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은 과학인가 철학인가
스타가 떼 지어 나오는 예능도 아니고 화제의 드라마도 아니면서 갤럽이 조사하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 순위 앞자리를 고수하는 다큐멘터리가 있다. MBN이 2012년 8월부터 방영해온 <나는 자연인이다> 말이다.
이 프로그램이 가진 매력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치유이다. 저 험한 바깥세상에서 크고 작은 상처를 입었던 이들이 자연의 품에 안겨 자족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카메라는 좇는다. 출연자 중에는 도시에서 남부럽지 않게 돈도 벌고 고급 식당에만 출입했던 사람들도 있다. 그들을 포함한 모든 이들이 일상적인 결핍과 소박하고 거친 음식에서 오히려 행복과 안도를 느꼈다고 털어놓는데 진정성이 넘친다. 시청자는 그들을 보며 도시에서 우리를 힘들게 하는 많은 것이 하찮다고 새삼 고개를 끄덕이면서 위로받는 게 아닐까.
현대 의학이 포기했던 치명적인 병에 걸렸다가 기적적으로 소생한 이들도 이 프로그램에는 흔하게 등장한다. 각종 암, 뇌혈관 질환, 심혈관 이상, 당뇨, 교통사고로 인한 관절 손상 등으로 가망 없다는 진단을 받았던 이들이 산에 죽을 자리 보러 들어왔다가 소생해 날아다닌다고 말한다. 그들은 야생에서 자라는 약초나 버섯, 그리고 지네나 말벌에 질병을 치료할 특유의 힘이 있다는 걸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다. 시청자는 자연인을 따라 같이 산에 올라 익히 알던 산양삼, 더덕, 당귀, 송이, 표고와 이름조차 생소한 삽주, 만삼, 토복령, 잔나비걸상버섯 등을 캐보는 즐거움을 누린다.
ⓒ한성원
프로그램을 지켜보노라면 오래된 논쟁이 떠오른다. 전통의학이 과연 과학인가 하는 것이다. 중국에서 발원해 한국·일본에 퍼져 꽃을 피운 동아시아의 전통의학은 그동안 충분히 과학적이지 못하다는 의심에 시달려왔다. 지금도 의사 가운데는 한의학 치료법에 거친 거부반응을 보이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들은 음양론이니, 기(氣)니 하는 얘기가 주술과 무엇이 다르냐고 묻는다. 특히 서구 언론은 동아시아 전통의학을 유사 과학, 유사 의학으로 취급하는 경향이 짙다.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16년 중국 정부가 대대적으로 전통의학의 발전과 보급에 힘쓰겠다고 밝히자 ‘국가가 돌팔이를 지원한다’는 제목의 기사를 쓴 일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의학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중국에서 성분이 의심스러운 약재가 쏟아져 들어오면서 한의학에 대한 신뢰도 덩달아 추락했다. 조선 시대 명의 허균을 다룬 드라마가 공전의 인기를 끌어 한때 최고조에 달했던 한의대 지원 열기도 식었다. 한의학도 가운데는 전통의학이 철학이나 신념이 아닌지 고심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무조건 믿고 혈자리를 외우라는 교수의 침술 강의에 절망해 ‘압정을 깔아놓고 뒹굴면 만병통치라고 가르친다’는 자조도 나오는 형편이다.
그런 와중에 뜻밖에도 한의학의 매력에 빠진 이들은 미국과 유럽의 의료 소비자였다. 한국의 ‘자연인’과 마찬가지로 그들 역시 현대 의학에 실망해 새로운 길을 찾다가 아시아의 의술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한방병원에서는 온몸에 침을 꽂고 누운 흑인이나 백인 스포츠 스타를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과학적으로는 모르겠고 우선 지긋지긋한 통증에서 벗어나게 해주니 살겠다’는 게 그들의 전통의학 옹호론이다. 그 덕분에 침술, 부항, 허브 치료가 빠르게 성장 중이다. 일부는 의료보험 대상에 포함됐다. 환자는 온라인에서 약초 처방을 찾아 아마존에서 주문한 뒤, 유튜브에서 탕약 달이는 법을 배운다. 미국에서 약초 시장은 2017년 80억 달러로 2008년에 비해 68%나 성장했다.
중국 전통의학이 서구에 감명을 준 첫 사례는 말라리아 예방약 개발이었다. 베트남 전쟁 기간 중국의 화학자이자 의생리학자인 투유유(屠呦呦)는 베트콩이 말라리아와 싸우는 걸 돕는 프로젝트에 매달렸다. 베트콩 사상자의 절반이 말라리아 환자였다. 그녀는 고대 중국 의서에 해답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해열제로 처방된 식물을 추려나가다가 1972년 쑥에서 마침내 치료제를 추출해냈다. 그녀의 연구 결과로 나온 말라리아 치료제 아르테미시닌(Artemisinin, 중국명은 칭하오쑤·靑蒿素)이 수백만명의 목숨을 구했다는 평가를 받아 2015년 노벨상을 받았다.
미국 예일 대학 약리학 교수 영치 쳉은 1990년대에 많은 암 환자가 심한 설사와 구토 탓에 화학요법을 포기하는 데 주목했다. 화학요법을 견뎌낸 환자는 오래 살아남기 때문에 어떻게든 부작용을 줄이는 법을 찾고 싶었다. 그는 예일 대학 도서관에 보관 중인 중국의 죽간 의서에서 복통과 설사를 치료하는 처방전을 발견했다. 임상 시험을 거듭한 결과 처방받은 대부분의 환자가 부작용 완화를 경험하는 개가를 올렸는데, 그 못지않게 주목할 사실이 있었다. 뜻밖에도 환자의 종양도 빠르게 줄어든 것이다.
그는 스컬캡(황금)·감초·작약·대추에서 추출한 성분을 합성한 약에 PHY906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약은 현재 직장암, 간암, 췌장암 치료를 위해 화학 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받는 환자 8명을 대상으로 임상 시험 중이다. 쥐 실험에서는 종양을 먹어치우는 대식세포가 현저하게 늘어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쳉 연구팀은 이 약이 여러 종류의 약초를 혼합한 것으로는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으리라고 확신한다. 이 밖에도 UCLA, 듀크, 옥스퍼드 등 미국과 유럽의 유수한 대학의 연구자들이 암, 당뇨, 파킨슨병 등의 치료에 동아시아의 전통의학을 접목할 방법을 꾸준히 찾는 중이다.
전통의학 의사는 과학적 방법론에 익숙해져야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전통의학이 새롭게 조명을 받는 데 가장 고무된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 관영매체 신화통신은 2016년 중국 전통의학이 세계를 점령해가고 있다고 흥분했다. 중국은 공자연구소를 통해 유럽과 미국 현지의 중국 전통의학 교육을 지원한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강력한 후원에 힘입은 중국 전통의학의 성장은 괄목할 만하다. 2017년 중의원에서 진료받은 사람은 10억2000만명, 지난해에 비해 5.9% 늘었다. 중의원은 5만4000여 개로 지난해보다 4700여 개나 많아졌다. 2017년 말 현재 6년간 중의사 수는 50% 이상 불어 45만명이 넘는다. 전 세계에서 주문이 쇄도하고 내수가 확대돼 중국 농장은 약초 재배지를 점점 넓혀간다. 2017년 중국 농가는 약초를 팔아 250억 달러를 벌었다. 중국에서 현대 의학과 전통의학은 법적으로 동등하다.
서구가 동아시아의 전통의학을 얕잡아보는 데는 분명 위선적인 면이 있다. 현대 의학은 서양 의사들만이 일군 업적은 아니다. 동서양의 숱한 자연과학자들의 연구가 집적된 결과일 뿐이다. 그런데도 전통의학이 현대 과학을 차용하려고 하면 방해하거나 조롱한다. 현대 의학도 나름 치부가 있다. 연간 수십억 달러 시장을 형성한 항우울제와 관련한 논쟁이 좋은 예다. 일부 연구에서 항우울제는 플라세보 효과를 겨우 상회하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진통제의 과잉 처방, 의사가 보증하는 다이어트 약, 의심스러운 수술 등 모두 들추면 냄새가 나는 현대 의학의 구린 면이다. 현대 의학도 한계에 이르면 철학과 만난다.
그렇다고 해서 전통의학의 검증되지 않은 면까지 가려지는 것은 아니다. 욕조의 물을 아이와 함께 쏟아버려서는 안 되겠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서는 곤란하다. 음양론이나 침술의 기반인 혈자리 등 논쟁의 여지가 있는 부분은 대학에서 주입식으로 가르치지 말고 앞으로 연구 과제로 남겨야 한다. 전통의학 의사는 과학적 방법론에 더 익숙해져야 한다. 유수한 국제 과학 저널에 실린 임상 실험 결과만 보자면 전통의학은 겨우 편두통과 비만에 미미한 효과가 있을 뿐이다. 전통의학이 효험이 없어서라기보다는 전통의학 의사의 과학적 소양이 부족해서다. 미국 국립보건연구소가 중국 전통의학 임상 사례 70건을 문헌 조사한 바에 따르면 41건은 실험이 잘못 설계돼 있었으며, 29건은 샘플이 너무 적고 결과를 의심할 만한 흠결을 가지고 있었다.
전통의학이 과학과 충돌하는 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한의학이나 중의학은 환자 맞춤형 진료를 고수한다. 같은 감기 환자라도 처방은 다 다르다. 기후와 토질이 다른 곳에서 자란 생약재를 쓰니 공진단이라고 다 같은 공진단이 아니다. 약재를 여러 개 섞으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FDA의 승인을 받은 허브 처방약은 단 두 가지뿐이다. 녹차에서 추출한 성기 종양 치료제와 남미의 용혈수 수액으로 만든 설사약. 둘 다 한 가지 약초에서만 추출한다. 균질한 약품을 만들려면 변수를 통제해야만 하는데 약초 수가 늘면 그게 힘들다. 전통의학에서는 예사로 여러 가지 약재를 섞는다. 과학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조차 힘들다.
전통의학이 멸종위기 종을 포함한 동물 부위를 직접 약재로 쓰는 점도 세계화되기 힘든 점이다. 중의학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천연 재료 중 22%가 멸종위기 종으로 나타났다. 중국에서 가장 큰 보저우 약재시장에서는 국제적으로 거래가 금지된 천산갑이나 개미핥기 등의 부위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동물이든 식물이든 원산지 표시가 없다. 상인조차 어디서 왔는지 모르는 걸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서구 과학자와 의료 소비자가, 기록된 것만 따져도 2200년 넘게 정제된 동아시아의 전통의학이 보물이란 점을 알아차린 뒤 전통의학 시장이 폭발했다. 과학적 사고에 익숙한 그들은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전통의학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 싶다면 관리하는 방식을 외부 홍보와 내부 애국심 고취에 치중하는 중국보다 훨씬 실용적으로 혁신할 필요가 있다. 약재 안전기준과 원산지 표시를 강화하고 품질을 표준화해야 한다. 한의사가 첨단 진단 장비를 능숙하게 다루고 현대 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 적절히 조언할 수 있도록 한의대 교육을 개혁해야 한다. 그게 한의학이 과학으로 우뚝 서는 길이기도 하다.
참고한 활자: <내셔널 지오그래픽> <이코노미스트> <뉴사이언스>
문정우 기자 woo@sisain.co.kr 19. 2.21
통속한의학 원론 저자 조헌영|학원사 |2007.03
조헌영 철학교수를 그만두고 공동체 학교를 꾸려 어린이들을 위한 교육과 글에 매진하고 있는 작가이다. 그는 1943년에 전라남도 함평에서 태어났다. 공부는 제법 했으나 말썽도 많이 부리는 학생이었고, 고등학교 2학년 때는 무전여행을 떠났다가 학교에서 쫓겨나기도 했다고 한다.
그에게는 위로 형이 여덟 명 있었는데 가장 큰 형의 이름은 일병이고, 아홉 번째 막내로 태어나 구병이 되었다. 그는 소설에서 봤던 철학과 학생이 좋아 보여 얼결에 철학과에 들어갔고, 강의는 듣는 둥 마는 둥 바람처럼 떠돌다가 성적표에 뜬 초승달(C)과 반달(D)을 원 없이 보기도 했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이내 공부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잡고 도서관에 앉아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희랍어, 라틴어를 독학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렇게 서울대학교 철학과 대학원을 졸업한 후에 둘째 누리가 태어나던 해에「뿌리 깊은 나무」 초대 편집장을 역임했다. 충북 대학교 철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어린이책 기획자로도 활동하였다. 한국사회의 역사와 현실을 어린이들에게 있는 그대로 일러주는 전집형 어린이 백과사전을 만드는가 하면, 번역서가 판치던 유아 그림책에 한국 아이들의 모습과 현실을 담는 창작그림책 시대를 열었다.
1989년 ‘한국철학사상연구회’가 결성되었을 때 초대 공동대표를 맡았고, 그 뒤로 오랫동안 단독 대표를 맡았다. 그는 1996년부터 철학 교수를 그만두고 농사꾼이 되고 싶어 산과 들과 갯벌이 있는 전북 부안으로 낙향, 농사를 지으면서 대안교육을 하는 ‘변산교육공동체’를 설립했다. 20여 가구 50여 명이 모여 사는 변산공동체에서 논농사 밭농사를 짓고, 젓갈 효소 술 같은 것을 만들어 자급자족하면서 자녀들에게 공동체 삶의 소중함을 배우고 가르쳐왔다.
'변산교육공동체' 혹은 '변산공동체학교'는 “삶터와 일터가 동떨어지고, 배움터마저 삶터와 일터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근대식 제도 교육이 처음부터 길을 잘못 들었다.”라는 비판의식에서 시작되었다. 스무 해가 넘도록 시간 단위로 타인에게 통제 당하고, 기계적인 시간 계획에 길들여진 사람에게 ‘스스로 제 앞가림하는 힘’을 기대하는 것은 삶은 밤에 싹 돋기를 기다리는 것만큼이나 부질없는 노릇이라는 그는 텃밭 가꾸기, 천연 염색하기, 발효 식품 만들기, 요리 하기, 나무로 생활용품 만들기, 그릇 빚기 따위를 배우며 아이들이 마을 안에서 어른들과 함께 자유롭게 지내고, 자연 속에서 자기의 시간을 스스로 통제하는 법을 배울 수 있도록 하였다. 스스로 자기 삶을 통제할 수 있는 자율성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법'이야말로 교육의 궁극적인 목표라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가 아이들에게 저지르고 있는 짓에 경악하며 오늘도 그는 아이들과 배우며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는 『가난하지만 행복하게』『조그마한 내 꿈 하나』『실험 학교 이야기』『잡초는 없다』『꼭 같은 것보다 다 다른 것이 더 좋아』『있음과 없음』『모래알의 사랑』 등이 있다. 『가난하지만 행복하게』는 그의 삶의 전부나 마찬가지인 변산공동체와 그 이후의 10여 년에 대한 생생한 삶의 기록으로, 물질 중심의 가치관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개인과 국가간 빈부 격차의 확대, 갈등은 심화되고 우리의 삶의 질은 점차 피폐되어 가고 있을 경고한다. 그리고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여러 생명체가 함께 더불어 살 때 우리가 행복해질 수 있음을 이야기 한다.
또한 함께하는 삶을 일군 윤구병의 공동체 에세이 『흙을 밟으며 살다』, 자연과 인간의 생명을 살리는 윤구병의 생태 에세이 『자연의 밥상에 둘러앉다』, 일, 놀이, 공부가 하나인 윤구병의 교육 에세이 『꿈이 있는 공동체 학교』를 통해 변산 공동체에 대한 자신의 삶과 사상을 담기도 했다. 기획부터 출간까지 7년 넘게 공을 들인, 남녘과 북녘 어린이가 함께 보는 『보리 국어사전』을 기획하고 감수했으며, 어린이 그림책 『심심해서 그랬어』『꼬물꼬물 일과 놀이 사전』『당산 할매와 나』『울보 바보 이야기』『모르는 게 더 많아』 들도 펴냈다.
목차
[일반론]
동양 의학과 서양 의학의 임무
동서 의학의 접근
공통성과 특수성
체질, 영양분, 소화 , 동화
생명 환동의 신비
한의학과 내분비 조절
현대 의학도에게 바라는 점
한방 치료에 임하는 사람들의 폐단
[음양]
음양의 개념
계절의 음양과 인체의 건강
때에 따른 증세의 변화
체질의 음양
증세이 음양
장부의 음양
경락의 음양
맥동의 음양
약성의 음양
동작, 형태, 수의 음양
음양의 상대성
호르몬과 신경
음양이 조절되지 않는 까닭
[장부학]
장부의 기능
장부 오행설의 학술적 근거
[증후학]
맛
색
감정
조직
계절
기타
[경락학]
경락이란 무엇인가?
경락의 부위와 소속된 장기
경락 운행의 순서
경락의 음양과 근육의 굴신
경락과 감정, 동작, 촉감
질병의 반응이 두드러지는 곳
기경 팔맥
기경과 정경의 연락 관계
경락과 증세
[맥학]
맥이란 무엇인가?
병의 진단과 맥
맥을 짚는 부위
맥의 원리
맥을 보고 진찰하는 법
[약리학]
약물의 선택
(본초강목)비판
한약 연구의 방법
약물의 분류
기, 미, 색론
[처방약]
일반론
진단과 치료
처방
한의학 입문 글 주춘재|그림 주춘재, 주춘재(주춘차이, 周春才)|역자 백유상, 장우창, 정창현|청홍 |2007.02.27
원제 中醫養生圖典
한의학은 천인상응(天人相應)이라는 세계관의 조망 하에 음양오행을 이론적 토대로 장부와 경락을 이론의 핵심으로 삼아 구축된 학문이다. 따라서 한의학은 높은 수준의 추상성과 넓은 범위의 함축성을 지닌 해석력과 추리력이 매우 강한 의료, 양생체계로 오랜 시간의 흐름속에서 실증의학과의 충분한 비교검증 과정을 거치며 생명의 비밀을 탐색해왔다.
들어가는 말
제1장 한의학의 음양오행학설(陰陽五行學說)
음양(陰陽)의 기본개념
인체의 구조
인체의 기능
천인상응(天人相應)
인체의 병리적 변화
오행(五行)의 기본개념
①목(木)의 특성/②화(火)의 특성/③토(土)의 특성/④금(金)의 특성/⑤수(水)의 특성/⑥오행의 연역(演繹)과 귀류(歸類)
오행의 생(生), 극(克), 승(乘), 모(侮)
①상승(相乘)/②상모(相侮)/③상승과 상모의 구별/④상승과 상모의 관계
오행의 생리(生理)
오행의 병리(病理)
제2장 장상학설(藏象學說)
장상학설(藏象學說)
오장(五臟)
심장(心臟)
폐장(肺臟)
비장(脾臟)
간장(肝臟)
신장(腎臟)
육부(六腑)
담(膽)
위(胃)
소장(小腸)
대장(大腸)
방광(膀胱)
삼초(三焦)
①상초(上焦)/②중초(中焦)/③하초(下焦)
기항지부(奇恒之腑)
뇌(腦)/수(髓)/골(骨)/맥(脈)/담(膽)/여자포(女子胞)
장부(臟腑) 간(間)의 관계(關係)
장(臟)과 장(臟) 간(間)의 관계(關係)
①심(心)과 폐(肺)/②심(心)과 비(脾)/③심(心)과 간(肝)/④심(心)과 신(腎)/⑤폐(肺)와 비(脾)/⑥폐(肺)와 간(肝)/⑦폐(肺)와 신(腎)/⑧간(肝)과 비(脾)/⑨간(肝)과 신(腎)/⑩비(脾)와 신(腎)
부(腑)와 부(腑) 간(間)의 관계(關係)
오장(五臟)과 육부(六腑) 간(間)의 관계
①심(心)과 소장(小腸)/②폐(肺)와 대장(大腸)/③비(脾)와 위(胃)/④간(肝)과 담(膽)/⑤신 (腎)과 방광(膀胱)
제3장 경락학설(經絡學說)
경락(經絡)의 기본개념
경맥(經脈)의 명명과 분포
기경팔맥(奇經八脈)
경락의 기능과 작용
①생리 방면/②병리 방면/③진단 방면/④치료 방면
십이경맥(十二經脈)의 순행과 병후
기경팔맥(奇經八脈)의 순행과 병후
제4장 기혈진액(氣血津液)
기혈진액의 기본개념
기(氣)의 생리기능
추동(推動)/온후(溫煦)/방어(防御)/고섭(固攝)/기화(氣化)
기(氣)의 분포와 분류
기(氣)의 운동과 운동형식
종기(宗氣)
영기(營氣)
위기(衛氣)
혈(血)의 기본개념
①혈의 생성/②혈의 기능/③혈의 운행
진액(津液)의 기본 개념
진액(津液)의 생성(生成) 수포(輸布) 배설(排泄)
진액의 기능
기혈진액의 상관관계
제5장 한의학의 병인학설(病因學說)
외감육음(外感六淫)
풍(風)-봄
한(寒)-겨울
서(暑)-여름
습(濕)-장하(長夏)
조(燥)-가을
화(火)-사시(四時)
내상칠정(內傷七情)
희(喜)-심기(心氣)
노(怒)-간기(肝氣)
우(憂)-폐기(肺氣)
사(思)-비기(脾氣)
비(悲)-심폐(心肺)
공(恐)-신기(腎氣)
경(驚)-신기(神氣)
불내불외인(不內不外因)
음식부절(飮食不節)
방실부절(房室不節)
불측사태(不測事態)
제6장 변증시치(辨證施治)
변증시치(辨證施治)
팔강변증(八綱辨證)
①음양(陰陽)/②표리(表裏)/③한열(寒熱)/④허실(虛實)
사진(四診)
문진(問診)
①한열(寒熱)/②땀/③머리와 몸/④흉복(胸腹)/⑤음식/⑥대소변/⑦수면(睡眠)/⑧월경/⑨대하/⑩소아과
망진(望診)
①망신(望神)/②망색(望色)/③정상색(正常色)/④병색(病色)/⑤망설(望舌)/⑥오관(五官)
문진(聞診)
①목소리[聲]/②호흡(呼吸)/③해수(咳嗽)/④구토(嘔吐)/⑤애기(氣)/⑥구취(口臭)
맥진(脈診)
①병맥(病脈)의 식별(識別)/②촉진(觸診)
제7장 한의학의 치료원칙인 팔법(八法)
한법(汗法)
토법(吐法)
하법(下法)
화법(和法)
온법(溫法)
청법(淸法)
소법(消法)
①소견마적(消堅磨積)/②소식도체(消食導滯)/③소담화음(消痰化飮)/④소수산종(消水散腫)
보법(補法)
①보기(補氣)/②보혈(補血)/③보음(補陰)/④보양(補陽)
정치(正治)와 반치(反治)
치표(治標)와 치본(治本)
십이경맥과 기경팔맥의 순행 표시도
십이경맥(十二經脈)의 순행과 병후
수태음폐경(手太陰肺經)의 순행 표시도
수양명대장경(手陽明大腸經)의 순행 표시도
족양명위경(足陽明胃經)의 순행 표시도
족태음비경(足太陰脾經)의 순행 표시도
수소음심경(手少陰心經)의 순행 표시도
수태양소장경(手太陽小腸經)의 순행 표시도
족태양방광경(足太陽膀胱經)의 순행 표시도
족소음신경(足少陰腎經)의 순행 표시도
수궐음심포경(手厥陰心包經)의 순행 표시도
수소양삼초경(手少陽三焦經)의 순행 표시도
족소양담경(足小陽膽經)의 순행 표시도
족궐음간경(足厥陰肝經)의 순행 표시도
기경팔맥(奇經八脈)의 순행과 병후
독맥(督脈)의 순행 표시도
임맥(任脈)의 순행 표시도
충맥(衝脈)의 순행 표시도
대맥(帶脈)의 순행 표시도
음교맥(陰脈)의 순행 표시도
양교맥(陽脈)의 순행 표시도
음유맥(陰維脈)의 순행 표시도
양유맥(陽維脈)의 순행 표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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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1년 6월 29일, 한의약 육성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했다.
의사협회와 한의사협회는 상호 비판 광고를 신문에 서로 게재하기도 했고, 의사협회는 현대 의학 기기를 사용한 한의사들을 불법 의료 행위로 고발하기도 할 정도로 갈등은 격렬해지고 있다. 그러나 의료계와 한의계 밖에 있는 사람들은 이러한 갈등을 서양 의학에 기반한 의료계와 오랜 전통에서 출발한 한의계의 오래된 ‘밥그릇 싸움’ 정도로 보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서유럽에서는 이미 수십만 명의 의사가 침술을 치료에 응용하고 있으며, 초대형 다국적 제약 기업 연구소들에서는 한의학의 본초학 고전인 [신농본초경]을 뒤지며 신약 개발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 영국의 찰스 왕태자는 오래전부터 침을 맞고 있고, 미국의 팝 가수 머라이어 캐리는 한방과 양방의 협진(協診)을 통해 임신하는 데 성공하는 등, 수천 년의 역사를 가진 동양 의학에 대한 관심이 전 세계적으로 고조되고 있는 지금, 의료계와 한의계가 ‘밥그릇 싸움’만 하고 있는 것은 서양 의학의 지식과 한의학의 지혜를 결합할 경우 크게 성장할지도 모를 우리 의학의 잠재력을 갉아 먹는 일은 아닐까?
현대 의학과 한의학의 갈들을 단순한 밥그릇 싸움으로 만들 것이 아니라 동서양 논리의 싸움으로, 몸의 지혜를 둘러싼 학문적 논쟁으로 업그레이드시키려는 시도는 동양과 우리 민족의 삶과 경험 속에서 발전?축적되어 온 한의학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고조되는 지금 의미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항생제 하나로 모든 질병을 정복할 수 있다는 현대 의학의 20세기적 신화는 21세기 초 조류 독감, 광우병, 사스, 같은 새로운 전염병의 등장과,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슈퍼 세균 등의 확산으로 종말을 고했다. 하나의 질병을 정복하면, 새로운 질병이 등장하는 것을 당연시하게 된 현재, 수천 년에 걸쳐 사람의 몸과 질병을 연구해 온 동양 의학, 그리고 그것을 한반도에서 계승?발전시켜온 한의학의 지혜는 소중할 수밖에 없다.(이상곤 낮은 한의학 출판사 서평 중 / 사이언스북스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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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명 중 한 명은 암으로 죽는다는 통계는 현실이다. 그래서 우리 생명을 위협하는 암에 대한 정보와 지식은 곧 건강을 챙기는 일이다. 특히 암으로 투병하는 환우 분들과 보호자들에게는 암에 관한 공부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암을 한의학으로 이해하고, 암을 알아야 암을 극복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정리하였다. 특히 체질 음식의 중요성을 예를 들어 강조했는데, 암 환우뿐만이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건강서라 여겨진다. 한의학은 맞춤의학으로 개인별, 체질별 음식과 한약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항암 효과로 알려진 많은 식품, 약재 등의 허실을 생각해 볼 기회를 가졌다. 잘못 알려진 의학 정보로 한 생명이 치료시기를 놓치는 매우 어리석은 잘못을 범하지 말자는 경고를 알리고 싶었다. 그리고 검증되지 않은 항암제의 사용에 신중하자고 많은 부분 할애하였다. 면역력을 증진시키는 홍삼이, 항암효능의 항암제가, 암을 진단하는 방사선 진단장비 등이 암을 유발하고 촉진할 수 있다는 매우 심각한 고민도 담았다.
세계적인 암전문 의료기관인 미국의 MD앤더슨 병원 등에서 암환자에게 침을 놓고 항암 한약재를 처방하고 효과를 나타내는 현실은 충실한 법고창신(法古創新)이다. 이제 한의학이 암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효능을 나타내는 것은 그리 새로운 소식이 아니다.
... 이제 암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질병 중 하나일 뿐이다. 우리들 마음 속에 선과 악이 있듯이 인체에는 건강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정기(精氣)가 있고, 질병을 유발하는 사기(邪氣)가 있다. 암세포는 이 사기에 불과하다. 좀 까다롭지만 우리 인체는 암과 공존하며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숙명같은 것이 있다. 암을 암세포 국소질환으로 보지 말고, 전신질환으로 관찰하고 전인적인 치료를 해야 한다. 그래서 암의 발생을 예방하고, 생성된 암의 전이를 억제하고 잘 달래며 살아가는 지혜를 갖자는 것이다.(암을 다스리는 한의학 중 저자 김경택|군자출판사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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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의학에서는 감기는 대부분 바이러스에 의해 걸린다고 하는데, 감기를 유발하는 진짜 원인이 무엇이지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해보자. 감기의 원인을 열거하자면 저온에 노출됐거나 과로했거나 땀을 흘린 후 바람을 쐬었거나 등등 수없이 많다. 다시 이런 원인에 대해 분석을 해보면 자신의 면역과 방어를 담당하는 능력이 떨어진 것이 감기를 일으킨 진짜 원인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원인을 찾았다면 감기의 본질은 무엇일까? 여기에서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바이러스가 감기의 본질이라면 같은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증상도 같아야 한다. 하지만 사실상 사람마다 감기의 증상은 천차만별이다. 열이 나는가 하면 안 나기도 하고, 오한이 있는가 하면 없기도 하고, 코가 막히는가 하면 안 막히기도 하고, 콧물이 나는가 하면 안 나기도 하고, 목이 아픈가 하면 안 아프기도 하고, 머리가 아픈가 하면 안 아프기도 하는 등 감기의 증상은 사람마다 가지각색이니 어찌 된 일인가?
바이러스는 감기를 일으키는 객관적인 요인일 뿐이고, 바이러스의 침입에 대한 인체의 반응이야말로 감기의 본질을 찾는 관건이 된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기 때문에 같은 바이러스가 침범했다 하더라도 인체는 다른 반응을 일으키고 다른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바이러스에 대한 인체의 반응이 다르다면 그 본질은 무엇일까? 바로 인체의 동태평형이 파괴된 정도의 차이다!
한의학에서는 감염성 질병에 대해 세균이나 바이러스, 미시적인 이론을 거론하지 않고, 풍(風)ㆍ한(寒)ㆍ열(熱)을 이야기한다. 이것은 한의학이 낙후했음을 나타내는 상징이 아니며, 한의학이 비과학적임을 나타내는 상징도 아니다. 이것은 질병에 대한 한의학의 인식이 이미 미시적인 수준을 초월했으며, 인체의 내재평형이 파괴된 곳이 어디인지에 주안점을 둔다는 의미다. 따라서 한의학에서 말하는 풍(風)ㆍ한(寒)ㆍ열(熱)은 모두 질병상태에서 인체의 내재평형이 파괴된 유형을 나타내며, 인체의 내재평형이 파괴된 유형이야말로 감염성 질병의 본질이 있는 곳이자 우리가 찾고자 하는 질병의 진짜 원인이 있는 곳이다.
어린이 감기 치료
친구의 세 살 된 어린 아들은 체질이 아주 허약해 늘 감기를 달고 다녔다. 보통 감기에 걸리면 소아과에 가서 링거액을 주사 맞고 항생제를 먹었는데, 어떨 때는 이삼일이면 낫고 어떨 때는 일주일 동안 링거액을 맞아야 나았다.
어느 해 여름, 높은 기온이 장기간 계속되자 아이 아빠는 아이가 열병에 걸리지 않을까 염려되어 집안의 에어컨 온도를 비교적 낮게 설정해 두었다. 실내외의 온도차가 크자 신체조절능력이 떨어지는 아이는 감기에 걸렸고, 온몸에 열이 펄펄 끓었지만 땀은 많이 흘리지 않았다. 소아과에 가니 의사는 호흡기감염으로 진단하고 항생제와 항바이러스제를 처방했다. 3일 동안 링거액을 맞자 체온이 떨어졌지만 4일째가 되자 체온은 또 갑자기 상승했다. 항생제를 사나흘 투약했지만 체온은 떨어지지 않았고, 식욕감퇴와 피로 증상이 함께 나타났다. 이에 친구는 저자에게 문의해 왔고, 저자는 아이의 증상을 자세히 물어본 후에 무방하다면 한약을 쓰겠다고 했다. 저자는 아이의 병에 대해 다음과 같은 해석을 덧붙였다.
“서양의학에서는 바이러스감염으로 인해 열이 난다고 하는데, 이번에 아이가 아픈 것은 바이러스와의 접촉이 특별히 많았기 때문일까?”
“그건 물론 아니지.”
“우리 주위의 공기 속에는 세균, 바이러스, 각종 미생물들이 대량으로 있지만, 평소에 우리가 그것들에 감염되지 않는 것은 왜일 것 같나? 우리의 인체는 하나의 생물체로 면역과 조절기능이 있어서 외부로부터 들어와 인체에 해로운 영향을 미치는 물질에 저항할 수 있네. 이 때문에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미생물이 질병을 일으키지 못하는 거지. 하지만 인체의 면역력이나 조절능력이 떨어지면, 이런 미생물이 병을 일으키는 요인이 되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질병을 유발하게 되는 거라네.”
“그건 나도 인정하지만 이미 감염됐다면 병균을 죽여서 치료하는 것이 옳은 일 아닌가?”
“예를 들어, 자네가 누구한테 한방 맞았다고 하세. 맞은 부위는 검붉게 부어오르고 동통이 일어나게 되겠지. 이때 자네는 상처 입어 약해진 조직을 치료하겠는가, 아니면 자네를 때린 사람을 죽이겠는가?”
“당연히 상처 입은 부위를 치료하겠지.”
“감염성 질병 역시 마찬가질세. 세균이나 바이러스, 기타 미생물은 바로 자네를 때린 사람과 같네. 이런 미생물로 인해 인체의 체온조절기능이 문란해진 것은 맞아서 손상된 조직과 같기 때문에, 치료할 때는 체온의 평형을 회복시키는 일에서 출발해야지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죽이는 일에서 출발해서는 안 되는 것일세. 자네 아들과 같은 경우는 서열(暑熱)이 체내에 막혀 통하지 않고, 밖으로는 또 에어컨의 찬바람에 자극을 받아 땀구멍이 막히게 되니 몸에서 발생하는 열이 땀을 통해 밖으로 발산되지 못해 열이 그렇게 끓는 것일세. 전에 사용한 항생제나 항바이러스제로는 인체의 체온조절기능을 개선시킬 수 없으니 효과가 좋지 못했던 것일세.”
친구는 저자의 해석을 다 들은 후 한방으로 치료해보자고 했고, 이에 처방전을 써 줬다.
이렇게 약을 지어 두 첩을 먹고 나자 아이의 체온은 곧 정상으로 회복되었다. 하지만 아침저녁이나 바람이 부는 날이면 여전히 기침을 했다. 그래서 기침을 멎게 하고 가래를 삭이는 처방전을 한 장 더 써줬다.
약 두 첩을 다 먹고 나자 모든 증상이 완전히 사라졌고, 친구는 그때야 비로소 한방의 치료효과를 진정으로 믿게 됐다. 3장 ‘외사(外邪)로 인한 질병’ 중에서 (한의학을 말하다 저자 탕윈|역자 이문호|청홍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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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유가 아이에게 가장 이상적인 영양소라는 현재의 상식과 달리 모유보다 분유가 훨씬 더 영양가 있다고 권장되던 시절이 있었다. 객관적인 과학적 실험으로 도출된 영양소 수치가 그 가설을 뒷받침 하면서 아이를 잘 키우려는 엄마들은 너도 나도 아이들에게 분유를 사서 먹였고 하얗게 살이 오른 아이가 알러지 체질로 자라도 겉모습만으로 건강한 우량아로 생각되곤 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20~30년이 채 지나지 않은 지금, 새로운 과학적 실험은 모유가 분유보다 아이의 건강에 좋다는 결론을 도출해 냈고 워킹 맘들은 바쁜 직장생활속에서도 모유수유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비단 이 예뿐만이 아니다. 하루가 다르게 과학적 실험, 객관적 수치라는 말을 등에 업고 전날과는 다른 건강 상식들이 보급된다. 어제는 DHA 성분으로 두뇌발전에 좋다고 하던 참치가 오늘은 중금속 수치에 의해 피해야 할 음식이 된다.
현대인들이 과학이라는 이름 아래 맹신하며 복용하는 양약은 또 어떤가. 새로운 의약품이 나올 때마다 엄격한 FDA 승인을 받은 안전한 약이라며 광고하지만 이것은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가하지 않는다는 최소한의 수치를 의미할 뿐, 실제로 시간이 지날수록 실험실에서 발견되지 않은 수많은 부작용이 나타나 개발된 지 오래되지 않아 폐기되는 것이 신약의 운명이다.
만든 지 채 10년도 되지 않은 신약을 복용하고 있는 환자들은 자신의 몸으로 그 약이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 실험을 하는 격이다. 물론 이 약도 과학적 실험 수치상으로는 ‘안전’이 증명되었지만 말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접하는 ‘과학적 실험’과 ‘과학적 수치’의 실제 모습이다. 이는 과학적 실험 자체가 양을 평가하기는 쉽지만 질을 평가하기는 어렵고 전체를 고려하는 균형 잡힌 기준이 아니라 하나의 팩트(fact)만을 기준으로 잡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되는 결과이다. 조금이라도 합리적으로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과학적’이라고 불리는 정보의 허상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이제 진정한 의미의 과학적 지식의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과학적’이라는 말에 기대기 좋아하는 의학도, ‘과학적’이라는 말을 맹신하는 독자들도 낡은 뉴턴식 패러다임의 실험실 수치에서 벗어나 아인슈타인식 패러다임으로 대전환을 할 때가 되었다. 여기 실험실 과학이 만든 수치의 허상 아래 수없는 오해와 편견속에서도 묵묵히 우리의 곁을 지켜온 한의학으로 눈을 돌려보자. ‘비과학’이라는 오해를 받고 있는 한의학의 치료법인 침구(針灸)와 한약(韓藥)은 수천 년의 역사를 통해 실제 사람들의 몸으로 그 안전성이 검증되었다.
인위적으로 조건을 통제한 실험실의 반복된 실험과 한정된 인체 임상 실험으로 탄생한 신약과는 차원이 다른 안전성이다. 실험횟수가 결과의 타당성을 높인다면 수천 년의 임상결과를 통해 확립된 한의학 처방이야말로 지구상에서 가장 신뢰할 만한 안전한 과학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또한 한의학의 생리, 병리가 살아있는 유기체인 인간의 전체적인 균형과 건강의 질을 기준으로 삼아 발전해 왔다면 한 가지 기준으로 양만을 측정하는 실험실 과학보다는 진정 인간에게 더 적합한 살아있는 과학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목차
제 一 장 한의사는 한의학적 사고를 해야 한다
1 오래될수록 좋은 의학, 한의학
2 CT나 MRI가 없어도 명의가 될 수 있다
3 허준처럼 병명을 지어야 치법이 나온다
4 오장이 그 오장이 아니다
5 혈관과 신경을 아우르는 생기의 통로, 경락
6 한의사는 한의학적 사고를 해야 한다
7 병을 치료하는 것이 좋은 의학이다
제 二 장 한의학적 진단
- 속을 들여다보지 않아도 안다
1 진단 - 치료에 필요한 정보를 선별하라
2 망진(望診) - 보이는 것에 답이 있다
3 설진(舌診) - 중풍이 오기 전에 막는다
4 문진(問診) - 이것은 반드시 물어라
5 복진(腹診) - 장부가 보내는 신호
6 맥진(脈診) - 한의사를 한의사답게 하는 것
제 三 장 치료의 큰 그림을 그려라
1 허증이냐, 실증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2 한의학의 두 날개 - 침구(針灸)와 한약(韓藥)
3 치료의 선후를 정하라
4 환자의 마음에 치료의 열쇠가 있다
5 한의학은 병의 원인을 없애는 투병의학이다
제 四 장 한약에 대한 오해들
1 오염 한약재와 청정 한약재 사이
2 한약의 간독성,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3 한약에 대한 또 다른 오해들
제 五 장 내 몸에 정말 소중한 보약
1 만성피로 - 이럴 때는 보약을 먹자
2 무엇을 보할 것인가 - 남녀: 정(精)과 혈(血)
3 양인(陽人)과 음인(陰人), 무엇이 다를까
4 현명한 이는 소를 잃기 전에 외양간을 고친다
제 六 장 치료의 기본
- 근골격계를 잡아라
1 신천 침법 - 침의 장점만을 모아 모아
2 발목환자를 고쳐야 환자의 마음을 얻는다
3 요통과 요부강직
4 요각통 - 수술 없이 디스크를 치료한다
5 슬관절염 - 무릎의 두 대들보를 지켜라
제 七 장 필구어본(必求於本)
- 병의 근본을 치료한다.
1 병의 근본을 자연의 이치로 치료한다
2 불면증 - 자연의 리듬을 잊어버린 밤
3 위장의 담음이 정신과 환자를 만든다
4 피부병 - 해변으로 밀려온 쓰레기
5 구안와사(口眼臥斜) - 얼굴이 앓는 감기
제 八 장 부인과
- 나는 삼신 할배
1 불임치료 - 아이를 낳고 싶어요
2 산후풍과 산후우울증 - 똑소리 나는 산후조리
3 경전통과 경시통 - 생리통은 병이다
제 九 장 소아
- 아이는 자라느라 피곤하다
1 발열이 병의 시작이다
2 소아보약 - 허약아 건강클리닉
3 소아성장 - 투자한 만큼 키 크는 아이들
제 十 장 한의학은 나의 운명
- 사람 고치는 달인이 되기까지
1 도전 정신을 키워준 형벌
2 전쟁과 같은 한의대 적응기
3 비로소 의인(醫人)의 꿈을 꾸다
4 진정한 임상의로 거듭나다
제 十一 장 후배들과의 대화
1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
2 실습 후기
(신천 백동진 박사의 질병의 해답을 한의학에서 찾아라 저자 백동진|군자출판사 |20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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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 사회는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 인간과 자연에 대한 존중, 공동체의 가치와 철학을 잃어버린 탓에 내 몸과 마음, 우리 주변이 심각하게 병들어 가고 있다. 죽어가던 인문학이 반짝 재조명을 받게 된 것도 병든 사회의 원인을 찾고, 사회가 줄 수 없는 위안을 얻기 위한 것일 터. 그 틈새에서 다양한 동·서양의 철학과 인문학 지식, 그리고 성공 커리어로 무장한 이들이 소위 멘토라고 불리며 ‘힐링(치유) 전도사’를 자처하고 있다.
하지만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는 치유 활동과는 달리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근본적인 치유는 여전히 요원한 상태다. 화려한 수식과 번지르르한 허울만 가득한 치유 활동은 사람들의 아픔을 공감하지 못하고, 상대방의 삶과 마음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 채 일방적이고 일회적인 공감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진심어린 소통을 통해 깊고 어두운 상처를 꺼내 나누는 대신 그 상처를 이겨내야 한다는 원론적인 언사만이 강압적으로 되풀이되고 있다. 여전히 우리의 마음이 아프고 고통이 나아지지 않는 이유다.
자유롭고 안락한 삶을 꿈꾸지만 그 정도의 평범함마저 위협 받고 있는 지금 상황은 곧 인문(人文)이 사라진 인문학의 위기나 다름없다. 이제는 사람의 영혼과 삶의 아픔을 공감하고 돌보는 ‘진정한’ 인문이 필요한 시점이다.
....병자를 고쳐 돈 버는 데에만 눈이 먼 주류 의학, 주류 한의학과는 달리 인문한의학은 한사상에 바탕한 상담과 침, 한약 등의 한의학 처방을 통해 환자의 육체적 병은 물론 정신적 아픔까지도 어루만져 개인의 치료가 곧 사회의 치료로까지 이어지게 확장하는 것이다. 그 출발점은 서로의 모든 아픔을 보듬어 품는 ‘생명연대’다.
인문한의학의 근간을 이루는 한사상은 일상의 사소한 감각이 경험과 실용의 참된 삶으로 연결되는 한국 고유의 사상으로, 원효의 화쟁(和諍)사상으로부터 시작되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원효는 ‘한’이 모순이 공존하는 세계의 구성 원리를 압축하는 단어라고 설명했고,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하며 이를 ‘한’이라는 단어로 표현했다.(인문과 한의학, 치료로 만나다 원효사상으로 어루만지는 이 시대의 아픔 저자 강용원|미래를소유한사람들 |20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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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잃으면 조금 잃는 것이요, 명예를 잃으면 많이 잃는 것이며, 건강을 잃으면 전부를 잃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장 큰 관심사인 것이다. 그런데 요즈음 매스미디어를 통해 접하게 되는 건강 관련 정보들은 대부분 서양의학에 치우쳐 있다. 서양의학은 ‘환자의 치유’보다는 ‘질병의 치료’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음양오행’이라는 우주 대자연의 섭리에 바탕한 한의학에 눈을 뜨면 ‘소우주(小宇宙)’인 우리 인체의 원리를 바로 알고 뒤늦게 병원신세 지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이미 병든 이후에 치료하는 ‘의학(醫學)’은 ‘껍데기[粗略]’에 불과하고,
아직 병들기 이전에 치료하는 ‘수도(修道)’야말로 ‘정수(精髓)’이다
지난 20세기가 기술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인문과 기술이 융합되는 시대이다. 기술만 옹호한 나머지 정작 중요한 인간이 소외되어버리는 현상 때문에 최근 인문, 즉 인본주의의 가치가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의학에도 적극 반영되고 있는데, ‘분석적 기계주의’에 입각한 서양의학과 달리 한의학은 ‘종합적 인본주의’를 바탕으로 한다. 즉, 한의학은 인체를 몸과 마음, 정신과 육체가 합일된 이른바 ‘소우주’로 간주한다. 밖으로는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지향하고 안으로는 신체 모든 부분의 균형을 모색함으로써 전인적 건강체로서의 인간을 희구하는 것이다. 이 점이 바로 과학문명의 그릇된 여파가 날이 갈수록 크게 다가오는 현 시대에 한의학이 더욱 각광받는 이유이다. 따라서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증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대자연의 섭리에 바탕한 ‘소우주’의 근본 원리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그대로 실천에 옮기는 것이다. 단순히 건강에 이롭다는 몇몇 식품들을 섭취하는 수준을 넘어서야 하기 때문이다.
서문
1. 머리카락-모발(毛髮) - 머리카락은 빗질을 자주 하는 게 좋다
2. 머리-머리(頭) - 사람의 머리는 하늘의 계곡에 비유되며 정신을 간직한다
3. 머리-정신(神) - 신(神)은 몸의 주체이다
4. 머리-꿈(夢) - 혼백의 작용으로 꿈을 꾼다
5. 머리-두통(頭痛) - 머리가 차가워서 생기는 두통은 없다
6. 머리-어지러움(眩暈) - 허약하지 않으면 어지러움이 나타나지 않는다
7. 머리-중풍(中風) - 바깥으로 드러나는 형체만 무성하면, 사람 몸을 유지시켜 주는 진기(眞氣)는 쇠약해진다
8. 얼굴-명당(明堂) - 환자를 보기만 하고서도 병증을 파악하는 최고의 의사를 신의(神醫)라고 한다
9. 얼굴-안색(顔色) - 병을 파악하는 다섯 가지 색깔은 오직 얼굴에서 결정된다
10. 얼굴-이마(額) - 이마는 하늘 정원이다
11. 얼굴-땀구멍(玄府) - 땀은 현부(玄府)를 적셔준다
12. 눈-눈(目) - 눈은 오장육부의 정(精)이 모여 형성된 것이다
13. 눈-눈의 질환 - 눈병은 화열(火熱)에 의해 발생한다
14. 귀-귀(耳) - 맑은 양(陽)은 팔·다리를 채우고 탁한 음(陰)은 오장으로 주입된다
15. 귀-총명(聰明) - 귀와 눈은 양기(陽氣)를 받아들임으로써 총명해진다
16. 귀-이명(耳鳴) - 귀울림은 귀머거리의 전조이다
17. 코-코(鼻) - 입과 코는 암수작용을 하는 문호이다
18. 코-코의 질환 - 코는 폐의 구멍이다
19. 입과 혀-입과 혀(口舌) - 입의 침은 혀를 적셔준다
20. 입과 혀-입과 혀의 질환 - 침 뱉는 습관을 버려라
21. 치아-치아(齒牙) - 치아는 뼈의 잉여 부분이다
22. 치아-치아의 질환 - 잇몸이 드러나 치아가 흔들리는 것은 신(腎)의 원기가 허약하기 때문이다
23. 치아-치아의 양생(齒牙養生) - 몸의 양생에 입과 치아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24. 목-목(頸項) - 목의 풍부혈(風府穴)은 잘 보호해야 한다
25. 목-편도(扁桃) - 인후에 생기는 질병은 모두 화열(火熱)의 범주에 속한다
26. 목-호혹(狐惑) 및 매핵기(梅核氣) - 질병을 치료하고자 하면 먼저 그 마음부터 다스려야 한다
27. 목-목소리(聲音) - 목소리는 신(腎)으로부터 나온다
28. 목-언어(言語) - 말을 적게 해서 내부의 기운을 기르도록 하라
29. 등-척추(脊椎) - 등에는 삼관(三關)이 있어 정기(精氣)가 오르내리는 도로가 된다
30. 등-단전(丹田) - 도(道)로써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야말로 병을 치료하는 최고의 방법이다
31. 등-남녀(男女) - 남자와 여자는 음양(陰陽)과 기혈(氣血)처럼 상호 보완적이다
32. 등-배통(背痛) - 등이 결리거나 아픈 것은 심신의 과로 탓이다
33. 가슴-흉곽(胸廓) - 가슴을 흉격(胸膈)이라 부르는 데에는 합당한 의미가 있다
34. 젖가슴-유방(乳房) - 남자의 신(腎)과 여자의 젖가슴(乳)은 생명의 근본이다
35. 젖가슴-유방의 질환 - 젖먹이가 없으면 마땅히 젖을 삭여야 한다
36. 심장-심(心) - 심장은 임금의 기관이며, 인체의 생명활동을 총괄한다
37. 심장-심통(心痛) - 진심통(眞心痛)은 아침에 발작하면 저녁에 죽고, 저녁에 발작하면 다음 날 아침에 죽는다
38. 폐장-폐(肺) - 폐장은 재상(宰相) 같은 기관이며, 다스리고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39. 폐장-기침(咳嗽) - 해수(咳嗽)는 폐의 병증이지만 오장육부 모두와 연관된다
40. 폐장-천식(喘息) - 숨결이 가쁜 것이 천식(喘息)이다
41. 배-해역(咳逆) - 딸꾹질(咳逆)은 기(氣)가 아래에서부터 위로 치받쳐 올라 나는 소리이다
42. 배꼽-배꼽(臍) - 배꼽은 마땅히 따뜻하게 해야 한다
43. 비장-비(脾) - 비위(脾胃)는 곡식 창고와 같은 장부이며, 산고감신함(酸苦甘辛鹹)의 다섯 가지 맛(五味)이 나오는 곳이다
44. 비장-오미(五味) - 매운맛과 단맛은 발산시키는 작용을 해서 양(陽)에 속하고, 신맛과 쓴맛은 토하게 하고 설사시키는 작용을 해서 음(陰)에 속한다
45. 비장-설사(泄瀉) - 비(脾)는 맑은 기운을 위로 올리고, 위(胃)는 탁한 찌꺼기를 아래로 내린다
46. 간장-간(肝) - 간장은 장군(將軍) 같은 기관이며, 모려(謀慮)를 담당한다
47. 간장-주상(酒傷) - 술은 모든 약의 으뜸이다
48. 신장-신(腎) - 신장은 굳세게 만드는 작강(作强)의 기관이며, 기교(伎巧)가 이로부터 나온다
49. 신장-부종(浮腫) - 기(氣)가 울체(鬱滯)된 병증은 흔히 부종을 동반한다
50. 허리-요통(腰痛) - 요통은 모두 신허(腎虛)에 속한다
51. 자궁-월경(月經) - 여성의 병을 치료할 때에는 마땅히 월경부터 다스려야 한다
52. 소아-소아(小兒) - 아이 기르는 열 가지 비법
53. 전음(前陰)-음위(陰?) - 음위(陰?)는 체내의 기운을 너무 과도하게 소모시켜서 간근(肝筋)이 손상된 까닭이다
54. 전음(前陰)-소변(小便) - 방광이 순조롭게 통하지 않으면 융(?)이 되고, 잘 약속(約束)하지 못하면 유뇨(遺尿)가 된다
55. 후음(後陰)-변비(便秘) - 인체 내에 진액이 충분해야 대변을 정상적으로 볼 수 있다
56. 수족(手足)-사지(四肢) - 팔·다리는 인체 모든 생명활동의 근본이다
57. 기육(肌肉)-비만(肥滿) - 비만한 사람은 중풍에 걸리는 경우가 많다
58. 피부-피부병(皮膚病) - 기혈이 조화되어 기육(肌肉)이 윤택해지면 가려움증은 저절로 낫는다
59. 체질-체질(體質) - 가장 좋은 약은 현명함을 사랑하고 선(善)한 행동을 즐겁게 하는 것이다
60. 의학-동서의학(東西醫學) - 이미 병든 이후에 치료하는 의학(醫學)은 껍데기(粗略)에 불과하고, 아직 병들기 이전에 치료하는 수도(修道)야말로 정수(精髓)이다
책속으로
많은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한약은 간에 해롭다”는 이야기의 진실을 밝혀보자. 아니, 성급하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말은 한마디로 넌센스다. 만약 한약이 간에 해롭다면, 우리들 모두는 오늘부터 당장 굶어 죽어야만 하니까……. 왜냐하면 귀에 익은 인삼(人蔘) ? 녹용(鹿茸) ? 감초(甘草) 등만이 한약이 아니라, 매일같이 식탁에 올라오는 쌀 ? 보리 ? 콩 ? 밀 등의 곡물류, 배추 ? 무 ? 오이 ? 시금치 등의 채소류, 쇠고기 ? 닭고기 ? 돼지고기 ? 개고기 등의 육류, 조기 ? 명태 ? 갈치 ? 고등어 등의 생선류, 간장 ? 된장 ? 고추장 및 파 ? 마늘 ? 소금 ? 후추 등의 양념류 등등 일용하는 모든 양식이 죄다 한약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들을 도통 먹지 못한다면 아사(餓死) 말고 다른 도리가 없을 수밖에……. 다이어트 셈 치고 물과 과일만 먹겠다고? 아서라! 철따라 나는 딸기 ? 참외 ? 수박 ? 사과 등의 온갖 과일도 역시 한약이고, 저절로 두 손 모아지는 정화수(井華水)부터 찌뿌둥할 때 몸을 담그고픈 온천수(溫泉水)까지 갖가지 물 또한 한약인데?
『동의보감』에서 한약에 대한 내용만을 모아 따로 수록해 놓은 부분, 한의학 전문용어로 ‘탕액편(湯液篇)’은 모두 열다섯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소위 ‘한약’이라고 부르는 대자연의 각종 천연물을 특성별로 분류해 수부(水部), 곡부(穀部), 어부(魚部), 과부(果部), 채부(菜部), 초부(草部) 등으로 구성해 놓은 것이다. 그리고 당연히 정화수 ? 온천수는 수부에, 쌀 ? 보리는 곡부에, 조기 ? 명태는 어부에, 수박 ? 사과는 과부에, 배추 ? 무는 채부에, 인삼 ? 감초는 초부에 실려 있다. 우리가 끼니때마다 거르지 않고 먹고 마시는 모든 게 한약인 것이다. 어떤가? 이런데도 한약이 간에 해롭겠는가? 일상적으로 섭취하는 게 전부 한약일 뿐더러, “음식이 곧 약이다”는 말, ‘의식동원(醫食同源)’?‘약식동원(藥食同源)’의 분명한 증거이지 않은가?
― 46. 간장-간(肝) 380~381
우리는 추운 곳을 연상할 때 흔히 시베리아나 개마고원을 떠올린다. 두 지역이야말로 북방(北方)의 대명사이기 때문이다. (……) 인체에서의 머리 또한 마찬가지이다. 신체의 북쪽에 자리 잡은 머리 역시 북방이라는 위치에 걸맞게 차가운 기운을 지녀야 되는 것이다. 만약 시쳇말로 “열 받는” 일이 계속되면, 그래서 머리가 정상 온도를 벗어나 필요 이상으로 뜨거워지면 두통(頭痛)은 어김없이 찾아들게 마련이다. 북극 지방은 추워야 정상이고 적도(赤道) 지방은 더워야 정상이듯, 소우주인 인체 역시 북방의 머리는 차가워야 되고 남방의 배는 따뜻해야 되는 법이니, 이를 일러 한의학에서는 “두무냉통 복무열통(頭無冷痛 腹無熱痛)”이라고 한다. 머리가 아플 때는 일단 찬 수건을 이마에 얹어 놓는 것도, 한의학에서 두통을 치료할 때 차가운 성질을 가진 약물을 빈용(頻用)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 5. 머리-두통(頭痛) 49~50
수백 수천 년의 역사를 지닌 한 ? 양방 각각의 의학을 단 몇 문장으로 요약해서 파악하기란 절대 불가능하다. 그러나 인체라는 연구대상을 바라보는 한의학과 서양의학의 관점, 그리고 그에 따른 장단점과 한계 등은 충분히 이해했을 것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똑같이 인체를 대상으로 삼으면서도 동과 서의 두 의학 사이에는 이토록 큰 시각차가 존재한다. ‘분석적 기계주의’에 입각한 서양의학과 ‘종합적 인본주의’에 바탕한 한의학! ‘질병을 치료’하는 서양의학과 ‘병자(病者)를 치유’하는 한의학! ‘수렵’과 유사한 서양의학과 ‘농경’과 비슷한 한의학! ‘질병의 유무’에 천착하는 서양의학과 ‘건강의 여부’에 집중하는 한의학! “네 탓이오”를 외치는 서양의학과 “내 탓이오”로 돌리는 한의학! 자연을 ‘극복’하려는 서양의학과 자연에 ‘순응’하자는 한의학!
이렇게 인체에 대한 한.양방 두 의학의 관점-인체관 ? 질병관 ? 의학관-이 다르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또 인정하면, 이후부터는 만사형통이다. 환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건강 상태에 따라 각 의학의 특장점이 발휘되는 쪽을 선택하면 되고, 의료인 입장에서는 그들 의학이 지닌 장점은 더욱 신장시키고 단점은 더욱 보완시키면 되기 때문이다. 의학 본연의 목표와 존재 가치는 한.양방 가리지 않고 인간을 병고로부터 해방시키고 건강을 가일층 증진시키는 데 있지 않은가? ― 60. 의학-동서의학(東西醫學) 503
(몸, 한의학으로 다시 태어나다 저자 안세영, 조정래|와이겔리 |2010.05)
Don't Throw Your Love Away (Searchers)(19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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