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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더불어 살기

우산을 쓴 오랑우탄 - Funding 21

by 이성근 2015. 11. 6.

2015년 '소니 월드 포토그래피 어워드'에서 상을 받은 앤드류 서요노가 찍었습니다. ©앤드류 서요노

 

호주에서 돌고래를 보고 보르네오 섬으로 왔습니다. 야생에 사는 오랑우탄을 보기 위해서입니다. 오랑우탄에는 보르네오오랑우탄과 수마트라오랑우탄 등 두 종의 아종이 있습니다. 이번에 서울대공원에서 거울 앞에 서게 되는 오랑우탄은 바로 이곳 출신, 보르네오오랑우탄입니다.

서호주 샤크 베이의 남방큰돌고래가 물고기를 잡기 위해 '해면류'를 도구를 이용하듯이, 오랑우탄을 '나뭇잎'을 우산으로 이용합니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면 오랑우탄은 종종 펑퍼짐한 바나나 잎을 꺾어 비를 피합니다. 사진은 2015년 '소니 월드 포토그래피 어워드'에서 상을 받은 앤드류 서요노 Andrew Suryono 가 찍은 것입니다. 저는 보르네오 섬에서 내내 영장류학자 비루테 갈디카스의 책 <에덴의 벌거숭이들> (영문 제목 Reflections of Edens)를 읽었습니다. 곰베 국립공원으로 침팬지와 함께 살며 그들을 연구한 제인 구달처럼, 갈디카스는 보르네오 섬에 뛰어들어 야생 오랑우탄의 관찰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얼마 안 되어 오랑우탄이 도구를 이용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자신을 쫓아다니는 침범자에게 나뭇가지를 꺾어 던지고 비가 올 때는 우산을 쓰는 모습을요.


비루테 갈디카스는 인도네시아 보르네오섬에 들어가 야생 오랑우탄을 연구했습니다. 침팬지에 제인 구달이 있다면, 오랑우탄에는 비루테 갈디카스가 있었지요.

"카라(오랑우탄) 모자는 먹기를 마치고 이동했다. 한 시간 반 정도 후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카라는 재빨리 가까운 나무로 가더니 잎이 달린 나뭇가지를 두 개 꺾어 한 손으로 그것을 머리 위에 썼다. 거의 90센티미터나 되는 그 긴 나뭇가지는 훌륭한 우산 역할을 했다. 칼도 다가와 어미 옆에 자리를 잡았다. 나는 오랑우탄이 비가 오면 머리 위를 무언가로 가리는 '우산'을 자주 이용함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에덴의 벌거숭이들 182쪽)

오랑우탄의 도구 사용은 나중에 학자들에 의해 많이 연구되었습니다. 배설물을 닦으려고 잎을 이용하고 가시가 있는 두리안 열매를 다루면서 나뭇가지를 씁니다. 벌떼를 쫓기 위해 나뭇가지를 쓴 게 관찰되기도 했고, 그것을 등긁개로 사용한 게 목격되기도 했습니다. (참고 Elizabeth A. Fox 등, 1999. Intelligent tool use in wild Sumartran orangutans) 애초에는 오랑우탄이 도구를 개량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만, 연구가 축적되면서 도구를 직접 발명하고 제작하는 행동도 확인됐습니다. 이빨로 나무껍질을 벗기고 나무 끝단을 자르거나 쪼개어 각각의 벌레 잡는 용도에 맞게 사용합니다. 마치 원시 인간의 모습을 떠올리게 합니다. 물론 이러한 기술은 새끼가 어미에게 가르쳐 후대에 전승됩니다. 인간이 문화를 발전시키고 전파시킨 것과 똑같습니다. 갈디카스는 말합니다.

"이러한 관습이 바로 초기 형태의 문화인 것이다. 어떤 인간을 불어를 배우고 어떤 인간은 스와힐리어를 배우듯, 어떤 유인원은 막대기로 흰개미를 잡고, 어떤 유인원은 돌로 단단한 열매의 껍질을 깨고, 또 어떤 유인원(탄중 푸틴에 사는 오랑우탄)은 나뭇가지를 무기와 신호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에덴의 벌거숭이들 174쪽)


보르네오섬 세맹고 보호구역. 먹이를 평상 위에 올려놓고 부르자,
여기저기서 오랑우탄이 하나둘 느리게 나타납니다. ©남종영
보르네오섬 세맹고 보호구역에 왔습니다. 야생에서 구조된 오랑우탄을 재활시켜 방사하는 곳입니다. 그러니까 오랑우탄의 새로운 야생 터전인 셈이지요. 오랑우탄 재활센터에서는 방사한 오랑우탄이 야생에서 먹이를 잘 구하지 못했을 때를 대비해 하루에 두번 먹이를 줍니다. 먹으러 오는 오랑우탄들도 있고, 안 오는 이들도 있습니다. 서호주의 샤크 베이와 비슷하지요. 나무에 열매가 풍성한 12월부터는 잘 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오랑우탄의 선택에 따라 달린 것이지요.(2015 11.4 한겨레 남종영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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