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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이전 흔적

성지곡수원지에서(어린이대공원:2009.6.18)

by 이성근 2017. 6. 23.


일요일 막내와 번개 나들이를 했다.  점심 지나  심심한지 또 기차를 타러 가자고 하길레  그러자구나 하고 나선 길이었다. 부전역으로 가기 위해 버스를 탔다.  송정해수욕장에 갈 요량으로... 다른 교통 수단은  휴일인 점을 감안할 때 돌아오는 길이 피곤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송정을 택했다.   그때가 오후 2시 반경, 급히 서두르다보니 열차시간표를 챙기지 못했다.  하지만 가면 차는 있으리라 ...

우리 부자가 원했던 송정행 기차는 없었다.  있기는 하되 5시 50분 발 무궁화 열차였다.  참고로 부전역에서 송정행은 06:30 무궁화 / 06:55 무궁화/ 09:40 무궁화 /10:20 무궁화 / 12:10 무궁화와 함께 18:45 무궁화 열차가 있다.  그렇다고 기장이나 좌천, 월내를 가기도 마뜩찮고, 하다못해 경전선을 이용한 원동(06:50 / 10:00 / 13:00 / 18:17 / 20:15)도 시간이 맞지 않아  결국은 다음을 기약하면서 인근 성지곡수원지로 방향을 바꾸게 되었다.    


막내는 쉽게 수긍했고,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택시를 이용해서 이동했다.    하긴 막내로서는 어딜가도 괞찮았을 것이다.  이미 원하는 바, 예컨데 출발전  마트에 들러 과자며 이것 저것 군것질 거리를 확보한데다, 성지곡에 가서 고기를 잡자는 말에 혹했기 때문이

다.                                                                                                                                                 

 

성지곡 수원지는 작년 여름, 문화재청에 의해 등록문화재 제376호로 지정되었다.  이 수원지는 동천의 발원지로 개항 이후 1909년 부산 거주 일본인들의 식수를 공급하기 위해 건설되었으며 국내 최초의 콘크리트 중력식 댐이다.  '성지곡'이란 이름은 신라시대 유명한 풍수지리 지관인 성지라는 사람이 발견한 명당이라 해서 붙은 이름이라 전하고 있다.  

 계곡의 물은 백양산 골짜기에서 흘러 내려 저수지에 모인 다음 여수로를 통해  동천으로 흘러 간다. 

막내가 금방 반응을 보였다.  주변에 아이들이 저마다 종이컵이며 생수병에다  뭔가를 잡는다고 부산했기 때문이다.  

 도룡뇽이었다.  크기는 2.5~3cm 가량 되었는데,  꽤나 많이 살고 있었다.    

 막내도 동참했다.  하지만 번번히 놓쳤다.  어쩔수 없이 개입하여.  몇 마리를 잡아다 생수병에 넣어 주니 그렇게 좋아한다.  더하여 물밑 낙엽 아래 죽은듯 웅크리고 있던 잠자리 유충도 잡아 주었다.  사실 집에서 도룡뇽을 키우고 있는데 먹이가 부족해서 먹이될 만한 것을 찾고자 했는데 ... 더 잡자고 하는 아이를 꼬드겨 수원지로 향한다. 이전에 상류 수원지로 유입되는 계곡 하단부에서 밀어를 잡아다 키운 적이 있기에 ... 그 말에 막내는 아쉬운 듯 일어섰다.  

대한제국 마지막 연호다.  순종의 즉위(1907년)와 함께 사용한 연호로서 융희( 熙 )3년이라 함은 1910년을 말하며,  헤이그 밀사사건 이후 고종이 일제에 의해 강제 퇴위당하고 순종이 왕위에 올랐는데, 내각총리대신 이완용(李完用)이 새 연호로 융희와 태시(太始)를 놓고 내각에서 의논한 뒤 융희로 결정하여 1907년 8월 12일에 공포했다.  하지만 한일합방으로 기록된 경술국치에 폐지되었다.

우리의 아픈 근대사의 한 장면을 여기서 확인한다.   참고로 고종 시대에는   조선의 자주성을 더 높이기 위해 건양(建陽)이라는 연호를 사용하다가 대한제국의 선포와 더불어 광무(光武)라는 연호를 사용하였다.

 수원지는 1907년 일본인들에 의해 착공되어 1909년 9월에 완공됐는데, 제방 높이는 27m, 길이 112m,  수심 22.5m, 저장량 약 61만 톤으로  1972년 낙동강 상수도 취수공사가 완공되기 전 까지 상수공급 기능을 수행했다.  건설에 따른 비용은 대한제국 정부와 일본거류민단이 공사비 공동부담과 공동경영 계약을 체결하고 건설했다.  아주 최근에는 동천의 복원에 따른 유지용수확보와 관련 댐을 증고하는 논의가 있기도 했지만  부산시가 해수도입을 결정하는  바람에 무위로 끝나고 말았다. 

            

 행락객들이 다리 아래 비단잉어며 이스라엘 잉어인 향어들이 무리지어 노는 광경을 신기한듯  구경하고 있다.  막내도 마찮가지다.

 한편으론  사람들이 참 목말라 있구나 하는 생각 또한 지울 수 없었다.  그러니까 살아서 움직이는 생물체가 새 아니고는 평소에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자연으로부터 멀어졌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때문에 왜래종  '붉은귀거북'도  성지곡수원지에서는  호기심의 대상이 되었다.  

막내가 새우깡을 던져 준다.  원래는 송정가서 갈매기들에게 줄 것인데... 잉어들이 대신 한다.  던지는 족 어른 팔뚝 보다 큰 잉어들이 넙죽넙죽 삼킨다.  그게 신기허고 재미있는지 사람들은 웅성웅성 .   

 건너편 산속 밤나무가 꽃을 부옇게 피웠다.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벚꽃이 산빛을 내어주고 있었다.

 현재 이곳은 부산시 시설관리공단에서 관리를 하고 있다.  나무 한 그루에 쏟는 정성이 대단하다.  이렇게 가꾸고 보호하면서 일단 개발이 이루어지면 순식간에 사라지는 숲이 어디 한 두 곳이든가.  

 수면에 고니 한마리가 보인다.  가짜 모형이다.  현재 성지곡수원지에는 사육 청둥오리 대여섯 마리와 거위 서 너 마리가 살고 있다. 앞전에 방문했을 때는 논병아리도  한 마리 보였드랬다.  아마도 흰뺨검둥오리며 다른 종들도 볼 수 있겠지만 저 놀이시설에서 퍼져 나오는 소음, 소음이 아니라 지축을 흔드는 괭음이 새들의 방문을 방해하리라 판단한다.   숲과 물이 있어 참 조용한 이곳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컨셉이다.  그렇지만 아이들 마음은 다른 것 같다.      

 반가운  나무 아름표였다.   5~6년 전 직접  만든 나무 이름표였다.   어린이대공원 입구에서부터  산책로를  따라  이곳의 대표적 수종들에게 붙여준 이름표였다.  그때 약 30여 종의 나무이름표를 준비했던 기억이 난다.  자랑은 아니지만  나무이름표 치고는 재질이며 표현방식, 내용에 있어  그런대로 수준이 되는 이름표다.

 그런데 이런 반가움도 잠시,  콘크리트로  매끈하게 처리된 계곡을 보니  그만  화가 났다.  왜 이따위야 정말 한심한 노릇이다.  계곡이 가진 고유한 특성을 깡그리 뭉개버린 무식한  반생태 행정이다.  여기에 어떤 생명이 깃들겠는지 ,  막내와 밀어를 구경할려고 한 곳이 여기였다.  민물새우를 비롯하여 밀어와 도룡뇽, 그리고 다양한 종류의 수서곤충들이  이 계곡에 터잡고 살았었다.  이제는 다슬기 조차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 이 계곡에서 흘러 내린 믈은  백양교를 건너 수원지로 흘러 든다. 내친김에 좀더 올라가 봐도 마찮가지 이다.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무엇을 위한 것인지  알 수 없다.  또 다시 4대강 정비가 연상된다.  아,    

 단단히 약조하고 갔건만 놀이시설 앞에 막내는 언제 그랬냐는듯 탈 것로 부터 무장해제 당한다.  할 수 없이 지갑을 연다. 한번 이용할 때 마다 2,500원 이다.  다시 공중자전거를 타고, 인형 맞추기 사격도 해보았다. 열 네발 중에 한발 밖에 명중시키지 못했지만 너무 좋아한다.  나 또한  그것으로 족한다. 

작은 바이킹도 탔다.  그네처럼 바이킹이 차고 오르며 곤두박질 칠때 마다 표정을 살피니 완전 긴장된 표정이다. 한마디로 얼어붙었다.  

 그래도 좋았다.  아이가 마냥 즐거워하니 ... 막내가 비누방울처럼  둥 뜬 나들이었다.   

 You Got It - Roy Orbis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