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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스크랩 또는 퍼온글

중국 서계국가습지공원 및 숭명동탄습지 -라펜드

by 이성근 2014. 1. 26.

 

 

서호 구경을 다 하고나서 서계로 발길을 옮겼네

하얗고 향기로운 눈발 속에서 가볍게 날리는 버들개지 속에서

자고로 누가 아느냐, 꽃이 사람 마음을 알아준다는 것을

시냇물이 꼬불꼬불하게 흐르고 있고 푸른 섬들이 총총히 널려 있다.

여기가 바로 꿈에도 잊지 못한 그곳이라.

-서계습지를 묘사한 글을 필자가 중국 원어민 교수의 도움을 받아 번역 

 

“천당습지, 습지천당

서계(西溪)습지를 간단히 요약한 말이다. 서계습지는 도심에 잔존하고 있는 습지를 복원하고 시민을 위한 생태공원으로 조성한 사례이다. 서계습지는 도시습지이면서, 농촌습지환경 및 문화적 습지환경의 특성을 안고 있는 전형적인 도시생태문화공간으로 매우 가치가 높으며, 새들의 천당으로 불리는 바 공원 내에는 여러 곳에 탐조대를 두어 새떼가 무리지어 즐기는 옛 시인들의 노랫 속 모습을 다시 구경할 수 있다.

 

서계습지는, 오월동주로 유명한 월나라의 수도였으며 중국문화의 전성기라 할 수 있는 남송의 수도였던 역사도시 항주(Hangzhou)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 ‘서호10으로 유명한서호와는 불과 5km 거리에 있으며 중국 최초이면서 유일한 국가급 습지공원이다.

 

중국 동부의 중심도시로서 양자강 하구에 위치한 상해는 근대 중국의 번영을 상징하는 도시로서, 7대 습지공원으로 대표되는 생태적으로도 중요한 위치에 있다. 양자강 하구 하중도인 동탄 숭명(Chongmin)습지를 비롯하여 숭서(Chongxi)습지공원 등 자연생태적 가치가 높은 습지와 더불어 과거 습지였다가 다른 용도로 이용되고 있는 곳을 다시 습지공원으로 복원하여 습지생태계 보전과 이용의 조화를 통한 현명한 이용의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특히 동탄 숭명습지는 철새이동통로로서도 매우 중요하여 지난 글에서 여러번 소개했던 동아시아오세아니아 철새이동경로 상의 중간 기착지로 알려져 있다. 서계습지공원과 숭명습지공원은 습지유형은 다르지만 각각 원래 습지였다가 양어장 등 다른 용도로 이용되고 있는 것을 다시 습지로 복원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이들을 포함하여 중국 동부 절강성에 분포하는 대표적인 습지복원사례를 고찰함으로써생태, 문화, 인간이 어우러지는 습지 보전 복원 등을 포함한 현명한 이용전략을 살펴보고자 한다.

 

습지는 천국이다, 서계국가습지공원

서호와 더불어 항주의 3서로 유명한 서계습지공원은 중국 항주에서 북경까지 내륙 주운을 연결한 대운하(경항운하)가 시작되는 지점으로서 70%가 수역으로 이루어져 있고, 하천, , 호수, 소택지 등이 어우러져 있으며, 여러개의 작은 하천들이 공원을 가로세로로 지나면서 거미줄같이 얽혀 독특한 습지경관을 형성하고 있다.

 


서계습지공원 안내(좌), 서계습지 전경(우)

 

습지생태공원 계획 시 습지, 동식물, 조경, 역사문화, 생태관광과 관련한 전문가 그룹이 계획에 참여하여 많은 토론과 자문을 통해 계획을 수립하였고, 78%의 면적을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하는 1급 자연 보호구(핵심구역)로 조성하였다. 

 

서계습지는 그물처럼 망상으로 연결된 6개의 소하천에 항주시내를 흐르는 전당강과 상하이 등지에서 흘러들어온 흙이 퇴적된 진흙이 1m 이상 쌓여 물이 매우 흐리며 축산폐수로 오염되어 6급수이던 것을 수질개선을 위해 오니제거, 수생식물 식재, 인공적인 오염원을 배제하고 청정수를 유입하여 수질을 유지하고 있다. 습지에서 자라고 있는 갈대는 베어서 건물재료나 퇴비로 활용하거나 소각한다.

 

서계의 생태문화와 생태관광

서계습지는 습지와 민속, 은일, 시사문화가 잘 보존되어 있어 생태문화적 가치가 높다.

예전에는 서호, 서계 및 청나라의 대표적 원림 유적인 서령(西泠印社)과 함께 항주의 삼서(三西)로 불렸다. 옛사람들은 서호를 대가의 규수라고 한다면 서계는 소가의 벽옥이라 할 수 있고, 서호가 항주의 부드럽고 매력적인 표정을 대표한다면 서계는 항주의 적막함을 함축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서계습지공원은불교(; Buddhism), 은둔(; Seclusiveness), 세속(; Secularity), 레저(; Leisure), 야생(; Wildness)’ 5개의 문화적 요소를 주제로 설정하고 있다. 또한 습지를 4개의 구역으로 나누어, 남쪽은은둔(Seclusiveness; 南隱), 북쪽은세속(Secularity;北俗), 동쪽은번영(Prosperity; 東포), 서쪽은고요(Quietness)’ 등으로 설정하였다.

 

서계는 예로부터 은거에 적합한 곳을 알려져 있어, 사대부 문인들의 흔적이 많은 곳으로서인간정토’, ‘세외도원등으로 불리던 곳이다. 이러한 까닭에 지금도 그 문화적 흔적을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문화적 요소로는 하나의 정원과 5개의 상징공간을 들 수 있는데, (Hong)씨 가문의 정원, 오페라 ‘Yue(소흥)'를 초연한 곳, 북경을 중심으로 한 경극과 쌍벽을 이루는 월극(越劇)의 발생지, ’수호지의 탄생지, 사대부들의 레저 공간, 지역문화의 중심지 등이다.

 

서계지역은 옛 지명은 하저(河渚)로 한과 진 시대부터 번성하였는데, 중국 4대 기서의 하나인수호지의 저자 시내암이 서계를 원형으로 하여 소설의 무대인 양산박을 그렸다고 전해진다.

 

용주승회

 

그 외에도 서계는 예로부터 은거에 적합한 곳으로 알려져 있는 바 문인들한테 인간정토, 세외도원으로 불리는 등 유구한 인문학적 유산을 이어오고 있다. 아울러 원주민들의 농가 생활과 농사 풍습을 유지하고 있어 전형적인 강남수향 민속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뒤에서 소개할 추설암 외에도 곽효직의 박암(泊庵), 장차백(章次白)의 매죽산장, 풍몽정(馮夢禎)의 서계초당(西溪草堂), 홍종의 홍원(洪園), 검부(劍符)의 기원(淇園) 등은 역사상 유명한 문인들이 창설한 곳으로 많은 시와 문장들을 서계에 남겨 놓았다.

 

서계습지는 생태적인 의미 외에도 전통 문화 요소를 함께 복원하고 있다.

물이 깊은 곳’이라는 뜻을 지닌 심담구(深潭口)에서 매년 단오 때 진행하던 민속놀이인 '용주승회(龍舟勝會)'라고 하는 배 경주를 비롯한 전통 마을의 물리적, 문화적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지금도 용처럼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는 용배가 전시되어 있다.

 

 

또한추설암(秋雪庵)’이라는 암자는 습지 양안으로 갈대가 무성하여 가을이면 하얗게 핀 갈대꽃이 바람에 날려 마치 눈처럼 보인다고 하여 '추설'이라 하였다. 추설암 주위에 넓게 분포하는 갈대군락 사이로 탐방로가 설치되어 추설암 내 식당에서 습지를 바라보며 습지에서 생산되는 재료로 요리한 식사를 할 수 있는 먹거리 문화도 독특하다.

 

가을 바람에 날리는 하얀 갈대꽃을 눈으로 비유한추설암에서 서계습지를 배경으로

 

생태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공간으로서 보전지역, 복원지역 및 생태관광을 위한 프로그램 및 시설들이 있으며, 야생조류 관찰을 위한 다양한 시설들도 제공되고 있다. 습지 곳곳을 둘러보는 배는 환경오염을 방지하기 위하여 축전지로 움직이는 전병선(電甁船)이나 사람이 노를 젓는 요노선(搖櫓船)을 이용한다.

 

숭명습지는 3개의 둑방길과 10경을 포함하고 있다. 첫번째는 행운(Fortune)을 상징하는 둑방길(Causeway Fu)로서 행운과 복(; Fu)을 상징하는 6개의 교량이 지나고 있고, 다음은 번영(Prosperity)을 상징하는 둑방길(Causeway Lu)로서 습지의 핵심지구를 지나면서 식물원 등 생태적 요소와 과학적 습지 연구를 연결함으로써 생태와 푸르름을 상징하는 둑방길(ecological bank)로도 불린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길이가 긴 장수(Longevity)를 상징하는 둑방길(Causeway Shou)은 습지 내 복잡하게 분포한 수로와 오랜 기간 정착된 수림 등을 지나며 생태적 경관을 형성하고 있다.

 

풍경이 뛰어난 수로와 전원 경관 등으로 서계습지는 예술가나 작가들에게 예술적 상상력과 영감을 불러 일으켜 예부터 뛰어난 시와 서예, 그림, 비문 등의 산실이 되었다.

 

대표적 경관요소인 서계10경으로는 습지에서 가장 뛰어난 경관으로서 배를 통해서만 접근이 가능한 추설암; 물에 비친 홍시; 용선(Dragon Boat) 문화 전시관; 조류탐방이 가능한 연꽃 생태보호구; 잔치 등을 열었던 홍씨 가문의 저택; 달빛 안개 속에서 보트놀이와 지역의 별미를 맛볼 수 있는 수상마을(연수어장(烟水漁庄)); 서계자두마을 등이 있다.

 

예전에 습지에는 53천명의 원주민들이 어업과 양식에 종사하며 살았는데 주민들과의 마찰을 해결하기 위해 뱃길 외에 도로를 개설하여 교통 불편을 해소하여 주고 경제적 보상 및 습지보호구내 직원으로 채용하여 주는 등 우대정책을 펴 주민들과의 마찰 없이 쉽게 이주 시킬 수 있었다고 한다.

 

습지내 나룻터와 전병선(좌), 전통가옥을 개조한 습지관리사무실 내부(우)

 

숭명(총민) 동탄 습지(Chongmin Dongtan Wetland)

중국 양자강 하구에 위치한 숭명도(Chongmin Island) 및 그 일대에는 하구습지가 발달해있다.

 

숭명동탄습지는 람사르 습지 1144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상하이 최대의 야생동물 서식처로서 지난 글에서 몇차례 소개했던 동아시아-오세아니아 조류이동통로(EAAF)에 속하여 이동성 조류의 중요한 기착지로서 조류자연보호구로 지정되어 있다. 양자강 하구 및 상하이시 인근에는 그 외에도 많은 습지들이 분포하고 있다.

 

숭명도 일대 습지 분포도

 

숭명 자연보호구 위치 및 분포

 

: 숭명습지 보전등급 (노랑:핵심구역, 청색:완충구역, 녹색:지속가능이용지, 분홍:전이구역)

: 숭명습지의 변화

 

숭서(Chongxi) 습지공원 복원계획도(자료: JianJian Lu)

 

한편, 숭명도의 숭서(Chongxi) 습지는 원래 습지였다가 양어장으로 이용되어 오던 곳을 2006년부터 생태적인 수법을 도입하여 조류 서식환경을 조성하여 새들을 유치하는 복원 전략을 도입하였다. 식물다양성을 높이고 수질정화 습지를 조성하였으며, 기존의 습지를 보전하고 훼손된 습지를 복원하여 환경교육, 과학연구, 여가관광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춘 다기능 습지생태시범구로 건설하고 있다.

 

Dramatic Change of Steel Slag Dump

상해 호송포태만 습지 산림공원과 병강산림공원

PaoTaiWan Wetland Forest Park & Shanghai Binjiang Forest Park

 

포태만습지 전경(자료: http://touch.shio.gov.cn/)

 

“우리는 성공적으로 쓰레기장을 생태적 공간으로 바꾸었다

상해 호송포태만(昊淞炮台灣) 습지 산림공원은 동탄숭명습지와 더불어 상해를 대표하는 습지공원이다. 원래 양쯔강 하구의 모래톱 및 갯벌습지이던 포태만공원은 1960년대 이래 광석의 폐기물인 슬래그로 메워져 왔고, 한때 외적의 침입에 대비하기 위해 강력한 군대를 양성하기도 한 근대 중국 역사의 성쇠를 함께 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포태만이 황포강과 양자강이 만나는 중국의 관문으로서 오랜기간 해안 방위를 위한 군사기지로 활용되어 왔다. 청나라 때 해안 방어를 위한 포기지(emplacement)가 배치되면서 포태(emplacement, paotaiwan)라고 불리기 시작하였다. 이후 아편전쟁, 일본 침략전쟁, 중국 내전 등을 거치면서 군사적 중요성이 부각되었고, 습지 주변에 철광석 슬래그 쓰레기장으로 이용되면서 생태환경이 급격하게 훼손되었다.  이후 강재적치장(steel bay), 주차장, 모래채취장, 넝마주이 주거 등으로 변하여 생태환경이 심각하게 훼손되었고, 주변 지역에도 악영향이 미치는 결과를 초래했다.

 

철광석 쓰레기 더미가 10m이상 높이로 쌓였고, 쓰레기 더미는 점차 습지를 덮어나갔다. 비가오면 철광석 쓰레기가 하천으로 흘러들어 검고 더러운 물이 흘렀고, 바람에 날린 슬래그분말이 대기 중에 섞여 호흡이 곤란하였다.

 

2005년 복원계획이 수립되어, 일부 남아있는 원 습지를 보존하고 표준습지(reference wetland)로 설정하여 복원 목표를 설정하였다. 철광석 슬래그는 깊이 매립되었고, 복토와 더불어 식생이 복원되고 습지공원이 하천변에 조성되었다. 슬래그는 화학적 원인과는 달리 깊이 매립될 경우 환경에 영향을 거의 주지 않는다는 판단에서 매립하게 되었고, 그 위에 덮인 토양과 식생에 의해 물과 토양이 정화될 수 있을 것이다.

 

공원 설계 개념은환경개선, 생태복원, 문화복원으로서, 중국서식처 환경상(Habitat Environment Award)을 수상하였다. 포태만 습지 산림공원에는 습지와 인공 생태숲, 잔디광장, 구릉지, 폭포 및 계류 등의 인공적 요소도 함께 어우러져 있다.

포태만습지공원 위성영상(좌), 습지공원 안내문(우)

 

군사문화조형물(좌), 군사문화광장 안내판(우)

 

병강산림공원은 황포강, 양자강과 동중국해가 합류하는 상해시 포동신구에 위치하고 있으며 앞에서 소개한 포태만 습지 공원과는 황포강 양안에 서로 마주보면서 양자강에 면하여 있다. 면적은 120ha에 이른다. 과거 습지 위에 묘포장으로 활용되던 곳을 다시 습지로 복원하고 시민들을 위한 습지공원으로 만든 사례로서, 설계개념은자연, 생태, 야생이 함께하는 것이며, ‘보호, 혁신, 개발의 조화를 추구하였다.

 

상해병강산림공원 위성영상

 

병강산림공원 평면도(자료:http://en.bjfp.sh.cn)

 

공원의 주요 경관요소는 해안도시근교 습지생태계 특성을 반영하고 있다. 급격한 산업화와 인구증가에 따른 자연환경훼손에 대한 보상 전략으로 만들어진 이 공원은 황포강의 물을 끌어들여 만든 수로가 공원 전체를 관통하며 공원을 분할하고 있으며, 습생식물관찰구, 생태림보호구, 병강해안경관구, 특정식물관찰구, 두견원(철쭉군락), 과수원, 대초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공원위치가 철새이동경로 상에 위치하기 때문에 야생조류를 비롯한 야생생물의 서식환경이 될 수 있는 다양한 유형의 습지와 산림 등이 조성되어 종다양도가 매우 높다. 또한 탐방객을 위한 생태관광 프로그램이 개발되어 범퍼카, 전지보트, 2인자전거, 전지카트 등 친환경적인 이동 수단이 도입되어 편리함과 더불어 자연생태계의 훼손을 최소화하고 있다.

 

상해 병강습지 전경과 공원관람용 전기동력 카트(우측 하단)

 

중국에는 66백만ha에 이르는 면적의 습지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전세계 습지 면적의 10%에 해당되며, 아시아에서는 가장 넓은 면적이고 세계에서는 4번째로 넓은 면적의 습지가 분포하고 있다. 중국 동부는 주로 하천형 습지가 많이 발달해 있고, 북동부는 소택형 습지, 중부 내륙과 양자강 하류 및 티벳 고원 일대는 호수형 습지, 해남도 등 남부 아열대 지역은 맹그로브 습지와 인공습지가 많이 분포한다. 그러나 최근 습지의 급격한 감소로 인해 보전 복원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마련하고 있으며, 1992년 람사르 협약에 가입하는 등 국가 차원의 보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그러한 노력의 하나로서 중국 상해 및 항주 일대의 습지복원 사례를 소개하였다. 습지는 산림과 더불어 가장 생태적인 공간이면서도 사람의 삶의 근거가 되는 문화적 공간이다. 이러한 생태계가 지니는 고유의 생태성을 복원하면서도 생태계와 더불어 살아 온 인간과 그 문화를 함께 고려하는 것이 생태자원을 현명하게 이용하기 위해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 소개한 사례들도 생태, 문화, 인간의 조화를 목표로 하는 현명한 이용 사례들이다.

구본학 교수  ·  상명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