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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시사만평-주간 쟁점

10,13~10.18 다 해 무라ㅣ

by 이성근 2014. 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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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평론가 김종대 아직도 카톡을 하십니까?” 1014 한겨레

 

대로 장악한 박근혜 정부, 이젠 골목길까지 노린다

카카오톡과 네이버 밴드 등에 대한 사찰 의혹 파문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김종대 <디펜스21 편집장>사이버 망명을 선언하며 아직도 카톡을 하십니까?’라는 제목으로 쓴 페이스북 글이 널리 공유되고 있다.

 

 

김 편집장은 14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페이스북 링크)에서 아직도 카톡을 하십니까?”라고 물은 뒤 자신이 지난해 국가정보원과 군의 불법 대선개입 문제를 취재하던 중 정부 관계자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전했다.

김 편집장에 의하면 정부 관계자는 지금 정부는 지난 대선 때의 여론공작을 통해 대로(大路)의 여론(페이스북, 트위터)은 장악했다. 그런데 골목길(카톡) 여론이 보이질 않는다. 이걸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부터 거대 지상파 방송과 종편 채널까지 장악한 뒤 이제는 SNS까지 장악하는 시나리오를 고민했다는 주장인 셈이다.

김 편집장은 “SNS까지 감시하는 이 경찰국가는 그래도 마음이 놓이질 않는가 보다라며 골목길 여론을 고민한다더니 작금의 사이버 난민 사태를 초래하고 말았다. 언젠가는 여러분들 집까지 쳐들어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렇게 정부가 인위적으로 여론시장에 개입한 것이 오늘날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과 같은 진보 언론매체가 고사상태로 내몰리는 계기가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편집장은 또 이제는 골목길까지 경찰이 들어와 있다이 나라를 사랑하신다면 이 나라에 등을 돌려야 한다. 저는 지난 토요일 사이버 망명을 했다. 막상 가보니 신대륙이다. 그런데 경찰, 검찰, 군인들이 먼저 와 있더라. 그들마저 조국을 등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종대 편집장 페이스북 글 전문 

아직도 카톡을 하십니까?

작년에 제가 국정원과 군의 불법 대선개입 문제를 취재하던 중에 이와 관련된 정부관계자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지금 정부는 지난 대선 때의 여론공작을 통해 대로(大路)의 여론(페이스북, 트위터)은 장악했다. 그런데 골목길(카톡) 여론이 보이질 않는다. 이걸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하는 중이다.”

빅데이터란 말은 지금 정부에겐 국민의 모든 여론을 모니터링 할 수 있는 빅브라더의 의미로 통용되는 것 같았습니다. 거대 지상파 방송에다 종편까지 다 장악하고 이제는 SNS까지 감시하는 이 경찰국가는 그래도 마음이 놓이질 않는가 봅니다. 골목길 여론을 고민한다더니 작금의 사이버 난민 사태를 초래하고 말았습니다. 언젠가는 여러분들 집까지 쳐들어갈 것입니다. 창조경제 한다더니 창조적으로 기업을 죽입니다.

이미 이명박 정부 시절에 진보·개혁이 우세한 온라인 매체를 체계적으로 압박하기 위한 조치가 다 시행되었고, 우파 SNS 여론조성에 엄청난 자금을 쏟아 부었습니다. 청와대에 국민소통비서관이 국내 포털 이사가 영입된 2011년 무렵에 정부의 대책회의가 구성되었습니다. 여기에 제출된 국가정보원의 보고서가 보수논객 지원방안입니다. 그 후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보수 인터넷 언론에 삼성, 현대, LG와 같은 대기업 광고가 집중적으로 게재되기 시작하였고 인터넷 언론 영향력 조사에서 보수 언론이 서서히 약진하고 보수단체의 인터넷 활동이 활성화되었습니다. 그렇게 정부가 인위적으로 여론시장에 개입한 것이 오늘날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과 같은 진보 언론매체가 고사상태로 내몰리는 계기가 됩니다. 여기에 쏟아 부은 돈에 비하면 국정원과 사이버사령부의 대선개입 비용은 세 발의 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시대에 과연 올바른 소통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할 때가 되었다고 봅니다. 시민 공동체의 건강한 소통을 위해 자발적으로 형성된 독립 언론이 아니라 권력이 개입하여 돈으로 처바른 언론들에 무엇을 기대하시겠습니까? 이제는 골목길까지 경찰이 들어와 있습니다. 이 나라를 사랑하신다면 이 나라에 등을 돌려야 합니다. 저는 지난 토요일에 사이버 망명을 했습니다. 막상 가보니 신대륙입니다. 그런데 경찰, 검찰, 군인들이 먼저 와 있었습니다. 그들마저도 조국을 등지고 있더군요. 이 보트 피플에 저는 연민과 공감을 갖고 동참하게 되었습니다.

 

국민 10명중 6삐라 못 날리게 막아야 1014 한겨레

     

  

자유북한운동연합 회원들이 21일 오전 경기 파주시 탄현면 오두산통일전망대 주차장에서 대북선전물을 담은 대형풍선을 날렸다. 사진은 북한 향한 삐라 파주/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리얼미터 여론조사

최근 북한의 강한 반발 속에 군사분계선 주변 총격 사건까지 야기했던 대북전단(삐라) 살포에 대해 국민 10명 가운데 6명은 막아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대북전단 살포 단체들이 주장하는 표현의 자유보다 남북 무력 충돌 가능성 예방에 더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엠비엔>(MBN)의 의뢰로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지난 13일 전국 19살 이상 유권자 5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해 14일 발표한 결과를 보면, 대북전단 살포를 막아야 한다는 의견이 62.9%, ‘막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24.6%)보다 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잘 모른다는 응답은 12.5%였다.

정당별는 새누리당 지지층(53.1%)과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층(83%) 모두 반대 의견이 절반을 넘었다. 연령대별로도 3075.9%가 반대하는 등 모든 연령대에서 막아야 한다는 의견이 앞섰다. 이번 조사는 유무선 자동응답 방식으로 조사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도 수준에서 ±4.4%.

 

대북 삐라와 산케이 기사남과 북의 존엄 1014 한겨레

표현의 자유들어 삐라 살포 방조해온 박근혜 정부

‘7시간 의혹제기는 사법처리 이어 사이버 검열까지

 

    

탈북자단체인 자유북한연합과 북한인민해방전선 회원들이 921일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 부근 주차장에서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부자를 비난하고, 이승만·박정희·박근혜 대통령을 영웅, 애국자, 개혁자로 칭송하는 내용의 전단 20만장과 1달러 1천장, DVD, USB 등이 담긴 풍선 10개를 북으로 날려보냈다. 파주/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남북의 총격전을 초래한 대북 전단 내용은 대부분 북의 최고 존엄을 모독하는 내용들입니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를 타도하면 식량난도 해결되고 자유와 평화를 얻는다는 체제 전복을 선동하는 내용이거나, 김 비서와 그 부인 리설주의 확인되지 않은 엽색 행각따위 등이 그것입니다. 북의 입장에선 참으로 입에 담을 수 없는 얘기들이죠. 최고 존엄에 대한 모독을 체제 전복 위협으로 간주하는 북에서는 이런 유언비어살포 행위에 대해서는 즉결처형을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보거나 듣고도 신고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즉각 대응하지 않은 사람도 그와 비슷한 죄를 받게 됩니다.

 

그런 형법 체계나 형벌권 행사 방식을 국제사회나 남쪽에선 강하게 비판해 왔습니다. 유엔 인권위원회에선 때마다 결의안을 채택해 북의 이런 기본권 침해를 중지하라고 촉구했습니다. 북의 도발 위협과 남북 대화의 단절 위험에도 불구하고 남쪽도 그런 국제사회의 결의와 움직임에 동참해 왔습니다. 국제사회가 북의 인권 상황에 대해 가장 핵심적으로 우려하고 정상화를 요구하는 사항은 바로 표현의 자유 보장입니다. 정치범, 최고 존엄체제를 비판하고 반대하는 사람들에 대한 구금과 고문과 처형을 중지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북은 이 문제에 관한 한 절벽이었습니다. 바늘로 찔러도 들어갈 구멍 하나 없이 요지부동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박근혜 정부는 누구보다 공격적이었습니다. 분단 이후 남북은 상대방의 최고권력자를 비방 모략하는 삐라를 무차별 살포했습니다. 삐라는 총성 없는 총탄이고 폭발음 없는 폭탄이었습니다. 김대중 정부 이후 중지됐던 삐라나 방송을 통한 비방 모독이 부활한 것은 이명박 정부 들어서였습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도 대화를 추진하면서 두 번씩이나 대북 전단 살포를 제지했습니다. 실제로 삐라 살포는 접전지역 주민들에 대한 현존하는 긴박한 위험이었기에 이를 빌미로 탈북자단체 등이 주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규제한 것입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한번도 삐라 살포를 제지하지 않았습니다. ‘헌법상 규제할 수 없는 표현의 자유에 해당되는 것이라며 헌법상 기본권을 들고나왔습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들 단체에 대한 간접적인 지원으로 삐라 살포를 사실상 조장했습니다.

 

6·25 전쟁 이래 처음이라는 삐라로 말미암은 남북의 총격전은 그 결과였습니다. 엊그제는 대공기관총 10, 40발 그리고 개인화기 수십발이 차례로 오갔지만, 앞으로 삐라 살포가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북쪽은 최고 존엄의 모독, 곧 체제 붕괴 위협으로 간주해 저들이 해온 대로 할 것입니다. 총격전 이후 북은 거듭 전단 격멸 작전을 통보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전단 살포 원점 타격, 원점 초토화 등을 경고했던 터이고, 엊그제 총격전까지 벌인 터였으니 예사롭지 않은 상황입니다. 최고 존엄에 대한 비판(‘표현의 자유’)은 이렇게 북쪽을 격렬하게 자극하고 있습니다.

 

공교로운 것은 남쪽에서 비슷한 시기에 일어나고 있는 일이었습니다. 북이 전단을 향해 총격을 가하기 이틀 전, 남쪽에선 대통령의 사생활 의혹을 보도한 일본 <산케이신문> 가토 다쓰야 전 서울지국장을 기소했습니다. 불법 여부는 법원에서 최종 판단을 내리겠지만, 정부에 의한 처벌은 이미 내려진 상태입니다. 기소 전에는 형사 피의자로서 출입국이 금지됐습니다. 이제 기소됐으니 형사 피고인으로서 상당한 수준의 공민권 혹은 기본권의 제약을 받게 됩니다.

 

사실 가토가 보도한 것은, 대북 전단에 들어 있는 북의 최고 존엄의 엽색 행각에 비하면 새 발의 피입니다. 그것을 이 정부는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규제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게다가 박근혜 대통령의 사라진 7시간과 박 대통령의 사생활 의혹의 확산은 대통령이 자초한 측면이 적지 않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제기하고, 행적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비서실장이 경내에 있었다고 한 게 고작이었습니다. 민주사회에선 공사를 떠나 국민의 요구가 있다면 공개하는 게 도리이고 원칙인데, 대통령은 줄곧 묵살해 왔습니다. 자유롭고 민주적인 사회라면 그런 보도가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요미우리신문을 비롯한 일본 주요 신문이 박근혜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가토 다쓰야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이 한국 검찰에 의해 불구속 기소됐다는 소식을 9일 지면에 실었다. 2014.10.9 / 도쿄=연합뉴스

그것을 두고 청와대는 입에 담을 수 없는 모독으로서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넘어섰다고 규정했습니다. 그리고 끝까지 민형사상 처벌을 추진하겠다고 했습니다. 대통령의 뜻이 그런데 검찰이 어떻게 하겠습니까. 복종하지 않으면 사찰당하고, 출셋길이 막히고, 강제로 발가벗겨져 쫓겨나야 하는데 말입니다. 결국 이 정부는 저희들 존엄에 대한 의혹 제기는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국제사회와 언론들이 일제히 한국 정부를 비난하고 나선 것은 그런 까닭이었습니다. 하긴 북의 존엄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모독은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고 하여 묵인하면서 자신들에게는 허용하지 않으니 어쩌면 더 나쁘게 보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물론 남쪽에서야 최고 존엄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김기춘 비서실장이 호칭한 윗분이라는 게 있습니다. 대통령이란 호칭도 있는데 무슨 윗분입니까. 직책에까지 신적인 권위를 부여하지 않고서야 그렇게 부를 리 없습니다. 영어권에선 항용 미스터 오바마혹은 미스터 프레지던트라고 부르거나 씁니다.

표현이야 어떠하든 남쪽은 가토의 기소를 통해 윗분에 대한 모독의 원점을 타격했습니다. 활자 매체(삐라도 활자 매체입니다)에 대한 타격만이 아닙니다. 뒤이어 사이버 공간에 대한 타격도 공언했습니다. 활자 매체보다 더 많은 정보와 사적인 대화가 오가지만 통제가 어려운 사이버 공간에 대한 사찰과 처벌을 공언함으로써, 이 나라의 표현의 자유막걸리 반공법 시절로 되돌려버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게 모두 모독이 도를 넘었다는 대통령의 엄숙한 한마디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북이 삐라의 원점을 향해 지프차도 전복시키는 대공기관총을 쏘아댄 것이나, 남쪽 정부가 인신 구속이라는 총을 비방과 모독의 원점을 향해 쏘겠다고 한 것이나 그 성격은 다르지 않습니다. 도대체 모를 일입니다. 지금 이 정부는 유신체제와 5공의 망령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모자라, 북쪽을 닮아가려 합니다. 과문한 탓에 보고 배울 게 없어서 그런 겁니까, 아니면 생래적으로 그런 것입니까. -곽병찬 대기자

 

텔레그램 가입자 200만명 돌파···‘카톡 탈퇴러시 1014 경향

이미 때를 놓친 것일까.

 

다음카카오가 카카오톡 검열 논란과 관련해 잇따라 사과하고 이용자 보호 조치를 내놨지만 카톡 탈퇴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반면 사이버 망명지로 떠오른 텔레그램(Telegram) 가입자 수는 가파르게 늘고 있다.

 

14일 랭키닷컴 자료를 보면 지난 5~11일 일주일 동안 카톡 이용자수는 29179000여명으로 전주보다 56000여명 줄었다.카톡은 지난달 14일 이후 주간 이용자수에서 매주 5~6만명이 빠지는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반면 텔레크램 이용자수는 갈수록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 5~11일 텔레그램 공식 앱 이용자 수는 1734552명으로 전주의 1076144명보다 61.2%나 늘어났다. 증가 인원은 658408명으로 전주의 557474명을 뛰어넘었다.

 

공식 앱 이용자수에 개발자 그룹인 데브콘서트가 개방형 소스코드를 이용해 만든 비공식 앱 이용자수를 더하면 지난 5~11일간 전체 이용자수는 2624788명에 이른다.이는 전주의 1381103명에 비해 거의 갑절로 불어난 수치다.

 

최근 일주일 동안 하루 평균 이용자수는 1244324(비공식 앱 포함)으로 전주의 611783명에 비해 역시 두 배로 증가했다. 텔레그램은 지난 7일 공식 앱에 한국어를 지원하는 기능을 추가한 한국어 버전을 내놓고 서비스에 들어갔다.

 

다음카카오는 지난 8일 수사 당국의 검열 논란에 대해 그동안 명확하게 대처하지 못한 것을 사과하는 한편 프라이버시 모드 도입 등 이용자 보호 조치를 발표했다. 하지만 고문 변호사와 대주주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사과 내용과 상반되는 발언을 하는 등 논란이 계속되자 지난 13일 오후 이석우 대표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또다시 사과했다.

 

향후 당국의 감청 영장 집행에 불응하겠다는 다음카카오의 입장 발표 이후에도 카톡 탈퇴 행렬이 이어질지 업계의 관심이 모아진다.

 

세월호 참사 6개월째아직 바다밑 선체 3곳 수색 못해”, 실종자가족 죄인 됐는데국민

 

지난 416일 세월호 침몰 참사 이후 수많은 반성이 쏟아졌지만 참사 6개월을 이틀 앞둔 14일 현재 아직도 바다 밑 세월호 공간 3곳은 본격적으로 수색하지도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국민의 세금이 지원되는 기간통신사 연합은 이날 진도 현지 바이라인 기사를 통해 세월호 침몰 나흘 만인 420일 선체 유리창을 깨고 시신 3구를 수습한 이후 검푸른 바닷 속에서 세월호를 맨손으로 더듬으며 생존자 실종자를 찾은 지 반년이 돼 간다라며 그동안 세월호 내부를 샅샅이 더듬었지만 아직도 들어가 보지 못한 공간이 3곳이나 남았다라고 전했다. 모두 알다시피 가족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실종자도 10명이다.

 

문제는 정부와 구조를 책임진 기관의 잠수 의지도 점점 퇴색해가고 있다는 점이다. 연합은 지난 9월 한달간 잠수 횟수는 20차례에 불과했다라며 가을 태풍과 수색지원선박(바지) 임대료를 둘러싼 민간업체-범정부사고대책본부 간 마찰이 생겨 수색에 차질이 더 커졌다라고 했다. 책임지지 않는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연합은 또 침몰 초기 해군이 문만 열어보고 수색하지 못한 공간 3곳이 남아있다라며 세월호 선수가 해상에 떠있을 당시 해군이 긴급히 개척한 통로로 문을 열고 살펴보기는 했다고 전했다. 추가 수색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말이다. 이유로는 집기와 구조물이 쏟아져 내려 겹겹이 쌓이는 바람에 아직도 수색을 완료하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박근혜정부를 대신해 세월호 수색 작업에 투입되고 있는 한 민간잠수사는 통신에 이달 말까지도 수색을 끝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며 기상이 점차 더 안 좋아질 것이 뻔해 잠수시간도 줄어들 텐데 별다른 대책도 들어보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300명 넘게 생으로 수장시켜도 끝까지 책임지지 못하는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박근혜정부는 끝까지 실종자를 찾아내겠다라며 대통령은 눈물을 흘렸고, 해양수산부 장관은 수염을 길렀다. 하지만 세월호 특별법을 마무리 짓지도 못했고,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ASEM 회의에 참석한다며 공군 1호기를 타고 이탈리아 밀라노로 향했다.

 

진도 현지에 머문 실종자 가족 가슴만 타들어 간다. 한 가족은 통신에 죄인이 됐는데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라며 하늘이 도와 실종된 이들이 물 위로 떠오르기라도 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들을 죄인으로 느끼게 만든 사람들은 반드시 고개를 숙여야 한다.

 

박근혜 4대중증 공약, 고소득층이 혜택봤다" 1014 프레시안

"소득상위 30%42%가 혜택, 하위 30%20% 불과형평성에 문제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당시 내세운 복지공약 가운데 '기초연금 20만 원'과 함께 간판격이었던 '4대 중증질환(, 뇌혈관질환, 심장질환, 희귀난치성질환) 전액 국가부담' 공약이 내용상 대폭 후퇴된 데 이어, 정책 효과에서도 저소득층보다 고소득층에 상대적으로 더 큰 혜택을 주는 등 형평성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은 14일 복지부 국정감사를 앞두고 낸 자료를 통해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정책이 시행되고 있는 가운데, 이 정책의 수혜자가 상위계층에 몰려있는 것으로 조사돼 형평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했다. 안 의원은 18대 대선 당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함께 박 대통령의 경쟁자이기도 했다.

 

안 의원이 복지부 및 건강보험공단에서 입수한 자료를 토대로 지난해 7월부터 올해 3월까지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정책의 혜택을 받은 159만여 명의 소득 수준을 분석한 결과, 수혜자 중 소득 상위 10%의 고소득층은 274534(17.3%)이었던 반면 하위 10%의 저소득층은 121522(7.6%)에 불과했다. 범위를 늘려 봐도 소득 상위 30%66535(41.5%), 소득 하위 30%316294(19.9%)였다.

 

이 가운데 암환자의 경우만 놓고 보면, 수혜자 가운데 소득 상위 30% 계층은 전체(90만여 명)53%476938명이었는데 소득 하위 30%19%17912명이었다. 안 의원은 "뇌혈관 질환이나 심장질환, 희귀난치성질환도 수치는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고소득 계층이 더 많이 혜택을 본 것으로 조사됐다"고 덧붙였다.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혜택을 받은 환자의 소득 상하위 30% 비중 (단위 : )

안 의원은 이에 대해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 주된 원인은 의료비 부담 때문일 것으로 추정된다""보장성이 강화되더라도 본인부담과 비급여가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에 저소득층일수록 의료 이용에 큰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안 의원은 이같은 주장의 근거로 '의료비 본인부담 상한제' 역시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들었다. 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은 가장 가난한 계층은 본인 부담금을 50만 원 상한으로 하고 10단계에 걸쳐 500만 원까지 올리는 것이었지만, 실제로는 120만 원부터 시작해 7단계로 500만 원까지 올리도록 '계단'의 폭을 넓혔다.

 

안 의원은 "형평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면서 "가장 소득이 낮은 계층인 1분위의 월 평균 가처분소득은 68만 원인데 이들이 부담해야 할 의료비(상한액)120만 원으로 가처분 소득 대비 의료비 부담액이 1.8배이나, 소득이 높은 10분위의 경우 월평균 가처분 소득이 837만 원인데 부담해야 할 의료비는 500만 원으로 0.6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의료비 부담 상한액이 저소득층에는 한 달 가처분소득의 2배인 반면, 고소득층에는 반 정도밖에 되지 않아 '의료 디바이드'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로 읽힌다.

 

 

'대망신' 아시안게임, 그래도 한 번 더? 1013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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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아시안게임의 막이 내렸다. 한 언론기사 제목대로 대망신수준이었다. 개막식에서부터 삐걱거리더니 시설과 운영 등 참으로 다양한 면에서 사고가 터졌음은 물론 지역 주민들의 호응도 이끌어 내지 못해 거의 모든 경기가 관중석이 텅 빈 가운데 치러졌다. 스포츠를 즐기는 게 아니라 스포츠를 이용하려다 보니 생긴 일이다. 2018년 차기 동계올림픽 개최준비에 바쁜 강원도도 이미 삐걱대기 시작했다. 오래 전부터 올림픽 저주의 조짐을 보여주고 있는 알펜시아리조트 문제 뿐 아니다. 조선왕조 때부터 보존해 온 가리왕산 자연림을 단 3일 간의 행사를 위해 파헤쳐 훼손하기 시작하면서 지역 내 갈등을 촉발시킨 상태다.

 

한때 국내 지자체들의 스포츠메가이벤트 유치가 묻지마 유치라고 할 정도로 비이성적이었고 또 선거용 프로젝트란 말이 나돌 정도로 여기저기서 빈발했다. 논란이 분분하더니 결국 전남 영암F-1이 폭삭 망한 데 이어 인천이 쪽박을 차게 생겼다. 화투판 피박이라고 해야 할까. 한국에서 지자체들의 스포츠메가이벤트 유치 광풍은 결국 폭탄돌리기였던 것이다.

 

왜 그랬을까. 왜 우리는 스포츠이벤트에 미친 듯 달려들었나. 정당하고도 상식적인 문제 제기마저 가로막는 이러한 전체주의적 분위기가 어떻게 21세기 한국에서 가능하게 된 걸까. 몇 가지 요인들이 보인다. 이 지경을 어떻게 고쳐야 할지 대안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잘못된 신화의 탄생

 

스포츠 메가이벤트 유치에 나서는 사람들, 또 개최를 준비하는 이들이 하나 같이 외치는, 금과옥조와도 같은 말이 있다. “LA올림픽 같은 흑자 대회를 만들겠습니다!” 평창동계올림픽 개최준비에 여념이 없는 최문순 강원도지사도 다짐하듯 이 말을 했는데 이는 유수한 학자들도 떠들고 다니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상하다. 1984년에 열린 LA올림픽 이후에도 많은 올림픽과 월드컵 등 수많은 스포츠메가이벤트가 열렸는데 왜 21세기에 들어선 지금도 다른 대회는 말 하지 않고 유독 1984년 대회처럼 치르겠다고만 하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LA대회를 제외하면 흑자대회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LA올림픽의 특수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을 먼저 설명해야 한다.

 

올림픽은 원래 유럽(과 북미) 백인 엘리트들의 잔치였다. 세계대전 이후엔 패전국들의 국제무대 컴백 무대로 활용됐다. 그래서 이탈리아가 1960, 일본이 1964, 그리고 독일이 1972년 개최하면서 죄사함을 받았다. 2차 대전 죄 값(?)이 가장 큰 독일이 가장 나중에 용서받았음을 보면 올림픽은 예나 지금이나 강대국들의 놀이터였음을 알 수 있다. 이후에는 ()주변국의 국력과시용으로 활용된 경우가 많았다. 1968년 멕시코 개최 이후 캐나다(1976), 한국(1988), 스페인(1992)의 경우가 그러했다.

 

이후 개최된 모든 올림픽들의 사례까지 종합해서 내릴 수 있는 결론이 하나 있다. 이는 바로 올림픽은 국가프로젝트라는 것이다. 현재의 물가로도 하계대회는 적어도 50조 원, 동계대회는 20조 원이 필요한 대회다.(1) 국가가 주도해야만 하는 이벤트였다. 그런데 이러한 올림픽의 특성을 간과하고 덤벼든 도시가 있으니 그것이 바로 1976년 개최지인 캐나다의 몬트리올이다. 당시 시장은 개최비용에 부담을 느낀 시민들의 반대에 나서자 올림픽으로 적자를 본다는 것은 남자가 아이를 낳는다는 말과 같다고까지 단언하며 밀어붙였다.(2) 결과는 참혹했다. 폐막 후 몬트리올시는 부도 직전까지 몰렸고 퀘벡주까지 엄청난 타격을 받았다. 몬트리올은 개최비용으로 인한 빚을 갚기 위해 이후 30년 동안 특별세까지 시민들에게 징수해야 했다.

 

몬트리올에 휘몰아친 재정 파탄은 연쇄적으로 IOC에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왔다. 몬트리올이 빚더미에 올라앉은 꼴을 목격한 다른 도시들이 개최의향을 철회한 것이다. 1980올림픽은 개최지가 이미 모스크바로 확정돼 문제가 없었으나 몬트리올대회 폐막 직후인 1977년에 결정해야 할 1984년 대회는 유치에 나서는 도시가 없었다. IOC로서는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이때 등장한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피터 위베로스를 위시한 LA의 경제인들이었다. 이들은 당시 침체기에 놓여있던 LA의 경제를 살려보자는 목적으로 LA시장을 설득해 IOC와 접촉한다. 그들이 내건 조건은 두 가지였다. 첫째 경기장 신축 없이 기존 시설만으로 대회를 치르겠다는 것, 둘째 대회 개최를 통해 발생하는 모든 수익은 대회 조직위원회가 가져간다는 것이었다. 스포츠마케팅이란 개념이 존재하지도 않던 시기였다. IOC로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이렇게 해서 LA경제인들이 전권을 거머쥐게 되었고 그 유명한 ‘LAOOC(LA올림픽조직위원회)’가 세간에 알려지게 된다. ‘조직위의 효시였다. 이들은 1923년에 지어진 LA콜로세움을 주경기장으로 정하고 그 이전에는 개념조차 희미하던 중계권료와 스폰서십을 통해 엄청난 수입을 거두어 들였다.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을 팔아치우는 올림픽 비즈니스의 모델이 바로 이때 만들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후 올림픽에서는 흑자올림픽이 보이지 않을까. LA올림픽이 흑자를 내는 것을 본 IOC가 가장 큰 돈줄인 중계권료와 스폰서쉽 협상권, 그리고 입장권 판매까지 모두 다시 가져갔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이후 IOC는 아무런 자본도 없으면서 국가 간, 도시 간 개최 경쟁을 부추겨 엄청난 이권을 챙기고 자신들은 귀족 대접을 받는 사기성(?) 농후한 집단으로 변질되어 갔다. 그래서 4년 마다 반복되는 결과? 젊은이들의 축제? 평화의 제전? 가장 확실한 결과는 개최도시가 빚더미에 올라앉는 것이다. 결국 스포츠메가이벤트 개최론자들이 전가의 보도처럼 떠벌이는 ‘LA올림픽 같은 흑자대회는 그 이전에도 없었고 그 이후에도 존재하지 않는, 전무후무하면서도 유일무이한 경우다.

 

인천아시안게임의 경우를 보자. 아시안게임 같은 대륙별 스포츠이벤트는 많이 있지만 이들 대회는 해당 대륙에서는 우리나라의 전국체전 분위기의 대회라고 보면 된다. 규모나 관심 면에서 올림픽이나 월드컵과는 비교도 되지 않은 소박한 대회인 것이다. 그런데 안상수 당시 인천시장은 인천아시안게임 유치에 성공한 후 아시안게임을 올림픽대회 못지않게 치를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했고 김정길 조직위원장은 아시안게임을 올림픽 보다 더 큰 규모로 개최하겠다고 했다 한다. 이들이 스포츠메가이벤트에 대해 얼마나 무지했는지 알 수 있다. ‘대망신의 씨는 이미 그때 뿌려진 것이다.

 

전지구적 변동과 도시정책의 변화 

사실 이러한 스포츠메가이벤트 유치 열기는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12년 올림픽을 유치했던 런던은 사실 프랑스 파리가 유럽 문호의 중심은 파리라는 기치를 내걸고 올림픽 유치에 먼저 나서자 도저히 파리가 올림픽을 개치하는 을 못 보겠다며 후발주자로 뛰어들어 역전승을 거둔 것이었다. 메가이벤트 유치에는 국가 간, 도시 간 자존심도 작동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대결구도의 뒷면에는 글로벌화라는 전 세계적 흐름이 있어왔다.

 

레이거노믹스와 대처리즘이 세계의 흐름을 결정짓던 시기 복지의 축소와 시장경쟁의 강화는 서구의 각 도시들을 각자 도생의 길로 접어들게 했다. 중앙집중에서 지방분권으로 전환하는 시기였다. 그러면서 이전에는 볼 수 없던, 리스크를 마다 않는 도시정책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많은 도시들이 기업적 도시주의(entrepreneurial urbanism)를 채택하게 된다. 새로운 도시개발전략이 부상하게 된 것이다.(3) 이러한 도시경제의 재구조화는 도시행정의 특성변화를 불러오게 되는데 과거 안정적 관리주의에서 흥행성 강한 기업주의로 전환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다분히 위험요소가 있더라도 지방정부의 재정과 위상제고를 위해 많은 도시들이 기업적 특성을 지닌 정책을 채택하기 시작했다.(4)

 

기업 도시주의는 새로운 경제 특구 설정, 행정 규제의 완화, 국내외 대기업의 자본투자 확대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사회간접자본시설에 민간투자가 확대되었고 대규모 경기장과 컨벤션센터에 투자를 유치했으며 다양한 규모의 대회를 개최하고 화려한 쇼핑센터를 도심에 지어 도시의 화려하고 활기찬 이미지를 유포하고자 했다.(5) 제조업을 통한 경제발전이라는 구시대 모델에서 벗어나 소비 기반의 탈근대 도시로의 전환을 도모하면서 레저, 엔터테인먼트, 관광, 스포츠에서의 소비를 통한 생산방식을 채택한 것이다. 도시의 생존방식이 재구성되면서 거대 도시들은 스포츠메가이벤트를 명품도시의 이미지 고착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주목하게 됐다.(6) 4년마다 개최되는 올림픽은 희소성에 있어 견줄 상대가 없으며 개회식이 만들어내는 스펙터클한 도시 이미지는 명품도시로 격상했다는 최대의 만족감을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초거대 이벤트의 개최가 가져오는 파생효과는 그 명과 암이 뚜렷하다. 그런데 그 명암은 이 이벤트에 관계되는 이들의 입장에 따라 뚜렷이 갈린다. 정치인과 자본가에게 올림픽은 환상적인 기회가 될 것이다. 그러나 개최지 지역주민에게는 잠깐의 자부심과 흥겨움이 남을지 모르지만 이들에게 떠안겨지는 재정적 부담은 대를 이어 치러야 할 수준이다. 주민들에게 돌아가는 실질적 이득은 없다는 말이다. 스포츠메가이벤트가 지역에 미치는 효과에 대한 연구가 1980년대 이후 서구에서 많이 이루어졌다. 지역, 경제, 도시, 개발 등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이 연구에 나섰는데 그 결론은 이렇게 수렴된다. 메가이벤트 유치로 인한 개최지의 경제발전은 없거나 있더라도 매우 제한적이다. 그래서 외국에서는 메가이벤트 유치에 대한 시민사회의 반대를 흔히 보게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러한 인식이 아직도 요원한 상황이다.

 

허구의 해체, 진실의 재구성 

이제까지 메가이벤트 유치론자들이 가장 앞다퉈 주장했던 것은 바로 경제효과였다. 국민들이 메가이벤트 유치에 열광했던 이유도 바로 이것이었다. 우리 도시가 세계적인 도시가 되고 내가 부자가 될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 중 가장 많이 언급되는 네 가지, 즉 관광수입, 고용창출, 내수활성화, 지역경제활성화를 간단하게나마 따져보도록 하겠다.

 

1. 관광수입: 대형이벤트가 열릴 때면 그 지역의 물가는 뛰어오르고 사람들로 붐비게 마련이다. 그래서 관광객들은 그런 지역을 피한다. 특히 9·11테러 이후 국가 원수들이 모이고 사람들로 붐비는 곳은 극도로 위험한 테러발생 가능지역이 된다.(7) 당연히 철통경비에 나서게 되고 관광은 타격을 입게 된다. 그래서 2004년 개최지인 아테네의 관광업자들은 개최를 앞두고 관광객이 줄자 정부에 항의하는 일까지 벌어졌고 이후 열린 2008년 베이징대회, 2012년 런던대회 모두 지역의 관광업자들은 사실상 돈 벌기를 포기했다. 한국의 경우도 2002년 월드컵 개최 당시 관광 흥행을 노렸으나 기대치의 10분의 1에 그쳤고 이는 공동개최지였던 일본도 마찬가지였다. 또 이제까지 메가이벤트를 개최했던 부산, 대구, 여수 등의 사례에서 보듯 행사 당해 연도의 외국인 관광객(사실은 대회 관계자) 수는 늘어나지만 바로 다음해에 평년 수준으로 돌아가기를 예외 없이 반복해 이러한 이벤트가 지역 관광업계에 지속가능한 성장을 보장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 이미 증명됐다. 여행지를 선택하는 기준은 그 지역의 관광자원이지 스포츠이벤트 개최여부가 아니다.

 

2. 고용창출: 스포츠메가이벤트 유치 후 개최준비에 들어가면 경기장 등 대회 시설을 건설하기 위한 토목공사가 벌어지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는 첫째, 그 이벤트가 아니었다면 지역 곳곳에서 벌어졌을 공사들을 중단시키고 오직 대회 시설만을 위한 공사에 집중하는 것이기 때문에 총량에서는 별 차이가 없다. 예를 들어 아시안게임을 치르는 인천이나 유니버시아드대회를 준비하는 광주시는 스포츠이벤트 개최 준비 때문에 지하철 건설 등 원래 계획했던 사회 기반시설 건설을 중지하면서 대회 준비에 나섰다. 따라서 둘째, 고용의 총량은 증가하지 않는다. 또 셋째, 대회를 치르면서 발생하는 고용은 전적으로 저임금, 비정규직이면서도 또 대부분 ()단기직이기에 지역의 고용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

 

3. 내수활성화: 이러한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같은 메가이벤트들은 개최 지역의 경제에 오히려 타격을 준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경우 올림픽, 월드컵, 아시안게임이 열릴 때 가장 혜택을 보는 업종은 후라이드치킨 배달업소와 맥주집, 그리고 제한적이나마 (신형) 텔레비전을 제조하는 가전사 정도다. 그 외 업종들은 (경기장 인근의 식당 정도를 제외하면) 전혀 상관이 없거나 오히려 타격을 받을 뿐이다. 특히 메가이벤트에 국민들의 관심이 쏠릴 때 영화, 공연, 전시 쪽은 아예 장사를 포기하는 수준이다.

 

4. 지역경제활성화: 이 문제는 위 내용들을 종합하면 대충 결론이 나온다. 대형이벤트 개최가 지역경제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 외국 학계에서는 이미 오래된 결론이고 최근 국내의 많은 도시들이 스스로 사례가 되어 증명하고 있다. 언급했듯 경기장 건설 등 토목공사가 진행되지만 이는 곳곳에서 벌어졌을 공사들을 개최지역 한 곳으로 몰아놓은 것일 뿐이다. 사발에 담긴 물을 사발 한 귀퉁이에 빨대를 대고 마시는 것과 마찬가지다. 또 지역의 복지, 교육, 문화예산 투입을 가로막아 정상적이고도 원활한 경제순환을 방해한다. 그래도 메가이벤트를 개최하면 토목공사가 평소보다는 더 많이 발생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지방이 유치하는 경우 건설경기로 인한 수익의 대부분을 중앙의 메이저 건설사들이 휩쓸어 간다는 점이다. 동계올림픽 유치에 한참이던 강원도의 경우 공사를 수주한 중앙의 건설사들이 하청업체마저도 끌고 들어가 강원도 업체들은 하청공사마저도 따지 못해 강원도 경제인들이 도청에 항의를 하는 경우마저 있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폐막 후 경기장 활용이다. 여기에서도 주목할 사례가 하나 있다. 2002년 월드컵을 치르기 위해 전국에 10개의 경기장을 지었는데 이들 경기장은 해당 지자체에 연 20~40억원의 재정부담을 안기고 있다. 그런데 많은 유치론자나 스포츠마케팅 학자들은 서울의 상암경기장이 영화관, 대형마트 등과 함께 하는 복합시설물로 지어 흑자운영을 하고 있다고 광고를 하고 있다.(8) 그러나 이런 것이 바로 눈 가리고 아웅하는 단적인 사례다. 즉 축구경기장에서 발생하는 수십억 원의 적자를 다른 시설물들에서 발생하는 흑자와 뒤섞어 놓고 총액이 흑자이니 축구장도 흑자라고 우기는 것이다. 축구장은 분명하게 적자다. 그래서 건축학에서도 모든 건축 장르 중 가장 경제효과가 낮고 운영비가 많이 드는 건축물로 스포츠시설물을 들고 있다.

 

이렇듯 개최론자들이 주장하던 경제효과는 그 실익이 매우 제한적이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메가이벤트는 해당 지역 및 그 주민에게 오히려 심대한 타격을 입히기도 한다. 스포츠메가이벤트 유치는 사실상 도시개발 프로젝트다. 도시가 메가이벤트 유치에 나서는 첫 번째 이유는 이것이 그 이벤트가 아니었다면 도저히 불가능했을 도심()개발프로젝트를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 그 일방적인 개발의 폐해는 심대하다. 스포츠메가이벤트는 도심에 거주하는 빈곤계층을 제거하게 해주는 도깨비방망이. 그래서 외국에서는 이를 license to land grab(토지강탈면허증)이라고까지 부르는 것이다.

 

이러한 대형이벤트는 크건 작건 강제철거를 무조건 수반한다. 해외 도시들이 올림픽 유치에 나서면서 작성한 보고서를 훑어보면 모든 도시의 보고서가 서울올림픽을 일관되게 언급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은 서울시가 올림픽 준비를 하면서 서울시내에 거주하던 72만 명을 시외로 강제이주 시킨 사실을 언급하며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사례로 서울을 언급한 것이다.

 

또 무리한 경기장 건설은 추후 시민들에게 엄청난 세금부담을 안긴다. 인천의 예를 들어보자. 인천은 월드컵 경기를 위해 1740억 원 들여 지었던 문학경기장으로 인한 누적 적자가 2012년에 이미 300억 원을 넘어섰다. 인천아시안게임을 준비하면서 정부는 문학경기장을 리모델링해 주경기장으로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 그럼에도 인천시는 정부가 건설비를 주지 않으면 인천시가 독자적으로라도 새 경기장을 짓겠다며 지금의 주경기장을 지었다. 그 경기장 하나 짓는 데에 물경 4900억 원이 투입됐다. 인천시는 이제 이 두 경기장을 어쩔 것인가. 많은 사람들이 이 주경기장의 활용방안을 이야기한다. 그런 고민 할 필요 없다. 활용방안 없다.

 

Szymanski(2002)는 메가이벤트의 거시경제적 효과는 없다면서 정부가 스포츠이벤트 유치에 나서면서 갖은 경제적 효과를 창조(inventing)하는 나쁜 버릇을 멈춰야 한다고 했다. 올림픽을 준비하던 영국의 공공정책연구소는 올림픽을 유치한다고 해서 경제적인 이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며 그 이익이 꼭 필요한 사람들과 꼭 필요한 장소에 쓰인다는 증거도 없다고 했다. 런던의 시의회는 보고서에서 올림픽은 유치 도시의 실업률 치유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결론 내렸다. 결국 이러한 스포츠이벤트는 돈을 쓰는 것이지 돈을 버는 기회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오바마 대통령이 그러지 않았는가. 시카고가 올림픽을 유치하는 데 따르는 재정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면 나의 집을 팔 용의도 있다라고. 이벤트 유치에 나서는 우리나라 지자체장 중에 저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 본 적 있는가.

 

어떤 자세가 필요한가 

개인적으로 국가가 주도하고 책임지지 않는 한 한 지자체가 나서서 올림픽은 물론 아시안게임을 치르는 것에 반대한다. 그러나 몇 가지 조건이 충족되면 동의할 수도 있다.

 

우선 지자체의 솔직함이다. 이 행사를 치르려면 어느 정도의 돈이 들고 얼마만큼의 세금이 들어갈지를 밝히는 것이다. 다름으로 이에 대한 주민들의 동의다. 외국 같으면 아시안게임 규모의 행사 유치에 나서는 경우 공청회, 토론회, 간담회를 수백 번은 했을 것이다. 그러나 평창, 인천, 광주, 부산 등 이제까지 스포츠메가이벤트 유치에 나섰던 도시들 중 유치신청 결정 이전에 주민의 의견수렴을 위한 절차를 거친 도시는 단 한 군데도 없었다.

 

행사를 유치해서 준비하는 지자체는 그 도시의 규모에 맞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 특히 건물 짓는 것에만 신경 쓰지 말고 운영에 신경 써야 한다. 인천아시안게임이 국제적 망신이라는 비난을 받게 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다른 어떤 것보다 대회 운영을 쉽게 봤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언론에 등장한 망신살 뻗치는 일들은 대부분 수준 미달의 대회 관계자 또는 운영 스태프의 문제였다. 그렇다면 왜 운영진 수준이 그 모양이었을까. 나는 이를 부족한 예산의 문제였다고 생각한다. 원활한 운영을 위해서는 적정 수준의 스태프를 확보해야 하고 자신의 임무를 완전히 숙지할 때까지 계속 교육을 시켜야 했는데 그러지를 못했다. 경기장 건설 예산이 폭주하게 되자 사람에 대한 예산을 줄여버리는 바람에 이런 일이 생긴 것이다.

 

경기장 등 시설물에만 신경 쓸 게 아니라 인적자원 활용에 보다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 외에 또 우리는 무엇을 고민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이미 개최 준비에 들어간 평창올림픽을 제대로 치를 수 있을 것인가. 첫째, 신규 스포츠 시설물 건설을 최소화해야 한다. 짓더라도 규모를 최소화해야 한다. 둘째, 이를 위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의 협상력을 극대화해야 한다. 개최가 확정된 상황이니만큼 IOC 위원들의 마음을 사기 위해 준비했던 화려한 계획들을 뒤로 미루고 현실에 맞는 새로운 계획을 짜야 한다. 경기장 규모나 위치, ·폐막식 등 행사나 부대시설 등은 모두 협상을 통해 조정이 가능하다. 에누리 없는 장사 없다. 끈질기게 협상해야 한다. 셋째, 민간 투자를 최대한 이끌어 내야 한다. 그런데 위 세 가지는 중요도의 순서이기도 하다. 건물에 대한 신규 투자를 최소화 한다면 둘째, 셋째 조건에 대한 고민도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지적하고 싶은 것이 있다. 각 지방마다 왜 이렇게 메가이벤트를 유치하려 나서는 것일까. 지자체장들의 선거용이라는 말도 있지만 그렇다면 왜 주민들이 그토록 열광적으로 호응하는 것일까. 그 근본적 원인은 국토의 불균형 개발 때문이다. 지역 간 경제, 사회, 문화적 편차가 너무 크다보니 특히 강원도민의 경우 박탈감에 이어 소외감마저 느끼게 되고 이를 이벤트 유치로 분풀이하려는 것이다. 지역 간 격차가 줄어들면 이러한 비상식, 비논리적인 유치 열풍은 한결 사그라들 것이다.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 바로가기)

 

(1)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은 러시아가 (또는 푸틴 대통령이) 물경 50조원을 투입하는 바람에 올림픽 개최비용을 한 단계 더 급등시킨 대회로 꼽힌다. 동계올림픽의 경우 이러한 화폐비용 외에 대대적인 환경파괴라는 엄청난 비용의 지불을 강요한다.

(2) 같은 해인 19762월 개최된 동계올림픽은 원래 북미 최대 겨울리조트인 미국 콜로라도주의 덴버가 유치에 성공했었다. 그러나 이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시의회를 통해 올림픽 개최준비에 세금이 투입되는 것을 막아버리자 결국 덴버는 올림픽 개최권을 반납해야 했다. 이 대회는 1964년 개최지였던 오스트리아의 인스부르크가 다시 개최하게 된다.

(3) 장세룡, 유지석(2010). 기업주의 도시 로컬리티의 타자성: 푸코의 통치성 개념과 연관시켜서. 영남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 인문연구. 580. p.883-928.

(4) Andranovich, G., Burbank, M.J., &Heying, C.H. (2001). Olympic cities: Lessons learned from mega-event politics. Journal of Urban Affairs, 23(2), p.113-131.

Harvey, D. (1989). From managerialism to entrepreneurialism : The transformation in urban governance in Late Capitalism. Geographiska Annaler, 71(1),3-17.

(5) 장세룡, 유지석(2010). 기업주의 도시 로컬리티의 타자성: 푸코의 통치성 개념과 연관시켜서. 영남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 인문연구. 580. p.883-928.

(6) Andranovich, G., Burbank, M.J., &Heying, C.H. (2001). Olympic cities: Lessons learned from mega-event politics. Journal of Urban Affairs, 23(2), p.113-131.

(7) 2004년 개최지 아테네는 안전·보안 비용으로만 2조원을 썼고 이후 안전·보안 경비는 계속 상승했다.

(8) 광주와 전주의 경기장도 골프장, 웨딩홀, 사우나 등을 운영해 그 수입을 가지고 적자를 메우고 있다.

 

 

주휴수당 없다"는 사장에게 돈 받아내는 법 1014 오마이뉴스

시급×근로시간=주급.

 

이런 계산으로 알바비를 받았다고 좋아하면 오산이다. '시급×근로시간'에 유급휴일수당, '주휴수당'을 더하지 않은 당신의 주급(한 주일을 단위로 하여 지급하는 급료)은 아직 완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주휴수당이 대체 어디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거냐? 물으신다면 근로기준법 제55조를 살포시 읊어드리겠다.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1주일에 평균 1회 이상의 유급휴일을 주어야 한다."

 

5일제 근로자의 경우, 5일을 만근했다면 하루의 유급휴일이 주어진다. 유급휴일은 돈을 받으면서 쉬는 날이니, 일주일에 한 번은 일 안 하고도 돈을 받을 수 있게 법이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5일 근무하지 않더라도 주 15시간 이상 일하는 근로자라면 비율로 계산해서 주휴수당을 받을 수 있다. 쉬지 않고 일하던 노동자가 과로사하는 대한민국에서 반드시 필요한 법이 철저히 지켜져야 한다 

 

주휴수당은 꿀맛 같은 휴일을 보장해주는 고마운 법이다. 그런데 이것이 내게도 해당 사항이 있는 건지 확인해 보고 싶은 게 인지상정일 터. 주휴수당을 받기 위한 조건이 세 가지가 있는데, 언젠가 도움이 될 테니 기억해두기 바란다.

 

하나, 15시간 이상 일하기로 약속한 근로자여야 한다. 소정 근로시간이 15시간 이상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 그 주에 결근이 없어야 한다. 다만, 근로자 의지와 관계없이 사업주가 '오늘은 나오지 말라'고 한 날은 결근이라고 볼 수 없다.

, 다음 주의 근로가 예정되어 있어야 한다. 근로자의 휴일은 다음 근로를 위해 보장되는 것이니 마지막 주는 주휴수당을 못 받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주휴수당은 사업장의 규모(상시근로자 수)와 무관하게 적용되며, 5일제 근로자가 아니더라도 적용받을 수 있는 법이니 많은 사람들에게 적용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청년들은 이 당연한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 만만치 않게 버티고 있는 여러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1단계] 주휴수당 달라고 할까, 말까?

 

 2011년 당시, 청년유니온에서 발행한 주휴수당 관련 웹진.청년유니온

SNS에 주휴수당을 주제로 노동법 상식을 올린 적이 있다. 그리고 그 게시물에는 '이런 거 따지다가 잘리느니 그냥 일하는 게 낫지'라는 내용의 댓글이 달렸다. 대개의 청년들은 이런 생각으로 주휴수당을 애초에 포기하게 된다.

 

알바비를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 하는 상황에서, 피곤하게 뭘 더 따지느니 조금 손해보고 말겠다는 마음을 비난할 수는 없다. 만약 직장인이라면 상황은 더욱 곤란하다. 지속적으로 근무할(하고 싶은) 회사에 문제제기를 하는 데에는 큰 결심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계약직의 경우는 꿈꾸던 정규직 전환이 물거품이 되거나, 재계약에 실패할 것이 두려워 부당함을 알고도 참게 된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상담을 하는 입장에서도 진정 제기나 소송을 강하게 권유하지 못한다. 그래서 농담인 듯 웃으면서 "언제 그만 두실 거예요?" 하고 묻고 마는데, 사실 농담이 아니다.

 

주휴수당을 받기 위한 첫 번째 관문은 바로 목소리를 낼 것인지 말 것인지 스스로 결심하는 것이다. 어쩌면 이 단계가 가장 통과하기 어려운 관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고민이 시작되는 순간, 인생의 피곤함이 더 해질까봐 한 발짝 물러서지 않는 이들이 많아지길 바랄 뿐이다. 용기와 마음을 조금만 내어서 자신의 권리를 지키는 이들이 늘어난다면 현실도 조금씩 바뀌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2단계] "주휴수당은 없다"는 사장

  

주요 대기업 커피전문점 주휴수당 미지급 실태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 때의 모습. 청년유니온

  

청년유니온 조합원 A는 한 레스토랑에서 근로계약서 한 장 쓰지 못하고 서빙을 하고 있었다. 어느 날 월급 통장 내역을 자세히 보다가 주휴수당을 못 받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사장님께 연락을 드렸다. 돌아온 대답은 "우리는 대기업이 아니라서 그런 거 안 줘"였다. 물론 이 황당한 답변은 노동관계법령 어디에서도 근거를 찾을 수 없다.

 

비록 근로계약서는 작성하지 않았지만 근무기록과 통장내역을 다 가지고 있었던 A는 관련된 자료를 들고 노동상담을 받았다. 게다가 A는 사장님과의 전화 내용까지 녹취로 남겨놓은 치밀한 알바였다. 청년유니온에서는 자료에 근거한 체불임금 산정내역을 조합원의 손에 쥐어주었고, A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고용노동부에 찾아갔다. 그리고 진정을 제기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A는 자신의 권리를 되찾을 수 있었다.

 

일해서 돈을 받는 사람도 자신의 권리에 대해 잘 알아야겠지만, 돈을 주는 사람 역시 그 내용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노동관계법령에 나와 있는 사용자의 의무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장님은 찾아보기 힘들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청년들은 사업주의 창의적인 답변을 듣는 2단계 관문을 거쳐야 한다.

 

상담을 하다보면 '시급에 주휴수당이 포함되어 있다', '청소년이라서 주휴수당을 줄 수 없다', '지각을 많이 해서 주휴수당을 줄 수 없다'는 등 주휴수당을 주지 않기 위한 사업주의 창의적 답변들을 전해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러나 이런 블랙코미디쯤이야 얼마든지 참아줄 수 있으니, 사업주를 위한 노동법 교육이나 제대로 자리 잡히길 바란다.

 

[3단계] 사장의 부당해고에 맞서는 방법

 

또 다른 청년유니온 조합원 B는 고급 일식집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사장님에게 주휴수당에 관한 이야기를 하자, "주휴수당? 너 손님들한테 팁 받은 게 주휴수당보다 훨씬 많다"라는 대답을 들었다. 고급 일식집이라 비싼 양복을 입은 손님들이 알바에게 팁을 주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사장님 입장에서는 '팁도 받아놓고 주휴수당 타령을 해?'라고 괘씸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손님들에게 받은 팁은 임금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주휴수당 미지급에 대한 변명이 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사장님은 당당했다. 그리고 조합원 B는 마지막 달의 월급도 받지 못한 채 해고를 당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B는 꼼꼼히 근무기록을 챙겨놓았고, 그 자료를 토대로 노동상담을 받았다. 그리고 사업주에게 임금체불에 관한 내용증명을 보내서 체불된 임금을 지급할 것을 요구했고, 다행히도 월급과 주휴수당을 받을 수 있었다.

 

드라마 <대장금>에서 기억에 남는 명장면이 있다. 정 상궁이 "어찌 홍시라 생각하느냐?" 묻자 "홍시 맛이 났는데 어찌 홍시라 생각했느냐 하시면그냥 홍시 맛이 나서 홍시라 생각한 것이온데"라고 장금이가 대답하는 장면이다.

 

이 장면을 보니 노동상담을 통해 만난 청년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어찌 주휴수당을 달라하느냐?" 묻는 사장님에게 "법에 나와 있어서 주휴수당을 달라고 하는 것인데 어찌 주휴수당을 달라 하느냐 물으시면그건 그냥 법에 보장된 권리인데". 그저 법에 나와 있어서 달라고 했다가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는 통보를 받는 청년들의 슬픈 일상이 바뀔 날을 손꼽아 기다려본다.

 

노동의 대가는 청년에게도 정당해야 한다

 

    

청년유니온 트위터 커피빈 주휴수당 지급 백우연

  

노동에 따르는 대가는 정당해야 한다. 주휴수당 역시 노동에 따르는 정당한 대가이다. 이 단순한 진리가 청년들에게 적용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주휴수당은 청년유니온이 지난 20119'주요 대기업 커피전문점 주휴수당 미지급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유명 커피전문점에서 주휴수당을 지급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고발하고 나서야 주휴수당이란 존재가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

 

이에 지난 201110, 카페베네에서는 본사 직영점에서 근무하는 아르바이트생들에게 미지급된 주휴수당을 모두 정산하여 지급하고 퇴직자의 경우도 기존에 미지급된 주휴수당을 지급하도록 하는 것에 합의했다. 커피빈 역시 3000여 명의 아르바이트생에게 약 5억 원을 지급했다. 근로기준법이 제정된 것은 1953년인데, 거의 60년이라는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권리를 박탈당해 왔을지 숙연해지기까지 한다.

 

한 편의점에서 일하던 여고생이 사장님에게 주휴수당을 요구하자 들었던 대답은 "내가 12년 동안 편의점 하면서 너 같은 애는 처음 본다"였다. 지난 12년 동안 그 편의점에서 일했던 사람들이 몇 명이고, 그들은 얼마나 많은 임금체불을 당해야 했을까?

 

지난 2011'주휴수당'이 포털 사이트 검색어 순위를 점령한 지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청년들은 이처럼 힘든 관문을 거쳐야만 주휴수당을 받을 수 있다. 노동의 대가는 정당해야 한다는 정신에 동의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세상살이가 다 그런 것'이라는 합리화로 청년들의 권리는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일상적 박탈이 일상적 보호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피곤함을 마다 않는 사람들의 더 많은 움직임이 필요하다. 늘 그렇듯, 큰 변화는 작은 움직임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경비원 분신으로 집값 떨어진다? 우리를 사람 아닌 개로 보는 거죠" 1013 오마이뉴스

5층에서 빵 집어 던져요. 주워 먹으라고. 그런 사람이란 말이에요. 경비원들 사람으로 보는 게 아니에요. 개로 보는 거지."

 

지난 7일 서울 압구정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분신한 경비원 이아무개씨의 동료는 13<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한 70대 여성 입주민의 모멸적인 언행이 이번 사고를 불러왔다고 주장했다.

 

"929일 이날도 1시간 반 쫑알대고 사고난 날 107830분부터 9시 넘게까지 잔소리하고 (그 경비원이) 성질을 못 이겨서 저 앞에서 분신 자살을 한 거고괴로워해서 팀장이랑 면담도 했다고 했고. 그러면 한달 동안 병가 내줄 테니까 쉬라고 했는데 안 하고 계속 (일을) 한 거예요. 오죽했으면 그랬을까요."

 

이 동료 경비원은 분신한 이씨의 전임 경비원도 지난 6월 이 여성 입주민 때문에 그만 뒀다고 주장했다.

 

"그 전에 잘랐던 사람도 (자리 비웠다고 할까봐) 여기에서 꼼짝도 안 하던 사람이에요. 여기서 밥을 먹고 그랬어요. (그 입주민이 딸하고 사위하고) 셋이 와서 쫑알대서 6월에 자른 거예요. 또 내려와서 또 잔소리해서 한 사람을 죽음으로까지 몰고 가요? 그건 인간이 아니라고 봐야죠."

 

특히 이 동료는 "일부 주민들이 경비원 분신으로 인한 아파트값 하락을 걱정하고 있다""집값보다 사람 목숨이 더 중요한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주민들도 그런 사람들도 있어요. 지금 이렇게 방송에 나가면 집값 떨어진다 이거야. 아니, 집값이 문제야? 사람이 죽었다 살았다 하는 게 그게 중요한 거지. 사람 죽기 전 일보 직전까지 몰고 가버리고. 오죽했으면 저쪽에서 분신자살하려고 했을까요."

 

이에 앞서 민주노총 서울본부 서울일반노조는 분신사고가 발생한 아파트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씨의 분신자살 기도에 대해 아파트 입주자를 대표하는 입주자대표회의가 공식사과하고 사고수습,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아파트 주민을 대표한 입주자대표회의는 병원에서 고통받는 당사자들을 직접 뵙고 가족들에게 위로를 하고 앞으로 재발할지도 모르는 그런 일에 대해서 불안에 떨고 있는 경비노동자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와 유감 표명을 해야 하지 않나."

- 박문순 / 민주노총 서울본부 서울일반노조 사무처장

 

하지만 입주자대표회의 측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분신이 입주민의 모욕감을 주는 태도와 언쟁 때문이었는지는 경찰이 조사할 일이고, 그렇다고 해도 그건 해당 입주자와 해결할 일"이라며 대표회의가 나설 일이 아니라는 뜻을 밝혔다.

 

한 입주민의 폭언과 비인간적인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분신자살을 기도한 경비원 이씨. 이씨는 전신 60% 가량에 3도 화상을 입고 병원에서 고통받고 있지만, 입주자 대표의 공식사과도 사고수습을 위한 논의도 쉽지 않아 보인다.

 

광화문 한복판에 나타난 삐라···정체는? 1016 프레시안

 

정의당이 서울 한복판 광화문에서 전단지, 속칭 '삐라' 살포에 나섰다.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서는 표현의 자유를 들며 방치하는 반면 카카오톡을 비롯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검열하고 있는 정부의 이중적인 행태를 꼬집기 위해서다.

      

16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IT 민주화 염원 삐라 살포' 기자회견에 참석한 정의당 천호선 대표는 "대통령 1인의 심기를 위해 국민들의 의사소통이 제지당해서야 되겠느냐"라며 "정부 정책이 얼마나 일관성이 없는지 보여드리기 위해 행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는 "진정한 언론 자유의 의미가 무엇인지 되돌아볼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정의당 천호선 대표를 비롯한 당직자들이 '삐라'를 풍선에 묶어 날리고 있다. 프레시안(이재호)

    

이날 행사를 제안한 노회찬 정의당 전 대표는 "전두환·박정희 정권 때 민주화 삐라를 살포했는데 21세기 들어서 박근혜 정부 시절에 또 뿌리게 될지는 몰랐다""박근혜 대통령의 잘못된 철학으로 표현의 자유가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풍선에 걸려있는 '삐라' 프레시안(이재호)

 

노 전 대표는 "카카오톡, 네이버 밴드뿐만 아니라 전화통화도 언제 어떻게 감청되고 있을지 모른다"면서 "사생활의 영역이 검찰과 법원의 무분별한 영장 남용으로 침해받고 있다" 주장했다. 그는 "검열 받지 않는 안전한, 유일한 소통 수단은 20세기의 유물인 저 삐라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의당은 기자회견문에서 "최근 사이버 감청, 검열, 수사자료 제출 등으로 인해 카카오톡에서 텔레그램(메신저 서비스)으로 도피한 사이버 망명객이 200만 명에 육박한다""검찰에서 '실시간으로 온라인을 모니터링하고 포털사와 핫라인 구축해 직접 삭제를 요청하겠다'는 내용의 문건이 공개되면서 망명객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대한민국 법에는 온라인에 게재된 허위 사실에 대해 피해자가 직접 고발하지 않은 상태에서 바로 수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헌법 17조에는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고 명시돼있다. 박근혜 정부는 국민의 권리를 침해한 부분에 대해 사죄하고 시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의당은 이날 "텔레그램은 대환영이다. 어서 도망하라!"라는 문구와 "나의 은밀한 밴드를 허하라!", "다 털렸숑? 각하와 톡" 등의 메시지가 담긴 2종의 삐라를 준비했다. 다만 광화문 일대가 비행금지구역으로 지정된 관계로 실제 삐라를 살포하지는 않고 풍선에 띄우는 상징적인 퍼포먼스만 진행했다.

    

정의당이 준비한 '삐라'. 카카오톡 검열 논란이후 카카오톡을 피해 최근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는 메신저 서비스인 '텔레그램'으로 옮겨가라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프레시안(이재호)

    

정의당이 준비한 또 다른 '삐라'. 네이버의 그룹 네트워크 서비스인 '밴드'역시 카카오톡과 마찬가지로 검열됐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삐라 살포 중단" vs "통제할 수 없다" 1015 프레시안

 

접경지역 주민들 "대북 삐라 배후에 '검은 손' 있나" 1015 프레시안

대북전단 살포 반대 기자회견···한 쪽에선 찬성 기자회견 열려

남한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반대하는 주민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나서서 대북전단 살포를 막아달라고 촉구했다. 반면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은 대북전단 살포를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묘한 대조를 이뤘다.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청사 앞에서 대북전단살포 및 애기봉등탑 반대 시민대책위원회 주최로 진행된 기자회견에 참석한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 용강리 주민 유정숙 씨는 "요즘은 북서풍이 불어서 북한으로 보내는 삐라가 다시 남한으로 떨어진다고 하더라"라며 "우리는 언제 연천처럼 총탄이 날아올지 모르는 불안 속에 살고 있다"고 토로했다.

 

용강리는 민간인 출입 통제선 안쪽에 있는 마을로 코앞에 북한이 보일 정도로 북한에 가깝게 위치해 있는 남북 접경지대 마을이다. 유 씨는 대북전단 살포로 불안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이곳에 와서 살아봐라. 살아 보고 해결해 달라""주민들이 맘편히 살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15일 오후 대북전단살포 및 애기봉등탑 반대 시민대책위원회가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대북전단 살포 반대 및 통일부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프레시안(이재호)

 

대책위원회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통일부는 대북전단 살포는 민간인 활동이기 때문에 이를 저지할 명분이 없다"고 하지만 "경찰 직무집행법에는 국민이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때 이를 저지할 수 있다는 법적 근거가 충분히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민통선을 품고 있는 접경지역 주민들은 불안하다. 접경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국민이 아니냐""주민이 불안하다고 외치면 국민의 안위를 위해서 나서줘야 하는 게 정부 역할 아니냐"고 따졌다.

그러면서 이들은 대북전단을 날리는 민간단체들에게 누군가가 막대한 자금을 제공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은 "수 년간 북에 전단살포를 앞장서서 주도한 박 모씨의 경우 미국 정부로부터 초청을 받아 백악관에서 격려성 발언을 듣기도 했고 미국의 한 재단으로부터 자금을 건네받는 모습을 임진각에서 직접 연출한 적도 있다"며 자금줄 역할을 하는 '검은 손'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정부와 미국이 지원해주지 않는 사업이라면 우리 정부가 죽음의 전단 살포 앞에 왜 그리 전전긍긍 하나"라면서 정부에 "국민을 불안과 공포에 빠뜨리는 일부 탈북자 집단의 자금 출처를 조사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같은 시간 한쪽에서는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등을 비롯한 보수단체 회원 10여 명이 대북전단지지 집회를 벌였다. 이들은 북한의 붕괴와 멸망을 앞당기는 대북전단 살포를 통일부가 나서서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를 비롯한 보수단체들이 대북전단 살포 반대 기자회견에 맞서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대북전단 살포 지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프레시안(이재호)

 

 

박근혜 으로 표현한 만평 화백도 고발당했다1016 미디어오늘

보수단체 인사 국가원수를 모독손문상 화백 세간의 풍자 차용했을 뿐

보수단체가 박근혜 대통령을 모독하고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외신과 카카오톡 메시지에 이어 이번엔 인터넷 언론 프레시안 손문상 화백을 고발한 것으로 확인됐다.

 

손문상 화백과 고발인 등에 따르면 인터넷 언론 프레시안과 프레시안의 손문상 화백이 지난 1일 뉴데일리, 미디어워치 등에서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심상근씨에 의해 고발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심씨는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1일 대검찰청에 고발장을 제출했다며 인터넷 사이트에 게재된 만평을 통해 국가원수를 심대히 모독하고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심씨는 이어 “(국가원수를 닭으로 표현한) 상기 이미지는 예술작품에 속하지도 않고 프레시안이라는 언론매체에 게재된 것으로서 인격모독과 명예훼손이 심각하다이런 묘사는 국가원수뿐 아니라 그 어떤 제3자에게 적용돼도 인격모독과 명예훼손의 효과가 극심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당사자인 손 화백은 아직 별도의 연락은 받지 못 했다고 밝혔다.

    

손문상 프레시안 화백의 지난 926일 만평. 사진=프레시안 제공

 

해당 만평은 <공주님, 개 풀었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지난 달 26일 프레시안 인터넷 사이트에 게재됐다. 여기서 박근혜 대통령 인형은 닭을 나타내는 듯한 깃털 위에 빨간색 옷을 입고 도를 넘은 애들, 정리는 다 됐나요?”라고 말하는 것으로 묘사됐다. 그 옆에 김기춘 비서실장으로 보이는 여행 가방을 든 유령 인형이 개 풀었습니다라고 답하는 모습이 그려져있다.

 

만평을 그린 손문상 화백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손 화백은 16일 미디어오늘에 이런 경우를 당한 게 처음이라며 대통령을 닭으로 표현한 건 이미 세간에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풍자와 비유를 차용했을 뿐인데 제가 고발당할 이유가 무엇이 있느냐라고 말했다. 실제 홍성담 화백도 <세월오월> 그림에서 박 대통령을 닭으로 묘사하기도 했다.

 

이어 손 화백은 시사만화가 가져야 하는 풍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느슨하게 알듯 모를듯 표현하는 것을 시사만화의 멋처럼 생각하는데 그건 아니라며 이는 표현의 자유가 억압되던 군사독재 시절에 에둘러서 썼던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손 화백의 지적처럼 실제 해외에서는 정치인을 노골적으로 희화화하는 만평을 쉽게 볼 수 있다.

 

손 화백은 오히려 청와대에서 이를(박 대통령이 명예훼손 당했다는 것을) 언급한다면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새로운 사회적 논의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달 16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에 대한 모독적인 발언이 그 도를 넘고 있다이는 국민에 대한 모독이기도 하고 국가의 위상 추락과 외교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홍가혜 인생, 언론과 검경이 말아먹었다 1015 미디어오늘

] 홍씨 변호인 양홍석 변호사 검찰 언론 주장 홍씨 허위 발언, 상당수 근거있다

인터뷰세월호 참사 직후 박근혜 정부가 악성 유언비어의 대표적 사례로 몰아갔던 이른바 홍가혜 MBN 인터뷰 발언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검찰과 언론이 허위라고 주장한 홍씨 발언 상당수가 사실이거나 근거가 있는 내용인 것으로 재판과정에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홍씨 변호인인 양홍석 변호사는 14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다소 경솔한 내용을 언론에 인터뷰했다는 이유로 언론과 검찰, 경찰의 마녀사냥에 홍씨는 속수무책이었으며 인생을 망쳤다고 말했다.

 

홍씨는 참사 이틀 뒤인 지난 418MBN과 인터뷰에서 해경이 민간잠수부 투입을 막았고 민간잠수부가 당시 선내에 진입했을 때 생존자와 대화도 가능했으며(신호를 주고받았다) 잠수구조대원 중 한 명이 유가족에게 여긴 희망도 없다고 말했고 해경이 민간잠수부를 두고 시간이나 떼우고 가라고 하라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홍씨의 인터뷰가 방송된 이후 경찰청은 허위사실로 해경을 명예훼손한 악성 유언비어의 대표적 사례로 보고 엄단 방침을 밝혔다. 423일 홍씨가 구속수감되기까지 모든 과정은 속전속결이었다.

 

이후 일부 언론과 SNS 등에서는 홍씨가 거짓을 일삼아왔다는 이른바 허언증이 있다며 홍씨를 매도하는 보도가 쏟아졌다. 권력기관 뿐 아니라 언론기관까지 나서 홍씨를 정상이 아닌 사람으로 판정한 것이다. 하지만 홍씨 사건이 법정으로 넘어간 이후 새로운 사실과 정황들이 나오고 있다. 재판이 진행되면서 과연 세월호 참사 정국에서 홍씨가 신속히 격리돼야 할 정도로 허위주장을 편 것이냐는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한 것이다.

    

홍가혜씨가 지난 418MBN과 인터뷰했을 때 화면.

 

특히 홍씨 담당 재판부인 광주지법 목포지원 형사2단독 장정환 판사가 진행한 네 차례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민간잠수부들은 홍씨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언을 했다고 양홍석 변호사는 전했다.양 변호사는 14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검찰이 적시한 홍씨의 허위발언 네 가지 가운데 상당수는 근거가 있었다고 밝혔다.양 변호사는 해경이 민간잠수부 투입을 막았다는 발언이 허위라는 검찰 주장에 대해 해경이 민간잠수부 투입을 막은 것은 객관적인 사실이며, ‘안전을 고려했다는 해경과 검찰의 해석이 다를 뿐 이미 사실로 밝혀졌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지적했다.

 

민간잠수부가 선내 생존자와 대화했다는 홍씨 발언과 관련해 양 변호사는 홍씨는 민간잠수사가 선내 생존자와 신호를 주고 받았다는 취지라고 하는데, 이것이 사실인지는 모르겠다면서도 인터뷰 전후(417일 밤~18일 아침) ‘그런 얘기가 떠돌았고, 짐작이 되는 사람도 있다고 해양구조협회 구조본부장과 다른 잠수부도 출석해 증언했다고 주장했다.

 

해경이 시간이나 때우고 가라는 말을 했다는 발언에 대해 양 변호사는 구조현장에 갔던 인사가 실제 그런 얘기가 있었다고 증언했다고 전했다. 완도구조대원으로 현장에 갔던 최훈 씨와 다른 대원 한 명은 지난달 2일 열린 홍가혜씨 재판에 출석해 최훈씨 옆에 있던 한 대원이 해경 함장과 함정 직원과의 통화에서 시간 때우고 가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는 것을 들었으며, 그 자리에 MBC ‘2580 기자도 있었다고 말했다고 양 변호사는 전했다.

검찰과 언론의 홍씨에 대한 마녀사냥도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양 변호사는 이 모든 얘기가 허위라 해도, 고소도 하지 않은 해경청장과 해경구조대원의 명예가 훼손됐다고 하는데 과연 이들을 피해자라고 볼 수 있느냐면서 해경이 잠수부 투입을 막았다고 비판하면서 빨리 투입하라는 것이 왜 해경청장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홍가헤씨가 보석으로 풀려난 이후 지난달 7일 광화문집회에 참석해 팻말시위를 벌였던 모습. 사진=자주민보

 

홍씨가 민간잠수부가 선내에 생존자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는데도 구조를 못하게 해 고의로 죽였다고 말하려 했다는 검찰 입장에 대해 양 변호사는 검찰이 그렇게 해석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홍씨는 구조활동을 잘하라는 취지였다고 반박했다. 양 변호사는 인터뷰 내용에 일부 자극적인 부분이 있지만 전체적인 취지는 배에 갇힌 애들을 살리자는 것이라며 그러나 검찰은 인터뷰 발언 내용 자체를 넘어 그 취지를 자신들이 해석해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씨를 비난한 검경과 정치권, 언론에 대해 양 변호사는 방송 직후 어떤 기자가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로 홍씨를 비난하자 MBN이 사과방송하고 이후 홍씨 얘기는 미친 소리가 돼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과 검찰, 경찰이) 젊은 사람의 인생을 말아먹은 것이라며 홍씨가 무죄를 받거나 홍씨를 음해한 이들이 처벌받는다고 해도 홍씨의 명예가 회복되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양 변호사는 홍씨가 경솔한 발언을 했다 해도 언론이 사람 하나를 죽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소비자원 "라면에 나트륨 지방 성분 많아" 1015 경향

라면 1봉지에 하루 섭취 권장량의 80%가 넘는 나트륨이 함유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은 지난 2월 농심·오뚜기·삼양·팔도 등 4개 업체의 12개 제품을 조사한 결과, 라면 1봉지에 들어 있는 나트륨은 1350~2069이었다고 15일 밝혔다. 이는 하루 영양소 기준치의 86.5%.

 

또 심혈질환을 유발하는 포화지방은 6.3~9.1g 수준으로, 하루 기준치의 51.3%였다. 나트륨이 가장 많은 제품은 삼양라면, 포화지방은 농심 안성탕면이었다. 다만 삼양라면은 지난 3월 내용물을 개선해 나트륨 함량을 1840로 낮췄다.

 

필수 영양소도 부족했다. 라면 1봉지의 영양소는 단백질 56.3%, 탄수화물 71.6%, 지방 97.6%로 끼니 대용으로 먹기에는 영양 불균형이 우려됐다. 칼슘 함유량도 하루 영양소 기준치(700)4.2~31.6% 정도였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제조업체는 포화지방량이 적고 불포화지방 함량이 높은 대체유를 사용하고 나트륨을 줄이고 포장 앞면에는 권고 문구를 표시해야 한다소비자도 라면 국물을 적게 먹거나 스프를 적게 넣어 조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삼성, 22만원짜리 휴대전화 90만원 뻥튀기"1013국제

공정위 과징금 부과 사유 공개돼

삼성전자가 이통사와 협력, 20만 원대 휴대폰을 90만 원대로 판매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3일 미래창조과학부 국정감사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우상호 의원은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제출받은 '공정거래위원회 전원회의 의결서'를 공개했다.

 

이 자료는 삼성전자가 '갤럭시유' 제품에 대해 이동통신사인 LGU+ 와 단말기 출고가, 소비자가격, 대리점 마진, 네트(Net)가격(출고가에서 이통사 지원금을 뺀 가격) 등을 협의한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위원회의 2012년 전원회의 의결서 중 일부다.

 

공정위는 당시 SK텔레콤·KT·LGU+ 등 이통 3사와 삼성전자·LG전자·팬택 등 제조 3사에 대해 서로 짜고 단말기 가격을 부풀렸다며 453억 원의 과징금을 매겼다.

 

해당 업체들은 공정위 결정에 불복·항소해 현재 사건이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우 의원은 "이 자료를 보면 삼성은 네트가격 219200원에 대리점 마진을 더해 소비자가격을 259200원으로 책정하고, 보조금을 합해 출고가를 913300원으로 하자고 제안한다. 이에 LGU+는 네트가격 187600원에 대리점마진을 붙여 소비자가를 237600원으로 하고 출고가로는 891900원을 제시했는데, 단말기 납품가와 출고가가 무려 60만 원 이상 차이나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우 의원은 이 자료를 근거로 "삼성전자가 소비자에게 지급하는 이동전화 단말기 보조금(장려금)을 미리 이동전화 단말기 판매금액에 반영해 단말기의 공급가 또는 출고가를 높게 책정하고, 소비자가 이동통신서비스에 가입할 때 이동전화 단말기를 할인받아 실제보다 저렴하게 구입하는 것처럼 소비자를 오인시키는 정황이 고스란히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해명자료를 통해 "내부문건에 명기된 '네트가'는 공장에서 출고될 당시의 가격이 아니라 출고가(이통사가 대리점에 제품을 공급하는 가격)에서 이통사의 보조금과 유통망 장려금, 마진 등을 제외한 금액을 뜻한다"면서 "이통3사와 협력해 출고가를 부풀리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삼성전자는 이어 "재료비, 생산비, 개발비 등을 고려하고 국가별, 통신사별 다양한 조건과 상황을 감안해 합리적으로 스마트폰 가격을 결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참여연대는 이날 휴대전화 단말기 가격을 부풀려 만든 보조금을 미끼로 소비자를 유인해 거액의 폭리를 취한 혐의(상습사기)로 삼성전자·LG전자·팬택 등 제조3사와 SKT·KT·LGU+ 등 통신3사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손배·가압류에 궁금한 세 가지 108 시사인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들은 해고 폭탄, 구속 폭탄에 이어 손해배상·가압류 폭탄이라는 삼중고와 마주한다. 영국·프랑스·독일·일본의 노동자들도 그럴까? 파업으로 인해 불법 인간이 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었다.

나는 왜 노조 활동을 했나?” 쌍용자동차 해고자 김종현씨(가명·43)2009년 옥쇄파업에 참여한 뒤 이 질문이 줄곧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는 파업 뒤 곧바로 구속돼 7개월을 감옥에서 보냈다. 신경안정제를 먹으며 버텼다. 가족 이름으로 빚이 2억원 남았다. 쫓겨나면서 받은 퇴직금은 5800만원이다. 그 가운데 2900만원은 회사 측이 건 손해배상 가압류에 묶였다. 나머지는 퇴직금을 담보로 받은 대출금으로 빠져나갔다. 16년을 일하고 그가 손에 쥔 퇴직금은 고작 37650원이다.

 

결혼 8년 만에 3000만원 대출을 안고 장만한 아파트는 경찰에 가압류돼 처분할 수도 없다. 법원은 이를 기각했지만 경찰이 바로 항소했다. 김씨는 보험설계사, 대리운전, 공사장 일을 전전했다. 시중은행 대출 한도가 꽉 차서 사금융에 손을 벌렸다. 5000만원이 더 늘었다. 지방법원 후원으로 중학교 교복 값과 상장을 받은 초등학생 아들은 단상에 올라 이렇게 말했다. “개인적으로는 받기 싫습니다. 법이 있다면 해고자도 없어야 하는데우리 집 형편이 어려워서 받습니다.”(<시사IN> 331호 커버스토리 정말, 이러면 안 되는 것 아닙니까?’ 참조).

 

김씨만의 얘기가 아니다.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들은 해고 폭탄, 구속 폭탄에 이어 손해배상·가압류 폭탄이라는 삼중고와 마주한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20142월 기준으로 노동계에 제기된 손해배상·가압류 총액은 1691억여 원에 이른다. <시사IN> 독자 배춘환씨가 씨앗을 뿌린 노란봉투 프로젝트-우리가 만드는 기적 47000을 계기로 <시사IN>은 다른 나라에도 우리처럼 손배 폭탄이 떨어지는지 추적한 바 있다(<시사IN> 336···일 노동자에겐 손배 폭탄이 없다참조). 이 기사와 같은 주제로 한국노동법학회와 서울시립대학교 법학연구소가 공동 주최한 쟁의행위와 책임이라는 국제 학술대회가 지난 926일 열렸다. 노동법이라는 딱딱한 주제를 이해하기 쉽게 문답으로 풀어 5개국의 차이점과 공통점을 살펴보았다.

 

 

독일에서는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나 노조 간부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판례가 존재하지 않는다. 2014922일 독일 아마존 직원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영국·프랑스·독일·일본·한국 가운데, 정리해고에 문제 제기를 하는 파업 자체가 불법인 나라는? 

정답은 한국. 파업권을 헌법상 권리로 인정하면서도 한국 법원은 파업의 정당성을 좁게 해석하고 있다. 법원은 정리해고를 경영권또는 고도의 경영상 결단에 속하는 것으로 보아 단체협약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나아가 정리해고 반대 쟁의행위를 하면 업무방해죄 처벌 대상으로 삼는다.

 

프랑스에서도 우리와 똑같이 파업권은 헌법상 권리다. 그런데 한국과 달리 프랑스 법원은 개인의 권리를 넓게 인정해준다. 파업권은 본질적으로 사용자의 경제적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기에 사용자의 경제적 자유권보다 우위에 둔다. 프랑스법에서 쟁의행위 대상은 직업적 요구로 정의된다. 직업적 요구에는 사회보장, 의료, 실업, 연금 등이 포함된다. 정리해고는 말할 것도 없고 2006년 라미루티(Lamy Lutty) 사 노동자들이 벌인 대정부 연금 투쟁도 합법이었다. 당시 노동자들은 사탕을 생산하는 회사의 고용주가 아니라, 정부와 의회가 결정한 퇴직연금 삭감에 반대하는 쟁의를 벌였다. 법원은 합법 파업이라고 인정했다. 프랑스에서는 민영화 반대 파업 역시 합법으로 인정받았다. 2005년 마르세유 시 전철과 버스를 담당하는 공기업 RTM 노동자들은 마르세유 시가 새로운 전차 노선을 민영화하려 하자 반대 파업을 벌였다. 사용자인 RTM 사는 시의 결정이라 회사는 어쩔 수 없다며 노동자들의 쟁의행위가 불법이라고 주장했지만, 프랑스의 대법원인 파기원(Cour de Cassation)근로자들의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지에 대한 사용자 능력은 파업의 정당성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라고 판시했다.

 

영국에서도 정리해고 반대는 정당한 파업 범주에 속한다. 지난해 12월 영국 공영방송 BBC 기자들이 정리해고에 반발하며 24시간 한시 파업에 돌입하기도 했다.

    

 

AP Photo 프랑스 노동자들이 20139월 사회당 정부의 연금개혁안에 반대하는 총파업을 벌이고 있다.

 

일본에서도 정리해고 반대 파업은 합법이다. 공장을 폐쇄하고 근로자를 해고하려는 사용자의 계획에 반대하는 파업은 합법으로 인정받는다. 나카쿠보 히로야 교수(히토쓰바시 대학)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2012596건의 노동쟁의 가운데 해고 반대가 148건으로 가장 많았고, 한국에서는 경영권으로 인정받아 불법 파업으로 여겨지는 사업 축소나 회사 이전 반대 노동쟁의도 12건이었다. 나카쿠보 교수는 만약 노동조합이 사용자에게 공장 폐쇄 계획이나 신기계 도입 계획의 철회를 요구하는 파업을 벌인다면, 법원은 해고 반대와 같이 조합원들이 받는 영향에 대한 묵시적 요구들을 발견할 것이고 해당 파업은 정당성의 범위 내에 있다고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노동법원을 따로 두고 있는 독일에서는 사업의 이전이나 폐쇄와 같은 경영적 판단이 단체협약의 대상이 되는지는 판단하지 않았다. 만약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는 파업이라면 그것은 불법이다. 해고가 정당한지 여부는 법원이 판단할 문제이기 때문이다(독일에서는 근로자 대표위원회 등을 통해 노동자가 경영상의 결정에 참여한다). 그러나 기업가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구가 있어도, 단체협약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 파업의 정당성은 문제없이 유지된다고 독일 노동법원은 판단했다. 이 때문에 독일 노조는 경영 조치의 철회를 요구하는 대신 단체협약을 통해 실리를 추구한다. 예를 들면 독일 금속노조는 독일 기업이 해외 이전을 추진하자, 반대 파업을 벌이지 않고 단체협약으로 실리를 챙겼다. 최소 3개월, 근속연수 1년마다 1개월을 추가하는 식으로 해고 예고기간의 연장을 요구해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사용자는 노동자에게 3년간 임금을 지급했고 노동자가 새로운 직업을 찾는 데 드는 비용도 부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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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나 노동조합에 대한 민사책임(손해배상)이 이뤄지고 있는 나라는?

 

이 문제 역시 정답은 한국뿐이다. 현재 시점만 놓고 보면 손배 폭탄이 떨어지고 있는 곳은 한국뿐이다. 한국 대법원은 손해배상 청구가 면책되는 정당한 쟁의행위 기준으로 주체가 단체교섭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자여야 하고, 단체교섭과 관련한 근로조건의 유지 개선 등을 목적으로 해야 하며, 시기와 절차도 법령에 따라 정당하고, 폭력이나 파괴 행위를 수반하지 않아야 한다고 제시했다. , 손해배상을 면할 수 있는 쟁의행위가 되려면 주체·목적·절차·수단 등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하나라도 어긋나면 노동자들의 쟁의행위는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라는 형사처벌 대상이고, 민사적으로는 손해배상 책임이 뒤따른다.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한 근거이다.

 

프랑스에서도 손해배상은 있었다. 1979~ 1980년 공기업인 르노 사가 공장에서 태업을 했다는 이유로 프랑스의 주요 노동조합인 CGT(우리로 치면 민주노총)를 상대로 손배소를 제기했다. 법원은 2900만 프랑(200억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르노 사가 소를 취하해 사건은 일단락됐지만, 이 사건은 민사 책임의 존재가 노동조합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1981년 프랑스 사회당이 선거에서 승리했고, 이듬해 10월 초 의회는 쟁의행위로 발생한 손해에 대해 노동자 개인, 노동조합의 간부와 조합원, 노동조합에게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금지하는 법안을 채택했다. 그러나 헌법원은 19821022일 해당 법안이 피해자의 권리, 법적 평등, 공적 책임의 평등이라는 면에서 헌법에 위배된다고 결정했다.

 

2주 뒤인 119, 우리의 대법원에 해당하는 파기원이 직장 점거와 파괴, 훼손이 발생했던 뒤비종 노르망디 사건에 대해 판결하면서 중요한 원칙들을 세웠다. 노동조합은 오로지 자신의 행위에 대해서만 책임을 진다는 것과, 과실이 있는 사람은 오로지 그의 과실로 인한 손해에 대해서만 책임을 진다는 것이다. 또한 손해배상의 입증 책임을 회사에 지우면서 손배 실효성이 떨어졌다. 예를 들면 1994년 불법적인 공장 점거가 이뤄졌고, 사용자는 파업 불참자들에게 지급한 임금만큼 노동조합이 배상하기를 원했다. 하지만 파기원은 불법 점거와 파업 불참자가 노동을 하지 못한 것 사이에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보았다. 공장 차단은 입증됐으나, 법원은 파업자들이 공장을 차단하지 않았더라도 파업 불참자들이 할 일이 없었을 것이라고 본 것이다. 피케팅과 임금 상실 간 인과관계도 입증되지 않았다. 그래서 파기원은 노동조합의 과실에 대한 손해배상을 ‘1프랑으로 평가한 것은 옳다고 판결했다.

 

2007EDF(국영 전기공급사) 사건에서는 노동조합이 전기와 가스의 차단을 직접 지시한 것이 문제가 되었다. 그러나 입증된 노조의 지시는 시간적으로 보면 아침의 손해에 관한 것인데, 사용자는 저녁의 손해를 배상받으려고 했다며 법원은 손해에 대한 노동조합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영국에서는 노동쟁의와 손해배상을 연구한 사례 자체가 없다. 킹스칼리지 런던에서 공법과 유럽 노동법을 가르치는 키스 유잉 교수는 사용자가 계약 위반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고 보고된 마지막 사례는 1959년이고, 그 전 사례는 1927년이다라고 말했다. 유잉 교수는 그 이유를 사용자가 손해배상을 무기로 이용하는 문화가 영국에 없다는 것과 미래의 노사관계를 위해서라도 굳이 손해배상을 청구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들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1906년 노동분쟁법은 노동조합이 불법 파업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당하지 않도록 했다. ‘노동조합을 법 위에 둔다는 우파들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 면책은 1971년 폐지될 때까지 살아남았다. 이후 다시 입법되었다가 대처 정부 집권 뒤인 1982년 사라졌다. 의회는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부활시키면서 대신 노동조합 규모에 따라 손해배상액에 한도를 두었다. 예를 들면 조합원 10만명 이상인 노동조합이 청구당할 수 있는 손해배상액은 최대 25만 파운드(42512만원)라고 상한선을 둔 것이다. 30년이 지났지만 이 상한선은 개정되지 않고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례가 없어 사문화되었기 때문이다.

 

독일도 이론적으로는 불법 파업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 하지만 볼프강 도이블러 교수(브레멘 대학)노동조합이 손해배상을 청구받는 일은 매우 드물고 법원이 사용자를 지지하는 판결을 내리는 경우는 더 드물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대부분의 사례가 1950년대 것이다라고 말했다.

 

일본에서 거액 소송이 사회문제가 된 것은 1970년대이다. 일본 국유철도(국철)197511월부터 12월에 걸쳐 8일간 파업권 쟁취 파업을 벌인 노동조합 두 곳에 202억 엔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이다(당시 공공사업체의 노동자들에게는 파업권이 없었다). 민영화 반대 목소리에 재갈을 물리는 소송이었다.

 

최근 일본에서는 파업 자체가 줄어들면서 노동조합이 사용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받는 이례적인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20128월 미에 현에 있는 병원에서 노동조합이 파업을 벌이자, 회사는 법원에 파업중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그런데 법원은 합법 파업임에도 가처분 신청을 받아주고 파업 금지 처분을 내렸다. 이후 노동조합은 병원장을 상대로 가처분 신청이 파업권 침해라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가처분 신청을 받아줬던 같은 법원의 다른 판사는 사용자가 노동조합에 배상금 165만 엔(1600만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나카쿠보 교수는 무파업 상태에 익숙해지게 되면 사람들(판사)은 파업이 노동자의 합법적인 무기라는 걸 잊게 된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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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을 한 노동자나 노동조합에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근거를 둔 나라는?

정답은 한국과 일본. 두 나라에만 형법에 업무방해죄가 남아 있다. 노동조합의 쟁의행위에 대한 형법상 제약이 유일하게 남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집행이 이뤄지고 있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나카쿠보 교수는 정당하지 않은 파업에 대해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2차 세계대전 이후 그런 입장을 취하는 사람은 없다라고 말했다.

 

영국에서는 파업을 이유로 한 형사처벌1875년에 이미 폐지됐다. 평화적인 노무 제공 거부만으로 감옥에 갈 일은 없다. 파업에 참가하지 않는 노동자들의 작업을 방해하지 않고 평화적인 피케팅을 벌이면 체포되지 않는다.

 

프랑스에서 우리로 치면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 단결공모죄는 1864년 폐지되었다. 프랑스는 앞서 언급한 대로 1946년 파업권을 헌법상의 기본권으로 인정했다. 프랑스에서 얼마나 광범위하게 쟁의행위의 합법성을 인정하는지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2008년 동료가 산재 보상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선원 시위대는 지역 해양기관의 사무실로 들이닥쳤다. 파업에 해당하지 않는 불법 쟁의였다. 3시간 동안 진행된 시위로 사무실 직원들은 근무를 할 수가 없었다. 항소법원은 노동의 자유에 대한 방해죄로 처벌했다. 그런데 파기원은 노동의 자유에 대한 실질적 방해가 아니라 단순한 곤란이라며 항소법원 결정을 파기했다. 파업에 해당하지 않았지만 폭력 행위는 없었고 3시간 동안만 진행되었다는 점을 인정해 노동자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독일에서도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어떤 파업도 형사처벌할 수 없는 것으로 여겼다. 노동자나 노동조합 간부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판례는 존재하지 않는다. 폐업이 잦았던 1950~ 1960년대에도 사용자는 노동자를 고소하거나 고발해 교도소로 보내지 않았다. 도이블러 교수는 왜 형사처벌을 하지 않는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가?”라고 반문한다. 그는 노조 대표가 폭력배 두목처럼 1~2개월 교도소에 보내진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노동자들 사이에 연대감이 생기고 회사나 법원에 대한 비난이 신문과 텔레비전에 등장할 것이다. 이는 독일 노사관계의 전형인 사회적 동반자 관계를 교란시키게 된다라고 지적했다.

 

나는 걷는다 돈이 없어서 1014시사인

연령별 승용차 신규 등록 현황을 보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0~30대의 신규 등록량 감소폭이 크다. 증가한 연령은 50대뿐이다. 자동차업계의 고민도 깊다. 경기 불황과 인구 감소로 인한 구조적 요인이 큰 탓이다.

차 없는 남자와 사랑에 빠지지 마라. 그 또한 기미 낀 얼굴을 사랑해주지 않을 것이다.” 7년 전 텔레비전에 방영된 한 화장품 광고에 나온 말이다. 2년 전에는 서울 도심 버스정류장에 이런 광고 문구가 붙었다. “날은 더워 죽겠는데 남친은 차가 없네.” 한 음료 회사가 내건 이 옥외 광고물은 자동차가 아닌 마시는 차를 지칭한 것이다라는 업체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누리꾼들의 격렬한 항의에 부딪혀 금세 철거됐다. 젊은 층에게 자동차 소유 여부는 뜨겁고 민감한 소재였다.

 

하지만 이런 세태가 최근 바뀌고 있다. ‘뚜벅이를 자연스럽고 떳떳하게 선택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경기 불황의 영향이 크지만, 승용차를 가지기보다 가지기로 결심한 이들도 상당수다. 보행, 대중교통, 자전거, 카셰어링 등 다양한 대체 이동 수단에 만족하는 이들에겐 자동차 말고도 지름신을 맞이할 다른 소비재가 널렸다.

 

    

시사IN 신선영

20~30대의 자동차 수요 감소 현상은 여러 통계에서 드러난다. 이들은 대체 이동 수단에 만족한다.

20~30대의 자동차 수요 감소 현상은 여러 통계에서 드러난다. 지난 9월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발표한 연령별 승용차 신규 등록 현황자료에 따르면 2013년 상반기 20, 30대의 승용차 신규 등록량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10.2%, 6.9% 떨어졌다. 40대는 소폭 감소했고(-0.8%), 50대는 오히려 증가했다(0.9%). 운전면허를 따는 젊은이 수도 줄었다. 2005년과 2013년 연령별 운전면허 소지자 통계를 비교해보면 8년 사이 다른 연령층은 모두 운전면허 소지자가 증가한 반면 22~37세는 연령별로 2~19만명씩 그 수가 감소했다(36쪽 표 참조). 국내 대표 자동차업체인 현대자동차의 고객 연령층 자료도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해 현대자동차 승용차를 구매한 20대 고객의 비중은 9%, 201111.8%에 비해 2.8%포인트 감소했다. 30대의 비중은 27.6%에서 21.4%로 감소 폭이 더 컸다.

 

요즘 젊은이들이 자동차를 포기하게 된 가장 큰 요인은 넉넉지 않은 주머니 사정이다. 광고업계에 종사하는 박수만씨(가명·29)4년간 몰고 다니던 중고 경차를 재작년 다시 중고 시장에 내다팔았다. 대학 시절 원거리 통학용으로 차를 마련해 유용하게 잘 사용했지만 직장에 취업한 이후에도 학자금 대출을 갚는 등 기본 지출이 많다 보니 보험료, 유류비 등 다달이 나가는 차량 유지비가 여간 부담스럽지 않았다. “있다가 없어지니 행동반경이 좁아져서 불편함이 크다라면서도 박씨는 당분간 자동차를 구입할 의향이 없다고 밝혔다.

 

젊은이들이 차에 대한 선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의 2010년 보고서 국내 20대 자동차 수요 영향 요인 분석:·일 비교를 중심으로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학생은 30~40대에 이른 예전 대학생에 비해 여전히 자동차 구매 의향이 높게 조사됐다. 이들은 자동차의 자유로운 이동프라이버시’ ‘자기표현등의 매력을 높이 샀다.

 

차는 갖고 나가는 순간 돈이잖아요 

하지만 이들은 냉혹한 현실을 직시하는 세대이기도 하다. 중소기업 직장인 김수인씨(가명·28)버스 막차를 타고 창문을 열어 시원한 바람을 맞다가 내 차에서 맞는 바람은 얼마나 즐거울까 상상하곤 한다라면서도 차를 구입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손을 내저었다. “아니요, 차는 갖고 나가는 순간 돈이잖아요.” 김씨 말에 따르면 또래들 가운데 차를 끌고 다니는 경우는 집이 굉장히 부자이거나 아버지가 오래 몰던 승용차를 물려주거나, 둘 중 하나다. 비교적 초봉이 높은 대기업에 입사한다 해도 새 차를 뽑는 경우는 극소수라고 했다. 김씨는 우리 또래는 대부분 비싼 주거비를 치르며 좁은 월세방에 산다. 자동차는커녕 차를 둘 곳조차 변변찮은데 어떻게 감히 보험료, 주차비, 기름값, 자동차세가 들어가는 차를 살 생각을 하겠나?”라고 되물었다.

 

    

시사IN 신선영

카셰어링 업체 쏘카(SOCAR)의 회원 수는 33만명이다. 90%를 차지하는 주 고객이 20~30대다 

뚜벅이 생활을 하다가도 가정을 이루는 과정에서 대개 차를 마련한다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그 단계 또한 잘 참고 견딘다. 올가을 네 살 연상의 남자친구와 결혼을 앞둔 윤선미씨(가명·27)는 결혼 준비 과정에서 자차의 필요성을 많이 느꼈다. 도시 근교의 가구거리에서 혼수를 마련할 때나 예단과 함을 들일 때 차가 없으니 여간 불편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윤씨 부부는 향후 최소 2년간은 차를 구입할 생각이 없다. 신혼집 전세 대출금을 갚기도 빠듯한데 자동차 구입·유지비까지 감당하기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윤씨는 아이를 출산할 때까지는 최대한 참아볼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대부분 윤씨처럼 자녀가 태어난 후부터는 차량 구입을 고려할 수 있다는 의견이지만 그 첫 출산 시기 역시 점차 뒤로 미뤄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199327.55세이던 산모 평균 초산 연령이 지난해 31.84세로 4년 이상 늦춰졌다).

 

자동차 액셀을 밟던 젊은이들은 자연스럽게 버스와 지하철, 도보와 자전거 도로로 향하고 있다. 200059.5%이던 서울시 대중교통 분담률은 201064.3%로 증가했다. 지하철 분담률이 199629.4%에서 201036.2%로 늘었고 같은 기간 승용차 통행 대수는 465만 대에서 449만 대로 줄었다. 도보 및 자전거 통행량은 연평균 2.8%로 여러 이동 수단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차를 소유하지 않고 공유하는 카셰어링 서비스도 2012년 처음 국내에 등장한 이후 꾸준히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카셰어링 대표 업체 그린카와 쏘카 회원 수(각각 34만명, 33만명)90%를 차지하는 주 고객은 20~30대다. 1년 전부터 카셰어링 서비스를 이용하는 직장인 손병주씨(31)교통망이 좋지 않은 지방에 가거나 부모님 댁에서 반찬을 갖고 온다거나 할 때 차가 없으면 불편함을 느낀다. 하지만 한 달에 몇 번 되지 않는 그때를 위해 비싼 차를 사서 유지하느니 필요할 때 잠깐씩 이용할 수 있는 카셰어링을 이용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라고 말했다.

 

직장인 문다혜씨(30)도 고3 시절 수능시험을 치르자마자 운전면허를 땄지만 지난해까지 묵혀두었다가 올해 처음 카셰어링 서비스를 이용하며 장롱 면허를 탈출했다. 자기 차를 갖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문씨가 차 구입을 포기한 주요 이유는 다른 취미 생활을 위한 비용때문이다. 베이킹, 재봉틀질, 커피 내리기 같은 취미 생활을 하기 위해 필요한 기구와 재료들 값이 만만치 않다. IT 기기 신제품에도 관심이 많고, ‘해외 직구에도 적극적이며 종종 여행도 가야 한다.

 

청년들의 탈()자동차 현상은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장기 불황·인구고령화로 인한 청년층 실업률 증가와 소득 감소를 한국보다 먼저 겪은 일본은 자동차 내수시장 규모가 1990년대 초 버블 붕괴 직전 770만 대에서 2011420만 대로 매우 위축됐다. 일본 자동차공업회가 18~24세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면허 취득자 중 실제로 운전하는 비율이 199974.5%에서 200762.5%로 감소했다.

 

자동차업계 자구책이 변화에 맞설 수 있을까 

자동차의 나라미국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4월 미국의 한 자동차 시장조사 기관은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18~34세의 비중이 2008년 금융위기 이전에 17%였다가 201211%로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미시간 대학 교통조사연구소는 지난해 미국인 한 사람이 한 달 동안 운전한 거리를 분석한 결과, 2009년에서 2011년 사이 16~34세의 누적 운전거리가 23% 감소했다고 밝혔다. 반면 대중교통 이용률과 자전거 통근율은 각각 40%, 24% 상승했다.

      

자동차 업계로서는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쌍용자동차 홍보팀 황수택 사원에 따르면, 자동차 시장에서 20~30대 고객은 정보 수집 채널이 많고 구매 의사 결정 단계가 위 연령층보다 복잡한, 한마디로 까다로운 고객층이다. 하지만 자동차 같은 고관여 제품(소비자가 다른 제품에 비해 더 많은 생각과 추론을 거친 뒤 구입을 결정하는 상품)은 한번 사용했던 브랜드의 이미지가 긍정적일 경우 다시 구매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자동차 회사로서는 초기 진입 고객인 20~30대를 결코 포기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황씨는 근본적으로 젊은 세대에게 안정적인 수입이 있어야 하고 가처분 소득도 증가해야 자동차 수요 역시 증가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 업계 자체만으로는 그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런 변화에 대응해 졸업·취업·창업·취직·출산 등 청년의 생애주기에 따른 차별적 가격 할인 프로모션, 유예 할부·중고차 보상 할부 등 다양한 금융 상품 등을 개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현대차 홍보팀 권용준 차장도 “2030 세대는 지금 소비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더라도 향후 주력 소비층으로 대두될 것이기 때문에 당장의 이익보다 미래를 보고 이들과 꾸준히 관계를 맺고 소통하는 전략을 연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자동차족에 쉽게 진입하지 못하는 젊은이들을 견인하기 위해 그들이 즐기는 문화와 신기술을 자동차에 적극 융합하는 시도도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기아차가 고객들에게 스마트키 기능을 탑재한 손목시계를 제공하는 등 자동차에 웨어러블 기기를 접목시키고, 벤츠 생산업체 다임러가 카셰어링 사업 카투고(Car2Go)’에 뛰어드는 식이다. 하지만 이런 자동차업계의 자구책이 경기 불황과 인구 구조에 기인한 거대한 변화에 맞설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한국 20대 인구의 본격 감소는 2020년쯤부터로, 아직 제대로 시작되지도 않았으니 말이다.

 

 

 

경범죄 범칙금만 3, 서민 울리는 '범칙금 폭탄' 1015 시사저널

경범죄 범칙금 3, 교통범칙금 50% 폭증···8월까지 통계로 더 늘어날 전망

경찰이 올 한 해 거둬들일 범칙금이 사상 최고가 될 전망이다. 경찰이 현재까지 부과한 경범죄 범칙금은 2012년에 비해 최고 3배 가까이 늘어났고, 같은 기간 동안 교통범칙금도 50% 이상 증가했다. 이에 따라 박근혜정부가 부족한 세수를 메우기 위해 범칙금 부과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경범죄 적용, 경찰 자의적 해석 가능

정청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경찰은 올해 8월까지 단속을 통해 79337건의 경범죄를 적발해 304577만원의 범칙금을 부과했다. 8월까지 하루 평균 330건가량 단속한 셈이다. 이는 지난 한 해 동안 부과한 경범죄 범칙금(232239만원)을 이미 훌쩍 넘어선 수치다.

 

올해 경범죄 범칙금 증가 추이는 지난 정부 말인 2012년과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2012년 경범죄 처벌법을 위반한 건수는 27260건으로 총 범칙금이 10억원 대에 불과했다. 경찰청 생활질서과 관계자는 법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올해 (시민들의) 기초질서를 세우는 데 집중하다 보니 적발 건수가 늘어났다주로 쓰레기 투기, 무임승차, 무전취식, 불안감 조성, 음주 소란 등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2013111, 서울 종로2가 사거리에서 경찰들이 캠코더를 이용해 정지선 침범 및 꼬리물기 차량을 단속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같은 경범죄 적발 건수 급증 현상은 지난 3월 박근혜 대통령이 경범죄처벌법을 개정한 데 따른 여파로 분석된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3월 취임 첫 국무회의에서 경범죄처벌법 시행령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는데, 이에 따르면 경찰의 자의적 단속이 가능하다. 새로 바뀐 경범죄처벌법을 보면, ‘관공서에서 술에 취해 거친 말과 행동으로 주정하거나 시끄럽게 한 사람은 6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로 처벌한다는 항목이 신설됐다. 이로써 경찰서를 포함한 관공서에서 주취 행패를 부리는 주폭(酒暴)’을 구속·체포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경찰이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항목들도 눈에 띈다. 일례로 단체 또는 개인이 하는 행사·의식을 못된 장난 등으로 방해하는자도 10만원 이하 벌금형이나 구류 또는 과료로 처벌할 수 있는데, ‘못된 장난이란 기준이 모호하다. 불안감 조성항목에 따라 지난 9월에는 대구에서 온몸에 문신을 한 조직폭력배 일당이 대중목욕탕을 찾았다가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대구경찰서에 따르면 문신 때문에 대구 지역 조폭이 붙잡히기는 올 들어 처음이라고 한다. 경범죄 처벌 항목 중 하나인 불안감 조성에는 공공장소에서 험악한 문신을 드러내 다른 사람에게 혐오감을 준 사람도 포함된다.

경범죄처벌법에 따르면 범죄 피의자로 입건된 사람이 신원 확인을 위한 경찰의 지문조사를 거부하는 경우에도 처벌 대상이 된다. 인권단체 등에서 사회 안전보다는 경찰력을 남용해 사회적 약자를 잡는 법이라고 반발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교통범칙금도 폭증하고 있다. 정청래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교통범칙금은 2012년 약 620억원에서 2013년 약 1055억원으로 전년 대비 70%가량 급증했다. 올해 들어서도 8월까지 경찰은 2553611건을 적발해 9281599만원의 범칙금을 물렸다. 도로 현장 단속부터 CCTV로 적발한 교통위반을 모두 합한 수치로 하루 평균 전국적으로 1640건이 적발된 셈이다.

 

경찰청 교통안전과 관계자는 “2012년에 교통사고가 많이 늘어났는데, 교통질서를 확립하고 사고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단속이나 계도 등 안전 활동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경찰은 올해 추석 연휴 기간에 전국 고속도로와 주요 국도에 고성능 항공 카메라를 장착한 경찰 헬기 17대를 배치해 대대적으로 교통 단속을 실시했다. 하지만 이 같은 경찰 단속 강화로 줄어든 교통사고 건수는 미미하다. 지난해 교통사고는 2012년과 비교해 약 3%가량 줄어들었을 뿐이다. 대대적인 단속에 비해 사고 예방 성과는 초라한 셈이다.

    

범칙금, 일반 국고로 환수돼 일반 회계 편성

대대적인 단속에 대해 일각에서는 부족한 세수를 범칙금으로라도 메우려는 꼼수가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올해 세금은 약 85000억원가량 덜 걷힐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의 공약 이행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박 대통령의 대표 공약인 기초연금도 세수 부족으로 3명 가운데 1명만 전액(20만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이 거둬들인 범칙금은 국고로 환수돼 일반회계로 편성된다. 일반회계는 국가가 고유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예산을 처리하는 회계다. 특정한 목적 외 사용이 금지된 특별회계와 달리 일반적 국가 활동에 관한 세입·세출을 포괄하는 회계라서 비교적 지출이 자유롭다. 범칙금이 얼마든지 대통령 공약을 위한 예산으로 쓰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정청래 새정치연합 의원은 한 해 사이에 갑자기 우리 국민성이 2배 가까이 하락했을 리 없을 텐데 경찰의 무리하고 과도한 범칙금 남발 배경이 의심스럽다박 대통령이 증세 없는 복지가 가능하다고 하더니 담뱃값, 주민세, 자동차세 인상에 이어 비교적 논란이 덜한 범칙금에 대해 목표치를 정해놓고 경찰을 독려한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후지 산 폭발, 거대한 공포가 밀려온다 106 시사저널

분화할 경우 수도권 교통 마비, 피해액 25조원 추산

1973년 고마쓰 사교(小松左京)가 발표한 <일본 침몰>이란 소설은 일본 열도가 지각변동으로 태평양 아래로 가라앉는 상황을 상정하고 있다. 픽션보다는 작가의 지질학 지식이 바탕이 된 작품으로 사실적으로 침몰을 그려냈다. 출판 1년 만에 수백만 부나 팔렸고 일본 사회에 침몰 신드롬을 불러왔다. 소설 속 일본은 약 1년간 화산 폭발과 지진으로 요동친다. 일본 정부는 세계 각국에 양해를 구하고 전 국민을 각지로 피난시킨다. 대혼란이 일어날 만한 상황에서도 일본 국민들은 묵묵히 자기가 떠날 순서를 기다린다. 집이 무너지려 하고 화산재가 휘몰아치는 가운데서도 마치 남의 일처럼 관망하듯 집안을 지킨다.

 

지난 927일 나가노 현 온타케 산이 분화하며 엄청난 화산재를 뿜어냈다. 사망자가 47명에 이른다. 199143명의 목숨을 앗아간 일본 나가사키 현 운젠후겐다케 분화 때보다 피해 규모가 크다. 21세기 최악의 화산 피해 중 하나로 기록될 온타케 산 분화를 바라보는 일본의 최대 인구 밀집 지역 도쿄의 분위기는 의외로 평안하다. 200정도 떨어져 있다는 심리적 안정 때문인지 소설 속의 관망과 다르지 않다. 도쿄 시부야에 위치한 한국 기업 지사에서 근무하는 윤지원씨(34)한국이 떠들썩한 것과 달리 도쿄는 차분하다. 뉴스에 나오는 이야기 이상으로 온타케 산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지 않는 분위기다라고 전했다.

 

일본 최고봉 후지산(3376m)은 도쿄와 불과 10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활화산이다. AP 연합

 

“300년 쉬고 있는 후지 산 비정상적

하지만 그게 후지 산이라면이라고 질문을 던지면 얘기가 달라진다. 시즈오카 현 북동부와 야마나시 현 남부에 위치한 일본 최고봉 후지 산(3376m)은 도쿄와 고작 100정도 떨어져 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후지 산 분화에 관한 우려를 막연하게 그려냈다면 온타케 산 분화는 현실적인 일로 만들었다.

 

지난해 일본 내각부 유식자회의는 정부가 광역 피난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 적이 있다. 화산 방재 강화를 위해서였는데 주된 관심 대상은 후지 산이었다. 세계적으로 볼 때 20세기 이후 일어난 총 5번의 매그니튜드 9.0급의 거대 지진은 예외 없이 주변 화산 폭발을 동반했다. 현재 일본 화산분화예지(預知)연락회 회장이자 당시 유식자회의 단장이었던 후지이 도시쓰구 도쿄 대학 명예교수는 후지 산은 3200년 동안 약 100회 분화했다. 현재 300년 정도 쉬고 있는 것은 비정상적인 상황이다. 경우에 따라 예측에서 분화까지 매우 짧은 시간이 걸릴 수 있기 때문에 신속하게 대피하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후지 산을 끼고 있는 시즈오카·야마나시·가나가와 현의 경우 후지 산이 분화할 경우 주민들을 위험도에 따라 단계적으로 철수시키는 피난 계획을 갖고 있다. 계획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 인원은 최대 75만명에 달한다.

최근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기무라 사다아키 오키나와 대학 명예교수는 지진 예측 권위자 중 한 명이다. 그는 “3년 이내에 후지 산이 분화할 것이라고 말한다. “화산 폭발은 주변에 작은 지진 활동이 빈발한 시기부터 35년 후를 기준으로 ±4년 범위에서 발생한다. 후지 산의 경우 1976년에 지진이 자주 발생했다. 35년 후인 2011년부터 ±4년 범위에 분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후지 산이 폭발하면 어떤 피해를 입게 될까. 900도가 넘는 용암이 헤이안 시대였던 864~866년의 폭발 때처럼 분출된다면 후지 산 남쪽을 통과하는 일본의 대동맥 도메이 고속도로와 도쿄와 오사카를 잇는 도카이도 신칸센까지 도달하게 된다. 이럴 경우 일본은 허리가 동서로 잘린다. 용암은 수도권까지는 닿지 않는다. 하지만 화산재는 다르다. 리쓰메이칸 대학 도시방재연구센터의 다카하시 마나부 교수는 화산 폭발로 생기는 대형 피해는 화산재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왜 그럴까. 화산재는 쓰레기를 소각할 때 나오는 재가 아니라 마그마가 분쇄된 미립자다. 얇은 유리 조각과 같다. 눈에 들어가면 각막을, 코에 들어가면 점막을 손상시킬 수 있고, 체내에 들어가면 폐 등에 상처를 내기 때문이다.

 

내각부는 2004년 후지 산의 화산재가 어디까지 날아갈지 시뮬레이션한 헤저드맵을 제작했다. 지도에 따르면 시즈오카와 야마나시 주변에는 약 30cm, 도쿄와 지바 일대에는 2~10cm 정도의 화산재가 쌓일 수 있다. 관동 일대는 화산재가 덮어버린다고 보면 된다. 이럴 경우 수도권 교통은 완전히 마비된다. 쓰쿠이 마사시 지바 대학 교수는 화산재는 물에 젖어 굳을 경우 차가 미끄러진다. 도로에 몇 cm만 쌓여도 차가 달릴 수 없다. 그 주변은 항공기도 지나기 어렵다. 항공기 엔진이 외부 공기와 함께 화산재를 흡입하면 재가 안에서 굳어 엔진이 정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후지 산이 분화할 경우 일본 전역에서 결항되는 항공기만 하루 500편 이상 될 것이라는 데이터도 있다. 철도도 움직일 수 없다. 시야가 흐려지는 데다 화산재가 선로에 쌓이면 기차는 달릴 수 없게 된다. 지하철은 더 우려스럽다. 지하철은 배기구를 통해 외부 공기를 가져오는데 지하에 화산재가 들어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생활 인프라도 마비된다. 화산재가 수원지에 쌓이면 급수가 불가능해진다. 내각부는 최악의 경우 화산재 때문에 약 190~230만명이 물을 사용할 수 없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후지 산의 화산재에 취약한 사회 인프라 탓에 총 피해액은 25000억 엔(25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아라마키 시게오 도쿄 대학 명예교수는 이 추정치는 2004년에 만들어진 것이다. 당시는 시간적으로도, 예산으로도 제약이 많아 정밀한 예측이라고 보긴 어렵다며 더욱 상세한 시뮬레이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악의 사태는 수도권 대정전

최악의 사태는 무엇일까. 수도권 대정전이다. 야마모토 다카히로 산업기술종합연구소 연구원은 화산재로 에너지 공급원 그 자체가 멈춰 설 가능성을 우려했다. 그는 가장 무서운 일은 화산재가 섞여 있는 공기가 유입돼 도쿄 만 주변에 위치한 화력발전소의 터빈이 고장 나는 일이라고 말했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전력 공급의 대부분은 원자력발전소 대신 화력발전소가 맡고 있는데 화력발전이 정지하면 그것을 대신할 에너지 공급 수단이 없다. 화산재 앞에 속수무책이 될 것”(야마모토 연구원)이라는 시나리오는 가장 공포스러운 줄거리다.

 

그동안 일본 사회는 후지 산 분화 가능성을 알면서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온타케 산 분화 이후 지진에는 예민해도 화산에는 약한 방재 시스템이 문제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는 이유다.

 

밀가루 음식 왜 안 먹어? 괜찮다니까1016 시사저널

미국에서 글루텐 프리음식 유행한국인은 셀리악병 안 걸려

주부 김 아무개씨(37)5년 전 병원을 찾았다. 김씨는 “15년 전부터 잦은 설사·복부불편감·팽만감으로 고생했고, 소화 불량이 심해 음식을 제대로 먹기 힘들었다최근 몇 년 새 체중이 10이나 빠졌고 심한 골다공증으로 인해 5개월 전엔 다발성 골절 치료를 받았다고 호소했다.

 

김씨는 셀리악병으로 진단됐고 지난해 국내 첫 환자로 대한소화기학회에 공식 보고됐다. 셀리악병은 음식에서 영양분을 흡수하지 못하는 질환이다. 영양분 흡수를 담당하는 소장의 융모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출혈이 없는데도 빈혈을 느끼고 많이 먹어도 영양 공급이 안 돼서 영양실조에 걸린다. 두통·피로·근육통·관절통에서 우울증·골다공증·불임·자가면역질환·뇌질환·림프종 등에 이르는 다양한 질환을 부를 수 있는 큰 병이다. 김씨도 혈중 칼슘·철분 농도가 정상보다 낮았고 내시경 검사를 해보니 소장 융모가 소실됐고 점막도 위축된 상태였다.

    

시사저널 임준선

 

특정 유전자 많은 서양인 병 셀리악병

셀리악병은 밀·호밀·보리에 있는 글루텐(gluten)이라는 성분이 일으키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글루텐은 밀에 포함돼 있는 단백질의 한 종류다. 밀가루를 반죽하면 차지고 쫄깃거리는 게 바로 이 성분 때문이다. 밀가루 음식을 먹을 때 독특한 식감도 글루텐의 특징이다.

 

밀가루 음식을 많이 먹으면 셀리악병에 걸리는 걸까. 그렇지 않다. 이 병의 발생은 인종에 따라 다른데 특히 백인에서 많이 발생하고 동양인과 흑인에서는 극히 드물다. 그 이유는 특정 유전자(HLA-DQ2)에 있다. 서구인의 30~40%는 이 유전자를 가지고 있지만, 한국·일본·중국인에게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주로 미국·유럽·중동·남미 지역에서 셀리악병이 많이 보고되는 이유다. 최명규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셀리악병 환자의 95%가 특정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다그러나 한국인은 이 유전자가 거의 없기 때문에 밀가루 음식을 섭취한다고 한국인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셀리악병에 걸린 사람은 일단 글루텐이 없는 식품, 이른바 글루텐 프리(gluten free)’ 음식을 위주로 식사한다. 셀리악병에 걸린 사람에게 글루텐은 피해야 할 성분이므로 글루텐 프리 식품은 효과가 있음에 틀림없다. 국내 유일한 셀리악병 환자인 김씨도 글루텐 프리 음식을 먹은 지 2개월 만에 체중이 늘기 시작했고 8개월 후 검사에서 빈혈이 사라지고 골밀도도 높아져 골다공증이 호전됐다.

 

미국 등지에서는 셀리악병 환자가 많아 글루텐 프리 식품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글루텐 프리 식품은 쌀가루·타피오카 전분·옥수수 가루 등으로 제조된다. 파스타·과자류 등이 대표적인 식품이다. 글루텐 프리 음식은 본래 오바마 미국 대통령 부인 미셸 오바마와 오프라 윈프리 등 유명인이 즐겨 먹는다고 알려지면서 유명해졌다.

 

국내에서도 최근 글루텐 프리 식품이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최근 미국에서 이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해서 우리도 이에 편승해 글루텐 공포에 떨며 글루텐 프리 음식을 따로 챙겨 먹을 필요는 없다는 게 의학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서구식 식생활이 보편화되면서 밀가루 섭취가 늘고 있지만 셀리악병 발생률이 높아졌다거나 밀가루 성분에 의한 알레르기가 증가했다는 조사결과는 없기 때문이다. 이동호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서구에서처럼 한국에서도 밀가루 음식 섭취로 인한 셀리악병 발생이 늘어날 것이라는 논리는 맞지 않다한국인의 유전적 성향은 서구인과 다른 데다 음식 종류도 판이하기 때문에 서양의 셀리악병 문제를 한국에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글루텐 프리 식품이 국내에서는 건강식이나 다이어트식인 양 둔갑해서 퍼지고 있다. 업계의 과도한 글루텐 공포 마케팅도 자제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 교수는 글루텐 프리 식품은 셀리악병 환자에게는 치료제지만, 일반인에게는 건강이나 다이어트에 별 도움을 주는 음식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들 제품은 글루텐 함량만 낮췄을 뿐 당류·탄수화물은 되레 많은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글루텐 대체재를 추가하기 때문에 글루텐 프리 식품은 일반 밀가루 식품보다 비싸다. 김상숙 한국식품연구원 유통시스템연구단 책임연구원은 미국에서 글루텐 프리 식품 가격은 글루텐 함유 식품에 비해 1.6?1.8배 비싸다그럼에도 맛이나 식감이 글루텐 함유 식품에 비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글루텐 프리 식품, 국내에선 불필요

밀가루 음식을 먹으면 소화가 안 되거나 배에 가스가 차거나 복통·설사 등 과민성 장증후군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사람이 있다. 셀리악병은 아니지만 글루텐에 민감한 특성(비셀리악 글루텐 민감성)이다. 밀에 대한 다양한 검사(면역반응, 셀리악병 혈청검사, 십이지장 조직검사)에서 모두 정상이지만 밀가루 음식만 피하면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자신에게 이런 증상이 있다면 음식 섭취 일기를 써 볼 필요가 있다. 한 동안 밀가루 음식을 피해보고, 또 일정 기간 동안 밀가루 음식을 먹으면서 글루텐 민감성을 점검해보는 방법이다. 이를 통해 자신에게 글루텐 민감성이 있다고 여겨지고 영양실조·젊은 나이의 골다공증·출혈 없는 빈혈·약에 반응하지 않는 위장 증상 등이 동반되면 전문의 진료를 받아 셀리악병이나 비셀리악 글루텐 민감성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김상숙 책임연구원은 미국식품의약국(FDA)글루텐은 오래전부터 섭취해 안전한 것으로 인식된 성분에 속하며 제품에 따로 글루텐 함량 등을 표시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미국 농무부(USDA)·영국·캐나다에서는 적절한 함량 표시를 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수 이름 팔아 예수 모독하는 장사치 좌판 엎어야 109 시사저널

대형 교회 부패 다룬 다큐멘터리 <쿼바디스>의 김재환 감독

국내에서 다큐멘터리 영화가 사회 문제를 본격적으로 건드린 것은 2000년대 이후의 일이다. 이 분야에서 김재환 감독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2011<트루맛쇼>를 통해 방송권력과 상업적 이익이 짬짜미를 벌이는 맛집 프로그램의 실상을 까발렸고, 2012년에는 <MB의 추억>으로 정치권력의 문제를 파헤쳤다. 그가 이번에는 종교 문제를 들고나왔다. <쿼바디스>.

공교롭게도 세 편 모두 사회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는 의도적으로 사회성 소재만 좇은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유머가 있는 가벼운 게 좋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찾다 보니 그게 사회 현안이었고, 그에 맞는 틀이 다큐멘터리 형식이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쿼바디스어디로 가시나이까란 뜻의 라틴어다. 관행적으로 뒤에 도미네’()와 함께 읽히지만 김재환 감독은 쿼바디스뒤에 메가 처치’(대형 교회)라는 말을 생략했다. 한국의 대형 교회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이들의 민낯을 드러내며 질문을 펼쳐놓고 있는 것이다. 그는 이 질문이 기독교를 사랑하기에 하는 문제제기라고 강조했다.

 

대형 교회시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그는 2012년까지 서울 이촌동의 큰 교회에 다니다 올해부터 지하실에서 예배 보는 작은 교회신자가 됐다고 한다. 지난해에는 취재를 위해 여러 대형 교회를 다니며 예배를 보고 올해 작은 교회에 정착했다. 그는 내가 오랫동안 대형 교회 신자였다. 영화를 위해 준비를 하면서 대형 교회 자체가 주는 구조적 해악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밝혔다. 그가 말하는 대형 교회의 문제점을 정리하면 이렇다. ‘500년 전 종교 개혁의 주체가 됐던 개신교가 지금은 타도의 대상이 됐다. 헌금 도둑, 성 범죄자, 상습적인 거짓말쟁이가 당당하게 목회 활동을 벌여도 교회만 크면 면죄부가 주어진다.’

 

하지만 대형 교회의 문제점을 알고 있는 신자라도 그 환경을 떠나 작은 교회로 옮기는 이는 많지 않다고 한다. 순복음교회를 다니던 신자가 사랑의교회로, 다시 온누리교회로, 그러다 다시 백주년기념교회로 옮기는 식으로 큰 교회로만 적을 옮겨 다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대형 교회에 실망하면서도 편안함과 잘 짜인 프로그램 때문에 큰 교회를 찾아다닌다고 그는 지적했다.

 

김 감독은 신자이기에 더 용감하게 대형 교회의 문제점을 꼬집을 수 있었다고 말하지만 그도 고민이 많았다. 초고를 쓴 지 오래됐지만 말리는 사람이 많아 제작을 결심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어머니가 교회 권사다. <트루맛쇼>를 만들 때 이 영화 만들고 회사 문 닫을지 모른다고 말씀드렸을 때도 네가 하고 싶으면 해야지라고 말씀하신 분인데 이번 <쿼바디스> 제작 때는 많이 반대하셨다. 어머니는 교회의 자정 작용을 믿어보자. 하느님이 다루실 때까지 기다리자는 것이었지만 내 대답은 도저히 못 참겠다는 것이었다.”

주변 사람도 모두 말렸다고 한다. 그래봤자 절대 안 바뀐다는 것. “어떤 크리스천이 망해가는 교회를 기록하고 다가올 심판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겠는가. 모두가 피하고 싶은 주제다. 한국 교회의 일반적 성도라면 하느님이 다루실 때까지 기다리자는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해서는 타락을 부추길 뿐이라고 생각한다. <쿼바디스>가 한국 교회의 기록이자 변화의 시작이길 바란다. 한국 대형 교회의 민낯을 대면하는 게 그 시작이다.”

그는 영화에서 한국 대형 교회의 민낯 현장에 카메라를 들이댄다. 자녀에게 교회 재산을 물려줘서 여러 송사에 휘말린 조용기 목사, 성폭행 사고를 친 대형 교회 목사가 아무 일 없다는 듯 10억원 넘는 전별금을 챙겨나가 다시 새 교회를 차린 모습, 교회 세습을 금지하니 중간에 전문 경영자를 끼워 넣었다가 아들에게 물려주는 재벌 뺨치는 편법 세습 등을 고발한다.

 

문제가 생긴 교회의 공통점은 세속의 눈으로 보면 대단히 성공적인 교회라는 점이다. 신자도 많고 헌금도 많아 서울 요지에 수백억~수천억 원대의 부동산 가치를 지닌 바벨탑을 척척 쌓아올리고 이를 다시 가족에게 세습하고 있다. 그는 이런 예를 들었다. “이번 지방선거 직전에 남경필 후보와 정몽준 후보가 조용기 목사에게 가서 축복 기도를 받는 사진을 찍었다. 크리스천으로서 그 사진을 보는 순간 참담했다. 세속의 법조차도 지키지 못해 여러 송사에 휘말려 재판에 서는 사람에게 가서 축복기도를 받는 것은 결국 표 때문이 아닌가. 표를 위해서 문제 있는 인물에게 가서 고개를 숙였다. 대형 교회와 정치권력이 공생하는 것이다.”

    

영화 <쿼바디스> 단유필름

 

대형 교회 부패 직시해야 문제 해결

그는 이 다큐멘터리 영화에서 TV 시사 프로그램과는 다른 행보를 취한다. 개별 교회나 목사의 타락 행적을 끝까지 쫓기보다는 한국 대형 교회가 돌진해가는 공통적인 방향과 욕망의 문제점을 짚어낸다. 이를 위해 타락의 현장을 지켜보는 예수가 등장하기도 하고, 현직 방송인이 시사 프로그램을 재연하기도 하고, 카메라가 종종 하늘의 시선에서 대형 성전을 내려다보기도 한다. 그는 좋은 종교인, 예수처럼 사는 분도 정말 많다. <쿼바디스>교회 부풀리기 기술자들이 틀렸고 낮은 곳에서 사역하는 분들이 옳다고 이야기하는 영화다. 그런 분들이 있기에 타락의 현장이 있어도 교회가 아직 무너지지 않는 것이다. 관객이 실제 예수의 모습에 대해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신자가 아니었다면 이 영화를 만들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지금 하나님의 마음이 어떠하실지 살피고 그것을 선포하는 것이 순종이라고 생각한다. <쿼바디스>는 내 순종의 표현이다. 한국 교회는 방향을 잘못 잡았다. 대부분의 에너지를 교회 성장에만 쏟아부었고 탐욕의 쓰나미가 믿음의 본질을 삼켜버렸다. 납세 거부, 동성애 혐오, 권력자 찬양, 십일조 강조 외에는 어떠한 사랑과 정의의 어젠다도 생산하지 못하는 우리의 종교가 예수와 무슨 상관이 있나. 사람들이 교회를 떠나기 전에 교회가 먼저 공감과 연민을 잃어버렸다. 예수의 이름을 팔아 예수를 모독하는, 교회 안에 있는 안티 기독교 장사치의 좌판을 엎어야 한다. 권력과 교회, 나와 우리의 탐욕을 막기 위해 <쿼바디스>를 만들었다.”

 

그는 사회성 소재를 다룬 이유에 대해 이런 문제를 토론의 장으로 끌어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선 가까운 사이일수록, 또는 점잖은 자리에서는 정치나 종교 같은 민감한 주제를 얘기하는 게 금기다. “세월호 사건에서 가만히 있어라가 문제가 됐다. 한국 교회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성도에게 가만히 있어라고 외쳐왔다. 목사가 무엇을 하든 아멘으로 순종하라고 가르쳤다. <쿼바디스>는 그게 아니라고 말한다. 기독교를 가리키는 프로테스탄트라는 말이 항의하다라는 뜻이다. 프로테스탄트 본래의 정신을 회복해야 한다.”

 

일베서북청년단 등장적대정치 무의식적 표출 1014 주간경향

보수정권의 취약한 정당성을 채우려는 초조함 드러나, 세력 더 커질 땐 보수에 부메랑

야당과 시민단체에 이들을 견제할 만한 힘이 없는 것도 문제

 

정체성은 입증하기 어렵다. 한 번 정체성 시비가 걸리면 빠져나오기 어렵다. 보수가 진보를 공격할 때 늘 나오는 단골메뉴는 북한에 대한 입장이었다. 진보는 보수가 물고 늘어지는 종북이라는 정체성 시비에 줄곧 걸려 넘어졌다. 반대로 보수를 향해서는 이렇다 할 정체성 시비가 없었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한국 정치지형에서 보수가 정체성 시비에 빠질 일은 드물었다. 하지만 일베’ ‘서북청년단등 극단적인 보수세력이 도드라지면서 보수에게도 정체성 시비가 붙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베처럼 특정 지역을 비하하고 여성 및 소수자를 혐오하며, ‘서북청년단처럼 극단적인 네거티브 공세를 벌이는 보수 일각의 행태가 부각되면서 보수를 향해서도 일베냐, 아니냐’ ‘서북청년단에 대해 어떤 입장이냐는 정체성 시비가 붙을 수 있다는 것이다.

 

928일 서울 시청광장에서 서북청년단 재건 준비위원회 회원들이 구조활동 중단 및 인양을 촉구하고 노란리본 철거를 주장하며 리본을 떼려하자 이를 막는 경찰과 실랑이 벌이고 있다. | 김정근기자

 

이는 보수에게는 물론 한국 정치지형에도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다. 적대정치의 극대화이기 때문이다. 천정환 성균관대 국문학과 교수는 일베에 이어 등장한 서북청년단 현상에 대해 기존의 진영정치 내에 포함됐던 적대정치가 일베나 서북청년단에 의해 극대화되고 있는데, 특히 서북청년단은 역사적으로 적대정치의 극에 있었던 단체다. 지금의 서북청년단이 그 역사적 코드를 알고 사용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적대정치가 무의식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 사무국장은 일베나 서북청년단의 활동이 지금보다 더 확대된다면 이는 보수층에게 굉장히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의 등장으로 보수의 스펙트럼이 넓어지고 있지만, 좋은 방향으로 넓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보수층에게는 굉장히 부담스러울 것이다. 지금껏 한국 보수에는 서양의 KKK단 같은 극단세력이 해방정국 이후에는 없었다. 이런 극단주의가 횡행하게 되면 전체 한국 사회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한국 사회의 합리성이라는 기준으로 봤을 때 그렇게 극단적인 수준으로 치달을 것 같지는 않지만, 극단주의 세력 간의 논쟁이 향후 한국 정치를 좌우하게 되지 않을까 우려스러운 부분은 분명 있다.”

 

한국정치 극단주의에 휘둘릴 우려

지난 930일 배성관 서북청년단 재건준비위원장은 인터넷 일베 게시판에 김구는 김일성의 꼭두각시였고 대한민국의 건국을 방해했다. 반공단체인 서북청년단원 안두희씨가 김구를 처단한 것은 의거이고 안두희씨가 맞아죽은 것은 종북 좌익정권 시대다라는 글을 올려 논란을 빚었다. 김구에 대한 평가를 낮추고, 이승만에 대한 평가를 높이는 것은 오래 전부터 이어져 내려온 보수의 역사전쟁이었다. <해방전후사의 인식>에 대한 대항으로 보수학자들이 편찬한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에서도 이러한 맥락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편집자 중 한 명인 서울대 박지향 교수는 <해방전후사의 재인식> 편집자 대담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 박사(이승만 박사)가 마키아벨리적인 뛰어난 감각을 지닌 정치인이었고, 나름대로 1950년대에 그런 정치인이 있었기에 한국이 그나마 발전하지 않았을까, 만약에 김구 같은 분에게 맡겼으면 나라가 어떻게 되었을까 이런 생각을 솔직히 해봅니다.” 하상복 목포대학교 교수는 <이명박 정부와 ‘8·15’ 기념일의 해석>이라는 논문에서 이를 다음과 같이 해석한다. “하나의 애국적 표상을 만들기 위해 그 반대편에 서 있는 비애국적 표상을 대비시키는 방식인데, 김구는 당시 대한민국의 수립에 전면적으로 반기를 들고 북한과의 통일국가 건설에 매진한 비애국적 인물로 등장하게 된다.”

 

자신들이 굳건히 지켜온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산업화의 정당성을 위협받아본 적이 없던 보수세력은 김대중 정부와 참여정부가 등장하면서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승만을 부상시키려는 보수세력의 노력은 이러한 위기의식의 발로다. 하 교수는 이 논문에서 이러한 의식이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의 63주년 광복절 및 대한민국 건국 60년 경축사에서도 드러난다고 분석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당시 8·15일본으로부터의 해방보다는 대한민국 수립에 방점을 찍었다. 흥미로운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이 발언이 2008년 일회성으로 끝났다는 점이다.

 

이 대통령은 그 후 2012년 마지막 광복절 연설까지 건국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하상복 교수는 이를 위기의식에 따른 정치적 스펙터클로 이해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2008년 이후 이명박 정부와 한국의 보수가 건국절 제정을 향한 정치적 의지와 열정을 반복해오지 않고 있다는 점은 흥미로워 보인다. 그러한 사실에 비추어볼 때 8·15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상징정치 혹은 언어정치는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의 등장이라는 특정한 정치적 국면 속에 초래된 국가 정체성의 위기의식을 돌파하기 위한 정치적 스펙터클로 이해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한국의 보수세력은 그런 면에서 자신들의 정치적 위상이 도전받지 않는 한 지금과 같은 역사해석의 정치를 본격적으로 시도하지 않을 것이다. 역사 동원을 통한 정치적 스펙터클 만들기는 자신들의 정치적 기득권이 위기에 처했다는 인식 속에서만 등장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보수의 정치적 위기 방증하는 현상

역사 동원을 통한 정치적 스펙터클 만들기가 보수세력이 정치적 기득권을 도전받았을 때 작동하는 것이라면 지금 등장하는 일베서북청년단또한 보수가 정치적 위기에 처해 있음을 방증한다고 볼 수 있다. 야당은 위협적인 세력이 되지 못한 채 제 몸을 추스르지 못하고 있고, 새누리당은 지난 6·2 지방선거와 7·30 ·보선에서 모두 승리했다. 표면적으로는 보수의 정치적 기득권이 위기에 처해 있다고 볼 수 없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정부의 무능과 부패는 보수를 치명적인 위기로 몰아넣었다.

 

천정환 교수는 일베서북청년단의 등장을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박근혜 정부의 취약성을 단정하는 사례라고 분석했다. “이들의 등장은 이 정권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것인데, 만약 박근혜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면, 이들의 등장이 정권에 전혀 도움이 안 될 것이다. 그러나 현 정권이 선거과정에서부터 문제가 있었고 또 그것이 세월호와 결합하면서 박근혜 정부에 커다란 흠이 생겼다. 거기다가 세월호 사건 당시 7시간 부재 문제까지 튀어나왔다. 현 정부가 이념이나 정책 등으로 헤게모니를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그 취약함을 메우기 위한 초조함 등이 반영되어 나타난 게 일베서북청년단의 활동이다. 만약 정부·여당이 합리적 보수라면 일베 등의 행동과 선을 긋거나 제지해야 하는데, 지금 사실은 방조하고 있는 셈이다.” 역사적으로도 극단적인 단체들은 정당성이 취약한 정부가 자신들의 정당성을 보완하기 위해 활용해 왔다.

 

박정희 대통령이 만든 새마을운동협의회는 쿠데타 이후 세워졌고, 바르게살기협의회는 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 정권을 떠받치기 위해서 만들어졌다. 서복경 서강대학교 현대정치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일베서북청년단의 지지를 봉헌하는 것이 현 정부의 정체성과 일맥상통한다고 말했다. “지금 일베나 서북청년단의 모습이 어쩌다 돌출된 집단이 돌발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다. 이들의 지지가 동원되는 것이 현 정부의 정체성이다. 지금 현 정부는 민주주의적 통치에 대해 학습한 바도 없고 관심도 없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러한 식으로 통치가 이루어질 것이고 이들의 활동 또한 계속되리라고 본다.”

 

건강한 사회라면 자연스럽게 주변화됐어야 할 이들의 목소리가 유통되고 있는 것은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됐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순영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박사는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민주주의에 대해 효능감이 떨어지고 그 결과 일베서북청년단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부정적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우진 앤젤로 주립대학교 교수도 <한국민주주의에서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인식의 정치적 효과>라는 논문에서 경제조건에 대한 누적적인 부정적 인식은 민주주의 체제의 능력에 대한 회의로 이어지고 결국 민주주의 원칙에 대한 지지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강 교수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한국 국민들이 훨씬 더 경제적 평등의 문제를 민주주의의 중요한 차원의 하나라고 인식하고 있다고 밝히며, 양극화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인식이 점점 심각해졌다고 진단했다. 강 교수는 2006년 아시아바로미터 조사와 2009년 사회종합조사를 비교하며 2006년에는 양극화가 중요한 걱정거리라고 응답한 비율이 30.01%에 불과했지만, 2009년에는 90%가 넘는 국민들이 한국의 소득 차이가 너무 크다고 답했다. 김순영 박사는 이러한 불평등이 극우화 현상의 한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유럽에서도 극우화 현상 뒤에는 경제적 불평등이 중요한 원인이었다. 이민자나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공격도 경제적 불평등이 한 요인이 되어 이루어졌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을 견제할 수 있는 야당과 시민사회에 힘이 없다는 것이다. 정한울 사무국장은 일베서북청년단의 등장은 진보세력에 대한 냉소가 만연한 사회적 분위기에 기대 있다고 말했다. “보수가 이렇게 극단적으로 치닫는 것은 야당이나 진보세력에 대한 냉소 때문이다. 한마디로 이들은 한국 야당세력의 위기의 산물인데, 야당이 조롱거리가 되어도 상관없을 정도로 심각한 수준에 와 있다는 것이다.” 자생력을 갖추지 못한 시민사회 또한 문제다.

 

서복경 연구위원은 일베나 서북청년단이 서슴없이 목소리를 내고 있음에도 반대편 시민사회 쪽의 대응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건강하지 않은 시민사회를 방증하는 것이다. 자유총연맹,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 새마을운동협의회 등 시민사회 자체 인프라가 권위주의적이었다. 민주화 30년 동안 시민사회 자체를 민주화시키기 위해 노력했어야 했다.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고 노조가 활발하게 일어났어야 했는데, 그러한 노력이 없었다. 시만사회의 권위주의적 뿌리가 왜곡되면서 한쪽은 기형적으로 변형돼 일베나 서북청년단이 등장하게 됐고, 반대쪽은 전혀 강화되지 않았다. 게다가 노조 조직률은 더 떨어졌고 민주주의를 뒷받침할 건강한 결사체 조직은 와해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북청년단 같은 단체가 다시 나오는 게 이상한 게 아니라 안 나오는 게 이상한 일이다.”

 

하지만 이는 보수에게도 결국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라는 진단이다. 극우적인 발언으로 논란이 됐던 문창극 총리 후보자 지명에 대한 비판여론이 이를 보여준다. 문창극 총리 후보자 지명 이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정수행 지지율이 급락했다. 국정수행에 대한 부정평가가 50%를 넘어선 것은 취임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 사무국장은 아직까지 일베서북청년단이 많은 사람들이 알 정도의 전국적인 이슈가 아니기 때문에 대통령 지지율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나 만약 이들의 세력이나 활동이 더 커진다면 보수세력에게 정치적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사회 자체 민주화 노력 부족한 탓

보수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는 높다. 이상돈 중앙대 교수는 지금 보수가 있는 건지 없는 건지, 교감은 하고 있는 건지 실체가 있는 건지 모르겠다며 이들에 대한 새누리당의 침묵을 비판했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보수에 유리한 정치지형이 보수에 독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하며, 이는 보수의 위기를 넘어 한국민주주의 위기라고 말했다. “침묵 또한 발언이고 무반응도 반응의 양태이다. 새누리당이 잘못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계속 침묵한다면 한통속으로 뭉개져 동일시되는 위험이 있다는 것을 민감하게 알아야 한다. 한국 사회는 보수 위주의 사회이기 때문에 보수는 스스로 정화하는 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이명박 정부 그리고 박근혜 정부 들어 보수가 급격히 퇴행하고 있다. 이전에는 아무리 해도 87년 이전 체제로 안 돌아갈 것이라는 암묵적 합의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최근 들어서는 그 마지노선이 흔들릴 수 있겠다는 우울한 생각이 든다.”

 

입시정보 양극화, 무력해지는 부모들 930 주간경향

비강남권 엄마들의 정보력 목동·대치동과 큰 격차대학 수시전형 불공정한 게임이다

 

서울 구로구에 사는 고3 학부모 강석우씨(가명)는 두 아들을 키우며 큰 욕심은 없었다. 두 아들 모두 공부를 잘하는 편은 아니었다. 강씨도 강씨의 아내도 아이들에게 성적으로 잔소리를 하는 편도 아니었다. 그저 아이들이 뭘 하든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 제 몫의 노동을 하고 사회에 잘 섞여 살면 그걸로 족하다고 생각했다. 중학교 때까지는 아이들이 원하지 않아 사교육을 시키지 않았다. 하지만 큰아들이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달라졌다. 1이 되면서 큰아들은 그렇게 가기 싫다던 학원을 보내달라고 했다. 동네에 있는 영·수학원을 알아보니 학원비가 한 달에 50만원이었다. 강씨는 중소업체 공장에서 근무하고, 강씨의 아내는 빌딩 청소일을 하며 최저임금을 받는다. 두 사람의 급여를 더하면 한 달에 300만원이 안 된다. 50만원은 가계에 적잖은 부담이었지만, 학원에서는 대치동이나 목동에 비하면 엄청나게 싼 가격이라고 말했다. 강씨는 아들이 공부하겠다는데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자신은 아들이 원하는 것을 지원해주고, 아들은 저 할 만큼의 노력을 하면 대학 입시는 그걸로 충분하겠다 싶었다.

 

하지만 얼마 전, 강씨는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았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여름방학이 끝나가던 지난 8, 수시전형이 다가오면서 아들은 지원할 대학들과 학과를 정했다. 수시전형은 6개까지 원서를 쓸 수 있었다. 아들은 지원할 6개의 학교 중 수도권 소재 한 대학의 관광학과를 제일 가고 싶어했다. 강씨는 지원 대학의 홈페이지를 찾았다. 학생부 교과, 학생부 종합, 일반전형, 학교생활기록부, 추천서, 자기소개서, 학교 소개자료. 전형별·단계별로 짜여진 복잡한 입시요강과 용어들이 간단치 않아 보였다. 막막한 마음에 지인들의 인맥을 수소문해 회사 동료가 잘 안다는 입시학원 강사와 연락이 닿았다. 강씨는 입시학원 강사의 설명을 듣고서야 전형들을 대강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이해 끝에 강씨가 내린 결론은 지난 2년 반 동안 해온 입시 준비의 절반은 잘못됐다는 것이었다

 

전국 주요대학들이 수시모집을 시작한 911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동 건국대학교 입학정보관에서 학생들이 입학원서를 접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학생의 노력·부모의 뒷받침만으론 부족

지금의 대학입시는 학생의 노력과 부모의 뒷받침만으로는 크게 부족했다. 중요한 것은 정보였고, ‘정보에 기반한 관리였다. 아들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대학의 학과는 내신 반영 비율이 낮았다. 수시·정시를 통틀어 수학 점수는 들어가지도 않았다. 3 여름방학까지 매일 학원을 드나들며 수학 공부를 한 것이 헛수고였던 셈이다. 대신 중요한 것은 영어였다. 영어로 자기소개서를 써야 했다. 면접 비중이 높았고 면접에서도 영어 질문이 있었다. 아들은 독해 위주의 입시 영어만 공부해 회화나 작문은 약했다. 자기소개서에는 동아리 활동과 지망학과의 연관성을 연결시켜 써야 그럴싸해 보인다고 하던데 내세울 만한 동아리 활동도 없었다. “그렇다고 없는 얘기를 억지로 꾸며쓸 수도 없고.” 강씨는 답답했다.

 

막막함을 토로하자 학원 강사는 강씨에게 진작에 관리를 하지 않고 뭐했냐. 몇 달 만이라도 일찍 찾아오지 그랬냐고 타박했다. 강씨는 입시가 이렇게 복잡하고, ‘관리가 필요한 것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 강씨에게 관리란 아이들의 등·하교를 확인하고 학교에서 별탈 없이 친구들과 잘 지내는지를 체크하는 정도였다. 청소일을 하는 아내가 새벽에 출근을 하면, 강씨는 아침을 먹여 아이들을 등교시켰다. 야근이 잦았던 강씨 대신 저녁에 아이들을 돌본 건 아내였다. 아내 또한 새벽 출근 때문에 밤늦게까지 아이들과 학교나 진로문제를 이야기할 수 없었다.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고 해도 관리할 수 있었을까. 그랬다고 해도 강씨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중학교를 마치고 바로 공장에 취직한 강씨가 아이들의 고등학교 공부나 대학 입시에 대해 해줄 수 있는 말은 적었다. 대치동이나 목동에서는 관리를 위해 고가의 입시컨설팅을 받는다는 사실도 뒤늦게 알았다. 강씨는 미리 알았다고 해도 그런 걸 할 만한 형편도 안 됐고, 생각의 수준도 지금의 입시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니 딱히 방안이 없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학원가로 유명한 서울 대치동에서 한 남학생이 책가방을 멘 채 학원 건물로 들어서고 있다. | 김기남 기자

 

강남권 엄마들은 고교 1학년부터 관리

대학 수시전형을 앞두고 강씨처럼 막막함을 토로하는 학부모가 늘고 있다. 입시 정보 때문이다. 강씨처럼 정보가 없어 막막해 하는 학부모가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정보를 먼저 독차지하기 위해 정보전쟁을 벌이는 학부모들이 있다. 정보전쟁이 일어나는 쪽은 대치동·목동, 소위 말하는 교육특구다. 정보가 부족한 곳은 목동을 제외한 대부분의 비강남권 지역이다. 이들 지역의 입시 결과 차이는 정보 격차를 짐작케 한다. 2014학년도 서울대 진학 상위 고교 1~25위를 살펴보면 외고, 과학고, 자사고를 제외한 일반고는 경기고(23·강남구)가 유일하다. 광역단위 자사고도 안산동산고를 제외하고 세화고(27·서초구)와 휘문고(25·강남구)뿐이다. 보통 50명 이상을 서울대에 보내는 외고나 과학고, 또는 전국단위 자사고인 하나고·민사고에는 못 미치는 숫자지만, 서울대에 1~2명 입학시키기도 힘든 대개의 일반고에 비하면 높은 수치다.

 

교육공동체 나눔학원의 김유진 부원장은 학원 아이들의 대학입시를 상담하면서 지역별 입시 정보 격차가 심하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 나눔학원은 영리보다는 공공성을 추구하는 사교육 대안교육공동체다. 나눔학원이 학원의 위치를 금천구로 정한 이유도 금천이 서울시에서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이기 때문이다. 김 부원장은 정보 격차가 입시를 시작부터 불공정한 경쟁으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대치동과 목동의 엄마들은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관리를 한다. 어디 나가서 무슨 상을 받아 와라, 내신은 얼마만큼 받아 와야 한다 등 학생부와 자기소개서를 때깔 나게 채울 내용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컨설팅은 비싼 경우 1회에 몇십만원이 넘는다. 대치동에서는 적어도 중3 겨울방학이나 고1부터 관리를 시작한다. 그래야 학생부를 만들어갈 수 있다. 늦어도 고2 겨울방학부터는 한다. 이때는 학생부는 못 만들어도 여러 교과목들 중 선택해서 집중해야 할 과목, 빼야 할 과목들을 정리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만나는 금천구 아이들 대부분은 고3 때까지 전 과목을 붙잡고 있다. 동아리도 경제학과를 지망하겠다는 애가 배드민턴부에 들고 있다. 자소서에 장래희망과 동아리 활동을 어떻게 연결해 쓸 수 있겠나. 정보가 없고 관리가 안 되기 때문에 애초에 공정한 경쟁이 될 수 없다.”

 

최근 입시 정책의 핵심은 다양성자기주도 학습이라는데, 그렇다면 아이들 스스로 목표를 확실히 정해서 자기주도를 하면 되지 않을까. 김 부원장은 현실을 모르는 말이라고 일축했다. “돈 있는 애들은 부모가 관리하고, 학원이 관리한다. 아주 독하고 특출난 애가 아니면 학생부, 자소서에 쓸 스펙들을 알아서 찾아가면서 쌓아가기 어렵다. 아무리 똘똘한 애라도 애는 애다. 정보도 부족하고 정보 선별능력도 없다. 지금 말하는 자기주도학습이란 100% 부모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학습이다.”

 

부모의 입김이 다른 어디보다 센 대치동과 목동의 풍경은 금천구나 구로구 강씨의 모습과는 극명하게 대비된다. 이 지역의 정보력을 경험한 학부모들은 이들 지역이 타 지역과 차원이 다르다고 말한다. 3년 전, 남편의 이직으로 목동에서 성남으로 옮긴 학부모 심혜진씨(가명)는 요즘 이사한 것을 후회하고 있다. 3 아들의 입시를 앞두고서다. 입시정보를 공유하고자 같은 학교 고3 엄마들 모임에 몇 번 나갔지만, 목동 엄마들의 모임과는 성격이 달랐다. 3 엄마로서 정서적 공감대만 나눌 뿐 서로 나눌 만한 정보가 없었다. 반면 목동 엄마들은 고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예닐곱명씩 소그룹 단위로 모여 입시정보를 공유한다. 주로 입시에 성공한 엄마들의 정보를 전수받아 잘 가르치는 학원, 개인과외 선생, 입시컨설팅을 소개받는다. 대치동도 마찬가지다. 수시전형을 앞두고 대치동 학원가 카페에서는 브런치 컨설팅이 한창이다. 학부모 서너명이 모여서 대학을 잘 보냈다는 소문난 대입컨설턴트로부터 컨설팅을 받는다. 이렇게 정보를 공유하는 엄마들끼리는 40년지기보다 더 유대관계가 끈끈하다. 말 그대로 이익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아이를 서울대에 보낸 엄마가 이웃집 고3 학생의 입시컨설턴트가 되기도 하고, 형이 서울대에 갔다면 동생은 공부를 못하더라도 상위권 학생들의 과외모임에 낄 수가 있다. 정보때문이다.

 

정보가 입시에 중요한 변수가 되면서 유명 입시컨설턴트의 컨설팅 가격은 100만원까지 올라가는 경우도 있다. 유명 입시컨설턴트를 둘러싸고는 전설 같은 풍문이 대치동 바닥에 떠돈다. ‘모 입시컨설턴트가 작년에 내신 4등급을 명문대에 보냈다더라, 누구는 학교에서 인서울은 어림없다고 했는데 누구한테 상담받더니 인서울은 물론 상위권 대학을 들어갔다더라는 소문이다. 유명 입시컨설턴트들은 대학입시 전략 설명회에서 호기롭게 말한다. “대를 가고 싶은데 점수가 안 된다고요. 점수가 안 되면 방법을 찾아야지 왜 대학을 낮추시나요. 어떻게 그 점수로 대를 갈 수 있는지 방법을 찾아야지요. 빠르면 빠를수록 좋습니다. 빨리 찾아와서 상담을 받으십시오.”

 

상담 받는데 100만원 받는 입시 컨설팅

하재철 뿌나교육협동조합 준비위원장은 입시정보가 공유되지 않고 일부가 독점한 상황이 컨설팅 비용의 거품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지역의 입시컨설팅은 너무 부풀려져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정보가 공유되지 않는 상황에서, 입시컨설턴트들은 희망을 주는 말을 하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는 대를 가기에는 힘들다고 하지만, 입시컨설턴트들은 설명회에서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작년에 그 점수로 들어간 아이가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 마다할 사람이 어디 있겠나. 무조건 자식문제에 있어서는 현실보다는 이상에 빨려들어가게 돼 있다.” 뿌나교육협동조합에서는 정보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보 공유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블로그에 입시 정보와 합격생의 자기소개서 예시 등을 공개했다. 하 위원장은 입시 다양화는 긍정적인 방향이기는 하나 입시 다양화가 공정하게 정착되려면 무엇보다 정보 공유가 필수적이다. 지금과 같은 정보 격차 상황은 없는 사람들에게 심각한 문제임에 틀림없다고 말했다.

 

지역에 따라, 경제적 능력에 따라 벌어지는 입시정보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 균형추가 되어야 할 것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학교다. 김유진 부원장은 입시가 너무 다양해지다보니 부모의 경제력이 입시의 경쟁력이 되었다. 아이들의 다양한 적성을 살린다는 맥락에서 입시가 다양해지는 것은 맞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의 입시제도가 맞는 방향이 되려면 부모가 모두 정보에 능통한 고학력자가 되어야 한다. 그것은 불가능하다. 정보를 선별하고 취합하고 이를 바탕으로 아이들에게 의지를 만들어주는 건 학교와 교사의 역할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학교 또한 특목고-자사고-일반고로 서열화되면서 균형추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학교 또한 정보 격차의 양극화 구도로 빨려들어가고 있다. 한 특목고 교사는 적어도 수시전형에서는 특목고와 일반고가 게임이 안 된다고 말했다. 수시는 교내 활동을 중심으로 평가한다. 관건은 학교가 얼마나 양질의 대회를 많이 만들었는지, 학생이 교내활동을 얼마나 밀도 있게 했는지다. 특목고는 동아리 활동을 해도 학생부, 자소서에 쓸 만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을 염두에 두고 활동을 한다. 교사들이 학생들 하나하나를 일일이 밀착관리를 한다. 1 때부터 적어도 한 달에 두 번 혹은 부족하다면 네 번 다섯 번까지 일대 일 상담을 하며 이력을 만들어간다. “아무리 시스템이 좋아도 교사의 열정이 없으면 안 되고, 교사의 열정이 있어도 학교의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으면 안 된다. 특목고는 이게 유기적으로 잘 연결돼 있다. 대학입시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서 학교-교사-학생-학부모라는 학교 구성원의 협조체제가 잘돼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환경 차이에서 학교 활동을 중심으로 평가하는 수시에서 특목고는 유리할 수밖에 없다. 특목고는 학생부만 해도 기본이 30장이 넘어간다. 정보를 바탕으로 관리가 잘돼 그만큼 쓸 게 많다는 것이다. 최근 자사고는 특목고를 좀 따라오는 것 같은데, 일반고는 여러 가지 여건상 불리해 보인다.”

 

고등학교 서열화가 굳어지면서 일반고 공동화 현상은 입시정보 격차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입시정보 또한 특목고나 자사고로 쏠릴 수밖에 없다. ‘좋은 대학에 간 학생들의 데이터는 그 학교의 정보 자산이다. 어떤 활동, 어떤 기록에 대학이 반응하는지 판단할 수 있는 정보가 많을수록 다음해 입시에 전략적 대응이 가능하다. 성적이 좋은 학생들이 특목고, 자사고로 쏠리면서 정보 또한 그 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또 다른 특목고 교사의 말이다. “수시전형은 점점 확대되고 있고 대학은 학교 활동을 충실히 한 학생을 뽑겠다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 그런데 지금 일반고가 이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나. 솔직히 입시 성과 압박이 강한 특목고나 자사고 교사보다 일반고 교사의 열정이나 의지는 덜하기가 쉽다. 물론 일반고에서도 열정이나 의지가 높은 선생님들이 있다. 그러나 열정과 의지가 있어도 일반고에서는 감을 잡을 수가 없을 것이다. 대학을 잘 보낸 누적된 데이터가 있어야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교사도 노력을 할 수 있다. 지금과 같은 고등학교 구조에서 일반고에서는 데이터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특목고·자사고와 일반고도 정보격차

한 일반고 교사는 고등학교 서열화가 암암리에 대학들의 고교등급제를 부추기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학교 학생과 다른 학교 학생 케이스를 비교하면서 고교등급제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고교등급제는 그 자체로도 문제지만, 일반고의 정보 소외 문제를 더 심화시킨다는 지적이다. “애들 원서를 쓰면서 느끼는 것은 일반고에서 3.5등급, 자사고에서 3.5등급, 특목고에서 3.5등급의 정보는 완전히 다른 정보라는 것이다. 지난해 우리 학교에서 내신 1.2등급 받은 최상위권 학생이 명문 모대학 1차 전형에서 떨어졌다. 학교에서도 많이 신경을 썼고 집에서도 관리를 많이 한 학생이다. 학생부나 자소서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반면 특목고에서 3.9등급 받은 학생은 같은 학교 1차에서 붙었다고 하더라. 이런 케이스를 접할 때마다 대학에서 고교등급제가 작동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서울 상위권 대학의 입학처 담당자들은 소위 명문대를 많이 보내는 특목고·자사고에 입학설명회를 가서 우리 학교가 ??고 좋아하는 거 아시죠?’라고 넌지시 말한다고 한다. 무슨 뜻이겠는가. 학교별로 고교등급제가 적용되고 있다면 학교별 정보도 공유해봤자 소용이 없다. 자기 학교 정보만을 계속 활용할 수밖에 없고, 일반고로서는 악순환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만약 소수의 특목고를 빼고 모두 평준화한다면 각 고등학교에서 똑같은 정보를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학교 간 정보 불균형도 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

 

학교에 따라, 지역에 따라, 부모 경제력에 따라 입시정보 격차가 심해지면서 입시는 시작부터 불공정한 게임이 됐다. 김유진 부원장은 대부분 저소득층 부모는 아이가 그저 아무 대학이나 가면 되는 줄 안다. 정보력이 없어 얼마 안 되는 노후비용까지 다 쏟아부어서 (입시에) 쓸 데 없는 공부를 시킨다. 지금 아이들 곁에는 진지하게 그들의 인생에 대해 같이 고민해줄 어른이 없다고 말했다. 하재철 위원장은 이러한 정보 격차 상황에서는 더 이상 교육을 통한 신분상승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과거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영웅이었는데, 지금 세대에게는 영웅이 아니라고 하더라.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신분 수직상승의 대표적 사례다. 그러나 지금의 일본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신분상승을 할 수 없는 사회가 되었다. 그래서 영웅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건 지금 우리도 마찬가지다.”

 

 

현찰 결제? 10원도 받은 적 없다 [2014.10.20. 1032호 한겨레21

어느 2차 협력업체 사장의 하소연

우리는 20만원 올려줄 여력도 없는데, 현대차는 이번 임금협상에서 2천만원이나 준다 하네. 서울에 있는 기자들이 이 문제를 좀 알아야 해.”

현대자동차그룹의 수직계열화 실상을 취재하기 위해 경상도에 있는 한 협력업체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하소연부터 흘러나왔다. “현대차는 10조원이나 들여 땅을 사지만, 중소 협력업체는 종업원 월급 올려주기도 힘들고 어음 막기도 힘들다.”

 

그는 2차 협력업체들의 부채율이 목까지 차 있다고 하소연했다. “현대차 2차 협력업체가 5천여 개 되는데, 부채율이 300~700%. 업체들이 말을 안 해서 그렇지 바람 불면 날아간다. 부익부 빈익빈이다.”

 

자동차부품 업체를 30여 년간 꾸려온 그는 첫 단추가 잘못 끼워져 발생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납품 단가를 턱없이 낮게 책정한다. 부품 한 개에 1300원 정도 받으면 직원 봉급도 올려주고 연구·개발 투자도 할 수 있는데, 1천원밖에 안 쳐주니 후생복지를 할 여유가 없다.”

 

그는 현대차가 말하는 협력업체와 함께하는 동반상생도 현장에선 피부로 느끼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명절을 앞두고 어음 대신 현찰로 대금 결제해준다는 거 있잖아. 그거 지금까지 단돈 10원도 받은 적이 없다. 1차 협력업체에만 주고 우리한테까지 오는 게 없다.” 1차 협력업체는 대부분 현대차그룹 계열사다. 현대차는 추석을 앞둔 지난 8월 협력사의 자금 부담 완화를 위해 납품대금 11500억원을 지급일보다 앞당겨 준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현대차는 현대모비스 등 9곳과 부품 및 원자재를 납품하는 2천여 개 협력사들이 혜택을 본다고 강조했다. 현대차는 “1차 협력사들이 추석 명절 이전에 2, 3차 협력사들에 납품대금을 앞당겨 지급할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라고 했다.

 

“30년째 자동차부품 업체를 하고 있는데 1세대의 마지막 바람은 2세대들이 아버지가 하는 사업이 참 좋다고 말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말을 맺었다.

 

현대차 수직계열화 그 쇳물 끓는 욕심

2012년 기준 비현대차 계열 부품사 평균 영업이익률 2.77%, 현대차 계열사 10.11%

쇳물에서 자동차까지구호 아래 경영진·정규직만 살쪄, 세계 자동차 시장이 포화상태 이르면 역풍 가능성

    

3일 오후 울산 북구 양정동 현대자동차 3공장에서 비정규직 근로자와 정규직 근로자가 함께 섞여 작업하고 있다. 울산/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국내 대표적 제조업체인 현대자동차그룹 계열 자동차 부품사와 비계열 자동차 부품사의 평균 영업이익률 격차가 3배를 넘어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자동차 산업에서 재벌 체제의 우산 아래 놓인 부품사에 견줘 그렇지 못한 부품사들의 수익성이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뜻이다. 특히 비계열 부품사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정부가 중소기업 동반성장 정책에 힘을 쏟으면서 한동안 높아졌으나 그 뒤 다시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그룹 자체는 수직계열화를 통해 원가를 절감하며 이익을 늘리는 방식으로 성장하고 있는 데 반해, 국내 자동차 산업 전체를 볼 때는 빈익빈 부익부현상이 뚜렷하게 강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동반성장 이슈터지면 반짝 상승

최근 <한겨레21>이 입수한 산업연구원의 통상·산업정책의 연계를 통한 자동차산업의 지속가능 성장방안보고서를 보면, 비현대차 계열 자동차 부품사들(93)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2012년 기준 2.77%였다. 같은 해 현대차 계열 자동차 부품사들(12)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10.11%에 이르렀다. 영업이익률은 영업이익을 매출액으로 나눈 값으로, 기업이 물건을 내다팔아 얼마나 건실하게 이익을 남기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다.

 

추세적으로도 현대차 계열사로의 쏠림 현상은 뚜렷하다. 20072.68%이던 비현대차 계열 부품사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2008년과 2009년에도 2%대 초반에 머물다가 20103.93%로 반짝 상승했다. 영업이익률이 오른 비밀은 2010년 상황에 숨겨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0년은 이명박 정부가 동반성장위원회를 출범시키는 등 대·중소기업 상생에 적극적으로 나선 때였다. 당시 공정거래위원회는 현대차의 최대 부품 계열사인 현대모비스를 불공정 하도급 거래 혐의로 조사하는 등 현대차를 강하게 압박했다. 자동차 산업 전문가인 산업연구원의 이항구 박사는 비계열 부품사의 영업이익률은 정부 정책에 따라 움직인다. 영업이익률이 가끔 올라가는 때가 있는데 판매나 영업에 특별한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고, 동반성장 이슈가 터지면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비계열 부품업체의 경쟁력 자체의 개선보다는 정부 정책에 따른 일시적 효과라는 해석이다.

 

하지만 비현대차 계열 부품사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이후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20113.09%를 기록한 뒤 2012년에는 2.77%까지 떨어졌다. 이와 달리 현대차 계열 부품사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2007년 이후 꾸준히 상승해 10%대 안팎의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해왔다. 20072.6배 수준이던 현대차 계열 부품사와 비계열 부품사의 영업이익률 격차는 2012년엔 3.6배까지 벌어졌다. 이번 조사 대상인 현대차 계열 부품사는 현대모비스·현대파워텍 등 12곳이며, 비현대차 계열 부품사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등록된 규모가 큰 93곳을 대상으로 산업연구원이 연도별로 조사했다.

 

이처럼 현대차 계열 부품사와 비계열 부품사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는 데는 이른바 쇳물부터 자동차까지란 구호 아래 자동차 제조 전 공정을 아우르는 현대차그룹의 수직계열화 전략이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수직계열화는 현대차가 원가를 절감해 경쟁력을 높이는 데 큰 보탬을 줬지만, 한편으로는 현대차와 계열 부품사로만 이익이 집적되는 또 다른 효과도 낳았다. 현대차 계열 부품사가 협력업체인 비계열 부품사들의 생산물량과 납품단가를 통제해 비계열 부품사가 높은 영업이익을 올리기 힘든 탓이다.

    

» 충남 당진시 현대제철 전경. 현대제철은 현대·기아차에 들어가는 자동차 강판 등 철강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현대제철 제공

 

물론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톱5(전세계 자동차 판매량 기준) 자동차 기업으로 성장한 배경에는 수직계열화의 장점을 충분히 살린 경영 전략이 자리잡고 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직계열화는 제품의 판매가 잘되고 원활하게 성장을 지속한다면 시너지 효과가 클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2000년대 중반 이후 적극적으로 신흥국가에 생산공장을 세우고 자동차 시장을 공략할 때도 수직계열화는 일사불란한 공급 체계로 위력을 발휘했다. 고태봉 연구원은 일본 업체들은 강력한 수직계열 시스템으로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와 대지진을 겪으면서도 견고하게 버티는 모습을 보였다고 했다.

 

납품 끝난 뒤 계약서 다시 쓰기도

수직계열화의 상위에 있는 계열 부품사들에 이익이 쏠리도록 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단가 인하 압력이 대표적이다. 조성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연말, 연초에 단가 인하 압력이 있다. 납품이 끝난 뒤 계약서를 다시 쓰기도 한다. 정해져 있던 단가를 바꿔 적게 주는 방식이다. 협력업체가 12월에 상여금을 주기라도 하면 1월에 계약서를 바꿔서 단가를 인하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실제 현대차 계열 부품사가 단가 인하 압력을 행사한 정황은 공정위 조사를 통해 밝혀지기도 했다. 수직계열화의 핵심 회사인 현대모비스의 불공정 하도급 거래 행위에 대해 공정위가 2012년 과징금을 부과한 사건을 보면, 현대모비스는 여러 차례 협력업체에 줘야 할 납품대금을 일방적으로 감액한 사례가 드러났다. 예를 들어 현대모비스는 자동차 부품을 위탁제조하는 협력업체에 최저 입찰가보다 낮은 금액으로 계산해 대금을 지급했다. 또 물량 증가, 생산성 향상, 공정 개선, 약정 인하 등의 사유가 없음에도 최고 19%까지 일방적으로 납품단가를 인하해 협력업체에 지급하기도 했다.

 

부품업체 역시 단가 인하 압력 속에서 경쟁력을 키워온 측면도 있다. 조성재 선임연구위원은 도요타·폴크스바겐 등이 현대차 경쟁력을 분석했더니 부품값이 싸다는 결론이 나왔다는 이야기도 있다. 부품업체들이 워낙 압박을 받다보니 가격경쟁력을 갖게 돼 현대차 납품 외에도 자기 브랜드로 수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자동차 산업 전문가들은 현대차 계열 부품사와 비계열 부품사의 이익률 격차 확대는 장기적으로 국내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라고 우려한다. 그간 수직계열화를 통해 집중된 이익이 현대차가 인재를 모으고 국외 공장을 짓는 양적 성장을 하는 양분이었으나, 이러한 양분이 지속 가능한지 의문을 품는 전문가도 있다. 특히나 세계 자동차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 수직계열화 전략은 오히려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 박심수 고려대 교수(기계공학과)수직계열화가 강화되면 자동차 수요가 떨어지는 등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 그룹 자체가 흔들리기 쉽다. 계열사들이 전부 현대차 납품밖에 안 하니까, 리콜 문제라도 발생하면 피해가 막심해진다고 진단했다. 자동차업계에서는 현대차가 도요타와 GM처럼 800만 대 생산 규모를 넘어 성장하다보면 품질 불량 등으로 인해 리콜 사태를 겪는 ‘800만 대의 저주성장통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박심수 교수는 또 단가 인하 압력이 고착화돼 협력업체들이 연구·개발을 할 여지가 없다. 협력업체의 연구·개발이 뒤처지면 결과적으로 완성차 품질에 문제가 생기는데 현대차 내부에서는 이를 장기적으로 고민하는 사람이 없다. 일단 단기 수익을 짜내는 데 집중한다고 비판한다.

    

현재로선 현대차그룹이 당장 전략을 바꿀 가능성은 높지 않다. 정몽구 회장이 이 전략으로 자신이 내세운 글로벌 톱5 목표를 10년 만인 2009년에 달성했다는 점도 궤도 수정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단시간 내에 수십 년 역사를 가진 독일·미국 자동차 기업을 따라잡는 추격전략의 성공 경험이 아직은 큰 힘을 발휘하는 셈이다. 하지만 성공은 분명 과제도 남긴다. 조성재 선임연구위원의 지적이다. “재벌 체제가 수직계열화를 통해 이익은 자기가 다 가져가고 그에 따른 비용은 사회가 부담하고 있다. 다음 세대인 정의선 체제가 들어선다면 이러한 방식으로 기업을 경영할지 탈추격고민을 해야 할 때라고 했다.

 

다가올 ‘800만 대의 저주

이런 가운데 현대차와 협력업체의 기술력 격차는 크게 벌어지고, 국내 자동차 산업 노동자 내부의 부익부 빈익빈현상도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930일 임금협상을 타결했다. 기본급을 98천원 인상하고 성과급으로 통상임금의 300%500만원, 목표달성 격려금으로 통상임금의 150%370만원을 주기로 했다. 이를 통해 현대차 정규직 직원은 평균 1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게 된다. 조성재 선임연구위원은 “2012년부터 현대차 정규직 노동자의 평균 연봉은 1억원이 넘었다. 계약직 직원들을 통계에 포함시키는 방법으로 평균 연봉이 1억원 아래로 보이게 맞추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역시 평균 연봉이 높아진 사실이 공개되는 것에 부담을 느껴 임금협상 타결이 자세히 보도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수직계열화를 통해 현대차 경영진과 정규직 노동자의 삶만 수직상승하고 있다.

 

커지는 발기 시장, 덜 씌워진 콘돔 시장 [2012.07.30. 921] 한겨레21

    

» ‘피임 시장규모는 발기 시장에 크게 못 미친다. 남녀가 함께 책임져야 함에도 남성은 발기의 영역에서 멈추려 한다. 여성용 응급(사후) 피임약 노레보’. 한겨레 자료

 

» ‘피임 시장규모는 발기 시장에 크게 못 미친다. 남녀가 함께 책임져야 함에도 남성은 발기의 영역에서 멈추려 한다. 남성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 한겨레 자료

발기 시장은 자꾸 커진다. 국내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은 연간 1천억원대 규모로 알려져 있다. 화이자의 비아그라(382억원), 릴리 시알리스(310억원), 동아제약 자이데나(200억원)가 천하삼분을 하고 있다. 비공식적으로 유통되는 양을 고려하면 시장 규모는 훨씬 커진다. 비아그라는 미국 제약사 화이자가 1998년 출시했다. 국내에는 이듬해인 1999년 상륙했고, 발기부전 치료제의 대명사가 됐다. 비아그라는 출시 이후 10년 동안 전세계에서 18억 정이 팔려나갔다.

 

2천원짜리 비아그라도 나와

그런 비아그라도 특허 약발이 다했다. 지난 5월 비아그라 주성분인 실데나필의 물질특허가 풀렸다. 특허와 관련한 법적 분쟁이 있기는 하지만 복제약 수십 종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최근까지 식품의약품안전청(식약청)에서 시판 허가를 새로 받은 비아그라 복제약은 50여 종에 달한다. 가격도 싸졌다. 비아그라는 용량에 따라 1정당 15~11천원 선에 판매됐는데, 복제약은 이보다 절반 이상 싼 5천원 이하가 주력이다. 2천원대 제품까지 나왔다. SK증권 제약 담당 애널리스트는 복제약이 쏟아져 약가가 대폭 떨어졌다. 제약사들은 블랙마켓쪽 수요를 흡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주로 중국산 가짜 약이 싼값에 불법적으로 유통됐는데, 값싸면서도 안전성을 확보한 복제약이 나와 소비자를 양지로 끌어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 의학의 힘을 빌려, 이루어질 수 없는 관계를 살려내는 횟수는 크게 증가했다. 반면 피임 시장규모는 발기 시장에 크게 못 미친다. 사전(경구)피임약 시장은 한 해 140억원 정도다. 응급(사후)피임약 판매는 2007228천여만원에서 2010568천여만원, 지난해 62억여원으로 커졌다. 현대약품 관계자는 이 가운데 우리가 판매하는 노레보30억원 정도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국내 콘돔 판매량은 해마다 1억 개 정도 된다. 국내 시장 점유율 1위 업체는 유니더스로 60%를 넘는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219억원인데, 콘돔 판매 비중이 70% 정도다. 피임 시장은 사전·응급 피임약, 콘돔 등을 모두 합쳐도 연간 300~400억원대에 머문다는 뜻이다. 유니더스 박재홍 과장은 콘돔은 가장 저렴하면서도 부작용이 없는 피임 기구이자 의료 용품이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에서는 콘돔에 대한 부정적 시각 때문에 사용이 저조한 편이라고 했다.

 

한쪽은 지난 10년간 떨쳐 일어났는데, 이를 진압하는 쪽은 잠잠하거나 미약한, 불균형한 모양새다. 유니더스 쪽은 비아그라의 출현과 콘돔 판매량 사이에 유의미한 상관관계는 잘 나타나지 않는다고 했다. 성관계에는 상대가 있지만, 피임은 주로 여성의 영역으로 인식되는 것이 현실이다. 남녀가 함께 책임져야 함에도 남성은 발기의 영역에서 멈추려 한다. 그렇다고 피임이 온전히 여성의 권리인 것도 아니다. 피임에는 끊임없이 국가가 개입한다.

 

식약청은 지난 67의약품 재분류안을 발표했다. 지난 40여 년간 의사 처방 없이도 약국에서 살 수 있던 사전피임약이 일반의약품에서 전문의약품으로 재분류됐다. 이 안이 확정되면 앞으로는 의사 처방전이 있어야 사전피임약을 살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전문의약품이던 응급피임약은 의사 처방이 필요 없는 일반의약품이 됐다. 사전·응급 피임약이 서로 자리를 맞바꾼 것이다.

 

여성계와 약사업계 VS 의사업계

논란은 뜨겁다. 여성계와 약사업계는 사전피임약이 전문약이 되면 여성의 접근성이 떨어진다. 결국 여성의 임신결정권을 빼앗게 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수십 년간 전세계적으로 안전성과 효과가 입증됐다’ ‘의료비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사전피임약은 전문약으로 바꾸면서 응급피임약은 일반약으로 돌리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따른다. 의사업계는 약사업계와는 정반대다. 의사 처방을 받게 한 사전피임약 재분류는 환영, 처방을 없앤 응급피임약 재분류에는 반발한다. ‘응급피임약은 여성호르몬 함량이 사전피임약보다 10배는 많기 때문에 일반약으로 전환하면 위험하다는 논리다.

국가가 출산율을 통제하던 시절 여성의 몸은 목표를 이루는 수단에 불과했다. 그랬던 국가가 40년간 약국에서 팔아오던 피임약을 전문약으로 갑자기 바꾸겠다며 제대로 된 설명도 하지 않는다.” -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이사/td>

식약청도 이런 맞바꾸기를 한 판단 근거가 있다. 사전피임약은 혈전증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유방암 환자 등은 먹어서는 안 된다. 미국·캐나다·일본·영국·프랑스·독일·스위스·이탈리아 등도 모두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돼 있다는 점도 근거가 됐다. 응급피임약은 장기간·정기 복용이 아닌 일회성 복용이 많기 때문에 부작용 우려가 사전피임약보다 적다고 설명했다.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는 표어처럼, 1960년대 들어 피임은 국가의 불임정책과 직결됐다. 피임을 잘한 집에는 여러 가지 혜택이 주어졌다. 부양가족 소득공제는 두 자녀까지로 제한됐다. 세 자녀 이상을 둔 가정은 세금을 더 내야 했다. 불임시술 가정에는 생업·영농·영어 자금을 우선 융자해줬다. 불임수술을 받으면 복지주택 자금융자, 공공주택 입주시 우대 조처를 해줬다. 아이 1명을 낳고 불임수술을 하면 취학 전 자녀에게 1차 무료 진료도 해줬다. 이런 출산억제 위주의 정부 정책은 19952, 인구 감소를 예상한 인구정책발전위원회의 정책 변경 건의를 계기로 180도 바뀌게 된다. 이듬해 6월 정부는 35년간 지속해온 출산억제 정책을 공식 폐기했다.

 

식약청의 사전·응급 피임약 재분류안은 이르면 7월 말, 혹은 8월 초에 최종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사·약사·제약 업계 등이 두루 얽혀 부작용·안전성 등을 말하지만, 정작 여성의 결정권과 건강권은 뒷전으로 밀렸다는 지적이 많다. 김승권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피임약 재분류는 여성의 권리를 빼앗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이해관계나 이윤적 관점에 이용되는 듯하다. 여성 스스로 판단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남성이 나서면 좋지 않을까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이사(여성학 박사)는 이렇게 비판했다. “1980년대까지 정부가 나서서 무료로 낙태를 해줬다. 3개월 된 태아를 가진 시골 여성을 택시까지 태워가며 낙태수술을 받게 했다. 그런 식으로 국가가 출산율을 통제했는데, 그 안에서 여성의 몸은 목표를 이루는 수단에 불과했다. 그랬던 국가가 40년간 약국에서 팔아오던 피임약을 전문약으로 갑자기 바꾸겠다며 제대로 된 설명도 하지 않는다.” 그는 피임을 두고 여성들이 자신의 생애주기를 조절하는 수단이라고 했다. 언제 아이를 낳을지 스스로 통제하고, 임신의 부담 없이 성관계를 가질 수 있는 성적 결정권의 문제라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여성이 왜 피임을 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남성이 우리 모두 콘돔 쓰겠다고 나서면 좋지 않을까. 남녀가 함께 즐기고서 피임·출산·낙태는 모두 여성이 책임져야 하는 식이다. 남성도 성감만 따질 게 아니라 사고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

 

그래, 이제 좀 바꾸자. 알약이 여성의 건강에 좋다, 안 좋다 따지기 전에 부작용 없고 피임률은 높은 콘돔 사용부터 늘리자. 어렵지도, 부끄럽지도, 특히 불만족스럽지도 않다.

 

       

()성장 사회의 길: 이스터섬 혹은 월든 / 김병익 1016 한겨레

일회용 대신 쓰기 시작한 수입 면도기의 날을 사러 마트에 갔다가 기이한 가격표로 황당해진 적이 있다. 본체와 날 6개 든 것이 날만 6개 있는 것보다 더 쌌다. 나는 의아해하면서도 당연히 면도기와 날이 든 것을 샀고 한참 더 쓸 수 있을 면도기는 버렸다. 신도시의 새로 지은 주상복합 건물에서 산 지 10년이 넘자 인터폰, 변기, 현관문 열쇠가 고장나기 시작했다. 부속 한두개 바꾸든가 회로만 약간 손보면 될 것 같은데, 수리(A/S) 직원들은 이것들이 세트로 제작된 것이어서 통째로 바꾸어야 한다고 했다. 억울한 기분을 지우지 못하고 몸통을 교체하면서 생각난 것이 시계였다. 아들이 취업 기념으로 선물한 일제 손목시계에서 쇠줄의 매듭 하나가 자꾸 떨어졌다. 몇차례 고치다가 아예 줄을 바꾸자고 했더니 시계와 줄이 한 세트로 제작되어 그럴 수 없다는 것이었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난감한 사태가 아마도 기술의 효율성을 위한 일관작업과 경영 유지를 위한 생산 지속 전략이겠다고 이해하면서도, 조금만 손대면 더 쓸 수 있는 것들을 이렇게 마구 버려도 되는 건지 너무하다 싶은 불평을 지우지 못했다. 그러고 보니 시계나 전기기구 수리점이 사라지고 있었고 내구재인 제품들과 가구들을 여차하면 소비재처럼 가볍게 폐기하는 풍조가 떠올랐다. 소크라테스가 시장 구경을 하다가 세상에, 내게 필요하지 않은 물건이 이렇게 많다니하고 놀랐다지만, 백화점이나 마트를 다니다 보면 이 많은 팔리지 않는 상품들은 어떻게 처리될 건지 걱정되었다. 경제-경영학을 모르는 내게도 그 과생산, 과소비, 과재고 들이 결국 성장이란 이름으로 기업을 키우면서 자원 낭비를 재촉할 것이 분명해 보였다.

내 은근한 걱정이 사사로운 기우가 아님을 최근의 몇 책에서 확인했다. 아마존에서 이북(전자책) 개발을 책임졌던 제이슨 머코스키는 <무엇으로 읽을 것인가>에서 스스로를 전자책 전도사라고 자부하면서 제작 기술을 소개하는 김에, “질레트 면도기는 한대 팔 때마다 손해를 보지만, 꼭 있어야 할 면도날은 한개 팔 때마다 작은 이익을 보았다고 덧붙인 말로 내 첫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그는 소비재를 생산하는 회사들은 기술적인 노후화를 염두에 두고 제품을 디자인한다. 내일 판매할 기기를 생산하면서 이미 그 기기를 대체할 상품을 연구한다며 새로운 제품 생산을 끊임없이 추구해야 할 기업의 생리를 요약해준다. 그가 말한 노후화를 세르주 라투슈의 <낭비사회를 넘어서>의 역자는 진부화로 옮기는데, 미국식 주류경제학에 저항하는 프랑스의 이 경제학자도 부품이 아니라 물건 전부를 버려야 하는 사태를 비판하고 있다. 그는 새 상품을 사도록 유도하는 이른바 구상품의 진부화를 세가지로 구분한다.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에 해당할, 기술 발전에 의해 기존 제품이 폐기되는 기술적 진부화’, 디자인만 약간 바꾸고 새것이라며 광고와 유행에 태워 여전히 유용한 물건을 버리게 만드는 심리적 진부화’, 인위적으로 수명을 제한하는 결함을 기술적으로 삽입하는 계획적 진부화가 그것이다. 그가 가장 문제 삼는 세번째의 의도된 진부화는 제작자가 애초부터 미리 특수한 장치로 고장이 나도록 설계해서, 가령 프린터가 18000장을 인쇄하면 탈이 나도록 한다는 것이 그런 예다. <성장 없는 번영>의 팀 잭슨은 바로 경제 성장을 자극하기 위한 정책들이 경제 침체를 불러오는 것이어서 성장 그 자체가 시장을 붕괴시킨다고 지적하는데 라투슈의 또 다른 책 <탈성장사회>는 더 나아가 성장을 지상의 과제로 제시하는 경제를 우리 의식의 뒷면으로 밀어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제 성장이란 명제는 곧 자원의 소멸, 그래서 지구의 파멸을 의미한다고 지적하는 것이다. 그 경고는 부족의 위엄을 과시하기 위해 거대한 돌조각 모아이를 숱하게 만들어 해변에 세우느라고 나무들을 남벌해 풍성했던 숲을 없애 자멸하고 만 이스터 섬의 운명을 떠올려준다.

 

1980년 미국 경제학자 줄리언 사이먼은 자원고갈을 우려하는 지식인들에 분통이 나내기를 걸었다. 스탠퍼드대학의 세 환경학자가 그 내기를 받아들여 구리, 주석 등 5가지 광물이 10년 후 그 값이 떨어지면 1만달러를 주기로 약속했다. 이 유명한 내기의 결과는 환경학자들의 패배였다. 비외른 롬보르의 <회의적 환경주의자>에서 이 대목을 읽을 때의 나는 근본주의자들의 환경보호론에 짜증을 내고 새로운 대체재의 개발과 생산 기술의 향상에 기대를 걸며 미래에 대한 낙관론에 편들고 있었다. 그러나 생각할수록 아무리 거대한 지구 덩치라 하더라도 자원은 분명 한계가 있는 것이고 엔트로피 이론은 일단 사용된 것은 재생 불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해주고 있다. 팀 잭슨은 사이먼이 내기를 건 광물들을 전세계가 미국이 소비하는 양만큼 소비한다면 20년도 안 되어 고갈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사이먼의 내기가 더 장기에 걸친 것이었다면 낙관주의는 패하고 말았을 것이다.

 

성장과 발전의 지양을 요구하는 경제학자, 환경주의자들이 행복한 사회로 지목하며 대안으로 제시한 대상이 가령 행복지수를 개발한 부탄이나, 화석연료를 사용한 산업혁명 이전이라는 점에 대해 나는 찬성할 수 없었다. 근검한 생활이나 농촌의 자연적 삶으로의 복귀는 개인적 덕성으로 가능하겠지만, 오늘날의 사회는 삶의 규모 축소나 생활방식의 퇴행을 요구할 수 없을뿐더러, 당장 정치지도자나 주류 경제학자들이 이런 제안을 하면 포퓰리즘의 함정에 빠지지 않더라도 분명 낙선되거나 무시될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성장 우선주의와의 결별을 주장하며 탈성장사회를 구상하는 라투슈가 2030년대의 자원고갈, 2040년대의 환경오염, 2070년대의 식량위기로 인류 문명의 파탄이 닥쳐오리라고 예상한 로마클럽의 경고에 대비하여 재평가, 재개념화, 재구성, 재지역화, 재분배, 감소(reduce), 재사용, 재활용8가지 다시’(:re-)를 요구하며 10가지 구체안을 제시할 때 나도 생각을 고쳐야 했다. ‘경제란 말이 키워드로 회자된 것은 3세기도 안 되는 것이고, 이제는 성장경제학을 생태경제학 안으로 흡수하는 일을 심각히 고려해야 할 때로 보인 것이다.

 

머코스키는 전자책의 추세를 강조하면서도 종이책이 풍기는 향기를 무척 좋아하고 있다. 그는 전자책 킨들의 장래를 낙관하면서도 종이책으로 채운 자기 방을 월든이라고 자랑한다. 한문학자 정민 교수는 하버드 옌칭의 고서들을 뒤지는 바쁜 틈에 방문해 찍은 소로의 월든 집과 작은 묘비 사진을 보여주었다. “제주도로 유배된 추사 김정희가 세한도를 그릴 즈음 소로는 발을 뻗으면 발바닥이 벽에 닿을 지경의 작은 집에서 자연처럼 단순하게, 단순하게’” 살았던 것이다. 그런 삶의 또 다른 모습을 작가 정연희는 소설 <치앙마이>에서 묘사한다. 타이의 이곳 사람들은 빌딩, 휴대폰, 성형외과 광고 없이, 그래서 속도감도 첨단문명도 없이, “정말 이런 세상도 있어라고 감탄하게끔 자연스럽고 정답게 살고 있었다. 우리도 근래 청계천 복원, 고가도로 해체, 둘레길 조성, 한옥 마을 보존, 템플 스테이 등 자연친화적 시설들을 만들어 누리기 시작하고 있다. ‘방콕의 와유(臥遊)를 즐기는 내 바람은 성장 피로증후군에 젖은 우리의 자연 회귀가 일상의 탈출에 의한 일시적 힐링의 효과에 멈추지 않고, ‘슬로 라이프의 여유롭고 맑은 삶의 문화와 체제로 발전하는 것이다

 

노래출처: 광주지인 

봄날은 간다

 가는것은 아닐진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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