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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사는 이야기

화포천 새벽 산책

by 이성근 2016. 9. 16.

 

 새벽 4시반 소변이 마려워 일어났다. 그리고 고라니와 마주했다. 아풀사 그  어떤 기록도구도 가지고 있지 못했다.  고라니는 장모가 가꾸는 텃밭에서  양껏 배를 채우고 산으로 이동 중에 나와 마주친것이다.  가로등 아래 아주 잠시 서로를 쳐다보는 시간이 있었다.  그리곤 겅중겅중 철둑 넘어 숲으로 사라졌다.  설마 아니 그 시각 그 장소에 그놈이 나타나리라곤   어쨌든  그 길로 산책에 들었다. 자동차 소음이 지워진 첫새벽이었다.

 다섯 시 반 화포천 산책에 들었다

 아마 기억하기로 2005년 경이지 싶다. 2002년 전국적 이목을 집중시켰던 수해는 기존 하천변의 저류기능을 확대시키는 것으로 귀결되었다. 상습 침수 피해를 생태적으로 극복하기 위해 화포천 하류 일원을 정부는 일대의 농지를 사들였다.  처가집의 논 상당 부분이 반달농장 프로젝트에 편입되었다. 면적은   6만㎡ 정도 였으나 최근 마무리 된 것으로 안다.

 그로부터 10년 이상이 경과했고 그간 이곳은 낚시꾼들만 출입했다.  논이었던 곳은 급속한 식물의 천이가 진행되었다. 그렇지만 생물의 이동통로로서는 중대한 결함을 내장하고 있다. 낚시꾼의 출입에 더하여 배수장 아래둔치에 모형 비행장을 설치했다.  개설된 이후 꾸준히 모니터링을 해 왔지만 어쩌다 이곳에 깃든 천연기념물 조류나 다수의 철새들이 더이상 깃들지 않고 있다.   길이 8.4km, 전체 습지면적 2,995,000㎡에 이르는  화포천은 배후습지가 발달 해  600여 종의 생물(식물 352종, 곤충 165종, 어류 15종, 양서류 9종, 파충류 7종, 조류 53종, 포유류 15종)이 서식하고 있으며, 멸종위기동식물도 9종(Ⅰ급: 귀이빨대칭이, 수달, Ⅱ급: 큰고니, 큰기러기, 독수리, 개구리매,  삵, 노랑부리저어새 등)이 서식한다.  

 경전선 철로변도 변화가 많았다.  폐선 철길과  야트막한 구릉은 깍여져 나가거나 밭으로 탈바꿈 했다.

 시전마을을 경계로 산책코스를 한정했다.  이동수단을 도보로 했기 때문이다. 자전거로 했다면 아마도 봉화마을까지도 갔을지도 모른다.

 마을버스정류장 한켠 다양한 거미들이 살고 있었다.

 수변에서는 잉어들이 펄쩍 펄쩍 뛰었다.  첨벙 첨벙 물 튀어 오르는 소리가 새벽강에 울려 퍼졌다.

 6시 모정마을을 종점으로 하는 김해 순환버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모정 가는 버스는 예전에 강둑길로 다녔다.  그 길 가장자리 가시박이 세력을 넓히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화포천을 점령한 거나 마찬가지다.  

 꿀벌들이 가시박 꽃에 몰려들었다 . 웅 웅 되는  벌들의 날개짓 소리가 새벽을 지우고 있었다. 가시박에서 채취한 꿀은 어떤 맛일까.  어처구니 없게도 제거해야할 귀화식물이 벌에게는  밀원식물로 이용되고 있었다.   

시산마을에서 신촌에 이르는 1km 가량의 강둑의 좌우는 강과 사람의 터(경작지)로 구분되어 있지만 발상의 전환만 가능하다면 주목받는 공간으로 거듭날 수있다.  예컨데추수가 끝난 농지에 철새 먹이 제공을 위해 보리를 파종하는 농민들에게 보상금 지원하거나, 생물 다양성 관리계약 추진, 관리지역 내 사유지 매입 추진, 생태탐방로 조성 등을 모색하는 일이다. 반달농장 프로젝트가 자원과 연계될 때 일때는 화포천 습지의 완성도를 높이며 지역의 새로은 생태거점으로 거듭날 있다.  

 6시20분경 경전선 무궁화호가 강을 건넌다

 화포천 변 식생조사를 해보리라. 이강변의 터줏대감들은 누구였으며 귀화식물은 몇 종이나 되는지... 북아메리카산 큰도꼬마리

일대의 식물분포상은 수변 가장자리로부터 둑을 넘어 경작지 또는 산지로 이어진다. 

노랑어리, 마름, 자라풀, 가래, 줄, 창포, 여귀,방동사니류, 골풀류, 자귀풀, 주름잎, 개기장, 버드나무, 염주개불주머니, 쥐똥나무,뽕나무, 자귀나무,  갈대, 물억새, 아카시,  달맞이꽃, 환삼덩굴, 칡, 가시박,쑥,강아지풀류, 가막사리, 왕고들빼기, 망초류 등  <길-아스팔트, 콘크리트> <논> 또는 <밭> 산지로 연결된다.

 기대어 타고  오를 그 무엇이라도 있다면 덩굴 식물들은 자리를 잡는다.   일대에 큰 무리를 이루고 있는 새팥과  아주 작은 무리의 돌콩을 비롯하여 박주가리, 며느리배꼽도 곧잘 보인다.

 거미를 보는 대로 담는다. 곤충 도감은 있어도 거미는 챙기지 못했다.  가장 많이 보이는 종은 무당거미나 호링거미류다. 일반적으로 곤충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거미라고 한다. 기록을 보면 4000㎡의 밭에 약 200만 마리의 거미가 살고 있다고 한다. 거미들이 1년간 잡아먹는 곤충들의 무게를 합치면 주변에 살고 있는 농부들의 몸무게를 모두 합한 것보다 무겁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약 4억 년 전에 곤충과 함께 지구상에 등장한 거미는 곤충과는 다른 절지동물(節肢動物, 등뼈가 없는 무척추동물 중 몸이 딱딱한 외골격으로 싸여 있으며 몸과 다리에 마디가 있는 동물 무리)로 분류한다. 거미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4만여 종이 기록되어 있고, 우리나라에도 600여 종이 서식하고 있다.

당자 거미도감을 하나 구입해야 할 듯하다. 갑갑하다. 식물이나 조류를 넘어 오지랍 넓게 곤충까지 뒤적인다는 것은 과도하다고 판단했는데 궁금한 것은 어쩔 수 없다. 기본적인 종 동정은 해야된다는 것이다.   

평소에는 이런 풍경을 만날 수 없다.

메라가는 내 심성을 다시 적실 수 있는 이런 풍경과의 만남이 확대되어야 하는데 쉽지 않다

북아메리카 원산의 애기나팔꽃,  일대에서 보이는 메꽃과 귀화식물은 둥근잎나팔꽃을 비롯하여 둥근잎유홍초, 미국나팔꽃, 좀나팔꽃 등이 있다.

신촌마을 낙동강 둑에 섰다.

4대강 공사의 현장이다. 자전거거 길만 뚜렷하다.  낙동강 자전거길은 안동댐에서 시작해 부산 을숙도까지  363km 거리다.

그길에 식재한 메타쉐퀘어 가로수는 태반이 고사했다.  그리고 다시 심기를 반복했지만 늘 똑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죽어버린 고사목에는 거미들의 집터가 되었다.

 

 

초지로 변해버린 둔치에는 가끔씩 쑥부쟁이들 한무리 지어있다.

일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물은 달맞이꽃을 비롯하여 망초류, 붉은씨서양민들레,만수국아재비,방가지똥, 가시상추, 개쑥갓, 돼지풀, 서양금혼초, 붉은서나물, 울산도깨비바늘,미국가막사리,미국쑥부쟁이미국질경이,창질경이,자주개자리,개소시랑개비, 콩다닥냉이,들다닥냉이,가는털비름,개비름,좀명아주, 돌소리재이,소리쟁이, 애기수영, 털여귀, 가시박이 진출해 있다. 가히 귀화식물의 박물관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주개자리

길가 주변은 환삼덩굴과 강아지풀류 쑥이 우점한다.

에나 갈대나 억새들의 밀도는 낮다.

수변에는 마름과 자라풀, 노랑어리가 우점하고 있다.

 

광주노씨의 재실 앞 회화나무와 배롱나무

하지만 주택업자가 일대를 흐트려 놓았다.  마을의 주요 경관자산이 흉하게 변해버렸다.  자기 땅에 자기맘대로 집을 짓는데 누가 탓할 사람이 없다.  그럴 건거도 없거니와 다만 뒤틀린 저런 경관을 주민 누구라서 좋아할 것인가   

재작년 여름 준공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마땅히 거래가 없다. 

그 집의 마당 경계부 감밭 가장자리에 뿌리내린 미국 자리공

원래 이곳에는 무덤 3기와 풀밭이 있었고, 철마다 들꽃들이 수서를 바꾸어 피던 곳이었다.  

일대의 집은 이렇듯 대숲을 등에 지고 앞뒤에 텃밭이 딸린 형태가 대부분이다.

고향은 아니지만 이 마을과 인연 맺은지 20여년이 지났다. 마을의 원형이 지워지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Hiko-Angels Sing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