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우리를 인간이게 하는가 저자 천주희, 정지우, 김민섭, 류은숙, 전성원, 하승우, 강남순, 홍세화|낮은산 |2018.01
천주희-1947년 서울에서 태어나, 경기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66년 서울대 공대 금속공학과에 입학하였다. 이듬해 10월 금속공학과를 그만두고 1969년 다시 서울대 문리대 외교학과에 입학한다. 입학후 대학재학중에는 문리대 연극반 활동을 계속했다. 그러던 중 1972년 '민주수호선언문'사건으로 제적당했으나, 1977년 우여곡절 끝에 졸업을 한다. 1977년 부터 79년까지 '민주투위' '남민전' 활동을 시작했고, 1979년 3월 무역회사 해외지사 근무차 유럽으로 갔다가 '남민전 사건'으로 귀국하지 못하고 빠리에 정착한다. 1982년 이후 관광안내, 택시운전 등 여러 직업에 종사하면서 망명생활을 했다. 2002년 귀국하여 한겨레신문 기획위원으로서 한국 사회에 대한 충고와 비판을 하고 있다. 2009년 4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판의 새 편집인으로 선임되었다.
홍세화는 자신에 대해,
"두가지 우연이 있었다. 하나는 프랑스 땅에 떨어진 것. 또 하나는 파리에서 빈대떡 장사를 할 자본이 없었다는 것. 아무 카페든지 한 귀퉁이를 빌려서라도 빈대떡 장사를 해보겠노라고 마누라와 꽤나 돌아다녔다. 그 때 수중에 돈이 좀 있었다면 지금도 열심히 빈대떡을 부치고 있을지 모른다. 실제로 나는 빈대떡을 아주 잘 부친다.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 대신에 나는 빠리의 빈대떡 장사'? 글쎄, 그건 나도 알 수 없다. 아무튼 두가지 우연과 몇가지 필연, 그리고 서울대 출신이란 게 합쳐져서 지금의 내가 있게 되었다. 나는 나이를 꽤나 먹었지만 나이 먹기를 꽤나 거부하려고 한다. '양철북'의 소년도 아니면서 말이다. 나이 먹기를 거부한다는 게 주책없는 일임을 안다. 그렇다고 거게 하릴없는 수작이라고까지는 생각지 않는다. 장교는 나이를 먹으면서 진급한다. 사병은 나이를 먹어봤자 사병으로 남는다. 실제 전투는 주로 사병이 하는 것이다. 그런데 거의 모든 사람이 사병으로 남으려 하지 않는다. 그래, 그럼 나는 끝까지 사병으로 남겠어. 오래 전부터 가졌던 생각이다. 따라서 나에겐 나르시시즘이 있다. 내 딴에는 그것을 객관화함으로써 자율통제 하려고 애쓴다. 그러면 전투는 왜 하는가? 살아야 하므로. 척박하나 땅에서 사랑하고 참여하고 연대하고 싸워 작은 열매라도 맺게 하는 거름이고자 한다. 거름이고자 하는 데에는 자율 통제가 필요치 않다. 욕망이 춤춘다. 그렇다. 나는 살아서 즐거운 '아웃사이더' 이고 싶다. 시어질 때까지 수염 풀풀 날리는 척탄병이고 싶다"(김규항등저,『아웃사이더를 위하여』,아웃사이더,2000)
라고 말한다.
1995년 자전적 에세이인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를 출간하여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우리에게 똘레랑스라는 말에 대해서 각인 시켰주었던 작품으로 영업용 택시기사 시절 이야기를 중심으로 프랑스에 망명하기까지의 곡절, 그가 바라본 프랑스 사회의 단면, 학생운동에 투신했던 대학시절의 추억 등 그 애환의 어제와 오늘이 담담하게 그려져 있다. 또한 1997년 『르 몽드』에 실린 기사묶음인 「진보는 죽은 사상인가」를 번역하였다. 1999년 문화비평 에세이인 『쎄느강은 좌우를 나누고 한강은 남북을 가른다』를 출간하였고, 2000년 단행본 『아웃사이더를 위하여』와 격월간 「아웃사이더」를 발간하고 있다. 2010년 한국의 퇴보하는 민주주의를 염려하며 『생각의 탄생』과 『민주주의의 무기, 똘레랑스』를 쓰거나 번역하였다.
'똘레랑스'라는 용어를 각인시키며 1995년 자전적 에세이인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를 출간하여 세간의 주목을 받은 언론인이자 평론가, 사회운동가이다. 2002년 귀국하여 지금까지 활발한 사회활동으로 한국 사회가 좀 더 나아지기를 바라며 제 목소리를 내고 있다.|||1992년부터 2006년까지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로 일했다. 그 후로 지금까지 ‘인권연구소 창’의 활동가로 있다. 두 단체 모두의 창립 구성원이다. 인권 활동에서 개인 수익을 갖지 않는다는 활동 원칙으로, 생계는 식당 알바로 해결하며, 인권 활동과 관련된 수입은 인권 운동에 써왔다.
뚱하고 말하기 귀찮아하는 성격에 긴 강연을 하는 것도, 방 밖에 나가기 싫어하는 성격에 온갖 집회를 쏘다니는 것도, 사교성 없고 냉정한 성격에 사람들과 술자리를 자주 갖는 것도 다 인권운동이 시킨 일이라서 한다. 글쓰기를 지독히 싫어하면서도 지금껏 일주일에 한두 편씩은 꼭 글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다. 언젠가는 이 모든 일을 진짜 즐겁게 하게 될 날을 소망하며 오늘을 동동거린다.
인터넷 주간인권신문인 〈인권오름〉에 주로 글을 써왔고, 『인권법』, 『아이들에게도 권리가 있다』, 『아이들의 인권 세계의 약속』, 『중학생을 위한 국제이해교육』, 『인권교육 길잡이』, 『군 인권 교육교재』 등을 여러 사람과 함께 썼다. 초등학교 6학년 읽기 교과서에 〈인권의 가치〉편을 쓰기도 했다. 2009년 현재 방송대학 TV의 〈인권법 강의〉 중 ‘류은숙의 인권문헌 읽기’를 가르치고 있다. “가장 낮은, 가장 약한 사람들의 열망으로 바꿔 온 인권의 역사”를 담은 《인권을 외치다》(푸른숲)을 썼다.|||계간 『황해문화』 편집장. 전태일이 세상을 떠난 1970년 통일로 연변 구파발에서 태어나 특전사 사령부 인근 거여동에서 성장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연이어 세상을 떠난 1979년 12월, 특전사 사령부에서 갑자기 울린 총소리를 들었다. 1980년 입원한 담임교사를 병문안하러 간 대학병원에서 중무장한 계엄군과 맞닥뜨린 뒤 ‘5월 광주’에 대한 의문을 품게 되었고 중학교 3학년이던 1985년 11월 민정당 중앙정치연수원 농성 사건을 학교 옥상에서 바라보았다. 1986년 올림픽선수촌 아파트 인근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건국대 근처 사회과학서점 인에 들락거리다 우연찮게 건국대 사태를 목격했고, 이후 시위 현장을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1987년 서울지역고등학생운동연합(서고련)을 결성해 그해 겨울 공정한 대통령선거와 교육민주화를 주장하며 명동성당에서 벌어진 농성시위에 참여했다. 이후 3년간 막노동자로 전국을 떠돌았다. 1991년 고교 2년 후배 천세용의 분신사건을 보았고 이듬해 서울예대 문예창작과에 진학했다. 졸업 후에 광고기획사에서 한보그룹 등의 브로슈어나 관련 책자들을 만들다가 수서비리사건으로 그간의 삶에 회의를 느껴 퇴사한 뒤 새얼문화재단에 입사해 2012년 현재까지 『황해문화』에서 일하며, 평화박물관?space99 운영위원, ‘사람으로 본 20세기 문화예술사 - 바람구두연방의 문화망명지’의 운영자로 살아가고 있다. 지금까지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다』, 『아뿔사, 난 성공하고 말았다』를 다른 사람들과 펴냈다. |||부산에서 태어났다. 경희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 경희대에서 정치학 석사와 박사과정을 마쳤다.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한양대 제3섹터연구소에서 일하다 2007년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과 '지행네트워크'라는 공간을 마련했다. 행동하는 지식인을 지향한다는 의미에서 지행知行이라 이름을 붙이고 다양한 사람들과 우정을 나누고 있다.
정치학을 전공한 것은 우연이었다. 시험 성적에 맞춰 지원했을 뿐 정치에 관심은 없었다. 대학원에 진학한 것은 학문에 대한 뒤늦은 관심 탓이었지만, 대학원의 교육 과정은 그 호기심을 채워 주지 못했다. 정체성을 강조하는 학교 밖 학문 공동체들에도 정을 주기는 어려웠다. 그러다 2001년 풀뿌리 운동을 만났다. 평소 생각하던 바를 이미 현실에서 구현하는 운동이 있었다니! 그때부터 연구와 활동의 경계를 넘나들며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했다. 삶이 받쳐 주니 생각의 힘이 부쩍 강해졌다. 그래서 요즘은 삶이 생각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을 고민하며, 중심에서 멀어지는 삶을 기획하고 있다.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녹색당 평당원이다. 동네에서 몇 개의 독서 모임과 공부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희망의 사회 윤리 똘레랑스』(책세상, 2003), 『세계를 뒤흔든 상호부조론』(그린비, 2006), 『참여를 넘어서는 직접행동』(한양대학교출판부, 2007) 등이 있다. 주변 사람들은 그를 ‘이간질 대마왕’, ‘까칠한 로맨티스트’라 부르지만, 곁의 애인은 ‘날카롭지만 섬세하고 따뜻한 남자'라 부른다. 사회의 모순과 잘못을 지적하기 위해 날카롭고 까칠해야 하지만 삶의 방향은 사랑과 우정을 향해야 한다고 믿는다. 관심사는 풀뿌리민주주의와 아나키즘, 자치와 공생의 삶이다. 민주주의는 스스로 구성하고 함께 나누는 삶 속에서만 가능하다고 믿는다. 뭔가를 알아갈수록 그렇게 살지 못하면 의미 없다는 생각이 든다. 언제나 부족한 삶의 2퍼센트를 채우려고 노력하는 것만이 의미를 채우는 방법이라 믿고, 벗들의 우정과 애인의 사랑이 있어 그 노력이 힘들지만은 않고 행복하다. 그 행복을 나누기 위해 노력하려 한다.|||작가 겸 문화평론가, 팟캐스트 진행자. 고려대학교 및 같은 대학원에서 문학과 철학을 공부했다. 청소년기에 다른 세계를 상상하는 즐거움을 알게 되어 소설 쓰는 사람이 되고자 했고, 대학 시절부터 지금까지 여러 권의 인문학 책을 썼다. 첫 책인 『청춘인문학』은 당시 기성세대가 주도하던 ‘청춘 담론’이 정작 청춘의 실제 삶을 겉돌고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책이었고, 이후 『삶으로부터의 혁명』(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 등 우리 사회와 문화 전반으로 논의를 확장한 책을 잇달아 내놓았다. 특히 한국 사회의 특징을 분노로 규정하고 이를 철학적으로 탐구한 『분노사회』의 출간으로 독창적인 신예 저술가로 주목받았다.
최근까지 세월호 문제 등과 관련하여 인간 이타성을 탐구한 『사람은 왜 서로 도울까』, 소비의 시대에 진정한 여행의 의미를 묻는 『당신의 여행에게 묻습니다』(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우수출판콘텐츠 선정) 등을 출간했다. KBS, MBC, SBS, EBS, TBS 등 여러 방송국의 책 프로그램과 CBS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에 출연했으며, 수년간 팟캐스트 <뼈가 있는 책>과 <정지우의 인문학적 순간>을 진행해 왔다.
『고전에 기대는 시간』은 청춘을 바치듯 고전을 읽은 끝에 발견한 ‘고전의 쓸모’에 대한 이야기이자, 고전에 기대어 삶을 견뎌 낸 자전적 기록이다. 그저 작품을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작품이 어떻게 실제 삶이 되어 왔는지를 일기장보다 내밀하게, 그러면서도 문학 전공자의 정확성과 깊이를 가지고 치열하게 담아냈다.|||미국 텍사스크리스천대학교 브라이트 신학대학원 교수이다. 독일과 미국에서 공부하고 한국과 영국의 대학에서 가르친 후, 2006년부터 현재의 학교에서 코즈모폴리터니즘, 포스트모더니즘, 포스트콜로니얼리즘, 페미니즘과 같은 현대 철학적, 신학적 담론을 가르치고 있다. 특히 임마누엘 칸트, 한나 아렌트, 자크 데리다 등의 사상과 연계하여 코즈모폴리턴 권리, 정의, 환대, 사랑의 문제에 학문적, 실천적 관심을 기울이며 다양한 국제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코즈모폴리터니즘과 종교: 21세기 영구적 평화를 위하여》(2015), 《디아스포라 페미니스트 신학: 아시아와 신학정치적 상상Diasporic Feminist Theology: Asia and Theopolitical Imagination》(2015), 《코즈모폴리턴 신학: 불균등한 세계에서의 행성적 환대, 이웃 사랑, 연대의 재구성Cosmopolitan Theology: Reconstituting Planetary Hospitality, Neighbor-Love, and Solidarity in an Uneven World》(2014) 등이 있다.|||1983년에 서울에서 태어났고 망원동에서 어린 시절을 거의 보냈다. 309동 1201호라는 가명으로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라는 책을 펴내고, 2015년 12월에 대학에서 나와 대리운전을 시작하며 바라본 사회의 모습을 토대로 『대리사회』를 펴냈다. 그 이전까지 대학, 대학원을 떠나 본 일이 없는 현대소설 연구자였다. 글이라고는 논문만 읽고 썼고 4년 동안은 글쓰기 교양 과목을 강의했다. 하지만 대학 바깥에 더욱 큰 강의실과 연구실이 있음을 알았고, 세상으로 걸어 나왔다. 이제는 ‘김민섭’이라는 본명으로 논문이 아닌 글을 쓴다.
저자는 대학에서 교수도 아니고 학생도 아닌, 어느 중간에 위치한 ‘경계인’이었다. 강의하고 연구하는 동안 그 어떤 사회적 안전망이 보장되지 않았고 재직증명서 발급 대상도 아니었다. 서류에 존재하지 않는 인간으로 8년 동안 존재했다. 그러한 중심부와 주변부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들에게 보이는 어느 균열이 있다. 그는 언제나 경계인으로서의 시선을 유지하면서 그 균열의 너머와 마주하고 싶다. 그렇게 작가이자 경계인으로서 계속 공부하고 노동하며, 글을 쓰고 싶어 한다.|||1986년 출생. 성공회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과 사회학을 전공하고, 연세대학교 문화학과에서 문화학과 여성학을 공부했다. 지난 10년 동안 대학(원)생으로 지불한 등록금은 약 5000만 원. 그중에 2200만 원은 학자금 대출을 받았다. 스무 살에 독립한 후로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하면서, 빚을 갚아나가고 있다. 학생 채무자이자 부채 연구자로 한국의 청년부채 문제를 탐구하기 시작했고, 「대학생은 어떻게 채무자가 되는가」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의 ‘포스트 IMF’ 세대와 문화 정치에 관심이 많으며, 주로 청년부채 · 노동 · 빈곤 등을 연구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노오력의 배신』(공저)이 있으며, 「안녕! 청년 프레카리아트」([문화과학], 2014)라는 글을 썼다. 현재 문화사회연구소와 청춘희년네트워크 운영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사회적협동조합)에서 청년부채팀장을 맡고 있다. 예술인 집단 ‘문화창작공간 다락’을 운영하고 있으며, 청년들의 삶을 다룬 희곡 「눈물요정 시리즈: 지하철편」, 「공터(共無地)」를 쓰고, 대학로에서 상연했다.
목차
| 서문 | 그 누구도 섬이 아니다
천주희 _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정지우 _ 그 속에는 명백하게도 타인에 대한 ‘실감’이 있었다
김민섭 _ 나는 결국 아이 이름을 ‘린’으로 지었다
류은숙 _ MB의 밥상을 세 번이나 차리며 ‘열심’을 추궁하다
전성원 _ 인간이 손에 넣은 가장 위대한 것
하승우 _ 곁에 선다는 것, 서로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것
강남순 _ ‘진정성’의 실종 시대, ‘진정한 인간’으로 산다는 것
홍세화 _ ‘사람’과 ‘괴물’ 그 사이, 회의하고 또 회의하라
출판사 서평
대체 인간이란 무엇인가
수학여행을 가던 아이들의 어처구니없는 수몰, 광장에 나온 한 농민의 국가 권력에 의한 죽음, 국민 손으로 세운 국가 수장이 유령이었음이 드러나는 과정, 여성, 장애인, 소수자들을 향한 극렬한 혐오… 우리는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강렬한 페이지로 남을 시간을 지나왔다. 부정의에 분노하고 정의를 부르짖는 과정에서도 끊임없이 크고 작은 차별과 혐오와 불평등이 생겨났고, 선의로 모인 집단에서조차 배제와 폭력이 발생하는 것을 지켜보며 "인간이란 대체 어떤 존재인가"라는 탄식이 흘러나오기에 이르렀다.
생물학적 인간 종(種)을 넘어
인간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답하는 일은 쉽지 않다. 인간이 한마디로 요약할 수 없는 복잡다단한 특성을 지닌 존재이기도 하거니와, '인간'이라는 보통명사로 간단히 묶기에는 각각의 생각과 가치관과 삶의 태도가 천차만별인 까닭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우리는 우리 자신이 누구인가 묻는 유일한 동물이라는 점이다. 이 정답 없는 질문에 매달리는 과정에서 우리는 필연적으로 ‘윤리’와 맞닥뜨리게 된다. 그러므로 다른 종과 구별되는 문명을 구축한 인간의 ‘능력’을 말하기에 앞서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윤리’에 대해 우리는 말할 수 있고, 또 이야기해야 한다.
그 자신이 사회적 불평등을 뼈저리게 경험한 청년 세대의 일원이자 문화연구자 천주희는 우리 사회가 지닌 장애에 대한 인식을 살펴보면서 “분리의 기원”과 “다수라는 집단의 편의”에 의문을 제기한다. 문화평론가 정지우는 우리 사회를 뒤덮고 있는 노동 재해를 열거하면서, 우리가 ‘인간’을 인간으로 사고하지 않은 결과 ‘인간의 자리’를 어떻게 상실했는지 조목조목 짚어나간다. 출간마다 적잖은 사회적 이슈를 일으켜 온 김민섭은 자신의 아이 이름을 ‘린’이라고 짓기까지의 이야기를 씨줄로 삼고,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고뇌하며 ‘이웃 린’이라는 한자에 주목했던 식민지 시대 젊은 지식인들을 날줄로 삼아 ’사회적 인간‘이 된다는 것의 의미를 새롭게 환기한다. 인권활동가 류은숙은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하면서 MB의 밥상을 세 번이나 차리게 된 이색적인 경험담을 소개하며 ‘존재’가 아닌 ‘열심’을 섬기는 나라에서 어떻게 인간으로 살 수 있는지 묻는다.
계간 『황해문화』 편집장 전성원은 태초의 ‘인류’가 ‘인간’으로 진화해 가는 과정을 통해 인간이란 존재가 무엇인가를 탐구하는 한편, 일상에서 죽음을 밀어내고 내일을 상상하는 힘도 잃어버린 오늘날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본다. 녹색당 공동정책위원장 하승우는 1980년 광주의 기억으로 글을 시작하면서 “곁에 서는 것으로서의 정치”를 통해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고유한 활동’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미국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강남순은 ‘탈영토적 고향’이라는 개념을 들어 진정한 인간으로 산다는 것에 대해 물으면서 이 물음 자체가 우리가 살면서 지속적으로 성찰해야 할 ‘과제’이며 ‘여정’임을 강조한다. 프랑스로 망명했다 한국으로 돌아와 활발한 사회정치 활동을 해온 홍세화는 ‘생각’이 ‘회의’로 나아가지 않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이야기하며 ‘사람’과 ‘괴물’ 사이에 선 우리의 현실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모든 증언에는 공백이 있다. 증인은 살아남은 자들이며, 그래서 모두가 어느 정도는 특권을 누린 자들일 수밖에 없다. 아우슈비츠의 평범한 수인(囚人)은 결코 살아남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진정한 증인이 될 수 없다. (…) 이 책에 글을 쓴 이들이 처한 입장도 증언자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현재 대한민국이 처한 비참한 현실에 대해 고발하고, 윤리적 인간으로서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우리 역사에는 미처 우리가 기록하지 못한 수많은 공백이 있다. 결국 이 빈자리를 채울 수 있는 사람은 이 책을 읽을 독자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 [서문]에서
이 책 [서문]에서 전성원은 조르조 아감벤의 일화를 들어 “증언의 가치는 본질적으로 증언이 결여하고 있는 것에 있다”고 말하면서 글쓴이들의 입장도 증언자의 그것과 다르지 않음을 고백한다. 결국 인간에 대한 성찰은 글쓴이 8명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의 경험과 고백으로 완성될 수 있을 것이기에 이 책에 기록되지 못한 공백, “빈자리를 채울 수 있는 사람은 이 책을 읽을 독자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 ‘이곳에서’ 살아가는 ‘나의 현실’로서
인간과 사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각 방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이들을 필자로 선정한 것은 이 책이 인간에 대한 철학적 사유에 그치지 않고 삶 한복판의 풍경을 드러내는 구체적이고 살아 있는 목소리가 되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이 책에 글을 쓴 8인은 ‘우리가 인간이 아니게 되는 순간’에 대한 뼈아픈 고백 및 자기반성과 더불어, ‘인간이 되는 조건’을 관념이나 이상이 아닌 오늘을 살아가는 ‘나의 현실’로서 이야기함으로써, ‘나는 언제 인간으로 살아 있다고 느끼는지’ 독자와 함께 체감하고 ‘인간에 대해 사유하는 일’이 왜 지금 시대에 더 강력하게 요구되는지 고민해보고자 했다.
[책속으로 ]
그런데 인류는 언제부터 인간이 되었을까? 과연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것이 무엇일까? 사람마다 의견이 분분하다. 어떤 이는 직립 보행하는 것을 인간으로 특징 삼고, 어떤 이는 도구를 만들어 사용하는 것, 어떤 이는 놀이를, 또 어떤 이는 언어를 말한다. 문명적인 측면에서 인류에게 찾아온 가장 극적인 변화는 도구를 이용하게 된 것이라지만, 문화적인 측면에서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깨달음은 인간이 죽음에 대해 최초로 자각하게 된 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 [인간이 손에 넣은 가장 위대한 것]에서
곁에 서 본 사람들은 안다. 그 사람이 얼마나 절박한지. 그 절박함에 숨이 막혀 도망치고 싶을 때도 있지만 잠시 머문 자리마저 고마워하는 사람들에게서 등을 돌리기는 쉽지 않다. 때론 그 삶을 이해하고 싶어진다. 같은 인간이 왜 이렇게까지 내몰리게 되었을까. 이런 질문들은 삶을 고민하게 한다. 나의 삶만이 아니라 너의 삶, 우리의 삶을.
- [곁에 선다는 것, 서로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것]에서
이토록 ‘진정성’이 부재한 시대에, ‘진정한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진정성이 사라진 시대에, 개별인들이 자신의 진정성을 확보하고 지켜 내는 것은 도대체 가능한 것인가. 오스카 와일드의 “너 자신이 되라(Be yourself)”는 선언은, ‘진정한 나 자신’이 된다는 것의 의미란 삶의 의미를 ‘지속적으로’ 묻는 일이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 [‘진정성’의 실종 시대, ‘진정한 인간’으로 산다는 것]에서
내가 지금 고집하면서 내 삶의 푯대로 삼고 있는 내 생각을 나는 갖고 태어났을까? 아니다. 그럼 내가 지금 고집하면서 내 삶의 나침반으로 삼고 있는 내 생각을 내가 창조했을까? 아니다. 그럼 내가 어제 고집했고 오늘 고집하며 내일 고집할 내 생각을 내가 선택했을까? 선택한 게 아주 없지는 않겠지만 지금 내가 갖고 있는 생각의 총량 중 그것은 지극히 미미한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하여 내가 갖고 태어나지 않았고, 내가 창조한 것도 아니고, 내가 선택한 것도 아주 미미한 생각을 우리는 고집하면서 살아간다. 회의도 없이! - [‘사람’과 ‘괴물’ 그 사이, 회의하고 또 회의하라!]에서
어떤 세계든 그 세계로 들어가기 위해 우리는 그곳의 언어를 배워야 한다. 듣지 못하는 세계에 사는 사람들은 타인에게 손짓과 표정과 몸짓으로 신호를 보낸다. (…) 나는 상대에게 손짓으로 신호를 보내고, 상대는 응시할 수밖에 없는 관계. 그 사이에서 언어와 관계의 윤리성을 배운다. 다큐에서 한창 김장 준비로 바쁜 엄마에게 불빛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아빠의 모습을 보았다. 소리 없는 세계는 목소리보다 다양한 손짓과 눈빛으로 다양한 언어를 창조한다는 것을 배웠다. 우리가 다중 세계에 살고 있다는 감각은, 신비롭고 어렵고 깊은 사유 속에서 만들어진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중에서
우리가 가장 견딜 수 없는 것은 모욕감도, 외로움도, 박탈감도 아니다. 갑질에서 오는 모욕감도, 고시원 생활에서 오는 외로움도, 외지 발령에서 오는 박탈감도 궁극적으로 자기에게 ‘이익’이 되는 일이라면 견딜 수 있다. 오히려 ‘손해 보는 일’이야말로 인생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가장 끔찍한 일이다. ‘손해 본다는 느낌’만큼 우리의 영혼을 뒤흔들며 증오와 분노에 휩싸이게 하는 것은 없다.
그렇게 보면, 자기 이익이야말로 우리 시대에 가장 성행하는 신앙인 셈이다. 자기 이익은 인간 사이사이에 들어찬 반투과 유리막과 같다. 우리는 좀처럼 그 유리막 너머의 진짜 타자를 만날 수 없다. 아니, 굳이 그 타자를 보려고도, 만지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 속에는 명백하게도 타인에 대한 '실감'이 있었다」중에서
그날 커피숍에서 나의 선배는 누군가 한 사람 자신에게 손을 내밀어 주길 바랐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날 들릴 듯 말 듯 작은 한숨만을 내뱉었던 우리는 그 이후에도 손을 내밀지 않았다. 그를 그저 버티지 못한 나약한 인간, 잘못 선택한 인간 정도로 동정하는 데 그쳤을 뿐 자신이 그러한 처지에 놓여 있음을 떠올리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대학에서 나올 때, 그리고 나왔을 때, 나를 비난하던 이들이 원망스럽지 않았다. 만약 다른 이가 ‘지방시’라는 글을 썼다면 나는 그를 비난하거나 외면하는 데 앞장섰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결국 아이 이름을 ‘린’으로 지었다」중에서
“MB가 온대.”
“MB? 그 MB?”
“맞아. 경호원이 와서 30분 뒤에 도착한다고 했어.”
4인 한 상인 기본차림, 20인 분의 정식을 준비하라는 주문이 떨어졌다. 머리가 멍했다. 그날은 공교롭게도 용산 참사 5주기 추모식이 열리는 날이었다. 주말 알바를 하는 나는 그 자리에 가지 못했다. 그것도 모자라 MB의 밥상을 차려야 하다니. 그런 날, 참사의 최종 책임자일 수밖에 없는 이의 밥상을 차려 준 인권 활동가는 이 세상에 나 말고는 없을 것이다. -「MB의 밥상을 세 번이나 차리며 ‘열심’을 추궁하다」중에서
《황해문화》 전성원 편집장
“요즘 비트코인에 투자해 큰돈을 번 사람들 가운데 우울증에 빠진 사람이 많다는대요. 왜 더 많은 돈을 투자하지 못했는가 하는 후회 때문이라죠. 돈에 대한 가치가 우선하면서 우리 사회는 인간에 대한 존엄이나 예의를 잃어버린 상황입니다. 크레인 사고만 하더라도 안전핀을 4개 해야 하는 자리에 한두 개로 대처하면서 결국 사고가 나는 겁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책은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결국 인간이 살아가는 본질의 문제를 점검한 책으로 보면 됩니다.”
‘사라져버린 인간’을 찾기 위한 현장 보고서
책의 기획은 지난 수년간 우리 사회에 가장 큰 트라우마가 된 세월호 침몰과 고(故) 백남기씨 사망사고에서 비롯됐다. 생때같은 고등학생 아이들을 포함해 304명의 생명이 순식간에 죽음에 이르고, 한 농민이 공권력에 의해 죽임당한 사건 앞에 국가의 수장(首長)은 존재가 없었다. 이후에도 단식자를 음식으로 조롱하는 비열한 일들이 있었지만, 사회는 너무나 조용했다. 다행히 촛불의 열기가 있었다. 그리고 이번 기획의 필자 8명은 각자 자신의 삶에서 출발해 ‘인간’과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를 묻고, 어떻게 하면 우리 사회에 공적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한 것을 기록한 것이 이 책이라고 말했다.
생생한 현장의 사람들이 참여한 만큼 흥미로운 이야기들도 많다. 인권 활동가 류은숙씨는 14년간 식당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얼마간에 세 번이나 이명박 전 대통령의 밥상을 차려야 하는 해프닝을 담담하게 풀었다.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와 《대리 사회》로 사회적 약자에 관심을 가진 김민섭씨는 지난 ‘촛불 광장’에 나가지 않은 대학원생 K를 이야기한다. 대학에서 가장 약자가 되어 버린 대학원생은 자신이 생각할 때 가장 큰 적폐라고 느끼는 지도교수가 시국선언문에 서명하는 것을 보면서, 자신도 그와 같이하기에 뭔가 막혀 버린 것 때문이다. 결국 스스로 민주시민이라고 하지만, 그 스스로가 적폐가 된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현실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녹색당 하승우 공동정책위원장은 그가 1980년 광주의 비극을 알아간 과정과 2017년 4월 《전두환 회고록》 출간의 비극을 통해 이 사회를 말한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이 책에서 광주항쟁이 폭동이었고 정당한 자위권의 발동이 있었을 뿐 발포 명령은 없었다고 쓰기 때문이다.
결국 사회가 인간에 대한 관심을 회복해야”
“엄청난 사건들이 있음에도 사회는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정부가 큰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인간을 등한시하는 문화는 우리가 근대화하는 과정에서 사람보다는 돈이나 물질을 우선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입니다. 정부도 중요하지만 결국 시민·언론 등 사회가 인간에 대한 관심을 회복해야만 극복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이번 기획도 주제가 큰 만큼 각 참여자들이 세밀하게 개성 있는 글을 만들어주길 바랐는데, 의도가 비교적 산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결국 다시 인간을 만드는 것은 타인에 대한 시선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전성원 편집장은 그의 글에서 660만 년 전 가장 연약한 동물인 인류가 그 평원에서 살아남은 것은 너와 나의 아이를 구분하지 않고 함께 보호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보살폈기 때문이라고 봤다. 또 ‘죽음’을 자각한 뒤 공동체가 이를 추모하고 애도하는 과정에서 높은 수준의 추상적 사유에 도달했다고 본다. 현 정부의 탄생 과정 역시 세월호 희생자와 백남기씨의 추모 과정에 기댄 것이 많은 만큼 충분히 숙고해야 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문제는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다. 전 편집장은 “책에서 홍세화 작가는 ‘‘사람’과 ‘괴물’ 그 사이, 회의하고 또 회의하라’를 통해 사람들이 더 깊게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사람들이 고민하지 않으면 결국 이 사회를 지배하려는 자들에게 지배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경쟁사회를 이데올로기로 해서 물질적 성공을 우선하는데, 그러면 결국 인간은 소외되고 괴물의 사회로 되돌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한다. 사람에 대한 문제는 국가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사회·지역·학교·가정 등 개인의 문제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런 층위를 넘어 한 사람 한 사람이 좀 더 인간다운 삶, 인간다운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이 책의 시작점이자 끝점이다.”
무엇이 우리를 인간이게 하는가 저자 찰스 파스테르나크|역자 채은진|말글빛냄 |2008.06
원제 What makes us human?
편저자 | 찰스 파스테르나크(CHARLES PASTERNAK)는 영국 옥스퍼드 국제생물의학센터 OXFORD INTERNATIONAL BIO-MEDICAL CENTER(OIBC)의 소장이다. 옥스퍼드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했고 생화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년 동안 포병부대의 장교로 군에 복무했으며 이후 16년 동안 옥스퍼드 대학에서 생화학을 가르치다가 런던 대학(세인트 조지 의과대학)의 신설 생화학과 초대 학장으로 취임했다. 관심 연구 분야는 생체막과 전염병이다.
국제생물의학센터(OIBC)를 통해서 개발도상국의 과학 연구 촉진을 위해 활동하고 있으며, 어린이들과 일반 대중의 과학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는데 앞장서고 있다. 저서로는 <우리안의 분자: 우리 몸의 건강과 질병 THE MOLECULES WITHIN US: OUR BODY IN HEALTH AND DISEASE, PLENUM, 1998>과 <인간성의 본질 탐구 QUEST: THE ESSENCE OF HUMANITY, JOHN WILEY, 2003, 2004(보급판)> 등이 있다.
목차
일러두기
서문: 무엇이 우리를 인간이게 하는가 - 월터 보드머
1장: 모방 - 수전 블랙모어
2장: 기억, 시간, 언어 - 마이클 코벌리스, 토머스 서든도프
3장: 인간과 유인원의 차이 - 로빈 던바
4장: 원시인류와 언어 - 마우리치오 젠틸루치, 마이클 코벌리스
5장: 반(半)은 유인원 반은 천사 - 리처드 해리스
6장: 비유물론자의 관점에서 본 물질적 사실들 - 데이비드 흄
7장: 우리의 조상과 기후 - 스티븐 오펜하이머
8장: 호기심과 탐구 - 찰스 파스테르나크
9장: 인간의 진화와 인간의 조건 - 이언 태터솔
10장: 인간 본성의 진화와 심층적 사회성 - 앤드루 휘튼
11장: 인과적 믿음 - 루이스 월퍼트
12장: 요리의 수수께끼 - 리처드 랭엄
출판사 서평
▣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접근
이 책은 2006년 3월, 옥스퍼드대학 국제생물의학센터가 영국왕립과학연구소와 함께 개최한 ‘무엇이 우리를 인간이게 하는가?’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글에 기초를 두고 있다. 당시 심포지엄에 참가한 다섯 명의 발표자 외에 열 명의 전문가가 이 책의 발간에 참여해 가능한 한 광범위한 주제로 인간의 의미와 특성에 대한 글을 실었다. 이 책은 그 글을 분야별로 묶은 책이다.
고찰의 분야는 인류학, 생물학, 생화학, 언어학, 철학, 뇌과학, 신경과학, 의학, 종교, 기술과학 등 다양하다. 참여한 필진은 이탈리아, 뉴질랜드, 영국, 미국의 교수, 과학자, 연구가, 학자 등이다. 각 필자는 자신의 분야에서 지금까지 이루어진 명확하고 과학적인 성과를 근거로 인간의 근본 요소를 설명했다. 특히 진화론적 관점에서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인간과 유인원이 어떻게 다른가를 설명한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인간이 인간다운 요소가 무엇이며, 인간이 오랜 세월을 거쳐 어떻게 오늘날에 이르렀는지를 알 수 있다. 또한 도구의 사용이 어떻게 기술과 과학으로 발전하고, 언어가 어떤 과정을 거쳐 현재에 이르렀는지, 종교는 어떤 과정을 거쳐 탄생했으며 어떠한 논리로 현재에 이르렀는지 등을 알 수 있다. 인간과 인간이 만든 사회 문화 전반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것이다.
이 책에 실린 12편의 글은 우리로 하여금 인간 자체를 되돌아보게 한다. 우리를 인간이게 하는 것은 우리의 인지 능력인가, 도구 사용 능력인가, 대화 능력인가, 신앙인가, 호기심인가, 요리 능력인가, 문화인가? 우리는 반(半) 유인원인가, 혹은 반 천사인가? 과연 무엇이 우리를 인간이게 하는가? 위와 같은 질문과 해답을 집대성한 이 책은 독자를 새로운 인식의 세계로 안내한다.
▣ 인간을 이루는 인간만의 특성
-수전 블랙모어(영국 브리스톨 서잉글랜드 대학 초청강사)는 인간의 요인으로 ‘모방’을 들었다. 그는 우리의 먼 조상들이 다른 생물체의 소리와 움직임을 흉내 내기 시작한 때가 인류 진화의 전환점이라고 주장했다. 이 모방 능력 덕분에 평범한 유인원이 커다란 뇌와 언어, 음악 및 미술에 대한 흥미, 복잡한 문화를 축적해갈 수 있는 인류로 진화했다고 설명한다. 또한 리처드 도킨스의 ‘밈(모방)’ 이론을 바탕으로 인간의 뇌, 언어의 기원, 예술?음악?종교의 발생에 대해 분석했다.
-마이클 코벌리스(뉴질랜드 오클랜드 대학 인지신경과학 연구소 연구원)와 토머스 서든도프(호주 퀸즐랜드 대학 심리학과 교수)는 자연선택을 인간의 조건으로 선정하고 ‘행동적 적응 형태’를 바탕으로 기억, 시간, 언어를 설명했다. 이를 위해 그는 ‘정신적 시간 여행’이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과거에 있던 특정 사건들의 기억과 미래에 있을 특정 사건들에 대한 상상이 있었기에 유인원은 인간으로 진화할 수 있었다는 이론이다. 이 정신적 시간 여행이 가능해지면서 인간은 도구를 만들고, 언어를 만들고 시간을 구체화한 것이다. 시간을 초월하는 능력은 인간에게만 있기 때문이다.
-로빈 던바(영국 리버풀 대학 진화심리학 및 행동생태학 연구팀)는 인간과 유인원의 차이를 다양한 시각에서 분석했다. 그는 ‘마음이론’이라는 이론을 바탕으로 인간이 문화(특히 문학)를 창조하고 종교를 만들고 언어를 정착시켰다고 주장한다. 이 이론을 위해 그는 1차~5차적 지향성을 소개하고 그 예로 셰익스피어의 문학작품(오델로, 이 책 109쪽 참조)을 해설했다. 동물은 1차적 지향성에 머무는 반면 인간은 5차적 지향성까지 다다를 수 있으며 이는 인간 고유의 본성이라는 것이다. 이 지향성의 단계에 힘입어 인간은 사고를 표현하고, 예술을 창조하고 종교를 만들 수 있었다.
-마우리치오 젠틸루치(이탈리아 파르마 대학 의과대학 신경과학과 생리학 교수)와 마이클 코벌리스(뉴질랜드 오클랜드 대학 인지신경과학 연구소 연구원)는 언어를 인간의 특성 요인으로 해설했다. ‘언어가 처음에 어떻게 발생되었는가?’하는 의문을 시작으로 언어를 구성하는 기호들과 그 기호들이 나타내는 사물과 행위, 속성을 다루었다. 또한 소리에서 언어로 진화한 변화를 신경생리학적인 측면과 진화론적인 측면에서 살폈다. 나아가 뇌의 구조와 손동작에서 인간의 언어가 파생되었다는 주장을 과학적으로 증명했다.
-리처드 해리스(영국 런던 대학 킹스칼리지 명예 신학과 교수)는 종교의 측면에서 인간의 요인을 분석했다. 어떻게 하여 종교가 인간의 삶으로 들어왔으며, 어떠한 이론으로 종교가 명확한 교리를 지니게 되었는지를 들려준다. 이를 위해 그는 ‘환원주의’와 ‘결정론’ 이론으로 우리를 종교의 세계로 안내한다.
-데이비드 흄(미국 캘리포니아 패서디나 비전미디어프로덕션 회장)은 육체와 영혼의 관점에서 인간을 설명했다. 그는 “인간의 뇌는, 전적으로 인간만이 지니고 있는 특징과 동물에게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본능의 차이를 설명해주지 못한다. 따라서 비물질적인 무언가가 인간의 뇌와 결합하여 인간의 정신을 만들어낸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로버트 쿤(뇌 연구가)의 의견과 함께 뇌를 구성하는 요소와 기능을 설명하고 인간에게 있어서 영혼은 무엇인가를 살폈다.
-스티븐 오펜하이머(영국 옥스퍼드 그린 대학 교수)는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하는 요인으로 ‘직립보행’을 들고 그것이 어떻게 이루어지게 되었으며 직립보행의 결과 인류의 먼 조상은 유인원에서 어떻게 현생인류로 진화할 수 있었는지를 일깨워준다. 또한 직립보행의 원인으로 아주 먼 과거 시대의 ‘기후의 변화’를 들었다. 극심한 기후 변화로 생존하기 위해 직립보행이 불가피했다는 이론을 설파한 것이다.
-찰스 파스테르나크(영국 옥스퍼드 국제생물의학센터 소장)는 호기심과 탐구가 오늘날의 인간을 만들었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탐구가 모든 생물의 기본적인 요소이지만 인간에게는 다른 어떤 생물보다 더 열정적으로 탐구하는 네 가지 특성이 있음을 증명했다. 그것은 ①직립보행 ②유연한 엄지손가락 ③말하기를 위한 성대 ④증가된 뇌이다. 탐구로 인해 직립보행을 할 수 있었고 도구를 만들 수 있었으며 언어와 문화가 시작되었다고 주장한다.
-앤드루 휘튼(영국 세인트앤드루스 대학 진화발달심리학과 교수)은 인간의 속성으로 사회성을 선정해 그것의 의미와 사회성이 이루어진 과정, 진화에 끼친 영향 등을 설명했다. 이를 위해 그는 심층적 사회성, 마음읽기, 문화, 협동, 언어와 의사소통 등을 상세히 분석했다.
-리처드 랭엄(미국 하버드 대학 비교동물학박물관 인류학과 석좌교수)은 인간의 고유한 속성으로 ‘요리’를 들었다. 그는 요리를 인류 진화에 방향을 제시한 핵심적 적응 형태로 본다. 요리는 불을 피우는 능력에서 시작되었으며 이는 인지 능력의 수많은 결과를 나타낸다.
이외에도 다양한 학자들이 진화의 과정을 과학적으로 더듬어 인간의 특성과 그것이 발전하게 된 이유, 결과 등을 많은 사료와 함께 들려준다. 다양한 참고문헌과 세밀한 주석을 바탕으로 명확한 주장을 제시한다.
▣ 과연 인간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는 누구도 명확하게 대답할 수 없다. 또 “인간만의 특징은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인간처럼 사회성 있는 동물은 많고, 언어를 표현하는 동물도 있으며, 요리를 해먹는 동물도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이 모든 요소들이 합쳐져 이루어진 존재이지만 과학적으로 정확히 증명된 것은 없다. 그러기에 오늘도 많은 인문학자와 생물학자, 과학자들은 인간의 기원과 특징을 밝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주는 135억년 전에 탄생했고 지구는 40억년 전에 생겨났으며 인류의 아주 멀고 먼 조상이라 할 수 있는 유인원은 수백만년 전에 등장했다. 그리고 인류의 조상이라 할 수 있는 호모 사피엔스는 대략 2만년 전에 나타났으며 인간은 5천년 전에 역사를 만들기 시작했다.
우리는 135억년 전의 일을 알 수 없고, 40억년 전의 일도 알 수 없다. 하다못해 5천년 전의 일도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지구의 땅에 묻혀 있는 수많은 화석 자료와 인간의 신체를 해부하고 분석해 과연 인간은 언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 현재의 모습을 갖추었는지는 추정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추정을 바탕으로 인간이 다른 생명체와 어떻게 다른지를 알 수 있고, 인간은 어떤 마음과 자세로 삶을 유지해야 하는가를 주장할 수 있다.
이 책은 7백만년 전 최초의 인류종이라 할 수 있는 사헬란트로푸스 차덴시스의 등장에서부터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프리카누스(3백만년 전), 호모 에렉투스(2백만년 전), 네안데르탈인(30만년 전)을 거쳐 호모 사피엔스의 등장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을 추적해 인간의 진화 과정을 보여준다. 이 과정을 분석해 과연 인간은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의 답을 인문학적, 생물학적 관점에서 밝혔다.
이 책을 구성한 다양한 글들 속에는 인간의 고유성에 기여하는 많은 속성들이 제시되어 있다. 이러한 속성들은 인간과 동물의 비교에 관한 흥미로운 질문들을 불러일으킨다. 인간에게만 유머가 있을까? 우리를 놀리는 것처럼 보이는 앵무새는 재미있어서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일까? 후회의 감정을 표현하는 능력은 인간만의 특성인가? 상상의 세계를 창조할 수 있는 존재는 인간뿐인가? 이 책은 이러한 모든 질문들에 대해 답함으로써 인간이 인간답게 되는 조건을 일깨워준다.
이 글의 제목을 다시 한 번 떠올려 보자. 우리는 반 유인원이다. 우리는 진화의 산물로서, 나머지 모든 생물들과 유전자를 공유하고 있다. 또한 우리는 반 천사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기주의를 초월하고, 이타적으로 행동하고, 타인의 행복에 이바지할 수 있는 합리적인 존재다. 무엇보다 우리에게는 우리의 삶에 대한 신의 목적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우리는 그 목적을 생명의 진화와 우주의 기원에서 이해한다. 우리는 경험을 통해 알고 있는 자신의 지혜보다 우월한 지혜가 만물의 뒤에, 위에 그리고 안에 존재한다고 믿는다. 이러한 믿음은 진화론보다 훨씬 더 뛰어난 설명력을 지닌다. 우리의 가치관, 미의식, 사물의 진리를 알고자 하는 욕구 등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리처드 해리스 p179
그런데 단지 의식만으로 종교가 성립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모여 그런 의식들을 행할 이유가 있어야 한다. 바로 여기에서 지적인 요소가 작용한다. 종교 의식에 계속 참여하도록 마음을 움직여줄 신학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나태해지고 만다. 그리고 신학이 있기 위해서는 앞서 얘기했던 지향성이 필요하다. 5차적 지향성이 충족되어야만 우리를 매주 종교 의식에 참여하게 만드는 지적인 명분이 생겨나는 것이다. - 로빈 던바 p117
일부 학자는 독립적인 음성언어로의 전환이 인류 혁명만큼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었는지에 관해 의문을 제기한다. 앞서 말했듯이 음성언어는 손을 자유롭게 해줌으로써 교육을 강화시켰다. 이 교육 자체가 인간에게만 해당하는 특성이라 할 수 있다. 좀더 일반적인 근거를 들자면, 의사소통 매체의 변화는 우리의 물질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예를 들어 글의 등장과 수학 공식의 발전이 없었다면 자동차나 초음속 제트기 같은 현대적인 발명품들은 결코 만들어지지 못했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의사소통 수단이 손과 얼굴에서 음성으로 바뀌면서 도구의 제조 및 사용을 비롯한 물질문화가 특히 발전하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마우리치오 젠틸루치, 마이클 코벌리스 p143
한때는 요리가 인류 진화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되기도 했다. 1871년 찰스다윈은 ‘불을 피우는 기술’을 가리켜 “언어를 제외하고 인간이 이뤄낸 최고의 발견”이라고 말했다. 그는 요리가 “딱딱하고 질긴 뿌리를 먹을 수 있게 만들고, 독성이 있는 뿌리나 풀을 무해하게 만드는 과정”이라고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프레이저도 이와 비슷한 주장을 했다. 그는 “인류의 모든 발명 중에서 불을 피우는 방법의 발견이 아마도 가장 중대하고 영향력 있는 발견일 것”이라 말하고 같은 맥락에서 요리의 중요성에 관해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20세기의 중반 이후 그러한 견해는 대부분 사라졌다. 주된 이유는 고고학적 자료에서 구체화된 패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자료에 따르면 남부 유럽의 몇몇 유적에서 중기 구석기시대에 불을 다룬 흔적이 있었다. 그 시기는 최소한 25만년 전이며 아마도 30~50만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리처드 랭엄 p367
인간은 원숭이나 여타 유인원들과 마찬가지로 매우 사회적인 동물이다. 우리는 사회 집단으로 강하게 결속되어 있으며, 이러한 사회성 때문에 진화를 거쳐 번성하게 되었다. 다른 영장류의 진화적 성공 요인도 바로 여기에 있다. 영장류 사회는 절대적인 사회계약으로 묶여 있다. 각 구성원들은 일상적인 삶과 죽음의 문제들을 협력으로 해결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문제를 보다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 로빈 던바 p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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