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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스크랩 또는 퍼온글

국민 음식 라면, 넌 어느 별에서 왔니

by 이성근 2016. 1. 23.

국민 음식 라면, 넌 어느 별에서 왔니 15.1016 한국

 

라면으로 보는 세상 <1> 탄생과 역사

[편집자주] “라면의 인은 혓바닥이 아니라 정서 위에 찍힌 문양과도 같다.”소설가 김훈은 신간 라면을 끓이며에서 라면에 끌리는 이유를 이렇게 정의했다. 한국인과 라면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반세기가 넘도록 서민과 희로애락을 함께 해온 라면의 문화적 가치를 3회에 걸쳐 재조명한다.

 

라면은 맛있다. 인스턴트 라면 한 봉지와 물, 냄비와 불만 있으면 어디서든 환상적인 결과물을 내놓는다. 노란 면과 붉은 국물의 조화는 시각, 보글보글 끓는 소리는 청각, 매콤하면서 구수한 냄새는 후각, 쫄깃한 면발은 입술의 촉각, 얼큰한 국물은 미각. 오감을 완벽하게 매료시킨다.

 

한국인의 라면 사랑은 각별하다. 세계인스턴트라면협회(WINA:World Instant Noodles Association)의 지난해 발표에 따르면, 전세계 라면 소비국 상위 15개국을 조사한 결과 2013년 기준 한국의 1인당 라면 소비량은 74.1개로 전체 1위다. 2위인 베트남(60.3)보다 약 14개나 더 먹는다. 한국인이 닷새에 한 번 꼴로 찾는 라면은 어떻게 식탁에 오르게 됐을까.

 

한국인의 라면 사랑은 각별하다. 게티이미지뱅크

 

인류의 위대한 발명품

라면은 1958년 일본에서 태어났다. 대만 출신 귀화 일본인으로 닛신식품을 설립한 안도 모모후쿠(安藤百福) 회장이 2차 세계대전 이후 폐허가 된 일본의 식량난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인스턴트 라면인 치킨라멘을 개발했다. 영감은 중국으로부터 얻었다. 메이지유신 이후 일본으로 이주한 중국인들은 닭과 돼지 뼈 등을 우려낸 국수인 납면(拉麵·손으로 늘여서 만든 국수라는 뜻)’을 만들어 먹었는데, 납면을 일본식으로 발음하면 라멘이 된다. 이를 현대식으로 바꾼 게 인스턴트 라면이다.

 

인스턴트 라면의 탄생은 식품 혁명이었다. 닛신의 첫 라면은 국수 면발에 액체 형태 양념을 섞는 방식이었는데, 쌀과 밀이 없어도 훌륭한 한끼가 차려졌다. 1961년 일본 묘조식품이 라면을 장기간 보관하고 유통할 수 있는 법을 고안해 현재와 같은 분말 스프 형태가 일반화됐다. 뉴욕타임스는 라면왕으로 불리던 안도 회장이 2007년 세상을 떠나자 라면을 끓일 물만 있으면 신의 은혜를 받을 수 있다. 사람에게 물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쳐주면 평생 먹을 수 있다지만, 인스턴트 라면을 주면 그 무엇도 가르쳐줄 필요 없이 평생 먹을 수 있다고 평하기도 했다.

 

올해로 라면이 한국에 출시된지 52년이 됐다. 백종호 디자이너 jongho@hankookilbo.com

 

 

 

 

 

쌀 대신 라면배고픔을 달래다

한국 1호 라면은 삼양식품의 삼양라면이다. 삼양식품의 전중윤 회장이 많은 사람의 배를 채워줄 값싼 라면을 개발해야겠다며 일본의 묘조식품으로부터 기술을 전수받아 1963년 출시했다. 첫 출시된 닭고기 맛 삼양라면 1개의 가격은 10. 김치찌개 한 그릇이 30, 꿀꿀이 죽이 5원 가량이던 시절이니 10원에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은 매력이었다. 하지만 밥과 국에 익숙한 사람들은 밀가루로 만든 인스턴트 식품을 생소해했고, 라면의 을 섬유나 실로 오해했다. 삼양식품 직원들은 거리에 나가 시식을 권하며 라면 알리기에 나섰다.

 

얼마 지나지 않아 라면은 국민 음식대열에 올랐다. 박정희정부의 혼분식 장려 정책 영향이다. 당시 정부는 라면이 만성적인 식량부족을 해결할 수 있는 대체제로 봤다. 라면엔 분식의 총아’ ‘식량난해결의 역군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삼양라면은 국가적 지원에 힘입어 출시 6년 만에 매출액이 300배 이상 신장했고, 농심 ·팔도 ·오뚜기 등 후발주자들이 잇따라 등장했다.

 

당시의 사회 분위기는 196763일 이범순 국립공업연구소장의 매일경제기고문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이 소장은 “3년 전 딸 아이가 결혼해 많은 손님이 예식장을 찾아왔을 때 답례품을 삼양라면으로 한 일이 있다어떤 이는 혹시 욕을 하였을지 몰라도 결혼식에 국수가 빠질 수 없다는 우리 고유의 관례를 따르지 않을 수 없었는데 나는 그때부터 라면 애용자가 된 셈이라며 라면 이용을 적극 권장했다.

 

 

한국 라면, 매운맛을 보여주다

라면은 중국의 요리법에 착안해 일본에서 시작됐지만, 한국에서 진화했다. ‘매운맛을 강조하는 한국형 라면은 반세기 동안 발전을 거듭해왔다. 1960년대 라면이 첫 출시될 당시는 닭 육수가 중심이었다. 1970년대 들어 한국인의 입맛에 맞춘 소고기 육수를 사용한 라면들이 개발됐다. 이후 된장과 간장 등 장류를 이용한 라면들이 출시됐지만 기대만큼의 성적을 거두진 못했다. 그러던 중 농심이 1986년 내놓은 신라면한국인이 좋아하는 매운맛을 내세워 단숨에 라면시장을 점령했다.

 

한국형 라면의 진가가 세계에 알려지게 된 계기는 88서울올림픽이다. 특히 컵라면은 간편함과 감칠맛을 내세워 외국인의 입맛도 사로잡았다. 당시 농심의 주력상품인 육개장 사발면의 경우 하루 23만개(7,000만원)가 팔리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미국 NBC방송은 선수촌 매점에서 팔리는 컵라면을 두고 미국의 햄버거에 필적하는 인스턴트 식품이라 평했다.

 

매운맛 라면의 인기는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굳건하다. 1989년 삼양식품이 라면을 공업용으로 수입한 소기름으로 튀겼다는 이른바우지파동’(1997년 대법원서 무죄) 이후 라면의 유해성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면서 소비자들의 불신이 커지자 라면업계는 꾸준히 변신을 도모하며 다양한 제품들을 내놨다. 머그면(농심), 쇼킹면(팔도), 채식면(오뚜기), 케찹라면(팔도), 매운콩라면(빙그레), 쌀라면(농심), 신라면 블랙(농심) 등이 그 예다. 하지만 수많은 제품들이 원로매운맛 라면의 아성을 넘지 못했다. 라면업계 관계자는 이를 한국인의 기호식품 소비습관이 보수적이라는 의미라 해석했다. 우리가 단순히 라면의 맛을 고려해 구매하는 게 아니라 습관적으로 소비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결국 라면의 인이 정서에 박힌 셈이다. 15.1016 한국

 

 

우유만큼이나 라면도 신선함이 필요해10.1

진지하다. 세계인스턴트라면협회(WINA:World Instant Noodles Association)라는 게 있다. 한 해 소비되는 양을 일렬로 세우면 지구 60바퀴를 돌 수 있는 음식이 라면인데 이런 협회가 없을 리 없다. 영국문화원이 설립 80주년을 맞아 2014년 진행한 지난 80년간 세계를 바꾼 80대 사건설문조사에서 선정된 유일한 음식이 바로 라면 아닌가. WINA1997년 일본이 설립한 비영리단체로 24개국 총 170여 개의 라면 제조회사가 가입돼 있다. 이들은 라면의 품질과 안전을 향상시켜 전 세계인의 건강을 지키는 데 일조한다는 원대한 목표 아래, 전 세계의 라면 관련 데이터 수집과 시장조사를 진행한다.

 

WINA는 매년 전 세계 라면 소비국 상위 15개국의 라면 소비량과 1인당 연간 라면 소비량을 발표하는데, 한국은 이 조사에서 상위권을 놓치는 법이 없다. 2013년 기준으로 한국의 총 라면 소비량은 7위지만, 1인당 연간 라면 소비량은 전체 1위다. 같은 해 한국갤럽 조사도 한국인의 라면 사랑을 뒷받침한다. 갤럽에 따르면 한국 성인 10명 중 6명은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라면을 먹고 있다’. 과연 안보나 경제위기가 닥치면 라면 사재기부터 하고 보는 나라답다. 만화 <아기공룡 둘리>(1983)에서 마이콜이 둘리·도우너와 함께 부른 라면과 구공탄은 라면이 우리의 주()식임을 고백하는 노래라 할 수 있겠다. “꼬불꼬불 꼬불꼬불 맛 좋은 라면/ 라면이 있기에 세상 살맛 나/ 하루에 열 개라도 먹을 수 있어/ 후루룩짭짭 후루룩짭짭 맛 좋은 라면.”

 

 

시사IN 신선영

 

반세기 전쯤인 1963년 한국에 수입된 이 맛 좋은 라면이 처음부터 환영받았던 건 아니다. 사람들은 라면의 면을 섬유(綿)로 오해할 정도로 낯설어했고, 라면이 뉴스가 되기엔 그해 대통령 선거가 너무 뜨거웠다. 군정을 민정으로 이양하는 문제가 최대 이슈였는데 라면 수입이 대수겠는가. 결과는 모두 아는 대로다. 5·16 군사쿠데타 이후 민정 이양을 약속했던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이 다시는 이 나라에 본인과 같은 군인이 없도록 합시다라는 알쏭달쏭한 말을 남긴 채 전역해버렸고, 그날 바로 공화당에 입당해 대통령 후보가 되었으며, ‘합법적으로대통령 자리에 오른다. 같은 해 915일 첫 생산을 시작한 한국 최초의 라면은 그렇게 묻히는 듯했다.

 

 

한국 최초의 라면 회사인 삼양라면의 시식회 현장.

 

반전이 있었다. 박정희 대통령이 1966~1967년 식량부족 대책의 일환으로 혼·분식 장려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치면서 라면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3년 내내 적자를 내다 결국 적자액이 자본금의 다섯 배까지 불어났던 한국 최초의 라면 회사 삼양라면은, 그렇게 한국의 라면 르네상스를 이끄는 선구자가 되었다(<라면이 바다를 건넌 날>, 2015). 물론 우지 파동을 혹독하게 겪어야 했지만 말이다.

 

신산한 한국 현대사의 동반자

소설가 김훈은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2007)에서 라면에 대해 배고픈 시절에 나타난 라면의 맛은 경이로운 행복감을 싼값으로 대량 공급했다라고 적었다. 월북한 남한 지식인이 남한에 남겨둔 삼 남매가 보낸 비극적인 1960년대를 다룬 이문열의 소설 <변경>(1998)에도 라면이 등장한다. “노랗고 자잘한 기름기로 덮인 국물에 곱슬곱슬한 면발이 담겨 있는데 그 가운데 깨어 넣은 생계란이 또 예사 아닌 영양과 품위를 보증하였다. 철은 갑작스레 살아나는 식욕으로, 그러나 아주 공손하게 라면을 먹기 시작했다. 그때의 주관적인 느낌으로는 세상에서 가장 귀하고 맛난 음식을 먹고 있는 듯했다.” 간편하면서도 경이롭고도 공손한 라면의 맛은 세대를 뛰어넘어 평등하게 이어졌고, 우리를 라면에 길들였다. 라면이야말로 신산한 한국 현대사의 동반자 자격이 충분하다.

 

그러나 라면은 그 명성에 걸맞게 유해성 논란의 대명사이기도 하다. 짜고 열량이 높고 식품첨가물이 많이 들어간, 다이어트의 적이자 건강에 해로운 음식이라는 것. 실제로 라면 한 봉지를 들어 뒤통수를 한번 살펴보자. ‘면류에 적힌 표시 항목이 11, ‘수프류에 적힌 표시 항목이 38개로 식품표시제에 따라 표기된 원재료와 첨가물이 무려 49개다. 가로 6.8, 세로 3.5좁은 공간에 그 많은 글자를 욱여넣었다. 게다가 변성전분, 난각칼슘처럼 암호 같은 단어투성이다. 오죽하면 암호문 같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럽지 않은 법조문 읽기가 업인 조국 교수(서울대)가 라면 포장지를 들여다보며 이렇게 탄식했을까. “읽기 너무 어렵다. 내가 한글을 모르는 게 아닌데.” 농림축산식품부의 2013년 조사에 따르면 가공식품을 사는 소비자 40%가 이런 첨가물을 걱정하지만, 현행 식품표시제로는 라면 회사 관계자가 아닌 이상 라면의 첨가물들이 어떤 건지 자세히 알 방법이 없다.

 

연합뉴스 인스턴트 라면을 발명한 라면왕안도 모모호쿠는 2005년 우주에서도 먹을 수 있는 라면을 개발했다.

 

2013년 한 해 동안 봉지 라면은 1935억원, 컵라면(용기 라면)은 매출 5826억원을 올렸다. 라면의 주원료인 소맥분(밀가루)과 팜유 모두 100% 수입산을 사용한다(식품산업통계정보, 2014). 밀가루를 라면으로 만들기 위해 기름에 튀기는 동안 단백질은 파괴되고 탄수화물과 지방만 남아 열량 높은 식품이 되고 만다. 면을 쫄깃하게 만들기 위해 알칼리제가 들어가고, 기름의 산화를 막기 위해 산화방지제가, 먹음직스러운 색을 위해 착색제가 필요해진다. 수프에 들어 있다는 채소는 찌고 말리는 동안 비타민과 미네랄을 다 잃어 그럴듯한 모양을 내줄 뿐 영양을 기대하기 어렵다(<내 가족을 위협하는 밥상의 유혹>, 2010).

 

한때 라면이라는 음식이 있었다라는 충격적인 첫 문장으로 시작하는 김희선의 SF 단편소설 <라면의 황제>(2014)는 현대사회의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문제의 주범으로 라면이 지목됐다는 설정의 작품이다. 라면 유해론의 확산지가 종편이라는 대목에 이르면 소설이 정말 현실처럼 느껴진다.

 

어쨌든 현실의 인류는 라면을 없애는 대신 건강하게 먹는 법을 개발해낼 것이다. 이미 생협에서 판매되는 라면은 면을 만드는 데 필요한 밀가루를 국내산으로 해결하고, 수프도 식품첨가물을 최소화해 만든다. 기존 라면을 만들던 방식이 아니어도 라면이 된다는 게 증명된 셈이다(<친환경 음식 백과>, 2011).

 

우유만큼이나 라면도 신선함이 필요해

하지만 생협 조합원이 아니어도 좀 더 건강하게 라면을 섭취하는 방법이 있다. 우선 데쳐 먹는다. 유탕면은 기름에 튀기기 때문에 비유탕면에 비해 고열량이다. 라면을 데치고 나면 기름이 둥둥 뜨는 걸 볼 수 있는데, 이는 단순히 열량을 낮출 뿐 아니라 기름에 녹아 있는 다양한 첨가물도 함께 줄여준다. 또 각종 채소와 함께 조리하면 수프를 다 넣지 않아도 나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이 방법은 라면 봉지에서도 친절히 안내하고 있다. ‘기호에 따라 김치·달걀·마늘·파 등을 넣어 드시면 더욱 맛이 좋습니다.’

 

수프를 적게 넣으면 나트륨(식염) 섭취를 줄일 수도 있다. 서울환경연합에 따르면 라면 한 개당 평균 나트륨 함량은 2075인데, 이는 세계보건기구에서 정한 1인 성인 섭취 상한선인 1968을 훌쩍 넘는 수치다(한국은 3500). 가공 단계가 낮은 라면을 고르는 것도 방법이다. 컵라면보다는 봉지 라면을 고르라는 말이다. 컵라면은 봉지 라면에 비해 나트륨 함량이 더 높다. 곁들여 먹는 김치나 단무지가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짜고 강한 맛으로 이를 보충한다. 할 수 없이 컵라면을 선택해야 한다면 환경호르몬 문제를 고려해 종이 용기로 된 것을 고르는 것이 좋겠다. 최장 5~6개월인 라면의 유통기한을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이쿱생협 라면 공장 관계자는 라면은 보통 유탕면이기 때문에 기름 산패에 대한 경계심을 늦춰서는 안 된다. 갓 짠 신선함이 필요한 건 우유만큼이나 라면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200719<뉴욕 타임스>는 인스턴트 라면을 발명한 라면왕안도 모모호쿠(향년 97)의 부고 기사 마지막 문단에 이렇게 적었다. “인스턴트 라면으로 인해 끓인 물만 있으면 신의 은혜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안도는 인류 진보의 전당에 영원한 자리를 차지했다. 사람에게 고기를 잡는 방법을 가르쳐주면 평생 먹을 수 있다지만, 사람에게 인스턴트 라면을 주면 더 이상 무엇을 가르쳐줄 필요가 없다.” 그러니 당신만의 라면 레시피에 대해 더 이상은 이러쿵저러쿵하지 않겠다. 나쁜 줄 알면서도 먹는 게 라면 아니겠는가.

 

 

먹방 범람해도 라면이 최고” 1인당 176봉지 뚝딱

라면 섭취량 압도적 세계 1

 

이른바 먹방’(음식 소개 TV프로그램)을 통해 매일같이 각종 산해진미가 가정에 소개되지만, 대표적 인스턴트 음식인 라면에 대한 한국인의 사랑은 식지 않아 여전히 세계 최고인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2015년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출하액 기준으로 한국인 1인당 라면 소비는 연간 9.2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라면 1봉지(120g)로 환산하면 국민 1인당 지난해 라면 소비는 약 76봉지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201069, 201374개에 비해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1인당 라면 소비량은 한국이 세계 1위이며 2위는 베트남(55) 3위는 인도네시아(53)이다. 인스턴트 라면 종주국인 일본의 1인당 라면 섭취량은 한국의 절반 수준인 43개에 그쳤다. 한국인은 라면을 포함한 면류를 주 1, 2회 섭취한다’(36%)고 가장 많이 응답했으며, 연령이 높을수록, 미혼자보다 기혼자가, 가족 수가 많을수록 면류 섭취 빈도가 잦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면류를 주로 섭취하는 시점은 주말 점심식사35.6%로 가장 많았다.

 

올해 구매 경험이 있는 라면 별 구매 비중으로는 빨간 국물 라면(94.4%)가 부동의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짜왕등 비벼 먹는 라면(79.8%) 굵은 면발 라면(45.6%)도 상승세가 두드러졌다고 농식품부는 전했다. 라면 섭취량은 다른 면류를 압도했다. 섭취량 기준으로 2위는 국수(2.8) 냉면(1) 파스타류(0.2) 등 순이다. 2010년 대비 1인당 섭취량은 라면은 13.9% 늘어난 반면, 일반 면류 섭취량은 6.3% 감소했다.

 

라면은 수출 시장의 효자 노릇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라면 수출액은 약 32,022만 달러로 수입액(13,985만 달러)를 크게 웃돌았는데, 무역 수지 흑자 규모만 약 18,000만 달러에 달하는 셈이다.

 

연도별 국민1인당 면류소비

 

 

 

 

 

 

 

 

2010(A)

2011

2012

2013

2014(B)

증감(A/B*100)

유탕면류(라면)

8,035.4

9,014.7

8,246.9

8,930.7

9,153.3

13.9

일반면류

4,393.1

3,970.8

4,300.8

4,225.6

4,116.0

-6.3

국수

3,156.9

2,895.3

2,900.1

2,878.3

2,759.6

-12.6

냉면

1,092.1

841.6

1,017.1

837.6

961.4

-12.0

당면

60.6

72.8

67.8

128.1

72.8

20.1

파스타류

83.5

161.2

293.2

154.4

158.8

90.2

기타면류

-

-

22.7

227.2

163.2

620.3

전체 합계

12,428.5

12,985.5

12,547.7

13,156.3

13,269.2

6.8

<자료: 농림축산식품부>

 

삼양라면·신라면, 나트륨 함량 높다 14.10.15

 

봉지당 나트륨 함량이 가장 많은 라면은 삼양라면과 신라면인 것으로 조사됐다. 안성탕면은 포화지방 함량이 높았다.

 

한국소비자원은 시판 라면 중 소비자 설문(1,000명 대상)에서 1순위로 꼽힌 12개 제품의 품질을 자체 시험한 결과, 삼양라면(삼양식품)과 신라면(농심)의 봉지당 나트륨 함량이 각 2,069, 1,895으로 가장 높았다고 15일 밝혔다. 조사대상은 신라면 안성탕면 오징어짬뽕 무파마탕면 너구리우동얼큰한맛(이상 농심), 삼양라면 나가사끼짬뽕(삼양식품), 진라면매운맛 참깨라면 스낵면쇠고기맛(오뚜기) 꼬꼬면 틈새라면빨계떡(팔도)이다.

 

특히 삼양라면의 봉지당 나트륨 함량은 1일 영양소기준치(2,000)를 넘어선 수준이다. 다만 7월부터 새롭게 출시한 제품은 1,840으로 나트륨 함량이 낮아졌다. 나트륨 함량이 가장 낮은 제품은 나가사끼짬뽕(1,350). 12개 제품의 평균 나트륨 함량은 1,729으로 하루 영양소기준치의 85%에 달했다. 나트륨 과다 섭취는 고혈압과 심혈관계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나마 무파마탕면과 안성탕면을 제외하면 이번 나트륨 함량 실험 제품들은 대체로 제조업체가 봉지 뒷면에 자체 표기한 수치보다 나트륨 함량이 낮게 나왔다. 업체가 나트륨 함량을 일부러 축소하지는 않았다는 얘기다. 한편 표시기준에 부적합한 제품으로는 표시된 양(5g)보다 스프 용량(6.6g)이 많은 참깨라면이 꼽혔다.

과다 섭취 시 지방간 위험을 높이고, 비만 등을 유발할 수 있는 포화지방 함유량은 12개 제품 평균 7.7g으로 하루 영양소기준치(15g)의 절반 가량(51.3%)이었다. 하루에 두 봉지 이상 먹으면 포화지방 과다 섭취가 우려된다고 볼 수 있다. 봉지당 포화지방은 안성탕면(9.1g)이 가장 많았고, 오징어짬뽕(6.3g)이 가장 적었다.

 

반면 12개 제품에 들어있는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 등 필수영양소는 한 끼 영양소기준치의 각 56.3%, 71.6%, 97.6% 정도였다. 칼슘 함유량은 하루 영양소기준치(700)4.2~31.6%에 불과했다. 식사 대용으로 삼기엔 영양소가 턱없이 부족한 셈이다. 다행히 모든 조사 대상 제품에서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은 검출되지 않았다.

소비자원의 소비자 설문 조사 결과, 일주일에 1, 2(59.9%) 라면을 먹는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일주일에 3회 이상 먹는다는 답은 14.6%였다. 라면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국물 맛(61.4%)이었고, 선호하는 맛은 매운 맛(56.7%)이었다. 세계라면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1인당 연평균 라면 섭취량은 74.1개로 세계 1위였다. 2위 인도네시아보다 13.8개나 많다.

 

소비자원은 보다 건강한 라면 섭취 방법으로 4가지를 제시했다. 스프를 가급적 조금만 넣고 스프 대신 채소로 맛을 내고 국물은 마시지 말고 김치와 함께 먹는 것도 자제하라는 것이다. 소비자원은 포화지방 함량이 적은 대체유의 사용 권장과 지속적인 나트륨 저감화가 추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세한 내용은 공정거래위원회 스마트컨슈머사이트(smartconsumer.go.kr)에서 볼 수 있다

 

11레시피라면 끓이는 '요리사들'

라면으로 보는 세상 <3> 760원의 미학

라면의 인은 혓바닥이 아니라 정서 위에 찍힌 문양과도 같다.”소설가 김훈은 신간 라면을 끓이며에서 라면에 끌리는 이유를 이렇게 정의했다.

 

한국인과 라면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반세기가 넘도록 서민과 희로애락을 함께 해온 라면의 문화적 가치를 3회에 걸쳐 재조명한다.

 

"지금 라면을 끓이는 건 쉽다. 그런데 일어나서 라면 끓이러 가느냐의 의사 결정이 정말 힘든거다." 지난 317일 오후 1147,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두산그룹 회장)은 트위터에서 '라면앓이'를 고백해 화제가 됐다. 늦은 밤 허기를 달래줄 야식으로 라면을 끓여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는 건 '수저 계급론'을 뛰어 넘는 공통의 경험이다.

누구나 즐기는 저렴한 음식인 라면. 19631봉지에 10원이던 라면(삼양라면 기준)2015년 현재 76배 올라 760원이다. 정부 물가안정화 정책의 대표 품목이어서 한끼 때우는 용으로는 싼 편이다. 오랜 시간 서민의 먹거리였던 라면은 지금 우리 사회에서 어떤 모습일까. 760원짜리 라면의 미학을 살펴보았다.

 

'라면정복자피키'의 운영자 대학생 지영준씨는 시판 라면을 주제별로 비교하는 게시물을 올려 인기를 얻고 있다. 라면은 철저히 '권장조리법'에 맞춰 끓인다. 조영현 인턴기자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3)

 

"○○라면의 맛은 "

 

블로그 '라면정복자피키'를 운영하는 대학생 지영준(26·청주교대2)씨는 자칭 라면전문가다. '라면완전정복'을 목표로 지난 2년간 300여가지가 넘는 라면의 맛을 주제별로 비교해 별점을 매겨 글을 올리고 있다. '편의점 라면' '김치라면' '군대인기라면' '특산물 라면 ' 맛집 라면' 등 주제별로 시판 라면을 맛과 호감으로 나눠 평가해 점수를 준다. 호감도는 가격, 용기재질, 영양성분, 구입처 등을 고려한 결과다.

지씨에게 영감을 준 건 미국의 라면전문 블로거 '한스 리네시'. 지씨는 "라면의 장점과 단점을 꼼꼼히 비교한 한국 블로그는 없는 것 같아서 취미 삼아 시작했다. 맛은 주관적인 기준일 수 있어서 호감 점수로 이원화해 꼼꼼히 평가하고 있다"면서 "최근에는 스코빌지수(매운맛 평가)와 나트륨, 포화지방 함량, 면발의 굵기 등을 따진다"고 말했다.

지씨처럼 열성적이지 않아도 라면 맛을 꼼꼼히 비교하는 소비자는 늘고 있다. 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라면 순위'를 입력하면 관련된 블로그 게시물만 약 39,000여건이다. 고가의 제품과 달리 누구나 구입해서 평가할 수 있어 호응이 높다. 제조업체가 아닌 유통채널들까지 PB라면 생산에 나서 라면의 종류가 다양화 됐고 평가의 재미도 늘었다.

 

'모디슈머' 열풍이 불면서 다양한 라면 레시피가 인기를 얻고 있다. 사진은 칼럼니스트 겸 박찬일 셰프가 소개한 '볶음 라면'. 취향에 맞춰 각종 채소를 볶다가 스프는 3분의 1만 넣고 미리 끓여 놓은 면을 볶아 내면 된다. 조영현인턴기자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3)

 

11레시피모디슈머의 시대

 

공산품 라면은 맛 평가의 대상뿐 아니라 훌륭한 요리재료로 변모하고 있다. 2013년 한 TV프로그램에서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섞은 일명 '짜파구리'가 인기를 얻으면서 소비자들이 직접 조리법을 창안하며 모디슈머(modify+consumer)’ 열풍이 시작됐다. 모디슈머들은 기존 레시피에서 벗어나 각자의 기호에 맞게 라면을 섞어 먹거나 새로운 조리법을 개발해 SNS(사회관계형서비스)나 인터넷 블로그 등에 사진과 글을 올려 공감을 얻는다. 이제 나만의 레시피는 개인 블로그의 핵심 내용이자 일상생활의 주요 대화거리로 자리잡았다.

 

라면 레시피는 다양하다. 유명 셰프들이 차려낸 음식은 따라 만들기 어렵지만, 760원짜리 라면 1봉지는 초보들도 쉽게 요리할 수 있는 재료이기 때문이다. 양윤 이화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라면을 끓여 비교 평가하고 별점을 매기고 다양한 레시피를 만들어 내는 행위 자체가 감각적인 소비를 하고 싶어하는 SNS 세대의 특성이 반영된 것"이라며 습관성 구매 제품이어서 식상했던 라면에도 나를 투영하는 적극적인 소비자가 많아진 결과라고 말했다.

집밥을 기대하기 힘든 바쁜 일상에서 라면을 끓일 때만큼은 요리사를 자청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회사원 이재훈(30)씨는 "KBS2TV '해피투게더-야간매점' 코너에서 유명 연예인들이 소개해준 방법을 따라 라면을 끓여 먹다가 요리에 재미를 붙였다"" 요령이 생긴 후엔 레시피를 개발해 SNS로 인증샷을 올리는데 나름 집에서 먹는 식사라 결과물을 보면 뿌듯하다고 말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인스턴트 라면에도 웰빙 바람이 불고 있다. 서울 종로구 화동의 '55번지 라면'은 직접 끓인 육수에 한식 재료를 활용해 라면을 만들어 인기다. 사진은 꽃게탕에서 착안한 꽃게라면. 조영현 인턴기자(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3)

 

   

좋은 음식과 나쁜 음식 사이

 

'라면은 유해한가, 이로운가'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지난해 소비자원이 라면의 영양 성분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탄수화물·지방·단백질 등 영양성분의 양과 포화지방·나트륨·칼슘·캡사이신·MSG 등의 함량은 제품에 따라 최대 50% 이상 차이가 있었다. 라면 한 봉지에 들어있는 포화지방은 하루 권장 섭취량의 절반을 넘는 제품도 있었고, 나트륨이 하루 권장 섭취량의 86% 이상인 경우도 있었다.

일각에서는 "라면이 고열량·고지방 인스턴트 식품이라며 나트륨 과잉 섭취로 골다공증·고혈압·심장병·뇌졸중·위암 등이 우려되는 음식이라고 우려한다. 하지만 라면의 해로움이 과장됐다는 의견도 있다.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는 박찬일 셰프는 "인스턴트가 몸에 해롭고 정서적으로 좋지 않다는 면은 분명하지만 이는 라면뿐 아니라 인스턴트 식품에 보편적으로 해당하는 얘기"라며 "식품에 대한 소비 불안이 커지면서 현재 시판 라면엔 MSG와 방부제가 들어있지 않음에도 여타의 식품에 비해 유해성이 과장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오늘도 "라면이 건강에 이롭지 않다"고 여기는 현대인들은 각종 부재료를 라면에 첨가하며 죄의식을 달랜다. 라면 스프는 반만 넣고, 각종 야채를 넣고, 계란을 푸는 식이다. 그래도 라면을 먹는 이유는 뭘까. 호주의 사회학자 데버러 럽턴은 저서 음식과 먹기의 사회학에서 좋은 음식과 나쁜 음식, 자연음식과 인공음식의 대립은 불확실성에 대한 하나의 반응이라며 문명 자체가 질병과 건강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인식되는 시대에 건강에도 안 좋은 음식을 굳이 찾아서 먹는 건 위안과 편안함, 즐거움을 주기 때문이라며 이라고 설명했다.

 

어린이 10명 중 8명 과일·채소 섭취량 부족 12.3.2

우리나라 어린이 10명 중 1명은 이틀에 1번 이상 라면을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과일채소를 권장량 이상 먹는 어린이는 10명 중 2명에 그쳤다.

2일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전국 123개 중소도시 만 10~11세 어린이 1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식생활환경조사'결과에 따르면 11.7%의 어린이가 이틀에 1번 이상 라면을 먹고, 69.2%가 주당 1번 이상 라면과 탄산음료를 먹었다. 201021개 대도시 어린이 2,0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65.2%)보다 4%포인트 높은 수치다.

 

패스트푸드 섭취와 관련, 어린이 41.6%가 주 1회 이상 닭튀김을 먹는다고 답했다. 피자(28.6%)와 햄버거(22.8%)5명 중 한 명꼴로 주 1회 이상 먹었고 과자나 초콜릿을 먹는 비율도 77.8%에 달했다

 

반면 매일 한차례 과일을 먹는 어린이가 40%, 하루에 2번 이상 먹는 어린이는 15.5%에 불과했다. '한국인 영양섭취기준'은 어린이의 경우 매일 사과 1개나 귤 2개에 해당하는 과일을 먹도록 권장하고 있다. 하루에 5번 이상 먹도록 권장되는 채소의 경우 28.8%가 매일 1, 30.8%2번 이상 채소를 먹는 것으로 집계됐다.

 

24.4%는 주 1회 이상 아침을 거르고, 10.5%, 11.2%가 각각 점심과 저녁을 먹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는 식약청이 지난해 6~7월 한국영양학회와 함께 했다.

 

대한민국, 복지의 길을 묻다] <2> (4) 늙어서 서러운 노인들 2011.8.3

80대 노인 "기초수급비 절반이 쪽방 월세로라면만 먹고 살아"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쪽방촌. 노숙인과 쪽방촌 주민 20여 명이 전철 굴다리 밑에서 더위를 피하고 있었다. 대부분 60세 이상 기초생활수급자 노인들이었다. 방 한 칸이 있느냐 없느냐를 빼곤 노숙인이나 쪽방촌 노인들 모두 처지가 비슷했다. 이들은 문 하나만 열면 바로 거리가 나오는 1평 남짓한 쪽방에 살거나 아예 거리로 나앉아 있었다.

 

쪽방, 기초생활수급의 혜택? 

너비가 1m도 채 안 되는 골목을 따라 양쪽에 판잣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이 쪽방촌엔 독거노인 124명이 살고 있다. 노인들은 한여름 방 온도가 40도를 웃도는 창문 없는 쪽방이 답답해 거리를 서성이거나 굴다리 그늘을 찾는다. 부엌 침실 거실이 한 평 공간에 다 들어앉은 쪽방의 월세는 15~30만원. 수급비의 절반이 월세로 나간다. "수급비를 38만원 받는데 방값이 20만원이야."(임모씨69) "수급비 43만원 받아서 그 중 25만원을 방세로 내."(최태수씨66)

 

그나마 기초생활수급자격이 있어야 이런 쪽 방 한 칸이라도 얻어 살 수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기초생활수급자(1411,577, 2010)중 노인이 26.8%(391,214). 반면 자녀 등 부양자가 있어 수급자에 포함되지 못하는'비수급 빈곤층' 103만명 중 대부분이 노인일 것으로 복지부는 추정하고 있다. 기초생활수급대상인 노인들보다 3배나 더 많은 빈곤 노인들이 정부의 아무런 지원조차 없이 살아가고 있다.

 

노인들의 주식은 라면

쪽방촌에서 만난 박찬경(85)씨는 70세가 넘도록 리어카를 끌며 폐품을 모아 생활했다. 모아 놓은 돈도, 일할 체력도 바닥 나 14년 전 기초생활수급자가 됐다. 그가 한 달에 받는 수급비는 42만원. 쪽방 월세 22만원을 내고 남는 돈으로 식비와 생활비를 쓴다. 치아가 성치 않아 라면만 먹고 살지만 치과 치료는 언감생심이다. "뭘 드시고 싶냐" 물으니 "이가 안 좋아도 돈만 많으면 라면만 먹겠어. 장어를 좋아하는데 한 마리에 만원이나 해 못 사먹지."라고 속내를 내비친다. 영등포 쪽방촌에 거주하다 2년 전 서울 북가좌동의 임대주택에 들어간 김학식(61)씨도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기 일수다. 1997년 외환위기 때 사업실패로 가족과 인연을 끊었지만 딸이 소득이 있다며 43만원이던 수급비가 얼마 전 35만원으로 깎였다. 방세 7만원을 내고 두 달에 한번 20쌀 한 포대(48,000)를 사 먹는데 쌀 사는 달은 식비가 금세 떨어져 아침 저녁은 물에 밥을 말아 먹고 점심은 라면으로 때운다. "나는 약을 준비해 놓고 살아요. 살다 살다 못 견디겠으면 그냥 조용히 떠나려고. "김씨의 목소리가 위태롭게 들렸다.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은 4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중 1위다. 60대 이상 노인자살률은 인구 10만명 당 100명을 훨씬 상회해 20~40명 수준인 다른 나라들보다 월등히 높다. 75세 이상 노인의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160명을 넘는다.

 

노인빈곤 해결인식을 전환해야

"어떤 부분이 가장 힘드세요?" 기자의 물음에 많은 노인들은 냉소로 응답했다. 노인복지가 크게 부족한 현실에 대한 체념으로 여겨진다. "얼마 전에 국무총리도 다녀가고 정치인들도 가끔 왔다 가지만 다 말 뿐이지, 그 사람들이 오고 난 후 좋아진 게 뭐 있어요?"(임모씨69) "이렇게 살다 죽는 거지 뭘. 근데 최저생계비도 안 되는 수급비는 좀 올라야 돼요."(정모씨58)

 

수많은 1930~50년대 생들이 무방비 상태에서 노년을 맞았지만 전통적 ''관념은 너무 빨리 사라졌고, 사회보장제도 도입은 너무 늦었다. 국민연금이 1988년에 도입됐지만 당시 60세를 넘은 이들은 가입할 수 없었고 지금 80,90대가 됐다. 2008년 도입된 기초노령연금제도가 그나마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유일한 소득보장제도다. 그나마 수혜대상자를 조금이나마 늘리거나 연금수준을 높이자는 목소리가 나오면 "어떻게 뒷감당을 하느냐?"는 반대여론에 밀려 좌초되기 일쑤다.

 

복지 전문가들은 노인 빈곤을 방치할 경우 미래 세대를 짓누를 것이라고 경고한다. 김미혜 이화여대 사회복지전문대학원장은 "노년층을 위한 일자리를 제공해 스스로 부양을 할 수 있도록 정부와 민간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말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노인복지 예산을 적게 쓰려고만 하지 말고 복지 확대로 노인층이 지갑을 열게 되면 내수 경기가 활성화할 수 있다는 식으로 사고를 바꿔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on The Sunny Side Of The Street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