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과 어울리기/스크랩 또는 퍼온글

우리 밥상 알고 묵자 -식용유와 소시지 그리고 초콜릿

by 이성근 2016. 2. 6.

기름은 투명한데 표시는 불투명해 10.2

추석 무렵에는 식용유 매출이 피크를 이룬다. 한국농수산품식품유통공사의 <2014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조사(가정용 식용유 시장 편)>에 따르면, 식용유 매출은 설이 있는 1분기와 추석이 끼어 있는 3분기에 높게 나타났다. 두 분기 중에서도 대체로 3분기 매출이 조금 더 많은 편이다.

 

나라마다 선호하는 기름이 다르다. 미국, 영국에서는 대두유가 50%에 가까운 점유율을 보이는 반면, 프랑스는 해바라기씨유의 시장점유율(43.6%)이 가장 높다. 일본은 대두유보다 유채유 시장(2013년 기준 점유율 49.8%)3배 이상 큰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그러면 한국은 어떨까? 한국에서는 카놀라유(유채유)가 가장 잘 팔리는 식용유다. 소매시장에서 카놀라유가 2012년부터 대두유 매출 실적을 앞서고 있다. 2012년 식용유 전체 매출 가운데 카놀라유가 31%를 차지해 대두유(27.1%)를 앞질렀는데, 2014년에는 3분기까지 매출 비중이 41%로 대두유(21.6%)를 크게 따돌렸다. 카놀라유는 다른 식용유보다 유독 설과 추석이 있는 1분기와 3분기 매출이 늘어나는 특징을 보인다. 명절 선물세트의 구성품으로 카놀라유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명절이 있는 분기에는 카놀라유가, 그렇지 않은 분기에는 대두유·포도씨유·올리브유가 더 잘 팔리는 양상을 보인다.

 

 

시사IN 신선영

 

카놀라유가 이렇게 돌풍을 일으키는 것은 2005년 올리브유가 등장한 이후로 한국에서 고급유 시장이 지속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음을 뜻한다. 고급유로는 카놀라유·올리브유·포도씨유 등이 있는데, 전체 가정용 식용유 시장에서 고급유의 시장점유율은 2013년 기준 66.1%에 이른다. 2005년 올리브유, 2008년 포도씨유, 2011년 카놀라유가 고급유 인기 품목으로 나타났다. 공교롭게도 3년 주기로 인기 품목이 변화하는 특징을 보였다.

 

카놀라유가 이렇게 인기를 끈 것은 시장에서 좋은 이미지로 포지셔닝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카놀라유는 대두유보다는 비싸지만 올리브유나 포도씨유보다는 저렴해 중저가 시장을 잘 공략했다. 또 발연점(250)이 높아 다양한 요리에 활용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식용유를 가장 많이 찾는다는 추석 무렵, 그렇다면 소비자들은 충분한 정보를 알고서 식용유를 구매할까? 아이쿱생협의 오귀복 총괄국장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CJ프레시웨이 블러그 참기름과 들기름은 소비자가 깨 원산지를 중요하게 여겨 깨를 구입해 재래시장 등에서 직접 짜는 경우가 많다.

 

정제유와 압착유의 차이는?

왜 그럴까. 먼저 식용유를 만드는 방식을 보자. 식용유는 제조 방식에 따라 정제유와 압착유로 나뉜다. 압착유는 참깨나 올리브 등 식물의 씨앗이나 열매를 눌러서 짜낸 기름이다. 압착해서 기름을 짜내고 불순물을 여과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런데 이렇게 물리적인 힘으로 짜내는 기름은 양이 적다는 게 단점이다. 콩처럼 조직이 단단한 곡물은 압착해서 기름을 짜는 게 쉽지 않다.

 

그래서 등장한 게 정제유 방식이다. 지방을 녹여내는 화학물질 같은 용매를 사용하는 것이다. 석유에서 나온 부산물인 헥산 등에 콩을 잘게 부수어 넣으면 헥산을 흡수한 콩에서 지방이 녹아 나온다. 헥산은 열을 가하면 휘발되어 날아간다. 이렇게 나온 기름에 인산이나 황산을 가해 불순물을 분리한다. 이후 탈색·탈취 등의 과정을 거쳐 정제유가 만들어진다.

 

그런데 시중 제품에는 이 식용유가 정제 식용유인지 표기되어 있지 않다. 제품의 생산 방식이 궁금한 소비자가 표면적으로는 어떤 방식으로 통해 만들어진 식용유인지를 알기 힘들다.

 

 

연합뉴스 추석이 있는 3분기에 식용유 매출이 늘어난다.

 

논란이 많은 GMO 표시 문제는 식용유에도 해당된다. 한국에서 생산 실적으로만 따지면, 식용유 중 콩기름이 67.6%를 차지한다(2013년 기준). 그다음 옥수수유, 올리브유, 카놀라유가 생산 실적 2위 자리를 다투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대두 자급률은 6.4%, 옥수수는 0.9%이다. 대두유에 사용되는 대두는 전량 수입되는데, 2014년 식용으로 수입된 대두의 80%가 유전자변형 작물(GMO)이다(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 2014년 식용으로 수입된 옥수수의 61%GMO.

 

추석 즈음에 가장 많이 팔린다는 카놀라유도 GMO 문제로 소비자들이 찜찜해하곤 한다. 카놀라유란 ‘Canada+Oil+ Low Acid’의 합성어. 캐나다에서 만든 기름이라는 뜻이다. 유채씨 안에 들어 있는 독성물질이 심장 질환이나 갑상선비대증을 일으킬 수 있어서 변종을 만들어 그 유해성을 제거한 게 바로 카놀라다. 한국은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아랍에미리트 등 3개국에서 전체의 98%(9t)를 수입한다. 이 가운데 50~60%를 캐나다에서 들여오는데, 캐나다산 카놀라의 80% 이상이 GMO.

 

43개 식용유 중에 GMO 표시 제품은 0

그러면 식품업체들은 자신이 생산한 식용유에 GMO가 포함되어 있는지를 표시할까? 그렇지 않다. 20146월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는 시판 중인 대두유 14, 옥수수유 11, 카놀라유 15, 혼합식용유 3종 등 총 43개 제품에 대한 GMO 표시 실태를 조사한 바 있다. 조사 결과, 43개 제품 모두가 수입산 대두, 옥수수, 카놀라를 원재료로 사용했지만 GMO 표시를 한 제품은 하나도 없었다.

 

이는 현행 GMO 표시제도의 한계 때문이다. 현행 GMO 표시는 최종 제품에 유전자재조합 DNA 또는 외래 단백질이 남아 있지 않은 경우를 예외로 하고 있다. 식용유가 이 예외에 해당하기 때문에 GMO를 원재료로 사용했음에도 GMO 표시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조사를 한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는 소비자시민모임, 경실련 등 21개 시민단체가 참여한 ‘MOP7 한국시민네트워크에 참여 중이다. 이들은 원재료 기준의 GMO 완전표시제를 요구하고 있다. GMO의 안전성 여부를 떠나 해당 제품의 GMO 사용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은 상태에서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소비자의 알 권리와 선택할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조리법에 따라 확인해야 할 식용유 발연점

식용유를 선택할 때 또 다른 선택 기준은 발연점이다. 발연점은 기름을 가열할 때 연기가 나기 시작하는 온도를 말한다. 이 연기에는 우리 몸에 해로운 아크롤레인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다. 따라서 음식 조리법에 알맞은 기름을 선택하는 게 좋다. 무침에는 참기름(발연점 160들기름(170올리브유(180), 볶음에는 콩기름(210카놀라유(250)가 알맞다. 튀김 요리는 180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발연점이 200도 이상인 제품을 고르는 게 좋다. 튀김에는 콩기름·포도씨유(240카놀라유·해바라기씨유(250)가 낫고, 드레싱에는 올리브유·카놀라유·해바라기씨유가 적합하다.

 

가정에서는 많이 쓰이지 않지만 팜유도 알아둘 만하다. 팜유는 열대식물인 종려나무 열매를 압착해서 얻는 기름이다. 포화지방이 동물성 기름과 비슷한 수준이고 실온에서 고체다. 고온에서 변질되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가공식품 등에 쓰인다. 라면, 과자류에 특히 팜유를 많이 사용한다.

 

전통 기름으로는 참기름과 들기름이 있다. 수입산 참깨와 들깨를 사용하지만 GMO 제품일 가능성은 없다. 참깨가루보다 통으로 된 참깨가 원료인 제품이 더 좋다. 참깨는 가루를 내면 그 순간부터 산소와 반응해 변질 우려가 생긴다. 또 가루 상태에서는 어떤 것들이 섞여 있는지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참기름과 들기름은 압착해서 얻은 참기름·들기름과 용매를 사용해 얻은 추출참깨유·추출들깨유로 나뉜다. 추출참깨유·추출들깨유는 참기름·들기름과 구분해서 표시하도록 되어 있으니 구입할 때 참고하면 된다. 참기름은 그 자체에 산화를 막는 성분인 세사미놀·세사민·비타민 E 등이 들어 있다. 들기름은 오메가-3 지방산이 많지만 변질에 취약하다. 그래서 들기름은 반드시 냉장고에 보관해야 한다. 빛에 의한 분해를 막기 위해 짙은 색 병에 넣어두는 것이 좋다

 

초콜릿이라며 코코아는 7%? 10.3

초콜릿은 약 3000년 전 멕시코 만의 고온다습한 저지대에 살던 올멕족이 카카오나무 열매로 처음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콜럼버스가 마야 상인으로부터 카카오빈(카카오 원두)을 빼앗아 유럽으로 반입시켰다. 이후 왕족과 귀족이 먹는 특권층 음료로 향유되었다. 우리나라에는 대한제국 말기에 외국인 요리사 손탁 씨에 의해 처음 소개되었다. 1967년 해태제과가 처음으로 순수 우리 기술로 초콜릿을 만들어냈다.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빈에는 폴리페놀이 함유돼 있다. 폴리페놀은 몸의 산화작용을 억제하는 항산화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우리가 먹는 초콜릿에 이 카카오 성분이 얼마나 들어 있을까? 7%만 들어가도 초콜릿 대접을 받을 수 있다. 그러니까 폴리페놀 때문에 초콜릿을 먹는다는 말은 우스운 말이 될 수 있다.

 

초콜릿에 대한 법적 규정을 보자. 식품공전(식품의 제조·가공·조리와 보존 방법에 관한 기준과 그 식품의 성분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초콜릿은 코코아 고형분 함량에 따라 7개로 나뉜다. 초콜릿(코코아 고형분 함량 35% 이상), 스위트초콜릿(30% 이상), 밀크초콜릿(25% 이상), 패밀리 밀크초콜릿(20% 이상), 화이트초콜릿(14% 이상), 준초콜릿(7% 이상) 순서로 코코아 함량이 많다. 여기에 초콜릿류를 코팅하는 식으로 가공한 초콜릿 가공품이 덧붙는다. 기준에 따르면, 코코아 함량이 7%만 넘으면 초콜릿 행세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시사IN 신선영

 

좋은 초콜릿을 고르는 첫 번째 방법은 코코아 함량을 확인하는 것이다. 우선 식품표시 중에서 식품 유형을 참고하면 된다. 코코아 성분이 적다면 설탕·인공경화유 등 코코아가 아닌 다른 성분이 많이 들어갔다는 뜻이다. 카카오 함량이 적어지면 그만큼 설탕이나 물엿·유당 같은 다른 원료를 넣을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당 함량이 높아진다(코코아 함량이 적은 제품일수록 이에 대한 정보가 표시돼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두 번째로 코코아버터가 얼마나 들어갔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왜 그런지는 초콜릿 제조 방법을 알면 이해하기 쉽다. 초콜릿은 갈색 카카오 열매 속의 카카오빈으로 만든다. 카카오빈에서 코코아매스, 코코아버터 등을 분리하고 여기에 다양한 재료를 첨가해 초콜릿을 만든다. 코코아매스는 카카오 열매를 볶은 후 껍질을 벗겨서 곱게 분쇄시킨 반죽을 말한다. 초콜릿의 기본 재료다. 코코아버터는 카카오 열매의 껍질을 벗긴 다음 압착 또는 용매 추출해 얻은 지방이다. 체온과 비슷한 온도에서 녹는 거의 유일한 유지로 초콜릿의 부드러운 맛을 낸다. 초콜릿이 혀에서 사르르 녹는 것은 코코아버터 덕분이다. 코코아분말은 카카오 열매를 볶은 후 껍질을 벗겨서 카카오버터를 추출하고 남은 찌꺼기 덩어리를 부순 것이다.

 

다른 대용 유지에 비해 훨씬 비싼 코코아버터

초콜릿을 만들기 위해서는 콘칭-템퍼링-몰딩의 과정을 거친다. 코코아 분말·카카오버터·설탕·향료 등 여러 재료를 넣어 일정한 온도에서 혼합이 잘 되도록 12~24시간 섞는 게 콘칭이다. 이 과정을 통해 초콜릿 입자가 작아지며 맛이 부드러워진다. 다음 작업이 템퍼링이다. 초콜릿은 녹였다가 굳히면 거칠어져 식감이 나빠진다. 냉각과 재가열의 과정을 지나 초코릿 안의 카카오버터를 매끄럽고 윤기 나게 굳히는 템퍼링 과정을 거친다. 이렇게 나온 초콜릿을 제품에 알맞은 형태로 성형한다.

초콜릿 제조 과정을 들여다보면 코코아버터가 유용하게 쓰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코코아버터의 가격이 높다는 점이다. 다른 대용 유지(油脂)에 비해 5~10배 비싸다. 그래서 코코아버터를 대체할 만한 재료를 섞기도 한다. 바로 식물성 유지와 기름으로 만든 인공 경화유다. 가공 유지가 들어가면 초콜릿 만드는 과정도 훨씬 쉬워진다고 한다. 복잡한 템퍼링 과정이 줄어든다. 그런데 코코아버터 대신 쓰이는 인공경화유에서는 몸에 나쁜 트랜스지방이 생성될 가능성이 크다.

 

초콜릿과 관련한 재미있는 상식 하나. 성인들은 누군가 해외에서 선물용으로 사온, 속에 술이 들어 있는 초콜릿을 먹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런 초콜릿은 한국에서 제조하거나 수입할 수가 없다. 식품 제조의 헌법이라 할 수 있는 식품공전에 따르면, 초콜릿을 제조·가공하면서 알코올 성분을 첨가할 수 없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오늘 먹은 고기 내일도 먹기 위하여 소시지

21세기 누리꾼들은 기분이 저기압이라면 고기 앞(고기압)으로 가라고 했다. ‘육식 메이트를 구하지 못한 1인 가구를 위해 한 편의점에서는 양념 소불고기·양념 돈불고기·고추장 돈불고기·고추장 닭갈비를 캔(용량 180g)에 담아 입맛대로 골라 먹도록 판매하며 11캔 시대를 열었다. 불판 위에서 살신성육하는 고기의 모습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만국의 육식주의자들처럼, 선조들도 고기 앞에서 얼마나 많이 고민했을까. ‘오늘 먹은 저 고기, 내일도 먹을 수 없을까.’ 소시지()는 바로 이 같은 고민에 대해 선조들이 찾은 답이었다. 상하지 않게 하려고 고기를 소금에 절이고, 불에 훈제하고. 고기를 오래 보관하려는 노력에서 출발한 음식이 소시지인 셈이다. 소시지의 어원인 라틴어 ‘salsus’ 역시 소금기에 절여 보관하다라는 의미다.

 

소시지는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음식 중 하나로 꼽힌다. 역사학자들은 소시지를 처음 만들어 먹은 사람을 기원전 5000~3000년쯤 현재의 이라크 지역에 살았던 수메르인으로 본다. 이들이 부패하기 쉬운 고기를 동물 창자에 채워 넣고 소금과 피, 채소, 향료 등을 섞어 훈제하거나 건조해 보관하는 방법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문헌에는 기원전 8세기께 호메로스가 쓴 <오디세이>창자에 고기와 피를 채운 후 사람들이 큰 불 앞에 서서 열심히 굽고 있다라는 문장으로 남아 있다(<음식 잡학 사전>, 2007).

 

 

시사IN 신선영

 

오늘날 소시지는 긴 시간 훈제와 염장을 거치는 대신 현대화한 공장에서 만들어낸다. 식육을 원료로 이용하여 축산물 가공처리법에 따라 고기를 소금에 절이거나 모양을 변형해 훈연·건조·열처리한 햄과 소시지 제품을 통칭해 식육가공품이라 한다. 지방이 적어서 결착력이 우수한 어깨 부위나 다리 고기, 볼살, 머리 고기 등이 주로 이용된다. 이때 원료육은 5정도 크기로 분쇄하는데, 마찰에 의해 발생한 열이 원료육을 상하게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분쇄한 원료육에 소금·아질산나트륨·인산염·얼음 등 첨가물을 넣은 뒤 육단백질 매트릭스가 형성되면 지방과 아스코르빈산염·조미료·향신료·얼음을 다시 첨가해 세절한다(식품산업통계정보, 2013).

 

보통 소시지의 가격을 낮추기 위해 잡다한 부위를 갈아서 만드는데 이때 원료 대비 양을 늘리기 위해 넣는 것이 물이다. 대두단백이나 난백 같은 단백질과 물을 섞어 젤리 형태로 만들어 고기에 주입한 후 잘 섞이도록 두들기는 식이다(<내 가족을 위협하는 밥상의 유혹>, 2010). 고기 함량이 낮을수록 결착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전분이 첨가물로 사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소시지를 둘러싼 압도적인 논란은 따로 있다. 아질산나트륨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지난해 7월 채널A<먹거리 X-파일>소비자는 모르는 육포의 본색편을 방송했다. 육포(역시 육류가공품이다)는 원래 붉은색이 아니며, 붉은색을 내기 위해 사용한 식품첨가물 아질산나트륨이 각종 암과 질환을 유발하는 물질이기 때문에 진짜육포를 찾아 나선다는 내용이었다.

 

 

CJ제일제당 소시지 훈제와 염장 과정은 이제 공장에서 이뤄진다.

 

이 방송뿐만 아니라 아질산나트륨에 대한 유해성 논란은 꾸준히 있어왔다. 하지만 아질산나트륨의 유해성과 달리 그것이 왜 육류가공품에 첨가되기 시작했는지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19세기 초 독일에서 식중독으로 200명 이상 목숨을 잃은 사건이 있었다. 클로스트리듐 보툴리눔(Clostridium Botulinum)에서 분비되는 신경독인 보툴리눔 독소가 원인이었다. 이 독소의 치사율은 약 30~80%로 세균성 식중독 중에서 가장 높다. 18~19세기 독일 등 유럽에서 소시지에 의해 많이 발생했기 때문에 일명 소시지 중독이라고도 불렸다(<국제신문>, 2013618일자, 김지연 인제대 기초학부 교수). 라틴어 보툴루스(botulus)’는 소시지(순대)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20세기에는 통조림 산업이 발달하면서 통조림으로 보툴리눔 독소 감염이 빈번했다. 보툴리눔균은 혐기성 세균이어서 소시지나 햄, 소금절임이나 통조림 같은 밀봉 식품에서 잘 번식하기 때문이다. 이 보툴리눔의 증식과 독소 생성을 막아주는 물질이 현재까지는아질산나트륨이다. 한국인들이 소시지라는 단어만큼 잘 아는 보톡스 역시 보툴리눔의 앞 글자를 따고, 독소(Toxin)라는 말의 앞 글자를 따서 붙여 생긴 이름이다. 보툴리눔이 독도 되고 약(?)도 되는 셈이다(<진료실 밖으로 나온 의사의 잔소리>, 2014).

 

아질산나트륨 무첨가인데 색이 붉고 곱다면?

화학은 나쁘고 천연은 좋은 걸까? 전문가들은 화학이나 천연이나 인체 내에서 생리적 반응은 거의 같다고 본다. 블루베리 같은 과일에 존재하는 소르빈산이나 화학적으로 합성한 소르빈산이나 몸에 들어오면 마찬가지라는 뜻이다(<식품첨가물의 숨겨진 비밀>, 2014). 서울교대 생활과학교육과 김정원 교수 역시 시금치를 상온에 계속 놔두면 아질산나트륨이 소시지보다 더 높게 발생할 수도 있다라며 아질산나트륨에 대한 공포가 과잉돼 있음을 지적했다. 중앙대 식품공학부 하상도 교수는 526<식품음료신문>식품첨가물은 독이다?’라는 칼럼을 통해 식품을 오래 보존해 원가를 낮추고 식중독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첨가하는 보존료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더 큰 손실이다라고 썼다. 하 교수는 이 칼럼에서 식품첨가물 이슈가 안전성 문제를 떠나 표시에 따른 선택의 문제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물론 아질산나트륨에 중독될 경우 혈중 헤모글로빈 농도를 떨어뜨려 산소를 운반할 수 없게 되고, 육류의 아민과 결합할 경우 강력한 발암물질인 니트로소아민을 생성하기도 한다. 아질산나트륨이 위험한 이유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중독될경우에 한한다(다만 0~3세 어린이는 면역 기능과 독성 물질에 대한 해독 능력이 완전히 발달하지 않은 미성숙한 상태이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실제 식품에 사용되는 아질산나트륨은 극미량이며, 조사 결과 대다수 사람들은 하루 섭취 허용량에 못 미치는 양을 섭취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한편으로 논란의 첨가물을 주의하지 않을 이유도 딱히 없어 보인다. 아질산나트륨 무첨가를 내세우는 제품이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제조사의 무첨가 마케팅역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아질산나트륨이 빠져 있는데도 햄 색깔이 여전히 붉고 곱다면 향미증진제나 ‘~시즈닝등이 들어가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자나 깨나 제조사의 화장발에 속지 않는 게 중요하다. 전면의 큰 글씨나 마크가 아닌, 후면의 자잘한 표시를 더 꼼꼼히 살펴야 하는 이유다.

 

 

소시지를 먹어야 한다면, 원재료 함량은 높고 나트륨 함량과 칼로리는 낮은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원재료 함량이 높다는 건 그만큼 다른 첨가물이 상대적으로 적게 들어갔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또 소시지는 보통 기름에 굽거나 볶는데, 지방과 함께 섭취하면 체내에 축적되기 쉬우므로 되도록 뜨겁게 가열한 팬에 기름 없이 구워먹는 것이 좋다. 끓는 물에 데쳐도 나트륨과 수용성 식품첨가물의 상당량을 제거할 수 있다. 캔 햄의 경우 윗부분의 노란 기름을 제거하고 조리한 후 키친타월에 올려 기름기를 제거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소시지 같은 가공육 담배 만큼 위험하다" 1026한국

WHO 석면 등과 함께 5대 발암물질 규정...축산업계 반발

 

소시지 게티이미지뱅크

 

세계보건기구(WHO)26일 베이컨과 소시지 등 가공육을 담배만큼 위험한 발암물질로 규정했다. 돼지양 등 붉은 고기도 가공육보단 덜 하지만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은 물질로 구분했다.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이날 보고서를 내고 가공육은 인체에 발암담배와 비소, 석면, 술과 함께 암을 유발하는 1군 발암물질이라며 가공육을 섭취하면 대장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충분한 증거가 있다고 밝혔다. IARC가 발암물질으로 구분한 식품에는 햄과 베이컨, 살라미 소시지와 함께 핫도그, 햄버거 등도 포함됐다. 또 가공육보다는 덜 위험하지만 붉은 고기 역시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함께 내놨다. 붉은 고기를 매일 50g씩 먹으면 대장암이 걸릴 확률이 18%나 높아진다는 것이다.

 

IARC의 이 같은 결정은 가공육 제조 과정 중 첨가되는 화학물질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부분의 가공육에는 고기 색을 선명하게 하고 세균이 번식하지 않게 하는 아질산나트륨이 포함되는데, 적정량 이상 사용될 경우 암을 발생시킬 확률이 높다. IARC는 아질산나트륨을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고, 미국공익과학센터(CAPI) 역시 가장 피해야 할 식품 첨가물 중 하나로 이를 꼽는다.

 

IARC 발표에 관련 학계 및 업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베리 카펜터 북미육류연구소(NAMI) 소장은 파이낸셜타임스를 통해 “IARC940개에 달하는 물질을 이론적으로 위험한발암물질로 구분하고 있는데, 이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 요가 바지 하나일 정도라며 붉은 고기와 가공육도 이들에 포함되는 것 뿐이라고 밝혔다.

영국에서 육류자문위원(MAP)으로 활동하는 캐리 럭스톤도 붉은 고기를 섭취량을 줄일 필요 없다여성과 소녀, 미취학 아동 들은 오히려 영양 공급을 위해 붉은 고기를 더 많이 먹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소시지 논쟁의 핵심 아질산나트륨 1120중앙

온 세상이 1113 파리 테러로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21세기 대명천지에 벌어지고 있는 유례없는 집단광기를 타격할 길은 무엇인지, 혼미스럽다. 일상으로 돌아가 얘기한다면, 2주일 전에 세계보건기구(WHO) 산하기구로 프랑스 리옹에 본부를 둔 국제암연구소(IARC)가 육류와 발암의 관련성에 대해 발표했다. 10개국 22명 전문가가 800여 건의 연구를 검토한 결과라는데, 발암성 관련 분류에서 가공육은 1(발암물질), 붉은색 고기는 2A(발암 추정물질)에 포함시켰다. 그 보도에 소비자와 시장은 술렁였다. 가공육은 염장·훈제·건조 등으로 장기간 보존하는 식품을 통칭하므로 그 범위가 넓다. 당장 식탁 위에 오른 고기를 맘 놓고 먹어도 될지, 일단 께름칙해졌다.

 

[사진=Pixabay]

 

.1군이란 발암성의 강도가 아니라 발암 관련 자료가 많다는 뜻이다. 여기엔 담배·석면·비소·카드뮴·다이옥신·여성호르몬·공기오염·자외선 등이 포함된다(118). 같은 1군이라고 해서 가공육이 담배연기나 석면처럼 위험하다는 뜻은 물론 아니다. 2(발암가능물질 288)2A(75)2B로 나뉘는데, 2B군에는 커피도 들어있다. 3(발암성미분류물질 503)4(발암성없는물질)도 있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가 위험 수위인가. IARC는 가공육을 50씩 매일 먹으면 대장암 발생 확률이 18% 높아진다 했다. 대장암 발생 확률이 1%인데, 1.18%로 올라간다는 것이다. 우리의 대장암 발생은 10만 명 당 58명이므로 68명이 된다는 얘기다. 50g은 핫도그 소시지 한 개 또는 비엔나 소시지 5개 정도다. 암예방연합(Cancer Prevention Coalition)은 어린이는 한 달에 핫도그 12개 이하가 적당하다고 한다. 붉은색 고기는 매일 100씩 먹는 경우 암 발생률이 17% 증가한다고 했다. IARC는 매일 300g 이상의 고기를 먹지 말라고 한다.

 

이번 보고서는 조리방식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는 다루지 않았다. 기름에 튀기거나 구울 때에는 발암성의 HCA(이종환식아민)이 생성된다. 육류를 소금에 절여 저장하거나 훈제를 하면 인체에 해로운 PAH(다환방향족탄화수소)가 생성된다. 고온에서 튀기거나 굽는 것 보다는 삶거나 찌는 조리법이 유해물질 생성이 덜 하다는 게 정설이다.

 

이번 발표에 대해 북미육류협회는 육류와 암의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이 많은 연구에서 밝혀졌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미국 목축업쇠고기협회는 암의 발생은 너무 복잡해서 고기 같은 어느 특정 원인을 지목할 수 없다.”, 스팸 브랜드로 유명한 미국의 호멜푸드는 “WHO 보고서는 고기 섭취의 이점을 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한편 식품안전 전문가와 동물보호단체들은 그동안 업계의 입김으로 가공식품 첨가물의 위험성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더니 이제야 현실을 인정했다.”며 환영했다. 워싱턴포스트, BBC 방송 등 주요 언론은 가공육은 물론 육류를 지나치게 소비하는 식생활에 경종을 울렸다며 WHO 발표를 앞 다투어 보도했다.

 

1948년에 설립된 WHO65년에 IARC를 설치했다. 19세기부터 식품안전과 첨가물에 대해 제도적으로 다룬 나라는 미국이었다. 오늘날에도 세계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규제기관이다. 식품 산업화을 주도한 미국을 중심으로 어떤 경로로 오늘의 식품안전 규제에 이르렀는지, 육류 식품 안전 논란의 본질은 무엇인지 간략히 살피기로 한다.

 

미국의 식품안전 행정은 18625월 링컨 대통령(1861-65년 재임)의 농무부(Department of Agriculture) 설립에서 비롯된다. 링컨은 책임자로 화학자(C. M. Wetherill)를 임명, 화학부서(Division)를 출범시킨다. 이것이 오늘날의 식품의약국 FDA(Food and Drug Administration)의 전신이다. 우리 식품의약품안전처(2013)의 뿌리가 1949년 보건부 산하의 중앙화학연구소와 54년의 중앙생약시험장 설치로부터 출발한 것에 비하면 거의 한 세기의 시차가 난다.

 

남북전쟁(1861-65)의 혼란스런 시기에 화학자로 하여금 농업과 식품안전을 다루게 한 배경이 무얼까. 기록을 뒤져 보니, 바로 그 석 달 전에 링컨의 셋째 아들 윌리(Willie)가 열한 살 나이에 열병으로 사망한 기록이 나온다. 원인은 백악관의 식수오염으로 추정됐다. 링컨(1809-65) 대통령은 네 아들을 두었으나 맏이를 빼고는 셋이 죽는다. 애지중지하던 아이들을 둘째(Eddie)는 네 살에 폐결핵으로, 셋째(Willie)는 열한 살에 열병으로, 넷째(Tad)는 열여덟 살에 심장병으로 잃고 만다. 그로 인해 어머니 매리는 정신병원에도 들어갔었고, 링컨은 우울증에 시달렸다.

 

1800년대 후반 미국의 상황은 철도 확장으로 냉장시설 기차가 달리고, 전기 이용과 축산 포장업이 발전한다. 축산업이 연중무휴로 활기를 띠면서 1865년에는 수입육의 위생 검역 필요성이 제기된다. 1883년에는 와일리(H. W. Wiley)가 화학부서 책임자로 부임해 활약한다. 이듬해 농무부 동물산업국은 병든 소나 돼지의 식품 사용을 금지하는 법을 만들고, 1890년에는 육류 제품 검역이 의무화된다. 1898년에는 식품표준위원회가 설립돼, 와일리가 위원장으로 육류 가공 기준 제정에 나선다. 1901년 화학부서는 화학국(Bureau of Chemistry)으로 개편된다.

 

1900년대 미국 시장에서는 불량식품이 판을 쳤다. 라벨의 표기성분을 값싼 원료로 바꿔치는 수법으로 꿀에는 글루코즈 시럽을 섞었고 올리브유에는 값싼 면화씨를 섞었다. 심지어 모르핀을 넣은 아기용 시럽이 버젓이 판매된다. 1849년에 선보인 윈슬로우 시럽(Mrs. Winslow‘s Soothing Syrup)은 이가 나느라 근질거려 보채는 아기를 달래 재우는 용도로 모르핀을 쓰고 있었다. 1911년 미국의학협회 보고서는 이 약을 베이비 킬러(Baby Killers)라 불렀다. 놀랍게도 19세기 후반까지도 모르핀, 코카인, 헤로인 등은 기적 같은 치유 효과가 있다며 공공연히 쓰이고 있었다. 50년대까지도 음료 등에 코카인이 들어갔다.

 

`베이비 킬러(Baby Killers)`로 불린 윈슬로우 시럽(Mrs. Winslow‘s Soothing Syrup)

.

하비 와일리(Dr. Harvey W. Wiley, 1844-1930)

와일리는 의학(인디아나 의대)과 과학 학위(하버드 대학)를 받고 30대 후반까지 퍼듀 대학에서 화학교수를 지낸다. 1883년 워싱턴 D.C로 초빙돼 농무부(USDA) 화학부서 책임자로 식품 순도 시험 등 시험법과 안전 기준을 개발한다.

 

1880년대부터 끈질기게 식품순도법안(pure-food bills)을 제출하지만 강력한 로비에 막혀 의회의 벽을 넘지 못한다. 1902년에는 5천불 예산으로 청년자원그룹(‘Poison Squad’)을 구성, 식품에 첨가되는 화학물질의 안전시험을 시행한다. 1906년에는 드디어 법안(Pure Food and Drugs Act)이 통과된다. 그 험난한 과정에서 의회·식품업계·특허의약품 산업계에 많은 적을 만들게 된다. 결국 그는 1912년에 관직에서 밀려난다. 그날 신문의 헤드라인은 부엌의 파수꾼29년 만에 물러나게 돼 여성들이 눈물을 흘린다고 썼다.

 

그는 1885년 굿 하우스키핑(Good Housekeeping) 매거진에 참여, 산하 연구소 실험실의 국장으로 19년간 육류 분석과 검사를 한다. 밀가루에 다른 곡물을 섞는 것을 금지시켰고, 제품에 씰(‘Tested and Approved’)을 부착했다. 그런 전통은 오늘날까지 소비자 엠블럼으로 신뢰의 상징이 되고 있다.

 

그는 담배의 위해성에 대해서도 선구자였다. 일찍이 27년에 담배의 위해성이 의심되며 발암과 관련 될지 모른다고 경고한다. 굿 하우스키핑사는 그의 말을 믿고 52년부터 담배 광고를 싣지 않는다, 미국의 의무감( Surgeon General)이 흡연의 건강 위해성 보고서를 낸 것이 1964년의 일이었으니 삼십여 년을 앞서간 것이다. 와일리는 193086세까지 살았다.

 

1906년 하비 와일리의 법안(pure Food and Drugs Act)이 통과됐을 때 그려진 만평. [사진=위키백과]

 

.흥미로운 사실은 한 권의 소설이 육류 식품안전에 대한 경고와 대책에 결정타를 날렸다는 것이다. 1905년에 언론인이자 작가인 싱클레어(Upton Sinclair)가 쓴 정글(‘The Jungle’)이 그것이다. 1914년에 필름으로도 제작되었으나 소실됐다. 저자는 7주일 동안 시카고 정육 공장을 취재하며 노동자의 근로조건이 얼마나 참담한지를 고발하고자 했다. 그러나 그의 소설은 오히려 도살과 육류 가공 포장 처리의 비위생적 상황이 얼마나 충격적인지, 소비자가 어떤 건강 위험에 처하고 있는지에 대한 대중의 공포를 촉발시킨다. 싱클레어는 루즈벨트 대통령에게 육류 생산 포장 공장에 대해 연방정부가 검역을 할 것을 요구한다.

 

이 사건으로 인해 와일리는 불량 식품, 불량 의약품과의 전투에서 성공한다. 오랜 투쟁 끝에 1906순수 식품과 의약품 법안’(별명 Wiley Act)연방 육류 검역 법안이 통과되고, 두 법안이 같은 날 나란히 시오도어 루즈벨트 대통령의 서명을 받는다. 1912년 와일리는 공직에서 밀려난 뒤 굿 하우스키핑(Good Housekeeping) 매거진을 중심으로 과학적인 소비자 운동의 선구자가 된다.

 

 

과학적인 소비자 운동을 선도한 하우스키핑(Good Housekeeping) 매거진

.

1900년대 미국의 식품산업에서는 육류 가공 처리와 유통에서의 부패를 막는 일이 시급했다. 이 때 육가공품 보존에 필요한 아질산나트륨의 최소량을 밝히는 연구가 진행된다. 그 결과 아질산나트륨이 병원성 미생물의 성장을 억제하는 것은 물론 육류의 맛과 색깔을 좋게 하고, 지방의 산패를 막는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그로써 안전하게 오래 저장할 수 있는 육류 가공의 길을 찾게 된 것이다.

 

1914년 미국에서는 식품 첨가물에 관한 최초의 대법원 판결(U.S. v. Lexington Mill and Elevator Company)이 나온다. 그 골자는 아질산염이 들어있는 표백 밀가루를 판매 금지시키려면 인체 유해성이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아질산염이 들어있다는 것만으로는 불법 식품의 근거가 불충분하다.”는 판결이었다. 그래서 아질산염은 법적으로 첨가물의 지위를 유지한다. 20년대에는 아질산나트륨의 농도를 평균치에서 69% 낮추는 조치가 이루어지고, 그 결과 위암 치사율이 크게 줄어든다.

 

1927년 화학국은 살충제까지 다루도록 확대되고, 31년에는 기관 명칭이 FDA로 바뀐다. 이 무렵 캔 식품 품질에 대한 FDA 기준이 설정되는데, 이 때 육류와 유제품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38년 의회는 법령에 의해 FDA를 식품안전 기준을 규정하는 기관으로 승격시킨다. 40년에는 FDA의 소속이 농무부에서 연방안전청(Federal Security Agency)으로 바뀐다. 49년에는 산업계 대상의 식품에 든 화학물질 독성 평가 지침이 제정되는데, 블랙 북이라 불린다.

 

1931년 미 화학국은 기관 명칭을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 바꿨다

 

.1950년에는 의회의 딜라니(James Delaney) 위원회가 식품과 화장품에 든 화학물질 안전성에 대한 조사를 시작한다. 이른바 딜라니 단서’(Delaney proviso)인체나 동물에 발암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 첨가물에 대해서 인가를 금지시킨다.”는 것이었다. 이 위원회 조사에 기초해 54년에 제초제, 58년에 식품 첨가물, 60년에 색소 첨가물에 대한 개정안이 잇달아 나온다. 53년에 FDA가 속한 연방안전청은 보건교육복지부(DHEW)로 확대 개편되는데, 현재의 DHHS(Department of Health and Human Services).

 

58년에는 법 개정으로 식품 제조업체가 신규 식품 첨가물의 안전성 입증을 의무화하도록 한다. 이때 식품 첨가물 규제 관련 시험과 인가 절차 의무화에서 두 부류는 제외된다. 그 하나가 GRAS(‘generally recognized as safe’). FDA58년에 일반적으로 안전하다고 알려진 물질’ 200종을 최초로 등록 발간한다. 옛날부터 해롭지 않다고 알려진 소금·설탕·향신료·비타민·MSG 등이 거기 포함된다.

 

안전성 입증 의무화에서 면제된 또 하나의 그룹은 58년 식품 첨가물법 개정 이전에 농무부나 FDA가 식품에 사용해도 안전하다고 인정한 리스트였다. 여기에 아질산나트륨과 아질산칼륨이 포함된다. 다만 만일 위해하다는 실험 결과가 나오는 경우에는 허용 리스트에서 제외할 수 있다.”는 단서가 붙었다.

 

69년에는 FDAGRAS로 분류돼 있던 인공감미료 사이클라메이트의 사용을 금지시킨다. 이렇게 되자 닉슨 대통령은 리스트를 리뷰하라고 지시한다. 71년에는 역시 GRAS로 분류돼 있던 사카린에 대해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올 때까지 사용 금지시킨다. 73년에는 캔 식품에서 보툴리스균 식중독(botulism)이 발생하고 그 대책으로 저산성 식품가공 과정에서 가열처리가 의무화된다.

 

77년에는 의회가 사카린 연구와 라벨 법을 제정해서, FDA가 사카린 사용을 금지시켰던 조치를 철회하도록 하는 대신 실험실 동물에서 발암의 원인이 된다.”는 경고를 표기토록 한다. 82년에 FDA49년도 블랙북 발간의 후속으로 최초의 레드북을 발간, 식품 첨가물에 대한 개정 내용을 발표한다. 이후에 개정된 식품 의약품 관련 규제는 수없이 많다.

 

식품 첨가물의 역사는 고대로 거슬러 오른다. 그러나 풍미·향미·영양의 기능성이 강화되면서 오늘날은 3000종에 이르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는 풍미료(flavor, 64%), 영양강화제(7%), 유화제(5%) 순이다. 이번에 나온 IARC의 발표에서 부각된 아질산나트륨은 식품 첨가의 역사가 백년이 넘는다. 냉장육·가공육에 첨가하면 보툴리누스균 식중독을 일으키는 박테리아(Clostridium botulinum)의 증식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이 박테리아는 단백질 보툴린(botulin)을 생성, 신경세포가 근육섬유를 만나는 부위를 공격해 마비를 일으킨다. 육류 식품을 가열하면 독성 단백질이 파괴되나, 가공육은 가열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식중독이 우려된다.

 

아질산나트륨은 다른 종류의 식중독 미생물의 증식도 억제할 수 있다. 그러나 살모넬라와 대장균에는 효과가 없다. 첨가제 효과는 농도, 산도, 소금, 존재하는 환원제, 철분, 박테리아의 종류에 따라 달라진다. 극미량(2-14ppm)으로도 먹음직한 붉은 색깔을 내지만, 저장기간을 늘리기 위해 과량을 넣는다. 색상을 내는 이유는 아질산염의 반응에서 산화질소가 미오글로빈과 결합하기 때문이다. 향미도 좋아지는데 왜 그런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아질산나트륨 자체는 발암물질이 아니다. 그러나 조리할 때 타거나 너무 익게 되면 니트로사민(N-nitrosamines)이 생성되는데, 이것이 발암물질이다. 인체의 위액처럼 강산성 조건이나 가공과정에서도 생길 수 있다. 소금을 뿌려 말린 건어물에도 들어있다. 우리나라는 햄·소시지·명란젓· 연어알·고래고기 등에 쓰도록 허용하되, 아질산나트륨 잔류 농도를 70ppm 미만으로 규제하고 있다.

 

70년대에는 비타민 C·E 등 항산화제가 있는 조건에서는 니트로사민 생성이 억제된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이후 미국은 비타민 C를 최소 550ppm 같이 넣도록 한다. 식품 제조업체는 효과는 같으면서 값이 싼 대체물(erythorbic acid)을 쓰기도 한다. 이런 변화에 따라 70년대에는 발암성을 줄이게 된다. 현재 EU의 규제는 아질산나트륨이나 아질산칼륨 농도를 0.0625% 이하로 제한해서 소금 혼합물(E250)로 쓰도록 하고 있다.

 

아질산나트륨은 자연적으로도 존재한다. 인체의 소화과정에서도 생긴다. 야채에도 두루 들어있다(1.1-57 mg/kg). 그러나 시금치, 셀러리 등 채소에 든 것이 위험하지 않은 이유는 비타민과 미네랄이 함께 들어있어서다. 고기를 먹을 때 쌈이나 채소와 함께 먹는 이유는 매우 과학적이다. 채소에 든 아질산염 농도는 경작 방식, 비료 사용 빈도와 시간, 햇빛, 기온, 토양 성질 등에 따라 달라진다. 더운 온실에서 키운 채소는 야외 재배보다 아질산나트륨이 더 많다. 수경 재배한 잎이 많은 채소는 재래식 경작에 비해 농도가 높다. 지역에 따라서는 질소 비료, 가축과 인간의 분변 등으로 수질오염의 우려가 제기되기도 한다.

 

아질산나트륨은 WHO(List of Essential Medicines) 리스트에서 시안화물 독성 치료에 쓸 만큼 중요한 해독제다(sodium thiosulfate 혼합물). 그러나 체중 65kg의 성인에게 4.6g 이상이면 치사량이 될 수 있다. 체내에 아질산염이 많이 들어가면 해롭다. 적혈구의 산소 운반 기능이 저하되는 메트헤모글로빈증(methemoglobinemia)이나 호흡기 장애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기들에게는 청색증(blue baby syndrome)이 위험하다. 미국의학협회는 위암·뇌암의 가능성을 보고한 바 있다.

 

당신은 당신이 먹는 음식이다.(What you are is what you eat.)”란 말은 유명하다. 1820년대 프랑스의 생리학 책에서 내게 당신이 무엇을 먹는지 말해주면 진단을 할 것이다.”라 했고, 1860년대 독일에서 출간된 에세이에서도 사람은 그가 먹는 음식으로 결정된다.(Man is what he eats.)”고 했다. 매일 먹는 음식이 그 사람의 기질과 건강을 결정한다는 뜻이다. 미국에서도 1924년에 식이습관과 건강을 다룬 책이 출간됐다(H. Lindlahr ‘You Are What You Eat’). 이 주제는 30년대 라디오 프로그램으로도 방송돼 대중의 관심을 끌었고, 60년대 환경운동과 함께 유행을 탄다. 지금도 이 이론은 여전히 성립한다.

 

우리나라 식품 첨가물 관리는 보건복지부가 62년 식품위생법에 근거해 217개 화학물질을 지정한 것에서 비롯된다. 73년에는 식품첨가물공전 작성으로 첨가물 성분과 각종 기준이 수록된다. 2012년 기준 첨가물은 약 600종이 허용되고 있다. 주무 관청은 96년에 개편된 보건복지부 산하의 식품의약품안전본부로서, 98년 식품의약품안전청(KFDA)을 거쳐 2013년 국무총리실 산하의 식품의약품안전처로 확대 개편됐다.

 

20102013 국민건강영양조사 분석에 의하면, 우리 국민은 가공육과 적색육을 합쳐 하루에 67.5을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청소년기의 가공육 섭취량이 평균치의 2배가 넘고, 20-30대 남성은 하루 100g 이상의 붉은 고기를 섭취하고 있다 한다. 잘 짚어볼 대목이다. 11월에 WHO가 과학적인 근거를 공개한다고 했고 정부는 그것을 보고 후속대책을 내놓을 것이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육류 생산업 대상의 안전성 강화, 소비자의 식습관 홍보 등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식약처의 가공육 섭취 실태조사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산업화, 도시화에 따라 식품도 산업화의 물결을 탔다. 거스르기는 어렵다. 고도의 가공과정을 거치면서 알짜 영양소를 잃어버리게 되자 이런저런 기능성 성분을 보충하게 됐다. 그러나 인공자연을 흉내 내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육류산업에서 식중독 방지의 보존제 등 첨가물을 넣는 것을 중단할 수는 없다. 지나치면 탈이다. 그러니 내 몸 속으로 자연적, 인공적인 과정을 거쳐 들어오는 첨가물이 한계 용량을 넘지 않도록 스스로 조절하는 게 상책이다. 우리 청소년의 가공육 섭취는 평균치의 2배 이상이다. 어릴 때 입맛은 평생 간다. 학교 급식에서도 좋은 식습관 대책이 시급하다. 식품산업화 시대, 정부의 식품안전 규제의 중요성은 더 강조할 나위가 없다.-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

 

 

코카콜라 마신 뒤 60분간 몸은 이렇게 변한다 15.7.30

의료정보 제공 웹사이트 '약사 변절자' 콜라 섭취 후 증상 소개

 

미국의 대표 음료인 코카콜라를 마시고 나서 한 시간 후 몸의 변화를 알려주는 그래픽이 누리꾼 사이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고 미국 CBS 방송이 29(현지시간) 소개했다.

 

'진실을 처방한다'는 기치를 내걸고 의료 정보를 제공하는 '약사 변절자'(http://therenegadepharmacist.com)라는 웹사이트는 콜라 섭취 후 벌어지는 몸의 증상을 1020분 간격으로 요약해 그래픽에 담았다. 이를 보면, 콜라 섭취 10분이 지나면 내 몸은 하루 설탕 권장량인 티스푼 10개 분량을 마신 것처럼 변한다. 인산 덕분에 지나치게 단맛에 따른 구토는 발생하지 않는다.

 

 

연합뉴스

 

20분 후부터는 혈당량과 인슐린 분비량이 동시에 급증한다. 간은 인체에 스며든 설탕을 지방으로 바꾼다. 콜라에 함유된 카페인 성분의 체내 흡수는 식음 40분 후 완료된다. 이 즈음에 간에서 계속 설탕 성분을 혈류로 보냄에 따라 동공이 확장되며 혈압이 상승한다. 카페인은 뇌 속의 아데노신 수용체와 반응해 졸음을 막아 준다.

 

45분이 지나면 기쁨, 쾌락과 관련된 신경전달 물질인 도파민의 생산량이 늘어난다. 도파민의 분비는 단맛에 따른 것이다. '약사 변절자'는 마약 성분인 헤로인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작동한다고 덧붙였다.콜라를 마신지 60분이 되면 인산과 칼슘, 마그네슘, 아연이 결합해 신진대사를 더욱 촉진한다. 다량의 설탕과 인공감미료가 곁들여져 칼슘의 소변 배출량이 늘어난다.이후 본격적으로 일어난 카페인의 이뇨 특성 덕분에 소변을 보러 화장실로 향한다. 이미 콜라 안에 포함된 수분마저 다 소변으로 뺀 뒤라 '슈거 크래시'(sugar crash) 현상을 겪는다. 슈거 크래시는 당분이 많이 든 음료를 마신 뒤 시간이 지나면서 느끼는 무력감과 피로감을 뜻한다.

 

많은 전문가는 슈거 크래시를 유발하는 당분 함유 음료 대신 물을 많이 섭취할 것을 권한다. 시간에 따른 몸의 변화만 나열한 그래픽이나 콜라와 같은 청량음료가 몸에 썩 좋지 않다는 것을 에둘러 알리는 내용임을 알 수 있다. CBS 방송은 최근 갤럽 여론 조사를 인용해 미국민의 48%가 매일 청량음료를 마시고 있다고 소개했다.

 

식품첨가물 표시야? 암호문이야? 15.9.16 시사인

라면 끓이기 전에 포장지 뒷면을 한번 들여다보자. 식품표시제에 따라 표기된 원재료와 첨가물이 무려 49개에 달한다. 잡다하고 세세한 정보에 정작 핵심은 빠져 있다. 대표적인 것이 GMO 관련 표시다.

 

무첨가물이라고 표시된 음료는 안심하고 마셔도 되나요?”

 

한국이 유전자변형식품(GMO) 수입 1~2위를 다툰다던데, 왜 시중에 파는 식품 중에는 GMO라고 표시된 것이 없는 거죠?”

 

질문이 나올 때마다 나머지 조합원들이 맞아, 맞아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 826일 서울 용산구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더 나은 식품표시제를 이야기하는 아이쿱생협 열린토론회장면이다. 아이쿱생협은 지난 5월부터 예외없는 식품완전표시제캠페인(inmycart-icoop.org)을 벌이는 중이다.

 

식품위생법이 개정됨에 따라 현행 식품표시제가 시행된 것은 2006. 이로써 식품회사들은 가공식품 속에 든 식품첨가물을 비롯해 모든 원재료에 관한 정보를 제품 용기나 포장에 표기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소비자의 불만은 끊이지 않았다. 지난 5~6월 아이쿱생협이 전국 매장과 온라인 홈페이지에서 조합원 33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전체 응답자의 18%는 현행 표시제가 지나치게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제대로 표시했는지 못 믿겠다(12%)는 반응도 많았다.

 

 

시사IN 이명익 826일 서울 백범기념관에서 예외없는 식품완전표시제캠페인의 일환으로 토론회가 열렸다.

 

흔히 접하는 신라면 포장지 뒷면만 들여다봐도 면류에 적힌 표시 항목이 11, ‘수프류에 적힌 표시 항목이 38개다. 식품표시제에 따라 표기된 원재료와 첨가물이 무려 49개에 달한다. 가로 6.8, 세로 3.5좁은 공간에 이들 49개 성분을 표시하다 보니 글씨 크기는 개미만 하다. 인내심을 발휘해서 내용을 읽다 보면 더 가관이다. ‘소맥분(미국산, 오스트레일리아산), 팜유(말레이시아산), 감자전분까지는 어찌어찌 아는 척하겠는데 변성전분, 난각칼슘, 첨가알칼리제에 이르면 어느새 말문이 막힌다. 웬만한 소비자에게 식품 표시는 해독 불가능한 난수표나 다름없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식품 표시를 따져 가공식품을 고른다는 소비자는 많지 않다. 식품표시제 시행 이후 다양한 계층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인 결과 실제 식품 표시를 꼼꼼히 읽고 구매한다는 소비자는 전체의 30% 안팎에 불과했다고 김정원 교수(서울교대 생활과학교육과)는 말했다. 나머지는 주로 유통기한이나 제조 연월일 정도만 확인한 채 가공식품을 고르는 경향을 보였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잡다하고 세세한 정보가 흘러넘치는 와중에 정작 소비자들이 알고 싶어 하는 핵심 정보는 빠져 있다는 사실이다. 대표적인 것이 GMO 관련 표시다. 한국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 수입된 식용·농업용 GMO1082t에 달한다(식용 228t, 농업용 854t). 한국은 일본과 더불어 세계 1~2GMO 수입대국으로 꼽힌다. 이렇게 수입된 식용 GMO의 경우 대부분 가공식품에 쓰인다고 식품업계는 보고 있다. 옥수수는 빵·과자·음료·빙과·시리얼·소스 등에 쓰이고, 콩은 콩기름이나 간장·된장·두유·이유식·육류 가공품 등에 사용되는 식이다. 콩의 국내 자급률이 10.3%, 옥수수 자급률이 0.9%에 불과한 만큼 콩과 옥수수를 원료로 한 이들 가공식품 일부는 수입산 GMO를 원료로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합법적으로표시 안 해도 되는 GMO 정보

현행 식품위생법상 이처럼 GMO를 원료로 쓴 식품은 GMO 관련 정보를 표시하게끔 되어 있다. 그런데도 우리 주변에서 GMO 관련 정보를 표기한 식품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이들 업체가 불법이라도 저지른다는 뜻일까? 그렇지는 않다. 이들 업체는 철저히 합법적으로’ GMO 관련 정보를 표기하지 않고 있다. 비밀은 두 가지 면제 조항에 있다.

 

첫째로 ‘5순위 조항때문이다. 2005년 이전만 해도 모든 식품은 5순위 안에 드는 원재료만 표기하면 되었다. 그런데 식품위생법이 개정되면서 모든 원재료와 첨가물을 표기하게끔 상황이 바뀌었다. , GMO는 예외였다. 5순위에 드는 재료가 아니라면 GMO 표시를 하지 않아도 되게끔 예외를 인정받은 것이다. 이 덕분에 각종 소스나 수프처럼 여러 재료가 복합된 식품의 경우 GMO 표시를 면제받았다.

 

같은 과자도 어디서 생산했느냐에 따라 원재료 표시가 달랐다. 국내 생산 과자(오른쪽)옥수수(수입산)’로만 적혀 있어 GMO 여부를 알 수 없다. 직수입된 같은 과자(왼쪽)GMO 표시가 있다.

 

그렇다면 콩이 주원료인 콩기름에서도 GMO 표시를 발견할 수 없는 이유는 무얼까. 이는 또 다른 면제 조항 때문이다. GMO 재료를 제조·가공한 식품의 경우 각종 시험검사에서 유전자변형 DNA나 외래 단백질이 검출되지 않는 이상 GMO를 표시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그러나 GMO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새로 개발되는 모든 GMO에 대한 공인시험법을 구비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김훈기 교수(서울대 기초대학원)는 말했다.

 

이에 대해 식품업계는 “GMO 표시제를 강화하게 되면 GMO를 꺼리는 소비자들을 의식해서 GMO가 들어가지 않은 원료의 수입을 늘려야 하고 생산 라인도 따로 구분해야 하기 때문에 관련 비용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식품 대기업들이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는 한국식품산업협회는 “GMO는 안전하다라고 공식으로 못 박기도 했다. 그러나 GMO의 안전성을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진행형이고, 그런 만큼 소비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차원에서라도 GMO 표시가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김훈기 교수는 말했다. 실제로 유럽연합은 GMO를 사용한 식품의 경우 무조건 이를 표시하게끔 되어 있다. 세계 최대 GMO 개발국으로 꼽히는 미국도 GMO 표시제도를 강화하는 추세다. 지난해 버몬트 주는 GMO 원료를 0.9% 이상 사용했을 경우 GMO 표시를 의무화하는 법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한국의 경우 똑같은 상표명을 단 과자인데도 직수입한 제품에서만 GMO 관련 표기가 되어 있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GMO뿐만이 아니다. 한 예로 토마토케첩 원산지 정보를 살펴보면 수입산이라고만 적혀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래서야 미국산인지 중국산인지 알 길이 없다. 이는 원료의 원산지가 평균 3개 나라 이상일 정도로 자주 바뀔 경우 수입산으로 표기해도 된다는 식품위생법 규정 때문이다. 이런 예외 규정 없이 식품에 들어간 모든 성분과 함량을 표시해야 한다는 것이 아이쿱생협이 추진 중인 캠페인의 취지다.

 

한국에서도 변화 조짐은 있다. 지난 828일 경실련은 식약처를 상대로 낸 정보공개청구 소송에서 승소했다. 경실련이 3년 전부터 주요 GMO 수입업체들의 수입 현황 등을 공개해달라고 요청했는데도 식약처는 업체의 영업비밀에 해당한다라며 이를 거절해왔다. 이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이 식약처는 GMO 수입업체 등 기본정보를 공개하라며 소비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그러나 좁은 포장 공간에 모든 성분과 함량을 표기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식약처 관계자는 말했다. 이 때문에 QR 코드 도입 등을 고려 중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다양한 식품 정보를 제시해도 소비자 스스로 이를 외면한 채 광고에만 의존하는 경향도 바뀌어야 한다고 김정원 교수는 지적했다. 오귀복 아이쿱소비자활동연합회 총괄국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는 좀 더 정직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 소비자가 더 똑똑해져야 기업도 광고보다 품질 향상에 더 많은 투자를 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삼겹살과 스팸을 어떻게 할 것인가? 11.2 프레시안

삼겹살과 스팸을 어떻게 할 것인가?

196959일 발행된 미국의 시사 잡지 <타임>"-처마 밑의 실마리(Cancer : A Clue from Under the Eaves)"라는 기사를 실었다. (관련 기사 : Cancer : A Clue from Under the Eaves) 한국에 있는 전주예수병원 연구 팀이 메주에 들어있는 '아플라톡신'이라는 독소를 위암을 일으키는 발암물질로 지목했다는 것이었다.

인터넷도 사회 연결망 서비스(SNS)도 없던 시절이라 요즘 같지는 않았지만, 한국 안에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 것은 마찬가지였다. 당시 언론이 이 소식을 어떻게 다루었는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그대로다. 정설은 없다는 차분한 기사도 보이지만, 이 독소가 간암의 45%를 유발한다는 '겁나는' 내용도 있다. (예를 들어, <경향신문> 196972일자의 "식품 속에 도사린 발암 독소 아플로톡신"이 그렇다.)

 

별 관계가 없다는 다른 연구가 발표되고 전문가들도 확실하지 않다고 거들면서 더 큰 사태로 번지지는 않았다. 그 정도가 아니라, 1980년대 이후 된장에 항암 성분이 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사정은 뒤바뀌었다. 위험하지 않은 식품을 넘어 "OO 된장 암 억제 99%" 같은 글귀까지 등장했으니 변덕스럽다고 해야 할까. 한참 지난 '된장 사건'을 꺼낸 이유를 짐작할 것이다. 이번에는 햄과 소시지, 육포, 그리고 쇠고기, 돼지고기가 말썽이다. 1026일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가공육을 발암물질 1()으로, 붉은 고기를 발암물질 2A군으로 분류해 발표한 덕분이다.

 

먼저, 우리는 세계보건기구가 발표한 내용이 엉터리가 아니라고 판단한다. 어떤 큰 나라의 육류협회가 모든 사실을 부인하는 것은 이해관계에서 나온 반응일 뿐, 설득력은 없다. 여러 연구 결과를 종합한 (잠정적) 결론이므로 맞다고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본론은 아니지만, 1, 2군 식의 분류를 오해할 수 있다는 점은 지적해두고자 한다. 1군은 사람에게 암을 일으킨다는 증거가 충분하다는 뜻이고, 2A군은 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는(probably carcinogenic) 뜻이다. 다시 말하지만, 1군이 2군보다 암을 더 잘 일으키는 요인이 아니라 과학적 증거가 더 확실하다는 의미다(가공육보다 붉은 고기가 덜 해롭다는 것이 아니다).

 

위험(리스크)이 있다는데,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첫째, 아무 것도 아니라고 무시하거나 부인하는 것은 옳지 않다. 호들갑을 떨 일은 아니지만, ", 담배보다 덜 위험하다", "육류 소비가 적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공기와 햇빛도 발암물질"이라고 논점을 흐리지 말아야 한다.

한 가지 현실의 위험을 지적한다. 가공육을 하루 50그램 먹는 한국 사람은 많지 않겠지만(작은 스팸 한 통이 200그램이다), 붉은 고기 소비량은 이야기가 다르다. 며칠 전 <워싱턴포스트>에 인용된 경제협력개발기구/식량농업기구(OECD/FAO) 통계를 보면, 한국은 1인당 소비량으로 쳐서 세계 4위의 돼지고기 소비 대국이다. (관련 기사 : CHART : The WHO warns that processed meat causes cancer. These countries should be worried most) 유럽연합을 한 나라로 묶은 통계니 과대평가라고 항변할 수 있겠지만, 순위가 몇 째로 높은 것은 분명하다.

 

때가 늦었지만 이제라도 정부가 제 역할을 하는 것이 맞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위험을 평가한 후에 하루 권장량을 발표한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다른 것은 몰라도,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사람들이 주의하게 하는 것은 정부가 해야 할 의무다. 둘째, 사회 환경과 조건에 주목해야 하고 필요하면 고쳐야 한다. 건강과 질병은 개인 문제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고, 먹는 문제는 더 그렇다. 어떤 식품이 무슨 병에 좋다는 방송이 나간 그 다음 날, 시장과 마트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보라. 취향과 개인차가 워낙 큰 탓도 있을 것이다.

 

건강에 나쁘다고 탄산음료를 마시는 것까지 국가가 간섭해야 하는지는 토론이 좀 더 필요하다. 다만, 개인의 취향과 선택을 넘는 사회와 구조가 원인이라면 그러려니 할 수 없다. 다른 것이 있는데도 햄이나 소시지를 선택하는 것은 존중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학교 급식에 나오는 햄과 소시지는 어떤가? (아직 그 정도로 많이 먹지 않는다는 것은 논점이 아니다.)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구조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 겉으로는 개인이 결정하는 듯 보이지만, 강요된 선택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돈이 없어서, 시간이 없고 바빠서, 가까운데 신선식품을 살 곳이 없어서. 이렇게 되면 선택이 아니라 강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광고나 문화로 취향 자체가 만들어졌다면 선택인가 아닌가.

 

 

 

눈에 보이는 강요든 좀 더 은밀하게 학습된 것이든, 개인이 어찌할 수 없는 환경과 조건 때문에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것은 부당하다. 먹을거리의 정치경제로 불러야 할까, 앞으로 이런 조건들이 (진정한) 선택을 더욱 제약할 것이다. 제조법을 규제하는 것이 먼저인지도 모른다. 정보가 없거나 몰라서 좋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도 사회적 조건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결과의 좋고 나쁜 점을 '충분히' 알고 난 후라야 진정 자유로운 선택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정확한 통계와 과학적인 정보도 필요하지만, 매일 일상을 사느라 여가가 없는 사람들에게 제대로 전달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셋째, 불평등을 줄여야 한다. 앞서 사회 환경과 조건을 말했지만, 사회적 요소라는 말 속에 이미 불평등이 내재되어 있다. 암에 걸리는 것에서도 나쁘고 불리한 조건에 있는 사람들에게 위험과 피해가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정보와 지식의 기회도 적지만, 먹는 것을 스스로 결정하고 통제할 힘도 작은 것이 보통이다.

지금보다 앞으로가 걱정스럽다. 식습관이 서구화되고 육류 소비가 늘어나는 것은 명확하다. 지금 추세라면 햄과 소시지, 베이컨과 같은 가공육 소비도 급증하지 않을까. 문제는 먹는 것이 '계급화'되는 것이다.

 

사회 계층에 따라 식품 소비 패턴이 확연하게 다르다는 것이 많은 나라의 경험이고, 우리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지금도 어느 정도 그렇지만 앞으로는 더 심해질 것이 뻔하다. 좋은 것을 택하고 나쁜 것을 피하는 것은 사회경제적 처지에 좌우된다. 불평등이 몸에 상처를 남기고 결국 병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익숙한 먹을거리가 발암물질이라니, 무관심과 강박증 사이 어딘가에 마음을 두고 있을 것으로 짐작한다. 술이나 담배처럼 일상에 가깝게 있는 만큼, 앞으로 작심삼일과 자책을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 어차피 주어진 것이라면 좋은 계기로 활용하자. 조금 떨어져서, 먹을거리와 먹는 일, 건강, 세계와 생태를 같이 생각해보는 성찰의 기회가 될 수 없을까.

 

모든 초점을 개인에게 맞추는 익숙한 방식도 성찰의 소재다. 붉은 고기를 덜 먹고 가공육을 줄이라는 개인 지침만으로 충분할 것인가. 먹는 것은 가장 개인적이지만, 동시에 철저하게 사회적인 것임을 확인했다. 먹는 것과 먹는 일을 두고, 어떻게 좋은 사회적 조건을 만들어갈까, 그리고 국가의 역할은 무엇일까를 고민하고 논의해야 한다.-시민건강증진연구소

 


Eagles-Hotel Californ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