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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마주할 부동산의 미래

by 이성근 2021. 4. 2.

부동산에 자산 '몰빵'한 중산층, 새 됐다"

[우리가 마주할 부동산의 미래 ] 아마도 절망

우리가 마주할 부동산의 미래'라는 주제로 글을 보내고나서 'LH 사태'가 터졌다. LH ·현직 직원들이 3기 신도시로 지정된 지역의 부동산을 미리 매입해 지가를 올리고 이에 대한 보상을 얻으려고 사전에 작업을 했던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이후로 LH가 추진하는 3기 신도시 지역의 수많은 부동산에 이런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었음이 줄줄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정부는 수사본부를 꾸려 조사에 착수했고, 정치권은 '특검을 하자', '전수조사를 하자'는 식으로 분위기를 띄웠다.

 

한 시사평론가의 지적처럼 이번 LH 사태는 한국 사회의 '일상화된 투기'의 한 단면이다. 새로운 일도 아니고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일어나던 일이 이번에 공론화되었을 뿐이다.

 

필자는 작년에 국민의힘 정찬민 의원 일가의 부동산 투기 의혹 건에 자문을 한 적이 있다. 그 사건은 이번 LH 사태처럼 파급력은 없었지만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 때 필자는 의견을 묻는 언론사에 이렇게 말했다.

 

"이 케이스는 아주 보편적인 방식 중 하나고, 누군가는 다른 곳에서 벌서 하고 있는 일이다."

그리고 그때는 차마 다 담을 수 없었던 또 다른 의견이 있었다.

 

시리즈의 제목처럼 우리가 마주할 부동산의 미래는 절망에 가깝다. 그것도 아주 가까운 미래에. 부동산을 가지지 못한 계층만이 아니다. '영끌'해서 부동산 한 필지 겨우 얻은 사람들, 갭투기로 부동산을 늘려가는 다주택자들도 마주할 미래다. 그리고 이번에 문제가 된 LH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이번에 걸려서 징역을 살아도 나에게는 손에 쥔 부동산 자산이 남으니 괜찮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마저도 휴지 조각이 되는 건 그리 멀지 않았다.

 

이미 몇몇 국가는 부동산이 최고의 자산에서 '절망'으로 바뀌는 미래를 경험했다. 그때의 모습은 지금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흡사했다. 현물이나 현금이 아닌 다른 유·무형의 무언가가 고가치로 매겨지는 현상, 그 유·무형의 무언가들이 매물로 쏟아지는 현상. 이런 현상이 연이어 일어난 후 부동산이나 주식 등 손에 바로 쥐어지지 않는 자산의 가치가 꺾이기 시작했다.

 

여기에 빚까지 '영끌'했던 이들에게 남은 선택지는 없었다. 눈물을 머금고 큰 손해를 보고 현금 자산으로 바꾸든지, 아니면 빚을 청산하기 위해 수십 년 간 은행 이자를 갚든지, 둘 중 하나였다. 이들은 경제적으로 이미 한 차례 붕괴를 경험했다. 그리고 이 '영끌'한 계층을 살려보려고 버둥댔던 국가들은 엄청난 채무를 짊어지고 빚에 허덕이는 신세가 됐다. 바로 옆 일본이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이런 상황을 겪었고, 아직 벗어나지 못했다.

 

게다가 현대 인류가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코로나19'라는 질병은 기존의 경제체계까지 뒤흔드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이는 단순히 산업-소비형태만 바뀌는 정도가 아니라 이와 연동되어 있는 부동산 시장에도 변화를 만들어냈다.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백년 가까이 터전을 닦아온 미국 굴지의 백화점 기업 니만 마커스, JC 페니가 지난해 4월 파산을 신청했고, 그들의 오프라인 점포가 있는 부동산도 헐값에 매각됐다. 모두 합하면 족히 몇 만 제곱미터나 될 부동산이 공교롭게도 코로나19 직전부터 성장해온 아마존의 물류센터로 재활용되고 있다.

 

뿐만 아니다. 미국의 부동산 시장에 일어나는 현상은 심상치 않다. 부동산 부자들은 도심의 부동산을 매각하고 교외로 벗어나고 있다. 이로 인해 미국 도심에는 텅 빈 유령 건물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어쩌면 미국에만 국한되어 벌어지는 현상이 아닐 수도 있다.

 

코로나19가 닥치기 전부터 인류의 문명은 또 다른 변화를 맞이하고 있었다. 코로나19는 이 변화를 조금 앞당겼을 뿐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류가 해오던 노동은 기계로 대체될 것이고, 그 기술을 통해 만들어진 재화는 전부 소비되고도 남을 만큼 쌓여 잉여 재화가 늘어나게 될 것이다. 그러면 화폐의 가치를 매기는 기준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진다.

 

여기에는 많은 전문가들이 각자의 의견을 가지고 있지만 대다수는 '묻어 놓은 자산' 이 아닌 '실제 활용되는 자산'이 더 가치를 얻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한국의 부동산 투자 열풍은 '덮어놓고 있다 보면 언젠가는 일확천금을 얻게 된다'는 심리에서 시작됐다. 그렇게 수많은 부동산이 누군가에게 '덮여있는' 자산이 되었다. 이 수많은 부동산의 가치가 하락한다면 누가 가장 피해를 볼까. 상위 5% 이내의 부유층은 큰 영향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부동산을 '영끌'해 보유한 턱걸이 부유층 내지는 중산층은 다르다. '새 된' 상황이다.

 

'우리가 마주할 부동산의 미래' 시리즈는, '새 된'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 위한 조언들을 담았다. 먼저 조만간 사라질 전세 제도 이야기, 그리고 앞으로 숱하게 겪을 임대차 분쟁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렇다고 투자 컨설팅을 종용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현재 가지고 있는 부동산 자산 증식에 대한 관점을 '바꾸라'는 것이 이 시리즈의 핵심이다.

쌔미 세입자유니온()/참된부동산연구소 | 2021.04.02. 프레시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