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앞두고 본가에 다녀왔다. 다들 바빠 지난 일요일 형제들과 창원 삼촌 내외분 모시고 아버지 어머니 더불어 밥을 같이 먹었다. 비가 내려 불편하긴 했어도 회와 고기를 장만하여 잔을 나누었다. 그래도 막상 어버이날이 코 앞에 오니 마음이 쓰여 다른 날보다 일찍 퇴근해서는 본가로 향했다. 카네이션 화분에 봉투 하나 준비해서 였다. 처가집에는 아내가 미리 다녀왔고 역시 작으나마 봉투 하나 드리고 왔다.
어머니는 아버지 드리려고 오갈피 백숙을 준비하셨든가 내게도 한 그릇 주신다. 그리 배고프지 않았지만 짐짓 배가 고픈척 하고는 맛있게 먹었다. 늙은 아버지는 다시 일하러 나가신다고 했다. 마음이 편치 않다.
집으로 오는 길 통일동산 자락에 난 길을 걸었다. 이래저래 들어갈 돈을 생각자니 문득 오월은 은근히 피곤한 달인 것 같다 . 어린이날을 비롯하여 어버이날, 스승의 날 또 애들 생일 등등 돈 쓸일이 줄줄이 잡혔다. 그런데 이번 달에는 월급을 반만 보냈다. 돈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맘때면 늘 되풀이 되는 현상이다. 생활에 타격이 온다. 자금 순환이 불안정하고 사업비가 늦게 지급됨으로 인해 불필요하게 사무처 비용으로 지불되어야 인건비가 추가로 발생하기 때문에 실무 책임자로서 늘 우선 순위를 양보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내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다.
가던 걸음 멈추어 서서 불빛을 본다. 나는 어떤 불빛이든가
그리고 날이 서면 언제나처럼 누구보다 읽찍 출근한다. 그리고 퇴근은 늘 자정에 가깝다. 그런데 나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어쨌거나
주간 업무 마무리 및 다음 주 준비 회의를 마치고 시민공원으로 향했다. 한편으론 이렇듯 아름다운 장면도 연출하지만 시민공원의 다른 곳 특히 나무들의 신음소리 도처에 깔렸다.
오후들어 벼루어 오던 이빨 치료 때문에 조기종 치괴를 방문했다. 가능한 신세를 지지 않으려 했지만, 달리 수가 없다. 더이상 방치했다간 안될 것 같아 안하원 목사 편에 말을 넣어 이루어진 방문이다.
조기종 치과 원장은 환갑을 앞두고 있다. 오래된 인연이다. 한겨레신문 기자였던 고 이수윤 선배가 쓴 2003년의 기사에 보면 그에 대한 소개가 있다. "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부산지회가 최근 창간호를 펴낸 기관지 <함께 가는 예술인>발행인을 맡은 치과의사 조기종(47)씨는 18일 열린 창간호 출판기념회에서 “극구거절했으나 결국 지인들의 청을 뿌리치지 못해 받아들이고 말았다”고 말했다.
조씨는 1986년 창단된 마당극 전문극단 ‘자갈치’의 운영위원으로 참여한 뒤부산민예총의 한쪽 뿌리가 된 ‘부산민족문화운동협의회’와 민족미학연구소등에도 참여하면서 문화운동 쪽과 인연을 맺었다.
그는 92년부터 금정구 부곡동 자신의 병원 건물 지하 45평을 극단 자갈치에공짜에 가까운 싼 임대료를 받고 빌려 주는 등 어려운 여건에서 문화운동을 해 온후배들을 돕는 역할을 말없이 맡아 왔다.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부산・경남지부 상임대표와 ‘노동자를 위한 연대’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등 사회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부산/이수윤 기자 2003.7.21.
병원 곳곳에 걸려 있는 그림들은 그가 후배 화가나 어려운 형편에 있던 지역 화가들을 돕기 위해 구입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1991년 작 홍선웅 씨의 판화는 1991년 낙동강페놀사태이후 내가 몸담았던 부산환경운동연합의 전신인 부산공해추방운동연합이 마련한 기금마련 판화전에 전시된 작품중의 하나다.
아무튼 그의 도드라지지 않는 선행과 지역 운동권 선후배 돕기는 이후로도 꾸준히 이어졌다. 조원장은 지난 2013년 발족했던 해고 노동자 등을 위한 부산지역 사회연대기금 마련을 위한 '만원의 연대' 의 제안자이기도 하다.
신문을 검색하다 보니 이런 기사도 있다. " 문화공간이 부족한 북구에 새로운 문화공간이 생겼다. 화명동 북부고용지원센터 옆에 문을 연 대안문화공간 '자인(自人)'은 이름 그대로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며 만들어 내는 아름다운 사회와 문화를 꿈꾸고, 공유하는 사랑방이다. '자인(自人)'은 자연과 인간을 소중히 생각하는 다양한 문화 강연, 강좌, 세미나, 소규모 공연, 전시 등을 여는 공간이다. 특히 낙동강과 금정산을 아우르는 지역적 특성을 바탕으로 예술과 문화를 삶 속에 정착시킬 수 있는 활동에 주력할 계획이다. 또 비판적 예술 문화 담론 형성. 청소년 문화예술 교육. 진보적 신진작가 발굴 등 대안적 예술문화 활동을 펼 계획이다.
'자인'은 부문별 기획자 중심체제로 운영한다. 박만준(동의대학교 대학원 문화콘텐츠 기획 및 문화비평 전공) 교수가 총괄기획을 맡고, 정두환(음악교사·음악평론가), 전중근(문화도시 네트워크 사무국장), 이성근(부산환경운동연합사무처장), 정영숙(약초연구소 소장), 조기종(조기종치과 원장), 김종희(수필가), 노은희(부산하천살리기시민운동본부) 등이 기획을 맡는다.
한편 '자인'은 개관기념으로 자연을 주제로 한 '김인환의 생명전'을 오는 30일까지 열고 있다. 김 작가는 상감기법, 오방색 등 전통적인 색과 기법들을 사용하여 삼분법이라는 새로운 화면구성법을 창안한 부산작가다. 자연과 환경, 생명을 주제로 한 40여점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2008. 9.10)" 그랬던 적이 있든가 싶다. 여러번 언급했지만 그 해 가을 이후 겨을무렵 부터 불어온 몸씁 바람 앞에 나는 쓸어 졌다.
내 현재 치아 모습이다. 그동안 엄청난 견적이 들것이란 추정 앞에 치과 방문을 엄두도 내지 못했다. 조원장이 잠깐 임프란트를 언급하긴 했지만 아예 고개를 저었다. 그럴 필요없다고
일단 스켈링(치석제거)을 하고 다음주 다시 방문하기로 했다. 그때 어떻게 할 것이지 결정하자고 했다.
다시 주말이다. 오늘은 어버이날이라 시내며 사무실 앞이 매우 붐볐다. 다른 날에 비해 밤거리의 흥청거림은 그다지 없는듯하다. 특정일이기 때문일까
사무실 불을 끄고 나서면서 본 창가, 새어들어오는 네온사인의 불빛이 인상적이어서 담아 보았다. 내일은 어떤 하루가 될 것인가. 집 앞에서 바라 본 달
Serenade-Toselli, Enrico (1883~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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