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존/더불어 살기

풍력단지는 최상위 포식자, 주변 먹이그물 ‘휘청’

by 이성근 2018. 11. 9.

연어가 나무를 살찌운다, 사체 던지기 20년 실험

알래스카 개울에서 한쪽 둑으로만 21만 마리 던져

건너편 나무보다 성장 빠르고 잎에서 바다 기원 확인

 

산란을 위해 몸이 다 드러난 얕은 여울을 오르는 홍연어. 에 이르는 이들의 몸을 이루는 양분은 바다에서 옮겨온 것으로 하천 상류 생태계를 비옥하게 한다. 데니스 와이스, 워싱턴대 제공.

 

하천 최상류는 물이 맑지만 많은 생물이 살지는 못한다. 영양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질소와 인 등 생물이 번성하는 데 꼭 필요한 영양분은 바위가 풍화되어 생기지만 물에 씻겨 하류로 흘러가 바다 밑에 쌓인다. 이런 일방적인 흐름을 뒤집어 균형을 잡는 생물이 있다. 바다에서 자란 뒤 육지에서 죽어 바다의 영양분을 강 최상류로 옮기는 연어가 대표적이다(관련 기사: 거대동물 배설물 사라지자, 지구 영양균형 흔들).

 

산간 계류에서 태어난 연어는 바다에서 몸을 불린 뒤 다시 영양분이 빈약한 최상류의 고향에 찾아와 알을 낳은 뒤 죽는다. , , 곤충 등이 연어가 날라온 바다의 영양분을 섭취한다. 동물뿐 아니라 강변의 식물도 혜택을 본다. 생태계 균형을 위해 연어의 모천회귀가 계속돼야 하고 자연 연어 서식지를 보전해야 하는 이유이다.

연어가 바다에서 산으로 영양분을 옮긴다는 사실은 정설이 됐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는 대개 간접 증거를 바탕으로 했다. 연어가 있는 강과 없는 강의 나무 성장률을 비교한 연구가 대표적이다. 그런데 장기연구를 통해 이를 직접 증명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알래스카 남서부의 지류에서 불곰에 의한 홍연어 포식을 조사하는 워싱턴대 연구진. 데니스 와이스, 워싱턴대 제공.

 

미국 워싱턴대 토마스 킨 교수팀은 지난 25년 동안 알래스카의 연어를 연구해 왔다. 연구장소는 알래스카 남서부의 알렉나지크 호수로 흘러드는 길이 2의 지류였다. 4m 수심 10로 작은 하천이지만 홍연어의 최대 산란지 가운데 하나여서 여름철에 1만 마리가 넘는 연어가 찾는다.

 

몸이 채 물에 다 잠기지도 않은 맑은 계류를 붉게 혼인색으로 물든 홍연어가 무리 지어 올라가는 장관이 해마다 펼쳐진다. 때맞춰 불곰들이 연어를 사냥하고 죽은 연어를 먹기 위해 몰려든다. 연구자들은 이 지류에서 불곰이 홍연어에 끼치는 영향을 연구해 왔다. 곰과 맞닥뜨리지 않기 위해 몰려다니며, 연어가 산란을 마치고 죽었는지 아니면 곰에 먹혔는지, 먹혔다면 어느 정도로 먹었는지 등을 조사했.

 

죽은 연어를 강둑에 내던지는 연구자. 중복 계산을 막기 위해 시작했지만 장기 실험이 됐다. 댄 니콜라, 워싱턴대 제공.

 

1990년대 중반께 퀸 교수는 발견한 연어 사체를 하류를 향했을 때 하천의 왼쪽 강둑으로 던지자고 연구팀에 제안했다. 그는 그저 연구의 편의를 위해서였죠. 중복해서 세지 않도록 하자는 거였어요. 하지만 동시에 미래 언젠가 이런 행동이 어떤 결과를 빚어내는지 보자는 괜찮은 착상이기도 했죠.”라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하천 한쪽으로만 연어 사체 내던지기는 1997년 이후 20여년 동안 계속됐다. 20(19972016) 동안 연구진이 한쪽으로 내던진 연어 사체는 217000여 마리로 무게로는 267t에 이른다. 불곰이 따로 연어를 옮기기 때문에, 양쪽 강변에 버려진 연어 사체의 양은 약 6배 차이가 난 것으로 연구자들은 추정했다.

 

연구진은 개울가에 자라는 캐나다가문비나무가 연어 사체 내던지기를 하기 전 20년과 한 뒤 20년 동안 어떻게 자랐는지 나이테를 비교해 분석했다. 또 이 나뭇잎의 영양성분인 질소와 인 가운데 바다에서 기원한 무거운 동위원소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측정했다. 그 결과 고향 하천으로 돌아와 알을 낳고 또는 불곰에 잡혀 죽은 연어는 강변에 자라는 캐나다가문비나무의 성장을 촉진한다는 사실이 분명히 드러났다.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생태학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연어의 사체가 강변 나무를 살찌운다는 강력한 현장 증거를 확인했다라고 밝혔다. 퀸 교수는 이번 연구는 연어 사체가 나무 성장에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라면서도 특정 지역 나무의 성장에는 영양소뿐 아니라 기후 등 다른 요인도 작용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나무의 성장이 촉진되면 큰 나무가 생기고, 큰 나무에서는 더 많은 나뭇가지가 개울에 떨어져 어린 연어의 서식지를 조성하는 효과가 나타나는 등 선순환이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연어 사체를 강둑으로 옮기는 사람의 행동은 곰이 연어를 잡아먹는 행동과 마찬가지여서, 수생생태계와 육상생태계를 잇는 연어의 핵심 역할을 중재한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풍력단지는 최상위 포식자, 주변 먹이그물 휘청

맹금류 줄자 주요 먹이인 도마뱀 행동·생리·형태 연쇄 영향

먹이 부족으로 성장·성징 지체핵심 생태계에 건설 신중해야

풍력 발전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재생 에너지원이다. 세계의 풍력 발전기가 설치된 육지 면적을 다 합치면 남한의 1.7배인 1700에 이를 정도다.

 

육상 풍력 발전이 늘면서 그로 인한 생태계 영향이 관심사다. 주로 새나 박쥐 등 나는 동물이 풍차에 부딪혀 죽는 일이 문제가 돼 왔다. 철새의 이동 경로가 바뀌거나 풍력 단지 근처 육상 포유류의 밀도와 활동이 줄어든다는 보고도 있다. 그러나 생태계 먹이그물 전반에 어떤 파급 효과를 낳는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육상 풍력단지는 단지 새나 박쥐와 충돌하는 것보다 훨씬 광범하고 복잡한 생태계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클립아트코리아

 

인도와 미국 연구자들은 풍력 발전 단지가 들어선 지 1620년이 지난 인도의 세계적 생물 다양성 보고인 서고트 지역에서 풍력 발전이 생태계에 끼치는 간접적 영향을 분석해 과학저널 네이처 생태학 및 진화최근호에 보고했다.

 

인도 남서부의 서고트 지역은 세계적 생물 다양성 핫 스폿이다. 이곳에 들어선 풍력발전 단지의 모습. 마리아 태커 외 (2018) ‘네이처 생태학 및 진화제공.

 

풍력 단지가 있는 곳에서는 그렇지 않은 곳에 견줘 말똥가리, 새매, 솔개 등 맹금류가 훨씬 적었다. 연구자들은 풍차가 없는 곳에서 맹금류가 급강하해 먹이를 공격하는 빈도가 4배 더 잦았다고 밝혔다. 맹금류가 풍차에 부딪혀 죽거나 그 장소를 회피하기 때문이다.

 

포식자가 줄자 그들의 주요 먹이인 이 지역 고유종 도마뱀에 변화가 일어났다. 풍력 발전소 근처에서 사는 육상 포유류에서 기계적 소음으로 인해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가 늘어났다는 보고는 있다. 그러나 이 지역 도마뱀은 반대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코스테론 분비가 줄었다. 연구자들은 포식 압력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곳 도마뱀은 도망치기 직전까지 사람의 접근을 허용하는 거리가 풍력 발전소가 없는 곳보다 5배나 짧았다. 이 지역은 목축과 채취를 위해 사람들이 자주 드나드는 곳이지만 도마뱀은 포식자의 감소에 따라 생리적으로 느긋해진 것이다.

 

연구자들은 이처럼 포식 압력 변화가 직접 잡아먹히는 영향뿐 아니라 행동, 생리, 형태 등 이제까지 예상치 못했던 복잡한 방식으로 생태계 먹이 그물에 영향을 끼친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풍력 발전소는 기존 먹이 그물 위에 새로운 최상위 포식자를 추가하는 구실을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풍차가 포식자인 맹금류를 줄인 덕분에 주요 먹이인 도마뱀의 삶이 나아졌을까. 연구 결과는 반대였다. 발전소 부근 도마뱀은 없는 지역보다 오히려 말랐다. 포식자가 줄자 도마뱀의 밀도가 3배나 늘었고, 이는 개별 도마뱀이 먹을 수 있는 절지동물의 양이 줄어드는 결과를 낳았다.

 

이 도마뱀 수컷은 경쟁자를 물리치고 암컷의 환심을 사기 위해 목 아래에 파랑·검정·오렌지빛의 화려한 군턱을 자랑한다. 그런데 풍력발전소가 있는 곳의 도마뱀 수컷은 군턱의 파랑과 오렌지빛이 덜 밝고 선명하지도 않았다. 이는 성 선택에서 치명적 약점이다. 연구자들은 도마뱀의 개체 수가 너무 많아 경쟁이 치열해지자 턱을 장식할 카로티노이드 색소가 많은 딱정벌레 구하기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서고트 지역에서 맹금류의 주요 먹이인 토종 도마뱀. 풍력발전으로 맹금류가 줄자 행동·생리·형태에 다양하고 미묘한 영향을 받았다. 마리아 태커 외 (2018) ‘네이처 생태학 및 진화제공.

 

풍력 발전은 화석 연료 발전보다 자연 파괴와 서식지 교란이 적은 발전 방식이다. 그러나 독특하거나 다양성이 높은 생태계에서 풍력 발전이 끼치는 영향은 훨씬 클 수 있다고 연구자들은 지적했다.

 

이들은 인류는 (대형 포식자) 동물을 제거함으로써 그들로 인한 공포를 이기고 제어 받지 않는 슈퍼 포식자로 지구에 군림하게 됐다. 이번 연구는 사람이 직접 나타나지 않더라도 풍력 단지 같은 인위적 교란만으로도 효과적인 최상위 포식자 구실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논문에 적었다.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11.9

 

Les Hommes(무명용사) - Sylvie Vart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