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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서평

도파민형 인간

by 이성근 2019. 12. 11.




도파민형 인간 천재인가 미치광이인가 저자 대니얼 Z. 리버먼, 마이클 E. |쌤앤파커스 |2019.10.

원제 The Molecule of More

저자 : 대니얼 Z. 리버먼(DANIEL Z. LIEBERMAN)조지 워싱턴 대학교의 정신?행동과학부 임상과 교수 겸 부위원장이다. 행동과학에 관한 50개 이상의 논문을 발표할 정도로 이 분야를 깊이 있게 연구하고 있다. 약물 재활과 치료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미국의 카론 재단 연구상을 받았으며 미국 정신의학 협회에 속해 있다. 미국 보건부와 상무부, 마약 및 알코올 정책국 등에 정신과 문제에 대한 연구 데이터를 제공하며 많은 도움을 주었고 CNN, C-SPAN, PBS 등의 매체와 여러 차례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다.

 

저자 : 마이클 E. (MICHAEL E. LONG)물리학자이면서 스피치 라이터, 시나리오 작가, 극작가 등 다양한 분야를 섭렵했다. 극작가로서 뉴욕에서 20개 이상의 쇼가 제작되었으며, 시나리오 작가로서는 슬램댄스 영화제에서 각색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스피치 라이터로서 의회 의원, 각료, 주지사, 외교관, 경영진, 대통령 후보자들을 위한 글을 썼다. 그는 인기 있는 연설가이기도 하다. 옥스퍼드 대학교를 비롯해 여러 곳에서 인상 깊은 연설을 했다. 머레이 주립대학교에서 학부과정을 밟고 밴더빌트 대학교에서 대학원 과정을 마쳤다.

 

목차

프롤로그: 더 많은 것, 더 자극적인 것, 더 놀라운 것에 미치는 도파민형 인간

책을 읽기 전에

 

Chapter 1 우리는 왜 자꾸 사랑하고 중독될까?

끊임없이 , , 를 갈구하는 쾌락분자

해보니 별 거 없네.’

도파민의 질주가 멈출 때 사랑은 식는가?

구남친과 슬롯머신의 공통점

불타는 로맨스에서 동반자적 사랑으로

섹스는 사랑의 축소판이자 호르몬 전쟁

 

Chapter 2 인간은 어떻게 스스로를 파괴하는가?

배가 고프지 않아도 햄버거를 먹는 이유

매력을 느낀 순간 무조건 반응하는 의욕의 기전

간절히 원하게 만드는 힘

욕망을 취사선택해 애호로 발전시키려면

주말의 맥주 1캔이 매일 마시는 보드카 1병으로

뇌에 더 빠르게 도착할수록 더 강하게 중독된다

즐거움욕망과 달리 훨씬 드물고 짧아서

욕망의 수호자가 이성적 사고를 압도할 때

파킨슨병을 치료하려다 도박에 빠진 남자

포르노에 더 쉽게 중독되는 사람

온갖 보상의 보물창고, 온라인 게임

TV를 켜는 것도, 끄는 것도 모두 도파민이다

 

Chapter 3 파멸하거나 진화하거나, 중독되거나 성취하거나

욕망회로의 폭주를 막는 통제회로

끈기와 의지력을 좌우하는 것

지배가 복종을, 복종이 지배를 불러온다

대리자 관계인가, 친교 관계인가

우주 영웅으로 살 수밖에 없었던 남자

충동 성향과 체중의 연관성

승리에 도취된 사람들의 말로

차가운 폭력과 뜨거운 폭력

살아야 한다, 그러자면 생각해야 한다

감정 조절 능력을 좌우하는 도파민 수용체

의지력도 지갑 속의 돈처럼 쓰면 사라진다

넌 할 수 있어!” 격려보다 용돈이 효과적이다

모성애는 어떻게 금단현상을 극복할까?

 

Chapter 4 창조자는 천재 아니면 미치광이

최악의 결과와 최선의 결과

뇌 회로가 합선되면 나타나는 현상들

오감이 미치지 않는 정신의 시간여행

잘못된 가정이 정신질환의 불씨로

조현병 환자와 예술가의 공통점

꿈은 정신질환과 크게 다르지 않다

노벨상 수상자들이 그림도 잘 그리는 이유

멈추지 않는 도파민형 인간들

 

Chapter 5 진보주의자와 보수주의자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14년 뒤의 고백

정치적 성향에 따른 IQ 차이

도파민형 인간은 기부하지 않는다?

익숙함은 지루함인가, 안정감인가?

신경과학이 알려주는 설득의 기술

불평등을 응징하는 도파민형 사고방식

이민자 추방과 봉사활동의 아이러니

간단한 실험으로 정치적 성향도 바뀐다

힘이 아닌 아이디어로 통제하는 것이 정치다

 

Chapter 6 무엇이 인류를 진화하고 번영하게 만들었나?

모험가 유전자의 힘으로 더 멀리 떠나온 무리

생존하는 적자는 무엇이 달랐나?

똘똘한 사람일수록 도파민이 일으키는 정신질환에 취약하다

도파민이 폭발하는 이민자들의 나라

도파민 부자들, 도파민으로 멸망할까?

 

Chapter 7 미래지향과 현재지향을 조화시키다

 

통달의 경지에서 오는 즐거움

예측하지 못한 발견에 흥분하는 강력한 자극제

행복한 미래를 상상하는 것의 대가

 

에필로그: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른 점

감사의 글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연애도 직장도 금방 질리는 나, 이것은 문제인가, 기회인가?”

쉽게 불타오르고 쉽게 권태로워지는 사람이 더 성공하는 이유

 

- 그토록 기대했던 썸남과의 연애, 왜 시작과 동시에 마음이 식어버릴까?

- 처음에는 모든 것이 너무 좋았던 회사, 3개월도 안 됐는데 퇴사하고 싶지?

- 왜 여행은 캐리어를 끌고 문 밖에 나서는 순간, 설레는 마음이 확 꺾일까?

 

누구보다 굳건했던 결심, 불타오르던 의지, 두근거리고 설레던 마음은 왜 한순간에 꺼져버릴까? 이 모든 것이 뇌 속 호르몬 도파민의 장난질 때문이라면 믿겠는가? 도파민은 쾌락과 관련된 호르몬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사실 미래에 일어날지도 모르는 예측 불가능한 행운에 현재를 몽땅 재물로 갖다 바치게 만드는 뇌 속 조종자다. 이 욕망의 분자는 끊임없이 ! ! !”를 속삭이며 우리를 흥분하게 만들고, 덕분에 우리는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와 기묘한 호기심으로 무장된 미치광이이자 천재, 중독자이자 창조자가 된다.

 

더 자극적인 것, 더 놀라운 것에 늘 미쳐 있는

당신도 혹시 도파민형 인간’?

 

그런데 유난히 도파민 수용체가 많고, 도파민이 많이 분비되며,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이 어떤 사람들이고, 어떤 특징을 가졌으며, 넘치는 도파민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이에 대한 대답을 흥미롭게 찾아나가는 책이 바로 신간 도파민형 인간이다. 현재 북미에서 행동과학 분야 최고의 석학으로 꼽히는 대니얼 Z. 리버먼 교수는 도파민이 인간 행동을 어떻게 쥐락펴락하는지, , 사랑, 권력, 중독, 진화, 정치성향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도파민이 어떻게 거의 모든 문제의 열쇠가 되는지, 뇌과학과 행동과학 분야의 최신 연구결과들을 흥미롭게 엮어 보여준다. 특히 술, 담배, 커피부터 약물, 섹스, 쇼핑, 권력에 이르는 거의 모든 종류의 애호, 중독, 탐닉의 메커니즘을 명쾌하게 설명하며 도파민형 인간의 특징을 설명한다. 그렇다면 도파민형 인간은 과연 어떤 사람들일까?

 

- 미래의 성공을 위해 현재의 고통을 비교적 잘 참아낸다.

- 술이나 담배, 커피, 초콜릿 등 즐거움을 느끼는 물질을 잘 못 끊는다.

- 뻔한 것보다는 예측 불가능한 것을 좋아하고, 무슨 일이든 끝장을 보는 편이다.

- 같은 조건이라면 안정적인 것보다는 도전적인 것을 선택한다.

- 위험을 감지하거나 대비하는 데는 좀 무딘 편이다.

 

당신은 몇 가지나 해당되는가? 위의 특징들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미래지향, 성공지향적인 열정가, 노력가이면서, 반대로 즐거움을 주는 것에 거부하지 못하고 쉽게 빠져드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람이 있는가? 아니면 당신 자신인가? 하지만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놀랍게도 도파민을 작동시키는 회로는 2가지라서 전혀 상반된 성격을 동시에 가질 수 있다. 2가지 회로 중 첫째는 스릴과 쾌락에 전율하게 만드는 욕망회로이고, 둘째는 미래의 목표달성을 위해 현재의 고통을 기꺼이 참고 인내하게 해 그릿GRIT’을 발휘하게 해주는 통제회로.

 

당신을 흥분시키고 중독시키는 것이 당신을 번영하게 만든다!

(다만, 욕망회로와 통제회로를 적절히 끄고 켜야만 가능하다)

 

도파민형 인간은 욕망회로가 켜졌을 때는 스릴과 쾌락에 미쳐 누구나 말리는 위험한 일에 가장 먼저 발 벗고 뛰어들지만, 반대로 통제회로가 켜졌을 때는 목표달성을 위해 혹독한 다이어트를 이겨내고, 게임중독에서 빠져나오며, 몸을 일으켜 조깅하러 나간다. ‘통제회로를 적절히,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사람은 미래를 치밀하게 계획하고 구상하고, ‘욕망회로를 잘 이용하는 사람은 과감한 추진력과 열정적 끈기로 인류 역사를 바꿔놓을 획기적인 창조자가 될 수 있다.

 

이 책에서 리버먼 교수는 인류가 도구를 발명하고, 고도의 문명을 창조해낸 것 역시 도파민형 조상들덕분이라고 역설한다. 유혹적인 미래의 무언가를 기대하는 도파민 덕분에 그들은 다른 동물과 달리 스스로 활력과 열정, 희망을 북돋울 수 있었고, 더 위험하고 더 먼 곳까지 개척해 혹독한 환경과 싸워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 책은 도파민 욕망회로와 통제회로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양날의 검과 같은 도파민을 파멸이 아닌 진화 쪽으로, 중독이 아닌 성취 쪽으로 활용하는 과학적 근거와 메커니즘을 흥미진진하게 알려준다.

 

책속으로

보수주의자는 위험 요소들에 대해 진보주의자보다 더 예민하게 반응한다. 그런 동시에 위협을 더 잘 감지하는 사람이 보수주의자가 되기도 쉽다. 테러 사건이 발생한 해에 보수당 지지율이 급격히 상승한다는 것은 이미 공식이 되었다.

 

이런 미묘한 위협과 보수주의 이데올로기의 관계를 확실히 규명하기 위해 대학생을 대상으로 정치적 신념을 묻는 대규모 설문조사가 실시됐다. 연구팀은 피시험자 중 절반은 손세정제가 비치된 장소로 안내하고, 나머지 절반은 손세정제가 비치되지 않은 장소로 안내해 설문지를 작성하게 했다. 손세정제는 은연중에 감염의 위험을 상기시키기 위한 장치였다. 실험 결과, 손세정제를 옆에 두고 앉았던 학생들은 도덕규범, 사회사상, 국가재정 측면에서 보수주의 성향이 더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 모집한 학생 그룹에게 설문용 컴퓨터 앞에 앉기 전에 항균물티슈로 손을 닦도록 요청했을 때도 결과는 같았다. 실제로 투표소 곳곳에서 손세정제가 눈에 띄었던 일이 우연이 아닌 것이다.--- p.244~245, 신경과학이 알려주는 설득의 기술중에서

 

도파민을 자극하면 탐험 행동이 증가한다는 동물 연구결과가 있다. 실험용 쥐에게 도파민 항진제를 투여하면 활동량이 늘고, 낯선 환경에서도 덜 움츠러든다고 한다. 그렇다면 혹시 원시 인류가 아프리카 대륙을 벗어나 전 대륙으로 흩어진 것도 도파민의 영향이 아닐까? () 예를 들어, 7R 대립유전자처럼 긴 DRD4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도전 정신이 투철하다. 이들은 지루한 걸 못 참기 때문에 쉴 새 없이 새로운 경험을 찾아다닌다. 새로운 장소, 새로운 아이디어, 새로운 음식, 새로운 약, 새로운 잠자리 상대 등 새로운 모든 것이 이들의 표적이 된다. 한마디로 이들은 뼛속부터 모험가인 셈이다. 전 세계적으로는 평균 5명 중 1명만이 이 7R 대립유전자를 갖고 있는데, 지역마다 빈도에 차이가 있었다.

 

고고학이 밝혀낸 인류의 대표적 이주경로는 북미, 남미, 동아시아,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유럽을 통과하는 길들이다. 연구팀은 이 경로를 그대로 따라가면서 유전자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아주 흥미로운 패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인류의 발원지 근처에서 대대로 살아온 이들의 후손 집단에서는 긴 DRD4 대립유전자를 가진 사람의 비율이 새 정착지를 찾은 이들의 후손 집단에 비해 확연하게 낮았던 것이다.--- p.262~263, 모험가 유전자의 힘으로 더 멀리 떠나온 무리중에서

 

사랑이 식는 이유는 뭘까? 수 세기 동안 인류가 풀지 못했던 이 미스터리를 도파민은 간단명료하게 설명한다. 애초에 인간의 뇌는 예측 불가능한 일들을 갈망하도록 빚어졌다. 그래서 인간은 갖가지 가능성을 자양분 삼아 미래를 꿈꾼다. 반면 익숙해진 것에는 흥분과 기대가 사라지는 것이다. 그 때 인간은 다른 새로운 것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이 현상을 과학자들은 보상예측오류라고 부른다. 뜻은 말 그대로다. 우리는 다음 순간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매순간 끊임없이 예측한다. 그런 가운데 실제로 일어난 일이 내 예상보다 좋았을 때 우리는 미래 예측에 오류가 있었다고 말한다.

 

오늘 예상보다 일찍 퇴근하거나, 통장에 10만 원이 더 들어 있다면? 이 행복한 오류는 도파민을 작동시킨다. 도파민 발화에 시동을 거는 것은 이렇듯 예상치 못한 좋은 소식이 선사하는 짜릿함이다. 아낀 시간이나 돈 자체가 아니라는 뜻이다.--- p.29~30, 해보니 별 거 없네.’중에서

 

구매자의 후회는 욕망회로가 약속을 어기는 전형적인 사례다. 욕망회로는 분명히 말했다. 비싼 차를 사면 기분이 엄청 좋아지고 인생이 달라질 거라고. 그런데 웬걸. 슈퍼카 주인이 되어도 기분이 기대했던 것만큼 좋아지지 않을 뿐더러 좋은 기분이 오래 가지도 않는 것이다. 이렇듯 욕망회로는 약속을 밥 먹듯 어긴다. 그도 그럴 만하다. 욕망회로에 만족이라는 감정을 생성하는 기능이 없기 때문이다. 욕망회로는 공수표를 남발하지만 정작 꿈을 실현하기 위한 과정에는 땀 한 방울의 노력도 보태지 않는다.

 

구매를 고민할 때 우리 뇌에서는 미래지향적 도파민 회로가 활성화되어 흥분과 기대감을 조성한다. 그러다 소유욕구가 충족되면 천상의 외부공간을 둥둥 떠다니던 꿈의 상품은 지상의 개인공간으로 추락한다. 도파민이 지배하는 환상 속 미래 세상에서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현상계로 뚝 떨어지는 것이다. 이때 현실경험이 도파민 각성효과의 빈 자리를 채우지 못할 경우, 구매자의 후회는 홍수처럼 밀려온다. 반면에 만약 당신이 현명한 소비를 했다면 현상계에서도 뿌듯하고 만족스러운 마음이 충분히 클 것이기 때문에 도파민이 선사하는 스릴이 사라지는 것이 결코 아쉽지 않을 것이다. 아니면, 기대감을 오히려 더 부풀려줄 품목을 질러버림으로써 구매자의 후회를 피하는 방법도 있다.--- p.74~75, 욕망을 취사선택해 애호로 발전시키려면중에서

 

마약중독자들은 갖가지 기상천외한 것에서 신호를 받아 흥분한다. 가령, 과거에 중독자였다가 지금은 완치된 어떤 사람은 만화영화를 보지 않도록 늘 조심해야 했다. 약을 할 시절에 만화 캐릭터가 인쇄된 포장지에 싸여진 약을 먹었기 때문이다. 한편 무엇이 갈증의 불씨가 되는지 본인조차도 알지 못하는 중독자들이 있다. 한 헤로인중독자는 슈퍼마켓에 갈 때마다 미친 듯이 약이 당기는 자신을 발견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도통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이 수수께끼 때문에 지금까지의 갱생 노력이 모두 수포로 돌아갈 판이었다. 하루는 그가 장을 보러 가는 길에 상담사가 동행했다. 직접 지켜보고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서였다. 상담사는 그에게 또 그런 마음이 들면 자신에게 알려달라고 당부했다. 두 사람은 통로부터 돌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갑자기 남자가 발을 멈추더니 외쳤다. “지금이요!” 두 사람이 멈춰선 곳은 다름 아닌 세탁세제 코너였다. 눈앞의 선반에는 각종 표백제가 진열되어 있었다. 한창 약에 빠져 있던 시절에 그는 에이즈에 걸리지 않기 위해 주사바늘을 표백제에 담가 소독하곤 했던 것이다.

--- p.84, 기상천외한 흥분의 신호들중에서

 

약에 취하는 것과 술에 취하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지만 많은 이들은 그 차이를 모른다. 모든 일과를 마치고 저녁께 술 몇 잔 걸치면서 하루를 마무리할 때 가장 기분이 좋은 순간은 술자리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무렵이다. 기분이 붕 뜨면서 마냥 다 좋게 느껴진다. 도파민이 선사하는 이상행복감이다. 이 감정은 알코올이 뇌에 도달하는 속도와 직결되어 있다. 초반에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던 알코올 농도 곡선은 시간이 지날수록 등반을 힘겨워하더니 결국 곤두박질치기 시작한다. 행복감이 만취 상태에 자리를 내주는 순간이다.

 

알코올 그래프가 쭉쭉 올라가는 초반에는 힘이 넘치고 신이 나 동작과 목소리가 커지고 아무 이유 없이 즐겁다. 반면에 후반의 하강기, 즉 만취 상태에는 잠이 쏟아지고 손발이 따로 놀며 말이 어눌해지고 판단력이 흐려진다. 술에 취한 정도를 결정하는 것은 마신 알코올의 총량이다. 빨리 마셨는지 천천히 마셨는지는 아무 상관이 없다. 그런데 술을 자주 마시지 않는 사람들은 이 2가지를 혼동한다. 그래서 초장부터 부어라 마셔라 하며 혈중 알코올 농도를 잔뜩 높이고 도파민 대홍수가 일으키는 유쾌한 기분을 즐긴다. 그래 놓고 지금 이렇게 기분이 좋은 것은 자신이 잔뜩 취했기 때문이라고 믿어버린다. 그런 이유로 그들의 술잔은 비는 족족 다시 채워진다. 초반의 상승세가 다시 재현되기를 소망하지만 다 헛된 바람이다. 이 광란의 질주는 열이면 열 지저분한 결말을 맺는다. 대개는 변기통에 머리를 처박은 채로.

간혹 이 원리를 스스로 납득하는 사람도 있다. 언젠가 파티에서 알게 된 한 여성은 자신이 맥주보다는 칵테일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과학적으로 따져보면 여성의 말에 일리가 있다. 칵테일은 농도가 더 진하고 설탕이 들어가 있어서 더 달다. 그래서 사람들은 칵테일을 다른 술보다 빨리 마신다. 게다가 도수도 맥주나 와인보다 더 높다. , 칵테일은 더 많은 양의 알코올을 더 빨리 체내에 공급함으로써 도파민 회로를 더 크게 자극한다. 아마도 그녀가 원한 것은 만취상태가 아니라 초반의 들뜬 기분이었을 것이다.

--- p.89, 술에 취한 것과 약에 취한 것은 어떻게 다를까?중에서

 

 

환경한다는 사람들은 '도파민형 인간'인가

진보주의자=도파민형 인간?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 정신·행동과학부 임상과 교수인 대니얼 Z 리버먼(Daniel Z. Lieberman)이 물리학자 마이클 E. (Michael E. Long)과 함께 쓴 천재인가, 미치광이인가 도파민형 인간’(최가영 역, 쌤앤파커스)에는 진보주의자와 보수주의자의 성향에 관한 흥미로운 분석이 나온다. 이 분석은 미국 정치학저널2002년과 2016년에 각각 발표됐던 두 편의 연구보고서를 인용한 것으로, 똑같은 연구팀(미국 버지니아 커먼웰스대학교의 한 연구팀)이 똑같은 주제(진보와 보수를 구분짓는 특징적인 성격유형)로 연구한 결과가 정반대로 나와 상당한 센세이셔널을 일으켰다고 한다.

 

첫번째 연구결과는 이랬다: 보수주의자는 대체로 충동적이면서 권위적인 반면 진보주의자는 사교적이고 너그러운 경향이 있다. 연구자들은 이런 결과가 일반적인 선입견, 즉 상식(?)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연구팀은 14년 뒤에 이 첫번째 연구결과를 철회한 뒤 새로운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14년 전의 연구결과를 완벽하게 뒤집은 두번째 연구결과는 이렇다: 영리하고 정신력이 강하며 현실적인 성향의 사람들은 진보주의자, 이타적이고 발이 넓고 공감능력이 뛰어나며 사회관습을 잘 따르는 성향의 사람들은 보수주의자.

 

이 책의 저자들은 이 연구결과를 도파민 시스템과 연결 지어 생각해 보면 수정된 두번째 결과가 당연하다고 지적한다. 진보주의자를 규정하는 특징, ‘위험감수, 감각추구, 충동성, 권위주의는 도파민 항진상태, 즉 도파민이 계속 뿜어져 나올 때의 특징과 같기 때문에, 두번째 연구결과가 마땅히 타당하다는 얘기다. ‘진보주의자=도파민형 인간이라는 등식이 성립한다는 주장이다. 도파민(Dopamine)은 쾌감을 만들어내는 신경전달물질로, 우리가 새로운 것을 향해 달려가도록 추동하는 역할을 한다. 이 책 저자들의 정의에 따르면 도파민형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도파민이 남들보다 더 잘 분비되는 사람들로, 더 많은 것, 더 자극적인 것, 더 놀라운 것에 끊임 없이 매료되는 사람들이다.

 

환경을 위해 목숨을 던지는 그들이 진짜 환경운동가

환경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들은 진보적 성향이 강한 것으로 평가된다. 환경보전을 위한 일이라면 현재의 시스템을 바꾸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다소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때론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가게 된다 해도 바꾸고 개혁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장바구니, 에코백을 사용하는데 익숙하다. 어느 누구처럼 의식있는 사람인척 보이려 빈 텀블러를 들고 다니지 않는다. 나 하나라도 일회용 컵을 줄이겠다는 일념으로, 나 같은 사람이 늘어나야 지구의 지속가능성이 조금이나마 높아질 것이라는 굳은 신념으로 귀찮고 번거로워도 텀블러를 끼고 다닌다.

 

이런 사람들의 정치적 성향은 다분히 진보적이며 국내외 많은 연구결과는 이를 과학적으로 뒷받침한다. 하물며 환경운동을 본업으로 하는 환경운동가들이야 말할 것도 없다. 다분히 급진적인 성향이다. 정부의 환경정책에 결코 만족하는 법이 없다. 설령 자신들과 코드가 일부 맞아 집권을 도왔더라도 끝내는 정부정책에 날선 비판을 멈추지 않는다. 오늘의 현실보다 훨씬 나은 세상을 머릿속에 그리면서 오직 그것을 향해 전력질주하는 것이다. 앞서 소개한 책에서는 그래서 진보주의자들을 오직 앞만 보고 날아가는 화살과 같다고 했다.

 

이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적지 않은 환경운동가들이 정권에 의해 살해된 것으로 의심되는 죽임을 당하기도 한다. 지난 7월 영국의 환경운동단체 글로벌 위트니스(Global Witness)2002년 이래 브라질에서 활동하다가 살해된 환경운동가가 무려 653명에 달한다는 충격적인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아마존 열대우림을 지키기 위해 지금도 전세계에서 모여든 수많은 환경운동가들이 생명을 담보로 한 싸움을 전개하고 있다. 비단 브라질 뿐만 아니라 필리핀 콜롬비아 인도네시아 등에서도 매년 수십명의 환경운동가들이 살해되고 있다. 지난해에만 이들 3개국에서 70여명이 살해됐다.

 

환경운동을 밥벌이의 수단으로 전락시켜선 곤란

감히 환경한다고 말할 수 있으려면 단연코 진보주의자여야 한다. 특정 정치색이 강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라, 진보주의로 표상되는 이상과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헌신하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 이상과 가치는 물론 미래를 위해 현재를 바꾸겠다는 신념에 기초하는 것이다. ‘도파민형 인간의 특징인 , , 를 끊임없이 추구해야 한다. 하지만 이상은 이상이고 현실은 현실일 뿐인가. 환경운동이 밥벌이의 수단으로 전락한 모습을 쉽게 목도할 수 있는게 현실이다.

 

합목적을 지향하기는 고사하고, 자신들의 단체에 조금이라도 금전적으로 손해가 될 것 같으면 쌍수를 들고 반대하기 일쑤다. 환경운동의 이상과 가치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오로지 밥벌이의 양푼냄비 만이 볼썽사납게 남는다. 시간이 지나면 썩어서 사라지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환경적 가치가 절대적으로 커도, 당장 자신들의 단체가 정부로부터 받아야 할 예산의 파이가 조금이라도 줄어들 가능성이 보이면 온갖 이유와 억지논리로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상용화를 저지하려 몸을 던진다. 국내에서 세계적 특허 기술을 보유한 생분해 플라스틱의 개발, 보급이 몇년 이상 지체된 이유다.

 

일부 환경단체들의 부르주아 지향도 진보의 이상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단체의 창립기념식을 특급호텔에서 성대하게 개최하는 일은 다반사다. 7,8백만원짜리 강연프로그램(이른바 최고위과정’)도 힘 있는 환경단체들의 필수 프로그램이다. 언필칭 환경운동을 한다면 창립기념식이나 후원의밤 행사 등은 최대한 친환경적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 예를 들면 주차가 원천적으로 불가능 해 대중교통만을 이용해야 하는 장소를 행사장소로 정하면, ’미래를 위해 현재의 불편함을 감수하는환경운동의 참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일이 될 것이다.

 

환경하는 사람들은 넘치는데 '반환경'도 커지는 모순

환경운동을 이상적인 가치의 고양으로 보고 있는 이런 시각이 지나치게 이상적인지도 모른다. 앞서 소개한 책에서는 이미 그 답을 내놓았다. 진보주의자는 영리하고 정신력이 강하며 현실적인 성향의 사람들이다' 라고. 따라서 국내 환경운동가들은 대부분 진보주의자들이 맞다. 그러나 그런 단체들을 이 책에서 정의한 진보주의자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진보주의가 표상하는 이상적인 관점에서 환경운동가라고 칭할 수는 없다. 단체의 규모, 전개하는 사업(?), 후원금 등에서 몸집을 키우는데 힘을 쏟는 일부 환경단체들을 천성산 도룡뇽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단식투쟁한 지율스님과 같은 반열에 올려놓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또 이런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진보적 성향의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IQ가 높다. 도파민이 잘 뿜어져 나오는 사람들은 자원확보의 고수 중의 고수다.’ 환경이 달라질 때 신속하게 적응하고 대처하는 능력도 진보주의자들이 뛰어나다고 이 책은 분석한다.

 

환경한다는 사람들이 넘쳐 난다. 그런데도 세상은 여전히 반환경적인 모순 투성이다. 환경을 허울 삼아 뒤집어 쓰고서는 다른 일에 골몰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환경을 사업의 방패막이 또는 지렛대로 휘두르는 사이비들이 횡행하는 한, ‘환경한다는 말의 공허함은 지극히 헛헛하기만 할 것이다. 세상은 시끄러운 일부가 전체의 인상을 나쁘게 만드는 법이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흙탕물을 일으키는 이치다. 블랙홀 같은 '환경표방' 단체들 때문에 제대로 환경하는 사람들이 뜻을 잘 펴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그들이야말로 도파민이 쉴새 없이 뿜어져 나오는 진짜 진보주의자들인데.

그린포스트코리아 김기정/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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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오르던 사랑을 식게 만드는 범인은 뇌 속 도파민

그토록 기대했던 괜찮은 남자와의 연애, 왜 시작과 동시에 마음이 식어버릴까!”, “입사 때는 모든 것이 너무 좋았던 회사, 3개월도 안 됐는데 퇴사하고 싶지?”

 

누구보다 굳건했던 결심, 불타오르던 의지, 두근거리고 설레던 마음이 한순간에 꺼져버리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다. 자신도 왜 이러는지 원인을 몰라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된다. ‘천재인가 미치광이인가 도파민형 인간에서는 이 모든 것이 뇌 속 호르몬 도파민의 장난질 때문이라고 말한다.

 

도파민은 1957년 런던 근교의 런웰원의 연구실에서 캐슬린 몬터규에 의해 발견된 뇌 속 화학물질이다. 처음에는 도파민은 노르에피소네프린이라는 화학물질의 체내 합성을 돕는 물질로만 여겨졌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도파민을 만들 수 있는 뇌세포의 수는 오로지 0.0005%에 불과한데도 이 물질이 사람의 행동을 크게 좌지우지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연구에 참여한 피시험자들은 도파민 신호가 켜졌을 때 쾌감을 느꼈고. 이 소수 정예 세포를 깨우기 위해서라면 어떤 고생도 마다치 않았다. 게다가 도파민을 갈구하는 생리적 욕구가 걷잡을 수 없이 부풀어 오르면 제아무리 성인군자라도 저항할 수 없을 정도였다. 과학자들은 이런 도파민을 쾌락분자라는 이름을 붙이고 뇌세포가 도파민을 만드는 반응을 보상회로라 불렀다.



뇌 속의 작은 호르몬 도파민이 인간의 욕망분자로서 천재, 미치광이, 중독자로, 성취자로 만들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저자들에 따르면 도파민은 쾌락과 관련된 호르몬으로 잘 알려졌지만, 사실 미래에 일어날지도 모르는 예측 불가능한 행운에 현재를 몽땅 재물로 갖다 바치게 만드는 뇌 속 조종자다. 이 욕망의 분자는 끊임없이 ! ! !”를 속삭이며 우리를 흥분하게 만든다. 덕분에 우리는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와 호기심으로 무장된 미치광이나 천재, 중독자이자 창조자가 된다.

 

사랑이 식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수세기 동안 인류가 풀지 못했던 이 미스터리도 도파민은 간단명료하게 설명한다. 애초 인간의 뇌는 예측 불가능한 일들을 갈망하도록 빚어졌다. 그래서 인간은 갖가지 가능성을 자양분 삼아 미래를 꿈꾼다. 반면 익숙해진 것에는 흥분과 기대가 사라진다. 그때 인간은 다른 새로운 것에 눈을 돌리게 된다. 이 현상을 과학자들은 보상예측 오류라고 부른다.

 

책에는 도파민이 인간 행동을 어떻게 쥐락펴락하는지, , 사랑, 권력, 중독, 진화, 정치성향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도파민이 어떻게 거의 모든 문제의 열쇠가 되는지, 뇌과학과 행동과학 분야의 최신 연구결과들을 흥미롭게 엮어 보여준다. 더 많은 것, 더 자극적인 것, 더 놀라운 것에 미치게 하는 욕망의 분자 도파민의 정체를 알게 되면 자신의 원치 않는 통제되지 않은 돌출행동은 물론 인간의 본성을 이해할 수 있다./ 세계일보 박태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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