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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시사만평-주간 쟁점

9.27~10.3 코로나로 바뀐 추석 풍경

by 이성근 2020. 9. 29.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의 악연이 질기다.

코로나로 바뀐 추석 풍경

V, W, U, K세계 경제 회복 전망 정답은?

추미애 "이번엔 '거짓말' 프레임...상습적 가짜뉴스 언론에 무관용"

의사 파업, 정규직화 반대그들만의 공정

7년의 전쟁, 승리의 기록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의 악연이 질기다.

2003년 외환은행을 13800억원이라는 헐값에 인수해서 2011년 하나금융에 39천억 여 원에 팔아 25천 이상의 차익을 챙긴 것은 물론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하고 지점을 폐쇄하는 등 가혹한 구조조정을 통해 주가를 올림으로써 챙긴 주주배당까지 합하면 5조원 정도를 벌어들였다.

 

론스타는 가치를 창조한 것이라고 떠벌릴 수 있겠지만 그 모든 것은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파괴하고, 외환은행 자산을 파괴함으로써 창조된 것이다. 국민의 혈세로 쌓아올린 국부가 미국 론스타 펀드가 빨아먹은 명백한 가치 흡혈에 다름 아니다. 론스타는 국내법상 애초 은행업에 손을 댈 수 없는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라는 사실이 드러났으나 금융위원회, 기재부, 청와대 모두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자격에 문제없다고 쉴드를 쳐주었다. 론스타와 어떤 이면 거래가 있었는지 낱낱이 밝혀야 한다.

 

단물 다 빨아먹고 철수할 때 쯤에는 하나금융과 금융위원회가 론스타의 탈출을 도왔던 것으로 의심된다. 론스타를 인수함으로써 대마불사의 몸집을 불리려던 하나금융의 욕망과 론스타를 속히 탈출시키려던 금융위가 론스타의 야반도주를 돕고, 지금에 와서는 우리 국민에게 5조원대의 투자자국가소송(ISD)의 멍에를 씌우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이제라도 초대형 국부유출사건, ‘론스타게이트의 실체를 밝히는 일에 적극 나서야 하는 것 아닌가? / 이창우 레디앙 기획위원

 

 

“30년만에 차례상 안 차렸네요코로나로 바뀐 추석 풍경

이동 자제 권고 따른 며느리들 명절 만큼은 코로나 덕봐

취준생은 공부 열중·직장인들 휴일 근무 자원하기도

 

 

추석인 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함께 모이지 못한 가족이 온라인 실시간 화상 중계 프로그램을 이용해 차례를 지내고 있다. KAIST 우운택 교수 제공(우 교수 페이스북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정부의 이동 자제 권고에 따라 '언택트(비대면) 추석'을 보낸 시민들이 색다른 추석을 경험했다. 매년 차례상을 차리느라 명절에 제대로 쉬지 못했던 며느리들은 오랜만에 여유로운 명절 연휴를 만끽했다.

 

대전에 거주하는 이모(57)씨는 30년 만에 처음으로 추석 차례상을 차리지 않았다. 명절마다 친척들이 모여 차례를 지내는 탓에 항상 명절을 앞두고 음식 장만에 정신이 없었지만, 올해는 코로나19를 고려해 모이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명절 상차림에서 해방됐다.

 

이씨는 2"코로나19 때문에 힘든 점이 더 많았지만 이번 명절만큼은 코로나 덕을 보게 됐다"며 웃었다. 명절 때마다 자식 손에 바리바리 싸서 보내던 음식도 올해는 차례상을 차리지 않았기에 배달음식으로 대신했다. 이씨는 "평소에는 아들이 못 오면 택배로라도 음식을 보냈는데 올해는 상을 차리지 않으니 보낼 음식이 없었다""한 끼라도 제대로 먹이고 싶은 마음에 아들 집근처 음식점에서 갈비찜을 주문해 아들 집으로 직접 보냈다"고 말했다.

 

경기도 평택시에 사는 결혼 10년 차 주부 A(45)씨도 결혼 후 처음으로 편안한 추석을 맞이했다. A씨는 명절 때면 새벽 일찍 일어나 시댁인 부산까지 장거리 운전을 하고, 도착하자마자 전을 부치느라 쉴 틈이 없어 '명절 증후군'을 겪고는 했다. 하지만 올해는 이동을 자제하기로 하면서 명절에 집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있게 된 것이다. A씨는 "10년 만에 명절 증후군에서 해방됐다""명절 아침에 늦잠을 자고 푹 쉴 수 있어 낯설면서도 좋았다"고 말했다.

 

한편 미혼인 젊은이들은 명절에 고향에 가지 않게 되면서 '휴일 근무'를 자원하기도 했다.

서울의 한 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김모(27)씨는 올해 부모님 댁에 가지 않고 휴대전화 영상통화로 안부 인사를 대신한 뒤 병원에 출근했다. 김씨는 "코로나19 때문에 올해는 집에 가지 않기로 일찌감치 마음을 먹었다""어차피 집에 가지 못하는데 돈이라도 벌자 싶어 추석 근무를 신청했다"고 했다.

 

코로나19로 가중된 취업난을 겪고 있는 취업준비생들은 고향 방문 대신 취업 준비에 바쁜 연휴를 보내고 있다. 2학기째 취업 준비를 이어가고 있는 윤모(25)씨는 이번 추석에 고향인 대구에 가지 않고 서울 자취방에 남았다. / 한겨레

 

V, W, U, K세계 경제 회복 전망 정답은?

증시 상승에 힘입어 빠른 회복 예상한 ‘V형 회복득세했다가 힘잃어

코로나19 충격 깊어지면서 장기 침체 뜻하는 W형과 U형 주목받아

양극화 뜻하는 K형도 주목경제 회복 촉진 위해선 양극화 완화가 관건

미국 뉴욕 주식거래소에 미국 국기가 걸려 있다. 미 증시는 폭락 뒤 빠른 상승세를 나타내 브이(V)형 회복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뉴욕/AP 연합뉴스

 

아프리카를 제외한 전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코로나19 상황이 확연한 2차 확산기에 접어들면서, 세계 경제 전망도 다시 어두워지고 있다. 코로나19 추세에 따라 경제 전망이 낙관과 비관 사이를 오가는 것은 지난 9개월 동안 반복된 현상이다. 이런 현실은 브이(V), 더블유(W)형 등 전문가들이 그동안 내놓은 경기 예측 전망 중 어떤 전망이 떠오르고, 어떤 전망은 힘을 잃었는지 추적해보면 한층 선명하게 드러난다.

 

영미권의 많은 전문가들이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내놓은 전망은 알파벳 브이(V)의 모양에 비교되는 급격한 침체 뒤 빠른 회복이었다. 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를 잡는 게 생각만큼 쉽지 않고 실물경제의 타격도 심각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런 낙관적 전망은 힘을 잃었다. 이를 대신해, 경기가 일시 반등한 뒤 재차 하락하며 이중 바닥을 거치는 더블유(W)형 경기 침체와 상당 기간 경기가 바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유(U)형 경기 침체를 경고하는 목소리들이 주목받았다. 이와 함께 경제 전반의 침체 속에 일부 부문만 회복되는 양상도 뚜렷해졌다. 8월 이후 주목받기 시작한 중국 부유층의 소비 회복, 미국 몇몇 거대 기술기업의 나홀로 실적 호조’, 노동시장 양극화가 대표적인 예다. 이런 현상을 표현한 경제 양극화 전망이 이른바 케이(K)형 회복 전망이다

 

이렇듯 시간이 지날수록 부정적인 전망이 부각되고 있지만, 코로나19 초기부터 전문가들 사이에서 가장 우세한 경기 전망은 장기 침체(U형 회복) 전망이었다. <로이터> 통신이 지난 4월말 경제 전문가 4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를 보면, 미국 경제가 장기 침체를 거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은 전문가가 22명으로 가장 많았다. 브이형 회복을 예상한 이는 10, 더블유형 회복을 예상한 이는 5명이었다.

 

5개월이 지난 현재 이들 중 과연 누구의 예측이 가장 현실에 부합할까? 장기 침체 또는 이중 바닥형 침체 예상이 주요국 경제 상황을 더 잘 설명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침체 뒤 급격한 회복 전망이나 회복세의 양극화를 예상하는 전망도 경제의 세부 상황을 이해하는 데는 유용한 측면이 있다.

주가 폭락세를 빠르게 만회해 브이(V)형 회복의 대표적인 모습을 보인 미국 증시의 다우존스산업평균 지수 추이 그래프. <시엔엔> 누리집 갈무리

 

V형 회복 전망

브이형 회복 전망은 세계 경제가 1분기(1~3)2분기 초반 침체를 겪은 뒤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고 하반기부터 과거 수준을 찾아가리라는 낙관 섞인 전망이다.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은 중국 경제가 2분기에 3.2%의 성장세를 기록했지만, 약간의 시차를 두고 봉쇄에 들어간 유럽과 미국의 심각한 상황이 더 부각되면서 낙관적 전망은 설자리를 잃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 경제 전망도 부정적 전망을 뒷받침했다. 통화기금이 지난 46일 내놓은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보면, 세계 전체로는 -3.0%, 선진 경제는 -6.1%, 개도국의 경우는 -1.0%였다. 624일 발표된 수정 전망치는 이보다 훨씬 나빴다. 세계 경제와 선진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는 각각 -4.9%-8.0%로 떨어졌다. 개도국 성장률도 4월 전망보다 2%포인트 떨어진 -3.0%로 예상됐다.

 

하지만 브이형 회복이 맞아떨어진 분야도 있다. 미국 경제 주간 <포브스>는 최근 경제 전 부문이 영구적인 축소 과정을 겪고 있어 브이형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지만,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공격적인 정책이 직접 영향을 끼친 분야에서는 빠른 회복세가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투자등급 회사채 수익률이나 미국 주식시장이 대표 사례다. 미국 회사채와 주식의 가격은 3월말까지 곤두박칠을 쳤지만 4월 이후 빠르게 회복했다.

<시엔엔>(CNN)무디스 애널리틱스가 산출한 미 경제 정상 회복 지수추이. <시엔엔> 누리집 갈무리

 

W형 회복 전망

침체 뒤 회복하는 듯 하다가 다시 침체에 빠지는 이중 바닥형 경기 전망은 6~7월께 미국, 브라질, 인도의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특히 주목받았다. 전세계 산업계 동향을 보여주는 구매관리자지수(PMI)를 집계하는 영국 정보 업체 아이에이치에스(IHS) 마킷7월치 세계 경영 속보에서 그동안 제기되던 브이형 회복 가능성이 줄고 이중 바닥의 침체(더블유형 경기 순환)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부 분야별로는 미국의 상업 부동산 시장이 이중 바닥 뒤 침체 양상을 보이는 분야로 꼽혔다. ‘전미 부동산투자회사(리츠) 협회의 캘빈 슈누어 수석 부사장은 최근 경제전문 방송 <시엔비시>(CNBC)에 출연해 상업 부동산 중 소매업 관련 부동산의 경우 두번째 바닥을 겪은 뒤 회복하는 양상이 보인다고 지적했다. 상반기의 봉쇄 국면에서 크게 위축됐다가 회복되는 양상을 보였고, 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다시 어려움에 빠진 뒤 서서히 회복 국면에 들어설 것이라는 예상이다.

전형적인 유(U)형 장기 침체 국면을 보여주는 미국 극장가의 매출액 추이. 지난 1~2월 주당 1억달러를 상회하던 매출액이 3월말 바닥 수준으로 떨어진 이후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시엔엔> 뉴스 사이트 갈무리

 

U형 회복 전망

(U)형 회복 전망은 더블유형 전망보다 좀더 장기적인 시각이자, 침체기 중간의 일시적 회복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 관점이다. <시엔엔>(CNN) 방송이 무디스 애널리틱스와 함께 산출한 미 경제 정상 회복 지수를 보면, 923일 기준 상황은 2월말을 100으로 했을 때 80.7을 나타냈다. 이 지수는 41859.2를 기록한 이후 서서히 상승하고 있지만 회복 속도는 아주 완만하다.

 

이 지수를 구성하는 여러 요소 가운데 전형적인 장기 바닥세를 보여주는 지표로는 극장의 영화 입장권 판매액 추세가 있다. 3월말 대부분의 극장이 문을 닫으면서 8월까지 바닥을 기록한 판매액은 9월초 살짝 느는 듯 싶다가 다시 바닥으로 떨어졌다. 언제 끝날지 모를 침체의 전형을 보여준다.

 

미국의 고용 상황도 과거의 장기 추세에 견줘 보면, 깊은 침체 양상으로 볼 수 있다. 실업률이 4~5월에 무섭게 치솟은 뒤 꾸준히 하락한 덕분에 고용 상황이 좋아진 듯 보이지만, 과거 상황과 비교하면 여전히 심각하다. 일시적 급등과 하락이 고용시장의 진짜 심각성을 감춘 셈이다. 노동경제학자인 에런 소저너 미네소타대학 경영대학원 교수는 최근 “919일까지 27주 연속으로, 미국의 주별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 수가 1967년 통계 작성 이후 2776주 동안 기록한 최고치를 계속 상회하고 있다며 고용 악화가 각 가정에 끼칠 충격이 오래 지속될 것으로 우려했다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에 힘입어 부유층의 사치품과 자동차 구매가 급격히 늘고 있다. 27일 베이징에서 열린 자동차 전시회에서 관객들이 고급차를 둘러보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K형 회복 전망

다른 전망들과 달리, 애초부터 경제 전체가 아니라 부문 또는 계층별 양상에 초점을 둔 전망이다. 코로나19가 취약계층에서 더 많은 희생자를 낳은 것처럼, 경기 부양책의 혜택이 모든 부문과 계층에 고르게 돌아가지 않는 현상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급격한 침체 이후 빠르게 개선되는 브이형 회복세의 대표 사례로 꼽히는 미국 주식시장도 업종별 양극화가 극심하다. <월스트리트 저널>이 집계한 지난 1월말 대비 921일의 업종별 시가총액을 보면, 기술 업종과 필수 소비재 업종은 시가총액이 17% 이상 오른 반면, 에너지 업종은 40%나 감소했다. 전기·가스·수도 업종과 금융 업종의 시가총액도 14~15% 줄었다.

 

주요 경제 가운데 홀로 회복세를 보이는 중국에서도 양극화는 확인된다. 정부의 경기 부양책이 투자와 건설 촉진에 집중되면서 그 혜택이 부유층에 집중됐다. 이에 따라 루이비통 등 외국 사치품 업체들의 2분기 매출이 두자리수 증가세를 기록했다. 고급 차의 5~6월 매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이상 늘었고, 고급 백화점들은 몰려드는 고객들을 주체하지 못해 입장객 수를 제한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비슷한 현상은 미국 고용시장에서도 나타난다. 금융계 등의 전문직 인력은 재택근무 등을 통해 일자리를 유지하는 반면 판매원, 잡역부, 비서 등 현장 근무가 불가피한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위협받는 양극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침체에 빠진 세계 경제가 어떤 경로로 회복할지는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지만, 회복 속도를 좌우할 관건이 양극화 완화에 있다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추미애 "이번엔 '거짓말' 프레임...상습적 가짜뉴스 언론에 무관용"

"지원장교 전화번호 전달한 것이 무슨 '지시'"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2일 페이스북을 통해 '거짓말' 의혹에 대해 적극 해명했다.

추 장관은 "검찰의 수사가 '혐의없음'으로 마무리 되었지만, 야당과 보수언론은 본질에서 벗어난 '거짓말 프레임'으로 몰아가고 있다""거듭 말씀드리지만, 저는 단 한 번도 아들의 군 문제와 관련해 부당한 청탁이나 외압을 지시한 적도 요구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추 장관은 "검찰수사 결과가 나온 후에는 제기된 의혹이 모두 해소되자 검찰이 발표한 '지원장교님'이라는 군 관계자의 전화번호 전송을 두고 문제를 삼고 있다""검찰의 발표문에는 B보좌관과 D지원장교는 이미 일주일전인 614일 서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1차 병가 연장을 상의한 바 있는 사이였다. 그런 B보좌관에게 제가 621일에 아들에게 전달받은 '지원장교님'의 전화번호를 전달한 것을 두고 B보좌관에 대한 '지시'라고 볼 근거는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추 장관은 "검찰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보좌관을 통해 압력을 넣었다', '국방부 민원실에 여자가 전화를 걸었고 남편의 이름이 기재되어 있다', '훈련소 퇴소식에서 남편과 90연세의 노모를 세워두고 부대배치 관련 청탁하지 말라고 교육시켰다', '탈영이다. 모르는 장교가 와서 휴가연장을 지시했다' 등 근거도 없는 이야기로 국민 여론을 호도했다""그러나 이번 수사로 '야당과 보수언론의 거짓말'임이 명명백백히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추 장관은 "제가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지명되자, 당시 옆 중대에 근무했던 당직사병의 지극히 일방적인 주장을 공당인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은 대단한 공익제보인 양 포장해 아무런 검증이나 사실 확인도 없이 일부 언론과 함께 '묻지마 의혹'으로 부풀리기 시작했다""국방부가 규정과 절차상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을 취했음에도 검찰이 왜 이 사건을 그토록 오랫동안 끌고 있었는지도 의문"이라고 검찰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추 장관은 "이 사건은 애초부터 부당한 청탁이나 외압이 성립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일각에서 문제를 삼았던 아들의 병가와 연가는 모두 대한민국 군인이라면 누구나 당연히 보장받는 '군인의 기본권'이고 '그 범위 안'에서 '적법하게' 이뤄진 일이기 때문"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추 장관은 국민의힘 등 야당에 대해 "무책임한 의혹을 제기한 분들의 분명한 사과를 다시 한 번 촉구한다. 응하지 않는다면 이른 시일 내에 법적 조치 등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했다.

 

추 장관은 또 "악의적, 상습적인 가짜뉴스를 유포하는 언론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해 갈 것"이라며 "또한,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을 방패삼아 허위 비방과 왜곡 날조를 일삼는 국회의원들에 대해서는 합당한 조치가 없다면 가능한 모든 법적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했다. /이명선 기자/ 프레시안

 

 

1. 검찰의 수사가 "혐의없음"으로 마무리 되었지만, 야당과 보수언론은 본질에서 벗어난 거짓말 프레임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사실, 그들의 그간의 태도에 비추어 충분히 예상되었던 일이라 그리 놀랍지도 않습니다. 검찰수사 발표 이후 검찰개혁과 공수처 설치, 법무민생현안에 집중코자 일일이 대응하지 않았으나, 추석 연휴에도 국민의 마음을 편치 않게 몰아가는 작금의 상황을 보며 부득이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2. 이 사건은 애초부터 부당한 청탁이나 외압이 성립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일각에서 문제를 삼았던 아들의 병가와 연가는 모두 대한민국 군인이라면 누구나 당연히 보장받는 군인의 기본권이고 그 범위 안에서 적법하게이뤄진 일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에게 보장된 권리를 행사하는 데 무슨 청탁이 필요하고 외압이 필요하겠습니까?

 

3.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에는 군인은 건강을 유지하고 복무 중에 발생한 질병이나 부상을 치료하기 위하여 적절하고 효과적인 의료처우를 받을 권리가 있다(17조 의료권의 보장)”고 명시하고 있고, “군인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휴가·외출·외박을 보장받는다(18조 휴가 등의 보장)”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제 아들은 대한민국 군인이라면 누구든지 보장받는 정당한 의료권과 휴가권을 법과 절차에 따라 보장 받은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4. 실제로 지난 대정부질문 과정에서도 제 아들과 비슷한 사례가 상당수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오히려 지휘관 재량인 포상 및 위로휴가의 경우에는 같은 시기 복무한 병사들의 평균일수에 절반도 못 미쳤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18년 전역병의 평균 포상 및 위로 휴가일수 도합 26, 서병장 도합 11) 제 아들이라고 특혜가 있었다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5. 제가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지명되자, 당시 옆 중대에 근무했던 당직사병의 지극히 일방적인 주장을 공당인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은 대단한 공익제보인 양 포장해 아무런 검증이나 사실 확인도 없이 일부 언론과 함께 묻지마 의혹으로 부풀리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제 임기 시작과 함께 검찰에 고발, 형사사건이 되었습니다.

 

그 저의가 너무도 뻔했지만 피고발인이 된 저는 무차별적인 인신공격을 받으면서도 법무부장관으로서 수사의 가이드라인 제시 불가라는 굴레에 갇혀 그 어떤 설명도 하지 못하고 검찰수사를 묵묵히 지켜보며 9개월의 긴 시간을 인내해야만 했습니다. 군 생활 중 벌어진 일이라 국방부의 입장도 중요한데, 국방부가 규정과 절차상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을 취했음에도 검찰이 왜 이 사건을 그토록 오랫동안 끌고 있었는지도 의문입니다.

 

6. 제 아들은 군 병원에서 발급된 진단서를 근거로 10일간의 1차 병가를 받고 입대 전 왼쪽 무릎을 수술했던 병원에서 또 다시 오른쪽 무릎 수술을 받게 되었습니다. 퇴원 시에는 압박붕대로 무릎을 강하게 고정한 상태로 목발을 짚고 퇴원하였으며, 집에서도 벽을 짚거나 목발에 의지해야 이동이 가능하였습니다. 주치의는 "환부를 붕대로 압박한 상태를 유지하되, 수시로 누운 자세에서 무릎을 폈다 구부리는 운동을 해야 회복이 빠르다"고 당부를 하였습니다. 그에 따라 집에서 재활운동을 하며 회복을 위해 노력하였고, 집 앞 병원에서 수술 부위 드레싱을 받았습니다.

 

수술 이후에도 무릎의 붓기가 빠지지 않고 통증이 심해, 복귀할 경우 정상적인 부대생활이 어렵다고 판단되어 군 규정에 보장된 대로 병가 기간(30) 내에서 추가로 병가 연장을 신청, 지휘관 승인 후 병가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은 부대 내 인사기록시스템인 연대행정업무시스템에도 그대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7. 연장된 병가 기간 중 621일 삼성서울병원에서 주치의의 진단을 받으며 실밥을 풀었습니다. 이때 주치의로부터 아직 부종이 심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며, 3개월 동안의 안정가료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긴 진단서를 발급받아 부대에 제출했습니다. 수술 후 13일이 지나서 실밥을 풀었지만 수술한 오른쪽 무릎의 부종이 여전했고, 입대 전 수술 받았던 왼쪽 무릎 또한 하중 부담으로 통증이 도지기 시작했습니다.

 

더딘 회복에 병가연장이 추가적으로 가능한지 부대에 문의했으나 병가 연장 대신 개인연가(정기휴가) 일수에서 제외하는 방식으로 가능하다고 하여 4일 간의 연가를 승인받게 된 것입니다.

 

8. 법과 규정에 의해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지휘관으로부터 승인받은 병가와 연가를 모두 마치고 부대에 복귀, 군 복무를 성실히 마치고 만기 전역을 하게 된 것이 이번 일의 처음이자 인 것입니다.

 

9. 그럼에도 야당과 보수언론은 그동안 집요하게 이 건에 대해 저의 어떤 부당한 지시로 청탁, 외압, 특혜가 있었던 것처럼 왜곡해 왔습니다.

 

검찰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보좌관을 통해 압력을 넣었다”, “국방부 민원실에 여자가 전화를 걸었고 남편의 이름이 기재되어 있다”, “훈련소 퇴소식에서 남편과 90연세의 노모를 세워두고 부대배치 관련 청탁하지 말라고 교육시켰다”, “탈영이다. 모르는 장교가 와서 휴가연장을 지시했다등 근거도 없는 이야기로 국민 여론을 호도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수사로 야당과 보수언론의 거짓말임이 명명백백히 밝혀졌습니다.

 

이에 대해 무책임한 의혹을 제기한 분들의 분명한 사과를 다시 한 번 촉구합니다. 응하지 않는다면 이른 시일 내에 법적 조치 등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입니다.

 

9. 검찰수사 결과가 나온 후에는 제기된 의혹이 모두 해소되자 검찰이 발표한 지원장교님이라는 군 관계자의 전화번호 전송을 두고 문제를 삼고 있습니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 본다면, 검찰의 발표문에는 B보좌관과 D지원장교는 이미 일주일전인 614일 서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1차 병가 연장을 상의한 바 있는 사이였습니다. 그런 B보좌관에게 제가 621일에 아들에게 전달받은 지원장교님의 전화번호를 전달한 것을 두고 B보좌관에 대한 지시라고 볼 근거는 없는 것입니다.

 

문자가 오갔던 2017621일은 아들이 실밥을 뽑고 부대에 제출할 진단서류를 발급받기 위해 병원에 갔던 날입니다. 선임병에게 부대가 요구하는 1차 병가 연장의 근거서류(진단서 등)를 보낸 날이기도 합니다. 이틀 후 휴가 복귀를 앞둔 아들로서는 실밥은 풀었지만 여전히 걷기도 힘든 상태라 선임병에게 며칠 더 병가 연장이 가능한지를 물었으나 확답을 듣지 못한 상황이었다고 합니다.

 

치료와 필요 서류발급과 군부대 전송등을 환자의 몸으로 혼자 종일 해냈던

아들은 저에게 그런 사정을 다 말하지 못하고 지난 6141차 병가 연장 시 지원장교와 연락을 했던 B보좌관에게 한 번 더 가능한지 문의해 달라는 취지로 지원장교의 전화번호를 제게 보내준 것이라 합니다.

저는 그날 대선 직후로 지방에서 오전 오후 내내 수백명과 3개의 일정을 빠듯하게 소화하던 날이었고 아들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던 저로서는 B보좌관에게 아들과 통화해 달라고 했을 뿐입니다.

 

그 이후 상황은 검찰의 발표 그대로입니다. 아들이 B보좌관에게 수술 후 건강 상태와 사정을 이야기 했고, B보좌관은 D지원장교에게 추가적으로 병가가 연장이 가능한지 문의한 것입니다. D지원장교는 지휘관과 상의 후 병가 대신 정기휴가 사용이 가능함을 아들에게 직접 알려주고 정기휴가를 사용하게 된 것입니다.

 

국회 회의장에서 저를 상대로 집요하게 윽박지르며 얻어낸 몇 가지 답변을 짜깁기해 거짓말 프레임으로 몰고 가는 행태는 정말 지양되어야 할 구태입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저는 단 한 번도 아들의 군 문제와 관련해 부당한 청탁이나 외압을 지시한 적도 요구한 적도 없습니다.

 

10. 악의적, 상습적인 가짜뉴스를 유포하는 언론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해 갈 것입니다. 또한,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을 방패삼아 허위 비방과 왜곡 날조를 일삼는 국회의원들에 대해서는 합당한 조치가 없다면 가능한 모든 법적 수단을 강구할 것입니다.

 

11. 저는 법무부장관으로 임명된 순간부터 지금까지 완벽하고 확실하게 검찰개혁을 마무리하는 것만이, 촛불혁명을 이뤄낸 국민 여러분의 준엄한 명령이라는 것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습니다. 임기 마지막 순간까지 흔들림 없이 제게 주어진 소명을 다할 것임을 다시 한 번 국민 여러분께 약속드립니다.

 

12. 비록 야당과 보수언론의 무분별한 정치공세라 할지라도 제 아들 문제로 국민 여러분께 오랜 기간 심려를 끼쳐드린 점 거듭 송구하게 생각합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저와 제 주변을 다시 한 번 돌아보고 성찰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추미애 -

 

 

의사 파업, 정규직화 반대그들만의 공정

교육은 마지막 남은 계층 사다리이고, 의대가 정점에 있다. 대입과 공채가 병목인 사회에서는 좁은 입구를 통과했느냐만이 능력을 가르는 유일한 기준이다. 기회의 다원화가 필요하다

연합뉴스 814일 부산시청 앞에서 열린 4대악 의료정책 저지를 위한 의사 총파업 부··경 궐기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당신의 생사를 판가름 지을 중요한 진단을 받아야 할 때, 의사를 고를 수 있다면 둘 중 누구를 선택하겠습니까? A. 매년 전교 1등을 놓치지 않기 위해 학창 시절 공부에 매진한 의사. B. 성적은 한참 모자라지만 그래도 의사가 되고 싶어 추천제로 입학한 공공의대 의사.”

 

의사 파업 과정에서 대한의사협회 산하 의료정책연구소가 올린 게시물이다. 논란이 되자 게시물을 수정했다. 선택지는 이렇게 바뀌었다. “A. 정당한 경쟁과 입시 전형을 통해 꿈꾸던 의대에 진학한 의사. B. 선발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시민단체 추천으로 공공의대에 진학한 의사.”

 

의사를 대변한다는 이 단체가 생각하는 정당한 경쟁과 입시 전형이란, 오로지 수능이다. 같은 게시물의 다른 질문을 보자. “만약 두 학생이 나중에 의사가 되어 각각 다른 진단을 여러분께 내렸다면 다음 중 누구의 의견을 따르시겠습니까? A. 수능 성적으로 합격한 일반의대 학생. B. 시민단체장의 추천을 받아 시험을 치르지 않고 입학한 공공의대 학생.”

 

왜 수능인가? 사실, 그동안 한국의 대입 전형에서 수능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축소되어왔다. 2021학년도 기준으로 보면, 수능이 큰 축인 정시는 총 모집인원의 23% 정도에 불과하다. 수시의 비중은 77%에 달한다.

 

그러나 의과대학은 예외다. 전국 38개 의대의 평균 정시 비중은 37.9%로 전체 정시보다 약 15%포인트 높다. 의대가 수시모집에서 요구하는 수능 최저등급도 매우 높은 편이다. 의대 입시에서 가장 중요한 전형 요소는 여전히 수능이다.

 

한국에서 의사가 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관문은 의대 입학이다. 의사 국가시험은 오히려 부차적인 테스트다. 일단 의대 졸업 과정이라면, ‘의사 국가시험의 합격률은 90%를 웃돈다. 합격률이 높다는 것 자체가 문제인 것은 아니다. 유럽 다수 나라에선 의대만 졸업하면 시험 없이 의사 자격을 준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의대생에서 의사가 되는 것보다 의대 입학이 훨씬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다음은 입시 전문가인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이사가 한 신문에 기고한 칼럼 중 일부다. “서울대 의예과의 정시 지원 가능선은 국어, 수학, 탐구 백분위 합계 298(300점 만점), 연세대 의예과는 297점으로 분석된다. () 지방권 의대라고 해도 최소 국··탐 백분위 합 288~289점 수준을 요구한다.

 

이쯤에서 사회의 입장에서 근본적 질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수능 성적이 높아야 의사로서의 능력도 출중할 수 있을까? 의사에게 요구되는 능력이 수능시험에 요구되는 능력과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김창엽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보건학)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의사의 능력이란 너무나 복합적이어서 의대 입학 성적만으로 측정할 수는 없다. 외과의사라면 어떤 수술을 해야 할지, 어떤 방식으로 해야 좋을지 제한된 상황에서 판단해야 한다. 중요한 수술이나 중환자 치료의 경우, 전공의·간호사 등 10명 정도의 팀을 움직일 수 있는 좋은 리더의 자질을 갖춰야 한다. 윤리적 태도도 중요하다. ‘힘들고 아프다는 환자의 말을 불평불만으로 넘긴다면, 기술이 뛰어난 의사라도 환자를 살리지 못할 수 있다. 그 모든 요소가 합해져서 괜찮은 의사가 된다.”

 

물론 의과대학 훈련을 받을 수 있을 정도의 지적 능력은 필요하다. 그러나 대입 과정의 지적 능력만 따져 의사를 선발하는 방법으로는, 한국 사회에 객관적으로 필요한 의료 인력을 공급할 수 없다.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서울은 3.1명인데 경북은 1.4명에 불과하다. 중증 응급의료에서 지역 간 격차도 크다. 전국 228개 시군구 중 43.4%(99)가 응급의료 취약지다. 소아청소년과와 분만 취약지도 많다. 지금의 의료시스템에서는 이른바 인기 전공기피 전공이 너무 확연하게 갈린다. ‘몸이 편하다고 인식되는 ··(정신건강의학과·재활의학과·영상의학과)’, ‘돈을 잘 번다고 인식되는 ··(피부과·성형외과·안과)’에 지원자가 몰린다. 외과 계열이나 산부인과는 그렇지 않다. 지방일수록, 비인기 과일수록 의사가 부족하다.

의사 파업 과정에서 대한의사협회 산하 의료정책연구소가 올린 게시물.

 

국가가 이런 상황을 방관해서는 안 된다. 시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것은 국가의 책무다. 국가는 의료 취약 지역과 필수의료 부문에 의사를 공급할 의무를 지닌다. 문재인 정부를 비롯한 역대 정부가 이 문제를 고심해왔다. 보건복지부가 공공의료 양성을 위한 ‘3대 인재상을 연구용역으로 도출하기도 했다. “학습능력이 뛰어날 뿐 아니라 공공의료에 헌신할 자세를 갖추고, 해당 지역에서 충분한 거주 경험이 있는 학생이어야 한다.” 박근혜 정부 당시인 2015년의 보고서다.

 

다시 김창엽 교수의 설명이다. “(취약 지역과 기피 과 의사에게 돈을 더 많이 주는 방법은) 전 세계적으로 봐도 성공한 사례가 드물다. 의무적으로 근무하게 해봤자 어떻게든 대도시나 다른 부문으로 나가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대입) 필기시험에서 1등인 의사를 뽑으라는 요구는 합리적이지 않다. 그렇게 뽑은 의사가 실제로 지역에 살며 필수의료를 제공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볼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지금까지 증명되어온 사실이기도 하다). 다른 조건이 같다면, 예컨대 수년 동안 해당 지역의 주민으로 거주한 경험(지역 밀착성)이야말로 계속해서 지역에 근무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는 가장 근거 있는 요소다.”

 

이렇게 뽑힌 공공의대 학생이 의사가 된 뒤에도 더 뛰어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김창엽 교수는 덧붙였다. “해당 지역에 오래 거주할 확률이 높을 뿐 아니라, 그 지역 주민들을 더 잘 이해하고 의사소통도 원활하기에 의사로서 진단과 치료도 더 잘할 수 있다.”

 

공공의대에 더 민감한 젊은 의사들

보건복지부의 공공의대 선발 방안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지역 밀착성이었다. 그래서 공공의대 정원의 수배 정도인 후보군을 해당 지역 출신자로 뽑는 ‘1단계 전형시도지사 등 지방정부 수장의 추천이 들어간다. 지난 수년 동안의 공중보건 연구에서 반복적이고 공개적으로 검토된 방안이다. 해외 사례도 다양하다.

 

시도지사 추천이 문제를 일으켰다. 의대생과 전공의 등 젊은 의사들을 중심으로 선발 과정의 공정성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보건복지부의 방안대로라도 단지 누군가 추천한다고 공공의대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어떤 전형이든 그런 식으로 운영될 수는 없다. 통상적인 입시처럼 시험성적과 학교생활에서 거둔 실적, 심층면접 등이 반영되는 전형이다. 그러나 젊은 의사들은 이를 신뢰하지 못했다. 수도권의 한 의과대학 재학생은 이렇게 말했다. “처음 단체행동의 동기는 정원 확대를 밀어붙이는 데 대한 분노였다. 그런데 공공의대 게이트(권력자나 시민사회단체 친인척들을 공공의대로 보내기 위한 음모가 있다는 주장)’ 문제가 의대생 사회 내에서 대대적으로 거론된 이후, 의대 증원 자체보다 공공의대에 대한 반감이 훨씬 커졌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가 회원 전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98일 공개), ‘가장 중요하게 반대해야 하는 정책을 꼽으라(2개 복수응답)’는 질문에 78.38%의 학생이 공공의대를 꼽았다. 의대 정원 확대를 반대하는 의견은 47.07%에 불과했다.

연합뉴스 2019919일 서울대에서 열린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촛불집회다.

 

왜 의대 정원 확대보다 공공의대가 문제인가? 의사 국가고시를 거부한 경북 지역 의과대학 본과 4학년인 씨는 이렇게 말했다. “대한민국에서 교육은 마지막 남은 계층 사다리다. 열심히 노력하고 공부해서 좋은 성과를 이뤄낸 학생만이 의대에 갈 자격이 있다. 그런데 시도지사나 시민단체 추천이 개입되면 주관적이고 형평성에 어긋날 우려가 있다. 아무래도 연줄있는 학생이 더 유리할 수 있다. 시민단체 자녀들을 의대에 보내기 위한 정책이 아닌가 싶다.”

 

씨가 보기에 공공의대 정책은 별달리 필요가 없다. 공공의대로 양성하겠다는 감염내과 전문의나 역학조사관이란 일자리에 더 많은 보상을 제공하는 것으로 해결할 문제다. 공공의대를 굳이 만든다면, 학생은 다른 의대와 똑같은 방식으로 뽑는 게 맞다”.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역시 수능이다. “대한민국에서는 수능 점수가 가장 객관적이고 깔끔한 지표다. 요즘은 인강(온라인 강의)도 잘되어 있고, 학생은 말 그대로 교재 풀고 공부만 하면 된다.”

 

대한민국에서 교육은 마지막 남은 계층 사다리이며 그 정점에 의대가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대한민국 의사의 월평균 소득은 2016년 기준 13046639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같은 해 정규직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은 2795000, 비정규직은 1494000원이었다. 한국 의사들이 평균적으로 정규직 노동자의 4.6, 비정규직 노동자의 8.7배를 번다는 의미다.

 

이런 의대의 입장권을 확정짓는 결정적 요소가 바로 수능인 것이다. 따라서 추천이라는 요소가 개입된 전형(지방 의사를 양성하는 데 필요하다고 해도)으로 공공의대 학생이 된다는 것은, 이들이 의사로서 일할 자격이 있는지와 별개로 자격 없는 이들이 받는 과도한 보상, 무임승차로 간주된다.

 

젊은 의사들이 이렇게까지 반발한 데에는, 의학전문대학원과 관련된 조국 논란의 영향이 크다는 해석도 있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공의료위원장은 노무현 정부 때 도입했다가 사실상 폐지된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출신 의사들의 입지에 주목했다. “의전원 선발 과정이 실제로 아빠 찬스, 엄마 찬스로 불리는 불공정 시비에 많이 휩싸였다. 익명 게시판이나 맘카페 등에서 의전원 출신을 의전충(’)이라고 부르며 차별했다. 대부분 의전원 출신인 현재 인턴, 전공의, 전임의 등 젊은 의사들이 (이번 파업의) 전면에 나선 이유 중 하나는 의사 사회 내에서 나름의 충성심을 보인 것이라고 본다. ‘우리도 의사 집단의 일원이지 의전충이 아니라는 것이다.”

 

의사 사회에서 의대에 들어올 자격의사로 일할 자격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하게 취급됨을 알 수 있다. 그 자격을 가르는 진정한 기준은 시험이다. 다만 의사 국가고시가 아니라 수능이다. 이번 단체행동 과정에서 의사 국가고시를 먼저 본 의대생(‘선발대’)들이 어떤 문제가 나오는지 후발대에게 공유해온 관행이 드러났다. 예비 의사들이 정작 의사 면허를 부여하기 위해 치르는 진정한 자격시험엔 엄격한 공정성을 들이대지 않는 것이다.

 

의사의 높은 소득은, 의사 국가고시보다는 수능이란 관문을 통과한 데 따른 보상에 가깝다. 수도권 대학병원의 한 전공의는 얼마 전에 동료들과 급여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한 동료가 국가에서 우리 급여를 월 500만원으로 제한할지도 모른다며 펄쩍 뛰더라. 슬쩍 근무시간이 주 40시간이면 500만원도 괜찮지 않느냐고 했더니 발끈했다. ‘자기 주변 대기업 다니는 친구들은 자신보다 더 쉽게 취업했는데 500만원보다 많이 번다. 그래서 불공평하다는 거다. 이렇게 자기 주변의 세상이 전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역 간 의료 격차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학습 환경이 갖춰진 곳에서만 자라와 시험만이 공정한 경쟁이라고 믿어버리는지도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한국 사회는 이미 의사 파업과 유사한 논란을 경험한 바 있다. 인천국제공항 정규직화 과정에서 보안검색 요원 1902명을 직접고용하기로 하자, ‘공개 채용을 거치지 않는 직접고용은 불공정하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방문한 2017512일 전 입사해 공채를 거치지 않기로 한 보안검색 요원 1000여 명에 대해, 인천공항 정규직 노조는 다음과 같은 내용의 카드뉴스를 만들었다. “1000명은 적성검사만 통과! (중략) 정말 공정하고 투명한 공개 채용인가요?”

시사IN 신선영 인천국제공항 보안검색 요원들이 630일 인천공항 제1터미널에서 교대하고 있다.

 

보안검색 요원들은 평균 5년간(3년 이상 근무자 72%) 하루 12~14시간씩 128교대로 일해왔다. 208시간의 항공보안 관련 교육을 이수하고 국토교통부가 주관하는 인증평가를 통과했다. 1년에 한 번씩 별도 평가도 받는다. 해당 업무를 수행하는 능력이나 고객의 만족도를 기준으로 삼는다면, 그 사업장에서 지속적으로 아무 문제 없이 해당 업무를 수행해왔다는 사실보다 더 중요한 자격의 증거가 있을까? 정규직이냐 비정규직이냐에 따라 업무 내용이 바뀌는 것도 아니다.

 

인천공항 정규직의 지난해 입사 경쟁률은 1561로 알려졌다. 서류-필기-AI 면접-1차 면접-2차 면접이라는 바늘구멍을 뚫어야 인천공항 정규직이 된다. 이 시험은 무엇을 위한 시험인가. 바늘구멍을 통과한 인천공항 정규직이 얻는 보상에 답이 있다. 2019년 결산 기준 인천공항 정규직의 1인당 평균 연봉은 91298000원이다. 2019년 공기업 정규직 직원들의 평균 연봉 79417000원보다도 월등히 높다.

 

의사가 특권이 아닌 사회

이 정도로 인천공항 정규직의 대우가 좋기 때문에, 입사 과정이 공정해야 한다는 논리가 나온다. 또한 공정하려면 경력이나 업무 능력으로 인천공항 정규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설사 기업 측과 소비자에게 이롭다 하더라도 용납되지 않는다. ‘주관에 좌우되지 않는 시험으로 모든 걸 판단하는 게 공정하기 때문이다. 정이환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노동사회학)는 이런 공정의 논리에 비약이 크다고 말한다.

 

“(입사나 입학) 시험을 잘 본 사람들이 모든 걸 가져가야 하는 건 아니다. 시험을 보는 능력과 그 일을 잘하는 능력은 다르다. 현재 민간 대기업들은 수시 채용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에 대해 불평등논란이 있지만, 특정 직무에서 중소기업 직원이나 비정규직으로 시작해도 경력과 능력을 쌓으면 수시 채용으로 대우 좋은 기업에 들어갈 수 있다고만 한다면 수시 채용이 흙수저에게 유리할 수도 있다. 다만 한국의 경우 대기업, 공공부문 등 이른바 좋은 일자리가 기껏해야 20%도 되지 않는다. 의사나 공기업 정규직이 아니더라도 괜찮은 삶을 살 수 있는 경로가 더 분산되어야 한다.”

연합뉴스 916일 부산 해운대구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수능 모의평가를 치르고 있다.

 

인천공항이 높은 수익을 달성하기 때문에 노동자들에게 고임금을 지불할 수 있다. 그 수익의 일부는 회사 측의 효율적 경영과 노동자들의 우수한 서비스에서 나올 것이다. 그러나 다른 일부분은, 인천공항이 한국의 공항 서비스를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덕분이란 점도 분명하다. 국가가 특정 기업에만 어떤 상품의 생산을 허용한다면(경쟁 없는 독점), 그 사업의 수익은 해당 기업의 경쟁력만으로 얻을 수 있는 규모보다 훨씬 크기 쉽다. 이른바 렌트(rent:지대)’. 국가가 관리하는 면허도 마찬가지다. 그 면허를 받은 사람들이 해당 업무를 독점하게 된다. 그 사람들의 수가 사회에 객관적으로 필요한 수에 미치지 못할 때, 그 직종은 능력만으로 얻을 수 있는 보상보다 큰 수익을 갖게 된다. 의대 정원이 20년 전과 동일한 의사를, 그동안 인력 공급이 크게 늘어난 변호사와 비교해보면 렌트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

 

한국 사회의 대입 시험과 공채는 렌트를 누릴 자격 있는 소수를 가리는 좁은 문으로 공인받아온 듯하다. 다른 통로인 지역균형 선발로 입학한 학생은 이른바 명문대에서도 지균충이라 불린다. 수년 동안 해당 업무를 문제없이 우수하게 수행해온 생명안전 업무 종사자들이 알바몬이 된다. 최상위 엘리트라 할 의학전문대학원 학생마저 (의대생에 비해 쉽게 들어왔다는 의미로) ‘의전충이 된다.

 

최근 사임한 박지현 전 전공의협의회장은 의사 파업 중 부동산 정책과 인천공항 정규직화 논란을 언급하며 과정의 공정성은 안중에도 없는 정부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국가는 과정의 공정앞에서 뒷짐을 지고 있어야 할 존재가 아니다. 국가는 한정된 자원을 취약계층에게도 적절히 배분해야 한다. 일부 계층의 지대추구로 경제 전반의 자원 배분이 왜곡되는 사태를 방지해야 한다. 때로는 배분의 결과에도 개입해야 한다.

 

수도권 대학병원의 한 전공의는 의사 파업이 남긴 과제 중 하나로 차별과 싸워가는 일을 꼽았다. “지역 간 차별, 의료인과 비의료인의 차별, 병원 내 위계관계에 의한 차별, 단체행동에 참여하지 않은 이에 대한 차별, 수능 성적으로 인한 차별. 이번에 논란이 된 의사협회 카드뉴스에 남성 의사만 그려져 있는 것이라거나 덕분에 챌린지를 비하하는 수어 논란도 이런 큰 흐름에서 보면 놀랍지 않다. 끊임없이 타인과의 비교와 차별을 통해 자신이 가진 것을 공고히 하면서, 한편으로는 자신도 그런 사회 속에서 차별받으며 억울해하고 분노한다. 의사들이 자신들이 차별받기 이전에 차별하고 있음을 인정하고 수많은 차별에 대항해 함께 싸워나갈 때, 아픈 사회가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시사인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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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의 전쟁, 승리의 기록

202093, 대법원 앞이 들썩였다. 7년을 끌어온 박근혜 정부와 전교조 간의 법정 싸움 결론이 나는 날이다. 전교조 해직 교사뿐 아니라 극우단체 회원도 대거 몰려들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짧게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고 말했다.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취소 소송과 관련한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었다. 속보가 전해지자 엉뚱하게 극우단체 회원들이 박수치며 환호하기도 했다. 그동안 판결이 워낙 업치락뒤치락 하다 보니, ‘파기환송을 놓고 자신들이 이겼다고 착각해 벌어진 해프닝이었다. 이날 대법원은 박근혜 정부가 전교조를 법외노조 처분한 것은 정당하다는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10월 법외노조 통보처분을 받은 지, 7년 만에 전교조는 노동조합으로서의 법적 지위를 회복할 길이 열렸고, 해직교사들도 다시 교단에 서게 됐다. 박근혜 정부에 맞섰던 전교조가 결국 승리한 것이다.

대법원 앞 기자회견 (2020) 플랜카드에 다시 참교육 한길로 걸어 가겠습니다라고 적혀 있다.

 

2013,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전교조는 눈엣가시가 됐다. 당시 정부는 전교조 조합원 6만 명 가운데 해직 교사 9명이 조합원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꼬투리 잡았다. 전교조 측에 해직 교사도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조합규약의 개정을 요구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통보하겠다고 위협했다.

 

당시 9명의 해직자 중 1명이던 송원재 교사는 해직 교사가 노동조합에 부담을 주는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며 이렇게 회상했다.

 

"(해직자들을)그냥 밟고 가도 된다. 당사자 입장은 난처하고,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지만 입이 열 개라도 안 떨어져요 . 그래서 저는 개인적으로 우리 때문에 노조를 지키겠다고 하면 또 해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그게 뻔히 예상이 되고 또 우리 때문에 수십 명이 해직을 당한다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거죠. "- 송원재 당시 해직교사

 

그러나 전교조 교사들의 선택은 단호했다. 모든 조합원을 대상으로 투표를 했다. 그 결과 2/3가 넘는 68% 조합원들이 해직된 동료도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조합규약을 그대로 유지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조직 활동을 하다가 교육 민주화를 위해서 활동하다 희생된 동지들을 어찌 우리가 내치고 교사라고 할 수 있겠느냐. 저는 법외노조 관련해서 가장 위대하고 통쾌한 장면이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조창익 전 전교조 위원장

 

201310월 박근혜 정부는 전교조에 한 줄 짜리 통보서를 보낸다.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함이렇게 전교조는 단체교섭권, 협약체결권, 노조전입자 파견권 등의 권리를 포함해 노조로서의 법적 지위를 박탈당했다. 34명의 노조전임 교사도 잇따라 해직됐다.

고용노동부가 전교조에 보낸 팩스 한 장. 제목은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함 통보이다. (2013)

 

법외노조 처분을 받은 이듬해, 세월호 참사가 났다.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수많은 아이들이 희생됐다. 전교조는 세월호의 진실을 알리려는 수업을 시작했다.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 수업을 금지시켰다. 나아가 전교조에 친북좌파라는 딱지를 붙이기 시작했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 비서실장 김기춘은 전교조 사안을 거의 매일 꼼꼼히 챙겼고 심지어 재판까지 관여했다. 이같은 사실은 고 김영한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이 공개되면서 드러났다. 양승태의 대법원은 전교조를 제물삼아 박근혜 행정부와 상고법원 설치를 두고 재판 거래를 시도하기에 이른다

김영한 민정수석의 비망록 중. 전교조 법외노조화에 대해 긴 프로세스 끝에 얻은 성과라고 적혀 있다. (2014)

 

국정농단이 세상에 드러났고, 촛불혁명이 시작됐다. 전교조 교사들도 함께 촛불을 들었다. 정권이 바뀌었고 곧 법외노조 문제는 해결되리라 기대했다. 새로 들어선 정부가 스스로 박근혜 정부가 내린 부당한 처분을 취소할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전교조는 박근혜 정부 시절 법외노조로 지낸 시간보다 더 긴 세월을 문재인 정부에서도 비합법 노조로 지내야 했다. 교사들은 다시 거리에 섰다. 삭발, 단식, 오체투지로 호소했다. 그렇게 34개월이 또 흘렀다.

법외노조 취소와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는 전교조 조합원들의 오체투지 (2019)

 

"어느 날, 노조 활동을 끝내고 지하철 화장실에서 들어가 가발을 쓰고 집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그날 너무 바빠서 밥도 못 먹었었어요. 세끼 내내 . 이제 가발을 쓰는데 눈물이 죽 나오더라구요. 내가 지금 뭘 하고 있지? "- 이민숙 해직교사

 

"솔직히 만약에 올해를 넘겼으면 정말 살아가는 것에 자신이 없다. 그래야 되나? 그랬을 거 같아요. 올해는 어쨌든 간신히 간신히 버텼던 게 있고요. 올해 지나면 정말 어렵겠다. 사는 게 너무 힘들겠다. 이런 생각을 했어요."- 김진 해직교사

삭발한 이민숙 해직교사 (2019년 모습) 이 교사는 1990년부터 역사 선생님으로 교단에 섰지만, 2016년 해고됐다.

 

"교사 노동자의 권리의 문제를 정치의 문제로 봤다고 생각해요. 청와대 관계자들이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기본권을 어떻게 다시 회복시켜야 할까. 이런 권리의 문제로 보지 않고, 지지율에 엄청 악영향을 끼칠 거다. 그렇게 바라 본 정부의 태도가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해요."

- 이민숙 해직교사

 

대법원 판결 이후, 2020921일까지 법외노조 관련 해직 교사 34명 중 32명이 복직했다. 2명의 교사는 복직하지 못했다. 한 명은 이미 정년을 넘겼고, 또 한 명은 다른 시국사건으로 유죄선고를 받아 복직할 수 없었다.

 

이영주 교사. 그는 해직 이후 2015년 민주노총 사무총장을 맡아 민중총궐기 집회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구속돼 유죄선고를 받았다. 법원에서 집행유예 이상의 유죄 판결을 받은 교직원은 규정상 교단에 설 수 없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8년 됐네요. 떠나온 지가 . 정말 가고 싶지만, 정말 소중한 곳이기 때문에 구걸해서 가고 싶지 않아요. 정말 저한테 소중한 곳이기 때문에 구걸해서 학교에 돌아가고 싶지 않습니다. 정말 당당하게 승리해서 돌아가고 싶습니다."- 이영주 해직교사

 

전남 해남의 한 중학교. 이곳으로 복직한 조창익 전 전교조 위원장이 교단에 설 수 있는 시간은 이제 5개월뿐이다. 어느새 정년이 다가온 것이다.

 

그는 학생들과 함께 "세상의 변화에 관한 이야기,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꿈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무엇보다 고귀한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하지만 코로나19로 학생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박근혜 정부의 탄압에 맞선 전교조의 7년 전쟁은 해직교사와 전교조의 승리로 끝이 났다. 하지만 선생님들이 교단이 아닌 거리에서 보내야 했던 허망했던 시간을 되돌릴 길은 없어 보인다. /뉴스타파 목격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