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과 어울리기/이전 흔적

회동수원지 길, 몇 가지 단상(2011.03.01)

by 이성근 2017. 3. 19.


2011년 시민그린워킹 첫 걷기가 3월12일 있다.  늘 다니던 길이지만 시민을 대상으로 하기에 답사를 다녀 왔다.  도시철도 1호선 종착역인 노포동에서 출발하여 금사동 동대교 앞까지 약 10km를 2월의 마지막 날 밟았다.  집을 나설 때  매화가 꽃이 피어 있었다. 

 노포동역을 빠져나와 한물교까지는 약 30분 정도가 걸린다. 

 수영강을 사이에 두고 양산 동면쪽 금정산 자락과  기장 철마산 자락이 펼쳐져 있어 그런대로 풍광이 좋다.

 최근 금정구는 웰빙 자전거 도로를 수영강 둔치에 깔았다.  흰뺨검둥오리와 청둥오리 40여 마리를 보았다.  

 

 신천교에서 바라 본 수영강 갈맷길 이정표가 다리 가운데 있다.  다리쉼 하면서 풍경도 보시라고 일부러 이 지점에 설치했다.  수영강을 가운데 두고 우측 윤산과 좌측 아홉산 자락이 겹겹으로 섰다.

 계절은 아직 이른 봄이다.  비 온뒤 날씨가 추웠다.   우수에 풀렸던 대동강이 경칩에 다시 붙는다는 속담처럼 기상청은 다시 기온의 하강을 예고했다.  하지만 얼마나 갈 것인가.  문득 시간이 참 빨리 흐르는 것 같다.  어제 아레가  입춘(立春)인듯 하더니  벌써 우수(憂愁) 경칩(驚蟄)이다.   24절기중 1분기가 반을 넘었다.  남아 있는 절기들 춘분(春分)-청명(淸明)-곡우(穀雨) / 입하(立夏)-소만(小滿)-망종(亡種)-하지(夏至)-소서(小暑)-대서(大暑)  / 입추(立秋)-처서(處暑)-백로(白露)-추분(秋分)-한로(寒露)-상강(霜降) / 입동(立冬)-소설(小雪)-대설(大雪)- 동지(冬至)-소한(小寒)-대한(大寒)이 멀리 있는 듯 하지만 이렇게 나열해 놓고 보니 내일처럼 여겨진다.

신천교를 건너 편백가로수 길 초입에서 세 그루의 나무를  만났다.  아직도 낙엽을 달고 있는 갈참나무와 새 봄을 준비주인 목련, 그리고 늘푸른 편백이었다.  묘한 느낌이 들었다.   

 강변 습지대가 겨을 갈수기 사정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언덕을 넘어서면 선동마을이다.

 아직은 이른 봄이라 나무가지 사이 강줄기가 보이지만 4월을 넘어서면무수한 잎새에 가려 강은 말없이 흐를 것이다.  

 금정구는 최근 선동마을 길을 넓혔다.  방문객이 한참 늘었기 때문이다.   그 여파로  전에 없던 군것질 가계도 생겼다. 맥반석 오징어며 , 핫도그, 오뎅 따위를  파는 모양인데  주말 이용 인파가 3,500~4,000 명 수준이다.  명장 정수사업소 입구 박명록에 인적 사항을 기입한 사람만  그렇다는 것이다.  지역민이며 해단구청에서  욕심을 낼 법도 하다.  하지만 그 수치가 마냥 좋은 것만을 뜻하진 않는다.  수용능력과 압(壓)은 늘 비례한다.    

 마을길의 확장과 주차공간이 늘어난다는 것은  시작일 뿐이다. 

 전체구간 중 3분의 1쯤 되는 지점이다.  크게 구분하자면 선동 -오윤본동-금사동 정도 될 것 같다. 

정작 목재테크가 필요한 곳은 이런 지형이다.  평소에는 잘 모르지만 비가 오면 이 길은 사람의 길 보다 골짜기에서 흘러내린 물길이 우선한다.   

 그 길에서 개옻나무 한 그루 미끌어지는 바위를 바치고 섰느라 진이 빠졌다.  개옻나무가 아니었다면  바위는 시나브로 미끌어져 내렸을 것이다.  고마움을 표한다. 

 부엉산 적벽이 보인다 .  언제나 생각하는 바지만  부엉이가 깃들었으면 하는 것이다.  그래서 진짜 부엉이 울음 부엉 부엉 날려 주었으면 한다. 

 일대의 땅은 대부분 마사토라서 배수가 좋다.  질퍽한 진창길을 예상하고 등산화를 바꾸어 신었다.

 새내마을에서 본 오륜대의 풍광이다.  시 한수 나올 법한데... 상이 떠오르지 않는다.   비 온 것을 핑게로 부엉산 코스는 생략하고 야시골로 하여  오륜본동인 통미골로 가는 길에서 경악했다.   도로 곳곳에 비명횡사한  두꺼비들 때문이었다.  모두 16마리, 필시 산란철을 맞아  이동중이었을 성 싶다.   

로드킬에 대한 운전자들의 인식 재고도 필요하지만,  로드킬에 대한 표지판 하나라도 세어야 할 것 같다.   외국의 경우=독일 호주 미국 외국은 로드킬 다발 구간에 이정표를 설치해 운전자의 주의를 환기시키고 있다. 로드킬을 의도적으로 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표지판이 있는 구간 서행을 하며 조금이라도 야생돌물을 배려하는 마음을 일상화 시켜야 한다.   

주변 지형을 대강 표시해 보았다. 길에서  수많은 로드킬 (Road-kill) 보았지만  이번 만큼 충격을 받은 적이 없다.  우리 나라에 펼쳐진 도로는 약 10만km, 도시가 팽창하면서 도로건설은 증가했고 인간에게는 일일생활권이라는 편리함을 제공했다.  그러나 도로의 증가는 주요 생태축을 단축시켰고, 로드킬 발생 등 야생동물 생존에 치명적 위험으로 존재한다.  그 심각성을 알리고자 만든 영화 < 어느날 그길에서-작별 /감독:황윤> 도 있다.  혹시 이 글을 보시느 분이 계시걸랑 보기를 권한다.
문득 옛날 생각이 났다.  10년 전 천성산 임도 문제로 내원사에 출입할 때 였다.  그때 내원사의 자문변호사였던 강동규씨와 회의를 마친 뒤 절에서 차를 타고 나오다 난감한 상황에 직면했다.  비가 내리던 가운데 수많은 개구리들이 길에 나와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은 차에서 내려 나무가지로 비질하듯 개구리들을 계곡쪽으로 몰아 내며 내려 왔다.  그만큼의 배려는 아닐지라도 봄날 시골길 차량 운전은 천천히 해주었으면 하는 희망을 가져 본다. 

현재 전국에 설치운영중인 생태통로는 총 317개소로, 이중 야생동물 ‘전용 생태통로’ 164개소, 배수로 등 다용도로 사용되는 ‘겸용 생태통로’는 153개소가 있다. 조족지혈 이다. 작년 6월 연합뉴스는  이런 소식을 전 한 바 있다.  최근 4년간 전국 국립공원의 도로에서 교통사고로 죽은 야생동물 중 개구리와 다람쥐가 가장 많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2006∼2009년 전국 16개 국립공원을 통과하는 41개 도로에서 야생동물 3천976마리가 로드킬(동물이 자동차에 받히거나 깔려 죽는 사고)을 당했다.  종류별로는 북방산개구리가 1천667마리로 가장 많았고, 다람쥐(729마리), 뱀의 일종인 유혈목(131마리), 청설모(114마리), 물두꺼비(113마리), 누룩뱀·두꺼비(각각 105마리) 등이 뒤를 이었다. 분류군별로는 양서류가 2천33마리로 가장 흔했고, 포유류가 1천231마리, 파충류가 485마리, 조류가 225마리였다.

로드킬이 가장 빈번했던 도로는 1천195마리가 죽은 월악산의 국도 597호였고, 내장산 군도 16호선, 덕유산 국도 37호선, 속리산 지방도 517호선, 오대산 국도 6호선과 지방도 446호선, 월악산 국도 59호선, 지리산 지방도 861호선 등에서도 동물이 많이 죽었다. 
그러나 이 통계는 로드킬에 대한 모니터가 이루어지는 특정 지역 주요지점을 대상으로 했을 뿐이다.  집계조차 되지 않은 수많은 길에서 생명들이 지금도 비명횡사 하고 있다.  

 

길은 생명을 치유하고 세상을 살리는 통로여야 한다.

 한끼 점심을 먹기 위해  사람들은 차를 몰고 특별한 공간을 찾는다.  그 길에 그들이 굴리는 자동차 바퀴 아래 숫한 생명이 비극적인 생을 마감한다는 것은  문명의 수치다.  그러나 그들은 그 조차 의식하지 못한다.  

 생태통로 그건 이제 상식이다.  로트길 표지판이나 생태사진을 웹서핑을 하며 찾아 보았지만 죄다 외국사례다. 그만큼 우리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주제다. 

 다시 걷는다. 

 호수 뒷편 아홉산이 다가 선다.

 아직 숲은 봄 빛을 내밀지 않았다.  찬찬히 살폈으나 애기똥풍과  양지꽃 등 서너 종에 불과했다. 그래도 고마운 일이다.

  6km 지점 모퉁이를 돌아서자 자동차 소음이 몰려 온다. 인근 도시고속을 이용하는 차량들이 회동호에다 소음을 투기하는 것 같다. 직선거리로 약 300m  자동차 소음으로부터 벗어나 순전히 물소리 바람소리에 잠시 나마 젖어 있던 귀가 화들짝 놀라며 경계한다.

겨울 갈수기의 전형적인 모습을 회동호는 보여주고 있다.  여름 수제선은 이 장면을 찍은 테크까지 차 오를 것이다.  아마도 녹조가 낀 빛깔로 ... 

 지난해 갈맷길 축제때 사포지향 갈맷길 200리 행사때 참가자들이 붙인 현수막이다.   정말 안오신 듯 다녀 가소서 라고 부탁드린다.  

 답사에 동행한 갈맷길 자원봉사단이 얼핏 스친다.  사람이 있는 길과 없는 길의 차이가 너무나 크다.  길이 살아있다는 느낌이다.  나도 그 뒤를 따른다.  

 수원지 마지막 구비다.

 그 길에서 크다란 꿀밤나무(굴참나무) 아래 다람쥐 한 마리 만났다.  한참이나 지켜보았다. 별로 사람을 겁내지 않는다.  마침 호주머니에 땅콩이 있어 나중에 먹어라고  한 줌을 건넸다. 그 바람에 놈은 잽싸게 은신처로  사라진다.   녹색 원내  나무 아래가 다람쥐의 굴이다.  3월12일 다시 이 길을 지나리라  그때도 땅콩 한줌을 준비하리라    

 수원지 댐이다.  정관~철마간 도로 교각이 지난다.

 유달리 광나무가 많아 숲이 다른 지역과는 달리 푸르다.

 명장정수사업소는 최근 사택을 개조하여 화장실과 휴게실을 만들었다.   개인적으론 좀더 의견을 물어 개조했다면 하는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남는 건물이다.  조금만 더 예산을 마련하고 여론을 수렴했다면  여행자 안내센터나 게스트하우스로의 전환도 가능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공간이 일반적일 수 는 없다.  그렇지만 답을 있을 것이다.   

 수원지가 공식적으로 끝나는 지점,  수영강이 시민과 만나는 시작점이다.   

 원래 갈맷길은 윗길로 그어졌다. 아랫길은 사유지이기 때문에 공식화 시키지 못했다.   앞으로 협의를 통해  길을 이용할 수 있도록 준비할 예정이다.

 동대교 아래 해운대구청이 조성한 어도다.  처음보는 형태다.  하구둑이나 보로 인해 어류의 통로가 차단되는 것을 방지하고, 어류의 이동이 원활하도록 설치하는 인공 구조물이 어도다. 하지만 대부분의 어도가 어류의 생태나 이동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 없이 설치돼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 잘못 설치된 어도는 생태통로가 아닌 죽음의 길이 되는 것이 다반사다.  지켜 볼 일이다.

 수변의 버드나무가 물이 올라 연두빛으로 봄을 열고 있다.

 꽤나 많은 낚시꾼들

 붕어, 누치, 자가사리가 보인다.  장어도 잡힌다고 하는데 

 저런 안내판이 곳곳에 붙었는데도  게의치 않는다.  차라리 세우지나 말든가.  산책 나온 시민 누구도 낚시금지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  우리가 사는 모습이다.

 답사는 끝났다.  동천교에서 석대 꽃시장을 들러 봄 꽃을 구경하고 귀가한다.  온실속 연탄불로 성장에 필요한 온도를 맞춘다. 

 역시 난이다. 난전문점에서 몇 컷 찍어 보았다. 향이 은은하다. 

 홍매가 꽃잎을 열기 시작했다.   3월이다.

Color My World - Chica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