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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서평

소비의 역사 外 우리를 중독시키는 것들에 대하여

by 이성근 2017. 9. 1.




소비의 역사 지금껏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소비하는 인간의 역사 저자 설혜심|휴머니스트 |

 

설혜심(薛惠心)은 연세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1617세기 영국 온천의 상업화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3년부터 연세대 사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한국학술진흥재단과 교육인적자원부의 베스트 티처상, 연세대학교 최우수 강의상, 최우수 업적 교수상, 최우수 교육자상 등을 수상했다. 근대 초 영국사를 주 전공으로 삼아 활발한 연구 활동을 펼치는 한편 역사의 대중화에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 거대한 사료 더미 속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주제를 발굴하여 인간의 삶이 중심이 된 역사를 연구하는 사학자다.

 

주요 저서는 다음과 같다.

온천의 문화사: 건전한 스포츠에서 퇴폐적인 향락에 이르기까지(한길사, 2001/대한민국 학술원 우수학술도서) 서양의 관상학, 그 긴 그림자(한길사, 2002/문화관광부 우수학술도서) 제국주의와 남성성(대우학술총서, 2004) 지도 만드는 사람: 근대 초 영국의 국토·역사·정체성(도서출판 길, 2007/문화관광부 우수술도서) 위풍당당 엘리자베스 여왕(웅진다책, 2010) 흑사병의 습격(웅진다책, 2010) 역사, 어떻게 볼 것인가: 마녀사냥에서 트위터까지(도서출판 길, 2011/대한민국 학술원 우수학술도서) 그랜드 투어: 엘리트 교육의 최종단계(웅진지식하우스, 2013/문화체육관광부 우수학술도서)

 

목차

책을 내면서

굿즈GOODS, 욕망하다

1. 유언장가장 아끼던 물건은 과부가 된 친구에게유언장에 나타난 근대 초 유럽의 소비

2. 양복양복의 탄생부르주아 이데올로기와 기성복 산업의 출현

3. 웨딩드레스왜 신부의 드레스는 신랑의 턱시도보다 비싼가사치 논쟁의 본질

4. 도자기중국도자기의 유럽적 변신미지의 세계를 소유하려는 유럽의 욕망

5. 비누검은 피부, 하얀 비누백색 신화를 전파한 최초의 식민주의 상품

 

세일즈SALES, 유혹하다

6. 여성 디자이너앙투아네트의 디자이너와 싸구려 여인들생산의 대열에 합류한 여성들

7. 특허약돌팔이의 생명력사이비 의사와 특허약 시장의 진화

8. 할부제최초로 대량판매된 가정용 기계재봉틀의 성공 신화와 반대 논리

9. 화장품 외판원화장품 아줌마의 원조, 에이본 레이디경제활동과 소비의 여성 네트워크

10. 트레이드 카드상품의 화려한 명함트레이드 카드가 배포한 지식과 편견

 

컨슈머CONSUMER, 소비하다

11. 계모임빚을 내서라도 사야 하는 물건노동계급의 계모임과 과시적 소비

12. 수집수집은 과연 소비행위인가?박물관의 기원과 소비로서의 수집 논쟁

13. 이중 읽기의학서라 쓰고 포르노로 읽는다근대 초 의학서의 비밀스런 소비

14. 백화점 절도병적 도벽소비사회가 낳은 새로운 정신병

15. 성형성형소비의 내셔널리티아르헨티나는 유방 확대, 브라질은 유방 축소

16. 노인 소비노인을 위한 상품은 없다?노년층 소비자의 재탄생

 

마켓MARKET, 확장하다

17. 오리엔탈 드레스튀르크풍 의상의 유행과 쇠퇴유럽에 영향을 끼친 튀르크 문화

18. 온천400년 전, 온천에서 서비스를 소비하다18세기 소비혁명 테제의 재검토

19. 박람회신기한 상품 더미의 스펙터클수정궁 박람회와 소비자의 탄생

20. 카탈로그홈쇼핑의 기원카탈로그 쇼핑과 욕망의 평등화

21. 쇼핑몰쇼핑몰의 이상과 한계공간과 시간을 재구성하는 소비 공간

 

보이콧BOYCOTT, 거부하다

22. 설탕거부운동노예제 폐지와 설탕거부운동윤리적 소비의 기원

23. 외제품 불매애국소비바이 아메리칸캠페인의 역사

24. 인권운동미시시피 버닝의 뒷이야기흑인의 소비와 불매운동

25. 글로벌 소비자 연합소비의 정치성소비자운동의 탄생과 발달

 

보론서구 소비사의 현황과 전망

 

부록

본문의 주

참고문헌

이미지 출처 및 소장처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1.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소비의 역사’, 국내에 첫 선을 보이다!

- 일상적인 것에서 찾아낸 세계를 변화시킨 역사

거대한 사료 더미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주제를 발굴하며 인간이 중심이 된 역사를 연구하는 사학자 설혜심 교수.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역사책으로 쉽게 만날 수 없는 주제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며 서양사를 알려온 그가 이번에는 수많은 인간의 행위 가운데 소비에 주목해 역사학의 주제로 재탄생시켰다. 그동안 사회학, 미학, 경영학 분야에서 논의되던 소비를 역사학의 한 테마로 다루면 어떤 모습일까?

 

현대인을 소비하는 인간, ‘호모 콘수무스라 부를 만큼 우리는 매일 무언가를 소비하며 살아간다. 우리 생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소비는 지금까지 욕망과 쾌락만을 위한 천박한 물질주의의 산물로 여겨졌고, 나아가 소비를 사치나 방탕과 연결시키곤 하는 사회적 통념은 소비를 진지한 연구의 대상에서 멀어지게 만들었다.

 

이 책은 지금껏 어떤 역사가도 주목하지 않은 익숙한 물건과 공간, 그리고 소비라는 인간의 행위와 동기를 통해 인간의 역사를 내밀하고 다층적으로 살피며, ‘사람생활이 생생하게 살아 있는 역사를 들려준다. 근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기본적인 삶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준 상품의 역사는 물론, 약장수와 방문판매, 백화점과 쇼핑몰 같은 근대적 판매 방식과 공간의 역사도 함께 살피며, 제국주의의 영향을 받은 상품이나 불매운동 같은 행위를 통해 소비의 이면에 숨겨진 저항과 해방, 연대의 장구한 역사를 마주한다. 이 책에 실린 눈을 사로잡는 200여 컷의 그림과 사진들은 근현대 소비문화의 현장을 더울 실감나게 보여줄 것이다.

 

또한 보론 서구 소비사의 현황과 전망에서 한국에서는 아직 생소한 분야인 소비사의 서구 연구 현황을 정리하여, 역사학의 지평을 확장해줄 소비사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1980년대 들어 폭발적으로 성장한 소비사 연구는, 근대역사학이 도외시해온 포스트모던 역사학의 문제의식과 국경을 초월하는 학문적 지형을 뚜렷이 보여주며 첨단 연구 분야로 자리매김했다. 아직 소비의 정의나 범위가

 

명확하지 않은 문제나, 역사학과 다른 학문 분야 간의 융합이라는 과제 등이 산적하지만, 이 문제들이 소비사가 지닌 특성이자 잠재력이라고 설혜심 교수는 지적한다. 소비는 글로벌 자본주의에 대항할 수 있는 단초를 찾아내거나 국가, 민족, 계급을 초월하는 또 다른 형태의 연대와 네트워크에 주목한다는 점에서 가장 현실 참여적이며 앞서가는 주제라 할 수 있다. 소비라는 행위를 통해 역사학이 주목하지 않았던 인간의 내밀한 행위와 동기, 그리고 그것이 불러온 사회적 효과를 살핌으로써 더욱 다채로운 인간의 역사를 밝혀낼 수 있을 것이다.

 

들어본 적 없는 생소한 것들의 역사를 만나고, 혹은 익숙한 것들을 신선한 시각으로 바라볼 때, 역사의 즐거움과 더불어 역사가 우리의 삶에 얼마나 깊이 스며 있는지를 느낄 수 있다. 발견되기를 기다리는 잊힌 역사의 조각을 찾아내 독자들에게 역사를 읽는 즐거움을 일깨우고 싶다는 저자의 바람처럼 우리가 무심코 소비하는 상품과 공간 속에 숨어 있는 이야기를 통해 일상적이고 친근하면서도 새롭고 참신한 소비하는 인간의 역사를 만나보자!

 

(이 책을 통해) 우리 삶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소비를 진지한 학문적 주제로 끌어올리고 싶다. 소비를 둘러싸고 이루어진 다양한 논의를 소개하고, 마케팅·경제학·사회학 등에서 따로 다뤄온 소비를 역사학과 접목시킴으로써 훨씬 더 풍부한 논의의 장을 마련하고자 한다. …… 소비 행위에서 인간의 동기와 목적성을 주목하는 것은 한때 큰 관심을 받았던 일상생활사나 미시사의 연장선에서, 구조에 함몰되었던 인간을 다시 역사의 중심에 세우는 작업이기도 하다. 이 책이 독자들에게 역사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는 단초가 되기를 바란다. - 책을 펴내며중에서

 

소비의 역사가 뒤늦게 시작된 데는 생산에 비해 소비를 폄하해온 학계의 통념 탓이 크다. 프랑스 경제학자 장바티스트 세가 1803년 출간한 정치경제학논고에서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세의 법칙을 주장한 이래 학계의 연구는 생산과 공급에만 집중해왔다. 카를 마르크스는 소비를 자본주의 생산과정에서 인간관계나 사회적 성격을 은폐해버리는 상품 물신숭배라고 불렀는가 하면, 잘 먹고 잘 입는 등의 욕구를 인간적 기능이 아닌, 동물적 기능이라고 비하했다. 막스 베버는 소비 행위가 사회적 지위 획득에 중요한 요소라고 지적한 바 있었지만, 프로테스탄트 윤리를 자본주의 발달의 추동력으로 보는 논리 안에서는 소비는 쾌락으로 간주되었고 결국 주변적 위치로 밀려났다. …… 1980년대가 되자 소비사는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다. 그 결과 2012년 영국의 역사학자 프랭크 트렌트만은 소비는 생산의 그림자에서 빠져나왔다. 소비하는 인간(homo consumens)이 만드는 인간(homo faber)을 대체했다고 선언하기에 이른다. - 서구 소비사의 현황과 전망중에서

 

2. 소비의 이면에 숨겨진 수많은 얼굴들

- ‘소비에 대한 통념을 벗어던지고 호모 콘수무스를 재발견하다

 

소비는 단순히 물건을 사고 쓰는 행위만을 가리키지 않는다. 물건에 대한 상상력과 관계 맺기, 이데올로기, 구별 짓기 같은 사회적 이미지나 상징 등 비물질적 요소를 포함하며, 소비를 촉진하는 다양한 장치들 즉, 판매나 마케팅, 광고 등을 포괄하기도 한다. 또한 오늘날의 소비는 소비자의 욕구와 쇼핑 행위, 소비 공간, 낭비와 재활용까지 그 스펙트럼이 매우 넓어졌다. 소비의 역사는 욕

 

망과 쾌락, 사치와 방탕이라는 도덕적 통념을 벗어나 소비가 포괄하는 다양한 요소와 함께 소비하는 인간의 역사를 살피고 있다.

근대 이후 현대 사회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기본적인 삶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준 발명품에서부터 옷과 화장품 같은 패션용품, 책과 같은 인쇄매체, 유럽 상류층의 사치품 등 문화적 삶을 이끌어온 각종 상품의 역사를 살피며, 자세한 사례를 통해 근대 소비혁명과 소비자의 탄생, 사치논쟁, 과시적 소비 등 소비를 둘러싼 개념과 논의들을 소개한다.

또한 온 동네를 돌아다닌 돌팔이 약장수부터 원조 화장품 아줌마 에이본 레이디의 방문판매, 최초로 대량판매와 할부제를 도입한 싱어사의 재봉틀, 소비 생활을 변화시킨 백화점과 쇼핑몰, 그리고 홈쇼핑까지 소비자를 유혹하는 판매 방식과 소비 공간의 기원과 변화를 추적한다. 더불어 백색신화를 전파한 비누, 제국주의적 편견이 담긴 트레이드 카드 등으로 상품에 담긴 식민성을, 노예제 폐지의 일환으로 일어난 설탕거부운동과 흑인들의 불매운동, 미국의 국산품애용운동을 통해 소비의 이면에 숨겨진 저항과 연대의 역사를 들여다본다. 그 외에도 수집 논쟁, 병적 도벽, 성형 소비, 노년층의 소비 문제 등 주변부에 놓인 소비 행위에 대해서도 살핀다.

이 책에서 다루는 주제들은 오늘날 소비에 대한 문제의식과 결코 동떨어져 있지 않다. 소비의 역사를 통해 오늘날 소비의 세계에 수동적으로 포섭된 현대인의 가면을 벗고 진정한 호모 콘수무스를 성찰할 수 있을 것이다.

 

1824년 포목상인 피에르 파리소가 상점을 열고 기성복을 팔기 시작했다. 폭넓은 고객층을 상대로 한곳에서 옷을 만들고 판매까지 하는 혁신적인 시스템이었다. …… 파리소가 창업한 기성복 상점은 곧 프랑스 곳곳에 분점을 내는 동시에 봉마르셰 등의 백화점에 입점하게 된다. 이런 남성용 기성복은 아주 최고급은 아닐지라도 그 이전까지 양복을 맞춰 입었던 계층과, 중고의류에 만족해야 했던 계층 모두를 고객으로 확보했다. 특히 기성복을 사 입음으로써 평생 처음으로 새 옷을 구매하게 된 사람들은 소비의 진정한 행복감을 맛보았다. 사실 이런 기성복은 상류사회 사람들의 복장을 저렴한 버전으로 모방한 것이었다. 이제 하급 공무원들, 다소 독립적인 소상인들, 자유업의 보조원들, 산업이나 상업 분야의 고용인들, 유복한 수공업자나 노동자들, 즉 중간계급에 속한 집단들이 대량으로 복제된 명품의 세계에 발을 내딛게 된 것이다.

- 양복의 탄생 - 부르주아 이데올로기와 기성복 산업의 출현중에서

 

흑인에 대한 인종주의는 검은빛에 대한 전통적인 편견에서 비롯되었다. 문명세계는 빛과 어둠이라는 이분법적 세계관을 토대로 구축되어왔으며, 어둠보다 빛을 중요시하는 사회에서는 검은색을 띤 것들을 차별하고 배제했다. …… 19세기 말부터 남부 아프리카에는 서구에서 생산된 다양한 비누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 20세기 전환기에 남부 아프리카에서 선교사의 가르침을 따라 열심히 세수를 했던 한 어린 학생이 그런데 선생님은 백인이고 우리는 아직도 흑인 이잖아요라고 불평했다는 기록이 있다. 그 학생은 매일 아침마다 깨끗이 씻으면 백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 에피소드가 황당하게 느껴지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위생과 미용 업계는 백색 신화를 상품화하고 있다.

- 검은 피부, 하얀 비누 - 백색 신화를 전파한 최초의 식민주의 상품중에서

 

싱어 재봉틀의 성공 요인은 무엇보다도 선구적으로 도입한 할부제에서 찾을 수 있다. 싱어사의 경영자였던 클라크는 1856년 공장용 재봉틀뿐 아니라 범용 재봉틀을 만들어 각 가정에 판매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 생각은 사실 현실성이 떨어졌는데, 왜냐하면 당시에는 재봉틀이 매우 값비싼 물건이었기 때문이다.

 

…… 따라서 중산층 이하의 가정에 재봉틀을 팔기 위해서는 획기적인 판매 방식이 필요했다. 클라크는 적은 금액을 착수금으로 받은 뒤 나머지 금액을 오랜 기간에 나눠 갚는 할부제도를 고안해냈다. 이것이 바로그 악명 높은 공격적 마케팅인 “1달러에 계약하고, 1주일에 1달러 내기플랜이었다.

- 최초로 대량판매된 가정용 기계 - 재봉틀의 성공 신화와 반대 논리중에서

에이본은 여러 가지 면에서 매우 독특한 회사였다. 무엇보다도 오늘날까지도 판매원과 고객의 95%가 여성이라는 사실이 그렇다. 여성이 돈을 벌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았던 19세기 말, 에이본사의 판매원 자리는 여성이 사업에 진입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회였다. …… 1954년 에이본사는 -, 에이본이 방문합니다(Ding-Dong, Avon Calling”라는 TV 광고를 내보냈다. 가위손 에드워드가 사는 성을 찾아간 페그가 문을 두드리며 하는 첫 마디가 바로 이 광고 문구다. 이 광고는 1967년까지 계속되었던 역사상 최장기 광고로, 최고 성공작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 화장품 아줌마의 원조, 에이본 레이디 - 경제활동과 소비의 여성 네트워크중에서

 

설탕거부운동은 노예제 폐지론자들이 소비자들에게 설탕, 인디고, , 면화 등 노예노동을 통해 생산된 상품들에 대한 거부를 촉구하면서 시작되었다. 특히 설탕의 경우 영국인의 일상에 밀착된 상품이어서 유달리 더 큰 논쟁에 휘말렸다. 설탕 교역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설탕이 감각적인 사치품이 아니라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품이라고 주장했다. 의사들은 설탕을 끊게 되면 건강에 큰 해를 불러올 것이라며 경고했다. 사실 이런 논의가 일견 자연스럽게 느껴질 만큼 당시 영국인은 설탕에 거의 중독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은 윌리엄 폭스의 팸플릿 때문에 뒤집히게 된다. 폭스는 설탕 소비를 경제적 차원에서뿐 아니라 윤리적 측면에서도 고려해봐야 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런 맥락에서 노예가 생산하는 설탕을 섭취하는 일을 인간을 잡아먹는 식인행위에 비유했던 것이다.

- 노예제 폐지와 설탕거부운동 - 윤리적 소비의 기원중에서

 

탐욕과 방탕이라고? 소비는 억울하다

소비 욕망으로 읽은 유럽 근현대사...설혜심 '소비의 역사'

 

미국 화장품회사 '에이본'의 창립 75주년 광고(1961). 방문 판매원인 '에이본 레이디'를 내세워 가정 주부에게 화장품을 팔았다. '소비자도 판매원도 여성'인 독특한 전략이 먹혀 에이본의 브랜드 가치는 한때 샤넬보다 높았다. 휴머니스트 제공

 

내가 소비하는 것이 나를 규정한다(I am what I consume). 철없는 욕망 덩어리 같은 말이 아니다.

 

소비, 즉 재화와 용역을 고르고 사고 쓰고 버리는 행위는 철저히 사회적이다. 젠더, 인종, 계층, 신분, 나이, 국적, 시대가 나의 소비를 좌우한다. 욕망도 한계도 결국 사회가 정해 주는 것이므로. 예컨대 샤넬 핸드백을 갖고 싶지만, 살 수 없다는 한 문장은 소비자인 나에 대한 많은 것을 알려준다.

 

연세대 설혜심 사학과 교수의 소비의 역사는 소비를 고리로 서구 근현대 이야기를 풀어낸다. 소비하는 인간(호모 콘수무스Homo Consumus)이 등장한, 산업화대량생산이 문을 연 소비의 시대. 소비는 탐욕, 방탕, 타락의 억울한 혐의를 썼다. 그러나 소비를 키워드로 역사와 사회를 내밀하게 들여다 볼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접근이다. 이야기꾼 저자답게 책의 어떤 페이지를 펼쳐도 흥미롭다.

 

프랑스혁명 이후 여성은 남성의 '과시적 소비 대리인'일 뿐, 주체적 소비를 하지 못했다. 우스꽝스러운 코르셋과 치마는 주류 남성 문화가 여성에게 강요한 복식이었다. 휴머니스트 제공

 

우선 소비 욕망의 이야기. 서구 제국주의는 백인처럼 하얘지고 싶다는 욕망을 아프리카에 심고 팔았다. 하얀 것은 곧 깨끗한 것이었다. 매개는 값싼 비누였다. “비누는 곧 문명”(생활용품 제조사 유니레버의 광고 카피)으로 불렸다. 제조사들은 비누로 열심히 씻으면 흑인도 하얘진다고 선전했다. 청결해야 아프리카인이 아프지 않고, 그래야 제국을 떠받치는 노동력을 지킬 수 있다는 검은 속내를 감춘 채. 화장품 회사들이 요즘도 미백 효과를 내세우는 걸 보면, 어리석은 백색 신화는 아직도 위력적이다.

 

신부의 웨딩드레스는 신랑의 턱시도보다 비싸다. 남성보다는 여성이 몸 치장에 공을 들인다. 여성은 태생적으로 사치의 동물일까. 300년 전 유럽에선 남성 복식이 여성보다 화려했다. 프랑스혁명을 계기로 검약과 절제가 정치적 의무가 되자, 남성은 여성을 과시적 소비 욕망을 투영하는 대리인으로 삼았다. 여성은 사회에서 배제된 채 코르셋으로 몸을 조이고 치렁치렁한 차림을 한 남성의 트로피가 됐다. 2017년의 여성이 예뻐야 한다는 강박을 벗지 못한 건, 여전히 비주류라는 의미다.

 

여성인 저자는 소비에서 이처럼 젠더 코드를 발견한다. 재봉틀은 여성의 가사 노동을 덜어 준 고마운 기계인가, 그렇다면 바느질은 여성이 하는 게 당연한 일인가. 재봉틀이 나왔을 때 노동은 남성의 전유물이었다. ‘여성이 복잡한 기계를 쓰는 건 자연 섭리에 어긋난다’ ‘여성이 다리를 가지런히 모으고 재봉틀 페달을 밟으면 생식기가 흥분한다같은 터무니 없는 주장으로 여성의 사용을 막았다. 19세기 말 재봉틀이 가정에 보급된 건 제조회사의 공격적 마케팅 덕분이었다. 그러나 해피 엔딩은 없었다. 여성 노동력이 한동안 가정에 묶이고 말았다.

 

아모레 아줌마의 미국 버전인 화장품회사 에이본의 방문판매원인 에이본 레이디’. 19세기에 등장한 이들은 여성도 경제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하지만 화장품은 여성들끼리 사고 팔고, 결국 여성의 대상화를 강화하는 물품일 뿐. 결과적으로 여성이 남성의 리그에 진입하는 장벽이 더 높아졌다. “생산과 진보를 중시하는 근대사회가 노인, 여성 등 사회적 약자를 임의로 규정하고 그들을 중심적 위치에서 소외시켰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흑인 노예노동으로 생산한 설탕을 거부하자는 내용의 풍자 삽화(1791). 휴머니스트 제공

 

소비가 종교가 된 시대, 욕망은 평등해졌지만 소비는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더 계급화했다. 소비는 사회적 연대를 희석시킨다”(사회학자 다니얼 부어스틴)는 지탄을 받았다. 저자는 반대로 소비의 연대 기능에 주목했다. 18세기 말 영국 소비자들은 흑인 노예노동으로 생산한 설탕을 거부했다. “설탕 1파운드를 소비할 때마다 사람의 살 2온스를 먹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당시 사회평론가의 말이다. 노예와 스스로를 동일시한 여성들이 윤리적 소비를 주도했다. 영국 전체 가구의 90%가 설탕 소비를 줄였고, 노예제 폐지 논란이 뜨거워졌다.

 

남북전쟁 이후 대량생산 시대를 맞은 미국 시장은 흑인의 소비력에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백인은 분리 평등 정책으로 소비 시장에서 흑인을 가혹하게 차별했다. 흑인은 옷을 훔치는 더러운 존재이므로 탈의실을 쓸 수 없었다. 1960년대 미시시피주의 흑인들은 백인 상점을 보이콧했다. “차별을 사지 말자!” “당신을 증오하는 이에게 돈을 주지 말자!” 백인 사회는 끝내 굴복했다. 흑인들은 구매력이 엄청난 무기임을 깨달았다.

 

소비자는 혼탁한 소비사회에서 자신의 역할을 증명하기 위해 투쟁할 줄 아는 존재다. 소비자는 오래 전부터 수동적인 돼지가 아닌 소비 주체로 역할 해왔다. 깨어 있는 소비자는 소비로부터 해방의 잠재력을 찾고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최근 생리대 위해성 논란에 대입해 보면, 소비자가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선명해진다. /한국 최문선 기자

 

물건 이야기 너무 늦기 전에 알아야 할 저자 애니 레너드|역자 김승진|김영사 |2011.05.06

원제 (The)story of stuff

 

저자 애니 레너드 Annie Leonard

바너드 대학과 코넬 대학교 대학원에서 도시계획과 환경학을 공부했다. 이후 세계반소각로연맹, 그린피스 등에서 일하면서 20년 이상 전 세계 각지를 누비며 물건과 소비, 환경의 영향에 대해 조사했다. 레너드는 필리핀, 과테말라, 방글라데시의 쓰레기장에서부터 도쿄, 방콕, 라스베가스의 쇼핑몰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를 다니며 면티셔츠, 노트북컴퓨터, 알루미늄캔 등이 무슨 원료로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지, 어떻게 유통되고 소비되는지, 버려진 후에는 어디로 가는지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날마다 쓰는 물건들의 일생을 좇아 추적했다. 그 내용으로 물질경제의 다섯 단계를 밝힌 20분짜리 다큐멘터리 영상 물건 이야기The Story of Stuff’를 만들었고, 전 세계에서 1,000만 명 이상이 이 다큐멘터리를 보고 충격에 휩싸였다. 동영상과 책은 학교와 교회, 각 단체에서 교육 자료로 활용되고 있으며, 사람들이 생각하는 방식과 삶의 방식을 변화시키고 있다. 2008환경의 정의를 다시 썼다는 찬사를 받으며 타임의 환경영웅으로 선정되었다. 현재 물건 이야기프로젝트를 이끌며, 활발한 기고 활동과 강연을 펼치고 있다. 웹사이트 www.storyofstuff.com

 

역자 김승진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아일보>에서 경제부와 국제부 기자를 지냈다. 옮긴 책으로 평전 커트 코베인, 헝그리 플래닛(공역), 낭비와 욕망, 하찮은 인간, 호모 라피엔스, 8시간 VS 6시간등이 있다.

 

목차

프롤로그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한계에 봉착하다

문제는 경제 성장이야, 멍청아

물건 이야기

용어에 대해

그림 기호에 대해

 

1. 추출

나무, 그들이 숲에 있어야 하는 이유

, 낭비되어서는 안 되는 필수 요소

광석, 미래 세대가 쓸 것을 남겨두기 위해

석유, 그것이 우리를 남겨놓고 사라지기 전에

자원 채굴을 다시 생각하기

불균등하게 돌아가는 이득

추출 방식과 과정 바꾸기

 

2. 생산

면티셔츠의 저렴한 가격에 숨겨진 진짜 비용

나무가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지기까지

컴퓨터가 좋아지는 만큼 환경은……

화를 돋우는 물건들

생산과 관련된 핵심 질문들

생산 현장의 노동자들

공장 입지 지역 공동체

우리를 지켜주(지못하)는 것들

늘 이랬던 것은 아니다

맨 처음에서 시작하기

 

3. 유통

공급망에서의 감량핑

트럭, 화물선, 비행기…… , 맙소사!

H&M의 티셔츠가 내 손에 들어오기까지

아마존 대 동네 서점

월마트와 '언제나 낮은 가격'의 진실

슈퍼스토어, 슈퍼악덕

규칙을 만드는 사람들

아이티에서 얻은 깨달음

지역적인 대안

 

4. 소비

신성한 쇼핑

더 많은 돈과 물건, 그러나 불행한 사람들

부유하지만 행복하지 않은 나라

이제는 지쳐버린 지구

소비자의 나라는 어떻게 건설되었는가?

시간이냐, 물건이냐

소비자 계금은 어떻게 형성되었는가?

업계의 두 가지 책략

나 자신이 될 자유

소비자로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소비자 자아와 시민 자아

시민 자아를 다시 활성화해야 하는 세 가지 이유

소비의 평등 실현하기

소비와 기후 그리고 평등

재분배와 존중

 

5. 폐기

산업 폐기물

도시 생활 폐기물

건축 폐기물

의료 폐기물

전자제품 폐기물

'멀리 보내기'의 허구

묻어서 멀리 보내기

태워서 멀리 보내기

매사추세츠주의 독성물질 저감법

해외로, 멀리 떨어진 곳으로

'멀리'는 없다

그리고 거기 재활용이 있다

쓰레기 제로

에필로그

패러다임의 전환

새로운 세계의 모습

변화와 의항

옮긴이의 글

부록

전망 있는 정책과 개혁과 법률의 사례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일들

PVC 제품의 유통업자, 제조업자, 로비스트에게 보내는 편지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물건이 생산되고 소비되어 쓰레기로 버려지기까지,

우리가 소유한 물건들이 담고 있는 진짜 이야기!

 

우리의 아이팟을 만드는 데 들어간 모든 자원과 사람의 노동 시간들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휴대전화에 대해서는? 컴퓨터는? 입고 있는 옷은? 물건이 생산되고 소비되어 쓰레기로 버려지기까지, 물건의 일생을 집요하게 추적한 20분짜리 동영상 물건 이야기The Story of Stuff’는 발표되자마자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져나가며 충격에 휩싸이게 만들었다. 경제붕괴, 인구폭발, 환경재앙보다 더 무섭고 더 파괴적인 진실이 물건의 이면에 숨어 있을 줄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동영상에서 다하지 못한 내용이 더욱 보강되어 같은 제목의 물건 이야기가 출간되었다. 전 세계에서 1,000만 명 이상이 본 동영상과 책은 학교·교회·각 단체에서 교육 자료로 활용되고 있으며, 삶의 방식을 변화시키고 있다. 이 책의 저자 애니 레너드는 환경의 정의를 다시 썼다라는 찬사를 받으며 타임지의 환경영웅으로 선정되었다.

 

레너드는 H&M 티셔츠에서부터 휴대 전화까지, 우리가 쓰고 버리는 모든 물건의 이야기를 추적하기 위해 20년 이상 전 세계 각지를 누비며 물건과 소비, 환경의 영향에 대해 조사했다. 필리핀, 과테말라, 방글라데시의 쓰레기장에서부터 도쿄, 방콕, 라스베가스의 쇼핑몰에 이르기까지 어디든 달려갔다. 면티셔츠, 노트북컴퓨터, 알루미늄캔 등이 무슨 원료로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지, 어떻게 유통되고 소비되는지, 버려진 후에는 어디로 가는지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날마다 쓰는 물건들의 일생을 좇아 집요하고도 치밀하게 추적했다. 물건의 생산과 소비, 폐기로 인해 우리가 치르고 있는 무서운 대가를 알게 되는 순간 경악하게 될 것이다. 더 늦기 전에, 모든 것을 잃어버리기 전에, 어떻게 쓸까보다 물건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알아야 한다!

 

20년간 전 세계의 쓰레기장, 광산, 공장, 농장 등을 찾아다니며

휴대전화부터 칫솔까지 모든 물건의 라이프사이클을 조사하여 마침내 밝혀낸 치명적 진실!

 

이 책은 물건이 유발하는 진정한 비용을 조목조목 파헤치며, 무엇이 인간을 맹목적 탐닉과 생태계 파괴로 몰아가는지를 정확히 꿰뚫고 있다! 세계 인구 5%가 세계 자원의 30%를 소비하고, 세계 폐기물의 30%를 내놓는다. 이렇게 가다간 공멸할 수 있음을 경고하는 이 책은 우리가 소유한 물건들이 담고 있는 진짜 이야기를 드러내준다. 왜 고장난 TV를 고치는 것보다 새로 사는 게 돈이 덜 드는가? 생산자들이 어떻게 소비자들로 하여금 구두부터 휴대전화까지 멀쩡한 물건들을 버리고 새로 사게 만드는가? 우리가 환호하는 저렴한 가격이 어떻게 아이티의 공장 노동자들과 콩고의 탄광 노동자들의 삶을 해치는가? 소비 주도적인 우리의 경제를 자원 추출에서 생산, 유통, 소비, 폐기에 이르는 다섯 단계를 따라 설명하면서, 그로 인해 일어날 두려운 결과와 치러야 할 대가를 생생하게 설명한다.

 

종이 1톤을 만드는 데 98톤의 각종 자원이 들어가고(추출), 티셔츠 한 장에 필요한 면화를 얻는 데 물 970리터가 들어가고(생산), 거대 화물선이 지구 반대편으로 턱없이 싸게 값이 매겨진 물건들을 운송하면서 내놓는 독성 폐기물은 바다를 오염시키고(유통), 11조 경제 규모에서 3분의 2가 소비재에 쓰이고(소비), 이 대부분의 물건이 매립장으로 가기까지(폐기). 단계별로 숨겨진 어마어마한 비용과 소비사회의 문제점을 하나하나 밝혀내며, 인간-경제-환경의 싸이클을 냉철히 분석한 통찰력이 빛난다.

 

팽창하는 경제 시스템을 한정된 지구가 계속 끌고 갈 수 있을까? 어떤 비용을 치르더라도 우리는 성장을 해야 할까? 이 책은 어떤 비용을 치르더라도 성장해야 한다는 논리로 돌아가는 경제 시스템이 우리 삶을 파괴하는 생산, 소비, 폐기의 사이클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환경과 경제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팽창하는 경제 시스템을 한정된 지구 안에서 무한히 끌고 갈 수는 없다. 이미 많은 측면에서 우리는 위험할 정도로 지구의 한계에 바짝 다가가 있다. 따라서 무한한 경제 성장은 불가능하다. 우리의 시스템은 위기에 처해 있다. 하지만 벗어날 길이 있다. 무자비한 자원의 추출과 과다소비가 일으키는 환경 파괴, 경제 위기, 질병을 멈출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이 책은 현재 우리의 소비문화가 초래한 거대한 위기에 대해 근본적이고 심각한 문제제기를 하면서도 낙관을 잃지 않는다.

 

멀쩡한 물건이 쌓이는 쓰레기산의 근원을 쫓아 마침내 알아낸 치명적인 진실은, 왜 인류가 자기 파괴적인 길을 가고 있는지를 낱낱이 보여준다. 그것을 바꾸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를 조목조목 밝힌 용기 있는 작업에 찬사를 보낸다. 눈이 번쩍 뜨이게 하는 설명과 핵심에 닿는 해결책으로 어른과 청소년들 모두에게 유익한 환경 교육서!” (워싱턴 포스트)

 

물건을 만들고 버리기까지 추출-생산-유통-소비-폐기의 다섯 단계를

긴박하고 노련한 필치로 심층 분석한 물질경제 이야기!

 

1.추출

*나무, 그들이 숲에 있어야 하는 이유!

연료용 나무를 제외하면, 나무로 만들어지는 제품 1위는 종이다. 단순해 보이는 종이가 삼림 황폐화를 일으키는 주요 생산품인 셈이다. 종이로 만드는 제품은 약 5,000가지나 된다. 평범한 사무용 또는 복사용 종이 1톤을 만들기 위해 어딘가의 숲에서 나무 2~3톤이 베어진다. 문제는 우리가 종이를 많이 사용할 뿐 아니라 많이 낭비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미국의 도시 생활 쓰레기 중 40퍼센트가량이 종이다. 이 종이들을 버리지 않고 재활용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종이를 새로 만들기 위해 더 많은 숲을 벨 필요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쓰레기도 40퍼센트 줄일 수 있고 말이다. 몰론 광고 우편물 같은 경우 애초에 종이를 쓰지 않는 것이 재활용보다 더 좋은 방법이다.

 

*금반지 하나에 들어가는 금을 채굴하는 과정에서 20톤의 유독한 광산 폐기물이 발생한다!

불행한 일은, 내 작은 반지에 쓰인 금이 어디에서 왔는지, 그것을 만드는 과정에서 누가 해를 입었는지 확실히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중고 장신구나 재활용된 금으로 만든 장신구를 사는 것, 혹은 금을 아예 사지 않는 것은 우리가 금광업이 야기하는 문제들을 심화시키지 않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친환경적이고, 광산 노동자들에게 해를 덜 끼치고, 채굴 지역 공동체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노 더티 골드No Dirty Gold" 운동을 알아보라.

 

*전쟁범죄에 이용되는 블러드 다이아몬드!

분쟁 광물은 귀한 광물이 폭력적인 분쟁을 야기하고, 그 광물에 대한 통제, 판매, 세금 부과, 보호에서 발생하는 이윤이 범죄적인 집단이나 잔인한 정권에 돈을 대거나 무기 구입 자금으로 사용되는 경우를 일컫는다. 이런 광물과 금속은 보통 억압적인 상황에서 채굴되며, 노동자들은 보수를 거의 또는 전혀 받지 못한다. ‘블러드 다이아몬드가 시에라리온 내전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를 통해서 많이 알려졌다. 시에라리온 내전 기간 동안 무장 저항세력은 다이아몬드 광산을 장악하고 시민들을 납치해서 다이아몬드를 캐게 한 뒤, 군대 유지 자금을 대고 수익을 얻기 위해 다이아몬드를 거래했다. 지난 20년간 다이아몬드를 비롯한 자연자원 거래가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전쟁범죄에 이용되어왔다. 우리가 분쟁과 내전에 돈줄 역할을 하게 되는 불상사를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다이아몬드를 사지 않는 것이다.

 

2.생산

*지구의 후생을 위해 지금 당장 사라져야 할 물건, 알루미늄캔과 PVC!

물건들 중에 생산 공정을 개선해서 될 일이 아니라 아예 만들지도 소비하지도 않는 것이 가장 나은 것이 있다. 바로 알루미늄캔과 PVC. 그 자체가 독성이 너무 강하고 낭비적이며 에너지를 많이 잡아먹기 때문이다. 알루미늄캔의 광물 자원인 보크사이트를 채굴하려면, 토착 주민과 동물들이 오랜 세월 살아온 터전을 잃고, 나무들이 베어져나간다. 게다가 알루미늄캔 하나를 만드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생산하려면 캔이 담을 수 있는 용량의 4분의 1만큼 휘발유가 필요하다. 알루미늄 제련에는 지구상의 다른 어떤 금속 가공 공정보다도 에너지가 많이 든다. 제련 공정에서 나오는 과플루오르화탄소는 가장 큰 피해를 야기할 수 있는 온실가스로, 이산화탄소보다 수천 배나 많은 열을 가둔다. 그러나 우리는 단 몇 분 만에 캔에 들어 있는 음료를 마시고 단 몇 초 만에 빈 캔을 버린다. PVC는 다양한 재질과 형태를 하고 모든 장소에 나타난다. 가짜 가죽 신발과 지갑, 방수 비옷과 장화, 광택 나는 턱받이와 앞치마와 식탁보와 쌰워커튼, 정원용 가구와 장화, 음식용기와 포장재뿐만 아니라 튜빙 같은 의료장비에도 쓰이고 바인더 같은 사무용품에도 쓰이며 아이들의 옷과 장난감에도 쓰인다. PVC의 생산 공정은 다아옥신을 포함해 많은 오염물질을 환경에 방출한다. 다이옥신은 사라지지 않고 환경에 잔류하는 물질이다. 상당한 거리를 이동하며 먹이사슬에 들어가 암을 유발하고 면역과 생식 시스템에 해를 끼친다.

 

3.유통

*제조사를 명령하고 지휘하는 대형 유통업체와 브랜드 기업!

나이키는 운동화를 만들지 않는다. 애플은 컴퓨터를 만들지 않는다. 갭은 옷을 만들지 않는다.

 

지난 20년간 다이아몬드를 비롯한 자연자원 거래가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전쟁범죄에 이용되어왔다. 우리가 분쟁과 내전에 돈줄 역할을 하게 되는 불상사를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다이아몬드를 사지 않는 것이다. ! 다이아몬드업계는 이 광석 조각을 사랑과 맹세와 부와 지위의 상징으로 끌어올리는 마케팅을 기가 막히게 잘 한다. 하지만 우리가 거기에 속아 넘어갈 필요는 없다. 사랑을 표현하는 데는 더 좋은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 그래도 광석 조각에 한달치 월급을 굳이 써야겠다면, 글로벌위트니스와 국제사면위원회가 만든 다이아몬드 구매 가이드를 참고하라. 여기에는 보석업자에게 확인해봐야 할 중요한 질문들이 담겨 있다. --- p.70

 

간단해 보이는 물건에도 정신을 쏙 빼놓을 만큼 많은 재료?기계?부산물이 있으며, 그 생산 과정은 환경과 인간의 건강에 해를 끼친다. 그러니 집이나 자동차를 만들 때는 어떻겠는가? 그래서 나는 무언가를 사기 전에 스스로에게 질문해보는 습관을 들였다. 이 물건에 필요한 자원을 추출하고 물건을 생산하는 데 들어간 모든 노력, 그리고 물건값을 버느라 내가 일해야 하는 시간, 이것들을 다들일 만큼 그 물건이 가치가 있는가? 사지 않고 친구에게 빌릴 수는 없는가? --- p.140

우리가 구입하는 물건의 제조사대부분이 실제로는 아무것도 직접 만들지 않고, 다른 업체들이 만든 것을 사다가 자사 브랜드를 붙여 판다. 나이키는 운동화를 만들지 않는다. 애플은 컴퓨터를 만들지 않는다. 갭은 옷을 만들지 않는다. 이 회사들은 운동화와 컴퓨터와 옷을, 그리고 그것들을 조립할 부품을 전세계의 여러 공장에서 사온다. 경쟁관계에 있는 브랜드들의 제품이 같은 공장에서 제조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 물건들은 나중에 라벨이 붙고 나서야 서로 다른 브랜드의 제품으로 구별된다. 나이키, 애플, 갭 같은 회사들이 만드는 것은 브랜드이며 소핑객들이 구매하는 것도 브랜드다. --- p.199

 

우리는 일하고-TV 보고-돈 쓰는쳇바퀴에 갇혀 있다. 직장에서 지쳐 떨어질 때까지 일하고 돌아와서는 TV 앞에 널브러진다. TV는 우리에게 쇼핑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주는 광고를 쏟아낸다. 그러면 우리는 쇼핑을 한다. 그러고는 돈을 지불하려면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래서 다시 직장에서 지치도록 일하고이런 순환이 계속된다. 그래서 우리가 가진 것은? 괴물 같은 집, 커다란 차, 점점 부실해져가는 육체적?정신적?환경적 건강, 그리고 많은 쓰레기와 이산화탄소. --- p.281

 

모든 쓰레기는 각각 광산에서의 추출, 삼림이나 농장에서의 수확, 공장에서의 생산, 공급망을 따라 이동하는 기나긴 여정 등을 아우르는 긴 역사를 갖고 있다. 추출과 생산과 유통에 그렇게 많은 노력을 들여놓고는 그 자원들을 땅에 파묻다니,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일인가! 다시 한 번 말하겠다. 이 지구상에 있는 자원의 양은 유한하다. 우리는 그것을 다 써가고 있다. 땅속에 자원을 파묻어버리는 것은 아주 멍청한 짓이다. --- p.367

 

   


* 돈은 왜 마약이면서 삶의 수단인가

* 우리는 왜 돈이 파기되는 것을 끔찍이 싫어하는가

* 우리는 왜 죽음 앞에서도 돈에 집착하는가

* 신용카드보다 왜 현금으로 결제하는 것이 좋은가

* 행복한 인생을 원한다면 물건이 아닌 경험을 소비하라

 

CHAPTER 01 돈과 우리의 관계는 어디에서 시작하는가

뇌가 바라보는 돈 | 아이들의 경제관념 | 돈을 쌓아 올리는 기쁨 | 아이의 경제관념은 부모

의 소비 생활에서 온다 | 용돈의 힘 | 죽음을 방지하는 돈

 

CHAPTER 02 돈의 형태에 집착하는 이유

주머니 속의 돈 | 새로운 화폐는 할머니만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 아니다 | 모노폴리 게임 속 화폐 | 현금으로 계산하시겠습니까, 카드로 계산하시겠습니까

 

CHAPTER 03 물건이 비쌀수록 소소한 돈은 신경 쓰이지 않는다

모든 상황은 상대적이다 | 마음속 계좌 | 마음속 계좌 해지

 

CHAPTER 04 돈을 못 버는 것보다 잃는 게 더 싫다

원숭이의 거래 | 복권을 사고 후회하지 않는 법 | 소유의 힘

 

CHAPTER 05 그 가격이 맞아?

가짜에 속는 이유 | 비싼 에너지 음료가 집중력을 더 높인다 | 대놓고 돈을 원하지 말라 |

가격과 타협하면 안 되는 이유 | 괴로운 가격 결정 | 내 생일 선물을 사러 간 남편이 자신의

가죽 재킷을 산 이유 | 마음속 준거가격 | 닻을 내리다: 잘못된 가격 결정 | 닻의 통제: 가격

을 지배하는 법

CHAPTER 06 뇌물이라 해도 좋고 인센티브라 해도 좋다

막차 타러 뛰어가는 사람들 | 학업 성취도와 인센티브 | 헌혈과 인센티브 | 금전 인센티브

로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 마약 중독에서 벗어나는 방법 | 가짜 중독자

 

CHAPTER 07 칭찬이 돈보다 더 낫다

내재적 동기를 잃지 않는 법 | 칭찬의 힘 | 호의에 돈으로 보상하지 말라 | 큰돈이 주는 큰 압박감 | 돈이 불러온 이기주의

 

CHAPTER 08 돈이 많은 사람에게 돈이 동기부여가 될까

 

CHAPTER 09 가지면 가질수록 더 갖고 싶은 돈

지나치게 아끼는 사람과 씀씀이가 헤픈 사람 | 복권에 당첨되면 행복할까 | 행복의 역설 |

좋은 물질주의와 나쁜 물질주의

 

CHAPTER 10 가난한 사람을 혐오하는 사람들

가난한 사람을 향한 경멸 | 돈 걱정이 어떻게 지능을 낮출까 | 빚지기 싫어도 대출받는 이유|

정신적 빈곤의 함정 | 가난한 이유는 멍청하기 때문일까

 

CHAPTER 11 돈에 대한 거짓말은 용서할 수 있다

이기적인 것일까, 자족적인 것일까 | 부자와 아이 먼저: 부자라면 타이태닉호에서 구조되었을 것이다 | 결과를 신중하게 판단하자 | 부자는 보통 사람보다 비열할까 | 비행기 일등석 | 부러움을 버리다 | 거짓말과 손 씻기 | 심리학자가 경제학자보다 착한 이유 | 도박에 미친 사람

 

CHAPTER 12 세금 납부도 생각보다 즐겁다

난 정말 아낌없이 기부하는 사람이야 | 이타주의의 변질 | 세금 납부도 생각보다 즐거운 일이 될 수 있다 | 부자는 때로 통이 크다 | 비범한 이타주의

 

CHAPTER 13 절약하는 사람이 부자가 된다

돈은 대체물일까 | 시간의 절약 | 저축을 늘리고 싶다면 | 유혹에 저항하기 | 저금통에 저금하는 기쁨

 

CHAPTER 14 행복해지고 싶다면 경험을 소비하라

똑똑한 소비 | 비용은 잊어라 | 절약의 즐거움 그리고 소소한 기분 전환

 

CHAPTER 15 돈에 관한 안내서

 

감사의 글

 

돈은 왜 우리에게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것인가

 

우리는 돈을 많이 가지고 싶어 한다. 그래서 부동산과 주식에 투자하며 돈을 굴린다. 이러한 심리는 경제를 움직이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는 돈을 잘 모른다. 결국 생각 없이 돈을 흥청망청 쓰거나 빚더미에 앉아 나중에 후회한다. , 우리는 돈의 기능에 있는 심리적 요소를 간과하는 것이다.

 

우리는 돈을 상징적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도구로 사용할 수 있다. 또 이 연구는 우리가 돈을 바라보거나 만지거나, 아니면 생각만 하더라도 강한 감정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돈이 불러일으키는 감정은 앞으로 여러 차례 다룰 예정이다. 돈에 대한 좋은 감정도 있고, 나쁜 감정도 있다. 그리고 이상하게 느끼기도 한다. 이런 감정을 알기 전에 돈과 우리의 관계가 어디서부터 시작하는지 우리 어린 시절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p.25

 

한때 돈은 실질적 가치를 가졌다. 물리적 형태인 주화, 그 자체로 가치가 있었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모두가 알듯이 돈의 내재 가치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돈은 축적한 가치를 상징한다. 돈의 가치는 내재 가치를 지닌 물건과 교환할 수 있다는 사실에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돈의 형태에 강한 집착을 보이고, 민감하게 반응하며, 때로 돈의 형태가 변하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돈의 다양한 모습이 우리를 매혹하고, 사람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발휘하는 사실은 새삼스럽지 않다. 앞으로 살펴볼 내용에서 우리는 돈의 형태에 따라 같은 금액을 다르게 생각하기도 한다.--- pp. 43~47

 

이미 가진 소유물에 매달리는 본능은 유인원만큼 사람에게도 강하게 나타난다. 하지만 돈은 소유물에 집착하는 마음에서 벗어나도록 해준다. 돈에 대한 집착이 강하면 돈을 더 벌 수 있을 때 소유물을 포기한다. 그러나 알다시피 돈이 목적이 아닌 사람은 의외로 많다. 이 사람들은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때도 소유물을 절대 놓지 않는다. 가끔 돈이 경제 흐름에 제동을 걸어 제 역할을 다 하지 못할 때도 있지만 교환을 용이하게 하며 경제를 돌리는 것은 사실이다. 그 비결은 가격을 적절하게 설정하는 것이다. 다음 장에서 가격에 대해 알아보자.

구매량이 많든 적든 우리는 매일 가격을 판단한다. 당신은 합당한 가격을 판단하는 일이 간단하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런데 사실 이 판단은 꽤 까다롭다. 사람이 가격에 쉽게 속아 넘어가기도, 때로는 마음이 농간을 부리기도 한다. 특히 가격이 고정되지 않은 상품에서는 돈을 지배하는 마음을 사용하기가 매우 어렵다.--- pp. 92~95

 

그렇지만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상황에 따라 다른 문제이다. 마이크는 의심할 바 없이 갈망하던 안정감과 자유를 가진 지금이 예전보다 더 행복하다. 돈을 벌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해냈다. 하지만 돈을 더 적게 버는 다른 직업을 가진 삶도 만족했을 것이다. 어느 쪽이 더 행복한지 우리는 결코 알 수 없다. 마이크보다 훨씬 재산이 적어도 행복한 사람이 있다. 돈을 더 많이 가지면 더 행복할 수 있지만, 꼭 그렇다고 장담할 수 없다.--- p.204

 

미국의 한 연구자는 작은 물건을 사면 일시적으로 기분이 좋아진다는 사실을 밝혔다. 사람은 우울할 때 자신을 위한 작은 선물은 산다. 쇼핑센터에서 진행한 연구를 보면 사람은 때로 전략적으로 돈을 쓴다. 쇼핑으로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일시적 현상이라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물건을 사는 것이다. 기업에서는 교묘한 마케팅으로 소비자의 불안감과 우울함을 이용하려 한다. 그래서 물건을 사면 삶이 바뀐다며 설득하려 하지만 사실 소비자는 대부분 믿지 않는다.

모든 돈에는 선을 행하는 힘이 있다. 우리에게 돈을 지배하는 마음이 있다면 돈은 우리의 삶과 타인의 삶까지 더 나아지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세상에 돈이 넘쳐나고 돈이 곧 힘이라고 해서 돈이 우리를 완전히 바꿔놓을 수는 없다. 우리는 원하는 만큼만 소비하고, 기부하며, 돈을 벌고, 저축할 수 있다. 그리고 돈은 우리가 어떻게 쓸지 알고 있을 때에만 만족스런 삶의 도구가 된다. 우리는 돈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돈을 지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 pp. 308~3 


우리를 중독시키는 것들에 대하여 , , 상자에 담긴 쾌락 저자 게리 S. 크로스, 로버트 N. 프록터|역자 김승진|동녘 |2016.06.15

원제 Packaged Pleasures

 

중독을 만드는 소비주의와 포장 산업의 진실

커피 중독, 담배 중독, 콜라 중독, 초콜릿 중독. 그런데 이 중독의 원인이 과연 무엇일까?

 

저자 게리 S. 크로스GARY S. CROSS1946년 미국에서 태어나 1977년 위스콘신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과 서유럽을 중심으로 현대 소비사회의 역사, 그 가운데서도 특히 아이들, 청소년들과 관련된 소비문화의 형성 과정을 꾸준히 연구해왔다. 현재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 현대사학과 석좌교수다. 지은 책으로 소비의 세기: 현대 미국에서 상업주의는 왜 승리했는가, 흥겨운 군중: 20세기 쾌락의 장소들(공저) 등이 있다.

 

저자 : 로버트 N. 프록터

저자 로버트 N. 프록터ROBERT N. PROCTOR1954년 미국에서 태어나 1984년 하버드 대학교에서 과학사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 교수로 과학사를 가르치던 시절, 스무 살 때 캠퍼스에서 만난 아내와 함께 9년간 문화 프로그램 내의 과학, 의약, 기술에 대해 연구해, 역사학자로는 최초로 담배 산업에 맞서는 연구 결과물을 내놓았다. 새로운 뉴스거리는 넘쳐나지만 진짜 정보가 없는 오늘날의 미디어 상황을 아그노톨로지(AGNOTOLOGY)’라고 명명하며 신조어를 만들어낸 이력도 있다. 현재 스탠퍼드 대학교의 과학사학과 교수다. 지은 책으로 인종적 위생, 가치중립적인 과학?등이 있다.

 

역자 김승진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아일보에서 경제부와 국제부 기자로 일했다. 이후 환경 불평등과 국제 거버넌스를 주제로 시카고 대학교 사회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낭비와 욕망, 플라스틱 사회, 큐브, 칸막이 사무실의 은밀한 역사, 가짜 여명등이 있으며 함께 옮긴 책으로 헝그리 플래닛, 칼로리 플래닛등이 있다.

 

목차

1장 당근과 초코바

 

2장 문명을 담고, 순간을 보존하고, 모든 것을 튜브에 밀어 넣다

 그릇에 담긴 문명

 튜브 속으로 들어간 희열

 통조림, 우유 팩, 콜라 병의 등장

 종이튜브와 플라스틱 튜브

 상표 붙이기와 포장 판매하기

 회의주의자들 설득하기

 포장된 쾌락의 도약

 

3장 종이담배 이야기

 쿠바 온라데즈 담배 공장의 수시니 기계

 기계화와 매스 마케팅

 종이 이야기

 다시 궐련 이야기

 완벽한 쾌락을 위한 완벽한 유형

 

4장 슈퍼푸드 이야기: 단맛 중독의 기원과 역사

 설탕

 포장된 단 것

 초콜릿의 유혹

 아이스크림의 발명

 차가운 탄산수

 정크푸드로서의 슈퍼푸드

 

5장 포장된 소리: 축음기와 레코드의 탄생

 편리한 사무용품, 녹음기의 탄생

 말하는 기계, 재발명되다

 포장된 소리 판매하기

 대중의 취향을 겨냥한 에디슨 레코드

 고급 음악을 선도한 빅터 레코드

 포착된 소리의 모순

 사로잡힌 목소리

 

6장 포장된 광경: 프로젝션, 스냅사진, 영화

 더 많이, 더 오래, 언제든지 보기

 사진의 기원

 영화관으로

 1907년 이후의 영화

 포장된 방식으로 보기

 

7장 포장된 환상: 기계화된 서커스, 전자화된 극장, 상업화된 볼거리의 공간, 놀이공원

 장터와 축제

 유원지와 놀이공원

 세계 박람회와 미드웨이

 놀이 포장하기

 짜릿한 놀이기구들

 장소화된 쾌락

 기계화되고 입장료가 붙은 전자 사투르날리아

 

8장 가속화된 쾌락과 계량된 삶: 빨리감기로 보는 지난 세기

 슈퍼사이즈 소다와 넘쳐나는 쇼핑 수레

 LP에서 MP3까지, 들고 다니며 언제나 자유롭게 듣는 소리

 점점 더 빠르게 돌아가는 영상

 새로운 테마 파크와 스릴 기계

 

9장 사시사철 새빨간 산딸기를?

 포장을 막기 위한 과거의 노력들

 무엇을 되돌릴 것인가

 

 / 그림출처 /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허쉬 초콜릿, 다이하드와 사랑에 빠진 사람들.

그들의 중독이 순전히 그들 개인의 취향에서 비롯된 것이라 말할 수 있을까?

소비지상주의와 소비 기술의 야심찬 연대기를 담은 이 책이

당신을 그 이면의 진실로 안내할 것이다.

미국 과학 잡지 디스커버

 

초코바에서 담배까지, 레코드판에서 롤러코스터까지

: 인간의 감각과 욕망을 변화시킨 포장된 상품들의 세계!

 

오늘날 대다수의 사람들은 중독된 채 살고 있다. 커피 중독, 담배 중독, 콜라 중독, 초콜릿 중독. 그런데 이 중독의 원인이 과연 무엇일까? 이제껏 대다수의 사람들은 중독의 원인을 개인에게서 찾았다. 무절제와 탐욕이 가장 큰 원인이라며 개인을 질책했다. 기계화와 대량생산, 자본의 힘을 이유로 드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의 두 지은이는 우리 욕망을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로 바꿔버린 거대한 변화가 있었고, 그 변화가 우리 모두를 소비 중독에 빠지게 했다고 주장한다. 그 변화를 이들은 포장된 쾌락의 혁명으로 명명했다.

 

실제로 19세기 말에 벌어진 테크놀로지 혁명은 인간의 소비 패턴과 감각을 완전히 바꾸었다. 과거에 인간은 달콤함이라는 감각을 얻기 위해 단맛 나는 재료를 찾아 자연을 배회했지만, 이제는 언제 어디서나 포장만 벗기면 극도의 단맛을 즐길 수 있다. 불과 10~20년 사이에 맛있다, 달다, 밝다, 환상적이다, 시끄럽다, 향기롭다는 말의 의미는 혁명적으로 변했다. 이제 우리 미각은 웬만큼 달콤한 것에는 반응조차하지 않으며, 시각도 웬만큼 화려하고 반짝이는 것에는 잠깐의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감각을 자극하는 볼거리, 먹을거리, 들을거리, 즐길거리는 점점 더 화려하게 포장되고 있고 그러면서도 가격은 저렴해져 누구라도 돈만 내면 언제 어디서든 경험할 수 있다. 우리 감각은 이렇게 매일 조금씩 더 상품화되어가고 있다.

 

이 책의 두 지은이는 바로 이 세계를 탐구한다. 평범한 욕망을 주체할 수 없는 열망으로 바꿔버린 포장 기술과 마케팅의 세계. 이들의 이야기를 따라 누가 언제 어떻게 왜 그 수많은 것들을 병, , 상자 속으로 집어넣었는지를 파헤쳐보자.

 

중독성을 제조하는 이들

: 전 세계 담배 업계를 뒤흔든 과학사학자, 담배 산업의 진실을 밝혀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 2014년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흡연피해소송을 제기하고 지금까지도 지난한 싸움을 계속해오고 있다. 얼마 전에는 담뱃갑에 넣는 경고 그림의 위치를 두고 뜨거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들은 소송을 시작하기 한 달 전 담배규제와 법에 관한 심포지엄을 열고 담배소송 전문가로 꼽히는 세계의 석학들을 초대했는데, 그 가운데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이가 바로 이 책의 지은이 로버트 N. 프록터였다. 프록터는 하버드 대학교에서 과학사 연구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80건이 넘는 흡연피해소송에서 전문가로 증언했다. 2014년에는 오랫동안 담배를 피우다가 폐암으로 숨진 남성의 부인에게 담배 제조업체가 손해배상금 173억과 24조원에 달하는 거액의 징벌적 배상금을 함께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을 이끌어내 이목을 끌기도 했다. 그는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 교수로 있던 시절 무려 9년을 한 연구에 집중했고, 결국 전 세계 담배 산업을 흔드는 연구 결과물을 내놓았다. 이 책의 3종이담배 이야기에는 인고의 시간을 거쳐 나온 그의 연구 결과가 고스란히 소개되어 있다.

 

가령 과거 미국 원주민들이 피우던 담배는 중독성이 크지 않고 폐암을 유발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19세기 담배 회사들은 담배를 중독성 있는 기호품으로 만들어 판매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을 세웠고, 그렇게 역사상 가장 해로운 담배, 오늘날의 지궐련이 탄생했다. 속담배로 담배를 피우는 방식은 그 옛날 담배를 처음 태우던 사람들이 만든 방식이 아니라 담배 회사들이 담배를 속담배로 피우지 않으면 만족스럽지 않게 만들면서 생겨난 방식이다. 담배는 속담배로 피울 때 중독성이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담배 회사를 비롯해 당시의 거의 모든 제조업체들은 제품이 아니라 중독성을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만든 중독성이 소비의 패턴을 완전히 바꾸었다.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19세기 쾌락 제조업체들의

파란만장한 성장 과정과 숨겨진 역사 이야기

 

이 책은 수많은 익숙한 제품들의 탄생기를 담고 있다. 카카오나무에서 난 쓴 열매가 달콤한 허쉬 초콜릿이 되기까지, 의례 때나 가끔 피울 수 있었던 담배가 종이에 포장되고 담뱃갑에 담겨 특정한 이미지를 갖게 되기까지, 도축장 부산물에서 나오는 젤라틴이 젤로라는 전에 없던 상품이 되기까지, 목소리를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에서 축음기가 발명되고, 거듭된 발전을 거쳐 오늘날 MP3 플레이어가 출시되기까지의 이야기 등 익숙한 것들이 어떤 기술발전과 마케팅을 거쳐 지금 우리 곁에 오게 됐는지를 다양하게 소개한다. 오랜 시간 수집한 귀한 자료들을 하나씩, 마치 이야기하듯 설명하는 이들의 목소리는 독자들에게 색다른 즐거움도 선사한다. 코카콜라, 네슬레, 필립모리스, 맥도널드, 코닥 등 다국적 기업들의 성장 과정과 이면에 감춰져 있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것은 이 책을 읽으며 얻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즐거움일 것이다

 

무언가를 용기에 담는 신기술이 생겨나면서 탄생한 새로운 종류의 기계들은 역사상 처음으로 꽤 값이 싸고 저장과 휴대가 쉬운 물건들을 대거 쏟아내 새로운 감각을 평민에게까지 가져다주었다. 통조림이나 병조림된 음식은 계절의 변화를 무시하고 과일과 야채를 연중 소비할 수 있게 했다. 어느 신문 가판대나 가게에서도 구할 수 있는 초코바는 산딸기나 벌집을 발견해야만 얻을 수 있었던 드문 경험을 대체했다. 옛날에도 담뱃대로 담배를 피우고 통에 든 미지근한 맥주를 마시기는 했지만, 19세기 말에는 종이담배의 치명적인 편리함과 차가운 음료의 신선한 청량감이 대중에게 확산됐다. 감각의 강도와 범위에 이렇듯 대대적인 변화가 일어나면서, 예전에 존재했던 욕망과 희소성의 길항 관계는 완전히 교란됐다. ---1| 당근과 초코바중에서

 

어느 회사 제품이건 담배는 사실상 대동소이하므로, 담뱃갑에 그려진 디자인과 슬로건이 없으면 브랜드 구별이 불가능하다. 게다가 담배 자체도 속성이 고정적이지 않아서 어떤 상징과도 충분히 결부될 수 있다. 담배는 남성적이기도 하고 여성적이기도 하며 섹시하기도 하고 섬세하기도 하다. 물론 이런 이미지를 가질 수 있게 된 것은 다 광고 회사들 덕분이다. 말보로는 내재적으로 카우보이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며 버지니아 슬림에도 내재적으로 여성스러운 특성이 있는 것이 아니다. 사실 말보로는 1955년까지만 해도 여성들의 담배였다. ---3| 종이담배 이야기중에서

 

그리스의 바쿠스 축제, 로마의 사투르날리아(농신제), 중세 유럽의 마르디 그라(재의 수요일 전에 열리는 사육제) 등의 축제 문화는 20세기 초 산업 시대 도시에서도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놀이공원을 통해 재현됐다. 하지만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 ‘현대의 사투르날리아에는 전통적인 축제에서 볼 수 있었던 공격적인 게임과 권위에 대한 우롱 대신, 기계가 주는 짜릿함과 현대적 기계에 대한 유쾌한 찬양(그리고 기계에 기꺼이 속아 넘어가는 자기 우롱)이 들어섰다는 거다. 또 전통적인 카니발에서는 축제적 요소를 주기적으로만 접할 수 있었지만, 놀이공원은 이전 시대의 광경, 소리, 냄새, 움직임, 군중의 강렬함을 새로운 유형의 감각적 상품으로 응축해 제공하면서, 동시에 최신 유행과 뉴스에 기반을 둔 각종 자극들까지 연중 접할 수 있게 했다. ---7| 포장된 환상: 기계화된 서커스, 전자화된 극장, 상업화된 볼거리의 공간, 놀이공원중에서

 

한때는 쾌락이 희소한 것이었고, 대개 사회적인 성격을 띠었으며, 심지어 공짜였지만, 기계화와 매스 마케팅을 거치면서 상품화되고, 대량생산되고, 개인 용량 단위로 판촉되고, 개인적 차원에서 소비되는 것으로 바뀌었다. 우리가 구매하는 물건은 우리 정체성의 일부가 돼, 우리가 타인과 자신을 구분하는 방식과 타인과 소통하는 방식을 재구성했다. 나아가 소비사회는 우리의 감각 경험도 변모시켰다. ---8| 가속화된 쾌락과 계량된 삶: 빨리감기로 보는 지난 세기중에서


Wayfaring Stranger - Eva Cassi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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