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유령 이야기,CAPITALISM A GHOST STORY 저자 아룬다티 로이|역자 김지선|문학동네 |2018.04 원제 Capitalism
아룬다티 로이 : 영국의 권위있는 문학상인 부커상을 수상한 인도의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환경·반핵·반세계화 운동가다. 1961년 시리아 기독교인 어머니와 힌두교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인도 남단의 케랄라 주의 아예메넴에서 성장했다. 건축학을 공부하였으며 시나리오 집필, 영화 연출 등 활동을 하다가 영국에서 낸 소설 『작은 것들의 신 The God of Small Things』으로 1997년 부커상(Booker Prize)을 수상하며 주목을 받았다. 그는 수상 덕분에 얻은 대중적 인기와 언론의 주목을 뿌리치고 인도로 돌아가 인권·환경·반핵·반세계 운동에 매진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대중 강연과 글쓰기에도 힘쓰고 있다.
『전쟁을 말한다 War Talk』, 『힘의 정치 Power Politics』, 『생존의 비용 The Cost of Living』 등 세 권의 에세이 모음집을 출간했으며, 데이비드 바사미안(David Barsamian)의 저서 『수표장과 크루즈 미사일: 아룬다티 로이와의 대화 The Checkbook and the Cruise Missile: Conversations with Arundhati Roy』에서 대담자로 등장하기도 했다. 문화적 자유에 기여한 공로로 2002년에 래넌상(Lannon Award)을 수상했다. 한때 건축 교육을 받기도 했던 그는 현재 인도 뉴델리(New Delhi)에 살고 있다.
목차
들어가며: 대통령이 경례를 받았다 009
1부
1. 자본주의: 유령 이야기 017
2. 안나는 도대체 무슨 생각일까 080
3. 죽은 남자가 말을 하다 092
2부
4. 카슈미르에 열린 불화의 열매 109
5. 민주주의하기 딱 좋은 날이네 120
6. 아프잘 구루를 목매단 결과 129
마치며: 피플스유니버시티 강연 145
옮긴이의 말 151
주 163
“세계 최대의 민주주의 국가” 인도에서 일어나는 전 지구적 자본주의의 횡포
자본주의의 무덤을 파는 자들은 어쩌면 자본가 자신들인지도 모른다
이야기는 세계적인 거부 무케시 암바니의 대저택 ‘안틸라’ 앞에서 시작된다. 총 27층에 헬리콥터 이착륙장 세 곳, 엘리베이터 아홉 대, 여러 개의 공중정원, 무도회장, 웨더룸, 헬스클럽과 여섯 층에 이르는 주차장, 600여 명에 이르는 일꾼을 거느린 이 거대한 현대식 궁전 앞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압도당하고 만다. 암바니 일가는 휘황찬란한 그곳을 대부분 비운 상태라고 한다. 그 주변에서 배회하는 것은 가난한 서민과 고향 땅에서 쫓겨나 도심을 배회하는 빈민들뿐이다. 뭄바이에 밤이 내려앉으면, 풀 먹인 리넨 셔츠를 입고 손에는 지직거리는 워키토키를 든 경비병들이 그 금지된 문간 앞에 나타난다. 유령들을 겁주어 쫓아내기 위함인지 환한 불빛이 밝혀진다. 동네 사람들은 안틸라의 밝은 빛 때문에 밤을 도둑맞았다고 투덜댄다.
인구 12억의 국가 인도에서 상위권 부자 100명의 손에 국내총생산의 4분의 1에 맞먹는 자산이 집중되어 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는 없다는 사실이 증명되고 있지만, ‘분수효과(Fountain effect)’는 확실했다. 부유한 사람들은 쉽게 더욱 부유해지고, 가난한 사람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여전히 가난하다. 이러한 광경은 비단 인도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여러 국가에서도 마찬가지다.
아룬다티 로이가 직접 밝힌 바에 따르면, 이 책의 주제는 현대 자본주의의 작동방식이다. 그는 자본주의의 영향이 단순히 한 국가, 또는 여러 국가의 기업화와 민영화에 그치지 않고 우리를 길들여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누군가로 바꾸어놓는다고 말한다. 그리고 냉혹한 인도의 상황을 세세히 그려내며 우리를 설득한다. 오염된 강과 헐벗은 산, 벌거벗은 숲들. 빚에 쪼들려 스스로 목숨을 끊은 25만 농민들과, 중산층에게 자리를 내주기 위해 가진 것들을 빼앗기고 가난으로 내몰린 8억 명의 ‘유령’들. 하루 20루피(원화로 300~400원)도 안 되는 돈으로 근근이 살아가는 대다수의 사람들.
아룬다티 로이는 누가 이들을 살아 있지만 희미해져버린, 유령과 같은 존재로 만들었는지에 대해 조목조목 따지고 비판한다. 단순히 인도와 세계 각국의 정부들, 그리고 대기업들뿐만이 아니다. 엘리트들이 운영하고 협력하는 유엔과 IMF, 월드뱅크, 탄생부터 대자본의 수족임이 분명한 포드, 록펠러 등 국제적 ‘비영리’ 재단들과 그들이 펼치는 눈부신 문화 프로젝트들…… 그의 가차없는 비판의 시선에선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넬슨 만델라와 그라민 은행도 벗어날 수 없으며, 심지어 “기업형 출판사에서 인세를 받아 먹고사는” 저자 자신도 자유롭지 않다. 우리는 모두 포위상태다.
“좋은 소식은 사람들이 당할 만큼 당했고 이제 더는 참을 생각이 없다는 것입니다.”
책의 말미에 실린, 로이가 피플스유니버시티에서 진행한 강연은 자본주의의 강한 볕에 시들어버린 민주주의를 되살리기 위해 우리 모두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그는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를 예로 들면서, 전 세계가 염원하는 “미국적 삶의 방식”의 심장부인 경제수도 뉴욕에서 어떻게 새로운 상상력과 정치적 언어가 자리잡을 수 있었는지 이야기한다. 이 시위를 계기로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일어서서 가장 부유한 기업들의 앞길을 막아서는 수많은 저항운동이 널리 퍼져나가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아룬다티 로이는 자본주의를 송두리째 갈아엎자고, 다소 무모해 보일 정도로 용감하게 선포했다. 혁명가의 재목들을 월급쟁이 활동가로, 펀드 유치 전문가로, 책상 앞을 떠나지 않는 지식인으로, 영화 제작자로 만들어 정면대결을 피하게 만드는 시대에 그의 급진적인 주장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아니, 누가 그의 주장을 급진적으로 ‘보이도록’ 만들었을까? 기업의 교차소유를 금지하고, 천연자원과 물, 전력 등 인간의 삶에 필수적인 요소들을 민영화하지 않고, 모든 사람이 주거와 보건과 교육의 권리를 누리도록 만들고, 부자의 자녀들이 부모의 부를 물려받지 못하게 하는 것이 그렇게 위험한 일일까?
책속으로
쫓겨났던 사람들이 원래 살던 마을로 돌아가보니, 그곳은 이미 거대한 댐과 채석장의 흙먼지 구덩이 아래로 사라지고 없었다. 고향에 들어앉은 것은 굶주림, 그리고 경찰이었다. 숲은 무장한 게릴라들로 가득 차 있다. 카슈미르, 나갈랜드, 마니푸르 등 변경에서 일어난 전쟁들이 어느새 인도의 심장부로 옮겨와 있었다. 사람들은 먼지투성이 공사판의 우리 같은 집과 길거리의 삶이 기다리는 도시로 다시 발길을 돌렸다. 이 넓디넓은 나라에서 자신들이 살 구석은 어디쯤 있을지 궁금해하면서.--- p.10
현대 도시에서 용납될 수 없는 태도를 지닌 두 어린 범죄자가 경찰의 촘촘한 감시망을 뚫고 교차로에 정지해 있던 번쩍이는 차에 접근했다. 가죽으로 된 운전석 시트에는 선글라스를 쓴 여자가 앉아 있었다. 그들은 수치심도 없이 돈을 요구했다. 둘 다 키가 차창 높이에 닿을락 말락 했다. 이름은 각각 룩미니와 캄리였다. 아니면 메루니사와 샤바노였을 수도 있다(누가 관심이나 있을까마는). 여자는 부자인데 착하기까지 했다. 돈을 건네며 엄마 같은 조언도 몇 마디 함께 건넸다. 캄리(또는 샤바노)의 손에 쥐어진 돈은 10루피였다. “나눠 가지렴.” 운전자는 그렇게 말하고 신호등이 바뀌자마자 속도를 높여 사라졌다. (…) 마침내 두 여자아이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다른 수천 명의 델리 아이들이 그랬듯이.--- p.11
우리는 모두 타타 스카이로 텔레비전을 보고, 타타 포톤으로 인터넷 서핑을 하고, 타타 택시를 타고, 타타 호텔에 묵고, 타타 도자기에 담긴 타타 티를 타타 철강에서 만든 티스푼으로 저어가며 마신다. 우리는 타타 서점에서 타타 책들을 산다. 우리는 타타의 녹을 먹고 산다. 우리는 포위상태다.--- p.38
기업출연재단들은 사회과학과 예술 부문의 최대 자금줄로, 발달연구, 공동체연구, 문화연구, 행동과학, 그리고 인권 분야에 강좌와 장학금을 제공한다. (…) 오늘날 인도와 파키스탄 같은 나라의 중산층에서 자녀들 중 하나쯤 미국에 유학 보내지 않은 집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그들의 계급에서는 좋은 학자와 교수들뿐만 아니라 수상들, 재정장관들, 경제학자들, 기업 변호사들, 은행가들, 그리고 전 지구적 기업들에게 조국 경제를 활짝 열어젖히는 데 한몫한 관료들도 나왔다.--- p.55
정의의 개념이 인권산업으로 탈바꿈한 것은 비정부기구와 재단들이 주축이 되어 일으킨 개념적 쿠데타였다. 협소하게 인권에만 초점을 맞추고 잔혹행위를 중심으로 분석하면 더 큰 그림을 흐린 채 갈등중인 양 당파(예를 들어 마오주의자들과 인도 정부, 또는 이스라엘 육군과 하마스)를 모두 인권 침해로 비난할 수 있다. 그러면 채굴기업들의 토지 수탈과 이스라엘 국가의 팔레스타인 토지 병합은 그 담론에서 아주 미미한, 부수적인 문제가 된다. 인권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이세계의 엄청난 불의들을 인지하거나 어렴풋이라도 이해하기 위한 프리즘 역할을 하기에는 너무 부족하다는 것이다.--- p.59~60
뭄바이에 밤이 내려앉자, 풀 먹인 리넨 셔츠를 입고 손에는 지직거리는 워키토키를 든 경비병들이 안틸라의 금지된 문간 앞에 나타난다. 유령들을 겁주어 쫓아내기 위함인지, 불이 밝혀진다. 동네 사람들은 안틸라의 밝은 빛 때문에 밤을 도둑맞았다고 투덜댄다. 어쩌면 이제는 밤을 되찾아와야 할 때가 아닐까.--- p.78~79
2008년의 어느 날, 선출되기까지 일주일을 앞둔 오바마 대통령은 카슈미르의 자치권 투쟁을 둘러싼 논란(1947년 이래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의 3차에 걸친 전쟁으로 이어진)을 해결하는 것을 “핵심과제들”에 포함시키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도에서 그의 발언에 유감을 표한 이후로 그는 카슈미르에 관해 거의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 p.109
한 남자가 창가에 나타났다. 옆으로 째진 녹색 눈동자에 소금과 후추를 뿌린 듯한 턱수염을 가슴의 중간까지 길게 기른 남자였다. 그는 자신이 살해당한 닐로파르의 아버지인 압둘 하이라고 말했다. “사과도 안 챙겨드리고 그냥 가시게 할 수야 있나요.” 그가 말했다. 오토바이 운전자들은 우리 차 뒤쪽에 사과 궤짝 두 개를 싣기 시작했다. 이윽고 압둘 하이는 낡은 갈색 망토 주머니에 손을 넣더니 달걀 하나를 꺼냈다. 내 손바닥에 올려놓고는 그 위로 내 손가락을 포갰다. 이어 다른 손에도 또하나를 놓았다. 달걀에는 아직 온기가 남아 있었다. “신의 축복과 가호를 빕니다.”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어둠 속으로 걸어갔다. 작가로서 더 어떤 보답을 바랄 수 있을까? --- p.118
아룬다티 로이, 우리가 모르는 인도 그리고 세계 인도 민주주의 르포르타주,Listening to Grasshoppers 저자 아룬다티 로이|역자 노승영|시대의창 |2014.07
목차
옮긴이의 말: 연합과 진보가 민주주의의 토대를 흔든다
인도 지도
책 속의 인도 역사
서론: 민주주의의 불꽃이 사그라지고 있다
1. 인도 민주주의의 실체
2. 신자유주의 시대의 파시즘
3. 그의 숨통을 끊어야 한다: 의회 공격 사건에 대한 전혀 다른 이야기
4. 특종: 우겨라, 그러면 진실이 되리라
5. 고문과 자백의 상관관계
6. 베이비 부시, 꺼져
7. 동물농장Ⅱ: 조지 부시의 속내
8. 왕궁의 스캔들
9. 메뚜기 소리를 듣다: 인종 학살의 시대
10. 아자디
11. 11월은 9월이 아니다
12. 브리핑
원고 출처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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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룬다티 로이는 두 가지 정체성의 소유자다. 우선 그녀는 1997년 《작은 것들의 신》으로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부커상을 수상하며 일약 스타로 떠오른 작가이다. 또한 그녀는 《생존의 비용》, 《보통 사람들을 위한 제국 가이드》 등 여러 편의 정치 평론을 쓰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운동가이기도 하다. 길담서원 대표 박성준 교수는 “아룬다티 로이에게 문학과 정치의 경계선은 무의미하다. 그녀는 탁월한 문체적 역량을 쏟아부어 문학으로 승화된 정치 평론을 쓴다”고 했고, 캐나다의 언론인이자 작가인 나오미 클라인은 “로이는 우리 시대 가장 자신만만하고 독창적인 사상가다”라고 말했다. 아룬다티 로이는 이 책에서 모국 인도에서 발생한 정치적 사건을 치밀하게 조사해 그 본질을 냉철하게 직시하는 동시에, 문장 하나하나에 작가로서의 문학적 역량을 담았다. 이 책에는 그녀의 희곡도 두 개 들어 있는데, 그중에서도 7장 ‘동물농장Ⅱ: 조지 부시의 속내’는 워싱턴 아시아학회에서 부시가 한 연설을 한 문장 한 문장 패러디하여 다시 쓴 것으로 그녀의 시니컬한 풍자와 유머로 가득 차 있다.
종교 갈등, 인종 학살, 빈부 격차로 얼룩진 인도의 민주주의
그렇다면 현재 인도는 어떤 상황에 처해 있을까? 이슬람교도를 대놓고 탄압하고 있는 인도의 현 집권당 인도인민당은 2002년 구자라트에서 주도면밀하게 이슬람교도 2,000명 이상을 학살했다. 여자들은 윤간당하고 산 채로 불태워졌으며, 이슬람교도 15만 명이 집에서 쫓겨났다. 또한 신자유주의식 경제 발전을 맹목적으로 추구한 결과 빈부 격차는 갈수록 벌어져 인도 최대 부자인 무케시 암바니가 수백 억 달러를 벌어들이는 동시에 델리의 한 구석에서는 아이들이 굶어 죽어가고 있다. 인도 정부는 2001년 인도 국회의사당에 테러 공격이 발생하자 거짓 증거를 날조해 무고한 사람을 테러범으로 지목한 후 사형시키기도 했다. 로이는 이 밖에도 카슈미르에서 일어난 대규모 봉기, 2008년 뭄바이 테러 공격 등 최근 인도에서 발생한 정치 사건들을 차분히 분석해 핵심을 짚으면서 사라진 민주주의를 다시 회복해야 한다고 열정적으로 외친다.
인도의 현실 그리고 대한민국의 미래
이 책의 역자는 인도의 현실이 “과연 우리와는 먼 얘기일까?”라고 물으며 “인도는 대한민국의 모순과 갈등을 증폭하여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말한다. 인도처럼 극적인 종교 갈등을 겪고 있지는 않지만 한국 내 외국인 노동자와 다문화 가정을 향한 차별과 분노는 갈수록 커져간다. 부정부패는 더 이상 특별할 것이 없는 일이 되었으며, 국민들은 정부가 진실을 은폐하고 있다고 생각해 정부 발표와 언론 보도를 믿지 않는다. 합법적으로 시위를 벌인 사람이 경찰서로 연행되고, 빈부 격차는 세계의 그 어떤 나라 못지않다. 선거로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뽑는다고 해서 그 나라가 민주국가인 것은 아니다. “정의와 자유, 존엄을 모두가 누릴” 수 있어야 민주국가이다. 책 속에 등장하는 인도의 어두운 현실을 읽다 보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강요된 믿음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다. 로이는 또한 이렇게 말한다. “끊임없이 지도자를 원망하는 국민은 무언가 문제가 있다. 지도자가 우리를 실망시키는 것은 우리가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두었기 때문이다.”
책속으로
내가 묻고 싶은 것은 우리가 민주주의에 무슨 짓을 했는가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무엇으로 둔갑시킨 걸까? 민주주의를 남용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민주주의가 공허해지고 의미를 상실한다면? 민주주의의 모든 기구가 무시무시한 괴물로 변하면 어떻게 될까? 민주주의와 자유시장이 한 마리의 육식동물로 합체하여 빈곤하고 제한된 상상력으로 오로지 이윤 극대화만을 추구하는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이 흐름을 바꿀 수 있을까? 돌연변이를 일으킨 생명체를 원래 모습으로 되돌릴 수 있을까?
-본문 17페이지
오늘날, 진보와 발전 따위의 단어는 경제 ‘개혁’, 규제 철폐, 민영화와 동의어가 되었다. ‘자유’는 ‘선택의 자유’를 의미하게 되었다. 인간 정신이 아니라 겨드랑이 탈취제에나 쓰는 말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제 시장은 일용품을 사는 곳을 뜻하지 않는다. ‘시장’은 얼굴 없는 기업들이 거래하고 ‘미래(선물先物)’를 사고파는 초국적 공간이다. 한편 ‘정의’는 오로지 ‘인권’만을 뜻하는 말이 되어버렸다(그마저도 사람들은 ‘많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언어를 징발하여 무기로 삼고, 자신의 의도를 숨기는 것으로도 모자라 원래와 정반대의 의미를 부여하는 자들의 언어도단 기법은 새로운 통치 체제의 제왕들이 거둔 가장 빛나는 전략적 승리로 손꼽힌다. 이를 통해 비판자를 소외시키고, 그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그들을 ‘반反진보’, ‘반발전’, ‘반개혁’, (물론) ‘반민족’ 따위의 온갖 부정적인 단어로 덧칠하는 데 성공했으니 말이다. 강을 살리거나 숲을 지키자고 말하면 이런 대답이 돌아온다. “진보를 믿지 않는가?” 댐 건설로 쫓겨난 수몰민과 개발로 밀려난 철거민에게는 이렇게 말한다. “다른 발전 모델이 있나?” 정부가 국민에게 기초 교육, 의료, 사회보장을 제공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에게는 이렇게 대꾸한다. “시장에 반대하는군.” 바보가 아니고서야 누가 시장에 반대할 수 있단 말인가?
-본문 20~21페이지
날로 커져만 가던 파키스탄을 향한 적개심은 급기야 국경을 되넘어 인도 내부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날카로운 칼날이 힌두 공동체와 무슬림 공동체 사이에 그나마 남아 있던 조화와 관용의 흔적을 베어버렸다. 지옥에서 온 신의 사자들이 대중의 상상력을 옭아맸다. 그들을 불러들인 것은 우리다.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에 적개심이 커질 때마다 인도 안에서는 무슬림을 향한 적개심이 덩달아 커졌다. 파키스탄을 저주할 때마다 우리는 자신에게, 우리의 삶의 방식에, 우리의 다채롭고 오랜 문명에, 인도를 파키스탄과 구별하는 모든 것에 생채기를 낸다.
-본문 63페이지
새로운 분리주의 운동이 인도에서 벌어지고 있다. ‘신新분리주의’라고 부르면 되려나? 이 분리주의는 구舊분리주의와 정반대다. 전혀 딴 경제, 전혀 딴 나라, 전혀 딴 세상에 사는 사람들이 우리 편 행세를 한다. 소수집단이 다수에게서 땅과 강, 물, 자유, 안전, 존엄, 저항권을 비롯한 기본권, 한마디로 모든 것을 빼앗아 막대한 부를 누리는 분리주의인 것이다. 영토를 경계로 하는 수평적 분리주의가 아니라 수직적 분리주의다. 빛나는 인도를 남루한 인도와 분리하는 것, 공기업 인도를 주식회사 인도와 분리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진짜 구조조정이다. -본문 80페이지
조지 부시: 제가 오늘 이 자리에 선 이유는 급변하는 아시아에서, 커져만 가는 폭력과 환경 파괴에 한몫하고 싶어서입니다. 저도 그런 것 좋아합니다. 교토에서 그 멍청이들이 지껄이는 소리 들으셨죠? 이니아에는 식수로 쓸 수 있는 강이 하나도 없고 지하수도 고갈되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더 시원하고 맛도 좋은 코카콜라가 있잖아요. 여러분은 근사한 쇼핑몰에 가서 무엇이든 살 수 있습니다. 돈만 있다면요. 부유한 이니언의 생활수준이 빠르게 신장되고 있으며 이니언 CEO의 연봉이 서구 기업에 맞먹을 정도가 되었다니 감개가 무량합니다. 정말 근사한 일입니다. 미국에서는 CEO에게 보조금을 줍니다. 오냐오냐하면 버릇 나빠진다지만, 사랑하는데 어떡합니까? 우리는 기업농도 사랑합니다. 보조금으로 수십 억 달러를 줍니다. 좋은 사람들이거든요. 깡마르고 가난하고 툭하면 목숨을 끊는 당신네 농부들과는 다릅니다. 이니아 농부들은 보조금을 받을 자격이 없습니다. 좋은 사람이 아니니까요. 프로작이나 먹이세요. 미국 제약 회사들이 수입을 더 올리게요. ---본문 중에서
자본주의 미래 보고서 빚으로 산 성장의 덫, 그 너머 희망을 찾아서/ 저자 마루야마 이치, NHK 다큐멘터리 제작팀|역자 김윤경|다산북스 |2018.04.
원제 欲望の資本主義 ル-ルが變わる時
마루야마 이치: NHK엔터프라이즈 제작본부 프로그램 개발 총책임 프로듀서
1962년 나가노 현 출생. 게이오기주쿠대학 경제학부를 졸업한 후 NHK에 입사했다. <영어로 말하지 않으면>, <폭문학문>, <일본의 딜레마>, <인간이란 무엇인가? 초AI 입문>, <네코멘타리> 등 이색적인 교양 프로그램 제작에 힘쓰고 있다. 현재 와세다대학, 도쿄예술대학에서 강사로 일하고 있으며, 저서로 《결론은 내지 않아도 돼》(고분샤신서), 공저로 《욕망의 민주주의-분단을 넘어선 철학》(겐토샤신서)가 있다.
목차
추천의 말 자본주의 신화, 그 너머를 상상하라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
들어가는 말 자본주의 최전선에서 말하는 현재와 미래
제1장 심화된 불평등: 미래를 담보 잡은 자유라는 욕망의 실체
현대 경제학의 거장 조지프 스티글리츠
자유시장이라는 이데올로기 | 성장이 무조건 답인가? | ‘보이지 않는 손’은 없다 | 자본주의 경제의 지속 가능성 | 금리의 비밀 | 인구 감소에 대비하라 | 새로운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꾼다 | 기술혁신이 만들 미래 | 돈보다 가치를 추구하라
[디렉터의 취재 후기] 빨간 점퍼를 입고 불평등과 싸우는 스타 경제학자
제2장 빚으로 산 성장의 대가: 성장이 필요 없는 자본주의를 상상하라
유럽 최연소 경제 자문 토마스 세들라체크
최연소 경제 자문 |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본 경제 | 새로운 사고방식으로 기성관념을 뒤흔들다 | 성장은 핵심이 아니다 | 핵심은 민주주의 | 장기 저성장 시대에 대비하라 | 호황에도 브레이크는 필요하다 | 애덤 스미스에 대한 오해 | 부유함이 아니라 여유가 필요하다 | 낙수효과라는 거짓말 | 금리는 음주와 비슷하다 | 빚은 언젠가 갚아야 한다 | 이자라는 맹수 | 인류의 원죄는 과잉 소비에 있다 | 산업혁명이 빼앗은 우리의 삶 | 또 하나의 금단의 열매, 인공지능 | 욕망이라는 밑 빠진 독 | 경제 위기는 계속 찾아온다 | 돈의 가치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 달렸다
[디렉터의 취재 후기] 자본주의라는 벌거벗은 임금님
제3장 테크놀로지 시대, 노동의 증발: 4차 산업혁명,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
실리콘밸리의 투자가 스콧 스탠퍼드
투자가의 목표 |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생산성을 높인다 | 자본주의와 투자 | 이제 수요가 모든 것을 정한다 | 빅데이터 시대가 시작된다 | 정보 공유가 성공 요소 | 새로운 산업의 미래 | 다가온 미래, 노동이 증발한다 | 테크놀로지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 | 인공지능 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사회 시스템 | 돈만큼이나 새로운 동기도 중요하다
[디렉터의 취재 후기] 새로운 시대, 테크놀로지의 전도사
특별 대담 GDP 지상주의를 넘어서
토마스 세들라체크·고바야시 요시미쓰
지금의 경제성장은 모두 빚이다 | 인공지능 시대의 새로운 경제학 | 공유지 정신을 되새기자 | 미래에 대한 모색은 현실 직시로부터
나오는 말 욕망이 만든 자본주의, 이제 어떤 물음을 던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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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지금, 현재의 위기와 부의 미래에 주시하라!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간다. 누구나 자유롭게 일하고, 돈을 벌고, 소비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정확히 어떤 원리로 자본주의 경제가 돌아가는지, 어떻게 부가 쌓이고 분배되는지 실체를 명확하게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예컨대 현재 세계 경제가 다시 호황에 접어들었다고 많은 경제 전문가는 말한다. 한국은 3년 만에 3퍼센트대 GDP 성장률을 회복했고, 일본은 물론 미국과 유럽 경제도 뚜렷한 성장세다. 하지만 수치상으로 나타나는 호경기는 하루하루 먹고살기 바쁜 보통 사람들로서는 체감이 잘 되지 않는다. 이러한 온도 차이는 어디서 오는 걸까?
《자본주의 미래 보고서》는 세계 경제 최전선에서 활약하는 거장들을 찾아 지금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질문의 답을 찾는다. 이들의 답은 한결같다. 사실 지금까지의 번영은 모두 빚으로 쌓아 올린 사상누각이고, 그마저도 일부에게만 과실이 돌아갔다고. NHK에서 시리즈로 방영돼 일본 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화제의 다큐멘터리 〈욕망의 자본주의〉는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숫자와 그래프 너머에 있는 진짜 현실을 날카롭게 꿰뚫어 우리에게 보고한다. 오늘날 자본주의가 직면한 불평등 문제,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 문제,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상세히 다루며 이렇게 말한다. 이제 빚으로 성장한 자본주의를 체질부터 바꿔야 한다고, 일에 치이고 빚에 허덕이는 삶 대신 진짜 행복을 보장하는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이다. 미래에 대비하는 일은 사회뿐 아니라 개인에게도 필수다. 아무리 큰 변화가 닥쳐도 준비만 철저하면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변화에 휩쓸리지 않고 미래를 이끌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한 걸음씩 모색해 나가는 데 이 책은 탁월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세계 경제 거장들이 보고하는 자본주의 3대 어젠다
불평등,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 그리고 4차 산업혁명
《자본주의 미래 보고서》는 대안적 미래를 찾아 온 세계적 경제 거장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본주의의 민낯을 생생하게 보고한다. 노벨상 수상자이자 오랫동안 불평등 문제와 맞서 온 경제학자 조지프 스티글리츠, 유럽 최연소 경제 자문을 지낸 토마스 세들라체크, 우버와 에어비앤비 등 혁신적 테크놀로지 기업의 성공을 이끈 실리콘밸리 투자가 스콧 스탠퍼드, 이 세 사람은 경험에서 우러난 통찰로 자본주의가 직면한 시대적 과제의 해법을 풀어놓는다.
스타 경제학자 스티글리츠는 불평등 문제의 핵심이 ‘자유 시장’에 대한 맹신에 있다고 비판한다. ‘보이지 않는 손’이 보이지 않는 이유는 실제 그것이 없기 때문이며, 자유 시장은 공정 균형을 이끌기는커녕 불평등을 심화시켜 왔다는 것이다. 스티글리츠는 적절한 투자와 조정으로 이를 완화하고, 사회가 물질주의에 치우치지 않도록 균형 감각을 찾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자본주의 시스템과 경제학의 목적이 단지 숫자놀음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건강에 있다는 날카로운 지적이다.
다음으로 세들라체크는 우리가 가진 성장 패러다임을 바꿀 것을 주문한다. 이제껏 자본주의는 GDP 성장률처럼 겉으로 보이는 양적 성장에만 매달려 왔고, 이를 위해서라면 빚내는 일까지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이러한 집착은 정말 옳은 걸까? 세들라체크는 이렇게 질문한다. “아이는 성장하지만 어른은 성장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경제는 언제까지 아이인 걸까요? 다 자란 어른을 억지로 성장시키려 하면 살만 찌지 않나요?”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이 더 많은 부인지 아니면 여유인지, 소비의 자유인지 다른 자유인지, 성장과 자유, 행복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마지막으로 스탠퍼드는 4차 산업혁명에 걸맞은 새로운 사회 시스템을 말한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드론, 자율주행차 등의 테크놀로지는 이 시대를 대표하는 화두다. 4차 산업혁명이라 불리는 테크놀로지 혁명은 소비와 생산, 노동에 대한 개념을 완전히 뒤바꾼다. 온디맨드 서비스로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진료를 받거나 인터넷으로 원하는 물건을 사자마자 드론으로 배송 받는 편리를 누릴 수도 있지만, 인공지능 로봇이 모든 일자리를 대체하는 ‘노동 증발’ 사회를 맞을 수도 있다. 이로 인해 완전히 새로운 자본주의가 탄생할 기미를 보이고 있는데, 우리는 지금 얼마나 준비가 되어 있을까.
가만히 앉아 있다 변화에 휩쓸릴 것인가?
미래는 철저히 대비하는 사람의 것이다!
세계 경제 거장들의 말처럼 우리 눈앞에 놓인 변화의 조짐이 심상치 않다는 것은 모두 알고 있다. 마침내 높은 파도가 밀어닥쳐 휩쓸리는 사람과 흐름을 타고 비상하는 사람이 나뉘는 것도 먼 미래의 일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그때, 우리는 어느 쪽이 될 것인가? 변화는 닥친 뒤에 대처하면 늦는다.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와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의 대결 직전까지는 대부분 인간의 승리를 의심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모두가 인공지능의 승리를 당연시하는 것처럼, 변화의 규모는 우리 상상을 초월하며 불가역적이다. 만반의 대비를 할 거시적이고 폭넓은 시야가 절실한 이유다.
《자본주의 미래 보고서》는 최고 전문가와의 생생한 대화를 통해 경제학과 인문학, 당면한 경제 이슈를 넘나들며 현실을 냉철하게 직시하는 통찰력과 위기 속에서 기회를 붙잡을 거시적 안목을 동시에 길러 준다. 현실을 조금씩 잠식해 가는 위기를 언제까지고 외면한 채, 빚으로 겉만 높게 쌓은 부는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허상이다. 보다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이익을 위해서, 그리고 미래에 쫓기는 대신 다가올 날을 기쁜 마음으로 주도해 나가기 위해서라도 세계 경제 거장들이 보고하는 자본주의의 오늘과 내일을 결코 놓치지 말자.
근본적인 문제는 바로 오늘날 전 세계가 안고 있는 불평등의 확산입니다. 돈이 빈곤층에서 부유층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는 것이죠. 부유층이 빈곤층의 돈을 빨아들이고 있기 때문에 소비에 사용되는 돈이 줄어들고 총수요 역시 부족해지는 것이, 오늘날 우리가 처한 자본주의의 현실입니다.--- p. 36
우리는 규칙을 다시 바꿔 써야 합니다. 오늘날 시장경제가 처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구성원 모두가 번영을 함께 나누고, 문화와 예술 등 사회 다방면에서 성장하며, 부의 공평한 분배를 지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이지요.--- p. 58
경제는 계속 성장하는 게 당연하다는 주장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아이는 성장하지만 어른은 성장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경제는 대체 언제까지 아이의 상태인 걸까요? 어른을 억지로 성장시키려고 하면 키가 자라는 게 아니라 살만 찔 뿐입니다.--- p. 116
아시아 선진국들은 매우 부유하지만, 예컨대 관광객을 보면 휴가가 너무 짧아서 유럽 전체를 단 이틀 만에 돌아볼 정도로 시간 여유가 없더군요. 저는 궁금합니다. 사람들이 그 정도로 여유가 없다면, 대체 부유함은 무엇을 위해서 존재하는 걸까요?--- p. 130
이자는 기묘합니다. 현대사회에서는 인터넷뱅킹 등을 이용해 돈을 거의 빛의 속도로 이동시킬 수 있다는 걸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잘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은 바로 돈이 시간 여행을 한다는 점입니다. 사람들은 은행에서 돈을 빌리면 그 돈이 은행에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 돈의 출처는 미래의 자신입니다. 예컨대 제가 은행에서 100만 엔을 융자받는다면 그건 사실 60세의 세들라체크에게서 100만 엔을 받은 거예요. 즉, 이자의 기능으로 돈을 미래에서 현재로 이동시킬 수 있는 거지요.--- p. 130
“제로 금리나 마이너스 금리와 같이 돈을 싸게 빌려주는 것은, 제가 보기에는 약간 교묘하고 위험한 일입니다. 재정 정책과 금융 정책은 마약과 비슷한 데가 있어요. 만약 마약을 싸게 손에 넣을 수 있다고 해서 그것을 꼭 사용해야 하나요? 경제가 차입금이라는 마약에 한 번 의존하게 되면 멈출 수 없게 됩니다.” --- pp. 137~138
“우리 사회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자유는 일찍이 ‘물건으로부터의 자유’를 의미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소비의 자유’로 변모하고 말았어요. 소비할수록 사람들은 자유를 느낍니다. 만약 소비하지 못하게 되면 자유를 느끼지 못해요. 그래서 계속 일해야 합니다. 필요도 없는 물건을 사기 위해서 하고 싶지도 않은 일을 합니다.” --- pp. 147~148
“언젠가 어느 시점에서 모든 것이 테크놀로지로 대체되어 인간의 일이 모두 없어진다면 곤란할 수도 있겠지요. 우리가 맞이할 변화들은 하나의 도전이며 힘든 상황이 될지도 모르지만, 반면에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 pp. 219~220
“노동력을 기반으로 한 현재의 경제 시스템에서 기계와 인공지능을 통해 고도로 자동화된 시스템으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자본주의의 유효성이 문제되는 날이 반드시 올 겁니다. 지금과는 다른 사회 시스템이 필요하겠지요.” --- pp. 225~228
“자동차 성능을 오직 최고 속도로만 판단할 수 없듯이, GDP 같은 물질적이고 양적인 성장만 추구하는 성장자본주의의 함정에 빠지면 그리스처럼 국가 재정의 파탄이 닥칠 수 있습니다. 현대 경제는 지금까지 사회적 안정을 희생함으로써 성장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왔지만, 이는 한순간에 붕괴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어요. 빚으로 쌓아 올린 성장과 부는 모두 허상입니다. 언제 어디서 무너질지 모르는 허상이지요.” --- p. 242
자본주의 EBS 다큐프라임쉬지 않고 일하는데 나는 왜 이렇게 살기 힘든가 / 저자 EBS 자본주의 제작팀|가나출판사 |2013.09
목차
프롤로그 _ 길 잃은 자본주의,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1장 ‘빚’이 있어야 돌아가는 사회, 자본주의의 비밀
1. 물가는 절대 내려가지 않는다│2. 은행은 있지도 않은 돈을 만들어낸다| 3.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예금을 찾지는 않는다│4. 중앙은행은 끊임없이 돈을 찍어낼 수밖에 없다│5. 인플레이션의 거품이 꺼지면 금융위기가 온다│6. 내가 대출이자를 갚으면 누군가는 파산한다│7. 은행은 돈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도 대출해 준다│8. 달러를 찍어내는 FRB는 민간은행이다
2장 위기의 시대에 꼭 알아야 할 금융상품의 비밀
1. 재테크 열기는 우리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2. 은행이란 수익을 내야 하는 기업일 뿐이다│3. 8%의 이자를 주는 후순위채권의 비밀│4. 은행은 판매수수료가 많은 펀드를 권한다│5. 보험, 묻지도 따지지도 않다가 큰코다친다│6. 파생상품은 투자를 가장한 도박과 같다│7. 저축만으로는 행복해질 수 없다│8. 금융지능이 있어야 살아남는다
3장 나도 모르게 지갑이 털리는 소비 마케팅의 비밀
1. 어릴 때부터 우리는 유혹당한다│2. 쇼핑할 때는 여자가 훨씬 나약하다│3. 보안용 CCTV가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
4. ‘사고 싶다’고 느끼면 ‘필요한’ 것 같다│5. 소비는 불안에서 시작된다│6. 필요하지 않아도 친구가 사면 나도 산다│
7. 과소비는 상처받은 마음이다│8. 자존감이 낮으면 더 많은 돈을 쓴다
4장 위기의 자본주의를 구할 아이디어는 있는가
1. 금융위기는 반복해서 일어난다│2. 노동만이 최상의 가치다 _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3. 쉬지 않고 일해도 왜 가난한가 _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 4. 실업률을 낮출 정부의 개입을 권하다 _ 케인스의 거시경제학│5. 정부가 커지면 비용도 늘어난다 _ 하이에크의 신자유주의
5장 복지자본주의를 다시 생각한다
1. 국민소득이 오르면 내 소득도 오른다?│2. ‘복지=분배’는 오해다│3. 복지는 창의성의 원천이다│4. 시장도 정부도 아닌 국민이 주인이다
인류의 역사 500만년을 하루 24시간으로 환산했을 때
자본주의가 출현한 시간은 23시 59분 56초.
경제는 신분에서 계약으로, 교환 경제에서 자본주의 경제로, 토지에서 자본으로 변화했다.
필요한 물품은 노동을 통해 상품화되고 사유재산이 인정되는 곳.
자본주의 작동원리는 무엇일까?
경쟁은 어디에서 생겨났을까?
자본주의 시대에 인간은 더 행복해졌을까?
신용등급이 낮아도 대출을 해주는 이유
중앙은행은 결코 물가를 낮출 수 없다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를 발행하는 FRB는 정부기관이 아니다
재테크 열풍으로 당신은 돈을 벌었는가
소비는 무의식이다
과소비는 상처 난 마음이다
위기의 시대에 꼭 알아야 할 금융ㆍ소비ㆍ돈에 관한 비밀
자본주의의 사전적 의미는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자본이 지배하는 경제체제’이다.
아담 스미스가 『국부론』에 자유로운 시장경제 체제를 묘사한 지 약 250년이 지났고,
우리는 지금도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자본주의를 제대로 알고 있을까?
인류가 경험했던 그 어느 체제보다 엄청난 부의 생산능력을 보여준 자본주의 세상,
그러나 구조적인 모순 때문에 주기적으로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는 시스템.
자본주의는 이대로 흘러가도 좋은가?
우리는 지금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
미국 리먼브라더스 사태가 내 지갑에 미치는 영향?
지금 자본주의는 기로에 놓여 있다. 이대로 갈 것인가, 새로운 길을 모색할 것인가. 이매뉴얼 월러스틴 예일대 교수는 2012년 한 강연에서 “자본주의는 한계를 맞았다.”고 말했고, 2012년 당시 산은금융그룹 회장을 맡고 있던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은 “현재 위기는 대공황 때보다 더 크고 오래갈 것이다. 자본주의는 끝났다.”고 말한 바 있다. 약 250년에 걸쳐 우리 사회를 지배했으며 현재 위기를 겪고 있는 ‘자본주의’를 쉽게 풀어낸 방송, ‘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 5부작’이 책으로 출간됐다(가나출판사/388쪽/17,000원). 2013년 한국방송대상 대상을 거머쥐면서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는 ‘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 5부작’은 사실 한 주부 PD의 사소하면서도 근원적인 물음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왜 미국의 리먼 사태가 내 지갑 속 돈에 영향을 미치는지, 왜 미국 경제가 우리 집 가계에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했어요. 물가는 왜 수십 년 동안 오르기만 하는지도요.” 담당 PD인 정지은 PD의 말이다. 그녀는 경제학 전공자는 아니지만 이러한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10년 동안 1천여 권의 다양한 경제학 서적을 섭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풀리지 않는 의문은 있었다. “경제 전망이 뉴스나 기사, 책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것은 왜일까?” 같은 것이었다. 그녀는 이 모든 것들을 관통하는 근본적인 원리가 ‘자본주의’라고 생각했고, 이것을 방송에서 다뤄보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자본주의는 너무나 광범위하고 할 이야기가 많아 난감했다. 먼저 30~50대 일반인들을 만나 조사해 보니 그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금융과 소비였다. 목표를 정한 그녀는 자본주의의 발상지인 ‘영국’과 자본주의를 꽃피운 ‘미국’으로 갔다. 자본주의 역사 그 자체인 영국과 미국의 석학들은 현재의 자본주의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궁금했다. 2007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에릭 매스킨 프린스턴대 교수, 2011년 영국《이코노미스트》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 1위’인 라구람 라잔 시카고대 경영대학원 교수 등을 인터뷰했다. 자본주의에 대한 서로 다른 시각을 가진 여러 전문가를 선정했고 내심 불꽃 튀는 논쟁도 기대했는데, 결국은 비슷한 이야기가 나왔다. “미안하다. 자본주의의 갈 길을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할 때다.”라는 것이다.
새 책 『자본주의』에서는 5부작 방송에서 미처 다 보여주지 못한 내용들이 심층적으로 보완되고 정리되었다. ‘은행에 빚을 갚는다’는 것이 개인에게는 속박과 굴레를 벗어남을 뜻하지만 국가 경제로 보면 경제 규모의 축소를 의미한다든지, 뉴스에서 나오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대체 무엇이고 왜 문제가 생겼는지, 저축은행 사태는 왜 일어났는지, 마트에 가면 왜 나도 모르게 많이 사게 되는지 등 자본주의 사회의 숨은 진실과 무서움에 관해 책은 경고한다. 그리고 무의식중에 우리를 나락으로 빠뜨리는 자본주의의 유혹과 위협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지 알려준다. 현재의 자본주의 시장 경제를 처음으로 묘사했던 1776년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으로 거슬러 올라가 스미스와 마르크스의 관점에서 지금의 자본주의를 바라보기도 하고, 케인스와 하이에크의 ‘시장’이냐 ‘정부’냐 논쟁에서 벗어나 결국엔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린다.
경제학의 기본 원리부터 자본주의의 미래까지
이 책에서 자본주의에 관한 진실과 의문을 해소해 주는 데 세계 32명의 석학들이 도움을 주었다. 변호사이기도 한 엘렌 브라운 미국 공공은행 연구소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어른이 되면 돈이 어디서 생기는지 알까요? 이걸 아는 어른보다는 아기가 어디서 생기는지 아는 10살짜리가 더 많을 겁니다. 우리는 학교에서 이런 것들을 배우지 못했습니다. 어떻게 돈이 시스템으로 들어오는지 가르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정부 인쇄기를 보고 정부가 돈을 만들어서 쓴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게 돈이 생기는 방식이 아닙니다. 사실은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 System, 통칭 연방준비은행(FRB)이라 부르는 곳의 정식 명칭)가 돈을 발행합니다. 다른 사람들처럼 정부도 돈을 빌려야 합니다. 연방준비제도는 은행의 연합이고, 은행을 위해서 일합니다(정부기관이 아니다). 왜 학교에 이런 수업이 없을까요? 대학에는 많은 경제학과 학생들, 경영대학원 학생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것에 대해 모릅니다. 맞습니다. 의도적으로 감췄다고 생각합니다. 제 아들은 경제학을 공부하는 대학원생입니다. 계량경제학을 전공하는데, 졸업 논문을 쓰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제가 이런 중요한 이슈에 대해서 써보라고 했더니 은행(금융) 관련 수업을 안 들었다는 겁니다. 지난 5년 동안 경제학을 공부하고 대학원에 다니면서 은행 수업을 듣지 않았답니다. 필수 과목이 아니라 전공 과목이라서요. 상황이 이렇습니다.”
고등학교 경제 교과서에 보면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설명되어 있다. 가격이 내려가면 소비자의 수요량은 늘어나고, 가격이 오르면 생산자는 생산량을 늘린다는 것이다. 그리고 수요량과 공급량이 만나는 지점에서 가격이 결정된다고 배운다. 그렇다면 이것으로 물가가 계속해서 오르는 원리를 설명할 수 있을까? 우리는 물가가 오르락내리락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물가는 오르기만 하고 내려가지는 않는다. 50년 전 자장면 값은 15원이었는데, 지금은 적어도 4천원은 줘야 한 그릇을 먹을 수 있다. 자장면 값이 지속적으로 오르기만 했다면, 자장면의 공급이 지속적으로 부족했든가 아니면 자장면의 소비가 지속적으로 늘었어야 한다. 정말 그랬을까. 이해가 쉽지 않다. 우리가 상식이라고 생각해 왔던 자본주의 경제에 관해 생각지 못했던 숨겨진 진실들을 책에서는 파헤친다.
자장면 값이 지속적으로 오르는 원인은 사실은 돈이 ‘신용창조’를 통해 불어나는 과정에 있다고 책은 설명한다. 미국 하버드대 역사학과 니얼 퍼거슨 교수는 이렇게 표현한다. “우리는 돈이 은행에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현금인출기로 바로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론상 은행에 있는 것입니다. 돈은 거의 눈에 보이지 않고, 단지 컴퓨터 화면에 입력된 숫자로만 보입니다.” 제프리 잉햄 영국 캠브리지대 사회학과 교수는 또 이렇게 이야기한다. “지불에 대한 약속입니다. 신용인 거죠. 모든 돈은 신용이에요.”
진실을 아는 자, 그들만이 살아남는다
“펀드? 보험? 금융? 너무 복잡해. 공부한다고 내가 알겠어? 나는 몰라.”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21세기다. 이제 현대인의 일상은 ‘금융’과는 떼려야 뗄 수가 없는 관계가 되었다. 금융도 일반 상품처럼 국민 대다수가 이용하는 상품이 됐다. 금융과 연결되어 있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게다가 앞으로 그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니얼 퍼거슨 미국 하버드대 역사학과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우리가 좋든 싫든 사회와 경제가 복잡해지면 금융 부문이 성장합니다. 단순한 사실이죠. 사회가 더 부유해질수록 보험, 모기지, 신용카드, 다양한 저축, 연금 등과 같은 상품에 대한 욕구가 복잡해지기 때문입니다. 세계는 부유해질수록 금융 부문이 더 커집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10년 뒤에 지금보다 더 금융이 중요한 세상에 살게 되리란 사실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10년 전보다 지금 금융이 훨씬 중요하듯이 말이죠.”
게다가 우리의 아이들은 어떠한가. 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정보센터 전문위원인 천규승 박사에 의하면 “한 사람의 어릴 적 금융 경향은 그대로 굳어진다.”고 한다. 아이들은 청소년기의 학교와 사회,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금융교육의 깊이와 넓이에 비례해 금융에 관한 의사결정을 하게 될 것이다. 이제 금융에 관한 지식과 활용 능력이 빈부 격차의 차이를 가져오게 될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므로 금융에 대한 이해력은 우리가 꼭 갖춰야 할 필수 능력이다. “부모들 교육이 안 돼 있기 때문에 가정교육이 이뤄지지 못하는 거죠. 부모들이 우리 아이들한테 뭘 교육해야 하는지 어떤 이야기를 하면 안 되는지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라고 천규승 박사는 이야기한다.
은행의 대출이나 돈을 모으는 것뿐만 아니라 돈을 쓰는 데 있어서도 책은 충격적인 사실들을 털어놓는다. 아기는 한 살이 넘으면 이미 100개의 브랜드를 기억한다고 한다. 마트에 가면 나도 모르게 좌회전을 하고 있고, 쇼핑 카트는 점점 크기가 커지고 있다. 또 시식을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계획에 없던 다른 물건들까지도 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 적은 없었는가. 우리의 머릿속, 우리의 무의식에 스며들어와 쉴 새 없이 퍼붓는 마케팅의 공격에 우리는 속수무책 넘어갈 수밖에 없는가. 책에서 독자들은 자신이 알맞게 쓰고 있는지 체크해 볼 수도 있고, 자신을 지키며 행복하게 소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볼 수 있다.
자본주의 사용설명서 EBS 다큐프라임/ 저자 EBS 자본주의 제작팀, 정지은, 고희정, EBS MEDIA|가나출판사 |2014.07
목차
프롤로그 _ 그 누구도 금융과 소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PART 1 금융자본주의 사회에서 빠지기 쉬운 착각
check! 당신의 금융생활은 어떻습니까?
1. 재테크는 큰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아니다 | 2. 금융 피해를 입어도 책임은 당신에게 있다| 3. 내가 주식을 사면 주가가 떨어진다 | 4. 보험회사는 불안을 먹고 산다 | 5. 내 삶의 불확실성은 국가가 책임지지 않는다 | 6. 내 집 마련을 일생의 목표로 둘 것인가
PART 2 소비자가 마케팅 전쟁에서 살아남는 법
check! 당신의 소비 유형은 어떻습니까?
1. 카드 명세서는 예상치 못한 목록을 품고 온다 | 2. 할인 자체가 쇼핑의 이유가 된다 | 3. 원 플러스 원 상품의 구입이 합리적 소비일까 | 4. 주위 사람들의 행동이 과소비를 부른다 | 5. 필요 없어도 이미지에 현혹되어 산다 | 6. 명품이 나의 가치를 높여준다는 착각 | 7. 감정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가 | 8. 아껴쓰고 싶어도 아껴쓸 수 없는 사회에서
check! 충동구매 자가 진단표, 쇼핑중독 체크 리스트
PART 3 당신은 돈과 얼마나 친합니까
check! 돈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1. 나에게 돈이 모이지 않는 이유 | 2. 돈을 가지고 다니지 않으면 더 많이 쓴다 | 3. 잘살고 싶다면 경제를 알아야 한다 |
4. 국민소득이 내 지갑에 미치는 영향 | 5. 지출을 관리하는가, 수입을 관리하는가
PART 4 나와 내 가족을 지키는 금융교육
check! 당신은 어떤 부모입니까?
1. 돈을 바라보는 시선을 배워야 한다 | 2. 돈의 가치를 배우기에 어린 나이란 없다 | 3. 아이들에게 무엇을 물려줄 것인가 | 4. 아이들 때문에 노후 준비가 부족하다 | 5. 아이도 부모의 소득을 알 권리가 있다 | 6. 금융교육은 행복한 소비를 가르치는 것이다 | 7. 아이에게도 직접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 한다 | 8. 사회 전체를 바라볼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하기
부록 _ 초등학생 금융이해력 테스트
금융전쟁, 소비전쟁의 틈에서 나와 내 가족을 지키는 법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는 한 그 누구도 금융과 소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우리는 금융과 소비생활에서 스스로의 의지로 이성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면 믿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선택은 우리의 몫이 아니다.
소비 마케팅은 우리의 무의식에 침투해 나도 모르게 무언가를 사도록 끊임없이 유도한다.
금융 종사자들은 가장 좋은 선택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을 정도로 많은 금융상품의 틈바구니에서 서로 자사 상품이 최고라고 외쳐대지만 정작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하는 정보는 가려버린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나와 내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알아야 하며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미리 알고 준비하는 자는 절대 당하지 않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나와 내 가족을 지키기 위해 알아야 할 모든 것
자본주의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더 다양한 방식으로 교묘하게 우리의 일상을 조종하고 있다. 그렇다면 자본주의가 파놓은 함정에 빠져 빚의 노예, 돈의 노예로 살지 않으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 사용설명서』에는 금융, 소비, 돈, 금융교육의 각 장마다 이 시대를 살고 있는 평범한 소시민으로 살고 있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 인물들을 통해 우리의 일상생활 깊숙이 침투해 있는 자본주의의 유혹과 위협을 구체적이고 실감할 수 있다. 도대체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관해서 말이다. 그리고 제작진이 직접 만났던 석학들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가 그 유혹과 위협에서 현명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보여준다.
나의 금융, 소비, 돈에 대한 태도를 점검해보고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갈 내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를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일상에 관한 이야기… 행복한 소비와 합리적인 경제생활은 가능한가?
자본주의가 한계에 부딪쳐 여러 가지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지만 자본주의를 대신할 대안이란 지금 사실상 존재하지 않으며, 우리는 싫든 좋든 자본주의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소비 마케팅은 점점 더 우리의 무의식을 파고들 것이며, 선명하지 못한 이 금융이란 것은 우리의 생활에서 점점 더 중요한 부문이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도 우리와 비슷하거나 더 나빠진 여건에서 살아가게 될 것이다. 애초에 ‘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는 내 아이에게 가르쳐줄 이야기라는 관점에서 기획해 나간 방송이었다. 방송을 책으로 풀어낸 『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에서도 미처 풀어내지 못한 이야기들이 있었다. 방송 취재 과정에서 만난 세계적인 석학들로부터 들은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생겨난 고민들은 왜 생겨나는 것이며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에 대한 조언들을 담아내고 싶었다. 밀려오는 청구서를 처리하기 위해 왜 투잡을 뛰어야 하는지, 더 깊은 만족감을 위해 잠시의 쾌락을 접어두지 못하고 왜 쇼핑중독에 빠지는지, 금융 시장의 구성 요소를 모른 채 금융 열기에 뛰어들면 왜 안 되는지, 슬프거나 우울할 때 우리는 왜 뭔가 사려고 하는지……. 그렇게 나온 책이 바로 『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 사용설명서』이다.
책을 다 읽고 나면 ‘따뜻한 자본주의’가 떠오른다. 자본주의의 숨은 진실과 무서움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 주고 있지만 자본주의 시대를 현명하게 살아나갈 수 있는 지혜와 희망 또한 얻을 수 있다.
대출이자에 허덕이고 노후를 불안해하지 않으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리는 바닥에 떨어진 물고기입니다. 누군가 다가와 우리를 욕조에 넣습니다. 그리고 물과 양분을 주듯이 돈을 풉니다. 이제 살았구나 싶습니다. 우리는 금융자본이 쏟아 붓는 빚을 먹고 몸집이 커집니다. 그러나 때가 되면 금융자본은 순식간에 물을 뺍니다. 이미 커져버린 몸집은 어찌할 도리가 없습니다. 어떻게든 살아남으려 하지만 이미 죽은 목숨입니다.”
미국정부보증기관인 프레디맥의 컨설턴트 고문을 맡았던 쑹훙밍은 미국의 금융파생산업에 대해 이렇게 비유한다. 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 1부 ‘돈은 빚이다’가 방송됐을 당시 영상을 통해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장면, 바로 그것이다. ‘펀드니 보험이니 금융이니 내가 공부한다고 알겠어?’ 하고 생각하다가는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금융위기가 닥칠 때마다 불경기만 탓하며 힘겹게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것은 고스란히 아이들이 물려받을 것이다. 5년 전, 10년 전에 비해서 월급을 더 받고 있는데 왜 생활은 점점 더 힘들어지는 걸까? 이에 대한 대답도 알고 있어야 한다. 알고 있는 자는 절대 당하지 않으며, 미리 준비할 수 있다.
나와 내 가족을 지키는 행복한 금융교육
우리가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 미래를 준비하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돈을 둘러싼 경제 활동일 것이다. 그중에서도 ‘아이들을 위한 금융교육’, ‘좋은 소비습관 만들기’는 가장 쟁점이 돼야 할 사항이다. 아이들에게 좋은 소비습관을 만들어주고 돈에 관해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부모가 먼저 알아야 한다.
우리의 아이들도, 쉬지 않고 일하는데 먹고사는 게 점점 힘들어지는 삶을 살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경쟁에 휘둘려 어쩔 수 없이 서로를 밟아야 하는지 고민하게 만들 수는 없지 않은가.
작은 움직임에서부터 변화는 찾아온다. 2007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오바마 정부는 아이들을 위한 금융교육에 관심을 돌리기 시작했다. 시카고 웨스트리지 초등학교에서는 머니 세이비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아이들은 소비, 저축, 투자, 기부로 나뉜 저금통을 가지고 같은 개념의 책을 색칠공부하면서 부모들과 이야기하면서 배울 수 있다. 자신의 돈으로 할 수 있는 선택에 관해서 배우는 것이다. 이 금융교육 프로그램을 주관하는 시카고 재무관 스테파니 닐리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지금 미국은 끊임없이 소비하며 원하는 걸 지금 사고, 신용카드를 쓰는 문화에 젖어 있죠. 아이들에게 돈에 대한 근본적인 교육을 하지 않아요. 욕구를 조금 미루면 돈을 모을 수 있다는 것을요. 돈으로 할 수 있는 선택에 관한 금융교육이 필요합니다. 지금의 심각한 경기 침체가 오기 전에 미국의 저축률은 매우 낮았습니다. 형편에 맞지 않는 소비를 하며 신용카드로 많은 돈을 쓰고 있었죠. 아이들에게 지금 새 운동화를 원하더라도 돈을 모으고 기다려야 한다는 가치를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주 어릴 때 가르쳐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미국의 부모들, 특히 도시에 사는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돈에 관한 선택’에 대해 가르치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아이들에게 욕구를 참고 저축하며 경제 형편에 맞게 사는 법을 가르쳐야 합니다.”
이 책『자본주의 사용설명서』도 마찬가지다. 어른이 돼서야 절약하고 쓰고 기부하는 것이 아니라 어릴 때부터 돈을 관리하는 법을 배우도록 권한다. 아이가 돈에 대해 미숙한건 부모가 그렇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자본주의의 유혹과 공격으로부터 자신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우리의 일상을 돌아보고 자신을 들여다보는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금융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돈과의 관계를 바르게 정립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이어야 한다.
세계적인 석학들이 말하는 자본주의 사용설명서 … 인터뷰 발췌
“자본주의란 누군가 나의 돈, 관심, 시간을 지금 당장 얻기를 원하는 것이죠. 나중이 아닙니다. 지금 당장 소비하고, 돈을 쓰라는 유혹에 둘러싸여 살고 있죠. 기업은 여기에 온갖 전략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댄 애리얼리 _ 듀크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상식 밖의 경제학』 저자
“21세기 소비자는 더 잘 소비하고, 더 적게 소비해야 합니다. 더 좋은 것을 적게 사서 훨씬 더 꾸준히 사용하는 것이죠.” 파코 언더힐 _ 쇼핑컨설팅사 인바이로셀 CEO, 『쇼핑의 과학』 저자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금융계의 윤리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은행, 헤지펀드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도덕관념이 전혀 없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 오로지 돈을 버는 데만 집중한다고요.” 니얼 퍼거슨 _ 미국 하버드대학교 역사학과 교수, 『현금의 지배』, 『금융의 지배』 저자
“돈이 더 생겼도 균형된 관계가 없으면 더 심하게 균형이 깨질 뿐입니다. 균형을 이루기 위해선 돈과의 관계를 정립하는 것이 시작이라고 봅니다. 그래야 돈을 잘 다스리고, 관리하고, 지키는 사람이 되죠.” 올리비아 멜란 _ 임상심리학자, 머니 코치
“금융교육은 어릴 때 시작해야 하고, 금전적인 선택의 문제에 대해 계속해서 인식시켜야 합니다. 만 8세 정도가 되면 많은 정보를 흡수하는데 이때 받는 금융교육은 평생 큰 영향을 줍니다.” 스테파니 닐리 _ 미국 시카고 재무관
“아이들에게 브랜드가 무엇인지 가르쳐야 합니다. 요즘 아이들은 브랜드가 무엇인지 알고 있지만 왜 그렇게 브랜드에 중독되는지는 모릅니다. 부모가 아이들에게 집에서 이야기해줘야 합니다.” 마틴 린드스트롬 _ 세계적인 브랜드 컨설턴트. 『쇼핑학』, 『오감 브랜딩』 저자
수취인: 자본주의 마르크스가 보낸 편지 글 강신준|그림 신병근|풀빛 |2016.12
저자 강신준은 고려대학교 독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노동운동과 관련된 주제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교수가 될 생각을 한 적이 없었으나 우연히 출판사를 운영하던 친구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처음 마르크스의 《자본》을 번역하는 데 관여하게 되었고, 그 인연으로 동아대학교에서 마르크스를 강의하는 교수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후 영남지역의 노동운동가들과 교류하면서 노동운동의 실천과 관련된 일에 종사하였고, 최근에는 《자본》을 대중적으로 소개하는 일과 마르크스 엥겔스 정본 전집(MEGA, 총 114권)의 한국어판을 최초로 출판하는 일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수정주의 연구 I》 《자본의 이해》 《노동의 임금교섭》 《자본론의 세계》 《그들의 경제, 우리들의 경제학》 《오늘 『자본』을 읽다》 《마르크스의 자본, 판도라의 상자를 열다》 《공부의 신 마르크스, 돈을 연구하다》 등이 있고, 번역한 책으로는 마르크스의 《자본 1~3》을 비롯하여 《임금론》 《마르크스냐 베버냐》 《자주관리제도》 《사회주의의 전제와 사민당의 과제》 《프롤레타리아 독재》 《데이비드 하비의 맑스 『자본』 강의 1~2》 《맑스를 읽다》 《마르크스의 『자본』 탄생의 역사》 등이 있습니다.
목차
프롤로그_ 헬조선을 진단하다
1장 자본주의는 어디에서 왔을까
1 인류의 경제생활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2 고대 국가의 찬란한 문명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3 고대 국가는 왜 중세의 암흑시대로 바뀌었나
4 중세는 어떻게 붕괴했는가
2장 자본주의, 어떻게 태어나 성장했을까
1 출생 전야
2 자본주의의 등장과 발전
3 자본주의의 위기와 구원: 케인스주의
4 신자유주의의 등장과 또 하나의 파국
3장 자본주의의 위기와 미래
1 자본주의 미래의 단서
2 미래를 위한 실험
3 진정한 해법: 마르크스의 약속
에필로그_내일은 온다
출판사 서평
헬조선의 원인과 해법, 과연 어디에?
‘헬조선!’ 우리 사회의 경제 상태를 단적으로 표현해 주는 단어다. 이 단어 외에도 비슷한 단어들이 우리 사회에는 넘쳐 난다. ‘취업 깡패’, ‘열정 페이’, ‘N포 세대’, ‘비정규 노동’, ‘잉여’, ‘투명인간’, ‘미생’, ‘흙수저’, ‘갑질’ 등등, 대학 합격이라는 목표를 향해 고군분투하는 우리 청소년들의 삶에 어느 것 하나 희망을 주지 못하는 단어들이다. 과연 이렇게 공부를 해서 대학에 합격하면 장밋빛 미래는 열려 있을까, 퇴직하신 부모님에게 의지할 수는 없고 학자금 대출 받아 대학을 졸업하고 나면 취업은 보장될까, 겨우 취직을 한다 해도 전셋값 대란이라는 요즘 상황에 결혼은 하고 월세로라도 집을 얻어 살 수 있을까…, 이런 걱정을 하고 있으면 수학 문제 풀 의욕마저 꺾어는 것이 요즘 청소년들의 하루하루다. 결국 문제는 먹고사는 것! 우리는 세대를 떠나 모두가 먹고살 걱정에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먹고사는 것은 경제를 의미하고, 먹고살기 어렵다는 것은 경제가 아프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픈 경제를 진단하고 처방을 내리며 치유의 길을 알려 주는 경제학이 왜 지금은 작동을 멈춘 것처럼 아무런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는지 그 이유로부터 출발한다. 원래 경제학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임금을 주는 자본가들을 대변하는 자본가 경제학이고, 다른 하나는 임금을 받는 노동자 입장에서 설명하는 노동자 경제학이다. 흔히 경제학이라고 칭할 때 주로 생각하는 것이 주류 자본가 경제학이다. 임금을 주는 사람의 입장에서 경제 문제를 풀고 있는 주류 경제학이, 취업을 하면 모두가 노동자가 되는 다수의 삶과 경제를 진단할 수가 없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문제는 노동자가 먹고살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인데, 이것을 푸는 해법을 자본가의 입장에서 경제를 논하는 자본가 경제학에서 찾으려 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진단과 처방이 나오지 않는 것이다.
『수취인: 자본주의, 마르크스가 보낸 편지』는 헬조선의 원인과 해법을 노동자 경제학에서 찾고 있다. 그것의 대표 이론이 마르크스의 『자본』이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의 원인과 결과를 두 가지 방식으로 정리하는데, 하나는 구조적(분석적) 방식이고 또 다른 하나는 시간적(역사적) 방식이다. 아픈 상태를 구성하는 개별 요소들-가치, 가격, 자본, 재생산, 축적, 이윤, 이자, 지대 등-을 찾고 이들 요소 사이의 관련을 추적하여 아픈 원인을 찾아내는 것이 전자의 방식이고, 원시공산제-노예제-봉건제-자본제로 이어지는 경제제도 전체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살피며 병의 원인을 추적해 나가는 것이 후자의 방식이다. 이 책은 둘 중 후자의 방식을 따르고 있다(전자의 방식에 따라 쓴 책은 동일 필자의 다른 책 『마르크스의 자본, 판도라의 상자를 열다』이다).
역사적 흐름에 따라 자본주의의 원인과 결과를 톺아보다
경제제도의 출발, 혹은 인류의 시작은 원시공산제이다. 최초의 인류는 생산력에서 집단성을 출발점으로 삼았고, 생산관계도 집단을 토대로 이루어졌다. 생산된 결과물 또한 생산력을 이룬 집단의 공동소유였다. 공동으로 생산해서 공동으로 분배받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 사회, 이런 사회제도를 원시공산제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런 집단적 생산 활동이 정착되어 가면서, 한 번의 생산을 통해 얻는 물자는 생존에 필요한 물자보다 점차 많아지게 되었고, 이 잉여의 생활물자는 일을 하지 않고 자유롭게 쉴 수 있는 여가시간을 발생시켰다. 말하자면 인류의 시간은 생존을 위한 노동시간과 그 외 개인적으로 쉴 수 있는 여가시간으로 나뉜 것이다. 여가시간 동안 인류는 노동시간을 줄여도 생산력을 증가시킬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게 되었고, 이제 여가시간은 노동시간을 줄이는 간접적 생산력 증가의 비법으로 활용되었다. 이제 공동체 구성원들 사이에는 생산력이 높은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으로 나뉘면서 경제적 상태가 양극화된 새로운 공동체, 고대 국가가 등장하였다.
고대 사회는 생산력을 기준으로 하여 사회가 계층적으로 나뉘는 것이 특징이다. 높은 생산력(경제력)을 갖춘 계층과 그렇지 않은 계층으로 구분되는 것이다. 높은 생산력을 가진 사람은 상층의 귀족 관료가 되었고, 생산력이 부족하여 빚을 지게 된 부류는 하층 평민에서 노예로 전락하게 되는데, 이때 생산 활동은 노예가 전담하고 귀족들은 여가시간만을 즐기는 사회적 시간 분할이 이루어지게 된다. 이를 노예제 사회라고 한다. 그런데 노예에만 의존하는 생산 활동은 노예 수의 한계에 부닥치게 되었고, 공동체 존속을 위한 세금이 개인의 사적 탐욕으로 인해 거두어지지 않으면서 안정적으로 유지되었던 노예제 사회는 금이 가게 된다.
이로써 마을 단위의 공동체로 뭉쳐지며 방어적 형태의 장원 경제가 나타난다. 이것이 영주를 중심으로 한 신분제 봉건 사회이다. 봉건 사회에서는 생산력에 직접적인 기여를 하지 않아서 사회적 위신이 낮았던 교환의 매개체 상인들이 국내 나아가 국외의 거래를 통해 큰 이익을 남기며 사회적 위상 또한 높아지는 기회를 얻는다. 이들의 힘은 영주는 물론 국왕의 그것을 넘어서며 세상의 주인이 되었다. 그것은 자급에서 교환으로 경제의 중심이 바뀌는 자본주의의 서막이다. 이렇게 자본주의 경제체제가 이룩되기까지의 과정을 인류의 출현부터 고대, 중세, 근대를 거쳐 온 역사에 대한 탐험으로 세세히 살핀다. 이후로는 자본주의가 어떻게 자라나 반복되는 과도기를 거쳐 지금에까지 이르렀는지를 경제사적 관점에서 재미있게 그려 낸다. 처음 자본주의는 사적 이익을 최대한 존중하는 자유방임주의의 노선을 걸었다.
그런데 이런 사적 이익의 최대치를 존중하는 경제제도는 경제를 만들어 내는 실제 주체인 노동자들의 여가시간을 모조리 생산력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아, 이들의 소비력을 불가능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과도한 공급과 부족한 소비력이라는 부조리를 가져왔다. 이 때문에 노동자의 소비력을 확장시키는 방식, 즉 국가가 대신해서 돈의 흐름과 이익을 조정하는 규제적 자본주의 체제(케인스주의)를 만들어 냈다. 그러나 이것은 또다시 효율성이라는 벽에 부닥쳐 금융자본가 및 산업자본가의 규율을 완화하는 신자유주의 경제체제로 귀결되어 오늘날에까지 이르렀다. 그런데 2008년 금융위기를 맞으며 신자유주의 경제체제는 다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런 정리가 겉으로 보면 단순한 사회사적 흐름의 요약 같지만, 그 역사적 흐름을 만들어 가는 큰 핵심 고리, 즉 공동체적 이익과 사적 이익의 대립(정확하게는 생산관계의 사적 성격과 공동체적 성격의 대립이다)으로 설명해 내기에 매우 특별하다. 공동체적 이익과 사적 이익 간의 대립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원시공산제-노예제-봉건제-자본제가 우선하는 가치가 순서대로 공동체적 이익-사적 이익-공동체적 이익-사적 이익의 순서다. 즉, 한 가지를 우선하다가 그것의 폐해가 커지면 다른 가치를 우선하고, 그것이 한계에 봉착하면 다른 가치를 우선하는 시도를 인류 역사는 자생적으로 반복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치의 우선순위는 자본제가 자유방임주의-규율적 자본주의(케인스주의)-신자유주의로 이행하는 과정에도 정확하게 들어맞는다. 하나의 단편적 사실, 혹은 결과적 정리로만 사회사 혹은 경제사를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원인이 결과를 만들어 내고 그 결과가 다시 새로운 흐름의 원인이 되어 가는 과정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면, 지금의 문제, 즉 자본주의의 위기를 분명하게 인식하고 그로부터 어떠한 미래를 만들어 나갈 것인지에 대한 해답을 선명하게 알아챌 수 있음을 제시한다. 출발이 헬조선과 그것의 해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의 인류 경제사의 흐름을 되짚어 갔던 것은, 지금의 문제가 무엇이고 그것이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되었는지를 알아가는 방법이 과거를 이해하고 그로부터 교훈을 얻어 올바른 미래로 나아갈 단서를 찾아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를 탈출할 실천,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런 역사적 고찰을 통해 이 책은 자본주의를 변화시킬 수 있는 해법은 생산관계의 사적 성격과 공동체적 성격이 균형을 이루면서 동시에 자본주의보다 생산력을 더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에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그런데 자본주의에서 부의 크기는 인간의 노동량에 의해 결정된다. 따라서 자본주의보다 생산력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인간의 노동량이 늘어나야만 한다. 하지만 자본주의에서 노동자는 이미 과도한 노동을 수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노동자의 노동량을 늘리지 않고 생산력을 발전시키는 방법은 무엇일까? 마르크스가 『자본』에서 고찰한 방법을 실행해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자본가의 사적 생산수단을 사회 전체의 공동소유로 만들어 자본가 또한 직접 노동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 말하자면, 생산관계를 사적 성격에서 공동체적 성격으로 바꾸는 것이다. 이것은 자본가의 자발성에 기댈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자본주의의 실질적 실행자이자 주인인 노동자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의지와 실천력으로 실현 가능하다고 한다.
이 자발적 의지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지금껏 자본가의 재산으로 귀속되었던 노동자의 추가 노동시간을 원래의 여가시간으로 되돌려 주는 것에 있다. 지금까지의 역사는 인류의 여가시간이 결국은 생산력을 증가시키는 실질적 방편으로 기능했음을 증명해 보였다
자본주의가 쓰레기를 만들어요/ 저자 장성익|풀빛미디어 |2018.03
저자 장성익:
돈, 돈, 경제 논리, 경쟁이 주인 노릇 하는 세상이 아니라 사람과 자연, 곧 생명의 가치가 활짝 꽃피어나는 세상을 꿈꾼다. 차별이나 불평등 없이 서로 따뜻하게 어깨동무하며 살아가는 미래를 소망한다.
서울대학교 인문대학을 나와 오랫동안 환경을 비롯한 여러 주제로 글 쓰고 책 만드는 일을 해 왔다. 환경 인문 잡지 [환경과 생명] 등의 편집주간을 지냈으며, 지금은 독립적인 저술가 겸 환경 평론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몇몇 시민 환경 운동 단체에도 참여해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왜 너희만 먹는 거야?≫, ≪어린이에게 일을 시키는 건 반칙이에요≫, ≪누가 행복한지 보세요≫, ≪혼자라서 지는 거야≫, ≪환경에도 정의가 필요해≫ 등이 있다.
목차
책을 내면서4
1장 쓰레기에 담긴 세상 - 11
지상낙원에 숨겨진 ‘죽음의 섬’ | 세계에서 가장 큰 쓰레기장은? | 현대 쓰레기의 대명사, 플라스틱 | 사람이 쓰레기인지 쓰레기가 사람인지 | 쓰레기 인문학 | 쓰레기는 고정된 것이 아니다 | 쓰레기를 둘러싼 ‘불편한 진실’ | 쓰레기를 보면 세상이 보인다
2장 소비가 너희를 구원하리라 - 53
나우루와 미국을 들여다보니 | 직선의 흐름은 인공의 질서다 | 쓰고 버리고 또 쓰고 버리고 | 왕이 되는 법 | 빨리 버리는 게 최고라니까 | 속임수로 쌓아 올린 모래성
3장 물건의 일생 - 89
자원의 저주 | 물건의 일생에 담긴 세상 | 바닥나는 지구 | 티셔츠 생산 과정을 들여다보니 | 물건 유통이 드리우는 그늘
4장 불평등으로 얼룩진 쓰레기 - 115
전자 쓰레기의 재앙 | 사람이 어떻게 이런 일을 | 쓰레기 제국주의의 민낯 | 쓰레기장에서 꽃핀 환경 정의 | 최악의 쓰레기, 온실가스와 방사능 | 누군가의 희생 위에서
5장 쓰레기로 전락한 사람들 - 149
비극의 섬에 또 다른 비극이 | 난민, 인류의 수치 | 모든 사람이 쓰레기가 될 수 있다 | 과잉과 잉여의 문명
6장 쓰레기를 넘어서 - 169
코펜하겐 이야기 | 쓰레기는 쓰레기가 아니다 | 가장 좋은 쓰레기란? | 재활용의 두 얼굴
7장 경제성장은 이제 그만 - 191
성장 신화는 거짓말이다 | ‘양적 계산’ 대신에 ‘질적 구별’을 | 잔치는 끝났다 | 나쁜 주인? 좋은 하인! |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도움받은 책들219
■쓰레기는 사람과 자연과 사회를 연결해주는 매개체입니다
태평양에 생긴 어마어마하게 큰 플라스틱 섬
플라스틱 쓰레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햇빛, 바람, 파도 등의 영향을 받아 서서히 아주 작은 알갱이로 부스러집니다. 단 한 개의 1L들이 생수병이 전 세계 해변 1km마다 한 조각씩 퍼뜨릴 수 있을 정도의 크기로 잘게 분해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올 정도지요. 이 때문에 바다가 오염되는 것도 큰 문제이지만, 물고기를 비롯한 바다생물의 배 속으로 이것이 마구 들어간다는 게 더 큰 문제입니다. 상상하기조차 힘들 정도로 큰 플라스틱 쓰레기 섬이 태평양에 있습니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둘입니다. 하와이와 일본 사이, 그리고 하와이와 미국 서부 해안 사이에 각각 자리 잡고 있지요.
우리나라와 가까운 태평양 서쪽의 쓰레기 섬만 해도 우리가 사는 한반도 면적의 7배나 될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큽니다.
결국 나에게 되돌아오는 쓰레기
눈앞에서 치워버린다고 쓰레기가 사라지는 것일까요. 사람이 버린 쓰레기는 땅과 물을 오염시킵니다. 공기도 오염시킵니다. 우리가 먹는 음식은 그렇게 오염된 땅과 물에서 난 것입니다.
우리의 호흡 또한 그렇게 오염된 공기로 이루어집니다. 내가 버린 쓰레기가 그 형태나 성분은 바뀔망정 다시 나한테로 돌아오는 셈이지요.
쓰레기는 이처럼 인간과 자연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있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알려줍니다. 그러므로 쓰레기는 인간과 자연이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그리고 그 관계가 얼마나 건강하고 아름다운지를 가늠하게 해주는 잣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확장되는 쓰레기의 개념
오늘날 쓰레기는 단지 쓸모가 다해 버려지는 물건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지구촌 최대의 환경문제인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 원자력발전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방사성 물질 등도 우리의 생존과 안전을 위협하는 엄연한 쓰레기입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돈이 세상의 주인 노릇을 하다 보니 수많은 사람 또한 쓰레기로 취급받고 버려지는 것이 지금 현실입니다. 그래서입니다. 쓰레기를 보면 삶이 보이고 세상이 보이고 역사가 보입니다.
우리가 걸어온 길의 과거와 현재는 물론 미래도 보입니다. 그리하여 쓰레기는 우리에게 새로운 성찰과 각성의 실마리를 제공해줍니다.
소비 천국은 쓰레기 천국의 다른 이름
쓰레기에는 오늘날 이 세상을 지배하는 자본주의 산업 문명의 기둥을 이루는 소비사회와 성장사회의 특성이 고스란히 새겨져 있습니다. 소비사회란 많이 가지고 많이 쓰고 많이 버리는 걸 떠받드는 사회입니다. 성장사회란 양적인 경제성장을 맹목적으로 추구하는 사회입니다. 이 둘은 쌍둥이입니다.
이 사회는 대량생산, 대량유통, 대량소비, 대량폐기 시스템을 동력으로 하여 굴러갑니다. 수많은 사람을 소비와 소유의 노예로 전락시킵니다. 인간과 생명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기보다는 돈과 물질의 논리를 앞세웁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에피쿠로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적은 것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은 어느 것에도 만족하지 못한다.”
그의 제자 루크레티우스 또한 이렇게 충고했습니다. “만약 네가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계속 욕망한다면 너는 자신이 가진 것을 멸시할 것이요, 네 삶은 충만함도 매력도 없이 흘러가 버릴 것이다.”
책속으로
쓰레기, 가난한 사람과 하층 계급, 빈민 주거 지역 등이 쭈르르 한 줄로 엮이게 됩니다. 그러면서 마치 이것들이 한데 합쳐져 사회 불안이나 무질서, 위험과 혼란 등을 일으키는 요인이라도 되는 것 같은 정치적 효과를 낳게 되지요.
이렇게 되면 가난한 사람, 하층 계급, 비주류 소수자 등은 사회를 어지럽히고 기존 질서와 체제를 흔들 수 있다는 구실 아래 깨끗이 제거해야 할 ‘쓰레기’로 취급받게 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 1장 쓰레기를 둘러싼 ‘불편한 진실’ 중에서
그럼, 성장은 어떻게 이루어질까요? 핵심은 생산입니다. 생산을 끝없이 늘려야 성장 또한 무한히 계속될 수 있습니다. 그러려면 소비를 무제한으로 부추겨야 합니다. 쓰레기가 늘어나든 말든 지구가 망가지든 말든 대량생산에는 대량소비가 반드시 뒤따라야 합니다. 그래야 만든 물건을 모두 처분할 수 있으니까요. ― 2장 빨리 버리는 게 최고라니까 중에서
자원이 풍부한 지역의 사람들이 잘 먹고 잘살기는커녕 오히려 그 자원을 손에 넣으려는 거대 자본과 이들과 한통속인 권력 집단에 의해 비참한 불행을 강요당하는 어처구니없는 역설을 잘 보여주고 있지요. 이를 ‘자원의 저주’라 부릅니다. (중략)
우리가 누리는 현대 산업주의 소비문명은 이런 ‘저주’의 주춧돌 위에 세워진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이런 저주가 일으키는 갖가지 재난과 희생을 동력으로 하여 굴러간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3장 자원의 저주 중에서
돈과 상품이 대장 노릇 하는 자본주의 소비사회에서 사람들은 쓰레기에 관심이 없습니다. 보지 않음으로써 보이지 않게 만드는 것. 생각하지 않음으로써 생각하지 않게 만드는 것. 이것이 쓰레기입니다. 물건 쓰레기든 사람 쓰레기든 이는 마찬가지입니다.
― 5장 모든 사람이 쓰레기가 될 수 있다 중에서 --- 본문 중에서
자본주의 누구나 말하지만 아무도 모르는 / 저자 조준현|카르페디엠 |2011.03
조준현: 부산대학교 경제학과를 나와 같은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보통 사람들이 경제학에 더 쉽게 다가가게 하고자 현실 문제와 경제사상, 경제이론을 아우르는 교양서를 꾸준히 내왔다. 쓴 책으로는 『고전으로 읽는 자본주의』 『내일을 위한 경제학』(공저) 『사람은 왜 대충 합리적인가』 『중산층이라는 착각』 『승자의 음모』 『19금 경제학』 『누구나 말하지만 아무도 모르는 자본주의』 등 다수가 있다. 아시아 경제, 특히 중국 경제도 꾸준히 연구해왔으며, 『중국 경제: 개혁개방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동아시아 경제발전의 연구』 등의 책을 냈다. 중국인민대학에서 초빙연구원으로 있을 때의 경험이 이 책을 쓴 계기가 됐다. 지금은 부산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하면서 젊은 경제학자들의 모임인 참사회경제교육연구소장을 맡고 있으며, 여러 신문과 잡지 등에 경제에 관한 글을 연재하고 있다.
목차
제1장 자본주의는 어디에서 태어났는가
돈이 오간다고 모두 자본주의는 아니다 / 헌법에 직업선택의 자유를 명시하는 이유 / 아흔아홉이 만든 한 명의 자본가
제2장 사람들은 언제부터 공장에 출근했는가
도시의 공기에는 자유의 냄새가 난다 / 공장은 착취의 장소이자 기회의 장소 / 기계가 노동자들을 행복하게 만들지 못한다
제3장 자본과 국가는 언제부터 결탁했을까
애덤 스미스, 자유를 외치다 / 국가는 처음부터 끝까지 거기 있었다 / 국가도 존재하기 위해 긴장한다
제4장 노동자들은 왜 자본가들을 지지했는가
보호무역과 자유무역에 관한 오해와 진실 / 계급을 초월한 국민적 이익은 존재하지 않는다 / 경제학의 설명은 모두 만들어진 모형에 불과하다
제5장 독점은 어떻게 출현했을까
주식 중개인과 시골 목사 이야기 / 리카도와 맬서tm, 새로운 자본주의를 만나다 / 자본가의 이윤은 어디서 오는가
제6장 독점은 왜 위기를 필요로 하는가
자본주의의 숙명, 위기는 반복된다 / 우리는 왜 가난한가 / 1873년에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제7장 대공황은 어떻게 자유를 앗아갔는가
주무실 겁니까, 뛰어내리실 겁니까 / 왜 시장은 스스로 위기를 극복할 수 없었나 / 노동자의 자유는 안정된 고용에서 가능하다
제8장 도대체 신자유주의란 무엇인가
마르크스와 케인스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모임 / 복지국가, 자본가들이 손해 볼 일은 없었다 / 자본가들이 위기 비용을 노동자에게 전가시키다
제9장 세계화는 노동자에게도 이익인가
신자유주의와 세계화를 동일시하는 이유 / 진보가 왜 세계화를 부정해야 하는가 / 좋은 세계화, 나쁜 세계화 그리고 노동자의 미래
제10장 자본주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신자유주의만 비판하면 진보가 되는 것일까 / 진보가 바라보아야 할 곳은 어디인가 / 조금 더 인간적이고 조금 더 행복한 자본주의
후주
참고 자료
당신은 자본주의의 정체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라고 하면 흔히 ‘돈이 최고이고 모든 것을 좌우하는 사회’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돈이라면 서양의 중세 시대에도 존재했었고, 우리나라의 조선 시대에도 있었다. 또 지금만큼이나 그때도 사람들은 돈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중세 시대와 조선 시대를 자본주의 시대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돈이 오간다고, 돈이 중요하다고 해서 모두가 자본주의는 아닌 것이다. 하지만 자본주의 하면 떠오르는 것이 ‘돈’이기 때문인지 우리 사회의 진보나 좌파는 자본주의라는 말 자체를 증오하거나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보수나 우파는 근거도 없이 무조건 옹호하기 십상이다.
또 얼마 전부터 유행하고 있는 ‘신자유주의’와 ‘세계화’라는 말은 부지불식간에 ‘자본주의’라는 말과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신자유주의=세계화=자본주의”라는 등식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역사를 조금만 깊이 있게 들여다 보면 돈과 상품을 중심으로 자본주의를 생각하거나, 신자유주의와 세계화가 자본주의의 모든 것인 양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쉽게 알 수 있다. 자본주의는 특정한 시대, 특정한 조건, 특정한 관계에서 태어난 사회 양식이며, 자본주의의 토대가 되는 근본적 관계는 여전히 이어져 오고 있다. 그리고 그 근본적 관계란 “자본-국가-노동”의 삼각관계다.
“자본-국가-노동”의 삼각관계로 자본주의를 쉽게 이해한다!
자본주의의 본질을 알기 위해서는, 그리고 자본주의를 오해하지 않기 위해서는 “자본-국가-노동”의 삼각관계를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 ‘돈’이나 ‘상품’이라는 것이 자본주의 시대 이전에도 있었지만, 그 이전 시대가 자본주의가 아닌 것은 그것들을 둘러싸고 “자본-국가-노동”의 삼각관계가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제적 재화를 둘러싸고 노동자와 자본가가 합세하다가 대립하기도 하며, 자본가와 국가가 결탁하거나 배신하기도 하고, 국가와 노동자가 협력하거나 갈등하는 사회가 바로 자본주의 사회인 것이다.
신자유주의나 세계화도 이런 시각에서 바라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신자유주의를 “자본-국가-노동”이라는 삼각관계에서 바라보면, 신자유주의는 단순히 몇몇 자본가들의 이기심이나 이윤 욕구에서 출현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자본주의가 경제 위기에 처했을 때 위기를 넘기기 위해 필요한 비용을 국가나 자본가에게 부담시키지 않고 노동자에게 전가시키고자 하는 이념인 것이다. 적어도 자본가와 국가를 위해 위기 비용을 노동자에게 전가시켰다는 점에서 신자유주의는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1974년 경제 위기 이후 30년 이상이 지난 지금에도 세계 경제가 허우적거리고 있다는 점에서 신자유주의는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것에는 실패했다.
“자본-국가-노동”의 삼각관계에서 바라본 세계화는 또 다른 시사점을 던져준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진보와 보수를 구분하는 기준은 세계화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FTA에 찬성하는가, 반대하는가이다. 하지만 저자는 FTA나 세계화 그 자체를 선(善)이라거나 악(惡)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넌센스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세계화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고, 세계화에는 자본가에게 이익이 되는 세계화도 있고, 노동자에게 이익이 되는 세계화도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세계화 그 자체가 좋으냐 나쁘냐를 따질 것이 아니라 “누구를 위한 세계화이냐?”를 물어야 하는 것이다.
이처럼 ‘돈’이든 ‘상품’이든 ‘신자유주의’이든 ‘세계화’이든 자본주의와 관련돼 보이는 다양한 용어들을 “자본-국가-노동”의 삼각관계로 바라본다면 우리는 보다 쉽게 자본주의를 이해할 수 있고 설명할 수 있게 된다.
하룻밤에 읽는 자본주의 300년의 역사!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어렵게만 보이는 자본주의 300년의 역사를 핵심만 간추려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역사적 사실을 서술하는 차원을 넘어 자본주의의 탄생부터 자본주의의 미래까지 그 중간 중간에 있었던 혁명적 사건과 핵심적 인물을 중심으로 자본주의와 관련된 본질적인 내용을 선택적으로 파고든다. 그리고 그 설명 방식의 중심에는 “자본-국가-노동”이라는 삼각관계가 놓여 있다. 저자는 자본주의 설명의 핵심이 되는 삼각관계를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놓치지 않음으로써 일반인은 물론이고 진보와 보수, 우파와 좌파가 놓치거나 외면하거나 잊고 있었던 자본주의 논쟁의 본질을 파헤친다.
결국 저자가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자본주의 자체가 “옳으냐, 그르냐” 또는 “좋으냐 나쁘냐”가 아니라 “누구를 위한 자본주의인가?”이다. 그래서 ‘진보적 경제학자’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장하준 교수에 대해, 그의 주장은 박정희식 개발독재의 복구라는 국가주의적 사고에서 비롯됐으며, 자본주의 사회에서 국가는 근본적으로 자본가 계급의 도구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고 일침을 가한다. 또 천규석처럼 공동체 운동을 중시하는 학자들에 대해서도 그의 실천에 대해서는 존경을 하지만 자본주의 자체를 부정하는 것에 대해서는 비현실적인 공상이라고 비판한다. 저자에 따르면 장하준이나 천규석의 공통적 문제는 진보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이 미래를 보려 하지 않고 자꾸 과거만 돌아보려 한다는 데 있다. 하지만 저자는 진보주의자들도 자본주의라는 것을 미래를 향해 열린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만 좀 더 인간적이고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다고 강조한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고민은 자연스럽게 자유주의 그 자체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고, 당연히 자유주의에 대한 고민은 자본주의란 무엇인가 하는 문제로 나아갔다. 결국 신자유주의를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본주의를 구성하는 세 가지 힘 즉 자본, 국가, 노동의 관계가 역사적으로 어떻게 형성되고 변화해 왔는가를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 나의 결론이다. 이 책은 말하자면 그런 고민의 산물이지만 끝은 아니며, 앞으로 더 고민해야 할 질문, 즉 “과연 우리 사회에서 좌파로 또는 진보로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에 대한 물음의 시작이다. --- 「머리말」 중에서
자본주의라는 이 용어 또는 개념을 즐겨 사용하는 사람일수록 오히려 이 시스템을 증오하거나 최소한 비판적인 관점에서 그것을 보고 있기 십상인 반면, 정작 이 시스템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그 용어를 좋아하지도 즐겨 사용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자본주의라는 말로 시작하는 거의 모든 문장은 부정으로 끝나기 마련이다. 마치 자기를 낳아준 어미의 살을 파먹으면서 세상에 나오는 어떤 거미들처럼, 한마디로 자본주의라는 용어는 자기 안에 이미 자기 자신에 대한 강한 부정의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자본주의가 정말로 제 어미의 살을 파먹고 태어났을 리는 없고, 그렇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자본주의라는 시스템은 과연 어디서 어떻게 온 것일까? --- 「제1장 : 자본주의는 어디에서 태어났는가」 중에서
“세계화는 어느 나라의 이익을 옹호하는가?” 하는 질문은 잘못되었다. 당연히 우리는 “세계화는 어느 계급의 이익을 옹호하는가?” 하고 물어야 한다. 물론 이 질문에 대답하기도 쉽지만은 않다. 농산물 수입개방은 농민들에게는 치명적인 위협이 되지만 대부분 노동자들인 소비자들에게는 이익이 된다. 솔직히 그렇다. 다만 진보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이 그렇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뿐이다. 산업의 개방은 단지 자본가들에게만이 아니라 어떤 산업의 노동자들에게는 중요한 기회가 된다. 물론 다른 산업의 노동자들에게는 역시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 이런 식의 이야기가 위험한 이유는 마치 노동자계급의 동일한 계급적 이해라는 것은 없으며, 노동자계급의 여러 분파들 사이의 대립된 분파적 이익들만 있을 뿐이라는 것처럼 오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제9장 : 세계화는 노동자에게도 이익인가」 중에서
나는 “다시 발전을 요구한다.”는 장하준의 주장에 동의한다. 한국경제가 7%의 성장률을 다시 기록할 수 있다는 신장섭의 주장에도 단서를 붙여 공감한다. 다만 그것을 위한 방법이 개발독재의 복구라는 데 동의하지 않을 뿐이다. 개발독재는 더 이상 유용하지도 않을뿐더러 더 중요하게는 더 이상 실현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이들은 망각하고 있다. 백 걸음을 양보하여 국가주의자들의 주장처럼 개발독재를 복구하는 것이 한국경제에 더 유용하다고 가정해 보자. 하지만 우리가 그것을 요구한다 하더라도 이미 그것은 실현불가능하다. 이들은 과거에는 가능했던 일이 지금은 왜 불가능하냐고 묻는다. 그러나 그 대답은 이미 질문 속에 들어 있다. 과거에는 과거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고 지금은 지금이기 때문에 불가능한 것이다. --- 「제10장 : 자본주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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