했다. 그날도 종일 돼지들을 땅에 파묻었다. 밤이 되었다. 야간 당직을 서던 공무원은 두세 마리 돼지가 매몰지 밖으로 나온 것을 보았다. 그는 돼지들의 머리를 삽으로 내리쳤다. 사력을 다해 땅 위에 올라섰을 돼지들을 다시 땅에 묻었다. 자괴감에 괴로워 글을 쓴다고 공무원은 밝혔다. 김 작가는 글을 읽으며 돼지들의 비명을 떠올렸다. 다시는 고기를 입에 대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11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촌의 한 책방에서 김 작가를 만나 이후의 생활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진지한 비건이 되는 일은 길고 꾸준한 절망을 매일 느끼고 파편 같은 희망을 바라보며 매일을 버티는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살아 돌아온 돼지의 비극에서 시작된 일

고기를 입에 대지 않기로 결심했다고, 하루아침에 손바닥 뒤집듯 비건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처음엔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것부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는 얼굴이 있는 동물을 먹지 않았다. 나중에는 생선 또는 동물을 착취해 얻은 생산물까지 거리를 두게 됐다. 이미 지니고 있던 동물성 제품들은 닳을 때까지 쓰거나 비건이 아닌 친구들에게 나눠줬다.


비건 지향으로 약 5, 비건으로 5년의 시간이 흘렀다. 생활의 많은 부분이 가벼워졌다. 소화가 안 돼 더부룩한 일이 없어졌다. 소비가 줄고, 쓰레기의 양이 줄었다. 설거지할 때 하얗게 굳은 기름 덩어리를 닦을 일도 사라졌다.

 

대신 세상에 대한 감각은 훨씬 풍성해졌다. “비거니즘의 핵심은 연결이거든요. 남을 우리 울타리 밖으로 밀어내지 않는 것이죠. 그러다 보니 여러 사회 이슈들도 나의 이슈가 돼요. ‘이제 신경 안 써, 피곤해 죽겠다.’ 더이상 그게 잘 안되는 거죠.”

그렇게 서서히 비건이 되어온 된 김 작가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었다. 어디까지가 비건이고 어디부터는 비건이 아닌 것일까.

 

비건은 동물로 만든 모든 제품의 소비를 거부하는 사람 또는 그 행위를 일컫는다. 먹는 것부터 입고 쓰는 것까지 모두 포함된다. 이 가운데 먹는 것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므로 동물성 식품을 일체 먹지 않는 엄격한 채식이 곧 비건이라 해도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라고 김 작가는 설명했다.

채식의 강도에 따라 다양한 명칭이 있다. 어류를 예외적으로 섭취하면 페스코, 가금류를 먹으면 폴로, 유제품을 먹으면 락토, 달걀을 먹으면 오보 등으로 구분하고, 종류를 가리지 않고 가끔 육식하는 사람을 플렉시테리언이라 부른다.

 

지난 112~3일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에서 열린 국내 최대 비건문화 축제 7회 비건 페스티벌현장. 비건 아이스크림 가게 앞에 줄 선 사람들. 비건페스티벌 코리아 제공

 

그런데 김 작가는 이런 잣대와는 조금 다른 구분법을 갖고 있었다. 주말 비건 클로짓(closet) 비건 50% 비건 60% 비건 75% 비건 등이 그것이다.

주말 비건은 비틀스의 멤버였던 폴 매카트니가 주도하는 고기 없는 월요일 운동에서 착안한 행동이다. 1주일 가운데 주말만이라도 고기 없는 날을 보내는 것이다. 육식이 기본 옵션인 한국 사회에서는 공적인 모임이 많은 평일보다 사적인 시간이 많은 주말에 채식을 실천하기가 더 쉽다. 따라서 주말에라도 고기를 먹지 않겠다는 결심은 비건의 출발이 될 수 있다.

 

락토, 페스코대신 오늘의 비건

클로짓 비건'은 남들 몰래 실천하는 것이다. 비건 지향을 주변에 알리지는 않지만, 내 돈으로는 육류를 구매하지 않거나, 혼자 있을 때 채식하는 것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공연히 부담을 주거나 눈총을 받기는 싫지만, 그래도 비건으로 살고 싶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비건 행동이다.

김 작가의 구분법에서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비율에 있다. “‘비건 지향이라는 말을 많이들 하는데, 되게 편리하고 좋은 말이지만 약간의 기준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저는 50%만 되어도 비건 지향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아래는 관심 있는 수준일 것 같고요. 적어도 두 번의 끼니 중 한 번은 채식한다거나, 두 번의 소비 중 한 번은 제대로 하려는 사람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세 번 중 두 번, 네 번 중 세 번이렇게 높여갈 수 있는 거죠.”

 

엄격한 비건의 잣대를 세우고 스스로를 학대하기보다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 꾸준히 비건 지향적인 삶을 사는 게 중요하다. 게티이미지뱅크

 

그는 스스로 96% 정도의 비건이라고 말했다. 국제 환경단체 활동가라는 직업 특성상 그는 오지 또는 정글에도 간다. 채식만 고집할 수 없는 경우도 생긴다. 식당에 가면 젓갈이 들어간 김치도 먹는 편이다. “그렇다고 괜찮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고, 반성해요. 하지만 완벽하지 못할 바에는 비건 다 집어치우고 편하게 살자’, 그런 건 하고 싶지 않은 거죠.” 비건으로 생활하는 비중을 높이려고 노력하는 한, 완전한 비건이 아니라 해서 자책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그는 비건의 문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엄격한 비건의 잣대를 세우고 스스로 학대하는 것보다는, 할 수 있는 만큼 얼마나 최선을 다했는지, 얼마나 꾸준히 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몇 퍼센트 비건일까?

지난 한 달간 비건 지향을 해온 애피 식구들은 몇 퍼센트 비건일까. 4명의 애피 기자들은 평일 점심으로 채식 도시락을 싸와서 나눠 먹었다. 도시락을 못 챙긴 날에는 채식 옵션이 있는 식당을 골라갔다. 편의점으로 달려가는 오후 시간에는 성분표를 꼼꼼히 살펴 채식 간식을 골랐다.

하지만 때때로 부서의 다른 사람이 낀 회식에서는 고기를 먹었다. 육식주의자인 그는 우리를 걱정하듯 고기를 안 먹으니 생기가 없는 거라고 했다. 안주로 나온 튀긴 새우를 잔뜩 집어 먹고 다음 날 숙취와 함께 괴로워하기도 했다.

 

그렇게 내면에서, 그리고 외부로부터 여러 물음에 직면했다. 젊은 세대에서 비건이 유행처럼 번진다는데, 나도 그저 유행에 휩쓸리는 건 아닐까. 진화론적으로 인간은 잡식동물이었다는데 채식이 그것을 거스르는 식습관은 아닐까. 비건들의 주요한 단백질 섭취원인 콩의 소비가 증가하면, 이를 재배하는 과정에서 열대림 등이 파괴되는 것은 아닐까.

 

공장식 축산에 쓰는 사료를 만드는데 필요한 콩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열대림 파괴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완벽한 비건의 높은 기준, 그 기준을 달성하지 못하는 일상, 그런 실천을 막아서는 주변과 사회의 시선 사이에서 이런 질문들이 수시로 고개를 들었다.

이에 대해 김 작가는 비건이 유행처럼 느껴지더라도 고행이 아닌 선망의 대상이 되는 것은 너무 반가운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유행에 그치지 않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주류 문화가 되도록 발전시켜 나가면 된다고 덧붙였다. “지구 환경,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이라면 육류 소비를 드라마틱하게 줄여야 한다는 것에는 공감해야 하지 않을까요.”

유엔 식량 농업기구에 따르면, 공장식 축산이 내뿜는 탄소는 전 세계 교통수단의 매연보다 많다. 아마존 벌채의 80~90%는 공장식 축산에 필요한 사료용 대두 재배를 위해 이뤄진다. 지구를 망치는 주범은 콩 식용이 아니라 콩을 먹여 육류를 대량 생산하는 공장식 축산이고 그것을 먹는 육식이라는 것이다.

 

김 작가의 말을 요약하자면, 비건은 동물을 좋아하는 극단적이고 예민한 괴짜가 하는 일이 아니다. 자연적이고, 몸에 좋고, 맛있고, 지구에 이득을 주기 위해 하는 일이 비건이다. 간결하고 상식적인 그 말에, 동참 못 할 이유가 무엇이냐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기사 연재가 끝나도 계속 비건의 삶을 살고 싶어졌다. 일단 첫 번째 문턱을 넘어보기로 했다.

텀블벅 펀딩_모두를 위한 이기적 선택: 저탄소 비건 식당에 초대합니다

텀블벅 홈페이지(https://tumblbug.com)에서 애니멀피플을 검색해보세요

혼자가 아니야: , 우리, 지구 그리고 비건

 

쌈밥에서 출발해 처음 맛 본 콩고기 너겟, 비건 마라샹궈, 강된장과 그린커리까지. 애피의 채식 도시락은 진화 중이다.

 

도시락도 진화하더라_신소윤의 비거니즘 일기

비건 기획을 준비하면서 도시락을 싸기 시작했다. 채식을 시작하면서 신문사 주변의 식당을 찾기가 꺼려졌다. 거기서 거기인, 뻔한 주변 식당 메뉴들이 지긋지긋하기도 했다. 근데 도시락을 싼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계란말이도 동그랑땡도 어묵도 진미채도 멸치조림도 없는 도시락이라니. 무얼 담아야 하지? 고민이 시작됐다.

 

1030일 대망의 첫 도시락 시간. 그날의 주인공은 지숙 기자가 싸온 쌈 채소였다. 편의점에서 긴급 공수한 쌈장이 딸려왔다. 수북이 쌓여있던 쌈 채소가 순식간에 사라지기 시작했다. 삼겹살 없는 쌈도 이렇게 맛있구나. 흔히 간장게장이 밥도둑이라는데, 쌈 채소도 만만치 않았다. 근무 시간에 비례해 시들시들해지는 회사 안 직장인들에게 싱싱한 채소가 주는 묘한 힘이 있는 듯했다.

 

첫 도시락의 산을 넘으니 다음부터는 수월해졌다. 다들 먹는 데 있어선 배움이 빠른 사람들이었다. 다음날인 1031, 무려 하루 만에 우리의 비건 도시락은 한 차원, 아니 세 차원 쯤 업그레이드했다. 팀장은 아침에 구웠다며 미니 감자전을 꺼냈다. 지숙 기자는 끓는 물에 살짝 데친 양배추를 쌈장과 함께 가져왔다. 비건 마요네즈와 브로콜리도 나왔다.

요즘 힙하다는 마라샹궈를 비건과 접목(?)시켰다. 버섯, 호박, 양파를 대충 썰어서 볶고 거기에 마라샹궈 소스를 끼얹으면 끝이었다. 114일엔 비건 잡채가 등장했다.

비건용 강된장 입하. 밥 먹으러 오세요!”

 

116일 진지한 아침 보고가 오가던 카카오톡 팀 채팅방에 느닷없이 오늘의 메뉴가 공지됐다. 조홍섭 기자였다. 그날 점심에선 쌈 채소들이 외롭지 않았다.

 

먹는 것을 좋아하는 팀원들에게 채식의 세계는 새로운 미식의 탐색이기도 했다. 우리 수준에서 미식의 탐색이란 이런 식이었다. “집에 국 끓이고 남은 무가 있는데 뭘 해먹지?” “그거 고등어 졸이듯이 졸이면 돼, 고등어 빼고.” “그날 그 편의점 채식 도시락에 들어간 콩고기 어디서 만든 건지 알아?” “카톡 오픈방서 보니까 ○○○○서 만든 콩불고기라던데.” “나 그거 500g 주문할 건데 같이 할 사람!”

 

그래서 오늘의 애피 도시락은?! 비건 그린커리와 토마토 샐러드, 오이지무침, 깻잎장, 채소찜. 각자의 농도로 비건을 실천하며 우리는 오늘도 평화롭고 즐겁게 잘 먹고 지낸다!   신소윤 김지숙 기자 yoon@hani.co.kr

  

낚시하다가 바다로 쓰레기·오물 버리면 과태료 50만원...내년 221일부터

   


해상에서 표류하는 낚시어선을 해경이 구조하고 있다. 군산해경 제공

 

앞으로 바다에서 낚시를 하다가 오물이나 쓰레기를 수면에 버리면 5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또 야간낚시를 할 때는 구명조끼에 구명등을 반드시 부착해야 한다.

 

해양수산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낚시 관리 및 육성법의 세부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마련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런 규정은 2020221일부터 시행된다.

 

해수부는 낚시객이 바다에 오물이나 쓰레기를 버리는 경우 5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또 낚시로 잡은 물고기를 파는 경우 1차 적발시 75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 경우 과태료는 2차 적발시 150만원, 3차 적발시 300만원으로 더 많아진다.

 

낚시승객을 태운 낚시어선에서 선장이나 선원이 술에 취한 상태로 어선을 조종한 경우에는 1차 적발시 영업정지 2개월 처분을 내리고, 2차 적발시에는 영업폐쇄 조치를 내리기로 했다.

 

해수부는 또 야간낚시를 할 때 구명조끼에 구명등을 의무적으로 부착하도록 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사고 발생 시 신속한 인명구조가 가능하도록 빛이 나는 등을 구명조끼에 부착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또 낚시어선이 야간에 13명 이상을 태우고 바다로 나갈 경우, 안전요원이 반드시 승선하도록 했다. 이 경우 안전요원은 인명구조요원 자격 취득, 안전 및 해양사고방지교육 이수, 전문교육 이수 등 3가지 중에 1가지 요건을 갖춰야 한다.

해수부는 낚시어선에 대해 매년 안전검사를 받도록 했으며, 낚시어선이 신고를 하지 않고 낚시어선업을 하는 경우에는 영업폐쇄 조치를 내릴 수 있도록 했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소수 전유물’ vs ‘부산 랜드마크해운대 엘시티 의견 분분

부산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2의 롯데월드타워가 될 것이다

 

해운대 백사장을 사유화해 0.1% 특권층의 전유물로 전락시켰다

 

해운대를 사계절 체류형 관광지로 조성하겠다는 목표 아래 3조 원의 사업비가 투입된 초대형 개발 프로젝트인 엘시티(해운대관광리조트 개발사업)가 이달 말 승인을 앞두고 있다. 특혜 시비와 경영진 구속 등 갖은 우여곡절을 겪은 엘시티가 잘못된 도시개발 사업의 선례로 남을지, 혹은 부산의 랜드마크로 인정받을지 그 존재 가치와 미래상에 세간의 관심이 쏠린다.

 

이달 말 승인 앞둔 엘시티

부산 건설현장 기록 갈아치워

특혜 시비·경영진 구속 우여곡절

호텔·워터파크 등 시설 기대감

백사장 사유화·교통난 우려 커

 

부산 최고층 건물로, 이달 말 승인을 앞두고 있는 해운대 엘시티 전경. 엘시티 제공

 

부산 건설사 다시 쓴 대역사

엘시티는 시공사인 포스코건설이 201510월 착공한 이후 4년 동안 연인원 150만 명의 공사 인력이 투입되고, 전용 면적 85아파트 6500여 세대를 지을 수 있는 물량의 콘크리트(61), 서울 롯데월드타워의 2배가 넘는 11t의 철강재가 투입되는 등 규모 면에서 부산 건설현장의 숱한 기록을 갈아치웠다. 엘시티는 준공되면 롯데월드타워(555m)에 이어 국내 두 번째 높이의 초고층 건물이자, 부산에서는 유일한 100층 이상 마천루가 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100층 이상의 초고층 건물은 일반 건물에 비해 훨씬 많은 건축비가 들어가고 공사 기간도 길어지는 등 사업성 측면에서 부담이 크기 때문에 앞으로 부산에서 100층 넘는 건물이 다시 들어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중론이라며 그만큼 엘시티의 희소성과 상징성이 크다고 말했다.

 

예정대로 이달 말 엘시티 준공 승인이 나면 주거시설 입주가 시작되고, 관광·콘셉트시설과 상업시설 조성을 위한 나머지 공사가 본격화돼 내년 6월이면 전체 준공의 마침표를 찍게 된다.

 

2의 롯데월드타워 될까

엘시티 측은 내년 6월까지 관광·콘셉트 시설이 모두 완공되면 엘시티가 해운대를 사계절 체류형 관광지로 성장시키는 데 기여한다는 당초 개발 목적에 부합하는 시설로 확고히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한다.

 

엘시티의 101층 랜드마크타워 3~19층에는 롯데호텔이 운영하게 될 260실 규모의 롯데 시그니엘 호텔이 들어설 예정으로, 이미 실내 마감공사가 절반 이상 진행됐다. 랜드마크타워 98~100층 전망대는 한류드라마와 영화를 제작하는 콘텐츠기업 초록뱀미디어FB(식음료) 기반 생활서비스기업인 풀무원푸드앤컬처가 투자와 운영에 참여한다. 사계절 관광리조트라는 엘시티의 콘셉트를 대표하는 도심형 실내외 워터파크’(포디움 4~6)는 현재 99% 공정을 마친 후 내년 6월 오픈을 위해 시운전 등 운영 준비에 들어갔다. 또 복합쇼핑몰인 스타필드를 운영하는 신세계 프라퍼티와 상가시설 운영 계약 세부사항을 협의 중이다.

 

계획대로 이들 시설이 가동되면 엘시티가 지역 상권 활성화는 물론, 부산관광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핵심 시설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엘시티처럼 주거와 상업시설, 문화공간이 하나로 이어지는 초고층 복합단지들은 콤팩트 시티로 불리며 도시개발의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같은 방식으로 개발된 서울 롯데월드타워의 경우 관광산업 활성화를 통해 매년 9조 원의 경제효과와 21000명의 취업 유발효과를 내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소수 전유물 인식 불식할까

엘시티 사업을 두고 부산 시민 모두가 누려야 할 공공의 자산인 해운대 백사장을 소수 특권층을 위한 사유물로 전락시켰다는 비판 여론은 여전히 거세다. 초고가 분양으로 투기를 조장해 해운대 등의 집값을 끌어올리고서민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겼다는 눈총도 따갑다. 본격적인 입주 이후 터져 나올 해운대 일대 교통난과 주차난, 초고층 빌딩풍으로 인한 인근 상가와 주민들의 불안도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그간 특혜와 비리의 온상으로 치부돼 온 엘시티가 이대로 소수의 전유물로 남을지, 아니면 부산의 랜드마크로서 지역 경제 발전에 기여할지는 준공 후 엘시티 효과가 어느 방향으로 작용할지에 달려 있다.

 

엘시티 이광용 부사장은 엘시티 개발사업의 핵심 요체는 관광 시설인데, 그동안 아파트 등 주거시설만 너무 부각돼온 측면이 있다부산의 특성에 맞는 다양한 관광·콘셉트 시설이 모두 채워지는 내년 6월이면 부산관광의 핵심이 될 엘시티의 가치가 증명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대도시시장協 "공원부지매입지 국고 지원해달라" 건의



전국대도시시장협의회(회장 최대호 안양시장)는 공원일몰제 적용시기가 내년 7월1일로 다가온 가운데 장기미집행 공원부지 매입비를 정부가 지원해 줄 것을 만장일치로 정부에 건의했다고 28일 밝혔다.  공원일몰제에 대비해 미집행 공원 부지 매입에 관한 문제는 내년 7월 1일 공원일몰제가 시행되기 전에 해당 부지를 사들여 녹지공간을 확보하고, 난개발을 막는 사업으로 대도시들이 안고 있는 현안이다.


또 이 제도는 도시관리계획상 공원용지로 지정돼 있지만 장기간 공원 조성 사업을 시행하지 못한 부지를 공원에서 자동 해제토록 하고 있으며 도시계획시설 결정 후 20년이 지났을 경우 적용된다.  전국적으로도 공원일몰제에 대비해 난개발을 막기 위해서는 762곳 공원의 우선관리지역 130㎢에 이르는 토지 매입비는 모두 16조 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돼 정부 차원의 지원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전국대도시시장협의회는 인구 50만명 이상 대도시의 지자체장 15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27일 성남시 삼평동 판교 제1테크노밸리 내 스타트업 캠퍼스 2층 회의실에서 제6차 정기회의를 열었다. / 뉴시스


엘엔지(LNG) 발전 천연 아니었나?곳곳에서 반대

청주, 음성 대규모 엘엔지 발전소 건립 추진

환경단체 석탄보다 덜하지만, 무해 발전 아냐

 

음성 복합발전소 건설반대투쟁위원회 등이 27일 오전 충북 음성군청 앞에서 엘엔지 발전소 건립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건립을 두고 충청권 곳곳에서 파열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정부 등에서는 액화천연가스를 친환경 발전원으로 소개하고 있지만, 해당 지역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은 인체 유해성을 주장하며 발전소 건립 철회를 촉구하는 상황이다.

 

충북 음성 복합발전소 건설반대투쟁위원회,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등은 27일 음성군청 앞에서 엘엔지 발전소 건립 중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엘엔지 발전은 천연가스 이용해 안전하다고 하지만, 실제 발전 과정에서 질소산화물 등 오염물질이 다량 배출돼 대기 등을 오염시킨다. 주민 생존을 위협하는 발전소 건립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한국동서발전은 음성군과 협약해 음성읍 평곡리 일원 351122급 엘엔지 발전소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12천억원을 들여 2022년부터 2024년까지 공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하지만, 손현광 음성 복합발전소 반대 대책위원장은 음성군이 주민 동의 없이 업체와 꼼수로 발전소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주변에 학교, 주택가 등이 흩어져 있어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대책위는 지난 12일부터 음성군청 앞에서 천막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대해 홍태경 음성 복합발전소 티에프(TF)팀장은 엘엔지 발전소는 충남 당진 석탄화력발전소를 대체하는 친환경 발전소로 지난해 자체 검증위원회를 통과해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생산 유발 2900억원, 고용유발 5798명 등 지역 경제 효과가 크다. 환경 오염 우려 등은 주민과 소통하고 협의해 풀어가겠다고 말했다.

 

청주지역도 비슷한 상황이다. 이곳에서는 에스케이(SK)하이닉스 엘엔지 발전소 건립을 놓고 환경단체 등이 반발하고 있다. 에스케이하이닉스는 2022년까지 8천억원을 들여 청주시 흥덕구 외북동 134일대 54860545급 엘엔지 발전소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에스케이하이닉스 쪽은 안정적 전력공급을 위해 발전소를 추진하고 있다. 저 녹스(질소산화물)버너, 선택적 촉매환원법 등을 활용하면 우려할 만한 환경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대전시는 한국서부발전과 서구 평촌산업단지에 17780억원을 들여 1급 엘엔지 발전소 건립을 추진하다, 주민 반발이 커지자 지난 6월 사업을 백지화하기도 했다.

 

박종순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정책팀장은 엘엔지 발전은 석탄 화력 발전에 견줘 대기 오염 물질 배출 3분의 1, 초미세먼지 발생 8분의 1 정도라며 석탄과 견줘 상대적으로 영향이 덜하다는 것이지 완전히 무해한 발전은 아니다. 청주, 음성은 산업단지 밀집 등으로 이미 대기 질이 좋지 않은 곳이어서 대규모 발전소가 들어서면 오염은 가속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사진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제공   

 

제주 2공항 예정지 성산 일대환경단체들 ‘SOS’ “여기, 비행기가 뜨면 우린 사라진다

제주도에 두 개의 공항이 필요한가.’

 

국토교통부가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에 제2공항 건설을 공식화한 2015년 이후 제주도는 찬반 의견이 대립하며 둘로 쪼개졌다. 공항 건설 논의가 본격화된 최근 환경부는 국토부가 제출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해 항공기 조류 충돌부분을 재검토하라는 회신을 보냈다. 환경단체들은 공항 건설 시 발생하는 환경 파괴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실태 확인을 위해 경향신문이 지난 24일 녹색연합 등 환경단체 활동가들과 함께 공항 예정지인 성산읍 일대를 찾았다.

 

제주공항에서 1시간쯤 차를 타고 달리자 세계 유네스코 지정 자연유산 성산포 입구라고 쓰인 하늘색 대형 안내판이 보였다. 조금 더 달려 성산읍 온평리에 이르자 마을 입구 도로 주변에 2공항 OUT’ ‘결사반대라고 적힌 깃발들이 빼곡했다.

 

지난 24일 성산읍 온평리 혼인지의 신방굴 앞에서 홍영철 제주 참여환경연대 대표가 숨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매진 피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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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온화하며 산이 없고 평평하다는 뜻에서 온평리다. “이 일대는 다 공항 부지에 들어가요. 공항 부지의 70%는 온평리고, 나머지 30%에 신산리, 수산리, 난산리, 고성리입니다.” 홍영철 제주 참여환경연대 대표가 말했다.

 

온평리는 마을의 절반을 차지하는 농경지 대부분이 공항부지로 들어간다. 이에 온평리 마을 주민들은 따로 대책위를 꾸려 반대 운동을 하고 있다. 홍 대표는 공항이 들어서면 마을 주민들이 거주할 수는 있지만, 생업으로 하던 농사는 못 짓게 되니 결국 육지로 나가야 한다제주의 다른 지역에서 농사를 짓기엔 이미 땅값이 너무 올랐다고 말했다.

 

온평리에는 제주도의 개벽신화인 ‘3성 신화의 배경인 연못 혼인지도 있다. 제주도 지정 제17호 기념물이다. 국토부는 환경영향평가서에서 혼인지(신방굴)는 랜드사이드(공항부지 중 출입이 자유로운 곳) 계획 시 관광지 활용 등의 보존계획 반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홍 대표는 주변 환경이 다 사라지고 여기 한 곳만 관광지화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지적한다.

 

온평리 곳곳에는 투수성 지형인 숨골이 보였다. 비가 오면 이 숨골로 물이 스며든다. 홍 대표는 여긴 비가 유독 많이 오는 지역이지만 숨골 때문에 물난리가 없다숨골이나 동굴들을 다 메워버리면 물이 흐르지 않고, 그럼 농사도 지을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찾은 숨골들 중 상당수는 밭 안이나 그 인근에 위치해 있었다. 밭 한가운데 있는 숨골도 주민들이 일부러 막지 않고 둔 것이다.

 

성산읍 일대에 펼쳐진 무밭. 무는 성산 주민들의 주요 농작물이다. 이매진 피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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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는 공항 부지에 숨골이 8개밖에 없다는 입장이지만 환경단체들이 마을 주민들의 도움을 얻어 지난 7월 조사에 나선 결과 한 달여 만에 61개의 숨골이 추가로 발견됐다. 국토부는 그것은 숨골이 아니다라는 입장만 밝혔다. 성산읍 곳곳에는 놈삐() 도 있다. 화산재로 이루어진 새카만 화산회토 위로 푸른 무 잎들이 올라와 있었다. 평범한 무밭같지만 마을 주민들이 대를 이어 수백년간 가꿔온 유산이다. 고제량 제주생태관광협회 대표는 제주도 동쪽 지역은 농업을 하기에는 힘든 흙을 가진 곳인데, 마을에서 무 작물이 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고, 무가 이제 주민들의 삶의 기반이 됐다고 했다.

 

공항 소음 문제로 인한 폐교 전망이 나오는 수산초등학교. 이매진 피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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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6년 개교한 수산리의 수산초등학교는 공항이 들어설 경우 소음 탓에 더 이상 학생들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체 학생수 75명인 이 학교는 작은 학교 통폐합이 추진됐던 2013년에도 주민들이 힘을 모아 간신히 지켜낸 곳이다.

 

공항 예정지와 8떨어진 하도리 철새 도래지에 철새들이 모여 앉아 있다. 이매진 피스 제공

 

흑로. 이매진 피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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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평리에서 8가량 떨어진 구좌읍 하도리에는 제주도의 대표적인 철새도래지가 있다. 공항이 들어서면 사라질 수밖에 없는 곳이다. 이날 찾은 하도리 철새도래지에는 이미 수백마리의 철새들이 모여 있었다. 최진우 환경생태연구재단 상임이사는 지난 26일 국회 토론회에서 전 세계 공항들은 조류 충돌사고를 엄청 큰 위험으로 여긴다2공항이 생긴다면 관리업체에서는 주변 철새, 조류들 씨를 말리기 위해 엄청나게 잡아들이고 쫓아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영신 가톨릭대 교수는 2공항 문제는 제주도가 관광객 증가를 통한 지역 발전이라는 개발주의시대식 정책을 수용할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제주의 미래와 관련된 문제라고 말했다. / 한겨레

 

기후변화 막을 최선의 실천은 '채식'

채식 위주 식사와 음식물쓰레기 줄이기가 가장 효과적

 

개인이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실천은 채식 위주의 식단과 음식쓰레기 줄이기이다. 박미향 기자

 

기후변화로 인한 파국을 막아내기 위해서 지금 당장 행동에 나서라는 미래세대의 요구는 기성세대에게는 매우 아프다. 내가 저질러놓은 일 때문에 이름도 듣지 못한 먼 나라가 사라진다는 소식도 안타깝지만, 우리는 누렸던 미래와 희망을 돌려달라는 자식들의 항의는 더 아프다.

당장 기후변화 해결에 발 벗고 나서고 싶다. 하지만 걷고, 자전거를 타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전등을 갈고 스위치를 열심히 끄는 것 외에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막막하기만 하다.

 

기후변화의 해결책으로 전기사용을 줄이거나 교통수단을 바꾸려고 노력하는 것은 기후변화의 가장 큰 원인이 화석연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인의 실천으로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기는 쉽지 않다. 화석연료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주체가 개인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고, 알고 보면 개인의 삶에서 기후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부문이 에너지 사용인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화석연료 사용이 기후변화의 가장 큰 원인이지만 개인이 실천으로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지난 9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기후파업 행사 모습. 마르쿠스 코블린,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지구 전체 온실가스 15%는 가축에서

의외로 매일 아침, 점심, 저녁 식사를 통해서 개인은 가장 많이 기후에 영향을 끼친다. 식생활이 직접 기후변화에 영향을 주기도 하지만, 식량을 생산하고 수송하고 가공하는 모든 과정에서 쓰이는 화석연료의 양과 산림훼손도 만만치 않다.

 

화학비료에서 나오는 아산화질소는 이산화탄소보다 질량 당 310배나 더 많이 기후변화를 일으킨다. 퇴비와 축산에서도 온실가스인 메탄이 대기 중으로 배출된다. 식량이 우리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고 큰 만큼 기후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음식이 개인의 생활 중 기후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된 것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식생활이 변했기 때문이다.

 

국가를 막론하고 점점 더 식탁에서 육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고 있다. 가정의 식탁은 물론이지만, 푸아그라나 와규와 같은 최고급 음식부터 싼값에 높은 칼로리를 공급하는 패스트푸드까지 외식 식단은 대부분 육식 식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렇게 육식의 비중이 늘면서 음식이 기후변화에 끼치는 영향이 급격히 늘게 되었다.

 

소 등 가축을 기르는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온실가스가 나온다. 게티이미지뱅크

 

가축을 기르는 과정에서 매년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지구 전체 배출량의 약 15%를 차지한다. 2009년 에스토니아에서는 소 방귀와 트림에 방귀 세를 매기겠다는 농담 같은 정책이 시도될 정도이니, 축산으로 인한 폐해가 어느 정도인지는 짐작할 수 있다.

 

소와 같은 반추동물이 소화과정에서 배출하는 메탄만 기후변화에 영향을 주는 것도 아니다. 가축을 기르기 위해 아마존 열대우림을 불태우는 것과 같은 산지 훼손, 가축 사료를 재배하는 과정과 소를 기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분뇨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까지 최대한 포괄적으로 헤아리면 축산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은 50%에 육박한다는 보고도 있다.

 

2016년 세계 자원연구소 보고서는 “2006년에 비해 2050년엔 70% 더 많은 식량, 거의 80% 더 많은 육식, 95% 더 많은 소고기를 요구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렇게 전 지구적으로 축산이 늘면 지구 온난화뿐 아니라 건조기후와 물 부족 현상으로 아시아 지역에서만 1억 명 이상이 식량부족의 고통을 겪을 것이라고 한다. 육류 소비 습관을 바꾸는 것은 직접적인 기후변화뿐 아니라 기아, 건강한 삶, 물 관리, 육지 생태계 보전 등 기후변화와 관련된 많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답을 줄 수 있다.

 

동물과 관련된 어떤 것도 먹지 않는 비건이 아니라도 다양한 채식 위주 식단을 꾸릴 수 있다. 한겨레 디비

 

그렇다고 식탁에서 당장 육식을 모조리 몰아내는 어려운 고행으로만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2016년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에서 비건 식단을 채택하면 식생활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70%나 줄일 수 있고, 직접적인 육식만 피하고 치즈나 우유, 달걀 등은 선택적으로 섭취하는 채식 식단을 선택하는 것만으로도 온실가스 배출을 63%까지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주말에만 채식하거나, 생선은 허용하고, 육식을 줄이는 것 등 다양한 채식 위주의 식사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더불어 이런 식단은 세계 사망률을 6~10%까지 줄일 수 있고, 이로 인한 의료비 절감액과 생산성 향상으로 인해 매년 1조 달러를 절감할 수 있다고도 한다.

육식을 포기하지 못하겠다면 단지 소를 현재와 같은 집중시설에서 키우지 말고 목초지에 방목해 기르는 것처럼 축산 방식만 바꿔도 집중시설에서 키우는 것보다 온실가스 배출을 40% 줄일 수 있고 에너지 역시 85%까지 적게 소모된다.

 

음식쓰레기, 열대림 파괴보다 더 나빠

 

버려지는 음식쓰레기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아 전 세계 배출량의 약 8%에 달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식탁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또 있다. 바로 음식쓰레기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전 세계 기아인구가 82000만 명이나 되는데도 전 세계에서 버려지는 음식은 생산된 식량의 3분의 1에 달한다. 세계 인구 9명 중 1명이 배고픈 상태에 놓여있는데 버려지는 식량으로 매년 44억톤의 온실가스가 대기 중으로 배출되고 있다. 이렇게 배출되는 양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8%에 달한다. 한쪽에선 식량이 부족해서 굶주림으로 죽어가고 한쪽에선 음식물을 버리면서 지구를 데우고 있다.

 

개발국가에서는 개인이 구매하거나 조리된 음식을 다 소비하지 못하고 버리는 낭비도 큰 문제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보이지 않게 음식쓰레기를 만드는 유통구조다. 식품이 상품화되면서 못생기거나 규격에 맞지 않는 수많은 음식물이 소비자에게 보이기도 전에 쓰레기로 전락한다. 또한 유통 기한’ ‘소비 기한과 같이 최종 소비날짜를 혼동하게 하는 잘못된 날짜 표기로 안전성과는 무관하게 버려지는 음식도 적지 않다.

 

저개발국에서도 개발국과는 다른 이유지만 음식쓰레기가 생긴다. 저장, 냉동시설의 부족으로 음식이 부족한 사람에게 음식이 제대로 전달되기도 전에 폐기된다. 이런저런 이유로 버려지는 음식쓰레기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만도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7%로 추정된다.(관련 기사: 음식물 한 해 4000억 달러어치 버려진다).

 

식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물과 비료, 연료가 소비되기 때문에 음식물쓰레기의 증가는 경제적으로 낭비일 뿐 아니라 온실가스 배출을 늘리고 직접적인 환경오염의 원인이 된다.

 

여기에 일상화된 전염병으로 매해 도살되는 가축의 문제와 개발국에서 버려지는 음식물쓰레기가 전 세계 빈곤 인구를 먹여 살리고도 남는다는 보도에까지 이르면, 산업화한 식생활로 인한 폐해는 단지 환경이나 경제적 문제일 뿐 아니라 도덕과 윤리의 문제이기도 하다.

식생활을 바꾸는 것,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하고 음식물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음식물을 합리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기후변화대책이다(표 참조). 더 나아가 기아에 허덕이는 지구의 다른 이들에게 최소한의 염치를 차리고 식량이 되는 다른 동물에게 최소한의 삶의 조건을 만들어주는 지구공동체의 일원으로서의 자격을 얻는 일이기도 하다.

참고 문헌

1. 폴 호건, ‘플랜 드로다운’, 글항아리, 2019

2. ‘축산과 기후변화’, 국가과학기술정보센터

이수경/ 환경과 공해연구회 운영위원장/ 한겨레

 

과학자들 충격 경고 "기후위기 '티핑 포인트' 이미 지났다"

 

"이미 영구 동토층서 메탄 나와...행성 비상 사태 처했다"

기후위기를 막을 시한이 이미 지났다는 충격적인 경고가 나왔다. 이미 지구가 기후변화 상황을 되돌릴 수 없는 시점인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를 지났다는 주장이다.

 

27(현지시간) <가디언>"세계는 이미 일련의 변화 지점을 넘었으리라는 과학자들의 경고가 나왔다""현 위협은 '문명에 대한 실질적 위협'이며 우리는 '행성 비상 사태'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티핑 포인트'란 특정 현상이 폭발적으로 일어나기 시작해 더는 이전으로 되돌릴 수 없는 시기를 뜻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혁명 전보다 섭씨 1.5도 이상 오를 경우를 인간이 지구 기후를 통제하기 불가능해지는 티핑 포인트로 지적했다. 아울러 이들은 2030년까지 1.5도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면 인류는 티핑 포인트에 도달하리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이미 인류가 티핑 포인트를 넘었을 수 있다는 게 해당 보도 내용이다.

<가디언>은 과학저널 <네이처>에 관련 논평을 낸 연구자들을 인용해 "이미 지구 평균기온이 (지난 100년간) 섭씨 1도가량 가열됐음에도 온실가스 배출 수준이 여전히 상승해 지구 평균기온은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이에 따라 (북반부) 영구 동토 등에서 메탄가스가 방출하는 티핑 포인트가 다른 부문에도 계단식으로 영향을 미칠 시점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해,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은 지난 4<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영구 동토층이 기후위기로 붕괴할 위기가 심각하다고 경고한 바 있다. 조 전 원장은 북극권이 지구의 다른 곳보다 더 가열돼 해빙이 녹는 속도가 가속화함에 따라, 북해 내부에 잠재한 메탄하이드레이트(일종의 메탄 얼음)가 공기에 노출돼 온실가스 방출이 가속화하고, 시베리아의 영구 동토층에서도 땅속에 갇혔던 메탄이 방출돼 산소와 결합, 이산화탄소가 돼 지구 온실화를 더 가속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 전 원장은 이 같은 상황, 즉 지구 스스로 온실가스를 내뿜는 상황(티핑 포인트)이 온다면 인류가 기후를 통제하기란 불가능해지리라고 경고했다. (관련기사: "미세먼지가 불량배라면, 기후변화는 핵폭탄")

 

이와 관련해 이번 <네이처> 집필을 주도한 팀 렌튼(Tim Lenton) 엑서터 대학 교수는 "북극의 해빙이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북극의) 영구 동토층이 이미 이산화탄소와 메탄을 방출하기 시작했다"고 경고했다.

 

렌튼 교수는 또 유럽을 데우는 대서양의 걸프만 해류의 유속도 20세기 중반보다 15%가량 느려졌다며, 이는 자연적 변화일 수 있으나 기후변화의 결과 상황이 더 나빠지리라는 징조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보다 위도상 높은 위치에 있는 나라가 많음에도 유럽 여러 나라의 겨울이 상대적으로 따뜻한 이유는 따뜻한 바닷물이 유입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흐름이 이미 깨지기 시작했다는 게 렌튼 교수의 지적이다.

 

<가디언>은 이 밖에도 1970년 이후 아마존 열대 우림의 17%가 사라져, 건조가 심화하는 티핑 포인트가 현재로부터 (우림 손실치) 20~40% 범위에 도달했다고도 지적했다. 특히 북미 온대림은 연이어 발생하는 화재와 해충 발생으로 인해 새로운 탄소 배출 원천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변화는 각자 상호작용을 일으켜 지구의 기후위기를 더 가속화(양의 되먹임)하게 된다.

 

필 윌리엄슨(Phil Williamson) 이스트 앵글리아 대학 교수는 "여러 위험이 상호 작용해, 한 변화가 다른 변화를 강화하고, 그에 따라 급격한 '폭포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렌튼 교수는 "(기후 행동을 주도한) 청소년들이 옳았다""이제 기후 시스템에 돌이킬 수 없는 변화가 일어나는 중이거나, (적어도 그 시점에) 매우 가까워졌다"고 밝혔다.

 

문제는 앞으로 변화 추이를 추적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마틴 시거트(Martin Siegert) 런던 임페리얼 대학 교수는 "(기후변화로 인한) 이산화탄소 농도 변화율을 측정할 지질학적 선례가 없다""인류가 예상하지 못한 시기에 티핑 포인트를 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 결과 아직 인류가 티핑 포인트를 지나지는 않았다고 볼 수 있으나, 그 연구 결과를 온전히 믿을 수 없다는 얘기다. 현재의 과학 기술로는 정확한 티핑 포인트를 산출해내기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가디언>"티핑 포인트가 과학적으로 논쟁이 있는 건 맞다"면서도 "티핑 포인트에 다다를 경우의 잠재적 피해는 너무 크므로, 긴급한 국제적 행동이 필요하다""지구의 안정성과 회복 탄력성이 이미 위험에 처했다"는 연구진의 말을 인용했다.

 

피어스 포스터(Piers Forster) 리즈 대학 교수는 <네이처> 연구진의 '티핑 포인트에 이르렀다'는 발표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면서도 "이들이 주장하는 위험은 실제적"이라고 경고했다. 이대희 기자 / 프레시안

 

천연기념물 제330호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어린 수달 한 마리가 28일 경남 함양군 상림공원 위천수에서 먹이활동을 하며 사냥한 메기를 입에 물고 있다. [사진 함양군청 김용만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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