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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스크랩 또는 퍼온글

동대문디자인플라자, 개관 이후가 더 걱정

by 이성근 2014. 3. 23.

 

321 프레시안  [김경민의 도시이야기]<34> 역사를 희생한 대가 넘어서는 가치 창출해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이하, DDP)가 드디어 개관했다. 세계적 건축가 자하 하디드의 훌륭한 작품을 보게 되어 기쁘다는 뉘앙스의 홍보성 기사들이 이미 뉴스와 지면을 차지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여도 보기 드문 형태의 구조물이 보여주는 독창성 그리고 건축적으로 높은 가치는 찬사를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은 과연 그 자리에 DDP가 들어서야 했느냐란 반성이다. DDP와 같이 구조적으로 독창적인 건물은 사막 한가운데에서도 빛나는 건물이다. 굉장히 거대하기 때문에 하늘 상공에서 보아야 그 참맛을 알지도 모른다. 어쩌면 분당이나 일산과 같은 신도시 지역에 들어서도 건축적 완성도를 보여주기에는 큰 어려움이 없지 않았을 것이다.

 

서울 사대문 안은 2000년 역사의 도시이자 600년 조선 왕조의 수도였던 곳이기에 땅을 파기만 하면 역사적 유물이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실제로 DDP를 팠을 때 우리는 지하에 있던 123미터 길이의 한양 성곽을 발견할 수 있었다 2만 5000여 점의 유물이 출토되었으며, 염초청과 하도감 등의 유적들이 발굴되었다. 아파트 3층 높이의 이수간문은 또 어떠한가. 동대문 운동장 터를 걷어냈을 때, 우리는 로마의 콜로세움까진 아니어도 그 정도 느낌이 나는 장소를 보유하게 될 가능성을 갖고 있었다.

 

만약 동대문 운동장 터에서 나온 다양한 유물과 유적 등을 바탕으로 오랜 기간 제대로 연구와 분석을 하고 고민을 한 후에 그러한 거대한 건물을 건설했다면, 그 과정과 고민한 점을 평가 ‘반성’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불과 1년 만에 야망에 불타 이런 식의 건물을 짓는 과정을 목도하고도 DDP의 독특한 외양에 현혹되어 온갖 찬사를 늘어놓고 있다. 이는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진실을 감추는 것이고 호도하는 것이다.

 

다른 시각에서 DDP를 바라보자. 서울시는 한양 성곽을 유네스코에 등재하기 위해 무던히 애를 쓰고 있고, 이는 칭찬받을 일이다. 이를 위해서인지는 모르나, 100년 전통의 동대문 교회 (동대문 건너편 북쪽에 위치한 교회)가 헐렸고, 성곽으로부터 20미터 내에 있는 건물들을 정비할 요량이라 한다. 성곽을 돋보이기 위한 정책으로 일면 수긍이 간다.

 

 

시기적으로 DDP 건설 결정 당시 한양 성곽 유네스코 등재가 계획이 존재하였는지는 모르나, DDP는 한양 성곽 바로 옆에 붙어 있다. DDP 뒤에 감춰진 한양 성곽- 우리는 이 불편한 현실을 또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따라서 DDP 개관에 앞서 우리가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부분은 서울이 로마가 될 기회를 발로 차버린 것에 대한 ‘반성’이다. 훌륭한 건축물을 짖고자 한다면, 역사적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지역을 찾아야 한다. 어쩔 수 없이 역사적 가치를 훼손할지 모른다면 모든 시민을 대상으로 공론화 과정을 제대로 거쳐야 한다. 그 기간으로 1년은 너무도 짧다. 만약 이후 DDP가 결과적으로 성공하였다며 똑같은 일을 사대문 안에서 벌인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DDP는 지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DDP는 지어졌다. 언제까지 반성만 할 것인가에 대한 목소리가 나올 수 있고 그 목소리 역시 당연하다. 이제는 미래를 보아야 하는데, 그 미래란 간단하다. 건축비 5000억 원 더하고 토지가격 5000억 원, 총 1조 원의 가치의 DDP는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DDP의 외벽을 통해 빛을 노출되는 모습은 대단히 아름답다. 또한 드라마 <별그대>의 한 장면(천송이가 와이어에서 떨어지는 장면)과 무한도전의 무대가 되었던 전시 공간을 보면 상당히 양질의 내부 공간을 가지고 있음이 명백하다. 달리 말해, DDP가 가진 건축적 독창성으로 어마어마한 인파를 끌어들이기에 충분하다. 따라서 잘만 활용한다면 매우 높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지 모른다.

 

밤바다 비싼 전기료를 내면서 빛을 뿜어내고, 거대한 건물을 운영 보수해야 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DDP의 운영 비용은 몇백 억 원에 달할 것이다. 부동산 관계자의 설명에 의하면 연간 300억 원가량의 운영 비용이 들 것이라 한다. 그렇다면 DDP 자체는 300억 원보다 훨씬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만약 그 정도의 가치를 창출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거대한 적자’라는 유산을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할지도 모른다.

 

 

DDP의 쓰임새는 크게 컨벤션, 전시, 사무실, 쇼핑(DDP와 서쪽 건너편 동대문 상가 사이의 지하 공간)으로 나뉜다. 여기서 사회적 목적으로 쓰일 전시 공간 등은 기본적으로 적자를 감수해야 한다. 우리가 사회적 경제 또는 혁신적 디자인 생계 등을 만든다면서 초기부터 거대한 흑자를 예상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DDP 내의 컨벤션 장소와 사무용 시설, 지하 쇼핑 공간이 수익 창출의 핵심적 역할을 하면서 박물관 시설 등을 교차 보조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금융·개발 전문가로서 여기서 약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싶다. DDP 내부 공간은 미래의 쓰임새가 제대로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건축 설계가 이루어지고 시공이 되었다. 그 때문인지는 모르나, 어마어마한 크기의 복도 및 오픈 스페이스 등이 건물 내부에 존재한다. 이는 달리 말하면 오피스와 같은 업무 공간으로 활용할 공간이 매우 협소하다는 이야기다.

 

여기서 의구심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 DDP를 창조디자인의 허브로 만들고자 한다면, 많은 사람이 와서 보는 전시와 박물관 공간도 중요하나, 실질적으로 그들이 아이디어를 만들어내고 업무를 협의하는 공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실질적인 가치는 (비영리적인 전시와 박물관 공간보다는) 업무 공간에서 창출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일정 크기 이상의 업무 공간이 있어 그 안에서 디자인 관련 창조기업을 키워내고 성장시켜야 한다.

 

따라서 DDP에 창의디자인 산업 허브 역할을 해야 하는 목적이 있으나 구조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면, DDP가 자체적인 운영 수입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운영을 해야 한다는 목표는 과해 보인다.  현재 동대문 상권 내에는 공실에 시달리는 상가들이 다수 존재한다. 그리고 창신동을 비롯한 인근 패션 제조 산업단지는 노후한 기술력과 열악한 노동 환경 및 주거환경 등 노동권, 환경권, 주거권 등 다양한 이슈들로 시름 하고 있다. 따라서 DDP는 주변 지역들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촉매제 역할을 해야 하는데, 만약 DDP 자체만의 지속 가능한 운영에 매몰될 경우 주변 지역과의 연계 협력 및 도시 재생은 어쩌면 매우 힘들지 모른다.

 

따라서 우리가 DDP에 요구해야 하는 ‘성공의 잣대’는 DDP 운영의 자립 가능성보다는 (일부 손실을 떳떳이 인정하더라도) DDP가 주변 지역과 함께 성장하면서 동대문 패션 문화 벨트를 일으키는 원동력, 즉 도시산업과 도시 재생 차원에서 어떤 기여를 할 것인가에 있다.  동대문 패션 문화 산업 시스템을 도약시키며 주변 지역의 재생을 촉진하는 DDP를 기대하며 그 성공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