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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사는 이야기

삼부자 마산행

by 이성근 2018. 1. 5.


아버지 모시고 마산 서울 병원 가는 길. 자가용도 면허증도 없는 아들이 그 아들을 데리고 나선 길이었다. 

사상 서부터미널에서 표를 끊고 마산행 버스에 올랐다.  차내 승객은  열 명도 안됐다.   모두 한 칸씩 널찍하게 앉았다.  차창으로 삼락둔치가 스친다.  잠시 3대 나들이에 대해 생각했다.  굳이 사연을 늘어 놓자면  형제들과의 소통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원래 이런 나들이는 막내 여동생네가 도맡아 했다.  처음에는 그 역할을 대신하는 것에 고맙고 미안했다.  각자 맡은바 직업 특성상 비교적 이동성과 움직임이 자유로운 막내네가  이런 저런 아버지 어머니의 손발 역할을 했다.   그 역할에 늘 부담을 가졌다.  그런 마음에 변화가 온 것은 지난해 가을부터 였다.   

2017년 설날 때  였다.  매년 개최하던 '12월 생 축하연'이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개최에 따른 피로도가 제기 되어  격년 개최와 함께 대신 여름 가족 나들이 장소가 거론 되었던 바,  포항을 추천한 적이 있었다.  추천의 근거는 고교 동기 종만의 작은 누나가  거기서  횟집을 비롯하여 민박집을 겸하고 있어, 2015년 여름 가덕 정거 때와 같은 '시간'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또 종만이 가능하다고 했던 바  그랬던 '공약'사항은  집사람의 새로운 일자리 마련과 더불어 내 업무가 많아 실현이 되지 못했다.  지난 여름의 일이었다.  그 공백을  사촌 태곤이  삼촌내외 더불어 아버지, 어머니까지 동참 하는 초청 형태의 나들이로 발전했다.  여기에 막내네가  부모님을 모시고 이동하는 형태가 되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문제는 나들이 후 막내네가 카톡을 통해 보낸 사후 정산서가 마음을 상하게 한 것이다.   이틀간의 행사에  사용한 비용을  형제들 겟돈에서  차감해달라고 한 것이다.  과정에서 막내는 내게 그 입장을 사전에 전달했다고 했지만  그럴려니 한 것 같다.  여기에 총무 역할을 하고 있는 아내와의 소통이 이루어 지지 않고  전달된 카톡 청구서는 서로의 마음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이 일이 있고 난 다음  엎친데 덮친 격으로 지난 가을 아버지 생신 때 어머니의 요청으로  회를 구매하게 되었는데  나중에 그 값까지 청구하는 지경이 되면서 감정적 갈등이 심화 되었다.  어머니의 요청이라지만 , 또 어머니는  회를 사온 자식 누군가에게 지불할려고 했던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정리정돈의 과정을  기다리지 못한  막내네의 생일날 사용 금액의  겟돈 차감 요청서는  아내를  화 나게 만들었다.  나 역시 불쾌했다.  급기야 아내는  어버지 생신에 투입한 비용을 공적 비용으로  공유하며 각자 지출한 비용을  정산했다.  '너거 그렇게 밖에 못하는냐'는 항변이었다.  어처구니 없었다.  평소같으면 응당  자식이 그렇게 지출하는 것은 각 집의 자발적 처신이었음에도,... .


형제들 공유 카톡

17년 11월 8일 -아빠 생신때  횟값입니당~

                 -계좌번호 보내라

                 -가족여행및 아빠생신 비용/  10월 7일 :  -원 /11월 4일 : -원  합계 : -원     국민은행

17년 11월10일 -아버님생신 지출내역  총지출  -원  / 11월까지 회비총잔액 -원에서~~ 여행경비 -원 아버님생신 -0원 지출합계 -원 잔액 -원

17년 11월18일 -엄마아빠 병원가는건 계비로 내기로했습니다. 난 수요일만 하루온전히 비울수있어요.

                 -저흰 미뤄진 수능및 중고딩 기말고사 시험준비로 12월 19일까지 일단은 쫌 바쁠것 같아요.ㅜㅜ

17년 11월22일 -내 일터의 특성상 연말은 ㅡㅡ 그런 상태고 용이 엄마의 경우 3일 주기로 야간, 새벽, 주간이다.  어쨌든 지혜를 강구해보자

이런 일이 있고 난 다음  어쩌다 형제간 같이 모이는 자리는 몹시 불편했다.   이후 막내네는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늘 참석하는 집안 시제에도 빠졌다.  진짜 일이 있어 참석못했을 거라 믿는다.  대신 그날 부모님을 모시고 이동했던  차량 서비스는 이바구 캠프의 현정이 했다.   그렇다는 것이다.  일주일 뒤 막네네가 아버지를 모시고 고향 가을걷이에 갔다 왔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지만 ...  

지금의 마음으로는  더 이상 서로 마주하고 싶지 않다.   어버지의 마산행은  삼촌이 어깨 수술을 한 다음 아버지의 증상을  눈여겨 봐 왔던 숙모의 제안으로 이루어 진 것이다.  그게 12월 23일이었다.  그날은  막네네 차를 이용했다.  숙모와 사전에 이야기가 오간 데 연유한다.  어쨌든 그날  x 사진 및 MRI 촬영 결과, 아버지의 통증은 삼촌과 흡사했지만,  그 정도가 삼촌 보다는  심하지 않았다. 담당 의사는 경과를 지켜보자며 수술을 반대했고 주사제 및 약물 치료를 권했다.   형편이  좋지 않았지만 그날 병원비는 전액 내가 결재했고, 형제들 누구에게도 관련하여 언급하지 않았다.  그리고 2주 후  1월 4일  두번째 마산 방문이 이루어지게 되었는데,  큰 여동생은  그 시간 무슨 배울 거리가 있어 어렵다 했고,  막네네는  수업 때문 안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앞서 12월31일 큰 아들이 휴가를 나왔고, 인사도 시킬겸  두아들과 부모님을 찾았다.  부산에 적을 둔 형제들 막내와 큰동생은 이날 저녁 별도로 본가를 찾아 저녁을 먹었던 것으로 안다.   어쩌면 같이 모였을 것이나  막내네가  카톡을 통해 올린 글이  또 마음을 상하게 한 것이다.  어린 조카 줄려고 준비했던 선물은  아직 사무실에 있다.   왜 이 정도 밖에 안되는지, 굳이 이렇게 표현하고 싶은가.  


12월 29일 

어제 고딩 문학수업중 2017년 12월  어느날 78세 노모가 자식들에게 진심을 담아 남긴 마지막 편지인 유서에 대해 토론하다가 갑자기 생각나 이것저것 따지거나 묻지도 않고 쫌 긴글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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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노모(老母)가 자식들에게 남긴 유서 전문
"자네들이 내 자식이었음을 고마웠네"
자네들이 나를 돌보아줌이 고마웠네
자네들이 세상에 태어나 나를 어미라 불러주고
젖 물려 배부르면 나를 바라본 눈길에 참 행복했다네
지아비 잃어 세상 무너져
험한 세상 속을 버틸 수 있게 해줌도 자네들이었네
병들어 하느님 부르실 때
곱게 갈 수 있게 곁에 있어줘서 참말로 고맙네
자네들이 있어서 잘 살았네
자네들이 있어서 열심히 살았네
딸아이야 맏며느리, 맏딸노릇 버거웠지?
큰애야.. 맏이노릇 하느라 힘들었지?
둘째야.. 일찍 어미 곁 떠나 홀로 서느라 힘들었지?
막내야.. 어미 젖이 시원치 않음에도 공부하느라 힘들었지?
고맙다. 사랑하다. 그리고 다음에 만나자 (2017년 12월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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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연말이라 회사및 직장동료 그리고 지인및 친구들 모임등이 많아 부산하고 바쁘신데...
혹시...2017년의 마지막날인 12월 31일(일요일) 저녁 6시쯤에 다들(국어사전뜻: 남거나 빠짐없이 모두) 시간 괜찮으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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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장모님 모시고 연말 가족 송별회를 했으면 합니다.
장소는 문현동 유정아구찜에서 열심히 먹고, 마시고, 얘기하다가...
8시쯤엔 알딸딸하게 장인어른 지인? 노래방가서 이마에 넥타이 맬정도로 신나게 뛰며 놀고...
집에는 다들 아쉬운 마음으로 10시쯤 가시거나 더 놀고...
어때요? 무리한 계획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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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어제 문자를 적고 보내려다...
오늘 문득 이것저것 따지고 몇 번이나 생각해보고 쓴 문자 손가락 올리고 내려가며 몇 번을 반복하고 다시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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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31일엔 각자 집안일이나 개인적인 일이 있어 다들 모이기가 어려울것이라 생각이 됩니다...
그래서 생각없이 생각해본 연말 모임은 집에서 가족과 보내야겠죠?...


1월4일 마산행은 움직일 다른 여지가 없어 오전 반차 내고 막내 아들 데리고 소풍 삼아 그렇게 나선 길이었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옹졸하게도 내  단힌 마음이 열리지 않는다.  부모에게 효도하는 것 누가 반대할 것인가.  하지만 그 실행이  엉뚱한 결과를 야기하기도 한다.  그것은 동행에 대한  배려없이 자기만족을 넘어 갈등을 야기하고 심하게는 단절을 뜻한다.  부끄러운 일이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게 방치한 나 스스로가     

서낙동강을 건너며 옛생각에 잠겼다.  오늘처럼 3대가 나들이 했던, 그러니까 내 유년의 어떤 한때였다.  할배, 아버지 그리고 나 셋이서 였다.  머잖아 내가 할배가 되고 아들이 아버지가 되고 그 아들이 나의 손주로 올 것이다.  참 세월이 빠르다. 나는 막내가 결혼할 때까지 존재할 것인가.  앞으로 10~15년 후다. 그때 내 나이는 70대가 된다.  그때 쯤이면 부모님들은 ....

낙동강 수변 새들이 현저히 줄었다

부산에서 마산까지의 이동 시간은 40여 분. 도착하고서도 1시간 정도가 남아 병원까지 걸었다. 

도심 하천이 열려 있다. 가능성이 있다. 

병원 가기 전만 하더라도 원래 계획은 막내가 아버지를모시고 가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보는 것이 여러 의미를 가지고 아들의 경험도 확장하고, 할배 손주 둘 만의 시간도 가지는 다목적 용도로 설정했는데 아무래도 미심쩍어 계획을 바꾸었다.  

아버지 2차 병원 나들이 결과는 좀더 지켜보자였다.  방문 일자가 금요일로 잡힌 것은 담담의가 격주 휴무 때문이었다 . 3차는 1월 27일 토요일로 잡혔다.  이날 아버지는 누구와 병원을 같이 갈까.  이번 마산행도 첫째가 언급하긴 한 모양인데 그 의논을 막내네와 따로 하고 결정을 공유했으면 될텐데 아버지 있는 자리에서 꺼내 역정만 불러 일어켰다.  아버지는  혼자서 가면 된다고 했고 결국 누가 모시고 갈지는 허지부지 된 것이다.   

귀가에는 기차를 이용하기로 했다.  시외버스 보다 비싸고 시간도 더 걸리지만 차창 밖 보기가  소풍에 어울릴 둣해서 였다.

역마당에 세워진 3.15의거 기념 조형물




동공이 발생한 소나무에 황토를 채워 놓았다.  나무의 외과수술 치고는 신선했다. 

내부가 썩는 것을 얼마나 방어할 지 궁금했다.  

어디를 가나 노인들은 외롭다.  樂이 있을까. 

노인은 타인의 시선을 크게 의식하지 않는다.  때로 여유롭기 까지하다 

마산역 광장의 소나무 화단이 그럴 듯하다 

동계 올림픽 개최를 앞 두고 남북관계가 급속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 北이 남북화담 제의를 수락했다는 속보가 역사내 수상기를 통해 전해진다.  


천상병 시인의 귀천   나 또한  귀천 시 저런 시 하나 남기고 가고 싶다 

중2 막내아들의 손에서 핸드폰이 떠날 줄 모른다.  

마산역에서 바라 본 무학산 

아버지와 아들이 같이 앉았지만 대화는 없었다.  아들은 기차가 부전역에 도착하도록 핸드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아침에 시외버스 타고 오면서 차창으로 봤던 풍경을 기차로 가면서 다시 본다

기차가 진영으로 접어들면서 보여준 풍경은 날이 갈수록 뒤틀린 꼴이다 농경지와 주거지 공단이 뒤섞여 있다. 풍경의 상실이다

2008년 위성지도와 2015년 위성지도 아파트가 우후죽순 섰다 

진례초등학교는 간직하고 있을까  

1926년 개교한 이 학교는 그 역사적 상징물을 무엇으로 나타내고 있을까 향나무 몇 그루와 느티나무로 보이는 나무가 그나마 위로한다

진례중학교 딋쪽의 솔숲이 누길을 끈다.  1953년 개교한 이학교의 대표 나무는 종가시나무다 

경전선 창원 진례 구간은 터널이 의외로 많다. 장대터널도 있다.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기차가 봉하로 들어섰다. 화포습지와 노무현 대통령 사저가 얼핏 스친다

봉화산 서편 부엉바위도 보인다. 아버지가 창밖을 내다 본다

참 오랬만이다.  이렇게 기차를 타고 화포천을 내려다 봄이 

무척산 자락이 병풍처럼 서 있다. 

기차가 한림 처가집 방향으로 이동중이다. 예전 철길 부지에 태양광 판넬이 길게 깔려 있다. 이쯤이 시전리다

처가집은 금곡교에서 잠시 보이는 가 싶더니 새로 개설한 노선으로 이동하면서 사라졌다.

화포천이 낙동강과 만나는 지점이다. 하류부에 배수장이 서 있다. 

기차는 모정과 마사를 지나 삼랑진으로 향했다

삼강지역이다. 밀양강과 낙동강이 합류하는 곳이다. 

삼강서원의 노거수가 볼품 없이 잘렸다. 


삼랑진역에 정차하고 

아버지 어디를 보고 있는 것일까 






물금의 변화가 순식간이다.


금정산이 보이고 기차는 부산권으로 들어 산다.  올해 저 산은 나의 또 다른 현장이 될 것이다. 



금정산에서 발원한 대천천이 화명동을 관통하고  낙동강과 만나는 하류부, 이곳에 은어가 온다 

오후 12시 반 기차는 종착역 부전역에 도착했다.  점심을 먹고 나는 다시 일하러 가고 아버지는 부전시장으로 향했다. 옻닭에 넣을 닭을 사러~ 삼부자의 마산행 나쁘지 않았다. 동생들이 여의치 못할 경우 기꺼이 나설 일이다.  


Don't Let Me Be Misunderstood - Eric Burdone & The Anima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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