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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서평

재난의 시대 21세기

by 이성근 2024. 2. 11.

재난의 시대 21세기/알렉스 캘리니코스 지음, 이수현 옮김, 책갈피

알렉스 캘리니코스

1950년 짐바브웨에서 태어난 세계적 마르크스주의 석학이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자본론의 논리학으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 런던대학교 킹스칼리지 명예교수다. 실천하는 지식인의 전형으로, 2000년대의 대안 세계화 운동과 반전 운동을 건설하는 데 중요한 구실을 했으며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 중앙위원장을 맡고 있다. 2001년 한국의 한 중앙 일간지가 선정한 세계 지식인 42인 가운데, 노엄 촘스키에 이어 둘째 순서로 소개됐다. 한겨레가 보도했듯이 캘리니코스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마르크스주의와 세계 반전·반자본주의 이론가로 평가받고 있다.” 해마다 마르크스주의 발전에 공헌한 도서에 주는 아이작 도이처상의 심사위원이다. 캘리니코스가 쓴 카를 마르크스의 혁명적 사상은 한국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오랫동안 필독서로 꼽혔다. 그 밖에 반자본주의 선언, 제국주의와 국제 정치경제, 알렉스 캘리니코스의 자본론 행간 읽기, 포스트모더니즘: 마르크스주의의 비판, 인종차별과 자본주의, 평등, 브렉시트와 유럽연합(공저), 코로나19, 자본주의의 모순이 낳은 재난(공저), 3의 길은 없다, 사회이론의 역사, 현대철학의 두 가지 전통과 마르크스주의, 이론과 서사등 수십 권의 저서가 번역돼 있다.

세계는 재난 시대의 문턱을 넘고 있다. 예외적인 것이 정상이 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후변화의 가속이 일으키는 기상이변, 장기적 경기 침체와 생계비 위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뒤따른 핵전쟁 위험까지, 지금 인류는 생존 위협에 직면해 있다.

캘리니코스는 이 재난들의 공통된 뿌리는 자본주의 체제가 처한 다차원적 위기라고 주장한다. 자본주의 체제는 막다른 벽을 코앞에 두고 있으며 인류를 사회적 붕괴로 몰아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적으로 득을 보아 온 세력은 주로 극우파다.

그러나 새로운 재난 시대는 반란의 시대이기도 하다. 자본주의의 여러 단층선에서 터져 나올 저항운동들은 온갖 형태의 차별과 천대에 도전하며, 정의롭고 지속 가능한 세계로 나아가는 길을 열 것이다.

목차

머리말과 감사의 말

들어가며

1장 현재를 준비하는 단계

2장 자연 파괴

3장 경기 침체

4장 미국 패권의 쇠퇴와 지정학적 적대 관계

5장 반란과 반동

6장 비상 브레이크

후주

엄선된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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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우리가 사는 세계에는 재난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본문 중에서

19세기 초에 산업자본주의의 발전으로 가능해졌고 20세기에 점점 더 널리 퍼진 생활 방식은 이제 더는 지속 가능하지 않고 사실상 우리를 사회적 붕괴로 몰아가고 있다.--- p.12

재난은 이제 예외가 아니라 정상이 되고 있다.--- p.13

미국이나 호주처럼 부유한 나라들은 이런 재난에 더 잘 대처할 수 있다. 그러나 팬데믹이 보여 주듯이, 수십 년간 시행된 민영화와 긴축정책 때문에 국가의 역량이 줄어들어서 정부가 재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가 더 힘들어졌다.--- p.18

부자들은 감염 중심지를 피해 호화 요트에서 지내며 온라인으로 계속 사업을 하고 더 많은 부를 축적할 수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많은 노동자는 팬데믹 기간에도 날마다 목숨을 걸고 일하라는 가차 없는 압력을 받았다.--- p.18~19

너무 오래 머물러서 환영받지 못하는 손님 같은 자본주의는 이제 상시적 재난이 됐다.--- p.20

이 책의 일관된 주제는 이 새로운 세계적 위기 국면을 서로 구분되면서도 연관된 차원들 속에서 분석하는 것이다.--- p.23

벤야민은 구원을 (혁명으로 환원하지 않으면서도) 혁명과 동일시하는데, 벤야민이 생각하는 혁명은 진보의 필연적 결과가 아니라 저항하는 메시아가 자본주의적 정상 상태의 동질적이고 공허한 시간에 침입하는 것이다. 내가 보기에 이것은 이 재난 시대에 혁명을 생각하는 유일한 방법인 듯하다.--- p.30

1차 재난 시대와 지금 시대를 연결하는 일관된 주제는 혁명과 반혁명의 상호작용이다.--- p.33

파시즘은 아래로부터 반혁명이었다.--- p.46

그람시는 제1차세계대전 때 폭발한 자본주의 생산양식의 유기적 위기가 러시아 혁명과 이를 모방하려는 각국의 혁명운동뿐 아니라, 자본주의가 살아남을 수 있도록 체제를 재건하려는 자본의 노력도 촉발했다고 주장한다.--- p.54~55

기후변화는 인류 역사상 최대의 부정적 외부 효과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환경 파괴 과정은 자본주의가 자연을 상품화하는 경향, 즉 지구 자체와 지구의 소산인 자원을 시장성 있는 자산으로 변화시키는 경향 때문에 더 격렬해진다.--- p.74

모든 국가가 탄소 중립 경제로 전환하는 비용을 다른 국가들에 떠넘기는 데 이해관계가 있다. 기후 협상에서 국가 간 형식적 평등은 엄청난 힘의 불평등, 특히 북반구와 남반구 사이의 불평등 때문에 효과가 없어진다.--- p.75

자본주의 생산은 모든 부의 원천인 토지와 노동자를 동시에 파괴해서만 사회적 생산과정의 결합도와 기술을 발전시킨다.--- p.83

자연환경이 인간의 사회구성체에 미치는 영향은 항상 그 사회구성체에서 지배적인 경제적·정치적·이데올로기적 구조들에 의해 매개된다. 노동과 자연의 물질대사라는 마르크스의 사상은 쌍방향적이다.--- p.86

미래의 재난 대응은 국가의 억압적 권력을 강화하려는 또 다른 시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p.109

신자유주의 정설이 기술 관료적 케인스주의로 바뀌었다.--- p.120~121

재난 시대가 시작된 가운데 기술 관료적 케인스주의의 출현은 신자유주의의 종말로 나아가는 중요한 단계를 의미하는가?--- p.141

오늘날 미국과 중국의 경쟁은 세계 정치의 가장 유력한 특징이다.--- p.166

중국 국가와 중국 국경 내에 기반이 있는 자본가들은 사적 자본가든 (크리스 하먼이 말한) 정치적 자본가든 서방 경쟁자와 똑같이 경쟁적 축적 논리를 따른다. 사실 이 논리가 미국과 중국의 적대 관계 밑바탕에 놓여 있다.--- p.177

미국과 중국의 자본축적 패턴은 상호 의존적이다. 이런 의미에서 중국과 미국의 관계는 냉전 시기의 동서 대립보다는 1914년 이전 영국과 독일의 적대 관계와 더 비슷하다.--- p.180

원래 덩샤오핑이 창안한 공동 부유라는 구호가 중국에서 되살아난 것은 중국식 성장 모델이 가져온 환경 파괴와 경제적 불평등을 인정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구호는 경제의 방향을 기술혁신과 국내시장 중심으로 전환하려는 염원을 담고 있다.--- p.188

우크라이나 위기는 세계 수준과 유럽 수준에서 모두 고조돼 온 긴장을 압축적으로 보여 준다.--- p.200

미국과 중국의 적대 관계와, 러시아와 나토의 경쟁은 상호작용을 해서 중국과 러시아가 더 단결하게 만드는 효과를 냈다.--- p.204

지금의 [세계적] 양극화는 비록 아직은 또 다른 냉전적 세계 분할이라고 부를 만큼은 안 되지만, 꽤나 심대해서 정치적·이데올로기적 표현을 발견하고 있다.--- p.217

흔히 민주주의를 옹호하며 독재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오늘날 자유주의적 자본주의 국가들에서 득세하고 있는 강력한 권위주의화 추세를 무시한다.--- p.219~220

중국과 러시아 모두 독재 정권이지만, 종류는 사뭇 다르다. 중국은 의심할 여지없이 세계적으로 훨씬 더 큰 이데올로기적 호소력이 있다. 무엇보다도 중국의 발전 모델이 특히 다른 탈식민지 세계에서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p.222

민주주의에 대한 극우파의 위협은 다른 나라들보다 미국에서 더 첨예하고 심각하다.”--- p.227

주류 사회민주주의 정당들과 노동조합들이 긴축정책에 저항하는 데 크게 실패한 것을 배경으로 해서, 난민 위기가 낳은 인종적 양극화는 극우파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p.230

포퓰리즘은 신자유주의적 현상 유지에 대한 모든 도전을 무시하고 뭉뚱그리는 데 사용되는 두루뭉술한 표현이자 포괄적 용어가 돼 버렸다.--- p.233

극우파는 신자유주의 시대의 병폐 때문에 생겨난 (적어도 특정 부문 사람들의) 분노가 한편으로는 범세계주의적 엘리트층으로, 다른 한편으로는 이주민과 난민들로 향하게 하는 데 성공했다. 월든 벨로가 세계화에 대항해 일자리와 복지를 옹호하며 멋지게 표현했듯이 우파가 좌파의 점심을 먹어 치웠다.”--- p.236

202116일 국회의사당 습격은 비록 트럼프의 대통령직을 구하지는 못했지만 그 공격에 참가한 극우파 집단들에게는 성공이었다는 것이다.--- p.265

미국 대자본의 관점에서 보면 바이든의 취임은 정상으로 복귀하는 것이므로 환영할 만한 일이었다. 그러나 자기기만은 금물이다. 트럼프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고, 거기서 만만찮은 전국적 파시즘 운동이 튀어나올 수 있었다.--- p.267

바이든 정부가 실패한다면 극우파 전체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역설이게도, (프랑스와 달리) 미국에서는 양당 체제가 온전히 살아남았다는 사실 자체가 극우파에게 정치권력에 바로 접근할 기회를 제공한다. 공화당 안에서 극우파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p.270

조직 노동계급은 역사적 기준으로 보면 여전히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사회 세력이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공세의 절정기에 노동조합들이 겪은 패배를 내면화한 경향들이 조직 노동계급을 지배하고 있다.--- p.285

반젠더 사상과 운동은 신자유주의에 대한 우파적 비판이다.”--- p.293

새로운 페미니즘이 더 폭넓게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방향으로 발전하지 못한다면, 지난 수십 년간의 경제적 혼란 때문에 생겨난 분노를 극우파가 이용하는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기 힘들 것이다.--- p.295

지금과 양차 세계대전 사이 시기의 두드러진 차이는 극우파가 전진하는 가장 중요한 무대가 미국, 즉 여전히 패권을 휘두르는 자본주의 강대국이라는 점이다.--- p.296

인종차별 반대는 흑인 지역사회를 훨씬 넘어서, 사실은 미국을 훨씬 넘어서 전 세계에서 사람들을 동원하는 힘이 됐다.--- p.302

21세기에 노동계급의 성격을 감안하면, 노동계급은 사람들을 짓누르는 다양한 차별, 특히 젠더, ‘인종’, 성적 지향, 장애로 인한 차별에 전략적 중요성을 부여해야 할 것이다. 이 필요성은 세계화한 생산 네트워크의 발전이 남반구 노동자들과 북반구 노동자들의 상호 의존을 만들어 내는 것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p.307

신자유주의 시대가 시작되기 직전에 풀란차스가 경고한 권위주의적 국가주의가 신자유주의 시대 말기에 실제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p.311

시장의 대안을 논의하기 위한 기술적·사회적 조건들은 플랫폼 자본주의의 출현 후 급격하게 바뀌었다. 예브게니 모로조프는 플랫폼 자본주의가 발전시킨 디지털 피드백 기반 시설에 민주적 계획의 잠재력이 있다고 지적한다.--- p.313

극우파의 성장에 가장 큰 자양분 구실을 한 것은 정치과정에서 배제됐다는 광범한 소외감이었다. 따라서 단지 원칙 때문만이 아니라 정치적 필요 때문에라도 자본주의의 대안들은 민주주의의 발전을 의미해야 한다.--- p.316

마르크스의 원래 사회주의관, 즉 노동계급과 차별받는 사람들이 스스로 해방될 수 있다는 자력 해방 사상을 복원하는 것은 좌파가 자신을 [자본주의의] 대안으로 내세우는 능력을 되찾기 위한 전제 조건이다.--- p.316

내가 전략에 관해 주장하고 싶은 요점은 세 가지다. 첫째는 우리가 자유주의자들과 동맹해서는 승리할 수 없다는 것이고, 둘째는 시민 불복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며, 셋째는 폭력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p.317

비상 브레이크를 건다는 것은 정치권력 장악을 의미한다. 누가 권력을 장악할 것인가?--- p.330

재난의 시대는 반란의 시대이기도 하다. 바로 반란에 미래를 위한 우리의 희망이 있다. 실제로 재난은 반란을 부채질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최초의 봉쇄에서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운동이 분출한 것을 봤듯이 말이다.--- p.331

(흔히 저임금과 불안정 고용, 인종차별에 시달리는) ‘필수 노동자들이 봉쇄 기간에 갑자기 눈에 보이게 됐다는 사실은 임금노동이 여전히 지닌 구조적 힘을 분명히 보여 줬다.--- p.332

우리가 직면한 무서운 전망은 모든 사람이 인류를 구하는 투쟁의 일부가 될 것을 요구한다.--- p.337

 

재난이 된 자본주의·극우파 득세·기후위기, 인류의 선택은?

캘리니코스 킹스칼리지 명예교수의 <재난의 시대 21세기>

"재난은 이제 예외가 아니라 정상이 되고 있다."

<재난의 시대 21세기>(알렉스 캘리니코스 지음, 이수현 옮김, 책갈피 펴냄)은 불과 몇년전 한세기 만에 찾아온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를 떠올릴 때 매우 와닿는 얘기다. 코로나19로 전세계에서 약 700만 명이 사망했다.

기후위기의 심각성도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미국 조지타운대 콜린 칼슨 교수에 따르면, 2000년 이후부터 올해(2024) 말까지 기후변화로 인해 약 400만 명이 사망할 것으로 추정된다. 과학자들은 이 숫자도 과소평가된 것이라고 말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 한반도 긴장 고조 등은 모두 핵전쟁이라는 최악의 공포를 떠올리게 한다. 전 세계 밀의 30%, 옥수수의 20%, 해바라기유의 절반 이상을 생산하고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세계 식량 위기를 야기해 아프리카, 중동 등의 민란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이기도 하다.

아이작 도이처상 심사위원으로 세계에서 손꼽히는 마르크스주의 석학인 캘리니코스 런던대 킹스칼리지 명예교수는 "우리가 사는 세계에는 재난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며 인류가 '생존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말한다.

코로나19 사태 때 보여진 것처럼 수십년간 시행된 민영화와 긴축정책 때문에 국가의 역량이 줄어들어서 정부가 재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가 더 힘들어졌다. "부자들은 감염 중심지를 피해 호화 요트에서 지내며 온라인으로 계속 사업을 하고 더 많은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많은 노동자들은 날마다 목숨을 걸고 일하라는 가차 없는 압력을 받았다."

저자는 자본가가 노동자를 착취하는 적대 관계와 자본가들끼리 무한 경쟁하는 적대 관계라는 두 가지 적대 관계를 중심축으로 하는 자본주의 체제의 작동 원리 자체에 재난들의 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현 시점에서 특히 눈여겨봐야할 문제는 극우파가 득세하는 '정치적 위기'와 인류역사상 최대의 부정적 외부효과로 볼 수 있는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적 위기'.

올해 11월 있을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와 민주당의 조 바이든이 재대결할 가능성이 높아진 사실은 '정치적 재난' 위기를 심화시키는 요소다. 저자는 미국을 "선진 자본주의 세계의 약한 고리"라고 지적했다.

저자는 트럼프는 "파시스트가 아니라 투기꾼"이라면서 트럼프의 계급 기반은 "대자본"이 아닌 "룸펜 자본가들"에게 있다고 강조한다. 트럼프는 복음주의를 기반으로 한 기독교 극우세력과 부동산, 사모펀드, 카지노 등 다양한 서비스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탈() 산업 분야 벼락부자들과의 연합에 세력 기반을 두고 있다.

2020년 미국 대선 결과를 뒤집기 위한 트럼프 지지자들의 202116일 의회 폭동은 공화당에 둥지를 튼 "체제를 파괴할 꿈을 꾸는 자들"의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보여줬다. 이는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패배하더라도 미국 정치에 상존하는 위험이 됐다.

극우들의 준동이 19세기 미국 남북전쟁과 같은 본격 내전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텍사스주와 같이 공화당이 장악한 일부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게릴라전"으로 비화될 수도 있다. 개인의 총기 소지를 허용하는 미국 내에서 이런 게릴라전은 필시 인명 피해를 가져올 수 밖에 없다. 1.6 의회 폭동 당시에도 경찰을 포함해 5명이 죽었고, 1000여 명이 부상을 당했다.

현재로선 이런 위험이 미국 밖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저자는 그러나 "기후변화가 가져올 혼란"에 대해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기상이변으로 인한 사회·경제 구조의 분열은 극우파 집단들이 적어도 지역이나 지방 수준에서 권력을 장악해서 지금 인종차별적 포퓰리즘 정당들의 지도부가 주장하는 것보다 훨씬 더 극단적인 강령을 시행하려고 시도할 좋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일찍이 존 로크는 자본주의 시대 초기에 쓴 저작에서 다음과 같은 유명한 말을 했다. 태초에 모든 세계는 아메리카와 같았다. 자본주의 시대 말기에도 그렇게 될지 모른다."

그러나 저자는 재난과 반란은 동전의 양면임을 지적한다. 그는 "인류가 직면한 다차원적인 위기가 만들어 내는 균열들은 재난을 의미하는 동시에 반란의 가능성도 의미한다"고 말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너무 오래 머물러서 환영받지 못하는 손님 같은 자본주의가 이제 '상시적 재난'이 된" 21세기에 "'우파가 좌파의 점심을 먹어치웠다'고 웰든 벨로가 표현한 것처럼 극우파는 신자유주의 시대의 병폐 때문에 생겨난 분노가 한편으로는 범세계주의적 엘리트층으로, 다른 한편으로는 이주민과 난민들로 향하게 하는 데 성공했다." 이런 난관을 뚫고 인류는 다시 '희망'을 말할 수 있을까. 저자는 아일랜드 마르크스주의자 제임스 코널리를 인용해 "유일하게 참된 예언자는 미래를 스스로 개척하는 사람"이라고 강조한다.

전홍기혜 기자 | 프레시안

산불·폭염 등 끊이지 않았던 기후재난우주서 본 올해 지구의 충격적 순간들

남미의 기록적인 폭염부터 캐나다를 덮친 초대형 산불까지. 올해 전 세계는 극심한 기후 재난에 시달렸다. 각종 재난이 지구에 남긴 상처는 지구 밖 인공위성이 촬영한 이미지로도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가 하면 인류의 노력으로 점점 메워졌던 오존층의 구멍이 다시 커지는 등 걱정스러운 징후도 포착됐다. 올해 지구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났을까.

최악의 폭염과 가뭄바닥 드러낸 아마존강

올여름 전지구 온도 편차. 붉은색이 진할수록 평년(1951~1980)보다 온도가 높다는 뜻이다. 전세계 대부분 지역이 예년보다 높은 기온을 보였다. NASA

지구 온난화(global warming) 시대가 끝나고 지구 가열화(global boiling)의 시대가 시작됐다. - 안토니오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

올해는 지구가 데워지는 수준을 넘어 끓고 있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전 세계가 극심한 폭염에 시달렸다. 가속화되는 기후변화와 함께 올해 발생한 엘니뇨 현상 등이 맞물린 결과다. 세계기상기구는 올해 전지구 온도가 기상 관측 역사상 가장 따뜻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위에서부터 2022108일과 2023103일에 촬영한 아마존 네그로강의 모습.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강줄기가 1년 전보다 눈에 띄게 메말랐다. NASA

남미에는 전례 없는 봄철 폭염이 덮쳤다. 브라질 해안 도시 리우데자네이루는 지난달 18일 기온이 42.6도까지 올라 11월 최고기온 기록을 경신했고, 체감온도는 60도에 육박했다. 미국의 유명 팝스타인 테일러 스위프트의 리우데자네이루 공연에서는 여성 관객 1명이 열사병으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계속되는 가뭄으로 아마존 강의 수위가 121년 만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가면서 강바닥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마존 테페 호수에서는 수온이 39.1도까지 오르면서 153마리의 돌고래 사체가 발견되기도 했다.

산불로 초토화된 하와이·캐나다

하와이에서 마우이섬에서 발생한 산불로 인해 유서 깊은 해안 마을인 라하이나(왼쪽 붉은색)가 불타고 있는 모습. 섬 동쪽에서도 또 다른 대형 화재가 포착됐다. NASA

세계적 휴양지인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섬 라하이나 일대에 대형 산불이 발생해 89(현지시간) 상공이 연기로 뒤덮였다. AFP=연합뉴스

하와이 마우이섬에서는 지난 8월 역사상 최악의 산불이 발생했다. 100명 이상이 사망하고, 일부 마을은 전체가 소멸되는 피해를 입었다. 산불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총 60억 달러(77910억 원)로 추산된다.

67(현지시간) 캐나다 산불로 인해 발생한 연기가 미국까지 넘어와 하늘을 탁한 주황색으로 물들이며 뉴욕의 상징인 자유의 여신상이 간신히 형체를 알아볼 정도로 흐릿하게 보인다. AFP=연합뉴스

캐나다에서도 올해 봄부터 전례 없는 대규모 산불이 발생했다. 불길은 통제 불능 상태로 걷잡을 수 없이 번졌고 일부 지역에서는 대피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캐나다 산불로 인한 연기가 미 동부 지역까지 내려오면서 뉴욕의 하늘이 오렌지색으로 변하는 등 대기질을 급격히 악화시켰다.

갈라진 튀르키예21세기 최악의 지진

튀르키예 지진 전후의 안타키아 도시 모습. 유럽우주국

26, 규모 7.8의 강진이 튀르키예와 시리아 일부 지역을 강타한 데 이어 규모 7.5의 여진이 연이어 발생했다. 미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최초 지진이 발생한 이후 보름 동안 6000번 넘는 여진이 이어졌다. 이로 인해 총 56000여 명이 사망하는 등 21세기 최악의 지진으로 기록됐다.

지난 210일 튀르키예 카라만마라슈 지진피해 현장에서 구조 및 복구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뉴스1

이번 지진으로 인해 300이르는 지표면이 파열됐으며, 일부 단층은 9m 넘게 이동했다. 그만큼 지진의 파괴력이 강했다는 뜻이다.

남극에서 떨어져 나간 초대형 빙산

초대형 빙산이 남극에서 분리되는 모습. 유럽우주국

올해 122일에는 남극에서 초대형 빙산이 바다로 떨어져 나가는 모습이 위성에 포착됐다. 분리된 빙산의 크기는 1550, 영국 런던시의 면적과 맞먹는 규모다.

한편, 남극의 해빙(바다 얼음)은 빠른 속도로 녹고 있다. 미국 국립빙설자료센터(NSIDC)에 따르면, 올겨울 남극 해빙 면적은 1696(910일 기준)를 기록했는데 이는 1979년 위성 관측이 시작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기존 최저치인 1986년 겨울보다 약 100나 적다.

다시 커진 오존 구멍

지난달 성층권 오존층의 두께를 위성으로 측정해 시각화한 모습. 남극 상공에 큰 오존 구멍이 뚫려 있다. 유럽우주국

인류의 노력으로 메워지고 있던 오존층에 다시 거대한 구멍이 뚫렸다. 유럽우주국(ESA)에 따르면, 오존 구멍의 크기는 916일에 한반도 면적(22)118배에 이르는 2600에 달했다. 유럽우주국은 오존 구멍의 크기는 9월 중순에서 10월 중순 사이에 가장 커지는데 올해 남극 상공의 오존 구멍은 사상 최대 규모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과학자들은 지난해 1월에 남태평양 통가 해역에서 발생한 화산 폭발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해저 화산 폭발 당시 엄청난 양의 수증기가 성층권에 유입되면서 오존의 급격한 손실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지구 오존층이 2050년쯤에는 다시 정상 상태로 회복될 것으로 예측했다./천권필 중앙일보 2023.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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