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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뉴스타파

[갑질타파] 현대중공업① 번개탄과 농약 그리고 '성과급 잔치

by 이성근 2018. 12. 3.

[갑질타파] 현대중공업번개탄과 농약 그리고 '성과급 잔치' 123 뉴스타파

<편집자주>

2018년의 화두는 갑질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특히 기업 오너들의 여러 엽기적인 갑질 행태가 주목을 받았습니다. 다만 욕설이나 폭행 등 눈에 보이는 갑질은 사회의 주목을 받았지만, 일상적이고 구조적으로 이뤄지는 보이지 않는 갑질은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뉴스타파는 상시적인 대기업 갑질 속에 매일 같이 피눈물을 흘리는 하청업체 사장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우리나라 소득금액 상위 10% 기업들이 전체 소득의 92%를 가져갑니다. 나머지 90%의 기업이 8%의 이익을 나눠가집니다. (자료: 심상정 정의당 의원, 국세청)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전체 기업의 99%를 차지합니다. 거기서 일하는 노동자가 88%입니다. 대기업 갑질은 중소기업, 그리고 거기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연쇄적이고 점증적으로 영향을 줍니다.

 

뉴스타파는 현대중공업을 시작으로 대기업 갑질 사례를 갑질타파라는 시리즈로 보도해나갈 예정입니다. 공정위 등 감독 당국들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도 짚어볼 예정입니다.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jebo@newstapa.org

 

현대중공업번개탄과 농약 그리고 '성과급 잔치'

현대중공업'삼단콤보' 중복갑질

현대중공업나를 구속하라하청사장의 셀프고발

 

지난 716일 울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업체인 대한기업 김도협 대표가 사라졌다. 지인에게 유서로 보이는 카톡을 남긴 뒤 연락이 되지 않았다. 대한기업 직원이 경찰에 가서 위치 추적을 의뢰했다. 경찰은 20여 분 만에 길에서 서성이고 있는 김 대표를 찾아냈다. 그의 차에서는 번개탄과 소주, 그리고 농약이 발견됐다.

 

김도협 대표는 20157월 현대중공업에서 사내하청업체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선박을 만드는 인력을 원청인 현대중공업에 파견하는 단순한 인력공급업체였다. 인력 수급만 제대로 하면 밑질 게 없는 사업이었다. 하루에 100명 넘는 인력을 현대중공업에 공급했다. 그런데 꼭 3년 만에 20억 원의 빚을 졌다. 12억 원은 노동자들의 4대 보험료, 나머지 8억 원은 체불 임금이다. 무엇이 잘못된 것이었을까.

 

“3년 만에 20억 원의 부채를 가졌다는 건 말이 안 되죠. 인력회사인데. 누가 봐도 말이 안되는 거 아닙니까? 제가 뭐 나쁜 짓을 하고 대표로서 다른 짓을 하고 내 부를 뒤로 축적을 했다고 하면 제가 이런 자리를 부끄러워서 설 수가 있겠습니까. 제 집뿐만이 아니고 동생 집도 다 (담보) 잡혀있고요. 제 차가 15년이 넘었습니다. 시동이 꺼질 정도입니다.- 김도협 대한기업(현대중공업 사내하청업체) 대표

 

하청노동자 산재사망 그리고 총무의 자살

김 대표가 대한기업을 시작한 지 2개월 가량 지난 20159, 대한기업 소속 하청노동자 이 모 씨가 추락 사고를 당해 숨졌다. 유족들과의 협상은 현대중공업이 했다. 사고 노동자의 소속은 대한기업이었지만 현장 관리와 작업 지시는 현대중공업에서 하기 때문에 당연한 일일 수도 있었다. 대한기업은 유족과 현대중공업이 맺은 합의에도 관여할 수 없었다.

 

하지만 형사 책임은 대한기업에게 돌아왔다. 김도협 대표는 이 사건으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원청 현대중공업은 법인과 사업부문 대표가 각각 벌금 500만 원을 내는 데 그쳤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산재사망 사건 처리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한 대한기업 총무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총무는 김도협 대표의 절친한 친구였다.

 

총무가 제 친구입니다. 제가 견디기가 너무 힘들더라고요. 친구도 나를 믿고 따라와 줬지만 저 또한 친구를 많이 의지한 편이었습니다. 그 때부터 공황장애가 와서 너무 너무 힘들었습니다.-김도협 대한기업(현대중공업 사내하청업체) 대표

 

지난 9월 뉴스타파 취재진과 처음 만난 김도협 대표는 인터뷰 시작 전에도 공황장애 약을 먹어야 했다.

 

지난 9월 울산에서 뉴스타파 취재진과 만난 김도협 대한기업(현대중공업 사내하청업체) 대표. 김 대표는 인터뷰 전에 공황장애 약을 먹었다.

 

일을 하면 할수록 손해를 보는 이유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업체들에 따르면 업체들은 공사금액을 정확하게 알지 못한 상태에서 일단 작업에 들어간다. 김 대표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담당 부서에서 주간공정스케줄이 나오면 일단 인원을 투입해 일을 먼저 시작한다. 그리고 매달 20일 경 사내하청업체가 견적서를 올리면 개별 계약서를 체결하는 식이다. 그런데 사내하청업체가 올리는 견적서 상 공사금액은 하청업체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김 대표에 따르면 하청업체는 원청이 제시하는대로 시스템 상에 숫자를 넣고 엔터를 누르는 게 전부다. 인력이 투입된 만큼 견적을 내는 것이 아니라 원청이 시키는대로 견적을 내는 셈이다.

 

올해 6월 발생한 대한기업의 총 인건비는 56천 만 원. 하지만 현대중공업은 6월 기성금으로 33천만 원을 지급했다.

 

현대중공업의 주장은 다르다. 하청업체에 사전에 지급할 공사대금을 알려준다는 거다.

 

현대중공업은 사전 계약체결과정에서 사내협력업체에 설계도면 내지 공사스케줄 등 공사 관련 정보를 충분히 고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개별공사에 대한 시공의뢰 시 공사물량과 저희 회사의 공사대금 예산에 관한 정보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또한 사내 협력업체는 개별공사계약 체결절차를 통해 시공의뢰받은 공사물량을 확인한 후 견적서를 제출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므로 공사물량과 계약금액을 사전에 인지할 수 있고 사전에 공사대금을 알 수 없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릅니다.- 현대중공업 답변

 

공사대금 기준 되는 품셈, 한번도 공개하지 않아

현대중공업은 사내하청업체들이 사전에 공사금액을 알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도 공사 예산 산출의 근거가 되는 품셈은 공개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품셈은 쉽게 말해 인건비를 계산하는 기준이다.

 

사내하청업체들은 품셈을 공개해야 한다고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지만 현대중공업은 그동안 한번도 품셈을 공개하지 않았다. “조선업 운영 노하우와 원가 전략 등이 녹아 있는 고유의 데이터를 사용해 만든 내부기준이므로 영업비밀로 보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현대중공업의 입장이다.

 

사전에 공사대금도 모른 상태에서 인력을 투입하다 결국 인건비에도 못 미치는 기성금(공사대금)을 받는 것을 업체 대표들은 기성폭탄이라고 부른다.

 

인건비는 5억 원 씩 발생시켜놓고 기성을 3억 원을 줍니다. 그러면 2억 원이 모자라잖아요. 저희는 그런 걸 기성폭탄이라고 표현하는데, 그게 3개월 계속되면 업체 도산입니다. 3자들은 그럼 일을 안하면 되지라고 얘기를 할텐데 일을 안 할 수가 없습니다. 공정 스케줄상 일은 자꾸 밀려옵니다. 일이 배당됐는데 일을 안 한다? 그러면 도급계약서상 계약 해지의 명분이 됩니다.

-김도협 대한기업(현대중공업 사내하청업체) 대표

 

대한기업은 올해 6월에도 기성폭탄을 당했다. 부서장의 요구에 따라 인원을 하루 최대 168명까지 투입해서 한달 인건비만 56천만 원이 나왔는데 기성금은 고작 33천만 지급됐다고 김도협 대표는 주장했다.

 

김도협 대한기업 대표가 지난 1010일 울산 동구 현대중공업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대한기업 제공)

 

정부정책 악용해 또 기성금 깎았다

현대중공업이 지급하는 기성금으로는 인건비도 맞춰줄 수 없는 지경이었던 김 대표는 20167월 현대중공업 담당 부서장을 찾아갔다. 기성금만으로는 인건비도 맞출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러자 담당 부서장은 이런 팁을 알려줬다고 한다.

 

세금을 둘째치고라도 임금을 못 맞춰줄 수준이 돼버리니까 현대중공업 부서장을 찾아갔죠. 임금이라도 좀 해결해달라. 이거 세금도 못 내고 어떻게 하냐. 그렇게 얘기하니까 세금은 4대보험 유예정책이 있으니까 그걸로 한번 해라 이러더라고요. 그 때 내가 알았습니다. 유예정책이라는 게 뭔지

-김도협 대한기업(현대중공업 사내하청업체) 대표

 

조선업이 불황이다보니 정부에서 4대 보험료 납부를 일시적으로 유예해주는 정책이었다. 현대중공업 담당 부서장의 말은 공사대금이 적다면 정부에서 보험료를 유예해 주니까 그걸로 일단 버티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하청업체 입장에서는 언젠가는 납부해야할 빚이었다. 당장 급한대로 4대 보험료 납부를 유예했는데 그게 쌓이고 쌓여 12억 원의 빚이 됐다.

 

현대중공업이 있는 울산 동구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김종훈 민중당 의원실이 건강보험공단 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울산 동구 지역의 조선업체 251곳이 체납한 4대 보험료는 311억 원에 달한다. 우리나라의 전체 조선업체에서 정부의 체납처분 유예정책으로 체납된 4대 보험료는 총 3,139, 1,272억 원이나 된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아니 이미 터지고 있는 시한폭탄이다.

 

내가 죽으면 작은 이슈라도 되겠지

 

김 대표는 결국 기업 실명을 밝히고 현대중공업의 갑질 횡포를 막아달라며 청와대에 국민 청원을 했다. 하지만 1만 명 정도의 청원 동의를 얻는 데 그쳤다. 더이상 버틸 힘이 없었던 김 대표는 현대중공업 부서 담당자들과 사내하청업체 대표들에게 유서를 보내고 극단적인 선택을 결심하게 된다.

 

국민청원을 하고 나는 그래도 10만 명 이상은 되지 않을까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그게 전혀 아니더라고요. 만 명도 채우기 힘들 정도였고 스스로 포기하는 상황까지 가더라고요. 나는 여기서 끝났구나 끝내야겠다. 그러면 조금 더 이슈가 되고, 조금 더 이슈가 되면 뭔가 내가 죽음으로써 소리가 조금 더 나오지 않을까라고 짧은 생각을 했죠.

-김도협 대한기업 대표

 

하지만 대한기업의 직원 A씨는 유서를 받은 다른 하청업체 대표에게 빨리 김 대표를 찾으라는 연락을 받았고, A씨가 경찰에 위치추적을 요청해 다행히 김 대표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전에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

 

201512월 현대중공업의 또 다른 사내하청업체 대표 서 모 씨는 기성금 삭감으로 인한 압박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가 남긴 유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기성 떼이니 임금 지급일자가 지겹다. 벌어놓은 돈은 없고 3년 넘게 적자를 보게되니 이제는 사는 게 미련없고 가족에게 미안하다.

-2015년 스스로 목숨을 끊은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업체 대표의 유서 내용 중

 

성과급 잔치의 이면

조선업 불황이 시작된 2015년 이후 폐업한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업체는 100여 개 이상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구조조정된 사내하청노동자는 3만여 명. 2015년 서 모 사내하청업체 대표가 목숨을 끊은 이듬해 현대중공업은 16천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고 이듬해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 2017년 기준 현대중공업의 사내유보금은 16조 원이다.

 

현대중공업'삼단콤보' 중복갑질

울산 울주군 반천일반산업단지에 자리잡은 현대중공업 1차 벤더 동영코엘스. 18천 제곱미터 규모에 2층짜리 공장, 기숙사까지 갖추고 있다. 동영코엘스는 2015년 부산에 있는 공장을 울산으로 전격 이전했다. 그러나 울산 이전 이후 대규모 적자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3년이 지난 올해 3월 공장이 멈췄다.

 

울산 울주군 반천일반산업단지에 있는 현대중공업 1차 벤더 동영코엘스 공장 전경

 

동영코엘스는 1995년부터 현대중공업에 해상용 배전반을 납품하는 1차 벤더였다. 배전반은 선박 안에서 전기를 배분해주는 역할을 하는 설비다. 배전반 제조는 노동집약적인 산업이다. 동영코엘스 공장에는 협력업체 직원들까지 포함해 250여 명의 직원이 근무했다. 이원태 대표는 아버지, 삼촌과 함께 가업을 키웠다. 총 여섯 차례 현대중공업으로부터 기술우수 협력업체로 선정되기도 했다. 가동을 멈춘 동영코엘스 공장 입구에는 지금도 ‘2015년도 우수협력회사라는 간판이 붙어 있다. 우수협력회사로 선정된 데는 이유가 있었다. 동영코엘스에서 납품하는 배전반은 불량률이 거의 제로였기 때문이다.

 

기술우수 협력업체로 선정되면 결제 조건을 다른 업체들보다 좋게 해 주고, 업무적으로 제일 큰 거는 무검사 업체라고 해서 현대중공업 검사자들이 저희 제품을 검사하지 않고 저희 자체 검사만 하고 야드에 바로 입고가 됩니다. 그거는 현대 쪽에서 봐도 이 정도 실력 있는 회사면 굳이 자기들 인력과 시간을 써서 공정상 다급한 물건들을 이중 검사를 할 필요가 없다고 인정한 거죠.-이원태 동영코엘스(현대중공업 1차 벤더업체 대표)

 

동영코엘스 이원태 대표. 이 대표의 뒤편에는 현대중공업으로부터 받은 상패가 가득하다.

 

2014년 동영코엘스는 매출 382억 원에 27억 원의 영업이익을 남겼다. 그런데 2015년부터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2015년 매출액 246억 원에 59억 원의 손해를 보더니 3년 동안 무려 300억 원의 손실을 보고 말았다. 단순히 조선업 불황때문이었을까. 2015년 공장 이전부터 2018년 계약 해지 때까지 진행된 현대중공업의 갑질 때문이었을까.

 

삼단콤보 갑질1. 희망고문

동영코엘스 이원태 대표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2015년도 해상용 배전반 납품 업체를 선정하기 위해 201410월 경부터 공장 실사에 들어갔다. 201410월 즈음 현대중공업 심사팀이 당시 부산에 있었던 동영코엘스 공장을 방문했다고 한다.

 

“(현대중공업) 심사팀이 와서 이것저것 다 뒤지고 공장 다 둘러보고 우리 팀장들 인터뷰하고 저하고도 인터뷰 하고 다 했습니다. 마치 대출심사하듯이. 거기서 우리가 지적 받은 내용이 있습니다. 공장이 너무 좁다는 거였습니다.-이원태 동영코엘스(현대중공업 1차 벤더업체 대표)

 

동영코엘스는 전체 생산 물량의 99%를 현대중공업에 납품하는 업체였다. 현대중공업이 죽으라면 죽는 시늉이라도 해야하는 처지였다. 20152월에 열린 입찰설명회 당시 동영코엘스 직원이 설명회 내용을 적어온 메모를 보면 현대중공업이 입찰심사에서 업체별 생산능력을 고려했다는 사실이 적혀있다.

 

2015224일 현대중공업 입찰설명회에 참석한 동영코엘스 직원이 설명회를 듣고 작성한 메모. 견적시 제출 서류에 증설시기’, ‘증설 능력관련 자료가 포함돼 있다. 또 생산능력을 정확히 기술하라는 내용과 함께 "201512월까지 공장 증설에 충분한 시간이 있다"는 현대중공업 측 설명 내용도 적혀 있다.

 

동영코엘스는 20153월 배전반 납품 계약을 확정한 후 울산으로 공장 이전을 준비한다. 부산에 있던 기존 2개의 공장을 팔고 산업은행에서 125억 원을 대출받았다. 부산을 주거지로 두고 있는 직원들도 설득해야 했다. 일부 직원들은 부산-울산 출퇴근을 감내했고, 일부는 아예 울산으로 이사를 왔다.

 

201510월 울산 공장 개업식 때는 현대중공업 관계자 30~40명이 와서 축하해줬다. 현대중공업의 한 관계자는 동영코엘스 시스템이 해상용 배전반을 만드는 데 가장 최적화돼 있는 라인이라며 현대중공업 1차 벤더 중에 배전반 업체는 전부 여기를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칭찬했다고 이 대표는 회상했다.

 

201510월 동영코엘스 울산 공장 개업식 당시 사진. 현대중공업 관계자 30-40명이 참석했다고 한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은 동영코엘스 측에 공장 확장을 요구할 이유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저희 회사와 거래할 수 있는 협력업체가 7개 정도 되는데 특별히 동영코엘스에 생산부지 확충이라는 불확실한 조건을 전제로 입찰에 초대할 이유가 전혀 없으며, 동영코엘스에 공장 확장을 요구할 이유도 없습니다. 당시 전기전자사업본부는 처음부터 연간 발주 물량을 소화할 수 있는 업체를 기준으로 입찰에 초대하기로 하여 동영코엘스를 포함하여 최종 7개 업체를 입찰에 초대하였습니다.-현대중공업 답변

 

이에 대해 동영코엘스 이원태 대표는 공장을 옮긴 것은 거기에 대한 반대급부가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며 현대중공업과 계약을 할 수 있는 조건에 미비된 점을 확충하기 위해 공장을 이전한 것이지 그러지 않고는 상식선에서 공장 준공을 들어갈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삼단콤보 갑질2. 점입가경

2015년 현대중공업은 해상용 배전반 발주 방식을 변경했다. 선박을 수주받을 때마다 필요한 아이템별로 발주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1년치 물량을 한꺼번에 발주하는 일괄발주 방식으로 바꾼 것이다. 현대중공업(현재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은 올해 4월 공정거래위원회 산하 하도급분쟁조정협의회에 낸 답변서에서 이 같은 일괄발주의 목적은 규모의 경제에 따른 가격 경쟁력(단가인하)을 이끌어 내기 위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20152월 열린 입찰설명회에서 현대중공업은 연간 발주 물량이 750억 원에서 800억 원 규모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영코엘스는 813억 원에 입찰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은 업체 선정일로 예고했던 날이 지나도록 최종 선정 업체를 발표하지 않았다. 동영코엘스는 대신 한 통의 공문을 받았다. 이 공문에는 구매목표금액으로 594억 원이 제시돼 있었다. 입찰 가격을 594억 원 이하로 낮춰 다시 제출하라는 의미였다. 동영코엘스는 마감 하루 전날인 324626억 원으로 입찰했다. 현대중공업의 구매목표금액보다 조금 높은 금액이었다. 그러자 현대중공업에서 협박에 가까운협조요청을 해왔다고 한다.

 

현대중공업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20년 넘게 거래해온 업체에서 이렇게 하면 어떻게 하냐. 본사에서 의지를 가지고 시스템을 변화시키고 있는 과정인데 동영에서 적극 협조를 해달라. 이 변화가 현실적으로 맞지 않으면 본사에서 조정해주겠다. 그러니 동영에서 적극 협조를 해달라.’-이원태 동영코엘스 대표

 

결국 동영코엘스는 325528억 원에 입찰했다. 첫번째 입찰 가격 813억 원에서 무려 35%나 깎인 금액이었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 측은 입찰 과정에서 특정 회사에 입찰가에 대한 협조를 요청하거나 사후 조정해 주겠다는 제안을 한 바 없습니다. 저희 구매담당자들은 시스템상 입찰금액 제출기간 중에는 업체들이 작성한 입찰금액을 확인할 수도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삼단콤보 갑질3. 감언이설

현대중공업의 갑질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현대중공업은 계약대로 1년치 물량을 발주하지도 않았다. 1년 동안 발주한 물량은 300억 원 규모에 그쳤다. 결국 현대중공업은 일괄 발주 방식으로 계약 방식을 바꾸면서 단가 인하라는 이득만 취하고 피해는 하청업체에게 전가한 것이라고 동영코엘스 이 대표는 주장했다.

 

동영코엘스는 현대중공업에 납품하는 단가보다 비싼 가격으로 2차 벤더로부터 원자재를 구입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결국 계약 1년 만에 100억 원 대의 영업손실을 보고 20168월 부도가 났다. 그런데 현대중공업은 부도난 회사에 계속 납품을 요구했다. 회유도 있었다.

 

현대중공업이 동영이 이렇게 부도가 난 데에는 우리(현대중공업) 책임도 있으니 우리가 단가를 올려줄테니 납품을 계속해라고 말했고, 그 때는 정말 고마웠습니다. 눈물 나게. 살 수 있겠구나 좀 더 허리를 졸라매고 더 기술개발해서 살 수 있겠구나 했는데 그 뒤에는 무시무시한 흑막이 있었습니다.-이원태 동영코엘스 대표

 

올해 3월 현대중공업과 동영코엘스의 계약은 해지됐고 이후 공장은 멈췄다. 현재 공장엔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다. 수십억 원 대의 설비들은 그대로 멈춰있다.

 

현대중공업은 단가를 찔끔찔끔 올려주며 계속 배전반을 납품 받았다. 그렇게 1년 반 넘게 물량 납품을 계속하는 동안 적자는 쌓이고 쌓여 3년 동안 300억 원의 손실을 입었다. 현대중공업의 회유에 납품을 재개했던 것이 결국 회사를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했다고 이 대표는 말했다.

 

올해 3월 현대중공업과 동영코엘스는 최종 가격 인상에 합의하지 못했고 계약은 해지됐다. 동영코엘스의 직원들은 전원 실직자가 됐다. 동영코엘스 2차 벤더 100여 곳도 부도와 파산위기에 놓였다. 취재진이 찾아간 한 2차 벤더 업체는 동영코엘스가 납품 대금을 지급하지 못했던 올해 1월부터 임원들이 아예 월급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은 “3차례 단가를 인상해 주는 등 상생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2015년 하반기부터 조선업계 불황으로 선박용 배전반 시장이 악화되고 수주 물량이 상당히 감소하는 어려운 시장환경에도 불구하고 전기전자사업본부는 전체 물량을 동영코엘스에 발주하였고, 동영코엘스의 요청에 따라 3차례 단가를 인상하여 주는 등 상생을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하였습니다.-현대중공업 답변

 

버려진 준법경영 실천서약서

동영코엘스 건물 로비에는 현대중공업의 준법경영 실천서약서가 걸려있다. ‘공정한 거래질서를 준수하고 동반성장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하지만 동반성장의 꿈은 현대중공업의 삼단콤보중복갑질 속에 처절하게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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