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하게 오고 가던 길이었다. 갈맷길 1-2구간 오랑대~동암사이 해안 길이다. 2012년 걷고싶은부산 그만 두고 그해 여름 동해안 식생조사 한 이후 거의 5년만에 부산꼬리풀 때문에 다시 가게 되었지만 들어선 규모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멀리서 호텔 형태만 보다 막상 현장에서 실체를 확인하자니 생각이 많아 졌다.
부산시와 부산도시공사는 2012년 9월 12일 부산시청 회의실에서 동부산관광단지 안 호텔 건립투자사업을 위해 에머슨퍼시픽을 주간사 회사로 하는 콘래드 힐턴 컨소시엄과 사업협약을 체결했다. 호텔은 ‘바다 위의 성’이라는 개념으로 숙박시설은 물론이고 스파 건강 의료 레저 기능을 갖춘 휴양리조트로 건설된다고 했다.
그로부터 5년이 경과한 지금 7월 개장에 앞서 언론이 앞다퉈 소개한 아닌 아난티 코브. 국내 최대 휴양시설로 선전되었다. 1㎞가 넘는 해안을 따라 조성된 '아난티 코브'는 6성급인 힐튼 부산 호텔, 회원제 리조트인 아난티펜트하우스와 프라이빗 레지던스를 중심으로 전국 유명 음식점과 커피점,쇼핑시설 등이 들어선 아난티 타운, 바다를 보면서 온천을 즐길 수 있는 워터하우스, 1만6000㎡규모의 신개념 서점, 웰에이징클리닉 등으로 구성된 하나의 휴양 마을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초입에서 걸어들어 오다 보았던 부산꼬리풀이다. 수만 포기가 식재되었다. 이 코스의 끝 지점인 거북바위 주변에 제2 자생지로 가기위함이었는데
길꾼들에게 힐튼의 존재는 달갑지 않다.
문득 생각 해 본다. 이 호텔에 투숙하려면 1박 하려면 얼마나 지불해야 할까. 뒤져보니 30만원 선이다. 내 생에 몇 번이나 별6개 짜리 호텔에서 잘려나. 가족 동반 하루밤 자고 나오는 이벤트 값치고는 좀 센 편이다. 그런데 이미 예약이 일주일 이상 다 완료된 상태다. 투숙객들은 하루만 자고 가는 걸까. 어쨌든 이런 호텔에서의 1박을 꺼리낌 없이 할 수 있는 계층은 어떤 사람들일까 . 결국 소수의 사람들만이 이용할 수 밖에 없다. 그러면서 동암에서오랑대 구간 이 해안은 자본의 이윤 추구지대로 전락했고 주변 원형은 깨졌다.
힐튼 부산 호텔에서 바라본 아난티 팬트하우스와프라이빗레지던스.
아난티 팬트하우스와 프라이빗레지던스에서 바라본 기장 앞바다 풍경과 힐튼 부산 호텔 내 실내 수영장 맥퀸즈 풀
내가 해안가에 들어서는 이런 호텔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첫째, 전에 없던 대형 건물의 입지에 따른 경관의 훼손, 둘째, 지역 생태계의 교란 세째, 소수 이용 가능한 계층만을 위한 공간으로 전락 때문이다.
이런 시설이 돈 있는 소수 계층뿐만이 아니라 저렴한 가격으로 국민들 누구나가 와서 쉬어 갈 수 있는 국민휴양지로 될 수는 없을까
황토 시민트가 깔린 이 길은 울퉁불퉁 비포장 흙길이었다. 가끔씩 뱀이 나타나 기겁하기도 했지만 그 때 이 길을 걷던 이들은 인공이 아닌 나즈막한 언덕과 바다가 어울린 이길을 참 좋아 했다
하지만 그 길은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호텔측이 어떤 조경으로 단장할 지는 모르겠지만 그 부조화를 극복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동암해안은 이렇듯 돌출된 암반으로 이루어진 파식대가 잘 발달한 곳이다.
이런 곳에서 잘 자라는 갯까치수영과 해국, 갯패랭이
그리고 순비기나무군락이 군데군데 펼쳐져 있었다.
순비기나무는 부산에서 비교적 쉽게 보이고 내염성이 있어 갯가에서의 자람이 좋다.
말나리 군락
2011년 10월10일 인문학과 함께하는 사포지향 갈맷길 2백리 3박4일
우리가 지키지 못한 길이다.
2011년 5월15일 35차 갈맷길 걷기행사
해안의 산지로 이어지는 완충 전이지역이 사라졌다
올해 4월 노컷뉴스에 따르면 힐튼호텔 부지내 지반 조성과정에서 건설폐기물이 섞인 골재 사용의심 기사가 나온적 있다. 그들은 아니라고 했지만 성실한 답변 없이 그렁이 담넘듯 넘어간 것으로 안다.
오랑대를 잎두고 갈맷길과 해파랑길 표식이 걸려 있지만 이 표식이 겅고싶은 길로서의 동암구간을 말할 수 있는 지위는 이제 사라졌다.
거북바위를 다시금 본다. 이 근처에 이새별씨가 부산꼬리플을 발견한 곳이다. 하지만 없었다. 바견당시에도 무단 채취가 이루어 있었다고 한다.
군부대 담장길을 빠져 나오면 연화리바다와 대변항이 멀리 보인다.
일대에 제주조릿대가 자란다. 해광사 일대까지 서식범위가 제법 넓었는데 이 또한 관광단지 조성사업으로 지형의 변화가 강요된 곳이다. 니미 뻑 하면 관광이다.
2016년 부산을 방문한 전체 관광객은 1420만명으로, 전년보다 8.1% 늘었다. 그중 외국인 관광객은 296만6376명으로 42% 급증했다. 외국인 관광객 증가율만 놓고 보면 제주도(37.3%)를 앞질렀다. 그런데 이 외지 관광객들이 부산의 무엇을 보고, 가고 무엇을 사가고, 무엇을 기억하는지 자못 궁금하다. 다시말해 이들의 유치로 부사사람들 살림살이가 나아졌는지, 아니면 동암 힐턴처럼 업자들 배만 불리는 꼴인지 가려볼 필요가 있다. 두려운 것은 인공의 세계가 깃들지 못한 곳이 많을 수록 그곳이 대접받는 곳이 되는데, 부산의 미래는 과연 어떤 해안그림을 가질 것인가. 방문자들이 약간 혹은 다소간의 불편을 감수하지만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는 곳으로 인식할 때 부산의 해안은 희망이 있는 것이다. 횟집서고 모텔 들어서고 노래방 따라 붙는 조악한 판박이가 아닌 진짜 도심에서도 맛볼 수 있는 자연해안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다. 고도로 구축된 인프라가 고작 이따위 관광산업에 들러리로 전락한다는 것이 속이 상한다.
참으로 많은 개발사업들이 관광을 빙자해 횡횡한다. 원래 일대는 지역민의 땅이고 시민이 향후하던 자연자산 아니었든가. 지역의 지형과 생태적 자산이 최소한의 변경되면서 또 공공성을 견지한 개발은 참 보기 힘들다. 결국 기장 해안 전체가 시나브로 개발의 먹이로 떨어지고 있다.
정녕 이대로 그냥 두면 안되는가
Tell Me More And More And Then Some - Randy Crawford & Joe Sam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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