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는 아프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코끼리에 대한 친밀한 관찰 저자 G. A. 브래드쇼|역자 구계원|현암사 |2011.05
원제 Elephants on the edge : what animals teach us about humanity
저자 G. A. 브래드쇼는 생태학과 심리학 박사 학위를 보유했다. 케룰로스 센터의 이사이자 이종 연구소TRANS-SPECIES INSTITUTE의 공동창립자 겸 소장이다. 그녀는 다양한 언론 매체를 통해 여러 차례 코끼리 및 다른 동물의 심리에 대한 논의를 한 바 있다. 제인 구달과 다이앤 포시의 뒤를 잇는 또 한 명의 저명한 동물 트라우마 전문가, G. A. 브래드쇼는 코끼리의 심리에 대한 독특한 관점을 제시하며 인간의 고유성 그리고 동물 처우에 관한 새로운 개념 정립이 필요하다고 호소한다. 인도, 아프리카,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테네시에 이르는 광범위하고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고 신경과학·심리학·동물행동학 등에 대한 연구를 활용하여 코끼리의 마음, 감정 그리고 삶을 탐구하고 있다.
목차
추천의 글 _캘빈 루서 마틴
프롤로그: 우리는 코끼리다
제1장 코끼리는 ‘누구’인가
자아인식은 인간만의 영역일까?
자아인식 테스트를 받은 코끼리
인간과 동물의 뇌구조적 유사성
자아의식의 4가지 특징
첫 번째 및 두 번째 특징: 행위감과 행위감의 일관성
세 번째 특징: 감정 표현
네 번째 특징: 자아의 연속성
코끼리의 마음과 행동을 탐색하다
제2장 유전자와 환경
코끼리에 대한 신경과학과 심리학 연구
애착이론과 코끼리
인간의 손에 자란 동물들의 비극
침팬지 빌리 조
종을 초월한 사랑
제3장 코끼리의 트라우마
본성을 거스르는 코끼리의 이상행동
코끼리답지 않은 행동의 원인
과장된 코끼리의 분노
어린 코끼리에게 남겨진 트라우마
트라우마의 관계적 속성
제4장 인간의 폭력 그리고 코끼리의 폭력
밀렵 그리고 생존자 코끼리
식민시대의 시작, 코끼리 문화의 붕괴
우간다의 식민지화와 아촐리 족의 운명
우간다 지역 코끼리 가족의 위기
아시아에서 더 이상 존경받는 코끼리는 없다
문화적 트라우마의 생명력
제5장 나쁜 코끼리들
인간이 조장한 코끼리의 폭력성
아프리카의 코끼리 도태작업
야생동물보호구역에서 나타난 코끼리의 이상행동
수코끼리들이 이상행동을 보이는 이유
코끼리,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판정을 받다
플로리다 살인사건의 전말
‘아버지의 부재’ 그리고 사회의 붕괴
제6장 상담 의자에 앉은 코끼리
감금된 코끼리에 대한 복지 문제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감금된 코끼리들
위험한 동물원
정신과 전문의들이 본 제니
동물 감금에 대한 사고의 전환
제7장 냄비의 슬픔
트라우마의 회복에는 분명한 시작도 끝도 없다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치유
코끼리의 눈으로 그들의 고통 바라보기
제8장 용서의 생물학
용서란 무엇일까
코끼리의 용서
양육문화와 친사회적 행동의 관계
대프니 여사의 아기코끼리 기르기
이유 있는 코끼리의 복수
제9장 나는 코끼리인가
동물을 감금하는 것은 과연 정당한가
보호구역의 코끼리들
코끼리의 재활을 위해서
코끼리 일반 공개 금지
코끼리에 귀 기울이기
플로라 이야기
영원히 아동기에 갇혀버린 공연 동물
과거를 극복해낸 용감한 델리
제10장 상처 받은 영혼의 치유
마법 같은 손동작 ‘T터치’
마음과 몸을 치유하는 위로의 붕대
심리를 반영하는 몸
몸을 통한 의사소통
제11장 영혼은 어디로 향하는가
메둔다멜리 학대 사건
동물의 감금과 인간의 이중성
동물원과 포로수용소
동물의 고통을 파는 동물원
줄에 묶여 거리를 걷는 코끼리들
악을 평범하게 만드는 현실왜곡
제12장 숫자 그 너머에
이제 생각을 실천할 때
또다시 시작된 도태작업
코끼리 정책의 헛점 및 모순
평가서의 과학적 프레임 오류들
코끼리의 경제가치
문화 및 정치적 문제
과학자들의 ‘가혹한 선택’
새로운 출발
에필로그: 퀼트 만들기
부록1 위기에 처한 코끼리를 돕기 위해 할 수 있는 일 10가지
부록2 이 책에 쓰인 용어와 자료 소개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미주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5월에는 많은 사람들이 동물원을 찾는다.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서 ‘동물’에게 먹이를 건네주는 체험은 ‘인간’의 고유한 권리처럼 원체험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가둔 인간과 갇힌 동물의 처지가 극명하게 경험되는 동물원이 아니더라도 <동물의 왕국>류의 다큐멘터리를 즐겨 보면서 동물의 욕망과 심리, 그 상처를 궁금해한 적이 있지 않은가? 왜 저 호랑이는, 개는, 수달은 저리 행동할까? 이번엔 코끼리다. 때로는 말없는 현자처럼, 때로는 속깊은 친구처럼 가장 비폭력적인 이미지가 연상되는 코끼리의 겉보기와 속마음은 어찌 다를까?
한 코끼리가 초원에서 코뿔소 100여 마리를 상아로 들이받아 죽였다. 처음에는 아무도 믿지 않았지만, 코끼리가 코뿔소를 죽이는 장면이 종종 목격되었다. 반복적으로 몸을 흔들고, 끊임없이 씹는 동작을 하며, 발이 짓무를 때까지 벽을 발로 차기도 하고 머리를 쿵쿵 들이받는 코끼리. 동료를 해치는 과도한 공격성과 우울증, 식이장애에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자해를 하는 코끼리. 아기코끼리를 물에 빠트려 살해하는 어미 코끼리. 이러한 증상들은 감금된 코끼리들이 보이는 주된 증상으로 ‘그들’은 정신과 의사들에게 만장일치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판정을 받았다. 말 못하는 저 코끼리는 몹시 아프고 슬프다고 외치고 있는 것이다!
코끼리는 ‘누구’인가? 코끼리를 구경하는 인간은 ‘무엇’인가?
올매그: 매우 복잡한 성격이며 예민하고 상처를 잘 받는다.
아조크: 유머 감각이 있는 장난꾸러기에 자랑하기를 좋아하며 모험심이 뛰어나다.
디카: 아마도 가장 상냥한 성격일 것이다. 매우 다정하고 민감하며 근본적으로 부드러운 성격이지만 마음속에는 굳은 의지가 있는 것 같다.
에도: 비교적 수줍음을 잘 타는 외톨이.
리산주: 어린 코끼리들을 사랑하고 잘 보살피며 책임감이 있고 나이에 비해서 성숙한 편이다.
위는 데이비드 셀드릭 야생동물보호협회에 맡겨진 고아 코끼리들의 성격을 관찰한 것이다. 코끼리들은 제각기 독특하고 고유한 개성을 가지고 있는 동시에 지극히 코끼리다운, 즉 관계를 중심으로 가족과 동료와 큰 영향을 주고받는 사회적 동물의 특징을 갖고 있다. 이처럼 코끼리사회는 가족의 가치를 중시하며 결속되어 있다. 집단 구성원들은 구불구불한 긴 코로 수시로 애정을 담아 서로 안부를 살피고 깊은 유대감을 확인한다.
오직 인간만이 생각하고 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고정관념을 깨면 우리는 코끼리의 ‘입장’이 어떨지 상상할 수 있다. 우리가 누구인지, 코끼리는 어떤 존재인지, 무엇이 각각의 종을 특별하게 만드는지 신경과학과 심리학을 깊숙이 파고들면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코끼리에 대해서 조금은 더 알게 될 것이다.
제인 구달의 계보를 잇는 미국의 세계적인 동물행동학자이자 심리학자인 G. A. 브래드쇼는 코끼리가 어떤 경험을 해왔는지, 현재 어떤 일을 겪고 있는지에 대해 ‘커다랗고 신비한 초식동물’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생활하고, 기술한다. 그의 섬세한 연구에 따르면 신경과학 이론을 통해, 개별 코끼리의 행동 관찰을 통해 우리는 코끼리의 역동하는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다. 브래드쇼는 “코끼리의 이야기는 우리의 과거이며 동시에 안타깝게도 우리의 미래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또 더 이상 자연에 대한 탐구는 ‘인간은 얼마나 다른가’의 명제를 중심으로 진행되지 않는다고 소리 높인다. 오히려 자연에 대한 연구를 통해 인간이 다른 종과 얼마나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지를 깨닫고 감탄하게 한다는 것이다.
결국 인간이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가는 우리가 바라보는 거울뿐 아니라 올매그, 아조크, 디카 같은 코끼리의 얼굴에도 반영된다. “코끼리는 곧 우리이고, 우리는 코끼리”이기에. 『코끼리는 아프다』(원제: Elephants on the Edge: What Animals Teach Us about Humanity)는 원서의 부제가 말하듯이 동물이 인간성(휴머니티)에 대해 가르쳐주는 것들을 성찰하게끔 만드는 내밀한 관찰기이다.
코끼리의 트라우마, 그리고 가장 코끼리다운 방식으로 코끼리 구하기
“(코끼리의) 자해행위와 이식증을 고려할 때 정신분열장애로 판단할 수 있는 특징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러나 분열증세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특징임에도 환자의 트라우마 병력을 고려할 때 이 진단이 꼭 들어맞는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이런 증상을 보이는 환자에 대한 가장 적합한 진단은 ‘마음이 완전히 부서졌다’ 또는 ‘산산조각났다’일지 모릅니다.”
과천 어린이 대공원 코끼리
이 책은 인간에 의해 갇히고 다치고 길들여지고 전시되는 ‘우리 곁의 코끼리’에 대한 보고서이다. 여러 야생동물보호협회는 서커스, 동물원 등에서 죽기 직전까지 몰린 아기코끼리들을 구조하여 건강한 청년 코끼리로 키워내 야생의 코끼리 가족에게 합류하도록 돕는다. 아기코끼리들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마음과 신체에 심각한 충격을 받은 상태로 찾아온다. 보살핌을 받은 이들은 인간이 가족에게 한 잔인한 사건들을 용서하고 자신을 돌봐준 사람들을 또 다른 가족으로 받아들인다. 어른이 된 고아코끼리가 새끼들을 데리고 어린 시절 함께 지낸 인간 가족을 종종 방문하는 일은 드물지 않다고 한다.
협회에서 구한 고아 코끼리들은 과거의 상처를 극복하고 건강하게 코끼리사회에 합류하게 된다. 하지만 도움을 받지 못하는 수많은 코끼리들은 어미와 가족의 상실 등의 트라우마를 되씹으며 고통받는다. 조련사를 죽이고 관객을 공격하고 동료에게 코로 채찍질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관련이 있는 심각한 공격성을 나타낸다. 모든 것을 기억하지만 끝내는 인간을 용서하는 너그러운 동물 코끼리, 이는 천성적으로 친사회적인 동물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인간이 야기한 코끼리 사회의 파괴와 생존에 대한 지속적인 위협은 코끼리들에게 살아남기 위해 더 공격적으로 더 난폭하게 변하도록 떠민다. 브래드쇼는 인간이 코끼리들이 만드는 사회와 문화를 인정하고 몸과 마음이 병든 코끼리들을 가장 코끼리다운 방식으로 고통을 딛고 일어서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가장 코끼리다운 방식은 바로 가장 인간적인 방법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어떻게 가능할까?
코끼리에 대한 모든 것, 코끼리와 인간, 인간과 인간의 관계 새로 맺기
“고아 코끼리들은 어미, 때로는 가족 전체가 인간의 손에 힘없이 쓰러져가던 모습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따라서 인간을 죽이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 찬 채 야생동물보호협회에 도착하지만 결국 야생에서 인간을 보호해준다. 인간이라는 가족을 위해 물소와 정면으로 맞붙고 막아주는 것이다. 코끼리는 자신에게 일어난 일은 절대로 잊지 않는데, 이 점을 고려할 때 코끼리는 놀라울 정도로 너그러운 동물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위기에 처한 코끼리를 왜, 어떻게 도와야 하는가 10계명을 제시하는 브래드쇼의 목소리는 그 친밀성만큼이나 설득력 있고 사려 깊다. 더 나아가 브래드쇼는 코끼리의 신경쇠약이 왜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할까 묻는다. 인간이 코끼리의 코끼리성을 외면한 것은 ‘인간의 특별한 위상’을 흔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그리고 그로 인해 동물들의 감정을 외면하고 억눌러 왔다.
하지만 인간이 집단 전체를 말살하는 등 잔인하게 학대한 코끼리가 끊임없이 보여주는 용서와 사랑의 손짓은 우리의 행동을 돌아보게 하고, 학대를 자행하는 인간의 상처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결국 우리가 입힌 코끼리의 상처를 치유할 방법을 찾는 과정은 우리 인간의 문제를 발견하고 더듬어 가는 길이 된다. 인간의 심리학을 넘어 코끼리의 내면을 바라보면서 인간과 코끼리, 인간과 인간은 관계를 다시 살피고 새로 쌓게 될 것이다. 브래드쇼는 말한다. “이제는 코끼리가 인간의 정체성과 의지에 의문을 제기해야 할 때이다.”
『코끼리는 아프다』에서 인간에 의해 극한의 생존에 내몰린 코끼리의 다양한 외상과 그 내면을 들여다보고 그들의 상처를 보듬고 치유책을 찾는 브래드쇼는 기술과 수치를 넘어 코끼리의 영혼에 대한 연민과 교감을 주창한다. 그 과정이 인간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시도가 될 것이라 깨치는 이 책은 인간의 아픔까지 어루만지는 그야말로 인간적인 동물 에세이이다.
코끼리, 구속적부심을 신청하다
거울을 들여다보면 앳된 소년도 혈기왕성한 청년도 간데없고 머리가 허연 중년 사내만 남았다. 얼굴 곳곳에는 검버섯마저 피었다. 인생은 창가를 휙 스쳐 지나가는 백마와 같다고 했던가. 새삼 세월이 빠르다는 걸 절감한다. 스스로를 돌아보며 상념에 젖을 수밖에 없다.
아주 오랫동안 인간은, 거울을 바라보며 스스로를 살피는 존재는 지구상에 자기 말고는 없는 줄로만 알았다. 거울은 상상력을 자극해 신화와 전설, 동화의 소재가 되었다. 인간은 스스로를 완전한 독립체(자아)로서 의식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존재라는 데 무한한 자부심을 느꼈다. 특히 유일신을 받드는, 그 유일신이 자기와 똑 닮은 모습으로 인간을 창조했다고 믿는 서양이 세계사를 주도하면서 그런 생각이 보편 가치인 것처럼 굳어졌다. 이런 인간 독존의 사고는 법과 제도, 식습관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분야를 규정했다. 인간을 자연으로부터 분리하는 결과를 빚고 말았다.
물론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도 있었다. 고대 인도철학은 사람이나 원숭이나 개미나 그저 똑같은 우주의 한 그물코라고 생각했다. 아메리카 인디언은 늑대나 들소, 곰도 모두 자체 언어·관습·법칙·영토를 가진 다른 부족으로 대접했다. 과학은 현대사회를 지탱하는 인간 중심의 사고가 오히려 진실과 거리가 멀다는 점을 일깨운다. 절대적 가치가 아니라 역사상 무수하게 등장해 유행하다 힘을 잃은 사조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말해준다.
ⓒ한성원
과학자들은 동물에게도 자아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여러 가지 실험을 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게 1970년 미국의 심리학자 고든 갤럽이 침팬지 4마리를 대상으로 실시한 거울 실험이었다. 이 실험은 사회적 반응, 조사 행동, 자기 탐색, 표시 테스트 등 네 가지 단계를 거친다. 지금까지 침팬지, 오랑우탄, 코끼리, 까치, 돌고래, 그리고 일부 앵무새 부류가 테스트를 통과해 스스로를 기타 등등과 구별할 줄 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이 테스트에 대한 비판론이 없는 건 아니지만 과학자 다수는 이 테스트로 적어도 일부 동물에게는 자아가 있다는 게 밝혀졌다는 편에 서게 됐다.
미국의 브롱크스 동물원에 있는 중년 암코끼리 해피는 바로 이 거울 테스트계의 저명인사이다. 해피는 1971년 타이의 밀림에서 생포된 새끼 코끼리 7마리 중 한 마리이다. 숲에서 가족과 함께 살던 해피는 느닷없이 가족과 생이별하고 미국으로 실려와 여기저기 전전하다 브롱크스 동물원에서 뿌리를 내렸다. 그녀는 이 동물원에서 코끼리 쇼를 하며 지냈는데 수컷과 함께하거나 새끼를 낳은 적이 없다. 암컷 파트너 두 마리를 사고와 병으로 잃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 2005년 그녀는 거울 테스트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였다. 3단계를 순식간에 뛰어넘고 눈썹 위에 십자가 표시를 한 네 번째 단계도 가볍게 통과하는 능력을 보였다. 우리가 굳이 거울을 보지 않고도 거기 비친 상이 자기라는 걸 금세 알듯이 해피도 그와 매우 흡사한 반응을 보여 과학자들을 놀라게 했다.
동물에게도 팔자가 있는지 해피는 다시 유명해지게 되었다. 지난해 12월14일 미국 뉴욕 주 법원은 매우 이례적인 구속적부심 요청에 대한 심사를 진행했다. 동물보호계의 저명인사인 스티븐 와이즈 변호사가 해피를 대신해 신청한 것이었다. 지적이며 자아가 뚜렷한 해피는 법의 보호를 받아 감금 상태에서 풀려날 자격이 충분하다고 그는 주장했다. 구속적부심 제도는 영미법의 오래된 원칙으로 야만적인 구금에 대항할 수 있는 법적 보호장치이다.
지금까지 미국과 유럽의 법원은 동물에 대한 구속적부심을 계속 각하해왔다. 그러나 2015년 역시 스티븐 와이즈 변호사가 신청한 세 마리 침팬지에 대한 구속적부심 요청에 판사 한 명이 주목할 의견을 남겼다. 그는 주요 논점이 틀렸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법적 의무를 이행하고 자기 행동을 책임질 능력이 부족하다는 데 초점을 뒀지만, 그렇다면 어린아이나 혼수상태인 어른도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얘기냐는 것이다. 그는 아무도 어린아이를 대신해 구속적부심을 신청하는 걸 이상하게 여기지 않지 않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해피도 법원에서 보수적 판단을 할 게 거의 틀림없지만, 견고한 벽에 균열이 생기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지금까지 활동가들은 주로 동물보호법에 의지해 동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2018년 12월 미국 캘리포니아 주 유권자는 농장에서 사육하는 가축에게 최소한의 공간을 보장하는 안을 주민투표로 통과시켰다. 10년 동안 유럽연합, 인도, 콜롬비아, 타이완, 브라질의 7개 주, 캘리포니아가 화장품 업계의 동물실험을 금지했다. 미국 농무부는 시민단체가 멸종위기종보호협약을 위반했다고 제기한 소송에서 패소한 아이오와 주 사설 동물원의 면허를 취소했다.
동물 애호 활동가들은 전 세계 곳곳에서 크고 작은 승리를 거뒀지만 그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인지 동물학은 인간만 배타적으로 지녔다고 생각한 자아의식, 감성, 지성 등을 다른 종도 가졌다는 걸 확인했다. 이런 업적을 토대로 인간의 의식에도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150년 전 찰스 다윈이 <종의 기원>에서 예견했듯 인간의 심리와 동물의 행동을 아우르는 ‘종을 초월한 과학’이라는 신세계가 열렸다. 하지만 법만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동물 보호 활동가들은 특히 대형 유인원이나 코끼리처럼 자아·지각·감성이 있는 동물은 동물보호법이 아니라 보통법에 의해 보호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판사가 과학적 발견, 인간의 경험, 윤리적 기준의 변화에 발맞춰 판례를 남길 의무가 있다고 본다. 스티븐 와이즈 변호사와 활동가들은 7년 넘게 코끼리, 침팬지 등이 인간과 거의 다름없이 지적이고 정서적인 존재라는 전 세계 권위 있는 과학자들의 증언을 채록해 165페이지에 달하는 진술서를 법원에 냈다.
아직까지 대부분의 법률체제는 법적 대상을 사람이냐 재산이냐로 나눈다. 그런데 법적 사람이 꼭 인간일 필요는 없다. 기업은 오래전부터 법정에서 스스로의 이익을 추구하는 법인이었다. 활동가들은 동물에게도 이와 같은 법적 인격을 부여해야 한다고 믿는다. 인간이 아닌 사물에 법적 인격을 부여한 전례가 있다. 2017년 뉴질랜드는 마오리 원주민이 강을 보호하기 쉽도록 황가누이 강에 법인격을 부여했다. 같은 해 인도의 우타라칸드 주 고등법원은 관내의 갠지스 강과 야무나 강에 법인격을 부여했으나 대법원이 기각하고 말았다.
활동가들 환호한 2016년 아르헨티나 법원의 판결
동물에 법적 인격을 부여할 것인가와 관련해 몇 가지 주목할 판례가 나왔다. 2014년 아르헨티나 법원은 부에노스아이레스 동물원에 갇힌 오랑우탄 산드라에 대해 ‘인간이 아닌 법인’이라고 판결했다. 단, 인간에 의해 잔혹행위를 당했을 때로 한정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결국 이는 보통법이 아니라 동물보호법에 따른 판결이었다고 볼 수 있다. 활동가들을 가장 환호하게 만든 판결은 2016년 아르헨티나에서 나왔다. 이 나라의 멘도사 주 법원은 시 동물원에서 야만적으로 학대당해온 침팬지 세실리아를 ‘인간이 아닌 법인’이라고 판결했다. 판사는 세실리아를 브라질의 보호시설에서 편히 살게 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런 판결로는 세계 최초의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남미를 제외하고 동물에 법인격을 부여한 판례는 없었다. 판사들이 열거한 이유는 여러 가지다. 어떤 동물이 자격이 있는지, 그들이 어떤 대우를 받아야 하는지 확실하지 않다. 대형 유인원 보호는 의료 발전을 가로막을 수 있다. 식용으로 농장에서 기르는 동물로까지 대상이 확대된다면 일대 경제적인 혼란을 피할 수 없다. 만약 자기 인지가 기준이 된다면 나중에 인공지능에 대해서도 똑같은 권리를 보장해야 하는가 등도 그렇다. 이를 근거로 활동가들이 ‘미끄러운 비탈’ 게임을 벌이고 있다고 비난하는 이들도 많다. 나중에 수습도 못할 거면서 무조건 원칙을 앞세워 미끄러져 내려가려고만 한다는 뜻에서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변화의 조짐을 본다. 하버드 법대에서 동물법을 가르치는 크리스틴 스틸트 교수에 따르면 이는 조각보 이불 만들기나 같다. 활동가들 처지에서 보자면 불만이 크겠지만 인간과 동물을 구분하는 법적 선이 인도·아르헨티나·콜롬비아 등에서 나온 판례에 의해 훨씬 흐릿해진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그 구분은 앞으로 더욱 모호해질 것이다.
라틴어로 ‘Habeas Corpus’라 불리는 구속적부심 제도의 정식 명칭은 ‘구금인의 신병을 대령하도록 명하는 명령장’이다. 대헌장의 후광을 입어 왕이나 귀족이 함부로 평민의 인신을 구속할 수 없도록 만들기 위해 15세기 말부터 영국 법관들이 본격적으로 도입한 제도이다. 이 제도는 미국을 거쳐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이 제도야말로 전 세계의 핍박받는 이들에게 복음과도 같다. 독재자가 법률에 근거하지 않고 반체제 인사를 구금하는 것을 가로막아온 가장 효과적인 장치였다. 이 제도가 없었다면 차별에 항거하던 여성과 노예 역시 더욱 많은 피와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활동가와 동물 보호 단체는 이제 이 제도가 감금되어 학대당하는 동물에게도 적용되기를 바란다. 그들은 과거에 여성이나 노예 역시 법적으로 인간이 아니라 재산이었다는 점을 상기하라고 말한다. 그들은 적어도 자아와 지각이 있는 대형 원숭이나, 코끼리, 그리고 고래류는 가구보다는 인간 어린아이에 더 접근한 대접을 받아야 한다고 믿는다. 책 <코끼리는 아프다>를 쓴 생태학자이자 심리학자인 브래드 쇼에 따르면 우리는 이제 우리가 특별한 존재라는 주장을 접고 이 행성에서 목소리를 좀 낮춰야만 한다. 그게 인간을 더욱 깊이 이해하는 길이기도 하다. 문정우 기자 woo@sisain.co.kr
참고한 활자:<코끼리는 아프다>(현암사), <법의 지배>(이음), <이코노미스트>, <워싱턴포스트>
동물 상식을 뒤집는 책 The Book of Animal Ignorance
글 존 로이드, 존 미친슨|그림 테드 드완|역자 전대호|해나무 |2011.08
원제 (The)book of animal ignorance.
저자 존 로이드 JOHN LLOYD는 BBC의 인기 퀴즈 프로그램 제작팀인 QI 조사단의 핵심 브레인. QI TV 프로그램을 제작한 프로듀서. BBC에서 15년 이상 일중독자로서 광적으로 일하던 1993년 12월 24일, 마치 자명종 소리에 놀라듯 자신이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날 이후 17살 이래로 멀리했던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고, 그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듯한 비밀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우주가 놀라 쓰러질 정도로 흥미롭다는 사실이었다. QI는 그의 이런 깨달음이 낳은 독창적 작품이다. 세계적인 인기 프로그램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미스터 빈> 등을 만들었다.
저자 존 미친슨 JOHN MITCHINSON은 출판 마케팅 매니저였으며, 존 로이드와 함께 작업하면서 QI 건물에 서점을 열었다. 독서, 먹기, 술 마시기를 즐기며, 지금은 이 세 가지를 동시에 하면서 돈을 벌고 있다. 한 가지 일을 오래하는 것을 거부하는 성격으로 인해 여러 명의 자녀, 많은 책, ‘다중턱(이것저것 아는 것이 많고 말이 많음)’을 지니게 되었다. 아내는 그의 뇌를 물수제비뜨기처럼 ‘대충대충 건너뛴다’는 뜻에서 ‘더 스킵THE SKIP’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그는 발효 반죽으로 빵을 잘 만들고, 달빛 아래에서 나무를 심고, 돼지 비장으로 맛있는 요리를 만들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 중의 하나이다.
· 추천 서문 / 앞발 / 들어가는 말
1장 기이하고 불가사의한
고양이│곰│도롱뇽│도마뱀│매미│맥│미국너구리│바닷가재│뱀장어│빈투롱│아르마딜로│ 오리너구리│천산갑│캥거루│포사│해삼│호애친
2장 전문가와 기술자
개미│거미│딱정벌레│벌거숭이두더지쥐│비버│오소리│원숭이│진주조개
3장 감각의 제왕
거머리│기린│나비│돌고래│딱따구리│말코손바닥사슴│메기│바다코끼리│바다표범│
박쥐│뱀│벌│불가사리│상어│수리│올빼미│전갈│코끼리
4장 순식간에 늘어나는 놈
꿈틀벌레│벼룩│비둘기│빗해파리│생쥐│완보동물│이│쥐│진드기│토끼│파리
5장 가족적인, 너무나 가족적인
거위(기러기)│산미치광이│알바트로스(신천옹)│쥐며느리│펭귄│흰개미
6장 독하고 치명적인 킬러
개구리│두꺼비│말벌│사자│사탕수수두꺼비│상자해파리│치타│코모도왕도마뱀│하이에나
7장 나를 길들여줘
개│당나귀│돼지│말│소│양│여우│염소│페럿
8장 목소리로 대화를
고래│고릴라│긴팔원숭이│벌새│앵무새│인간│침팬지
9장 은둔자 혹은 외톨이
가시두더지│두더지│땅돼지│문어│아귀│옛도마뱀│주머니고양이
10장 제발 그냥 놔둬
고슴도치│두루미│들소│바다소│산호│코끼리거북│코알라│큰뇌조
· 꼬리 343
· 옮긴이의 말 : 무정부주의 동물원
출판사 서평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흔히 실망스런 동물원과 달리 독자를 실망시키지 않을 동물을 모아놓는다는 발상이었다. 동물학적 사실에 근거를 둔 현대적인 동물우화! 따지고 보면, 버뮤다까지 헤엄쳐 갔다 오는 유럽뱀장어, 잘라진 다음에도 한 달 동안 기어 다니는 문어의 다리, 벌의 목구멍 속에 살 정도로 작은 진드기, 백 년 동안 휴면할 수 있으며 다리가 8개인 물곰(완보동물)은 놀랍게도 진짜 있는 놈들이긴 하지만, 동물우화 작가의 가장 과격한 상상보다 훨씬 더 이국적이다.”
_들어가는 말 중에서
동물원 밖에서 만난 동물들의 리얼 스토리
고래의 친척은 하마라고? 알바트로스는 자면서도 난다고? 고릴라가 농담도 한다고?『동물 상식을 뒤집는 책』(원제 : The book of Animal Ignorance)은 우리가 안다고 여기지만 실제로는 잘 모르는 100가지 동물들의 삶과 생존전략을 고급스러운 유머와 함께 보여주는 동물 책이다. 고양이, 코끼리, 뱀, 개구리, 도룡농, 캥거루 등 낯익은 동물들이 나온다고 해서 친숙한 얘기들일 거라는 생각은 버리는 게 좋다. 동물원에서 느낄 수 있는 평화로움과는 거리가 먼 책이다. 이 책에 나오는 동물들은 저마다 생긴 대로 자연스럽게 살고 있지만, 인간의 눈에는 지독할 정도로 엽기적이고, 탁월하고, 냉혹하고, 놀라운 존재들이다.
저자들은 “잠시만 동물과 함께 있어보라. 그러면 당신은 세상을 다르게 보게 될 것이다.”라면서 동물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들의 눈에 비친 동물들의 모습은 그 어떤 인간들의 과감한 상상보다도 더 충격적이고, 이국적이며, 기묘하고, 무정하다. 그러기에 동물의 세계에 우리는 넋을 잃고 경탄하거나 경악할 수밖에 없다.
뱀장어를 보자. 뱀장어는 모두 북대서양 버뮤다 제도 근처 사르가소 해에서 태어난다. 유럽 뱀장어 유생은 사르가소 해에서 대서양을 가로질러 수천 킬로미터를 이동해 유럽의 강 어귀에 도착해서는 기적적으로 민물고기로 변신하고, 성숙해지면 사르가소 해로 다시 떠난다. 포획된 뱀장어 가운데 번식한 뱀장어는 이제껏 한 마리도 없다.
오리너구리는 밤에 물속에서 사냥을 한다. 밤인데다 물속이라 후각과 시각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데도 기가 막히게 물고기를 잡는다. 먹잇감의 근육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전기장을 감지하는 4만 개의 센서와 6만 개의 운동 센서가 오리너구리의 주둥이에 있기 때문이다. 눈과 손 구실을 하는 이 부리 때문에 오리너구리는 캄캄한 물속 세계를 생생하게 포착한다.
도롱뇽 중에 영원(newt)은 몸의 큰 부분을 재생할 수 있다. 사지, 척수, 심장, 턱, 꼬리뿐 아니라, 눈의 수정체와 홍채까지 새롭게 성장시킬 있다.
아주 작은 진드기는 벌의 목구멍 속에서 살 수 있고, 문어의 다리는 잘라진 다음에도 한 달 동안 기어다니며, 완보동물은 백 년 동안 휴면 상태로 지낼 수 있고, 나비의 시각은 수직방향과 수평방향으로 거의 360도 전체를 포착할 수 있으며, 별코두더지가 곤충의 유충을 발견하고 확인하고 먹는 시간은 우리가 ‘두더지’라는 단어를 읽는 데 걸리는 시간보다 짧다.
그러면 인간에 대해서는 어떻게 써 있을까? 저자들은 인간을 ‘이야기를 지어내는 유인원’이라고 표현한다. 유전자로 봐도 인간은 침팬지 등 영장류 사촌들과 놀랄 만큼 유사하고, 감각의 차원에서도 인간보다 뛰어난 동물들은 수두룩하다. 때문에 저자들은 손을 해방시킨 이족보행, 뇌를 발달시킨 손의 해방, 문화를 만들어낸 뇌의 발달에 주목하고는, 이야기를 지어내는 능력이 세계를 변형시켰으며, 생물학을 역사로, 자연을 기술로 바꿨다고 언급한다.
100가지 동물 이야기를 읽다보면, 그저 한 동물에 불과한 인간이 무슨 배짱으로 그동안 동물들을 자신의 발치에 둘 생각을 했는지, 다른 동물에 비해 인간이 유별나게 뛰어난 점은 과연 있기나 한 것인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할 수밖에 없다. 동물들의 초능력(!)에 비하면 인간의 감각은 조롱거리가 될 법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이 책이 “‘자연적’이라는 말이 무의미하다는 진실을 가르쳐주는 우화집”이라면서 “먹이활동, 생식 또는 단순한 생존을 위한 동물의 전략은 너무나 다양하고 지독할 정도로 엽기적이어서 끝내 당신은 정말 어떤 일이라도 가능하다는 믿음을 갖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상식을 뛰어넘는 동물들의 특징 이모저모
- 고양이의 경우, 고양이를 키운다고 주장하는 사람 수가 존재하는 고양이 개체수보다 훨씬 많다. 이는 하나의 고양이에 대해 자신이 주인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다.
- 돌고래가 헤엄치는 수영장에 찻숟가락에 담긴 물을 떨어뜨리면, 녀석은 물 떨어지는 소리가 난 위치를 정확하게 알아낸다. 돌고래는 물체의 재질이 밀랍인지 고무인지 플라스틱인지 구별할 수 있다. 심지어 겉보기에 똑같은 놋쇠 원반과 구리 원반도 식별한다.
- 메기는 어떤 생물보다 많은 미뢰를 지녔다. 몸 전체가 미뢰로 덮여 있다. 얼룩메기는 척추동물 중에서 미각이 가장 발달해서 물이 가득 찬 올림픽 수영장에 찻숟가락 100분의 1 미만의 물질이 섞여 있어도 감지할 수 있다. 메기의 후각, 촉각, 청각도 탁월하다. 녀석의 후각은 특정 화합물을 100억 분의 1로 희석해도 감지할 수 있다.
- 딱따구리는 200종 넘게 존재하며, 종마다 고유한 속도와 박자로 나무를 쫀다. 어떤 종은 초당 열여섯 번이나 쫀다. 그렇게 쫄 때마다 딱따구리의 머리가 받는 힘은 중력의 1000배(로켓이 이륙하는 동안 우주인이 받는 힘의 250배)에 달한다.
- 벼룩의 전설적인 높이뛰기 솜씨는 근육의 힘에 의존하지 않는다. 녀석은 날개를 잃었지만, 날개가 몸과 연결되는 부위를 기계적인 스프링으로 탈바꿈시켰다. 그 스프링은 레실린이라는 탄력적인 단백질로 이루어졌는데, 몸이 수축할 때 눌린 채로 잠긴다. 스프링이 그렇게 눌렸다가 풀리면 다리 힘줄을 아래로 밀어 우주왕복선이 발사될 때보다 15배 큰 가속도를 만들어낸다.
- 어떤 알바트로스는 두 달 안에 지구를 일주하며, 날개를 퍼덕이지 않은 채 6일 동안 활공할 수 있다. 어린 나그네알바트로스는 비행에 익숙해지자마자 땅을 떠나 번식할 준비가 될 때까지 착륙하지 않는데, 그 기간은 무려 10년에 달할 수도 있다.
- 훈련된 개는 거의 모든 것을 냄새로 찾아낼 수 있다. 폭발물, 마약, 밀수된 동물과 식물, 음식, 땅속에 묻힌 지뢰, 물속에 잠긴 시체를 찾아낸다. 심지어 암도 냄새로 찾아낼 수 잇다. 레브라도레트리버와 포르투갈워터도그는 그저 가슴에 코를 대고 냄새만 맡고서 폐암 환자의 99퍼센트와 유방암 환자의 88퍼센트를 정확하게 식별했다.
코끼리-발 끝 으 로 걷 는 거 대 한 햄 스 터
코끼리는 가장 큰 육지동물이다. 큰 덩치는 녀석의 성공 비결인 동시에 녀석이 코끼리처럼 생긴 이유이다. 코끼리는 초원에서 영양을 비롯한 수많은 반추동물과 경쟁하기 위해 덩치를 키웠다. 반추동물이 먹을 수 없는 거칠고 딱딱한 식물을 먹으려다 보니 큰 소화기관과 긴 다리가 필요했다. 그래서 코끼리는 커졌고, 늦어도 약 200만 년 전에 오스트레일리아와 남극을 제외한 모든 대륙에 도달했다.
큰 덩치는 여러 과제를 안겨주었다. 큰 포유류는 체온이 너무 오르는 것을 막아야 한다. 코끼리의 귀는 체온을 식히기 위해 진화했다. 코끼리는 거의 온몸이 두꺼운 피부로 덮였는 데도 귀의 피부는 종이처럼 얇다.귀의 크기는 각각 일인용 침대 시트만 한데, 펄럭이면 바람이 일어 피의 온도를 최대 5도 낮출 수 있다.
귀에 실타래처럼 엉켜 있는 혈관이 자동차의 방열기와 같은 구실을 한다. 그 혈관의 패턴은 코끼리마다 고유해서 인간의 지문처럼 코끼리를 식별하는 데 이용할 수 있다.
또 다른 과제는 물 마시기이다. 물을 마시려고 무릎을 꿇으면 큰 동물도 공격에 취약해진다. 코끼리는 완벽한 해법을 진화시켰다. 길이 2.1미터에 무게 180킬로그램이며 인간의 온몸에 있는 것보다 100배 많은 근육을 지닌 코가 그 해법이다.
코끼리의 코는 4.5리터의 물을 빨아들일 수 있을 뿐 아니라 팔과 손과 잠수용 호흡기와 무기의 구실을 한다. 사자를 한 방에 죽이기에 충분할 만큼 강력한데다가 끝부분이 손가락처럼 오므라들어 쌀알을 집을 수 있다.
코끼리는 몸무게가 3톤이 넘는데도 대부분의 포유동물과 마찬가지로 발끝으로 걷는다. 그러나 녀석은 네 무릎이 앞으로 굽는 유일한 포유동물이다. 이 같은 신체구조는 코끼리가 일어설 때 지렛대 효과를 추가로 만들어내기 위해 진화했다.
코끼리는 달리거나 뛸 수 없지만(모든 발이 지면에서 떨어지는 순간이 있을 때 ‘달린다’고 한다) 최고 시속 24킬로미터로 소리 없이 걸을 수 있다. 또 발을 귀처럼 이용해 무려 10킬로미터 떨어진 다른 코끼리가 내는 매우 낮은 진동수의 (인간은 들을 수 없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수컷과 암컷은 서로의 소리를 이해할 수 없으며, 암컷의 어휘가 훨씬 더 풍부하다.
코끼리는 뇌가 크고 영리하다. 거울 속의 자신을 알아보는 동물은 코끼리와 돌고래와 일부 영장류밖에 없다. 녀석은 12년 동안 유년기를 보내며 많은 행동을 학습한다. 어린 코끼리는 코 쓰는 법을 보고 배워야 한다. 코끼리는 다른 코끼리의 죽음을 애도하는 정교한 풍습을 지녔으며, 죽은 코끼리의 뼈와 상아를 찾아가 어루만지는 일도 흔하다.
기록에 남은 최장수 코끼리는 80세였지만, 코끼리의 수명은 대략 50년이다. 코끼리는 포식자가 (인간 외에는) 거의 없기 때문에 주된 사망 원인은 이빨이 닳아 없어져 굶어죽는 것이다.
현존하는 동물 중에서 코끼리의 가장 가까운 친척은 바다소, 그다음은 바위너구리이다. 바위너구리는 커다란 햄스터처럼 생겼다. 이 세 종은 모두 거대한 바위너구리의 후손이다. 거대한 바위너구리는 반추동물이 등장할 때까지 아프리카의 주요 초식동물이었다.
왜 아프리카코끼리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을까
남아공·케냐, 과잉으로 도살 논란
적정수 7천인데 1만7천까지…연간 6~8% 늘어
초원 ‘생산자’ 구실도 해 동물보호론자 반발
아프리카코끼리 모녀. 도살이 벌어지면 어미와 새끼 또는 무리가 분열되면서 코끼리들이 큰 정신적 상처를 입게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프리카 사파리에서 가장 인기 있는 동물 다섯 가지를 일컫는 ‘빅 5’에는 사자, 코뿔소, 물소, 하마, 아프리카코끼리가 포함된다. 몇 년 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한 사파리 공원에 갔을 때 코끼리가 보이지 않아 의아했다. 레인저는 “놔두면 공원을 망가뜨리기 때문에 한정된 공간에 몇 마리만 풀어 구색을 갖춘다”며 “아예 풀어놓지 않는 곳도 많다”고 귀띔했다. 왜 아프리카코끼리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을까.
아프리카코끼리는 ‘숲의 불도저’란 별명을 갖고 있다. 마른 풀에서 나뭇잎, 열매, 나무줄기와 껍질까지 하루 200㎏의 다양한 식물을 먹는 코끼리는 숲의 파괴자이다. 비싼 돈을 들여 몇 십 년 동안 가꿔놓은 바오바브나무나 아카시아를 코끼리가 뿌리째 뽑아놓는 것을 달가워할 농장 주인은 없을 것이다.
샘 찾는 귀신…코끼리가 만든 물구덩이 다른 동물들 생명줄
아프리카 초원에서 코끼리는 없어서는 안 되는 ‘파괴적 생산자’이기도 하다. 초원은 내버려 두면 햇볕을 좋아하는 나무가 차츰 늘면서 숲으로 바뀐다. 코끼리는 잡목림을 초지로 바꿔주는 사바나 생태계에서 귀중한 구실을 한다. 코끼리가 없으면 초원에 사는 누, 영양, 얼룩말의 거대한 무리도 사라질 것이다. 게다가 바오바브나무에는 칼슘과 미네랄이 많이 들어있는데, 코끼리가 수십 년 동안 나무에 축적된 이 영양분들을 다시 초원으로 돌려보내 순환시키는 일도 한다.
코끼리로 인한 농작물의 피해가 커지자 원주민들은 코끼리가 기피하는 고춧가루를 줄에 발라 농작물을 보호하고 있다.
사실 코끼리가 생태계에 어떤 일을 하는지 우리는 아주 일부밖에 알지 못한다. 코끼리가 사라지자 물도 없어져 다른 동물이 자취를 감췄다는 이야기는 그 한 예이다. 코끼리는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샘을 귀신같이 찾아내는데, 이들이 다녀 다져놓은 길은 샘으로 이끄는 길이 된다. 이 통로는 빗물이 샘으로 흐르는 물길이기도 하다. 물장난을 즐기는 코끼리는 물구덩이에 드러누워 진흙목욕을 하면서 물구덩이를 점점 크게 만들고, 동시에 거대한 몸집으로 바닥의 빈틈을 메워 물이 빠져나가지 않게 만든다. 이 마르지 않는 물구덩이는 건기에 다른 동물들의 생명줄이 된다.
사람의 터전이 넓어지면서 코끼리와 충돌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장거리를 이동하던 이 동물들은 이제 보호구역 안에서 살 수밖에 없게 됐다. 좁은 보호구역 안에서 코끼리의 파괴적 본성은 훨씬 도드라진다. 상업적 농장주뿐만 아니라 다른 희귀식물과 동물을 보호해야 하는 국립공원 관리자들에게도 코끼리는 골칫거리가 된 것이다. 게다가 국립공원 주변 농민들은 코끼리가 농작물을 짓밟고 때론 인명까지 앗아가면서 갈등의 골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영리한 코끼리는 울타리를 손쉽게 무너뜨리고 맛좋은 농작물을 먹어치우고, 무너진 울타리로 빠져나간 물소는 가축에게 치명적 구제역을 옮겨놓는다.
마침내 남아프리카공화국 당국은 최근 늘어나는 코끼리를 도살을 포함해 적극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발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나라 크루거 국립공원의 코끼리 수는 국제적 환경단체의 압력으로 도살이 중지된 1995년 수준의 곱절인 약 1만7천 마리로 늘었다. 남한 면적의 5분의 1이 넘는 2만㎢ 면적의 이 국립공원에 적정수준은 7천 마리로 알려져 있다. 코끼리는 연간 6~8%의 증가율을 보여 10년마다 배로 늘 기세이다.
동료 죽으면 묻어주고 해마다 찾아와 참배하는 ‘사회성 동물’
1960년대 큰 가뭄으로 약 9000마리의 코끼리가 죽었다.
그렇지만 동물보호론자들은 코끼리 도살 가능성에 벌써부터 크게 반발하고 있다. 국제동물복지연맹(IFAW)은 “도살을 재개한다면 남아공의 야생동물에 대한 평판을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나라의 주요한 외화수입원인 야생동물 관광을 보이콧하자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이들은 코끼리가 고래나 영장류에 못지않은 지능을 지녔고 감수성이 풍부한 사회성 동물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동료가 죽으면 나뭇가지와 잎으로 ‘묻어 주고’ 애도하며, 몇 년씩 그곳에 찾아와 ‘참배’하는 행동은 널리 알려져 있다. 가족 간 또는 집단내 유대가 강해, 도살이 이산가족과 정신적 외상을 낳는다는 사실도 밝혀져 있다.
이미 10여 년 전 국제적 압력을 당해본 남아공 당국도 신중하다. 도살은 이주, 피임 등 다른 방법을 다 쓴 뒤의 마지막 수단이며, 심리적 상처를 주지 않는 방식을 채택하는 등 윤리적 배려를 하기로 했다.
저명한 고인류학자이자 코끼리 보전론자인 케냐의 리처드 리키 박사는 최근 <비비시뉴스>에 기고한 글에서 “도살은 역겹지만 일리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사람이 일으킨 기후변화와 서식지 파괴로 보호구역 안팎의 코끼리들이 점점 더 심각한 어려움에 봉착할 것”이라며 “코끼리의 수를 줄여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동물보호론자들은 “코끼리 눈에 들어있는 티끌보다 우리 눈의 들보를 봐야 한다” “도살 대상을 잘못 골랐다”는 등 반발했지만, 리키 박사는 아마도 과거의 실패를 떠올렸는지도 모른다.
자연을 그대로 두는게 가장 잘 보전되는 게 아니라는 사례로
아프리카코끼리의 분포 지역(녹색부분).
케냐의 차보국립공원은 1960년대에 세계 최대 아프리카코끼리 보호구역 가운데 하나였다. 무려 5만 마리의 코끼리가 있었지만 1960년대 말 최악의 가뭄을 겪으면서 1980년대엔 5천 마리로 격감해 세계적인 코끼리 보전운동을 촉발시켰다. 그 원인으로 상아와 고기를 노린 밀렵이 흔히 꼽히지만, 알려지지 않은 더 큰 이유가 있었다. 가뭄이 닥치자 일부 생물학자들은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 코끼리 3천 마리를 도살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나 상아와 코끼리 고기의 새 시장이 생길 만큼 많은 숫자여서 그 때까지의 밀렵방지 노력과 충돌한데다, 자연에 내맡기면 가장 합리적으로 조절해 줄 것이라는 다른 생물학자들의 견해가 우위를 점했다.
굶주린 코끼리들은 2만㎢의 거대한 국립공원을 “달 표면 비슷하게” 황폐화시켰고 무려 9천 마리가 아사했다. 이 사례는 생태학 교과서에 자연을 그대로 내버려둔다고 가장 잘 보전되는 게 아니라는 사례로 실려 있다. 물론 어디까지 사람이 개입해야 최선의 결과가 나올지는 여전한 숙제이다.
케냐 정부는 마지막 수단으로만 도살을 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집단이주는 1마리에 8천 달러나 들고 게다가 종종 이주시킨 코끼리가 고향으로 돌아오는 부작용이 있다. 불임법도 그럴 듯하지만 비용이 많이 들고 오래 사는 코끼리에게 인구유지는 몰라도 줄이는 효과는 거의 없다. 케냐 정부는 현재 도살 시행 여부를 공론에 붙여놓고 5월1일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08.3.28
중국이 코끼리를 삼키고 있다
톰 밀리컨 TRAFFIC 코끼리 밀렵감시 전문가 심층 인터뷰, 지난해 코끼리 2500마리 분량 상아 압수
▲케냐 암보셀리 국립공원의 코끼리. 코끼리는 귀중한 생태관광 자원이기도 하다. 사진=TRAFFIC, 마틴 하비, WWF-Canon.
현지 주민과 중국인, 조직범죄 단체, 중국·타이의 소비시장 잇는 유통망 확고
2011년은 상아의 국제거래가 금지된 1989년 이래 상아의 압수량이 가장 많았던 해였다. 압수된 상아는 무려 23t, 아프리카코끼리 2500마리를 죽여야 얻을 수 있는 양이다.
물바람숲은 미국 예일대 산림 및 환경학 대학이 발행하는 웹진 ‘예일 환경 360’의 허락을 얻어 이 웹진이 최근 톰 밀리컨과 한 심층 인터뷰 내용 전문을 번역해 싣는다.
밀리컨은 트래픽(TRAFFIC)의 코끼리 전문가인데, 이 단체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 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 사이테스)에 따라 야생동물의 국제 거래를 감시하는 구실을 하고 있다. 그는 아프리카에 거주하며 상아 밀거래의 추적과 분석을 하고 있다.
그는 최근의 상아 밀수 급증사태의 배경으로 중국 등 아시아에서 상아 수요가 크게 늘어난 데다 범죄단체가 교묘하게 개입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인터뷰에서 상아 밀거래에 대한 법 집행이 느슨하다며 “상아가 압수됐는데도 아무도 체포돼 징역형을 받지 않아, 풀려난 이들이 벌금을 벌충하기 위해 더 많은 상어를 모으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 Yale Environment 360
▲중앙아프리카공아국의 한 국립공원에서 야생동물 관리인이 밀렵된 뒤 상아를 잘라낸 코끼리의 주검을 보고 있다. 사진=TRAFFIC, 마틴 하비, WWF-Canon.
예일=지난해는 아마도 상아 거래가 1989년 금지된 이래 가장 많은 상아가 압수된 최악의 해였지요. 23t 이상이 압수됐으니까요. 이런 위기를 감지하셨습니까?
밀리컨=예, 그렇다고 할 수 있죠. 불법거래를 감시하는 시스템인 사이테스의 코끼리 거래 정보 시스템(ETIS)이란 데이터베이스를 제가 운영해 왔으니까요. 2004년 이후 이뤄진 어떤 분석에서도 상아의 불법거래는 줄곧 상승세였습니다. 2009년에는 대대적인 평가를 했었는데, 이전에 우리가 예측했던 것보다도 상승폭이 컸습니다. 그 후 지난 2년 동안 뭔가 나아지리라는 희망은 전혀 찾을 수 없었지요.
2011년의 대규모 상아 압수를 돌아보면, 그래프를 뚫고 나갈 정도입니다. 압수 건수는 13건에 지나지 않았는데 압수물은 23t이 넘었습니다. 현재 800~900건의 압수사건을 들여다 보고 있는데, 커다란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요. 정말로 우려할 만한 일입니다.
예일=압수가 많다는 게 바로 밀렵의 증가를 가리키나요?
밀리컨=아니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상아는 상하는 물건이 아니라서 아주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지요. 실제로 압수된 물품이 최근에 죽인 코끼리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과거 밀렵해 보관해 두었던 것일 때도 있습니다. 많은 아프리카 국가에서 벌어지는 부패가 분명히 이 거래의 한 요인입니다. 정부가 보관중이던 상아가 갑자기 사라져 시장에 나오기도 하거든요. 타이는 지난 이태 동안 상아를 몇 톤이나 압수했습니다. 하지만 내가 정부 관계자로부터 듣기로 관세당국이 보관하던 상아 가운데 적어도 100개가 사라져버렸다는 거예요. 그것들은 아마도 시장에 흘러들어가 거래됐을 겁니다.
▲사하라 남쪽의 사바나 코끼리. 사진=TRAFFIC, 마틴 하비, WWF-Canon.
예일=현재 암시장에서 상아는 얼마에 거래됩니까?
밀리컨=음, 제가 대답하기 힘든 질문이네요. 연구자들은 그런 얘길 듣는 모양이던데, 우리는 그걸 실제로 검증할 길이 없어요. 아무도 구입해 본 적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중국이 다른 나라로부터 점점 더 많은 상아를 사들이기 때문에 상아의 가치와 가격은 올라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일=세관 직원은 어떻게 상아를 압수하게 되나요? 어떻게 비밀 정보를 알지요?
밀리컨=어떤 때는 첩보가 있고 또 때론 불만을 품은 내부자가 익명으로 전화를 걸어오기도 하지요. 중국에서는 특정 항공편이나 컨테이너에 실려 들어오는 특정한 형태의 화물을 특별 단속하기 시작했습니다. 상아 압수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 눈에 띄는 케냐에서는 나이로비 국제공항에서 감시견을 이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트래픽에서는 지난 10년 동안 세계 각국의 인력이 상아 밀수를 잘 잡아내도록 여러 언어로 훈련하는 수백 번의 행사를 벌였습니다. 그 효과가 좀 있는데요. 예를 들면 말레이시아에서는 2004년께부터 상아 압수가 한 건도 없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우리가 지난해에 훈련을 하고 나서 몇 달 되지 않아 압수가 이뤄졌고 그 가운데 네댓 건은 상당한 규모였습니다.
예일=하지만 이들 대규모 압수 사건 대부분에서 범인은 잡지 못했지요.
밀리컨=그건 그렇습니다.
▲중국 베이징에서 상아 제품을 조사하고 있는 트래픽의 코끼리 전문가 톰 밀리컨. 사진=TRAFFIC.
예일=이런 범죄와 관련된 사법체계와 단속의 강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나요.
밀리컨=제 생각엔 이런 대규모 상아 압수는 조직범죄와 관련돼 있습니다. 이런 대규모 작업을 벌이려면 엄청난 액수의 자금과 밀렵과 시장을 이어주는 조직적 기획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말하자면 범인이 잡히지 않는 것은 놀랄 일도 아니라는 거죠. 컨테이너 운송 과정에는 첩첩이 사람들이 개입돼 있지요.
이들 범죄단체는 화물이 압수되면서 확실히 엄청난 금전적 손실을 보았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체포되지 않았고, 징역을 사는 사람이 없는 것도 사실이거든요. 적발된 사람은 다시 숲으로 돌아가서 단속당하면서 잃은 것을 벌충하기 위해 더 많은 상아를 더 빨리 모아들이지요.
예일=밀렵이 주로 일어나는 곳은 어디입니까?
밀리컨=중앙아프리카입니다. 믿을 만한 소식통에 의하면, 콩고민주공화국을 통틀어 코끼리가 500마리 이상 있는 곳은 이제 다섯 곳밖에 남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건 충격적인 얘긴데, 15~20년 전만 해도 이곳엔 10만 마리의 코끼리가 있다고 했거든요. 내전의 혼란이 10여 년 동안 계속되면서 많은 국립공원이 끊임없이 유린당했고 많은 곳에서 코끼리를 솎아냈지요.
예일=중국에선 왜 상아를 그렇게 갖고 싶어합니까?
밀리컨=역사적으로 상아는 중국의 장인이 격조 높은 조각품을 만드는 재료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여러 왕조에 걸쳐 상아 제품을 가질 수 있었던 사람들은 황실과 귀족, 그리고 아마도 아주 부유한 상인들뿐이었지요. 그런데 요즘 중국의 경제성장이 굉장한데, 그 바람에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이 돈을 펑펑 쓸 수 있게 됐습니다. 중산층 사람들도 요즘엔 상아 제품을 가질 수 있게 된 거죠. 상아는 지위를 상징한다고 합니다.
▲말레이시아에서 압수한 상아를 조사하고 있다. 사진=TRAFFIC.
예일=상아 거래에서 누가 가장 혜택을 봅니까?
밀리컨=제 생각엔 아프리카와 아시아를 이어주는 중간 단계의 사람들, 그러니까 대규모 탁송을 하는 범죄 단체가 가장 큰 이득을 얻고 있습니다. 물건이 최종 소비처에 도착하면 늘 살 사람이 대기하고 있지요. 그러니까 물건을 붙들고 있을 필요가 없이 재빨리 이윤을 획득하는 것입니다. 이 거래에서 가장 돈을 적게 버는 사람은 아마도 밀렵꾼일 텐데, 이들은 아프리카의 보호구역 안에서 종종 목숨을 걸고 위험을 무릅씁니다.
예일=요즘 밀렵꾼이 어떤 사람인지 묘사할 수 있나요? 짐바브웨에서 코뿔소를 보호하는 일을 하는 라울 두 토아 얘기론 밀렵꾼들이 아주 세련돼서 적외선 탐지기, 자동소총, 헬리콥터까지 동원한다고 하던데….
밀리컨=그렇습니다. 정확한 얘깁니다. 특히 남아프리카의 ‘흰둥이’ 밀렵꾼은 최첨단 장치를 보유하고 있지요. 스펙트럼의 반대쪽 끄트머리에 중앙아프리카의 토착 피그미족이 있는데, 누군가 그들에게 총을 쥐여주며 이렇게 말한다지요. “상아를 가지고 돌아오게. 자네 가족이 먹을 옥수수 가루 한 자루와 또 가능하면 아이들에게 입힐 옷 몇 벌을 주겠네.” 그러면 이 원주민은 길을 떠나 코끼리를 사냥한 다음 총과 상아를 건네주고 기본 식품을 받는 겁니다. 이렇게 밀렵은 아주 다른 규모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예일=코끼리 밀렵은 어떤 식으로 이뤄지나요? 코끼리는 무리를 지어 다니는데, 한 가족이 한꺼번에 밀렵 되는가요?
밀리컨=제가 입수한 가장 최근의 자료를 보면, 현재 코끼리의 무리 전체를 죽이고 상아를 채취해 간 사례들이 있습니다. 1980년대 사이테스를 설립할 즈음 목격했던 일을 떠올리게 합니다.
짐바브웨와 이 지역 다른 곳에서 코끼리 집단을 죽이기 위해 독약을 사용했다는 증거가 있습니다. 테믹이란 살충제를 오렌지 속에 넣은 다음 코끼리들이 온다고 알려진 곳에 놓는 겁니다. 물구덩이에 독약을 풀어놓는 일도 있습니다. 독이든 총이든 간에 일단 코끼리를 죽인 뒤 밀렵꾼들은 큰 칼로 잘라낸 상아를 가지고 신속하게 범행 현장을 떠납니다.
▲케냐 대통령이 압수한 상아를 불태우고 있다. 사진=뉴시스/신화.
예일=아프리카의 분쟁과 전쟁이 코끼리 생존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밀리컨=두 측면에서 그렇습니다. 종종 코끼리는 숲 속의 병사들에게 기본 식량이 됩니다. 우간다는 이디 아민의 뒤를 이어 들어선 밀튼 오보테 체제를 전복하기 위해 탄자니아 군대가 들어오면서 코끼리가 거의 모두 사라졌습니다. 탄자니아 군대는 자기 나라로 돌아갈 때 우간다의 국립공원들을 거쳐 갔는데, 그곳에 있던 코끼리 무리의 상당수가 죽었고 병사들은 상아를 갖고 집으로 돌아갔지요. 공원의 모든 기반시설이 상실됐습니다. 법을 지킬 능력과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 됐지요. 게다가 연구자와 코끼리 보전 관계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은 죽지 않으려면 도망쳐야 했지요.
한편, 분쟁 지역에는 “무인 지대”가 생겨나기도 합니다. 분쟁의 양쪽 어느 당사자도 가길 꺼리는 곳이지요. 그렇게 되면 이 넓은 지역은 오랫동안 귀찮게 구는 사람이 전혀 없는 곳이 되는 것입니다. 갑자기 평화가 찾아왔을 때 사람들이 이곳에 다시 들어가면 눈앞에 펼쳐진 야생동물을 보고 깜짝 놀라게 되지요.
예일=코끼리 수가 극적으로 줄어든 나라가 차드인데요. 제가 수치를 제대로 읽었다면, 20년 전 4만 마리가 있었는데 현재는 고작 2000마리밖에 안 남았더군요.
밀리컨=예, 차드 상황은 몹시 어렵습니다. 다르푸르 분쟁이 한 원인이지요. 전통적으로 민병대원들은 계절적으로 이 1000㎞의 장거리 여행을 떠나 중앙 아프리카를 거치면서 코끼리도 죽이고 코뿔소도 죽인 다음 고기를 말려 낙타에 실어 집으로 돌아옵니다. 모든 마을들이 유목민과 똑같이 이동하면서 코끼리를 잡고 사람들을 털지요. 게다가 이들의 화력은 코끼리를 지키려는 이들을 압도하기 때문에, 원하면 들어와 그 지역을 말하자면 잠시 소유해 버리는 거지요. 이게 차드의 이야깁니다.
▲차드에서의 코끼리 밀렵 현장. 사진=SOS Chad, 스테파니 베리노.
예일=아프리카에서 코끼리를 보호하고 보전하는 일에 가장 열심인 정부는 어디입니까?
밀리컨=동부와 남부 아프리카의 사바나 지역 국가들인데, 야생동물 관광이 벌어지는 곳이지요.
예일=케냐, 탄자니아….
밀리컨=맞습니다. 거기에 짐바브웨, 남아프리카공화국, 나미비아, 그리고 잠비아 같은 나라도 포함되지요. 이들은 야생동물을 보유하고 그걸 보러 오는 관광객이 있다는 데서 무언가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습니다. 이들은 코끼리를 보호하는 일을 일반적으로 더 잘하고 또 관심도 많습니다.
예일=아시아 코끼리와 그들이 직면하는 문제들은 종종 간과되는 것 아닙니까?
밀리컨=아시아의 문제는 아프리카와는 다릅니다. 아시아 코끼리의 가장 큰 차이점은 수컷만이 상아가 있다는 겁니다. 암컷은 아주 작은 상아가 있을 뿐이라서 거의 상업적인 가치가 없습니다. 그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이지요. 상아 산출이 아주 다르다는 거죠.
또한 지난 수천 년 동안 상아 거래를 위해 큰 상아를 가진 개체를 대상으로 밀렵이 집중된 결과 아시아 코끼리 수컷 가운데는 상아가 없는 비율이 아주 높습니다. 분명히 생존을 위한 적응인 셈이죠. 결과적으로 아시아 코끼리로부터 상아를 얻는 양은 아주 적습니다.
두 번째 큰 차이는 아시아의 인구밀도가 아프리카의 어디와 비교하더라도 너무 높다는 사실입니다. 인도와 중국 그리고 현재 인구가 8700 만에 이르는 베트남 같은 나라에 코끼리가 150마리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닙니다. 대부분의 코끼리는 작은 고립된 지역에 있는데, 이들 코끼리 섬들은 점차 인구와 개발에 둘러싸이고 잘라져 나가고 있습니다. 대부분 코끼리가 죽는 이유는 상아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과의 갈등 때문입니다. 코끼리가 당신 밭에 들어오거나 학교에 가는 당신 아이들을 위협하는 거지요.
예일=아프리카 사람들을 뭉뚱그려 말하면 어떤가요? 코끼리 밀렵에 대한 전반적인 분위기는 어떻지요?
밀리컨=솔직하게 말한다면 평균적인 아프리카인은 (코끼리보다는) 보건, 교육, 복지 같은 기본적인 생존의 필요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대륙에 살고 있지요. 하지만 아프리카인은 아주 포용력이 커서 다른 어떤 대륙에서도 더는 볼 수 없는 만큼 높은 밀도의 야생동물과 공존해 왔습니다. 그래서 나는 아프리카인의 성격 속에는 주변 자연의 가치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이 들어있다고 생각합니다.
아프리카가 개발되고 사람들이 더 많은 도로와 발전, 그리고 우리가 원하는 모든 것을 가지려 하기 때문에 당연히 코끼리와의 갈등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는 아프리카인 그리고 명백히 정치 지도자들은 코끼리를 사자와 마찬가지로 이 대륙의 일종의 깃대종으로 여기고 있다고 봅니다. 코끼리는 누구나 아프리카를 떠올리는 상징적 생물이니까요. 많은 아프리카인에게 코끼리는 아주 개인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가계와 종족을 지키는 토템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과 야생동물의 연계는 손에 잡힐 듯 아주 분명하지요.
예일=20년 전에 상아 거래 금지가 발효됐을 때 당신은 상황이 나아지기는커녕 이렇게 악화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까?
밀리컨=저는 금세기 들어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최악의 코끼리 대량학살이 끝나갈 무렵 아프리카에 왔습니다. 19세기 후반까지는 모든 대형 동물에 대한 사냥이 금지됐습니다. 하지만 제2차세계대전 뒤 다시 시작됐지요. 그리고 실제로 1970년대 중반부터 1980년대 내내 상아 무역의 전성기였습니다.
하지만 현재 제가 목격하고 있는 것은 아프리카에서 살고 있는 아시아인과 아프리카 경관에서 그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엄청나게 바뀌었다는 겁니다. 제가 1991년 아프리카에 왔을 때 아프리카의 수도에는 중국 식당이 하나쯤 있었습니다. 하나도 없는 곳도 적지 않았죠. 지금은 수도에 아마도 중국 식당이 25개는 있을 겁니다. 나는 그것이 얼마나 많은 중국인, 아시아인이 아프리카에 있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그 결과 최종 수요가 있는 시장과 공급지를 신속하게 연결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이 있게 되었고, 이것이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아 거래의 상승효과를 낳은 주요 이유인 것입니다.
제가 말하는 조직범죄는 아시아인이 운영하고 아프리카에 근거지를 두고 있습니다. 이는 아프리카 역사에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현상입니다. 아프리카의 역사상 다른 시기에 유럽인들과 중동 상인들이 상아 무역을 했던 것을 알 것입니다. 하지만 사상 처음으로 도매 방식을 통해, 잘 조직된 아시아 무역업자들이 코끼리가 있는 거의 모든 나라에서 상아를 적극적으로 조달해 아시아의 최종 소비처로 선적하고 있는 것입니다.
예일=이 종을 살릴 적당한 계획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 있습니까?
밀리컨=아프리카에서 도살되는 거의 모든 코끼리의 상아는 중국과 타이로 최종적으로 향합니다. 중국은 이 일에 관여하기 시작했습니다. 상아를 압수하고 여러 가지 바람직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더 해야 하죠. 무엇보다 중국은 아프리카 대륙에서 자국인들이 벌이고 있는 일에 적극 개입해서 상아 무역과 다른 멸종위기 동물 거래에 대해 가차없는 불관용의 태도를 보여야 할 것입니다.
중국은 아프리카의 중국인을 단속할 인력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아프리카에서 중국 국적을 지닌 사람이 상아와 관련해 체포되면 심문을 하고 휴대전화의 내용과 컴퓨터 문서를 조사하는 일을 중국어를 하는 사법 당국자가 해야 한다는 겁니다. 아프리카에서 방금 압수한 것들을 이해할 능력이 없어서 사장되는 정보가 너무 많습니다.
중국은 또 재원 마련에도 적극적일 필요가 있습니다. 중국은 이제 엄청나게 부유한 나라입니다. 중국은 아프리카에 막대한 개발 원조를 하고 있지만 야생동물 보호와 야생동물 전문가를 양성하는 데는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타이 정부는 꾸물거리고 있습니다. 물론 이 정부도 상아를 가지고 들어오면 압수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실상은 다릅니다. 상아를 타이로 가지고 들어가도 정부는 손을 대려고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시장에 가보면 상아가 무더기로 쌓여있지요. 우리가 조사한 적이 있는데 한 번에 무려 2만 5000개의 상아 제품을 찾아낸 적도 있습니다. 타이는 세계 최대의 규제받지 않은 불순한 상아 시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나는 사이테스 당사국과 미국 정부가 타이 정부에게 명백하게 “봐라, 사이테스는 상아의 국내 거래를 허용하려면 갖춰야 할 내용을 아주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있다. 그런데 타이는 이런 기준에 전혀 합당하지 않다.”
솔직히 이런 일은 몇 년째 계속돼 왔고, 죽은 코끼리의 수는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들러붙어 이 문제와 싸워야 할 때입니다.
인터뷰=크리스티나 루소, 번역=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12.2.2
50년 학대받던 코끼리 쇠사슬 풀자 ‘눈물 뚝뚝’
무려 50년 간이나 체인에 묶여 지독한 학대를 받아왔던 코끼리가 동물단체의 도움으로 자유의 몸이 됐다. 특히 이 코끼리는 구조당시 눈물까지 뚝뚝 흘린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영국 동물단체 ‘와일드라이프 SOS’(Wildlife SOS)는 인도 우타르프라데시주에서 오랜시간 학대받아 온 코끼리를 구조해 안전한 장소로 이동시켰다.
영상으로도 촬영돼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만든 이 코끼리의 이름은 라주. 코끼리 라주는 인간에게 포획돼 무려 50년 간이나 관광객들의 ‘트럭’ 역할을 해주며 평생을 살았다.
특히 사람들을 분노케 한 사실은 라주가 항상 쇠사슬을 차고있어 발목에는 깊은 상처가 나 있으며 심한 매질을 당한 흔적까지 발견된 것이었다. 심지어 주인이 먹이를 제대로 주지않아 플라스틱과 종이로 위장을 채우고 있다는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50년에 걸친 지독한 고통은 1년 여전 우연히 알려졌으며 결국 지난주 동물단체와 현지경찰의 도움으로 라주는 자유롭고 안전한 말년을 보낼 수 있게 됐다.
구조작업에 참여한 푸자 비네팔은 “우리 의료팀이 발목에 감긴 쇠사슬을 풀었을 때 라주가 눈물을 뚝뚝 흘렸다” 면서 “라주가 어떤 감정인지 말하지 않아도 가슴으로 알 수 있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동물단체에 따르면 코끼리 라주는 50년 전 어미가 사살당한 후 현재의 주인에게 잡혀 지금까지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와일드라이프 SOS 관계자는 “라주는 향후 갱생시설로 보내져 인간이 고통만 주는 존재가 아님을 가르칠 것” 이라면서 “같은 처지의 다른 코끼리들과 함께 남은 여생을 행복하게 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14.7.7
잔인한 밀렵꾼들, 살아있는 새끼 코끼리를…
AP통신은 최근 진흙탕에 빠져 죽어가는 새끼 코끼리를 구출하는 장면을 소개했다.
인도 아삼주 산림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발견 당시 코끼리는 밀렵꾼들에 의해 상아가 잘려나갔고 진흙탕에 갇혀 옴짝달싹할 수 없는 상태였다. 코끼리는 옆으로 누운 채 일어나지 못하고 다리만 허우적대며 발버둥치는 상태로 시간을 지체하면 곧바로 죽을 수도 있는 상태였다.
현지 삼림관리사들은 즉시 구조에 나섰지만 쉽지 않았다. 어른 코끼리를 이용해 끌어올리려고 했으나 사흘 동안 누워있던 새끼 코끼리의 다리는 붓고 힘이 빠진 상태였다. 새끼와 어른 코끼리를 밧줄로 묶고 나서야 진흙탕에서 새끼 코끼리를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현재 코끼리는 일어서지는 못하지만 바나나 등 음식을 섭취할 수 있을 정도로 호전된 상태다.
이 지역에서는 밀렵이 금지되어있지만 올해도 야생동물들이 불법 밀렵꾼들에게 죽임을 당하는 일이 종종 발생했다. [사진:AP=연합] 12,12,11
상아 ivory 象牙
이 송곳니는 다른 어금니[臼齒]와 달라 뿌리가 없고 나기 시작하는 선단부는 에나멜질로 덮여 있으며, 나머지는 상아질[齒質]로 되어 있다. 코끼리의 나이 ·종에 따라 길이에 차이가 있으나 보통 나이와 더불어 큰다. 아프리카코끼리(Loxodonta africana)는 암수 모두 길게 자라며 수컷의 상아는 훨씬 길어서 길이 3.5m, 무게 100kg이나 되는 것도 있다. 인도코끼리(Elephas maximus)의 암컷은 발육이 나빠서 성체가 되어야 입 밖으로 겨우 보일 정도인데, 수컷의 상아는 3m 이상, 37kg이나 되는 것이 있다. 또, 실론섬에 서식하는 실론코끼리(인도코끼리의 아종)는 수컷의 상아도 발육이 나쁘다. 인도코끼리의 상아는 아프리카코끼리의 상아에 비하여 질이 떨어진다.
세계적인 상아 시장은 앤트워프와 런던인데, 주로 아프리카코끼리 상아가 거래된다. 양질의 것은 공예품 ·인장(印章) 등에 사용되고, 질이 연한 것은 당구공이나 피아노 키에 사용된다. 유럽의 구석기시대 유물에 매머드 엄니에 인물 ·동물을 새긴 투창기 등의 도구를 만든 예가 많이 발견되고 있다. 상아공예에 있어 이집트 ·서아시아 ·인도 ·중국 등의 고대문명에서는 제각기 독자적인 기법과 양식을 발전시켜 우수한 미술 공예품을 남겼다. 상아공급지로서의 아프리카의 역사는 매우 오래되었다. 사하라사막의 남과 북을 잇는 교역로는 BC 1000년부터 있었다. 사하라 남쪽의 중계도시에 집중된 상아는 지중해 교역망을 거쳐 유럽과 중동에 보내졌다. 동아프리카에서는 아라비아반도를 거쳐 동남 아시아에 이르는 해상 교역망을 통해 공급되었다. 15세기에 유럽인에 의한 서아프리카 진출의 목적도 금과 상아의 교역이었다. [네이버 지식백과]
신상 500년경, 높이 40cm, 알렉산드리아 출토, 파리 클뤼니 미술
승리항 황제 -프랑스국립박물관
그리스 로마시대 상아로 만든 빗
대만 고궁박물관
상아로 만든 찬합 대만 고궁박물관
상해 소주 박물관
인도 국립박물관
서울신문
필리핀에서 가장 큰 상아 십자가상이 마닐라의 한 박물관에 걸려 있다. 길이 77cm인 그리스도상의 몸은 통상아 한 개를 깎아 만든 것이다. 제작 시기는 160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스페인의 대형 범선들이 아시아의 상아 공예가들을 스페인과 신대륙에 실어 나르기 시작했던 시기다.
필리핀의 한 상아 수집가의 집에는 상아로 만든 성상들이 가득하다. “내 눈엔 코끼리는 보이지 않아요. 주님만 보일 뿐이죠.” 또 다른 필리핀 상아 수집가는 말한다.
수십 년 만에 최악의 코끼리 대학살이 벌어진 카메룬의 부바 은지다 국립공원에 코끼리 사체들이 널려 있다. 수류탄과 AK-47 소총으로 무장한 밀렵꾼들이 300마리가 넘는 코끼리들을 죽였다.
중국 최대의 상아 조각 공장에서 한 세공사가 번영을 상징하는 조각상을 마무리하고 있다. 중국은 2008년 아프리카에서 상아 66t을 합법적으로 사들였다. 그 이후 코끼리 밀렵과 상아 밀수가 모두 급증했다.
밀수꾼들이 이 밀수품을 갖고 케냐의 법망을 빠져나가진 못했지만 희생된 동물들을 되살릴 길은 없다. 상아가 작은 것으로 보아 새끼 코끼리들을 밀렵한 듯하다.
케냐의 암보셀리 국립공원에서 사복을 입은 한 경비대원이 불법 도살된 수코끼리의 상아를 잘라내고 있다. 상아가 암시장으로 흘러 들어가는 걸 막기 위해서다. 케냐에서는 올 전반기에만 국립공원 경비대원 6명이 코끼리를 보호하려다 목숨을 잃었다. 한편 공원 경비대가 사살한 밀렵꾼은 총 23명이었다.
한 중국 기자가 케냐에서 2011년에 밀반입된 상아 5t을 소각하는 현장을 취재하고 있다.
케냐는 1989년에 상아의 국제 거래를 금지하는 데 앞장섰지만 최근 들어서는 자국에 상아를 비축하고 있다. 사진에 보이는 상아들은 다른 나라들에서 온 것이다
위와 같은 상아 조각상을 만들려면 상아 조각의 장인이라도 몇 년은 걸린다. 전면 가운데에는 중국 도교의 신이자 행운과 돈, 장수를 상징하는 복록수 삼신상이 새겨져 있다. “우린 이러한 기술을 지켜나가기를 바랍니다. 아니 지켜야 합니다.” 중국공예협회의 사무국장 왕샨은 말한다.
코끼리 상아가 필리핀의 상아 조각 장인 마르시알 베르날레스의 손을 거쳐 성모 마리아의 머리와 손으로 탈바꿈했다. 그는 처음에는 목각을 했지만 상아의 특별한 매력에 이끌렸다. “가격이 매우 비싸다”고 그는 말한다. 밀수된 상아는 필리핀을 거쳐 아시아로 들어오는데, 필리핀도 불법 상아의 목적지에 속한다. 필리핀에서는 밀수된 상아가 성상으로 조각돼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로 밀반출되기도 한다. 베르날레스는 생상아만 사용하는 게 아니다. 그는 당구공을 깎아 성자의 머리를 만들기도 한다.
태국 수린의 한 묘지에 개인이 기르던 코끼리들이 묻혀 있다. 이곳에서 코끼리에 대한 깊은 사랑을 느낄 수 있다. 태국에서는 개인이 사육한 아시아코끼리의 상아 거래를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밀수된 아프리카코끼리의 상아가 뒤섞여 거래되기도 한다.
케냐의 차보이스트 국립공원에 있는 ‘붉은 코끼리’는 적색토로 목욕을 하기 때문에 붉은색을 띠게 됐다. 아프리카 전역에 걸쳐 다 자란 암수 코끼리들의 밀렵으로 새끼 코끼리들이 고아가 되고 있어 코끼리의 유전자풀이 약하고 몸집이 작은 쪽으로 변형되고 있다 [출처] 내셔널지오그래픽 2012년 10월호 피의 상아
아프리카 코끼리, 9년 새 30% 줄었다
사상 첫 18개국 개체수 전수조사 결과 ‘35만2271마리’
코끼리 보호단체 ‘국경없는코끼리’의 비행기가 지난 2월26일 아프리카 나미비아와 보츠와나의 국경에 있는 은고마에서 코끼리 무리 위를 날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 폴 앨런의 지원으로 과학자 90명과 국경없는코끼리 등 7개 비정부기구 활동가 286명은 2013년 12월부터 2년 넘게 사바나코끼리가 사는 아프리카 18개국의 개체 수를 사상 처음으로 전수조사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코끼리 대(大)센서스’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국경없는코끼리 제공
하늘 위에서 내려다본 동아프리카 보츠와나의 리니안티 초원은 평화로웠다. 한 무리의 코끼리가 물가 진흙에서 쉬는 듯 보였다. 그러나 비행기에서 내려 땅을 내디디는 순간 평온했던 풍경은 공포영화의 한 장면으로 변했다. 코끼리들은 모두 머리가 잘려나간 상태였다. 상아를 얻기 위한 밀렵꾼의 소행이었다.
데이비드 매켄지 CNN 기자는 코끼리 보호단체 ‘국경없는코끼리’ 연구진과 보츠와나 일대를 돌아본 이야기를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전했다. 그는 초원지대를 돌아본 이틀 동안에만 20마리가 넘는 코끼리가 죽어 있는 것을 목격했다.
국경없는코끼리 설립자이자 생태학자인 마이크 체이스는 “최근 2년 동안 이렇게 많은 코끼리 사체를 본 적이 없다”며 야생동물 보호구역 관리가 잘되는 보츠와나에서조차 밀렵을 막지 못한다면 희망이 없다고 한탄했다.
지난달 31일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세계자연보전총회(WCC)에서는 ‘코끼리 대(大)센서스’ 조사결과가 발표됐다. 2013년 12월부터 2년 넘게 사바나코끼리(아프리카코끼리)가 사는 아프리카 18개국의 개체 수를 사상 처음으로 전수조사한 것이었다.
조사결과 코끼리 수는 총 35만2271마리였다. 2007년에 비해 14만4000마리, 약 30%가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이 조사는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 폴 앨런이 돈을 모두 댔고 과학자 90명과 국경없는코끼리 등 7개 비정부기구 활동가 286명이 참여했다.
비행기 81대를 동원해 코끼리 수와 서식환경을 조사했고,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아 과학적인 데이터 수집과 평가 방법을 도입했다. 총 비행거리는 46만3000㎞에 달한다. 지구에서 달에 이르는 거리보다 긴 거리를 여행한 셈이다. 앨런은 “코끼리 수가 크게 줄었음을 과학적으로 밝혀냈으니 이제 이를 막을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식민시대 이전 아프리카에는 200만마리에 달하는 코끼리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지만 1979년에는 130만마리로 급감했다. 밀렵은 감소하기는커녕 그 후로 더 퍼지고 있다. 중국 등 아시아에서 불법 상아 수요가 계속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케냐, 우간다, 보츠와나, 가봉 등 4개국이 결성한 ‘자이언트클럽’은 사상 첫 ‘코끼리 정상회담’을 열어 코끼리·코뿔소 밀렵을 막는 데에 협력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의지를 보이기 위해 밀렵꾼들에게서 압류한 상아와 코뿔소 뿔들을 불태웠다. 그러나 밀렵이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게 센서스에서도 확인됐다. 이번 조사에서 코끼리의 84%는 자연보호구역 안에 살고 있고, 16%만 보호구역 밖에서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보호지역에서도 수많은 코끼리 사체가 발견됐다.
코끼리들이 밀렵을 두려워해 새끼 낳기를 꺼린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코끼리 보호단체 ‘세이브디엘리펀트’는 아프리카 정글에 사는 둥근귀코끼리를 조사한 결과, 다른 곳의 코끼리에 비해 10살 이상 늦은 나이에 첫 새끼를 낳고 출산 후 한참 지난 후에야 두 번째 새끼를 낳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밀렵에 자주 노출되는 까닭에 번식을 피하는 것으로 과학자들은 분석했다.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16.9.1
합법적 상아 가공품 수출 1위 英, 거래 전면 금지
세계 최대 합법적인 상아 가공품 수출국인 영국이 상아 판매를 사실상 전면 금지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영국 법무부가 6일(현지시간) 입법 예고한 계획에 따르면 1947년 이전에 상아로 만든 가공품의 거래가 금지된다. 앞서 영국 정부는 1990년에 상아 가공품 거래를 불법화했지만 1947년 이전에 만든 가공품은 예외로 했다. 상아 골동품이 계속 판매될 수 있도록 한 것인데 이런 예외를 없애겠다는 계획이다. 마이클 고브 법무부 장관은 성명에서 "상아 밀렵꾼에 의한 코끼리 개체 수 감소는 우리 시대의 수치다. 이 계획은 상아 밀매를 끝내려는 국제 사회의 노력에서 영국을 최전선에 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은 합법적인 상아 가공품 수출 규모에서 세계 1위다. 시민단체 '스톱 아이보리 그룹'(Stop Ivory group)의 존 스티븐슨은 "사람들이 상아를 사는 것을 멈출 때야 비로소 이 위기가 멈출 것이다. 정부의 중대한 조치를 환영하며 곧바로 강력하게 이행되기를 고대한다"며 환영했다.
다만 세계야생기금(WWF)은 "국제 범죄 조직이 연루된 상아 밀매는 국제적인 차원의 해법이 필요한 문제다. 특정한 국가가 금지하는 것 이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합법 및 불법 기준 모두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은 올해 말 상아 거래를 금지하겠다고 지난해 발표한 바 있다. 이민우기자 (minoo@kbs.co.kr) 17.10.6
‘마지막 안식처’ 보츠와나서 코끼리 87마리 밀렵 ‘충격’
남아프리카 보츠와나의 한 유명 야생동물 보호구역 인근에서 최근 밀렵으로 죽은 코끼리 사체가 90구 가까이 발견됐다. 강력한 밀렵 단속정책을 펴온 보츠와나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코끼리의 마지막 안식처’로 여겨져온 만큼 큰 충격을 주고 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항공 생태조사를 시행하는 국제 코끼리 보호단체 ‘국경 없는 코끼리’는 최근 유명 관광지인 ‘오카방고 델타 야생동물 보호구역’ 인근 지역에서 아프리카 코끼리 87마리가 상아가 잘려나간 사체로 발견됐다고 밝혔다.
코끼리 외에도 흰코뿔소 5마리가 3달여 전 밀렵꾼들에 희생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단체의 설립자이자 생태학자인 마이크 체이스 박사는 3일(현지시간)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완전히 경악했다. 지금껏 보고 들은 밀렵 사례 중 가장 큰 규모”라고 분개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13만 마리의 야생 코끼리가 서식하는 보츠와나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중무장한 밀렵 감시부대를 운영하면서 밀렵을 엄격히 단속했다. 이 때문에 보츠와나는 코끼리들에게 밀렵 안전지대나 다름 없었다. 추적 장치에 따르면 나미비아, 앙골라, 잠비아 등 인근 국가에 서식하던 코끼리들도 밀렵을 피해 보츠와나 국경지대로 이동한 것으로 포착됐다.
그러나 2년 전 나미비아와의 접경 지대에서 상아가 잘려나간 코끼리 사체들이 발견되면서 ‘안전망’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코끼리들의 무더기 죽음이 이번에 확인된 지역은 국경이 아닌, 내륙 깊숙한 지역의 보호구역이라는 점에서 파장이 더 크다. 보츠와나 정부가 지난 5월 밀렵 감시부대를 돌연 해체한 직후 코끼리 밀렵이 다시 확인됐다는 점도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지난 4월 취임한 모크위치 마시시 신임 대통령 정부는 이 부대를 해체한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체이스 박사는 “코끼리 보호는 보츠와나 경제나 일자리, 국제적 평판과도 직결된다”며 “보츠와나 정부가 당장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밀렵꾼들은 이미 행동을 개시했다”고 경고했다.
‘국경 없는 코끼리’의 ‘2018 야생동물 항공 생태조사’는 절반 정도 밖에 진행되지 않아 앞으로 밀렵에 희생당한 코끼리 수가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8.9.4 경향 스포츠뉴스
상아 800개 밀매 中 여성, '코끼리의 눈물' 죗값 치른다
탄자니아 法, '상아의 여왕'에 징역 15년형 선고
탄자니아 사법 당국이 '상아의 여왕'으로 불리는 중국 상아밀매업자 양 펑란(70)에게 징역 15년 형을 선고했다. 19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탄자니아 다르에스살람 법원은 이날 양 씨의 상아 밀매 혐의를 인정해 이 같은 판결을 내렸다.
양 씨는 2000년부터 2014년까지 탄자니아 코끼리 400여 마리의 상아 약 800여 개를 밀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이 기간에 약 2t에 가까운 상아를 중국으로 밀반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탄자니아 당국은 그가 밀매한 상아가 645만 달러(약 72억7800만 원)의 가치가 있다고 밝혔다. 1970년대에 탄자니아로 건너간 양 씨는 철도건설 프로젝트 통역사로 일하다 1998년 회사 2곳을 설립하고 이어 2012년에는 탄자니아의 중국-아프리카 상회 비서장으로 일해온 중국의 '탄자니아통'으로 알려졌다. 탄자니아에서 대규모 중국 음식점을 운영하는 등 사업에서 성공을 거둔 그는 2006년께부터 상아밀매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탄자니아 전역에서 상아를 모아 양 씨에게 전달한 탄자니아인 남성 2명도 이날 각각 징역 15년 형을 선고받았다.
탄자니아 법원은 "검찰이 피고인들에게 반대되는 논거를 의심할 여지 없이 입증했다"고 밝혔다. 양 씨와 탄자니아 피고인들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동물보호단체들은 탄자니아 당국이 이번 판결을 통해 상아 불법 거래에 대한 단속 의지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한편 코끼리 생태학자인 마이크 체이스는 "상아는 먹이나 물을 찾아 땅을 파거나 싸움을 벌일 때 큰 역할을 해서 코끼리에게는 중요한 부위이다"며 "상아밀매는 코끼리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UPI뉴스 / 김혜란 기자 khr@upinews.kr 19.2.20
야생 코끼리 잡아서 반려동물 먹이로?
보츠나와 정부 사냥 허용 검토에 환경보호단체 반발
지난 2014년부터 코끼리 사냥이 금지된 아프리카 보츠나와 정부가 이를 해제하고 코끼리 고기 통조림 사업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BBC 제공)
아프리카 보츠와나에서 코끼리 사냥 허용을 놓고 정부와 환경보호단체의 대립이 이뤄지고 있다. BBC는 아프리카 보츠나와 정부가 코끼리 사냥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환경보호단체의 반발이 일고 있다고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보츠나와는 지난 2014년 이안 카마 전임 대통령이 코끼리 개체 수가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 사냥금지법을 제정했다. 현재 보츠나와 내에는 아프리카 내에서 가장 많은 13만마리의 코끼리가 서식 중이다.
그러나 개체 수가 포화상태에 이르러 생태계가 위협을 받고 농촌이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코끼리가 농지를 침범하면 농작물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마을을 지나며 사람들을 위협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이에 보츠나와 정부는 코끼리 고기 통조림을 반려동물 먹이로 활용하자는 방안이 담긴 보고서를 모크위치 마시시 대통령에 제출했다. 보고서에는 △코끼리 사냥 금지령 해제 △일정하지만 제한된 코끼리 개체 수 도태 △일부 야생동물 이동 경로 폐쇄 등이 함께 담겼다. 마시시 대통령은 보고서에 환영의 뜻을 밝히고 "코끼리 사냥 허용에 대해 고려할 것이며 보고서를 대중에 공유하겠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결정에 환경보호단체는 강하게 반발했다. 영국 케임브리지 환경보전 자선단체 대표 찰리 메이휴는 "이번 보고서는 큰 실망이다. 보츠나와의 보고서는 코끼리 보호를 위한 국제 사회의 노력에 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경없는코끼리' 설립자 마이크 체이스도 "지난 20년 동안 보츠나와는 코끼리 관광사업으로 큰 경제적 이득을 얻었는데, 통조림 사업이 이를 채우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breezy@greenpost.kr 19.2.25
Since I Don't Have You (The Skyliners)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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