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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서평

미국의 거짓말 外

by 이성근 2013. 12. 13.

 

 

 

제임스 로웬 저/ 김한영 역(갑인공방, 2005)

원제: Lies ACROSS America: What Our Historic Sites Get Wrong(1999)

 

저자소개:

버몬트 대학에서 인종 관계론을 가르쳤고, 지은 책으로는 『선생님이 가르쳐준 거짓말Lies My Teacher Told Me』 외에 『콜럼버스에 관한 진실The Truth About Columbus』, 『미시시피의 중국인들The Mississippi Chinese』, 『미시시피: 갈등과 변화Mississippi: Conflict and Change』를 발표했다. 특히 『선생님이 가르쳐준 거짓말』은 미국 고등학교의 역사 교과서 12권의 오류를 낱낱이 파헤쳐 감춰진 진실을 드러낸 책으로, 미국 도서상, 미국 교육 연구학회 비평가 선정상, 반인종차별 학문을 위한 올리버 크롬웰콕스 상을 받았으며 미국에서 25만 부 이상 판매되었다.

 

저자는 가장 서쪽에 있는 알래스카부터 가장 동쪽에 위치한 메인 주까지, 미국에 있는 51개의 주를 모두 돌면서 100여 곳에 이르는 기념비, 기념물, 가옥과 그밖의 사적지들을 방문하였다.  이를 통해 미국의 과거에 대한 새로운 사실들을 밝혀내고 오늘날 미국의 사회 구조 속에 숨겨진 거짓의 증거들을 포착하였다.

특히 많은 역사적 거짓말은 인디언, 흑인, 여성, 동성애자 등 사회적 약자와 관련된 역사를 백인과 남성 위주의 역사로 왜곡했다는 사실이다.  이 책은 여러 사적지들을 통해 심각하게 왜곡되었다고 판단되는 역사 해석들을 바로잡고, 미국의 과거에 대해 중요하지만 무시되고 있는 이야기들을 철저하게 재조명하고 있다.

 

 

[목차]

 

제1부 미국의 역사는 누가, 왜, 어떻게 왜곡해 왔는가?

 

미국의 역사는 어떻게 왜곡되어 왔는가?

공식 역사의 숨겨진 몇 가지 기능

사적지의 사회학

사적지는 항상 두 시대의 이야기이다

역사적 기념물 속의 계급 척도- 인디언, 노예, 여성. 그들은 왜 무릎을 꿇고 있는가?

 

제2부 95곳, 미국 역사의 현장을 가다

 

제1장 | The Far West

1. 가장 높은 산, 가장 어리석은 이름 : 알래스카 주 디날리(매킨리 산)

2. 하와이의 왕 카메하메하 1세, 로마인이 되다 : 하와이 주 호놀룰루

3. 콜럼버스와 빨간색 페인트 세계 : 캘리포니아 주 새크라멘토

4. 원주민 착취 VS. 몰살 : 캘리포니아 주 새크라멘토

5. 수치심으로 절반의 역사가 누락된 차이나 비치 :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

6. 남자의 죽음은 뉴스거리가 아니다 : 캘리포니아 주 다우니빌

7. 백인들이 발견할 때까지 발견하지 말라 : 오리건 주 라 그란데

8. 공산주의자는 받지 않겠다 : 워싱턴 주 카울리츠 카운티

9. 국가주의에 이용당한 동상 : 워싱턴 주 센트레일리아

10. 암각화에 대해 우리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 : 내바다 주 히키슨 산

11. 정부의 핵 실험에 대해 알려 하지 말라 : 네바다 주 나이 카운티

 

제2장 | Mountains and Plains States

12. 대학살은 없었다. 관광객이 필요했을 뿐이다 : 아이다호주 앨모

13. 지배 집단의 만행은 수동태로! : 유타 주 세인트 조지 북부

14. 아메리카 원주민들에게 모욕을 주는 이름들 : 애리조나 주 나바호 인디언 보호 구역

15. 남군 사망자는 없었다? 만들면 된다 : 몬태나 주 헬레나

16. 여성도 날조되어야 한다 : 와이오밍 주 사우스 패스 시티

17. 서부의 과장된 이야기들 : 콜로라도 주 파고사 스프링스

18. 먹이를 주는 기업의 손을 핥다 : 콜로라도 주 리드빌

19. 한쪽 발이 잘려나간 동상 : 뉴멕시코 주 앨칼디

 

 

 

제3장 | The Great Plains

20. 역사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박물관 : 오클라호마 주 오클라호마 시티

21. 황야가 먼저인가, 문명이 먼저인가? : 캔자스 주 가드너

22. 옷장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레즈비언 : 네브래스카주 레드 클라우드

23. 100년의 유랑 생활, 아메리카 인디언 : 사우스 다코타 주 브루킹스

24. 악마가 6대 1로 이기고 있다 : 노스 다코타 주 데빌스 레이크

 

 

 

제4장 | The Midwest

25. 기억되지 않는 필리핀-미국 전쟁, 가장 먼저 희생된 것은 진실이었다 : 미네소타 주 세인트 폴

26. 인디언은 가입할 수 없다 : 이이오와 주 머스커틴

27. 마크 트웨인 길들이기 : 미주리 주 한니발

28. 아마 세계 최초일 것이다? : 위스콘신 주 라신

29. 미국에서 가장 위태로운 기념물 : 일리노이 주 시카고

30. 기념해야 할 여성들을 기념하지 않는 이유 : 인디애나 주 그레이스빌

31. KKK단, 부끄러운 역사를 밝혀라 : 인디애나 주 인디애나폴리스

32. 수컷 말을 타라, 역사는 암컷 말을 용납하지 않는다 : 켄터키 주 렉싱턴

33. 링컨 사후 30년에 지어진 링컨의 생가 : 켄터키 주 호젠빌

34. 인종 차별주의자를 숭배하다 : 미시간 주 디어본

35. 백인과 인디언, 누가 누구를 위협했는가? : 오하이오 주 델리웨어

 

제5장 | The South

36. 끝나지 않은 남부연합 잔혹사 : 텍사스 주 게인즈빌

37. 흑인들은 거주할 수 없는 도시 : 텍사스 주 알바

38. 하늘로 뜬 적도 없는 최초의 비행 성공담 : 텍사스 주 피츠버그

39. 전쟁 박물관에는 전쟁의 실상이 없다 : 텍사스 주 프레더릭스버그

40. 철물점보다도 대접받지 못한 역사적 사건들 : 텍사스 주 갤버스턴

41. 동상이 먼저인가, 차별이 먼저인가? : 아칸소 주 그랜트 카운티

42. 그들의 초상화가 걸릴 자격이 있는가 : 아칸소 주 리틀 록

43. 백인도, 흑인도 숨기고 싶어 하는 노예 폭동 : 루이지애나 주 라플라스

44. 콜팩스 폭동에 대한 신비화와 재건에 대한 거짓말 : 루이지애나 주 콜팩스

45. 아직도 끝나지 않은 기념비 전쟁 : 루이지애나 주 뉴올리언스

46. '착한 검둥이'가 고개를 숙이는 이유 : 루이지애나 주 바통 루즈

47. 가장 극단적인 흑인 혐오자를 기념하다 : 루이지애나 주 잭슨 요새

48. 백인들의 적인 된 백인 : 미시시피 주 헤이즐허스트

49. 백인 우월주의자를 찬양하는 흑인 대학 : 미시시피 주 이타베나

50. 러시아는 하는데 미국은 못하는 것 : 앨라배마 주 캘훈 카운티

51. 감금되어 버린 헬렌 켈러 : 앨라배마 주 터스컴비아

52. 스카츠보로 재판, 미국의 사법 제도를 폭로하다 : 앨라배마 주 스카츠보로

53. 필로우 요새를 기억하라 : 테네시 주 필로우 요새

54. 포레스트, 흑인을 살해하다 : 테네시 주 우드베리

55. 왜 KKK단을 기리고 있는가 : 조지아 주 스톤 마운틴

56. 폭력의 일주일로 사라진 도시, 로즈우드 : 플로리다 주 시더 키 근처

57. 비치 아일랜드 영농인 클럽의 진실 :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 비치 아일랜드

58. 충성스러운 노예들을 위해 :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 포트 밀

59. 누가 컬럼비아를 불태웠는가 :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 컬럼비아

60. 남군과의 전쟁은 아직도 진행 중 : 노스 캐롤라이나 주 벤턴빌

61. 8세에서 25세 사이의 젊고 잘생긴 흑인 남녀 100명을 현찰로 매입합니다 : 버지니아 주 알렉산드리아

62. 순교자와 반역자 : 버지니아 주 알렉산드리아

63.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여성 스파이 : 버지니아 주 리치먼드

64. 노예 상인과 노예 해방 : 버지니아 주 리치먼드

65. 리치먼드의 함락? 리치먼드의 해방! : 버지니아 주 리치먼드

66. 에이브러햄 링컨의 산책 : 버지니아 주 리치먼드

67. 숫자마저도 왜곡하다 : 버지니아 주 애퍼매톡스

68. 순수 백인만이 훌륭한 혈통의 증거? : 버지니아 주 스타클리빌

 

 

 

제6장 | The Atlantic States

69. 동부의 시각으로 서부를 보지 말라 : 웨스트 버지니아 주 유니언

70. 짜깁기한 인용문 : 컬럼비아 특별구 제퍼슨 기념관

71. 링컨이라면 이렇게 했을 것이다 : 컬럼비아 특별구 링컨 기념관

72. "말할 역사가 없습니다" : 메릴랜드 주 햄프턴

73. 흑인 납치의 역사 : 델라웨어 주 릴라이언스

74. '무엇'보다 '어떻게' 만을 말한다 : 펜실베이니아 주 필라델피아

75. 기도한 적 없는 조지 워싱턴의 간절한 기도 : 펜실베이니아 주 벨리 포지

76. 동성애자 대통령의 진실 : 펜실베이니아 주 랭커스터

77. 게티즈버그는 솔직하지 못하다 : 펜실베이니아 주 게티즈버르

78. 올림피아 호는 침묵한다 : 펜실베이니아 주 필라델피아

79. 잠수함 작전에 대한 미국의 모순적 태도 : 펜실베이니아 주 필라델피아

80. 그들은 과연 종교적 자유를 위해 왔는가? : 뉴저지 주 트렌튼

81. 아메리카 원주민 바보로 만들기 : 뉴욕 주 맨해튼

82. 어떤 조지 워싱턴? : 뉴욕 주 앨라배마

83. 흑인의 이름을 맨 밑에 적은 존 브라운의 명판 : 뉴욕 주 노스 엘바

84. 유니언 리그 클럽, 자신들의 대의를 배반한 사람들 : 뉴욕 주 맨해튼

85. 베트남 민간인 폭격은 기억하지 않는다 : 뉴욕 주 맨해튼

 

제7장 | New England

86. 닫힌 이웃, 그들만의 주거 지역

87. 공유의 문제 : 매사추세츠 주 보스턴

88. 세균전으로 인디언을 몰아내다 : 매사추세츠 주 애머스트

89. 백인 장교와 흑인 사병, 함께 묻히다 : 매사추세츠 주 보스턴

90. 이 민감한 시기에 흑인 분장을 한다는 것은 : 버몬트 주 벌링턴

91. 역사를 선점하려는 경쟁 : 뉴햄프셔 주 피터버러와 더블린

92. 최악의 대통령이 가장 유능한 정치인? : 뉴햄프셔 주 콩코드

93. 인디언들의 정착은 '정착'이 아닌가? : 로드 아일랜드 주 블록 아일랜드

94. '착한 인디언'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 : 로드 아일랜드 주 위렌과 베링턴

95.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 메인 주 바하버

 

제3부 미국의 역사 전쟁

역사는 항상 잘못 씌어지고, 그래서 항상 다시 씌어져야 한다- 제설차 수정을 통한 역사 수정론

역사 현장에 참여하기

 

 

 

 

사례 1-미국 역대 대통령 가운데 동성애자가 있다? 믿기지 않겠지만 사실이다.

 

1856년 대통령에 오른 제15대 대통령 제임스 뷰캐넌은 동성애자였다. 그는 워싱턴에서 민주당 상원의원으로 지낼 당시 앨라배마 주의 민주당 상원의원인 윌리엄 루퍼스 킹과 동거를 했다. 항상 붙어다녀 '샴쌍둥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던 두 사람의 관계는 1853년 킹이 세상을 떠날때까지 계속됐다.

 

사례 2-미국 역사상 가장 많은 기념비의 주인공이 된 사람은 누구일까.

 

건국의 아버지 조지 워싱턴도, 노예해방선언을 한 에이브러햄 링컨도 아니다. 남부연합의 기병대장이자 백인우월주의자들의 단체인 KKK단의 창시자인 네이선 베드포드 포레스트다. KKK단은 미국에서 최소한 50개의 기념비와 기념물, 사적지를 통해 찬양되고 있다.

 

과거사 청산은 우리 시대가 안고 있는 화두다. 친일과 반공, 군부 독재로 얼룩졌던 지난 세기의 그늘은 아직도 우리 사회에 깊게 드리워져 있다. 아직 과거의 족쇄에서 자유롭지 못한 기득권 세력은 역사의 나침반을 제자리로 돌리려는 시도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렇다면 자국 민주주의의 우월성을 자랑하는 미국은 자신들의 과거에서 자유로울까. 아니다. 신교도에 앵글로 색슨 족으로 대변되는 미국의 주류 사회는 백인우월주의와 남성지배주의로 점철돼 있다. 미국 역사의 중심은 오로지 백인이며 인디언은 '야만인', 흑인들은 '노예'의 신분을 여태껏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자들과 동성애자는 아예 논의의 대상에서조차 제외된다. '미국의 거짓말'은 미국의 역사 왜곡 현장을 낱낱이 파헤친 르포다.

 

이 책은 1994년부터 1998년까지 미국의 가장 서쪽에 자리 잡은 알래스카에서 가장 동쪽에 위치한 메인주까지 미국 전 국토에 걸쳐 있는 역사적 기념비, 동상, 가옥, 요새, 선박, 기념물, 현판, 사적지 등 역사와 현장이 결합된 95곳의 사적지를 둘러보며 미국이 어떻게 역사를 비틀고 거짓을 퍼뜨려 왔는지 폭로한다.

 

미국 역사 서술에서 가장 심각한 왜곡 현상은 인종 차별이다. 역사적 기념물을 세우는 것도, 역사를 기록하는 것도 백인들이기 때문이다. 원주민 인디언들과 흑인들은 동상 속에서 항상 백인 아래 무릎을 꿇고 있는 자세로만 묘사된다.

 

하지만 인종 차별에 앞장섰던 백인들의 잔혹한 행위와 채찍과 사슬을 휘두르며 노동력을 착취했던 백인들의 모습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아이다호 주 앨모에는 300여명의 백인들이 1861년 서부로 이동하던 중 인디언들의 습격을 받아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리는 기념비가 서 있다.

 

서부개척 역사상 가장 소름 끼치는 사건을 기념하는 이 비에는 단 한가지의 문제가 있다. 바로 그런 사건이 결코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앨모의 대학살 기념비는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편에 지나지 않는다.

 

조지 워싱턴이 미국을 위해 한겨울에 눈물을 머금고 기도한 곳으로 유명한 필라델피아의 밸리 포지도 마찬가지. 조지 위싱턴은 생전에 이곳을 한번도 다녀가지 않았다. 허황된 거짓 역사를 유포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너무나 많은 기념비들이 결코 기념해서는 안될 인물들을 영웅으로 찬양하고 있으며 진실을 은폐하고 백인과 남성우월주의를 퍼뜨리는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고 말한다.  매일신문-장성현기자

 

 

#  아메리카 원주민을 지칭하는 인디언(Indian)이라는 단어는 아메리카를 인도로 착각한 콜럼버스로부터 유래되었다. 단순히 인도 사람들이라는 의미보다 "인도에서 건너온 야만인"이란 뜻으로 백인들이 아메리카 원주민을 폄하하는 차원에서 부르는 이름이었다. 현대에 이르러 자신들의 역사를 깨우친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후손들은 콜럼버스를 학살자로 증오하고 있다. 1940-50년대부터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시작한 뿌리 운동의 성과로 , 최근에는 '아메리카 원주민(the Native America)' 명칭으로 출판하거나 부르고 있다.

 

 

 

 

제임스 H 콘, [ 맬컴 X vs. 마틴 루터 킹 ] - 갑인공방, 18000원

 

“검둥이는 미국인이 될 수 있는가”

 

1965년 2월21일 뉴욕 할렘의 오더본 볼룸에서 총성이 울렸고, 흑인 청중들에게 막 연설을 시작하려던 흑인 이슬람운동 지도자 맬컴 X(엑스)는 쓰러졌다. 3년 뒤인 68년 4월4일에는 테네시주 멤피스의 로레인 모텔 발코니에 서 있던 흑인 민권운동 지도자 마틴 루터 킹이 역시 암살자의 총격에 쓰러졌다. 두 사람 모두 39살의 젊은 나이 때였다. 이로써 55년 12월 앨라배마주 몽고메리 시내버스 백인 좌석에 앉았다가 백인에게 자리를 비켜주지 않아 시의 시내버스 흑백분리법 위반 죄로 흑인 로자 팍스 할머니가 체포당한 사건을 계기로 폭발적으로 전개된 50

-60년대 미국 흑인 저항운동의 정점에 섰던 두 사람은 비슷한 시기에 모두 비운에 갔다.

 

앞서 63년 8월28일 마틴 루터 킹 목사는 워싱턴 링컨 기념관 앞에 모인 25만여명의 군중을 향해 외쳤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언젠가는 앨라배마주에서 흑인 소년 소녀가 백인 소년 소녀와 형제자매가 되어 함께 손을 잡게 되는 꿈이 있습니다. …하나님의 모든 자녀, 흑인과 백인, 유대인과 이방인, 신교도인과 천주교인이 모두 함께 손을 잡고 오래된 흑인 영가를 노래할 수 있는 그날을 앞당길 수 있을 것입니다. ‘마침내 자유, 마침내 자유다. 전지전능하신 하나님. 우리는 마침내 자유의 몸이 되었습니다.’”

 

50~60년대 미국 흑인운동의 정점에 섰던 마틴 루터와 맬컴X

킹 목사는 흑백통합을, 맬컴은 미국과의 결별을 주장했다

킹목사의 꿈은 이루어졌는가 아니면 맬컴이 저주한 ‘악몽’이 계속되고 있는가

 

 

그때의 워싱턴 행진을 두고 “얼간이 행진” “백인광대와 흑인광대가 함께 출연한 소풍이자 서커스”라며 비아냥댔던 맬컴 엑스는 <암스테르담 뉴스> 기자에게 말했다. “이제 쇼는 끝났지만 흑인들에게는 여전히 땅도 직업도 집도 없다. 흑인 기독교 교회는 여전히 폭탄세례를 받고 죄없는 어린 소녀가 살해당하고 있다. 그렇다면 워싱턴 행진이 달성한 것은 무엇인가? 아무것도 없다!” “백인이 ‘미국의 꿈(아메리칸 드림)’이라고 여기던 것이 흑인에게는 긴 세월 ‘미국의 악몽’이었다.”

반세기 전 ‘흑인 민족주의’와 ‘흑백 통합주의’의 대표자로 미국과 세계를 뒤흔들었던 저들의 불꽃같은 역정 뒤 미국역사는 어느쪽으로 흘러갔던가. 마틴의 예언대로 ‘꿈’이 실현됐는가, 아니면 맬컴이 저주한 ‘악몽’이 계속되고 있는가?

 

오늘날 마틴 목사는 흑인뿐만 아니라 백인한테서도 위대한 미국 지도자로 추앙받고 있다. 매년 1월 셋째 주 월요일은 국가가 정한 그의 기념일이며 암살당한 4월 첫째 주에도 기념행사가 열린다. 그러나 맬컴을 기억하는 미국인은 많지 않다. 그의 탄생 80주년을 맞은 지난 5월19일에야 그의 기념관이 만들어졌다. 왜 그럴까?

 

 

추앙받는 마틴, 외면당한 맬컴

92년에 나온 아프리카계(흑인) 미국인 신학자 제임스 H. 콘 뉴욕 유니언 신학대 교수의 <마틴과 맬컴, 그리고 미국>이 <맬컴 X vs 마틴 루터 킹>이란 제목으로 번역돼 나왔다. 저자는 미국 흑인 저항운동의 기원에서부터 두 사람의 성장 배경과 과정, 이념, 활동내용, 인식변화와 새로운 시도들의 궤적 등을 자세하게 추적한 뒤 그들의 업적과 유산까지 찬찬히 살핀다. 방대한 자료들이 체계적으로 정리돼 있다.

 

저자에 따르면, 마틴이 대표했던 통합주의자들은 한마디로 “당신은 미국인이면서 동시에 검둥이가 될 수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그렇습니다”라는 대답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흑인 지도자의 과제는 “자신들이 주창하는 가치와 흑인들을 다루는 현실 사이의 모순을 보여줌으로써 백인들에게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렇게 해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흑인 민족주의자들은 흑인은 백인과 어울릴 수 없다고 본다. 따라서 그들은 “아프리카로 돌아가거나, 아니면 자신들의 고유한 역사와 문화를 바탕으로 한 사회·정치구조를 창안할 수 있는 다른 장소로 감으로써 미국과 결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흑인 중산층 출신으로 엘리트 코스를 밟았고 백인들로부터도 환영받았던 마틴과 밑바닥 출신에 뚜쟁이, 건달, 강도, 살인자로 전전하다 흑인 이슬람운동을 통해 극적으로 거듭난 맬컴의 파란만장한 이력 및 세계관의 차이와도 겹친다.

 

저자는 두 사람이 출발점은 달랐지만 굴절을 거치면서 각기 자신들의 신념이 지닌 한계를 인식하고 대립하기보다는 서로 이해하고 상호 접근해간 사실을 논증한다. 마틴이 계속되는 미국의 인종차별과 베트남전 개입 등을 겪은 뒤 1960년대 후반엔 “우아한 자태로 미국의 꿈을 얘기하던 옛 마틴은 사라지고 이제 맬컴처럼 끊임없이 미국의 악몽에 대해 얘기하는 새로운 마틴만이 남았다”며, 맬컴 역시 “킹 박사가 원하는 것은 내가 원하는 것과 같다. 그것은 바로 자유”라고 말했다고 저자는 지적했다.

 

대립 넘어 점점 상호 수렴

기독교 신학자인 저자가 ‘흑인의식’을 명확히 하면서 기독교를 “사악한 백인종의 창작물” “노예를 양산하는 거짓말”이라고 폄훼한 무슬림 맬컴에게 최고의 찬사를 보내고 있는 것도 이채롭다. 워싱턴 행진에 대해서도 저자는 “흑인 자본가 계급에 의해 통제됐고, 경제적 지원을 했던 백인 자유주의자들도 간접적으로 통제했다”며 맬컴의 비판이 근거있는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맬컴의 언표는 언제나 신랄하고 날카로왔다. “누가 뭐래도 나는 흑인이다. 나는 흑인에 공감하며, 흑인에 충실하며, 내 모든 요소요소는 흑인이다. …나는 미국인이 되는 데는 아무 관심이 없다. 미국이 내게 아무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  한겨레신문 한승동 기자

 

노래출처: 다음 블로그 홍이 아뜨리에

  Pilgrim - Uriah Hee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