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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서평

남획과 투기로 바다가 죽어간다-플라스틱바다 / 텅빈 바다

by 이성근 2013. 12. 1.

 

 

<플라스틱 바다>(찰스 무어·커샌트가 필립스 지음, 이지연 옮김/ 미지북스, 1만 8000원)는 그가 이런 충격적 경험을 과학적으로 이해하고 사람들에게 알리는 과정에서 겪고 느끼고 배운 내용을 간추린 책이다.

 

서해나 남해의 외딴섬 한적한 해변에서 우리는 어김없이 절경의 앞자락을 장식하는 쓰레기 더미를 확인한다. 모든 쓰레기는 결국 가장 낮은 곳, 바다로 가게 마련이다. 바다로 간 쓰레기 가운데 가라앉고 분해되지 않고 마지막까지 남는 쓰레기가 바로 자연적으로 분해가 어려운 플라스틱이다.

 

그런데 이런 쓰레기가 모이는 곳이 있다. 해류가 빙빙 돌아 플라스틱 쓰레기가 더는 가지 못하고 분해되거나 누군가에 먹힐 때까지 끝없이 머무는 곳, 바로 미국의 해양 환경운동가이자 선장인 찰스 무어가 1997년 태평양 한가운데서 발견한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이다. 사실 이곳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양산하는 현대 문명이 여태 감춰온 마지막 비밀 장소였다. 대륙에서 1500㎞나 떨어진 망망대해에서 플라스틱이 둥둥 떠다니는 한반도 2배 가까운 바다를 탐험한 경험이 그의 인생을 바꾸었다.

 

 

그는 돛의 힘으로 대양을 횡단하는(물론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모터는 갖추고 있지만) 대회에 출전한 뒤 하와이에서 캘리포니아의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었다. 그가 1997년 8월8일이나 9일로 기억하는 날의 상황은 이렇다.

그러다 나는 이 잔잔한 ‘그림 같은 바다’에 뭐랄까, 쓰레기 같은 게 널려 있는 것을 눈치챘다. 수면 위로 여기저기 이상한 덩어리와 부스러기들이 점점이 흩어져 있었다. … 낮이고 밤이고 하루에 몇 번을 내다봐도 플라스틱 조각이 물 위로 떴다 잠겼다 하는 모습을 몇 분 안에 볼 수 있었다. 이쪽에는 병, 저쪽에는 병뚜껑, 플라스틱 필름 조각, 떨어진 로프며 어망, 무언가가 부서진 잔해들.

씁쓸한 이야기지만 여기가 이 배의 모항인 로스앤젤레스 남쪽이라면 이런 상황은 다소 ‘정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곳은 하와이와 캘리포니아의 중간 지점이었다. 육지로부터 몇천 킬로미터가 떨어진 곳에 쓰레기가 있다는 것은 달에 쓰레기가 있는 것과 비슷한 이야기였다.” (13~14쪽) 

 

 

 

그가 발견한 것은 언론이 종종 묘사하는 것 같은 태평양의 거대한 쓰레기 산이나 소용돌이가 아니라 “묽은 플라스틱 수프”에 가깝다. 북태평양 환류 때문에 바닷물이 빙빙 도는 환류는 서경 135~155도 북위 42~35도 해역에 분포한다. 이 안에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가 존재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이런 곳이 태평양의 하와이와 일본 남서부 사이에 또 있으며 다른 대양에도 비슷한 환류와 쓰레기 지대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쓰레기 바다에는 플라스틱 조각과 이들이 더 잘게 부서진 화학 슬러지, 대형 쓰레기가 다른 바다보다 훨씬 많다. 게다가 이들 대부분은 육안으로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데다 바다 표면 바로 아래 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배 위는 물론 인공위성에서도 확인하기 힘들다.

 

이 해역 쓰레기의 80%는 육지에서 와 몇 달에서 몇 년 동안 바다에 머물려 쪼개지고 분해돼 작아진 플라스틱 부스러기이고 20%는 어선에서 내던진 폐 어망이나 부표, 비닐봉지 등 덩치가 큰 쓰레기이다. 동아시아에서 이 해역까지 도달하는 데는 약 1년, 해류가 다른 미국 서해안에서는 6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눈으로 확인이 되지 않는데다 어디까지를 쓰레기 지대로 볼 것인지가 불명확하기 때문에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가 얼마나 넓은 지에 관해서는 논란이 많다. 이 책에서는 한반도 두 배에 가까운 면적으로 소개하고 있지만 미국 국토보다 넓다는 주장도 있다.

 

지은이는 망망대해에서 플랑크톤을 채집하는 그물을 이용해 쓰레기를 건져내면서 플라스틱 문명의 이면을 폭로한다.

 

땅 위에서는 병이며 포장지며 매일 사용하는 그 모든 싸구려 플라스틱이 외딴 지역의 매립지로 향할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마음이 놓인다. 하지만 우리는 불완전한(혹은 아예 없기도 한) 수거 체계로부터 도망친 탈주범들을 이곳 바다 한가운데서 무더기로 발견하고 있었다.”(110쪽) 

 

문제는 이 작은 플라스틱은 단지 “문명이 감춰놓은 추잡한 비밀”일 뿐 아니라 생태계의 먹이그물을 거쳐 인간에게 현재도 영향을 끼치는 위협이라는 사실이다. 그는 큰 쓰레기보다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게 부서진, 그러나 여전히 플라스틱인 물질이 심각하다고 본다.

미세한 플라스틱 조각은 플랑크톤에 먹히고 물고기와 새, 거북 등을 거쳐 직간접의 피해를 일으킨다. 단지 위장관을 막을 뿐 아니라 비스페놀 에이(A) 같은 환경호르몬이 나와 생태계에 축적된다. 1ℓ들이 페트병 하나가 1만 2500개의 작은 알갱이로 쪼개진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플라스틱 오염 문제와 별도로, 아 책은 학사 학위조차 없는 지은이가 과학적 타당성을 얻기 위해 분투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그는 자신이 발견한 것을 세상에 알리고 대책을 세우도록 촉구하기 위해 전문 학술지에 논문을 투고하는가 하면 학술대회에 참가하고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고 10여 차례 현장조사를 조직한다.

 

이 과정은 과학에서 전문성이 무엇인가 하는 문제를 생각하게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전문성을 규정하는 학위나 소속 등은 과학자들이 자신을 대중으로부터 고립시키는 울타리 구실을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글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사진 미지북스 )

 

 

플라스티키, 바다를 구해줘] 사라지지 않는 플라스틱의 탐욕

북로드 / 데이비드 드 로스차일드 지음 / 우진하 옮김 / 1만8000원

 

올 여름은 살인적인 폭염이 한반도를 덮쳤다. 그 폭염 속에 한 무리의 자전거 군단이 서·남·동해안을 따라 전국을 누볐다. 8월 12~23일 12일간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소속 활동가들은 자전거로 전국 1200킬로미터를 돌며 한국인들에게 긴급신호, SOS를 보냈다. SOS는 'Save Our Seas', 즉 '바다를 구해줘'란 뜻이기도 하다. 이 구호가 적힌 깃발을 자전거 뒤에 꽂고 각 지역 환경운동 활동가, 그리고 환경에 관심을 보인 자전거동호회 회원들과 우리 바다가 위험에 처했다는 메시지를 국민에게 알렸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각국들은 유해폐기물을 바다 밑으로 마구 버려왔다. 한국 등 바다를 끼고 있는 나라들은 폐기물을 처리할 땅을 찾기가 쉽지 않자 바다를 투기장소로 택한 것이다. 한국은 서해 한 곳과 동해 두 곳을 유해폐기물 해양투기지역으로 정해 30년 넘게 오니, 산, 알칼리 등 각종 산업폐수와 음식폐수, 축산분뇨, 인분 등을 쏟았다. 지난 2010년에만 4백만톤이 넘는 폐기물을 버렸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날이 갈수록 오염돼가는 바다에 계속해서 유해폐기물을 버리는 것은 지구에 치명상을 입힐 것으로 보고 런던협약을 맺어 해양투기를 금지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1992년, 영국은 1999년, 일본은 2007년 각각 해양투기를 전면금지했다. 우리나라도 이 협약에 가입한 뒤 단계적으로 투기 금지대상을 정해 버리는 양을 줄여왔다. 올해는 음식폐수가 금지대상이다. 하지만 가장 유독한 산업폐수는 2년간 더 버릴 수 있도록 유예조항을 만들어 계속 버리고 있다.

 

이에 반대해 환경활동가들이 서울을 출발해 인천을 거쳐 서해안을 따라, 이어 남해안과 동해안을 따라 체감온도 40도를 오르내리는 불볕더위 속에 보통사람들이 무모하다고 보기에 충분한 자전거대장정을 감행한 것이다. 이들의 목표는 국민들에게 바다의 중요성과 해양투기의 실상을 알리는 것과 정부가 당장 이를 중단하거나 이른 시일 안에 중단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는 것이었다.

 

날이 갈수록 오염돼가는 바다

하지만 절반의 성공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국민이 바다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게 하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대장정 직후 이들과 면담한 해양수산부 장관이 해양투기 금지를 앞당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의례적인 말에 그쳐 맥빠지고 말았다. 환경활동가는 특정 환경이슈를 대중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 가끔 이런 형태의 캠페인을 벌인다. 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환경 선진국에서환경활동가들이 벌이는 캠페인은 그규모와 방식 면에서 우리를 놀라게한다. 한국의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보다 3년 앞서 지난 2010년 한 무리의탐험대가 재활용 플라스틱 페트병으로 만든 배로 샌프란시스코를 출발해 태평양을 가로질러 1만4800킬로미터를 129일 걸려 항해한 끝에 호주시드니에 도착했다.

 

플라스틱 폐기물의 위험성을 세상에 널리 알리기 위한, 죽음을 무릅쓴 모험이었다. 대다수 언론과 뱃사람들은 무모하다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일을 저질러 마침내 뜻을 이루었다. 이 책의 저자이자 이번 항해를 주도한 데이비드 드 로스차일드는 영국의 유명 금융재벌 로스차일드가의 막내아들이자 모험가로 지구온난화에 대응하는 젊은이들의 단체인 어드벤처 에콜로지의 설립자이다. 그는 유엔환경계획이 뽑은 '기후영웅' 이며 내셔널지오그래픽이 선정한 떠오르는 탐험가 이기도 하다. 이들은 인간들이 무분별하게 내버리는 쓰레기, 특히 플라스틱으로 바다가 몸살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알리고 싶었다.

 

이 항해를 위해 무려 1만2500개의 페트병을 모아 설탕과 캐슈너트열매에서 추출한 천연접착제로 배를 만들었다. 배의 이름은 플라스티키로 지었다. 플라스티키는 플라스틱과 콘티키에서 따왔다. 콘티키는 고대 남미의 원주민들이 태평양을 건너 폴리네시아 섬에 정착했다는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1947년 노르웨이 탐험가 토르 헤위에르달이스칸디나비아 출신 5명의 동료들과함께 페루를 출발해 태평양을 횡단해 폴리네시아로 항해하는데 사용했던, 발사나무로 만든 뗏목의 이름이다. 플라스티키 대항해에는 콘티키의영웅 헤위에르달의 손자인 올라프 헤위에르달도 함께했다.

 

플라스티키는 저자가 바다를 구하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하면 될까 하는 고민 끝에 만들어낸, 세상에 단 하나뿐인 배이다. 이 책은 플라스티키 구상과 설계에서부터 제작, 항해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세세하게 그려놓았다. 책 중간 중간에 탐험에 참여한 사람들과 바다 오염과 싸우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인간이 저지르고 있는 바다 오염과 바다와 관련해 우리를 낯 뜨겁게 하는, 불편한 진실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 가운데 일부를 보자.

 

"미국인들이 1년 동안 사용하는200억 개의 플라스틱 페트병을 만들기 위해서는 1700만 배럴의 원유가 필요하다. 플라스틱 페트병 6개 중 5개는 재활용되지 않는다." "매년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플라스틱 폐기물은 10만 마리의 바다거북이, 돌고래, 그리고 다른 해양포유류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100만 마리의 해양조류도 희생양의 일부다." "3분마다 8500만개 이상의 플라스틱 병이 사용되고 있다. 병에 담아 파는 생수는 수돗물보다 1900배 더 비싸다."

 

이 책은 항해에 참여한 대원들의 일기들을 틈틈이 소개해놓았다. 한 대원은 일기에서 달도 없는 고요한 밤이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파도와 매서운 바람으로 힘겨웠던 하루를 마치고 바다는 이제 조용해졌다. 하늘의 은하수는 너무나 가까이 보여 손만 뻗으면 닿을 것 같다. 별똥별이하도 많이 떨어져 미처 소원을 빌 시간이 없을 정도다. 라고 적었다. 이런 글을 읽노라면 탐험대원이 되고 싶은 욕망이 절로 용솟음친다.

 

인간이 저지르는 낯 뜨거운 진실들

저자는 탐험을 끝낸 뒤 일상으로 돌아와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고 단 하루도 살지 못하는 오늘날 우리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파헤친 수전 프라인켈의 플라스틱 사회 를 새삼 실감했다. 그래서 이렇게 말한다.

"플라스티키를 통한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에 대한 인간의 중독성과 탐욕은 사라질 줄 모른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다시 육지에서 살게 되자 내 호흡은 더 빠르고 짧아졌다. 모든 것들이 빽빽하며 건성건성 지나간다. 그리고 그 속도도 아주 빠르다. 이런 일상생활의 속도는 사람을 몹시 정신없게 만들고 자연 생태계를 황폐화시키는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에 집중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로스차일드는 절반의 성공을 거두었다. 바로 플라스틱 공해와 바다 오염에 대한 지구인들의 관심이다. 그는 한국 독자들을 위한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플라스틱 병 하나를 줍는 것이 바로 희망의 시작이 될 수 있다." 고. 이 책을 읽은 독자라면 플라스틱 병 사용을 분명 줄일 것이다. 로스차일드뿐만 아니라 지구가 바라는 희망이다.( 내일신문 -안종주 환경·보건칼럼니스트)

 

 

<텅 빈 바다>, 찰스 클로버 지음, 이민아 옮김, 펜타그램 펴냄,  2만원

 

찬장에 처박힌 참치캔에 얽힌 '끔찍한 진실'

주방에 가보자. 그리고 찬장에 처박혀 있는 참치캔을 살펴보자. 당신이 읽어볼 대목은 '재료'. 아마 '다랑어'라고 쓰여 있을 게다. 다른 참치캔을 보러 마트에 가 한참을 살펴봤다. 종류는 어찌나 많던지. 마트에서 어떤 사람은 이런 나를 되레 유심히 쳐다보기도 했다.  나는 이게 왜 궁금했을까. 기꺼이 시간을 내 타인의 눈총까지 받아가면서 말이다. 그러나 장담한다. 영국의 환경 저널리스트 찰스 클로버의 <텅 빈 바다>를 읽은 이라면 아마 나처럼 행동했을 게다.

 

다랑어는 어류 진화의 정점에 서 있는 종이다. 가속도는 고급 스포츠카를 능가하고, 100만 개의 알을 낳으며, 수명은 20년이 넘는다. 스펙(?)만 보면 어지간해서는 멸종하지 않을 어종이다. 오죽하면 마치 공장에서 찍어내는 생산품처럼 보일까. 저렴한 가격에 높다랗게 쌓여있는 캔을 보면 더 그렇다. 캔이 아니라 다랑어란 '부속품'도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상황은 그리 좋지 않다. 어마어마한 수요가 슬며시 그들의 생명력을 압도하고 있다. 1980년대 밀렵 광풍을 일으켰던 상아와 코뿔소 뿔 수요가 아프리카 코끼리와 코뿔소를 멸종 위기로 몰아넣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참치캔이 다랑어를 멸종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체감할 때는 이미 늦었다. 이미 대서양 동부의 참다랑어는 판다와 같이 멸종 위기종에 등록됐다. 또 대서양 서부의 다랑어종은 검은코뿔소와 같은 멸종위기 위급 등급으로 판정됐다. 더 이상 어떤 증거가 필요할까.

 

참치캔 하나로 알 수 있는 '생선 수난사'

 

 

더군다나 참치캔은 다랑어라는 한정된 어종에만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미국 참치캔에는 다소 의아한 딱지가 하나가 붙어 있다고 한다. 돌고래 친화적으로 생산됐다는 설명과 함께 '돌고래 안전'이라고 적힌 이 스티커는 얼핏 보면 꽤 윤리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게 참 무서운 작용을 한다. 인간과 친근한 돌고래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다른 생명체에 대한 무분별한 살상을 정당화하는 도구가 된다. 왜 '거북이 친화적 참치'나 '새우 친화적 참치'는 없을까. 이는 다랑어 잡이가 거북이나 새우에게는 전혀 친화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텅 빈 바다>의 분석에 따르면, 이 딱지가 붙어서 돌고래는 덜 죽을지 몰라도 다른 생물 20여종이 희생된다고 한다. 그 전까지는 다랑어 무리가 보통 돌고래 아래에서 헤엄쳐 다닌다는 사실을 이용해 포획을 했다. 돌고래가 일종의 어군탐지기 역할을 한 것. 하지만 포획 과정에서 돌고래도 죽어 미국의 환경단체들은 업체들에게 돌고래가 있는 어역에서 포획을 하지 못하게끔 로비를 했다고 한다.  이후 업체들은 '돌고래 친화적'이기 위해 인위적인 집어장치를 바다에 등장시켰다. 그러다 보니 집어장치를 향해 몰려드는 다른 어종들이 '돌고래 대신' 희생됐다. 돌고래의 재앙을 막으려다 생태계 전체의 재앙이 발생한 셈이다. <텅 빈 바다>를 쓴 찰스 클로버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낚싯줄에 잡힌 것이든 어망에 잡힌 것이든, 그 다랑어 요리에는 최소한 세 가지 큰 문제가 있다. 다랑어잡이 선단의 규모를 제한하기 위한 조치가 없다시피한 상황, 어장 관리를 시도조차 하지 않는 일부 당국의 문제, 멸종위기종 혼획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서는 이가 없는 상황. 통조림 속에 예상치 못한 고기가 들어가는 사태는 더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해당 통조림업체 중에 어자원 보존 대책을 마련하는 곳은 소수이며, 혼획 현황에 대해서는 비밀주의로 일관하는 기업도 일부 있다. '뭐가 잘못되고 있는지 알지 못하는 것이 어찌 우리 탓인가' 하는 태도가 이들 기업의 정책이 아닌가 싶다."(본문 254쪽)

멸종위기 등급으로 분류된 눈다랑어의 치어(稚魚)가 당신이 먹는 '참치캔'에 황다랑어·가다랑어와 함께 섞여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문장의 해석만 놓고 본다면, 어떤 물고기가 섞여 있어도 먹는 우리는 절대로 모른다.

 

'아비규환'에서 건져 올려진 참치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 들 것이다. 미안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바다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쉽게 생각하자. 저자는 멋진 비유를 내놨다. 간추리자면 이런 내용이다.  '화면으로 많이 본 아마존 밀림을 떠올려보자. 이제 일정 지역의 경계에서 촘촘한 그물 하나가 쳐지는 모습을 상상하자. 그 그물은 광대한 지역을 감싸고 있다. 이제 완벽한 포위망이 형성돼 매우 작은 곤충 외에는 그 지역을 빠져나갈 수가 없다.  그리고 그물은 중심부를 향해 죄어온다. 동물은 말할 것도 없고 나무와 풀도 뿌리째 뽑힌다. 지역에 있던 모든 생명체는 그 그물 안에 담긴다. 압사당하는 동물도 있고, 으스러지는 나무도 있어, 그야말로 아비규환이 된다. 새끼든, 임신 중인 동물이든, 굳이 잡지 않아도 될 동물이든, 멸종 위기종이든 그물은 이를 분별할 능력이 없다. 그렇게 죌 수 있을 만큼 죄어진 그물은 공중으로 들려져 사람들에게 향한다.'

 

사람들에게 생명체를 죄의식 없이(죄의식이란 단어가 너무 극단적이라면 감정의 동요 정도로 해두자) 바라보도록 만드는 가장 쉬운 방법은, 될 수 있으면 자신과 상관이 없는 객체로 만드는 것이다. 생선이 그렇다. 바닷속 깊은 곳에서 일어나는, 지구상에서 가장 처참한 아비규환의 현장을 목격할 수 있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반려 돼지를 기르는 이가 돼지고기를 바라보는 시선은 다른 이의 그것과 같을 수는 없다. 조금 더 확대시키면, 도살 장면이나 사육 환경을 목격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고기를 바라보는 생각 역시 같을 수 없다.

 

먹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과한 게 문제다

그렇다고 책 <텅 빈 바다>가 '생선을 먹지 말자'거나, '수산업을 금지하자'는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니다. 단지 '먹지도 않을 자원을 왜 낭비하느냐'는 문제를 제기할 뿐이다. 인류가 먹을 양은 지금 잡아들이는 생선의 3%면 충분하다고 한다. 또한 거기서 파생되는, 종의 위협에 비해 관대하기 그지없는 보호종의 선정도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지금 바다에서는 인간에게 필요한 양의 40배에 달하는 어류가 포획되고 있다. 1년에 바다에 던져지는 그물의 길이는 지구를 550번 감을 수 있는 길이다. 수산업에서 사용하는 가장 큰 그물은 보잉747기 13대를 가둘 수 있는 크기다. 어류는 단 1%만이 보호종으로 지정돼 있다. 인류가 과다포획으로 자연에 미치는 영향은 오염으로 인한 피해보다 크다고 한다. 가히 충격적이다.

 

바다는 수산 기업의 전유물이 아니다. 시민의 것이자, 나아가 인류, 후손들, 자연 만물과의 공유물이다. 난 우리 후손들이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바다를 똑같이 볼 수 있다면 좋겠다. 그리고 인류가 영원히 번영하기를 바라는 것처럼, 최소한 생선도 타의에 의해 절멸의 길로 다다르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나 이 책은 슬프게도 뭔가 변화가 있지 않으면 이 소박한 바람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말해준다.(오마이뉴스 전병현)

 

 

음악출처: 다음 블로그 홍이 아뜨리에

 

Oboe-Albrecht Mayer
1.비발디-사계中겨울∥.Largo(arr.Albrecht Mayer)

2.지오반니 플라티-오보에 협주곡 G단조Ⅰ.Allegro

3.지오반니 플라티-오보에 협주곡 G단조 Ⅱ.Largo

 

4.지오반니 플라티-오보에 협주곡 G단조 Ⅲ.Allegro

5.비발디-오보에 협주곡 C장조 RV447 Ⅰ.Allegro non molto

6.비발디-오보에 협주곡 C장조 RV447Ⅱ.Larghetto

7.비발디-오보에 협주곡 C장조 RV447Ⅲ.Minuet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