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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더불어 살기

젖먹여 새끼 키우는 거미

by 이성근 2021. 6. 24.

 

독사의 굴욕

개구리 사냥하는 거미

귀없는 왕도마뱀

극단적 귀차니즘 동굴도룡뇽

젖먹이 거미

 

뱀이다~ 0.6거미의 사냥독사의 굴욕흔하다

미국·호주 등 세계 전역서 319사례

1g도 안 되는 검은독거미가 절반 차지

무당거미를 잡아먹으려고 접근하는 뱀. 뱀을 잡아먹는 거미도 많지만 거미도 뱀의 주요한 먹이이다. 맥스 로버츠, 아이내추럴리스트 제공

 

거미는 곤충만 먹는다고 알려졌지만 최근 거미 식단에는 지렁이, 달팽이, 가재 등 무척추동물은 물론 새, 박쥐, , 물고기, 뱀이 포함된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특히 자기보다 수십 배 큰 몸집에 종종 맹독을 지닌 뱀을 사냥하는 거미가 세계 전역에서 발견되고 있다.

마틴 니펠러 스위스 바젤대 거미전문가 등은 기존 연구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뉴스 보도 등에 나타난 거미의 뱀 포식 사례를 조사한 결과 남극을 뺀 세계 모든 대륙에서 319건을 확인했다고 거미학 저널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끈끈이 던진 뒤 독액 주입

뱀을 가장 즐겨 사냥하는 거미는 타란툴라 같은 대형 거미가 아니라 몸집이 작은 꼬마거미과 거미였다. 특히 포식 사례의 60%를 차지한 것은 검은독거미 무리로 암컷이 사냥꾼이었다.

뱀은 질기고 끈적거리는 거미줄을 쉽사리 빠져나가지 못한다. 거미줄에 걸린 어린 동부 가터뱀에 검은독거미가 물어 독을 주입하고 있다. 줄리아 세이퍼 제공

장님뱀을 사냥한 검은독거미의 일종. 조지 포페스쿠 제공

 

북미를 비롯해 아프리카, 호주, 이스라엘 등에 서식하는 7종의 검은독거미는 척추동물에 치명적인 독물을 분비하는데 뱀 사냥에도 가장 적극적이었다. 검은독거미는 원형의 둥근 거미줄이 아니라 바닥까지 늘어지는 헝클어진 거미줄을 친다.

 

바닥을 지나던 뱀이 이 거미줄을 건드리면 독거미가 달려 내려와 끈끈한 거미줄 뭉치를 내던진다. 이어 당황한 뱀의 몸을 여러 차례 물어 독액을 주입해 제압한 뒤 10120높이로 끌어올려 포식한다.

연구자들은 이렇게 잡은 뱀이 죽기까지 독거미는 몇 시간 걸리지만 독이 없는 거미는 며칠이 걸리기도 한다잡힌 뱀의 몸속에 소화액을 넣어 체액을 빨아먹어 껍질만 남긴다고 설명했다. 꼬마거미는 세계에 3000종이 분포하며 주거지에 가장 흔한 거미로 몸길이는 0.61.1이다.

타란툴라가 산호뱀을 사냥하는 모습. 칼 카발칸테 핀토 제공

 

타란툴라는 검은독거미(0.5g)보다 몸무게가 200배 무거운 대형 거미로 뱀 포식 사례의 10%를 차지했다. 타란툴라는 땅바닥에서 뱀을 붙잡은 뒤 벗어나려 발버둥 치는 뱀을 커다란 이로 문 뒤 신경독이 퍼지기까지 12분 동안 기다려 굴속으로 끌고 가 먹는다.

큰 거미줄을 치는 왕거미과의 호랑거미나 무당거미도 종종 뱀을 사냥해 전체 사례의 8.5%를 차지했다. 거미줄에 걸린 가장 큰 뱀은 미국 플로리다에서 길이 1m의 녹색뱀이 무당거미의 일종인 황금원형거미 거미줄에 걸린 것이었다.

 

거미줄 걸린 뱀 사람이 구해줄까

흥미롭게도 맹독을 지닌 거미가 맹독 뱀을 잡아먹는 일도 종종 벌어졌다. 연구자들은 거미 40종이 뱀 90종을 먹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들 거미의 절반과 뱀의 30%는 강력한 독을 지니고 있었다고 밝혔다.

독거미인 붉은등거미가 세계에서 가장 독이 강한 동부갈색뱀을 잡아먹고 있다. 케빈 무어, 오스트레일리아 박물관 제공

 

실제로 동부갈색뱀은 호주에서 뱀으로 인한 사망의 60%를 차지하는 세계에서 가장 치명적인 독을 분비하는 종인데 종종 검은독거미의 밥이 됐다. 연구자들은 독거미가 독사의 뱀에 취약한지 면역이 되어 있는지는 모르지만 코브라과와 살무사과 독사의 먹이가 거의 척추동물임에 비춰 거미에게는 독성을 끼치지 않는 것 같다고 밝혔다.

뱀은 강력한 근육 덩어리이지만 거미줄에서 빠져나가는 일은 드물었다. 자신의 힘으로 거미줄에서 도망친 뱀은 1.5%에 지나지 않았고 사냥 성공률은 87%에 이르렀다. 사례의 11%에서 사람은 뱀을 거미줄에서 구해주었다.

 

뱀과 거미는 대표적으로 사람이 싫어하는 동물이지만 뱀이 거미보다 나은 대접을 받은 셈이다. 그러나 거미줄에 걸린 새의 50% 이상이 사람의 도움을 받아 탈출했다는 다른 조사결과를 보면 새와 뱀 사이의 선호도는 큰 차이를 나타낸다.

 

거미는 49000여 종을 헤아리는 육상에서 가장 중요한 포식자이다. 지구의 거미를 합치면 무게가 2500t에 이르며 이들이 잡아먹는 먹이는 연간 48t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연구자들은 이런 엄청난 식욕을 채우기 위해 거미는 매우 다양한 먹이를 사냥하는데 뱀 등 척추동물은 보조적 먹이원으로 중요한 기능을 한다고 밝혔다.

 

거미가 뱀을 포식하는 사례의 51%는 미국에서 29%는 호주에서 보고돼 대부분을 차지했다. 먹이가 된 뱀의 평균 길이는 26로 이를 잡아먹는 거미의 평균 크기 1.6915배 차이가 났다.한편, 뱀을 잡아먹는 거미가 많은 것처럼 독이 없는 많은 뱀이 거미를 종종 잡아먹는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인용 논문: Journal of Arachnology, DOI: 10.1636/JoA-S-20-050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개구리 사냥하는 거미, 나뭇잎 엮어 덫으로 사용

농발거미 나뭇잎 2장 엮어 은신처 겸 덫으로세계적으로도 개구리는 거미 단골 먹이

농발거미가 나뭇잎 2장으로 엮은 은신처에 사냥한 개구리를 물고 들어간 모습. 풀전스 외 (2020) ‘생태학 및 진화제공

 

푹푹 찌는 열대우림에서 나뭇잎이 드리운 그늘은 나무 개구리에게 더위와 포식자를 피해 한숨 돌릴 매력적인 장소이다. 그러나 마다가스카르에서 크고 빠른 사냥꾼인 농발거미가 이런 나뭇잎 쉼터를 개구리 사냥을 위한 함정으로 쓰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일반적으로 무척추동물인 절지동물은 척추동물의 먹이이지만 일부 절지동물 특히 거미는 반대로 척추동물을 많이 잡아먹기로 유명하다(곤충의 반격, 소금쟁이가 개구리 알 포식). 다리를 펴면 길이가 15에 이르고 동작이 빠른 농발거미과의 거미는 잠복사냥이 장기이다.

 

티오 풀전스 마다가스카르 안타나나리보대 생물학자 등은 과학저널 생태학 및 진화최근호에 다마스테스 속 거미가 나무에 사는 소형개구리를 나뭇잎 함정에 유인해 잡아먹는 것 같다는 관찰결과를 보고했다.

처음 목격한 사람은 독일 괴팅겐대 생태학자 도미니크 마르틴으로 2017년 마다가스카르 동북부의 한 묵논에서 조류조사를 마치고 돌아오다 거미가 개구리의 머리를 송곳니로 물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다가가자 거미는 먹이를 물고 바로 옆의 은신처로 들어갔다.

사냥한 거미를 물고 있는 거미. 풀전스 외 (2020) ‘생태학 및 진화제공

 

이 은신처는 이웃한 두 장의 나뭇잎을 거미줄로 3분의 1쯤 붙인 뒤 생긴 벌어진 틈으로, 나뭇잎은 줄기에 달려 싱싱한 상태였다. 연구자들은 이듬해 이와 비슷한 은신처를 3곳에서 더 발견했는데 거미는 밖에서는 보이지 않는 틈의 안쪽에 숨어 있었다. 연구자들은 이 은신처가 낮 동안 쉼터를 찾는 개구리를 속여 끌어들여 사냥하는 함정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렇게 판단하는 이유는 다른 거미 가운데서도 포식자를 피하기 위해 은신처를 만드는 사례와 또 이 은신처를 먹이를 사냥하는 함정으로 재활용하는 거미도 있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낮에 기온이 오르면 개구리는 햇볕에 피부가 마르는 것을 막고 새 등 포식자로부터 피하기 위한 장소를 찾는데 거미가 이런 피난처를 만드는 것을 4차례나 발견했다이것은 거미가 나무에 사는 개구리를 먹이로 사냥하기 위해 체계적으로 만든 함정이라는 증거고 밝혔다.

개구리를 사냥한 거미와 같은 농발거미과의 팔리스테스 속 거미. 잠복사냥을 주로 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그러나 연구자들이 제시한 증거는 은신처 주변에서 개구리를 사냥한 거미를 목격한 것이어서 함정으로 쓴 은신처에서 개구리를 사냥했다는 직접 증거는 아니다. 연구자들도 거미가 개구리를 사냥한 것을 한 번 목격한 것이어서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거미의 개구리 사냥은 세계적으로 흔하게 보고된다. 호세 발데스 덴마크 오르후스대 생물학자는 지난해 절지동물이 척추동물을 잡아먹는 세계적 양상을 리뷰한 지구 생태학 및 생물지리학논문에서 절지동물이 척추동물을 포식한 사례가 89개국에서 1300여 건 보고됐는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의 포식자가 거미이며 먹이가 된 척추동물의 40%가 개구리라고 밝혔다.

거미에 먹힌 종과 속이 같은 마다가스카르의 나무 개구리.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이 논문에서 거미는 새를 뺀 모든 척추동물 부류에서 주요 포식자로 나타났다. 새를 가장 많이 잡아먹는 절지동물은 사마귀였다(새 사냥하는 사마귀, 자연에 고정관념은 없다). 절지동물의 먹이가 되는 척추동물은 파충류에서 도마뱀이 가장 많았고 포유류 가운데는 절반이 박쥐, 3분의 1이 물고기였다.

개구리가 거미의 쉬운 먹이가 되는 이유로 연구자들은 피부가 부드럽고 관통이 쉬우며 유생에서 성체에 이르기까지 물에서 나무 위까지 서식처가 다양하기 때문이라며 그 대신 개구리는 번식력이 커 한 번에 수만개의 알을 낳기도 한다고 밝혔다.

거미에 이어 척추동물을 가장 많이 사냥하는 절지동물인 사마귀가 벌새를 먹고 있다. 랜디 앤더슨 제공

 

인용 논문: Ecology and Evolution, DOI: 10.1002/ece3.7102

Global Ecology and Biogeography, DOI: 10.1111/geb.13157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이 도마뱀 보신 적 있나요?봤다면, 나쁜 동물원입니다

귀없는왕도마뱀 150년 만의 재발견 뒤 확보 경쟁

반출 불법이지만 일본 등 16개 동물원서 전시

귀없는왕도마뱀은 보르네오 섬 고유종으로 분류학적으로 매우 독특한 파충류이다. 일찍부터 서식지에서 보호종으로 지정됐지만 동물원의 확보 경쟁을 막지 못했다. 리 치엔, 와일드 보르네오 제공

 

열대림으로 덮인 동남아의 보르네오 섬에서 귀없는왕도마뱀이 처음 보고된 것은 1878년이었다. 길이 40의 몸집에 악어처럼 보이는 6줄의 비늘이 두드러진 이 도마뱀은 겉으로 드러난 귀가 없는(그러나 듣는 데는 문제 없는) 전혀 새로운 과의 파충류로 기록됐지만 이후 수십 년 동안 야생에서 관찰되지 않아 파충류학의 성배’ ‘미니어처 고질라라는 별명을 얻었다.

 

2012년 인도네시아 쪽 보르네오에서 이 도마뱀이 재발견되면서 세계적으로 화제를 불렀고 동물원들은 이 진귀한 파충류를 먼저 들여오기 위해 막후 경쟁을 벌였다. 서식지인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브루나이는 1970년대부터 보호종으로 지정해 거래를 중지했고 2016년에는 국제거래 규제 대상에 포함됐지만 현재 유럽과 일본, 미국 등의 16개 동물원에서 이 파충류를 전시 중이다.

 

일본 이즈 동물원 첫 전시

자생지에서 반출된 기록이 없는 희귀 도마뱀이 어떻게 야생동물의 불법 거래를 비판하고 멸종위기종 보호의 거점이라는 동물원에 흘러들게 됐을까. 빈센트 나이지맨 영국 옥스퍼드 브룩스대 교수는 과학저널 자연 보전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동물원이 암묵적으로 야생동물의 불법거래를 부추기는 실태를 귀없는왕도마뱀을 사례로 밝혔다. 옥스퍼드 야생동물 거래 연구그룹을 이끄는 나이지맨 교수는 논문에서 동물원은 높은 기준을 세워 모범을 보여야 한다현재 일부 동물원은 그런 기준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체감형 동물원을 표방하는 일본 이즈 동물원 누리집은 지구에서 가장 진귀한 귀없는왕도마뱀을 세계에서 처음 전시했다고 홍보하고 있다.

 

논문을 보면 진귀한 파충류 수집 경쟁에 가장 앞서 나간 동물원은 일본 시즈오카 현의 이즈(iZoo) 동물원이었다. 이 동물원은 재발견 이듬해인 20135월 귀없는왕도마뱀 2마리의 전시에 나섰다. 나이지맨 교수는 이 동물원은 국제적인 인증을 받지 못한 곳으로 도마뱀을 어떻게 확보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유럽에서 우크라이나를 비롯해 헝가리, 오스트리아, 러시아, 체코, 독일 등이 앞다퉈 이 도마뱀을 도입했다. 동물원들은 이 파충류를 개인이나 증식에 성공한 마니아로부터 얻었다고 밝혔다. 체코의 프라하 동물원은 일본 이즈 동물원 등으로부터 이 도마뱀을 들여왔다.

 

나이지맨은 일본에서 어떻게 유럽에 오게 됐는지는 불분명하지만 설사 합법적이라 해도 공식적인 수출 허가가 발급된 적은 없다고 지적했다. 귀없는왕도마뱀은 2016년 멸종위기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의 부속서 2에 등재돼 수출국의 허가 없이는 수출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말레이시아 등 이 파충류가 서식하는 3개국에서 합법적으로 수출된 기록은 없다고 논문은 적었다.

 

가격 떨어져 애완동물 될까 우려

인스타그램에 오른 귀없는왕도마뱀을 판매한다는 글. 5마리 확보했으며 가격은 마리당 3750달러라는 내용이다. 2015년 포스트이다. 인스타그램 갈무리

 

가장 최근에 이 도마뱀을 전시하기 시작한 곳은 지난 2월 미국 뉴올리언스 오듀본 동물원으로 프라하 동물원에서 도마뱀 10마리를 확보했다. 유럽과 미국에서 도마뱀을 확보한 경로에 대해 나이지맨 교수는 일부는 동물원 사이 교환으로, 일부는 개인으로부터 확보했고 밀수 때 압수한 개체도 일부 있다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많은 도마뱀이 어느 시점에서든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브루나이에서 불법적으로 반출됐고 또 불법적으로 수입됐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동물원들이 이런 보호동물을 받아들인 것은 원산지 국가의 법정신뿐 아니라 국제적 야생동물 거래 규정과도 어긋나는 일이라며 불법적인 야생동물 거래를 막자는 국제 동물원계의 약속을 저버린 셈이라고 비판했다.

 

동물원에서 인기가 높자 귀없는왕도마뱀의 가격은 2014년 부다페스트 동물원이 1마리를 8167유로(1100만원)에 구입할 정도로 폭등했다. 그러나 워낙 구하기 힘들고 불법 논란 때문에 지난해에는 900유로(120만원)로 떨어졌다. 나이지맨 교수는 이제 일반인도 이 희귀 동물을 애완동물로 기르려 들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코모도왕도마뱀은 귀없는왕도마뱀의 가까운 친척이다. 마크 듀몽,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귀없는왕도마뱀은 보르네오 고유종으로 열대우림의 습지나 하천 주변이 주 서식지이지만 논에 나타나기도 한다. 지렁이, 갑각류, 물고기 등을 잡아먹고 물속에서 꼬리로 돌 등을 감아 떠내려가지 않도록 고정하고 몇 시간씩 머물기도 한다.

 

정확한 서식지 조사가 부족해 얼마나 심각한 멸종위기 상태인지는 평가가 이뤄지지 않았다. 최근에는 야자유 플랜테이션을 위해 산림을 벌채하면서 서식지를 잃고 있다. 러시아 등에서 인공증식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인용 논문: Nature Conservation, DOI: 10.3897/natureconservation.44.65124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극단적 귀차니즘? 7년째 같은 자리 지킨 동굴 도롱뇽

10단식100년 장수에너지 절약 위해 움직임 최소화

세계 최대의 동굴 척추동물인 동유럽의 올름은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해 상상을 초월하는 기간 꼼짝 않고 먹이를 기다리는 것으로 밝혀졌다. 게이레이 발라스 외, 프로테우스 프로젝트 제공.

 

유럽 남동부 석회암 동굴에 사는 올름이란 도롱뇽은 여러모로 특이한 동물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동굴 척추동물로 길이가 40에 이르는 이 양서류는 색소를 잃은 살구색 피부와 겉으로 드러난 나뭇가지 모양의 아가미 등이 독특해, 17세기 처음 발견했을 때는 홍수 때 떠내려온 용 새끼로 알려지기도 했다.

 

그동안 밝혀진 이 도롱뇽의 삶은 극단적으로 느린 템포로 진행된다. 암컷은 12년마다 한 번씩 알을 낳고 수명은 100년이 넘는다. 도롱뇽을 위협할 천적도 경쟁자도 없다.

서식지인 캄캄한 동굴 개울에는 평균 수온 10도의 지하수가 연중 흐르는데, 이곳에 도롱뇽의 먹이인 동굴새우와 다슬기가 아주 가끔 나타난다. 물론 도롱뇽은 아무것도 먹지 않고도 10년을 버틸 수 있다.

 

게이레이 발라스 헝가리 에오트보스 롤란대 행동생태학자 등 헝가리 연구자들은 10년 전부터 동부 헤르체고비나 동굴에서 이 도롱뇽의 생태를 연구했는데, 잠수할 때마다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조사 때마다 같은 자리에서 도롱뇽을 목격했다. 이 도롱뇽이 지난번 본 것과 같은 개체일까? 연구자들은 도롱뇽의 이동 행동을 조사하기 위해 특정 액체를 도롱뇽의 지느러미에 주입해 어떤 개체인지 식별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했다. 이후 주기적으로 어떤 도롱뇽이 어느 곳에 사는지 알아봤다.

 

연구자들은 동물학 저널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올름이 자기 자리를 극단적으로 고집하는 행동을 보였다고 보고했다. 표지를 한 도롱뇽 37마리를 다시 포획해 확인한 결과 100일이 지날 때까지 10m 이상 움직인 개체는 10마리에 그쳤고 20m 이상 이동한 개체는 3마리에 불과했다.

도롱뇽은 평균적으로 1년에 5m를 이동했는데, 가장 멀리 이동한 개체는 230일 동안 38m를 움직였다. 대부분 여러 해 동안 이동한 거리는 10m 안쪽이었다. 그러나 도롱뇽 한 마리는 극단적으로 한 장소를 고집해, 2569(7) 뒤에도 같은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울름은 긴 몸을 이용해 뱀장어처럼 빠르게 헤엄칠 수 있지만 실제로 그런 움직임은 극히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게이레이 발라스 외, 프로테우스 프로젝트 제공.

 

늘 물이 흐르는 개울에 사는 커다란 동물이 이토록 꼼짝하지 않는 것은 이례적이다. 게다가 이 도롱뇽은 긴 몸을 뱀장어처럼 휘두르며 재빨리 헤엄칠 능력도 있다. 시력은 퇴화했지만, 화학물질, 자기장을 감지하고 청각이 발달해 다양한 소통을 하고 방향감각이 뛰어나기도 하다.

 

혹시 도롱뇽이 평소엔 동굴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다 하필 조사가 이뤄질 때만 원래 장소로 돌아가는 건 아닐까. 발라스는 사이언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만일 동굴 안에 더 좋은 곳이 있고, 더 많은 먹이가 있는 곳이 따로 있다면 올름도 뱀장어처럼 돌아다니겠지만, 동굴은 그렇지가 않다. 도롱뇽이 돌아다닐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동굴 지형은 단조롭고 먹이 분포도 균일하게 희박해 도롱뇽이 여기저기 움직여 봤자 큰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니다. 연구자들은 도롱뇽은 에너지 낭비를 줄이기 위해 움직임을 최소화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도롱뇽은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의 멸종위기종 목록에 취약종으로 올라 있다. 연구자들은 낮은 번식률에 더해 극단적인 장소 집착이 동굴 수계의 최상위 포식자인 이 도롱뇽을 매우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논문에 적었다.

인용 저널: Journal of Zoology, DOI: 10.1111/jzo.12760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젖 먹여 새끼 키우는 거미가 발견됐다

중국서 포유동물 비견되는 깡충거미 육아 행동 발견

젖에 우유보다 단백질 4수유가 생존율 높여

새끼를 젖을 먹여 돌보는 깡충거미의 일종 암컷(왼쪽)과 둥지에서 새끼에게 젖을 먹이는 모습. 천장치 외 (2018) ‘사이언스제공.

 

포유류는 새끼가 자라 스스로 살아갈 수 있을 때까지 젖을 먹여 기르는 동물을 가리킨다. 특히 사람처럼 오래 사는 사회성 포유류는 이런 육아 기간이 매우 길다.

이런 통념을 깨는 무척추동물이 발견됐다. 중국에 서식하는 깡충거미의 일종(학명: 톡세우스 마그누스 Toxeus Magnus)은 새끼를 젖을 먹여 기르고 성적으로 성숙할 때까지 장기간 돌보는 것으로 밝혀졌다.

수유하는 깡충거미 성체 수컷(A, B), 성체 암컷(C), 성별 구분이 어려운 아성체(D). 천장치 외 (2018) ‘사이언스제공.

 

천장치 중국 윈난 과학아카데미 생물학자 등 중국 연구자들은 30일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에서 개미를 흉내 내는 이 깡충거미가 기능적으로나 행동적으로 포유동물의 수유와 비견된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또 이번 연구로 젖을 먹여 기르고 장기간 돌보는 포유류와 같은 행동이 동물계 특히 무척추동물에 흔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젖을 먹여 새끼를 기르는 행동이 포유류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비둘기나 플라밍고, 일부 펭귄은 새끼에게 젖 비슷한 액체를 게워 먹인다. 또 오대산에서 발견된 산바퀴처럼 젖과 비슷한 액체를 분비해 새끼에게 먹이는 곤충도 있다. 어떤 물고기는 피부의 점막을 새끼에게 먹이기도 한다. 그러나 돌봄의 강도와 기간은 깡충거미와 견줄 수 없다.

플라밍고도 새끼에게 일종의 젖을 입으로 토해 먹인다. 로빈 뮐러,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연구자들이 실험실에서 관찰한 결과, 이 거미는 둥지에 소수의 알을 낳고 새끼가 깨어나면 1주일 동안 둥지 바닥에 액체를 떨어뜨려 새끼가 핥아먹게 한다. 이후 새끼들은 어미 배 윗부분의 산란관에서 젖을 빨며 자란다. 젖에는 우유보다 4배나 많은 단백질을 비롯해 지방과 당분이 들어있다. 수유는 새끼의 몸길이가 어미의 80%까지 자라 성적으로 성숙하는 생후 40일까지 계속됐다.

 

연구자들은 이 거미는 (포유류의 젖꼭지처럼) 수유를 위한 전문화한 기관이 따로 있다는 점에서 영양물질을 새끼에게 흘려보내는 바퀴와 구별된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이런 젖 분비는 번식이 아니라 새끼에게 먹이기 위해 여분의 알을 낳는 데서 진화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젖에 단백질 함량이 높고 산란관을 젖꼭지로 쓴다는 점이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어미의 수유 기관 위치(A)와 젖을 분비하는 모습(오른쪽 원형 부분). 천장치 외 (2018) ‘사이언스제공.언스제공.

 

새끼는 생후 20일까지는 오로지 어미의 젖만 먹고, 이후 40일까지는 낮에는 밖에서 사냥하다 밤에 둥지로 돌아와 어미의 젖을 빨았다. 그러나 젖을 떼고 나서도 20일 동안 새끼는 밤이 되면 둥지에 돌아와 어미의 보살핌을 받았다.

그렇다면 어미의 수유와 보살핌이 이 거미에게 어떤 이득을 주는 걸까. 연구자들이 어미 거미의 젖 분비를 막았더니 새끼는 10일 뒤 모두 죽었다. 새끼는 막아놓은 어미의 젖을 먹으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전적으로 젖에 의존하는 기간인 20일이 지난 뒤 젖 분비를 막는 실험에서는 새끼들이 죽지는 않았지만, 성장이 더뎠다. 어미는 둥지에서 새끼의 배설물을 치우고 새끼에 기생충이 끼지 않도록 돌본다. 그 덕분에 알에서 깬 새끼의 76%가 생존했다. 그러나 어미가 돌보지 않은 새끼의 생존율은 50%로 떨어졌다.

 

연구자들은 무척추동물에서 장기간의 모성보호가 진화한 것은 복잡하고 거친 환경에 대응해 새끼가 독립 전까지 사냥과 포식자 회피 능력을 갖추도록 하기 위해서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를 계기로 모유 수유의 진화를 동물계 전반에서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Zhanqi Chen et al, Prolonged milk provisioning in a jumping spider, Science, 30 NOVEMBER 2018 ? VOL 362 ISSUE 6418, DOI: 10.1126/science.aat3692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