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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더불어 살기

얼어붙은 설원의 다람쥐, ‘도토리 점심’만 먹을까?

by 이성근 2020. 9. 19.

캐나다 북극토끼 사체 청소동물 24, 4종의 다람쥐 포함

아메리카붉은다람쥐는 여름에 침엽수 열매를 주로 먹지만 겨울에는 눈덧신토끼의 사체를 종종 탐식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왼쪽), 피어스 외 (2020) ‘동물생태학 저널’ 제공.

 

 

캐나다 북서부 유콘 준주의 방대한 침엽수림에서 눈덧신토끼는 스라소니 등 포식자들에게 일종의 기본 식량이다. 눈에 빠지지 않도록 덧신을 신은 것처럼 두툼한 발을 지닌 이 토끼는 8∼11년을 주기로 밀도가 수백 배 바뀌는데, 많을 때는 이곳 척추동물 생물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북극 토끼는 살아있을 때뿐 아니라 죽어서도 이곳 생태계 먹이그물에서 중요한 구실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캐나다 앨버타대 마이클 피어스 박사 등 연구자들은 2015년부터 4년 동안 독특한 실험을 했다.

 

» 두툼한 발의 눈덧신토끼는 타이가 침엽수림 생태계에서 주요 먹이동물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자동차 사고 등으로 죽은 눈덧신토끼 98마리를 침엽수림 곳곳에 1㎞ 이상 간격을 두고 배치하고 적외선을 감지하는 무인탐지카메라를 설치해 어떤 청소동물이 접근하는지 조사했다. 1년 중 10월부터 5월까지 완전히 눈에 덮이고 2월 평균 온도가 영하 14도인 이곳에서는 죽은 동물도 소중한 자원임이 드러났다.

 

‘동물생태학 저널’ 최근호에 실린 이들의 논문을 보면 사체를 놓은 지 대부분 하루쯤 지난 뒤 청소동물이 나타났다. 가장 자주 출현한 동물은 조류 가운데는 어치, 까마귀, 까치 순이었다.

 

» 북미에 널리 분포하는 아메리카붉은다람쥐는 청소동물이기도 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포유류 가운데 가장 흔한 방문자는 놀랍게도 아메리카붉은다람쥐로 절반 이상의 사체에 출현했다. 캐나다스라소니가 뒤를 이었다.

 

북미 침엽수림에 널리 분포하는 이 다람쥐는 솔방울 등 침엽수 열매가 주식이다. 그러나 토끼 사체를 마다치 않았다. 스라소니가 토끼 먹잇감이 줄어들수록 사체에 더 많이 의존하는 것과 달리 이 다람쥐는 솔방울 생산량이 많든 적든 상관없이 사체를 찾았다.

 

» 토끼 사체를 먹는 것으로 밝혀진 미니머스줄무늬다람쥐.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아메리카붉은다람쥐뿐 아니라 사촌뻘인 다른 다람쥐 종도 토끼 사체를 주기적으로 찾았다. 북극땅다람쥐, 미니머스줄무늬다람쥐, 북미하늘다람쥐가 그들이었다. 사체를 찾은 동물은 모두 24종에 이르렀다.

 

피어스 박사는 “이처럼 다양한 종의 청소동물이 사체 주변에 모인 것은 본 적이 없다”며 “먹잇감이 되는 동물의 개체수는 이들을 잡아먹는 직접적인 포식자뿐 아니라 사체를 먹는 다양한 동물에게도 중요하기 때문에 먹이그물에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훨씬 복잡한 영향을 끼친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 동족 사체를 먹는 눈덧신토끼. 피어스 외 (2020) ‘동물생태학 저널’ 제공.

 

이번 연구에서 흥미로운 건 눈덧신토끼 사체를 자주 찾은 포유류는 다람쥐와 스라소니 다음으로 동족인 눈덧신토끼라는 사실이다. 피어스 박사는 이전 연구에서 눈덧신토끼가 먹을 것 없는 추운 겨울 동족 토끼는 물론 뇌조 등 다른 동물 사체를 탐식한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북극토끼는 청소동물, 스라소니와 동족 사체 먹어).

 

인용 저널: Journal of Animal Ecology, DOI: 10.1111/1365-2656.13275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2020. 09. 18 

 

북극토끼는 청소동물, 스라소니와 동족 사체 먹어

먹이 부족한 혹한기 죽은 동물 사체 일상적으로 먹어

평소 천적인 스라소니, 동족 토끼, 뇌조 깃털도 메뉴에

 

눈에 빠지지 않도록 발이 크게 적응한 눈덧신토끼. 먹이가 눈 속에 파묻히는 겨울을 나기 위해 사체를 먹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게티이미지뱅크

 

 

‘다람쥐는 도토리를 먹고, 토끼는 풀을 먹고…’ 초식동물에 관한 이런 통념이 깨지고 있다. 다람쥐는 애벌레가 많아지는 봄이 오면 이 영양가 풍부한 먹이를 놓치지 않는다. 초식성 소화기관을 지녔지만 토끼도 예외가 아니다. 먹이가 부족할 때 기회가 닥치면 육식도 마다치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마이클 피어스 캐나다 앨버타대 생태학자 등 연구자들은 북극에 인접한 캐나다 북서부 유콘 준주에서 눈덧신토끼가 다양한 종류의 동물 사체를 먹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과학저널 ‘노스웨스턴 내추럴리스트’ 최근호에 보고했다.

무인카메라에 찍힌 눈덧신토끼의 육식 모습. 죽은 뇌조의 깃털을 먹고 있다. 마이클 피어스 외 (2018) ‘노스웨스턴 내츄럴리스트’ 제공.

 

 

연구자들은 청소동물의 생태를 연구하기 위해 2015년부터 2년 6개월 동안 이 지역 클라우네 호수 부근에 무인카메라를 설치해 조사했다. 놀랍게도 청소동물 대열에는 초식동물로 알려진 눈덧신토끼가 포함돼 있었다. 연구자들은 “여러 종의 동물 사체를 먹는 일이 눈덧신토끼의 일상적 행동임이 처음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연구 지역에 동물 사체 161구를 놓고 2∼4m 떨어진 곳에 무인카메라를 설치해 조사했는데, 토끼는 이 가운데 12.4%인 20구를 먹었다. 토끼의 주요 포식자인 캐나다스라소니와 동족인 토끼 사체도 먹이에 포함됐다. 또 흰멧새, 뇌조, 아비 등 새들의 사체에도 입을 댔다.

캐나다스라소니의 주식 눈덧신토끼이지만, 죽은 스라소니는 반대로 토끼의 먹이가 된다. 케이스 윌리엄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동족 토끼 사체에는 1주일 동안 24차례 찾아와 먹었는데, 토끼 한 마리가 이를 독차지하려고 주변에 모인 토끼를 쫓아내는 자세를 취하기도 했다고 논문은 밝혔다. 뇌조 사체는 가장 즐겨 찾은 사체였다. 특히 토끼는 이 새의 깃털을 뽑아 먹는 행동을 지속해서 보였다. 한 토끼는 까마귀가 뇌조 사체를 물고간 뒤 남아있는 깃털을 먹었고, 다른 토끼는 스라소니가 먹고 남긴 날개 한 쪽을 눈밭 속에서 파내 물고 갔다. 연구자들은 토끼가 깃털을 먹는 이유로 논병아리의 예처럼 소화를 촉진하거나 장내 세균 군을 바꾸려는 목적, 또는 단순히 단백질을 섭취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했다.

눈덧신토끼가 사체를 가장 즐겨 먹는 것으로 밝혀진 뇌조.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초식동물이 사체를 먹는 것은 사체 주변에 다른 포식자가 모이기 때문에 위험을 자초하는 행동이다. 그러나 그런 행동이 최근 종종 보고되고 있다. 이를테면 비버는 연어가 하천 상류에서 번식을 마치고 죽으면 이를 포식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연구자들은 초식동물의 사체 청소 이유로 먹이 부족, 꼭 필요한 영양분 섭취, 사체가 풍부한 기회 활용 등을 꼽았다. 따라서 ”눈덧신토끼가 다양한 사체를 먹는 행동도 겨울철 먹이와 영양소 부족을 메꾸기 위해서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혹독한 날씨와 먹이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겨울철 극지방 토끼는 동족의 사체 등 먹이를 가리지 않는다. D. 고든, E. 로버트슨,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영하 30도 이하로 기온이 떨어지는 유콘 준주의 겨울 동안 토끼는 주로 단백질 함량이 적은 나무껍질 등을 갉아먹으며 연명한다. 조사 결과 풀이 많은 5∼8월 동안은 사체를 먹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체를 먹는 눈덧신토끼 내셔널지오그래픽 동영상

죽은 동물을 뜯어먹는 눈신토끼. 움직임을 감지하는 무인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이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Michael JL Peers et al, Scavenging By Snowshoe Hares (Lepus americanus) In Yukon, Canada, Northwestern Naturalist, 99(3):232-235.https://doi.org/10.1898/NWN18-05.1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2020.9.18 

 

한반도 고유종 다람쥐 프랑스 천덕꾸러기 된 까닭

빙하기 고립 독립 종으로 진화, 남한 내에도 3개 집단 분화

1980년대까지 수백만 마리 수출, 라임병 숙주로 골치꺼리

 

» 설악산에서 촬영한 다람쥐. 한반도 고유종일 가능성이 크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다람쥐가 바쁜 철이다. 숲 바닥에 떨어진 밤톨이나 도토리, 씨앗 등을 볼주머니에 가득 채운 뒤 땅속 깊숙이 파 만든 저장 창고에 들락거린다. 기온이 떨어지고 눈이 쌓이는 다음 달 중순께 겨울잠에 들어갈 준비를 하는 것이다.

 

다람쥐는 우리에게 가장 친숙하고 비교적 흔하게 만나는 동물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동물에 관해 잘 모른다. 한반도에는 세계 어디에도 없는 독특한 다람쥐가 사는 사실이 분명해지고 있다. 그런데도 과거 다람쥐는 애완용으로 수백만 마리를 수출했고, 그곳에서 최근 라임병을 옮기는 침입종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다. 국내·외 연구자들이 밝힌 다람쥐의 기원과 생태를 알아본다.

 

다람쥐는 한반도 고유종

 

» 다람쥐의 자생지(짙은 부분)와 도입 지역(옅은 부분). 출처: 조영석 박사(2014)

 

다람쥐는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와 중국 내륙, 유라시아 대륙에서는 유럽의 볼가 강부터 캄차카 북쪽까지 널리 분포한다. 이처럼 방대한 분포지역의 남쪽 끄트머리에 해당하는 한반도의 다람쥐는 형태나 습성 등에서 독특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최근 수행된 일련의 분자 유전학 연구는 한반도 다람쥐가 별개의 종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가리킨다. 흔한 다람쥐가 세계 어디에도 없는 한반도 고유종이라는 얘기다.

 

이무영 서울대 수의대 한국 야생동물 유전자원 은행 연구원(현 국립생물자원관 전문위원) 등 한국과 러시아 연구자들은 2008년 과학저널 ‘분자와 세포’에 실린 논문에서 한·중·러 3국 다람쥐의 유전자를 비교 분석한 결과 처음으로 한반도 다람쥐의 염기서열 변이가 다른 것보다 11.3%나 다른 것을 확인했다. 연구자들은 “미토콘드리아 사이토크롬 비 유전자에서 이런 정도의 차이가 나는 것은 한반도 다람쥐가 새로운 종일 수 있음을 가리킨다”며 “신종 확인을 위해서는 핵 유전자와 형태적 분석 등 후속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후 고흥선 충북대 교수(현 명예교수) 등은 2010년 핵 디엔에이(DNA) 분석을 통해 한반도 다람쥐가 별도 종일 가능성을 뒷받침했고, 러시아 학자 등은 두개골 등 형태학적인 차이를 확인했다. 그러나 북한 다람쥐에 대한 연구가 없는 것이 큰 한계였다.

 

» 먹이를 찾고 있는 다람쥐. 강원도 홍천에서 촬영했다.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총련 계열의 일본 도쿄 조선대학교의 정종률 교수가 돌파구를 열어줬다. 북한 다람쥐의 표본을 확보해 이항 서울대 수의대 교수팀에 전달한 것이다. 이 교수팀은 교육과학부의 지원을 받아 수행한 ‘북유라시아 다람쥐과 동물 3종의 비교계통지리’ 보고서(2013)에서 “국내 다람쥐 개체군의 유전적 구조는 인접 국가 중국, 일본, 몽골과 확연한 차이가 있다”며 “한반도에 서식하는 다람쥐 일부는 고유종임을 확인했다”라고 밝혔다.

 

흥미롭게도 대륙 다람쥐와 한반도 다람쥐의 분포 경계는 압록강과 두만강이 아니었다. 이 교수는 “애초 추정과 달리 경계선은 더 아래 양강도와 자강도 선으로 내려왔다”며 “결과적으로 북한에는 대륙형과 한반도형 두 종이 사는 셈”이라고 말했다. 물론 한반도 고유종을 최종적으로 확인하려면 더 많은 북한 쪽 표본 조사가 필요하고, 대륙형과 한반도형 사이에 잡종이 이뤄졌는지 등 추가로 분석해야 할 일이 남은 상태다.

 

이처럼 한반도의 다람쥐가 다른 종이 된 것은 빙하기 영향인 것으로 과학자들은 본다. 빙하기 때 한반도와 중국 내륙, 극동 러시아 등의 피난처에 고립된 다람쥐가 유전적으로 분화한 뒤 간빙기 때 서식지를 확대한 뒤에도 한반도에서는 그 차이를 유지해 다른 종으로 진화했다는 것이다. 이무영 박사팀의 연구에서 그런 분화 시기는 100만∼300만 년 전인 빙하기로 밝혀졌고, 남한 내에 적어도 2곳의 피난처가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무엇보다 이 연구에서는 남한 안에도 지역적으로 북부·중부·남부 등 3곳에서 다람쥐의 유전적 형태가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실질적인 의미가 크다. 이들 지역 다람쥐의 겉모습은 같아도 오랫동안 격리돼 유전적으로는 다른 진화의 경로를 밟은 독특한 집단이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다람쥐를 함부로 포획해 판매하거나 놓아주면 안 된다”며 “예컨대 강원도 다람쥐를 잡아 부산에 풀어놓으면 유전적으로 분리된 두 집단이 뒤섞이는 사태가 발생한다”라고 지적했다.

 

유럽 간 한국 다람쥐

 

» 동작과 모습이 귀엽고 깜찍한 다람쥐는 1960년대부터 애완동물로 많은 개체가 수출됐다. 조홍섭 기자

 

한반도 다람쥐의 생물학적 가치가 밝혀지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다람쥐는 현재 환경부의 포획·채취 금지 야생동물로 지정돼 있지만 1980년대까지도 유력한 수출품이었다. 1962년 강원도 산 다람쥐 655마리가 마리당 1달러에 애완동물로 일본에 수출되기 시작했고, 1970년엔 30만 마리가 수출됐다. 남획이 문제가 되자 1971년 정부는 다람쥐 수출량을 한 해 10만 마리로 제한하고 수출용으로만 포획을 허용하자, 다람쥐의 인공사육이 붐을 이루기도 했다. 결국 산림청은 1991년 다람쥐 포획을 전면 금지했다.

 

다람쥐를 장기간 대규모로 수출한 나쁜 결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유럽에서 다람쥐가 너무 늘어 문제가 되고 있다. 다람쥐는 유럽의 100대 침입종 가운데 하나이다. 귀여운 애완동물로 수입한 다람쥐를 기르다가 싫증이 나 놓아주거나 일부러 공원에 풀어놓거나 탈출한 개체가 야생에 자리 잡았다. 유럽연합의 외래종 데이터베이스를 보면, 유럽 22곳에 다람쥐가 야생 집단을 이루고 있다. 이 가운데 11곳이 프랑스에 있고 나머지는 이탈리아, 벨기에, 독일, 네덜란드, 스위스 등의 도시 근교 숲과 도시공원에서 쉽게 눈에 띈다.

 

» 다람쥐를 외래종으로 안내한 벨기에 정부의 누리집. 국토의 상당 부분에 퍼져 있음을 알 수 있다.

 

프랑스는 파리를 비롯해 북부에만 10만 마리가 사는 것으로 추정한다. 벨기에 브뤼셀에는 1980년 17마리를 공원에 풀어놓았는데 20년 만에 2만 마리로 불었다. 다람쥐가 최근 주목받는 이유는 라임병을 일으키는 보렐리아 박테리아를 진드기가 옮기는데, 다람쥐가 주요 숙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마우드 마르소 프랑스 국립 농학연구소 연구원 등이 과학저널 ‘플로스 원’ 2013년 1월호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파리 근교의 다람쥐는 전통적으로 진드기의 주요 숙주였던 들쥐보다 진드기 감염률이 8.5배나 높았다.

 

프랑스 등 유럽에 확산하는 다람쥐는 공교롭게도 모두 한국산으로 드러났다. 베노아 피사누 프랑스 국립자연사박물관 생물학자 등이 2013년 과학저널 ‘생물학적 침입’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프랑스의 다람쥐 자생지 11곳 가운데 5곳에서 포획한 다람쥐의 유전자는 모두 한국산과 같았다. 연구자들은 유럽에서 다람쥐가 성공적으로 퍼진 이유가 널리 분포해 적응력이 뛰어난 종이기 때문으로 추정했지만 조사해 보니 분포지의 극히 한 지역인 한반도로 드러난 데 놀라움을 표시하면서, 수십만 마리에 이르는 워낙 많은 개체가 들어왔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Lee, MY,Lissovsky AA,Park SK,et al. Mitochondrial Cytochrome b Sequence Variations and Population Structure of Siberian Chipmunk (Tamias sibiricus) in Northeastern Asia and Population Substructure in South Korea[J]. MOLECULES AND CELLS, 2008,26(6):566-575.

 

이항, 북유라시아 다람쥐과 동물 3종의 비교계통지리, 교육과학기술부 2013.

 

B. Pisanu et al, Narrow phylogeographic origin of five introduced populations of the Siberian chipmunk Tamias (Eutamias) sibiricus (Laxmann, 1769) (Rodentia: Sciuridae) established in France, Biol Invasions (2013) 15:1201–1207. DOI 10.1007/s10530-012-0375-x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친근하지만 잘 몰랐던 다람쥐의 생태

다람쥐는 도토리보다 밤을 좋아한다

지하 1m 바닥 낙엽 깔고 차곡차곡 쌓아

 

» 나무에 올라 열매를 따는 다람쥐. 다람쥐는 밤과 도토리 등 큰 열매뿐 아니라 작은 씨앗도 다량 거두어 저장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겨울잠을 앞두고 다람쥐는 도토리를 모으느라 정신이 없을 것이다. 도토리가 열리는 참나무가 많은 숲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실제로 현장조사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다람쥐는 도토리보다 밤을 좋아한다.

 

조영석 국립생물자원관 박사가 강원도 홍천에서 직접 조사한 결과 다람쥐 굴에서 나온 열매의 비율은 무게로 따져 밤이 77%로 압도적이었다. 이어 신갈나무 도토리가 12.1%, 벌노랑이 씨앗 2.1% 등이었다. 조 박사는 “숲에 압도적으로 신갈나무가 많고 드문드문 야생 밤나무가 있는 곳이어서 도토리가 많을 줄 알았는데 뜻밖이었다”며 “아마도 밤 쪽이 열량이 높아서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람쥐는 나무를 잘 타지만 잠은 땅속에 판 굴에서 잔다. 겨울잠을 자는 곳도 땅속이다. 조 박사가 조사한 결과 다람쥐의 굴은 깊이가 1m 가까웠고 잠자리와 화장실, 먹이창고로 나뉘었으며 터널로 연결돼 있었다.

 

흔히 다람쥐가 먹이를 감춘 곳을 잊어버려 결과적으로 씨앗을 퍼뜨리는 효과를 낸다고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조 박사는 “그런 속설이 있지만 다람쥐에 해당하지는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열매를 여기저기 파묻는 청설모와 달리 다람쥐는 한 곳에, 그곳도 깊숙히 저장하는데, 싹이 트기에는 너무 깊다는 것이다.

 

» 다람쥐 굴의 구조. N은 둥지, L은 화장실, C는 먹이 창고이다. 출처: 조영석 박사(2014)

 

화전민들이 다람쥐의 저장고를 찾아내 숨겨놓은 열매를 먹었다는 이야기가 전해 온다. 과연 저장한 열매의 양은 얼마나 될까. 조 박사는 “저장한 열매가 상당히 양이 많다. 바닥에 낙엽을 깔고 꼼꼼히 쌓아놓았는데 큰 열매뿐 아니라 작은 씨앗도 다양하게 쌓여 한 되 이상의 분량이었다”라고 말했다.

 

중국 다람쥐는 열매를 저장할 때 싹이 트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갉아내는 등 사전 처리를 한다는 보고가 있다. 우리나라 다람쥐도 그런 행동을 할까. 조 박사는 “깍지를 뗀 도토리와 밤을 쌓아 놓았지만 전처리를 하지는 않았다”며 “여러 지역에서 더 많은 생태연구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다른 야생동물도 마찬가지이지만 우리나라에 다람쥐 연구자는 거의 없는 형편이다.

 

이번 현장연구에서 홍천 지역의 다람쥐는 12월 중순부터 이듬해 3월 말까지 겨울잠을 자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다람쥐의 겨울잠은 신진대사를 거의 중단하는 박쥐 등과 달리 기온이 올라가면 금세 잠에서 깨어나 활동을 하는 ‘가짜 겨울잠’이라고 조 박사는 말했다. 저장한 열매는 잠에서 깨어났을 때 식량이다.

 

국립생물자원관은 다람쥐에 관한 기초연구가 부족하다는 판단에서 내년에 시민참여형 다람쥐 연구를 추진할 예정이다. 다람쥐가 전국 어디에나 분포하기 때문에 등산객 등이 휴대전화 앱에 다람쥐를 관찰한 시간과 장소 등을 입력하도록 하면 전국 차원의 ‘다람쥐 빅데이터’가 구축될 터이다. 이를 분석하면 지역마다 다람쥐가 어떤 생태계에서 언제 활동을 시작하는지 등을 알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Yeong-Seok Jo & Hong Seomun & John T. Baccus, Habitat and food utilization of the Siberian chipmunk, Tamias

sibiricus, in Korea, Acta Theriol. DOI 10.1007/s13364-014-019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