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먹는 늙은 나무의 힘
동물은 태어나서 자라다가 어느 정도 성숙하고 나면 성장이 멈춰 더 이상 자라지 않는다. 그러면 나무는 어떨까?
유명 과학저널인 네이처에 얼마 전 나무가 인간과 동물을 포함한 대부분의 생명체를 구속하는 이 자연법칙에서 예외적 존재임을 시사하는 연구 결과가 실려 환경과 기후변화와 관련해 특별한 관심을 끈다.
나무는 일정 높이까지 자라면 더는 키가 자라지 않는다. 따라서 나무 체적이 증가하는 속도도 나무가 늙어가면서 당연히 느려지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미국, 중국, 말레이시아 등 16개국 38명의 연구자가 참여한 이 연구의 결론은 이런 가정을 뒤집었다. 나무의 키는 어느 정도 성장하고 나면 더 자라지 않지만, 체적은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빠른 속도로 계속 증가한다는 것이었다. 미국 캘리포니아 세쿼이아와 킹스캐년 국립공원에 있는 지질조사국(USGS) 소속 생물학자로 이 공동 연구를 주도한 네이트 스티픈슨은 최근 미국 엔피아르(NPR)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발견한 것은 (일반적 가정과) 정반대였다. 나무의 성장률은 나무들이 커질수록 점점 더 증가한다”고 말했다.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듯한 나무의 놀라운 성장은 인간의 관점에서 보자면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젊어지는 셈이어서 부러운 일이다. 대기 중에 점점 증가하는 이산화탄소가 몰고 오는 기후변화를 걱정하는 처지에서 보면 부러울 뿐 아니라 반갑기마저 하다.
나무의 성장은 광합성을 통해 대기 속에 있는 대표적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탄소로 바꿔가는 과정이다. 산불과 같은 재해나 병충해 등으로 죽지 않는 한 나무의 체적이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빨리 불어난다는 것은 기후변화와의 싸움에서 나무가 발휘하는 능력이 갈수록 강화된다는 의미다. 오랜 세월 살아온 생명에 대한 경외감이나 생태계에 대한 고려가 아니더라도 아름드리 나무들이 개발 사업으로 잘려나가는 것을 막아야 할 현실적 이유 하나가 분명히 제시된 셈이다.
스티픈슨은 동료 생물학자인 아드리안 다스와 함께 미국 시에라네바다에서 자라는 큰 나무들의 체적이 점점 빠르게 증가해 온 데이터를 가지고 그것이 다른 곳에서도 나타나는지 확인하기 위한 연구에 들어갔다. 그들은 전 세계의 임학자들에게 오래된 나무들의 지름을 주기적으로 측정한 데이터를 요청했다. 이에 호응한 학자들이 같은 나무의 지름을 측정한 자료를 보내오기 시작했다. 전달된 자료 가운데는 수십 년에 걸쳐 측정한 자료도 있었다. 이렇게 데이터가 수집된 나무는 6개 대륙의 열대, 아열대, 온대 기후대에서 자라고 있는 403종 67만3046그루나 됐다. 이 나무들의 체적 변화 경향을 분석한 결과는 놀라왔다. 각각의 나뭇잎들의 생체량은 나무가 나이를 먹어가면서 감소했다. 하지만 오래된 나무들은 어린 나무보다 잎이 펼쳐진 범위가 넓기 때문에 나뭇잎 각각의 생체량 감소분을 충분히 보충하면서, 해마다 더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탄소로 바꿔 그들의 둥치와 가지에 저장하고 있었다.
이들은 연구를 통해 지름이 100㎝인 나무의 지상부 생체량 무게가 종에 따라 한 해에 10~200㎏, 평균 103㎏ 가량 증가한다는 데이터를 얻었다. 이는 지름이 50㎝인 같은 종들의 연간 생체 증가량의 3배에 이르고, 지름 10~20㎝인 같은 나무 종들의 전체 생체량과 맞먹는다. 큰 나무 가운데는 1년 동안에만 생체량 무게가 600㎏ 이상 증가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현상은 유칼립투스나 세쿼이아와 같이 수명이 수천 년 이상 되는 초거대 수종에 한정되지 않았다.
미국 서부의 한 오래된 숲에서는 숲의 6%를 구성하는 큰 나무들에서의 연간 생체 증가량이 숲 전체의 연간 생체 증가량의 3분의 1을 차지하기도 했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체적 성장률이 빨라지는 경향은 대부분의 나무 종에서 고르게 관찰됐다. 반대 경향은 76과로 분류된 조사대상 나무들 가운데 7개 과의 한 두 종에서 확인됐을 뿐이다. 눈 밭에 눈덩이를 굴려갈수록 눈덩이 크기가 점점 빨리 커지는 것과 같은 현상이 생명체인 대부분의 나무들에서 나타나고 있었던 셈이다.이 연구 논문의 주 저자인 스티픈슨은 지난달 미 지질조사국이 배포한 보도자료에 실린 인터뷰에서 “이 발견은 크고 오래된 나무들이 흔히 가정됐던 것보다 지구 대기로부터 이산화탄소를 더 잘 흡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인간에 비유하자면 성장이 사춘기를 지난 이후에 둔화되지 않고 오히려 점점 빨라져, 중년이 되면 몸무게가 500㎏가량 나가고, 은퇴할 때쯤이면 1t이 넘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런 연구 결과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숲의 이산화탄소 흡수량을 늘리려면, 오래된 나무를 베내고 어린나무를 심어 새로 숲을 조성해야 한다’는 상식처럼 알려진 내용과 배치된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실제 지난해 8월 네이처 기후변화에 실린 또 다른 연구 결과는 “유럽 숲의 탄소 흡수량이 한계점에 다가가고 있다는 징후가 있다”며 가장 큰 이유로 나무의 노화를 들었다. 당시 외신을 보면 연구자들은 “주로 20세기 초반과 2차대전 이후에 심어 다 자란 나무들로 조성된 산림의 비율이 높아 생장 속도가 느려지기 시작했다. 유럽연합과 각국 정책 입안자들은 중요한 서식지 내 특정 지역은 노화된 수목과 식물 다양성에 중점을 두고 유지해야 하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지속적 목재 생산에 더 중점을 두고 산림이 활기를 되찾도록 해야 한다”고 말해, 오래된 나무의 벌채와 어린나무 조림을 제안하기도 했다. 새로운 연구 결과를 낸 학자들은 그러나 개별적인 나무들의 빠른 탄소 흡수율이 반드시 전체 숲의 탄소 저장량의 순증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조심스럽게 말한다. 오래된 나무들도 언젠가는 죽어서 쓰러지게 되고, 그러면 부패하면서 저장했던 탄소를 다시 대기 중으로 내보내게 되기 때문이다.
아드리안 다스는 앞선 미 지질조사국 보도자료에서 “그러나 우리의 발견은 나무들이 살아있는 동안에는, 크고 오래된 나무일수록 숲 내부의 탄소 순환에서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팀에서 가장 경기력이 우수한 스타플레이어들이 90대 노인들인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러면 나무는 영원히 자랄 잠재력이 있는 것일까? 나무가 바람이나 벼락에 쓰러지거나, 가뭄이나 병충해에 말라 죽지 않으면 얼마나 살 수 있을까?
미 보스턴대의 생물학자 나단 필립스는 이런 엔피아르의 질문에 “나는 그것이 아주 오랜 시간 동안, 기본적으로 무제한으로 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답했다.
-한겨레신문14.2.19 물바람 숲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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