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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뉴스타파

인체이식 의료기기의 비밀 IMPLANT FILES

by 이성근 2018. 11. 28.


뉴스타파는 지난 4월부터 ICIJ 주관으로 인체이식 의료기기 문제 추적 프로젝트-인체이식 의료기기 비밀(Implant Files)를 진행해왔다. 이번 국제협업에는 뉴스타파와 AP, 미국 NBC, BBC, 아사히신문 등 전세계 36개 국 59개 언론사 소속 250여 명의 탐사보도 전문 언론인들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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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이식 의료기기의 비밀(1) : 450조 의료기기산업..결함 등으로 10년간 8만명 사망

-인체이식 의료기기의 비밀(2) : 늑장 리콜 통보에 쥐꼬리 보상...한국 환자 하등민취급

-인체이식 의료기기의 비밀(3) : 우리는 왜 글로벌 의료기기산업의 비밀을 파헤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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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이식 의료기기의 비밀(4) : 볼모가 된 심장심각한 이상사례 106, 리콜은 없다?

-인체이식 의료기기의 비밀(5) : 같은 리콜기기미국 "사망 가능" VS 한국 "부작용 거의 없어"

-인체이식 의료기기의 비밀(6) : 전세계 시민을 위해 의료기기 DB’를 만든 이유

-인체이식 의료기기의 비밀(7) : ‘파열된 신뢰인공유방...국내 이상사례 43백 건

-인체이식 의료기기의 비밀(8) : FDA, "42년 만에 의료기기 승인절차 손질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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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이식 의료기기의 비밀(9) : 식약처의 '업체 꼬리표' 걱정...정보 감추기 급급

-인체이식 의료기기의 비밀(10) : 의료기기업체-병원의 부당거래...피해는 환자에게

뉴스타파-ICIJ 공동기획

 

(1)450조 의료기기산업..결함 등으로 10년간 8만명 사망

인구 고령화 등으로 인체 이식형 의료기기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나 허술한 인허가와 관리감독 때문에 기기 결함으로 인한 사상자가 급증하는 등 각종 부작용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 4월 워싱턴DC에서 ICIJ 주관으로 열린 의료기기 국제협업 취재 회의

 

전세계 의료기기 업체의 올해 매출 추산액은 40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450조 원에 이른다. 지난 2010년에 비해 두배 이상 증가했다. 주요 글로벌 의료기기 업체의 주가총액은 지난 5년 새 125%나 치솟았다. 이처럼 의료기기 산업의 매출과 주가가 치솟는 것과 함께 기기 결함 등으로 인한 피해 환자도 크게 늘어 지난 10년 사이 전세계에서 170만 건의 피해 사례가 보고됐고, 이 가운데 83천 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인체 이식형 의료기기의 부작용으로 이식 수술을 받았던 환자가 문제 기기를 제거하기 위해 재수술을 받은 사례도 50만 건 가까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메드트로닉과 존슨앤드존슨은 세계 의료기기 시장 점유율 1,2위 업체다. 2017년 한국의 해외의료기기 수입도 메드트로닉 제품이 1(2773만 달러), 존슨앤드존슨 제품이 2(15513만 달러)

 

이 같은 사실은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와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 ICIJ 및 국제 공조 취재팀이 인체이식형 의료기기 산업의 제반 문제를 추적한 결과 드러났다.

 

한국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에 따르면 2017년 국내 의료기기 시장 규모는 62천억 원 가량이다. 지난 5년 간 연평균 성장률은 7.6%에 이른다. 뉴스타파가 윤일규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식약처 자료에 따르면 지난 4년 동안 국내 추적관리대상 의료기기 52개 품목 가운데 25개 품목 404천여 건이 의료기관에 납품됐다. 한 해 평균 10만 건 가량이다. 추적관리대상 의료기기란 1년 이상 인체에 심어져 있는 이식형 의료기기를 말한다.

 




 

이 기간 동안 추적관리대상 의료기기 부작용 신고는 4884건이 접수됐다. 연 평균 천300건 정도다. 이 가운데 실리콘겔 인공유방 관련 부작용 신고가 4324건으로 전체의 89%를 차지했다.

 

뉴스타파가 정의당 윤소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또 다른 식약처 자료에 따르면 추적관리대상 의료기기와 관련해 발생한 심각한 이상사례가 2013년부터 지난 8월까지 모두 325건이 식약처에 보고됐다. 이 가운데 사망 사례는 86건이다.

 

(2)늑장 리콜 통보에 쥐꼬리 보상...한국 환자 하등민취급

글로벌 기업 존슨앤드존슨메디칼의 자회사 드퓨(DePuy)는 지난 20108월 전세계 시장에서 유통, 판매하던 일부 인공엉덩이관절(이하 인공고관절) 제품의 자발적 리콜을 시행했다. 실제 시술 후 결과가 제품 출시 당시 예상 재수술 비율보다 훨씬 높게 나왔기때문이다.

 

미국 내 해당 제품 이식 환자 1만여 명은 드퓨 사에 징벌적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지난 20131인 당 25만 달러, 당시 환율로 우리 돈 2억 원에 달하는 정신적신체적 손해 배상을 받았다. 그러나 리콜이 진행된 지 8년이 지난 현재, 이 제품을 이식받아 아직도 몸 속에 안고 살아가는 한국인 환자들은 의료진에게서 제대로 된 의학적 안내도, 업체에서 제대로 된 보상도 받지 못한 채 부작용에 시달리고, 각종 합병증 발명 우려에 시달리며 불안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와 국제탐사언론인협회 ICIJ의 국제 협업 취재 결과, 지난 2010824일 드퓨 사의 자발적 리콜 이후 한국 환자들에게는 제품의 리콜 또는 부작용 정보가 제대로 공지되지 않았고, 리콜 제품 이식 환자에 대한 보상 또한 영미권 환자들에 비해 부실하게 지급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호주에서 퇴출 전력 인공고관절 국내에서 리콜 직전까지 이식 수술

인공고관절 이식은 엉덩이뼈 관절에 피가 통하지 않아 골반과 다리를 잇는 뼈가 썩어들어가는 대퇴골두 무혈성괴사라는 질환의 치료법이다. 골반과 다리 뼈에 인공 관절을 심어 서로 맞물려 움직일 수 있도록 한다. 과거에는 세라믹 등으로 만든 인공관절이 보편적이었지만 2000년대 들어 드퓨 등이 금속 재질의 제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리콜된 드퓨 금속 인공고관절은 금속 부품끼리 맞물리며 마모돼 중금속 가루가 나오는 부작용이 확인됐다. 이는 골용해와 주변 세포의 괴사를 일으키고, 혈중 중금속 농도를 상승시킨다. (출처: 유튜브 Walkup Law Office)

 

2010년 리콜 대상이었던 드퓨 제품은 ASR XL Acetabular System(수허 05-936)ASR Hip Resurfacing System(수허 05-961)으로 금속과 금속이 바로 맞부딪히며 움직이는 금속 대 금속 제품이다. 제조업체가 기기 수명이 20년 가량이라고 밝혀 활동이 많은 젊은 환자들에게 주로 이식됐다. 이들 제품은 국내에서 200610월 처음 시술됐다.

 

드퓨 사는 지난 2010824일 자발적 글로벌 리콜을 발표했다. 제품 출시 때는 재수술률을 8~9%로 예상했지만 실제 재수술률은 12~13%로 보고됐기 때문이다. 영국고관절학회의 2011년 연구에 따르면 해당 제품의 재수술률은 49%에 이른다. 파손되기도 하고, 금속과 금속 면이 맞물리며 크롬과 코발트 등 중금속 성분이 떨어져 나와 주변 근육을 괴사시키거나 뼈를 녹인다.

 

리콜된 드퓨 인공고관절 제품의 마모로 크롬과 코발트가 검출된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특히 크롬은 1급 발암물질이라 위험하다. (출처: 시드니모닝헤럴드)

 

1급 발암물질로 알려진 크롬의 경우는 혈중 농도가 정상 수준보다 높게 유지되면 장기적으로는 암을 발생시킬 수도 있고, 코발트 또한 여러가지 질환을 야기한다. 호주 시드니모닝헤럴드 기사에 따르면 드퓨 인공고관절을 이식받은 환자를 연구한 퀸즈랜드 의대 연구팀은 혈중 코발트 농도가 상승하면 손 떨림, 우울증, 현기증, 청력 상실, 심장 질환과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세계적으로는 93,000여 명이 문제의 드퓨 ASR 인공고관절 제품을 이식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108, 글로벌 리콜이 실시될 때까지 드퓨 제품을 이식받은 국내 환자는 모두 321명이다. 뉴스타파와 만난 환자 정상호 씨는 글로벌 리콜이 시작되기 불과 12일 전인 2010812일 해당 제품으로 재수술을 받았다. 정 씨는 재수술 때 이식 받은 제품과 동일한 인공고관절을 이미 2008년 이식 받았다가 부작용으로 2년 만에 재수술을 받은 것이다.

 

제품 위험성리콜 정보 더디게 확산돼

20108월 글로벌 리콜 발표 후, 영미권 국가에 비해 국내에서는 이 제품을 이식받은 환자들에 대한 조치가 매우 더디게 진행됐다. 해당 제품을 시술했던 의료기관과 업체의 소극적인 대응 때문이다.

 

드퓨 ASR 인공고관절은 호주에서 2007년 위험성이 최초로 제기된 이후 식약청의 조정을 거쳐 2009년 호주 국내 시장에서 회수됐다. (출처: 호주 식약청)

 

이 제품은 이미 2007년 호주에서 위험성 가능성이 처음 제기돼 호주 식약청 조정 이후 200912월 호주 국내에서 자발적으로 리콜이 실시됐다. 부작용에 대한 새 연구 결과가 보고되자 드퓨 본사는 영국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에 보고하고, 영미권 의료기관과 의료진에게는 글로벌 공식 리콜이 있기 5개월 전인 20103월부터 긴급 서한을 보내 위험성을 고지했다. 드퓨의 인공고관절 제품을 집중 시술해온 국내 의료진과 병원이 이런 해외동향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건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 대목이다.

 

20108월의 공식 리콜 발표 이후에도 국내에서는 리콜 사실이 환자들에게 제대로 통보되지 않았다. 드퓨 제품 한국 판매회사인 한국존슨앤존슨메디칼은 드퓨 ASR 공식 리콜 발표 이후 즉시 병원에 고지했다고 주장했다. 경희의료원의 경우도, 2010830일에 리콜 사실을 인지해 같은 날 환자들에게 전화와 우편으로 리콜 사실을 고지했다고 말했다. 연락이 되지 않는 환자들의 경우 정기 외래진료 때 구두로 설명했다고 주장했다.

 

업체와 병원은 2010년 리콜 직후 해당 사실을 환자들에게 알렸다고 주장했지만, 정작 환자들은 그로부터 3년 후 사실을 접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뉴스타파가 만난 환자들은 모두 리콜 사실을 처음 알게 된 때가 201310월이라고 증언했다. 공식 리콜 발표 뒤 무려 3년이나 지난 시점이다.

 

경희의료원 측은 존슨앤존슨에서 리콜 사실을 통보받은 즉시 환자들에게 전화와 우편을 통해 고지를 시작했고, 이 방식으로 연락이 닿지 않으면 정기 외래검진 때 구두상으로 안내했다고 주장했지만 이것을 뒷받침할만한 어떤 자료도 제시하지 못했다. 병원 측은 뒤늦게 20116월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리콜 고지 서한 샘플을 뉴스타파에 보내왔지만, 이 서한이 환자들에게 실제 발송됐다하더라도 공식 리콜 발표보다 10개월 가량 늦은 시점이다. 경희의료원 정형외과 과장이었던 조 모 교수는 리콜 사실을 알리기 위해 최선을 다 했다며, 리콜 통보를 받지 못했다면 그것은 환자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존슨앤드존슨메디칼은 드퓨 ASR 인공고관절의 부작용 사례를 감추려다 의료기기법 위반으로 지난 20135월 식약처에 의해 고발당하기도 했다.

 

한편, 리콜 전까지 드퓨 사의 인공고관절 제품을 수입해 유통한 한국존슨앤드존슨메디칼은 부작용으로 재수술을 받은 환자 사례를 감추다가 적발된 적도 있다.

 

식약처는 존슨앤드존슨이 2011년 실제 국내에서 드퓨 ASR 부작용으로 재수술을 받은 환자에게 수술비만 대주고, 이상 사례는 식약처에 보고하지 않은 혐의로 20135월 이 업체를 고발했다. 검찰은 존슨앤드 존슨에 벌금형 처분을 내렸지만 이듬해 법원은 선고 유예했다. 글로벌 리콜과 동시에 한국에서도 리콜을 진행했고, 보상프로그램이 있기 때문에 잘못이 없다는 게 이유였다.

 

한국존슨앤드존슨메디칼에 따르면, 23일 현재까지 국내에서 리콜 제품을 이식받은 환자 총 321명 중 216명이 리콜 보상프로그램에 등록돼 있다고 한다. 이 중 제품을 제거하는 재수술을 받은 환자는 32명에 불과하다.

 

2차례 이식 수술에 병원비만 천4백만 원...보상은 고작 68만 원

국내에서는 리콜 사후 관리 및 보상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영미권 국가에선 리콜 직후 드퓨 ASR 이식 환자들이 변호인을 선임해 집단 소송을 시작했고, 보상이 실제 진행됐다. 한국존슨앤드존슨메디칼 측도 글로벌 리콜 직후부터 보상 프로그램 운영 사실을 병원에 고지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식약처가 대한의사협회 등에 공문을 보내 보상프로그램 정보를 환자들에게 통보하라고 권고한 시점은 2013527일로 확인된다. 리콜 발표 후 3년이나 지난 시점이며, 한국존슨앤드존슨메디칼이 부작용 사실을 은폐하려다 식약처에 고발당한 시기와 일치한다.

 

보상 규모도 영미권 환자들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었다. 존슨앤드존슨 본사는 2013년 집단소송에 나섰던 미국 환자 만여 명에게 1인 당 25만 달러, 당시 환율로 우리 돈 2억 원 넘게 손해배상을 했다.

 

반면에 뉴스타파가 만난 환자 정상호 씨의 경우, 첫 수술과 재수술 모두 문제의 리콜 제품을 이식받았지만 지금까지 업체에서 받은 보상금은 고작 68만 원에 불과하다. 또 다른 환자 정모 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정 씨는 2016년 재수술 당시 병원비가 1400만 원 정도 나왔지만 정작 미국 드퓨 본사에서 받은 보상금은 겨우 220만 원이었다.

 

한국의 허술한 피해 구제제도와 사법시스템 때문에 글로벌 기업이 한국 환자 우습게 봐

 

뉴스타파 취재진은 한국에서는 보상 프로그램이 왜 이런 식인지 존슨앤드존슨메디칼 본사와 드퓨의 한국 판매회사인 한국존슨앤존슨메디칼에 물었지만 리콜 관련 모든 결정은 미국 본사에서 하는 것이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이후 보내온 서면 답변서에서는 환자들의 건강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리콜 후 환자들에게 합리적인 보상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리콜 제품을 사용하고도 부작용이 없는 사례도 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의료기기 업체가 이 같은 태도로 나오는데는 피해 구제 제도가 허술한 국내 법 체계에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기기로 인한 피해의 중대성이라든가 어떤 특성을 충분히 고려했는지 의문입니다. 우리 법원이 소극적이다보면 의료기기 회사라든가 다국적 기업들이 계속 우리나라의 허술한 이런 부분들을 계속 악용할 수가 있는 것이죠. 특히 우리나라의 사법 시스템이라든가 피해 구제 제도가 허술한 이런 측면 때문에 다국적 기업이 우리나라 국민을 조금 더 우습게 보는 거 아닌가 생각됩니다.-박호균 변호사의사 / 법률사무소 히포크라

 

볼모가 된 심장심각한 이상사례 106, 리콜은 없다?

 

고령환자도 OK! 중증 대동맥판막 협착증 환자의 희망, 경피적 대동맥판막 삽입술(TAVI)

-대한심장학회 블로그

 

인간의 생명을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기관, 심장. 나이가 들 수록 심장은 제 기능을 못 하게 되고, 각종 질환이 따라온다. 대표적인 퇴행성 심장질환이 대동맥판막 협착증이다. 대한심장학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의 약 10%가 앓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집계를 보면 20115,800여 명이던 대동맥판막 협착증 환자는 5년 뒤 20161만 명을 넘어섰다. 이 가운데 66%70대 이상 고령 환자다.

 

한 해 대동맥판막 협착 환자 1만 명TAVI 시술도 급성장  

심장에는 4개의 판막이 있다. 하루에 약 10만 회 이상 열리고 닫히면서, 심장이 온 몸으로 피를 뿜어 공급할 때 혈류가 거꾸로 흐르지 않도록 하는 문지기 역할을 한다. 4개의 판막 가운데 좌심실과 대동맥 사이에 있는 판막이 대동맥 판막이다.

 

나이가 들면서 이 대동맥 판막이 딱딱해지고 두꺼워지면서 판막이 완전히 열리지 못하고, 좁아지는 병이 대동맥판막 협착증이다. 심장은 좁아진 판막 틈으로 피를 더 많이 보내려고 무리하게 수축 운동을 하게 되고, 환자는 호흡 곤란, 가슴 통증, 실신 등의 증상을 겪다 갑자기 사망할 수도 있다. 문제는 약물로는 완치될 수 없다는 점이다. 결국 대동맥판막 협착증을 치료하고 싶다면, 환자에게 남는 선택은 판막 교체뿐이다.

 

판막 교체 치료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대동맥판막 치환 수술(ASR)로 불리는 전통적인 수술법이다. 전신 마취를 하고, 가슴을 열어 심장을 잠깐 멈춘 뒤 낡은 판막을 도려내고 인공판막으로 교체하는 대수술이다. 장기 입원과 수 개월간의 회복 기간까지 뒤따른다. 환자들에게 부담이 되는 이유다.

 

특히 중증 고령 환자의 경우, 수술과 후유증을 버티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러한 고령 환자들에게 의료기관이 추천하는 대동맥판막 협착 치료법이 있다. 바로 경피적 대동맥판막 삽입술, 일명 ‘TAVI’(타비·Transcatheter Aortic Valve Implantation) 또는 ‘TAVR’(타바·Transcatheter Aortic Valve Replacement)로 불리는 비수술적 치료법이다.

 

TAVI 시술 영상 캡처 (출처: 유튜브 gebrüder Betz)

 

가슴을 열어야 하는 대수술 대신, 허벅지 동맥으로 관(카테터)을 넣어, 심장까지 인공판막을 밀어넣은 뒤 고장난 대동맥판막 위치에 금속재질 또는 생체재질 인공판막을 삽입하는 시술이다. 금속재질의 기계 판막은 반영구적으로 작동하지만, 피를 엉키게 하는 부작용이 따르기 때문에 항응고제를 꼭 복용해야 한다. 다만 의료용 소나 돼지의 조직으로 만든 생체재질 판막은 그런 부작용이 거의 없지만 내구성이 15년 정도로 떨어진다. , 삽입한 판막이 낡아 새 인공판막으로 교체해야 하는 때가 온다는 뜻이다.

 

전신마취가 필요 없고, 흉곽을 열지 않아도 되므로 출혈이 적어 수혈이 필요하지 않으며, 중환자실에 체류하는 장기간의 회복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TAVI 후 다음날에 기동이 가능하고 2~3일 후에는 퇴원이 가능하여 수술적 치료에 비하여 매우 편한 시술 후 경과를 갖습니다.-대한심장학회

 

한국심장학회는 홍보 블로그에서 TAVI의 장점을 위와 같이 설명한다. TAVI대동맥판막 협착증 환자의 희망으로 불리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심장학회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201013명이 처음 TAVI 시술을 받았는데 지난해에는 438명으로 크게 늘었다. 미국에서는 식품의약국(FDA)TAVI용 인공심장판막 사용 승인이 떨어진 후 첫 해인 20124,600건이었던 타비 시술은 201635,000건으로 증가했다.

 

글로벌 심장판막 제조 업체들, TAVI 규제 문턱 낮추기 시도

이 같은 시술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원칙적으로 TAVI는 수술이 불가능한 고령의 중증 환자에게만 제한적으로 시행되는 수술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국내외에서 TAVI를 더 낮은 연령, 저위험군 환자들에게 확대 시행하려는 시도가 거세다. 국내에서는 심장내과 학계를 중심으로는 “TAVI를 더 낮은 위험군 환자들에게도 확대 시행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흉부외과 학계에서는 반대하면서 국내 TAVI 확대 논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FDA2011년 에드워즈라이프사이언시스(제품군 Sapien)와 메드트로닉(제품군 CoreValve)TAVI용 인공심장판막을 승인할 당시만 해도 이 제품들은 고위험군 환자에게만 사용하도록 제한됐다. 그럼에도 미국에서는 인공심장판막 시장의 양대 업체, 에드워즈와 메드트로닉을 중심으로 TAVI 시술 환자 범위를 넓히려는 움직임이 있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의 취재에 따르면 에드워즈와 메드트로닉은 2019, 저위험군 환자에 대한 TAVI 임상시험 1년치 데이터를 발표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와 관련, 에드워즈는 투자자들에게 “2019년 말 FDA 승인을 기대하라고 말했다고 ICIJ는 전했다. 에드워즈는 환자들의 TAVI에 대한 인식이 커져감에 따라, 2021년까지 TAVI 시장이 연간 50억 달러(한화 56000억여 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 때문에 에드워즈와 메드트로닉 등 글로벌 기업들은 시장을 넓히기 위해 환자들을 직접 공략하고 있다. 미국의 심장병 환자·가족 지원 단체 멘디드하트(Mended Hearts)는 심장질환 환자 모임에 의사들을 데려가 TAVI 시술을 설명하게 하거나, 구성원들이 직접 에드워즈의 TAVI 홍보 영상에 출연하기도 한다. ICIJ멘디드하트가 에드워즈 등 판막 제조업체들의 자금 지원을 받아 TAVI 홍보 활동을 하면서 2016300만 달러(한화 33억 원) 이상을 지출했다고 보도했다.

 

심각한 이상사례’ 325건 분석TAVI용 생체재질인공판막이 53%

이처럼 TAVI와 인공심장판막 제조업체들은 전 세계에서 공격적으로 시장을 넓혀가는 중이다. 뉴스타파는 국내에 유통되는 TAVI용 생체재질인공심장판막의 안전성은 어떤지 추적했다.

 

취재팀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윤소하 의원실의 도움을 받아 2013년부터 올 8월까지 식약처에 보고된 추적관리대상 의료기기(1년 이상 인체에 이식되는 의료기기)심각한 이상사례내역 총 325건을 확보해 분석했다. 분석 결과, 심각한 이상사례 보고 325건 가운데 생체재질인공심장판막 제품군에 대한 보고가 172(52.9%)으로 절반 이상 차지했다.

 

메드트로닉 CoreValve, 심각한 이상사례 106리콜 없어

메드트로닉(106)CoreValve 제품군(허가번호 수허 11-1145)에서 심각한 이상사례가 가장 많았고, 에드워즈라이프사이언시스(33), 보스톤사이언티픽(33)이 뒤를 이었다. 심각한 이상사례가 가장 많이 보고된 메드트로닉의 CoreValve 판막은 이식 환자가 사망한 사례도 18건 보고된 것으로 확인됐다. 메드트로닉 한국지사는 사망 사례 가운데 3건은 의료기기와의 인과관계명백하거나 많거나 의심된다고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보고했다.

 

그러나 메드트로닉은 한국에서 최근 5년 간 심각한 이상사례를 100건 이상 보고하는 동안에도 CoreValve 판막 제품군을 국내는 물론, 본사가 있는 미국에서도 리콜한 적이 없다.

 

9초간 심박 못 만든 인공심장박동기도 리콜 없어

또 다른 심장 관련 이식형 의료기기인 인공심장박동기 관련 이상사례 보고서에서도 석연찮은 지점이 발견됐다. 뉴스타파가 분석한 이상사례 보고서에는 보스톤사이언티픽이 판매하는 인공심장박동기(허가번호 수허 09-352)가 수 초간 정상적인 작동을 하지 못한 경우가 확인됐다. 인공심장박동기는 심장이 규칙적으로 뛸 수 있도록 전기자극을 대신 보내주는, 일명 페이스메이커라는 장치다. 이 장치가 작동하지 않으면 환자는 사망할 위험이 있다.

 

문제의 인공심장박동기 이상사례 보고서를 보면 이 기기를 이식한 한 남성은 2014년 실신한 뒤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다. 기록에 따르면 당시 심장박동기를 검사한 결과는 정상이었지만, 이 환자는 4일 뒤 다시 실신했다. 기기를 다시 검사하는 과정에서 페이싱이 9초간 멈췄다고 보고서에 적혀 있다. 다시 말해, 기기가 9초 동안 심장 박동을 만들지 못하는 문제가 확인된 것이다. 취재팀이 자문을 구한 복수의 대학병원 심장 관련 전문의들도 심각한 기기 결함이 발생한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그럼에도 문제의 인공심장박동기는 국내외에서 리콜된 적이 없다.

뉴스타파 취재팀은 또 심장 이식형 기기들을 유통했던 전직 글로벌 의료기기 업체 관계자를 만나 문제의 이상사례에 대해 자문을 구했다. 이 관계자는 심장 박동을 만들지 못하는 심각한 부작용을 내고도, 리콜이 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기자 : 이 정도 사례가 나오면 리콜에 대한 고려를 해야 하는 상황이 아닌가요?

전직 업체 관계자 : 당연히 (리콜 공지가) 떴겠죠.

기자 : 안 떴어요.

전직 업체 관계자: 안 떴다고요?

메드트로닉 “‘취재 응대 말라본사 방침보스톤 국내법 준수

뉴스타파는 이상사례 보고서에서 문제가 두드러지는 심장 이식형 의료기기에 대해 묻기 위해 메드트로닉과 보스톤사이언티픽 한국지사에 질의서를 전달하고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러나 업체들은 인터뷰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전달해왔다.

 

메드트로닉 한국지사 측은 서면 답변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가 지사 차원에서 언론 취재에 응하지 말라는 미국 본사 방침이 내려왔다며 공식적인 취재 응대도 거절했다. 보스톤사이언티픽 한국지사는 서면 답변을 통해 국내 의료기기법 및 의료기기 안전성 정보 관리 규정을 준수하여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같은 리콜 기기미국 "사망할 수도" VS 한국 "부작용 거의 없어"

뉴스타파가 국내에서 시술된 인체이식 의료기기들의 리콜 정보를 미국 식품의약국(FDA) 정보와 대조해본 결과, 같은 리콜 제품에 대해 미국에서는 사망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는데 반해 한국에서는 거의 부작용이 없는 수준으로 등급을 매기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뉴스타파는 이처럼 동일 의료기기에 대해 위험성 관련 정보의 불일치가 나타나는 이유를 관리 기관인 식약처에 물었지만 식약처는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리콜 기기 위해성 정도, -미 모두 3단계지만 내용상 차이

어떤 의료기기에 결함이 발견돼 리콜이 결정되면 인체에 미칠 위험성이 어느 정도인지 등급을 정하게 되는데 이를 위해성 정도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리콜 의료기기의 위해성 정도를 3단계로 나눈다. 1등급이 매겨진 리콜 기기는 완치될 수 없는 부작용, 또는 사망을 유발 가능성이 있는 기기다. 2등급은 완치 가능한 일시적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기기, 그리고 3등급은 리콜 대상이긴 하지만 현행법 상으로 부작용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 기기라는 의미다.

 

미국도 리콜 의료기기의 위해성 정도를 3단계로 분류하는 건 우리나라와 같지만 단계 별 내용은 차이가 있다. 미국의 경우 1등급 리콜은 심각한 건강상의 문제 또는 사망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결함의 경우이다. 2등급은 일시적 또는 가역적인 건강상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거나 심각한 건강상의 문제 또는 사망을 유발할 수 있는 약간의 가능성이 있는 결함, 그리고 3등급은 건강 상의 문제 또는 부상을 일으키지 않는 정도의 결함이다. 그러니까 우리나라에선 위해성 정도 1등급에서만 고지하는 사망의 가능성을 미국에선 1등급과 2등급 리콜에서 모두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메드트로닉 보조심장장치, 한국 3등급 vs 미국 1·2등급

뉴스타파는 한국과 미국에서 공히 리콜이 실시된 심장 관련 기기들을 대상으로 실제 위험성이 어떻게 평가됐는지 분석해 봤다.

 

먼저 메드트로닉사가 유통하고 있는 하트웨어 보조심장장치의 경우, 한국에서는 지난 2016년과 지난해 두 차례 리콜이 실시됐다. 이때 위해성 정도는 모두 3등급으로 부작용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고 평가됐었다.

   


반면 이 제품은 미국에서 201211월부터 최근까지 18차례나 리콜이 진행됐다. 펌프 드라이브 라인 균열, 전기적 결함, 배터리 조기방전 등 사유도 다양했다. 그런데 이 18번의 미국 리콜에서는 위해성 정도가 1등급 12차례, 2등급 6차례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시 말해, 모든 리콜에서 환자의 사망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결함이라고 고지했던 것이다.

 

뉴스타파는 메드트로닉코리아 측에 이 같은 위해성 정도의 차이가 왜 존재하는 것인지 설명을 요청했지만, “미국 본사가 국제 공조취재에 대한 응대를 통제하고 있어 대답하기 어렵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보스톤사이언티픽 인공심장판막, 한국 2·3등급 vs 미국 1등급

또 다른 글로벌 의료기기 업체 보스톤사이언티픽이 판매한 생체재질 인공심장판막 제품도 마찬가지였다.

 

이 기기는 미국에선 20153월까지 사망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단계1등급 리콜이 진행됐다.

 

이후 국내에서도 결함이 확인돼 최소 세 차례 리콜이 실시됐는데, 위험성 정도는 2등급과 3등급으로 사망 유발 가능성은 없고 부작용도 거의 없는 정도라고 환자와 의료진에게 고지됐다.

 

이 기기의 국내 리콜 사유를 자세히 보면 이상한 점이 또 발견된다. “해외에서는 기기 결함으로 인한 사망 사례가 확인됐지만 국내에서는 같은 사례가 발생하지 않았다라고 기재되어 있는 것이다. 같은 기기를 사용하더라도 외국인에겐 사망 가능성이 있고 한국인에겐 가능성이 없다는, 황당한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다분한 것이다.

 

뉴스타파는 보스톤사이언티픽 코리아 측에 한국과 미국 리콜에서 위해성 등급이 달리 책정되는 이유에 대해 물었지만, “식약처의 관련 규정을 따르고 있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관리감독 기관인 식약처도 엉뚱한 대답만...한국인은 하등민’?

뉴스타파는 추적관리대상 의료기기의 규제감독기관인 식약처에 왜 이 같은 차이가 있는지에 대해 공식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식약처는 이를 거부하고 서면 답변서를 보내왔다.

 

여기엔 의료기기 리콜 정보가 미국 FDA 홈페이지에 공지되면 당일 또는 다음날 해당 정보를 인지하고 회수·폐기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하고 있다는 엉뚱한 답변이 적혀 있었다.

 

답변서 내용처럼 해외 리콜 정보를 상시적으로 꼼꼼하게 확인하는데도 미국에선 사망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된 리콜 기기들이 왜 한국에서는 거의 부작용이 없는 기기로 느슨한 등급이 매겨졌는지 식약처의 책임있는 해명이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전세계 시민을 위해 의료기기 DB’를 만든 이유



https://newstapa.org/43973



파열된 신뢰인공유방...국내 이상사례 43백 건

 


유방 절제 뒤 재건이나 미용 목적의 인공유방 보형물은 국내에서 가장 많이 시술되는 인체이식형 의료기기다. 또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정한 추적관리대상 의료기기 52개 품목 가운데 부작용 사례가 가장 많이 발생한 품목이기도 하다. 추적관리대상 의료기기는 인체에 1년 이상 이식되는 의료기기다.

뉴스타파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윤일규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식약처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식약처에 보고된 추적관리대상 인체이식 의료기기 부작용 사례 4,884건 가운데 88%가 넘는 4,324건이 실리콘겔 인공유방 제품에서 일어났다.

또 이 이상 사례 4,324건 가운데 98%에 이르는 4,240건이 글로벌 의료기기 제조사 엘러간(2,411건)과 존슨앤드존슨메디칼의 유방보형물 브랜드 멘토(1,830건) 등 두 업체 제품에서 발생했다. 주요 이상 사례 유형은 보형물 주변에 피막이 형성돼 딱딱하게 되는 구형구축과 파열이다.

▲멘토 한국 홈페이지 캡쳐

이 두 업체는 지난 4년 동안 국내 병원에 총 100,213개의 인공유방 보형물을 납품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평균 2만여 명에게 시술할 수 있는 물량이다. 하지만 제조회사는 부작용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고, 식약처 또한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뉴스타파 취재진이 입수한 식약처의 추적관리대상 의료기기의 ‘심각한 이상사례’ 보고서에서도 인공유방 관련 이상사례가 확인된다.

2017년 00일 작성된 보고서에 따르면 46세 C씨는 지난 2012년 유방암 진단을 받고 유방절제술 이후 가슴 재건을 위해 엘러간의 실리콘 인공유방 보형물 제품(실리콘겔인공유방 모델명 ‘115-290’, 수허 07-634호)을 이식받았다. 하지만 시술 4년 반 뒤 보형물 파열이 의심돼 병원을 찾았다. 이미 실리콘은 누출돼 있었고, 부작용으로 실리콘 육아종과 염증이 형성된 상태였다.


역시 2017년 작성된 한 보고서를 보면 47세 K씨도 2013년 유방암 진단으로 종양을 절제하고 재건 시술을 받았다. K씨도 엘러간의 실리콘 제품(실리콘겔인공유방 모델명 ‘N-27-MF115-255’, 수허 12-940호)을 이식받았는데, 시술 4년 뒤 제품이 파열돼 실리콘 누출이 발견됐다. 다행히 합병증은 없었지만 다시 유방재건술을 받아야 했다.

▲한국엘러간 홈페이지 캡쳐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에서도 엘러간 사 등이 제조한 인공유방 보형물이 많은 여성들의 건강을 해치고 있다.

다음은 ICIJ 국제협업 취재팀이 미국의 인공유방 보형물 피해 실태와 보건 당국의 허술한 관리 문제를 취재한 내용이다.


미국 디트로이트 교외에 사는 로라 디칼란토니오 씨는 유방암 진단을 받고 한 달 후인 2013년 7월, 유방절제술을 받았다. 주치의는 그녀에게 인공유방 보형물을 삽입해 왼쪽 가슴을 재건하길 조언했다.


어린 두 딸을 둔 그녀는 시술 받기가 꺼려졌다. 가슴 실리콘 보형물이 이식 후 새어 나온 사건 때문에 미국 당국이 관련 시술을 10년 넘게 금지시킨 사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보형물이 잘못 될 수 있다는 걱정이 앞섰지만 담당 성형외과의는 보형물 안전성 우려는 옛날 얘기이며, “이것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라고 그녀를 안심시켰다.

디칼란토니오 씨의 경우처럼 인공유방은 유방절제나 사고 이후 가슴을 재건하는 용도로 흔히 사용된다. 미용 목적으로 인공유방 이식을 고려하는 여성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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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지난 2013년 12월, 글로벌 의료기기 제조사 엘러간(Allergan)에서 나온 내트렐 스타일 410 실리콘 보형물을 왼쪽 가슴에 삽입하는 시술을 받았다. 이 보형물은 반고체여서 흔히 “곰돌이 젤리(gummy bear)”라고도 불린다. 담당 집도의는 이 제품이 파열되거나 새지 않고 평생 갈 수 있다고 그녀를 안심시켰다. 수술 부위 일부분에 감염 같은 합병증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이 제품 자체의 문제나 장기적인 위험성에 대한 경고는 듣지 못했다. 안내는 없었다. 7살과 5살 어린 두 딸을 둔 그녀로서는 회복이 빠르다는 말에 수술을 받기로 결정했다.


▲유방암 환자 로라 디칼란토니오 씨가 유방절제술 이후 이식받은 인공유방 보형물. 제조사인 엘러간은 이식 환자 89%가 시술 10년 후에도 여전히 제품에 만족한다고 홍보한다. (출처: 엘러간 내트렐 홈페이지 캡쳐)

디칼란토니오 씨는 수술 뒤 2년은 아무런 문제 없이 건강하게 지냈다. 그러나 2016년 여름부터 알 수 없는 여러가지 증상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왼쪽 팔이 부어올랐고, 림프 부종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입을 완전히 벌리고 닫는 것이 힘든 개구장애도 겪었다. 무릎 뒤에는 체액이 뭉쳐서 발생하는 낭종도 생겼다.


이듬해인 2017년 7월에는 발목 통증으로 족병 전문의를 찾아 물리치료를 받기도 했다. 담당 의사 피터 윌루즈 씨는 ICIJ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그녀가 호소하던 통증은 정상적, 전통적인 치료법에 반응하지 않아서 자가면역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디칼란토니오 씨는 인공유방을 이식받은 왼쪽 가슴에 혹을 발견했다. 보형물 파열을 우려한 그녀는 당시 이식 수술을 맡았던 마이클 베닝어 박사를 찾았다. 그녀의 설명에 베닝어 박사는 의심하는 듯 보였고 마지못해 초음파 찍는 것은 동의했다. 그는 진료기록에 “상처이거나 보형물의 일부분인 게 확실해 보이며, 실제 진단보다는 환자 마음의 평화를 위해 초음파를 통해 확인해줄 것임"이라 기록했다.


통증이 그녀의 일상을 집어삼켰다. 체력이 떨어져 자주 지쳤고 통증으로 고통받았으며, 기억력과 집중력이 떨어졌다. 독감에 걸린 듯한 증상 또한 가시질 않았다. 어느 순간에는 통증이 심해 걷기 힘들어지자 집안에 있는 계단을 기어 올라가야 할 정도였다. 가장 힘든 부분은 통증에 시달리느라 체력이 떨어져 아이들과 놀아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한때 금지됐던 실리콘 인공유방 … 다시 시장에서 인기

전세계 천만 명의 여성들이 지난 10년 동안 인공유방 이식 수술을 받았다. 심각한 안전성 파문으로 미국에서 장기간 시술 금지됐던 제품이 시장에서 부활한 것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2006년 실리콘 인공유방 시장 판매를 다시 허용하기로 했다. 이는 통상 잘 쓰이지 않는 식염수 인공유방 사용 허가에 뒤이은 결정이다. 이 두 가지 결정의 배경에는 업계 최대 제조사 엘러간과 멘토(Mentor)의 피튀기는 로비전이 있었다. 로비의 목적은 당국에 잦은 제품 파열과 새는 현상, 그리고 이식했던 환자들에게서 보고된 기타 질병들이 옛날 일일 뿐이라고 설득해 시판을 재개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국제탐사언론인협회(ICIJ)의 국제 협업 취재 결과, 처음 실리콘 인공유방이 사용 금지됐을 당시 존재하던 많은 위험성이 현재도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인공유방 보형물이 자가면역 질환 및 전세계 12명 이상 환자들의 목숨을 앗아간 희귀암과  관련 있다는 연구결과도 늘어나고 있다. FDA는 안전성 서한에서 제품의 파열과 수축, 그리고 보형물 주변 흉터 조직의 수축으로 인해 인공유방 보형물 이식 수술을 받은 여성 5명 가운데 1명이 수술 10년 안에 보형물을 제거하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인공유방 보형물 이식 수술을 받은 뒤 병에 걸린 여성들의 페이스북 그룹은 회원 수가 5만 명이 넘으며, 매달 수천 명이 늘어나는 추세다.

ICIJ 국제 협업 취재팀이 취재한 바에 따르면 인공유방 보형물에 의한 피해 사례 보고가 늘면서 전세계 보건 당국은 마비 상태이다.

FDA와 업체가 합심해 실리콘 인공유방 제품 위험성 정보 감춰와

다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공유방 이식 수술을 받는 대다수의 여성들은 보형물에 만족한다고 보고돼 있다. 이에 대해 FDA는 인공유방 이식 수술의 위험성을 “여성들이 사용 전에 충분히 이해하고 정보에 입각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ICIJ 국제 협업팀 취재 결과 최근까지 FDA는 인공유방 제조사가 제품 위험성을 일반 대중에게 감출 수 있도록 허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공유방 보형물 부작용 미보고 그래프 (출처: ICIJ)

지난 수년 동안 FDA는 제품의 파열과 그 외 손상에 대한 정보를 대중에 공개할 의무가 없는 일상적 사례로 보고하도록 제조사에 허용했다. FDA가 2017년 보고 규정을 강화한 뒤에는 손상 보고가 크게 늘어났으며, 최근 2년 동안의 손상 보고는 그 이전 2년에 비해 20배 넘게 증가했다.

ICIJ가 FDA 이상사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인공유방 보형물 손상 의심 사례는 2016년까지 매년 200건도 채 되지 않았다. 그러나 보고 규정 강화 이후 2017년에는 4,567건이 보고됐으며, 2018년에는 상반기에만 8,242건이 보고됐다.


전문가들은 보고 건수가 증가한 것은 인공유방 보형물의 품질이 갑자기 나빠진 것이 아니라 애초부터 안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FDA는 보고받은 실제 손상 건수를 확보하고 있었으나 최근까지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마드리스 톰스 전 FDA 이상사례 데이터 전문 연구원은 “문제는 언제나 상존했다"고 말했다. 톰스 연구원은 FDA를 퇴사하고 의료기기 이상 사례를 추적하는 ‘디바이스 이벤트'를 설립했다. 그녀는 2017년 회사 데이터베이스를 보다가 처음으로 인공유방 보형물 관련 이상 사례 건수가 급증한다는 점을 포착했다. ICIJ의 질의에 FDA는 보고 규정이 변경돼 이상 사례 건수가 급증한 것으로 보이는 것이고, 인공유방 제품의 부작용은 새로운 공중 보건 이슈는 아니라고 답변했다.


엘러간 사는 제품이 안전하다는 것은 연구 결과가 증명한다고 주장했다. 엘러간 홍보담당이사 에이미 로즈는 “엘러간의 인공유방 보형물의 안전성은 광범위한 임상 전 기기 시험으로 뒷받침할 수 있으며, 미국과 유럽에서 10년 넘게 진행된 임상 사용과 대규모 연구결과로도 증명할 수 있다"고 답변을 보내왔다.

안전성 보장되지 않아도 잘 나가는 이유 … 허술한 당국의 관리

인공유방 보형물 제조사는 제품 안전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상태지만 전세계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이 지배력이 바로 업계가 당국에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이며, FDA와 다른 보건 당국이 의료기기 산업 전반을 어떻게 감시하고 있는지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던지게 한다.  ICIJ 국제협업팀은 당국이 규제를 위반하고, 인공유방 안전성에 대해 제한적으로 또는 잘못된 데이터를 제공한 것에 대해 제조사를 제대로 처벌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유럽연합(EU) 보건 당국은 회원국에서 인공유방 보형물 제품을 판매하는 10개 업체 전부가 불충분한 규제 준수 보고서를 제출했지만 계속 영업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또한 10개 업체 가운데  반 이상은 이식 환자들의 안전성 데이터를 규제에 따라 제대로 추적하지 않았거나, 자사 제품이 인체 조직에 적합한지 증명하는데 실패했다.

미국과 캐나다 규제 당국은 실리콘 인공유방 제품을 다시 시장에 내놓는 조건으로 10년 간 이식 환자들에 대해 추적 연구를 진행하라고 명령했다. 제조사들은 연구 첫 3년도 되지 않아 연구 참여 환자들의 상태를 추적하는 데 실패했지만 정작 당국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전문가들과 환자 단체는 정부가 생명을 위협하거나 그에 준하는 위험성을 기기에 대해 부여하는 ‘블랙박스' 라벨 경고 없이 인공유방 보형물 이식 수술을 허용하고 있어 우려하고 있다. 이들은 당국이 새로운 형태의 암인 ‘유방보형물 관련 역형성대세포림프종(BIA-ALCL)’과 보형물과의 연관성을 증명하는 과학적 증거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이 질환을 제대로 다루는 데 실패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인공유방 보형물이 일으키는 질병과 관련한 새로운 과학적 증거를 제대로 수용하지 않음으로써 여성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말한다.


호주 시드니의 성형외과 의사이자 맥쿼리대 임상의학과 교수 아난드 데바 박사는 “우리는 지금까지 인공유방 보형물 문제를 무시해왔고, 그 결과가 이제 우리에게 자업자득으로 돌아오고 있다"며 “우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합병증을 상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인과 해결책 도출 위해서는 업계∙당국의 관리, 활발한 연구가 필요

인공유방 보형물은 통증, 파열, 수축, 감각 상실 등 부분 합병증의 위험성이 크다. ICIJ 취재 결과, 이 같은 질환은 인공유방과 관련해 FDA에 보고되는 질환들 중 가장 흔한 것이다. ‘BIA-ALCL’이라 흔히 알려진 보형물 관련 암은 최근 몇년 간 공중 보건 분야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성형외과 의사들은 지금까지 전세계에서 570건의 BIA-ALCL 발병 사례를 보고했다. 이 질환은 바깥 쪽 질감이 부드러운 보형물보다는 특별한 질감의 보형물을 이식받은 여성들에게서 훨씬 높게 발생한다.


보건 당국과 성형외과의들은 BIA-ALCL과 인공유방 보형물의 연관성을 폭넓게 인정한 바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당국은 표면이 특별한 질감을 지닌 보형물 사용에 있어 어떤 제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업계와 당국, 성형외과의들은 인공유방 보형물이 자가면역 질환 또는 결합조직 관련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를 대부분 예전부터 전해진 신빙성 없는 가설이라며 일축해왔다.


2018년 9월, 미국 휴스턴의 MD 앤더슨암센터 연구진은 인공유방과 관련해 사상 최대, 최장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는 실리콘 보형물과 3가지 자가면역 질환의 연관성을 발견했다. 수만 명의 여성들을 관찰한 이스라엘의 한 최근 연구도 이 연관성을 발견했다. 이들 연구는 아직 인공유방 보형물이 왜 이 같은 질환을 야기하는지 규명하지는 못했지만, 통계적으로는 보형물을 이식받은 여성들이 그렇지 않은 여성들 보다는 높은 확률로 자가면역 질환을 호소한다는 점은 보여줬다.


연구자들이 해답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네덜란드 내과 전문의 프라바스 나나야카라 박사는 지난 2008년 폐에 염증이 생긴 환자를 담당하게 됐다. 이 환자의 경우, 이식받은 인공유방 보형물이 새고 있었다. 나나야카라 박사는 어쩌면 보형물이 폐 염증의 원인일 수 있겠다고 추측했다. 이후 박사는 네덜란드 내과 학회에서 해당 케이스를 발표했다.


이후 2013년, 박사는 정식으로 동료 7명과 함께 80명의 인공유방 보형물 이식 환자를 연구했다. 환자 대부분은 보형물 주변 뿐만 아니라 전신에 질환 증세를  나타냈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피로감, 관절 및 근육 통증, 식은땀과 조조경직 등의 증상을 호소했다. 이 가운데 3분의 2 이상은 보형물을 제거한 뒤 증상이 호전됐다. 박사는 보형물에 들어있는 실리콘이 노출되면 체내에서 자가면역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보강제가 유발하는 자가면역 및 염증 신드롬(Autoimmune/inflammatory Syndrome Induced by Adjuvants)' 일명 ‘ASIA 신드롬(ASIA Syndrome)' 가설을 제기했다.


전문가들은 인공유방 보형물과 관련해 장기적인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그러나 엘러겐도 존슨앤드존슨의 유방보형물 브랜드 멘토도 FDA가 4만 명의 이식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라고 명령한 연구를 이행하지 않았다. 그러나 의무 연구를 이행하지 않고도 두 업체는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았다.



인체이식 의료기기의 비밀(8) : 미 FDA, "42년 만에 의료기기 승인절차 손질하겠다"


식약처의 '업체 꼬리표' 걱정...정보 감추기 급급

뉴스타파가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인체이식 의료기기의 비밀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만난 국내 환자와 가족들은 모두 우리나라에는 수술 전후에 의료기기의 결함이나 리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너무 열악하다고 입을 모았다.

 

의사 추천대로 이식 수술을 받았으나 이후 부작용이 생기고, 해당 제품이 전세계에서 리콜됐더라도 관련 정보를 제대로 통보받지 못한 환자들이 많았다. 대다수 환자와 가족들은 수술 전에 몸 속에 들어갈 의료기기 제품 이름, 제품번호 등의 필수 정보도 듣지 못했고,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도 없었다.

 

뉴스타파는 환자의 정보 접근을 제한하고 있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료기기 관련 정보공개 시스템을 점검해 봤다.

 

사라지는 의료기기 리콜 정보미국·일본은 알고 한국만 모르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의료기기기 회수/판매중지 DB’. 공개마감일 이후에는 해당기록을 확인할 수 없다.

 

식약처는 홈페이지에 의료기기 회수/판매중지 DB’를 공개하고 있지만, 공개 기간은 회수 종료 시점으로부터 3개월에 불과하다. 그러나 뉴스타파 취재 결과, 의료기기 전문가들조차 이 ‘3개월'의 근거가 무엇인지 모르고 있었다.

 

제가 3개월 시한이 어떻게 정해져 있는지에 대해서 그 역사적인 배경은 제가 잘 모르고 있고요. 아마도 그런 식으로 원칙이 정해진 건 예전부터 정해져서 그냥 내려왔기 때문일 거 같고..."-이유경 순천향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3개월이라는 게 제가 봤을 때 법이나 시행규칙이나 아니면 고시에 3개월 간 게시해야 한다는 내용을 저는 못 봤습니다. 그래서 이게 도대체 어디서 나온 말인가-남기창 동국대학교 의료기기산업학과 교수

 

의료기기 회수 정보는 위해성 정도에 따라 식약처 데이터베이스뿐만 아니라 회수의무 업체 홈페이지에도 공개된다. 하지만 이 역시 의무 공표 게재 기간을 회수 종료 보고에 대한 확인통보를 (식약처로부터) 받을 때까지'로 규정하고 있어 특정 기간 이후에는 식약처 데이터베이스와 마찬가지로 사라지게 된다.

 

식약처 의료기기 통합정보 BANK 중 부작용 목록. 특정 회사 특정 제품의 부작용을 확인할 수 없다.

 

식약처는 리콜 정보 외에 의료기기 주요 부작용 사례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제조업체, 제품명, 제조번호 등의 정보 없이 인공 유방', ‘안과용 칼' 등의 일반적인 품목명만 공개된다. 해당 목록에서 부작용 사례를 확인하더라도, 어느 회사가 만든 어떤 제품에서 발생한 부작용 사례인지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눈 가리고 아웅인 셈이다.

 

미국 식품의약국 FDA200211월 이후 생산된 의료기기 리콜 기록을 검색 가능한 데이터베이스로 공개하고 있다.

 

반면 미국과 일본은 의료기기 회수 정보를 모두 누적해 공개하고 있다. 미국 FDA의 경우 제품명, 제조업체, 제조번호 등의 다양한 키워드로 리콜 정보 검색이 가능한 데이터베이스를 공개하고 있다. 시민들은 여기서 2002년 이후의 리콜 정보를 모두 확인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이상사례 보고서를 검색해 제품번호, 제품명, 제조사 설명, 발생 경위 등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도 별도로 제공한다. 일본 또한 2000년 이후 후생성 산하 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 PMDA 홈페이지에 리콜과 이상사례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일본 PMDA규제 당국이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은 필수라고 생각한다. 판단의 근거가 되는 정보를 최대한 세상에 공개하는 것이 신뢰 확보에 필요하다"며 공개 데이터베이스 운영 취지를 설명했다.

   

구멍 난 이상사례 보고서관리‘18개월' 지연보고, 담당의도 몰라요'

의료기기 취급자는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도중에 사망 또는 인체에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음을 인지한 경우 이를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 즉시 보고하고, 그 기록을 유지해야 한다. 의료기기법이 그렇게 규정하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과 달리 식약처는 의료기기 관련 이상사례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식약처도 의료기기법에 따라 심각한 이상사례'가 발생한 경우 업체나 병원에서 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하도록 관리하고 있다. 뉴스타파는 지난 5년 간 식약처에 보고된 심각한 이상사례 325건 가운데 의료기기 결함이 분명하거나 의심되는 이상사례 보고서 56건을 윤소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해, 보고서가 제대로 작성되고 있는지 검증했다.

 



검증 결과 보고서의 상당수는 필수 정보 누락', ‘지연 보고', ‘허위 보고' 등의 문제가 발견되는 부실 보고서였다. 회수 기준이 되는 제조번호조차 누락된 경우가 8, 통계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기록하는 환자 문제 코드', ‘의료기기 문제 코드', ‘구성요소 코드'가 모두 누락된 경우가 5건으로 작성자가 임의로 누락한 내용들이 보고서 곳곳에 확인됐다.

 

먼저 보고 기한은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살폈다. 의료진이나 의료기기 업체는 심각한 이상사례 발생을 인지한 경우 15일 안에 해당 사안을 식약처에 보고해야 한다. 하지만 뉴스타파가 입수한 보고서 중에는 시한을 18개월이나 넘겨 첫 보고를 한 경우도 있었다. 심장보조장치 수입업체 라파매드는 2016110일 인지한 이상 사례를 2017922일에야 보고했다. 이처럼 보고 기한을 지키지 않은 보고서는 56건 가운데 8건이 확인됐다.

 

발생 원인 기재가 부실하거나 아예 없는 보고서도 다수 확인됐다. 어떤 설명도 적혀있지 않은 경우가 7, ‘없음' 두 글자만 표기한 경우가 5, 원인분류는 했지만 해당 이유를 적는 칸에 알 수 없음'으로 표기한 경우도 있었다. 위해가 발생한 경우 제품의 이력관리와 신속한 조치를 위해 이상사례 보고서를 수집하지만 이렇게 작성된 보고서를 토대로 해선 어떠한 원인 파악이나 후속조치도 이뤄지기 힘들다.

 

이상사례 보고서는 취급자(제조, 수입, 판매업체)나 사용자(의료진) 가운데 누구라도 먼저 인지한 사람이 보고할 수 있지만, 실제 뉴스타파가 입수한 보고서 56건의 작성자를 확인해보니 수입업자가 52, 제조업자가 1, 개설자(병원)1건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업체가 작성한 보고서 2건에는 의료기기와 유해 사례의 인과관계가 명확하다"는 담당 의사의 의견이 기재됐지만, 취재진이 실제 담당의에게 질의한 결과 의료진은 해당 내용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으며 보고서 내용이 잘못 기재됐다고 답변했다. 의료기기 업체가 의료진을 대신해 관행적으로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내용을 부정확하게 기재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 이게 뭐냐. 의료기기 이상 사례보고서라는 게 대체 뭐냐 이런 게 있으면 이런 거 보고하려면 담당 의사한테 물어보고서 해야지. 이게 뭐냐 도대체 이런 말까지 하시더라고요. 나는 이런 서류를 본 적이 처음이다.-서울아산병원 관계자

 

의료진의 최종 OK를 안 받아도 될, 그냥 이 보고서가 대충 보고서라는 생각밖에 안 들어서이런 보고서가 왜 있는지 저는 (담당의는) ‘왜 이렇게 보고를 했지?’하시더라고요.-세브란스 병원 관계자

 

국민의 안전보다 의료기기 업체의 꼬리표' 걱정하는 식약처

뉴스타파는 식약처에 왜 의료기기 리콜과 부작용 정보를 제한적으로 공개하는지 물었다. 식약처는 의료기기 제조업체에 회수 기록이 꼬리표'로 계속 따라다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제한적으로 자료를 공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희가 뭐 평생동안 그 회사에 꼬리표처럼 따라다니게 하지 않으려고 1~2년 동안에 부작용 보고가 일어났던 건에 대해서만 올리고 있는 거고 그리고 그 회사에서도 다 내부적으로 조치를 취하고 그런 다음에 그게 다 풀린 이후에 저희(회수기록)가 사라지게 돼 있거든요.-식품의약품안전처 첨단의료기기과

 

뉴스타파는 리콜과 부작용 정보 공개시스템과 관련해 식약처에 공식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식약처는 끝내 거절했다. 식약처는 이후 서면 답변을 보내왔지만, “식약처 홈페이지 의료기기위해정보에서 해당 제품의 안전성 정보를 확인할 수 있음과 같은 엉뚱한 답변을 내놨다.

 

취재팀은 인터뷰 요청과 별개로 식약처에 추적관리대상 의료기기의 의료기관 납품과 반품 내역을 정보공개 청구했으나 식약처는 구체적인 거래처 정보 등을 포함하고 있어 사업자의 정당한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는 등의 정보라며 이 역시 비공개를 결정했다.


의료기기업체-병원의 '부당거래'...피해는 환자에게

의술은 의사의 판단에 따른 약품과 의료기기 사용을 통해 환자에게 구현된다. 즉 환자의 증상을 보고 어떤 약품과 의료기기를 사용해 치료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 의사의 권한이자 역할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런 의사들이 제약 업체나 의료기기 업체들로부터 일상적으로 로비성 금품과 접대를 받고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뉴스타파는 의료기기 업체들과 대형병원 의사들 사이에서 해외 학술대회 참가비를 매개로 벌어지고 있는 부당거래의 실태를 들여다보고 이것이 환자의 안전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취재했다.

 

공정위가 지난 20143월 보스톤사이언티픽코리아와 한국애보트를 대상으로 내린 시정명령 의결서

 

공정위가 적발한 의료기기 업체-병원 간 부당거래 실태

지난 20143, 공정거래위원회는 글로벌 의료기기 업체인 보스톤사이언티픽코리아와 한국애보트 등 2곳에 대해 부당한 고객유인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 업체들이 혈관용 스텐트 시장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대형병원 의사들의 해외 학술대회 참가비를 부당하게 지원했다는 내용이었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공정위 의결서에 기재된 실제 사례들을 살펴보자.

 

지난 20133월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의 박 모 교수는 보스톤사이언티픽의 홍 모 부장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유럽에서 열리는 심장 관련 연례학술대회에 후배 의사를 보내고 싶으니 참가비를 지원해 달라는 것이었다.

 

다음날 보스턴사이언티픽의 홍 이사는 답장을 보내 서울대병원과의 긴밀한 관계가 유지되길 희망한다는 언급과 함께 참가비 지원을 약속했다.

 

답장을 받은 박 교수는 즉시 학회에 참가할 후배 의사를 지정해 줬고, 홍 이사는 직원들에게 사내 메일을 돌려 보스톤사이언티픽에 충성도가 높은 의사들을 유럽 학술대회에 보내줄 것이니 팀별로 1명씩 추천하라고 지시했다.

 

보스턴사이언티픽은 이런 식으로 모두 20명의 대학병원 의사를 지정해 2012년과 2013년에 걸쳐 4차례 해외 학술대회 참가비를 지원했다. 모두 1억 천만 원 상당으로 의사 1명 당 550만 원 꼴이었다.

   



또 다른 글로벌 의료기기 업체인 한국애보트도 마찬가지였다. 애보트의 한 직원은 지난 20132월 건국대병원 황 모 교수로부터 중국에서 열리는 학술대회 참가비를 지원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임원에게 보고했다. 이 교수가 1년 전부터 일본 학술대회에 보내달라고 했는데 여의치 않은 상황이니 중국 학술대회라도 보내주자고 건의하면서, 그래야 건국대병원에서 심혈관 스텐트 제품 판매를 키워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이유도 덧붙였다.

 


메일을 받은 애보트 조 모 이사는 없는 예산까지 짜내 황 교수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애보트는 이런 식으로 2012년과 2013년에 걸쳐 대학병원 의사 5명에게 해외 학술대회 참가비로 모두 600만 원을 지원했다. 의사 1명 당 120만 원 꼴이었다.

 

엄격한 절차 필요한 해외 학술대회 참가비 지원현실은 부당거래 횡행




상식적으로는 납득이 어렵지만, 의료기기 업체들이 의사들의 해외 학술대회 참가비를 지원하는 건 현행법상 허용된다. 의료법과 의료기기법, 그리고 업계의 공정경쟁규약에 따르면 의료기기 업체들은 의사들에게 학술대회 지원은 물론 제품설명회, 견본품 제공 등 모두 7가지 유형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 가운데 해외 학술대회 참가비의 경우 제공액이 회당 수백만 원에 이르기 때문에 엄격한 절차를 지키도록 하고 있다.

 

의료 관계법규와 공정경쟁규약에 명시된 정상적인 해외 학술대회 참가비 지원 절차

 

정상적인 해외 학술대회 참가비 지원 절차는 이렇다. 우선 해외 학술대회를 주최하는 단체가

사회자와 발표자 등 공식 참가 의사들을 먼저 결정한 뒤 의료기기 관련 협회에 후원금을 요청하면, 협회는 소속 업체들에게 공지해 기부금 형태로 돈을 거둬 학술대회 주최 측으로 전달한다. 그러니까, 특정 의료기기 업체가 특정 병원의 특정 의사에게 직접 돈을 주는게 아니라 학술대회 운영비를 간접 지원하는 방식이다. 업체가 의사에게 직접적으로 학술대회 참가비를 건네면 대가성을 의심할 수 있기 때문에 협회와 학술단체를 통해 완충장치를 둔 것이다.

 

하지만 보스턴사이언티픽과 애보트는 특정 의사를 지정해서 학술대회 참가비를 지원했고 이로 인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을 받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보스톤사이언티픽과 애보트의 사례는 과연 일부 업체의 일탈적 행위였던 것일까.

 

의료기기 업체 845곳을 회원사로 둔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홈페이지에는 20122/4분기 이후 업체들이 의사들의 해외 학술회의 참가비를 지원한 내역이 게시돼 있다. 의료기기 업체들이 해마다 평균 125개 해외 학술대회를 통해 869명의 의사들에게 27억 원씩을 지원해온 것으로 집계된다.

 

그런데 뉴스타파가 만난 전직 글로벌 의료기기업체 직원은 거의 모든 의료기기 업체들이

의료법상 정해진 절차를 무시하고 자신들의 제품 판매에 도움이 되는 특정 병원의 특정 의사를 지정해 해외 학술대회 참가비를 지원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한 마디로 업체들은 자선단체가 아니며 공짜 점심이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일반 의사들이 원래 해외 학술대회에 가려면 자기 논문을 내서 채택이 되어야 사회자나 발제자 같은 역할을 맡아서 참석하게 되는 겁니다. 그런데 그렇게 정상적으로 갈 수 있으면 학회에다 요청해서 가지 왜 의료기기 업체에 개인적으로 부탁해서 가겠어요. 정상적으로는 갈 수 없는 경우지만 업체를 끼고 합법화해서 가는 거죠. 한마디로 나를 이렇게 정상적으로 간 것처럼 만들어 줘, 나중에 문제 안 생기게.’ 쉽게 말하면 이런 거예요.-전 글로벌 의료기기 업체 직원

 

부당 지원한 업체는 시정명령’... 돈 받은 의사들은 징계 없어

그렇다면 업체들로부터 부당한 금품을 제공받은 것으로 확인된 의사들은 어떤 처분을 받았을까. 20143월 공정위는 보스톤사이언티픽과 애보트, 그리고 의사들 사이의 부당거래 사실을 병원과 의사에 대한 제재 권한을 가진 보건복지부에 통보했다. 그러나 복지부는 의사들에게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뉴스타파 취재진은 복지부에 그 이유를 물었다. 복지부는 공정위의 기관통보가 참고용이었고, 의사들에 대해 검경의 수사를 통한 법원 판결 수준의 근거가 명확히 있을 때에만 의료인들에 대한 징계가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이에 따라 취재진은 해당 의사들을 직접 찾아가 입장을 물었다. 먼저 후배 의사를 유럽 학술대회에 보내달라고 업체에 청탁했던 서울대병원 박 모 교수는 그 당시엔 문제가 되는 것인지 알지 못한 채 관행적으로 업체와 연락을 취했던 것이며, 현재는 그같은 행위를 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사후적으로나마 잘못을 인정한 것이다.

 

반면, 중국 학술대회 참가비 지원을 직접 청탁했던 건국대병원 황 모 교수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황 교수는 자신이 1년 전부터 일본 학술대회 등에 참가시켜 달라고 업체에 청탁했다는 애보트 직원의 이메일 내용에 대해 그런 일이 없다고 선을 그었고, 심지어는 공정위가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의 내부 자료를 근거로 적발한 중국 학술대회 참가 사실조차 부정했다. 황 교수는 올해 초까지 대한심혈관중재학회장을 역임했다.

 

의료기기 유통 및 판매질서 유지에 관한 규칙에 따른 업체의 의료기관 상대 지출보고서

 

의료기기 업체와 대형병원의 금전적 유착...피해는 환자에게

올해부터 시행되기 시작한 의료기기 유통과 판매질서 유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의료기기 업체들은 해외 학술대회 참가비 등 의료기관에 제공한 7가지 유형의 금품 내역 전체를 구체적으로 기재해 보관해야 한다. 기업들의 각종 로비를 합법화시키는 대신 세부 내역을 의회에 제출하도록 한 미국의 모델을 본딴 제도다. 그러나 해당 법규가 시행된 지 1년 넘도록 업체들의 자료는 보건복지부나 국회 등 어느 감시기관을 통해서도 공개된 바가 없다. 자연히 업체들에게 일상적으로 제공하는 금품의 정확한 규모는 현재로선 누구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처럼 각종 금품 거래로 얽힌 의료기기 업체와 병원의 공생 관계는 환자들의 안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지난 2014년 메드트로닉코리아가 식약처에 제출한 의료기기 이상사례 보고서일부

 

지난 2014년 글로벌 의료기기 업체 메드트로닉이 식약처에 제출한 의료기기 이상사례 보고서에는 서울아산병원에서 자사의 인공심장판막 제품을 시술받던 중 사망한 환자에 관한 내용이 기재돼 있다. 메드트로닉은 의료진의 말을 인용해 자기 제품의 이상으로 인한 사망이 명백하다고 식약처에 보고한 것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서울아산병원 측의 설명은 전혀 달랐다. 병원 측은 당시 의무기록을 검토한 결과 시술상 합병증에 따른 출혈과 심장압전으로 응급수술이 2차례 실시된 끝에 사망에 이른 사례였다고 밝혔다. 그러니까 업체는 병원 탓이 아니라고 보고서를 쓰고, 병원은 업체의 제품 탓이 아니라고 해명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15년 메드트로닉코리아가 식약처에 제출한 의료기기 이상사례 보고서일부

 

지난 2015년 세브란스병원에서 인공심장판막 시술 중 사망한 환자의 경우가 담긴 보고서도 마찬가지였다. 메드트로닉은 이 역시 자사 제품의 문제에서 비롯된 이상이라고 보고했지만, 병원의 설명은 딴판이었다. 세브란스 측은 해당 환자는 본 시술에 들어가기 전부터 상태가 급격히 안 좋아져 시술을 중단했으며 얼마 후 사망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왜 업체가 자기 제품 이상이 문제인 것으로 보고서를 썼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결국 인체이식 의료기기의 시술과 그 이후 과정에서 상태 악화나 사망 등 명백한 부작용 피해를 입은 환자는 존재하는데 그에 대한 책임은 의료기기 업체도 병원도 지지 않게 되는 상황이 실제로 펼쳐지고 있고 언제든 발생 가능하다는 얘기가 된다.

 

이 환자는 수술이 필요한 환자인가 필요치 않은가 하는 고유의 판단 권한은 의사에게 있습니다. 수술이 필요한지 여부를 결정하는 건 의사이고, 의사는 히포크라테스 정신에 따라서, 그리고 양심에 따라서 수술 방법과 의료기기들을 선택하게 돼 있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 특정 의료기기 업체의 리베이트라는 이권이 개입된다면, 과연 의사가 양심에 따른 판단으로 최적의 기기와 수술방법을 선택할 것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궁극적으로 그 피해는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환자가 짊어질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강태언 / 의료소비자연대 사무총장

 

이처럼 최종적으로 환자의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업체와 병원의 금전적 유착 문제는 의료기기 안전성 제고를 위해 해결해야 할 또 하나의 중요한 과제일 수밖에 없다.

 

 

'혁신 의료기기'의 덫 : 칼날 위에 선 한국 의료 11.27 프레시안

[다시 시작되는 의료민영화] 의료기기의 규제 완화 ()

 

'이슈어(Essure)'는 바이엘(Bayer)사가 개발한 영구 피임기기다. 4cm 정도의 코일을 나팔관에 삽입해 염증과 흉터를 만들어 막는 것이 원리다. 미국의 많은 여성들이 산부인과 의사에게 이슈어 시술을 추천받았다. 간단한 시술이라 45분 만에 병원을 나올 수 있고, 수술 흉터가 남지 않고, 성공률은 99%라고 했다.

 

하지만 결과는 끔찍했다. 이슈어를 삽입한 여성들은 만성 통증, 과다 출혈, 고열, 두통, 심지어 자가면역질환을 겪게 됐다. 많은 여성들이 자살을 시도했다. 시술을 받고 임신한 사람도 많았다. (기존의 수술보다 피임 실패율이 7배나 높았다.) 이렇게 임신한 아기에게도 문제가 생겼다. 삽입된 철제 코일이 양막낭(amniotic sac)을 찢어 조산아가 발생했고 아기들이 죽었다.

 

바이엘(Bayer)사의 이슈어 피임기기 광고 다큐멘터리 '첨단 의학의 덫' 화면 캡처

 

의료기기 규제가 붕괴된 미국

다큐멘터리 <칼날 위에 서다: 첨단 의학의 덫>은 이슈어와 같은 비극을 만든 미국의 의료기기 허가 제도를 파헤친다. 사람들은 흔히 미국의 FDA라고 하면 깐깐한 허가 절차를 갖추고 있을 거라 믿고 있지만 실상은 달랐다. 의료기기 기업들은 로비를 통해 자신의 입맛에 맞는 규제완화 법을 만들었고, 기업의 관계자를 규제 기관인 FDA 임원으로 앉혔다. 또 의료기기 연구에 자금을 대 자신들에게 유리한 결과를 내도록 했다. 그 결과 이슈어는 짧은 기간에 엉성한 임상시험을 수행해 제출했음에도 FDA에서 승인을 받았다.

 

비단 이슈어 뿐만이 아니었다. 미국에서는 코발트가 포함된 인공관절로 고관절 치환 수술을 받은 환자가 경련, 발작, 정신장애 등의 증상을 겪은 사례도 있었다. 한 의사가 이들의 혈중 코발트 농도가 정상인의 100배 이상이라는 사실을 알아냈고, 고관절을 다른 재료로 교체하고 나서야 증상은 사라졌다. 인공관절에 사용된 코발트가 중금속 중독을 일으켰던 것이다. 이 재료는 미국에서 여전히 1000만 명 넘는 사람들에게 사용되고 있다.

 

코발트 인공관절은 이른바 '510(k) 방식'으로 FDA를 통과했다. 새 의료기기가 시중에 이미 나온 기기와 '상당히 유사'하다면 무조건 허가받는, 기업 로비로 만들어진 제도다. 오늘날 미국에서는 98%의 의료기기가 510(k) 방식으로 통과된다. 기존에 나온 의료기기에 문제가 발생해 리콜되어도, 이와 비슷하다는 이유로 허가된 기기들은 쉽게 퇴출되지 않았다.

 

다빈치 수술로봇의 피해자 다큐멘터리 '첨단 의학의 덫' 화면 캡처

 

다빈치 수술로봇도 510(k) 제도를 이용해 FDA 허가를 받은 경우다. 미국에서 다빈치 로봇을 이용해 자궁절제술을 받은 여성들 중 수술 후 내장탈출(evisceration) 등 심각한 부작용을 겪은 사례들이 속출했다. 여성들은 '물 소리가 나더니 창자가 무릎 쪽으로 빠져나왔다', '화장실에 갔더니 대장이 90cm나 밖으로 나왔다'고 했다. 수술 부위가 터지는 이런 합병증 발생은 로봇으로 수술할 경우 3~9배나 더 많다. 엄격한 결과 검증 없이 '신기술'을 도입한 결과다.

 

검증 안 된 '혁신' 의료기기?

 

우려스러운 점은 한국 정부도 최근 의료기기 규제완화에 힘을 쏟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의료기기 허가 절차를 대폭 줄여 신기술 의료기기를 도입하는 것이 중요한 '혁신성장' 과제라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신의료기술평가'를 무력화하려 한다.

신의료기술평가란 의료기기를 사용한 의료행위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는 절차다. 2007년에 제도가 도입된 이후 2016년까지 총 1800건의 의료행위가 평가됐는데, 연구결과가 부족하거나 안전성·유효성 미달로 퇴출된 것이 700(40%)에 이른다. 만약 이러한 절차가 없었다면 국민들은 안전하지 않거나 효과가 없는 수많은 의료기기에 노출되어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신의료기술평가 무력화 계획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 지원방안 (2018. 10. 24)

 

정부는 앞으로 정보통신·생명공학·로봇기술을 활용한 '혁신 의료기기'의 경우엔 연구 결과가 부족해도 혁신성 같은 '잠재가치'를 반영해 신의료기술평가를 통과시키겠다고 한다. 그런데 과연 의료에서 '혁신'이란 무엇일까? 정부가 말하는 것은 기업의 시장 선점과 이윤창출을 위한 경제성이다. 하지만 의료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는 첫째가 환자의 '안전'이고 둘째가 '효과'. 그리고 이것은 충분한 연구를 통해 검증된 것이어야 한다.

 

ROSA SPINE(로사) 척추 로봇수술은 신의료기술평가의 역할을 보여준 분명한 예다. 로사는 미국에서 510(k)로 도입돼 한국에 건너왔다. 하지만 2016년에 한국의 신의료기술평가 위원회는 로사를 퇴출시켰다. 기존 척추수술과 비교해 방사선 노출량이 많고 수술 소요시간이 길다는 이유였다.

 

아니나 다를까, 이듬해인 2017년 로사 제조사는 로봇 팔이 오작동을 일으켜 수술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이유로 긴급 리콜을 결정했다. 또 같은 기술을 이용한 로사 뇌수술의 경우엔 오작동이 사망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발표했다. 로사는 미국에서 허가됐다는 이유로 한국에 들어왔으나 신의료기술평가 제도가 제대로 걸러냈던 것이다. 만약 신의료기술평가가 없었다면 환자들은 비싼 가격에 긴 수술 시간 때문에 합병증 위험이 높은 치료를 받게 됐을 것이다.

 

ROSA SPINE Orthopedics This Week

 

반대로 다빈치 수술로봇의 경우에는 한국에 이 제도가 생기기 전에 도입되어 평가를 피할 수 있었던 사례다. 이 기기가 들어온 이후 병원들은 의사에게 인센티브까지 주면서 사용을 독려했고, 아시아 전체에 48대가 보급돼 있을 때 한국에 20대가 있을 만큼 경쟁적으로 도입되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2010년 다빈치 로봇수술이 비용부담은 크지만 치료효과가 입증되지 않았고 환자 건강상의 위해도 끼칠 수 있다고 보고했지만 이미 도입된 로봇수술은 규제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신의료기술평가를 축소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존에 평가를 면제받은 의료기기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

 

"기업들이 좋아하는 단어가 혁신, 혁신, 혁신이에요. 제가 생각하는 혁신이란, 새로운 무언가가 나왔을 때 그것의 장단점을 검증할 수 있는 근거가 있는 것이 혁신이에요. 검증이 안 된 거라면 그건 혁신이나 개발이 아니라 그냥 모르는 거에요." ('첨단 의학의 덫', 데버라 코헨 박사, 영국 의학 학술지 부편집장)

 

의료기기 규제완화, 누구의 이득인가?

[다시 시작되는 의료민영화] 의료기기의 규제 완화 ()

'혁신성장'을 내건 정부의 규제완화 핵심 중 다른 하나는 '체외진단기기'. 정부는 체외진단기기의 경우 '신의료기술평가'를 아예 생략할 계획이다. 타액이나 혈액 같은 검체를 채취해서 검사하는 체외진단기기의 경우 안전 문제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암 오진하는 '안전한' 체외진단기기?

하지만 진단기기는 정확성이 중요하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이 올해 국정감사에서 밝힌 자료에 따르면 ECPKA 항체를 측정하는 체외진단기기는 신의료기술평가에서 탈락했는데, 그 이유는 암이 없는 정상인의 10% 정도를 암이라고 진단했기 때문이었다. 암을 오진하는 의료기기가 안전할 리 없다.

 

진단이 비교적 정확한 경우라도 환자에게 불필요한 검사인 경우 도입이 불허됐다. 이런 검사가 난립할 경우 환자가 지출할 의료비만 상승한다. 지난 3년간 신의료기술평가를 완료한 체외진단기기 147건 중 이러한 이유 등으로 평가에서 탈락한 기기는 34%나 된다. 그런데도 정부는 신의료기술평가가 불필요하다는 업계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체외진단기기 라포르시안

 

기업들은 '식약처 허가' '신의료기술평가'를 받아야 하는 허가절차가 중복이라고 한다. 하지만 둘은 완전히 다르다. 식약처는 기업이 제출한 자료만으로 의료기기 자체가 물리적으로 안전하고 작동을 잘 하는지 정도를 보는 데 그칠 뿐이다. 신의료기술평가를 해야 그런 의료기기로 진단과 치료를 한 연구결과를 토대로 환자 안전과 효과, 사망과 합병증, 삶의 질을 검증할 수 있다.

 

의료기기 규제완화로 경제성장 하겠다는 정부

'4차 산업혁명'은 경제위기의 구원자인 양 호들갑스럽게 강조되지만, 결국 박근혜의 '창조경제'가 그랬던 것처럼 기업 규제완화를 위한 수사에 불과하다. 문재인 정부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빠른 속도라며, 규제를 다 지키면 경쟁에서 뒤떨어질 거라고 한다. 하지만 적어도 의료에서 규제는 누군가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다.

부실한 의료기기를 '우선 도입'한 뒤 환자들에게 문제가 생기는지 '사후 평가'하겠다는 정부 방침은 국민의 위험을 사전 예방해야 할 국가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이다. '병원 테스트베드'를 만들어 '국내 사용 실적을 참고자료로 쌓아 해외 수출'하겠다는 발상도 국내 환자를 실험대상 삼겠다는 말일 뿐이다.

 

게다가 충분히 검증되지 않고 도입될 이런 의료기기에 건강보험을 적용해주고 의료비(수가)를 높이 쳐준다는 정책도 황당하다. 환자들은 정부가 허가하고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의료기기라면 안전하리라 믿어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 당연한 사실을 의심해봐야 할 것이다.

 

미국처럼 한국에서도 규제완화는 기업 로비의 결과다. 정부는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산하에 헬스케어특별위원회를 두었는데, 산업계 위원 10명 중 7명이 의료기기·체외진단기기 업체 출신이다. 규제완화의 직접적 이해당사자들이다.

 

우리는 물어야 한다. 검증되지 않은 기기가 빠르게 도입되고 환자가 비싼 치료비를 부담하면 설사 경제는 성장할지 모르지만, 그 과실은 누가 차지하는가? 그리고 고통은 누가 감당해야 하는가?

 

미국 의료기기 규제 완화의 폐해를 다룬 다큐멘터리 <첨단 의학의 덫>에 등장한 대부분의 피해자들이 여성이라는 점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안전하지 않은 의료기기로 인한 문제는 의료를 이용해야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돌아갈 것이지만, 충분한 정보 접근에서 소외되어 있고 양질의 접근 가능한 의료서비스가 절실한 서민들, 여성, 소수자를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에게로 가장 먼저 향할 것이다.

 

이윤보다 생명

이 다큐멘터리에 등장한 '이슈어' 부작용의 피해 여성들은 온라인으로 통해 서로를 찾아내고, 함께 언론에 호소하고 집회와 캠페인을 통해 목소리를 냈다. 그 결과 유럽과 미국에서 이슈어 시판을 중지시키는 승리를 거둔다.

 

'혁신성장'을 내건 정부의 규제완화 핵심 중 다른 하나는 '체외진단기기'. 정부는 체외진단기기의 경우 '신의료기술평가'를 아예 생략할 계획이다. 타액이나 혈액 같은 검체를 채취해서 검사하는 체외진단기기의 경우 안전 문제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암 오진하는 '안전한' 체외진단기기?

하지만 진단기기는 정확성이 중요하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이 올해 국정감사에서 밝힌 자료에 따르면 ECPKA 항체를 측정하는 체외진단기기는 신의료기술평가에서 탈락했는데, 그 이유는 암이 없는 정상인의 10% 정도를 암이라고 진단했기 때문이었다. 암을 오진하는 의료기기가 안전할 리 없다.

 

진단이 비교적 정확한 경우라도 환자에게 불필요한 검사인 경우 도입이 불허됐다. 이런 검사가 난립할 경우 환자가 지출할 의료비만 상승한다. 지난 3년간 신의료기술평가를 완료한 체외진단기기 147건 중 이러한 이유 등으로 평가에서 탈락한 기기는 34%나 된다. 그런데도 정부는 신의료기술평가가 불필요하다는 업계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체외진단기기 라포르시안

기업들은 '식약처 허가' '신의료기술평가'를 받아야 하는 허가절차가 중복이라고 한다. 하지만 둘은 완전히 다르다. 식약처는 기업이 제출한 자료만으로 의료기기 자체가 물리적으로 안전하고 작동을 잘 하는지 정도를 보는 데 그칠 뿐이다. 신의료기술평가를 해야 그런 의료기기로 진단과 치료를 한 연구결과를 토대로 환자 안전과 효과, 사망과 합병증, 삶의 질을 검증할 수 있다.

 

의료기기 규제완화로 경제성장 하겠다는 정부

'4차 산업혁명'은 경제위기의 구원자인 양 호들갑스럽게 강조되지만, 결국 박근혜의 '창조경제'가 그랬던 것처럼 기업 규제완화를 위한 수사에 불과하다. 문재인 정부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빠른 속도라며, 규제를 다 지키면 경쟁에서 뒤떨어질 거라고 한다. 하지만 적어도 의료에서 규제는 누군가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다.

 

부실한 의료기기를 '우선 도입'한 뒤 환자들에게 문제가 생기는지 '사후 평가'하겠다는 정부 방침은 국민의 위험을 사전 예방해야 할 국가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이다. '병원 테스트베드'를 만들어 '국내 사용 실적을 참고자료로 쌓아 해외 수출'하겠다는 발상도 국내 환자를 실험대상 삼겠다는 말일 뿐이다.

 

게다가 충분히 검증되지 않고 도입될 이런 의료기기에 건강보험을 적용해주고 의료비(수가)를 높이 쳐준다는 정책도 황당하다. 환자들은 정부가 허가하고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의료기기라면 안전하리라 믿어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 당연한 사실을 의심해봐야 할 것이다.

 

미국처럼 한국에서도 규제완화는 기업 로비의 결과다. 정부는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산하에 헬스케어특별위원회를 두었는데, 산업계 위원 10명 중 7명이 의료기기·체외진단기기 업체 출신이다. 규제완화의 직접적 이해당사자들이다.

 

우리는 물어야 한다. 검증되지 않은 기기가 빠르게 도입되고 환자가 비싼 치료비를 부담하면 설사 경제는 성장할지 모르지만, 그 과실은 누가 차지하는가? 그리고 고통은 누가 감당해야 하는가?

 

미국 의료기기 규제 완화의 폐해를 다룬 다큐멘터리 <첨단 의학의 덫>에 등장한 대부분의 피해자들이 여성이라는 점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안전하지 않은 의료기기로 인한 문제는 의료를 이용해야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돌아갈 것이지만, 충분한 정보 접근에서 소외되어 있고 양질의 접근 가능한 의료서비스가 절실한 서민들, 여성, 소수자를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에게로 가장 먼저 향할 것이다.

 

이윤보다 생명

이 다큐멘터리에 등장한 '이슈어' 부작용의 피해 여성들은 온라인으로 통해 서로를 찾아내고, 함께 언론에 호소하고 집회와 캠페인을 통해 목소리를 냈다. 그 결과 유럽과 미국에서 이슈어 시판을 중지시키는 승리를 거둔다.

 

이슈어 피해자들의 투쟁 다큐멘터리 '첨단 의학의 덫' 캡처

 

다큐멘터리는 환자를 위해 권고하는 '의료사고 예방 수칙'을 보여주며 마무리된다. '당신에게 사용될 의료기기를 충분히 조사할 것', '위험하거나 비싼 수술은 다른 의사의 의견도 들을 것', '담당 의사가 로비를 받았는지 확인할 것' 등이다.

 

피해자들이 피해를 인정받기 위해 스스로 싸워야 하고, 환자가 병원에 가기 전 의료인과 의료기기를 철저히 확인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 미국의 현실이라면, 과연 이것이 우리의 미래여야 할까? 우리는 이런 시스템 자체를 거부해야 한다.

문제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어제(27)부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에서 이런 위험천만한 규제완화 법 논의가 시작됐다. '의료기기산업육성 및 혁신의료기기 지원법안'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명칭대로 환자의 의료접근권이 아니라 산업육성이 목적인 법안이다. 의료민영화에 반대한다던 더불어민주당은 이제는 정부 국정방향이라며 찬성으로 돌아섰다. 따라서 시민사회단체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이견 없이 통과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대한 사안임에도 공청회도 거치지 않겠다는 계획으로 알려졌다.

 

우리가 정말 촛불로 정권을 바꾼 것이 맞는가? 안타깝게도 문재인 정부의 의료민영화는 결코 박근혜 정권 못지않다. '혁신성장'이든 '창조경제'든 우리의 삶은 경제성장을 위한 희생양이 되어선 안 된다. 이윤보다 생명이다. 시민들이 또다시 목소리를 높일 때다.

I've Heard That Song Before 1943


- Harry James & Helen Forrest & His Orchestr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