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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서평

한국의 약탈자본과 공범자들

by 이성근 2019. 11. 20.




한국의 약탈자본과 공범자들 저자 홍성준|레인북 |2019.10

어떻게 소수의 그들이 다수의 시민과 노동자를 약탈하는가

 

저자 : 홍성준 대학에서 무역학을 전공했고, 졸업 후 무역회사에 근무했으며, 노점을 운영하기도 하였다. 이후 민주노동당 용산 지구당 부위원장으로 선출되었고, 2007<투기자본감시센터> 사무국장이 되었으며, 2015년 이후부터 현재까지 <약탈경제반대행동> 사무국장에 임명되어 자본의 약탈행위를 감시하며, 사회적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목차

들어가며

 

1장 베일에 감춰진 투자자들

투기자본, 국제적 금융자본들의 검은 거래

민자도로 이용료 인하에 감춰진 비밀

사모펀드, 헤지펀드, 투자은행의 차이점

먹튀, 투기자본의 또 다른 이름

금융위기 조장의 주범, 투기자본

제조업이 아닌 금융으로 돈을 버는 기업

 

2장 약탈자본의 천국, 대한민국

워싱턴 합의, 미국 주도 금융의 세계화

IMF 프로그램 이식과 한국 자본 시장의 왜곡

금융자유화 확산과 한국 자본 시장의 변화

 

3장 기업과 시민의 돈을 훔치는 방법

론스타_시민의 돈 1인당 8만원 약탈하기

Kt_노동자 죽음과 시민 재산으로 고배당과 고액연봉 파티

맥쿼리_국가 교통망으로 세금 뽑아먹기

SC제일은행_세금 17조원으로 살리고, 사모펀드가 5천억에 삼키다

KIKO_갑질 은행의 거짓에 당한 수출업체

씨티은행_세계 곳곳에서 지탄받는 투기자본

오리온 전기_국무총리실과 법원이 주도한 해외 매각

한진 중공업_약탈 방식의 축약판

콜트콜텍_한국 부자 120위 대표의 고율 배당

위니아만도_900억 흑자 부도

씨앤앰(현재 딜라이브)_매일 즐겨 보는 방송도 투기자본

골든브릿지_대주주가 바뀌어도 유상감자, 계속되는 기업재산 빼돌리기

썬코어_알짜 기업 주가 조작으로 황페화되다

저축은행_청와대와 금융당국이 진상규명을 고의적으로 방해

LIG_구씨 일가의 기업어음 사기발행

동양그룹_부도 가능성 인지한 금융당국 소비자에게만 미공지

한성무역_국가는 사기 사건의 공범

IDS홀딩스_사기사건의 판을 키운 것은 검사와 판사

쌍용자동차_본질은 자본의 먹튀와 정부 공조

해외 사례_모든 것이 공인된 도독질

 

4장 공모자들은 누구인가

500년 전 명나라 부패의 데쟈뷰

관료 사회 특정 파벌의 공모

와인 바의 추억, 관련자들의 일상적 만남

은퇴후 뇌물인가? 금융관료의

창업 자금 2조원

자본과 결탁한 금융감독원 원장

우리는 한팀, 투기자본측 변호사와

금융위 심사위원

어떤 관료의 말, “도장값을 받았다

불법 의혹 김앤장으로 이직한 판사들

퇴직 법관 61명 중, 32명 대형로펌으로

불법 주도 의혹 김앤장에겐 어떤 조사도 없다

국무총리는 로비스트인가

금융위원장은 투기자본의 앞잡이인가

관료 집단, 시민의 통제 필요

투기자본화 된 국민연금과 군인공제회

금융·투기자본을 보는 두 시선

 

5장 기업을 약탈하는 공식 3단계

1단계 은행 또는 기업 인수_헐값 또는 불법으로

2단계 투자자금 회수_경영권 인수 후, 비상식적 고배당과 소비자에 대한 사기

3단계 재매각_은행 또는 기업을 매각

제조업이 쉽게 투기자본의 먹잇감이 되는 이유

지금의 금융시스템은 시민을 두 번 죽인다

 

6장 지금 시작할 수 있는 약탈 대응책

투기자본의 먹튀에 맞서, 단계별로 싸우기

1단계 인수 과정

2단계 자본유출 및 경영 감시

3단계 재매각, 먹튀

99%를 위해 금융자본 규제하기

금융가, “여의도를 점령하라

금융시스템 정상화를 위한 제안

김기준 국회의원에게 제출한 정책안

 

7장 누가, 어떻게 자본을 통제해야 하는가

마음만 먹으면 바로 도입 가능한 해외사례

국내법 개정과 제도적 개혁 방향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에필로그

 

출판사 서평

어떻게 소수의 그들이 다수의 시민과 노동자를 약탈하는가

약탈경제반대행동 사무국장 홍성준이 13년간 파헤친 대한민국 약탈자본 추적기

 

그들의 역사를 구분 짓는 진정한 요소는

그들이 지닌 탁월한 재능이 아니라,

그들이 누린 특별한 기회이다.”

_말콤 글래드웰(Malcolm Gladwell)

 

약탈자본의 천국, 대한민국

언제나 대중은 누가, 어디에 투자해서, 얼마만큼의 돈을 벌었는지, 호기심을 갖는다. 이런 대중의 호기심은 언론, 학교, 정부 등이 조장한다. 직장인은 물론, 청년과 주부, 퇴직한 노인들까지 일확천금의 환상을 품고 달려들게 만든다.

 

그러나 우리가 진정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일확천금의 대박을 챙기는 그들의 실체이다. 또한 그들이 누구의 돈을 챙기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들대박을 챙기는 특별한 기회와 거대한 수익을 창출하는 과정은 과연 정당한 것인지 물어야 한다. 이 책에서 다루는 그들의 이야기는 우리 사회 대부분의 시민들이 일생토록 시도하거나 상상하기조차 하기 힘든 것이다. 또한 직접 그들의 실체를 명확하게 정리한 책은 한국의 약탈자본과 공범자들이 처음이다.

 

사실 천문학적인 수익을 노리는 그들집단의 일원이 되어서 처음부터 함께 계획하고 투자하지 않는 한 그들의 구체적인 전모를 알 수 없다. 이 책의 내용은 대부분 그들이 천문학적인 수익을 챙겨 유유히 사라진 이후 남은 흔적들을 추적한 것이다. ‘그들의 수익 뒤에 남겨진 피해자들의 증언, 관련 언론보도, 비슷하지만 다른 곳의 경험(지식)들을 모아서 합리적인 추론을 하고 논리적으로 정리를 한 것이다. 저자는 이일을 13년째 하고 있다.

 

저자는 단언컨대 나는 미국드라마 [X파일]에서 진실은 저 너머에 (The true is out there)’와 같은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하며 등장하는 담배 피우는 남자가 아니다. 여기 내가 쓴 모든 이야기는 우리의 일상이며, 그들은 분명히 구체적인 실체가 있다. 다만 서민들이 쉽게 느끼기 어렵지만 그들은 어디에나 있는 공기처럼 존재하고, 우리 모두가 그 안에 살고 있다.”고 말한다. 책은 우리들이 느끼기 어려운 것들을 필자가 경험한 내용을 기반으로 정리하였다.

 

약탈자본의 탄생과 실체

그들이 한국에 출현한 것은 1997IMF 사태 전후였고, 미국과 유럽 등 선진자본주의 국가에서는 1980년대에 나타났다. 이른바 신자유주의 금융화 시대와 일치한다. 과거 역사에서 그들과 가장 유사한 모습을 지닌 것은 사략선(Privateer)’이다. 초기 상업자본주의 시절 국가로부터 특허장을 받은 개인이 선박을 무장 하고, 적성국가의 상선을 대상으로 해적질을 하는 그 사략선 말이다. 왜냐하면 그들이 목표로 하는 기업을 공격할 때에 사략선의 해적처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잔인하기 때문이다. 사략선은 상선의 선적화물만이 아니라 선원과 승객 즉 모든 사람의 재산과 목숨을 노린다.

 

오늘날의 그들도 기업에 축적된 자본만 아니라 노동자와 소비자도 약탈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것이 국가로부터 허가받은 행위이며, 노략질의 규모가 클수록 국민적 영웅으로 대접을 받는 것도 같다. 다른 점은 사략선은 적성국가의 상선만을 약탈하는데, 오늘날의 그들은 국내 기업을 주로 노린다는 것이다. 그들이 자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공격하는 데도 국가는 자국민이 아니라 과거 사략선 같이 그들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오늘날의 시장경제는 애덤 스미스 시대의 그것과 달리 약탈하는 자와 약탈당하는 자’, ‘약탈하는 기업·자본과 약탈당하는 기업·자본’, ‘약탈하는 나라와 약탈당하는 나라로 나뉘어 있다. 우리 앞에 잔인한 약탈을 목적으로 하는 그들이 나타났다. 하지만 그들의 정체를 학술적으로 엄밀하게 정의하기는 어렵다. 다만 투기자본’, ‘먹튀’, ‘초국적 금융자본등의 이름으로 한국 사회에는 알려져 있다.

 

어떻게 소수의 그들이 다수의 서민과 노동자를 약탈하는가

이런 이름들도 IMF 사태 이후 그들에게 저항하는 노동조합과 시민단체의 활동 속에서 만들어져 사회적으로 용인된 단어들이다. 이 많은 이름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기업에 대한 약탈을 자행한다는 점이다. 기업은 재화와 용역을 생산하고, 그 생산을 위해 노동자를 고용한다. 그리고 생산물을 시장에 판매하여 수익을 남기고 그 수익으로 배당과 임금, 재투자와 사내유보, 그리고 국가에 세금을 낸다. 이 과정이 순조롭게 계속된다면 기업은 장기적으로 성장한다. 이처럼 기업은 노동자, 소비자 등 수 많은 시민들의 기여로 우리 사회의 부()가 모이는 곳간이다. 따라서 모든 기업 곳간의 부는 기여한 이해관계자 모두의 몫 이여야 한다. 그런데 그들은 잔인한 약탈을 통해 이러한 기업의 계속기업 가치를 파괴하고 그 곳간에서 봄에 뿌릴 씨앗까지도 탈탈 털어간다. 그 결과 그들은 천문학적인 고수익을 챙기지만, 성장에 기여했던 다른 모든 시민들은 굶주리게 된다.

 

그렇다면 그들먹잇감이 되는 기업은 어떤 기업일까? ‘그들에게 약탈을 당한 기업들에게서 발견된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는 지배주주의 경영권에 여러모로 문제가 많은 기업, 둘째는 현금이 많은 기업, 셋째 쉽게 현금화 할 수 있는 자산이 많은 기업이다.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에는 토지와 부동산, 시장 우위의 생산기술, 그리고 정규직 노동자 등이다. 여기서 그들이 집요하게 정리해고를 많이 하는 이유는 해고노동자의 퇴직금만큼 자본시장에서 기업가치가 상승하기 때문이다. 기업이 어려워서 정리해고를 한다는 것은 사기에 가깝다.

 

이 책은 이러한 그들이 저지른 약탈 사례를 그냥 나열해 서술만 하지는 않았다. ‘그들의 약탈 과정을 일반화하고 공식처럼 정리하였다. 그리고 나와 내가 활동하는 시민단체가 개 별 기업에서 자행되는 그들의 약탈에 맞서 활동하면서 해당 기업 노동자, 피해 입은 소비자와 함께 찾았던 대응 방안을 제시하였다. ‘그들이 천문학적인 고수익을 챙길 수 있게 만든 여러 가지 원인 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한 건 국가였다. 더 정확히는 사업의 인허가권, 감독권을 가진 고위 관료들이 하였다. 그들이 관료들과 공모하지 않고서는 약탈에서 성공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바로 이 부분이다.

 

더 죄질이 나쁜 공범자들

첫 번째 공범자는 책에서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는 경제·금융분야 관료, 이른바 모피아(Mopia: 재무부의 영문 약자인 MOF(Ministry Of Finance)와 마피아 (mafia)의 합성어)’이다. 이들이 IMF 이후 수많은 은행과 공기업을 민영화해서 외국 투기자본에게 넘긴 자들이다. 이들 기업은 다수 시민을 대상으로 고도의 공공성이 요구되는 서비스와 상품을 제공하는 사업을 하며, 많은 수의 노동자들을 고용한 곳이 많다. 그리고 국가가 공적자금을 투입하여 기업을 회생시키고, ‘그들을 위해 국가가 대신하여 구조조정까지 해놓은 이른바 알짜기업들인 것이다. 따라서 이런 기업에 대한 약탈은 그들에게 천문학적인 고수익을 가져다주었지만 해당 기업의 노동자와 다수 시민들에게는 커다란 상처와 피해를 입혔다.

 

두 번째 공범자는 약탈자본의 앞잡이들이다. 약탈자본의 앞잡이란 투기자본과 투기동맹을 맺고, 먹튀의 이익을 나누는 집단과 개인이다. 주요 대상은 인허가권을 지닌 국가 관료와 투기자본, 그리고 국가, 노동자, 시장을 먹튀의 빨대로 연결해 주는 전문가 집단 등이다. 전문가 집단으로는 과거 김앤장 법률 사무소가 주로 지목되었다.

 

사실 투기자본은 누구나 인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투기 자본은 바람이나 물과 같아서 손으로 움켜잡기가 쉽지 않다. 그에 비하면 투기자본의 앞잡이는 구체적으로 지목할 만하다. 또 이자들은 투기자본의 먹튀 과정에서 매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자들이 없다면 먹튀는 불가능할 것이다. 굳이 비유하자면, 이 자들은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지 시절의 친일파와 비슷하다.

 

마지막으로 이런 공범자들과 결탁해 진실을 외곡하고 자신들의 이익을 챙긴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인들이다. 책 속에는 많은 사람들의 이름이 등장하는데, 진정으로 옳고 그름을 가려보고자 하는 심정으로 그들의 말과 행동을 적어 보았다. 시민들이 곳곳에 기업이라는 곳간을 채워 놓았지만 이것을 털어간 도둑들이 있다. 명백한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도둑놈을 보고 도둑놈이라고 말했는데, 이를 들은 도둑이 기분 나쁘다하면 명예훼손죄로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이상한 나라에 살고 있다. 도둑질은 명백하지만 그들 중 상당수는 법적 처벌을 받지도 않았다. 앞으로도 처벌받지 않을 것이며 늘 승승장구할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그들에 대해 기록하여 역사에라도 남기고자 한다. 용기를 가지고 내 기억과 당시 언론보도 등으로 확인되는 그들의 모든 실명들은 썼다.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오늘날의 세계 자본주의를 이끄는 것은 미국의 월스트리트를 중심으로 글로벌 금융거래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는 각국의 금융회사들과 거기에 투자하는 각국의 부유한 크고 작은 자산가계급(property classes)이며 이들은 오늘날 약탈적인 자본주의의 공동지배자이다.

 

동시에,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모두에서 한편에서는 가난과 궁핍이 다른 한편에서는 부와 사치가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불평등 심화의 배경에는 약탈적인 경제 메커니즘이 존재한다.

 

 

블랙머니 (BLACK MONEY, 2019) 2019.11.13. 개봉 113분

일명 서울지검 막프로’! 검찰 내에서 거침없이 막 나가는 문제적 검사로

이름을 날리는 양민혁은 자신이 조사를 담당한 피의자가 자살하는 사건으로 인해

하루 아침에 벼랑 끝에 내몰린다. 억울한 누명을 벗기 위해 내막을 파헤치던 그는

피의자가 대한은행 헐값 매각사건의 중요 증인이었음을 알게 된다.

근거는 의문의 팩스 5! 자산가치 70조 은행이 17천억원에 넘어간

희대의 사건 앞에서 양민혁검사는 금융감독원, 대형 로펌, 해외펀드 회사가 뒤얽힌

거대한 금융 비리의 실체와 마주하게 되는데

대한민국 최대의 금융스캔들,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한국의 약탈자본과 공범자들, 그리고 검은 돈

[삶은경제] <블랙머니>를 보고, <한국의 약탈자본과 공범자들>을 읽자

도둑이 들었다. 도둑은 담을 넘는 고전적 수법 대신, 영화에서나 나오는 섬세한 전략을 바탕으로 완전범죄를 기획했다. 경비를 매수해 현관문과 금고를 열었다. 일정기간 금고 주인 행세를 하다, 금고를 사겠다는 자에게 금고를 되 팔고 유유히 현관으로 걸어 나왔다.

 

기획의 핵심은 경비원의 확실한 매수다. 도둑이 금고를 털고, 되 판 뒤 현장을 떠날 때까지 전체 범행을 조력할 경비원이 없다면 애초 불가능한 기획이다. 이런 도둑질이 성공한다면, 그 무용담은 당연히 책과 영화로 회자될 것이다. 보란 듯 우리 앞에 한 편의 영화 <블랙머니>와 한 권의 책 <한국의 약탈자본과 공범자들>(홍성준 저, 도서출판 레인북)이 나왔다.

 

누가 현관을 열었나 : 노무현 정부

노무현 대통령 당선의 열기가 채 가시기 전인 2003715, 서울 조선호텔에서 관계기관 10인이 참석한 비밀회동이 열린다. 재경부 금융정책국 변양호 국장과 추경호 과장, 금감위 김석동 정책국장 등 금융당국 핵심들과 이강원 행장 등 외환은행 인사들, 당시 외환은행 자문사인 모건스탠리 관계자, 그리고 법률가들이 참석했다. 문재인 민정수석이 이끌던 청와대도 이 비밀회동에 행정관(주형환)을 보냈다. 노무현 정부 출범 5개월 만에 이들이 굳이 호텔에서 비밀스럽게 모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 날 이들은 금산분리원칙이 서슬 퍼런 나라에서 감히 론스타라는 외국계 사모펀드가 은행을 갖겠다고 나선 문제를 의논한다. 론스타는 부동산과 골프장 등 다양한 비금융자산에 2조 원 이상을 투자한 펀드로 산업자본에 해당 돼 은행을 소유할 수 없었다. 그런데 문제의 비밀회동 직후인 200394,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갖겠다는 공식 요청(동일인 한도 초과 보유 승인 신청)을 한국 정부에 제출하고 926일 승인을 얻는다.

 

이 과정에서 정부와 금융당국은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 해당여부를 심사하지 않았고, 회계법인 확인서는 거짓으로 제출됐으며, 론스타의 동일인 재무제표도 확인하지 않은 사실이 MBC 보도로 폭로된다. 탐사보도매체 <뉴스타파>는 론스타 펀드에 투자한 한국인 론스타 임직원들을 폭로했는데, 이들 중에는 10인 비밀회동 멤버인 김석동의 처조카와 임창열 전 경제부총리의 딸도 있다. 끝이 아니다. 외환은행 인수 승인 직후인 2003930일부터 다음달 30(인수자금납입만기일)까지 해외에서 국내로 모두 스물 세 번의 달러 송금이 이뤄졌다. 이 중 열다섯 번의 송금을 원화로 계산하면 10억 원 단위로 맞춰진다. 사모펀드 뒤에 숨은 이 검은머리외국인의 실체는 아직도 모른다.

 

개봉 5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조짐을 보이는 <블랙머니>를 본 독자들은 영화 속 관련 장면들이 생생하게 떠오르리라. 영화가 당시 청와대와 실세를 간접적으로만 묘사하는데 비해, 홍성준(현 약탈자본감시센터 사무국장) 씨가 쓴 책 <한국의 약탈자본과 공범자들>은 그들의 실명과 혐의를 구체적으로 밝힌다. 이른바 '팩스 5'으로 외환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을 조작해서 멀쩡한 은행을 부실금융기관으로 몰고 간 사람들, 관련자의 죽음 등 론스타 대한민국 입성기의 거친 윤곽들이 나온다.

 

누가 탈출을 도왔나 : 이명박 정부

이어지는 론스타 탈출기. 여느 사모펀드처럼, 이들도 단시간 기상천외한 방법들로 외환은행, 외환카드의 골수를 빼먹고 한국시장에서 철수를 준비한다. 2006121, 사모펀드의 엑시트(인수기업 매각) 시점은 인수 후 3년을 넘기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하듯 론스타는 외환은행 매각추진을 발표한다. 시민사회와 노동계는 이를 정치권과 금융당국이 약탈자본과 결탁한 초대형 먹튀 사건으로 규정했고 투쟁을 강화한다. 검찰이 론스타게이트의 수사에 나선 것도 이 시점이다. 같은 해 6월 비밀회동 멤버인 변영호 전 국장이 구속됐고, 김석동 등에 대한 검찰 조사가 시작됐다. 수사과정에서 투기자본과 정부 간 유착 혐의들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2008년 권력은 이명박 정부로 넘어간다. 노무현 정부 후반기부터 외환은행을 인수하려던 HSBC2009년 가을 인수를 포기했고, 하나은행이 새로 등장한 권력을 등에 업고 외환은행 인수에 나서 2012년 인수 작업은 끝났다. 탈출기의 하이라이트는 노동계와 시민사회가 론스타의 지분매각을 승인할 정부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얻을 수 없는 징벌적 매각을 요구하면서다. 이미 산업자본임이 확인된 만큼 보유지분을 장내매각토론해서 더 이상의 국부유출을 막으라는 요구였지만, 금융위원회는 다시 론스타의 손을 들었다.

 

홍성준의 책 <한국의 약탈자본과 공범자들>은 론스타, 맥쿼리 등 사모펀드로 대표되는 약탈자본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한국사회를 무대로 벌인 행적들과 공모자들의 실체를 상세하게 고발한다. 그리고 이들의 약탈수법과 여기에 가담한 공범자들이 서로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단군 이래 최대의 국부유출 게이트"

론스타는 노무현 정부 출범 직후 정부가 열어 준 금융시장의 정문으로 들어와, 이명박 정부가 끝나기 1년 전 당당히 정문으로 걸어 나갔다. 그렇게만 끝난 스토리가 아니다. 론스타는 현재 한국 정부에 5조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결정을 기다리는 중이다. 이명박 정부 당시 금융위원회는 징벌적 매각을 결정하라는 사회적 요구를 무시하고 하나금융으로부터 5조 원의 인수대금을 챙겨 갈 수 있도록 론스타의 탈출을 도왔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어도 계속된 금융당국의 배려(?)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대한민국을 뜸과 동시에 한국정부의 방해로 매각이 늦춰졌다며 5조 원이 넘는 손해액을 투자자국가분쟁중재(ISDS) 요구액으로 청구한다. 5조 원은 지금 미국이 요구하는 방위비 분담금과 같은 규모다. 외환은행 인수 후 82개월 동안 이들은 키코(KIKO)같은 고위험 파생상품을 예금자들에게 팔았고 그렇게 얻은 수익을 다시 주주(라는 이름의 자신)들에게 고배당해 제 주머니를 채웠다. 지분매각을 포함해 이렇게 한국에서 챙긴 돈이 47000억 원이다.

 

ISDS마저 승소할 경우 이들이 한국과 최종정산하게 될 수익 규모는 어떤 외국자본도 꿈꾸기 힘든 기록적인 수준이 된다. 그래서 론스타 게이트가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국부유출 게이트라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절망의 도돌이표, 문재인 정부

촛불혁명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하야하고, 노무현 정부의 민정수석이 대통령이 됐다. 신임 대통령이 임명한 초대 금융위원장 최종구. 국회 정무위에서 진행된 인사청문회에서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외환은행 인수 승인과 먹튀 방조를 당시 금융위원으로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다. 반성을 요구한 질문에 돌아 온 대답. "지금도 그때 상황이면 그렇게 판단하겠다." 청문회장 곳곳에서 탄식이 쏟아졌지만, 후보자는 당당했다.

 

이 문제적 장면은 대단히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문재인 정부와 론스타 사태에 대한 반성이 양립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문재인 정부의 태도는 단지 과거 잘못에 대한 부정이라는 차원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3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는 한국 정부와 론스타 간에 진행 중인 ISDS 소송에서 한국 정부가 론스타를 상대로 싸울 수 있는 유일한 무기인 은행 인수 자격 문제를 더는 다루지 않겠다고 한 정황을 담은 소송문서를 입수해 보도했다.

 

론스타의 은행인수 자격을 인정할 수 없어야 싸울 수 있는 소송에서 이를 포기하다니! 국민세금 5조 원이 걸린 소송이 진행 중인 판국에 금융당국의 수장으로 임명된 사람의 입에서 "그 판단은 옳았다"는 말이 나온 상황과 절묘하게 맞물린다. 정부는 사실상 5조 원 소송 포기나 다름없는 이 의혹과 관련해 국회나 언론에 어떠한 설득력 있는 해명도 내놓지 않고 있다.

 

퍼즐맞추기 : 론스타, 은산분리 폐지, 대주주자격심사 완화, 사모펀드 확대

문재인 정부는 출범 1년여 만에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을 이유로 은산분리원칙을 사실상 폐기하더니, 한 발 더 나아가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주주 자격 심사 기준도 대폭 완화했다. 결과적으로는 금융 산업 전체의 건전성과 금융공공성을 위협할 수 있는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이런 모습은 본질적으로 16년 전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 심사에 임했던 노무현 정부의 태도와 흡사하다.

 

문재인 정부 초대 민정수석 조국은 법무부 장관 임명을 앞두고 자신과 가족의 재산을 사모펀드에 투자한 이유를 묻자 "주식은 안 되지만 펀드는 '가능'하다고 해서"라고 말했다. 대한민국은 민정수석이 주식 투자는 못해도, 사모펀드 투자는 가능한 나라라는 말이다. 론스타 게이트의 핵심의혹, 권력 실세로 추정되는 검은 머리 외국인의 실체를 여전히 밝히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그 것이 가능한 나라, 권력자들이 사모펀드에 숨는 나라이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청와대나 조 전 장관은 몰랐을까?

 

판단하기 힘들다면, <블랙머니>를 보고 <한국의 약탈자본과 공범자들>을 읽자. 사모펀드가 보장하는 고도의 익명성 뒤에 숨어 정책 결정에 개입하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고위관료와 정치인을 밝혀내자는 것이 <블랙머니><한국의 약탈자본과 공범자들>이 우리에게 던지는 핵심 메시지다. 백정현 사무금융노조 교육국장 / 프레시안


Sealed with a kiss -  Dana Win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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